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연합군의 공중 폭격
연합군, 제공권 장악(1942년)

미 폭격기 B-24기가 루마니아 플로에스티에 있는 정유공장들을 폭격하고 있다.
1940년 여름 프랑스 함락 후 영국공군은 사활을 건 공중전으로 영국 상공을 지키는 데 성공했다. 1941~42년에는 미국공군과 함께 공군력 증강에 심혈을 기울이는 한편 독일에 대한 폭격을 계속했다. 물론 독일공군도 이에 맞섰으나 소련과 북아프리카, 그리고 대서양 등의 넓은 전장을 지원하는 데 너무 바빠서 영국본토 폭격에 주력하지 못했다.
연합군이 실시한 폭격의 목적은 독일의 군사 · 산업 · 경제체제를 점진적으로 파괴, 해체시키고, 군사적으로는 연합군이 영국해협을 횡단해 유럽대륙에 상륙하기 위한 여건을 만드는 데 있었다.
1940년 5월 15일 영국군 폭격기 99대가 루르 지방의 철도와 석유저장소를 공격한 이래 그런 종류의 폭격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1941년까지는 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독일 대공포와 전투기 때문에 주간폭격을 피하고 주로 야간폭격을 실시했지만, 야간에는 정확하게 목표물을 명중시키기가 어려웠다.
미국이 참전하자 1942년에는 폭격을 더욱 강화했다. 2월에 영국군 폭격사령부 사령관직을 맡은 해리스(Arthur Harris) 원수는 특출한 리더십을 발휘하면서 공중폭격체계를 대폭 개선시켰다. 가볍고 빠른 모스키토(Mosquito) 쌍발 경폭격기를 먼저 출격시킨 다음에 네 개의 엔진을 장착한 위력적인 랭커스터(Lancaster) 폭격기와 스털링(Stirling), 핼리팍스(Halifax) 등 폭격기를 출격시킴으로써 폭격효과를 극대화시켰다.
1943년에는 비행기 조종과 폭격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레이더 장비를 도입하고 루르 지방을 광범위하게 폭격했다. 7월에는 함부르크를 폭격, 그 도시 인구를 4만 명이나 감소시켰다. 그런 식으로 5, 6개의 주요 도시가 폭격을 받는다면 독일인들의 사기는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영국군이 더 이상 다른 도시를 파괴하지 못하고, 1943년 가을에 베를린 폭격을 개시했을 때 영국군은 도리어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독일의 대공방어가 날로 향상된 데다가, 장거리 비행으로 인해 영국 폭격기가 격추되는 위험성은 점차 증가했던 것이다. 1944년 3월 위렌베르크에 대한 공습을 가했을 때도 영국군은 105대나 되는 항공기를 상실했다. 주로 독일군 전투기로부터 공격을 받고 격추되었다. 폭격을 증가시키면 그만큼 독일도 전투기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대공 방어체제를 발전시켰다.
영국군이 주로 야간공습을 실시하는 동안 미군은 주간공습으로 보완했다. 미국 전략가들은 무장 상태가 좋은 B-17 폭격기가 대규모 대형을 이루어 공격하면 독일 방어체제를 쉽게 돌파할 수 있으리라고 믿었다. 그런 기대와 달리 1943년 여름과 가을 미 항공기들은 너무 큰 손실을 입고 매월 30%의 조종사를 잃었다. 미 공군은 호위 전투기 없이 깊숙이 날아 들어가는 작전을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1944년 초에 상당히 원거리를 비행할 수 있는 P-51 머스탕(Mustang) 전투기를 생산하게 되자, 미 공군은 다시 독일 심장부에 대한 공격을 재개할 수 있었고, 그럼으로써 그해 5월경에는 독일 상공의 제공권을 장악하기에 이르렀다.
연합군은 약 2,600만 톤의 폭탄을 '유럽 요새'에 투하했으나 그것만으로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폭격은 독일인들 사기에 심대한 영향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그 때문에 독일인들은 비장의 무기인 V-1과 V-2 장거리 로켓을 생산하는 데 막대한 노력과 자원을 투자하게 되었다. 보복할 목적으로 개발한 V무기는 영국 남쪽 일부를 공격했을 뿐이었으며, 그것도 정확도가 떨어져 사실상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연합군 폭격은 약 12,000문의 독일 대공포와 50만 명의 병력을 밤낮 할 것 없이 상공에만 묶어놓고 다른 곳을 지원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거두었다.
무엇보다도 연합군은 제공권을 장악함으로써 대망의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폭격은 프랑스 내 도로와 철도, 그리고 독일 내의 정유시설 및 주요 군수품 공장 등을 파괴하고 독일 경제력을 완전히 마비시켰다. 그리하여 독일은 1차대전 때처럼 참호를 파고들어 가 최후의 저항을 벌일 수 있는 수단까지도 다 상실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