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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하는 수도자 관 사이홍의 구도기 3

도인 2SEVEN BAMBOO TABLETS OF THE CLOUDY SATCHEL

 

1. 사부와 제자

관 사이훙은 화산의 도관 안에서 도에 귀의할 가능성이 가장 적어 보이는 학생이었다. 갈등과 불안감 속에서도 장난기가 넘치는 청년이었던 사이훙은 우울해하다가도 금세 행복감에 젖어 희희낙락하거나, 안하무인격으로 굴다가도 수줍어하며, 화를 내다가도 금방 공손해지는 등 변덕이 죽 끓듯 하였다. 무술을 사용해 결투를 하고픈 생각은 간절했지만 그가 시자로서 한 약속은 그런 일을 쉽사리 허락하지 않았다.

사부는 사이훙이 완성의 경지에 이르기를 소망하면서 계속해서 그를 수련시켰다. 사이훙이 보기에 개개인의 내면에는 인간의 영혼을 차지하려고 신과 악마가 끊임없이 투쟁하면서 공존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의 언제나 신이 승리하였다. 그러나 사이훙을 아는 사람이라면 사이훙의 경우는 그 어느 쪽의 승리도 쉽게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그에게서 선이 나타날지 악이 나타날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깜깜한 밤이 어스름한 새벽빛에 물들기도 전에 사이훙은 조롱박 물병을 움켜쥐고 우물로 갔다. 세상은 곧 어둠으로부터 기지개를 켤 것이다. 산시성에 있는 화산의 도관도 곧 도사들의 부산스러운 움직임으로 활기를 띨 것이다.

1941년 초 중국은 내란으로 만신창이가 된 채 또다시 세계대전에 휘말려들 판이었다. 또 한 번 혼란과 갈등의 나날을 맞을 중국의 새벽은 아직 적막한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사이훙은 일편단심으로 자신의 임무에만 몰두하였다. 그는 칠흑같이 깜깜한 우물 속으로 두레박을 떨어뜨렸다. 쨍 하고 얼음 깨지는 날카로운 소리가 밤의 정적을 깼다. 깊은 산 속의 밤은 맑은 샘물을 밤새 꽁꽁 얼어붙게 했다. 그는 두레박을 들어 올린 후 다시 내려뜨렸다.

두레박 속에 물이 가득 차올랐다. 물을 퍼 올리자 찰랑찰랑한 두레박의 수면에 등롱의 가느다란 노란 불빛이 비쳤다. 사이훙은 잠시 물 위에 그의 얼굴을 비춰 보았다. 형체는 희미했지만 넓적한 턱, 매끄러운 피부, 반짝이는 두 눈, 상투를 튼 긴 머리는 알아볼 수 있었다. 고관대작 아니면 학자, 장군 정도는 됐을 것이며 하다 못해 산적 두목이라도 됐을 것이다. 그것은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그의 권리였다. 그는 장군의 아들이었고 조정 대신의 손자였다. 왕조가 바뀔 때마다 왕조를 모셔 온 귀족 가문의 자손이었다. 그러나 귀족의 후예로 남는 대신에 그는 도가에 입문했다. 9살 때의 일이었다. 지금 사이훙은 20대 중반이 되었건만 아직 화산의 대사부 밑에서 허드렛일을 하고 있었다.

사이훙은 갈색의 큰 조롱박 물병에다 이가 시릴 정도로 찬 우물물을 퍼담았다. 물병을 몸에 찼다. 사부를 위해 장작 더미와 새 옷을 넣어 둔 광주리를 집어 올리는 순간, 물병에서 손등으로 물이 떨어져 손가락의 감각이 마비될 것만 같았다. 사이훙은 우물 정자 처마 밑에 되는 대로 매놓은 등롱을 다시 들고 사부의 숙소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대나무 손잡이 끝에 매달린 등롱 속의 촛불이 춤을 추듯 흔들렸다.

사이훙은 깎아지른 듯 높이 솟은 봉우리를 끼고 도는 산길을 걸었다. 주위는 칠흑같이 짙은 어둠 속에 묻혀 있었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듯한 노송들의 윤곽 사이로 멀리 있는 산의 모습이 희미하게 보였다. 산봉우리들은 어둠으로 물들어 선명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울퉁불퉁하고 들쑥날쑥해 보이는 땅과 아직 별들과 초승달이 떠 있는 하늘은 쉽게 구별되었다.

사이훙은 높은 산들이 첩첩이 둘러싸인 화산에서 벌써 수년 동안 지내왔건만, 산을 모두 답사해 본 적도 없거니와 속속들이 알지도 못했다. 그러한 끝없음이야말로 지구상에 있는 무수히 많은 산들보다 더 광막한 도교의 세계에서 그가 경험한 내용이었다.

도교는 하늘과 땅에 대해 말한다. 시공의 4차원적 세계를 논하고 그 밖의 모든 것들이 사유의 대상이 된다. 단순 소박한 인간적 도덕은 물론, 무도덕 적인 자연도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도교는 미신, 마술 또는 종교적 제전으로 변질될 수도 있었다. 또 턱없는 금욕주의나 천상의 여행으로 솟아오를 수도 있었다. 추상적인 형이상학이기도 하지만 그저 한 토막 나무에서도 똑같은 기쁨을 느낄 수 있었다. 손을 뻗어 잡으려고 하면 그 끝은 무한의 경지까지 뻗어 있었다. 반면에 압축시키면 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로 줄어들었다.

도교를 한쪽으로 밀어젖혀 보라. 그러면 그것은 가공할 정도로 크게 확대되어 다가온다. 도교를 찬찬히 숙고해 보라. 그러면 그것은 사정없이 다른 모습으로 변해버린다. 도교는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다. 만물이 바로 도교인 것이다. 우주 전부 일수도 있고, 우주가 아닌 것 전부일 수도 있고, 동시에 양쪽 모두 될 수 있다. 도교에서 도망칠 수는 없다. 하지만 도 그것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교묘한 방법으로 꼬리를 감추어 버린다.

사이훙은 바위투성이인 가파른 오솔길을 급히 올라갔다. 숨을 내쉬자 바로 눈앞에서 입김이 수증기가 되어 피어 올랐다. 서둘러 가야 했다. 지금쯤 사부는 하룻밤의 긴 명상을 다 끝내 가고 있을 것이다. 사이훙은 돌계단을 단숨에 뛰어 올라 조그마한 사부의 거처로 갔다. <불사신의 전당>이라는 문구가 문 위에 새겨져 있었다. 육중한 문들은 사람 키보다 두세 길은 높았다. 문 위쪽의 반은 격자 무늬로 되어 있고, 아래쪽은 꽃무늬를 아로새긴 상감 세공이었다. 사이훙은 힘을 주어 문을 밀고 사부의 방 쪽으로 난 돌이 깔린 복도를 따라 살금살금 걸었다. 이윽고 육중한 나무문에 이르러서 숨을 가다듬었다.

"사부님!"

사이훙은 자신이 와 있음을 알리기 위해 크게 소리쳤다. 언제나처럼 안에서는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그는 조심스럽게 문을 밀었다. 사이훙은 문지방에 서 있었다. 등불을 비추자 방의 모습이 드러났다. 벽돌 벽과 돌 마루는 싸늘한 밤공기를 머금고 있고, 커다란 놋쇠 화로의 불은 다 꺼져 가고 있었다. 방의 벽 틈새를 뚫고 아침 안개가 새어들고 있었다. 책상, 서가, 침대 그리고 묵상대가 각각 한 개씩 단상을 향해 놓여 있었다.

백발이 성성한 사부는 호랑이 가죽을 깔고 앉아 있었다. 그는 허리를 꼿꼿이 세운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명멸하는 불빛 아래 안개의 소용돌이가 이는 석실 속의 사부는 마치 고대의 신비스런 봉납물이라도 되는 것 같았다. 사이훙은 조용히 서서 사부의 움직임을 기다렸다. 열린 채광창을 통해 조금씩 들어오는 동녘 빛이 희디흰 순백색으로 부서졌다. 사부의 야윈 몸이 조금 움직였다. 순간 사이훙은 자기 이외의 딴 사람이 쉬는 숨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사부가 하루를 시작할 준비는 다 되어있었다. 사이훙은 깨끗한 도복을 내놓고 일상적인 일과를 민첩하게 해나갔다. 조심스럽게 격자무늬의 창문을 열어 나무 막대로 받쳐 놓았다. 장작과 석탄을 화로 속에 넣고 부채를 부쳐 조그맣고 강렬한 불꽃을 피웠다. 사이훙은 소리 안 나게 방을 가로질러 가서는 정교한 솜씨로 조각된 신장 위에 쳐진 휘장을 경건한 마음으로 열어 젖혔다. 그 안에는 아름답게 채색된 세 개의 인물상이 놓여 있다. 중앙에는 도교의 성인이자 사부의 개인 수호신이 있고 그 양쪽에는 성인의 시자들이 있었다. 그중 한 명은 법도를 들고 또 한 명은 인장을 들고 있었다. 세 인물상은 밝게 타오르는 유등의 조명을 받고 있었다.

사이훙은 꽃과 과일이 싱싱한지, 잔에 차와 포도주가 가득한 지, 제단 위에 먼지가 쌓여 있지나 않은지 잘 살펴보았다. 다시 휘장을 예쁘게 잡아맨 후 향불을 피웠다. 백단향 향기가 방에 가득 찼다. 연기는 푸른 빛을 내며, 서로 쫓고 쫓기는 거미줄처럼 가느다란 용이 되어 이리저리 몰려다녔다.

"제단은 약한 자를 위하여 있는 것이니라."

사부가 사이훙 뒤에서 나지막이 말했다. 최근에 사부는 새벽에 사이훙은 만나도 직접 말을 건네는 일이 좀처럼 없었다. 말을 하는 경우라도 짧게 몇 마디를 건넬 뿐이었다. 종종 차나 책을 가져오라든가 아니면 여행 준비를 하라고 지시하는 정도였다. 그 밖에 큰소리로 독경을 하거나 그저 몇 가지 철학적인 견해를 말하는 일도 있긴 했다.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인지 사부가 좀 더 많은 말을 꺼냈다.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불충분한 사람만이 외부의 상에다 자기 정신을 묶어 둔다. 그러나 천국과 지옥은 우리가 사는 이 지상, 바로 우리 각자의 내부에 있는 것이니라."

사이훙은 감실로부터 몸을 돌렸다. 설명을 기대했으나 사부의 입술은 꽉 물린 채 움직일 줄 몰랐다. 사부가 부드럽고 느린 동작으로 나무 팔걸이 위에 오른팔을 올려 놓자 무덤 속 같은 침묵이 다시 찾아왔다. 사부의 머리를 풀어 주기 위해 걸어오는 사이훙에게 사부는 고개를 끄덕여 신호를 보냈다. 숱이 많고 긴 백발이 바닥 위에 다발로 떨어져 내렸다. 사이훙은 부드럽게 머리를 빗어 내렸다. 사이훙의 나이 16살 때 도교 입문식을 위해 사부가 해주었던 일을 이제는 사부를 위해 하고 있는 것이다. 그때 사이훙은 제단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었고, 사부가 그의 머리를 빗어 주었다. 그 의식에는 세속에 대한 집착을 씻어 낸다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 있었다. 사부는 사이훙의 상투를 틀고 비녀를 꽂아 주었었다. 사이훙이 상투를 틀어 보기는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는 그 후로도 수없이 사부의 머리를 빗겨 주었다. 그때마다 사이훙은 그의 인생의 길잡이인 사부와 강하게 연결된 느낌을 가졌다.

대사부는 젊은 시절 한때는 상당한 미남인 데다 용기까지 겸비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었다. 사부는 무예와 병법에 밝았으며 학식도 깊었다. 마침내는 베이징에 있는 청 왕조의 궁정까지 가게 되었다. 금단의 도시에 입성한 사부는 황제의 신하가 되기 위해 과거 시험을 보았다. 높다란 붉은 담장과 환상적으로 꾸며진 수많은 방들로 겹겹이 에워싸인 궁궐에서 몇 번씩 시험을 치렀다. 사부는 글을 짓고 역사, 수학, 문학, 천문학, 통치학과 그 밖에 수십 과목을 시험 보았다. 그는 시작과 서예, 승마, 궁술, 무술 경연에서 높은 기량을 과시했다. 수일간 시험을 치른 끝에 그는 문무 양과에 급제하는 영광을 차지하였다. 매우 뛰어난 성적이었다. 사부는 황실 교사에 임명되었다.

이때부터 사부는 황실에 드나들게 되었다. 사부는 황실의 예의범절을 익힌 후 왕자들의 교육을 담당하였다. 궁정에서 일을 맡은 얼마 후 그는 귀족 가문 출신의 아리따운 낭자와 성혼을 맺고 일생일대의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비극이 밀어닥쳤다. 그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가진 것을 모두 잃어버렸다. 사이훙은 사부의 인생을 크게 뒤흔든 이 엄청난 사건이 도대체 무엇일까 하는 호기심을 좀처럼 누를 길이 없었다. 하지만 궁금증은 결코 풀리지 않았다. 그 사건에 대해 이야기해 준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궁중에서 일어난 암투 때문이었을까, 사악한 환관들의 모략이었을까? 평판이 나쁜 파당을 지지하다가 황제의 총애를 잃게 된 것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경쟁 관계에 있는 무사가 사부의 가족을 살해한 것일 수도 있겠지. 속사정이야 어떻든 그것 때문에 사부는 치유 불능의 정신적 충격을 받아 세상을 등진 것이다.

사부는 속세와 동떨어져 살면서 위안을 찾았다. 그는 두 분의 스승 밑에서 학문과 무술을 연마한 끝에 도인이 되었고 도가에 입문하였다. 그의 앞에는 두 가지 수행의 길이 열려 있었다. 하나는 도관에 기거하는 도사가 되어, 의식, 점술, 결혼과 같은 온갖 공적인 임무와 장례에 관한 업무를 관장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출가하여 완전히 탈속하는 도인의 전통을 따르는 길이었다. 사부는 주저 없이 후자를 택했다.

사부는 도인이 밟는 여러 단계의 과정 속에서 차츰 부상하여 마침내 현재의 위치에 도달하였다. 사부는 단순히 특별한 도교 종파의 우두머리만이 아닌 화산에 있는 도관 전체를 통괄하는 역할을 수행하였다. 그의 직책은 도교의 교리와 금욕적 수행의 최고 경지에 도달했음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세속적인 권리까지도 암시하고 있었다. 대사부는 그 권리를 획득하는 데 수십 년이나 걸렸다. 그래서 그의 나이가 100살은 넘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돌았다.

사부가 발 딛고 선 전통은 독특한 사회 구조를 배경으로 하고 있었다. 세계사에서도 그런 독특한 예는 찾아보기 쉽지 않다. 그러나, , 마법, 교회, 연금술이 공존했던 중세 유럽과 신들이 우주를 다스리고 철학자들은 자신의 학파를 이끌며 강철 같은 스파르타인이 무사의 표본으로 꼽히던 고대 그리스의 초현실적 결합을 상상해 본다면, 사부가 걸어온 문화를 어렴풋이나마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까지 우주에서 정말 파괴된 것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고대와 현대는 조금도 다르지 않다. 가장 오래된 농사법에서부터 시작해 최신 기술의 발명품에 이르기까지 만물은 광대무변함속에 각자의 위치를 갖고 있다.

대사부는 전통, 역사, 문화와 종교의 바다를 스스로 체험했다. 그는 순수주의자였고 철두철미한 종교학자였다. 대사부는 그의 확고하고 넓은 도량에서 나온 방법으로 도관들을 관리했다. 또한 그는 수련생들에게 자신이 오랜 세월 닦아 쌓은 지혜와 강한 질서의식, 목표 의식을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호리호리하게 큰 키에 바짝 말랐지만, 활기 넘치는 근력과 사슴 같은 우아함을 지닌 사부는 위풍당당한 풍모를 보여주었다. 수염은 비단결 같았고 산 속의 폭포수처럼 굽이쳐 흘러내렸다. 커다란 두 눈은 광채로 번쩍였다. 사부의 윗 입술 오른쪽에는 칼로 벤 상처가 있었다. 그 상처만이 동화 속 인물처럼 보이는 사부 역시 과거 속세에서 사무치게 절절한 행로를 걸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유일한 흔적이었다.

사이훙은 종종 자신과 사부를 비교하곤 했다. 그 역시 깡마른데다 엄숙한 표정, 위엄있는 모습을 지녔고 근육은 역도와 무술로 우람하고 탄탄하게 다져져 있었다. 검은 머리는 숱이 많고 뻣뻣했다. 그리고 피부는 몇 년간 햇볕에 노출되어서 검게 그을어 있었다. 그러나 사이훙은 자신이 사부와 다르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의 성격은 성마르고 충동적이며 사부가 가진 깊은 고요함이 결여되어 있었다. 그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사이훙의 눈으로 볼 때 사부는 고매한 인물이었다. 영감을 불러일으키며 결코 그가 쫓아갈 수 없는 살아 있는 이상형이었다.

빨래를 하기 위해, 사부가 벗어 놓은 옷을 광주리에 말없이 챙겼다. 방에는 이미 온기가 돌고 안개가 걷혀 있었다. 그는 기뻤다. 열이 달아오르는 명상을 끝낸 사부의 갈증을 풀어 주기 위해 샘물이 든 조롱박을 그의 옆에 놓았다. 사이훙은 문으로 가다가 잠시 서서 힐끗 뒤를 돌아보았다. 사부는 가부좌의 자세로 앉아 두 손을 함께 모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조각상 같은 부동자세로 돌아간 것이다. 드디어 산상에 새벽이 밝아 오자, 사이훙은 새벽을 알리는 최초의 빛이 채광창으로 들어와 사부의 얼굴을 환하게 밝히는 것을 보았다.

사이훙은 빨래를 하러 밖으로 나왔다. 아침 수련에 참석하고 난 후 동료 수행자들과 함께 간단한 식사를 했다. 사이훙은 줄곧 사부가 낮게 속삭이던 몇 마디의 말을 곰곰이 되새기고 있었다. 천국과 지옥이 이 지상에 있는 것이라면 보답도 응징도 있을 수 없는 일. 만일 그렇다면 선이나 악도 있을 수 없다. 선과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왜 그는 신을 경배하고 지루한 의식을 올리는 것일까? 사이훙은 부엌으로 걸어가면서 사부에게 더 자세히 여쭈어 봐야겠다고 결심했다.

부엌은 용광로처럼 뜨거웠다. 어린애를 목욕시킬 수 있을 정도로 큰 가마솥이 활활 타오르는 화덕 위에 얹혀 있었다. 젊은 수행자들은 불이 계속 타오르도록 불을 지폈다. 그 동안 다른 이들은 쌀이 끓도록 짓고 있었고 몇몇은 채소를 썰어 소금에 절일 준비를 하기도 했다. 그들은 모두 고참 요리장으로만 알려진 노도사의 지도를 받으면서 일을 했다. 등뼈와 어깨뼈가 하나로 보이는 고집불통의 요리장은 정원에 있는 비석만큼이나 두툼하고 땅딸막했다. 요리장은 단단해 보이는 큰 머리, 통통한 뺨에 까맣고 동그란 눈을 갖고 있었다. 그는 사이훙을 보자 낯선 사람을 본 멧돼지처럼 우거지상을 썼다. 그는 참을성이 부족했다. 도관의 어른들은 그의 불 같은 성질을 잠재우느라 애를 썼다. 그것은 신성모독이며 나쁜 본보기라고 간주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교의 교리로도 어쩔 수 없는 일이 있었다.

", 늦었구나."

고참 요리장이 으르렁거렸다.

"음식이 다 식어버렸잖아. 사부께서 배가 무척 고프시겠다."

"다 못난 놈의 죄입니다."

사이훙은 사죄를 올렸다.

그는 뚜껑이 달린 고리버들 광주리에 딸그락 소리를 내는 접시를 담아 들고 사부의 방으로 내달았다. 지위가 높은 도사는 식당에서 밥을 먹지 않았다. 그들은 제자의 시중을 받았다.

"사부님!"

사이훙은 문 앞에서 사부를 불렀다. 그러나 응답이 없는 침묵뿐. 안으로 들어가니, 사부가 그를 보고 웃고 있었다. 사이훙은 절을 하고 광주리를 내려놓았다. 뚜껑을 덮은 접시들을 꺼내 식탁을 차렸다. 요리는 버섯과 땅콩,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빵과 채소들을 한 번 살짝 튀겨낸 것이었다. 강하고 깨끗하고 상큼한 향기가 접시마다 뭉게구름처럼 피어났다. 음식냄새를 맡은 사이훙은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다. 차를 따르고 접시 위에 젓가락을 올려 놓는 동안 그의 입가에는 군침이 돌았다.

"수련은 잘 되고 있느냐?"

사부가 음식을 들면서 이렇게 물었다. 사이훙은 정신을 차렸다. 사부는 며칠 동안 한마디 말도 하지 않을 때가 많았다. 이론 좋은 기회를 놓칠 수는 없었다.

"자기를 완성시킨다는 게 쉽지 않습니다."

사이훙은 공손히 답했다.

"이런 격언이 있느니라. <성인의 마음은 거울과 같다. 꽉 부여잡지도 않고 그렇다고 거부하지도 않는 마음이다. 받아서는 돌려주는 마음. 성인은 이런 마음가짐으로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고 세상을 끌어안는다.> 이런 마음이야말로 네가 노력을 통해 추구해야 하는 것이니라. 너는 자신을 정화시켜야 한다. 사소한 일에다 마음을 붙잡아 두지 말거라."

"사부님, 선하면서도 악한 것, 옳으면서도 그른 것, 그런 것이 있는지요."

"왜 그걸 묻느냐?"

"사부님은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저희 스스로 하는 것이라 하셨고, 천국과 지옥은 이 지상에 있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외부에서 오는 권위의 힘은 전혀 없다는 뜻입니까? 그렇다면 옳고 그른 것을 규정짓는 것은 누구란 말입니까?"

"너에게 얘기를 하나 들려주겠다. 아름답고 값비싼 옷을 차려입은 여인이 어떤 집에 나타났다. 집주인은 당연히 그 여인을 반겼지. 그는 여인이 내뿜는 천상의 아름다움에 아찔할 정도로 현혹되었다. <실례지만, 누구신가요?> 하고 집주인이 묻자 <나는 행운의 여신입니다. 불행한 아이들에게 행운을 가져다 주고, 환자를 치료하고, 아이를 낳지 못하는 이에게 아이를 주고, 막대한 부를 가져다 주고, 온갖 소망과 탄원을 충족시켜 준답니다.>라고 여신이 말했다. 집주인은 즉시 옷차림을 바로 하고 여신 앞에 머리 숙여 절을 했다. 그리고 몸소 그녀를 집안으로 모셨지. 잠시 뒤에 또 다른 여인이 찾아왔다. 그녀는 허리가 굽었고 다리를 절었다. 얼굴을 말라 비틀어져 보기 흉하게 일그러졌고, 주름살이 겹겹이 잡혀 있었지. 머리카락은 마른 볏단처럼 헝클어져 있었고 악취까지 났다. 주인은 분노하여 왜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오냐고 항의했다. 그러자 여인은 <나는 어둠의 여신이라고 합니다. 내가 가는 곳마다 부자는 파산하고, 관리는 치욕적인 망신을 당하고, 병든 자는 죽고, 힘센 자는 힘을 잃어버리고, 여자들의 통곡 소리가 끊이지 않고, 남정네는 죽음을 애도하는 눈물을 흘린답니다.>라고 얘기했다. 집주인은 곧장 지팡이를 들고 그 여인을 몰아내려고 했지. 그때 행운의 여신이 그를 말렸단다. <내 말을 존중하는 사람들은 어둠의 여신의 말도 역시 존중해야 합니다. 내가 어디를 가든, 어둠의 여신이 따라다니는 것을 피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림자가 몸에 붙어 다니듯이 우리 둘은 불가분의 관계랍니다.> 집주인은 즉시 그 말을 이해했고 두 여신이 함께 머무를까 봐 크게 염려를 했단다. 그래서 집주인은 그들에게 빨리 떠나 달라고 재촉했지. 성인은 이렇게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니라."

사부는 사이훙이 우화를 이해했는지 보려고 그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제자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사부는 젓가락을 집어 들고 조용히 식사를 하였다. 사부는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긴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선과 악은 존재하느니라. 밝은 길과 어두운 길이 있으며, 선인과 악인이 있느니라. 하지만 자연이나 별자리나 동물에게는 악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 주목하여라. 이것들은 도와 맺어져 있으며 독자적인 의지력은 갖고 있지 않다. 그것들은 저항하지 않고 도를 따라간다. 움켜잡거나 저항하지 않는 거울, 사물을 인식함과 동시에 그 인식을 되돌려 보내는 거울이 바로 이렇다.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점에서 인간과 신은 별이나 동물과는 다르다. 인간에겐 지능이 있다. 인간과 신은 합리적이며 계산적인 정신을 소유하고 있으며 자유 의지를 지니고 있느니라. 사람들이 선과 악을 함께 갖고 있는 것은 그들이 교활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선택을 할 수 있는데 만일 선과 악이 둘 다 없다면, 선택할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되는 것이다. 너도 알다시피 음과 양은 우주의 기본이 되는 것이니라. 둘은 서로 배타적이지 않다. 어둠이 존재하기 때문에 밝은 빛이 있는 것이다. 낮이 있으면 그 이전에 밤이 있게 마련이듯 정이 있으면 반드시 사가 있느니라. 이것이 우화 속에 들어 있는 첫 번째 중요한 의미이다. 인류는 음과 양에서 창조되었다. 그러니 우리들은 음과 양의 존재인 것이니라. 반대되는 양극단 사이에 긴장과 상호작용이 없다면, 인간의 내부나 우주에는 움직임이 있을 수도 없느니라. 따라서 완전한 침체를 부를 것이며 피의 흐름은 완전한 정지 상태에 빠져 버릴 것이다. 오로지 불모만이 실재할 뿐이다. 그러니 우리는 상대성을 인정해야 한다. 창조의 기본 과정의 일부로서 선과 악을 받아들여야 한다. 네가 이러한 이치를 완벽하게 이해할 수 있다면 내가 한 가지 다른 것을 얘기해 주마. 네 자신 속에 있는 선과 악을 받아들이거라."

"사부님, 저는 도인입니다.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저 자신을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그리고 선을 얻어 경건한 사람이 되기 위해 힘을 키우고 싶을 뿐입니다."

사부는 그 말을 듣고 냉소적으로 웃었다.

"경건한 사람이라고! 경건함보다 더 역겨운 것도 없느니라."

"이해가 안 됩니다. 어릴 때부터 제가 사부님으로부터 배운 것이 성스럽게 사는 것 아닙니까? 도덕적으로 사는 것에 반대하는 무슨 이유라도 있습니까? 제가 정의를 지키는 영웅이 되어 살려고 염원하는 것이 왜 안 된다는 건가요?"

"도덕과 윤리는 어리석고 생각 없는 자들에게나 필요한 것이니라. 그런 자들은 식별력이 없다. 성인들은 오로지 그런 어리석은 자들을 다스리기 위해 도덕을 창안했다. 도를 이해하는 사람들은 도덕과 윤리 따위를 추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사이훙은 잠시 마음을 가다듬었다. 그는 사부의 말을 선뜻 이해하지 못했다. 분명 도덕과 부도덕을 구별할 수 없다는 말은 아니었다.

"사부님 말씀이 확실히 들어오지 않습니다. 제발 저에게 가르쳐 주십시오. 악을 행하는 것이 선을 행하는 것 만큼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아닐 테지요?"

"나는 단지 도는 식별이 필요치 않다고 말하는 것뿐이다. 경건하고 도덕적인 사람은 행여 잘못을 저지를까 두려워하면 산다. 죄를 범할 때마다 용서해 달라고 신에게 간청하기 위해 사원으로 달려간다. 죄진 것을 생각하면 천벌을 받고 지옥에 떨어지는 모습이 눈에 어른거린다. 그래서 그는 경전을 읽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보시를 베풀고 선을 행하려고 항상 노심초사하며 살아간다. 이 모든 기도와 중얼거림은 다 소용이 없는 것이다. 신들은 아첨하는 자들에겐 조금도 마음이 끌리지 않는다."

"그럼 기도하는 일을 그만둬도 될까요?"

사이훙은 재미있다는 듯이 물었다.

"못된 놈 같으니라구!"

사부가 버럭 고함을 질렀다. 사이훙은 움찔했다.

"너는 수도자다. 기도는 일종의 예의범절이고 수행자로서의 의무이다. 너는 마음속으로 네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실제 의미를 이해하고 있어야만 한다. 중생을 위해 너는 중요한 봉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너 자신으로는 극기와 자기 수양을 위해 수도 생활을 해야 하는 것이니라. 이런 과정을 통해 선을 재차 확인하고 악을 편드는 일은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네 운명은 앞으로 성인이 되도록 예정되어 있다. 지혜를 가진 사람들은 서로 상충되는 요소들을 한 그릇에 담아내는 것을 받아들인다. 따라서 그들이 선을 고수하는 동안에라도 자신들은 어쩔 수 없이 나쁜 일을 저지르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나쁜 일을 할 때도 스스로를 이해한다. 의도적으로 악을 행하면 안 된다. <운명을 실현하기 위해 오늘 나는 내 몫의 악행을 저지르지 않으면 안 된다.> 이런 말은 입에 담지도 말거라. 오히려 행동으로 실천하기 전에 상황을 이해하도록 항상 노력해야만 하느니라. 너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고 나서 실행에 옮겨라. 또한 그것이 사소한 도덕성과 맞든 맞지 않든 너는 반드시 그 일을 해야만 한다. 이것이 성인이 가야 할 길이니라. 집주인은 두 여신을 멀리 쫓아버렸다. 상대성을 이해하고 상반된 것들의 불가분성을 충분히 인식한 것이다. 그는 성인의 길을 택했다. 말하자면 선도 악도 선택하지 않고 초월적인 길을 택한 것이다. 약삭빠른 자는 자신이 동시에 선이요 악이 된다는 가르침을 듣고 그것은 마음대로 해도 좋다는 허가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양극 사이에서 영원히 왔다갔다 하게 된다는 점을 결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너를 예로 들어 보자꾸나. 너는 능히 악마 백 명이 들어앉았다고 할 정도로 장난을 잘 친다. 나는 이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너의 행위를 합리화하기 위해 도교를 이용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마라. 네가 의도적으로 무모한 행위에 뛰어들기 때문에 너는 여전히 이원의 세계에서 달아나지 못하는 것이다. 성인은 이원성을 초월하고자 한다."

사이훙은 당황하여 얼굴이 시뻘개졌다.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는 장난기로 똘똘 뭉쳐 있었다. 사이훙은 화제를 자신에게서 다른 데로 돌려보려고 또 다른 질문을 했다.

"사부님은 선과 악이 인간의 내부에 존재한다고 가르치셨습니다. 그리고 신조차도 이원성의 지배를 받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형이상학적인 선과 악이 있단 말씀입니까? 만일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우리 스스로 하는 것>이라면, 그리고 선과 악이 의지력을 지닌 존재의 내부에만 존재한다면, 선과 악은 형이상학적으로 존재할 수도 없고 또 천벌도 있을 수 없는 것이겠지요. 그러면 둘을 식별하는 더 높은 권위란 있을 수 없겠지요."

"네가 교활한 놈이란 걸 알겠다. 하지만 그런 궤변으로는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다. 내가 설명해 주마. 선과 악은 경극의 주인공이나 악한이 되는 것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선과 악은 운명과 숙명처럼 형이상학적 존재다."

"운명과 숙명이라니. 둘 다 같은 것이 아닌가요?"

사이훙이 놀라서 물었다.

"아니, 같지 않다. 운명은 일생 동안 완수해야 하는 것이니라. 너는 임무를 부여받고 태어난 것이다. 그러니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임무를 확인하고 세세한 것까지 완수하도록 노력해야 한단다. 이 일은 간단한 심부름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라. 그것은 각자가 서서히 결실을 맺게 되는 아주 복잡하고 독특한 수수께끼 같은 과제이다. 더 높은 상태로 다시 태어나거나 아니면 이 모든 윤회의 고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전생의 업보를 뛰어넘는 것, 이 힘겨운 과제를 떠맡은 것이 바로 운명이다. 숙명은 오로지 네가 운명을 성취하지 못하도록 막기 위해 존재하는 적극적인 동인이다. 그것은 너와 투쟁을 벌이고 네가 발전하지 못하게 방해한다. 숙명은 환상을 통해 작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너를 현혹하는 신기루도 다 숙명 탓이다. 숙명은 너를 속이고 웅대한 관념과 자만심으로 너의 마음을 채운다. 숙명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게 저지하는 것을 아주 좋아한다. 나쁜 일을 하거나 속임수를 쓰려는 자신을 의식할 때마다 너는 순간적으로 숙명을 발견할 것이다. 굴복하라. 그러면 숙명이 승리한다. 거부하라. 그러면 숙명이 패배한다. 그러나 숙명은 다시 한번 더 너에게 혼란을 주기 위해 쉬지 않고 기다리면서 그 자리에 있을 것이다. <천국과 지옥이 바로 지상에 있다.>는 의미는 바로 이렇다. 천국에 가게 될지 지옥으로 떨어질지 외양으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네 속을 들여다보거라. 운명을 추구하면 천국이 가까워진다. 그러나 숙명에 굴복하면 지옥으로 미끄러질 것이다. 마지막까지 운명에 충실하면 인간의 존재를 추월할 수 있게 된다. 숙명에 먹히면 미망과 무지의 수렁에 빠져 고통을 받게 된다. 신과 악마가 너와 우주를 관리한다고 순진하게 생각지 말아라. 다시 말하건대 그것은 미신일 뿐이다. 신은 존재하지만 제단 위의 신장상들처럼 생기지는 않았다. 또한 신은 인간들에겐 거의 관심이 없다. 신은 인간의 악취를 참지 못한다. 신에게 의존하지 말고 악마를 두려워해서도 안 된다. 그들에게도 나름대로 문제가 있다. 왜냐하면 신들도 운명과 숙명을 놓고 투쟁을 벌여야 하니까. 이것이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우리 스스로 하는 것>이라는 말의 의미이다.. 선과 악을 운명과 숙명으로 이해한다면, 너의 행위만으로 너는 운명 또는 숙명을 향해 움직인다는 사실을 이해 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어떤 요소를 너의 인생에서 고려할 필요는 없다. 운명의 숙제를 조금이라도 풀고 나면 너는 승리할 수가 있다. 미망속으로 발을 헛딛게 되면 전망은 더욱더 불투명해진다. 너는 앞서 말한 격언을 형이상학적 권위에 반박하기 위해 이용하더구나. 하지만 그와는 정반대다. 네가 나쁜 일을 할 때, 너를 벌할 악마는 없다. 네가 믿지 않는 한 사후의 지옥은 존재하지 않는다. 정신은 네가 마음속에서 그리는 내용을 똑같게 만들 수 있을 정도로 강한 것이다. 그리고 그와 같은 차원 속에 너의 존재 전체를 영구히 옥에 가두어 놓을 수도 있다. 응보는 인과라는 기계적 틀 안에만 존재할 뿐이다. 인과는 존재가 아니다. 정신성도 아니다. 사물도 아니다. 그것은 힘이다. 모든 행동은 인과를 낳는다. 불 위에 물을 얹으면 물이 끓는다. 물이 뛰어오르면 다시 내려와야 한다. 모든 동작에는 동시에 상응하는 반작용이 있게 마련이다. 인과의 끈은 한 인간의 삶 속에서 걷잡을 수 없이 뒤얽혀 촘촘한 거미줄 안에 그를 가둔다. 그런 인간은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다시 태어날지도 모른다. 그러나 같은 끈으로 그물을 만들 수도 있다. 그 그물로 물고기를 낚는다. 선을 낚는다. 이것이 독실한 인간의 인과다. 과거의 선행이 짠 거미줄이 계속 커져서 더 많은 선을 낳는다. 그러나 그는 여전히 다시 태어나야만 한다. 최고의 경지는 선과 악을 초월하고 인과를 모두 지워 버리는 것이다. 그러면 인간은 인생의 수레바퀴를 영영 떠난다. 그래서 신의 응보라는 것이 생겼다. 그것은 옥황상제나 염라대왕이 내린 벌이 아니다. 하늘의 응보는 네 안에서 운명과 숙명과 인과가 벌이는 상호작용이니라. 그것이 전부다."

사이훙은 그 말을 기억에 담고 이해하려고 최선을 다했다.

"너무 애쓰지는 말거라. 너는 아직도 악동이 아니더냐?"

사부가 조용히 말했다.

"이해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

사이훙이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

"됐다, 됐어. 계속 노력하거라."

사부는 큰 소리로 웃었다.

평소의 습관대로 사부는 새 모이만큼의 기장과 음식을 조금 먹었을 뿐이다. 사이훙은 더 드실 것을 권했다.

"나는 속세와 연결된 끈이 끊어지지 않을 정도만 먹으면 된다. 나는 공기를 먹고 나무에서 떨어지는 이슬 몇 방울만 마시고도 살 수 있다.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내 자신을 포기할 준비는 안 되어 있다. 음식을 먹지 않는 현인들의 절반은 이미 신의 경지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나는 고작 신성을 곁눈질 했을 뿐이다. 지상에서의 내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다. 내 육체가 문드러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육체는 절대적으로 완벽한 균형 상태를 유지해야만 한다. 육체가 정신의 매개체 역할을 하려면 최고의 건강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육체를 만족시킬 만큼만 먹는 것이다. 이 음식을 치우고 부엌에서 네 할 일을 끝내려무나."

사이훙은 절을 하고 식탁을 치운 뒤 방에서 물러 나왔다. 모퉁이를 막 돌아서면서 사이훙은 덩그러니 서 있는 도관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격자무늬 창으로 쏟아져 내리는 흰색 불빛을 받아 고리버들 광주리가 반짝였다. 그는 광주리를 내려놓고 그것을 열었다. 접시 뚜껑에 손을 댔다. 청색과 백색이 어우러진 부드러운 자기의 촉감이 손에 느껴졌다. 사이훙은 뚜껑을 열어 소리 안 나게 옆에 놓고 음식을 꺼내 먹었다. 야채 무침과 땅콩을 순식간에 먹어치웠다. 부엌으로 돌아가기 전에 광주리 속에 조금씩 남은 음식을 모조리 게걸스럽게 먹어 버렸다.

"사부께서 흡족해 하셨느냐?"

고참 요리장이 물었다. 보통 요리사들처럼 그도 자기가 만든 음식이 환영받기를 원했다.사이훙은 말없이 빈 접시들을 의기양양하게 보여주었다. 고참 요리장의 환한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번졌다.

"다 드셨구나!"

요리사는 탄성을 질렀다.

"내일은 더 많이 보내드려야겠다. 너무 야위셨어! 배가 고프게 해드려서야 되겠니. 안 되고 말고!"

"그러시지요."

사이훙이 공손하게 말했다.

사이훙은 화산에 서 있는 웅장한 도관의 하나인 삼청전을 향해 가파른 화강암 계단을 경건한 마음으로 올라갔다. 돌이 너무 단단해서 끝없이 행렬이 이어져도 계단 끝을 닳게 하지는 못했다. 계단과 주랑 현관은 불과 한 시간 전에 물로 깨끗이 씻어 내렸기 때문에, 여기저기에 작은 물웅덩이가 있었다. 도관의 정면은 대들보가 천장을 받치고 서 있는 주목의 위세에 눌린 형상이었다. 삼청전의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지붕의 용두머리는 그 높이가 50자나 되었다. 형형색색으로 칠해진 삼청전은 태양 빛을 받아 현란하게 빛났다. 방마다 문 위에 가로 쳐진 상인방의 기하학적 무늬 가운데에는 작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옻칠한 문 위에 있는 거대한 검은 색 현판에는 도관의 이름이 금색 글씨로 멋지게 써져 있었다.

도관의 문들은 육중했고 사이훙이 어른을 무등을 태워 걸어가도 될 만큼 높았다. 문의 격자 무늬에 손이 닿지 않게 조심하면서 문 중앙에 손바닥을 올려 놓았다. 상감으로 아로새겨진 꽃 무늬에서 멀찍이 떨어져 있는 부분이었다. 문을 힘껏 밀어서 활짝 열었다. 찬 공기가 밀려들었다.

솟을 대문은 삼청전 내부의 웅장함과도 조화를 이루었다. 대다수 중국의 성전들처럼 지붕의 마룻대는 현관과 나란히 평행선을 이룬다. 삼청전은 깊숙하다기 보다는 오히려 폭이 넓었다. 밑으로 기울어진 지붕의 선들과 아래로 내려갈수록 길이가 짧아지는 받침 기둥들은 전체적으로 보면 실제보다 훨씬 과장되게 보였다. 도톰하게 높여진 신단과 실물보다 큰 신상들이 함께 어우러져 생긴 환상적인 분위기 때문에 삼청전은 초현실적 공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숨막힐 듯한 건축의 웅대한 규모는 현란한 색깔들과 아주 잘 어울렸다. 대들보는 하나하나 조각이 새겨지고 밖에 있는 대들보보다 훨씬 더 정교하게 채색되어 있었다. 무늬들이 너무 정교해서 한눈에 관찰하기가 벅찰 정도였다. 하지만 이것들은 복잡 미묘한 영상과 만화경으로 본 풍경처럼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세 개의 신단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신단마다 높은 금박의 아치가 둘러쳐져 있고 그 안에 신이 모셔져 있었다.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금줄이 섬세하게 쳐진 칸막이 아치는 손가락 크기 정도의 수천 개의 인물상으로 뒤덮여 있었다. 신들은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그려져 있었다. 법복 아래의 단단한 근육이나 부풀어 오른 가슴을 보면, 그 바로 밑에 살아있는 실체가 숨쉬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얼굴은 살색이었고 눈과 입술은 아주 완벽하게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었다. 삼신의 손은 놓인 모양이 각각 달랐다. 왼쪽의 태상노군은 부채를 들고, 중앙의 원시천존은 우주를 표현하는 천체를, 오른쪽의 옥황상제는 제왕의 권표를 들고 있었다.

세 신들이 입은 옷은 아주 교묘하게도 진짜 주름이 잡힌 옷처럼 조각되어 있었다. 도복과 기도용 무릎 깔개는 아름다운 문양이 그려진 값비싼 비단이었다. 금실로 수놓은 잎사귀는 사람의 시선을 사로잡는 아름다움의 극치였다. 신들이 가부좌상으로 앉아 있는 자리인 왕자는 황제에게 어울릴 만했다. 조각가가 칼로 한 번씩 새길 때마다, 화가의 붓이 한 번 스칠 때마다 바쳐졌을 헌신적인 몸짓이 눈에 선했다. 다른 맥락에서 보더라도 도교의 삼신은 최고 수준의 조각품이라고 할 수 있었다. 전문가라면 단번에 상상력, 생명력 그리고 놀라운 솜씨 뿐만 아니라, 모든 위대한 예술의 구성 요소인 초자연적 형상을 알아 보았을 것이다. 삼신은 존경심과 두려움을 불러 일으키며, 사고와 자기 성찰을 자극하는 신비스러운 능력이 있었다. 그들은 페인트칠을 한 나무를 뛰어넘는 생동감을 지니고 있었다.

예술의 힘은 인간과 하늘 사이의 간격을 메웠다. 사원, 경전, 풍경화는 모두 자연과 하늘의 웅장함 속에서 일을 꾀하는 인간의 위치를 대변했다. 인간의 범주를 초월하는 예술을 창작하면서 예술가들은 하늘에 이르는 거리를 메워보려고 노력했다. 그들은 한눈에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긴 두루마리의 그림을 그렸다. 단 몇 걸음에 올라갈 수 없는 높은 탑을 세웠다. 예술가들의 노력은 모두 인간을 비천한 현실에서 이상적인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리려는 시도였다. 이러한 목적에서 세워진 삼청전은 무수히 많은 인간의 예술적 기교와 헌신이 빚어 낸 무대였다. 간절한 소망을 빌고 신앙 생활을 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장소였다.

사이훙은 높은 제단을 향해 걸어갔다. 제단에는 이미 노랗고 빨간 꽃들이 꽂힌 큰 꽃병, 알이 굵은 과일, 제물용 음식, 향기로운 백단향이 놓여 있었다. 유등에는 벌써 불이 켜져 있었고, 의식에 쓰이는 많은 도구들인 종, 나무 문고리, 징과 옥으로 된 제왕의 홀도 놓여 있었다. 빨간 촛불들은 환한 빛으로 밝혀져 있었다.아직 켜지지 않은 수백 개의 다른 초들이 한쪽에 놓여 있었다.

사이훙은 사부가 도교의 지고한 삼신 앞에서 의식을 행하기 위해 몸을 깨끗이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곧 삼청전은 엄숙한 성인들과 도관의 수백 개의 불만큼 밝게 타오르는 기도의 불꽃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사이훙은 단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꾸며 놓은 사건이 일어나기를 기다리면서 구경하기에 좋은 자리를 찾았다.

높이 25자쯤 되는 마루 위 대들보에 올라가면 삼청전의 구석구석을 전부 구경할 수 있었다. 그런데 대들보로 올라가는 길은 삼신을 안에 모신 금박 아치 위로 올라가는 길 하나뿐이었다. 사이훙은 재빨리 조각물을 손가락으로 잡았다. 발가락으로 더듬거려 다른 틈새를 찾아 아치 위로 올라가서는 장수신, 자비신, 불사신, 용왕, 악마의 머리를 밟고 지나갔다.

희열에 들떠서 몸을 한 바퀴 빙글 돌리니 넓적한 대들보 위였다. 칠도 안 되어 있는 지붕에는 수십 년 동안 쌓인 먼지와 향불 검댕이 더럽게 켜를 이루고 있었다. 깨끗한 청색 도복 위로 짙은 회색 먼지가 묻었다. 손도 더러워졌다. 그러나 사이훙은 개의치 않았다. 흥분이 그의 전신을 휘감았다.

사이훙은 몸을 살짝 움직여 대들보의 중심으로 가서 행렬이 다가오기를 기다렸다. 장엄한 청동 종소리가 산 전체에 메아리가 되어 울려 퍼졌다. 돌 하나, 소나무 한 그루, 심지어 흐르는 시냇물까지 산 속의 모든 자연은 웅장한 종소리에 맞춰 일제히 화답하였다. 오늘은 화산에서 가장 성스러운 날이었다. 이 성스러운 날 아침에는 수업이나 허드렛일 따위는 없었으며 목욕 재게만 하면 되었다.

사이훙은 징소리와 박소리가 부드럽게 울리는 가운데 낮게 깔리는 찬가 합창과 행렬이 다가오는 소리를 들었다. 어린 도사들이 문을 열었다. 정식 도사들이 먼저 입장하였다. 그들은 모두 푸른 도복과 바지를 입고 흰색 대님을 매고 짚신을 신고 있었다. 그런데 오직 모자만은 서로 모양이 달랐다. 둥근 모자를 썼는가 하면 사각모도 있고, 챙이 두 개인 모자를 쓴 도사들도 눈에 띄었다. 이렇게 각기 다른 모자를 쓰는 이유는 도사들의 계급을 나타내기 위해서였다. 화산의 도사들은 엄숙하고도 질서정연하게 줄을 맞춰서 들어왔다. 그들은 보폭까지 똑같았다. 한편 두 손은 수련의 표시로, 성스러운 기를 보존하는 표시로 꼭 모아 합장을 하였다.

지위가 높은 도사들이 입은 도복은 형형색색이었다. 도관의 내부를 장식하고 있는 다양한 빛깔들처럼 색의 가짓수가 많았다. 대사부는 지도자답게 가장 화려한 태상화의를 입고 있었다. 검은색 모자에는 아홉 개의 챙이 달려 있었다. 그것들은 도교 수행자의 서열상 사부가 최고위직임을 상징하는 것이었다. 타원형으로 된 푸른 옥이 모자의 정면에 박혀 있었다. 숱이 많은 수염은 햇빛을 받아 눈이 부실 정도로 흰색을 띄고 있었으며, 가슴 아래로 강물처럼 굽이쳐 흘러내렸다. 사부의 도복은 자주색과 붉은 색, 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그 밖에 학, 박쥐, 만 가지 변화 중의 하나인 장수라는 단어, 주역의 팔괘 등이 다른 색실로 수놓아져 있었다.

대사부는 우아하게 여덟치 높이의 문지방을 넘어 발을 내디뎠다. 길게 질질 끌리는 소매와 넓은 옷자락을 모양이 튀지 않게 살짝 집고 끌어 올린 다음 삼신에게 다가갔다. 사부는 한 번도 문지방이나 깨진 바닥에 시선을 주지 않았다. 마음과 영혼을 다해 철저히 집중하여 신앙의 대상에만 열중했다. 사이훙은 사부의 눈이 조금도 깜박이지 않은 채 분명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었다. 대사부는 종교의 무아지경에 빠져 반쯤 미소를 띤 채 황홀경 속에서 가볍게 미끄러지듯 그렇게 걷고 있었다.

촛불이 모두 환하게 켜졌다. 어두웠던 삼청전 내부는 수백 개의 가느다란 황금색 불꽃이 어우러져 붉은 색으로 빛났다. 중앙의 신단에서 타오르는 향 연기는 뭉게뭉게 휘돌아서 구름처럼 올라갔다. 사부는 세 개의 긴 향에 불을 켜고 세 개의 신단을 차례로 돌며 앞에 납작 엎드린 후 산 전체를 대표해서 향불을 하나씩 공양했다.

사부의 뒤에서는 도사들이 낮게 부르는 찬가 소리가 계속 이어졌다. 긴 찬가 소리는 물줄기처럼 흘러 향 연기와 뒤섞였다. 정녕 그것이 하늘을 향해 올라가기를, 그리하여 하늘과 땅이 이어지기를 도사들은 간절히 빌었다.

대사부는 중앙의 신단으로 다시 돌아가 경전을 펼쳤다. 도교의 신은 각각 경전을 하나씩 갖고 있는데, 도인들은 나무 위에 칠을 입힌 신들이 자신들의 독경으로 깨어날 수 있다고 굳게 믿었다. 독경을 하는 사람들이 진지하면 진지할수록, 그리고 제물이 향긋하면 향긋할수록, 장소가 깨끗하면 깨끗할수록 신들을 감동시켜 더 잘 설복시킬 수 있다고 믿었다.

대사부의 비음 섞인 음성은 흡사 당적소리처럼 들렸다. 처음에는 갈대 피리 소리처럼 들리다가 점차 깊고 섬세한 공명음으로 변하였다. 그 모습은 연주의 한 장면 같았다. 징과 박은 경전이 봉독되는 동안 절정에 맞추어 일정한 박자로 연주되었다. 사부의 목소리가 커져가면서, 향불은 맹렬한 기세로 타올라 길이가 반으로 줄었다. 의식의 신성함은 갑자기 터진 무시무시한 소리 때문에 끊어져 버렸다.

아주 끔찍스러운 소리가 들리는 통에 도사들은 그만 집중력을 잃고 말았다. 신들과 대면하는 그들의 관심을 빼앗아갈 만큼 위력을 가진 소리는 아니었지만, 무심결에 그들은 돌아서고 말았다. 나무문 하나가 차가운 마룻바닥에 쿵 하고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바닥의 틈새에서 먼지 구름이 풀풀 일어났다. 바닥에 떨어진 문은 번개가 갈라지듯 세로로 쪼개져 버렸다. 문 입구에는 세 남자가 서 있었다.

남향의 문들을 통해 들어온 빛에 눈이 부셨다. 도사들은 어둠과 연기로 눈을 제대로 뜰 수조차 없었다. 시야가 흐렸다. 보초를 서던 도사들이 돌풍 같은 기세로 뛰어든 반면, 다른 도사들은 공포에 질려 신단 쪽으로 몸을 움츠리고 피했다. 지금 도관에 쳐들어온 세 남자는 무사임이 분명했다. 그들은 결투 동작을 취했다. 소매 사이로 무사들의 근육이 툭 불거졌다. 그들은 사악한 눈을 번득이며 무방비 상태의 도사들을 노려보았다. 그들의 변발이 살아 있는 뱀처럼 꿈틀거렸다. 무사들의 변발은 무너진 지 이미 오래된 청 왕조에 충성한다는 상징이지만, 그들은 지배 계급의 표시로 땋아 늘인 것이었다. 세 남자는 신단 앞에 우뚝 서더니 목에다 끈을 감았다. 싸우기 위해 왔다는 신호였다.

"누가 대사부냐?"

키가 제일 큰 자가 청천벽력같이 큰소리를 질렀다.

"바로 나요."

대사부가 점잖게 말했다. 대사부는 앞으로 나가 공손하게 절을 했다.

"우리가 훌륭한 수호신들의 기분이라도 언짢게 해드렸습니까?"

"빌어먹을 놈 같으니! 네놈이 이것을 우리에게 보내지 않았더냐?"

한 무사가 짙은 자줏빛 얇은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까만 글씨체가 반투명한 종이 위에 드러났다.

"내가 읽어주마. <너희 셋은 스스로를 감히 하늘, , 인간이라고 불렀다. 이 거만하기 짝이 없는 칭호를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다. 세속의 풍진 속에서 떠돌기를 수년, 나는 이보다 더 불쌍한 인간들은 본적이 없었다. 어린애들과 고작 말다툼이나 하는 정도 가지고 스스로 무술가라고 칭하는 후안무치한 자들이여, 고소를 금할 길이 없구나. 너희들이 조금이라도 진정한 용기를 가지고 있다면, 내가 아래에 지정한 시간과 장소에서 도전을 받아라. 세상에서 제거하는 것만이 너희 같은 더러운 존재를 깨끗이 치울 수 있으리니.......>"

"나는 결코 그 편지를 쓰지 않았다는 것을 장담할 수 있소이다."

대사부가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비천하고 불쌍한 수행자이외다. 여러분 같은 영웅들과 감히 겨룰만한 사람이 못 됩니다. 뭔가 크게 오해하셨소."

"닥쳐라! 이것은 너의 서명과 봉인이 아니더냐?"

사부는 마룻바닥에 던져진 편지를 내려다보았다. 사이훙은 사부가 충격받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노인의 눈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동그래졌다. 입을 크게 벌린 채 다물 줄을 몰랐다. 서명은 그의 것이었다. 봉인도 진짜였다.

<하늘>이라는 키 큰 남자는 사부가 깜짝 놀라는 모습을 보고 죄를 인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공격 자세를 방어 자세로 바꾸었다. 사부는 말이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사부의 얼굴이 갑자기 험악해지더니,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심지어 그의 도복조차 기로 부풀어 올랐다. 짙은 청색 웃옷과 바지를 입은 <하늘>은 표범처럼 날쌔게 몸을 놀려 금강세를 취했다. 그렇다면 그는 주먹과 발을 쓰지 않고 단지 손바닥만 이용해 싸울 것이다. 그의 어두운 얼굴에는 깊게 주름이 패어 있고 다소 일그러져 있었다. 코는 젊은 시절에 부러진 듯 비뚤어져 있었다.

"오늘이 너의 장례식인 줄이나 알아라, 이 영감아."

그가 으르렁거렸다.

"생과 사는 신이 예정하시는 것이외다. 내가 죽을 운명이라면 나는 기꺼이 신 앞에서 죽겠소이다. 그러나 그대가 나를 염라대왕에게 보내지는 못할 것이외다."

대사부는 사나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항복을 해라. 무방비 상태의 영감을 죽였다고 소문이 나는 것은 싫으니까."

"그대는 왜 존재도 없는 명예에 집착하시오? 원커든 언제든지 공격하시오. 내가 그대를 이기기 위해 세 번 이상 움직이면, 나는 스스로 명예를 지키지 못한 것으로 생각할 것이오."

"그럼, 죽어라!"

<하늘>이 낮게 함성을 지르며 돌진해 왔다. 그러나 수백 차례의 시합에서 승리했던 대사부는 단 한 차례 손을 들었을 뿐이었다. 그자는 의식을 잃고 쓰러져 버렸다. 사이훙은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마침내 킬킬거리고 웃기 시작했다. 대사부는 얼굴을 들었다. 싸움을 하느라 굳어 있던 그의 얼굴이 분노로 붉어졌다. 하지만 사부가 입을 떼기도 전에 <>이라는 자가 그를 공격해 왔다.

<>은 뚱뚱하고 얼굴에 마마 자국이 있는 상스러운 인간이었다. 소림권을 이용한 그의 동작은 서툴고 단순했다. 그러나 힘에 체중을 실으면 언제든지 기술이 되기에는 충분했다. 체중이 보통 사람 보다 훨씬 더 나가는 그는 웅크리고 숨어 있는 복병이나 다름없었다.

그는 사정없이 대사부에게 달려들었다. 가냘픈 체격의 사부는 살짝 비켜섰다. 그가 다시 덤볐다. 대사부의 얼굴에는 후회의 빛이 잠깐 스쳐갔다. 백정 앞에 돼지 한 마리가 놓였다고나 할까. 하지만 무사의 법도상 싸움을 완전히 끝내야만 했다. 사부는 홱 몸을 피하더니 앞으로 나아갔다. 펄럭펄럭 나부끼는 옷소매가 태풍 속에서 윙윙 소리를 내는 깃발처럼 휘날렸다. 사부는 손바닥을 날카롭게 세워서 상대의 신장을 찌르고 한쪽 발로 그의 무릎을 탈구시켜 버렸다.

<인간>이라는 자는 철사줄 같이 야위고 뻣뻣하게 생겼다. 네모진 얼굴 오른쪽에 보기 흉한 상처가 그어져 있었다. 인사를 하는 것을 봐서는 무당권을 쓸 것으로 보였다. 이번에도 대사부는 적이 먼저 공격하도록 기회를 주었다. 공격자는 양동 작전을 펴 한가운데를 찌르는 듯하다가 잽싸게 눈을 찔렀다. 대사부는 커다란 옷소매에서 미끄러지듯 슬쩍 손을 내밀더니 손목을 잡고 비틀어서 바닥에 <인간>을 내 꽂아 버렸다. 한 차례 발을 날려 걷어차니 그는 완전히 의식을 잃어버렸다.

대사부는 뒤로 물러나 에워싼 사람들에게 세 사람을 들어서 밖으로 내가도록 명령을 내렸다. 그리고 그들을 회생시키고 빠진 뼈를 맞춰 주도록 의원 일을 맡아 보는 도사들을 보냈다. 대사부는 단지 그들을 얼마 동안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 놓았을 뿐이다. 사부는 그들이 속아서 공격을 벌였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짐승 같은 놈! 썩 이리 내려오지 못할까!"

사부는 사이훙을 보고 버럭 고함을 쳤다. 사이훙은 조용히 기둥을 타고 내려왔다.

"네 방에 가서 부를 때까지 기다려라."

그로부터 3시간이 지나서야 두 시자가 사이훙을 대사부의 방으로 호송하여 데려갔다. 대사부는 아직 태상화의를 입은 채였다. 그는 천천히 책상을 돌아오더니 사이훙을 마주 보았다. 사이훙은 순간 사부의 몸에 급속한 가속도가 붙는 것을 감지했다. 사부가 그의 뺨을 세차게 갈겼다.

"무릎을 꿇어라!"

대사부가 명령했다.

"이 나쁜 놈아!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누구든 이런 불경스런 짓을 꿈도 못 꿀 것이다. 네놈이 웃는 소리를 듣는 순간 내 이름을 사칭해서 나를 함정에 빠뜨린 놈이 너라는 것을 알았다. 늘 장난칠 궁리만 하는 네놈만이 그런 음모를 꾸밀 수 있을 것이다."

사이훙은 침묵했다. 감히 대답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이 모든 일을 흥분에 들떠 한껏 즐기고 있었다.

"너는 큰 실수를 저질렀다. 너는 스스로 웃음거리가 되고, 나의 명예를 더럽히고, 신에게 봉헌하는 신당의 신성함을 모독했다. 네 죄는 실로 엄청나다."

"하지만 그들은 그렇게 당해도 싼 자들입니다."

사이훙은 능글능글 웃었다.

"도교의 삼신 앞에서 패주는 것 이상으로 그들에게 수모를 줄 수 있는 더 좋은 방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결국 도교의 삼신은 그런 놈들보다는 훨씬 높은 위치에 있으니까요."

"또 함부로 입을 놀리는 것을 보니 네 죄를 모르고 있구나! 너는 벌을 받게 될 것이다. 그보다 먼저 어떻게 이런 부끄러운 사건을 꾸몄는지 그 동기를 내게 밝혀라."

사이훙은 자세히 설명했다.

"제가 그들의 도장을 지나가다가 시주를 부탁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매몰차게 거절했습니다. 직접 그들에게 도전하러 갔으나. 제힘으로는 그들을 당할 수 없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래서 돌아와서 편지를 보냈습니다. 높은 칭호를 갖고 있으면서 거만한 자들은 누구나 한 두 단계 강등을 당해야만 합니다."

이 말을 듣고 대사부는 사이훙을 크게 꾸짖었다.

"네가 틀렸다. 부끄러워할 사람은 바로 너다. 사이훙을 데려가거라."

두 시자는 멀리 있는 지하 동굴로 사이훙을 데려갔다. 공기는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차고 습했다. 친절하게도 그들은 솜을 누빈 옷을 가져다주었다. 세 사람은 모두 말이 없었다. 두 시자는 너무도 엄숙했고 사이훙은 여전히 기쁨을 되새기고 있었다. 그들은 물이 가득 찬 방으로 갔다. 종유석과 석순이 만나서 생긴 이 동굴은 수 세기 전에 파괴되었다. 그 결과 직경이 다섯 자쯤 되는 둥근 고원 위로 뾰쪽하게 튀어나온 장소가 생겼다. 지하의 호수 중심부에는 평평한 바위가 솟아 나와 있었다. 수면 위로 열 자쯤 되는 높이였다. 육중한 널빤지가 그들이 서 있는 고원에서 그 바위까지 뻗어 있었다. 시자들은 사이훙의 손에 옷과 물이 든 조롱박을 쥐어 주고 건너가라고 지시했다. 사이훙이 건너가 앉자 그들은 널빤지를 치워 버렸다.

사이훙은 그들이 돌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들이 손에 든 횃불이 어둠 속에서 희미해져 갔다. 사이훙에게 내려진 판결은 지은 죄를 각성하며 49일 동안 명상에 잠겨 앉아 있는 것이었다. 그동안 그는 묽은 죽과 물만 먹게 될 것이다. 사이훙은 눈을 감았다. 너무 추워서 몸이 덜덜 떨리고 기침이 나왔다. 물이 좔좔 흐르는 소리에 신경이 계속 거슬렸다. 위에서 박쥐가 날개를 찍찍 끌고 다니는 소리가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사이훙은 동굴 생활이 고통스러울 것임을 알고 있었지만 그날 벌어진 사건을 생각할 때마다 웃음이 쿡쿡 터져 나왔다. 장난의 결과가 너무 통쾌했기 때문에 반성하기가 쉽지 않았다.

머리 위 높은 곳에 있는 뾰족뾰족 들어간 구멍들에서 희미한 불빛이 나왔다. 그 빛은 수면 위로 창백하게 쏟아졌다. 삐죽이 나온 암석층의 그림자와 무지갯빛의 괴상한 광석의 그림자가 살짝 수면에 비칠 뿐이었다. 검은색 물이 깊은 곳으로 천천히 흘러갔다.

사이훙은 비참한 기분이 되었다. 도망갈 출구를 찾았지만, 도피처라곤 옛날의 기억밖에 없었다. 물 속을 들여다보고 있노라니, 어린 시절 뛰놀던 소나무 수풀에 있는 반짝반짝 빛나던 푸른 호수가 생각났다. 소년 시절에 수영을 어떻게 배웠던가도 생각났다. 셋째 삼촌은 그가 물에 뜰 수 있도록 굉장히 큰 조롱박 두 개를 그의 몸에 묶어 주었다. 그때의 경험은 어린 시절 가장 행복했던 추억의 하나였다.

고통스러운 기억도 물론 있었다. 일곱 살에 가정 수업을 보충할 목적으로 마을의 학교에 보내졌을 때 그는 매일 같이 얻어맞았다. 반격도 해봤지만, 공격자들이 마법을 부리듯 기습을 해와 도저히 그들을 이겨 낼 수 없었다. 창피해서 남에게 말도 못 하고 고통을 참았다. 그런데 수영을 하다 셋째 삼촌은 사이훙이 온통 퍼렇게 멍이 든 것을 보았다.

"싸워 봤지만, 그놈들은 손과 발로 이상한 동작을 하며 싸우기 때문에 내가 지고 말아요."

사이훙은 애처롭게 말했다.

"이 어리석은 녀석아, 그놈들은 권법을 이용하는 거야."

셋째 삼촌은 그를 책망했다.

"그게 뭔데요?"

사이훙이 물었다. 그제야 비로소 그는 무술뿐만 아니라 중요한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그의 가족은 무사 계급이며 청 왕조의 만주족 후예이고 전쟁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은 관공의 후손이라는 것이었다. 그때까지 사이훙은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모든 무술과 병기류는 가족의 어린 구성원에까지도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있었다.

무술을 배우기 시작하면서 사이훙은 자신이 가문의 깊은 갈등 속에 빠져든 것을 알았다. 음악 교사를 하던 어머니는 장군인 남편의 직업을 잘 모르는 어린 사이훙을 학자로 키우려고 마음 먹고 있었다. 어머니는 무술은 무엇이든 금했다. 그러나 셋째 삼촌으로부터 그가 물려 받은 유산에 알게 되면서 사정을 바뀌었다.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그에게 무사 교육을 시키는 데 열심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이훙은 전사는 대포와 군대를 다루는 현대적 군인과 19세기의 할아버지처럼 되는 무사, 두 종류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아버지의 폭력보다 할아버지와 같은 전통적인 영웅이 되는 길이 더 마음에 들었다. 할아버지는 신사이며 시인, 서예가, 음악가였다. 반면에 아버지는 술에 만취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폭군이었다. 양친과 멀어지면서 사이훙은 할아버지와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가 무사 정신에 눈을 뜨게 되자 어머니는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아버지는 아들이 군국주의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못마땅했다. 부모님은 사이훙이 하인들이나 가족들에게 장난치는 것이나 좋아한다고 매우 언짢아했다.

사이훙은 장난을 즐겼다. 부엌에서 음식을 훔치기도 하고, 벽돌로 사람을 치기도 했다. 크게 구경거리가 됐던 사건도 하나 일으켰는데 먹으면 방귀를 뀌게 하는 가루를 입수했던 것이다. 그는 이 무기를 써서 재산 문제로 그에게 항상 잔소리를 해대던 삼촌 한 분에게 복수를 했다.대저택에 왕자님이 오시는 날, 사이훙은 아저씨의 차에 그 가루를 탔다. 이 불쌍한 삼촌은 그만 참지 못하고 방귀를 뀌어 톡톡히 망신을 당했다. 사이훙은 이 광경을 아무런 내색 없이 바라보았다. 그러나 속으로는 쾌재를 불렀다.

장난치는 것이야말로 사이훙의 최대 기쁨이었다. 친척들이 그의 희생물이었는데 그들은 그때마다 그에게 벌을 주면서 장난질은 그만하고 개과천선하라며 혼쭐내곤 했다. 거의 매일 벌어지는 못된 행동을 보고도 직접 나무라신 적이 없던 할아버지까지 젊은 신사로서의 의무와 역할에 대해 몇 번이고 타이르셨다.

그런데 갑자기 그 역할의 문제가 복잡해졌다. 어느 날 셋째 삼촌이 잉어가 수놓아진 긴 비단옷을 그에게 입히고, 굽이 높은 신발, 공작의 깃털이 꽂힌 이상한 모자와 구슬을 꿴 줄을 가져오셨다. 그는 그때 자신이 귀족의 옷을 입었다는 사실을 잘 몰랐고 또한 하인들이 그를 보고서 왜 부들부들 떨며 엎드리는지 그 이유를 몰랐다. 젊은이고 늙은이고 할 것없이 무릎을 꿇고 그의 신발을 만졌다.

"왜들 이러죠?"

사이훙이 삼촌에게 물었다.

"그냥 내버려둬라."

삼촌은 신경쓸 것 없다는 듯이 대답해 주었다.

셋째 삼촌은 그를 데리고 유배 중인 푸이황제를 알현했다. 1927년 이었다. 청 왕조는 1911년에 몰락했다. 그러나 사이훙의 가족들은 여전히 자녀들을 황제에게 인사를 시켰다. 귀족들은 모두 왕정복고를 소망하면서 전통을 고수하고 있었다. 삼촌은 사이훙도 전통을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가족들로부터 가해지는 압박감을 느끼면서 사이훙은 가문의 위대한 유산에 대해 더 잘 알게 되었다. 그들은 사이훙이 무사든 장군이든 귀족이든 수양을 쌓고 높은 교육을 받아 훌륭한 젊은이가 되기를 원했다. 그가 총명하다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성숙의 표시는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다. 사이훙 자신은 할아버지를 좋아하고 그분의 모범적 품행을 본받아야 한다는 것을 인정했지만, 다른 가족들이 그를 통제하려고 하면 피해 버렸다. 아홉 살이 되었을 때 그의 장난이 너무 짓궂어지자 부모는 의절까지 할 각오를 하였다. 그때 중대 조치를 취하신 분은 할아버지였다.

할아버지는 사이훙을 데리고 타이 산으로 순례 여행을 갔다. 거기서 그는 대사부를 처음 만났다. 사이훙은 그 만남이 특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주변의 분위기는 신비스러울 정도로 적막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화가 가득했다. 할아버지는 두 사람 사이에 생긴 친화감을 느꼈기 때문에 사이훙이 사부의 최연소 학생이 될 수 있게끔 주선해 주셨다. 그것은 가문의 압력으로부터 아홉 살 난 손자를 구하려는 할아버지의 배려였다. 사이훙은 가끔 집에 다녀가긴 했지만 대부분을 도관에서 생활했다. 사부와 두 사형이 그를 키웠다. 사이훙에게 사부의 존재는 제2의 아버지와 다름없었다. 사형들과 대사부의 제자들은 사이훙보다 최소한 12년 위였는데 마치 친형들 같았다. 장난꾸러기 짓은 여전했지만 한 가족이라는 안전한 방패가 있음을 깨달은 것은 화산에 있을 때뿐이었다.

도관의 생활은 단조로왔다. 그래서 사이훙은 마음이 초조해지면 옛날 버릇이 다시 살아나곤 했다. 때때로 그저 재미 삼아 장난을 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멸시를 받았다고 느낄 때 나오는 반응이었다. 그보다 더 많이 성취했다고 주장하는 도사들의 음식에 방귀뀌는 가루를 듬뿍 넣고, 박쥐 신선에게는 약초를 써서 잠이 들게 하고, 개구리 신선은 끈적끈적한 아교로 돌에 꼼짝못하게 붙여 놓고 막대기로 두들겨 팼다. 사부는 사이훙이 못된 짓을 할 때마다 벌을 주었다. 하지만 그것마저 사이훙에게는 오락의 일부였다. 그의 가족과는 달리, 사부는 나중에 항상 그를 용서해 주고 스스럼없이 대하며 사이훙을 훈련시켰기 때문이다.

그 결과 사이훙은 점점 아름다운 꽃을 피워 나갔다. 무술뿐만 아니라, 학문과 정신적 기량도 어느 경지에 도달하게 된 것이다. 3년 동안 동굴 속에 갇혀 지내면서 극도의 금욕 생활을 실천했다. 그리고 1년 동안은 신탁을 받았다. 그는 약초만을 먹었고 몸무게는 40킬로밖에 안 되게 줄었다. 사형들이 그를 들어서 옮겨 가야만 했다.

이 모든 과정은 사이훙을 신의 영매자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 그 의식을 수행 했을 때 그의 영혼은 육체를 떠나서 신들과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신에게 자신을 열어 놓는 데 최소한의 육체적 힘밖에 들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상했다. 수 차례에 걸쳐 영혼이 사이훙 안으로 들어와 얘기를 했지만, 직접 영혼의 음성을 들을 수는 없었다. 완전히 영혼에 사로잡혀 있는 동안에 자신의 의식은 온데 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몸이 극도로 허약해져 신과 영적인 교섭을 하던 사이훙은 1937년 일본이 중국을 침략하자 또 다른 극한 상황으로 떨어졌다. 사이훙은 애국심 때문에 산에서 내려와 싸우고 살인을 했다. 하지만 2년 후 그의 애국심은 목적의식을 잃고 말았다. 전쟁은 양쪽을 모두 패배시켰다. 사이훙에게는 처절한 고통을 수반했던 잔혹 행위가 마치 애들 장난같이 어리석게 보였다. 또 그는 정치가 허망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중일 전쟁은 그의 가문을 송두리째 삼켜 버렸다. 가족들 중 몇몇은 생명을 잃었다. 한때 떵떵거리던 관가보와 토지는 폐허로 변했다. 사이훙은 화산의 공동체로 돌아와 칩거하면서 온갖 풍상을 겪고 난 후 느낀 환멸을 달래느라 몇 년 동안 애를 써야 했다.

명상과 차가운 정적 그리고 향 연기 그윽한 사당이 자아내는 평화스러움에 힘입어 마음의 상처는 얼마간 치유되었다. 영혼의 훈련을 통하여, 사이훙은 다른 퇴역병들보다 빠른 속도로 전쟁의 상흔을 지워 갈 수 있었다. 심약한 민족주의가 강대한 허무주의와의 전쟁에서 전투를 벌이면 어떻게 되는지 결코 잊혀지지 않았다. 활기차게 살 수 있도록 그에게 마법의 힘을 주었던 남성다운 호전성을 잃어버린 적은 없었다. 가문의 요구와 잔혹한 전쟁 때문에 더렵혀졌던 사이훙은 도교의 전통을 실천하며 더욱 결의를 다짐으로써 깨달음의 본질을 찾아 구도의 길을 걸었다.

도관에는 선각자들의 해답이 보존되어 있었다. 사이훙에게 고대의 지혜는 고고학의 영역이 아니었다. 그것은 빛과 영감을 주는 보물이었다. 고대의 미술품에서 그는 편안함을 느꼈다. 안정과 생존의 힘이 느껴졌다. 하늘에 닿을 듯 절벽 위에 높이 지어진 낡은 건물들을 보면 영혼 속에서 고대의 음향이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고대 문명의 흘러간 영광을 반추할 수도 있고, 생명체들이 사라져 간 흔적들을 묵상하고, 초자연적인 노력의 영원함을 곰곰이 생각할 수 있었다. 도교는 영생 불사를 논하는 종교이다. 그러나 사이훙은 장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갈등과 부패와 덧없음을 초월할 수 있는 영생의 시학을 발견하기 위하여 도교 연구에 몰두해 왔다.

그러나 죄의 대가로 당분간은 동굴에 갇혀 지내야 할 신세였다. 자신의 잘못으로 인해 동굴 속에 떨어지게 됐을 뿐 아니라, 목표 달성에도 차질이 생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기간을 정식으로 단식과 명상의 시간이 되게 하려던 사이훙의 첫 시도는 절반 정도의 시간을 헛되게 흘려보냈다. 이제 그는 허영을 부릴 처지가 아니었다. 몹시 춥고 배가 고팠다. 생각은 꼬일 대로 꼬였다. 사이훙은 대부분의 시간을 잠으로 때웠다. 깨어 있어도 얼마나 시간이 흘러갔는지도 몰랐다. 딱딱한 바위 위에서도 얼마든지 잠들 수 있었고, 뺨에 먼지를 가득 뒤집어 쓰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이 사실에 묘하게도 흥미가 동했다.

49일 후, 그의 의식은 꽁꽁 얼어붙은 극한 속에서 마비되어 무감각해졌다. 사이훙은 그 작은 세계의 바닥에 나무 널빤지가 걸쳐지는 것을 어렴풋이 보았다. 소복한 먼지가 그의 앞으로 밀려왔다. 널빤지에서 찍찍 긁히는 소리가 났다. 신경이 거슬렸다. 위를 올려다 보았다. 두 눈의 초점을 한 곳에 모으기가 힘들었다. 불꽃이 번쩍번쩍 빛났다. 발걸음 소리도 들렸다. 사이훙의 손을 꽉 붙잡는 것이 있었다. 비트는 힘이 너무 강해서 손이 아팠다. 사이훙이 한때 그 위력을 과시했던 근육은 너무나도 나약해져 있었다.

사이훙은 기침을 했다. 목구멍이 탈 정도로 침이 말라붙어 있었다. 매운 연기 냄새에 더욱 세차게 기침이 나왔다. 널빤지가 휘청대자 마음이 쏠렸다. 지하에서 흐르는 검푸른 물은 밤하늘이 녹아 흘러내리는 것처럼 보였다. 물이 반짝 거렸다. 수면에 반사된 횃불은 저물어가는 태양 같았다.

가스가 다 빠진 듯 꺼져 가는 불꽃은 강물을 이루고 그 강물 속에 다시 가스와 불꽃이 녹아 잇는 것처럼 보였다. 소멸돼 가는 별들에게서는 신음소리와 흐느끼는 소리가 들려 왔다. 사이훙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소리는 나무 널빤지가 삐걱거리는 소리였다. 그는 불안정했다. 근육이 말을 잘 듣지 않아 동작이 아주 불안했다. 부신 호르몬이 오래전부터 분비되지 않은 것이다.

마침내 사이훙은 두 사형의 얼굴을 알아보았다. 그는 가까스로 웃었다. 그가 비틀거리며 밖으로 나가는 동안 사형들은 친절하게도 부축을 해주었다. 추운 새벽이었다. 그러나 잘게 이는 바람도 지하의 공기보다는 따뜻했다. 누군가와 얘기를 하고 싶어 입을 열었지만, 바보처럼 턱이 어긋나고 말았다. 사형들은 그저 잠자코 있으라고 그에게 일렀다. 사이훙을 간호해서 건강을 회복시키기 위해 그들의 방으로 데려갔다.

더러운 머리카락은 시든 풀뿌리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얼굴은 먼지가 뒤덮여 회색빛이었다. 수염은 엉망으로 엉켜 있었다. 그는 굴속에서 나온 장난꾸러기 같은 꼴을 하고 있었다. 사이훙은 비참했다. 탈진상태에 놓인 한 마리 짐승이었다. 고집 세고, 반항적이고, 자신만만하던 그를 이 꼴이 되게 한 장난질이 아직도 뉘우쳐지지 않는 것이 그를 괴롭게 했다.

사이훙은 화산 주변에 깔린 자연의 아름다움을 다시 보았다. 높이 솟은 산의 전경들과 구름 한 점 없이 맑은 창공이 펼쳐져 있었다. 거대한 삼각대 모양의 화산이 주는 영감으로 생긴 전설들은 이 산들이야말로 푸른 하늘을 떠받치는 버팀목이라고 전해왔다. 사이훙은 맑은 공기를 들이마시고 쓰디쓴 강장제를 씹으면서 웅장한 자연 속에 묻혀 곧 정상 생활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스스로 위로했다.

 

 

2. 두 나비

화산은 중국에 있는 모든 시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산들 중에서도 으뜸가는 산이었다. 하지만 강한 생물이 아니면 그 어떤 것도 살아갈 수 없는 산이었다. 강한 바람에 시달린 소나무들은 마구 비틀어져 혹이 붙은 모양이었다. 세차게 휘몰아치는 바람은 잔가지를 부러뜨렸고 솔잎을 쳐냈다. 그나마 남아있는 가지들은 약해진 바람을 맞으며 파도처럼 넘실거리고 있었다. 비는 예리한 날을 세우고 화강암을 쪼아 점점 더 깊게 홈을 파나갔다. 마침내 바위는 닳고 닳아 흰색이 되었고 돌의 결이 햇빛에 환히 드러났다.

화창한 날이면 햇빛은 뜨겁게 작렬하였다. 어떤 생물들은 이 빛을 자양분으로 잘 자라나기도 했지만, 강한 빛에 무자비하게 화상을 입는 약한 것들도 있었다. 그러나 거친 풍토 때문에 산은 청결하고 완벽하리 만치 준엄하였다. 그래서 산의 갈라진 틈새에서 겨우겨우 연명하며 비참하게 살아가는 수도자들에겐 안성맞춤인 장소였다.

산세가 험하고 척박하여 고생밖에 할 것이 없는 화산에서 도교의 금욕주의는 싹텄다. 불모 속에서도 도교는 무성하게 뻗어 나갔다. 역설적인 현상이었다. 아무리 훌륭한 인간의 업적이라도, 아무리 보편적인 지혜일지라도 이런 악조건 속에서라면 지탱할 수 없으며 위대해질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도교는 이런 환경 속에서 거침없이 자랐다.

화산, 이 장엄한 산은 중국의 5대 성산의 서쪽 봉우리였다. 중국 고대의 두 도시, 뤄양과 시안을 잇는 높다란 산맥의 한 부분에 속했다, 다섯 개의 큰 화강암 봉우리가 원형을 이루고 있어서 단 하나밖에 없는 험난한 오솔길로만 다닐 수 있었다. , 폭포수, 삼림, 동굴 그리고 특히 눈에 두드러지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들, 이것들은 화산을 이 세상이 아닌 별천지로 만들어 놓았다.

도인들은 각 봉우리마다 학당, 수도원과 제사를 올리는 신당을 세웠다. 건물들은 모두 산에서 구할 수 있는 나무, , 진흙이나 7천 자에 달하는 산비탈 위로 사람이 힘들여 운반한 재료들을 써서 손으로 직접 만들었다. 삼청전 같은 몇몇 건물을 빼고 대부분의 건물은 멀리서 보면 흙 빛깔과 분간할 수 없게 위장 되어 있고, 작은 언덕들과 소나무들 뒤에 숨어 초라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실내는 덕지덕지 낡은 바닥과 엷게 회반죽이 칠해진 벽, 비바람과 뜨거운 열기에 의해 파손된 나무창틀로 꾸며져 있었고, 가구는 보통 커다란 나무 하나뿐이었다. 석탄 난로와 조그만 난로가 내장되어 난방이 되는 딱딱한 벽돌 침상이 고작이었다.

도인들은 온실과 손바닥만한 밭뙈기를 일구어 자신들이 먹을 채소들을 직접 재배하였지만 나머지는 이웃 사람들에게서 샀다. 하지만 5백 명이 사는 화산 공동체의 전 식구를 먹여 살리는 일은 항상 큰 문젯거리였다. 대부분의 도사들은 불쌍할 정도로 말라 있었다. 이따금씩 신자들이 내는 기부금과 도사들이 서예가, 강사, 점성가, 화가나 본초 학자로서 벌어들이는 약간의 돈이 수입의 전부였다.

도관은 원로 도사들과 수도원장들의 감독 아래 조직되어 있었다. 그리고 도관들은 모두 대사부가 의장으로 있는 원로회의 관할 하에 모여 있었다. 도관의 일상 생활은 죽비 소리와 낭랑하게 울려 퍼지는 동종소리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통제되었다. 상승음을 타는 5박자의 음조 -세 번은 느리게, 두 번은 빠르게 - 는 매일 아침 530분에 수련생들을 깨웠다. 젊은 도사들은 각자 맡은 임무를 수행했다. 장작과 물을 가져오거나 삼청전을 청소하거나 아침 식사 준비를 하거나 사부들의 시중을 드는 것이었다. 그 사이에 더 높은 도사들은 목욕을 하고 그날 하루를 준비하기 위해 몸치장을 했다.

630분 이전에 도사들은 대부분 아침 참배를 위해 신당으로 발길을 옮겼다. 거기서 동종과 목어소리에 맞춰 고음의 단조로 경전을 노래했다. 도관의 규칙적인 생활로 돌아온 사이훙은 여전히 아침 참배가 지루했다.

사부께서 말씀을 하실 때면 무척 흥미로웠다. 사부님의 말씀에는 생동감이 넘치고 내용의 연관성이 적절했다. 그와 반대로 경전을 중얼거리는 소리는 아주 끔찍할 정도로 싫었다. 경전에 쓰인 말들은 도사들을 도교의 신의 경지까지 이끌어 주기 위해 복잡한 형식을 다서 성인들이 만들어 놓은 수백 년이나 된 것들이었다. 그러나 사이훙에게는 그저 아침 식사에 방해가 되는 웅얼거림일 뿐이었다.

종소리를 들으며 식당에 들어가서는 사이훙에게는 경건한 마음이 거의 들지 않았다. 침묵은 절대적 불문율이었다. 말이 금지되어 있을 뿐 아니라, 서로 눈을 마주치는 행위도 지팡이로 세게 맞는 벌을 불렀다. 그와 동료 수도자들이 기도하며 서 있는 동안 도관의 부원장이 사발에 음식을 담았다. 그리고 그것을 성인의 신단에 바쳤다. 신단의 양쪽에는 무거운 목재로 만들어진 두 개의 긴 식탁이 놓여 있었다.

사이훙은 큰 나무통에서 죽을 한 사발 퍼내서는 자리에 앉았다. 절인 양배추 한 접시, 순무와 오이 몇 개가 두 명의 도사에게 나눠졌다. 그는정확히 식사의 반을 먹었다. 한 사람에게 허용된 최대의 양인 죽 두 그릇을 먹고는 그릇을 끓는 물로 씻었다.

"오늘이 축제일이었으면......."

사이훙은 혼자 말로 한탄했다. 만일 축제라면 기름에 튀긴 빵 한 조각은 얻어 먹을 수 있었다.

아침 식사 후, 사이훙은 목욕을 하러 갔다. 옥외에는 밑바닥에 물이 빠질 수 있게 구멍이 있는 엄청나게 커다란 항아리가 줄지어 서 있었다. 이것들은 욕조로 이용되었다. 동관과 나란히 연결된 두 개의 긴 대나무가 항아리 위에 고정되어 있었다. 오른쪽은 따뜻한 물이 나오는 관이고, 왼쪽은 우물물이 직접 나오는 관이었다. 두 명의 어린 수행자가 불을 지펴서 물을 끓인 후 그 물을 파이프로 돌렸다.

사이훙은 옷을 벗고 항아리 속으로 들어갔다. 바닥은 차갑고 공기는 이가 딱딱 부딪칠 정도였다. 그는 물을 몸에 끼얹고 백단향 비누를 칠했다. 근육이 아직 단단한 것을 기분 좋게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 가지 정의를 내렸다. 철학은 고상하다. 그러나 육체의 건강은 손으로 만질 수 있을 만큼 구체적이다.

더운 물은 너무 뜨거웠다. 사이훙은 어느 쪽이 더 나쁜지 판단할 수 없었다. 덜덜 떨리도록 추운 아침에 하는 냉수욕? 아니면 뜨거운 물로 정반대의 고통을 당하는 것은 또 어떨까? 사이훙은 항아리 밖으로 나와서 몸을 말리고 옷을 입은 후 두 소년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했다. 오늘 아침 그는 강의를 들을 계획은 없으나, 두루미 신선에게서 봉과 검을 쓰는 법을 배울 예정이었다. 수업에 대한 기대뿐 아니라 친구들을 만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그를 학당으로 이끌었다.

대사부에게는 13명의 제자가 있었다. 그중에서 사이훙이 가장 어렸으며 그다음이 후디에이었다. 그는 20대 후반이었다. 그 밖에 다른 제자들은 사이훙보다 훨씬 나이가 많았다. 그들은 모두 성직자가 되기로 예정되어 있었고 학생으로 들어오기 전부터 성직의 여러 소양 교육을 끝마친 상태였다. 학생들은 사이훙이 나이가 어리다고 특별히 관심을 두지는 않았지만, 대사부의 핵심 그룹에 끼였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받아들였다. 그와 나이 차가 일곱 살 미만인 학생은 오직 후디에 뿐이었다. 그런 이유로 두 사람이 몇 년간 함께 지내면서 우정을 키워 왔다. 사이훙에게 대사부가 아버지 같은 존재라면 후디에는 형과 같은 존재였다.

후디에는 사이훙이 속세의 집에서는 결코 가질 수 없었던 형제였다. 후디에는 따뜻하고, 베풀 줄 알고, 염려해 주는 형이었다. 사이훙의 친형들은 모두 철두철미하게 경쟁적이었다. 부모님의 기대가 커서 형제들에게 많은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형제들은 서로 떨어져 최고의 출세길로 줄달음치기 위해 다른 스승들로부터 교육을 받았다. 애시당초 그는 형제애 따위를 기대할 수 없었다. 가족들 사이에는 질시와 무지막지한 경쟁만이 존재했다. 사이훙은 집에 있을 때 항상 자신을 작고 못생기고 어리석다고 생각하였다. 형들은 위대한 학자이며 탁월한 군인, 아니면 부유한 상인이었기 때문이다. 사이훙만이 도사였다. 그래서 그만이 부모님과 그의 가문에 위신과 명예를 선사할 수 없었다. 사이훙은 이제야 마침내 그를 하나의 개체로 인정해 주는 대사부와 대사부의 13제자를 찾을 수 있었다. 후디에야말로 그가 믿고 따를 수 있는 사형이었다.

우연의 일치로 보일지 모르지만, 사이훙의 법명 또한 후디에였다. 사부는 세 가지 이유 때문에 그 법명을 붙여 주었다. 첫째, 사이훙이 미에 흠뻑 빠져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사이훙의 가정환경 때문이기도 했다. 그는 집에 있을 때부터 미술품, 자연의 경관, 이국풍의 꽃들에 매혹 당해 있었다. 둘째, 그는 쉽게 싫증을 내었다. 이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또 여기에 마음을 주었다가 저기에 홀딱 빠지는가 하면 분위기에 약했다. 마지막으로는, 나비들이 그를 아주 좋아하는 듯이 보였다. 나비들은 그의 주변을 맴돌다가 몸 위에 내려앉곤 했다. 대충 이런 연유로 해서 그의 법명은 <호접 도인>이었다. 꽃가루를 옮기며 이 꽃 저 꽃으로 날아다니는 나비처럼 사이훙은 아름다움에 이끌려 다녔다. 하지만 그는 결코 인생의 한 단면에 오래 머무르는 일은 없었다. 따라서 화산에는 두 마리의 나비가 있었다. 사이훙은 아름다움을 사랑하기 때문에 그리고 사형 후디에는 그 자신이 아름답기 때문이었다.

후디에는 동생이 성취하고자 열망하는 것을 이미 전부 구현한 듯하였다. 총명하고, 재치 있고, 발음이 또렷또렷한 그는 학식이 최고 경지에 오른 학자에서 세속의 대신에 이르기까지 누구와도 토론을 벌일 수 있을 정도로 박식했다. 그는 자유시 경연 대회에 참가할 정도로 문장력도 좋았다. 문학, 역사, 철학에 능통하다는 암시였다. 음악가로서의 기예 또한 소문이 자자했다. 세속적 자극물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노도사들조차 후디에가 피리 연주를 할 때는 미소를 지었다.

후디에는 수년 동안의 무사 생활로 완벽한 육체를 다져 놓은 미남자였다. 매끄러운 얼굴은 신체 단련을 한 결과 발갛게 상기된 빛을 띠었다. 두 눈은 항상 방심을 허락치 않을 만큼 날카로왔다. 그는 보통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매력적인 미소를 보냈다. 사람들은 길을 걷다가도 그에게 경탄의 눈길을 보내며 돌아봤고 어른들은 그가 성격이 좋고, 언제든지 건전한 충고를 받아들일 각오가 돼 있는 젊은이로 생각했다. 화산의 젊은 수행자들은 후디에가 수행자가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더욱 더 그를 숭배하였다. 그는 대사부가 양자로 삼은 고아였다. 그는 도관과 세속적 삶에서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을 지니고 있었다.

사이훙이 작은 잔디밭에 도착했을 때, 후디에는 벌써 와서 일곱 명의 다른 학생들 속에 끼여 있었다. 그는 손에 봉을 들고 동급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는 배우는 속도가 매우 빨랐다. 따라서 친구들을 돕는 일에도 인색하지 않았다.

"나는 이 봉술을 이해 못 하겠어."

산시성출신의 날씬한 젊은 학생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산둥지방의 강한 악센트를 가진 다른 학생이 이렇게 불평을 했다.

"나도 이 봉술을 이미 배웠거든. 그런데 대사부께서 동작들 중 일부를 바꿔 버렸어. 두루미 신선은 아마 그 일을 잊어버렸겠지."

"그래 맞았어. 두루미 신선은 노쇠했어. 망령이 들었을지도 모르지.“

산시성 출신이 맞장구를 쳤다.

"두루미 신선은 한창 젊은 우리들보다도 활력이 넘치시는 분이지. 사부는 시작 대회에서 당선한 적도 있고 과거 시험에도 급제하셨어.“

후디에가 웃으며 말했다.

"그건 우리도 다 아는 사실이잖아."

산시성 출신 학생이 불만스러운 듯이 말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끼여들지 않았다면, 이 봉술은 진작 끝났을거야."

"끝났을 거라고? 자네들은 고전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군."

후디에가 놀라서 비명을 질렀다.

"고전? 이 시대에? 그리고 이 나라에?"

산둥에서 온 친구가 비꼬는 투로 말했다.

"잠에서 깨어나라구, 사형. 지금은 1941년이야!"

"옛날 속담도 몰라?"

후디에가 참을성 있게 말했다.

"<지식의 바다 한가운데에 배를 띄우면 육지에 닿을 수 없다.>라는 속담이 있지. 사부님께서는 여러 가지 다른 변형을 다 기억하고 계셔. 그런데 지금은 너희들에게 여러 발전 단계를 다 거쳐가도록 지도하고 계시지. 한 가지 기술을 섭렵하고 나면, 그때는 그것을 더 세련되게 다듬고 그 다음에는 더욱더 갈고 닦는 것이야. 이어지는 과정은 똑같지만, 그 동작들은 깊이가 더해지면서 더욱 정교해지지. 이런 식으로 하여 동작이 새로워지니 너희가 흥미를 잃지 않게 될 것이고, 다음에 어떤 동작이 올지 정확히 모르니까 호기심이 동하게 될 터이니 너희는 지루하지 않게 배울 수 있거든.

무릇 모든 인간의 활동은 다양성을 지니고 있지. 무용, 음악, 회화, 물론 운동도 포함해서 말이야. 대주제를 고수하면서도 개인의 특성과 순간적인 생각까지 표현해야만 하는 것이지. 사부님은 너희의 이해 정도에 맞추어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봐야겠지. 너희가 자유자재로 할 수 있는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리신단다. 그리고 그 동작이 진부해 지는 때를 알아차리고 앞으로 전진하도록 새로운 작은 회전 동작을 가르칠 태세를 갖추는 거야."

"!"

다른 학생이 후디에의 말을 끊었다.

"사부가 오신다!"

학생들은 급히 줄을 맞춰 섰다. 서둘러 줄을 서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사이훙은 두 명의 어린 학생들을 눈 여겨 보았다. 후디에의 말에 그들이 감명을 받았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고개를 돌려 사부를 본 순간 사이훙의 심장은 쿵하고 내려 앉아 버렸다. 사부는 신경질적인 표정이었다. 60초반의 두루미 신선은 몇 가닥 안되는 뻣뻣한 머리카락을 줄로 엮어서 상투를 틀고 있었다. 구릿빛 피부는 회색 수염과 대조를 이루었다. 작은 입술 사이로 깨진 이빨이 드러났다.

두께가 얇은 매부리코는 붓으로 획을 그은 것 같은 두 눈을 갈라 놓았다. 곁눈질을 할 때는 예리하게 시선을 밑으로 떨어뜨렸다. 눈밑 살이 처지지는 않았지만, 낮에는 햇빛을 받고 밤에는 등잔 아래서 몇 시간씩 독서를 하느라 주름살이 잡혀 있었다.

사부의 법명은 그의 외모를 그대로 표현한 것이었다. 몸은 너무 말라 막대기 같았으며, 등은 살짝 굽은데다 움푹 팬 동굴 같았다. 목은 보통 사람보다 길어서 눈에 금방 띄었다. 사실, 그의 외양은 허수아비 같았다. 하지만 사이훙은 근육의 움직임을 느껴 보기 위해 사부의 몸을 만져 본 적이 있었다. 살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단단했다. 아무리 손에 힘을 주어도 뼈를 만질 수 없었다.

두루미 신선은 습관적으로 뒷짐을 지고 다녔다. 도복의 긴 소매가 양손을 덮으면 팔이 없는 모습이 되어 흡사 조용히 서 있는 두루미 같았다. 머리와 몸뚱이를 가늘고 긴 다리 위에 얹고 서 있는 그런 형상이었다. 사부는 수업에 들어가지 전, 앞에서 학생들을 하나하나 주시하면서 왔다갔다 했다.

"안녕하십니까? 사부님."

학생들이 일제히 인사를 했다.

"! 나를 사부라고 부르지도 말아라! 그렇게 잡담이나 하고 떠들다니 도대체 규율이 서지를 않았어! 산길을 올라오면서 너희가 떠드는 소리를 다 들었다."

학생들은 아무 말이 없었다. 말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사부님, 모두 저의 잘못입니다."

후디에가 이렇게 말을 하고 나섰다.

그 순간 붓으로 그린 것 같은 두 눈에 불이 붙었다. 손이 가볍게 밑으로 내려섰다. 후디에는 아주 인내심이 강했지만 얼굴이 벌겋게 상기 되었다.

"감히 네놈이 말을 하다니!"

두루미 신선이 강한 어조로 말했다.

"죄송합니다, 사부님."

후디에가 절을 하며 말했다.

"이 일은 전적으로 이 못난 놈의 죄입니다."

"네놈이 제일 연장자이니 네 책임이니라."

"그렇습니다. 제가 그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비난을 받아야 할 사람은 바로 접니다. 저에게 벌을 내려 주십시오."

사부는 마음이 누그러졌다. 사이훙은 감탄하여 사부를 쳐다보았다.

"마땅히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저 놈은 이 늙은이가 자기를 너무 좋아해서 벌을 줄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거다. 교활한 놈! 좋다. 준비, 시작!"

사부가 명령했다. 학생들은 우르르 몰려나가 일제히 봉을 휘둘렀다. 봉의 동작을 모두 끝냈을 때 두루미 신선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부는 칭찬도 꾸지람도 하지 않았다. 학생들이 성취한 정도를 본 후 그 수준에서 교수를 시작할 것이다.

"이렇게 해야 이 기술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니라."

사부는 봉을 들어올리면서 말했다.

"봉을 손으로 꽉 쥐면 안 된다. 손바닥과 손가락을 이용해 조정해야 한다. 봉을 아래로 내려칠 때는 손바닥을 앞으로 내밀고 그 동작에 힘을 집중시켜야 한다."

사부는 사이훙을 바라보았다.

"사이훙, 이리 나오너라. 이 부분을 시범 보여라."

사이훙은 있는 힘과 기량을 다하여 동작을 연기했다. 그는 자신이 있었다. 도시에 있을 때 무술 경기에 나가 우승을 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일련의 동작 자체는 번개 같이 빠른 속도로 발을 움직여 공세를 취하는 것으로 사이훙에게는 진부한 것이었다. 그러나 하나 하나의 동작은 변형 동작의 최고 수준으로 인정된 기술들을 한데 모은 것으로 아주 탁월했다. 사이훙은 자랑스럽게 봉술 동작을 끝냈다.

"겨우 봐줄 만하군. 그 정도밖에 안 되냐?"

사부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두루미 신선은 잔디밭 가운데로 힘차게 뛰어올랐다. 기괴한 자세, 익살스러운 걸음걸이, 애처로울 정도로 야위었다는 인상을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다. 모든 근육들은 날쌔게 움직였다. 팔다리의 근육이 생동감 있게 꿈틀꿈틀 움직이는 게 손에 잡힐 듯이 확실하게 보였다. 봉은 성난 휘파람 소리를 내며 창공을 갈랐다. 봉의 끝이 휘휘 돌아가며 그 추진력으로 자유자재로 휘었다.

사부는 신기에 가까운 동작을 보이고서도 숨을 헐떡거리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았다. 두루미 신선은 신사가 방금 우산을 빙글빙글 돌리는 일을 끝낸 것처럼 아주 자연스런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분기탱천하던 그 무서운 괴력은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동작 준비!"

사부가 사이훙에게 말했다. 사이훙은 자세를 낮추었다. 사부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섬뜩했다. 사이훙은 몸의 자세를 이리저리 바꾸며 동작을 취했다. 두루미 신선이 사이훙의 몸을 스치면서 팔꿈치로 찌르기도 하고 밀기도 하면서 사이훙의 팔을 움직이게 만들었다. 사이훙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것을 느꼈다. 대신, 사부의 살아서 꿈틀대는 힘이 사이훙의 몸속으로 들어왔다.

"그것 봐라. 더 좋아지지 않았냐?"

사부가 이렇게 물었다. 섬세한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몸 안으로 뭔가가 밀려드는 느낌이 일었다. 사이훙은 무술 동작이 발전하고 깨달음이 새로워졌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사이훙은 봉을 향한 자신의 자세가 새로워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손바닥과 손가락으로 봉을 쥐면서 봉의 부드러운 표면을 느꼈다. 여러 방향으로 봉을 돌리면서 보이 압력을 받아 회전하고 변화하는 것을 알았다. 그의 손아귀에 들어온 봉은 딱딱하고 굽힐 줄 모르는 저항력이 있었지만, 그 길이대로 자유롭게 구부러졌다. 사이훙이 봉에 힘을 쓰면 거의 감지할 수 없는 정도로 봉이 떨리면서 그의 힘에 대한 반응을 보였다. 나무 작대기와의 대화 - 한편으로는 그의 명령에 복종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것의 무게에 저항하면서 이루어진 - 는 사이훙에게 자신의 신체에 대해 더 많이 깨닫게 해 주었다. 몸 밖에 있는 무거운 봉을 돌리면서도 몸 안으로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것 같았다.

사이훙은 팔과 어깨 근육의 수축과 이완 그리고 가슴의 힘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깨달았다. 폐에는 풀무가 움직이는 것 같은 리듬이 있으며 일련의 봉술 동작의 요구에 부응하여 가속도가 붙는다는 사실을 배웠다. 어쨌든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전에 알고 있던 지식에 다시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사이훙은 두루미 신선과 과연 접촉이 있었는지도 의아스러웠다. 지식이 직접 전달될 수도 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지금 바로 그런 현상이 일어난 것이 아닐까. 그러나 사이훙은 잠깐 그런 생각을 했을 뿐이었다. 그의 관심은 오직 오늘 배운 봉술을 완성하고 새로 터득한 깨달음에 몰입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한 시간 동안 연무를 계속했다. 재검토하고 완벽하게 다듬고, 동작들을 하나하나 섭렵해 나갔다. 두루미 신선은 그들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교정을 해주고 학생 개개인에게 지시를 내렸다. 마침내 그들이 피곤해 하는 것을 보고 유쾌한 듯 이렇게 말했다.

"오늘은 내가 너희에게 철학을 얘기해야겠구나. 재미있지? 성직자 지망생에게도 철학이 더 필요하다니 말이다."

농담이었다. 그러나 수업 중 웃는 것은 허락되지 않았으므로 대담한 학생 몇몇 만이 얼굴에 미소를 지었다.

"봉과 검에 대해 더 자세히 말해 주마."

사부의 설명이 시작되었다.

"봉의 핵심적 본질을 이해시키기 위하여 한 가지 이미지를 만들어 주겠다. 봉은 우산에 비유될 수 있다."

사이훙은 당황했다. 봉이 어떻게 우산과 같을 수 있을까?

"상상력을 좀 발휘해 봐라."

사부가 재촉했다. 모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자 그는 즐거워했다. 다른 학생들 보다 경험이 풍부한 후디에조차 일찍이 그런 비교를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두루미 신선은 그 비밀을 털어놓았다.

"봉을 적절히 활용하려면 봉을 몸에서 여러 각도로 변경시켜야 한다. 수련자를 중심으로 펼치는 것이다. 봉이 미치는 범위가 있다. 신체는 우산 자루와도 같으며 봉 자체는 움직이고 펴지는 우산의 살에 비유할 수 있단다. 우산은 펴지기도 하고, 닫히기도 한다. 봉은 몸 가까이 있기도 하고 밖으로 밀려나기도 한다. 그러나 우산과 똑같이 손의 지레 작용에 의해 나오는 움직임이니라. 우산 자루와 살은 명백히 서로 분리되어 있다. 그것들은 서로 반대되는 각도에서 작용을 한다. 이것이야말로 봉의 원리인 것이다.

이제 검의 철학으로 이야기의 방향을 돌려 보자. 역시 거기에도 적절하게 부합되는 이미지가 있다. 검은 용에 비유하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 검의 특징은 봉과는 정반대이다. 봉은 늘 별도의 도구에 불과하지만, 검은 검사와 혼연일체가 되어야 한다. 인간과 무기 사이에 차이점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둘은 한 몸이니까 말이다. 구름 속에서 하늘로 올라가는 용처럼 몸을 뒤틀고, 방향을 틀고 비비 꼬고, 껑충 뛰어오르거나 비상한다.

, 이제 너희의 칼을 잡아서 들어라. 다루는 법은 봉과는 다르다. 너희와 칼은 한 몸이다. 따라서 수족은 그 단위의 일부인 것이니라. 모든 집중력을 환히 밝혀서 칼날 끝에 모아라. 칼날이 번쩍번쩍 빛을 발하게하여라! 여기 길을 찾고 있는 용이 있다! 시작!"

사부가 강조했던 대로 검은 사방으로 뻗어 나가지 못했다. 칼이 닿는 범위는 확실히 봉이 미치는 범위와는 비교할 바가 못 되었다. 검을 쓸 때는 칼날을 몸에 붙여 세우고 빠르게 선회시킨다. 전투에 임해서는 짧은 거리에서 살짝살짝 피해 가면서 몸과 다리를 휘휘 돌리고 칼날로 비스듬히 얇게 저미는 것이 검법이다. 칼이 바깥쪽으로 밀릴 때는 뒤로 빼내기만 할 것이 아니라, 각도를 다르게 잡아 크게 베면서 제자리를 다시 찾아준다. 그 일련의 동작은 뱀이 꼬불꼬불 움직인다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생동감이 넘쳐 흘렀다.

이 특별한 검법은 양손을 다 쓰는 동작이 거의 없다. 비워 둔 한 손은 결코 휘두르고만 있어서는 안 되게 되어 있다. 그 손 역시 취해야 할 정교한 동작들이 있다. 검지와 중지는 쫙 펴고 약지와 새끼손가락은 둥글게 구부려 엄지손가락 밑에 대고 있어야 한다. 이 손 모양은 단순히 좌우균형을 취하려고 검을 모방하는 동작이 아니다. 이 동작을 마력적인 수호신으로 믿고 있기 때문이다. 옛날의 검객들은 칼날이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날 때마다 검의 신비한 힘이 영혼을 상하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손동작을 하면 검법을 쓰는 사람은 해를 입지 않는다고 믿었다. 검은 인생의 총체적인 한 단면이었다. 황제와 관리는 항상 보석이 박힌 상감 세공의 아름다운 칼을 지니고 있었다. 귀족들은 철퇴나 도끼 같은 거친 무기보다 검을 가지고 싸움을 벌였다. 고대의 유명한 시인 중에 검의 전문가가 많았다. 검에는 개인의 성품과 초 자연적인 힘, 그 소유자의 운명까지 담겨 있다고 믿어졌다. 배나무로 만든 칼은 신비한 마력이 있다고 믿어졌기 때문에 도인들이 굿을 할 때 사용하였다.

사이훙은 칼을 잡는 것이 다른 물건을 잡는 것과는 다르게 느꼈다. 검은 수련용 도구 그 이상이었다. 그는 칼에 얽힌 수많은 전설을 익히 알고 있었다. 또한 그에게 진짜 살인용 칼은 없었으므로 그것은 단순한 무기라고 할 수 없었다. 보검은 정말 생명을 지니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칼을 잡아보면 즉시 느낄 수 있었다. 보검이 사용해 달라고 간청하는 것 같았다. 검객들의 표현대로 <살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그가 쥐고 있는 칼은 의식, 전장, 충성, 마법, 그리고 종교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사이훙은 검도와 인생의 진수를 칼을 만지며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훌쩍 뛰어올라 칼 쓰는 동작을 해보았다. 느낌이 아주 좋았다. 단지 칼을 세게 내리치기만 하지는 않았다. 검의 본성은 섬세하기 때문에 우아함과 특별한 감각을 요구하였다. 칼의 성질로 보아 여러 가지 다른 근육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봉을 쓸 때처럼 길이가 긴 근육이나 덩치가 큰 근육이 아니었다. 칼은 팔과 몸속에 깊이 들어 있는 수십 개의 작은 근육을 필요로 한다. 힘의 정교한 조정이 있어야 했다. 봉술은 벽에 그림을 그리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검술은 교묘하고 우아한 달필로 수필을 쓰는 것과 같았다.

사이훙은 검의 뿌리가 자기 몸속에 내려 있다고 느꼈다. 그가 한 번 숨 쉴 때마다 칼끝 뾰족한 곳까지 그의 숨결이 전달되는 듯했다. 사이훙은 전속력으로 칼을 휘두르며 온 힘을 다 바쳤다. 두 발이 자유자재로 움직였다. 전에 어떤 기예를 펼치거나 운동을 해봤어도 이런 희귀한 순간을 맛볼 수는 없었다. 힘을 쓰지 않는데도 저절로 몸의 동작이 흘러나왔다. 두루미 신선은 사이훙의 검술을 주목했다. 그러나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칭찬은 자만심을 키워 준다. 그래서 단지 이렇게 말했다. "나쁘지는 않군." 그리고 학생들에게 여러 번 반복하여 재 복습하라고 지시했다.

봉과 칼을 써서 수련하는 이 일련의 특수 동작들은 싸움을 위한 것이 아니라, 신체 단련에 그 목적이 있었다. 사실 중국은 오락용 스포츠가 거의 전무한 중세 상회였다. 황소 없이 쟁기를 끄는 농부나 일대 일로 시합을 하고 싸움을 벌이는 무사가 있었다. 이들은 축구 같은 스포츠를 하려는 마음이 조금도 없었다.운동은 중국인의 일상 생활에서 저절로 우러나는 행위였다. 별도의 인간 활동으로 생각되는 일은 없었다. 정작 젊은이들에게 체육 교육을 시켜야 할 필요가 생겼을 때, 중국인들은 생활 속에서 친숙했던 두 가지 무술을 골라 건강 증진에 이용했을 뿐이다.

봉술은 검술과는 달랐다. 봉은 수련자에게 신체의 양면을 구사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 준다. 봉은 움직여 뻗치는 길이에 따라 각도를 맞추어야 한다.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번갈아 돌리면서 뻗치는 길이에 따라 봉을 찌른다. 보통 15분간 지속력으로 전속력을 내서 봉을 휘두르면 세찬 저항력이 일어나 근육이 단단해지면서 조각처럼 다듬어진다.

검은 우아한 몸가짐, 마음가짐, 그리고 태도를 가르쳐 준다. 검술은 봉만큼 육체적으로 강한 힘을 낼 수는 없다. 그 대신 칼끝에 집중력을 모아 정교하게 베고 피하는 도형에 역점을 둔다. 보검은 무기를 차단하기 위해 쓸 수는 없다. 그것은 쉽게 부러지기 때문이다. 이런 몇 가지 칼의 특징은 여러 가지 검법에 영향을 미쳤다. 무릇 검술가는 몸을 비틀고, 회전하고, 차고 오르며, 몸을 낮게 웅크리는데 이는 가장 작은 틈새를 노리는 날쌘 검객을 모방한 것이다.

교육에 쓰이는 이들 무기의 무게는 다양했다. 처음에 배울 때는 가벼운 나무로 만든 무기를 쓴다. 수련생의 실력이 늘면 무기의 무게 적응 훈련제에 따라 더 무거운 무기를 제공받았다. 가장 무거운 것은 그 무게가 11킬로 이상 나갔다. 최고의 무게까지 다 통과한 학생은 2킬로 정도의 가벼운 무기를 받았다. 그 다음에는 극적 효과와 표현을 섞어서 아주 힘있게 그리고 눈이 핑핑 돌 정도로 빨리 그 일련의 동작들을 펼쳐 보일 수가 있게 된다.

두 시간이 지난 후 두루미 신선은 수업을 마치고 학생들에게 휴식을 허락했다. 그러나 그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었다. 그들은 모두 산으로 산보를 나갔다.

도인들은 활동을 할 때마다 철저하게 이론적 근거를 생각했다. 산행도 예외는 아니었다. 산보는 힘과 질병에 대한 저항력을 길러 주므로 몸에 좋았다. 다리의 힘을 키울 뿐 아니라 순환계와 호흡계의 작용을 자극한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물론 산보에는 종교적 의미도 함축되어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걸을 때라도 식물이나 곤충을 밟아서는 안 되었다. 완벽한 침묵을 지키고 걸으면서 그들이 지나치는 자연의 미와 담겨진 뜻을 성찰하도록 하였다. 자연과 도는 완전한 동일체는 아니었다. 그러나 자연은 도의 좋은 본보기였다. 따라서 예리한 인식력으로 자연의 미묘한 내적 현상을 이해할 수 있는 학생이라면 자연을 보고 도에 대한 깨달음을 고양시킬 수도 있으리라.

산보를 시작하면서 사이훙은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았다. 그가 걸음을 내디딜 때 짚신은 흙먼지를 풀풀 날리며 자갈길 위에서 저벅저벅 소리를 냈다. 다리의 근육이 굽혀졌다 펴졌다 하는 느낌이 왔다. 허벅지에 찬 긴 각반이 줄었다 늘었다 하고 그가 한 발짝 두 발짝 내딛으면 오금이 움직거렸다. 마침 언덕받이로 통하는 길이 시작되었다. 대퇴부의 사두고근까지 합쳐져 모든 근육들은 상호작용을 하며 서로서로 변화에 상응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이훙은 산을 구경하고픈 열망 때문에 발걸음을 재촉했다.

길옆에는 잡초들이 무성하게 우거져 있었다. , 덩굴의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서로 내기라도 하듯 땅 위로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조그만 붉은 파리들과 햇빛을 받아 얼룩덜룩 눈이 부신 반점 모양의 각다귀들이 빙빙 나선형을 그리면서 윙윙거렸다. 그는 가슴 가득히 숨을 들이마셨다. 화산은 특히 봄날씨가 따갑지만, 오늘은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불어와 따스한 느낌을 주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게 되어 기뻤다. 벌판에서 풍기는 풀내음이 향긋했다. 풀과 잡초, 지천으로 깔린 초목들, 작은 청록색 이파리들과 그 속의 자줏빛 꽃잎들, 짧은 줄기 위에서 물결치는 수많은 노란 꽃잎들, 이 모든 것이 한데 모이니 나무, , 시냇물만큼이나 장엄한 한 폭의 풍경화가 되었다. 누구든 감사의 마음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산마루를 향해 올라가노라니 시야를 가로지르는 그림자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무들은 그늘을 드리우고 있었다. 사이훙은 가문비나무, 전나무, 소나무 그리고 그 일대에 우거져 있는 활엽수에서 새싹이 돋는 것을 보려고 고개를 쳐들었다. 곧게 뻗은 장미가 당당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더러는 가지가 부러져 있고, 폭풍우에 쓰러져 넘어진 가지, 모양 없이 베어진 가지도 있었다. 그러나 자연 그대로이기에 더더욱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아치처럼 뒤덮은 나무들, 그러나 햇빛을 받아 희게 드러난 나뭇가지들은 하늘을 덮는 숲과는 사뭇 대조적이었다. 둘레가 너무 커서 팔로 안을 수 없는 아름드리 나무들, 땅에서 솟아 나온 나무의 근육인 양 툭툭 불거져 나온 몸통 큰 나무들은 수 세기가 넘는 나무들이었다.

사이훙은 물소리를 들었다. 산길 옆, 바위 너머에 세차게 흐르는 시냇물이 있었다. 시냇물 소리에는 무언가 특이한 게 있었다. 시냇물 소리를 하나하나 구별할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소리들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시냇물이 바위 위로 떨어질 때마다 쏴 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마치 악단의 대 연주 같았다. 새들이 하늘에서 큰소리로 노래했다. 새들의 합창 소리는 좔좔 흐르는 물소리보다 크게 들렸다. 바람에 휘날리는 나뭇가지들은 탁탁 부딪치는 타악기였다. 수천의 나뭇잎들이 일제히 소리내어 박자를 맞추었다. 합창이 뒤에서 받치는 가운데 이따금씩 독주도 있었다. 애처롭게 울어대는 곤충과 윙윙거리는 벌들.

사이훙은 시냇물이 흐르다 끊어진 곳에서 축축이 젖은 땅덩어리가 뿜어내는 흙냄새를 맡았다. 공기는 나무 밑이 더 차거웠다. 소나무, 가문비 나무와 삼나무 냄새가 흙과 바위 냄새와 뒤범벅되었다. 냄새는 그의 본능을 자극하였다. 그 냄새들은 원시적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인간이 정교하게 가꾸고 생활의 수단으로 만든 감각 중에서 또는 인간이 질식시켜 버린 감각 중에서 후각이야말로 가장 단련이 덜 된 마지막 감각이다. 시각은 회화, 예술, 미를 숭배함으로써 채워진다. 청각은 음악을 듣고 즐거워한다. 미각은 음식을 대하면 굽실대며 아첨한다. 사람들은 촉각으로 수천 가지 관능의 희열을 맛본다. 또한 모든 감각은 금욕적이고 점잖은 체하는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그만큼 작아졌다. 시각은 회색 담장 때문에 무디어질 때로 무디어졌다. 청각은 침묵으로 인해 쇠퇴하였다. 촉각은 두꺼운 옷에 덮여 죽어갔다. 미각은 간단한 음식에 맛들이는 곤욕을 치렀다. 오로지 후각만이 억압받지 않고 자유를 누렸다. 일찍이 코를 틀어 막은 사람은 그 누구도 없었다. 그렇게 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 행위에 다름 아니었을 테니 코는 자유로워야 했다. 그렇게 해서 후각은 마음대로 감각을 발휘했다. 코가 더러운 악취를 탐지하면, 온몸은 경련을 일으킬 수도 있다. 또 우리 몸이 사향과 향료를 감지하여 쾌락을 추구할 수 있게도 한다. 심지어 성인들도 극기를 추구하기 위해 후각을 승화시킬 수 없었다. 도저히 냄새를 맡지 않고 피할 수는 없었다. 그들은 맑은 산공기와 코끝은 자극하는 향내음을 맡으며 후각을 달랬다. 후각은 혼자서 쾌락을 맛보고 기억의 목록을 만드는 강한 감각이다.

젖은 땅 냄새가 송진 냄새와 함께 코를 찌르자 퍼뜩 지나온 과거가 생각났다. 사이훙은 다양한 식물들, 곤충들의 기괴한 짓들, 폭풍이 남기고 간 잔해들을 새로이 발견하고 나서 세속을 파헤치며 느끼던 흥분을 되살렸다. 사이훙은 숲속을 거닐면서 조금도 피곤하지 않았다. 평생 한 번도 숲이 달라진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무한한 변화가 일어났지만 숲은 항상 계절의 순환에 순종했다. 자연에서 그 점이 기이한 현상이었다. 만물은 자연의 질서에 엄격히 복종했다. 그러면서도 만물은 하나하나가 다 달랐다. 그는 햇빛을 받으며 우아하게 활처럼 굽어 있는 가느다란 가지들을 보았다. 나뭇잎들은 서로 달랐지만 다 같은 녹색이었다. 그러나 가지의 뒤틀림, 엽맥들의 모양, 또는 잎의 톱날처럼 뾰족뾰족한 면들은 다 제각각이었다. 자연은 규칙적인 동시에 천태만상을 하고 있었다.

그들은 더 높이 올라갔다. 거대한 옥석들, 그 밑바닥에 끼어있는 이끼류, 알알이 몸을 드러내어 깨끗해진 돌들이 땅을 덮고 있었다. 키 작은 잡목은 말라 죽기 직전이었다. 바위와 메마른 땅 사이에 비옥한 토양이란 없었다. 그래서 키 큰 나무와 식물만이 바위 틈새를 비집고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릴 수 있을 뿐이었다. 그것들은 쑥쑥 자라났다. 더 불리한 환경이더라도 충분히 살아 남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몇몇 다른 식물들에겐 이점도 있었다. 다른 물체에 붙어사는 담쟁이 덩굴이 그랬다. 하지만 대부분 잘 자라고 있는 식물은 키 큰 나무였다. 나무들은 탑보다 키가 더 컸다. 가지들은 힘차게 뻗어 나갔다. 그러나 낮은 계곡에서처럼 하늘을 뒤덮지는 않았다. 하늘은 크게 조각난 추상의 아름다움 속에서 빛나고 있었다. 하늘의 짙푸른 청색은 색조가 너무 선명해서 나무의 전경이 아닌 하늘의 전경을 보는 것 같았다. 그들은 곧장 가서 산마루가 나오는 길목에 이르렀다. 산을 따라 올라가면 지구의 끝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것이 도인들의 믿음이었다. 침술가들이 혈도를 연결해 정문의 과학을 수립한 것과 같이 도인들도 땅속에 숨어 있는 지맥들의 학문적 체계를 완성했다. 이런 종류의 길을 <용의 정문>이라고 불렀다. 옆모습이 몸을 뚤뚤 만 용을 닮은 산등성이에 그 정문이 있었다. 주요 맥은 당연히 용의 등을 타고 위로 올라갔다. 엇갈려 올라가는 산길은 산의 이런 흐름을 침범할 수 있었다. 따라서 기의 자연스런 흐름을 따라가면 조화를 깨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것은 매우 어려운 산행이었다.

어려운 산행이지만 걸음을 재촉해서 올라가니 비길 데 없이 웅장한 먼 산의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민둥 바위산 위로 더 높이 올라갈수록 오면서 볼 수 없었던 지평선이 시야 가득히 장엄하게 뻗어 있었다. 발밑에 깔린 구름은 짐승의 무리처럼 떼를 지어 몰려가고 있었다. 왼편에서는 산맥이 줄지어 달리다 마침내 안개 낀 푸른 하늘 속으로 숨어 버렸다. 사이훙은 아래 쪽에 폭포의 흰 물줄기가 끊어지는 곳마다 울창한 숲이 우거진 작은 언덕이 있는 것을 보았다. 오른편에는 인간의 흔적을 말해 주는 여러 잡동사니들과 들판이 있었고, 수십 킬로쯤 되는 곳에 몇 개의 마을이 보였다.

정상을 향해 올라가노라니 사이훙의 모습은 우스울 정도로 왜소했다. 산의 위용은 아래에 있는 문명 세계를 아주 하찮게 만들었다. 끝까지 올라가 정상에 서 있으면 무언가 그가 천국에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것이 있었다. 사회와 철저히 단절되어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정상에서는 사회의 자취를 내려다볼 수 있었다.

중국 본토를 뱀같이 휘어 횡단하는 갈색의 황하조차 작게 보였다. 그리고 속세는 그 힘찬 강물에 비하면 훨씬 더 미약하였다. 바위산에 올라 먼 곳에 있는 속세를 내려다보노라니 사이훙은 마음이 툭 트여 거리낄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들은 수련 장소로 다시 내려올 때까지 1.5킬로 정도 더 걸었다. 정오가 다 된 시간이었다. 사이훙은 덥고 갈증이 났다. 먼길을 걷느라 피곤해진 허리와 다리가 쑤셔왔다. 늙은 소나무 밑으로 다가갔다. 나무껍질과 솔방울이 있는 부드러운 풀밭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두루미 신선이 말을 시작했다. 산행 이후 입 밖으로 낸 첫마디였다. 그러나 별 관심이 없던 사이훙은 때마침 바짓가랑이 위로 기어오르는 무당벌레를 관찰하고 있었다.

"특별한 식물을 발견한 사람 있느냐?"

사부가 물었다.

"접니다, 사부님."

산시에서 온 젊은이가 말했다.

사이훙은 혼자 생각했다. <좋아, 당신들은 강의나 다시 시작해라. 나는 좀 쉬어야겠으니까.>

사이훙은 따뜻한 햇볕을 쬐려고 다시 앉았다. 산행 끝에는 항상 토론이 열린다. 두루미 신선은 질문을 던지거나 학생들의 관찰 결과를 듣고 싶어 했다. 그는 학생들이 예리한 관찰을 했다는 확인을 원했다. 산시 출신의 수련생은 몸은 허약했지만 열변가였다. 제자들은 그가 사부의 마음을 기쁘게 하기를 바랐다.

"사이훙!"

사부가 갑자기 부르는 바람에 깜짝 놀란 사이훙은 자기가 얼마나 깊이 생각에 빠져 있었는지를 곧 알아차렸다.

", 사부님."

그는 재빨리 대답했다.

"노란 귤잎 하나가 우리가 지나다니는 길에 떨어졌다. 그것을 말해보아라."

떨어지는 잎이라고? 봄에? 사이훙은 필사적으로 생각을 더듬어 봤다. 하지만 어떤 잎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당황해서 어쩔 줄을 몰랐다.

"그것을 못 봤단 말이냐?"

두루미 신선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물었다.

"투사가 되는 것을 그렇게 자랑스러워하던 네게 만일 화살이라도 날아왔더라면 어쩔 뻔했느냐?"

사부는 사이훙이 다시 한번 생각해 보도록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당장 떠오르는 것은 자신이 이처럼 바보 같은 꼴이 된 게 너무 싫다는 생각뿐이었다. 하지만 사이훙은 겸양과 깨달음을 얻기 위해 산에 갔다는 사실을 다시 상기했다. 그는 자존심을 누르고 사부를 올려다 보았다. 그러자 사부는 부드럽고 친절하게 말을 이었다.

"이런 것들은 눈으로 봤어야지. 사물을 보면 왜라는 질문을 꼭 해야 한다. 그것은 겨울을 살아 넘긴 것일까? 나무는 병이 들었을가? 물이 부족했을까? 무엇 때문에 쓰러졌을까? 나뭇잎이 떨어졌을 때 그 절묘한 색을 관찰하려고 노력이라도 했다면 녹색과 갈색의 무리를 배경으로 귤잎과 황금빛이 나풀거린 것을 놓칠 수 없었을 것이다. 그것을 보지 못한 것은 감각이 둔한 것이다.

우리는 자연 속에 있기 위하여 이 산 위에서 살고 있다. 인간의 부정한 행동, 불쌍한 행동, 잘난 체하며 문명이라고들 하는 정신적 오염을 피하는 것이다.우리는 시끄러운 소음, 인간의 악취, 음탕한 웃음과 자기 연민 속의 한탄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우리를 순화하고 성스러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자연으로 물러나 있는 것이다. 자연과 동물들은 순진 무구하다. 우리는 사슴의 시체를 발견하거나 뇌우에 찢겨진 나무를 보면 자연을 잔인하고 무자비한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자연의 길이요 자연의 논리이다. 자연에는 인간이 갖는 희망적 관측과 어리석은 감상 따위는 없다. 이 순수함과 천진함은 신과 신성과 도가 완벽한 조화를 이룬 결과이다. 만약 우리가 도와 조화를 이루고 싶다면, 본질적으로 도와 일치하는 곳에 자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연의 선물을 알아채지 못한다면, 자연 속에 산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우리가 종종 놓치고 못 본다해도 자연은 말씀으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우리가 보고도 이해할 수 없다 한들 눈이 닿는 곳마다 너희를 위한 수만 개의 성스러운 말씀이 들어있다. 단지 너희들이 볼 수 있는 눈을 갖지 못했을 뿐이다. 그 나뭇잎은 신이 주신 말씀의 암시일 수도 있다. 그러나 너희가 그만 놓치고 말았구나.“

수업이 끝나고 사이훙은 정오의 기도와 점심 식사를 위해 산 중턱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는 후디에와 동행하는 것이 기뻤다.

"얘야, 나는 며칠 후에 또 하산할 거란다."

"그렇게 빨리, ? 여기 온 지 한 달밖에 안 됐잖아."

사이훙은 불안감을 느끼며 말했다.

"그래. 하지만 마음이 점점 좌불안석이야. 게다가 베이징에 가서 신경 써야 할 일도 있고."

"물론 형의 여자 친구겠지."

"그래 여럿이 있지만 그녀가 제일 특별한 존재거든."

후디에가 미소를 지었다.

"형이 부러워. 형은 모험을 찾아서 온 중국을 떠돌아다니는군. 부자도 미인도 만나면서 말이야. 사람들은 형을 찬미하고 존경해 형의 인생은 너무나 충만해 있어."

"그런 생활은 너에겐 안 맞어. 너의 운명은 수도자가 되는 것이란다. 그 때문에 의미도 있는 것이고. 너는 타고난 수도자라고 모두들 말하고 있단다."

"그러나 이건 인생이 아니야. 나는 춥고 배가 고파. 하루하루가 철저히 규제되어 있어. 경전 암송과 명상은 지겨워. 신체 단련은 단조롭고 고될 뿐이야. 게다가 내가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항상 반대에 부닥치고 말아. 어느 것 하나 선생님들을 만족시킨 게 없어. 그들은 칭찬할 줄을 몰라."

"너에게 이 생활을 강요한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 말은 맞아. 나는 16살 때 도인으로 예정되었어. 내가 한 선택이지만 아직도 속세의 생활이 생각나. 내가 올바른 일을 하고 있는지도 궁금해. 형도 혹시 의심해 본 적 있어?"

"그렇단다. 물론 있고 말고. 모든 사람은 회의를 품는단다. 내가 의미를 찾아서 이처럼 혹독하게 여행을 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란다. 나는 현명한 도인들에게 배울 수 있을 만큼 많이 배우고 있지. 그리고 바깥 세상에서도 가능한 한 충실히 산단다."

"형은 행운아군. 양쪽 세계에서 가장 좋은 것을 취하고 있으니. 형이 쉬고 싶거나 자신을 찾고 싶거나 상처를 치유 받고 싶으면, 언제든지 이곳으로 돌아오고. 그러다 다시 비단옷을 입고 값비싼 보석을 차고 값나가는 말을 타고 흥청망청한 연회에도 가고 밤새도록 도박도 하고 여인들의 사랑도 체험하는군."

", 너를 홍작약루 같은 곳에 데려가 쾌락을 알게 하질 말 걸 그랬다. 사부가 아신다면 우리 둘 모두를 벌하실 거야."

후디에가 웃으며 말했다.

"데려가 달라고 청한 쪽은 나였는데 뭐."

"내가 동의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사이훙은 몇 번이나 후디에와 함께 여행을 했던 때를 회상했다. 사이훙은 금을 입힌 조각물, 밝은 등롱, 물이 첨벙이는 분수대, 향긋한 녹나무와 백단으로 된 병풍이 있는 번쩍거리는 넓은 홀을 떠올렸다. 관능적인 여자들이 염색된 값비싼 비단옷을 입고 있었다. 꿈결 같은 악기 선율 또한 그의 영혼을 흔들었다. 향긋한 음식 냄새, 사향 향기, 꽃이 핀 난초, 아름다운 양귀비꽃의 혼을 빼놓는 듯한 선정적 향기가 다시금 그를 충동질 했다. 손끝에 닿던 마작의 느낌이 다시 살아났다. 촉각으로 느낄 수 있는 아프리카 흑단과 버마산 자단의 냉랭하고 둥근 조각품들의 느낌이 다시 돋았다. 순결의 맹세가 떠오르면 오로지 안간힘을 쓸 수밖에 없던 때였다.

"그런 장소를 구경한 것이 기뻤어. 형이 말하는 온갖 신나는 일들을 들었어도 직접 경험해 보지 않았더라면 충분치 못했을 거야. 하지만 그런 세상은 나에겐 맞지 않았어. 나는 술 마시는 걸 싫어해. 아편도 싫어. 독신의 약속을 깨뜨릴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 그러면서도 여전히 자제와 극기의 엄격한 생활이 최선인지가 궁금해."

"나는 네가 세속에 흥미가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어. 그러나 너는 그 세계가 너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생각을 해야 해. 일본인은 이 나라의 엄청난 땅을 차지했어. 장 제스와 국민당은 충칭의 정부를 다스리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일본과 싸우면서 동시에 공산당의 등 뒤에다 칼을 꽂고 있단다. 아시아 너머의 독일은 폴란드를 침공했고, 전세계는 전쟁 속으로 빠져들고 있어. 사람들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을 서로 죽이고 있어."

"나는 2년 전 중일 전쟁에 참전했었어. 끔찍한 일을 경험했지. 내 나라를 위해 싸웠어."

"그 잔학 행위는 지금도 끝나지 않았단다."

"형은 내가 어떻게 하길 바라지? 옌안의 마오 쩌둥에게

가담할까? 형처럼 군벌들과 손을 잡을까? 나는 출가인이야. 그리고 정치는 영원하지 않아."

"네가 살아오면서 중국에서 하루라도 전쟁이 없는 날이 있었니? 그걸 부정할 수 있어? 이젠 중국만이 아니라 온 세계가 불안하게 흔들리는 판이라고. 유럽 전체가 전쟁에 휘말려 들고 있어. 급기야 이 싸움은 미국, 심지어 남미까지 파급될지도 몰라. 전 세계가 파괴되어 있는데 너는 앉아서 명상만 하고 있다니......."

"도교는 가슴의 철학이야."

사이훙이 변함없는 태도로 말했다.

"도교를 근절시킬 수는 없지. 도는 영속적인 것이야. 이 지구가 멸망한다 해도 도에 영향을 미칠 수는 없어. 나에겐 보고 배울 사람들이 있어. 사부님과 사형들이 그래. 그들이 이룩한 수준을 알게 되니 그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힘이 한결 더 솟아나고 있어. 물론 나는 그들이 성취한 것들이 전쟁이나 기타 역경에 영향을 받을 수 없다는 것 알고 있어. 왜냐하면 그것들은 내적인 승리이니까. 나는 혼자서 의혹을 품고 있을지도 몰라. 그러나 정치로 씻어 낼 수는 없는 거야."

"네 신념은 확고부동하니?"

"그래, 확고해."

"세상은 최후의 계시로 다가갈지도 모르는데 네 생각은 변함이 없구나."

"검소하고 소박한 생활을 통해 나는 좋은 효과를 보고 있다고 생각해. 보통 사람들처럼 되고 싶지는 않아. 더 크고 더 위대한 인물이 되고 싶어. 사람들은 숙명의 장난에 희롱 당하는 불쌍한 인생을 영위하고 있어. 나의 인생은 그렇게는 안 돼. 나는 내 스스로 완성에 이르고 싶어."

"나도 역시 그래."

"알아. 형은 완벽 주의자잖아. 우리 둘은 통찰력과 능력을 얻기 위해 희생하지 않으면 안 돼. 단지 목표가 다를 뿐이야. 나는 사부님과 도인의 길을 굳게 믿고 있어. 그런데 형은 어떤지 모르겠어."

"나 역시 완전함과 고행을 신봉한단다. 그렇지 않고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거야. 내 인생의 바깥에 보이는 장식품을 보고 판단하지는 말거라. 여자와 도박은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니까. 너도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다면, 그렇게 침착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위인들은 이 혼탁한 지구상 곳곳에다 질서를 심을 거야. 나는 그 위인들 중 한 사람이 되고 싶단다. 그러려면 고행과 용기, 지성, 완벽을 향한 매진 그리고 어느 정도의 정화가 수도 생활에 필요한 만큼이나 많이 요구될 것이다."

"형은 우리가 똑같다고 말하는 거야?"

사이훙이 물었다. 그는 둘을 같게 비교하는 것이 흡족했다.

"용기를 내어 열심히 정진하도록 해라. 수도 생활과 세속 생활은 칼날의 양면인 것이다. 결코 분리될 수 없다. 한 면이 없으면 다른 면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지. 어느 면이 더 낫다고도 못 한단다. 하지만 우리의 운명을 이해하는 것은 각자의 의무란다. 마음속으로 좋아하는 길을 따라가는 것만이 성공의 길이란다. 너는 계속 수도 생활에 정진하거라. 육체적, 사회적 욕구가 가차없이 부정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너의 영혼은 만족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너는 좌절감에 빠져 주춤거려서는 안 된다."

", 형의 말은 너무 감동적이야. 형은 왜 수도자로 입문하지 않는 거지?"

사이훙은 깊이 감동되어 이렇게 물었다.

"아마 나도 그럴 거야. 내가 세속적인 방랑을 끝낼 때쯤이면 말야. 내 경험을 완수하기 위해 여행을 해야 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란다. 사부님들은 말씀하시지. <출가하지 전에 세상을 맛보아라.> 세속 생활을 실컷 경험하고 나면, 다시 돌아와 이곳에서 영원히 머무를 거란다."

"그러면 그때는 우리 둘이 함께 살 수 있겠네, 항상."

"그렇단다, 언제든지."

도관의 동종 소리가 힘차게 산 중턱으로 울려 퍼졌다. 기도할 시간이었다. 그들은 작별 인사를 나눴다. 사이훙은 오래된 청동 향로 옆에 서서 형이 뜰을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사이훙은 후디에가 과연 세속을 떠날 수 있을 것인지 궁금했다. 후디에는 세상에서 오래 살면서 추문도 많이 뿌리고 다녔다. 비밀 단체의 회원과 군벌의 경호원 그리고 마약 밀수 조직에서 호위대의 일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사부는 잠자코 있었다. 사이훙은 이 점에 몹시 당황했다.

사이훙 자신은 농담과 못된 장난을 하고 게으름을 피운 것 때문에 수차례나 벌을 받았던 반면에, 후디에가 벌 받는 것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대사부는 후디에의 사생활에는 반대했지만, 그것은 그들 두 사람의 사적인 관계에 철저히 가려져 있었다. 두 사람 간에는 그것이 토론이든 질책이든 무슨 일이 있어도 항상 공개되지 않았다. 대사부와 다른 도사들은 그를 계속해서 아들처럼 사랑했다. 후디에가 그들을 대하는 태도도 한결같았다. 후디에는 화산에 돌아오면 그를 양자로 맞은 가족들의 흔들림 없는 성원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훌륭한 성취 결과를 가정 교육 때문으로 생각하고, 화산에 정기적으로 성금을 납부했다. 그러나 그 지역 원로들은 여러 번 화산에 올라와 그의 비행을 고발하고 그를 체포하라고 주장했다. 사이훙은 후디에의 기부금 납부가 비행에 대한 보상이 될 수 있는지 정말 의아스러웠다.

사이훙은 연달아 서 있는 문을 지나서 풍옥천이 있는 남봉 사원으로 갔다. 그는 들어가서 청색 도복을 입은 도사들 사이에 끼여 기도를 올렸다. 맨 앞줄에는 수놓은 비단옷을 입고 기도를 주관하는 도사들이 큰 소리로 경전을 낭송하고 있었다. 연주자들이 찬가를 반주하였다.

정교하게 꾸민 신단 저쪽에 그들이 모시는 신이 보였다. 평생 동안 자기 수련을 통해 불사신이 되신 과거 화산에 살던 선각자들의 모습이었다. 멀리서 봐도 그 성상에는 먼지가 덮여 있었다. 하지만 찬가와 경전 낭송이 열을 더해가자 사이훙은 신이 그 소리를 들었을 것이라고 상상했다. 신의 두 눈이 크게 열려 응답을 주는 것처럼 보였다. 절절한 진심이 그의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왔다. 이 금욕주의자가 수련을 통해 구원에 도달했듯이 그렇게 그와 후디에가 함께 운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기를, 사형 후디에가 새 사람이 되기를 사이훙은 기원했다.

 

 

3. 대집회

천 명의 도사들이 앉을 수 있는 거대한 대강당에서는 화산의 전체 대집회가 한 달에 한 차례씩 열렸다. 이번 대회에서는 영적 탐구에서 중대한 발견을 이룩한 도인들이나 성인록에 나오는 비법들의 구문들에 대해 새로운 통찰력을 획득한 도인들이 그들의 성찰을 나누기 위하여 초청받게 될 것이다. 아마 어떤 도사는 새로운 약초에 대한 실험에 성공했을지도 모르고, 누구는 인체의 정문을 열기 위한 보다 빠른 길을 찾았거나, 천체 여행을 하는 중에 새로운 세계를 발견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이번에 크게 축복 받은 사람들이 누구이든 간에 그들은 공동의 선을 위해 사심 없이 토론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화산에는 많은 도교 분파들이 있었다. 각 분파는 소분파로 나누어졌고 그것들은 더 작게 분류되었다. 사부들마다 제각각 도교에 대한 해석이 달랐다. 어떤 도인은 만 개나 되는 경전들 중 한 경전의 단 한 문장에 상세한 주석을 다는 일에 평생을 바치기도 했다. 또 다른 사부는 해석과 같은 개념화를 완강히 거부하고 전력을 기울여 명상에 몰두하기도 했다. 과거 수십 년간의 일을 회상시켜 주는 꿈을 꾸며 강한 흥분을 느끼는 도인이 있는 반면, 육체 단련의 우월성을 주장하는 도인도 있었다.

그뿐인가. 스승과는 다른 길을 걸으면서 도교의 다른 측면을 강조하는 제자들의 수행법도 전폭적으로 용인되었다. 화산의 원로들은 이런 태도를 혼쾌히 받아들였다. 그들은 도교의 다양성을 확인하고 넘치는 생동감을 함께 나누기 위해서라면 불화의 위험도 기꺼이 감수하였다. 사이훙은 일찍 대강당으로 갔다.강당을 가득 메운 청중들 사이에 앉아 얌전히 기다렸다. 딱딱한 나무 의자 위에 앉은 사이훙은 두 명의 다른 수도자 사이에 꼭 끼여 옴짝달싹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개회식을 기다리는 동안 몇몇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눈 여겨 보았다. 그들 중에는 린 쭝우와 칭 수이셩, 두루미 도인, 후디에 그리고 대사부의 제자 13명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진엔니아오와 츠쑹도 끼여 있었다. 사이훙은 이 두 사람이 고위 도사들의 지정석에 앉은 것을 보고 바짝 긴장했다. 전에 사이훙은 그가 동료 수련생들로부터 얼마나 감동 받았는지를 후디에 형에게 말했었는데,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었단 말인가! 이 두 사람이 지금 그를 당혹시키고 분노케 하는데도 말이다.

진엔니아오와 츠쑹은 대사부의 자리를 노리는 도전자들이었다. 사부가 고전주의와 정통 주의를 옹호하는 데 반해 그들은 근대주의와 사회적 활동을 적극 지지하고 있었다. 이전에 열렸던 집회에서 그들은 공개적으로 사부에게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요구했었다. 대신 젊고 혈기왕성한 사람을 앉히라고 주장했다. 아주 끔찍한 일이었다. 사부에게 공공연히 비판을 가하는 이 두 명의 나이 많은 제자들의 행위는 하극상의 배신 행위와 맞먹었다. 그러나 그보다 더 당황스런 일은 그들의 지지자들이 꽤 많다는 사실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교육을 맡고 있는 사부들로 그만큼 영향력이 컸다.

사이훙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진짜 알다가도 모를 일이었다. 왜 사부님은 진엔니아오와 츠쑹의 도전을 물리치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일까? 사이훙은 강단의 상석을 올려다 보았다. 대사부가 화산의 원로들 사이에 앉아 있는 것을 자랑스러운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대사부는 확실히 그의 제자들에 비해 훨씬 고매한 존재로 보였다. 사부의 양쪽에 앉아 있는 도사들도 두 도전자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높은 계급이었다. 생김새와 어울리는 괴짜 이름을 가진 저 이상한 사람들 - 개구리 신선, 박쥐 신선, 거북 신선 -은 그들의 지혜 때문에 널리 존경받고 있었다. 대사부 또한 흠 잡을 데 없는 완벽한 분이었다. 하지만 사이훙은 도무지 실감이 나지 않았다. 13명의 제자들은 더 이상 한 가족도 아니요, 그에게 더 이상의 위로도 주지 못했다.

그들은 대사부의 골칫거리였다. 그들에게는 일사분란한 통일된 모습이 없었다. 양극으로 갈라져 이제 화산을 두 동강 내고 있었다. 정치가 종교에 개입되었다. 세 명의 무사를 때려눕혔던 대사부는 새벽의 어둠 속에서 그에게 성인의 가르침을 낮은 소리로 전해 주셨다. 그런데 이제 대소동이 벌어진 상황에서 이에 대응하고 싶어하지 않은 게 이상했다. 징소리의 부드러운 울림과 약하게 들리는 큰 북소리에 묵상을 하던 사이훙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화산의 원로들이 문신인 문창제군에게 경의를 표하는 동안 참석자들과 함께 서 있었다. 붓과 <하늘은 문의 공을 기약한다.>라는 말이 새겨진 책을 들고 있는 실물 크기의 화상을 정중하게 올려다 보았다. 상냥하게 생긴 주름살 없는 얼굴이었다. 숱이 많은 검은 색의 긴 머리카락은 진짜였다. 신 앞에는 잘 차려진 신단과 그의 거처인 큰 곰자리에 기도자들이 닿을 수 있도록 해주는 향로가 놓여 있었다. 신이 되기는 얼마나 쉬운 일이란 말인가. 사이훙은 엉뚱한 생각이 들었다.

높고 맑은 마지막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대사부는 모두들 착석해 달라고 말했다. 그런 다음 그날의 의장인 바이투 은자를 소개했다. 대사부의 소개에 따르면, 바이투 은자는 최근 수십 년에 걸친 각고의 노력 끝에 사업 하나를 완성했다. 명상 중에 감각을 조절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주문(만뜨라(mantra) : 명상의 효과를 극대화 하기 위한 짧은 말, 긴 것은 다라니 dharani) 들의 이론과 그 사용 기법에 대한 책을 저술했다. 이 책은 이제 화산의 장경각에 남을 것이다.

바이투 은자는 모여 있는 청중들을 위해 이제 중요한 사항들을 요약해줄 것이다. 그는 연구 결과를 설명할 채비를 갖추고 도사들 앞에 나와 섰다. 그는 두 손을 포개 잡고 조용히 서 있었다. 얘기를 끝낼 때까지 손을 풀지 않을 것이다. 그 자세는 집중력과 명상의 완수를 나타내는 정교한 신호이므로, 작은 키에 풍채가 좋은 그는 타원형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 큰 코와 분홍빛 두 뺨이 인상적이었다. 말끔히 면도를 하고 눈송이 같이 흰 백발은 잘 빗어서 상투를 틀고 있었다. 얇은 입술 주위에는 미소가 감돌았다. 상냥하고 인자해 보였다.

"원로 여러분, 수련생 여러분, 그리고 입문생 여러분, 저는 오늘 오랜 기간 동안 연구한 결과를 발표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선배들이 물려준 가르침과 저의 조수들, 제자들과 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이 결론을 얻었습니다. 오늘 저의 발표를 들으시고 부디 지도 편달이 있으시길 바랍니다.

명상은 최고의 영적인 노력입니다. 명상을 수행함으로써 우리는 무지의 껍질을 벗겨낼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인간의 본성을 터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우리가 우리 내면의 자아와 분리되어 있으며 사실 우리 가까이에 있는 것을 놓고 멀리 탐색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훌륭하신 도사들 중 많은 분이 상이한 목표들, 가령 천둥 마술, 팔괘의 교묘한 술수, 천체 여행 또는 기도 등을 강조한다고 알고 있는데 저는 우리 모두에게 있어 명상이야말로 영적 삶을 이루는데 중요한 것임을 삼가 지적하는 바입니다. <모든 길은 정상으로 통한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주 당연한 말입니다. 하지만 저는 정상은 내면의 관조를 통하지 않으면 도달할 수 없다고 주장합니다.

제가 우려하는 점은 분파가 너무 많아 자칫 산만하다는 것입니다. 바깥으로 끌려나가기는 아주 쉽습니다. 인류는 그들이 방향을 바깥으로 틀고 있다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오늘날 곤경에 처해 있습니다. 극장에서 경극 감상에 열중하는 관객 같다고나 할까요. 흠뻑 취한 나머지 식별력이 흐려지는 것입니다. 즉 그들은 연극을 현실로 받아들입니다. 그렇게 때문에 인생을 이렇게 좁은 공간에서 생긴 일이라고 가정합니다. 밖으로 나간 그들은 곧바로 직접 행동에 나섭니다. 어쨌든 자신들의 행동이 뭔가를 크게 달라지게 할 수 있다고 가정하고서 사업, 여행, 정부, 전쟁터로 뛰어듭니다. 정말 개탄스런 현상입니다. 의지를 밖으로 돌리면 돌릴수록 더욱

멀리 뽑혀져 나가게 됩니다. 마침내 내적인 개념은 전부 상실되고 맙니다.

인류는 명상가의 길과는 아주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물론 그 누구도 이런 노력의 결과가 아주 인상적임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상하이의 빌딩들은 탑보다도 더 높고 크게 지어졌습니다. 이제는 힘센 동력 자동차와 강철로 만든 선박도 있습니다. 여기 산 위에서조차 때때로 하늘에서 사람을 실어 나르는 기구를 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보십시오. 이런 놀라운 업적들이 어떻게 이용되고 있는지를. 각 나라들은 이제껏 전례가 없는 대단한 규모로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때 이 섬에서 저 섬으로 여행도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일본이 지금은 항공기, 선박, 탱크를 동원해 아시아의 반을 쑥밭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또 다른 섬나라인 영국은 결코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라고 떵떵거리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에너지를 밖으로 쏟은 까닭입니다. 다른 나라 일에 간섭하는 이 모든 짓들은 바로 도를 침해하는 것입니다.

명상가는 다릅니다. 그의 목적은 안으로 향합니다. 그의 목적은 도와의 합일체를 이루는 것입니다. 그의 적은 군벌과 국가가 아닌 고통과 무지입니다. 우리는 <성인은 문밖으로 나가지 않고도 하늘과 땅을 안다.>라는 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말은 성인의 명상의 힘은 너무 위대해서 그 투시력으로부터 비밀을 지킬 수 있는 것은 이 우주상에 하나도 없다라는 말입니다. 많은 사람은 이 인식력이야말로 명상의 위대한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감히 말합니다. 이것도 하나의 함정일 뿐이라고 말입니다. 그런 지식에 사로잡히면 안 됩니다. 그것이 내적인 명상의 결과이긴 하지만 그것도 해를 끼칩니다. 얼마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젊은 수행자 여러분들은 명상력은 해가 되는 골칫거리이니 내면세계로 더욱 깊이 밀고 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여러분이 새로 발견한 영혼의 힘에 전율한다고 해서 그 누구도 여러분을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도착하기도 전에 그가 오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여러분은 앞날을 예감하게 될 겁니다. 또 다른 사람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심지어는 꿈속에서도 지난날에 있었던 사건에 대해 정신을 더욱 집중시켜 저변에 깔린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처음에는 이 새로운 각성에 대해 열광할 것입니다. 이 때문에 명상은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분수가 넘칠 정도로 뽐내며 여러분은 그저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보다야 자신이 더 우월하다고 여기고 문밖에 나가지 않고서도 하늘과 땅을 정말 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나면 정신을 쓸데 없는 일로 낭비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여러분은 멀리 있는 것들을 보여주면서 그것들을 어처구니 없이 크게 확대시키는 망원경같은 존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명상가는 공포에 질려 타인이 축복이라 부르는 이런 사물들에게서 도망을 가버립니다. 그들이 새로 발견한 능력은 저주가 되고 원하지 않는 자극제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이제서야 더 깊이 뛰어들어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세상의 흡인력에서 벗어나는 자유와 평화는 더 깊은 명상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여기서 명상가는 두 가지 중대한 장애물에 직면할 수밖에 없습니다. 마음 그 자체와 성적 충동입니다. 사실, 마음은 밖으로 끌립니다. 그리고 성적 욕구는 감정과 욕구 속에서 마응과 뒤섞입니다. 하나씩 차례로 완전히 정복되지 않는 한, 진전은 있을 수 없습니다.

정신은 우리에게 필수 불가결한 요소입니다. 그것은 우리가 행하는 크고 작은 모든 것을 조정합니다. 위대한 공적을 쌓을 수도 있습니다. 인체의 기능을 자동적으로 수행합니다. 감각 중추의 기능을 통해 우리의 생존을 보장하기 위해 필수적인 모든 정보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신은 점점 횡포를 부리기 시작합니다. 쾌락과 고통을 구별하고 자연히 쾌락을 더 좋아합니다.

곧 더 많은 쾌락을 경험해 보는 쪽으로 모든 존재가 기울어집니다. 약간 만족을 하면 계속 경험하고 싶은 더 큰 욕망이 생깁니다. 실망을 증오의 씨앗을 생산하며 기분 나쁜 것을 피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근원을 파괴하려는 결심을 합니다. 악순환은 계속됩니다. 결국 완전히 욕망에 휘말리고 맙니다. 정신과 감각의 노예가 됩니다. 원한을 품은 생물은 만족 추구를 좌절시키는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대항합니다. 똑같은 사본을 복제하여 다른 사람에게도 재생산하는 양상이 빚어집니다. 모든 행동, 사고와 집착은 10배로 재생산됩니다. 끝없이 그 결과가 발생하고 사람의 갊을 옭맵니다. 이렇게 하여 우리는 이 세속 세계에 우리 소유의 노예를 생산합니다.

영적인 인물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많은 지식 때문에 그리고 정신력 때문에 마음을 악용하기가 훨씬 더 쉽습니다. 그는 지식의 추구와 영적인 경지에 도달하려는 강한 욕망을 정당화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사람은 아편과 미색에 빠져 인생을 방비하는 친구와 조금도 다를 바 없습니다. 정신은 영적 탐구를 하는 데 이용될 수 있지만, 또한 장애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심지어는 정신력이 가장 강한 사람조차 성적 충동에는 약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성욕이 강하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생명의 힘 그 자체와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성이 없으면 인류의 영속도 있을 수 없습니다. 성은 억압될 수 없습니다. 그래 봤자 성적 욕구는 더 강해질 뿐입니다. 여자를 멀리하는 것도 도움이 안 됩니다. 화산의 경우는 이렇습니다. 수행자들은 이런 방법으로는 완벽하게 성적 충동을 다스리기는 미흡하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욕망을 채우기 위해 무시무시한 상상에 빠져 들게 됩니다. 충동에 이끌려 욕구를 풀기 위해 부끄러운 짓을 저지릅니다. 더러는 인위적 수단을 써서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육체의 고행은 그 해답이 되지 못합니다. 그런 방법은 몸을 해치고 궁극적으로는 정신을 연마할 수 없게 합니다. 깨달음도 없고, 단지 잔인함과 맹목적인 육체의 훼손이 있을 뿐입니다. 그 결과는 비통함과 증오, 무지에서 비롯된 신앙심만 남는 것입니다. 그 어떤 것도 정신적 해탈을 하는데 도움이 안 됩니다. 진정으로 영생불사의 고지에 오르고 싶다면, 성적 충동과 싸우지 말고 성 충동을 대신할 만한 어떤 것을 건전한 인격체에 제공함으로써 성 충동의 제어 방법을 개발해야만 합니다.

외부로 쏠린 마음과 성적으로 충동받는 유기체의 구도는 파괴되어야 합니다. 욕망은 근절되어야 합니다. 망상은 중단되어야 합니다. 감각은 순화되어야 하고 관능에 한번 짜지면 계속 빠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 감각을 내면화해야 합니다. 방법은 있습니다. 그것은 주문입니다. 주문은 감각을 달래 줍니다. 그것은 감각의 자리를 대신하는 대체물이고 정상적으로 작용할 수 없을 만큼 감각을 분주하게 만들어 감각을 내면으로 유도해 줍니다. 이 주문은 보통 우리가 쓰는 말이 아니고 성인이 깊은 명상 속에서 들었던 신의 음성입니다. 신을 자각함으로써 직접 듣는 음성입니다. 세속적 기원도, 세속적 의미도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그 소리는 세속적 결과에 다시 연결될 수도 없습니다.

주문은 단순히 어떤 소리가 아닙니다. 감각을 만족시키고 마음을 내면화할 수 있는 소리 또는 그것의 집합체입니다. 사부들은 이 소리를 발견하고 스스로에게 실험을 했습니다. 그들은 모든 소리를 이렇게든 저렇게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무의미하거나 목적에 도움이 안되는 소리는 버렸습니다. 마음의 바람직하지 못한 성향을 깨끗이 씻어주는 소리들만 간직해서 선한 쪽으로 마음을 돌렸습니다. 가장 주요한 면 중 하나는 애초에 사부가 그 소리를 듣고 깨달았던 그 마음의 상태로 수련생을 인도해 주는 말의 독특한 힘이었습니다. 현인들은 말의 이런 면을 <실을 이용해 미로를 빠져 나가는 기술>이라고 부릅니다. 꾸불꾸불한 깊은 동굴을 탐험하다가 마침내 보물이 있는 방을 발견하는 사람에 비유합니다. 동굴 속의 그 장소를 다시 찾기 위해서는 실패의 실을 뒤로 풀어가며 입구까지 다시 나옵니다. 그가 일단 나오면 다시 돌아갈 수 있습니다. 아니, 더 중요한 것은 다른 사람도 보물이 있는 방을 찾기 위해 실을 따라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실은 수행자를 고조된 의식 상태로 이끌 수 있는 낱말입니다.

건강에 이로운 다른 말도 있을 수 있습니다. 모든 소리는 각각 고요의 진동수를 가지고 있습니다. 성인들은 음성이 되어 나올 때 특별한 소리들이 특정 기관 속에서 공명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 기관은 자극을 받으면 강화될 것입니다. 그리고 육체의 건강은 보호될 것입니다. 누군가에게 영향을 주는 말의 힘은 육체나 명상을 초월합니다. 성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우리의 성격은 지나친 점이 있을 수 있습니다. 성격은 정신적으로나 구두로 말을 반복함으로써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불같은 성격이라면 사부는 그의 인품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수어를 줄수 있습니다. 정반대의 경우에 야심이 없고 수동적인 학생이라면 의지력과 성격을 단련시키기 위해 화어를 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문은 수행자가 노력을 더 많이 쏟을 수 있도록 대비시키기 위해서는 필수 불가결합니다.

우리는 주문을 가지고 실험해 볼 수도 있습니다. 만일 주문들 안에서 가능한 효력의 광범위한 범위를 확실히 탐구하지 않는다면, 우리의 연구는 불완전할 것입니다. 주문을 반복적으로 사용함으로써 희박한 공기에서 금을 불러낼 수 있고 광막한 거리를 가로지르며 우리 스스로를 비물질화 하고 또 재물질화할 수 있습니다. 구름보다 높이 솟아오르고 하계에서 온 악마를 노예로 만들고 사람들에게 걸맞지 않은 일을 강제로 시킬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미래의 세대를 위해 우리의 탐구 결과를 문서로 작성합니다만, 그 결과를 이용해서는 안 되는 엄숙한 경고를 덧붙입니다. 세속적인 일에 다시 말려 들고, 주문의 효력을 남용하고 싶은 불가항력적인 유혹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주문은 부적과 같은 용도로 쓰여야 합니다. 즉 치유와 보호, 그리고 영적인 경지에 이르기 위해 사용되어야 합니다. 혹 이윤을 추구한다는 기미라도 보이면 그 수행자는 영원히 저주를 받을 것입니다.

우리는 오로지 당대의 도인들의 주문에만 집중하지 않습니다. 두루 대표단을 파견하여 방문하고 탐색하고 다른 도관과 수도원에서 연구를 하게 했습니다. 나의 동료들은 인도, 티벳,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주문들을 수집했습니다. 철저히 연구를 수행하느라 온갖 시도를 다 했습니다. 후속 연구는 여러분 모두에게 맡기렵니다. 하지만 많은 주문들은 그 주문이 원래 속한 연구에서는 아무런 뜻도 갖고 있지 않습니다. 이 소리들은 어떤 언어학적 사고에서 비롯되지 아니하였고 신적이며 우주적인 인식에서 나왔다는 점을 필히 주목해야만 하겠습니다.

언어에 관한 논의까지 하게 되었으니 말인데, 제가 말씀드린 주문은 경전이나 기도문이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고 싶습니다. 신의 소리는 경전이나 기도문의 형태로 나타날지는 몰라도, 경전이나 기도문은 반드시 주문과 동의어는 아닙니다. 그것들은 기도를 하는 데는 중요할지 몰라도 반드시 예측 가능한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닙니다. 개인적인 기도가 바로 그렇습니다. 그것은 정신을 집중시키고 의지가 약한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한 심리적인 행위인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정신을 안으로 향하게 하고 명상가가 자기 완성으로 갈 수 있게 이끌어 줄 목적으로 주문을 구두상으로 또는 정신적으로 사용하는 데 찬성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주문의 사용법입니다. 우리를 신에게 더 가까이 데려가지 않는다면, 그것이 힘이든 소요, 기원 또는 기도이든 조금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주문들은 구두의 전통을 통해 전달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우리가 책을 저술했지만, 영적 전통의 진정한 전달은 사부에서 제자로 이어지는 사슬임을 인정합니다. 여러분 중 누구든 이기법을 더 탐구하고 싶으시다면, 이 성스러운 노력을 함에 있어 우리에게 동참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원로들이 우리의 연구를 검토하신 후, 예의를 차리실 필요 없이 우리의 잘못을 꾸짖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동료 도인 여러분, 저는 연구 결과를 겸허한 마음으로 기증합니다."

바이투 은자의 14살 난 시자가 다섯 권의 연구서를 내놓자, 청중들에게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은자는 양손으로 책을 받쳐 들고 대사부에게 절을 올렸다. 원로들은 모두 기립해서 최대한의 예의를 표하였다.

"내가 화산 전체를 대표해서 받겠소. 여러분의 뜻 깊은 노고에 심심한 사의를 표하겠소."

대사부가 인사말을 했다.

대사부는 원로들에게 자리에 앉도록 권고했다. 그리고 단상에서 토론을 개시했다. 이때쯤이면 공개 토론이 벌어진다. 누구든 화산과 도교의 발전을 위해 아이디어를 내놓고 토론할 수 있었다. 몇 분동안 다른 도교 분파의 회의 결과가 발표되자 사이훙은 지루해졌다. 바이투 은자의 발표는 아주 흥미진진하게 들었지만, 행정 문제는 싫었다.

사이훙은 진엔니아오가 일어서는 모습을 보았다. 사부는 당당한 자세를 취했다. 다른 수도자들은 조용히 기대에 찬 모습으로 고개를 들고 바라보았다. 진엔니아오는 또렷하게 말했다. 경극 대사처럼 과장되고 화려한 베이징 사투리를 썼다.

"발언권을 요청합니다."

"허락합니다."

대사부가 응답했다.

"여러분, 중국은 5천 년 역사상 최악의 전쟁 와중에 놓여 있으며 사회의 불안도 극에 달했습니다. 지금처럼 우리 조국이 열등국의 군대 앞에서 여지없이 무너지는 수모를 당한 적은 한 번도 없었습니다. 정신적인 활력이 쇠하였기 때문이 아닙니까?"

참석자들 사이에서 동의하는 웅성거림이 일었다.

진엔니아오는 계속 말을 이었다.

"도교가 어디에서 이처럼 부패에 직면해 있더란 말입니까? 유일한 중국의 토속 종교는 시대보다 더 먼저 쇠약해지고 있습니다. 도교의 가장 큰 경쟁자는 불교입니다. 그들은 웅장한 사찰을 짓고 극락을 약속하며 수많은 중생들에게 포교하였습니다. 게다가 기독교는 북부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이제는 서양 선교사들이 직접 중국인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기독교 선교사들이 야만적 종교의식을 벌이고 아기를 구워 먹는다는 소문이 나도는데도 불구하고, 백성들은 기독교로 더 많이 개종했습니다. 대다수 수행자들은 최근에 베이징과 상하이에 세워진 성당과 교회들을 보고 중국이 유럽인에게 한 번 더 항복을 한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형제 여러분! 우리는 어디에 있었습니까? 인류에게 영혼의 등불을 밝히겠다고 맹세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우리는 산 위에 떨어져서 우리 자신만의 성공을 찾고 있습니다. 백성들의 고통은 아랑곳하지 않으면서요!"

강당엔 순식간에 대혼란이 일었다. 진엔니아오의 감정이 표출되어 도사로서의 눈빛이 흐려졌다. 대사부는 좌중에게 정숙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떠드는 소리가 완전히 가라앉기도 전에 츠쑹이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우리의 원칙은 사회에 대한 불간섭입니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이 동의했다. 그들은 평생 사회를 멀리하기로 약속한 출가인들이었다. 진엔니아오는 자신만만하게 청중들을 응시했다. 척척 박자가 맞아 돌아갔다. 그는 꼿꼿이 서서 부드럽고 운기 흐르는 수렴을 쓰다듬었다.

"그렇습니다. 그것이 우리의 원칙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합당합니까? 아니면 그저 고루한 전통주의자들의 멍텅구리 같은 방침에 불과합니까? 우리가 도교를 영광스럽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엄밀히 말해 보수주의 때문입니다."

사이훙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많은 주장들이 터져 나오는 것을 보았다. 진엔니아오에게 자리에 앉으라고 소리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를 지지했다. 사이훙은 사부가 진엔니아오에게 반박하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대사부는 침착하게 집회 광경을 구경할 뿐이었다.

<왜 사부님은 반격을 하지 않을까?>

사이훙은 이렇게 반문했다. 가장 나이 많은 제자가 공개석상에서 사부를 공격하다니 완전히 하극상이었다. 그것은 부친 살해만큼이나 죄악시되는 일이었다. 그러나 웬일인지 아무런 처벌도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의 말에 찬성합니다!"

츠쑹이 일어서며 크게 외쳤다. 그의 찌든 얼굴에 활기가 돌았다. 그러나 흥분해서 긴 옷소매를 흔드는 모습이 우스꽝스럽게 보였다.

"도의 본질적 원리는 변화입니다. 우리는 변화하고 적응해야 합니다. 우리는 위대한 업적을 성취했습니다. 그리고 가공할 만큼의 지식을 수집했습니다. 이제 그 지식을 이용해 인류를 구원할 때가 왔습니다! 세계는 지구를 파멸시킬지도 모르는 전쟁 속에 빠져 들고 있습니다. 행동을 보일 때가 왔습니다. 수도 생활로는 안 됩니다!"

이어서 진엔니아오가 교활하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형제들이여, 나라가 풍전등화의 위험에 이르렀는데 도교는 어째서 그냥 있단 말입니까? 궐기해서 나라의 정세를 안정시킵시다. 만일 원로들이 현실을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융통성을 발휘할 수 없다면, 그때는 보다 젊은 세대를 위해 그들이 자리에서 물러나야 합니다."

"네 신분은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화산 전체 도관의 명예 원장인 거북 신선이 청천벽력처럼 호통을 쳤다. 작달막한 거북 신선이 비분강개하여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자 사이훙은 깜짝 놀랐다. 그러나 안심이 되었다. 결국 원로들이 반응을 보였기 때문이다. 주름진 얼굴이 팽팽히 긴장하더니 두 눈에 벌겋게 불이 붙었다.

"입을 다물지 못하겠느냐? 분명, 너는 도교를 참되게 깨닫지도 못한 주제가 아니더냐? 네가 제안한 의견은 금욕주의의 규칙에 어긋나는 것이다!"

거북 신선은 화산에 있는 전체 도관의 원장이었는데 현재의 대사부를 위해 사직했었다. 그러나 과거의 원장으로서 여전히 무시 못 할 정도의 위엄이 있었다. 좌중은 조금 가라앉았다. 그런데 도인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이훙은 전에 그를 동봉에서 본 적이 있었지만 잘 알지는 못했다. 그 남자는 호리호리한 장신이었다. 잘생긴 얼굴은 안색이 깨끗했다. 옷차림은 단정하고 흠잡을 데 없이 완벽했다.

"금욕주의가 유일한 길은 아닙니다. 우리들 중의 상당수는 그와는 다른 계율에 따라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논쟁을 벌인들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서로간의 갈등은 우리의 소명에도 맞지 않습니다. 그러니 거창한 논리를 앞세우지 말고 동정심을 보이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만 말합시다. 이런 암흑기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는 것은 같이 수영하다가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지 않는 것만큼이나 잔인한 짓입니다."

그가 말을 끝내자 거북 신선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이 토론은 뒤죽박죽입니다. 그대들 젊은이들은 신념이 없습니다. 도는 우리의 존재 여부와 상관없이 계속될 것입니다."

"신조는 훌륭하군요. 그러나 나는 찬성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나의 권한에 속한다는 것을 아시겠죠? 당신이 물러난 것처럼 지금은 대사부가 물러날 때입니다. 시대가 변했으니까요."

동봉에서 온 도인이 말했다.

"화산의 정책을 지시하는 것은 당신 소관이 아닙니다.

거북 신선이 날카롭게 반박했다.

"우리 이 문제를 표결에 부칩시다."

츠쑹이 감히 이렇게 대항했다.

"천부당 만부당 합니다"

거북 신선이 큰소리를 질렀다.

"규칙대로 해야 합니다. 원로들이 이 문제를 의논할 것을 약속합니다. 다음 집회 때까지는 결정을 내리겠습니다. 지금으로서는 더 이상의 토론을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상급자로서 명령하는 데 모두 앉으시오."

셋은 거북 신선의 명령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대놓고 도전하는 회의가 되게 더 이상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거북 신선은 폐회하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사이훙은 아무래도 경전이나 중얼댈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배신감을 느꼈다. 대사부는 그에게 아버지와 같은 분이었다. 그는 진엔니아오의 무례한 도전이 무척 거슬렸다. 다른 무엇보다도 우선 충성심을 최고 덕목의 하나로 가치 있게 생각하고 있었다.

행사가 끝났다. 사이훙은 많은 젊은 도사들이 진엔니아오 주변에 모여드는 것을 보았다. 그가 새로운 지지자들과 함께 중앙 통로를 따라 내려가는 것을 보니 화가 났다. 사이훙은 열이 올랐다. 목구멍에서 쓴맛이 치밀어 올랐다.

"나쁜 놈의 자식 같으니!"

사이훙은 소리를 지르면서 젊은 도사 하나를 떼밀고는 진엔니아오 앞으로 뛰어들었다.

"네가 말썽을 피우고 싶다면, 여기서 나와 한판 붙어 보자!"

진엔니아오는 아주 침착했다. 변함없이 당당한 위엄을 보였다. 그의 기도하는 자세는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그런 신성 모독적인 말을 함부로 지껄이는 것은 죄악이다. 사이훙."

그는 부드러운 소리로 말했다.

"이 비열한 놈아, 천벌이나 받아라. 네놈을 작살내서 지옥으로 떨어뜨릴 테다."

"성미가 급하구나. 불덩어리 같은 머리나 식히려무나."

진엔니아오가 조용히 말했다.

"너를 죽이고 말겠다!"

"한 번 해볼 테면, 덤벼라."

진엔니아오가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사이훙은 돌진했다. 그러나 두 시자가 재빨리 그를 말렸다. 그는 그들을 뿌리쳤다. 이번에는 후디에가 달려왔다. 세 명이 힘을 합쳐 그를 붙들었다. 진엔니아오는 조용히 그에게 다가왔다. 사이훙은 그가 말할 때 씨근거리는 숨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이 망나니 같은 자식! 진정하는 게 네 신상에도 좋을 것이다. 너 같은 놈은 붓이나 잡고 있는 게 제격이지."

"죽여 버릴 테다, 이 나쁜 놈아!"

사이훙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진엔니아오는 유유히 사라져버렸다.

"싸움을 멈추어라, 사이훙. 오늘 너는 큰 죄를 범했다."

사형인 칭 수이셩이 말했다.

"나는 사부님을 공격하는 저런 괴물은 두고 볼 수 없어!"

"우리도 참을 수 없어. 그러나 우리가 나설 일이 아니다. 대집회는 누구든 공개적으로 의견을 말해도 보복을 받지 않는 공개 토론회니까."

린 쭝우가 말했다.

"붙잡지 마!"

"먼저 마음을 진정시켜라."

칭 수이셩이 말했다.

"못 해! 당장 저놈의 숨통을 졸라 놓겠어!"

후디에는 사이훙을 뒤로 힘껏 밀었다.

"너 미쳤구나. 이제 그만 생각 좀 해봐라. 바보 같으니라구. 그의 무술이 너보다 몇 배는 더 세다는 건 알고 있겠지? 그는 너를 묵사발 낼 수도 있었어."

"나를 내버려둬!"

사이훙이 씩씩거렸다.

"안 되겠구나! 그놈을 내 방으로 끌고 가 벌을 주어야겠다."

대사부의 목소리였다.

그들은 사이훙을 밖으로 강제로 끌어 낸 뒤 남봉 사원을 향해 가파른 비탈길을 올랐다. 대사부는 길을 가는 도중에 말을 못 하게 했다. 사이훙은 아직 분이 가시지 않았다. 죄를 지은 자는 진엔니아오였다. 그런데도 왜 자신이 벌을 받아야 한단 말인가?

사부의 서재에 당도해서야 그들은 사이훙을 풀어 주었다. 사부는 책상 앞에 앉았다. 그것은 줄지어 선 책꽂이를 제외하곤 이 휑뎅그렁한 방에 있는 유일한 가구였다. 불빛은 대사부의 등뒤에 복잡한 격자무늬 창을 붉게 타오르게 만들었다. 사부가 지친 듯 모자를 벗어 내려놓자 백발이 불꽃처럼 작열하였다.

"무릎을 꿇어라!"

사부가 명령했다.

"사부님, 저는 잘못한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너는 원로들과 <문신>이 보는 앞에서 신성모독의 발언을 했다. 그런데도 죄가 안 된단 말이냐?"

"저는 사부님을 보호한 것입니다."

"이런 식의 보호는 내겐 필요 없다."

"사부님, 왜 반격을 가하지 않으신 겁니까? 그는 사부님께 도전을 했습니다. 왜 스스로 방어하시지 않는 겁니까?"

"왜 내가 그런 사소한 문제에 영향을 받아야 한단 말이냐? 나는 믿음과 성실로써 평생 동안 수련해 왔다. 나의 업적과 생각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승인을 받을 필요는 없다. 나는 인생을 살면서 신을 대하는 데 한 점 부끄럼 없이 살 수 있는 한 두려워할 것이 하나도 없느니라."

"사부님은 당신의 제자가 사부님께 반기를 드는 것을 보시지 않았습니까? 어떻게 이것을 허락할 수 있으신가요?"

"그들 역시 수행자다. 모두들 각자의 관점에는 장점이 있다. 그들은 성실하게 의견을 나타내려고 노력했을 뿐인 것이니라."

"아닙니다. 그들은 사부님을 타도하려고 했습니다."

"굳이 내가 이 자리에 연연할 필요가 있단 말이냐? 얼마나 어리석은 짓이더냐? 만일 그들이 더 훌륭한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됐다. 그러나 그들은 그렇게 할 수 없단 말이다. 나를 공개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내가 그들을 반대한다는 사실을 그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모두 세속적인 권력에 동기를 두고 있다. 그것이 틀렸다는 거야. 도교를 이용해서 이득을 취하려 하는 한 내가 그들의 최대 장애물이라는 사실이지. 나는 그들을 반대하지만, 함께 싸워야 할 필요는 없다."

"사부님, 그래도 이해가 안 갑니다."

대사부는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언젠가는 내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이해할 날이 있을 것이니라. 그것 역시 도이니라. 지금으로서는 진엔니아오, 츠쑹과 멀리할 것을 너에게 명한다. 너 혼자서는 어떤 행동도 취하지 말 거라. 내 말 알아듣겠느냐?"

", 사부님."

"좋아. 그만 가봐라."

후디에는 사이훙을 따라 나왔다.

"기숙사까지 같이 걸어가자."

그는 위로를 하려는 듯 말을 꺼냈다.

"동봉의 그 자는 누구야?"

사이훙이 물었다. 그는 위로 받는 데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의 법명은 투오구이란다. 나는 그를 알아. 사실, 나는 그에게서 몇 가지 기술을 배웠지."

후디에가 불쑥 이 말을 했다.

"어떤 기술인데?"

"네 마음에 들지는 않을 텐데. 남녀가 하나가 되어 깨달음을 구하는 상합의 기술이란다."

", 성적 유희의 기술을 훈련하는 거로군. 진엔니아오와 츠쑹이 그처럼 사악한 동맹 회원의 모집을 하고 있는 줄 내가 진작 알았어야 했는데."

사이훙은 냉소적으로 말했다.

"이 점을 잊지 말거라. 상합은 승인을 받은 도교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을. 그 나름의 경전, 의식과 계율이 구비되어 있단다. 그 기술을 익힌 사람으로서 나는 그 효험을 입증할 수 있다."

"형은 도사가 아니잖아. 그런데 왜 도사같이 사는 거야?"

사이훙이 쌀쌀맞게 말했다.

"그러나 그는 도사지."

"그의 분파는 여자만 보면 환장하는 변태 영감들이 모여드는 데야. 그 짓만 하다간 죽을 것 같으니까 그런데 갇혀 지내는 거지."

"언제부터 그렇게 고상해지셨나. 흥분하지 마."

"빌어먹을! 형은 사부가 가르치시는 걸 알잖아. 그런 방법은 사악하고 교리에도 어긋난다는 걸 말야."

"그들은 사부의 분파에만 역행하고 있는거야."

"됐어, . 그 정도로도 나한텐 충분해."

"너는 시도해 본 적도 없구나."

"제발 어리석은 짓은 그만 둬. . 나는 평생 독신으로 살기로 맹세했어."

"그 길이 너를 하늘나라로 인도하기를 바라자꾸나. 너는 확실히 성을 전혀 경험해 보지 않을 테니."

"제발 그만둬! 말만 하는 것도 신물이 나."

후디에는 말을 뚝 끊었다. 사이훙은 기숙사로 돌아가 침상에 앉았다. 도관에 사는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 어슬렁 올라오더니 그의 다리에 기대어 등을 활처럼 구부리고 비벼댔다. 사이훙은 잠자코 있었다. 출가인에겐 가족이 하나도 없었다. 출가인을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가족을 떠난 사람>이란 뜻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제껏 완전히 외톨이가 된 적이 없었다. 대사부와 12명의 동급생이 늘 그의 가족이 되어 주었다. 그런데 지금 그 가족 구조도 허물어지고 있었다. 그는 그것이야말로 최대의 상처임을 깨달았다.

그건 자연스런 일이었다. 그런 일은 왕왕 일어나는 거니까. 사이훙은 변화의 여러 단계에 대해 배운 것들을 검토했다. 모든 것은 그 정점이 있다. 그러나 모든 정점은 무정하게도 바닥을 향해 나아간다. 흥하는 것이 있으면 망하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화산과 그이 배움터는 그에겐 완벽한 세상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 세계는 중국의 미래만큼이나 불확실한 것이 되었다. 그가 배운 바에 따르면 쇠퇴는 받아들여야만 했다. 그러나 그러기가 싫었다. 기분이 언짢을 때 철학이 그에게 해준 것이라고는 기분을 더 나쁘게 하는 것밖에 없었다.

사이훙은 저녁 종이 울릴 때까지 생각에 잠겨 있다가 저녁 수업에 가기 위해 일어났다. 사부는 무사태평한 모습이었다. 사이훙은 자신이 할 일이라곤 학습에 복귀하는 것뿐이라는 걸 깨달았다. 때때로 의무는 위안이 되었다. 그것이 시절이 불확실할 때 어떤 역할을 제공했다. 아마도 중국 사회가 의무를 그처럼 강조하는 이유도 생의 기이한 불확실성 때문이었으리라. 의무는 그의 분노와 좌절감, 혼란 상태를 감출 수 있게 해줬다.

 

 

4. 탁발

집회가 열리고 나서 일주일이 지난 후, 사이훙과 두 사형은 대사부를 모시고 화산 밖으로 여행을 떠났다. 어느 날 새벽 행장을 꾸리라고 사부가 넌지시 일렀던 것이다. 그러나 그 시점이 아주 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명히 사부는 화산의 지배권을 진엔니아오에게 양도하지는 않겠지? 아마도 그렇게 된다면 그것은 도교 수행자의 겸허한 의미를 되새기는 하나의 방법이 될지도 몰랐다. 그러나 사이훙은 사부가 어쩌면 반대운동을 벌일 목적으로 다른 도관들을 규합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심각한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전혀 알 길이 없었다. 등짐을 메고 흔들거리는 시안행 기차에 오르면서, 사이훙은 여행의 목적을 공적인 것으로 단정지었다. 그들은 지금 탁발 여행을 가는 길이라고.

탁발이란 일 년에 최고 네 차례 모든 도교 수행자가 다니는 여행을 이르는 통칭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이 여행은 대규모로 이루어졌다. 도교 수행자들은 행렬을 지어 근처 마을을 돌곤 했다. 때로는 소그룹을 짜서 또는 도교 수행자 혼자서 장거리 여행에 오르기도 했는데, 다른 도관을 방문하고 후원자들에게 기부금을 내도록 간청하기 위한 것이었다. 구걸은 사회적으로 용인 받은 일이 못 되었다. 근면하고 실용적이며 양심 바른 사람들은 자립 생활을 못하는 자들을 거지로 간주했다. 그들은 자기들 눈에 게으른 부랑자로 보이는 사람들에게 굳이 자선을 베풀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도교 수행자 차림의 거지를 대한다고 해서 그들의 판단이 달라지지는 않았다. 더러는 대문에 <불교 승려, 도교 수행자 절대 사절>이라고 쓰인 팻말을 붙일 정도로 불만이 컸다.

아시아 다른 지역의 종교인들과는 달리 화산의 도사들은 하루하루 끼니를 청하는 것이 아니었다. 보시 사발은 하나의 상징물이었다. 탁발은 현금, 곡물, 기름 또는 다른 선물을 기부해 주도록 간청하는 것으로 발전하였다. 종종 탁발의 규모는 그저 한 공기의 시주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도사들은 과거의 연줄이나 소개를 통해 부유한 후원자를 방문하여 도관 건축, 개축 또는 다른 대규모 사업에 필요한 기금을 모금하였다. 화산은 이 탁발에서 나온 수익금에 거의 의존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귀족 가문의 아들로서 사이훙은 구걸에 대한 선천적인 혐오감을 지니고 있었다. 문전걸식하는 것을 아주 싫어했다. 자신이 서민들 앞에서 순한 양이 되어 애걸하는 입장이 된다는 사실이 정말 끔찍했다. 하지만 시주 여행은 대모험으로도 시작되었다. 왜냐하면 여행 중에 친구를 찾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훙은 마을로 내려올 때마다 도관에 헌금하도록 요청하면서 어슬렁거리며 다녔다. 자신에게 다가오는 사람이 누구이든 말을 걸고 나서 그에게서 부탁을 받게 되면 도사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곤 했다. , 굿, 한약 처방, 안마 요법, 서예, 결혼식, 장례식과 기타 잡다한 축수 등등이 있었다. 화산에 기부금을 준 대가로, 사이훙 자신에게 성찬을 베풀어 준 대가로 봉사하는 것이었다.

사이훙은 자유롭게 여행하기를 좋아했다. 이 홀가분한 느낌은 어느 정도 걸식하는 괴로움을 덜어주었다. 탁발 도교 수행자로 있는 동안 여행할 수 있는 장소에 제한은 없었다. 탁발 도교 수행자로 있는 동안 여행할 수 있는 장소에 제한은 없었다. 사이훙은 힘들여 얻은 것들을 작은 노새에 싣고 중국의 여러 지방을 돌아다녔다. 방랑하는 도인은 엄격한 도교 수행자의 계율을 준수할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그는 여행 온 김에 중국의 풍부한 요리를 시식하고 혼자서 무술을 탐구하였다.

마을을 하나씩 돌면서 포교를 하곤 했다. 하지만 동시에 후원자의 대저택이나 사치스러운 찻집, 무술을 함께 익힌 친구들의 집에서 부자들의 취향을 음미하곤 했다. 산에 있을 때 그는 불쌍한 수련생이었다. 하지만 도시에 오면 존경받는 일도 심심치 않게 있었다. 시내에서 사이훙과 같은 계급의 도교 수행자를 만나는 것은 아주 드물었다. 대사부를 만나는 일은 더더욱 희귀했다.

기차 안의 많은 사람들이 하산한 도인들을 알아보았다. 하산이라는 말을 하면서 사람들은 마치 사이훙이 하늘로 가는 길목인 신선의 집에서 내려온 특별난 사람이라도 되는 것처럼 경외의 눈길로 바라보았다. 민속에는 신비한 방법으로 자신을 연마한 초자연적 존재에 관한 전설과 신화가 많이 있다. 초자연적 존재는 미신적 경외감과 존경심을 흠뻑 불러일으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인을 성인으로 볼 뿐 아니라 세상 사람을 깜짝 놀라게 할 만한 괴력을 부릴 수도 있는 신비스러운 존재로 보았다. 화산에서 온 대사부의 출현은 아주 특별한 사건으로 간주되었다. 살아 있는 성인이 산에서 내려왔다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퍼졌다. 그러나 경외심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호기심을 채우려는 매우 현실적인 사람들이었다.

뤄양발 열차의 종착역인 시안은 더러운 곳이었다. 시안역은 인파로 들끓었다. 역에 있는 많은 사람들이 네 사람 주위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동화 속에 나오는 듯한 도인들을 멀뚱멀뚱 바라보고 있었다. 사람들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다. 몇몇은 뻔뻔스럽게도 시자들의 옷을 손가락으로 만졌다. 광목에 불과했지만, 그곳 사람들은 대개가 한 번도 입어 보지 못한 올이 아주 고운 천이었다. 네 사람이 역을 빠져 나오려고, 하자 여러 명이 축수를 원하거나 자신들의 앞날에 관해 물었다. 두 사형은 대사부의 양쪽으로 붙었다. 그리고 팔을 내밀었다. 걸어가는 동안 노사부의 몸을 받쳐 주는 것이 관례였다.

"사부님, 허락해 주십시오."

린 쭝우가 말했다.

대사부는 이 말을 듣고 모욕감을 느꼈다.

"너희들, 내가 이런 관례를 싫어한다는 걸 알지."

사부가 낮게 말했다.

"이것은 전통입니다. 사람들이 보고 있습니다."

칭 수이셩이 말했다.

"내가 늙었단 말이냐?"

"사부님, 역을 떠날 때까지만이라도 제발......."

린 쭝우가 사부에게 매달렸다.

"이제는 나를 가지고 놀려 드는구나! 하긴 저들을 실망시킬 수도 없지."

사부는 시자들의 부축을 받아들이고 앞을 내다봤다. 발 디딜 틈조차 없이 시안역을 메운 엄청난 군중의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대사부는 한숨을 내쉬었다.

"도관의 문이 닫히기 전에 도착하려면 이 군중 속을 뚫고 나가야만 하겠구나. 사이훙은 풀어야겠어."

사부가 말했다.

", 사부님?"

사이훙은 힘이 솟았다. 대사부는 손짓을 했다. 사이훙은 기다렸다는 듯이 사부 앞으로 뛰어나와 군중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도인의 모자를 건달패처럼 비스듬히 썼다.

"미안합니다만, 우리는 가야만 합니다. 내일 시내에 가면 그대 우리를 보러 오십시오."

이렇게 소리치면서 사람들을 떠밀어 군중 속으로 길을 뚫었다. 사부와 두 시자는 사이훙 뒤를 바짝 쫓았다. 밀려드는 구경꾼들의 물결을 뚫을 방법은 그 방법뿐이었다. <서쪽의 평화>를 의미하는 시안은 전에는 <영원한 평화>라는 뜻을 가진 장안으로 불리던 도시였다. 이 아름다운 고도는 고색창연한 중세의 성벽과 그 성벽을 둘러싼 해자 너머까지 뻗어 있었다. 이 도시는 마치 자체의 역사와 문화를 안에 다 담아 낼 수가 없었다는 듯, 천천히 팽창하여 마침내 중국 북서부 최고의 중심 도시로 도약하였다. 중국 고대 8대 수도의 하나로서 11개 왕조의 중심지 역할을 단속적으로 수행해왔다. 11개 왕조중에는 주, , , , 당이 포함되었다. 시안은 번창한 상업, 제국의 힘, 기름진 옥토를 배경으로 다민족이 모여 찬란한 문화를 꽃피웠다.

시안은 다른 수도들과는 달리 비옥한 황하 유역에 자리 잡고 있는 고대 문명의 발상지이기도 했다. 초기 원시 부족사회였던 곳이 평원의 기름진 침적토에 자리잡아 거대한 강으로부터 힘을 얻어 번성한 것이다. 마침내 정착 인구가 늘어나면서 세계 최대 도시의 하나로 발전했다. 시안은 북부사막을 거쳐 인도와 페르시아로 통하는 길인 그 유명한 실크로드의 종착지가 되었을 때 최고의 전성기를 맞이하였다. 지리적인 비옥함과 이 지역에 거주하는 이슬람인, 인도인, 페르시아인들의 문화적 다양성으로 인해 도시의 인구는 크게 불어났다. 그들은 독특한 예술품, 종교, 생활양식을 가지고 들어와서는 문화의 울림이 깊은 도시 시안을 건설하는 데 크게 공헌하였다.

시안은 3대 종교가 공존하는 도시였다. 도교와는 별도로 회교 인구도 상당히 많았다. 회교 신자들은 머리에 흰 천을 두르기 때문에 확실히 구별할 수 있었다. 시안에는 회교도들이 고대에 세운 모스크 사원이 있었다. 모스크 사원은 한자 옆에 나란히 쓰여진 아랍 문자를 제외하면 중국의 전통 사원처럼 보였다. 불교 역시 수많은 사원을 축조했다. 가장 유명한 기념비적인 건축물은 홍안탑이었다. 이 탑은 독실한 불교 승려인 삼장이 인도에서 중국으로 돌아오면서 가져온 경전을 보관하기 위해 지은 것이었다.

황토 먼지로 뒤덮인 채 수세기 동안 자리를 지켜 고대 사원과 탑은 도시의 건축과 외형상 나타난 특징중에서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였다. 진흙이나 벽돌로 지어진 단층의 대형 건물 역시 수백 년 동안 변함없이 이어져 온 양식으로 지어진 건축들이었다. 또 수많은 길들은 복잡한 미로를 형성하였다. 낮은 성벽 가운데 웅크리고 앉아 있는 짧은 길들은 만화경 속의 풍경 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의 민족들이 다니는 통행로였다. 노인과 젊은이가 지나갔다. 행인은 모두 생김새와 키, 얼굴이 제각각이었다. 그중에서도 사이훙은 수염을 기른 페르시아인, 얼굴이 네모난 시골 여인, 턱이 각진 몽고인, 가냘픈 모습의 도시 여인과 기형적인 생김새의 거지들, 커다란 흰 터번을 두른 회교도 그리고 뺨에 장밋빛이 감도는 어린이를 보고 완전히 매료당했다. 거리를 인간의 물결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그들은 상청관에 당도했다. 인파로 북적거리는 빈민가 중심부에 위치한 자그마한 도관이었다. 태양은 저물어 어느덧 지평선과 맞닿아 있었다. 불타오르는 황금빛이 도관의 정문을 밝게 비추었다. 아직은 따스한 기운이 감도는 산들바람은 석탄과 장작불 위에서 지글대는 저녁 식사의 열기로 인해 후끈하게 달아올랐다.

그들의 도착을 전해 듣고 도관의 주직과 시자가 문밖으로 마중 나왔다. 주직은 진지해 보였고 숱이 적은 수염을 길게 기르고 있었다. 그들은 높은 신분의 대사부를 보고 경의를 표하기 위해 고개를 깊이 숙여 절을 했다. 야위었지만 자세가 꼿꼿한 주직은 긴 소매가 마루까지 닿는 푸른 도복에 이르기까지 빈틈이 없었다. 그는 상냥하게 일행을 안으로 맞아들여 마실 차를 대접했다.

사이훙은 감명을 받았다. 이 도관의 주직은 도시에 살면서 신도들의 종교적 요구를 보살피는 일차적인 임무를 수행했지만, 그 어떤 수행자보다도 엄격하고 고결했다. 그 점이 사이훙의 마음에 친숙하게 와 닿았다. 자신의 종교와 결코 타협하지 않는 절대적인 신념이 몸에서 우러나왔다. 사이훙은 대사부가 밤을 새우면서 철학에 대한 토론을 벌일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정중히 차를 마신 후, 적당히 둘러대고 마구간의 문이 닫히기 전에 노새를 빌리기 위해 사원을 떠났다. 대사부는 혈기 왕성한 청년을 붙잡아 앉혀 두지 않을 정도의 이해심은 있었다. 허락을 받은 사이훙은 기뻐하며 문 밖으로 달려나갔다. 그는 근처에서 음식점을 찾아냈다. 커다란 바구니에서 모락모락 김이 오르고 있었고 큰 기름통에서는 기름이 끓고 있었다. 그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달콤한 콩으로 속이 채워진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빵을 샀다. 향긋한 냄새를 코끝으로 음미했다. 너무 기쁜 나머지 흥분하여 빵을 한 입 덥석 깨물었다. 달착지근한 콩가루의 감촉을 혀로 느껴 보았다. 그는 동전을 몇 닢 더 꺼내서 빵 세 개를 더 샀다. 그리고 얼른 고개를 돌렸다. 흥분한 나머지 그만 두 남자와 충돌할 뻔했지만 곧 정신을 차렸다. 그들은 웃옷의 단추를 풀고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있어서 보기 민망했다. 팔소매는 거리낌 없이 둘둘 말아 걷어붙이고 있었다. 한 명은 비뚤어진 얼굴에 긴 코가 찌부러져 있었다. 뾰족한 턱 밑에 난 상처는 귀까지 이어져 있었다. 다른 한 명은 잘 생긴 얼굴에 이빨도 희고 가지런했다.

"앞을 잘 보고 걸어라, 이 빌어먹을 도사야."

잘 생긴 사람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 사이훙은 분기가 왈칵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재미 삼아 이 두 놈을 좀 패줄까?> 속으로 생각했다.

"그만둬라, 그만둬."

이번에는 험상궂은 사람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거칠었다.

"도사를 때리면 재수가 없단 말이야."

"너 미신에 푹 빠져 있구나. 그 따위 미신을 믿고 있니?"

"아니 그렇지만 그만두자. 지금은 배가 고프니까."

"좋아. 당장 여기서 꺼져 버려."

잘생긴 사내는 사이훙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사이훙은 싸움을 일으키면 바로 옆에 있는 도관의 명예가 크게 손상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자존심을 꿀꺽 삼켜 버렸다.

"젠장. 저 자식은 귀머거리가 분명해."

사이훙은 그 자리를 떴다. 비참했다. 맞서 싸우지 못했다는 생각이 밤새 그를 괴롭힐 것이다.

사이훙은 음식점 몇 곳을 더 들렀다. 많이 먹으면 화가 풀어질지도 모른다. 몇 달 동안 겪었던 금욕의 고통을 보상하기로 단단히 마음먹었다. 과자 조금, 기름에 튀긴 빵, 호두 몇 알과 말린 과일까지 그는 닥치는 대로 조금씩 급하게 먹어치웠다. 그래도 배는 반밖에 안 찬 것 같았다. 하지만 서두른다면 돌아오는 길에 마저 반을 다 채울 수 있을 것이고, 도관의 식사시간에 맞춰 도착할 수도 있을 것이다.

", 야오야."

사이훙은 마구간에서 일하는 말구종에게 인사를 건넸다. 사이훙은 노새를 세내기 위해 항상 이곳으로 왔다. 마구간 사람들은 그를 잘 알고 있었고 도사에게는 삯을 깎아 주었다.

"아버지 안에 계시니?"

"그럼요. 안에 계세요."

키가 큰 아이가 대답했다.

"아버지! 아버지! 화산에 계신 그 도사가 또 오셨어요."

아버지가 나왔다. 구운 거위같이 피부색이 검은 주인은 기골이 장대했다. 그러나 이빨은 부서진 성벽처럼 제대로 남아있는 것이 없었다.

"! 친절도 하셔라! 오랜만에 이렇게 방문해 주시다니 정말 영광입니다."

"산으로 올라가야 했거든요."

사이훙은 격식을 차려 말했다.

"독실하시군요. 이제 곧 신선이 되시겠소!"

늙은 마구간 주인이 말했다.

"아저씨는 너무 친절하신 분이예요. 그런데 이번에는 저의 사부님도 함께 하산하셨어요."

"정말 놀랍군요! 경사가 났으니 틀림없이 성좌들이 조화를 맞추었겠지요. 사부님을 위해 튼튼한 노새가 필요하시겠습니다그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도와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요즈음은 노새가 조금 야위었지요. 기르기가 예전 같지 않아서요. 하지만 살찐 놈으로 한 마리 아껴두었습죠. 달구지를 끄는 데 빌려주지는 않았거든요. 그놈을 가져가십쇼."

그는 아들을 돌아보고 큰소리로 노새를 데려오라고 했다. 오래지 않아 갈색 노새가 시끌벅적하고 비좁은 마구간에서 끌려 나왔다. 사이훙은 노새를 보고 더할 나위 없이 만족했다. 병이 났을 때 붙이는 큰 헝겊 조각도 없는 것을 보니 금상첨화였다. 그는 노새에 안장을 달게 했다. 그리고 노인의 손에 동전 몇 닢을 쥐어주었다.

"몇 주일 후에 가지고 오겠습니다."

"좋으실 대로 하십쇼. 그저 일일랑 너무 많이 시키지나 마시고요. 아시다시피 도관에서는 노새를 너무 혹사시키거든요."

"그걸 리가 있겠습니까."

", 출발하시죠."

"복 받으세요."

"저도 행운을 빕니다."

사이훙은 계획을 착착 실행에 옮겼다. 도관으로 돌아와서는 노새를 들여놓기 위해 옆문으로 갔다. 문을 두드리려다가 도관의 남쪽 벽에 기대고서 있는 남자 두 명을 보고 깜짝 놀랐다. 빵집 앞에서 자기에게 모욕을 준 자들이었다. 그들은 담배를 피우다가 사이훙을 보더니 외면했다. 사이훙은 살짝 도관으로 들어가 문지기에게 물었다.

"여보게, 전에 저 두 사람을 본 적 있나?"

"전혀 본 적이 없어요."

문지기가 대답했다.

"그런데 형님이 들어올 때 그들도 함께 오던데요."

사이훙은 그에게 노새를 넘겨주고 벽으로 살금살금 걸어갔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가 들렸다.

"베이징에서 떠들썩한 강도에 대해 들어본 적 있나?"

쉰 목소리를 가진 자가 물었다.

"물론이지. 누가 범인인지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하지만 무술은 기가 막히게 뛰어나다더군."

"신문에서는 그를 가리켜 비천지주(하늘을 나는 거미)라고 대서특필하지 않던가?"

"맞아. 이 지붕에서 저 지붕으로 뛰어넘기도 한다는군. 경찰이 두 번씩이나 덫을 놓았지만 오히려 범인한테 당했어. 권총까지 차고 있었는데 말이지."

"떠도는 소문에 의하면 그는 두의 부하들 중 하나라는 거야. 그놈의 악당은 북부 지방에까지 큰 세력을 떨치고 있거든."

쉰 목소리가 말을 마쳤다. 거리에서 술렁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 어서 가자. 준비를 해야 하니까."

쉰 목소리였다.

사이훙은 안타까웠다. 그 얘기를 좀 더 들을 수 있었으면 했는데. 사이훙, 대사부 그리고 두 시자는 다음 날 아침 일찍 출발했다. 날은 아직 어둑했다. 시안의 봄 날씨는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더운데 고맙게도 오늘은 서늘했다. 그는 기울어 가는 초승달을 쳐다보았다. 동트기 전에 서둘러 집으로 향하는 박쥐의 작은 그림자들이 초승달에 스쳐 지나갔다. 잠이 덜 깬 사람들이 어두컴컴한 새벽 거리를 배회했다. 몇몇은 손에 등롱을 들고 더듬더듬 걸었다. 상점 주인들은 가게 문을 열고 있었다. 도처에 널려있는 음식점은 난로에 불을 피우고 있었다. 개들이 잠시 기웃거리며 코를 킁킁거리고 짖어대다 도시의 광장을 가로질러 갔다. 광장에서는 남자 여자들이 모여 아침 체조와 태극권 수련을 하고 있었다. 한 뚱뚱한 남자가 봉을 들고 결연한 자세로 몸을 한 바퀴 휙 돌리면서 뛰어올랐다. 그러나 동작이 너무 형식적이고 무기력해서 배의 노나 저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른 새벽 거리에서 벌어지는 풍경을 보면서 대사부는 계속 침묵을 지켰다. 사부가 올라선 정신적 득도의 경지에서는 외계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었다. 희뿌연 새벽빛 속에서도 사부는 환하게 빛났다. 그는 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조금도 괘념치 않았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을 드러내려는 태도가 엿보였다. 그렇게 하는 것이 그의 책임이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다가오면 도인은 봉사할 일이 있으면 무엇이든 베풀었고, 신자들이 내주는 기부금도 되는 대로 받았다. 하지만 이런 정도의 시주로는 충분치 않았다. 사람들은 헌신적인 마음에도 불구하고 가난해서 많은 액수의 돈을 기부할 수 없는 처지였다. 거액의 헌금은 도인과 만나기를 요청한 부자들에게서 나왔다.

사이훙은 사부가 올라탄 노새를 끌었다. 그리고 두 사령은 대사부의 양쪽에서 호위했다. 그들은 소안탑을 지나서 천천히 걸어갔다. 홍안탑을 통과할 즈음 하늘이 붉게 물들었다. 여기저기 깎이기는 했어도 아직은 우아한 7층 뾰족탑 위로 붉게 물든 태양이 환하게 떠올랐다.

사이훙 일행은 남쪽 교외에 사는 부호의 대저택에 당도했다. 높은 벽돌담이 저택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으며, 경비원들이 철제 대문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었다. 그들은 네 도사가 저택으로 들어가도록 즉시 허락하고, 거대하고 아름답게 꾸며진 정원으로 그들을 안내했다. 정원은 푸르게 우거진 나무, 흐르는 시냇물과 엄청나게 큰 암석 등으로 생동감 넘치게 가꿔져 있었다. 그들은 녹색 광택이 나는 자기 지붕을 얹은 널따란 방으로 안내되었다. 기둥에는 용과 영조가 정교하게 조각되어 있었다. <?>라고 자랑스럽게 쓴 문패가 문 입구 위에 붙어 있었다.

주인 리의 수염은 마치 염소의 수염같았다. 뚱뚱한 체구에 얼굴에는 마마자국이 나 있었다. 그는 깃이 올라온 푸른색 비단 가운을 입고 있었으며, 화려하게 보이는 사각형의 큰 옥반지가 왼손 검지에서 번쩍번쩍 빛났다. 그는 손님들을 극진히 맞았다.

"직접 마중을 나가지 못해서 죄송합니다."

리가 말했다.

"천만에요. 너무 격식을 차리지는 마시오."

대사부가 소꼬리로 만든 홀을 우아하게 흔들며 말했다.

", 앉으시지요."

그들은 조각이 새겨진 자단 의자에 앉았다. 의자들 사이로 방 한가운데로 길이 나 있었다. 주인의 의자는 방 중앙에서 문을 향하고 있었다. 시중드는 여자들이 손님들의 원기 회복을 위해 차를 내왔다.

"이렇게 찾아 주시니 그지없는 영광입니다, 대사님. 어서 드시죠."

리가 찻잔을 들어 올리면서 말했다.

대사부는 접시 옆에 놓인 찻잔을 들고 찻잔 주위를 한 손으로 감쌌다. 다른 손으로는 뚜껑을 쥐고 아직 물 위에 떠 있는 찻잎을 걷어냈다. 한 모금을 마신 후 긴 소매를 이용해 입을 닦았다. 리는 눈치 빠르게 그의 동작을 지켜보았다.

"대사부님은 예의와 교양을 함께 갖추신 분이로군요. 오늘날에는 제대로 된 예절을 아는 사람이 아주 드뭅니다."

"쓸모없는 은둔자에게 과찬의 말씀이십니다. 송나라 자기로 차를 드시는군요. 아침 이슬이 마르기 전에 채집한 값비싼 용정차를 아낌없이 이 시들어 빠진 도사와 하찮은 제자들에게까지 대접해 주시니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놀랍습니다! 차에 조예가 깊으시군요."

"천만에요. 당치않습니다."

"어서들 드십시오."

잠시 후 주인은 찻잔을 내려놓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주인장께서는 슬퍼하실 만한 일이 없으실 것 같은데요."

대사부가 말했다.

"존경하는 사부님, 제가 책임질 일이 있다는 걸 모르시겠지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입니까?"

주인은 기뻐서 어쩔 줄 모르며 얼굴을 쳐 들었다. 우연치 않은 도움을 받게 되어 다행이라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사실은 지어낸 표정이었다. 모두들 그가 손님을 초청한 이유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만 격식을 차리고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주인이 말을 꺼냈다.

"제 아들놈이 하나 있습니다. 분별이 생길 나이고 유럽에서 교육까지 받았는데도 아직 결혼을 못했습니다. 몇 번 짝을 맺어 주려고 노력을 해봤지만, 중매는 구식이라며 영 제 말을 듣지 않는군요. 그런데 짝을 맺어야 하는 그 녀석 꼴이 어떤지 아십니까? 말씀드리자면, 제 자식은 외모가 좀 처졌습니다. 존경하는 사부님, 부적이나 주문의 능력을 발휘하셔서 그놈을 미남으로 만들고 이상한 생각에 빠지지 않도록 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주인장, 이건 특별히 부탁할 만한 문제는 아닙니다. 못생긴 애를 미남으로 만들기 위해 쓸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은 없습니다. 또 부모가 요청한다 해도 그 애에게 마법을 거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한 가지 조언을 드리지요. 댁의 아드님이 미남이 아니기 때문에 여러가지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지금 아드님에게 무엇이 가능할지 그걸 생각해 보시지요. 미색 저주가 될 수도 있고 추색 오히려 축복이 될지도 모릅니다. 하늘은 우리 모두에게 살아가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슬픔을 상쇄하도록 그만큼의 복을 나누어 주셨습니다. 타고난 재능을 확인하는 일이야말로 우리한테 달려 있습니다."

대사부가 대답했다.

"제 마음은 무겁습니다만, 사부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주인이 슬프게 말했다. 대사부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정원을 산책합시다. 이 문제를 논의하기 전에 마음을 가다듬어야겠군요."

그들은 정원으로 나왔다. 주인은 많은 재산을 자랑할 수 있게 되어 힘이 솟아났다. 중요한 건물들을 모두 보여 주겠다고 고집했다. 가족이 기거하는 거처, 조상의 사당, 특별히 정원의 풍광을 감상할 수 있게끔 세워진 정자등이었다. 지붕을 이어놓은 산책로를 따라 걸어가다가 갈지자로 축조된 몇 개의 다리를 건넜다. 산책을 하면서 그들은 호수 위에 떠 있는 연잎, 타이후에서 가져온 바위, 그림자가 휘영청 늘어져 두 배로 커 보이는 버드나무등을 구경할 수 있었다. 주인은 그들과 함께 정원을 둘러친 담으로 갔다. 담에 있는 쪽문을 나서니 아들이 사는 집이 나왔다. 대사부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었다.

"주인장, 앞뜰에 있는 이것은 무엇입니까?"

"내 아들이 유럽에서 교육을 받게 된 것은 저에게는 큰 은혜였지요. 그러나 그놈은 유럽에서 배웠는지 이상한 데 흥미가 있더군요. 귀국하더니 5대조 할아버지께서 조성한 정원을 온통 파헤쳐서는 서양식으로 바꿔 버렸습니다. 저는 결사적으로 반대했습니다. 저의 말을 듣지 않고 아들놈은 끝내 화분에 심어 놓은 나무와 관목을 옮겨서 서양식으로 만들었지요. 프랑스에서처럼 나무 밑에 그늘을 만들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외국인이 나무를 치는 방식은 아주 무시무시하더군요. 그런데 그곳에서는 이게 유행이라고 들었습니다."

"이 정원은 법도에 어긋납니다."

대사부가 중얼거렸다.

"존경하는 사부님, 외국인을 모방하는 것도 아주 나쁘다고만은 할 수 없습니다."

"제 말은 이렇습니다. 믿으시든 말든 그것은 마음대로 하십시오. 아드님의 집은 남향입니다. 전에는 흐르는 시냇물과 연못을 굽어보고 있었습니다. 드넓은 뜰에 둘러싸여 있었죠. 이제는 뜰에 키 큰 나무들을 빼곡이 심었습니다. 이 나무들 때문에 햇빛이 가려질 뿐 아니라 부귀영화가 들어오는 입구가 막힌 셈이 됐어요. 문 옆의 작은 화단에 심었던 노간주나무들은 다 뽑히고 말았습니다. 연못의 전경도 앞이 흐려져서 잘 안 보입니다. 제 의견으로는 이런 연유로 이 댁에 문제가 발생한 것입니다."

"존경하는 사부님, 전 철저히 옛 중국의 관습을 따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젊은이들은......."

주인이 공손히 말했다.

"제 말을 믿으시든 말든 그건 별 관계가 없습니다."

"믿습니다! 믿고 말고요! 단지 동과 서가 하나로 융합되기가 쉬운 일은 아니라서요."

주인은 급히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 가족에게 문제가 생겼습니다그려. 제가 한 가지 말씀드릴까요? 중국인이고 서양인이고 모두 확고히 정해진 마음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동과 서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세계관을 변경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오늘날 중국인 가운데 일부가 서양의 사고방식을 배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댁의 아드님처럼 중요한 공적을 쌓을 수 있는 기술을 얻기도 했죠. 비슷한 얘기지만 서양인이 자연과 조화를 이룬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깨닫게 될 날도 언젠가는 있을 것입니다. 더러는 음과 양의 미묘한 이중성을 관찰하고 결합하는 방법을 배우게 될 것입니다. 이런 양식의 정원은 서양인의 자연관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자연을 지배하고 점령하고 자연의 비밀을 벗기고 억지로 기하학적 도형을 취한 발명품으로 변화시킵니다. 하지만 언젠가 그들은 다른 관점에서 사물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를 망친 주범은 이 저주스러운 외국식 정원이군요."

주인은 슬픈 듯이 말했다.

"잠깐요. 저는 외국인을 싫어하는 독단론자는 결코 아닙니다. 이 나무들의 위치가 이 가문의 번영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재배된 나무이건 야생으로 자란 나무이건 이 나무들이 복을 짓밟아 버릴 겁니다."

"존경하는 사부님께서 저에게 가르침을 주시는데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군요."

"아드님과 갈등을 빗고 있는 것은 이해합니다. 한편으로 그는 서양의 관습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그것으로 인해 이 가문의 명예가 실추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이롭기 대문에 주인장께서는 받아들이시는 것이죠. 그러나 주인장은 전통주의자이십니다. 아들이 너무 지나치게 나오면 반대하시는 거죠. 주인장은 아들의 외모에 실망하고 있지만, 그이 내면적 성품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십니다. 이 댁의 문제점은 나쁜 정원만이 아니라 부자간에 서로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데에도 있습니다."

"저는 중국 본래의 아름다운 문화에 대해 무지한 외국인의 권위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신을 십자가에 못 박고 있을 때, 우리 중국인은 방대한 문명을 지니고 세련된 생활을 하고 있었죠. 제 아들은 중국 방식대로 결혼을 해야 합니다. 우리 집안은 상속자가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주인의 의지는 결연했다.

"동양과 서양이 다르다는 것은 인정해야 합니다. 여기 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서양인은 단단한 바위에 뿌리를 내린 다음 생존을 위해 바위를 뚫고 살아가는 산에 있는 소나무와 같습니다. 즉 그들은 얻을 수 없는 것을 얻고자 끊임없이 싸우고 투쟁하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중국인은 바위를 덮으며 흐르는 시냇물처럼 그 뿌리로 바위를 감싸 안는 보리수에 비유됩니다. 보리수는 바위에 길을 내주고 바위 사이에 벌어진 공간으로 뿌리를 내립니다. 바위를 꽉 움켜잡고 바위와 하나가 됩니다. 동양은 있는 그대로의 인생을 받아들여서 인생과의 조화를 추구합니다. 그러나 서양인처럼 땅을 이용하고 정복하고 싶어하는 우둔한 중국인도 있습니다. 언젠가는 성스러운 산사의 정적을 찾는 서양인의 움직임이 나타날 것입니다."

"존경하는 대사부님, 동양과 서양이 만나게 된다는 말씀인가요?"

"서양은 7년 동안 더 시끄러울 겁니다. 여전히 갈등은 깊어지고 있어요. 다른 나라들은 세계대전에 휘말리게 되고 인류는 마치 태양이 땅에 떨어지는 것처럼 끔찍스러운 신무기의 출현을 구경하게 될 겁니다. 동양은 앞으로 30년 동안 더 깊은 파국으로 치달을 겁니다. 인류가 평화를 찾게 되려면 앞으로 30년은 더 걸리게 됩니다."

주인은 두 손을 합장하고 절을 했다.

"대사부님의 혜안이 저로서는 무척 난해하군요. 진정 도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대사부는 빙그레 웃었다. 그는 이 노인이 그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망상에 빠진 수행자가 한 넋두리이니 용서하십시오. 아드님 얘기를 하다가 화제가 빗나갔군요. 저의 충고는 간단합니다. 뜰을 깨끗이 치우십시오. 문으로 들어오는 행운을 막지 마십시오. 동시에 아드님을 이해하도록 노력하십시오. 주인장의 전통을 굽히지 마십시오. 그러나 갈등은 깊게 성찰하십시오. 해결책은 아드님의 외모를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의 본성을 이해하는 데 있습니다."

그들은 오후 반나절 동안을 머물면서 리가의 여러 식구들을 만나고 그들의 환대를 받았다. 사이훙은 대사부를 위해 베푼 향연 때문에 아주 흐뭇했다. 산해진미가 차려져 있었다. 잘게 썬 차가운 해파리, 해삼, 바싹바싹 구운 오리고기, 거위고기로 만든 불고기, 기름에 노랗게 살짝 튀긴 생선, 향긋한 민물 가재, 사슴고기, 꿩과 신선한 야채가 나왔다. 포도주 향기에 곧 취할 것만 같았다. 식탁에서 풍기는 포도주 향기가 사이훙의 코끝을 자극했다. 대사부는 그를 위해 만든 야채요리만 먹었다. 하지만 관대하게도 수련생들에겐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허락했다.

모두들 시안의 도관으로 돌아오면서 행복했고 만족스러웠다. 그들은 그 가문을 도와주었고 자신들은 배불리 먹었으며 기부금을 내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저녁 공기는 아직도 푸근했다. 두 사형은 허드렛일을 하러 갔다. 린 쭝우는 물을 길어 오기 위해 샘으로 갔다. 칭 수이셩은 통풍을 시키기 위해 받침대를 대고 봉창을 열었다. 사이훙은 사부의 상투를 풀었다. 숱이 무성한 백발로부터 자단 비녀를 부드럽게 빼냈다. 대사부가 사이훙에게 말을 건넸다.

"단지 정원과 부적을 얘기한 것만으로는 충분하지가 않구나. 도인으로서 우리들은 조직체의 구성원이 지닌 문제에 대해 민감해야 한다. 나는 그의 문제점을 두 가지 차원에 접근하였다. 하나는 집의 정원을 고쳐야 했다. 다른 하나는 문제가 대부분 부가간의 갈등에 있었다. 그래서 정원을 구실 삼아 가족이 문제에 처한 진짜 이유를 지적하고 관련되어있는 고민거리들을 해결하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도인은 운명에 지나치게 간섭해서는 안 되느니라. 사람은 준비가 되어 있는 경우에만 반응을 보일 수 있기 때문에 도인은 시적인 비유법을 쓴다. 만일 그가 이해하지 못하면, 그것은 그의 운명이니라."

"사이훙, 노새가 병인 난 것 같은데."

물을 긷고 돌아온 린 쭝우가 말했다.

"뭐라고요? 오늘 저녁만 해도 건강했는데......."

"열이 심한 것 같애."

칭 수이셩이 말했다.

"사부님, 제가 노새에 대해 잘 몰라서 그러는데 사이훙을 데려가면 안 될까요?"

린 쭝우가 물었다.

"그래라. 가서 문제를 해결하거라."

데사부가 동의했다. 밖으로 나와 노새의 상태를 살펴본 사이훙은 이상을 발견할 수 없었다.

"별로 나쁜 것 같지 않은데. 왜 나를 밖으로 끌어냈지요?"

사이훙이 물었다.

"조용히 해. 노새 때문이 아니야. 얼굴에 검은 두건을 쓴 남자가 담벽에서 나를 공격했어. 둘이서 몇 차례 치거니 받거니 하다가 그놈은 도망쳤어."

린 쭝우가 속삭였다.

"잘 싸우는 놈이었어?"

칭 수이셩이 물었다.

"꽤 잘하더군. 나를 죽이려 했지만 죽이지 못했어. 내 생각에는 놈이 다친 것 같았어."

"뭐하는 놈일까? 강도일까?"

사이훙이 물었다.

"아니. 나는 그렇게 생각지 않아. 그놈이 도관을 털려고 했다면 보물이 있는 본당이나 장경각으로 갔을 거야. 하필 왜 이 작은 손님방으로 찾아왔겠어?"

린 쭝우가 말했다.

"그렇다면 딱 한 가지 결론밖에 없어. 그놈들은 대사부를 죽이려 한 거야."

사이훙이 말했다.

"그럴 가능성 높아."

린 쭝우가 말을 마치고 칭 수이셩을 돌아보았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듣고 보니 그럴듯한 이유여서 겁이 나는데. 도대체 어떤 자가 대사부를 은밀히 해치려는 걸까? 이유야 어쨌든 밝혀낼 수 있는 단 한 가지 길은 함정을 파는 거야."

"찬성이야. 그렇지만 그들은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어. 조심하지 않으면 안 돼."

린 쭝우가 이렇게 말했다.

대사부는 밤 11시에 명상을 시작했다. 제자들이 행동을 개시하는 때는 그 시간이었다. 린 쭝우가 세운 계획에 따라 사이훙은 등불을 들고 다른 사람 눈에 잘 보이도록 뜰을 걸어갔다. 그는 반대편으로 가서 문을 지나 변소로 들어갔다. 안에서 조용히 기다리면서 옷소매를 묶었다. 악취가 코를 찔렀다. 다행히 단 하나의 무기인 부채의 도움을 받아 간신히 기다릴 수 있었다.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린 쭝우가 정확히 예언한 대로 암살자는 사이훙에게 다가왔다. 목표가 대사부라면 공격자들은 그의 제자들이 모두 무술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터였다. 그들은 제자를 분리시켜 하나씩 쓰러뜨리려고 할 것이다. 발자국 소리가 들려 사이훙은 변소 밖으로 훌쩍 뛰어나왔다. 그때 어둠 속에서 창살 하나가 날아왔다. 그러나 쏜살같은 동작으로 부채를 확 폈다. 부채는 그의 얼굴을 보호하는 방패 역할을 했다. 사이훙은 부채를 빙빙 돌리면서 잽싸게 옆으로 피했다. 창살이 비껴 나갔다. 사이훙은 부챗살 속으로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상대에게 주의하면서도 이쪽의 의도를 숨길 수 있었다.

검은 가면을 쓴 남자가 단도를 양손에 들고 절의 담 위에서 풀썩 뛰어내렸다. 뾰족한 두 개의 칼끝이 사이훙을 베기 위해 움직일 때마다 달빛이 잘게 부서지는 것처럼 흰 칼날에서 번쩍번쩍 섬광이 일었다. 사이훙은 찰칵 소리를 내고 부채를 접었다. 그는 좋은 기회가 올 때까지 교묘한 솜씨로 피했다. 그러다가 한순간 돌진하면서 상대방의 왼손을 부채 끝으로 힘껏 내리쳤다. 칼을 쥔 긴장감 때문에 곧추선 섬세하고 가는 뼈들이 충격을 받아 산산조각으로 부서졌다.

그러나 아직 다른 손에 단도가 남아있었다. 암살자는 다시 힘을 냈다. 그는 칼을 휘두르기 전에 정신이 산만해지는 걸 막으려는 듯 번개같이 날쌔게 사이훙을 발로 가격했다. 그는 사이훙의 최대 약점인 팔목과 눈, 목을 능숙하고 유연한 솜씨로 찔렀다. 사이훙은 적을 이기기 위해서는 무슨 수를 써야만 한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사이훙은 공격자에게 미끼를 던지려고 뒤로 두 발자국 물러섰다. 그자가 한 걸음 성큼 다가오자 사이훙은 부채를 빠른 속도로 돌리면서 하늘 높이 던졌다. 부채는 나선형을 그리다 되돌아오는 부메랑처럼 날아갔다. 암살자가 위를 올려다보는 찰나 사이훙은 데굴데굴 구르면서 앞으로 내달아갔다. 떨어지는 단도를 잡아챈 후, 그 칼을 두 손으로 움켜쥐고 몇 겹의 옷 속으로 푹 찔렀다. 번쩍이는 칼날은 피로 범벅이 되었다. 칼날의 홈으로 핏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사이훙은 한 걸음 더 움직이며 시선을 옆으로 돌리는 척하다가 다시 베고 찔렀다. 칼날을 위로 세우고 흉골 밑을 베고 나서 심장을 찔렀다. 근육이 꿈틀거리며 저항했다. 얇은 횡격막은 질겼다. 그러나 사이훙은 손잡이를 탁 쳐서 정통으로 그를 찔렀다. 그 순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에 사이훙은 훌쩍 뛰어올라 부채가 땅에 떨어지기 전에 바로 전에 다시 잡을 수 있었다.

사이훙은 재빨리 그자를 수색했다. 가면을 벗기니 피부가 매끄러운 얼굴이 나오고 툭 불거진 두 눈이 나왔다. 사이훙은 자객의 옷을 벗겼다. 목에 걸린 옥으로 된 부적을 빼고 나니 홍작약루에서 발행한 30킬로짜리 금값을 지불한 약속어음 한 장뿐이었다.

도관의 종소리가 자정을 알렸다. 화산에서 울리는 종보다 훨씬 작고 종의 울림도 떨어졌다. 사이훙은 대사부 옆에 바짝 붙어 있는 두 사형이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사이훙은 뜰에 있는 문으로 가서 칭 수이셩이 망토를 걸친 키 큰 사람을 호위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대사부의 모자를 쓰고 소꼬리 만든 홀을 가지고 있었다. 칭 수이셩은 봉을 들고 옷 보따리를 들고 있었다. 그들은 조급한 듯 걷고 있었다. 급히 도주하는 인상을 주려고 애쓰면서, 문도 제대로 닫지 않았다. 사이훙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그의 본능이 행동 개시를 명령할 때까지 기다렸다. 그는 비호같이 뜰을 가로질러 가서는 소리 안 나게 살살 발을 끌며 도둑 고양이처럼 걸었다. 바로 그때 또 다른 두 명의 암살자가 근처의 지붕 위에서 뛰어 내렸다. 그들은 곧장 사부의 방으로 나아갔다. 사이훙이 할 일은 그들을 따돌리는 것이었다.

사이훙은 두 공격자가 무기를 빼들지 못하게끔 맹렬하게 공격을 퍼부었다. 첫 번째 난타전을 벌이면서 사이훙은 둘 다 무술이 능란한 무사라는 걸 알았다. 한 놈은 키가 크고 몸이 약했다. 그래서 사이훙은 그를 집중 공략했다. 사이훙은 그자의 팔을 꽉 잡고 레슬링 자세로 덤비는 다른 놈 쪽으로 냅다 던졌다. 한 번 더 계략을 쓸 시간이 되었다. 사이훙은 적들과 문 가운데 있는 지점으로 갔다. 건물로 통하는 길이 이제는 확실히 드러났기 때문에 위험스럽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한 손을 높이 쳐 든 채 현란한 포즈를 취했다. 다른 손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것은 무사를 조롱하고 모욕하는 자세였다. 무사가 실력이 없음을 비웃는 뜻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는 생각해 낼 수 있는 온갖 상스러운 욕을 다 퍼부었다.

사이훙의 경험에 따르면 몸이 약한 무사는 늘 성급하게 덤볐다. 그의 계산을 과연 딱 맞아떨어졌다. 키 큰 암살자는 날이 넓은 칼을 빼들고 성급하게 달려들었다. 놈은 손으로 명치를 가격하고 팔로 목을 죄다가 잽싸게 메어쳤다. 그리고 그 다음 문을 통과했다. 그때 기다리고 있던 칭 수이셩이 봉으로 사정없이 내리쳤다. 그러나 암살자는 용하게 피했다. 정신이 아찔할 정도로 빨리 회전하는 큰 칼과 봉이 맞서서 한판 대결을 벌였다.

함정의 전모가 이제는 확실히 드러났다. 린 쭝우의 전략은 단순히 대사부를 미끼로 삼아 그들을 끌어들이는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의도적으로 암살자들로 하여금 서투른 연극이 벌어지고 있다고 믿을 수밖에 없도록 만들었다. 사이훙이 죽은 것으로 믿고 두 시자들이 그들을 유인한다고 생각한 암살자들은 대사부가 무방비 상태에 빠졌다고 여길 것이다. 그래서 사부를 죽이려고 뛰어들면 그때 사이훙이 그들을 문밖으로 몰아서 사부도 모르게 그들을 죽일 수 있을 것이다.

이때쯤 마지막 암살자는 치밀한 전략에 속아 그가 함정에 빠졌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제 그의 목표는 오직 한 가지 삼십육계 줄행랑 뿐이었다. 그는 직선형의 긴 칼을 칼집에서 빼내 사이훙에게 휘둘렀다. 그는 칼을 몇 번 휙휙 휘둘러 베는 검법을 쓰고 두 번 찌른 다음 문에서 도망쳐 벽을 따라 달렸다. 속도를 내서 빠르게 달리더니 훌쩍 뛰어서 담벼락 위를 손으로 움켜잡고 몸을 한 바퀴 빙글 회전시켰다. 사이훙은 문을 지나 계속 달렸다.

칭 수이셩은 여전히 상대와 교전 중이었다. 그는 봉을 아래로 내리쳐 어깨의 견갑골을 박살내고 쇄골을 뚝 부러뜨려 버렸다. 부러진 뼈끝이 살점 사이로 삐죽삐죽 삐져나왔다. 두 번 더 봉으로 찔러 칭 수이셩은 놈을 해치웠다.

다른 암살자는 도망치려 했지만 린 쭝우에 의해 퇴로가 차단된 것을 알아차렸다. 린 쭝우는 자기 소유의 특이한 칼 하나를 갖고 있었다. 두 손을 이용해 휘두르는 칼날이 아주 넓은 직선형 칼이었다. 칼에 피가 흘러내리도록 홈이 없는 대신에, 가운데에 밑으로 U자형의 홈이 패여 있었다. 이 칼은 아주 무자비한 무기였다. 몸속으로 깊숙이 찌르고 나면 칼날 둘레에 있는 빨판에 살이 흡수되어 박혀 버렸다. 칼을 잡아 빼면 큰 살점들이 떨어져 칼에 묻어 나왔다.

암살자의 직선형 칼은 너무 섬세해서 린 쭝우의 칼과 직접 충돌하면 견딜 수 없었으므로 그는 자줏빛 칼날을 피하려고 회전법을 썼다. 팔목, 배꼽, 목등의 신체 부위는 전술상의 요충지였다. 무거운 칼을 든 린 쭝우는 몸의 회전이 둔하긴 해도 정확성은 높았다. 암살자는 용기를 내서 맹렬한 기세로 공격했다. 린 쭝우는 자줏빛 칼이 밑을 향하게 잡고 그를 놀리면서 공격했다. 화가 난 암살자는 앞으로 돌격했다. 그때 린 쭝우는 뒤로 물러서서 무릎을 꿇었다. 린 쭝우의 칼날이 돌연 솟구치자 그자는 몸을 추스리지도 못하고 칼에 꽂히고 말았다. 린 쭝우는 위로 뛰어올라 그자의 몸속으로 칼을 깊게 찌르고 칼날을 복부까지 끌어당겼다. 린 쭝우는 암살자의 목에서 피가 샘솟아 소리 없이 죽기를 바랐다. 세 명의 수련생은 시체를 전부 수색했다. 사이훙이 예상했던 대로 검객은 상처가 난 그 남자였다. 하지만 불교의 승려를 발견하고는 모두 놀랐다. 그가 진짜 승려인지 단지 변장만을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의 옷속에서 편지 한 장이 나왔다. 불교도와 도교도 사이에 터진 새로운 종교 분쟁을 경고하는 내용이었다. 또 화산이 그 승려를 제거하는 것을 경고하였다. 편지는 그들이 모르는 이름으로 사인이 되고 봉인까지 찍혀 있었다. 누군가 그 승려를 조정해서 싸움을 시킨 것이었다.

사이훙은 약속 어음을 꺼냈다. 홍작약루는 후디에와 함께 전에 가본 적이 있는 곳이다. 도대체 사부의 목숨을 노리는 이 일과 그곳은 무슨 연관이 있는 걸까? 사형들은 곧 둘의 관계를 연결시켰다.

"홍작약루는 진엔니아오의 수제자 소유라는 얘기가 있어."

칭 수이셩이 말했다.

"이 사건 배후에 대사부의 제자가 도사리고 있군."

린 쭝우가 말했다.

"정말 말도 안 돼!"

사이훙이 불같이 화를 냈다. 그가 통솔권을 얻으려고 그처럼 필사적이 되었나? 충성심 같은 건 다 잊어버렸을까?

"네가 더 오래 살다 보면 다른 사람들의 변절에 그렇게 놀라지 않게 될 거다. 그런데 이 사건은 소문과도 맞아떨어지는군. 진엔니아오는 몇몇 군벌들의 자문역이라는 소문이 있어. 그것 때문에 그는 화산의 지배권을 넘보는 거지. 성스러운 화산 전체를 흔들고 나서 이 나라의 통치권을 삼키려는 야욕을 가지고 있는 거야. 그러자면 당연히 자금과 영향력이 필요할 테지. 홍작약루는 지하에 숨은 부자들과의 연락로가 되어 줄 뿐 아니라 거액의 자금줄이거든."

칭 수이셩이 말했다.

"그것 참 안전한 전략이로구만. 결국 상하이의 지하 세계와 거액의 아편 거래 대금이야말로 장을 계속 집권하도록 해준다는 말이 사실이로군."

린 쭝우가 말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 사부를 죽이려 하다니! 가증스런 짓이야. 내가 그 깡패 놈을 죽이고 말겠어!"

사이훙이 소리를 질렀다.

"그렇게 간단치가 않단다."

린 쭝우가 차분한 어조로 얘기를 시작했다.

"진엔니아오는 도인이고 최고의 전략가야. 그리고 우리가 사실을 입증할 수 있니? 홍작약루는 그의 제자 소유야. 사실 진엔니아오는 암살범들의 실패에는 개의치 않는단다. 그는 우리가 그 쪽지를 보게 하려는 의도였어. 그것으로 충분히 암시가 될 테니까. 그러니 우리는 조심해야만 해. 진엔니아오는 우리 주변을 경계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어떻게 한다지? 대사부는 가만히 계시는데."

사이훙이 의문을 제기했다.

"사부님은 사정을 다 헤아리고 계셔. 사부님은 현명하시거든. 우리가 할 일을 일러주실 거야. 지금 당장은 이 세 놈을 치우고 사부님께 돌아가자. 사부님을 지켜드려야 하니까."

사이훙과 두 사형은 시체를 도관에서 끌어냈다. 전쟁과 빈곤이 겹쳤던 그 당시에는 길거리에서 매일 죽어가는 사람이 많았다. 시체 세 구가 새로 늘어난다 해도 경찰은 미궁의 사건으로 처리할 것이다. 그들은 몸을 깨끗이 씻고 옷을 갈아입었다. 일을 다 마치고 나니 새벽 1시쯤 되었다. 그들은 사부의 방으로 들어가 향을 갈고 물을 가져와야 했다. 경건한 마음으로 방에 들어가니 사부는 진흙으로 만든 침상에 가부좌상을 하고 앉아 있었다. 사부가 눈을 떴다.

"일은 다 처리했느냐?"

사이훙과 두 사형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 사부님. 오늘 일은 다 끝냈습니다."

사이훙이 대답했다.

"됐어."

그뿐이었다. 그러나 눈을 감을 때 이마에 주름이 지는 것을 보고 제자들은 사부가 노새 얘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눈치챘다.

 

 

5. 야간 수업

4명의 도교 수행자는 화산의 은거지로 돌아왔다. 그들의 목숨을 빼앗으려는 시도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그 누구도 여행 중 일어났던 사건에 관해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사이훙은 약속어음과 편지를 지니고 왔다. 그것들은 말 없는 증거인 셈이었다. 사이훙은 북쪽 봉우리 문에서 양식, 보석, , 헌금, 약속 문서 등을 수행자들에게 전달하고 수도 생활에 복귀할 준비를 했다.

여행은 사이훙에게 강장제가 되었다. 새로운 결의를 다지면서 절식을 하고, 하루 네 차례의 경전 암송, 여러 과목의 수업과 힘든 노동, 그리고 강도 높은 명상을 할 채비를 했다. 그는 입산 수도를 하며 부딪치는 힘든 도전을 극복하고 스스로 불굴의 의지와 영적 인식력- 도관의 고독한 수도 생활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믿는 -을 쟁취하기 이해 몸과 마음을 다 바쳐 다시 헌신했다. 속세에서 돌아온 후로 그의 내면세계에는 일시적이지만 뭔지 모르게 충만한 만족감이 생겼다.

대사부는 항상 그에게 가르쳤다.

"생에서 누릴 것은 다 누려 보아라. 그다음에는 은둔하라."

대사부는 사이훙이 인생으로부터 맛볼 수 있는 최선의 것을 경험한 후 점차로 철학적 통찰력을 얻음으로써 영혼의 성장에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을 단념하기를 원했다. 이렇게 사이훙은 지나온 과거를 아무런 후회 없이 버리고 떠나면서 인생의 몇 단계를 거치면서 성장할 것이다.

대사부는 유능하고 양심적인 스승이었다. 그는 신중하게 제자들을 지도했다. 그가 지식을 전수하는 데 중요한 비중을 두는 저녁반에는 수강생이 단 몇 명밖에 없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며칠 뒤의 어느 날 밤, 사이훙, 두 사형, 그리고 다른 제자 하나가 사부의 방에서 만나 수업을 했다. 사부는 명상대에 앉았지만, 제자들은 마룻바닥에 앉았다. 사부는 우아하게 옷소매를 말아 올리고 명상대의 팔걸이에 오른팔을 걸치고 있었다. 이윽고 대사부가 수업을 시작했다.

"오늘 밤은 수업을 약간 다른 방식으로 시작할까 한다. 항상 너희들이 나에게 질문을 했지만 이 시간에는 내가 질문을 던지겠다."

그 질문은 이런 내용이었다.

"도교는 무엇인가? 사이훙, 너는 아홉 살 때부터 계속 나와 함께 여기서 살았다. 분명히 너는 올바른 답변을 할 수 있겠지. , 네가 대답해봐라."

사이훙은 얼굴이 빨개졌다. 극도의 긴장감 때문에 죽을 것만 같았다. 답변을 논리 정연하게 엮어 보려고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모든 사물에 배어있는 어떤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너무 막강해서 신들조차 그 밑에 종속되어 있는 광대한 우주를 향한 운동이요 힘이요 전진일 뿐입니다. 이 힘은 너무 거대하여 인간은 고작 일부분만 인식할 수 있을 뿐입니다. 별자리, 사계절, 자연의 변화, 문명의 역사, 이 모든 것은 도를 드러내지만 자체로 파악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우주의 형이상학적 요소 - 만물, 5원소, 음양 -는 도의 일부분일 뿐 전체는 아닙니다. 인간은 도를 총체적으로 파악할 수 없지만, 도의 원리를 배울 수 있고 도와 조화를 이루며 살 수 있습니다. 이런 식으로 인간이 삶의 흐름을 좇아가면 불사의 경지에 이를 수 있습니다. 도는 신, 현인, 도를 깨달은 인간들에 의해 전해져 왔지만 도에 무지한 인간은 아무리 노력을 해봐도 헛일이었습니다. 현인들은 우리를 해방의 길로 인도하기 위해 도의 교리를 가르쳤습니다. 도교는 신자들이 계속 탐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내면적인 연금술과 외적인 연금술을 개발하고 경전과 명상을 발전시켰습니다. 이상은 제가 이해한 도교를 간단히 요약한 것입니다."

대사부는 눈을 감고 앉아 사이훙의 설명을 경청했다. 잠시 침묵을 지키다 눈을 뜨고 그의 젊은 제자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그것이 전부냐?"

사부가 물었다.

"지금 이 시간에, 이제껏 제가 터득한 것을 모아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것이 전부입니다."

사이훙은 머뭇머뭇 대답했다.

"네가 하는 말을 이해할 수는 있지만 아마도 도를 이해하는 정도가 그리 깊지 않은가 보구나. 우리는 도 자체를 먼저 다루어야 한다는 네 의견에 동의한다. 하지만 도는 우주 전체의 진정한 뼈대임을 먼저 확실히 해두자. 우선 관찰하는 것부터 시작하자. 현상의 세계에는 질서가 있느니라. 별과 위성과 사계의 규칙적 순환을 보면 우주를 깨달을 수 있다.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도 여기서 말한 것이 존재하는 모든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더욱 심오하게 질문을 해봐야 한다. 우주를 움직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주의 모든 것은 어디에서 왔는가? 누구는 대답하기를 신이 우주를 창조했으며 우주를 지배하고 있다고 답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것은 만족스럽지 못한 답변이다. 왜냐하면 그 다음으로 우리는 <신들은 어디에서 왔는가?>라는 의문을 피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전이나 단순한 민화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신 자신도 인과에 종속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주의 기초적인 힘을 탐구하다 보면 신을 능가하는 어떤 힘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본질적인 사물의 근원과 관련이 있는 어떤 힘이 틀림없이 존재한다.

내가 힘을 거론했다는 사실에 주목하거라. 우주는 물질로 환원될 수 없다. 바위를 아무리 곱게 빻아도 인생, 움직임, 시간, 차원 등을 설명할 수는 없다. 경전에 이르기를 <존재는 비존재가 낳는다.>고 한다. 이 말을 되새겨 봐라. 우주의 유일한 가능성이요, 전적으로 환원이 불가능한 우주의 기원은 비존재일 수 있다. 단지 비존재만이 환원될 수가 없는 것이다. 태초에는 무였다. 무에서 하나의 우연한 생각이 터져 나왔다. 생각은 무의 정지 상태 속에 움직임을 일으키고 그 결과 무한한 파문이 일어났다. 움직임은 기를 발생시켰다. 이것이 생명의 원천이 되는 호흡이니라. 호흡은 5원소로 응결되었다. 금속, , 나무, , 흙이 그것이다. 그다음 이 혼돈 상태는 음과 양에 의해 조직화되었다. 호흡은 들숨과 날숨이다. 우주는 그 원칙과 질서로 정돈되었다. 양극단 사이의 상호작용과 긴장 속에서만 운동과 진화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모든 상호작용은 마침내 신, 인간, 무수한 현상들을 낳았다. 처음에 떠오른 생각은 원시 상태의 잔잔한 연못 속에 돌 하나를 떨어뜨린 것과 같은 효과를 냈다. 그 뒤에 나타난 모든 것을 도라고 부를 수 있느니라.

따라서 도는 전적으로 환원 불가능한 것은 사실 아니다. 전적으로 환원 불가능하다는 정의에 합당한 것은 오직 무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는 무와 약간 떨어져 있을 뿐이다. 도는 무와 밀접한 상호작용을 벌인다고 말할 수 있겠다. 도의 변화와 보이지 않게 일어나는 도의 변환 작용 - 연못 위의 파문들 - 으로 하늘과 땅과 만물이 생겨났다. 그것들은 여전히 도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말은 신비의 지혜에 이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나는 길을 암시하고 가리킬 수 있을 뿐. 너희들 스스로가 이것을 인식해야만 하느니라. 내 말이나 앞서 깨달은 이들의 말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너희들의 경험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내가 지금 하는 말은 명상을 하면서 내가 직접 체득한 것이다. 성인들이 <문 밖에 나가지 않고서도 현인은 하늘과 땅을 안다.>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느니라. 너희가 그것을 깨달았다면 명상을 해야만 한다.

그러면, 도교가 뜻하는 바는 무엇이냐? 도교는 연구하고 우리 스스로 도와 화합하는 방법인 것이다. 나아가서는 도 그 자체와 하나가 되기 위한 과정이니라. 현인들은 말한다. <도는 영원하다. 그리고 도를 소유한 자는 비록 육신이 사그러진다 해도 파멸되지 않는다.> 그러나 단순 명쾌한 한 가지 방법은 없다. 사람들은 다양하고 도는 결코 정적이지 않다. 인생의 다양한 면모는 개개인의 필요와 운명에 따라 재단되어야만 한다. 이것이 바로 죽서칠판에 360가지 수양법을 실어 놓은 이유이니라.

도교는 다단계로 분류된 영적 체계이다. 보통 종교가 타종교는 배척하고 전적으로 자신의 신앙만을 규정지으려고 기를 쓰지만 도교가 드넓게 뻗어 가는 영역은 전 우주를 품고 있다. 도교의 철학적 기원의 가장 기본적인 요점 가운데 하나는 인류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니라.

먼저 인류를 놓고 보자. 도인은 인간 고유의 특성을 간파하였다. 즉 죄와 소망, 비열함과 고귀함, 야만과 기예, 감정과 지성, 억지와 순결, 그리고 가학성과 동정심, 폭력과 평화주의, 자기본위와 초월 등등을 간파하였다. 다른 현인과는 달리 도인은 인간의 악마적 충동을 거부하지 않는 쪽을 선택했다. 양성은 둘 다 받아들여져 함께 작용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원론의 양면이 받아들여졌을 때 도인은 선과 악이 여러 가지 비율로 혼합되어있는 것이 인간임을 확실히 깨달았다. 따라서 도교는 다양한 사람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거대한 체계로 발전하였다. 도인은 범인에게 도덕과 경건함을 선사하였다. 영웅에게 신의와 충성을, 권력에 굶주린 자에게 무예와 마법을, 지식인에게는 지식을 선사하였다. 그리고 더 많은 것을 구하고자 하는 극소수에게는 명상과 초월의 비법을 선물하였다. 그 다음 그들은 내면에 들어있는 모든 것을 밖으로 표출시켰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이것들은 속인의 일부분일뿐 아니라, 소우주와 대우주의 질서에 따르는 모든 개인의 내적 실제이기도 하다.>

도인은 이상주의자가 아니고 항상 실용주의자니라. 그의 관심사는 현실에 자신의 의지를 강요하는 데 있기보다 늘 자신의 앞에 있는 존재의 처리에 있었다. 아마도 이렇기 때문에 종종 도교의 정의를 간파하기 어렵다는 비난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혹자는 심지어 이렇게까지 말할 것이다. 도교는 기회주의자의 교리라고. 하지만 실제로 앞에 놓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가 도교의 관심사의 전부이니라. 그 눈앞의 상황이 늘 변하는 것 또한 도인 것이다.

역사적으로 도교에 앞선 다섯 가지의 중요한 흐름이 있다. 샤머니즘, 철학, 양생술, 연금술과 봉래파는 대대적인 정신운동으로 발전하게 될 요소들이다. 샤머니즘은 도교의 시초이니라. 원시 종족들은 신, 악마, 조상의 혼령, 그리고 알 수 없는 무정한 존재로 다가온 전능한 자연을 신봉했다. 원시 종족들은 병든 자를 치료하고 숨은 것을 예언하고 결과를 통제하기 위해 마법을 쓰는 그들의 지도자 즉 샤먼의 힘에 의존했다. 샤먼은 자기를 떠받드는 백성과 백성에게 괴로움을 끼치는 세계 사이를 개인적인 힘으로 파고든 것이다.

신을 숭배하자 인생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 그중 최고로 꼽히는 숭배는 조상 숭배 - 농사의 공동 작업이 가족 단위의 중요성을 부각시켰기에- 와 땅, , 호수, 나무, 추수등의 자연신 숭배였다. 사실 자연물과 농경 사회의 특징이라고 할 만한 것들은 전부 그 속에 신성이 들어있다고 믿었다. 예를 들어 황허는 많은 강 중에서 <강의 백작>이라고 불렸다. 그 강은 거북이가 끄는 마차를 타고 있다고 믿어졌다. 사람들은 아주 잔인하게도 인간을 희생시킴으로써 끔찍하고 일시적인 강의 범람을 달래려고 애썼다.

사람들의 의식이 차츰 발전하였던 것은 뛰어난 현인들의 중재 덕이었다. 황제는 약에 대한 가르침 때문에 유명해졌다. 복희씨는 점을 가르치고 팔괘의 체계를 세웠다. 신농씨는 자신의 몸에다 약초를 실험했고 우임금은 홍수를 다스렸다. 이들 선사시대의 임금들은 샤머니즘을 한 단계 끌어올렸고 오늘날까지 존속하고 있는 도교의 여러 요소들을 창안했다. 자연 숭배, , 흙점, 부적, 액풀이 그리고 성령의 계 등의 유래는 기원전 수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도교 학파의 하나로 순수 이론에 치중하는 대화파는 주 왕조 시대에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노자는 이 학파의 도인이었다. 그는 세속을 떠나 출가하기 위해 뤄양을 떠났을 때 한동안 화산에 와 있었다. 그러나 왕실에서 나눈 공자와의 대화 때문에 그의 철학은 두 갈래로 갈라졌다. 한 갈래는 도교의 분파가 되었고 다른 한 갈래는 세속 철학이 된 것이다. 3세기경, 장자, 열자 계열의 사고를 앞세운 학파는 논쟁 부재, 덕치, 대립의 상대성, 명상을 통한 도의 탐구 등을 강조하는 도교를 주창하였다. 이 시대에 태동한 학파들은 점복, 샤머니즘, 신체 단련에는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지적인 부류의 도교를 추구했던 것이다.

신체 단련은 양생술에서 생겨났다. 우리 분파는 크게 보아 양생술의 전통을 물려받고 있다. 이 계통의 핵심적 가설은 육체와 정신은 훈련을 받아야 하고 영적인 득도에 이르는 수단으로서 연마되어야 한다는 것이니라. 소위 육체적이라 함은 순수한 정신주의로 확대시키는 그 연장선상의 한 측면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단다.

양생파는 기원전 4세기경에 발생했다. 그러나 5백 년이 지나는 동안에도 크게 명성을 떨치지는 못했다. 1세기부터 4세기까지 이 분파의 가르침은 처음에 <<황정옥경>>에서 나중에 <<대동진경>>으로 성문화 되었다. 초기에는 단전의 세 개의 생명력의 중심으로부터 교리가 생겨났다. 그 교리는 호흡의 순환, 식사, 명상과 무술이었다. 이 모든 것은 인체 내의 36천 신들의 존재를 주장하는 원리로 집대성되었다.

사람을 신이 담긴 그릇으로 가정해 보면 어째서 인체는 청결하고 강인해야 한다고 믿게 되었는지 이해하기가 쉽다. 왜냐하면 건강하지 않은 몸은 신들이 단념할 것으로 믿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금욕주의 경향이 강해진 것이다. 포도주와 약 등 모든 외적 수단은 거부되었다. 사람의 몸 안에 있는 신들의 기분을 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양생파의 목표는 초기에는 육체적 영생이었다. 하지만 점차 환생의 교설을 깨닫게 되었다. 이때부터 우선 순위는 육체의 껍데기 속의 죽음을 초월할 수 있는 불사의 영혼을 창조하는 쪽으로 변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연금술사들은 육체의 영생을 계속 믿었다. 연금술 학파는 추연의 오행설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 추연은 기원전 325년경 명성을 날린 인물이다. 방법의 대가, 즉 방사들은 항상 불사의 공식을 찾으려고 실험을 했기 때문에 그렇게 불렸단다. 그들은 약초, 광물, 화학 재료와 그 밖의 모든 것을 섞어서 용해시키는 과정을 끝없이 계속했다. 초기에 기울인 노력은 대부분 수은, 유황, 납같은 광물에 집중되었는데 불행히도 그 광물은 건강에 해가 되었다. 마침내 그들은 자신들의 연구를 - 단지 자기 보존을 위해서만 - 약초의 사용, 의식, 성적 연금술, 명상과 마술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조정하였다. 연금술파는 악귀 다스리기와 마법과 같은 초기 샤먼들의 관심사를 물려받았다. 연금술사가 외적인 방법을 제안한 반면, 양생술사는 내면적 수단을 고수했다는 점에 양자의 커다란 차이가 있다.

마지막으로 봉래의 숭배에 대해 얘기해 보자. 이 분파는 단순히 육체적 영생에만 관심을 둔다는 점에서 뻔뻔스럽기 그지없다. 기원전 4세기쯤 언젠가 태평양의 어느 이상한 섬에 불로초가 자라난다는 전설이 있었다. 수차례의 탐험끝에 그 섬을 드디어 발견하였다. 그때가 기원전 221년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제 시절이었다. 그는 화산에서 불과 10킬로 거리에 있는 지역까지 통치했다. 화산은 연금술과 마법을 병행하는 봉래파를 신봉하였지. 연금술사와 마법사는 영혼을 소유하는 기술, 마법의 기술과 함께 봉래파를 지지했다.

진시황제는 영생불사가 소원이었다. 만리장성의 축조를 명했던 황제는 봉래파와 연금술의 광신도가 되었다. 황제는 성공하지 못하면 처형하겠다는 칙명을 내려, 봉래섬을 찾도록 만 명의 소년 소녀를 파견했다. 그들은 일본 섬을 발견하였지만, 불사의 버섯은 찾아내지 못했다. 그리고 죽음을 택하느니 차라리 그 섬에 머무르기로 했다. 결국 자신의 옥체를 연금술로써 보존하려던 황제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사실은 황제가 독약 처방전을 복용함으로써 병에 걸려 사망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기도 하다.

4세기부터 현재까지 이 다섯 가지 기본 국면들이 서로 복잡한 상호작용 을 일으켰던 것이니라. 16백년에 걸친 도인들의 운동은 끝없이 결합을 거듭해왔다. 수천에 이르는 도교의 후기 분파들과 형식들은 좌파의 도교와 우파의 도교로 구분될 수 있다. 왼쪽에는 마술, 연금술, 방중술과 악귀 다스리기의 도교가 있다. 대충 보면 외적 방법을 신봉하는 길이니라. 오른쪽은 금욕주의, 독신, 명상을 주창한다. 대략 내적인 길이라고 하겠다. 양쪽에 공통점이 있다면, 경전 연구, 숭배, 명상, , 주문과 불로장생의 추구, 흙점, 부적술, 그리고 영상 탐구등이 있다. 표면상으로 볼 때 이들은 모두 도와의 합일을 추구한단다. 단지 다른 점이라면 방법론과 도교 원리의 해석에 있느니라. 모두 타당성도 있고 정통적 방법도 갖춘 것으로 생각된다. 모든 도교 분파는 그 결과를 산출한다. 어떤 분파는 고위 사부들이 초자연적인 힘을 과시할 수 있고 위대한 정신적 통찰력을 증명할 수도 있다.

그러나 나는 엄격히 좌파의 길은 반대한다. 거기에는 너무 많은 유혹이 따르기 때문이다. 고행을 진실되고 정직하게 수행하면 만족감, 정적 그리고 경건함만은 확실히 얻을 수 있느니라. 물론 시련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결과는 정직하게 얻은 것이 아니다. 일련의 건전한 가치관으로 높은 지위를 얻기 위한 힘든 투쟁을 겪지 않고 어떤 경지에 오른 사람은 유혹에 너무 쉽게 빠져 힘을 남용하고 싶어진다. 공중 부양, 변신, 예언술, 악마를 조종하는 것 모두를 좌파의 방법으로는 순간적으로 취할 수 있다.

그러나 인생에 공짜는 아무것도 없느니라. 어두운 측면과 조화를 이루려면 대가를 지불해야만 한다. 유일한 교환의 형식은 인간의 영혼이니라. 어두운 도교의 힘이 들어갈 때마다 도는 인간의 본질은 조금씩 마모한다. 온전한 인간은 궁극적으로 어두운 도를 위한 대리자로 변신한다. 영생과 커다란 능력은 영원히 너의 것이 된다. 그러나 너는 그것을 얻기 위해 영혼을 희생시켰다.

결론적으로 도는 두려운 것이고 인간의 개념을 초월한 것이다. 수 세기 동안 위대한 정신들이 매달렸던 도교는 크게 팽창하려 서로 다른 교리와 종파가 난마처럼 얽혀 있다. 비록 이런 현상은 도의 부정적 측면이지만, 도의 다양한 측면 때문에 도인들도 종류가 다양하다. 그러나 어마어마하게 쏟은 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도는 여전히 수수께끼이며 불가사의다. 그렇지만 우리의 삶과 운명을 냉혹하게 둘러싸고 있다."

대사부는 여기서 잠시 말을 멈췄다.

"질문 있느냐?"

"사부님, 어떻게 하면 도를 제대로 쫓아갈 수 있습니까? 방법이 너무 많아 망설여집니다."

사이훙이 질문했다.

"사실 그렇다. 사이훙, 너는 죽서칠판의 내용을 완전히 통달하고 초월해야만 한단다. 그런 후에야 너 자신이 갈 실을 확실하게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저는 그 책을 본 일도 없고 내용에 관해 들은 적이 없습니다. 어떻게 그것들을 익힐 수 있나요?"

"책이 아니다. 말도 아니야. 가르침이니라."

"왜 저는 볼 수가 없나요?"

"준비가 아직 덜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에는 계속해야 할 연구의 과정이 규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해야 할 바를 안다면 더 능률적이지 않을까요?"

칭 수이셩이 물었다.

"과정이라고? 뭘 한다고?"

대사부는 웃음을 터뜨렸다.

"도에 정해진 길이란 없다! 너는 너 자신이 주도권을 쥐고 혼자만의 길을 정해야 한다. 어떻게 끝내느냐는 자신이 하기 나름이니라. 충동적으로 행하라. 네가 어떻게 느끼든 다 옳다. 은둔자가 되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게 바로 도이니라. 너는 대도시에서 살고 싶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도이다. 세속에서 행복을 누리고 싶다 해도 그것은 도이다. 화가 났다면 그것도 도이다. 너는 인생을 깊게 통찰하는 중이다."

"그럼, 사람이 자유롭게 행동해도 좋습니까?"

린 쭝우가 물었다.

"왜 안 되겠느냐? 도는 정해진 틀이 없다. 도는 자유롭다! 유연하다! 항상 변화한다! 그래도 역시 길을 따르는 자는 따라가야 한다."

대사부는 어리둥절해하는 제자들을 보고 껄껄 웃었다.

"그것이 비록 도인의 규범에서 파생된 것이라도 어떤 엄격한 틀을 지우려는 것은 잘못이다. 도복을 입고, 상투를 틀고, 경전을 낭송하고, 매일 기도를 올리는 것은 다 쓸데 없는 짓이니라. 날마다 향불을 피울 수는 있지만 하늘이 너의 기도를 듣고 있지 않으실 지도 모른다. 무슨 일이 벌어지게 만드는 자는 오로지 너 자신뿐이다."

"그렇다면 왜 저는 스스로 탐닉에 빠지면 안 됩니까?"

사이훙이 퉁명스럽게 물었다.

"탐닉도 역시 도이니라. 그러나 그것은 목적이 없다. 동기도 없다. 따라서 도에 비교해보면 자기 방종은 죽어있다."

<그것은 또 다른 함정인 셈이로군.>

사이훙은 생각했다. 대사부는 말을 이어 나갔다.

"사람은 목적, 신념과 목표가 있어야만 하느니라. 방종도 역시 도이다. 그러나 그것이 자유이냐? 방종에 빠지면 너는 완전히 만신창이로 자멸할 수도 있다. 방탕한 생활을 계속하면서도 뭔가 하고픈 충동이 생길 수는 있다. 그러나 너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것을 성취할 수는 없을 것이니라. 따라서 너는 자유를 누리지 못할 것이다. 내 판단은 단순한 방탕의 생활보다 자유가 더 좋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수도 생활을 빠져나올 길은 없습니까?"

사이훙이 물었다.

"만일 목표를 달성하고 싶다면 없는 것이지. 천박한 본능을 채우려고 몰두하는 삶은 살고 싶지 않다면, 뭔가 위대한 것을 성취하려고 노력해야만 한다. 목표를 세우면 저속한 것은 기꺼이 희생하고 보다 고상한 것을 추구해야 할 것이니라."

"도인의 삶은 희생의 삶인 것 같군요. 역설적인데요."

린 쭝우가 의견을 말했다.

"그저 희생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맹목적인 자기 부정을 지지하지는 않는다. 순수한 고행이 불균형 상태가 되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불행해질 수도 있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 강장 약초를 쓰지 않는 채식주의는 옳지 않다고 본다. 이것은 네가 달성한 경지를 시험하는 것이다. , 어떻게 균형을 얻을 것인가? 너는 항상 이 문제를 스스로 자문해야 한다. 금욕주의는 단지 잠재 능력을 발휘하려는 것일 뿐이다. 엄격함은 너희들을 신속히 특별한 인간으로 발전하게 한다. 그러면 너희는 자신들의 운명을 완수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는 입장이 된다. 그것 또한 도이다."

대사부는 제자들을 보고 미소지었다.

"도교 수행자들을 위해서 한 말이지만, 너무 장황해졌구나. 말이 아닌 행동이 정말 중요한 것이니라. 사색이 아닌 변화가 목표이다. 너희들의 발전의 중요한 부분은 육체적 정서적 안녕을 확보하는 데 있다. 오늘 밤에 나는 너희에게 육어기공을 가르쳐 주고 싶구나. 이것은 장기를 보존하기 위해 개발된 방법이니라. 몇 주 전에 너희는 주문에 대한 바이투 은자의 강연을 들은 적이 있었다. 오늘 나는 장기를 자극하고 유지하기 위해 말을 사용하는 간단하고 구체적인 예를 들어보겠다.

방법은 이렇다. 너희는 지시를 받은 소리를 내는 동시에 그 소리와 연관된 부분을 소주천운행 중에 마음으로 추적하면서 암시된 동작을 수행한다. 여섯 개의 낱말이 쓰인다. 즉 슈, , , , , 시 이니라. 이 말들이 영향을 미치는 기관은 각각 간장, 비장, 심장, 페장, 신장과 삼초이니라."

대사부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수련생들도 그의 뒤를 따랐다. 동작은 서서히 근육을 이완시키면서 마치 수중 발레를 하듯이 행해졌다. 간 운동은 두 팔을 양쪽으로 벌리고 나서 팔을 접는다. 다음 힘을 주면서 두 팔을 밑으로 내린다. 팔을 올리면서 동시에 숨을 들이마신다. 팔을 내릴 때는 숨을 내쉰다. 날숨은 <슈 우우우우우우>소리를 내면서 숨을 오랫동안 내뿜는다. 숨쉬기와 동작을 끝내면서 소리도 멈춘다. 대사부는 그들에게 하나 하나의 소리와 동작을 가르치고 각각의 동작을 일곱 번씩 행하도록 지시했다.

그들이 동작을 다 배웠을 때, 대사부는 상상을 하기 위한 소주천 운행법을 가르쳤다. 숨을 내쉬고 소리를 내기 시작할 때 그들은 마음속으로 이 끝에서 저 끝으로 소주천 운행을 시작했다. 종착지에 도달할 때까지 약 10초의 시간이 지났는데 소리와 숨쉬기가 끝났다. 마침내 전체의 선을 찬란한 불빛이 엮어진 것처럼 상상할 수 있었다.

도교와 내공술은, 정신적인 내용과 유리된 단순한 물리적인 기술은 헛되다고 강조한다. 모든 기술은 표출된 동작 말고도, 에너지의 흐름을 조정하는 정신적 진행 순서를 가지고 있다. 기는 몸의 형태에 따라서 일정한 형태를 취했다. 그러나 기는 또한 그 기술을 충분히 발휘하기 위해서 정신을 필요로 했다.

많은 서양인들은 진정한 <과학적> 기술은 운동인의 마음의 상태와는 무관한 채로 작용한다고 믿는다. 육체와 정신의 건강은 신비함을 덧씌우지 않고 명쾌한 운동에 의해 개발되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는 도인들이 인간의 참된 본성이라고 믿는것 - 사람은 육체뿐 아니라 정신과 영혼이며 정신은 육체의 문제를 통제한다 -를 간과하고 있다. 그들에게 있어서 육체는 그 자체가 단지 우주의 정신을 조잡하게 나타낸 것이었다.

"이 방법은 너희가 장기를 조정할 수 있게 해준다."

대사부는 인체 해부도가 그려져 있는 두루마리를 풀면서 말을 계속했다.

"소리는 전기적 충격처럼 소주천 행로로 들어간다. 에너지는 막힌 점들을 뚫고 가면서 건강과 균형을 회복한다. 그것은 침술의 바늘과 똑같은 효과를 낸다. 수련자는 바늘 대신 소리와 마음의 집중을 이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막히지 않는 소주천 행로만이 에너지를 적절히 각각의 장기로 운반한다. 적절한 자세와 소리에 의해 장기는 사실상 잔잔하게 떨리면서 어루만져지는 것이다. 이것이 건강을 증진시키기 위해 도인이 가야 할 길이니라.

장기는 감정의 거처로 믿어지고 있다. <<황제내경>>은 기원전 27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생각되는데, 762년 왕평에 의해 24권의 책으로 확대, 증보되었다. 그 책에는 장기와 감정 사이의 일치점이 기술되어 있다. 간은 노여움, 비장은 동정심, 심장은 기쁨, 폐는 슬픔, 신장은 두려움 그리고 오장육부 작용의 실질적인 조직체인 삼초는 보정기관으로서 여타 장기들을 강화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감정은 장기와 상호관계에 있기 때문에 장기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거꾸로 감정이 장기의 통제를 받을 수도 있다. 도인들은 육체의 기관을 감정을 다스리는 데 이용할 수 있느니라.

육어는 수행자의 건강과 안전을 보전하기 위해 유용한 수단이 된다. 육체의 보존은 정신적 성취와 밀접히 연결되어 있다. 사람이 지나치게 연구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명상을 하면, 장기와 육체는 허약해질 수 있다. 너희들이 매일 충실하게 운동을 하면 육어는 너희를 지켜줄 것이니라."

대사부는 도관에서 울리는 종소리의 낮은 떨림음을 들었다. 그는 기도와 함께 수업을 마쳤다. 학생들은 처소로 갔다. 밤공기는 차고 약간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이끼 냄새와 소나무 냄새가 한데 어우러진 가운데 나무들이 숨을 쉬고 있었다.사이훙은 지붕이 덮여 있는 도관의 보도를 따라서 조용히 걸었다. 기둥들이 세워진 사이사이의 공간은 정원을 균형이 잘 잡히고 시적인 완벽한 전경들로 분리시켰다. 사이훙은 고독한 명상의 방으로 들어가 촛불을 켰다. 색이 바랜 나무 차양 너머로 사원에 칠흑 같은 어둠이 몰려오면서 이윽고 밤이 찾아왔다. 사방은 캄캄하고 정적이 깃들었다. 하루의 모든 힘든 모든 일과는 끝났다. 아직 남아 있는 걱정거리는 다음 날로 미룰 수 있다. 근심거리가 있었지만 걱정해 봤자 소용없는 일이었다. 외로움과 갈망도 있었지만 그는 그것들을 한쪽으로 치워 버렸다. 계획도 떠올랐지만 그저 마음속의 몇 마디 중얼거림에 그쳤다. 구체적인 말로 표현할 수는 없었다. 적막했다.

아마도 침묵을 고집하는 스승들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들은 인간이 불순하고 신성 모독적인 말을 하면 신들을 쫓아내게 된다고 말했다. 신을 끌어들이기 위한 충분한 정적은 침묵 속에서만 가능할 것이다. 그는 마음의 초조함과 내면에서 일어나는 대화를 외면했다. 그것조차 의무이며 책임이라고 생각했다. 아무 생각 없이 의식 속에서 연달아 떠오르는 기억을 지워 버렸다. 할아버지 집에서 정원을 걷던 일, 언젠가 가본 적이 있는 북경의 어느 식당, 야간 학습, 사부의 친구들 중 한 명이 짓던 미소, 암살자의 결투, 사이훙은 자기 인생의 흔적과 그림자를 몰아내고 대신 내면을 들여다보았다.

사이훙은 누구라도 자신의 운명을 감지할 수 있는지, 혹은 누구라도 더 높은 수준의 충동을 이겨낼 수 있는지 정말 궁금하기 그지없었다. 그는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몇 년 동안 몸에 밴 자세를 찾아 척추가 자동적으로 곧게 뻗었다. 방의 우중충하고 어두운 빛깔이 확실한 평온함으로 바뀌었다.

자신과의 대화는 내성에 자리를 비켜 주었다. 내성은 명상에 자리를 내주었다. 그러자 하루에 대한 집착이 희미해졌다. 명상은 부드러운 리듬을 타며 밀려왔다 밀려가는 호흡에 집중되었다.그는 맥박의 움직임을 느꼈다. 심지어 피의 흐름이 귀에 들리는 것 같았다. 어느 방향인지는 몰라도 신경이 흥분하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사이훙은 그 순간 내면 더 깊은 곳으로 쿵하고 떨어졌다. 의식은 신체의 기능을 초월했다. 영성은 육체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말이 사실이었다. 부드러운 비장, 얼얼한 체액, 끈적이는 혈액, 뒤엉킨 정맥, 나뭇결 모양의 뼈, 그리고 더러운 배설물 속에서 영성이 일어났다.

사이훙은 인간 정신의 근원은 등뼈 끝에 있다는 것을 배웠다. 머릿속이나 어떤 다른 감상적인 지점이 아니었다. 신경의 끝이 모여 있는 늪지, 사타구니, 생식기와 항문 가까이 파묻힌 곳이었다. 검고 어둡고 신비스럽고 모든 것을 감추고 있는 우물의 밑바닥이었다. 그는 깊은 심연으로부터 누에고치에서 명주실을 뽑아 내듯이 계속해서 부드럽게 한 오라기의 가는 실을, 한 줄기 빛을 뽑아 내야만 했다. 그 다음에 인체의 최하위 요소들을 머리의 정문을 향해 뿜어내면서 등뼈의 통로를 따라 위로 에너지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그 정문은 천엽연이라는 은유적인 표현으로 불렸다. 명상 속으로 깊이 침잠한 사이훙은 팽창하는 에너지에 강한 자극을 주어 위로 밀어 올리려고 노력했다.

사이훙은 에너지를 더 높이 밀어 올려 연꽃을 정문에서 만개시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것이 그의 목적이었다. 그 자신의 신성이 담긴 연꽃을 지저분하고 혼란스러운 속세의 삶과 자신의 불완전한 생체에서 끌어내는 것이었다. 그는 존재의 깊은 어둠 속으로 풍덩 뛰어들어 가없는 무의식의 정신을 초월하고 마침내 샘물의 밑바닥에 당도한 다음, 존재의 중심인 본질을 끌어올려야만 했다. 잠재 의식의 저 깊은 곳에서 사부님이 오래 전에 말씀하시던 그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완벽한 인간의 가슴은 순수하다. 그가 늪 속에 빠진다 해도 더렵혀지지 않는다. 벼락이 떨어져 산이 무너진다 해도, 4대양에 폭풍이 휘몰아친다 해도, 그는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는 구름 속을 날아다니고 태양과 달 위에서 유영하고 이 세상을 초월한다. 생과 사는 세상에 대한 그의 일체감을 단절시킬 수 없다. 그의 가슴은 이 모든 것과 함께 하지만, 그는 그것들의 일부는 아니다.>

마지막으로 가물거리는 의식이 밝은 빛 속으로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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