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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비아스 민더니켈

토비아스 민더니켈

Thomas mann

 

1

부두 골목에서부터 도시의 중심으로 상당히 가파르게 올라가는 여러 거리들 가운데 회색 길이라고 불리는 거리가 있다. 이 거리의 대략 중간쯤, 강 쪽으로부터 올라오자면 오른편에 47번지 집이 있는데, 폭이 좁고 우중충한 색깔의 건물로 이웃집들과 구별되는 점이 아무것도 없는 집이다.

고양이들이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안뜰을 내다보며 현관 복도를 지나가면, 폭이 좁고 닳고 닳은 나무 계단이 위층으로 연결되는데, 그 계단에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퀴퀴하고 옹색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2층의 왼쪽에는 소목장이가 살고 있고, 오른쪽에는 산파가 산다. 3층의 왼쪽에는 구두 수선공이 살고 있으며 오른쪽에는 여자가 혼자 살고 있는데, 그녀는 계단에서 사람 발자국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면 곧 큰소리로 노래를 불러댄다.

4층의 왼쪽 집은 비어 있고, 오른쪽에는 민더니켈이라는 이름의 남자가 살고 있으며, 토비아스라고도 불린다. 바로 이 남자에 관해 들려줘야 할 이야기가 있는데, 왜냐하면 그것은 수수께끼 같고 대단히 수치스러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민더니켈의 외향은 눈에 띄고 기이하며 우스꽝스럽다. 산책할 때 지팡이에 의지해 그의 마른 체구가 거리를 오를 때를 예로 들어 보자면, 그는 검은 옷을 입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말이다.

그는 살짝 휘어지고 꺼칠꺼칠한 구식 실크해트를 쓰고, 오래 입어서 반들반들해진 꽉 끼는 프록코트를 입고, 이와 마찬가지로 낡아빠진 바지를 입고 있는데, 그 바지의 아랫단 올은 풀려있고 길이도 아주 짧아 발목까지 올라오는 부츠의 고무단이 보일 정도이다.

말이 나온 김에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 사실은, 이 옷이 아주 깨끗하게 솔질 되어 있다는 것이다. 수척한 그의 목을 그가 낮은 옷깃으로부터 들어 올리면 올릴수록 그의 목은 더욱더 길어 보인다. 희끗희끗하게 센 머리칼은 매끈하게 양쪽 관자놀이까지 깊숙이 빗겨 내렸으며, 면도한 창백한 얼굴에 실크해트의 넓은 챙이 그늘을 드리운다. 그의 양 뺨은 움푹 들어가 있고, 좀처럼 바닥으로부터 들어 올리는 일 없는 그의 두 눈은 충혈되어 있으며, 코에서부터, 아래로 처진 입 가장자리까지는 두 개의 주름이 불쾌하게도 깊게 패어 있다.

민더니켈은 집 밖을 나서는 일이 좀처럼 드물었는데, 거기엔 이유가 있다. 그가 거리에 모습을 보이기가 무섭게 많은 아이들이 모여들어 상당한 거리까지 그를 쫓아오면서 , , 토비아스!” 하며 웃고 조롱하고 노래하면서 그의 프록코트를 잡아당기기도 하고, 그러는 동안 사람들은 문밖으로 나와 그 광경을 보고 재미있어하곤 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자신은 거기에 맞서는 일 없이 수줍게 주위를 둘러보면서 양어깨를 치켜올리고 고개를 앞으로 푹 숙인 채, 우산도 없이 폭우를 맞아 급히 달려가는 사람처럼 서둘러 그곳을 떠난다. 그리고 비록 사람들이 비웃으며 그를 쳐다볼지라도 그는 문밖에 나와 서 있는 사람들 가운데 누군가에게 이따금 굽실굽실 인사를 한다.

나중에 아이들이 더 이상 따라오지 않고 사람들도 더 이상 그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하게 되고 소수의 몇몇 사람들만이 그를 돌아다 볼 때에도 그의 행동은 근본적으로 달라지지는 않는다. 계속해서 그는 겁먹은 듯 주위를 둘러보며 움츠린 채 그곳을 빠져나간다. 자신에게 쏟아지는 수천의 조롱하는 시선을 느끼기라도 하듯이, 그래서 그가 주저하면서 수줍게 바닥으로부터 시선을 들어 올릴라치면 이상한 점이 눈에 띄는데, 그는 어떤 사람도, 혹은 일개 사물조차도 확고하고 침착하게 주목하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별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에게는 감각적으로 지각할 수 있는 본연의 우월감이 결여된 것처럼 보인다. 개별 존재가 현상 세계를 바라볼 때 갖는 그 우월감 말이다. 그는 모든 현상에 대해 압도당하는 느낌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래서 인간과 사물 앞에서 불안정한 그의 두 눈은 바닥을 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늘 혼자이고 지독하게 불행해 보이는 이 남자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 걸까? 그의 명백히 시민적인 옷차림이라든지 또는 턱을 쓰다듬는 듯한 신중한 손동작은 그가 결코 자신이 사는 동네의 주민들과 같은 계급에 포함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걸 암시하는 것 같다. 어떤 식으로 그가 농락당한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의 얼굴은 마치 삶이 경멸하듯이 웃으면서 주먹으로 한껏 후려친 것처럼 보이는데······.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그는 심각한 운명적 불행을 겪은 것은 아니면서도 그저 현존한다는 것 자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또한 참기 힘들 정도로 열등하고 우둔해 보이는 그의 외모는 고통으로 가득 찬 인상을 주는데, 이것만은 마치 태생적으로 그는 머리를 들고 존재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균형, 힘과 기개를 부여받지 못한 듯한 인상이다.

그가 자신의 검은색 지팡이를 의지해 시내로 가려고 발걸음을 옮기면, 아이들이 회색 길에서 소리치면서 그를 맞이하기 때문에, 그는 집으로 되돌아온다. 그는 둔탁한 계단을 올라가 아무런 장식이 없는 궁색한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다. 다만 육중한 금속 손잡이가 있는 견고한 앙피르식(제국주의 시대의 건축양식, 고대 로마나 이집트의 고전적 장중함과 육중함을 살린 양식을 의미함) 가구인 옷장만이 품위 있고 아름답다.

창밖 전경은 이웃집 회색 측벽(側壁)에 대책 없이 가로막혀 있고, 창문 앞에는 흙만 가득한 채 아무것도 자라고 있지 않은 화분이 하나가 놓여 있다. 그런데도 토비아스 민더니켈은 가끔씩 그쪽으로 가서 화분을 바라보며 맨흙 냄새를 맡는다. 그 방 옆에는 작고 어두운 침실이 있다.

집 안으로 들어선 후 토비아스는 실크해트와 지팡이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초록색 커버를 씌운 소파에 앉는데 거기서 먼지 냄새가 난다. 그러면서 턱을 손에 괸 채 눈썹을 치켜세우고서 앞쪽 바닥을 내려다본다. 지상에서 그가 할 일은 더 이상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민더니켈의 성격에 관해서는 뭐라고 판단하기가 매우 힘든데, 다음의 사건이 이에 대해 말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기이한 남자는 어느 날 집을 나섰고, 여느 때처럼 소리치면서 그를 조롱하고 비웃으며 따라오는 한 무리의 아이들이 나타났을 때, 열 살가량 되는 한 사내아이가 발을 다른 발 위로 헛디디는 바람에 포장도로에 심하게 내동댕이쳐져서 코피가 나고 이마에서도 피가 흐르는 채 울면서 길가에 누워있었다.

토비아스는 바로 몸을 돌려서 넘어져 있는 아이 쪽으로 급히 달려가 그 아이 위로 몸을 굽히고서는 부드럽고 떨리는 목소리로 그에게 동정을 표하기 시작했다.

가엾은 애야”, 그가 말했다. “아팠니? 피가 나는구나! 모두들 보아라, 아이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린다! 그래, 그래, 얼마나 처참하게 누워 있는 거니! 물론 너무 아파서 우는 거겠지, 가엾은 아이야! 너무 불쌍하구나! 네 실수였지만 내 손수건으로 머리를 싸매 줄게······. 이렇게, 이렇게 말야! 이제 정신만 좀 차리면 돼, 이제 다시 몸만 일으켜 보면 돼······.” 하고 그가 말했다.

이 말을 하면서 그는 아이에게 정말로 그의 손수건을 둘러준 후, 조심스럽게 아이를 일으켜 세워주고는 그곳을 떠났다. 그런데 이 순간 그의 태도와 얼굴은 평소와 완전히 달라 보였다. 그는 단호하고 꼿꼿하게 걸었으며, 그의 가슴은 꽉 끼는 긴 상의 속에서 깊은 호흡을 하고 있었다.

그의 눈은 커다랗게 되어 광채를 발하며 확신을 가지고 사람과 사물들을 포착했지만, 그의 입가에는 고통스러운 행복의 기운이 서려 있었다······.

이 사건이 있은 후로 회색 길사람들이 그를 놀리는 일이 일단 조금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얼마간 시간이 지나자 그가 보였던 놀라운 행동은 잊혔으며, 한 무리의 아이들이 건강하고 쾌활하며 잔인한 목청으로 이 구부정하고 불안정한 남자 뒤에서 호 호, 토비아스!” 하며 또다시 노래를 불러댔다.

 

 

2

어느 화창한 날 오전 11시에 민더니켈은 집을 나서서 시내 전체를 통과해 길게 뻗어 있는 언덕인 종달새 산으로 올라갔다. 그곳은 오후 시간 걷기에 가장 좋은 시내 산책로가 되어 있었는데, 이때 한창이던 화창한 봄 날씨 때문에 이 시간에도 이미 몇 대의 마차와 산책객들이 다니고 있었다.

중앙의 넓은 가로수길의 어느 나무 아래에 어떤 남자가 어린 사냥개 한 마리를 줄에 매어 데리고 있었으며, 행인들에게 그 개를 팔려는 의도가 분명해 보였다. 개는 사 개월쯤 된 노란색의 작은 근육질 짐승으로서 한쪽 눈가에 검은색 테가 둘러 있었고 한쪽 귀도 검었다.

토비아스가 십 보쯤 떨어진 곳에서 그것을 알아챘을 때, 그는 멈춰 서서 손으로 몇 번이나 턱을 만지작거리며 생각에 잠긴 채 개를 팔려는 사람과 민첩하게 꼬리를 흔들어대는 강아지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그는 다시금 걷기 시작했는데, 지팡이 손잡이로 입을 누르면서 그 남자가 기대고 있는 나무 주변을 세 바퀴 돌았다. 그런 다음 그는 그 사람에게 다가가서 계속 그 짐승을 주시하면서 나지막하고 조급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 개 얼마요?”

십 마르크요,” 그 남자가 대답했다.

토비아스는 잠시 아무 말 없이 있더니 결정을 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십 마르크라고요?”

그렇습니다.” 그 남자가 말했다.

그러자 토비아스는 주머니에서 검은색 가죽 지갑을 꺼냈고 거기서 오 마르크 지폐 한 장과 삼 마르크와 이 마르크짜리 동전 하나씩을 꺼내어 재빨리 그 장사꾼에게 돈을 건네주었다. 그리고 줄을 잡더니 몸을 구부린 채 소심하게 두리번거리며, 자기 뒤에서 낑낑거리며 털을 곤두세우고 있는 짐승을 성급히 끌어당겼다.

몇몇 사람들이 그가 개를 사는 것을 보고 웃어댔기 때문이었다. 개는 길을 가는 내내 저항을 하며 앞발을 땅에 대고 버텼으며 두려움에 차 미심쩍은 표정으로 자신의 새 주인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토비아스는 아무런 말도 없이 힘껏 개를 끌어당겨서 다행히도 시내를 무사통과해 도시 아래쪽에 이르렀다.

토비아스가 개를 데리고 나타났을 때, ‘회색 길의 아이들 사이에서는 엄청난 소동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는 개를 팔에 안고 그 위로 몸을 굽힌 채, 아이들이 놀리고 웃옷을 잡아당기는 가운데, 야유 소리와 비웃음 소리를 뚫고 급히 계단을 올라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그는 계속 낑낑대고 있는 개를 방바닥에 내려놓고 친절하게 쓰다듬어 주면서 우쭐대며 말했다.

, , 날 무서워할 필요가 없어, 이 녀석아, 그러지 않아도 돼.”

그런 다음 그는 서랍장에서 익힌 고기와 감자가 담긴 접시 하나를 꺼내 그중 일부를 개에게 던져 주었다. 그러자 개는 낑낑대던 소리를 멈추고 꼬리를 흔들면서 쩝쩝대며 음식을 먹어 치웠다.

, 너를 에자우라고 불러야겠다.” 토비아스가 말했다.

내 말 알겠어? 넌 에자우다. 넌 이 단순한 울림을 아주 잘 기억할 수 있을 거다······.” 그리고 자기 앞쪽 바닥을 가리키며 그는 명령조로 외쳤다.

에자우!”

먹이를 좀 더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 건지 몰라도 개는 정말로 그쪽으로 왔다. 토비아스는 칭찬하듯이 개의 옆구리를 토닥거려 주며 말했다.

제대로 했어, 친구야. 칭찬해 줄 만해.”

그러고 나서 그는 몇 걸음 물러나더니 바닥을 가리키며 또다시 명령했다.

에자우!”

그러자 완전히 생기를 얻은 개는 다시금 그쪽으로 뛰어와 주인의 부츠를 핥았다.

토비아스는 명령을 내리고 개가 복종하는 데 대한 무한한 기쁨을 느껴 열두 번 내지 열네 번쯤 이 훈련을 되풀이했다. 그러나 마침내 개는 지쳐 보였으며, 쉬면서 음식을 소화 시키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길고 섬세하게 생긴 두 앞다리를 바짝 붙여 쭉 뻗은 채 사냥개의 우아하고 영리한 자세로 바닥에 드러누웠다.

한 번 더!” 토비아스가 말했다.

에자우

그러나 에자우는 머리를 옆으로 돌리고 그 자리에 그대로 있었다.

에자우!”

토비아스는 명령조로 올라간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넌 피곤해도 와야 해!”

그러나 에자우는 두 앞발 위에 머리를 누인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잘 들어.” 토비아스가 말했는데, 그의 어조는 나지막하고도 공포스러운 위협으로 가득 차 있었다.

복종해, 그렇지 않으면 내 심기를 건드리는 게 영리하지 못한 짓이라는 것을 알게 해주마!”

그래도 개는 꼬리를 조금도 흔들지 않았다.

그러자 민더니켈은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의 극심한 광적 분노에 사로잡혔다. 그는 자기의 검정 지팡이를 쥐어 잡고 에자우의 목덜미를 잡아 치켜올리더니 소리 질러대는 이 작은 동물을 후려쳤다. 이때 그는 극도로 격분해서 제정신을 잃은 채 소름 끼칠 정도로 씩씩대는 목소리로 몇 번이고 되풀이해 말했다.

뭐야, 복종 안 한다 이거지? 네가 감히 나에게 복종을 하지 않아?”

마침내 그는 지팡이를 옆으로 내던지고 낑낑대는 개를 바닥에 앉혔다. 그리고 심호흡을 하면서 두 손을 등에 댄 채 길게 걸음을 내디디며 개 앞을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그는 거만하고 분노에 찬 시선을 가끔씩 에자우에게 던지곤 했다.

그렇게 그는 오락가락하기를 한동안 계속한 후, 몸을 뒤집고 누워 두 앞다리를 움직이며 빌고 있는 녀석 옆에 멈춰서더니 가슴에 팔짱을 낀 채, 나폴레옹이 전투에서 자기네 상징인 독수리 깃발을 잃어버린 중대를 사열할 때 보였을 법한 끔찍할 정도로 냉정하고 혹독한 시선과 어조로 말했다.

어떻게 네가 그런 짓을 했는지 물어봐도 될까!”

그러자 개는 그가 다가온 것만으로도 다행스럽게 여기며 더 가까이 기어가서 주인의 다리에 안겼으며 그 번쩍거리는 눈으로 간청하듯이 주인을 올려다보았다.

토비아스는 한참 동안 이 굴종적인 존재를 위에서 말없이 내려다보았다. 그러나 그러다가 자기 발에 닿은 개 몸뚱이의 온기가 느껴지자 그는 에자우를 덥썩 안아 올렸다.

이제, 네게 자비를 베풀어야겠다.” 그가 말했다.

그런데 이 선량한 녀석이 그의 얼굴을 핥기 시작했을 때, 갑자기 그의 목소리는 감동한 어조와 비탄조로 완전히 돌변했다. 그는 고통스러운 사랑으로 개를 자기 몸에 꼭 껴안았으며, 눈에는 눈물이 가득했다. 그는 말을 끝내지 못한 채, 질식할 듯한 목소리로 수차례 다음의 말만 되풀이했다.

보라구, 넌 정말 내게 단 하나밖에 없는······, 내게 단 하나밖에 없는······.” 그러고 나서 에자우를 조심스럽게 소파에 눕히고 그 옆에 앉아, 턱을 손에 괸 채 온화하고 고요한 눈으로 녀석을 바라보았다.

 

 

3

이제 토비아스 민더니켈이 집 밖으로 나가는 일은 이전보다 더 뜸해졌다. 에자우를 여러 사람에게 보이고 싶은 마음이 그에겐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게에게만 완전히 집중했는데, 말하자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개를 먹이고 눈을 닦아주고 개에게 명령을 내리고 개를 꾸짖고 최대한 사람 대하듯 개와 말을 하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단 문제는 에자우가 항상 그의 맘에 들게 행동하지만은 않는다는 것이었다. 에자우가 소파 위 그의 곁에 누워, 공기와 자유의 결핍으로 인해 졸린 상태로 우수에 찬 눈을 하고 그를 바라볼 때면, 토비아스는 완전히 만족했다. 그는 조용하고 자기만족에 찬 태도로 방안에 앉아 불쌍하다는 듯이 에자우의 등을 쓰다듬어 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내 가엾은 친구, 날 고통스럽게 바라보는 거니? 그래, 그래, 세상은 슬픈 것이란다. 어리지만 너도 그걸 알게 되는구나······.”

그러나 개가 유희본능과 사냥 본능에 사로잡힌 나머지 맹목적이고 광분한 상태로 방 안을 날뛰며 돌아다니고 슬리퍼를 물어뜯고 의자들 위로 뛰어올라 엄청난 활력으로 정신없이 뒹굴 때면, 토비아스는 멀리 떨어져서 난처하고 불안정한 미움의 시선과 추하고 격앙된 미소를 지으며 개의 동작을 주시했다. 그러다가 마침내 화가 난 어조로 개를 자기 쪽으로 불러다가 호통을 쳤다.

멋대로 구는 것은 이제 멈춰, 춤추고 돌아다닐 이유가 전혀 없어.”

심지어 한 번은, 에자우가 방에서 탈출해 계단을 내려가서 거리로 뛰어나가더니, 바로 거기에서 곧바로 고양이를 뒤쫓고 말똥을 먹기도 하며 너무나 행복하게 아이들과 이리저리 뛰어다니기 시작한 일도 벌어졌다.

그런데 거리 절반을 채우고 있는 사람들의 박수갈채와 웃음 사이로 토비아스가 고통스럽게 일그러진 얼굴로 나타나자, 개가 크게 뜀박질을 해서 자기 주인으로부터 달아나버린 서글픈 일이 생겼다······, 그날 토비아스는 격분한 상태로 오랫동안 개를 두들겨 팼다.

어느 날(개가 그의 소유로 된 지 벌써 몇 주쯤 되었을 때였다) 토비아스는 에자우에게 먹이를 주려고 찬장 서랍에서 빵 한 덩이를 꺼냈다. 그는 구부린 자세를 하고, 빵을 자를 때 사용하곤 했던, 손잡이가 뼈로 된 커다란 칼로 빵을 작은 조각으로 잘라서 바닥에 떨어뜨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녀석은 어리석음과 식욕에 정신이 나가 맹목적으로 이쪽으로 달려왔다. 녀석은 어설프게 쥔 칼에 오른쪽 견갑골 아래를 찔려 피를 흘리며 바닥에서 몸을 뒤집고 누웠다.

토비아스는 깜짝 놀라 모든 것을 내던지고 상처 입은 짐승 위로 몸을 구부렸다. 그런데 갑자기 그의 얼굴 표정이 변했다. 일말의 안도감과 다행이라는 감정이 얼굴 위로 얼핏 스쳐 갔던 게 사실이다. 그는 신음하는 개를 조심스럽게 소파에 눕혔다. 그가 얼마나 헌신적으로 아픈 개를 돌보기 시작했는지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낮에는 개의 곁을 떠나지 않았으며 밤에는 자기 침소에서 개를 자게 했으며, 개를 씻기고 붕대를 감아주고, 쓰다듬어 주고, 위로했으며, 무진장 즐거운 마음으로 개를 정말로 세심하게 돌보며 개에게 측은한 마음을 느꼈다.

많이 아프지?” 그가 말했다. “그래, 그럴 거야, 몹시 아프겠지, 가엾은 녀석! 그래도 잠자코 있어. 우린 견뎌내야 해.” 이런 말을 할 때 그의 얼굴은 평온했고, 슬프지만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에자우가 기운을 차리고 더 쾌활해지고 회복되는 정도만큼 토비아스의 태도는 더 불안해졌고 더 불만족스러워졌다. 그는 더 이상 개의 상처를 걱정하지 않고 오직 위로의 말을 하고 쓰다듬으며 연민을 표시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런데 에자우의 타고난 건강 덕분에 치료가 상당히 진척되어 에자우는 어느새 방 안을 다시 이리저리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녀석은 우유와 흰 빵이 담긴 접시 한 그릇을 짭짭 핥아 남김없이 비운 다음 완쾌된 모습으로 소파에서 뛰어내렸다. 녀석은 즐거운 듯 계속 짖어대며 예전처럼 자유분방하게 양쪽 방을 지나다니며 이불을 잡아당기고 감자 한 개를 굴려 자기 앞으로 낚아채고 신이 나서 뒹구는 것이었다.

토비아스는 창가 화분 곁에 서 있었다. 너덜너덜 단이 풀린 소매에서 드러나 보인 길고 여윈 한 손으로 관자놀이 깊숙이 끌어올린 머리카락을 무의식적으로 만지는 동안, 그의 모습은 검고 기이한 형태를 하여 이웃집의 회색 담장과 대비되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으며 심통이 나서 일그러져 있었다. 그는 삐딱하고, 당황스럽고, 시샘하고 화가 난 눈빛으로 에자우가 뛰어다니는 것을 움직이지 않고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는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녀석에게 다가가더니 녀석을 붙잡아 천천히 그의 팔에 안았다.

가엾은 내 강아지.” 그는 슬픈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자유분방한 에자우는 더는 이런 식으로 취급받고 싶지 않다는 듯 자기를 쓰다듬으려고 한 그의 손을 거리낌 없이 덥석 물어버리고선 그의 팔에서 벗어나 바닥으로 뛰어 짓궂게 옆으로 한 번 뒹굴며 짖어대더니 신이 나서 그곳을 빠져 달아났다.

다음에 일어난 사건은 너무나도 이해할 수 없고 비열한 짓이어서 나는 그것을 상세히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토비아스 민더니켈은 팔을 축 늘어뜨리고 약간 몸을 앞으로 구부린 채 서 있었다. 그의 입술은 꼭 다물어져 있었으며 눈 안에서 동공은 섬뜩할 정도로 떨리고 있었다. 그러더니 그는 갑자기 미친 듯 뛰는 모양새로 짐승을 덥석 잡았다.

번득이는 커다란 연장이 그의 손에서 번쩍였다. 그리고 그것으로 개의 오른쪽 어깨에서 가슴 깊이까지 일격을 가하는 바람에 개는 바닥에 쓰러졌다. 개는 아무 소리도 내지도 못하고 그냥 옆으로 쓰러져, 피를 흘리며 몸을 떨고 있었다······.

다음 순간 개는 소파에 뉘게 되었고, 토비아스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수건으로 상처를 눌러주며 중얼거렸다.

가엾은 내 강아지! 가엾기도 하지! 이 모든 것이 얼마나 슬픈 일이냐! 우리 둘 다 슬프기 그지없구나! 괴롭지? 그래그래, 난 알아. 네가 괴로울 거라는 걸. 네가 이토록 애처롭게 내 앞에 누워있다니! 그러나 내가 네 곁에 있단다. 내가 너를 위로하고 있어! 내가 내 제일 좋은 손수건으로 ······.”

하지만 에자우는 소파에 누워 숨을 가르랑거리고 있었다. 슬픔에 찬, 뭔가 묻는 듯한 그의 눈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아무런 죄도 없다는 표정과 원망으로 가득 차서 주인을 향하고 있었다. 그러고 나서 에자우는 두 다리를 조금 뻗더니 숨을 거두었다.

그러나 토비아스는 꼼짝 않고 그대로 꿇어앉아 있었다. 그는 에자우의 몸에 얼굴을 갖다 대고 몹시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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