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건하 – 라일락나무
나상국 – 수수꽃다리 그 향기에 취해서
나혜경 – 미스김 라일락
도광의 – 수수꽃다리
도종환 – 라일락꽃
도지현 – 라일락 그늘에서
도혜숙 – 라일락꽃 그늘을 지나며
류금선 – 라일락 향기 속에
류미월 – 라일락 사월
류인숙 – 라일락꽃
목필균 – 라일락, 향기로운 기억
문대준 – 라일락꽃
문상희 – 라일락 향기
문 숙 – 라일락이 피던 날
문재학 – 라일락
박곤걸 – 라일락 피는 날
박상현 – 라일락꽃
박소정 – 라일락 편지
박숙경 – 미스김 라일락
박영규 – 라일락꽃 향기
박의용 – 라일락꽃 피는 봄이면
박의용 – 라일락 향기
박인걸 – 라일락꽃
박일만 – 라일락
박재삼 – 라일락꽃을 보면서
박정대 – 라일락이 피는 계절
박정재 – 라일락 향기
박종권 – 사월과 라일락
박지웅 – 라일락을 쏟았다
박지웅 – 라일락 전세
박현영 – 라일락
백승운 – 라일락 필 때면
서민경 – 라일락 향기
서복길 – 라일락꽃
서지월 – 라일락꽃 향기 속에 자물쇠를 채우고
석민재 – 그래, 라일락
선우윤숙 – 라일락꽃 향기
손병흥 – 라일락꽃 향기
손병흥 – 라일락 향기
송상익 – 라일락 사랑
송태봉 – 라일락나무 아래에서
신금재 – 수수꽃다리
신남춘 – 라일락꽃
신성호 – 그윽한 라일락 향기처럼
신희목 – 라일락 향 짙어가는데
라일락나무
나건하
봄꽃 피워 올리던 라일락나무
앙상한 가지에 가까스로 매달린 가을
그곳엔 아궁이 불 지펴
일곱 식구 밥 짓는 어머니와
등이 휘도록 일하는 아버지가 살고 계셨다
라일락나무는 향기와 그늘을
집에 항상 드리워
가족처럼 함께 살았던 것,
대문이 열리고 닫히고
마당가에 라일락 피고 지길 수십 번
막내아들인 나도 아버지가 되었다
막냇손자 세 살 되던 해
라일락이 질 때
아버지 한 줌 재로 떠나셨다
모두 떠나버린 빈 마당은
라일락 향기만 가득 차
지난겨울 문 열릴 때
그 라일락나무를 내 집 뜰로 모셔왔다
올봄부터는
아버지 어머니와
옛날의 라일락 꽃향기를 다시 맡을 것이다
수수꽃다리 그 향기에 취해서
나상국
그대 그리울 때마다
하늘을 보지만
먼 저쪽 하늘은
아는지 모르는지
시침 뚝
태연하기만 하다
4월은 애써 하늘을 보지 않아도 좋다
그대를 생각할 때마다
코끝을 진하게 스며드는
수수꽃다리 향기로 인해
그저
마냥 좋다
그대의
첫 울음소리가
땅과 하늘
우주공간 가득 울려퍼질 때
온세상을 다 얻은 듯
기뻐했을 마음이 보일 것 같다
4월
수수꽃다리 진한 향기 가득 담은
연한 자주색 편지지 위에
긴 마음 가득 담아낸 연서로
축하를 전하고 싶다
미스김 라일락
나혜경
이른 봄 서쪽 마당에 심은 키 작은 미스김라일락
하필 세월호가 진도앞바다에 침몰했을 즈음 자잘자잘 꽃을 피운다
출근할 때마다 퇴근할 때마다 속죄하듯
심해 깊숙이 얼굴을 묻고 녀석들의 향기를 흠흠 맡는다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는 거다
구조 좀, 깔깔깔, 얘들아 살아서 만나자, 깔깔깔, 엄마 아빠 사랑해, 깔깔깔
슬프거나 말거나 세상일 다위 아랑곳없이
수면 위로 진하게 분내를 조잘조잘 밀어 올리는 목소리
천지가 꽃철인데 울컥울컥 앞마당까지 만조다
제자리에 있으라 제 · 자 · 리
찾은 고통과 못 찾은 고통에 갇혀 나도 제자리, 한 발 나아가지 못하겠다
수수꽃다리
도광의
박완서의 장편[미망(未忘)]에서
경기도 개풍 산기슭에 핀
수수꽃다리를 보았다
이름이 맘에 들어
시(詩)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는 몇 년 후
눈 밝은 잠자리
거미줄에 걸린
충북 속리산 중턱에서
수수꽃다리를 보았다
한동안 꽃 앞에 서서
"앙증맞은 네가 수수꽃다리로구나"하고
붉은 입 속으로 자꾸 되뇌어본다
라일락꽃
도종환
꽃은 진종일 비에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빗방울 무게도 가누기 힘들어
출렁 허리가 휘는
꽃의 오후
꽃은 하루종일 비에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빗물에 씻기면 연보라 여린 빛이
창백하게 흘러내릴 듯한
순한 얼굴
꽃은 젖어도 향기는 젖지 않는다
꽃은 젖어도 빛깔은 지워지지 않는다
라일락 그늘에서
도지현
이제
옛 추억의 하나일 뿐이다
그 추억이 나만의 추억일까
모든 이들이 공유한 추억 아닐까
짙은 향기와 함께
까르르 웃는 소녀들의 웃음
그 웃음이 하늘을 날아 닿으면
파란 색깔이 하늘을 물들이지
그 그늘에서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읽고
감성에 젖어 가슴이 메었지
그 가슴을 매만져 주던 나무
나만의 라일락꽃일 줄 알았는데
모든 이가 공유한 라일락 나무
그 나무 그늘에서 꿈을 키웠고
지금도 그 꿈을 먹으며 살고 있다.
라일락꽃 그늘을 지나며
도혜숙
스칠 때마다
오래 전 잊었다고 생각한
내밀한 열정
제자리에 서있어도
멀리 가는 향기
라일락,
이미 누군가의 연인 같은
너의 이름 속을 들어가면
전설보다 아름다울까
라일락하고 부르면
라일랄라 음표가 튀어나오고
라일락하고 부르면
하얀 꽃관을 쓴 그녀가
꽃가루를 뿌리며 나타날 거야
이윽고 다시 널 부르면
거짓말처럼 다시
바람이 불어와
숨 막힌 사랑을 던지고 가리라
라일락 향기 속에
류금선
오월이 짙어지면
라일락 향기
그늘 속을 걷고 싶다
꽃은 화려하지 않아도
언제나 다가서고픈
추억의 향기
그대는 사랑을 부추기는
현행범이다.
라일락 ·사월
류미월
라일락과
라일락의 사이
사막여우와
낙타풀의 사이
사방에 그늘지지 않는
벽뿐이다
라일락, 라일락 따내도
따내도 지지 않는 꽃
아무리 지우려고 애써도
지워지지 않는
라일락 향기
라일락, 라일락
수수한 옷차림 고혹한
자정향(紫丁香) 수수꽃다리
꽃향은 멀리멀리 벽을 뚫고
낙타 등을 타넘는다
낙타 등을 타고 사막여우의
꼬리에까지
풀포기 하나 없는 사막
모래언덕 위에
라일락 라일락
수수꽃다리 라일락의
꽃말이 카라반의 꿈속을
건넌다
바람이 바람을 구름이
구름을
독오른 방울뱀이 일 년 치의
울음을 한꺼번에
쏟아낸다
라일락꽃
류인순
빛 고운 날
괜스레 기분 좋아지고
사분사분 발걸음 가벼워지네
오뭘 미풍에 춤추는
진한 향기에 발길 멈춘 곳
보랏빛 라일락꽃 활짝 웃고 있네
아!
달콤한 향기 쓰디쓴 꽃잎
아득히 잊었던 첫사랑이여.
라일락, 향기로운 기억
목필균
성급하게 찾아온 봄빛
작은 꽃들이 뭉쳐 노래한다
연보랏빛 향기로운 음계
라일락, 그 향기로운 기억
바람도 머물러 조용히 듣는
아름다운 목소리
초미세먼지도 뚫어내는
맑고 깊은 그리움이
한가롭게 그네를 탄다
라일락꽃
문대준
당신을 내 마음에다
온통 꽃피워 버린 오늘은 봄입니다
연보랏빛 곱게 물든
당신의 꽃잎 하나를 손잡으려
부들부들 떨고 있는
바람은 봄바람입니다
내 마음속 깊은곳 까지 향기롭게
숨 막힐 듯 밀려오는 향기는
라일락 그대였습니다
눈 떼지도 못할 만큼 작고 예쁜
사랑의 조각들로
나의 심장까지 꿰뚫어 버린 당신의
작은 꽃들이 뱉어낸
향기 짙은 아름다움에
난 숨이 멎어 눈을 감습니다
어찌 이리도 곱습니까?
어쩌면 이렇게까지 당신은
내게 향기롭습니까?
잠시도 눈 떼지 못해서 반해 있고
휘감긴 그 향기에서조차 벗어나지 못한 채로
사랑하여 발버둥 칩니다
라일락꽃 그대의 가지 아래 서 있던 밤
숨 막히도록 사랑하여 탄식하던 어둠 속을
하얗게 밝히는 꽃송이의 흔들림은
당신이 짙게 화장하던 그 밤이었습니다.
라일락 향기
문상희
한낮
사월의 햇살
머뭇거리던 개화
남풍 한 자락 불어와
고운색 눈부신 광채 열정으로 피어난 꽃
고혹의 향기
넘실대는 아지랑이
산들바람 율동에 춤추는 너울
들녘에 어우러진 매혹의 이끌림
여인네 분내음 풍겨오는 착각 속의 환영
천상 정토 고운 향
내면에 잠재한 아름다움
젖은 마음 달래주는 무한의 감동
얼룩진 세상 정화하듯
무언의 손짓으로 다가와
라일락이 피던 날
문숙
창밖에서 들리는 세레나데
어느 가슴이 밤 새워 끓고 있다
몇 날을 담 밖에서 서성이던
까까머리 소년
어느 날
땀에 젖은 편지 한 장
수줍게 건네고
골목 깊숙이 숨어버린 날
나, 술래 되어
하얗게 콩콩거린 밤을 지나
네가 섰던 그 자리에 문득
보랏빛 향기 피운 라일락 한 그루
라일락
문재학
부드러운 훈풍(薰風)에
향기로 출렁이는 라일락
무리를 지어
알알이 피어나는
유혹의 미소가 눈부시다.
풍성하게 펼치는
보랏빛 향연
달빛에 젖어 내리는
황홀한 숨결은
심신을 매료(魅了)시켰다.
코끝을 달구는
그윽한 향기는
고뇌(苦惱)를 씻어내리고.
앙금처럼 남아 있는
젊은 날의 추억은
라일락 향기를 타고
행복의 빛으로 살아난다.
라일락 피는 날
박곤걸
라일락이 피는 날
봄날은 한가하여라 팔걸이를 끼고
스스로 손을 조여매는
우리는 자유롭다가 절망했다
나의 코를 꿰어차는 코뚜레를 못 피해내고
나의 등에 지워지는 도시의 멍에를 못 당해내고
나의 머리에 폭발하는
문명의 폭풍, 라일락이 졌다
생활이 편리하다고 목걸이를 하고
목을 묶어 매는
우리는 사랑하다가도 그만 증오했다
사랑이며 행복까지도 돈이라며
라일락 흐드러지게 피는 4월에
누가 누군지 제마다 욕망으로 땅을 파고
도시는 소화불량, 헛배가 불러 땅이 폭발했다
사람이 사람이 아니라서
하늘이 하늘이 아니라서
우리는 신뢰하다가 불신했다
인위(人爲)가 무위(無爲)로 돌아서고
라일락이 졌다
무너지는 빌딩 사이로 외계(外界) 같은 푸른 하늘
너를 자유이게 하던
꽃가지에서 지저귀다 날아가 버린 새소리가 그립다.
라일락꽃
박상현
별처럼 쏟아져 내리는 봄 향기
올올이 세운 꽃잎으로
향보자기 다 풀어놓고 서 있는 라일락꽃
도시 아가씨 닮은 듯 도도한 라일락꽃
타조처럼 기나긴 목덜미를 내놓고
돌담길 훌쩍 타고넘는 그네 되어
그리움 속으로 날아간다
눈을 감고 걸어도
손을 잡고 걸어가는 라일락꽃 향기
촘촘한 그물 같은 꽃 관에 닮은 사랑
다 품고서 있는 라일락꽃
바람 불면 흩어지는 기다림
바람 자면 짙어지는 그리움 같은
라일락꽃 꽃향기
봄비에 젖은 심장에 보랏빛 향 가득 채우니
금세 철쭉꽃처럼 붉어지는 맘
굴뚝새 날개에 꽃향기 실어 멀리멀리 날아가네
라일락 편지
박소정
연보라 날리는 사월의 라일락 향수
세월이 곱게 빚어낸 사월의 꽃 풍경은
추억으로 바라보는 등나무꽃 라일락꽃
꿈많던 지난날 시간은 어디로 가고
기억을 안고 살아도 추억속
사랑의 꽃
보랏빛 교감이 충만한 사월의
꽃입니다
봄이오고 또 봄이 가도
간절한 마디마디
감동적인 색감에 이름도
곱게 불려지는
그대는 환상적인 사월의 향기입니다
미스킴 라일락
박숙경
그러니까 너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름이고
그러므로 너는 이해되기 힘든 시간이다
철학책을 펴놓은 듯 헝클어진 머리속이고
그래서 갇혀버린 감각이어도 아프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보라의 겉옷을 걸친 우울이 떠다니는
오후의 중심에 너는 서 있고
그렇게 이율배반적인 단어들의 배열 속에 거듭되는 역류의
목청으로 나는 울었다
그러니까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아무 것도 느낄 수 없을 때는
말하려다 말 못한 말들을 잊기도 했고
그래서 그렇다는 말을 나는 쓰고
그래봤자 요지부동의 애매한 말들과 모호한 생각 사이에 애
매모호의 공간을 만들기도 한다
문득,
뻔한 이별에 대하여 심장에서 이해되었던 말이 머리속에서
이해되지 못하고 무너져 부글거릴 때
그나마 그러므로의 입장을 대신해줄 효율적인 방법을 나는
알고 있으므로 불안의 경계를 벗어나기가 어렵지만은 않겠다
그래서 기다려주지 않는 시간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생겨난
경고등 따윈 무섭지 않다
저, 아득한 연보랏빛 횡설수설
라일락꽃 향기
박영규
봄의 창문을 열고
봄의 공원을 거닐면
라일락 꽃향기가
상큼하고 향긋해요.
라일락 꽃향기가
너무 좋아
하늘에서
천사들이 내려와
라일락 꽃향기를
자수정 병에 담아
하늘나라로
가져간대요.
라일락꽃 피는 봄이면
박의용
봄은
향기를 몰고 온다
그중 으뜸은 라일락 향기다
그 짙은 향기 흩날릴 때면
그대가 생각난다
그 향기를 유난히도 좋아한 그대
.
소녀의 분냄새 같기도 하고
아가의 젖비린내 같기도 하고
그 오묘한 냄새가 바람을 타고
코끝에 닿는다
.
기억은
여러 경로를 통해서 저장된다
때론 맛으로
때론 색으로
때론 향기로
때론 소리로
.
라일락꽃이 피는 봄이면
그 오묘한 향기로 기억이 살아나
그대가 그립다
추억 속의 그대는 향기로 남아 있다
라일락 향기
박의용
그대 있는 곳
멀리서도 알아요
그대 향기는
나에게 익숙함을 주거든요
보이지 않아도
그대 있는 곳을
알 수 있어요
존재한다는 것은
흔적을 남긴다는 것
있던 자리에
있었던 흔적을 남긴다는 것
존재를 기억하게 하지요
그대 떠난 곳에서
그대 향기가 나요
아직도 그대 여기에 있는 듯 해요
그대의 존재 흔적이
그대와의 시간이
이리도 오래 남을 줄은
있을 땐 몰랐는데
헤어지면 끝일 줄 알았는데
잊혀질 줄 알았는데
그대 향기 오래도록 이렇게 남아
그대를 생각나게 하네요
라일락꽃
박인걸
1
사늘한 바람이 가볍게 불 때
라일락 향기 코에 스민다.
커피 향 물씬 풍기는
외딴 찻집 뜰 보랏빛 곱다.
가녀린 어깨처럼 흔들리며
내 맘 꽉 사로잡는 꽃아
유독 보랏빛 스웨터가 어울리던
보조개 소녀가 떠오른다.
그날 그녀를 처음 본 순간
내 가슴은 화덕처럼 달아올랐고
타는 가슴 화끈 거리는 얼굴
몇몇 날 밤을 지새웠다.
이제는 빛바랜 비치파라솔처럼
멀리 가버린 옛 이야기지만
보랏빛 라일락 흐무러질 때면
그 소녀 소식이 궁금하다.
2
사월 녘 공원 뒷길에
자주 빛 라일락 흐무러지고
산들바람 가지 잎 흔들 때면
가녀린 허리의 네 모습이 떠오른다.
이제는 아련한 옛 이야기이지만
어느 봄날 라일락 핀 공원에 앉아
주제 없는 이야기를 속삭이며
설레던 마음을 꽃가지에 걸었었다.
맑은 햇살은 잔디밭에 쏟아지고
꽃잎은 분분히 흩날리고
고운 새들이 숲을 찾아 지저귈 때
네 맑은 눈동자는 또렷이 빛났다.
이제는 기억마저 어렴풋하여
한 장 구겨진 사진처럼 빛바랬지만
매해 이맘때면 하늘거리는 라일락꽃에서
절어 붙은 네 향기는 여전하다.
3
저녁 빛이 숨을 고르는 사이
보랏빛 라일락이 꿈을 피워 올린다.
짙은 향기 허공을 떠돌며
시계바늘을 잠시 멈추게 한다.
내 기억의 끝자락에서
당신웃음은 다시 피어나고
그것은 꽃보다 먼저 핀 마음의 빛으로
내 맘을 열게했던 당신의 주문이었다.
라일락 꽃은 말이 없지만
그 고요속에 수천마디 언어가 숨어있고
사랑한다고 그립다고 아직 기다린다라고
내 마음의 창문을 두드린다.
이 계절이 가면 다시 잊힐 것 알지만
나는 또 라일락 아래 서 있다.
잊지 못할 이름을 조용히 무르면서
한 송이 꽃처럼 당신을 기다린다.
4
내 영혼까지 현혹(眩惑)한
하늘거리는 너의 자태(姿態)에
며칠 간 가슴앎이를 하며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대칭과 비량(比量)이 불가한
보랏빛 매무새에
내 목이 잘리더라도
그대에게 고백하고 싶다.
그대가 내게 진심을 요구하다면
심장(心腸)이라도 꺼내어
끊어지지 않을 끈으로 엮어
그대 목전(目前)에 걸어 놓으리.
아니면 내 뜨거운 피를 받아
혈서(血홈)로 마음을 그려
그대 문 앞에 꼿꼿이 서서
밤새도록 승인(承認)을 기다리리.
5
사랑의 시련을 가슴에 안고
애절한 눈빛으로
연한 바람에도 하늘거리며
눈물을 펑펑 쏟는 여인아.
아무에게도 말 할 수 없는 고통이
머리끝까지 차올라도
위로해 줄 사람이 없어
처연한 몸짓이 더욱 가엽구나.
시퍼렇게 멍든 가슴이
숨 쉴 때마다 呻吟이 되어
보랏빛 아픔을 토하며
옷깃을 물들이고 있구나.
툭 치면 스러질 것만 같아
붙들어 주고 싶게 하는
애처로운 네 모양에
어느새 내 마음은 무너지고 있다.
6
오월 앞뜰에 여리게 핀
연보라 빛 라일락이
저녁 그늘이 드리울 때
텅 빈 가슴속에서 흔들린다.
낡은 코고무신을 신은
허리가 가는 어머니는
검은 색 광목치마 허리에
치마끈을 졸라매고
등에 무거운 아기를 업고
머리에는 잡화를 인 채
마을 마다 떠돌며
푼돈을 모아야 했다.
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어도
아무 느낌도 없이
어머니 눈에는 오직
눈 껌뻑이는 자식뿐이었다
삼 십리 밖 오일장을
먼지발로 걸어서
목이 주저앉도록 이고
징검다리를 건너던 어머니
조팝나무 꽃 곱게 핀
밭둑을 걸어가던
흔들리던 어머니 뒷모습이
긴 세월 너머로 아프게 다가온다.
라일락
박일만
새벽,
아파트 입구를 막 나서려다 화들짝 놀랐다
아저씨 저 좀 잠깐 보세요
희미한 빛 속에서 향수냄새 짙게 풍기며
보랏빛 머리로 염색한 여자가 나를 덥석 붙들었다
질겁하며 달아나려는데
발걸음이 영 떼어지지 않는 거였다
어느새 나는 향기에 젖고 빛깔에 눈멀어
거미줄에 걸린 나비처럼 헛발질만 해댔다
가끔 뒤태를 훔쳐보았던 이웃집 여자
지난밤 남편 몰래 치장하고 나가
술집과 노래방을 전전하다 늦어 혼쭐났을 거야
된통 매 맞아 얼굴이 푸르딩딩 하고
맨발로 쫓겨나 화단에서 밤새웠을 거야
애절한 표정으로 앞을 가로막는 여자, 농염한 여자
측은한 생각에 한참을 붙들렸다 정신을 차리니
해는 중천에 와 있고
계절이 사방에 온화한 융단을 깔아 놓는 거였다
순간, 여자는 사라지고 꽃향기만 나를 감염시켰다
일장춘몽이 따로 없는,
봄, 봄은 병이고 항생제다
라일락꽃을 보면서
박재삼
우리 집 뜰에는
지금 라일락꽃이 한창이네.
작년에도 그 자리에서 피었건만
금년에도 야단스레 피어
그 향기가 사방에 퍼지고 있네.
그러나
작년 꽃과 금년 꽃은
한 나무에 피었건만
분명 똑같은 아름다움은 아니네.
그러고 보니
이 꽃과 나와는 잠시
시공(時空)을 같이한 것이
이 이상 고마울 것이 없고
미구(未久)에는 헤어져야 하니
오직 한 번밖에 없는
절실한 반가움으로 잠시
한자리 머무는 것뿐이네.
아, 그러고 보니
세상일은 다
하늘에 흐르는 구름 같은 것이네.
라일락이 피는 계절
박정대
라일락이 필 때 나는 꽃피는 봄에 당도해 있었고 라일락이 필 때 너는 가을로 갔다
라일락이 필 때 죽어간 고양이들을 추억하며 나는 새순이 돋는 삼나무 아래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지
라일락이 필 때 가려운 계절의 겨드랑이 사이로는 한 무리의 호랑이들이 왔지만
삼나무 옆에는 자작나무가 있어 푸른 침묵의 새잎을 보여주었지
라일락이 필 때 나는 라일락과 함께 피어나지 못하고 라일락이 필 때 너는 라일락과 함께 허공의 향기로 번지지 못했지
라일락이 필 때 나는 러시아로부터 돌아오고 라일락이 필 때 너는 가을로 갔다
라일락이 필 때 너는 사라진 시코쿠 라일락이 필 때 나는 리 마빈의 아들들 인터내셔널
라일락이 필 때 죽어간 고양이들을 추억하며 나는 새순이 돋는 삼나무 아래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지
라일락이 필 때 담배공장에서는 카르멘이 여전히 담배를 만들고 있었고
라일락이 필 때 필터 없는 담배를 뜨겁게 통과한 연기들은 너의 혀를 달콤하게 물들이고 있었지
입술의 산맥을 지나온 담배연기의 구름들, 입술을 통과한 딱딱한 자작나무의 수액들
라일락이 필 때 나는 밤새 계곡물에 얼굴을 씻고 라일락이 필 때 너는 밤새도록 말을 타고 내게로 달려왔지
라일락이 필 때 라일락들은 서둘러 떨어질 시간을 예비해두었지만
라일락이 필 때 식당을 예약하지 못한 우리는 파리의 뒷골목을 헤매고 다녔지
라일락이 필 때 저녁은 한 편의 영화 라일락이 필 때 저녁은 몇 잔의 술
라일락이 필 때 저녁은 테이블 위에 놓인 담배연기 라일락이 필 때 저녁은 유리창에서 피어나는 어둠과 불꽃의 키스
라일락이 필 때 저녁은 침대 위의 음악 라일락이 필 때 저녁은 정원의 꽃을 흔드는 바람
라일락이 필 때 너는 리스본의 천사 라일락이 필 때 나는 딩뱃 고원의 고독
라일락이 필 때 너는 대서양 주점의 웨이트리스 라일락이 필 때 나는 울지 않는 갈매기
라일락이 필 때 죽어간 고양이들을 추억하며 나는 새순이 돋는 삼나무 아래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지
라일락이 필 때 삼나무 옆에는 자작나무가 있어 라일락이 필 때 나는 자작나무 옆에서 밤새도록 자작자작 술잔을 기울였지
라일락이 필 때 너는 나의 기타 까마리 공작 라일락이 필 때 나는 아무도 듣지 않는 음악
라일락이 필 때 너는 종이 위에 그려진 영혼의 국경선 라일락이 필 때 나는 에델바이스 천막,
그 천막에서 하룻밤을 묵고 파미르 고원을 넘어가는 바람의 국경수비대
라일락이 필 때 죽어간 고양이들을 추억하며 나는 새순이 돋는 삼나무 아래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지
라일락이 필 때 너는 사라진 라일라 라일락이 필 때 나는 돌아온 리 마빈의 아들들 인터내셔널
라일락이 필 때 너는 그렇게 러시아로 가고 라일락이 필 때 나는 그렇게 웃으며 가을에 당도했다
라일락 향기
박정재
봄이 익어 가면
짙은 향기 골목을 메우고
그 향기에 깊게 묻어있는
그리운 사람의 체취를
찾기에 바쁩니다
짓궂은 바람은
나에게 다가온 향기를
멀리 밀어 버리고
내려 쬐이는 봄볕마져
눈을 감기게 합니다
그러나 그 짙은 향기
언제 왔는지 모르지만
나의 코 앞에 와서는
그리워 기다리는 체취
나에게 전합니다
사월과 라일락
박종권
사월이 문득
바람과 함께 달려왔습니다.
분홍색 꽃신을 신고
무지개 댕기를 매고
진달래도 나른히 조는
봄볕의 뜨락
아기바람 부스스 불어
향내 맡으면
연지 찍은 당신은
천사도 흠모하는 새악시랍니다.
라일락을 쏟았다
박지웅
자정 넘어 북아현동에 간다 집들의 사체가 엉겨 붙은 그 위에 라일락이 쏟아져 있다
동네에 희망이 전염병처럼 돌았다 뒤로 지폐가 오고가고 이주동의서가
집집마다 전해졌다 그때는 모두가 욕망과 한패였다 욕망과 새 가정을 이루었다
파렴치한 희망의 가면을 쓰고 희망에 감염된 자들이 가난의 슬하를 떠나지 못하는 아들딸들을 구슬리었다 희망을 두둔하고 모의하고 결심하는 동안 내가 비천하게 욕망 앞에 어슬렁거렸다
희망에게 빵을 구걸하고 밀서를 전하고 희망을 침대로 끌어들였다 희망에 다리를 벌렸다
희망이라면 이제 소름이 돋겠구나
미안하다 라일락이여,
깨진 유리를 밟고 서 있는 한때 나의 아름다운 이웃이여
라일락 전세
박지웅
라일락에 세 들어 살던 날이 있었다
살림이라곤 바람에 뒤젖히며 열리는 창문들
비 오는 날이면 훌쩍거리던 푸른 천장들
골목으로 들어온 햇살이 공중의 옆구리에 창을 내면
새는 긴 가지를 물어 구름과 집 사이에 걸었다
그렇게 새와 바람이 그린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만히 따라가면 하늘이 어느덧 가까웠다
봄날 라일락꽃이 방 안에 돋으면
나는 꽃에 밀려 자꾸만 나무 위로 올라갔다
주인은 봄마다 방값을 올려 달랬으나
꽃 피면 올라왔다가 꽃 지면 내려갔다
오래전부터 있어온 일, 나는 라일락 꼭대기에 앉아
골목과 지붕을 지나는 고양이나 겸연쩍게 헤아렸다
저물녘 멀리 마을버스가 들어오고 이웃들이
약국 앞 세탁소 앞 수선집 앞에서 내려 오순도순
모두 라일락 속으로 들어오면 나는 기뻤다
그때 밤하늘은 여전해 신생대였고
그 별자리에 세 들어 살던 날이 있었다
골목 안에 라일락이 있었는지
나무 안에 우리가 살았는지 가물거리는
라일락
박현영
담 모퉁이 자리한
연보랏빛 라일락
코끝을 간지럽히는 향기
넘실대며 타고 드는
달콤한 너의 유혹
바람에는 살랑살랑
해님에게 활짝 웃어주고
살며시 눈길 주네
라일락 필 때면
백승운
참 이 아가씨
욕심도 많다
눈으로 한번
코로 한번
유혹의 몸짓
휘몰아치면
화려한 꽃들은
그냥 스쳐 간 인연
콩깍지 씌워져
너만 보이니
이제 청혼이나
해보렵니다.
라일락 향기
서민경
그날
은빛 햇살 속에 설레게 하던
그 하얀 편지
보랏빛 향기에 취한
너의 사랑을 고백받던 행복한 날
달콤한 키스에 라일락 꽃
탐스럽게 피었지
밤이면
화려하게 수놓아진 별빛
꽃잎마다 초롱초롱 일렁이고
박꽃 같은 너의 미소와
앙증맞은 내 보조개 웃음은
아픔과 슬픈 이별이 찾아왔지
라일락 꽃피는 봄이오면
너는 은은한 향기로 다가와
그리움을 달래주기도 해
늘 오늘처럼...
라일락꽃
서복길
푸른 잎사귀 사이로
보랏빛 신비스런 사랑아
싱그런 햇살처럼
살포시
가슴 비집고 들어오네
꽃 비 되어 적시는
너의 향기에
후각은 마비되고
그칠 줄 모르는
진한 사랑에
초점 잃은 눈동자
정신마저 혼미하니
라일락 꽃
너는 어느새
내 마음을 훔치고
아, 수줍은 나는
너의 향기에 취해서
그만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렸다네.
라일락꽃 향기 속에 자물쇠를 채우고
서지월
뉘 시켜서가 아니라
살맛나면 피어서
살래살래 머릿단 일렁이며
다가오는 것은 분명
즐거운 일이었다.
제대를 하고 다시
대학 가려고
시립도서관에서 공휴일도 쉬지 않고
공부하다 잠시 바람쏘일 때면
네 보람도 내 보람인 것처럼
하늘도 맑아보였다.
막상 대학을 나와
살기 애쓰며 쏘다니다 보면
뽀얀 먼지길 저 안쪽 닫힌 철대문
누가 사는지,
라일락 꽃 향기 속에 자물쇠를 채우고
신문배달 소년도 기웃대는 –
자본주의 세상 돈이 최고라고
남들이 그러지만 나는 안 속아
안 속아!
먼지 털고 돌아와 시를 쓴다.
그래, 라일락
석민재
셋을 세면
말투에 들어간 힘이 빠졌다
물고기 떼처럼
우리들이 몰려올 때
화병을 깬 아침에 와락
예언도
나쁜 징조도 믿지 않는다
독약이나 비방도
모두 우리
죽지 않는다
손수건으로 닦아 낼 수 없는 일들이
쏟아져도
그래, 라일락
따뜻하고 아늑한 구석에 라일락
어린아이로 등장하는 그 꿈에 나일락
꽃을 잃은 것이 아니라
꽃 이름을 잊은 것이라고
어른들은
뛰어다니고 안달하고 하찮은 말이나 해 대며
불신하고 서둘러도
꽃 피는 소리에
자다 깨는 사람들, 꽃 피는 소리를 귀신같이 아는 사람들아,
치료되지 않은 이름을 아주 가 버릴 등 뒤에서
낡은 외투에 툭 떨어지는
아,
오래된 계절의 잠에서 깨어나
꽃의 흉터는 떨어져 그늘이 되고
사월의 무늬는 사월을 베낀다
세계가 사월이 된다
봄에 매장당하는
라일락이
막 울어도 되는
라일락 꽃향기
선우윤숙
차도를 거닐 때 꽃향기에 취해
나도 모르게 길을 거닌다.
나무에 나는 향기! 라일락 향기!
나무에 하얀 솜털 같은 라일락꽃
누구에게 잘 보이게 어여쁘게 피었나
어여쁜 라일락
손으로 다를 듯 말듯 새초롬한 라일락
사람 손에 닿지 않는 꽃
가까이 한참을 보다가
길모퉁이에 서 있다가
무심코 보다가 꽃향기 맡는다
라일락꽃 향기
손병흥
달빛 아래서도 향긋한 미소를 잃지 않는
연보랏빛 가득한 꽃망울 피어나는 봄날
그리움 묻어난 꽃향기에 흠뻑 취한 달밤
달이 뜨고 별이 지듯 떠오르는 그대 모습
벌 나비도 잠이든 밤에도 향기 발산하며
흰색 분홍색 물기 촉촉이 스며든 청초함
첫사랑 젊은 날의 추억이란 꽃말 간직한
잊을 수 없는 아련한 기억 되어버린 몸짓
은은한 향길 내뿜는 봄소식 눈부신 햇살
라일락 향기
손병흥
은은한 향기 흩날리던
그리움 추억 맴도는 가슴
소리 없이 다가선 눈길
마음마저 향기로워 지는 계절
아름다운 라일락꽃 사랑의 빛깔
우애 청춘 친구의 사랑 간직한
웃음짓는 얼굴 그리운 두 눈동자
일명 리라꽃 수수꽃다리
낭만적인 믿음 말없는 미소
젊은날의 회상 첫사랑 쓰라림
흘리는 눈물 외로움 닦아주는
꿈같이 흘러가는 시간 속
연보랏빛 피어나는 뜨락
서럽도록 하늘빛 푸르른 날
봄바람에 실려 오는 임 소식.
라일락 사랑
송상익
향긋한
꽃 내음 따라
수줍은 발자욱
한 걸음
두 걸음
마음 깊은곳
떨림으로
걸어가고 있습니다
코끝에 남아있는
머언 흔적
살랑대는 봄바람에
그날의 그림자
살며시 다가와
가슴 설레이게 하네요
순수했던
그날들의 속삭임
나즈막히 전해 오고
푸릇한 첫사랑
살며시 왔다
떠나갑니다
코끝에 달린 추억
향긋한 라일락 사랑
볼그스레 맺혀버린
이루지 못한 사랑
베시시 미소 띠며
옛 기억
살며시 내려놓고
발길 돌려봅니다
라일락나무 아래에서
송태봉
숫처녀의 연보라빛 사랑이
수줍은듯 가지에 맺혔습니다
곁에서 홍매화의 화려함에
샘이 났는지
더러는 봉우리를 펴고
나보란듯이 고개를 내밉니다
여물지않은 탓에
향기는 아직이지만
그 마음이 애틋합니다
수수꽃다리
신금재
미안해
겨우 철조망 담장 너머 거리
작은 텃밭으로 뿌리 뻗어
귀찮게하는 한그루 나무
들으려 하지 않으니
보이지도 않아
고마워
봄비 소식에
비설거지 즐거운 저녁
빗소리에 젖어드는 너의 언어
송골송골 물방울 따라 맺힌 별꽃잎
보이나요
반짝반짝 보이네
젖은손 뻗으면 닿을듯 한데
마음없어 다가가지 못하고
아, 너였구니
연보라색 꽃송이
반짝반짝 작은 별 노래 부르는 아이들
작은 손으로 손뼉 치고
별 조각 꽃송이 네 박자로 흔들리면
다가가려 하는 마음 전해주는
수수꽃다리 라일락
라일락꽃
신남춘
휘영청 밝은 달빛 아래
바람은 슬금슬금
나뭇가지를 매만지고,
별빛 무수히 쏟아지는
그날 밤 화려한 장식은
아름다운 사람들의
축제장이 되었다
하늘과 땅 사이
오롯이 퍼지는 꽃향기
꽃부리 가득 머금고,
부는 바람에 설레는
연인들의 속삭임
연못가에 물방개 놀듯
잠방잠방 여울을 쳤다
내 어릴 적
눈 지긋하게 감고
코를 들이대고 한동안
좋다, 너무나 좋다
황홀해하시던 어머니
이 밤 축제 속에서
다시 그 향기 취하실까
해마다 다시 피는 자리
변할 줄 모르는 형상(形象)
코끝 스치는 은은한 향기
나의 가슴 속 들어와 있는
어머니 숨결, 어머니 사랑
그래, 내 생명의 향기로
흠뻑 젖는 아름다운 밤
그윽한 라일락 향기처럼
신성호
봄꽃들이 서로 좋아
죄다 찾아 와 피고 지고 야단일 때
무성하게 잎만 내고
그냥 지나가 버릴 것 같던 라일락
조심스레 한올 또 한올
꽃대에 꽃잎을 지피더니
어느새 길다란 꽃송이가 되어
진한 향기로 제 모습을 자랑한다
뉘라서 그 향기 싫어하며
그냥 모른 채 지나 갈 수 있으랴
가까이 다가 가서 맡아보는 그 향기가
오래오래 여운이 남기를 욕심없이 바래 본다
햇살 좋고 아름다운 세상
라일락 꽃 향기처럼 그윽히
여운을 남기는 멋진 봄날이기를 빌어 본다
라일락 향 짙어가는데
신희목
라일락 피는데
라일락은
활짝 웃고 있는데
그대는 지금
어느 거리를
서성이고 있나요
해맑은 꽃바람
가득 안고
잰걸음으로 오는가
모두의 아침
사랑 가득
보랏빛 물들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