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화 – 수선화
강우식 – 수선화
강은령 – 수선화의 기도
강자옥 – 수선화
강재남 – 수선화 칸타타
강현옥 – 수선화 깃발처럼
고봉선 – 제주 수선화
고재종 – 수선화, 그 환한 자리
고훈식 – 수선화 향기
곽재구 – 수선화 핀 언덕
권말선 – 수선화
권명옥 – 수선화에게
권미정 – 수선화
권영철 – 수선화 그리고 당신
권천학 – 수선화
권태원 – 수선화
김경윤 – 수선화
김경철 – 수선화
김경희 – 수선화가 핀 나를
김광협 – 수선화
김길자 – 수선화
김남수 – 수선화 공화국
김내식 – 수선화 핀 물가에서
김대식 – 수선화
김동명 – 수선화
김말란 – 수선화
김성돈 – 수선화
김승기 – 수선화 피던 날
김영국 – 수선화
김영남 – 수선화
김영수 – 노랑 나팔 수선화
김영찬 – 수선화 폭설
김용준 – 내 임은 수선화
김월한 – 눈물의 그림자 수선화
김월한 – 수선화
김윤환 – 노을에 수선화를 피우다
김인숙 – 수선화 가족
김정석 – 수선화
김정숙 – 수선화
김정애 – 수선화
김정희 – 수선화
김종덕 – 바위산에 핀 수선화 물길
김희영 – 수선화 사랑
나금숙 – 수선화에게
나동수 – 수선화
나태주 – 수선화
노여심 – 수선화 꽃다발
도종환 – 수선화와 조팝나무의 사랑
도지현 – 그대 사랑 수선화야
도지현 – 수선화의 영토
도현영 – 수선화
류시화 – 수선화
민병도 – 수선화에게
민 영 – 수선화 피는 날
박기숙 – 노란 수선화
박기숙 – 수선화는 내 친구
박노해 – 겨울 수선화
박노해 – 수선화가 처음 핀 날
박명숙 – 수선화 언덕에서
박명숙 – 수선화 연정
박성현 – 수선화
박얼서 – 수선화
박영식 – 은방울 수선화
박의용 – 내 사랑 수선화여
박인걸 – 수선화
박정순 – 수선화
박정재 – 수선화
박진선 – 노란 수선화
박춘숙 – 수선화
배연옥 – 수선화
배혜경 – 수선화 사랑
백승훈 – 수선화
복효근 – 수선화에게 묻다
서동안 – 화개 장터에서 만난 수선화
서미경 – 수선화 사랑
손수여 – 수선화
손정모 – 수선화
손해일 – 수선화
송기원 – 수선화
송시옥 – 수선화
송용일 – 언덕 위에 핀 수선화
송정숙 – 수선화 한 송이
송종규 – 수선화가 있는 찻잔
신경희 – 수선화의 그리움
신석정 – 수선화
신주연 – 수선화
수선화
강세화
가시내야, 꽃이 피었다
저승을 갔다가 되짚어 온 영혼이
싱둥싱둥 뛰면서 반가운 말도 다 못할
조고만 가시내야 너를 닮은 꽃이 피었다
잠잠히 어리는 기운이 말쑥하고 숫기없어
첫눈에 반하여 어쩔 줄 몰랐던 기억이
꿈처럼 피어나는 꽃잎에 그대로 담겨있다
자고 일어나면 세상은 또 변해있어도
내 맘 변하기 전에 너는 변하지 말아라고
샘물가에 빌어온 줄 알거나 모르거나
아주 판에 박은 듯이 너를 닮은 꽃이 피었다
속으로 아무도 몰래 그리움을 품은 가시내야
이 풍진 세상에 아직도 숫보기로 남아서
제시날로 낮은 그림자 꽃이 피었다
수선화
강우식
한해 겨울을 내 누운 이부자리의
발밑에서 수선화 분이 같이 살며
아내하고 그 짓하는 것도 더러는 구경했다
저것도 꽃필 때면 내 짓거리 같은 것도 생각해 낼까
수선화의 기도
강은령
주께서는 금잔을 주시어
청정한 마음과
담을 만큼의 복을 주셨나이다
봄의 형상을 입게 하시고
빛의 영광을 드러나게 하시나이다
내 속에 선한 것들을 담게 하시어
고여져 썩지 않게 하시려고
기울여 흘려내게 하시오니
향은 흘러 시내를 이룹니다
햇살 아래 뿌리 내려
아삽의 노래를 부르게 하시고
무명 같이 그렁이는 눈망울들
봄을 담아 그 얼굴에 어룽지게 하시오니
주의 앞에서 순백하달 수만은 없는
숙여진 목덜미로
주의 은혜 찬양하게 하시나이다
수선화
강자옥
결국은 떠나갈 거면서
나는 너의 이떤 점에
그렇게 사로잡혔는지
하늘의 높이와 넓이만큼
외롭고 쓸쓸한 날이었어
밤이 오고 있음을 알리는 어둠
오늘도 어제도 엊그제도
너의 향기에 취해 비틀거렸지
수평선을 그어놓고
쉽게 만나고 쉽게 헤어지는
무수한 엇갈림 속에
소박하고 겸손한 너를 잊어가는 것에
갑작스러운 오한이 온몸을 훑고
지나가는 전율을 느꼈어
노랗게 물들인 수줍은 가슴
중독된 잦은 입술
노란 꽃술을 빨아들인다
수선화 칸타타
강재남
그러니 사랑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오지 않습니다
창백한 꽃대 흐드러진 호숫가를 기억하는 건 사라진 당신의 최초입니다
최초는 당신의 당신이 당신과 공존하는 곳입니다
우울의 시간이 자라는 것은 최초 이전의 일입니다
신화는 일시에 사라지는 환영입니다
어린잎이 기지개 켤 때마다 이슬이 신발을 벗는 것도 그와 같은 이치입니다
노란 뜰이 깊은 봄으로 꿈틀거리는 배경이 아무리 간절하여도
그러니 사랑하지 마십시오
당신을 기억하는 건 기억을 망각한 당신의 오류입니다
광막한 물속은 즐거운 곳입니까
싱싱한 아침 해가 물음을 던집니다
당신을 들여다보는 당신은 환상입니까 실재입니까
신발을 벗은 이슬을 오늘 주검으로 만나고 내일은 오늘의 이슬을 만날 것입니다
당신이 물속으로 얼굴을 담급니다
저에게 엎드려 새벽기도를 강요하지 마십시오
구름너울이 하늘을 덮습니다
그러니 사랑하지 마십시오
애당초 물의 요정이었다는 말은 잊은 지 오래입니다
날지 못하는 날개를 가졌다는 건 감당 못할 상실입니다
축축한 발바닥을 가진 당신은 오래 행복하십시오
당신이 당신을 기억해야하는 일은 어떤 것도 없습니다
밤이면 잠시 그림자를 벗었다가 아침이면 꺼내어 입는, 그것조차 잊어주십시오
깊은 봄 호숫가를 창백하게 물들이는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당신을 기다리는 당신은 언제라도 숙연합니다
수선화는 깃발처럼
강현옥
겨울을 생각하며
올해도 피어 있다
만삭된 사념을 안고
깊은 수심을 헤치고
피었거라 피었거라
나부끼는 혈관의 깃발
머리에 꽂고
희디흰 절망의 눈물 흘린
계절의 마지막 슬픔을
모두 읽고 서있는 너에게
찾아 온 것은 바람이었다
바람에 기대어
머언 하늘 바라보면
은하수 잔물결위로
끝없는 연모의 정
싣고 떠나가는 편주
너는 나의 설한을 가득 싣고
내 영혼처럼 흘러가는구나
제주 수선화
고봉선
섬에서 살다 보면 꽃조차도
해녀를 닮아
뭍으로 밀려오던 물결은 넘어져도
한담의 제주수선화 물가로 향한다.
발 디딜 곳 먼저 알아 알뿌리 내려놓고
고비를 넘길수록 향기 또한 짙어져서
아, 저런
수선화도 파도향을 풍기네.
숨비소리 그 조차도 아련한 한담해변
오늘은 물에 들어
초록파래나 뜯어올까
봄 전령 도착하던 날 바다 앞에 선 그 꽃
내 눈에 보이는 저 곳은 벼랑이다
요령껏
장애 피해 에스자를 그리는 꽃
입춘의 문턱을 넘자 바다에도 향이다.
수선화, 그 환한 자리
고재종
거기 뜨락 전체가 문득
네 서늘한 긴장 위에 놓인다
아직 맵찬 바람이 하르르 멎고
거기 시간이 잠깐 정지한다
저토록 파리한 줄기 사이로
저토록 환한 꽃을 밀어올리다니!
거기 문득 네가 오롯함으로
세상 하나가 엄정해지는 시간
네 서늘한 기운을 느낀 죄로
나는 조금만 더 높아야겠다
수선화 향기
고훈식
죽어도 널 못 보내
그래서 눈물은 미운 짓을 알아
흐느낌도 얼음궁전을 알아
원점으로 돌아간다고
그냥 돌아서면 되는데
외로움을 품어서 꽃이 된 사연
바람결에 향기가 닿을지 몰라
그리움이 아프니까
잊는 것은 더 아파서
먼 하늘을 바라보며 견딘 세월
돌담 위에 쌀처럼 눈이 쌓이면
추위에 떨고 있는 수선화
울어서 해결될 일이라면
실컷 울기라도 하건만
무정한 추억을 나더러 어쩌라고
임이 없는 세상은 지옥이기에
절대로 그냥 보낼 순 없어.
수선화 핀 언덕
곽재구
내 나이
스물한 살이었을 때
강가의
나무에 앉아
나를 바라보던 새
수선화 핀
언덕을 넘어가자고
수선화 핀
언덕을 차마 넘어가자고
수선화
권말선
아직도 버리지 못하는 꿈,
태연히 돌아서지 못할
못내 아쉬운 이별.
폭우속에 떠내려 간
노란 그리움.
홀로 남은 그 향기를
언제쯤,
언제쯤이면
돌려 줄 수 있을지...
긴 아픔이
꽃잎으로 피었다.
수선화에게
권명옥
햇살이 부드럽습니다
당신의 소식이 다가옵니다
당신은
고요한 호숫가에서
봄의 첫 시를
쓰는 시인이었습니다
난 당신의 고운 자태에
마음을 빼앗겨
당신을 깊이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노란 꽃잎 한 장
가장 고운 러브레터로
떨어졌습니다
옛 사랑 수선화
노을 진 강물에
고은 빛이
시립도록 그립습니다
수선화
권미정
작은 꽃밭 단둘이 앉자
밤하늘의 별을 보며
노래한다
캄캄한 밤
너를 만나고 너를 만지며
나를 기다리는 키 작은 친구
센 치한 얼굴
너에게 빠져든 이 밤
별은 꿈속에서
달빛과 함께
너의 곁에 머문 시간이
애틋한 사랑이 되어
수선화 그리고 당신
권영철
수선화의 아리따운 자태처럼 당신만의 사랑을 보았으면
수선화의 자기 사랑의 꽃말처럼 당신이 당신만의 모습을 가꾸어
눈부신 꽃향기를 뿜었으면 이 모든 수선화의 향기와 꽃말이 당신과 비유될때
그때서야 비로서 당신을 향한 나에 사랑이 하나의 꿀벌이란 존재로서
당신에게 다가갈 것입니다.
수선화
권천학
한 남자를 사랑했다
사랑해선 안 될 남자라는 걸 알게 되었다
그는 그의 사랑을 찾아 날마다 떠났고
나는 떠난 그를 찾아 산지사방을 헤매었다
나에겐 온통 다 있는 그 남자
어디에나 있는 그 남자
아무데도 없었다
어디에나 있으면서 아무데도 없는 그 남자를 찾아
추위도 아랑곳하지 않고 산녘과 들녘 밭두덕
갈대밭에도 갔다
온 가슴을 헤집고 다녔다
그가 자주 간다는 물가에도 갔다
물안개 되어 공중에 뿌려진 메아리,
봄볕과 달빛…
그 물가에, 그 허공에, 봄볕과 달빛에
마늘 뿌리 매운 맛을 속 꽃잎에 박아가며
모지랑 붓 끝으로 쓴 편지를 날려보냈다
수선화
권태원
당신을 사랑하는 이유는
살아갈수록 외로워지기 때문이다
세상 싸움의 한가운데에서
나도 당신의 이름을 부르며
가슴속의 별들을 헤아려보고 싶다
당신을 잊지 못하는 이유는
추억이 아름다운 사람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그리울 때마다
나도 들꽃으로 피어서
당신의 기도 속에서 살아가고 싶다
수선화
김경윤
수선화, 그 꽃을 보기 전까지는 무슨 물에서 피는 신선 같은 꽃인 줄만 알았다
단칸 셋방 어두운 골방에서 다섯 식구가 함께 산다는 우리반 지진아 순화네 집에 처음 갔던 날,
주인집 뜰에 노오랗게 피어 꽃샘바람에 오종종 떨고 있던 그 꽃,
혼자서 골방을 지키고 있던 할머니가 손주 녀석 담임선생을 위해 내온 오렌지쥬스 한잔,
그 곡진한 마음도 아랑곳없이 끝내 말문 열지 못하고 그저 건성으로 입만 축이고 돌아서 나올 때,
부끄러운 듯 죄스러운 듯 수줍어 말도 못하고 문밖에 서 있던 우리 반 순화의 눈빛을 닮은 애잔한 꽃,
봄 햇살에 노랗게 흔들리며 울컥,
눈시울을 적시던 수선화,
그 꽃을 보기 전까지는 때로 마음의 상처도 꽃이 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수선화
김경철
내게로 다가와
누군가가
말을 하는데
세상에서 피는
꽃 중에
수선화가
가장 좋다고
환하게 피어있어도
그리 본 적 없고
피어있다 한들
이름도 모르던 꽃
가녀린 허리에
노란 머리로 물들이고
예쁘게 피어있는
그 이름 수선화
춤추듯
한 올 한 올 흔들리는
너의 몸짓에
시간이 갈수록 빠져드는데
너였니
너였구나
너여서 그리 예뻤구나
수선화가 핀 나를
김경희
덤불 사이로 핀 여자
다시 한번 사랑을 하는 여자
혼백의 그 여자
미완의 삶으로 고백을 한다
새초롬한 여자
자기애가 돋보이는 여자
순간이 진리다
심성이 고운 인연을 만나
생애 처음으로 이야기를 꺼낸다
세상을 수놓아 사랑을 하리라
당신의 체취가 고와라
수선화
김광협
눈 내리는 밤에만 피는 꽃
바람이 울다 간 뒤 뜨락에는
소리없이 눈이 내립니다.
바다가 짓까불다 간 사이 뜨락에는
가이 없이 눈이 내립니다.
눈 내리는 밤에만 눈 뜨는 수선화
수선화 포기마다 하이얗게
눈같이 하이얗게 수선화가 핍니다.
수선화
김길자
1
자존심이란 그런 건가
소슬바람에도
서릿발 같은 사랑
노란 향기로 피우기 위해
제 몸 녹여 피는
얼음꽃
2
언 가슴 뚫고
고결한 자태로 피우기에
눈물겹도록 신비스럽다
겨우내
깊이 묻어둔 그리움
보여주지 않더니
산상에 봄 부르는 소리
매서운 바람 품어
향기로 자존심 세우는구나.
수선화 공화국
김남수
손거울 하나에 담을 수 있는 수선화 공화국에 닿았습니다
달개비 채송화도 수선화 발치에 오순도순 피었습니다
무릎을 접어야 보이는 작은 나라들
뒤뜰에 쪼그리고 앉았습니다
너무 늦게 도착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건네자 내가 가는 먼 길을 위해 꽃잎 한 장 손목에 걸어주었습니다
그리고, 등 뒤에 서 있는 민들레가 작은 나라로 이주하고 싶다고 살짝 귀띔을 했습니다
물뿌리개 하나 꽃삽 한 손이면 충분한 수선화 공화국
비닐 포토에 목숨을 담은 풀꽃난민들이 터를 잡는 간이휴게소 뒤뜰
나는 지금도 먼 그때를 생각하며
조금 더 머무르지 못한 것에 대해
한 발자국 너머 민들레 속사정을 들어주지 못한 것에 대해 후회의 편지를 쓸 때도 있습니다
수선화 핀 물가에서
김내식
물위에 뜬 구름 같은
수선화를 바라보자
낮게 낮은 곳으로 임하여
물가에 산다
물위에 어리는 구름이 벗어지면
시나브로 행복의 햇살
빙긋이 웃어줄 때
함께 웃는다
장미처럼 화려하게
사람의 도움으로 자랑도 않고
외로운 이들끼리 모여
함께 울고 웃는다
그들은 알고 있다
행복은 이미 마음에 존재하는데
자기가 스스로 숨겨
불행한 것을
수선화
김대식
몇 해를 잎만 무성
꽃이 없던 수선화
올 삼월엔 노란 꽃,
한 송이만 피었다가
며칠을 아름답게
고개 숙여 웃더니만
갑작스런 찬바람에
꺾이어 시들었네.
수선화
김동명
그대는 차디찬 의지의 날개로
끝없는 고독의 위를 날으는
애달픈 마음.
또한 그리고 그리다가 죽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 또다시 죽는
가여운 넋은 아닐까.
부칠 곳 없는 정열을
가슴 깊이 감추이고
찬 바람에 빙그레 웃는 적막한 얼굴이여!
그대는 신의 창작집 속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는
불멸의 소곡,
또한 나의 작은 애인이니
아아, 내 사랑 수선화야!
나도 그대를 따라 저 눈길을 걸으리.
수선화
김말란
골목마다 봄바람 불어오니
고운 햇살이 마중하고
처마 밑 고드름
녹아내려 땅을 적신다
겨울이 떠난 자리
물안개 피어나듯
봄기운 올라오니
살며시 고개 드는 수선화
차가운 눈꽃보다 어여쁜 너
귀여운 병아리 닮은 꽃망울
싱그러운 봄 햇살처럼
신비한 꽃 중의 꽃
수선화
김성돈
따스한 햇살의 사랑 받으며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봄꽃
찾아오기까지
하얀 눈 속에서
꽁꽁 얼어붙은 고난의 세상을
그윽한 향기로 지키는 설중화(雪中花)
회색 빛 계절에도
초록빛 삶의 모습 잃지 않고
자신만의 자존심
끝끝내 지키려는 몸부림
자만의 삶이 불러일으킨 종말
너만은 깨닫고 있으리니,
이제와 한겨울을 지키는
고아(高雅)한 모습이
그지없이 순수하기에
세상에 홀로 서 있어도
붉은 노을에 곱게 물든
황금빛 모습 바라보며
너만의 향기를
온 마음에 함께 품으니
차가운 세상도
참으로 아름답구나
수선화 피던 날
김승기
집 옆
텃밭가의 수선화
처음으로 진노랑 웃음 머금던 날
제비 돌아왔네
처마밑 빈 둥지 세 개
겨울 내내 가슴 시렸는데,
가운데 둥지의 제비
웃음꽃을 피웠네
수선화
여러 송이 꽃망울 맺혔으니
곧 다른 둥지의 제비도 오겠지
동쪽 처마끝
부엌 현관문 위의 둥지
제비는 언제쯤 돌아오려나
돌아오기는 하려나
기다려지네
지난해 칠월
모든 제비들 새끼 길러 둥지 비웠는데
동쪽의 그 둥지
뒤늦게 알 품어 기르다가
어린 새끼 두 마리 떨어져 죽고
상심한 어미제비
홀로 남은 자식마저도 돌보지 않아 잃어버리고
자식농사 실패하여 떠났다면서
무슨 일 있으려나, 걱정했다는 어머니 말씀
결국은 우리 집 종손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해
전신불수로 고향 찾아 왔다며
붙잡고 통곡하시던 어머니,
다시 그 제비 걱정으로 눈시울 적시네
겨우내 잠인 듯 꿈인 듯 보내고
가까스로 일어나
고운 햇살 가슴 뛰어 나와 본 뜨락
수선화 한 송이
함박웃음 터뜨렸네 제
비도 돌아왔네
“네 둥지 무사히 잘 있다”며
돌아온 제비 제일 먼저 반기는
어머니 얼굴에도 보름달로 뜨는 미소
수선화 꽃이네
수선화 피던 날
제비 돌아오고
내 몸에도 싱그러운 피돌기 시작하며
웃음꽃 멍울지네
수선화(水仙花)
김영국
고결한 수선화(水仙花)여
청순한 여인의 표상(表象)으로
수줍은 미소를 띠며
단아한 모습 자애(自愛)하고
신록이 짙어가는 오월에
그 모습 살며시 드러내어
바람결에 은은한 향기 풍기는구나.
수선화
김영남
절 아래 호수는 3월에 가 볼 일
요정 같은 소녀도 그 물가에서 떠 올려 볼 일
물의 아슬함, 아슬함의 표정이랄까
계곡 메아리의 청순함이랄까
잠시, 어느 왕자가 살다갔나를 생각해 본다
물을 응시하고 있는 왕자는
눈도 목소리도 날개도 왕자이겠지
왕자는 누가 더럽힐 수 없는 영혼이라
스스로의 생각 속에 들어가야 하겠지
어룽지고 있는 곳
왕자이기를 중단하지 않은 모습이여
산길 들길 떠도는 신세로
이렇게 하얗게 밤 지새운 얼굴이라면
그대는 날
어떤 향기로 기억하려나
어느 물가로 여겨주려나
노랑 나팔 수선화
김영수
햇빛 찬란한 봄날
초록 꽃대
길게 곧추세우고
햇살을 향해 웃고 싶지만
등지고선 전설의 꽃
봄비가 내리면
그저 그리움만으로
화안한 향기 풍기며
등불처럼 뜨락을 밝히는
봄날의 유혹이 황홀하다
나를 품어온 사랑을 향해
초롱초롱 눈망울 반짝이며
아가처럼 활짝 웃어주고
봄 처녀 마음에 곱게 핀
노랑 나팔 수선화
수선화 폭설
김영찬
눈이 온다
너를 사랑한 것이 잘못이라서 폭설 쌓인다
수선화 꽃밭은 하얀 꽃받침 위에
초벌그림을 지운다
아무 말도 필요 없고 아무 변명도 듣지 않으리라고
그립던 얼굴을 눈 속에 가두고
마을로 가는 길은 끊어져
무채색으로 하얗다
눈이 온다 쌓인
눈 위에 쌓이고 또 쌓인다
3월을 기다리던 수선화 꽃대는 뿌리 없이 꽃병에 갇히고
무게를 이기지 못한 동백나무가지들은
눈을 털며 툭툭 부러진다
너를 사랑한 것이 그토록 큰 죄라서
쌓인 눈은 천년동안 녹지 않고 길을 막는다
내 임은 수선화
김용준
낮은 울 넘어
해원 속에 달은 반인데
작은 꽃 몽우리 앞 선이 봉긋하다.
벗겨질 듯 여민
금조개 각(殼) 썰은 듯
꽃잎, 두어 겹이
한 낱은
내 그리운 이름 티끌 설다
물결 이는 너울 끝
돌 부스러기 서넛 쪽이 몽글해진다
꽃잎, 여러 해
썰은 각을 붙여 놓은 꽃
한 송이가 가슴을 꽉 차게 해서 아프게 하는
그리운 사람아.
그대는 뒤돌아서 만인의 꽃이라 했던가
초라해진 길 가상
나풀거리다 오는 딴 꽃 걸음들이
눈 사위어도
한낱, 움직이는 돌이었다
초저녁,
바닥에 깎인 상처는 흙먼지로 흐릿할 진데
너덜거린 안을 기웃하다
삼경(三更)은 마당 우물가 어스름이 지나
뉘를 위해
넌, 달빛 반쪽 머금은 앞 선이
속 저고리처럼 연정(淵靜)하기만 하는구나
눈물의 그림자 수선화
김월한
고요한 물결 위로 비치는 빛
은빛에 물든 그대 형상,
어느덧 시든 마음에 꽃이 피어난다
바람이 속삭이듯 그대 이름 부르면
수선화 한 송이 고개를 숙이고
추억 속에 그 향기조차 아련하다
얼어붙은 물살에 손을 내밀어도
너는 닿을 수 없는 먼 곳에 머물러
오직 나의 눈 속에서만 피어난다
꽃잎은 눈물처럼 멀리 흩어져 가고
저물어 가는 빛 속에서
나 홀로 서러운 수선화가 된다네
수선화
김월한
차가운 이른 봄,
눈 밟는 소리에 놀라 피어난 수선화
아직 가시지 않은 찬바람 속에서
스스로를 안아주며 노랗게 떨고 있다
너를 사랑했던 내 마음처럼
모진 계절을 견디며
작게 피워낸 온기 하나, 조금은
이르게 피어난 병아리를 닮은 수선화
하지만 봄은 오래 머무르지 않았으며
수선화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고
다신 피지 않을 꽃 같아
그 고결을 내 가슴에 묻는다네...
노을에 수선화를 피우다
김윤환
무엇으로 원망하랴
서쪽으로만 난 길을
백주에 묻히고 다닌
식욕의 찌꺼기
핏자국마저 곱게 덮어주는
용서의 시간
상처도 눈물도
달빛으로 뜨는 시간
육신의 나이를
한 줌 한 줌 파먹고
얻은 화려한 경계
어둠을 맞이하고서야
안식을 누리는 빛의 포로들
어둠이 짙을수록
식욕은 잠잠해 지는데
오래된 식탁위로
노을이 올라올 무렵
빈들에 노란수선화가 피어나고
그제야 바람으로 떠돌던 나도
그 빛에 노랗게 노랗게 물들겠네
수선화 가족
김인숙
어느 집
아담한 정원 귀퉁이에
옹기종기 세 들어 살고 있지요
햇볕 방긋 바람 소리 정겹고
참 좋은 곳이에요
봄 한철 꽃피우며 살다
때가 되면 소리 없이
시들어가겠지만
한때라도
서로 환한 웃음 기쁨을 줄 수 있으니
참 행복하답니다
이웃엔 지금 목련도 벙긋
미소를 터트리고 있네요
여기저기서 하나 둘
꽃 소식이 들려오고
응달진 땅에도 곧 좋은 일이
따끈따끈 싹을 틔울 것만 같아
덩달아 기뻐 설렌답니다
수선화
김정석
그리움을 늘려
오래도록 기다릴 테야
나의 그리움이여
기다림을 늘려
길이 참고 기다릴테야
나의 기다림이여
노랗게 웃을
나의 그리움을 위해
깊이 생각할 테야
깊이 사랑해야 할
나의 기다림을 위해
오래토록 기다릴 테야
수선화
김정숙
깜박거린다
빗물 속에 그림자
향기 피우며 바라다본다
초연하게 회상해 보며
너의 미소
박박 문질러 본다
다정한 숨소리
맑은 도랑물에 흐를 때
시원하게 두 눈 열어 주던
천사여
최후의 순간까지
고막 터지듯이
윙윙 울려 온다
젊음 불사르던
한 송이 수선화
수선화
김정애
호숫가 다붓이 고개 숙인 수선화
수줍은 듯 아닌 듯 보일 듯 말 듯
연못가 사랑에 만취한 그대
여보세요! 나르시스 님
당신을 사랑하는 제가 왔어요.
저의 사랑을 받아 주세요.
에코의 사랑을 외면한 그대
꽃 향 실은 미풍이 찾아와도
목소리 명랑한 꾀꼬리가 와도
자신만을 사랑한 자아도취
여보세요! 수선화
전 이제 당신께 갈 수 없어요.
당신이 저의 사랑을 외면해서요.
전 메아리가 되었거든요.
수선화
김정희
달 밝은 밤
차가운 먼 산언덕 쪽에
누가 홀연히 나타나
두 손을 모으고 있다
오래된 그리움이
네게 가는구나.
슬픈듯한 외로움이
노랑 꽃잎에 살포시
내려앉는다.
바위산에 핀 수선화 물길
김종덕
바위산 높은 곳에
체념으로 틀고 앉은
나르시스트
차가운 고통
바라볼 수 없는 나
물인지 뭍인지
정체성 간 곳 없고
아득히 보이는
잊을 수 없는 고향
구름 속으로 흐르는 님
차가운 산바람
마음 실어
님 곁에
가고픈데
지금도
오롯이
날 그리며
물속에 잠겨 있을까.
수선화 사랑
김희영
붉은 해 솟아오른 듯
회색빛 대지에
노란빛으로 우뚝 솟아
노을을 등에 진
고고한 자태
시샘하듯 다시 얼어붙은 대지에
노란빛 미소로 답하는 너
촉촉이 이슬 맺힌
선하고 동그란 눈망울과
오뚝한 콧날은 바람을 가르는듯하고
자그맣고 빨알 간 입술이
앙증맞은 천상의 소녀다
수정보다 맑은 향기로운 미소
봄을 손짓하며 하늘로 흐르고
순결한 신비로움 물 위에 비추니
따사로운 햇살도 잠시 곁에 머문다
수선화에게
나금숙
문 안에 들어서면
세 번 꺾어 들어가는 길이 있다
돌을 얹어 문을 표시한 곳을
지나가면
철제의자가 있고
나무를 깎아 만든 테이블이 있다
테이블 곁에
밀창 넘어 와 넘실거리는
달빛을 담는 침대가 있다
다탁이 있고
달빛 묻은 가벼운 커튼
돌돌 왔다 가는 도랑이 있다
별이 차가운 밤
층층나무 언덕 올라가면
종이거울에 지나간 허물이 떠오른다
아무나가 오지 않아도 좋아
나는 아직 나를 사귀지 못했어
자갈밭이 걸어오는 소리
바다 건너
블랙오크 나무 걸어오는 소리
기쁨 희망 슬픔 분노 원망 불안을
조금씩 배합하여
이슬을 섞어 땅에 심어보았어
이런 이종교배
너라는 씨앗
이 섞임은 흙도 혼란스럽다
혀가 갇힌 흙은 말해줄 수가 없다
이 혼종이 싹이 틀지를
회항한 새들은 눈치채었지
그래서 수정
물가에서
날개에 물을 묻혀보는 거야
숨비소리*에
숲에서는 꽃가루 구름
* 숨비소리 : 잠수하던 해녀가 바다 위에 떠올라 참던 숨을 휘파람같이 내쉬는 소리.
수선화
나동수
열매를 맺지 못한
슬픔을 딛고
차디찬 눈보라의
역경을 넘어
혹독한 겨울을
지내는구나.
세상의 봄을 여는
일념 하나로
숭고한 열정을
가슴 깊이 감추고
엄동설한 고독을
견디는구나.
거센 눈보라에도 한 점
주눅 들지 않으니
철 지난 폭설이
황금빛 네 웃음을
외려 더
돋보이게 하는구나.
수선화
나태주
언 땅의 꽃밭을 파다가 문득
수선화 뿌리를 보고 놀란다.
어찌 수선화, 너희에게는 언 땅속이
고대광실 등 뜨신 안방이었드란 말이냐!
하얗게 살아 서릿발이 엉켜 있는 실뿌리며
붓끝으로 뽀족이 내민 예쁜 촉.
봄을 우리가 만드는 줄 알았더니
역시 우리의 봄은 너희가 만드는 봄이었구나.
우리의 봄은 너희에게서 빌려온 봄이었구나.
수선화 꽃다발
노여심
누구나 처음 볼 때는
거짓이라했습니다.
그러나 잠시 잠깐사이
거짓에선 풍겨날 수 없는
향기에 놀랐습니다
여섯 잎 미색 향기 속에
아기같은 진노랑 향내는
정확히 어디쯤 붙었을지 모를
마음의 급소에 부딪쳤습니다
나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곧은 대롱따라 설레임 피어난
수선화 꽃향기
보내고 싶습니다.
수선화와 조팝나무의 사랑
도종환
우리 사랑 이 세상에선 이루어질 수 없어
물가의 수선화처럼 너 적막하게 꽃 피어 있을 때
나 또한 그 곁에 창백한 조팝나무처럼 꼼짝 못하고 서서
제가 내린 제 숙명에 뿌리에 몸이 묶인 채
한평생 바라보다가 갈 것만 같은데
오늘은 바람 이렇게 불어 내 허리에 기대 네 꽃잎을 만지다가도 아프고
네 살에 스쳤던 내 살을 만지다가도 아프다
네 잎새 하나씩 찢어 내 있는 쪽으로 던져야 내게 올 수 있고
가지 부러지는 아픔을 견뎌야 네게 갈 수 있다 해도
사랑은 아픔이라고 사랑하는 것은 아픔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너를 사랑할 때마다 깨닫고 또 깨달아도 그보다 더 아픈 것은
우리 사랑 이 세상에선 이루어질 수 없는 것
내 마음의 십분의 일 내 몸의 백 분의 일도 네게 주지 못한 것 같은데
너를 사랑하는 것만으로도 괴로워하다.
돌아서야 하는 것 바람은 불어 나 노을 속에 이렇게 서서 나부끼고
바람은 불어 나 물살에 얼굴 묻고 너 돌아서 있어야 하는 것.
그대 사랑 수선화야
도지현
하늘은 모두에게 지극히 공평하다
그래선지 모든 사물은
자신만의 개성을 가지고 있더라
고즈넉한 호숫가에 노랗게 핀 꽃
자신의 아름다움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반해
자신과의 사랑에 빠진 나르시스의 혼
누가 보아도 반하고 말 아름다움
홀로 있는 것이 외로웠을까
친구들과 옹기종기 모여서
소곤거리며 살아가는 내 사랑 수선화
하얀색, 노란색, 비록 색깔은 달라도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아우르며 살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그 모습에서 느끼는 사랑스러운 수선화야
수선화의 영토
도지현
세월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는다
젊음도 세월이 가면 늙어지고
아름답던 곳도 피폐하게 만들어 놓는다
아마도 예전에는 예쁘던 연못이
얼마만 한 세월이 갔기에
이제 연못도 아니고 동그란 구덩이일 뿐이다
그래도 그곳이 연못이라는 것을
뚜렷하게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노란 수선화가 동그랗게 손을 잡고 있기에
그곳이 연못이었구나! 미루어 짐작한다
다른 곳으로 떠나지도 못하고
단지 동그란 흙으로 메워진 그곳이 자기네 영토다
관악산 아래 조그마한 공원에서
어디로 가지 못하고 피폐한 그곳이 집이다.
수선화
도현영
눈이 부시도록 청순가련한
칠 공주 천사 황금 보물 가득 안고
은빛 물결 출렁인다
천국에 아름다움이려나
바라보는 눈동자 감동이 일렁이며
고귀함에 숙연해진다
밝고 환한 미소 뽀얀 속살
홀린 듯 녹아내려 한참을 바라보니
내 인생 아련함이 스멀거린다
평온하는 듯 따뜻한 품으로
빨려 들어가는 걸 어찌해야 될지
그저 행복한 이 마음
내 마음 빼앗아간
그대에게 감사함을 놓는다
수선화
류시화
여기 수선화가 있다, 남몰래
숨겨 놓은 신부가
나는 제주 바닷가에 핀
흰 수선화 곁을 지나간다
오래 전에 누군가 숨겨 놓고는 잊어 버린
신부 곁을
수선화에게
민병도
칼바람 껴안은 채
긴 겨울을 건넜구나
혀 깨물며 감추려한
그리움의 노란 진물,
그래도 흔들리는 건
네가 꽃인 까닭이다
수선화 피는 날
민영
수선화 피는 날에는
마음이 가로등처럼 밝아온다.
여러 해 전에 부서진
마른 꽃 같은 시인 생각도나고,
임조 무렵 그 얼굴에 스쳤던
쓸쓸한 미소도 유리에 비친다.
휘몰아치는 포악한 광풍에
학교 밖으로 쫓겨난 시인은 끝내
아이들 곁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봄이 오기를 기다리다가
소식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
그때 미친 바람 일으킨 자들이 또
다시 활개치는 낮도깨비 세상에
긴 속눈썹 사이로 슬픔을 달래면서
수선화 피는 날만 기다리다
떠나간 시인.
- 황사 바람아, 그 미치광이들
아직도 숨통이 붙어 있느냐?
노란 수선화
박기숙
그대 차디찬 수선화야!
노란빛은 어디서 와서 그다지도 고울까?
추운 겨울 헤치고 온 고독의 향기를,
뿜어내는 하얀 목련화처럼,
너는 우뚝서서 하늘을 향하여
눈웃음 짓고
고독에 몸부림치며
삭막한 그리움으로,
내 가까이 날갯짓 하며 가슴깊이
사랑의 포말을 이루는구나.
수선화야, 너는 나의 신의 바람 집에서
가장 아름답고 찬란하게 빛나는
꽃 중의 꽃이로다.
나의 봄 향기의 연인이여!
고요히 잠자는 호숫가 옆에서
빛나는 눈동자로 나를 기다리는
노란 수선화!
나의 마음속으로 떠 오르는
한 떨기 수선화야!
이 세상에서 나는 너를 가장 사모 한다.
그대 모습은 나에게
희망의 날개로 끝없는
고독의 위를 나르는
영혼의 별이다.
수선화는 내 친구
박기숙
전주 수목원으로 여행길에 올랐다
좌우로 눈을 들어보니
활짝 피어오른 노란 수선화꽃들이
향기롭게 바람결 따라
흥겹게
봄 뜨락에서 춤을 춘다
일렬횡대의 수선화 옆에 앉아서
한 곡조 뽑았다
그대는 차디찬
의지의 날개로 끝없는 고독의
위를 나르는 가엾은 수선화
두 손으로 살며시 쓰다듬으며
노래를 불렀다.
순간 내 가슴에 찡하고 와닿는
한줄기 사랑의
불꽃이
이글거리는
태양빛에 반사되어
더욱 노랗게 수선화는 물들어 갔다.
수선화여, 고고한 수선화여!
너는 나의 마음을 지켜주는
나의 진실한 친구로다.
겨울 수선화
박노해
눈 내리는 날 그녀가 보내준
겨울꽃 한 송이
성에 낀 창가에
고개 숙인 수선화
수선화처럼 고개 숙여
눈 속의 나를 돌아보다
수선화처럼 고개 숙여
봄이 오는 눈길을 바라보네
수선화가 처음 핀 날
박노해
오늘은 수선화가 처음 핀 날
햇살은 맑아도 공기는 시린데
아침부터 수선화 앞에서 어쩔 줄 모른다
바쁜 내 손길이 아무렇게나 심었어도
불평 한마디 없이 곱게도 피었구나
연노랑 얼굴에 초록 두 손을 받치고
일제히 해 뜨는 쪽으로 명랑하게 피어나
맑은 찬가를 부르는구나
오늘은 수선화가 처음 핀 날
아침 햇살 아래 겨우내 고이 써온
눈부신 연노랑 편지를 읽는 날
씨앗을 품은 믿음이 있었어요
참아내고 기다리고 견뎌냈어요
소중하고 가치 있는 것에는 반드시
시간과 정성이 따르는 법이니까요
봄날 아침 수선화 꽃 언덕에서
해맑은 얼굴로 피어나는 그대를 위해 경배!
수선화 언덕에서
박명숙
봄이 오는 마을 어귀에
무리 지어 핀 수선화가
지상의 별빛처럼
반짝거리며 빛난다
그리움 한가득 싣고
이 길 끝까지 걷고 싶은
꽃님의 나라 별님의 나라
소란하지 않고
수수한 마음이 스며들면
꽃길에
잔잔한 평화가 찾아들고
일제히 희망을 부른다.
수선화 연정
박명숙
걸음걸음 별을 세며
어디까지 갈까나
꽃님의 별나라
내 임의 별나라까지
그리움 닿을 수 있을까
그리움 하나로
사랑의 별빛 되어
내 마음 적시며 짙은 향기 따라
별을 세는 길
해지고 달이 뜨면
별빛처럼 빛나고
뾰족이 내민 입술에 닿으면
꿈꾸듯 황홀한 수선화의 입맞춤
꽃다운 젊은 날의 연정이
흐르는 강물 따라 유유히 흐른다.
수선화
박성현
수선화가 피었다 발가벗은 백발이 끓어올랐다
옛날의 저녁이 다녀갔다
옛날의 저녁은 바스락거리며 혼자 기웃거렸다
손가락을 움켜쥘 때마다 우산이 물컹거렸다
수선화가 피었다
눈을 활짝 열고 창틀에 고인 빗방울과 그늘을 지켜봤다
여름이 가고 또 다른 여름이 갔다
짧은 엽서도 없는 계절이었다
라디오는 식은 밥처럼 차가웠다
저 플라스틱 상자는 언제쯤 노래를 흥얼거릴까
오래도록 당신이 앉아 있던 자리가 희고 간결했다
희고 간결해서 아주 멀었다
나는 내 발목을 움켜쥐었던 빗방울과 그늘을 뒤척였다
다시 수선화가 피었다
옛날의 저녁이 기척도 없이 다녀갔다
수선화
박얼서
외기러기 울고 간 사연
하늘 길 가로막고 목 놓아
물어물어 찾아갔더니
생각자리 간 곳 없고
임 계신 흔적 묘비명 홀로 서서
그림자만 맴도네
눈 비 바람
모진 세월 기대선 채로
기러기 떼 불러 모셔 놓고도
아무 말씀 없었다는데
솟구치는 외로움
새벽처럼 기약된 봄소식 끝내 기다리며
날 찾고 서 있었네
터뜨린 향기 샛노란 미소 담아
그리움 처연히
꽃피우고 서 있었네.
은방울 수선화
박영식
줄 끊긴 은두레박
새벽빛 퍼 담아 와
도심의 머리맡을
푸르게 적신 고요
이제는
발 담근 물가
꽃종 치고 있었네
내 사랑 수선화여
박의용
눈부신 아침 햇살에
너의 환한 미소 바라보니
내마음도 절로 즐거워
아침에 눈 뜨면 창가에서 미소짓는
너의 아름다운 모습
해마다 사월이 되면
나의 가슴에는 잔잔한 사랑이 인다네
그대 밝은 미소
나의 우울했던 마음도 어느듯 사라지고
그대 닮은 미소가 살며시 스며드네
어느새 나는 그대의 연인되어
행복에 젖네
일곱송이 노란 수선화를 보면
나는 뛸듯이 기뻐 절로 노래 부르네
‘세븐 데포딜’
그대는 가만히 있어도 존재 만으로도
나에게 즐거움을 주니
나의 사랑 그대여
이 사랑 오래도록 간직하려네
그대여 시들지 말고
내 창가에 오래 머물러 주오
내 사랑 수선화여
수선화
박인걸
1
나는 너를 처음 발견했을 때
내 가슴에 옮겨 심었고
아무도 캐가지 못하도록
울타리를 쌓아 올렸다.
고결한 꽃망울이 입을 열고
빳빳한 자존심이 고개를 들어
신비한 꽃잎이 활짝 웃을 때
나는 황홀하여 실신하는 줄 알았다.
메마른 가슴에는 생기가 돌고
잠자던 의식은 눈을 떴다.
곱지 않던 몸짓이 순한 양이 되고
시들었던 꿈이 되살아났다.
나를 완전히 바꿔 놓은 그대여
영원토록 지지 말고 피어라.
너는 내 안에서 나는 네 안에서
평생을 수선화로 살고 싶구나.
2
눈이 아리도록 고와도
사랑해 줄 이 없으면 고독해
목을 길게 빼들고
오늘도 누구를 기다리는가.
그리움이 차오르면
얼굴은 점점 야위어 가고
소슬바람에도
힘없이 스러질 것만 같다
건드리기만 해도
눈물을 왈칵 쏟을 것만 같은
돌담 아래 외로이 서 있는
수선화 닮은 여인아
3
내 아내여
내 눈에 띄던 그 날
단번에 내 영혼을 사로잡은
마음을 움쳐간 매혹
나 그대를 만나
방황의 날개 짓을 접고
새 하늘을 동경하며
무한히 상비(上飛)하는 나비
한 철 피어났다 져도
내 마음에는 사철 피어나는
영원히 시들지 않는
나만을 위한 수선화여
설령 바람이 분다 해도
이제는 내가 울타리 되어
꺾이지 않게 지켜주리
안 뜰 요조(窈窕)한 여인아
수선화
박정순
눈부시지 않은 모습으로
뜰 앞 정원의 모퉁이에서
봄을 안내하는 등을
켠
아프로디테
가녀린 몸매로
긴 겨울 어이 참아내었는지
무명의 어둠 끌어안고
삭이고 삭인 고통의 흔적
그 얼굴 어느 곳에서도
나타나지 않고
구시렁거리지도 않은
또 다른 별의 모습으로
꽃등을 켰다
항시 화려함이 아름다움은 아니듯
은은히 존재를 밝히는
가녀린 모습 앞에
마음도
한 자락의 옷을 벗고
노오란 향기와 모습 앞에
얼룩진 내 삶을 헹군다
수선화
박정재
차디찬 땅 밑에서
고독을 참으며 기다린
환생의 봄날을
얼마나 기다렸을까
찬바람 가시기 전인데
파란 잎 꿋꿋이
땅 위로 솟아올라
하늘 향해 목을 쳐들어
노란 눈망울 크게 뜨고
두리번거리는 그 몸부림
그때의 아름다운 자태를
찾아 헤매는 애달픔이여
나 그대의 동무 되어
그대 애달픔 달래리다.
노란 수선화
박진선
인고의 기다림이여
긴 여행길 새로운 봄
따스함으로 돌아온
노란빛 어여쁜 수선화여
가녀린 꽃대
거친 땅 뚫고 올라
단정한 아이의 소박한 미소
방긋이 고개 내밀었네
만남의 기쁨이여 꽃잎도 다정해라
우리 집 봄 뜨락에 한무리 가득
꽃바람 타고 속삭이며
햇살 아래 살랑살랑 춤을 추네
달님을 닮았나 해님을 닮았나
노란 얼굴 빛나고 고와라
어여쁜 친구 정다운 수선화여
봄뜰에 번져가는 환희의 미소여라
내 마음에 피어나는 다정한 봄 햇살이어라.
수선화
박춘숙
그대를 그리워하다
잠이 들었는데
멀리 당신의 뒷모습이 보였다
불러도 되돌아오는 메아리
슬픈 내 목소리가 서러워
흐느끼다 잠이 깼다
어둠이 깔린 창밖엔
하염없이 봄비가 내리고
수선화가 홀로 울고 있다.
수선화
배연옥
오래 살고프면 깊숙이 박혀야 해
웅크려서 실하게 뿌리를 단련하고
아프지 않게 양분도 충분히 섭취하여
자생력이 생길 때까지 버티다가
햇님의 사랑받아 오동통하게 살찌우자
보드레한 꽃무리 여린 가슴 열어
활짝 필 때까지 안심할 수 없다고
나를 보며 응원하는 바람의 속삭임
모든 시련을 감내하였기에
땅속에서 어둠을 뚫고 나와
환하고 밝은 미소로 답례한다
수선화 사랑
배혜경
수줍어
말 못 하고
얼굴 떨구는
그대는
감미로운 선율에
예쁜 마음 담아
혼탁한 영혼
맑게 치유해 주시고
결 고운 목소리
부드러운 표정
겸허한 마음으로
살아가도록
이끌어 주시며
노란빛 고운 미소
초록빛 고결한 자태로
단아하고
청초한 사랑
듬뿍 안겨주시어
하얀빛 그윽한 향기
행복의 날개 달아
가슴 깊숙이
스며들게 해주십니다
수선화
백승훈
가끔은
세상 쪽으로 난 문을 닫고
내 안을 찬찬히 살펴야 할 때가 있다
가끔은
누군가를 위로 하는 대신
내가
나를 위로해야 할 때가 있다
가끔은
물낯에 비친 제 모습에 취해
자기애에 흠뻑 빠진 수선화처럼
스스로를 뜨겁게 사랑해야 할 때가 있다
수선화에게 묻다
복효근
말라비틀어진 수선화 알뿌리를 다듬어
다시 묻고 나니
비 내리고 어김없이 촉을 틔운다
한 생의 매듭 뒤에도 또 시작은 있다는 것인지
어떻게 잎사귀 몇 개로
저 계절을 건너겠다는 것인지
이 무모한 여행 다음에
기어이 다다를 그 어디 마련이나 있는지
귀 기울이면
알뿌리, 겹겹 상처가
서로를 끌어안는 소리
다시 실뿌리 내려 먼 강물을 끌어오는 소리
어머니 자궁 속에서 듣던 그 모음 같은 것 자음 같은 것
살아야 함에 이유를 찾는 것은 사치라는 듯
말없이 꽃몽오리는 맺히고
무에 그리 목마르게 그리운 것 있어
또 한 세상 도모하며
잎은 잎대로 꽃대궁은 또 꽃대궁대로 일어서는데
이제 피어날 수선화는 뿌리가 입은 상처의 총화라면
오늘 안간힘으로 일어서는 내 생이,
내생에 피울 꽃이
수선화처럼은 아름다워도 되지 않겠는가
꽃,
다음 생을 엿듣기 위한 귀는 아닐까
화개 장터에서 만난 수선화
서동안
이역만리 낯선 땅
화개장터 한 모퉁이
무슨 볼일 있어 왔는지
원색의 기쁨으로
오후 한때를 받치며
지나가는 관광객들을 유심히 관찰한다
자기보다
미운 사람이면
자존심 상하니까
자기보다
예쁜 사람이
주인 되기를 갈망하면서
자아도취의 기쁨으로
꽃샘바람 속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 맞추며
숱한 인연들이 오고가는
화개장터의 일상을
가지런히 닦아 놓는다
수선화 사랑
서미경
언 땅에 살 박고 햇살 가득 따사로운 토양에
열 달 품어온 자식
자궁 밖으로 내보낸 여린 순
서둘러 꽃 대궁 올리느라 시린 발 맨발로 서서
하늘을 품는구나.
투정어린 봄바람에 노랑 병아리 입 내밀 듯
삐죽한 그 입술
달빛에 물들어 피어난 노란 수선화야
별똥별 소리 없이 떨어지는 밤하늘
달님을 사모하여 활짝 웃던 너도
나처럼 그리움에 몸 떨리는구나.
명주 비단 초록 치마 홍두깨 노랑저고리 차려 입고 시집가던 날
눈물 흘리며 살아온 생
꽃보다 좋았다한들 아무도 모르게 간직한 내마음속에 이야기
너는 알까
비바람에 처연하게 스러지는 너를 보며
그리 길지 않은 우리의 운명
슬퍼하지는 말자
너와나의 스민 눈물이 가난한 어느 뜨락에
흙이 되어 다시 만나리니
수선화
손수여
청산도 돌담길을 노오란 마른풀 섶
마음껏 꽃대 올려 짙은 향 품어내고
하품은 봄을 불러서 춘곤증을 탓하네.
횃불 켠 미인화는 가녀린 몸매 타령
백옥의 잔대 위에 눈길 머문 황금빛 너,
상춘객
발걸음조차 휘어잡은 저 자태.
수선화
손정모
얘, 너도 주번이지?
꽃이 다 시들었어.
꽃병을 바라보던
소녀와 나
마주보며 웃음을 깨문다.
담도 없는
시골 초등학교 언저리
산야엔 야생화가 굽이치고
물소리가 드높은 개울을
소녀가 건너뛴다.
여기 좀 봐.
물결처럼 남실대는 수선화에
소녀의 눈빛이 흔들린다.
내민 꽃병에 들어차는
노란 꽃잎이 눈부시다.
수선화
손해일
깨어나라
잠든 영혼이여
마법의 성
까마득한 망루에서
난쟁이 병정이
꽃대궁으로 부는 사
랑의 나팔소리
천의자락에
패옥소리는 없어도
색색 무지개 빛보라를 타고
물 마을에 나들이 온 선녀
모두들 제멋에 취해 살지만
거짓스런 눈빛만으론
허울 하나 가리울 곳 없는
회오리 들판
달그림자 잡으려다
물의 속살 알아버린
이태백의 넋
눈부신 제 모습에 반하여
숙명처럼 피고 지는
물의 요정
수선화.
수선화
송기원
우리나라에서 가장 예쁜 수선화는
거문도 뒷산 공동묘지에 피어 있습니다.
아무도 찾아주는 이 없는 무덤들 사이
사람 키를 넘는 으악새 덤불 속에
저 혼자서 수선화는 피어 있습니다.
그렇게 예쁜 수선화 앞에서
오늘 노란 투피스를 입은 술집 여자 하나이
멀리 육지로부터 흘러흘러 들어와
몇 방울 노란 눈물로
저 또한 수선화가 되어 피어 있습니다.
수선화
송시옥
하얀 얼굴에
녹색 치마 입고
마파람 따라 살랑살랑
돌담 밑에 와 노란 미소 지으며
봄이 왔다고 소곤 소곤....
언덕 위에 핀 수선화
송용일
언덕 위 하얀 수선화
살포시 휘날리니
한 떨기로 바라기 되네
들녘마저 휑하니
저 혼자
누구에게나 눈꽃이 된다
눈부시듯
너울거리는 면사포
지난 추억이 다가선다
튀는 불꽃은
그녀의 눈망울
아 아직도 생생하네
잊을 수 없으니
지고 싶지 않은 꽃잎이어라
수선화 한 송이
송정숙
수선화 한 송이
그대 창가 걸어두고
그대 마음 가까이 갑니다
금빛 햇살 미소 짓고
아장거리는 귀여운 꼬마
평화로움 묻어나는 날
사랑은 기쁨과 슬픔
외롭고, 긴 기다림이라고
수선화 한 송이 말해주네요
수선화가 있는 찻잔
송종규
너의 손바닥 안에는 슬픔이라는 짐승이 살고 있다
그곳이 얼마나 더운 습지인지 그곳이 얼마나 시린 곳인지 네 손을 잡아 본 사람은 안다
여름 나방의 뜨거운 한 호흡과 허공에 뜬 길고 긴 은하의 꼬리,
그리고 바람의 입술,
너의 안위를 빌며 꼬박 밤을 새운 새벽의 소파까지 두려웠네,
슬픔이 고요히 문을 두드릴 때,
네 입술이 저녁의 대기에 닿아 흐느낄 때,
그 때 고요히 우주의 어깨가 흔들릴 때
수선화여,
네게서 흐느끼는 짐승의 울음소리를 들은 건 우연이었네
어느 환한 달밤 참으로 우연히,
우연으로 이루어진 필연이 생의 곡진함이라면 이 우연 또한 우연이 아니겠네
그러므로 나는 너를 위해,
푸른 즙과 毒과 치명적인 향기 한 모금을,
너를 위해 거기에서 피는 꽃이 있다,
거기에서 발화하는 인화점이 있다
우레가 스쳐 간 네 손바닥 안 작은 우물,
그 메마른 유적에는 슬픔이라는 짐승이 산다
수선화의 그리움
신경희
밤이 있어
더욱 그리웠고
밤이 있어
더욱 보고 싶은
외롭게 밤을 열어
홀로 서 있는 가냘픈 수선화
까만 밤에 더욱 선명한
그리움으로 어둠을 밝히고
어두움 속에
무거운 그리움을 등에 지고
행여나 보고픈 사람
찾아 올까 밤을 지키고
행여나 그리운 사람
바람처럼 다가 와
등 한번 쓰다듬어 주고
눈물 한번 닦아줄까
어둠 앞에 서있는데
어느새 새벽이슬 가슴을 적시고
무거운 눈꺼플 조용히 눈 감으며
쓸쓸한 미소 속에
어둠을 보내는 외로운 수선화
오늘도
기다림 속에
수선화는 조용히 미소 짓는다
아...
오늘도 밤은 지나갔구나
새벽 이슬만이
내게 찾아 와 주었구나...
수선화
신석정
수선화는
어린 연잎처럼 오므라진 흰 수반에 있다
수선화는
암탉 모양하고 흰 수반이 안고 있다
수선화는
솜병아리 주둥이같이 연약한 움이 자라난다
수선화는
아직 햇볕과 은하수를 구경한 적이 없다
수선화는
돌과 물에서 자라도 그렇게 냉정한 식물이 아니다
수선화는
그러기에 파아란 혀끝으로 봄을 핥으려고 애쓴다
수선화
신주연
그대의 이름은 풋풋한 사랑이
가득 담긴 나르키소스이다.
차디찬 의지의 날개를 퍼덕이며,
내게로 와서 방긋 미소 인사를 하는구나.
그대는 들에 핀 백합화도 아니요,
우리 집 옥토 밭길에 있는 하얀 민들레도 더욱더 아니다.
함초롬히 호수가 가람 주위에 서서
번뜩이는 물방울을 맞으며
밤이면 달빛 일그러진 사이로
고독의 소야곡을 노래 부른다.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처럼
황금의 꽃 잎사귀는 우뚝 서서
촛불처럼 타오르는 불멸의 여신이 되어
온 누리에 꽃망울을 터뜨린다.
아! 그리운 수선화의 넋이여!
그대는 나의 작은 애인이니,
나 그대를 따라 저 높은 곳으로 함께 가리라.
저 먼 곳에서 그대 향기 마시며
영원토록 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