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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애숙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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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화 진달래

임재화 진달래꽃

 

 

 

 

진달래꽃

안수동

 

바다를 짜게 하는 한줌 소금같이

흔들려도 이 마음이 사랑이라면

미약한 불씨로 번져

끝내는 그대 온 마음 붉게 불지르는

그런 사랑을 하겠습니다

억년의 어둠에서도

따순눈빛으로 바라보며

침묵해야만 들리는 저음으로

웅변보다 더 많은 말과

노래보다 더 깊은 울림으로

사랑을 고백하겠습니다

그대가 오지 않아 애타는 기다림은

그 마음 몰라 괴로운 내일을 만듭니다

꽃을 피우는 것이 그리움이라지만

꽃을 지우는 것도 사랑입니다

까치발 쳐든 그 죄 때문에

즈려밟힐 것을 알고도 꽃불켜고 엎드렸지만

그래도 사랑이 감사한 꽃

진달래꽃

붉힌 얼굴 그대로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진달래

안영준

 

1

언덕길 어우렁더우렁

꽃바람 속 녹음은 짙어지고

꽃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구나

 

가진 건 오직 알몸 하나

봉긋 올라 터트린 연분홍 살결

 

겨우내 속살에 담그고 있다가

무얼 그리 속히 알리려 했는지

보란 듯 급하게 토해냈구나

 

떨어질세라 두 손 모아 받쳐 들고

힘주며 올라온 여린 꽃잎

향기 없어도 활짝 웃는 아름다움

 

 

2

볕을

한 아름이고

정수리마다

고운 리본을 달았구나

 

발 오그리고

엄동설한

깨질 듯한 냉골에서

고난을 겪고도

생기가 도는

함박웃음 터트린다

 

철 따라 오가는

악조건에도

기어코 굴하지 않는

속 깊은 여인은

이제야

부푼 가슴 열어젖힌다

 

 

 

 

진달래는

안영준

 

잉태한 핏덩이

바르르 떨며

순산하고

핏물 흥건하다

 

산통 겪고 낳은

자식새끼

꽃샘이 데려갈세라

 

탯줄 못 놓고

울며불며

짧은 명줄 통한한다

 

 

 

부소산 진달래

안정순

 

무구한 세월

부소산을 지켜온

소나무와 고목

 

가랑잎 이불삼아

잠자던 원추리

초록을 뽐내고

 

불청객 들었을까

이리저리 탐색 놀이

다람쥐와 청설모

 

언제나

반겨주는 네 모습

여전하구나

 

비탈진 오솔길

빙긋이 손님을 맞는

부소산 진달래

 

발길을 부르는

진달래 웃음소리

천 년을 넘나드는구나!

 

 

 

옥녀봉 진달래

안정순

 

옥녀봉 오솔길에

연분홍빛으로 곱게 단장한

옥녀봉 새색시들

 

오시는 등산객 맞느라

양쪽으로 줄지어

다소곳이 수줍은 인사를 하네요.

 

가파른 산길 힘들었다며

손을 내밀어

앞 다투어 부축을 해줍니다.

 

미련이 남은 눈 자락은

시샘을 내며

진달래 새색시 옆에

떡하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네요.

 

무슨 미련이 그리도 많은지

철도 잊은 체

 

옥녀봉 진달래 색시들!

저 시샘하는 눈 친구에게

못 본 척 한 눈 지그시 감아 줄 거지?

 

진달래 새색시들의 아름다움에

오래 잊진 않을 테니 .....

 

 

 

진달래

안희두

 

맨발로 기다리다

예까지 뛰어왔나

상기된 붉은 얼굴

방긋 웃다 떨구누나

온 산이 붉게 타오른다

열여덟 살 순이다

 

 

 

진달래

양영희

 

먼 산 진달래꽃 피어

이내 가슴 안기어 올 때

 

돌아서 흘린 눈물

꽃물에 적시우고

그리움에 떨린 가슴 햇살이고 오실런가

 

보이는 이 그림자뿐이구나

 

바람에 사무친 마음 떠나보내고

달과 별 나란히 떠오를 때

 

혹여 그리운 님 오시려나

초롱 한 눈 별 바라기 하노라

 

 

 

진달래

양전형

 

다시는 나를 부르지 마라

내 맘속 천 리 먼 길

사랑의 티가 박힌 늑간살을 지나

어질증 폭발처럼 흐드러지게

알몸 도발을 다시 해야 하느니

나를 부르지 마라 피지 않겠다

어디 한 번

눈물 괴이도록 열매 하나쯤

벅차게 달려준 적 있었는가

헤픈 늦삼월

고요만 무성한 허기진 숲속

제발 내 이름 부르지 말라니까

 

 

 

진달래

양채영

 

음삼월(陰三月)

온 산천(山川)에 진달래 피다.

바람이든 소쩍이든

모두 울어서 온 山川에 피다.

기별 없이 종일을

황사(黃砂) 바람 끝에 시달리고

칼도 없이 스러지는

봄 풀잎의 기약없는

하늘 끝이 보이다.

-----서럽다 말을 할까

하니 서러워-----

수척하신

어머니가 꿈에 오시다.

밤내 매운 코피가

온 가슴을

지천으로 물들이다.

 

 

 

진달래 사연

양태문

 

연분홍 치마에

하늘거리는 족두리

산기슭 여기저기

단장하고 있건만

연분을 못 만났더냐 찾는 이가 없더냐

 

두견새 슬피 우는

핏빛 눈물 사연에

지천의 진달래

이산 저산 꽃피어

사월의 만산 능선에 꽃불 되어 오르나

 

참꽃이 고와서

한잎 두잎 따 먹어

꽃 화전 안주 삼아

두견주 한잔하니

불타는 짧은 봄밤이 핑크빛에 물드네

 

 

 

진달래꽃 따라

오경옥

 

솔바람 풀어놓은

산등성이에 이르면

바윗돌 감아 도는

분홍빛 여울목

 

눈길 따라

사르르-

번져 가는 그리움

시린 가슴 녹이며

추억의 무늬로 핀다

 

이 산자락 타고 가면

그리운 이 만날 수 있을까

 

온 누리

그리운 얼굴로 다가와

피는 꽃이여

 

산길 따라

내 마음도

연분홍 물결이고 싶다

 

 

 

진달래꽃

오길원

 

나 좀 봐 달라는 절규인가

한 맺힌 몸부림인가

바람의 등살에

선홍빛 붉은 입술이 떤다

 

엄동설한의 모진 풍파를

가슴으로 담아 핀 꽃,

진실로 아픈 마음 달래주려

삶의 애환을 꽃술에 담는다

 

헐레벌떡 서두르다

꽃부터 먼저 핀 산비탈의 진달래,

홍조 띤 겸연쩍은 얼굴로

수줍게 웃더니

 

순수한 사랑의 눈빛으로

매혹적인 봄의 속살로

떨리는 설렘으로

깊고 깊은 가슴속 한을 달랜다

 

 

 

작지만 큰 진달래

오문경

 

새벽엔 붉은 얼굴 씻고

나붓나붓 피어올라서

작지만 큰 진달래로 뭉쳐 피어요. 우리

세세생생 손잡고 물려온 불면의 산천

밤이면 진달래 별무리로 지새우다 너와 나,

애붉은 심장을 사루어요

피고 지는 사연마다 강산은 변해가도

그림자도 끌지 않는 사랑으로 피어난

이 뜨거운 순수만은 시들지 않지요

무너지고 깨어져도

맑고 붉게 타올라

금수강산 삼천리 큰사랑으로 물들이지요

너와 나 우리 다 함께

진실로 존중되는 참꽃세상

세계로 향한 귀 쫑긋 열어두어요

진달래 그대가 참꽃인 것은

네 분노가 참 맑아서

네 생각이 참 단순해서

네 마음이 참 천진도 해서

네 꿈이 참 환하게 밝은 세상이라서

네 모습이 참 반듯하고 당당해서지

지린 겨울

광란의 처절한 몸부림 속,

내 안에서 경기하듯 붉은 진달래

꿈틀꿈틀 밀어 올리고 있었지요

햇봄엔 우리 언 손 맞잡고 함께 피어요

새벽엔 붉은 얼굴 씻고

나부터 눈 맑은 사랑으로 차올라

작지만 큰 진달래(眞達萊)

붉은 단심 뭉쳐 필래요

 

 

 

진달래 사랑

오보영

 

아무래도 개나리

너 혼자만으론

곱기만 한 노란 모습만으론

다가온 봄

한가득 채워 넣기가

조금은 힘에 겨울 것 같아

나 네 옆에서 조용히 피워 올랐다

분홍 얼굴로

네 노란 빛

좀더 곱게 받쳐주려고

봄 찾는 맘

좀 더 환히 비쳐주려고

 

 

 

진달래 세상

오보영

 

채 덜 깨어난 숲

봄 향기 찾아 나선 산책길에서

홍조 띤 얼굴

환한 미소로

반갑게 맞아주는 네 모습이

유난히도 곱구나

그간

개나리 노란빛에 가려

제대로 드러내지 못하던

네가

네 고향 보금자리

고즈녁한 숲속에서 피어올라

한껏

너만의 자태 뽐내고 있으니

바라보는 내 마음이

덩달아

부풀어 오르누나

 

 

 

진달래

오석주

 

달래 달래

진달래 분홍빛 사랑

애틋한 두견화

사랑에 숨결 소녀 같아라

 

봄바람

살랑살랑 춤출 때

연분홍 치마 곱게 차려입고

앙상한 가지 사이사이 움트어

활짝 피는 진달래 숨결이어라

 

따가운 햇볕 인사하고

연분홍빛 그대이기에

해 맑은 꽃잎

품에 안고 수줍음에 미소 짓노라

 

치마폭 이술 내려

밤새 사랑앓이

가슴에 품고 싶은 진달래

붉은 동산 사랑에 숨결이어라

 

 

 

진달래꽃 나무

오석주

 

파란 하늘 뭉게구름처럼

해 맑은 햇살이

광택을 이루고

꽃 탑이 뭉글뭉글

 

산속 깊이 들려오는

산 새 울음소리

악보 없는 음표

의연히

서 있는 진달래꽃 나무

 

흠뻑 젖고

수도승이 된 양

유유자적

도심 속 이탈하여

자연과 숨바꼭질

 

태양광선

독차지하겠다는

진달래꽃 나무

붉은 잎으로 활짝 웃는

선속의 무법자

 

 

 

산사태

오세영

 

그의 가슴에 타오르는 그리움을

철쭉이라 부르다가,

그의 가슴에 타오르는 사랑을

진달래라 부르다가,

끝끝내

돌아앉아버린 산

산은

밤하늘에 별만을 진실이라 믿지만

초록으로 벙그는 육신을 안고

어떻게 사나,

기다림 절정에서 터지는 격정.

봄비는 폭우로 쏟아지는데

와르르 무너지는

산사태.

 

 

 

쑥대밭에 피어나는 진달래같이

오세영

 

잃어버린 골패짝 하나,

투전판에서

잃어버린 꽃피리 하나.

잃어버린 계집 하나,

색주가(色酒家)에서

잃어버린 꽃 초롱 하나,

(), (), (), (), ()

눈먼 지아비의 손을 붙들고,

(), (), (), (), ()

눈먼 지어미의 손을 붙들고,

마른 눈썹

봄비에 적시고 있다.

쑥대밭에 피어나는 진달래같이,

자갈밭에 뻗어가는 엉겅퀴같이

 

 

 

진달래꽃

오세영

 

1

불타는 로마를 본 적 있는가.

진정한 창조는

진정한 파괴에서 오는 것,

네로는

로마를 불 태우며 시를 썼다.

그러나 신()

세계를 꽃들로 불지른다.

이른 봄 되어

시든 풀과 마른 삭정이

막막한 겨울 산의 죽은 잔해들을

활활

태우는 그 불,

불타는 자연을 바라보면서 신도 이제

시를 쓴다.

봄의 서정시, 여름의 로망스 그리고 다시 올 겨울의

그 서사시를

 

 

2

입술은 타고

몸은 떨리고

땀에 혼곤히 젖은 이마,

 

기다림도 지치면

병이 되는가,

몸살 앓는 봄밤은 길기만 하다.

 

기진타가 문득 정신이 들면

먼 산 계곡의 눈 녹는 소리,

스무 살 처녀는 귀가 여린데

 

어지러워라

눈부신 이 아침의 봄멀미.

 

밤새 지열(地熱)에 들뜬 산()

지천으로

열꽃을 피우고 있다.

 

진달래.

 

 

 

진달래 만개

오세영

 

추위 가시자

긴급히 독감주의보 발령.

전염성 강한 A형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거침없는 확산으로

온 산 열꽃이 가득 피었다

 

 

 

고려산 진달래꽃 필 때면

오애숙

 

첫사랑 못 잊어, 못 잊어~

봄 햇살 머금고 활짝 웃음 지으며

고려산 마루까지 내려와 손짓하려고

그 옛날의 사랑 화사함으로 노래 함인가

천 년의 역사 속

4백 고지 넘어 선 곳에

4월 속에 피어나는 붉은 물결로

희망과 생명참의 환희꽃 진달래여

4월의 창 활짝 여는 이아침

붉은 물결 휘날리는 향그러움

사랑과 기쁨 속에 애틋한 사랑의 향연

그리움의 첫사랑 노래하는 옛 시인이련가

결코 낮지 않은 산

엄동설 수미진 곳 움츠려 있다

꽃샘추위 마다치 않고 강화 고려산 허리

첫사랑의 애틋함에 백만 불짜리 미소 하려 함인가

 

 

 

진달래

오애숙

 

희망찬 봄바람 굽이치는 등성에서

푸른 물결로 산마루에 미소 짓는 생명참

옛닐곱 어린 시절 날갯짓하는 미소

 

햇살 가득 물결치는 푸른 빛에 누워

생명의 기쁨에 풀잎 속 파르람 날개 치는 맘

이순의 열차 간인데 희망으로 나르샤

 

봄이 내 안에 진분홍 저고리 박제시켜

싱그런 초록 치마 두르고 내게 입 맞추며

흥겹게 춤추며 봄 노래 부르자네

 

희망찬 봄바람 굽이치는 등성에서

푸른 물결로 산마루에 미소 짓는 생명참

예닐곱 어린 시절 추억 꿈틀거린다

 

 

 

진달래꽃 연가

오애숙

 

새봄엔 산등선엔 언제나 자욱하게

연분홍빛 풋풋함의 설레임으로 피어나는

그 옛날 강화 고려산 얽혀 있는 옛추억

 

새봄이 오는 길목 언제나 내게 있어

화사한 눈웃음에 피는 희망의 꽃이기에

가슴에 사랑의 향기 그 아름다운 추억

 

이팔청춘 아득한 젊은 날의 고옵게 핀

그대와 나의 추억 속에 희망꽃 붉게 물든

그 사랑 그 함성의 물결 휘날리는 맘

 

꽃 피는 봄이 오면 보고파지는 그리움

사랑의 향기 찾으러 진달래 피는 때 되면

오늘도 이산 저산 헤매이고 있구려

 

 

 

진달래꽃 필 때면

오애숙

 

춘삼월 봄비 내립니다

연일 비 속에 거닐다가

문득 그 옛날의 향취에

그리움 물결 쳐 옵니다

 

오늘 같이 부슬부슬 봄비

하염없이 내리는 날이면

화전 올라가 달달했던 꽃

뇌리에 나래 편 파노라마

 

심연에 물결 일렁이는 추억

부지런히 후라이팬 달구워

기름 둘러 전 부쳐 주곤했던

옛 추억 그림자 나풀거려요

 

오빠와 난 꿀이 뚝뚝 떨어져

달달한 진달래 찾아 나섰지만

완연한 봄 무성한 잎과 함께

피어난 철쭉꽃에 발길 돌렸죠

 

춘삼월 옛 추억 휘도는 물결

꽃피는 봄속 웃음꽃 피우는데

울 엄마와 오빠 먼저 재 넘어가

꽃 피는 들녘 그리움 휘날려요

 

 

 

진달래 필 때가 되면

오애숙

 

그대의 향그롬에 피어난 꽃구름아

그 봄날 나를 두고 어디로 갔었는가

초록은 들숨과 날숨 사이사이 피는데

 

어이해 나를 두고 어디로 갔었는가

온산에 붉게 피어 그대를 위하여서

삭망이 휘돌고 돌아 보름달이 떴건만

 

나 싫다 섭섭하게 아직도 돌아올 줄

참말로 모르는가 지 가슴 무너져서

첫사랑 애틋한 사람 물결치고 있건만

 

그 봄날 나를 두고 어디로 갔었는지

내 안에 그대 정령 꽃구름 되려는가

초록은 들숨과 날숨 사이사이 피는데

 

 

 

진달래 함성 속에 피어나는 물결

오애숙

 

올해도 산기슭에선 화사한 웃음속에

사랑의 기쁨으로 가슴속 피어나는 그림자

꽃이 피면 꽃이 피는 길목에 서서 그리움

마음의 향그럼으로 휘날리고 있기에

 

그 옛날 어린시절 옛추억들 아롱이며

새봄속에 아득한 젊은 시절이 고옵게 피어

해맑은 생명찬 분홍빛 물결이 희망으로

화사한 눈웃음에 피어나는 진달래꽃

 

가슴속에 옛날의 아름다움 사랑이

메아리가 되어 사랑의 향기 밀려오고 있어

그 그리움의 꽃 나래 펼쳐 나르샤 하는 맘

새봄이 오는 길목서 내게 손짓합니다

 

 

 

진달래

옥윤정

 

봄 내음 향기 따라

언덕에 올라보니

 

진달래 발 그레이

마음을 불태우고

 

가슴에 피는 사랑을

아름답게 만드네

 

 

 

진달래꽃길

왕상욱

 

봄바람이 길을 나섰다

먼 길 돌아오느라 서러웠는지

참았던 설움의 눈물을

한 바구니 울컥 쏟아낸다

 

너와 함께 봄 길을 걷는다

진달래 산수유가

화들짝 놀라 맨발로 반겨준다

 

꽃길을 걷노라니 한 조각

해맑은 미소의

탄력 있는 낮달이

진달래꽃잎 위에서 활짝 웃고 있다

 

행여 낮 달이 길을 잃을까

욕망의 울타리를 내리고

마음을 옭아맨

오음성고의 팔고를 화두로

노을 질 때까지

먼 길을 향하여 걷고 또 걷는다

 

 

 

진달래 시집가는 날

우종예

 

수줍은 듯

몽실몽실 피어나는

연둣빛 사랑 이야기

소곤소곤

골짜기마다 전해진다.

진달래 시집가는 날

신부 참 예쁘네요.

신랑도 반듯하네요.

하객들 칭송에

노바위 기력 찾아

덩실덩실 노랫가락 청청하다.

구름의 발걸음도 사뿐사뿐

산바람 쪽빛 바람

시간 좀 잠재워 달라며

벼슬산 축하는 무르익는다.

서녘 하늘 붉은빛은

서서히 무너져 내리고

비슬산 진달래

첫날밤 설렘에 두근두근

 

 

 

봄날엔 (진달래)

원영애

 

그냥 그렇게 오셨다 가세요

봄날에 당신 오실 것 알지만

그냥 그렇게 못 본 척 할래요

 

그냥 그렇게 피었다 지세요

당신의 화사한 웃음에 끌릴까

그냥 이대로 돌아서 있을래요

 

그냥 그렇게 뒷자락만 보이세요

당신을 보면 끌어안고 싶을까

그냥 돌아서 있을래요

 

너무 진한 붉은 물 들면

그리움 지워지지 않을까

그냥 봄날엔 모른 척 할래요

 

 

 

진달래꽃

원태연

 

그 아이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었다

헤어지고 그리워하고 기다리면서 그 아이의 성장 습관,

좋아했던 음식 지켜주었어야 했을 거들을

더 많이 알 수 있었다. 나와 다른 성장,

그래서 또 다를 수 밖에 없었던 습관, 좋아하는 음식.

지켜져야만 했을 많은 것들이 있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한계를, 그 안에서의

인내와 사랑을. 그래서 그 아이와는 틀렸지만

그래서 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 아이에 대해 더 많이 알 수 있었다

"어느 친구가 보내주는 마음은 어떤 것이냐고 물으며

계속 울었다. 그래서 함께 울며 나도 모르겠다고 했다"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고친 신발을 신고 하루종일 걸어다녔다

많이 보았고 많이 생각했다

 

 

 

진달래

위선환

 

태양광구(光球)의 온도는 6000내외, 그 햇살이 사람에 닿으면 36내외가 된다. 이마에서 끓는 감기열이 되거나 이빨들이 떨리며 맞부딪치는, 그렇고 그저 그런 관계다..

 

지표면에 닿은 햇살은 0내외가 된다 녹거나 얼고 진창이 되고 마른날은 짓밟히며 그림자가 되는, 그렇고 또한 그런 관계다.

 

어제부터 날씨가 풀리는가 했더니 땅과 사람이 골고루 따뜻하다 따뜻한 것들의 관계가 한 눈에 들어오는, 저기쯤엔 반드시 진달래가 피어있다.

 

 

 

진달래꽃

유국진

 

내 가슴 속에는 많은 꽃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영원히 살아 있는 꽃은 없습니다

내가 흙이 되고

또 흙이 엉겨서

먼 훗날 나를 토해내도

내 가슴 속에는

살아 숨쉬는 꽃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해마다 봄이 오면

살아 숨쉬는

산천이 그리울 때가 많습니다

육신이 늙어

점 점꿈이 야위어 갈수록

산천에 흩어져

뿌리 내린

진달래꽃이 생각납니다.

 

 

 

진달래

유영서

 

담장 너머 진달래가

곱게도 피었습니다

 

젊은 햇살이 사랑에 빠져

한창 연애 중입니다

 

나도 끼워 줄 수 없느냐고

물어봤더니

흐흐흐 웃기만 합니다

 

바라만 보아도

행복해집니다

 

아마도

당신을 향한 나의 마음에

사랑이 걸려 봄을 피워 냈나 봅니다

 

 

 

진달래 화전

유필이

 

진달래꽃 한 아름 꺾어 안고

졸졸졸 맑은 계곡물 한 조롱박 마시며

산새 소리 들으며 파란 하늘 쳐다보니

문득 하회탈처럼 빙그레 웃고 있는

내 님 얼굴 뭉게구름 사이로 손짓하네

 

진달래꽃잎에 내 마음 띄워서

화전 부쳐 내 님에게 드리고 싶네

내 님 진달래꽃 피고 산새가 노래할 때

오신다고 약속했는데

님 오시면 진달래꽃향기로 온몸을 적시다가

내 사랑 가슴에 연분홍빛 수놓아 드리고 싶네

 

님아 님아 내 님아

진달래꽃 지기 전에

그리운 님 볼 수 있었으면 좋겠네

 

진달래꽃 지고 나면 님 좋아하는

화전 못 드시면 눈물 새 밤낮으로

나뭇가지에 앉아 목 놓아 울 것인데

아직도 님 소식 없으니

눈물 새 가여워서 봄비에

내 마음 적시고 있네

 

 

 

진달래

유응교

 

너는

하나의

작은 꽃불

 

청솔가지위에

서럽게

누워 있는

너는

하나의 작은

꽃불

 

사랑하는 이의

흘리는 눈물에

한없이 젖어 꺼지고 싶은

작은 꽃불

 

사랑하는 이의

고독한 가슴에

처연하게 타오르고픈

하나의 작은 꽃불

 

사랑하는 이의

외로운 창가에

밤을 새워

불 밝히고 싶은

하나의 작은 꽃불

 

 

 

진달래꽃 닮은 여인

유일하

 

사색에 잠겨 산책로를 걸을 때마다

진달래 몽우리같이 앙증맞은 여인을

마주칠 때면 심장이 봄바람을 탄다.

겨우내 자취도 없던 정숙한 여인

흘끗 보이는가 싶어 돌아보면 외간여자

진달래꽃 활짝 핀 오르막길을 스치면

따스한 수프 같은 상냥한 미소가 그립다

기다림은 미덕이라 외치는 진달래꽃들

생동감 있고 의초롭게 외치는 텃새며,

빛 한줄기 비추지 않는 바위틈 춘란 꽃대,

자연은 다시금 제 모습 찾아가는 봄이다

빈정거리지 말고 기다려보자

양심적인 마음과 풍부한 지혜를 가지고

불현듯 나타날 그 여인이, 두 눈에 안긴다면

더욱 융숭히 대접하리라

진달래꽃처럼 화사한 핑크빛 미소를

내 마음 깊게 조율할 수 있는 봄바람을 마시며

 

 

 

진달래 꽃망울

유일하

 

빈 가지 앙상궂게 참아온 시련

찬 서리 매질했던 강추위도

메마른 우물에 눈물로 솟아난 봄날

보고픔 가득한 붉은 꽃망울.

불러도 불러봐도 대답 없던 바람은

그대의 따스한 분홍빛 입술 담아

헉헉되는 내입 술에 와 닿았다.

꽃향기 진하게 산길을 휘저으면

번데기 허물 벗고 나비처럼 날아서

그대의 혀끝 달짝지근한 사랑 빨면

참았던 울분이 영혼 밖으로 떠나겠지!

그대의 눈망울에 붉어진 눈빛

내 눈 속에 잠시 사랑주고 가지 않을래?

오늘 자고나면 넌 벌들에게 빼앗기고 말걸!

내 마음 고이 넣은 꽃망울 넌 찜한 거야!

 

 

 

진달래꽃

유창섭

 

밤새워 굴을

파냈다 혼자 글어가

웅크리고 앉아 상처 많은 가슴

낫기를 기다리며

어둠에 익숙하기 위하여

작은 안식을 위하여

깊고 은밀한 굴을 파고

수 많은 아우성과 날으는 포탄들을 받아

가슴 깊숙이 밀어 넣었다

아무도 모르게 드나드는 입구에

산등성이 아무데나 자라는

진달래 하나 심어

차거운 겨울 바람 휘몰아 오는 길

앞에 세워 두었다

언젠가는 오겠지 봄은

상처 투성이 가슴에 가두어둔 힘으로

새살 돋는 날

따스한 양지녘 굴 앞에서

피어날까 진달래꽃은

 

 

 

진달래꽃

유필이

 

결 고운 햇살 엮어

머리에 이고

봄이 찾아오니

 

가시 바람 모질게 견딘

가냘픈 가지마다

연분홍 꽃등 하나둘 켜지고

 

주마등처럼 스치는 추억은

두견새 우는

고향 산자락 타고 번져가는

붉은 그리움.

 

 

 

진달래

유한나·

 

겨울 잘 지냈다

붉은 꽃

한아름 안아보아라

가슴 가득히

네 사랑이다

뜯어먹어 보아라

얼굴 파묻고

울어 보아라

꽃이다

사랑이다

피눈물이다.

 

 

 

진달래

유희봉

 

미인 선발대회가 개최되는

시골마당 텔레비전 앞에

치마폭 날개의 떨림과

발소리가 물결을 이루며

 

은은하게 피어오르던

청초한 여인은 찾을 수 없어

빨간 입술 흔들리던 발길

육체의 욕망을 잠재울까

 

얼굴도 보기 전 손을 잡던

화장독 두려움으로

산천을 헤매던 산자락 아래

피어난 진달 레 꽃 한 송이

 

실컷 웃을 수 있었던

잊어버린 꿈 뿌리째 뽑아

숨죽이며 향기를 맡아

못 잊어 그 날이 생각나니

 

진정한 사랑이란 외모보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교감이라며

마음의 눈을 밝혀주는

그녀의 눈길 같은 지혜의 꽃

 

 

 

아기 진달래

윤갑수

 

1

산마루 양지 녘에

봄바람 살랑이고

 

햇살은 따사로이

꽃잎을 애무하니

 

어여쁜 아기 진달래

소담스레 피었네.

 

 

2

들뜬 햇살너머로 바람이 인다

살랑 이는 나무초리 끝에

꽃 엽이 삐쭉 얼굴을 내밀며

흥분한 봄

분홍빛 꽃잎으로 다가온다

눈빛을 앗아간 아기진달래꽃

햇살 좇아 꿈을 꾸고

바람난 봄 처녀 가슴 터질듯

따스한 바람 불면 사뿐사뿐

해맑은 미소 그대 눈빛에 녹아

영혼을 울리는 꽃으로 핀다.

 

 

3

실바람 이는 이른 봄날 따스한

온기가 그립습니다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커피 향

잔속에 녹아난 그리움을 마시면

창문 밖

매화꽃이 봄소식을 알리듯

다소곳이 웃고 있습니다

햇살 잃은 그늘진 곳에 쌓인

잔설 속 눈석임에 봄나물이

파릇이 돋아나고 달아났던 봄날

아기 진달래꽃에 끌려 아장아장

봄날이 걸어옵니다.

 

 

 

진달래

윤갑수

 

뒷동산에 먼동이 트니

진달래꽃이 울긋불긋 일렁인다.

 

산비탈 길섶에도 울긋불긋

꽃망울 여울져 지나가는

향락객의 눈길을 사로잡고,

산마루에 올라보니 온 산이

꽃 세상(世上).

 

봄 소풍 가던 전날 밤

잠 설쳤던 어릴 적 추억(追憶)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니.

 

입가에 미소(微笑)만이 비시시

故鄕의 진달래꽃이 가슴에

활짝 핀다.

 

 

 

진달래꽃

윤광석

 

기나긴 아픔을 삼키고 피어난

진달래꽃

그래서 꽃망울도 멍이 들었나?

 

아픔 없이는

꽃을 피울 수 없기에

온 겨울 아픔을 이겨내고 피었다.

 

이겨냈기에

견디어 냈기에

환하게 웃고 있는 진달래.

 

그 꽃 하나 피우기 위해

진달래는 갖은 눈보라의 행패도

참아 왔던 게 아니었나.

 

세상을 더 아름답게 수놓고자

기쁨 없는 인생들 가슴에

희망을 하나 가득 선물 하고자

 

기나긴 날 눈물로 싹을 틔워

아름다운 꽃 문을 열었다

얼굴 가득, 밝은 미소 머금고

 

 

 

진달래꽃

윤꽃님

 

지난주까지도 아무렇지 않았다

온순하고 침착하고

가장 일상적이었다

평범한 삶만이 오래 살 수 있다고

느린 사랑만이 길게 갈 수 있다고

잘 버텨왔었다

겨울의 삭막함이 능력인 오늘

메마른 공기 속에서

봄의 열정이 잠시 한눈팔았다

실낙원의 위험을 무릅쓰고

그 낭만성을 실토해 버렸다

봄은 역시 봄이다

시대가 어떻든 봄이면 늘

누군가는 봄바람에 발열되어

울컥 각혈하며 상사병을 앓는다

 

 

 

진달래꽃

윤무중

 

임 만나러 왔을까

첫사랑 보고파 온걸까

 

진달래꽃 가득한 언덕따라

봄볕 그윽이 내리는데

이별의 고통을 잊으려

활짝 반기는 너의 표정은

이 시름 날리는 고마운 손짓

 

하늘하늘 수줍은 꽃잎에

사랑의 달콤함을 한번 두번

지금의 황홀한 덫에 갇힌다

 

님 떠남을 탓할까

아롱진 사랑을 전할까

 

진달래꽃 연 달은 그 자리에

님 향한 믿음을 안기는데

만남의 기쁨을 찾으려

연분홍 짙은 너의 모습은

이 아픔 씻어준 고마운 눈짓

 

꽃이 어울리는 파란 하늘에

순정의 아름다움 한번 두번

영원한 순간의 덫에 갇힌다

 

 

 

진달래

윤민순

 

파란

하늘빛이여

붉은 소리에 마음실고

 

산 산속 오르막길 제 넘어

보자기 울러매고 붉은 향기 따라

산나물 캐는 두 여자

 

새들이 노래 들러주는 나뭇가지 흔들며

청정 하늘밑 진달래 소리로 붉게 물들인 그때

엄마 새가 되어 날아서 산나물 훔친다

. 나비 되어 여린 꽃잎에 너울너울 춤추며

헐헐 나풀나풀 잘도 날았지

 

평풍 같은 환한 산

산 짐승 소리 피고 웃는 꽃들

함께한 봄날

 

향기로운 꽃사슴 되어

내 마음 향기 속으로

콩닥콩닥

진달래 향기에 뛰고 있다.

 

 

 

진달래꽃

윤보영

 

오늘은

진달래꽃이 귀엽다.

 

연한 분홍빛이

볼이려니

입술이려니 여겼는데,

 

오늘은

꽃이 네 얼굴이다.

 

꽃을 보고 있는 나도

웃게 만드는

웃는 네 얼굴이다.

 

 

 

진달래가 핍니다

윤석성

 

진달래가 핍니다.

삼천리 방방곡곡에 진달래가 핍니다.

파도로 해일로 진달래가 핍니다.

갈 것은 가고 사람만 남아

오천 년 역사로 핍니다.

 

역사의 멀고도 먼 어둠,

그 어둠의 거칠고도 험한 뿌리,

그 위로 돋아나는 어린 꽃잎들,

고향으로의 긴 행진,

막혔던 행진을 다시 합니다.

 

이 세상 정말 죽은 것들은 없습니다.

절망의 단단한 껍질을 깨고

죽은 씨앗들은 다시 일어나

삶의 거친 물살로 피어납니다.

 

진달래가 핍니다.

삼천리 방방곡곡에 갈 수 없는 곳까지

멀리 멀리 피어납니다.

 

 

 

울고 있는 진달래

윤의섭

 

올해에도 분홍치마 물 들여 입고

소나무 아래에서 피는 진달래

 

약산의 잔설 소식 그리워

산새 우는 소리에 눈물 짓는 진달래

 

여린 꽃잎이 촉촉한 것은

고운님 추억의 슬픔이더냐

 

약산에 진달래꽃 어여쁠때면

우는듯 웃는듯 이슬 영롱하였는데

 

그 곳 그자리에 그 때와 같이

아름다운 자태 그대로이냐

 

어찌하여 긴세월 먹구름 덮여

폭풍우 바람소리 그칠 날이 없느냐.

 

지금도 고운 님이 찾아오기를

약산의 언덕에서 기다리고 있느냐.

 

 

 

진달래

윤의섭

 

봄 봄 봄날에

진달래 피면

솔 아래 사이사이

점점이 붉어

온산을 꽃향기로 가득 채우네

 

꽃잎 한 잎 따서

입에 넣으면

생긋한 꿀맛

민족의 냄새 품은

진달래 정서가 온몸으로 퍼지네

 

신념 청렴의

현란한 참꽃

신선함을 풍기는

애틋한 사랑

내 마음의 발길이 산으로 가네.

 

 

 

진달래가 핀 언덕

윤의섭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에

나뭇가지들이 속삭이듯 흔들리니

 

산자락이 내려진 언덕 위에는

진달래가 여기저기 손짓을 하고

 

민족의 색이 깃든 연분홍이

올해도 아름답게 눈이 부시네.

 

 

 

진달래의 눈물

윤의섭

 

낭패한 옹기 항아리 깨는 소리

처절한 아픔이 빗소리에 잦아들까?

진달래의 눈물은 하염없이 흐르고

길 잃은 나무꾼은 산중에서 헤맨다

강산에 봄이 와도 봄 같지 않고

추적추적 차가운 봄비에 젖네

가끔 있는 일이 아니고 처음 있는 일

장미 필 무렵엔 놀랜 가슴 잠재울까?

 

 

 

DMZ의 유령 진달래

윤의섭

 

!

봄이 왔네

늘 그런것 처럼 봄이 왔네

 

휴전선 DMZ로 가는 길가에

학이 놀다 간 개울 물

맑기만 하네

 

십년이 일곱번이나 지나가니

무상한 세월이 원망스럽네

 

단절로 헤어진 그리움의 환생

유령 진달래의 꽃잎이 떠네.

 

 

 

진달래 필적에

윤민순

 

아느 날!

흔적 없이 사라져 버린

왼쪽 가슴 황랑한 바람이 분다

 

허전한 마음

가눌 길 없어

가슴에 흙이 붙고 말았네

 

반짝반짝 빛나는

흙속 진주들

당기는 호미로 한발씩

연분홍 진달래로 변하고 말았지요

 

나는 오늘도

아득한 먼 기억속에

엄마와 추억 달콤한 향기로움을

손 발로 기쁜 호미가 되었지요

 

꽃을 피우려고

함께 웃으려고

돌아보지 않아도 피는 시간의

손길을 파고 쌓았지요

 

온산 진달래

피어 떨어져도

진달래 향기는 내 가슴에

빛으로 반짝이며 다가오리라.

 

 

 

참꽃(진달래)

윤재철

 

아련한 유년의 기억들은

유장한 세월 속에

타는 저녁놀처럼 선명하고

 

원초적 몽환적인 환상처럼

때론 뇌성벽력처럼 뇌리를 스치며

 

흐릿한 시선 사이로

분분이 날리는 이화우(梨花雨)처럼 다가오기도

 

열두 살

초등생은 이맘때 방과후

호젓한 신작로 몇 구비들 돌아

집으로 향할 때면

참꽃은 하필 붉게 피어나

 

어릴 적 이른 봄날에

꽃잎 따라 깃털보다도 가벼이 사라져간

뒷밭 가는 길 대밭 언덕배기 살던

 

예뻤던 어린 소녀의 잊혀져 간

미소인 양

해연이 산산마다 분홍빛

처연한 하소연으로

한참 무르익어가는데

 

뻐꾸기는 속절없이 울어대며

집으로 돌아가는 소년의

애간장을 태우면서

하염없이 귓전에 맴돌고

 

군대 간 형 생각

서울로 돈 벌로 단봇짐을 싼

누나 생각에

 

이윽고 다다른 동구 밖엔

온통 초가집 일색인 마을이

환하게 맞이해준

우리들의 유년의 초상들은 아닐런지

 

지금쯤 청룡리 그 길에는

예전과 변함없이

참꽃으로 흐드러지게 피어나

오가는 길손들 반기겠지만

 

덧없이 흘러간 세월에

그리운 정든 사람들 거의가 떠나가고

정겨운 초가집 하나 없는 휑한 동리에는

희미한 유년의 기억들을 들려주겠지

 

~떠나온 고향 하늘가엔

구름이 일어 뉘엿뉘엿 저물어가는

석양 노을에 내 고향 청룡리가

그윽하게 비치네

 

 

 

진달래

윤춘순

 

양달과 응달 두 갈래 있어

이길로 갈까 봐 저길로갈까

이정표가 없어서 망설입니다

 

양달에는 가난한 아낙의 묵 정 밭

응달에는 진달래 붉게 피는 약산

눈부시게 고운 꽃 울타리칩니다

 

지고지순한 진달래의 사모곡

뿌리째 뽑아다 곁에 심고서

사랑한다! 눈 맞춰 주어도 꽃은

아니 피고 잎만 무성집니다

 

 

 

진달래꽃 필 무렵

윤춘순

 

가무 골 그 언덕 넘나들 때면

아련한 추억이 눈에 어린다

 

약산에 진달래 붉게 물들면

보릿고개 허기진 배 움켜잡았다

 

지천명 나이에도 진달래 사랑

꿈속엔들 잊을까 고왔던 그 시절

 

너 어디 있니 고함질러

나 여기 있어 메아리 되어

돌아오는 가무 골 언덕.

 

 

 

진달래

이가영

 

어제 그제 등 돌리고 잤더니

춘삼월 불씨가 살살 인다

내 남자에게 사랑하는 여자가 생겼다

젖가슴 봉곳 부푼

고 어린 것 한데 마음 빼앗겨

식전 댓바람부터 집을 빠져나간다

왼종일 앞산 뒷산 헤매다 왔는지

봄이 따라 왔다

보란 듯 승용차 옆자리에 모시고 왔다

화사하게 웃는 달래라는 그녀

 

 

 

진달래꽃

이건청

 

진달래꽃이 만발해서

산비탈들이 붉게 물들어 있다.

 

거기, 세상의 매와 멍을 다

품어 안고 퍼질러 앉아

꽃들이 흐느끼고 있다.

 

아니, 아니, 멍든 사람들을 다독여

불러 앉히며 너는 울지 마라,

눈보라 휘몰아치던 때도 가고,

새들도 오지 않았느냐,

봄비 푸지게 내리고,

이제, 얼었던 산비탈도 다 녹았으니

세상아, 너는 울지 마라,

겨우내 덮고 잔 이불도

햇볕에 내어 펼쳐 말리렴,

보아라, 저 아지랑이 산들이

매와 멍을 다 품어 안고

흐느끼고 있지 않느냐?

이 봄, 아지랑이 쪽

산비탈들이 즈믄 세상의

매와 멍을 다 품어 안고

핏빛 울음을 대신 울어주고 있지 않느냐?

 

 

 

진달래꽃

이경란

 

새봄의 햇살 아래 연분홍의 꿈

설렘 가득한 바람 맞으며

새봄을 기다린다

 

하얀 눈 녹아내리고

땅속의 숨결 깨어나는 순간

세상의 모든 색을 채우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색으로

 

작은 벌과 나비들이 찾아와

속삭이는 이야기들

어린 시절 추억 불러와

함께 했던 그때를 선명하게 되새긴다

 

이 봄에는

내 안의 사랑 나누고

문학의 여정이

진달래꽃처럼 활짝 피어난다

 

연둣빛 영롱한 기억들

새롭게 태어나는 만물처럼

지금 있는 이곳에 피어난 이유를

조용히 외치고 싶다

 

새봄의 등 뒤에 서 오는 바람

봄바람은 참꽃으로 피어나

2의 새로운 봄 속에서

핑크빛 소망으로 다시

피어나리

 

 

 

진달래

이경미

 

엄마는 장고개 넘어

새벽장 가시고

젖먹이 막내

배고파 울다

누이 등에

잠이 들면

 

소쩍새 소탱 소탱

가난을 노래하는

장고개 양지녘

엄마 발자욱 따라

핏빛으로 피어나던

 

 

 

진달래 능선에서

이계윤

 

진달래 한 송이 지게에 달고

꽃 같은 마음이라야 하느니라 하시던

아버지 그 말씀......

 

아버지 생전에

지게 발통 작대기 장단에

한을 노래 삼아 콧노래 부르시더니

 

저승 가시는 길에

가난의 한을 씻기라도 하시듯

배움의 한을 씻기라도 하시듯

허리 굽은 능선에 빨갛게

꽃으로 서 계시는 당신

 

오늘도

진달래 불타는 산 허리춤에

꽃가슴 활짝 열고 계시군요

생시처럼

 

아버지!

당신 계시는 음택(陰宅)

진달래 타는 불꽃에

가슴이 아려

꽃잎에 이슬이 내립니다

 

 

 

진달래

이국헌

 

눈을 감아라

봄날 산에서는

숨을 고르라

 

아련히 떠오르는

그대들의 표표한 상징들

산꽃들이 날리며

물들어 버린 산에는

 

,

미치도록 점점이 뿌려지고

흩뿌린 선홍색 꽃잎들이

아스라이 따스운 피 뿌리는데

 

산마다

끝머리에서 혼백들이

온통 젖어 들어 물드니

눈을 감아라

 

 

 

진달래

이기영

 

달래골* 꼬불꼬불 산길

늦 눈 내려 더 불긋 진달래

 

시집 갔던 달래야

흰 나비를

울며 따르듯 가지 마라

 

동구밖 바라섰던

할아비는 더 붉은 피 토했자니

 

봇짐 안고 되 오다

화악화악 불 붙어

한풀한풀 날리는 꽃 이파리

장끼 울음 애틋치 않았니

 

달래울* 넘더라도

파릿하게 깍은 머리

시러울까

아릿아릿 고개만은 넘지 마렴

 

* 달래골 : 달 뜨는 냇가 마을

* 달래울 : 진달래 울타리

 

 

 

진달래 붉게 핀 사연

이기영

 

달래가 이웃마을 최영감 수양딸로 간데

담 밑에서 놀던 아이들은

무슨 뜻인지 몰라도 마냥 신났지

 

어머이

참빗으로 머리 빗겨내리다 눈물지고

머슴 손 잡고 산 허리 넘어갈때

한 입 던다 다독이던

사람들의 파리한 배웅

 

처음 맡는 분 내음과

불 꺼지는 방안

속 치마 짓 눌려 붉게 물들고

산 달 거친 그림자 그리 서러웠다

 

고갯 길 진달래도

같이 피고 있단다

활휠 떨궈 나비여야 잎새 활짝 난단다

달래야

 

 

 

진달래 필 때

이기영

 

갈색 산 나즈막한 둔덕 길따라

햇 진달래 햇살 안고 망울망울 피면

옆 집 창백한 얼굴의 여자아이.

 

돌 담 까치발하고 꽃더미 아름

꽃따는 아이들을 부러운듯 보고 있었지 .

 

가여워 진달래꽃 송이 한송이 꺽어 주었을때

놀란 듯 큰 눈망울.

 

꽃잎을 씹으면서 볼우물 발갛게

파리한 잎술 붉게 물들 듯 풋 내음을 풍겼어.

 

또 꺽어줄께 새끼 손가락 걸었지만

각혈하던 여자아이가 흩 날리는 이파리되어

앞산에 봉분 없이 묻혔을때

진달래는 지고 종달새는 무심하게 날아 갔었다.

 

진달래 필 때면

어렸던 꿈은 연 분홍 꽃무리속을 뛰어 놀다

한닢 한닢 떼어 머릿결 수 놓고 말갛게 웃고 있을거야.....

 

 

 

진달래 필 무렵

이기영

 

당신은 예닐곱 손짓으로 오시는가요?

산 봉우리 잔설 밟으며

새벽 부엌에서 스며오는 전등빛 되어 오시나요.

 

하얀 나비는 꽃 순에 앉아 파르르 날개를 떨고

아이들은 양 볼에 불꽃보다

더 붉은 끄으름 하고 뛰어갔지요.

 

꽃다발 한 더미 두 더미춤추듯 내려오고

까만 치마 여자아이는

댕기머리 꽃댕기 햇 내음 수 놓고 싶어

담장 밑에서 마냥 기다렸어요.

 

당신은 잊었던 노을빛으로 날 불렀지요.

사립문 활짝 열고 오라고요.

 

화롯가 불씨만 남은 잔솔가지 차운 손 쬐다 달려갈께요

뜨겁지 않게 타오르는 산자락 향해...

 

 

 

진달래

이길원

 

조숙했나 보다. 이 계집

계곡에는 아직도

겨울이 웅크리고 있는데

잎이나 피워 그 알몸 가리기도 전에

붉은 꽃잎 내밀어 화사하구나

싸늘한 가시바람 억세게 버틴

가냘픈 가지들의 이 꽃덤불

꽃덩어리 꽃등불

에덴의 이브도 잎새 하나야 있었는데

유혹할 사내도 없는 이 천부적 화냥기는

제 알몸 열기로 불태우는구나

아직도 파란 겨울 하늘이 남아 있는 걸

진달래야 진달래야 진달래야 진달래야

 

 

 

진달래꽃 불사르고

이덕수

 

진달래꽃 진분홍

춤사위가 어지러웠네

산아래 겨울 앉은 자리에

불지르고 산마루위로 뛰어넘는

숨가쁜 솔개가 하늘 뒤흔들어놓은

이른 봄날

타오름의 뒷바람이

산등을 핥아 가네

빈 산의 잉태는

그리운 산천에

또다시 눈물나게 만들고

그리운 이여

진달래꽃 따먹고

그대 뜨거운 피 쏟아내던 폐병

가슴앓이로 죽어가던 시절에

내 영혼 패댕이 치고

눈물 뿌리던 저 산천의

서러운 사연 앞에

나는 답신을 띄웠네

그저 스치는 인연일 뿐이라고

바람같은 사연이었노라고

산천은 불만 지르고 있었네

 

 

 

진달래꽃

이동식

 

어렸을 적에 뒷동산에 갔다가

진달래꽃 꽃잎을 따 먹은 적 있었네.

그 옛날 보릿고개가 있었을 적에

따 먹었을 진달래꽃을

나는 배를 곯지는 않았지만

한잎 두잎 따서 먹은 적 있었네.

먹어도 되는 꽃이어서 그런지

삼천리강산에 골고루 피어나는 꽃.

그 옛날 보릿고개가 있었던 시절엔

너무나도 고마웠던 꽃이었으리라.

지금 나이 들어 다시 바라봐도

진달래꽃은 변한 것이 없는데

세상은 상전벽해가 되어

고향도 옛 고향은 아니었네.

그래도 이 봄에 나를 반기는 것은

변한 세상에 서서 변하지 않은 꽃,

뒷동산 진달래뿐이었지만

가만 들여다 본 진달래꽃은,

진달래꽃마저도 내 어린 시절처럼

먹을 수 있는 꽃은 아니었네.

상전벽해로 변해버리느라

세상의 때가 된 미세먼지가

시골 고향에까지 찾아와서는,

또 핸드폰에 걸려온 <서울 미세먼지 비상

저감조치 발령> 문자가, 진달래꽃 꽃잎 위로

뚝뚝 떨어져 내리고 있었네.

 

 

 

진달래꽃

이명순

 

물오른 나무에

연초록 잎새 마디마다

방울진 물꽃 설렘

수줍은 미소 머금고

향기로 손짓하며 부른다

 

봄비 맞으며 방싯거리고

새초롬한 입술

수줍은 맵시로 품에 안기네

 

기다림에 지친 삭은 영혼

불같은 사랑 지펴줄 연분홍 꽃이여

봄으로

바람으로

꽃비로 오소서

 

 

 

땅고개 진달래

이문조

 

봄 산에

진달래가 피었네

땅고개에

핏빛 진달래가 피었네

그놈의 이념이 무엇이길래

좌익으로 몰려

억울한 죽임을 당하고

그도 모자라

자식들마저

평생 무거운 멍에를

지고 살아야 했던가

땅고개에

원혼은 잠들지 못하고

올봄에도 피를 토하고 있구나

땅고개

슬픈 진달래여

원한일랑 역사의 품에 묻어버리고

산새 소리 자장가 삼아

편히 잠드소서.

 

 

 

진달래

이문조

 

봄이 오니

봄바람 부니

활활 타는

앞산

뒷산

두 눈

휘둥그레진

산불 감시원 아저씨.

 

 

 

진달래

이미순

 

꽃샘추위 지나간 자리

앙상한 가지 어디에

연분홍 세상 숨어 있었던가

함초롬히 자태 가다듬고

구름사이 비집고 나온 꽃잎

누가 노래했던가

꽃피기는 쉬워도 아름답긴 어렵다고

햇살 뒹구는 길섶

꽃망울 머금은 녀석

분홍빛이 이리도 아름다운 것을

 

 

 

진달래를 보며

이미순

 

나지막한 산자락

듬성듬성 하던 진달래가

사방으로 피어나고

 

속내를 감추지 못한

여린 꽃잎은

바람이 지날 때마다

하늘하늘 흔들리고 있다.

 

지난날

애틋하게 남아 있는 추억들이

이제는 너무나 아득해서

기억에도 없을 것이라고

 

이름마저 서먹해서

꿈속에서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고

 

꼭 그럴 것만 같았는데

 

산마루를 향해 번지는

분홍빛 꽃잎처럼

내 안에 갇혀 있던

그리움도 함께 피어나고 있다.

 

 

 

진달래 연가

이병율

 

싱그러움이 꽃망울에 맺혀

언제나 정겹고

언제나 편안하게

그리움의 색깔로 수줍어 핀 꽃

하얀 이 살포시 보여주던 입술의 유혹

콩닥거리는 심장소리를 추억하며

긴 머리 눈 읏음으로 피어나는 아지랑이

살랑대는 바람 붉어진 봄볕에

연분홍 빛깔로 사랑하던 날

그대 가슴의 향기를 알았고

그대 가슴이 품어준 포근함으로

연초록 세상을 만날 수 있었다

 

 

 

진달래 나에게 하는 말

이병주

 

내 마음 창가에 별빛 비치는 곳

마음 한편에 사랑방 지어 놓고

소꿉놀이하던 어릴 때

스칠 때마다 몰래 몰래

키워놓은 여린 사랑을

 

지금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머리에 질끈 동여매어진

세월 띠 풀어 떠나가는 겨울 속에 내던지고

그 시절로 가려 해도 가지 못하고 헤맬 때

 

겨우내 눈 속에서 봄을 기다렸던

진달래 나에게 하는 말

자기들 사랑은 그냥 기다리고 있다가

흐르는 세월에 의지하여

못다 한 사랑 피울 수 있다고

 

 

 

진달래

이봉수

 

빛바랜 월산에

진달래 붉은 발톱

겨우내 말라빠진

산허리를 할퀴는데

철 만난

등산객들은

입을 쫙쫙 벌린다.

바람 찬 산 위에는

젖꼭지 꽃봉오리

중턱은 방석 펴고

생리대를 푸는구나.

산 아래

바위틈에서

물이 쫄쫄 흐른다.

 

 

 

쌍계사 진달래

이봉환

 

지난 번 쌍계사 갔을 때

사랑한다, 내놓고 하지 못한 그 말이

봄이 다 가도록 절벽 끝에 매달려 있었다.

 

 

 

진달래

이상규

 

먼 산 진달래 필 때면

텅 빈 가슴 설움만 남아

이별의 아픔 곱게 물들어 갑니다

악몽 같은 그리움이

삶을 할퀴고 짓밟아 오면

우뢰쳐 불러보는 그대 이름

나는 목이 쉬었습니다.

어느 때나 어디서나

꽃잎같이 피어나던 당신의 모습

굳어진 입가에 비로소

웃음이 환상처럼 번져납니다

! 꿈으로 일렁이는

진달래향기

가슴 가득 품은 채

눈 감아 봅니다.

꿈으로 일렁이는 진달래향기

 

 

 

진달래 산천

이수종

 

진달래꽃이 피었습니다

겨우내 음습한

암내를 피워 내더만

달덩이 같은 옥동자를

온 강토에 퍼질렀습니다

 

붉은 선혈 낭자해놓고

그도 모자라

향수를 범벅으로 타서

수유하듯

내게 붉은 젖을 먹입니다

나를 보고

진달래가 되라 합니다

 

자꾸

나를 보고

봄이 되라 합니다

 

 

 

진달래 고찰

이승기

 

~를 본다는 봄의 중간에 꽃을 보거나 사물을 보면

나와 네가 구별되고 상대방을 생각하게 된다

 

생각은 대상 체에 대하여 무엇인가 행동해 자아화.

내 편이 내 가족이다는 식. 아니면

내 디엔에이를 나누어 주고 싶다는 식. 성욕이다

그런 행동은 습관화 이후 의식화된다

 

, , 참 등 접두어들 분별을 위한 용어들이다

이분법 좋다/싫다, 진짜/가짜 분별은 집착한다

 

봄이 오면 개나리 그리고 진달래 봄의 선발대

달래꽃 정말 꽃이라 칭할 수 없다. 달래간장

진짜 달래라는 진달래라는 명칭 구문론이나

의미론을 생각하게 하는 단어이다

 

개나리 나리꽃은 백합꽃이다. 두 대상 보자면

백합이 휠씬 났다. 그러니 개 접두사 개나리다

 

어릴 적 산에 들에 다니며 허기 달래 주던 진달래

참꽃이라고 한다. 철쭉은 개꽃이라 부른다

같은 유형의 분류가 있다. 발효와 부패이다.

 

발효는 탄수화물, 부패는 단백질이 썩는 것

그런데 홍어는 단백질 썩어도 부패라 안 한다

즉 사람에게 이로우면 발효 해로우면 부패이다.

 

 

 

흰 진달래꽃

이승기

 

관악산 산기슭

두 계절 보듬은 골짜기 속

인적 없는 곳에 늦게 핀 꽃잎

 

누군가 기다리게 하더니

이내 가슴 밟고 길 떠나고

 

누이의 화사한 머리핀 넘어

순이의 히죽이 던 엷은 눈빛

 

갓 피어난 꽃 주 한잔 뒤

쌀가루 전병 위 꽃잎인가

 

어릴 적 뒤 동산의 흔적 되어

바람에 흔들리는 꽃잎 윤슬

 

천의 병 숨기는 붉은 문둥이

밤새도록 가슴 저밀게 한 꽃

 

산 중 산에 피는 엷은 꽃빛

엄니 같은 내 누이의 웃음

 

재작년같이 사유의 구름 속

오가는 인연에 애잔만 하다.

 

 

 

진달래 4·19 날에 -

이영도

 

눈이 부시네 저기

난만히 멧등마다,

그 날 스러져 간

젊은 같은 꽃사태가,

맺혔던 한이 터지듯

여울여울 붉었네.

 

그렇듯 너희는 지고

욕처럼 남은 목숨,

지친 가슴 위에

하늘이 무거운데,

연연히 꿈도 설워라,

물이 드는 이 산하(山河).

 

 

 

진달래 이야기

이영지

 

이맘때 봄 향기가 폴포올 풍기는 날

책보를 던져놓기 무섭게 뛰어간

산에서 해 저물도록 진달래 따 먹는 이야기

구룽사이 아리랑 아지랑이 산새들 재잘재잘 졸졸졸 시냇물로

망태기 하나 가득히 따 안기는 진달래

 

문둥이

참꽃 따러 온 애들 간 뺀다는

이야기 들려오는 무섬증 따라오는 산새를 내려오느라

소리치며 달린다

엄마아 엄마아아 오금이 저려오는 산길을 쏜살 같이 달리며 또 달리느라

고무신 벗겨지도록 형 형 같이 가아아!

 

찬장 위 맨 안쪽에 감춰 둔 조청 단지 모올래 꺼내다가

지금에 방금 따온 진달래 달콤히묻혀 먹어보는 이야기

 

 

 

진달래

이옥림

 

펑퍼짐한 산자락

산이 꽃이요

꽃이 진달래꽃이로다

산 그림자 좋아라

넋 잃고 여기 앉아있네

 

꽃잎은 깔깔거리고

꽃술은 야무지게

향내를 날리며

봄 처녀로 곱디곱게 피었네

어찌 널 보지 않고

봄이라고 하겠는가

 

살랑살랑 봄바람에

고운 연분홍 연한 속살

염치없이 드러내고

유혹적인 촉촉한 붉은 입술로

꽃길 되어 봄이 왔다고

우리를 부르네 ~~~

 

 

 

진달래 술

이외수

 

생각납니다

폐병 앓던 젊은 날에는 양지바른 산비탈

각혈한 자리마다 진달래가 무더기로 피었지요

지금은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

부질없는 욕망은 다 버렸지만

아직도 각혈 같은 사랑만은 버리지 못했습니다

술 한 잔 주시겠습니까.

 

 

 

진달래의 일머리

이용식

 

머슴이 산 둥지에

있는 것보다 없는 게 그리운 세월로

절경이 갇힌 담벼락을 높일 적

한두 푼 지원금이 된 인기척이 한창때라

청춘을 내세운 곳

 

요령이 달린 산등성 그림의 물색도

조류를 탄 잠시의 평온이다

옹기종기 산 남은 이의 둔덕의 채비엔

원형이 묻어난 물살로 밀린 한 입의 씻김도

속사정 든든한 산허리가 분홍이다

 

팽팽한 힘을 겨루던 날

금세 가파른 억겁의 짐작이 겪은 자연에

변덕이 거센 자리의 물이 감긴 시기

맑게 갠 구름 한 점의 숨소리도 막내라

 

굽이굽이 쌓아 올린 초목도

청춘이 동갑내기란 어린 왕자의 수위도

어깨가 날린 골목길의 체형이 거칠던 거기

삼 남매의 시간이 뛰어간 계절을 부르던 곳

온몸이 기른 작황도

네 시와 다섯 시로 오른 세월 따라 작은 키가 한 뼘이다

 

 

 

 

진달래꽃

이우디

 

열 손가락 모자라 헤아리지 못합니다

피었다 진 날들,

 

꽃빛 잊었는지

아니 행복한지

궁금한 그 사람을,

 

아직도 잊는 중입니다

 

 

 

진달래의 고향

이원문

 

그 해의 꽃동산

다랑이논 기슭

밭둑 언저리

 

산마다 여기 저기

안 피었던 곳이

어디에 있었나

 

수놓은 진달래의

그 한철인가

나물 캐는 누나의

바구니에도 피었고

 

우리들의 진달래

누가 많이 더 많이

한아름의 진달래

맞 대어보는 서로의 웃음

누구의 꽃이 더 예뻤나

 

한 줌 뜯어 입에 넣고

또 한 줌에 즐거웠고

나머지는 모두 모아

볍씨 항아리에 꼿았다

 

 

 

진달래의 기억

이원문

 

보리밭 지나는 길

진달래 탐스럽고

가냘피 예쁜 꽃

바람에 여민다

 

우리 집 이웃 집 울

개나리꽃 두른 봄

앞산 자락 울긋 불긋

누가 딛어 돌아갈까

 

나물 캐는 아이들

한나절 짧아지고

봄 놀이의 징 소리

아련히 들려온다

 

 

 

진달래의 슬픔

이원문

 

먼동의 구름 띠 이른 아침 부르고

햇살의 진달래 앉힌 이슬 지운다

밤새워 앉힌 이슬 꼭 지워야 하는지

지우고 싶지 않아도 지워지는 것인지

 

바람이라도 불면 어쩌나

그렇게 그 며칠 찾는 이 누구일까

앉히면 지우고 지워져 또 앉히고

가냘픈 꽃잎 바람에 여미어진다

 

 

 

진달래의 일기

이원문

 

산기슭 오르며

꺾던 진달래

움켜 쥔 한아름

누가 누가 더 많은가

 

한 잎따 입에 넣고

또 한 가지 꺾어 쥐고

집에가면 어느곳

어디에 꽂아둘까

 

찾아보는 우물둥치

볍씨 항아리에 꽂을까

장독대 큰 독 밑

방구리에 꽂을까

 

제일 큰잎 하나 둘

우물 안에 던지고

두레박 줄 길게 내려

다시 건져 올린다

 

 

 

하얀 진달래

이원문

 

네 빨간 진달래

너무 먼 네 하얀 꽃

이제 붉어지는구나

흐릿 했던 네 꽃잎

뚜렸이 보이고

오르던 그 기슭

찔레꽃도 보여

 

아직은 아니어도

네 꽃 지고나면

뚜렸이 보일까

네 빨간 진달래

하얀 찔레꽃

모두는 그 처음

나의 꽃이였지

 

 

 

진달래

이월주

 

고요한 적막 속

재촉하는 봄비가 숨죽여 내린다

 

어둠을 가르며 지나가는

차량 불빛

모두가 불 끄고 곤하게

꿈꾸는 밤이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듯

고요한 미동 소리

몸 꼬아대며 밤새 잠을 설쳤다

 

모로 누워 자면

뒤에서 쪼오옥

천장 보며 누우면 양옆에서 쪽쪽

 

아침 일찍 일어나

앞산에 오르니

물오른 진달래는

붉은 꽃을 피우고 수줍어 있다.

 

 

 

달래 달래 진달래

이은경

 

나 환장한대이. 달래 달래 진달래! 온 산천에 붉은 진달래!

이렇게 좋은 이 날에 내 님이 오신 이 날에

어이해 몸에 묶여 산책 한 번 못 나가고 이런 숙명이냐.

말뫼 공원에서 지난봄, 철쭉을 봤어. 너무 붉어 싫더라구,

그리고 6월인가 공원에 나가 목백일홍 만발한 그 풍경 안에 담겨 있었어.

절반의 별신되어.

항상 슬퍼!

 

 

 

진달래

이은상

 

수집어 수집어서 다 못타는 연분홍이

부끄려 부끄려서 바위틈에 숨어 피다.

그나마 남이 볼세라 고대 지고 말더라

 

 

 

진달래꽃 환상

이을숙

 

시골 계집애

진달래꽃 환상을 안고 있었다

 

별이

대롱대롱 단 진달래꽃들이

나팔을 불고

늙은 나무 아래에서는

쏘옥 쏘옥 처음이야 '아이 참^^'

노래한다

 

눈물빛으로 내려오고

으스스

혼자인가 둘러보니

그리움을 사르고 사랑빛으로 내려왔다

 

분홍별은 입술

보라별은 눈동자

파란 별은

옹기종기 소담소담 속삭임이다.

 

 

 

진달래꽃

이재봉

 

비 오는 봄날 노래방에 갔네 4.4조로 내리는 봄비에 맞춰

소월의 진달래꽃을 부르는데 한 여자가 화면 속에서 걸어

나와 탬버린을 흔드네 경쾌한 7.5조의 율동, 느린 내 노래

로는 그 여자의 율동을 따라갈 수 없네 그 여자가 진달래

꽃을 흩뿌리며 화면 속으로 사라지네 언제나 반 박자 느

린 내 사랑법 머리 위에 꽃비가 또 하염없이 내리네

 

 

 

봄 언덕 진달래꽃 너의 가슴 온통 필 때

이재창

 

가난이 무슨죄냐, 울먹이던 누이야

봄언덕 진달래꽃 너의 가슴 온통 필 때

서울로 떠난 사람들 아직 세상 모른단다.

배추꽃 유채꽃 만발한 뒤뜰을 거닐며

서울 간 분이 생각 부러워서 못 견디겠지

하지만 네온사인 얼룩진 명동도 사람 살 곳 아니단다.

봄 지난 여름 장마에 한강은 홍수나고

가을 지난 겨울에는 꽁꽁 언 시베리아 벌판

누이야, 구로공단 여공 생활 잊는 것이 편하단다.

농부딸이 서울 가서 분칠하고 떠돌아도

서울 귀신 눈이 밝아 배겨내지 못한단다

몇 세상 죽음처럼 넘어진 시골땅이 차라리 아름답단다.

 

 

 

진달래

이재환

 

1

산등성이에서

연분홍 옷을 입고

살랑살랑 춤추는 여인

 

그 모습이 황홀하여

나도 몰래 눈 맞추고

향기에 취해 버렸네

 

진달래 여인에

빠져버린 나그네

가던 길을 잃었네!

 

 

2

연분홍 진달래꽃이

피었습니다

 

수줍어 고개 숙이고

붉은 얼굴 내밉니다

 

나도 살며시 다가가

미소 보내 봅니다

 

반갑다. 진달래야

부끄러워하지 마!

 

우리 이쁜 모습으로

활짝 웃어보자

 

 

 

진달래꽃

이재환

 

1

연분홍 꽃 편지

설렘 가득 안고

 

올해도 사랑 꽃피워

내게로 돌아왔네

 

늘 변함없는 사랑

고맙다 진달래야

 

 

2

말없이 고이 보낸다고 하더니

나의 발걸음을 잡아놓네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연분홍 눈길로 미소를 짓네

 

갈 때 가더라도

마지막 인사를 하고 싶었나 보네.

 

한참을 바라봐도

눈만 마주치고 말이 없네!

 

 

3

춥고 긴긴 겨울

잘도 참았구나

 

이렇게 이쁜 모습

보여주려고 견뎌냈구나

 

봄을 누구보다

애타게 기다렸나 보다

 

온 산이 붉게 타올라

정열을 불태우는구나

 

너를 보고 있자니

내 몸도 열정이 넘친다

 

반갑다 진달래야

고맙다 진달래야

 

 

4

따뜻한 봄 햇살

솔솔 부는 봄바람

하늘도 푸른 맑은 날에

 

산등성이에는

연분홍 진달래가

빨리 오라고 손짓하고

 

바람에 흩날리며

꽃잎이 유혹하니

이 마음 어쩌면 좋아

 

 

5

긴긴 겨울

어떻게 참았을까

 

꽃샘추위에도

봄을 애타게 기다렸구나

 

꽃봉오리 터뜨리고

환하게 웃는다

 

허화 벌판 민둥산이

꽃 덤불로 덮었네

 

 

 

진달래꽃

이정록

 

그럭저럭 사는 거지.

저 절벽 돌부처가

망치 소리를 다 쟁여두었다면

어찌 요리 곱게 웃을 수 있겠어.

그냥저냥 살다 보면 저렇게

머리에 진달래꽃도 피겠지.

 

 

 

진달래

이정석

 

진짜로 멋진 삶을

알차게 사노라면

 

달아래 스민 행복

웃음꽃 활짝 피어

 

래드 빛

와인 축배로

응원하는 봄이여.

 

 

 

진달래가 필 때면

이종숙

 

진달래가 필라치면

들녘에는 내 어머니의 모습이

자오록이 피어오르듯

 

보리밭 이랑에는

어머니의 손끝으로

풀 뽑는 호미는 흙을 쪼고 있었다.

 

진달래처럼 화사한 얼굴에

땀방울이 흙먼지 이랑을 만들어도

가족사랑 햇살이 반짝이면

 

꽃불처럼 저녁노을이 내려앉을 즈음

굽혔던 허리 펴시며

대문 안 아기자기 봄꽃들의 재롱에

미소 짓는다

 

 

 

진달래

이주희

 

방명록에 서명하고 인사를 하니

부조 봉투를 받아든 봄이 고맙다며 말한다

차린 건 별로 없지만 맛있게 드세요

팬지는 나비처럼 날아오르게 해주고

제비꽃은 편지를 전해주려나 머뭇거린다

아장아장 애기봄맞이와

방글거리는 노란 민들레에 빠져든다

나팔수선화로 나팔을 불고

금낭화 주머니에 복을 소복이 담고 싶다

라일락 향수로 뒤발하고

개나리 입에 물고 나들이 가고 싶어 하는 사이

봄날이 여우볕처럼 지나가버릴 것 같아

연분홍 치마 닮은 진달래에 손이 가는 순간

안내 멘트가 나온다

다음 잔치 하객이 올 시간이니

서둘러 자리를 비워주시기 바랍니다

 

 

 

진달래

이지영

 

어김없이 산야는

진달래 피어

 

암벽사이로 피어난

꽃들의 속삭임

 

, 색깔의

아름다운 조율

 

봄비도 내리지않는

산야에

 

제홀로 진달래는

함박웃음으로 말하고 있네.

 

 

 

진달래 능선

이지영

 

색조화장 찬란히 할 때부터

알았었다

웅크린 여심의

발랄한 몸짓

햇살뚫고 청솔가지 초원으로

달아날 때부터

폭죽처럼 기어 오른

게릴라 꽃불

기립 박수 친다

너를 놓쳐 버리면

산산이 흩어지는

연약한 꽃잎.

 

 

 

진달래 능선에서

이진명

 

나는 늙고 있다

제조일자가 오래고 오래이니

유통기한이 뭐 백년이라 어쩌구에 별 감동 없다

옆 나라에서는 상미(賞味)기한이라는 말을 쓰는가 본데

그런 상미기간 지나도 많이 지났음을

오늘 진달래능선을 내리며

느닷없는 뚱딴지 같은 발설로 확인했다

 

나는 이제 슬픔도 모르고 외로움도 몰라

슬픔도 없고 외로움도 없어

 

진달래 철에는 진달래나 흠뻑 보자고

바람 넣고 분위기 띄워

산행 초짜들을 몰아 진달래능선을 탔다

, 여기 좀 봐 오, 저기 좀 봐

거기 옆 좀 봐 와, 뒤돌아 봐봐 멈춰 봐

여리고 투명한 꽃잎 찢길지도 모르는데

꽃가지에 얼굴 갖다 대고 새되게

목감기가 와 있어 목도 따끔거리는데

탄성을 지르지 않으면 안 되기라도 한다는 듯

옥타브를 적당한 간격으로 올리며

가지가지 목소리짓을 지었다 짓다가

 

갑자기 뒤에서 무엇이 등을 퍽 치면

속엣것이 퉁겨져 나오듯

이때껏 생각도 못한 뚱딴지 같은 말을 퉁겨내었다

마치 준비해온 것처럼 진달래꽃 터널 속에다

그 발설과 동시에 잠시잠깐

모르고 없다는 슬픔과 외로움이

모르고 없어서 슬프고 외롭게 피어났다

알지 못하는 사이에 목숨의 상미기간이

그 언제쯤 일을 마쳤다는 것을 확인해야 했다

진달래길에 멈춰 진달래물빛 잠시 피운

이 슬픔과 외로움은 바로 이 길에 버려도 좋을 잉여

최초 최고 상미의 맛 가신 그렇고 그런 것

 

제조일자 이후 모든 만상은 단 한 번뿐이다

깊은 슬픔도 우주의 광막한 외로움도 단 한 번뿐

슬픔의 정곡 외로움의 정곡을 다시 얻을 수 없다는 것이 늙는 것

진달래능선에서 올해의 진달래꽃은 얻었지만

역광 속을 흐르는 새의 빛나는 검은 유속을 멀게 잃듯

빛나는 검은 슬픔과 외로움의 광활 잃었음을 알았다

진달래 능선을 내리며 아닌 해찰로 내가 늙고 있다는 것을

 

 

 

진달래꽃

이진엽

 

어두운 숲길로 들어서자 낙태의 나라였다.

얼굴 없는 아이들이 그 숲의 가장자리에 찌든 풋과일처럼 흩어져 있었다.

비닐장갑에 이끌려 온 먼 길,

아찔한 현기증이 매연처럼 피어오르며 아이들 뇌수를 물어 뜯었다.

남쪽, 출구는 어디 있는가.

찢긴 탯줄을 부리에 문 채 떡갈숲으로

파닥여가는 한 떼의 산까치들도 다시는 보이지 않았다.

어머니, 그리고 헛된 그림자‥‥

오그라진 손을 꼼질대며 마지막 물장구로 추락할 때,

숲 저쪽 양지엔 작은 생명 하나가 아프게 눈 뜨고 있었다.

연붉은 진달래꽃.

 

 

 

진달래꽃

이진흥

 

진달래꽃이 피었습니다

온몸 구석구석

오들오들 그리움이 피었습니다

 

가슴 속 관류하는 고통의 핏줄

바위틈에 숨겨진 화려한 절망들이

봄바람에 터져서 피었습니다

 

향기로운 당신 말씀 가혹하여

함부로 찢어져서 빠알갛게

온 산에 철철철 흘렀습니다

 

 

 

진달래꽃잎은 바람의 솟을대문

이해리

 

벅찬 봄 산에 누워본다

발치에서 뻗어 나와

내 얼굴 어룽지우는 진달래 그늘

호젓이 만개하여 부신 눈 당기는 꽃빛이 곱다

바람이 살랑살랑 꽃잎을 흔든다

참 자줏빛 진달래꽃잎은 바람의 솟을대문

햇빛의 농도에 농담(膿淡)을 달리하며

열렸다 닫히고 닫혔다 열리는 꽃잎 대문으로

푸른 하늘이 들락거린다 흰 구름이 들락거린다

산비둘기 울음도 들락거린다 한 잎 꽃의 두께로

오묘하게 변화하는 내 가슴 봄 물결

한없이 왔다 붙잡을 수 없이 가버리는

아련하고 아득한 것들 뒤에 바람이 있어

바람의 눈에는 눈물이 묻어 있다

 

 

 

진달래

이해인

 

해마다 부활하는

사랑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네 가느단 꽃술이 바람에 떠는 날

상처 입은 나비의 눈매를 본 적이 있니

견딜 길 없는 그리움의 끝을 너는 보았니

 

봄마다 앓아 눕는

우리들의 持病은 사랑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것도 잡히지 않는다

한 점 흰 구름 스쳐가는 나의 창가에

왜 사랑의 빛은 이토록 선연한가

 

모질게 먹은 마음도

해 아래 부서지는 꽃가루인데

물이 피 되어 흐르는가

오늘도 다시 피는

눈물의 진한 빛깔 진달래여

 

 

 

화왕산 진달래꽃

이향지

 

꽃에게 간다

고운 것들 틈에서 하루 놀려고 간다

꽃도 아닌

꽃도 아닌

신발 한 켤레

온천에도 안가고 바다에도 안가고

화왕산 진달래꽃

활활 타는 꽃불에

그늘 태우러 간다

 

막걸리 한 잔 마시고

미나리전 한 점 먹고

 

 

 

진달래꽃

이화영

 

진달래 흐드러진 골짜기에

모습은 드러내지 않고 울음만

간절하게 흘리고 있는 새

그 새의 형상으로 당신이 거니는

산길의 허공으로 날아가고픈 봄입니다

입에 물고 온 꽃씨 하나를 당신 가슴 속에 몰래

심어주면

당신의 숨결이 산골짜기의 나무와 꽃들 사이로 스며

짐승들이 순해지고

나 또한 세속의 옷을 벗어던지고,

그리하여 산은 당신 것입니다

시나브로 당신도 산의 내음에

젖어 들어서

순수의 소년으로 돌아갑니다

그 곁에 내가 그림자처럼 서서

오롯이 당신에게 복종하고 싶은, 그런 봄

당신과 나 사이의 허공으로

물결소리를 내는 바람이 살고 있습니다

 

 

 

진달래꽃

임동윤

 

어머니 나물 캐다 허리 굽은

산자락에

속절없이 흘린 눈물이 고여

잉걸불이 된 꽃아

너는 아느냐, 풀잎마다 오래

화약 냄새 떠돌던 하늘을

종다리 울음 자지러지던

긴긴 보릿고개 땡볕을

이제 모두 떠나 빈집만 남고

무너진 흙벽

빗물 어룽지는 달그림자

앵두나무 한 그루 흐리게 박히고

아버지 홀로 일구던 텃밭

묵정밭으로 남아돌면

진홍빛 그리움 게우다 게우다

끝내 산자락 태우는

오오, 서러운 잉걸불 혼아

 

 

 

진달래

임두고

 

바람 불면 보리밭에 보리 문둥이

골짜기엔 꽃 문둥이

앞 산 고려장터 너머

개바닥 돌무더기 무더기마다

홍역처럼 몸살하던 진달래꽃

왼종일 검정 고무신짝

허기로 떠돌다가

입 안 가득 진달래꽃 진물로 고여들면

꽃청산 어허야

해가 기울고

간난애가 묻힌 자리

여우굴이 뚫린 무덤

문둥이가 오기 전에

토째비가 오기 전에

산을 내려 가야지

산을 내려 가야지

울아부지 기침소리 토담벽을 두드리고

호롱불 밝아

창호지 문살에 장승처럼 너울대는

저녁상 가

죽그릇을 받으면

진달래꽃 고려장터 너머엔

소쩍새 울음소리

문둥이가 왔을까

토째비가 왔을까

 

 

 

진달래

임미숙

 

노랑 저고리 다홍치마 화전놀이 흥겨운 날

어린 소녀 아버지와 이별한 뒷동산

절벽 위 붉은 상흔 이제야 환히 웃는구나.

 

 

 

진달래꽃 떼

임보

 

진달래도

진달래도

세상천지에

얼음 풀려 제일 먼저

하는 짓들 좀 봐

무엇이 그렇게도 조급하다고

이파리도 이파리도 내밀기 전에

급한 년 속것에다 그냥 묻히듯

그렇게들 시끄럽게 퍼질러대나

부끄럼도 모르고 내놓고들 서서

목이 갈라지도록

짝 찾고 있나?

 

 

 

진달래꽃

임석순

 

꽃바람

불어오니

 

봄 처녀

바람났네

 

봄바람

치맛바람

 

궂은 비

산중 험로

 

연분홍

행복한 비명

 

사랑 찾아

떠난다

 

 

 

진달래 분홍빛

임수현

 

회색 하늘 아래

분홍빛 뿌려놓고

바람도 그 빛에 반하여

제 자리를 맴돈다.

 

그 추웠던 날들

두 손 모아 호호 불며

얼마나 비볐길래

분홍빛으로 물들었을까?

 

숲도 깨지 않은 아침

발그레 웃는 네 볼에

입맞춤하고

봄 곁에 다시 눕는다.

 

붉은 햇살 짓궂게 내려도

퇴색되지 않도록

분홍 그 빛

다소곳이 치마폭에 싸안고 있기를.

 

 

 

진달래

임영조

 

4월이 오면

나는 또 상사불망(相思不忘)

그녀에게 편지를 쓰리

내 무딘 심() 끝에 침을 바르며

이젠 좀 노골적으로, 혹은

어딘지 좀 어눌한 구어체로

꼭꼭 눌러 편지를 쓰리

만나면 대뜸 얼굴부터 붉어져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지만

알고 보면 속내는 끼 많은 여자

언제나 산처럼 무겁고

바위처럼 말없는 사내가 좋아

이 봄날을 태우는 황홀한 치정

필경에는 온 산에 불을 지르고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지는

뒤끝이 깨끗한 여자

그래서 늘 그립고 예쁜

그녀에게 나는 또 편지를 쓰리

내내 말로 못한 사랑을

비로소 고백하듯 편지를 쓰리

진달래꽃 지고

4월이 가기 전에.

 

 

 

참꽃

임영조

 

약수터 가는 매봉산 입구

(산불예방 입산금지) 현수막 뒤로

저런! 산불이 나다니? 아니다

화냥년 개짐 풀듯 참꽃이 핀다

꽃술에 붉은 반점 요염한

따먹어도 먹어도 허기지는 꽃

암소 끌고 보릿고개 넘다가

수로한데 얼빠져 암소도 놓고

나이도 잊고 꺾어다 바쳤다는 꽃

흰구름 덩실 그 노인이 또 온다

아무리 남의 꽃 예쁘기로

천년을 새로 피는 참꽃만 하랴

숨겨온 귀엣말을 차마 못하고

온 산에 불지르고 달아나는 꽃이여

너와 내가 한 시절 몸을 섞다 간다면

그 자리엔 무슨 꽃이 불타오를까?

눈물꽃? 아니면 꿈꽃?

꽃방망이 줄게 이리 온!

망설이는 사이에 참꽃이 진다

실없이 또 봄날만 간다.

 

 

 

개나리 진달래

임영준

 

어찌

늘 먼저

흐드러지나

미련 두고

또 두고

햇살 점점

진해지는데

맺지 못할

꽃 노랜가

 

 

 

진달래 사랑

임영준

 

움트는 사랑을

성원하고 있지 않은가

만발하는 봄을 반기며

발갛게 속삭이지 않는가

마음이 열린 만큼

아름다움이 보이나니

베푸는 만큼 자리 잡고

화사하게 빛나느니

눈을 감아도 애틋하게

빛을 내고 있구나

붓을 들기만 하면

휘두르지 않을 수 없구나

 

 

 

진달래

임인규

 

열여덟 큰누이 시집갈 때

붉은 천지 소태 골 진달래

시상에 여자팔자

올 매나 서글픈 건 디

첫 달거리 진달래 화전

고픈 배 달래며 하염없이

입에 넣었던 참꽃

울 엄마 연분홍색 눈물이었다.

포장마차 모진 고생

달 채우지 못한 어린 새끼

탈 잡은 하열의 앰뷸런스 안

시상에 여자 목숨

올 매나 질긴 것인디

장롱 속 깊이깊이

감춰뒀던 아들공부 시킬 돈

덜덜 떨며 보자기 끌어안고 울던

울 엄마 눈자위도 연분홍색이었다.

이제는 엄마도 누나도

무덤 하나 동그마한데

시상은, 시상은

여자만 눈물인 게여! “

언제나 귀에 선한

울 엄마 목소리

무덤가에 선홍빛 진달래

무리 지어 목 놓아 울며 피네

 

 

 

진달래

임재구

 

연분홍빛 고운 입술

따스한 햇살 머금었네

님그리며

애태우던

기다림은

생명을 잉태한체

찬란한 봄!

사랑의 전령이 되었네!

 

 

 

진달래

임재화

 

1

날마다 봄볕 가득하더니

봄기운도 점차로 무르익어서

개나리, 매화꽃 활짝 피었고

 

뜨락의 백목련꽃도

활짝 웃음 지으며 피어나서

꽃향기 찾아온 임을 반깁니다.

 

봄비가 자주 내린 뒤에

여린 나뭇가지 끝마다

연둣빛 새잎 많이 자라고

 

야산 능선과 산비탈에도

분홍빛 고운 진달래

여기저기 수줍게 피었습니다.

 

한겨울 찬 바람 잘 견디어

굳세게 이겨낸 후 곱게 피어나

진달래꽃 향기 그윽합니다.

 

 

2

잔솔밭 그늘 드리워진 곳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임은

분홍빛 고운 꽃송이

 

야트막한 언덕 위에도

따뜻한 봄볕이 찾아들고

하얗게 벙그는 벚꽃을 지나

까치가 유유히 날아갑니다.

 

두 손을 오롯이 모으고

사뿐히 지르밟는 임의 자세로

말없이 그 고운 가슴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꽃

 

산들 봄바람이 스칠 때면

임의 사랑이 절로 그리워서

노란 별 되어

하나둘 떨어지는 개나리 꽃잎

 

 

 

진달래꽃

임재화

 

야산자락 잔솔밭

그늘 드리워진 곳에

여기저기 모여있는

 

고운 임은 분홍빛 꽃송이

저만치 바람 불어올 때면

조용히 몸을 맡기고

 

두 손을 모으고

사뿐히 지르밟는 자세로

말없이 작은 가슴을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

살랑 봄바람이 스쳐 가면

고운 임 사랑이

 

차마 그리워

하나둘 떨어지는

진달래꽃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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