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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철 (1947~2014)

거멀못에 대하여

고백성사

곤충채집

구멍에 대하여

나는 기도한다

나는 없다, 없다, 없다

나사못 경전

나 죽은 뒤

당신 몸 사용 설명서

대팻밥

둘레길에서

등신불

만나는 법

말하는 새

맨발의 유채꽃

명상 나무

모퉁이 새겨진 기도

못에 관한 명상

못을 박으려면 대가리를 내리쳐라 - 아베 마리아

못의 순례

민어회를 씹으며

바다 변주곡(變奏曲)

밤이 무서워

봄날

봄날은 간다

빨간 팬티

사는 법

사진첩에서

슬픈 고엽제 노래

시를 씻다

아내는 외출(外出)하고

양밥놀이

언제 울어야 하나

오늘도 못질을 합니다

오도송(梧道頌)

오이도(烏耳島)

올리브 방앗간에서

용병 이야기

입추

장닭도 때로는 추억이다

재봉

책을 읽으며

총각김치

큰 산 하나 삼키고

해 뜨는 곳에서 해 지는 곳까지

 

 

 

거멀못에 대하여

김종철

 

등잔 밑이 어둡다

세상 틈새를 잡기 위해

걸쳐 박은 거멀못

이 시대 가장 캄캄한 별로 떠 있는 날

한번 무릎 꿇어본 자라면

맨 끝줄에 선 그를 알아볼 것이다

 

엉겅퀴같이 흐트러진 머리

적의를 품은 가시 면류관

, 폭풍의 정신아, 찬양받을지어다

무덤으로 길을 막는 자

입으로만 샬롬 나누는 자

뱀도 살지 못하는 약속의 땅은

이제 세상의 화약고가 되었다

모든 순례자들이 조문객으로

길을 잘못 찾아들었구나

어느 아비가

또 너와 함께 눈물 흘리기를 바라겠는가

 

적의의 가시 면류관아

, 폭풍의 정신아 다시 불어다오

우리의 마지막 생에 밝히는

지체 장애 3등급으로 떠 있는 별,

예루살렘의 거멀못아!

 

 

 

고백성사

김종철

 

오늘도 못을 뽑습니다

휘어진 못을 뽑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습니다

못이 뽑혀져 나온 자리는

여간 흉하지 않습니다

오늘도 성당에서

아내와 함께 고백성사를 하였습니다

못자국이 유난히 많은 남편의 가슴을

아내는못 본 체 하였습니다

나는 더욱 부끄러웠습니다

아직도 뽑아내지 않은 못 하나가

정말 어쩔 수 없이 숨겨 둔 못대가리 하나가

쏘옥 고개를 내밀었기 때문입니다

 

 

곤충채집

김종철

 

쓰르라미, 잠자리, 풀무치

생체로 잡아 핀으로 꽂아두었다

푸들거리며 갇혀 떠는 곤충들이

우리들 눈에는 즐거웠다

더 이상 자라지 않고

더 이상 죽지 않는 그들의 여름을

우리는 추억처럼 간직했다

 

삼십여 년이 지난 요즘도 꿈속에서

화들짝 놀라 깰 때가 있다

아직 숙제를 끝내지 못한 여름 하나가

밤마다 나를 잡기 위해

포충망을 들고 따라다녔다

등에서 복부를 관통한 핀 하나가

나를 더 이상 꿈꾸지 않게

더 이상 떠들지 않게

그 여름의 끝에 매달아 두었다

그때마다 곤충이 아니길 기도했지만

내 옆에는 벌써 두어 사람이

십자가에 못질 되어 울부짖었다.

 

 

 

구멍에 대하여

김종철

 

2

구멍 속에 들어갔다가 나올 때

우리들은 늘 죽어서 나온다

어떤 때는 반쯤 죽어서 나온다

그런 날에는 벼랑 아래 한없이 나가떨어지듯

코를 골며 잠만 잤다

 

어디 그뿐인가

세상의 참호 속에 들어갔다 나온 날에도

우리들은 반쯤 골병들어서 나왔다

어떤 자는 아예 죽어서 실려나왔다

 

소녀경이 이르기를

구멍 속에 들어갔다 나올 때는

죽지 말고 꼭 살아서 나와야 된다고

당부하였다

죽어도 죽지 않고 사는 법

소녀경이 내 나이 오십을 가르쳤다

 

 

 

나는 기도한다

김종철

 

매일 아침

기도가 머리에서 한 움큼씩 빠졌다

마른 장작처럼 서서히 굳어가는 몸

한 방울씩 스며든 항암주사액에

생의 마지막 잎새까지 말라버렸다.

 

내 명줄을 쥐고 있는

아내의 하느님만

오츠보, 시이나, 야마다를 불러주셨다

이쯤에서 함께 걷는 인연을 주셨고

기적은 사마리아인의 것만이 아니었다.

신을 모르는 일본 의사들이

빛으로 나의 죽음을 태워주었다.

 

그래 그렇구나, 막상 생의 시간 벌고 나니

청명에 죽느냐, 한식에 죽느냐구나

나는 기도한다.

나를 살려준 저들을 용서해주소서!

 

 

 

나는 없다, 없다, 없다

김종철

 

안개 속에 갇혀 이틀을 보냈다

창문을 열면 안개가 흘러들어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이곳 마을 사람들은 벽처럼 가로막는 안개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는다

보지 않고도 보는 것처럼

보아도 못 본 것처럼

산도 나무도 모두 오리무중(五里霧中)

 

오늘 하루 나는 없다, 없다, 없다

생등신불이

이처럼 쉽게 될 줄이야!

 

 

 

나사못 경전

김종철

 

나사못은 나선형입니다

몸속을 파고들 때나 빠져나올 때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흔들어도 소리 나지 않는용각산처럼

십자드라이버로 꼭 잠근

나사 머리에는 십자가가 있습니다

인간이 고안한 최고의 발명품으로

평가받은 것이 우연이 아닌 것처럼

십자 볼트와 십자드라이버가

무슬림에 퍼진 것도 우연이 아닌 것처럼

그가 목수였던 것이 우연이 아닌 것처럼

나선형으로 하늘 오른 바빌론이

노여움 받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 것처럼

당신의 정수리에 열십자가 새겨진 것도!

그 나사못이 경전의 한 줄이 된 것도!

 

 

 

나 죽은 뒤

김종철

 

순례에 올랐다

가장 추운 날

적막한 빈집에

 

큰 못 하나 질러놓고

헐벗은 등에

눈에 밟히는 손자 한번 업어보고

돌아가신 어머니도 업어보고

북망산 칠성판 판판마다

떠도는

나는 나는 나는

못대가리가 없는 별

못대가리가 꺾인 별

 

못대가리가 둥글넓적한 별

못대가리가 고리 모양인 별

못대가리가 길쭉한 별

못대가리가 양 끝에 돌인 별

이 모두가

나 죽은 뒤 나로 살아갈 놈들이라니!

 

 

 

당신 몸 사용 설명서

김종철

 

불이 꺼졌습니다

가끔 얼굴 붉히며 등 뒤에서 엿보던

놈들마저 캄캄해졌습니다

몸을 열지 못하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캄캄한 당신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아침이면 어김없이 깨워 주고

하루라도 안 보면 안절부절못하고

언제나 가까이서 만질 수 있는

어둠 속에서도 뺨 비비며

찾았던 당신

 

신제품 살 때마다

건성으로 훑어보고

보관하기만 했던 빳빳한 사용 설명서

캠코더 사용 설명서

쿠쿠 전기밥통 사용 설명서

아아, 한번도 읽지 않았던

당신의 몸 사용 설명서까지

 

변심은 아니지만

성능 좋은 새 휴대폰을 길들일 동안

나는 예전의 당신만을

기억할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작은 글씨로 촘촘히 쓰인 설명서에는

정말 내가 따라가기엔 너무나 힘든

기교가 나를 울렸기 때문입니다

 

 

 

대팻밥

김종철

 

대패질을한다

결 따라 부드럽게 말려 오르는

밥은 밥인데 못 먹는 밥

당신의 대팻밥

죽은 나무의 허기진 하루

등 굽은 매형의 숫돌 위에

푸르게 날 선 눈물이

대팻날을 간다

자주 갈아 끼우는 분노의 날 선 앞니

이빨 없는 불평은

결코 물어뜯지 못한다

먹어도 먹어도 배부르지 않는

대팻밥을 뱉으며

가래침 같은 세상을 뱉으며

목수는 거친 나뭇결을 탓하지 않는다

시시비비

입은 가볍고

혓바닥만 기름진 세상

먹어도 먹어도 헛배 타령하는

대패질은 자기 착취다

비껴온 세상의 결 따라

날마다 소멸되는 나사렛 사람

나의 목수는 밥에서 해방된 천민이다

 

 

 

둘레길에서

김종철

 

아내와 함께

둘레길을 산책하다 보면

잔디로 잘 다듬어진 묫자리를 본다

 

아주 편안해 보인다

따라 눕고 싶어진다

이러면 안 되는데 싶다가

자주 뒤돌아서는 눈길

 

나도 때가 됐음인가

지상에서 받은 축복과

은혜도 갚지 못하고

 

이 풍진 세상

작은 봉분 하나로 우리를 챙기는 생애

먼 뻐꾸기 울음이 지나온 길을 끊는다

 

 

 

등신불

김종철

 

등신불을 보았다.

살아서도 산 적 없고

죽어서도 죽은 적 없는 그를 만났다.

그가 없는 빈 몸에

오늘은 떠돌이가 들어와

평생을 살아간다

 

 

 

만나는 법

김종철

어린 시절,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

내일은 언제 오나요

하룻밤만 자면 내일이지

다음 날 다시 어머니에게 물었습니다

오늘이 내일인가요

아니란다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또 하룻밤 더 자야 한단다

고향에서 급한 전갈이 왔습니다

어머니 임종의 이마에

둘러앉아 있는 어제의 것들이 물었습니다

얘야 내일까지 갈 수 있을까

그럼요 하룻밤만 지나면 내일인 걸요

어제의 것들은 물도 들고 간신히 기운도 차렸습니다

다음 날 어머니의 베갯모에

수실로 뜨인 학 한 마리가 날아오르며 다시 물었습니다

오늘이 내일이지

아니에요 오늘은 오늘이고 내일은

하룻밤을 지내야 해요

이제 더 이상 고향에서 급한 전갈이 오지 않았습니다

우리 집에는

어머니는 어제라는 집에

아내는 오늘이라는 집에

딸은 내일이라는 집에 살면서

나와 쉽게 만나는 법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말하는 새

김종철

 

새 한 쌍을 키웠다

모이와 물을 자주 넣어 주었다

새는 날마다 몸을 털고

부리로 깃털을 문질렀다

우리 집 새가 조롱에 사는 까닭은

날개가 있기 때문이다

새는 말하지 못하지만

나는 그들의 말을 다 알아듣는다

모이와 물을 넣을 때마다

"나는 것을 잊고 사마!"

"모이와 물이 있는 동안만!"

 

 

 

맨발의 유채꽃

김종철

 

유채꽃 같은 슬픔

노오란 유채꽃 같은 절망

불경 따라 나선 길에 유채꽃은 웬말인가?

춘삼월 구화산 가는 길

유채꽃밭을 지나

유채꽃 등성이를 넘어

유채꽃 산맥을 넘어간다

몇백 리 노오란 발길 물든 저 적막 끝에

문득 와 머무는 절벽 같은 독불,

부처도 맨발이구나!

 

 

 

명상 나무

김종철

 

명상을 한다

한 그루 나무로 꼭꼭 심어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누군지

울며 맞이할 사람,

그 한 사람이 별로 떠오르면

그때마다 그를 잡아

쓰레기통에 처넣어버린다

왜냐고?

내가 나무와 함께 심어졌다 해도

그놈이 몰고 온 광풍에

뿌리째 뽑히고 말았기 때문이다

열매를 맺을 자신이 없어서!

 

 

 

모퉁이 새겨진 기도

김종철

 

늦은 나이, 조그만 출판사 하나 차린 나는

이른 아침 책상 모퉁이에서 기도한다.

남들 볼세라 무릎 꿇은 괘종시계

추처럼 두 손 모우면

그때마다 불청객처럼 문 두드리는 한 통 전화.

어이, 종처리

하느님보다 먼저 응답하며

내 아침기도의 불평을 틀어막은 편운.

저녁 대포 한잔하세나

이보다 더한 세상 응답 또 있을까

문득 당신을 그리면

내가 더 그리워지는 그 책상 모퉁이.

 

때때로 마음 쓸쓸하면 우리는

정종대포로 데워진 혜화동

당신을 기다려 본다

한잔, 또 한잔 흔들리면

봄날은 간다십팔번 한 곡조 뽑고

갱상도 첫 발음 조심하라는 산사(山史)도 촛병화하고

우리는 안다 이 풍진 세상

목로주점에서 돌아앉은 당신의 파이프

합석한 우리만 모른 체 하는구나

바람 불고 또 날이 가면

이승에서 다 같이 갑장 된 우리

시의 화석으로 남게 되리라

 

 

 

못에 관한 명상

김종철

 

내 뼈 중의 뼈,

살 중의 살, 여인아

네 몸 속의 못을 뽑고 또 뽑는다.

독 오른 붉은 못대가리 하나가 오늘은 너무 깊구나.

, 시온의 딸들아,

독 오른 못대가리 하나가 여지껏 네 치마 속

가랭이 사이에 숨겨져 있었다니!

 

 

 

못을 박으려면 대가리를 내리쳐라 - 아베 마리아

김종철

 

아베, 아베 말이야

군국주의 혈통 자랑하느라

극우 정치 술수로 표심 자극하느라...

천황폐하의 신민에게

위안부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고

늙은 일장기 아래서 생떼 부린

버림받은 빈 깡통 아베, 아베 말이야

녹슨 못 넣어 더욱 검게 한 콩조림 요리법처럼

등 굽은 녹슨 아베, 아베 말이야

일제 침략 역사를 더 검게 왜곡시킨 콩조림

A급 전범 복역자 외할비 기시 노부스케

독도를 제 땅이라 망언한 애비 아베 신타로

 

늙은 야스쿠니 까마귀가 또 우짖는다

입이 가벼우면 이빨도 솟는 법

도쿄 극우파에게 매춘부라 모독당한 위안부 할머니

늦었다, 하지만,

너무 늦지는 않았다.‘

나치 사냥꾼 포스터가 붙은 베를린 벽보에

말뚝 소녀상도 통곡한다

아베는 늦었다. 하지만

야스쿠니 합사 분리는 늦지 않았다.‘

아베 마리아!

 

 

 

못의 순례

김종철

 

순례에 올랐다

가장 추운 날

적막한 빈집에

큰 못 하나 질러놓고

헐벗은 등에

눈에 밟히는 손자 한번 업어 보고

돌아가신 어머니도 업어 보고

북망산 칠성판 판판마다

떠도는

나는 나는 나는

 

못대가리가 없는 별

못대가리가 꺾인 별

못대가리가 둥글넓적한 별

못대가리가 고리 모양인 별

못대가리가 길쭉한 별

못대가리가 양 끝에 둘인 별

 

이 모두가

내 죽은 뒤 나로 살아갈 놈들이라니!

 

 

 

민어회를 씹으며

김종철

 

민어는

새끼일 땐 감부리

좀 더 자라면 통치

어릴 적 올 엄마는

종환이 엄마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종철이 엄마

 

빨간 초고추장이나

톡 쏘는 와사비에 찍힌

민어회를 먹으며

나의 차르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상머리 놓인 젓가락에 집혀

지옥의 입으로 쳐넣으며

종철아, 종 쳐라, 종을 치라고

 

 

 

바다 변주곡(變奏曲)

김종철

 

해풍에 머리카락을 날리며

바다로 떠난 사내들의

신앙을 기다리며

집집마다 바다 꿈을 꾸는

여인들의 눈썹은 더욱 짙어진다

이미 여러 번 떠난 바다 사나이와

그들의 해신이 오래오래 돌아오지 않는다

모든 시간은 바다로 뛰어들고

한나절 그물코를 깁던 손들의 꿈이

한장의 마후라를 두르고

겁 많은 바다새의 얕은 잠을 돌아서

흰 눈발이 내린다

 

그날 사나이의 뒤척이는 이물 위로

검은 운명이 뛰어오르고

시린 밤바다는

흰뼈의 달빛을 한배 가득 싣고

잠든 여인의 흰 꿈위에 불쑥 떠올랐다

물에 빠진 오필리어의 관능 속으로

해묵은 육지인의 정결한 뼈가 서서히 가라앉을 때

보이는 것은 바다 뿐

아무도 물의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서걱이는 척추의 겨울은

멀리 빠진 죽은 언어의 썰물 위에

돌아눕고

벌거벗은 겨울 사나이의 바다에

부풀어 터진 흉터자국이 퍼렇게 떠돌고

파도가 일어서고

밤마다 죽은 혼들이

바다 깊숙이 떨어진

캄캄한 해를 하나씩 건져 올리고

오오, 죽음의 귀바퀴는 돌아가고

익사한 바다의 사나이들은 잠들지 못한다

 

그날 사나이의 가슴속에 간직된

온전한 바다 하나가

상어 떼에 희게 뜯겨 있었다

바다새의

깃털을 뜯어놓은 바다

매일밤 부서진 바다의 폐허가

사나이의 사랑과 믿음의 전부를 움켜잡고

홀로 남은 집을 지키고

깊고 황량한 꿈들이 찍혀 넘어가고

 

퍼어렇게 찍혀 넘어간

절망의 바다에

처음과 끝의 믿음이 꺾어지고

메마른 겨울 밤 천둥이

두 파도 사이에 가라앉고

노년과 죽음을 다 잃으면서도

바다사나이는 또 다른 바다로 떠나가고

 

홀로 남은 여인들은

뱃속에 죽음을 품고

사내들의 미신이 되어 남는다

해풍의 머리카락을 적시며

뜨개질을 하고

바다 꿈을 꾸고……

오필리어의 맑은 꿈이 떠도는 날에

오오, 그 밤마다 나직한 해변 마을에

사나이들의 꿈은 잠들지 못한다.

 

 

 

밤이 무서워

김종철

 

여자는 남자 왼쪽에 남자는 여자 오른쪽에

여자는 반듯이 누워 다리를 벌리고 남자는

그 위에 엎드려 여자의 가랑이 사이에 무릎을 꿇고

(중략)

구천일심법으로 아홉 번은 얕게 한 번은

깊게 급속하게 느리게 깊게 앝게

3×721로 호흡하며 반드시, 반드시, 반드시,

 

그날 밤 어쩌다 구구단을 틀리게 욀 때

그녀는 개새끼! 하고 외쳤다

, 정말 밤이 무서워!

 

 

 

봄날

김종철

 

이 봄날

세상의 모든 꽃을

딸이라 불렀다

세상의 모든 여자를

어머니라 소리쳐 불렀다

 

내 옷과 내 가슴을 찢으며

그것들의 물방울 하나 마르지 않게

이 봄날

바다에 이르게 했다!

 

 

 

봄날은 간다

김종철

 

꽃이 지고 있습니다

한 스무 해쯤 꽃 진 자리에

그냥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일 마음 같진 않지만

깨달음 없이 산다는 게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가 알게 되었습니다

한순간 깨침에 꽃 피었다

가진 것 다 잃어버린

저기 저, 발가숭이 봄!

쯧쯧

혀끝에서 먼저 낙화합니다

 

 

 

빨간 팬티

김종철

 

세상을 바꾸는 단 한 줄 시를 위해

참전한다고 호기 있게 쓴 편지

고향 친구 손에 읽히기 전

내 전 생애가 담보됐다는 걸

아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여름 나라 파병에

혹독한 동계 훈련받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전투수당과 생명수당이 국고에 강제 귀속된다는

소문 또한 그렇다 치더라도,

 

전함이 남지나해 가까워지자

우리는 선내를 속옷으로 돌아다녔다

한결같은 빨간 팬티다

액운을 때울 수 있다고

무사히 귀환할 수 있다고

여자 팬티 입은 놈도 여럿 있었다

한 장의 연꽃으로 가린 심청의 아들

, 그것도 몰랐냐고 빤히 되묻는 눈빛에

나는 또 한 번 패잔병이 되었다

 

 

 

사는 법

김종철

 

마흔다섯 아침 불현듯 보이는 게 있어 보니

어디 하나 성한 곳 없이 못들이 박혀 있었다.

깜짝 놀라 손을 펴 보니

아직도 시퍼런 못 하나 남아 있었다.

, 내 사는 법이 못 박는 일뿐이었다니!

 

 

 

사진첩에서

김종철

 

머리에 기름 바르고

정장을 하고

하객 앞에 서서

당신 맞을 준비를 끝닜습니다

왠지 자꾸만 부끄러워졌습니다

웨딩마치 선율에

하얀 면사포 쓴 당신이 보였을 때

나는 너무 부족하고 가난함이 마음 걸렸습니다

 

오늘 낡은 사진첩에서

꿈 같은 그때 그 모습이 보였습니다

남루함이야 아직도 벗어나지 못했지만

새신랑의 궁색함이 보이는 듯하여

딸 둘 둔 마누라 눈치 보입니다

그날 신부의 가슴에 안겨 있는 꽃은

흰 카네이션이었습니다

 

 

 

김종철

 

아무도 산 채로

세상을 빠져나갈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새들은 하늘로 높이 날면서

세상을 뜹니다

새들에게는 지옥이 없습니다

그런데 나의 십자가는 왜 당신이어야 합니까?

 

 

 

슬픈 고엽제 노래

김종철

 

참외는 노랗다

참외는 참회한다

제 속의 많은 씨만 헤아리기에는

그 죄가 너무 깊고 달다

 

고엽제는 오렌지색이다

에이전트 오렌지*

빈 드럼통만 굴리는 속죄는

소리만 크다

많은 씨를 헤아리지 못했던

그 죄가 천벌이다

 

*

 

파월 참전용사들은

영문도 모르고 고엽제에 폭로되었다

참호 속보다 더 농익은

꽉 막힌 정글을 터주던 저놈들이

40여 년 지난 지금

늙은 전우 찾아 하나씩 말려 죽이고 있다

에이전트 오렌지라는 이름으로

검은 베레모를 쓴 다이옥신!

몇 대의 비행기가 분무기 뿌리듯 지나가면

정글은 파삭 늙어버렸다

가을도 없이 말라비틀어져 버렸다

선택적으로 죽이는 강력한 제초제

그래그래, 잡초 같은 전우들이 어디 한둘이더냐

 

*

 

폭로된 전우들은 75세 이상이 돼야 보훈병원 진료비를 감면받을 수 있다고 선심 썼던 나라 대한민국. GNP 103달러밖에 안 된 피죽도 먹기 힘들었던 그 당시, 미국과는 참전 수당으로 1인당 월 200달러 받기로 계약했지만, 정부는 월 30~40달러만 지급하고 국가경제 부흥 명목으로 차압했던 우리나라 좋은 나라.

 

우리들은 참외 속의 씨보다 더 많이 파병되었다.

한번 용병은 죽어서도 애국자가 되어야 했다.

왜냐구? 참외는 씨를 많이 품을수록 더욱 단 법이니까!

 

* 월남전에서 사용된 고엽제. 다이옥신이라는 맹독의 화학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초미량이라도 인체에 들어가면 각종 암과 신경계 마비를 일으킨다.

 

 

 

시를 씻다

김종철

 

갠지스 강가에서

몸을 적셨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죄를 씻었다

천국이

하늘에 있다면

나는 새들이 먼저 들 것이고

물속에 있다면

물고기가 먼저 들 것이라고

땅의 사람이 외쳤다

물고기의 뼈와

새의 깃털만 흐르는

천국의 강가에서

나는 시만 씻었다

 

 

 

아내는 외출(外出)하고

김종철

 

아내는 외출하고

어린 두 딸과 잠시 빈 방을 채우며 뒹굴다가

그들이 눈을 붙이는 사이

적막 같은 비가 한 줄기 쏟아진다

두 딸년의 잠든 눈썹 사이로 건너 뛰는 빗줄기

나는 적막이 되어

유리창 끝에 매달리고

한 방울의 물이 우리를 밖으로 내다 놓는다

한 방울의 물이 또다른 한 방울의 물과 어울리는 동안

우리 집의 모든 물은 적막같이 돌아 눕고

어울릴 수 없는 한 방울의 물만이

창턱을 괴고

외출한 한 방울의 물소리에 귀를 열고 있다.

 

 

 

오늘도 못질을 합니다

김종철

 

오늘도 못질을 합니다

흔들리지 않게 삐걱거리지 않게

세상의 무릎에 강한 못을 박습니다

부드럽고 어린 떡잎의 세상에도

작은 못을 다닥다닥 박습니다

그러나 익숙지 않은 당신들은

서로 빗나가기만 합니다

이내 허리가 굽어지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굽어진 우리의 머리 위로

낯선 유성이 길게 흐르는 것이 보였습니다

 

 

 

양밥놀이

김종철

 

옛날 도둑들은 다 그랬습니다

밤사이 훔칠 것 다 훔치고

마당 한가운데

떠억, 똥까지 누곤 하였습니다

굵고 튼튼한 가래떡 같은 똥,

양밥이었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킁킁 냄새까지 맡아 가며

임자 찾으려고 애썼습니다

 

간밤에도 누군가 집 마당에

힘주어 똥을 누고 있었습니다

허리춤을 끌어올리기 전에

나는 결사적으로 다리를 꽉 붙들었습니다

 

어린 시절 온 마을 사람들이

그렇게 고대했던 그놈이!

밤마다 무거운 항아리 지고

보릿고개 넘던 바로 그놈이!

 

, 정말 입 밖에 낼 수 없는

큰 똥통이었습니다

 

 

 

언제 울어야 하나

김종철

 

내가 병을 얻자

멀쩡한 아내가 따라서 투병을 한다

늦도록 엔도 슈샤쿠를 읽던 아내는

독한 항암제에 취한 나의 기도에

매일 밤 창을 열고

하느님을 직접 찾아 나섰다

 

길면 6개월에서 1

주치의 암 선고 들었던 날 밤

날 보아요 과부상이 아니잖아요

병실 유리창에 얼비친

한강의 두 눈썹 사이에 걸린

남편을 보며

애써 웃어 보이던 아내

그래그래 아직은 서로 눈물을 보일 수 없구나

아무리 용 써봤자 별수 없다는 것을

아는 당신과 나,

 

 

 

오도송(梧道頌)

김종철

 

세상과 더불어 사는 것이

사람뿐인 줄 알았더니

오십줄에, 줄에 걸려 넘어지면서

나는 깨달았네

 

사람 눈에 사람 마음만 보고

사람 생각과 행동이

더욱 사람 되길 바랐더니

죽어서도 사람인 양

사람의 저승길만 찾을 게 뻔해

 

오십줄에 줄줄이 길을 묻게끔

오늘은 오도송 한 줄로 빗금질 치네

 

 

 

오이도(烏耳島)

김종철

 

바람에 날아다니는 바다를 본 적이 있으신지.

낡은 그물코 한 올로 몸을 가린 섬을 본 적이 있으신지.

이 섬에 가려면 황토길 삼십 리 지나

한 달에 한두 번 달리는 바깥세상의 철길을 뛰어넘고

다시 소금밭 둑길따라 개금재 듬성듬성 박혀 있는

시오리 길을 지나면 갯마을의 고샅이 보일 거예요.

이 섬으로 가려면 바다를 찾지 마셔요.

물 없이 떠도는 섬,

같은 바다에 두 번 다시 발을 담그지 않는 섬,

이 섬을 아무도 보질 못하고 돌아온 것은

당신이 찾는 바다 때문이어요.

당신의 삶이 자맥질한 썩은 눈물과 토사는

이 섬을 서쪽으로 서쪽으로

더 멀리 떨어뜨려 놓을 거예요.

십 톤짜리 멍텅구리배 같은 이 섬을 만나려면,

당신 몫의 섬을 만나려면,

당신은 몇 번이든 길을 되풀이해서 떠나셔요.

당신만의 일박(一泊)의 황토길과

바깥 세상의 철길을 뛰어넘고

다시 소금밭 시오리를 지나....

 

 

 

올리브 방앗간에서

김종철

 

너희 중 죄 없는 자 돌로 쳐라

간통한 여인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람들은 슬금슬금 물러서는데

한 여인만 계속 돌을 던졌다

난감한 표정으로 지켜보던 젊은이

어머니, 제발 그만 좀 하세요

원죄 없는 동정녀 마리아

마지막 임종을 맞았다는 그곳

작은 올리브 방앗간 겟세마니

이방인이 만든 성전 제단에

입맞춤하며,

불경스러운 우스개에

또 한 번 입맞춤하며!

 

 

 

용병 이야기

김종철

 

그날 우리는 짐을 싸면서도 용병인 줄 몰랐다. 끗발이나

빽도 없는, 대가리 싹뚝 민 개망초 보병들이다. 야간 군용 트럭으로

잠입한 오음리 특수훈련장, 이른 기상나팔에 물구나무 선 참나무,

소나무, 굴참나무. 아침 점호에 같이 고향을 본 후 힘차게 몇 개의

산을 넘었다. 이빨까지 덜덜거리는 상반신 겨울, 주는 대로 먹고,

찌르고, 던지고, 복종하는 훈련병. 정곡을 찌르는 기합에,

겨울 새떼들은 숨죽이며 날아올랐다. 하루 일당 1달러 80센트에

펄럭이는 성조기, 우리는 조국의 이름으로 낮은 포복을 하였다.*

 

오음리의 겨울은 이제 누구도 더 이상 귀 기울이지 않는다.

생선에게 고양이를 맡기든 말든 죽은 시인도 죽은 척할 뿐이다.

 

 

 

입추

김종철

 

갓나무 가지에

매미가 벗어놓은 몸

참 고단했겠다

몸속 진을 다 빼서 입었을 몸

참 잘도 빠져나갔다

 

나도

이 몸을 벗어놓고

잣나무 가운데 가지쯤에서

벗어놓고

잣나무 가지 끝에서

뛰어내렸으면

 

 

 

장닭도 때로는 추억이다

김종철

 

장닭이 수탉인지

수탉이 장닭인지 어린 나는 알 필요가 없습니다

어쨌든 놈들은 자주 암탉 등을 올라탔고

나를 쫓아다니며 연신 쪼아대었습니다

가족 중에서 가장 어린 나만 겁주고

횃대 위로 날아가 목청을 뽑았습니다

한밤중에도 길게 목청을 뽑다가

저놈 때문에 집구석 망친다고

아버지는 닭모가지를 비틀어 버렸습니다

밥상에 오른 닭을 모두 맛있게 먹었지만

나는 끝끝내 먹지 못했습니다

우리 집 닭은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언젠가 한밤중 나도 잡아먹힐까 싶어

내 딴에는 뜬눈으로 지샜는데

붉은 닭벼슬 같은 아침이 오면

더 이상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울고 보챌 때마다

다리 밑에서 주워왔다고,

불쌍해서 키운다고

온 가족이 깔깔깔 거린 날

내 머릿속에는 밤새 잘 발라먹은 닭뼈가

후두둑후두둑 소나기처럼 떨어졌습니다

 

 

 

재봉

김종철

 

사시사철 눈 오는 겨울의 은은한 베틀 소리가 들리는

아내의 나라에는

집집마다 아직 태어나지 않은 마을의 하늘과 아이들이

쉬고 있다

마른 가지의 난동(暖冬)의 빨간 열매가 수실로 뜨이는

눈 나린 이 겨울날

나무들은 신의 아내들이 짠 은빛의 털옷을 입고

저마다 깊은 내부의 겨울바다로 한없이 잦아들고

아내가 뜨는 바늘귀의 고요한 가봉(假縫),

털실을 잣는 아내의 손은

천사에게 주문받은 아이들의 전 생애의 옷을 짜고 있다

설레는 신의 겨울,

그 길고 먼 복도를 지내나와

사시사철 눈 오는 겨울의 은은한 베틀 소리가 들리는

아내의 나라,

아내가 소요하는 회잉(懷孕)의 고요 안에

아직 풀지 않은 올의 하늘을 안고

눈부신 장미의 아이들이 노래하고 있다

아직 우리가 눈뜨지 않고 지내며

어머니의 나라에서 누워 듣던 우레가

지금 새로 우리를 설레게 하고 있다

눈이 와서 나무들마저 의식(儀式)의 옷을 입고

축복받는 날

아이들이 지껄이는 미래의 낱말들이

살아서 부활하는 직조(織造)의 방에 누워

내 동상(凍傷)의 귀는 영원한 꿈의 재단,

이 겨울날 조요로운 아내의 재봉 일을 엿듣고 있다

 

 

 

책을 읽으며

김종철

 

허리 굽은 세상 하나 건너와

잠 못 이룰 때가 많아졌다

그런 밤에 누군가 돋보기 쓰고

책장을 넘긴다

책장 문턱에 이마를 부딪히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고개를 숙이고 지나간다

 

플랫폼에 도착했다. ······…………

 

눈까풀이 활자를 뛰어넘지 못해

잠시 눈 붙이면

나 아닌 것들은 모두 안경 벗고

뒷걸음치고 있었다

오늘 무엇을 보았는가?

오가는 길밖에 보질 못했소

그렇다면 눈을 빼버려라!

깜짝 놀라 눈 뜨고 책 읽으면

주인공은 벌써 기차에서 내려

한때 우리가 살았던 도시의 폐허로

······……………

 

 

 

총각김치

김종철

 

손가락 굵기만 한 어린 무에

무청 달린 채로 담근

상투 짤 총(), 뿔 각() 총각김치

무청 우거지를 덮고 웃소금 뿌려 익힌

김칫독도 독이든가

 

작다고 얕보다 큰코다친다더라

손으로 집으면 별것 아니지만

입 속 넣으면 금세 부풀어

아삭아삭 풀 먹인 홑청

설왕설래 군침 찰찰 고이는데

맛 들인 여인네는 금세 알리라

 

 

 

낮이나 밤이나 김치 세상/ 어디 처녀 김치는 없소/ 저만치 돌아앉은 홀아비김치만/ 식은 밥에 얹혀 있구나

 

 

 

큰 산 하나 삼키고

김종철

 

그날 나는 실수로

만신(萬神)을 삼켰다

난리였다

큰 산을 삼켰으니

뱉어낼 때까지

세상은 집중했고

혼자 죽어 있어야만 했다

익명의 만신을 따라간 나는

아침저녁 길을 묻는

북망산 하나를 만났다

 

새벽에 깨어보니

빈 무덤이 열렸다

거친 삶의 한켠

힘들게 뱉은 그 밤

싸구려 신칼, 방울, 부채

장구와 자바라에 어울렸던 내가

시퍼렇게 날선

생의 작두 위에서 춤추고 있었다.

 

 

 

해 뜨는 곳에서 해 지는 곳까지

김종철

 

내 고향 한 늙은 미류나무를 만나거든

나도 사랑을 보았으므로

그대처럼 하루하루 몸이 벗겨져 나가

삶을 얻지 못하는 병을 앓고 있다고 일러주오

 

내 고향 잠들지 못하는 철새를 만나거든

나도 날마다 해 뜨는 곳에서

해 지는 곳으로 집을 옮겨 지으며

눈물 감추는 법을 알게 되었다고 일러주오

 

내 고향 저녁 바다 안고 돌아오는 뱃사람을 만나거든

내가 낳은 자식에게도 바다로 가는 길과

썰물로 드러난 갯벌의 비애를 가르치리라고 일러주오

 

내 고향 홀로 집 지키는 에미를 만나거든

밤마다 꿈속 수백 리 걸어 당신의 잦은 기침과

헛손질로 자주자주 손가락을 찔리우는 한 올의 바느질을 밟고

울며울며 되돌아온다고 일러주오

 

내 고향 유년의 하느님을 만나거든

기도하는 법마저 잊어버리고

철근으로 이어진 도시의 언어와 한 잔의 쓴 술로

세상을 용케 참아온 이 젊음을

용서하여 주어라고 일러주오

 

내 고향 떠도는 낯선 죽음을 만나거든

나를 닮은 한 낯선 죽음을 만나거든

나의 땅에 죽은 것까지 다 내어놓고

물없이 만나는 떠돌이 바다의 일박(一泊)까지 다 내어놓고

이별이별이별의 힘까지 다 내어놓고

자주자주 길을 잃는 이 젊은 유랑의 슬픔을 잊지 말아 달라고 일러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