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街衢)의 추위
가외가전(街外街傳)
가정(家庭)
객혈(喀血)의 아침
거리
거울
골편(骨片)에 관(關)한 무제(無題)
공복(空腹)
광녀(狂女)의 고백(告白)
금제(禁制)
꽃나무
내과(內科)
내부(內部)
매춘(買春)
명경(明鏡)
무제(無題)
문벌(門閥)
백주(白晝)
보통기념(普通記念)
생애(生涯)
선(線)에 관(關)한 각서(覺書)
소영위제(素榮爲題)
수염
습작(習作) 쇼오윈도우 수점(數點)
아침
애야(哀夜)
얼굴
역단(易斷)
오감도(烏瞰圖)
운동(運動)
위치(位置)
육친(肉親)
육친(肉親)의 장(章)
이런 시(詩)
이상(異常)한 가역반응(可逆反應)
이인(二人)
자상(自像)
작품(作品) 제3번
절벽(絶壁)
정식(正式)
지비(紙碑)
차(且) 8씨의 출발
천구백삼십삼(一九三三), 육(六), 일(一)
청령
최후
추구(追求)
침몰(沈歿)
파첩(破帖)
파편(破片)의 경치(景致)
한 개(個)의 밤
행로(行路)
화로(火爐)
황(첀)
회한(悔恨)의 장(章)
△의 유희
BOITEUX․BOITEUSE
I WED A TOY BRIDE
1933. 6. 1
가구(街衢)의 추위
이상
- 천구백삼십삼(一九三三), 삼월(二月) 십칠일(十七日)의 실내(室內)의 건(件)
네온사인은 섹소폰과 같이 수척(瘦瘠)하여 있다.
파란 정맥(靜脈)을 절단(切斷)하니 새빨간 동맥(動脈)이었다.
- 그것은 파란 동맥(動脈)이었기 때문이다 -
- 아니! 새빨간 동맥(動脈)이라도 저렇게 피부(皮膚)에 매몰(埋沒)되어 있으면……
보라! 네온사인인들 저렇게 가만-히 있는 것 같아 보여도 기실(其實)은 부단(不斷)히 네온가스가 흐르고 있는 게란다.
- 폐병(肺病)쟁이가 섹소폰을 불었더니 위험(危險)한 혈액(血液)이 검온계(檢溫計)와 같이
- 기실(其實)은 부단(不斷)히 수명(壽命)이 흐르고 있는 게란다
가외가전(街外街傳)
이상
훤조 때문에 마멸(磨滅)되는 몸이다. 모두 소년(少年)이라고들 그리는데 노야(老爺)인 기색(氣色)이 많다. 혹형(酷刑)에 씻기워서 산반(算盤) 알처럼 자격(資格) 너머로 튀어 오르기 쉽다. 그러니까 육교(陸橋) 위에서 또하나의 편안한 대륙(大陸)을 내려다보고 근근(僅僅)히 산다. 동갑네가 시시거리며 떼를 지어 답교(踏橋)한다. 그렇지 않아도 육교(陸橋)는 또 월광(月光)으로 충분(充分)히 천칭(天秤)처럼 제 무게에 끄덱인다. 타인(他人)의 그림자는 위선 넓다. 미미(微微)한 그림자들이 얼떨김에 모조리 앉아버린다. 앵도(櫻桃)가 진다. 종자(種子)도 연멸(煙滅)한다. 정탐(偵探)도 흐지부지 – 있어야 옳을 박수(拍手)가 어째서 없느냐. 아마 아버지를 반역(反逆)한가 싶다. 묵묵(好好)히 – 기도(企圖)를 봉쇄(封鎖)한 체하고 말을 하면 사투리다. 아니 – 이 무언(無言)이 훤조의 사투리리라. 쏟으려는 노릇 – 날카로운 신단(身端)이 싱싱한 육교(陸橋) 그중 심(甚)한 구석을 진단(診斷)하듯 어루만지기만 한다. 나날이 썩으면서 가리키는 지향(指向)으로 기적(奇蹟)히 골목이 뚫렸다. 썩는 것들이 낙차(落差) 나며 골목으로 몰린다. 골목 안에는 치사(侈奢)스러워 보이는 문(門)이 있다. 문(門) 안에는 금(金)니가 있다. 금(金)니 안에는 추잡한 혀가 달린 폐환(肺患)이 있다. 오 – 오 -. 들어가면 나오지 못하는 타입 깊이가 장부(臟腑)를 닮는다. 그 위로 짝 바뀐 구두가 비철거린다. 어느 균(菌)이 어느 아랫배를 앓게 하는 것이다. 질다.
반추(反芻)한다. 노파(老婆)니까. 맞은편 평활(平滑)한 유리 위에 해소(解消)된 정체(正體)를 도포(塗布)한 졸음 오는 혜택(惠澤)이 뜬다. 꿈 – 꿈 – 꿈을 짓밟는 허망(虛妄)한 노역(勞役) - 이 세기(世紀)의 곤비(困憊)와 살기(殺氣)가 바둑판처럼 널리 깔렸다. 먹어야 사는 입술이 악의(惡意)로 꾸긴 진창 위에서 슬며시 식사(食事) 흉내를 낸다. 아들 – 여러 아들 – 노파(老婆)의 결혼(結婚)을 걷어차는 여러 아들들의 육중한 구두 – 구두 바닥의 징이다.
층단(層段)을 몇 번이고 아래로 내려가면 갈수록 우물이 드물다. 좀 지각(遲刻)해서는 텁텁한 바람이 불고 – 하면 학생(學生)들의 지도(地圖)가 요일(曜日)마다 채색(彩色)을 고친다. 객지(客地)에서 도리(道理) 없어 다수굿하던 지붕들이 어물어물한다. 즉(卽) 이 취락(聚落)은 바로 여드름 돋는 계절(季節)이래서 으쓱거리다 잠꼬대 위에 더운물을 붓기도 한다. 갈(渴) - 이 갈(渴) 때문에 견디지 못하겠다.
태고(太古)의 호수(湖水) 바탕이던 지적(地積)이 짜다. 막(幕)을 버틴 기둥이 습(濕)해 들어온다. 구름이 근경(近境)에 오지 않고 오락(娛樂) 없는 공기(空氣) 속에서 가끔 편도선(扁桃腺)들을 앓는다. 화폐(貨幣)의 스캔들 – 발처럼 생긴 손이 염치없이 노파(老婆)의 통고(痛苦)하는 손을 잡는다.
눈에 띄우지 않는 폭군(暴君)이 잠입(潛入)하였다는 소문(所聞)이 있다. 아기들이 번번이 애총이 되고 되고 한다. 어디로 피(避)해야 저 어른 구두와 어른 구두가 맞부딪는 꼴을 안 볼 수 있으랴. 한창 급(急)한 시각(時刻)이면 가가호호(家家戶戶)들이 한데 어우러져서 멀리 포성(砲聲)과 시반(屍斑)이 제법 은은하다.
여기 있는 것들은 모두가 그 방대(尨大)한 방(房)을 쓸어 생긴 답답한 쓰레기다. 낙뢰(落雷) 심한 그 방대(尨大)한 방(房) 안에는 어디로선가 질식(窒息)한 비둘기만 한 까마귀 한 마리가 날아 들어왔다. 그러니까 강(剛)하던 것들이 역마(疫馬) 잡듯 픽픽 쓰러지면 서방(房)은 금시 폭발(爆發)할 만큼 정결(精潔)하다. 반대(反對)로 여기 있는 것들은 통요 사이의 쓰레기다.
간다. 손자(孫子)도 탑재(搭載)한 객차(客車)가 방(房)을 피(避)하나 보다. 속기(速記)를 펴놓은 상궤 위에 알뜰한 접시가 있고 접시 위에 삶은 계란(鷄卵) 한 개 – 포-크로 터뜨린 노란자 위 겨드랑에서 난데없이 부화(孵化)하는 훈장형(勳章型) 조류(鳥類) - 푸드덕거리는 바람에 방안지(方眼紙)가 찢어지고 빙원(氷原) 위에 좌표(座標) 잃은 부첩(符牒) 떼가 난무(亂舞)한다. 권연(卷煙)에 피가 묻고 그날 밤에 유곽(遊廓)도 탔다. 번식(繁殖)하고 거짓 천사(天使)들이 하늘을 가리고 온대(溫帶)로 건넌다. 그러나 여기 있는 것들은 뜨뜻해지면서 한꺼번에 들떠든다. 방대(尨大)한 방(房)은 속으로 곪아서 벽지(壁紙)가 가렵다. 쓰레기가 막 붙는다.
가정(家庭)
이상
문(門)을 암만 잡아다녀도 안 열리는 것은 안에 생활(生活)이 모자라는 까닭이다. 밤이 사나운 꾸지람으로 나를 졸른다. 나는 우리 집 내 문패(門牌) 앞에서 여간 성가신 게 아니다. 나는 밤 속에 들어서서 제웅처럼 자꾸만 감(減)해 간다. 식구(食口)야 봉(封)한 창호(窓戶) 어데라도 한구석 터놓아다고 내가 수입(收入)되어 들어가야 하지 않나. 지붕에 서리가 내리고 뾰족한 데는 침(鍼)처럼 월광(月光)이 묻었다. 우리 집이 앓나 보다 그러고 누가 힘에 겨운 도장을 찍나 보다. 수명(壽命)을 헐어서 전당(典當) 잡히나 보다. 나는 그냥 문(門)고리에 쇠사슬 늘어지듯 매어달렸다. 문(門)을 열려고 안 열리는 문(門)을 열려고.
객혈(喀血)의 아침
이상
사과는 깨끗하고 또 춥고 해서 사과를 먹으면 시려워진다.
어째서 그렇게 냉랭한지 책상(冊床) 위에서 하루 종일(終日) 색깔을 변(變)치 아니한다. 차차로- 둘이 다 시들어간다.
먼 사람이 그대로 커다랗다 아니 가까운 사람이 그대로 자그마하다 아니 어느 쪽도 아니다 나는 그 어느 누구와도 알지 못하니 말이다 아니 그들의 어느 하나도 나를 알지 못하니 말이다 아니 그 어느 쪽도 아니다(레일을 타면 전차(電車)는 어디라도 갈 수 있다)
담배 연기의 한 무더기 그 실내(室內)에서 나는 긋지 아니한 성냥을 몇 개비고 부러뜨렸다. 그 실내(室內)의 연기(煙氣)의 한 무더기 점화(點火)되어 나만 남기고 잘도 타나 보다 잉크는 축축하다 연필(鉛筆)로 아무렇게나 시커먼 면(面)을 그리면 연분(鉛粉)은 종이 위에 흩어진다
리코오드 고랑을 사람이 달린다 거꾸로 달리는 불행(不幸)한 사람은 나 같기도 하다 멀어지는 음악(音樂) 소리를 바쁘게 듣고 있나 보다
발을 덮는 여자(女子) 구두가 가래를 밟는다 땅에서 빈곤(貧困)이 묻어온다 받아 써서 통념(通念)해야 할 암호(暗號) 쓸쓸한 초롱불과 우체통(郵遞筒) 사람들이 수명(壽命)을 거느리고 멀어져가는 것이 보인다 그리고 나의 뱃속엔 통신(通信)이 잠겨 있다.
새장 속에서 지저귀는 새 나는 콧속 털을 잡아 뽑는다
밤 소란한 정적(靜寂) 속에서 미래(未來)에 실린 기억(記憶)이 종이처럼 뒤엎어진다
벌써 나는 내 몸을 볼 수 없다 푸른 하늘이 새장 속에 있는 것같이
멀리서 가위가 손가락을 연신 연방 잘라 간다
검고 가느다란 무게가 내 눈구멍에 넘쳐 왔는데 나는 그림자와 서로 껴안는 나의 몸뚱이를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알맹이까지 빨간 사과가 먹고 싶다는 둥
피가 물들기 때문에 여윈다는 말을 듣곤 먹지 않았던 일이며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 종자(種子)는 이제 심어도 나지 않는다고 단정케 하는 사과 겉껍질의 빨간색 그것이다
공기(空氣)마저 얼어서 나를 못 통(通)하게 한다 뜰을 주형(鑄型)처럼 한 장 한 장 떠낼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호흡(呼吸)에 탄환(彈丸)을 쏘아 넣는 놈이 있다
병석(病席)에 나는 조심조심 조용히 누워 있노라니까 뜰에 바람이 불어서 무엇인가 떼굴떼굴 굴려지고 있는 그런 낌새가 보였다
별이 흔들린다 나의 기억(記憶)의 순서가 흔들리듯
어릴 적 사진(寫眞)에서 스스로 병(病)을 진단한다
가브리엘 천사균(天使菌)(내가 가장 불세출(不世出)의 그리스도라 치고)
이 살균제(殺菌劑)는 마침내 폐결핵(肺結核)의 혈담(血痰)이었다(고?)
폐(肺) 속 뺑키 칠한 십자가(十字架)가 날이 날마다 발돋움을 한다
폐(肺) 속엔 요리사(料理師) 천사(天使)가 있어서 때때로 소변을 본단 말이다
나에 대해 달력의 숫자는 차츰차츰 줄어든다
네온사인은 섹소폰같이 야위었다
그리고 나의 정맥(靜脈)은 휘파람같이 야위었다
하얀 천사(天使)가 나의 폐(肺)에 가벼이 노크한다
황혼(黃昏) 같은 폐(肺) 속에서는 고요히 물이 끓고 있다
고무 전선(電線)을 끌어다가 성(聖) 베드로가 도청(盜聽)을 한다
그리곤 세 번이나 천사(天使)를 보고 나는 모른다고 한다
그때 닭이 홰를 친다 - 어엇 끓는 물을 엎지르면 야단 야단 -
봄이 와서 따스한 건 지구(地球)의 아궁이에 불을 지폈기 때문이다
모두가 끓어오른다 아지랭이처럼
나만이 사금파리모양 남는다
나무들조차 끓어서 푸른 거품을 자꾸 뿜어 내고 있는데도
거리 - 여인이 출분(出奔)한 경우
이상
백지 위에 한 줄기 철로가 깔려있다.
이것은 식어 들어가는 마음의 도해(圖解)다.
나는 매일 허위(虛爲)를 담은 전보를 발신한다.
명조 도착이라고.
또 나는
나의 일용품을 매일 소포로 발송하였다.
나의 생활은 이런 재해지를
닮은 거리를 점점 낯익어 갔다.
거울
이상
거울 속에는 소리가 없소
저렇게까지 조용한 세상은 참 없을 것이오
거울 속에도 내게 귀가 있소
내 말을 못 알아듣는 딱한 귀가 두 개나 있소
거울 속의 나는 왼손잡이오
내 악수(握手)를 받을 줄 모르는 – 악수(握手)를 모르는 왼손잡이오
거울 때문에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만져보지를 못하는구료마는
거울 아니었던들 내가 어찌 거울 속의 나를 만나보기만이라도 했겠소
나는 지금(至今) 거울을 안 가졌소마는 거울 속에는 늘 거울 속의 내가 있소
잘은 모르지만 외로된 사업(事業)에 골몰할께요
거울 속의 나는 참 나와는 반대(反對)요마는
또 꽤 닮았소
나는 거울 속의 나를 근심하고 진찰(診察)할 수 없으니 퍽 섭섭하오
골편(骨片)에 관(關)한 무제(無題)
이상
신통하게도 혈홍(血紅)으로 염색(染色)되지 아니하고 하이얀 대로
뺑기를 칠한 사과를 톱으로 쪼갠 즉 속살은 하이얀 대로
하느님도 역시(亦是) 뺑끼 칠한 세공품(細工品)을 좋아하시지 – 사과가 아무리 빨갛더라도 속살은 역시(亦是) 하이얀 대로. 하느님은 이걸 가지고 인간(人間)을 살짝 속이겠다고.
묵죽(墨竹)을 사진촬영(寫眞撮影)해서 원판(原板)을 햇볕에 비쳐보구료 – 골격과 같다.
두개골(頭蓋骨)은 자류 같고 아니 자류의 음화(陰畵)가 두개골(頭蓋骨) 같다(?)
여보오 산 사람 골편(骨片)을 보신 일 있수? 수술실(手術室)에서 – 그건 죽은 거야요 살아있는 골편(骨片)을 보신 일 있수? 이빨! 어마나 – 이빨두 그래 골편(骨片)일까요. 그렇담 손톱두 골편(骨片)이게요?
난 인간(人間)만은 식물(植物)이라고 생각커든요.
공복(空腹)
이상
바른손에 과자 봉지(菓子封紙)가 없다고 해서
왼손에 쥐어져 있는 과자봉지(菓子封紙)를 찾으려 지금(只今) 막 온 길을 오리(五里)나 되돌아갔다
이 손은 화석(化石)하였다
이 손은 이제는 이미 아무것도 소유(所有)하고 싶지도 않다 소유(所有)된 물건의 소유(所有)된 것을 느끼기조차 하지 아니한다
지금(只今) 떨어지고 있는 것이 눈[雪]이라고 한다면 지금(只今) 떨어진 내 눈물은 눈[雪]이어야 할 것이다
나의 내면(內面)과 외면(外面)과
이 건(件)의 계통(系統)인 모든 중간(中間)들은 지독히 춥다
좌(左) 우(右)
이 양측(兩側)의 손들이 상대방(相對方)의 의리(義理)를 저바리고 두 번 다시 악수(握手)하는 일은 없이
곤란(困難)한 노동만이 가로놓여 있는 이 정돈(整頓)하여 가지 아니하면 아니 될 길에 있어서 독립(獨立)을 고집(固執)하는 것이기는 하나
추우리로다
추우리로다
누구는 나를 가리켜 고독(孤獨)하다고 하느냐
이 군웅할거(群雄割據)를 보라
이 전쟁(戰爭)을 보라
나는 그들의 알력(軋轢)의 발열(發熱)의 한복판에서 혼수(昏睡)한다
심심한 세월(歲月)이 흐르고 나는 눈을 떠 본즉
시체(屍體)도 증발(蒸發)한 다음의 고요한 월야(月夜)를 나는 상상(想像)한다
천진(天眞)한 촌락(村落)의 축견(畜犬)들아 짖지 말게나
내 험온(驗溫)은 적당(適當)스럽거니와
내 희망(希望)은 감미(甘美)로웁다
광녀(狂女)의 고백(告白)
이상
`여자'인 S양(孃)한테는 참으로 미안(未安)하오. 그리고 B군(君) 자네한테 감사(感謝)하지 아니하면 아니 될 것이오. 우리들은 S양(孃)의 전도(前途)에 다시 광명(光明)이 있기를 빌어야 하오.
창백(蒼白)한 `여자'
얼굴은 `여자'의 이력서(履歷書)이다. `여자'의 입은 작기 때문에 `여자'는 익사(溺死)하지 아니하면 아니 되지만 `여자'는 물과 같이 때때로 미쳐서 광란(狂亂)해지는 수가 있다. 온갖 밝음의 태양(太陽)들 아래 여자는 참으로 맑은 물과 같이 떠돌고 있었는데 참으로 고요하고 매끄러운 표면(表面)은 조약돌을 삼켰는지 아니 삼켰는지 항상 소용돌이를 갖는 퇴색(褪色)한 순백색(純白色)이다.
`등쳐먹으려고 하길래 내가 먼첨 한 대 먹여놓았죠.'
잔내비와 같이 웃는 `여자'의 얼굴에는 하룻밤 사이에 참 아름답고 빤드르르한 적갈색(赤褐色) 쵸콜레이트가 무수(無數)히 열매 맺혀 버렸기 때문에 `여자'는 마구 대고 쵸콜레이트를 방사(放射)하였다. 쵸콜레이트는흑단(黑檀)의 사아벨을 질질 끌면서 조명(照明) 사이사이에 격검(擊劍)을 하기만 하여도 웃는다. 웃는다. 어느 것이나 모두 웃는다. 웃음이 마침 내 엿과 같이 녹아 걸쭉하게 찐덕거려서 쵸콜레이트를 다 삼켜버리고 탄력(彈力) 강기(剛氣)에 찬 온갖 표적(標的)은 모두 무용(無用)이 되고 웃음은 산산(散散)이 부서지고도 웃는다. 웃는다. 파랗게 웃는다. 바늘의 철교(鐵橋)와 같이 웃는다. `여자'는 나한(羅漢)을 밴[孕] 것을 다들 알고 `여자'도 안다. 나한(羅漢)은 비대(肥大)하고 `여자'의 자궁(子宮)은 운모(雲母)와 같이 부풀고 `여자'는 돌과 같이 딱딱한 쵸콜레이트가 먹고 싶었던 것이다. `여자'가 올라가는 층계(層階)는 한 층 한 층이 더욱 새로운 초열빙결지옥(焦熱氷結地獄)이었기 때문에 `여자'는 즐거운 쵸콜레이트가 먹고 싶지 않다고 생각하지 아니하는 것은 곤란(困難)하기는 하지만 자선가(慈善家)로서의 `여자'는 한몫 보아준 심산(心算)으로 그러면서도 `여자'는 못 견디리만큼 답답함을 느꼈는데 이다지도 신선(新鮮)하지 아니한 자 자선사업(慈善事業)이 또 있을까요 하고 `여자'는 밤새도록 고민고민(苦悶苦悶)하였지만 `여자'는 전신(全身)이 갖는 약간개(若干個)의 습기(濕氣)를 띤 천공(穿孔) 예(例)컨대 눈 기타(其他)) 근처(近處) 먼지는 떨어버릴 수 없는 것이었다.
`여자'는 물론(勿論) 모든 것을 포기(抛棄)하였다. `여자'의 성명(姓名)도, `여자'의 피부(皮膚)에 붙어있는 오랜 세월(歲月) 중에 간신히 생긴 때[垢]의 박막(薄膜)도 심지어(甚至於)는 `여자'의 수선(睡腺)까지도, `여자'의 머리로는 소금으로 닦은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리하여 온도(溫度)를 갖지 아니하는 엷은 바람이 참 강구연월(康衢煙月)과 같이 불고 있다. `여자'는 혼자 망원경(望遠鏡)으로 SOS를 듣는다. 그리곤 덱크 달린다. `여자'는 푸른 불꽃 탄환(彈丸)이 벌거숭이인 채 달리고 있는 것을 본다. `여자'는 오오로라를 본다. 덱크의 구란(勾欄)은 북극성(北極星)의 감미(甘味)로움을 본다. 거대(巨大)한 바닷개[海狗] 잔등을 무사(無事)히 달린다는 것이 `여자'로서 과연(果然) 가능(可能)할 수 있을까, `여자'는 발광(發光)하는 파도(波濤)를 본다. 발광(發光)하는 파도(波濤)는 `여자'에게 백지(白紙)의 화판(花瓣)을 준다. `여자'의 피부(皮膚)는 벗기고 벗기인 피부(皮膚)는 선녀(仙女)의 옷자락과 같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는 참 서늘한 풍경(風景)이라는 점(點)을 깨닫고 사람들은 고무와 같은 두 손을 들어 입을 박수(拍手)하게 하는 것이다.
`이 내 몸은 돌아온 길손, 잘래야 잘 곳이 없어요.'
`여자'는 마침내 낙태(落胎)한 것이다. 트렁크 속에는 천(千) 갈래 만(萬) 갈래로 찢어진 POUDRE VERTUEUSE가 복제(複製)된 것과 함께 가득 채워져 있다. 사태(死胎)도 있다. `여자'는 고풍(古風)스러운 지도(地圖) 위를 독모(毒毛)를 살포(撒布)하면서 불나비와 같이 날은다. `여자'는 이제는 이미 오백나한(五百羅漢)의 불쌍한 홀아비들에게는 없을래야 없을 수 없는 유일(唯一)한 아내인 것이다. `여자'는 콧노래와 같은 ADIEU를 지도(地圖)의 에레베에슈ㄴ에다 고(告)하고 No.1˜500의 어느 사찰(寺刹)인지 향(向)하여 걸음을 재촉하는 것이다.
금제(禁制)
이상
내가 치던 개[狗]는 튼튼하대서 모조리 실험동물(實驗動物)로 공양(供養)되고 그중(中)에서 비타민E를 지닌 개[狗]는 학구(學究)의 미급(未及)과 생물(生物)다운 질투(嫉妬)로 해서 박사(博士)에게 흠씬 얻어맞는다 하고 싶은 말을 개 짖듯 배 앝아 놓던 세월(歲月)은 숨었다. 의과대학(醫科大學) 허전한 마당에 우뚝 서서 나는 필사(必死)로 금제(禁制)를 앓는[患]다. 논문(論文)에 출석(出席)한 억울한 촉루에는 천고(千古)에는 씨명(氏名)이 없는 법(法)이다.
꽃나무
이상
벌판 한복판에 꽃나무 하나가 있소. 근처(近處)에는 꽃나무가 하나도 없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를 열심(熱心)으로 생각하는 것처럼 열심(熱心)으로 꽃을 피워가지고 섰소 꽃나무는 제가 생각하는 꽃나무에게 갈 수 없소 나는 막 달아났소 한 꽃나무를 위(爲)하여 그러는 것처럼 나는 참 그런 이상스러운 흉내를 내었소.
내과(內科)
이상
- 자가용(自家用) 복음(福音)
- 혹(或)은 엘리엘리 라마싸박다니
하이얀 천사(天使) 이 수염(鬚髥)난 천사(天使)는 큐피드의 조부(祖父)님이다
수염(鬚髥)이 전연(全然)(?) 나지 아니하는 천사(天使)하고 흔히
결혼(結婚)하기도 한다.
나의 늑골(肋骨)은 2떠―즈(ㄴ). 그 하나하나에 노크하여 본다. 그 속에서는 해면(海綿)에 젖은 더운물이 끓고 있다. 하이얀 천사(天使)의 펜네임은 성(聖)피―타―라고. 고무의 전선(電線) 똑똑똑똑 버글버글
열쇠 구멍으로 도청(盜聽).
(발신(發信)) 유다야 사람의 임금님 주무시나요?
(반신(返信)) 찌―따찌―따따찌―찌―(1)찌-
따찌―따따찌―찌―(2) 찌―따찌―
따따찌―찌―(3)
흰 뺑끼로 칠한 십자가(十字架)에서 내가 점점(漸漸) 키가 커진다. 성(聖)피―타―군(君)이 나에게 세 번 식(式)이나 아 알지 못한다고 그린다. 순간(瞬間) 닭이 활개를 친다……
어엌 크 더운물을 엎질러서야 큰일 날 노릇―
내부(內部)
이상
입안에 짠맛이 돈다. 혈관(血管)으로 임리한 묵흔(墨痕)이 몰려들어 왔나 보다. 참회(懺悔)로 벗어놓은 내 구긴 피부(皮膚)는 백지(白紙)로 도로 오고 붓 지나간 자리에 피가 아롱져 맺혔다. 방대(尨大)한 묵흔(墨痕)의 분류(奔流)는 온갖 합음(合音)이리니 분간(分揀)할 길이 없고 다물은 입 안에 그득찬 서언(序言)이 캄캄하다. 생각하는 무력(無力)이 이윽고 입을 뻐겨 젖히지 못하니 심판(審判)받으려야 진술(陳述)할 길이 없고 익애(溺愛)에 잠기면 버언져 멸형(滅形)하여 버린 전고(典故)만이 죄업(罪業)이 되어 이 생리(生理) 속에 영원(永遠)히 기절(氣絶)하려나 보다.
매춘(買春)
이상
기억(記憶)을 맡아 보는 기관(器官)이 염천(炎天) 아래 생선처럼 상(傷)해 들어가기 시작(始作)이다.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싸이폰 작용(作用). 감정(感情)의 망쇄(忙殺).
나를 넘어뜨릴 피로(疲勞)는 오는 족족 피(避)해야겠지만 이런 때는 대담(大膽)하게 나서서 혼자서도 넉넉히 자웅(雌雄)보다 별(別)것이어야겠다.
탈신(脫身). 신발을 벗어버린 발이 허천(虛天)에서 실족(失足)한다.
명경(明鏡)
이상
여기 한 페-지 거울이 있으니
잊은 계절(季節)에서는
얹은 머리가 폭포(瀑布)처럼 내리우고
울어도 젖지 않고
맞대고 웃어도 휘지 않고
장미(薔薇)처럼 착착 접힌
귀
들여다보아도 들여다보아도
조용한 세상(世上)이 맑기만 하고
코로는 피로(疲勞)한 향기(香氣)가 오지 않는다.
만적 만적하는 대로 수심(愁心)이 평행(平行)하는
부러 그러는 것 같은 거절(拒絶)
우(右)편으로 옮겨 앉은 심장(心臟)일 망정 고동이
없으란 법 없으니
설마 그러랴? 어디 촉진(觸診)…… 하고 손이 갈 때 지문(指紋)이 지문(指紋)을 가로막으며
선뜩하는 차단(遮斷)뿐이다.
오월(五月)이면 하루 한 번이고
열 번이고 외출(外出)하고 싶어 하더니
나갔던 길에 안 돌아오는 수도 있는 법
거울이 책장 같으면 한장 넘겨서
맞섰던 계절(季節)을 만나련만
여기 있는 한 페-지
거울은 페-지의 그냥 표지(表紙) -
무제(無題)
이상
1
선행(先行)하는 분망(奔忙)을 싣고 전차(電車)의 앞 창(窓)은
내 투사(透思)를 막는데
출분(出奔)한 안해의 귀가(歸家)를 알리는 `페리오드'의 대단원(大團圓)이었다.
너는 어찌하여 네 소행(素行)을 지도(地圖)에 없는 지리(地理)에 두고 화판(花瓣) 떨어진 줄거리 모양으로 향료(香料)와 암호(暗號)만을 휴대(携帶)하고 돌아왔음이냐.
시계(時計)를 보면 아무리 하여도 일치(一致)하는 시일(時日)을 유인(誘引)할 수 없고
내것 아닌 지문(指紋)이 그득한 네 육체(肉體)가 무슨 조문(條文)을 내게 구형(求刑)하겠느냐
그러나 이곳에 출구(出口)와 입구(入口)가 늘 개방(開放)된 네 사사(私私)로운 휴게실(休憩室)이 있으니 내가 분망중(奔忙中)에라도 네 거짓말을 적은 편지(片紙)를 `데스크' 위에 놓아라
2
내 마음의 크기는 한 개 권연(卷煙) 기러기만 하다고 그렇게 보고,
처심(處心)은 숫제 성냥을 그어 권연(卷煙)을 붙여서는
숫제 내게 자살(自殺)을 권유(勸誘)하는도다.
내 마음은 과연(果然) 바지작 바지작 타들어가고 타는 대로 작아가고
한개 권연(卷煙) 불이 손가락에 옮겨 붙으렬 적에
과연(果然) 나는 내 마음의 공동(空洞)에 마지막 재가 떨어지는 부드러운 음향(音響)을 들었더니라.
처심(處心)은 재떨이를 버리듯이 대문(大門) 밖으로 나를 쫓고,
완전(完全)한 공허(空虛)를 시험(試驗)하듯이 한마디 노크를 내 옷깃에 남기고
그리고 조인(調印)이 끝난 듯이 빗장을 미끄러뜨리는 소리
여러 번 굽은 골목이 담장이 좌우(左右) 못보는 내 아픈 마음에 부딪혀
달은 밝은데
그때부터 가까운 길을 일부러 멀리 걷는 버릇을 배웠더니라.
문벌(門閥)
이상
분총(墳塚)에 계신 백골(白骨)까지 가 내게 혈청(血淸)의 원가상환(原價償還)을 강청(强請)하고 있다. 천하(天下)에 달이 밝아서 나는 오들오들 떨면서 도처(到處)에서 들킨다. 당신의 인감(印鑑)이 이미 실효(失效)된 지 오랜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으시나요 – 하고 나는 의젓이 대꾸를 해야겠는데 나는 이렇게 싫은 결산(決算)의 함수(函數)를 내 몸에 지닌 내 도장(圖章)처럼 쉽사리 끌러버릴 수가 참 없다.
백주(白晝)
이상
내 두루마기 깃에 달린 정조(貞操) 뺏지를 내어 보였더니 들어가도 좋다고 그린다. 들어가도 좋다던 여인(女人)이 바로 제게 좀 선명(鮮明)한 정조(貞操)가 있으니 어떠냔다. 나더러 세상(世上)에서 얼마짜리 화폐(貨幣) 노릇을 하는 세음이냐는 뜻이다. 나는 일부러 다홍 헝겊을 흔들었더니 요조(窈窕)하다던 정조(貞操)가 성을 낸다. 그리고는 칠면조(七面鳥)처럼 쩔쩔맨다.
보통기념(普通記念)
이상
시가(市街)에 전화(戰火)가 일어나기 전(前)
역시(亦是) 나는`뉴-톤'이 가리키는 물리학(物理學)에는 퍽 무지(無智)하였다
나는 거리를 걸었고 점두(店頭)에 평과 산(山)을 보며는 매일(每日)같이 물리학(物理學)에 낙제(落第)하는 뇌수(腦髓)에 피가 묻은 것처럼 자그만하다.
계집을 신용(信用)치 않는나를 계집은 절대(絶對)로 신용(信用)하려 들지 않는다. 나의 말이 계집에게 낙체운동(落體運動)으로 영향(影響)되는 일이 없었다.
계집은 늘 내 말을 눈으로 들었다 내 말 한마디가 계집의 눈자위에 떨어져 본 적이 없다.
기어(期於)코 시가(市街)에는 전화(戰火)가 일어났다 나는 오래 계집을 잊었었다 내가 나를 버렸던 까닭이었다.
주제도 더러웠다 때 끼인 손톱은 길었다
무위(無爲)한 명월(明月)을 피난소(避難所)에서 이런 일 저런 일
`우라까에시'이반(裏返) 재봉(裁縫)에 골몰하였느니라
종이로 만든 푸른 솔닢 가지에 또 한 종이로 만든 흰 학(鶴) 동체(胴體) 한 개가 서 있다 쓸쓸하다.
화로(火爐)가 햇볕같이 밝은 데는 열대(熱帶)의 봄처럼 부드럽다 그 한구석에서 나는 지구(地球)의 공전일주(公轉一週)를 기념(紀念)할 줄을 다알았더라
생애(生涯)
이상
내 두통(頭痛) 위에 신부(新婦)의 장갑이 정초(定礎)되면서 내려앉는다. 써늘한 무게 때문에 내 두통(頭痛)이 비켜설 기력(氣力)도 없다. 나는 견디면서 여왕봉(女王蜂)처럼 수동적(受動的)인 맵시를 꾸며 보인다. 나는 이왕(已往)이 주춧돌 밑에서 평생(平生)이 원한(怨恨)이거니와 신부(新婦)의 생애(生涯)를 침식(浸蝕)하는 내 음삼(陰森)한 손찌거미를 불개아미와 함께 잊어버리지는 않는다. 그래서 신부(新婦)는 그날그날 까무러치거나 웅봉(雄蜂)처럼 죽고 죽고 한다. 두통(頭痛)은 영원(永遠)히 비켜서는 수가 없다.
선(線)에 관(關)한 각서(覺書)
이상
1
속도(速度) etc의 통제(統制) 예(例)컨대 광선(光線)은 매초당(每秒當) 300,000킬로미터 달아나는 것이 확실(確實)하다면 사람의 발명(發明)은 매초당(每秒當) 600,000킬로미터 달아날 수 없다는 법(法)은 `물론(勿論)' 없다. 그것을 기십배(幾十倍) 기백배(幾百倍) 기천배(幾千倍) 기만배(幾萬倍) 기억배(幾億倍) 기조배(幾兆倍) 하면 사람은 수십년(數十年) 수백년(數百年) 수천년(數千年) 수억년(水億年) 수조년(數兆年)의 태고(太古)의 사실(事實)이 보여질 것이 아닌가, 그것을 또 끊임없이 `붕괴(崩壞)'하는 것이라고 하는가, 원자(原子)는 원자(原子)이고 원자(原子)이고 원자(原子)이다, 생리작용(生理作用)은 변이(變移)하는 것인가, 원자(原子)는 원자(原子)가 아니고 원자(原子)가 아니다, 방사(放射)는 붕괴(崩壞)인가, 사람은 영겁(永劫)인 영겁(永劫)을 살릴 수 있는 것은 생명(生命)은 생(生)도 아니고 명(命)도 아니고 광선(光線)인 것이라는 것이다.
취각(臭覺)의 미각(味覺)과 미각(味覺)의 취각(臭覺)
(입체(立體)에의 절망(絶望)에 의(依)한 탄생(誕生))
(운동(運動)에의 절망(絶望)에 의(依)한 탄생(誕生))
(지구(地球)는 빈집일 경우(境遇) 봉건시대(封建時代)는 눈물이 날이만큼 그리워진다)
2
1+3
3+1
3+1 1+3
1+3 3+1
1+3 1+3
3+1 3+1
3+1
1+3
선상(線上)의 - 점(點) A
선상(線上)의 - 점(點) B
선상(線上)의 - 점(點) C
A+B+C=A
A+B+C=B
A+B=C=C
이선(二線)의 교점(交點) A
삼선(三線)의 교점(交點) B
수선(數線)의 교점(交點) C
3+1
1+3
1+3 3+1
3+1 1+3
3+1 3+1
1+3 1+3
1+3
3+1
(태양광선은, 렌즈 때문에 수검광선이 되어 일 점에 있어서 혁혁히 빛나고 혁혁히 불탔다. 태초의 요행은 무엇보다도 대기의 층과 층이 이루는 층으로 하여금 렌즈 되게 하지 아니하였던 것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니 낙이 된다. 기하학은 렌즈와 같은 불장난은 아닐는지, 유우크리트는 사망해버린 오늘 유우크리트의 초점은 도달에 있어서 인문의 뇌수를 마른 풀 같이 소각하는 수검작용을 나열하는 것에 의하여 최대의 수거작용을 재촉하는 위험을 재촉한다. 사람은 절망하라. 사람은 탄생하라. 사람은 절망하라)
3
1 2 3
1 -
2 -
3 -
3 2 1
3 -
2 -
1 -
n P h = n(n-1)(n-2) (n-h+1)
(뇌수(腦髓)는 부채와 같이 원(圓)에까지 전개(展開)되었다. 그리고 완전히 회전(廻轉)하였다)
4
탄환(彈丸)이 일원도를 역주(疫走)했다(탄환(彈丸)이 일직선(一直線)으로 질주(疾走)했다에 있어서의 오류(誤謬) 등(等)의 수정(修正))
정육설탕(正六雪糖)(각설탕(角雪糖)을 칭(稱)함)
폭통(瀑筒)의 해면질(海綿質) 전충(塡充) 폭포(瀑布)의 문학적(文學的) 해설(解說))
5
사람은 광선(光線)보다 빠르게 달아나면 사람은 광선(光線)을 보는가, 사람은 광선(光線)을 본다, 연령(年齡)의 진공(眞空)에 있어서 두 번 결혼(結婚)한다, 세 번 결혼(結婚)하는가, 사람은 광선(光線)보다도 빠르게 달아나라.
미래(未來)로 달아나서 과거(過去)를 본다, 과거(過去)로 달아나서 미래(未來)를 보는가, 미래(未來)로 달아나는 것은 과거(過去)로 달아나는 것과 동일(同一)한 것도 아니고 미래(未來)로 달아나는 것이 과거(過去)로 달아나는 것이다. 확대(擴大)하는 우주(宇宙)를 우려(憂慮)하는 자(者)여, 과거(過去)에 살으라, 광선(光線)보다도 빠르게 미래(未來)로 달아나라.
사람은 다시 한번 나를 맞이한다, 사람은 보다 젊은 나에게 적어도 상봉(相逢)한다, 사람은 세 번 나를 맞이한다, 사람은 젊은 나에게 적어도 상봉(相逢)한다, 사람은 적의(適宜)하게 기다리라, 그리고 파우스트를 즐기거라, 메퓌스트는 나에게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이다.
속도(速度)를 조절(調節)하는 날 사람은 나를 모은다, 무수(無數)한 나는 말[譚]하지 아니한다, 무수(無數)한 과거(過去)를 경청(傾聽)하는 현재(現在)를 과거(過去)로 하는 것은 불원간(不遠間)이다, 자꾸만 반복(反復)되는 과거(過去), 무수(無數)한 과거(過去)를 경청(傾聽)하는 무수(無數)한 과거(過去), 현재(現在)는 오직 과거(過去)만을 인쇄(印刷)하고 과거(過去)는 현재(現在)와 일치(一致)하는 것은 그것들의 복수(複數)의 경우(境遇)에 있어서도 구별(區別)될 수 없는 것이다.
연상(聯想)은 처녀(處女)로 하라, 과거(過去)를 현재(現在)로 알라, 사람은 옛것을 새것으로 아는 도다, 건망(健忘)이여, 영원(永遠)한 망각(忘却)은 망각(忘却)을 모두 구(求)한다.
내도(來到)할 나는 그 때문에 무의식중(無意識中)에 사람에 일치(一致)하고 사람보다도 빠르게 나는 달아난다, 새로운 미래(未來)는 새로웁게 있다, 사람은 빠르게 달아난다, 사람은 광선(光線)을 드디어 선행(先行)하고 미래(未來)에 있어서 과거(過去)를 대기(待期)한다, 우선(于先) 사람은 하나의 나를 맞이하라, 사람은 전등형(全等形)에 있어서 나를 죽이라.
사람은 전등형(全等形)의 체조(體操)의 기술(技術)을 습득(習得)하라, 불연(不然)이라면 사람은 과거(過去)의 나의 파편(破片)을 여하(如何)히 할 것인가.
사고(思考)의 파편(破片)을 반추(反芻)하라, 불연(不然)이라면 새로운 것은 불완전(不完全)이다, 연상(聯想)을 죽이라, 하나를 아는 자(者)는 셋을 아는 것을 하나를 아는 것의 다음으로 하는 것을 그만두어라, 하나를 아는 것은 다음의 하나의 것을 아는 것을 하는 것을 있게 하라.
사람은 한꺼번에 한번을 달아나라, 최대한(最大限) 달아나라, 사람은 두 번 분만(分娩)되기 전(前)에 ××되기 전(前)에 조상(祖上)의 조상(祖上)의 성운(星雲)의 성운(星雲)의 성운(星雲)의 태초(太初)를 미래(未來)에 있어서 보는 두려움으로 하여 사람은 빠르게 달아나는 것을 유보(留保)한다, 사람은 달아난다, 빠르게 달아나서 영원(永遠)에 살고 과거(過去)를 애무(愛撫)하고 과거(過去)로부터 다시 과거(過去)에 산다, 동심(童心)이여, 동심(童心)이여, 충족(充足)될 수 없는 영원(永遠)의 동심(童心)이여.
6
숫자(數字)의 방위학(方位學)
4 4 4 4
숫자의 역학
시간성(時間性) (통속사고(通俗事考))에 의한 역사성(歷史性))
속도(速度)와 좌표(座標)와 속도
4 + 4
4 + 4
4 + 4
4 + 4
etc
사람은 정력학(靜力學)의 현상하지 아니하는 것과 동일하는 것의 영원한 가설이다, 사람은 사람의 객관을 버리라.
주관의 체계의 수렴과 수렴에 의한 凹렌즈.
4 제4세(第四世)
4 일천구백삼십일년구월십이일생(一千九百三十一年九月十二日生)
4 양자핵(陽子核)으로서의 양자와 양자와의 연상(聯想)과 선택(選擇)
원자구조(原子構造)로서의 일체(一切)의 운산(運算)의 연구
방위(方位)와 구조식(構造式)과 질량(質量)으로서의 숫자(數字)의 성태성질(性態性質)에 의(依)한 해답(解答)의 분류(分類)
숫자(數字)를 대수적(代數的)인 것으로 하는 것에서 숫자(數字)를 숫자적(數字的)인 것으로 하는 것에서 숫자(數字)를 숫자(數字)인 것으로 하는 것에서 숫자(數字)를 숫자(數字)인 것으로 하는 것에
(1234567890의 질환(疾還)의 구명(究明)과 시적(詩的)인 정서(情緖)의 기각처(棄却處))
숫자(數字)의 일체(一切)의 성태(性態) 숫자(數字)의 일체의 성질(性質)
이런 것들에 의한 숫자(數字)의 어미(語尾)의 활용(活用)에 의한 숫자(數字)의 소멸(消滅)
수식(數式)은 광선(光線)과 광선보다 빠르게 달아나는 사람과에 의(衣)하여 운산(運算)될 것.
사람은 별 -천체(天體)- 별때문에 희생(犧牲)을 아끼는 것은 무의미(無意味)하다
별과 별과의 인력권(引力圈)과 인력권(引力圈)과의 상쇄(相殺)에 의(依)한 가속도함수(加速度函數)의 변화의 조사(調査)를 위선작성(爲先作成)할 것
7
공기구조(空氣構造)의 속도 - 음파(音波)에 의(依)한 - 속도처럼 삼백삼십(三百三十) 미터를 모방(模倣)한다(광선(光線)에 비(比)할 때 참 너무도 열등(劣等)하구나)
광선을 즐기거라, 광선을 슬퍼하거라, 광선을 웃거라, 광선을 울거라
광선이 사람이라면 사람은 거울이다
광선을 가지라
-
시각(視覺)의 이름을 가지는 것은 계량(計量)의 효시(嚆矢)이다. 시각(視覺)의 이름을 발표(發表)하라
나의 이름
△ 나의 아내의 이름(이미 오래된 과거(過去)에 있어서 나의 AMOUREUSE는 이와도 같이 총명(聰明)하리라)
시각(視覺)의 이름의 통로(通路)는 설치(設置)하라, 그리고 그것에다 최대의 속도(速度)를 부여(附與)하라.
-
하늘은 시각(視覺)의 이름에 대하여서만 존재를 명백히 한다. (대표(代表)인 나는 대표(代表) 일례(一例)를 들 것)
창공(蒼空), 추천(秋天), 창천(蒼天, 청천(靑天), 일천(一天), 창궁(蒼穹) (대단(大端))히 갑갑한 지방색(地方色)이나 아닐런지) 하늘은 시각(視覺)의 이름을 발표했다.
시각(視覺)의 이름은 사람과 같이 영원히 살아야 하는 숫자(數字)적인 어떤 일점(一點)이다.
시각(視覺)의 이름은 운동(運動)하지 아니하면서 운동의 코오스를 가질 뿐이다
-
시각(視覺)의 이름은 광선을 가지는 광선을 아니 가진다
사람은 시각의 이름으로 하여 광선보다도 빠르게 달아날 필요(必要)는 없다.
시각(視覺)의 이름들을 건망(健忘)하라.
-
시각(視覺)의 이름을 절약(節約)하라
사람은 광선보다도 빠르게 달아나는 속도(速度)를 조절(調節)하고 때때로 과거(過去)를 미래(未來)에 있어서 도태(淘汰)하라
1931. 9. 12
소영위제(素榮爲題)
이상
1
달빛 속에 있는 네 얼굴 앞에서 내 얼굴은 한 장 얇은 피부(皮膚)가 되어 너를 칭찬하는 내 말씀이 발음(發音)하지 아니하고 미닫이를 간질이는 한숨처럼 동백(冬柏)꽃밭 내음새 지니고 있는 네 머리털 속으로 기어들면서 모심드키 내 설움을 하나하나 심어가네나
2
진흙밭 헤매일 적에 네 구두 뒤축이 눌러놓은 자국에 비 내려 가득 괴었으니 이는 온갖 네 거짓말 네 농담(弄談)에 한없이 고단한 이 설움을 곡(哭)으로 울기 전에 따에 놓아 하늘에 부어놓는 내 억울한 술잔 네 발자국이 진흙밭을 헤매이며 헤뜨려 놓음이냐
3
달빛이 내 등에 묻은 거적 자국에 앉으면 내 그림자에는 실고추 같은 피가 아물거리고 대신 혈관(血管)에는 달빛에 놀래인 냉수(冷水)가 방울방울 젖기로니 너는 내 벽돌을 씹어 삼킨 원통하게 배고파 이지러진 헝겊 심장(心臟)을 들여다보면서 어(魚)항이라 하느냐
수염
이상
(수(鬚)자 그밖에 `수염'일 수 있는 것들 모두를 이름)
1
눈이 존재(存在)하여 있지 아니하면 아니 될 처소(處所)는 삼림(森林)인 웃음이 존재(存在)하여있었다
2
홍당무
3
아메리카의 유령(幽靈)은 수족관이지만 대단(大端)히 유려(流麗)하다
그것은 음울(陰鬱)하기도 한 것이다
4
계류(溪流)에서 -
건조(乾燥)한 식물성(植物性)이다
가을
5
일소대(一小隊)의 군인(軍人)이 동서(東西)의 방향(方向)으로 전진(前進)하였다고 하는 것은
무의미(無意味)한 일이 아니면 아니 된다
운동장(運動場)이 파열(破裂)하고 균열(龜裂)할 따름이니까
6
삼심원(三心圓)
7
조[粟]를 그득 넣은 `밀가루' 포대(布袋)
간단(簡單)한 수유(須臾)의 월야(月夜)이었다
8
언제나 도둑질할 것만을 계획(計劃)하고 있었다
그렇지는 아니하였다고 한다면 적어도 구걸(求乞)이기는 하였다
9
소(疎)한 것은 밀(密)한 것의 상대(相對)이며 또한
평범(平凡)한 것은 비범(非凡)한 것의 상대(相對)이었다
나의 신경(神經)은 창녀(娼女)보다도 더욱 정숙(貞淑)한 처녀(處女)를 원(願)하고있었다
10
말[馬] -
땀[汗] -
여(余), 사무(事務)로써 산보(散步)라 하여도 무방(無妨)하도다
여(余), 하늘의 푸르름에 지쳤노라 이같이 폐쇄주의(閉鎖主義)로다
습작(習作) 쇼오윈도우 수점(數點)
이상
북(北)을 향하여 남(南)으로 걷는 바람 속에 멈춰 선 부인(婦人)
영원의 젊은 처녀(處女)
지구(地球)는 그와 서로 스칠 듯이 자전(自轉)한다
□ ○
운명(運命)이란
인간(人間)들은 일만년(一萬年) 후의 어느 해 달력조차 만들어낼 수 있다
태양(太陽)아 달아 한 장으로 된 달력아
□ ○
달밤의 기권(氣圈)은 냉장(冷藏)한다
육체(肉體)가 식을 대로 식는다
혼백(魂魄)만이 달의 광도(光度)로써 충분히 연소(燃燒)한다.
아침
이상
1
캄캄한 공기(空氣)를 마시면 폐(肺)에 해(害)롭다. 폐벽(肺壁)에 끌음이 앉는다. 밤새도록 나는 몸살을 앓는다. 밤은 참 많기도 하더라. 실어내 가기도 하고 실어 들여 오기도 하고 하다가 잊어버리고 새벽이 된다. 폐(肺)에도 아침이 켜진다. 밤사이에 무엇이 없어졌나 살펴본다. 습관(習慣)이 도로와 있다. 다만 내 치사(侈奢)한 책이 여러 장 찢겼다. 초췌(憔悴)한 결론(結論) 위에 아침 햇살이 자세(仔細)히 적힌다. 영원(永遠)히 그 코 없는 밤은 오지 않을 듯이.
2
안해는 낙타(駱駝)를 닮아서 편지를 삼킨 채로 죽어가나 보다. 벌써 나는 그것을 읽어버리고 있다. 안해는 그것을 아알지 못하는 것인가. 오전(午前) 열시(十時) 전등(電燈)을 끄려고 한다. 안해가 만류(挽留)한다. 꿈이 부상(浮上)되어 있는 것이다. 석 달 동안 안해는 회답(回答)을 쓰고자 하여 상금(尙今) 써놓지는 못하고 있다. 한 장 얇은 접시를 닮아 안해의 표정(表情)은 창백(蒼白)하게 수척(瘦瘠)하여 있다. 나는 외출(外出)하지 아니하면 아니 된다. 나에게 부탁(付託)하면 된다. 네 애인(愛人)을 불러줌세 아드레스도 알고 있는데
애야(哀夜)
이상
-나는 한 매춘부를 생각한다
애절하다. 말은 목구멍에 막히고 까맣게 끄을은 홍분이 헐떡헐떡 목이 쉬어서 뒹군다. 개똥처럼.
달이 나타나기 전에 나는 그 도랑 안에 있는 엉성한 동굴 속으로 기어들어 갔다. 눈병이 난 모양이다. 전등불 밑에 국과식물(菊科植物)이 때가 끼어 있었다.
포주(包主) 마누라는 기름으로 빈들거리는 상(床) 위에 턱을 괴고 굵다란 남선적(男性的)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내 뒤를 밟은 놈이 없을까, 하고 나는 포주(包主) 마누라에게 물어 보았다.
방바닥 위에 한 마리의 고양이의 시체가 버려져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발을 멈추었다. 그것은 역시 고양이였다. 눈이 오듯이 영혼이 조용하게 내려앉고, 고양이는 내 얼굴을 보자 미소를 짓고 있는 듯이 보였는데 그것은 세상에 둘도 없는 무서운 비예(??) 이외의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내 어린애 똥 같은 우엉과 문어요리와 두 병의 술이 차려져 왔다.
괄약근--이를테면 항문 따위--여자의 입은 괄약근인 모양이다. 자꾸 더 입을 오므리고 있다. 그것을 자기의 눈으로 내려다보고 있다. 코는 어지간히 못생겼다. 바른쪽과 왼쪽 뺨의 살집이 엄청나게 짝짝이다.
금방 울음이 터져 나올 것 같은 얼굴이어서 나는 마음이 조마조마해 있었더니, 여자는 입술을 조용히 나의 관자놀이 쪽으로 갖고 가서 가볍게 누르면서 마치 입을 맞출 때와 같은 몸짓을 해보였다.
기름냄새가 코에 푸욱 맡혀 왔다. 때마침 천장 가까이 매달려 있는 전등에서 노란 국물이 한 방울 떨어졌다.
나는 극한 속에서처럼 부르르 떨고 있었다. 말도 안 나온다. 바리캉으로 이 머리를 박박 깎아 버리고 말까.
오후 비는 멈추었다.
다만 세상의 여자들이 왜 모두 매음부(賣淫婦)가 되지 않는지 그것만이 이상스러워 못 견디겠다. 나는 그녀들에게 얼마간의 지폐를 교부할 것이다.
나는 내 자신의 얼굴을 볼 수는 없다. 손이 새파랗다. 조그맣게 되어 가지고 새로운 주름살까지도 보이고 있다.
여자는 나의 손을 잡았다. 고급장갑을 줍는 것처럼-- 그리고 나한테 속삭였다. 그것은 너무 먼 곳에서 들려오는 것 같아서 나에겐 한 마디도 들리지 않았다.
어쩌면 나는 벌써 다른 일을 생각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하나의 일이었고 하나만 있는 일일 것이다.
내 마음 속의 불량기는 벌써 무료(無料)로 자리에 앉아 있다. 전신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나의 목구멍 속에서 헐떡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될 수 있는 대로 여자의 체중을 도취(盜取)했다. 그것은 달마인형처럼 쓰러뜨려도 다시 일어나고 다시 일어나는 것이었다.
백지(白紙)는 까많게 끄슬려 있었다. 그 위를 땅의 행렬이 천근 같은 발을 끌고 지나갔다.
분주한 발걸음소리가 나고 창들의 장막은 내려졌다. 자색 광선이 요염하게 반짝거렸다. 하지만 그것은 온통 황색이었다.
손가락은 가야 할 곳으로 갔다. 눈을 감은 병사는 개흙진 소택지(沼澤地)로 발을 들여 놓았다. 뒤에서 뒤에서 자꾸 밀려드는 도취(陶醉)와 같은 실책.
피의 빛을 오색으로 화려하게 하는--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어찌할 도리가 없는 어린애와 같은 실족(失足)-- 진행해 감으로써 그것은 완전히 정지되어 있었다.
술은 대체 누구를 위해서 차려온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하기는 내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만이 명백하지만.
여자는 흡사 치워 버리기나 하는 것처럼 술을 다 마셔 버렸다. 홍수와 같은 동작이다. 그리고 간간이 그 페스트 같은 우엉을 괄약근 사이에다 집어넣었다.
이 여자는 이 형편없는 비위생 때문에 금방 병에 걸려 벌떡 소처럼 쓰러지지나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여자는 화려한 얼굴을 하고 있다.
배가 고픈 모양이다. 나는 그것을 알아차릴 수는 없다. 나는 그런 혜안은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치면 역시 얼마나 석비(石碑) 같은 체중이겠는가.
슬픔이 치밀어 올랐다. 이만 술로 여자는 취할 것 같지 않다. 또한 여자는 자주 내가 한시바삐 취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여자의 면전에서 浮沈하고 있었던 표적이 실종했다.
그러니까 나는 아직도 슬퍼해서는 안 된다고 그러는데. 마음을 튼튼히 갖지 않으면 안된다.
나는 호주머니 속의 은화를 세었다. 재빠르게-- 그리고 채촉했다.
선금주문인 것이다.
여자의 얼굴은 한결 더 훤하다. 지분(脂粉)은 고귀한 직물처럼 찬란한 광망(光芒)조차 발했다. 향기 풍부하게--
하나 이 은화로 교부될 것은 무엇인가. 나는 그것을 깜빡 잊어버리고 있다. 이만저만한 바보가 아니다.
그러자 갑자기 여자의 두 볼은 둔부에 있는 그것처럼 깊은 한 줄씩의 주름살을 보였다. 기괴한 일이다. 여자는 도대체 이렇게 하고 웃으려고 하는 것이다.
골을 내려고 하는 것인가 위협을 하려고 하는 것인가 아니면 결국 울려고 하는 것인가. 나에게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위협이다.
여자는 일어났다. 그리고 흘깃 내 쪽을 보았다. 어떻게 하려는가 했더니 선 채로 내 위로 버럭 덮쳐 왔다. 이것은 틀림없이 나를 압사하려고 하는 것일 것이다.
나는 손을 허공에 내저으면서 바보 같은 비명을 울렸다. 말(馬)의 체취가 나를 독살시킬 것만 같다.
놀랐던 모양이다. 여자는 비켜났다. 그리고 지금의 것은 구애의 혹은 애정에 보답하는 표정이라는 것을 나에게 말했다.
나는 몸에 오한을 느끼면서도 억지로 부드럽게 웃는 낯을 해 보였다. 여자는 알겠다는 것의 너그럽게 고개를 끄덕거려 보였다.
아-- 얼마나 무섭고 순중(純重)한 사랑의 제스처일까. 곧 여자는 나가 버렸다.
찰싹찰싹하는 물소리가 들렸다. 장지문 너머에서 고양이의 신음소리가 심각하다. 아무래도 한 마리인 것 같다. 실없는 놈들이다.
말-- 말이다. 쌍말이다. 땀에 젖은 창이(瘡痍)투성이의 쌍말임에 틀림없다. 구멍은 없는가. 유령처럼 그 속에서 도망쳐 나가고 싶다.
하지만 여기가 정작 참아야 할 내가. 될 수 있는 대로 흥분해 보자.
밟혀 죽을 게 아닌가. 튼튼해 보이는 말이다. 하지만 나한테는 뼈가 있다. 뼈는 여자를 매혹할 것이다.
소독저(消毒箸)를 집어서 새까만 우엉을 하나 집어 본다. 역청에 담갔던 것처럼 끈적끈적하고 달아 보인다. 입은 그것을 기다린다.
무섭게 짜다.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다. 여자가 들어온다. 나는 그것을 맞이할 수가 없다. 나의 얼굴 전체가 짜기 때문이다.
여자는 나에게 이유를 물었다. 나는 답변하기가 거북하지 않을 수 없다. 술이 없느냐고 말했다. 여자는 사람을 흔들어 깨듯이 술병을 흔들어 보였다. 있다.
나는 한 모금 마셨다. 고추장이 먹고 싶다. 고향에 돌아가야 한다. 그러자 여자의 백치 비슷한 표정마저도 꿈같이 그리웁게 보인다.
여자는 환상 속에서 고향의 복장을 하고 있었다. 말한테서는 대토(垈土)와 거름냄새가 났다.
얼굴
이상
배고픈 얼굴을 본다.
반드르르한 머리카락 밑에 어째서 배고픈 얼굴은 있느냐.
저 사내는 어데서 왔느냐.
저 사내는 어데서 왔느냐.
저 사내 어머니의 얼굴은 박색(薄色)임에 틀림없겠지만 저 사내 아버지의 얼굴은 잘 생겼을 것임에 틀림없다고 함은 저 사내 아버지는 워낙은 부자(富者)였던 것인데 저 사내 어머니를 취(聚)한 후(後)로는 급작히 가난든 것임에 틀림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거니와 참으로 아해(兒孩)라고 하는 것은 아버지보담도 어머니를 더 닮는다는 것은 그 무슨 얼굴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성행(性行)을 말하는 것이지만 저 사내 얼굴을 보면 저 사내는 나면서 이후(以後) 대체(大體) 웃어본 적이 있었느냐고 생각되리만큼 험상궂은 얼굴이라는 점으로 보아 저 사내는 나면서 이후(以後) 한 번도 웃어본 적이 없었을 뿐만 아니라 울어본 적도 없었으리라 믿어지므로 더욱 더 험상궂은 얼굴임은 즉(卽) 저 사내 어머니의 얼굴만을 보고 자라났기 때문에 그럴 것이라고 생각되지만 저 사내 아버지는 웃기도 하고 하였을 것임에는 틀림없을 것이지만 대체(大體)로 아해(兒孩)라고 하는 것은 곧잘 무엇이나 숭내 내는 성질(性質)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저 사내가 조금도 웃을 줄을 모르는 것 같은 얼굴만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면 저 사내 아버지는 해외(海外)를 방랑(放浪)하여 저 사내가 제법 사람 구실을 하는 저 사내로 장성한 후(後)로도 아직 돌아오지 아니하던 것임에 틀림이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또 그렇다면 저 사내 어머니는 대체(大體) 어떻게 그날그날을 먹고 살아왔느냐 하는 것이 문제(問題)가 될 것은 물론(勿論)이지만 어쨌든 간에 저 사내 어머니는 배고팠을 것임에 틀림없으므로 배고픈 얼굴을 하였을 것임에 틀림없는데 귀여운 외톨자식인지라 저 사내만은 무슨 일이 있든 간에 배고프지 않도록 하여서 길러낸 것임에 틀림없을 것이지만 아무튼 아해(兒孩)라고 하는 것은 어머니를 가장 의지(依支)하는 것인즉 어머니의 얼굴만을 보고 저것이 정말로 마땅스런 얼굴이구나 하고 믿어버리고선 어머니의 얼굴만을 열심(熱心)으로 숭내 낸 것임에 틀림없는 것이어서 그것이 지금(只今)은 입에다 금(金)니를 박은 신분(身分)과 시절(時節)이 되었으면서도 이젠 어쩔 수도 없으리만큼 굳어버리고 만 것이나 아닐까고 생각되는 것은 무리(無理)도 없는 일인데 그것은 그렇다 하더라도 반드르르한 머리카락 밑에 어째서 저 험상궂은 배고픈 얼굴은 있느냐.
역단(易斷)
이상
그이는 백지(白紙) 위에다 연필(鉛筆)로 한 사람의 운명(運命)을 흐릿하게 초(草)를 잡아놓았다. 이렇게 홀홀한가. 돈과 과거(過去)를 거기다가 놓아두고 잡답(雜踏) 속으로 몸을 기입(記入)하여 본다. 그러나 거기는 타인(他人)과 약속(約束)된 악수(握手)가 있을 뿐, 다행(多幸)히 공란(空欄)을 입어보면 장광(長廣)도 맞지 않고 안 드린다. 어떤 빈 터전을 찾아가서 실컷 잠자코 있어 본다. 배가 아파 들어온다. 고(苦)로운 발음(發音)을 다 삼켜버린 까닭이다. 간사(奸邪)한 문서(文書)를 때려주고 또 멱살을 잡고 끌고 와 보면 그이도 돈도 없어지고 피곤(疲困)한 과거(過去)가 멀거니 앉아 있다. 여기다 좌석(座席)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그 사람은 이로 위치(位置)를 파헤쳐놓는다. 비켜서는 악식(惡息)에 허망(虛妄)과 복수(複讐)를 느낀다. 그 이는 앉은 자리에서 그 사람이 평생(平生)을 살아보는 것을 보고는 살짝 달아나버렸다.
오감도(烏瞰圖)
이상
시제일호(詩第一號)
13의 아해(兒孩)가 도로(道路)로 질주(疾走)하오.
(길은 막다른 골목이 적당(適當)하오.)
제(第)1의 아해(兒孩)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第)2의 아해(兒孩)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第)3의 아해(兒孩)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第)4의 아해(兒孩)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第)5의 아해(兒孩)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第)6의 아해(兒孩)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第)7의 아해(兒孩)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第)8의 아해(兒孩)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第)9의 아해(兒孩)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第)10의 아해(兒孩)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第)11의 아해(兒孩)가 무섭다고 그리오.
제(第)12의 아해(兒孩)도 무섭다고 그리오.
제(第)13의 아해(兒孩)도 무섭다고 그리오.
13인(人)의 아해(兒孩)는 무서운 아해(兒孩)와 무서워하는 아해(兒孩)와 그렇게 뿐이 모였소. (다른 사정(事情)은 없는 것이 차라리 나았소)
그중(中)에 1인(人)의 아해(兒孩)가 무서운 아해(兒孩)라도 좋소.
그중(中)에 2인(人)의 아해(兒孩)가 무서운 아해(兒孩)라도 좋소.
그중(中)에 2인(人)의 아해(兒孩)가 무서워하는 아해(兒孩)라도 좋소.
그중(中)에 1인(人)의 아해(兒孩)가 무서워하는 아해(兒孩)라도 좋소.
(길은 뚫린 골목이라도 적당(適當)하오.)
13인(人)의 아해(兒孩)가 도로(道路)로 질주(疾走)하지 아니하여도 좋소.
시제이호(詩第二號)
나의 아버지가 나의 곁에서 조을 적에 나는 나의 아버지가 되고 또 나는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가 되고 그런데도 나의 아버지는 나의 아버지대로 나의 아버지인데 어쩌자고 나는 자꾸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아버지가 되니 나는 왜 나의 아버지를 껑충 뛰어넘어야 하는지 나는 왜 드디어 나와 나의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와 나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 노릇을 한꺼번에 하면서 살아야 하는 것이냐
시제삼호(詩第三號)
싸움하는 사람은 즉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고 또 싸움하는 사람은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었기도 하니까 싸움하는 사람이 싸움하는 구경을 하고 싶거든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 싸움하는 것을 구경하든지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싸움하는 구경을 하든지 싸움하지 아니하던 사람이나 싸움하지 아니하는 사람이 싸움하지 아니하는 것을 구경하든지 하였으면 그만이다
시제사호(時弟四號)
환자의 용태에 관한 문제
진단 0:1 26.10.1931 以上 책임의사 이상
시제오호(時弟五號)
전후좌우를 제(除)하는 유일의 흔적(痕跡)에 있어서
익은불서목불대도(翼殷不逝目不大覩)
반 왜소형의 신의 안전(眼前)에 아전낙상(我前落傷)한 고사(故事)를 유(有)함
장부(臟腑)라는 것은 침수된 축사(畜舍)와 구별될 수 있을란가
시제육호(詩第六號)
앵무(鸚鵡) ※ 이필(二匹)
이필(二匹)
※ 앵무(鸚鵡)는 포유류(哺乳類)에 속(屬)하느니라.
내가 이필(二匹)을 아아는 것은 내가 이필(二匹)을 아알지 못하는 것이니라. 물론(勿論) 나는 희망(希望)할 것이니라.
앵무(鸚鵡) 이필(二匹)
이 소저(小姐)는 신사(紳士) 이상(李箱)의 부인(夫人)이냐? 그렇다
나는 거기서 앵무(鸚鵡)가 노(怒)한 것을 보았느니라. 나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졌었겠느니라.
앵무(鸚鵡) 이필(二匹)
이필(二匹)
물론(勿論) 나는 추방(追放)당하였느니라. 추방(追放)당할 것까지도 없이 자퇴(自退)하였느니라. 나의체구(體軀)는 중축(中軸)을 상실(喪失)하고 또 상당(相當)히 창량하여 그랬던지 나는 미미(微微)하게 체읍(涕泣)하였느니라.
저기가 저기지? 나 나의 – 아 – 너와 나
나
CANDAL이라는 것은 무엇이냐. 너 너구나
너지? 너다 아니다 너로구나
나는 함뿍 젖어서 그래서 수류(獸類)처럼 도망(逃亡)하였느니라. 물론(勿論) 그것을 아아는 사람 혹(或)은 보는 사람은 없었지만 그러나 과연(果然) 그럴는지 그것조차 그럴는지.
시제칠호(詩第七號)
구원적거(久遠謫居)의 지(地)의 일지(一枝) 일지(一枝)에 피는 현화(顯花) 특이(特異)한 사월(四月)의 화초(花草) 삼십륜(三十輪) 삼십륜(三十輪)에 전후(前後)되는 양측(兩側)의 명경(明鏡) 맹아(萌芽)와 같이 희희(戱戱)하는 지평(地平)을 향(向)하여 금시 금시 낙백(落魄)하는 만월(滿月) 청간(淸澗)의 기(氣) 가운데 만신창이(滿身瘡痍)의 만월(滿月)이 의형 당(當)하여 혼륜(渾淪)하는 적거(謫居)의 지(地)를 관류(貫流)하는 일봉가신(一封家信) 나는 근근(僅僅)히 차대(遮戴)하였더라 몽몽한 월아(月芽) 정밀(靜謐)을 개엄(蓋掩)하는 대기권(大氣圈)의 요원(遙遠) 거대(巨大)한 곤비(困憊) 가운데의 일년(一年) 사월(四月)의 공동(空洞) 반산전도(槃散顚倒)하는 성좌(星座)와 성좌(星座)의 천렬(千裂)된 사호동(死胡同)을 포도하는 거대(巨大)한 풍설(風雪) 강매 혈홍(血紅)으로 염색(染色)된 암염(岩鹽)의 분쇄(粉碎) 나의 뇌(腦)를 피뢰침(避雷針) 삼아 침하반과(沈下搬過)되는 광채(光彩)임리한 망해(亡骸) 나는 탑배(塔配)하는 독사(毒蛇)와 같이 지평(地平)에 식수(植樹)되어 다시는 기동(起動)할 수 없었더라 천량(天亮)이 올 때까지
시제팔호(時弟八號)
제1부 시험 수술대 1
수은도말평면경 1
기압 2배의 평균기압
온도 개무
위선 마취된 정면으로부터 입체와 입체를 위한 입체가 구비된 전부를 평면경에 영상시킴. 평면경에 수은을 현재와 반대 측면에도 말이 전함. (광선 침입 방지에 주의하여) 서서히 마치를 해독함. 일축철필과 일장백지를 지급함. (시험 담임인은 피시험인과 포옹함을 절대 기피할 것) 순차 수술실로부터 시험인을 해방함. 익일. 평면경의 종축을 통과하여 평면경을 2편에 절단함. 수은도말 2회.
ETC 아직 그 만족한 결과를 수득치 못하였음.
제2부 시험 직립한 평면경 1
조수 수명
야외의 진공을 선택함. 위선 마취된 상지의 첨단을 경면에 부착시킴. 평면경의 수은을 박락함. 평면경을 후퇴시킴. (이때 영상된 상지는 반드시 초자를 무사통과하겠다는 것으로 가설함) 상지의 종단까지. 다음 수은도말. (재래 면에) 이 순간 공전과 자전으로부터 그 진공을 강차시킴. 완전히 2개의 상지를 접수하기까지. 익일. 초자를 전진시킴. 연하여 수은주를 재래 면에도 말함. (상지의 처분)(혹은 멸형) 기타. 수은도말면의 변경과 전진 후퇴의 중복 등.
ETC 이하 불상.
진단 0:1 26.10.1931 책임의사 이상
시제구호(詩第九號) - 총구(銃口)
매일(每日)같이 열풍(烈風)이 불더니 드디어 내 허리에 큼직한 손이 와닿는다. 황홀(恍惚)한 지문(指紋) 골짜기로 내 땀내가 스며드자마자 쏘아라. 쏘으리로다. 나는 내 소화기관(消化器官)에 묵직한 총신(銃身)을 느끼고 내 다물은 입에 매끈매끈한 총구(銃口)를 느낀다. 그리더니 나는 총(銃) 쏘으드키 눈을 감으며 한방 총탄(銃彈) 대신에 나는 참 나의 입으로 무엇을 내어배앝었더냐.
시제십호(詩第十號) 나비
찢어진 벽지(壁紙)에 죽어가는 나비를 본다. 그것은 유계(幽界)에 낙역(絡繹)되는 비밀(秘密)한 통화구(通話口)다. 어느 날 거울 가운데의 수염(鬚髥)에 죽어가는 나비를 본다. 날개 축 처어진 나비는 입김에 어리는 가난한 이슬을 먹는다. 통화구(通話口)를 손바닥으로 꼭 막으면서 내가 죽으면 앉았다 일어서드키 나비도 날라가리라. 이런 말이 결(決)코 밖으로 새어나가지는 않게 한다
시제십일호(詩第十一號)
그 사기 컵은 내 해골(骸骨)과 흡사하다. 내가 그 컵을 손으로 꼭 쥐었을 때 내 팔에서는 난데없는 팔 하나가 접목(接木)처럼 돋히더니 그 팔에 달린 손은 그 사기 컵을 번쩍 들어 마룻바닥에 메어 부딪는다. 내 팔은 그 사기 컵을 사수(死守)하고 있으니 산산(散散)이 깨어진 것은 그럼 그 사기 컵과 흡사한 내 해골(骸骨)이다. 가지 났던 팔은 배암과 같이 내 팔로 기어들기 전(前)에 내 팔이 혹(或) 움직였던들 홍수(洪水)를 막은 백지(白紙)는 찢어졌으리라. 그러나 내 팔은 여전(如前)히 그 사기 컵을 사수(死守)한다.
시제십이호(詩第十二號)
때 묻은 빨래 조각이 한 뭉텅이 공중(空中)으로 날라 떨어진다. 그것은 흰 비둘기의 떼다. 이 손바닥만 한 한 조각 하늘 저편에 전쟁(戰爭)이 끝나고 평화(平和)가 왔다는 선전(宣傳)이다. 한 무더기 비둘기의 떼가 깃에 묻은 때를 씻는다. 이 손바닥만 한 하늘 이편에 방망이로 흰 비둘기의 떼를 때려 죽이는 불결(不潔)한 전쟁(戰爭)이 시작(始作)된다. 공기(空氣)에 숯검정이가 지저분하게 묻으면 흰 비둘기의 떼는 또 한 번 이 손바닥만 한 하늘 저편으로 날아간다.
시제십삼호(詩第十三號)
내 팔이 면도칼을 든 채로 끊어져 떨어졌다. 자세히 보면 무엇에 몹시 위협(威脅)당하는 것처럼 새파랗다. 이렇게 하여 잃어버린 내 두 개 팔을 나는 촉대(燭臺) 세움으로 내 방안에 장식(裝飾)하여 놓았다. 팔은 죽어서도 오히려 나에게 겁(怯)을 내이는 것만 같다. 나는 이런 얇다란 예의(禮儀)를 화초분(花草盆)보다도 사랑스레 여긴다.
시제십사호(詩第十四號)
고성(古城) 앞 풀밭이 있고 풀밭 위에 나는 내 모자(帽子)를 벗어놓았다. 성(城) 위에서 나는 내 기억(記憶)에 꽤 무거운 돌을 매어달아서는 내 힘과 거리(距離)껏 팔매질 쳤다. 포물선(抛物線)을 역행(逆行)하는 역사(歷史)의 슬픈 울음소리. 문득 성(城) 밑 내 모자(帽子) 곁에 한 사람의 걸인(乞人)이 장승과 같이 서 있는 것을 내려다보았다. 걸인(乞人)은 성(城) 밑에서 오히려 내 위에 있다. 혹(或)은 종합(綜合)된 역사(歷史)의 망령(亡靈)인가. 공중(空中)을 향(向)하여 놓인 내 모자(帽子)의 깊이는 절박(切迫)한 하늘을 부른다. 별안간 걸인(乞人)은 율률(慄慄)한 풍채(風彩)를 허리 굽혀 한 개의 돌을 내 모자(帽子) 속에 치뜨려 넣는다. 나는 벌써 기절(氣絶)하였다. 심장(心臟)이 두개골(頭蓋骨) 속으로 옮겨가는 지도(地圖)가 보인다. 싸늘한 손이 내 이마에 닿는다. 내 이마에는 싸늘한 손자국이 낙인(烙印)되어 언제까지 지어지지 않았다.
시제십오호(詩第十五號)
1
나는 거울 없는 실내(室內)에 있다. 거울 속의 나는 역시 외출중(外出中)이다. 나는 지금(至今) 거울 속의 나를 무서워하며 떨고 있다. 거울 속의 나는 어디가서 나를 어떻게 하려는 음모(陰謀)를 하는 중(中)일까.
2
죄(罪)를 품고 식은 침상(寢床)에서 잤다. 확실(確實)한 내 꿈에 나는 결석(缺席)하였고 의족(義足)을 담은 군용장화(軍用長靴)가 내 꿈의 백지(白紙)를 더럽혀놓았다.
3
나는 거울 있는 실내(室內)로 몰래 들어간다. 나를 거울에서 해방(解放)하려고. 그러나 거울 속의 나는 침울(沈鬱)한 얼굴로 동시(同時)에 꼭 들어온다. 거울속의 나는 내게 미안(未安)한 뜻을 전(傳)한다. 내가 그 때문에 영어(囹圄)되어있드키 그도 나 때문에 영어(囹圄)되어 떨고 있다.
4
내가 결석(缺席)한 나의 꿈. 내 위조(僞造)가 등장(登場)하지 않는 내 거울. 무능(無能)이라도 좋은 나의 고독(孤獨)의 갈망자(渴望者)다. 나는 드디어 거울 속의 나에게 자살(自殺)을 권유(勸誘)하기로 결심(決心)하였다. 나는 그에게 시야(視野)도 없는 들창(窓)을 가리키었다. 그 들창(窓)은 자살(自殺)만을 위(爲)한 들창(窓)이다. 그러나 내가 자살(自殺)하지 아니하면 그가 자살(自殺)할 수 없음을 그는 내게 가르친다. 거울 속의 나는 불사조(不死鳥)에 가깝다.
5
내 왼편 가슴 심장(心臟)의 위치(位置)를 방탄금속(防彈金屬)으로 엄폐(掩蔽)하고 나는 거울 속의 내 왼편 가슴을 겨누어 권총(拳銃)을 발사(發射)하였다. 탄환(彈丸)은 그의 왼편 가슴을 관통(貫通)하였으나 그의 심장(心臟)은 바른편에 있다.
6
모형심장(模型心臟)에서 붉은 잉크가 엎질러졌다. 내가 지각(遲刻)한 내 꿈에서 나는 극형(極刑)을 받았다. 내 꿈을 지배(支配)하는 자(者)는 내가 아니다. 악수(握手)할 수 조차 없는 두 사람을 봉쇄(封鎖)한 거대(巨大)한 죄(罪)가있다.
운동(運動)
이상
일층(一層) 우에 있는 이층(二層) 우에 있는 삼층(三層) 우에 있는 옥상정원(屋上庭園)에 올라서 남(南)쪽을 보아도 아무것도 없고 북(北)쪽을 보아도 아무것도 없고 해서 옥상정원(屋上庭園) 밑에 있는 삼층(三層) 밑에 있는 이층(二層) 밑에 있는 일층(一層)으로 내려간즉 동(東)쪽에서 솟아오른 태양(太陽)이 서(西)쪽에 떨어지고 동(東)쪽에서 솟아올라 서(西)쪽에 떨어지고 동(東)쪽에서 솟아올라 서(西)쪽에 떨어지고 동(東)쪽에서 솟아올라 하늘 한복판에 와 있기 때문에 시계(時計)를 꺼내본즉 서기는 했으나 시간(時間)은 맞는 것이지만 시계(時計)는 나보담도 젊지 않으냐 하는 것보담은 나는 시계(時計)보다는 늙지 아니하였다고 아무리 해도 믿어지는 것은 필시 그럴 것임에 틀림없는 고로 나는 시계(時計)를 내동댕이쳐 버리고 말았다.
위치(位置)
이상
중요(重要)한 위치(位置)에서 한 성격(性格)의 심술이 비극(悲劇)을 연역(演繹)하고 있을 즈음 범위(範圍)에는 타인(他人)이 없었던가. 한 주(株) - 분(盆)에 심은 외국어(外國語)의 관목(灌木)이 막 돌아서서 나가버리려는 동기(動機)요 화물(貨物)의 방법(方法)이 와 있는 의자(椅子)가 주저앉아서 귀먹은 체할 때 마침 내가 구두(句讀)처럼 고 사이에 낑기어 들어섰으니 나는 내 책임(責任)의 맵시를 어떻게 해보여야 하나. 애화(哀話)가 주석(註釋)됨을 따라 나는 슬퍼할 준비(準備)라도 하노라면 나는 못 견뎌 모자(帽子)를 쓰고 밖으로 나가버렸는데 웬 사람 하나가 여기 남아 내 분신(分身) 제출(提出)할 것을 잊어버리고 있다.
육친(肉親)
이상
크리스트에 혹사(酷似)한 남루(襤褸)한 사나이가 있으니 이이는 그의 종생(終生)과 운명(殞命)까지도 내게 떠맡기려는 사나운 마음씨다. 내 시시각각(時時刻刻)에 늘어서서 한 시대(時代)나 눌변(訥辯)인 트집으로 나를 위협(威脅)한다. 은애(恩愛) - 나의 착실(着實)한 경영(經營)이 늘 새파랗게 질린다. 나는 이 육중한 크리스트의 별신(別身)을 암살(暗殺)하지 않고는 내 문벌(門閥)과 내 음모(陰謀)를 약탈(掠奪)당할까 참 걱정이다. 그러나 내 신선(新鮮)한 도망(逃亡)이 그 끈적끈적한 청각(聽覺)을 벗어버릴 수가 없다.
육친(肉親)의 장(章)
이상
나는 24세(歲). 어머니는 바로 이 낫새에 나를 낳은 것이다. 성(聖) 쎄바스티앙과 같이 아름다운 동생 로오자 룩셈불크의 목상(木像)을 닮은 막내 누이 어머니는 우리들 삼인(三人)에게 잉태(孕胎) 분만(分娩)의 고락(苦樂)을 말해주었다. 나는 삼인(三人)을 대표(代表)하여 – 드디어 -
`어머니 우린 좀 더 형제가 있었음 싶었답니다'
- 드디어 어머니는 동생 버금으로 잉태(孕胎)하자 육개월(六個月)로서 유산(流産)한 전말(顚末)을 고(告)했다.
`그 녀석은 사내댔는데 올해는 19'(어머니의 한숨)
삼인(三人)은 서로들 아알지 못하는 형제(兄弟)의 환영(幻影)을 그려보았다. 이만큼이나 컸지 – 하고 형용(形容)하는 어머니의 팔목과 주먹은 수척(瘦瘠)하여 있다. 두 번씩이나 객혈(喀血)을 한 내가 냉정(冷情)을 극(極)하고 있는 가족(家族)을 위(爲)하야 빨리 안해를 맞아야겠다고 초조(焦燥)하는 마음이었다. 내가 24세(歲) 나도 어머니가 나를 낳으시드키 무엇인가를 낳아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이었다.
이런 시(詩)
이상
역사를 하노라고 땅을 파다가 커다란 돌을 하나 끄집어내어 놓고 보니 도무지 어디서인가 본 듯한 생각이 들게 모양이 생겼는데 목도들이 그것을 메고 나가더니 어디다 갖다버리고 온 모양이길래 쫓아 나가보니 위험(危險)하기 짝이 없는 큰길가더라.
그날 밤에 한 소나기 하였으니 필시(必是) 그 돌이 깨끗이 씻겼을 터인데 그 이튿날 가보니까 변괴(變怪)로다 간데온데없더라. 어떤 돌이 와서 그 돌을 업어갔을까 나는 참 이런 처(悽)량한 생각에서 아래와 같은 작문(作文)을 지었도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 한평생(平生)에 차마 그대를 잊을 수 없소이다. 내 차례에 못 올 사랑인 줄은 알면서도 나 혼자는 꾸준히 생각하리라. 자 그러면 내내 어여쁘소서'
어떤 돌이 내 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 것만 같아서 이런 시(詩)는 그만 찢어버리고 싶더라.
이상(異常)한 가역반응(可逆反應)
이상
임의(任意)의 반경(半徑)의 원(圓)(과거분사(過去分詞)의 시세(時勢))
원내(圓內)의 일점(一點)과 원외(院外)의 일점(一點)을 결부(結付)한 직선(直線)
이종류(二種類)의 존재(存在)의 시간적 영향성(時間的影響性)
(우리들은 이것에 관하여 무관심하다)
`직선(直線)은 원(圓)을 살해(殺害)하였는가'
현미경(顯微鏡)
그 밑에 있어서는 인공(人工)도 자연(自然)과 다름없이 현상(現象)되었다.
□ ×
같은 날의 오후(午後)
물론(勿論) 태양(太陽)이 존재(存在)하여 있지 아니하면 아니 될 처소(處所)에 존재(存在)하여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아니하면 아니 될 보조(步調)를 미화(美化)하는 일까지도 하지 아니하고 있었다.
발달(發達)하지도 아니하고 발전(發展)하지도 아니하고
이것은 분노(憤怒)이다.
철책(鐵柵) 밖의 백대리석 건축물(白大理石建築物)이 웅장(雄壯)하게 서 있던
진진(眞眞)5˝의 각(角) 바아의 나열(羅列)에서
육체(肉體)에 대(對)한 처분법(處分法)을 센티멘탈리즘 하였다.
목적(目的)이 있지 아니하였더니 만큼 냉정(冷靜)하였다.
태양(太陽)이 땀에 젖은 잔등을 내려쬐였을 때
그림자는 잔등 전방(前方)에 있었다.
사람은 말하였다.
‘저변비증환자(便秘症患者)는 부자(富者)집으로 식염(食鹽)을 얻으러 들어가고자 희망(希望)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
이인(二人)
이상
1
기독(基督)은 남루(襤褸)한 행색(行色)으로 설교(說敎)를 시작했다.
아아ㄹ카오보네는 감람산(橄欖山)을 산(山)채로 납촬(拉撮)해 갔다.
천구백삼십년(一九三○년) 이후(以後)의 일 -.
네온싸인으로 장식(裝飾)된 어느 교회 입구(敎會入口)에서는 뚱뚱보 카아보네가 볼의 상흔(傷痕)을 신축(伸縮)시켜 가면서 입장권(入場券)을 팔고 있었다.
2
아아ㄹ카오보네의 화폐(貨幣)는 참으로 광(光)이나고 메달로 하여도 좋을 만하나 기독(基督)의 화폐(貨幣)는 보기 숭할 지경으로 빈약(貧弱)하고 해서 아무튼 돈이라는 자격(資格)에서는 일보(一步)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카오보네가 프렛상으로 보내어준 프록코오트를 기독(基督)은 최후(最後)까지 거절(拒絶)하고 말았다는 것은 유명(有名)한 이야기거니 의당(宜當)한 일이 아니겠는가.
자상(自像) - 위독 중(危篤 中)
이상
여기는 어느 나라의 데드마스크다. 데드마스크는 도적(盜賊) 맞았다는 소문도 있다. 풀이 극북(極北)에서 파과(破瓜)하지 않던 이 수염은 절망(絶望)을 알아차리고 생식(生殖)하지 않는다. 천고(千古)로 창천(蒼天)이 허방 빠져있는 함정(陷穽)에 유언(遺言)이 석비(石碑)처럼 은근히 침몰(沈沒)되어 있다. 그러면 이 곁을 생소(生疎)한 손짓 발짓의 신호(信號)가 지나가면서 무사(無事)히 스스로와 한다. 점잖던 내용(內容)이 이재저래 구기기 시작이다.
작품(作品) 제3번
이상
구강(口腔)의 색채(色彩)를 알지 못한다 - 새빨간 사과의 빛깔을 -
미래(未來)의 끝남은 면도(面刀)칼을 쥔 채 잘려 떨어진 나의 팔에 있다
이것은 시작됨인 `미래(未來)의 끝남'이다 과거(過去)의 시작됨은 잘라 버려진 나의 손톱의 발아(發芽)에 있다 이것은 끝남인 `과거(過去)의 시작됨'이다
1
나 같은 불모지(不毛地)를 지구(地球)로 삼은 나의 모발(毛髮)을 나는 측은해한다
나의 살갗에 발라진 향기(香氣) 높은 향수(香水) 나의 태양욕(太陽浴)
용수(榕樹)처럼 나는 끈기 있게 지구(地球)에 뿌리를 박고 싶다 사나토리움의 한 그루 팔손이나무보다도 나는 가난하다
나의 살갗이 나의 모발(毛髮)에 이러함과 같이 지구(地球)는 나에게 불모지(不毛地)라곤 나는 생각지 않는다
잘려진 모발(毛髮)을 나는 언제나 땅 속에 매장(埋葬)한다―아니다 식목(植木)한다
2
유치장(留置場)에서 즈로오스의 끈마저 빼앗긴 양가(良家)집 규수(閨秀)는 한 자루 가위를 경관(警官)에게 요구(要求)했다
- 저는 무기(武器)를 생산(生産)하는 거예요
이윽고 자라나는 규수(閨秀)의 단발(斷髮)한 모발(毛髮)
신(神)은 사람에게 자살(自殺)을 암시(暗示)하고 있다……고 독두옹(禿頭翁)이여 생각지 않습니까?
나의 눈은 둘 있는데 별은 하나밖에 없다 폐허(廢墟)에 선 눈물 - 눈물마저 하오(下午)의 것인가 불행(不幸)한 나무들과 함께 나는 우두커니 서 있다
폐허(廢墟)는 봄 봄은 나의 고독(孤獨)을 쫓아버린다
나는 어디로 갈까? 나의 희망(希望)은 과거분사(過去分詞)가 되어 사라져 버린다
폐허(廢墟)에서 나는 나의 고독(孤獨)을 주어 모았다
봄은 나의 추억(追憶)을 무지(無地)로 만든다 나머지를 눈물이 씻어버린다
낮 지난 별은 이제 곧 사라진다
낮 지난 별은 사라져야만 한다
나는 이제 발을 떼어 놓지 아니하면 아니 되는 것이다
바람은 봄을 뒤흔든다 그럴 때마다 겨울이 겨울에 포개진다
바람 사이사이로 녹색(綠色) 바람이 새어 나온다 그것은 바람 아닌 향기(香氣)다 나는 나의 모든 것을 묻어버리지 아니하면 아니 된다 나는 흙을 판다
흙 속에는 봄의 식자(植字)가 있다
지상(地上)에서 봄이 만재(滿載)될 때 내가 묻은 것은 광맥(鑛脈)이 되는 것이다
이미 바람이 아니 불게 될 때 나는 나의 행복(幸福)만을 파내게 된다
봄이 아주 와 버렸을 때에는 나는 나의 광굴(鑛窟)의 문을 굳게 닫을까 한다
남자(男子)의 수염이 자수(刺繡)처럼 아름답다
얼굴이 수염투성이가 되었을 때 모근(毛根)은 뼈에까지 다다라 있었다
절벽(絶壁)
이상
꽃이 보이지 않는다. 꽃이 향(香)기롭다. 향기(香氣)가 만개(滿開)한다. 나는 거기 묘혈(墓穴)을 판다. 묘혈(墓穴)도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묘혈(墓穴) 속에 나는 들어앉는다. 나는 눕는다. 또 꽃이 향(香)기롭다. 꽃은 보이지 않는다. 향기(香氣)가 만개(滿開)한다. 나는 잊어버리고 재(再)처 거기 묘혈(墓穴)을 판다. 묘혈(墓穴)은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묘혈(墓穴)로 나는 꽃을 깜빡 잊어버리고 들어간다. 나는 정말 눕는다. 아아. 꽃이 또 향(香)기롭다. 보이지도 않는 꽃이 – 보이지도 않는 꽃이.
정식(正式)
이상
1
해저(海底)에 가라앉는 한 개 닻처럼 소도(小刀)가 그 구간(軀幹) 속에 멸형(滅形)하여 버리더라 완전(完全)히 닳아 없어졌을 때 완전(完全)히 사망(死亡)한 한 개 소도(小刀)가 위치(位置)에 유기(遺棄)되어 있더라
2
나와 그 알지 못할 험(險)상궂은 사람과 나란히 앉아 뒤를 보고 있으면 기상(氣象)은 몰수(沒收)되어 없고 선조(先祖)가 느끼던 시사(時事)의 증거(證據)가 최후(最後)의 철(鐵)의 성질(性質)로 두 사람의 교제(交際)를 금(禁)하고 있고 가졌던 농담(弄談)의 마지막 순서(順序)를 내어버리는 이 정돈(停頓)한 암흑(暗黑) 가운데의 분발(奮發)은 참 비밀(秘密)이다 그러나 오직 그 알지 못할 험(險)상궂은 사람은 나의 이런 노력(努力)의 기색(氣色)을 어떻게 살펴 알았는지 그 때문에 그 사람이 아무것도 모른다 하여 나는 또 그 때문에 억지로 근심하여야 하고 지상(地上) 맨끝 정리(整理)인데도 깨끗이 마음 놓기 참 어렵다.
3
웃을 수 있는 시간(時間)을 가진 표본(標本) 두개골(頭蓋骨)에 근육(筋肉)이 없다
4
너는 누구냐 그러나 문(門)밖에 와서 문(門)을 두다리며 문(門)을 열라고 외치니 나를 찾는 일심(一心)이 아니고 또 내가 너를 도무지 모른다고 한들 나는 차마 그대로 내어버려 둘 수는 없어서 문(門)을 열어주려 하나 문(門)은 안으로만 고리가 걸린 것이 아니라 밖으로도 너는 모르게 잠겨있으니 안에서만 열어주면 무엇을 하느냐 너는 누구기에 구태여 닫힌 문(門) 앞에 탄생(誕生)하였느냐
5
키가 크고 유쾌(愉快)한 수목(樹木)이 키 작은 자식(子息)을 낳았다 궤조(軌條)가 평편(平偏)한 곳에 풍매식물(風媒植物)의 종자(種子)가 떨어지지만 냉담(冷膽)한 배척(排斥)이 한결같이 관목(灌木)은 초엽(草葉)으로 쇠약(衰弱)하고 초엽(草葉)은 하향(下向)하고 그 밑에서 청사(靑蛇)는 점점(漸漸) 수척(瘦瘠)하여 가고 땀이 흐르고 머지 않은 곳에서 수은(水銀)이 흔들리고 숨어 흐르는 수맥(水脈)에 말뚝 박는 소리가 들렸다
6
시계(時計)가 뻐꾸기처럼 뻐꾹거리길래 쳐다보니 목조(木造) 뻐꾸기 하나가 와서 모으로 앉는다 그럼 저게 울었을 리(理)도 없고 제법 울까 싶지도 못하고 그럼 아까운 뻐꾸기는 날아갔나
지비(紙碑)
이상
1
안해는 아침이면 외출(外出)한다 그날에 해당(該當)한 한 남자(男子)를 속이려 가는 것이다 순서(順序)야 바뀌어도 하루에 한 남자(男子) 이상(以上)은 대우(待遇)하지 않는다고 안해는 말한다 오늘이야말로 정말 돌아오지 않으려나 보다 하고 내가 완전(完全)히 절망(絶望)하고 나면 화장(化粧)은 있고 인상(人相)은 없는 얼굴로 안해는 형용(形容)처럼 간단(簡單)히 돌아온다 나는 물어보면 안해는 모두 솔직(率直)히 이야기한다 나는 안해의 일기(日記)에 만일(萬一) 안해가 나를 속이려 들었을 때 함직한 속기(速記)를 남편(男便)된 자격(資格) 밖에서 민첩(敏捷)하게 대서(代書)한다.
2
안해는 정말 조류(鳥類)였던가 보다 안해가 그렇게 수척(瘦瘠)하고 거벼워졌는데도 날으지 못한 것은 그 손까락에 낑기웠던 반지 때문이다 오후(午後)에는 늘 분(粉)을 바를 때 벽(壁) 한 겹 걸러서 나는 조롱(鳥籠)을 느낀다 얼마 안 가서 없어질 때까지 그 파르스레한 주둥이로 한 번도 쌀알을 쪼으려들지 않았다 또 가끔 미닫이를 열고 창공(蒼空)을 쳐다보면서도 고운 목소리로 지저귀려 들지 않았다 안해는 날을 줄과 죽을 줄이나 알았지 지상(地上)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았다 비밀(秘密) 한 발을 늘버선 신고 남에게 안 보이다가 어느 날 정말 안해는 없어졌다 그제야 처음 방(房)안에 조분(鳥糞) 내음새가 풍기고 날개 퍼덕이던 상처(傷處)가 도배 위에 은근하다 헤뜨러진 깃부시러기를 쓸어모으면서 나는 세상(世上)에도 이상스러운 것을 얻었다 산탄(散彈) 아아안해는 조류(鳥類)이면서 염체 닫과 같은 쇠를 삼켰더라 그리고 주저앉았었더라 산탄(散彈)은 녹슬었고 솜털 내음새도 나고 천근(千斤) 무게더라 아아
3
이 방(房)에는 문패(門牌)가 없다 개는 이번에는 저쪽을 향(向)하여 짖는다 조소(嘲笑)와 같이 안해의 벗어놓은 버선이 나 같은 공복(空腹)을 표정(表情) 하면서 곧 걸어갈 것 같다 나는 이방(房)을 첩첩이 닫치고 출타(出他)한다 그제야 개는 이쪽을 향(向)하여 마지막으로 슬프게 짖는다.
차(且) 8씨의 출발
이상
균열이 생긴 장가이녕의 땅에 한 대의 곤봉을 꽂음.
한 대는 한 대대로 커짐.
수목이 자라남.
이상 꽂는 것과 자라나는 것과의 원만한 융합을 가르침.
사막에 성한 한 대의 산호나무 곁에서 돼지 같은 사람이 생매장 당하는 일을 당하는 일은 없고 쓸쓸하게 생매장하는 것에 의하여 자살한다.
만월은 비행기보다 신선하게 공기 속을 추진하는 것의 신선이란 산호나무의 음울함을 더 이상으로 증대하는 것의 이전의 일이다.
윤부전지 전개된 지구의를 앞에 두고서의 설문일제.
곤봉은 사람에게 지면을 떠나는 아크로바티를 가르치는데 사람은 해득하는 것은 불가능인가.
지구를 굴착하라.
동시에
생리작용이 가져오는 상식을 포기하라.
열심으로 질주하고 또 열심으로 질주하고 또 열심으로 질주하고 또 열심으로 질주하는 사람은 열심으로 질주하는 일들을 정지한다.
사막보다도 정밀한 절망은 사람을 불러세우는 무표정한 표정의 무지한 한 대의 산호나무의 사람의 발경의 배방인 전방에 상대하는 자말적인 공구 때문이지만 사람의 절망은 정밀한 것을 유지하는 성격이다.
지구를 굴착하라
동시에
사람의 숙명적 발광은 곤봉을 내어미는 것이어라#
* 사실 차 8씨는자발적으로 발광하였다. 그리하여 어느덧 차 8씨의 온실에는 은화식물이 꽃을 피우고 있었다. 눈물에 젖은 감광지가 태양에 마주쳐서는 히스므레하게 빛을 내었다.
천구백삼십삼(一九三三), 육(六), 일(一)
이상
천칭(天秤) 위에서 삼십년(三十年) 동안이나 살아온 사람(어떤 과학자(科學者)) 삼십만개(三十萬個)나 넘는 별을 다 헤어 놓고만 사람(역시(亦是)) 인간(人間) 칠십(七十) 아니 이십사년(二十四年) 동안이나 뻔뻔히 살아온 사람(나) 나는 그날 나의 자서전에 자필(自筆)의 부고(訃告)를 삽입(揷入)하였다 이후(以後) 나의 육신(肉身)은 그런 고향(故鄕)에는 있지 않았다. 나는 자신(自身) 나의 시(詩)가 차압(差押) 당(當)하는 꼴을 목도(目睹)하기는 차마 어려웠기 때문에.
청령
이상
건드리면 손 끝에 묻을 듯이 빨간 봉선화(鳳仙花)
너울너울하마날아오를듯하얀봉선화(鳳仙花)
그리고어느틈엔가남(南)으로고개를돌리는듯한일편단심(一片丹心)의해바라기―
이런꽃으로꾸며졌다는고호의무덤은참얼마나미(美)로우리까.
산(山)은맑은날바라보아도
늦은봄비에젖은듯보얗습니다.
포푸라는마을의지표(指標)와도같이
실바람에그뽑은듯헌출한키를
포물선(抛物線)으로굽혀가면서진공(眞空)과같이마알간대기(大氣)속에서
원경(遠景)을축소(縮少)하고있습니다.
몸과나래도가벼운듯이잠자리가활동(活動)입니다
헌데그것은과연(果然)날고있는걸까요
흡사(恰似)진공(眞空)속에서라도날을법한데,
혹(或)누가눈에보이지않는줄을이리저리당기는것이아니겠나요.
최후(最後)
이상
능금한알이추락(墜落)하였다. 지구(地球)는부서질정도(程度)만큼상(傷)했다. 최후(最後).
이미여하(如何)한정신(精神)도발아(發芽)하지아니한다.
추구(追求)
이상
안해를즐겁게할조건(條件)들이틈입(闖入)하지못하도록나는창호(窓戶)를닫고밤낮으로꿈자리가사나와서가위를눌린다어둠속에서무슨내음새의꼬리를체포(逮捕)하여단서(端緖)로내집내미답(未踏)의흔적(痕跡)을추구(追求)한다. 안해는외출(外出)에서돌아오면방(房)에들어서기전에세수(洗手)를한다. 닮아온여러벌표정(表情)을벗어버리는추행(醜行)이다. 나는드디어한조각독(毒)한비누를발견(發見)하고그것을내허위(虛僞)뒤에다살짝감춰버렸다. 그리고이번꿈자리를예기(豫期)한다.
침몰(沈歿)
이상
죽고싶은마음이칼을찾는다. 칼은날이접혀서펴지지않으니날을노호(怒號)하는초조(焦燥)가절벽(絶壁)에끊치려든다. 억지로이것을안에떠밀어놓고또간곡(懇曲)히참으면어느결에날이어디를건드렸나보다. 내출혈(內出血)이뻑뻑해온다. 그러나피부(皮膚)에상(傷)채기를얻을길이없으니악령(惡靈)나갈문(門)이없다. 가친자수(自殊)로하여체중(體重)은점점무겁다.
파첩(破帖)
이상
1
우아(優雅)한여적(女賊)이 내뒤를밟는다고 상상(想像)하라
내문(門) 빗장을 내가지르는소리는내심두(心頭)의동결(凍結)하는녹음(錄音)이거나, 그`겹'이거나……
―무정(無情)하구나―
등(燈)불이 침침하니까 여적(女賊) 유백(乳白)의나체(裸體)가 참 매력(魅力)있는 오예(汚穢)―가 아니면 건정(乾淨)이다
2
시가전(市街戰)이끝난도시(都市) 보도(步道)에`마(麻)'가어지럽다. 당도(黨道)의 명(命)을 받들고 월광(月光)이 이`마(麻)'어지러운위에 먹을즐느니라
(색(色)이여보호색(保護色)이거라) 나는이런일을흉내내어껄껄껄
3
인민(人民)이 퍽죽은모양인데거의망해(亡骸)를남기지않았다 처참(悽慘)한포화(砲火)가 은근히 습기(濕氣)를부른다 그런다음에는세상(世上)것이발아(發芽)치않는다 그러고야음(夜陰)이야음(夜陰)에계속(繼續)된다
후는 드디어 깊은수면(睡眠)에빠졌다 공기(空氣)는유백(乳白)으로화장(化粧)되고
나는?
사람의시체(屍體)를밟고집으로돌아오는길에피부면(皮膚面)에털이솟았다 멀리 내뒤에서 내독서(讀書)소리가들려왔다
4
이 수도(首都)의 폐허(廢墟)에 왜 체신(遞信)이었나
응? (조용합시다 할머니의하문(下門)입니다)
5
쉬―트위에 내희박(稀薄)한윤곽(輪廓)이찍혔다 이런두개골(頭蓋骨)에는 해부도(解剖圖)가참가(參加)하지않는다
내정면(正面)은가을이다 단풍(丹楓)근방에투명(透明)한홍수(洪水)가침전(沈澱)한다
수면(睡眠)뒤에는손가락끝이농황(濃黃)의소변(小便)으로 차겁더니 기어방울이져서 떨어졌다
6
건너다보이는이층(二層)에서대륙(大陸)계집들창을닫아버린다닫기전(前)에침을뱉앝았다
마치 내게사격(射擊)하듯이…….
실내(室內)에전개(展開)될생각하고 나는질투(嫉妬)한다 상기(上氣)한사지(四肢)를벽(壁)에기대어 그 침을 들여다보면 음란(淫亂)한 외국어(外國語)가하고많은 세균(細菌)처럼 꿈틀거린다
나는 홀로 규방(閨房)에병신(病身)을기른다 병신(病身)은가끔질식(窒息)하고혈순(血循)이여기저기서 망설거린다
7
단추를감춘다 남보는데서 `싸인'을하지말고…….어디어디 암살(暗殺)이 부엉이처럼 드새는지―누구든지모른다
8
……보도(步道) `마이크로폰'은 마지막발전(發電)을 마쳤다
야음(夜陰)을발굴(發掘)하는월광(月光)―
사체(死體)는 잊어버린 체온(體溫)보다훨씬차다 회신(灰燼)위에 서리가 나렸건만……
별안간 파상철판(波狀鐵板)이넘어졌다 완고(頑固)한음향(音響)에는 여운(餘韻)도없다
그밑에서 늙은 의원(議員)과 늙은 교수(敎授)가 번차례로강연(講演)한다
`무엇이 무엇과 와야만하느냐'
이들의상판은 개개(個個) 이들의선배(先輩)상판을닮았다
오유(烏有)된역(驛)구내(構內)에화물차(貨物車)가 우뚝하다 향(向)하고있다
9
상장(喪章)을붙인암호(暗號)인가 전류(電流)위에올라앉아서 사멸(死滅)의 `가나안'을 지시(指示)한다
도시(都市)의 붕락(崩落)은 아―풍설(風說)보다빠르다
10
시청(市廳)은법전(法典)을감추고 산란(散亂)한 처분(處分)을 거절(拒絶)하였다.
`콩크리―트'전원(田園)에는 초근목피(草根木皮)도없다 물체(物體)의음영(陰影)에생리(生理)가없다
―고독(孤獨)한기술사(奇術師)`카인'은도시관문(都市關門)에서인력거(人力車)를나리고항용 이거리를완보(緩步)하리라
파편(破片)의 경치(景致)―
이상
나는하는수없이울었다
전등(電燈)이담배를피웠다
▽은1/W이다
□ ×
▽이여! 나는괴롭다
나는유희(遊戱)한다
▽의슬립퍼어는과자(菓子)와같지아니하다
어떻게나는울어야할것인가
□ ×
쓸쓸한들판을생각하고
쓸쓸한눈내리는날을생각하고
나의피부(皮膚)를생각지아니한다
기억(記憶)에대(對)하여나는강체(剛體)이다
정말로
?같이노래부르세요?
하면서나의무릎을때렸을터인일에대(對)하여
▽는나의꿈이다
스틱크! 자네는쓸쓸하며유명(有名)하다
어찌할것인가
마침내▽을매장(埋葬)한설경(雪景)이었다
한 개(個)의 밤
이상
여울에서는도도(滔滔)한소리를치며
비류강(沸流江)이흐르고있다.
그수면(水面)에아른아른한자색층(紫色層)이어린다.
십이봉(十二峰)봉우리로차단(遮斷)되어
내가서성거리는훨씬후력(後力)까지도이미황혼(黃昏)이깃들어있다
으스름한대기(大氣)를누벼가듯이
지하(地下)로지하(地下)로숨어버리는하류(河流)는검으틱틱한게퍽은싸늘하구나.
십이봉(十二峰)사이로는
빨갛게물든노을이바라보이고
종(鐘)이울린다.
불행(不幸)이여
지금강변(江邊)에황혼(黃昏)의그늘
땅을길게뒤덮고도오히려남을손불행(不幸)이여
소리날세라신방(新房)에창장(窓帳)을치듯
눈을감은자(者)나는보잘것없이낙백(落魄)한사람.
이젠아주어두워들어왔구나
십이봉(十二峰)사이사이로
하마별이하나둘모여들기시작(始作)아닐까
나는그것을보려고하지않았을뿐
차라리초원(草原)의어느일점(一點)을응시(凝視)한다.
문(門)을닫은것처럼캄캄한색(色)을띠운채
이제비류강(沸流江)은무겁게도도사려앉는것같고
내육신(肉身)도천근(千斤)
주체할도리(道理)가없다.
행로(行路)
이상
기침이난다. 공기(空氣)속에공기(空氣)를힘들여배앝아놓는다. 답답하게걸어가는길이내스토오리요기침해서찍는구두(句讀)를심심한공기(空氣)가주물러서삭여버린다. 나는한장(章)이나걸어서철로(鐵路)를건너지를적에그때누가내경로(經路)를디디는이가있다. 아픈것이비수(匕首)에베어지면서철로(鐵路)와열십자(十字)로어울린다. 나는무너지느라고기침을떨어뜨린다. 웃음소리가요란하게나더니자조(自嘲)하는표정(表情)위에독(毒)한잉크가끼얹힌다. 기침은사념(思念)위에그냥주저앉아서떠든다. 기가탁막힌다.
화로(火爐)
이상
방(房)거죽에극한(極寒)이와닿았다. 극한(極寒)이방(房)속을넘본다. 방(房)안은견딘다. 나는독서(讀書)의뜻과함께힘이든다. 화로(火爐)를꽉쥐고집의집중(集中)을잡아땡기면유리창(窓)이움폭해지면서극한(極寒)이혹처럼방(房)을누른다. 참다못하여화로(火爐)는식고차겁기때문에나는적당(適當)스러운방(房)안에서쩔쩔맨다. 어느바다에조수(潮水)가미나보다. 잘다져진방(房)바닥에서어머니가생(生)기고어머니는내아픈데에서화로(火爐)를떼어가지고부엌으로나가신다. 나는겨우폭동(暴動)을기억(記憶)하는데내게서는억지로가지가돋는다. 두팔을벌리고유리창을가로막으면빨래방망이가내등의더러운의상(衣裳)을뚜들긴다. 극한(極寒)을걸커미는어머니―기적(奇蹟)이다. 기침약(藥)처럼따끈따끈한화로(火爐)를한아름담아가지고내체온(體溫)위에올라서면독서(讀書)는겁이나서곤두박질을친다.
황(첀)
이상
1.
시계를 보았다 시계는 멈춰 있다.
...... 모이를 주자...... 나는 단장을 부러뜨렸다. 아문젠옹의 식사처럼 메말라 있어라 x 아하
...... 당신은 Mademoiselle Nashi 를 아시나요. 난 그 여자 때문에 유폐돼 있답니다...... 나는 숨을 죽였다.
...... 아니야 영 틀린 것 같네...... 개는 구식(舊式0스러운 권총을 입에 물고 있다 그것을 내 앞에 내민다...... 제발 부탁이니 그 여잘 죽여다오 제발 부탁이니...... 하고 쓰러져 운다.
어스름속을 헤치고 공복을 나르는 나의 은대(隱袋)는 무겁다...... 나는 어떡하면 좋을까...... 내일과 내일과 다시 내일을 위해 난 깊은 침상에 빠졌다.
발견의 기쁨은 어찌하여 이다지도 빨리 발견의 두려움으로 하여 슬픔으로 바뀌었는가에 대하여 나는 숙고하기 위해 나는 나의 꿈마저도 나의 감실(龕室)로부터 추방했다.
우울이 계속되었다 겨울이 가고 이윽고 다람쥐 같은 봄이 와서 나를 피해갔다 나는 권총처럼 꺼멓게 여윈 몸뚱이를 깊은 衾枕속에서 일으키기란 불가능했다.
꿈은 여봐라고 나를 혹사했다. 탄알은 지옥의 마른 풀처럼 시들었다.
--건강체 인 채--
2.
나는 개 앞에서 팔뚝을 걷어붙여 보았다. 맥박의 몽테 크리스토처럼 뼈를 파헤치고 있었다...... 나의 묘굴(墓堀)
4월이 절망에게 MICROBE와 같은 희망을 플러스한데 대해, 개는 슬프게 이야기했다.
꽃이 매춘부의 거리를 이루고 있다.
...... 안심을 하고......
나는 피스톨을 꺼내보였다. 개는 백발노인처럼 웃었다......
수염을 단 채 떨어져 나간 턱.
개는 솜(綿)을 토했다.
벌(蜂)의 충실은 진달래를 흩뿌려 놓았다.
내 일과의 중복과 함께 개는 나에게 따랐다. 들과 같은 비가 내려도 나는 개와 만나고 싶었다...... 개는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개와 나는 어느새 아주 친한 친구가 되었다.
...... 죽음을 각오하느냐, 이 삶은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느니라...... 이런 값 떨어지는 말까지 하는 일이 있다. 그러나 개의 눈은 마르는 법이 없다. 턱은 나날이 길어져 가기만 했다.
3.
가엾은 개는 저 미웁기 짝없는 문패 표면밖에 보지 못한다. 개는 언제나 그 문패 이면만을 바라보고는 분노와 염세를 느끼는 모양이었다. 그것을 ??했다.
...... 나는 내가 싫다...... 나는 가슴 속이 막히는 것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렇게 느끼는 그대로 내버려 둘 수도 없었다.
...... 어디?......
개는 고향 얘기를 하듯 말했다. 개의 얼굴은 우울한 표정을 하고 있다.
...... 동양 사람도 왔었지. 나는 동양 사람을 좋아했다. 나는 동양 사람을 연구했다. 나는 동양 사람의 시체로부터 마침내 동양문자의 오의(奧義)를 발굴한 것이다......
...... 자네가 나를 좋아하는 것도 말하자면 내가 동양 사람이라는 단순한 이유이지?......
...... 얘기는 좀 다르다. 자네, 그 문패에 씌어져 있는 글씨를 가르쳐 주지 않겠나?
...... 지워져서 잘 모르지만, 아마 자네의 생년월일이라도 씌어져 있었겠지.
...... 아니 그것뿐인가?......
...... 글쎄, 또 있는 것 같지만, 어쨌든 자네 고향 지명 같기도 하던데, 잘은 모르겠어......
내가 피우고 있는 담배 연기가, 바람과 양치류 때문에 수목과 같이 사라지면서도 좀체로 사라지지 않는다.
...... 아아, 죽음의 숲이 그립다...... 개는 안팎을 번갈아가며 뒤채어 보이고 있다. 오렌지빛 구름에 노스텔지어를 호소하고 있다.
회한(悔恨)의 장(章)
이상
가장 무력(無力)한 사내가 되기 위해 나는 얼금뱅이었다
세상에 한 여성(女性)조차 나를 돌아보지는 않는다
나의 나태(懶怠)는 안심(安心)이다
양팔을 자르고 나의 직무(職務)를 회피한다
이제는 나에게 일을 하라는 자는 없다
내가 무서워하는 지배(支配)는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역사(歷史)는 무거운 짐이다
세상에 대한 사표(辭表) 쓰기란 더욱 무거운 짐이다
나는 나의 문자들을 가둬 버렸다
도서관(圖書館)에서 온 소환장(召喚狀)을 이제 난 읽지 못한다
나는 이젠 세상에 맞지 않는 옷이다
봉분(封墳)보다도 나의 의무는 적다
나에겐 그 무엇을 이해(理解)해야 하는 고통(苦痛)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나는 아무 때문도 보지는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에게도 또한 보이지 않을 게다
처음으로 나는 완전히 비겁(卑怯)해지기에 성공한 셈이다
△의 유희 - △은 나의 AMOREUSE이다
이상
종이로 만든 배암을 종이로 만든 배암이라고 하면
▽은 배암이다
▽은 춤을 추었다
▽의 웃음을 웃는 것은 파격이어서 우스웠다
슬립퍼어가 땅에서 떨어지지 아니하는 것은 너무 소름끼치는 일이다
▽는 눈은 동안이다
▽은 전등을 삼등 태양인 줄 안다
X
▽은 어데로 갔느냐
여기는 굴뚝 꼭대기냐
나의 호흡은 평상적이다
그러한 탕그스텐은 무엇이냐
(그 무었도 아니다)
굴곡한 직선
그것은 백금과 반사계수가 상호동등한다
▽은 불맡에 숨었느냐
X
1
2
3
3은 공배수의 정벌로 향하였다
전보는 아직 오지 아니하였다
1931. 6. 5
BOITEUX․BOITEUSE
이상
긴 것
짧은 것
열십자(十字)
×
그러나 CROSS에는 기름이 묻어있었다
추락(墜落)
부득이(不得已)한 평행(平行)
물리적(物理的)으로아팠었다
이상평면기하학(以上平面幾何學)
오렌지
대포(大砲)
포복(匍匐)
×
만약(萬若) 자네가 중상(重傷)을 입었다 할지라도 피를 흘리었다고 한다면 참 멋적은 일이다
오―
침묵을 타박(打撲)하여 주면 좋겠다
침묵을 여하(如何)히 타박(打撲)하여 나는 홍수(洪水)와 같이 소란(騷亂)할 것인가
침묵은 침묵이냐
메쓰를 갖지 아니하였다 하여 의사(醫師)일 수 없는 것일까
천체(天體)를 잡아 찢는다면 소리쯤은 나겠지
나의 보조(步調)는 계속(繼續)된다
언제까지도 나는 시체(屍體)이고자 하면서 시체(屍體)이지 아니 할 것인가
1931.6.5
I WED A TOY BRIDE
이상
1 밤
작난감 신부(新婦) 살결에서 이따금 우유(牛乳)내음새가 나기도한다. 머(ㄹ)지아니하야 아기를낳으려나보다. 촉(燭)불을 끄고 나는 작난감 신부(新婦)귀에다대이고 꾸즈람처럼 속삭여본다.
『그대는 꼭 갖난아기와같다』고..............
작난감 신부(新婦)는 어둔데도 성을내이고대답한다.
『목장(牧場)까지 산보(散步)갔다왔답니다』
작난감 신부(新婦)는 낮에 색색(色色)이 풍경(風景)을 암송(暗誦)해갖이고온것인지도모른다. 내 수첩(手帖)처럼 내가슴안에서 따근따근하다. 이렇게 영양분(營養分)내를 코로맡기만하니까 나는 작구 수척(瘦瘠)해간다.
?
2 밤
작난감 신부(新婦)에게 내가 바늘을주면 작난감 신부(新婦)는 아모것이나 막 찔른다. 일력(日曆). 시집(詩集).시계(時計). 또 내몸 내 경험(經驗)이들어앉어있음즉한곳.
이것은 작난감신부(新婦)마음속에 가시가 돋아있는 증거(證據)다. 즉 장미(薔薇) 꽃 처럼.........
내 거벼운 무장(武裝)에서 피가 좀 난다. 나는 이 상(傷)차기를곷이기위하야 날만어두면 어둔속에서 싱싱한 밀감(蜜柑)을먹는다. 몸에 반지밖에갖이지않은 작난감 신부(新婦)는 어둠을 커―틴열듯하면서 나를찾는다. 얼는 나는 들킨다. 반지가살에닿는것을 나는 바늘로잘못알고 아파한다.
촉(燭)불을켜고 작난감 신부(新婦)가 밀감(蜜柑)을찾는다.
나는 아파하지않고 모른체한다.
1933. 6. 1
이상
천평위에서 삼삽년동안이나 살아온사람 (어떤과학자) 삼십
만개나넘는 별을 다헤어놓고만 사람(역시)인간칠십 아니이
십사년동안이나 뻔뻔히 살아온 사람(나)
나는 그날 나의자서전에 자필의부고를 삽입하였다이후나
의육신은 그런고향에는있지않았다 나는 자신나의시가 차압당
하는 꼴을 목도하기는 차마 어려웠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