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날이 밝자 호연작은 청주부로 가서 모용 부윤을 만났다. 부윤이 크게 놀라며 물었다.
“장군께서는 양산박 도적들을 잡으러 가셨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이곳에 오셨습니까?”
호연작이 지난 일들을 얘기하자, 부윤이 말했다.
“비록 장군께서 많은 인마를 잃기는 했지만, 그건 태만하여 지은 죄가 아니라 도적들의 간계에 빠진 것이니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제가 관할하고 있는 이 지역도 도적들의 피해가 심합니다. 장군께서 이곳에 오셨으니, 먼저 도화산의 도적들을 소탕하고 황제께서 하사하신 말부터 되찾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룡산과 백호산의 도적들도 모조리 소탕한 다음, 제가 보증을 서서 조정에 아뢰어 장군께서 다시 군대를 이끌고 가서 복수하면 어떻겠습니까?”
호연작은 재배하고 말했다.
“상공께서 살펴주시니 참으로 감사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죽음을 무릅쓰고 은덕에 보답하겠습니다.”
모용부윤은 호연작을 객방에서 쉬게 하고, 갑옷을 짊어지고 온 점원은 돌려보냈다.
사흘 후, 호연작은 빨리 말을 되찾고 싶어, 부윤에게 군사를 내줄 것을 부탁했다. 부윤은 마보군 2천 명을 점검하여 호연작에게 내주고, 갈기가 파란 청종마(青鬃馬) 한 필도 주었다. 호연작은 부윤에게 사례하고, 갑옷을 입고 말에 올라 군병들을 거느리고 도화산으로 진격했다.
한편, 도화산의 타호장 이충과 소패왕 주통은 척설 오추마를 얻어 매일 산채에서 술을 마시며 자축하였다.
그날 길에 매복하고 있던 졸개가 달려와 보고했다.
“청주 군마가 오고 있습니다!”
주통이 일어나 말했다.
“형님은 산채를 지키고 있으십시오. 제가 나가서 관군을 물리치겠습니다.”
주통은 백 명의 졸개를 점검하여 쟁을 들고 말에 올라 산을 내려가 관군을 맞이하였다. 호연작은 2천 병마를 이끌고 산 앞에 당도하여 진세를 벌렸다. 호연작이 출전하여 소리쳤다.
“도적들은 빨리 포박을 받아라!”
주통은 졸개들을 ‘一’ 자로 벌려 세우고 쟁을 들고 출전하였다. 호연작이 주통을 보고 달려 나오자 주통도 달려 나갔다. 두 사람이 교전한 지 6~7합이 되자, 주통은 기력이 달려 말을 돌려 산 위로 달아났다. 호연작이 곧바로 추격했으나, 계책에 빠질까 두려워 급히 산을 내려와 목책을 세우고 다시 싸우러 오기를 기다렸다.
주통은 산채로 돌아가 이충에게 말했다.
“호연작의 무예가 고강하여, 당할 수 없어 일단 후퇴했습니다. 만약 그가 산채까지 쳐들어오면 어떻게 합니까?”
이충이 말했다.
“이룡산 보주사에 화화상 노지심이 졸개를 많이 거느리고 있다고 들었네. 거기다 청면수 양지라는 사람도 있고, 또 새로 온 행자 무송이란 사람도 있는데, 모두 만 사람도 당하지 못할 용맹을 지녔다고 하네. 서신 한 통을 써서 졸개를 보내 구원을 요청하는 것이 좋겠네. 만약 이 위난을 구원해 준다면, 그 대채에 의탁하면서 달마다 얼마간의 재물을 상납하면 되지 않겠나?”
“저도 그들이 호걸이라는 말은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화상이 예전의 일을 잊지 않고 구원하러 오지 않으면 어떡합니까?”
이충이 웃으며 말했다.
“그때 그가 자네를 패기도 했고 우리 금은 그릇을 훔쳐 가기도 했지만, 그를 의심할 필요는 없네. 그는 본래 강직한 성격을 지닌 호인일세. 사람을 보내면 반드시 친히 군사를 이끌고 구원하러 올 걸세.”
“형님 말씀이 옳습니다.”
이충은 서신을 써서 졸개 두 명에게 주고 산 뒤쪽으로 몰래 내려가 이룡산으로 가게 하였다. 이틀을 달려가서 이룡산 아래 당도하자, 그쪽 졸개들이 찾아온 사정을 자세히 물었다.
보주사 안의 대전에는 세 명의 두령이 앉아 있었으니, 첫째는 화화상 노지심, 둘째는 청면수 양지, 셋째는 행자 무송이었다.
그리고 앞쪽 산문 아래에 소두령 넷이 있었다. 한 사람은 금안표 시은으로, 원래 맹주 뇌성의 시관영 아들이었다.
무송이 장도감의 일가를 죽인 후 관아에서 그의 집안을 공범으로 몰아 체포하려고 했기 때문에, 밤중에 가족을 이끌고 강호로 도피하였다. 후에 부모가 돌아가시고 무송이 이룡산에 있다는 말을 듣고, 찾아와 입당하였다.
또 한 사람은 조도귀 조정으로, 원래 노지심, 양지와 함께 등룡을 죽이고 보주사를 빼앗았고, 후에 입당하였다.
그다음에는 채원자 장청과 모야차 손이랑이 있었다. 이 부부는 원래 맹주도 십자파에서 인육만두를 팔았었는데, 노지심과 무송이 몇 번 서신을 보내 부르자 입당하였다.
조정은 도화산에서 서신이 왔다는 말을 듣고 사정을 자세히 물어본 다음, 곧장 대전으로 가서 세 대두령에게 아뢰었다.
노지심이 말했다.
“내가 예전에 오대산을 떠나올 때 도화촌에 투숙했다가 주통이라는 x같은 놈을 두들겨 팬 적이 있었지. 그런데 이충이란 놈이 날 알아보고 산으로 청하여 하루 종일 술을 마시며, 나를 형님으로 모시고 산채의 주인이 되어 달라고 했지. 그런데 너무 인색하게 굴어서 그놈들을 버리고 금은 그릇 몇 개를 가지고 내려와 버렸지. 그런데 지금 구원을 청하는구먼. 졸개를 불러들여 무슨 얘기를 하나 들어보지.”
조정이 나가서 졸개를 데리고 왔다. 졸개가 인사하고 말했다.
“청주의 모용부윤이 근래에 양산박을 치러 갔다가 실패한 쌍편 호연작을 받아들여, 먼저 도화산 · 이룡산 · 백호산을 소탕한 다음 그에게 군사를 빌려주어 양산박을 토벌하여 원수를 갚겠다고 합니다. 저희 두령이 대두령장군님께서 하산하여 구원해 주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번에 무사하게 되면 재물을 상납하겠습니다.”
양지가 말했다.
“우리는 각기 산채를 지키고 있기 때문에 본래는 구원하러 가지 않는 것이 옳습니다. 하지만 첫째는 강호의 호걸들이 비웃을까 염려되고, 둘째는 저놈들이 도화산을 얻게 되면 우리도 우습게 여기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여기에는 장청 · 손이랑 · 시은 · 조정을 남겨 산채를 지키게 하고, 우리 셋이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즉시 졸개 5백과 60기의 군마를 선발하여 도화산으로 달려갔다. 한편, 이충은 이룡산의 소식을 듣고 3백 명의 졸개를 이끌고 산을 내려가 호응했다.
호연작이 급히 군마를 거느리고 나와 길을 막고 진을 벌렸다. 그리고 쌍편을 휘두르며 달려 나가 이충과 교전했다. 원래 이충은 호주 정원 사람으로 조상으로부터 전해져 온 창봉술을 생업으로 삼았는데, 신체가 건장해서 사람들이 타호장이라 불렀다.
이충이 호연작과 교전했는데, 호연작을 대적할 수는 없었다. 10합이 넘어가면서 불리해지자 달아나기 시작했다. 호연작은 이충의 실력이 낮은 것을 보고 말을 몰아 산 위로 추격해 갔다.
주통이 산 중턱에서 보고 있다가, 자갈을 아래로 마구 날렸다. 호연작은 말을 돌려 황망히 산을 내려왔는데, 관군들이 함성을 질러댔다. 호연작이 물었다.
“왜 함성을 지르느냐?”
후군에서 보고가 들어왔다.
“멀리서 한 떼의 군마가 나는 듯이 달려오고 있습니다.”
호연작이 후군으로 달려가서 보니, 먼지가 뽀얗게 일어나는 가운데 뚱뚱한 화상이 백마를 타고 앞장서서 달려오고 있었다. 노지심이 말 위에서 소리쳤다.
“양산박에서 패전한 x같은 놈이 감히 어디 와서 사람을 놀라게 하느냐!”
호연작이 말했다.
“먼저 저 대머리를 죽여서 내 분을 좀 풀어야겠다!”
노지심이 선장을 휘두르며 달려들자, 호연작은 쌍편을 춤추며 맞붙었다. 양편에서 함성을 질렀다. 싸움이 4~50합에 이르도록 승부가 나지 않았다. 호연작은 마음속으로 갈채를 보내며 생각했다.
“이 화상은 참으로 대단하구나!”
양쪽에서 징을 울려 각자 군사를 거두어 잠시 쉬었다. 호연작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출전하여 크게 소리쳤다.
“도적 중놈아! 다시 나와서 결판을 내자!”
노지심이 막 출전하려 하자, 옆에서 양지가 소리쳤다.
“형님은 잠시 쉬시오! 내가 저놈을 사로잡는 걸 구경이나 하시오!”
양지가 출전하여 호연적과 교전하였는데, 40합이 넘도록 승부가 나지 않았다. 호연작은 양지의 수단이 고강한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대체 이놈들은 어디서 왔는데 이처럼 대단하지? 분명 도적의 실력이 아니다!”
양지도 호연작의 무예가 고강한 것을 보고, 일부러 파탄 난 척하며 말을 돌려 본진으로 돌아갔다. 호연작도 추격하지 않고 말머리를 돌렸다. 양쪽이 각자 군사를 거두었다.
노지심이 양지와 상의했다.
“우리가 지금 막 이곳에 왔기 때문에 너무 가까이 하채하는 것은 불리하니, 20리쯤 퇴각했다가 내일 다시 공격하세.”
졸개들을 이끌고 부근의 산언덕 아래 하채하였다.
한편, 호연작은 막사 안에서 고민하면서 생각했다.
“파죽지세로 쳐들어와서 도적들은 잡으려고 했는데, 이런 적수들을 만날 줄이야! 나는 정말 지지리도 운이 없구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고 있는데, 모용부윤이 보낸 사람이 와서 말했다.
“장군께서는 병력을 거느리고 돌아오셔서 성을 지키라고 하십니다. 지금 백호산의 도적 공명과 공량이 인마를 이끌고 청주로 와서 식량을 빌려달라고 하고 있습니다. 부윤께서는 창고를 털릴까 두려워하시며, 장군께서 빨리 성으로 돌아와 지켜주시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호연작은 그 말을 듣고 차라리 이것이 기회라 생각하고, 군마를 거느리고 밤을 새워 청주로 돌아갔다.
다음 날, 노지심·양지·무송이 다시 졸개들을 이끌고 깃발을 흔들고 함성을 지르며 곧장 산 아래로 와서 보니, 관군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되레 깜짝 놀랐다. 산 위에서 이충과 주통이 졸개를 이끌고 내려왔다가, 세 두령을 산채로 청하였다. 소와 말을 잡아 연회를 열어 대접하고, 한편으로 졸개를 내려보내 청주의 소식을 정탐하게 하였다.
한편, 호연작이 군사를 이끌고 청주성 아래로 돌아가 보니, 한 떼의 군마가 성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 두령은 백호산 아래 살던 공태공의 아들 모두성 공명과 독화성 공량이었다.
두 사람은 고향에서 어떤 부호와 다투다가 그 일가를 모두 죽이고 6~7백 명을 모아 백호산을 점거하고 민가를 약탈하였다. 그들의 숙부인 공빈이 청주성 안에 살고 있었는데, 모용부윤이 체포하여 감옥에 가두었었다.
공명과 공량은 숙부를 구하기 위해 산채의 졸개를 거느리고 청주성으로 쳐들어온 것이었다. 마침 호연작의 군마와 마주치자, 양쪽을 에워싸고 대치하였다.
호연작이 진 앞으로 나섰다. 모용부윤은 성루 위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공명이 쟁을 들고 곧장 호연작에게 달려들었다. 교전한 지 20여 합에 이르렀는데, 호연작은 부윤이 보는 앞에서 실력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 또 공명의 무예가 시원찮아 그저 막아내기만 급급함을 알아챘다. 호연작은 깊이 파고들어 말 위에서 공명을 사로잡아 버렸다.
공량은 졸개들을 이끌고 달아났다. 모용부윤이 성루에서 방향을 가리키며 호연작에게 추격하라고 명하였다. 관군이 일제히 추격하여 백여 명을 사로잡았다. 공량은 대패하여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다가, 저녁 무렵에 낡은 사당 하나를 찾아 겨우 휴식을 취하였다.
한편, 호연작은 공명을 사로잡아 성으로 들어가 모용부윤에게 데려갔다. 부윤은 크게 기뻐하며, 공명에게 큰 칼을 씌워 공빈과 같은 감옥에 가두게 하였다. 한편으로 삼군에 상을 내려 위로하고, 한편으로 호연작을 대접하면서 도화산의 소식을 자세히 물었다.
호연작이 말했다.
“본래는 독 안에 든 자라를 잡는 것처럼 쉬운 일이었는데, 난데없이 또 한 떼의 도적들이 구원하러 나타났습니다. 그 가운데 화상 한 놈과 얼굴이 퍼런 덩치 한 놈, 두 놈과 싸웠는데 승부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 두 놈의 무예는 보통이 아니었습니다. 분명히 도적의 실력의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잡지 못했습니다.”
부윤이 말했다.
“그 화상은 실은 연안부 경략상공 휘하의 군관이었던 노달인데, 지금 머리를 깎고 중이 되어 있어 화화상 노지심이라고 불립니다. 얼굴이 퍼런 덩치는 동경 전수부의 군관이었던 청면수 양지라는 자입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행자가 있는데 무송이라는 자입니다. 경양강에서 호랑이를 때려잡은 무포교입니다. 이 세 놈이 이룡산을 점거하고 민가를 약탈하고 있으며, 누차 관군에 대항하여 4~5명의 포도군관을 죽였는데 지금까지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쩐지 그놈들 무예가 정통하다 했더니, 원래 양무관과 노무관이었군요. 명불허전(名不虛傳)입니다! 상공께서는 마음 놓으십시오. 호연작이 이제 그들의 정체를 알았으니, 조만간에 한 놈씩 사로잡아 끌고 오겠습니다.”
부윤은 크게 기뻐하며 연회를 열어 대접하고, 객방에 가서 쉬게 하였다.
한편, 공량은 패잔병을 데리고 달아나고 있었는데, 갑자기 숲속에서 한 떼의 군마가 나타났는데, 앞장선 사람은 무송이었다. 공량은 무송을 보고 황망히 말에서 내려 절하고 말했다.
“장사께서는 별고 없으십니까?”
무송도 답례하고서 공량을 일으키며 말했다.
“자네 형제가 백호산을 점거하고 있다는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네. 몇 번 찾아가려고도 했지만, 산을 내려가기도 어렵고 길도 좋지 않아서 못 갔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만나게 되었구먼. 오늘은 무슨 일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가?”
공량은 숙부 공빈을 구하러 갔다가 형이 사로잡힌 일을 자세히 얘기했다.
무송이 말했다.
“너무 당황하지 말게. 나에게 6~7명의 형제가 있는데, 지금 이룡산에 모여 있네. 도화산의 이충과 주통이 청주 관군에게 공격당해 위급에 처하자 우리 산채에 구원을 요청하였네. 노두령과 양두령이 졸개들을 이끌고 가서 먼저 호연작과 교전하여 하루 종일 싸웠는데, 호연작이 밤중에 퇴각해 버렸네. 도화산 산채에서 우리 형제 세 사람을 위해 연회를 베풀어 주고 척설오추마를 우리에게 선사했네. 지금 인마를 거느리고 이룡산으로 돌아가는 중인데, 두 두령도 곧 뒤따라올 거네. 우리가 청주를 치고 자네 숙부와 형을 구하면 어떻겠나?”
공량은 무송에게 절하며 사례하였다.
한동안 기다리고 있자니, 노지심과 양지가 당도했다. 무송이 공량을 두 사람에게 인사시키고 말했다.
“전에 제가 송강과 함께 이 사람의 장원에 있을 때 폐를 많이 끼쳤습니다. 우리가 의기를 중히 여겨 세 산채의 인마를 모아, 청주를 쳐서 모용부윤을 죽이고 호연작을 사로잡으며 창고의 재물과 식량을 얻어 산채의 비용으로 사용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노지심이 말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먼저 사람을 도화산에 보내 이충과 주통에게 졸개들을 이끌고 내려오게 하여, 세 산채가 힘을 합쳐 청주를 치도록 하세.”
양지가 말했다.
“청주성은 견고하고 인마는 강한데다, 또 호연작도 아주 용맹합니다. 제가 우리의 위세를 꺾으려는 것이 아니라, 만약 청주를 치겠다면 제 말 대로 해야만 성공할 수 있을 겁니다.”
무송이 말했다.
“형님! 그 전략을 말해 보십시오.”
양지가 말했다.
“만약 청주를 치려면 반드시 대규모 부대가 있어야만 합니다. 저는 양산박 송공명의 이름을 들어 알고 있는데, 강호에서는 그를 급시우 송강이라 부르지요. 호연작과는 원수지간입니다. 우리 형제와 공가 형제의 인마를 합치고 또 도화산의 인마가 당도하면, 함께 청주를 치는 겁니다. 그러면서 공량 형제는 양산박으로 달려가 송공명을 청하여, 힘을 합쳐 청주성을 공격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송공명과 무송 자네는 사이가 두텁지 않나? 형제들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노지심이 말했다.
“바로 그거야! 오늘도 사람들이 송삼랑을 좋다 하고 내일도 사람들이 송삼랑을 좋다 하는데, 애석하게도 난 그를 만난 적이 없어. 사람들이 그 이름을 하도 많이 떠들어 내 귀가 먹을 정도이니, 필시 그가 진정한 대장부이기 때문에 천하에 이름을 떨치는 것이겠지.
지난번에 그가 화영과 함께 청풍산에 있을 때 내가 찾아가 보려고 했는데, 막상 찾아가려고 하니까 또 어디론가 가 버려서 인연이 닿지 않아 만나지 못했네. 어쨌든, 공량 형제는 형을 구하고 싶으면 빨리 양산박으로 달려가서 구원을 청하게. 우리는 여기서 기다리면서 먼저 그 x같은 놈들과 싸우고 있겠네.”
공량은 졸개들을 노지심에게 맡기고, 한 명만 데리고 객상으로 변장하여 양산박으로 달려갔다. 노지심·양지·무송 세 사람은 산채로 사람을 보내 시은·조정으로 하여금 졸개 1~2백 명을 데리고 도우러 오게 하였다. 도화산의 이충과 주통은 소식을 듣고 4~50명을 남겨 산채를 지키게 하고 나머지 인마는 모두 동원하여 청주성 아래로 가서 합류하였다.
한편, 공량은 양산박 근처 최명판관 이립의 주점에 당도하여 술을 주문하고 길을 물었다.
이립이 낯선 두 사람을 보고 물었다.
“손님은 어디서 오셨습니까?”
공량이 말했다.
“청주에서 왔습니다.”
“양산박에 누구를 찾으러 갑니까?”
“산채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찾아갑니다.”
“산채에는 대왕들이 살고 있는데, 당신이 어떻게 갈 수 있겠소?”
“송대왕을 찾아가려고 합니다.”
“송두령님을 찾아왔다니, 정상적인 술을 드려야겠군.”
이립은 점원에게 정상적인 술을 빨리 가져오라고 하여 대접하였다. 공량이 말했다.
“난 모르는 사람인데, 어째서 이렇게 잘 대접하십니까?”
이립이 말했다.
“손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산채의 두령을 찾아왔다면 필시 동업자이거나 친구일 것이니 어찌 소홀히 대접할 수 있겠습니까? 바로 보고하겠습니다.”
“저는 백호산 아래 장원에 살던 공량이라고 합니다.”
“송공명 형님께서 이름을 말씀하시는 걸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오늘 이렇게 오셔서 기쁩니다.”
두 사람이 술을 마시고 나서, 이운이 호숫가 정자에서 창을 열고 화살을 날리자, 갈대숲 속에서 졸개들이 배를 타고 노를 저어 왔다. 이립은 공량을 배에 태우고 함께 금사탄으로 건너가 관문으로 올라갔다. 공량은 세 관문이 웅장하고 창검이 숲처럼 빽빽하게 늘어서 있는 것을 보고 속으로 생각했다.
“양산박의 기세가 왕성하다고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대단할 줄은 생각도 못했네!”
졸개의 보고를 이미 받은 송강이 황망히 내려와 맞이했다. 공량은 송강을 보고 엎드려 절을 했다.
송강이 물었다.
“아우는 무슨 연고로 여기 왔는가?”
공량이 방성대곡하자, 송강이 말했다.
“아우는 해결하기 어려운 위급한 일이 있는 것 같은데, 뭐든 다 말하게. 내가 물불을 가리지 않고 힘써 해결해 주겠네. 자, 어서 일어나게.”
공량이 말했다.
“사부님께서 떠나신 후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형 공명과 저는 마을의 어떤 부호와 다툼이 생겨, 그 일가를 다 죽이고 말았습니다. 관아에서 저희를 체포하려고 했기 때문에 백호산으로 올라가 6~7백 명을 모아 도적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청주성 안에 살고 있던 숙부 공빈이 모용부윤에게 체포되어 감옥에 갇혔습니다. 그래서 저희 형제가 청주성을 공격하여 숙부를 구하려고 했는데, 생각지도 않게 성 아래에서 쌍편 호연작과 맞닥뜨렸습니다. 형이 호연작과 싸우다가 사로잡혀 청주성으로 끌려가 감옥에 갇혔는데, 생사를 알 길이 없습니다. 저는 그의 추격을 피해 겨우 살아났습니다. 다음 날 무송을 만나 사부님의 이름을 말했더니, 그가 동료들에게 저를 인사시켜 주었습니다. 한 사람은 화화상 노지심이고, 또 한 사람은 청면수 양지였습니다. 그 두 사람은 저를 오랜 친구처럼 대해 주면서 형을 구할 일을 함께 상의했습니다. 무송이 말하기를, ‘나는 노두령· 양두령과 함께 도화산의 이충·주통과 세 산채의 인마를 모아 청주를 공격할 테니, 자네는 빨리 양산박으로 가서 송공명께 숙부와 형을 구해 달라고 아뢰게.’라고 하여, 이렇게 오게 되었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그건 쉬운 일이니, 자네는 마음 놓게. 먼저 조두령께 인사드린 다음, 함께 상의하세.”
송강은 공량을 인도하여 조개·오용·공손승 등의 여러 두령들에게 인사시켰다. 그리고 호연작이 청주로 달아나 모용부윤에게 투신해서 공명을 사로잡은 일과 공량이 구원을 청하러 온 일을 자세히 얘기했다.
조개가 말했다.
“이미 두 곳의 호걸들이 의리를 중시하여 어진 일을 행하고 있으며, 또 송두령과 가까운 친구들이니 어찌 가지 않을 수 있겠나? 송두령은 이미 몇 번이나 하산했었으니 이번에는 잠시 산채를 지키고, 내가 한 번 가겠네.”
송강이 말했다.
“형님은 산채의 주인이시니 가벼이 움직이시면 안 됩니다. 이건 제 형제들의 일이고 그들이 멀리서 투신하겠다고 하니, 제가 가지 않으면 그 형제들이 불안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제가 형제 몇 명과 같이 갔다 오겠습니다.”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취의청 아래위에 있던 여러 두령들이 일제히 말했다.
“견마지로(犬馬之勞)를 다하여 함께 가겠습니다!”
송강은 크게 기뻐하며 연회를 열어 공량을 대접하였다. 연회 중에 송강이 철면공목 배선을 불러 산을 내려갈 인원을 다섯 부대로 편성하게 하였다.
전군은 화영 · 진명 · 연순 · 왕영으로 길을 여는 선봉이 되고, 제2대는 목홍 · 양웅 · 해진 · 해보, 중군은 송강 · 오용 · 여방 · 곽성, 제4대는 주동 · 시진 · 이준 · 장횡 , 후군은 손립 · 양림 · 구붕 · 능진이 맡았다.
이렇게 5군을 점검하고 모두 20명의 두령들이 마보군 2천 인마를 이끌고 내려가고, 나머지 두령들은 조개와 함께 산채를 지키기로 하였다.
송강은 여러 고을을 지나면서 추호도 백성을 범하지 않고 청주에 도착했다.
공량이 먼저 노지심에게 가서 알리고 양산박 군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게 했다.
송강의 중군이 당도하자, 무송이 노지심·양지·이충·주통·시은·조정을 인도하여 만나러 왔다. 송강이 노지심에게 자리를 양보하자, 노지심이 말했다.
“형님의 큰 이름은 오래 전부터 들었는데, 인연이 없어 만나 뵙지 못했습니다. 오늘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참으로 기쁩니다.”
송강이 말했다.
“저는 재주가 없어 별로 말할 바가 못 됩니다. 강호의 의사들이 스님의 덕을 칭송했는데, 오늘 이렇게 만나게 되어 참으로 다행입니다.”
양지가 재배하고 말했다.
“제가 지난날 양산박을 지나다가 여러 두령들이 의리를 중히 여겨 산채에 머물라고 권했는데, 제가 어리석어 머물지 못했습니다. 오늘 다행히 의사들께서 산채를 더욱 웅장하게 만드셨으니, 이는 천하제일의 경사입니다.”
송강이 말했다.
“양무관의 명성은 강호에 널리 퍼졌는데, 다만 송강이 너무나 늦게 만난 것이 한스러울 뿐입니다.”
노지심은 부하들에게 연석을 마련하게 하고, 한 사람씩 모두 인사를 나누게 하였다.
다음 날 송강이 물었다.
“청주의 일은 근래에 어떻게 되어 가고 있습니까?”
양지가 말했다.
“공량이 떠난 후, 서너 차례 교전했지만 아직 승부를 내지 못했습니다. 지금 청주는 호연작 한 사람에게만 의지하고 있기 때문에, 만약 그 사람만 사로잡으면 이 성은 마치 눈 위에 뜨거운 물을 붓는 것처럼 쉽게 함락할 수 있을 겁니다.”
오용이 웃으며 말했다.
“그 사람은 힘으로 대적해서는 안 되고, 지략으로 사로잡아야 합니다.”
송강이 말했다.
“어떤 지략을 써야 그 사람을 사로잡을 수 있겠소?”
“여차여차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송강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그 계책이 참으로 묘하다!”
그날 인마를 배정하고, 다음 날 아침 일찍 군대를 일으켜 청주성 아래로 쳐들어갔다. 사면을 포위하고 북을 울리고 깃발을 흔들며 함성을 질러 싸움을 걸었다. 성안에 있던 모용부윤이 보고를 받고 황망히 호연작을 청하여 상의했다.
“지금 도적들이 양산박의 송강까지 데려왔으니,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호연작이 말했다.
“상공께서는 마음 놓으십시오. 도적떼가 이리로 온 것은 이미 지리적 이점을 잃은 것입니다. 저놈들이 호숫가에서는 날뛰었지만, 이제 함부로 소굴을 떠났으니, 오는 족족 잡아 버리면 그만입니다. 제까짓 놈들이 무슨 힘을 쓰겠습니까? 상공께서는 성 위에 올라가 이 호연작이 싸우는 걸 구경이나 하십시오.”
호연작은 황망히 갑옷을 입고 말에 올라 성문을 열고 조교를 내리라고 소리쳤다.
1천 인마를 이끌고 나가 성 앞에 진을 벌렸다. 송강의 진중에서 한 장수가 출전하여 손에 낭아곤을 들고 큰소리로 부윤을 꾸짖었다.
“백성을 해치는 탐관오리 도적놈아! 내 가족을 몰살했으니, 오늘 그 원한을 갚아주마!”
모용부윤은 진명을 알아보고, 욕을 했다.
“네놈은 조정의 관리로서, 국가가 너를 배신하지 않았는데 무슨 연고로 감히 반역을 꾀하느냐! 너를 사로잡으면 시체를 만 토막 내 버릴 것이다! 저 도적놈부터 잡아라!”
호연작은 그 말을 듣고, 쌍편을 춤추며 말을 몰아 곧장 진명에게 달려들었다. 진명 역시 낭아곤을 휘두르며 달려 나가 호연작을 대적하였다. 두 사람이 교전한 지 4~50합에 이르렀지만 승부가 나지 않았다.
모용부윤은 한참 동안 싸움을 바라보고 있다가, 혹시 호연작이 실수라도 할까 두려워 황망히 징을 울려 군사를 성안으로 거두어들였다.
진명은 추격하지 않고 본진으로 돌아갔다. 송강은 영을 내려 50리를 퇴각하여 하채하였다.
호연작은 성으로 돌아가 모용부윤에게 말했다.
“소장이 막 진명을 사로잡으려 했는데, 상공께서는 왜 군사를 철수시켰습니까?”
부윤이 말했다.
“장군께서 오랫동안 싸워 피로할까 염려되어, 군사를 철수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게 한 것입니다. 진명 그놈이 원래는 이곳의 통제였는데, 화영이란 놈과 함께 배반했었습니다. 그놈은 가벼이 대적해서는 안 됩니다.”
“상공께서는 마음 놓으십시오. 소장이 반드시 그 의리를 배신한 도적놈을 사로잡을 것입니다. 좀 전에 그놈과 싸울 때 보니, 몽둥이 쓰는 법이 이미 어지러워지고 있었습니다. 내일은 제가 그 도적놈의 목을 베는 것을 보시도록 하겠습니다.”
“장군께서 이처럼 영웅이시니, 내일은 적과 교전할 때 길을 열 수 있으면 세 사람을 내보내겠습니다. 하나는 동경으로 가서 구원을 요청하게 하고, 두 사람은 인근 주로 보내 병력을 일으켜 서로 도와 함께 도적을 치도록 하겠습니다.”
“상공의 고견이 참으로 현명하십니다.”
부윤은 문서를 쓰고 세 명의 군관을 선발하여 대기하도록 하였다. 호연작은 처소로 돌아와 갑옷을 벗고 잠시 쉬었다.
날이 채 밝기 전에 장교가 와서 보고했다.
“성 북문 밖 언덕 위에 3기가 성안을 몰래 엿보고 있습니다. 가운데 한 사람은 붉은 전포를 입고 백마를 타고 있으며, 양편의 두 사람 중 오른쪽에 있는 자는 소이광 화영이고, 왼쪽에 있는 자는 도사 복장을 하고 있습니다.”
호연작이 말했다.
“붉은 전포를 입은 자는 송강이고, 도사 복장을 한 자는 필시 군사 오용일 것이다. 너희들은 그들이 놀라서 달아나지 않도록 하고, 백 명의 마군을 점검하여 나를 따라 그 세 놈을 잡으러 가자.”
호연작은 황망히 갑옷을 입고 말에 올라 쌍편을 들고, 백여 기의 마군을 거느리고 조용히 북문을 열고 조교를 내린 다음 언덕 위로 달려갔다.
송강 · 오용 · 화영 세 사람은 성을 바라보고 있다가 호연작이 말을 박차고 언덕 위로 달려오는 것을 보고, 말머리를 돌려 천천히 달아났다. 호연작이 힘을 내 추격해 갔는데, 앞에 몇 그루 고목이 서 있는 곳에 송강·오용·화영 세 사람이 말을 세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호연작이 막 고목나무 곁에 다다랐을 때 함성이 일어나면서 함정을 밟고 사람과 말이 함께 빠지고 말았다.
양쪽에서 갈고리를 든 5~60명의 군사가 나타나 먼저 호연작을 갈고리로 걸어 끌어낸 뒤 포박하고, 뒤이어 말도 끌어냈다. 호연작을 따라오던 군마들은 화영이 쏜 화살에 5~6명이 맞고 쓰러지자 모두 달아나고 말았다.
송강이 본진으로 돌아와 좌정하자, 칼을 든 병사들이 호연작을 포박하여 끌고 왔다. 송강은 황망히 일어나 소리쳤다.
“빨리 밧줄을 풀어라!”
그리고는 친히 호연작을 일으켜 상석에 앉히고 절을 했다.
호연작이 말했다.
“왜 이러십니까?”
송강이 말했다.
“송강이 어찌 감히 조정을 배신하겠습니까? 무릇 관리들이 부패하여 위세로 핍박함이 심한 까닭에 잘못 큰 죄를 범하였을 뿐입니다. 그래서 잠시 양산박에 피난하여 조정에서 사면하여 불러주시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장군께서 오셔서 신력(神力)을 발휘하셨습니다. 참으로 장군의 호랑이 같은 위엄을 사모했는데, 오늘 자칫 무례한 짓을 범하였으니 용서해 주십시오.”
“사로잡힌 사람은 만 번 죽어도 마땅한데, 의사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이처럼 예를 갖춰 사과하십니까?”
“송강 따위가 어찌 감히 장군의 목숨을 해칠 수 있겠습니까? 황천이 제 마음을 밝혀주실 겁니다.”
“형씨의 뜻은, 호연작으로 하여금 동경으로 가서 초안을 청하여 죄를 사면하게 해 달라는 것입니까?”
“장군께서 어떻게 돌아가실 수 있겠습니까? 고태위 그 놈은 마음이 편협하여 남의 큰 은혜는 잊고 작은 허물은 잘 기억하는 놈입니다. 장군께서 많은 군마와 군량을 잃었으니, 그놈이 어찌 죄를 묻지 않겠습니까? 지금 한도·팽기·능진도 이미 저희 산채에 입당하였습니다. 장군께서 저희 미천한 산채를 버리지 않으신다면 송강이 장군께 자리를 양보하겠습니다. 조정으로부터 초안을 받으면, 그때 진충보국(盡忠報國)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호연작은 한동안 생각했다.
하지만 첫째는 호연작도 어차피 천강성(天罡星)에 속한 사람이라 자연히 의기가 투합하였고, 둘째는 송강이 예를 갖추는 모습이 아주 공손하고 하는 말이 이치에 맞으므로, 한 번 탄식하고는 무릎을 꿇고 말했다.
“호연작이 나라에 불충해서가 아니라 참으로 형님의 의기가 훌륭하여 따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말채찍을 들거나 등자를 받치는 일이라 하더라도 따르겠습니다. 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결코 돌아갈 수도 없습니다.”
송강은 크게 기뻐하면서 호연작을 여러 두령들에게 인사시키고, 이충과 주통을 불러 척설 오추마를 돌려주게 하였다. 여러 두령들이 공명을 구할 계책을 다시 상의하고 있는데, 오용이 말했다.
“호연작 장군이 적을 속여 성문을 열게 하면, 손쉽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겸하여 호연작 장군의 미련을 완전히 끊어 버릴 수도 있습니다.”
송강은 그 말을 듣고, 호연작을 불러 사과하며 말했다.
“송강이 성을 약탈하고 싶어서 아니라, 감옥에 갇혀 있는 공명과 그 숙부를 구하려는 것입니다. 장군께서 저들을 속여 성문을 열게 해주시지 않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호연작이 대답했다.
“소장은 형님이 거두어주신 은혜를 입었으니, 마땅히 힘을 다하겠습니다.”
그날 저녁 진명·화영·손립·연순·여방·곽성·해진·해보·구붕·왕영 등 열 명의 두령을 관군 복장으로 꾸며 호연작을 따라가게 하였다. 모두 11기의 군마가 성의 해자 앞에 당도하여, 호연작이 소리쳤다.
“성문을 열어라! 내가 도망쳐 왔다!”
성 위에서 호연작의 목소리를 듣고, 황망히 달려가 모용부윤에게 보고하였다. 이때 부윤은 호연작을 잃고서 근심하고 있었는데, 호연작이 도망쳐 돌아왔다는 보고를 받고 마음속으로 기뻐하면서 황망히 말에 올라 성 위로 달려왔다. 성루에서 내려다보니, 호연작이 10기의 마군과 함께 있는데, 어두워 얼굴은 잘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는 호연작이 분명했다.
부윤이 물었다.
“장군은 어떻게 도망쳐 돌아왔습니까?”
호연작이 말했다.
“제가 그놈들의 함정에 빠져 사로잡혀 산채로 끌려갔는데, 원래 저를 따르던 두목 하나가 몰래 제 말을 훔치고 저를 따라왔습니다.”
부윤은 호연작의 말을 듣고, 군사들에게 성문을 열고 조교를 내리라고 명하였다. 열 명의 두령이 성문 안으로 들어왔는데, 부윤과 마주치자, 진명이 낭아곤으로 내리쳐 죽여 버렸다.
해진과 해보는 곳곳에 불을 지르고, 구붕과 왕영은 성 위로 올라가 군사들을 해치웠다. 성 위에서 불길이 치솟자, 송강의 대부대가 일제히 성안으로 쳐들어갔다.
송강은 급히 백성을 해치지 말고 창고의 재물과 식량만 거두라는 영을 전하였다. 감옥에서 공명과 공빈 및 공빈의 가족을 구출하고, 성안의 불을 끄게 하였다. 모용부윤의 일가족을 모두 참수하고, 가산을 빼앗아 군사들에게 나누어주었다.
날이 밝자, 화재로 피해를 입은 백성을 조사하여 양식을 나누어주었다. 창고에 쌓여 있던 황금과 비단, 식량 등을 5~6백 대의 수레에 실었고, 말도 2백여 필을 얻었다. 청주부 안에서 축하 연회를 열었으며, 세 산채의 두령들에게 양산박으로 함께 가기를 청하였다.
이충과 주통은 사람을 도화산으로 보내, 인마와 재물을 모두 수습하여 하산하게 하고 산채는 불을 지르게 하였다. 노지심도 시은과 조정을 이룡산으로 보내, 장청과 손이랑으로 하여금 인마와 재물을 수습하고 보주사를 불 태워 버리게 하였다. 며칠 동안에 세 산채의 인마가 모두 준비를 마쳤다.
송강은 모든 부대를 거느리고 양산박으로 철수하였다. 먼저 화영·진명·호연작·주동 네 장수에게 길을 열게 하고, 지나는 곳마다 털끝만큼도 백성을 해치지 않게 하였다. 마을 백성은 노인을 부축하고 어린아이의 손을 이끌고 나와 향을 사르면서 절하고 영접했다.
며칠 만에 양산박에 당도하자, 수군 두령들이 배를 대기하고 영접하였다. 조개는 산채의 두령들을 데리고 금사탄으로 마중 나왔다. 대채에 당도하여 취의청에 모여 서열에 따라 좌정하고, 연회를 열어 새로 산채에 입당한 두령들을 축하하였다.
호연작·노지심·양지·무송·시은·조정·장청·손이랑·이충·주통·공명·공량 등 모두 12명의 두령이 새로 산채에 입당하였다.
임충이, 노지심이 자신을 구해 준 일을 얘기하며 사례하자, 노지심이 물었다.
“내가 자네와 창주에서 헤어진 후, 제수씨 소식은 들었는가?”
임충이 말했다.
“제가 왕륜을 죽인 후에 사람을 보내 가족을 데려오려고 했는데, 아내는 고태위의 몹쓸 아들놈에게 핍박을 받다가 목을 매어 죽었고 장인은 슬픔이 병이 되어 돌아가셨습니다.”
양지가 지난날 왕륜이 장악하고 있을 때 산채에서 만났던 일을 얘기하자, 두령들이 모두 말했다.
“그게 모두 운명으로 정해져 있었던 것이지, 결코 우연이 아니야!”
조개가 황니강에서 생신강을 약탈했던 일을 애기하자, 모두들 한 바탕 크게 웃었다. 다음 날에도 연회는 계속 이어졌다.
송강은 산채에 많은 인마가 더해지자 크게 기뻐하였다. 탕륭을 대장간 책임자로 임명하여 여러 가지 무기 만드는 일을 감독하게 하고, 철엽연환갑(鐵葉連環甲) 등을 만들게 하였다.
후건은 깃발과 의복을 만드는 일을 책임지게 하고, 동서남북 사방을 나타내는 깃발, 28개 별자리를 표시하는 깃발, 비룡(飛龍)·비호(飛虎)·비웅(飛熊)·비표(飛豹)의 깃발 등을 만들게 하였다.
산의 사방에 돈대를 축조하고, 서쪽 길과 남쪽 길 두 곳에 주점을 더 개설하여 왕래하는 호걸을 받아들이고 관군의 동정을 탐지하여 보고하게 하였다.
서쪽 길의 주점은 장청·손이랑 부부가 맡고, 남쪽 길의 주점은 손신·고대수 부부가 맡게 하였다.
동쪽 길 주점은 예전대로 주귀·악화가 맡고, 북쪽 길 주점은 이립·시천이 맡게 하였다.
세 관문에 추가로 방책을 더 세우고, 두령들을 배치하여 지키게 하였다. 각각의 임무가 정해지자, 모두 명을 준수하였다.
어느 날, 화화상 노지심이 송공명을 찾아와 말했다.
“제가 아는 구문룡 사진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충 형제도 아는 사람입니다. 현재 화음현 소화산에서 신기군사 주무, 도간호 진달, 백화사 양춘과 함께 산채를 꾸리고 있습니다. 지난날 와관사에서 저를 도와준 이후로 항상 그를 생각하며 잊은 적이 없었습니다. 제가 찾아가서 그 네 사람을 모두 데려와 입당시키고 싶은데, 형님 뜻은 어떠하십니까?”
송강이 말했다.
“나도 사진의 이름은 들은 적이 있소. 스님이 가서 그들을 데려온다면 아주 좋은 일이죠. 하지만 혼자 가지는 말고 무송 형제와 같이 가도록 하시오. 그도 행자로서 같은 출가인이니까 동행하기 좋을 겁니다.”
무송이 말했다.
“형님과 같이 가겠소.”
그날 행장을 수습하여, 노지심은 선승(禪僧)으로 꾸미고 무송은 수행하는 행자로 꾸몄다. 두 사람은 두령들을 작별하고 산을 내려와 금사탄을 건너, 새벽부터 걸어 하루도 되지 않아 화음현 경계에 당도하여 곧장 소화산으로 갔다.
한편, 송강은 노지심과 무송에게 산을 내려가도록 허락하기는 했지만 마음이 놓이지 않아, 신행태보 대종으로 하여금 뒤를 따라가 소식을 정탐하게 하였다.
노지심과 무송이 소화산 아래에 당도하자, 길옆에 매복해 있던 졸개가 나와 길을 가로막으며 물었다.
“당신네들 두 출가인은 어디로 가는 겁니까?”
무송이 대답했다.
“이 산 위에 사대관인이 있는가?”
“사대왕을 찾아오셨다면, 여기서 잠시 기다리시오. 내가 산에 올라가 두령께 보고하고, 내려와서 영접하겠소.”
“노지심이 찾아왔다고 전해라.”
졸개가 올라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무·진달·양춘 세 사람이 내려와 노지심과 무송을 영접하는데, 사진은 보이지 않았다. 노지심이 물었다.
“사대관인은 어디 있소? 어찌하여 보이지 않소?”
주무가 가까이 다가와서 말했다.
“스님은 연안부의 노군관 아니십니까?”
노지심이 말했다.
“그렇소. 이 행자는 경양강에서 호랑이를 때려잡은 무송이오.”
세 사람은 황망히 땅에 엎드려 절하며 말했다.
“이름을 들은 지 오래됐습니다. 두 분은 이룡산 산채에 계신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무슨 연고로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노지심이 말했다.
“우리는 이제 이룡산에 있지 않고 양산박 송공명에게 투신하여 입당하였소. 오늘 특별히 사대관인을 만나러 온 것이오.”
주무가 말했다.
“기왕 두 분께서 이곳까지 오셨으니, 산채로 올라가시면 제가 자세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노지심이 말했다.
“할 말이 있으면 바로 하면 되지, 뭘 기다린다 말인가? 번거롭게 하고 있네.”
무송이 말했다.
“우리 스님은 성질이 급하시니까, 할 말이 있으면 바로 하시오,”
주무가 말했다.
“저희 세 사람이 이 산채에 있으면서, 사대관인이 산에 올라온 이후로 더욱 흥왕했습니다. 그런데 근래에 사대관인이 산을 내려갔다가 어떤 화공을 만났습니다. 그는 북경 사람 왕의라고 했는데, 화산의 금천성제(金天聖帝) 사당에 벽화를 그려 주기로 하고 딸 옥교지와 함께 갔습니다. 그런데 이곳의 하태수가 사당에 향을 피우러 왔다가 옥교지의 미모를 보고 몇 번이나 사람을 보내 첩으로 달라고 했습니다. 그 하태수란 놈은 채태사의 식객이었는데 관리가 되자 탐욕이 넘쳐나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백성을 해치는 놈이었습니다. 왕의가 그 말을 듣지 않자, 하태수는 딸을 강탈하여 첩으로 삼고 되레 왕의에게 죄를 뒤집어씌워 멀리 유배를 보냈습니다. 유배 가는 도중에 이곳을 지나다가 마침 사대관인을 만나 사정을 얘기했던 겁니다. 사대관인은 두 압송관을 죽여 버리고, 왕의를 구하여 산으로 데리고 왔습니다. 그리고 곧장 하태수를 죽이러 갔다가 발각되어, 붙잡혀 감옥에 갇히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하태수가 군마를 일으켜 저희 산채를 소탕하겠다고 하는데, 저희는 마땅한 계책이 없는 상태입니다.”
노지심이 듣고서 말했다.
“그 x같은 놈이 감히 그렇게 무례하단 말인가! 사람을 그렇게 괴롭히다니! 내가 그놈을 끝장내 버리고 말겠다!”
주무가 말했다.
“두 분께서는 산채로 가서 상의하시지요.”
다섯 사람은 소화산 산채로 올라가서 좌정하였다. 주무가 왕의를 불러 노지심과 무송에게 인사시켰다.
왕의는 하태수가 백성을 착취하고 양가의 여자를 강탈한 것을 자세히 애기했다.
주무는 소와 말을 잡아 노지심과 무송을 대접했다. 술을 마시면서 노지심이 생각하다가 말했다.
“하태수 그놈은 도리를 모르는 놈이니, 내가 내일 가서 그놈을 때려죽이고 말겠다!”
무송이 말했다.
“형님! 성급하면 안 됩니다. 우리가 양산박으로 달려가서 알리고, 송공명께 청하여 대부대를 이끌고 와서 화주를 쳐부수어야 사대관인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노지심이 소리쳤다.
“우리가 산채에 가서 사람들을 불러오는 동안에 사진 형제가 죽을지도 모르잖아!”
무송이 말했다.
“태수를 죽인다고 해서 어떻게 사대관인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무송이 노지심을 결코 보내려 하지 않자, 주무도 권했다.
“스님께서는 노여움을 가라앉히십시오. 무포교님 말씀이 옳습니다.”
노지심은 초조해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이 느려 터진 놈들아! 이대로 사진 형제를 저승으로 보내란 말이냐! 자네들은 양산박에 가서 알릴 필요 없이 내가 어떻게 하는지 구경이나 해라!”
사람들이 아무리 말려도 듣지 않았다.
다음 날 노지심은 새벽에 일어나 선장을 들고 계도를 차고서 화주로 달려갔다.
무송이 말했다.
“남의 말을 듣지 않으니, 이번에 가면 필시 실수가 있을 것이오.”
주무는 즉시 날랜 두 졸개를 보내 소식을 정탐하게 하였다. 노지심은 화주성 안으로 들어가, 길에서 관아가 어디 있는지 물었다. 어떤 사람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저기 다리를 건너 동쪽으로 가면 있습니다.”
노지심이 다리에 다가가자, 사람들이 말했다.
“스님! 빨리 피하시오! 태수께서 지나가십니다.”
노지심은 혼자 말했다.
“내가 저놈을 찾아왔는데, 마침 저놈이 내 손아귀에 들어왔구나! 네놈은 이제 죽었다!”
하태수의 행렬이 다가오는데, 태수는 휘장이 가려진 가마를 타고 있었고 가마 양쪽에는 열 명의 우후가 각기 손에 창과 쇠사슬 등을 들고 호위하고 있었다. 노지심은 그걸 보고 생각했다.
“저 x같은 놈을 때려죽이기가 쉽지 않겠군. 만약 실패하면 도리어 비웃음만 사게 되겠지.”
하태수는 가마 창문으로 노지심이 앞으로 나오려 하다가 나오지 못하는 것을 보았다. 다리를 건너 관아에 당도하자 우후 둘을 불러 분부했다.
“다리 위에 있던 뚱뚱한 스님에게 시주를 하려고 하니, 가서 모시고 오너라!”
두 우후가 명을 받고 다리 위에 있는 노지심에게 와서 말했다.
“태수께서 시주를 하시겠다고 모시고 오라 하십니다.”
노지심은 생각했다.
“저놈이 이제 내 손에 죽겠구나. 내 좀 전에 저놈을 때려죽이려다가 실패할까봐 지나가게 내버려뒀더니, 저놈이 되레 나를 청하는구먼.”
노지심은 우후들을 따라 관아로 들어갔다. 태수는 이미 명을 내려 대비하고 있었다. 태수는 노지심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 선장과 계도를 내려놓고 후당으로 들어오면 시주를 하겠다고 했다. 노지심이 처음에는 선장과 계도를 내려놓지 않으려 했다.
사람들이 말했다.
“스님은 출가인이라 잘 모르시군요. 관아의 후당에 어떻게 선장이나 계도를 가지고 들어갈 수 있단 말입니까?”
노지심은 생각했다.
“내 두 주먹만 있으면, 저놈 대갈통을 부숴 버릴 수 있지!”
노지심은 선장과 계도를 복도 아래에 내려놓고 우후를 따라 후당으로 들어갔다. 하태수는 후당에 좌정하고 있다가 손을 들어 노지심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민대가리 도적놈을 잡아라!”
양쪽 휘장 뒤에서 3~40명의 관원들이 한꺼번에 달려 나와 노지심을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