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내 사무실 벽에 걸린 한 시를 보는 사람은 예외 없이 지은이가 누구냐고 묻습니다. 그시를 이해하려면 그것을 쓴사람을 알아야만 할것입니다. 그시를 지은이가 바로 이 책의 주인공인 '쉴라'입니다.
내가 쉴라를 처음 만났을 때, 쉴라는 여섯 살 난 여자아이였습니다. 그는 절대로 말도 안 하고 울지도 않는 아이로 두 눈은 증오에 가득 차 있었습니다.
쉴라는 어머니에게 버림받고, 술 주정꾼인 아버지에게 학대를 받은 아이였습니다. 그 후 쉴라는 동네의 세 살 난 한 남자아이를 유괴해다가 나무에 매어놓고 불을 질렀습니다. 화상을 입은 아이는 병원에 입원했고, 불을 지른 아이는 체포되었다는 기사가 신문에 났지만 나는 무심코 읽었을뿐, 이 아이가 내 차지가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결국 이 아이는 복잡한 경로를 통해서 내가 담임한 특수학급에 맡겨졌고, 나는 그 아이의 담임교사가 되었습니다. 이 책은 이 아이의 담임으로서의 나의 생생한 체험 기록입니다.
나는 반평생을 정서적 부적응아와 더불어 생활을 해왔습니다. 대학 1학년 때 우연히 이런 아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에 자원봉사자로 발을 들여놓은 것이 계기가 되어 그후 계속 이 분야를 전공하게 되었고, 학사, 석사, 박사학위를 취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5개 주에 살면서 사립탁아소, 공립학교, 정신병원 병동, 환자를 격리 수용하는 심리치료실 등에서 일을 하는 동안 한결같이 내가 추구하는 것은 이 특수한 어린이들을 이해할 수 있는 비밀의 열쇠를 얻은 것입니다. 결국 그런 열쇠란 없는 것이라고 회의할 때도 많았고 사랑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낀 경우도 많았지만은 그래도 인간의 마음에 대한 신념이 나를 지탱해 왔습니다.
내가 대학생들로부터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그렇게 날이면 날마다 정신이상자를 상대하고 폭력, 빈곤, 알콜중독, 신체적 혹은 성적 학대, 무시와 냉담 속의 아이들과 함께 어떻게 좌절하지 얺고 견디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내게 묻기를, 네가 생애를 바치고 노력한들 그 많은 아이들 중에서 겨우 중간이나 될까 말까 한 아이도 나오기 힘들 것이고, 우리 기준으로 보아서 생산적이고 건설적이라고 볼수있는 인생을 살만한 사람이 거의 없을 터인데 어떻게 좌절하지 않고 견디느냐는 것입니다.
사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그들은 단순히 어린이들일 뿐이니까요. 모든 어린이가 그렇듯이 그들도 때로는 실망을 주지만 대체적으로 감수성이 예민하고 인정이 많아서 많은 감동을 줍니다. 광기 자체가 오히려 보다 많은 진리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뿐 아닙니다. 이 어린아이들은 용감합니다. 이들 중에는 폭력과 고집으로 일관해서 말이 안 통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려서 공포에 가득차 있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이들 중에는 짐승만도 못한 대우를 받는 아이들도 있습니다. 더러는 전혀 사랑을 받지 못하고 자랍니다. 그래도 그들은 견딥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은 하는 수 없이 그처지를 견디고 받아들입니다.
이 책은 이들 중 오직 한 아이의 이야기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이 책은 동정을 사기 위해서 쓰여진 것도 아니고, 한 교사가 칭찬을 받기 위해서 쓰여진 것도 아니며, 평화롭게 사는 사람들을 우울하게 만들려는 것도 아납니다. 오히려 이기록은 정신질환자와 생활하면서 생기는 좌절감에 대한 응답이고 인간의 마음의 승전보입니다. 왜냐하면 이아이는 내 학급의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 인간이고 또 우리 모두 마찬가지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는 살아남은 생존자일 뿐입니다.
그의 시는 이렇습니다.
사랑하는 토리선생님께
많은 사람이 왔습니다.
그들은 모두 나를 웃게 하려 했습니다.
그들은 나와 게임을 했습니다.
더러는 재미를 위하여 더러는 승부를 위하여,
그러다 다 가버렸습니다.
상처 입은 게임 속에 나를 내버려 둔 채
무엇이 재미이고 무엇이 승리인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홀로 남은 내 귀에는
웃음소리가 메아리쳤지만
그것은 나의 소리는 아니었습니다.
그때 선생님이 왔습니다.
선생님은 아주 엉뚱했습니다.
사람도 아닌 듯했습니다.
그리고 나를 울게 하였습니다.
울어도 상관을 안 했습니다.
단지 게임이 끝났다고 말할 뿐
그리고 기다려 주었습니다.
내 눈물이 모두 기쁨으로 바뀔 때까지.
1
그 기사는 일간신문 6페이지의 연재만화 아래 단 몇 구절 정도로 짧게 실려 있는 기사였다. 그것은 이웃 어린이를 유괴한 여섯 살짜리 소녀에 관한 것이었다. 그 추운 11월 어느 날 밤에, 한 소녀가 세 살 난 남자아이를 유괴해서 근처 숲속 나무에 묶어 놓고 불을 질렀던 것이다. 남자아이는 위급한 상태에서 구제되어 병원에 실려 갔고, 여자아이는 체포되었다.
나는 다른 신문 기사를 읽을 때와 마찬가지 기분으로 이 기사를 읽었으나 순간적으로 이 세계에 어떤 변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그날 저녁 설거지를 하는 중에 다시 그 기사가 머리에 떠올랐으며, 경찰이 그 소녀를 어떻게 처리했을까 궁금했다. 설마 여섯 살짜리를 감옥에 넣지는 않겠지 하면서도, 한 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바람 새는 시립구치소의 문짝을 두드리는 모습이 슬쩍 머리를 스쳐 갔다. 그러나 그때까지는 그 일이 나와 상관이 있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떤 교사도 배경이 그런 여섯 살짜리 아이를 자기 학급에 받는 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학부모도 그런 아이가 자기 아이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바라지 않을 것이며, 아무도 그 아이가 고삐 없이 놓아지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그 아이가 내 차지가 될 것이라는 사실을 나는 미처 몰랐던 것이다.
나는 우리 교육청에서 일명 '쓰레기 교실'이라는 애칭으로 불리우는 특수학급을 지도하고 있었다. 내년부터는 특수아를 일반학급에 통합시키려는 교육위원회의 방침이 실시될 것이지만 금년까지만 해도 특수아는 종류별로 분류가 되어 정신지체. 정서장애. 지체부자유. 행동장애. 학습장애 등을 위한 학급에 수용되었고, 분류가 불가능한 8명만이 내 차지였다. 내가 맡은 학급은 어린 인간쓰레기를 수용하는 마지막 특수학급이었다.
지난봄 나는 일반학급에 다니는 정서장애인과 학습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는 시간제 자원 교사로 일하고 있었다. 내가 여러 가지 자격으로 얼마 동안 그 지역에 살았던 탓에 특수교육구장인 에드 섬머드는 5월에 나를 찾아왔다. 그가 나에게 이번 가을부터 그 쓰레기 학급을 지도하는 데 관심이 있는지를 물어왔을 때 나는 별로 놀라지 않았었다. 그는 내가 심한 정서장애인에 대한 경험도 있었고, 어린아이를 좋아한다는 것과 또한 도전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을 한 후에 겸연쩍게 웃었다. 그런 발린 말이 얼마나 스스로 부자연스러운지 알면서도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그는 절박한 사정에 있었다.
나는 약간의 주저 끝에 그것을 수락하였다. 나는 다시 한번 아이들을 믿음으로써 내 자신의 학급을 갖고 싶었다. 또한 본의는 아니었지만 조금은 억압적이던 교장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었다. 그는 마음은 좋았으나 나와는 사고방식이 달랐다. 그는 나의 평상복, 무질서한 학급, 그리고 내 이름을 경칭 없이 부르는 학급 아이들에 대해 불만스러워했다. 이것은 사소한 문제였으나 모든 작은 일이 그러하듯 중요한 오점들이 되었던 것이다. 에드의 요청대로 이 학급을 믿음으로써 나의 청바지, 지저분함 및 아이들에 대한 친밀감이 간과되리라고 믿었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을 받아들였고 어떤 장애물도 극복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그러나, 나의 확신은 개학 첫날이 끝나기도 전에 상당히 약해졌다. 첫 번째 타격은, 똑같은 학교에 똑같은 교장 밑에서 일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끼게 되었다. 그 교장은 이제 나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8명의 유별난 아이들에 대해서까지 염려해야 했다. 우리는 즉시 체육관이 붙은 별관에 있는 방 하나로 내쫓겼다. 그 방은 크고 조용한 아이들의 경우라면 충분히 크다고 할 수 있겠지만, 조그마한 아이들 8명과 어른둘, 책상 10개, 탁자 3개, 책꽂이 4개, 많은 의자들을 위해서는 형편없이 좁았다. 그래서 교사용 책상, 책꽂이 2개, 서류함, 작은 의자 9개를 밖으로 내놓았으며, 결국에는 학생용 책상들도 모두 밖으로 내놓았다. 이 방은 원래 검사 및 상담실용이어서 마룻바닥에 카펫트가 깔려 있엇다. 내 마음대로 한다면, 하루종일 불 켤 필요도 없고, 더러운 얼룩이 남지 않는 리놀륨 바닥으로 된 방과 바꾸고 싶었다.
우리 주의 법은 내가 전일제 보조원을 고용하도록 요구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심한 정서장애아들을 데리고 하루종일 일하는 것은 격무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지난해 나와 같이 일했던 두 유능한 여자 중의 한 사람을 쓸 수 있기를 원했지만, 반대로 새로 고용된 서투른 사람이 배당이 되었다. 우리 지역은 주립병원, 감옥, 또 거대한 이민 노동자 거주지역이 인접해 있어서, 사회사업부에 등록되어있는 실업자들이 많기에 비숙련직은 항상 그들에게 주어졌다. 그래서 개교 첫날, 키가 크고 호리호리하며, 영어보다 스페인어를 더 잘하는 멕시코계 미국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29세로 고등학교도 졸업하지 못했고, 아이들과 일해본 경험도 없었다. 그는 이일을 특별히 원하지 않았지만, 이 일을 하게 되면 다른 이민 노동자들을 따라 캘리포니아로 가는 대신 처음으로 겨우내 이곳에 남아 있게 된다고 좋아했다. 그래서 우리 둘은 같이 일했고, 학기가 시작된 후에 14세의 여자 중학생이 자기 자습 시간인 두 시간을 매일 우리 학급에 와서 일해 주겠다고 하였다. 결국 나는 이들과 더불어 아이들을 맞이하게 되었다.
나는 이 8명에게 특별한 기대를 하지 않았다. 나는 이미 오랫동안 이 일을 해왔기 떄문에 초년생같이 순진하지는 않았다. 충격을 받거나 당황할 때에도 내색하지 않는 것이 최상의 방어라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며, 이것이 안전한 방법임을 알고 있었다.
8월의 개학 날 아침에 가장 먼저 도착한 아이는 피터였다. 그 아이는 여덟 살로 아프리카계의 거친 흑인이었다. 그에게 심한 발작과 점점 격한 행동을 일으키는 신경질환이 있다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다. 피터는 잔뜩 화가 나서 욕을 해대고 소리치면서 방으로 뛰어 들어왔다. 그는 학교를 무척 싫어했고, 이 방에 있기를 싫어했기 때문에 나는 그를 다룰 수가 없었다.
그다음은 타일러였다. 그 여자아이는 엄마 뒤에 살며시 숨어 검은 곱슬머리를 푹 숙이고 있었다. 타일러 역시 8세로 두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었다. 두 번째로 마신 하수구 세척제가 그 아이의 식도 일부를 부식시켰다. 그 아이는 목에 인공 튜브를 끼고 있었고, 그에 관한 끔찍한 증거로 붉은 수술 칼자국이 많이 있었다. 이어 맥스와 프레디는 둘 다 비명을 지르며 끌려 들어왔다. 맥스는 몸집이 크고 건강한 금발의 여섯 살로, 융자폐라는 호칭을 달고 왔다. 그는 소리치고 울면서 팔을 펄럭이며 온 방을 빙빙 돌아다녔다. 그 아이의 엄마는 맥스가 항상 어떻게 변할지 예기치 못하게 행동한다고 변명스럽게 해명했다. 그 어머니는 지친 듯이 나를 쳐다보았으며, 단 몇 시간만이라도 그 아이에게서 해방될 수 있다는 안도감이 눈에 역력했다. 프레디는 일곱 살이며, 몸무게는 42kg이었다. 비계살이 옷의 끝과 셔츠 단추 사이로 비집고 나왔다. 그 아이는 마룻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야 비로소 울음을 그쳤는데, 사실상 무슨 짐 더미처럼 생기 없이 누워서 모든 일을 멈추고 있는 것이었다. 한 보고서에 의하면, 그 아이는 너무나 자폐적이라고 하였다. 다른 보고서에는 중증의 정신지체라고 기록되어 있었다. 또 다른 보고서는 도대체 모르겠다고 했다.
사라는 일곱 살로 3년 전부터 알고 있던 아이였다. 그 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내가 가르쳤다. 사라는 신체적. 성적 학대의 희생물로 분노에 찬 지체아였다. 그 아이는 다른 학교의 특수학급에 있을 때도 내내 선택적 벙어리였다. 그녀는 자기 어머니와 언니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와도 말하지 않았다. 우리는 서로를 보고 웃음을 보냈으며, 서로가 구면이라는 것을 감사했다.
깔끔한 옷을 입은 중년 부인이 인형처럼 예쁜 여자아이를 데리고 들어왔다. 그 소년은 아동 의상 잡지에 나오는 모델 같았다. 부드러운 금발은 정성 들여 가꾸었고, 산뜻한 옷은 흠잡을 때가 없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수잔나 조이, 나이는 여섯 살로 학교에 처음 오는 것이었다. 나의 마음은 움찔하였다. 입학 당시부터 내 학급에 배치되었다는 것은 희망적인 표시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의사는 부모에게, 수잔나가 정상이 아니고 소아 정신분열증이라고 하였다. 그 아이는 시각 및 청각적으로 분명 환각을 일으키고 있었다. 대부분의 시간은 질질 울고, 몸을 앞뒤로 흔들면서 보냈고, 말이 거의 없었고, 혹 말을 한다 해도 거의 의미가 없는 말뿐이었다. 어머니의 눈은, 그녀의 요정 같은 아이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마술적인 의식을 행해주도록 나에게 애원하고 있었다. 부모들의 간청하는 눈을 보면서 내 마음은 쓰라렸다. 왜냐하면 그들이 수잔나 조이에게 필요한 마술 같은 것은 우리 중에 아무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나는 그 부모들이 직면할 고통과 번민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온 윌리엄과 길모어는 둘 다 아홉 살이었다. 윌리엄은 물, 어두움, 자동차, 진공청소기, 그리고 침대 밑의 먼지에 대해 공포심을 가지고 있는 호리호리하고 얼굴이 창백한 소년이었다. 그 아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몇 가지 습관, 즉 자기 몸을 문지르거나 작은 소리로 철자를 낭송하는 것에 몰두하였다. 길모어는 해마다 들어오는 많은 멕시코계 미국인 이주자들 중의 하나였다. 그는 분노에 찬 소년이었지만 다룰 수 없지는 않았다. 불행히도 그는 맹아였다. 처음에는 그를 내 학급에 배정하는데 이의를 제기했지만 맹학급이나 약시학급들이 그의 공격적인 행동을 다룰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하는 사실을 알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하지만 그것은 우리도 같은 상황으로 나 역시 맹아를 가르칠 준비가 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10명이 되었고, 중학생 보조원 휘트니까지 모두 11명이었다. 처음으로 다양한 아이들과 보조원들을 훑어보았을 때 나는 절망감을 느꼈다. 우리는 도대체 이 학급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도대체 내가 어떻게 그들에게 9개월 만에 달성해야 할 산수와 다른 모든 기적을 행할 수 있을까? 3명은 대소변 훈련도 되어 있지 않았고, 2명 이상이나 사고를 낸 경력이 있었다. 말을 할 수 없는 아이가 셋이었고, 한 명은 말을 하지 않았다. 잠시도 입을 다물지 않는 아이가 둘이었고, 앞을 볼 수 없는 아이도 하나. 이것은 분명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도전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해나갔다. 안톤은 기저귀 갈아주는 일을 배웠고, 휘트니는 카페트 밖에서 소변 받는 것을 익혔으며, 나는 점자를 익혔다. 교장 콜린스씨는 별관으로 넘어오지도 않았고, 에드 섬머스도 나타나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한 학급을 이루었다.
크리스마스 휴가 때쯤, 우리는 서로 소속감을 느꼈고, 나는 하루하루 기대감을 가지고 맞이하게 되었다. 사라는 다시 정상적으로 말하기 시작했고, 맥스는 글자를 배우고 있었으며, 타일러는 가끔씩 웃곤 했다. 피터는 자주 화내지 않았다. 윌리엄은 식당까지의 복도에 있는 전등 스위치를 그대로 두고 지나갈 수 있었고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어떤 주문을 외지 않아도 되었다. 길모어도 마지못해 점자를 배우고 있었다. 수잔나 조이와 프레드는 아직도 힘든 아이였다.
나는 지난 11월에 읽은 신문 기사는 까맣게 잊고 있었다. 잊지 않았어야 했는데, 또한 우리가 머지않아 12명이 될 것이라는 사실도 미처 몰랐다.
에드 섬머스는 크리스마스 휴가가 끝나고 다시 학기가 시작되자 아침 일찍 나를 찾아왔다. 그의 상냥한 얼굴은, 곤란한 일이 있다는 것을 내가 깨닫기 시작하자 변명의 표정으로 변하였다. 그 표정은 길모어를 위해 특수교사를 채용하지 못한 때나, 수잔나의 부모가 의사에게 절망적인 보고를 들었을 때에 붙어 다니는 표정이었다. 에드는 그런 일들이 달라지기를 바랐으며, 그가 진짜 그렇게 바란다는 것을 나도 믿었으므로 그에게 화를 내진 못했다.
그는 "당신 학급에 새 아이가 들어올 예정인데요"라고 말하면서, 얼굴에는 나에게 말하기를 주저하는 빛이 역력했다.
나는 한참동안 무슨 말인지 모르고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 나는 이미 주에서 인정된 최대의 수를 채웠고, 또 다른 아이를 받게 되리라고는 예측하지 못했다.
"에드 나는 지금 8명이나 데리고 있어요."
" 나도 알아요, 토리. 하지만 이건 특별한 경우에요. 우린 그 아이를 어디에도 넣을 데가 없어요. 유일한 선택의 여지가 당신 학급이에요."
"하지만 난 이미 8명의 아이를 맡고 있어요" 하며 묵묵히 반복했다. "그것이 내가 맡을수 있는 법적 한계랍니다."
에드는 괴로와 보였다. 그는 축구선수와 같은 키와 근육을 지닌 우람한 체격에 중년의 특별한 부드러움이 배어있는 사람이었다. 그의 머리는 거의 벗겨졌고, 반짝이는 대머리 위로 남은 머리를 조심스레 빗어넘겼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그는 성품이 부드러웠고, 그와 같은 부드러운 태도를 지닌 사람이 전문직 교육계의 높은 자리에 있다는 것은 드문 일이었다. 아마도 그것은 그만의 비법이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그가 나에게 말해야만 하는 일들로 괴로워할 때에 나는 언제나 부드럽게 대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 아이가 그렇게 특별난 것이 무엇이에요?" 나는 시험 삼아 물어보았다.
"그 아이는 지난 11월에 어린 소년에게 불을 질렀던 여자아이랍니다. 우린 이 아이를 학교에서 빼내서 주립 정신병원에 보내도록 결정하였지만, 그곳에 아동부가 아직 개설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 달 동안 집에 있었는데 많은 문제를 일으켰지요. 현재 사회사업가들이 우리에게, 그 아이를 위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느냐고 말이 많답니다."
"사회사업가들은 그 아이를 집에 그냥 있게 할 수 없나요?"
나는 물었다. 몇가지 이유로 인해 어떤 아이가 학교에 다닐 수 없을 때, 그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교사를 집으로 보내는 방법이 있는데, 이 방법으로 나는 많은 아이들을 지도 했었다. 가끔 심한 정서장애를 장애아들이 적절한 배치를 받게 될 때까지 교육위원회는 이런 방법으로 다루어 왔다.
에드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무도 그 아이를 상대로 기꺼이 일하려 하지 않아요."
나는 놀라며 대답하였다." 그 아이는 여섯 살인데, 여섯 살짜리를 겁내고들 있다구요?"
그는 어깨를 으쓱해 보임으로써, 그 아이에 대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을 무언으로 말해 주었다.
"하지만 나는 이미 내가 다룰 수 있는 아동수를 맡고 있잖아요."
"교체될 만한 아이를 한 명 고르세요. 우린 그 아이를 여기에 넣어야만 하니까요. 토리 이건 임시 조치일 뿐이에요. 주립병원에 아동부가 생길 때까지만. 그러나 지금은 그 아이를 여기에 넣어야 해요. 이곳이 그 아이를 다룰 수 있고, 또한 그 아이에게 적당한 유리한 곳이죠."
"그 아이를 맡을 만큼 아둔한 사람은 오직 나뿐이라는 거군요."
"당신이 교체하고 싶은 아이를 골라낼 수 있다니까요."
"그 아이는 언제 오나요? "
"8일이에요."
곧 아이들이 도착할 시간이었고, 나는 휴가 후 우리들의 첫날을 준비해야만 했다. 에드는 내가 하루 일을 시작하고자 한다는 것을 느끼고서 목례를 하고 떠났다. 그는 때가 되면 내가 그 일을 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안톤에게 그 소식을 전해준 후,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나는 그날이 가까와 옴에 따라 누구를 보낼 것인가를 스스로에게 계속 물었다. 길모어는 분명한 선택의 여지가 있었다. 그를 가르칠 준비가 나에게 거의 안 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면 프레디나 수잔나는 어떠한가? 둘 다 많이 진전되지 못했다. 또는 타일러일 수도 있었다. 그 아이는 요즘은 자살을 시도하지는 않았다. '죽어버리겠다'는 말도 더 이상 하지 않았고, 검은색 크레용으로 그림을 그리지도 않았다. 자료실 교사도 그 아이를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아이들 한명 한명을 보면서 그들이 어디로 갈 것이며, 어떻게 보낼 수 있을지, 그리고 그들이 우리 방에 없다면 어떨지 상상해 보았다. 나는 진심으로 그들 중 어느 누구도 그럴 만큼은 준비가 되어 dlT지 않았다. 또한 나도 그들을 단념할 수가 없었다.
나는 전화 수화기를 꽉 쥐었다. 손에 땀이 나서 수화기가 자꾸 미끄러졌기 때문이었다.
"에드, 난 내 아이들 중에 어느 누구와도 교체하고 싶지 않아요. 난 그들 중에서 어느 한 명도 뺄 수가 없어요."
"토리, 우리는 그곳에 그 아이를 넣어야만 한다고 당신에게 말했잖아요. 정말 미안합니다. 당신에게 이렇게 하기는 싫지만 다른 곳이 없답니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전화기 옆 게시판을 멍하니 바라다보았다. 거기에는 우리 반 아이들이 하나도 참석할 수 없는 학교 행사들이 즐비하게 적혀 있었다. 나는 홧김에 말했다. "내가 9명을 맡을까요?"
"9명을 맡으려구요?"
"그것이 법에 어긋나긴 하지만 보조원 하나를 더 고용할 수 없을까요?"
"생각해 봅시다"
"승낙하시는 거지요?"
"나는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장담은 할수 없지요. 그럼 책. 걸상 한 벌이 더 필요합니까?"
"내가 원하는 건 다른 교사 한 명이나 다른 교실이에요."
"그렇지만 책. 걸상 한 벌로 참아주셔야지요."
"아뇨, 나는 도대체 책. 걸상이라는 것을 쓰지 않고 있어요. 처음부터 방이 좁아서 책. 걸상은 안 들여놓았어요. 그래서 우리는 바닥에도 앉고, 탁자 위에도 앉고 그래요. 정말이에요. 다른 책. 걸상은 필요없어요. 보내려면 아이만 보내주세요,"
2
그 아이는 1월 8일에 도착했다. 그 아이를 받기로 약속한 뒤 그가 도착한 날 아침까지 나는 그 아이에 대해 아무런 말도 듣지 못했고, 서류도 받지 못했으며, 가정환경 및 기타 배경에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 오로지 아는 것이라고는 한 달 전에 신문에서 읽은 두 줄짜리 기사뿐이었다. 그러나 그건 상관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만일 내가 무엇을 미리 알고 있었다고 해도 이 아이에 대한 적절한 준비를 갖추기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에드 섬머스는 그 아이의 손목을 꽉 쥐고 끌어당기듯이 데리고 들어왔다. 콜린스 교장도 에드와 함께 모처럼 이 별관에 왓다. "이 분이 너의 새 선생님이시다." 에드가 설명을 했다. "그리고 이곳이 너의 새 교실이다."
우린 서로 바라보았다. 그 아이의 이름은 쉴라였다. 나이는 여섯 살 반이었고, 머리는 헝클어져 있었으며, 적의에 찬 눈에 악취를 풍기는 아주 작은 꼬마였다. 난 좀 더 큰아이리라 예상했었는데, 겨우 세 살짜리의 키만큼 작다는 사실에 놀랐다. 낡아빠진 무명 작업복 바지에 색바랜 남아용 줄무늬 셔츠를 입고 있는 모습은 마치 아동 구호사업 광고에 나오는 아이 같았다.
"안녕, 내 이름은 토리란다." 나는 아이의 손을 잡으면서, 가장 친절한 음성으로 말했다. 그러나, 그 아이의 반응은 없었다. 에드가 건네주는 손목을 잡으면서, "이 아이는 사라라고 하는데 우리 반의 환영 담당이니까 이 아이가 너에게 방을 안내해 줄 거야" 라고 말했다.
사라가 손을 내밀었지만 쉴라는 무감각한 채로 사람들의 얼굴을 하나씩 노려보았다.
"이리 와. 얘." 사라는 그 아이의 손목을 잡았다.
"그 아이의 이름은 쉴라란다" 나는 말해 주었다. 그러나 쉴라는 이런 친절한 행동들에 화를 내면서 손을 뿌리치고 뒤로 물러섰다. 쉴라는 뒤돌아서서 달려 나가려 했으나 다행이 콜린스 교장이 문 앞에 서 있어서 그에게 부딪쳤다. 나는 그 아이의 팔을 잡고서 교실로 다시 끌어들였다.
"우린 갑시다."라고 말을 하는 에드의 얼굴에는 민망한 표정이 스쳐 지나갔다. "선생님, 사무실에 이 아이의 기록부를 두고 갑니다."
안톤은 에드와 콜린스 교장이 떠난 뒤 문을 닫고 빗장을 걸었다. 나는 쉴라를 우리가 항상 아침에 토론을 벌이는 내 의자 앞으로 데리고 가서 내 앞의 바닥에 앉혔다. 다른 아이들이 우리 주위로 조심스럽게 모여들었고, 이제 우리 모두 12명이 되었다.
우리는 매일 아침에 토론으로 시작했다. 우리 학교는 수업 시작 전에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하고, 애국가를 부르기를 좋아하는 학교였다. 나는 기본적인 욕구조차 전달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애국심이란 적절한 주제가 아니라고 여겼으나 학교 측에서는 이와 같은 애국심의 표현을 하지 않는 사람을 의심스러워했기 때문에 절충하는 의미에서 토론을 창안해냈다. 우리 아이들 모두는 무질서하고 파괴된 가정에서 오기 때문에 우리는 매일 아침마다 우리를 재조직해줄 수 있는 그 무엇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의사전달을 자극해 주고 언어적인 이해력을 높여줄 수 있는 어떤 것을 원했다.
우리는 먼저 맹세를 하였다. 그 맹세는 아이들이 돌아가면서 선창하는 식으로 했으므로 선창을 맡은 아이는 그것을 외어야 했다. 이 과정은 효과적이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어휘를 조직해서 의미를 내포하는 말로 표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후에는 그날의 주제를 토론하기 시작했다.
보통 주제는 느낌에 관한 것이었다. 예를 들면,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무엇인가'라든가 혹은 '만약 누군가가 다쳤음을 알았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의 문제 해결에 관한 것들이었다. 토론에는 모든 어린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였다. 처음에는 내가 여러 주제를 제공했으나, 한두 달 후에는 아이들이 자기들의 의견을 제의했다.
주제토론이 끝난 후에는, 아이들에게 전날 방과 후에 일어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시간을 조금씩 주었다. 아침 토론의 두 가지 특성은 점점 더 활발해졌다. 수잔나도 때때로 참여하였다. 아이들은 모두 말할 거리들이 많아서 어떤 날은 끝맺기가 힘들었다. 그러고 나서 내가 그날의 계획을 대략 설명해주고서 같이 노래를 부르며 끝마쳤다. 나는 여러 가지 율동을 함께하는 노래들을 알고 있었고, 항상 아이들 중의 한 명을 끌어들여 인형 다루듯 같이 율동을 하며 즐겁게 노래를 불렀다. 아이들은 그것을 좋아했고, 우리는 언제나 웃으면서 이 과정을 끝마쳤다. 아침에 우울한 기분으로 들어온 날도 그러했다.
이날 아침에도 나는 아이들을 내 주위로 불러 모았다. "애들아, 이 아이는 쉴라란다, 오늘부터 쉻라는 우리 반 아이가 되는 거야."
"어떻게 된 거예요?" 피터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새로운 여자아이가 올 것이라는 걸 말해 주지 않았잖아요."
"아냐, 내가 말했었잖니, 피터. 지난주 금요일에 쉴라가 우리와 함께 지내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쉴라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연습한 것이 있잖니. 우리가 무엇을 했었는지 기억나니?"
"그래도 난 이 애가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이 싫어요." 피터는 대답했다. "난 우리끼리가 좋아요." 그는 내 말을 더 이상 듣기 싫다는 듯이 귀를 막고 몸을 흔들기 시작했다.
"익숙해지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 하지만 우린 해낼 수 있을 거야." 나는 쉴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바닥에 앉혔다. "자 누가 이야깃거리를 갖고 있나?"
모두 나를 둘러싸고 바닥에 앉았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아무도 말할 것이 없니? 자, 그럼 내가 말하마. 만일 너희가 어떤 모임에 새로 왔는데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고, 또 그 모임에 참여하고 싶은데 그 친구들이 너희가 같이 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 그럴 때 너희는 어떤 기분일 거라고 생각하니?"
"나빠요." 길머오가 말했다. "그런 일이 내게 한 번 있었는데, 나는 기분이 나빴어요."
"그 일을 우리에게 말해 줄 수 있겠니?" 내가 물었다.
갑자기 피터가 후다닥 일어나서 " 이 아이는 냄새가 난다구요, 선생님"하고 말했다. 그는 쉴라에게서 멀리 물러났다. "저 애는 지독한 냄새가 나고, 나는 저 애가 우리와 함께 있는 것이 싫어요. 저 애는 나에게 악취를 풍긴다구요."
쉴라는 피터를 노려보았으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쉴라는 몸을 웅크리고 무릎을 꽉 끌어안았다.
사라가 일어나서 피터에게로 갔다. " 이 애는 정말 지독한 냄새가 나요, 토리."
아이들은 예의가 없었다. 나는 속이 상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이 거리낌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을 말살할 수는 없었기에 나는 우선 예의범절을 가르치고자 했다. "피터, 누군가가 너에게 지독한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면 그때 기분이 어떻겠니?"
"어쨌든 저 애는 지독한 냄새가 난다니까요." 피터는 반박했다.
"내가 묻는 것은 그것이 아니라니까. 누군가가 너에게 지독한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면 너는 어떻게 느끼겠느냐고 물었지."
"나는 모든 사람에게 냄새 풍기길 원치 않아요. 그건 확실해요."
"내가 물은 건 그게 아니라니까."
"기분이 상할 거예요." 타일러가 자발적으로 대답했다.
"사라는 기분이 어떠니?" 나는 물었다. "넌 어떻게 느낄 것 같아?" 사라는 자기 손가락을 들여다보고 있다가 마지못해 나를 보았다.
"나도 그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 나는 우리들 중에 누구도 그런 일을 좋아하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문제를 해결할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우리는 쉴라가 부끄럽지 않도록 냄새가 난다는 것을 살짝 일러줄 수 있어요." 윌리엄이 제안했다.
"우린 저 아이에게 그러지 말라고 가르쳐줄 수도 있어요." 길머어가 덧붙였다.
"우리 모두 코를 막을 수도 있어요." 피터가 말했다. 피터는 아직도 자기의 말이 부적절하다는 것을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피터야." 윌리암이 말했다. "그러면 숨을 쉴 수 없잖아."
"쉴 수 있어. 입으로 숨 쉬면 되지."
나는 웃었다. "자, 그럼 모두 피터 말대로 해보자. 피터.너도" 쉴라에게도 해보도록 했으나 그 아이는 거절했다. 잠시 후 쉴라를 뺀 우리 모두, 프레디와 맥스조차도 우리가 하고 있는 우스운 얼굴 때문에 웃어버렸다. 나는 이런 행동이 쉴라를 놀리고 있는 것으로 보일까 봐 걱정되었다. 그래서 급히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을 설명하였다. 쉴라는 나를 무시했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런 것이 우리가 해결하는 방법이었으며, 나는 마지막으로 쉴라에게 물었다. "너는 이런 것을 어떻게 생각하니?" 우리는 기다렸으나 긴 침묵이 흐를 뿐이었다. 다른 아이들은 더 이상 참지 못했다.
"저 애는 말을 안 해요?" 길모어가 물었다.
"나도 말을 잘 안 했었잖아. 기억하니?" 사라가 말했다.
"나도 전에 정신 이상이었을 때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었어." 사라는 쉴라를 바라보았다. "나도 말하지 않았었어. 쉴라, 그래서 그 기분을 잘 알 수 있어."
"자, 우리가 지금까지 쉴라를 너무 궁지에 몰아넣었구나. 저 애가 우리에게 익숙해질 때까지 시간을 좀 주자, 어떻니?"
우리는 나머지 토론 시간을 계속했다. 끝으로 '유 아이 마이 선샤인'이란 노래를 불렀다. 프레디는 즐거워하며 손뼉을 쳤다. 길모어는 팔로 지휘를 하였고, 피터도 목청껏 노래했다. 나는 손 인형 다루듯 테일러를 데리고 율동을 하였다. 그러나 쉴라는 끝내 얼굴을 찡그리고 온몸을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토론이 끝나고 산수 공부를 하기 위해 흩어져 앉았다. 안톤은 내가 쉴라에게 교실을 고루 보여주는 동안 다른 아이들을 가르쳤다. 사실은 쉴라에게 교실을 구경시켜 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아이가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한 것이었다. 왜냐하면 그 애는 전혀 움직이질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때는 이 아이가 어른이 아닌 것이 다행이었다. 그러나 쉴라는 내가 보여주려고 하는 것마다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보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떻게 해서든 이 방에 익숙하게 만들기 위해 그 애르 두루 데리고 다녔고, 작은 방과 옷걸이를 보여주었고, 찰스(이구아나라는 큰 도마뱀), 베니(뱀), 어니언스(토끼)도 소개해 주었고, 우리가 키워온 식물들과 점심시간 이전에 읽는 이야기책들과 수요일 오후 요리 시간에 쓰는 접시들도 보여주었다. 어항과 장난감도 보여주었다. 나는 그 아이를 끌고 다니면서 마치 그 아이가 관심을 보이는 것처럼 수다를 떨었다. 내 팔은 그 아이의 무게로 뻐근했고, 그 아이에게는 후덥지근한 7월 오후의 헛간 같은 냄새가 났다. 마지막으로 그 아이를 탁자 앞에 앉히고 산수 시험지를 꺼내 주었다. 이것이 그 아이에게서 처음으로 반응을 일으켰다.
그 아이는 시험지를 움켜쥐고 뭉쳐서 내게 던졌다. 나는 다른 종이를 주었으나 그 아이는 똑같이 반복했다. 나는 또 다른 종이를 주었다. 쉴라는 또다시 시험지를 내 얼굴에 던졌다. 쉴라가 기운을 다 써버리기 전에 시험지가 먼저 다 떨어져 버릴 것이라는 걸 알고 나는 그 아이를 내 무릎 위에 올려놓고, 한팔로 빳빳한 그 애의 몸을 감싸버렸다. 그리고 새 시험지를 앞에 놓았다. 나는 한팔로 블록이 담긴 쟁반을 앞으로 끌어당겨서 탁자 위에 쏟았다.
"자, 이제 산수를 할까?" 나는 말했다. "첫째 문제는 2+1이야." 나는 블록을 두 개 보여주고 세 번째 블록을 더했다."이게 모두 얼마지? 세어보자." 쉴라는 몸을 빳빳이 하면서 고개를 돌렸다. "셀 수 있겠니, 쉴라?" 반응이 없었다
. "자, 내가 도와주지. 하나, 둘, 셋.2+1은 3이란다." 나는 연필을 집어서 "여기에 써넣어 보자"고 하였다.
모든 것이 전쟁이었다. 나는 쉴라의 팔 하나를 억지로 빼서 손가락에 연필을 쥐어주었다. 그 아이의 손에서 연필이 바닥에 떨어졌고, 내가 연필을 주우려고 몸을 굽힌 순간, 쉴라는 블록 두 개를 집어 방구석에 던져 버렸다. 나는 그 손을 잡아서 다시 연필을 쥐어주고 떨어뜨리지 못하게 내 손으로 그 위를 꽉 잡았다. 그런데 하필이면 왼손잡이인 내가 오른손으로 연필을 쥐게 하였다. 그래서 재빨리 글을 쓰지 못했다. 쉴라는 이런 작은 유격전에 능숙했기 때문에 연필은 또 떨어졌고, 한 번 더 투쟁을 한 다음 나는 포기하였다.
"아직은 산수 공부를 하고 싶지 않은 게 분명하구나. 좋아, 의자에 앉거라. 이곳에 있는 모든 사람들은 자기 일을 해야만 하고 또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 하지만 그것을 하려고 싸우지는 않아. 네가 앉아 있고 싶다면 앉거라." 나는 아이들이 너무 흥분되어 있거나 통제할 필요가 있다고 볼 때, 그들을 격리시켜 놓는 곳인 교실 한쪽 구석에 그 아이를 끌어다 놓았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에게로 돌아갔다.
잠시 동안 그 아이를 쳐다보고, "쉴라, 우리와 함께 공부할 마음이 생기면 이리로 와도 좋다."
그 아이는 얼굴을 벽 쪽으로 돌리고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다. 몇 분이 지난 후에 나는 같은 말을 다시 한번 했다. 그리고 또 몇 분이 지났다. 그 아이는 내가 원하는 것은 어떤 것이든 하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교실 구석으로 걸어가서 의자를 끌어왔다. 쉴라가 의자에 앉고자 한다면, 우리 가운데 앉을 수 있도록 만들어 버렸다.
우리들의 아침 일정은 평상시대로 진행되었다. 쉴라는 어느 일에도 참여하지 않았고, 작은 나무 의자에 푹 파묻혀 앉아서 꼼짝도 안 했다. 무릎을 끌어안고 그 위에 턱을 고이고 있을 뿐이었다. 화장실 갈 때 한 번만 의자에서 일어났고, 다시 돌아와서는 도로 그 자세로 앉아 있었다. 휴식 시간에조차 그 자세로 앉아 있었다. 나는 이렇게 움직이지 얺는 아이는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 아이의 눈길은 내가 가는 곳을 따라 계속 쫓아다녔다. 충혈되어 있고 분노에 찬 눈길이 나를 떠나지 않았다.
점심때, 안톤은 아이들이 별관에서 식당으로 가는 것을 도와주었다. 쉴라는 줄 서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으나 나는 아이의 손목을 잡아 줄 밖으로 끌어 내렸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이 다 갈 때까지 기다렸다. 우리는 서로 바라보았다. 그 짧은 순간에, 나는 그 눈에서, 미움도 아니고 분노도 아닌 어떤 것을 볼 수가 있었다. 두려움이었을까?
"이리 와라" 나는 아이를 탁자로 끌어당겨서 내 맞은편 의자에 앉혔다. 그 아이는 셔츠 밑으로 어깨를 움츠리고 나를 노려보았다.
"우리에겐 많은 규칙이 있지는 않지만 꼭 필요한 것이 두 가지 있단다. 하나는, 네가 여기에서 어느 누구도, 너 자신까지도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너의 일에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한단다. 이 규칙들을 네가 아직 올바르게 지니고 있지 못한 것 같아."
그 아이는 고개를 약간 낮추었으나 시선은 내게 고정시켰다. 그리고 다시 한번 다리를 끌어안고 몸을 움츠렸다.
"너도 알다시피 여기에서 네가 할 일 중에 하나는 말하는 것이란다. 네가 말하는 일에 익숙지 않아서 힘들다는 것은 알아. 하지만 네가 이곳에서 말을 하는 것이 공부를 잘하는 일이 되는 거야. 무엇이든 처음에는 힘들어서 가끔 울고 싶기도 하겠지. 어째든 말은 해야 한단다. 또한 머지않아 네가 말을 하겠지. 일찍 하면 할수록 더욱 좋아. 이 점 분명히 알겠니?"라고 하면서 굽히지 않는 쉴라의 눈길을 응시했다. 쉴라는 분노로 안색이 변했고, 그 미움이 터져서 무슨 일이 일어날 것만 같아 두려웠다. 하지만 두려움을 억누르고 눈에 나타내지 않았다. 쉴라는 다른 사람의 안색을 질 읽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이들에 대한 기대설정에 항상 엄격하였다. 내 동료 중 몇 명은, 내 아이들의 자아가 약하다는 이유로 그 아이들에 대한 나의 방침에 회의적이었다. 나는 이것에 찬성하지 않았다. 비록 그들의 존재가 가엾고 짓밟힌 존재이긴 하지만 나약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그들이 이제까지 생존해 온 것이 그들의 강인함을 입증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혼돈된 삶을 살고 있으며, 그들의 불안한 기질 때문에 주위 사람들에게 혼란을 초래했다. 나는 어떠한 분명한 틀을 세우는 것이 모든 아이들에게 유용하고 생산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그것이 우리들의 희미한 관계를 없앨 수 있기 떄문이었다. 분명히 그들은 누구의 도움 없이는 자신의 한계를 조정할 수 없었고, 그래서 그들이 내게 맡겨진 것이었다.
처음부터 나는 나의 기대 수준을 그들에게 분명히 제시했고, 그들이 자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될 때는 언제고 그들에게 권한을 맡겼다. 그래서 나는 쉴라가 내 말을 이해하는 동안 냉담한 침묵 속에 마주 앉아 있었다. 나는 더 이상 그 아이를 쳐다보고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되어, 의자에서 일어나 채점할 산수 시험지를 넣어두는 바구니가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선생님은 나에게 말을 시킬 수가 없어요." 쉴라가 말했다. 나는 계속 채점용 연필을 찾으면서 시험지들을 대충대충 보고 있었다. 훌륭한 교사가 되는 것은 3/4이 적절한 시기를 맞추는 것이다.
"선생님은 내게 말을 시킬 수 없다구요.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나는 그 아이를 쳐다보았다.
"선생님은 그렇게 할수 없어요."
"그래, 나는 할 수 없어. 하지만 너는 할 수 있을 거야. 그것이 이곳에서의 너의 일 중 하나이니까."
"난 선생님이 싫어요."
"그럴 필요는 없단다."
"난 선생님이 밉다구요."
나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가끔 최선의 방책이 침묵이라는 것을 잘알고 있었기에, 누가 채점용 연필을 갖고 있는지 궁금해하면서 그 연필을 계속 찾고 있었다.
"선생님은 나에게 아무것도 하게 할 수 없어요. 말하게 할 수도 없어요."
"아마 그럴지도 모르지." 나는 바구니에 시험지를 되돌려 놓고 그 아이에게로 다가갔다. "우리 점심 먹으러 갈까? " 나는 쉴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분노는 약간 사라지고 무슨 뜻인지 모를 표정으로 더 이상 우기지 않고 의자에서 일어난 쉴라는 내 곁으로 왔지만 손을 잡지는 않았다.
3
쉴라를 식당으로 데려다준 후에 나는 그 아이의 서류를 보려고 사무실로 갔다. 나는 다른 사람들이 이 난처한 아이를 어떻게 다루었는지 알고 싶었다. 그 아이를 관찰해보면, 분명히 맥스나 수잔나가 보여주는 것 같은 설명할 수 없는 정서장애로 고통받고 있지도 않으며, 놀랍게도 우리 학급에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보다는 자기 행동을 잘 조절하고 있었다. 그 증오에 찬 눈빛 뒤에는 감수성이 있고 매우 영리한 것 같은 작은 소녀가 도사리고 있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렇게 의식적으로 주변 세계를 조절할 수가 있는 것인가! 하지만 나는 이전에 다른 사람들이 이 아이를 데리고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알고 싶었다.
그 서류는 이런 경우 내게 온 것치고는 놀랄 만큼 얇았다. 내가 맡은 대부분의 아이들은 많은 의사, 교육자, 판사, 사회사업가들의 장황한 의견들로 가득 찬 두터운 서류들을 갖고 있었다. 그런 서류들을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그 서류를 작성한 사람이 아이를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서류에 적혀 있는 글은 박학한 식자의 논문이기는 하였지만, 절망적인 교사와 부모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지는 못했다. 나는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던 사람들을 의심스러워했다. 사실상 아이들은 각기 너무나도 개성적이고, 오늘의 경험만으로 내일을 계획할 수 없는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성장해 가며, 맥스나 윌리엄 또는 피터와 같은 사례를 다루는 교과서도 없을 뿐 아니라 대학 학과목도 없었다.
그런데 쉴라의 서류는 단 몇 장뿐이었다. 즉, 가족 사항, 검사 결과 및 특수 봉사기관의 표준자료뿐이었다. 나는 가족 사항에 대해 사회사업가가 적어놓은 것을 펴보았다. 그 내용은 가히 이해할 수 없는 정도였다. 쉴라는 이주자 캠프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었다. 그 집은 난방장치도, 상하수도 시설도, 전기도 없었다. 쉴라의 어머니는 2년 전에 쉴라를 버리고, 쉴라보다 어린 아들 하나만을 데리고 도망갔다. 그녀는 지금 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다지만 사실상 그녀의 소재를 아는 삶은 없었다. 그녀는 14세 때 30세인 쉴라의 아버지와 강제 결혼을 하고, 두 달 뒤에 쉴라를 낳았다. 나는 놀라움으로 머리를 흔들었다. 그 어머니 자신이 현재 소녀기를 겨우 벗어난 20세인 것이다.
쉴라가 어렸을 때 아버지는 폭행죄로 감옥에 있었다. 2년 반 전에 풀려났지만 역시 알코올 중독과 약물중독으로 주립병원에 있었다. 쉴라는, 고속도로에 버려져 차선 분리용 철책에 매달려 발견되기 전까지는 친척이나 가족의 친구네로 이리저리 옮겨 다녔다. 소년원에 들어왔을 때가 네 살이었는데, 쉴라의 몸에는 학대받은 흔적으로 많은 찰과상과 아물어버린 골절상이 있었다. 아버지가 구속됨으로써 쉴라는 학대에서 해방되었고, 아동보호 담당자가 이 사건을 맡게 되었다.
서류에 첨부된 법원 진술서에서, 판사는 그 아이를 자기 생가에 그냥 있게 하는 것이 가장 최선의 처방이라고 생각한다고 했으며, 군 지정 의사는 그 아이의 작은 체구가 영양결핍 때문인것 같기는 하지만, 상처와 골절은 다 아물었고, 건강한 코케시안계의 여자아이라고 휘갈겨 써놓았다. 이 두 장의 평가서 뒤에 붙어 있는 것은, 법원 정신과 의사의 간단한 메모로 '아동기의 만성 부적응'이라고 적은 것이었다. 나는 이것을 보고 이 사람이 얼마나 빈틈없는 결론을 내렸는지 어이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이 모든게 우리에게 무슨 도움이 되는가! 쉴라와 같은 아동기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은 만성 부적응일 것이다. 그러나 만일 어떤 사람이 그런 끔찍한 인생에 잘 적응했다면, 오히려 그것이 정신 이상임을 입증해 주는 것이리라.
검사 결과는 더욱 모호했다. 검사 용지의 제목마다 '거부했음'이라고 쓰여 있었다. 맨밑의 요약란에는 '검사 불가능'이라고 간단히 기술했고, 그 사실을 강조하듯 두 번 밑줄까지 그어 놓았다.
특수 봉사기관의 질문지에는 인적 사항들만이 적혀 있었다. 아버지가 애당초 응답을 해놓긴 했지만, 결정적인 중대한 시기에는 계속 감옥에 있었다. 쉴라는 두드러진 합병증 같은 것은 없이 지역 병원에서 무사히 태어났다. 그 아이의 초기 발달사에 대해선 알려진 게 없었다. 그 아이의 짧은 교육경력을 보면, 지금 있는 학교를 빼고서는 세 곳의 학교를 다녔다. 전학의 이유는 그 아이의 어떻게 할 수 없는 행동 탓이었다. 집에서는 정상적인 한계 내에서 먹고 자고 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하지만 매일 밤 침대를 적셨고, 엄지손가락을 빨았다고 하였다. 그 아이는 캠프의 이민 노동자 아이들 중에서도 친구가 없었고, 어른들과도 친밀한 인간관계를 갖지 못하였다. 아버지는 그 아이를 고립주의자이고, 아버지에게조차도 적의를 품은 상냥하지 못한 아이라고 기록했다. 또한 집에서도 변덕스럽게 말을 했고, 그것도 화가 났을 때만 말을 하였으며, 전혀 울지 않는다고 하였다.
나는 그 글귀를 다시 한번 읽었다. 전혀 울지 않는다고? 나는 울지 않는 여섯 살짜리 아이를 상상할 수가 없었다. 쉴라의 아버지는 쉴라가 좀처럼 울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고자 했을 것이 틀림없었다. 그것은 분명 실수였을 것이다.
나는 계속 읽어갔다. 쉴라의 아버지는 그 아이를 말 안 듣는 아이로 단정하고, 자주 매질하거나 권리를 빼앗아 버림으로써 아이에게 벌을 주었다고 했다. 나는 그 아이의 생활 속에 도대체 무슨 권리가 있었기에 빼앗았는지 궁금했다. 신문에 난 방화 사건 이외에도, 그 아이는 이주자 캠프에 불을 지르고, 버스 화장실의 벽에 배설물을 문질러 발라놓은 죄목으로 벌을 받았었다. 쉴라는 여섯 살 반의 나이에 세 번씩이나 경찰서에 끌려갔던 것이다.
나는 서류를 보면서 몇 가지 정보를 얻었다. 첫째, 그 아이는 쉽게 사랑할 수 있는 아이가 아니라는 점으로, 이는 그 아이가 쉽게 사랑할 수 없는 상황에서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둘째, 쉽게 가르칠 수 있는 아이가 아니었으나 전혀 불가능 한 아이는 아니었다. 쉴라는 이런 불우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수잔나 혹은 프레디보다도 더 가능성이 있을 것 같았다. 이는 쉴라의 기능이 정신지체나 신경 손상, 또는 뇌 신경 등으로 잘못된 것이라는 지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모든 점들을 미루어 보면, 쉴라는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아이임에 틀림없었다. 그러니만큼 쉴라와의 전쟁은 결코 간단할 수가 없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쉴라의 회복이 오직 우리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었다. 만일 우리가 쉴라 같은 아이들을 다루다가 실패할 때 내세울 수 있는 적합한 이유, 즉 자폐증이라든지 뇌 손상이라든지 하는 구실이 있을 수 없는 오직 우리 자신만이 이유일 뿐이기 때문이었다. 그 적의에 찬 두 눈 뒤에 숨어 있는 것은, 인생이라는 것은 그다지 즐거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체념뿐이었다. 그래서 스스로를 가능한 한 부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타인으로부터 더 이상의 거부를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었고, 그로 인해 자기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단순한 사실이다.
내가 서류를 보고 있는데 보조원 안톤이 들어 왔다. 그는 내 곁에 의자를 끌고 와 앉더니 내가 그 서류를 다 보고 나자 그것을 집어 들었다. 안톤과 나는 처음에 서로 서먹서먹했지만, 이젠 아주 잘 맞는 한 팀이 되었다. 그는 아이들을 잘 다루었다. 지난해부터 이 분야에서 일함으로써 그는 아직도 이주자 캠프의 작은 오두막에서 그의 아내와 두 아들과 함께 살고 있었다. 안톤은 우리 학급 아이들이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나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나는 훈련과 경험, 지식을 갖고 있었고, 안톤은 직감과 지혜가 있었다. 나는 그들의 생활의 특정한 부분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나의 생활에는 따뜻한 집이 있고, 폭력이나 굶주림, 바퀴벌레들은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한 어른으로서 나는 지금 또 다른 사람들이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으며, 그런 생활방식이 그들에게는 역시 일반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는 있었으나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안톤이 이런 나의 결점을 메꾸어 주었고, 우리는 함께 서로 보완해주는 관계를 형성해 왔다. 안톤은 언제, 어떻게, 누구를 도와야 하는가를 말해 주지 않아도 알 수 있게 되었고, 더 이로운 것은 그가 스페인어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영어를 잘 모르는 길모어가 왔을 때 나를 많이 도와주었다. 그 안톤이 나의 옆에 앉아서 조용히 쉴라의 서류를 보고 있었다.
"쉴라는 점심시간에 어땠어요?"
그는 서류에서 고개를 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았어요. 그 아이는 음식을 본 적이 없었던 것처럼 먹었어요. 설마 못 보지는 않았겠지만요. 식사 태도는 나빴어요.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앉아서 먹었고 소란은 피우지 않았어요."
"당신은 그 아이의 아버지를 동네에서 잘 알고 있나요?"
"아뇨, 그곳은 백인들이 사는 곳으로 다른 쪽 캠프에요. 마약 중독자들이 우글거리죠. 우린 절대 그곳에 가지 않아요."
다른 보조원 휘트니가 들어와서 사무실 카운터 위로 몸을 구부렸다. 그녀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귀여운 소녀였다. 키가 크고 날씬하며, 담갈색의 눈에 길게 늘어진 연한 금발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녀가 비록 중학교에서 우등생이고, 이 지역 가장 저명한 집안 중의 한 집안 출신이라고 하더라도 그녀는 무척이나 조신한 소녀였다. 그녀가 가을 학기에 처음 왔을 때, 너무나 말이 없이 자기 일만 했고, 나를 쳐다보지 못했다.
그녀는 실수가 잦았는데, 한번을 새로 만들어 놓은 초록색 페인트 반 통을 체육관 마룻바닥에 엎었고, 또 어느 때인가는 박람회장에서는 남자 화장실에 프레디를 놔두고 잊어버렸으며, 어느 날 방과 후에는 교실 문을 닫지 않아서 우리 교실의 애완동물 베니가 기어 나와 1학년 앤더슨 선생님의 교실로 들어갔었다. 나에게 있어서는 이 보조원 휘트니는 아이 하나를 더 데리고 있는 것과 같았다. 내가 처음 몇 달간 제2의 보조원의 도움에 매달릴 필요가 없었다면, 그녀의 그런 것들을 참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처음 몇 주 동안은, 나는 항상 재차 설명해주고, 닦아주고, '걱정하지 마'라고 속에도 없는 말을 했었다. 휘트니는 항상 울고 있었다.
그러나 안톤처럼 휘트니에게도 좋은 점은 있었다. 그녀는 아이들을 잘 보살폈고, 우리에게 헌신적이었으며, 가끔 우리들과 더 오래 있으려고 수업을 빼먹은 적도 있었다. 또한 점심시간이나 방과 후에도 나를 도와주려고 찾아오곤 했다. 그녀는 자기가 갖고 놀던 장난감을 집에서 가져와 아이들에게 주었으며, 교육잡지에서 읽은 새로운 개념들을 나를 위해 알려 주었다. 그리고 항상 갈망하고 간구하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풍요로움과 그녀 집안의 저명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보기엔 어떤 면에서는 우리 학급의 아이들보다 더 유복하게 지내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서툴고 어리석은 행동을 참고 견디어 나갔다.
"선생님, 새로 온 여자애를 맡으신 거예요?" 휘트니는 카운터 위로 몸을 내밀고 내가 있던 서류 위로 그녀의 머리카락을 떨구면서 물었다.
"그렇단다."라고 말하면서 나는 아침에 일어난 일에 대해서 간단히 말해 주었다. 그때 갑자기 비명 소리가 들렸다.
나는 이것이 내 아이들 중 하나라는 것을 알았다. 정상 아동들은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묻듯이 안톤을 바라다보았다. 휘트니는 바깥 상황을 살피려고 얼른 사무실을 나갔다.
타일러가 엉엉 울며 쓰러질 듯이 들어왔다. 그 아이는 문밖만 가리키며 목메어 우느냐고 설명을 못했다. 그리고는 뒤돌아서 달려갔다. 우리 셋은 모두 그 아이의 뒤를 쫓아 별관으로 향해 뛰었다. 보통 점심시간 동안은 식사 보조원들이 아이들을 책임지고 있었다. 추운 날은 아이들은 모두 교실에서 놀게 하고, 그 보조원들이 순찰을 돌았다. 나는 그들에게 나의 아이들을 잠시라도 지켜보지 않고 방치 해두면 안 된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그들은 내 방을 지켜보기 싫어했고 잘 지켜보지도 않았다. 내 아이들은 마지막 차례로 식사를 하기 때문에 그들이 실제로 돌보는 시간은 약 20분 정도였으나, 그래도 그들은 아이들과 교실에 남아 있는 것을 싫어했고, 또 그것을 거부했다. 나는 그런 보조원들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왜냐하면 내가 없이도 아이들에게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자립심을 주입시키고자 애쓰고 있었기 때문에, 점심시간에 매일 이 능력을 시험해 보는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안톤과 나에게는 이 30분의 휴식이 절대로 필요했다. 그러나 가끔 걷잡을 수 없는 일이 터지곤 했다.
타일러는 계속 울먹이며 우리가 달려가는 동안, 눈에 대해, 새로운 여자아이에 대해 알 수 없는 말을 하였다. 내가 전속력으로 교실에 뛰어들었을 때, 교실은 수라장이었다. 쉴라는 어항 옆에 있는 의자 위에 반항적인 자세로 서 있었다. 그 아이는 금붕어를 하나씩 잡아서 연필로 눈알을 찍어 버린 것이었다. 의자 주위의 마룻바닥에는 7~8마리의 금붕어가 눈알이 뭉그러진 채 필사적으로 펄떡이고 있었다. 쉴라는 오른손에 금붕어를 쥐고 있었고, 왼손에는 연필을 쥐고 공격적인 자세로 서 있었다. 식사 보조원이 그 아이의 옆에서 펄쩍펄쩍 뛰고 있었으나 너무 놀라서 연필을 뺏으려 하지도 못했다. 사라는 소리 내어 울고 있었고, 맥스는 팔을 마구 휘저으며 비명을 지르면서 교실을 뛰어다녔다.
"그것 놔라!" 나는 가장 위엄스러운 목소리로 소리 질렀다.
쉴라는 나를 노려보면서 의미심장하게 연필을 움켜쥐었다. 만일 조금이라도 그 아이를 자극한다면 공격해 올 것이 분명했다. 그 아이는 공격받는 동물의 눈처럼 사나운 눈을 하고 있었다. 마룻바닥에는 금붕어들이 절망적으로 펄떡이고 있었고, 작은 핏자국이 있었다. 맥스는 여전히 당황하여 왔다 갔다 했다.
갑자기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들려왔다. 우리 뒤에 수잔나가 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그 아이는 피나 또는 다른 붉은 액체에 대해 정신 분열적 공포증이 있어서, 자기가 피를 보았다고 생각하거나 환각을 일으킬 때조차도 무의식적으로 달리면서 미친 듯이 소리 지르게 된다. 그래서 금붕어를 보자마자 방을 가로질러 달려갔다. 안톤이 그 뒤를 쫓아갔고, 나는 그 순간에 쉴라를 잡아 연필을 뺏으려 했다. 그러나 쉴라는 민첩하게도 내 팔을 향해 연필을 던졌는데, 어찌나 세게 던졌는지 연필은 순식간에 내 팔을 찌르고 마룻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아픔도 느끼지도 못할 정도였다. 프레디도 맥스와 같이 방을 빙빙 돌면서 뛰어다녔고, 타일러는 울고 있었고, 길모어는 탁자 밑에 숨어 있었고, 윌리엄은 한쪽 구석에 서서 울고 있었으며, 휘트니는 소리 지르며 뛰어다니는 맥스와 프레디를 잡으려고 쫓아다녔다. 그 소리들은 귀를 찌를 만큼 컸다.
"토리!" 윌리엄이 울면서 달려왔다. "피터가 발작을 일으키고 있어요!" 뒤를 돌아보니 피터가 바닥에 쓰러지고 있었다. 쉴라를 휘트니에게 맡기고 달려가서 피터가 쓰러진 주위의 의자들을 치웠다.
그때 쉴라는 휘트니의 정강이를 소리가 날 정도로 걷어차고서 도망쳤다. 나는 아직도 발작으로 몸을 뒤트는 피터 곁에 주저앉아 내 앞에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주는 압박감이 나를 내리누르는 것을 느꼈다. 이 모든 일들은 단 몇 분 안에 일어난 것이었다. 모든 아이들은 자제력을 잃고 말았다. 피터 이외의 모든 아이들은 울고 있었다. 사라, 타일러, 윌리엄은 벽 쪽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울고 있었고, 길모어는 탁자 밑에 숨어서 흐느끼며,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쥔 채 스페인어로 엄마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수잔나는 안톤의 팔에서 미친 듯이 버둥거렸고, 맥스와 프레디는 여전히 가구에 부딪혀가며 미친 듯이 방안을 돌아다녔다. 피터는 내 팔에 축 늘어져 있었다. 죽 둘러보니 휘트니가 쉴라를 뒤쫓아가서 안 보였다. 식사 보조원은 벌써 가버리고 없었다. 여러 달 동안의 노력이 모두 무너져내리고 말았다.
콜린스 교장과 그의 비서가 문가에 나타났다. 대체로 나는 이런 나쁜 일이 있을 때의 우리 학급을 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일이라서 나는 도움이 필요했고, 또한 이 사실을 부인할 수 없었다. 그와 내가 수년간 일해오면서, 나는 정신 이상아를 많이 다루었으나 큰 실수를 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그가 항상 예상했던 것처럼 이제 나는 실패한 것이었다. 그는 우리들을 아무도 볼 수 없는 별관에 넣어둔 것을 하나님께 감사하고 있을 것이다.
비서는 피터를 집으로 보내기 위해 일단 양호실로 데리고 갔다. 왜냐하면 피터는 큰 발작이 있은 후에는 항상 잠을 자야 했기 때문이었다. 콜린스 교장은 나를 도와 프레디와 맥스를 잡아 의자에 앉혔다. 나는 길모어를 탁자 밑에서 끌어내어 꼭 껴안았다. 앞을 볼 수 없는 그에게 이 수라장은 얼마나 끔찍하게 들렸을까? 안톤은 아직도 수잔나 조이를 달래고 있었고, 우린 어느 정도 진정된 듯했다. 타일러와 사라는 토론장소에 앉아 서로를 위로했다. 윌리엄은 핏자국을 뚫어지게 보면서 흐느끼고 있었다.
콜린스 교장은 그를 달래려 했지만 그 아이를 끌어안아 줄 만큼 가까이 다가가지는 못했다. 우리는 죽은 금붕어를 밟아 미끌어지면서, 카페트 위에 비닐을 묻히면서, 이리저리 흩어져 있는 아이들을 모두 모았다. 얼마 후 울음소리도 점차 줄어들었다. 휘트니와 쉴라는 나가 있었지만 그 순간에는 그 생각을 하지도 못했다.
콜린스 교장은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묻지 않는 관대함을 보여주었다. 나는 아이들을 전부 제자리에 앉힌 다음, 그에게 도와주어서 고맙다고 말하면서 일반학급 보조원인 메리를 좀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그녀는 지난해 나를 도와주었던 능력 있는 사람이었다. 나는 아직도 누구든 한사람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메리가 오자,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이야기책을 골라서 둘러앉았고, 나는 쉴라를 찾으러 갔다. 쉴라가 달아날 때, 본관 건물과 연결되어있는 문들과 복도들이 복잡하게 되어 있어 분명 당황했을 것이다. 휘트니는 쉴라가 밖으로 나가는 문을 찾기 전에 그 문을 막을 수가 있었고, 그래서 쉴라는 체육관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휘트니는 동굴 같은 체육관의 문 쪽에 서 있었고, 쉴라는 멀찌감치 떨어져 서 있었다.
휘트니는 눈물을 흘리면서 그 자리를 지켰다. 그런 소녀를 보았을 때의 나의 마음은 아팠다. 이것은 14세의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심한 일이었다.
나는 체육관으로 들어가서 휘트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고 쉴라에게로 다가갔다. 그 아이의 눈은 사나왔고, 얼굴은 공포로 볽어져 있었다. 내가 조금씩 가까이 가면 그 아이는 뒤로 물러섰다. 나는 부드럽고 친절한 어조로 설득시키려 했으나 오히려 목소리는 격앙되어 떨리고 있었다. 천천히 구석으로 몰아갔으나 커다란 체육관에서 쉴라가 나를 피하는 것은 문제도 안 되는 일이었다.
나는 잠깐 멈추어 서서 생각을 해보았다. 분명 아이를 붙잡아야만 했다. 그 아이의 눈에는 가눌 수 없는 두려움이 서려 있었고,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으며, 오로지 동물적인 본능에 따라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서 그 아이가 붕어가 있는 교실로 돌아가는 것이 오히려 자기 자신이나 다른 아이들에게 더 위험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할 수가 없었다. 내 머리는 몹시 혼란스러웠고, 팔은 연필로 찔린 부분 때문에 떨렸다. 피가 옷소매에 스며 나왔다. 만일 여럿이서 쉴라에게 접근한다면, 그 아이를 더욱 겁나게 할 것이 분명했고 그렇다고 가두어버리면 더 날뛸 것이 분명했다. 그는 긴장을 풀고 자기 자신을 진정시켜야만 했다. 아이의 체구나 나이에 상관없이 이런 상황에서는 진짜 공격 자세를 취한다는 것을 나는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내게 공격을 하지 않는다면 자신에게라도!
나는 휘트니에게, 교실로 돌아가서 안톤에게 메리와 함께 가능한 한 수업을 진행하도록 하라고 이르게 했다. 그러고는 체육관 문을 닫고 그곳을 둘로 나눌 수 있는 무거운 가리개를 끌어당겨 닫았다. 쉴라를 또다시 달아나게 할 수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다음, 할 수 있는 한 가까이 다가가서 주저앉았다.
우리는 서로를 응시하였다. 대단히 흥분된 공포심이 아이의 눈에 역력했다. 나는 아이가 떨고 있는 것을 보았다.
"너를 해치지 않아, 쉴라. 해치지 않는단다. 네가 더 이상 겁나지 않을 때까지 기다리마. 그리고나서 교실로 돌아갈 거야. 난 화나지 않았단다. 널 해치지도 않을 거고."
몇 분이 지나자 나는 더 앞으로 다가가 앉았다. 쉴라는 나를 노려보았다. 그 아이의 야윈 어깨뿐 아니라 몸 전체가 떨리는 것을 나는 보았다. 하지만 쉴라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나는 그 아이에게 화가 나 있었다. 오, 하나님이시여! 난 정말 화가 나 있었다. 눈알이 도려내진 채 바닥에 버려진 금붕어들을 보았을 때 나는 새파랗게 질렸었다. 나는 동물 학대를 참지 못한다. 그러나 이젠 분노도 사라지고 그 아이를 보니 측은한 마음이 가득했다. 그 아이는 아주 용감했다. 놀라고, 지치고, 불편한 상황에서도 굴복하지 않았다. 그 아이의 세계는 믿지 못할 세계였기에, 그에 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대항하고 있었다. 그 아이는 나를 믿어야 할 이유가 없었고, 또 그러려 하지 않았다. 자기보다 더 크고 더 강하고 힘센 우리 모두에게, 아무런 말도 없이 울지도 않고 겁내지 않으며 대항하는 그런 용감한 아이였다.
나는 좀 더 가까이 갔다. 우린 거의 30분 정도를 그곳에 있었다. 나는 그 아이와 3미터 정도의 거리를 두고 있었고, 그 아이는 조심스럽게 내 접근을 관찰하고 있었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해치지 않는다는 것을 재차 보장하였다. 또한, 아이들이 우리 방에서 하고 싶어 하는 것들, 다같이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그 아이가 장차 우리와 함께 할 것들도 이야기했다. 끝없이 시간이 흘렀고 오래 움직이지 않고 있어서 몸이 저리기 시작했다. 그 아이의 다리는 자세를 바꾸지 않고 왜 서 있은 탓에 떨리고 있었다.
우린 기다렸다. 그 아이의 눈에는 격분이 사라지고 피곤이 어렸다. 나는 시간이 궁금했지만 시계를 보려고 팔을 움직이는 것이 겁났다. 그래서 우린 계속 기다렸다. 쉴라의 바지 앞쪽 색이 진해졌고, 발밑으로는 오줌이 흥건히 괴었다. 그 아이는 처음으로 내게서 고개를 뗴고 그것을 내려다보더니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고개를 들었을 때, 방금 일어난 일에 대한 두려움이 분명히 나타났다.
"실수란 있는 법이야. 네가 회장실에 갈 새가 없었기 때문이지, 너의 잘못은 아니란다." 내가 말했다. 교실에서 그렇게 큰 난동을 부린 아이가 오줌 싼 것쯤을 걱정하는 것에 나는 놀랐다.
"우리가 그걸 닦으면 되지 않니?" 나는 제안했다.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쓸 수 있는 걸레가 교실에 있단다."
그 아이는 다시 한번 내려다보고는, 또다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아무 말 않고 있었다. 그 아이는 상황을 좀 더 자세히 파악하고자 조심스럽게 뒷걸음질 쳤다. 그러더니 "선생님, 나를 때릴 거예요?"하고 쉰 목소리로 물었다.
"아니야, 난 아이들을 때리지 않아."
그 아이는 이마를 찌푸렸다.
"나는 네가 그것을 닦는 걸 도와줄 거란다. 우린 아무에게도 말할 필요 없어. 이건 우리만의 비밀이야. 왜냐하면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사고였다는 걸 내가 알고 있으니까."
"나는 그걸 말하는 게 아녜요."
"알고 있어"
"나를 때릴 거예요?"
기가 막혀서 어깨가 축 늘어졌다.
"아니, 쉴라야. 나는 아이들을 때리지 않아. 네게 이미 말했잖니."
쉴라는 바지를 보면서, "우리 아빠는 내가 이런 걸 보면 몹시 때릴 거예요."라고 했다.
말을 주고받으면서도 나는 이나마 생긴 약한 관계가 깨어질까 봐 두려워서 가만히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우리가 이걸 처리하자, 걱정하지 마라, 수업이 끝날 때까지는 시간이 있으니까 그때까진 바지도 마를 거야."
쉴라는 코를 비비면서 그 오줌 흔적을 보고 나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 아이가 학교에 온 이후 처음으로 망설이는 것 같았다. 나는 아주 천천히 일어났다. 그 아이는 뒷걸음질 쳤다. 나는 손을 내밀면서 "이리 온. 우리 이걸 닦을 걸레를 가지러 가야지, 걱정하지 마라."
오랫동안 쉴라는 나를 응시했다. 그리고는 조심스레 나에게 다가왔으나 손을 잡지 않고 그냥 내 옆에 서서 교실로 걸어갔다.
교실 안은 조용했다. 안톤과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고 있었고, 휘트니는 수잔나를 안고 있었으며, 메리는 맥스를 흔들어 달래주고 있었다. 죽은 붕어는 다 치워져 있었다. 모두 우리를 쳐다보았지만 나는 안톤에게 계속하라는 손짓을 하고서, 쉴라에게 걸레와 물통을 주고 같이 체육관으로 갔다. 그리고 아무 말 없이 마룻바닥을 닦은 다음 교실로 돌아왔다.
놀랍게도 남은 오후 시간은 조용히 지나갔다. 아이들의 약한 자제력이 또다시 무너질까 겁나서 모두들 차분히 진정시켰다. 쉴라는 마침내 앉아 있던 의자에 다시 앉아서 엄지손가락을 빨기 시작하더니, 남은 시간 동안 꼼짝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계속해서 우리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아이들을 차례로 껴안아 주면서 그들의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달래주려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끝으로 쉴라에게 다가갔다. 나는 그 아이의 의자 옆 마룻바닥에 앉아서 그 아이를 쳐다보았다. 쉴라는 계속 엄지손가락을 빨면서 나를 진지하게 응시하였다. 오후의 종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 아이를 건드리지 않았다. 안톤은 마지막 과제들을 지도하고 있었고 아무도 우리를 쳐다보지 않았다. 나는 그 아이가 겁먹지 않도록 너무 친절히 대하지는 않았으나 내가 마음을 쓰고 있음을 그 아이가 알기 바랐다.
"힘든 오후였지, 그렇지?" 나는 말했다. 쉴라는 나를 바라볼 뿐 다른 반응이 없었다. 아이의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내일은 좀 더 나을 거야. 첫날은 항상 힘들지." 나는 그 아이의 눈을 읽으면서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려고 애썼다. 최소한 순간적으로는 노골적인 적개심은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그 이상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바지는 말랐니?"
쉴라는 다리를 벌리고 일어서서 살펴보았다. 젖은 부분이 다른 부분과 구별되지 않을 만큼 상당히 말라 있었다. 그 아이는 겨우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가도 혼나지 않을 정도는 되겠지?"
쉴라는 보일락 말락 하게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러길 바란단다. 누구에게나 실수는 있는 거야. 그리고 이건 진짜 너의 잘못이 아니야. 네가 화장실에 갈 기회가 없었던 것뿐이지." 우리 교실에는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에 나는 여벌의 옷이 좀 있었지만 너무 친절해서 그 아이가 놀랄까 봐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런 문제들이 이곳에선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그 아이가 알기 바랐다.
엄지손가락을 입안에서 돌리면서 그 아이는 안톤에게로 눈을 돌렸다. 나는 끝날 때까지 그 아이의 곁을 떠나지 않았다.
아이들이 모두 돌아간 후에, 안톤과 나는 묵묵히 교실을 청소하였고, 이날 일어났던 일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오늘은 분명 즐거운 날은 아니었다. 일을 모두 끝내고 집에 와서 연필에 찔린 상처를 소독하고 일회용 반창고를 붙였다. 그리고 나서 나는 침대에 누워 울어버렸다.
4
교실에서의 나의 생활은 끊임없는 전쟁이었다. 아이들과의 전쟁일 뿐 아니라 나 자신과의 전쟁이기도 했다. 날마다 아이들과 맞서기 위해서 나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나 자신의 감정을 억제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는 용기를 잃거나 충격을 받고 환멸을 느끼게 되어 제대로 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방법은 꽤 잘 적용되었으나 가끔 가다 한 번씩 나의 보루를 뒤흔들어 놓는 아이가 나타났다. 그럴 때마다 나는 무시해버리려고 애쓰는 불확실성, 좌절, 불화 등에 얽히어 패배감을 맛보곤 했다.
하지만 나는 근본적으로 몽상가였다. 아이들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과 나 자신의 취약점, 낙담, 자기 의혹 등을 벗어나서 거의 실현 불가능한 꿈, 즉 여러 가지 상황들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꿈을 키우는 것이었다. 몽상가로서의 나의 꿈은 좀처럼 깨지지 않았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눈물은 잠시였고, 나는 잠이 들었다. 얼마 후 나는 일어나서 샌드위치를 먹으면서, '우주여행'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보았다. 평소에는 텔레비젼을 잘 보지 않는 나이지만, 학기 초의 긴장을 풀기 위해서 저녁을 먹으면서 그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 하나의 습관처럼 되어버렸다. 텔레비젼은 나의 일과 작업시간과 휴식 시간으로 나누는 역할을 했고, 그 시간은 학교에서의 여러 가지 문제나 좌절에서 벗어나 나를 되찾게 해주었다. 감정이 거의 없어 보이는 '우주여행'의 스포크씨는 나에게 많은 위로를 주었다.
그래서 채드가 귀가하는 7시쯤에는 나는 기분을 바꿀 수가 있었다. 그는 법원 지정변호사로, 감옥에 있는 수감자와 면면치 못한 사람들을 위해 일하고 있다. 저녁때면 우리는 서로 내 학급의 아이들과 그의 의뢰인에 관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채드는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사 가지고 집에 돌아왔으며, 나는 그 아이스크림을 먹으면서 쉴라에 대해 이야기했다. 나는 단호하게, 그 아이는 야성적이라서 내가 그 아이를 교화시킬 수 있을 거라 보지 않으며, 병원의 아동부 시설이 빨리 완성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드는 상냥하게 웃으며, 그 아이의 옛날 선생님께 전화해 보라고 충고했다. 나는 아이스크림을 기분 좋게 먹고 나서 바슬리 선생님께 전화를 했다.
내가 누구이고 왜 전화했는지를 이야기하자, 바슬리 선생님은 말했다. "어머나, 난 그 아이를 영원히 격리시켜 버린 줄 알았어요."
나는 아직 병원시설이 마련되지 않아서 그렇다고 설명해주었고, 쉴라가 그녀의 수업을 받았을 때 어떤 짓을 했었는지 물었다. 나는 그녀의 작게 흐느끼는 듯한 목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패배의 소리였다.
"난 그런 아이는 처음 보았어요. 파괴적이에요. 내가 그 애에게서 눈을 떼는 날에는 무엇이든 망가뜨렸어요. 자기의 공부하는 것이나 다른 아이들의 공부하는 것, 게시판, 미술 전시품 등 무엇이든지요. 한번은 다른 아이들의 웃옷을 모두 가져다가 여자용 화장실에 있는 변기 속에 처넣어 다 메워버렸지요. 온 바닥에는 물이 가득했답니다." 그녀는 한숨을 지었다. "난 그 애를 막아보려고 모든 일을 했지요. 그 애는 항상 자기가 공부할 것을 눈 깜짝할 사이에 망가뜨려 버렸어요. 그래서 그 아이가 학습장을 찢지 못하도록 얇은 셀로판지를 씌워주었지요. 그랬더니 어떻게 했는지 아시겠어요? 그것을 냉방 장치 속에 밀어 넣어 에어컨이 고장나 버렸지 뭐예요. 그래서 34도의 날씨 속에 사흘이나 찌면서 지냈다구요."
바슬리 선생님은 계속해서 사건들을 설명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 아비규환에 대해 누구에게 이야기할 기회가 미처 없었던 것처럼 아주 빨랐으나 점차 지친 듯이 들렸다. 이런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나와 마찬가지로 쉴라의 불가사의한 힘에 이끌려 쉴라를 좋아했었다. 그 아이는 아주 상처받기 쉬우면서도 아주 용감했다. 그녀는 쉴라에게 잘해주고자 했지만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았다. 쉴라는 그녀에게 말도 하지 않았고, 건드리거나 도와주거나 좋아하지도 못하게 했다. 처음에는 바슬리 선생님도 친절하려고 퍽 애썼다. 그녀는 이 사랑할 수 없는 아이에게 애정을 표현했고, 특별한 활동에 이 아이를 참여시키는 등 더 많은 관심을 쏟았다. 교내의 심리학자는 쉴라의 바람직한 행동에 보상을 주는 행동수정 프로그램을 세웠으나 오히려 쉴라는 그들이 보상을 주겠다고 한 것은 무엇이든 하지 않는 데서 쾌감을 갖는 것 같았다.
그다음으로 바슬리 선생은 그 아이의 이상한 행동을 부정적으로 통제하고자 했다. 그래서 쉴라로부터 항상 특권들을 빼앗았고, 교실 구석에서 아무것도 못 하도록 세워두었고, 결국에는 교장 선생님께 보내 벌 받게 하였지만, 여전히 쉴라는 다른 아이들을 공격하고 일들을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공부하지 않으려고 함으로써 수업 시간을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결국 바슬리 선생님은 단념했다. 그 아이는 다른 아이들로부터 너무 많은 시간들을 빼앗아 갔다. 그래서 쉴라를 혼자 내버려 두게 되었고, 그러자, 비로소 교실이 평화스러워졌다. 쉴라를 좋을 대로 하도록 내버려 두면, 그 아이는 하루종일 교실을 배회하거나 잡지를 보면서 지냈다. 그 반대일 경우는 소리 지르며 화를 내고 정신없이 뛰어다녔고 자기 앞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망가뜨렸다. 하지만 완전히 혼자 있을 때는 얌전하였고, 다른 삶이 그 아이를 무시하면 자기도 그들을 무시했다. 그 아이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고, 어떤 학습활동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그리고 11월에 그 신문 기사 사건이 일어났고, 학부모들이 두려움을 표명하여 쉴라는 학교에서 제적되었다.
바슬리 선생님은 비관적인 목소리로 그렇게 도움이 되지 못한 것을 유감스러워했다. 그 누구도 쉴라가 철자나 숫자를 기본적으로 구사할 수 있을지 조차 알지 못했다. 그 아이의 학습상황이나 감정에 대해서도 전혀 몰랐다. 바슬리 선생님은 그 아이를 가르칠 수 없는 아이라고 단정했고, 그 아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지 그녀의 인내심, 능력, 시간 등을 초월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녀는 내 행운을 빌었고, 병원으로 가능한 한 빨리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하고서 전화를 끊었다. 이 전화 내용은 나를 다시 우울하게 만들었다. 왜냐하면 내가 시도해볼 만한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날 아침,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안톤과 나는 수업안을 짜기 위해 같이 앉았다. 분명히 어제 일어났던 우발적인 사고가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되었다. 우리 아이들은 그런 종류의 경험을 계속해서 견디어낼 만한 여유가 없었다.
수업 시작 15분 전에 한 사회사업가가 쉴라를 끌고 들어왔다. 그녀는 쉴라의 집과 연결되는 버스는 고등학교 버스뿐이라고 설명하고 그래서 쉴라가 매일 30분 정도 일찍 도착할 것이고, 저녁때 집으로 가는 버스는 수업이 끝나고 2시간 후에 탈 수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나는 깜짝 놀랐다. 쉴라가 어쨌든 고등학생들과 함께 버스를 탈 처지가 아니다. 실은 그 아이는 어느 버스와도 어울리지 않았다. 더욱이 방과 후에 두 시간 동안 내가 그 아이와 무엇을 해야 하는가를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었다.
사회사업가는 멍하니 웃었다. 현재 있는 버스를 사용할 수 있는 한 특별한 교통편이 제공되지 않을 것이므로 그대로 하는 수밖에 없었다. 시골로 나가는 버스도 마찬가지로 느즈믹히 떠나기 때문에 여러 아이들이 학교에서 기다리고 있어야만 했다. 쉴라도 그들과 같이 기다릴 수가 있다는 것이었다. 사회사업가는 쉴라의 손목을 내게 넘겨주고 돌아갔다.
나는 쉴라를 내려다보면서 어제 사건으로 인한 불안감이 다시 엄습해오는 것을 느꼈다. 그 아이는 동그랗게 뜬 조심스러운 눈으로 나를 응시하였는데, 그 눈은 어제보다는 증오심이 덜했다. 나는 살짝 미소를 띠고서 "안녕, 쉴라! 오늘 다시 만나게 되어서 기쁘구나"라고 말했다.
다른 아이들이 모두 도착하기 전에 얼마간의 시간이 있어서, 나는 쉴라를 데리고 탁자로 가서 그 아이에게 의자를 빼주었다. 쉴라는 반항하지 않고 앉아 있었다. 나는 그 아이의 옆에 앉으며 말했다. "들어봐, 오늘 여기서 할 일을 생각해 보자. 그러면 어제같이 다른 일이 생기지 않을 거야. 그런 일은 나에게도 너에게도 즐거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아이는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이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이마를 찡그렸다.
"나는 네가 있던 다른 학교에서 너를 위해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이곳에서는 어떻게 하려는지 네가 알았으면 한다. 어제, 너는 우리 모두에게 생소했고, 또한 너도 우리가 무엇을 기대했는지 확실히 몰랐을 거야. 그래서 이제 내가 그것을 말해 주려는 거야."
그 아이는 또다시 다리를 끌어당겨 껴안고 몸을 웅크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아이가 어제와 똑같은 티셔츠와 바지를 입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빨래하지 않은 그 옷에서는 지독한 냄새가 났다.
"나는 너를 해치지 않을 거야. 나는 여기에서 아이들을 헤치지 않는단다. 안톤도, 휘트니도, 다른 누구도 다 그렇단다. 너는 우리를 겁낼 필요가 없어."
그 아이는 엄지손가락을 빨고 있었고, 나를 두려워하는 것 같았으며, 아주 작고 약해 보여서 어제의 그 아이로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적어도 일시적으로는 그 용기가 사라져 보였으나,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위축되지 않고 있었다.
"내가 이야기하는 동안 내 무릎에 앉겠니?"
그 아이는 거의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머리를 저었다.
"좋아, 수업계획은 여기 있어. 나는 우리가 하는 공부를 네가 함께하길 바란다. 네가 할 일은 우리와 함께 앉아 있는 것이야. 네가 익숙해질 때까지 안톤과 휘트니와 내가 도와줄 거야." 나는 일과표를 죽 설명해 갔다. 나는 쉴라 자신이 원하지 않는다면 아직은 참여하지 않아도 되지만 같이는 있어야 하며, 자기 의향대로 하든지 그렇지 않으면 우리 중의 하나가 그를 도와줄 거라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나는 결론을 내렸다. "사태가 통제할 수 없을 만큼 될 때에는, 너는 조용히 하도록 교실 구석으로 보낼 거야." 나는 교실 구석의 의자를 가리켰다. "우리 둘다 네가 진정되었다고 생각할 때까지 넌 저곳에 가서 앉아 있어야 한다. 그냥 앉아 있으면 돼. 이점 분명히 알겠니?"
그 아이는 안다고 해도 내게 내색하지 않았다. 그때쯤 아이들이 도착하고 있었기에, 나는 쉴라의 등을 톡톡 두드려주고는 다른 아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일어섰다. 그 아이의 등은 내 손길을 피하지는 않았지만 인정하지도 않았다.
토론 시간이 되었을 때 쉴라는 여전히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나는 내 옆의 마룻바닥을 가리키며, "쉴라야, 이리 오겠니? 그래야 우리가 토론을 시작하지."
그러나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한 번 더 말했지만, 그 아이는 웅크린 채 그냥 앉아 있었다. 그 아이는 손가락을 빨면서 사나운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나는 안톤에게 "안톤, 쉴라를 이리로 오게 도와주겠어요?"라고 말했다.
안톤이 그 아이에게로 다가갔을 때 쉴라는 튀듯이 의자에서 일어나 문 쪽으로 미친 듯이 달려갔고, 빗장이 움직이지 않는 문에 마구 부딪혔다.
"토리, 저 아이를 멈추게 해요." 피터가 걱정스럽게 말했다. 다른 아이들은 쉴라를 잡으려고 빙빙 도는 안톤을 보고 있었다. 그 아이는 다시 덫에 걸린 짐승처럼 노려보며 잡히지 않으려고 미친 듯이 도망쳤으나, 교실이 너무 좁아서 그것은 쓸데없는 도주였다. 쉴라는 책꽂이를 쏟아버림으로써 안톤을 제지하려 했으나, 안톤은 금방 그 아이를 구석으로 몰아 탁자로 벽에 밀어붙였다. 그리고는 그 아이의 팔을 잡았다.
쉴라는 우리들이 모두 놀랄 만큼 비명을 지르고 도망치려 했다. 수잔나가 울기 시작했다. 그러나 다른 아이들은 안톤이 쉴라를 데려오는 동안 겁에 질린 듯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나는 앉은 채로 자리를 가리켰다. 안톤에게서 쉴라를 받아 자리에 밀어 앉혔다. 그 아이는 눈물도 흘리지 않고, 계속 쉰 목소리로 고함을 질렀으나 버둥대지는 않았다.
"좋아." 나는 명랑한 채 말했다. "누가 이야기할 것이 있니?"
"저요." 윌리암이 쉴라의 비명 소리에서도 들리게 하려고 음성을 높이면서 말했다. "이곳은 항상 이런 상태일 건가요?" 그의 검은 눈은 겁에 질려 있었다. "저 아이는 항상 이럴 건가요?"
이날의 주제는 쉴라가 되었다. 나는 쉴라가 적응하는 중이고, 우리 모두와 같이 힘든 시간을 갖고 있는 것이라고 잘 설명하려고 했다. 그래서 그 아이에게는 우리의 인내와 이해가 필요한 것이라고.
쉴라는 우리가 자기에 대해 토의할 때에 완전히 우리를 무시하지 않았다. 그 아이의 비명 소리는 줄어들어 산발적으로 들렸다. 또한 우리의 대화가 끊길 때나 우리 중 누군가가 그 아이를 쳐다보며 소리를 질렀다. 그 외에는 조용히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질문하라고 했고, 그들의 두려움과 불편함을 표현하라고 했다. 그리고는 그것들에 대해 정직하게 답변해주었다. 피터를 제외하고는 모두들 쉴라의 면전에서 그렇게 비판적인 편이 아니었다. 피터는 전날 쉴라의 냄새에 관해서 불평했던 것처럼 이 아이가 교실에서 나가길 바라고 있었다. 그 아이가 모든 것을 망쳐버리고 있다는 것이다. 나는 피터의 말에 대하여 쉴라를 방어하려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피터는 나중에라도 기어이 그 말을 하고 말 것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 대응책으로써 쉴라가 적응할 동안 우리의 불편함을 견디는 다른 방법에 대해서 논의했다. 타일러는 그 아이를 조용한 교실 구석으로 보내서 우리의 귀를 구제하자고 제안했다. 사라는 쉴라가 소동을 벌이기 시작할 때마다 자유시간을 가지자고 했다. 길모어는 특히 관대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는데, 쉴라가 소리 지르는 동안도 서로 교대로 그 아이와 같이 앉아 계속해서 그 아이의 상대가 되어주면 그 아이가 외로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나는 그가 쉴라의 감정보다는 자기의 감정을 더 잘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끝으로 우리는, 쉴라가 고함을 지르거나 다른 식으로 안톤이나 나의 주의를 끌 때, 그리고 수업을 방해할 경우, 다른 아이들은 자기의 일을 계속하기로 했고, 좀 더 책임 있는 사람들은 맥스와 프레디와 수잔나를 감시하여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나는 우리 모두가 협동한다면 주말에 가서 좋은 일이 있을 것이라고 아이들에게 말해주었다. 토론이 끝난 후 우리는 모든 일이 잘되면 금요일에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먹기로 결정했다. 아이들은 여러 가지 생각을 갖고 있었다.
"선생님, 쉴라때문에 틈이 없을 때 프레디가 울려고 한다면, 내가 그에게 이야기책을 읽어줄수 있어요." 타일러가 제안했다.
"우리끼리 노래를 부를 수도 있어요." 길모어가 덧붙여 말했다.
"나는 수잔나가 달려가다가 다치지 않도록 팔을 잡아 줄 거예요."
나는 미소를 지었다. "모두들 좋은 생각을 가지고 있구나. 그 생각대로 정말 잘들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너희들은 금요일에 어떤 종류의 아이스크림은 먹고 싶은지 생각해 보아라." 나는 쉴라를 내려다보았다. 아직도 화가 나 있었다. "아이스크림 좋아하니?" 그 아이는 눈을 가늘게
떴다.
"먹고 싶은 게 있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니?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
그 아이는 신중하게 끄덕였다.
우리가 산수 공부를 할 동안에 쉴라는 의자에 웅크리고 앉아서 내가 이 아이 저 아이로 옮겨 다니는 것을 의혹스러운 눈으로 보고 있었다. 남은 오전 시간은 별일 없이 지나갔다.
나는 끔찍스러운 오후를 재현하고 싶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식사 보조원들이 쉴라가 좀 더 나아질 때까지 그 아이를 돌보지 않겠다고 노골적으로 말했기 떄문에, 점심시간에 내 점심을 갖고 가서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
내가 식당의 긴 의자에서 쉴라의 옆에 앉자, 그 아이는 내게서 조금 떨어져 앉았으나, 안톤이 그 아이의 다른 쪽 옆에 앉았기 때문에 도로 내 쪽으로 다가앉았다. 그 아이는 음식을 욕심껏 넣고, 급히 씹어먹으면서 눈 깜짝할 사이에 식사를 끝냈다. 식사 태도는 지독히 나빴으나, 포크는 다른 아이들보다 더 잘 사용하였다.
점심 식사 후에 나는 그 아이를 교실까지 데리고 왔고, 탁자에 앉아서 아이들의 시험지를 채점하였다. 쉴라는 다시 자기 의자에 앉아서 손가락을 빨며 나를 노려보았다.
오후 내내 그 아이는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하지만 일단 하고 나면 또다시 의자로 돌아가서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 아이는 전날보다 상당히 가라앉아 있었기 때문에 거의 우울해 보일 정도였으나 나는 아무 말도 하지않았다. 그 아이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심하게 나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나는 필요 이상 접근함으로써 그 불안을 더 강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다른 아이들은 그날 오후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에 대해 실망한 듯했으며, 피터는 마지막 과제를 끝내고 내게 다가와, 쉴라가 또다시 이상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면 우린 아이스크림을 먹을 수 있느냐고 물었다. 나는 싱긋이 웃으면서 아무런 문제 없이 우리가 금요일까지 지낸다면 분명히 아이스크림이 있을 거라고 약속했다.
다른 아이들이 다 떠나고 나서 쉴라, 안톤 그리고 나만 남았다. 보통 방과 후 두 시간은 내가 다음날을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었지만 적어도 처음 며칠간은 그 시간에 쉴라와 보다 친숙한 사이가 되도록 해야 할 것 같았다. 쉴라는 다른 아이들이 웃옷을 입고 집에 갈 준비를 할 때도 일어나지 않고 계속 앉아 있었다.
나는 쉴라에게 다가가서 그 맞은편에 앉았다. 그 아이는 방심치 않는 눈으로 나를 주목했다.
"오늘 아주 잘했어, 얘야. 정말 잘했어."
쉴라는 얼굴을 돌렸다.
나는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더럽고 엉클어진 것들에 가려져 있지만 멋진 아이였다. 그 아이의 팔다리는 곧고 날씬했다. 나는 그 아이를 내 무릎에 앉혀 포근히 안아줌으로써 그 아이의 눈에 역력한 고통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고 싶었다. 그러한 충동을 억제하면서 나는 탁자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앉아 있었다. 그러나 마치 그 간격은 우주만큼 멀리 느껴졌다. 내가 그렇게 가까이 있건만 그 아이는 내 눈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쉴라야, 내가 겁나게 했니?" 나는 부드럽게 물어보았다. "만일 그랬다면 난 전혀 그럴 뜻이 없었단다. 새로운 학교에 와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했으니 너는 아주 겁났을 거야. 그건 겁나는 일이지. 나도 역시 겁났으니까."
그 아이는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나를 보지 않으려 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이야기책이라도 읽어줄까?"
그 아이는 머리를 저었다.
"그래, 그럼 나는 다른 탁자에 가서 내일 수업계획을 좀 세워야겠어. 네가 마음이 바뀌면 기꺼이 읽어줄게. 너는 장난감이나 아니면 네가 좋은 것 아무거나 갖고 놀아도 돼."라고 말하면서 일어섰다.
내가 일어서자마자 그 아이는 손을 내리고 내 쪽으로 돌아서서 내가 글을 쓰고 있는 것을 눈여겨봤다. 나는 몇 번 고개를 들어 바라보았으나 그 아이의 시선은 반응 없이 나를 주시하고 있었다.
5
나는 그다음 날이 쉴라가 참여할 시기라고 보았다. 쉴라를 태운 버스는 우리 학교에서 두 정거장 떨어진 고등학교에 내려놓기 때문에 안톤이 아이를 데리고 학교까지 걸어왔다. 교실에 도착하자, 쉴라는 웃옷을 벗어 걸고 곧장 자기 의자로 갔다. 나는 쉴라에게 다가가서 오늘 해야 할 일들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전날과 마찬가지로 모든 일을 함께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즉, 산수 시간에는 몇 가지의 산수 문제를 풀어주길 바란다고 했고, 또한 수요일 오후에 우린 항상 요리를 하는데 초콜릿 바나나를 만들 때 우리를 도와주길 바란다고도 했다. 그 두 가지 일이 그 아이가 해야 할 일이었다.
내가 말하고 있는 동안, 쉴라는 전날과 똑같은 불신에 찬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내가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었을 때, 그 아이는 전혀 반응이 없었다.
아침 토론 시간 동안, 쉴라는 내가 언짢은 눈길을 보내면서 동석하기를 요구하자 마지못해 우리 곁으로 왔다. 그 아이는 내 곁에 앉아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신수 시간에는 달랐다. 나는 손으로 할 수 있는 간단한 셈 문제를 풀기로하고 블록을 갖고 와서 쉴라를 내 쪽으로 불렀다. 하지만 그 아이는 토론 시간에 앉아 있던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다.
"쉴라야, 이리 와." 나는 의자를 가리켰다. 그건 그 아이가 좋아하는 의자였다. "이리 와."
아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내개 다가갈 때 도망칠 경우 그 아이를 잡으려고 안톤은 조심스럽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쉴라는 당황하는 빛을 보였다. 그 아이에게는 쫓기는 듯한 공포증이 있었다. 쉴라가 갑자기 사납게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려는 바람에 다른 아이들이 하던 일을 멈추었다. 하지만, 안톤이 아주 가까이 있었기 떄문에 금세 그 아이를 잡을 수가 있었다. 나는 안톤 곁으로 가서 쉴라를 데리고 왔다.
"얘야, 우리가 널 데리러 갈 땐, 너를 조금도 해치지 않아. 그걸 모르겠니?" 나는 발버둥 치며 두려움에 초조한 듯 숨을 몰아쉬는 그 아이를 꽉 잡고서 같이 앉았다. "겁내지 말아라, 얘야."
"애들아!" 피터가 즐거운 듯이 외쳤다. "모두 얌전해야 돼." 아이들은 그들의 일에 열심히 몰두했고, 타일러는 수잔나와 맥스를 살피려고 일어섰다.
쉴라는 얼굴이 붉어지도록 소리를 질렀으나, 울지는 않았다. 나는 아이를 무릎 위에 앉혀 꼭 잡고서 블록을 쏟았다. 그리고 그 아이가 진정될 때를 기다리며 나란히 블록을 정돈했다. "자, 블록 몇 개를 나에게 세어 주었으면 좋겠다."
쉴라는 더 크게 소리를 질렀다.
"자, 3개를 세어보아라." 아이는 내게서 벗어나려고 버둥거렸다. "내가 도와주마." 나는 몸부림치는 팔을 잡고 블록을 집게 했다. "하나, 둘, 셋. 자, 이젠 네가 해봐라."
돌연히 그 아이가 블록 하나를 집더니 건너편으로 던져버렸다. 눈 깜짝할 사이에 또 하나를 집어 던진 것이 타일러의 이마에 정면으로 맞았다. 타일러는 울음을 터뜨렸다.
나는 쉴라의 양팔을 꽉 쥐고 교실 구석으로 끌고 갔다. "이곳에선 그런 짓을 할 수 없어. 누구도 해칠 수 없다구. 네가 조용해져서 다시 돌아와 공부할 수 있을 때까지 그 의자에 앉아 있기 바란다." 나는 안톤에게 지시하였다. "쉴라에게 의자가 필요하니까 그 의자에 앉아 있도록 도와줘요."
나는 다른 아이들레게로 돌아가서 타일러의 아픈 곳을 쓰다듬어주고, 모두들 자기 일을 계속한 것에 대해 칭찬해 주었다. 그리고 금요일의 아이스크림이 좀 더 가까와지고 있음을 알리기 위해, 칠판에 표시를 하나를 하고 프레디 옆에 앉아서 블록 쌓기를 도와주었다. 교실 구석에서는 온갖 악마 같은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쉴라는 사납게 소리 지르고 운동화를 신은 발로 벽을 차고 의자를 꽝꽝거리며 들썩거렸다. 안톤은 쉴라가 그곳에서 꼼짝 못 하도록 붙잡고 묵묵히 있었다.
산수 시간이 끝나도록 쉴라의 소동은 계속되었고, 자유 놀이 시간이 시작되어 30분 정도 지났을 때는 발로 차고 싸우는 데도 지쳐 있었다.
내가 다가가서 물었다. "나와 같이 산수 공부를 할 준비가 되었니?" 쉴라는 나를 쳐다보며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다. 안톤은 더 이상 아이를 잡고 있지 않고 그냥 의자만 잡고 있었다. 나는 안톤에게 다른 아이들에게 가보라고 손짓했다. "산수 공부할 마음이 날 때는 저리 가도 돼. 그때까지는 의자에 앉아 있거라."그리고 나서 나는 돌아서 왔다.
쉴라는 완전히 혼자 있게 된 것을 순간 놀라서 소리 지르는 일을 멈췄다. 안톤이나 내가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서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산수 공부할 준비가 되었니?" 나는 블록쌓기를 하는 피터를 도와주며 건넸다.
내 질문에 그 아이는 안색이 변했다.
"아뇨! 아뇨! 아뇨!"
"그럼 다시 앉거라."
그 아이는 격하게 소리를 질렀고, 그 소리에 모두 놀라서 잠깐 하던 일을 멈추었다.
그 아이는 의자 곁에 그대로 서 있었다.
"앉으라고 했지, 쉴라. 산수 공부를 할 준비가 될 때까지는 일어나선 안 돼."
쉴라는 계속해서 너무도 시끄럽게 날뛰었고, 내 머리는 지끈지끈했다. 그런데 갑자기 모든것이 조용해졌고, 그 아이는 나를 노려보았다. 그런 노골적인 증오는, 내가 갖고 있는 이 일에 대한 사소한 자신감마저 움츠러들게 했다.
"의자에 앉아, 쉴라!"
그 아이는 나를 볼 수 있도록 의자를 돌리더니 이내 앉았다. 그리고 계속 소리를 질렀지만, 나는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피터가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우린 우리의 훌륭한 행동에 대해 두 가지의 칭찬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아이는 정말 참기 힘들다구요."
나는 싱긋 웃었다. "그래 피터,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두 가지의 가치가 있지."
쉴라는 놀이시간 내내 비명을 지르고 고함을 쳤다. 그 소동은 한 시간 반 동안 계속되었다. 발을 구르고 의자를 들썩이며 흔들어대고, 옷을 잡아당기고 주먹을 휘둘렀지만 의자에는 그냥 앉은 채였다.
간식 시간 때는 목이 눌린 듯한 쉰 소리가 교실 구석에서 들렸다. 그러나 그 아이의 격정은 가라앉지 않고, 쉰 소리는 계속되었다. 안톤이 휴식 시간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간 동안 나는 교실에 남았다. 이것은 잠깐 동안 쉴라를 더 흥분시켰는데, 그 아이는 숨이 차도록 더 크게 소리쳤고, 의자를 돌리면서 덜그럭거렸다. 그러나 이제는 어지간히 지쳐 있었다. 휴식 시간이 끝날 때쯤 교실 구석에서는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지만, 내 머리는 이미 혼란한 상태였다.
나는 쉴라에게 그 구석에서 벗어나는 조건을 또다시 말해 주지 않았는데, 이유는 그 아이가 그것을 알 만큼 명석하다고 믿었고, 더 이상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체하기 위해서였다. 다른 아이들은 볼이 빨개져 교실로 들어와서는 안톤과 눈 위에서 '여우와 거위'놀이를 한 것에 대해서 이야기꽃을 피었다. 읽기 시간은 아무 일 없이 시작되었고, 우리는 모두 마치 교실 구석 의자 위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우리의 과제에 열중했다.
그 시간이 끝날 무렵, 맥스와 공부하고 있던 내 어깨에 가벼운 손길이 느껴졌다. 돌아보니 쉴라가 얼굴에 불안감이 역력한 채 서 있었다. 그 아이의 얼굴은 조심스런 표정으로 오그라들어 있었다.
"산수 공부할 준비가 된 거니?"
쉴라는 순간 입술을 오므리더니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맥스를 도와주도록 사람을 데려올 테니, 넌 아까 던졌던 블록을 가서 집어 오고, 싱크대 옆의 선반에서 다른 블록들도 가져오너라." 나는 그 아이가 당연히 그렇게 하리라고 기대한 듯이 범상한 태도로 말을 했다. 그 아이는 나를 주의 깊게 바라보더니 시킨대로 했다. 우린 바닥에 함께 앉았고, 내가 블록을 쏟아놓았다. "내게 블록 3개를 보여주겠니?"
쉴라는 신중히 3개를 끄집어냈다.
"그럼 10개를 보여줘." 또다시 10개의 블록을 내 앞에 늘어놓았다.
"잘했어, 넌 숫자를 잘 알고 있구나, 그렇지?"
그 아이는 불안스럽게 쳐다보았다.
"좀 더 어렵게 해볼게. 27을 세어봐." 수 초 동안 27개의 블록이 나타났다.
"더하기 할 줄 아니?"
그 아이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2 더하기 2는 얼마지?" 주저하지 않고 4개의 블록을 내밀었다. 순간 나는 그 아이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3 더하기 5는 얼마?" 그 아이는 8개의 블록을 늘어놓았다.
나는 이 아이가 암산으로 답을 알아내는 것인지 아니면 늘어놓으면서 그 문제들을 풀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어쨌든 쉴라는 분명히 덧셈까지는 알고 있었다. 나는 그 아이의 종이 찢는 버릇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종이와 연필을 꺼내는 일은 삼가했다. 약하게나마 새로 맺어진 관계를 깨뜨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뺄셈으로 바꾸어 보았다.
"3에서 1을 빼면 얼마지?"
쉴라는 두 개의 블록을 툭 던졌다. 나는 웃었다. 그 아이는 블록을 늘어놓고 빼보지도 않고서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6에서 4를 빼면."
또다시 두 개의 블록이 보여졌다.
"야, 아주 똑똑한데, 아직 한 문제가 더 있다. 이번에는 시간을 줄게. 12 빼기 7은 얼마지?"
아이는 나를 쳐다보더니 약간 미소를 머금은 채 블록을 하나씩 쌓아 5개를 들었다. 이번에는 블록을 내려다보지 않고서도 해치웠다. 나는 '작은 악마'를 생각했다. 그 아이는 지난 몇 년간 어디에 있었고, 무엇을 했든 간에 학습을 하고 있었다. 쉴라의 능력은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보다 훨씬 높았다. 나는 그의 반항과 정서적인 문제에도 불구하고 명석한 아이를 얻을 것 같은 가능성에 가슴이 뛰었다.
쉴라는 내가 완전히 말해 주기도 전에 몇 문제를 더 풀었다. 지금은 읽기 시간이었고, 나는 그 아이에게는 참여하지 않아도 된다고 미리 말했었기 때문에 다른 아이들을 돌보려고 일어났다. 쉴라도 따라 일어났다. 블록 상자를 여전히 들고서 나를 따라다녔다.
"얘야, 그 상자는 갖다 두어도 된다. 그것을 들고 다닐 필요는 없어." 나는 돌아서서 말했다.
쉴라는 딴생각이 있었다. 내가 다시 보았을 때 그 아이는 자기 의자에 앉아 탁자 위에 블록을 늘어놓고서 열심히 무언가를 만들고 있었다. 무엇인지는 알 수는 없었다.
점심시간에 그 아이는 조용했다. 그리고 다시 자기 의자로 돌아가서 웅크리고 앉았다. 요리 시간이 되었을 때는 막대에 꽂은 바나나로 그 아이를 쉽게 달랠 수가 있었다.
매주 수요일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만들어 먹는다. 나는 여러 가지 이유로 이 일을 해 왔다. 조금 유순한 아이들의 경우에는, 이것이 산수나 읽기 공부의 좋은 훈련이 되었다. 또, 누구에게나 이것은 사회적 활동, 공동 분배, 대화, 상호작업 등을 고무시켰다. 더욱이 요리 자체는 재미있는 일이었다. 또한 한 달에 한 번씩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요리를 다시 한번 만들었다. 이날 오후는 초콜릿 바나나였다. 이것은 막대에 바나나를 꽂아서 초콜릿에 담갔다가 그 위에 소스를 굴려 발라서 얼리는 것이었다. 쉴라의 첫 요리 시간에 새로운 요리를 하느냐고 다른 아이들과 씨름을 하고 싶지 않아서 아이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이것을 택했다. 수잔나조차도 이것은 잘했다. 맥스와 프레디만 빼고는 그래도 우리는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쉴라는 바나나를 쥐고서 다른 아이들이 즐겁게 떠드는 것을 한쪽 끝에서 바라보면서 함께하기를 주저했다. 그러나 반항하지는 않았다. 모든 아이들이 작업을 끝냈을 때 휘트니가 초콜릿 소스로 그 아이를 꾀어냈다. 쉴라는 시작하자마자 완전히 몰두해 버렸다. 그 아이는 자기의 바나나에 네 가지 소스를 모두 묻혔는데, 즉 소스 하나하나에 각각 굴려 묻힌 후에 초콜릿 소스에 바나나를 담금으로써 소스들이 어떻게 달라붙게 하는가에 대한 분명한 생각이 있었다. 쉴라가 자기 생각을 실험해보는 동안 다른 아이들은 그 아이를 보기 위해 하나씩 멈추기 시작했다. 호기심이 그들을 압도하자 모두 조용해졌다. 마지막 소스 접시에 그 크고 끈적끈적한 덩어리를 굴리고 나자, 쉴라는 조심스레 그것을 들어 올렸다. 그때 내 눈과 마주치자, 그 아이는 천천히 얼굴 전체에 미소를 띄우더니 아랫니가 빠진 것이 보일 정도로 웃었다.
매일 마지막 시간에는 헤어질 시간을 준비하는 그런 과제가 있었다. 그 활동 중의 하나로 코볼드 상자가 있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만들어주는 것을 좋아해서 학년 초에 코볼드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었다. 코볼드란, 삶들 집에 살면서 사람들이 잠잘 때도 모든 일이 안전하도록 망보는 그런 요정이라고 얘기했더니, 피터가 우리 교실에도 모든 일을 보살펴주는 코볼드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것이 우리의 코볼드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낳게 했다. 나는 코볼드가 우리가 공부하는 것을 지켜보고 모두가 얼마나 착한고 인정이 많은지 보고서 그때마다 그 상자에 글을 남겨 놓는다고 말해주었다. 며칠 뒤 나는, 너무 많은 사람들이 착하기 때문에 코볼드가 쓸 것이 많아서 손가락에 경련이 생겼으니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해 주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착한 일 한 것을 본 사람은, 글을 써서 그 상자에 넣도록 부탁했다. 만일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들은 내게 와서 부탁하면 대신 써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해서 우린 가장 좋고 효과적인 과제가 생긴 것이다. 매일 저녁이면 아이들이 서로에게 쓴 글이 30여 개 정도나 되었다. 이것은 아이들에게 다는 사람의 좋은 행동을 관찰하게 할 뿐 아니라, 매일 끝날 때에 그 상자 속에 자기 이름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 착하게 행동함으로써 서로를 감동시킬 수가 있었다. 몇몇 글들은 일상적인 것이었으나, 어떤 글은 작긴 하여도 중요한 진전들, 때로는 나 자신도 빠뜨려버렸던 그런 일들에 대해 한 아이를 칭찬해 주는 특별한 통찰력을 보여주었다. 사라는 어느 날 말싸움 중에 특별히 잘 쓰는 욕을 쓰지 않았다고 칭찬을 받았다. 프레디는 옷으로 코를 닦지 않고 휴지를 사용한 것을 칭찬을 받았다. 나는 매일 이 상자를 열기를 좋아하였다. 왜냐하면 나는, 모든 사람들이 최소한 하나의 글을 써넣을 수 있다고 말해 준 것 외에는 나 자신이 그 일에 별로 힘쓴 것이 없기 때문에, 아이들 스스로가 인식한 것을 보는 기쁨은 나를 흥분시켰고, 거기에는 분명히 나에 관한 글을 발견하는 기쁨도 있었다.
수요일의 요리 시간이 끝난 뒤에 마지막 과제는 특히 흥미로웠는데, 처음으로 내가 쓴 것 외에 다른 글씨로 쓰여진 쉴라의 이름이 나왔기 때문이었다. 우리에게서 저만치 떨어져 앉아 있던 쉴라는 아이들이 그의 이름에 박수를 치자 머리를 숙이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 쪽지를 전해 줄 때는 기꺼이 받았다.
수업이 끝난 뒤 안톤이 아이들을 버스에 태우려고 나갔다. 나는 시험지를 채점하고, 최근까지 두 명의 아이에 관해 계속해온 몇 가지 행동 기록표를 정리하려고 탁자 앞에 앉았다.
쉴라는 얼굴에 묻은 초콜릿 자국을 씻으려고 화장실에 들어갔다. 그 아이는 그곳에서 얼마 동안 있었고, 나는 내 일에 전념하고 있었다. 변기의 물소리가 들리고 그 아이가 나왔다. 나는 그래프를 그리는데 실수하지 않으려고 그 아이를 쳐다보지 않았다. 쉴라가 탁자 쪽으로 와서 나를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더 가까이 오더니 팔꿈치를 탁자에 대고 몸을 앞으로 구부리는 바람에 우리 사이는 서로 닿을 만큼 가까웠다. 나는 눈을 들어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쉴라 또한 신중히 내 얼굴을 살펴보았다.
"어째서 그 아이들은 화장실에 가지 않죠?"
"응?" 나는 의아해하며 의자 깊숙이 앉았다.
"어쨰서 그 아이들, 그 큰아이들이 바지에다 싸고, 화장실에 가지 않느냐구요?"
"응, 그건 그 애들이 아직 배우지 못해서 그래."
"어쨰서요? 그 애들은 정말 큰 애들이잖아요. 나보다 더 큰데."
"글세, 그들은 아직 그걸 배우지 못한 것뿐이야. 그렇지만 모두 노력하고 있단다. 모두들 애쓰고 있지."
쉴라는 내가 그리고 있던 그래프를 들여다보았다. "그 애들은 지금쯤이면 그걸 알고 있어야 해요. 우리 아빤, 내가 그렇게 한다면 지독히 저를 때렸을 거예요,"
"모든 사람들은 서로 다른 거란다. 그리고 이곳에서는 아무도 때리질 않아."
그 아이는 한동안 생각에 잠긴 듯했다. 그리고 탁자 위에다 손으로 작은 원을 그렸다. "이곳은 미친 반이지요, 그렇지요?"
"아니야, 쉴라."
"우리 아빠가 그렇게 말했어요. 아빠는 내가 미쳤기 때문에 미친 아이들 반에 넣은 거라고 말했어요. 그리고 이곳은 미친 아이들 반이래요."
"그렇지 않아."
그 아이는 잠깐 눈살을 찌푸렸다. "상관없어요. 이곳은 내가 있던 곳보다는 지낼 만하니까요.어느 곳 못지않게 좋아요. 이곳이 미친 반이라도 상관없어요."
나는 미친 반이 아니라는 분명한 사실은 부인할 수 있는 방법을 몰라서 말을 잃고 어쩔 줄 몰랐다. 내 아이들 중 하나와 이런 식으로 대화하게 되리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것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그것을 인식할 만큼 조리가 서지도 못하거나 그런 말을 할 만큼 무모하지도 않았다.
쉴라는 머리를 긁적이며 신중히 나를 응시하였다. "선생님도 미쳤어요?"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아니길 바라는데."
"그런데 어째서 이런 일을 해요?"
"뭐라고? 왜 여기서 일하냐고? 그건 아이들을 좋아하고, 가르친다는 것이 재미있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지."
"어째서 미친 아이들과 같이 있어요?"
"나는 이 일을 좋아한단다. 미쳤다는 것은 나쁜 것이 아니야. 그건 서로 좀 다르다는 것뿐이지. 그게 전부야."
그 아이는 웃지도 않고 머리를 저으면서 바로 섰다. "내가 보기엔 선생님도 역시 미친 사람 같아요."
6
"쉴라야, 이리로 오겠니?" 나는 내 옆의 의자를 가리켰다. "네가 해야 할 것이 있단다." 쉴라는 교실 한쪽의 자기 의자에 앉아 있었다. 이제까지는 아침 시간을 무난히 지내왔다. 전날처럼 나는 수업 시작 전에 그날 할 일을 그 아이에게 설명해 주었다. 쉴라는 협조적으로 토론 시간과 산수 시간을 보냈다. 비록 말은 없었지만 교실 안에서 상당히 긴장을 풀고 있었다. 쉴라는 자기 의자에서 나를 보고 있었다.
"이리 와라, 얘야. 나하고 무언가 해봤으면 좋겠는데." 나는 그 아이에게 손짓을 했다. 그 아이는 주춤거리며 자기 자리에서 몸을 펴고 있었다. 나는 학교 심리학자에게서 '피 보디 그림 및 어휘검사'를 빌려다 놓았다. 나는 검사를 그리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것은 아동의 언어성 지능지수를 알고자 할 경우 아동이 말을 하지 않고서도 지능을 쉽게 알 수 있는 그런 적절한 자료였다. 전날 산수 시간의 셈하기 이후로 나는 그 아이가 어느 정도로 기능하고 있는지 몹시 알고 싶었다. 쉴라가 보여주는 것 같은 심한 정서불안으로는 누구든 학습 지진인 것이 상례였다. 대부분 심한 정서 부적응아들은 보통 학습을 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그런데 쉴라가 놀라운 산수 실력을 보여주었을 때 내 호기심이 발동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평균 이상의 지적 능력을 갖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나를 흥분시켰다. 이미 나는 그 아이가 내 학급에 배치된 것을 좋아하게 되었고, 또한 주립 정신 병원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쉴라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네가 나와 같이해 볼 것이 있단다."나는 일어나서 그 아이를 내 탁자로 데려와야 했다. "여기 앉아. 이제, 내가 너에게 그림 몇 개를 보여주면서 어떤 단어를 말해 줄 거야. 그러면 네가 그 단어에 가장 잘 맞는 그림을 지적하면 돼. 알겠니? 알겠지?"
그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우선 한 장에 그림이 4개 있는 것을 보여주고 '채찍'을 지적하라고 했다. 처음 시작한 그림이 하필 이런 것이라니! 나는당혹한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는 4개의 그림을 자세히 보더니 나를 쳐다보고서 조심스럽게 하나를 지적했다.
"잘했어. "나는 웃어 보였다. "바로 맞았어. 이번엔 '그물'을 골라봐."
내가 단어를 하나씩 읽어주자, 쉴라는 처음에는 주저하듯이 네 가지 그림을 하나하나 신중히 살피고서 하나를 지적했으나 점점 자유롭게 지적해 갔다. 6~7매 정도를 끝낸 후에 쉴라는 엷은 미소를 띠면서 눈을 들어, "이건 쉬운데요"라고 다른 사람이 알아듣기 힘들게 목쉰 소리로 속삭였다.
쉴라는 보온병이란 단어 하나를 못 맞추었다. 그것은 아마도 그 아이가 궁핍한 환경에서 자란 탓으로 그것을 한 번도 보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았다. 8개 중 6개를 틀려야 이 검사를 멈추게 되는데, 그 아이는 그 수준을 훨씬 능가했다. 우린 계속했다. 단어들은 점점 더 어려워졌고, 쉴라가 그림을 보고 생각하는 시간도 점점 길어졌다. 그 아이는 가끔 하나, 둘씩 못 맞추었고, 그때마다 걱정이 눈에 역력했다. 아이는 내가 아무 말도 안 해도 자기가 틀렸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얼마 전부터 그 아이가 평균 이상의 지능을 갖고 있고 더 똑똑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쉴라는 내 예상을 훨씬 넘어 버렸다. 우린, 그전까지 우리 반 아이들에게 해본 적이 없는 검사항목으로 넘어가고 있었다. 왜냐하면 우리 반 아이들은 아무도 그렇게 높은 수준에 까지 간 적이 없기 때문이다. 우린 '조명''집중적'같은 단어들을 다루고 있었다. 쉴라는 규칙적으로 몇 개씩 틀리고 있었지만 8개 중 6개까지는 틀리지 않았다. 우리 주위엔 긴장이 맴돌았다. 그 아이는 분명히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고, 대단히 집중하고 있었다. 우린 그 검사의 마지막 부분인 성인용에 도달했다. 그것은 보통 여섯 살짜리가 알만한 단어들이 아니었다. 쉴라는 입술을 깨물면서 무릎 위에서 손을 비틀고 있을 정도로 애를 쓰고 있었다.
"얘야, 넌 참 잘하고 있어." 내가 말했다. 나는 그 아이가 아주 진지하게 검사에 참여하며, 또 열심히 노력하고 그렇게 오래 지속하리라곤 생각지 못했고, 정말로 이런 단어들을 알고 있으리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쉴라는 나를 쳐다보았다. 눈은 커졌고, 목 언저리는 초조함으로 울긋불긋했다. "이 단어들은 잘 모르겠어요."
"응, 괜찮아. 네가 이 단어들을 알리라고는 생각하지는 않아. 이것들은 아주 큰 아이들이 아는 단어니까 너는 잘 모를 거야. 단지 네가 알고 있는 것이 어떤 정도인지를 알려는 것뿐이야. 몰라도 괜찮아. 난 네가 아주 열심히 노력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단다."
그 아이는 얼굴을 찡그리고 금방 울 것 같았다. "이것들은 지독히 어려운 단어들이야."
그 아이는 자기 손을 내려다보며 "처음에는 쉬웠는데, 이건 굉장히 어려워요. 난 잘 모르겠
어요."
나는 팔을 뻗었다. "이리 와, 쉴라야." 아이는 아를 쳐다보고 있었고, 나는 몸을 구부려 그 꼬마를 무릎에 끌어다 앉혔다. 그 아이는 긴장하고 있었고, 오래된 오줌 냄새를 풍겼다. "얘야, 난 네가 최선을 다한 것을 알고 있어. 그러면 되는 거야. 난 네가 맞고 틀린 것에는 상관치 않는단다. 왜냐하면 이것은 아주 어려운 단어들이기 때문이야. 너보다 더 잘할 수 있는 아이가 이곳에 없다는 것을 내가 장담하지."
나는 그 아이를 껴안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쓸어 넘겨주었다. 그 아이가 마음을 가라앉히길 기다리면서 검사 답안지를 보고서 속으로 틀린 것을 빼보았다. 그 아이는 자기 능력의 상한계에 아주 가깝게 도달해 있었다. 한번에 3~4개 정도를 틀렸다. 그래도 전에 검사해 보았던 다른 어떤 아이보다도 뛰어난 것이었다.
"어떻게 이 많은 단어들을 알고 있나?" 나는 호기심에 물어보았다.
그 아이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면서 말했다. "그냥 알아요."
"이것들 중 몇 개는 큰아이들이나 아는 단어인데 어디서 이런 말들을 들었는지 궁금한데."
"다른 학교 선생님이 나에게 가끔 잡지를 주었어요. 거기에서 그 단어들을 읽었어요."
나는 그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읽을 줄 아니, 쉴라?"
그 아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디서 그걸 배웠니?"
"그냥 알아요. 항상 읽거든요."
나는 놀라움에 머리를 흔들었다. 우리 학급에 얼마나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 셈인가? 처음에는 쉴라가 우수한 아이라는 생각에 흥분하였다. 사라와 피터 같은 몇몇 아이들은 평균 정도의 수준이었지만 나는 거의 평균 이상의 아이를 맡아본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쉴라는 단순한 우수아가 아닌 것이었다. 그 아이는 쉽게 학습하고 성취할 수 있는 편안한 상태를 넘어서 오히려 우수아의 영역 중에서도 별로 알려지지 않은 영역에 있는 상태였다. 나는 그런 사실이 내 역할을 결코 쉽게 하지는 않으리라는 것을 걱정해야 하였다.
피피브이티 검사에는 쉴라의 점수를 측정할 수 있는 척도가 없었다. 그 나이 집단의 척도는 지능지수 170에 해당하는 99점에서 끝나는데, 쉴라의 점수는 102점이었다. 우리에게는 그런 종류의 우수성에 대한 개념조차도 없었다. 통계상으로는 10,000명 중 한 사람 정도가 그렇게 높은 수준의 지능을 갖고 있었다. 그것은 무슨 뜻인가? 동질성을 중시하는 우리 사회에서 그것은 이탈된 점수이며, 비정상임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고로 그것은 그 아이의 정서불안만큼이나 그 아이를 고립시킬 수 있는 요인인 것이다.
놀이시간에, 쉴라는 자기 의자에 얹아 엄지손가락을 빨면서 자기 자신을 보호하듯이 웅크리고 있었다. 그 자세로 타일러와 사라가 인형 놀이 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 그 헝클어진 머리카락 밑에, 그 주의 깊은 눈 뒤에 어떤 유형의 아이가 있는 것일까? 나는 궁금했다. 게다가 전보다 더 걱정스러웠다. 왜냐하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진 셈이기 때문이다.
점심시간 뒤에 나는 안톤에게 그 검사 결과를 보여주었다. 그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머리를 저었다. "그럴 수 없어요." 그는 중얼거렸다. "그 아이가 어디서 이런 단어들을 배웠을까요? 그냥 운 좋게 맞춘 것일 테지요. 이주자 캠프에 있는 아이들은 아무도 이런 단어를 알지 못할 거예요."
나 자신도 그걸 믿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학교 심리학자인 알란에게 전화를했다. 그가 사
무실에 없어서, 비서에게 내가 검사해 보고 싶은 아이가 하나 있다는 전갈만을 남겨 두었다.
검사 시에 아무리 해도 이해되지 않는 점이 하나 있었다. 쉴라가 말을 하면 할수록 아주 특이한 사투리를 사용한다는 것이 분명했다. 이상한 점을 끄집어낼 수 있을 만큼 많은 말을 듣지 못했지만 문법이 특이했다. 대부분 이주자 캠프의 아이들은 스페인 말을 하는 가정 출신이고, 영어 어휘구사력은 자기 연령 수준 이하지만 문법적으로는 정상 수준이었다. 또한 그 부근에는 달이 변형된 회화 형태도 없었으며, 더군다나 쉴라는 스페인 말을 하는 가정 출신도 아니었다. 지능검사가 그 아이가 어휘력에 전혀 이상이 없음을 증명했다. 난 쉴라가 왜 그렇게 이상하게 말하는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그것이 가족의 회화 형태인 것 같았다. 어쨌든 그 현상이 나를 너무 당혹시켰기 때문에 조사해 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날의 남은 시간은 별일 없이 흘러갔다. 나는 여전히 쉴라에게 최소한의 것만 요구했고, 우리에게 적응하기 위한 시간을 충분히 주고자 했다. 그 아이는 기꺼이 우리와 함께 움직였으나 어떤 일은 달래야만 참여하였다. 그리고 다른 아이들과 휘트니에게는 밀을 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경우 안톤과 나에게도 우리가 완전히 혼자 있지 않는 한 말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온화한 상태로, 기회가 주어지면 자기 의자에 앉아서 조심스런 관심을 갖고 우리를 지켜보았다.
쉴라에게 중요한 다음 단계는, 그 아이의 위생 관념에 관한 것이었다. 쉴라는 매일 같은 바지에 남자용 티셔츠를 입고 학교에 오는데, 이것은 그 옷을 입고 왔던 첫날 이후 전혀 세탁하지 않았음을 말해주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 아이는 오줌 냄새를 픙기고 있었다. 또한 침대를 적시고 나서도 매일 아침 씻지 않은 채로 옷을 입는 것 같았다. 결국 그 아이 곁에 오래 있는다는 것은 고역이었다. 안톤과 나는 맥스, 프레디, 수잔나가 화장실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탓으로 갈아입지 않는 바지에서 나는 악취에 익숙해 있었다. 그러나 쉴라의 냄새는 그것보다 더 지독했다. 더욱이 얼굴과 팔에는 때가 끼어 있었다. 그 아이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이 반쯤은 등 뒤로 넘어가 있는 긴 머리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첫날, 이가 있는지를 조사했었다. 나는 이미 이와 싸운 경험이 있었고, 그건 다시 반복하기 싫은 경험이었다. 다행히 쉴라는 입 주위의 농가진이 있을 뿐 다른 것은 없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농가진이 다른 아이들에게 전염되지 않기를 바랬다.
일주일에 한 번씩 오후에 오는 학교 간호사가 아이들을 치료했다. 아이들 대부분은 농가진이나 쥐벼룩에 물린 상처, 기타 가난이 주는 병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매주 목요일 오후 한 번으로는 그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스스로 아이들을 돌보려고 간호사에게 연고와 샴푸를 얻어 놓았다.
나는 쉴라의 위생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날 다른 아이들이 하교할 때까지 기다렸다. 쉴라는 다른 아이들이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을 때에도 그냥 의자에 앉아 있었다. 나는 머리 솔과 빗을 가져왔다. 전날 저녁에 나는 가게에 들러 작은 머리핀을 하나 샀다.
"쉴라야 이리 와라, 너에게 줄 게 있다." 내가 말했다.
그 아이는 일어나서 내게로 왔다. 그의 주의 깊은 관심으로 이마에는 주름이 잡혔다. 나는 쉴라에게 비닐봉지를 건네주었다. 그 아이는 그것을 받은 순간 놀란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어서 열어보라는 내 재촉에 쉴라는 봉지를 열었다. 머리핀을 꺼내서 그것을 바라보더니 또 나를 보았다. 아이는 여전히 놀라서 이마에 주름이 잡혔다.
"네 거야, 쉴라. 나는 네 머리를 멋지게 빗질하고 나면 핀을 꽂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나처럼 말야." 나는 내 머리를 보여주었다.
쉴라는 비닐봉지 바깥으로 핀을 조심스레 만져보았다. 얼굴을 찡그리면서 그 아이는 나를 응시하였다. "어째서 이런 일을 하는 거죠?"
"뭐라고?"
"왜 나한테 잘해 주느냐구요?"
나는 못 믿겠다는 듯 그 아이를 쳐다보았다. "너를 좋아하기 때문이지."
"왜요? 나는 미친 아인데요. 또 선생님의 붕어를 해쳤는데요. 왜 나한테 잘해주는 거죠?"
나는 당혹한 나머지 웃어버렸다."그냥 하고 싶어서야, 쉴라. 그것뿐이야. 네가 머리를 예쁘게 다듬는 걸 좋아할 거라고 생각한 거야."
아이는 계속 손가락으로 핀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전에는 누가 나한테 무엇을 준 적이 없었어요. 아무도 일부러 내게 잘해준 일이 없어요."
나는 어리둥절하여 그 아이를 쳐다보며 서 있었다. 그 비슷한 경험이 내겐 일찌기 없었다. "여긴 좀 달라, 애야"라고 하는 것이 내가 답변할 수 있는 전부였다.
나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조심스레 빗겼다. 어떤 식으로든 그 아이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오랜 시간이 걸려 빗질을 했다. 쉴라는 계속 그 핀을 쥐고 있을 뿐 포장을 풀려고 하지 않았다. 빗질이 끝나자 머리카락은 그 아이의 어깨 위로 두터운 커튼처럼 늘어졌다. 앞머리도 빗겼다. 앞머리는 눈에 찔릴 정도로 너무 길었다. 그 아이는 잘생긴 귀여운 소녀였다. 비누와 물만 있으면 더 사랑스러워질 것 같았다.
"자. 됐다. 핀을 주겠니? 네 머리에 꽂을 거야."
쉴라는 핀을 가슴에 대고 꼭 쥐었다.
"머리에 핀을 꽂고 싶지 않니?"
"아빠가 핀을 빼앗아 버린다구요."
"그러시지 않을 거야, 그렇지? 내가 너한테 준 거라고 아빠에게 말하면 되잖아."
"아빠는 내가 훔쳤다고 그럴 거예요. 전에는 아무도 내게 선물 같은 것을 주지 않았거든요."
그 아이는 팔새핀과 오리핀을 보고 있었다.
"그럼, 내가 너의 아빠를 만나서 내가 준 거라고 말할 때까지 학교에 그 핀을 두고 가면 되겠다. 어때?"
"선생님이 다시 내 머리를 예쁘게 빗겨주시겠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 네가 오면 다시 빗겨주지."
아이는 한참동안 핀을 바라보다가 마지못해 나에게 넘겨주었다. "여기 있어요. 잘 두었다 주세요."
그 핀을 받으면서 내 마음은 두근거렸다. 그 아이가 핀을 되돌려 주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기 때문이었다.
그때 안톤이 들어와 쉴라가 고등학교로 버스를 타러 갈 시간임을 알려주었다. 나는 시간이 그렇게 많이 흘렀다는 사실에 놀랐다. 아직 세수를 시키지 못해서 아이에게선 심한 냄새가 났다.
"쉴라야, 집에서 씻을 때가 있니?"
그 아이는 머리를 저었다."우린 목욕통도 없는데요."
"개수대는 사용할 수 있니?"
"개수대도 없어요. 물도 아빠가 주유소에서 물통에 길어오는걸요."
아이는 마룻바닥을 응시하면서 잠시 말을 멈추었다. "그건 마시기만 하는 거예요. 만일 내가 물을 더럽히면 아빠는 무섭게 화낼 거예요."
"옷은 다른 것이 있니?"
쉴라는 머리를 저었다.
"그래? 그럼 내일 어떻게든 좀 해보자꾸나. 알겠지?"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는 얇은 면 자켓을 가지러 옷걸이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그 아이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할 일이 너무 많고 바꾸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잘 가라, 쉴라야. 저녁 시간 즐겁게 보내고, 내일 보자."
안톤이 쉴라의 손을 잡고 문을 막 닫으려 할 때, 쉴라가 잠시 멈추더니 안톤의 팔 밑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 아이는 살작 웃으면서 "안녕, 선생님!"이라고 인사했다.
7
다음 날 아침, 나는 큰 타올 3장, 비누 1장, 샴푸, 베이비 로션을 들고서 학교에 도착했다. 먼저 사무실로 내려가 구호품 상자를 살펴보았다. 그 상자에는 우리 반 아이들 같은 어린이들에게 나누어 줄 수 있는 여분의 옷들이 있는데, 나는 골덴바지와 티셔츠 하나를 찾아내 가지고 교실로 돌아왔다.
쉴라가 학교에 도착했을 때, 나는 교실 뒤편에 있는 개수대에 물을 채우고 있었다. 샤워 시설이 없기 때문에 이 넓고 큰 개수대에다 아이를 넣고 씻길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다. 쉴라는 나를 보자 웃옷을 벗어 걸고 급히 걸어왔다. 그 아이가 이곳에 온 이래로 가장 빠르게 내게 다가온 것이었다. 쉴라는 내가 하는 일을 보려고 몸을 구부리면서 관심을 갖고 눈을 크게 떴다.
"선생님, 지금 내 머리에 핀을 꽂아 줄 거죠?"
"응, 그래. 하지만 우선 우리는 목욕부터 할 거야. 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씻길 거야. 어떻겠니?"
"그럼, 아플까요?"
나는 웃었다. "아니, 그렇지 않아."
아이는 내가 가지고 온 물통 속에서 베이비 로션을 꺼내서 뚜껑을 열었다. "이건 뭐하는 거예요? 먹어요?"
나는 놀라서 그 아이를 바라다보았다.
"아냐, 그건 로션이야. 그건 몸에 바르는 거야."
아이의 얼굴에는 순간 기쁜 표정이 일었다. "이건 냄새가 좋은데요. 선생님. 냄새 맡아봐요. 좋은 냄새가 나기 위해서 이걸 바르는군요."
쉴라의 눈은 활기를 띠었다. "그럼 애들이 나한테 이제는 냄새가 난다고 말하지 못할 거예요. 그렇죠?"
나는 그 아이를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그래, 그럴 것 같구나.자, 봐라. 네가 갈아입을 옷도 좀 찾아냈다. 그러면 휘트니가 오늘 오후에 네 바지를 세탁하러 가져갈 수 있지."
쉴라는 그 옷들을 조심스럽게 집어서 살펴보았다. "우리 아빠가 그걸 입지 못하게 할 거예요. 우린 구호품들은 받지 않거든요."
"그래 그건 안다. 그러니까 네 옷이 마를 때까지만 그 옷을 입고 있으면 돼, 어떠니?"
나는 쉴라를 개수대 옆 카운터에 올려놓고 신발과 양말, 옷을 벗겼다.
그러는 동안 쉴라는 나를 조심스럽게 지켜보았다. 나는 다른 아이들이 30분 이내에 도착할 것이기 때문에 시간이 촉박함을 느꼈다. 다른 아이들은 목욕하는 데 익숙해 있었고, 또 다른 아이가 개수대에서 목욕하는 것을 본 일이 있다 하더라도, 쉴라는 이 시점에서 자기를 보는 사람들이 있다면 상처받기 쉬울 것 같아 염려스러웠다.
나는 쉴라에게 이점에 대해서 물어보았는데, 별로 개의치 않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다른 아이들이 오기 전에 끝내는 게 더 좋을 것 같았다.
쉴라는 갈비뼈가 보일 정도로 말라 있었고, 온몸에는 여러 군데 상처 자국이 있었다. "이것이 어떻게 해서 생긴 거니?" 나는 한쪽 팔을 씻기며 물었다. 팔 안쪽에는 오 센티 정도의 상처가 나 있었다.
"그건 한번 팔이 부러졌던 곳이에요."
"어떻게 다쳤는데."
"놀다가 넘어졌어요. 의사가 거기에 기브스를 했었어요."
"네가 놀다가 넘어졌어?"
그 아이는 상처 자국을 살펴보면서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길에서 넘어졌어요. 아빠는 내가 지독히도 침착하지 못한 아이라고 했어요. 나는 여러 번 몸을 다쳤어요."
나는 묻기가 두렵기도 했지만 또 다른 질문을 했다. "너의 아빠가, 이런 상처가 나도록 무슨 짓을 한 적은 없니? 그러니까 너를 심하게 때렸거나 또 다른 어떤 일을 한 적이 있느냐구?"
그 아이의 눈은 흐려지면서 나를 말없이 한참동안 노려보았다. 묻지 않는 것이 나을 뻔했다. 그것은 사사로운 질문이었으며, 우리들의 관계는 그렇게 원숙한 만큼 기초가 튼튼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 아빠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아요. 아빠는 나를 나쁘게 해치려 하지 않아요. 아빠는 날 좋아해요. 단지 나를 좋게 키우려고 약간 때릴 뿐이에요. 선생님은 가끔 아이들에게 그런 짓을 하겠지만 아빠는 나를 좋아한다구요. 이 많은 상처는 내가 침착하지 못해서 생긴 거예요." 아이의 목소리는 방어적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아이를 개수대에서 꺼내서 닦아주었다. 한참동안 아이는 내게 말을 하지 않았다. 내가 그 아이를 무릎에 앉혀서 다리를 닦아주고 있는데, 그 아이는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선생님은 우리 엄마가 무슨 짓을 했는지 알아요?"
"아니."
"자요, 보여줄게요." 쉴라는 한쪽 다리를 들어 상처 하나를 지적했다. "우리 엄마는 나를 길에다 버렸어요. 엄마가 차 밖으로 나를 밀어내 버리는 바람에 나는 굴러떨어져 바위에 여기를 찢겼어요. 봐요." 그 아이는 하얀 선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아빠는 나를 사랑해요. 아빠는 나를 길에다 버리진 않아요. 애들한테는 엄마처럼 그런 짓을 하는 게 아니에요."
"그래, 하는 게 아니지."
"엄마는 나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나는 아무 말 없이 머리를 빗기기 시작했다. 나는 정말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그 아이의 말을 듣는 것이 고통스러웠기 때문이다. 아이의 목소리가 너무 침착하고 차분했기 때문에 마치 누군가의 일기를 읽는데, 그 일기장의 글씨가 너무 차분하여서 더욱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것 같았다.
"엄마는 지미를 데리고 캘리포니아로 갔어요. 지금 거기서 살고 있지요. 지미는 내 동생인데 네 살이에요. 엄마가 가버렸을 때 두 살이었으니까. 2년 동안 지미를 보지 못했어요." 쉴라는 잠시 생각에 잠긴듯이 말이 없었다. "지미가 조금은 그리워요. 한번 보고 싶어요. 그 아이는 정말 좋은 아이예요."
쉴라는 다시 한번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선생님도 지미를 좋아할 거예요. 그 애는 소리를 지르지도 않고 나쁘지도 않아요. 여기 미친 아이들의 학급에 들어오면 좋을 거예요. 지미는 나처럼 미치지 않았지만, 선생님도 그 애를 좋아할 거예요. 엄마도 그랬으니까요. 엄마는 나보다 지미를 더 좋아했어요. 그래서 나를 버리고 그 애만 데리고 갔어요. 선생님은 이 학급에 지미를 받아들여야만 해요. 그 애는 나처럼 나쁜 짓도 하지 않아요."
나는 쉴라를 껴안았다. "얘야, 내가 원하는 아이는 너란다. 지미가 아니고, 그 애도 언젠가 선생님을 갖게 되겠지. 나는 아이들이 무슨 짓을 하든 상관하지 않고 그냥 아이들을 좋아할 뿐이야. 그것뿐이야."
쉴라는 돌아앉아서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선생님은 선생님하기에 참 이상한 여자예요. 우리들 만큼 미친 것 같아요."
5일째인 금요일, 쉴라는 질문을 받으면 어른들에게는 대답하지만 다른 아이들에게는 여전히 말을 하지 않았다. 모두들 아이스크림을 먹고 마지막 과제를 끝내고 나서 수업을 다 마친 후, 다른 아이들은 집에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줄에 서 있었다. 수업이 조금 일찍 끝났기 때문에 우리는 외투를 입고 빙 둘러서 있었다. 그래서 내가 노래를 부르자고 제안했더니 맥스가 다 같이 부를 수 있는 노래를 하나 외쳤다. 그 노래는 간단한 율동을 하는 것으로, 때로는 손뼉을 치고 때로는 발을 구르고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나는 쉴라가 노래를 부르지 않고 주의만 기울인 채 한쪽 끝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리가 모든 동작을 끝냈는데도 버스가 오지 않아서 나는 새 동작을 제안해 보라고 했다. 또 다른 동작을 제안해 보라고 하자, 쉴라가 부끄러운 듯 손을 들었다. 손을 들고 서 있는 이 작은 아이를 보자, 내 가슴은 멈출 듯했다.
"쉴라야 어떤 생각이 났니?"
"도는 게 어때요?"그 아이는 수줍은 듯이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돌면서 노래 불렀다. 이리하여 첫 번째 주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쉴라는 그다음 주 내내 교실에서 활발해졌다. 처음에는 조건부로 말을 했지만 이젠 조건이 없이도 말하기 시작했다. 쉴라는 여러 가지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기회가 주어지면 대부분 말을 하였다. 나는 우리 학급에 말을 할 수 있는 아이를 갖게 된 것을 기뻐했고, 아이들도 쉴라가 함께 행동하는 것과 말을 하는 것을 즐거워했다.
쉴라는 방화 사건을 처음부터 전혀 화제에 올리지 않았다. 우리 학급의 좀 더 조리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그들이 이곳에 왜 배치되었는지를 약간 알고 있었다. 우리는 수시로 그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했다. 공식적인 시간이나 비공식적인 시간에도 자주 이야기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런 일에 관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절실한 요구가 있는 듯했다.
대화 내용들은 대중없는 것이었다. 내가 세탁물을 접는 것이나 야구 점수를 묻는 것들과 똑같이, 우연적인 것으로 자살을 시도하거나 고양이에게 불을 지르는 등의 주제들을 거침없이 토론했다. 아이들은 그 행동들이 나쁘다는 것도 또한 그들이 다른 사람을 위협하거나 혐오감을 주는지 등에 대해 알 필요가 없었다. 그들은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내 학급에 있지도 않았을 것이다. 대신에 아이들은 그런 행동의 넓이와 깊이를, 그리고 그들이 그런 행동을 할 때 어떻게 느꼈는지 또는 어떻게 느끼리라고 상상했었는지를, 또한 겉으로 보기에는 의미가 없는 가지각색의 일들을 스스로 탐구할 필요가 있었다. 나는 대부분 듣기만 했고, 이야기가 분명치 않을 때만 한두 번 질문을 해주고, 듣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기 위해 응용하면서 들을 뿐이었다.
쉴라는 자기가 왜 이곳에 있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 아이는 이틀째 되던 날부터 이곳을 '미친 학급'이라고 불러왔다. 그 아이 자신도 미친 아이였던 것이다 쉴라는 종종 대화에 참여하면서도 아직까지 한 번도 방화 사건을 화제로 내놓지 않았다. 나도, 또 다른 사람들도 전혀 화제로 올리지 않았다. 그런 주제로 토론하지도 않았다.
나는 계속 쉴라의 회화 형태에 의혹을 품었다. 그 아이가 말을 하면 할수록, 우리들의 회화방식과는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쉴라의 아버지가 그런 종류의 사투리를 쓴다는 보고도 없었다. 그는 이 지역 출신으로 우리와 같은 식의 말이어야 할 것이다. 가장 변형이 심한 것은, 'do'와'be' 동사이고, 과거 시제가 없는 것이었다. 쉴라는 대화 속에서 'do'를 마음대로 삽입하여 조동사로 사용했다. 'be'는 am이나 is 대신에 인칭에 관계 없이 사용했다. 또한 과거시제는 거의 없고 대부분 현재나 미래시제로 이야기했다.
한편 'should'나 'would'등의 조건 동사와 같은 어려운 시제를 잘 사용하였고, 여섯 살짜리가 파악하기 힘든 복합문장도 사용할 수 있었다. 나는 그 아이의 회화를 녹음하여 전문가에게 분석을 의뢰했다. 학교 심리학자 알렌은 쉴라에게 지능검사와 읽기 검사를 해주었다. 지능검사에서 쉴라는 최고한계 점수를 얻었다. 알란은 놀라서 머리를 저으며 검사실을 나왔다. 그가 검사한 아이들 중에 그런 아이가 전혀 없었으며, 또한 내 학급에 있는 아이가 그러리라곤 상상하지도 못했었다. 더우기 쉴라는 아무도 읽기를 가르쳐 주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5학년 수준까지 읽고 이해했다. 알란은 그 아이의 지능을 잴 수 있는 검사를 찾아보겠다고 약속하고 돌아갔다.
매일 아침 수업 시작 전에 쉴라와 나는 위생에 관한 작업을 했다. 나는 플라스틱 물통을 하나 사서 빗, 목욕수건, 비누, 로션, 칫솔 등을 담았다. 쉴라는 내가 핀을 꽂아 주겠다고 하면 꼭 세수를 하고 이를 닦았다. 그 아이는 머리핀을 아주 좋아했다. 나는 내 핀과 같은 종류로 또 하나를 사다 주었다. 쉴라는 그것들을 보물처럼 애지중지했다. 아침마다 핀을 살펴보고 세어보고 어떤 것을 꽂을지를 결정했고, 저녁마다 그 핀을 빼서 수건에 잘 싸두었다. 그러나 아이의 옷은 좀 문제였다. 나는 매일 아침, 그 아이가 속 팬티를 갈아입도록 시켰다. 월요일마다 휘트니가 세탁장에 가서 쉴라의 바지와 셔츠를 빨아왔다. 이렇게 함으로써 쉴라는 더 이상 냄새를 풍기지 않았다. 그 아이는 씻겨 놓았더니 멋진 아이였으며, 숱이 많고 긴 금발 머리에 반짝이는 눈과 아랫니 3개가 빠진 것이 보일 정도롤 곧잘 웃는 웃음으로 우리를 모두 즐겁게 했다.
그러나 어떻게도 하지 못했던 한가지 문제, 즉 쉴라가 이주자 캠프에서 등하교하는 버스 승차 문제가 있었고, 통제할 수 없는 끔찍한 경력이 있는 쉴라가 버스에서 아무런 감시 없이 잘해 나가리라고는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이런 나의 걱정이 근거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아마도 40명의 고등학생들과 같이 있다는 것이 쉴라를 위협하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안톤이나 내가 쉴라를 버스 타는 데까지 데려다주고 또 데리고 오곤 했지만 그 아이가 버스를 자리 잡고 앉을 때까지뿐이었다. 그런 식으로 지내고 있던 중 1월 말경에 일이 생겼다. 우리가 분명 쉴라를 버스에 태웠는데, 이주자 캠프에 막상 도착해보니 쉴라가 없었다. 운전사는 자리에서 일어나 뒤를 돌아다 보았지만 버스는 텅 비어 있었다. 캠프까지 오는데 두 정거장이 있고, 어느 정거장에서도 아이가 내리는 것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운전사는 아이가 버스에 탔었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내 집으로 전화를 했다. 나는 아이가 분명히 탔다고 말해 주었다. 운전사는 다시 전화를 했다. 쉴라는 더운 바람이 나오는 뒷쪽 바퀴 옆 바닥에 앉아 있다가 잠이 들었던 것이다. 그 아이는 그 장소를 발견한 뒤, 언제나 그 의자 밑에 웅크리고 앉아서 내릴 때까지 한 시간 씩 잠을 잤다. 그래서 운전사는 항상 그 아이가 깨서 내렸는지를 살펴보았다. 고등학생들도 처음에는 그 아이의 존재에 대해서 무관심했으나 차차 따뜻한 자리를 양보해 주고, 책가방이나 스웨터로 베개를 만들어주기도 했으며, 너무 졸려 해서 걱정되는 날에는 집에까지 데려다주곤 했다.
해결할 수 없는 한 가지 문제는 쉴라의 아버지였다. 나는 그를 만나 면담하려고 애를 썼다. 전화가 없었기에 나는 그에게 학교로 와주십사 하는 쪽지를 쉴라에게 전해 주었다. 그러나, 아무 반응이 없었다. 두 번째 쪽지를 보냈다. 또 반응이 없었다. 세 번째 쪽지를 보내면서 집으로 방문하겠다고 했다. 그날이 되어서 안톤과 내가 찾아갔지만 집은 비어 있었다. 그가 나를 만나길 원치 않는다는 분명한 인상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나는 쉴라를 맡은 사회사업가와 약속을 하여 함께 그 집을 찾아갔으나 역시 쉴라만 있었고, 아이의 아버지는 없었다.
나는 그가 아주 나쁘게 생각되었다. 우선 나는 쉴라가 적당한 옷을 입도록 몇 가지 준비하고 싶었고, 이것을 사회사업가에게 언급했다. 나의 주된 관심은 그 아이의 겉옷이었다. 쉴라는 얇은 남자용 면 자켓만을 입고 있었다. 장갑도 없고 구두도 없었다. 때는 1월로 영하의 추위가 계속되었다. 더군다나 그 아이는 이른 아침에 두 정거장 떨어진 고등학교에서부터 학교까지 걸어 다닌 것이다. 날씨가 나쁠 때는 내 차로 태워다 주었다. 또 휴식 시간에 입을 옷을 주었고, 한번은 그 옷을 집으로 보냈더니 그다음 날 종이봉투에 넣어서 되돌려 보내왔다. 쉴라는 '구호품'을 받아서 호되게 꾸지람 들었다면서 민망한 듯이 말했다. 사회사업가도 그 아이의 아버지에게 여러 번 이야기했었고, 한번은 그의 복지수표로 쉴라에게 옷을 사주려고 그를 시내로 데려간 적도 있었는데, 나중에 그가 옷을 돌려보냈다고 했다. 사회사업가는 나보고도 그 남자에게 강요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문제를 강요함으로써 쉴라가 해를 입는다고 했다. 왜냐하면 그가 자기의 화를 아이에게 풀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것이 아동 학대가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할 수도 없다는 것이었다. 까닭은, 그 아이에게 흔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사회사업가가 돌아간 뒤 나는 어이가 없어서 문을 꽝 닫아 버렸다. 아니 그 아이에게 흔적이 없다니? 그러면 그 아이는 도대체 왜 우리 반에 보내져 왔단 말인가? 그것이 흔적이 아니라면 무엇이 흔적이란 말인가!
수업 중에 나는 쉴라의 정서불안과 나쁜 환경이 앗아간 모든 경험을 보상해 주려고 노력했다. 그 아이는 활발해졌다. 수업의 매순간마다 그 아이는 탐구심으로 가득 찼고, 수시로 조잘거렸다. 처음 몇 주간은 하루종일 나만 쫓아다녔다. 가슴에 책 한 권이나 산수용 나무토막 상자를 끌어안고서 내 뒤를 쫓아다녔고, 내가 뒤돌아보면 입가에 멍청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다른 아이들을 돌봐주고 있을 때는, 그 아이는 끝날 때까지 내 뒤에 기다리고 서 있었으며, 그 아이가 좀 더 용기가 나고 신체적 접촉을 하고 싶을 때는 허리띠를 붙잡고 다녔다. 안톤은 교사 휴게실에서 나보고 지하철 같다고 웃으면서 놀렸다(지하철 내에서 가죽 손잡이에 열심히 매달리는 사람 같다는 뜻)
온 정력을 다 쏟았던 처음 몇 주간, 나는 방과 후 두 시간을 감사하기도 하며 실망하기도 했다. 나는 다음날을 위해 계획을 세우는 시간이 모자라서 일거리를 집으로 갖고 가 밤에 그것을 하는 바람에 채드의 불평이 많았다. 안톤도 나와 함께 학급의 문제를 토의하지 못하는 것을 불평했지만, 쉴라에게는 이렇게 하는 것이 이상적이었다. 그 아이는 집중적인 주의를 필요로 했기 때문이다.
그 아이는 태어난 후 6년 동안 환영을 받아본 적이 없고, 무시당하고, 거부당하기만 했다. 차 밖으로 버려졌고,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배척당했다. 이제야 그 아이를 받아들여 이야기를 나누고 귀여워해 줄 누군가가 있는 것이었다. 쉴라는 내가 베푸는 적은 친밀감에 흠뻑 젖어들었다.
다른 아이들도 쉴라가 점점 나아지는 것을 보고 안톤과 나만큼 기뻐했다. 쉴라가 그렇게 자주 심한 냄새를 풍기지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의 아이들을 안도케 하였고, 그것에 대해 평을 하여 코볼드 상자에 써넣기도 했다. 그리고 그 아이가 친절한 행동을 차츰 시도하려는 것을 다른 아이들도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쉴라는 분명히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인정을 베풀고, 어떻게 친절히 해야 하는지 배울 기회가 없었다. 그 아이는 생존하기에 급급했고 애타심이란 아랑곳할 수 없었다. 결과적으로 그 아이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투쟁하는 데 익숙해 있었고, 자기가 선택했던 것을 다른 사람이 차지하려 할 때는 그것을 되찾으려고 힘껏 달려들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쉴라는 피터보다 더 노골적이고 더 미움을 받을 정도로 솔직했으나, 악의는 없고 단지 짐승과 같은 공격성이 있을 뿐이었다.
6년이나 멋대로 살아온 그 아이에게, 일을 해결함에는 다른 방법도 있다는 것을 확신시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내가 야단치고 주의를 주고 교실 구석에 조용히 세워두는 것도 그 아이의 행동을 위축시키지는 못했지만 코볼드 상자는 해냈다.
매일 오후 쉴라는, 내가 쪽지를 읽고 나서 그 쪽지를 얻은 아이들을 칭찬할 때에 조심스럽게 듣고 있었다. 쉴라는 수업이 끝난 뒤에 욕심스럽게 자기의 것을 세어보았고, 다른 아이들이 자기보다 많은지 적은지를 알아내기 위해 다른 아이들의 것도 세어보곤 했다. 나는 그런 행동들을 저지했다. 다른 아이들은 자기들이 받은 쪽지의 수로 경쟁하지 않았으며, 그 숫자로 자신의 가치를 측정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쉴라는 이 학급에서 자기가 가장 좋은 아이이며, 가장 재치 있고,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이며, 내가 좋아하는 아이라는 것을 계속해서 증명하고 싶어 했다. 내가 그런 것을 증명해 주지 않자, 그 아이는 코볼드 상자의 쪽지들로 그것을 스스로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그건 그 아이를 곤란하게 했다. 쉴라는 셈하기, 읽기 등은 쉽게 잘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더 많은 쪽지를 얻기 위해서 어떻게 친절하고 공손하고 다정하게 하는지 알지 못했다.
어느 날 수업이 끝난 뒤, 쉴라는 과학 실험 도구를 분해하고 있는 내 탁자 곁에 서 있었다. "어째서 타일러는 그렇게 많은 쪽지를 얻는 거예요?" 그가 물었다. "그 애는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이 얻잖아요. 선생님이 그걸 주시는 거예요?"
"아니, 너도 알다시피 모든 사람들이 쪽지를 쓸 수 있잖아."
"어째서, 그 아이는 더 많이 얻어요?" 쉴라는 머리를 치켜들었다.
"그 애가 무슨 일을 하는 거예요? 어째서 모두들 그 애를 좋아하죠?"
"글쎄" 나는 잠깐 그 문제를 생각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그 아이는 공손하단다. 그 애가 어떤 것을 부탁하고 싶을 때는 거의 항상 '미안하지만'하는 말과 '고맙다'라는 말을 한단다. 그런 말은, 사람들이 그 애를 도와주거나 또는 그 애와 같이 있는 것을 좋아하게 해주지. 그 애는 그런 말로 너도 기분 좋게 해주지 않았니?"
쉴라는 자기 손을 내려다보며 얼굴을 찡그렸다. 한참뒤에 나를 나무라듯이 바라보았다.
"어째서 선생님은, '미안하지만''고맙다'라는 말을 하길 바란다고 내게 말해 주지 않은 거죠? 난 선생님이 그런 걸 원하는지 몰랐어요. 어째서 타일러에게는 말해 주고 나한테는 말해 주지 않은 거예요?"
나는 의아스럽다는듯이 그 아이를 쳐다보았다. "나는 타일러에게 말해 주지 않았단다, 쉴라야. 그건 사람들이 그냥 하는 것이야. 모든 사람들은 공손한 것을 좋아한단다."
"나는 몰랐어요. 아무도 그런 것을 내게 말해 준 적이 없어요." 그 아이는 책망하는 듯이 말했다. "선생님이 내게 그렇게 하길 바라는지 몰랐어요."
그 문제를 생각하면서, 나는 쉴라가 옳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그 아이에게 말해준 것이 아마 없었을 것이다. 나는 쉴라 같이 현명한 아이는 당연히 그런 것을 알리라고 생각했었다. 나는 단지 그렇게 추측했을 뿐이었다. 쉴라는 자신의 환경 속에서 그런 단어들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전까지는 그런 말들이 쉴라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었으리라!
"미안해, 쉴라야. 난 네가 알리라고 생각했단다."
"난 몰랐어요. 만일 알았다면 그런 말을 할 수 있었던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런 말들을 사용하면 좋지. 왜냐하면 그런 표현은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기 때문이란다. 그건 중요한 거야."
"그들이 나한테 좋은 아이라고 할까요?"
"그런 말은 그들이 너를 그렇게 보도록 도와줄 거야."
그리고 나서 쉴라는 조금씩 조금씩 다른 아이들이 친절하고 다정하게 하는 것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쉴라는 이해하지 못할 경우엔 나에게 물었고, 그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에 나는 조용한 시간에 그 아이에게 말해 주었다.
8
불행하게도 에덴동산에서처럼 이곳에도 사탄이 있었다. 처음 한 달간 우리가 해낼 수 없는 문제가 두 가지 있었다. 첫째 문제는,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쉴라가 많이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시험지 공부를 끝까지 하기 싫어했다. 시험지를 주는 순간 그것을 찢어버렸다. 안톤이나 내가 무섭게 나무라는 경우에만 금방 찢지 않고 공부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아무튼 그 애의 시험지는 결코 시험지 바구니에 제출되어 오지 않았다. 그 아이는 시험지를 조각조각 찢어 버리거나 그 위에 마구 휘갈겨 놓거나, 단단하게 뭉쳐서 구겨 버리거나, 또는 난방장치 밑에 쑤셔 놓거나, 토끼 우리에 넣어 먹어버리게 하거나 했다.
나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그런 짓을 못하게 했다. 그래서 시험지를 가져가지 못하게 탁자에 테이프를 붙여 놓았더니, 쉴라는 그것이 찢어질 때까지 마구 휘갈겨 그었다. 비닐을 씌어 놓자 이번에는 크레용을 잡지 않았다. 가끔 크레용을 먹어버리기도 했다. 나는 숙제장을 사용하려고 했으나 그것은 너무 비싸서 숙제장이 한번 망가질 때는 더욱 화가 났다. 칠판을 사용해 보았지만 내가 보지 않을 때는 금방 지워 버렸다. 나는 그 아이가 피할 수 없는 방법을 생각해낼 수가 없었다. 쉴라는 자기 스스로 쓰거나 그리는 것은 절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말로 대답하는 것이나 또는 안톤, 휘트니, 또 나로 하여금 대신 답을 적게 하는 것은 거부하지 않았다.
말할 필요도 없이, 이것은 우리 사이에 상당한 마찰을 일으켰다. 나는 모든 수를 다 써보았다. 그 아이를 마음이 가라앉도록 교실 구석으로 보내면, 아이는 움직이지도 않고 말도 없이 오랫동안 앉아 있었다. 나는 그것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또 그냥 그렇게 의자에 앉아있음으로써 모든 프로그램을 놓치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첫째 주는 교실 구석이 그 아이의 행동을 다룰수 있는 방법이었으나 이제는 그렇지 않았다. 그 장소는 벌을 주고자 하는 장소가 아니므로, 아이들이 그곳에서 발버둥 치더라도 상관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금세 진정되었다. 하지만 쉴라에게는 그것이 벌이 되었다. 그 아이는 교실 구석에 가서 20분 정도 앉아 있은 후에도 여전히 시험지의 문제를 풀려고 하지 않았기에 나는 그 방법을 포기하였다. 힘으로써 이기는 것은 그 아이를 자발적으로 참여하게 하는 것보다 현명하지 않은 일이며, 더구나 그 아이가 시험지 공부를 하기 싫어하는 데에는 그 뒤에 무엇인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 문제를 제외하고는, 쉴라는 화가 나지 않은 한 노골적으로 거부하는 일이란 거의 없었다. 또한 그 아이는 그 밖의 다른 것들로는 나를 기쁘게 하려고 한창 노력 중이었기 때문에, 나를 거스르는 수단으로 이 한 가지 일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히 그 행동은 나를 적지 않게 거슬렸다. 3주째가 지나자, 나는 그 문제에 사로잡혀 방과 후에는 교사 휴게실에 들어가 다른 교사들에게 난폭하게 짜증을 내곤 했다. 밤에는 채드가 내 짜증에 괴로워했다. 결국, 어느 날 나는 학습장 하나를 시험지 500장에 복사하였다. 그래서 쉴라가 탁자에 와 앉아 산수 공부를 하도록 유도했다. 나는 우리가 발렌타인데이까지 그곳에 앉아서 그것을 모두 써버려야 할지라도 그렇게 하리라고 결심했다.
"오늘 우린 이 산수 학습장을 풀 거란다. 쉴라야. 내가 원하는 것은 이 학습장 하나뿐이고 이것은 쉬운 문제야."
쉴라는 의아스럽다는듯이 나를 보았다.
"난 하고 싶지 얺아요.“
"그래도 오늘은 그럴 수 없어." 나는 탁자 위에 그 시험지를 한 손가락으로 누르며 "자. 시작하자"고 했다.
쉴라는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앉아있었다. 나는 그 아이가 사태를 경계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제까지는 내가 강압적으로 그 아이와 직접 대결하지 않았으므로, 그 아이는 지금 내게 무엇을 기대해야 좋을지 알 수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속으로는 초조하여 위장이 뻣뻣해지고, 심장이 빠르게 뛰는 것을 느꼈다.
"해라!" 나는 생각했던 것보다 더 크고 날카로운 내 목소리에 스스로 놀랐다. 나는 연필을 집어 그 아이의 손에 억지로 밀어 넣었다. "시험지를 풀라고 했잖니, 이젠 해라, 쉴라야!"
그 아이는 첫 번째 시험지를 똘똘 뭉쳐버렸다. 나는 그것을 찬찬히 펼쳐서 탁자 위에 테이프로 붙였다. 쉴라는 연필로 그것을 도려냈다. 나는 새 시험지를 내놓고, 쉴라는 그것을 찢어 버리면서 서로 굴하지 않고 투쟁하였다. 산수 시간이 다 지났고, 우리 의자 주위에는 찢어진 시험지들이 그득했다. 자유시간에 다른 아이들이 일어나자, 쉴라는 관심을 갖고 둘러보았다. 이 시간은 쉴라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이었고, 또 그 아이가 갖고 놀기 좋아하는 인형을 다른 아이가 꺼내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이 시험지를 끝내야만 갈 수 있다." 나는 새것을 다시 붙이며 말했다.
나는 화가 나는 것을 억누르며 참았지만, 여전히 화가 나서 맥박이 더 빠르게 뛰었다. 쉴라도 참지 못하고 숨이 거칠어져 씩씩거렸다. 우리는 또 6장의 시험지를 써버렸다. 나는 그 아이 의자 옆에 바짝 앉아서 아이를 탁자에 밀어붙여 놓았다. 그리고는 새 시험지를 붙여 놓고서 그 아이의 한 손을 잡아 내리면서 다른 쪽 손을 쥐었다.
"내가 도와주마, 쉴라. 네가 혼자 할 수 없다면 말이야." 나는 완강하게 말했다. 내 셔츠가 땀에 젖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쉴라는 찢어질 듯한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그 아이가 나처럼 왼손잡이였기 때문에 그 손을 잡고 함께 움직일 수 있었다. 나는 첫 번째 문제의 답을 물었다. 그 아이는 처음에는 말하지 않으려고 했으나 그다음엔 화가 나서 답을 소리쳐 내뱉었다. 나는 그 아이 손을 시험지에 눌러서 3이라고 썼다. 쉴라는 나를 물려고 하면서 빠져나가려고 심하게 발버둥을 쳤다.
이런 식으로 싸우면서 남은 자유시간 동안 그 시험지를 끝냈다. 내가 손을 놓자마자 그 아이는 시험지를 테이프에서 뜯어 갈기갈기 찢었다. 그리고는 내 얼굴에 시험지를 던지고 의자를 넘어뜨리면서 빠져나가 교실 반대쪽으로 달려가더니 뒤돌아서서 나를 노려보았다.
"선생님이 미워요!" 그 아이는 있는 힘을 다해 소리 질렀다. 다른 아이들은 간식을 끝내고서 쉬려고 하다가 멈춰서서 우리를 쳐다보았다.
"미워요! 미워요! 미워요!" 나에 대한 실망이 그 아이를 압도하여 그 아이는 한쪽 구석에서 소리치고 있었다.
안톤이 다른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나갔지만 나는 탁자에 그냥 앉아 있었다. 그 아이가 분노에 차 파괴적인 행동을 할 것 같아서 그 아이를 잡을 태세를 갖추었지만 쉴라는 그런 짓을 하지 않았다. 잠시 후에 쉴라는 진정되어 소리 지르는 것을 멈추었다. 하지만 그대로 서서 나를 노려보며 금방이라도 울 것처럼 입술을 삐죽거렸고 볼이 떨렸다. 나는 나 자신이 얼마나 비열한 사람인가를 깨닫기 시작했다. 나는 시험지를 통한 공부를 시키려는 교사의 본능에 압도되어 필사적이었던 것이다. 적어도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는 말아야 했고, 이것은 잘못이었다. 그런 나 자신이 미웠다. 나는 쉴라를 바라보며 나를 비난하고 후회하였다. 내가 우리들의 관계를 망가뜨린 것인가? 지난 3주간 잘해왔는데 하루아침에 그 모든 것을 망쳐버린 것인가? 우리는 한참동안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쉴라는 천천히 내게로 다가왔다. 눈은 여전히 크고, 조심스럽고, 비난하는 눈이었다. 그 아이는 탁자 모서리에 서서 나를 보았다.
"선생님은 나한테 좋게 하지 않았어요." 그 아이의 목소리는 무거웠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내가 참 나빴지?" 다시 침묵이 흘렀다.
"미안해, 쉴라야. 내가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선생님은 나한테 언짢게 하지 말았어야 해요. 난 선생님 아이들 중의 하나잖아요."
"미안하구나. 네가 시험지를 하지 않아서 그만 흥분해버린 것뿐이야. 난 다른 애들처럼 너도 시험지를 풀길 바란 것뿐이란다. 네가 시험지 푸는 것이 내게는 중요한 일인데, 네가 하지 않으려 하니까 화가 났던 거야. 난 화가 났어."
그 아이는 성난 눈으로 노려보면서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었지만 좀 더 가깝게 다가섰다.
"아직도 나를 좋아하세요?"
"물론 좋아하지."
"하지만 나한테 화를 내고 소리쳤잖아요."
"가끔 사람들은 화를 낸단다. 아주 좋아하는 사람에게조차도. 그건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는 게 아니란다. 단지 화를 낸 것 뿐이지. 화가 풀어지고 나면 여전히 서로 좋아한단다. 나도 역시 너를 좋아한단다."
그 아이는 입술을 꼭 물었다. "정말로 선생님을 미워하지 않아요."
"나도 알아. 나처럼 너도 화가 난 것뿐이지."
"선생님이 나한테 소리를 질렀지요. 난 나한테 그렇게 소리 지르는 것이 싫어요. 귀가 아파요."
"얘야, 내가 잘못했어. 미안해. 하지만 이미 저지른 일이니 어쩔 수 없지. 미안하구나, 지금은 우리 시험지 공부에 대해서 걱정하지 말자. 네가 하고 싶을 때 하는 거야."
"난 절대 하고 싶지 않을 거예요."
나는 실망하여 어깨가 축 늘어졌다.
"그렇다면 영 하지 않을지도 모르지."
그 아이는 야릇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시험지 공부는 하긴 해야지요."
나는 지쳐서 한숨을 쉬었다.
"그렇지만도 않아. 그보다 더 중요한 일들이 있지. 그리고 언젠가는 네가 하고 싶은 날이 있을 거야. 그때 하면 돼."
그리하여 나는 시험지 전쟁을 포기했다. 적어도 싸움은 안 하기로 했다.
사람들은 왜 자기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지를 못하고, 자기가 원하는 대로 세상이 돌아가지 않으면 세상이 끝장날 것처럼 여기는지 알 수가 없다. 한바탕 수선을 떨고 나니까 그 문제가 왜 그다지도 중요시되었는지 도무지 스스로를 이해할 수가 없었지만, 하여간 처음 몇 주는 그것이 중요해 보였다.
두 번째 문제는, 너무 심각했고 쉽게 해결할 수 없는 것이었다. 쉴라는 끝없는 복수심이 예리하게 발달해 있었고, 방해를 받거나 속임을 당했을 때는 무서운 힘으로 보복하였다. 그 아이는 어떤 사람에게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재빨리 파악할 수 있었으며, 그것을 보복에 악용하였기 때문에 그 아이의 보복은 더욱 무서웠다. 사라가 휴식 시간에 발로 찬 눈에 그만 쉴라가 맞았을 때, 쉬라는 교실에 있는 사라의 미술 작품들을 조직적으로 부수어 버렸다. 미술을 좋아하는 사라의 경우에는 이것은 결정적인 타격이었다. 어느 날 점심을 먹으러 마구 달려들어 오는 쉴라에게 안톤이 화를 내자, 그 아이는 되돌아와서 그날 아침 안톤이 그 아들에게 빌려 가져온 아기 산토끼를 모두 목졸라 놓았다. 그 아이가 모든 사람들을 차디찬 냉정한 눈으로 평가할 때 나는 소름이 끼쳤다.
이런 보복은 이 정도로 그치지 않고 계속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잠시도 방심하지 못하고 매순간 쉴라를 지켜보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 아이는 교묘하게도 시선을 피할 줄 알았다. 점심시간이 가장 위험스러운 시간이었지만, 안톤이나 나는 쉴라를 지키기 위해 우리의 유일한 휴식 시간을 바치고 싶지 않았다. 식사보조원들은 다시 쉴라를 돌보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 아이를 두려워하는 것이 분명했다.
어느 날 안톤과 내가 교사 휴게실에서 점심을 막 끝내고 있는데, 그 보조원 한 명이 소리를 지르며 들어오더니 쉴라의 이름을 조리 없이 뇌까렸다. 우리는 첫날의 일이 되풀이되는가 하는 불안감에 그녀의 뒤를 쫓아 달렸다. 쉴라는 다른 교사의 교실에 들어가서 10~15분 정도의 짧은 시간에 그 교실을 완전히 부수어 놓은 것이다. 학생용 책상들은 모두 일그러져 나뒹굴었고, 창문 차양은 다 떨어져 있었고, 책들은 책상에서 뽑혀져 있었고, 교구용 스크린이 산산이 부서져 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더 이상 파괴할 수는 없었던 것 같았다.
나는 문을 확 잡아 열었다. "쉴라!" 그 아이는 험상궂은 눈을 한 채 홱 돌아섰다. 한 손에는 교사용 막대를 들고 있었다. "그것 놔라!"
쉴라는 한참동안 나를 노려보더니, 그 막대를 내려놓았다. 아이는 이미 3주일을 나와 지내면서 내 엄한 태도를 수용할 줄 알았다. 막대를 내려놓은 이상 큰 걱정은 없었다. 그 아이를 위협한다면 도망가려 할 것이고, 또 그렇게 되면, 더 크게 피해를 입게 된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교실의 그 수라장을 보면서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사실이 나를 절망케 했다. 교실 구석에 세워두는 벌도 이 수백 달러의 손상을 보상하기에 적당치 않았다. 또한 그것은 내 교실도 아니니, 내 선에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었다.
쉴라를 달래서 문 쪽으로 오게 했을 때, 콜린스 교장이 이 교실 담임 교사인 홈즈 선생과 함께 내 뒤에 와 서 있었다. 내가 쉴라의 손을 잡았을 때 콜린스 교장이 역정을 내기 시작했다. 나는 그가 아주 타당한 이유로 역정을 냈다고 생각하면서, 그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알고 있었다. 그는 대부분의 위반 행동을 매로 다루는 보수파였다. 그가 쉴라의 팔을 잡았으나, 나는 그 아이의 바지 끈을 잡고 놓지 않았다. 나는 지금까지 쉴라에게 이곳에서는 매 맞지 않을 거라고 안심시켜 왔기 때문에 그 아이를 콜린스 교장에게 데리고 가게 할 수 없었다. 그 아이는 이미 너무 많은 매를 맞았으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약속을 어겼던 것이다. 그런 일이 또 일어나게 할 수는 없었다.
교장과 나는 말없이 서로 아이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쉴라의 어깨를 잡아당기고 있었다. 쉴라의 어깨를 잡은 내 손에 쉴라의 긴장이 느껴졌다. 콜린스 교장은 마침내 이를 악물고 목쉰 목소리로 말을 했다. 쉴라가 매를 맞으러 가야 할 뿐만 아니라 나도 증인으로 그의 사무실에 가야 한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짧은 논쟁을 벌였다. 나는 절대로 그에게 동의 할 수 없었고, 명확히 말해서, 내가 동의할 것이라는 생각을 쉴라가 갖기를 원치 않았다. 그는 나에 대해 참지 못했다.
"신에게 맹세코, 헤이든 선생. 당신은 지금 당장 나와 같이 가든지 아니면 오늘 안으로 직장을 그만두든지 하시오. 나는 어떤 일을 당하든 상관하지 않겠어요. 이점을 분명히 알아야 해요!"
나는 그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때 여러 가지 생각이 내 뇌리를 스쳤다. 나는 이미 전임 교사로 계약이 되어 있고 조합에 속해 있기 때문에, 그가 나를 해고 시킬 힘은 없지만 만일 해고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다른 직장을 얻을 수 있을까? 내 학급은 누가 맡게 될 것인가? 단 3주일 동안 알고 지낸 그리 중요하지 않은 한 아이 때문에 직장을 앓으려고 하는 순간이었다. 직장을 잃으면 모두들 어떻게 생각할 것인가? 채드는 여전히 나를 좋아할까? 엄마에게는 어떻게 설명하지? 이런 구실들로 나는 쉴라의 바지 끈을 놓고 말았다.
콜린스 교장은 돌아서서 쉴라를 데리고 복도를 내려갔고, 나는 조금 떨어져서 뒤따라갔다. 지난 3주 동안에 두 번씩이나 이 아이 때문에 자제력을 잃은 적이 있었다. 아마 쉴라를 정신병원에 배치시키는 것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이 일은 내가 처리할 수 있는 정도를 넘어서 버렸다.
나는 교장실의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쉴라는 나보다도 훨씬 침착하였다. 그 아이는 쿨린스 교장 옆에 조용하게 서서 나를 보지도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콜린스 교장은 책상 서랍에서 긴 회초리를 꺼냈다. 그래도 그 아이는 겁내지 않았다.
나는 마음이 아팠다. 그는 왜 그런 신석기 시대의 교육방법을 사용해야 하는가? 나는 온몸 가득 증오심이 일었다. 내가 아이들을 때리지 않는다고 그 아이에게 그렇게 보장했건만 지금 그 아이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 아이는 여섯 살짜리 답지 않게 굳건히 서 있었다. 난 울고 싶었다. 하지만 눈물은, 쉴라도 지니고 있는 강인함을 내가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슬퍼하는 증거일 뿐이다.
콜린스 교장은 쉴라에게, 네가 저지른 일이 무엇인지 아느냐고 쌀쌀하게 물었다. 아무 반응이 없었다. 또 그 아이는 정학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 훈계는 쉴라뿐만이 아니라 내게 빗대어 한 것이었다. 그는 쉴라에게 매 3대를 맞아야 한다고 했다. 그 아이는 입술을 물고 빨면서 눈도 깜박이지도 않고 그를 노려보았다.
"고개를 숙여 네 발목을 잡아라."
그 아이는 꼼짝도 않고 노려보고 있었다.
"숙여서 발목을 잡으라니까, 쉴라!"
그 아이는 움직이지 않았다.
"한 번 더 말을 시킨다면 한대가 추가될 거야. 자 구부려라."
"쉴라야, 제발! 교장 선생님 말씀대로 해라." 내가 말했다.
여전히 반응이 없었다. 한순간 그 아이의 눈이 내 눈과 마주쳤다. 콜린스 교장은 거칠게 그 아이를 잡아채서 큰소리가 나도록 때렸다. 쉴라는 첫 번째 매로 쓰러졌지만, 안색은 변하지 않았다. 콜린스 교장은 아이의 등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다시 때렸다. 그 아이는 다시 쓰러졌지만, 나머지 두 대를 맞을 때는 쓰러지지 않고 버텼다. 신음 소리도 내지 않았고 울지도 않았다. 그것이 콜린스 교장을 화나게 했다. 나는 감각을 잃은 채 앉아서 보고만 있었다.
콜린스 교장은, 쉴라를 채벌했을 때 내가 목격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용지에 서명하라고 했다. 나는 기진맥진하여 쉴라의 손을 잡고 그 방을 나왔다. 그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 몰랐다. 머리가 빙빙 돌았다. 나는 교실 문 앞에 와서 창문 너머로 들여다보았다. 안톤이 오후 활동을 이미 시작했고, 휘트니도 있었다. 분위기는 평화로웠다. 나는 쉴라를 내려다보았다.
"우린 얘기를 좀 해야겠구나, 얘야."
문을 노크해서 안톤을 불러냈다. 너무나 많은 일이 일어났었고, 몇 가지 일들을 정리해야 하기 때문에 쉴라와 잠깐 동안 같이 있고 싶다고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없어도 그와 휘트니가 수업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는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으나, 결국 전문교육도 받지 않은 이민 노동자 한 명과 열네 살짜리 아이에게 8명의 미친 아이들을 맡기고 그 자리를 떠나는 내가 우습게 보였다. 그러나 웃을 상황이 아니었다.
우리 둘만이 차분히 있을 곳이 없어서 나는 쉴라를 서고로 데리고 들어갔다. 나는 작은 의자를 두 개 끌어다 놓고 불을 켜고 문을 닫으면서 의자에 앉았다. 한참동안 우린 서로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한 거지?" 나의 실망이 목소리에 역력했다.
"말 안 해요."
"아유, 쉴라야. 제발 그런 소리는 그만 해라. 난 너와 게임을 하려는 게 아냐. 정말 나한테 그런 짓 좀 하지 마." 나는 그 아이가 화가 난 건지 어떤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내심, 내가 항복하고, 콜린스 교장에게 그 아이를 넘겨 버린 것에 대해 사과하고 싶었다. 그러나 그 말을 하지 않고 참았다.
우리는 말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내가 머리를 저으면서 한숨을 지었다.
"결국 일이 잘못되고 말았구나. 미안하다."
여전히 침묵만 흘렀다. 쉴라는 말을 하지 않았으며, 눈도 깜짝이지 않았으므로 내가 눈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서고문 밖에서는 아이들의 소리로 시끌거렸다. 휴식 시간인 것이었다. 우리는 조용히 앉아있었다.
나는 그 아이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잠깐 눈을 돌렸다가 다시 쳐다보았다. 그 아이는 계속 응시하고 있었다.
"이거 참 큰일이군. 네가 나한테 바라는 게 도대체 무엇이니?"
그 아이의 눈동자가 커졌다. "나한테 화났어요?"
"그렇다고 말할 수 있지. 난 지금 모든 사람에게 약간 화가 나 있으니까."
"나를 때릴 거예요?"
"아니, 그렇진 않아. 너에게 수백 번 말했듯이 나는 아이들을 때리진 않아."
"왜 그래요?"
나는 우울한 기분으로 그 아이를 쳐다보았다. "왜냐구? 그건 아무 도움이 되지 않잖아. 그렇지 않니?"
"나한테는 도움이 돼요."
"그래? 정말 그러니, 쉴라야? 교장 선생님이 때린 것이 도움이 됐니?"
"우리 아빠는 그게 나를 좋게 하는 유일한 방법이래요. 그리고 아빠는 엄마처럼 나를 고속도로에 버리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때리는 게 더 좋아요."
내 마음은 녹아버렸다. 분명히 그럴 뜻은 없었지만 쉴라가 그런 말을 했을 때 내 마음은 녹아버렸으며, 그 아이가 사람들에게 어떤 것을 기대하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나는 팔을 펴며 말했다.
"이리 와, 쉴라야. 안아줄게."
그 아이는 아장아장 걷는 아기처럼 내 무릎 위로 기어 올라왔다. 그리고는 두 팔로 내 몸을 꽉 끌어안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에 그 아이를 위해서일 뿐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해서도 그 아이를 바짝 끌어안았다.
오, 전능하신 하나님! 내 마음이 아파요. 우린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말할 것도 없이, 쉴라는 이런 파괴행위를 그만두어야 했다. 그러나, 어떻게? 쓰러진 책상더미와 부서진 차양이 이 작은 소녀에 비해 무엇이란 말인가? 그 아이가 비록 백만 달러어치의 손상을 일으켰다고 해도 그것이 한 생명에 비해 무엇이란 말인가? 만일 당국에서 쉴라를 정학시킨다면 그 아이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머지않아 계획대로 종힙병원의 문을 열면 어떻게 될 것인가? 여섯 살짜리 아이가 병원에서 나오면 과연 정상적인 생활을 할 기회가 있겠는가? 살아가면서 단 한 번의 기회도 갖지 못했던 이 명석하고 창의적인 소녀는 결국 다시는 기회를 갖지 못할 것이다. 더러운 책상더미가 그렇게 귀중한가?
"우리가 무엇을 해야겠니, 쉴라야?" 나는 그 아이를 흔들어주면서 물어보았다. "너는 분명 이런 일들을 계속할 수는 없는데, 난 어떻게 그만두게 해야 할지 모르겠구나."
"다시는 그런 짓 안 할게요."
"나도 그러길 바란단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지키기 어려운 약속일랑 하지 말자, 응? 난 단지 네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이야기해주었으면 하는 거야. 그걸 알고 싶다구."
"나도 알아요. 난 선생님한테 지독히 화가 났었어요. 그 선생님이 점심시간에 날 야단 쳤어요. 그건 내 잘못도 아니고 수잔나의 잘못이었는데 나한테 소리 지르잖아요. 그래서 화가 났어요." 아이의 목소리는 떨렸다. "그 사람들이 나를 내보내 버릴 건가요?"
"모르겠다."
"그건 원치 않아요." 쉴라는 갑자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거예요. 난 여기 있고 싶어요. 다시 안 그런다고 약속할게요." 아이는 내 가슴에 얼굴을 비벼댔다.
나는 아이의 머리를 쓸어 넘겨주었다. "쉴라야, 난 네가 우는 것을 본 적이 없구나. 넌 울고 싶은 적이 없었니?"
"난 울지 않아요."
"왜 안 우니?"
"아무도 그런 식으로 나를 해칠 수는 없어요."
나는 그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그 말의 차가운 느낌은 두려울 정도였다. "무슨 뜻이지?"
"아무도 나를 아프게 하지 못해요. 내가 울지 않으면 사람들은 내가 아파하는 것을 모르잖아요. 그래서 나를 아프게 하지 못해요. 아빠가 때릴 때조차도 울지 않아요. 교장 선생님조차도 그러지 못해요. 선생님도 봤지요. 교장 선생님이 나를 때렸을 때 난 울지 않았어요. 봤지요, 그렇지요?"
"그래, 봤어. 하지만 넌 울고 싶지 않았니? 매가 아프지 않았어?"
한참동안 그 아이는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더니 내 손 하나를 자기의 두 손으로 끌어안고서 "조금 아팠어요"하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가끔 밤에는 조금 울어요. 하지만 곧 닦아버려요. 울면 지미하고 엄마 생각이 나요. 그들을 그리워하게 돼요. 그래서 얼른 닦아요."
"때로는 우는 것이 도움이 된단다."
"나한테는 도움이 되지 못해요. 난 절대로 울지 않을 거예요."
쉴라는 돌아서서 내 셔츠 단추를 만지작거렸다.
"선생님은 울어본 적 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끔 기분이 안 좋을 때는 운단다. 어찌할 도리가 없을 때는 그냥 울어버리지. 그러면 기분이 좀 풀린단다. 우는 것이 어떤 면에선 좋은 거야. 너도 한번 해보면 아픔이 가실 거야."
그 아이는 어깨를 움츠렸다. "난 그런 짓 안 해요."
"쉴라야, 네가 홈즈 선생님 교실에서 저질러 논 짓을 우리가 고쳐 놓기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다시 한번 아이는 어꺠를 움츠렸다. 그리고는 대답은 않고 내 단추를 만지는 데 몰두해 있는 척했다.
"난 네 생각을 알고 싶어. 난 너를 때리지도 않을 거고, 널 정학시킨다는 것도 좋은 생각이라고 보지 않아. 하지만 우린 무언가 해야만 하는데, 난 네 생각을 듣고 싶어."
"남은 시간 동안 교실 구석에 조용히 앉혀 둘 수도 있고, 소꿉놀이를 못 하게 하거나 인형을 빼앗아 버릴 수도 있잖아요."
"난 너를 벌주고 싶지는 않아. 콜린스 교장 선생님이 그건 이미 했지 않니. 난 홈즈 선생님께 어떻게 하면 좋겠나 물어보는 거야. 난 그곳에서 일어난 일들을 고쳐주고 싶어."
잠시 아무 말이 없었다. "내가 정돈해 줄 수도 있지요."
"좋은 생각인 것 같다. 그런데 사과 하는 것은 어떠니? 사과하는 것은 어떠니? 사과할 줄 아니?"
쉴라는 단추를 잡아당겼다. "몰라요."
"미안하다고 생각하니?"
그 아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 일을 저질러 죄송해요."
"사과하는 것을 배우는 건 좋은 일이란다. 그것은 사람들이 너를 더 좋게 생각하도록 해준단다. 우리 함께 '죄송합니다. 정리해드리겠어요.'라고 말하는 걸 연습해 볼까? 그러면 더 쉽게 말할 수 있을 거야. 내가 홈즈 선생님이라고 치고 연습해 보자."
쉴라는 내 가슴에 얼굴을 깊이 파묻었다. "먼저 잠깐동안 나를 안아주세요. 내 엉덩이가 아주 아파요. 그러니 좀 나아질 때까지 기다려 주세요.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미소 지으며 그 아이를 끌어안고, 서고의 희미한 불빛 속에서 함께 기다리며 앉아있었다. 그 아이는 엉덩이가 나아지고 앞으로 할 일을 위한 용기가 생기기를 기다렸으며, 나는 세상이 바뀌길 기다렸다.
쉴라는 나와 함께 홈즈 선생님 교실로 가서 사과를 하고 정돈해 드리겠다고 제안했다. 내가 바라던 대로 쉴라의 행동은 홈즈 선생님의 모성애를 유발시켜서 그녀는 쉴라의 사과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러나, 콜린스 교장은 그리 쉽지 않았다. 이 사건이 그에게는 쉴라에 대한 인내뿐 아니라 내 학급의 존재 여부를 판가름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그는 나와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었다. 그 모든 것들은 쉴라의 사건 이후 완전히 전쟁이 되었고, 마침내 교육위원회의 에드가 와서 중재를 해야 했다. 콜린스 교장은 확실한 입장에서 쉴라를 내보내고 싶어 했다.
그 아이는 격렬하고 통제할 수 없으며, 위험스럽고 파괴적이어서 다른 아이들뿐 아니라 교사들과 직원들도 위협한다는 것이다. 홈즈 선생 교실에만도 7백 불가량의 손해를 입혔다. 이런 분명한 위협 때문에 그 아이를 주립 정신병원에 넣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교실 내에서의 쉴라의 진전을 열심히 설명했다. 그래서 그 아이가 단 3일 만에 완전히 누그러져 능동적으로 수업을 받게 되었다고 했고, 그 아이의 지능 및 학대받고 버림받았던 지난날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간청도 해보았다. 단 한 번만 기회를 더 주면 그렇게 부주의하지 않겠다고 애원도 하였다.
에드는, 교육위원회가 부모들로부터 받는 압력을 고려해야 하고, 법원에서 이미 내린 입원 명령도 있으며, 내 교실은 단지 임시 조치일 뿐이니 내가 그렇게 깊이 관여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했다.
그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목이 메었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그래도 그들 면전에서 울고 싶진 않았지만,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 작은 문제아를 내게 보낸 이유가 단지 임시 조치인 것뿐이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나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너무 마음이 아프고 화가 나서 그날 저녁은 진정하기 힘들었다. 욕실에서 샤워를 하면서도 계속 울었다.
그 일은 네가 예상했던 것만큼 그리 나쁜 결과는 아니었다. 교육의 기회는 모든 아이들에게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고, 그때의 쉴라의 유일한 교육자는 나였다. 그래서 절충안으로, 내 학급을 감독하기 위한 식사보조원 한 사람을 더 채용하게 되었고, 쉴라도 나의 직접적인 감독하에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 문제는 최소한 일시적으로 수습되었다.
쉴라의 배치 문제에 대한 소동에도 불구하고, 그 아이는 우리 학급에서 잘 지내고 있었다. 쉴라의 학습은 급진전하고 있었으나, 나는 그의 민활한 정신력을 계속 활동하게 해줄 거리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했다. 일단 시험지 공부는 중단하고, 구두로 시험을 치르거나 토론하는 것만 하도록 했다. 또한 쉴라는, 내가 골라주기가 바쁠 만큼 열심히 책을 읽었다.
쉴라는 사회적인 진보는 느렸지만, 비교적 꾸준하였다. 그 아이는 사라와 친구가 되어 어린 소녀들의 우정을 즐기기 시작했다. 나는 쉴라에게 수잔나 조이가 색깔 공부 하는 것을 도와주라고 지시했다. 이것은 다양한 효과를 보았는데, 즉 나에게는 보조원 한 명을 더 둔 셈이 되었고, 쉴라에게는 그의 과외 시간을 채워주면서 책임감을 갖게 해주었다. 또한 인간 상호관계의 더욱 명료한 요지를 배울 수 있게도 했다. 더불어 쉴라의 자신감을 일깨워 주었다.
쉴라는 점차 내 뒤를 쫓아다니는 일을 하지 않았다. 여전히 나를 쳐다보고 내 옆에 앉곤 하였지만 하루종일 따라다니며 접촉하진 않았다.
홈즈 선생 교실 사건으로 한 가지 좋은 일이 일어났다. 쉴라의 아버지를 철저히 조사한 것이다. 2월 초 어느 날, 방과 후 안톤과 나는 이주자 캠프로 차를 몰았다. 쉴라의 아버지는 체격이 크고, 허리띠 위로 배가 불룩 나와 있었으며, 아랫니는 하나뿐이었고, 입에서는 지독한 냄새를 풍겼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그는 맥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이미 굉장히 취해있었다.
우린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 집은 방 한 칸짜리로, 커튼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한쪽에는 모양 없는 갈색 소파가 있었고, 다른 쪽에는 침대가 있을 뿐 그 외에는 다른 가구가 없었다. 방에서는 오줌 썩는 냄새가 났다.
쉴라 아버지는 우리 뒤를 따라오더니 소파에 앉으라고 권했다. 쉴라는 눈을 부릅뜨고서 침대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었다. 나는 쉴라에게, 우리가 이야기하는 동안 잠깐 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고개를 저으면서 쉴라를 손으로 가리켰다.
"저 애는 저 구석에 있어야 해요. 단 5분간만 눈에서 벗어나도 무슨 짓을 할지 알 수 없다구요. 저 애를 지키지 않는다면 경찰이 또 올 거예요."
"저 애는 사실 내 아이가 아니랍니다.." 그는 안톤에게 맥주를 권하면서 말했다. "탕녀 같은 저 애 엄마의 사생아라구요. 그리고 저 애의 몸에는 멀쩡한 곳이라곤 한 군데도 없어요. 난 생전에 저렇게 사고뭉치인 아이는 본 적이 없어요."
안톤과 나는 말없이 듣고만 있었다. 이런 이야기를 쉴라가 듣는다면 자기 자신에 대해 보잘것없는 견해를 가질 것이 분명하였기에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비록 사소한 것이라고 해도 이런 사적인 이야기를 그 아이 면전에서 하다니! 나는 그곳에 앉아있기조차 혐오스러웠다. 안톤의 반박은 그를 오히려 화나게 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그가 흥분하면 쉴라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서 그가 말을 계속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지미는 내 아들이지요. 당신들은 그 애보다 더 훌륭한 아이를 본 적이 없을 거요. 그런데 그 못된 마누라가 그 애를 데리고 갔다오. 내 이 코앞에서 그 애를 빼앗아 갔다오. 그리고는 저 사생아를 남기고 떠나버렸소." 그는 한숨을 지었다. "난 저 애한테, 한 번 더 학교 사람들이 너 때문에 이곳에 나타난다면 그걸로 끝장이라고 말했지요."
"저는 나쁜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이 아닌데요." 내가 급히 개입했다. "쉴라는, 우리 학급에서 아주 공부를 잘하고 있어요."
그는 코웃음을 쳤다. "그럴 거요. 미친 아이들이 잔뜩 있는 교실이니 조심했겠지요. 오, 주여! 이봐요, 선생. 난 저 애한테 두 손 다 들었소."
대화에는 진전이 없었다. 난 쉴라가 놀랄만한 지능을 가진 우수아라고 그에게 말하려고 애썼으나 그런 것이 그에게는 알 바가 아니었다. 그는 그 아이가 그런 것이 무슨 필요가 있느냐, 그것은 오히려 그 아이에게 사고를 저지를 생각만 더할 기회를 줄 뿐이라고 했다. 결국 대화는 다시 그의 사랑하는 지미에게로 돌아갔다. 그는 아들을 사랑하고 있었고, 그를 잃은 것이 힘든 일임에 틀림없었다. 그의 어리석은 생각에는, 쉴라가 지미를 잃어버리게 한 장본인이며, 쉴라가 불가능한 아이만 아니었어도 그의 아내가 도망가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는 쉴라와 더불어 어찌할 바를 모르며 술에 취해 살아온 30년 인생에 관해, 낯선 두 사람에게 이야기하며 눈물을 흘렸다.
나는, 쉴라의 아버지가 그렇게 힘든 처지에 처하여 있으니, 무상 고아원을 생각해 보았느냐고 물어보았다. 내 질문은 실수였다. 그는 벌컥 화를 내면서, 나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자기의 아이를 버리라고 제안하는 당신을 누구냐고 소리쳤다. 그는 이제까지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살아왔으며, 앞으로도 지신의 문제를 충분히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남자라고 했다. 그리고는 당장 자기 집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했다. 우리는 좌절감과 괘씸함과 슬픔에 차서 돌아오면서도 오직 쉴라에게 해를 입히지 않기만을 바리는 마음이었다. 이 씁쓸한 방문이 후회스러웠다.
쉴라의 집에서 나온 우리는 안톤네 집에 들렷다. 그도 역시 오두막보다 더 작은 데서 살고 있었다. 식구는 그의 아내와 두 아들이 있었고, 허술한 집이나 깨끗하고 잘 정리되어 있었다. 안톤의 아내는 영어를 할 줄 몰랐지만 아주 상냥하고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린 콜라 세잔과 옥수수튀김 한 접시를 놓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톤은 학교에 복교하여 교사 자격증을 얻을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는 아직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었지만 우리 학급에서 일하는 동안 어느새 아이들을 좋아하게 되었고, 독립된 자기 학급에서 가르칠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다. 나는 마음이 아팠다. 그가 그 정도의 교육 수준을 얻기 위해 드는 시간과 돈을 인식하고 있는지 궁금했지만, 꿈에 부풀어 있는 그의 아내와 아들들 앞에서 차마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말할 수 없었다. 한편, 내 감정은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채 쉴라네 집에서는 이 순간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궁금했다.
9
방과 후 쉴라와 나만이 남아 있는 2시간 동안, 나는 아이에게 책을 낭독해 주기 시작했다. 그 아이 스스로 대부분의 책을 읽을 수 있었지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책을 그 아이와 함께 읽음으로써 더욱 친밀감을 주고 싶었다. 뿐만 아니라 쉴라는 여러 가지 사항들을 이해하지 못할 만큼 상처 입은 아동기를 지내왔기 때문에 책 속에 있는 여러 사항들에 대해 이야기해 줄 필요가 있었다. 이는 쉴라가 말의 의미를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 말들이 실생활에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몰라서 그런 것이었다.
예를 들면, <샤로트의 거미줄>이란 책에서, 어린 소녀는 작고 보잘것없는 새끼 돼지 윌버를 기르고 싶어 했는데 아버지는 그 돼지를 기르지 않으려 했다. 쉴라는 아버지의 생각은 이해할 수 있었으나 어린 소녀의 마음은 이해하지 못했다. 나는, 어린 소녀는 그 새끼 돼지가 발육이 부진해서 애처로워서 좋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쉴라는 엄격한 적자생존의 법칙에 따라 생존해 왔기 때문에 그 개념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어느 날 오후, 나는 <어린 왕자>를 갖고 왔다. "얘, 쉴라야, 너와 함께 보고 싶은 책이 있어."
그 아이는 교실을 가로질러 달려와서는 책을 잡아챘다. 그리고 책을 읽기 전에 모든 그림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책을 읽기 시작하자, 쉴라는 내 바지를 움켜쥐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어린 왕자>는 짧은 이야기책이므로 30분 이내에 거의 반 정도를 읽었다. 여우에 관한 부분에서는 쉴라는 더욱 열중하게 되었다.
"와서 나랑 놀자." 어린 왕자는 말했다. "난 그리 즐겁지 않아." "난 너랑 놀 수가 없어." 여우가 말했다. "난 길들어지지 않았잖아."
"아! 용서해줘." 어린 왕자는 말했다. 잠깐 무슨 생각을 한 뒤 어린 왕자는 덧붙여 말했다.
"그게 무슨 뜻이지, '길들인다는 게'?"
"그건 너무나 무관심해진 행동이지." 여우가 말했다. "그건 인연을 맺는다는 걸 말하는 거야."
"인연을 맺어?"
"바로 그거야." 여우가 말했다.
"나에게 있어서 너는 수많은 다른 남자애들과 갗은 남자애에 지나지 않아. 그래서 난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너의 경우도 나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지. 너에게 있어서, 나는 수많은 다른 여우들과 같은 여우에 지나지 않아.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린 서로에게 필요한 거야. 나에게 있어서 너는 이 세상의 유일한 존재가 될 거야...."
"내 생활은 아주 단조로워." 여우가 말했다. "난 닭들을 잡아 먹고, 인간은 나를 잡아먹지. 닭들은 모두 비슷하고 인간도 마찬가지야. 결과적으로 나는 약간 따분한 거야. 하지만 네가 나를 길들이면 그것은 내 생활에 햇살이 비치는 것과 같을 거야.... 그리고 저쪽에 곡식 들판이 보이지? 난 빵을 먹지 않으니까 밀은 나에게 아무 소용이 없는 것이지만 네 머리도 금발이고 곡식 역시 금색이니,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저 곡식은 너를 생각나게 해줄 거야. 그리고 나는 밀밭에서 불어오는 바람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할 거야...."
여우는 어린 왕자를 한참동안 응시했다.
"제발 나를 길들여줘!" 여우가 말했다.
"나도 그렇게 하고 싶어." 어린 왕자가 대답했다. "하지만 난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아. 찾아야 할 친구들도 있고, 이해해야 할 일도 많고."
"사람은 그가 길들인 것들을 이해할 뿐이야." 여우가 말했다. "사람들은 다른 것을 이해할 시간이 없어. 그래서 가게에서 이미 만들어진 물건들을 사는 거야. 그렇지만 우정을 살 수 있는 가게는 어디에도 없고, 그래서 사람들은 더 이상 친구를 갖지 못하는 거야. 네가 친구를 원한다면 나를 길들여...."
"너를 길들이려면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데?" 어린 왕자는 물어보았다.
"아주 끈기가 있어야 해. 이렇게 난 너를 곁눈으로 쳐다볼 거야.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말아. 말은 가끔 오해를 일으키는 근본이니까. 하지만 매일매일 내 곁으로 조금씩 가까이 다가앉는 거야....."
쉴라는 그 페이지를 손으로 짚었다.
"다시 읽어줘요, 네?"
나는 그 부분을 다시 읽었다. 쉴라는 내 무릎에서 돌아앉아 나를 한참동안 응시했다. "선생님이 한 것도 그런 거지요, 네?"
"무슨 말이야?"
"선생님이 내게 했던 것이 그거냐구요? 나를 길들였지요?"
나는 웃었다.
"그건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것과 아주 비슷해요. 기억나세요? 난 아주 겁에 질려서 체육관으로 도망갔고, 선생님이 따라와서 바닥에 앉았어요. 그것을 기억해요? 나는 바지에 오줌을 쌌지요? 난 굉장히 겁났었어요. 그날 잘못을 많이 저질렀기 때문에 나를 심하게 때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선생님은 그냥 바닥에 앉아서 조금씩 다가왔지요. 나를 길들이고 있었지요, 네?"
나는 기가 막혀서 웃었다. "그래, 아마 그랬던 것 같구나."
"선생님은 나를 길들였어요, 그럼, 나는 선생님에게 특별한 거예요, 네? 여우처럼요."
"그래, 너는 아주 특별하단다, 쉴라야."
그 아이는 다시 돌아앉았다. "마저 읽어 주세요."
그래서 어린 왕자는 여우를 길들였다. 그런데 어린 왕자가 떠나야 할 시간이 가까워졌다.
"아!" 여우가 말했다. "난 울 거야."
"이건 네 잘못이 아니야." 어린 왕자는 말했다. "난 너를 어떤 것으로든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어. 하지만 네가 나한테 길들여 달랬잖아....."
"그건 그래." 여우가 말했다.
"하지만 네가 지금 울려고 하잖아!" 어린 왕자는 말했다.
"응, 그래." 여우가 말했다.
"그러면 그건 전혀 행복하게 해주지 못한 거잖아."
"아냐, 그건 밀밭 색깔로 나를 행복하게 했어." 그리고 여우는 덧붙여 말했다.
"가서 다시 한번 장미들을 보아라. 이젠 네가 네 것이 이 세상에서 가장 유일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될 거야. 그리고 돌아와서 내게 작별 인사를 해줘. 그러면 네게 비밀 하나를 선물로 줄 거야."
어린 왕자는 여우를 만나러 돌아왔다.
"안녕!" 어린 왕자는 말했다.
"안녕!" 여우도 말했다. "이젠 비밀을 말해 주지. 그것은 마음으로 봐야만 바르게 본다는 사실이야. 본질적인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아."
"본질적인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는다. " 어린 왕자는 분명히 기억하기 위해 그 말을 따라 했다.
"그것은 네가 네 장미를 아주 귀중한 존재로 만들기 위해 소비했던 시간일 거야."
"그것은 내가 내 장마를 위해 소비했던 시간아라." 어린 왕자는 분명히 기억하기 위해서 말했다.
"인간은 진실을 잊고 있어." 여우가 말했다. "그러나, 넌 그걸 잊지 말아야 해. 넌 영원히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니까. 넌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쉴라는 내 무릎에서 내려와 나를 바로 쳐다보았다. "선생님은 내게 책임이 있어요. 나를 길들였으니까 내게 책임이 있지요?"
나는 그 아이의 헤아릴 수 없는 눈을 한동안 바라보았다. 그 아이가 내게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분명히 알지 못했다. 그 아이는 내 목을 끌어 안고서 자기의 눈길을 피하지 못하게 했다.
"나도 선생님을 조금 길들였지요, 네? 선생님은 날 길들였고 난 선생님을 길들였으니, 이제 나도 선생님한테 책임이 있어요, 그렇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쉴라는 내게서 떨어져 앉았다. 잠시동안 그 아이는 손가락으로 양탄자 무늬를 만지작거리는데 몰두했다.
"왜 선생님은 그런 일을 하지요?"
"무엇을, 쉴라야?"
"나를 길들이는 거요."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그 아이의 파란 눈이 나를 압도했다. "왜 돌봐주는지 난 그걸 이해할 수가 없어요. 왜 선생님은 나를 길들이고 싶어 하는 거죠?"
나의 마음은 질주하고 있었다. 이제까지 내게 이런 말을 하는 아이는 없었다. 나는 무방비 상태였기 때문에 단지 옳은 일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순간인 것 같았다.
"글쎄, 합당한 이유가 없는 것 같구나. 그냥 해야 할 일인 것 같아."
"여우처럼요? 선생님이 날 길들였기 때문에 지금 내가 특별한 거예요? 내가 특별한 아이예요?"
나는 웃었다. "그래, 너는 특별한 아이란다. 여우가 말한 것처럼 내가 너를 친구로 삼았으니까 넌 이 세상에서 유일한 존재란다. 난 네가 항상 나의 특별한 아이이길 바라는 것 같애. 그리고 그것이 너를 길들인 이유인 것 같고."
"나를 좋아하세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선생님이 좋아요. 선생님은 온 세상에서 내게 가장 좋고 특별한 사람이에요."
쉴라는 내 다리를 베고서 양탄자 위에 누워 실 보푸라기 하나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렸다. 나는 다시 읽을 준비를 하였다.
"토리 선생님."
"응?"
"선생님은 나를 버리고 가지 않을 거죠?"
나는 쉴라의 앞머리를 쓸어 넘겨주었다. "글쎄, 내가 생각하기엔 언젠가는 학기가 끝나면 넌 또 다른 학급에, 또 다른 선생님께 가게 되겠지. 하지만 그전까지는 함께 있을 것이고, 또 그때까지는 아직 멀었어."
아이는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선생님이 내 선생님이에요. 난 다른 선생님을 절대 갖지 않을 거예요."
"지금은 내가 네 선생님이지만 언젠가는 끝나게 될 거야."
그 아이는 머리를 저었고 눈이 흐려졌다. "여기가 내 교실이에요. 그리고 난 계속 이곳
에 있을 거예요."
"아직도 한참동안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 그때가 오면 떠날 준비가 될 거야."
"아녜요, 선생님이 나를 길들였으니 내게 책임이 있어요. 그러니까 나를 버리고 떠날 수는 없어요. 바로 저기에서 그렇게 말했어요. 그것이 선생님이 내게 한 것이고 내가 길들어진 것은 선생님 잘못이에요."
"얘야." 나는 그 아이를 무릎 위로 끌어당겼다. "그런 걱정하지 말아."
"그렇지만 선생님은 날 버리고 갈 거예요." 그 아이는 내 포옹을 뿌리치며 비난하듯이 말했다. "우리 엄마처럼 그럴 거예요. 그리고 지미처럼, 모든 사람들처럼. 아빠도 감옥에 들어갔을 때 그랬어요. 선생님도 똑같아요. 역시 나를 버리고 갈 거예요. 나를 길들이고 나서도 또 내가 그러길 바라지 않는데도요."
"그런 것이 아니란다. 쉴라야. 나는 널 버리지 않아. 나는 이곳에 그대로 남아 있단다. 학기가 끝나서 사태가 바뀌어도 나는 널 버리지 않을 거야. 그건 책에서 말한 것과 같아. 어린 왕자가 여우를 길들였다가 지금은 떠났지만, 항상 여우와 함께 있는 거야. 왜냐하면 여우가 밀밭을 볼 때마다 어린 왕자를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지. 여우는 어린 왕자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기억하고 있지. 그것이 우리가 함께 있는 방법이란다. 우린 서로 항상 사랑할 거야. 그러면 떠나는 것이 조금 쉬워지지. 왜냐하면 너를 사랑하는 누군가를 기억할 때마다 너는 그들의 사랑을 조금은 느낄 수 있지."
"그렇지 않아요. 단지 그 사람들이 그리울 뿐이에요."
나는 그 아이를 다시 한번 껴안았다. "자, 지금 생각하기엔 좀 힘든 일이야. 넌 떠날 준비가 되지 않았고, 나도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 네가 준비되는 날엔 좀 더 쉬워질 거야."
"아뇨, 나는 절대로 준비되지 않을 거예요."
내가 계속 흔들어주는 동안 쉴라는 내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선생님 울 거예요?"
"언제?"
"선생님이 떠날 때요?"
"여우가 말하던 거 기억하니? '누구든 자기를 길들이게 할 때는 울 각오를 하는 것이다' 여우가 옳아. 누구든 조금은 울지. 어떤 사람이 떠나버릴 때마다 우리는 조금 울잖니. 사랑은 때때로 마음을 아프게 하고 우리를 울게 한단다."
"지미랑 엄마 때문에 나도 울었어요. 그렇지만 엄만 날 전혀 사랑하지 않아요."
"글쎄, 그건 잘 모르겠다. 내가 너를 알기 전에 일어난 일이고, 난 너의 엄마를 만나본 적도 없고, 하지만 엄마가 너를 조금도 사랑하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자기 아이들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은 없거든."
"그렇지만 엄마는 나를 고속도로에 버렸어요. 선생님은 선생님의 아이를 사랑한다면 그렇게 하지 않을 거예요. 아빠가 그렇게 말했어요."
"글쎄 잘 모르겠구나. 누가 옳은지는 잘 모르겠지만, 난 너를 그런 식으로 버리고 가지는 않아. 학기가 끝나서 네가 다른 어떤 곳으로 가든지 우린 함께 있을 거야. 서로 보지는 못해도. 여우도 밀밭을 볼 때마다 어린 왕자를 생각하는 거야. 그렇게 해서 특별한 방법으로 여우와 어린 왕자는 함께 있는 거지. 그것이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있는 방법이란다."
"난 밀밭을 원치 않아요. 선생님만 원한다구요."
"그래도 그것은 역시 특별한 거야. 쉴라. 처음에는 다소 슬프겠지만 점점 나아져서 결국 참을만한 거야. 우리는 서로를 생각할 적마다 속으로 좋아할 거야. 너도 알다시피,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우리가 얼마나 행복했는지를 잊을 수 없잖니. 어떤 것도 너의 기억들을 떨쳐버리게 할 수는 없단다."
쉴라는 얼굴을 파묻었다. "난 그런 걸 생각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 네가 옳다. 지금은 그런 걱정할 때가 아니지. 그건 먼 훗날 일이야. 당분간은 다른 일들을 생각하자."
그동안 내가 쉴라와의 시험지 전쟁을 단념하였다곤 하지만 내 마음 속에서 완전히 지워진 것은 아니었다. 쉴라는 어른 한 사람이 전담해야 할 뿐 아니라 그 아이가 학습장이나 시험지 공부 등을 히려 하지 않는다면, 일반 교사에게 받아들여지기 힘들 것이라는 것이 염려스러웠다. 내 학급에서는 그런 것이 용납되지만 많은 아이들을 맡고 있고 지켜야 할 학습계획표가 있는 일반 교사에게는, 한 아이를 위해 그런 배려를 할 여유가 없다. 쉴라가 어른 주위를 자기에게 많이 모으도록 하는 방법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나는 염려 스러웠다. 그 아이는 우리가 생각해낸 질문들을 대부분 답변할 수 있으면서도 안톤이나 휘트니, 나 등을 끌어들여 자기의 답변을 길게 열거하는 것이었다. 이 행위는 우리 학급에서조차 별로 환영받을 만한 행동이 아니었다.
나는 그 아이가 시험지 공부를 왜 싫어하는지를 확실히는 몰랐으나, 혹 실패를 두려워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았다. 쉴라는, 실수를 했을 경우 그것을 바로 고쳐주려 할 때에 그 말이 아무리 부드러운 말이라도 침울해지는 아이였다.
한편, 우리 학급 내에서는 창의적인 작문을 많이 시키고 있었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느끼는 것이나 그들에게 일어났던 일들, 또는 그들 생활에서 중요한 기타 사건들을 기록하는 노트를 갖고 있었다. 따라서 아이들은 언제든지 항상 그들의 노트에 무엇을 적어 넣었다. 일과가 끝난 저녁마다, 아이들이 써놓은 것에 대해 나는 내 견해를 적어 놓았다. 이것은 개인적 의사소통의 수단이며, 서로에게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를 알게 하는 기회가 된다는 가치가 있었다. 같은 식으로 나는 거의 매일 주어진 주제에 대한 작문 숙제를 내주었다. 아이들이 글로써 자신들의 감정을 더 잘 표현할 수 있게 되자, 편지를 써 보내는 일이 잦아졌다.
말할 필요도 없이, 시험지를 싫어하는 쉴라가 글을 쓰지 않고, 작문 시간 동안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아이의 호기심이 발동을 했다. 내가 작문용 시험지를 나누어주고 나자 쉴라가 내게 다가왔다. "선생님, 시험지 한 장만 주면 무엇이든 쓸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나는 그 순간, 약간의 반대 심리를 이용해 어쩌면 시험지 공부를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머리를 저었다.
"아니야, 이건 시험지 공부인데 너는 시험지 공부를 하지 않잖니, 그렇지 않니?"
"이것은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냐,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난 너한테 시험지를 더 이상 낭비할 수 없단다. 너는 가서 놀아라. 그것이 더 재미있잖니."
그 아이는 잠깐동안 이리저리 돌아다녔다. 그러더니 다시 내게로 왔다. 나는 윌리엄에게 단어 철자를 가르쳐 주려고 구부리고 있었다. 쉴라는 내 허리띠를 잡아당겼다. "하고 싶어요. 선생님."
나는 머리를 저었다. "아니, 설마."
"아녜요, 하고 싶어요."
나는 그 아이를 무시한 채 윌리엄에게로 돌아섰다.
"시험지를 낭비하지 않을 거예요."
"쉴라야, 작문은 시험지 공부를 하는 아이들이 하는 거란다. 그런데 너는 시험지 공부를 안 하니까 작문은 네가 할 일이 아니지."
"시험지 공부를 조금은 할 수도 있어요. 시험지 한 장만 주시면 아마 조금은 할 수 있을 거예요."
나는 머리를 저었다. "아니야, 넌 그걸 좋아하지 않잖니. 네가 직접 그런 말을 내게 했었어. 너는 그것을 하지 않을 거라고. 이젠 가서 놀아. 그래야 내가 윌리엄을 도와주지."
그 아이는 내게 아무 결과를 얻지 못하자 안톤에게 가서 부탁해 보았다. "토리 선생님이 시험지를 갖고 있잖니." 그는 내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가 토리 선생님께 부탁해야 할 거야."
"선생님은 주시지 않아요."
안톤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큰 눈을 글렸다. "미안하지만 네게 줄 시험지를 갖고 있지 않단다."
쉴라는 내게 다시 돌아왔다. 그 아이는 화가 났지만 그것을 나타내지 않으려고 애썼다. "시험지 한 장만 주세요. 토리 선생님. 이젠 좀 주세요."
나는 경고의 표시로 눈썹을 치켰다. 그 아이는 불만스럽게 한발을 구르며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 아이는 전술을 바꾸었다. "제발! 제발! 시험지를 찢어 버리지 않을게요. 가슴에 십자가를 긋고 죽고 싶어요. 제발!"
나는 그 아이를 응시했다. "너를 믿을 수가 없구나. 네가 만일 내일 시험지 몇 장을 해보고 찢어 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면, 내일 오후 작문 시간에는 글을 쓸 수 있는 시험지를 주겠다."
"난 지금 하고 싶어요. 토리."
"나도 알아. 하지만 너를 믿을 수 있다는 것을 내게 보여주고 나서야 내일 시험지 몇 장을 줄 거야. 어쨌든 오늘은 시간이 거의 끝나가고 있잖니."
그 아이는 나를 굴복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 애쓰면서 주의 깊게 나를 쳐다보았다.
"선생님이 만일 시험지를 준다면 선생님이 나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것을 적을 거예요. 비밀 이야기를 써 줄 거라구요."
"내일 그 비밀 이야기를 내게 써 주렴."
그러자 쉴라는 화를 내면서 다른 탁자로 성큼성큼 걸어가 큰소리를 내며 의자를 끌어낸 뒤 털썩 주저앉아 씨근거렸다. 나는 속으로 웃었다. 그 아이는 이제 자기의 기분을 조절하는 것을 배우고 있었다. 탁자에 앉은 쉴라는 성난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잠시 후 나는 아이 쪽으로 다가갔다. "네가 글을 빨리 쓸 수 있다면, 지금 시험지 한 장을 줄 수도 있을 텐데."
쉴라는 기다렸다는 듯이 쳐다보았다.
"네가 그걸 찢지 않는다면 말이야."
"절대 안 그럴게요."
"내가 이 시험지를 주면, 앞으로는 다른 시험지들도 하겠니?"
그 아이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산수 시험지도 하겠니?"
쉴라는 짜증을 내며 눈쌀을 찌푸렸다. "선생님이 하루종일 말을 걸면 쓸 시간이 없잖아요."
나는 피식 웃으며 시험지 한 장을 주었다.
시험지를 두 손으로 받아 쥔 쉴라는 펠트펜을 가지로 급히 다른 탁자로 갔다. 그 펜은 그간 쉴라가 눈독 들여왔던 것이었다. 아이는 펜과 시험지를 들고서 교실 한쪽 구석, 토끼장 밑에 웅크리고 앉아 글을 쓰기 시작했다.
쉴라는 무척 빨리 글을 썼다 수분 새에 그 아이는 조그만 네모꼴로 접은 시험지를 갖고 와서는 그것을 내 손에 밀어 넣었다.
"이건 비밀이에요.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말아요. 선생님만을 위한 거니까요."
"알았다." 나는 그것을 펴보기 시작했다.
"안 돼요. 지금 읽지 말고 가지고 있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시험지를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나는 밤에 잠옷으로 갈아입을 때까지도 그것을 잊고 있었다. 그때 접어 논 시험지가 떨어졌다. 나는 조심스레 그것을 집어 펴보았다. 안에 있는 내용은 쉴라에게 있어서 나름대로 매우 큰 비밀이 담긴 글이었다.
선생님이 알고 있기를 원하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고 싶지 않은 특별한 일 : 선생님을 가끔 아이들이 내가 깨끗한 옷을 입지 않는다고 놀리고 욕하는 것을 알고 있지요. 하지만 내가 하는 짓을 선생님이 알고 있는 것은 괜찮지만, 내가 침대를 적신다는 것을 제발 이야기하지 마세요. 만일 아빠가 그런 일을 아신다면 나를 때리는데, 아빤 대개 모르고 넘어가요. 다만 나는 그러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쓰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어요. 이 말을 해도 나한테 화내지 않을 거죠? 아빠는 화를 내요. 하지만 정말 안 하려고 해도 그래요. 그것이 나를 많이 괴롭히고 부끄럽게 해요. 아빠는 나더러 아가라지만 난 머지않아 일곱 살인걸요. 1학년 반에 가면 갈아입을 팬티도 없을 텐데, 아이들이 나를 놀릴 거예요. 제발 아이들에게 이 말을 하지 말아요, 네? 콜린스 교장 선생님한테도요. 안톤이나 휘트니 또는 어느 누구에게도요. 약속해요. 선생님만 알고 계신다고요. 나는 그 글을 다 읽고 쉴라의 솔직함에 감명을 받았고, 또 작문 실력에 놀랐다. 글을 대체로 잘 쓰여졌고, 맞춤법과 구두법이 옳게 쓰여 있었다. 그 아이가 '나는 ~이다'라고 쓴 것은 나를 당혹케 했다. 이전까지 그런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나 자신에게 미소를 보내며, 그 아이에게 간단한 답장을 썼다.
이리하여 시험지 전쟁은 처음으로 해결을 보게 되었다. 다음날 쉴라는 도움을 받으면서 산수 시험지를 한 장 풀게 되었다. 나는 그것을 게시판에 갖다 붙이라고 제안했다. 게시판에는 잘된 작품들을 붙이게 되어 있었다. 그러나 나중에 그 시험지가 쓰레기통에 쑤셔 넣어져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그 아이는, 글쓰기 과제는 감독하지 않아도 두세 개 정도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산수 시험지는 다 하고 난 후에 몰래 처치해 버리곤 했다. 특히 쉴라에게 어려운 문제가 있는 시험지들을. 나는 그 아이가 시험지 과제에 대해 자제력이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어느 것도 틀렸다는 표시를 하지 않았다. 그 대신 시험지를 풀고 있는 동안, 틀린 답을 쓴 문제에 대해 몇 가지 대안적인 설명을 해주었다.
쉴라는 창작문에서 상당한 돌출구를 발견했다. 이것을 통해 오랜 두려움을 떨쳐버릴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래서 그 아이는 자발적으로 많은 글을 썼다. 그리고 얼굴을 맞대고 말할 수 없는 개인적인 일들에 관해서도 엉성하게 휘갈긴 글로 표현했다. 매일 밤 나는 대여섯 장 정도의 시험지를 채점 바구니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나는 끝내 쉴라의 시험지 공포증을 유발시키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그것이 실패에 대한 공포와 관련 있는 듯했지만 확신을 할 수 없었다.
학교 심리학자 알란이 쉴라를 검사할 수 있는 완벽한 도구들을 갖고 왔다. 그 도구 중에는 스탠포드-비네 지능검사도 들어 있었다. 한편, 나는 그 도구들을 사용하는 것을 약간 주저했다. 나는 쉴라가 우수아라는 데 만족하고 있었다. 그 아이는 그것을 날마다 입증했다. 그 아이의 지능지수가 170이든 175든, 180이든 그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그것은 모두 정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척도라는 것 외에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다. 알란은 흥미로운 사례를 발견하여 흥분하고 있었고, 그 아이에게 이득을 주는 것보다 자기 자신의 호기심을 위해 그 아이를 검사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결국 지능검사는 실시되었고, 그 아이는 다른 검사에서처럼 스탠포드-비네 검사에서도 최고점을 얻었다. 그 아이의 지능지수는 182였다. 그것을 보자 나는 신비스러울 정도로 감명을 받았는데, 182란 누구도 이해하지 못하는 지수이다. 지능지수 18이 정신지체 쪽에서 아주 낮은 것만큼이나 182란 지수는 천재 쪽에서 훨씬 높은 것이다. 또한 모든 사람들은 지능지수가 18인 아이가 얼마나 비정상적인지는 알고 있어도, 지능지수 182인 아이가 얼마나 비정상적인지는 미처 모르고 있다.
나는 쉴라가 그와 같은 지능을 어떻게 지니게 되었는가가 의아스러웠다. 그 아이의 아버지나 어머니는 정상 지능밖에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였는데, 도대체 그 아이는 학대받고 손상당한 6년의 세월 중 어느 틈에 '동산, 부동산' 같은 단어의 뜻을 배운 것일까? 그런 일이 어떻게 일어날 수 있었을까? 그건 거의 불가사의한 일로 여겨졌다.
내가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깨닫기 전에 두 번째 신비스러운 감정이 일어났다. 나는 전에 본 적이 있던 TV 광고 노래가 떠올랐다. "머리는 썩혀서는 안 되는 것!" 순간 나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그 아이와 함께 할 일은 너무나 많고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남은 몇 달이 너무도 짧게만 여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