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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ㄴ ~ ㅅ

나명옥 진달래꽃

나상국 문둥이와 진달래꽃

나상국 진달래꽃

나상국 진달래꽃 피었다 하길래

노졍혜 진달래꽃

노정혜 진달래는 피었는데

도분순 진달래

류금선 진달래

류일화 진달래꽃

류종호 진달래

맹문재 진달래꽃에 벌금 물다

명위식 진달래꽃

목필균 4월의 진달래

문대준 진달래

문익호 진달래 나래를 펴다

믽병도 진달래꽃

박계희 진달래

박금례 진달래

박금숙 진달래꽃잎 지던 날

박남준 쌀밥과 진달래꽃

박남준 진달래

박남준 흔들리는 사람

박노해 진달래

박다윤 진달래꽃

박동수 진달래

박미향 진달래 화전

박봉우 진달래도 피면 무엇하리

박상현 진달래꽃

박성수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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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애 진달래

박승옥 진달래

박신지 영변의 진달래

박영숙 진달래야

박외도 진달래꽃

박유동 진달래

박인걸 진달래꽃

박인걸 진달래꽃 필 무렵

박인걸 진달래 피던 날

박재삼 진달래꽃

박정미 진달래

박정재 외롭게 핀 진달래꽃

박정재 진달래꽃 사랑

박정재 진달래꽃 동산

박종영 가을 진달래

박종영 진달래 분홍 웃음

박태강 고려산 진달래

박희진 진달래와 아이들

박팔양 너무도 슬픈 사실

박형준 진달래 길

박희동 진달래 군상

박희진 북한산 진달래

박희진 진달래꽃 빛

박희진 진달래 정토(淨土)

배창호 산에는 진달래가

백숙천 진달래

백우선 진달래

백우선 진달래윳

백우선 4월의 진달래

백원기 진달래가 시집가면

백원기 진달래가 피면

백창우 진달래

서민경 진달래꽃

서정춘 진달래꽃

서지월 먼 산 진달래를 보며

서지월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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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화 진달래꽃

석지공 진달래

선영자 진달래

설태수 진달래와 어머니

성백군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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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병규 진달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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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모 진달래

송기원 진달래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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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림 진달래

신동엽 진달래 산천

심미균 진달래

신성례 진달래꽃

신진기 진달래

신홍섭 진달래 이야기

 

 

 

진달래꽃

나명욱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신다면

아니 보게 바로 빨리 돌아보고 가시옵소서

 

나 싫다 가시는 님

뒷모습조차 꼴도 보기 싫으니

어서어서 그림자조차 보이지 말고 멀리 가시옵소서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라 한 잎도 가져가지 마시옵고

몽땅 내 곁에 두고

평생을 그 꽃잎만 갖고도 부귀영화 누리도록

금가루나 훌훌 뿌려두고 몸만 얼른 떠나옵소서

 

가시는 걸음걸음

로또 복권 당첨된 돈이나

무더기로 무더기로 깔아놓고

내가 지나는 걸음걸음마다

그 돈이나 즈려밟고

권력 명예 맘대로 사서 골프나 휘두르며 살도록

나에게 좋은 일이나 실컷 하고

죽어서나마 천당에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신다면

멀리 향기 짙은 호박꽃이나 하나 만나

부디부디 만수무강 흰머리 날릴 때까지 성희롱하다

저승길에 가서나 호강하며 행복하게 사시옵소서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도록

 

 

 

문둥이와 진달래꽃

나상국

 

하늘만 빼꼼 보이는

두메산골 오지

청아한 솔바람소리

눈 녹이고

꽃피는 봄이오면

산에 산에 진달래꽃 피면

이산 저산

연분홍 염색한 속치마 널어 놓은 듯

바람에 흔들리며 온통 붉게 꽃이 피면

긴 점박이 꽃술 흔들며

진달래꽃 피어나면

아이들 신이나

산에 올라 진달래꽃

입에 따 넣으면

에미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이산 저산

문둥이가 아이들

뒤를 쫓는다

 

 

 

진달래꽃

나상국

 

1

산이 좋아 산에 사는가?

산이 좋아 산에서 피는가?

진달래꽃

 

이불 위에 그려놓은

소녀의 초경처럼 피어나

산 여기저기 이산 저산

온 산을

불 지르네!

 

산이 좋아 산에 사는 꽃

산이 좋아 산에서 피는 꽃

돌산에

만산에 진달래꽃

 

바람난 여인의 향기

허기진 사랑처럼

이산 저산 붉게 번지네

주체할 수 없는 그리움

사내의 떨리는 혼을 사르어

한낮의 뜨거워진 정사

붉게 주름진 치마 펼쳐

화전위에 뜨겁게 피어나는 꽃

 

보쌈당해

항아리 속 깊숙이

그윽한 향으로 익어

그리움을 달랠 길 없는

남정네의 입술이 부르트도록

술잔 가득히 고여 피어나는 꽃

두견화

 

 

2

산에 산에 진달래꽃

짝사랑하다

떠나간 임 그리워

몸부림치다 지친 밤

수줍게 그 봄을

이야기하네

 

산에 산에 진달래꽃

자꾸만 희미 해저 가는

임 생각에

연분홍 치마저고리

헤지도록

행여 다시 오시려나

그 자리에서

마냥 기다리네

 

산에 산에 진달래꽃

떠나간 임 못 잊어 하는 맘

안쓰러워

산새들도

이 산 저 산

노래하네

 

 

3

고드름 끝에 매달린

시계추의 작은 흔들림

타원형의 온 세상을 흔든다

속옷 깊숙이 파고들어 와

뼈마디 마디에 송곳 같은

아픔을 주며

신 나게 칼질을 해대던

꽃샘추위

멀리 떠나려던

그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진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아름따다 뿌리던

소월 그도 진달래꽃

사뿐히 즈려밟고 가고 없지만

만산의 진달래꽃

소월의 이름으로

봄이면 이산 저산 불을 지르며

피어난다.

 

 

4

진달래 지르밟고 떠나간 임이시여

소쩍새 울던 밤에 임 생각 사무침에

눈물로 지새웠었던 날들 지나 봄이오

 

하많은 세월 지나 잊힌 듯 하지만은

가슴에 남아있는 그대를 향한 마음

아직도 지울 수 없는 문신되어 남았오

 

꽃피고 꽃이지니 봄인가 하지만은

떠나고 남은 자리 그대로 비었는데

지울 수 없는 마음을 임이시여 아시오

 

 

5

얇은 치마 하늘거려 피었네

곱디고운 색동저고리 풀어헤쳐 피었네

 

함초롬히 눈웃음짖네

이 이른 봄에

 

땅속 얼음장 발돋우어 피었네

산속 겨울눈 바람으로 녹여

눈을 먹고 피었네

뜨거운 가슴으로 피었네

 

어느 시인은 이야기하였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 가시는 걸음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옵소서

 

하늘하늘 바람 살라 먹고

엷은 미소 가득 머금고 피었네

 

이산 저산 진달래꽃 피었네

봄이 맘껏 피었네

 

 

 

진달래꽃 피었다 하길래

나상국

 

하얀 눈 속에 매화꽃 피었다고

남녘에서 소식 전해 오더니

3월 초

어디선가

꽃샘추위에 아랑곳하지 않고

진달래꽃 피었다 하길래

김소월을 만나려

산에 올랐는데

천리안을 이리저리

돌려보아도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은

보이지 않고

옷소매를 헐렁하게 여기는

꽃샘추위만

산골짜기를 헤매고 있었다

 

 

 

진달래꽃

노정혜

 

온산이 붉다

진달래꽃 주인

산새 들새 벌 나비 행복하다

 

진달래꽃 유혹

방긋 웃으면 날 좀 봐요

요렇게 예쁘잖아요

 

떠나야 할 시간 다가옵니다

날 좀 봐요

 

웃음 행복 주렵니다

벌 나비 아주 좋아해요

 

벌 나비

꿀 따느라 바빠요

 

아낌없이 주고 가렵니다

진달래꽃 열매 없어요

 

꿀 맛나고 웃음 예쁘잖아요

전부 드리고 싶습니다

진달래꽃 좀 봐주셔요

 

행복 드리고 싶습니다

아픔 지나왔습니다

 

정성 쏟았습니다

진달래꽃 사랑

전부 주고 가렵니다.

 

행복 웃음 전부 드립니다

날 좀 봐요

 

요렇게 웃고 있잖아요.

 

 

 

진달래는 피었는데

노정혜

 

오는 길

비 오고 바람 불고

꽃 피는 봄도 있었네

 

여기까지 오는 길

꽃밭 노닐다 차 시간 놓였네

돌아가려니

따난 차 다시 오지 않구려

 

잘나고 못나고

똑 같이 하늘 사랑 부모 관심받았네

 

만든 거릇

금 거릇 보석인가

질 거릇 사금파리인가

 

지난봄 핀 진달래

올봄에도 피었는데

 

서리 맞은 모습은

돌아갈 길 없구려

 

하늘은 냉정해

어쩜 좋아

 

 

 

진달래

도분순

 

연분홍

녹색 치마

발걸음 살랑살랑

 

뭇 사내

유혹하는

봄바람 휘날리고

 

새싹이

갑을 쓰고 와

소곤소곤 움튼다

 

햇살이

간지럼 태워

헛바람 물들이고

 

두견화

춤사위에

화전에 동동주라

 

아낙네

손길 이끌어

가자 하네 그곳에

 

 

 

진달래

류금선

 

해마다 부활하는

꽃이건만

임 기다리 듯

그리운 것은

 

내 마음속에

꽃씨로 날아들어

연민의 싹으로 틔운

열꽃이기에

 

신열로

붉어진 사랑

 

살풋하고 진한 향기가

천지에 내 이름으로

핍니다.

 

 

 

진달래꽃

류일화

 

하늘만 쳐다보면

하늘은 하늘색입니다

하루종일

진달래꽃만 바라보면

나는 분홍색입니다

기억의 계단에서

40 년을 더 내려가면

귀엽고 작은 소녀가

진달래꽃을 한아름 꺾어 와

우물가 도랑물에 꽂아놓고

꽃놀이를 하고 있네요

내일까지

모레까지

진달래꽃을 피우려면

그렇게 해야 하는줄 알았죠

행복해 보이네요

집으로 돌아갈때도 신이나서

괜히 깨끔발로

깡총거리며 뛰어갔죠

그날밤

봄비가 세차게 내렸고

그 소녀는

밤새 진달래꽃을 걱정하다가 잠이 들었죠

 

 

 

진달래

류종호

 

1

가엾은 나라의 꽃가지야

핏대만 맵게 세워 뻗대보는

속앓이 나라의 꽃숭어리야

네가 이 나라 산천에 마다않고 피어

한 시절 볼품이 좋기는 하다만

몇 밤새 속절없이 지고 마는

서러움이인 양

이 땅엔 제눈 찌르는 삿대질만

아귀다툼하는구나

용서 못 할 원한만

무성한 여름으로 치닫는구나.

 

 

 

2

꽃이 피기는 아직 멀어도

꽃이 피기는 아직 더뎌도

이 땅은

한 번씩 묵은 분노 토하는

서슬찬 거부의 붉은 생채기

아프게 아프게 내뱉는

그런 날 꼭 있습니다

민둥산에 황토산에 있습니다.

 

 

 

진달래꽃에 벌금 물다

맹문재

 

진달래꽃이 막 핀 봄날

뒷산에 올라 꽃을 따먹던 어린 날 추억과

붉은 넋으로 삼았던 노동자 시절이 뭉클해

흥얼거렸네 약속한 커피숍으로 가는 길도 즐거워

그냥 무단횡단.

 

교통순경에 걸려

파출소로 끌려가면서

붉은 꽃, 붉은 넋, 생각하다 보니 화가 치밀어

신분증을 보일 수 있소!

벌금도 낼 수 있소!

하지만 사람 많이 다니는 길목에 왜?

횡단보도는 안 만들고 왜?

건수 올리는 데만 이용하는 거요!

그들 역시 합법성을 들고 나와

나는 더욱 큰소리로

내가 누군데?

내가!

 

그러나

횡단보도의 필요성

진정 고민했던가?

 

벌금 증서를 받아 봄볕을 걸으며

안전사고로 분신자살로 죽은 동료들을 생각하며

나의 억지 반성하네.

자신을 내세우지 않고도

그리움을 안겨주는 저 진달래꽃에

벌금 무네.

 

 

진달래꽃

명위식

 

산마다 연분홍 꽃 지천으로

톡톡 터트려 가는 봄날

마음은 파랑새 되어 쪽빛 하늘을 날고

 

산자락마다 핑크빛 그리움 타오르면

하염없이 사랑의 열병을 앓는다

 

저 꽃잎 지고 나면...

너무도 아쉬운 미련에

돌아앉아 다시 오랜 기다림으로

뼛속 아픔을 견뎌야 하리라

 

가까이 보아도 싫증나지 않아

더욱 정이 끌리는

수줍은 듯 소박한 미소 짓는 산처녀

 

봄에만 찾아오는 사랑의 절정

헤어지기 싫은 아린 그리움이여

 

 

 

4월의 진달래

목필균

 

봄을 피우는 진달래가

꽃만 피운 채

타고 또 타더니,

 

꽃이 모자라

봄이 멀까요?

 

제 몸 살라 불꽃

산불까지 내며

타고 또 탑니다

 

 

 

진달래

문대준

 

우리의 비밀처럼 옅은 색을 하고

우리 사랑 깊이만큼 옅은 색으로

아무도 모를 만큼 사랑을 한다.

 

연분홍빛으로 입술을 그리고

연분홍빛 치마를 입고

그대는 바람에 너풀너풀 춤추며 올 때

 

내 사랑 진달래

꽃피었구나

 

입 맞추면 연분홍빛 물이 들겠소

껴안으면 연분홍빛 물들겠지요

살랑대는 얇은 꽃잎 가냘파 보여

우작스런 내 손을 못 내밀겠네

 

내 사랑 진달래

꽃이 피었다

가냘픈 꽃 웃음이

시리게 아름답던 날

설레는 가슴은 연분홍빛으로

꽃 피어 있네

 

내 사랑 진달래

꽃이 피었다네

 

 

 

진달래 나래를 펴다

문익호

 

봄꽃이 만발한 계절

전망 좋은 아차산을 걷는다.

 

진달래 가득한 아차산 보루에 앉아

한강 쪽을 내려다본다.

은은하게 반짝이는 큰 강물

둘레둘레 겹치면서 도시를 품은 먼 산들

산들바람 따라 꽃향기 은은하다.

 

아차산 보루 표지석 바라보며

삼국시대 아차산성에서

고향 땅 그리워했을 병사들

지금도 등 떠밀려 여기저기 마주 선 사람들의

평화를 바라는 속마음 떠올린다.

 

자연은 이처럼 평화로운데

인간은 자연 일부가 아닌가?

참 복잡한 존재라는 생각이 든다.

 

순박한 마음에 꽃부터 피는

진달래꽃 한 송이 술잔에 띄우니

연분홍 평화가 춤추듯 나래를 편다.

 

 

 

진달래꽃

민병도

 

문수선원 가는 길에

한 동자(童子)를 만났네

 

개울물을 건너가자

홀연히 제 몸 흩어

 

적막에 불을 붙이네

길도 절도 다 태우네

 

 

 

 

진달래

박계희

 

순이 볼 언저리

매양 돌던

배고픈 짝사랑을

 

이 산에서

저 산까지 다 먹어도

겨우내 주린 배는

부르지 않으리

 

척박한 땅의 맨살에

뿌리와 뿌리로 얽혀

육신을 부풀리는

 

살아 단 한 번

양달진 가슴 쬐어 보지 못했던 이들의

새붉은 노여움을

 

이 마을에서

저 마을까지 다 헤매도록

한세월 앓아온 내 사랑은

먹어도 먹어도 배고프리

 

 

 

진달래

박금례

 

진한 연분홍빛

진달래꽃은 하늘하늘

봄바람 소리에

나비가 찾아와 입맞춤

하고

 

달맞이꽃은

님 그리워 야화( 夜花)가 되고

래래 내님은 별님

그리워 별나라 가시었네

 

 

 

진달래꽃잎 지던 날

박금숙

 

부슬부슬 봄비에

진달래꽃잎 지던 날

아버지 상여 따라

서럽게 울던 사내

어디 갔다 왔는지

서랍에서 불쑥

진달래꽃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네.

 

 

 

쌀밥과 진달래꽃

박남준

 

기다리면 살던 사람들 지금도 남아

백날이며 천날

눈 감지 못하고 산맥을 타고 떠돌고

산중턱 무너진 집터인가 이끼 낀 돌축대

여기쯤일까 저기서쯤일까

폭격으로도 산불로도 쓰러질 수 없던

그 억센 산 사람들

속절없이 버림받고 묻혀 가던 곳

녹슨 탄피 하나 돌 틈새에 뒹구는데

혼백이냐 누구의 원혼이냐

진달래 피어 피어 붉은 붉은 핏빛

모질구나 분단의 땅에 이대로는 묻힐 수 없어

그 아픈 날들 지고 피어 전하려느냐

그 겨울, 논밭에서 쫓겨난 서러운 사람들이

가슴치며 못 박힌 가슴들 안고

끝내는 평등의

저마다의 논밭에 씨앗 뿌려보지 못한 채

절망으로 무너지며 뿌려가던

쌀밥 같은 눈밭 위 붉은 피

그 피의 역사를

 

 

 

진달래

박남준

 

그대 이 봄 다 지도록

오지 않는 이

기다리다 못내 기다리다

그대 오실 길 끝에 서서

눈시울 붉게 물들이며

뚝뚝 떨군 눈물꽃

그 수줍음 붉던 사랑

 

 

 

흔들리는 사람

박남준

 

뿌리를 그렇게 함부로 잘라 옮기는 게 아니었는데 이른 작년 앞산 너머 뽑아온 진달래가 시름에 겨워 힘겹다 청미래덩굴 칡덩굴 찔레나무 가시덤불에 휘감겨 일견 안쓰러웠더라도 그냥 거기 두는 것인데 그렇게 얽히고설켜 사는 것도 한세상이었는데

 

욕심이었을까 진달래가 여위어갈수록 나의 봄날도 서러워져서 문밖이 못내 무겁다 이런 것은 아니었는데 이렇게도 불혹의 봄날이 흔들리는 나이였다니

 

무거운 몸이 바닥이 없이 잠겨 있다 그때마다 갈증의 몸살이 진달래 움트지 않는 마른 가지에 완강하게 도사린다 뿌리 없는 것들이 바람을 부른다 내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진달래

박노해

 

겨울을 뚫고 왔다

우리는 봄의 전위

 

꽃샘추위에 얼어 떨어져도

봄날 철쭉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 외로운 겨울 산천에

봄불 내주고 시들기 위해 왔다

 

나 온몸으로 겨울 표적 되어

오직 쓰러지기 위해 붉게 왔다

 

내 등 뒤에 꽃피어 오는

너를 위하여

 

 

 

진달래꽃

박다윤

 

봄눈 녹아내린 자리

기지개 켜는 산마루에

그리움이 한 무더기 피어났다

지난해 봄

영철이가 그린 참꽃은

입술을 바짝 내밀어

대지에 숨 가쁜 입맞춤을 했었는데,

그리움에 지친 꽃은

올해도

수줍은 얼굴로

진한 사연을 붉게 써내려 가고 있는데,

간밤

한숨처럼 다녀간 봄바람에

몸살 앓듯

해쓱한 목소리로

온 산비탈에

분홍빛 그리움을 뱉어 놓았다.

 

 

 

진달래

박동수

 

1

씨앗 하나 툭 터져

붉은 사랑으로 피고 그대 선 자리

가파른 벼랑일지라도

활활 타며 잘도 오르네

 

타는 이 불꽃 씨앗이

훌훌 떠나던

계절 끝에서 준 사랑이기에

새봄 산산산 천지에서

활활 타며 피워 보이리

 

이젠 새 씨앗 하나

떨어뜨려 주지 않아도

당신의 사랑은

깊고 깊은 가슴속에

붉은 씨앗으로 오래 남아 있네

 

 

2

진달래가 빨갛게 피니

봄이 왔다

 

나는 오늘 이순이 넘은

친구모임에 간다

멋 좀 부리고 가는 나를 보면

어떻게 헤아려볼까

 

세월을 잊은 글 몇 줄 쓴다고

젊음이 있다고 할까

 

때를 아는 진달래가

봄에 피듯

나 또한 꽃처럼

가고 오는 때를 알며

살고 싶을 뿐이다

 

 

 

진달래 화전

박미향

 

뒷동산에 올라 연분홍 향기 머금은 꽃잎을

소쿠리에 가득 담아 콧노래 부르며 내려온다

가마솥 뚜껑에 기름 둘러 찹쌀 반죽 올려놓고

그 위에 예쁜 꽃잎을 가만히 얹으면

꽃누르미 같은 화전이 눈과 입을 즐겁게 했다

 

겨우내 추위를 이겨내고 흐드러지게 핀 꽃

무슨 소식 전하려고 둥지의 새끼 새 부리처럼

삐죽 꽃잎부터 내미는가

연분홍의 진달래 붉게 타는 봄이면

어린 시절 어머니의 구수한 손맛이 그리워진다

 

 

 

진달래도 피면 무엇하리

박봉우

 

4월의 피바람도 지나간

수난의 도심은 아무렇지도 않는

표정을 짓고 있구나

 

진달래도 피면 무엇하리

 

갈라진 가슴팍엔

살고 싶은 무기도 빼앗겨 버렸구나.

 

아아 저녁이 되면

자살을 못하기 때문에

술집이 가득 넘치는 도심.

 

약보다도

이 고달픈 이야기들을 들으랴

멍들어 가는 얼굴들을 보라.

 

어린 4월 피바람에

모두들 위대한

훈장을 달구

혁명을 모독하는구나.

 

이젠 진달래도 피면 무엇하리

 

가야할 곳은

여기도,

저기도, 병실,

 

모든 자살의 집단, 병든

기를 올려라

나의 병든 데모는 이렇게도

슬프구나

 

 

 

진달래꽃

박상현

 

양지바른 곳 분홍빛 꽃대 오르면

벼 익어가는 소리처럼

부스럭거리는 바람이 참새들의

날갯짓에서 돋아난다

 

어머니 소쿠리에 분홍빛 쌀밥이

눈물로 쌓여갑니다

눈물로 담긴 분홍빛 쌀밥

한 움큼 입속에 넣고 오물거리면 보랏빛

달콤함이 가난한 밥상에 내려앉는다

 

봄 별처럼 피어나는 진달래꽃

분홍빛 불꽃 들불처럼 번져가면

소쿠리에 가득 담겨가는 엄마의 슬픈 노랫소리

산허리에 검은 멍이 툭툭 떨어진다

 

통통한 햇살을 안고 눈을 감는다

선홍빛 진달래꽃잎에 하루를 잊고 내려오는 길

마을 굴뚝마다 내려앉은 가난

개구리 울음소리만이 풍년으로 가득찬다

 

 

 

진달래

박성수

 

골마다 울려 퍼진 종달새 노랫소리

시뻘건 두견화는 내 가슴 불태우고

붉어서

눈 못 뜬 순정

애달픔이 아리다

 

봄처녀 정염 품은 황홀한 젖가슴에

연분홍 치마폭을 원 없이 펼쳐놓고

말 타고

님 오는 길에

꽃가마 길 수놓네.

 

 

 

진달래꽃

박송죽

 

아리어라.

바람 끝에 바람으로

먼 하늘빛 그리움에

목이 타다

산자락 휘어잡고 文身을 새기듯

무더기 무더기 붉은 가슴

털어놓고 있는

춘삼월 진달래꽃.

 

긴 세월 앓고 앓던

뉘의 가슴

타는 눈물이런가.

 

대지(大地)는 온통

생명의 촉수 높은 부활로 출렁이고

회춘하는 봄은

사랑처럼 아름다운

환희로 다가온다.

 

 

 

진달래

박순애

 

산등성이 봄빛이 나리면

초록 잎 가슴에 품고

연분홍 사랑으로 젖어든 그대

 

설레는 마음으로

산자락마다 붉게 물들였지요

 

아름다운 사랑 가슴에 새기고

가지마다 그리움 달아

꽃비 되어 날아간 그대

 

이 봄에도

화사하게 피는 그대는

그리운 사랑입니다

 

 

 

진달래

박승옥

 

너는 가슴 벅차게 밀려왔다.

사월에

무참하게 짓이겨진 젊은 꽃잎들

그 후들거리는 기억 떨쳐버리고

너는 눈부신 얼굴로 선뜻하게 피었다.

 

눈을 씻고 돌러보아도

불씨조차 숨어버린 우리들의 졸린 땅

너는 아프게 아프게 목아질 내밀며

순식간에 손 산을 뒤엎어 버렸다.

 

휘날렸던 핏빛 깃발이여

사랑과 분노의 뜨거운 부딪힘을

우리들 산하에 대한 미친 듯한 포옹과 의무를

한꺼번에 터뜨린 날카로운 함성이여

 

너는 통곡하지 않았다.

짓밟힌 꽃송이

기어이 피울음을 거두어들이고

너는 마침내 우리들 피멍 든 몸뚱이를

세차게 일으켜 세웠다.

 

 

 

영변의 진달래

박신지

 

꽃불 놀이 한창이다

오늘 서울은 불바다, 불바다

하늘과 땅에 불붙는 진달래

폭죽으로 터지고 있다

뉘 막으랴 찬란한 꽃사월을

거센 꽃샘바람 속에서

감춘 얼굴 도려내는 불의 칼질, 칼질

자꾸 타오른다. 비탈진 길 위로

저 불꽃 뉘 끄리오

묻노니 영변의 약산 진달래 어떠한가

핵꽃으로 타오르나 불꽃으로 타오르나

한 시인의 혼불로 타고 있나

 

 

 

진달래야~

박영숙

 

진달래야~

너의마음 너무 붉어 너를 꺾으려고

수 많은 적들이 수 없이 이 땅을 침범 했어도

고구려의 혈맥은 땅을딛고 살아있어

중원을 노려보던 광개토대왕의 눈빛처럼

몰려오던 왜적선을 불태우던 거북선의 불길처럼

만주벌판 피 뿌리며 말 달리던 독립군의 함성처럼

이 민족의 혼불밝혀

온산을 붉게붉게 물들이며

성스러이 피는 꽃

너는, 이 땅의 모든 아버님같이

뿌리깊은 조국의 꽃이다.진달래야~

진달래야~

눈보라 속에서도 하늘향해 굽힘없이

천둥 번개, 비 바람 다 맞고서도

때가되면 보란듯이

고구려의 혈맥은 땅을딛고 일어서서

붉은깃발 흔들며 거룩하게 피는꽃

비틀거리는 나라를 위하여

총 칼없이 싸웠던 유관순 언니도

은장도 가슴 속에 간직하고

허리 끈 졸라메며 흙속에 별을심고

터전을 지켜내며 혈맥의 뿌리를 키워내던

너는, 이 땅의 모든 어머님같이

지조높고 강인한 족국의 꽃이다.진달래야~

 

 

 

진달래꽃

박외도

 

하늘나라에는 그 어디에도

사랑하는 임이 없어

지난해 이별한 사랑하는 임

하 그리워 예까지 왔나요.

 

아직 쌀쌀한 기온인데도

가슴 부푼 그리움과

애틋한 사랑으로

꽃잎부터 먼저 내밀며

임을 찾아왔건만

 

아직도 임을 찾지 못하여

이 골짝 저 골짝을

헤매이다가

연분홍 치맛자락만

휘둘러놓고

가엾은 순정의 눈물 한 줌 흘리고

시들어갈 그대여!

 

나는

그대를 더욱 사랑하노라

그대를 더욱 사랑하노라.

 

 

 

진달래

박유동

 

언젠가 진달래 붉게 핀 벼랑에서

꽃가지 꺾어 꽃다발 만들었는데

진달래는 곁에서 쳐다보기보다

멀리서 바라보니 더욱 아름다웠다네

저 산 벼랑가의 진달래를 보아라

꽃구름 꽃 안개가 흘러가더냐

아가씨의 빨간 댕기가 휘날리더냐

이산저산 꽃 무지개가 걸쳤더냐

너는 어쩌면 나의 아내만 같구나

먼 만리타향에서 더욱 그립고

더욱 아름다운 나의 아내만 같구나

진달래 진달래 먼 산에 진달래야!!!

 

 

 

진달래꽃

박인걸

 

1

이 산 저 산에

봄바람이 부니

불덩어리가 되어

벌겋게 달아오른다.

 

그리워하면

누군가를 사랑하면

얼굴에도 눈빛에도

열꽃이 핀다.

 

원초적 본능에

훌훌 벗어던지고

드러낸 속살위로

나비 떼가 날아든다.

 

죽어도 좋은

꺾어져도 싫지 않은

무장 해제한 채

비틀거린다.

 

 

2

종달새 하늘 높이 날아드는

삼월 스무닷새 날 어느 숲길을 걷는다.

진달래꽃 무리지어 피어나고

그 옆에 생강나무 꽃 곱다.

순정이 싹트던 그해 나는 널 알았고

진달래꽃 한 아름 꺾어 네게 안겨 줄 때

꽃빛깔 보다 더 붉게 수줍어하던

너의 고운 얼굴이 그립다.

첫 몽정에 한창 수줍던 나는

너만 보면 가슴은 화덕이 되어

멀리서도 너의 뒷모습을 훔쳐보았다.

한 마디 고백도 없이 너는 멀리 떠났고

지금껏 나는 너를 그리워한다.

앳된 가슴에 옵셋 인쇄된 네 얼굴은

아직도 곱게 웃고 있고

봄 나비 꽃 찾아 노닐 때면

그리움에 열감기라도 앓을 것만 같다.

너는 나를 잊을지라도

나는 너를 아직도 잊지 못한다.

진정 네가 그리워서가 아니라

고운 추억이 꽃처럼 고와서이다.

 

 

3

진달래꽃 피는데

진달래꽃 지는데

당신은 어찌하여

아직도 소식이 없나요.

 

양 떼 구름 떠가고

뭉게구름 왔다가

꽃구름도 가는데

당신은 왜 안 오시나요.

 

오늘은 오시려나

내일은 오시려나

눈시울 붉히면서

지금껏 기다렸건만

 

목련 꽃 떨어지고

벚꽃 흩어지며

진달래마저 지는데

얼마나 더 기다릴까요.

 

주님 이제는 오세요.

진달래꽃 지기 전에

꽃잎 바구니에 담아

당신 발 앞에 뿌릴게요.

 

 

4

삼천리금수강산을

핏빛으로 물들이며

매년 눈물로 피는 꽃이여!

 

임진왜란에 전사한

젊은 병사의 선혈과

병자호란에 쓰러진

무명용사의 영혼들이

봄이 오면 산과 골짜기에

붉은 진달래로 다시 핀다.

 

삼십 육년 강점기와

육이오 때 죽은 넋들이

슬픈 꽃망울을 터트리고

이 땅에 자유를 위하여

조국의 근대화를 위하여

숭고하게 스러진 젊음들이

고독함으로 피는 꽃이여!

 

독제자의 군화 발과

강포자의 세력에 짓밟혀

억울하게 횡사한

망자들의 영혼이

따뜻한 햇살 아래 모여

소복하게 피어난 불쌍한 꽃이여!

 

그들 어머니의 영혼들이

한 마리 나비가 되어

진달래꽃 위를 서성일 때

유난히 밝은 햇살이 쏟아진다.

 

 

5

진달래꽃 피던 날

너를 너무 사랑한다고

망설이기만 하다가

끝내 고백을 못했다.

 

봄바람에 달아오른

소년의 연정은

밤마다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입안은 바짝 마르고

눈알도 뻑뻑하고

긴 그리움에 지쳐

몸은 여위어갔다.

 

벌 나비는 맘대로

꽃잎에 입을 맞추는데

용기 없는 소년은

속만 태우다 돌아섰다.

 

진달래 어지럽게 필 때면

고백하지 못한 사랑이

아직도 가슴 언저리에

큰 화상(火傷)으로 남아 있다.

 

 

6

그대가 나를

사랑한다면

진달래꽃 한 아름

가슴에 안고

 

아지랑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들길 따라 내게로

달려와 주오

 

꽃잎처럼 입술에

웃음 가득히

향기처럼 가슴에는

사랑 가득히

 

그대가 내게로

오신다면야

길목마다 꽃잎 깔아

맞이하리다.

 

 

7

나는 당신이 보고 싶어요.

머뭇거리지 말고 오세요.

그대가 내게로 오신다면

가슴 한가운데로 길을 낼게요.

 

봄날 그대와 마주쳤을 때

붉게 타오르는 눈동자에서

진달래꽃 보다 더 진한

당신의 사랑이 보였어요.

 

이제 나에게로 달려오세요.

원미산 진달래꽃 길을 지나

붉게 핀 꽃송이 한 아름 안고

살며시 나에게로 다가오세요.

 

혹여 당신이 안 오신다면

진달래 붉게 핀 이 봄날에

홍반성 반점을 동반한

심한 홍역을 앓을 거예요.

 

나는 당신이 그리워요.

진달래 곱게 피는 날 와주세요.

 

 

8

올해도 진달래꽃은

진분홍 사랑으로 곱게 피었다.

엷은 꽃잎 바람에 흔들릴 때면

내 마음도 덩달아 춤을 추고

그리움 가득한 나비 떼들이

꽃향기 따라 날아들 때면

갈피 잡지 못한 사내 마음은

양지쪽 비탈에 벌렁 눕는다.

어릴 적 잃어버린 옛 사랑이

오랜 악습처럼 되살아나고

가슴 깊이 묻어 두었던 그리움은

들판 아지랑이처럼 일어선다.

곱게 핀 가지마다 한 아름 꺾어

그대 있는 곳으로 달려가서

김소월의 진달래꽃 곱게 읊으며

그대 품에 고이 안겨주곱다.

 

 

 

진달래꽃 필 무렵

박인걸

 

햇빛이 금가루처럼 쏟아지고

참나무 햇순이 물감처럼 번져가는

산촌의 4월은 로스토아크의 무릉도원이다.

살구꽃 생강나무 꽃 산 벚꽃이

오일장마냥 보따리를 풀어 놓으면

빨갛게 핏발 돋은 진달래는

면장(面長)집 외동 딸 만큼 고왔다.

양지마을 토담 곁에는 온 종일 햇빛이 놀고

빚쟁이처럼 찾아 온 졸음은 바둑이도 잠재웠다.

그 집 소녀의 포플린 연분홍치마 자락은

매일 소년의 마음을 자석처럼 끌어당겼고

꽃잎을 흔드는 바람처럼 내 가슴을 흔들었다.

소녀가 봄노래를 흥얼거릴 때면

소년의 가슴도 곁방망이질을 하고

그녀가 마루에 앉아 두툼한 책을 읽고 있을 때면

나는 활자가 되어 빨려 들어가고 싶었다.

마을이 붉은 봄빛으로 뜨거울수록

소년의 가슴은 므라피산 활화산이 된다.

에스토로겐의 과다 분비가 춘정을 자극하여

소년은 사춘기 증후군을 홍역처럼 앓았다.

뒤돌아보면 가슴앓이도 바람과 별의 추억

붉은 진달래꽃 비탈에서 그때처럼 피고 있다.

 

 

 

진달래 피던 날

박인걸

 

진달래 붉게 피던 그해 봄처럼

올해도 진달래 곱게 필 때

연분홍 치마폭 휘날리며 달려오던

그때 그 소녀가 떠오른다.

 

목련 빛 하얀 얼굴과

사슴처럼 긴 목 빼들고

별빛 눈망울로 나를 바라보던

그 소녀는 아직도 내 가슴에 있다.

 

다소곳한 소녀의 표정과

보조개가 유난히 움푹한 볼에서

잔잔한 미소가 흘러나올 때면

내 가슴은 달아올랐고

 

어쩌다 소녀의 집앞을 지날 때면

가던 길을 멈춘 채 서성이다가

혹여 그 소녀와 마주칠 때면

반가운 표정을 애써 감추었다.

 

연년이 봄은 이렇게 오는데

꽃향기 벌 나비 모아들이는데

소녀의 소식은 감감하고

백발노인은 먼 하늘만 바라본다.

 

 

 

진달래꽃

박재삼

 

한 이십몇 년 전 사업(事業) 실패한

울아버지 상()을 하고

이 강산에 진달래꽃 피었다.

목젖 떨어지는 곡()은 남 부끄럽던가.

죄 없는 가려운 살을

긁어버려 긁어버려 벌건 피를

내 콧물 흘린 소견으로 보던 것이나,

시방 눈부신 햇살 속에 진달래꽃을

흐리게 멍청하게 보는 것이나.

안 어기고 돌아오는 어지러운 봄을 두고

앞앞이 말 못 하고 속속들이 병들어

울 아버진 애터지고

진달래꽃 피던가.

일본 동경 갔다가

못 살고선 돌아와

파버리지도 못한 민적(民籍)에 가슴 찢던

이 강산에 진달래꽃 피었다.

 

 

 

진달래

박정미

 

1

저 산허리에

다홍빛 진달래

 

겨우내 자란

살 오른 햇살에

 

꽃잎마다

봄물이 차올라

 

엄마 새악시 시절

치맛자락처럼

 

곱게도 차려입고

사뿐히 오셨네

 

 

2

엄마 치마처럼

예쁜 꽃들이

동산 위에 가득 피었어요

 

꽃가마 타고

시집오던 새색시

얼굴 같기도 하고

 

꽃잎 따서 입에 물고

즐겁게 미소 짓던

동무 같기도 하고

 

연분홍 치마저고리

곱게 차려 입고

환하게 웃던

 

우리 엄마

웃음 같기도 해요

 

 

 

외롭게 핀 진달래꽃

박정재

 

산길을 걷다 보면

가는 가지에 한두 송이

그리움에 애달픈 얼굴로

쳐다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꽃송이가

외로움을 달래는 듯 서로 모여

맺힌 사연 주고받는 듯합니다

 

온 산이 진달래로 덮이고

즐거운 표정으로 웃으며

오가는 길손에게 하는 말

이제 우린 외롭지 않답니다

 

그렇습니다

외로움은 혼자일 때 오고

여럿이 모이면 즐거움이 옵니다

 

 

 

진달래꽃 사랑

박정재

 

소담스럽게 핀 진달래꽃

빨간 속살 들어 내보이며

달콤한 꿀단지 열어 놓고

벌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지나는 길손 꺾어 든다.

 

진달래꽃이 예뻐서 꺽은

길손이야 기뻤겠지만

벌님도 만나지 못한 채

시들어야 하는 진달래쏯

그 운명도 얄궂은 신세로다

 

진달래꽃의 진정한 사랑은

손으로 만져주기보다는

암꽃술의 사랑의 꽃가루를

숫꽃술에 전할 수 있도록

벌님의 방문을 구경함이리라

 

 

 

 

진달래 동산

박정재

 

앙상한 가지에 분홍색 꽃

듬성듬성 얼굴 내밀고

봄 동산 등성이에 서서

그리던 사랑을 찾는구나

 

하루가 지나고 나면

다른 분홍색 꽃망울이

눈을 뜨기 시작하고

앙상한 가지는 뵈지 않네

 

또 하루가 지나고 나면

온 산은 붉은 동산이 되고

구경하는 사람 몰려들고

진달래 동산 춤을 추네

 

 

 

가을 진달래

박종영

 

산기슭 양지쪽 가을 산에

봄기운 머금고 피어있는 가을 진달래,

미래의 세월을 잡아당겨

봄꽃의 신화로 웃고 있는가,

제철을 만난 듯 마냥 으스대는데

눈 흘기는 계곡물은 더 크게 소리내어 흐르고

만산홍엽이라 했던가,

차가운 눈물 흘리는 산골마다

누구의 이별이 아쉬워

곱게 불타는 가을 산,

붉은 물결 출렁이는 산길에서

한 줌 그리움을 퍼 갑니다.

 

 

 

진달래 분홍 웃음

박종영

 

아주 살포시

마음의 문을 열어 놓고 기다린다,

겨우네 웅크린 외로움도 꽃잔등 타고 번진다.

오싹오싹 가시덤불 훌쩍 넘어

옹알대며 얼어붙은 겨울 강 건너와

가느다란 몸 마디마디 흥겨워

봉곳하게 촉 궁그는 진달래,

진정 메마른 곳으로 퍼 나르는

꽃 비 머금고,

날겹의 옷을 벗기라도 하려는가?

초록의 숲에서 바라보는,

저토록 움찔거리는 환락의 몸뚱이

, 한 개 따 입에 넣으니

애써 수줍음 감추는 너 분홍색 웃음꽃,

봄날, 어지러운

뻐꾸기 울음 그립지는 않더냐?

 

 

 

고려산 진달래

박태강

 

바람 없는 온- 산에

붉은 불이 붙어

화알 활 타오른다

 

붉은 불은

연기도 없고

냄새도 없이 붉게 타오른다

 

모두들 산불이 좋아

불구경하면서

일 열로 장사진을 친다

 

온산이 타오르는데

솔방울 튀는 소리

찰칵찰칵 소리 들린다

 

구경하는 사람이

붉게 타고 있다

불구경하면서 한 줄로 타고 있다

 

정신을 잃고

모두 불 속으로

화알 활 타면서 뛰어든다.

 

 

 

진달래와 아이들

박희진

 

지금은 없어진 이 땅의 보릿고개

에베레스트 산보다도 높았다는.

밑구멍 찢어지게 가난한 사람들은

풀뿌리 나무껍질 따위로 연명했죠.

 

허기진 아이들은 산에 들에 만발한

진달래 따먹느라 정신이 없었고.

하지만, 요즘의 아이들은 다르데요.

어제 숲 속의 샘터로 가는데,

 

두 아이가 진달래꽃가지를

흙을 파고 정성껏 심는 것을 보았어요.

물론 그들이 꺾은 것은 아니고,

 

누군가가 꺾어서 버린 걸 말예요.

나는 집에 돌아와서야 깨닫게 되었지요

그 진달래는 내 가슴속에도 심어졌다는 것을.

 

 

 

너무도 슬픈 사실

박팔양

 

날더러 진달래꽃을 노래하라 하십니까

이 가난한 시인더러 그 적막하고도 가냘픈 꽃을

이른 봄 산골짜기에 소문도 없이 피었다가

하루아침 비바람에 속절없이 떨어지는 꽃을

무슨 말로 노래하라 하십니까

 

노래하기엔 너무도 슬픈 사실이외다

백일홍처럼 붉게붉게 피지도 못하는 꽃을

국화처럼 오래오래 피지도 못하는 꽃을

노래하느니 차라리 붙들고 울것이외다

 

친구도 이미 그 꽃을 보셨으리다

화려한 꽃들이 하나도 피기 전에

찬바람 오고 가는 산허리에 쓸쓸하게 피어있는

봄의 선구자 연분홍 진달래꽃을 보셨으리다

 

진달래꽃은 봄의 선구자외다

그는 봄의 소식을 먼저 전하는 예언자이며

봄의 모양을 먼저 그리는 선구자외다

비바람에 속절없이 지는 그 엷은 꽃잎은

선구자의 불행한 수난이외다

 

어찌 하야 이 나라에 태어난 이 가난한 시인이

이같이도 그 꽃을 붙들고 우는지 아십니까

그것은 우리의 선구자들 수난의 모양이

너무도 많이 나의 머릿속에 있는 까닭이외다

 

노래하기에는 너무도 슬픈 사실이외다

백일홍같이 붉게붉게 피지도 못하는 꽃을

국화와 같이 오래오래 피지도 못하는 꽃을

모진 비바람 만나 흩어지는 가엾은 꽃을

노래하느니 차라리 붙들고 울 것이외다

 

그러나 진달래꽃은

오려는 봄의 모양을 그 머릿속에 그리면서

찬바람 오고 가는 산허리에서

오히려 웃으며 말할 것이외다

"오래오래 피는 것이 꽃이 아니라

봄철을 먼저 아는 것이 정말 꽃이라"

 

 

 

진달래 길

박형준

 

4월의 어느 바닷가 봄밤엔

낙지가 바다 밑을 기어온다지요

진달래꽃을 따 먹으러

뭍으로 올라온다지요

 

당신과 남산의 계단을 오르고

타워를 오르고,

햇빛으로 빛나는 꼭대기 창에 매달려

우리는 바닷가에 가기로 약속을 했지요

 

그날은 서해 바다가 저 멀리 떠오르는 맑은 날이었지요

내려오는 길에는 당신과 남산의 진달래 길을 걸었지요

당신은 저에게 주려고 진달래를 따서 옷자락에 가득 채웠지요

그런 뒤로 저는 당신의 옷에서 향기가 날 때마다

당신이 저를 위해 꽃을 딴 것은 아닌지

당신의 냄새를 맡아보곤 했지요

 

어렸을 때 열병을 앓아 다리를 절던 당신,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계절의 경계에서 어느 순간

하늘이 맑아지고 다시 꽃이 피어납니다

이제는 저 혼자 그 길에서

저만치 피어 있는 꽃을 바라보지만,

당신이 절뚝거리며 따 준 꽃 냄새는

봄물 같은 투명한 하늘에 떠서 흘러가고 있네요

 

이제는 더 이상 누군가와 나눌 수 없는

봄이 오지만, 아직도

당신과 거닐던 진달래 길에는 봄빛이 맑아

무언가 정겨운 마음이 번집니다

 

봄밤의 바닷가 사람들이

홰바리라 부르는,

횃불로 낙지잡이를 한다는

당신과 끝내 가보지 못한 그 바다,

당신이 절뚝이며 꽃을 따 주던 진달래꽃길에

바다 밑을 숨죽이며 뭍으로 기어오르는

낙지 한 마리, 그렇게 봄빛이 오고 있습니다

 

 

 

진달래 군상

박희동

 

온 산 구석구서기에 핀 참꽃

그 새로

한 마리 시가 대어

날아가부몬

머선 피 뿌리노은 자죽같이

이 바람

저 바람에 헌덜거리다가

꽃 널찌지몬

잎사구는 천지만지로 열리끼고

내가 대기 보고싶은 그 사람

슬픔도 영 모르는건지

참꽃 속에 파묻혀서

안 나오고 있는 갑네

 

내 사랑가턴 꽃이여

 

 

 

북한산 진달래

박희진

 

요즘 북한산은 연일 홍조를 띄우고 있어라.

기슭에서 정상까지 새 봄의 꽃불 잔치,

진달래 촛불 잔치, 진달래 능선 타고

올라가는 이 몸 또한 벌겋게 물들밖에.

한 발 가도 진달래요 두 발 가도 진달래랴

들이쉬고 내쉬는 숨결도 진달래빛.

 

진달래에 취하니 김소월이 생각 나네.

영변의 약산 진달래꽃도 가신 님 그리워서

지금쯤 바르르 떨고 있으리.

아아 김소월, 우리 시의 원고향을

지키는 수호자여. 님의 시로 말미암아

이 땅의 진달래는 불멸의 꽃이어라.

 

만지면 으깨질듯 여리디 여린 꽃이

모진 바람에도 질 줄을 모르나니,

반만년 역사 뚫고 살려는 겨레의

의지가 승화된 꽃, 겨레 혼의 꽃이어라.

어찌 북한산 진달래 뿐이랴. 방방곡곡에

지금 이 땅은 활활 타오르는 신생의 목숨 잔치.

 

저 병랑에 한 무더기 붉 밝힌 진달래 보소.

저녁 햇살 받고 진달래꽃 속 분홍빛 초에

일제히 불이 환히 켜진 거요. 지상에서는

가장 순수하고 투명한 불이. 옛날 신라의

순박한 노인이 수로부인에게 바치기 위해

벼랑에 올라가 꺾었던 꽃도 저러하였으리.

 

진달래 고운 볼, 북한산 홍조가 가시기 전에

이 몸도 오늘은 한껏 진달래에 취하고 싶어라.

해가 떠서 질 때까지 진달래 동산에서

진달래 화전에 진달래 술 마시고

진달래빛 알몸춤을 덩실덩실 추어 볼까.

아아 타올라라, 진달래 혼()불이여, 좀더 황홀히.

 

 

 

진달래꽃 빛

박희진

 

진달래 만발한 산천에 취하여, 종일 뛰노는

아이들을 살피다가 문득 깨닫겠다, 왜 이 나라의

무구한 아이들은 그 두 불과 팔다리는 물론

발바닥까지 아름다운 진달래꽃 빛인가를.

 

 

 

진달래 정토(淨土)

박희진

 

이곳에서 서쪽으로 십만 억 국토 지나야 극락이죠.

하지만 대뜸 갈 수 있는 지름길을 알았어요.

당신도 가려거든 먼저 심신을 탄락시키세요.

진달래 보면 진달래 되는 방법을 익히세요.

 

그 진달래 정토길엔 진달래가 무진무진

피어있습니다. 꽃송이가 십만 억 개는 됩니다.

꽃송이마다 하나씩 찬란한 국토가 들어 있죠.

송이송이 빛 뿜는 분홍빛 국토의 이름은 황홀,

 

또는 고요, 자비, 평화, 청정, 부드러움 ……

어디서인가 오색이 선연한 수퀑이 한 마리

날아오기도 하고, 옴마니반메훔 진언이 들리는데,

 

, 저만치 연꽃 자리 위엔 꿈처럼 앉아 계신

아미타불이 미소를 흘리시죠. 진달래빛 방광(放光)으로

삼천대천세계를 밝히시죠. 환히, 구석구석.

 

 

 

산에는 진달래가

배창호

 

온 산에 불이 붙은 이맘때면

살 속으로 파고드는 꽃바람 교태에

추스르지 못한

잎 샘 달의 나신인데도

한껏 추파에 눈이 멀어서

상념조차 봄눈 녹듯이

춘정에 물든 진홍빛 연서가

홍조의 물결을 이루는 만산을 빚었다

오독(誤讀)으로 펼쳤다면

차라리 넘치기나 할 테지만

아무리 채워도 끝이 없어서

어쩌랴 바쁜 걸음 설쳐도

갈길 급한 봄날은 머무름조차 짧아

서성거리는 삶의 애환을

참꽃술이라도 빚어

지는 해라도 붙들어 볼까.

 

 

 

진달래

백숙천

 

또 하루

붉게 내리 뛰누나 물줄기

버얼겋게 검은 숲 달리는 소리

어린 순 나뭇가지 뒤숨는 소리

범람 애타서

바위 불

불 태우고 싶지 않아서

아으으으………

터치는 생 피

바위는 꽃일 수 없다.

 

 

 

진달래

백우선

 

저 거대한 남근

골짜기의 경혈에

피칠갑이 되어

불끈불끈 치솟고 있어라

 

 

 

진달래윷

백우선

 

우리집 윷은 진달래나무로 만든 진달래윷, 고향 앞산 진달래 진달래윷.

45밀리 세로 15밀리 높이 7,8밀리. 질고운 밤색 등, 포근한 속줄의 흰 배.

은은한 진달래 향기, 맑고 잘게 달그락이는 진달래 윷종 소리

 

도다! 한 아이만 배를 움켜잡고 나동그라져 누워 팔다리를 바동

그리며 자지러지게 웃는다

개다! 두 아이가 배를 움켜잡고 나동그라져 누워 팔다리를 바동

그리며 자지러지게 웃는다

걸이다!한 아이만 시침 딱 떼고 팔다리 바짝 옴츠리고 엎드려 어

떻게 또 한바탕 깜짝 놀래줄까 하고 키들키들 속웃음을

웃는다

윷이다!네 아이가 다 배를 움켜잡고 나동그라져 누워 팔다리를 바

동그리며 자지러지게 웃는다

모다! 네 아이가 다 시침 딱 떼고 팔다리 바짝 옴츠리고 엎드려

어떻게 또 한바탕 깜짝 놀래줄까 하고 키들키들 속웃음을

웃는다

툇도의 반짝 동그랗게 뜨는 산초알 같은 눈이랑 ――

 

진달래꽃에 취하고, 진달래 술에 취하고, 진달래 윷에 취하고

 

 

 

4월의 진달래

백우선

 

봄을 피우는 진달래가

꽃만 피운 채

타고 또 타더니,

 

꽃이 모자라

봄이 멀까요?

 

제 몸 살라 불꽃

산불까지 내며

타고 또 탑니다

 

 

 

진달래가 시집가면

백원기

 

산길 따라 피어난 연분홍 진달래

바닷가 모진 해풍 견디며

홀쭉한 몸매에 청순한 미소 머금고

바라보는 홍조 띤 얼굴

수줍은 너는 아무도 없는 밤에

차디찬 하늘의 별과 속삭이며

조금씩 몰래 피웠구나

얼마 남지 않은 사월

이달이 다 가면 너는 시집갈 테지

아름다운 드레스 입고 멀리 가겠지

진순아 눈물 흘리며 슬퍼 마라

네 아우 철순이가 있잖으냐

하늘 향해 쪽쪽 뻗으며

이제 막 피어나는 연초록 이파리

오월이면 수줍게 피어나

언니 닮은 얼굴로 뭇 사람 반기며

언니 몫을 다 해내리라

 

 

 

진달래가 피면

백원기

 

봄이 열리고 비가 내리면

올려다보이는 곳마다

붉게 핀 진달래 자욱하다

 

봄이 오는 삼월이면

진달래꽃 설레게

사랑의 기쁨 나누자는데

 

솟아있는 산마다

피어나는 정열의 꽃

여수 영취산에 올랐다가

북한산 진달래 능선 걷고

강화 고려산 진달래 축제

 

지난 기억은 그리움 되어

가슴에 안기는 영원한 추억

봄이 오고 진달래 피면

달려 나가 얼싸안는다

 

 

 

진달래

백창우

 

너는, 지난 세상에 무엇이었길래

그리 붉게 피는가

너를 볼 때마다 나는

우리 아버지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의 아버지의 노래를

듣는다

그 붉은 생애를

 

 

 

진달래꽃

서민경

 

핏빛으로 물든 진달래가

흐드러지게 피었다

 

흰 저고리 검정치마 한 벌로 토해낸

대한민국 만세!

유관순의 외침도

저렇게 붉었을까

 

진달래꽃 한가득 따다가

한 땀 한 땀

분홍치마 저고리 지어 드리고 싶은데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산들바람에 흔들리는 3월 진달래꽃

심장처럼 뜨겁다

 

 

 

진달래꽃

서정춘

 

그해,

지리산 밑 오두막에 살면서 산막을 드나들다

총 맞은 가슴팍에 진달래꽃을 피워놓고

잠든 사내를 빨치산이라 불렀었지,

 

 

 

먼 산 진달래를 보며

서지월

 

봄이 오면 먼산 진달래를 보며

나는 울었다.

닿을 수 없는 하늘과

닿을 수 있는 바다의 꿈으로

세월은 피었다가 지고

그대로 우리는 안녕하고 떠나지만

찾아드는 봄날 온몸 아지랑이 피고

막막한 구름 밖에 비껴선 풍경 하나

산자락에 숨겨둔 하얀 적삼 하나

꽃 좋고 시절 좋고 바람 좋지만

먼산 진달래꽃 보며

입맛 다신 쏙독새처럼 나는 울었다.

 

 

 

진달래

서지월

 

진달래꽃 속에는 조그만

초가(草家)집 한 채 들어있어

툇마루 다듬잇돌 다듬이 소리

쿵쿵쿵쿵 가슴 두들겨 옵니다.

 

기름진 땅 착한 백성(百姓)

무슨 잘못 있어서 얼굴 붉히고

큰일 난 듯 큰일 난 듯 발병()이 나

버선발 딛고 아리랑고개 넘어왔나요.

 

꽃이야 오천년(五千年)을 흘러 피었겠지만

한 떨기 꽃 속에 초가(草家)집 한 채씩

이태백(李太白) 달 밝은 밤 저어내어서

대낮이면 들려오는 다듬이 소리,

 

어머니 누나들 그런 날의 산천초목(山川草木)

얄리얄리 얄랑셩 얄라리 얄라

쿵쿵쿵쿵 물방아 돌리며 달을 보고

흰 적삼에 한껏 붉은 진달래 꽃물 들였었지요.

 

 

 

진달래

서해식

 

내 고향 서남해상 섬마을 뒷동산에

온산을 물들이는 진달래 피었나요

봄이면 소식 전해온 절친 얼굴 그리워

 

새봄에 가보리라 참꽃을 따다가는

꽃전을 부쳐 먹던

아련한 추억 떠올라

내 고향 진달래동산 오르는 꿈 꿉니다

 

 

 

진달래꽃

서화

 

진달래꽃 향기가

내 콧등을 콕콕 찌르더니

 

자금은 아예

내 가슴으로 뛰어듭니다

 

나도 처음에

그대 뺨만 바라보다 이젠

붉은 피로 물들려 해요

 

그리움에 빠져 상기된

진달래꽃은

내 심장과 닮았습니다

 

 

 

진달래

석지공

 

1

임의 손길인 양 곳곳

선혈 하나 남겨두고

푸르른 햇살 가지런히 받으며

온 산을 불태웠다

 

꼬방동네 사람들에게

찬바람도 내어주고

어쩌다 내린 봄비 속

그걸 맞으며 자란 순수 열정

 

생각하면 할수록

서역을 지나 태산준령을 넘어오듯

바람에 절어

가난한 살림도 어쩌지 못하고

그냥 목만 내어놓고

꽃 사태로 봄을 알렸네

 

너무 찬란한 임으로 산 여정의 끝

 

 

2

누가 머라카더나

저기 저 불새노는거를 보문서

낭구 끄트머리에 햇쌀쪼깨이 받으며

 

상채기를 내엇나

우짜다가 그리 불그스럼하게 열었노

 

인자 머시 필요한기고

너거 갈질 모리는기가

 

서언한 바람 한 줄나기 불어싸아도

눌 그 자리서 꼼짝도 안하고

시부지기 누어자뿌나

가는 봄 서러워 말거라

내 호분차 서 있어도 그기 더 조은기라

 

 

 

진달래

선영자

 

봄의 산자락

소리없는 사랑의 선율

아지랑이.

색깔도 없는 사랑

연분홍 빛깔로 알리고.

나비처럼 하늘거려

사랑의 형체를 창조하는

봄의 영마루

은은히 물들이는

사랑의 실루엣

이별 연습 하지 않아도

떠나가신 어머님

어릴 적 이 고개

진달래 다발

만들어 주신 그 날 밤

두견새는

또 그렇게 울었었나

실바람 따라

연분홍 꽃잎 흩날리던

사랑의 아픈 흔적

어머니 발자국.

 

 

 

진달래와 어머니

설태수

 

진달래 숲길을 걷고 계신 어머니는

배고프던 옛날에 진달래를 얼마나 먹었는지 모른다고

하신다. 진달래 한 송이를 맛보시면서

앞산 진달래를 꺾어 와 부엌 벽 틈마다 꽂아두면,

컴컴하던 부엌이 환했다고 하신다.

진달래 맛이 옛맛 그대로라고 하신다.

얼핏 어머니의 눈빛을 살펴보니

어머니는 지금 타임머신을 타고 계셨다.

처녀 적 땋아 내린 긴 머리 여기저기에

진달래꽃이 가득 피어 있었다.

빨간 풍선처럼 이 산 저 산을 마구 떠다니시는 듯했다.

(어머니, 너무 멀리 가지 마셔요.) 하고 나는 속으로 중얼거리는데,

산에 피는 꽃이나 사람꽃이나 사람 홀리긴

매한가지라시며,

춘천을 오갈 때는 기차를 타라고 하신다.

일주일에 내가 이틀씩 다니는 경춘가도의

꽃길이, 마음에 걸리신 모양이다.

어머니 말씀이 제겐 시()로 들리네요

하니깐, 진달래 숲길에서 어머닌

진달래꽃 같은 웃음을 지으신다.

 

 

 

진달래

성백군

 

산기슭 돌무덤 속

염병(染病) 앓다 죽은 아이

산속에서 길을 잃고

엄마엄마 부르다가

한 맺히고 서러워서

토해 놓은 각혈

온 산을 불사르며

산마루 넘어간다

 

 

 

진달래꽃

성진명

 

마법에 걸린

열다섯

순이,

부끄럼 감추려고

엄마

치맛자락 끌어당겨

자꾸만 숨는구나!

 

서툰

몸짓에

온 산을 벌겋게

물들이는

봄날의 수채화.

 

 

 

진달래 사랑

손병규

 

붉은 꽃잎 피고 질 때

절절했던 사랑이 있었던가

해지는 허허로운 벌판에

뜨거웠을 가슴도 묻어둔 채

 

안개 짙게 드리운 날

지나간 그림자 희미한데

가끔은 그립다는 생각에

허한 웃음 지어본다

 

순백의 영혼

갈망의 늪으로 빠져들 때

애잔한 그리움 깊게 스미는

사랑품은 임 하나 없었을까

 

지난 세월 뒤돌아보니

산 중턱을 넘어가는

빈정거리는 바람 소리에

오지 않을 사랑만 기다린다.

 

 

 

진달래꽃

손상근

 

감추려 애써도

자꾸자꾸 망울지는

이 붉은 그리움

 

아직은 쌀쌀한 당신인데도

그 앞에 자꾸만

부푸는 가슴

 

오늘은

당신 앞에서

 

붉고 붉은빛으로

피는 사랑을

감출 수가 없네요

 

 

 

진달래

손인하

 

봄비 소나기

흠뻑흠뻑 잘도 옵니다

봄비 소낙비가 흠뻑흠뻑 내려

내 작은 가슴에

가득히 넘쳐흐르게 합니다

 

부슬부슬 봄비가

하염없이 내리는 오늘

나는 그대의 내음을 찿으려

꽃향기 그윽한 산속

오솔길을 가려고 합니다

 

사랑하는 그대 여인이여

이렇게 비가 내리는 날

봄처녀 봄총각 노래를 흥얼거리며

봄비에 젖은 오솔길을

걸어 보소서

 

나는 그대 오는 길목에

진달래꽃이 되어

그대를 기다렸다가

나의 꽃향기를 그대 품에

가득히 안겨 드리려 합니다

 

그대 여인께서는

아름다운 오솔길에서

진달래 꽃향기

품에 안고 진달래꽃 희롱하는

봄의 여인이 되어 보소서...!

 

 

 

진달래

손정모

 

1

물안개 머리 풀어

떠도는 물에

살짝 비친

연분홍 고운 꽃송이

 

만지면 스러질 듯

가녀린 꽃잎

하늘 향해

살며시 미소짓는데

 

그리움 찾아 나선

종달새 울음

마른 가지

흔들어 홍조를 띠네.

 

 

2

비단결 같은 바람결마다

아스라한 현기증에서 깨어나듯

연분홍 꽃잎

얼굴 붉히며 일어선다.

 

사방 둘러봐도

신록의 잎새 없어

꽃잎만 펼치며

조심스레 몸을 떤다.

 

왜 그리 고와

서러움 꽃잎마다 일렁이는가

심중에 사무치는 그리움

푸른 한숨이 된다.

 

 

 

진달래꽃

송기원

 

그대에게 가는 길이

그대처럼 깊게 병드는 일이라면,

병들어, , , 잎 문드러지고

몸통 하나로만 남는 일이라면,

가겠네, 그대의 길 따라

햇살 바른 양지쪽에. 두 몸통 어울려

문드러진 눈, , , , 발가락

저리도 난만한 진달래꽃으로 피는 일이라면,

 

 

 

진달래

송정숙

 

노을빛 들고 나는 저물녘

너를 위한

등불 하나 켜지 않았어도

버드나무 물오르듯

돌돌 감아둔 마음 여는 목련

 

거만하게 등을 세우기에는

짐 질 것이 많은 언덕에

쓸쓸함조차 분홍으로 피는 꽃잎

스스로 길 찾아 왔다

 

달이 지다

익숙하지 않은 버릇처럼

이슬 맺히면

괜찮다 토닥거리는 손길에

먼발치서도 기쁘게 일어서는

흰 물결 같은 부끄러움

연분홍 걸음으로

걸어오다 멈추고 걸어오다 멈추면

바스락거리며 재촉하는 갈잎

매화 등 뒤에서 설다 우는 바람

 

 

 

진달래

송정운

 

누가 너에

이름을 부르기에

붉은 꽃 으로 피는가

가슴 가득 철렁이는

내 사랑아

어제는 하루가 길어

헤어진 사랑

오늘은 늦은 걸음으로

기다려 봐야지

진달래꽃 길에서

 

 

 

진달래

신경림

 

1

냇물 타고 내려온 복대기가

마당을 덮은 가겟집

씨리목 산울타리에

진달래가 섞여 피었다

 

키가 큰 그 집 의붓딸이

나는 좋았다

가겟방 들마루에 나앉으면

소나무 가지 사이로

달 뜨는 게 보이고

 

그애 제 죽은 애비 자랑에

툭하면 밤이 깊었다

후미진 골짝 돌자갈 밑에 누워

소쩍새 울음에 눈물 삼킬 그애 애비

 

 

2

나는 삼짇날 그애 꿈을 꾼다

산울타리에 섞여 피던

진달래를 본다

재봉틀에 손 찔리며

쏟아지는 잠 쫓는 그애의 딸을 본다

 

골목 안을 서성대는

가난한 어머니를 본다

 

무엇인가

우리를 하나로 묶고 있는

이 길고 질긴 줄은

 

소나무 사이로

달 뜨는 걸 본다

 

 

3

얼마나 장한 일이냐

꽃과 잎 꺾이면 뿌리를 그만큼 깊이 박고

가지째 잘리면 아예

땅 속으로 파고들어가 흙과 돌을 비집고

더 멀리 더 깊이 뿌리 뻗는 일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이냐

피해서 꺾이지 않고

숨어서 잘리지 않으면서

바위너설에 외진 벼랑에

새빨간 꽃으로 피어나는 일이

 

 

 

진달래 산천

신동엽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모서리엔

이름 모를 나비 하나

머물고 있었어요

 

잔디밭엔 장총(長銃)을 버려 던진 채

당신은

잠이 들었죠.

 

햇빛 맑은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남햇가,

두고 온 마을에선

언제인가, 눈먼 식구들이

굶고 있다고 담배를 말으며

당신은 쓸쓸히 웃었지요.

 

지까다비 속에 든 누군가의

발목을

과수원 모래밭에선 보고 왔어요.

 

꽃 살이 튀는 산 허리를 무너

온종일

탄환을 퍼부었지요.

 

길가엔 진달래 몇 뿌리

꽃 펴 있고,

바위 그늘 밑엔

얼굴 고운 사람 하나

서늘히 잠들어 있었어요

 

꽃다운 산골 비행기가

지나다

기관포 쏟아놓고 가버리더군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은

산으로 갔어요.

그리움은 회올려

하늘에 불붙도록.

뼛섬은 썩어

꽃죽 널리도록.

 

바람 따신 그 옛날

후고구렷적 장수들이

의형제를 묻던

거기가 바로

그 바위라 하더군요.

 

잔디밭엔 담배갑 버려 던진 채

당신은 피

흘리고 있었어요

 

 

 

. .

신미균

 

미나리아재빗과의 홀아비 바람꽃과

긴꼬리부전나비가

몰래 불륜을 저지르려고 하는데

수다스런 바람이

둥근매듭풀과 노루오줌풀에게

소문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이래저래 싱숭생숭하게

벌건 소문만

산비탈에 뭉게뭉게 피어나는데

 

"진짜 달라면 줄래"

떠돌이 유머를 아무리 연습 해도

입 밖으로 말 꺼내볼 사람조차 없는

오십 고개 넘긴 홀아비 조카

혼자서 산비탈 돌밭을

종일토록 갈아엎고 있습니다

꽝꽝 얼렸다 씹어 먹고 싶은 파란

하늘입니다

 

 

 

진달래꽃

신성례

 

매운 시집살이 뒤로하고

넘어와,

울다 지친 그 자리

이른 봄

나무꾼이 넘나들다

꽃을 따먹고 취해

건 잠을 잔다.

 

 

 

진달래

신진기

 

햇빛에

토라지은

핑크빛 연두노랑

아기 진달래

 

봄의 요정이

새롬새롬

길가에 잔뜩 뿌려 놓고서

 

햇빛이

따사로운

파릇한 하늘바람

 

까치새 반가옵는

이른 아침

이슬 종소리

 

처녀 냄새

차오르는

봄의 파랑새

 

 

 

진달래 이야기

신홍섭

 

밤새 울던 소쩍새 떠나간 자리

두견이 피 울음 하루 한나절

가슴 속 끓던 선홍빛 노을은

 

온산을 뜨겁게 불꽃으로 덮었다.

 

구경꾼은 밀려오는 파도가 되어

하얗게 부서졌다 다시 모여서

노랑나비 춤을 추는 언덕을 넘는다.

 

삼월 삼짇날

가람(伽藍) 가는 어머니

맑은 물 가득한 못 둑길 돌아

다기 물에 아롱지는 불자佛子의 마음

 

노래하고 춤추며 화전花煎을 지짐 하는

조선의 모습을 본다.

 

* 가람 : 승가람마 승려가 살면서 불도를 닦는곳

* 다기물 : 부처님께 올리는 물

* 화전 : 진달래 등 꽃을 찹쌀가루에 넣어 기름에 지진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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