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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지 52화

송강이 황망히 말리며 말했다.

형님! 노여움을 가라앉히십시오. 두 장사가 불원천리(不遠千里) 찾아와 동심으로 협조하겠다는데, 어찌하여 목을 베라고 하십니까?”

조개가 말했다.

우리 양산박 호걸들은 왕륜을 몰아낸 후부터 충의를 근본으로 삼아 백성에게 널리 인덕을 베풀었다. 지금까지 어떤 형제도 산을 내려가서 예기가 꺾인 적이 없었고, 새로 온 형제나 먼저 온 형제나 모두 호걸의 광채를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저 두 놈은 양산박 호걸의 이름으로 닭을 훔쳐 먹었으니, 그로 인해 우리도 모욕을 당한 것이다. 오늘 먼저 저 두 놈의 목을 베고 그 수급을 호령으로 하여 군마를 일으켜 그 마을을 소탕함으로써 예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 얘들아! 빨리 저놈들의 목을 베라!”

송강이 말리며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형님도 저 두 아우의 말을 듣지 않았습니까? 고상조 시천이란 자가 원래 그런 놈이라 축가의 성질을 야기한 겁니다. 어찌 이 두 아우가 산채를 욕되게 했겠습니까? 저도 축가장 놈들이 우리 산채를 적대시한다는 말을 매번 듣고 있었습니다. 지금 산채의 인마는 많은데 돈과 식량이 부족합니다. 우리가 그놈들을 찾아가려 한 것이 아니라, 그놈들이 억지로 털을 불어가며 허물을 찾으려 했으니, 이 기회에 그놈을 치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 장원을 얻게 되면 4~5년간의 식량이 생깁니다. 우리는 괜히 그놈들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실은 그놈들이 무례한 것입니다.형님은 잠시 노여움을 가라앉히십시오. 제가 재주는 없지만 직접 군마를 이끌고 가서 아우들과 축가장을 치겠습니다. 만약 그 마을을 소탕하지 못한다면 산채로 돌아오지 않겠습니다. 첫째는 산채를 위해 원수를 갚고 예기를 세우는 일이며, 둘째는 이 아우들이 당한 치욕을 씻는 일이며, 셋째는 많은 양식을 얻어 산채에서 쓸 수 있는 일이며, 넷째는 이응을 산채로 불러 입당시킬 수 있는 일입니다.”

오용이 말했다.

공명형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어찌 산채의 수족을 스스로 벨 수 있겠습니까?”

대종이 말했다.

저를 베시더라도 인재 등용의 길을 끊어서는 안 됩니다.”

여러 두령들이 모두 힘써 만류하자, 조개는 비로소 두 사람을 용서하였다. 양웅과 석수가 사죄하자, 송강이 위로하며 말했다.

아우들은 다른 마음을 갖지 말게. 이것은 산채의 호령이니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네. 비록 송강이라 하더라도 과실이 있으면 참수할 수밖에 없고 감히 용서할 수 없는 것이네. 최근에 철면공목 배선이 군정사가 되어 공을 포상하고 죄는 처벌하는 규정을 확립하였으니, 아우들은 용서하기 바라네.”

양웅과 석수는 절을 하고 또 사죄하였다. 조개는 양림 아랫자리에 앉게 하고, 산채의 졸개들을 불러 새로 온 두령에게 인사하게 하였다. 소와 말을 잡아 축하연을 열고, 가옥 두 채를 배정하여 양웅과 석수가 거처하게 하고 각기 열명의 졸개들이 시중들게 하였다.

다음 날 다시 연회를 열어 축가장 칠 일을 상의하였다. 송강은 철면공목 배선을 불러 산을 내려갈 인원을 선발하게 하고, 여러 두령들과 함께 축가장을 치고 그 마을을 소탕하고자 하였다.

조두령은 오용, 유당, 완가 삼형제, 여방, 곽성 등과 산채를 지키기로 하고, 나루와 관문, 주점 등을 지키는 인원은 동원하지 않기로 했다. 맹강은 배 건조하는 일을 주관하고 마린을 대신하여 전선(戰船)을 감독하게 하였다.

축가장을 치러 가는 두령들은 두 부대로 나누었다.

1대는 송강·화영·이준·목홍·이규·양웅·석수·황신·구붕·양림이 졸개 3천과 3백 군마를 거느리고 앞서 진군한다. 2대는 임충·진명·대종·장횡·장순·마린·등비·왕영·백승이 졸개 3천과 3백 군마를 거느리고 뒤를 따라 접응한다.

금사탄과 압취탄의 소채는 송만과 정천수가 지키면서 군량을 보급하게 하였다. 조개는 부대를 전송하고 산채로 돌아갔다.

송강과 여러 두령들은 축가장을 향해 진군하여 독룡산 앞에 당도하였다. 아직 1리 정도 남았는데, 1대는 하채하였다. 송강은 중군 막사에서 화영과 상의하였다.

축가장 안은 길이 매우 복잡하여 진병하기 어렵다고 들었네. 먼저 두 사람을 보내 오가는 길을 정탐한 후에 진격하는 것이 좋겠네.”

이규가 말했다.

형님! 오랫동안 사람을 죽여 보지 못했으니, 내가 먼저 갈게요.”

송강이 말했다.

넌 안 돼. 적진을 깨뜨리는 일이라면 너를 앞장서게 하겠지만, 정탐하는 일에는 널 쓸 수가 없어.”

이규가 웃으며 말했다.

저런 x같은 장원 하나쯤이야 형님이 힘쓸 것 없이, 내가 얘들 2~3백만 데리고 가서 모조리 베어 버리면 그만이지, 뭔 정탐을 할 필요가 있어요?”

송강이 소리쳤다.

네 이놈! 헛소리하지 말고 구석에 처박혀 있다가 부르면 오너라!”

이규가 나가면서 말했다.

그까짓 파리 몇 마리 때려잡는데 이렇게 크게 소란을 피우고 난리야?”

송강은 석수를 불러 말했다.

아우는 저곳에 가본 적이 있으니, 양림과 함께 가게.”

석수가 말했다.

지금 형님께서 많은 인마를 거느리고 오셨는데, 저 장원에서도 어찌 방비하지 않겠습니까? 저희는 어떻게 변장하고 가는 것이 좋을까요?”

양림이 말했다.

나는 귀신 쫓는 법사로 변장하고 몸에는 단도를 감추고 손에는 방울을 들고 들어가겠네. 자네는 내 방울 소리를 들으면서 내 앞뒤에서 떠나지 말게.”

석수가 말했다.

나는 계주에서 땔나무를 팔았으니, 땔나무 한 짐을 지고 팔러 다니겠네. 몸에 무기를 감추고 유사시에는 멜대를 무기로 사용할 수도 있을 거네.”

양림이 말했다.

좋네! 오늘밤에 준비해서 새벽에 출발하세.”

다음 날 석수는 땔나무를 지고 먼저 들어갔다. 20리도 못가서 길이 구불구불하고 아주 복잡해졌다. 사방으로 돌아가는 길도 비슷비슷했고 나무들이 빽빽해서 길을 찾기가 어려웠다. 석수는 땔나무를 내려놓고 쉬면서 더 이상 가지 않았다. 뒤에서 방울소리가 점점 다가오자, 석수가 돌아보니 양림이 찢어진 삿갓을 쓰고 몸에는 낡은 법의를 걸치고 손에는 방울을 흔들며 다가오고 있었다. 석수는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양림을 불러 세워 말했다.

길이 이리저리 복잡해서 알 수가 없네. 지난번에 이응을 따라왔던 길이 어느 길인지 알 수가 없네. 그때는 날도 저물었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길에 익숙해서 자세히 살펴볼 수가 없었네.”

양림이 말했다.

곧은 길인지 굽은 길인지 따지지 말고 큰길만 골라서 가세.”

석수는 다시 땔나무를 지고 큰길만 택해서 먼저 갔다. 가다 보니 앞에 마을이 나타났는데 주점과 푸줏간이 여러 군데 있었다. 석수는 땔나무를 진 채로 주점 문 앞에서 쉬면서 주점 안을 엿보니, 창칼들이 문 앞에 꽂혀 있었다. 사람들은 누런 조끼를 입고 있었는데 ()’ 자가 크게 쓰여 있었다. 왕래하는 사람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석수는 한 노인을 붙잡아 인사를 하고 물었다.

어르신! 이건 무슨 풍습입니까? 왜 문 앞에 이렇게 창칼을 꽂아 놨습니까?”

노인이 말했다.

자네는 어디서 온 길손인가? 모르면 그냥 얼른 지나가게.”

소인은 산동에서 대추 팔러 온 장사꾼인데, 본전을 다 까먹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어 이렇게 땔나무를 지고 팔러 다닙니다. 그런데 이 마을의 풍속과 지리를 모르겠습니다.”

빨리 다른 곳으로 가서 몸을 피하게. 여기서 조만간에 큰 싸움이 벌어질 거야.”

이런 좋은 마을에서 무슨 큰 싸움이 벌어진단 말입니까?”

자네가 진짜로 모르는 것 같으니, 내가 말해 주지. 여기는 축가촌이라 부르는 마을이고 언덕 위에는 축조봉 어른의 장원이 있네. 지금 양산박과 사이가 틀어져 그들이 군마를 거느리고 마을 입구에 와 있네. 쳐들어오고 싶어도 마을 안의 길이 복잡한 것이 두려워 함부로 쳐들어오지 못하고 바깥에 주둔하고 있네. 지금 축가장에서 호령을 내려 모든 집의 청년들이 준비를 하고 있는데, 명령이 하달되면 곧장 접응하러 나갈 거야.”

어르신 마을에 인가가 얼마나 있습니까?”

우리 축가촌에만 1~2만의 인가가 있고, 동쪽과 서쪽의 두 마을도 접응하기로 했네. 동촌에는 박천조 이응 대관인이 있고, 서촌에는 호태공이 있는데 일장청이라 불리는 따님 호삼랑이 아주 대단하다네.”

그런데 어찌하여 양산박을 두려워하십니까?”

처음 여기 오는 자들은 길을 몰라서 붙잡히게 될 거야.”

어르신! 어째서 처음 오는 자는 붙잡히게 됩니까?”

이곳의 길은, 옛 시에도 말하기를 축가장의 길은 모두 뱀처럼 구불구불하여 들어오기는 쉬워도 나가는 어렵다네.’라고 했거든.”

석수는 그 말을 듣고 울면서 땅에 엎드려 절을 하고 노인에게 말했다.

소인은 강호에서 본전을 다 까먹고 고향에도 돌아가지 못하고 있는 몸입니다. 혹시 땔나무라도 팔 수 있을까 하고 왔는데, 이제 큰 싸움이 벌어진다고 하는데 달아날 수 없으니 어찌하면 좋습니까? 어르신! 소인을 가련히 여겨 주십시오. 이 땔나무를 어르신께 드릴 테니 소인이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내가 어떻게 자네 땔나무를 공짜로 가지겠는가? 내가 땔나무를 살 테니, 자네는 들어와서 술과 밥을 먹고 가게.”

석수는 땔나무를 지고 노인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노인은 백주 한 주발과 죽 한 그릇을 주었다. 석수는 먹고 나서 감사 인사를 하고 물었다.

어르신! 나가는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자네가 마을에서 나가려면, 단지 백양나무가 보이면 돌아서 가게. 길이 넓은지 좁은지는 따지지 말고 백양나무가 있는 곳에서만 돌아가면 바로 살길이고, 백양나무가 없는 곳은 모두 죽을 길이네. 다른 나무가 있는 곳에서 돌아가도 살 길이 아니네. 만약 잘못 가게 되면 왼쪽으로 가든 오른쪽으로 가든 나갈 수가 없네. 그리고 죽을 길은 땅속에 대꼬챙이와 마름쇠가 매장되어 있어, 만약 잘못 가다가 그걸 밟게 되면 바로 사로잡힐 거야.”

석수는 절을 하고 다시 물었다.

어르신 성함이 어떻게 되십니까?”

이 마을은 대부분이 축씨인데, 나는 복성(復姓)인 종리씨(鐘離氏)이고 이곳의 토박이라네.”

술과 음식은 잘 먹었습니다. 다른 날 꼭 보답하겠습니다.”

두 사람이 얘기하고 있는데, 바깥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석수가 들어 보니, ‘간첩을 잡았다는 말이 들렸다. 석수는 깜짝 놀라 노인을 따라 나가 보니, 7~8명의 군인들이 한 사람을 묶어서 끌고 오는데 바로 양림이었다. 발가벗겨진 채 밧줄에 묶여 있었다.

석수는 속으로 아이고!’ 비명을 질렀지만 태연하게 노인에게 물었다.

저기 사로잡혀 온 사람은 누굽니까? 무슨 일로 저렇게 묶어 놓았습니까?”

노인이 말했다.

송강이 보낸 간첩이라는 말 못 들었는가?”

어떻게 붙잡았답니까?”

저놈이 아주 대담하게도 혼자서 귀신 쫓는 법사로 변장하고 마을로 들어왔다네. 그런데 길을 모르니까 큰길로만 가다가 이리저리 헤매고 죽을 길로 들어선 거지. 백양나무가 서 있는 곳에서 돌아가면 된다는 비밀을 저놈이 알 리 없지. 저놈이 길을 잘못 들어 헤매는 것을 사람들이 보고 대관인께 알려 장객들이 와서 사로잡은 거지. 그런데 저놈이 칼을 뽑아 달려들어 너덧 명을 다치게 했다는군. 하지만 많은 사람이 한꺼번에 달려들자 당해내지 못하고 붙잡힌 게지. 저놈을 아는 사람이 말하는데, 금표자 양림이라고 하네.”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앞에서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길을 비켜라! 셋째 관인께서 순찰 나오셨다!”

석수가 벽 틈새로 내다보니, 앞에는 쟁을 든 군사 20쌍이 배열하고 뒤에는 4~5명이 말을 타고 있는데 모두 손에 활을 들고 있었다. 또 가운데는 4~5쌍의 청백색 말이 젊은 장사를 에워싸고 있는데, 눈처럼 흰 말을 타고 갑옷을 입고 활을 멨으며 손에는 은빛 쟁을 들고 있었다. 석수는 그를 알아보았지만, 모른 척하고 노인에게 물었다.

저기 지나가는 상공은 누구십니까?”

노인이 말했다.

저분이 바로 축조봉의 셋째 아들 축표라네. 서촌 호가장의 일장청과 약혼했는데, 삼 형제 가운데 제일 뛰어나다네.”

석수가 인사를 하며 말했다.

어르신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길을 찾아 가겠습니다.”

오늘은 이미 늦었네. 앞에서 혹 싸움이라도 벌어진다면 자칫 자네 목숨을 잃을 수도 있네.”

어르신! 살려주십시오!”

오늘밤은 우리 집에서 자고, 내일 별일 없으면 그때 가게.”

석수는 감사인사를 하고 그 집에 머물렀다.

문 앞에서 파발꾼이 너덧 번 교대로 와서 문을 두드리며 분부하고 갔다.

백성들은 오늘 밤 홍등의 신호를 보면 모두 한 마음으로 협력하여 양산박 도적들을 잡아 관아로 압송하여 상을 청하라.”

석수가 물었다.

저 사람은 누굽니까?”

노인이 말했다.

저 사람은 이곳의 포도순검이네. 오늘 밤 송강을 잡기로 약정되어 있다네.”

석수는 그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잠시 생각하다가, 횃불을 들고 집 뒤편의 건초더미로 가서 잠을 잤다.

한편, 송강의 군마는 마을 입구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양웅과 석수가 돌아와 보고하지 않자 뒤이어 구붕을 마을로 보냈다. 구붕이 돌아와 보고했다.

가서 소식을 들어보니, 간첩을 하나 잡았다고 합니다. 길이 너무 복잡해서 찾기 어려워 감히 깊이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송강은 분노하며 말했다.

그들이 돌아와 보고하는 것을 언제까지 기다렸다가 진병하겠나? 또 지금 간첩을 잡았다고 하니, 두 형제가 잡힌 게 분명하다. 우리가 오늘 밤 쳐들어가서 두 형제를 구해야겠다. 여러 두령들의 의견은 어떠한가?”

이규가 말했다.

내가 먼저 쳐들어가서 살펴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송강은 그 말을 듣고 즉각 모든 군사들은 무장하라는 명을 내렸다. 이규와 양웅의 부대를 선봉으로 삼고, 이준 등은 합후(合後), 목홍은 왼쪽, 황신은 오른쪽을 맡게 하였다. 송강·화영·구붕 등은 중군이 되었다.

깃발을 흔들고 북과 징을 울리면서 칼과 도끼를 들고 축가장으로 쳐들어갔다. 독룡강 앞에 당도했을 때에는 황혼이 되었다 송강은 전군을 재촉하여 장원을 공격하게 하였다.

선봉 이규가 웃통을 벗어 제치고 쌍도끼를 휘두르며 불같이 앞으로 돌진해 갔다. 장원 앞에 당도해 보니 조교는 이미 높이 끌어올려져 있고 장원 문 안에는 불빛이 한 점도 보이지 않았다. 이규가 해자로 뛰어들어 건너가려 하자, 양웅이 말리며 말했다.

안 돼! 장원 문이 닫혀 있는 거로 봐서 필시 무슨 계책이 있는 거요. 형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상의합시다.”

이규는 참지 못하고 쌍도끼를 부딪히며 건너편을 향해 소리쳤다.

어이! x같은 축태공 늙은 놈아! 이리 나오너라! 흑선풍 할아버지가 여기 있다!”

장원에서는 아무런 응답도 없었다.

송강의 중군이 당도하자, 양웅이 맞이하고 장원에는 인마도 보이지 않고 아무런 동정도 없다고 보고했다.

송강이 말고삐를 쥐고 바라보니, 장원에는 인마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송강은 마음속에 의혹이 일었다가 문득 생각했다.

내가 틀렸다! 천서에 명백히 경계하여 말하기를, 적진에 임해서는 급히 서두르지 말라고 했다. 내가 두 형제를 구하겠다는 욕심에 일시적으로 잘 생각하지도 않고서 밤중에 진병하여 적진에 너무 깊이 들어와 버렸다. 장원 앞에 당도했는데도 적군이 보이지 않으니, 필시 저들에게 계책이 있는 것이다

송강이 명을 내렸다.

삼군은 빨리 후퇴하라!”

이규가 소리쳤다.

형님! 군마가 여기까지 왔는데 퇴군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먼저 돌격할 테니, 모두 나를 따르라!”

그 말이 끝나기 전에, 축가장에서 신호탄이 하늘로 치솟았고 독룡강 위에 수천 개의 횃불이 일제히 밝혀지면서 문루 위에서 화살이 비 오듯 쏟아졌다. 송강은 급히 오던 길로 군대를 돌리는데, 후군두령 이준의 인마가 소리를 질렀다.

아까 왔던 길이 모두 막혔다! 필시 매복이 있을 것이다!”

송강은 사방의 길을 찾으라고 명하였다. 이규는 쌍도끼를 휘두르며 죽일 놈을 찾았지만, 적군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독룡강 위의 산꼭대기에서 또 한 발의 포성이 울리고, 그 소리가 미처 끊어지기도 전에 사방에서 울리는 함성이 천지를 진동했다. 깜짝 놀란 송강은 눈을 휘둥그레 뜨고 멍하니 입을 벌린 채 어찌할 바를 몰랐다.

송강이 말 위에서 바라보니, 사방이 모두 매복한 군마였다. 송강은 졸개들에게 큰길을 찾아 달아나라고 명했는데, 삼군은 움직이지 못하고 소리만 질러대고 있었다. 송강이 물었다.

왜 소리만 지르고 있느냐?”

군사들이 대답했다.

앞에는 모두 뱀처럼 구불구불한 길이어서, 가다 보면 다시 제자리로 돌아옵니다.”

송강이 말했다.

횃불이 밝은 곳에 인가가 있을 것이니, 군마는 거기로 길을 찾아 가라!”

군사들이 조금 가다가 다시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횃불이 밝은 곳을 향해 길을 찾아갔지만, 대꼬챙이와 마름쇠 등이 땅에 온통 깔려 있고 녹각이 길을 막고 있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하늘이 나를 버리는 것은 아닐까?”

당황해하고 있는데, 좌군의 중간에 있는 목홍의 부대에서 소란이 일어나더니 보고가 들어왔다.

석수가 돌아왔습니다.”

송강이 보니, 석수가 칼을 들고 말 앞으로 달려와 말했다.

형님! 당황하지 마십시오. 제가 길을 알았습니다. 길이 넓고 좁은 것은 따지지 말고 백양나무가 보이면 돌아서 가라고 몰래 명을 내리십시오.”

송강이 인마를 재촉하여 백양나무가 보이는 곳에서 돌아가라고 명하였다. 5~6리쯤 갔는데, 앞에 인마가 점점 많아졌다. 송강은 의심이 들어 석수를 불러 물었다.

어째서 앞에 적병이 더 많아지는가?”

석수가 말했다.

저들이 등불로 신호하는 것 같습니다.”

화영이 말 위에서 바라보더니,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송강에게 말했다.

형님! 저기 나무 그늘 밑에 등불 보이시죠? 우리가 동쪽으로 가면 등불도 동쪽을 가리키고 우리가 서쪽으로 가면 등불도 서쪽을 가리킵니다. 저것이 신호인 것 같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저 등불을 어찌하면 좋겠나?”

화영이 말했다.

뭐가 어렵겠습니까!”

화영이 활에 화살을 메겨 앞으로 말을 달려 나가면서 나무 그늘을 향해 화살을 쏘았다. 붉은 등불이 사라졌다.

사방에 매복해 있던 군병들은 등불이 보이지 않자, 모두 혼란에 빠졌다. 송강이 석수를 불러 길을 인도하게 하여 마을 입구로 빠져나왔다. 그런데 앞산에서 함성이 연이어 일어나며 그 일대에 횃불이 어지럽게 오가고 있었다. 송강은 전군을 멈추게 하고 석수에게 정탐하라고 명했다. 잠시 후 석수가 돌아와 보고했다.

산채의 제2대 군마가 도착하여 접응하고 복병을 물리치고 있습니다.”

송강은 그 말을 듣고 진병하여 협공하라고 명하였다. 그리고 길을 찾아 마을 입구로 나오니, 축가장의 인마들은 모두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났다.

임충 · 진명 등의 군마와 만나 함께 마을 입구에 주둔하였다.

날이 밝자 높은 언덕에 목책을 세우고 인마를 점검했는데, 진삼산 황신이 보이지 않았다. 송강이 깜짝 놀라 연유를 묻자, 어젯밤에 따라갔던 군졸이 와서 말했다.

황두령이 형님의 명령을 받고 길을 찾으러 앞으로 갔는데, 느닷없이 갈대숲에서 갈고리 두 개가 나와 말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습니다. 그리고 6~7명이 황두령을 사로잡아 갔는데, 구하지 못했습니다.”

송강은 그 말을 듣고 크게 노하여 수행했던 군졸을 죽이려 하였다.

어째서 빨리 보고하지 않았느냐?”

임충과 화영이 송강을 말렸다. 모두 근심하며 말했다.

장원은 쳐부수지도 못하고 되레 두 형제만 죽게 생겼다! 이를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양웅이 말했다.

여기 세 마을이 있는데 맹약을 맺고 있습니다. 하지만 동촌의 이응은 지난 날 축표에게 화살을 맞고 지금 장원에서 요양하고 있는 중입니다. 형님께서는 그를 찾아가서 의논해 보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송강이 말했다.

내가 그를 잊고 있었네. 그는 이곳의 지리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송강은 비단과 양고기, , 그리고 좋은 말 한 필을 골라 직접 이응을 만나러 갔다. 임충과 진명은 목책을 지키게 하고, 화영·양웅·석수와 함께 3백 군마를 거느리고 이가장으로 갔다. 장원에 당도해 보니, 문루는 굳게 닫혀 있고 조교는 높이 들려져 있었으며, 담장 안에는 많은 병력이 배치되어 있었다. 문루 위에서 북소리가 울렸다. 송강이 말 위에서 소리쳤다.

나는 양산박의 의사(義士) 송강이다! 대관인을 뵈러 왔을 뿐 다른 뜻은 없으니 경계하지 말라!”

장원 문 위에서 두흥이 양웅과 석수를 보고 황망히 문을 열고 작은 배를 타고 건너와서 송강에게 인사했다.

송강도 황망히 말에서 내려 답례했다. 양웅과 석수가 다가와 송강에게 아뢰었다.

이 형제가 저희 둘을 대관인에게 인도한 귀검아 두흥입니다.”

송강이 말했다.

두집사군요. 수고롭지만 이 대관인에게 전해주시오. 양산박 송강이 오래전부터 대관인의 큰 이름을 들어 왔는데 인연이 없어 만나지 못했습니다. 지금 축가장을 대적하게 되어 이곳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비단과 명마, 양고기와 술 등의 가벼운 예물을 바치고 한 번 뵙기를 바랍니다. 다른 뜻은 없습니다.”

두흥은 송강의 말을 듣고 다시 배를 타고 장원으로 가서 대청 앞으로 갔다. 이응이 상처를 감고 이불을 덮고 침상에 앉아 있었다. 두흥이 송강의 말을 전하자, 이응이 말했다.

그는 양산박에서 모반한 자인데, 내가 어찌 그놈을 만난단 말인가? 사사로이 만날 생각 없다. 자네는 가서 그에게 말하게. 내가 지금 와병 중이라 움직이지 못해 만나기 어려우니 다른 날 만나자고. 그리고 예물은 받을 수 없다고 하게.”

두흥이 다시 건너가 송강에게 말했다.

우리 주인께서 두령께 인사를 전하라 하셨습니다. 본래는 친히 나와서 영접해야 하지만 상처를 입어 침상에 누워 계시므로 만날 수가 없고 다른 날 뵙겠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예물은 감히 받을 수 없다고 하셨습니다.”

송강이 말했다.

내가 자네 주인의 뜻을 알겠네. 내가 축가장을 치다가 실패하고 그를 만나려 하니, 축가장의 분노가 두려워 만나지 않으려는 것이겠지.”

두흥이 말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진짜로 병을 앓고 계십니다. 소인이 중산 사람이긴 하지만 여기 온 지 몇 년 되어 이곳의 사정을 제법 알고 있습니다. 중간에는 축가장, 동쪽에는 이가장, 서쪽에는 호가장이 있는데, 이 세 마을은 생사를 함께 하기로 결의하고 서로 구원하기로 약정했습니다. 지금 우리 주인이 축가장에게 당해서 구원하러 가지 않고 있지만, 서촌의 호가장은 상조하러 갈 것입니다. 호가장의 다른 사람은 별것 아니지만, 여장군인 일장청 호삼랑은 한 쌍의 일월도를 잘 씁니다. 축가장의 셋째 축표와 약혼한 사이로 조만간 혼인할 겁니다.만약 장군께서 축가장을 치시려면 동쪽은 방비 안 하셔도 되지만, 서쪽은 잘 방비하셔야 합니다. 축가장은 앞뒤에 문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독룡강 앞에 있고 하나는 독룡강 뒤에 있습니다. 앞문만 공격해서는 성공할 수 없고, 반드시 앞뒷문을 협공해야만 깨뜨릴 수 있습니다. 앞문을 공격하는 것이 중요한데, 길이 복잡하고 뱀처럼 구불구불한 데다 너비도 일정치 않아 찾기가 어렵습니다. 단 백양나무가 있는 곳에서 돌면 바로 사는 길이 되고, 나무가 없는 곳은 곧 죽는 길입니다.”

석수가 말했다.

만약 저들이 백양나무를 모두 베어 버리면 어떡하나?”

두흥이 말했다.

비록 나무는 자를 수 있지만, 어떻게 뿌리까지 다 뽑을 수 있겠습니까? 반드시 나무뿌리는 남아 있을 겁니다. 다만 낮에 공격해야지 캄캄한 밤에 공격해서는 안 됩니다.”

송강은 그 말을 듣고 두흥에게 사례하고 일행과 함께 본진으로 돌아왔다. 임충 등이 맞이하고, 모두 본진에 좌정하였다. 이응이 만나려 하지 않은 일과 두흥이 말한 것을 송강이 여러 두령들에게 설명했다. 이규가 끼어들어 말했다.

호의로 예물을 보냈는데도 그놈이 형님을 맞이하러 나오지 않았다니, 내가 3백 명 정도 데리고 가서 그 x같은 장원을 때려 부수고 그놈을 끌고 와서 형님께 절하도록 만들겠소.”

송강이 말했다.

네가 뭘 알겠냐? 그는 부귀한 양민이니 관아가 두려운 거야. 어째서 함부로 우리를 만나겠는가?”

이규가 웃으며 말했다.

그놈은 어린애인가 보네. 만나는 걸 무서워하니.”

두령들이 모두 웃었다. 송강이 말했다.

우리가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두 형제는 사로잡혀서 생사를 알 길이 없네. 여러 형제들은 힘을 다해 나와 함께 축가장을 다시 공격하세.”

두령들이 모두 일어서며 말했다.

형님의 명령을 누가 감히 듣지 않겠습니까! 누구를 선봉에 내세우시겠습니까?”

흑선풍 이규가 말했다.

당신네들이 어린애를 두려워하니, 내가 앞장서지.”

송강이 말했다.

네가 선봉이 되면 불리하니, 이번에는 너를 쓰지 않겠다.”

이규는 고개를 숙이고 화를 참고 있었다.

송강은 마린 · 등비 · 구붕 · 왕영을 선봉으로 삼고, 대종 · 진명 · 양웅 · 석수 · 이준 · 장횡 · 장순 · 백승을 제2대로 삼아 수로로 진격할 준비를 하고, 임충 · 화영 · 목홍 · 이규를 제3대로 삼아 둘로 나누어 접응하게 했다. 군사 배치가 끝나자, 밥을 배불리 먹고 갑옷을 입고 말에 올랐다.

송강은 친히 선봉에 서서, 큰 붉은 ()’ 자가 써진 깃발을 앞세우고 네 두령과 150기 군마, 1천 보군을 거느리고 축가장으로 진격하여 독룡강 앞에 당도하였다. 송강이 말을 세우고 축가장을 바라보니 과연 웅장하였다. 문루 양쪽에 백기가 서 있는데, 이렇게 쓰여 있었다.

수박을 메워 조개를 생포하라!”

양산을 짓밟아 송강을 사로잡아라!”

송강은 그걸 보고 크게 노하여 맹세했다.

내가 축가장을 때려 부수지 못하면 영원히 양산박으로 돌아가지 않겠다!”

여러 두령들도 일제히 분노했다.

송강은 후대가 모두 도착한 것을 보고, 2대는 남아 앞문을 공격하게 하고 송강은 전군을 인솔하여 독룡강 뒤로 돌아갔다. 축가장을 보니 뒤쪽은 담장이 모두 구리와 쇠로 되어 있어 아주 튼튼했다. 바라보고 있는데, 서쪽에서 한 떼의 군마가 함성을 지르며 돌격해 왔다.

송강은 마린과 등비를 남겨 축가장의 뒷문을 지키게 하고, 자신은 구붕·왕영과 함께 군대 절반을 이끌고 대적하였다. 그때 산언덕 아래에서 약 2~30명의 기마병이 한 여장군을 에워싸고 달려 나왔다. 호가장의 여장군 일장청 호삼랑이 푸른 갈기가 휘날리는 말을 타고 한 쌍의 일월도를 휘두르며 4~5백의 장객을 거느리고 축가장을 구원하러 왔다.

송강이 말했다.

호가장에 대단한 여장군이 있다고 하더니, 바로 이 사람인가 보다. 누가 그녀를 대적하겠는가?”

말이 미처 끝나기 전에, 호색한 왕영이 여장군이라는 말을 듣고 사로잡으려고 손에 쟁을 들고 함성을 지르며 말을 몰아 달려 나갔다.

양군에서 함성이 울리자, 호삼랑이 말을 박차고 칼을 춤추며 달려 나와 왕영과 맞붙었다. 한 사람은 쌍도를 잘 쓰고, 한 사람은 단쟁(短鎗)이 출중했다. 두 사람은 10여 합을 싸웠다.

송강이 말 위에서 바라보니, 왕영의 쟁법이 흐트러지는 것 같았다. 원래 왕영은 일장청을 보자마자 사로잡고 싶었지만, 10여 합을 싸우다 보니 점점 손이 떨리고 다리가 마비되어 쟁법이 어지러워졌다.

둘의 싸움이 다소 느슨해지자, 왕영은 수작을 걸어보려고 했다. 일장청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라 심중으로 생각했다.

이놈이 감히 무례하게!”

쌍도를 아래위로 휘두르며 세차게 달려들자, 왕영은 더 이상 대적하지 못하고 말을 돌려 달아나려고 했다.

그 순간 일장청이 오른손에 쥔 칼을 안장에 걸어 놓고 말을 몰아 추격하여 원숭이처럼 긴 팔을 뻗어 왕영을 붙잡아 안장에서 끌어 내렸다.

호가장의 장객들이 일제히 달려들어 쓰러뜨리고 끌고 갔다. 구붕은 왕영이 잡혀 가는 것을 보고 쟁을 들고 구원하러 달려 나갔다. 일장청이 칼을 휘두르며 말을 몰아 나와 구붕을 대적하였다. 둘은 맞붙어 싸웠다.

원래 구붕은 조상 때부터 군관 출신이라 철쟁을 잘 다루었다.

송강은 보면서 마음속으로 갈채를 보냈다. 구붕의 쟁법이 아주 뛰어났지만, 여장군을 조금도 압도하지 못했다. 등비는 멀리서 왕영이 붙잡혀 가고 구붕도 여장군을 이기지 못하는 것을 보고 쇠사슬을 휘두르며 함성을 지르면서 달려 나갔다.

축가장 쪽에서도 한동안 지켜보다가 일장청이 실수할까 염려되어 황망히 조교를 내리고 장원 문을 열더니 축룡이 3백여 명을 이끌고 쟁을 들고 말을 몰아 송강을 잡으러 달려들었다.

마린이 그걸 보고 쌍도를 휘두르며 축룡을 맞아 싸웠다. 등비는 송강이 다칠까 염려되어 좌우를 떠나지 못했다. 양쪽에서 한창 싸움이 벌어지고 함성이 끊이지 않았다. 송강은 마린이 축룡을 이기지 못하고, 구붕도 일장청을 이기지 못하는 것을 보고 당황하고 있었다.

그때 한 떼의 군마가 옆에서 달려 나왔다. 송강은 보고 기뻐하였다. 바로 벽력화 진명이 장원 뒤편에서 싸움이 벌어졌다는 것을 듣고 구원하러 온 것이었다.

송강이 소리쳤다.

진통제! 마린과 교대하시오!”

진명은 성질도 급한 사람인데다 제자 황신이 축가장에 사로잡혀 갔기 때문에 기분이 몹시 상한 터라, 말을 박차고 낭아곤을 휘두르며 곧장 축룡에게 달려들었다. 축룡도 쟁을 들고 진명을 맞아 싸웠다.

마린은 그 틈에 왕영을 구하려고 달려갔다. 일장청은 마린이 왕영을 빼앗으려고 달려오는 것을 보고, 구붕을 제쳐두고 마린을 맞아 싸웠다. 두 사람이 쌍도를 휘두르며 말 위에서 싸우는데, 마치 바람에 옥가루가 날리는 듯하고 옥 같은 꽃에 눈발이 휘날리는 것 같았다.

송강은 그걸 보면서 눈앞이 어질어질했다. 진명과 축룡이 10여 합을 싸웠는데, 축룡은 진명을 당해내지 못했다. 장원에서 사범 난정옥이 철추(鐵鎚)를 가지고 말에 올라 쟁을 들고 달려 나왔다. 구붕은 난정옥을 맞이하여 싸웠다.

난정옥은 바로 교전하지 않고 쟁을 쥐고서 비스듬히 달아났다. 구붕이 추격하다가 난정옥이 날린 철추를 맞고 말에서 떨어졌다.

등비가 소리쳤다.

얘들아! 어서 구해라!”

등비는 쇠사슬을 휘두르며 난정옥에게 달려들었다. 송강은 급히 졸개들을 불러 구붕을 구해 말에 태우게 하였다. 축룡이 진명을 당해내지 못하고 말을 박차고 달아나자, 난정옥이 등비를 제쳐두고 진명과 싸웠다.

두 사람이 1~20합을 싸웠지만 승부가 나지 않았다. 난정옥은 파탄 난 척하며 큰길이 아닌 황야로 달아났다.

진명이 낭아곤을 휘두르며 추격했다. 난정옥은 무성한 풀숲으로 들어갔다. 진명은 그것이 계략인 줄 모르고 뒤따라 들어갔다. 원래 축가장에서는 곳곳에 사람을 매복시켜 놓았던 것이다.

진명의 말이 풀숲으로 들어오자 반마삭(絆馬索)을 당겨 말과 사람이 한꺼번에 넘어지자, 함성을 지르며 달려들어 진명을 사로잡았다. 등비는 진명이 말에서 떨어지는 것을 보고 황망히 구하려 했지만, 반마삭을 보고 급히 몸을 돌렸는데,

양쪽에서 함성이 일어나면서 갈고리가 어지럽게 달려들어 말 위에서 사로잡히고 말았다. 송강은 그걸 보고 아이고!’ 비명을 지르며 구붕만 겨우 구해 말에 태웠다.

마린은 일장청을 제쳐두고 급히 달려와 송강을 보호하여 남쪽으로 달아났다. 배후에서는 난정옥· 축룡· 일장청이 추격해 왔다. 점점 길은 없어지고 마침내 사로잡히게 될 찰나, 남쪽에서 한 호걸이 나는 듯이 말을 몰아오는데 뒤에는 약 5백 인마가 따르고 있었다.

송강이 보니 몰차란 목홍이었다.

동남쪽에서도 3백 인마를 이끌고 두 호걸이 달려오고 있는데, 병관색 양웅과 반명삼랑 석수였다.

동북쪽에서도 한 호걸이 나타나 소리쳤다.

물러서라!”

송강이 보니 소이광 화영이었다. 세 방면의 인마가 일제히 다가오자 송강은 크게 기뻐하며 힘을 합쳐 난정옥과 축룡을 대적하였다. 장원에서는 두 사람이 불리해진 것을 보고, 축호는 문을 지키게 하고 축표가 사나운 말을 타고 장쟁을 들고 5백 인마를 인솔하여 뒷문으로 달려 나왔다.

혼전이 벌어졌다.

장원 앞쪽에서는 이준·장횡·장순이 해자를 건너려 하였으나, 장원에서 어지럽게 화살을 쏘아대는 바람에 성공하지 못하고, 대종과 백승은 물가에서 소리만 질러댔다.

송강은 날이 어두워지는 것을 보고 급히 마린을 불러 먼저 구붕을 보호하여 마을 입구로 돌아가게 하였다. 송강은 또 졸개들에게 징을 울리게 하여 두령들을 불러 모아 싸우면서 달아나게 하였다. 송강은 형제들이 길을 잃을까 염려하여 직접 길을 찾아서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일장청이 나는 듯이 달려왔다.

송강은 어찌할 바를 몰라 말을 박차고 동쪽으로 달아났고, 배후에서는 일장청이 바짝 추격해 왔다. 8개의 말발굽이 마치 바닥에 잔을 엎어놓은 것처럼 어지럽게 내달렸다. 송강이 달아나다가 막다른 곳에 이르자, 일장청이 바짝 쫓아와 막 손을 뻗으려 할 때 산언덕 위에서 누군가가 큰소리로 외쳤다.

어떤 x같은 년이 우리 형님을 쫓고 있느냐!”

송강이 보니, 흑선풍 이규가 쌍도끼를 휘두르며 7~80명의 졸개를 이끌고 달려왔다. 일장청은 말을 돌려 숲속을 향해 달아났다. 송강이 말을 멈추고 바라보니, 숲 옆에서 10여 명의 기마군이 나타났는데, 앞장선 장군은 바로 표자두 임충이었다. 임충이 말 위에서 크게 소리쳤다.

네 이년! 어딜 달아나느냐!”

일장청이 칼을 휘두르며 말을 몰아 곧장 임충에게 달려들었다. 임충은 장팔사모(丈八蛇矛)를 들고 대적하였다. 두 사람이 10합을 채 싸우지 않았는데, 임충이 파탄난 척하자 일장청의 쌍도가 베어 들어왔다. 임충은 장팔사모로 막으면서 쌍도가 비스듬히 들어오자 쳐내 버리고 긴 팔을 가볍게 뻗어 일장청의 허리를 잡고 끌어당겨 사로잡았다.

송강은 그걸 보고 갈채하며 기뻐하였다. 임충은 군사들에게 일장청을 포박하게 하고 말을 몰아 송강 앞으로 와서 말했다.

형님! 다치신 데는 없습니까?”

송강이 말했다.

다친 데는 없소.”

송강은 이규를 불러 마을로 가서 두령들을 접응하여 마을 입구로 돌아오라고 하였다. 하늘이 이미 어두워지자 더 이상 싸울 생각도 없었다. 흑선풍은 본부 인마를 이끌고 갔다. 임충은 송강을 보호하면서 일장청을 말에 태워 마을 입구로 돌아왔다. 그날 밤 여러 두령들도 형세가 좋지 않음을 알고 모두 급히 마을 입구로 돌아왔다.

축가장의 인마도 병력을 거두어 장원으로 돌아갔다. 온 마을에 죽은 자가 그 수를 헤아릴 수도 없었다. 축룡은 사로잡은 사람들을 모두 함거에 가두어 두고, 송강을 붙잡으면 함께 동경으로 압송하여 상을 청하려고 했다. 호가장에서는 사로잡은 왕영을 축가장으로 보냈다.

송강은 부대를 모두 마을 입구로 철수하고 목책을 세웠다. 네 명의 소두목과 20명의 노련한 졸개들로 하여금 일장청의 두 손을 묶어 말에 태우게 하고 분부했다.

양산박으로 데려가서 내 부친 송태공에게 맡기고 돌아와 보고하라. 내가 산채로 돌아가 처리하겠다.”

여러 두령들은 모두 송강이 그녀를 원하는 줄 알고 조심해서 보냈다. 그리고 부상당한 구붕도 수레에 태워 산채로 보내 휴식하게 하였다. 일행은 명을 받고 그날 밤 떠났다. 송강은 그날 밤 장막 안에서 고민하느라 밤새 잠을 자지 못하고 앉아서 새벽을 맞았다.

다음 날, 정탐꾼이 와서 보고했다.

오용 군사께서 삼완 두령과 여방·곽성, 그리고 5백 인마를 거느리고 오셨습니다.”

송강은 진을 나가 오용 등을 맞이하여 중군 막사로 인도했다. 오용이 술과 음식을 가져와 송강에게 잔을 권하여 위로하고, 삼군의 장병들도 포상하고 위로했다.

오용이 말했다.

산채의 조두령께서 형님이 불리하다는 것을 듣고 특별히 저 오용과 다섯 두령을 보내 싸움을 도우라고 하셨습니다. 전세가 어떻습니까?”

송강이 말했다.

아주 어렵습니다. 저 축가장 놈들이 장원 문 양쪽에 백기를 세웠는데, ‘수박을 메워 조개를 생포하라! 양산을 짓밟아 송강을 사로잡아라!’라고 쓰여 있습니다. 저 무례한 놈들이 먼저 공격해 왔는데, 우리가 지리를 잃어 양림과 황신이 사로잡혔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밤중에 진격했다가 또 일장청에게 왕영이 사로잡히고, 난정옥의 철추에 구붕이 다쳤으며, 반마삭에 진명과 등비가 걸려 사로잡혔습니다. 그렇게 전세가 불리했습니다. 만약 임충이 일장청을 사로잡지 못했더라면 예기가 완전히 꺾일 뻔했습니다.

이제 어떡하면 좋겠습니까? 만약 축가장을 깨뜨려 형제들을 구출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이곳에서 죽을지언정 무슨 면목으로 조개형님을 뵙겠습니까?”

오용이 웃으며 말했다.

저 축가장은 마땅히 패할 것입니다. 마침 기회가 찾아왔으니, 하루아침에 격파할 수 있을 겁니다.”

송강은 그 말을 듣고 한편으로 기쁘고 한편으로는 놀라면서 황망히 물었다.

저 축가장을 어떻게 하루아침에 격파한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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