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 리 장군과 그랜트 장군
남북전쟁 중 미국 최고의 군인들(1861년 ~ 1865년)

북부의 그랜트장군(왼쪽)에게 항복하는 남부의 리 장군(오른쪽)
남북전쟁의 장군들에 대해 흔히들 말하기를 남군에 리(Robert E. Lee) 장군이 있어서 그들이 초기에 승리했고, 북군에 그랜트(Ulysses S. Grant) 장군이 있어 최종적인 승리가 가능했다고 한다.
남북전쟁 발발 시 미육사 출신 가운데 장군 대열에 오른 사람은 아직 없었으나, 그들은 남군과 북군 지휘부를 장악하게 되었다. 전쟁에 참전한 총 800명의 육사 출신 중 남군에 가담한 인원이 300명이었는데, 우연히도 그들 중에는 우수한 장교들이 많았다. 남부 정부가 그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능력을 발휘하도록 한 데 비해, 북부에서는 육사 출신과 민간인 출신 지휘관들 간의 깊은 불신으로 말미암아 초기에 훌륭한 장교들이 출현할 수 없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다. 이는 근본적으로 군대를 잘 몰랐던 링컨 대통령의 불찰에서부터 비롯된 현상이었다.
남부 대통령 데이비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고 총사령관에 기용된 리 장군은 전쟁 발발 당시 53세로서 최고의 군인으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자신있게 부대를 지휘하고 흐트러짐 없는 그를 따르는 남군들은 북군보다 훨씬 정열적으로 싸웠고, 그 결과 1861년과 1862년의 주요 전투들을 주도할 수 있었다.
한편 링컨이 기용한 북군 총사령관 맥클레런(George McClellan) 장군은 리 장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나폴레옹의 후계자라고 큰소리치면서도 실제 행동에 있어서는 나폴레옹과 정반대였다. 그는 자신감이 없었고, 언제나 적에게 끌려다니며 적을 과대평가한 나머지 선제공격을 두려워했다.
링컨은 멕클레런을 해임하고 그 후임자로서 포프(John Pope), 번사이드(Ambrose Burnside), 후커(Joseph Hooker), 미드(George Meade) 등을 기용해 보았으나 모두 만족스럽지 못했다. 각각 장점이 없는 것은 아니나, 예하 지휘관을 장악하지 못하거나 또는 용감하지만 무모하거나 하는 등 결점이 커서 그들에게 큰 승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그러다가 결국 1864년에 이르러서야 발견하게 된 적임자가 바로 그랜트 장군이었다. 전쟁발발 당시 39세의 연대장으로 출발한 그랜트는 3년 만에 총사령관에까지 오른 것이다. 무명의 장군으로서 주로 서부에서 활약하고 사일로(Shiloh) 전투에서는 너무 많은 인명 손실로 타격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동부에서 거의 찾을 수 없는 승리를 이루어내며 명성을 쌓은 끝에 총사령관에 발탁된 것이다.
그랜트 장군은 미국이 낳은 군인 중의 군인이었고 장군 중의 장군이었다. 그는 부하들을 깊게 배려하고 그들의 기술과 경험에 맞추어 적절한 명령을 내릴 줄 아는 인물이었다. 그는 매우 다양한 상황의 전투에서 소규모 군대에서부터 대규모 군대에 이르기까지 지휘경험을 한 유일한 장군으로서 이제 여러 군을 지휘하는 전략가로서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그는 예하 지휘관들을 잘 활용하여 단합된 군대를 이끌었다. 그리고 전략적 기동에 뛰어난 셔먼(William T. Sherman)과 같은 장군과 팀워크를 이루었던 점에서도 리 장군에 비해 훨씬 유리했다.
리 장군은 뛰어났지만 휘하 지휘관들을 완전히 신뢰하지 못하고 인재를 발탁하는 능력에서 뒤졌다. 그가 부하장군들을 신뢰하지 못해 전투를 그르친 예로는 게티즈버그 전투가 대표적인 경우이다. 그곳에서 남군은 제대로 협조를 이루지 못한 결과 크게 패배했던 것이다.
리 장군은 그랜트 장군과 비교할 때 전투에서 이기는 기술은 갖고 있었지만 전쟁에서 이기는 전략을 생각하지 못했다. 그랜트가 전 지역을 놓고 작전을 구상하는 데 반해 리는 버지니아에 너무 집착했다. 수도 리치먼드를 지키기 위함이었다.
리는 나폴레옹처럼 자신의 능력에 의존했으나, 그랜트는 현대식 참모제도를 도입하고 적정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리는 헌신과 용기 그리고 영웅주의에 입각한 최고의 정신력으로 싸웠으나, 18세기적 영웅으로서 현대전에서는 성공하지 못했다.
반면에 그랜트는 현대전을 이해하고 현대식 지휘를 함으로써 성공했다. 그는 산업화한 국가의 총사령관으로서 인적 · 물적 · 경제적 · 정치적 자원을 모두 동원하고, 한 가지 목표, 즉 남군을 격파하는 데 온 심혈을 기울인 끝에 최종적인 승리를 이끌어낸 현대전의 영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