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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를 삼킨 여자(Beloved)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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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러브드, 그애는 나의 딸이다. 그 애는 스스로 내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다시는 그 애를 보내지 않겠어. 그럴 필요는 없지만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그때의 상황을 그 애에게 설명해 주겠어. 내 손으로 그애 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 애는 터무니없는 고통 속에 살아 있을 거라고.

 

124번지는 시끄러웠다. 그 소리가 도로에 있던 스탭 페이드에게도 들렸다. 스탭은 그 집을 향해 으스대듯 머리를 높이 들고 걸어갔지만 웬지 염탐꾼이라도 된 듯 꺼림칙한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신문 기사에서 오려낸 스크랩을 포올 디에게 보여주었더니 그 날 이후로 그가 124번지를 나가버렸기 때문이었다.

한 사나이에게 그의 연인의 비밀을 가르쳐 주어야 하는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러나 그는 자신을 설득하여 가르쳐 주고는 나중에야 세스의 일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선량한 사나이가 나타나 그녀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기회를 자기가 빼앗아버린 것이 아닐까 하고 자책을 했다. 그녀는 희망을 빼앗긴 채 얼마나 분노에 불타고 있을까?

그녀가 강을 건너지 못하고 애를 쓰고 있을 때 나타나서 강을 건네주었던 사나이, 베이비 색스의 친구이자 세스의 친구이기도 했던 스탭이었다. 이런 사람이 세스의 희망을 빼앗아버린 것이다. 그는 자기가 너무 나이를 많이 먹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판단력이 흐려졌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한 것이라고 여겼다.

그 비밀을 모르고 있었던 것은 포올 디뿐이었다. 왜 신문 기사 거리가 되어 돼지가 시끄럽게 울부짖는 식육 처리장에서 속삭이지 않으면 안 될 비밀이 되었는지에 대하여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스탭은 좀도둑처럼 세스의 일에 발을 들여놓았던 것이다. 항상 그의 인생은 몰래 행동하는 것이었다.

남북전쟁이 시작되기 전부터 그가 한 일은 모두가 몰래 한 행동뿐이었다. 도망하는 노예를 은밀한 장소로 인도해 준다든가, 비밀 정보를 사람들에게 전해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또는 사람들을 위해 배달된 편지를 대신 읽어 주거나 써주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사람들에 대해서 자세한 정보를 가장 많이 가지고 있었다.

포올 디에게 얘기를 하고 난후에 이 일에 관해서 세스의 기분을 생각해보았다. 어쩌면 세스가 그에게 스스로 털어놓았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괜스레 자기가 끼어들어 세스의 일에 간섭한 것이다.

지금 124번지는 포올 디가 나타나기 전과 똑같은 상태로 돌아가 있었다. 그 저주받은 집에 다시 유령이 나타나 세스와 덴버를 괴롭히고 있었다. 설혹 세스는 돌아온 갓난아이 유령과 대응할 수 있다고 해도 덴버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스탭은 덴버에게 각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덴버가 탄생 후 4주일 만에 원기를 되찾았을 때의 기쁨을 기억하고 있다. 딸기를 힘에 겨울 만큼 얻어다가 덴버의 입에 두 개를 넣어주었던 것이다. 지금까지도 그 일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덴버와 세스에 대한 뒤늦은 배려에 대하여 스탭은 격렬한 아픔을 느꼈다.

스탭은 베이비 색스와의 추억도 생각했다. 그녀가 죽기 전에 그는 베이비 색스를 무척 존경하고 따랐다. 그녀가 만일 살아 있다면 전쟁의 종식과 그 오래 계속되지 않았던 요란한 성과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두 사람이 함께 축하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종전을 기념한 장중한 설교도 함께 들으러 갔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혼자 집을 찾아다니며 권해주는 축하주를 마셨다.

슬픔보다도 먼저 가버린 데에 분노를 느끼면서 그녀의 장례식에 참가했었다. 그때 세스와 덴버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었다. '개간지'로 운반해달라는 말 이외에 세스는 아무런 지시도 내리지 않았었다. 그는 세스의 희망대로 하려고 했지만 매장 방법도 백인이 규제해놓은 어떤 규칙이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없었다. 결국 베이비 색스의 관은 목을 톱질당한 갓난애의 옆에 하관되었다.

124번지의 집안으로 들어서는 사람은 그 이외에는 없었으므로 조문객의 접대는 앞뜰에서 행해졌다. 이러한 모욕에 세스는 파이크 목사가 설교하는 예배에 불참하는 것으로 그 모욕에 응수했었다. 묘지에 가서도 찬송에 어울리지 않았고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해버렸다.

자유의 몸이 된 후의 인생을 위해 최선을 다했는데도 베이비 색스는 공포와 비난 속에서 매장되었다.

124번지의 문을 열렸을 때 세스의 눈과 마주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될지 도무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가 도움을 청해오면 기꺼이 힘이 되어 줄 것이고, 뭔가의 분노를 가지고 있다면 기꺼이 받아줄 작정이었다. 그 외의 일에는 본능에 맡기기로 했다.

현관으로 다가가자 이해할 수 없는 어떤 잡음이 들려왔다. 블루스톤 거리에서 들었을 때는 성급한 목소리가 큰 화재로 되어 불타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소란스럽고 절박한 목소리가 한꺼번에 들렸으므로 무엇을 얘기하는지 판단할 수가 없었다. 그가 유일하게 들을 수 있었던 것은 '나의 것'이라는 말뿐이었다. 나머지의 말은 그의 상상이나 추측이 미치지 않는 것이었다.

그래도 스탭은 앞으로 나아갔다. 계단이 있는 곳까지 이르자 소란스러웠던 목소리는 어느새 사라지고 하나의 속삭임으로 남았다. 이러한 현상 때문에 그는 잠시 망설였다.

스탭은 주먹을 들어 올려 문을 두드리려고 했지만 그렇게 할 수가 없었다. 그러한 절차를 밟지 않는다고 해도 스탭이 바란다고 하면 자유롭게 드나들 수도 있는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 코트를 마련해 주거나, 전갈을 전해주거나, 목숨을 구해 주거나 하면 그 이후부터는 자기 집처럼 상대의 집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그가 오면 반드시 좋은 일이 있었으므로 스탭은 언제나 환영을 받았다.

그러므로 자기 스스로 원해서 손에 넣었던 단 하나의 특권을 잃어버리는 것보다는 노크하려던 손을 내리고 떠나는 쪽을 택했다. 몇 번이나 세스를 방문하려고 벼르고 있었는데 말이다. 막상 문 앞에서 노크를 하려고 한순간에 생판 남이라는 생각이 압도해 버렸던 것이다.

 

스탭이 베이비 색스와의 우정에서 124번지를 찾아가려고 거듭 결심하고 있을 때 세스는 시어머니의 충고를 실행하려 하고 있었다.

"모든 것을 버려라, 검도 방패도."

여자친구와 시어머니의 은혜로 한 사람도 결함이 없었던 아이들과 지냈던 28일이 멀리 사라져 두 번 다시 돌아오지 않는 나날이 계속되었다. 태어나서 생전 처음 이웃이라는 것을 가져보았던 세스였다. 이제는 개간지에서 춤을 출 수도 모여앉아 음식을 차려놓고 먹는 일도 없을 것이다.

또한 도망 노예법의 참된 의미, 신의 섭리와 교회의 흑인지정석에 관한 토론도 없을 것이다. 모여든 사람들은 앉은 채 떠나지 못하고 고뇌나 흥분 때문에 마룻바닥을 구두 밑창으로 비벼댈 정도의 중대한 일이 논의되는 것도 이미 없다. 새로운 배신을 듣고 탄식하고, 사소한 승리를 알고 손뼉을 치는 것도 이제는 있을 수 없는 것이다.

28일 후에 계속된 것을 비탄의 18년과 고립된 인생이었다. 그 비탄의 세월 가운데서도 약간의 햇빛이 반짝이는 생활이 몇 개월 찾아왔었다. 포올 디와 함께 있을 때는 다른 흑인들이 망설이면서도 인사를 보내었다. 하지만 이 행복의 순간도 잠시뿐 금방 사라져버렸다.

이것이 인생의 패턴이란 말인가? 그렇다, 이것이 현실이다.

세스가 무릎을 짚고 마루를 닦았다. 그 곁에서 덴버는 마른걸레로 다시 닦고 있었다. 그때 비러브드가 발을 들어 보이며 나타났다.

"뭘 하는 거지?"

걸레질을 하고 있던 세스는 그녀의 발에 신겨져 있는 스케이트를 보았다. 스케이트를 좋아하고 있었지만 세스는 시어머니의 모든 것을 버리라는 충고를 되새겨 양동이를 그 자리에 내버려 두었다. 덴버에게는 세 사람의 숄을 꺼내 놓으라고 시키고 자기는 신발더미에서 나머지 스케이트를 찾기 시작했다.

몹시 서둘러 구두를 사방에 흩어 놓았다. 남자의 것이었다.

"그래, 교대로 사용하면 돼."

그녀는 얼굴을 상기시키며 말했다.

세 사람이 빙판을 구르는 것을 본 사람은 없었다. 손을 맞잡고 서로 의지하면서 세 사람은 얼음판을 빙글빙글 돌았다.

드디어 세 사람은 몹시 지쳤기 때문에 드러누워 고통이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머리 위에 펼쳐진 하늘은 별천지였다. 혀를 내밀면 핥을 수 있을 만큼 가까이에서 반짝이고 있는 겨울의 별들은 이미 일몰 전부터 모습을 나타냈다. 별을 올려다본 순간 세스는 평온 속에 빠질 수가 있었다.

덴버가 일어서려 하다가 한쪽 발이 삐끗하여 뒤뚱거리며 허위적대자 셋은 웃음을 터뜨렸다.

세스는 엎드려 기듯이 일어섰지만 웃음이 그치지 않았다. 너무 웃어 눈물까지 나오고 말았다. 웃음은 사라졌지만 눈물은 그칠 줄 몰랐다. 비러브드나 덴버가 세스의 눈물이 다른 의미라는 것을 알아차리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두 사람이 알아차렸을 때 그들은 이미 세스의 어깨에 살며시 기대고 있었다.

집안으로 들어서자 세 사람은 자기들의 몸이 몹시 싸늘해진 것을 알았다. 구두를 벗고 젖어 있는 양말을 벗어 다른 것으로 바꾸어 신었다. 그리고 나서 덴버는 장작을 지폈고 세스는 우유를 데웠다.

"고구마를 구울까요?"

덴버가 물었다.

"내일 먹자, 잘 시간이니까."

세스는 딸애들에게 우유를 좀더 따라 주었다.

"눈물은 이제 그쳤나요?"

비러브드가 물어보았다.

"그래, 눈물은 이제 그쳤어. 모두 마셔. 이제 그만 자야지."

세스는 미소 지으며 말했지만 온기가 없는 침대로 아무도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세 사람은 그대로 홀짝홀짝 마시면서 불을 주시했다.

갑자기 찰칵하고 뭔가가 번쩍였다. 그때 세스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조금 앞으로 몸을 내밀듯이 하고 비러브드가 콧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세스가 뭔가 번쩍이는 것을 생각해낸 것은 비러브드가 노래를 멈추었을 때였다.

세스의 손은 떨리고 있지 않았으므로 우유가 넘쳐흐르지 않았다. 세스는 비러브드의 옆 얼굴을 보았다. , 입가, 콧날, 이마 등 각기 불로 인한 거대한 음영으로 모두가 과장되어 보였다. 덴버가 그녀의 긴 머리를 이삼십 갈래로 나누어 땋아주었으므로 그 머리는 어깨 위에서 만곡을 이루었다. 세스가 있는 곳에서는 그녀를 좀더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찰칵하고 또 번쩍임이 보였다.

"그 노래를 만든 것은 나야."

세스가 말했다.

"내가 만들어 나의 아이들에게 불러 주었지. 그 노래는 나와 내 아이들밖에는 알지 못해."

비러브드는 세스를 돌아다 보았다.

"난 알고 있어요."

그녀는 대답했다.

세스는 냄비 안쪽에 달라붙은 엷은 우유의 막을 닦아냈다. 그리고 딸들을 위해 거실에서 쿠션을 가져왔다. 불이 꺼지지 않도록 딸들에게 주의를 시키는 세스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동요도 보이지 않았다.

리본을 만지작거리고 피부의 냄새를 맡으면서 스탭은 124번지에 다가갔다.

'뼈의 골수까지 지쳤어. 일생동안 줄곧 피로에 지쳐왔어. 베이비 색스가 드러눕게 되고 죽는 날까지 색채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게 되었을 때도 아마 이런 상태였을 거야.'

라고 그는 생각했다.

베이비 색스는 부끄러워하면서 이제부터는 침대에 누워서 색채에 관한 생각만 할 작정이라고 스탭에게 말했었다. 이때 세스는 젖먹이 아이와 유치장에 있었다. 세스가 석방되었을 때 베이비는 청색을 완전히 바라본 다음 황색으로 옮기고도 한참이 지나 있었다. 베이비의 골수는 이미 지쳐 있었던 것이다.

지금 스탭이 느끼고 있는 피로가 베이비를 생각하게 한 것은 갑작스러운 일이었지만 그것은 몇 년 동안 그녀를 괴롭혔다. 그녀의 인생을 씹어 잘게 부수고 생선 뼈처럼 토해낸 놈들에게 계속해서 아이를 빼앗긴 뒤의 피로였다. 마지막 남은 자식이 그녀에게 부여해 준 5년간의 자유가 있은 후의 피로인 것이다.

그 자식은 어머니에게 미래를 부여해 주려고 자기의 미래와 교환을 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그 자식까지 빼앗기고 말았다. 며느리와 손자를 가지는 것도 잠시뿐 며느리인 세스가 아이를 죽이는 끔찍한 장면까지 보아야 했다. 흑인 공동체의 일원이 되어 그들을 사랑하고 충고하며 지켜주기도 했던 그녀도 지칠 수밖에 없었다. 스탭은 베이비에게 말했었다.

"내 말을 들어주십시오. 말씀을 전하는 것을 그만두면 안 됩니다. 그것은 당신에게 주어진 일이란 말입니다."

낙엽이 발목까지 덮고 있는 리치몬드 거리에서 두 사람의 만남은 완전히 우연이었다. 배달물을 심부름해주고 받은 1페니를 호주머니에 넣으면서 거리의 반대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런데 부자연스러운 다리를 억지로 끌고가는 여자가 눈에 띄었다. 바로 그 여자가 베이비였던 것이다. 몇 주일씩이나 그녀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에 반가운 마음으로 낙엽을 흐트러 놓으면서 그녀한테로 뛰어갔다.

"오랜만이오."

스탭이 그녀를 불러세우자 그녀는 관심도 었는 무표정으로 그에게 대응했다. 한 손에는 구두가 잔뜩 들어있는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슬픔이 깃들어 있었다.

"3주일이나 계속해서 토요일의 개간지 모임에 나오지 않았더군요."

그는 얘기를 걸었다.

그녀는 얼굴을 외면하고 거리의 집들을 훑어보는 시늉을 했다.

"모두들 와 있었는데..."

그는 계속했다.

"모두들 갔겠지요."

"그 짐은 내가 들겠소."

가방을 들어주려고 했지만 베이비는 건네주려고 하지 않았다.

"이 근처 어느 집에 갖다줘야 할 물건이에요?"

"저 집이요. 뜰에 밤나무 두 그루가 나란히 서 있는 집이요."

두 사람은 조금 걸었다. 스탭은 베이비의 걸음에 보조를 맞추려고 천천히 걸었다.

"이번 토요일에는 '혹소'를 해주겠소, 아니면?"

"내가 호소를 한다고 해서 모두 달려오면 대체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하죠?"

"말씀을 얘기하는 거요!"

"그것 또한 나에게서 빼앗아 가고 말았어요."

두 사람은 두 그루의 밤나무가 있는 데까지 왔다. 나무 저쪽에 하얀 집이 있었다.

"내가 말하고 싶어 하는 것을 알아듣겠소?"

"당신이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요."

"해주지 않으면 안 돼요. 당신처럼 '혹소'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말이오. 제발 개간지에 모습을 나타내줘요."

"내가 해야 할 것은 오로지 침대에 눕는 일뿐이에요. 이 세상에서 뭔가 해가 없는 것에 마음을 집중시키고 싶은 거예요."

"무슨 말을 하는 거요? 이 세상에는 무해한 것이란 아무것도 없소."

"있어요. 청색이라면 아무것도 해치지 않아요. 황색도 해치지 않고요."

"침대에 들어가 색깔 따위나 생각하고 있겠다는 말이오?"

"난 황색을 좋아하거든요."

"그런 다음 어떻게 하려고? 청색과 황색을 보고 나선 그다음에는?"

"글쎄요. 뭐라고 할 수가 없군요. 예정을 할 수 없는 일이니까."

"당신은 신을 힐책하고 있는 거요?"

"그것이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이란 말이오."

"아녜요, 스탭. 힐책하는 것이 아녜요"

"당신은 백인이 이긴다고 생각하는 거요?"

"난 놈들이 나의 뜰에 들어왔다고 말하고 있는 거예요."

"당신은 이미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고 있구려."

"나는 놈들이 나의 뜰에 들어왔다고 말하는 것뿐이에요."

"당신은 신을 벌하고 있는 거요, 베이비. 그건 옳은 일이 아니오."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알고 있을 때도 있었지만."

"지금도 당신은 알고 있소."

"내가 알고 있는 것은 구두를 운반해주고 있는 검둥이 여자라는 것뿐이에요."

"우리들은 혼돈에 빠지면 안 되오. 언젠가는 끝날 것이오. 당신은 무엇을 찾고 있는 게요, 기적?"

"아니, 내가 찾고 있는 것은 부엌문이에요. 그것을 찾는 운명으로 나는 이 세상에 태어난 거예요."

라고 말을 내뱉고는 절뚝거리며 부엌문을 향해 나아갔다. 그 집에 사는 사람은 그녀를 안으로 들이지 않았다. 돌층계에 서 있는 베이비에게서 구두를 받고 그 백인 여인은 수선비를 가지러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스탭은 아까 가로질러 갔던 거리를 다시 건너 돌아왔다. 몹시 화가 나 있었기 때문에 그녀를 집까지 배웅할 수도 없었다. 게다가 그녀의 초라한 모습을 보고 나니 더이상 함께 있을 수가 없어 방향을 바꾸어버린 것이다.

그는 그제서야 신처럼 믿고 있던 여성이 뼛속까지 젖어든 피로에 지쳐 있다는 것을 알았던 것이다. 비로소 그녀를 이해했던 것이다. 백인들은 드디어 그녀를 녹초로 만들어버렸다. 그리고 자신까지도.

스탭은 피부의 냄새를 맡았다. 피부가 타는 냄새와 린치의 불에 구워지는 피 냄새와는 달랐다. 이상한 냄새는 가슴을 메스껍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런 것으로는 조금도 그의 골수가 지치지 않았다. 골수를 지치게 한 것은 바로 리본 때문이었다.

안전한 장소에 숨기려고 자기의 거룻배를 리킹 강의 뚝에 매어놓았는데 배 밑에 붉은 것이 눈에 띄었다. 그것을 집어 올린 순간 쭉 미끄러져 손에 들어온 것은 곱슬머리를 땋아 묶어놓은 빨간 리본이었다. 리본은 풀어 호주머니에 넣고 머리카락은 풀숲에 버렸다.

집에 도착했을 때는 몹시도 지쳐 있어서 여동생이나 조카들이 준비해 둔 식사를 먹을 수가 없었다. 리본은 그대로 가지고 있었다. 리본에 붙어 있는 피부의 냄새가 그를 괴롭혔다. 쇠약해진 골수 때문인지 그는 이 세상에서 무해한 것에 관해 생각하고 섰다는 베이비의 바램에 관해 곰곰이 생각했다.

그동안 베이비를 오해하고 비난한 것이 너무도 가슴에 걸렸다. 자신이 그녀의 기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을 그녀의 가족에게 알리고 화해하고 싶었다. 그래서 124번지를 다시 한번 찾아가 보았다. 이번에는 한 마디밖에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그는 무엇인지 알 수 있다고 생각했다.

 

목이 부러진 동포,

살이 불에 익어간 동포,

리본을 잃어버린 흑인 소녀의 종족.

 

잠이 들기 전에 세스는 비러브드가 도착한 날의 상황과 개간지에서의 입맞춤의 의미를 생각해 보려 했으나 이내 잠이 들어 버렸다. 아침이 되어 눈을 뜨고는 가만히 누워서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처음으로 일터에 지각을 할 것 같았다.

겨우 아래층으로 내려가자 소녀들은 아직도 잠든 채였다. 세스는 비러브드의 얼굴을 주시하며 미소 지었다. 살금살금 소리를 내지 않고 숯불을 헤집어 살렸다. 새 장작을 가지러 가기 위해 창고로 갔다. 팔에 장작을 안고 고양이 등이 되어 집 주위를 돌아 현관으로 돌아왔지만 얼어붙은 발자국은 한 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안에서는 소녀들이 그대로 자고 있었다. 세스는 장작을 소리가 나지 않게 내려놓았다. 두 소녀의 잠든 모습을 보면서 일순간 행복감을 느꼈다. 일터에 지각하는 것은 애석한 일이지만 딸들을 위해 음식을 장만했다.

어제 먹다 남긴 옥수수죽에 달걀 세 개를 섞어 반죽을 해서 햄을 넣고 튀기는데 덴버가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폈다.

"등이 뻣뻣하지?"

"으응."

"여기저기 아프지 않은 곳이 없네요."

"자면서 많이 구른 탓인지도 모르지."

덴버는 싱끗 웃으면서 자고 있는 비러브드를 내려다 보았다.

"깨울까요?"

"괜찮아, 자게 내버려 둬."

"하지만 엄마의 아침 전송을 하고 싶어 하는 걸요."

"괜찮아."

이제부터는 베이비의 생각대로 먼저 마음으로 생각한 다음에 모든 것을 내려놓자.

세 사람은 걸신들린 듯 곁눈질조차 하지 않고 사내처럼 우악스럽게 음식을 먹어치웠다. 식사를 끝내고 일터로 나갈 때는 이미 한낮에 가까웠다. 세스는 집을 나갈 때도 그 얼어붙은 발자국을 보지 못했다.

아침에 차바퀴가 낸 바퀴 자국을 터벅터벅 걸으면서 이제는 회상하지 않아도 될 갖가지 일을 생각하자 기분이 들떴다. 유치장으로 음식을 날아왔을 때의 시어머니의 눈도 잊어버려도 되는 것이다. 시어머니는 창살 사이로 음식물을 전해주면서 속삭이는 목소리로 정보를 알려주었다.

오하이오주의 델라웨어 흑인 부인 동맹이 나를 교수형에 처하지 않도록 탄원서를 올렸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시어머니는 덴버를 데려가고 싶어 했으나 내가 싫어한다는 것을 눈치채고 화제를 바꾸었었다.

"귀걸이는 어디에 있니? 내가 가져다 두마."

"간수가 빼앗았어요. 나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면서요. 아마 귀걸이의 뾰족한 끝으로 자해를 할지 모른다고 생각한 모양이에요."

베이비 색스는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선생'은 거리에서 나갔어. 반환 청구를 제출하고 재빨리 돌아갔다. 너를 매장 때나 나가게 해줄 작정이래."

모두 시어머니가 말한 그대로 되었다.

16년 만에 처음 지각하면서도 옛날을 회상하면서 현재를 잊은 채 직장을 향해 걸었다. 이 때 스탭은 피로를 상대로 투쟁하고 있었다. 놈들의 승리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베이비는 개간지에 가는 것을 거부했을 것이다. 그러나 스탭은 그것을 인정할 수 없었다.

세스의 집에는 부엌 출입문이 없었으므로 하나밖에 없는 문을 두드리기 위해 한참동안 서 있어야만 했다. 용기를 내려고 호주머니 속에서 빨간 리본을 단단히 거머쥐었다.

드디어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사람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도 문을 열어 주려고 일어서지를 않았다. 울고 싶은 기분이 되어 리본이 헤질 때까지 마구 구기면서 뒤로 돌아 계단을 내려왔다.

자기가 받은 수모로 머릿속은 꽉차 있었다. 호기심이 생길 여유조차 없었지만 창문을 통해 얼핏 눈에 들어온 모습이 아른거렸다. 등만 볼 수 있었는데 하나는 누구의 등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집에 방문할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우울한 기분으로 스탭은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엘라와 존이 알고 있는 정보를 캐물으려고 두 사람을 방문했다. 두 사람의 집에 가면 여지껏 모든 것이 청산됐다고 믿고 살아왔던 일들이 어떤 끝나지 않은 부채가 남아 있다는 것을 알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스탭 페이드라고 불리우는 이름은 원래는 스탭 죠수아였다. 자기 아내를 주인 아들에게 넘겨주었을 때 그는 자기 이름을 바꾸었던 것이다. 페이드는 아무도 죽이지 않고 자살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아내를 순순히 건네주고 이름을 바꾼 것은 아내가 그에게 살아 있어 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엄청난 선물을 했기 때문에 이제 아무에게도 빛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무슨 짓을 해도 살아 있다는 실감을 느끼지 못했으며 마음을 충족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비참이라는 부채를 등에 지고 있는 사람들이 거기에서 탈출하는 것을 도와주어 자신의 찌꺼기 부채를 없애려고 노력했다.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는 그 대가로 언제나 상대방의 집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었다. 존과 엘라의 집도 그중 하나로 문 앞에서 노크 한 번으로 문이 열렸다.

"어디에 있었어요? 존은 스탭이 꼼짝 않고 집에 있다고 감기가 분명하다고 말하던데요."

"그게 아니고, 밖에 나갔었소."

그는 모자를 벗어 머리를 만졌다.

"밖이요? 이 근방은 아닌 모양이군요. 어디죠?"

엘라는 난로 뒤의 건조대에 내의 두 벌을 널었다.

"오늘 아침에 세스의 집에 들렀었소."

"그런 곳에 무슨 일이 있어서요?"

엘라가 물었다.

"누가 초대하던가요?"

"그곳에 있는 사람은 베이비의 가족이오. 아무리 마을 사람들이 싫어한들 베이비의 가족에게 문안하는데 무슨 초대가 필요하겠소?"

엘라는 동요하지 않았다. 그 파렴치한 사건이 있기 전에는 베이비 색스의 친구였고, 또 세스의 친구이기도 했다.

"생전 처음으로 보는 사람이 그 집에 있었소. 당신이라면 혹시 누구인지 알고 있을 것 같은데."

"이 마을의 새 얼굴이 흑인이라면 한 사람도 빠짐없이 알고 있지요."

그녀는 대답했다.

"어떻게 생겼던가요? 덴버를 보고 말하는 것은 아니겠지요?"

"덴버라면 알고 있소. 그 처녀는 야리야리하잖소."

"분명히 다른 여자예요?"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단 말이오."

"124번지에서였다면 무얼 봐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니까요."

"정말이란 말이오."

"포올 디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겠군요."

그녀는 말했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하고 스탭은 대답했는데 그것은 정말이었다. 그러나 포올 디를 찾으려고 하는 그때까지의 그의 노력에는 열의가 담겨 있지 않았다.

식육 처리장의 뒤뜰에서 새어 나간 정보가 원인이 되어 포올 디의 인생을 바꾸어 버렸던 것이다.

그 뒤 스탭은 그와 얼굴을 마주 대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포올 디는 교회에서 숙박하고 있어요."

하고 엘라가 말했다.

"교회에서?"

스탭은 깜짝 놀랐다.

"그래요, 파이크 목사에게 지하실에서 살아도 되느냐고 부탁했다더군요."

"그곳은 자선을 베푸는 척하며 제 실속만 차리는 위선자들이 사는 곳이지 않소."

"포올 디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해요."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고 있소?"

"자존심의 문제가 아닐까요?"

"그런 곳에 숙박하지 않아도 될 텐데... 누구든지 그 남자를 묵을 수 있도록 해줄 것 아니오."

엘라는 고개를 돌려 스탭의 얼굴을 보았다.

"누구든 대화없이는 남의 마음을 읽을 수 없어요. 그 사람이 누군가에게 부탁을 해야 말이죠."

"어째서? 왜 부탁해야 한단 말이오? 누구든 자진해서 제의하는 것이 불가능하단 말이오? 대체 어떻게 된 심판이오? 도대체 언제부터 마을에 온 흑인이 개처럼 지하실에서 자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단 말이오?"

"너무 화내지 말아요, 스탭."

"말도 안 돼! 누군가가 분별심을 되찾을 때까지는 진정되지 않을 것이오."

"그가 거기서 묵은 지 아직 이삼일밖에 되지 않았어요."

"단 하루라도 그럴 수는 없소! 당신은 모든 사정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손을 쓰지 않았다는 거요? 당신답지 않구료, 엘라. 나와 당신은 흑인들을 물에서 구하는 일을 20년 이상이나 해 왔소. 이제 와서 한 남자의 잠자리도 제공하지 못하겠다는 거요? 더욱이 일을 할 수 있는 남자에게 말이오!"

"구하지 않으면 줄 수 없어요. 부탁을 받으면 모르지만."

"왜 갑자기 부탁할 필요가 생겼단 말이오?"

"부탁받지 않아도 해줄 만큼 그 사람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지요."

"그 남자가 흑인이라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지 않소!"

"스탭, 오늘 아침에는 나를 야단치지 마세요. 그럴 기분이 아니니까."

"그녀 탓이겠지. 그렇지 않소?"

"그녀라니요, 누구 말이에요?"

"세스 말이야. 그 사나이가 세스와 가깝게 지내면서 그 집에 머물렀기 때문에 당신은 불쾌해서..."

"잠깐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게 거리낌없이 말하는 게 아니에요."

"엘라, 이제 그만두지 않겠소? 우리는 오래된 친구지 않소. 이런 식으로 얘기하는 것은 그만둡시다."

"좋아요. 그러면 말이에요, 그 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정말로 알고 있는 사람이 있나요? 생각해봐요. 나는 세스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그녀의 가족도 몰라요."

"무슨 말이오. 그것이?"

"알고 있는 것은 그 여자가 베이비 색스의 아들과 결혼했다는 것뿐. 그것도 확실하다고는 할 수 없어요. 아들은 어디에 있는 거죠? ? 내가 그녀와 갓난애를 존과 함께 그 집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는데, 베이비는 한 번도 그 여자를 본 적이 없었어요."

"당신이 뭐라고 해도 그녀의 아이들은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소."

"그래서 어떻다는 거죠? 그 여자가 아이들의 어머니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아이들이 베이비의 손자라고 누가 말할 수 있죠? 무슨 까닭으로 그 여자 혼자 도망쳐 오고 남편은 도망치지 않았던 거죠? 그리고 어떻게 숲속에서 혼자 아이를 낳을 수 있었는지도 의심이 가요. 백인 여자가 숲에서 나타나 도와주었다니... 어이가 없어요. 당신은 그 얘기를 믿어요? 백인 여자가 도와주었을 것 같아요?"

", 그만해, 엘라. 당신들은 친구였지 않소."

"그래요. 그녀가 정체를 보일 때까지 그랬죠."

"엘라."

"피를 나눈 제 자식을 톱으로 자르는 그런 친구는 나에게 없어요."

"당신이 말하고 있는 것은 뭔가 포올 디와 관련이 있소?"

"그 남자가 도망친 것은 왜죠? 대답해 봐요."

"내가 내쫓았소."

"당신이?"

"내가 그 남자에게 얘기해 주었던 것이오. 신문 기사를 보여주고 그 일에 대해서 얘기했소. 세스가 한 일을 말이오. 그 남자에게 읽어주었소. 그는 그날로 도망친 것이오."

"그런 줄은 몰랐어요. 나는 그가 알고 있는 줄 알았어요."

"그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소. 단지 그 여자와 아는 사이였다고 했소. 두 사람이 베이비 색스가 일하고 있던 농장에 있었을 때부터 말이오."

"그가 베이비 색스를 알고 있던가요?"

"물론 알고 있었지. 베이비의 아들인 할리도."

"그러면 세스가 저지른 일을 알고 나간 것이로군요. 당신 얘기를 들으니 사정을 알 만하군요. 나는 틀림없이..."

끝까지 말하지 않아도 스탭은 엘라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당신이 이곳까지 그 남자의 일을 물으러 온 것은 아니겠죠."

엘라는 말했다.

"낯선 처녀에 대해 물으러 찾아왔을 텐데요."

"맞았소."

"그러면 포올 디라면 그녀가 누구인지 알고 있을 것이 분명해요. 뭔가가 있을 거예요."

"당신은 유령에 관한 생각밖에 할 수 없는 모양이군."

"억울한 죽임을 당한 사람들은 지하에서 가만히 있지 않는다는 것을 당신도 잘 알고 있잖아요."

그는 그렇지 않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정이 남아 있지 않음을 보이기 위해서 엘라가 만든 음식을 먹고 나서 포올 디를 찾으러 나갔다.

포올 디는 교회의 계단에 걸터앉아 손목을 무릎 사이에 늘어뜨리고 눈시울을 붉히고 있었다.

 

레스토랑의 주방에 들어가자마자 소야의 욕설이 날아왔지만 세스는 말없이 등을 돌리고 에이프런을 둘렀다. 지금까지 계속 그녀는 놈들이 마음속에 침입해 오지 않도록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왔다. 그러나 언제 어느 때고 놈들은 자기를 뒤흔들고 마음속의 심지를 잡아 찢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놈들은 나의 젖을 말렸다. 나의 등을 찢고 나무껍질처럼 만들어 버렸다. 만삭이 된 나를 숲속으로 내쫓았다. 놈들은 할리의 얼굴을 버터로 짓이겼다. 그리고 포올 디의 입에 철 재갈을 물렸을 뿐만 아니라 식소우를 시커멓게 태워 죽였다. 더 이상 백인의 소행을 알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엘라와 존과 스탭 페이드가 알고 있는 것까지 알고 싶지 않았다. 백인의 취향에 맞추어 만들어진 세상의 정보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았다.

옛날에는 그녀도 고분고분했으며 무엇이든지 쉽게 믿은 적이 있었다. 가너 부인을 신뢰하고 부인의 남편도 신뢰했었다. 그녀가 준 귀걸이를 귀에 다는 것보다는 그냥 갖고 있고 싶었다. 그래서 그 귀걸이를 패티코트 안에 넣고서 꿰매어 도망칠 때에도 잃어버리지 않았었다. 놈들 중에도 좋은 사람도 있다는 것을 그녀는 안다. 귀걸이를 주었던 가너 부인이나 에미 같은 백인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베이비 색스가 임종 시에 말했던 말을 한마디도 빠짐없이 믿게 되었다. 그리고 자기가 신뢰했던 백인과 자기에게 베풀어졌던 행운의 기억을 모두 마음속에 매장해버렸었다.

그런데 포올 디는 그 기억을 다시 소생시켰다. 그녀의 찢어진 등에 입맞추어 추억을 새롭게 만든 다음에 새로운 소식까지 가져다주었다. 그런 포올 디가 그녀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알자마자 안녕이라는 말조차 남기지 않고 떠나간 것이다.

"나에게 잔소리하지 마세요, 소야 씨. 오늘 아침은 말없이 있어 주세요."

"뭐라고? 도대체 지금 누구한테 말대꾸을 하고 있는 게야?"

"조용히 해달라고 말씀드리고 있는 겁니다."

"어서 서둘러 파이를 구워."

세스는 파이용 과일을 가져와 껍질을 벗겼다. 파이에서 나온 즙이 오븐 바닥에 넘쳐 소리를 낼 때 세스는 한창 감자샐러드를 만들고 있는 중이었다. 이때 소야가 들어와 말했다.

"너무 달게 하지 말아. 너무 달게 만들어서 손님들에게 인기가 없으니까."

"늘 하던 대로 만들고 있어요."

"그건 너무 달단 말이야."

요리사가 슬쩍하기 때문에 식당에서는 결코 먹다 남은 조각은 나오지 않았다. 세스는 소시지를 갖고 싶으면 손님에게 내놓기 전에 접시에서 조금씩 빼 두었다. 소시지는 없었지만 그런 대로 스튜가 남아 있었다. 곤란하게도 그녀의 파이는 전부 팔려 버렸다.

세스는 시계를 볼 줄 몰랐다. 그렇지만 두 개의 바늘이 기도하는 모양으로 겹쳐지면 하루의 일이 끝나는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항아리 같은 병을 꺼내어 스튜를 담고 생강빵을 고기를 싸는 종이로 포장을 했다. 이 두 개를 스커트 주머니에 넣고 나서 설거지에 들어갔다.

주머니에 넣은 것은 요리사와 두 급사가 훔치는 것에 비하면 하잘것없는 것이었다. 소야 씨는 점심 식사를 주급 3달러 40센트 속에 포함시키고 있었다. 식소우가 펼친 도둑질의 논리를 그녀는 이상하게 여겼었다. 그 논리가 '선생'의 생각을 바꾸지 않았듯이 그녀의 부끄럽다는 생각도 바꾸지는 못했다.

"너는 그 돼지 새끼를 훔쳤지?"

선생의 표현은 조용했지만 완강했다.

"너는 그 돼지새끼를 훔쳤어. 그렇지?"

"아닙니다. 나으리."

식소우는 대답하면서 눈을 고기에서 떼지 않았다.

"훔치지 않았다고 주장하다니! 이렇게 내가 정면으로 보고 있는데!"

"아닙니다, 나으리. 이건 훔친 것이 아닙니다."

선생은 싱끗 웃었다.

"죽였지?"

", 나으리, 죽였습니다."

"너는 식용육으로 만든 거야."

", 나으리."

"너는 그것을 요리했지?"

", 나으리."

"그래? 너는 그것을 먹었지?"

", 나으리 물론 먹었습니다."

"그래도 너는 내게 훔치지 않았다고 하는 거냐?"

", 나으리. 훔친 것이 아닙니다요."

"그러면 뭐야?"

"당신의 재산 가치를 높이는 행위입니다."

"뭐라고?"

"저는 호밀을 심어 결실이 풍성하도록 합니다. 토양에 비료를 주고 나으리를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합니다요."

훌륭한 대답이었지만 선생은 식소우를 채찍으로 쳤다. 그리고 자유라는 것은 권력을 가진 쪽에게 있다는 것을 주입시키려 했다.

가너 부인의 설명으로는 뇌졸증으로 고막이 터졌기 때문에 가너 씨가 귀에 구멍을 뚫고 죽은 후부터는 남자들이 뭔가에 손을 대면 무조건 도둑질로 간주한다는 것이었다.

선생은 스위트홈 농장의 남자들로부터 총을 몰수했다. 그 결과 사냥을 할 수 없게 되자 남자들은 본격적으로 좀도둑질을 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식생활을 보충해 주는 수단이 되었다.

그 당시는 달리 방법이 없었다고 세스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 자기는 급료를 받을 뿐만 아니라 전과자를 채용해 줄만큼 친절한 고용주에게 은혜를 입고 있다. 그런데도 주인의 눈을 피해 좀도둑을 하고 있는 자신을 경멸했다.

이마에 맺혀 있는 땀을 닦고는 오늘의 일과가 끝이 났음을 알았다. 소야가 다시는 일에 늦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러나 그녀는 거의 건성으로 듣고 있었다. 옛날에는 소야도 다정한 남자였다. 참을성이 많고 고용인에 대해서도 지나친 것은 요구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남북전쟁에서 아들을 잃고부터는 해마다 성격이 비뚤어져 갔다.

", ."

하고 소야에게 대답하면서도 그녀는 시간을 재촉하여 자기만의 시간으로 돌아갈 생각만 하고 있었다. 이러한 생각은 소용없는 짓이다. 단단히 몸을 감싸고 집으로 향하자. 그녀의 마음은 이제 잊어버려도 좋을 갖가지 일을 생각하기에 분주했다.

 

네가 알고 있기 때문에 내가 말하지 않아도 된다니 정말 고맙구나. 너를 외톨이로 만들 생각은 전혀 없다는 것을 너는 알고 있을 거야. 그렇게 하는 수밖에 길이 없었지. 도망 노예를 태우는 열차가 오면 나는 언제라도 떠날 수 있도록 준비해 두어야만 했었다. 선생은 우리들에게 기억할 수 없는 것만 가르치고 있었다.

그때 나와 네 오빠들은 막 밭에서 나온 참이었다. 여러 가지 작물이 순조롭게 자라기 시작하여 우리는 잡초를 뽑고 괭이로 밭을 일구었다. 일을 마치고 집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정확히 언덕은 아니었지만 언덕에 가까웠다. 버글러와 하워드가 장난을 치기에 적당한 높이였다. 지금 내가 보는 것은 철도의 노선을 걸어가는 그 아이들의 뒷모습뿐. 나로부터 도망쳐 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날 그 아이들은 매우 기분 좋게 놀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천천히 시간을 들여 돌아왔다. 하지만 너의 오빠들은 나를 기다리고 있지 않았다. 두 사람은 앞으로 계속 달려서 나는 불러 세울 수가 없었다. 집에 돌아오자 하워드와 버글러가 우리 오두막 주위에서 웃고 있는 소리가 귀에 들렸다.

나는 괭이를 내려놓고 너에게로 가려고 정원을 가로질러 갔다. 시간이 지나 내가 돌아와 보니 태양은 정면으로 너를 비추고 있었다. 정면으로 말이다. 하지만 너는 계속 잠만 자고 있었다. 안아 올리고 싶었지만 네가 자고 있는 모습도 보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너의 얼굴은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웠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가너 씨가 만든 포도덩굴을 올려놓는 시렁이 있었다. 항상 만취할 만큼 마실 수 있는 개인용 와인을 만들고 싶어 하셨다. 한 냄비의 젤리가 만들어진 것이 고작이었다. 토양이 포도에게는 맞지 않는 모양이었다. 너의 아버지는 비 때문이라고 했고 식소우는 해충 때문이라고 말했다. 포도알은 아주 작고 딱딱했다. 게다가 과실초같이 시큼했었다.

포도덩굴 밑에는 작은 테이블이 있었다. 나는 너를 작은 테이블에 올려놓고 벌레가 접근하지 못하도록 너에게 걸쳐 줄 모슬린 천 조각을 찾았다. 그래서 부엌 선반에 간수해 둔 청결한 모슬린을 가지러 뒷문으로 향해 걷기 시작했다. 입구에 다가가자 목소리가 들렸다. 선생은 매일 오후가 되면 학생들을 앉혀놓고 공부를 시켰다.

지금부터 말하는 것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것이다. 이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지금이 처음이다. 더욱이 너에게 이야기하는 것은 말이다. 그날 나는 듣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선생이 학생에게 이야기하고 있었다.

"너는 어느 쪽을 쓰고 있는 거냐?"

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 그리고 한 명이 말했다.

"세스입니다."

내 이름이 들렸기 때문에 멈춰 서서 그 사람들이 보이는 곳까지 두세 발짝 전진했다.

'선생'은 한 학생 위에 몸을 구부리고 한 손을 그 애의 등에 올려놓고 있었다. 식지를 두 번 정도 핥고 나서 두세 장 넘겼다.

"아냐, 아니라구.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야. 그녀의 인간적인 특징은 왼쪽에 쓰라고 했잖니. 동물적인 특징은 오른쪽에 쓰고. 하나도 남기지 말고 다 적어내는 거야."

하고 그가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방향을 바꿔 모슬린을 가지러 가고 있었다. 그러나 등을 돌린 채 방향을 확인하는 것조차 잊고 있었다. 헤매고 있는데 나무에 쿵하고 부딪히고 말았다. 머리가 빠개질 것 같았다. 잰걸음으로 포도 시렁 밑으로 되돌아왔는데 모슬린 천은 갖고 있지 않았다. 머리가 마구 욱신거렸다.

할리에게도 결코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가너 부인에게 들었던 것의 일부분을 물어 보았다. 그때, 마님은 상태가 점점 쇠약해져 가고 있었다.

내가 이층으로 올라갔던 그 날 마님은 하루종일 잠자리에 있었다. 그래서 강낭콩 스프라도 가지고 가서 물어보자고 생각했다.

"강낭콩 스프를 갖고 왔습니다."

"넘기지 못할 것 같구나."

"조금 드셔 보세요."

"너무 진할 텐데..."

"물을 조금 넣어서 묽게 할까요?"

"아니야. 시원한 물이나 갖고 와."

", 저 말이죠... 여쭈어 볼 것이 있는데요."

"뭐지? 세스."

"특징이라는 것이 무슨 뜻이죠?"

"뭐라고?"

"특징이라는 말이요."

마님은 베개 위에서 이리저리 머리를 움직였다.

"두드러진 점이지. 누가 그 말을 했는데?"

"선생이 말하고 있는 것을 들었습니다."

"이 물을 바꿔줘 세스, 미지근해."

", 마님. 두드러진 점입니까?"

", 세스. 차가운 물을."

나는 하얀 강낭콩 스프와 같이 물을 쟁반에 얹어 계단을 내려갔다. 새 물을 떠서 이층으로 다시 올라가 마님이 물을 마시는 동안 머리를 받쳐 주었다. 잠시 물을 마시고 만족스러워했지만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못 일어날 것 같아서 말이야, 세스. 그냥 자고만 싶은 기분이야."

"그러면 그렇게 하세요. 일은 제가 할 테니까요."

"잘 됐군. 그 점은 정말로 고마워. 곧 아래층으로 돌아가야만 해. 휴양이 좀 더 필요해. 의사 선생이 다시 와 주시기는 할 테지만."

"두드러진 점이라고 하셨죠?"

"그래, 예를 들면 말이야, 여름의 두드러진 점은 더위. 특징이라는 것은 두드러진 점이야."

"두 개 이상 가질 수 있는 거예요?"

"많이 가질 수 있고 말고. 예를 들면 갓난아기가 자기의 엄지손가락을 빤다. 그게 하나의 특징이고 그 밖에도 여러 가지 갖고 있지. 세스, 듣고 있지?"

"."

"그럼, 이제 됐구나. 용건은 끝났니? 말을 하니까 피곤하구나."

", 마님."

"그리고, 고맙다 세스. 너는 갓난아기였기 때문에 우리가 살고 있던 오두막은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네 오빠들은 창 밑에서 잤다. 나와 너, 그리고 너의 아버지는 벽 근처에서 잤지."

선생이 내 몸에 줄자를 둘렀던 날에는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할리가 돌아왔을 때 선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생각 따위는 할 것도 없어. 놈은 백인이야."

"하지만 그는 가너 씨같은 사람일까요?"

"무엇을 알고 싶은 거지? 세스."

"주인 나리와 마님은 내가 전에 보았던 백인과는 틀려요."

"여기 사람들이 어떻게 다르다는 거지?"

"우선 그분들은 조용히 말해요."

"그런 것은 문제가 아니야, 세스. 그들이 말하는 건 똑같으니까. 큰 소리로 말하거나 작은 소리로 말하거나."

"가너 씨는 당신이 자기 어머니를 사들이는 것을 허락해 주었잖아요."

"그래, 허락했지."

"그건 어때요?"

"허락하지 않았더라면 어머니는 주인집 화덕 속에서 졸도하게 되었을 테니까."

"하지만 허락해 준 것은 분명해요."

"그래, 안 된다고는 말하지 않았어. 어머니는 거기서 10년 동안 일하셨어. 앞으로 10년을 더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내가 그 사람에게 어머니의 남은 10년분을 지불하는 것과 교환으로, 그 사람은 나는 물론 당신과 세 아이까지 손에 넣었어. 내게는 앞으로 1년 동안 다른 곳에서 더 일해서 빚을 갚을 일이 남아 있어."

"얼마 남았는데요?"

"123달러 70센트야."

남편은 몸을 일으켜 내 뺨에 손바닥을 대었다.

"지금의 문제는 말이야. 누가 당신의 자유를 사는가 하는 거야. 그리고 나서 이 아이의..."

남편은 내 몸 너머로 자고 있는 너를 가리켰다.

"무슨 뜻이에요?"

"나의 노동력이 스위트 홈의 것이라고 한다면 내게 팔 수 있는 것은 뭐가 남아 있겠어?"

그렇게 말하고는 그이는 다시 등을 돌려 잠을 잤다. 아마도 그이는 말했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지 잠이 깨었다. 누군가에게 얻어맞은 듯이 벌떡 일어나는 소리에 너도 잠을 깨고는 울기 시작했다. 흔들어 주면서 밖으로 나가 너를 안고 서성거렸다. 어둠 속에서 저택의 이층 창문의 불빛만 보였다. 마님은 계속 일어나 계셨음이 분명하다.

사실은 그때에 우리가 계획을 세우기 시작하고 있었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그렇게는 하지 않았단다. 어떤 생각으로 있었는지 분명히 말할 수는 없지만, 농장을 나간다는 것은 돈을 내고 자유를 찾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돈을 내고 자기 몸을 산다는 것, 도망친다는 생각은 마음속 어디에도 없었다. 그 일을 겨우 제기한 사람은 식소우였다. 그것도 농장의 경영을 어떻게든 계속하기 위해서 가너 마님이 포올 에프를 팔아버린 뒤의 일이었다. 마님은 그를 팔아버린 돈으로 이미 2년 동안 몸조리를 위해서 써 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바닥이 났을 것이다. 마님은 선생에게 편지를 써서, 이쪽으로 와서 농장을 맡아주지 않겠느냐고 부탁을 했던 것이다. 스위트 홈 농장의 토박이인 네 사나이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남편의 남동생과 두 명의 조카의 원조를 구했던 것은 백인 여자가 검둥이밖에 없는 곳에서 혼자 있는 것은 위험하다고 주위에서 부추겼기 때문이었다.

이러한 경위로 그 남자는 큰 모자를 쓰고 안경을 걸치고 마부대에 종이를 가득 싣고 왔다. 그 남자는 포올 에이를 채찍으로 때렸다. 가너 씨는 채찍질을 허용한 적이 없기 때문에 누군가가 채찍을 휘둘렀던 것은 그것이 최초였다. 그런 다음에 포올 에이를 보았을 때, 그는 숲속에서 친구와 함께 목을 맨 모습이었다. 밤에 몰래 외출을 하는 것은 식소우뿐이었다. 그렇게 하여 '열차'에 관한 것을 알게 된 것이라고 할리는 말했다.

"저기야."

할리는 마구간 저편을 가리켰다.

"가너 씨가 나의 어머니를 데리고 갔었던 곳이야. 식소우도 자유는 저쪽에 있다고 말했어. 열차와 함께 도망치는 거야. 저쪽에 도착하면 돈을 지불하고 내 몸을 사지 않아도 되지."

"열차요? 그게 뭔데요?"

나는 물었다.

그 후 사나이들은 내가 있으면 말하지 않았다. 할리까지도. 하지만 자기들끼리는 수근수근 이야기를 나누었다. 식소우는 벌써 마음이 오래전에 스위트 홈을 떠나있는 것을 외견상으로도 알 수 있었다.

계획은 잘 진행되었지만 막상 그때가 되자 내 뱃속에는 이미 덴버가 있었다. 그래서 약간 미루어지기는 했어도 끝내 나는 너를 도망치게 했던 거야. 그런 후 '열차'가 나온다는 신호가 왔을 때는 너희들 세 명만 준비되어 있었어. 할리도 다른 누구도 발견되지 않았어. 식소우가 불에 타서 살해당했던 것도, 포올 디가 믿을 수 없는 그런 목칼에 채워져 있다는 것도 나는 몰랐었다.

그래서 나는 옥수수밭에서 기다리고 있던 여자에게 맡겨 너희들을 모두 마차에 보냈다. 이제 귀여운 아이들은 놈들의 장부에 기입되거나 줄자로 치수가 재어지는 일은 없는 것이다. 지독한 일을 당했지만 너희들이 있었기에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네 젖을 갖고 있는 건 나밖에 없기 때문에 나는 부지런히 계속 걸었다. 너는 물론 기억하고 있겠지? 내가 너에게 도착했을 때 나는 아이들 모두에게 먹일 젖이 있었던 것을.

또 한 길의 커브를 돌자 나의 집 굴뚝이 눈에 들어왔다. 이제는 쓸쓸한 풍경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리본같이 피어오르는 연기는 마치 그녀로부터 한 번도 떨어졌던 적이 없고, 묘석 따위는 세워진 적도 없었던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몸속에서 고동치는 심장은 그녀의 손안에서 한순간이라도 정지한 적이 없었던 것 같았다.

세스는 집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단단히 문을 잠그었다.

창문을 통해 두 개의 등을 보고 돌아갔던 날, 스탭은 그 집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의미를 알 수 없는 말은 흑인이 노하여 중얼거리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흑인 가운데 살 만한 가치가 있는 인생을 보낸 사람 따위는 한 명도 없었다. 교육을 받은 흑인조차 그러했다.

백인종은 무조건 흑인이라면 그 피부밑에는 무엇인가가 있다고 믿었다. 어떤 의미에서 백인들의 상상은 맞을지도 모른다고 스탭은 생각했다. 자기들이 얼마나 애정이 많고 인간다운지를 백인에게 납득시키려고 하면 할수록 흑인들 자신은 점점 더 얽혀가는 것이었다. 그것은 하얀 피부를 한 사람들이 흑인의 마음속에 씨를 뿌린 정글이었다. 그리고 정글은 점점 자라 넓어졌다. 죽은 후까지 무성하여 마침내 정글은 씨를 뿌린 백인들의 마음에 침입당했다. 그들을 바꿔 다른 사람으로 만들었다. 피로 더럽히고 분별을 잃게 하여 자기들이 씨를 뿌렸던 정글에 두려워하며 전율했다. 하얀 피부를 한 사람들 속에서 자라가는 이 정글의 은근한 번성과 확대는 은폐된 재로 가끔 124번지와 같은 장소에서 그 웅성거림이 들리는 정도였다.

여지껏 노크 없이 남의 집을 드나들었던 스탭은 노크를 해도 열리지 않는 문 앞에서 되돌아 온 것을 생각하고는 세스를 문안하는 것을 체념해버렸다. 그에게 버림을 받은 124번지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제멋대로 나날을 보냈다. 세스가 현관문을 잠그자 안에 있던 여자들은 마침내 자유롭게 될 수 있었다. 자유로이 기괴한 것을 보고 마음이 들뜨는 것을 말했던 것이다. 집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던 떠들썩한 소리, 스탭이 의미를 몰랐던 말은 124번지 여자들의 생각이었다.

말하지도 못하고, 입 밖에 낸 적도 없는 생각들이었다.

 

비러브드, 그애는 나의 딸이다. 그래, 그애는 스스로 내 품으로 돌아온 것이다. 이제 나는 아무것도 설명하지 않아도 된다. 그땐 위험에 노출 시킬 수 없다고 생각하여 그 애가 안전하게 있을 수 있는 장소로 보내주었던 것이다. 그래도 나의 사랑에는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이렇게 딸은 돌아왔다. 틀림없이 베이비 색스가 저세상에서 도와주었을 거야. 다시는 그 애를 보내지 않겠어. 그럴 필요는 없지만 그렇게밖에 할수 없었던 그때의 상황을 그 애에게 설명해 주겠어. 내 손으로 그 애를 죽이지 않았다면 그 아이는 살아 있으면서 별의별 고통 속에서 헤맬 것이다. 나는 차마 그것을 보고 견딜 수가 없었다고 잘 설명하면 그 애는 이해해 줄 것이다.

어떤 어머니도 흉내 낼 수 없을 만큼 그 애한테 정성을 쏟아야 한다. 나의 아이들 이외에는 두 번 다시 젖을 주지 않을 것이다. 한 번은 나의 젖을 도둑맞은 적이 있었다. 놈들은 나를 꼼짝 못 하게 누르고 훔쳐 갔다. 그때부터 백인의 아이가 먹고 남은 젖을 그 애한테 물려야만 했다.

비러브드에게 이 모두를 얘기하면 틀림없이 이해해 줄 것이다. 그 애는 나의 딸이니까. 하지만 그런 것은 모두 끝났다. 나는 이곳에 살아있는 것이다. 그리고 나의 딸이 돌아왔다. 이제 다시 모든 것을 보아야 한다. 나의 딸이 여기에 있으면서 역시 같은 것을 보게 되는 것이다. 오두막의 그 사건 뒤로 나는 보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런데 지금은 잔디 색깔이 회색빛이 섞인 녹색인지, 갈색인지, 아니면 어떤 다른 색인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베이비 색스가 죽기 전의 몇 년간을 색만 바라보며 지낸 이유를 이제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시어머니에게 색을 보일 시간이 없었다. 즐길 시간은 더더욱 없었다. 청색을 보고 끝내는 데에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다음이 황색, 녹색, 빨간 색에는 시선을 머물고 싶지 않았으리라고 생각된다. 그 이유는 나와 비러브드가 빨간색을 질릴 만큼 보여주고 말았으니까. 사실 그 색과 비러브드의 핑크색을 띤 묘석이 회상되는 마지막 색이었을 것이다. 우리들 모녀에게 얼마나 멋진 봄이 될지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린다. 그 애가 볼 수 있도록 당근을 심는 것이다. 그리고 무우도. 나는 이런 것을 보여주어 어머니가 가르쳐주어야 할 모든 것을 제대로 가르쳐 주어야만 하는 것이다.

", 우습지? 인간이란 어떤 것은 보지도 못하면서 다른 것은 잘도 생각해낸단 말이야. 나는 그 백인 여자애의 손은 절대로 잊지 못할 거야. 에미라고 했어."

옛날에는 건강했던 가너 부인이 병들면서 나는 그분을 친어머니 이상으로 간호를 했었다. 그런데 그분이 왜 '선생'에게 와달라고 부탁을 했는지 아직도 알 수가 없다. 그 분도 나처럼 연명할 수 있었을까. 내가 그 분을 마지막으로 보았을 때 부인은 울기만 했다. 놈들이 내게 한 짓을 얘기했을 때 부인의 얼굴을 닦아드리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해드릴 수가 없었다.

내가 아이들 곁으로 가는 것을 누가 방해하게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때 부인의 병간호를 하지 않았다면 아마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할리는 나에게 연락하려고 했을 것이다. 나는 침대 옆에 서서 부인이 요강에 소변을 누는 것을 기다리고 있었다. 부인은 불처럼 뜨거운데도 위에 걸칠 것이 필요했으며 내게는 산들바람이 필요했다. 방의 노란 커튼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는 동안 나는 평온했다.

그때 총성과 같은 소리가 났다. 할리가 있든 없든 간에 필사적으로 아이들을 옥수수밭으로 데려갔다. 기다리기로 한 여자가 소리 내는 신호가 들렸다.

"올 사람이 또 있어?"

그녀가 물었다.

"모르겠어요."

"밤을 새워 여기서 기다렸어, 더 이상은 기다릴 수 없어."

기다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나 그녀는 안된다고 말했다. 사나이들은 한 사람도 눈에 띄지 않았다. 어린 자식들은 겁을 내고 있었다. 너는 나의 등에서, 덴버는 뱃속에서 잠들어 있었다. 마치 몸이 둘로 찢어지는 느낌이었다. 그 여자에게 너희들을 모두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다. 놈들이 등을 쳐서 갈라놓았을 때 나는 혀를 깨물어 끊어버렸다. 작은 토막이 매달려 있었다. 뱃속의 갓난아기가 해를 입지 않도록 하며 놈들은 나를 강간까지 했다. 덴버는 내가 이 얘기를 하는 것을 제일 싫어하지. 자기가 태어날 때의 모습은 별도로 치고 그 애는 스위트 홈에 대한 얘기는 뭐든지 싫어하는 거야. 하지만 너는 그곳에 있었지만 너무나 어렸지. 혹시 포도덩굴의 시렁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난 황급히 네가 있는 곳으로 달렸지.

처음 네가 이곳에 왔을 때 곧 네가 누구인지 알아차렸어야 했다. 그리고 너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어렸을 때의 모습을 찾았어야 했다. 그러면 곧 너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포올 디가 나의 마음을 흐려 놓았던 것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너의 이마에 뚜렷한 손톱자국을 금방 알아차렸을 텐데 말이다. 오두막 속에서 너의 머리를 받치고 있을 때 난 자국이다. 그리고 옛날에 너를 달랠 때 흔들리던 귀걸이에 관해서 네가 물어왔을 때 역시 포올 디만 곁에 있지 않았다면 네가 누구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렸을 것이다.

포올 디는 처음부터 너를 쫓아내고 싶어 했지만 나는 그렇게는 하지 않았다. 오두막에서 일어난 나와 너의 일을 알게 되자 황급히 도망쳐버렸지. 생생하게 듣고 있을 수가 없었겠지. 나한테 사랑이 너무나 짙다고 그 사람은 말했지. 그 사람이 어떻게 사랑의 그 무엇을 안다는 건지 모르겠다. 그 사람은 대체 누굴 위해서 기꺼이 죽을 수 있다는 것이지?

묘비에 글을 새겨 달래기 위해 생판 모르는 남자에게 자기의 성기를 과연 맡길 수 있을까? 그 사람은 달리 방법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그래, 아마도 '선생'에게 모녀가 함께 내세워져 놈이 너의 엉덩이를 찢기 전에 줄자로 재는 것을 허락하는 방법이 있었겠지.

난 그런 처지를 당해 알고 있으니까 어떤 놈에게도 너에게까지 그런 짓을 하도록 허락할 수 없었다. 내가 너는 나의 것이라고 말할 때는 나는 너의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야. 아이들 없이 나만 숨을 쉬며 살아갈 생각은 조금도 없다고 시어머니에게 말했더니 그녀는 무릎을 꿇고 앉아 나를 대신해서 신에게 용서를 빌었다.

지금도 나의 마음은 변함이 없다. 우리들을 모두 함께 낳아준 어머니가 있는 그 피안으로 가는 것이 나의 계획이었다. 놈들이 방해를 해 우리들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네가 이곳으로 돌아오는 것은 미처 말리지 못했구나.

너는 어엿하게 좋은 아이로 이렇게 돌아와 주었다. 나도 그런 딸이 되고 싶었다. 놈들이 어머니의 목을 매달기 전에 어머니가 밭에서 좀더 일찍 돌아와 나를 딸답게 아양을 떨수 있게 했다면 나 역시 좋은 딸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나의 어머니는 몇 번씩이나 재갈을 물리웠기 때문에 얼굴이 늘 웃는 얼굴로 변했었다. 웃지 않을 때도 빙그레 웃는 것처럼 말이야. 그렇기 때문에 어머니가 정말 웃는 얼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웃고 싶지 않을 때도 어머니를 웃게 하는 것은 재갈이었다고 모두들 말하고 있었어. 식육 처리장의 뜰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토요일의 여자들처럼 말이야. 감옥에서 나왔을 때 그 여인들의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토요일에 남자들이 교대가 끝나 급료를 가지고 나오면 여자들이 모습을 나타내 바깥 변소 뒤에서 일을 보았단다. 돌아오는 길에 벌어들인 5센트 동전이나 10센트 동전 속에서 포주에게 얼마를 건네주어야 했다. 그때 여자들의 미소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자기의 기분을 바꾸기 위해 술을 마시는 여자도 몇 사람은 있었다. 한 방울도 마시지 못하는 여자들은 가게로 직행하여 아이들이나 어머니의 필수품을 샀다. 돼지가 북적대고 있는 식육 처리장에서 일한다는 것은 혹독한 일이야.

감옥에서 나와 즉 너의 이름을 샀을 때는 나도 그녀들과 비슷한 일을 했었단다. 하지만 보드윈 남매가 소야의 식당에 일자리를 찾아 준 덕분에 지금은 이렇게 생활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너는 누구나 말하고 있었듯이 영리한 아이니까 이런 일은 모두 알고 있겠지. 내가 이곳에 도착했을 때 너는 이미 기기 시작하고 있었으니까. 계단을 올라가려고 했지. 불빛이 미치지 못하는 꼭대기의 어두운 곳까지 네가 볼 수 있도록 베이비 할머니는 층계를 하얗게 칠하게 했지. 너는 정말 계단이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야.

내가 너의 묘석을 세웠을 당시 나는 너와 함께 그 안에 있으면서 너를 따스하게 해주고 싶었다. 그때 나의 마음은 너무도 공허했으니까. 버글러와 하워드 그리고 덴버가 나를 필요로 하고 있지 않았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너와 함께 누울 수는 없었다. 어디에도 평화롭게 누울 장소가 없었다. 지금이라면 가능하겠지만 말이다. 이해해 주렴. 그 애가 내 품으로 다시 돌아와 주었구나, 내 딸이.

 

비러브드는 나의 언니인 것이다. 나는 어머니의 젖과 함께 언니의 피를 넘겨야만 했다. 아무 소리도 듣지 못하게 되었을 때 그 후에 비로소 듣게 된 소리는 언니가 계단을 기어서 올라가는 소리에 다시 청각을 찾을 수 있었던 것이다.

포올 디가 올 때까지는 언니는 나의 비밀스러운 놀이 상대였다. 그 사람이 언니를 내쫓았다. 어려서부터 언니는 나의 놀이 상대로 아버지의 귀가를 기다리는 것을 도와주었는데 말이다. 나와 언니가 아버지를 기다렸다. 엄마를 사랑하고 있기는 하지만 엄마가 친딸을 죽인 것을 알고 있었다. 내게는 다정하게 해주고 있지만 그런 짓을 한 어머니가 두려웠다.

엄마는 오빠들을 죽이려다 실패했다. 오빠들은 그것을 알고 있었다. 오빠들이 남북전쟁에서 싸우고 싶었던 것은 어쩌면 그렇게 죽을 뻔한 사실 때문인지도 모른다. 엄마에게 친자식을 죽여야 했을 피치 못할 사정은 확실히 있었을 것이다. 엄마가 언니를 죽인 것이 타당할 만한 사정으로 한 번 일어났었으니까 앞으로 또 일어날지도 모르는 일이다. 집 밖에서 찾아오는 것이라고 믿고 그녀는 절대로 집을 떠나지 않았다. 그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뜰 저쪽을 항상 감시하고 있는 것이다.

레이디 존스 선생의 집에 가지 않게 되면서부터 한 번도 혼자 124번지를 떠나 본 적이 없다. 어머니와 함께 베이비 할머니가 비러브드의 옆에 파묻히는 것을 보려고 나간 적은 있었다. 그리고 또 한번은 포올 디와 엄마와 셋이서 서커스를 보러 갔을 때였다.

124번지에 돌아와 보니 비러브드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돌아오는 여로가 긴 탓인지 무척 지쳐 있더군. 당장 돌봐주어야 할 정도로 힘들어 보였어.

이번에는 엄마가 가까이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청각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레이디 존스의 학교로 가는 것은 의미가 없게 되었지. 아주 조용해지기만 했어. 그렇기 때문에 사람의 얼굴을 읽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런 훈련을 했기 때문에 남이 말하는 것을 들을 필요는 없었어.

이런 식으로 되어서 나와 비러브드는 함께 놀 수 있었어. 말은 하지 않아도 어디에서나 우리는 가능했지. 그런데 나는 언니가 그날 '개간지'에서 엄마를 죽이려고 했다고 생각했었어. 죽임을 당한 보복으로 죽이려 한다고 믿고 있었지.

그랬는데 언니는 엄마의 목에 입을 맞추더군. 엄마를 너무 지나치게 사랑하면 안 된다고 경고해야겠다고 생각했어. 친자식을 죽이고도 잘못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아직도 엄마의 내부에 남아 있을지 모르니까. 언니에게 말해서 언니를 지켜주어야 해.

엄마는 내 머리를 매일 밤 잘라냈다. 오빠들이 엄마는 그렇게 할 것이라고 말했는데 그것은 사실이었다. 엄마의 예쁜 눈은 생판 남을 보는 눈매로 나를 보고 있다. 심술궂은 눈은 아니었지만 다만 불쌍하다고 느끼고 있듯이.

엄마는 버글러와 하워드를 모두 잠자코 있으라는 시선으로 보았지. 그런 다음 내게로 와서 능숙하게 머리를 잘라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어. 두려운 것은 엄마가 방에 들어와 머리를 잘라내는 것을 기다리는 순간이야. 실제로 잘릴 때가 아니라 잘리는 것을 기다릴 때야.

밤에 엄마가 나에게 다가올 수 없는 단 하나의 장소는 베이비 할머니의 방이었어. 우리들이 사용하는 2층 방은 옛날에는 하인이 살았다고 했다. 그 사람들이 살고 있을 때는 부엌이 안채의 밖에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베이비 할머니가 이사해 왔을 때 할머니는 그 부엌을 창고로 만들었다.

부엌으로 통하고 있던 안채의 뒷문은 판자를 붙여 막아버렸지. 왜냐하면 안채와 부엌의 왕래는 옛날에 지겹도록 해왔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꼭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어떤 사정이 생겨서 못 오고 있는 것이다. 틀림없이 아버지는 돌아오는 도중일 것이다. 그리고 엄마가 나를 죽이지 않도록 최대한으로 엄마를 사랑했다. 밤에 나의 머리를 자르고 있는 엄마마저 사랑했지.

아버지가 나를 만나러 온다는 것을 엄마는 전혀 알지 못했어. 베이비 할머니도 아버지는 돌아온다고 생각하고 있었지. 할머니는 한동안으로 그쳤지만 나는 절대로 그만두지 않았어. 오빠들이 도망쳤을 때도 아버지가 돌아온다고 확신하고 있었지. 그런데 포올 디가 이 집안에 들어온 것이다. 아래층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리고 어머니가 웃는 것이 들렸다.

그러므로 나는 아버지가 드디어 돌아왔다고 생각했었지. 하지만 아래층에 가보니 아버지가 아니라 포올 디였어. 그 사람은 나를 만나러 온 것도 아니고 오직 엄마를 원해서 온거지.

그러다가 나중에는 나의 언니까지 원했어. 하지만 언니는 그 사람을 이 집에서 쫓아버렸어. 그 사람이 집을 나가 나는 몹시 기뻤다. 이것으로 우리들만의 세계가 되었고 내가 언니를 지켜 줄 수 있으니까.

아버지는 달걀 반숙을 무척이나 좋아해서 빵까지 적셔 먹는다고 할머니는 자주 아버지의 일을 애기해 주셨다. 할머니는 언제나 나의 아버지를 조금 두려워하셨대. 왜냐하면 너무 지나치게 온순했기 때문이라고 하셨어. 그것이 할머니를 두렵게 했다는 거다. 무슨 일이 일어나면 도저히 타개해 나갈 수 없을 것이라고 할머니는 생각했다. 백인도 그렇게 생각했음이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할머니와 아버지를 떼어 팔지 않았던 거야.

아버지는 종이 위에다 계산도 할 수 있었다고 했다. 우두머리가 가르쳐 주었는데 다른 흑인들은 배우기 싫다고 말했대. 하지만 나의 아버지는 계산을 할 수 없으면 놈들에게 속아넘어가고, 읽기 쓰기를 할 수 없으면 놈들에게 매를 얻어맞는다고 말했다. 다른 흑인들은 모두 그것을 이상하다고 생각했지. 할머니는 자기는 잘 알 수 없었다고 말했지만 아버지가 그곳에서 할머니를 사서 자유롭게 해줄 수 있었던 것은 종이 위에서 계산하거나 생각할 수 있었기 때문이래.

할머니는 자기도 진짜 목사님처럼 성서를 읽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늘 생각하고 있었지. 그래서 내가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셨어. 나는 소리를 들을 수 없을 때까지 배웠다.

들린 것은 자기가 숨을 쉬는 소리와 또 한 사람이 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단지를 엎질러버린 소리뿐이었다. 아무도 단지 가까이에 없었는데 말이다. 엄마는 버글러에게 회초리를 가져갔지만 버글러는 단지를 건드리지도 않았어. 그 다음에 그것은 애써 다리미질한 세탁물을 마구 더럽히거나 케이크 속에 손을 집어넣는 짓을 했어. 그게 누구의 짓인지 곧 알게 된 것은 나 혼자였어. 언니가 다시 돌아왔을 때 알아차린 것도 나였지만 말이야.

그때는 당장은 아니었지만 언니가 자기 이름의 철자를 말한 순간에 알 수 있였지. 태어날 때 붙여진 이름이 아니고 어머니가 묘비에 글자를 새기는 사람에게 사례를 지불하고 파내 달라고 한 이름이지. 난 그때 확신했어. 그로부터 그녀가 어머니의 귀걸이에 대해 듣고 싶어 했을 때는 좀더 분명해졌지. 나와 함께 아버지의 귀가를 기다리는 것을 도우려고 나의 언니는 와준 것이다.

나의 아버지는 인간이 된 천사였다. 상대를 보는 것만으로 어디가 아픈지 알았고 아픈 것을 고칠 수도 있었다. 베이비 할머니를 위해 붙잡을 것을 매달기도 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면 붙잡고 바닥에서 일어날 수 있도록 말이야.

할머니는 백인이 자기를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때릴까 봐 늘 두려워했다. 아이들에게 어머니가 매를 맞고 쓰러지는 것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 앞에서 할머니는 바르게 행동했으며 어떤 일이든 제대로 하려고 했다. 어머니가 매질을 당하는 것을 보면 아이는 미칠 것이라고 할머니는 말했다. 다행히 스위트 홈 농장에서는 아무도 때리지 않았다.

아버지는 그곳에서 그런 것은 한 번도 보지 않았고 미치지도 않았기 때문에 지금도 틀림없이 이곳으로 오고 있을 것이다. 포올 디가 올 수 있었다면 아버지도 틀림없이 올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 된 천사니까.

우리들 모두 함께 있을 수 있어야 해. 만약 아버지가 엄마와 있어 주길 바라지 않는다면 불가능해. 엄마는 포올 디를 침대에 들어오게 했으니까. 베이비 할머니는 서로 다른 사나이와 잠자리를 같이해 8명의 아이를 낳았기 때문에 모두가 할머니를 경멸한다고 했어. 그래도 상대가 누구이건 자기들의 소유자가 된 백인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아이를 낳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할머니는 나에게 그런 허튼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말라고 가르쳐 주셨어. 언제나 자기 몸에 신경을 쓰면서 자기를 사랑해야 한다고 했어.

할머니는 나에게 아버지의 일을 모두 얘기해 주었다. 아버지가 할머니를 사기 위해 얼마나 쉬지 않고 일했는지에 관해서도. 세탁물이 완전히 더럽혀진 일이 일어난 후 할머니는 나의 일도 가르쳐 주었다. 내가 마법으로 지켜지고 있다는 것을.

태어났을 때 마법이 작용하면서부터 쭉 위태로운 곳에서 목숨을 구했다는 것이다. 유령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엄마가 나에게 젖을 먹였을 때 나는 젖과 함께 유령의 피도 빨아먹었으니까. 절대 유령은 나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방심하지 않고 감시해야 한다.

하지만 이 유령은 욕심쟁이여서 많은 사람을 탐낸다. 생각해보면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 역시 사랑이 필요하니까.

나는 언니가 좋다. 언니는 언제나 나와 놀아주었고 있어주었으면 하고 바랄 때는 반드시 다가와 함께 있어 주었다.

언니는 나의 것, 비러브드는 나의 것이다.

 

나는 비러브드, 그 여자는 나의 것. , 여자가 잎새 속에서 꽃을 구별하고 있는 것이 보인다. 꽃을 둥그런 바구니에 넣고 있다. 도와주고 싶지만 구름이 방해를 하고 있다. 그림이 되어 보이는 것을 어떻게 입으로 말하면 좋을까. 나는 그 여자와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야. 내가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장소는 없어. 그 여자의 얼굴은 내가 가지고 있는 얼굴이다. 그러므로 그 여자의 얼굴이 있는 곳에 있으면서 그 여자의 얼굴을 응시하고 싶다.

 

모든 것은 지금이야. 언제나 지금이야. 내가 언제나 웅크린 채 남들을 바라보고 있지 않은 때란 절대로 없어. 나는 언제나 웅크리고 있어. 나의 얼굴 위에 있던 남자는 죽었다. 그 사람의 얼굴은 나의 얼굴이 아니야. 그 사람의 입에서는 좋은 냄새가 나지만 눈은 꼭 감고 있다. 메스꺼운 자기의 것을 먹어버리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먹지 않는다.

피부가 없는 남자들이 우리들에게 자기들의 아침의 물을 가져와 마시게 한다. 우리들은 그런 것은 없어, 밤이 되면 나의 얼굴 위에 얹혀있는 죽은 사나이는 보이지 않는다. 아침 햇살이 비치면 그 사람이 감고 있는 눈이 보인다. 우리는 크지가 않아 작은 쥐들은 우리들을 겁내지 않는다.

누군가가 팔이나 무엇을 휘두르려고 하지만 그런 짓을 할 여유가 이곳에는 없다. 좀 더 마실 것이 필요하면 눈물이라도 흘릴 수 있는데, 우리들은 땀도 흘리지 못한다. 아침이 되어도 물을 낼 수가 없기 때문에 피부가 없는 남자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물을 가져오는 거다.

한 번은 달콤한 조약돌 같은 것을 가져와 핥게 했다. 우리들은 모두 자기 몸 속에서 빠져나오려고 하고 있어. 나의 얼굴 위에 있던 사나이는 드디어 그렇게 했어. 영원히 자기를 죽게 하는 것은 어렵다. 잠깐 동안 자고 다시 돌아오는 것뿐이다.

최초의 한동안은 토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이제는 이미 토하지도 않는다. 지금 우리들은 토할 수 없어. 이 남자의 이는 예쁘고 가지런하다.

누군가가 떨고 있다. 이곳에 있어도 나는 알 수 있다. 그 사람이 자기의 몸에서 떠나려고 몸부림치고 있지만 그것은 마치 새가 떨고 있는 것 같다. 떨고 있을 만한 여유가 없기 때문에 그 사람은 죽을 수가 었어. 내 위에서 죽어있는 남자를 잡아당겨서 얼굴에서 떨어졌다. 그 사람의 고른 치열이 그립다.

우리들은 지금은 웅크리고 있진 않다. 그래서 서 있기는 하지만 내 다리는 죽은 사람처럼 꼼짝을 않는다. 쓰러질 틈이 없기 때문에 쓰러질 수가 없어. 피부가 없는 사나이들이 소란스럽게 소리를 지른다. 나는 죽지 않았어. 빵이 바다빛을 띠고 있고 배가 너무나 고파도 먹을 수가 없다. 햇님이 나의 눈을 감게 한다. 죽을 수가 있는 사람들은 겹겹이 쌓여 있다.

나의 사나이가 보이지 않는다. 내가 치열을 좋아한다고 말했던 그 사람이, 피부가 없는 사나이들이 그 사람들을 몽둥이로 괴롭히고 있다. 내가 좋아하는 얼굴을 가진 여자가 그곳에 있다. 나의 것인 그 얼굴. 나한테 죽은 사나이의 이가 있었다면 그 여자의 목에 감겨 있는 목걸이를 이로 씹어 끊어 줄 텐데. 왜냐하면 그 여인이 그 목걸이를 싫어하는 것을 아니까. 간신히 웅크리고 앉아 있는 다른 사람들을 바라볼 여유가 생겼어. 지금 안에서 나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여자는 바다 속의 뜨거운 어떤 것.

처음에는 그 여자가 보였는데 구름이 방해되어 그 여자를 구할 수가 없었다. 그 여자의 귀에는 반짝이는 것이 보였다. 그러나 나는 목걸이는 싫어해.

나는 구름이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아. 그 여자도 알 수 있듯이 나는 열심히 그 여자를 응시했어. 그 여자가 나를 알아차린 것은 확실해. 내가 너무 쏘아 보아 그 여자는 눈을 피하게 되었어. 나는 그 여자의 얼굴이 있는 곳에 있으며 귀찮은 구름이 방해가 된다고 가르쳐 주었어.

그 여자는 자기의 귀걸이를 원하고 있어. 나는 그 여자의 얼굴이 필요해. 뜨거운 것을.

내가 그 남자의 등에 올라타기 시작했을 때 오랫동안 왼쪽에서는 남자의 목과 넓은 어깨밖에 보이지 않았어. 난 아주 작아. 그 남자는 노래 부르고 있었는데 그 소리는 나지막했지. 노래하고 있는 것은 한 사람의 여인이 꽃을 따서 둥그런 바구니 속에 넣는 광경이었어.

그 여자는 우리들 곁에서 웅크리고 있어. 하지만 그가 눈을 감고 나의 얼굴 위에서 죽을 때까지는 그 여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 우리들은 그저 그랬어. 그의 입에서는 숨이 새어 나오지 않았어. 그 대신 달콤한 향기가 피어올랐지. 다른 사람들은 아직 그가 죽은 것을 몰라. 나는 알고 있어. 그의 노래가 그쳤으니까. 지금은 노래가 아니라 그 사람의 작고 예쁜 치열이 더 좋아.

 

그 여자를 보지 못해 잊어버리는 일은 다시는 있을 수 없어. 나의 죽은 사나이가 소란스러운 구름처럼 방해가 되고 있었어. 그 사나이가 나의 얼굴 위에서 죽자 나는 그 여자의 얼굴을 볼 수 있었어. 그 여자는 나에게 생끗 웃어 줄 거야. 그 여자의 귀걸이가 없어졌어.

피부가 없는 사나이들이 소란스러운 소리를 내고 놈들은 나의 남자를 찔러댔어. 더욱이 놈들이 나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여자를 찔러댔지. 그녀는 안으로 들어왔다. , 여자는 금방이라도 내게 생끗 웃어줄 것만 같았다.

이미 모두들 웅크리고 있지는 않다. 우리들 모두는 물에 떠 있다. 놈들은 작은 산을 허물어 그것을 찔러댔다. 나의 예쁜 이가 보이질 않는다. 금방이라도 내게 웃음을 던질 것만 같은 검은 얼굴이 보인다. 그 여자는 귀걸이를 달고 있지 않았고 둥그런 바구니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 여인은 물에 들어가고 있다. 나의 얼굴을 가지고 있는 그대로.

 

나는 떨어지는 빗속에 서 있다. 다른 사람들은 들어오게 해주면서 나는 들어가게 해주지 않는다. 비가 떨어지고 있는 것처럼 떨어져 갈 것만 같다. 그 남자가 먹는 것을 바라보았다. 안에서 나는 비와 더불어 떨어지지 않으려고 웅크리고 있었다. 산산조각이 날 것만 같았다.

그 여자는 나의 얼굴을 가져가 버렸다. 아무도 나를 바라지 않는다. 나를 이름으로 불러주지도 않는다. 그 여자가 밖에 있으므로 다리 위에서 기다리는 거야. 몇 번씩이나 밤과 낮이 바뀌어도 나는 기다리고 있다. 무쇠 고리는 이미 나의 목에 붙어 있지 않다.

이 물 위에는 배가 보이지 않는다. 피부가 없는 사나이들은 이제 없다. 나의 죽은 그 사람도 이곳에는 떠 있지 않다. 그 사람의 이는 창공이 보이고 풀이 돋아있는 곳에 있다. 내가 바라는 얼굴도 그곳에 있다. 내게 조금만 더 있으면 웃어줄 것 같았다. 그 여자의 얼굴은 나의 것. 그 여자는 웃고 있지 않고 씹어 삼켜버리고 있다.

나는 그 얼굴을 가져야 한다. 그 여자의 목에도 무쇠 고리는 걸려 있지 않다. 지금 다이아몬드가 빛나고 있는 곳으로 가고 있다. 나는 따라간다. 우리들은 다이아몬드의 빛 속에 있으며 지금 다이아몬드는 그 여자의 귀걸이다. 나의 얼굴이 다가온다. 나는 그것을 손에 넣어야 한다. 나는 그 얼굴과 하나가 되고 싶다.

그 여자는 나에게 속삭인다. 나는 그 여자에게 손을 내민다. 무엇을 씹거나 마시면서 그 여자는 나에게 접촉했다. 그 여자는 내가 하나가 되고 싫어하는 것을 알고 있다.

그 여자는 나를 씹어 삼켜버렸다. 나는 없어지게 된다. 이것으로 나는 그 여자의 얼굴이야. 나의 얼굴은 나에게서 떠난 거야. 내가 헤엄쳐 떠나가는 것이 보인다. 나는 외톨이가 되었다. 우리 두 사람이 한 사람이 된 인간이 되고 싶다.

나는 파란 물에서 나왔다. 나의 발바닥이 헤엄쳐 가버린 후에 나는 언덕으로 오른다. 있을 곳을 찾아내야 했다. 나는 죽지 않았고 나에게는 집이 있다. 그 여자가 나에게 속삭인 것이 있다. 그 여자가 말한 대로 그 어딘가에 있는 거야. 햇님이 나의 눈을 감게 한다. 눈을 뜨면 나의 잃어버린 얼굴이 보인다.

세스의 얼굴이 나를 두고 간 얼굴이다. 세스는 그녀를 보고 있는 나를 보고 미소를 띠운다. 세스가 미소 짓는 얼굴이 바로 내가 있는 곳이다. 내가 잃어버린 얼굴이다. 그녀는 내게 미소 짓고 나의 얼굴은 드디어 웃고 있다. 지금 우리들은 하나로 될 수 있다.

 

나는 비러브드, 그리고 그 여자는 나의 것이다. 세스는 내가 다리 아래의 물속에서 찾아낸 잃어버린 얼굴이다. 내가 들어가자 그녀의 얼굴이 내 쪽으로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나의 얼굴이기도 했다. 나는 하나가 되려고 했는데 그녀는 물빛의 파편 속으로 올라가 사라져버렸다. 또 보지 못하고 잃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 여자가 나에게 속삭여 주었던 집을 찾아갔더니 그곳에 그 여자가 있었다. 드디어 그 여자가 미소 지었다. 하지만 두 번 다시 그 여인을 잃어버릴 수는 없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오직 하나, 왜 그 여인은 우리들이 웅크리고 있던 곳에서 물속으로 들어갔을까? 나에게 금방이라도 웃을 것 같았는데.

나는 바닷속에서 그 여인과 하나가 되고 싶었는데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여자가 꽃을 따고 있을 때는 구름 때문이었다. 또 한 번은 웃음을 멈추고 바닷속에 들어갔을 때였고, 다리 밑에서 내가 그 여자와 하나가 되려고 갔는데 그 여자가 웃음을 보내지 않았을 때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여자는 나에게 속삭여 왔다. 나를 깨물었다. 그리고 헤엄쳐 가버렸다. 그런데 이 집 안에서 찾아냈지. 이 여자는 나에게 미소를 지었다. 그 얼굴은 미소 짓고 있는 나 자신의 얼굴. 두 번 다시 놓치지 않겠다. 이 여인은 나의 것이니까.

 

나에게 참된 것을 얘기해 줘.

너는 저쪽에서 찾아왔지?

그래요. 나는 저쪽에 있었어요.

나를 만나러 돌아와 준 거지?

그래요.

내가 생각나니?

, 당신을 기억하고 있어요.

나를 잊어버린 일은 없었니?

당신의 얼굴은 나의 얼굴이에요.

너는 나를 용서해 주겠지? 이대로 쭉 있어 주겠니? 너도 이

제는 이곳에 안전하게 있을 수 있어.

피부가 없는 사나이들은 어디 있지요?

멀리 떨어진 곳에.

놈들은 이곳에 들어 올 수 있나요?

한 번 들어오려고 했지만 내가 막아냈어. 결코 돌아오지 못할

거야.

놈들 중 한 사람이 내가 살고 있던 집에 있었어요. 그놈은 나를

해쳤어요.

놈들은 이미 우리들을 해칠 수가 없단다.

당신의 귀걸이는 어디에 있지요?

놈들이 빼앗았어.

피부가 없는 사나이들이 빼앗았나요?

그래.

당신의 시중을 들고 싶었지만 구름이 방해를 했어요.

이곳에는 구름이 없단다.

놈들이 당신의 목에 무쇠 고리를 채우면 내가 그걸 물어뜯어

버리겠어요.

비러브드.

당신에게 둥그런 바구니를 만들어 주겠어요.

네가 돌아왔구나, 네가 돌아왔어.

나에게 미소 지어 주겠어요?

내가 웃고 있는 것이 보이지 않니?

당신 얼굴을 좋아해요.

 

우리들은 강변에서 놀았다.

나는 저쪽 물 속에 있었어.

조용한 시간 속에서 우리들은 놀았지.

구름이 요란하게 소리를 내고 방해를 했어.

당신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당신은 역시 찾아와 함께 있어 주었어.

나는 그 여자의 얼굴이 생끗 웃는 것을 보고 싶었다.

숨을 쉬는 소리가 들렸을 뿐이었다.

숨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었지. 할머니는 당신이 나를 해치지

않는다고 했어.

그 여자는 나를 해쳤어.

내가 지켜줄게.

나는 그 여자의 얼굴이 필요해.

엄마를 너무 사랑하면 안 돼.

나는 그 여자를 너무 지나치게 사랑하고 있어.

엄마를 조심해. 엄마는 너에게 꿈을 보게 하니까.

그 여인을 씹어 삼키겠어.

엄마가 너의 머리를 땋아 줄 때 자면 안 돼.

그 여자가 웃고, 나도 웃고.

나는 집을 감시하겠어. 뜰을 감시하겠어.

아버지가 우리들을 만나러 올 거야.

뜨거운 것.

비러브드.

 

당신은 나의 언니.

너는 나의 딸.

너는 나의 얼굴, 너는 나.

너를 찾아냈어, 너는 내 품으로 돌아와 주었다.

너는 나의 비러브드.

당신은 나의 것.

너는 나의 것.

당신은 나의 것이야.

 

나에게는 네게 먹일 젖이 있단다.

나에게는 너의 미소가 있어.

내가 너를 보살펴 줄 거야.

 

당신은 나의 얼굴, 나는 당신.

왜 당신이 나를 내버려 두었지.

이젠 두 번 다시 너를 버리지 않겠어.

두 번 다시 날 버리고 가지 말아요.

당신은 물속에 들어갔었다.

나는 당신의 피를 마셨어요.

 

나는 네게 젖을 주었어.

당신은 웃는 것을 잊었어.

너를 사랑하고 있었어.

당신은 나를 해쳤어요.

너는 내게 돌아와 주었어.

당신은 나를 데리고

가지 않았어.

너를 기다리고 있었어.

당신은 나의 것.

너는 나의 것.

당신은 나의 것이에요.

 

부잣집의 객실 정도밖에 안 되는 작은 교회였다. 신자들의 의자에는 등받이가 없었으며 별도의 성가대도 없었다. 십자가를 세우는 중요한 작업이 이미 끝나 있었으므로 연단은 시급한 일이 아니었다. 교회로 되기 전에는 옷감 가게였다.

교회의 정면에는 튼튼한 포치가 있었다. 옛날에는 가게에 온 손님이 앉거나 난간의 횡목 사이에 머리를 들이밀었다가 머리가 빠지지 않게 된 꼬마 녀석들을 아이들이 놀려대는 장소였다. 난로에 불기가 없고 햇살이 온화한 날에는 비록 1월이라고 해도 안에 있는 것보다 포치에 나와 있는 편이 더 따스했다.

축축한 지하실에는 그래도 온기가 있었지만 짚으로 만든 침구나 옷걸이의 못에는 한 줄기의 빛도 들어오지 않았다. 지하실의 석유램프가 너무나 쓸쓸했으므로 포올 디는 햇빛의 온기로 부족한 것을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위스키 병으로 보충하고 있었다.

몸이 따뜻해지면 눈까지 빨개졌다. 왜 이다지 오래 걸렸는지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식소우와 함께 그 불 속에 뛰어들었다면 좋았을 텐데. 항복은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꾸물대며 연명해 왔단 말인가?

포올 디는 자기 형이 눈에 눈물을 담고 짐마차의 뒷부분에서 손을 흔들며 사라지는 모습을 이미 보았던 것이다. 그는 부모님의 얼굴을 전혀 기억하고 있지 않았다. 아버지를 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포올 디는 가너에게 팔린 삼형제 가운데서 막내였다. 어머니는 같았지만 아버지는 모두 틀렸다. 세 사람은 그대로 가너에게 키워져 농장 밖으로 나가는 것이 금지되어 있었다. 20년의 세월이었다.

포올 디는 스위트 홈 농장에서 성장했기 때문에 쓸쓸하다고 생각한 적도 없었다. 그에게는 형들과 두 사람의 친구, 부엌에는 베이비 색스가 있었다. 더욱이 노예들에게 총 다루는 법을 가르치고 그들의 불평도 들어 주는 주인이 있었다.

20년 동안 그들은 그곳에서 행복하게 지냈는데 어느 날 베이비가 떠나고 세스가 왔다. 그래서 할리가 그녀를 아내로 삼았던 것이다. 할리는 세스와 가정을 이루었고 식소우는 어떻게 해서든 30마일이나 떨어진 곳의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필사적이었다.

세 사람 중에서 제일 맏이인 형에게 결별을 고했을 때 주인은 이미 고인이 되어 있었다.

식소우는 의사가 가너 부인을 병들게 했다고 말했다. 모두 식소우를 비웃었다. 식소우는 어떤 것에 관해서도 아주 잘 알고 있는 것처럼 얘기했다. 가너 씨의 뇌졸증에 관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가너 씨가 죽을 때 유혈은 없었다. 타고 있던 암말의 목에 엎드리듯 몸을 구부리고 땀을 흘리며 창백한 채 귀가했다. 식소우는 투덜대듯 입 속으로 중얼댔다. 가너 씨가 죽는 것을 보고 슬퍼하지 않은 단 한 사람의 노예였다. 하지만 나중에 이르러 그는 크게 슬퍼했다. 모두 한 사람도 남김없이 슬퍼했던 것이다.

"왜 부인은 놈을 불러들인 거지?"

포올 디가 물었다.

"왜 그 분은 그 선생이 필요한 거지?"

"계산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한 거야."

할리가 말했다.

"너도 계산할 수 있잖아."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야."

"그렇지 않아?"

식소우가 말했다.

"그 여인은 농장에 또 한 사람의 백인이 필요한 거야."

"?"

"넌 왜라고 생각해?"

그런 식이었다. 아무도 가너 씨가 죽는 것을 계산에 넣지 못했었다. 그가 죽는다는 것은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의 목숨이 끊기자 남자들 각자의 인생도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그것이 노예제도의 실태인 것이다. 인생에 있어 제일 힘이 충만해 있을 때에 놈들은 포올 디의 정기를 서서히 고갈시키고 있었다.

처음에는 총을, 그다음에는 사고의 자유를 박탈했다. '선생'은 검둥이의 진언 따위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너무 먹는다, 지나치게 휴식한다, 너무 떠들어댄다고 하며 투정을 부렸다. '선생'은 생각할 수 없을 만큼 소식을 했고, 말수는 적었으며 휴식이라는 것은 전혀 몰랐다.

'선생'은 노예들에게 엄했던 것처럼 자기 학생들에게도 엄했다. 다만 학생들에게는 징벌은 내리지 않았다. 포올 디는 몇 년 동안이나 가너가 제 몫을 할 수 있는 사나이로 키워낸 사람을 '선생'이 어린애로 만들고 있다고 믿었다. 그들이 도망친 것은 그런 짓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가너가 그대로 좋은 주인으로 남아 있었다면 포올 형제는 그곳에서 평생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왜 형제는 결심을 하는 데 밤새도록 시간이 결렸던가?

이유는 형제가 허위 속에서 고립되어 살아왔기 때문이다. 스위트 홈 이전의 할리나 베이비 색스의 생활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던 것이다. 식소우가 계속적으로 비참한 내용을 말할 때도 재미있어할 뿐이었다. 보호되고 있어 자기들은 특별하다고 믿고 있었다. 조지아주 알프레드에서 겪은 괴로움과 쓰라림 따위는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조지아주 알프레드에서는 어린나무라 부르기에도 너무 어린 한 그루의 포플러가 있었다. 허리에 겨우 닿을 정도의 키밖에 안 되는 묘목에 불과했다. 살인자의 노래와 포플러 나무에 대한 노래를 불렀다. 마치 생명의 힘을 입증하듯이 포플러를 바라보곤 했다.

단 일 분이라도 자기가 도망칠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나중에 체로키족에게 물어서 꽃이 피고 있는 방향으로 달리기 전까지는 몰랐다. 정신없이 전진해 어느 날 세스의 집에 머물렀던 것이다.

겨우 세스를 만날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녀의 딸이 그를 이동하게 만들었다. 입 밖에 내어 묻지 않았던 모든 의문이 하나도 남김없이 풀리게 되었을 때 그 집에서 쫓겨난 것이다. 자기가 뿌리를 내리고 안정하고 싶다고 원했을 때 말이다.

교회의 주차장에 앉아 별로 할 일도 없었으므로 포올 디는 생각할 여유가 생겼던 것이다.

마음도 몸도 흠잡을 데가 없는 한 인간으로서 여자와 인생을 끝까지 살아보고 싶다고 느낀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마음의 긴장을 잃어버렸다. 결말이 없는 아득한 생각만을 거듭하고 있었다. 식소우는 말을 마차에 매면서 30마일의 여자가 자기에게 알려 준 사실을 할리에게 알려 주었다. 그녀가 있는 농장에서는 일곱 명의 검둥이가 북부로 향했고, 다른 두 사람도 그들과 합류할 것이라는 것을. 그 두 사람은 전에도 도망친 적이 있어 북부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두 사람 중에 여자인 한 사람이 적당한 시기가 오면 옥수수밭에서 자기들을 기다려줄 것이라고 했다. 여자는 소리를 내어 신호를 보낼 것이라는 얘기도 덧붙였다. 식소우와 그의 여자는 갈 작정이었다. 그리고 할리도 처자식을 데리고 갈 예정이었다. 두 사람의 포올 형제는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모두 봄이 지나가는 것을 가만히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옥수수가 자랄대로 자라 보름달이 될 때까지 기다리면 되는 것이다. 그런 다음에는 계획한 대로 밤에 떠나면 된다. 식소우는 두 형제에게 두렵냐고 묻지는 않았다.

"세스가 헤엄쳐 건널 수 있을까?"

모두들 식소우에게 물었다.

"옥수수가 무성해질 때는 강이 바싹 마를 것이다."

세스는 출발이 가까워지면 사탕수수 시럽이나 꿀 한 병과 빵을 약간 입수해 두겠다고 했다.

세스의 일이 제일 불규칙하다. 가너 부인은 시간을 가리지 않고 불러대기 때문이다. 몸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언제 올지 모르므로 밤의 시간도 그녀의 시간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식소우와 포올 형제는 저녁 식사가 끝나면 먼저 출발해 강에서 30마일의 여자를 기다린다. 나중에 할리는 새벽녘이 되기 전에 세스와 세 아이를 데려오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부뚜막에서 연기가 오를 시간까지는 다른 사람들과 합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봄이 되자 세스는 임신을 했다. 8월에는 상당히 몸이 무거워져 아무래도 남자들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같았다. 아이는 등에 업을 수 있지만 세스를 업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런데다가 세스의 아이들은 이미 저택의 부엌에서 놀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세스는 맹렬한 기세로 달려 내왕하고 있었다. 아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으므로 안절부절 불안해했다. 자식들은 아직 어려 일을 할 수 없었다. 가너 부인이 병중이므로 선생의 요구는 날로 늘어나 세스의 일이 그만큼 늘어났다.

그런데 새끼돼지를 둘러싸고 교환이 있은 후 식소우는 밤이 되자 가축과 함께 갇혀지게 되었다. 뛰어들 장소도 없으려니와 모여서 상의할 장소도 없었다. 이제 식소우는 시종 입 속에 못을 물고 있었다. 여차할 때 밧줄을 끊기 위해서이다.

또한 할리는 차용금의 시간 외 노동을 스위트 홈의 일에 할당하도록 명을 받았다. 그래서 선생의 명령이 없으면 밖으로 나가는 일이 없게 되었다. 식소우와 할리만이 바깥 사정을 알고 있는데 말이다.

아주 사소한 일로 그들의 계획은 변경되어야만 했다. 우선 빠져나가는 곳을 바꾼다. 그들은 할리의 지시를 암기한다. 식소우는 밧줄을 풀고 가축들 모르게 문을 부수고 나갈 시간이 필요하므로 나중에 빠져나와 합류하면 된다. 세스도 몸이 무거워 좀더 시간이 걸리게 되므로 할리는 세스와 아이들을 밤에 데려오도록 한다. 동이 트는 것을 기다리지 않고 직접 옥수수밭으로 가면 된다.

드디어 어느 날 아침에 모두 들었다. 누군가가 우리들의 이름을 부르고 있다. 아아, 신이여!

우린 어찌하면 됩니까?

낮의 휴식을 이용해 할리는 밭을 떠난다. 어쨌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스에게 신호가 들려온 것을 알려줘야 한다. 이틀 밤을 내리 가너 부인에게 붙어 있었으므로 알려주지 않으면 안심할 수가 없다.

포올 형제는 할리가 옥수수빵을 씹으면서 걸어가는 것을 본다. 선생과 그의 학생은 이미 집에 들어가 점심을 먹고 있다. 할리는 전진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른다. 포올 디가 안 것은 할리가 모습을 감춘 것과 세스에게는 아무것도 전하지 않았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다음에 보았을 때는 버터에 범벅이 되어 교유기 옆에서 웅크리고 있었던 것이다. 할리는 그 날은 살해되지 않았고, 부상을 당하지도 않았던 것이다. 할리는 모습을 감추었고 모두는 각기 자기만을 의지해야 했다.

포올 에이는 점심이 끝나자 재목을 운반하는 일을 했다. 그들은 저녁 식사 때 노예 거주구에서 서로 만나기로 되어 있었다. 포올 에이는 아무리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았다. 포올 에이가 먼저 가고 있기를 바라면서 포올 디는 시간이 다 되어 강을 향해 출발했다.

꺼림칙한 것은 선생이 뭔가 낌새를 느꼈던 것 같아서였다. 포올 디가 강에 도착해 보니 식소우가 말했듯이 물은 없었다. 그는 그곳에서 30마일의 여자와 함께 식소우와 포올 에이를 기다렸다. 그런데 식소우의 손목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포올 에이를 만났나?"

"못 만났어."

"할리는?"

"못 만났어."

"아무도?"

"아무도 없어. 거주구에 있는 것은 아이들뿐이야."

"세스는?"

"세스의 아이들은 잠을 자고 있었어. 그녀는 아직 그곳에 있는 것이 틀림없어."

"포올 에이를 두고 갈 수는 없어."

"돌아가 찾지 않으면 안 될까?"

"너의 심부름을 할 수 없어."

"어떻게 되었을까?"

"다른 녀석들은 곧장 옥수수밭으로 간 것이 아닐까?"

그렇게 말하자 식소우는 여자를 보았다. 두 사람은 꽉 껴안았으며 속삭였다. 그때 여자의 몸속에서 뭔가 번쩍번쩍하는 것이 보였다.

숨겨둔 나이프를 찾으려고 식소우가 기어 나올 때였다. 식소우는 무슨 소리인가에 귀를 기울였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이프의 일은 잊어버려. 자아, 지금이다. 세 사람이 둑으로 올라가자 선생과 그의 학생, 그리고 4명의 백인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식소우는 30마일의 여자를 푹 찔렀다. 그러자 여자는 강바닥 위를 달려 도망쳤다. 포올 디와 식소우는 숲과 반대 방향으로 달렸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포위당해 붙잡혔다.

노새처럼 밧줄을 두른 채 포올 디는 황홀한 풀의 감촉을 느꼈다. 식소우가 빙그르르 몸을 돌려 소총 부리를 잡는 순간 포올 디는 포올 에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식소우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백인이 포올 디를 찔러대며 나무에 붙들어 맸다.

"생포해, 생포해야 돼."

선생이 말했다.

식소우는 팔을 휘둘러 백인의 늑골을 부러뜨렸지만, 양손이 묶여 있었기 때문에 총을 붙잡기는 했어도 방아쇠를 당길 수는 없었다. 놈들이 노래를 듣는 동안 다섯 자루의 총이 식소우에게 향해져 있었다.

선생은 마음이 변했다.

"이놈은 소용없어."

아까 부른 노래 때문임이 틀림없었다. 불은 몇 번씩이나 꺼지려고 했다. 그 빈약한 모닥불에 식소우는 쭉 몸을 폈다. 노래는 더 이상 부르지 않았다. 그는 웃었다. 바짓가랑이의 천에서 연기가 나왔다. 그는 또 웃었다. 식소우가 웃기를 그치고 무엇이라고 외쳐댈 때 포올 디는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연기는 피어오르지 않고 활활 타는 속에서 놈들은 그를 쏘아 침묵시켰다.

손과 발에 족쇄가 채워진 채 향기로운 식물 속을 걸으면서 포올 디는 놈들이 얘기하고 있는 것을 듣고 비로소 자기의 값어치를 알았다. 자기의 무게, 자기의 힘, 자기의 심장, 자기의 두뇌, 자기의 장래를 달러로 환산한 가치이다.

타고 온 말을 매어 두었던 장소에까지 와서 말에 올라타자 곧 백인들은 자기들이 직면한 곤란을 서로 얘기했다. 이 농장의 노예들이 가너의 손에서 제멋대로 놀아나고 말았다고 선생에게 전언하고 있었다. 가너가 한 일은 법률에 위반되어 있다. 검둥이에게 자유 시간으로 밖에서 고용되는 것을 허락하다니. 그는 검둥이에게 총까지 가지게 했어. 가너는 놈들이 결혼하도록 획책하고 있었어. 완전히 어처구니없는 얘기야. 선생은 이 농장을 재건하기 위해서 왔다고 했다.

"릴리안은 병을 이겨낼 것 같은가?"

"일진일퇴의 상태니까요."

"릴리안의 동생이 당신의 부인이었군요?"

"그렇습니다만."

"그 사람도 역시 약했었나?"

", 그저. 열병을 앓아서 말입니다."

"이곳에서는 홀아비 생활을 계속할 일도 없을 것 같군요."

"지금은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스위트 홈의 일뿐이어서."

"당연한 얘기야. 꽤 넓은 곳이니까."

몸을 옆으로 할 수 없도록 놈들은 포올 디에게 목 족쇄를 채웠고 좌우의 발목을 하나로 하여 쇠사슬로 감아놓았다. 심장이 마구 뛰고 있다. 놈들은 할리를 찾으러 나선 것이 분명하다. 포올 에이가 아닌 것을 보니 분명 포올 에이는 발각되고 말았을 것이다. 백인에게 발각된다는 것은 이미 살아있지 않다는 것이다.

비가 오다 말다 했다. 가너 부인의 창문에서 새어 나오는 소리가 흐느껴 우는 울음소리에 국한되지 않았다. 마치 암코양이가 상대가 그리워 호소하고 있는 목소리 같았다. 머리를 수직으로 세우는 데 지쳐 턱을 목 족쇄 위에 얹었다. 세스가 비에 젖어 힘들어 보이는 배를 하고 들어와 이제부터 도망칠 작정이라고 알렸을 때 포올 디는 이 동작을 하고 있었다. 세스는 아이들을 옥수수밭에 두고 왔을 때였다.

"백인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어. 할리가 없었어. 붙잡힌 것은 누구? 식소우는 도망쳤어요? 포올 에이는?"

"포올 에이나 할리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나도 몰라."

"그 사람은 어디에 있을까요?"

머리를 저을 수 없으므로 포올 디는 어깨를 움츠려 보였다.

"식소우가 죽는 것을 보았어요? 확실히?"

"확실해."

"피살되었을 때 정신을 잃고 있지 않았어요? 죽음이 닥쳐오는 것을 자기의 눈으로 보고 있었어요?"

"정신은 말짱했어. 게다가 웃고 있었어."

"식소우가 웃었다고요?"

"그 녀석이 웃고 있는 소리를 들려주고 싶어, 세스."

발목이 쇠사슬로 묶여 있어서 필요한 동작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부끄러운 나머지 그녀의 시선을 피했지만 때때로 마주치면 그녀의 새까만 눈만 보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가겠다고 그녀는 말했지만 문간까지도 도망칠 수 없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래도 그만두라고 설득하지 않았다. 두 번 다시 이 여자와 만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니까.

놈들이 세스의 거처를 밝혀내 신시내티까지 찾아온 것을 알고서도 포올 디는 놀라지 않았다. 지금에 이르러 생각해 보면 그녀의 값어치는 포올보다 비쌌던 것이다. 비용도 들이지 않고 재생산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의 몸값을 선생에게 듣던 장면을 회상하고 포올 디는 세스라면 알마에 팔렸을까 하고 생각했다. 또 베이비 색스는 얼마였을까? 포올 에프를 가너 부인은 얼마에 내놓았던가? 선생이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선생은 모든 사람의 몸값을 알고 있었다. 식소우는 쓸모없다고 단언한 놈의 목소리가 마음을 슬프게 했다.

사랑스러운 30마일의 여인이 그의 씨앗을 몸 안에 간직한 채 도망갔다. 놈들이 포올 디를 짐차에 매어놓았을 때 그의 마음에 있었던 것은 입에 채워진 재갈이 아니고 식소우의 웃음소리였다. 그 후의 할리의 모습을, 그다음에 그 수탉을 보았던 것이다. 수탉은 어떻게 조지아주 알프레드에 관해 알고 있었을까?

 

스탭은 다시 호주머니에 있는 리본을 만지작거렸다. 포올 디가 얼굴을 들어 스탭의 옆주머니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콧방귀를 뀌었다.

"나는 글씨를 읽을 줄 몰라. 또 다른 신문을 가져왔다고 해도 시간 낭비일 뿐이야."

스탭은 리본을 호주머니에서 꺼내고 계단에 걸터앉았다.

"아니, 이것은 신문이 아니야."

그는 빨간 천을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쓰다듬었다.

포올 디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므로 두 사나이는 잠시 아무 말없이 앉아 있었다.

"이건 내게는 괴로운 일이지만,"

스탭은 입을 열었다.

"그래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어. 당신에게 얘기할 것이 두 가지 있어. 편한 쪽부터 먼저 말하도록 하지."

포올 디는 킬킬거리며 웃었다.

"당신에게 괴로운 것이라면 내가 들으면 나는 죽어버릴지도 모르겠군."

"아니, 그런 것이 아니야. 당신에게 용서를 빌려고 찾아 왔어. 사과하려고 말이야."

"사과하다니 무엇을?"

포올 디는 윗도리의 호주머니에 있는 술병에 손을 가져갔다.

"어느 집이건 흑인이 살고 있는 집이면 어느 집이라도 좋아. 어떤 집이라도 택하기만 하면 기꺼이 자네를 묵게 해 줄 거야. 지하실 같은 곳에서 잘 필요는 없어. 그 목사는 어째서 당신에게 그 얘기를 하지 않았는지 아직도 납득이 가지 않아."

"기다려 스탭. 그 사람은 말을 해왔어."

"그래? 그런데?"

"그렇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잠시 혼자 있는 것이었어. 그 사람은 신청해 왔어. 지금이라도 대면하게 되면 몇 번이라도 말해주겠다고."

"그 말을 들으니 짐 하나는 벗어버린 것 같군 그래. 나는 한결같이 모두 미쳤다고 생각했어."

포올 디는 머리를 저었다.

"미친 것은 나뿐이야."

"그것을 고칠 어떤 계획이라도 있나?"

"있지. 큰 계획이 있어."

그는 두 번 병에 입을 대고 마셨다. 술을 마시면서 어떤 계획을 세우건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스탭은 생각했다. 자신의 경험에서 술을 마시고 있는 사나이에게 마시지 말라고 충고하는 무의미성도 알고 있었다. 오늘은 밖을 나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운하가 얼어붙어 교통이 두절되고 말았던 것이다.

두 사람은 다가오고 있는 말발굽 소리를 들었다. 말 위의 사나이는 동부 지역식 안장에 앉아 있었지만 그, 이외에는 오하이오주의 것을 그대로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지나가다가 두 사람을 보자 갑자기 고삐를 당겨 방향을 바꾸어 전진해 왔다. 그리고 사나이는 몸을 내밀었다.

"이봐."

그는 말했다.

스탭은 리본을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 나리."

"쥬디라는 여자를 찾고 있는데, 식육처리장 근처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모르겠습니다."

"프랭크 거리에 산다고 들었는데."

"프랭크 거리요? 그건 조금만 더 가면 있습니다요. 1마일쯤 말입니다."

"여자를 모르나?"

"모르겠습니다, 나리. 프랭크 거리는 알고 있습니다만."

포올 디는 술병을 들어 한 모금 꿀꺽 마셨다. 말에 탄 사나이는 그를 보고 다시 스탭에게 눈길을 보냈다. 그리고 말머리를 큰길로 바꾸었지만 다시 마음을 고쳐먹었는지 되돌아왔다.

"이봐."

그는 포올 디를 불렀다.

"저기 십자가가 있는 것을 보니 이 건물은 교회인 것 같군. 조금은 경의를 표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은가?"

", 말씀하신 대로입니다요. 나도 이 녀석에게 그 말을 해주려고 찾아온 참입니다."

말에 탄사나이는 잠시 머물고는 다시 말머리를 돌렸다. 스탭은 오른손의 두 손가락으로 왼손 손바닥에 작은 원을 몇 번씩이나 그렸다.

"골라 보게. 어떤 집이든 좋으니까. 그렇게 해 달라고 부탁하면 혼자 있게 해 주겠어. 억지로 강요는 하지 않겠어."

포올 디는 가만히 있었다.

"만약 내가 당신에게 몹쓸 짓을 했다면 그걸 바로잡기 위해서 이곳에 왔네."

"그럴 필요 없어. 전혀."

아이 네 명을 데리고 가는 여인이 거리 건너편을 걷고 있었다. 생끗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안녕하세요? 지금은 바빠서요. 기도회에서 뵈요."

스탭은 그녀에게 웃어 보였다.

"스크리프처 우드라프야. 브러시와 짐승의 기름 공장에서 일하고 있어. 당신도 곧 알 수 있게 돼. 착한 사람이야."

"쥬디는 어떤가? 쥬디는 묵게 해 줄까?"

"경우에 따라서겠지. 당신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가에 따라 다르지."

"쥬디를 알고 있나?"

"쥬디스야. 나는 누구나 알고 있어."

"프랭크 거리의 친구도?"

"누구나 알고 있지."

"그래? 그녀는 나를 묵게 해 줄까?"

스탭은 생각하고 나서 구두끈을 풀어 다시 조여맸다.

"내가 스탭 페이드라는 이름을 자신에게 붙인 경위를 말하겠네. 모두들 나를 조슈아라 불렀었지. 왜 그랬는지 들어주겠나."

그리고 스탭은 바시치의 일을 얘기했다.

"그동안 내내 나는 한 번도 그녀의 몸을 건드린 적이 없었지. 우리 부부는 파종을 하고 있었지. 1년보다 길게 생각되었어. 놈을 죽여버렸어야만 했어. 바시치와 나는 낮에 들판에서 함께 일하고 있었는데, 때때로 그녀는 밤이 새도록 돌아오지 않았어. 결코 그녀의 몸을 건드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하루에 세 마디 이상 말하지 않았지. 나도 그녀의 젊은 주인의 부인을 만나 보자고 생각하고는 저택에 접근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어. 젊은 주인은 아주 선머슴이었지. 20세가량 되었을까?

드디어 놈의 아내를 찾아냈지. 물이 들어 있는 컵을 가지고 뒤뜰에 서 있더군. 컵의 물을 마시고는 물끄러미 뜰 저쪽을 응시하고 있었어. 나는 다가갔지. 조금 떨어져 서서 모자를 벗어 인사를 했지. 여인이 이쪽을 보았으므로 나는 미소를 지어 보였지. 바시치를 보았느냐고 물었지. 그러자 그녀는 바시치가 누구냐고 되물었지. 내 아내인데 그녀는 목에 까만 리본을 묶고 있다고 했지. 그 말을 듣자 그 여인의 얼굴이 빨개졌으므로 나는 이 여인이 알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 놈은 바시치에게 까만 리본을 주고 그것을 목에 매라고 했지. 리본에는 장신구가 달려 있었어. 그년은 놈을 만나러 갈 때는 반드시 그걸 매달고 갔지. 나는 모자를 다시 썼어. 그 여인이 이 사태를 멈추게 해주기를 바라면서 그 집을 나왔어. 그러나 그것은 여전히 계속되었어. 그런데 어느 날 아침, 바시치가 오두막에 들어와 창문가에 앉았어. 일요일이었지. 일요일은 우리 채소밭을 손질하는 날이었기 때문이야. 그녀는 돌아왔다고 나한테 말했지. 나는 그것의 목을 보았지. 그것의 목은 정말 화사했었지. 나는 그 목을 잘라버리자고 결심했었지."

"그래서, 뚝 부러뜨렸어?"

"아니."

"그다음에 어떻게 도망칠 수 있었지? 어떻게 이 고장으로 왔나?"

"미시시피강을 거슬러 올라가 멘피스로 갔지. 멘피스에서 걸어서 캠버랜드로 왔네."

"바시치도 말인가?"

"아니, 그녀는 죽었어."

"아아, 그랬나? 이젠 기분이 조금 편해졌는가?"

"아니."

포올 디는 술병을 땅에 내던지고 금빛 사륜마차에 눈을 고정시켰다. 말이 매어져 있지 않았다. 옥색 천으로 씌워진 금빛 마차뿐이었다.

"두 가지를 얘기한다고 나는 말했어. 아직 하나밖에 얘기하지 않았어. 또 한 가지 얘기를 해야겠어."

"알고 싶지 않아. 쥬디가 나를 머물게 해 줄 것인지, 그것만 알면 충분해."

"난 그곳에 있었어, 포올 디."

"어디에 있었단 말인가?"

"뜰에 있었어. 그녀가 그랬을 때."

"쥬디가?"

"아니, 세스가."

"무슨 소리야?"

"사정은 당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런 것이 아니야."

"내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그녀는 미친 것이 아니야. 그 아이들을 사랑하고 있어. 아이들이 고통에 처하는 것을 방지하고 싶었던 거야."

"그만두게."

"그래서 그 난리를 보여주었던 거야."

"스탭, 용서해주게. 난 그 여자를 소녀 적부터 알고 있었어. 지금은 그 여자가 두려워."

"당신은 세스를 두려워하고 있지 않아. 그 말은 믿을 수가 없어."

"세스가 두려워. 그리고 세스의 집에 있는 그 딸은 더욱 두렵고."

"그 딸이 어떤데? 도대체 어디에서 온 거야?"

"몰라. 어느 날 갑자기 그루터기 위에 버섯이 돋아난 것처럼 앉아 있었어."

"그래? 아무래도 124번지 이외의 사람으로 그 계집애를 본 것은 당신과 나뿐인 것 같군."

"그 계집애는 아무 데도 나가지 않는데 어디서 그녀를 보았지?"

"부엌에서 자고 있더군. 나는 창문으로 안을 들여다 보았지."

"처음 본 순간부터 그 계집애 옆에는 있고 싶지 않았어. 왠지 이상한 느낌이 들었거든. 이상한 말을 하고 이상한 행동을 해."

포올 디는 차양이 붙어 있는 모자 밑에 손가락을 집어넣고 머리를 문질렀다.

"그 계집애를 보고 있으면 뭔가가 생각날 것만 같았지."

"어디서 왔는지 말하지 않던가? 육친은 어디에 있다던가?"

"본인도 모르고 있어. 아니면 거짓말을 하고 있든가. , 계집애가 말한 것은 옷을 훔쳤다든가 다리 위에서 살았다든가 하는 말뿐이야."

"어떤 다리라고 하던가?"

"내가 알 턱이 있나?"

"이 근방에서 내가 모르는 다리는 한 개도 없네. 다리 위에서 사람이 살고 있는 곳은 없어. 다리 밑에도 그렇고. 그 계집애가 세스와 그 집에서 산 지 얼마나 되나?"

"8월부터야. 서커스가 있던 날부터지."

"나쁜 징조군. 그녀는 서커스에 있었나?"

"그렇지 않아. 우리들이 집으로 돌아와 보니 그곳에 있었어."

"혹시, 디어 크리크 근처에 백인에게 갇혀 있던 계집애가 있었는데, 지난여름에 백인이 죽어있는 것이 발견되었어. 그런데 계집애는 사라졌어. 아마 그것이 그 계집애일 거야. 소문에는 그 사나이는 계집애를 아주 어렸을 때부터 그곳에서 키우고 있었다고 해."

"하지만 이제는 어엿한 암캐일세."

"당신을 쫓아낸 것은 그것인가? 내가 당신에게 세스의 일을 얘기한 것 때문은 아니었나?"

포올 디는 온몸이 떨려 왔다. 자신도 모르게 양 무릎을 잡아야 할 만큼 뼈속까지 싸늘해지는 경련이었다. 싸구려 위스키 탓인지, 밤에 지하실에서 지낸 탓인지 알 수가 없었다.

"가르쳐 주게 스탭. 검둥이는 얼마나 참고 견디어야 하는가? 가르쳐 줘. 얼마나?"

"최대한이지."

스탭은 대답했다.

"왜야? 왜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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