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혜 – 아카시아
장미숙 – 아카시아
장인성 – 아카시아꽃
전병일 – 아카시 나무
전세창 – 아카시아
전인재 – 아카시아 향기
정군수 – 아카시아
정군수 – 유년의 아카시아
정민기 – 아카시아꽃
정석원 – 아카시아꽃
정세일 – 나는 아카시아 나무입니다
정세일 – 아카시아 가슴으로
정세일 – 아카시아 숲속에 달빛
정세일 – 5월의 가슴은 아카시아
정연복 – 아카시아 잎의 기도
정영자 – 오월의 아카시아
정윤칠 – 아카시아 나무 예찬
정재학 – 아카시아꽃 향기 흐를 때
정종명 – 아카시아꽃
정찬경 – 아카시아꽃 피면
정찬열 - 사라져 가는 아카시아
정해철 – 아카시아 향기 타고 오는 날
정회선 – 아카시아 추억
조남명 – 향기
조명희 – 아카시아
조위제 – 아카시아꽃
조정덕 – 아카시아꽃
조한직 – 아카시아꽃
주응규 – 아까시꽃
주응규 – 아카시아꽃
지철승 – 아카시아 향
진의하 – 아카시아꽃
차원대 – 아카시 아카시아
최명운 – 아카시아 향기 날릴 때
최명자 – 아카시아 숨결
최서림 – 아카시아
최서림 – 아카시아꽃을 보러 갔다
최은숙 – 아카시아 언덕
최은하 – 아카시아
최제형 – 아카시아꽃
최홍윤 – 아카시아꽃 그늘 아래
하은혜 – 아카시아꽃
한상우 – 오월에 쓰는 편지
한승원 – 아카시아 속잎을 스쳐 온 바람에서
한영택 – 아카시아꽃 필 때면
허기숙 – 아카시아꽃
허미영 – 아카시아꽃 그늘에 앉아
허영미 – 아카시아꽃 그늘에 앉아
허자경 – 유월의 아카시아꽃
허정인 – 아카시아
허정인 – 아카시아꽃
허정인 – 아카시아의 노래
현명화 – 아카시아꽃이 필 때
홍수희 – 아카시아
홍영미 – 아카시아꽃 향기
홍윤표 – 아카시아꽃
홍재향 – 아카시아
홍해리 – 아카시아
홍해리 – 푸른 유곽 – 아카시아
아카시아
장미례
골목 어귀 들어서면
집까지 가는 길에
신비한 향내가 술 취한 듯 풍겨 주네
이맘때 계절이면 기다리듯 찾아오는
진하디 진한 향과
어울리지않는 하얗고 순한 꽃잎
꽃잎지어 사라질까
향수처럼 손등에다 발라본다
아카시아
장미숙
솔기 안에 큰 산이
주렁주렁 달렸는지
이 산 저 산
초록 물 터트리면
하얀 밀어들
산을 어우르고
오래 된 우정은
초록 잎에 배어 든
짙은 향기인가
꽃 입술 더듬어
그리움 열리는
숲길에 오른다
아카시아꽃
장인성
꽃잎 지고 나면
거들떠보지도 않던 청순한 사랑의
아름다운 꽃말을 간직한 추억의 꽃이여
어린 시절 꽃잎은 따먹고
잎은 따서 토끼를 먹이던 시절
얼마나 친근했던 나무였던가
벌꿀의 70%가
아카시아꽃에서 나온
단 꿀을 주는 효자 나무
메마르고 거친 땅
황폐했던 우리 강산의 산림을
푸르게 만든 1등 공신이다
우리가 꿀을 좋아하고
향기 또한 초, 여름을 상징하는
언제까지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너의 이름을 꿀 나무라 불러주랴.
아카시나무
전병일
아카시아 너는 어디서 왔느냐
태평양 물 건너서
무엇 때문에 이 먼 타국 땅에
산사태 막으려고 왔소이다.
이곳에 와보니 온 산야가 벌거숭이
오리나무, 리기다소나무, 상수리나무와 함께
벌거벗고 있는 산 아오리상 옷을 입혀 주었지
세월이 흘러 꽃도 주렁주렁 매달아
꽃향기도 날리며
벌들에게 꿀도 주었다
가시가 있어서 천대받아
난방재로 아궁이에서 불태워졌지만
아카시아 꿀의 명성으로
목숨을 연명하고 있단다.
아카시아
전세창
계절의 여왕 오월은
아카시아가 피는 달
눈처럼 흰 꽃송이가
온 산을 물들이는 달
탐스러운 꽃송이가
바람에 파도처럼 출렁
꿀벌을 냄새로 유혹하고
사람들 시선도 잡아끈다
가는 봄이 아쉬워서일까
떠난 님이 보고파서일까
햐얀 손으로 손짓한다
찐한 향기로 자극한다
눈부신 네가 너무 좋아
순결한 네가 너무 좋아
아카시아는 아가씨같이
정말로 사랑하고 싶은 꽃
아카시아 향기
전인재
아카시아 피던 날 우리는 만났지
아카시아 향기만큼
우리의 사랑내도 났지
그 님을 보내던 날
아카시아 향기 멈추더니
하이얀 뭉게구름 흘러가더니
하이얀 아카시아꽃 지네
이제 여름이 와도
하이얀 아카시아꽃 지니
내마음 시리네
뜨거운 불볕더위도
내 사랑만 하오리오
그대 그리워 눈물흐르네
또 내년을 기다려야 하나
내님 그리워 하이얀 눈물 흐르네
이 밤 지나면 나는 어떻게 하나
그리워 눈물로 지세우네
다음에 만나면 말해주고 싶어
나 너 사랑 한다고.
아카시아
정군수
1
나무들이
푸른 잎으로 몸을 감추고
속살 채워갈 때
거친 껍질에 가시를 세우고
한번도 사랑 받지 못한 나무
낫으로 베이고 괭이로 찍히다가
황토밭에 뿌리내린 죄
동학군 내려오던 보릿고개
보리모가지 푸른 오월에 꽃이 핀다
동학군 흰 옷자락 나부끼며
봄이 가는 산자락
등성이 너머 들녘까지 밀고와
하얀 함성으로 피어오른다
쑥부쟁이 엉겅퀴 순 솟는 길
속살 훤히 드러내고 웃으며
꽃물 질겅질겅 향기 토해내는
갑오년의 아프디 아픈
허어연 웃음으로 피어난다
2
봄 언덕을 무너뜨리고
쏟아져 내려오는 폭포 물보라
두 팔 벌리고 막아서다
여름을 향하여 달려드는 향기
밀리고 밀리고 뒷걸음 치다
필경 취해 쓰러지려나
속세의 것을 피우고도
속세의 것이 아닌
정갈한 꽃
티끌이라도 환히 피워내는
가장
속세의 꽃
유년의 아카시아
정군수
대숲길을 돌아들면 가을의 한 귀퉁이에 서있는 아카시아
나무 아래에 이릅니다. 굴참나무 물푸레나무는 반짝이는 가을 햇살을 담고 단풍을 물들이고 있는데 아카시아는 한 잎도 물들이지 못하고 칙칙한 잎새들을 벌써 나의 이마 위로 날리고 있었습니다. 산새의 깃소리에도 놀라 허무하게 지는 잎들을 가을하늘 멀리 보내고 있었습니다.
대숲길을 돌아나오며 나는 가을 하늘에 아직도 오월의 아카시아 향기가 남아 있음을 보았습니다. 산언덕을 덮고 마을까지 내려오던 향기가 옛날처럼 그곳에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향기를 기억하며 아카시아 잎새들은 지금도 하늘을 날으고 있었습니다.
유년의 친구 주식이네 집 뒤안에는 대숲길이 있었습니다.
친구는 가고 없어도 어린 날 보았던 아카시아는 길을 막고 고목으로 자라 조락의 잎새들을 허공으로 날리고 있었습니다. 먼저 간 그 친구의 하늘에 아직도 아카시아의 향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아카시아꽃
정민기
5월의 바람 소리 없이 돌아다니며
흐느끼는 이 누구인가, 두리번거린다
저기 외따로 떨어져 있는
벤치 옆 아카시아 한 여자
너는 왜 그토록 서럽게 울고 있니?
벌, 나비 옥신각신 다투며
향기를 넘나들고 있다
그리 가볍지만은 않은 걸음으로
멀어져 가는 바람이 넘어질 것 같다
머리를 쥐어박듯 쏟아지는 햇살
눈물 환하게 켜 든 저 여자,
눈부실 정도로 황홀하기만 한데
서러움 한 움큼 꿀꺽 삼켜도
그 마음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다시 다가온 바람에 화들짝!
긴 머리카락 한들한들 흔들거린다
아카시아꽃
정석원
하얀 눈망울 속에
검은 눈동자
실바람 살짝 건드리면
오만한 자태의 향기
줄줄이 역인 망울, 망울들
한 웅큼 따다
나의 목젖에 향기를 담을까
넓은 솥뚜껑에 올려놓고
구수한 전을 해먹을까
이도 저도 아니면
그냥 아름답게 바라만 볼까나
푸름 속에 하아얀 속살
아름다움에 취해, 향기에 취해
그냥 너를 바라만 보다
건들거리며 떨어지는 해 질 녘에
청초한 너의 혼을
시들은 내 눈에 담아
검게 변해버린 세상
하얀 원색으로 볼까나 보다
나는 아카시아 나무입니다
정세일
나는 아카시아 나무입니다.
당신이 온산으로 숨을 토할 때마다
아카시아 나의 꽃향기로 숨을 쉴수 있도록
내 손 가시위에 꽃망울을 걸어 바람이 불때마다
당신 가슴속으로 터트리고 있습니다.
나의 향기는 너무나 진하여 나 자신조차 취하고 있습니다.
아침 일찍이 꿀바구니에 꿀을 사러온 벌꿀조차 취하여
나의 가지에서 쉬고 있습니다.
나는 아카시아 나무입니다.
여름이 오는 길목을 겨울 눈길처럼 햐얗게 뿌려놓고
흩날리는 꽃잎들에게는 나비를 달아주어 이리저리로 날아가게 합니다.
나는 왜? 그렇게 눈물이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조그만 가시의 아픔에도
나는 견딜수 없어 나의 몸은 멍이 들고 있습니다.
나는 아카시아 나무입니다.
나무도 등걸도 쓸모없지만 나는 꽃을 땅에 날려야
나뭇잎을 매달 수 있다는 것을 알고있습니다.
나비도 벌들도 여름이 오기 전 쉬어야하기 때문에
나는 꽃망울조차도 피어보지 못한 채
나비 눈물처럼 한 껍질씩 당신의 산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아카시아 가슴으로
정세일
5월이 오면 온산에 아카시아
꽃잎들이 나비에게 꽃 날개를 달아서
산의 가슴이 쏴아 쏠리도록
하얀 눈꽃을 어지럽도록 향기를
온종일 날리고 있습니다
꽃을 피우기를 바라는 나비의 마음들이
오늘처럼 있으면
아카시아의 향기는 나비의 날개소리때문에
온몸이 꽃잎에서부터 간지럽습니다
아름다운 향기 누구든 그숲속에서
취할 수밖에 없는 그 향기 때문에
아카시아 나비가 바람에 온몸을 흔들며
산의 가슴이 쏠리도록 하얀 눈꽃을
어지럽게 날리고 있습니다
가슴속에 곱게 접어놓았던 어머니의 외씨
보선을 닮은 꽃봉오리들이 바람이 부는 날은
하나둘씩 보선을 터트려 향기를 날리기 때문에
바람이 불어서 꽃망울이 우수수 떨어진 날은
숲속에 오면 누구든 어머니의 보선을 주울 수 있습니다
소나무처럼 웅크리고 앉아있는 곳에도
이제야 겨우 매듭을 맬 수 있는 풀이 자란 곳에도
봄이 떨어지는 날이 되면은
이제는 꽃잎은 날아가 버리고
머리만 남은 반달꽃잎은 우수수 비처럼 봄이
쏟아집니다
가버린 봄을 찻느라 숲속에서는
잃어버린 봄을 줍는 나비들의 발걸음만이
한층 바빠지고 있을 뿐입니다
아카시아 숲속에 달빛
정세일
달빛이 비치는 으스름 달밤이면
시냇물이 졸졸 흐르는 징검다리를 건너
아카시아 숲들이 시냇물 가에 모여있는 곳으로
갑니다
아카시아 숲들은 여름의 뜨거운 햇살 아래
여름 한낯동안 서 있어서
달빛이 오는 날 냇가에 모여 발을 담그고
얼굴에 묻은 땀과 등에 묻은 먼지를 씻고 있습니다.
아카시아 숲들은 허리가 가늘어서
조그만 바람 소리에도 허리가 휘어집니다
달빛이 허리를 감기도 하고
반달 모양의 세월을 담기도 해서
여러 개 달린 잎새마다 각기 다른 계절의
꿈을 꾸기도 합니다.
달빛이 오는 소리가 아카시아 숲의
눈을 크게 뜨게 하고 있습니다
바람 소리도 숨이 멎은 듯 멈추고 있어
달빛도 멈추기만 하면 조요함이 숨이 막힐 정도로
환하게 서 있곤 합니다
누군가 손을 내밀어 가시가 있는 것을 말하지만
아카시아 숲들은 아픔을 얘기하지 않습니다.
달빛이 비치는 그날이 오면 아카시아 숲속을
온통 꿈을 꿉니다
손끝에 달린 가시가 너무나 뾰족하여
아프게 후드득 내리는 소낙비의 손도 찔러주고
얼굴을 뜨겁게 하는 여름 햇살의 가슴도 아프게 찔러줍니다
달빛이 비치는 곳!
그곳은 아카시아의 여름밤의 긴 꿈이 있는
시냇물 소리의 잠 못 이루는 달빛이 있는 곳입니다.
5월의 가슴은 아카시아
정세일
5월의 가슴은 온통 아카시아
꽃잎이 내가슴에 달려서
나는 5월이 오면 아카시아 숲속으로
향기 있는 꽃이 되어 날아갑니다.
5월은 가슴은 온통 나비의 날개
내가 날아 갈곳은 아카시아 숲속이어서
꽃가마 타고 찾아가는 나비처럼
나도 날개를 움직여 아카시아 숲속으로
날아다닙니다.
5월은 가슴엔 나에겐 온통 북소리
나의 가슴속에 고동소리가 북처럼 둥-둥 울리면
나는 흰눈처럼 소복-소복 소리가 나는
언덕 위에 쌓이는 아카시아꽃잎이 되어 숲속에 뿌리를 내립니다.
추억도 잠들고
노래도 잠들고
바람도 잠들고
구름도 잠드는 곳에
5월처럼 내가슴은 꽃이 피고 지고
이슬처럼 피어나서 안개를 먹는 그곳에는
아카시아 향기를 꿀처럼 만드는 나는
가슴이 풀썩거리고 꽃잎도 쌓이고
손이 흔들릴 때마다 아카시아 숲속에서
나비처럼 날아다니고 있습니다.
아카시아 잎의 기도
정연복
봄부터
푸른 잎이다가
단풍과 낙엽의
계절을 지나
이제
내 목숨
거두어 가시니
감사해요.
작디작은
나의 존재인데도
철 따라
계절 따라
예쁜 옷을
입혀주셨으니
얼마나
행복했는지!
빛바랜
나의 몸은
대지에
누울 테지만
나의 영혼은
가벼이
하늘로
오르게 하소서
오월의 아카시아
정영자
아카시아 향이
몸을 흔든다.
5월이 속절없이 가고 있는데
이런 일
저런 일에
허망함이 쌓인다.
산다는 것
그리고
더불어 마주한다는 것
쉽지 않은 세상사에
한 매듭을 넘기며
자유를 산다.
바람이 불었다.
흩어지는 것이
어찌 아카시아 향 뿐이겠는가
믿음도 사랑도
무너진다는 이 세월,
영락없이 깨어지는 사람들의 약속,
사람아
5월이 가고 있는데
우리들의 약속된 시간 속에
꽃은 피지 않았던가
아낌없이 아카시아 향은
나그네의 피로를 쏘고 휘도는데,
강물처럼
구름처럼
옛날을 함께 사는 날이네
오늘은
아카시아 나무 예찬
정윤칠
민둥산 경사면에 사방공사 벌리었네
아카시아꽃내음에 벌들이 꿀따러 오고
베어도 베어도 줄기에서 새싹이 올라오네
아카시아 잎따다 토끼를 주고 염소 혀바닥에 꿀들어 간다.
우리네 굶주린 창자 달착지근 꽃잎 훌터 속여보고
친구랑 잎을 따다 잎풀 따먹기 놀이
지금은 천덕꾸러기
아카시아 심으면 대기오염 줄여주고 산성토양 막아주리
숲에는 쓸모없는 나무가 없고
다만 가꾸지 않은 나무들이 뒤엉켜 쓸모없는 나무가 되네
우리내 몸속에 아카시아 한그루 키워보면
아낌없이 다주고도 남을 나무가 되리
작가 생각:
아카시아 나무의 생명력과 유용함 그리고 인재를 고사시키는 교육정책을
은유하여 표현한 작품입니다.
아카시아꽃 향기 흐를 때...
정재학
아카시아꽃 향기 흐를 때
아름다운 그녀를 만났습니다
누가 보아도 달콤하고,
상큼한 꿀을 가진 그녀를 보고,
신의 존재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사람과 사랑하는 이의 만남은
신의 존재 아래서 모든 게
이루어지는 차이와 같을 겁니다
그녀는 전혀 낯선 곳에서조차
가지고 있는 향기로, 꿀을 만들어
돋보이게 할 사람입니다
그렇기에 전
그녀를 사랑하는 것을
잊어버릴 수 없다는 것이 두렵습니다
아카시아꽃향기 흐를 때
아름다운 그녀를 만났습니다
아카시아꽃
정종명
하얀 꿀단지를 누가
설한에 어디다 감추어 두었는지
그릇 마다 담아 두었는지
언제 저렇게 매달아 향기나게 하는지
단지마다 달콤한 내음 진동한다
땅에도 뿌려 주고
바람이 불 때마다
수분을 날려 당도를 높이고
젖은 뚜껑을 말리고
하늘하늘 바람을 타며 햇살을 즐긴다
어느새 채밀을 마쳤는지
떠날 눈치다.
아카시아꽃 피면
정찬경
어머니께서
곱게 차리시고
시골 장에 가실때 치마자락
따라가던 향기가 난다
사랑하는 그녀가
생머리 어깨 위에 걸치고
군 위병소 앞에서 날
기다리던 그 향기가 난다
아버지가
초여름 바쁘게 일하실때
논두렁 밭두렁에서 새참과
함께한 향기였다
예쁜딸 아이들과 뒷산
약수터 갈때 주렁주렁 매달린 넌
장미보다 튼튼한 가시를 가지고도
비밀스런 사랑을 하였다
아카시아꽃 필 때면
지금은 안 계시는
어머니 아버지 출가한 딸 아이들
가족들이 생각나게 한다
사라져 가는 아카시아
정찬열
황폐해진 강산에서
가슴 짙게 드리우는 아찔한 향기
초여름 산야에 초록으로 물들인
하얀 물보라 거품으로 부서져 내린다.
강인한 생명력은
벌들을 불러들여 곡창을 내어주며
황폐한 산야에 푸르름을 선사하고
보릿고개 시절에 배고픔도 달랬다
오뉴월에 짙은 향기
아카시아 피는 그리움을 유혹하니
회화나무 닮아서 반환점 걱정되어
말 없는 속앓이에 서러움만 가득하다
왕성하던 번식력도 제풀에 꺾여
세속에 미련 없이
자작자작 피워내 부르던 그 노래
“동구 박 과수원길 아카시아꽃 활짝 피웠네”
향긋한 꽃냄새
청춘 남녀의 사랑을 묶어도 주며
황폐한 우리 강산 푸르름에 물결처럼
그리운 금수강산 만들어주었던 그 향기
아카시아 향기 타고 오는 님
정해철
목마름에 갈망하던
메마른 대지의 울부짖음 속에
낮게 드리운 회색의 푸른 하늘이
비를 머금었다.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것 같은
하늘 밑으로
아카시아 진한 향기가
콧잔등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어디쯤
먼발치에서
토닥토닥 그리던
님의 발걸음 소리가
어느새 나의 창문을 노크하고
한 손에 우산 받쳐든
사람들의 얼굴엔
아카시아 향기 타고 오는
님을 맞아
싱그러운 여름 미소가 가득하다.
아카시아 추억
정회선
따스한 봄볕에
시원한 초록 옷 단장하니
무수한 사연 잎마다 잔뜩 묻어난다.
옛 시절 내 안에 그리움과
가위 바위 보 이파리 떼면서
배꼽 빠지게 행복웃음 노래했었지
나 오늘도 그 때 그 길을 따라
너 보고파 그 때 그 웃음 찾아 나섰지
그 길 그대로 여긴데 내 그리움은 어디에
아! 내 사랑 아카시아
나를 향한 보고픔 견딜 수 없어
당신의 진한 땀방울 흰 꽃으로 피었나봐
아! 추억 속의 아카시아
세월이 흘러 옛 이야기 잊지 못해
당신도 나 그리워 하얀 꽃 수염 되었나봐
아! 너의 황홀한 향기
미소 속에 담긴 잊지 못할 해맑음
다음 생애 꽃으로 피어나 내 너를 품으리라
향기
조남명
장미나 벚꽃은
외모로 눈을 끌지만
향기가 진하지 않고
아카시아꽃은
빼어나지 않지만
진한 향기 지녔다
벌, 나비는
예쁜 꽃 찾는 게 아닌
향기를 맡고 날아드는 것
외모가 수려하면
그 값을 해서 향은 미약하고
수수한 사람은
내면에 진한 향을 담는 것
사람도 그렇다
아카시아
조병화
아카시아는 피어 만발하고
너울 너울 너울거리고
뻐꾸기 울어 울어
아카시아는 피어 너울 너울 만발하고
이 산에, 저 산에 피어 만발하고
나는 그리운 사람 손을 잡고
향기에 취해 취해
어지러이 산길을 가네
이렇게 서로가 우리가 되어
생명 끝까지 사랑에 취해
사랑을 살다가
이 세상 서로 같이 사라져 가려니
언젠가 우리가 서로 손 잡고 사라져 간다 해도
아카시아는 남아 남아
바람에 바람에 너울 너울
꽃피어 만발하려니
멀리 숨어서 뻐꾸기 울며 울며
아카시아는 하얗게 그 향기로 남아
너울 너울 너울거리려니.
아카시아꽃
조위제
순백도 아닌 미색으로
주렁주렁 매달린
포도송이를 닮은 꽃
은은한 오월의 향기
날카로운 가시 뒤에
숨겨진 사랑
꽃으로 피어나
벌과 나비를 유혹한다.
아카시아꽃
조정덕
쑥국새 울던
청아한 달빛 아래
내 하얀 그리움
은은한 향기되어
허공 가득 매달렸네
외로운 인생길에
애틋함 달래어줄
아름가득 순박한 꽃
지난 시절
아련한 상흔은
눈물꽃 되어
화사히 피었네
아카시아꽃
조한직
가시는 뾰족
꽃송이는 주렁주렁
버선발에 담긴 향기
천 리 가고 만 리 가네
어디서 날아왔나
꼭꼭 숨은 꽃 벌들
천 리를 가까워라
만 리를 가까워라
꽃술에 생명의 입맞춤 바쁘네
꽃은 흐드러지고
향기 따라 벌은 날아드는데
떠나간 임은 이 어이 못 오시나
임아~ 임아~ 임아~
봄 동산의 향기 따는 벌처럼
사뿐히 날아와 주오.
아까시꽃
주응규
임 그림자 가슴 짙게 드리우면
사무쳐오는 임 그리움은
오월의 산야에
포말로 부서져
뽀얀 물보라를 피우누나
임께 다소곳이 전하고픈
사랑 고백은
꽃망울을 송이송이 터트려
향기로 다가가누나
햇살에 물결치는
순백의 마음
바람결에 묻어나는
사랑 이야기는
향기롭고 곱구나
아카시아꽃
주응규
1
내 청춘의 영혼에
싱그러운 초록 물감
가슴 깊은 곳 스미면
향기 그득 머금은
새하얀 그리움
송이송이 피어나는
사연을 혹시 넌 아니
가슴 깊숙한 곳에
고이 자리한
숨겨둔 사랑
알알이 옹글게 영근
순백의 마음
톡톡 터져
푸른 창공 그윽이 번져
햇살에 감돈다.
사노라면
달콤한 사랑에
흠뻑 도취해
맴돈다는 걸 넌 아니.
2
님 그림자 가슴 짙게 드리우면
사무쳐오는 님 그리움은
오월의 산야에
포말로 부서져
뽀얀 물보라를 피우누나
님께 다소곳이 전하고픈
사랑 밀어는
꽃망울을 송이송이 터트려
향기로 다가가누나
햇살에 물결치는
순백의 마음
바람결에 묻어나는
사랑 이야기는
향기롭고 곱구나.
아카시아 향
지철승
햇살에 새하얗게 치를 떨며 야윈 모습
기구하게 살다간 여인의 슬픈 생애
뿌리 속 깊은 한이 꽃되어
온 가지에 가냘프게 매달렸다
작은 몸짓하나마다 향기만은 그윽해서
아득한 천리향,
아찔한 만리향.
꿈에라도 만져볼까 애써 손 내밀면
잡힐 듯 말 듯 하늘 향해 나풀댄다
한아름 꺽은 것은
손가락 마디마디 스민 향내음
오후가 달짝지근한 단내음 풍겨 올 때
사랑하는 이
품에 안은 듯
온 세상 품 안에 들어와
꽃향기 남긴다
아카시아꽃
진의하
겉은 하얗게 여위었으나
향기는 터진
코피 빛깔이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는
가까이할 일이 아닌 것이
재채기가 도질 것이다.
법당 창이 훤히 열리고
향 촛대에 아카시아 향이
가득하다.
부처님의 재채기를
큰스님은
듣지 못했다.
아카시 아카시아
차원대
가시나무새는
가시에 찔려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로
울다가 죽는다고 했지요
아카시아는 호주의 국화로
노란색 꽃이 피는데
열대성 식물이라지요
아카시는 흰 꽃이 아름답고 향기로운
온대성 나무입니다
가시가 있고, 향이 좋고, 꿀이 많다네요
첫사랑의 향기로 알려져 있고
꽃말도 "비밀스러운 사랑"이랍니다
가축들의 먹이에
가시가 걸림돌이라 해서
가시 없는 품종을 개발했다는데
아카시는 목재도 우수하고
쓰임새도 많다네요
유년기에는 달콤한 맛이 좋아서
많이 먹기도 했는데
근자에 원예종으로 개발된
미국산 분홍 꽃 아카시도 있다네요
아카시나무는 일제의 잔재라고
미움도 받았지만, 알고 보면
땅을 비옥하게 하고 벌에게는
중요한 밀원이라서
없어서는 안 될 나무랍니다
속성수이기도 해서
땔감으로 쓰려고 낫으로 베다가
많이 찔린 기억을 가진
그리고
그 향기에 향수를 느끼는 세대는
이미 저물어 가고 있으니
향기를 맡으면 젊어지는
그런 아카시나무를 육종 하는 사람
어디 없을까요
아카시꽃 피는
5월도 가고
그 향기가 다시 그립습니다.
아카시아 향기 날릴 때
최명운
아카시아 향기 가득하네
짙은 향기 전신을 휘감아
첫사랑 향 긴 줄 착각했어
처음 당신에게서
그윽한 아카시아 향기처럼
매혹 시켰지
아카시아꽃 필 때
진하게 내게로 왔는데
다시 당신에 취하고 싶어
그 시절
아카시아 향기 꿀 당신
그 초원 속 설렘.
아카시아 숨결
최명자
초록 물결 따라
그윽한 아카시아 향기 풍기며
그리움을 불러낸다.
초롱초롱 하얀 몸
향긋하게 뿜어낸 숨결 속에
서로 작은 몸짓에도 수줍은 웃음
당신 닮은 순백의 향기
초록빛에 숨겨 놓으면
아른아른 맘속에 파도친다.
아카시아
최서림
시인은 아카시아나무다.
지킬 것이라곤 자존심 하나뿐인데
늘 가시로 무장하고 있다.
땔감으로도 환영받지 못하는 아카시아가
나무로 인정받는 것은
순전히 우유 빛 살결을 지닌 꽃 때문이리라.
항아리 미인을 닮은 저 꽃 타래 때문이리라.
나무에는 어울리지 않는 향기 때문에
고작 며칠밖에 가지 않는 그 향기 때문에
시인도 세상에서 붙어먹고 살 수 있지 않는가.
다들 둥글게 살아가라고 대신 울어주다
스스로는 모가 나버린 꺼칠꺼칠한 삶,
아카시아 꿀을 마르지 않는 사랑처럼
하늘 깊숙이 감춰져 있다.
친구로 삼기엔 너무 먼 나무다.
애써 빙 둘러서 가고 싶은 나무다.
아카시아꽃을 보러 갔다
최서림
눈보다 염화칼슘이 더 많이 뿌려지는 아파트 옆
낡은 동네 연탄길을 기면서 내려오다
빙판길에 연탄재 같은 사람들의 정겨운 길을 내려오다
한 번도 가 본 적 없는 카자흐스탄을 생각한다
눈에 폭삭 파묻힌 작은 마을들
빙판길 뒷골목의 구멍가게를 생각한다
언 손으로 호밀을 까부르고 있는 아낙의 눈물 속에
흩날리는 눈발 속에 아카시아꽃이
방울방울 터지고 있다
깨어진 유리같이 망가진 시절이 있었다
지하에서 하루 종일 교정만 보다가
이러다 죽기엔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을 하다가
풍선을 날려 보내듯 사표를 낼까 생각하다가
멀리멀리 도망치듯
카자흐 고원에 휘날리는 눈발 같은
아카시아꽃을 보러 간 적이 있다
세상 여기저기 널려 있는 카자흐스탄,
하릴없이 집에서 빈둥거리며
병든 수탉처럼 쪼아대는 남자들 틈에서
가난한 아낙들이 뚝뚝 떨어뜨리는 눈물,
삶의 진물 같은 젖빛 꽃을 보러 간 적이 있다
내 영혼에 튀밥처럼 피어나는 꽃을 보러 간 적이 있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는 말에 붙잡혀
꿀벌처럼 날아간 적이 있다
봄이 젖몸살을 하면서 짜낸 꽃,
아카시아에게 불려 가듯 갔다
아카시아 언덕
최은숙
파란 하늘빛
뭉게뭉게 떠가는 구름의 노래
그대 가슴에 피어오른 한 송이 꽃
키가 커서일까
주렁주렁 열려서 향기를
뽐내는 아카시아꽃
바람이 여린 두 뺨을 스쳐 지나고
아카시아 꽃잎이 빙그르 떨어진다
고운 손 내밀어 꽃잎을 잡는다
하얀 꽃무늬 샌들 위에
꽃잎으로 미끌미끌 색칠한다
꽃내음의 향기가
그대의 두 눈 속에 사랑을 노래한다
아카시아
최은하
굽이, 굽이 돌아
바닷가 예 와서
태초의 향훈, 너를 맞는다.
너는 물빛 마알간 목소리로
잔잔히 나를 흔들어 적시며
총총히 오고 있다.
다가서고 있다.
소녀야. 넌
내 오월의 편지,
다시는 없을 손짓
연두색 바람결이다.
사라져버리잖을 꿈길로
산책하는 나의 소녀야
내 가슴을 열고 들어
등(燈)으로 피어라
환히 피어 올라라.
마냥 다가오는 널
맞이하는 언덕에
무지개도 하늘로 다리를 놓겠지.
아카시아꽃
최제형
유월에도
함박눈 내리는가.
까마득히 푸른 가지 끝까지
하얗게 쌓이는 구름 빛 축복.
달빛처럼 교교히 퍼지는 향기는
내 어린 시절
먹어도 먹어도 질리지 않던
어머님 품 같은 고향 내음.
꽃눈이 온다.
겨울 봄 다 보내고,
유월의 상흔 덮으려
하얀 아카시아꽃
봄비 따라 내려 쌓인다.
아카시아꽃 그늘 아래
최홍윤
가냘픈 작은 어깨로
책 보자기 메고 식은땀 흘리며
집에 돌아오면
열아홉 누이는 툇마루에 잠들고
아카시아꽃그늘 아래
쇠파리 쫓는 누렁소 워낭소리가
오뉴월 한나절의 적막을 깨고
곤히 잠든 누이를 깨워
꽁보리 밥상머리 함께할 때
누이는 빛바랜 詩集 갈피 넘기며
산에는 꽃이 피네
꽃이 피네, 했었지
탱자나무 울 빼곡한 그 집에
아카시아꽃향기 흐드러진 유월이 와,
책 보자기로 글공부하던 고향도,
詩集을 좋아하다 시집간 누이도,
아득 만한데,
가방 끈이 짧은 나라서
내 詩는 아직도 탱자나무 가시처럼
까칠
까칠하네!
아카시아꽃
하은혜
까르르
말똥이 굴러가도 웃음보가 터졌던 그 시절
아카시아꽃도 하얗게 웃고 있었다
그녀를 한입 베어 물면
입안 가득 싱그러이 맴돌던 향기
그 추억을 따라
유명 제과 회사에서 아카시아 껌이 출시되고
나는 그 껌의 향기를 먹으며 커갔다
이제 오월이 오면
곁에서 만발하는 꽃들과는 다르게
산 중턱쯤에서 살아가는 그녀가
마음 한켠에서 맴돈다
마치 뒷방 노인처럼 잊혀져 가는 꽃은 아닐지...
안쓰러운 마음이다
오월에 쓰는 편지
한상우
그대 가슴에 그리움으로 남고 싶다,
오월의 아침이슬처럼
풀잎에 송송 영글어서
그대, 얼굴 가득 기쁨이 되고 싶다
오월의 오늘,
그대에게 쓰는 이 편지는,
아카시아 향기에 취한
내 마음을 적고
그대 향한 그리움을
내 가슴, 가득 가득
미어지도록 채웁니다,
그리고,
그리고,
제비꽃처럼, 외로운 내 마음을
오월의 편지에 씁니다,
그대 가슴에 그리움으로
남고 싶다고.....,
아카시아 속잎을 스쳐온 바람에서
한승원
아카시아 속잎을 스쳐온 바람에서 당신의 눈빛을 보고
호수 건너온 팥잠자리의 날갯짓에서 당신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구름 그림자에서 당신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푸른 물안개에서 당신의 속살 냄새를 맡습니다
나는 바람이 되고 잠자리가 되고 구름이 되고 물안개가 됩니다
당신 머리칼에 깃들이는 정령이 됩니다.
아카시아꽃 필 때면
한영택
오월이면
동구 밖 골짜기에
향긋한 향기가 소식 띄우면
바람처럼 그곳에 달려가 봅니다
꿀단지 주렁주렁 매달고
짙은 향기를 뿜는 너
너에게 반하여
벌과 새들이 향기에 젖고
바람도 유람합니다
향기에 파묻힌 어느 날
아카시아꽃 만발할 때
나의 첫 사랑도 꿈틀거리며
꽃향기에 취했나 봅니다
꽃잎 따다가 입에 물고
사랑이란 단어를 향기처럼 풀어놓으며
벌들이 온몸으로 꿀을 감싸 안듯이
지난날의 사랑이
아련한 추억으로 뒤척입니다.
아카시아꽃
허기숙
우거진 숲 속 둘레길
푸른 잎 사이에 탐스러운
하얀 꽃송이가 웃어요
은은한 꿀향기 담아서
가슴에 안기는 순간
행복한 미소 짓네요
산 속의 고요함이
무거웠던 머리 정화시키고
솔향기 깊게 음미하며
숨을 몰아쉬며 걸어도
꽃향기 가득한 숲 길
산 새들도 합창을 하며
맑고 시원한 바람이
향기를 전해주고
사랑의 힘으로 웃어요
아카시아꽃 그늘에 앉아
허미영
아카시아 흐트러진
꽃그늘에 앉아 너를 생각한다
맘 하나 툭 툭 터트려 열어버라면
이토록 향기롭지 않느냐
오월 아카시아 가지마다
벌떼가 날아드는 건
아카시아꽃 입술마다 농익은
맘의 단물을 머금고
사랑의 언어를 속삭이는데
얼마나 서로의 행복이겠는가
맘의 빗장은 애초부터 쓸모가 없음이야
참 인생은
맘의 문부터 활짝 열어놓고
맘 하나 툭 툭 터트려 열어버리면
이토록 향기롭지 않느냐
아카시아꽃 그늘에 앉아
허영미
아카시아 흐드러진
꽃그늘에 앉아 너를 생각한다.
맘 하나 툭툭 터트려
열어버리면 이토록 향기롭지 않느냐
오월 아카시아 가지마다
벌떼가 날아드는 건
아카시아꽃 입술마다 농익은
맘의 단물을 머금고
사랑의 언어를 속삭이는데
얼마나한 서로의 행복이겠는가.
맘의 빗장은 애초부터 쓸모가 없음이야
참 인생은
맘의 문부터 활짝 열어놓고.
맘 하나 툭툭 터트려
열어버리면 이토록 향기롭지 않느냐
유월의 아카시아꽃
허자경
청밀이 익는 달, 그는 나뭇가지에 매달린 연등이다
하얀 면사포를 쓰고 햐안 치아를 드러내고 웃는 너의 모습에 청노루의 살이 오른다
아니다 번뇌를 버리려고 허공을 입에 물고 수행 중인 동자승이다
붓다가 오시는 걸까 그는 뒷골목을 밝히는 천개의 눈이다
그의 얼굴이 너무 눈부셔 차마 정면으로 볼 수가 없다
산그림자가 내 무릎 아래로 몰려올 때면 그는 침묵으로 법문을 외며 돌탑을 돈다
계기월식에도 꺼지지 않는 달이다
젖을 물리려고 집으로 가는 산짐승들의 발등을 비춰주는 금성이다
칠흑의 밤으로 채워진 나의 동굴마저 한낮이 된다
그들은 유월 경전의 활자다
아카시아
허정인
큰 키 네 모습
오월이면
참 근사하지
흰 꽃
주저리주저리
가득 피운채
양팔 벌려
향기로
모두를 사로잡네
멀리에서
가까이에서
하얀 춤사위
아카시아 너는
오월의
향기 나는 멋쟁이.
아카시아꽃
허정인
오월 숲은
아카시아
키다리 아저씨가
하얀 장삼 걸치고
양팔 벌려
니나노
춤을 추니
오가는 이마다
넋을 잃네
에헤야
인생사
백 년도
한 순간 이거 늘
오늘은 나도
아카시아꽃
하얀 춤사위에 취한 채
오월 숲에
쉬어 보자.
아카시아의 노래
허정인
오월에는 울지 마세요
오월에는 외로워 마세요
비탈진 언덕에서
외면당한 긴 세월
가시 만들어 두르고
지켜온 삶이랍니다
흘린 눈물들이
하얀 꽃이 되었어요
참아온 시간들이
향기가 되었어요
당신의 눈물도 외로움도
꽃이며 향기랍니다.
아카시아꽃이 필 때
현명화
5월의 향기를
바람의 누벽에 바르고
가슴을 저미듯 아픈 가시는
복병으로 숨겨두었다
은장도를 소매에 숨겨둔
조선의 여인처럼 애절하다
짙푸른 5월은 하얀 숨결마다
하얀 꽃으로 피면
창 너머 파란 하늘엔 흰
구름도 오월의 낙화처럼 흐른다
5월아! 나는 보헤미안의 꿈으로
너의 순결 위에서
하얀 꽃으로 피어나련다.
아카시아
홍수희
월화수목금토일
월화수목금토일
단발머리 갸웃이 기울이고
지금도 까만 교복의 그때 그 소녀
아카시아 잎을 뜯고 있을까
아카시아 한 잎을 뜯을 때마다
가슴에서 떨어지던 빗방울 소리
첫사랑은 저 만치서 걸어오는데
그분의 발자국 천둥소리만 같아
뚜욱, 그대로 멈춰버릴 것 같은
크고 깊은 숨 몰아 쉬며
월화수목금토일
월화수목금토일
햇빛 눈부신 교정
나무 벤치에 오도마니 앉아
죄 없는 이파리만 뜯고 있을까
지금도 그 소녀 거기 있을까
아카시아꽃 향기
홍영미
아카시아 향기
나무 사이로 비취는
파란 하늘
산과 들에 향기를 품으며
당신의 미소처럼
아카시아도 싱그러움에
말없이 향기를 전합니다.
앙상하던 가시나무
한아름 소복이
하얗게 꽃을 피우며
당신의 미소처럼 환희 웃고 있습니다.
고개를 숙인 채
그 향기를 품으며
아름답게 피어난 아카시아
그저 바라만 보아도 좋은
아름다운 꽃
나의 마음속에도 하얗게
아름다움을 피우며
그 향기만큼 향기를 내고 싶습니다.
비록 초라한 모습이지만
가슴깊이 아카시아꽃처럼
나의 마음속에도 아름다운
아니 진한 아카시아 향기를
품고 싶습니다.
당신의 곱고 고운 미소처럼
나의 마음깊이 새기면서
오늘도 하루가 저물어 감에
또 하루를 접으려 합니다.
아름다운 향기를 맡으면서
아카시아꽃
홍윤표
주공아파트가 빽빽이 들어설
고향 산기슭엔
봄 찔레가 백발로 산발한 채
하얀 그리움에 서 있다
적양나무*와 아카시아가 한데 어우러진 숲에
홀로 자라던 꾀꼬리 울음도 낮은 음으로 저항하니
또 다른 뜰 방에선
입덧 난 테레비가 화각을 잃은 채
돌연 연기(演技)를 재생한다
숲 숲 숲 .....
속에 재잘대던 박동새들이
잠시 쉬어 가며 자진가락으로 노랠 부르니
홍조 구름 속에 몸을 맡기던 유월엔
온 동네 아카시아꽃이 핀다
순 짚기 어려운 세월을 깎은 듯
길 잃은 야생화는 산바람이 혼동하는 터널을 지나
죽음의 흔적이 가득한 고향 산에서
낯선 방언으로 향기를 낸다.
* 적양나무 : 오리나무를 말함
아카시아
홍재향
마음에 둔 무언가를 보내고서
여지없이 숱한 밤을 울어 보니
서럽게도 행복하였습니다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리고서
여지없이 허공에다 웃음을 날려보니
서럽게도 행복하였습니다
섧게 우는 것에 섧게 웃는 것은
여지없이 눈앞에 드러나고
무언가를 만나고 잃어버리는 것 또한
여지없이 눈에서 드러내는 것이라
행복은 놀랍도록 서러운 것입니다
예전에 떠나버린 길모퉁이엔
떠날 때나 돌아올 때 한결같이 여지없는
이 길이라 생각다 보니 향내는 더욱더 짙고
가시 커진 향내는 내 눈과 정수박이를 찌릅니다
아아!
기대했던 세상이 서러워질 만큼이나 어지러워도
서럽지 않을 만큼 행복해야 했던 것은
향내 짙게 가시 돋은 그 길이었습니다
아카시아
홍해리
가시나무 꽃피어 여름이 오네
그대의 사랑빛이 저리하리야
소리 없이 눈물만 뿌리는 여인
산자락에 머리 풀고 홀로 울어라
이슬 젖은 소복이 하늘에 뜬다
떼로떼로 파고드는 젖빛 그리움
떠나간 그 님은 소식도 없고
서편 하늘 노을만 섧게 젖누나.
푸른 유곽 - 아카시아
홍해리
오월이 오고
아카시아 초록 물이 올라
천지를 진동시키는
유백색 향기
검은 스타킹의 서양 계집애들
쭉쭉 뻗은 다리
늘어진 꽃숭어리 숭어리
댕그랑댕그랑
지독한 그리움에 흔들흔들
눈 맑고 귀 밝은 조선 사내들
다 어디로 숨어버리고
점령군 같은,
게릴라 같은
천하의 무서운 사내들
부산한 발자국 소리
요란한 거리, 거리
질펀한 사랑
어질어질 어지러운
오오, 저 진동하는 단내
흐드러진 푸른 유곽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