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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야의 건달들

 

등장인물

뻬드로 델 린꼰
꼬르따도
모니뽀디오
칸추엘로
까리아르따
레뽈리도
가난시오사
에스깔란따
가난시오사
에스깔란따

카드놀이 전문가 소년(린꼬네떼)
소매치기 소년(고르따디요)
도둑의 두목
불량배의 일원인 소년
부부가 조직원 중 아내
부부가 조직원 중 남편
조직원
조직원
조직원
조직원

 

까스띠야에서 안달루시아로 가다 보면 유명한 알꾸디아 평원이 있다. 한 무더운 여름날, 그 평원의 끝자락에 위치한 마을의 몰리니요객줏집에서 열서너 살 정도 돼 보이는 두 소년이 우연히 마주쳤다. 둘 다 조숙해 보였으나 열일곱까지 돼 보이지는 않았다. 소년들은 기품이 있는 듯하면서도 어딘가 경박하고, 돼먹지 못한 거친 탕아들의 모습도 지니고 있었다. 망토 같은 것은 두르지 않았다.

바지는 싸구려 리넨 천으로 만든 것이었고 양말은 아예 신지도 않아 맨발이었다. 다행히 그들이 신고 있는 신발이 그 같은 차림새를 조금이나마 나아 보이게 했다. 그렇지만 한 소년은 오래 신고 다녀서 마구 구겨지고 헐어빠진 샌들이었고, 다른 소년도 밑창은 다 닳아 없어지고 구멍도 숭숭 뚫린, 신발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거추장스러운 슬리퍼나 다음 없어 보이는 것을 신고 있었다.

한 소년은 사냥꾼들이 애용하는 녹색 두건을 머리에 두르고 있었고, 다른 소년은 챙이 축 늘어지고 띠 장식이 없는 높이가 낮은 모자를 쓰고 있었다. 그리고 양털 빛깔처럼 누렇게 변색 된 셔츠를 입었는데, 모든 것을 싸고 묶어서 긴 자루처럼 만든 봇짐을 등에 지고 있었다. 다른 한 소년은 거의 빈 몸이었다.

비록 가슴 한쪽에 커다란 짐 꾸러미 같은 것이 있기는 했지만, 어깨 앞뒤로 걸쳐 매는 여행용 가방은 아니었다. 그 꾸러미는 기름때로 풀을 먹인 것처럼 찌들었고, 천의 마무리 봉합선은 다 해진 셔츠의 깃 장식이었다(중세 남성들의 상의 목 부분에 촘촘히 주름이 잡힌 장식). 마치 몸 전체에 넝마를 두른 것 같았다.

그 깃 장식 꾸러미에는 타원형의 카드가 휘감겨 싸여있었다. 그런 둥근 모양새는 카드놀이를 많이 하여 모서리가 닳았거나 너무 오래되어 그 둘레가 깎여졌기 때문이었다. 두 소년의 살갗은 햇빛에 그을린 듯 거무스레했다. 손은 더러웠고 손톱은 깎지 않아 길었다. 한 소년은 날이 한쪽만 서 있는 긴 칼을 지니고 있었고, 다른 소년은 백정들이 칼이라고 불리는 누런 손잡이의 단검을 가지고 있었다.

두 소년은 객줏집 현관에 놓여 있는 좁은 마루에서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서로 마주 앉게 되자, 나이가 조금 더 들어 보이는 소년이 어려 보이는 소년에게 말을 걸었다.

이봐, 네 고향은 어디냐?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내 고향? 나는 내 고향을 몰라, 그리고 어딘가 꼭 갈 데가 있는 것도 아냐.”

그렇다고 네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 아니잖아? 단지 이 세상에 편안히 다리를 뻗을 곳이 없다는 말이겠지.”

네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런데 내가 한 말은 사실이야, 왜냐하면 내가 태어난 곳은 이미 고향이 아니거든, 그곳에는 나를 아들로 생각하지 않는 아버지와 의붓자식으로만 대하는 계모만 있을 뿐이야. 내가 가는 길을 운에 맡기로 그저 발길 닿는 곳으로 가고 있는 중이야, 그렇지만 어쨌든 종착역은 있을 거고 그곳에서 이 가련한 내 삶을 꾸려나가는 데 필요한 것을 줄 은인을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런데 너는 무슨 일을 할 줄 아니?”

나는 토끼처럼 잘 달리고 사슴처럼 잘 뛰지, 그리고 가위질을 아주 잘하는 편이야.”

네가 말한 게 사실이라면 퍽 유용한 재주를 가졌다는 걸 알아야 해. 왜냐하면 성주간(聖週間) 목요일(예수 수난의 전날-옮긴이)에 성상이나 성화를 장식할 종이꽃을 다른 사람보다 더 잘 오릴 수 있기 때문에, 성인들에게 바쳐졌던 제물을 나눠 주는 성기실(聲器室) 수사(修士)처럼 네게 먹거리를 제공할 은인을 만나게 될 거야.”

그런 것을 자르는 재주는 아니야, 사실 우리 아버지는 하늘의 은총으로 재단도 하시고, 양말 위에 덧대는 천을 만드는 분이거든, 그래서 아버지는 내게 재단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셨지, 너도 잘 알다시피 고리가 달린 양말에 덧대는 긴 천 말이야, 보통 각반이라고 불리는 그것을 나는 정말 잘 재단했거든, 사실은 장인 시험을 볼 수 있었는데, 박복한 내 운명이 나를 궁지에 몰아넣었지.”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그보다 더한 일이 생길 수도 있다는 걸 알아야지, 재주가 많은 사람이 때로 성공하기가 더 어렵다는 말도 있잖아. 그렇지만 너는 무엇이든 새로운 일에 도전해도 될 나이야. 네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숨겨진 장점이 분명히 있을 거야, 신은 모든 사람에게 한 가지의 선물을 주시는 법이거든.”

그래, 네 말이 맞을지도 몰라, 그러나 내 생각엔 신의 선물이 평범한 모든 사람에게 주어지는 건 아니라고 봐.”

나이 어린 소년의 응답에 조금 더 나이 들어 보이는 소년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세상 곳곳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숨어지내는 젊은이들 중의 하나야, 네가 가슴을 열고 나와 편안하게 대화하기 위해서 내가 먼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말할게, 우리가 이렇게 만나게 된 데는 어떤 신비스러운 힘이 작용했다고 믿기 때문이야, 또한 이 순간부터 우리의 목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우리는 진정한 친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거든.

사실 나는 귀족의 아들이고, 푸엔프리다(마드리드에서 북서쪽으로 약 70떨어진 세고비아 근처의 고장-옮긴이) 출신이야. 내 고향은 끊임없이 지나다니는 지체 높고 유명한 여행객들에 의해 잘 알려진 곳이지, 내 이름은 뻬드로 델 린꼰이야. 아버지는 자신을 교황청의 관리라고 자처하지만 나는 사람들이 부르는 것처럼 면죄부 장사꾼이라고 부르고 싶어, 한동안 나는 아버지를 따라 면죄부를 팔러 다녔어. 그러면서 아버지가 하는 그 일에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지. 면죄부를 받을 것이라는 생각에 우쭐해하는 사람에게 면죄부를 파는 일은 전혀 좋은 일이 아니라는 거야.

어느 날 나는 면죄부보다는 면죄부를 팔고 받은 돈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고 결국 돈 자루 하나를 훔쳤어. 그걸 가지고 마드리드로 갔지. 그곳은 생활에 필요한 모든 것이 갖추어진 곳이었어. 그래서 며칠 만에 그 자루의 돈을 다 써버렸고, 자루는 공처가의 손수건보다 더 쭈글쭈글해졌지. 그러던 차에 내가 훔친 돈을 추적하고 있던 사람이 나를 체포했어.

나는 재수가 나빴어. 법원은 내가 나이가 어리다는 것을 염두에 두지도 않고 형틀에 나를 묶고 등에 채찍을 때리는 형벌을 내렸거든, 그뿐만 아니라 4년 동안 마드리드에서 추방시켰어. 나는 눈을 딱 감고 그 모진 형틀과 매질을 인내심 있게 견뎌냈지. 그러고선 추방의 길을 나섰어, 너무 급히 쫓겨나는 바람에 어디서 탈 것을 구할 시간도 없었지.

나는 소지품 중에서 내게 쓸모가 있을 만한 것, 가장 필요할 것 같은 물건들을 집어 들었어. 그것들 중에는 이 카드도 있었지(이때 그는 목에 걸고 다녔던 그 카드를 펼쳐 보여주었다). 이 카드를 가지고 마드리드에서 여기까지 길에 있던 객줏집들을 전전하면서, 21점 게임(카드놀이의 종류)을 하며 겨우 생계를 유지했지.

비록 네게는 구질구질하고 험하게 다뤄진 카드로 보이겠지만 카드놀이를 이해하는 사람에게 그것은 신비스런 힘을 발휘해, 그러니까, 에이스 카드가 제일 위에 오도록 조작하는 거야. 네가 21점 게임의 전문가라면, 첫 번째 카드로 에이스를 잡는 사람이 얼마나 큰 이익을 얻게 되는지 알 수 있을 텐데, 그 사람은 에이스를 1점으로 칠 수도 있고 11점으로 계산할 수도 있거든. 이런 이점 때문에 돈내기로 21점 게임을 벌이면 그 돈은 내 집의 금고에 있는 거나 마찬가지지, 이 게임 말고도 어떤 대사의 요리사로부터 끼놀라스(카드놀이의 종류) 게임의 속임수도 배웠어.

안다보바라 부르기도 하는 게임도 배웠고, 네가 그 각반 자르는 장인 시험을 보려 했던 것처럼 나는 카드놀이의 전문가가 될 수도 있었지.

이 재주만 있으면 굶어 죽지는 않는다고 확신해, 왜냐하면 아무리 기를 쓰고 돈을 모아 농장주가 됐더라도 잠시 틈을 내어 카드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거든, 우리가 마음만 먹는다면 지금이라도 당장 그런 일을 시험해 볼 수 있을 거야.

덫을 놓고, 여기 있는 마부들 중에서 어떤 사람이 걸려드는가 보자구. 마치 우리 둘이 실제로 돈을 걸고 하는 것처럼 21점 게임을 하잔 말이야. 누구든 이 카드놀이의 세 번째 참가자가 되길 원한다면, 그는 돈을 잃는 첫 번째 사람이 될 거야.”

여러 가지 얘기 재미있게 들었고, 네 생활을 솔직하게 말해주어 고마워, 이제 내 얘기를 할 차례인 것 같아. 나는 살라망까라는 도시와 그 도시에서 70떨어진 메디나 델 깜뽀라는 두 도시의 중간에 위치한 신앙심이 깊은 마을에서 태어났어. 내 아버지는 좀 전에 말했다시피 재단사이셨어. 아버지는 가위로 천을 자르는 일을 내게 가르쳐 주셨어. 나는 소질이 있었는지 얼마 되지 않아 주머니 자르는 일도 했지, 그렇지만 마을에 틀어박힌 답답한 생활과 계모의 냉대에 질려버리고 말았어.

그래서 고향을 등지고 나만의 일을 하기 위해 똘레도라는 오래된 도시로 갔지, 그곳에서 나는 도둑질을 시작했는데 놀라운 수완을 발휘했어. 신화에 나오는 눈이 100개 달린 아르고스처럼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고 해도 내가 털지 못할 조의금 상자나 칼질을 하지 못할 주머니는 없었어.

그 도시에서 머물렀던 4개월 동안 곤경에 빠져본 적이 한 번도 없었어. 그 건 내가 도둑질을 할 때 사람을 놀라게 하거나 급습하지도 않았고, 옷 고리를 건드리지도 않았음은 물론 어떠한 인기척도 내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지. 그러던 중에 경찰과 도둑 사이에서 이중 첩자 노릇을 하는 어떤 녀석이 내 뛰어난 도둑질 솜씨를 치안관에게 일러바쳤어.

그런 후 약 8일 정도 지났을 때 뛰어난 내 재능에 호기심을 느낀 치안관이 나를 찾았어, 그렇지만 비천한 출신으로 그렇게 높은 양반들과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던 나는 그와 만나지 않으려고 애를 썼지. 그래서 서둘러 도시를 빠져나왔어. 덕분에 말에 몸을 의지할 기회는 물론 어떤 마차나 짐수레에 탈 기회조차 없었지.”

그러자 린꼰이 말했다.

, 그런 일들은 잊어버려! 이제 우리는 서로를 알게 되었고, 중요한 건 우리가 털끝 하나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터놓고 이야기했다는 사실이야.”

이 말에 어린 꼬르따도가 대꾸했다.

그건 그래. 린꼰, 네가 말했던 것처럼 우리의 우정은 영원할 거야. 그럼 성스럽고 멋진 의식으로 우리의 우정을 쌓도록 하자.”

꼬르따도는 일어서면서 린꼰을 안았고, 린꼰 역시 꼬르따도를 부드럽게 친밀하게 껴안았다. 그리곤 앞에서 보여줬던 기름때가 묻고 많이 손상돼 있어 막 다루어도 부담 없는 꾀죄죄한 카드로 21점 게임을 시작했다. 꼬르따도는 몇 번 안 되는 손놀림만으로 그의 스승인 린꼰처럼 첫 번째 카드로 에이스 카드를 들어 올렸다.

그때 마부 한 사람이 바람을 쐬려고 현관으로 나왔고, 자신도 게임에 끼고 싶다고 말했다. 두 소년은 기꺼이 그를 받아들였다. 반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12레알과 22마라베디스(스페인의 옛 화폐 단위-옮긴이)를 그에게서 땄다. 이는 마치 12번의 창 질로 22천 번의 악몽을 꾸게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자 마부는 상대가 어린 소년들이라 얏보고는 돈을 다시 빼앗으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한 소년의 손엔 긴 칼이 쥐어져 있었고, 다른 한 명은 누런 손잡이의 단검을 치며 올리면서 오히려 그를 위협했다. 동료 마부들이 나오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나쁜 상황으로 번질 것이 뻔했다.

바로 그 순간 한 무리의 말을 탄 나그네들이 우연히 그 현장을 지나고 있었다. 그들은 반 레구아(1레구아는 약 5.5-옮긴이) 더 가야 있는 알깔데객줏집에서 휴식을 취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두 소년과 마부의 위기일발의 상황을 보자, 세 사람을 진정시키고 만약 세비야로 가는 길이라면 자신들과 함께 가도 좋다고 소년들에게 말했다.

마침 우리도 그곳에 가던 중입니다. 동행할 수 있게 해주신다면 시키는 모든 일을 하겠습니다.”

린꼰은 이렇게 말하며 재빨리 나그네들이 탄 말 앞으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모욕을 당해 화가 머리끝까지 치민 마부와 악동들의 소란에 놀라 뛰어나온 객줏집 아주머니를 뒤로하고 나그네들과 함께 떠났다. 그런데 그 아주머니는 소년들 모르게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그녀는 마부에게 소년들이 카드놀이를 하면서 속임수를 쓴 것이라고 알려주었다.

그러자 그는 수염을 쥐어뜯으며, 자신의 돈을 찾기 위해 녀석들을 쫓아 알깔데객줏집으로 가겠다고 야단법석이었다. 어린 소년들이 나이 많은 어른을 기만한 것은 대단히 모욕적인 것이고, 또한 매우 수치스러운 일이라면서 씩씩거렸다.

동료들은 그를 제지했고 자신의 미숙함과 바보짓을 천하에 알리고 싶지 않다면 가지 말라고 충고했다. 동료들의 말은 그에게 위안을 주지는 못했지만 결국 그를 주저앉게 만들었다.

객줏집에서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 린꼰과 꼬르따도는 나그네들의 시중에 최선을 다했다. 소년들은 긴 여정에서 자신들을 회생하면서까지 나그네들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애썼다. 때때로 자신들의 주인격이 된 나그네들의 여행 가방을 넘볼 기회가 생겼지만 세비야로 가는 좋은 여행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아 가방에 손을 대지는 않았다. 세비야는 자신들의 원대한 꿈이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이런저런 일을 겪으면서 마침내 도시의 입구에 이르렀다. 때는 저녁 무렵이었다. 출입 기록과 통행세 납부 때문에 세관을 지날 때, 꼬르따도는 일행 중의 프랑스인이 말잔등에 얹고 다니던 가방을 털고 싶은 욕망을 억제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갖고 있던 누런 손잡이의 단검으로 가방에 길고 깊은 칼자국을 내자 내용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두 벌의 고급 셔츠와 해시계, 메모장을 꺼냈고, 막상 꺼내 봤을 때 별로 구미가 당기지 않는 물건들은 그대로 두었다. 소년들은 그 프랑스인이 가방을 잘 간수 했기 때문에 그토록 값싼 물건만으로 가방을 채우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꼬르따도는 또다시 가방에 손을 넣으려고 하다가 이내 그만두었다. 나그네들이 자신들이 없어진 것을 알아차리게 되면 가방에 담겨 있던 것을 주의 깊게 따져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소년들은 그곳까지 자신들을 데리고 왔던 나그네들이 자신들이 저지른 도둑질에 화가나 소동을 벌이기 전에 작별을 고했다.

다음 날, 세관 문밖에 섰던 싸구려 물건을 파는 상점에다 20레알의 돈을 받고 셔츠를 팔았다. 훔친 물건을 처리한 다음에는 도시를 구경하기 위해 시내로 들어갔다. 두 소년은 대성당의 웅장함과 화려함에 경탄했다.

부둣가 근처에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는데, 그때는 선박들이 물건을 하역하는 시기였고, 부둣가에는 6척의 거대한 갤리선(중세에 노예나 죄인에게 노를 젓게 한 돛배-옮긴이)들이 정박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범선의 위압적인 모습은 소년들을 한숨짓게 했고, 또한 자신들의 죄값으로 죽을 때까지 그 범선의 갇혀 노를 젓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려워지기도 했다.

그곳에서 두 소년은 작은 광주리에 여러 가지 음식을 담고서 돌아다니는 많은 소년을 봤다. 그들 중 한 소년을 통해 무슨 일을 하는지, 일거리는 많은지, 그리고 얼마나 벌 수 있는지 등의 정보를 얻었다. 두 소년의 질문 공세를 받은 소년은 아스뚜리아 출신이었다.

그는 일거리는 매우 찾기 쉽고, 세금도 내지 않는다고 대답했다. 또한 며칠 만에 5~6레알을 벌 수 있으며, 그것으로 왕처럼 먹고 마시고 승리감에 도취될 수 있다고 했다. 또 이런 생활을 보장할 수 있는 주인을 마음대로 찾을 수 있으며, 원하는 시간에 밥을 먹을 수도 있다고 했다. 왜냐하면 세비야의 가장 작은 창고에서도 그 같은 기회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두 소년에게는 그 아스뚜리아 소년의 이야기가 그리 나쁘게 들리지 않았고, 한 번 해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일거리를 구실 삼아 확실하게 자신들의 재주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으로 생각되기도 했고, 그 일을 하면 아무 집에나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저절로 생기게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소년들은 당장 그 일에 필요한 도구들을 사기로 결정했다. 주인과의 면담이나 어떤 시험을 거치지 않아도 일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두 소년은 아스뚜리아 출신의 소년에게 일을 시작하려면 무엇을 사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 소년은 깨끗한 것 혹은 새것으로 각자 작은 자루를 하나씩 사고, 또한 야자잎으로 만든 광주리 3개를 사되 두 개는 큰 것으로 사고 하나는 작은 것으로 사라고 했다. 광주리에는 고기와 생선, 그리고 과일을 담고, 자루에는 빵을 넣으라고 했다. 그들은 프랑스인의 물건을 판 돈으로 필요한 도구들을 샀다.

두 소년은 광주리 드는 것을 연습하고, 자루를 손질한 지 두 시간 만에 새로운 일거리에 적응할 수 있었다. 소년은 그들이 다녀야 할 노점의 주인들을 일러주었다. 오전에는 푸줏간과 산 살바도르 광장, 생선이 들어오는 날에는 생선가게와 꼬스따니야 소광장, 그리고 매일 오후에는 부둣가로 가야하고, 장이 서는 목요일에는 시장으로 가야 했다. 두 소년은 일하는 데 필요한 여러 가지 정보를 잘 기억해 두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두 소년은 산 살바도르 광장으로 가서 자리를 잡았다. 그들이 도착하자마자 같은 일을 하는 소년들이 그들을 둘러쌌다. 자루와 광주리가 새것이어서 신참자라는 표시가 났던 것이다. 그들은 두 소년에게 수많은 질문을 퍼부었고, 소년들은 차분하고 재치 있게 모든 물음에 답해주었다.

그때 군인 한 명과 학생 차림새의 또 한 사람이 다가왔다. 두 신참자의 깨끗한 광주리가 그들의 시선을 끌었다. 학생 차림을 한 사람은 꼬르따도를 불렀고 군인은 린꼰을 불렀다.

하느님의 이름으로······.”

두 소년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제 막 일을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이 개시하는 겁니다.”

린꼰이 먼저 말을 꺼냈다. 린꼰의 말에 군인은 이렇게 대답했다.

개시가 나쁘진 않겠구나! 왜냐하면 오늘 우리 안주인님의 친구분들을 위한 연회를 준비하기 위해 내가 직접 물건을 사러 나왔으니까 말이야.”

그러시다면 선생님 마음대로 고르십시오. 이 광장 전체를 운반할 만한 힘도 있고, 또한 용기도 있거든요. 그리고 이것들을 요리하는 데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제가 기꺼이 도와 드리지요.”

소년의 능청에 만족한 군인은 시중드는 일을 하고 싶다면 자신이 이 별 볼 일 없는 일거리에 빼내 주겠다고 린꼰에게 말했다. 이 말에 소년은 오늘이 첫째 날이기 때문에 적어도 좋고 나쁨을 판단할 때까지는 그만두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이 대답이 그를 만족시키지 못했음을 알아채고 린꼰은 언제라도 최우선적으로 그에게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군인은 미소 띤 얼굴로 소년을 쳐다봤다. 그는 많은 물건을 샀고 주인의 집도 가르쳐주었다. 소년이 집을 알게 되면 앞으로는 자신이 직접 물건을 사러 나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린꼰은 특별히 봉사할 것을 약속했다. 군인은 3꾸아르또를 지불했다. 소년은 장사할 기회를 잃지 않으려고 잰걸음으로 광장을 돌았다.

아스뚜리아 소년이 가장 먼저 당부한 것이 부지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한 숭어, 정어리, 넙치 등 작은 생선을 팔러 다닐 때는 그날의 판매를 위해서 시험 삼아 미리 먹어보기도 해야 한다고 일러주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주의 깊고 세심하게 이루어져야 했다. 왜냐하면 이런 종류의 사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신용을 잃지 않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린꼰은 부지런히 다시 처음의 장소로 되돌아가 꼬르따도를 만났다. 꼬르따도가 린꼰에게 다가서면서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린꼰은 손을 펼쳐, 물건값으로 받은 3꾸아르또를 보여 주었다. 이에 꼬르따도도 역시 가슴에 손을 넣어 빛은 바랬지만 호박 빛깔의 주머니를 꺼냈다. 그는 우쭐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수사 학생 양반이 내게 이 주머니와 2꾸아르또를 지불했어. 그러나 어떤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니 린꼰, 네가 주머니를 받으렴.”

은밀하게 주머니를 건네고 있을 때, 수사 학생이 당황한 표정으로 식은땀을 흘리며 그들 쪽으로 걸어왔다. 꼬르따도를 보자 혹시 이러저러한 표식이 있는 주머니를 봤느냐고 물었다. 그 주머니에는 금화 15에스꾸또와 2~3레알, 그리고 꾸아르또 동전과 오차보(스페인에서 사용하던 옛날 구리 동전-옮긴이) 동전으로 수십 마라베디스가 담겨 있는데 잃어버렸다는 것이었다.

자신에게 물건을 파는 동안에 혹시 그것을 줍지 않았느냐고 꼬르따도에게 물었다. 소년은 그의 말에 어떠한 변화도 보이지 않고 능청을 떨면서 대답했다.

그 주머니에 대해서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당신이 주머니에 주의를 기울였다면, 틀림없이 잃어버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밖에 없습니다.”

이럴 수가! ! 죄 많은 이 몸이여! 내가 주머니를 주의 깊게 간직하지 못했음이 분명해. 그러니 어떤 놈이 내게서 주머니를 훔쳤지!”

수사는 한탄을 하며 혼자서 중얼거렸다.

제가 말씀드린 게 바로 그거예요. 그러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이 아니라면 모든 일에는 다 수습책이 있기 마련입니다. 당신이 가장 먼저 그리고 제일 중요하게 해야 할 일은 마음을 가라앉히는 것입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이처럼 부족하게 만드셨지요. 아침 해가 뜨는 것처럼 모든 일은 순리대로 되기 마련이지요. 인과응보라는 말도 있잖아요. 세월이 흘러 주머니를 가져간 작가 후회하게 된다면, 당신에겐 더 좋은 일이 되겠지요.”

그렇다면 그를 용서해야겠지.”

수사의 말에 꼬르따도는 계속 떠들어댔다.

게다가 나쁜 일을 한 자에 대한 파문장도 있고, 엄중 문책도 있잖아요. 아주 다행스러운 일들이죠. 솔직히 말씀드려서 제가 그 주머니를 가져간 도둑은 절대 아닙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어떤 신성한 임무를 수행하는 분이 분명한데, 제가 그런 큰 범죄 혹은 신성 모독을 저질렀겠습니까?”

네가 어떻게 신성 모독을 저질렀겠느냐······.”

비탄에 잠긴 수사는 꼬르따도에게 말하며 잃어버린 돈이 어떤 돈인지에 대하여 말해주었다.

나는 신부가 아니라 수녀들의 성스러운 기물을 보관하는 성물 담당 수사이기 때문에 그 돈을 갖고 다녔고, 그 주머니의 돈은 우리 교회 운영기금의 3분의 1이나 되는 것이란다. 우리 교회의 신부님이 내게 맡기셨던 성스러운 돈이지.”

그 순간 린꼰이 말했다.

어쨌든 제가 참견할 일이 아니군요. 제가 당신께 제 돈을 빌려줄 수는 없잖아요. 언젠가는 반드시 모든 것이 밝혀질 거예요. 그때가 되면 감히 교회 운영금의 3분의 1을 훔치고 더럽힌 자가 누구였는지 알게 될 겁니다. 그런데 일 년에 비용을 얼마나 관리하세요? 수사님, 말씀 한번 해보세요.”

? 얼마나 되냐고? 지금 내가 운영금에 대해서 말하고 싶은 기분이겠냐. 그러지 말고 혹시 뭔가 알고 있다면 내게 말해다오. 부탁이다.”

수사는 격한 감정을 드러내며 말했다.

저는 아는 것이 없습니다. 아무튼 주머니의 표식을 잊지 않도록 주의하시고 주머니에 있던 돈이 얼마인지나 정확히 알아두세요. 액수가 틀린다면 찾기 어려울 겁니다. 그 다음은 운명에 맡기세요.”

그 점에 대해선 걱정하지 마라. 종을 치는 일보다 그것을 더 염두에 두고 있으니까. 작은 일에서도 실수하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쓰는데······.”

수사는 자못 심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순간 수사는 수증기의 물방울처럼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려고 주머니에서 수 놓인 손수건을 꺼냈다. 꼬르따도는 것을 보자마자 자신의 것으로 점찍었다. 수사가 자리를 뜨자 고르따도는 그를 뒤쫓았다. 세비야의 번화가인 그라다스 거리에서 그를 따라잡았다. 꼬르따도는 그를 불렀고, 한쪽으로 물러서게 했다. 그리곤 허풍을 떨 듯이 주머니의 도난과 습득에 관해서 터무니없는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주머니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주면서 설명을 좀체 끝내질 않았다. 그 가련한 수사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머니를 찾을 수 있을 거라는 꿈에 부풀었다. 그러나 꼬르따도가 말하는 것을 금방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두세 번 설명을 반복하게 만들었다. 소년은 그의 얼굴을 예의 주시하면서 그의 눈에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 수사도 그의 엉뚱한 말에 귀를 기울이며 똑같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에 꼬르따도는 수사의 호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가뿐하게 빼냈다. 그리곤 작별을 고하면서, 오후에 바로 그 장소에서 당신을 다시 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자신만 한 체구의, 자신과 같은 일을 하는 한 소년이 그 주머니를 봤는데, 아무래도 그녀석이 훔친 것 같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며칠 내로 그 녀석을 반드시 찾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사는 꼬르따도의 말에 약간 위안을 받으며 그와 헤어졌다. 꼬르따도는 자신과 조금 떨어진 곳에서 모든 것을 보고 있던 린꼰에게 돌아왔다.

그들로부터 조금 떨어진 곳에는 광주리를 든 다른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조금 전에 꼬르따도가 했던 짓도 봤고, 꼬르따도가 린꼰에게 손수건을 건네는 것도 봤다. 그는 소년들에게 다가오면서 말했다.

이봐 친구들, 어디 한번 말해봐! 너희들 도둑이지, 그렇지?”

네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는데.”

린꼰이 대꾸했다.

이런 도둑놈들 내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소년이 되받았다.

우리가 네 말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닌데 우린 도둑이 아냐! 다른 것을 원하면 말해봐! 아니면 꺼져버려!”

옆에 있던 꼬르따도가 거들었다. 그러자 소년도 지지 않고 대답했다.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그렇다면 네 놈들이 도둑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이해시켜주지. 그런데 너희들이 도둑이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데, 내가 뭣 때문에 너희들에게 물어보는지 알 수가 없군. 어쨌든 너희들이 어떻게 이곳을 관할하는 모니뽀디오 씨에게 가지 않았는지 말해봐!”

그러자 린꼰이 물었다.

이봐! 친구, 이곳에서 도둑질을 하고도 상납을 해야 한단 말야?”

너희들이 상납은 하지 않더라도, 적어도 우리의 대부이자 스승이고 후견인인 모니뽀디오 씨에게 인사는 올려야지. 너희들이 그에게 충성을 맹세하러 나와 함께 갈 것을 충고한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너희들은 그의 허락 없이 감히 물건을 훔치지 못하게 될 거고, 계속 너희들 마음대로 행동하면 아마 비싼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

소년은 경고하듯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도둑질은 세금이나 상납이 없는 자유로운 일거리라고 생각했는데······, 상납을 한다면 먹는 것이나 뒷일을 돌봐주는 것에 대해서도 후견인으로 생각하라는 거냐? 어찌 됐든, 각 지방에 맞는 관례가 있는 법이지. 스페인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이니, 우리들은 이 고장의 규칙을 따르겠다.

그는 우리들의 후견인이 될 만큼 대단한 사람일 테지? 그럼 네가 말한 사람이 있는 곳으로 우리들을 안내해라. 네 말대로라면 그는 매우 능력이 있고 관대하며, 이 일에 매우 능숙한 사람일 것으로 짐작되는데.”

꼬르따도는 조금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얼마나 능수능란한 인물이며, 또 이일에 얼마나 전문가인지는 만나보면 알게 될 거야! 그는 정말 대단한 사람이야. 그가 우리들의 두목으로서 또한 대부로서의 직위를 맡은 4년 동안 단지 4명만이 통나무(건달들의 속어로서 교수대를 의미-옮긴이)에서 고통을 겪었고, 30명이 빗질(매질-옮긴이)을 당했으며, 72명이 병원(노예들이 젓는 범선-옮긴이)에 들어갔지.”

소년이 말했다.

아 그렇군. 네 말을 이제야 이해하겠군.”

린꼰과 꼬르따도는 소년의 의견에 따르기로 결심했다.

, 그럼 걸어가면서 내가 일상적인 말로 그 용어들을 설명해주지, 식은 죽 먹기처럼 그 말 들을 확실히 이해할 수 있을 겨야.”

소년은 린꼰과 꼬르따도에게 자신들이 대화 중에 사용하는 은어라고 부르는 것들 증에서 몇 가지 용어를 설명해 주었다.

거리가 꽤 되었기 때문에 그 설명도 짧지는 않았다.

혹시 너도 도둑질을 하니?”

린꼰이 안내를 하는 소년에게 물었다.

그럼! 신과 선량한 사람들을 위해서 물건을 훔치지, 비록 숙달된 사람 축에 끼지는 못하지만······, 아직 수련 기간 중이거든.”

소년의 대답을 듣고 난 꼬르따도가 말했다.

이 세상에 신과 선량한 사람들에게 봉사하기 위해서 도둑질을 한다는 말은 금시초문인데.”

이봐, 친구! 나는 신학과 같은 어려운 문제에는 관심 없어, 그렇지만 내가 아는 것은 이 일을 하는 사람들도 신을 찬양할 수 있다는 거야. 그리고 우리 집단의 모든 식구는 모니뽀디오가 하는 명령을 따를 뿐이야.”

소년의 말에 린꼰이 비아냥거렸다.

도둑들로 하여금 하느님을 따르도록 한다니, 내 참! 그의 명령은 훌륭하고 성스러운 것임에 틀림없겠군.”

이에 소년은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았다.

정말 성스럽고 훌륭한 것이지. 그래서 우리들의 솜씨가 나아진 건지도 몰라. 이 도시에 있는 대단히 성스러운 상을 밝히는 등불기름을 사기 위해 우리들이 훔친 것 중의 어떤 물건이나 기부금을 내도록 그가 명령했어. 사실 우리들은 그 같은 성스러운 행위 때문에 대단한 일들을 경험했거든, 그러니까 지난번에 큰 귀(당나귀를 뜻하는 속어-옮긴이) 둘을 훔쳤던 동물 애호가에게 경관들이 방망이를 세 개나 주었지.

그래서 그는 비쩍 마르고 말라리아를 앓기까지 했지만, 마치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노래(자백-옮긴이)도 않고 견뎌냈어. 우린 그걸 신앙의 덕으로 보고 있지, 왜냐하면 그 애호가는 고문 집행인의 첫 번째 팔운동을 이겨낼 만큼 힘이 충분하지 않았거든, 내가 했던 말 중의 어떤 용어에 대해서 너희들이 물어볼 것이 뻔하니까, 묻기 전에 쉬운 말로 설명해주지,

예를 들면 우리들은 한 주 내내 서로 번갈아 가며 기도를 드리고 있지 또 우리 대부분은 금요일에는 도둑질을 하지 않고, 토요일에는 마리아라고 불리는 여자하고는 대화를 나누지 않아.”

모든 것이 완벽해 보이는군 그래. 그런데 네가 말한 것 이상의 일, 그러니까 훔친 물건을 되돌려주거나 혹은 속죄도 하니?”

꼬르따도가 물었다.

반환하는 것에 대해서는 묻지 마. 훔친 것을 사방으로 나누어 집단의 우두머리들이나 패거리들이 몫을 챙겨 가기 때문에 돌려주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그래서 물건을 훔친 첫 번째 도둑은 아무것도 되돌려줄 수 없어. 우리는 우리의 죄를 결코 자백 하지 않는데, 우리에게 속죄하는 일을 강요하는 사람은 없어. 파문장을 발부한다 할지라도 결코 우리에게 도착하진 못해.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장소가 우리에겐 돈벌이가 되기 때문에, 우리는 큰 행사 날이 아닌 그저 성경을 평범한 날에는 결코 교회에 가지 않거든.”

너희들이 하는 그런 일들 때문에 그 사람의 삶이 훌륭하고 성스럽다고 말하는 거야?”

꼬르따도는 계속 질문을 했다.

그럼, 나쁜 게 뭐가 있냐? 이단자나 배교자 혹은 부모를 죽이는 것이 더 나쁘지 않냐? 고돔 사람들도 마찬가지지!”

소년이 대답했다.

고돔이 아니라 소돔이겠지!”

린꼰이 고쳐 말했다.

그래, 그거야!”

모든 것이 나쁘지, 어쨌든 우리도 이와 이 길에 들어서게 되었으니, 어서 길이나 재촉하도록 해. 네 얘기만으로도 모니뽀디오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고 빨리 보고 싶구나.”

꼬르따도가 지겨운 듯이 말했다.

이제 곧 너희들의 소망이 이루어질 거야. 여기서부터 그의 집이 보이거든, 너희들은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어. 그분이 바쁘지 않은지 내가 들어가 볼 테니까. 왜냐하면 지금 시간은 그가 종종 면담을 허용하는 때거든.”

좋을 대로 해라.”

린꼰이 대답했다.

소년은 두 소년보다 조금 앞서 나가더니 얼마 안 가 허름한 정도가 아니라 외양이 흉측한 집으로 들어갔다. 린꼰과 꼬르따도는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곧 나와서 둘을 불렀다.

부랑배 집단의 모든 구성원에게 존경이 대상이자 희망인 모니뽀디오가 내려왔다. 큰 키에 나이는 45~46세쯤 되어 보였다. 갈색 피부에 수염은 까맣고 숱이 많았으며 눈은 움푹 들어가 있었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얇은 천으로 된 망토를 두르고, 뒷굽이 없는 신발을 신고 있었고, 정강이는 복사뼈까지 내려오는 린넨 천의 통바지로 덮여 있었다.

한 마디로 그는 세상에서 가장 촌스럽고 보기 흉한 몰골이었다. 안내했던 소년도 그와 함께 내려왔고, 린꼰과 꼬르따도의 손을 잡아 끌어 모니뽀디오 앞에 세우고 말했다.

모니뽀디오 씨, 당신께 말씀드렸던 두 소년들입니다. 이들을 한번 시험에 보십시오. 우리 모임에 들어올 만한 친구들이라는 것을 아시게 될 겁니다.”

모니뽀디오는 고개를 끄덕이며 소년들에게 다가갔다.

잠시 후 그는 두 소년에게 잘하는 게 무엇이며, 고향은 어디인지, 그리고 부모님은 어떤 분들인지를 물었다. 그의 질문에 대답한 것은 린꼰이었다.

우리 재주는 이미 말한 적이 있으며 그 때문에 우리들이 당신 앞에 오게 되었지요. 고향에 대하여 말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부모님에 대해서도 그렇구요. 왜냐하면 어떤 대단한 직위를 받기 위해서 조사받은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린꼰의 말에 모니뽀디오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를 표했다.

어쨌든 지금 이 순간에 이름만은 알고 싶군.”

린꼰과 꼬르따도는 각자의 이름을 말했다.

그럼 이 순간부터 린꼰은 린꼬네떼로 하고 꼬르따도는 꼬르따디요로 부르기로 하겠다. 우리의 규율과 너희들 나이에 꼭 들어맞는 이름들이지 않나. 이 규율의 일환으로 우리 조직원들의 부모 이름은 꼭 알아두어야 해. 왜냐하면 훔친 것의 일부를 미사드리는 신부 앞에 헌금조로 내면서, 해마다 우리 중에서 고인이 된 사람들과 우리를 돕는 선행자들의 영혼을 위한 미사를 드리는 것이 관습화되어 있기 때문이지.”

모니뽀디오 씨, 우리들은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고, 분명히 높고 깊은 뜻이 담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부모님들은 아직 생존해 계시고 삶을 즐기고 계십니다. 우리들이 살아 계시는 부모님을 뵌다면, 이 행복하고 축복받는 단체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그러면 부모님께서는 당신이 말씀하신 것보다 더 장엄하고 위엄 있게 하지는 못한다 할지라도 이미 몸에 배인 위엄으로 아까 말씀하신 그 역경을 저희들이 이겨내도록 기도나 동정을 해주실 겁니다.”

린꼬네떼가 말했다.

그렇고말고! 그렇지 않다면 내 수하에 남아 있지 못할 거야!”

모니뽀디오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고는 그들을 안내했던 소년을 부르며 물었다.

이리 와라! 간추엘로. 망보는 애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겠지?”

두 소년은 자신들을 안내했던 소년의 이름이 간추엘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그러면 본론으로 돌아가서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재주를 보고 싶구나. 너희들의 의향과 솜씨에 따라 일거리나 임무를 할당하기 위해서야.”

먼저 린꼬네떼는 자신이 어떤 재주를 가졌는지 설명했고, 꼬르따디요는 소매치기에 대해 말했다.

그것 말고 무엇을 더 할 줄 알지?”하고 모니뽀디오가 물었다.

더는 없습니다. 다 제가 부족한 탓이지요.”

꼬르따디오가 쑥스러운 듯이 대답했다.

이보게, 꼬르따디요. 걱정할 필요 없네, 그냥 항구나 학교에 왔다고 생각하게, 여기서는 빠져 죽을 염려도 없고 마음 내키면 언제라도 나갈 수 있으니까. 그건 그렇고 지금 기분이 어떤가?”

더 이상 좋을 수가 없을 정도지요. 우리의 기술과 재주를 시험해볼 일거리가 있다면 언제라도 겁 없이 해치울 수 있습니다.”

린꼬네떼 말에 모니뽀디오는 흡족했다.

좋다, 그런데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것은 만일 붙잡혀서 신문을 받게 될 경우에 그 어떤 방망이 찜질에도 입술을 한 번 까딱해서는 안 되며, 아예 입이 없는 것처럼 행동해야 한다는 점이다.”

모니뽀디오가 계속해서 말했다.

이 순간부터 너희들이 우리 조직에 가입하여 1년의 수습 기간을 거치도록 나를 설득시키고 또한 나를 강요함을 밝힌다.”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합니다.”

옆에 있던 건장한 젊은이 중의 하나가 말했다.

이런저런 말을 나누고 있을 때, 한 소년이 헐떡거리며 뛰어 들어왔다.

떠돌이들을 담당하는 경관이 이곳으로 걸어오고 있는데, 순찰단을 대동하지는 않았습니다.”

절대로 소란 피우지 마라! 그는 내 친구이고, 결코 우리에게 해를 입히러 오는 것은 아닐 것이다. 모두들 진정하고 있어라! 내가 나가서 그와 이야기해보겠다.”

모니뽀디오가 큰 소리로 말했다. 이미 잔뜩 긴장하고 있던 모두는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를 보려고 모니뽀디오는 문밖으로 나갔다. 경관과 잠시 이야기를 나눈 후, 모니뽀디오가 다시 들어와서는 물었다.

오늘 산 살바도르 광장을 누가 담당했지?”

제가 했는데요!”

안내하던 소년이 대답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그곳에서 금화 15에스꾸도와 2레알 정도, 그리고 정확히 얼마가 되는지는 모르는 꾸아르또를 담고 있던 호박색 주머니에 대해서 왜 내게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지?”

오늘 그런 주머니는 없었습니다. 저는 그것을 훔치지도 않았고, 또 어떤 놈이 가져갔는지도 모르겠는데요.”

모니뽀디오가 계속되는 추궁에 소년은 그 물건에 대하여 아는 게 없다고 강변했다. 모니뽀디오는 화를 내기 시작했고, 눈에서 불길을 내뿜는 것 같았다.

누구든지 우리 규율의 가장 작은 것이라도 깨는 실수를 범할 시에는 그의 목숨으로 대가를 치를 것이다! 주머니를 훔친 놈은 자수해라. 상납금을 내지 않았기 때문에 감추고 있는 것이라면 훔친 물건에 상응하는 이 집의 다른 물건이라도 주겠다. 그러나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경관을 만족시켜야 한다.”

모니뽀디오가 큰 소리로 꾸짖었다.

소년은 자신이 그 주머니를 가지지도 않았고 본 일조차 없다고 말하면서, 또다시 자신의 결백을 맹세했다. 그의 말은 모니뽀디오의 화에 불을 더 붙이는 격이었고, 모두 자신들의 규율과 엄한 규범이 깨지는 것을 보면서 동요했다.

린꼬네떼는 그들의 대립과 동요를 보면서, 분노를 터뜨리고 있는 두목을 지정시키고 만족시키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꼬르따디요와 상의한 후, 그의 동의하에 그 수사의 주머니를 꺼내며 말했다.

여러분! 모든 분쟁을 중지하세요. 이것이 경관이 말했던 것에 한 푼도 건드리지 않은 그 주머니입니다. 또한 오늘 내 친구인 꼬르따디요가 그 수사에게 따라붙어 훔친 손수건도 있습니다.”

이어서 꼬르따디요가 손수건을 꺼내 보여 주었다. 그의 행동에 모니뽀디오가 말했다.

꼬르따디요, ‘선한 사람그 손수건은 네가 가지거라. 너의 솔직한 행동에 나는 만족한다. 주머니는 수사의 친척인 경관이 가져갈 것이다. ‘네게 닭 한 마리를 줄 사람에게 닭 다리 하나를 주는 것이 결코 손해는 아니다.’라는 속담이 실현되는 것 같다. 오늘의 일은 우리들이 정말 절박한 순간에 경관이 우리에게 곱절로 갚아줄 것이다.”

모두는 두목의 의견과 판결, 그리고 두 신참자의 솔직함을 한 마음으로 받아들였다. 모니뽀디오는 경관에게 주머니를 주기 위해 나갔고, 꼬르따디요는 선한 사람이란 새 이름에 만족해했다.

모니뽀디오가 들어올 때 2명의 젊은 여자들이 함께 들어왔다. 얼굴은 말끔하고 입술을 붉게 칠했으며, 쾌활해 보이긴 했지만, 한편으론 천박해 보이기도 했다. 린꼬네떼와 끄르따디요는 그녀들이 매춘부 출신들임을 금방 알아차렸다.

모니뽀디오는 집에 있던 부들 멍석 중의 하나를 꺼내어 정원의 중앙에 펴게 했다. 그리고 모두들 둥글게 앉도록 했다.

모두는 멍석 주변에 둘러앉았고, 매춘부 중에 한 명 가난시오사는 시트를 테이블보처럼 펼첬다. 그녀가 바구니에서 꺼낸 첫 번째 물건은 큰 묶음의 빨간 무와 20여 개가 넘는 오렌지와 레몬이었다. 이어서 튀긴 대구 쪼가리로 가득 찬 큰 냄비도 꺼냈다. 플랑드르산 치즈 반 토막, 올리브가 담긴 그릇, 새우 한 접시, 후추 물에 절인 알까파론이 곁들여진 많은 양의 바닷게, 세비야 근처의 조그만 마을인 간둘에서 만든 하얀 빵 3개도 있었다.

그것들이 2시까지의 점심 메뉴였다. 모두는 음식을 먹기 위해 각자가 지니고 있던 단검을 꺼냈다. 한쪽만 날이 있는 큰 칼을 뺀 린꼬네떼를 제외하고, 그들 중의 어느 누구도 누런 손잡이의 단검을 빼어 들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안내 소년과 허름한 옷을 입은 두 노인에게도 벌집 모양의 코르크 통에 술이 따라졌다.

잠시 후, 광주리는 바닥이 드러났고 술 부대(負袋. 베나 가죽 따위로 만든 큰 자루)에서는 찌꺼기가 나왔다. 노인들은 끝없이 마셨고, 젊은이들과 부인네들도 충분히 마셨다. 노인들은 자리를 떠나겠다는 뜻을 비쳤다. 그러자 모니뽀디오는 집단을 위한 필요한 모든 것을 정확하게 알려줄 임무를 주지시키면서 떠나도록 허락했다. 그들은 모든 일을 신중히 처리하겠다고 대답하고는 일어서서 자리를 떠났다.

노인들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 린꼬네떼는 먼저 양해를 구하고는 백발이 성성하며 고지식하고 허약해 보이는 두 노인이 집단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모니뽀디오에게 질문했다.

그들은 은어로 파수꾼이라 불린다. 다시 말해서, 밤에 어느 집을 털 수 있는가를 살피거나, 혹은 통상성이나 조폐창에서 돈을 나르는 사람들을 추적하여 어디로 돈을 나르고, 어디에 돈을 보관하는가 등을 살피면서 낮에 도시 전체를 돌아다니지, 그리고 이러저러한 사정을 알게 되면, 그 집 담의 두께를 알아보고 진입을 쉽게 하기 위해서 구멍을 뚫을 가장 적절한 곳을 스케치한다.

결론적으로 우리 집단에서 가장 유익한 요원이지. 그래서 신대륙에서 가져온 보물에 대해 황제가 특권을 누리는 것처럼, 그들이 작업으로 훔친 것은 그들이 5분의 1을 가져간다. 그렇다고는 하지만 그들은 매우 진실되고 정직하며, 신과 자신들의 양심을 두려워할 만큼 훌륭한 삶과 명성을 지닌 사람들이다.

또한 그들은 신앙심이 깊어 매일 미사에 참여한다. 그들 중에는 특히 매사에 신중하게 처신하는 사람들도 있다. 특히, 지금 여기서 나간 두 사람이 그런 인물들이다. 그들은 우리의 상납금 제도에 따라 그들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무리 적은 돈이라도 만족해한다.

여기에 있는 다른 두 사람은 도둑들이다. 그들은 때때로 집을 옮겨 다니기 때문에 이 도시 모든 입의 입구와 출구를 알고 있다. 그래서 어느 집이 도둑질하기에 쉬운지를 잘 알고 있다.”

모니뽀디오의 설명을 듣고 린꼬네떼가 말했다.

모든 것이 완벽하군요. 저도 이 집단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모니뽀디오는 유쾌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늘은 희망을 가진 사람에게 길을 열어주신다.”

잠시 후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모니뽀디오가 누가 왔는지 보러 나갔다. 누구냐고 묻자, 밖에서 대답하는 소리가 들렸다.

문 좀 열어주세요. 모니뽀디오 씨. 레뽈리도입니다.”

카라아르따가 이소릴 듣자 하늘을 찌를 듯이 큰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모니뽀디오 씨, 그에게 문을 열어주지 마세요.”

모니뽀디오는 레뽈리도의 애원하는 목소리에 문을 열어주지 않을 수 없었다. 까리아르따는 모니뽀디오가 문을 열어주는 것을 보자마자 방패가 걸려 있는 방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리곤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소리쳤다.

선량한 사람의 사형집행인 같은 놈! 약한 여자들을 괴롭히는 놈! 그 흉측한 얼굴의 그놈을 내 앞에서 사라지게 해주세요!”

마니페로와 치끼스나께가 레뽈리도를 붙잡고 있었지만, 그는 까리아르따가 있는 곳으로 들어가려고 애를 썼다. 그러나 그들이 좀처럼 놓아주지 않자 문 앞에서 말했다.

이봐, 까리아르따! 더 이상 화내지 마. 진정하라구! 나와 결혼한 몸이잖아!”

이런 나쁜 놈, 내가 결혼을 했다구? 내가 어떻게 하는지 잘 봐라! 네 놈은 나를 데려가길 원하겠지! 너와 함께 갈 바에야 시체의 뼈다귀와 같이 가겠다.”

이런, 바보 같으니! 이미 지난 일은 잊자고! 내가 좀 부드럽게 말하고 비굴한 태도를 보인다고 해서 우쭐해하지 말라구! 또다시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 폭력을 휘두른다면 그때는 정말 용서받을 수 없다는 것을 하느님께 맹세하지, 그러니까 그만 진정해. 우리 모두가 진정하자구. 우리 이제 서로 저주하지 말자.”

더 이상 당신이 있는 곳으로 고개도 돌리지 않을 텐데. 이젠 아무 소용 없어요.”

까리아르따가 말했다.

내가 확실히 말해 두겠는데 자꾸 그런 식으로 나오면 정말 난리가 나는 줄 알아. 이 멍청이야!”

이들의 말싸움을 지켜보던 모니뽀디오가 말했다.

나를 봐서라도 그만들 두게. 까리아르따는 강압적인 협박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 때문에 방에서 나오게 될 것이다. 그래야 모든 일이 잘 풀릴 거야. 정말로 사랑하는 사람들끼리의 싸움이 화해됐을 때는 기쁨이 배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까리아르따, 이 아가씨야! 이제 밖으로 나오거라. 레뽈리도가 무릎을 꿇고 네게 용서를 빌도록 하겠다.”

그래, 까리아르따. 모니뽀디오의 말을 믿어봐. 모두 네가 밖으로 나오길 바라고 있고 또 네 편이 되어줄 거야.”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레뽈리도는 까리아르따와 모니뽀디오가 계속 간청을 하자 돌아서면서 말했다.

진정한 친구는 결코 친구에게 화를 내지도 않고, 또한 친구를 조롱하지도 않는다. 친구들이 화난 것을 볼 때조차도······.”

여기엔 다른 친구를 화나게 만들거나 조롱하는 친구는 없어, 그리고 우리 모두는 친구 간이니까, 손에 손을 맞잡아 보자구.”

마니 페로가 화해를 청했다. 이 말에 모니뽀디오도 한 마디했다.

너희 모두는 좋은 친구들이라 말했으나, 진정 그렇게 생각한다면 서로의 손을 잡아라.”

곧 그들은 손에 손을 잡았다. 에스깔란따는 코르크로 바닥을 댄 슬리퍼를 벗고, 탬버린처럼 슬리퍼로 연주를 시작했다. 가난시오사도 한쪽 구석에 있던 야자잎으로 만든 새 빗자루를 잡고, 그것을 긁으면서 소리를 냈다. 듣기에는 껄끄러운 소리였지만 슬리퍼 소리와 조화를 이루었다. 모니뽀디오는 접시 하나를 깨서 두 조각으로 만들었다.

그릇들을 손가락 사이에 끼고 가볍게 마주치자, 슬리퍼와 빗자루 악기에 장단을 맞추는 소리가 났다. 린꼬네떼와 꼬르따디요는 빗자루로 만든 새로운 악기에 놀랐다. 여태껏 한 번도 그런 악기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신기해하는 두 소년을 지켜보던 마니페로가 말했다.

너희들 빗자루 악기에 감탄하고 있구나! 멜로디도 경쾌하고 슬픔이나 괴로움이 없는 음악을 잘도 만들어 내지? 보기보다 그렇게 싸구려 음악은 아니란다. 어쩌면 평범하게 만들어 내지 못하는 선율일 거야. 실제로 지난번에 한 학생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내가 들었거든,

이렇게 배우기 쉽고, 연주하기 쉬우며, 줄도 없고, 줄을 괴는 것도 없으며, 줄을 조이는 못도 없어 조율할 필요도 없는 최고의 음악 장르를 결코 만들지는 못할 거라고 했지. 음악에 있어서 헥토르(트로이 프리아모스 왕의 맏아들)인 척하는 이 도시의 한 기사가 만들었다고 해. 난 그걸 믿어.”

나도 그 말을 정말로 믿어요. 그런데 우리의 음악가들이 부르는 노래나 들어봅시다. 가난시오사가 노래를 부르려는 신호로 침을 뱉는 것 같아요.”

린꼬네떼가 말했다. 사실이었다. 모니뽀디오가 그들이 부르곤 했던 노래의 한 토막을 부르도록 그녀에게 청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먼저 시작한 사람은 에스깔란따였다.

섬세하고 떨리는 소리로 이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한 프랑스풍의 세비야 악당 때문에

내 마음이 새까맣게 타 버렸네.

 

가난시오사가 뒤를 이었다.

 

신선한 갈색 피부의 그 남자에

정신을 잃지 않을 말괄량이가 누구일까?

 

모니뽀디오가 그 접시 조각 연주를 빠르게 하면서 뒤를 이었다.

 

두 연인이 싸운다네. 하지만 곧 평화가 온다네 화를 크게 낸다면, 화해의 기쁨 또한 큰 것이지.

 

까리아르따는 마음속에서 샘솟는 즐거움을 침묵으로 감추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슬리퍼를 잡으며 춤판에 끼어들었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렸다.

그리고 까리아르따도 이렇게 노래했다.

 

이제 화를 푸세요. 그리고 더 이상 나를 때리지 말아요.

화가 날 때면 당신에게 풀어버리세요.

 

좀 더 자연스럽게 노래를 해봐! 지나간 일들을 더 이상 신경 쓰지 마! 그럴 이유가 없잖아, 지난 일은 지난 일일 뿐이야. 건설적인 생각을 해보라구!”

레뽈리도가 소리쳤다.

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지 못했다면, 일행은 노래를 주고받으며 흥겨운 시간을 좀 더 가졌을 것이다. 누구인가 보려고 모니뽀디오가 문 쪽으로 나갔다. 보초는 거리의 끝에 법원의 심판관이 나타났고, 중간 관리인 또르디요와 쎄르니깔로가 앞장서서 이쪽으로 오고 있다고 말했다.

집 안에 있던 사람들은 그 말을 듣자 한바탕 소동을 벌였다. 까리아르따와 에스깔란따는 슬리퍼를 서로 바꿔 신었으며, 가난시오사는 빗자루를 팽개치고, 모니뽀디오도 접시 조각을 버렸다. 흥겨운 장단과 노랫가락이 졸지에 무거운 침묵으로 바뀌었다. 치끼스나께는 말을 잃었고, 레뽈리도는 공포에 몸을 떨었으며 마니페로는 멍하니 서 있었다.

모두들 옥상과 지붕으로 오르면서 이쪽저쪽으로 사라졌다. 그곳을 통해서 모두들 도망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갑작스러운 총소리나 천둥소리에 놀란 비둘기들도 이렇게까지 우왕좌왕하지는 않을 것이다. 심판관이 온다는 소식이 그곳에 모여 있던 일행들을 소란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두 신참내기 소년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고, 갑작스럽게 닥친 폭풍이 어서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그대로 서 있었다. 심판관이 어떤 의심스러운 행동이나 거동도 보이지 않고 그냥 지나쳐 갔다고 보초가 다시 보고한 후에도 소동은 그치지 않았다.

보초가 모니뽀디오에게 보고를 하는 중에 평상복을 입은 한 젊은 신사가 문 앞에 이르렀다. 모니뽀디오는 얼른 그를 안으로 모셨다. 그러곤 치끼스나께와 마니페로, 그리고 레뽈리도외의 나머지 사람들은 아무도 내려오지 말라고 명령했다.

린꼬네떼와 꼬르따디요는 정원에 머물러 있었기 때문에 방금 온 신사와 모니뽀디오가 나눈 모든 대화를 들을 수 있었다. 그 신사는 부탁했다. 일을 왜 그렇게 엉터리로 했느냐고 모니뽀디오를 다그쳤다. 모니뽀디오는 일의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직 모른다고 대답하고는 그 일을 맡았던 당사자를 불러 좀 더 자세한 상황을 들어보자고 설득했다.

그때 치끼스나께가 내려왔고, 모니뽀디오는 14번의 칼자국을 내라고 맡겼던 일이 완결되었는지를 물었다.

무슨 일이요? 사거리의 그 상인에 관한 일 말입니까?”

치끼스나께가 되물었다.

그래요, 바로 그 일 말이요!”

신사가 외치는 소리에 치끼스나께는 전후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니까, 내가 어제저녁 그의 집 문 앞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저녁기도 시간 전에 집에 돌아왔어요. 나는 그에게 접근해서 그의 얼굴을 눈으로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그의 얼굴은 14번의 칼자국을 내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만큼 작은 얼굴이었어요. 그래서 약속을 이행할 수 없었고 그에게 어떤 행동도 할 수 없었어요.”

결국 당신은 그에게 본떼를 보여 주라는 내 부탁을 실행하지 않았단 말이오.?”

신사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격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애초에 당신이 요구했던 일은 하지 못했고, 한 줌밖에 안 되는 그의 작은 얼굴에 차마 칼자국을 낼 수가 없었단 말이오. 그렇지만 본보기로 그의 하인인 마부에게 칼자국을 냈지요. 확신하건대, 충분히 위협적인 일이 됐을 것이오.”

치끼스나께는 차분히 설명해주었다.

하인에게 14번의 칼자국을 내기보다 주인에게 7번의 칼자국을 냈더라면······. 어쨌든 그런 이유가 있었을지라도, 결과적으로 내겐 약속을 이행하지 못한 것이나 다름없소. 그러나 그게 그렇게 중요하지는 않소. 내가 착수금으로 주었던 30두까도를 한 푼도 빼지 않고 되돌려주어야 할 것이오. 하지만 당신에게 감사의 뜻은 남기겠소.”

신사는 말을 마친 후 모자를 벗어 감사의 뜻을 표한 후 가려고 등을 돌렸다. 그러나 모니뽀디오는 그가 입고 있던 체크무늬 망토를 잡고 그에게 말했다.

멈추시오. 그리고 약속을 이행하시오. 우리들은 자랑스럽게 그리고 성의껏 맡은 일을 완수했소. 따라서 20두까도를 더 내시오. 그 돈을 주지 않는다면, 혹은 그에 해당하는 물건을 주지 않는다면 당신은 여기서 결코 나갈 수 없소.”

그렇다면 당신은 주인에게 했어야 할 것을 하인에게 해 놓고는 약속을 지켰다는 것이오?”

신사는 모니뽀디오의 말에 지지 않고 말했다.

선생은 뭘 잘 모르고 계시는군요! ‘벨뜨란(특정 인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모() 씨를 말함-옮긴이)을 정말 사랑하는 사람은 그의 개까지도 사랑한다라는 속담을 잘 모르시는 것 같군요.”

옆에 있던 치끼스나께가 거들었다.

그 속담이 이 일과 무슨 관계가 있단 말이오?”

신사가 되물었다.

물론 그 속담이 벨뜨란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그의 개도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것과 같은 뜻은 아니죠! 하지만 만약 벨뜨란이 그 상인이라면 당신은 그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고, 그의 하인이 개라면 개에게 칼을 쓰는 것은 벨뜨란에게 칼을 쓰는 것과 마찬가지란 말이오. 따라서 빚은 청산되었고, 적절히 임무를 수행한 것이오. 그러니까 터무니없는 트집은 그만 잡고 돈을 지불하시오.”

치끼스나께의 대답에 모니뽀디오가 덧붙였다.

이 말에 나도 전적으로 동감이오. 내가 말하고 싶은 모든 것을 내 친구인 치끼스나께가 다 말해버렸소. 그러니 신사 양반, 당신에게 봉사한 사람과 친구들을 사소한 일에 몰아넣지 말고, 내 충고를 받아들여 일한 대가를 지불하시오. 굳이 주인의 얼굴에 칼자국을 남기고 싶다면 이번에는 틀림없이 그렇게 해드리리다.”

그렇다면 얼마든지 일한 만큼 지불하겠소.”

기독교인으로서 그가 하는 일에 믿음을 가지고 걱정하지 마시오. 치끼스나께가 적절하게 그 일을 처리할 것이오. 그 녀석은 그 일을 위해 태어난 것 같으니까요.”

모니뽀디오가 말했다.

그렇다면 그와 같은 확신과 약속으로 미불한 20두까도와 앞으로 내기로 한 칼자국에 지불 할 40두까도의 담보로 이 목걸이를 받으시오. 천 레알는 될 거요. 그리고 일을 마무리 지으시오. 무엇보다도 먼저 14번의 칼자국이 났는가를 직접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 볼 것이오.”

그는 이렇게 말하며 작은 고리들로 이어진 목걸이를 벗어 모니뽀디오에게 주었다. 색깔이나 무게로 봐 합금으로 만든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모니뽀디오는 만족해하며 정중하게 그 목걸이를 받았다. 신사는 다시 한번 일이 잘 처리되기를 부탁했다. 그 일은 치끼스나께에 맡겨졌고, 그는 그날 밤 안으로 해치우겠다고 했다.

신사는 매우 만족하여 돌아갔다. 모니뽀디오는 불안에 떨고 있는 다른 사람들을 불렀고 모두들 내려왔다. 모니뽀디오는 그들 중앙에 서서 망토의 주머니에 가지고 다니는 메모장을 꺼냈다. 그리곤 린꼬네테에게 건네주면서 읽으라고 했다. 모니뽀디오는 읽을 줄 몰랐기 때문이다. 린꼬네떼는 메모장을 펼쳤고, 첫 장에 쓰여진 글을 읽어 내려갔다.

 

* 이번 주일에 해야 되는 폭력 청부

대상 : 사거리의 상인, 의뢰비 : 50에스꾸도, 전도금으로 30에스꾸도를 받음. 실행자는 치끼스나께.

 

다른 것이 더 있는데 생각나지 않는구나. 더 넘겨보거라. 몽둥이 기록이라고 쓴 곳이 보일 거다.”

모니뽀디오의 말에 린꼬네떼는 페이지를 넘겼고, 몽둥이 기록이라고 쓰여진 페이지를 찾았다. 그 아래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알팔파 광장의 주점 주인. 12대의 화끈한 몽둥이찜질. 1대당 1에쓰꾸도. 전도금으로 8에스꾸도를 받음. 기한은 6. 실행자는 마니페로.

그 항목은 지워야 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오늘 밤 그 일을 해치울 테니까요.”

그 일을 맡았던 마니페로가 말했다.

더 있냐? 린꼬네떼!”

모니뽀디오가 소리쳐 묻자 린꼬네떼가 대답했다.

. 이렇게 쓴 것이 있는데요.”

곱사등 재단사. 별명 실게로(분홍 방울새-옮긴이). 6대의 몽둥이찜질. 목걸이를 준 부인의 청부. 실행자는 데스모차도.

어떻게 그 항목이 아직도 남아 있는지 놀랍구나. 데스모차도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게 틀림없어. 기한이 이틀이나 지났는데, 그 일이 종결되지 않았다니 말이야.”

모니뽀디오의 말에 마니페로가 대답했다.

내가 어제 그 녀석을 만났는데요. 그 곱사등이가 병중이라 집에 있기 때문에 자신의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다고 말하던데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 데스모차도는 훌륭한 일꾼이거든, 그런 일이 아니라면 그 녀석은 멋지게 일을 이미 끝마쳤을 텐데······. 더 있냐?”

모니뽀디오가 린꼬네떼에게 묻자 다른 글은 없노라고 답했다.

그러면 몇 장을 더 넘겨보거라. 공개 망신 청부라고 쓴 것을 찾을 수 있을 게다.

모니뽀디오의 말대로 몇 장을 더 넘기자 그 대목이 나왔다.

공개 망신 청부의 수법 : 유리병 던지기, 송진 바르기, 죄인의 두건 걸기(심판받는 죄인이 뒤집어쓰는 두건, 유대인의 경우는 그들의 모자를 조롱조로 상대방 집에 매달아 놓음-옮긴이)나 뿔 매달기(여자의 간통을 뜻하는 뿔을 밤에 그 여자의 문에 매달아 놓아 창피를 줌-옮긴이). 심한 조롱이나 야유하기, 칼로 위협하기, 소동 부리기, 거짓 싸움하기, 괴문서 퍼뜨리기 등등.

그 아래는 뭐라고 쓰여 있느냐?”

······집에 송진 바르기라고 쓰여 있는데요.”

그 집에 대해서는 읽지 마라. 이미 어느 집인지 알고 있다. 내가 그 유치한 짓거리의 시행자이자 책임자이다. 의뢰인들은 전도금으로 4에스꾸도를 주었고 원금은 8에스꾸도이다.”

린꼬네떼에 계속 질문을 하던 모니뽀디오가 뭔가 결심한 듯 말했다.

더 아래쪽에 뿔 매달기라고 쓰여진 것도 있는데요.”

린꼬네떼는 계속 읽어 내려갔다.

그것도 어디에 있는 집이라는 것은 읽지 마라. 사람들에게 소문을 퍼뜨리지 않고, 그들에게 모욕을 주는 것으로 충분하다. 그것은 일종의 도의적 책임이다. 나는 대가를 받은 일거리에 대해서는 나를 낳은 어머니에게 저지르는 일이라 할지라도 뿔 매달기와 두건 걸기를 천 번이고 만 번이고 할 것이다.”

이 일의 시행자는 나리께따인데요!”

그 일은 이미 끝났고, 돈도 받았다. 뭐가 더 있는지 찾아보거라. 내가 잘못 기억하는 게 아니라면, 20에스꾸도에 위협하기가 있을 것이다. 중간쯤에 있을 텐데······. 시행자는 우리 단체이고 기한은 이번 한 달, 한 달 동안이다. 아주 작은 일도 빼지 말고 충실하게 이행해야 할 것이다.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이 도시에서 일어났던 최고의 일거리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린꼬네떼, 메모장을 이리 다오. 더 이상은 없다는 걸 알고 있다. 또한 일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시간 이후엔 다른 일거리들이 들어올 것이고, 우리들이 원하는 것 이상으로 일을 해야 할 것이야.

하느님의 은총만 있다면 할 일을 적은 메모장의 쪽수는 변동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그 누구도 폭력을 써서 복수극을 저지르는 것을 놓아두면 안 된다. 그런 일에 익숙해지고 용기를 얻다 보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될지도 모르고, 그렇게 되면 우리에게 굳이 돈을 내며 부탁하는 사람은 없을 테니까 말야.”

모니뽀디오가 말했다.

그때 레뽈리도가 말을 받았다.

그건 옳습니다. 그런데 모니뽀디오 씨, 당신이 우리에게 명령하고 임무를 부여하는 것을 보십시오. 점점 늦어지고 있고, 위기감이 돌고 있습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우리 모두가 제 위치에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누구도 일요일까지 제 위치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 일요일에 바로 이곳에 우리는 다시 모일 것이다. 그때 누구를 탓하지 말고, 우리에게 떨어진 모든 일을 분배하도록 하자. 린꼬네떼와 꼬르따디요에게는 일요일까지 도시의 외곽 쪽으로 또레 델 오로부터 알까사르의 구역을 맡기겠다.

알까사르는 꽃을 들고 여자들처럼 다리를 꼬고 앉아서도 일할 수 있는 곳이다. 너희들보다 못한 수완임에도 단지 한 세트의 카드를 가지고 은화 말고 푼돈으로 20레알 이상을 매일 벌어들이는 다른 녀석들을 봤다. 그 세트는 4장의 카드였지, 간쵸소가 그 구역을 너희들에게 가르쳐 줄 것이다. 어느 누구도 다른 사람의 관할 구역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이 쌍방의 공정한 규칙이긴 하지만, 산 세바띠안이나 산 뗄모까지 구역을 넓혀도 상관하지는 않겠다.”

모니뽀디오가 관용을 베풀 듯이 말했다.

두 소년은 자신들에게 베푼 일감에 감사하는 뜻으로 그의 손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곤 자신들의 일을 충실하게, 최대한 신중하고 빈틈없이 잘 할 것을 약속했다. 그때 모니뽀디오는 입고 있던 망토의 주머니에서 접힌 종이 조각을 꺼냈다.

그 종이에는 조직의 구성원 이름이 적혀 있었다. 린꼬네떼와 꼬르따디요에게 이름을 적으라고 말했다. 그러나 펜도 잉크도 없었기 때문에 종이를 가지고 다니다가, 잡화상에 들러 이름을 써넣으라고 린꼬네떼에게 주었다. 모니뽀디오는 이렇게 써넣으라고 했다.

 

린꼬네떼와 꼬르따디요. 조직의 일원, 초심자.

린꼬네떼 : 카드 놀이꾼, 꼬르따디요 : 바람잡이 도둑

 

또한 가입 일자를 적고, 부모와 고향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음이라고 적어넣으라고 했다. 그 순간 늙은 염탐꾼 중의 한 명이 들어와 말했다.

그라다스 거리에서 말라가 출신의 로비요를 방금 전에 우연히 만났습니다. 그는 자신의 기술이 향상되었고, 그래서 깨끗한 카드를 가지고 귀신의 돈이라도 빼앗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우리들에게 냉대를 받아와서 그런지 우리 조직에 가입해서 충성을 하겠다고는 말하지 않던데요. 그렇지만 제가 보기에 일요일에는 틀림없이 기어들어 올 겁니다.”

로비요 녀석은 카드놀이에 있어서 유일무이한 재주를 가진 놈이었기에 항상 내 곁에 있었다. 왜냐하면 그 일을 하는 데에 최고, 최적의 손재주를 가졌기 때문이다. 어느 일이나 최고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능숙한 기술자처럼 훌륭한 기술이 있어야 되는 법이지.”

모니뽀디오의 대꾸에 노인이 다시 말을 이었다.

띤또레스 거리에 있는 한 객줏집에서 성직자 옷을 입은 후디오도 만났습니다. 페루에서 온 두 명의 벼락부자들이 그 집에 머물고 있다는 정보를 갖고 있어서 계속 그곳에 머물러 왔다고 했습니다. 비록 적은 판돈이라도 그들과 게임만 시작할 수 있다면, 많은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일요일 모임에 빠지지 않을 것이며, 그때 상황을 보고하겠다고 합니다.”

후디오 또한 뛰어난 도둑이고 대단한 지식을 갖고 있는 녀석이지. 내가 그 녀석을 보지 못한 여러 날이 지났지만, 그런 것은 상관하지 않는다. 내 손바닥 안에 있는 것과 같으니까. 그런 친구는 두목의 명령 없이는 아무 일도 못할뿐더러 시골 노파보다도 더 무식해지기 마련이야. 새로운 소식이 더 있나?”

더 이상 새로운 소식은 없습니다.”

노인이 대답했다.

그러면 좋은 시간이 되길 바라네, 그리고 너희들도 적은 돈이지만 이걸 받고, 일요일 모임에 아무도 빠지지 마라.”

모두들 그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날 밤, 일을 마무리 지은 후 삐뽀따 할머니 집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며 레뽈리도와 까리아르따, 에스깔란따와 마니페로, 가난시오사와 치끼스나께는 서로 부둥켜안았다.

모니뽀디오 역시 술 광주리를 계산하고 송진 바르기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모니뽀디오는 린꼬네떼와 꼬르따디요에게 축복을 내리고 껴안으며, 모든 이의 건강을 위해 아무 객줏집에서 자지 말고 아무 자리에나 함부로 앉지 말 것을 당부하며 그들과 작별을 했다.

간쵸소가 소년들의 작업 장소를 알려주기 위해 동행했으며, 일요일 모임에 꼭 참석할 것을 다시 한번 환기시켰다. 왜냐하면 모니뽀디오가 그들의 재주에 관련된 일들에 관하여 일장 설파를 할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간쵸소는 그동안 봤던 광경에 얼이 빠진 두 소년을 그들이 근무지에 데려다 놓고 나서 가버렸다.

린꼬네떼는 비록 어린 나이었지만 뛰어난 이해력과 훌륭한 성품을 지닌 소년이었다. 면죄부를 팔러 다닐 때 아버지와 함께 다녔기 때문에 훌륭한 말씨에 대해서 조금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모니뽀디오와 하느님의 은총을 간구하는 그 조직의 나머지 구성원들에게서 들었던 말들을 생각하기만 해도 그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들은 엉터리 라틴어를 말했고 엉뚱한 어휘들을 사용했기 때문이었다. 모니뽀디오는 기도를 통해서라는 말을 기물을 통해서라고 했으며, 훔친 것의 각출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까리아르따는 레뽈리도가 따르뻬야의 어부같고 오까냐의 호랑이같은 놈이라고 말할 때, ‘히르까니아대신에 오까냐라고 말했다.

이 같은 실수는 물론, 이보다 더한 웃음거리도 수두룩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도둑질, 살인, 신성 모독과 같은 행위로 가득 차 있으면서도 자신들의 신앙심이 부족하지 않으면 천국에 갈 것이라는 그들이 믿음과 확신은 린꼬네떼를 놀라게 만들었다.

정말로 이 사람들에게 신의 은총이 내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삐뽀따 노파의 선행도 웃음을 자아냈다. 그녀는 훔친 술 광주리를 자신의 집에 보관해주면서도 성화 앞에 촛불을 놓았으며, 그 같은 행위로 천국에 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때문이었다.

또한 거칠고 난폭하며, 촌스럽고 매정한 존재임에도 모든 사람이 모니뽀디오에게 갖고 있던 복종과 존경은 린꼬네떼를 적잖이 놀라게 했다. 린꼬네떼는 그의 메모장에서 읽었던 것과 모든 사람이 관여했던 일거리를 생각했다.

마지막으로 세비야라는 그 유명한 도시가 얼마나 타락했는가를 생각했다. 왜냐하면 인간 본성에 그토록 역행하는 위험한 사람들이 도시에서 공공연하게 살아가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린꼬네떼는 이처럼 타락하고 약하며, 불안하고 방임적이고 퇴폐적인 생활에서 오래 지내지 말자고 꼬르따디요에게 충고해야겠다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그러나 이 같은 다짐에도 불구하고 어린 나이와 미숙한 경험으로 인해 그들은 몇 달 더 이 도시에 머물렀다. 그 몇 달 동안 책 몇 권은 족히 쓸만한 일들이 끊임없이 그들에게 일어났다. 그러나 그의 두목인 모니뽀디오와 그 명예롭지 못한 패거리들의 기행과 자신들이 겪었던 삶과 경이로운 이야기를 기술하는 것은 훗날을 기약해야 했다. 모든 것이 깊은 사고에서 나온 그 글이 완성된다면 분명 읽는 모든 사람에게 귀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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