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병연 – 겨울 진달래
장선희 – 진달래를 바라보면
장선희 – 진달래 연정
장세희 – 진달래꽃처럼
장수남 – 진달래 봄 마중 가잔다
장유정 – 비슬산 진달래
장유정 – 천주산 진달래
장인성 – 진달래꽃 사랑
장화순 – 진달래와 아버지
전수덕 – 진달래
전연희 – 진달래
전영금 – 앞산 진달래
정기현 – 진달래
정민기 – 분홍 진달래
정병옥 – 진달래꽃
정세일 – 진달래의 우산을 가지러
정 양 – 진달래 캐러 왔다가
정연복 – 내 가슴은 진달래
정연복 – 도봉산 진달래
정연복 – 사랑하면 진달래처럼
정연복 – 진달래
정연복 – 진달래꽃
정연복 – 진달래꽃 띄운 막걸리
정연복 – 진달래꽃 하나
정연복 – 진달래꽃 사랑
정연복 – 진달래의 기도
정연복 – 진달래 행진
정영자 – 진달래 감격
정윤목 – 진달래
정지용 – 진달래꽃
정찬열 – 진달래 화신
정태중 – 진달래
정태중 – 진홍 진달래
정호순 – 진달래
정회선 – 진달래 피는 날이면
정희성 – 진달래
조남명 – 진달래꽃
조미경 – 내 사랑 진달래
조병욱 – 진달래
조병화 – 진달래
조순자 – 진달래꽃
조연현 – 진달래
조한직 – 진달래와 봄비
조한직 – 진달래 피면
조혜련 – 진달래를 보면서
주근옥 – 진달래꽃
주명옥 – 진달래 피면
주선옥 – 진달래
주응규 – 진달래꽃
주응규 – 참꽃
증재록 – 진달래
차영섭 – 진달래꽃
채바다 – 진달래 앞에서
최갑연 – 진달래
최명조 – 진달래꽃
최문자 – 진달래꽃
최문자 – 진달래 시계
최범영 – 진달래꽃
최상고 – 진달래
최상호 – 진달래 사연
최승호 – 진달래꽃
최영호 – 진달래꽃이 피었다
최영희 – 소백산 진달래
최영희 – 진달래
최영희 – 진달래꽃잎 차(茶)
최영희 – 진달래밭
최우연 – 진달래
최원정 – 진달래
최재형 – 진달래
최홍연 – 진달래꽃 사랑
최홍연 – 진달래꽃 연정
탁경자 – 진달래꽃
피천득 – 진달래
하나비 – 진달래 처녀
하덕규 – 진달래
한명희 – 진달래
한명화 – 진달래꽃
한분순 – 진달래
한천희 – 진달래꽃
한휘준 – 진달래 8부 능선에서 나는 펑펑 울었다
함민복 – 고려산 진달래
함영숙 – 한반도에 진달래꽃 피었습니까?
허욱도 – 진달래
허정인 – 진달래꽃에 취해
허정인 – 진달래꽃 향초
허태기 – 겨울에 핀 진달래
홍대복 – 진달래꽃
홍사윤 – 진달래꽃
홍성길 – 진달래 처녀
홍수희 – 아, 진달래
홍수희 – 진달래
홍완기 – 진달래꽃
홍재륜 – 진달래꽃 필 적에
홍해리 – 꽃시(詩) - 진달래
홍해리 – 북한산 진달래
황송문 – 진달래 능선
황인숙 – 진달래 추억
겨울 진달래
장병연
양지 바른 겨울 산허리 돌다가
계절 돌아서서 몸을 푼, 진달래 보았다
불씨 던지면 금방이라도 화라락
타오를 것 같은 마른 숲 헤치고
땅속 불길 끌어당긴 꽃송이들
12월의 햇볕에 잠시 몸 빌려 주었을 뿐인데
버거운 모순, 너울로 쓰고 말았구나
그러나 따뜻함 만나면
뿌리 내림 하고 싶은 마음 어찌 저들뿐일까
한 여인, 겨울 햇살 긁어모아
시린 발 녹이고 싶은 마음, 진달래와 같아라
진달래를 바라보면
장선희
여덟 살 계집아이는
뒷동산 소나무밭 진달래꽃 꺾으러 갔다.
쌉쌀하고 달짝지근한 진달래꽃 맛이
그날따라 시큼한 맛이 더해졌다.
치마폭으로 한 아름 쌓인 진분홍 꽃잎은
안방 툇마루에 얌전히 옮겨지고
어느새 얼굴에 박힌 듯
모양을 갖추어 화전 꽃이 되었다.
여덟 살 계집아이는
활짝 핀 진분홍 진달래를 그리며
여러 해 속앓이했다.
오늘은 어릴 적 옛이야기 들려주며
시대가 바뀐 의미로 함께 재잘댄다.
진달래 연정
장선희
뽀얀 술잔에 햇살 받으며
연분홍 진달래 새색시 되었네
술잔에 취하려 살포시 몸 담그며
발그레한 미소 입맞춤하자네
이 얼마나 향기로운 날인가!
따뜻한 너의 입술 스며드는 꽃내음
내 품에 녹아드는 부드러움 어찌할까나
내가 너를 보듬으니
천상에 이런 인연 어디 있겠소!
감미로운 인연에 손색없고
술에 취하고 너에게 취하니
신명 나는 어깨춤 절로 난다네
산중에 달달한 합궁하니
천하에 부러울 게 없네
먹구름 낀 하늘 맑아지고
천둥 번개 날벼락 친들 두렵지 않네
수줍은 너의 마음 알아버렸으니
산중에 무언들 치중하고 싶지 않고
고운 님 품으며 약속하네
막걸리 술잔에 진달래 흠뻑 취하고
사랑에 눈멀어 갈 길을 잃었다네.
진달래꽃처럼
장세희
사람아, 이 사람아
숫처녀 부끄럼 같은 봄이 왔네
서늘했던 겨울의 잔영은 흐릿하고
천지 사방에 눈부신 꽃불이 붙었네
향기만 고와 봄꽃이려나
지들끼리 속삭여대지만 온 누리에
퍼뜨려져 있네, 그 온화한 숨결
사람아, 이 무심한 사람아
두 팔 힘껏 벌려
저 푸르른 계절을 품어 안으세
나도
이제 그만
부끄런 생애를 말끔히 벗으려네
사람아, 눈물겹게 소중한 사람아
이 계절마저 다 이울기 전에
우리 서로
흐드러지게 어울려 보세
대책 없이 바람 든
저 철부지 진달래꽃처럼
한 번 오지게
사랑해 보세
진달래 봄 마중 가잔다
장수남
봄 마중 가잔다
넌 언제부터 와 있기에
그리 시끄럽누.
앞산 하얀 대머리 벗겨질 듯
짝 눈 눈부시다.
봄비 파랗게 방석 깔고
터질 듯 부푼 가슴
우리누부야. 긴 머리
아지랑이 댕기머리 푼단다.
얘야. 이리 나온 나.
늦기 전에
우리 동강 할머니 초롱불 들고
진달래 마중 가잔다.
비슬산 진달래
장유정
파란 치마에 꽃 저고리라
어찌 이리 아름다운 가
지러 밟고 오시는 길 밟기도 서러워라
꽃댕기 늘어 떨이고
하늘 보란 듯이
구름도 가든 길 멈춰 서고
푸른 하늘 보시는가
몽글몽글 꽃가슴 열어젖히고
실바람 모셔 놓고 하늘거릴 때
즈려 지러 밟고 오시옵소서
불붙는 산천에
그리움 지르밟고 오시옵소서
천주산 진달래
장유정
굽이 굽이 산천마다 불타는 산야
계곡마다 불붙네 굽힐 줄 모르고
진달래꽃빛 두견화 고운 꽃잎
지칠 줄을 모르요
흰 구름도 쉬어가는 네 꽃에
먼먼 봉우리마다 타는 불새여
붉은 입술 불꽃에 물든다
님 마중 임 마중
바람이 났다 여기에 다 모였네
고운 새색시 옷고름 푸는 소리
지칠 줄을 모르고
두견화라 꽃 각시 붉은 입술아
꽃불 타는 사랑아
진달래꽃 사랑
장인성
남몰래
살짝궁 숨겨온 사랑
봄이오면
산에 들에 숨어 피는 진달래꽃
그 꽃속에
우리들은 봄 나비 한 쌍
살기 좋은
이 강산이 아름다워요
남몰래
살짝궁 피워온 사랑
봄이오면
산에 들에 몰래 피는 진달래꽃
그 꽃속에
우리들은 벌 나비 한 쌍.
울굿 불굿
이 강산을 노래 불러요.
진달래와 아버지
장화순
아이는 기다리고 있다
나무하러 가신 아버지를
아니 아버지의 지게를
지게 위 활짝 핀 진달래꽃을 따라
춤추는 하얀 나비 살랑살랑 맴돌며
아버지의 지게를 따라온다
아버지는 산에서 봄을 지고 와
마당 가득 봄을 피워내고 있었다
아버지가 지고 와 부려놓은 풋나무 사이사이
노란 개나리가 산벚꽃이
분홍진달래가 웃고 있었다
지게를 받치는 아버지 얼굴은 산벚꽃 같았고
지게에 꽂아온 한 움큼의 진달래꽃을 건네주는
아버지 웃음 속에는 봄 냄새가 가득했다
진달래
전수덕
한 줌 햇살 머금은
연분홍 수줍은 미소
살랑살랑 어여쁜 몸짓
따사로운 봄볕
명주바람에 승차하여
여기저기 노니는 산새들
합승하였더냐
청아한 옥구슬 화음
화사하게 피는 꽃
아름다운 봄의 향연
파란 하늘 띠 구름
그윽한 눈길에
발그레해진 분홍빛 설렘
가슴 속
속삭이던 봄노래
점점 목청 높여가며
희망 봉오리 피워내리라.
진달래
전연희
순이나 옥이 같은 이름으로 너는 온다
그 흔한 레이스나 귀걸이 하나 없이
겨우내 빈 그, 자리를
눈시울만 붉어 있다
어린 날 아지랑이 아른아른 돌아오면
사립문 열고 드는 흰옷 입은 이웃들이
이 봄사 편지를 들고
울 너머로 웃는다
앞산 진달래
전영금
진달래꽃은
먹을 수 있다 하여 참꽃이라 했고
철쭉꽃은 독성이 있어
먹을 수 없는 개꽃이라 불렀다
진달래는
철쭉보다 먼저 꽃을 피우고
잎이 나중에 나오는데
철쭉은 잎과 함께
적갈색 반점이 있는 꽃을 피워
진달래와 다르다
진달래는 가여운 꽃
두견새가 밤새워 울어
피를 토해 꽃을 물 드렸다하여
두견화라고도 한다
가여운 꽃 진달래여
밤새워 함께 얼마나 울었 을까
생각하니 가여워라 나도 울었다.
진달래
정기현
아늑한 뒷산
산비탈 길
연분홍 꽃망울 사이로
봄 햇살 비벼지고
고즈넉한 숲속
슬쩍 풀어놓은
꽃나무들로
온 산이 붉어진다.
지천에 핀 진달래
분홍 꽃잎따라
이리저리
넘나드는 나비에
수줍은 꽃잎
온몸 붉히며
이슬 맺힌
꽃물을 터뜨리네.
분홍 진달래
정민기
봄이라고
당신은 원피스를 입었다
그 원피스를 닮은
진달래꽃 한 움큼 따서
보름달에 넣고
꽃 비빔밥 해 먹고
싶다
낮 동안
새가 끌어다 놓은
당신의 눈물
밤이 되니 반짝반짝
눈부시게 쏟아질 것 같다
올봄, 당신과
마주 앉아
진달래 돌솥비빔밥
한번 비벼나 보자
진달래꽃
정병옥
하늘거린 눈짓으로 봄을 유혹하고
연분홍의 미소 가득안고 웃는 모습이 고아라.
무지갯빛으로 햇살 머금은 체
봄의 왈츠에 사뿐 사뿐 춤을 추고
다정도 열정이려니 마음은 뜨겁고
속살거리듯 귓불을 간질거리는 연분홍 새색시
진달래의 우산을 가지러
정세일
사랑하는 당신이여
앞산의 언덕에 서서
천년의 학을 기다리고 있는
잔설이 남아있는 지붕 같은 그리움이면
다시 노란색으로
봄의 마음의 실을 뽑아서
수를 놓고 달빛이 걸어간 길을
다시 연필로 그려놓아서
마음의 움직임이 있으면
바늘 하나만 가져도 그렇게
꿰매고 다시 이어주면
마음과 생각까지도
꺼지지 않는 등불이 걸어간 추억의
길을 다시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음을 이토록
깊은 밤에서도 깨어서 있을 수 있도록
어머니의 앞산에서
봄의 고사리들이 푸름을 다시 부르고
아지랑이들은
치장을 좋아하는 개울물의 소리에
진달래의 우산을 가지러 갔습니다
천년의 학들이 날개를 펴고
우아한 춤이면 나에게 손을 내밀면
진달래 캐러 왔다가
정양
뜰에 옮기려고
진달래 캐러 산에 왔다가
진달래꽃 흐드러진 산자락
삽자루에 기대어 넋놓고
꽃구경만 한다
마음 다 비운 듯이
아무리 바라보아도
아무래도 꽃들이 심상치 않다
화장끼도 화냥끼도 없이
그냥 바람난
바람난 게 무언 줄도 모르고
그냥 바람난
아슬아슬한 여자애들만 같다
누가 진실로 마음 비우고
하염없이 바라본다면
그 곁에 다가와 비로소
맘놓고 곱게 필 진달래꽃
꽂았던 삽 뽑아들고
돌아보지도 말고 그냥 돌아갈거나
그냥 돌아가고픈 속을
환히 알고 있는지
어디 한번 일 저질러보라고
깔깔거리는 산자락마다
흐드러지는 진달래꽃
내 가슴은 진달래 - 화이트데이의 고백
정연복
지금 내 가슴은
연분홍 진달래입니다
당신을 만난 그 순간부터
사랑의 빛이 감돌더니
어느새 이 가슴
연분홍으로 흠뻑 물들었습니다.
밤낮으로 당신에게로 쏠리는
내 마음
당신이 눈치챌까 두려워
지금껏 몰래몰래 감추어왔는데
이제는 더 이상
숨길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산에 들에 진달래꽃
하나 둘 피어나듯
내 가슴속 피어나는
사랑의 꽃
오늘은 당신께 있는 그대로
보여드립니다.
도봉산 진달래
정연복
도봉산 보문능선
양옆으로 진달래 길
가고 가도
끝없다.
연방 보고 또 보아도
싫증 나지 않는
여리고 순한 듯
너른 산에 불붙은 꽃.
며칠 지나면
네 몸은 스러지더라도
보이지 않는 너의 영혼
오래오래 내 가슴속 있으리.
사랑하면 진달래처럼
정연복
사랑하면 가슴이
진달래처럼 곱게 물든다
연분홍 수줍음 머금어
마음이 순해진다.
사랑하면 의지가
진달래처럼 굳세어진다
긴긴 겨울 다 견디어내고
마침내 꽃을 피운다.
단 한 사람이라도
참으로 깊이 사랑하면
꽃의 영혼
꽃의 투혼을 갖게 된다.
진달래
정연복
1
해마다 산과 들에
지천으로 피어
산들바람에도
파르르 떨리는
여린 꽃잎으로
봄의 깃발이 되는 꽃.
절제와 신념이라는
꽃말처럼
옅은 화장을 한
수줍은 새색시 같기도 하고
안으로 혁명의 열정 품은
투사의 모습 같기도 한
외유내강의
연분홍 핏발 선 꽃.
2
꽃샘 추위가 채 가시지 않은
삼각산을 오르다가
나목(裸木)들의 더미 속
가녀린 여인의 몸 같은
진달래 한 그루가
몇 송이 꽃을 피웠다
수줍은 새악시 볼 같은
연분홍 고운 빛 그 꽃들은
속삭이듯 말했지
봄이다!
너의 그 가냘픈 몸뚱이 하나로
온 산에 봄을 알리는
작은 너의 생명에서 뿜어 나오는
빛나는 생명이여
말없이
여림의 강함이여!
3
삼월의 마지막 날
으스름 저녁
꽃샘추위
아직도 매서운데
야트막해도 곳곳에
바위들이 카펫처럼 깔린
투박한 길을 따라
아차산에 올랐다
산의 여기저기
몇 그루씩 무리 지어
어느 틈에 만발한
진달래꽃은
저 먼 옛날
만주 벌판을 호령하던
고구려의 기상이
환생한 것인가
진분홍
그 고운 빛깔로
봄의 도래를 알리는
저 핏빛 아우성
4
해마다 3월 하순에
꽃샘추위 속에 피어나는
화사한 연분홍 진달래.
봄꽃들이 여럿이지만
겨울산을 봄산으로 바꾸는
일등 공신은 아무래도 진달래.
새색시 얼굴처럼 고운 듯
해마다 새봄의 선봉에 서는
씩씩함 또한 겸비하고 있네.
<사랑의 기쁨>이라는 꽃말처럼
진달래를 보고 있으면
문득 누구를 사랑하고 싶어진다
진달래꽃
정연복
요즘 삶이 힘들고
많이 지쳐서
봄이 한 발 한 발
다가오는 것도 몰랐는데.
만우절인 지난주 토요일
친구랑 불암산 오르는 길에
군데군데 피어 있는
연분홍 진달래꽃.
너무너무 예쁘고
반가운 마음 그지없어
가까이 가서
한참을 바라보고 있는데.
송이송이 꽃마다
웃는 얼굴로 속삭이네
긴긴 겨울 너머
희망의 새봄이 왔다고.
진달래꽃 띄운 막걸리
정연복
오늘 산에 간다던 벗이
사진 한 장 카톡으로 보내왔다
숨 가쁜 산행 중에
잠시 호흡을 고르는 모양이다.
동그란 주홍빛 플라스틱 잔 속
막걸리에 띄운 진달래꽃 하나
예뻐라
너무도 예뻐라.
벗은 연분홍 진달래의
곱디고운 영혼
제 맘속에
살포시 담고 싶었나보다.
워낙 타고난 심성이
산같이 착한 내 친구인 걸
저 막걸리 한잔 들이키면
마음이 얼마나 더 순해질까.
진달래꽃 하나
정연복
1
꽃샘추위 아직
짓궂은 심술을 부리는데
너른 산비탈 어디선가
가만히 피어
환한 웃음 짓는
연분홍 진달래꽃 하나.
입이 없어
한마디 말도 못 해도
온몸이 작은 불꽃 되어
봄기운 출렁이는 깃발 되어
겨울의 끝이 다가왔음을
온 산에 알려준다.
2
좋은 벗과 함께 산행 중
나무 그늘에 앉아 잠시 쉬면서
막걸리를 따른 잔에
연분홍 진달래꽃 하나 띄웁니다
별것 아닌 막걸리 한잔이
눈부시게 아름답습니다.
하루하루 감사하며
기쁘게 살자고 다짐하지만
살아가는 일에 지쳐
생기와 여유를 잃어버리기 쉬운
나의 작은 마음속에도
진달래꽃 하나 띄우면 어떨까요.
진달래와 사랑
정연복
진달래가
피지 않으면
겨울산은 봄산
될 수 없으리.
사랑이
꽃피지 않으면
살아있어도
죽은 목숨이리
진달래의 기도
정연복
올해도 산에 들에
이 몸 피워 주셔서 감사해요
‘사랑의 기쁨’이라는
꽃말을 주신 것도.
연분홍 빛깔의 나의 고운 몸
나의 순한 영혼을 보면서
세상 사람들의 가슴 가슴마다
사랑이 움트게 해주세요.
진달래 행진
정연복
꽃샘추위의
심술 속에서도
산에 들에
진달래 핀다.
한 송이
또 한 송이
연달아
피고 또 핀다.
철옹성 같았던
겨울왕국도
연분홍 진달래의
행진 앞에 속수무책이다.
진달래 감격
정영자
보는 것이다
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눈감는 것이다.
진달래
정윤목
가없는 마음 세상에서
어린아이도 꽃이 되어
드넓은 벌판에
향기 진동하던 날
넌 기어코 피어나고야 말았다
언덕배기 조금 더 올라간 야산에
분홍빛 흐드러짐으로 네 색조 고웁게 단장하여
모든 아이와 어른들이 꽃이 되게 하였다
해가 바뀐 봄볕 대지에
할미꽃 개나리와 함께
꽃단장 하여 산을 물들이고야 마는
네 꽃분홍에
울 할매 울 할배 잠드신
무덤가도 기어이 꽃단장으로
새악시 기쁨 홍조 띄었으니
무덤 속 울 할매 울 할배
부활하셨지
고운 웃음으로 화장하신
어여쁘신 얼굴로
지난날들 서러움 잊은 듯
아주 곱고 고운 모습으로
네 그리움
네 사랑은 모두 전염되어
죽은 넋마저 꽃 되어
해마다 그 봄 즈음이면
온 산천에 그리움이 떠돌게 한다
불러봐도 대답 없는
참꽃 그리움이여
진달래꽃
정지용
한 골에서 비를 보고 한 골에서 바람을 보다
한 골에 그늘 딴 골에 양지 따로 따로 갈어 밟다
무지개 해ㅅ살에 빗걸린 골 산(山) 벌떼 두름박 지어 위잉 위잉 두르는 골
잡목(雜木) 수풀 누릇 붉읏 어우러진 속에 감초혀 낮잠 듭신 칙범 냄새
가장자리를 돌아 어마 어마 긔여 살어 나온 골 上峯에 올라 별보다 깨끗한 돌을 드니
백화(白樺) 가지 우에 하도 푸른 하눌......포르르 풀매..... 온산중 홍엽(紅葉)이 수런수런거린다
아래ㅅ절 불 켜지 않은 장방에 들어 목침을 달쿠어 발바닥 꼬아리를 슴슴 지지며
그제사 범의 욕을 그놈 저놈하고 이네 누었다
바로 머리맡에 물소리 흘리며 어늬 한곬으로 빠져나가다가
난데없는 철 아닌 진달래꽃 사태를 만나 나는 만신(萬身)을 붉히고 서다.
진달래 화신
정찬열
남쪽에서
불어오는 해풍에
전파를 타고 들려오는 화신 풍이
영취산만의 붉은 자태뿐인가
경쟁하듯 피어난
이산 저산의 연분홍빛 연정
다투어 산등성이를 물들인다.
오동도의
동백꽃이 떨어지니
노란 개나리 깃털 날리고
연분홍 치마폭이 나풀거린다.
붉게 피어나
겸손 떠는 ‘동백꽃’
희망의 '개나리' 병아리 노란 깃털
절제와 청렴으로 피어난 ‘진달래꽃’
늦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화신’(花信)은 온다며
사랑 품어 피어난 자태
화신의 붉은 소식을 전하고 있다.
진달래
정태중
산길 걷다가
파릇이 떨리는
첫사랑 같은 꽃술 보면
두근두근 쿵쿵
마음속 여울 만들고
결에 흔들리는 속내
바람에 들킬까 감추어도
붉은 입술의 어여쁨
그 모습에 취해
산길 오르지 못하고
마냥 주저앉았네
진홍 진달래
정태중
봄 오면 뒤안길에 무더기로 피는 진달래
유독 몇 송이
느지막이 피우기도 했는데
그중 홀로 핀 작고도 여린 진홍 진달래
개마고원 가문비나무같이
고막원 넘어 자줏빛으로 피었다 지면
마른 햇살에 바랜 상처 또 안쓰럽겠다
그러한 날이면
올봄, 가지 꺾어다 심어 둔
투박한 화분에 물 주듯 내 안 돌아보고
그해 맑은 볕 아래 활짝 핀 몇 송이가
벽에 놓아둔 사진처럼 그리워
더듬거리는 손길마다 향수 붉어진다
진달래―딸에게
정호순
아야야, 진달래 능선에 아픈 내 사랑 멍울 터진다
명지 바람아 오면 온다고 기별이나 주지
아야야, 꽃은 네가 피는데 왜 내 마음이 터지는 거니
진달래 피는 날이면
정회선
진분홍 진달래에서 해맑은 미소가 보였어
당신의 순수한 얼굴 닮아서
진달래꽃잎을 코끝에 대 보았어
당신의 향취를 느끼고 싶어서
진달래를 입술에 살짝 대 보았어
당신의 보드란 촉감 맛보고 싶어서
진달래를 꺾어 집으로 와서 화병(花甁)에 꽂았어
당신을 내 곁에 두고 싶어서
진달래를 마음속 붓으로 그림으로 그렸어
당신의 흔적 시들어질까 싶어서
진달래를 가슴에 고이 새겼어
당신이 한없이 그립고 보고파서
진달래 피는 날이면
당신과의 추억 잊지 못해서 그런 거야
진달래
정희성
잘 탄다, 진아
불 가운데 서늘히 누워
너는 타고
너를 태운 불길이
진달래 핀다
너는 죽고
죽어서 마침내 살아 있는
이 산천
사랑으로 타고
함성으로 타고
마침내 마침내 탈 것으로 탄다
네 죽음은 천지에
때아닌 봄을 몰고 와
너를 묻은 흙가슴에
진달래 탄다
잘 탄다, 진아
너를 보면 불현듯 내 가슴
석유 먹은 진달래 탄다
진달래꽃
조남명
이 땅의 산과 들에
민족과 오랜 세월
인고(忍苦)를 같이한 진달래꽃
보는 이야 있건 없건
어디든 숨어 피어
빼어나지 못해 수수한 꽃
구백삼십여 외침에 시달린 빛이런가
빨노랑 외래 꽃 우쭐대도
역사는 내가 아느니
등굽은 채 산하에 누웠다
춘객(春客) 눈 맞춤에
부끄러워 볼 붉어진
시집 온 새색시 같은
은은한 자태의 연분홍 꽃이여!
외로웠던 설움에 북받쳐
수정 같은 이슬 머금고 흐느끼며
외로워 찾는 이를 반기려
잎사귀 모르게 꽃부터 피었는가
내 사랑 진달래
조미경
산허리 돌아
영글어진 꽃망울
첫눈에 반해 버렸네
뒤엉켜진 가지 사이
비집고 나와
점박이 꽃송이
자랑하네
알알이 영글어진
풍만한 가슴
연분홍 립스틱
진달래 향기
외롭다 짝지었네
둥지 틀며 손잡아 주는
내 사랑 진달래
진달래
조병욱
해맑은 웃음 머금고
연분홍 여린 꽃잎
따스한 햇살에 수줍은 듯
실바람에 파르르
꽃술 보듬는다.
양지바른 산기슭
반겨줄 사람 없고
찾아올 임 없어도
봄이 오면
피어나는 진달래
이 봄엔
그리운 임 만나려나
진달래
조병화
날더러 어찌하라고
난 어찌하라고
진달래는 저렇게 고운 연분홍으로
확, 피어나는가
바람에 파르르 떨며
이른 봄빛에 사르르 알몸을 떨며
무거웠던 그 겨울을 활활 벗어버리고
연분홍 연한 맨살로
만천하에 활짝 헌신하는 이 희열
아, 난 어찌하라고
날더러는 어찌하라고.
진달래꽃
조순자
먼 옛날 산골 소녀
얼굴 붉힌 첫사랑 진달래꽃
올해도 환하게 웃어 피었다
연분홍 꽃동산에
산새들 노래하며 춤출 때
진달래꽃 한 아름 안겨 주고
놀란 사슴처럼 뛰어 내려간 사내아이
뒷산 진달래꽃 한 아름 꺾어주고
이슬 젖은 검정 고무신 흙투성인 채
뻐꾸기 노래 따라 노루처럼 뛰어간 사내아이
나처럼 첫사랑 진달래꽃 기억하고 있으려나.
꿈 많던 어린 시절
가슴 설레던 첫사랑 진달래꽃
올해도 산자락에 환하게 웃어 피었다.
진달래
조연현
진달래는 먹는 꽃
먹을수록 배고픈 꽃
한 잎 두 잎 따먹은 진달래에 취하여
쑥바구니 옆에 낀 채 곧잘 잠들던
순이의 소식도 이제는 먼데
예외처럼 서울 갔다 돌아온 사나이는
조을리는 오월의 언덕에 누워
안타까운 진달래만 씹는다
진달래는 먹는 꽃
먹을수록 배고픈 꽃
진달래와 봄비
조한직
산 산을 휘두른
연분홍 치맛자락
봄바람에 살랑살랑
고운 율동으로 다가오면
오직
나만을 위한 시간을 살포시 잡는다
네 얼굴 바라보면
더 그리워 애 닳다
밤비에 젖은 맑은 영혼이
투명한 옥구슬로 꽃술에 맺혀
방울방울
아침 햇살을 한 아름 잉태하면
또르르
사랑이 구르는 소리 가슴에 찬다.
진달래 피면
조한직
1
앞산에 진달래 피면 친구야 꽃구경 가자
분홍 꽃잎 따서 입에 넣으며 웃던 날들
오늘처럼 그리워 온다
진달래꽃물결 산 위까지 여울지면
꽃가지 꺾으며 뛰어놀던 그 꽃산에서
친구야 너랑 나랑 하냥
뛰어놀 날 다시 오면 좋겠네.
2
먼 산에 진달래 피면 친구야 꽃동산 가자
진달래꽃 한 아름 꺾어 안고 웃던 날들
오늘처럼 스치며 간다
해맑게 뛰어놀던 어린 날 생각하면
지금도 아련히 떠오르는 그 옛날이여
친구야 너랑 나랑 하냥
뛰어놀 날 다시 오면 좋겠네.
진달래를 보면서
조혜련
긴 허리 바람에 맡기고
산곡 어디에서나
꽃 마중하듯 봄을 맞이하였으니
세상의 물정
그걸 밝히려 흔적 하나 남긴 채
온 산을 붉게 붉게 물들게 했다
그대는 어디에 계시나요
산속으로 파고드는
무명의 날개
이다지도 아픈 얼굴로
홀연히 꽃대 올리고
봄의 입김인 양 그대로 머물러
진혼가를 들려주듯
바람에 흩날리고 있나요
진달래꽃
주근옥
진달래꽃도
산에서 내려와
마당을 밟는 순간
아가의 울음소리
진달래 피면
주명옥
하늘빛 곱게 흘러
하얀 달빛 내리면
산 너머 꽃물이 들어
가슴 붉어진 사이로
계절의 무늬처럼
봄 꿈 꾸는 날
저 편 한자락
아슴한 풍경
그리움의 씨앗
또 터지네
진달래
주선옥
여린 결 고운 볕 아래
모릿재 넘어가는 마평리 뽀족산 길로
가슴 시리게 스며드는 바람을 보았나요
그 옛날 반벙어리 사촌 오빠는
나뭇짐 가득히 사랑을 지고 와서
마당 가에 와르르 쏟아붓곤 했었지요
눈 시리게 푸른 하늘가 한껏 부풀어 오른
몸서리치도록 신비로운 작은 꽃 멍울은
다시 피우지 못한 당신의 기도가 되었습니다
그곳을 떠올리면 눈물부터 나는 풀빛 그리움
평생을 밟아 오가다 홀연히 던져버린
당신의 나뭇지게는 내 유년을 밝히는 꽃등입니다.
진달래꽃
주응규
햇살이 머물다가는 산바라지
기다림의 끝 가지에 그리움 맺어
핑크빛 꽃불을 사르는
우아한 자태가 고와서
황홀하여라
해 묵혀온 추억들이 산그늘처럼
쓸쓸히 밀려드는 외로운 날에
사뿐히 향기 밟아 오는
순결한 마음 빛이 맑아서
눈부셔라
까마득히 멀어져 간
첫사랑 소녀 같은
진달래꽃.
참꽃(진달래)
주응규
산기슭 양지 녘 귀퉁이
남몰래 애근히 지핀 꽃
이른 계절인데도
임 소식 귀고프다 시고
간드라운 몸짓 서성이며
임 향한 마음 가없어라.
눈부시도록 황홀한 자태
어느 임의 꽃이런가
고이 취하고 싶건만
마음 다칠까 봐
지레 채고 차마 범할 수 없는
꽃 중의 꽃 참꽃이여
임 걸음 하실 길목마다
제 몸 살라
곱게 불 밝혀 두셨네.
진달래
증재록
성재산 산자락을 감아돌아
한벌리 고갯마루 올라서면
가슴을 저미는 진달래꽃송이
님이 안겨줄 사랑의 정염
서른살 노총각 너른 가슴에
빨갛게 피어난 진달래꽃술은
순정에 목말라 님을 찾는데
산너머 숫처녀는 서울로
재너머 말처녀는 부산으로
바람에 흩날리는 선홍 꽃잎은
농사꾼 노총각 가슴을 저미며
선혈의 응어리만 몽글 솟군다
진달래꽃
차영섭
큰산에도 진달래
섬산에도 진달래
봄만오면 진달래
잊지않고 진달래
누가누가 심었나
심지않고 피었나
진달래와 개나리
개나리와 제비꽃
변함없는 봄친구
우리함께 하하하.
진달래 앞에서
채바다
오월 봄날
유채꽃 저 하늘로 도망치게 하더니
진달래꽃 햇살처럼 붉게 돋았네
내 혈관에 흐르는
나의 고독보다 더 붉게 피어난 너의 가슴
저 혼자 오월을 유혹하는 화신(化身)이런가
그 여지없는 욕망
이 푸른 오월 앞에
너의
붉게 타는 입술로
나를 어쩌자는 것인가
진달래
최갑연
차갑고 시린
모진 삶에 언덕을
돌고 돌아서
분홍빛 두 볼을 비빈다
외로운 마음 달래고
붉게 타오르는 정열로
모든 사람들을 위해
산과 들에 꽃 피운다
냉이 캐는 아주머니도
출근하는 딸아이도
여행 가는 연인들도
감탄하며 좋아라 한다
진달래꽃
최명조
내 영혼이 숨 쉬는 곳에
너를 불러들이고
나만의 정원에서 너와 숨 쉬었던 그 날들
그 해 맑은 눈동자 다시 볼 수 없는가
이제 내 마음속 진달래꽃은 시들어가고
너의 눈동자도 기억 속에 아롱거려지고
보고 싶음은 평생의 가슴에 묻어두었음에
너무 흔한 표현이련가
기억하려나
어느 하늘 아래 숨 쉬고 있는가
내 풋풋한 옛사랑의 이름이여
두 손 꼭 잡고 뛰놀던 뒷산 진달래 그 향기를
옹기종기 모여 우리를 반겨주던
분홍빛 사랑노래를
엷디엷은 그 꽃잎이 내 입속에 녹아내린다
그 지나간 추억의 이름으로
나는 지금도 그 산등성이에 핀 진달래를 보고 있다
너에 미소처럼 맑은 그 꽃을
내 입가에 녹아내린 너에 사랑을
널 눈물 나게 그리워하며
진달래꽃
최문자
괜찮아, 괜찮아 뒷산에 불 지른 것 불이 나를 지나 내 푸른 노트 다 태워 버린 것 가장 찬란한 사랑은 언제나 다 타고 난 가루에서 빛나는 것 한 번의 뜨거움으로 죽도록 꽃은 가루가 되겠지 한 사나흘 비 뿌리는 동안 꽃이 물이 되는 거 그 물이 불을 끄고 돌아서서 다시 푸른 노트가 되는 것 괜찮아, 괜찮아 뒷산에 불 지른 것 불 지르고 돌아서서 진분홍 물이 되는 거 알 수 없는 그 고단했던 사랑
꽃잎 날리는 모든 이별
괜찮아
진달래 시계
최문자
화왕산 자하곡에서 억새평원 가는 길 진달래 길
바람난 구두를 신고 걸어야 했다
시인들은 이 꽃의 감정을 어떻게 종이에다 쓸 수 있을까
나는 암흑이고 너는 이렇게 분홍인데
꽃의 만개가 무서웠다
나를 건드렸던 사람 손 모양을 가졌다
만 번 손을 잡고 만 번이나 헤어진 느낌
진달래 길 위에서
시계를 잃었다
온 길로 되돌아 꽃 앞을 지나가고 또 지나갔다
하산하는데
꽃들이 재깍거렸다
진달래꽃
최범영
진달래 참꽃 꺾으러
음달산 갈 때 동네애들은
꽃문딩이 나와 잡아간댔다
새가슴 내겐 두려움이었다
좀 커서 어둔이 골짜기서
화전부쳐먹으며 동네 잔치하던 날
개 목걸이를 주웠고
이쪽저쪽으로 뛰어 날라다니는
포수를 보았다
다 커서 청도 운문산
넘어다니며 일하던 때
진달래꽃은 내 몸에
생채기만 냈다
진달래꽃을 보면
늘 한결같은 누님이
가끔 짓는 눈물 빛이다
진달래
최상고
황토물 흘러내리는 언덕 위에
철 지난 외톨베기 진달래꽃
어쩌다 저 혼자 늦게 피웠노
님이 아니 오심 기다리다 지쳐
저 혼자 피었을까?
돌아치는 물소리 눈물인 줄 모르고
내모레 간다 하고 떠나온 길
영영 다시 갈길 바이 없는데
꼭 철 지나 피는 꽃 올해도 피웠네
진달래 사연
최상호
1
흥해 마을 뒷산 청국사 길
자그맣고 납작한 애기 무덤 위에
배고파 울기만 했다는
피맺힌 붉은 얼굴이 있었습니다
2
터져 나오려던 마구 터져 나오려던
그 때의 꼭두서니 빛 울음을
옥산서원 정자 아래 벼랑 밑에
겹겹의 돌로 꼭꼭 눌러 두었더니
봄마다 그 골짜기
진달래꽃이 지천입니다
진달래꽃
최승호
그동안 없었던 일이다
드디어 우리 동네에도 콜걸들이 쳐들어왔다
누가 보기에도 민망한
엉덩이며 젖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광고전단지들이 골목길에 뿌려진 것이다
실낙원이라는 게 뭔지
모르는 아이들은 책가방을 메고 학교로 간다
한눈을 팔면
등교길 동산에는
진달래꽃이 피었다
영원한 봄이 없는 줄 알지만
싸구려 매음굴에 우글거리는 음습한 욕정들을
저 동산으로 옮겨서
진달래꽃이나 철쭉꽃으로
벌겋게 피워봤으면……
진달래꽃이 피었다
최영호
팔공산 모퉁이 돌아가면
산길에 키 작은 단발머리 소녀
연분홍 립스틱 수줍게 바르고
말없이 여린 입술 촉촉하게 젖어 있다.
이끼 자란 바위틈 사이에
여린 속살 살짝 솟아오르면
아련한 눈 맞춤 그윽한 향기에
떨리는 손으로 어루만지면
연분홍 꽃이 핀다.
아무도 모르게 살짝 입맞춤하면
천지갑산 종달새 하늘 높이 날아올라
한 뼘도 안 되는 세상 끝에 시름시름
시들어갈 너에게 싱그러운 향기 전한다.
나도 싱겁게 웃으면 너는 반갑게 인사하고
천지가 화답하며 화려한 봄이 된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돌아가는 길에
잊었던 자아가 미소짓는다
진달래꽃이 피었다.
소백산 진달래
최영희
내 고향 소백산자락
봄마다 피고 지던 진달래꽃이여
지금도 그대로 피고 있느뇨
밤마다 우던 소쩍새 소리
열세 살 내 애간장 녹이고도 남았고
어머니 가신 길 따르지 못해
봄마다 앞산 뒷산
내 그리움처럼 번져가던
분홍빛 진달래꽃 무리들
세월까지 희끗해진 내 나이
추스르지 못한 그리움 끝 자락
내 고향 소백산 그 깊은 산중
아직도 어미 찾던 그때 그 부엉이
먼 산을 울고
무더기, 무더기
진달래
올해도 그대로 피워 냈을까?
진달래
최영희
소백산이 줄달음치다
툭 떨구고 갔다는 두악산
봄이면 두악 산자락
진달래
내 가슴 젖도록 피었네
산은 분홍빛
나는 진달래가 좋았네
이 산 저 산
슬픔을 피워 좋았네
그리움 피워 좋았네
봄이면 봄마다
산마다 들마다
진달래 피기 시작하면
가슴은 다시 젖네
내 어린
진달래 꽃물로.
진달래꽃잎 차(茶)
최영희
어떤 차(茶) 전문가는
산에서 따온 진달래를
설탕 1:1 비율로 켜켜이 쌓아 절여
진달래꽃잎 차를 만든다 했다
그리고 차를 마실 때는
꽃잎이 담긴 액(液)차에 뜨거운 물을 부어
꽃잎이 피어나길 기다려 마신다 했다
아-, 피어난 꽃잎, 얼마나 향기로울까
난, 차마
고향의 뒷산 그 진달래
아리도록 그리운 그 눈빛 지울 수 없어
바라보다, 바라보다, 그냥 바라만 보다
뚝! 뚝! 눈물처럼 꽃잎 지우면
고- 이, 손으로 받아
내 가슴에 재우리라
그러다 문득문득
몹시도 그리우면
하얀 백자로 된 찻잔에
진달래꽃 한 잎, 그리고
그리움일랑 향으로 띄워 놓고
내 고향 뒷산 그 진달래
피어나길 기다리리라.
진달래밭
최영희
구름산 중턱
거기쯤, 진달래
진달래밭이 있다는데
꽃피면, 꽃이 피면
난, 그 진달래밭
가야겠네
진달래꽃잎 속
재잘재잘 내 친구
순이도 만나야겠네
우리 그때 그 빛바랜 추억
함께, 진달래 꽃물로
흠씬 젖어도 좋겠네.
진달래
최우연
연분홍 입술마다
웃음을 머금었다
새봄의 기쁜 소식
온 산에 알려주니
벙그는
미소에 따라
이 산 저 산 붉어간다
설레는 가지마다
꽃다발 한 아름씩
나물 캐는 봄 처녀
설레는 맘 안아주듯
온산을
붉게 태우는
그 모습이 고와라
진달래
최원정
새벽안개 가르며
경부고속도로를 지나다가
그댈 닮아
수줍어 고백도 못 하고
웃기만 하는
분홍빛 사랑이 있습니다
그저
지나치는 눈길만으로도
행복에 겨워
꽃잎 떨며
몸서리치는,
봄이면
해소병처럼 도지는
열꽃 같은 사랑
* 해소병 : 천식
진달래
최제형
천년이 지난들
소녀의 꿈이 바뀔까요
눈 속의 이른 봄
새닢보다 먼저 돋은
다홍빛 돌기
길섶이건
야산 응달이건
험준한 산 후미진 곳이라도
소꿉놀이하듯 둘러앉아
새 봄을 부르는 메아리
겨울바람 만년을 회유한다고
소녀의 기대가 바뀔까요
긴 겨울 눈 속에서도
가만가만히 키워 온
봄바람 맞이하는 저 벅찬 희열을
진달래꽃 사랑
최홍연
봄비 내리는 날
가득한 그리움 태우며
허기진 情의 세월 가고
저 강이 깊어지면
천상의 달빛 유혹 같은
애절한 두견새 전설처럼
가슴 속 작은 별 하나
그대 사랑이고 싶어
맑고 고운 영혼의 분홍 꿈
깨지 않았으면...
진달래꽃 연정
최홍연
천 년 사랑인가
접동새 밤을 새우는
늘어진 달빛 아래
은하(銀河), 시(詩)처럼 흐르면
구름 사이로 하늘 품어 안은
흔들리는 작은 몸짓 하나
연분홍 젖가슴에 담은 연정
풍진 세상 가진 것 없는
벌거벗은 삶일지라도
수채화 같은 맑은 마음 가득
사랑으로 후회하지 않을
혼불이고 싶어
언제부터인가
너에게 머물고 싶은
분홍빛 내 마음
살아서도 죽어서도
별이 될래요
진달래꽃
탁경자
아버지는 어중 잡이셨다
등 지게를 지는 날에는
등에 붉은 반점을 만들어 오고는 했는데
그래서 어머니가 나무 해오는 날들 많았다
어떤 날은 매서운 산주인에게 들켜
솔꺽정이 뺏기는 날들도 많았다는데
그럼 산 너머 그 너머로 가
기어이 산채만 한 솔단을 머리에 이고 오셨는데
풀섶 꼬불꼬불 거친 산길을
달이 훤히 따라와
휘청거리는 걸음 일으키며
길잡이로 나서더라고
지친 나무등이에서는
진달래가 꽃등으로 피어 있어
어머니, 허기진 마른 입술을 꽃물로 적시면
초가집까지 들어와 굳은 목을 풀어 주었다던
진달래꽃 붉어 서러운 봄, 밤이었다
진달래
피천득
겨울에 오셨다가
그 겨울에 가신 님이
봄이면 그리워라
봄이 오면 그리워라
눈 맞고 오르던 산에
진달래가 피었소
진달래 처녀
하나비
연분홍 진달래가 피는 계절에 영롱하겠어요
우리는 외로워서 꽃들에게도 사랑하는지요
두물에 정말로서 진솔했어도 사랑했었지요
어떡게 기다림에 아름다움은 향기로워서요。
이른봄 꽃잎처럼 그리움으로 진달래처녀야
양수리 옛날에는 순정함에도 정다웠겠어요
우리는 지나가는 행복한낙원 사랑했는지요
시간의 괴로움에 슬퍼하지도 말았어서면요。
진달래 연정에는 애통하게도 피는계절이지
처녀야 참사랑은 은방울같은 선물이겠지요
사뿐히 내곁왔어 이른봄날에 생각이나겠지
내모습 참말좋아 넌살포시도 내맘안겨오네。
연분홍 좋아하는 진달래처녀 사이있었어요
실버들 머리카락 어깨스치며 내곁다가왔네
살포시 꽃물들에 박혀있는지 모두생각한다
는개비 북한강과 남한강에도 진달래꽃피다。
두견새 두견화와 진달래꽃이 내곁다가왔네
금달래 만산홍이 은방울같은 웃음소리이네
황홀히 꽃진뒤에 홍척족꽃이 꽃물빤짝이네
진달래 영산홍꽃 혼종소리에 꽃잠들였었다。
진달래
하덕규
나 다시 진달래로 피어
그대 가슴을 스몄으면
나 다시 진달래로 피어
그대 타는 가슴으로 스몄으면
사월 목마른 사월 하늘
진홍빛 슬픔으로 피어
그대 돌아오는 길 위에서 흩어지면.........
나 다시 진달래로 피어 피어
진달래
한명희
뒷춤에
무겁도록 큰 산을 업고
무너져 내린 산자락에
간신히 뿌리 내려
질긴 명줄 부여잡고
꽃 등 불 밝히네
꽃술 여 덞 개
대롱이는 별빛
붉게 물든 산자락
달빛에 여울져
다섯 폭 붉은 치마
여명에 스미어
두견새 우는 새벽
옷고름 풀며
연분홍 순정
피고 다시 피고
진달래꽃
한명화
꽃잎 여리다고 말하지 마라
이 꽃잎 한 장이면
추억할 기억이 얼마인가
볼모산 장유계곡 산자락
너랑 보던 봄의 핑크빛 점령
그 눈부심이 얼마인가
꽃잎 한 장으로
잊히지 않을 사랑
꽃 피어 쏟아져 내릴
깊은 그 사랑은 또 얼마인가
생각해보면 너를 만나
불꽃처럼 타던 나였으나
이렇게 꽃 활짝 핀 날이면
상실감과 그리움에 잠 못 들고
나무 위에 노 저어 내리는 달빛만
내 마음 휘어지도록 끌어안는다
진달래
한분순
산기슭
질펀히 누워
삼월(三月)을 안고 떠는
잘 익은 봄볕에 닿아
살 냄새의
유혹이며
몸뚱이
서리고 서리어
손자욱 남은
상채기......
진달래꽃
한천희
연분홍 진달래는
고향의 봄
진달래꽃
보고 있으며
고향의 봄 동산이 보인다
연분홍 진달래는
엄마의 얼굴
진달래꽃에
코를 묻고 눈감으면
어머니의 향기가 난다
연분홍 진달래는
메기의 추억
진달래
피어나던 봄날
떠나버린 첫사랑의
눈물에 젖던 꽃
진달래 8부 능선에서 나는 펑펑 울었다
한휘준
지천으로 붉게 흐드러진
진달래꽃 능선에서
그녀 생각이 발을 걸어서 넘어졌네
진달래꽃보다 앙증맞은 입술의 그 소녀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가슴 속 묻어둔 푸른 밤 풍경소리처럼
파르르 떨리던 고백 차마 하지 못하고
애꿎은 진달래꽃잎만 자꾸 따서
오물오물 삼키던 그 호젓한 산속 길
어설픈 사랑의 뿌리 엉긴 추억이
오늘 갑자기 내 허리춤을 당겼다
바람에 흔들리는 진달래 꽃술마다
이처럼 향긋한 그대 그리운 사랑이
흔들리며 피어오르는 줄 예전에 미처 몰랐었네
나는 진달래 8부 거친 능선에서
일어날줄 모르고
펑펑 소리 내어 울고 말았다,
진달래꽃 따서 입에 물고서---.
고려산 진달래
함민복
산불에 큰 나무들 불타
진달래밭 펼쳐놓았네
뜨거운 큰불이
찬 불빛의 미래였네
한반도에 진달래꽃 피었습니까?
함영숙
겨우내
찬바람 속에
웅크리고
봄 기다린 꽃
진달래
반도는 엄동설한일지라도
밑바닥 삶의 애환에
아직 따뜻한
옛 봄기운 남아 있어
활짝 피려고
꿈꾸는 화려한 꽃
이 산 저 산
팔도에 두루 자리잡고
경계선 지우는
분홍빛
봄꽃
꽃 봉우리 맺혔습니까
한반도에 진달래꽃 피었습니까?
진달래
허욱도
1
봄비 내리는 날
그대 보고 싶어
빗물을 가슴에 묻어두고
꽃 비 내리는 날
그대 그리워
꽃송이들의 몸짓을 본다
바람이 부는 날
그대 보고 싶어
바람꽃 되어 들리는 듯
바람꽃 날리는 날
그대 그리워
초록이 다가옴도 모른다
초록이 오는 날
그리움 아껴두고
진달래는 숨어서 진다
2
어떤 착각일까
겨울이 간 줄 아는지
봄이 와 있는 줄 아는지
천주산 기슭에서 웃고 있는 진달래 한 송이
수많은 사람의 시선이 부담스러워
살짝 왔다가 가는 것일까
시절이 아닌데
찬바람 불면 어찌하려고
이른 봄에 진달래가 찾아온 걸 보고
마른나무 그늘에 숨어있던 봄이 놀라서
허둥지둥 달려오다가 흘린 봄비에
흠뻑 젖은 천주산이
찬 서리 맺힌 겨울을 얼마나 안아줘야
따스해진 봄을 볼 수 있는지
진달래로 화두 하나 쥐여준다.
진달래꽃에 취해
허정인
순한 순정으로
수줍던 꽃봉오리
며칠 사이
성숙한 여인 되어
온 산 가득
분홍 치맛바람
이 유혹의 물결에
혼미한 나
가다가 멈추고
멈추다 가다
다시 멈춰선다
분홍색 입술 여인 앞에
진달래꽃 향초
허정인
1
봄 산은
분홍빛 사랑에 빠졌어요
이 산도
저 산도
비탈진 벼랑 끝
진달래꽃!
누리고 있는 저 자유로움
저 멋진 자태를 보세요
순하디 순한
고운 꽃잎으로
목젖 보이며 웃는
활짝 핀 진달래꽃!
어지러운 세상 모른 채
이 산, 저 산,
속살에 안겨
곱게도 물들이네요
분홍빛 사랑의 파장
아--아!
나의 발길도
구속 없는 자유를 누리며
진달래꽃에 빠졌습니다.
2
연약한 분홍색 꽃잎
흔들리며 웃네
어제 꼭 다문 입술
오늘은 목젖까지 보인다
봄마다 보았던 너
오늘은 네 꽃술에 빠져
취한 채 흔들리며
네게서 떠나 왔다.
겨울에 핀 진달래
허태기
눈 내린 산
외진 숲 길목
진달래 서너 송이
때 아닌 꽃을 피웠구나
새하얀 눈
소금에 저려
피를 토한 듯
반쯤 피다 말았구나
흰 눈 속 붉은 꽃이
아름답기야 하다마는
보는 이의 마음을
처연하게 하는구나
어찌하여
봄철에 활활 피지 못하고
눈 내리는 겨울에
꽃피우려 하는가
때 놓친 서러움
응어리 되어
만화(萬花)가 사라진
황량한 숲속에서
삭풍에 맘 졸이고
고독과 싸우면서
눈 내리는 날 기다렸다가
만혼(晩魂)을 불태우는
최후의 몸짓인가.
진달래꽃
홍대복
청초함 머금은
활짝 웃는 진달래꽃
향기로운 꽃내음
하얀 그리움 피어나
꽃물 들어 흐느낀다
수줍은 꽃잎의
싱그러운 입맞춤
연민의 정
연분홍으로 물들이고
소록소록 돋아나는
잎사귀의 작은 속삭임
들릴 듯이 들릴 듯이
귓전 맴돌아
임의 그리운 소식 전해주네''
진달래꽃
홍사윤
꽃향기 흩날리는
그대를 품에 안으려 하니
기다림에 지친 마음
눈물이 흐른다
봄바람에 풀린 옷고름
앙가슴 부여잡고
부끄러워 고개 숙인 모습
볼수록 탐스러워
여인의 향기 풍기며
화사하게 피어난
그대를 어찌 사랑치 않으리
너의 입술 위에
내 사랑을 보내드리오니
수줍어 붉어진 얼굴
그대는 진달래꽃이어라.
진달래 처녀
홍성길
연분홍 치마저고리에
하이얀 옷고름 맺으려고
인고의 세월을
묵묵히 견뎌 왔는가
엄동설한 북새바람도 이겨내고
춘삼월의 꽃샘추위도 참아내고
발자욱 디디는 길섶마다
고운 자태 출렁이는 진달래 처녀
진분홍 날개짓에
하이얀 옷고름 입에 물고
길 지나는 나그네의 감탄사에 덩더꿍
흥에겨운 춤사위가 절로일세
가신 님 기다리는 그리움의 눈물인가
반가운 님 맞이하는 사랑의 눈물인가
발자욱 디디는 들녘마다
선한 봄바람에 진분홍 꽃물을 들이네.
아, 진달래
홍수희·
아무리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네
마음속에 자꾸 커 가는
이 짓붉은 사랑
무더기로 피어나 나를 흔드네
내 살아 너를 사랑한다는 것이
이리도 가슴 뛰는 일이네
내 살아 너를 훔쳐볼 수 있다는 것이
이리도 숨막히는 슬픔이었네
파도치는 내 마음
감춘다는 건 다 말장난
아, 진달래
진달래
홍수희
그땐 참,
내 마음이 저리
붉었습니다
당신이 지나치며
투욱,
떨어뜨린 불씨 하나가
내 영혼 가파른
벼랑 위로
잘도 활활 타들어
올랐습니다
타들어
오신 길 마저 닿을 듯
아슬한 그리움
문득 철렁이는 아픔
되어도
다시는 그 후
지나치며
투욱,
불씨 하나 떨어뜨려 주지
않으셔도
그땐 참,
이별도 사랑이라 저리
붉었습니다
그땐 참,
눈물도 꽃잎이라 저리
붉었습니다
진달래꽃
홍완기
뜰 가득하니 소리소리 환하다 환하다.
탐스러운 송이송이 빛으로 넘치고 터지도록
내지르는 소리소리 어찌나 시끄러운지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다.
거기서 한걸음 나아가 내가 가난하니
오래도록 그를 가꾸지 못해
이웃보다 가난하게 있게 내버려 두어도
이웃보다 가난하게 있게 내버려 두는
내게 바탕이 착하다 보니 맺힌 한이 없는지라
통 불평 한 마디 없는
허름한 집채가 그대로 떠나갈 것만 같다.
그래, 정말로 집채가 떠나간다면
나 살 길이 막막하지만
그러나 집채는 나를 남겨 두고
나를 떠나지 못한다.
그에게서 살아 줄 이 따로
나 아니고는 없음으로.
그러니까 그것은 시늉으로 그냥 해 보는
봄 하루 좋은 날 극이다.
나는 집채를 두고 떠나지 못한다.
집채도 나 아니고는 따로
살아 줄 이 없는 나를 떠나지 못한다.
그걸 그가 알고 내가 안다.
뜰 가득하니 소리소리 환하다 환하다.
탐스러운 송이송이가 빛으로 넘치고 터지도록
내지르는 소리소리 큰 울림으로 자라고 자라서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다.
거기서 한걸음 나아가 내가 가난하니
오래도록 그를 가꾸지 못해
이웃보다 가난하게 있게 내버려 두어도
이웃보다 가난하게 있게 내버려 두는
내게 바탕이 착하다 보니 맺힌 한이 없는지라
통 불평 한 마디 없는
허름한 집채가 그 울림으로 떠나갈 것만 같다.
그러나 집채와 나는 서로 떠나지 못한다.
그러니까 그것은 시늉으로 그냥 해 보는
봄 하루 좋은 날 극이다.
그걸 내가 알고 그가 안다.
그래, 그걸 알면 알수록
탐스러운 송이송이가 빛으로 넘치고 터지도록
뜰 가득하니 환하게 환하게 내지르는
귀청이 떨어질 것만 같은
시끄러운 소리소리 고요로 온다.
절대로 귀청이 떨어지지 않을
찬란한 낮 고요로 왔다.
거기서 한걸음 나아가 자리를 비우고
허름한 집채가 그대로 떠나갈 것만 같은
극으로 시늉해 있는 기쁨으로 온다.
절대로 집채가 떠나가지 않을
찬란한 낮 정밀(靜謐)로 왔다.
그때, 처음 이사를 온 그 무렵이다.
뜰이 텅 비어 있어 허전하기에
손이 가는 대로 마음이 가는 대로
꽃나무 한 그루 얻어다 심었다.
그것이 진달래인데 이십 년 가까이 좋이 자라더니
요 십 년 가까이 해마다 봄 이맘때면
좋은 날로 며칠을 가려 저 야단인 것이다.
그 때, 그러기를 매우 잘했다고
나는 지금 골똘히 생각하고 있다.
진달래꽃 필 적에
홍재륜
오실 듯 아니 오고
가신 듯 오신 것은
남은 맘 앗아가리오.
흐드러지고도 단정하고
화려하면서도 정숙하고
살랑댄 교태마저 수줍다니
남은 맘 앗아가리오.
어디에선가 언 듯
소생(甦生)으로 보인 맘에 이른 꽃잎 떨구고
떨쳐낸 봄비마저 부질없어 하던 맘에
파릇함을 돋아내는 기막힌 사연에는
풀어헤칠 설움만 여태입니다.
더할 맘 두어두고
온전히 피워두고 가실 적에는
못다 푼 맘으로 죽어도 볼까요.
가신 듯 아니 가고
오실 듯 아주 가신적도 없어
풀어헤칠 남은 맘엔
여태껏 당신의 이름으로 불러봅니다.
꽃시 - 진달래
홍해리
안아 주세요
안아 주세요.
산마루에서
아지랑이 일고,
풀잎 돋아나는
따뜻한 가슴마다,
피 흐르는 피 흐르는
물소리 돋고,
벌겋게 열이 오른
산이 날아오른다.
북한산 진달래
홍해리
계집애야 진달래야 산진달래야
연분홍 치마저고리 흰 속옷으로
산자락 바람결에 흔들리느냐
꽃 따먹고 취한 사내 산 사내를
진달래야 계집애야 어이할꺼나
진달래야 계집애야 산진달래야
네 옷은 어디 두고 맨몸뚱이로
네 맘은 어디 두고 빈 몸뚱이로
참꽃 먹고 취해 죽은 산 사내를
계집애야 진달래야 어이할거나
진달래 능선
황송문
꿈길을 가듯
꽃길을 간다.
누워있는 여자의 발등에서부터
가슴으로 유방으로
오르는 길은 꽃길 시오 리.
산길을 오르면서 따먹을수록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
먹는 꽃은 배고픈 꽃.
꽃을 따먹으며 넘는 길은
마음이 허기진 길
그리움의 배가 고파지는 길.
꽃을 따먹으면 따먹을수록
배가 고픈 길은
먹으면 죽으리라 했는데,
따먹고 눈이 밝아져
꽃잎 흐드러진 황홀 삼매경.
장미와 영산홍에 데인 사내가
뱀의 꼬임에서 벗어나려고
다소곳이 얌전한 꽃을 찾아
진달래꽃길을 편하게 걷는다.
진달래는 먹는 꽃
철쭉꽃은 못 먹는 꽃
뻐꾸기는 쑥국쑥국
戀달래는 철쭉철쭉
죽은 뒤에 눈이 밝아진
연달래 꽃길을 꿈으로 걷는다.
진달래 추억
황인숙
연 초록으로 새잎이
돋아나는 봄 연분홍 진달래꽃잎
수 즙 게 춤을 춘다
새들의 합창 울려 퍼질 때
진달래 꺾어 머리에 꽃던
보고 싶은 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