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애 – 찔레의 그리움
나종영 – 찔레꽃
나태주 – 찔레꽃
나호열 – 저만치 찔레꽃
노여심 – 찔레꽃
노영환 – 찔레꽃
노창수 – 운암산 찔레꽃
도지현 – 하얀 찔레꽃의 미소
류금선 - 찔레꽃
류종호 – 찔레꽃
마경덕 – 찔레꽃
목진숙 – 찔레꽃 피던 날
목필균 – 찔레꽃
문재학 – 찔레꽃
문정희 – 찔레
문희숙 – 찔레꽃 핀 길 따라서
박계희 - 찔레꽃
박광호 – 찔레꽃 바라보며
박광호 – 찔레꽃 연가
박근철 – 아름다운 찔레꽃
박근철 – 찔레꽃
박동수 – 찔레꽃
박동수 – 찔레꽃 마음
박명숙 – 하얀 찔레꽃
박상희 – 찔레꽃
박영숙영 – 찔레꽃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박영호 – 찔레꽃
박용규 – 찔레꽃
박우복 – 찔레꽃 순정
박우복 – 찔레꽃의 새벽
박의용 – 찔레꽃
박의용 – 찔레꽃이 피면
박의용 – 찔레의 추억
박이도 – 찔레꽃 이야기
박이현 – 비안리 찔레꽃
박인걸 – 찔레꽃
박인걸 – 찔레꽃 필 무렵
박인걸 – 찔레나무
박정근 - 찔레꽃
박종영 – 고향 찔레꽃
박종영 – 찔레꽃
박태인 – 찔레나무 의자
박해옥 – 찔레꽃 편지
박현태 – 찔레꽃 필 무렵
박흥락 – 찔레꽃
반기룡 – 찔레꽃
배창호 – 찔레꽃
백우선 - 찔레꽃
백원기 – 찔레꽃
백원기 – 하얀 찔레꽃
변형규 – 찔레꽃
사방천 – 계곡 련변 찔레꽃
서복길 – 찔레꽃 사랑
서수옥 – 찔레꽃 연가
서지월 – 찔레꽃 타령
성백군 – 찔레꽃 그녀
성영희 – 찔레꽃 당신
성진명 – 찔레꽃
성진수 – 찔레꽃
손병흥 – 찔레꽃 연가
손병흥 – 하얀 찔레꽃
손 음 – 찔레 극장
손정모 – 찔레
손정모 – 찔레의 계절
송과니 – 찔레꽃과 나와 새
송기원 – 찔레꽃
송문헌 – 찔레꽃 누이
송정숙 - 찔레꽃
송정운 – 찔레꽃
송찬호 - 찔레꽃
신경림 – 찔레꽃
신경림 – 찔레꽃은 피고
신남준 – 찔레꽃
신성호 – 찔레꽃 향기
신영우 – 찔레꽃 향
신종범 – 찔레꽃
신희목 – 찔레꽃
심경숙 – 찔레꽃 필 때면
심의표 – 찔레꽃 연가
찔레의 그리움
나영애
울타리에 기대어 찔레꽃 피었다
금색의 속눈썹 감상하는 사이
검게 늙는 모습 가슴 아리다
영원할 것 같은 젊음에
향기 뿜어 냄은
후손을 맺기 위한 수단이었음을
내 품에서 자란 열매들
떠난 뒤에야 알았다
누군가 말했지
진정한 삶의 맛은
이순부터라고
희 노 애 락을 겪으며
배워온 삶, 깨닫고 나니
부모님, 형제도 반이나
저승 사람이 되어 있었다
깊은 사랑을 주고받을
누구보다 귀중한
한 부모에서 가지가지 뻗은
언니 오빠 동생들이었음을
그 애수의 향기가
찔레 향처럼 깊다
찔레꽃
나종영
손 한번 잡아보지 않고
마음으로 사랑했던 여자
헤어지던 날 하얀 찔레꽃 울타리
달빛이 터지고
시린 손목이 서러웠지
이제 나는 안다
그것이 내 젊은 날 품었던 생가시였음을
살아가는 동안
뒤돌아 손조차 흔들 수 없는, 수많은 이별이
새떼처럼 몰려왔다는 것을
찔레꽃 울타리 저문 돌무더기,
누군가 밟고 지나간 풀섶
애기돌 무덤 까맣게 몰랐다는 것을.
찔레꽃
나태주
그립다
보고 싶다
말하고 나면
마음이 조금 풀리고
사랑한다
너를 사랑한다
말하고 나면
마음이 더 놓인다
그런 뒤로 너는
꽃이 된다
꽃 가운데서도
새하얀 꽃.
저만치 찔레꽃
나호열
나는 바람으로 덜려가서
어디든 닿는 사람
어디는 닿아서
빛의 속도로 사라지는 사람
소유를 꿈꾸지 않으니
맹목이 나의 친구
길이 없어도 가고
지나간 발자국이 남지 않는
혹여 눈길 닿는 곳에
작은 손 흔들며 피는 꽃이 있으면
바람에 쓴 빛의 마음으로
그대 읽어 주시길
눈물로 거두어 주시길
찔레꽃
노여심
언덕길 하얀 향기에
잊혀진 얼굴들
탄력있는 웃음소리
개울물 한 웅큼 쥐어
낯을 씻으면
노오란 속살을 드러내고
새침떼기 가시내들이 배시시 웃는다.
꽃만큼 가시를 키우고
화장 안하는 처녀의 미소로
젊은 날의 풋사랑을 스케치하는가
새 살 돋우는 푸릇한 향기
콩을 심는 내 어머니
앞치마 속에 어리어
새색시 적 고운 꿈 일렁이게 하여라.
찔레꽃
노영환
오월이 오면 올해도 찔레꽃은 곱게도 피었습니다
새하얀 찔레꽃 위에 일렁이는 누나의 정겨운 모습은
그렇게 흘러간 60여 무정한 세월 속에서도
어제 일 같이 생생하기만 합니다
칭얼대는 동생을 등에 업고
뒤뜰 하얀 찔레꽃 핀 울타리 앞에서 얼러던 누나
누나의 따뜻한 혈육의 체온은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연녹색 보드러운 찔레 새순을 어깨 넘으로 넘겨주던
누나의 애틋한 정이 가슴을 아리게 합니다
새하얀 찔레꽃 위에 누나의 얼굴이 파도처럼 너울댑니다
오월이면 머나먼 천국에서 오신 누나는 묵묵부답이지만
찔레꽃 향기로 활짝 피어 이렇게 동생을 반깁니다
운암산 찔레꽃
노창수
사람들을 피해
도토리나무도 보란 듯
발자국이 깊어지는 아침
한밤 내 울었던 소나무 숲을 보며
아끼는 듯한 등성길은 더 조심스럽다
여기저기 잘린 장애의 나무가
사람들 너스레 틈에서 안쓰럽다
피를 흘리는 숲
그랬던가 어젯밤 문풍지 곁에서
내내 소릴 지르던 이유를 나 알겠다
잿빛 청설모가 보금자리를 잃고
햇빛 피해 적멸인양 방황하더니
이제야 구청 사람들의
그 잔인한 횡포를 알겠다
이쯤에 오면 항용 자작나무 숲은 깊고
이슬 줍는 구름 속엔 듯 바람이 높다
명징한 숲을 향해 흘러가는 길
진진한 유충 알갱이가 쏟아진다
휘파람을 타고 비도 내린다
아름다운 휘저음
멈출 줄 모르는 피가 있어 다 시원하다
내쳐 구르던 발에 급브레이크
찔레 덤불에 걸렸나보다
슨슨히 털며 일어서자 꽃잎이 묻었다
아 정강이에 핀 운암산 찔레꽃
하얀 찔레꽃의 미소
도지현
하얗게 부서져 내리는
햇살 조각들이 오늘 따라 찬란하다
찬란한 햇살과 대비해서
“가까이 오지 마세요”
가시로 무장하고 손사래 치는
아리따운 아가씨의
파리한 얼굴이
마음 한 귀퉁이를 싸하게 만드는데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보니
가시로 무장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가시 속에 갇혀
모든 가시를 가슴에 꽂고 있다
진한 고통을 승화시킨
하얗게 미소 진 그녀의 모습에서
고독의 향기가 진하게 나는데
그 미소 뒤에 숨은 진실은 무엇일까
찔레꽃
류금선
모질지 못한 속내
드러내지 못하고
하얀 가슴에
슬픔을 보듬어 안은
여리디 여린 사랑
넘치는 그리움
향기로 덜어내며
피어오른 참한 마음
바람을 다독이며
홀로 애태운
여린 가시가
새살처럼 돋아난다.
찔레꽃
류종호
이 땅의 외지고 외진
산비탈 돌틈을 비집고
하얀 소복차림으로
눈익어 오는 것들
벌 나비 짝해 데불고
달디단 입맞춤으로 젖으며
보잘것없는 사랑의 시대
맑게 깨우치는 것들
세상엔 아직도
한 무리의 사랑이 저렇게 펄펄 살아서
짬도 없이 허리 굽힌 하루를
선들바람으로 토닥이는구나
사람아
사랑은 이렇게 가난한 자의 땅에도
한 점 부끄러움 없이 오나니
내 사랑을 익히지 않고는
저렇게 펄펄 살아보지 않고는
떠나지 못하겠구나, 죽지 못하겠구나.
찔레꽃
마경덕
찔레꽃가뭄*에 야산 찔레꽃 향기마저 시들어, 수다스런 도랑도 입이 말랐다.
아련한 분냄새, 논둑길 지나온 새참바구니에 묻어오던, 초여름 산비탈 냄새… 사나흘 일손을 돕던 여자가 떠나고 마음에 가뭄이 들었다.
늘어진 소매를 걷어 올려 호미를 씻던 개울에 가만히 발목을 담갔다. 여자가 쪼그려 오줌 누던 자리에 쑥이 훌쩍 자랐다
지난겨울 내리 잠만 잤어요. 속이 비니 잠도 가물어 눈만 감고 누웠다가, 무 한쪽 먹고 물 한 사발 떠먹고……
산 밑의 겨울은 얼마나 깊은지 웃는 눈에 설핏 산그늘이 스쳤다. 아내 몰래 일당에 몇 푼을 더 얹어주었다.
논둑길로 휘청휘청 광주리를 이고 오던 봄, 다시 온다던 모내기 품꾼은 오지 않는데, 어디선가 눈치 없는 찔레꽃이 분첩을 열고 있다.
* 찔레꽃이 피는 시기인 5월 말에서 6월 하지 사이 모심기를 하는 무렵에 닥치는 가뭄
찔레꽃 피는 날
목진숙
산골짝 훑어온 바람이
흰 눈처럼 솔 향기 뿌리던 날
돌담장 휘감고
찔레꽃이 피었다
수줍은 아낙의 속살 같은 미소
채울 수 없는 허기의 갈증으로
노랗게 변한 세상을 본다
찔레꽃
목필균
넘지 못할 담도 있었던가. 가시로 받쳐든 잎새로 길을 열고, 설레이는 마음은 꽃잎으로 가린다.
출렁이는 가슴 안에 담을 쌓고, 찔레꽃 한아름 피워 올려 다가갈 수 없는 세상 속으로 찌르르 향기 뿜어낸다.
네 안에 내가 가시로 박혀, 내 안에 네 향기가 가득하다.
찔레꽃
문재학
허기진 고통으로 다가오던
오월의 상징 꽃
지천으로 피던
그 세월이
이제는 아련한 추억 이였다.
날아드는 봉접은
이를 아는지 ?
우리삶에
새로운 채찍이 되는구나.
찔레
문정희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그리운 가슴 가만히 열어
한 그루
찔레로 서 있고 싶다
사랑하던 그 사람
조금만 더 다가서면
서로 꽃이 되었을 이름
오늘은
송이송이 흰 찔레꽃으로 피워 놓고
먼 여행에서 돌아와
이슬을 털 듯 추억을 털며
초록 속에 가득히 서 있고 싶다
그대 사랑하는 동안
내겐 우는 날이 많았었다
아픔이 출렁거려
늘 말을 잃어갔다
오늘은 그 아픔조차
예쁘고 뾰족한 가시로
꽃 속에 매달고
슬퍼하지 말고
꿈결처럼
초록이 흐르는 이 계절에
무성한 사랑으로 서 있고 싶다
찔레꽃 핀 길 따라서
문회숙
화사한 봄꽃들이 앞다투어
하나둘 떠나던 산비탈 길에
하얀 찔레꽃 곱게 피었습니다.
순이네 과수원 돌담길 지나
오빠가 떠난 밤나무 숲길에
예쁜 노랑나비 한 쌍 날아간다.
하얀 찔레 꽃핀 황톳길 너머
산 꿩은 앞산에 짝을 부른다
작년에 떠난 오빠 언제 오려나.
찔레꽃
박계희
여기
풀섶을 돌고 돌아
그리로만 피어나던 슬픔이
점점이 선을 그으며
개구리 울음보다
더욱 붉게 벗기어 놓은
달빛을
절름거리며 절름거리며
베어먹는 예감으로
있네
서 있네
찔레꽃 바라보며
박광호
어느 누구 보살핌 없이
초록 숲에 자리하고
순결로 피어나
초여름 햇살에 평화를 만끽하는
순백의 사랑,
너의 순정을 실려 보낸 실바람에선
유년의 고향을 불러오는 향내가 난다
외로워도 슬퍼도
우리 곁에 늘 같이한
정절의 꽃이여!
너를 주제로한 노래도 많아
정겹게만 느껴지는 그 이름 찔레꽃,
바라보는 내 마음도
왜 이리 편안한가.
찔레꽃 연가
박광호
이른 봄 너의 사랑 맛보여주던
찔레 순,
그리고는 해맑은 웃음으로 반겨주는
5월의 찔레꽃,
너를 바라보니 왜 그리
유년이 그리워지는가?
찔레 순 입에 물고
눈웃음치던 영희 그리고 철민이...
아득한 그 세월에
소식 없이 늙어진 그 모습들 떠올리니
그리워 눈물 고여지고
한 숨 절로 난다
찔레꽃,
순수하고 정갈한 네 모습
바라 볼 때면
언제나 그리워지는 유년의 세월.
아름다운 찔레꽃
박근철
조그마한 꽃잎사이
조그마한 바람이 지나가도
향기 담아 나눈다.
소담한 모습에
하얀 미소는
사랑스러움을 가득 베어 문
온화한 아름다움
귀밑머리 쓸어 올리는
곱상한 아씨 닮아
수줍어 연분홍 물든다.
멀리서 보노라면
작은 소국송이 같아
멋스러움이 더하고
지천에 피어
다가가기 쉬우나
쉬 범접 할 수 없는
요염한 여인 같아라.
찔레꽃
박근철
찔레꽃이
흐드러지게
펼쳐진
천상의 화원
보는 것만 해도 감사가
절로 나옵니다.
이런 날이면
커피 한잔 가지고 뜰에 서서
느낌 그대로 받아들이리.
노 오란 수술 달콤한 향기는
반짝이는 은빛바다.
물결같이 아름답습니다.
그 하얀 꽃잎
순수하게 보이는 눈망울이
아름다운 향기 되어
고독으로 서려 있을 줄이야
찔레꽃
박동수
유월이면
먼 하늘을 향한
꿈의 미소
이별을 주고받았던 언덕 위에서
추억을 갈무리한
꽃잎을 날리며
가슴 속을 여는 모습
허공처럼 비워져 가는
가슴속
내 기억을 더듬게 하는
새하얀 꽃빛
당신은
정말 좋았습니다
찔레꽃 마음
박동수
가시 돋친 넝쿨 속으로
가까이 들어서며
가시에 난 상처에 흘러나오는
붉은 핏물로
사랑을 고백해야 겠다
가시를 세운 몸뚱이에 긁히며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내 심장에 흐르는 소리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사랑
풍선처럼 부풀어 터질 듯한
뜨거운 말을 참으며
새순처럼 여리게 다가가
고백하리라
하얀 꽃 마음을
하얀 찔레꽃
박명숙
찔레꽃이 필 무렵이면
눈물 젖은 엄마의 미소를 닮은
찔레꽃 그리움이 가만히 가슴을 열고
그리운 고향을 찾게 한다
시냇가에 한들한들 바람에 춤을 추며
찔레 향기 흐르던 맑은 물소리,
보고 싶은 얼굴이
송이송이 하얗게 미소짓고
봄에서 여름으로 건너는 계절에
어김없이 찾아와 작은 가슴에
우리들만의 추억이 그날의
순수하고 맑은 향기를 잊지 못하네
어릴 적 동무는 곁에 없고
동화 같은 옛날만 나의 앞길에
절로 피고 지는 하얀 찔레꽃
맛보고 싶은 가난했던 날의 행복
찔레순 꺾어다 껍질 벗겨 먹던
달보드레함과 아삭한 맛
밭머리에 하얀 나비
나풀거리듯 피어나면
고사리손으로 꽃잎 따다 향긋한 떡 내음
이웃과 온정 나누던 따뜻한 그리움,
찔레꽃 노래가 들려오면
하얀 눈물,
향기가 되어 젖어온다
찔레꽃
박상희
초여름 아침 햇살이 하얗게 웃는다.
유년 시절
싸 근한 꽃잎 따 먹으며 등교하던 그 길에
찔레꽃 하얗게 웃는다
보자기 둘둘 말아 동여맨 책 보따리
순박했던 마음
그때도 찔레꽃 하얗게 웃었다
크고 작은 돌멩이 걷어차며
긴 개울 따라 올라
돌 뒤지면
물방개, 가재 놀라 웅크리던 하교 길
그때도 찔레꽃 하얗게 웃었다
마음은 그때 그대로인데
세월은 나를 이만큼 데려다 놓고
노란색 어린이 등교 버스가 지나가고
이름 모를 바쁜 차들이 지나가고
초여름 아침 저 외진 언덕에
찔레꽃 하얗게 웃는다.
찔레꽃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박영숙영
가슴을 포개놓고
부싯돌 맛 비벼 불꽃 튀던
그런 사랑은 가고 없습니다
그런데도 둘이서 발맞추는 것은
그 어느 누구도
꽃피던 그날의 향기가
검은 머리카락 속으로
빛 바래어 간 것을
증언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찾으면 옆에 있고
그리워 못 잊어서 손 뻗으면
가고 없는
사랑의 언어는 가슴을 닫고
별들도 서러워서 돌아 눕는 밤
아~찔레꽃 잎새마다 달이 지는데
찔레꽃 잎새마다
별빛 이슬 맺히는데….
찔레꽃
박영호
한낮, 체육공원 숲 속 할머니 몇 모여
흘러간 놀랠 구성지게 부르고 있다
한 사람이 추억을 노래하면 또 다른 삶이
장단을 맞추며 불우를 노래하는데
윤기없는 목소리는 나뭇가지에 걸려 퍼덕거리고
무료한 시간을 이기지 못해 나무들
가볍게 몸 비틀고 초록 잎새 사이를 빠져나가는
무심한 세월 오갈 데 없고 기댈 데 없는 몸들이
쓸쓸함에 기대 문득 서로를 쳐다보며
저만치 가버린 세월을 노래하거니
덤불 속 그들이 언젠가는 들어가야 할
봉긋한 무덤가를 붉게 물들이며
시야를 가득 메우는 한 무리의 찔레꽃.
찔레꽃
박용규
모두가 온통
녹색 그늘에 숨는데
찔레꽃 혼자서
처절하게 붉다.
철책 울타리 덮어
핏빛처럼 섬뜩하다.
붉은 선혈
초조(初潮)의 빨간 설렘도
철부지 싸움에
코피 먼저 나면
울어 버린 기억,
모두가 뇌리에 박힌
빨간 두려움이다.
야문 넝쿨
잡고 기댈 곳 찾아야
더 소담한 꽃송이들.
울타리가 제격이다.
도도한 요염에도
범접(犯接)에는 냉혹한
가시 돋친 절개(節槪)였다.
담장 밖 넘보며
기다림에 피 말라
빨간 피멍의 가슴
조각조각 바람에 찢어질 때
쓸쓸히 혼자 떠나신
고향 할미 생각에
지루한 염천 하늘엔
먹구름만 남는다.
찔레꽃 순정
박우복
가슴에 담겨진 그리움이
꽃잎에 스치면
맑은 눈물이 되어
어둠이 내려도 잠들지 못하고
별들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으며
그대 앞에 서는 연습을 하다가
새벽 이슬로 마른 목을 축이면
서럽게 묻어나는 하얀 그리움
밤새워 흘린 눈물을
홀로 감당할 수 없어
찔레꽃만 바라보는
나의 마음을
뉘라서 알아주리.
찔레꽃의 새벽
뱍우복
맑은 이슬을 받아
정갈하게 몸단장을 하고
밀려드는 안개를 맞으면
은은하게 번지는
풋사랑의 향기가
이른 새벽을 열기 시작한다
무지개빛 꿈을 꾸다가
날개를 펼치지 못한 사람들과
찔레꽃 향기에 몸을 적시면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꿈꾸게 될것이다
새벽에 마시는 찔레꽃 향기는
풋사랑의 여망처럼
좌절하지 말자
포기하지 말라는
하얀 속삭임이었다.
찔레꽃
박의용
화려한 장미보다
더 아름답다
찔레꽃은 화려하진 않지만
순수하다
화려함은 빨리 식상하지만
순수함은 질리지 않는 아름다움을 준다
찔레꽃은 어릴 적 추억을 소환한다
찔레 꺾어 먹으며 소몰이 하던
그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맛은 없지만 담백한 그 식감이
지금도 생각나
찔레를 꺾어 문다
그 담백함이 질리지 않고 오래 간다
사랑도 그와 같아서
화려한 사랑은
쉬이 식지만
순수하고 담백한 사랑은
질리지 않고 오래 간다
찔레꽃처럼
찔레처럼
그렇게
찔레꽃이 피면
박의용
해마다 5월이면
난 엄마가 생각난다
엄마가 돌아가실 때가
음력 4월, 양력으로 5월이었다
그땐 산과 들에
하얀 찔레꽃이 곱게 피어
같은 시기에 피는 아카시아꽃과 함께
세상을 온통 흰 꽃천지로 만들었다
그 좋은 계절 5월에
울 엄마는
딴 세상으로 가셨다
어렵게 살다가
좋은 시절 좋은 계절이 오자
그 좋음을 채 누리지도 못하시고
먼 곳으로 가셨다
내가 보아 온 엄마의 삶은
기쁨이라고는 모르는
외롭고 배고프고 힘든 삶이었다
그저 말 없는 열심으로
그러나 그 고귀함은
찔레꽃처럼 고운 빛과 향기로
내 가슴에 남아 있다
해마다 5월에 찔레꽃이 피면
울 엄마는 내 가슴 속에서 살며시 나오셔서
찔레꽃처럼 순박하신 미소를 지으신다
찔레의 추억
박의용
내 마음에 담긴 소중한 추억엔
어릴적 고향에서 뛰놀며 자라던 시절의
그 순수함이 자리잡고 있다
그런 상황이 오면
나도 모르게 스멀스멀 기어나오는
그 순수하고도 소중한 추억은
지금의 나를 형성한
소중하고도 멋진 친환경 재료이다
봄이면 산에 들에
찔레꽃 피고
오며 가며 찔레 꺾어 먹던
그 개구쟁이 시절이
나의 밑바닥에 자리잡고 있다
그를 토대로 켜켜이 쌓아올린 추억들이
지금의 내 속에 있음을 보았다
찔레를 보면 그 시절로 나를 안내한다
나는 그 켜켜이 쌓인 기억들의 집합이다
찔레의 달짝지근한 그 맛이
입 속 사각거림을 통해
나를 천진난만한 과거로 인도한다
나는 잠시 행복한 마법에 걸린다
찔레꽃 이야기
박이도
찔레꽃을 아느냐
찔레꽃은 몰라도
찔레꽃 냄새는 알지요
시집간 아낙네들의
얼굴은 잊었지만
그들이 풍겨주던 찔레꽃 냄새
살 냄새는 알지요
유월, 감자바위 골짜기의
찔레꽃을 보러 가요
저마다의 옛이야기
찔레꽃 동화(童話)를 들려줘요
비얀리 찔레꽃
박이현
1
세상물정 모르는 선녀님들
오대천 너른 여름 강가
초록덤불에 내려오시었다.
부끄럼도 모르시고
대낮부터 날개옷을 빨아널고
멱을 감으신다.
분교 아이들
깨득깨득
냇가로 달려든다.
놀라신 선녀님들
덤불 속으로 숨어들어
꽃무덤이 되셨다.
2
어찌 하시다가
하늘로 오르지 못한 선녀님
장광을 걷다가
검불에 보드라운 발을 찔리셨다.
기우뚱 넘어지실라
달님이 아슬아슬
지켜보신다.
몸의 문고리 꼭 잡으신 선녀님
눕지 않으시고
바위틈에 기대이신다
지켜보는 이 있어
달밤은 고적하지 않다
찔레꽃
박인걸
1
내 마음으로 가는 길가에는
아무렇게 얽힌 찔레나무에
흰 나비 떼 같은 꽃잎이
산들바람에 팔랑거린다.
유월 햇살은 유난히 빛나고
풀 냄새 자욱하지만
촘촘히 박힌 가시들이
아무나 찌를 듯 날카롭다.
허기진 유년 시절
찔레 꺾어 요기를 때우던
아픈 추억과 마주칠 때
어떤 감정이 순간 스친다.
밀 보리이삭은 빳빳하고
풋 감자는 덜 여물어
배고프던 때를 생각하면
넉넉한 마음이 오그라든다.
풀 냄새 흙냄새 어우러져
세상은 온통 짙푸른데
그 시절 생긴 가시들이
아직도 감정에 생채기를 낸다.
2
서러움을 안으로 삭이며
아무렇게나 흐트러진 모습으로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외로운 苦土에 앉아 있다.
뾰족한 가시를 곤두세우고
스스로를 따갑게 징계하며
이를 악물며 영역을 구축하고
구릉지를 점령하는 의지가 가상타
위로 뻗을 수 없는 운명을
스스로 거부하지 않으며
어수선 하게 엉클어졌어도
강한 의지로 양팔을 길게 뻗는다.
촉촉이 내리는 여름비가
환하게 피어올린 꽃잎들 마다
알알이 맺힌 눈물방울만큼
가슴깊이 쌓인 설움을 씻어내고 있다.
3
서러운 사연이 얼마나 많은지
애달프고 애달프게 피었습니다.
못다 털어낸 긴 이야기들이
꽃잎마다 눈물처럼 고여 있습니다.
황사바람 부는 거친 골짜기
버려진 박토(薄土) 후미진 비탈에
얼기설기 헝클어져 사납게 휘두르는
가시에 찔리며 붉게 피었습니다.
스스로 수인(囚人)이 된 여인은
줄줄이 엮인 사연 속으로 삭힌 채
온 종일 밭고랑에 앉아 모진 세월을
무딘 호미 끝으로 파 뒤집었습니다.
사랑도 꿈도 일찍이 꺾어버린 채
운명은 나뭇가지에 높이 걸어놓고
애오라지 줄줄이 딸린 자식 걱정에
뜨거운 숨결로 타올랐습니다.
매우 거칠고 고단한 영토(嶺土)에
아직도 잊지 못한 사연 뿌리며
여기저기 무리지어 피었다 지는
내 어머니 거친 숨소리 같은 찔레꽃이
여름 햇볕에 오그리고 있습니다.
찔레꽃 필 무렵
박인걸
어머니 찢어진 삼베적삼이
가시나무에 가지에 걸려
쏟아지는 유월 햇살에
하얗게 바래고 있다.
보리 고개 넘어가느라
눈물마저 말라버린
감자밭에 앉은 어머니 얼굴이
찔레꽃처럼 창백하고
코흘리개 딸린 애들은
감자 한 톨에 눈이 빠지고
윤기 없는 얼굴 위로
찔레꽃 버짐이 번져갔다.
꿈마저 시들어버린
가난했던 유년의 추억이
찔레꽃 필 무렵이면
가시에 긁힌 듯 아려온다.
찔레나무
박인걸
버려진 땅에서 아무렇게나 자라
자유분방하게 뻗는 가지에
초라하지 않은 꽃잎이
수줍게 피어나니 귀엽다.
가시를 곤두세우고
까칠한 모습으로 노려보며
가까이 다가오지 말라고
뻗은 팔로 손사래를 젓는다.
환영받지 못할 존재임을
스스로 잘 알기에
마음을 주었다가 상처를 입느니
처음부터 다가오지 말라한다.
눈길을 끌지 못할 외모지만
자신의 영역을 넓히며
긴긴 가뭄에도 견뎌내며
억척같이 살아가니 대견하다.
찔레꽃
박정근
돌담 끝 살구나무
그 길모퉁이 돌아서면
오솔길 따라 가득하던 찔레꽃은
둥근 달 떠오르는 밤이면
너처럼 하얗게 빛났다
달빛 내리는 밤이면
나도 모르게 줄달음 쳐대는
어린 날의 그 기억 속에서
나는 찔레꽃 닮은 너를 그리며
너의 하얀 미소를 찾아 헤맸다
겨울 지나던 어느 봄밤에
찔레꽃 닮은 너를 그리워 하다가
이젠 나이 들어 어른이 되었다고
너처럼 나도 하얗게 웃는다.
고향 찔레꽃
박종영
별처럼 서러운 꽃
언제나 고향 언덕배기에서 핀다
청보리 배를 불리는 오월
알싸한 향기는 절망의 벽을 넘어
골고루 후미진 들녘에 퍼진다
달빛 부서지는 외로운 밤
떠나간 이별 하얀 웃음으로 달래는 향기,
그 향기 가슴에 담아보면
순이도 보이고,
철수도 보이고,
어느새,
은빛 왕관으로 치장하는 흘러간 청춘이
높고 푸른 허공에 쏘아 올리는 세월,
그리움이다.
찔레꽃
박종영
푸른 오월의 바람 속에 가만히
아픈 상처의 기억을 놓아두고
저녁 별빛을 모으는 찔레꽃,
마른 바람에도 가볍게 흔들리는 하얀 꽃이
시냇물에 꽃잠으로 얹혀 봄날 훈풍을 색칠하고,
가볍게 치른 방사(房事)후의 홀쭉해진 꽃배,
너를 바라보는 마음이 짠하다.
이토록 잔잔한 녹색의 절정기에
초경 치른 소녀의 깃털같이 가벼운 현기증,
한 무더기 꽃으로 피어
조금은 정갈하여 쌉싸름하고 매운 향기
아지랑이 들녘에 골고루 퍼 나르고,
청보리 웅성거리는 날 낭창한 햇살 앞세워
푸른 들녘 가는 길에 살며시
네 젖가슴 툭 치면 우우 일어서는 고향 찔레꽃,
般若寺 부처님 만나러 가는 화창한 봄날에야
다른 꽃들은 보이지 않고 오직 환한 찔레꽃만 보이는데,
너로 하여 지나간 슬픔을 홀로 받아내는 위로의 시간
봄물 소리 하나가 문득 나를 깨운다.
찔레나무 의자
박태언
그대 자리를 치웠었다
슬픔 엉킨 어둠 속
무성한 찔레나무 둥지꽃 향기는 나지만
건드리면 찔러 버리는 속내는
선홍빛 상처를 주고
바람에 윙윙 거렸다
가시임을 모른 채
가지들은 서로가 서로를 찔러댔고
그럴수록 그대가 앉아 있을
자리는 더욱 좁아져만 갔다
가시둥지 속
자신이 수 없이 찔리고 상처받은
아픔의 마음 자리
찔리지 않으려 밀쳐 내던 모습들 많은 날이 지난 뒤에야
그것도 소중한 것을 알았다
이제 그대는
앉아 쉬고, 기대는
나만의 찔레나무 의자가 되었다
찔레꽃 편지
박해옥
지금쯤은 흰머리 송송하겠지만
그이 눈 속에서 나울대던
하이야니 애잔한 그 꽃이 피면
한적한 소읍 어딘가 살고 있다는
그 사람의 눈길이 생각납니다
그림자 길게,
혹은 짧게 그리며 세월은 내달렸지만
정처 없이 떠돌다 돌아온 넋 같은 꽃 앞에서
미아가 된 듯 설븐 가슴으로
저 희디흰 꽃을 붉은 눈으로 보다가
하냥 가슴이 젖습니다
나이테의 벼랑 끝
꽃 앉았던 자리에는 쓸쓸한 바람만 불지만
아득한 세월 뒤돌아보면
안개처럼 자욱히 일어서는 그리움
찔레꽃 필 때면 꼬박이 와서는
한 통 편지 풀썩 던져주고
지긋한 우체부는 멀어져가고
흰 종이에 써 내려간 흰 꽃잎 같은 사연을
동공이 흐린 눈으로 읽고 또 읽다가
끝내는 꺾자(―字)를 내리긋고 마는.....
찔레꽃 필 무렵
박현태
한밤
가슴이 아픈 소리를 내면서
몇 개의 뼈가 벌떡 일어나 앉는다
제 몸 속에서 튀어나온
비명 소리를 잡기 위하여
마음이 손을 휘저었다
그리움이 벌떼처럼 사방에서 몰려
하얗게 핀 찔레꽃에 앉는다
순간 아찔한 가시에 찔리며
아야야 하고
다시 그 봄 속에 나른하게 눕는다.
찔레꽃
박흥락
오월이 오면
내 고향 동구 밖에는
하늘에서 내려온 은하수가 찔레꽃이 되어
한 아름 피어나 나를 찾는다네.
꽃향기는
계곡 따라 흐르고
난!
한 마리 나비 되어
계곡 입구 바위에 앉아
흘러오는 향기로
차곡차곡 돌탑 쌓는다네
그리운 그대 오시면
차곡차곡 쌓아놓은 향기
하나하나 들춰내며
그대랑 같이 추억 만들어야지.
찔레꽃
반기룡
소복을 입은 채
다소곳이 명상에 잠겨있습니다
누이처럼 하이얀 빛으로
수줍은 듯 고분고분 매달려 있습니다
찔레 순 또옥 똑 분질러
배가 아프도록 오물거리던 시절이
몽글몽글 떠오릅니다
눈을 씀벅씀벅하고
누가 많이 먹었나 내기를 하며
배를 두들기던 모습이
안개처럼 피어오릅니다
비산비야(非山非野)에
새하얀 웃음으로
아픔과 기쁨의 자웅동체로
찌를까 말까 찌를까 말까 하며
백의민족처럼 피어있습니다
찔레꽃
배창호
임이 뿌리고 간 추적한 자리마다
녹의 치장이 여백 없이 빠져들 때면
절색은 아니지만
하얀 홑적삼에 노란 수실로 빚은
저미도록 아픈 자화상이 애환으로 남았습니다
잊으려 해도 잊히지 않는 임의 온기처럼
짙어진 숲, 바람이 만감을 서리게 해
가다 오다 마주쳐도
눈길조차 주지 않았는데
언제나 이맘때면 덤불 속 하얗게 피운 꽃,
쳐다만 봐도 가슴 저려와
눈시울을 적신 시절을 넘나든
아픈 세뭘은 닳도록 지문이 되었습니다
차마 어쩌지도 못하는 이내 그리움을
어이할까마는 목메게도 보고 싶은 네,
이 한철만의 찔레꽃이 아니라
문득, 하시라도 꺼내 볼 수 있는
속뜰에 피우는 그대이고 싶습니다
찔레꽃
백우선
꽃사과빛이 잠든
반도의 산하
포복의 숨가쁜
6월의 산하에서
나는 또
짐승
꽃사과를 입에 깨문
무서운 짐승이 된다.
꽃이 피면서
수많은
소복(素服)
찔레꽃이 피면서
피어나 시들지 못할
칼의
꽃
피어나 나부끼면서.
찔레꽃
백원기
1
담장 너머로 내민 얼굴
찔레꽃 하얀 얼굴
내가 태어난 오월의 꽃
찔레꽃이 피면 엄마 생각이나요
장 보고 돌아오실 때 뛰어나가면
바람결에 풍겨오던 찔레향
산책길에 스며드는 엄마 냄새
그리운 냄새 고운 냄새
오월이면 생각나는
찔레꽃 엄마 냄새
그리워 코 벌름거리며
찔레향을 맡아 봅니다
생각이 나네요, 오월이 오면
순이와 손잡고 뛰놀다
낮에 한 약속 지키고 싶어
어스름 달밤 호랑 바위에 앉아
포르스름 어색한 얼굴 바라볼 때
괴괴한 밤공기 타고 흘러들던
찔레꽃 감미로운 냄새가...
2
냇가 산책길에
언덕진 곳 하얀 찔레
문득 생각나는 고향
엄마가 계실 것만 같아
오월이면 눈 내리듯
하얗게 피는 꽃
눈부시게 화사한 모습
향기로운 엄마 냄새
돋아난 가시는
엄마의 근심 걱정
고향집 울타리어라
3
마을 어귀에 피어있는
계절의 여왕 오월의 꽃
찔레꽃 향기가 코를 찌르면
아득한 옛 고향 반가운 냄새
층층 계단 언덕에 살던 때
계실 것만 같은 엄마 냄새
세월 슬픈 찔레꽃 향기에
그리움 묻어있는 내 고향
지금도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차르르 웃던 감나무 집 딸
지워지지 않는 향기에
어루만지며 사진을 찍는다
하얀 찔레꽃
백원기
비 갠 날 아침
꽃 산을 향해 오른다
해를 바라보던 찔레꽃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본다
아카시아 숲속에
다섯 닢 찔레꽃 하얀 얼굴
노란 꽃술 한 다발 엮어들고
어서 오세요 나를 반긴다
싱그러운 아침
유난히 짙은 찔레꽃 향기
코끝으로 파고 들 때
잊었던 임이 생각 나
하얀 꽃잎 하나씩 매만지면
부끄러 미풍에 한들거린다
찔레꽃
변형규
앙탈도 귀엽던 단발머리 가시내
팔목이 가늘어 호미자루 무겁다더니
돈 많고 잘산다는 서울로 팔려 가서
몸도 마음도 오지리 뺏기고
앙칼지게 가시만 달고 와서는
봄날, 논두렁에 퍼질고 앉아 운다.
해도 기운데 들어가지 않고
오빠 미안해요 퍼질고 운다.
오월 한 달을 하얗게 운다.
계곡 련변 찔레꽃
사방천
계곡물
흐르는 련변 앙상한 찔레넝쿨
푸른 잎으로 몸단장하고
꽃 머리에 꽂고 산 넘어오실
하늬바람 마중 나와 기다리네,
하늬바람 아니 오시고
태양이 웃으면 햇빛 비추니
찔레꽃 깜박 잠이 들고
호랑나비 나라와 간질이니
계곡물 우습다고 깔깔 운은 소리
소리에 놀래 잠이 깬
계곡 건너 아카시아 꽃도
흐느적흐느적 몸짓을 하니
산새들 노래 부르고
산천의 메아리 소리의
산 넘어 하늬바람 달려오네,
찔레꽃 사랑
서복길
아프다, 슬프다
그대는 찔레꽃 사랑
무엇이 그리 서러운지
애닮푼 가락에 숨겨진 사연
비틀거리는 몸짓에
가슴 한쪽이 저림을
저 높은 곳을 향해
끝없이 갈망하는 눈빛
이 세상 부귀영화냐
개도 안 물어갈 명예더냐
바둥거릴수록
몸도 마음도 상처뿐인 것을
거머쥔 두 주먹은
무엇을 잡으려 하나
아서라
말아라
친구야, 모두 툭툭 털어버리자
공수래공수거인 것을.
찔레꽃 연가
서수옥
이른 봄
길에서 널 만났다
화려하지도
우아하지도 않은 꽃
민들레 냉이꽃만큼이나
소박한 너
고향길
산비탈
돌무덤 사이에
엎드려
수줍게 피어있던 찔레꽃
밭두렁에 고무신 벗어놓고
저만치 이랑에 엎드려
김을 매던 우리 할머니 생각난다
하얀 모습 그대로 하얀 꽃
붉은 모습 그대로 붉은 꽃
열매를 위해 새 기둥을
뻗어 올린
너의 속내음
가시 속에 엉킨 설음
하얀 꽃으로 피운다
찔레꽃 타령
서지월
임아,
백 고무신 벗어두고 간 임아
하얀 찔레꽃 수북이 피어서
오늘같이 서러운 날이면
온 몸에 찔레가시 바르고
나도야 남풍따라 가서는
돌아오지 않을까부다.
아아,
장독간에 숨겨둔 얼레빗 마저 꺼내
머리 빗고서
그 더운 머리털 날리는 구름따라
나도야 정처없이 떠날까부다.
찔레꽃 향
석운영
꽃향 젖어
실바람에 묻어
오네요
진한 향기 품어
곱게 오신 여인이여
뽀-얀 민낯
노오란 꽃술
머리핀 곱게 지르고
향기로운 미소 날리며
오셨네요
숱한 그리움 향
침묵의 언어로
잊고 지났던 지난 추억
한잎 두잎 향에 담아
폐부 깊숙이
코끝 찡하게 파들어
오시는구려
찔레꽃 그녀
성백군
봄볕 모여드는
돌담 밑 길가 찔레
햇살 불러와 세상 바라기에 설레는 마음을
꽃봉에 연서로 적더니
꽃잎 벌어지는 날 마침표를 찍고
바람 불 때 바람 편에 부쳤습니다
어디로 가야 하나요
급하게 서둘다 보니
주소도 못 적고 수취인도 잊었다고
아무 데나 마구 꽃 내를 흘립니다
나비도 오고 벌도 오지만
개미도 오고 진드기도 모이네요
누가 내 님인지 사랑 고백하기도 전에
화냥년 소리를 들어야 하느냐고 찔레꽃
갓길에 나와 팔자타령 합니다
어찌합니까
아비 모르는 새끼도
제 뱃속으로 낳았으니 자식인 것을
제 새끼 예쁘다고 들여다보면
방긋 웃으며 향내를 풍기다가도
꺾으려 들면 가시를 세우며
설레설레 고개를 흔듭니다
조심하세요. 길가 꽃이라고
함부로 대하다가는
상처 입고 몸 상하고 패가망신합니다.
찔레꽃 당신
성영희
마늘쪽 영그는 밭두렁 지나
경운기 발자국 무수히 찍힌 들녘을 지나
소풍 가시네
벼모종 새파랗게 올라온 무논을 지나
들찔레 흐드러진 언덕을 지나
가시네
물 한통 들지 않고 도시락도 없이
태어나서 처음, 베옷 한 벌 제대로 입었는데
어이 저리 가벼운가, 흔들흔들
가시네
들판 깨우던 경운기소리 들리지 않네
흔들던 손 보이지 않네
길마다 찔레꽃 흐드러지고
흔적마다 눈물방울꽃도 피었는데
논두렁에 삽 찔러 놓고
어디로 가시나
먹으라 배불리 먹으라
종자쌀까지 보내주던 아버지
이제 다 가셨나
희디 흰 찔레꽃 향기 골고루 나눠주고 웃네
뻐꾹, 뻐꾹,
찔레꽃
성진명
나날이 푸르러 가는 산골짝마다
붕붕, 나폴 나폴, 쑥쑥, 꿩。 ........ 빛나는 함성은
새 생명 원소를 실어 나르는
사랑의 세레나데이던가?
구렁이 기어간 듯
구부렁구부렁 산골짝 다랑논에는
못줄도 뛴 듯 만 듯, 공일 맞은
식구들 옹기종기 모내기한다.
콩자반 가죽무침 간고등어 비린
무시지짐에
보리밥 배불리 점심을 채우고
새참엔 국시에 막걸리도 댓 사발 먹었다.
저문 해 비끄러맬 수 없어
초가둥지 찾아 돌아오던 길가에
흐드러진 찔레꽃,
하얗게 웃을 땐 제법 곱더구나.
찔레꽃
성진수
나날이 푸르러 가는 산골짝마다
붕붕, 나폴 나폴, 쑥쑥, 꿩꿩 ........
빛나는 함성은
새 생명 원소를 실어 나르는
사랑의 세레나데이던가?
구렁이 기어간 듯
구부렁구부렁 산골짝 다랑논에는
못줄도 뛴 듯 만 듯, 공일 맞은
식구들 옹기종기 모내기한다.
콩자반 가죽무침 간고등어 비린
무시지짐에
보리밥 배불리 점심을 채우고
새참엔 국시에 막걸리도 댓 사발 먹었다.
저문 해 비끄러맬 수 없어
초가둥지 찾아 돌아오던 길가에
흐드러진 찔레꽃,
하얗게 웃을 땐 제법 곱더구나.
찔레꽃 연가
손병흥
연푸른 잎새들 짙푸르 질 무렵
새가지 끝에 원추화서 이루며
백색 연홍색 꽃 가득 피우는
덩굴성 야생화 그 단아한 자태
은은한 향기 가슴속까지 그리워
문득 찾아 나섰던 그 어느날
벌써 먼저 찾아 든 꿀벌에게
펼쳐진 제 속살마저 다 보여주던
따사로운 오월의 햇살 받고 선
눈이 부시도록 흐드러지게 핀
장미과 가시나무 고운 들장미
연하고 달콤한 새순 껍질 벗겨
시큼 달작지근한 맛 보던 어린시절
청보리밭 사잇길 지난 언덕 자락따라
무더기로 피어나는 아슴한 추억들이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이내 봄의 왈츠되어 울려 퍼져나오는
무리지어 핀 그 모습 너무 아름다워
오래도록 한참 머물렀던 내 발길조차
못내 가슴 아픈 눈빛 찔레꽃 짝사랑
하얀 찔레꽃
손병흥
소박하고 정감어린 외로운 몸짓
들길 숲길 넘나들며 따서 먹었던
배고픔 서러움 아픔으로 핀 꽃
여미는 그리움에 지친 가시 넝쿨
여리고 하얀 숨결 진한 향기로
가시덤불 가시 속에 그윽한 눈길
초록 숲 풀섶 스쳐가는 실바람
아득해진 유년의 추억들 그 세월
찔레 극장
손음
찔레는 벤치를 중심으로 핀다 수건 돌리기 하듯 빙빙 돌아가며 핀다 멀리 벌판이 달려오지만 공허한 배경일 뿐 지금은 찔레의 시간, 세상은 잠시 밀가루 반죽처럼 부풀어 오른다 빛을 따라 흰잠이 쏟아지는 하오 찔레가 피었어, 라고 전화하는 순간에도 찔레는 하얗게 피고 있다 지고 있다 저 흰 빛은 어디서 오는가 나는 잠시 질문을 쥐고 있다
벤치의 허공에 앉아 찔레의 숨소리 듣는다 찔레는 순하고 말이 없는 꽃, 어려서 죽은 영숙이처럼 슬픈 꽃. 흰 옷을 입은 정령들이 서성거린다 너 누구니? 이곳은 점점 낯설어지고 있다 새로워지고 있다 흰 빛에 갇혀 있는 동안 휘몰아쳐 오는 것이 있다 오로지 백색의 명령을 수납한 꽃이 펄펄 한여름의 눈보라에 들어갔다 백 년의 시간이 아무렇지도 않다
희고 추운 피안의 여름이 날카롭다
찔레
손정모
시냇물 굽이
바람결에 허리 잘려
휘도는 곳
달뜬 찔레
진한 향기로
숲을 잔득 홀리다가
튼실한 줄기로는
사방을 휘감아
품안에 다독인다
행여 그 뉘
향기의 근원을 캐며
몸살 앓을지라도
햇살의 유혹에 떠밀려
얼굴 붉힌 찔레
뽀얀 속옷을 벗는다.
찔레의 계절
손정모
은빛으로 나부끼는 별빛
아카시아 향에 취해
계곡으로
하염없이 휩쓸리는 밤
싱그러운 찔레 향
능선 타넘어 내닫는데
눈만 감으면 눈꽃송이처럼
달려드는 그리운 얼굴
풍경에 자맥질하는 바람결인양
애틋한 연정으로 남실대다가
심중에 병이 될세라
밭은 숨결로 안타까운데
먹먹하도록 사무친 그리움
추슬러지기 어려워
시린 한숨으로 너울대다가
산중의 적막으로 스러지네.
찔레꽃과 나와 새
송과니
울려 퍼질 것이다. 저 공중이 찢어진다
하더라도 내 소리는
날개 젓고 저어 휘저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에 당도할 것이다.
가시 숲속에 모여 윙윙거리는 찔레꽃잎 음표들 내 계음들. 그런데
내 소리가 아직
내 부리 벗어나지 못하였음인가. 저 새가 이 새 업어주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그 목청 비틀어서라도
새벽이 나 들쳐 업고 내 노래까지 날게 할 것이다. 부르다 음표가 바닥날지라도
나는 부를 것이다.
내 소리가 무관심한 새벽의 목청을 비틀어 새벽종이 우는 그날,
온갖 슬픔이여, 나를 찔러오라.
그대의 지독한 가시로 나를 찔러오라.
그대가 나를 찔러주면
나는 꽃으로 피어날 것이다.
그대가 나를 더 지독하게 찔러주면
나는
가시를 아주 상냥하게 맞이한 꽃으로
그대 한가운데 피어날 것이다.
때문에,
저 새가 이 새 업어주지 않는 것인가.
아니다. 아니다. 아니다.
냉혹하게 찔러오는 슬픔으로부터 날개 치며 떠올라 저 공중 젓고 휘젓는 한 곡의 소리 그
놀랍고 아름다운 노래가 되고도 남을 것이다.
내 계음은, 가시 숲으로부터 솟아올라 울려 퍼져나가는 찔레꽃잎 음표들이다.
번져가라, 나는 내가 가진 소리 전부를 튼다.
찔레꽃
송기원
처음부터 어려운 길인 줄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대를 잊는 일이 하도 깊어서
어질머리 흔들리는 봄날 저녁이면
갈 수도 돌아설 수도 없는 그런 지경에서
꿈결같이 사람 냄새를 맡곤 하였습니다.
한 번 돌고, 두 번 돌고, 또다시 도는
그런 산모롱이 아래 아늑한 곳에서는
개 짖는 소리, 된장국 냄새, 밥 짓는 연기 속에서
마을의 불빛들 하나 둘 밝게 켜지고
처음부터 어려운 길인 줄 모르지는 않았지만,
그대를 잊는 일이 하도 깊어서
갈 길도 돌아설 길도 모두 어둠 속에 묻혀버릴 때
그대 대신에 느닷없는 수천 수만 찔레꽃 송이들
무언(無言), 무언으로 피어올랐습니다.
그렇게 그대 대신에 피어올라서
돌아설 한 가닥 외길 비추어주었습니다.
찔레꽃 누이
송문헌
1
칼바람이 쪽방 판자 틈으로 파고드는 그 겨울 흑룡강성 목단강 물소리는 뼈아프게 흘렀으리라
남양군도로 대만으로 만주로, 남경 상해 심양 장춘으로 다시 흑룡강성 목단강에 이르기까지 열일곱 여덟 조선의 내 누이들은, 희
디흰 찔레꽃 누이들은 상해사변에서 일본 태평양전쟁까지 처녀공출 당했다
일주일여를 나가사키에서 후쿠오카에서 수없이 겁탈당하고 나서야,
2
일본의 국가정책이었다 위안부 정책은, 1944년 8월에 이르러 '여자정신대근로 령' 이 내려지게 된다.
이후부터 정신대란 말은 전쟁 노동력으로 동원된 여자에 한해서 쓰이게 된다.
여성들의 몸과 마음을 구속하고 정조를 유린하고 학대와 인간의 존엄을 깡그리 빼앗아 군인들의 성노예로 만들어 놓고도 일본군
은 패전할 때 여성들의 신변안전을 보장하지도 않았으며 귀환 의무도 수행하지 않았
다.
방공호에 넣고 수류탄으로 폭파한 실례와 현지에 넝마처럼 팽개쳐둔 실례도 있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간 조선인 여성들은, 대다수가 사망했다고 한다
3
이젠 천형처럼 경기도 어느 외진 '나눔의 집' 에 살고 있다
중풍과 신경통으로 시달리며 유난히 예민하고 무표정한,
피어보지도 못한 채 시들어버린 80노인 그 누이들은 공출당한 인생, 그들에겐 아직 태평양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우리 역사의 마지막 증언자로 살아남은 아아, 대한민국 누이들이여!
찔레꽃
송정숙
찔레꽃 울며 울며 가는 그 길에
하얀 향기에 낯 달이 떨고
능선 따라 앞서가는 울음소리에 뻐
꾹 뻐꾹 뻐꾸기 울고갑니다
찔레꽃 울며 울며 가는 그 길에
향기 취한 노을 서산마루 붉고
어디선가 불어오는 낯선 바람이
얇은 구름 사이로 멀어집니다
찔레꽃 울며 울며 가는 그 길에
갈 곳 없는 새 한 마리 허공 맴돌고
골짜기 굽이 굽이 따르던 메아리
슬퍼마라 슬퍼마라 다독입니다
찔레꽃
송정운
눈물 많은 꽃 하얀 찔레꽃
아픈 상처로 가시는 펄펄 살아
하얀 눈물 향기 되었다네
보고픈 하늘아래 하얀 얼굴
하얀 마음 밤 벌레 소리
가도 가도 끝 없는 길 하얀 찔레꽃 향기
찔레꽃
송찬호
그해 봄 결혼식 날 아침 네가 집을 떠나면서 나보고 찔레나무숲에 가보라 하였다
나는 거울 앞에 앉아 한쪽 눈썹을 밀면서 그 눈썹 자리에 초승달이 돋을 때쯤이면 너를 잊을 수 있겠다 장담하였던 것인데
읍내 예식장이 떠들썩했겠다 신부도 기쁜 눈물 흘렸겠다 나는 기어이 찔레나무숲으로 달려가 덤불 아래 엎어놓은 하얀 사기 사발 속 너의 편지를 읽긴 읽었던 것인데 차마 다 읽지는 못하였다
세월은 흘렀다 타관을 떠돌기 어언 이십 수년 삶이 그렇데 징소리 한 번에 화들짝 놀라 엉겁결에 무대에 뛰어오르는 거 어쩌다 고향 뒷산 그 옛 찔레나무 앞에 섰을 때 덤불 아래 그 흰 빛 사기 희미한데
예나 지금이나 찔레꽃은 하?어라 벙어리처럼 하?어라 눈썹도 없는 것이 꼭 눈썹도 없는 것이 찔레나무 덤불 아래서 오월의 뱀이 울고 있다
찔레꽃
신경림
아카샤 꽃냄새가 진한 과수원 샛길을
처녀애들이 기운없이 걷고 있었다
먼지가 켜로 앉은 이파리 사이로
멀리 실공장이 보이고 행진곡이 들리고
기름과 오물로 더럽혀진 냇물에서
아이들이 병든 고기를 잡고 있었다
나는 한 그루 찔레꽃을 찾고 있었다
가라앉은 어둠 번지는 종소리
보리 팬 언덕 그 소녀를 찾고 있었다
보도는 불을 뿜고 가뭄은 목을 태워
마주치면 사람들은 눈길을 피했다
겨울은 아직 멀다지만 죽음은 다가오고
플라타나스도 미루나무도 누렇게 썩었다
늙은이들은 잘린 느티나무에 붙어앉아
깊고 지친 기침들을 하는데
오직 한 그루 찔레꽃이 피어 있었다
냇가 허물어진 방죽 아래 숨어 서서
다가오는 죽음의 발자국을 울고 있었다
찔레꽃은 피고
신경림
이웃 가게들이 다 불을 끄고 문을 닫고 난 뒤까지도 그애는 책을 읽거나 수를 놓으면서 점방에 앉아 있었다.
내가 멀리서 바라보며 서 있는 학교 마당가에는 하얀 찔레꽃이 피어 있었다. 찔레꽃 향기는 그애한테서 바람을 타고 길을 건넜다.
꽃이 지고 찔레가 여물고 빨간 열매가 맺히기 전에 전쟁이 나고 그애네 가게는 문이 닫혔다.
그애가 간 곳을 아는 사람은 없었다.
오랫동안 그 애를 찾아 헤매었나 보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그 애가 보이기 시작했다.
강나루 분교에서, 아이들 앞에서 날렵하게 몸을 날리는 그애가 보였다.
산골읍 우체국에서, 두꺼운 봉투에 우표를 붙이는 그애가 보였다.
활석 강산 뙤약볕 아래서, 힘겹게 돌을 깨는 그애가 보였다.
서울의 뒷골목에서, 항구의 술집에서, 읍내의 건어물점에서,
그애를 거듭 보면서 세월은 가고, 나는 늙었다.
엄마가 되어 있는, 할머니가 되어 있는, 아직도 나를 잊지 않고 있는 그애를 보면서
세뭘은 가고, 나는 늙었다
하얀 찔레꽂은 피고,
또 지고,
찔레꽃
신남춘
1
지구를 몇 바퀴나 돌아 나온
계절의 머릿결, 그 순백의 고독
햇살은 오월을 그윽이 젖고
가슴에 가득히 쌓아온 그리움
온 천지에 향기로 터질 줄이야
꽃잎 물던 소년의 추억 속에 섰네.
몇 번이나 다녀갔을까
내 가슴을 박차고 나간 그리움의 바람
몇 철이나 그 언덕을 넘었을까
깔깔거리다가 눈물이 되어 버린
하얀 언어들
말갛게 익던 사랑도 저물고
떠나간 것들
어디 붉은 노을뿐이랴
임이랑, 가물가물 찔레꽃 향기.
2
지구 한 바퀴 돌아
순백의 고독함
오월 햇살로 젖는다.
가슴에 꽉 찬 그리움
우윳빛 향기로
꽃잎 씹던 그 시절
몇 번을 다녀갔을까
휘청휘청 이는 바람에
걸음마저 흔들린다.
우수수 떨어지며
깔깔거리는 하얀 언어들
사랑은 맑게 익어간다.
몇 날 기다려도
오지 않는 임
바람에 부치는 하얀 편지.
찔래꽃 향기
신성호
길가에 활짝 핀 찔래 하얀꽃
하얀 그 얼굴이 다소곳하여
무심코 지나는 나를 붙잡고
잠시라도 쉬었다 가도 좋다네
향기가 몸을 휘감아 돌아
비몽사몽 찰나의 춘몽이로다
꽃도 좋고 향기도 좋아
꿀벌들이 윙윙거려 오케스트라
찔래꽃 그 향기에 마음을 뺏겨
봄이 언제 떠나는지조차 잃어버렸네
찔레꽃 향
신영우
분홍빛 달큰한 향
무덤가에 퍼지면,
파란 하늘에 가득 찬 어머니,
보드라운 꽃잎 위
그리운 숨결은 이슬로 맺히고,
기억은 흐려져도
향기는 가슴 깊이 스민다.
찔레꽃
신종범
한시도 잊지 못한 극성스런 치정을
말갛게 꽃대에 올려 불 환히 밝힙니다.
그 마음
흰 나비 되어
까마득히 오릅니다.
당신은 가시 솟는 아픔을 아는가요?
어젯밤 서몽에서 무지개가 일길래
오늘은
혹시나 하고
동구 밖을 봅니다.
기다림은 칼바람에 솔래솔래 씻겨가고
마음에 눈 내려 얼어붙어 가는데
주홍빛
돋을 양지에서
붉은 망울 아립니다.
찔레꽃
신희목
후드득
빗방울 몇 개가 지나갔다
불현듯 당신이 보고파 지고
빗소리에
생각나 날 찾아올까
비에 젖어 오지 못하는 걸까
젖은 가슴으로 돌아서는 발길
굵어지는 빗줄기 사이
하얀 찔레꽃이 수줍게 웃는다
찔레꽃 필 때면
심경숙
바람결에 달려 온 오월의 향기
내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내 어린 시절 찔레꽃 필 때면
농사일로 밭고랑에 사시던 어머니
싸리나무 바구니 잘룩 허리에 차고
주먹밥 한 덩이 빈 보자기에 넣고 나물 뜯으러 산으로 가셨다
가시밭 산등성을 오르내리며 산나물을 뜯어
저무는 산그림자를 이고 지고 오셨다
어머니의 긴 목처럼 휘어지는 산 그림자
어머니는 가쁜 숨 몰아쉬며 사립문으로 들어서셨다
허리춤에 매달린 바구니에는
살 오른 찔레꽃 순이 간식처럼 매달려 있었다
그날은 가마솥에 나물 밥 냄새가 올라오지 않아도
우리는 배가 불렀다
오월이 오면 나는 어머니 찾듯
찔레 덩굴 아래 여린 순 찾아 들판을 헤엄치듯 다니다가
찔레꽃 닮은 어머니 향기인 듯
그 꽃향기 코 끝 찡하게
어머님의 하얀 미소에 혼이 젖는다
찔레꽃 연가
심의표
짙푸른 송림 사이 달리는 화심
게으른 뻐꾸기 울어 시샘해도
수줍은 듯 뽀얀 얼굴
내 고향 뒷동산 한 자락 깔고 누워
낮 익은 길손 마음 설레게 한다.
활짝 핀 그리움 하나
연녹색 풀섶에 살며시 묻고 서서
뿌옇게 떠오르는 달빛 맞으며
정든 임 기다리는 열아홉 순정
순애보 같은 사랑을 안고
꽃향기 풀어 순수의 눈빛 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