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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아이(One Child)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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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마지막 주에 나는 어떤 회의에서 연설을 할 계획이었다. 지난가을 학기가 시작되기 전부터 그런 예정을 가지고 있었고, 나의 참가 계획을 에드섬머스에게 주기적으로 상기시켜 왔다. 그때가 다가오자 나는 다시 한번 나의 대리 교사를 구해달라고 하려고 에드에게 전화를 했다.

지난 11, 내가 연수회에 갔을 때도 아이들은 임시교사와 지낸 적이 있었다. 그때는 단 하루였고, 내가 이들을 잘 대비시켜 놓았기 때문에 일이 순조롭게 진행이 되었다. 나는 아이들이 이렇게 조금씩 독립심을 시험해 보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나와 함께 지내면서 그 아이들이 얼마만큼 진전을 보였다 해도, 그들이 오로지 내게 의지해서만 그런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일인 것이다. 나는 훌륭한 교사들도 이런 문제 때문에 실패한 경우를 본 적이 있으며, 또한 나도 그런 어려움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항상 따라다녔다.

내가 걱정하는 것은, 내가 이 분야에 있는 다른 어떤 교사들보다도 아이들과의 관계를 더욱 밀접하고 강하게 형성하려고 애쓰는 일이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지나치게 나에게 의존해 오는 것을 볼 때면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두려움이 들었다. 따라서 나는 아이들이 나 없이도 견디어낼 수 있는 기회를 언제나 엿보고 있었다.

그러나 쉴라가 걱정이었다. 그 아이는 아직 우리와 함께 지낸 지 오래되지 않았으며, 여전히 아주 의존적이었다. 그 아이에게 있어서 이런 경험이 그 당시는 자연스러운 단계라고 생각하였으나, 그래도 비록 짧은 기간이나마 내가 떠난다는 것이 그 아이를 겁나게 할까 봐 염려스러웠다.

나는 떠나기 전 월요일에, 아이들에게 내가 목요일과 금요일엔 있지 않을 것이라고 별생각 없이 말했다. 화요일에도 그 말을 했다. 그때마다 쉴라는 그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 것 같았다. 수요일에는 점심 식사 후 토론을 하기 위해서 아이들을 모두 앉히고, 내가 내일, 모레 동안 회의에 참석하느냐고 교실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안톤과 휘트니와 임시교사가 있을 것이고, 언제나와 같이 일들이 진행될 것이므로 걱정할 필요가 없으며, 우리가 함께 소방서 견학 가기로 한 다음 주 월요일에 돌아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임시교사에게 어떻게 대하여야 하며, 그 교사가 좀 더 쉽게 일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해야 할 일과 해서는 안 될 일들에 관해 논의했다. 우린 그 산생님께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하고, 사소한 위기들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를 연습해 보았다. 모두들 능동적으로 토론에 참여했다. 쉴라만 빼고. 그러나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의 실제성이 서서히 쉴라의 머리에 떠오르자, 그 아이는 걱정스러운 듯이 응시하였다. 그 아이는 손을 들었다.

"왜 그래, 쉴라?"

"선생님. 갈 거예요?"

"그렇단다. 지금 그것에 대해 말하고 있잖니. 내일하고 금요일에는 이곳에 있지 않지만 월요일에는 돌아올 거야. 그것에 대해 지금 우리가 논의하고 있잖니."

"선생님. 갈거 예요?"

"쉴라야, 너는 귀머거리니? 우리가 이제까지 무얼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피터가 말했다.

"선생님, 정말 갈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아이들은 그 아이를 이상스럽게 보고 있었다.

"선생님, 여기에 있지 않을 거예요?"

"월요일엔 돌아올 거란다. 단 이틀뿐이야. 그리고는 돌아오는 거야."

아이의 얼굴은 침울해졌고, 눈에는 깊은 염려의 빛이 서렸다. 쉴라는 일어서서 나를 쳐다보면서 소꿉놀이 코너로 뒷걸음질 쳤다.

나는 다른 질문들에 답변을 계속하고 나서 모두 만족스러운 것 같아 보이기에 아이들을 해산시켰다. 휴식 시간이 가까웠고, 그다음 시간은 요리 시간이다.

쉴라는 장난감 주전자나 냄비를 만지작거리면서 소꿉놀이 코너에 그대로 있었다. 안톤이 코트를 입고 놀러 나가자고 쉴라를 불렀지만, 쉴라는 손가락을 입에 쑥 집어넣으면서 그를 도전적으로 쳐다보았다. 나는 안톤에게 다른 애들을 데리고 나가라고 손짓하고 그 아이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는 의자를 돌려 다리를 벌리고 앉아서 등받이에 턱을 괴었다.

"나한테 화가 났지, 그렇지?"

"선생님이 가버릴 것이란 말을 나한테 한 적이 없잖아요."

"했었지, 쉴라. 월요일과 화요일 아침 토론 시간에."

"아니요. 나한테 말한 적 없어요."

"나는 모두한테 말했단다."

그때 쉴라가 냄비를 내던져서 요란한 소리가 났다. "선생님이 나를 두고 가버리는 것은 옳지 못해요. 난 그런 걸 원하지 않아요."

"그건 나도 알아. 내가 가야만 한다는 것이 너를 위해서는 미안한 일이구나. 하지만 난 돌아올 거잖아. 쉴라. 난 단지 이틀 동안만 갔다 오는 거야."

"다시는 선생님을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선생님이 원하는 건 무엇이든 하지 않을 거구요. 선생님은 날 길들여서 난 선생님을 좋아했는데 이젠 나를 버리고 간다구요. 선생님이 그런 일을 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몰라요? 그건 우리 엄마가 했던 일이고, 어린애들에게 하기에는 너무 한 일이예요. 우리 아빠가 그렇게 말했어요."

"쉴라야, 이건 그것과는 다르단다."

"선생님 말 듣지 않을 거예요. 다시는 선생님 말을 듣지 않을 거예요. 나는 선생님을 좋아했는데 선생님은 나한테 비열해요. 나를 두고 가버릴 거라니, 그런 일은 안 한다고 해 놓고서, 그건 선생님이 길들여 논 아이에게 너무 가혹한 짓이에요. 그것도 몰라요?"

"쉴라야, 내 말 좀 들어보겠니....."

"절대로 듣지 않을 거예요. 내가 그렇게 말한 걸 듣지 못했어요?" 그 아이의 목소리는 거의 들을 수도 없을 정도로 감정이 그득했다. "선생님 미워요."

내가 바라보자, 아이는 얼굴을 돌렸다. 그 아이는 이곳에 온 이래 처음으로 눈물을 멈추려고 손가락을 한쪽 눈에 갖다 대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당황해하며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고 관자놀이를 꼭 누르는 것이다. "봐요, 선생님 나한테 무엇을 하게 만들었는지." 쉴라는 나무라는 듯이 울먹였다.

"나를 울게 만들었어요. 난 이러고 싶지 않아요. 내가 울기 좋아하지 않는 거 알잖아요. 난 선생님을 누구보다도 미워할 거예요. 그리고 이곳에서 다시는 착한 아이가 되지 않을 거예요. 무슨 일을 하든지 간에요."

단 한 순간 그 아이의 눈에 그 아이의 눈에 눈물이 반짝였다. 그렇지만 흘러내리지는 않았다. 아이는 내 곁을 휙 지나서 자기 웃옷을 잡아 쥐고서는 운동장으로 달려 나갔다.

나는 웃옷을 입고 아이들 있는 곳으로 갔다. 쉴라는 아주 멀리 떨어진 구석에 혼자 얹아 있었다. 차가운 2월의 바람을 막으려고 몸을 웅크리고는 팔로 얼굴을 가린 채 앉아 있었다.

"쉴라가 그 일을 좋게 받아들이지 않나요?" 안톤이 조심스레 물었다.

", 저 애는 그 일을 좋게 보지 않네요."

휴식 시간에 아이들이 요리할 준비를 하고 있을 때에도, 쉴라는 소꿉놀이 코너에 앉아서 빈둥거리며 장난감을 만져 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 아이는 우리와 떨어져 혼자 있으면서도 자기의 고통을 아주 잘 조절하고 있었다. 울화를 터뜨리지도 않고 물건을 부수지도 않고 도망치지도 않았다. 나는 그렇게 참아내는 태도에 한편 놀랐고 한편 기뻤다. 쉴라는 두 달간에 많은 진전을 보였다.

다른 아이들은 쉴라를 달래며 그들과 함께하게 하려고 애를 썼다.

학급 내의 어머니격인 타일러는, 휘트니가 돌아와서 과자를 만들라고 할 때까지 쉴라에게 떠들어댔다. 피터도 쉴라가 왜 그곳에 있으며, 우리와 함께 하지 않느냐고 계속 물어보았다.

과자가 다 되어 모두 둘러앉아 먹기 시작했고, 나는 길모어와 윌리엄과 함께 앉았다. 타일러는 소꿉놀이 코너의 인형과 접시들 가운데서 여전히 주저앉아 있는 쉴라에게 과자를 가져다주었다. 길모어는 그의 할아버지가 그에게 주었다는 점자 시계를 내게 보여주면서, 윌리엄과 함께 내 눈을 가리고 내가 시계를 읽을 수 있는지 시험해 보려고 했다.

"토리!" 사라가 교실 반대쪽에서 소리쳤다. "이리 오세요. 쉴라가 토해요."

피터는 아주 기뻐하며 깡충깡충 뛰어다녔다. "쉴라가 온통 토했어요."

피터는 소름 끼치는 격동을 아주 좋아했다.

안톤은 수위를 부르러 갔고, 나는 쉴라에게로 샀다. 다른 아이들은 서커스라도 보듯이 둘러서 있었다. 나는 쉴라를 그 자리에서 들어내어 내 곁에 내려놓고서, 앞머리를 뒤로 넘기어 이마를 짚어 보았다. 열은 없었다.

"아마 쉴라는 병균에 감염되었을 거예요." 피터가 말했다. "지난해 어느 날 밤에 내가 거의 백만 번 정도 토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엄마가 나더러 병균에 감염되었다고 그랬어요."

"아니야." 내가 대답했다. "쉴라는 아픈 것이 아닐 거야. 단지 오늘 일로 인해 조금 흥분한 것뿐이야. 흥분이 얘의 배로 간 거지."

"그런 일이 내게도 한 번 있었어요. 우리 아저씨가 오셔서 날 데리고 낚시질을 가실려고 했는데, 나는 너무 흥분해서 병이 났었어." 윌리엄이 말했다.

피터는 코웃음을 쳤다. "이건 타일러의 과자지?"

"모두들 여기 있지 말고 각자 자리로 가서 앉으면 좋겠구나." 내가 말했다.

안톤이 돌아왔을 때, 나는 쉴라를 씻기려고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쉴라는 고분고분하였지만, 나를 쳐다보거나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묵묵히 그 애의 얼굴을 씻기고 옷을 입혔다.

"또 토할 것 같니?" 내가 물었지만 반응이 없었다.

"쉴라야, 이제 그만하고 대답해라. 네 기분이 어떤지 묻고 있잖니. 다시 아플 것 같니?"

"그럴 뜻은 없었어요."

"나도 알아. 그렇지만 네가 계속 아플 것 같은지는 알고 싶구나. 그래야 필요하다면 그에 대비할 수 있잖니. 집에 갈 시간도 거의 다 됐는데."

"내 버스는 5시까지는 오지 않는데요."

"학교가 끝나는 대로 가는 게 더 좋을 것 같은데. 학교에는 토하는 경우 규칙이 좀 있단다. 그래서 네가 그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 거야. 그러나 내 생각에는 네가 집에 가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방과 후에 안톤이 너를 데려다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럴 마음은 없어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

"얘야, 그게 문제가 아니란다."

"선생님은 나를 미워하죠. 나를 미워하니까 내가 아플 때 나에게 친절히 해주지도 않는 거지요. 선생님은 그런 비열한 사람이에요."

나는 어이가 없어서 눈을 굴렸다. "쉴라야, 난 널 미워하지 않아. 내가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어떻게 말하면 네가 믿을까? 난 내일과 모래만 가 있는 거야. 단지 이틀의 짧은 기간이야. 그리고는 돌아온다니까. 무슨 말인지 모르겠니?"

나는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그 애는 똑똑하여 이틀이 얼마만큼의 시간인지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저렇게 이해를 못 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그 아이가 토한 것이 감정적 고통에 대한 신체적 반응 이상의 것이 아닌가 의심했지만 그 아이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는 알지 못했다. 그 아이는 내가 말하고 있는 것을 전혀 듣지 않으려 했다.

그 아이를 씻기고 일어나서 나는 머리를 저었다. "학교가 끝날 때까지 잠깐이라도 내가 안고 흔들어줄까? 그게 네 배를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되겠지?"

쉴라는 머리를 저었다.

수위가 막 돌아갔고, 아이들은 집으로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안톤은 웬일이냐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어리둥절하다는 몸짓으로 손을 펴 보았다.

다른 아이들은 모두 코트를 입고 있었는데, 쉴라는 화장실 문 옆에 서서 보고만 있었다. 내가 그 아이를 쳐다 보았을 때 얼굴이 약간 창백해 보였다. 아마도 내가 판단이 너무 성급했는지도 모른다. 혹 병균에 감염된 것인지도 모르지만, 그러나 나는 그렇게 생각치 않았다. 나는 그런 신경성 위장병을 많이 겪어보았다.

나는 흔들의자에 앉아서 쉴라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이는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우리 사이의 거리는 꽤 떨어져 있었다. 우리를 연결하는 심리적 끈이 얼마나 약한가! 내 마음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나는 그 아이를 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그 아이에게 확신시킬 수 없는 데서 오는 절망감이었다. 그러나 절망의 밑바닥에서는 아이에 대해 감탄하는 마음이 싹텄다. 아이는 대단히 강인했고, 용기 있었다. 또한 그 아이에게는 내가 솔직할 것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없었다. 쉴라의 과거에는 내가 돌아오리라고 생각할 수 있는 경험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탓으로 아이는 어쩌면 당연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아이는 나를 믿으려고 애를 쓰면서도, 자기 과거의 경험과 현실의 희망 사이의 간격 때문에 고민하는 것이 역력했다. 나는 쉴라의 이러한 행동을 존경했다. 이러한 존경스러운 순간들 우리의 영혼이 서로 접촉하는 순간들 - 때문에 다른 모든 순간들까지도 가치를 부여받는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손을 내밀었다. "이리 와라, 쉴라야. 안고 흔들어줄게."

쉴라는 주저하면서 천천히 다가와 아무 말 없이 내 무릎에 올라앉았다.

"오늘은 힘든 하루였지?"

그 아이는 자기의 관자놀이를 손가락으로 눌렀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네가 이해하기 어려운 줄은 나는 알아. 쉴라야. 내가 너한테 어떻게 이런 일을 할 수 있으며, 또 여전히 너를 좋아하는지 이해 못하겠지." 나는 쉴라를 흔들어주면서, 아이의 앞머리를 쓸어 넘기고 있었다. 그 머리카락은 부드러웠다.

", 나를 믿어야만 해."

그 아이는 처음 왔을 때처럼 나에게 대항하듯 몸이 경직시키어 긴장을 풀지 않았다. "선생님이 나를 길들였어요. 내가 그러라고 요구하지 않았는데 선생님이 그런 거예요. 그런데 이제 떠나시는 거예요. 그건 옳지 않아요. 선생님은 나한테 책임이 있잖아요. 선생님 스스로 그렇게

말했잖아요."

"얘야, 제발 나를 믿어다오. 난 돌아올 거야. 이번 일은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나쁘지 않을 거야. 안톤과 휘트니는 계속 여기에 있을 거구, 임시교사는 정말 좋은 분이야. 날 믿어. 너만 잘하면 이틀 동안 아주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거야."

쉴라는 대답이 없이 그냥 앉아서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대고 있었다. 더 이상 말할 것도 없었다. 아이는 나를 믿지 않았고 또 믿는척하려 하지도 않았다. 나는 그 아이의 언어 능력에 너무 익숙해져 있었다. 그래서 그 아이가 여섯 살짜리 아이라는 것을 가끔 잊어버렸다. 또한 그 아이가 얼마나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으며, 우리가 지내 시간이 얼마나 짧은가 하는 것도 잊곤 하였다. 나는 그 아이가 이해하길 바라는 마음에 너무 많은 걸 기대하고 있었다.

회의 겸 휴가를 지내고 그다음 주 월요일 아침에, 나는 다시 일하려는 열망을 가지고 학교에 갔다. 우리가 그날 오후에 소방서 견학을 가기로 되어 있어서 나는 준비를 위한 마지막 전화를 해야 했고, 도와주기로 한 부모들을 모두 점검해야 했다.

전화를 걸고 돌아오는데 복도에서 안톤을 만났다. 그는 눈을 번쩍 뜨며,

"선생님이 안 계시는 동안 우린 대단한 시간을 보냈지요"라고 말했다.

그의 어조로 보아 그 '시간'이라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에 나는 물어보았다. "무슨 일이 있었어요?"

"쉴라가 완전히 난폭한 상태였어요. 그 애는 말도 하지 않으려 했고, 벽에 걸린 것들은 모두 뜯어내 버렸고, 책꽂이에서 책을 끄집어냈고, 금요일에는 피터한테 코피를 내게 했고, 전혀 공부는 하지 않았어요. 난 그 애를 자기 의자에 앉게 하지도 못했어요. 금요일 오후에는 자기 신발로 문 유리를 깨려고 했다니까요."

"농담이겠죠!"

"하느님 맙소사. 토리. 나도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 애는 완전한 공포였어요."

"맙소사!" 나는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 아이가 그런 미친 짓은 극복했으리라 생각했었는데."

"그 아이는 이제까지 내가 본 것보다 더 심했어요. 그래서 내내 교실 구석에서 조용히 마음을 가라앉히도록 의자에 앉아서 시간을 보냈지요. 그 아이는 처음 왔을 때보다 더 지독했어요."

나의 가슴은 철렁하였고, 감정은 엉망진창이었다. 솔직히 내가 없는 동안 쉴라가 잘 지내리라고 확신한 것이 아주 그릇된 억측임을 깨닫고 마음이 아팠다. 나는 개인적으로 모욕을 당한 기분이었다. 그 아이를 믿었었는데, 그 아이의 훌륭한 행동에 의지했었는데, 나를 저버리다니!

그 일에 대해 쉴라와 이야기할 생각이었는데, 그 아이의 버스가 늦게 오는 바람에 다른 아이들이 먼저 도착하여 모두 그 이야기를 해주었다.

"선생님이 쉴라가 그러는 것을 봐야 했는데." 사라가 흥분해서 말했다.

"그 애는 교실 전체를 부수었어요."

"그래요!" 길모어가 얘기했다. "임시 선생님인 마크햄 선생님이 쉴라를 호되게 야단치고 교실 구석에 앉아 있게 했는데, 쉴라가 그렇게 하지 않아서 오후 내내 휘트니가 그 애를 잡고 있어야 했어요."

피터는 그의 검은 눈을 반짝이며 즐거운 듯이 깡총거리며 내게 뛰어왔다. "그리고 그 애는 휘트니에게 정말 지독하게 굴었어요. 그래서 휘트니가 울었고, 그리곤 어떠했는지 아세요? 마크핸 선생님도 울고 사라도 울고 타일러도 울었어요. 쉴라가 멋대로 굴어서 여자아이들이 모두 울었어요. 하지만 난 안 울었어요. 내가 그 애를 울렸지요. 아주 못되게 굴어서 내가 그 애를 때려 주었어요."

"쉴라는 나빴어요." 맥스가 내 주위를 돌면서 확고히 말했다.

나의 바참한 절망감은 분노로 변했다. 그 아이가 나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었을까? 쉴라는 내가 있었을 때보다 더 나쁘게 행동했다. 그건 나에 대한 보복이었다. 그 아이는 의도적으로 그렇게 행동했고, 내가 그 아이에게 들인 시간과 노력은 모두 허사가 되었다.

우리가 아침 토론을 시작한 후에 쉴라가 도착했다. 그 아이는 자리에 앉으면서도 의혹스러운 눈으로 나를 주시했다. 오줌 섞인 냄새가 진동했다. 그 아이는 내가 떠난 후 일부러 씻지도 않은 것이었다.

쉴라를 보자 내 불쾌감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나는 아주 방어적인 기분을 느끼면서 그 아이의 행동이, 교사로서의 나의 신뢰성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믿고 있었다.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그 아이는 짐작하고 있었고, 그리고 그것을 보복에 사용했던 것이다. 이것은 나를 겨낭한 것이었기에 나는 첫날 일어났던 일보다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토론이 끝나가자 나는 그 아이를 불러내어 다른 아이들에게서 떨어져 같이 앉았다.

"내가 듣기엔 네가 너 자신을 그리 잘 다루지 못했다고 하던데."

쉴라는 나를 노려보았으나 그 감정을 알아챌 수 없었다.

"내가 돌아와서 들은 것은 모두 네가 한 나쁜 짓들에 관한 것뿐이다. 그것에 대해 나한테 설명해 주기 바란다."

그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오로지 동요하지 않은 눈길만 보낼 뿐이었다.

"나는 너에게 화가 나 있어, 쉴라. 이제까지 이렇게 화나 본 적이 없어. , 왜 그런 짓을 했는지 듣고 싶구나."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그 차고 냉담한 눈을 보았을 떄 나는 분노가 치밀었다. 급작스러운 절망감에 나는 그 아이의 어깨를 잡고 거칠게 흔들어 댔다. "말해, 이 빌어먹을! 말해봐!" 그러나 감정은 막혔고 쉴라는 이를 갈았다. 나는 스스로 자제력을 잃은 데 깜짝 놀라서 얼른 아이의 어깨를 놓았다. , 하나님! 이 직업은 정말 견딜 수가 없습니다.

나의 이런 공격적인 행동으로 그 아이도 화가 나 있었으며, 나는 실망에 가득 차 어깨가 축 늘어졌다.

"나는 너를 믿었었다." 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지만 절망감을 감추지는 못했다. " 그 끔찍한 이틀간 난 너를 믿었었다. 쉴라, 널 믿었었는데 그걸 알지 못했니? 그리고 내가 돌아와서는 네가 그런 짓을 했다는 걸 듣고 기분이 어떠했는지 알고 싶지 않니?"

쉴라는 버럭 화를 내었다.

"나를 믿어달라고 말한 적은 없어요! 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구요. 선생님은 나를 믿어서는 안 돼요! 아무도 날 믿지 못해요! 선생님더러 날 믿으라고 한 적이 없다구요!" 그 아이는 교실 안을 미친 듯이 달려서 동물우리들이 놓여 있는 탁자 밑으로 기어들어 갔다. 그 아이의 고통이 너무 심하여, 탁자 밑에서는 울음도, 비명도, 말도 아닌 숨 막히는 듯한 신음소리가 들려나왔다. 그것이 어떤 감정인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러한 반응에 놀란 나는 의자에 꼼짝않고 앉아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하던 일을 멈추고, 우리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보았다. 나는 그냥 앉아서 탁자 밑에 숨어 있는 그 아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던 것이다.

"그럼, 넌 오늘 오후 우리와 함께 견학 가지 않을 거구나, 쉴라." 나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나는 믿을 수 없는 사람은 아무도 안 데리고 갈 거야. 넌 안톤과 남아 있거라."

쉴라가 탁자 밑에서 기어 나왔다. "나도 갈 거예요."

"아니야,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난 널 믿을 수가 없거든."

쉴라는 공포에 쌓인 표정이었다. 나는 견학 가는 것이 그 아이에게 대단한 의미가 있음을 깨달았다. 그런 것을 좋아하는 것이었다. "나도 갈 거예요."

나는 머리를 저었다. "아니, 갈 수 없단다."

쉴라는 고막을 찢는 듯한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계속 동물우리 옆에 서서 손을 휘저으며 펄쩍 뛰었다.

"쉴라야, 그만해. 그렇지 않으면 교실 구석으로 보낼 거야. 지금 당장!"

쉴라는 자제력을 잃고 마룻바닥에 머리를 박았다. 그런 자학적인 행동을 막으려고 안톤이 달려가 아이의 팔을 잡았다. 쉴라는 전에 이런 짓을 한 적이 없었다.

안톤이 팔을 꽉 잡자, 쉴라는 비명을 지르며 사납게 발버둥쳤다. 그러다가 갑자기 교실이 조용해졌다. 나는 쉴라가 자기 자신을 해치려고 그렇게 갑자기 소리를 멈춘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스쳐 지나갔다. 안톤이 꽉 잡았던 팔을 풀어주자, 쉴라는 녹은 버터처럼 축 처져 바닥에 주르르 미끄러져 내렸다. 아이는 얼굴을 카페트 위에 파묻고 팔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괜찮니, 쉴라야?" 내가 물었다.

그 아이는 머리를 돌리면서 "제발 가게 해주세요."라고 애원하듯이 말했다.

이 끔찍한 감정표현에 나는 놀랐다. "네가 조금도 나아진 것 같지 않은데." 나는 쉴라가 이렇게 행동할 경우 교실 밖에서 그 아이를 통제하는 것이 두려웠다.

"내가 한 짓을 반성하고 있으니 가게 해주세요. 날 믿어주세요, 제발!"

그 아이의 목소리는 아주 작았다. "기회를 줘보세요. 내가 얼마나 착한지 보여 드릴게요. ? 가고 싶어요."

그런데 아이가 이렇게 금세 격분을 멈출 수 있다는 것은, 이제까지의 행동이 모두 가짜였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나는 다시 화가 났다.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쉴라. 다음번에는 갈 수 있겠지."

쉴라는 다시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앉은 채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나는 다른 아이들을 돌보러 뒤돌아와 버렸다.

아침 내내 아이는 그러고 있었다. 한참동안 비명을 지르다가는 조용해졌다. 난 처음에는 교실 구석에 앉혀두려고 했다가 마음을 바꾸었다. 그 아이와 뒤엉키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점심시간쯤 나는 완전히 녹초가 되었다. 내가 쉴라에게 화를 낸 것이, 내 스스로의 교수법의 결함으로 생각했던 것을 그 아이가 드러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내가 성공적으로 그 아이에게서 떠나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가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하던 식으로 내게 보복했다는 데에 나는 화가 났던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나에게만은 그 아이가 보복을 하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런데 나 역시 그 아이에게 견학을 가지 못하게 함으로써 똑같은 짓을 한 것이었다. 아이가 나를 아프게 한 만큼 나도 이 아이에게 아픔을 되돌려주려 한 것이었다.

이런 것을 깨닫게 되자 나는 더욱 언짢았다. 나는 나 자신이 싫었고, 이 세상이 싫었다. 아주 씁쓸한 기분으로 나는 이 상황을 어떻게 회복해야 할지 몰랐다.

점심식사를 하면서 나는 안톤에게 내 죄를 털어놓았다. 내 감정도 하나 조절하지 못하면서 내가 왜 교사가 되었던 것인가? 안톤은 나를 위로하려고 애썼다. 그래도 내 기분은 공허한 상태였다.

점심시간 내내 끔찍한 심정으로,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지 몰라 고민하였다. 내가 사과한다 해도, 아침에 그렇게 화를 낸 것을 풀지 못할 것이었다. 샌드위치의 마지막 조각을 먹으면서도 기분이 우울했다. 그 아이가 옳았다. 내가 그 아이를 믿을 수 있는 근거가 없었다. 교실로 돌아와서 나는 그 아이 곁에 앉았다. 아이들은 견학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쉴라는 교실 구석에 혼자 앉아 있었다.

"쉴라야, 너에게 할 말이 있단다. 아침에는 내가 좀 화가 나 있었기 때문에 너에게 화를 낸 거야. 그리고 네가 견학갈 수 없다고 말했지만 마음이 바뀌었단다. 갈 수 있어. 네게 화낸 것은 미안하다."

쉴라는 나를 쳐다보지 않고 일어나 코트를 입었다.

방과 후, 다른 아이들이 다 집에 갔을 때도 우리 사이의 침묵은 가시지 않았다. 오후 내내 그것을 깨보려고 스스로 우습게 행동하고 모든 사람들을 웃겼다. 그러나 쉴라는 휘트니 손을 잡고 멀리 떨어져 있었다. 나는 포기했다. 시간이 해결할 것이라고 생각해 버렸다. 내가 부적절하게 행동했다는 걸 인정하고 그걸 만회하려 했지만 나 역시 인간인 것이다.

나는 바구니에서 시험지를 가져다 채점하려고 자리에 앉았다. 쉴라는 책을 읽어 주겠다는 내 제안을 거절하고 혼자 자동차를 갖고 놀고 있었다. 한 시간이 지나자, 쉴라는 창가로 다가가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다시 한번 그 아이를 쳐다보았을 때는 나를 보고 있었다.

"어째서 돌아온 거죠?" 그 아이는 부드럽게 물어보았다.

"난 연설을 하러 간 것뿐이었어. 그곳에 머물러 있을 작정이 아니었지. 너희들과 이곳에 있는 게 내일이잖니."

"그래도 어째서 돌아온 거예요?"

"내가 돌아올 거라고 말했기 때문이고, 난 이곳이 좋으니까."

쉴라는 내가 있는 탁자로 천천히 다가왔다. 지금도 그 아이의 눈에는 아픔이 역력했다.

"넌 정말로 내가 돌아오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구나?"

아이는 고개를 저었고, 어색한 듯이 바지 끈을 꼬면서 서 있었다. "그 책 다시 한번 읽어주시겠어요?"

"어느 책이지?"

"여우를 길들인 어린 소년에 대한 책이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읽어 주지."

 

 

11

겨우내 지쳐있던 북극의 훈풍과 더불어 포근한 날씨의 반가운 3월이 찾아왔다. 마침내 눈은 녹아내리고 차갑던 땅에서는 풀이 돋아났다. 지난겨울은 유난히 추웠기에 우리는 모두 봄을 기다렸다.

학교 일에 있어서도 3월은 역시 평화스러웠다. 휴가도 없었고, 마찰을 일으키는 분열도, 기대치 않았던 변화도 없었다. 이주자 집단이 남쪽에서 올라오고 있었고, 그들이 유입에 부응하여 캠프가 커지고 있었다. 교사 휴게실에서 교사들은, 이주자 자녀들이 그들의 학급에 들어오고 있다고 불평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런 일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나팔 수선화처럼 쉴라는 거친 겨울을 견디어내며 꽃을 피웠다. 그 아이는 나날이 새롭게 달라지고 있었다. 자신의 상황의 한계 내에서 항상 깔끔하게 차렸다. 아침마다 교실로 뛰어들어 와 얼굴을 씻고 이를 닦았다. 그리고는 거울을 들여다보면서 자기 모습이 어떻게 보이는지 관심을 쏟았다. 우리는 새로운 머리 스타일을 고안해냈다. 방과 후 며칠간 우리는 미용실 놀이를 했다. 쉴라에게는 내 머리를 가꾸게 하고, 반대로 내가 그 아이의 머리를 가꾸어주면서 새로운 스타일로 따주거나 빗어 주었다. 그 아이는 다른 선생님의 찬사를 들을 만큼 진짜 예쁜 아이였다.

사라와 쉴라는 빠른 속도로 친구가 되었고, 가끔 수업 중에 그 아이들이 서로 쪽지를 보내는 것이 눈에 띄었다.

학교가 파한 뒤, 쉴라는 여러 번 버스가 오기도 전에 사라와 같이 집에 가곤 하였다. 쉴라와 길모어는 이주자 캠프에서 같이 놀았다. 타일러는 쉴라의 취미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을 쓰고 있었는데, 쉴라는 그런 타일러의 모성애적인 괸심을 딱 잘라 거절했다. 쉴라가 학급 내에서 아이들의 호감을 사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는 기뻤다.

쉴라는 학습 면에서도 진보하고 있었다. 내가 시키는 것은 어느 것이든 기꺼이 했다. 시험지는 드물게, 아주 드물게 찢곤 했다. 그럴 때는 다른 시험지를 요구하러 내게 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쉴라에게 읽기 과제를 3학년 수준으로, 산수 과제는 4학년 수준으로 하게 하였다.

둘 다 쉴라의 능력보다 낮은 수준이었지만 그 아이의 결핍된 배경과 실패에 대한 공포증 때문에, 아이의 지식과 자신감이 일치하도록 굳혀 갈수 있는 정도로 공부시키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했다.

쉴라는 아직도 자기가 잘못한 것을 고쳐주면 금세 부루퉁해지거나 절망적인 한숨을 짓는 등 너무나 예민했다. 산수 문제 하나만 빠뜨려도 하루종일 두 팔에 마리를 파묻고 지냈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많지 않았다. 조금만 껴안아 주고 안심시켜 주면, 그 아이는 항상 다시 한번 노력해보려는 용의를 보였다.

이상하게도, 내가 이틀간 없었던 것 때문에 틀어졌던 우리들의 사이가 쉴라의 정서적인 안정성에 역효과를 내는 것 같지는 않았다. 내가 돌아온 뒤 며칠 동안은 다시 내게 의지하였지만, 이내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런 행동은 두 번 다시 하지 않았다. 우린 그 일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 쉴라는 그 사건을 계속해서 이야기하고 싶은 듯했다. 내가 그 아이를 두고 갔다가 다시 돌아왔고, 그 아이는 화가 나서 파괴적인 행동을 했고, 내가 화를 냈다가 미안하다고 그 아이에게 사과했던 일을 그 아이는 반복해서 말하고 싶어 했고, 자기의 기분이 어떠했고, 그날 왜 토했으며, 얼마나 겁이 났었는지를 이야기했다. 내가 듣지 않으려 할 때까지 그 모험담은 계속되었다. 거기에는 내가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비밀스러운 중요한 것이 있었고, 의식처럼 반복해서 그 아이를 안심시키는 것 같았다. 분명히 내가 돌아왔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었으나, 그것이 그 아이에게 장황하게 이야기할 유일한 이유는 아니었다. 우리가 서로 화를 냈다가 그것을 견디어 낼 수 있었다는 것이 쉴라의 마음속에서 무척 중요한 것 같았다. 그 아이는 내가 화가 났을 때엔 무섭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제는 나를 믿을 수 있었다. 한편 쉴라는 자신의 문제가 무엇이든지 간에 언어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배우고 있었다. 더 이상 신체적 접촉을 필요로 하지 않았으며 말로 충분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상하게도 내가 없었다가 다시 돌아온 그 사건 이후로 쉴라의 파괴 성향은 모두 사라졌다. 화가 날 때에도 아주 절제 있게 행동했으며, 물건을 내던지거나 날뛰면서 격분하지 않았고, 보복은 이제 덜 중요하게 되었다. 나는 나 스스로 그 사건의 중요성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랐는데, 이유는 그 사건이 여러모로 쉴라의 행동을 크게 변화시켰기 때문이었다. 아직 쉴라는 많은 문제를 지니고 있었지만, 비교적 쉽게 해결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나를 당혹하게 만드는 한 가지 일은 그 아이의 언어였다. 아이의 아버지를 방문함으로써, 그 아이의 과거시제 결핍 및 be 동사의 원형 과잉 사용 등의 독특한 회화 유형이 가정에서 생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그 아이가 똑똑한 만큼 그렇게 이상하게 말을 하는 이유를 도저히 헤아릴 수가 없었다. 결국 그 아이에게 그것에 관해 물어보기로 마음을 먹고, 어제 일어났던 일을 말하고 있을 때 몇 가지 단어들을 다소 틀리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해 주었다. 그 아이는 내 견해에 놀랄 만큼 적대적이었다. 그리고 내가 자기의 말을 이해하고 있지 않느냐고 했다. 내가 그렇다고 말하자, 그 아이는 내가 자기의 말을 이해한다면 자기가 어떻게 말하든 그게 무슨 문제가 되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 행동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합리적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아무도 그런 문제에 대해 조언을 해주지 못했다. 내가 쉴라의 말을 녹음해서 보내본 모든 언어 전문가들은, 그것이 사투리이며, 그 아이가 흑인이 아닌가를 물었다. 그렇지 않다고 말하자, 그들의 다른 의견은 없었다. 어느 날 저녁에 나는 채드와 그 일을 의논했는데, 그는 과거 시제를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그 아이가 자기의 모든 일들을 가장 잘 통제 할 수 있는 현재에 고착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것을 신중히 생각하면 할수록 그럴 가능성이 더 많은 것 같았다. 결국에, 나는 그것이 심리학적인 문제라고 결론을 내리고 그대로 두었다. 우리는 쉴라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고, 그 아이도 언젠가는 변화하고 싶을 만큼 충분히 안정된 기분을 느낄 것이다. 지금은 비록 그렇지가 못하다 하더라도.

쉴라의 마음속에서 여전히 최고의 문제점으로 작용하는 것은 버림받는 것이었다. 그 아이는 자기 어머니와 동생이 어디에 있는지, 무엇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마음을 쏟았다. 가끔 그 아이의 대화는, 자기가 이런저런 일을 잘했더라면, 자기 가족은 흩어지지 않을 거라는 말로 끝을 맺곤 했다. 내 생각으로는, 이런 것이 모두 그 아이가 갖고 있는 실패 공포감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 같았다. 어느 날 방과 후에 쉴라는 혼자서 산수문제를 푸는냐고 여념이 없었다. 그 아이는 산수를 좋아했고 다른 영역을 능가하는 정도로 뛰어났다. 그 아이는 처음 도착했을때부터 기초적인 곱셈과 나눗셈 문제들을 풀수 있었다.

우리는 함께 좀 더 복잡한 기술로 공부해왔었다. 그 아이는 휴식 시간에 쓰레기통에서 5학년 학급의 시험지 한 장을 발견하였다. 그리고는 방과 후에 그것을 하기 위해 집어 왔다.

쉴라는 그것을 다 끝내고 나서 내게 보여주려고 가져왔는데, 그것은 분수를 제하는 것으로서 이제까지 우리가 다루지 않았던 영역이었다. 그런 탓으로 쉴라는 모든 문제를 잘못 풀었다. 왜냐하면 제수를 뒤집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기 있어요, 잘 풀었어요?" 그 아이는 내게 시험지를 내밀면서 물었다.

시험지를 바라보면서 나는 틀린 것을 지적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망설였다. "쉴라야, 너에게 보여 줄 게 있단다." 나는 시험지 뒤에다가 원을 하나 그리고 그것을 4등분하였다.

", 내가 이속에 8분의 1이 얼마나 있는지를 알고 싶다면..." 그 아이는 자기가 푸는 방법이 정답을 내지 못한다는 것을 금세 깨달았다.

"내가 잘못 풀었죠, 그렇죠?"

"넌 몰랐던 거야, 얘야. 아무도 네게 가르쳐 주지 않았잖니."

그 아이는 내 옆에 털썩 주저앉아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난 그 문제들을 옳게 풀어서 도움 없이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선생님한테 보여 주고 싶었어요."

"기분 나빠할 것은 없어, 쉴라."

그 아이는 잠깐동안 얼굴을 가리고 앉아 있었다. 그러더니 손을 천천히 내리고서 자기가 구겼던 시험지를 다시 펴기 시작했다. "내가 산수 문제를 잘 풀 수 있었다면, 엄마는 나를 고속도로에 버리고 가지 않았을 거예요. 내가 5학년 산수 문제를 풀 수 있었다면 엄마는 나를 자랑스러워 했을 텐데."

"산수 문제와 그건 아무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쉴라야. 우린 네 엄마가 왜 떠났는지 정말 모르고 있잖니. 아마 엄마는 자기 자신의 곤란한 문제가 있었을 거야."

"엄마는 나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떠난 거예요. 선생님은 사랑하는 아이들을 고속도로에 버리고 가진 않잖아요. 그리고 나는 다리가 부러졌어요. 보세요?" 나는 그 상처를 보는 것이 백번은 되는 것 같았다. "내가 좀 더 좋은 애였으면 엄마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내가 좀 더 훌륭했다면 지금까지도 나를 사랑했을 거예요."

"쉴라야, 우리는 정말 그런지 아닌지 모르고 있잖이. 난 네가 좋거나 나쁘다는 것이 그 일과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너의 엄마는 정리해야 할 자신의 문제가 있었던 거야. 엄마는 너를 많이 사랑했다고 생각해. 엄마들은 보통 그렇거든. 너의 엄마는 그 당시에 단지 어린 여자애가 있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었던 것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지미는 견뎌냈잖아요. 어째서 엄마는 지미만 데려가고서 나는 내버려 두었나요?"

"나도 모르겠구나, 얘야."

쉴라는 나를 쳐다보았다. 눈에는 늘 붙어 다녔던 상처받은 표정이 역력했다. 내가 그런 공허함을 메워줄 수는 없는 것인가? 쉴라는 가느다란 머리털을 꼬고 있었다. "지미가 보고 싶어요."

"그건 나도 안다."

"그 애의 생일이 다음 주에요. 그때 지미는 다섯 살이 되지요. 두 살 이후로 그 애를 보지 못했어요. 그건 끔찍이 긴 시간이었어요." 쉴라는 뒤돌아 창문 쪽으로 걸어가서는 축축한 3월 오후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난 무엇보다도 더 지미가 그리워요. 그 애를 잊을 수가 없어요. 정말이에요."

아이는 돌아서서 나를 쳐다보았다. "우리가 그 애를 위해서 생일 파티를 해줄 수 있을까요? 312일이 그 애 생일이에요. 지난 2월에 타일러의 생일 파티를 해주었던 것처럼 우리가 해줄 수 있을까요?"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아이는 얼굴을 떨구고 발을 질질 끌면서 내게로 다가왔다.

"왜 안 돼요?"

"왜냐하면 지미는 여기에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야. 쉴라, 지미는 분명히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것이지, 이곳에 우리와 같이 있는 게 아니잖아."

"단지 조그만 생일 파티일 뿐인데요, . 선생님하고 나하고 안톤하고만, 학교가 파한 뒤에 할수 있을 거예요."

나는 머리를 저었다.

"하지만 하고 싶어요."

"네 마음은 나도 알아."

"그런데 왜 안 돼요? 단지 조그만 파티인데요? 제발!" 그 아이는 얼굴을 찡그리며 간청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의 훌륭한 아이가 될게요. 산수 시험지도 절대 찢지 않을 거구요."

"그런 게 문제가 아니야, 쉴라. 지미가 이곳에 없기 때문에 안 된다고 말하고 있잖니. 그런 생각은 네 마음을 몹시 아프게 할 뿐, 지미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 거잖니. 나도 네가 지미를 굉장히 그리워한다는 건 알고 있지만, 네가 하려는 방법은 지미를 기억하기에 좋은 방법은 아닌 것 같구나. 그건 너의 마음을 아프게 할 뿐이야."

아이는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쉴라야, 이리 와. 내가 안아줄게." 쉴라는 손을 떼지 않고 다가왔고, 나는 그 아이를 무릎에 올려놓았다. "이런 일에 대해 네가 불쾌하게 여길 거라는 것도 안다. 네가 불쾌하게 여길 거라는 것도 안다. 네가 내 무릎에 앉을 때 네 마음이 아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단다. 이건 네가 극복해야만 하는 아주 힘든 일이지."

"난 그 애가 보고 싶어요." 쉴라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하면서, 내 셔츠를 움켜쥐고서는 가슴에 얼굴을 파묻었다. "난 그 애가 이곳에 있기를 바랄 뿐이에요."

"그래, 알아."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토리 선생님? 왜 엄마는 그 애를 데려가고 나는 내버려 두었을까요? 무엇이 나를 이토록 나쁜 아이로 만들었을까요?"

눈물이 순간적으로 아이의 눈에 아물거렸으나, 언제나처럼 눈물은 결코 흘러내리지 않았다.

", 얘야, 그렇지 않아. 그 점은 나를 믿거라.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네가 나빠서 엄마가 너를 떠난 게 아니란다. 엄마는 엄마 자신의 문제가 너무나 많았던 것뿐이란다. 네 잘못이 아니야."

"아빠도 그렇게 말했어요. 네가 좀 더 좋은 아이였다면, 엄마가 그런 짓을 하지 않았을 거라구요."

내 가슴은 철렁하였다. 극복해야 할 일들은 너무나 많은데 정작 어떻게라는 방법은 묘연했다. 왜 그 아이가 나는 믿어야 하고 아버지는 믿지 않아야 하는가? 나는 절망감을 느꼈다. "네 아빠는 이 점에서는 실수를 하고 있단다. 아빠는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도 모르고 계시며, 어린 계집아이란 것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고 계신단다. 이 점은 아빠가 잘못된 거야. 제발 나를 믿어라. 왜냐하면 이건 사실이니까.

우린 말없이 수 분간 앉아 있었다. 나는 아이의 온기를 느끼면서 그 아이를 꼭 끌어 안았다. 나는 가슴이 아팠다. 그 아이의 고통은 내 뼛속까지 스며들어 마음을 아프게 하였다.

마침내 쉴라는 나를 올려다보았다. "때때로 난 정말 외로워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이 언젠가는 없어질까요?"

다시 한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언젠가는 그럴 거라고 생각한다."

쉴라는 한숨을 지으며 내 무릎에서 내려섰다. "그런 날은 진짜 오지 않죠, 그렇죠?"

이런 슬픈 순간들에도 불구하고, 쉴라는 항상 기쁨에 차 있어서 나를 놀라게 했다. 그 아이는 어마어마한 양의 기쁨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온통 생활이 비극뿐인 것 같은 이 아이들과 함께 일하면서, 인간은 본질적으로 기쁨의 피조물이라는 나의 신념이 확고해졌다. 쉴라는 감정의 변동이 심했으며, 그 아이가 당해왔던 감정적 유린을 완전히 헤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와 비슷한 식으로 행복감에서도 멀리 떨어져 있진 않았다. 가장 조그만 일이 그 아이의 눈에 기쁨의 불꽃을 일게 하는 한편 지금까지 하루도 그 아이의 너털웃음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었다. 이것은 그 아이가 너무 오랫동안 결핍된 상태에서 살아왔기에, 모든 것이 그 아이에게 있어서 새로운 사실임을 알고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 아이는 이 세상에 있는 경이로웠던 것들로 자기 자신을 꽉 채울 수는 없었다. 3월달에 그 아이에게 가장 경이로웠던 것은 아마도 꽃이었을 것이다.

우리 지방은 3월이면 온 들판에 넘실거리는 크로커스와 나팔 수선화로 생기가 넘쳤다. 쉴라는 그 꽃에 매료되었다. 이주자 캠프에서는 그것이 핀 적도 없었고, 믿기 어려운 일이지만, 쉴라는 지금까지 그런 꽃을 본 적도 없었다.

어느 날 아침, 나는 내 정원에서 커다란 꽃다발을 교실로 가져왔다. 쉴라는 입속에 치약을 머금은 채 비명을 지르며 달려왔다. 그 아이는 티셔츠와 속바지만 입은 채 맨발이었다. "그게 무엇이에요?" 치약 때문에 꾸르륵 소리를 내며, 쉴라는 신기한 듯이 물었다.

"이건 나팔 수선화란다. 쉴라, 전에 본 적이 있지, 그렇지?"

꽃을 바라보면서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 , 책에서요, 그게 전부죠. 그런데 진짜 꽃이예요?"

"그럼 진짜지, 만져봐라."

아이는 칫솔을 내려놓고 조심스럽게 가까이 가서 손끝으로 가장자리 꽃을 하나 만져 보았다. "- !" 쉴라는 기쁨의 탄성을 지르며 여기저기에 치약을 내뿜었다. 또한 기뻐서 깡총깡총 뛰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멈추어 서서 다른 꽃을 주저하며 만져보았다. 그리고 다시 기쁨의 춤을 추었다.

"가서 이 닦기를 끝내고 옷을 입고 오너라. 그리고 이 꽃을 꽃병에 꽂는 것 좀 도와주겠니?"

쉴라는 질풍같이 되돌아가서 치약 남은 것을 뱉어내고는 바지를 입지도 못하고 다시 달려왔다. "이 꽃들은 아주 부드러워요. 만져볼게요."

"냄새를 맡아봐라. 나팔 수선화는 다른 꽃들만큼 좋은 냄새는 나지 않지만 그래도 그 나름대로의 독특한 향이 있지."

아이는 깊숙이 냄새를 들이마셨다. "꽃들을 끌어안아 주고 싶어요."

나는 킥하고 웃음이 나왔다. "꽃은 별로 안아주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그래도 냄새도 좋고 아주 예뻐서, 안아주고 싶은 기분이 나게 하는데요."

"그래. 그렇지?" 나는 어떤 아이가 몇 년 전에 나를 위해 만들어주었던 꽃병을 하나 꺼내왔다. 쉴라는 내 곁에서 기뻐 어쩔 즐을 모르며 한발로 깡총거렸다. 그 아이의 온몸에서 기쁨이 넘쳤다.

"쉴라야, 네가 가질 꽃 하나 줄까?"

그 아이는 나를 쳐다보면서 눈을 크게 떴다. "내가 하나 가질 수 있나요.?"

"그럼 꽃병에 꽂기엔 너무 많잖니. 우리 이 꽃을 네가 항상 앉아 있는 탁자 옆에 있는 우유 통에 넣어 보자꾸나."

"정말, 내 것이 될 수 있나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에게요?"

"그래, 쉴라야. 너에게, 너의 꽃이야."

그 아이는 갑자기 고개를 떨구었다. "아빠가 그걸 갖지 못하게 할 거예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 "꽃은 좀 달라. 꽃은 그리 오래 견디지 못한단다. 겨우 하루 정도 견디지. 네 아빠는 꽃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을 거야."

쉴라는 조심스럽게 다가와서 나팔 수선화 한 송이를 쓰다듬었다. "여우와 어린 왕자에 관한 그 책, 기억나요? 어린 왕자가 꽃 한 송이를 길들였죠. 기억해요?" 나를 올려다보는 그 아이의 눈에는 경이로움이 가득했다. "내가 무언가를 길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이것은 나만의 특별한 꽃이 될 거예요. 그리고 난 이 꽃에 대해 책임이 있어요. 나 자신을 위해 이 꽃을 길들일 수 있어요."

", 꽃이 그리 오래 살지 못한다는 것을 기억해야만 한단다. 하지만 꽃들은 쉽게 길들어지지. 나도 네가 그렇게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어떤 것이 좋을까?" 나는 꽂고 남은 꽃을 가리켰다.

쉴라는 신중히 생각하다가 하나를 골랐는데, 나에게는 다른 꽃들과 차이 없어 보이는 꽃이었지만 특별한 꽃이라고 맗 주어야만 하였다. 아마도 길들이기는 이미 시작되었을 것이고, 어린 왕자에서처럼 이 수선화는 쉴라의 것이며, 쉴라에게 있어서는 이 세상의 다른 꽃들과는 같지 않은 꽃이었다.

그 아이는 꽃을 부드럽게 쥐고서 그의 황금색 컵을 어루만지면서 미소를 지었다. 나는 아이의 바지를 가져다 입혔다. 다른 아이들이 도착하여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호기심에 웅성웅성거렸다. 하지만 쉴라는 내가 옷을 입히도록 내버려 둔 채 다른 아이들도 쳐다보지 않고 멍하니 서 있었다. 그 아이는 미소를 머금은 입술을 꼭 다물었다.

"내 가슴이 아주 커졌어요. 아주 커졌고, 그것 때문에 가장 행복한 아이가 되었다고 생각해요"라고 쉴라는 속삭였다.

나는 그 아이의 부드러운 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추며,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노란 수선화 병을 집어 들고 탁자로 갔다.

 

 

12

3월 셋째 주, 내가 걱정해 오던 전화가 드디어 걸려 왔다. 전화에서는 에드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토리, 국장이 오늘 전화를 했어요, 주립병원이 문을 열었다구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나의 심장은 마구 뛰기 시작했고, 그 심한 고동으로 인하여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에드. 그 애가 꼭 가야 되는 것은 아니죠?"

"선생님, 그것은 일시적인 배치일뿐이라고 말했었잖아요. 법원에서는 주립병원이 문을 열면 그 아이를 병원에 입원시키라고 명령했답니다. 이건 정말 우리 권한 밖의 일입니다. 당신이 데리고 있는 것은 임시방편일 뿐이에요."

"하지만 그 아이는 많이 변했어요. 옛날 같지가 않아요. 에드, 그 애는 병원에서는 견뎌내지 못할 거예요."

"들어봐요. 이 일은 우리가 개입하기 전에 모두 정해진 일이에요. 이미 지난번에 논의한 바 있었지요. 그 외에도 이 일은 그 아이에게 가장 이익이 될 거예요. 그 애의 끔찍한 가정환경을 봐요, 좋게 변할 리가 없어요. 선생님은 매일 이런 아이들과 일해온 사람이니, 그 애가 얼마나 불리한 궁지에 몰려 있는지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잖아요."

"아니 그 애는 그렇지 않아요. 그 애는 많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 애는 꼭 해낼 거예요. 지금 병원에 들어갈 수는 없어요." 내가 외쳤다.

에드의 쿨럭거리는 소리가 들렸고, 그가 담뱃불을 붙이는 동안 잠시 침묵이 흘렀다. "토리, 당신은 당신 학급 아이들을 위해서 훌륭한 일을 해왔어요. 솔직히 말해서 당신이 어떻게 그 일을 해내고 있는지 모르지만 당신은 그 특수 학급 일에 아주 크게 공헌을 했어요. 그렇지만 쉴라 건에 관한 건 좀 지나치게 얽매여 깊이 빠져 있어요. 지난 1월의 그 사태만 보아도 알 수 있어요. 이 아이의 경우 우리가 손대기 전에 이미 결정된 일이에요."

"그럼 다시 결정하면 되지 않아요."

"그건 우리 권한 밖이라니까요. 방화 사건 이후에 주에서 그렇게 결정한 거지요. 화상 입은 남자아이의 부모를 달래기 위해서는 그것이 유일한 대안이었어요."

"그건 바보 같은 짓이에요. 하나님 맙소사, 이 아이는 여섯 살이에요.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구요."

"선생님은 기분은 나도 잘 알아요. 선생님이 그 아이와 정이 많이 들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일이 이런 식으로 되는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해요. 하지만 그 아이는 법원 사례인걸요. 우린 둘 다 이 일이 어떻게 될 거라는 걸 알잖아요. 정말 유감스럽군요."

나는 쉴라가 모르고 있는 교실로 돌아갈 수가 없어서, 교사 휴게실로 내려갔다. 나는 자리에 앉아 보통 때에는 손도 대지 않는 커피를 마시며 눈물을 억누르려고 애를 썼다. 에드가 옳았다. 나는 너무 얽매여 있었고, 그 아이는 내게 너무 중요했다. 그래서 내 절망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다. 결구 나는, 방과 후 휴게실에 모여 떠드는 사람들을 피해 교실로 돌아가게 되었다.

안톤은 나를 보더니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지도 않았다. 그는 알고 있었다. 다음 날 수업안을 만들고 있던 그는 쉴라를 불러 자기를 도와달라고 했다. 나는 문 앞에 서서 교실을 죽 둘러보았다. 그리 훌륭해 보이지는 않았다. 우리 교실은 너무 길고 좁으며, 어둡고, 냄새나는 동물우리와 카페트 위에 나뒹구는 쿠션들로 너무 복잡하였다. 교사 책상도 놀 자리가 없는 교실, 나는 바로 그 순간 교사 책상 하나라도 있었으면 싶었다. "나 혼자 있게 내버려 둬!"라고 소리치고 싶은 순간이었으나 꾹 참았다. 그러나 책상은 없었다. 나는 하는 수 없이 동물우리 뒤에 있는 쿠션에 몸을 던졌다.

잠깐동안 쉴라는 내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면서 내 앞에 서 있었다.

"기분이 안 좋아요?"라고 조용히 묻는 그 아이는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가 많이 컸다고 생각했다. 바지가 짧아 보였다. 항상 그랬지만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 기분이 안 좋아."

"어째서 그래요?"

"쉴라, 이리 오라니까." 안톤이 불렀지만 쉴라는 그대로 서서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면서 내 마음을 알아보려고 하였다. 나는 내가 정말 너무 얽매여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그 아이는 나에게 그만큼 아름다운 아이였다. 보통 사람들은 분명, 그 아이가 다른 수많은 아이들과 똑같이 보인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그 아이만이 내게는 다른 모든 아이들보다 더 중요했다. 또한 분명히 의도적이지는 않았다 해도 나는 그 아이를 사랑했다. 그래서 그 아이가 내게는 더욱 소중했고, 또한 책임이 있는 것이었다. 그때 내 눈에는 눈물이 글썽거렸다.

쉴라는 내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아 걱정스런 얼굴을 하였다.

"어째서 우는 거예요?"

"아주 기분이 안 좋아서."

안톤이 다가와서 그 아이를 일으켜 세웠다. "이리 온, 아가야. 와서 나를 좀 도와주어야지."

"- ." 쉴라는 안톤의 손을 빠져나와 멀찌감치 떨어져 나갔다.

"됐어요, 안톤. 난 괜찮아요." 내가 그에게 손을 젓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갔다.

한참동안 쉴라는 나를 응시하고 있었고, 그 눈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어느덧 내 눈의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으며, 나는 그것을 닦을 수도 없었고, 그 아이를 쳐다볼 수도 없었다. 그리고 이처럼 침착하지 못한 행동을 보여준다는 사실에 당황해했으며, 그 아이를 놀라게 하지 않을까 걱정스러워했다.

그런데 쉴라는 나를 지켜보면서 저만치 서 있다가 천천히 다가와서는 내 곁에 앉았다. 그리고 내 손을 잠시 만지면서 말을 했다. "내가 선생님 손을 잡아주면 기분이 좀 나아질 거예요. 가끔 나에게도 도움이 돼요."

나는 그 아이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쉴라도 알다시피, 난 너를 좋아한단다. 그걸 언제나 잊지 마라. 만일 어떤 때에 네가 혼자 있게 되거나 겁이 나게 되거나 또는 다른 어떤 나쁜 일이 일어나도 내가 널 사랑한단다는 것을 잊지 마라. 난 정말 너를 사랑한단다. 그것이,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전부란다."

아이는 눈썹을 찡그렸다. 내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 아이가 아직 어려서 그러리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래도 나는 그 말을 해야만 했다. 내 마음의 평안을 위해서도,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그 아이에게 말해 주어야만 했다.

그날 밤 나는 침대에서 채드 쪽으로 돌아누웠다. 저녁 내내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텔레비젼을 보았다. 내가 너무 생각에 몰두해 있어서 대화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이야기하지 않았으나 밤이 깊어가면서 몽롱했던 정신을 되찾자 또다시 가슴이 뛰었다.

"채드!"

그는 내 쪽을 쳐다보았다.

"그들이 쉴라에게 내린 계획에 항의하기 위한 법적 절차가 있을까요?"

"무슨 뜻이야?"

", 당신도 알잖아요. 법원 명령에 항의하기 위한 법적 투쟁 방법이 있느냐구요? 내 말은 나같은 사람이 그런 일을 할 수 있느냐구요? 그 아이의 보호자가 아닌 다른 사람이 말에요?"

"당신이 투쟁하겠다구?"

"누군가 해야 해요. 교육구청이 나를 지원해 줄 거예요."

"당신이 해볼 수 있지,"

나는 이마를 찡그렸다. "문제는 내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거예요. 누구에게 소송을 해야 하죠? 법원에서 그 아이를 맡았으니 당신이 법원을 상대로 재판에 회부시킬 수는 없죠, ? 난 이 일을 어떻게 진척시켜야 하는지 정말 모르겠어요."

"내 생각에는, 그 아이의 아버지와 그 아이가 다치게 한 소년의 부모, 그리고 아동보호소 직원 등 모두가 참여하는 공판을 당신이 열어야 할 거야."

나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법적 체계에 관한 내 지식은 친족에 관한 정도뿐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런 생각을 하는 채드가 얄미웠다. "당신이 이걸 맡아주시겠어요, 채드?"

그는 눈을 번쩍 떴다. "내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 이런 종류의 일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없어. 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그 방면의 법률을 전공한 사람이잖아. 맹세하노니 토리, 내 경험은 알코올 중독자들을 감옥에서 뺴 내는데 한정되어 있다구."

나는 미소를 지었다. "당신의 경험은 나의 은행 잔고와 같은 정도군요. 내가 주장하고 나서면 그 비용을 치러야 할 거 아녜요."

채드는 눈을 굴렸다. "또다른 자선 사업이군, ?" 그는 씩 웃었다. "내가 부자가 될 가망은 없는 것 같은데."

", 당신은 언젠가 부자가 될 거예요. 다만 올해는 아닐 뿐이지요."

교육감은 내가 그 일을 조사하기 위해 변호사를 고용했다는 사실을 알자 즉시 회의를 열었다. 그곳에서 나는 쉴라의 전 교사였던 바슬리 선생님을 처음 만났다. 그녀는 미묘한 웃음을 띤, 40대 초반의 작은 여인이었다. 청바지에 테니스화를 신은 키가 큰 내가 그녀 앞에 우뚝 섰을 때, 나는 쉴라가 그녀에게는 한 시련이었을 것이라고 상상할 수 있었다. 그녀는 티브이 광고 모델같이 보였다. 그런 그녀가 냄새나고 강한 쉴라와 싸운다는 것은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에드 섬머스도 그곳에 있었으며, 알란, 콜린그 교장, 안톤, 교육감, 그리고 쉴라가 다녔던 유치원의 자료실 교사도 있었다. 처음 회의가 시작 되었을 때는 내게 그리 유리한 회의가 아니었다. 교육감은 채드와 나의 관계를 모르고서, 자기를 거치지 않고서 그 일로 변호사에게 조언을 청하는 것은 내 영역을 넘어서는 일이라고 했다. 그가 옳을지도 모른다.

나는, 에드와 그 일을 의논했으나 우리가 그 일에 손을 댈 수 없다고 하길래, 단지 가까운 데서 법적 의지를 구한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회의가 어색하게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단 회의가 진행되자 변화가 생겼다. 나는 쉴라의 학습 활동의 예들과 안톤과 수업하는 비디오테이프를 제시했다. 알란이 검사 결과를 보고하자, 쉴라의 전 교사들도 감명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내 충동적인 행동에 화를 낼 줄 알았던 콜린스 교장조차도 쉴라의 전반적인 진보에 대해 의견을 말했을 때에는 기대치 않았던 호의를 보였다.

교육감은 그다지 열성적이지 않아, 이 일이 학대 사건이므로 진정 우리들의 문제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그 역시 쉴라의 진보와 지능지수로 인해서 자극을 받았다. 그는 주립병원이 쉴라에게 적절한 장소는 아니며, 다른 아이들을 위협하지 않고 공립학교 체계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면서 조심스레 내 편에 동의했다. 교육감은 채드에게 들어와서 자기를 보자고 했다. 엄숙한 회의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나는 환호를 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일에 가장 중요한 인물은 쉴라의 아버지였다. 안톤이 수색 임무에 나서서 쉴라 아버지가 집에 있는 것을 확인하고, 내게 전화를 주었다.

채드와 나는 즉시 출발했다. 지난번과 같이 쉴라의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는 이번에는 조금 더 취해 있었다.

"쉴라가 주립병원에 들어갈 수는 없어요." 내가 설명했다. "그 애는 학교에서 아주 공부를 잘하고 있으며, 다음 가을 학기에는 일반 학급으로 들어갈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그는 약간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들이 아이에게 하고 싶어 하는 일에 당신은 왜 간섭이지요?"

그 질문은 내 머릿속에 메아리쳤다. 그건 쉴라가 내게 했던 말의 반복이었다. 내가 왜 걱정이냐구?

"당신은 특수한 딸을 데리고 있어요." 나는 대답했다. "주립병원에 보내는 것은 그 아이에게 잘못하는 일이에요. 난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왜냐하면 내 생각에는 그 아이가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기 때문이에요."

"그 애는 미쳤어요. 그런 애예요. 그 애가 무슨 짓을 했었는지 그들이 말해 주지 않던가요? 그 애는 어린아이를 죽이려고 불을 질렀어요."

"그 아인 미치지 않았어요. 그렇지 않아요. 지금은 미치지 않았다구요. 그러나 병원으로 가게 된다면 미쳐버릴 거예요. 결국은 나쁜 아이가 될 거라구요. 당신도 딸이 주립병원에 가길 바라지 않죠?"

그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는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그의 생에 있어서 사람들은 그를 등한시했고, 일들은 항상 잘못되어왔다. 그도, 쉴라도 말썽만 일으켜 왔다. 그가 아무도 믿지 않았기에 그 딸도 그러했다. 그들의 세계에서는 그런 방법이 더 안전했다. 그런 중에 내가 왔으니 그가 이해할 리 만무했다.

우린 밤늦게까지 이야기를 했다. 채드와 안톤은 내가 기록을 하는 동안 그와 함께 맥주를 마셨다 한쪽 구석에서 우리를 보고 있던 쉴라가 바닥에서 잠이 들었다. 나는, 우리가 왜 그곳에 있으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그 아이가 파악하고 있는지 없는지를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아이가 필요 없이 놀라는 것을 바라지 않았고, 또한 그 아이가 그릇된 희망을 갖는 것을 바라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것도 구체적으로 말해주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날 밤 이후 그 아이가 알고 있을 것이라고 어렴풋이 생각하게 되었고, 결국 그것이 더 잘된 일이라고 여겼다.

아이의 아버지는 결국 우리와 동의했다. 마침내 이 일이 '자선 사업'도 아니고 '호의를 베푸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그에게 확신시켰다. 그의 행동은 그가 지니고 있는 부모 본능이 작용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나름대로 쉴라를 사랑했고, 쉴라가 필요로 하는 만큼의 동정을 필요로 했다.

그날 저녁은 평상시 같지 않았다. 으린 모두 조금 취해 있었다. 하류 계층 사람들을 상대한 경험이 먾은 채드가 쉴라의 아버지와 가장 잘 어울렸다. 어떻게 보면, 병원 사태가 나타난 것이 잘된 일이었다. 이 일은 우리 자신에게, 쉴라의 생에 있어서 차지하고 있는 서로 다른 위치를 깨닫게 해주었으니 우리 모두에게 더 잘된 일이었다.

공판은 3월 마지막 날에 열렸다. 그날은 잔뜩 흐렸고, 춥고 바람까지 불었으며, 눈이 올듯했다. 오후에 안톤과 콜린스 교장이 함께 학교를 나왔다. 놀랍게도 교장은 내게 아주 호의적이었다. 홈즈 선생의 교실 사건 이후 나는 그의 한쪽 면만 보아왔던 것이다, 사실 그도 나만큼 아이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고 쉴라에게까지도 관심이 있었다.

 

공판은 비공개리에 열렸다. 우리 건너편에 그 화상 입었던 어린 소년의 부모와 변호사가 있었고, 이쪽에는 안톤, 알란, 바슬리 선생, 에드 그리고 교육감이 있었다. 쉴라의 아버지는 늦게서야 도착했지만 술 취하지 않은 맑은 정신으로 와주었다. 그를 보자 나의 마음이 아팠다. 그는 양복 한 벌을 입었는데, 솔기가 다 헤지고 얼룩이 았는 낡아빠진 저고리에 바지는 기워입은 옷이었다. 그의 불쑥 나온 배에 옷자락은 벌어져 있었다. 그래도 그는 잘 보이려고 애를 써서 옷 입은 것이었다. 말끔히 면도도 했고, 싸구려 로션 냄새도 풍겼다.

법정 밖의 딱딱한 의자에는 쉴라가 앉아 있었다. 채드는 그 아이가 그곳에 있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았을 때, 그 아이가 필요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쉴라는 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좀 좋은 옷을 입히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서 점심 시간에 목욕을 시키고 머리만 빗겨주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꺠끗하긴 했다. 그 아이가 법정 밖에서 혼자 앉아 있어야 했기 때문에 우린 아이가 무료해할까 염려하여 책을 많이 가져왔다. 하지만 판사의 배려로 서기와 같이 앉아 있게 했다.

공판은 기대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나는 티브이에서 본 법정 외에는 아는 것이 없었는데, 이것은 티브이와는 달랐다. 변호사들은 조용히 진술했고, 우린 서로 자신의 자료를 제공했다. 나는 지난 3개월간 학급에서의 쉴라의 성장을 입증해주는 비디오테이프를 가져왔고, 알란은 그의 검사를 마친 후에 계속 특수 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경우, 공립학교에서 그 아이에게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대해서 진술했다.

그리고 어린 소년의 부모들은 11월의 사건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 쉴라의 아버지는 그가 딸을 얼마나 신중히 살펴왔는가를 그리고 그의 생각에는 지난 몇 달간 그 아이가 나아진 것 같은지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것은 아주 조용한 공판이었다. 아무도 언성을 높이지도 않았고, 또한 아무도 감정을 개입시키지 않았으므로, 나는 기대했던 것과 다른 분위기를 느꼈다. 그런 다음 변호사들과 판사가 판결을 내리는 동안, 우린 모두 법정 밖으로 나왔다.

나는, 채드가 법정에서 활동하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그는 집안에서 보는 그와는 판이하게 달랐으며, 퍽 인상적인 감명을 내게 주었다. 그는 매우 침착하였고, 자신 있어 보였다. 그는 나의 황당한 질문을 받아들여 돈도 안 생길 사례를 맡아, 의젓하고 진지하게 변론함으로써 쉴라를 구출하는 일에 앞장섰던 것이다.

복도에는 소년의 부모가 앉아 있었고, 그들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나는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으나 얼굴만 보고는 판단할 수가 없었다. 쉴라가 저지른 잘못을 용서해줄 아량이 그들에게 있을까? 아니면 여전히 그들의 마음이 비탄과 공포로 꽉 차 있을까? 그래서 쉴라가 그들이 아들을 불구로 만든 만큼 쉴라의 인생도 불구가 되길 바라고 있을까? 그들을 보고서는 알 수가 없었다.

그 아버지가 얼굴을 돌리는 바람에 나와 눈이 잠깐 마주쳤으나 우린 서로 피했다. 그들은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증언을 할 때 그들의 목소리는 분노심을 찾아볼 수 없이 부드러웠고, 오히려 슬프기까지 했다. 이처럼 다시 한번 이 문제로 법정에 섰다는 것을 불행하게 여기는듯했다. 어떻게 보면 나는 그들을 미워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야만 어떤 판결이 내리든 받아들이기가 오히려 쉬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 수도 없었다.

그들은 그들이 생각하기에 최선의 행동을 한 것뿐이었다. 그들에게 잘못이 있다면, 단지 정신 질환에 대한 무지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 판사는 우리와 아이들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는 사람으로, 흑백으로 가려지지 않는 문제를 결정지으려는 것이었다. 나는 일어나 그들에게로 걸어가서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물어볼 용기가 있었으면 하였다.

쉴라는 내 무릎에 앉아 있었다. 우리가 나올 때 그 아이는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 지금, 그것을 내게 설명해 주려고 했다. 내가 생각에 잠겨 있느라 그 아이를 보지 않자, 자기 손으로 내 얼굴을 돌려 자기를 보게 하였다. "내 그림 좀 보세요, 선생님. 수잔나 조이예요. 보세요, 그 애가 학교에 자주 입고 오는 옷을 그 옷을 입고 있지요."

나는 내려다보았다. 쉴라는 수잔나 조이를 부러워했다. 수잔나는 우리 학급에서 유일하게 부유한 가정 출신이었다. 그는 항상 흠잡을 데 없이 옷을 입었고, 멋진 옷장도 있었다. 쉴라는 그런 옷을 하나만이라도 갖고 싶어 했다. 날마다 상품 목록 책을 보면서 갖고 싶은 옷을 골라내었다.

지난주에는 이런 작문을 썼다.

 

지금부터 토리 선생님을 위해 최고로 잘 글을 씁니다. 더 훌륭한 아이가 될 것이고, 약속한 대로 최선을 다하겠어요. 내가 어제 저녁때 무엇을 했는지 말하고 싶어요. 시내에 가서 아빠가 안경을 맞추는 가게에 있는 동안 기다려야 했어요. 그래서 그동안 돌아다녔는데, 가끔 진열장 속을 보았지요. 나는 그 속에 있는 것들을 사고 싶었어요. 그것들은 아주 예뻤어요. 난 빨갛고, 파랗고, 하얀 옷을 보았어요. 레이스도 달려 있었고 길고 멋있었어요. 난 그런 옷이 없거든요. 그리고 그 옷이 예뻤어요. 선생님, 갖고 싶었어요. 내 몸에 맞을 것 같았어요. 아빠에게 살 수 있는냐고 물었더니 "안 돼" 그러셨어요. 그건 너무 비쌌어요. 그래도 난 진짜 옷이 하나도 없어요. 그리고 수잔나 조이처럼 그런 옷을 입고 학교에 오고 싶었어요. 그 애는 옷이 많잖이요. 그러나 할 수 없어서 우린 집에 갔고, 아빠는 초콜릿을 조금 사주고는 "쉴라, 가서 자라"고 말했어요. 그래서 난 잤어요.

 

그 짧은 글은 왠지 모르게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이것은 그 아이가 이제까지 썼던 것 중에서도 가장 슬픈 내용이었다. 쉴라는 자신이 그런 옷을 갖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또 그 사실을 받아들이면서도 계속 꿈을 갖고 있었다.

쉴라는 그림을 보여 주면서 그에 관해 쓸데없는 말들을 뇌까렸다. 그러다가 내 정신이 딴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쉴라는 소환되지는 않았고 - 이것은 좋은 징조 같았다 - 그 아이는 우리들이 긴장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침내 판사실의 문이 열리고 잠시 후에 채드의 얼굴이 보였으며, 나는 어떤 결정이 났는지 알 수 있었다. 채드는 우리 앞에 서서 씩 웃었다.

"우리가 이겼다."

복도에서는 환성이 터졌고, 우린 서로 끌어안고 춤을 추었다. "우리가 이겼어! 우리가 이겼어! 우리가 이겼어!" 쉴라는 소리를 지르며 모든 사람들 다리 가운데에서 껑충껑충 뛰었다. 그 아이가 그 말의 의미를 아는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우린 모두 그 아이의 환호성에 웃어버렸다.

"축하 파티를 열어야지. 그렇지 않아?" 채드는 코트를 걸치며 물었다.

"우리 쉐이키네 가게에 가서 그 집에서 가장 큰 피자를 시켜 먹으면 어때?"

다른 사람들은 그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코트를 입고 있는 소년의 부모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번 그들에게 다가가 말을 걸고 싶었다.

채드는 피자에 대해 내게 묻고 있었고, 쉴라는 내 다리 옆에서 뛰고 있었고, 학교 동료들은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다.

", 어떻게 생각해?" 채드가 다시 물었다. "토리하고 나하고 같이 피자 먹으러 가고 싶으니?"

그 아이는 눈을 크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우리와 키가 같으라고 쉴라를 번쩍 안아 올렸다.

우리와 조금 떨어진 곳에 쉴라의 아버지가 서 있었다. 윗도리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서 있는 그는 외롭고도 잊혀진 존재 같았다. 이 일은 그의 투쟁도 아니었고 다만 우리가 이긴 것뿐이었으며, 게다가 쉴라는 그에게 가지 않고 우리에게로 왔다. 지난날 그에게 있어서 법원은 나쁜 장소였고 겁나는 곳이었으며, 그의 차림새는 교육청 및 정부 직원과 상당한 대조를 이루었다. 그런데 그의 딸조차 그의 것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씁쓸한 기분이었다.

채드도 같은 감정을 느낀 모양이었다. "당신도 우리와 가시겠어요?"

한순간 그의 얼굴에는 기쁨의 빛 감돌았다. 그러나 고개를 저었다.

"아네요. 난 가야 해요."

"쉴라는 우리와 같이 있어도 괜찮겠죠?" 채드가 물었다. "나중에 집에 데려다주겠어요."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 그의 딸을 바라보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쉴라는 자기 아버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 팔에서 즐거워 흔들거리고 있었다.

"정말 우리와 가지 않으시겠어요?"

"."

한참동안 우린 서로 바라보았으나 우리 사이를 연결해 줄 다리는 없었다. 그런데 채드가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더니 20달러짜리 지폐를 꺼내 쉴라 아버지에게 건네주었다. ", 이건 당신 몫의 기쁨이에요."

그가 주저하고 있었기에 나는 받지 않으리라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그는 손을 뻗어 돈을 받으며 고맙다고 웅얼거리더니, 돌아서서 긴 복도를 걸어 나갔다.

쉴라, 채드 그리고 나는 함께 채드의 작은 차를 타고 피자 가게를 향해 달렸다. ", 쉴라야, 넌 어떤 피자가 좋으니?" 채드가 뒷자석에 앉아 있는 쉴라에게 물었다.

"몰라요. 피자를 먹어본 적이 없어요."

"먹어본 적이 없다고?" 채드가 외쳤다. "그럼, 이런 일을 자주 해야겠네, ?"

그 아이가 전에 피자를 먹어본 적이 없다고 해도, 그의 행동으로 봐서는 그런 것을 짐작할 수 없었다. 피자가 나왔을 때, 쉴라는 눈을 반짝이면서 프로처럼 먹어 치웠다. 채드는 가장 큰 피자와 소다수를 주문했다. 이때는 황홀한 순간이었고, 쉴라는 끊임없이 떠들어대며 활발하고 생기에 넘쳤다. 채드는 쉴라의 흥을 돋우어 주었고, 결국은 우리가 피아노 연주를 듣고 있는 동안 쉴라는 채드의 무릎 위에 올라앉았다. 채드가 이렇게 많이 먹는 아이를 본 적이 없다고 말하자, 그 아이는 적어도 백 개는 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채드는 쉴라 아버지를 만나러 갔던 밤, 그 아이를 잠깐 보았을 뿐이었으나, 이날 저녁에는 그 아이가 특수한 아동임이 분명하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들은 피자점에 있는 동안 죽 웃고 떠들었다.

밤이 깊어가면서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우린 정말 커다란 피자를 먹었고, 소다수에 아이스크림까지 먹었다.

채드는 쉴라를 보며 탁자 위로 몸을 구부렸다. "네가 이 세상에서 가장 갖고 싶은 것이 뭐니?" 그가 물었다. 나는 그 아이가 엄마와 지미가 돌아오길 바란다고 대답할 것이라는 걸 알고 그 말이 우리 분위기를 망가뜨릴까 봐 가슴이 움찔하였다.

쉴라는 한참동안 그 질문을 생각해 보았다. "진짜로요, 아니면 가짜로요?"

"진짜로."

그 아이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드레스요."

"어떤 종류의 드레스?"

"수잔나 조이가 갖고 있는 것 같은 드레스요, 레이스가 달린 것이죠."

"이 세상에서 갖고 싶은 것이 겨우 드레스뿐이야?" 채드가 쉴라 머리 위로 나를 쳐다보았다.

쉴라는 머리를 끄덕였다. "난 전에 드레스를 가져보지 못했어요. 한번 교회에서 온 아줌마가 몇 가지 주었는데, 그 속에 그런 옷이 있었어요. 하지만 아빠가 입지 못하게 했어요. 아빠는 누구에게도 어떤 구호품을 받지 않을 거라고 말했어요." 그 아이는 이마를 찡그렸다. "난 그걸 입는 것만으로 마음이 아프리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아빠는 내가 만일 그럴 경우에는 마구 때려 줄 거라고 그랬어요. 그래서 못 입었어요."

채드는 시계를 보았다. "7시가 다 되었군. 쇼핑가의 상점들이 9시까지는 문을 닫지 않지?" 그는 나를 보다가 쉴라에게 눈을 돌렸다. "쉴라야, 오늘이 너에게 행운의 날이라고 말해도 좋겠지?"

쉴라는 어리둥절하여 그를 응시하였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지를 여전히 모르고 있는 것이었다. "무슨 뜻이에요?"

"지금부터, 우리가 드레스를 사러 가겠다고 하면 어떻겠니? 네가 원하는 옷을 사러 말이다."

쉴라의 눈은 너무나 커져 터져버릴 것 같았다. 그 아이는 입을 벌리고 나를 보다가 갑자기 풀이 죽었다. "아빠가 그걸 갖지 못하게 할 거에요."

"아빠는 갖게 할거야. 우리가 아빠한테, 그것이 네 몫의 기쁨이라고 말해줄게. 너를 집에 데려다줄 때 같이 가서 말해 줄 거야."

쉴라는 흥분하여 의자에서 내려와 통로에서 다른 손님들에게 부딪쳐 가며 춤을 추었다. 그리고는 나를 끌어안고, 채드를 끌어안았다. 우리가 그곳을 빨리 나가지 않으면 아이는 폭발해 버릴 것 같았다.

그다음은 현기증이 날 시간이었다. 우린 쉴라의 손을 잡고 쇼핑가에 있는 큰 벡화점 두 군데를 누볐다. 여아복들을 찾아내자, 그 아이는 의외로 부끄러워하며, 옷들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대신 내 다리에 얼굴을 파묻었다. 눈앞에 닥친 꿈을 감당해 내기 힘들었던 것이다.

결국 내가, 레이스가 달린 예쁜 것을 몇 개 골라 쉴라를 데리고 탈의실로 갔다. 우리끼리만 있게 되자, 그 아이는 제정신을 되찾았다. 바지와 셔츠를 벗기고 있는데 쉴라는 옷들을 조심스럽게 살펴보려고 집어 들었다. 그 아이는 등이 우묵하였고, 배만 나와 있는 바짝 마른 조그만 아이였다. 지금 그 아이는 흥분하여 드레스를 입지도 않고 작은 방을 빙빙 돌며 춤을 추었다. 난 아이의 허리를 잡고서 옷을 하나 입혔다. 얼마나 황홀한 순간인가! 쉴라는 삼면 거울 앞에서 폼을 잡아 보더니, 채드에게 보여 주려고 달려 나갔다.

쉴라가 세 가지 옷 중에서 하나를 정하는 데 30분이 걸렸다. 적어도 하나에 네 번씩은 입어보았다. 그러고 나서 결국 빨갛고 하얀 옷으로, 레이스가 목둘레와 소매 둘레에 달린 것으로 골랐다.

"난 매일 이 옷을 입고 학교에 갈 거예요." 아이는 열광적으로 말했다.

"아주 예쁘구나!"

쉴라는 거울로 나를 보고 있었다.

"집에 입고 가도 될까요?"

"좋을 대로."

"그럴래요!" 그 아이는 갑자기 웃음을 멈추고 돌아서서는 내 무릎에 올라와 한 손으로 내 얼굴을 부드럽게 만졌다.

"내가 원하는 게 무언지 아세요?"

"세 가지 옷을 모두 가지고 싶니?"

아이는 머리를 저었다. "선생님이 우리 엄마고, 채드가 아빠였으면 좋겠어요."

나는 웃었다.

"그럴 수는 없겠죠? 토리, 난 그러고 싶어요. 정말 선생님을 내 가족처럼 생각해도 될까요, ?"

"우린 그것보다 좋은 사이야, 쉴라. 우린 친구잖니. 친구는 부모보다 더 좋단다. 왜냐하면 그건 우리가 서로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지 강요당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야. 우린 친구가 되기로 했잖아."

아이는 한참동안 내 무릎에 앉아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결국 한숨을 쉬며 내려섰다." 우리가 둘 다일 수 있으면, 가족도 되고 친구도 되고..."

"그래, 그것도 좋을 것 같구나."

아이는 이마를 찡그렸다. "우리가 그냥 그런 척은 할 수 있죠?" 아이가 시험 삼아 물어보았다. "오늘 밤만은 그런 척 할 수 있잖아요? 선생님과 채드가 내 가족이고, 선생님이 자기 아이에게 옷을 사주러 데리고 나온 것으로 할 수 있죠? 집에는 옷이 많이 있지만 또 다른 옷을 사주려고 데리고 나온 거예요. 왜냐하면, 그 애가 옷을 좋아하고, 엄마도 그 애를 무척 사랑하기 때문인 것처럼요?"

나는 배운 대로 한다면 안 된다고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 아이의 눈을 보자, 그럴 마음이 없었다. "오늘 밤만이라면 그렇게 꾸밀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이건 단지 가장일 뿐이고 오늘 밤뿐이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그 아이는 펄쩍 뛰면서 속옷 바람으로 탈의실을 뛰어나갔다.

"채드에게 말해 줄 거예요!"

채드는 우리가 탈의실에 있는 동안, 그가 아버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재미 있어 했고, 철저히 그 역할을 해냈다. 이 날밤은 우리 모두에게 말할 수 없이 신비스러운 밤이었다. 이주자 캠프로 가는 동안 쉴라는 내 팔에 안겨서 잠이 들었고, 채드가 차를 세운 뒤에 그 아이를 꺠웠다.

", 신데렐라야." 채드가 문을 열면서 말했다. "집에 갈 시간이에요."

그 아이는 졸린 듯이 웃었다.

"이리 와, 내가 같이 가서 네 아빠한테 우리가 무슨 일을 했었는지 말해 주마."

아이는 순간 주저하면서 "가고 싶지 않아요"라고 부드럽게 말했다.

"오늘은 멋진 밤이었지, 그렇지?" 내가 말했다.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약간의 침묵이 흘렀다. "키스해도 돼요?"

"그럼,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나는 그 아이를 꼭 껴안아 주고 키스를 해주었다. 내 볼에도 그 아이의 부드러운 입술이 닿는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채드가 집에 데려다주려고 아이를 안아 올리자, 쉴라는 그에게도 키스해 주었다.

우린 말없이 집으로 차를 몰았다. 마침내 채드가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고, 희미한 가로등 불빛에 그의 눈이 빛나고 있었다. "그 아인 정말 대단한 아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이렇게 말하면 바보 같은 소리지만, 난 오늘 밤 그 아이와 지내면서 줄곧 우리가 한 가족이길 바랐어. 그건 아주 쉬운 것 같더군. 또 옳은 일이고." 채드가 말했다.

나는 어둠 속에서 미소를 지으며, 우리 주변에 깔리는 평온한 고요함 속에 둥둥 뜬 기분이었다.

 

 

13

4월은 하얀 눈과 함께 시작되었다. 탐스러운 함박눈이 너무 많이 내려, 모든 것이 그 속에 파묻혀 꼼짝 못 하게 되었다. 그래서 학교도 이틀간 휴교했다.

학교가 다시 시작됐을 때, 쉴라는 아침 토론 시간 중에 그의 아저씨 제리가 함께 살려고 왔다는 말을 했다. 쉴라의 말에 의하면, 무엇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저씨는 감옥살이를 했었고, 지금은 일거리를 구하고 있다고 했다. 쉴라는 이 새로운 가족에 대해 아주 흥분해 있었고, 폭설이 내려 지루했던 날에 제리 아저씨가 얼마나 재미있게 놀아주었는가에 관해 이야기했다.

우린 다시 규정된 생활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법원에서의 승리로 얻은 행복감의 여파가 남아 있었다. 다른 아이들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눈치채지 못했지만, 안톤과 나는 들뜬 기분이었다. 우리의 이러한 행복감에 비하여, 새 옷을 입은 쉴라의 기쁨은 충천하고 있었다.

쉴라는 매일 그 빨갛고 하얀 옷을 입고 와서는, 자기가 수잔나 조이에게서 느꼈던 그런 부러움을 자아내려고 다른 아이들 앞에서 행진을 하였다. 또한 아이들에게. '공판 날' 우리가 어떻게 이겼고, 자기가 채드와 나와 함께 저녁 식사를 했으며, 옷을 선물로 받았다는 것도 이야기했다. 얼마 안 가서 모든 아이들이 공판을 원했기 때문에, 나는 쉴라에게 그 이야기를 너무 강조하지 말라고 일러둬야만 했다. 그래서 그 이야기는 방과 후에 나하고 있을 때만 하도록 했다. 그 이야기는 지난번 내가 자리를 비웠던 사건처럼 계속해서 자세하게 반복되었다. 나는 그런 쉴라의 행동을 허용하였다.

왜냐하면 거기에도 그 아이에게 치료적 효과가 있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 이상할 정도로 동생 지미가 완전히 잊혀진 것이었다. 여러 날 동안 그 아이의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다. 쉴라에게 있어서 그날은 순수한 행복의 날로 너무나 귀중한 날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이야기를 계속해서 참아가며 들어주었다.

그러던 4월 중순 어느 날, 쉴라는 침울한 얼굴로 학교에 도착했다. 안톤이 그 아이를 데리러 버스 정류장에 갔었는데, 버스가 늦게 도착하여 그 아이는 토론이 시작된 뒤에야 들어왔다. 아이는 낡은 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있었고 창백해 보였으며, 한쪽 끝에 앉아서 듣기만 할 뿐 말이 없었다.

그리고는 30분 동안 두 번이나 일어나 화장실에 가는 것이었다. 그 아이가 너무 창백하고 긴장되어 보였기 때문에 혹시 아픈 게 아닌가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이 눈길을 끌려고 떠들어댔기 때문에 신경을 곧 그쪽으로 돌려야 했다.

산수 과제를 나누어주고 있는 동안에 쉴라가 다시 화장실에 갔다 오는 것을 보았다. "오늘 기분이 안 좋으니?"

"괜찮아요"라고 대답하고, 쉴라는 산수 시험지를 받아들고 자기 자리로 갔다. 나는 그 아이가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이젠 그 아이가 말도 많이 하면서 완전동사를 사용하고 있다는 뿌듯한 기분이었다.

산수 시간이 끝날 때쯤, 나는 쉴라에게 가서 문제를 어떻게 푸는지 보려고 그 옆에 앉았다. 그리고는 그 아이를 내 무릎에 앉혔는데, 놀랍게도 아이는 굳어 있었다. 나는 열이 있는지 알아보려고 이마를 짚었다. 열은 없었다. 그러나 분명히 이상하게 행동하고 있었다.

"잘못된 일이 있니, 쉴라야?"

그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네가 아주 긴장하고 있는데."

"괜찮아요"라고 단호하게 말하고는 다시 산수 문제를 플었다.

공부가 끝나고, 무릎에서 그 아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런데 내 청바지 한쪽에 빨간 얼룩이 번져 있었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 나는 쉴라를 쳐다보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는 거니?"

그 아이가 아무 표정 없이 고개를 저었다.

"쉴라, 네가 피를 흘리고 있잖니!"

아이의 오른쪽 다리 안쪽에서 바지에 붉은 얼룩이 번지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들어 올려 화장실로 뛰어 들어가서 문을 닫았다. 그리고 바지를 벗겨 발목까지 내렸다. 피가 그 아이의 속 팬티에 얼룩지고 다리로 흘러내렸다. 그것 때문에 여러 번 화장실에 들락거린 게 분명했다. 그 아이는 계속 흐르는 피를 보이지 않게 지혈시켜 보려고 애를 썼던 것이다.

"이런 맙소사! 쉴라야, 무슨 일이니?" 나는 너무나 놀란 나머지 큰 소리로 외쳤고, 조금씩 겁이 나기 시작했다. 붉은 피가 그 아이의 질에서 뚝뚝 떨어지는 것이었다.

쉴라는 가만히 서 있었다. 그 아이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고, 단지 초점 없는 눈으로 나를 그냥 쳐다보고만 있었다. 아이는 희미한 교실 불빛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더 창백했다. 아니 아주 하얀 것이었다. 피를 얼마나 흘렸는지 걱정스러웠다. 나는 그 아이를 일깨워 주려고 어깨를 쥐고 흔들었다. "쉴라야, 무슨 일이 있었니? 말해 주어야 해, 지금 놀고 있는 게

아냐. 무슨 일이 있었니?"

쉴라는 깊은 잠에서 깨어난 듯 눈을 깜박였다. 그 아이는 그 고통과 감정을 억누르려고 대단한 값을 치르고 있는 것이었다. "제리 아저씨 - " 그 아이는 겨우 입을 열었다. "그가 오늘 아침에 나한테 그의 그것을 집어넣으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게 되지 않았어요. 그랬더니 칼을 갖고 와서는 내가 아저씨를 거부한다고 말하면서, 그러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나한테 칼을 찔러 넣었어요."

나는 말이 안 나왔다. "그가 네 질 속에 칼을 넣었다고?"

그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은도금 된 칼이예요. 아저씨는 내가 그의 그것을 집어넣게 하지 않은 걸 후회할 거라고 말했어요. 이것이 더 많이 아프게 한 것이고, 내가 후회를 할 거라고 그랬어요."

", 하나님! 쉴라야, 왜 나한테 진직 이야기하지 않았니? 왜 알려주지 않았어?" 아이가 너무 많이 피를 흘렸기 때문에 두려워 그 아이를 타올에 싸서 안았다.

"난 겁이 났어요. 제리 아저씨가 말하지 말라고 그랬어요. 만일 내가 말할 경우에는 또다시 이런 짓을 할 거라고 그랬어요. 내가 말하면 더 나쁜 일이 일어날 거라고 그랬어요."

쉴라를 데리고 화장실을 뛰쳐나와 안톤에게 학급을 돌보라고 말해놓고, 차 열쇠를 쥐고는 사무실로 달려가 비서에게, 쉴라를 병원에 데리고 갈 것이니 쉴라 아버지를 찾아 그곳으로 오게 해달라고 간단히 설명하였다. 그리고는 급히 달려 나갔다. 내 주위의 모든 사람들이, 슬로우 비디오 속도로 상영하는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보였다. 내 팔에 안긴 쉴라의 피가 내 옷에 스며들어와 그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쉴라는 더 창백해졌다. 티셔츠와 신발만 신은 채 타올 하나에 싸인 쉴라는 축 늘어져 눈을 감고서 내게 기대어 있었다. 나는 차에 올라서도 그 아이를 무릎에 안은 채 시동을 걸고 뒷 기어를 넣었다.

"쉴라? 쉴라? 깨어 있어라!" 나는 그 아이를 안고 차를 몰면서 속삭였다. 누군가 옆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다.

"깨어 있을 거예요-" 쉴라는 중얼거렸다. 그 아이의 작은 손가락이 내 셔츠를 움켜쥐느라 가슴을 아프게 누르며 살 속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아파요."

", 그럴 거야, 아가야. 그래도 계속 말을 해봐라, 알았니?" 병원까지의 거리가 무한정의 거리처럼 여겨졌다. 교통은 혼잡하였다. 앰블란스를 기다려야 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아이의 한계가 어느 정도인지를 몰랐다. 적십자 훈련을 끝까지 받아놓지 않은 것이 한스러웠다.

"제리 아저씨는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어요. 그리고 어른들이 서로 어떻게 사랑하는지 보여주겠다고 그랬어요." 아이의 목소리는 어리디어린 목소리였다. "그는 어른들이 어떻게 사랑하는 지를 내가 알아두어야 할 거라고 그랬어요. 그래서 내가 비명을 질렀더니, 그런 것을 알지 못하면 아무도 나를 사랑하지 않을 거라고 그랬어요."

"네 아저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거야. 그는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거지."

그 아이는 눈물을 흘리지 않고 흐느끼느라고 압술을 깨물었다. "그는 선생님하고 채드도 서로 그렇게 사랑한다고 그랬어요. 그리고 만일 선생님하고 채드가 나를 사랑해주길 바란다면, 그가 나한테 그걸 보여줘야 하고 또 내가 배워야 한데요."

드디어 병원에 가까워졌다. ",쉴라야, 그건 거짓말이야. 채드와 나는 이미 너를 사랑하잖니. 그는 자기가 너에게 나쁜 짓을 하려고 그렇게 말한 것 뿐이야. 그가 말한 것과 한 짓은 모두 나쁜 짓이야."

젊은 의무원 둘이 들것을 들고 뛰어나왔다. 콜린스 교장이 우리 도착을 미리 알린 것이 분명했다. 내가 쉴라를 들것에 눕히자, 그 아이는 처음으로 고통과 두려움을 나타냈다. 그래서 소리를 지르며 내 셔츠를 놓지 않으려고 했고, 의무원이 그 손을 풀어 놓으려고 하자 심하게 버둥거렸다.

"나를 두고 가지 마세요!" 쉴라는 울부짖었다.

"너랑 같이 들어갈 거야. 하지만 누워야지., 나를 놓고."

"나를 두고 가지 마세요! 나를 이 사람들에게 맡기지 말아요! 선생님이 안아주세요!" 우리 넷은 사람들 사이로 들것을 밀고 들어갔다. 쉴라가 내 셔츠를 아주 꽉 쥐고 있어서 주머니가 뜯어졌다. 아이가 너무 격하게 굴었기 때문에 그 아이를 내려놓고 비명 소리를 듣느니보다는 다시 내가 들어서 안는 것이 더 쉬었다.

응급실에서, 그 아이를 내가 안은 채 의사가 간단히 진찰을 했다. 그 아이의 아버지가 그곳에 오지 않았기 때문에 아버지가 올 때까지는 응급처치에 대해 내가 책임진다고 서명하였다.

간호사가 주시기를 갖고 들어와서 한 대 놓았다. 쉴라는 주사를 놓을 때도 놀라지 않고 다시 유순하고 조용해졌다. 주사를 놓고 난 후 잠깐 사이 아이의 손가락이 느슨해졌고 나는 진찰대 위에 아이를 눕혔다. 또 다른 간호사는 인턴이 진찰대 위에 혈액 한 병을 걸고 있는 동안, 쉴라의 팔에 피 주사를 놓을 준비를 했다. 의사는 나에게 나오라는 손짓을 하였다. 눈을 감고 창백하게 누워있는 쉴라를 마지막으로 보고서 문밖으로 나갔다.

의사는 어떻게 된 것이냐고 물었고, 나는 알고 있는 대로 이야기했다. 그때에 쉴라의 아버지가 비틀거리며 사회사업가와 함께 복도를 걸어왔다. 그는 아주 취해 있었다.

의사는 쉴라가 굉장히 피를 많이 흘렸기 때문에 우선 안정시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의사의 진찰에 의하면 칼이 질벽을 뚫고 직장까지 찢어 놓았다고 하였다. 그것은 감염의 가능성과 넓은 상처 부위 때문에 아주 심각한 상태라는 것이었다. 우선 충분한 양의 피를 구해 놓고 나서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쉴라의 아버지는 의사가 이야기하는 동안 우리 옆에서 비틀거렸다.

더 이상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학교에 가보면, 우리 학급은 아수라장일 것이 분명했다. 수잔나가 피를 보았다면 안톤이 혼자 다루기엔 손이 부족했을 것이고, 또한 내가 갑자기 뛰어나간 것에 아이들이 놀랐을 것이다. 나는 다시 일을 하러 돌아가는 것이 최상책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옷이 말이 아니었다. 완전히 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나는 11시에 학교로 되돌아갔다. 시계를 보고서 시간이 얼마 흐르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나는 멍했다. 내 무릎에서 쉴라를 내려놓고 피를 본 후, 한 시간이 채 안 된 것이었다. 완전한 드라마가 단 50분 내에 일어났었다. 교실로 돌아가기 전에 나는 집에 들러 옷을 갈아입고 갔다. 50분 동안 한 백 년은 지난 것 같았고, 나도 나이를 더 먹은 것 같았다.

그날 저녁 나는 병원에 가지 않았다. 방과 후에 의사에게 전화했더니 막 수술은 끝냈지만 아직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수혈을 했어도 그 아이의 상태가 안정되지 않아서 아직 위급한 상태이고, 아주 늦게까지 회복실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으며, 하루종일 혼수상태였기 때문에 누가 있는지 의식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쉴라는 수술 후에 출혈을 막기 위해 철저한 치료를 받아야 했고, 어린이 병동으로 옮겨가기 전에 안정되어야 했다. 나는 의사에게, 그 아이의 아버지를 빼고는 내가 가장 가까운 가족과 같다고 설명하면서 가 볼 수 있는 여부를 물었다. 그는 다음 날까지 기다리라고 제안하면서, 아이가 오늘 밤 나를 알아볼 의식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그들이 할 수 있는 한 편안히 돌볼 것이라고 나를 안심시켰다.

쉴라의 아버지가 아직 그곳에 있느냐고 물었더니 너무 취해서 보내버렸다고 했다. 그의 동생 제리는 구속되었다.

어떻게 보면 병원에 다시 가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나를 구원해 주었다. 너무나 급히 일어난 일이라서 나는 그 일의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었다. 그 아이는 버스에서 내려서 걸어왔고, 병원에 가기 전까지 내게 계속 이야기하며 견디어냈으니 그리 심각한 상처는 아닐 것이라고 나는 믿을 수밖에 없었다.

아침에 급히 갈아입고 간 피 묻은 셔츠와 바지가 집에 그대로 있었다. 나는 바지를 집어 목욕탕 욕조 속에 담가두고 셔츠는 너무 피가 많이 묻어 빨 수도 없어서 벽장 뒤에 넣어두었다.

저녁때 채드가 돌아오자, 나는 그 일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아무 말 없이,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머리만 내저으면서 방을 돌아다녔다. 그의 분노는, 상처가 심하다는 것보다는 어떻게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어린 여자아이한테 그런 일을 저지른 인간에게는 동정심도 필요 없다고 화를 내었다. 전에 그렇게 화가 난 그를 본 적이 없어서 나는 약간 놀랐다.

저녁 늦게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나는 채드와 함께 경찰서로 가서, 아침에 일어난 일에 대해 상세히 진술했다.

다음 날 아침, 휴식 시간에 병원에 전화를 걸어 쉴라가 어떤지 알아보았다. 쉴라는 수술을 잘 견디어냈고, 밤새 철저한 치료로 안정되어 아침에는 정신을 차렸기 때문에 어린이 병동으로 옮겨갔다고 했다. 이젠 언제든지 볼 수 있었다. 의사는 아이가 아주 강인하더라고 덧붙이기에 나는 그렇다고, 그는 강하다고 대답했다.

가장 어려운 과제는, 교실에 있는 아이들에게 쉴라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하는 일이었다. 우린 이미 학대에 대해 토론한 적이 있었고, 신체적 학대와 성적 학대 모두를. 우리 아이들은 학대의 위험이 높은 지역 출신들이어서, 나는 그들이 그런 상황에 있을 때나 또는 다른 사람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을 알았을 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성적 학대는 설명해 주기가 어려웠다. 성교육이 학교 내에서 그렇게 일반적으로 실시되지 못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성적 학대에 관한 이야기는 금기 상황이었다. 나는 우리 반 아이들을 위해 안아주는 것의 정당한 방법과 부당한 방법을 간단히 논의하는 비공식적인 단원을 가르쳤다.

, 너를 그냥 끌어안는 어른은 좋은 사람이고, 네 국부를 만지면서 너를 끌어안는 어른은 나쁜 사람이라고 가르쳤다. 누구도 소년. 소녀의 어떤 부분은 만질 권리가 없기 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했다. 우린 10월부터 그 단원을 배워왔고, 그 후도 몇 번 그런 논의를 해왔다. 이런 일은 논의한 것은, 누군가 그들을 이상하게 건드렸을 때 어떻게 할지 모르는 두려움에서 아이들을 구제해주는 방편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쉴라의 경우는 어떤게 다루어야 할지를 몰랐다. 성과 폭행이 중복된 것이, 어린 나이에 정서 불안이 된 아이들에게 좋은 화제는 아니었다. 그러나 무슨 말이든 해야만 했다. 그들은 우리가 피를 흘리며 나갔다가 나 혼자 돌아온 것을 본 것이었다. 나는 쉴라가 집에서 다쳐서 내가 병원에 입원시켰다고 간단히 말해주었다. 그 이상 말할 것이 없었다.

그다음 날 내가 병원에 전화를 해 본 후 쉴라는 어린이 병동에 있고, 좀 좋아졌다는 소식을 아이들에게 전해주자, 그들은 오후에 회복을 비는 카드를 만들었다. 신랄하고도 명석한 글들이 시험지 바구니에 가득 채워졌다. 그러나 그 사건은 내가 인식했던 것보다도 더 큰 영향을 아이들에게 주었다. 끝날 시간쯤에 윌리엄이 울음을 터뜨렸다.

"왜 그러니?" 나는 바닥에 앉으면서 물어보았다. 아이들은 모두 나와 함께 코볼드 상자 주위로 몰려 앉아 있었다. 윌리엄도 그곳에 있다 갑자기 눈물을 떨어뜨렸다.

"난 쉴라 때문에 겁나요. 그 애가 병원에서 죽을 것 같아 겁이 나요. 우리 할아버지가 병

원에 갔었는데 거기서 죽었어요."

뜻하지 않게 타일러도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 아이가 보고 싶어요. 그 애가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 애들아." 내가 말했다. "쉴라는 정말 잘 지내고 있어. 점심식사 후에 내가 이야기해 주었잖니. 그 애는 더 좋아질 거야. 죽거나 하지는 않아."

사라도 소리 없이 눈물을 흘렸다. 맥스는 다른 아이들이 왜 우는지도 잘 모르면서 따라서 울부짖었다. 쉴라와 앙숙인 피터조차도 눈물이 어려있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우리가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게 하지 않았어요."라고 사라가 말했다. "선생님은 하루종일 쉴라의 이름도 말하지 않았어요. 이건 겁나는 거예요."

"그래요." 길모어도 동의했다. "나는 내내 쉴라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쉴라가 여기 없었던 것처럼 행동했어요."

나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프레디와 수잔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울고 있었다. 나는 그들이 쉴라에게 저렇게 관심이 있었는지 의심스러웠으나 아무튼 쉴라의 일은 우리 모두를 놀라게 했으며, 아이들의 행동은 나를 감동시켰다. 나는 일을 시끄럽게 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것이었다. 우린 7개월 반 동안 솔직함을 배우고, 우리 스스로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는 것을 배웠다. 아이들은 너무나도 학습을 잘한 것이었다. 그래서 평상시처럼 코볼드 상자를 열지 않고, 그 대신에 내가 어떤 기분이었으며, 왜 솔직하지 못했었는지를 아이들에게 이야기했다. 우린 바닥에 둥글게 앉았다.

"어떤 일들은 이야기하기 좀 곤란한 것들도 있단다." 내가 말했다.

"쉴라에게 일어난 일이 그런 종류의 일이란다."

"어째서요?" 피터가 물었다. "선생님은 우리가 어리다고 생각하는 거죠? 우리 엄마가 나한테 말해 주고 싶지 않을 때면 항상 그렇게 말해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 "약간은. 하지만 어떤 일들은 말하기가 힘든 것이기 때문인 뿐이다. 나도 왜 그런지는 잘 몰라. 내 생각에는 그 일이 우리들을 겁나게 하기 때문인 것 같아. 우리처럼 큰 사람에게도 말야. 큰 사람들이 어떤 일에 겁이 나 있을 때는, 그 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단다. 그건 크면서 갖게 되는 문제 중에 하나란다."

아이들은 나를 쳐다보고 있었고, 나는 그들 하나하나를 찬찬히 바라보고 있었다. 긴 머리에 끔찍한 상처가 목에 있는 타일러, 멋진 검은 피부의 피터, 아무것도 보지 못하는 길모어, 몸을 흔들며 손가락을 비트는 맥스, 사라, 프레디, 그리고 나의 사랑스러운 천사 수잔나.

"쉴라가 집에서 다쳤다고 말한 적이 있지. 또 사람들이 너희를 만지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네 기억하니? 가끔 사람들은 그들이 만질 권리가 없는 어린아이들의 몸에 어떤 부분에 손을 대고 싶어 한다고 너희에게 말했었지?"

", 그건 우리의 개인적인 곳이죠, ?" 윌리암이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쉴라의 가족 중에 누군가가 만져서는 안 되는 곳을 건드려서, 쉴라가 그것에 대해 기분이 나빠하니까 그가 쉴라를 다치게 한 거야."

모두 이마를 찡그리고, 눈들은 의미심장했다. 맥스조차도 몸을 흔들지 않았다.

"그가 쉴라에게 무슨 짓을 했는데요?" 윌리암이 물었다.

"칼로 베었어." 이런 말을 아이들에게 하는 것을 스스로 들으면서 내가 옳은 일을 하는 것인지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옳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아는 것이 모르는 것보다 더 나쁘다거나 또는 이 일이 이미 알고 있는 일들보다 더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들 생활에 있는 어떤 것도 너무 나빠서 이야기할 수 없다는 사실이, 우리 학급의 주춧돌이었다. 항상 그렇듯이 내 마음속에서는 안전한 것과 솔직한 것 간의 싸움이 일고 있었다.

"누가 그런 짓을 했어요?" 길모어가 물었다. "그 애 아빠가 그랬어요?"

"아니, 아저씨가."

"제리 아저씨가요?" 타일러가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깐동안 침묵이 흘렀다. 그런데 사라가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말했다.

"그럼 적어도 그 애 아빠는 아니네요."

"그런 말은 이 일을 조금도 좋게 해주지 못하는 거야. 사라." 타일러가 대답했다.

"그건 그래." 사라도 대답했다. "내가 어렸을 때, 학교에 다니기 전에, 우리 아버지는 가끔 엄마가 일을 하고 있을 때 내 방에 들어왔어. 그리고는...." 그 아이는 멈칫하더니 타일러에게서 내게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는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래도 아빠는 그런 짓은 하지 않았어. 그것이 그 애 아빠였다면 더 나쁜 거라고 생각해."

"더 이상 그것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아요, ?" 윌리암이 말했다. 그의 얼굴은 겁에 질려 있었고 손을 비틀고 있었다.

"아냐 난 계속하고 싶어." 사라가 말했다. "난 쉴라가 어떻게 된 건지 알고 싶어."

"아냐." 윌리엄은 다시 말했다. 그 눈에는 다시 눈물이 고였다.

"윌리엄, 너 겁나니?" 길모어가 말했다. "무엇이 겁나는 거야?"

나는 손을 뻗었다. "윌리엄 이리와서 나와 같이 앉지 않을래?" 그는 일어나 내게로 걸어왔다.

"이 일은 이야기하기 겁나는 일이지, 그렇지 않아?"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가 진공청소기를 사용하지 않으면 내 침대 밑에는 먼지가 있어요."

"윌리엄, 그건 이 주제와는 거리가 먼 거야." 피터가 말했다.

"그 먼지가 나를 겁나게 해요. 내 생각에는 그것이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그건 내 침대 밑에 있는 죽은 사람일 거예요."

"그건 어리석은 생각이야."

"아녜요. 선생님. 성경에서 그렇게 말했어. 피터. 너는 먼지에서 와서 죽은 뒤에 먼지로 돌아간다고. 그렇게 말했다구. 우리 엄마가 나한테 그것을 보여주었어. 네가 선생님한테 물어봐."

"성경에서 말하는 것은 그게 아닌 것 같은데 윌리엄." 내가 말했다.

"그래도 그 밑에 있는 먼지는 사람일 거예요. 우리 할아버지가 병원에 간 후에 그게 할아버지일지 몰라요. 그가 내 침대 밑에 있는지 몰라요. 쉴라일 수 있어요."

"아니야, 쉴라는 아니야. 쉴라는 죽지 않았어, 윌리엄. 그 아인 병원에서 점점 나아지고 있다니까." 내가 대답했다.

"선생님?" 타일러가 물었다.

"?"

"어째서 쉴라의 아저씨가 그 애한테 그런 짓을 했을까요? 그 애는 우리한테, 아저씨가 잘해주고 같이 놀아준다고 말했잖아요? 그런데 어째서 그가 그 애를 베었을까요?"

나는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대답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적당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잘 모르겠구나, 타일러."

"그에게 문제가 있었나요?" 사라가 물었다. "우리 아빠처럼요? 아빠는 문제가 있어서 사람들이 병원에 넣어버렸어요. 엄마가 나한테 그렇게 말했어요. 아빠는 절대로 돌아오지 않았어요."

"그래 네 말처럼 그가 문제가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구나. 그는 어린 여자애를 올바르게 안아주는 방법을 몰랐던 거지. 또는, 오히려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러면서도 사람들은 가끔 생각도 없이 그런 짓을 하거든. 그 순간에 그들은 좋다고 보는 일을 하는 것뿐이란다."

"그도 우리 아빠처럼 주립병원에 갈까요?"

"잘 모르겠어. 사람을 해치는 것은 법에 어긋나는 것이니까."

"쉴라는 언제 돌아와요?" 피터가 물었다.

"나아지면 곧 올 거야."

"예전과 같을까요?"

"무슨 소리야?" 내가 물었다.

피터는 얼굴을 찡그렸다. "저 그 애가 그 부분을 잘렸다면 예전과 같으냐구요?"

"난 아직 너의 말을 이해하지 못하겠어. 피터, 무슨 뜻인지 설명해 봐라."

그는 주저하면서 초조한 듯이 아이들을 힐끗 보더니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내가 험한 말을 사용해도 돼요? 선생님이 내 말을 알려면 그렇게 해야 해요. 험한 말을 사용해야 한다구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건 사람들에게 욕하는 것과는 달라. 그 말이 무슨 뜻을 나타낼 때는 험한 것이 아니야. 계속해."

다시 주저했다. ", 그 밑에 있는 것이 그게 여자의 그거죠?"

"그래."

"그리고 그것 때문에 여자가 화장실 가는데, 그런데 그 아저씨가 쉴라의 그곳을 베었으면 상관없나요? 아기가 나오는 곳이잖아요. 그곳을 잘려도 상관없나요?"

나는 아직도 피터가 묻는 질문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 나는 그에게서 더 많은 정보를 끄집어내기 위해서 다시 질문을 했다. "그 아저씨가 쉴라를 벤 것이 어쩄다고. 피터? 너는 무슨 일이 일어날 거라고 생각하니?"

그의 눈은 근심으로 둥그레졌다. "그 애가 커서 아기를 갖지 못해도 상관\없냐구요?"

"그 애가 그러는 게 무슨 상관이야?"

그의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아기를 낳을 때 그 아인 그것을 포기해야 할 거예요." 그의 입은 흐느낌으로 삐죽 나와 있었다. "우리 엄마가 나한테 그랬어요. 그래서 내가 미쳐버린 거예요."

", 피터, 그건 사실이 아니야." 내가 말했다.

그는 무릎을 끌어안고 몸을 웅크렸다. 나는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 있었고, 오른쪽에는 윌리엄이 기대고 있었다. 피터는 내 무릎을 베고 누웠다.

"아니, 그건 사실이에요."

"아니야, 그렇지 않아. 네가 어디서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건 잘못이야."

"피터 넌 미치지 않았어." 윌리엄이 말했다. "아무도 정말은 미치지 않았어. 그건 말뿐이야 그렇죠, 선생님? 말뿐이죠?"

우린 오랫동안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집에 갈 벨 소리가 울렸고, 통학버스가 왔다 갔는 데도 이야기를 계속했다. 성적 학대에 대해, 쉴라에 대해서, 우리 자신에 대해서.

그런 뒤에 8명 모두를 내 차에 태워서 집에 데려다주었다. 우린 그 토론의 진지함을 잃지 않았다. 차에서도 계속 질문이 생겨났다. 아무도 농담 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우리가 논하고 있던 문제는 누구에게도 우스운 일이 아니었다.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나서, 나는 잘 쓰여진 쪽지들과 쉴라가 좋아하는 책을 몇 권 골라 들고 병원으로 향했다. 그 아이는 간호사 대기실 오른쪽의 관찰실에 입원해 있었다.

아이는 한 면 전체가 유리로 된 커다란 방에 혼자 있었다. 그 방은 마치 동물원 같았다. 그 아이는 난간에 있는 유아용 침대에 누워있었다. 한쪽에는 혈액 한 병이 걸려 있었고, 쉴라는 수혈을 받고 있었다. 그런 쉴라의 모습은 더욱 어리고 작게 보였다.

나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주루룩 흘렸다. 왜 그 아일 저런 침대에 놓았을까? 쉴라도 어린아이로서의 권위가 있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그 아이를 창피하게 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속에 있는 자신을 내게 보여주면서 당황해할 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이런 침대는 유아용이 아닌가?

쉴라는 애가 들어가자 고개를 돌렸다. 말없이 나를 보고 있던 그 아이는 조용히 말했다. "울지 마요, 토리 선생님, 이젠 많이 아프지 않아요. 정말 안 아파요."

나는 그런 모습을 보았다. "왜 너를 이런 유아용 침대에 넣어 놓았다니?" 허전한 마음으로 그렇게 물었다. 그리고는 한쪽에 앉아 그 아이의 한 손을 쥐었다. "넌 이런 침대에 있지 않아야 하는데."

"괜찮아요, 정말." 그 아이가 말했으나 그건 진실이 아니었다. 우린 오랫동안 친숙했기 때문에 그 아이의 자기방어 감각 정도는 알고 있었다. 그 아이는 부드럽게 웃으면서 마치 내가 인정해야 하는 사람인 것처럼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울지 마요, 토리 선생님. 난 괜찮아요."

"이러면 기분이 좀 나아져. 난 너 때문에 얼마나 걱정을 했다구, 쉴라. 울면 기분이 좀 나아진다구.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정말 그렇게 나쁘지 않아요." 그 아이의 눈은 표정이 없었다. 아마도 약물치료가 그런 결과를 낳은 것 같았다. "그러나 조금은 겁이 나요, 아주 조금. 지난밤처럼, 내가 어디 있는지 몰랐을 때는 겁이 났어요. 그래도 울거나 하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간호사가 들어와서 말을 걸었어요. 그녀는 나에게 아주 친절해요. 그래도 여전히 조금은 겁이 나요. 아빠가 보고 싶어요."

"그럴 거야. 우리도 네가 겁날 때에 너와 함께 있어 줄 사람을 알아볼게."

"아빠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알아, 애야. 아빠도 올 수 있으면 이곳에 오실 거야."

"그래, 생각해 보자."

"난 선생님과 같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는 한 자주 올게. 그리고 안톤도 가끔 올 거야. 채드도 오고 싶어 할 것 같은데, 그도 하루종일 네 안부를 물었었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마. 나도 네가 겁에 질린 것은 원치 않아. 열심히 도울게."

그 아이는 잠깐 머리를 돌려 수혈하는 것을 쳐다보았다.

"팔이 조금 아파요." 눈을 내게로 돌렸을 때, 그 눈에는 아픔과 두려움이 역력했다. 아이는 얼굴을 찡그렸다. "선생님이 안아주었으면 좋겠어요."

그 아이는 속삭였다. "팔이 지독히 아프고 쓸쓸했어요. 가지 말고 여기 있어요. 그리고 안아주세요."

"애야, 내가 널 안아주는 것을 저들이 좋아하지 않는 것 같고, 또 주삿바늘 꽃아 논 것이 망가질 것 같아. 원한다면 손을 잡아 줄게."

"아녜요." 아이는 칭얼거렸다. "안아주세요, 아프단 말이에요."

나는 아이의 머리를 쓸어 넘겨주면서 그 아이에게 가까이 몸을 굽혔다. ", 나도 알아. 나도 그러고 싶어. 하지만 할 수가 없잖니."

그 아이는 한참동안 나를 쳐다보고서 깊은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는 다시 자기를 제어하고 있었다.

"내가 책을 좀 가져왔는데, 내가 읽어 줄게. 네 마음대로 골라봐."

그 아이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이었다. "여우와 어린 왕자, 그리고 장미 이야기를 읽어 주세요."

 

 

14

쉴라는 4월이 끝날 때까지 병원에 있었다. 그러는 동안 그 아이의 아저씨는 성 학대죄로 재판에 회부되어 공판을 받았다. 그는 다시 감옥에 간 것이었다. 쉴라의 아버지는 아이가 병원에 있는 동안, 병원을 무서워한다는 이유로 한 번도 오지 않았다. 대신 그 두려움을 술집에서 달래고 있었다.

나는 매일 방과 후 그 아이를 보러 갔으며, 항상 저녁 시간까지 머물러 있었다. 채드도 거의 매일 밤 내가 간 후까지도 쉴라와 장기를 두었고, 안톤도 정기적으로 방문해 주었고, 어린 휘트니도 잠깐씩 병실에 있도록 허락을 받았다. 또한 의외로 콜린스 교장까지도 쉴라를 보러왔는데, 어느 토요일 오후, 그가 쉴라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을 보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병원 직원들이 놀랄 만큼 매일 병문안 오는 사람들의 격려로, 쉴라는 그 병동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 중의 하나가 되었다. 나는 그 아이에게 보여주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에 감사하였다. 왜냐하면 내가 매일 두어 시간 정도밖에는 시간을 낼 수 없었는데, 만일 아무도 와주지 않는다면 내가 더 오래 그곳에 머물러 있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보면, 입원한 것이 그 아이에게는 좋은 일이었다. 쉴라는 겉보기에도 아주 매력적이었고, 그렇게 끔찍한 일을 겪었다는 이유로 간호사들의 사랑을 받았다. 간호사들은 그 아이에게 관심을 쏟았고, 그 아이는 즐거운 듯이 반응을 보였다. 그 아이는 대부분의 경우에 명랑하고 협조적이었으며 절대로 울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장 잘한 것은 세끼 균형 있는 식사를 한 것이었다. 그래서 필요한 만큼 체중이 늘었다.

퇴원하는 날까지도 침착하게 행동했으며, 변덕도 부리지 않았다. 이번 일로 그의 정서적인 장애가 완전히 사라진 것 같았다. 심한 정서장애아였던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로 쉴라의 눈에 띄는 행동은 간호사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나는 한편 그것이 걱정이 되었다. 그 아이가 울음을 참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능력과 같이, 자기의 불행을 승화시켜 마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던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하는 것이 나를 두렵게 했다. 그것이 무엇보다도 더 큰 정서불안의 심각성을 입증해 주는 점이었던 것이다.

그럭저럭 아이들은 쉴라가 없는 생활에 적응해 왔다. 우린 4월의 햇빛과 소생하는 대지를 만끽하면서 평온한 나날을 보냈고, 쉴라에 대한 이야기는 매주 그 아이에게 편지 쓰는 일을 빼고서는 별로 중요시되지 않았다.

이러는 동안, 나는 우리 학급이 없어질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여러 가지 일로 보아 그것을 알 수 있었다. 첫째로, 교육청에서는 자체로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프레디나 수잔나 같은 정서장애아들이 이번 학기처럼 달리 분리된 개별학급에 들어가지 않고서도 배치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둘째로, 다른 아이들은 모두 사실상, 덜 제한적인 환경에 배치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진보되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장애아를 정상 학급으로 되돌려 동참시키자는 새로운 안건이 의회에 제출되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가장 심한 아이들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배치를 담당하는 사람들은 내 정도의 학급을 제거하는데 가장 큰 관심을 쏟았다. 끝으로는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내 학급 같은 곳에 아이들을 배치하는 제도는 아주 큰 돈이 들었다. 교육청에서는 이번 학기만큼 많은 특수학급을 운영할 여유가 없었다.

그 소식을 듣고 나는 침울해졌지만, 예상치 못했던 것도 아니었다. 나의 슬픔은 해마다 학기가 끝날 때에 느끼는 것과 같을 뿐이었다. 사실 나는 내 나름의 개인적인 계획이 있었다. 교육청에서는 다른 자리를 제공했지만, 나는 대학원에 입학 신청을 내서 승인을 받았다. 이미 특수교육이 석사학위와 일반 교사 자격증도 가지고 있었지만, 특수아동을 가르치는 데에 완전한 자격을 갖지는 못했던 것이다. 아직은 주 정부에서 일반 자격증에 덧붙여 이 완전한 자격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머지않아 그러리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나는 또한 박사학위를 얻고자 했기 때문에, 지난 몇 해 동안 꾸준히 아동기의 위축과 우울증에 대해 연구해 오면서, 학자 간에 커다란 의견 차이가 있는 점에 놀라고 있었다.

나는 가르치는 것을 좋아하면서도 지난 몇 달은 자신의 장래 문제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더불어 채드도 결혼해서 정착하자는 압박을 다시 가해왔다. 쉴라의 공판 날 저녁 이후 그런 생각은 노골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나는 들떠 있었다. 대학원의 입학허가를 46일 받고서는 가겠다고 대답하였다. 학기가 6월에 끝나면, 나는 채드와 쉴라에게서 떠나 내 생애 중 최고의 몇 해를 제공해주었던 곳으로 갈 것이었다.

쉴라는 5월 초에 학교로 돌아왔다. 그 아이는 병원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같은 외향적인 취향을 지닌 채 돌아왔다. 오랜 휴가를 지낸 듯한 인상을 주었다. 나는 그 아이가 옛날 자기 자리에 앉아 있는 것을 보자 마음이 안정되지 않았다. 어느 누구도 그렇게 많은 고통을 그대로 받아들여 참아낼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그 아이가 생각보다 더 정서가 불안한 것은 아닌지, 현실의 두려움에서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환상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그러나 며칠이 지나도록 그 아이는 아무 문제도 일으키지 않았고, 정상아처럼 행동했다.

그러나 주말쯤 해서 그 가식은 얇게 벗겨지기 시작했다. 옛날의 난투 전이 다시 머리를 들기 시작했다. 나는 그아이예게 더 많은 것을 요구했고, 그 아이는 실수를 저지르고 있었다. 결국 목요일에는 쉴라를 부루퉁하게 만들고 말았다. 다른 아이들은 또다시 그 아이가 돌아온 것에 적응하기는 했으나 그동안 그 아이가 그렇게 익숙해 온 것 같은 많은 관심을 쏟아주지 않았다. 모든 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자, 약간 화가 난 듯한 소란을 일으켰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아이가 내게 말을 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아이가 학교에서 계속 떠든다 해도 정작은 아무 말도 한 것이 없었다. 이것은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쓸데없이 지껄인 것에 지나지 않았다. 예전처럼 솔직하고 자발적으로 자기 느낌을 이야기하지 않고, 이제는 안전한 것들에 관해서 이야기했다. 그러나 조금씩 조금씩, 그의 태연한 태도 속에 무엇이 숨어 있는지 비추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예전의 바지와 티셔츠를 입고 학교에 왔다. 핏자국은 여전히 눈에 띄었고, 병원에서 늘은 체중 때문에 바지는 작고 짧아졌다. 나는 빨갛고 하얀 드레스가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여 결국 금요일 오후에 물어보았다. 쉴라는 게시판에 붙일 모양을 오리고 있는 나를 도왔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한 탁자에 앉아 작업을 하였다. 쉴라는 잠깐동안 내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더 이상 그 옷을 입지 않을 거예요."

"어째서?"

"그날..." 그 아이는 오리는 일에 몰두하면서 말을 잠깐 끊었다. "제리 아저씨가...... 그러니까, 그 아저씨가 그 옷이 예쁘다고 그랬어요. 그리고는 그 옷 밑으로 손을 집어넣었어요. 그래서 난 더 이상 그 옷을 입지 않을 거예요. 누구도 그곳을 만지지 못하게 할 거예요."

"--- "

"그 옷에 온통 피가 묻어서, 아빠가 내가 없을 때 버려 버렸어요."

길고 무거운 침묵이 우리 사이에 흘렀다. 나는 그다음에 무슨 말을 해야 할지를 몰라서 그냥 오리는 일을 계속했다. 쉴라가 고개를 들었다.

"토리 선생님."

"?"

"선생님하고 채드도 그런 짓을 같이 했어요? 제리 아저씨가 나한테 한 것처럼요?"

"네 아저씨가 너한테 한 짓은 아무도 하지 않아야 하는 짓이야. 그건 잘못된 거란다. 성교하는 것은 어른들이나 하는 것이지, 아이들이 하는 것은 아니야. 그리고 아무도 칼을 사용하지는 않는단다. 그건 잘못된 거야."

"나도 무언지 알아요. 아빠가 가끔 여자를 집에 데려와서 그런 짓을 했어요. 아빠는 내가 잔다고 생각했지만 난 자지 않았어요. 시끄러운 소리가 나서 그 소리에 깼지요. 그리고 그들을 보았어요. 나도 무엇인지 알아요."

그 아이의 눈은 걱정스러운 듯했다.

"그게 진짜 사랑이에요?"

나는 숨을 길게 내쉬었다. "네가 모든 것을 이해하기에는 아직 너무 어리단다. 때론 그것을 사랑이라고 말하지. 그렇지만 똑바로 말한 건 아니란다. 그건 성교라는 거야. 두 사람이 진정으로 사랑할 때는 그런 일을 하고 또 그런 것은 좋은 일이지. 하지만 그들이 서로 사랑하지 않으면서도 단지 그 일을 한다면 그건 다른 성교인 거야. 그건 사랑이 아니야. 때로는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그런 일에 응하도록 강요하는데 그건 항상 잘못된 일이야."

"내가 그런 일을 한다면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너는 너무 어려. 네 신체는 아직 그런 종류의 일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그래서 그게 너를 다치게 한 것이란다. 그건 사랑이 아니야, 쉴라. 사랑은 다른 거란다. 사랑은 느낌이야. 그 일은 정말 나쁜 일이었어. 아무도 어린 소녀에게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돼. 그 일은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이었기 때문에 너를 아프게 한 거야. 너는 너무 어려."

"그런데 왜 아저씨가 나한테 그런 짓을 했을까요, 선생님?"

나는 오리고 있던 모양을 내려놓고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네가 나에게 지독히 어려운 질문을 하는구나, 얘야."

"하지만 나는 그걸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난 제리 아저씨를 좋아했어요. 아저씨는 나하고 놀아주었어요. 그런데 왜 나를 해치고 싶었을까요?"

"나도 잘 모르겠구나. 가끔 사람들은 자제력을 잃는단다."

쉴라는 오리던 것을 멈추고 탁자 위에 종이와 가위를 내려놓았다. 한참동안 말없이 탁자 위를 응시하면서 앉아 있던 그 아이의 턱이 떨렸다. "세상일은 우리가 바라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닌 거죠, 그렇죠?" 그 아이는 나를 쳐다보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 아이는 절망스러운 듯이 탁자 위에 엎드렸다. "더 이상 내가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이런 내가 싫어요."

"때로는 산다는 것이 힘든 일이란다." 나는 무슨 말이든 해야 했지만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 아이는 머리를 돌려서 나를 보았다. 그 아이의 눈은 흐릿했다. "내가 수잔나 조이같이 멋진 옷이 많이 있는 아이였으면 좋겠어요. 이곳에 있고 싶지 않아요. 일반 학교에 다니는 정상아였으면 좋겠어요. 더 이상 내가 싫어요. 이젠 짜증이 나요. 하지만 어떻게 해야 될지 도무지 모르겠어요."

나는 그 아이를 쳐다보았다. 마침내 내가 순수함을 상실한 것 같이만 여겨졌다. , 하나님이시여! 나는 항상 최악의 것을 보고 나면 다음에는 좀 덜 아플 것 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그렇지가 못하군요.

나는 이번 학기 중 마지막 중요한 활동으로, 우리 학급에서 '어머니의 날' 프로그램을 갖기로 결정했다. 특수교육이 갖는 큰 비극 중의 하나가, 특수아들은 일반 아동들이 하는 전통적인 오락 활동에 참여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특수아동들에게 있어서는, 하루하루 지내는 것만으로 충분히 성취했다고 여기는 것이다. 그렇지만 나는 항상 그것을 싫어했다.

'하루하루 지내는 것'만으로는 생을 가치 있게 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 교실에서 일반 학교 프로그램 중 잘 알려져 있는 것 몇 가지를 선택해서 그것을 메워보려고 애를 썼다.

지난 10월은 가족을 위한 모임을 가졌었는데 그리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5월을 장식해줄 그 일을 결정했다. 수잔나, 프레디, 맥스와 같은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안해 내는 것은 쉬운 과제가 아니었다.

그러나 부모들의 도움으로 우리는 몇 가지 노래와 시 한두 편 정도를 넣을 수 있었고, 어린이들의 연극을 화려하게 해줄 것 같은 전통적인 봄꽃과 버섯을 많이 만들어 붙일 수 있었다.

아이들은 모두 그 일로 흥분해 있었다. 그러나 좀 더 열정적인 것을 하고 싶어 하는 피터는 예외였다. 아이들 대부분은 해마다 TV에서 방영된 <오즈의 마법사>를 여러 번 보아왔기 때문에 우리가 그것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쉴라를 뺀 나머지 아이들은 글을 거의 읽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예상되어서, 나는 5명의 믿을만한 연기자에게만 그 글을 설명해 주었다. 특별히 피터는 자기가 숲속의 꽃 역할은 할 수 없고, 그대신 양철 사나이 역을 하고 싶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사라가 이에 동의하면서, 언젠가 운동장에서 <오즈의 마법사> 연극을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결국, 피터와 사라에게 모든 아이들이 역을 맡을 수 있는 대본을 만들 수 있다면 그렇게 해보라고 말해주고서 나는 양보하였다.

그렇게 해서 연습이 시작되었다. 4월에는 노래 연습만 했고, 5월에 쉴라가 돌아올 때까지 피터의 대본에는 변화가 없었다. 아무래도 '어머니 날' 연극이 조금 늦어질 것 같았다.

쉴라는 목소리도 좋았고, 주어진 것은 무엇이든 외울 수 있었다. 그래서 나는 그 아이와 맥스로 그 프로그램을 메웠다. 맥스는 그의 정서장애 덕으로, 방대한 자료를 반복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나는 쉴라에게, 아빠가 오시길 바라느냐고 물었다. 그날은 부모님들이 자기들의 아이가 학교생활을 어떻게 즐기고 있는지를 볼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에 다른 아버지들도 많이 올 것이었다. 그 외에도 나는 모든 가족이 참가할 수 있기를 원했다. 그래서 쉴라가 아빠가 오길 원할 경우, 그를 오도록 할 특별한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아 쉴라에게 물어본 것이었다.

그 아이 얼굴에는 한순간 생각하는 빛이 보였다. "아빠는 오시지 않을 거예요."

"안톤이 아빠를 모시고 올 수도 있어, 아빠가 오고 싶어 하시면 말이야. 아직 시간이 많이 있으니까, 그것은 어렵지 않을 거야."

"어쨌든 아빠가 올 것 같지는 않아요. 아빠는 학교 같은 곳을 싫어하거든요."

"하지만 네가 연극하고 노래하는 것을 보고 싶어 하실 거야. 그리고 네가 그 모든 일을 하는 것을 보고 자랑스러워하실 게 분명해." 나는 쉴라 키에 맞추기 위해 낮은 의자에 앉았다. "너도 알다시피, 지난 1월에 비하면 너는 많이 성숙해 있어. 아주 다른 아이가 됐지. 이젠 그때처럼 많이 말썽을 피우지도 않잖니."

그 아이는 강조하듯이 머리를 끄덕였다. "난 항상 물건을 부수곤 했지요. 그러나 더 이상 그러지 않아요. 화가 나면 말도 하지 않고 나쁜 아이였어요."

"이젠 많이 졸아졌지. 그리고 이거 알아? 네 아빠는 네가 얼마나 잘하는가 보고 싶어 하실 거야. 그리고 네가 이 학급에서 얼마나 중요한 아이인지 아시고 자랑스러워하실 거야."

쉴라는 내게 곁눈질을 하며 잠깐동안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아마 아빠가 올지도 모르겠어요."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오실 거야."

그날 아침, 채드가 큰 상자를 들고 교실로 들어왔다. 안톤은 무대를 설치하고 있었고, 쉴라는 이를 닦고 있었다. "여기 웬일이에요?" 그를 보고 놀라서 내가 물었다.

"쉴라를 보러 왔어."

쉴라는 흥분한 듯이 올라서 있던 의자에서 뛰어내려 달려왔다.

"먼저 치약을 뱉고 와야지." 채드가 타일렀다. 쉴라는 다시 개수대로 내려갔다 왔지만 여전히 입술 주위에 치약이 묻어있었다. "오늘 네가 연극을 한다고 하던데."

"!" 쉴라는 흥분하여 채드 주위를 돌면서 외쳤다. "내가 도로시 역을 할 거예요. 선생님이 내 머리를 땋아 줄 거예요. 그리고 노래도 하고 시도 읊어요. 아빠도 오세요. 나를 보러." 그 아이는 숨을 몰아쉬며 급하게 말을 했다. "채드도 올 거예요?"

"아니, 하지만 네 데뷔를 위해 행운을 비는 선물을 가져왔지."

쉴라의 눈은 둥그레졌다. "나한테요?"

"그래, 너한테."

그 아이가 기쁨에 넘쳐 채드 무릎을 끌어안는 바람에 채드는 뒤뚱거렸다. 나는 상자 속에 무엇이 있는지 알고 있었다. 빨갛고, 하얗고 파란 긴 드레스로 앞주머니 주위에는 레이스가 달린 것이었다. 최근에 채드가 뉴욕에 여행을 갔다가 사 가지고 온 예쁘고 비싼 옷이었다. 내가 쉴라의 옷이 어떻게 되었고, 그 옷 때문에 상처를 받았다고 이야기해준 적이 있었기 때문에 그는 짧은 옷 대신 긴 옷을 사 온 것이었다.

쉴라는 포장을 뜯고 상자를 열어 보았다. 한순간 주저하면서 내용물을 반쯤 가려놓은 종이를 뜷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아주 천천히 상자에서 옷을 들어 올리면서 눈은 점점 더 휘둥그레졌다. 그 아이는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채드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옷을 상자 속에 떨어뜨리고는 고개를 수그렸다.

"난 더 이상 이런 옷을 입지 않을 거예요." 하며 저주스러운 듯이 말했다.

채드는 당황하여 나를 쳐다보았는데, 그의 얼굴에는 실망의 빛이 역력했다. 나는 그들에게로 다가가 무릎을 꿇고 앉았다. "이것은 괜찮을 것 같지 않니?"

쉴라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채드를 쳐다보았다. "당신이 괜찮다면, 잠깐 우리끼리 있었으면 좋을 것 같아요." 나는 쉴라를 데리고 교실 한쪽에 있는 동물우리 뒤로 갔다. 채드의 머릿속은 착잡함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 분명했고, 그만큼 쉴라도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 아이는 예쁜 것들을 아주 좋아했고, 그만큼 채드가 사 온 드레스는 아주 근사한 것이었다. 처음 사준 것보다 더 예뻤다. 하지만 그 아이에게 일어났던 일이 너무나 생생하고, 그 고통은 너무나 쓰라린 것이었다.

동물우리 뒤에 있는 동안 쉴라의 얼굴은 눈물이 나오려고 일그러졌다. 그 아이는 눈물을 참으려고 관자놀이를 눌러댔지만, 우리 학급에 온 이래 처음으로 눈물을 참지 못했다. 빰 위로 흘러내린 눈물은 결국 흐느낌이 되었다.

머지않아 일어나리라고 기대했던 순간이, 오래도록 기다렸던 순간이, 드디어 이제 온 것이었다.

한 동안을 나는 동물우리 뒤에서 그 아이를 데리고 앉아 있었다. 그 아이가 정말로 우는 것을 보고 나는 너무 놀라서 아무것도 못 하고 그냥 보고만 있었다. 그러다가 아이를 꼭 껴안아 주었다. 그 아이는 내 셔츠를 꽉 움켜쥐었다. 아이가 완전히 자제력을 잃어 쉽게 회복할 것 같지 않았기에, 나는 아이를 안고 그 자리를 피해 다른 속으로 가야 했다. 막 들어오고 있는 아이들과 프로그램의 모든 준비가 우리를 방해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내가 무언가 잘못한 거지?" 채드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난 그럴 뜻은 없었는데...."

나는 고개를 저었다. "걱정말아요. 그 옷은 저기에 두세요. 잠시 후에 돌아올게요, 괜찮죠?" 나는 안톤을 돌아보았다. "잠깐동안 당신이 일을 맡아 볼 수 있겠죠?"

완전히 우리만 있을 수 있는 유일한 곳은 그 서고뿐이었다. 그래서 쉴라를 안고 아동용 의자 하나를 들고는 서고로 가서 문을 닫았다. 나는 의자를 책더미에 기대놓고 앉아서, 쉴라를 더 편안하게 고쳐 앉혔다.

그 아이는 심하게 울었지만 처음처럼 신경질적인 태도는 아니었다. 그래도 계속 울었다. 나는 그냥 아이를 안고서 몸을 앞뒤로 흔들었다. 내 팔과 가슴은 눈물과 뜨거운 입김으로 축축해졌다. 문득 안톤이 혼자서 모든 아이들을 어떻게 다루고 있을지 궁금했고, 프로그램 자체와 그것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쉴라의 상황도 두루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앉아서 팔이 힘든 것만 느끼다가 이런 생각이 내 마음을 바쁘게 만들었다.

결국 울음을 그친 쉴라는 눈물에 젖어 떨고 있는 가여운 꼬마가 되었다. 그 아이는 지쳐서 축 늘어졌고, 이 작은 방은 너무 축축하고 후덥지근했으며, 우린 둘 다 눈물과 콧물 등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조금 나아졌니?" 나는 부드럽게 물었다.

그 아이는 대답 없이 내게 기대고만 있었다. 심하게 울고 난 그 아이는 딸국질로 헉헉거리면서 몸서리를 치고 있었다.

"나 토하고 싶어요."

나는 반사적 행동으로 서고에서 나와 쉴라를 화장실로 데려갔다. 화장실에서 나온 쉴라는 완전히 지쳐서 얼굴은 붉게 부어 있었으며, 걸음걸이는 비틀거렸다. 나는 아이를 안아 올렸다.

"가끔 그런 일이 일어난단다." 서고로 되돌아가서 내가 말했다. "너무 심하게 울 땐 속이 울렁거린단다."

그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요."

의자는 하나뿐이었지만 쉴라는 기꺼이 내 무릎에 올라앉아 축축한 내 셔츠에 무겁게 기대었다. 우린 한참동안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선생님 심장 소리가 들려요." 결국 아이가 말을 했다.

나는 부드럽게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가 교실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지금은 산수 시간 중인데."

"아니요."

다시금 침묵이 흘렀다. 수많은 사건들이 내 머릿속에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토리 선생님."

"?"

"채드가 왜 내게 옷을 사주었을까요?"

쉴라는, 제리 아저씨가 자기에게 그 빨갛고 하얀 옷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것과 같은 이유로 채드가 자기에게 그 옷을 준 것이라고 믿는 것 같았다. 그 얼마나 소름 끼치는 생각인가! 이것은 내 쪽에서 본 생각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채드가 '사랑하기 때문에' 그렇게 한 것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네 옷이 망가졌다고 그에게 내가 말했거든. 그랬더니 채드는, 네가 연극 할 때 입을 수 있는 예쁜 옷을 좋아할 것이라고는 생각한 거야." 나는 손가락으로 그 아이의 머리카락을 쓸어주었다. "네가 더 이상 그런 옷을 입지 않을 거라고 그에게 말하는 걸 내가 깜박 잊었구나. 그건 내 잘못이었어."

그 아이는 아무 반응도 없었다.

"채드가 제리 아저씨처럼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거라는 건 너도 알잖아. 그는 그런 일을 어린 여자애한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 결코 너를 해치려고 그 옷을 가져온 게 아니야. 그는 절대 너를 해치지 않을 사람이야."

"나도 알아요. 나도 울 뜻은 없었어요."

", 아가야, 괜찮아. 채드도 내게 힘들었던 일이라는 걸 알고 있어, 네가 우는 것을 언짢아 할 사람은 없어. 가끔 우는 것은 일을 잘 풀리게 해준단다. 울어도 괜찮아."

"나 그 옷을 갖고 싶어요." 그 아이는 잠깐 말을 멈추었다. "그걸 갖고 싶어요. 단지 겁이 난 것뿐이에요. 그뿐이에요. 그리고 멈출 수가 없었어요."

"그래, 정말 그랬을 거야. 채드도 어린 여자아이란 어떤지를 잘 알고 있어. 우린 모두 알아."

"내가 왜 울었는지 모르겠어요,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걱정하지 마라."

나는 문득 아이들이 연극 때문에 흥분해 있을 것을 깨닫고, 너무 오래 자리를 비웠다는 생각이 들었다. "쉴라야. 나는 교실로 돌아가야겠다. 아이들이 모두 거기에 있는데, 안톤이 혼자뿐이잖니. 너는 둘 중에 하나, 나하고 같이 교실로 가든지 아니면 남은 시간 양호실에 가 있든지 해."

"내가 토했기 때문에 집에 가야 해요?"

"아니 넌 아프지 않잖아."

그 아이는 내 무릎에서 내려섰다. "좀 쉴 수 있을 까요? 피곤해요."

나는 쉴라를 양호실로 데리고 가서 간이침대에 눕히고 담요를 덮어주었다. 그때 쉴라가 물었다. "선생님, 아직도 내가 그 옷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난 진짜 그 옷을 입고 싶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채드가 너를 위해 두고 갔어."

쉬는 시간에 가보니 쉴라는 자고 있었다. 점심시간에 내려가서 깨울 때까지 계속 자고 있었다.

그날 오후의 연극은 기가 막혔다. 아이들의 작품은 잘 알려진 이야기의 제목과 등장인물만 같았고, 그 외의 것은 책에서도 영화에서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다.

쉴라는 자기의 능력 덕분으로 머리가 빠르게 돌아 재빠르게 대사를 외울 수 있었기 때문에 도로시 역을 맡았다. 타일러와 사라도 그 역을 원했기 떄문에 좋지 않은 언쟁이 있었고, 사라 - 피터 제작팀은 거의 깨질 뻔했다. 그러나 피터가 배역을 정하는 데 권위를 발휘해서 쉴라를 선정했다. 타일러는 사악한 마녀들의 얼굴을 그리는 명예롭지 못한 일을 맡았다. 사라는 허수아비로 분장했다. 윌리엄은 겁장이 사자이고 길모어는 마법사였다. 피터는, 수잔나를 좋은 마녀 글렌다 역으로 선정했다. 수잔나는 진짜 선녀같이 아주 예뻤기 때문에 그렇게 정한 것 같았다. 프레디는 고독한 숲속의 꽃이었고, 맥스는 외팔 원숭이였다. 물론 피터는 양철 사나이였다.

이 빗나간 아이들의 연극을 정말로 감상할 수 있는 사람이란, 그들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교사, 학부모, 기타 가족들 외엔 없을 것이다. 잠을 자고 나자 아침에 있었던 사건에서 완전히 회복된 쉴라는, 휘트니가 만들어온 옷 대신에 채드가 가져온 옷을 입었다. 두 시간의 낮잠으로 활기를 되찾은 쉴라는, 무대장치가 흔들릴 정도로 깡총깡총 뛰어다니면서 떠들어댔다.

한편, 프레디는 움직이지 않고 자기 자리에 그냥 앉아서 머리에 꽃 모자를 쓰고 관객들 속에 그의 어머니에게 손을 흔들었다. 한번은 그의 뚱뚱한 다리에 쉴라가 걸려 그의 무릎 위로 넘어졌다. 겁쟁이 사자역은 윌리엄에게 적격이었다. 그것은 그가 두려운 감정에 익숙해 있었기 때문에 무대 위에서 벌벌 떠는 연기를 진짜같이 잘 해냈다. 가장 놀랄만한 일은, 수잔나 조이가 진짜 글렌다처럼 잘한 것이었다. 실감이 날 정도로 무대 위를 이리저리 뛰어 돌아다니면서, 높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연극 상황인데도 놀랄 만큼 자연스러워 보였다.

연극 하는 도중에 유일한 문제는, 쉴라가 자기 대사를 길게 말해야 할 때에 관객들이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부분 부분을 뒤에서 읽어 주어야 했던 것이다. 그래서 쉴라가 긴 독백을 시작하게 되면 다른 아이들은 모두 말없이 서 있어야만 했다. 마침내 피터가 쉴라가 독백을 하고 있는데 그 아이에게 다가와 그만하라고 말해버렸다.

남은 프로그램은 즐겁게 진행되었다. 시 낭송을 할 때는 아무도 자기 구절을 잊지 않았고, 노래도 비록 가락이 고르지 않았지만 즐겁게 불렀다. 끝난 뒤에 우리는 과자와 펀치를 먹으면서 아이들은 그들 부모에게 학교에서 만든 것들을 보여주었다.

쉴라의 아버지도 와 있었다. 그는 누더기 같은 양복에 싸구려 로션을 바르고, 그 큰 덩치로 조그만 의자에 조심스럽게 앉아 있었다. 나는 그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삐걱거리는 의자가 부서지지 않을까 염려했다. 첫 번째 프로그램이 끝나고 쉴라가 그에게 뛰어갔을 때, 나는 그가 딸에게 미소 짓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그는 술에 취하지 않은 채로 학교에 오는 호의를 보였고, 우리와 같이 있는 것이 즐거운 듯했다. 파티가 끝날 때쯤 내가 그에게 다가가, 채드가 쉴라에게 새 옷을 사주었다고 말할 때까지 그는 그 옷에 대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기 딸을 찬찬히 살펴보다가 내게로 눈을 돌리더니, 그의 코트 주머니에서 낡은 지갑을 꺼냈다.

"이거, 많지 않아요." 그는 조용히 말했다.

나는 그가 옷이 비싸다는 것을 알고 그 값을 지불하려는 것이라고 생각하자 걱정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돈을 드릴 테니, 선생님께서 쉴라에게 일상복을 좀 사주시겠어요? 이 애는 옷이 좀 필요한데, 그런 일은 여자가 잘 알아서 하거든요...."

그는 말꼬리를 흐리면서 눈을 돌렸다.

"내가 돈을 갖고 있으면... 그러니까, 아시다시피, 제가 문제가 좀 있어서요. 내가 생각한 것은...." 그는 손에 10달러를 쥐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었다. "네 그렇게 하죠. 다음 주 방과 후에 이 애를 데리고 나가겠어요."

그는 입술을 굳게 다문 채 내게 미소를 지었지만 그건 쓸쓸한 미소였다. 그리고는 어느 사이에 그는 가버렸다. 나는 한동안 그 지폐를 바라보았다. 그것으로는 많은 옷을 살 수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는 노력을 한 것이었다. 그는 나름대로, 그 돈을 술 마시는 데에 써버리기 전에 필요한 일에 쓰려고 노력했던 것이다.

나는 그에게 깊은 동정심을 갖게 되었다. 쉴라만이 오로지 희생자는 아니었다. 그 아이의 아버지도 그 아이만큼이나 보호를 필요로 하는 존재였다. 고통과 괴로움에서 헤어나지 못한 지난날의 어린 소년, 그가 지금은 어른이 된 것이었다. 만일 조건 없이 사랑해준 사람이 있었다면, 만일 누군가가 돌보아 주었다면 하고 나는 혼자 쓸쓸하게 생각했다.

 

 

15

학기가 끝날 때까지는 이제 겨우 3주가 남았다. 나는 못다 한 일이 많아 머리가 빙빙 돌았다. 학기가 끝나는 대로 바로 떠날 준비도 해야 했다.

저녁 시간엔, 짐을 꾸리거나 지난 수년간 모아온 잡동사니들을 정리하고 치우면서 시간을 보냈다.

나는 우리 학급이 해체될 것이라는 이야기를 아직 아이들에게 하지 않았다. 그들 중에 몇 명은, 다음 학년에 덜 제한적인 환경에 배치를 받게 된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윌리엄은 자료실 교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5학년 일반학급에 다닐 예정이다. 그는 지난 3개월간 읽기와 산수 공부를 4학년 학급에서 해왔다. 타일러도 새로운 프로그램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 아이는 아직도 대부분의 시간을 개별지도 교실에서 보내야 하지만 일반 학생의 생활에 많이 가까워졌다.

사라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그 아이는 우리 교실에서는 잘 지내면서도 더 큰 집단에서는 위축되는 것이었다. 그 아이는 적어도 1년은 더 특수학급에 있을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했지만 그래도 거의 준비는 되어있었다.

피터는 아직도 절대로 특수 시설을 떠날 수가 없었다. 그의 행동은 점증적인 신경 손상의 결과로 계곳 나빠지고 있었다. 그 아이는 너무 난폭하고 파괴적이어서, 철저하게 짜여진 학급이 아니면 어느 곳에서든지 충동적으로 행동을 하였다. 길모어의 가족은 이사를 갈 계획이었다. 맥스, 프레디, 수잔나는 모두 특수학급으로 들어갈 것이다. 프레디는 중증 정신지체 학급에 들어갈 것이고, 맥스와 수잔나는 지체아 프로그램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맥스는 많이 정상적으로 말하게 되었고 반향어도 줄었다.

그러면 쉴라는? 쉴라. 나는 학급의 절박한 종말에 대해 아직 그 아이에게 말하지 않았다. 만일 그 말을 할 경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기 때문에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간단히 말해 두려웠던 것이다. 그 아이는 더 이상 특수학급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사실상 그 아이는 어휘력도 좋고, 스스로 탐구할 능력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학급에서든 교사가 신경을 쓰지 않게 될 것이며, 결국 그렇게 되면, 아이는 다시 주의를 끌기 위해 또 다른 부정적인 행동을 하게 될 것이다. 그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단지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그 아이를, 어리긴 하지만 3학년에 올려보내자는 제안을 에드에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아이는 자신의 정서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나이에 비하여 성숙했다. 그 외에도 3학년을 가르치고 있는 나의 절친한 친구가 있었고, 그 친구가 있는 학교는 우리 학교보다 이주자 캠프에 더 가까울 뿐아니라 그 아이를 일반학급에 넣는 것이 특수학급보다 더 경제적이기 때문에, 필요시에는 교육청에서 쉴라를 버스에 태워 통학 시킬 수 있을 것이었다. 샌디 선생도 나를 보아 쉴라를 잘 돌보아 줄 것이다. 그런 보증은 나를 위해서도 필요했다.

쉴라에게 일반학급 생활을 보여주기 위해서, 나는 그 아이를 산수 시간 동안엔 2학년 학급에 보내기로 결정했다. 2학년 교사 중에 낸시 긴스버그는 상냥하고 자상한 여자로, 자기 반 아이들과 우리 반 아이들과 함께 각종 활동을 하자고 우라 학급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어느 날 오후 휴게실에서 그녀에게 다가가 산수 시간에 쉴라를 받아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그리고는 쉴라의 산수 실력이 2학년 이상이라고 설명하면서, 일반학급의 간장감에 적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하여 한 시간 정도를 우리 교실에서 떠나있게 하고 싶다고 했다. 또한 산수가 그 아이의 가장 자신 있는 과목이기 때문에 그것으로 시작하는 게 가장 좋을 것 같다고 설명하자, 낸시는 이에 동의했다.

"알아맞춰 볼래?" 자유 놀이 시간 후 장난감을 차우면서 내가 쉴라에게 물었다.

"무엇을요?"

"네가 이제부터 멋진 일을 하는 거야. 즉 하루에 잠깐동안만 일반학급에 가는 거야."

그 아이는 날카롭게 쳐다보았다. "?"

"내가 긴스버그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네가 매일 그 선생님 교실에 산수 공부를 하러 와도 좋다고 하셨어."

"윌리엄이 하는 거요?"

"맞았어."

그 아이는 치우고 있던 조립용 세트 조각들에 다시 몰도했다. "난 하고 싶지 않아요."

"넌 이런 생각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래, 하고 싶을 거야. 생각해 봐, 그건 일반학급이야. 기억하니? 언젠가 네가 나한테 일반학급에 있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잖아? 이제 그렇게 할 수 있을 거야."

"하지 않을 거예요."

"왜 안 해?"

"여기가 나의 학급이예요. 난 다른 사람의 학급에 가지 않아요."

"산수 시간뿐인데."

그 아이는 코를 찡긋했다. "하지만 그것은 여기서 좋아하는 것이에요. 여기서 내보는 것은 싫어요."

"여기에서도 하고 싶으면 산수 공부를 할 수 있지. 그렇지만 월요일부터는 긴스버그 선생님 교실에서도 산수 공부를 하는 거야."

"아뇨, 안 해요."

결국 쉴라는 그 계획을 싫어했다. 내가 대는 이유마다 그 아이는 반대 이유를 내세웠다. 그날 남은 시간 동안 그 아이는 내가 자기를 보내지 못하게 하기 위하여 부루퉁하여 사납게 굴었다. 오후에는 그 아이에게, 그만하면 내가 듣고 싶은 모든 항의를 충분히 들었다고 단호하게 말했으나 그래도 계속 골란 행동을 하였다.

쉴라는 화가 나서 발을 구르며 토끼 우리 쪽으로 걸어가 우리 빗장을 잡고 흔들어댔다. 다행히도 그 속에는 토끼가 없었다. 덜커덕거리는 소리를 듣고 있다가 나는 그 아이를 잡아 탁자로 끌고 와서는, 더 점잖게 행동하거나 아니면 교실 구석에 가서 앉아 있으라고 엄하게 타일렀다. 쉴라는 반항적으로 발을 차고 일어나 교실 구석으로 갔다. 그리고는 의자를 두드리면서 앉았다. 겨우 그 애를 앉아 있게 하고서, 나는 윌리엄이 그림 그리는 것을 도와주면서 쉴라를 무시했다. 그 아이는 안톤이나 내가 마음이 가라앉았으면 그만 일어나 오라고 말해도 상관않고, 또 사라가 오후에 과자 만드는 것을 도와달라고 제안해도 상관하지 않고 오후 내내 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 아이는 내 기분은 나쁘게 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이 분명하였기에, 나는 방과 후에 그 아이를 안톤과 있게 내버려 두고 학습지도안을 짜려고 교사 휴게실로 내려갔다. 쉴라가 화가 났을 때에는 혼자 두는 것이 상책이었다. 5시쯤 교실에 와보니, 그 아이는 쿠션 위에 누워 책을 읽고 있었다.

"이젠 화가 풀렸니?" 내가 묻자, 그 아이는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선생님은 나를 보내려고 한 것을 후회하게 될 거예요."

"그게 무슨 뜻이냐?"

"내가 가야만 한다면 착하게 행동하지 않을 거예요. 내가 나쁘게 굴면 그 선생님이 나를 다시 이리로 보낼 거 아녜요. 그러면 선생님도 더 이상 나를 보내지 못하는 거예요."

"쉴라." 나는 기가 막혔다. "다시 한번 잘 생각해 보아라. 그건 네가 진정하고 싶은 일이 아닐 거야."

"아녜요, 그럴 거예요." 그 아이는 여전히 책에서 눈을 떼지 않고 대답했다.

나는 힐끗 시계를 쳐다보았다. 아이가 떠나야 하는 시간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와 같은 때에는 그 시간이 저주스러웠다. 나는 쉴라 곁으로 다가가서는 무릎을 꿇고 앉았다. "무슨 일이 있었니, ? 왜 가기 싫어하는 거지? 나는 네가 일반학급에 가는 것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아이는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나는 그 아이에게 책을 치우고 아를 보게 했다. "쉴라, 네 생각을 알고 싶어. 네가 말썽을 저지르면, 내가 너를 그곳에 보내지 못할 거라는 것을 너는 알고 있지. 긴스버그 선생님께서 곤란해하는 것을 내가 원치 않기 때문에, 네가 나를 그렇게 만들겠다는 것이지. 하지만 그런 일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 같은데."

"할거예요."

"쉴라..."

마침내 쉴라는 촉촉히 젖은 눈으로 나를 똑바로 보았다.

"어째서 나를 이곳에 더 이상 있지 못하게 하는 거죠?"

"나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어. 난 네가 이곳에 있기를 원해. 물론 원한단다. 하지만 네가 일반학급에서 일어나는 것들도 배워서 그 학급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원하는 거야."

"일반학급이 어떤것인지는 이미 알고 있어요. 이곳에 오기전에는 그런데 있었어요. 난 이 미친 교실에 있고 싶다구요."

시간은 거의 5시에 임박해 있었다. "쉴라야, 이젠 가야할 시간이구나. 막 달려가야 버스를 탈 수 있을 거야. 그리고 이 일에 대해서는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꾸나."

쉴라는 더 이상 이 일을 논의하지 않았고 단지 자기 말대로 행동했다.

나는 월요일 아침에 쉴라를 긴스버그 선생 교실로 30분 동안 가 있게 했다. 그런데 간 지 15분 만에 안톤이 그 아이를 데려와야 했다. 그 아이는 시험지를 찢고, 연필을 던지고, 자기보다 두 배나 큰 2학년 학생을 발을 걸어 넘어뜨린 것이었다. 안톤이 발길질하고 비명을 지르는 그 아이를 끌고 들어왔다. 그러나 문을 닫자 쉴라는 가만히 섰다. 기쁨의 미소가 그 아이의 입가에 번졌다. 안톤이 그 아이를 교실 구석으로 데리고 가는 동안 나는 맥스 옆 의자에 깊숙이 앉아 눈을 감았다.

그 아이의 행동에 나는 굉장히 화가 났고, 한동안 나 자신도 믿지 못했으며, 또한 다음 학기에 그 아이를 어디에 배치할 것인지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를 논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보았기 때문에, 긴스버그 선생 교실에서의 행동에 대해 그 아이와 즉각적으로 대결하지 않았다.

내 마음이 가라앉은 후에야, 쉴라에게 우리와 함께 있을 수 있다고 말해주고 나서 정상 순서대로 수업을 진행했다.

노골적으로 나에게 대항한 일에, 쉴라 자신이 상당히 당황했다. 그날 남은 시간 동안 그 아이는 내게 지나치게 관심을 두었으며, 자기가 얼마나 착한지를 보여주려고 퍽 애를 썼다. 또한, 교실 구석에 앉혀 두는 일 외에는 어떤 벌도 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쉴라는 더욱 난처해했다. 그 아이는 나보고, 언제 화를 낼 것이냐고 물어보았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나의 갑작스러운 무관심이, 그 아이를 내쫓으려고 하는 내 바람의 또 다른 표시라는 생각을 그 아이가 할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 나중에 시간이 있을 떄 그 문제를 논하자고 얘기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내내 초조한 시선으로 나를 쫓으며 오후 시간을 보냈다.

나는 방과 후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 버스를 태워주었다. 교실로 돌아왔을 때에 쉴라는 겁에 질린 듯 눈을 크게 뜨고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나는 탁자 하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리 와라, 애야. 이젠 우리가 이야기할 시간인 것 같구나"

그 아이는 머뭇거리면서 가까이 와서 매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그 아이의 얼굴에는 경계심이 가득했고 눈은 더 커졌다. "나한테 화났어요?"

"오늘 아침에는 그랬지만 지금은 아니다. 난 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아보고 싶은 것뿐이야. 난 네가 왜 가고 싶어 하지 않는지 정말 알 수 없어. 그래서 알고 싶은 것뿐이야. 너는 항상 네가 하는 일에 합당한 이유가 있었잖니. 그런 면에서 너를 믿는단다."

그 아이는 나를 유심히 보았다.

"왜지?"

"여기가 내 교실이에요."

"그래, 난 너를 여기서 내쫓으려고 하는 게 아냐. 하루에 30분만 나갔다 오는 것뿐이야. 그 밖에도, 이젠 네가 다음 학기에 있을 일반학급에 대해 생각해 볼 때인 것 같다."

"난 일반학급에 가지 않을 거예요. 여기가 내 학급이라니까요."

나는 한동안 아이를 바라보았다. "쉴라, 지금이 5월이지, 몇 주 내에 이번 학기가 끝날 거란다. 이젠 다음 학기에 대해 생각해야 할 시간이야."

"다음 학기에도 여기 있을 거예요."

내 마음은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안 돼" 나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그 아이는 눈을 번적 떴다. "난 있을 거예요! 이 세상에서 제일 나쁜 아이가 될 거예요. 끔찍한 일을 저지르면, 선생님한테 나를 맡기게 할 거예요. 그 사람들은 선생님이 나를 보내버리지 못하게 할 거예요."

", 쉴라!" 나는 울부짖었다.

"난 어디도 가지 않을 거예요. 또다시 나쁜 애가 될 거예요."

"이건 그런 것과 다르단다. 난 너를 내버리지 않아. 오 하나님! 쉴라야, 내 말을 들어봐, 제발?" 그 아이는 귀를 막고 있었다.

잠시 후 사납게 나를 보는 아이의 눈은 복수심에 불타서 금방이라도 해칠 것 같아 보였다.

"이 학급은 다음 학기에는 이곳에 있지 않아." 나는 나직한 목소리로 들릴 듯 말듯 이야기했지만, 그 아이는 그 말을 들었다.

금세 아이의 얼굴 표정이 변하면서 손을 내렸다. 분노는 창백함으로 바뀌었다. "무슨 뜻이에요? 이것이 어디로 간다구요?"

"이 학급은 여기 없을 거야. 교육청에서 이 학급이 필요치 않다고 결론을 내렸지. 모두들 다른 학급으로 가게 된단다."

"이 학급이 필요 없다구요?" 그 아이는 소리쳤다. "물론 그들은 필요 없겠지만 나는 필요해요! 난 아직 미쳤다구요. 난 미친 아이들의 학급이 필요해요. 피터도, 맥스도, 수지도 그래요. 우린 모두 아직 미친 아이들이에요."

"아니야, 쉴라. 넌 미치지 않았어. 옛날엔 그랬는지 몰라도 이젠 안 그래. 이젠 그런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단다."

"그래도 난 미칠 거예요. 다시 나쁜 짓을 많이 할 거예요. 그리고 아무 데도 안 가요."

"쉴라야 난 여기 없을 거야."

순간 아이의 얼굴은 굳어버렸다.

"6월에, 학기가 끝나면 이곳을 떠날 거야. 너에게 이 말은 하는 게 나로서는 정말 힘든 일이란다. 왜냐하면 우린 아주 좋은 친구였기 때문이야. 하지만 때가 온 거야. 그렇다고 네가 한 일이나 또는 하지 않은 일 때문에 너를 덜 사랑하고 떠나는 것은 아니란다. 이건 내가 내린 단독 결정이야, 어른의 결정."

그 아이는 계속 나를 바라보면서, 탁자 위에 팔꿈치를 대고 두 손을 마주 잡아 그 손에 볼을 대고 있었다. 아이의 파란 눈은 초점 없이 내 얼굴을 무심히 쳐다보고 있었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단다. 쉴라. 난 교사이기때문에 6월이면 내 일이 끝나는 거야. 우린 그동안 힘든 시간을 함께 지내왔고, 너와 나는 많이 변했단다. 많이 성숙했으나 이젠 그 성숙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알아야 할 시기가 온 거야. 내 생각엔, 우리는 마음의 준비가 다 된 것 같아. 너도 네 힘으로 그렇게 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본다. 넌 그럴 만큼 충분히 좋아졌어."

그 아이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넘치더니, 뺨에서 턱으로 냇물처럼 흘러내렸다. 아이는 움직이지도 않고 눈도 깜박이지 않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 나는 할 말이 없었다. 나는 가끔 그 아이가 겨우 여섯 살이라는 것을 잊어버렸다.

그 아이는 천천히 탁자 위에 손을 내려놓고 머리를 숙였다. 잠깐동안 그렇게 앉아 있었다. 눈물을 닦아내질 않아서 소리 없이 떨어지고 있었다. 그러더니 일어나서는 교실 저편으로 걸어가서 바닥에 있는 쿠션 가운데 주저앉았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여전히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 아이가 내뿜는 고통은 나 자신의 고통이기도 했다. 나는 너무나 깊이 개입되어 버렸던 것이다. 나의 이런 행동을 내 동료들은 나무랬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아이들을 효과적으로 지도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 아이를 계속 가르친다고 해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그 아이에게 행복을 보장해 줄 수는 없는 일이다. 그 아이 자신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그 아이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은 오직 사랑과 시간뿐 때가 되면 아픈 이별이 따르는 것이다.

나는 아이를 바라보면서, 그 아이의 상처를 고치기에 충분한 시간이 없었다는 것과 그 아이가 고통이 따르는 나의 지도 방법을 견디어 낼만큼 충분히 강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것을 염려하였다.

나는 천천히 일어나서 그 아이가 앉아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가세요."

아이는 얼굴을 손으로 가린 채 조용히 그러나 확고하게 말했다.

"? 네가 울고 있어서?"

손을 내리고 아이는 나를 잠깐 쳐다보았다. "아녜요." 하고는 말을 멈추었다. "무엇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이에요."

나는 아이 앞에 앉아서 쿠션을 나란히 놓고 그 위에 누웠다. 처음으로, 나는 그 상처를 어루만져주기 위해 팔로 아이를 껴안고 싶은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 아이에게도 분명한 위엄이 있었다. 우린 이 순간 서로 동등한 것이다. 더 나이 든 사람이나 더 어린 사람으로서도 아니고, 더 현명한 사람도, 더 재치 있는 사람도, 더 강한 사람도 아닌 인간 그 자체로서 동등하였다.

"어째서 나를 훌륭히 만들기 위하여 남아있지 않는 거예요?" 마침내 그 아이가 물었다.

"왜냐하면 너를 훌륭하게 만드는 것은 내가 아니고, 바로 너이기 때문이야. 나는, 네가 잘하고 못하는 것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네게 알려주기 위하여 여기 있었던 것뿐이야. 그 누군가가 네게 일어나는 일에 관심을 쏟고 있단다. 그리고 내가 어디 있느냐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단다. 난 항상 관심을 갖고 있으니까."

"선생님은 우리 엄마하고 같은 거예요." 그 아이는 말했다. 그 목소리는 이미 사태가 어떻게 되는 것이고, 왜 그런 것인지를 해결하는 듯이 부드러웠고 책망하는 투가 아니었다.

"아니야, 난 그렇지 않아, 쉴라." 나는 그 아이를 쳐다보았다. "아냐 그럴지도 몰라. 너를 두고 간다는 것이 나에게 어려운 만큼 네 엄마에게도 힘든 일이었을 테니까. 아마도 그것이 엄마를 많이 아프게 했을 거야."

"엄마는 나를 정말로 사랑하지 않았어요. 동생을 더 사랑했어요. 엄마는 나를 개처럼 길에 버렸지요. 내가 엄마 아이가 아닌 것처럼 말에요."

"그건 잘 모르겠다. 네 엄마가 너에게 무슨 일을 했고,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쉴라야. 진짜는 너도 역시 모르는 거야. 네가 알고 있는 것은, 그 일이 네게 어떻게 느껴졌냐는 것뿐이야. 그리고 엄마와 나는 다르단다. 난 네 엄마가 아니야. 네가 그 일을 어떻게 보든지 간에, 나는 그렇지 않아."

눈물은 또다시 흘렀고, 쉴라는 바지 끈을 만지작거렸다.

"나도 그건 알아요."

"네가 그걸 알면서도 꿈을 꾸고 있었던 거지. 나도 역시 그런 식으로 가끔 꿈을 꾸었던 것 같아. 하지만 그건 꿈에 지나지 않는 거야. 난 지금은 너의 선생님이지만, 학기가 끝나면 너의 친구가 되는 거야. 난 너의 친구가 될 거란다. 네가 원하는 만큼 오랫동안 친구가 될 거야."

그 아이는 고개를 들었다.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좋은 일은 항상 끝이 나느냐는 거예요."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단다."

"어떤 것은 그렇지 않아요. 나쁜 일들은 그렇지 않아요. 그것들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아요."

"아니야, 그것도 없어진단다. 네가 없애려 한다면 없어질 거야. 우리가 바라는 만큼 빠르지는 않아도 역시 끝이 있단다. 끝이 없는 것으로는, 우리가 서로 생각하는 마음이 있단다. 네가 이다음에 어른이 되었거나 다른 곳에 있을 때조차도, 우리가 함께 했던 즐거운 시간을 기억할 수 있지. 그리고 나도 너를 기억할 거야."

뜻밖에 쉴라는 미소를. 아주 엷은 미소를 지었는데 오히려 쓸쓸해 보였다. "그것은 우리가 서로를 길들였기 때문이지요. 그 책 기억나요? 어린 소년이 여우를 길들이기 위해 그 힘든 일을 모두 했기 때문에 화가 났고, 그러다가 그 아이가 떠나야 하니까 그 여우가 울었던 것 기억하세요?" 쉴라는 나를 의식하지 않은 채 혼자서 기억을 되새기며 미소를 지었다. 그런 아이의 볼에는 눈물이 말라 있었다. "그리고는 여우는 항상 밀밭을 기억했기 때문에 어쨌든 좋다고 말했잖아요. 기억나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린 서로를 길들였지요, 그렇죠?"

"분명히 그랬지."

"누군가를 길들이는 일이 우리를 울게 만들죠? 책에서도 그들이 울었어요. 그런데, 그 이유를 난 잘 모르겠어요. 나는 항상 누군가가 우리를 때릴 때에만 운다고 생각했어요."

또다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누군가가 우리를 길들일 떄에도 우리는 울 기회를 갖는단다. 내 생각에는 그것이 길들어지는 일의 일부분인 것 같구나."

쉴라는 입술을 꼭 다물고서 얼굴에 남은 눈물 자국을 닦았다. "그래도 그건 많이 아프게 하는 거죠, 그렇죠?"

"그래, 분명히 아프게 한단다."

 

 

16

다음 날 아침, 쉴라는 긴스버그 선생의 교실로 가서 35분 동안을 큰 말썽 없이 지내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으로 우리의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학기가 끝나가고 있고, 우리가 더 이상 함께 지내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쉴라는 썩 잘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 아이의 행동은 나에 대한 분노와 공포로 갈팡질팡했다. 그 아이는, 우리에게 일어날 이별을 과거에 자기 엄마와의 사이에 일어났던 이별과 분명하게 구별 짓지 못했다. 우린 계속해서 이 문제를 더욱 자세하게 논의하여야만 했다. 그 아이는, 사람들이 헤어지고 그것에 마음 아파하고 울지만, 여전히 서로 사랑한다는 사실의 문헌적 증거로 <어린 왕자>에 집착했다. 그 책은 언제나 그 아이의 손에서 떠나지 않았고, 또한 그 부분을 기억해 인용할 수도 있었다. 내 말보다는 인쇄로 된 글이 아이에게 더 정당하게 보였던 것 같았다.

분명 쉴라는 우는 것을 알게 되었다. 거의 매일 그 아이가 울거나 울려고 한 것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아이는 마치 틀어놓은 수도꼭지처럼 웃거나 놀때에도 눈물을 흘렸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왜 자기가 우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나는 그냥 울도록 놔두었고, 그것을 걱정하지는 않았다. 시간이 흐르면 자연히 그것에 익숙해지고, 감정의 깊이와 넓이도 파악하게 되며, 또한 그것이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일이라면, 그것은 그 아이에게 더욱 좋은 일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눈물은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아이의 내면에서는 신비스러운 기쁨과 용기의 심지가 번뜩이고 있었다. 그건 그 아이에게 힘든 과제였다. 그 아이의 인생에 있었던 모든 일들은, 아이의 의도와는 전혀 상관없이, 선택의 여지도 없이 일어난 것이고, 아이는 단지 그 결과에 따라 생존해온 곳이었다. 그러나 이젠 어떤 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자기 자신을 통제하려고 열심히 투쟁하는 순간인 것이다. 나는 그 아이가 <어린 왕자> 책을 가슴에 껴안고 무슨 일이냐, 왜 그러느냐, 왜 그러냐는 질문으로 나를 괴롭히면서도 자기의 눈물을 견디어내는 것을 보았을 때, 아이는 분명 해낼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아이는 강했다. 나보다도 강했을지 모른다. 정서장애아를 가르치면서 나는 그들의 발랄함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일반적인 오해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약하지 않았다. 생존해 있다는 것이 그 증거이다. 만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당연시하는 도구들을 그들에게 제공해 준다면, 그리고 만일 그들에게 부족한 사랑과 후원과 신뢰와 자기 가치를 제공해 준다면, 그들은 더욱 강하게 생존할 것이다. 쉴라에게도 이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 아이는 노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학기 말의 소란 중에 내 생일이 찾아왔다. 우리 교실에서는 생일을 큰일로 여기고 모두들 축하 파티를 가져왔다. 그래서 나는 내 생일날에, 커다랗고 노란 코끼리 모양의 케이크와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갖고 왔다.

그런데 그날은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그렇게 끔찍한 일은 아니었지만 아주 어수선한 일이 일어났다. 피터가 버스에서 싸워서 코피를 터뜨리고 화를 내면서 학교에 도착했다. 휴식 시간에는 사라가 쉴라에게 화를 냈고, 쉴라는 타일러에게 분풀이를 해서 타일러가 울고 말았다. 그리고 쉴라는 사라에게 모래를 던져서 울려 놓았다. 그날은 온종일 교실 구석이 벌 받는 아이들로 붐볐다. 내 인내심은 오후까지 지탱하지 못했다. 휘트니가 교사 휴게실로 가서 케이크를 가져와 내가 파티 준비를 하고 있을 때였다. 피터와 윌리엄이 한 쌍의 블록을 서로 빼앗으려고 하고 있기에, 내가 그만하라고 말을 했지만 듣지 않았다. 그런데 덜커덕 소리가 났다. 윌리엄이 피터에게 블록을 던져 그것을 잡으려고 뒤로 물러서던 피터가 앉아 있던 쉴라에게 넘어진 것이다. 쉴라가 다시 피터에게 던질 양으로 블록 하나를 들고 있었다. 그런데 피터가 의자를 들어 쉴라 쪽으로 내던졌다. 의자는 탁자를 치고, 맥스 그리고 케이크를 건드렸다. 노란 코끼리 케이크가 바닥에 흩어졌다.

"좋아, 네 이 녀석들, 발 그거야!" 나는 소리를 쳤다. "모두들 자기 의자에 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어."

"하지만 내 잘못이 아닌데요." 길모어는 항의했다. "난 아무 짓도 하지 않았어요."

"모두 다!"

아이들은 모두 의자를 찾아 앉았다. 쉴라만 빼고서.

"이건 내 잘못이 아니에요. 저 피터가 나한테 걸려 넘어진 거예요."

쉴라는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말했다.

"다른 아이들처럼 쉴라 너도 의자에 앉아서 머리를 숙이고 있어. 난 너희 모두에게 시키는 거야. 너희들이 오늘 한 일이라고는 싸움뿐이야. , 이것이 네가 앉을 자리야. 의자에 앉아 머리를 숙여!"

쉴라는 그대로 바닥에 앉아 있었다.

"쉴라, 일어나!"

그 아이는 큰 한숨을 쉬며 일어나서 의자를 집어 타일러 옆으로 끌고가서는 머리를 숙이고 앉았다.

나는 아이들을 들러보았다. 이 불한당 같은 것들! 휘트니와 안톤이 카페트 위에 흩어진 케이크를 집어냈다. 내가 다가가자 안톤은 놀라운 듯 눈을 굴렸다. 나는 허탈하게 웃어 보였지만, 사실 진정으로 하고 싶은 것은 우는 일뿐이었다.

아이들에게로 고개를 돌려 보았을 때, 피터가 한쪽 눈을 뜨고 그의 팔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손가락으로 그 아이를 가리키면서 무서운 눈을 해 보이자, 그 아이는 다시 눈을 감았다.

"좋아, 너희들이 인간답게 행동한다면 일어나도 좋아. 10분 정도 남았다. 케이크 부스러기 줍는 일을 도와주고 나서 조용히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봐라. 난 더 이상 싸우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

쉴라는 계속 탁자에 남아있었다.

"쉴라야, 일어나도 좋아."

그래도 쉴라는 팔로 머리를 감싸고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그 아이 곁으로 가서 의자에 앉았다. "난 이제 화가 풀렸어. 일어나서 놀아도 좋다니까."

"아니요." 그 아이는 말했다. "선생님한테 드리는 제 생일 선물로써 남은 시간 동안 여기 앉아서 말썽 피우지 않을 거예요."

방과 후에 휘트니가 쉴라를 데리고 나갔고, 안톤과 나는 교사 휴게실로 갔다. 나는 안락의자에 앉아 고개를 뒤로 젖히고 다리를 탁자에 올려놓고 팔로 눈을 가렸다.

"굉장한 날이었어." 내가 말했다. 아무 대답이 없어서 눈을 떠보니 안톤이 없었다. 그가 가는 소리를 듣지 못했던 것이다. 나는 다시 등을 기대었다. 졸음이 쏟아졌다.

"선생님!"

눈을 떠보니 안톤이 돌아와 내 옆에 서 있었다.

"생일 축하해요." 그는 두툼한 봉투를 내밀었다.

"아니, 이런 일을 해서는 안 되는데, 좋아요, 알았어요."

그는 씩 웃었다. "열어보세요."

안에는 초록뱀이 그려진 딱딱한 카드가 있었고, 접어놓은 종이가 하나 있었다.

"이게 뭐지요?" 내가 물었다.

"당신께 드리는 내 선물이에요."

그것은 안톤이 대학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는 편지였다. 나는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참지 못하고 함박 같은 웃음을 지어 보였다. 나는 이 편지가 나를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말해주고 싶었지만, 그냥 바라보고 미소만 지었다.

나는 쉴라의 배치 문제로 에드에게 전화를 걸었고, 우린 회의를 열었다. 나는 쉴라를 제퍼슨 초등학교에 있는 내 친구 샌디 맥기어 선생한테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샌디는 쉴라에게 관심을 쏟아줄 수 있는 젊고 민감한 교사로서, 쉴라가 정상 환경 속에 되돌아갈 준비가 된 것 같다고 이야기했을 때, 그 아이에 관해서 많은 질문을 한 적이 있다는 말도 했다.

에드는 처음에 이 계획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는 동년배 집단보다 뛰어난 아이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더욱이 쉴라는 나이에 비해 작은 아이였다.

8~ 9세 되는 아이들은 쉴라보다 머리가 하나가 더 컸다. 우린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아이는 학습 면에서는 2학년보다는 적어도 2년이나 앞서 있지만, 체구는 너무 작은 것이었다. 완벽한 해결책이 없었다. 난 그 아이의 지능이나 체구를 걱정하기보다는 그의 정서적 성숙을 지원해줄 수 있는 교사에게 그 아이를 배치하여야 좋을 것 같다고 했다. 결국 쉴라는 샌디에게 보내기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그 아이의 정서적인 욕구와 앞서가는 학업 상태를 충족시키기 위해서 하루에 두 시간씩 자료실에서 공부하기로 결정했다.

학기가 끝나기 2주 전의 화요일, 나는 쉴라에게 다음 학기에는 제퍼슨 학교에 다닐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그 아이를 맡을 교사는 내가 잘 아는 오랜 친구라고도 말해주었다. 또 쉴라에게, 수업이 끝나고 어느 날 샌디 선생님을 방문하러 가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이런 제안은 그 아이가 다음 학기에 가게 될 학교를 말해주다가 연상된 것이었다. 쉴라는 단번에 그 제안을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지금도 그러고 싶지 않고 또 샌디 선생님을 만나보고 싶지도 않다고 격렬하게 선언했다. 그러나 나중에 다른 아이들이 쉴라의 배치 소식을 듣고 특히 월반한다는 데에 흥분을 하자, 쉴라는 샌디를 만나는 것이 그리 꺼릴 일은 아닌 것 같다고 다시 결정했다.

수요일 오후, 쉴라와 나는 수업 끝나는 종이 울리자마자 차를 타고 제퍼슨 학교로 갔다. 샌디의 수업이 끝날 때까지는 약 30분 정도가 남아있어서, 도중에 차를 세우고 쉴라에게 아이스크림을 사 주었다.

제퍼슨 학교에 도착했을 때, 쉴라는 마치 인종이 바뀐 것처럼 보였다. 검붉은 아이스크림이 얼굴 전체에 범벅이 되었고, 머리카락이며 셔츠에도 묻어 있었다. 불과 15분 전에 씻은 얼굴이 그렇게 되었기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휴지가 없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내 손으로 닦아 낼 수밖에 없었다. 학교를 구경하러 들어갈 때 쉴라는 내 곁에 바짝 달라붙어서 걸어갔다.

샌디는 쉴라의 모습을 보고 웃었다. 그녀를 나무랄 수는 없었다. 쉴라는 내 다리에 바짝 붙어 있었다.

"얘야, 뭔지 좋은 것을 먹은 것 같아 보이는데." 샌디가 웃으면서 말했다.

"그게 무엇이었니?"

쉴라는 동그랗게 뜬 눈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아이스크림." 그 아이는 속삭였다. 나는 샌디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궁금했다. 나는 쉴라의 뛰어난 언어능력을 자세히 설명해줌으로써 샌디가 그 아이를 받아들이도록 부추겼다.

샌디는 우리와 함께 앉아서 쉴라가 아이스크림을 좋아한다는 것 등의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리고는 우리에게 교실을 죽 구경시켜주었다. 그 교실은 전형적인 것이었다. 제퍼슨 학교는 오래된, 커다란 벽돌 건물이었다.

교실에는 27개의 책상과 온도계, 그리고 주변에 여러 가지 '학습센터'가 있었다. 시험지가 몇 장 복도에 흩어져 있었다. 샌디의 난장판은 나보다 더했다. 그 반 아이들은 서로 경쟁하면서 대여섯 가지의 과제를 해나가야 했다. 교실 뒤에는 잘 정돈된 책장이 있었다.

쉴라는 차츰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고 활기를 되찾았다. 책이 그 아이의 관심을 끌었고 결국 수줍음을 없애주었다. 그 아이는 금세 책 제목을 살피면서 혼자 돌아다녔다. 샌디는 말없이 쉴라를 바라보다가 내게 의미 있는 웃음을 활짝 지어 보였다. 그녀는 받겠다는 것이었다.

쉴라는 발끝으로 서서 학습장 더미 중에 제일 위에 있는 것을 집어 들어 끝까지 넘겨보다가, 그것을 들고 내게로 왔다. "이건 선생님이 갖고 있는 것하고 다른데요, 토리 선생님!"

"그걸 네가 이곳에서 쓰게 될 거야, 아마."

아이는 계속 그것을 넘겨보았다. 그리고는 샌디에게 돌아서서 말했다.

"난 학습장 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요."

샌디는 입술을 오므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아이들한테도 그런 말을 들었었지. 학습장은 그리 재미있지는 않지."

쉴라는 잠깐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그것들을 했어요. 토리 선생님이 하게 했지요. 익숙하진 않지만 지금 하고 있어요. 이것도 그리 나쁘게 보이지는 않아요. 이것도 아마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리고는 한 페이지를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이 애가 실수를 했네요. 보세요, 여기 빨간 표시가 있어요." 쉴라는 그것을 내게 보여주었다.

"가끔 사람들은 실수를 한단다." 샌디가 말했다. 나는 쉴라가 채점에 예민하다는 것을 샌디에게 말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것이, 즉 쉴라가 자기 실수에 대해 갖는 불안감을 줄여주는 것이 다음 학기의 과제 중에 하나인 것이다.

"그럼 샌디 선생님은 그런 아아들에게 어떻게 하세요?" 쉴라가 물었다.

"아이들이 실수할 때?" 샌디가 말했다. ", 그 애들에게 다시 해보도록 한단다. 만일 모르고 있는 것이라면, 내가 도와주지. 누구나 한 번은 실수를 한단다. 그건 큰 문제가 아니야."

"선생님, 애들을 때리세요?"

샌디는 웃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아니, 분명히 안 때려." 쉴라는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 저 선생님도 안 그런데요,"

쉴라의 질문 공세 덕에 우린 거의 45분가량 샌디와 있었다. 결국, 쉴라의 버스 시간에 맞추어 돌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우린 밖으로 나왔다. 그때 샌디는, 쉴라가 학기가 끝나기 전에 하루에 몇 시간 정도 와서 3학년이 어떤 것인지 보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고 말했다. 나는 그녀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고 쉴라와 함께 차 쪽으로 걸어갔다.

우리가 학교로 돌아올 때까지 쉴라는 말이 없었다. 그러다가 내가 차를 주차 시키려고 돌리는데 쉴라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 선생님도 그리 나쁜 것 같지는 않아요,"

"잘됐네, 네가 그 선생님을 좋아하게 되어서 기쁘다."

차에서 내린 쉴라는 내 손을 잡고 교실로 걸어 들어갔다.

"선생님. 내가 맥기어 선생님 반에 가끔 갈 수가 있을까요?"

"가고 싶니?"

"상관없을 것 같아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학교 문 옆에 늘어진 말채나무꽃을 따서 그 아이의 머리에 꽂아주었다. "그래, 쉴라. 너를 위해 그렇게 조종해 볼 수 있을 거야."

마지막 주 월요일 날, 안톤이 쉴라를 샌디 학급에 데려다주었다. 나는 그 아이에게 오전 동안만 있으면 된다고 했으나 그 아이는 하루종일 있겠다고 했다. 또한 다른 아이들처럼 카페테리아(먹고 싶은 것은 골라서 먹고 점심값을 지불하는 식당)에서 식사하기를 원했다. 우리 학교에서는 주어진 식사만을 하게 되어있었다. 그래서 쉴라는 보통 학급 아이가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알고 싶어 했다. 안톤의 손을 잡고 가는 그 아이를 볼 때 내 가슴은 뛰었다. 그 아이는 채드가 사준 빨갛고 하얗고 파란색의 드레스를 입고 와서 내게 머리를 묶어 달라고 했다. 그 아이는 안톤 옆에서는 더 작아 보였다. 또 아주 상처받기 쉬운 약한 아이 같아 보였다.

쉴라는 오후에 만족스러운 베테랑이 되어 돌아왔다. 아이는 식당에서 식사 쟁반을 흘리지 않고 날랐다든지, 또한 마리아라는 머리가 길고 예쁜 아이가 같이 식사를 하기 위해 자리를 구해주었다는 이야기를 자세히 설명하면서 자랑스런 미소를 지었다. 물론 잘못된 일도 있었다. 화장실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을 잃어버렸으나, 마침내 교실로 돌아갔다고도 했다. 달리기를 하다가 넘어져 무릎이 까졌다면서 옷을 들어 내게 보여주었다. 상처는 크지 않았지만, 아팠고, 그래도 울지 않았다고 했다. 샌디가 상처를 불어주었다고 했다. 모든 점에서, 그날은 성공적인 날이었다. 쉴라는 마리아가 낙제해서 자기와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마리아에게 그런 불행을 바라지 않고도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얼른 말해주었다.

쉴라는 이제야 우리 학급을 떠나는 일을 충격적으로 느끼지 않았다. 그런 말을 하는 대신에 쉴라는 맥기어 선생에 대해, 또는 다음 학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건 내게 있어서 슬픈 순간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더 이상 소용이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학기 마지막 날에 우리는 학교 근처에 있는 공원으로 소풍을 갔다. 우리는 식당에서 싸준 점심과 아이스크림 캔디를 만들어 가지고 갔다. 부모들은 과자나 그외 다른 것들을 갖고 왔다. 넓은 공원은 오래된 것이었고, 작은 동물원과 커다란 연못이 있었다. 6월의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꽃밭도 있었다. 아이들은 부모들과 이곳저곳에서 재잘거렸다.

쉴라의 아버지는 오지 않았다. 그래도 쉴라는 아침에 엷은 오렌지색의 여름옷을 입고 나타났다. 그 아이는 자기가 많이 노출되어 있다는 것을 알고 어쩔 줄 몰라 하며 처음에는 몸을 웅크리고 다녔다. 그러나 안톤이 옷 색깔이 예쁘다고 격찬하고, 할 수 있다면 자기가 그 옷을 훔쳐 입었을 것이라고 부추겼다. 이 말에 쉴라는, 안톤이 그 옷을 입은 모양을 상상하면서 킥킥거리며 웃었고 긴장을 풀었다. 그래서 다른 아이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교실을 가로질러 가며 춤을 추었다. 그 옷은 쉴라의 아버지가 지난밤 할인 상점에서 사다 준 것으로, 쉴라가 아버지한테 처음 받아 입은 새 옷이었다. 공원까지 가는 길에도 쉴라는 발레를 하듯 빙빙 돌면서 춤을 추었다.

공원에서도 그 아이의 기쁨에 넘친 동작은 계속되었고, 안톤과 휘트니와 나는 점심 식사 후에 연못 옆에 앉아 그 아이를 보고 있었다. 쉴라는 곁에서 삼사십 발자국 떨어져 있는 연못을 돌고 있었다. 아이는 마음속의 음악을 들으며 길을 따라 미끄러지듯 춤을 추었다. 그 아이 주위에서 산책을 하던 다른 사람들도 즐거운 얼굴이었다. 그 아이의 춤추는 모습은 섬뜩할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내가 느낀 것 같은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안톤은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고 있었고, 휘트니는 아무도 듣지 못하는 음악을 알아내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안톤이 내 쪽을 보았다. "저 아인 천사 같지요? 마치 당신이 아주 심하게 무시한 것처럼 저 아인 가버릴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 아인 자유로와요." 휘트니가 나직이 말했다. 실로 그러하였다.

그 마지막 날은 빠르게 다가왔다. 우리는 짐을 챙겨 교실로 돌아와서 마지막 시험지를 나눠주었고,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좁은 마룻바닥으로 된 그 교실이 이젠 텅 비었다. 벽에 걸린 그림이나 글들도 떼어냈고, 동물들도 모두 내 아파트로 옮겨놓았다.

자기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이 궁극적으로 어떤 것이라는 생각이 쉴라에게 점점 명료해졌고, 그 아이의 즐거운 기분은 사라졌다. 아이들이 시험지를 전부 받고서 종 소리를 기다리는 동안, 쉴라는 쿠션과 동물우리가 있던 구석으로 가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쉴라는 쪼그리고 앉았다. 다른 아이들은 여름방학과 새 학기의 변화로 들떠 재잘거리고 있었다. 안톤이 아이들에게 노래를 부르게 하는 동안 나는 쉴라에게로 갔다.

눈물이 그 아이의 그을린 볼을 타고 흘렀다. 그 아이는 자기 머리카락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 눈에는 아픔과 슬픔이 가득했다. "난 가고 싶지 않아요." 그 아이는 울부짖었다. "이렇게 끝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구요. 다시 돌아오고 싶어요, 토리 선생님."

"물론 그럴 거야, 쉴라." 나는 그 아이를 안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런 기분이 들어도, 얼마 안 있어 넌 여름방학을 즐기게 되고, 그리고 나서 3학년이 될 거야, 정상적인 아이로, 지금은 약간 힘든 것뿐이야."

"난 가고 싶지 않아요, 토리. 선생님이 가는 것도 원치 않구요." 나는 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억나니?" 네가 나한테 편지를 쓸 거라고 말한 것 말야. 우린 편지를 통해서 서로에게 무슨 일이 있는지를 계속 알게 되는 거야. 우리가 진짜 헤어진 것이 아닌 것처럼, 알겠지?"

"아니요, 난 안 해요. 남아있고 싶어요." 그 아이는 자제를 하려고 애를 쓰면서 내 품에서 떨고 있었다. "난 나쁜 애가 될 거예요. 맥기어 선생님 교실에서 모든 것을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 선생님이 돌아와야만 할 거예요."

"애야, 난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단다. 그것은 옛날의 쉴라가 하던 말이야."

"난 좋은 애가 되지 않을 거예요, 절대! 선생님도 나를 어쩔 수는 없어요."

"그래, 쉴라. 난 할 수 없단다. 그건 네가 결정하는 거야. 하지만 그런 것이 사태를 어떻게 바꾸어 놓을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잖아. 이번 학기를 다시 돌려놓을 수는 없단다. 또 이 학급도, 또 나도, 네가 말했듯이 나도 학교에 다닐 거야. 네가 할 일은 너 자신만이 결정할 수 있단다. 하지만 그런 것으로 이번 학기를 되돌려 놓지는 못해."

아이는 마룻바닥을 노려보면서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기억해 봐, 넌 나를 길들였어. 그러니 내게 책임이 있는 거야. 그건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는다는 거란다. 또한 우리가 약간 울 수도 있다는 것을 뜻하지. 하지만 곧 우리가 서로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기억하게 될 거야."

아이는 고개를 저었다. "난 전혀 행복하지 않을 거예요."

바로 그때 종이 울렸고, 교실은 함성으로 떠나갈 것 같았다. 나는 일어나서 다른 아이들에게 갔고, 쉴라도 머뭇거리면서 따라왔다. 작별 인사를 했다. 타일러와 윌리엄은 울고 있었고, 피터는 소리치며 즐거워했다. 우린 모두 포옹과 키스를 나누었고, 아이들은 6월의 따뜻함 속으로 달려가 버렸다.

이 마지막 날에는 초등학교 버스가 간 뒤 잠시 후에 고등학교 버스도 출발한다는 사실을 짐작하고, 나는 안톤과 휘트니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쉴라의 물건을 챙겼다. 안톤과의 이별은 그 아이에게 힘든 일이었다. 처음에는 손으로 얼굴을 가려 그를 보려고도 하지 않앗다. 결국 안톤은 그들이 이주자 캠프에서 서로 볼 수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면서, 쉴라를 데리고 가서 자기 아이들과 놀게 해주겠다는 약속도 했다. 마지막으로 내가 최후통첩을 전해야 했다. 버스까지 걸어가려면 지금 당장 떠나야만 했다. 쉴라는 안톤에게 돌아서 그를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휘트니에게 손을 흔들고 내 손을 잡았다. 문 앞에서 그 아이는 잠깐 멈춰서더니 다시 안톤에게 달려가 그를 끌어안았다. 그 아이는 안톤의 뺨에 키스를 하고 내게로 뛰어왔다.

쉴라가 자기 물건인 시험지 몇 장과 낡은 <어린 왕자> 책을 집어 들었을 때 그 아이의 눈에는 눈물이 반짝였다. 우린 계단을 내려가 고등학교로 향했다.

쉴라는 가는 동안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나 역시 그랬다. 우린 말이 없었다. 버스는 고등학교 앞 차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학생들은 아직 타지 않고 있었다. 운전사 아저씨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고, 쉴라는 달려가서 의자에 자기 물건을 갖다 놓았다. 그러고는 다시 버스에서 내려 내가 서 있는 곳으로 걸어왔다.

나를 올려다보는 쉴라의 눈은 햇빛에 그림자가 져 있었다. 나도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건 마치 햇빛 속의 작은 영원함과 같았다. "안녕!" 그 아이는 아주 부드럽게 말했다.

나는 무릎을 꿇어 그 아이를 꼭 안았다. 나는 가슴 뛰는 소리를 들었고, 목이 메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내가 일어나자 그 아이는 버스로 달려갔다. 큰아이들이 버스 계단에 서 있었기 때문에 그 아이는 버스를 타기 위하여 기다려야만 했다. 쉴라는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내게 달려왔다.

"나 그럴 뜻은 없었어요." 아이는 숨을 헐떡이며 말했다. "내가 나쁜 애가 될 거라고 말했을 때 그럴 뜻은 없었어요. 난 좋은 아이가 될 거예요." 그 아이는 엄숙한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선생님을 위해서요"

나는 머리를 저었다. "아니야, 나를 위해서가 아니야. 넌 너를 위해서 좋은 아이가 되는 거란다."

그 아이는 약하게 미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다시 돌아가 계단을 올라가서 사라졌다. 잠시 후에 나는 버스 뒤창에 얼굴을 바짝 대고 있는 쉴라의 모습을 보았다. 운전사 아저씨가 문을 닫고 떠날 준비를 했다.

"안녕!" 그 아이는 창에 납작하게 코를 대고 입을 움직였다. 흐느끼는 듯한 그 아이의 모습이 이제 눈앞에서 가물거렸다. 버스는 빙 돌아 떠나고 있었다. 작은 손이 미친듯이 흔들거리다가 차츰 약하게 흔들렸다. 나는 거리를 돌아 시야에서 살져가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며 미소를 보냈다.

"잘가!"라는 말이 얼어붙은 듯한 목에서 거의 들리지도 않을 정도로 떨려 나왔다. 그리고 나는 돌아서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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