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리의 끝없는 이야기
Nicholson Baker
노리가 좋아하는 것들
엘리너 윈즐로는 곧은 갈색 머리에 갈색 눈을 가진 아홉 살짜리 미국 소녀이다. 나이를 한 살씩 먹으면서 엘리너는 치과의사나 종이 재단사가 되고 싶어 했다. 종이 재단사는 펼치는 순간 그림이 튀어나오는 입체 책과 입체 축하카드를 디자인하는 예술가이다. 그런 책과 카드들은 사람들의 삶을 더욱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이기 때문에 상점에서 반드시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리라고 불리는 그 소녀는 요즘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데, 위로 틀어 올린 머리 위에 작은 모자를 쓰거나 핀으로 머리카락을 옆으로 고정시키고 너덜너덜 옷을 입은 중국 소녀들 그림을 그린다. 가족과 함께 거대한 옛날 저택을 구경하기 위해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노리는 차 안에서 항상 여러 가지 이야기를 스스로에게 들려주었다. 또한 노리는 욕조 안에서나 거울을 보면서도 자신에게 그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때때로 노리는 친구들과 함께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했는데, 물론 그것은 거의 전적으로 그가 어떤 친구냐에 달려 있었다.
노리가 좋아한 일들 중에 또 한 가지는 인형들을 새롭게 디자인하는 일이었다. 노리는 사람들이 그 인형을 살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럴 수가 없고, 어쩌면 앞으로도 그런 일은 결코 없을 인형들이었다.
예를 들어 노리는 리에나라는 이름의 인형을 그렸다. 리에나는 곧은 머리카락을 옆으로 빗어넘겼고 옷은 소매가 불룩했다. 리에나는 십 대 소녀처럼 얼굴이 넙적하지도 않고, 머리통이 둥글고 크거나 키가 땅딸막하지 않았다.
리에나는 마분지로 만든 손과 손목을 구부려 아주 작은 계란을 집을 수도 있었다. 만약 리에나가 정말 그렇게 했다며 계란들은 하나하나 진짜 부서지는 소리를 냈을 것이다. 사람들은 리에나가 계란을 냄비에 넣는 것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잠시 후 계란은 저절로 깨지게 되는데, 그것을 사람들이 계란에 충격을 가하거나 부딪치게 되면 계란 속이 팽창하는 어떤 특별한 물질로 가득 차게 되기 때문이다. 조금 전 계란이었던, 반으로 접힌 고무 같은 그 물질은 냄비 속에서 어쩌면 노른자가 위쪽으로 간 상태로 익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사람들은 차선책으로, 스크램블을 만들거나 오믈렛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리에나에게는 스푼과 포크 무늬가 들어 있는 앞치마가 있었다. 슬프게도 리에나는 그림에서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노리는 나이에 비해 키가 컸다. 특히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두 살짜리 남동생이 함께 이사온 영국의 스렐 시에서는 더더욱 큰 편이었다. 노리의 새로운 학교인 스렐 주니어 스쿨에는 여자아이들이 아주 많이 있었다. 노리는 좋은 친구를 만날 수 있게 되기를 소망했다.
중요한 건물
스렐 성당은 어느 모로 보나 그 도시에서 가장 큰 건물이었다. 그것을 꼭대기에 탑이 있는, 비행기가 그렇듯 무척 가까워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멀리 있는 낡은 성당이었다.
성당 내부는, 누군가가 부주의한 실수를 저지른 것처럼 보이는 전선과 플러그, 무척 희미해 보이는 기둥들 위의 스피커와 같은 현대적인 물건들을 빼고는 그 겉모습만큼이나 아름다웠다. 또한 너무도 어두운 검은색이기 때문에 정확히 두려움을 주지는 않지만 긴장하게 만드는 것이 틀림없는 일종의 검고 붉은 색의 돌을 조각한 커다란 묘비들도 있었다. 그리고 물론 별 속이나 바닥 속 여기저기에는 시체들이 묻혀 있었는데, 그것들 중 일부는 미라가 되어 있을 수도 있었다.
화려한 생활을 마다하고 수녀가 되어 가장 거친 옷들만 입고 지내다, 추운 겨울날 교회를 습격한 사나운 개들에게 물어 뜯겨 끔찍한 죽임을 당한, 길고 검은 머리칼의 무척 사랑스런 젊은 공주였던 유명한 성 루피나는 특별한 예배당에 안치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그녀의 한쪽 팔만 보관되어 있었다. 누군가가 개들로부터 그 팔을 구해냈던 것이다. 모든 사람들이, 친절하고 몸을 치료하는 능력을 가진 그녀를 사랑했다.
공주의 예배당 근처에는 탱크와 전함과 폭격기들이 그려진 무척 길고 얇은 창문이 있었다. 전쟁 그림들은 유명한, 성스러운 성당내의 스테인드 글라스의 주제로는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스테인드 글라스를 장식한 그것들은 어쩌면 가장 아름다운 탱크와 전함들이었다. 캐터필러는 작은 초록색과 파란색의 유리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창문은 전쟁에서 죽은 스렐 시의 몇몇 사람들을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성당의 석재 바닥 위쪽의 탑 높은 곳에는 벽옥 장식이 있었다. 그것은 두 개의 십자가가 만나는 곳 바로 위에 있는 돔 형태로 된 일종의 스테인드글라스였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죽었기 때문에 성당은 항상 십자가 형태의 배열을 보인다.
노리는 때로 궁금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예수님이 죽은 그 끔찍한 방식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거지? 예를 들어, 왜 하나님(God)을 의미하는 G자형의, 다시 말해, 소원을 비는 우물과, 아픈 사람을 위한 차를 만들 수 있는 약초들이 자라는 안쪽 뜰을 갖춘 정방형의 G자형 성당이 있어서는 안 되는 거지?'
벽옥 장식에는 작은 원-실제로 그것은 무천 큰 원이었지만 멀리 아래에서 올려다볼 때에는 작았다.-으로 이루어진 수천 개의 초록색 빛을 성당 바닥에 부드러운 초록색 꽃무늬 형태로 비췄다.
성당 안에는 일련의 검정색 의자들이 있었는데, 그것들은 당신이 의자에 앉아 그 초록색 빛이 몸 위로 떨어지는 순간 마치 하나님의 생각을 생각할 수도 있을 것만 같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물론 당신은 정말로 하나님의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이 당신을 생각하기를 바라는 생각은 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하나님을 믿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들이 하나님에 대해 하는 생각이나 그들이 하나님이 생각하기를 바란다고 생각하는 것을 생각할 수는 있을 것이다. 최소한 당신은 어떤 식으로든 그 성당의 생각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을 그렇게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무척 가치 있는 일일 것이다.
딱정벌레 이야기
스렐 성당의 주인인 성공회 주교와 수석 자제들은 벽옥 장식의 모든 유리들을 깨끗하게 하고, 그것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수백만 달러 혹은 파운드를 쓴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게 하는 동안 그들은 임종을 알리는 것으로 믿어지는 딱정벌레들이 벽옥 장식을 석재 기둥의 윗부분에 고정시켜 주는 나무로 된 들보는 물론이고 끝쪽을 덮고 있는 납덩이까지 갉아먹은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그들은 나무 일부를 교체하긴 했지만 전부를 바꾸지는 않았다.
임종을 알리는 딱정벌레는, 옛날에 어떤 사람이 무척 아플 때 가족 중 누군가가 그 벌레가 작은 머리를 집의 나무에 부딪치는 소족 중 누군가가 그 벌레가 작은 머리를 집의 나무에 부딪치는 소리--쉭, 쉭, 쉭--를 듣게 되면 그 아픈 사람이 곧 죽게 된다는 의미였기 때문에 그렇게('death watch' beetle) 불렀다.
치과의사가 되고자 했던 노리는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그것은 다음과 같았다: '딱정벌레들의 이빨은 놀랍게도 납덩이를 갉아먹을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한 게 틀림없어. 그 이빨들은 보통 때는 숨겨져 있다가 딱정벌레들이 입을 벌리면 드러나는 게 틀림없어. 악어는 일생 동안 이빨이 스물네 번 자라고, 그 이빨들은 음식을 먹지 않고도 이년 동안 기능을 할 수 있다니까.'
하지만 노리는 임종을 알리는 딱정벌레가 한 벌 이상의 이빨을 갖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노리는 생각했다. '몇 세대에 걸쳐 갉아먹어 온, 낡고 무시무시한 나무 속에서 충분한 먹을 것을 찾기란 무척 힘들었을 게 틀림없어. 그 이빨들은 완전히 물렁뼈처럼 되었을 거야.'
성당 근처에는 매우 맛있는 초콜릿 케이크를 파는 아주 훌륭한 찻집이 있었다. 그곳의 케이크는 거품을 낸 크림이 든 작은 컵과 함께 나왔다.
노리는 엄마, 아빠가 구입한, 스렐 성당에 관한 안내 책자 중 하나에 나오는 어떤 그림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 그림은 안쪽에 강력한 살충제를 뿌리기 위해 벽옥 장식 아래의 낡은 나무조각 속에다 금속 튜브를 밀어넣고 있는, 마스크를 쓴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노리는, 한 딱정벌레가 독성이 강한 살충제가 뿌려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는 식구들을 데리고, 구충 작업을 하는 남자가 사다리 위에 버린 캔디 포장지로 작은 낙하산을 만들어, 두려움에 더듬이를 웅크린 채로 몸을 흔들며 성당 내부의 차갑고 텅 빈 공기 속에서 낙하를 해서 마침내 눈이 맑고 머리칼이 검은 마리아나라는 이름의 여자아이가 서 있는 초록색 빛이 비치고 있는 차가운 바닥 위의 거대한 석판 위에 착륙하는 딱정벌레 가족에 대한 얘기를 지어내야만 했다.
마리아나는 하나님이 그녀가 생각하기를 바라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기 위해 눈을 감은 채로 앉아 있었다. 마리아나는 그 빛이 자신의 발에서 얼마나 가까운지를 보려고 눈을 떴는데, 그건 그 빛이 발에 닿는 순간 신성한 성스러움을 느끼기 시작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성스러움이 좀 더 빨리 그곳을 이르도록 자신의 발을 그 빛 가까이로 가져가는 순간 마리아나는 자신이 뭔가 발견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그녀는 뭔가를 발견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껌 종이를 조심스럽게 접고 있는 네 마리의 작은 벌레였다. "어머, 너희들은 누구니?" 마리아나는 몸을 굽혀 그것들이 그녀의 손바닥 위로 뛰어오를 수 있게 하며 물었다.
"우리는 임종을 알리는 딱정벌레들이야." 하고 벌레들 중 하나가 말했다. "나쁜 사람이 우리나라에 끔찍한 독을 뿌려대고 있어."
"오, 그는 나쁜 사람이 아냐, 정말이야. 그는 벽옥 장식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려는 것뿐이야. 너희들이 그 나무를 먹어치우면 그것은 점점 더 약해져서 마침내는 모든 것이 부스러기가 되어 떨어지게 되는 거야. 너희들 역시 성당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지는 않지, 그렇지?" 하고 마리아나는 말했다.
"글쎄, 만약 그들이 문제가 무엇인지 설명을 하고, 우리가 옮겨가 살 수 있는 다른 나무 조각을 줬다면, 우리는 그 나무에서 떠났을 거야. 이 어린 게리를 봐, 그는 납을 먹어서 병이 났어." 하고 딱정벌레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실제로 마리아나는 어린 게리가 누워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는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 게리는 무척이나 창백했고, 거의 죽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마리아나는 딱정벌레 네 마리를 살며시 연필통에 넣은 후 숲으로 갔다. 그녀는 쓰러져 있는, 매우 특별한 나무가 있는 곳을 알고 있었다. 그 나무의 홈에는 빗물이 웅덩이처럼 고여 있었다. 마리아나는 부드러운 노래를 부르며 가는 동안 꽃을 한 송이 따서 뭉갠 뒤 물에 뿌렸다. 그것은 모든 납중독을 치유할 수 있는 특별한 꽃으로 몬테주마꽃이라 불렸는데, 아주 덥거나 무척 추운 곳에서도 자랄 수 있는 위대한 생존력을 가진 꽃이었다. 그런 다음 그녀는 연필통을 열었다. 건강한 세 마리 딱정벌레들은 병이 난 게리를 밖으로 옮겼다.
"그를 물속에서 씻겨. 약이 도움이 될 거야." 하고 마리아나가 부드럽게 말했다. 마리아나는 짙은 갈색 머리에 키가 큰 여자아이였다.
처음에 딱정벌레들은 망설이며 더듬이를 물에 대는 등 시험을 해보았다. 그런 다음 딱정벌레들은 점차 겁이 없어지며 게를 머리가 아닌 꼬리부터 살며시 넣었고, 결국에는 들 모두가 하나씩 들어가 만족스러운 듯 물을 튕겼다. 그들은 벽옥 장식의 낡은 노르만식 들보 속에서 몸을 웅크린 채로 오랜 세월을 살아왔고, 그래서 빗물이 그토록 깨끗하고 순수할 수 있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딱정벌레들은 너무도 기뻤다. 게리는 물 속에 앉아 기분이 훨씬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런 다음 그들 넷은 몸을 말릴 수 있는 햇볕이 비치는 곳을 찾아냈고, 몸이 말라 다시 따뜻해지자 손을 저어 작별인사를 한 후 커다란 나무 둥치 속에 미로를 파기 시작했다.
"아주 멋진 켜를 가진 나무야!" 하고 그들은 말했다. "온통 고리들로 이루어져 있어! 우리가 이 거대한 나라를 다 갉아먹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거야! 당신이 우리를 이곳에 데려왔다는 얘기는 아무한테도 하지 말아요."
"그럴게." 하고 마리아나는 웃으며 말했다. "행운이 있기를!"
"고마워요, 마리아나." 하고 말하며 딱정벌레들은 마지막으로 행복에 차손을 흔들었다. "잘 가요! 잘 가요! 잘 가요!"
이것이 노리가 딱정벌레들에 대해 지어낸 이야기이다. 실제로 노리는 딱정벌레라곤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스렐에는 몇몇 이상한 존재들이 있는 게 틀림없었다. 그중 최악의 것은 노리와 리틀가이가 욕조에서 거품을 이용해 카푸치노를 만들어 파는 가게를 꾸미고 있을 때 어머니가 샤워 커튼 속에서 발견한 커다란 거미였다.
노리의 어머니는 갑자기 잡지를 쥐고 벌떡 얼어나 서둘러 아이들을 내보낸 후 노리의 아버지를 불렀다.
"무슨 일이에요?" 너무 빨리 욕실에서 내몰리느라 아무것도 보지 못한 노리가 물었다.
"보지 마. 아주 역겨운 앵글로색슨 벌레야. 아주 커." 하고 노리의 아버지가 말했다.
"나는 역겹거나 하지 않을 거예요." 하고 노리가 말했다. "약속해요, 그러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안쪽을 들여다보았고, 그 즉시 징그럽고 혐오스러운 모습에 질겁을 하고 비명을 지르며 어머니를 껴안았다.
"엄마, 끔찍해요!" 그것은 노리가 본 것 중에서 가장 비열하게 보이는 털이 난 다리가 달린, 검정색 게처럼 커다란 거미였다. 그 다리는 털이 덮인 아빠의 무척이나 우아한 긴 다리와는 전혀 다른, 추하고, 무섭게 느껴지는 다리였다. 평소에 노리는 곤충이라면 뭐든지 심지어는 집게벌레까지 좋아했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무당벌레를 좋아했다. 그리고 노리는 뭐든 죽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것이 박애주의의 중요한 원칙이기 때문이었다. 만약 커다란 화장지가 머리 위로 떨어져 당신의 생명을 앗아간다면 어떻게 그것을 좋아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 특별한 거미는 너무 끔찍한, 턱이 덮인 다리를 갖고 있었고, 그래서 노리에게서 어떤 연민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노리의 아버지가 밖으로 나왔다.
"죽었나요?" 하고 식구들 모두가 물었다.
아버지는, 그래, 죽었어, 하고 말했다.
"잘 됐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약간 슬퍼졌고, 비명을 질렀던 것이 창피하기도 했지만, 노리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어떻게 한 거예요?" 하고 말했다.
"변기 속으로 흘려보냈어. 더 나쁜 것은 앞으로 항상 거미가 있나 없나 화장지를 펼쳐 검사를 해봐야 할 것 같다는 거야." 하고 노리의 아버지가 말했다.
그것이 스렐에서 노리의 가족이 경험한 첫 번째 모험이었다. 노리는 이틀 밤 동안 잠을 잘 못 잤지만 곧 극복할 수 있었다. 단 한 가지 문제는 이제 한밤중에 욕실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노리는 때로 그 없애버린 커다란 검정색 거미의 사촌이 변기 아래 숨어 있지 않나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그 걱정 또한 이겨낼 수 있었다. 변기는 나무로 만든 것이었다. 집주인 여자 말로는 대저택의 경매에서 오 파운드를 주고 샀으며, 튜나파츠 공작인가 누군가가 평생을 매일 같이 그 위에 앉아 있었다는데, 그 이야기는 그것을 좋아하는 데 별로 도움을 주지 못했다.
리틀가이는 올빼미가 무서워
노리는 스렐 주니어 스쿨의 주간 반이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중간 크기의 펜촉이 달린 만년필과, 잉크 지우개라고 부리는 두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는 도구를 사용했다. 그리고 글씨를 완전히 지울 수도 있는 파란색 잉크를 썼다. 잉크가 마른 지 삼 주가 되었다 해도 잉크 지우개는 여전히 잉크를 지울 수 있었다.
스렐 스쿨은 친절해 보이는 어떤 사람에 의해 설립되었는데, 모피 칼라가 달린 옷을 입은 그의 초상화는 식당으로 올라가는 계단 위에 걸려 있었다. 노리의 반 여자아이인 파멜라 셰이버즈는 그가 헨리 8세 이전에 살았기 때문에 프라이어 로우런드(역주--로우런드 이전의, 라는 뜻)라고 불렸다고 말했다.
좀 더 나이 많은 다른 아이는 그 식당이 수도사들의 소들을 위한 헛간으로 쓰였다고 말했지만, 노리는 수도사들이 왜 하루에 두 번씩 소들을 계단 아래위로 끌고 다녔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런데 노리의 어머니가 사람들이 소들을 바다를 통해 옮길 때 배를 이층으로 지었다는 설명을 해주었다.
지금도 때로 그 주변에서는 헛간 냄새가 약간 났다. 나무들 중에는 뗏목 같은 비비 꼬인 들보가 있었는데, 노리는 임종을 알리는 딱정벌레는 볼 수 없었다. 물론 점심 시간에 아이들이 매우 시끄럽게 떠들어 노리가 그것들이 머리를 부딪치는 소리를 들을 가능성도 없었다.
프라이어 로우런드는 약 이천 년 저인, 혹은 노리의 남동생이 늘 말하는 것처럼 '오늘 아침 일찍' 성 루피나를 기념하기 위해 학교를 설립했다. 노리의 남동생의 이름은 실제로는 프랭크 우드 윈즐로였지만 가족들은 리틀가이라고 불렀다. 리틀가이에게 있어 '오래전'과 '오늘 아침 일찍'은 거의 같은 것을 의미했다. 그의 머릿속이 아직 기본적으로 진창 주위를 왔다 갔다 하는 땅 파는 기계와 덤프 트럭들로 가득한 건축 현장과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리틀가이에게는 자신의 생각의 진짜 줄거리를 말하는 것이 몹시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나 그는 '건축 현장'과 '견인차', '연결기', '평면 교차', '백 톤짜리 덤프트럭', '연결식 덤프트럭', '굴착용 드릴러'를 말할 줄 알았다. 왜냐하면 리틀가이는 그런 종류의 것들을 아주 좋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로 그는 포크와 양초 같은 아주 단순한 물건을 들고는 "이걸 어떻게 부르는지 잊어버렸어요. 하고 말하곤 했다. 그리고 리틀가이는 아직도 베개를 에게라고 불렀다.
하지만 노리는 그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했다. 사람은 일생 동안 어떻게 하나의 생각과 다른 한의 생각 사이의 차이를 이끌어내고, 그것들을 한데 뒤섞어버리는 대신 구분하는지에 더 많은 것들을 배우며 보내야 하니까. 가령, 당신이 누군가를 기념하기 위해, 이를테면 성 루피나를 기념하기 위해 뭔가를 한다고 말할 경우 당신은, 사람들이 반의 모든 아이들의 이름을 단숨에 얘기할 수 있는 것과 같은, 그들이 갖고 있을 수도 있는 멋진 기억을 기념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 이유는 그들은 이미 죽어 사람들은 그들에 대해 어떤 기억도 갖고 있지 않은 탓이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이 기념하는 소풍 치킨 샌드위치, 그리고 오리에게 먹이 주기와 같은 멋진 행복한 기억을 사람들이 작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도 않는다. 사람들이 그 일 대신 다른 것을 멋지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누군가의 머리 속의 멋진 기억을 미라처럼 만들 수는 없다—어떤 마법의 약초도 그렇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행동은 기념되고 있는 그 사람에 대한 다른 특정한 사람의 기억을 기념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누군가를 기념하는 사람이 그 누군가를 만나본 적도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성 루피나의 경우처럼. 단지 당신은 그 사람이 한때 자신의 삶을 살았다는 기본적인 생각을 기념하는 것이며, 세상 사람들이 그녀를 잊지 않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를 기억하는 모든 사람들 역시 틀림없이 죽게 될 것이다. 따라서 당신은 처음부터 계속해서 사람들을 다음과 같이 설득해야 할 것이다--"이 사람을 기억해요, 이 사람을 기억해요, 이 사람을 기억해요."라고. 그것은 쉽지는 않지만 만족스런 일일 수도 있다.
리틀가이는 노리가 책을 읽어주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노리는 몇몇 책들에 대해서는 조심을 해야 했다. 리틀가이는 거미는 그다지 무서워하지 않았지만 올빼미의 경우에는 전혀 달랐다! 리틀가이에게 있어 악몽은 부스럭거리며, 커다란 노려보는 듯한 눈을 깜빡이는 올빼미들로 가득찬 것이었다.
노리의 집에서는 아무도 '올빼미'라고 말을 할 수 없었다. 식구들은 그것을 한 자 한 자 말해야 했다. 리틀가이에게 '시골의 소란스런 책'과 같은 것을 읽어주다가 밤에 한 나무에 앉아 있는 올--빼--미가 나오는 페이지에 이르게 되면 노리는 서둘러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야 했다. 노리는 손으로 올빼미를 가리려 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리틀가이는 그 손바닥 아래 올빼미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때로 리틀가이는 용감해지려고 노력했다. "나는 올빼미를 무척 좋아해." 그는 말하곤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올빼미는 싫어."
한번은 노리의 어머니가 리틀가이가 밤늦게 작업실에서 붉은색 매직펜으로 무섭게 보이는 올빼미의 노란눈을 칠하려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리틀가이는 잠이 들기 전 뒤적였던 '겁쟁이 위니'라는 잡지에서 올빼미를 보게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노리에게 두 마리의 나쁜 올빼미들이 커튼 뒤에서 그의 창문 안을 들여다보려 한다는 얘기를 한 적도 있었다. 리틀가이가 겁에 질린 심각한 표정으로 하는 이야기를 들은 노리는 목덜미와 등골이 무서움으로 오싹하는 것을 느꼈다.
노리는 밤에 뭔가가 밖에서 기다리며 텅 빈 검정색 유리창 사이로 노려보고 있다는 생각이 특히 마음에 걸렸다. 노리가 자신의 삶에서 기억하는 최초의, 혹은 초기의 몇 가지 기억들 중 하나는 긴 복도를 달려가다가 창문에서 멈춰 선 것이었다. 그런데 그때 꽝하는 소리가 났다. 노리는 창문 반대쪽에서 눈을 찌푸린 얼굴을 한 트위티 괴물의 추한 모습을 모았다고 생각했고, "어어, 엄마!" 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 트위티 괴물은 단지 "실베스터와 트위티"라는 만화 영화 테이프 속에 나오는 트위티 새가 괴물로 분장한 것이었을 뿐이다. 트위티는 특별한 독을 마신 후 괴물로 변했다. 대수롭지 않은 만화를 무서워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무서웠고, 노리가 창문에서 비명을 지르며 달려갔을 때 노리의 어머니는 다정하게 "그래, 그래, 하지만 그건 그림일 뿐이야. 밖에 트위티 괴물 같은 것은 없어, 다른 어떤 나쁜 것도 없어, 그냥 부드러운 밤과 추위를 피하기 위해 몸을 웅크린 다람쥐와 쓰레기 더미를 즐겁게 뒤지고 있는 너구리가 있을 뿐이야. 모든 게 괜찮아." 하고 말했다.
노리의 어머니의 눈은 무척이나 깊고 따스하고 멋지고 상냥했다. 구체적으로 말해 파란색이었다. 때로 리틀가이는 올빼미 두 마리 대신 쓰레기 하치장에서 온, 밝은 라이트를 켠 채로 거실을 이리저리 질주하는 커다란 타이어가 달린 아주 낡은 트럭 두 대가 등장하는 악몽을 꿨다. 그렇지만 실제로 리틀가이는 열차를 빼면 트럭을 다른 어떤 것보다도 좋아했다. 리틀가이는 읽을 책이 한 권도 없이 변기 위에 앉아 있는 악몽을 꿨다고 얘기한 적도 있었다.
그것이 노리가 악몽에 대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중의 하나였다. 악몽은 트럭이나 거울이나 엄마, 혹은 욕실에서 혼자 앉아 있는 것과 같은, 우리가 사랑하는 뭔가를 빼앗아가고 겁에 질리게 한다. 만약 도서관이 있다면, 노리는 아동 서적 코너에 '구스범프' 책 같은 것은 두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 책들은 무시무시한 내용은 그만두고라도, 표지들만으로도 너무 무서웠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이들은 때로 그날 밤 늦게서야 자신이 얼마나 놀랐는지를 깨닫게 되는 수도 있었다.
노리가 정말로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마귀 인형의 그림이 실린 책이 있었다. 왜 그것을 그토록 끔찍할 정도로 무섭게 만들어 그것에 대해 생각할 수도, 믿을 수도 업게 함으로써 인형과 같은 뭔가 좋은 것에 대한 감정을 망치게 하는 걸까? 인형들은 우리에게 해가 도는 어떤 일도 하지 않을 것이다. 인형들은 한밤중에도 우리의 방에서 우리와 함께 있다고 믿어야 한다. 구스범프 책들은 아이들을, 그들이 원하는 혹은 기대하는 것 이상으로 무섭게 했다. 자신의 꿈만으로도 머리가 오싹해지는 아이들에게 그런 것은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노리의 사촌인 앤소니와 그녀의 친구인 데비는 구스범프 책을 좋아했고, 그 이상의 즐거운 일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러니 모두가 똑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었다.
노리는 이빨에 관한 꿈을 꾸는 것을 특히 싫어했다. 강가의 갈대밭에서, 바람에 깃털이 날리며,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는 한 아름답고 우아한 보풀이 있는 목을 가진 오리를 예로 들어보자. 꿈속에서 노리가 가까이 다가가 인사를 하며 빵을 주기 위해 손을 내밀자, 오리는 갑자기 부리를 젖히며 커다란 송곳니가 있는 이빨을 드러냈다. 아니면 뾰족한 이빨과 하얀 테두리가 있는 휘둥그래진 눈을 가진 말 한 마리가 노리를 뒤쫓곤 했다. 아니면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암소들이. 하지만 그러한 꿈들은 대체로 오래 전에 꾼 것들로 적응이 된 것들이었다.
노리가 꾼 또 다른 동화 같은 오래된 꿈은, 그녀의 팔을 자르려고 드는 어떤 여왕에게 쫓겨 여러 가지 색의 다양한 그늘 속으로 도망치는 내용이었다. 노리는 피해 다녔지만, 여왕은 남자들 몇 명과 함께 요란한 소리를 내며 다가왔고, 노리는 도망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노리는 그들과 타협을 했다. 노리는 여왕에게 "좋아요, 좋아요, 내 팔을 자르는 대신 내 머리를 자르는 게 어때요." 하고 말했다. 노리는 그런 식으로 고통을 피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여왕은 "좋아!" 하고 말했다. 휙, 하고 도끼날이 원을 그렸다. 머리에 종이봉투를 뒤집어쓸 필요도 없었다.
그 꿈의 교훈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팔이 없는 채로 고통을 당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죽는 것이 낫다. 하지만 그후 노리는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그 안에 담긴 교훈이 완벽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그다지 놀라운 사실은 아니었다. 훌륭한 교훈을 얻는 것으로 끝나기를 바라는 것은 꿈에서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당신은 발가락으로 카드 놀이를 하는 것과 같은, 팔이 없이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일을 배울 수도 잇다. 물론 당신은 치과의사가 그의 발가락 사이에 연장을 들고 당신의 이빨을 치료하려고 한다면 잠시 망설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일이 세상에서 엄청나게 성공적인 일이 될 수는 없겠지만.
점심 식사 후에 일어난 일
최소한 노리는 악몽을 꾸었을 때, 부모님의 방으로가 살며시 부모님을 깨워 그녀를 달래 다시 방으로 데려다 주도록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그런 해운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스렐 스쿨의 몇몇 아이들은 낮과 밤 내내, 일주일 내내 그곳에 있었다.
로저 샤프리스는 첫주에 있은 성당 미사 첫날 울음을 터트린, 형사처럼 지적인 얼굴을 한 키가 아주 작은 소년이었다.
"왜 울어?" 하고 노리가 작은 소리로 물었다.
"가끔 나는 잔에 울어." 하고 로저 샤프리스가 속삭이는 말로 대답했다.
성당 미사가 끝난 후 주니어 스쿨 건물로 걸어갈 때, 샤프리스는 부모님이 몹시 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자기 방 침대 위의 작고 하얀 베개를 보면 옛날 방 생각이 나 울게 된다고 했다. 잘 알고 있던 모든 것, 가령 양탄자와 창문과 부모님과 집 앞의 진입로와 거리의 표정 등으로부터 멀어지는 것은 아홉 살 난 아이에게 대단한 충격일 수도 있다. 또한 그는 평생 잊지 못할 거라고 말하며 언젠가 시험에서 어떤 문장을 잘못 쓴 일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것은, '그리스인들은 왁스 위에 마크를 함으로써 글을 썼다'라는 문장이었다. 노리는 그런 얘기를 해주는 그가 친절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노리 역시 그 일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다음날 노리는 별로 좋지 않은 경험을 했다. 노리는 식당에서 신선한 음식으로 가득한 접시를 떨어뜨렸다. 새로운 친구 중 하나인 키라가 "걱정하지 마, 다른 누군가가 치울 거야." 하고 말했다. 하지만 노리는 바닥에 음식물을 그대로 두고 가는 것은 옳지 못한 일로 느껴졌다. 껍질째 삶은 감자는 보기 흉한 모습으로 뭉개져 있었다. 좀더 나이든 어떤 여자아이가 몸을 숙여 노리를 도왔고, 마침내 한 아주머니가 걸레를 갖고 왔다. 하지만 이미 노리와 같은 반 아이들은 모두 딴 데로 가 즐겁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좀더 나이 든 소년들 한 무리가 들어왔기 때문에 줄이 무척 길어졌다. 노리는 끼여들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끝으로 가 다시 기다렸다. 줄은 너무 길어 계단 아래로 몇 발자국 내려가야 했는데, 그로 인해 노리는 프라이어 로우런드의 모피 칼라를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마침내 노리는 새로 음식을 담은 접시를 가지고, 모르는 아이들 틈에 앉았다. 같은 반 아이들은 벌써 하나둘씩 주니어 스쿨 건물로 돌아가고 있었다. 노리는 접시를 내려다볼 때를 빼고는 계속해서 그들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노리는 '하지만 그 애는 아직 저기에 있어, 그러니 괜찮아'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여자아이가 나간 후면, '괜찮아, 아직 저기 한 명이 남아 있는걸. 아이들이 다 돌아갔어도 나는 저 아이와 함께 나갈 수 있을 거야.' 하고 생각했다. 문제는 주니어 스쿨이 식당에서 두 블록이나 떨어져 있고, 노리는 방향 감각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부족해, 혼자서는 찾아갈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노래는 재빨리 식사를 끝낸 후 식당 문을 박차고 나가 같은 반 여자아이가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그 여자아이의 이름은 도레트였다. 도레트는 "미안해, 하는 다른 친구랑 함께 가기로 했거든." 하고 말했다.
노리는 "아니야, 괜찮아." 하고 말했다. 다른 여자아이가 다가왔다. 개학 첫날 노리에게 '고무 청소기'에서 나는 듯한 발음을 한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여자아이였다. 노리는 조금 뒤에 서서 그들을 따라 그 건물을 돌아 낡은 대문이 있는 곳까지 왔다.
도레트는 고개를 돌리며 "저리 가. 왜 우리를 따라오는 거지?" 하고 말했다.
"집에 가는 길을 몰라서야." 하고 노리가 말했다.
"집이라고? 집이라니?" 하고 여자아이들이 말했다.
"내 말은, 우리 반으로 돌아가는 길 말이야." 하고 노리가 설명했다.
"거짓말 하지 마, 너는 길을 알고 있어. 네가 앞장을 서, 그러면 우리가 따라갈게.' 하고 두 여자아이가 말했다.
그래서 노리는 올바른 방향이 어딘지 확실치 않은 상태에서 그들의 앞장을 서서 천천히 걸어갔다. 낯선 언덕 위로 길 하나가 있었다. 교차로는 보이지 않았다. 노리는 고개를 돌렸는데 그 여자아이들이 보이지 않았다. 노리는 혼란스러웠고 두려웠다. 그런데 그때 여자아이 둘이 붉은 열매가 달린 덤불 뒤에서 불쑥 나오며 웃어댔다.
노리는 다시 그들 뒤를 따르기 시작했고, 그들은 노리에게 꺼지라고 했다. 다행히도 그 순간 선생님 한 분이 그들이 막 지나치던 건물에서 나왔다. 두 여자아이는 무척 공손하게 "안녕하세요, 선생님." 하고 말했다. 그들은 선생님과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노리는 선생님한테 자기가 길을 몰라 그 애들 뒤를 따라왔다는 얘를 해서 곤란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그들은 그렇게 하지는 않았다. 노리는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덤불 사이를 지나 그들을 몰래 따라갈 수 있었다.
그 운동장에서 다른 한 여자아이가 "하하, 너는 꼴찌로 갔지, 너는 뒤에 처졌지." 하고 말했다.
노리는 그 여자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하고 물었다.
"접시를 떨어뜨린 벌로 말야." 하고 여자아이가 말했다.
노리는 "그렇지 않아. 끼여드는 일은 잘못이기 때문에 맨 끝으로 간 거야. 그리고 나는 미국에서 왔어. 미국에서는 꼴찌로 간다는 말을 쓰지 않아. 미국에서는 쓰레기통이라고 하지 않고 휴지통이라고 해. 우리는 색연필을 크레용이라고 하지 않아, 알겠니?"
그 여자아이는 풀을 뜯어먹는 토끼같이 입을 씰룩거리더니 딴 데로 가버렸다.
그날 역사 시간에 선생님은 십자군에 대해 말씀하시던 중 갑자기 몹시 이상한, 카우보이 발음으로 "그리고 그들은 엄청나게 활을 쏘아대며, 소리를 악악 지르며, 약탈을 하며 안으로 들어갔지." 하고 말했다. 그런 다음 그는 노리에게 "미안하다. 먼저 네 허락을 받았어야 하는 건데. 미국인들이 말하는 방식을 놀려도 되겠니?" 하고 말했다.
노리는 "미국인들이 그렇게 말한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렇게 하도록 하세요." 하고 말했다.
선생님은 "고맙구나. 그리고 나는 네가 원한다면 우리를 라이미(역주—미국인들이 경멸하는 투로 영국인들을 일컫는 말)라고 부르는 것을 허락하겠다." 하고 말했다.
"감사합니다." 하고 노리는 말했다. "하지만 왜 제가 그렇게 부르길 원한다고 생각하시죠?"
"미국에서는 다를 우리를 그렇게 부르니까, 그렇지 않니?" 하고 선생님이 말했다.
"모르겠어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하고 노리가 말했다. "라이미가 뭐죠?"
"아, 그런 이빨이 떨어져나가지 않도록, 오랜 항해 중에 배 위에서 라임 열매를 먹던 옛날 선원들을 말하지." 하고 블리드레너 선생님은 말했다.
플루어라이드 조심할 것
역사 외에도 I. T. 라는 과목이 있었는데 그것은 정보 기술 Information Technology의 약자로, 그 시간에는 아콘 컴퓨터의 키들 위에 적힌 중간 열의 문자들을 배웠다. 그리고 불어와 지리학, 음악, 네트볼(역주--한 팀 7명이 하는 농구 비슷한 경기)과 하키, 그 외에 다른 수업들도 있었다.
스렐 스쿨에는 선생님이 무척 많았다. 주니어 스쿨의 교장 선생님 역시 고전이라고 불리는 과목을 가르쳤다. 교장 선생님은 깊고 풍부한 목소리로 폐허가 된 도시의 별 아래 웅덩이에 고인 흙탕물에 섞인 트로이인들의 선혈에 관한 내용을 읽는 것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후에 그것은 헤라클레스에 관한 얘기라는 것이 밝혀졌다. 아니, 정확하게 헤라클레스는 아니었지만, 그리고 헥토르 또한 아니었지만, 헤라클레스 비슷한 이름을 가진 누군가가 그를 잡을 때 쥔 발목을 제외하고는 온몸이 마법의 물에 적셔졌던 것이다.
며칠 수 교장 선생님은 학생들이 일주일에 한 번 성당에 가는 것 외에 모두가 한꺼번에 모이는 헨돌 홀에서 학생들에게 너무 배가 고파 유화 물감을 먹은 화가에 대해 말씀해 주셨다. 그 화가는 자신을 믿지 않았으며, 물감 속에는 납이 들어 있었고, 그것은 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쳤다. 곧 그는 끔찍하게도 자신의 가슴을 총으로 쏘았다. 지금 그의 그림들은 수백만 달러가 나가게 되었다.
노리는 아이들이, 납이 달콤하기 때문에 먹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아이들이 치약을 먹는 이유 또한 마찬가지이다. 칫솔에는 콩 크기의 치약만을 짜야 하지만 많은 아이들이 그 이상을 짠다. 노리는 사람들이 알맞은 양을 짤 때는 초록색이지만 그 이상을 짜면 붉은색 치약이 나오는 튜브를 만들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초록색과 붉은색이 나는 치약. 만약 너무 많은 치약을 먹으면 그 안에 있는 플루어라이드가 이빨을 회색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주니어 스쿨에는 치아가 몹시 좋지 않거나, 혹은 어떤 의약품이 날카로운 송곳니 아니면 어금니에 잘못 사용되어 이빨이 완전히 회색으로 변한 아이가 있었다. 그것은 그가 "하하하, 하하하, 너한테 복수할 거야." 하고 말하며 짓궂은 웃음을 지을 때만 볼 수 있었다. 만약 정말 좋은 소년인 그 아이가 멋진 이빨을 가지고 있었지만 치약을 여러 개 먹어서 지금처럼 회색이 된 거라면 그는 구강에 대해서는 걱정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그의 나머지 이빨들이 색상에 있어 서로 일치해 눈에 띄지 않게 되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노리는 때로 자신의 이빨 또한 약간 누런색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때면 이빨 하나하나를 미친 듯이 닦아 새하얗게 보이게 했다, 어쨌든 그 이빨들은 사진 속에서는 하얗게 보였고, 그것을 보면 행복했다.
마법의 물속에 담겨진 아이에 관한 이야기의 교훈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누구도 백 퍼센트 영원히 살 수는 없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을 위한 하나님을 제외하고는.
화가에 관한 이야기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누가 유명해지고 재능이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좌절해서는 안 된다.
회색 이빨에 관한 이야기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사람은 좋은 일을 하려고 하다가 때로 나쁜 결과를 얻기도 한다.
자동차 속의 우화
이솝의 우화들에게 교훈을 얻을 수도 있지만 그중 어떤 것들은 전혀 말이 안 되었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부모님은 번갈아 가며 노리에게 책을 읽어주었다. 그래서 오늘밤 어머니가 뭔가를 읽어주면 다음 날 밤에는 아버지가 그렇게 했다.
9월의 첫째 주, 어머니는 노리에게 "백 한 마리 달마시안 개"를 읽어주셨고, 아버지는 이솝 우화를 읽어주셨다. 아버지는 종종 몇 분도 안 되어 잠에 곯아떨어지곤 했다. 단어들을 서둘러 중얼거리며 발음하기 시작하다가 멈추면 아버지가 선잠이 들기 시작했다는 증거였다. 아버지는 중얼거리다가 멈추고, 중얼거리다가 멈추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이야기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내용들로 뒤죽박죽이 되었다. 노리가 팔을 슬쩍 건드리면 아버지는 벌떡 잠에서 깨어 눈을 꽉 감았다가 휘둥그레 뜨고는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그러나 목소리는 조금씩 다시 떨구어져 중얼거림이 되었다. "시워드의 어리석음은 그를, 그르 그르 소용돌이 장식 그르 그르 바르셀로나 그르 그르 그르." 때로 그는 몇 페이지를 그런 식으로 읽었는데 그것은 정말이지 놀랄 만한 일이었다. 아버지는 완전히 아무 상관도 없는 것들을 섞어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한번은 까마귀와 돌에 관한 얘기를 하다가, "그리고 그 산탄통은 뇌관장비를 이용할 수도 있었지."라고 말했다. 노리는 그것을 적어 두었다가 아침 식사 시간에 식구들에게 읽어주었다. 이야기가 훌륭한 것이면 노리의 아버지는 지루한 경우만큼 빨리 잠들지는 않았다. 그러나 얘기가 지루하면 노리가 아무리 팔꿈치로 찔러도 소용이 없고, 그러면 마침내 "아빠, 피곤하죠, 그렇죠?" 하고 말해야 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지?" 하고 노리의 아버지는 꾸벅꾸벅 졸며 물었다.
"글쎄요, 한가지만 봐도 알 수 있죠, 책장이 펄럭이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그래요, 그랬어요."
그러면 노리의 아버지는 "그래, 그러면 책을 덮어야 할 것 같구나." 하고 말하며 책을 덮고는 잘 자라고 했다. 그리고는 다음번에 아버지가 읽어줄 차례가 되었을 때 이미 읽은 어떤 것도 기억해내지 못했다. 아버지는 "우리가 이걸 읽었니? 이걸 읽은 거야?" 하고 말하며 몇 페이지를 읽곤 했다. 노리는 누군가가 그녀에게 읽어준 것들에 대해 그다지 나쁘지 않은 기억력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항상 제대로 기억을 했다.
노리의 어머니가 책을 읽어주는 동안 잠이 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노리는 자신의 인형에게 책을 읽어주는 동안에는 거의 항상 잠이 들었지만, 누군가가 그녀에게 책을 읽어주는 동안 잠이 드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어느 날 밤 노리의 아버지는 따로 떼어놓을 수 없는 이솝 우화 세 개를 한꺼번에 읽어주었다. 이솝으로서는 우화가 몹시 쓰여지지 않는 날이었다. 어쩌면 왁스가 부드럽지 않아 집중을 할 수 없었는지도 모른다. 노리의 아버지는 십 분 정도 책을 읽어주더니 잠이 들었고, 결국 노리에게 K와 H, W의 G를 주기 위해 들어온 어머니가 아버지를 깨웠다. 그 철자들은 '키스(Kiss), 포옹(Hug), 그리고 물 한잔(Glass of Water)'을 의미했다.
다음날 식구들이 대저택인 페코버 하우스를 보기 위해 위스벡으로 차를 몰고 가면서 노리는 가족들 모두가 우화 한 가지씩을 짓는 재미있는 놀이를 하자고 제안했다.
어머니의 우화는 담쟁이덩굴에 관한 것이었다. 그 담쟁이덩굴은 일 년 내내, 심지어는 눈이 내리는 추운 겨울에도 초록색으로 살아 있기로 했다. 처음에 담쟁이덩굴은 초록색으로 남아 있는 일이 그저 순수하게 즐겁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그러나 얼마 후에 다른 식물들의 그를 흉내 내었으나 항상 초록색으로 남아 있는 일에 실패하여 모두 져 버렸다. 심지어는 담쟁이덩굴의 이상한 겨울철 습관에 대해 농담을 했기 때문에 불행해졌다. 마침내 담쟁이덩굴은 혼자서 외롭고 추운 몇 달간을 지내면서, 겨울 동안 잠자고 있는 정원의 나머지 식물들에게 너무 화가 났다. 그 분노는 담쟁이덩굴 잎사귀의 모서리를 갈색으로 바꿔놓았고, 덩굴손은 펴지기를 멈췄다. 담쟁이덩굴은 일 년 내내 초록색이고 건강한 것에 익숙해 있던 정원사는 그것을 뿌리째 뽑아 퇴비 더미에 던져버렸다. 그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정치에 말려들지 말라.
노리는 아버지의 우화는 깡통 속에 든 고양이 먹이용 참치를 너무 좋아해서, 아무리 배가 고파도 깡통 속에 든 대구나 소고기 혹은 간을 먹기를 거부하는 고양이 이야기였다. 고양이는 온갖 수단을 다 동원하여 자신을 돌보는 여자아이가 자기에게 매일같이 참치를 주게 했다. 여자아이는 고양이가 다른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 너무 걱정이 되어 고양이를 데리고 수의사에게 갔다. 수의사는 고양이가 건강하긴 하지만, 지금부터는 마른 고양이 밥맛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 참치만을 좋아하는 사람은 끝내는 마른 음식만 먹게 될 수도 있다.
노리의 우화는 두 명의 한국 여자아이에 관한 것이었다. 옛날에 두 명의 어린 한국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들의 부모는 자동차 사고로 죽었는데, 그건 앰뷸런스 안에 그들을 구할 수 있는 구명 턱이 없었기 때문이다. 구명 턱은 금속을 잘라 자동차에게 부상 당한 사람을 꺼낼 수 있는 커다란 가위를 말한다. 그래서 그 불쌍하고 지친 여자아이들을 고아원으로 보내졌다. 그곳에서 그들은 심한 학대를 받았고, 그래서 "도와주세요!"라고 팻말을 만들었다. 어린 여자아이를 무척이나 원했던 한 친절한 여자가 그 팻말을 보고 그들을 입양했다. 아이들은 무척 고마워했다. 하지만 어느 날 이름이 네인란인, 아이들의 어머니는 여왕의 생일 파티에 참석하기 위해 이들을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그들의 나쁜 사람들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녀가 떠난 첫날 그들은 아이들의 음식값을 지불하지 않기 위해서 물을 뿌려 아이들이 미끄러져 다쳐 병원에 가게 했다. 다음날 밤 그 부부는 사악한 기쁨에 춤을 추다가 물웅덩이에 떨어졌다. 그 이야기를 들은 보험 회사는 병원에 돈을 지불하기를 거부했고, 그 부부는 돈을 모두 잃게 되었다. 이 이야기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이기적으로 굴면 벌을 받는다.
식구들은 리틀가이에게도 우화를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그는 두 가지를 지어냈다. 첫 번째 우화는 '불도저'라 불리는 것이었다. 옛날에 기관차 한 대가 선로 위를 달리던 도중 디젤 기관차 한 대가 맞은편에서 달려오는 것을 보았다. 다음 순간, 그것들은 서로 충돌했다. 그 둘은 서로 입맞춤을 하여 산산조각이 났다. 머리가 부서졌고, 바퀴가 부서졌으며, 선로가 부서졌다. 모든 것이 부서졌다. 하지만 그것들은 정비소에서 수리되었고, 새로 칠이 되었으며, 역으로 갔고, 사람들을 태웠고, 그것들은 출발했다. 이야기 끝.
리틀가이의 두 번째 우화는 '갈색'이라고 불리는 것이었다. 옛날에 갖가지 기차와 굴착용 트럭과 드릴러, 덤프 트럭들로 가득한 트레일러를 끄는 불도저가 있었다. 그리고 둥근 모습을 한 레미콘들도 있었다. 불도저는 트레일러를 끄는 자동차 한 대를 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충돌하지 않고 그대로 지나갔다. 불도저는 계속해서, 계속해서, 계속해서, 계속해서, 계속해서 나아갔다. 그 불도저의 이름은 갈색이었다. 이야기 끝.
리틀가이의 두 가지 이야기는 어떤 교훈도 없었다. 그래서 노리는 그것들에 교훈을 덧붙였다. 첫 번째 우화의 교훈은 다음과 같다. 때로 충돌이 있지만 괜찮을 수도 있다. 그리고 두 번째 이야기의 교훈을 다음과 같다. 때로 어떤 것들은 절대 부딪치지 않는다.
페코버 하우스에서 노리는 식구들과 차를 마신 후 선물 가게에서 내셔널 트러스트 지우개를 샀다.
가장 친한 친구
노리는 미국 매사추세츠의 보스턴에서 태어난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보스턴의 많은 집들은 페코버 하우스와 비슷했다. 보스턴은 오래된 도시였지만 아름다웠고, 노리에게는 특별히 중요해사. 그곳은 세 살 때 삼 주 동안 머문, 커다란 추운 교회 안에서 양초를 들고서 많은 양의 물로 세례를 받은 베니스를 제외하고는, 그녀가 산 적이 있는 유일한 도시였기 때문이다. 그 양초는 그후 부러져, 비록 티슈에 싸여 있긴 했지만 버려야 했다. 베니스에서 노리는 시커먼 스파게티도 먹었다. 그 검정색은 오징어 먹물로 아주 맛있었다. 오래전 사람들은 중간 크기의 펜촉이 달린 만년필에 사용하는 진짜 잉크를 만드는데 오징어 먹물을 사용했다. 하지만 그것은 어떤 잉크 지우개도 지울 수 없는 잉크였을 것이다. 잉크 지우개는, 자신의 언니가 지우개 공장을 방문한 적이 있는 스렐 주니어 스쿨의 한 여자아이의 말에 따르면, 돼지의 가죽과 내장으로 만든다고 했다.
스렐은 도시가 아닌 읍에 지나지 않았고, 캘니포니아의 팔로 알토 역시, 비로 진짜 도시들이 그렇듯 초라한 주변 지역을 가지고는 있었지만 읍에 지나지 않았다. 우리는 프랑스 사람이 미국 사람과 함께 캘리포니아의 팔로 알토 근방에 가는 것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인은 "당신도 알게 되겠지만 초라한 지역들이 몇 군데 있죠." 하고 말할 것이다. 프랑스인은 무척 강한 프랑스식 엑센트로 "오, 이곳이 시 지역인가요?" 하고 말할 것이다. 물론 그는 주니어 스쿨의 불어 교사가 발음하는 식으로 그것을 발음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인은 그것을 잘못 이해하고는(역주--비슷한 발음인 시 지역 city area과 지저분한 지역 seedy area이 혼동된 것이다) 슬프게도, "그래요, 지저분한 것 같아요. 그것에 가도 소용이 없어요." 하고 말할 것이다. 어쩌면 그렇게 해서 도시는 지저분하다는 관념이 생겨났는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일이 여러 번 일어났다면 말이지만.
또한 사람들이 잔디를 깎지 않을 때면 잔디는 길게 자라 씨를 틔우게 되는데, 그것은 그 집안 사람들이 뜰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표시가 될 것이다. 어쩌면 그들은 집안에서 병자를 돌보느라 꼼짝도 못 하고 있을 수도, 마약 주사를 하거나 술을 마셔 현관문을 나가 잔디를 깎을 힘이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도시는 지저분하다는 관념이 유래한 또 다른 근거일 수도 있을 것이다.(역주--지저분한 seedy는 종자, 씨앗을 의미하는 seed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팔로 알토에서 노리가 가장 좋아한 거리에는 장난감 가게를 비롯해 수많은 상점들이 있었다. 노리는 그 해 여름 어느 토요일에, 리틀가이가 토마스 탱크 엔진 테이블에서 구조 작업 열차를 갖고 노는 동안 장난감 가게 안에서 반 시간을 보냈다. 노리는, 가장 좋은 새 친구인 데비가 검은 머리칼에 파란색 드레스를 입은 바비를 좋아한다는 말을 했기 때문에 인형의 의상들 하나하나를 유심히 보았다. 데비는 노리에게 그들이 새로 만난 가장 친한 친구라는 사실을 축하하기 위해 우정의 로킷(역주--사진, 머리털, 기념품 등을 넣어 목걸이 등에 다는 작은 철제함)을 주었다. 노리는 무척 기뻤고, 그래서 데비에게 자신이 부모님께 손으로 쓴 문자 표시판을 팔아 모은 돈으로 바비 인형을 사주고 싶었다. 노리는 이것저것 살펴본 후 마침내 여러 가지 의상을 입은 인형 중, 앞쪽에서 광택이 있는 짙은 푸른색 바비 드레스를 발견해 그것을 집어 고리의 제일 앞쪽에 걸어놓은 후 어머니가 있는 곳으로 갔다.
하지만 다시 돌아왔을 때 다른 여자아이가 그곳에 자신의 어머니와 함께 있었는데, 손에 그 파란색 드레스를 입은 인형을 들고 있었다. 노리는 거기 서서 자포자기 상태에서 슬픈 표정을 짓고 팔을 흔들며, 여자아이가 손에 들고 있는 파란색 드레스를 쳐다보며 그것을 찾기 위해 반 시간이나 허비했다는 암시를 주려 했다. 하지만 여자아이와 그녀의 어머니는 노리를 무시했다. 아니면 노리가 왜 팔을 흔드는지 알지 못했는지도 몰랐다.
노리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것은 물론 그 여자아이가 혼자서 그 인형을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노리가 그것을 발견해, 제일 먼저 눈에 띄어 특별한 느낌이 들게 맨 위쪽에다 놓지 않았다면 여자아이는 그것을 발견하지 못했을 것이 틀림없긴 하지만.
일주일 후 그들은 다른 장난감 가게에 갔지만 제대로 된 파란색 드레스는 없었다. 그 당시 파란색은 유행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노리는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 작은 유리 팬더 곰을 데비에게 선물했다. 그것은 연한 파란색 유리로 만든 것이었다. 데비는 팬더를 무척 좋아해서 그녀의 방에는 팬더가 삼십 개쯤 있었다. 노리는 식구들이 영국으로 온 직후 데비에게 다음과 같은 편지를 썼다:
사랑하는 데비,
어떻게 지내니? 학교는 어때? 나는 피츠 윌리햄 박물관에 갔었는데, 그곳에는 부채들을 진열한 방이 있었어. 그리고 사람들이 있는 가운데에서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할 수 있게 하는 부채들의 언어라는 게 있었어. 만약 네가 부채를 네 머리 뒤쪽에 놓게 되면 그것은 '나를 잊지 말아요'라는 의미가 되는 거야! 특히 내가 좋아하는 부채가 있었는데, 석탄과 진주로 만들어진 것이었어. 나는 페코버 하우스에 갔었는데 내 생각에 그곳은 집보다는 정원으로 더 유명한 것 같아. 그곳에는 돌로 만든 여자아이와 개의 멋진 동상과 손을 대면 무너질 것 같은 헛간이 딸린 온실이 있어. 너와 네 개 샤피가 보고 싶어. 신발을 먹어치우는 그 악마는 어떻게 지내? 곧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래. 사랑하는 엘리너가. 추신, 답장 해줘.
노리는 편지 아래에 머리 뒤에 부채를 들고 있는 여자아이의 그림을 그렸다.
노리가 군 꿈 중 가장 좋았던 것은 데비에 관한 것이었다. 꿈속에서 노리는 죽었는데, 물론 그 꿈의 다른 부분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노리는 데비의 귀에다 대고 "데비, 베비, 나야." 하고 속삭였다. 데비는 노리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고개를 들었다. 데비는 눈이 휘둥그레졌고, 안절부절못했다. 데비의 입은 치열 교정기를 하고 있어 더 크게 보였다. 데비는 초조하게 노리를 바라보았다. 데비는 "노리! 노리! 네가 맞니?" 하고 말했다. 데비는 노리를 볼 수는 없었지만 목소리를 알아들을 수는 있었다.
"걱정 마, 무서워하지 마, 데비." 하고 노리는 조용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무서워하지 마. 네가 편안하게 느끼면 나 또한 그렇게 될 거야." 데비는 좀 더 진정이 된 것처럼 보였다. 노리는 데비에게 "엘리너, 화재로 죽다"라는 기사가 일면에 실린 신문을 보여주었다. 노리의 가족이나 다른 사람은 죽지 않았다.
그 꿈속에서, 얼마 후 노리는 반 아이인 가릭에게 피, 하고 말했다: "가릭? 피이이!"
가릭이 말했다. "그럴 수는 없어, 걔가 유령이 될 수는 없어, 걔는 이미 죽었어."
"오, 물론 나는 유령이 될 수 있어!" 하고 노리는 말하며 섬뜩한 기운을 내뿜었다.
가릭은 무서워 도망을 치기 시작했지만 발이 걸려 넘어졌다. 그것은 우스꽝스런 일이었다. 가릭은 열 살이었고, 항상 자신에 차 있었고, 스스로에 대해 만족했기 때문이었다. 가릭은 노리의 철자법에 대해 놀리곤 했는데 그것은 좋지 않은 것이었다. 실제로 노리의 철자법은 리틀가이가 얘기하듯 '재앙' 이었다. 하지만 그 꿈에서 가장 멋졌던 것은, 목소리를 들은 데비가 고개를 저었을 때, 자신의 옆에 있는 아이가 노리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이었다.
이상한 채소
'한 도시에 벽돌이 몇 개나 있을지 상상해보는 것은 때로 인상적인 일이야.' 하고 노리는 생각했다.
벽돌의 색깔과 뒤틀려진 모양을 보면 그 도시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알 수 있다. 보스턴에서 노리는 벽돌들이 항상 붉은색이라는 것을 알아챘다. 하지만 스렐에서는 그것들은 항상, 좋지 않게 말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다소 지저분한 노란색 벽돌이 예쁘게 보이길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인데도, 그것들은 예뻤다. 특히 낡은 건물의 다른 벽돌과 돌과 다른 조각들로 만들어진 날은 창문이나 현관이 있었던 벽들을 볼 때면 더 그랬다.
그것은 잊어버린 어떤 것을 추억할 때의 감정과도 같았다. 옛날에 어떤 창문이 있었다는 것은 알지만 이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단지 오래된 벽돌로 된 벽만 있어, 안을 들여다볼 수 없을 때처럼. 스렐의 주교관 정원 주변에는 무척 높은 별돌 벽이 있었는데, 위쪽에는 날카로운 돌이 꽂혀 있었다. 그것은 가난한 사람들이 밤에 몰래 안으로 들어가 꽃양배추를 훔쳐가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다. 오래전 배가 고파 침을 흘리던 사람들에게 달빛 속의 꽃양배추는 무척 유혹적인 것으로 보였을 게 틀림없다. 웨이트로즈 슈퍼마켓에서는 '난쟁이 음식' 코너에서 난쟁이같이 귀엽고 작은 꽃양배추를 팔았다. 미국에서라면 그것은 난쟁이 음식이라고 불리지 않았을 텐데, 그것은 진짜 난쟁이의 마음을 상하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난쟁이는 자신이 야채에 비유되고 있다는 데 대해 그다지 유쾌하지 않을 것이다.
웨이트로즈에서는 로마네스코라고 불리는, 꽃양배추와 소나무의 중간쯤 되는, 신비스러울 정도로 끝이 뾰족한 초록색 식물도 팔았다. 노리의 어머니는 '고딕 코'라는 이름이 더 어울릴 것이라고 했다. 그것은 저녁 식사에 주로 먹는 것이지만, 노리 어머니의 컴퓨터의 '퍼마프로스트 2'라고 불리는 스크린세이버(역주—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화면이 꺼지며 나타나는 무늬)처럼 보였다.
노리는 로마네스코를 성당에 기부했다. 추수감사절에 스렐 스쿨의 아이들이 성당의 남쪽 문을 장식했던 것이다. 아이들은 당근과, 스렐에서는 쿠르게트라고 불리는 서양호박과 브로콜리, 사과, 그리고 사탕무를 한아름씩 가지고 왔다. 하지만 다행히 학교의 다른 누구도 로마네스코를 가져오지 않은 덕분에 노리의 것은 쉽게 눈에 띄었다. 노리의 아버지는 펼쳐놓은 감자 부대 한쪽 옆에 교복을 입고 타이를 맨 채 서 있는 노리의 사진을 세 장 찍었다. 그 감자들은 케임브리지의 여러 오솔길 양쪽에 잔디밭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쌓아놓은 돌멩이처럼 보였다. 케임브리지는 알다시피, 박사 학위를 받을 때 가는 곳이다. 케임브리지에서 식구들이 피츠윌리엄 박물관에 간 후, 노리는 인형 하나를 들고, 차 속에서 이야기를 자신에게 들려주었다.
백조들에게 먹이 주기
성당의 길 건너편에 있는 주교관의 정원은 가톨릭의 주교 소유가 아니었다. 노리는 가톨릭이었는데, 그것은 그녀의 어머니가 가톨릭이었기 때문이며, 노리의 어머니가 가톨릭이었던 것은 그녀의 아버지가 가톨릭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은 성당에 가는 일이 드물었지만, 매일밤 감사 기도를 드렸다.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숨어 있는 그 거대한 정원은 가톨릭—어쩌면 기독교가 좀 더 인기 있는 종교 중 하나였다--의 주교관 소유가 아니었다. 가톨릭 주교는 자신들의 모든 돈을 성당에 헌납하고, 하루 종일 기도를 하고,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고, 가난한 사람들의 상처를 뜨거운 수건으로 씻어주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가톨릭 주교에게는 거대하고 웅장한 저택도, 탐욕스런 높은 벽돌도 허용되지 않았다.
벽돌은 가마 속에서 초콜릿 케이크처럼 굽거나, 비가 많이 오지 않는 지역이라면, 혼합물을 수천 개의 거푸집에 넣어 햇빛에서 말려 형태를 만든다. 만약 비가 내려 벽돌을 말리지 못한다면 그것으로 쌓은 벽은 허물어져 내리고 말 것이다. 벽돌 가마를 쌓는 데 쓰일 벽돌들은 완전하게 구워져야 한다. 벽돌을 구울 때마다 가마의 안쪽 면은 전자렌지 속의 검은 치즈 방울처럼 아주 뜨겁게 될 테니까.
벽돌은 벽돌을 표현하는데는 안성맞춤인 단어이다. 그것은 그 단어가 날카롭고, 아삭아삭한 듯한 음색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역주—우리말의 벽돌에 해당되는 영어의 브릭 brick이라는 단어에 대해 말하고 있는 것이다). 주니어 스쿨에서 노리의 반 아이들은 과학 시간에 힘과 마찰에 대해 공부를 하며 벽돌 한 개가 일 톤의 마찰력을 만드는 것을 보았다. 어린 소년을 구한 몽구스(역주—인도산의 족제비 비슷한 육식동물로 뱀의 천적)인 리키 티키 타비는 그가 내는 리키틱(역주--1920년대에 유행한, 빠르고 기계적이며 규칙적인 비트를 가진 재즈의 한 종류의 이름이기도 함) 소리에서 그의 이름을 따왔다. 끝부분에서, 리키 티키가 작고 하얀 이빨--종종 동물들은 놀라울 정도로 하얀 이빨을 갖고 있다—로 여왕 코브라 나가이나의 꼬리를 깨문 채로 뱀과 함께 구멍 속으로 사라질 때 사람들은 몽구스가 주게 되리라고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그리고 그것이 이야기가 전개되는 방식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영화가 사람들로 하여금 더 이상 냄새를 잘 맡을 수 없게 된 늙은 개가 마차 바퀴에 치여 죽게 되리라는 이 들게 하려고 애를 쓰는 <숙녀와 방랑자>라는 영화의 끝부분에서처럼, 무척 화가 나 가슴이 옥죄는 느낌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방을 박차고 나갈 수도 있다.
하지만 노리의 생각에 따르면 리키 티키가 죽었다고 걱정하는 시간은 충분하게 지속되지 않는다. 그것은 좀더 길었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구멍 속에서 끔찍한 싸움을 하리라는 추측을 하는 당신에게는 작고 희미한, 싸움 소리나 먼지가 계속해서 구멍 밖으로 뿜어져나오는 것과 같은, 그곳에서 뭔가가 일어나고 있다는 조짐이 필요하다.
그 이야기에 있어서는 다른 한 가지 작은 문제가 더 있다—그 이야기에 있어서는 진짜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아프리카 출신의 미국인이 아닌, 아프리카 혹은 그와 비슷한 어딘가에서 오랫동안 산 사람에 의해 씌어진 훌륭한 이야기이다. 하지만 그렇게 호감이 가는 몽구스가 구멍 속의 아기 코브라는 어떤 것을 죽이지도, 누구를 놀라게 하지도 않았다. 물론 그것들이 부화되면 그렇게 할 것이다. 코브라뱀은 본래 그렇게 하도록 되어 있으니까. 하지만 노리의 생각에는, 갖고 몸을 웅크린, 겨우 살아 있는 동물을, 그것이 어떤 끔찍한 짓을 한 게 아니라면, 죽게 해서는 안 되었다. 그것은 알에서 깨어나 아직 몸을 펼치지도 않은 상태였고, 따라서 다른 어떤 것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 그리고 어쨌든 그 이야기는 코브라가 자연스럽게 하는 행동에 관한 것은 아니었다. 그 이야기 속에서 코브라가 말을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브라들은 말을 하지 않으며, 최소한 영어로 말하지는 않는다. 어떤 코라도 자신을 '나그' 혹은 '나가이나'라고 부를 수 없는데, 그것은 코브라의 혀가 너무도 얇아 'ㄴ' 발음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코브라가 말을 할 수 있다면, 자신을 그냥 '라'라고 부를 수는 있을 것이다.
강물 위에 떠 있던 백조들은, 노리가 먹이를 주었을 때, 사람을 무척 놀라게 하는 소리를 냈다. 백조들은 물에서 나와 날개를 으쓱이며, 노리를 향해 걸어오기 시작했다. 노리가 그것들을 향해 아무리 많은 빵 조각을 던져주어도 계속해서 노리를 향해 다가왔다. 백조들은 노리의 손에 있는 좀더 큰 빵조각을 원했기 때문이었다. 노리가 "멈춰, 뒤로 물러나, 뒤로 물러나!" 하고 말하자, 백조들은 부리를 벌려, 고양이처럼 성마른 소리를 냈다. 그것들의 목은 어쩐지 코브라의 목처럼 보였다.
노리의 아버지는 놀라, 더 이상 먹이를 주지 않고 싶어졌고, 그래서 그이 서류 가방으로 그것들을 쫓아버리려 했다. 사람을 놀라게 하지 않는 오리는 잡아먹는 반면 사람을 놀라게 하는 커다란 새는 잡아먹지 않는 것이 노리에게는 이상하게 여겨졌다.
어미에게 딸린 새끼가 열다섯 마리 정도 되는 무척 귀여운 오리 떼가 있었는데, 오리들의 머리에는 예쁜 갈색 솜털이 달여 있었다. 그것들은 노리가 처음으로 읽은 책인 '오리 사냥을 가다'라는 책에서처럼 길을 건넜다. 노리는 오리들에게 크래커를 조금 주었다. 주니어 스쿨에서 좋은 친구가 된, 키라라는 이름의 여자아이는 그녀의 새들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노리는 키라에게 자신은 새들에게 최소한 가끔은 참깨 크래커를 주며, 그리고 참깨는 씨앗이고, 새들은 씨앗을 먹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리와 백조는 풀을 뜯어 먹었다. 그것들은 물을 많이 먹었는데, 그것 또한 무척 자연스런 것은 아니었다. 세상에는 풀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에서는 사람들이 풀에 많은 신경을 쓴다. 오래전에는 소들이 풀을 짧게 만들었지만 이제는 물론 잔디깎이 기계를 사용한다. 때로 사람들은 잔디를 십자형으로 아주 짧게 격자무늬 천처럼 보이게 만든다.
노리의 학교 근처의 성당 아래에 있는 한 커다란 들판은 완전히 맨땅인데, 그 이유는 새로운 풀을 심었기 때문이었다. 어느 날 어머니와 함께 집으로 가던 중 그들은 다섯 명의 남자가 열을 지어 들판을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각각의 사람들은 퍼레이드에서 행진을 하는 밴드의 드럼처럼 크고 하얀 플라스틱 가방을 허리에 차고 있었다. 그들은 가방에서 잔디 씨앗 한 움큼을 꺼내 갈색 들판에 뿌렸다. 노리의 어머니는 그것이 아름다운 광경이라고 생각했다.
주니어 스쿨에서 운동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운동장 중 하나에는 흥미로운 구멍 몇 개가 있었는데, 누구도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았다. 그 안에 코브라나 몽구스가 있는 것은 아닐 테지만, 결코 확인을 할 수는 없었다. 누구도 그 안에 손을 넣어 보고 싶어 하지는 않을 테니까. 만약 막대기를 그 안에 찔러 넣을 경우 날카로운 이빨이 그 막대기를 갑자기 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은 사람을 무척 놀라게 할 것이다.
어떤 들판에는 오래전부터 사람이 묻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가령, 성당의 남쪽 문 근처는 지금은 온통 풀밭이지만, 성당 지도에서 보면 그곳은 프라이어 로우랜드가 살았을 당시에는 '수도사들의 무덤'이었다. 사람들은 그 수도사들을 이장했을까, 아니면 그냥 그들에 대해 잊어버렸을까?
무당벌레, 나비 그리고 다친 엄지손가락
노리는 사람을 땅에 묻는다는 생각이 마음에 들지 않았었다. 이제 노리는 그것을 삶의 한 가지 사실로서 받아들이게 되었다. 네 살 때 노리는 아버지에게 어떤 편지를 타자로 쳐달라고 했다.
어쩌면 관심 있을지도 모를 사람들에게 :
엘리너 윈즐로는 땅 속에 묻히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마음으로부터,
엘리너 윈즐로.
당시 글을 쓰는 법을 몰랐던 노리는 그 위에 위조 서명을 휘갈긴 후 우표를 붙이고, 우표 위에 아무렇게나 끄적였는데, 그것은 공식적인 적처럼 보였다. 그 후에 노리의 소라게가 애처롭게 발톱을 하나씩 모두 잃고, 부모님이 사준 지 불과 몇 주 후에 죽었을 때, 노리는 그것을 묻은 후 다음과 같은 비명을 만들었다.
너무 금방 우리 곁을 떠나버린
헤르미온느에게
노리는 어쩌면 소를 제외한, 개나 토끼 혹은 새끼고양이와 같은 온혈 동물을 원했지만, 그녀의 부모님은 여러 가지 이유로 그것을 키울 수 없다고 말했다.
노리가 학교에서 하키를 하는 운동장에는 어떤 구멍도 없었는데, 그것은 아스트로터프(역주- 인조 잔디의 상표명)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스트로터프에는 많은 모래가 뿌려져 있었다. 누구도 그 이유를 몰랐다. 만약 당신이 구멍을 파는 동물이고, 당신이 성당의 남쪽 문 근처를 당신의 구멍으로 만들기 위해 계속해서 땅을 파고 또 파 지표까지 파 올라온다면, 그리고 아스트로터프 아래까지 이르게 된다면 당신은 아무런 소득 없이 그 모든 작업을 한 것에 대해 무척 불행해 할 것이다. 어쩌면 그 아래에는 죽은 수도사들이 있는지도 몰랐다.
한 번은, 노리가 아스트로터프 속에서 무당벌레를 발견해 그것을 가장자리로 옮겨 나뭇잎 위에 올려놓았다. 그날은 무척 창피스런 날이었는데, 두 번째 하키 경기를 했을 때 노리의 스커트가 두 번씩이나 흘러내렸다. 다행히도 하키 경기를 하던 아이들은 모두 여자아이들이었다. 그리고 다른 여자아이에게도 역시 똑같은 문제가 있었다. 노리는 무당벌레를 운동장 밖으로 옮기면서 날아갈까 봐 걱정이 되었다. 만약 날아간다면 벌레가 살 수 없는 아스트로터프 위에 내려앉을 것이 틀림없었기 때문이었다.
노리는 무당벌레에게, 무척 비밀스럽게, "아직 날지마, 무당벌레야. 무당벌레야, 만약 네가 날려고 한다면, 나는 너의 날 수 있는 능력을 몰수해버릴 거야. 나는 네 목숨을 몰수할 수는 없지만, 너를 손바닥으로 감싸 너의 날 수 있는 능력을 몰수할 수는 있어." 하고 말했다.
몰수라는 단어는 어느 날 점심식사를 마친 후 그녀와 함께 돌아가던 한 소년에게서 배운 것이었다. 그는 그녀가 파이브--K에 들지 않아 다행이라고 말했다. 파이브--K의 선생님은 매우 지독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글을 펜으로 쓰게끔 되어 있는데 연필로 쓰거나, 그 밖에 그 정도의 다른 나쁜 짓을 하면 그 선생님은 연필을 몰수해 다음 날 돌려주겠다고 말하고는 결코 되돌려주는 법이 없었다. 그 소년은 자신의 연필을 훔쳐서 되찾았다고 말했다. 그는 "정당하게 훔쳤지!" 하고 말했다. 그는 선생님의 서랍을 열었고, 몰수한 물건들로 가득찬 서랍에서 그의 연필을 찾기 위해 그 안을 뒤져야 했다.
무당벌레는 진딧물을 먹어치우기 때문에 매우 유용한 벌레이다. 노리는 '불쌍한 작은 진딧물들'하고 생각하곤 했다. 하지만 진딧물은 무당벌레의 알을 먹고, 그래서 무당벌레는 그것들을 미워할 권리가 있다. 그것은 리키 티키 타비와 그 뱀의 경우와 다소 비슷했다. 노리의 어머니는 노리에게 무당벌레 한 항아리를 산 어떤 정원사가 무당벌레들이 자신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게, 그리고 특정한 진딧물들을 자신들의 적으로 간주해 처치하도록 한밤중에 놓아주어야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무당벌레들은 도망쳐서 실제로 자신들의 알을 먹기 때문에 무당벌레들의 좀 더 잘 알고, 더 미워하는 다른 진딧물들이 있는 곳으로 가버린다는 것이다.
인간은 벌레들의 삶에 엄청난 힘을 행사하고 있다. 아이들은 모자를 떨어뜨리지 않고서는 매일같이 수천 마리의 벌레를 죽이고 있다. 한 번은, 노리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어쩌면 죽은 척을 하고 있거나, 아니면 그냥 쉬고 있거나, 아니면 햇빛을 쬐고 있거나, 길바닥 위에서 움직이지 않는 무당벌레 한 마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걸어왔다. 그 여자는 노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그냥 걸어와 무당벌레를 보지 못한 채로 밟아버렸다. 초록색 물질이 번져 나왔다. 곤충의 피는 초록색이다. 그런데, 만약 밟힌 것이 아이였다면 모든 사람이 머리를 쥐어뜯었을 것이다. 작은 일이 일어나도 아이는 그것을 기억하고, 오랫동안 그 이야기를 할 것이다. 어쩌면 곤충의 피는 하얀색이거나 다른 어떤 색인데, 공기에 노출되는 순간 초록색으로 변할 뿐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인간의 피가 붉은색이라고 생각하지만, 상처에서 나오기 전까지는 파란색이다. 상처의 가장자리에 이르는 순간 그것은 눈깜짝할 사이에, 공기 때문에 색깔이 변하는 것이다.
어느 날 밤 노리의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노리는 어느 피아니스트의 연주를 지켜보고 있었다. 그것은 노리가 친구인 키라에게 전화했을 때, 키라가 "이 멋진 피아노 경연대회를 봐야 해." 하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리틀가이는 붉은 엔진인 제임스와 놀고 있었다. 경연대회에서 한 사람이 너무 세게 피아노를 쳐, 그의 엄지손가락 등에 붉은 반점이 생겼다. 그는 유고슬라비아 출신이었다.
노리는 그것을 보고, "저 사람은 다쳤어요." 하고 말했다.
"내 생각에는 그냥 그림자 때문인 것 같구나." 하고 노리의 아버지가 말했다.
하지만 그렇지 않았다. 피아노의 건반 위에는 작은 핏자국이 나 있었다. 그리고 다음 사람이 연주를 해야만 했다. 자리에 앉아, 온통 무당벌레의 것 같은 핏자국이 나 있는 피아노를 바라보고 있을 그를 상상해보라. 그는 나쁜 소리가 날 것이기 때문에 그것들을 닦아낼 수가 없었다. 심판들은 나쁜 소리에 민감하므로 그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안겨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의 눈을 피 때문에 산만해지고, 그는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될 것이다. 아니면 그는 '하 하! 나는 피 같은 것은 흘리지 않을 거야, 결코!'하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랫동안 열심히 연습을 한 사람이 경연대회에서 결국 지게 된다는 생각을 하면 슬펐다.
엄지손가락에 피가 나는 것과 같은 작은 일도 당사자에게는 큰일이다. 곤충이나 다른 어떤 작은 동물일 경우에는, 그것은 사람들에게 사소한 일이다.
언젠가 한 번, 노리는 팔로 알토에서 퇴비에 끼얹기 위해 나뭇잎들을 긁어모은 적이 있었다. 그녀는 나뭇잎의 뒷면에 달팽이 한 마리가 있는 것을 몰랐다. 그래서 노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 달팽이를 으깼고, 손에 온통 달팽이 진액이 묻게 되었다. 그것은 끔찍했다. 노리는 달팽이를 으깬 의도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그때부터 나뭇잎을 집을 때마다 노리는 그것을 뒤집어 반대쪽에 뭔가가 있는지를 봤다. 무척 자주 뭔가가 있었다. 또 한 번은, 나비 한 마리를 잡아, 풀잎 몇 개와 함께 유리병 속에 넣으려 했다. 나비의 몸체는 유리병 속에 들어갔지만, 머리는 바깥에 있었는데, 노리는 그 사실을 모르고 유리병 뚜껑을 돌렸다. 바로 그 사실을 알고는 재빨리 뚜껑을 열었지만 나비의 머리는 부분적으로 여전히 유리병에 붙어 있었다. 나비는 날아갔다. 하지만 노리는 자신이 그런 짓을 했다는 죄의식을 무척 시달렸다.
노리의 아버지는 죄의식을 갖는 것은 유용한 일이라고 말했다. 죄의식을 느낄 때면 다음과 같은 유용한 지식을 얻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게 무엇이든, 죄의식을 느끼게 만드는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지 않았음을 알게 된다는 것이었다. 따라서 죄의식은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한 방법인 것이다. 몇몇 경우에 그것은 사실이었다. 노리는 비록 자신이 일부러 그런 것은 아니지만, 달팽이를 으깨고, 나비의 머리가 끼어 있는 채로 유리병 뚜껑을 돌린 것에 대해 끔찍한 죄의식을 느꼈다.
하지만 그 죄의식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았고, 다르게 행동하게 만들었다. 예를 들어, 한 번은 하기가 시작되었을 때, 스렐 스쿨의 근처에서 아이들 세 명이 나비 한 마리를 발견한 적이 있었다. 그들은 나비를 날게 하려 했지만 나비는 협조하지 않았다.
여자아이 중 하나가 그것을 자신의 배낭 속에 넣으려고 했다. 그 순간 노리는, '무거운 책과 공책들로 가득한 배낭 속에 들어가게 되면 나비는 내가 배낭 속에 넣은 쿠키처럼 먼지 부스러기가 될 거야. 결국 나비는 죽게 될 거야."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노리는 그 여자아이에게 "자, 내 연필통을 가져, 그 안에 나비를 넣도록 해." 하고 말했다. 여자아이는 무심히 그것을 받아 나비를 그 안에 넣었다. 그것은 노리로서는 이제 연필통이 없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연필통에는 바비 연필과 중간 크기의 펜촉 펜, 잉크 지우개, 내셔널 트러스트 지우개, 자, 각도기, 그 밖의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노리는 아이들에게서 펜을 빌려야 했다. 처음에 그들은 친절했지만, 며칠 후 그들은 진정으로, "또 펜을 빌려달라고? 이제 더는 그럴 수 없어." 하고 말했다.
물론 노리가 그 여자아이에게 연필통을 준 이유 중 하나는 단지 그 나비를 보호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어쩌면 그보다는, 연필통을 주는 친절한 행위를 통해 그 여자아이가 감동 받기를 바란 것일 수도 있었다. 결국 노리는 어머니한테서 "그 아이에게서 연필통을 되돌려받도록 해, 그러지 않으면 네 용돈을 모아 연필통을 사야 할 거야." 하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노리는 그날 늦게 그 여자아이에게 연필통을 되돌려달라고 했고, 커다란 안도감을 느끼며 되돌려받았다.
연필통에 과한 또 다른 이야기는 좀더 끔찍한 것이었다. 다니엘라 하딩이 해준 이야기인데, 노리는 그녀가 진실을 말하는지 확신 할 수가 없었지만, 하딩은 각도기의 뾰족한 끝이 자신의 뺨을 관통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키라는 "비명을 질렀니?" 하고 물었다. 다니엘라는 양호실에 가야만 했었다고 말했다. 그녀의 얼굴에는 작은 흉터가 있었다. 하지만 노리는 팔로 알토의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몬테소리 스쿨에서 항상 이야기를 꾸며내는 한 아이를 만난 이후로 아이들의 그녀에게 하는 모든 이야기들을, 특히 그들이 몹시 뻐기면서 이야기를 할 때면, 곧이듣지 않았다. 연필에 찔려 흉터가 생겼을 수도 있었다. 아니면 그냥, 넘어져서 상처가 생긴 것일 수도 있겠지.
하마터면 울 뻔한 일
노리는 많은 이야기들은 그녀가 가장 사랑하는 사라 로라 마리아라는 이름의 봉제 너구리 인형에 관한 것이었다. 그 너구리는 종종 나쁜 마녀에게 납치를 당하지만 결국 좋은 마녀의 도움을 받곤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노리는 아주 슬프지만 어떤 점에서는 괜찮은 삶을 사로 있는 마리아나라는 이름의 여자아이에 관한 일련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쿠치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갖고 있는 그 너구리 역시 여전히 노리의 몇몇 이야기 속에 등장했다. 쿠치는 최근 들어 식구들이 세들어 살고 있는 스렐의 집의 손님 방에 있는 서랍 안에서 주간반 학생으로 기숙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사만다와 리네아, 그리고 베라와 다른 인형들 역시 각자 자신의 서랍 속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들은 모두 기숙학생들이었다. 그 학교에는 날아다니는 다람쥐들이 많이 있었는데, 그것들은 놀이기구들 위에 올라가기도 하고 커다란 아치를 그리며 날기도 했다. 쿠치 역시 그렇게 해보았지만, 점심 식사로 삶은 감자를 너무 많이 먹어, 결국 넘어지면서 온몸이 심하게 긁히고 멍이 들었다. 그것은 아스트로터프 위에서 무릎이 긁혔을 때 생기는 빨간 긁힌 자국이 아니라 진짜 살갗이 찢어진 상처였다.
노리의 반에 있는 제시카라는 여자아이--첫날 노리에게 그녀의 발음이 '고무 청소기'에서 나는 소리같다고 말한 여자아이--는 하키를 하던 중 아스트로터프 위에서 넘어져 양쪽 무릎 모두를 다치게 되었다.
"괜찮니?" 노리가 그녀에게 물었다.
"내가 '괜찮다'면 눈물을 흘리며 앉아 있겠니?"하 고 제시카가 말했다.
"아니." 하고 노리가 말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때로 무례했다. 노리 자신도 이따금 몹시 무례했다. 한 번은, 노리의 이빨이 너무 크다고 말한 소년에게 노리 또한 그의 신발이 너무 지저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마음의 상처를 입은 듯 얼굴이 몹시 붉어졌고, 그래서 노리는 마음이 아팠다.
사람들이 어떤 한 가지 일 때문에 누군가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때로 사람들은 자신을 잊어버린다. 하지만 때로 한 아이가 한 짓이 너무 나쁘고 심한 것이어서 그들에 대해 더 이상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게 되기도 한다. 그러한 일이 지난해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몬테소리 스쿨에서 있었다. 서로 말다툼을 한 후, 베르니스가 노리에게, 겉에다가는 '미안해'라고 쓰고 안에다가는 '사랑하는 엘리너, 미안해. 하지만 나는 우리가 컸을 때 너와 함께 살지 않을 거야. 나는 나와 제일 친한 친구와 함께 살 거야.'라는 말이 적힌 종이쪽지를 건네줬을 때 일어났다. '제일'이라는 그 말이 바로 한계였다--이제 노리는 베르니스에 대해 생각할 때 마음속에서 그녀에 대한 일말의 우정도 느낄 수 없었다. 이제 노리의 제일 친한 친구는 어쩌면 그녀보다 더 수줍음을 많이 타고, 더 마음씨가 착한 데비였다.
리틀가이는 때로 감정을 상하게 하는 무례한 말을 하기도 했지만 그는 겨우 두 살이었고, 그에게 있어서는 자신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 문제일 뿐이었다.
어느 토요일 오후에 노리는 아침에 아스트로터프 위에서 배운 기본 지식으로 리틀가이에게 필드하키를 하는 법을 가르쳐 주려고 했다. 노리는 특별히 동생을 위해 나무 막대기에다 구부러진 곳에 화장지 속을 대어 테이프로 붙이고, 장식으로, 그녀의 사만다 인형에서 뗀 초록색 리본을 감아 하키 스틱을 만들었다. 그런데 리틀가이는 그것을 거부함으로써 누나의 감정을 상하게 했다. 노리는 집에서 만든 그 스틱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리틀가이--그래, 마음에 드니, 들지 않니?" 노리는 동생에게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수 있기를 바라며 물었다.
"마음에 안 들어." 하고 리틀가이는 즐거운 투로 말했다. "나는 저 스틱이 더 좋아." 그것은 노리의 진짜 스틱을 의미했다.
"노리에게 그렇게 말해서는 안돼!" 하고 안에서 노리의 아버지가 소리쳤다. "노리는 특별히 너를 위해 하키 스틱을 만들었고, 그것을 장식하느라 초록색 사만다 리본 전부와 화장지 속까지 썼어."
"미안해, 노리, 미안해, 노리." 하고 친절하고 귀여운 리틀가이는 심각한 작은 입과, 갈구하는 듯한 눈을 한 채로 누나를 쳐다보며 상냥하게 말했다.
노리는 "고마워, 리틀가이." 하고 말했다. 그녀는 어떤 사람에 의해 화가 나거나 마음이 상한 후에 그 사람이 미안하다는 말을 할 때 느끼게 되는 열린 감정을 좋아했다. 그것은 종이처럼 구겨져 있던 불행한 감정이 가슴 속에서 사라지는 것과 같았다. 그것은 상대에 대한 관용의 마음이 솟구치게 했다. "하지만 이건 정말이지 내 잘못이야." 하고 그녀는 말했다. "네가 정중하게 대답할 수 없게 복잡하게 질문한 것 미안해."
"나도 마찬가지야." 하고 리틀가이가 말했다. "내 S자형 트레일러 보고 싶어? 그건 아주 위급한 상황에 처해 있어. 진흙 속에 빠져 있거든."
물론 리틀가이는 하루에도 백 번은 울었지만--그에게는 대략 여덟 가지의 우는 방법이 있었는데, 그 중 몇 가지는 귀를 멍멍하게 하는 것이었다—노리는 거의 우는 일이 없었다. 그것은 몇 년 전, 누군가가 울고 싶게 하는 말을 하더라도, 울면 체면을 잃게 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우는 것은 무척 창피한 일이다. 여자아이가 울보가 아니면 남자아이들은 그녀를 더 좋아하고 친구가 되고 싶어 할 것이다.
제시카는 인조잔디 위에서 넘어졌을 때 울었다. 심하게 넘어져 동시에 두 무릎을 모두 다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노리에게 무례한 말을 했는데, 그 이유는 그녀가 때로 정말이지 무례한 여자아이이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창피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제시카는 사내아이들에 대해, 거의 십대 여자아이들이 그러는 것처럼, 혹은 반드시 십대가 아니라도, 그 이상의 나이가 든 여자들이 그러는 것처럼, 무척 심각한 태도를 보였다. 어쩌면 그녀의 적이자 친구인 다니엘라 하딩이 콜린 디트에게 그녀가 하키 경기장에서 울었다는 얘기를 할까봐 걱정이 되어서였는지도 몰랐다. 이 학교에서는 모두들 노리의 옛날 학교에서만큼 많이 울지 않았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노리가 거의, 거의 울 뻔한 일이 두 번 있었다. 한 번은 셸리 퀘트너가, 노리가 제이콥 류즈라는 이름의 사내아이를 얼마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였다. 노리는 그 이야기를 다이엘라 하딩에게 했는데, 나중에 그녀는 줄곧 셸리 퀘트너와 한패였다는 것이 밝혀졌다.
셸리는 다니엘라에게 "노리가 뭐라고 하든? 응? 응? 말해봐." 하고 물었다. 그리고 다니엘라가 그녀에게 모두 일러바치기를 원했는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 "노리가 제이콥 류즈를 좋아한대!" 하고 말했다.
모두가 "그게 사실이야?" 하고 말했다. 그 즉시 제이콥 류즈는 얼굴이 빨갛게 되어 그의 연필통을 노려보았다.
노리 역시 얼굴이 붉어졌지만, 그녀의 얼굴은 양쪽 뺨만 부분적으로 붉었고, 그래서 그녀는 구레나룻을 한 것처럼 보였다.
아이들은 "그래? 정말 제이콥을 좋아하는 거야?" 하고 물었다. 노리는 그것을 부정하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했다. 정직이 때로는 최선의 방책이긴 하지만 다른 때에는 고통스러운 것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른 때에는 고통스러운 것이었다. 만약 그녀가 "아니, 분명히 말하지만, 나는 제이콥 류즈를 좋아하지 않아, 내가 뭣 때문에 걔를 좋아하겠니?" 하고 말한다면 제이콥 류즈는 비록 그 말을 듣게 되어 무척 안도는 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얼마간 마음이 상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경우 그녀는 즉시 '오, 거짓말을 하지 말았어야 하는 건데.'하고 생각하며, '그래, 사실을 말하자면, 맞아, 내가 잘못 말했어, 나는 그가 좋아.'하고 말해야 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경우 노리는 거짓말을 한 것에 대한 죄책감과 그를 마음에 품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는 고통이라는 이중의 고통에 시달려야 할 것이다.
그래서 노리는 "글쎄, 그는 좋은 애 같아." 하고 말했다.
줄리아 솔렌이 "네 얼굴이 빨개졌어!" 하고 말했다.
"그래 알아." 하고 노리는 말했다. "다른 질문은 없지?" 그것은 너무도 끔찍했고, 노리는 순간적으로 '이건 너무해, 내 입술이 울음 때문에 벌어지는 것이 느껴져, 나는 울어야 하나?' 하고 생각했다.
다행히 한 여자아이가 다가와 "모두에게 셸리 퀘트너가 콜린 디트를 좋아한다고 말해버리는 게 어때?" 하고 말했다. 그 말은 셸리가 누군가에게 한 말이었다. 노리는 그렇게 하는 것에 대해 생각했고, 하마터면 그렇게 할 뻔했지만, 곧 타인에게 선행을 베풀도록 하라, 라는 말을 생각해냈다. 노리는 더 이상 다니엘라 하딩에게 그녀의 비밀을 말하지 않겠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노리가 실제로는 제이콥 류즈를 그다지 마음에 품고 있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우선, 그는 미국의 사내아이들이 그러듯, 자신이 바비 인형들을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지루하게 이야기했다. 특히 그가 파멜라 셰이버즈를 놀리기 시작했을 때에는 더더욱 그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한데 '누구를 좋아하다, 마음에 품다(fancy)'라는 말은 영국에서 쓰는 말이었는데, 그것은 바보 같고, 멍청하고, 어리석은 말이었다. 하지만 만약 셸리가 "노리는 제이콥을 사랑해." 하고 말했다면 그것은 더 끔찍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한 끔찍한 일을 경험한 것에 있어 좋은 점이 한 가지 있었다. 이미 '노리가 누군가를 마음에 품고 있어'라는 말이 퍼진 곤란을 치른 후이기 때문에 노리가 로저 샤프리스와 같은 사내아이와 자주 얘기를 해도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한 번은 장난을 심하게 치던 중 로저가 약간 심술이 나 지리학 얇은 책을 말아 노리의 옆얼굴을 때렸다. 그는 그것이 그토록 아프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하고 잡지나 얇은 책을 말면 종이장을 만 것처럼 부드럽고 탄력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 그것은 금속 파이프만큼이나 단단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다.
노리는 웃으며 "로저, 너는 내 눈에 멍이 들게 할 거야." 하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어떻게 하지? 아, 어떡해, 아이들이 내 눈을 보게 될텐데, 눈물이 쏟아질 거야.'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그녀는 전에 다니던 학교에서 한 번은, 눈에 눈물이 고였을 걸로 생각하고 화장실에 눈을 살펴보러 갔는데, 실제로 거울을 보지 않는다면 알 수도 없을 정도였던 것을 떠올렸다. 그래서 그녀는 '아냐, 아이들은 알아차리지 못할 거야' 하고 생각했다.
로저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는 착하게도 지리학책으로 노리를 때릴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이 두 가지가 지금까지 노리가 하마터면 울 뻔했지만 울지 않은 경우이다.
멈추고, 자세를 낮추고, 굴러요
노리는 한 살 때 보스턴을 떠나 팔로 알토에 있는 트럼펫 힐 하우스로 이사를 했다. 노리가 보스턴과 그곳의 벽돌들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는 것은 식구들이 다시 그곳을 방문했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나중에 아프리카로 배를 타고 떠난 실베스터라는 고양이가 결혼을 해 쿠치라는 외동딸을 낳기 전이었다. 그것은 노리가 거의 모든 것에 대해, 가령 오래 전 선원들이 어느 방향으로 헤엄을 치는지를 보기 위해--돼지들이 헤엄을 쳐 가는 방향에 육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바다 위로 돼지를 던졌다는 것을 알기 전이었다. 아니면 만약 어떤 고양이를 꼬리 없이 기르면 화장실을 어떻게 가야 하는지 느끼지 못하게 된다는 것을 알기 전이었다. 고양이에게 있어 꼬리는 화장실을 가는데 사용하는 감각기관이다. 꼬리가 없다면 고양이들은 개처럼 아무데나 똥을 눌 것이다.
한 살 때 노리는 팔꿈치라는 단어조차도 알지 못했다. 노리의 집에는, 훨씬 후에 노리가 뜰에서 처음으로 '팔꿈치(elbow)'라는 단어를 배우는 것을 찍은 비디오가 있었다. 실제로 노리가 보스턴에서부터 지녀온 유일한 것이라곤 욕조 안에서, 어머니가 다리를 면도하는데 사용하는 플라스틱 면도기를 집어 들고 바라보다, 미처 알기도 전에 순식간에 베인, 코의 작은 흉터뿐이었다. 그 작은 흉터조차도 사라져버렸다, 거의. 그리고 이제 리틀가이는 '팔꿈치'라는 단어를 알게 되었다. 그는 "뛰어오르는 데는 팔꿈치가 도움이 돼!" 하고 말한 다음 실제로 뛰어오르는 것을 보여주곤 했다. 그의 말이 옳았다. 팔꿈치는 뛰어오르는데 도움이 되었는데, 특히 그가 하는 대로 뛰어오를 경우 더더욱 그랬다. 그는 무척 높게 뛰어오르는 것처럼 보이도록 팔을 많이 움직였다.
하지만 리틀가이는 '발목(ankle)'이라는 단어는 알지 못하는 것 같았다. 아기들은 발과 발가락, 그리고 손가락에 해당되는 단어들은 무척 일찍 배우는데, 아기들이 그것들을 얼굴 가까이 대고 장난을 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기들은 눈과 코와 입에 대해 배우게 되는데, 그것은 그들의 얼굴 위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그들이 자신들의 발목에 대해 유난히 관심을 갖게 되는 일은 결코 없다. 그 단어는 그들의 마음속에서는 좀더 약한 것이 된다. 그것은 물에 적셔진 아킬레스에 관한 이상한 신화와 어떤 관련이 있을 수도 있다.
물에 적셔진 것은 헤라클레스가 아니었다. 노리는 다른 고전 수업에서 그의 바른 이름은 아킬레스라는 것을 배웠다. 아킬레스의 어머니는 아킬레스가 완전한 불멸의 존재가 아니라는 게 불만이었고, 그래서 아킬레스를 머리부터 먼저 스틱스 강물에 담갔다. 스틱스강은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살아 있지 않은 사람, 다시 말해 죽은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흘렀다. 어머니는 아킬레스의 발뒤꿈치 위쪽을 꽉 쥐고 거꾸로 들었다. 하지만 '그 때문에 아기가 무척 아프지 않았을까?' 하고 노리는 혼자 생각했다. '그렇게 하는 것은 손에서 놓칠 위험이 크지 않았을까?‘
노리는, 무척 놀라 비명을 지르느라 얼굴이 빨갛게 되어, 한쪽 다리를 사납게 차대는, 한쪽 다리로 들려진 작은 알몸의 아기를 상상했다. 차가운 물은 그 불쌍한 아기의 숨을 헐떡이게 할 것이고, 거꾸로 있는 그의 콧속으로 곧장 흘러 들어갈 것이다. 콧속에 물이 들어가게 되면 무척 고통스러울 수도 있다. 만약 그 여신이 자신의 아기를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자신이 직접 물속에 들어간 다음 아기의 허리를 안고 두 손이 옆으로 가게 한 후, 똑바로 들어, 물속에 잠기도록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일단 아이가 거의 물에 뜰 정도가 되면, 잠시 아기를 기울여 양손을 번갈아 가며 물에 적실 수 있었을 것이다. 머리를 쥐는 것 또한 조심을 해야 한다. 발목은 새로 태어난 아이를 쥐기에 실용적이지도 안전하지도 않은 부분이다.
하지만 고대의 사람들은 안전과 같은 것에 대한 조심성이 훨씬 덜했다. 오늘날에는 안전이 중요한 관심거리이지만 그 당시에는 안전과 관련한 문제를 하늘에 맡겼다.
노리가 처음 들어간 학교는 스몰 피플이라는 곳이었는데, 스몰 피플에서 아이들이 처음 배운 것중 하나는 '멈추고, 자세를 낮추고, 그리고 굴러'라는 안전 수칙이었다. 그것은 옷에 불이 붙었을 때를 대비한 것이었다. 만약 달려갈 경우 불꽃은 더 세게 타올라, 3도 화상을 입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3도 화상은 살갗이 숯처럼 까맣게 탔을 때를 말한다.
"소방관의 모습을 보고 숨어야 할까요?" 하고 선생님이 물었다.
"아뇨." 하고 아이들이 말했다.
"만약 그가 커다란 마스크를 하고 있을 경우, 여러분은 그가 외계인이라고 생각하고 겁을 먹어야 할까요?" 하고 선생님이 물었다.
"아뇨." 하고 아이들이 말했다.
"그러면 옷에 불이 붙었을 때 어떻게 해야 되죠?" 하고 선생님이 물었다.
"멈추고, 자세를 낮추고, 그리고 굴러요(Stop, drop, and roll)." 하고 아이들이 소리쳤다.
노리는 처음에는 그 운율을 가진 말을 알게 된 것이 무척 기뻤다. 그 후에 그녀가 전학한 블랙우드 얼리 포커스 스쿨에서도 그 수칙을 배우게 되었다. 한 번은 소방관 세 명이 학교를 방문했다. 선생님은 학생들이 너무 소란스러워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고, 계속해서 소리를 질렀다. 한 아이가 계속해서 바닥을 굴렀다. 그래서 그에게 옷을 벗고 굴러라는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 애는 멈추라는 말은 잊어버린 모양이었다.
노리의 부모님은 노리가 석달 동안에 G자 하나만을 배우게 된 것을 알고는 공립학교인 그 학교에서 딸을 데리고 나왔다. 석달 동안에 단 하나의 철자를 익히다니, 용납할 수 없다고 그들은 말했다. 그래서 어머니는 노리를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몬테소리 스쿨에 입학시켰고, 곧 알파벳은 노리의 머릿속에 주입되었다. 노리는 고대의 원숭이인 손오공에 대한, 중국어로 된 노래를 배우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소방관이 담요 몇 장을 갖고 와 아이 둘에게 담요 한 장을 펼쳐서 바닥에 닿을 정도로 매우 낮게 들고 있게 했다. 담요는 화재가 났을 때 그 아래로 기어가야 하는 자욱한 연기 대용이었던 것이다. 기어가는 일을 즐거웠지만, 무서운 느낌을 주기도 했다. 그 이유는, 어떤 방에 있는데 연기가 너무 자욱해, 바닥 바로 위의 작은 층을 제외하고는, 창문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를 상상하게 했기 때문이었다. 창문이 어디 있는지 어떻게 알아낼 것인가? 창문 쪽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그려진 카드를 테이프로 붙여놓으면 숨을 쉬는데 필요한 창문이 있는 곳을 알아내, 뜨거운 연기를 뚫고 나가 베개로 창문을 깬 다음 숨을 쉴 수 있었다. "그리고 만약 옷에 불이 붙었을 때는 어떻게 할 거지?" 하고 소방관이 물었다.
"멈추고, 자세를 낮추고, 그리고 굴러요!" 하고 아이들이 소리쳤다.
그것과 담배를 피우지 말 것, 마약을 하지 말 것, 낯선 사람과 얘기를 나누지 말 것, 그리고 열대우림이 타들어가고 있다는 것 등은 모든 아이들이 끝없이, 계속해서 배우게 되는 어떤 것처럼 보였다. 사람들은 아이들에게 그 이야기들을 수도 없이 한다. 그뿐만 아니라 TV 광고에서도 그런 이야기는 수도 없이 나온다. 아이들이 알아야 할 다른 것들은 이 세상에 없단 말인가? 가령, 다음과 같은, 안전에 관련된 것들은 어떨까: 네 어린 동생과 놀 때는 조심해야 하는데, 그건 그의 머리가 아주 단단해서 네 코를 부러뜨릴지도 모르니까. 또는 그 멋진 검정색 신발을 신고 달려서는 안돼, 그건 밑창이 무척 미끄럽기 때문이야. 또는 네 머리 위 선반에 있는, 나무로 만든 중국 장기판을 끌어내리려 해서는 안돼. 곧장 네 발가락 위로 떨어져 발톱이 진한 자주색으로 변해 떨어져나갈 수도 있으니까. 혹은, 무언가를 먹을 때 너무 세게 씹지 마, 그러다가 혀를 깨물면 무척 아프게 돼.
아니면, 가령 소금에 절인 고기, 혹은 안쪽층, 중간층, 치관으로 불리는 바깥층으로 된 이빨의 세 층에 대해, 혹은 금층, 은층, 그리고 청동과 같은, 다른 어떤 층으로 이루어진, 이집트 시대의 관의 세 층과 같은, 안전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들은 어떤가? 모든 사람이, 누군가가 죽었을 때 이집트인들은 그를 미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런데 그것은, 모든 사람이 미라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백 명 중 열 명이 그렇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가? 왜 끝없이 '멈추고, 자세를 낮추고, 그리고 굴러요!'를 외치는 대신, 그러한 질문에 대답을 하는데 시간을 보내지는 않는가?
오래전 사람들은 통에다 다량의 소금을 재워 고기를 보관하곤 했다. 소금은 너무 짜, 고기를 썩게 하는 세균들은 그 구역질나는 맛 때문에 하고자 계획했던 것을 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해 고기는 점점 더 짜져서 몇 달씩 상하지 않고 보관될 수 있었다. 스렐 주니어 스쿨의 역사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무척 흥미로운 그 이야기를 해줬다. 한 소년이 큰 소리로 말하며 방해를 하자, 선생님은 "조용히 하지 않으면, 너를 소금통에 절이겠다." 하고 말했다. 소년은 얼굴이 빨개졌다. 또 한 번은, 블리드레너 선생님이 로저 샤프리스에게 "로저, 손가락을 콧속에 조금만 더 깊숙이 넣으면 네 손가락은 귀로 나올 것 같구나." 하고 말했다.
노리는 소금을 치는 것을 싫어했지만, 파르마산(역주―파르마는 이탈리아의 도시 이름) 치즈를 좋아했다. 어렸을 때 그녀는, 아무도 보지 않을 때면, 커다란 파르마산 치즈를 접시에 쏟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곤 했다. 식구들이 스파게티를 먹을 때면, 노리는 치즈를 먹는 것이 창피해서가 아니라, 뺨에 붙은 치즈 부스러기를 본 식구들의 반응 때문에 얼굴이 빨개지곤 했다.
파멜라 셰이버즈는 파르마산 치즈 속에는 본래 소금이 아주 많이 들어 있다고 했다. 비스킷 역시 매우 짰다. 한 번은, 짓궂은 사내아이 두 명이 깡통에서인지 휴지통에서인지 빈 비스킷 봉지를 발견하고는 "오, 파멜라, 비스킷 봉지가 먹고 싶지 않니?" 하고 말했다. 파멜라는 봉지를 들어 그것을 눌렀고, 그것이 납작해지자 아이들은 웃었다.
하지만 노리가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음식에 섞인 소금과는 달리, 음식에 뿌려진 순수한 소금--짓궂은 작은 크리스탈들--에는 파르마산 치즈의 경우와는 다른 어떤 것이 있다. 야채에 뿌려진 설탕 또한 그렇다. 만약 노리가 당근이 든 냄비에 설탕이 들어갔다는 것을 모른다면, 그것은 그대로 좋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고 있다면,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참지 못할 것이다. 최근 들어 리틀가이는 모든 종류의, 뿌릴 수 있는 치즈를 광적으로 좋아했다. 리틀가이와 노리는 각자 '엘리너'를 의미하는 'E' 와 프랭크를 의미하는 'F'라는 라벨이 붙은 소형 치즈 뿌리개를 가지고 있었다. 리틀가이는 부모님이 테이블 매너의 역사와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일 같은 것에 대해 얘기를 할 때면 치즈를 쏟아, 접시에 작은 언덕처럼 쌓아서 먹었다. 그런 다음 스푼을 핥아 그것을 끈적하게 해서는 치즈 속에서 굴려, 작은 치즈 조각들이 스푼에 달라붙게 했다.
어쨌든, 지금까지 스렐 주니어 스쿨에서는 '멈추고, 자세를 낮추고, 그리고 굴러요!'를 암시하는 얘기조차도 없다는 것이 크나큰 위안이었다. 불 속에서 그 말을 아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가? 그것이 안전에 과한 좋은 충고가 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어떤 옷을 입고 있는지에 달려 있다. 가령, 누군가가 앞문으로 탈출하기 위해 불에 타고 있는 나무조각 사이를 달려가려고 하는데, 잠옷에 불이 붙었다고 가정해 보자. 그 경우 몸을 바닥에 던져 구르기 시작하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바닥이 불에 타고 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잘 늘어나는 부드러운 잠옷을 입고 있을 경우에는 옷을 끌어당겨 목쪽으로 벗을 수 있을 것이다. 불이 붙은 잠옷을 입고 구르면 다리에 심하게 화상을 입을 게 틀림없다.
주니어 스쿨에서는 이미 두 번 화재 대피 훈련을 했다. 한 번은 예정된 것이었고, 다른 한 번은 실수에 의해서였다. 불이 났을 경우에는 학급 전체가 두 줄로 서고, 줄 맨 앞의 사람이 아이들 이름을 각각 불러, 그들이 줄을 섰는지를 종이에 기록하게끔 되어 있었다. 문제는 몇몇 아이들이 급히 도망을 친다는 것이었는데, 그러면 이름을 부르는 사람이 그 아이들이 교실 뒤쪽에서 다쳤는지 아닌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이미 밖으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마시느라 숨을 헐떡이며 인조잔디 위에 벌렁 드러눕거나 주저앉아 있을 경우에는 그들의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만약 연기가 지독할 경우에도 아이들은 줄을 지어 몸을 엎드린 채로 이름을 부르고 대답을 해야 할 것인가?
주니어 스쿨의 드라마 수업은 무척 훌륭한 것임이 밝혀졌다. 드라마 수업 시간에는 사내아이 하나와 여자아이 하나가 짝이 되었는데, 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죽는 것을 배웠다. 한 아이가 다른 아이에게 끓는 기름을 부으면 다른 아이는 끓는 기름이 자신에게 부어졌을 때 보이게 되는 행동을 연기해야 했다. 그런 다음 그들은 역할을 바꿨다.
드라마 교사는 무척 훌륭했다. 첫째 주에, 아이들은 총에 맞아 죽는 연기를 배웠는데, 그들은 가짜로 넘어지는 것을 연습했다. 선생님은 무척 달콤한 목소리로 "오 맙소사, 오늘 내게 슬프고도 슬픈 일이 일어났어. 나는 너무도 슬퍼, 내 장난감 총도 잃어버렸어. 그래서 나는 이렇게, 그것 없이 쏠 수밖에 없어!" 하고 말했다. 그런 다음 그녀는 아이들 하나하나를 손가락으로 겨냥해 "빵! 빵! 빵! 빵! 빵" 하고 말했다. 모두들 총에 맞아 죽는 시늉을 했다. 가짜로 넘어지는 시늉을 하기 위해서는, 일어서서 바닥에 닿을 정도로 한쪽 무릎을 구부려 넘어지며, 머리를 돌리고, 한쪽으로 넘어져, 팔을 짚으며, 꼼짝 않고 죽은 척하면 되었다. 그것을 천천히 하기는 쉬웠지만, 진짜 죽어 넘어지는 것처럼 빨리하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바로 여기에, 드라마 수업을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가 있었다.
드라마 시간에는 짧은 희극도 했다. 두 사람이 술집에 갔는데,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술을 마시고 싶냐고 물은 후 그에게 다른 어딘가를 보라고 했다--"오, 저기 있는 재미있는 메뉴판을 봐, 아주 재미있지 않아."--그런 다음 그는 작은 붉은색 알약으로 된 독을 술에 섞었다. 먼저 노리가 스테판의 술에 독을 탔는데, 그는 바닥에서 괴롭게 뒹굴었고, 결국 노리는 그가 어딘가를 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삐는(sprain) 것은 접질리는(strain) 것보다 더 좋지 않은 것이었는데, 그 두 가지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한데도 많은 아이들의 그것을 깨닫지 못했다.
그 후 노리가 독을 마실 차례가 되었을 때, 그녀는 술을 마신 후, 그것이 독이 든 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공주의 역할을 했다. 공주는 많은 사악한 자들이 그녀의 가족으로부터 왕국을 뺏으려 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노리는 배가 쓰라린 것을 느끼고는 몇 분 내에 죽으리라는 것을 알아차렸다는 듯이 손을 가만히 무릎 위에 얹고, 바닥 위로 다를 뻗은 채로 살며시 눈꺼풀을 깜빡이며 죽었다.
하지만 드라마 수업 시간에, 불에 타는 듯한 빗속에 갇히게 되었을 때 어떤 느낌일까 하는, 끔찍한 재앙에 대한 노리의 비밀스런 생각 중 하나에 관해서 연기를 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노리가 그 생각을 그녀의 마리아나 이야기 중의 하나에 도입했기 때문이었다.
노리는 웅장한 집이라기보다는 웅장한 성 같은 옥스버그 홀에서 집으로 가는 길에 그 이야기를 자신에게 해주느라 정신이 없었다.
뜨거운 비에 관한 이야기
마리아나는 불과 여덟 혹은 아홉 살 때 인도에 사는 사람 스무 명 중 한 명만이 겪는 일을 경험했다. 그것은 뜨거운 비였다.
마리아나는 전에 사하라 사막으로 여행을 간 적이 있었다. 마리아나는 여러 번 여행을 갔었는데, 그것은 그 여행들 중 하나였다. 마리아나는 그곳에서 여름 동안 지낼 집으로 오두막을 한 채 지었다, 아니 실제로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지었다.
하지만 마리아나가 듣지 못한 것은, 혹은 사람들 사이에 알려지지 않았던 것은 비가 너무너무 뜨거워 그것을 맞게 되면 손가락이 검정색 혹은 검은 자줏빛으로 타버린다는 사실이었다. 만약 마리아나가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틀림없이 다른 때를 택해서 왔을 것이다. 하지만 마리아나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마리아나는 작고 끔찍한 비행기에서 내려 사하라 사막의 오렌지빛이 도는 노란 모래 위에 첫발을 내디뎠다. 마리아나가 제일 먼저 알게 된 것은 그곳에 엄청나게 많은 뱀과 도마뱀, 그리고 그밖의 다른 동물들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마리아나는 자세를 낮춰, 부드럽고 편안한 모래 위를 굴렀다.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로부터 5분 후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는 밤새도록 줄기차게 내렸다. 끔찍했다. 그것은 불타는 듯한 뜨거운 비였다.
다음날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는 동안 마리아나는 집을 찾아 헤매며 걸었다. 마리아나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이라곤 사하라 사막에서 빠져나가 집으로 가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당신이 이와 관련해 알아차리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은, 마리아나가 집 안에 들어갈 수도 나무 그늘 아래 서 있을 수도 없었다는 것이었다. 마리아나의 주위에는 그녀를 뒤따르는 사나운 뱀들뿐 그녀는 혼자였다. 마리아나는 모래 위로 걸음을 떼었다. 발자국은 세찬 빗자국 때문에 지워졌다. 실제로 하늘에서 무척 뜨거운 비가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사막의 열기 때문에 차가운 비가 어느 지점 아래 떨어지는 순간, 그것이 끓기 시작했던 것이다. 동물들은 이리저리 땅속으로 서둘러 숨었다. 마리아나는 그들과 함께 땅속으로 들어가 몸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마리아나의 몸이 너무 컸던 것이다.
천천히 걷던 마리아나는 이제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고 있었고, 뜨거운 얼굴은 어느 때보다도 더 쓰라려 왔다. 마리아나는 비가 뜨거운 얼음 조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기다려'하고 마리아나는 생각했다. 마리아나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열기는 가라앉았지만, 거대한 우박이 하늘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은 마리아나를 기쁘게 했다. 그래서 마리아나는 누워, 다음 날 아침 또한 첫날 아침만큼 좋지 않을 거라는 예측을 하며, 따라서 이것이 잠을 잘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을 하고는 잠을 청했다.
'내게 유일한 기회일 수도 있어'라고 생각하며, 마리아나는 다시 한번 부드러운 모래 위에 누웠는데, 이번에는 행복했다. 하지만 마리아나가 막 눈을 감으려 하는데 뭔가가 눈에 띄었다. 그것은 마리아나가 전에 본 적이 없는 어떤 것이었다.
그것은 네 살쯤 되어 보이는 작은 여자아이였다. 물론 마리아나는 전에 많은 작은 여자아이들을 보았지만, 이 여자아이는 지치고, 굶주리고, 더럽고, 뜨거운 비와 우박 때문에 눈이 멀어 있었다. 여자아이는 날카로운 선인장에 걸려 넘어지고 부딪혔다. 마리아나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마리아는 '어떻게 저 아이를 이곳에 머물게 할 수 있지? 나는 아팠고, 외로웠지만 뜨거운 비와 우박 속에서 저 아이처럼 눈이 멀지는 않았어. 맙소사, 나는 누군가가 나타나 나를 도와주기를 바라지 않았던가. 나는 가서 저 아이를 구해야 해.' 하고 생각했다. '나는 저 아이를 우리 집으로 데리고 가야 해. 그렇게 해야 해.'
마리아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를 들어 올렸다. 심하게 뛰던 아이의 심장이 정상으로 뛰기 시작했다. 아이는 진정이 되었다. 처음으로 아이의 눈이 떠졌다. 아이는 행복한 눈으로, 순수한 기쁨이 반짝이는 눈으로 마리아나를 쳐다보았는데, 마치 '당신이 나를 구해줬어요, 마리아나, 당신은 좋은 일을 했어요'하고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리아나는 '나는 사람들이 나에게 해줘야 하는 일을 한 것뿐이야.' 하고 말하기라도 하는 듯 아이를 쳐다보았다. 마리아나는 걷기 시작했다. 이제 마리아나가 내딛는 걸음은 더 무겁고 불편했다. 하지만 아이는 마리아나에게 전혀 짐이 아니었다. 마리아나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은 아이의 눈물뿐이었다. 아이는 울고 있었는데, 그것은 고통이 아닌 행복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리아나는 그토록 끔찍한 상황에서 그렇게 어린 아이가 행복할 수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다음 날 마리아나가 예측한 대로 뜨거운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첫날처럼 끓는 듯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비는 뜨거웠고, 아니 두 여자아이의 얼굴을 뒤덮었다. 그들의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졌다. 여자아이는 고통으로 울었는데, 아이 자신 때문이 아니라 무척 고통스러워 보이는 마리아나의 얼굴을 보고 울었다.
하지만 이제 마리아나는 혼자가 아닌 사막의 일부가 되었다. 마리아나와 같은 많은 다른 사람들이, 어른들이 고통을 겪고 있었다. 마리아나는 그들 중 하나를 끌고 가려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마리아나는 세 살짜리 아이와 육십 먹은 노인을 데리고 갈 만큼 강하지 못했다. 마리아나는 선인장 하나에서 숄을 발견했다. 마리아나는 그것을 떼어 어린 여자아이의 몸에 감싸 주었다. 어린 여자아이는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마리아나는 또 다른 숄을 발견해 그것으로 자신의 몸을 감쌌다. 마리아나는 끔찍한 비를 막을 수 있는 뭔가가 있다면 좀 더 빨리 걸을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비는 숄 속으로도 스며들었다. 마리아나는 그 끔찍한 비 때문에 고통을 당하고, 무거운 어린 여자아이를 데려가는 것은, 자신이 너무 이기적이고, 그해에 가장 좋은 자리만 차지하고, 걷는 대신 비행기를 탄 것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마리아나는 전에도 그런 적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마리아나는 인도에서 말리나 공주를 위해, 단단하고 무거운 철제 양동이를 들고, 가는 나무와 막대기들로 가득한 장소를 걸은 적이 있었다. 결국 마리아나는 호주머니 칼을 이용해 선인장 속에 구멍을 내 그 속으로 속이 빈 막대기를 찔러 넣으려 했다. 마리아나는 막대기 속을 빨았는데, 그 때문에 입을 심하게 데었다. 살갗이 검은 어떤 동물이 선인장 위에 죽어 있었는데, 마리아나는 막대기를 그 선인장에 찔러 넣었다. 그때 마리아나는 물을 구할 방도가 없었고, 자신은 꼼짝없이 사막에 갇혔으며, 집에 가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처음으로 여자아이가 말했다. "나를 데리고 가지 말아요. 당신은 집에 도착한 후에도 나를 돌보고, 나를 위한 장소를 찾아야 해요." 그리고 아이는 마리아나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당신한테는 선인장이 좀더 나은 짐이 될 수 있을 거예요. 가시 때문에 그것은 당신을 더 심하게 벌할 거예요. 그래도 당신은 쉽게 그것을 잘라 집으로 가져갈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되면 당신이 집에 도착했을 때 나를 돌봐야 하는 또 다른 벌을 받지 않아도 될 거예요." 하고 말했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마리아나를 사랑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마리아나는 여자아이를 그대로 죽게 버려 둘 수가 없었다. 마리아나는 아이를 두고 가면 죽게 되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 더 빨리 걷기 시작했고, 뜨거운 비는 점점 더 뜨거워졌다. 마리아나의 얼굴에서 너무 뜨거워 거품이 일기 시작했다. 마리아나의 땀은 피로 붉게 변했다. 여자아이는 고통을 안겨주는 것처럼 보이는 마리아나의 얼굴의 피를 보고는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마리아나는 여자아이에게 상냥하게 말했다. "울지 마, 얘야, 울지 마, 울면 네 소중한 몸에서 피가 빠져나가게 돼." 여자아이는 눈물을 닦았다. 눈물을 닦는 것을 보고 마리아나는 자신의 얼굴과 그것이 얼마나 쓰라린지에 대해 생각했다. 마리아나는 얼굴에 손을 대어보았다. 더한 고통이 느껴졌고, 어린 여자아이가 본 것은 마음속에서나 보아야 하는 것이었다. 마리아나는 고통을 본 것이었다. 얼굴은 무척 부어올랐고, 마리아나는 그것을 손으로 만졌다. 공기로 가득 차 무척 얇아진 살갗이 터지며 피가 흘러나왔다. 그것을 보는 것은 힘겨웠고, 마리아나는 무척 고통스러웠다.
이제 마리아나는 거의 집 가까이 왔다. 물론 마리아나는 집을 볼 수 없었지만, 절반은 온 상태였다. 십 마일만 더 가면 되었지만, 마리아나는 발이 너무도 쓰라렸다. 마리아나의 머리칼은 거의 붉게 염색이 되어 있었다. 마리아나는 걷고 또 걸었고, 무척 피로했다. 여자아이는, 마리아나가 아이를 처음 들어 올렸을 때처럼 다시 마리아나를 올려다보았다. 이제 아이의 뺨은 부어오르긴 했지만 얼굴은 더 행복해 보였다. 아이는 현명해 보였다. "저 선인장을 보면 알 수 있어요." 아이는 마리아나가 본 것 중 가장 큰 선인장 하나를 가리켰다. 마리아나는 뒤로 물러섰다. 마리아나는 고통과, 마리아나가 안고 가는 무거운 아이, 그리고 뜨거운 비에 대해서도 잊어버렸다. 그것은 마리아나가 아기였을 때를 떠올리게 했다. 마리아나는 커다란 세쿼이아 나무(역주--미국 캘리포니아산의 거목) 아래에서 태어났다. 그 나무는 멋지고 아름다운 집을 짓느라 잘렸지만, 마리아나의 마음속에서는 잘려지지 않은 채로, 여전히 오스트레일리아의 그곳에 서 있었다. 이제 모래는 점차 얕아졌다. 그것은 나나 당신에게는 더한 고통을 주었을 수도 있지만 마리아나에게는 집을 의미했다. 그것은 그 어린 여자아이를 안전하게 데려와 새 부모님을 찾아주거나, 아니면 만약 아직 죽지 않았다면 옛날 부모님을 찾아주고, 집에 가게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마음속으로 마리아나는 그들이 죽었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 나는 당신에게 그들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마음속으로, 마리아나는 다른 어떤 것 또한 생각하고 있었다. 마리아나는 '나는 이 아이를 입양할 수도 있어. 이 여자아이는 내 아이가 되는 거야, 나는 아이를 돌볼 수 있어.' 하고 생각했다.
다시 한번 아이는 마리아나의 마음을 읽었다. "당신은 이제 내 어머니예요." 하고 여자아이가 말했다. "내 부모님은 죽었어요." 아이는 그 말을 현명하게, 세 살짜리도, 나이 든 사람도 아닌, 마리아나의 진짜 어머니가 말하듯이 말했다. 마리아나는 이제 아이의 어머니인 오스트레일리아 여자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 여자는 길고 아름다운 검은 머리칼을 갖고 있었다. 이제 마리아나는 그 아이에 대한 다른 어떤 것도 깨달았다. 여자아이 역시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이었던 것이다. 이제 마리아나는 그녀가 본 오스트레일리아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그 아이를 팔에 똑바로 안고 꽉 껴안았다.
마침내 마리아나는 나무로 지은 그 집에 이르게 되었다. 집을 보자 기적처럼 마리아나는 행복해졌다. 마리아나는 아이를 현관에 있는 긴 의자에 눕혔다. 마리아나의 아버지와 어머니가 그녀를 껴안았다. 그런 다음 마리아나는 무릎을 꿇은 채로 잠이 들었다. 부모님은 마리아나를 살며시 들어 침대로 데려갔다. 마리아나는 편안하게 잤다. 마치 이십 일의 밤과 낮이 지난 것처럼 느껴졌다. 그 후 마리아나는 부모님의 도움으로 그 아이를 길렀고, 그들 둘은 가장 좋은 친구가 되었다.
그리고 그것이 마리아나의 놀랍고도 끝없는 인생에 관한 이야기 중 하나가 되었다.
실패할 필요가 있는 어떤 것
무한히 지속되는 삶에 대한 관념은 한편으로는 성당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생겨났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여러 면에서 무척 훌륭한 영화인 "끝없는 이야기"라 불리는 영화로부터 기인했다. 그 영화의 훌륭한 점 한 가지가 그것이 2부로 이루어진, 예외적이고도 드문 영화이며, 두 번째 부분이 기본적으로 첫 번째 부분만큼이나 흥미롭다는 데 있었다. '끝없는' 과 '무한히 지속되는' 은 그러한 것을 표현하는데 적당한 단어이다. 그건 '언제까지나 지속되는'이라고 말할 때처럼 지속되기 때문이다.
노리는 마리아나의 끝없는 삶으로부터 몇 가지의 이야기를 모았다. 그것들은 글로 쓰기에는 너무 길었고, 그래서 노리는 후에 이야기들을 어떻게 기억해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어떤 것들은 분명 섬뜩한 색채를 지니고 있었지만, 그것은, 만약 사람들이 깨어 있을 때 뇌의 은밀한 부분에서 나오는 것이 섬뜩한 것이라면 그것은 다른 누군가가 책이나 영화를 통해 제공하는 섬뜩함과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더욱 두려워하게 되는, 그런 류의 섬뜩함이었다. 한편 밤에 우리의 뇌가 우리에게 보여주기로 결정한 무시무시한 것들은 전혀 다른 것이다. 꿈이 비하여 우리가 일부러 생각해 낸 것들은 무척 성가신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게 나쁘지 않을 수 있다. 사람들이 지어내는 이야기들은 원하는 두려움의 정확한 한계만큼 두려움의 원천으로 작용할 뿐이며, 따라서 그것들이 그 한계를 넘게 되리라는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어떤 이야기에서 실패하게 되는 요소를 필요로 한다. 그 이유는 그것이 실패함으로써 좀더 나아질 필요가 생기기 때문이다. 뜨거운 비 이야기에 대해 노리가 생각하게 된 것은 언젠가 비가 아주 가볍게 내릴 때, 얼굴에 핀과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을 알아차리면서이다. 톡, 톡, 톡, 하고 떨어지는 무척이나 가벼운 비는 놀라울 정도로 사람을 아프게 할 수도 있다. 너무 작아 아주 빨리 떨어지는 날카로운 비의 작은 방울들이 좀더 크고 좀더 부드러운 빗방울을 비껴 내리는 것이다.
다른 한 번은, 블리클링 홀에서 돌아오던 중, 노리는 아주 작은 펠리시티 인형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이야기는 어린 동생에 관한 것으로 끝이 났는데, 그것은 차 안에서 동생인 리틀가이가 잠에 빠져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이야기는 섬뜩한 것이지만, 노리가 얘기한 것중 어쩌면 가장 섬뜩한 것이 뜨거운 비에 관한 이야기만큼 섬뜩하지는 않다.
에라라는 여자아이와 남동생에 관한 이야기
에라라는 이름의 여자아이가 있었다. 에라는 동생과 함께 블리클링 홀 근처의 아름다운 오두막집에 살았다. 집은 너무도 멋졌고, 모든 것은 완벽했다. 에라의 어머니와 아버지는 완벽했으며, 결코 화를 내는 일이 없었고, 항상 그들에게 잘해 주셨다. 에라는 어느 날 가장 좋아하는 야외놀이를 마친 후 걷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에라는 끔찍한 진흙 속으로 넘어졌다.
"오, 안돼! 예쁜 드레스를 망쳐버렸어. 오, 안 돼." 에라는 울기 시작했다. 에라는 도랑에서 일어나 어머니한테로 뛰어갔다.
"오, 얘야, 네가 좋아하는 드레스를 버렸구나. 자, 네게 새 드레스를 하나 만들어 주고, 그 드레스는 기워야겠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고마워요, 엄마." 하고 에라는 말하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러니까 에라는 절을 한 것이었다. 에라는 책가방을 벗어 제자리에 걸은 후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아빠는 아직 퇴원을 하지 않으셨나요?"
"아니, 아버지는 퇴원을 하셔서 식당에 계신단다. 식당에 가면 아버지를 뵐 수 있을 거야."
에라는 안으로 들어갔고, 그곳에는 아버지가 계셨다. 아버지는 에라를 보며 환하게 미소를 지으셨다. 에라는 아침 내내 놀이를 했다. 하지만 드레스에 진흙이 묻은 것으로 그날의 불행은 끝나지 않았다. 에라는 온갖 상품들이 가득 찬 가게에서 나와 여덟 살 된 동생과 함께 길을 걷고 있었다. 에라는 동생을 내려놓았다. 열세 살 된 에라는 숙제를 하기 위해 딴 곳으로 갔다.
에라의 어머니는 저녁을 준비하고 있었다. 에라는 자신의 옷을 가지러 다른 방으로 갔고, 한 달 전쯤에 다쳐 아직도 걸을 수 없는 아버지는 식당에 그대로 계셨다. 에라는 즐거운 마음으로 거실을 지나 자신의 방으로 갔다. 그런데 동생이 천천히 성냥을 한 개피씩 꺼내고 있었다.
"오 안 돼!" 하고 에라는 말했다. "도와주세요, 안돼!" 그리고 에라는 그에게서 성냥을 낚아챘다. 하지만 에라가 동생이 쥐고 있는 성냥을 낚아채는 순간 성냥개비가 성냥갑을 긁었고 불이 났다. 에라는 성냥갑을 떨어뜨리며 소리를 질렀다. 하지만 어머니는 에라의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 어머니는 세탁물을 부엌으로 가져가느라 머리에서 발끝까지 빨래를 둘러쓰고 있었던 것이다.
"불이야!" 하고 에라는 소리치며 동생을 데리고 나왔다. 하지만 그들은 성냥갑에 걸려 넘어졌고, 동생은 다리를 심하게 데었다. 에라는 재빨리 동생을 옮겼지만, 다시 그의 위로 넘어졌다. 에라는 다시 동생을 일으켜 세워, 불로 인한 고통으로 비명을 지르며 그와 함께 달려나왔다. 에라는 칼을 밟았고, 칼은 에라의 신발 뒷굽을 찔렀다. 오, 에라는 두려움에 질려 달려나갔다. 그것은 끔찍했다. 그들은 신발에 묻은 눈이나 똥을 털어내는 곳에서 넘어졌다. '오 안돼!' 하고 에라는 생각했다. '내 불쌍한 동생, 엄마, 아빠.'
걸음을 옮길 수 없는 아버지와,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었던 어머니는 불행히도 그 불 속에서 돌아가셨다. 그것은 끔찍한 일이었고, 에라는 눈물을 닦으며 흐느꼈다. 이제 동생은 심하게 피를 흘리고 있었다. 에라는 그를 안고 밖으로 나왔다. 동생은 다시 고통으로 비명을 질렀다. 오, 에라는 그 고통을 자신 또한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에라는 말했다, "오, 예야, 울지 마, 울지 마." 그리고 에라는 그의 눈물을 닦아 주었다. 에라는 그의 얼굴의 고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동생은 에라의 말을 잘 들었고, 누나가 원하는 것이면 뭐든 했다. 에라는 조용히 그를 안고 갔다. 에라는 쉽게 그의 얼굴의 고통을 볼 수 있었다. 에라는 동생이 울음을 참으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 얘야, 울어도 괜찮아." 에라는 작은 눈물방울이 그의 얼굴에서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동생은 떨리는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그는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에라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오, 누나, 나는 걸을 수 있어." 하고 동생이 말했다.
"넘어지지 않을까?" 하고 에라는 말했는데, 그것은 그가 상처를 입어 간신히 걸을 수 있었고, 자칫 넘어질 수도 있어서였다. 에라는 조심스럽게 그를 병원으로 데려갔다. 이제 에라의 하얀색과 갈색 드레스는 피로 얼룩 져 있었다.
"오, 안돼." 하고, 에라는 회전문 안으로 들어가며 소리쳤다. 에라는 사랑스런 동생을 데리고 천천히 접수창구로 걸어갔다. "오, 안돼." 에라는 그의 눈물을 닦아주며, 이제 보기에도 끔찍한 자신의 머리칼을 빗었다. 머리 뒤쪽으로 가 있던 곱슬머리가 앞쪽에 와 있었다. 이제 그것은 것의 똑바로 내려와 있었다. 에라는 겁이 났다. 에라가 겁이 날 때면 항상 머리칼은 똑바로 내려왔다. 어쩌면 머리칼을 아래로 끌어내리는 것이 땀인지도 몰랐다. 동생은 겁에 질려 있었다. 의사들이 그를 데려갔다.
그리고 그 후 얼마 동안 사람들은 에라의 하얀 단정한 드레스도 멋진 머리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에라의 드레스에 묻은 피와 진흙 같은 것들을 볼 수 있었다. 에라는 돈이라곤 없었고, 무척 가난하게 되었다. 에라는 어떤 돌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에라는 슬퍼하며, 그 돌에 어머니 이름을 새기려고 했다. 에라는 그 일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 돌은 진흙으로 덮여 있었고, 그래서 에라는 진흙 위에 메시지를 새겨 넣으려고 애를 썼다. 에라는 계속해서 걸었고, 나흘을 동생 없이 보냈다. 마침내 에라는 그 병원으로 가 동생을 만났다. 다행히도 동생은 나아 있었다. 곧 다시 동생은 야생딸기를 따고 오렌지 껍질을 벗길 수 있을 정도로 나아졌고, 그들은 함께 맛있는 저녁식사를 했다.
에라는 어디든 그 애를 데리고 다녔다. 그리고 그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너구리에 관한 이야기 조금
노리의 삶에서 한 가지 좋지 않은 일이 있다면, 그것은 영국에 그녀의 가장 좋은 친구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노리는 미국에 사는 제일 친한 친구인 데비가 무척 보고 싶었는데, 그녀는 아직 답장을 보내오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편지 쓰는 것을 게을리 한다. 또 다른 한 가지 슬프고도 불공평한 것은 노리가 데비를 아주 짧은 동안만 가장 좋은 친구로 사귀었다는 것이었다. 그녀는 데비를 영국에 오기 전에, 지난 이 년 정도 만났을 뿐이었다.
데비에 대해 알아야 할 중요한 한 가지 사실은 데비가 자신의 인형들과 이야기하기를 무척이나 좋아했다는 것이다. 그녀에게는 어떤 각도로 기울이면 가르릉거리는 소리를 내는 봉제 새끼 고양이 인형이 네 개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끝없이 계속되는 놀라운 상상력을 갖고 있다.
노리와 데비는 끝없이 계속되는 게임인 사만다 게임을 함께 했다. 그 게임에서는 사만다와 그 게임에 참가하는 다른 모두에게 재앙이 연이어 일어났다. 한 번은 사만다가 램프갓에 발이 매달렸는데, 그것은 퍼라는 이름의 개가 그녀를 태워죽이려 들었기 때문이었다. 퍼는 사실 무척 좋은 개였는데, 데비가 자신의 동물 중 가장 좋아하고 함께 잠을 자기도 하는 개 인형이었다. (데비는 팬더 역시 좋아했지만 팬더는 오히려 수집품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들은 그 이야기 속에서 나쁜 역할을 할 대상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뭔가가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들은 어떤 나쁜 떠돌이가 준 알약을 먹고 곧 못된 개가 되었다는 상상을 해낸 것이다. 그 결과 개는 일시적으로, 아주 끔찍한 존재가 되었고, 새끼 고양이와 사만다를 죽이고 싶어 했다. 개는 데비가 함께 잠을 자는 사랑스런 동물이 아니라, 그 이야기를 위해 나쁜 존재가 된 것이다. 모험심 강한 네 마리 새끼 고양이들은 새끼 고양이가 두 마리밖에 없는 척하고, 퍼로 하여금 잠들게 하는 두 번째 알약을 먹게 함으로써 자신들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잠에서 깬 퍼는 다시금 옛날의 다정한 개가 되었다. 데비와 함께 그런 이야기들을 하는 것은 놀라울 정도로 즐거웠다.
데비를 알기 전 노리는 이야기들을 혼자서 했다. 그녀가 언제 어떻게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는지 기억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이제 노리는 목욕을 하거나, 아니면 거울을 보며 여러 가지 다른 목소리로, 작은 이야기 조각들로 시작해 이야기를 만들었을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그 두 가지가 이야기를 하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상황들이기 때문이었다.
노리에게는 목욕을 하는 동안 수백 가지 모험을 즐기는 고무로 된 너구리가 있었다. 노리는 쿠치를 가지고 놀 수는 없었는데, 쿠치는 헝겊 인형으로 물에 젖으면 안 되었다.
사라 로라 마리아 너구리는 노리가 발견했을 때 부모로부터 버림받아 길옆에 누워 있었다.
사라는 추위에 떨고 있었고,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노리와 실베스터는 그 너구리를 입양했는데, 곧 그 어린 너구리는 그들의 잃어버린 아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래 전 한 마녀가 그들의 아기를 뺏아갔던 것이다. 마녀는 어느 날 구운 치즈 샌드위치에서 나는 김에서 나와 그들의 사랑스런 아기를 뺏아갔고, 그들은 가슴이 무너졌다. 그들은 오랫동안 가슴이 무너진 채로 작은 오두막집에서 살았고, 결국 어느 날 길가에 버려져 추위에 떨고 있는 좀 더 나이든 어린 너구리를 발견했다.
"우리는 얘를 입양해야 해요, 얘는 우리가 오래 전 잃어버린 사라 로라 마리아와 너무도 닮았어요." 하고 그들은 말했다.
좀 더 생기를 차린 어린 너구리는 그들에게 일어난 일을 말했다. 어린 너구리는 부모와 함께 완벽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 사악한 마녀가 나타나 자신을 데리고 갔지만 다행히도 마녀의 눈에 소금을 던진 후 마녀의 보트에서 뛰어내렸고, 인어들이 너구리를 그들의 성으로 데려가 보살펴주고, 인어 너구리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가르쳐 주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너구리는 마녀와 함께 있을 때에는 무척 야위었었지만 이제 해조류 샐러드를 먹고 살이 포동포동해졌다. 그리고 이따금--우연히 배 위의 누군가가 던져줄 때면--옛날에 먹던 맛있는 감자도 먹을 수 있었다. 어린 너구리는 인어들과 함께 살려고 최선을 다했고, 아프리카 근처에서 발견되는 해초로 만든 멋지게 늘어진 긴 드레스를 입었다. 하지만 너구리는 본래 땅 위에서 사는 동물이었다. 그래서 인어들을 몇 번씩이나 껴안으며 고맙다는 말을 한 후 손을 흔들며 해변으로 헤엄을 쳐 갔다. 그곳 해변에서 산책을 하던 부부가 어린 너구리를 발견했다.
"여보, 이 너구리가 우리의 사랑하는 아이와 얼마나 닮았는지 알겠어요?" 하고 아내가 말했다.
"그래요, 여보." 하고 남편이 말했다. " 이 아이가 우리의 귀여운 아기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들을 갖고 놀고 싶어할지 궁금하구려." 슬픈 마음으로 그는 위층으로 가 잡동사니들이 든 상자를 갖고 내려 왔다. 그 안에는 피셔 프라이스 메인 스트리트와 세트로 된, 우편함에 넣을 수 있는 편지 다섯 장과 서로 맞출 수 있는 발포 고무 퍼즐 세트, 그리고 다른 많은 것들이 있었다.
"제게는 이 인형밖에 없었어요." 하고 어린 너구리가 말했다. "바로 이 인형만요."
"그게 사실이니?" 하고 부모는 놀라며 말했다. "그렇다면 이 아이가...?" 하고 그들은 놀라워했다. "네 이름이 뭐지?"
"사라 로라 마리아요?" 하고 아이가 말했다.
"하지만 그런 오래전 마녀가 뺏아간 우리 딸 이름인데!" 하고 부부가 말했다.
"저 역시 마녀가 훔쳐갔었어요." 하고 아이는 수줍어하며 말했다.
"너는 우리 딸이야! 오, 이리 오너라, 오 이럴 수가!" 그리고 그들은 그녀를 껴안고 키스를 했다. 그 후로 그들은 영원히 행복했다.
중국의 수도승
그렇게 노리는 데비를 만나기 전 혼자서 이야기들을 했었다. 데비는 이야기를 되는 대로 나아가게 할 줄 아는 멋진 친구였고, 노리 혼자서는 쉽게 지어낼 수 없는, 사만다를 위한 재앙들에 관해 이야기를 꾸며낼 줄 알았다. 데비는 얼굴이 아주 아주 넓었고, 길고 검은 머리칼은 반짝였고 완벽했는데, 그건 그녀의 부모가 중국인과 필리핀인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데비는 영어와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몬테소리 스쿨, 줄여서 ICMS라 불리는 곳에서 배운 표준 중국어밖에 하지 못했다. 노리와 데비 중 누구도 표준 중국어와는 전혀 다른 광동어는 하지 못했다. 하지마 함께 뭔가를 그릴 때면 그들은 중국어 선생님이 가르쳐 준 '나무아미 토보'라는 노래를 표준 중국어로 부르곤 했다. 그 노래는 다음과 비슷했다.
요 아이 요, 레 아이 레,
논 아이 로, 논 아이 로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그의 신발이 부서지고, 그의 모자가 부서졌다'라는 것이었다. 어쨌든 중국어 선생님이 해석한 내용은 그랬다. 문제는 그들의 선생님이 영어라곤 거의 모른다는 것이었다. 노리는 그것을 '신발이 찢어지고, 모자가 찢어지고, 몸에 걸친 모든 것이 찢어졌다'로 해석했다. 그 노래는 한 미친 수도승에 관한 것이었다. 가장 좋은 부분은 '나무아미 토보'라는 소리였는데, 그것은 그 수도승이 요술을 하는데 사용한, 부처에게 드리는 기도였다. 그는 부처에게서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지공이었다. 그는 비록 수도승이긴 했지만 무척 자유로웠다.
노리는 아직도 그 노래를 자주 불렀다. 몇몇 중국 노래들은 무척 멋진데, 어떻게 그 노래들을 부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녀는 과거에 알았던 많은 한자들을 잊어먹고 있었다. 그 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었다. '나무'를 의미하는
나무 목
혹은 '물을 뿌리다'를 의미하는
등등. 이제 그녀는 한자를 쓰지 않았다. 비록 시니어 스쿨에는 몇몇 중국계 아이들이 있긴 했지만 스렐 주니어 스쿨에 다니는 그녀의 반 아이 중 중국계는 없었고, 그래서 누구도 한자가 무엇인지, 핀 옌이 무엇인지, 그리고 부수를 쓰는 차례를 어떻게 기억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노리의 부모는 스렐에서 노리를 위한 중국어 가정교사를 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그곳에서 노리는 토요일 아침에도 학교를 가야 했고, 숙제가 많아, 하루밖에는 쉴 수 없었다. 만약 일요일에 중국어 가정교사가 온다면 노리는 지쳐 '오, 내 불쌍한 주말!' 하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되면 매주 주말에 성이나 궁전에 갈 시간조차 없어지게 될 것이 분명했다.
옥스버그 홀에서, 공주가 머물며 바느질을 한 탑의 높은 곳에서 그들은 정부의 검사관이 냄새를 맡고 왔을 때면 가톨릭 사제가 숨어 있었어야 했을 벽돌로 지은 작은 장소를 보았다.
따라서 중국어는 그녀의 마음속에서 점차 희미해지고 있었다. 어쨌든 노리는 세상의 모든 문자들을 알 필요는 없으니까. 노리가 이만큼의 중국어를 배우는 데도 사 년이 걸렸는데, 그것은 어른이나 좀 더 나이든 아이가 그 정도를 배우게 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비해서는 긴 편이 아니었다. 그래서 노리는 중국어만큼 어렵지는 않은 프랑스어를 배우는 데는 약 이 년 정도가 걸리 걸로 생각했다. 그럼에도 프랑스어는 멋지면서도 어려웠다. 디(Dix)는 무척 의미 있는 단어였다. '그것은 이미, 의미 있는 방식으로 10을 의미하고 있어' 하고 노리는 생각했다. 처음 '디'라는 말을 들었을 때 그녀는 '오, 이런, 그런 텐(ten)이라는 단어와는 전혀 달라'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곧 그것은 의미 있는 방식으로 십을 의미했다. 그리고 저(Je)는 'I'보다 나은 '나'를 의미하는 단어였다. 어떤 언어도 쉽지 않았다. 쉬울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나쁜 실수였다. 영어는 어쩌면 배우기 가장 어려운 언어였다. 음운에 있어서 중국어는 영어보다 훨씬 쉬웠다.
하지만 노리는, 아프리카의 어떤 언어들은 어떤 점에서 그만큼 복잡하지는 않다고 생각했다. 그 언어들은 1, 2, 3, 4, 5, 6, 7, 8, 9, 10, ...으로 나아가지 않았다. 그것들의 숫자 체계에는 무한이라는 것이 없었다. 그것들은 하나, 둘, 셋, 그리고는 '많은'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가령 "가게에 많은 사람들이 있었어." 라고 누군가가 말했다고 해보자. 그런데 그것은 넷을 의미하는가, 아니면 스물 다섯을 의미하는가? 팔로 알토에서 그들의 이웃집에 살았던 사람은 일 년을 아프리카에서 보냈는데, 그는 노리에게 숫자들에 관한 그 이야기를 해주었다.
노리는 그 이야기를 데비에게 했다. 그것을 들은 데비는 그게 사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럴 경우 그들은 어떻게 전화번호를 갖고, 뭔가가 얼마 하는지 알 수 있단 말인가? 가령 당신이 가족과 함께 봄베이에 있는 작은 인어를 보러 갔는데 입장권을 파는 사람이 유리창에 뚫린 작은 구멍 사이로 "어른 둘하고 아이 둘인가요? 많은 달러입니다."라고 말한다고 가정해보라! 달러 혹은 히클, 혹은 굼봅, 혹은 봄베이 사람들이 달러를 일컫는 다른 말로. 많은 달러라고! 그런 몇 달러를 의미하는가?
노리는 데비가 일리 있는 지적을 했다는 데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데비는 무척 똑똑했고, 피아노를 포함해 많은 것들에 재능이 있었다. 누군가가 가장 친한 친구를 한 명만 꼽으라고 했을 때, 데비는 최상의 의미에 있어 항상 훌륭한 친구였다. 특히 데비는, 베르니스가 자신의 '진짜' 친구와 함께 살겠다는 무례하고 야비한 이야기를 했을 때, 친구로서 더 돋보였다.
베르니스에게는 은색 인어 그림이 그려진 칼라 치아 고정 장치(역주—치열 교정기보다 단순한 형태의, 고르지 못한 이빨을 교정하는 기구)가 두 개 있었다. 데비에게는 '데비'라는 은색 글씨가 적힌 치아 고정 장치가 있었다. 데비가 자신의 치아 고정 장치를 노리에게 주었을 때 노리는 그녀의 반의 누구보다도 치아 고정 장치가 많았다. 그것은 오래전 아이들이 치아 고정 장치를 하나씩 얻기 시작했을 때, '나는 알아! 나는 치열 교정의가 될 거야, 그리고 사람들을 위한 치아 고정 장치를 디자인할 거야' 하고 노리가 생각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노리는 치아 고정 장치 위에 커다란 이빨을 드러낸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디자인할 것이었다. 만약 리틀가이가 치아 고정 장치 하나를 필요로 할 경우 그녀는 증기 기관차로 이빨을 그려줄 것이다. 그 경우 사람들은 그 이빨을 턱 주위에서 칙칙폭폭 소리를 내는 열차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
그런데 영국에서는 전문적인 치열 교정의가 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학생들 중 누구도 치아 교정 장치를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빨에 관한 보고서
부분적으로는, 사람들을 위한 치아 고정 장치를 디자인하겠다는 생각이 노리가 이빨에 대해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런데 그녀는 그 주제 전체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흥미롭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몬테소리 스쿨의 베릴 선생님 반에서 그녀는 '이빨'이라는 주제에 대한 보고서를 썼다. 그 보고서에서 그녀가 쓴 것중 한 가지는 수 세기 전, 끔찍한 치통을 보여주기 위해 조각된, 이삼 인치 정도 되는 이빨 모형에 관한 것이었다. 그 커다란 상아 이빨에는 스테인드글라스의 여러 가지 그림과 비슷한 다양한 그림들이 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는, 당시 글을 읽을 수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 그림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발명되었다. 이제 우리는 그 스테인드글라스가 말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않고, 그냥 주위를 둘러보며, 아, 솔로몬 왕에 관한 이야기군, 알겠어, 하고 생각했던 과거의 상황과는 정반대이다.
상아는 모형 이빨로서의 제격이었다. 상아가 코끼리의 이빨이기 때문이다. 모형 이빨에는 이빨이 쑤시는 끔찍한 고통을 묘사하기 위해서인 듯 두개골을 불 속에 집어 던지는 사람들의 모습과 어떤 극적인 이빨 수술 모습처럼 여겨지는, 어떤 여자에게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모습을 담은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모형 이빨에는 돌쩌귀가 있었다. 그것은 열 수 있게 되어 있는 상자였다. '만약 그 안에 캔디를 보관할 경우 두 개골이 불 속에 처넣어지는 끔찍한 그림이 조각된 것을 보고는, 아냐, 나는 아직은 그 레몬 캔디를 먹지 않을 거야, 하고 생각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에 캔디를 덜 먹게 될 거야.' 하고 노리는 생각했다.
또한 그 보고서에서--어쩌면 그것은 그때까지 그녀가 베릴 선생님의 반에서 한 것 중 가장 훌륭한 것이었다--노리는 이빨층 도해를 그렸다. 수년 동안 그녀는 '이빨에는 층이 있는 게 틀림없어, 틀림없이 있어야 해, 그것은 동일한 재질로 이루어져 있을 수 없어' 하고 생각했었다. 오랫동안 노리는 긴가민가 했는데, 백과사전에서 이빨 도해를 따라 그리면서 층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기뻤다. 노리는 뭔가에 층이 있다는 사실을 좋아했다.
지구, 나물의 줄기, 대기 등에는 층이 있다. 그리고 콩커에도 층이 있다. 콩커는 초록색의 뾰족뾰족한 바깥층과 열매 자체를 구성하는 무척 반짝이는 멋진 층을 갖고 있다. 콩커는 무척 귀한 테이블이나 의자의 손잡이와 같은 것에 쓰이는 가장 좋고 가장 부드러운 목재가 되는데, 익워스 하우스와 같은 훌륭한 궁전은 바닥이 조각된 콩커로 되어 있었다.(그것은 증기 엔진의 도움으로 약간 곡면으로 굽어져 있었는데, 그 사실에 리틀가이는 기뻐했다.) 그리고 그 층 안에는 이빨의 신경과도 같은, 콩커의 성장하는 부분이 있다. 때로 이중 콩커가 발견되기도 한다. '콩커(cnker)'는 영국인들이 마로니에나무를 일컫는 말로 아주 적당한 표현 같다. 그 이유는 갑자기 그것이 사람들의 머리를 때릴 수 있기 때문이다(역주--'conk'는 때린다는 의미임).
추수감사절 축제 때 성당 미사가 끝난 후 사람들은 모두 거리를 가로질러 갔는데, 노리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금방 떨어진 마로니에 열매들을 발견했다. 그 열매들은 떨어지자마자 사람들이 와서 주워가기 때문에 무척 보기 힘들었다. 사람들 모두는 그들의 성당 안에 있는 짧은 동안 더 많은 마로니에 열매가 떨어진 것을 보고는 정말로 행복해했다. 미사를 보는 동안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
"꽃이라곤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보세요, 나무라곤 없는 세상을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그 노래는 "농부들의 좋은 것들을 땅 위에 뿌리죠, 하지만 그것들에 물을 주는 것은 하나님의 전능하신 손이죠, 그렇지만"으로, 그런 다음 노리가 기억할 수 없는 어떤 것으로, 그런 다음 "하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는 더 많은 것들을, 그리고 그 분은 우리의 일용할 양식을 주시죠."로 이어진다.
영국인들의 노래를 부르는 방식은 중국인들의 노래를 부르는 방식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영국인들이 노래를 하는 방식에서는 한음표를 길게 끌어야 했고, 음표를 그다지 고려하지 않았다. 영국인들은 노래를 할 때 무척이나 높은 목소리를 냈는데, 그 노래들은 영국식 액센트로 노래하게끔 되어 있었다. 따라서 열 명이 넘는 아이 중 한 아이가 미국식 액센트로 그 노래들을 부를 경우 그것은 불협화음이 되었다.
때로, 아이들이 중국어 시간에 꽃을 따는 노래를 부를 때 베르니스는 치아 고정 장치가 입에서 반쯤 튀어나온 채로 노래를 했다. 그것은 무례하면서도 혐오스런 것으로 중국어 선생님을 노발대발하게 했다. 그 때문에 한 번은 베르니스는 교실 밖으로 나가야만 했다.(교실 밖으로 나가야 하는 벌은 영국에서는 없었다--영국에서는 대신 수업이 끝난 후 남아 있어야 했다.) 또한 베르니스는 치아 고정 장치가 반쯤 입 밖으로 튀어나온 상태에서 아기처럼 말을 했다. 한 번은 그 애가 그것을 너무 꽉 깨물어, 부러진 치아 고정 장치 반이 입 뒤쪽과 연결되는 콧속으로 들어가, 의사가 와서 빼내야 했다. 만약 의사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것은 영원히 그대로 있으면서 괴롭혔을 것이다.
데비는 자신의 치아 고정 장치를 씹는 것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그 애는 여러 면에서 무척이나 상냥한 여자아이였다. 데비의 치열 교정기는 데비의 입을 더 커 보이게 했고, 그 애에게 있어 머리칼을 제외하고는 가장 눈에 띄는 점인,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만들어 주었다. 물론 그 애의 전체 얼굴은 무척 넓었다.
노리는 자신의 얼굴이 한 방 얻어맞고, 눌려지고, 오그라든 작은 얼굴이라고 느껴졌다. 그것은 부분적으로는 노리가 거의 모든 점에서 가장 아름다운 아이들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데비와 다른 아시아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 오그라든 것 같아 보였다.
노리는 자화상을 그린 뒤 '이런, 머리 양쪽이 약간 찌부러졌군, 하지만 괜찮아' 하고 혼잣말을 했으나, 그것에 대해 완전히 만족하지는 못했다. 그런 다음 노리는 거울 속에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며, '흠, 찌부러진 얼굴을 그린 게 놀랍거나 하지는 않군.' 하고 생각했다. 엄마, 아빠는 노리가 예쁜 아이라는 말을 했고, 때로 자신이 예뻐 보인다고 생각했지만 그것을 자랑하는 것은 점잖지 못한 짓이었다. 부모님이 다른 아이들 앞에서 그녀가 예쁘다고 하지만 않는다면 그렇게 말해도 괜찮았다. 만약 엄마, 아빠가 다른 아이들 앞에서 그러게 말했다면, 다른 아이들을 어색한 입장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 아이들은 따돌림을 당한 느낌으로 앉아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새로 전학한 학교인 스렐 주니어 스쿨에서, 어느 날 썸 선생님은 반 아이들에게 각각 자신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의 첫 문단을 적어보라고 했다. 노리는 다음과 같은 말로 시작했다.
"마리엘은 머리칼이 갈색이고, 눈이 갈색이며, 키가 사십삼 인치 되는 어린 여자아이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눈이 갈색이며"라는 말을 쓴 후에 그녀가 쓰고 싶었던 말은 그 아이가 사십삼 인치가 아니라 "작은 공주"라는 영화 속에 등장하는 것과 비슷한 어떤 것이었다. 그 작품에서 여자아이는 학교를 구경하는데, 대부분의 경우 '눈이 맑고, 재치있고, 조용한 작은 여자아이'로 행동한다. 물론 정확히 그러한 단어들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최소한 그 장면에서의 느낌은 그랬다.
그리고 그 영화 속에서 작은 공주 역할을 하는 여자아이는 노리와 약간 비슷했다. 노리는 그녀를 대신하는 마리엘이 '조용한 어린 여자아이로, 대부분의 경우, 무척 조용하고 신비스러워--혹은 정말로 신비스럽지는 않지만, 신비스러운이라는 단어의 의미로부터 약간 거리를 둔다면, 또한 "작은 공주" 속의 그 장면에 좀 더 다른 의미를 부여한다면, 거의 신비스러운 여자아이' 였다고 쓰고 싶었다.
하지만 노리는 그 어떤 말도 쓰지 않았다. 마리엘이 비록 자신과 이름이 다를지라도, 노리는 지금 자신에 관해 쓰고 있으며, 이 경우 그런 말들을 하는 것이 일종의 자기 자랑처럼 여겨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따돌림받는 파멜라
현실에서, 노리의 학교에는 똑같이 생긴 쌍둥이가 있었다. 그들은 치열 교정기는 하고 있지 않았다. 처음에 노리는 그들이 자신의 좋은 친구가 될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과 친구가 되기는 어려웠다. 그들이 한 사람인 것처럼, 동시에 그들 둘과 얘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도 그것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고, 따라서 한 사람을 무시하는 것-그것은 정중하지 못한 것이다-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서는 아이들은 한 사람에게 얘기를 한 후 즉시 다른 한 사람에게 얘기를 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아이들은 쌍둥이 중 하나에게 어떤 질문을 하고, 그러면 다른 쌍둥이가 어떤 질문을 하고, 아이들은 그 질문에 대답하고, 그런 다음 아이들은 그 쌍둥이에게 과외 시간에 탁구를 할건지 아니면 프랑스식 뜨개질을 할건지 질문한다. 그러면 그 쌍둥이는 과외 활동에 대한 얘기를 시작한다. 그런 다음 아이들은 다른 쌍둥이에게도 과외 활동에 대해 물어야 한다. 그들은 대체로 같은 것을 하지만, 정확히 똑같을 것을 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때로 아이들은 어느 쌍둥이가 무엇을 물었는지 제대로 기억할 수가 없다. 설사 아이들이 원치 않더라도, 그것은 '만약 네가 나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한다면, 너는 내게 두 가지 질문을 하는 셈이야' 와 같은 어떤 것이 될 것이다.
쌍둥이들은 대체로 동일한 친구들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아이들이 어느 쪽과 얘기를 하는지는 상관이 없었다. 둘 모두 마음씨가 착하고 재미있고, 둘은 무척 닮아 보이고, 진한 금발에다, 달콤한 미소를 짓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이들은 한쪽과 얘기하는 것이 다른 쪽과 얘기하는 것만큼 편안하다고 느꼈다.
하지만 결국 노리는 그들과 친구가 되지 못했다. 쌍둥이들은 지난해부터 만나온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들끼리만 대부분 어울려 놀았다. 때로 그들은 노리에게 약간 짜증을 내기까지 했으며, 그럴 필요가 있을 때만 친구인 척했다. 한 번은, 그들은 파멜라 셰이버즈를 골탕먹이는 여자아이들 무리에 가담하기까지 했다.
파멜라 셰이버즈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모두가 비웃고 조롱하는 대상이 되었다. 그녀는 한 학년을 월반했고, 그래서 나이는 5학년이었지만 6학년 반에 있었다. 그래서 어떻다는 것인가? 그게 무슨 잘못이란 말인가?
파멜라는 옷을 갈아입는 방에서 숙제장을 잃어버려 그것을 찾느라고 우왕좌왕하고 있었는데 상급반 여자아이들 네 명이 그것을 화장지로 써버렸다고 말했다. 그것은 별로 있음직한 이야기가 아니었다. 쌍둥이들이 짓궂은 일에 가담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파멜라를 쳐다보며 웃고 있었다. 언니 쌍둥이가 "파이를 구우면서 그것을 구운 건 아니겠지?" 하고 말했다.
파멜라는 눈물을 글썽이며 "나는 열차를 놓치게 될 거야!" 하고 말했다.
노리는 그것을 참을 수 없었고, 그래서 "그만해, 너희들은 왜 파멜라를 못살게 구는 거니? 그만해, 그만해!" 하고 소리쳤다.
"오, 오, 네가 얘 친구니?" 하고 여자아이 하나가 노리에게 말했다. "너는 아무것도 몰라, 너는 미국에서 왔어, 네 발음이 고무 청소기에서 나는 소리처럼 들린다는 것을 모르고 있구나."
"그래, 나는 미국인이야, 나는 미국식 발음을 해." 하고 노리가 말했다. "한 가지 알려줄까, 네 발음은 끔찍해, 너는 바다사자처럼 짖고 있어."
그 말은 들은 아이들은 낄낄거렸고, 그로 인해 노리는 유명해졌고, 그 여자아이를 화나게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파멜라가 자신의 숙제장을 좀 더 찾아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고, 결국 그녀가 그것을 찾아냈다는 것이었다.
또 한 번은, 파멜라가 자켓을 잃어버렸다. 어쩌면 누군가가 그것을 숨겼는지도 몰랐다. 그녀가 미친 듯이 찾았지만, 누구도 도우려 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그녀에게 무례한 이야기들만 할 뿐이었다. "글쎄, 우리는 그게 어디 있는지 모르겠는데. 우리는 그것을 저 문앞에 있던, 침을 질지 흘려대는 늙은이에게 줬는데, 그는 그것을 옥스팸(역주--빈민 구제 기관)에 줘버렸어."
파멜라는 계속해서 "나는 열차를 타야 해!" 하고 말했다. 노리는 그녀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걸로 생각했지만, 그러지는 않았다. 파멜라는 화가 난 목소리로 말했고, 거기에는 울음이 섞여 있었다.(노리는 아직까지는 완벽했다, 그녀는 결코 운 적이 없으며 앞으로도 울지 않을 것이다.) 파멜라는 자켓을 입지 않고는 갈 수가 없었는데, 더파스 선생님이 문 옆에 서서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란색 코트를 입지 않으면 더파스 선생님은 목덜미를 붙들어 다시 교실 안으로 내던질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파멜라는 코트를 찾아야만 했다.
노리는 그녀를 도와 코트를 찾기 위해 여기저기를 뒤졌고, 마침내 배낭을 쌓아놓은 곳 아래에서 찾았다. 노리는 "여기야, 파멜라, 여기 네 자켓이 있어." 하고 말했다. 하지만 그것은 완전히 구겨져 엉망이었다. 아이들은 스스로도 알지 못하고 그 위를 밟고 다닌 것이다.
노리는 파멜라가 먼지를 털어내는 것을 도와주었다. "고마워." 하고 말한 후, 파멜라는 열차를 타기 위해 서둘러 달려갔다. 그녀는 몸을 구부린 채로 달렸는데, 그녀의 배낭이 캥거루처럼 폴짝거렸다. 파멜라는 보도 위로 시선을 내리깐 채로 갔다. 행복한 여자아이라면 그렇게 하고 갈 리는 없었다.
영국에서 좋은 친구라는 것이 드러난 친구인 키라 또한 노리가 파멜라에게 친절하게 대한 것을 못마땅해 했다. 학기 초, 노리가 또다시 식당에서 주니어 스쿨 건물로 돌아오는 길을 잊어버렸을 때 파멜라는 노리에게 친절하게 대해주었다.
노리는 자신이 철자법에 있어서만큼이나 방향감각이 둔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 두 가지는 서로 연관이 있는지 몰랐는데, 그것은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지를 아는 것은 'failure'라는 단어를 발음해야 할 때 그것이 'faleyer' 인지 아니면 'fayelyor'인지, 그것도 아니면 다른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는 것과 비슷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모음의 선택에 있어 북동쪽으로 가야 할지, 아니면 남서쪽으로 가야 할지를 알지 못했다. 그녀의 방향 감각은 너무도 엉망이어서 정보 기술 수업 시간에 네 번씩이나 그녀의 비행기를 추락시켰다. 아이들은 키보드의 키의 배열에 대한 공부를 끝내고, 이제 비행 시뮬레이션을 하고 있었는데, 어둠 속에서 지도를 보고 비행기를 착륙시켜야 했다. 그런데 노리는 그 지도를 읽을 수조차 없었다. 그녀의 비행기는 별들을 향해 날아갔고, 그러면 불빛들이 번쩍였는데, 그것은 그녀가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잠시 후 그녀는 추락했다.
그날 노리는 너무도 여러 번 추락해 그것에 대한 나쁜 꿈을 꾸기까지 했다. 그렇게 노리의 방향 감각은 형편없었다. "너는 구제불능이구나, 그렇지 않니?" 하고 선생님이 말했다. 하지만 선생님은 "안녕, 숙녀님들, 그리고 해파리 친구들!" 하고 말할 때와도 같은 친절하면서도,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노리는 그 말을 듣자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어쨌든, 노리가 방향 감각을 잃고는 두리번거리면서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도 알지 못하고 있었을 때, 파멜라는 노리가 도움을 청하자, 교실로 돌아가는 길을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해 조금도 놀리거나 하지 않으면서, 그것을 아주 자연스런 일로 치부하며, 노리와 사이좋게 걸어갔다. 그리고 그들은 어떤 멋지고 모호한 대화를 나누었다.
또 한 번은, 다니엘라 하딩이 시계 뒷면에 다니엘라 하딩을 의미하는 'D H'를 긁어 새기려고 했다--하딩은 어떤 점에서는 분명 짓궂은 아이였지만 항상 그렇지는 않았다. 그녀는 시계 등을 긁기 위해 노리의 컴퍼스를 빌렸다. 노리는 부탁을 받았을 때 그것을 들어주는 것이 기분 좋았기 때문에 기쁘게 빌려줬다. 노리는 컴퍼스에 연필을 끼워두었는데, 한 시간 후에 다시 돌려받았을 때 그것은 사라지고 없었다.(실제로 그 컴퍼스는 '컴퍼스 세트'로 불리는 것이었고, 두 갈래의 날은 '컴퍼스의 팔'로 불렸다.) 노리는 제도 연필과 함께 다른 연필들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그것이 유일한 연필이었다. 그때 파멜라는 친절하게도 그녀의 연필 한 자루를 빌려 주었고, 그녀가 수학 문제를 푸는 것도 도와주었다. 노리는 곱셈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두 자리 수가 나올 때면 수를 하나씩 더해야만 했다. 파멜라는 그것이 생각보다 훨씬 쉬운 일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설사 파멜라가 노리에게 친절하게 대한 적이 없다 하더라도 노리는 파멜라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면 가만있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파멜라도 다른 모든 아이들과 똑같이, 매일 학교에 와 자신의 하루를 비참하게 보내지 않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부모님이 학교에 보내기 위해 수천 달러를 지불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 파멜라는 시간이 없어 부모님께는 어떤 말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노리는 부모님께 그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그들은 노리가 파멜라를 보호하는 것은 용감한 일이라고 했다. 그들은 파멜라가 곧장 선생님한테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파멜라는 그러기를 원치 않는다.
그리고 이해하기 힘든 것은 바로 이 점이었다: 왜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가? 파멜라는 무례하지도, 누구의 말에 끼어들지도, 자만심에 차 있지도 않았다. 그녀는 모두에게 완벽할 정도로 잘 대해주었다. 우연히 한 아이가 그녀를 못살게 굴자 다른 아이들 모두가 그것을 따라 한 것인가? 아니면 그녀의 행동에 아이들이 그녀를 골탕 먹이게 하는 어떤 점이라도 있단 말인가?
파멜라의 얼굴은 귀여웠다--어쩌면 뺨이 약간 둥근 편이었고, 이빨이 얼룩다람쥐처럼 약간 튀어나와 있었다. 아니면 언젠가 한 번 남자애 둘이 무례하면서도 잔인하게 얘기한 것처럼 그녀의 얼굴이 쥐를 닮았단 말인가? 그 두 아이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무례하고 모욕적인 짓을 잘하는 짓궂은 아이들로 소문이 나 있었다. 그리고 파멜라는 코가 납작했다. 하지만 다니엘라의 코는 그보다도 더 납작했지만, 누구도 그것에 대해 놀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실제로 다니엘라는 제일 인기 있는 아이중 하나였다!
노리는 파멜라에게 "썸 선생님을 찾아가 말씀을 드려." 하고 말했다. 하지만 파멜라는 지난해 어떤 일로 썸 선생님한테 갔는데, 선생님은 그녀가 하지 않았다고 말한 모든 것들을 그녀가 했다고 얘기했고, 그래서 그 선생님한테는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노리는 "그렇다면 피어스 선생님한테 가봐." 하고 말했다.
피어스 선생님은 주니어 스쿨의 교장 선생님이셨고, 무척이나 좋으신 분이셨다. 그는 아이들에게 헥토르에 대해 읽어주신 분이셨다. 하지만 헥토르—아니면, 헥토르가 아닌 아킬레스--에 관한 이야기에 있어 문제는, 처음에 그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였을 때에 오히려 훨씬 더 좋아할 만한 영웅이었다는 점이라고 노리는 생각했다. 그 후 전쟁을 겪으면서 그는 몰락하기 시작했고, 나쁜 사람이 되었다. 결말이 다르게 났어야만 했다. 그는 누군가와 사랑에 빠져 수백 명의 사람들을 죽이고, 한 남자를 그의 마차 뒤로 끌고 가고, 텐트 안에서, 화를 내면서 다시는 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말한다. 그것은 결코 잘한 일이 아니다.
좀 더 나은 부분은 그에 앞서, 반은 사슴이고 반은 인간인 사람이 그를 돌보고 사슴 가죽으로 그를 먹여 살릴 때이다. 아니, 그 사람이 반은 사슴일 수는 없었다. 그가 사슴이라면 아킬레스에게 사슴 가죽을 먹였을 리는 없기 때문이다. 만약 그랬다면 그것은 식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은 반은 황소이고 반은 인간이었다. 사슴 가죽은 힘을 내는 데는 훌륭한 것이었고, 튼튼한 심장과 건강을 위해서는 크림이나 설탕과도 같은 것이었다.
노리는 그 부분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는데, 그것은 그이야기에 고무된 그녀가 배트맨 표 자와 바비 표 연필에 관한 탐정 이야기를 상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파멜라는 "오, 아냐, 나는 피어스 선생님한테 갈 수 없어, 그렇게 되면 그가 썸 선생님한테 갈 게 틀림없기 때문이야." 하고 말했다. 그래서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이들이 집단으로 파멜라를 괴롭히는 일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점차 더 심해졌다.
키라는 계속해서 노리에게 "네가 뭘 하든 상관하지 않겠어, 하지만 파멜라와는 얘기하지 마." 하고 말했다. 키라는 "네가 파멜라와 얘기하면 할수록 너는 인기가 없게 될 거야." 하고 말했다. 키라는 "그냥 나와 같이 시간을 보내." 하고 말했다. 노리는 키라를 좋아했고, 당시 그녀는 누군가의 영향하에 들었을 때 나타나는 우정의 초기 단계에 있었다.
그래서 이틀 동안 노리는 이전에 비해 파멜라를 멀리했다. 완전히 그런 것은 아니었는데, 점심 식사를 할 때 파멜라의 옆자리에 앉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키라와 함께 보냈다. 노리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마음이 편치 않았다. 자신이 파멜라를 돕고 있지 않으며, 어쩌면 그녀의 마음을 상하게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노리는 그 이야기를 부모님께 했다. 부모님은 무척 걱정스러워 했다. 사람들이 한 사람에게 말을 건네지 않기로 작정을 하고 마치 그가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는 것은 따돌림하기라고 불리며, 비록 그것이 누구를 때리거나 욕하는 것과 같이 육체적으로 괴롭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조용히 정신적으로 괴롭히는 짓으로 끔찍한 것이라고 부모님은 말했다. 부모님은 그것에 대해 학교의 누군가에게 얘기하기를 바랐지만, 노리는 파멜라가 누구도 그것에 대해 알기를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괴롭히는 일이 나쁜 것은, 키라와 같이 자신이 치사한 짓을 하게 되는데, 그 이유는 그러한 짓이 전염이 되기 때문이라고 부모님은 말했다. 그리고 괴롭힘을 당하는 쪽은 멍해지고 혼란스러워져,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모르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다음 휴식 시간에 노리는 파멜라 옆의 벽쪽에 앉았다. 키라는 화가 나 발을 쾅쾅 굴렀다. 그후 노리는 음악실에서 헤드폰을 끼고 책을 읽고 있는 키라를 발견했다. 노리는 "키라! 너는 찾느라고 정신없이 사방을 헤맸어! 나의 탈의실에도, 교실에도, 나무 아래도, 화장실에도 가봤어. 너를 찾느라 소변도 못 눴어. 앞쪽 들판에도 나가봤어!" 하고 말했다.
키라는 "오, 음, 그래." 하고 말했다. 그녀는 전혀 미안한 표정 없이, 꼼짝 않고 앉아 있었다.
키라가 무척 소유욕이 강하고 질투심이 많으며 자신만 돌보는, 성격적인 결함을 갖고 있다는 점 때문에 노리는 그녀에 대한 자신의 우정이 손상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키라는 어떤 면에서 화끈한 성격을 갖고 있었다. 만약 키라가 뭔가에 대해 화가 났다면 그녀는 노리의 넥타이를 잡아당기거나 할 것이고, 그러면 노리는 칼라깃에 닿아 목이 화끈거리게 될 것이다. 하지만 그 경우 둘은 곧 화해할 수 있었다.
노리가 다시 파멜라에게 친하게 대하자 키라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신랄하게 비꼬는 말을 했다.
"노리, 너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을 좋아하니?" 노리는 잠시 혼란스러웠다. 부모님이 그 말을 사용했었고, 그래서 키라가 파멜라에 대해 말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노리는 "음--너는?" 하고 물었다.
"아니." 하고 키라가 말했다. "하지만 너는 그런 게 틀림없어, 그게 치과의사들이 하는 일이니까."
"키라!" 하고 노리는 웃으며 말했지만 그다지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그 후에도 그 일에 대해 생각했을 때 여전히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농담처럼, 하지만 진심에서 "그냥 누군가를 도우려 하는 그 불쌍한 치과의사에게 어떻게 모욕을 줄 수 있지? 그건 네 잘못이야. 네게는 너의 구강이 있어. 너는 네 이빨을 닦아야 했어. 그러면 치과의사는 페이스트를 네 입 안에 넣어 펼치고, 서스티 씨는 네 입에 고인 침을 빨아내기만 하면 될 거야." 하고 말할 수도 있었다.
노리는 서스티 씨가 침을 빨아낼 때 내는 거품이 이는 것 같은 소리를 좋아했다. 서스티(역주--Thirsty 목마른이라는 뜻) 씨는, 그것이 아이들에게 친근하게 들리도록, 치과의사들이 쓰는 작은 구부러진 타액 흡수 튜브에 붙인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럴 듯했다. 만약 그것을 입 안에 너무 오랫동안 넣고 있을 경우 입이 완전히 마르게 되는데, 그것은 흥미로운 실험이 될 수도 있었다. 어쩌면 치과학 연구자는 그것을 시도해봤을 것이다.
노리는 혀가 완전히 마를 때까지 혀를 뺀 채로 있어 본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만약 침대 위에서, 혀를 뺀 채로 충분히 오랫동안 있을 경우 혀는 완전히 말라, 다시 입안에 혀를 넣을 경우 혀는 입천장에 달라붙는다. 하지만 너무 자주 실험하는 것은 좋지 않을 것이 틀림없다. 이집트에 관한 책 한 권에는 혀를 내민 채로 한쪽으로 몸을 웅크리고 있는 무시무시한 미라의 그림이 실려 있었다. 미라가 발견되었을 때 그 혀는 바짝 말라 다섯 조각이 나 있었는데,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그것을 붙여야만 했다. 그것은 검었고, 무척이나 혐오스런 것이었다.
군만두는 만들기 어려워
노리가 알고 있는 콜린이라는 이름을 가진 세 남자아이--콜린 셰어링, 콜린 디트, 그리고 콜린 라이즈만이 그들이다--중 하나가 노리가 파멜라와 시간을 보낸 후면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는 약간 높은 끈적끈적한 목소리로 "오호, 파멜라의 친구." 하고 말하기 시작했다.
노리는 그러한 아이들에게 대꾸할 수 있는 몇 가지 말들을 준비해놓고 있었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것이다: "경찰들 모두를 불러요, 경찰들 모두를 불러요, 교실 안에 굼벵이가 있어요, 그걸 치우도록 해요, 그걸 치우도록 해요." 트럼펫 힐 하우스의 뜰에는 굼벵이들이 많이 있었다. 그것들을 하얀색의 작은 벌레들로 느릿느릿 기어갔는데, 전혀 보기 좋은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가 발로 밟으면 그것들은 빨갛게 되었다.
만약 교실 바깥에서 콜린이 다가와 뭔가 기분 좋지 않은 말을 했다면 노리는 지렁이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고 얘기했을 것이다.
노리는 어느 날 오후 그를 지렁이에 비유하는 대꾸를 했다. "오, 이런, 나는 지렁이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어! 맙소사, 너는 내가 잘못 알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한 거니?" 콜린은 나뭇잎을 발길로 차며 "그래, 너는 지렁이가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몰랐단 말이지, 파멜라의 친구? 너는 별로 아는 게 없구나, 그렇지, 파멜라의 친구?" 하고 말했다.
그런 다음 그는 턱을 치켜들고 딴 데로 가버렸다. 그것은 일종의 무승부와 같은 것이었다. 비록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모욕을 당하고 무례한 말을 할 때도 너무 심하게 해서는 안 되었다. 화가 났을 때에도 너무 치사한, 모욕적인 심한 말로 대꾸하는 것은 좋지 않았다. 가령 노리는 앞어금니에 문제가 있는 아서에게는 그의 앞어금니에 관한 얘기를 하지 않았다. 놀리기에는 너무 사실적인 것이기 때문이었다. 콜린 셰어링은 귀에 분홍색 사마귀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에 대해 놀려서는 안 되었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이 닥쳤을 때에는 아주 재빨리 말을 받아치는 게 중요했다. 일반적으로 우리에게 무례한 말을 한 사람이 기분이 흐뭇해하고 있는 상태에서는 그러한 시간을 좀더 끌기 위해 또 다른 사람들이 우리를 비웃을 확률이 많기 때문이다.
처음에 콜린이 다가와 노리가 파멜라의 친구인 것에 대해 놀렸을 때 그녀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그녀는 그냥 "그래, 나는 파멜라의 친구야. 그게 무슨 문제가 되니?" 하고 말했을 뿐이다. 그것은, 콜린이 그 말을 했을 때 노리가 키라와 함께 서 있었다는 점을 빼고는 효과가 있었다. 그런데 악마 같은 콜린은 키라에게 "그리고 너도 파멜라를 좋아하지." 하고 노래를 하는 듯한 목소리로 놀렸다. 키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노리는 "아냐, 사실 키라는 파멜라를 좋아하지 않아. 너는 아이들이 누구와 단짝인지 조금도 모르는구나." 하고 말했다.
하지만 그때 파멜라가 근처에 있었는데, 어쩌면 노리가 그 말을 하는 것을 들었는지도 몰랐다. 그 후 노리는 키라가 파멜라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말을 콜린에게 함으로써 파멜라의 마음을 상하게 한 것은 아닌가 걱정을 했다. 하지만 그 후 얘기를 나눴을 때 파멜라는 그것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 일이 있은 후 노리는 엉뚱한 말을 하지 않도록 대꾸할 수 있는 말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노리가 파멜라와 친하게 지내려 한 이유는 그 애를 돕는다는 것 말고도, 파멜라가 정말이지 자신과 친하게 지내는 친구 중 몇몇과 친하게 지낼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 데에 있었다. 그리고 노리는 만약 자신이 그녀와 친하게 지낸다면 그녀를 못살게 구는 아이들의 습관적인 행동을 바꿔놓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노리는 파멜라가 결코 진정으로 친한 친구가 될 수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들은 서로 어떤 점에서 무척 달랐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들이 계속 파멜라를 못살게 굴었으므로 노리는 최선을 다해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그래서 실제 이상으로 그녀와 친한 것처럼 처신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로 인해 노리는 약간 인위적인 느낌이 들었다.
파멜라와 함께 주니어 스쿨로 돌아가는 동안 그들은 무리없이 얘기를 나누었지만, 데비와 함께 있을 때 나누었을 얘기는 아니었다. 데비와 함께였다면 노리는 바비 표 신발을 '내 귀여운 포니' 말들에 신기고, 그것들의 갈기를 꽃으로 장식하는 게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에 대한 얘기를 나누었을 것이다. 데비는 '내 귀여운 포니' 말들을 무척 좋아했는데, 하이힐을 신고, 갈기가 바람에 휘날리는, 열을 지어 선 인형들은 정말이지 멋져 보였다.
파멜라의 이야기는 주니어 스쿨에서 키라나 쟈넷 혹은 토비와 정신없이 웃어대며 나누는 얘기와도 달랐다. 그들과 얘기를 할 때면 누군가가 뭔가를 계속해서 얘기를 하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들과 서로 경쟁적으로 해대는 이야기가 너무 우스워 말을 끝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파멜라는 노리에게 그녀의 식구들 모두에 대해 얘기했다. 그녀의 삼촌과 숙모들, 조카들, 육촌 형제들, 그들이 말한 것들, 그들의 모습, TV에서 그들이 본 것들은 무척 재미있었다. 노리는 파멜라에게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도 얘기를 했지만 자세히는 하지 않았다. 노리는 자신의 가족이 그다지 인상적이거나 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노리에게는 사촌이 넷, 대고모가 여럿 있었지만 그들은 이미 죽은 지 오래였다.
둘은 처트니(역주--인도의 달콤하고 매운 양념)가 무척이나 혐오스럽다는 데는 동의했지만, 노리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튀긴 닭이라는 말을 했을 때 파멜라는 자신은 튀긴 닭을 좋아하며, 그녀의 아빠는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은, 캡틴 치킨 유에스에이에 가서 튀긴 닭을 사가지고 온다고 말했다.(캡틴 치킨은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처럼 간판에 "오, 당신은 영국인이죠, 당신은 차이를 알 수 없을 거예요." 라는 붉은 글씨의 선전문을 내걸고, 그것이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이라는 착각이 들게 하려는 가게였다.)
노리는 서둘러 자신이 튀긴 닭을 좋아하지 않는 구체적인 이유를 설명했다. 그녀는 옛날 학교인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몬테소리 스쿨에서 닭은 너무 많이 먹었던 것이다. 그 학교에서는 닭이 커다란 호일 팬에 싸여 차갑게 식어 있었는데, 무척이나 검고 기름졌다.
노리는 "중국식 튀긴 닭을 너무 많이 먹어 더 이상은 닭다리를 먹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어. 하지만 나머지 음식들은 무척 좋았어." 하고 말했다. 물론 껍질째 삶은 감자는 먹어보지 못했는데, 중국인들의 기본적으로 미국인이나 영국인들에 비해 감자에 별로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껍질째 삶은 감자는 유럽인들의 음식이다.
한 번은, 노리는 파멜라에게,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몬테소리 스쿨에서 반 아이들 모두가 만두를 만드는 것을 배운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것은 무척 어려웠다. 만두피는 작은데 고기나 다른 속이 너무 많이 들어가거나, 아니면 속을 너무 적게 넣게 되기 때문이다. 그것은 까다로운 일이었고, 걸핏하면 만두가 터져버릴 수도 있었다. 그것은 정말 어려웠고, 만두피는 계란으로 붙여야 했다.
파멜라는 만두가 뭔지 물었다. 노리는 그것이 고기를 채운 중국 음식이며, 잘못해서 그것을 깨물다가는 입이 데일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그녀의 옛날 학교에서는 한자를 쓰는 것 또한 배웠다고, 노리는 말했다.
파멜라는 웃으며 "한자라고! 한자를 쓰는 것을 배웠단 말야?" 하고 말했다.
"그래." 하고 노리는 말하며, 그 흔치 않은 것을 할 줄 아는 것에 약간 우쭐해졌다. "우리는 그걸 해야 했어, 내가 다닌 학교는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몬테소리 스쿨이었거든. 우리는 하루의 절반은 중국에 관해 배웠어, 한자로 된 곱셈표로 공부를 했지, 기타 등등. 몇 자를 써 보여 줄까?"
파멜라는 좋다고 했고, 그래서 노리는 배낭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낸 다음 보도 위에 앉아 '하오' 에 해당되는 문자를 썼다. '하오' 는 두 부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것의 반은 '어머니' 에 해당되는 문자이고 다른 반은 '아이' 에 해당되는 문자인데, 그것은 중국인들이 어머니와 아이가 합해지면 좋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아이 곁에 어머니가 있고, 어머니 곁에 아이가 있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래서, '하오'가 '좋은'을 의미하는 것은 일리가 있다. 한자로 그것은 다음과 같다.
노리는 그 종이를 파멜라에게 주었다. 파멜라는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중국어로 7 곱하기 6은 어떻게 말하니?" 하고 물었다.
노리는 "리오 충 치 두 수 셰어 알. 7곱하기 6은 42라는 말이야." 하고 말했다.
"오!" 파멜라가 감탄했다.
"숫자를 안다면 그건 무척 쉽지." 하고 노리는 말했다. "2에 해당되는 한자가 어떻게 영어의 2에 해당되는 말로 변할 수 있었는지, 그리고 한자로 3에 해당되는 말이 어떻게 우리의 3에 해당되는 말로 변할 수 있었는지 보여줄까?"
"그래, 하지만 다음번에 그렇게 해줘." 하고 파멜라가 말했다. "이제 들어가야 할 것 같아."
"좋아." 하고 노리가 말했다. "자, 잘 가."
"잘 가." 하고 파멜라가 말했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것과 그러지 못하는 것
그날 오후 노리는 인터내셔널 차이니즈 스쿨에서의 모든 세세한 것들을 마음속에 다시 떠올리려 했다. 파멜라에게 그 얘기를 함으로써 노리는 자신이 얼마나 많은 것들을 잊어버리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곳은 대부분의 아이들이 좋았던 멋진 학교였다. 그녀가 상급 초등학교에 처음 입학했을 때, 이름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카알이라는 성을 가진 한 아이가 어떻게 독을 가진 벌레들로 가득찬 수영장에 노리를 밀어 넣어 죽일지 자세하게 얘기한 적이 있었다. 카알은 성격이 비뚤어진 소년이었는데 다른 애들보다 나이가 많았으며 그다음 해에 학교를 그만두었다.
그해 초에 많은 아이들이 노리를 못살게 굴었다. 노리로서는 아이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한 거의 유일한 때였다. 그것은 파멜라에게 느낄 수도 있는 감정과 연결 짓는 것은 무척 심란한 일이었다. 하지만 노리는 '솔직히, 그 아이, 카알이 그 모든 비열한 말들을 하고, 다른 아이들이 나를 조롱한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이었던가?' 하고 생각하려 애를 썼다. 노리의 기억 속에서 그때의 일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나쁜 것은 아니었다. 이미 그것이 오래 전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일이 계속되지 않아서였을 수도 있었다. 그보다는 '멈추고, 자세를 낮추고, 그리고 굴러.' 와 같이 반복되는 것을 더 잘 기억하기 마련이었다. 물론 너무 자주 반복되어 그런 일이 있다는 것조차 알아채지 못할 경우를 제외하고는.
"끝없는 이야기"라는 영화 속의 일부를 노리는 잘 기억하고 있었는데, 특히 돌로 된 거인과, 소년이 만난 적이 있는 하늘을 날고 있는 개와 같은 것이 그랬다. 그 영화 속에는 죽어가고 있기 때문에 관심을 모으는 공주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녀는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주인공은 그 소년이었다. 노리는 최근에 광고에서 "끝없는 이야기"를 본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을 했다. 어쩌면 어머니가 노리를 위해 빌린 다른 영화의 예고편에서 봤는지도 몰랐다. 그 중 일부를 마음속에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지만 다른 부분들은 어슴푸레했기 때문이다. 시작 부분에서 몇명의 못된 아이들이 소년을 쓰레기 속으로 내던졌다. 그리고 누군가가 타고 다니던 말을 잃는데, 그 말이 중간에 늪에 빠져 죽기 때문이다. 그것은 "끝없는 이야기 2"일 수도 있었다. 노리의 아버지가 성당의 기념품 가게에서 사준 책자에는 그 부분과 비슷한 이야기가 있었다. 한 남자가 다른 남자에게 진창이 된 길에서 떠다니는 모자를 보았는지 묻는다. 다른 남자는 "맙소사, 아뇨, 못 봤는데요, 왜죠?" 하고 묻는다. 그러자 첫 번째 남자는 "음, 그 모자 아래로 어떤 남자가 말을 타고 있지 않나 해서요." 하고 말한다.
차이니즈 스쿨에서 아이들이 못살게 굴었을 때 노리는 그에 대해 피스커 선생님한테 얘기를 했다. 피스커 선생님은 상급 초등학교에서 오후에 영어를 가르치는 선생님이었다. (아침에는 바이 라오 씨가 중국어를 가르쳤다.) 하지만 피스커 선생님은, 나이 든 사내아이들을 상대하고 다른 일들을 해결하는 법을 스스로 배워야만 한다고 말했다. "오, 노리, 너는 어린애처럼 구는구나, 더 이상 그러면 안 돼." 하고 피스커 선생님은 말했다. 선생님은 고자질을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노리는 '사소한 것에 대해 고자질을 해서는 안된다, 큰 일에 대해서는 일러바쳐도 좋지만.' 이라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었다. 만약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의 엄지손가락을 문틈에 끼게 해 다치게 했다면 말해야 한다. 그것은 보통 일이 아닌 어떤 것이다. 노리의 부모님은 피스커 선생님이 나이 든 사내아이들에게 노리를 괴롭히지 말도록 지시를 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 시점에서 사내아이들은 노리를 괴롭히기를 그만두었다. 그리고 이제 그것은 노리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뿐이었다.
카알이 벌레들로 우글거리는 수영장에 그녀를 던져 죽일 거라는 말을 했을 때 그녀는 혐오스런 표정으로 "카알, 너는 살이 쪘어." 하고 말했다.
카알은 "글쎄, 네 엉덩이만큼 살이 찌지는 않았지." 하고 대꾸했다.
카알이 그 말을 했을 때 노리는 깔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러자 그는 노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호, 호! 그게 재미있다고 생각하고 있단 말이지! 호, 호! 내가 너를 웃게 만들었군!" 하고 말했다. 카알은 그 싸움에서 이기긴 했지만 그것은 쑥스러운 승리였다. 때로 깔깔거리며 웃는 것이 멍청해 보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카알은 어떤 이유로 대놓고 노리를 미워했다. 그래서 노리도 카알을 미워했다.
하지만 그 해에 있었던 많은 것들을, 노리는 그 일만큼 잘 기억하지 못했다. 요즘 들어 노리는 ICMS에서 배운 것들의 차례를, 숫자 피라미드나 지리 퍼즐과 같은 작은 프로젝트를 비롯해 그녀가 한 모든 작업들을 기억할 수가 없었다. 노리는 반 아이들 모두를 기억할 수가 없었다. 노리는 그 후 그 학교를 떠난 스테피라는 무척 착한 여자아이를 떠올렸다. 그 애는 생일 파티를 자기 집 수영장에서 했는데, 노리는 실수로 깊은 곳에 빠져 폐에 일 갤런 반의 물이 들어갔고, 잔디 위에 물을 토해내야 했다. 노리는 스테피에게, 버드나무 근처에서 노로 젓는 배에 타고 있는 여자아이의 그림이 그려진, 어쩌면 그녀가 만든 최고의 포장지로 싼, 잔디 위에서 신는 작은 슬리퍼를 선물했다. 노리는 아직까지도 잔디 위에서 신는 그 슬리퍼에 대한 생각을 했다. 그것은 유리를 입으로 불어 여러 모양으로 만드는 직공이 제작한, 메모지를 고정시켜 놓는 도구였지만 진짜 인형 신발로도 사용되었다. 노리는 자신 또한 그 유리 슬리퍼를 갖고 싶었었다. 그것은 정말이지 멋진 것이었다. 하지만 스테피의 부모님은 라파이예트로 이사를 갔고, 스테피는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그리하여 그것이 스테피와의 마지막 생일 파티가 되었다.
자신의 일생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기억할 것이 그다지 많지 않게 되리라는 생각을 하자 노리는 심란해졌다. 사람들은 좀 더 나이가 들어 일어난 일과 지금 - 다시 말해 어제, 혹은 그저께, 혹은 지난 주 - 에 일어난 일밖에는 기억하지 못한다. 사람은 항상 현재 속에서 살게 된다. 그리고 현재에도 수십 혹은 수백 가지의 작은 일들이 일어나며, 따라서 하루가 끝날 때면 그것들의 목록을 작성할 수도 없다. 뭔가가 그 일들을 상기시켜 주지 않을 경우 그것들을 추적할 수조차 없게 된다. 가령 누군가가 '오늘 아침 네가 자를 떨어뜨린 것이 기억나니?'라고 말한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그걸 기억한다. 하지만 곧 그 기억을 뒤죽박죽이 된다.
이제 당신은 일어난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게 되리라는 것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좋은 것일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불가능한 거일 수도 있다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다. 가령,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있었던 기억과 같이. 어떤 사람들은 아기들이 그것을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노리는 어느 날 아침 리틀가이에게 오래전 배꼽에서 나온 일을 기억하는지 물었다. 그는 "그래. 엄마 뱃속에는 모든 것이 있었어. 그 안에는 증기 기관차라고 불리는 것도 있었어. 뱃속은 증기 기관차로 가득 차 있었어. 증기 기관차와 트루로 시(역주--영국 남서부 콘월 주의 도시), 로드 섬, 말라드, 증기 기관차가 그려진 그림, 장난감 증기 기관차, 트램폴린 등으로 가득 차 있었어. 그것들로 가득 차 있었어."라고 말했다. 물론 노리의 어머니의 자궁 속에 장난감 기차는 없었다. 아마 그는 내장 기관을 기억하고 있는 모양이다. 어쩌면 그는 음식을 실은 화물 열차가 그의 주위에서 소화되는 것을 기억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하지만 어쩌면 그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노리는 적어도 세 살 때까지는 기억할 수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면 정말 애석하다. 리틀가이는 아직 세 살도 되지 않았지만 놀라울 정도로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노리는 몇 가지 조각들을 제외하고는 그 이전의 일들을 기억할 수가 없었다. 노리는 여덟 살, 일곱 살, 그리고 다섯 살까지는 기억할 수 있었지만 그 이전의 일들은 모호했다. 노리는 네 살 때, 인어로 분장한 생일 파티를 기억할 뿐이었는데, 그것은 당시 찍은 비디오 테이프를 몇 번씩이나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리는 나이가 들면서 한 가지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을 했다. 매년 한 살이 더 먹을 때마다 그녀는 부모님께 말했다. "내가 다섯 살이 되었을 때가 기억나세요? 이제 다섯 살에서 여섯 살이 된다고 내가 말했죠? 내가 여섯 살 때, 이제 여섯 살에서 일곱 살이 된다는 말을 한 게 기억나세요? 내가 일곱 살 때, 이제 일곱 살에서 여덟 살이 된다는 말을 한 게 기억나세요? 그런 다음 여덟 살에서 아홉 살이 된다고 말한 게? 이제 나는 아홉 살에서 열 살이 될 거예요."
그리하여 매년 연도의 목록은 조금씩 길어졌지만, 노리는 그런 식으로 그 목록을 말함으로써 과거를 기억했다. 열세 살이 되는 것은 무척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열세 살이 되면 더 이상 어린이가 아니므로, '열두 살 이하의 어린이는 이것을 볼 수 없습니다' 라는 커다란 간판을 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노리가 매년 기억에 떠올린 또 다른 한 가지는 부모님께 갚지 않은 약간의 돈에 대한 것이었다. 노리가 차 안에서 동전 몇 닢을 찾아내고는 그것이 자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 부모님이 인형의 옷을 사라고 준 돈 중 남은 것, 나중에 집에 도착하게 되면 갚을 거라고 말한 후 갚지 않은 돈, 자신의 돈으로 살 거라고 했지만 지갑을 갖고 있지 않아 부모님한테서 빌려 누군가에게 선물하고 남은 돈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노리는 한 주일 동안 그것에 대해 깜빡 잊고 있다가 그다음 주에 생각이 났지만 다시 한 주일을 깜빡 잊었다가 다시 생각이 나는 식이었다. 결국 노리는 금액을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그것은 그 액수에 다른 액수가 더해졌다가도 빼지기를 되풀이했기 때문이었고, 그로 인해 노리는 골치가 아팠고, 그래서 '그래, 내가 크면 수백 달러를 갚을 거야, 그렇게 하면 내가 빌린 돈 전부를 갚을 수 있을 거야' 하고 생각했다. 그런 후면 노리는 빌린 돈을 일일이 계산하지 않아도 되었다.
토끼에게 있어서의 문제
밤에 나쁜 꿈을 꾸지 않도록, 가필드를 읽거나 모조 음식을 진열한 박물관을 세우고, 작은 접시 위에 모조 빵을 얹은 계획과 같은 어떤 행복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따금 악몽을 꾸게 되는데, 그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이다. 쿵! 나쁜 영상들이 떠오른다. 무서움에 떤다. 도망을 치고, 잠에서 깨어나, 숨을 헐떡이며, 침대 위에 누워 있는다.
노리의 가장 최근의 악몽은 어느 날 식구들이 산책을 하다가 수백 마리의 토끼들의 구멍 속에서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것을 본 후였다. 그렇게 멋진 것을 본 후 어떻게 악몽을 꿀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어떻게 악몽을 꾸기를 원할 수 있겠는가? 그것은 성당 근처의 '수도사의 무덤'이라고 적혀 있었다. 따라서, 비록 묘석이 완전히 사라지긴 했지만, 수도사들이 아직도 그 아래 묻혀 있을 수도 있었다.
꿈속에서 노리는 처음에는 수도사였는데, 매일같이 두건을 쓴 채로, 토끼들에게 먹이를 주었다. 노리는 커다란 하얀 통에 든 샐러리를 주었다. 토끼들은 무척 행복해했다. 한데 토끼 가족은 눈언저리가 짓무르는 전염병에 걸리게 되었다. 노리가 매우 정성스럽게 보살폈지만, 그것들은 죽어갔다. 그녀는 숲속에서, 항생제로 쓰이는 노란색 꽃을 찾아냈다. 하지만 노리도 죽었고, 그녀는 수도사의 묘지에, 잔디 아래 묻히게 되었다. 얼마 후 토끼들은 병이 나았고, 점점 더 자라나, 구멍을 파기 시작했다.
그 부분에서 노리는 토끼가 되어 있었고, 땅을 파고 있었다. 한데 갑자기 그녀는 뭔가 전혀 다른 어떤 것을 파들어가게 되었다. 이 하얀, 바삭거리는 게 뭐지? 우! 그것은 다름 아닌 뼈였다. 흙이 떨어져내렸고, 그녀는 거대한 지하 묘소에 있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신이 시체의 가슴뼈를 파고 들어갔다는 것을 발견했는데, 그 시체는 수도사의 것이었다. 노리는 오그라든, 보기에도 끔찍한 그 시체를 덮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시체는 몸을 떨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노리는 비행기를 타고 날아가고 있었고, 비행기의 연료가 다 떨어졌다. 그녀는 북동쪽을 찾을 수가 없었다. 비행기는 나선형을 그리며 떨어졌고, 노리는 낙하산을 타고 떨어져 기절했다. 토끼들은 낙하산이 저절로 땅에 펼쳐지는 것을 보고는 '아하! 죽은 수도사의 시체를 덮기에는 안성맞춤이군!'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들은 이빨로 낙하산을 물고 당겼는데, 그로 인해 낙하산의 줄에 칭칭 감겨 있던 노리 또한 구멍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노리는 땅속에서 깨어났는데, 토끼들이 그녀 주위를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낙하산 밑의 그녀 옆에는 뭔가 부피가 크고 신경 쓰이게 하는 어떤 것이 숨겨져 있었다. 그녀는 낙하산을 옆으로 젖혔는데, 거기에는 눈과 입이 활짝 벌어지고, 검은 혀가 튀어나온, 섬뜩한 죽은 얼굴이 있었다. 그 순간 노리는 잠에서 깼다.
그것은 꿈을 꾸다가 깨기에는 좋은 순간이 아니었다. 노리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엉금엉금 화장실로 갔는데, 그것 또한 좋은 경험이 아니었다. 거울 위에 달려 있는 전구가 나가, 가로등 불빛밖에는 비치지 않았고, 그래서 노리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방으로 가 "무서운 꿈을 꿨어요!" 하고 말했다. 어머니는 손을 뻗어 노리의 팔과 손을 꼭 쥐고는 중얼거리는 졸리운 목소리로 "안됐구나, 아가야, 그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도록 노력해봐, 모든 게 괜찮아질 거야. 잘 자라, 내 아기, 사랑해." 하고 말했다. 그녀는 입술로 키스할 때의 소리를 냈다.
"안녕히 주무세요, 사랑해요." 하고 노리는 말했다. 노리는 비틀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지만 여전히 가슴이 떨렸다. 그래서 침대 커버를 보며 '아냐, 혼자서는 결코 이불 속에 들어갈 수가 없어.' 하고 생각했다. 노리는 몸을 돌려, 다시 부모님의 방으로 가 "이 침대에서 자면 안되나요? 아직도 무서워요." 하고 말했다. 하지만 부모님은 리틀가이는 두 살이 넘어서까지 그들의 침대에 들게 했지만 노리를 그 침대에 재운 적은 거의 없었다. 그것은 전혀 공평하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이따금 그들은 아침에 노리가 방에 들어와 침대 속에 드는 것은 허용했다. 그녀의 어머니는 담요를 들며, "들어와, 들어와," 하고 말하곤 했는데 그럴 때면 노리는 행복했다.
노리의 아버지가 일어나 "내가 데려다 주마." 하고 말했다. 그는 노리를 침대에 데려가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무 일도 없어, 모든 게 괜찮아, 밝은 햇빛이 비치는 어떤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렴. 스플래쉬 마운틴이나, 부채들로 가득찬 방이 있는 박물관에서 차를 마시거나, 옥스버그 홀에서 들판을 바라보는 것. 아니면 데비와 함께 스프링클러 속에서 장난을 치는 모습 같은 것 말이야." 하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도 무척 무서워요." 하고 노리가 말했다. "책 읽어도 돼요?"
"지금은 한밤중이야." 하고 아버지가 말했다. "생각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해 책을 읽어야 한다면 그렇게 하도록 해. 잘 자거라, 내 귀염둥이."
"안녕히 주무세요." 하고 노리는 말했다. 그녀는 불을 켠 다음 독서 경연대회에 대비해 읽던 책을 조금 읽었다. 주니어 스쿨에서는 독서 경연 대회를 열었는데 상금은 책을 얼마나 많이 읽느냐에 달려 있었고, 그 상금은 백혈병 환자들에게 전해졌다. 노리는 자신이 좋아하는, 암탉 한 마리가 여행하는 이야기를 읽었다. 암탉이 타고 가는 각각의 다른 탈것마다에 어떤 나쁜 일이 생겼지만, 결국에는 그 일이 해결되는 내용의 책이었다. 암탉은 타르를 깐 새 도로에서 꼼짝달싹도 못하게 되어, 하마터면 타르를 평평하게 고르는 기계에 깔릴 뻔하기도 한다. 그리고 누군가가 자신을 구출해줄 때마다, 암탉은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그 사람을 위해 공손하게 알을 하나 낳았다. 한 번은, 누군가의 망가진 헬멧 속에 알을 낳았다. 그 책의 제목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 암탉"이었다.
노리는 너무도 피곤해 그 친근한 암탉에 관한 책마저도 읽고 싶지 않았지만, 아직 잠이 오지 않아 계속해서 읽어야만 했다. 너무 끔찍한 꿈을 꾸다가 잠을 깬 후 금방 다시 자면 나쁜 꿈은 다시 이어져 끝내 결말을 짓게 될 것이 분명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면 십이분에서 십삼분 정도 더 깨어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경우 악몽은 저절로 사라지고, 그 대신 좋은 꿈을 꾸게 되는데, 그건 뇌가 나쁜 꿈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음, 그 나쁜 꿈을 다 꾸려면 끝이 없을 거야, 그러니 다음 꿈으로 넘어가야지, 그래, 모조 음식은 아주 재미있을 거야, 모조 음식에 대해 꿈을 꾸도록 하자.' 하고 말하기 때문이다.
노리는 애를 썼지만, 끝내는 한순간도 더 책을 읽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잠들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다음과 같이 마음을 먹었다. '책을 읽지도, 잠이 들지도 않을 거야, 그냥 생각을 할 거야, 그렇게 하게 될 거야, 나는 생각을 할 거야. 그리고 무서운 생각이 떠오르면 얼른 그것들을 바꿀 거야.' 악몽은 토끼(풀밭 위에 죽어 누워 있는 머리를 포함해)를 보는 것, 혹은 성당의 지도를 보는 것처럼 단순하고 평범한, 즐거운 일상사들을 끔찍한 것으로 바꿔놓는다. 따라서 나쁜 꿈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그것을 다시 좋은 어떤 것으로 바꿔놓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나쁜 것 역시 원래는 좋은 것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녀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는데, 당연히 꿈속에 등장한 죽은 사람이 마음속에 떠올랐다. 하지만 그녀는 '침착해, 가만히 앉아, 잘 생각을 해보는 거야' 하고 혼잣말을 했다.
노리는 다시 꿈속으로 조금 되돌아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 그래, 그녀는 자신의 실수를 알아보았다. 죽은 수도사는 실제로 죽은 것이 아니었다—그는 무서운 마스크를 쓴 채로 깊이 잠이 들어 있었을 뿐이었다. 실제로 그 수도사는 공주처럼 보이는 여자아이였는데, 피부가 크림처럼 하얗고, 입술은 나무딸기처럼 반짝였으며, 긴 금발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는 무시무시한 마스크를 쓰고, 찢어지고 썩은 옷을 입고 있었는데, 그 때문에 잠이 든 그녀의 모습을 보고 모두들—물론 용감하게 그녀에게 다가가 마스크를 벗는 것을 도와준 노리를 제외하고—무서워했다. 노리는 마스크를 벗겼고, 그것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검은 혀는 씹은 종이로 만들어진 것이었는데, 가면에는 그것이 튀어나오게 하는 작은 스프링이 달려 있었다. 공주는 노리와 함께 병든 동물들을 돕기 위해, 수 세기 동안 그곳에서 노리를 기다렸다.
"너를 놀라게 해 미안해, 내 아가야." 하고 공주가 말했다. "이 방법밖에는 없었어."
그들은 함께 토끼의 굴 밖으로 기어 나왔다. 그 후 몇 달간 노리는 공주로부터 동물들을 돌보는 것에 관해 많은 것을 배웠다. 다리가 부러진 개가 있었지만, 특별한 하얀 천으로 부러진 부분을 감싸주자 다음 날 아침까지 말끔히 나았다. 부러진 뼈에는 단순 골절과 복합 골절, 그리고 약목 골절이라는 세 가지가 있다.
공주는 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공주는 응급치료 전문가였기 때문이다. 약목 골절은 뼈가 휠 수 있는 막대기처럼 구부러져 이상한 소리가 나긴 하지만 따로 떨어져나가지는 않은 경우를 말한다. 단순 골절은 뼈가 두 부분으로 갈라져, X--레이를 통해 뼈의 두 끝을 볼 수 있는 경우를 말한다. 복합 골절은 뼈가 살갗을 찢고 나오는 경우를 말한다. 복합 골절은 좋지 않은 것인데, 어쩌면 의사조차도 보기를 꺼릴 것이다. 노리의 옛날 학교의 제이슨은 어딘가를 오르다가 단순 골절상은 입은 적이 있었다. 날다람쥐들은 그 위에서 뛰어내리곤 하지만 너구리들은 좀 더 조심을 한다.
다행히도 그러던 중에 노리의 생각을 좋은 꿈에 관한 것으로 바뀌었다.
왜 누비이불을 만들지 않지?
노리가 악몽을 꾼 후 무서움을 떨쳐버리기 위해 머리를 비우는 일을 했기 때문에 아침에 무척 피곤한 상태로 힘들게 일어났으리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았다. 노리는 쉽게 눈을 떴고 곧 미술실에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어졌다. 그녀가 하고 싶었던 일은 열고 닫을 수 있는 작은 테이블이 있는, 입체 비행기 책을 만들거나, 나선형으로 진흙을 말아 찻잔을 만들거나--리틀가이가 마지막으로 만든 노리의 찻잔을 부쉈기 때문이었다--옷을 갈아 입히며 인형들에게 긴 이야기를 들려주거나, 프렌치와 점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박테리아의 여러 가지 모험에 관한 코믹 만화 "두 박테리아"를 그리는 것 등등이었다. 노리는 그 아이디어를 이빨 위에 서 있는 어떤 박테리아 사진이 실린, 이빨에 관한 책에서 얻었다. 박테리아 중 하나는 "이봐, 이봐, 이곳은 상아질을 파고들기에는 완벽한 지점인 것 같아." 하고 말한다.
노리는 이불 속에 누워 손가락을 움직이며, 그날 할 수 있는 일, 즉 그림 그리기와 발명하기, 그리고 그밖의 다른 프로젝트 등에 대해 생각했다. 노리는 리틀가이를 위해 그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용해 퍼즐로 가득한 책자를 만들 수도 있었는데, 그 가운데에는 '증기삽 솔로몬을 몰고 진창을 지나 건설 현장까지 갈 수 있는지 보라'와 같은 말이 적힌 미로 게임이 있을 수도 있었다. 버몬트의 버링턴에 사는 사촌 이렌느와 함께 노리는 아이들을 위한 프로젝트에 관한 책을 만들고 있었다. 이미 노리가 쓴 프로젝트 중에는 다음과 같은 것도 있었다. '나무를 만들어서, 당신이 뭔가 좋은 일을 할 때마다 그 일에 대해 적은 카드를 나뭇가지 위에 매달도록 하자. 그것은 당신을 좀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노리는 그러한 나무를 만들어, 그 위에 카드를 매단 적은 없었지만, 그것은 훌륭한 프로젝트로 여겨졌다. 또 다른 프로젝트는 자를 만드는 것이었다.
자 만들기:
준비물:
마분지
자
펜과 연필
가위(얇은 마분지를 위한)
두꺼운 마분지를 위한: 칼(도움을 청할 것)
깨끗한 공간
종이 한 장과 테이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어른 한 사람.
1. 얇은 마분지나 두꺼운 마분지를 꺼내 세로가 4.7인치, 가로가 1.1인치 정도 되게 자른다.
2. 종이 위에 마분지를 놓고, 연필로, 가로를 따라 인지 혹은 센티미터 혹은 밀리미터로 표시를 한 다음 숫자를 매긴다.
그 단위가 밀리미터인지 인치인지
센티미터인지 표기하는 것을 잊지 말자.
노리는, 그 프로젝트에서 자를 만드는 실례를 보여주기 위해 종이 위에 그린 것을 제외하고는 자를 직접 만들어본 적이 없었다. 또 다른 프로젝트는 누비이불이었다. '헝겊 조각이 있을 경우 누비이불을 만들어 보자. 그리고 거기에 수를 놓아 보자. 무척 어려울 테지만 시도해볼 가치가 있음.' 또 다른 프로젝트는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이야기를 지어 보자!
왜 이야기를 쓰지 않지? 그건 무척 즐거운 일인데.
여기 내가 지은 짧은 이야기가 있다. "살을 에는 듯 차가운 가을의 어느 날이었다. 누더기가 된 옷을 입은 불쌍한 여자아이가 몸을 떨며 찻길 옆에 웅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책은 진척이 별로 없었다. 왜냐하면 이렌느는 버몬트의 버링턴에 살고 있었고, 노리는 그 애에게 그때까지 쓴 이야기들을 보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렌느에게는 시몬이라는 이름의 멋진 개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