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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주(鄭夢周, 1337~1392)

江南曲

 

江南女兒花揷頭          강남의 아가씨들 머리에 꽃을 꽂고

笑呼伴侶游芳洲          웃으며 짝을 불러 방초 우거진 물가에 논다.

蕩槳歸來日欲暮          삿대 저으며 돌아오니 해는 저물어

鴛鴦雙飛無限愁          원앙이 짝지어 날으니 그리움만 가득해라.

 

 

江南柳

 

江南柳江南柳                 강남 버들이여, 강남 버들이여

春風裊裊黃金絲              봄바람에 하늘거리며 황금 실 늘였구나.

江南柳色年年好              강남에 버들은 해마다 좋으데

江南行客歸何時              강남의 나그네는 언제 돌아가려나.

蒼海茫茫萬丈波              망망한 푸른 바다에 만 길 물결

家山遠在天之涯              내 고향은 멀리 하늘 끝에 닿은 곳이구나.

天涯之人日夜望歸舟       하늘 끝 가신 사람 돌아올 배를 밤낮 바라보며

坐對落花空長嘆              앉아서 낙화를 보며 길이 탄식하노라.

但識相思苦                     서로 보고 싶은 괴로움은 알겠지만

肯識此間行路難              이곳의 행로난도 기꺼이 알라.

人生莫作遠遊客              사람들이여, 부디 먼 길 나그네 되지 말지니

少年兩鬢如雪白              소년의 두 귀밑머리가 눈처럼 희어졌다오.

 

 

江上憶周左參             강 위에서 주좌삼이 생각나서

 

1

江上玉人何處遊          강 위의 그리운 이 어디서 노니는지

江聲日暮向東流          저물녘에 강물 소리 동쪽을 향해 흐른다.

春風萬里孤舟客          만 리 봄바람에 외로운 배 탄 나그네

一夜相思欲白頭          밤새도록 생각하니 머리가 희어지는구나.

 

2

黃金臺客鬢靑靑          황금대의 나그네 귀밑머리 푸르고

千首詩名海內驚          천여 수의 시의 명성 나라 안에 가득하다.

入掌絲綸應不遠          조칙을 지을 날도 반드시 멀지 않으리니

觀光他日話離情          관광의 다음 날에 이별의 정을 말하리라.

 

 

姑蘇臺

 

衰草斜陽欲暮秋          시드는 풀 저녁 해에 늦가을 되려는데

姑蘇臺上使人愁          고소대에 오르니 시름겹구나.

前車未必後車戒          앞 왕조가 멸망하고 뒷 왕조가 이를 경계하지 못하니

今古幾番麋鹿遊          지금까지 고라니와 사슴들이 고소대에서 얼마나 놀고 있었던고.

 

姑蘇臺 - 춘추시대 오나라 지금의 강소성 소주시에 있던 대. 오의 임금 부차가 월왕 구천을 쳐서 항복 받으니, 구천은 미인 서시를 바치며 퇴각하는 길을 열어 달라 하여 허락받았고, 부차는 서시를 극히 총애하여 이 고소대를 지어 향락에 빠지게 되었다.

 

 

高郵城

 

湖光瀲灩繞重城          호수빛 넘실거리며 여러 성을 둘러싸고

粉堞崔嵬百里明          화려한 성첩은 높아 백 리에 밝은데

仰認聖人憂治世          聖人이 治世를 근심함을 일 알겠노니

故留精卒戒嚴更          짐짓 정병을 모아서 엄히 고치게 하였도다.

往時豪傑來依險          지난날 호걸들도 이 험난한 곳에 와서

每逞頑凶此弄兵          자주 이곳에서 병기로 장난치다 죽기도 하였으나

畢竟驅民爲湯武          마침내 백성을 몰아 탕왕과 무왕시대 만들었는데

今看菱芡滿池生          지금은 마름풀만 연못 가득 돋아나네.

 

湯武 - 하나라의 걸왕을 쳐서 은나라를 일으킨 성탕과, 은 나라의 주왕을 쳐서 주나라를 일으킨 무왕을 말한다.

 

 

高郵湖

 

南歸日日是遨遊          남으로 돌아와 날마다 유람하니

湖上淸風送葉舟          호수에 청풍 일어 일엽편주를 띄운다.

兩岸菰蒲行不盡          양 언덕 줄풀과 부들은 가이 없으니

又隨明月宿芳洲          밝은 달 방초 물가에 하룻밤 묵으련다.

 

 

哭李密直種德             밀직 이종덕을 哭하다

 

自是韓山積善餘          한산 이씨 문벌은 적선한 일이 있는데

賢郞欠壽竟何如          아들이 일찍 오래 살지 못함은 어찌 된 일인가.

古來此理誠難詰          옛부터 이러한 이치 정말 알기 어려웠으니

孔聖猶曾哭伯魚          공자 같은 성인도 일찍 아들 백어를 곡하였도다.

 

 

金山寺

 

金山宛在碧波間          금산은 푸른 물결 새로 완연히 보이고

山下扁舟信往還          산 아래로 일엽편주 마음 놓고 오고 간다.

眼底已窮眞面目          눈 아래로 이미 진면목이 다보이니

不須脚力更登攀          다리 힘들여 다시 올라갈 필요 없도다.

 

 

寄李正言

 

春風苦憶李長沙          봄바람에 이장사 그리워 괴로웁나니

徏倚南樓日欲斜          남쪽 누대 기대니 해가 지려 하는구나.

宣室承恩應未遠          선실에서 은혜 받기 멀지 않으리니

石灘明月不須誇          석탄의 밝은 달빛 자랑할 것도 없도다.

 

 

寄題雙溪樓

 

求詩今見白巖僧          백암사 스님 시를 구하나

把筆沈吟愧不能          붓 잡고 쩔쩔매니 부끄럽기 가없네.

淸叟起樓名始重          청수 스님 중창하며 이름나기 시작했고

牧翁作記價還增          목옹 기문 덧보태어 더더욱 이름났지.

煙光縹緲暮山紫          노을 지니 저물녘 산 자색으로 젖어 들고

月影徘徊秋水澄          달그림자 배회 속에 가을 물이 맑아라.

久向人間煩熱惱          오랫동안 세속 번뇌 시달렸거니

拂衣何日共君登          언제나 다 잊고 함께 오를 것인지.

 

 

多景樓贈季潭             다경루에서 계담에게 주다

 

欲展平生氣浩然          평생에 기른 호연지기를 펴려면

須來甘露寺樓前          모름지기 감로사 누각 앞에 서 보시라.

瓮城畫角斜陽裏          옹성의 화각 소리가 지는 해 속에 울리고

苽浦歸帆細雨邊          고포의 돌아가는 돛단배 가랑비 가에 있구나.

古鑊尙留梁歲月          옛 가마에는 여전히 양 나라 세월 머물고

高軒直壓楚山川          높은 누각은 바로 초나라 산천을 누르는구나.

登臨半日逢僧話          올라서 반나절 동안 스님을 만나 이야기 나누니

忘却東韓路八千          우리나라로 가는 팔천 리 길을 내 잊어버렸구나.

 

 

丹心歌

 

此身死了死了            이 몸이 죽고 죽어

一百番更死了            일백 번 고쳐 죽어

白骨爲塵土              백골이 진토 되어

魂魄有也無              넋이라도 있고 없고

向主一片丹心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寧有改理也歟            변할 줄이 있으랴.

 

 

端午日戱題

 

今年端午在郵亭          금년 단오는 우정에서 맞는데

誰送菖蒲酒一甁          그 누가 창포주 한 병 보내주려나.

此日不宣沈角黍          오늘은 웃기떡을 물에 넣지 말지니

自家還是屈原醒          자가환시 굴원처럼 술이 깨어 있으리.

 

 

大倉

 

幽人夜不寐              은자가 이 밤에 잠 못 이루니

秋氣颯以涼              가을바람 소리는 싸늘하구나.

曉來眄庭樹              새벽 뜨락의 나무 골똘히 바라보니

枝葉半已黃              가지와 잎이 벌써 반은 누렇도다.

白雲從東來              흰 구름이 동에서 오려니

悠然思故鄕              아득한 고향 땅 그리워진다.

故鄕萬餘里              고향은 만 리 밖인데

思歸不可得              그리워 가고파도 그리 못하네.

手把古人書              옛사람의 책을 손에 들고서

憂來聊自讀              근심스레 홀로 읽는다.

憂來縈中腸              수심이 몰려와 창자에 얽히니

廢書長嘆息              책을 덮고 길게 탄식한다.

人生百歲內              인생은 백 년을 못 넘기니

光景如過隙              섬광처럼 스쳐 가리라.

胡爲不自安              어이해 홀로 편치 못하고

而作遠遊客              멀리 떠도는 나그네가 되었는가.

 

 

讀易 二絶

 

1

石鼎湯初沸              돌 솥에 차 끊기 시작하니

風爐火發紅              풍로의 불빛이 벌겋게 달아오르네.

坎離天地用              물(坎卦)과 불(離卦) 이는 천지의 쓰임이니

卽此意無窮              참으로 이 뜻이 무궁현묘하도다.

 

2

以我方寸包乾坤          내 마음으로 건곤을 감싸고

優遊三十六宮春          삼십육 궁에 봄 경치에 느긋이 노닌다.

眼前認取畫前易          그려지기 이전 역을 눈앞에 인취하고

回首包義跡己陳          머리를 돌리니 복희씨의 자취가 이미 베풀어졌구나.

 

 

冬夜讀春秋

 

仲尼筆削義精微          공자가 필삭하여 정미를 다한 춘추를

雪夜靑燈細玩時          눈 오는 밤 불을 밝히고 세밀하게 음미할 때

朝抱吾身進中國          일찍이 내 몸은 중국에 가 있는 마음이었는데

傍人不識謂居夷          곁의 사람들은 그것을 알 까닭 없이 나를 미개한 나라에 있는 줄만 안다네.

 

 

僮陽驛壁畵鷹熊歌用陳敎諭韻    동양역 벽에 그린 송골매 양태를 진교유의 운을 빌어 노래하다

 

波濤龍騰凌碧虛                        물결은 용이 승천하듯 하늘에 사무치고

紅旌渡淮風卷舒                        붉은 깃발은 회수 건너 바람에 펄럭인다.

人言大將受節鉞                        사람들 말하네, 임금의 임명 받은 대장은

許國不復思全軀                        나라 위해 제 몸 생각 않는 법이라 했다.

車騎徐驅臨楚岸                        수레와 말 천천히 몰아 초나라 언덕으로 가고

雷霆已殷齊東隅                        천둥은 이미 제동에까지 울리는구나.

猛士股栗聽指揮                        용맹하던 군사들도 다리 떨며 지휘를 받고

縣尹首縮爭來趨                        고을 원님들은 목 움츠려 다투어 와 항복한다.

君不見鳥中有鷹兮                    그대는 모르는가, 새 중에 매가 있어

衆鳥翶翔莫能及                        뭇 새들 높이 날아도 미칠 수 없는 것을.

又不見獸中有熊兮                    또 모르는가, 짐승 중에 곰이 있어

百獸懾伏不敢立                        온갖 짐승 두려워서 감히 서 있지도 못하는 것을.

將軍本是萬人敵                       장군이란 원래가 만 인과 맞서는 것

氣味吾知與之協                       그 기세와 멋이 매와 곰에 어울리는 것을 나는 아노라.

撫劍思從沙漠游                       칼 어루만지며 생각은 사막에 노닐고

撚箭志在陰山獵                       화살 부비며 음산의 사냥에 뜻을 두노라.

僮陽驛中住半月                       동양역에 반 달 동안 머물다가

適見畵工精所業                       마침 정한 화공을 만났도다.

高堂大壁                                  높다란 집 큰 벽에

使之揮筆展其才                       그림 그리게 하여 그 재주를 펴 보게 하니

郭熙韓幹眞輿臺                       곽 희와 한 간은 참으로 그 하수이로다.

維熊昂頭兮鷹奮翼                   곰은 머리 쳐들고 매는 날개 떨치는데

精神妙處不在矩與規               정신의 오묘함은 법도도 넘어선 곳에 있도다.

政逢盛代修武備                      정히 성세에 서로 만나 무비를 닦음에

我亦獻馬過海陲                      나 또한 말을 바치고 이 해변을 지나노라.

日長公館綠陰合                      해 긴 공관에는 녹음이 어우러졌는데

閉門看畵仍低佪                      문 닫고 그림 보며 오락가락 거니는구나.

盤飛須臾灑毛血                      빙빙 날아도는가 싶었는데 어느새 새의 털에 피 뿌리고

顧盻髣髴生風威                      힐끗이 돌아보는 모습에 위풍이 생동하도다.

鷹兮熊兮                                 매여, 곰이여

我當效汝於丹靑之外兮           내 마땅히 그림 밖에서 너를 본받아

決吾之勇兮起吾衰                  나의 용기 끊어내어 나의 쇠약함을 떨치리다.

又安得壯士如汝二物之神俊者 어찌하면, 너희 두 무리같이 빼어난 장사 얻어

死生終始莫相違                      생사간에 끝과 시작 어김없이 되어서

繫頸匈奴之頑黠                      완악하고 교활한 흉노의 목 묶어 끌고 와

勒銘燕然之崔巍                      동양역산 높은 곳에 비석 세워 기록하리라.

功成歸來報天子                      공 이루고 돌아와 천자에게 아뢴 뒤에

乞身試向山中回                      산속으로 돌아가 쉬겠다고 이 몸 한 번 청해 볼까.

 

 

冬至吟

 

造化無偏氣              대자연의 이치는 치우친 기운이 없으되

聖人猶抑陰              성인은 여전히 음을 억압한다.

一陽初動處              하나의 양이 처음 움직인 곳에서

可以驗吾心              나의 마음의 체험이 가능하다.

 

2

乾道未嘗息              하늘의 도는 숨쉬기 이전이요

坤爻純是陰              땅의 효는 순박함을 일러 음이라 한다.

一陽初動處              하나의 양이 처음으로 움직인 곳에서

可以見天心              하늘의 마음을 봄이 가능하리라.

 

 

登全州望樓京臺          전주 망경대에 올라

 

千仞岡頭石徑橫          천 길 험한 언덕에 돌길은 비탈지고

登臨使我不勝情          누대에 올라 내려 보니 감회가 새로워라.

靑山隱約夫餘國          말 없는 청산 부여국

黃葉繽粉百濟城          단풍 흩날리는 백제성이여.

九月高風愁客子          구월 산바람에 나의 마음 구슬퍼

十年豪氣語書生          십 년 호기를 선비에게 전하노라.

天涯日沒浮雲合          저 멀리 하늘에 해는 지고 구름은 모여들고

翹首無由望玉京          머리 길게 뽑고 바라보아도 서울 길은 멀기만 하구나.

 

 

明遠樓 

 

淸溪石壁抱州回          맑은 시냇물은 바위 벽과 고을을 휘감고 흐르나니

更起新樓眼豁開          새로 지은 누각에 다시 서니 눈이 활짝 열린다.

南畝黃雲知歲熟          남녘의 이랑 황금 들녘은 풍년이 들었음을 알려주노니

西山爽氣覺朝來          서산의 서늘한 기운 아침이면 느껴진다.

風流太守二千石          풍류를 즐기는 태수는 이천 석으로

邂逅故人三百杯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술 삼백 잔을 마신다.

直欲夜深吹玉笛          밤이 깊어가려 하니 바로 옥피리를 불며

高攀明月共徘徊          밝은 달과 인척을 맺어 함께 이리저리 돌아다닌다.

 

 

暮春                            늦은 봄에

 

秋風過了又春風          가을바람 이는가 하더니 어느덧 봄바람 일고

百歲光陰一夢中          백 년의 세월도 한바탕 꿈만 같아라.

惆悵簷前夜來雨          처마 앞 내리는 밤비로 이 마음 쓸쓸한데

滿城多少落花紅          온 성안에는 떨어진 꽃들로 붉게 물들겠구나.

 

 

 

世人多夢寐              세상 사람들 꿈을 자주 꾸나니

夢罷旋成空              깨어나면 아무것도 남는 게 없다.

自是因思慮              스스로 그로 인하여 깊은 생각 하나니

何能有感通              어떻게 해야 감통을 얻으리오.

殷家得傅說              은나라 고종은 부열(傅說)을 얻었고

孔氏見周公              공자는 꿈속에서 주공을 뵈었다.

此理人如問              사람에게 이 이치 적용을 묻는다면

當求至靜中              먼저 정신을 고요함에 이르게 해야 한다하리.

 

 

聞曉鼓

 

更深耿耿抱愁懷          밤은 깊어가도 수심만 또렷하야

城上俄開曉鼓催          성 위로 올라 잠시 새벽을 여는 북소리 듣는다.

客路半年孤枕上          반년의 나그네 길에 외로운 베갯머리 위로

窓欞依舊送明來          격자창은 변함없이 밝은 빛을 보내오는구나.

 

 

渤海懷古

 

唐室勞師定海東          당나라 사람들 힘들여 해동을 평정했으나

大郞隨起作王宮          대조영이 바로 따라 일어나 왕궁을 지었다.

請君莫說關邊策          청컨대 그대여 변방의 정책을 말하지 말라

自古伊誰保始終          자고로 그 누가 처음과 끝을 보장하리오.

 

 

蓬萊閣

 

採藥未還滄海深          불사약 캐러 갔다 돌아오지 못한 푸른 바다 깊고

秦皇東望此登臨          진시황은 동쪽 바라보며 여기 누대에 올라 바라보았다.

徐生詐計非難悟          서복의 거짓 계교를 깨닫기는 어렵지 않았음은

自是君王有欲心          여기엔 군왕의 욕심 때문이겠지.

 

 

思美人辭                   그리운 사람을 부르는 노래

 

思美人兮如玊            옥 같은 임을 생각합니다

隔蒼海兮共明月          푸른 바다 건너 두고 밝은 달을 함께 했었지요.

顧茫茫兮九州            망망한 중국 대륙을 바라보니

豺狼當道兮龍野戰     늑대가 길을 막고 용이 들에서 싸웁니다.

紲余馬兮扶桑            내 말을 동쪽 바다에 매어두었으니

悵何時兮與遊讌         슬프다, 어느 때 함께 잔치에 놀 수 있을까 .

進以憹兮退以義         그대는 예의로 나아가며 正義로 물러서고

搢紳笏兮戴華簮         신과 홀에 화잠을 꽂았었지요.

願一見兮道余意         한 번 만나 내 뜻을 말하고 싶어도

君何爲兮江之南         그대는 어이하여 강남에 멀리 계십니까.

 

 

山東老人

 

婦去採桑男去耕          부인은 뽕 따러 가고 남편은 밭을 가니

籬間炙背喜新晴          울타리 사이로 따뜻한 새로 난 볕이 좋아라.

鬂毛幾閱經離亂          귀밑 터럭은 몇 번이나 난리 겪었나?

眼孔猶存見太平          눈알은 남아 오히려 이 태평 세상 보누나.

小圃花開親灌漑          작은 남새밭 꽃 피어 직접 물도 주고

比鄰酒熟屢招迎          이웃에서 술 익었다고 자주 오라 하네.

坐談八十年前事          앉아서 팔십 년 전의 일을 얘기하니

童稚來聽耳共傾          아이들도 와서 귀 기울여 듣고 있네.

 

 

山東途中

 

飄然乘風涉滄溟          표연히 이는 바람 타고 검푸른 바다 건너

跨馬日日登郵亭          날마다 말 타고 우정에 오른다.

柳條拂地翠蛟舞          버들가지는 땅을 박차고 나온 교룡이 춤추듯 하고

桃花滿城紅錦零          복사꽃은 성에 가득 붉은 비단을 깔았구나.

客鬚盡向異鄕白          이역에서 나그네는 온통 수염이 희어졌고

俗眼肯爲吾曹靑          세인은 나를 반기려 할런지.

愁來無方不可撥          온갖 시름 찾아들어도 떨치지 못하고

直須火急呼酒甁          다만 화급히 술병을 찾는다네.

 

 

相思曲 

 

雲聚散月盈虧          구름은 모였다가 흩어지고 달은 찼다가 기울지만

妾心不移                 첩의 마음은 변하지 않습니다.

了却開添一語          봉함하였다가 도로 열어 한 마디 덧붙이면

世間多病是相思      세간에서 병 많은 것이 상사병이라 하더이다.

 

9살에 外三寸 집에 머물 때 한 여종이 지아비에게 부칠 편지의 대필을 구하므로 위 두 구를 써 주었으나 종이 그 말이 짧다고 주춤거리자 봉투를 열어 아래 두 구를 더 써 주었다.

 

 

石鼎煎茶                    돌솥에 차를 달이며

 

報國無效老書生          나라에 은혜를 갚은 것도 없는 늙은 서생이

喫茶成癖無世情          茶 마시는 오랜 습관에 세속에 관한 마음이 없다네.

幽齋獨臥風雪夜          눈바람이 차갑게 부는 밤에 조용한 서재에 홀로 누워

愛聽石鼎松風聲          돌솥에서 나는 솔바람 소리 즐겨 듣노라.

 

 

宿湯站                        탕참에서 묵으며

 

半生豪氣未全除          반평생의 호탕한 기운 다 없어지지는 않아

跨馬重遊鴨綠堤          말에 걸터앉아 압록강 둑에서 놀았다.

獨臥野盤無夢寐          홀로 들판 반석에 누워도 잠은 오지 않고

滿山明月子規啼          밝은 달빛 산에 가득하고 자규는 울어댄다.

 

 

乘舟別京 

 

潮落潮生漸遠行          썰물과 밀물 따라 점차 멀어지니

不堪回首望松京          참지 못하고 머리 돌려 서울 송도를 바라본다.

海門千里來相送          천 리나 먼 바다 어귀에 와서 보내려 함은

只有靑山最有情          다만 가장 연모하는 푸른 산이 있어서라오.

 

 

辛丑十月 庭前菊花嘆     신축년 십월 뜰앞 국화의 노래

 

夏月雨不止              여름에 비가 그치지 않더니

秋來天早霜              가을 오니 일찍 서리 내리네.

萬物苦憔悴              만물은 괴로이 초췌훼 가는데

流年劇奔忙              흐르는 세월은 분망히 내닫는구나.

菊花何太晩              국화여 어찌 이리도 늦었는고

開不及重陽              중양절까지도 피지 않다니.

正當十月交              바로 십월이 되려 하고

風日漸寒凉              바람만 점점 싸늘해 가는데.

粲粲發舊態              찬연히 옛 자태를 발해

悠悠抱淸香              유유히 맑은 香을 안았구나.

枝葉綠未歇              가지 잎 아직 푸르름 다하지 않았고

花蘂亂金黃              꽃술에는 황금의 모습이 어지럽구나.

我病不出門              내 병 들어 문을 나서지 못해

邀叢獨彷徨              떨기를 맞아 혼자서 방황하노라.

可愛不可餐              사랑할 수는 있되 먹을 수는 없어

三嗅臨垂堂              세 번 냄새 맡고 당으로 돌아왔네.

人雖可與語              사람이란 비록 더불어 말할 수는 있어도

吾惡其心狂              나는 그 광기 어린 마음을 싫어한다네.

花雖不解語              꽃이란 비록 말을 알아듣지 못해도

我愛其心芳              나는 그 꽃다운 마음을 사랑한다네.

平生不飮酒              평생토록 술을 마시지 않았어도

爲汝擧一觴              너를 위해 술잔 한 번 들 것이요.

平生不啓齒              평생토록 이 드러내 웃지 않았어도

爲汝笑一場              너를 위해 한바탕 웃어보련다.

菊花我所思              국화, 내 사랑이여!

桃李多風光              풍광이야 복사 오얏만큼이나 하겠냐마는.

 

桃李 - 이성계 일당

 

 

安東映湖樓回自日本作    일본서 돌아와 안동 영호루에서

 

閱遍東南郡縣多          동남으로 여러 고을 두루 돌아다녔지만

映嘉形勝覺尤加          영가의 경치가 그 중 제일 고와라.

邑居最得山川勢          지세가 빼어난 곳에 이 고을이 자리 잡아

人物紛然將相家          인물도 많아라, 재상 장軍 분분하네.

場圃歲功饒菽粟          논밭에 풍년 들어 곡식들은 넉넉하고

樓臺春夢繞鸎花          누대의 봄날에는 꾀꼬리와 꽃이 있네.

直須酩酊終今夕          모름지기 오늘 밤이 다 새도록 취하리

萬里初回海上槎          천 리 만 리 초행길에 배를 타고 왔으니.

 

 

安邊城樓

 

歸心杳杳入長空          돌아가고픈 마음은 아득히 먼 하늘에 들고

萬里登樓滿帽風          만 리 변성 루에 오르니 모자 가득 바람이로다.

已信此身無定止          정처 없이 떠도는 이 몸

明年何處聽秋鴻          명년엔 어느 곳에서 가을 기러기 소리 들으려나.

 

 

夜客

 

客夜人誰問              밤에 객을 누구도 찾지 않고

沈吟欲二更              조용히 읊조리니 이경이 되려 한다.

詩從枕上得              시는 베개 위 쫓아 얻고

燈在壁間明              등잔불은 벽 사이에서 밝구나.

默默思前事              묵묵히 지난 일을 생각하며

遙遙計去程              곰곰이 앞으로 갈 길을 헤아려본다.

俄然睡一覺              깜빡 졸다가 깨어보니

童僕報鷄鳴              아이놈이 닭이 운다 알려주는구나.

 

 

夜興 

 

夜氣生公館              빈 관청에 찬 기운 돌고

空庭雨乍收              빈 뜨락에 비 잠깐 그쳤구나.

飛螢帶秋思              나는 반딧불에 가을 생각나고

宿客抱情愁              잠자는 객도 그리운 생각에 젖는다.

露葉聞餘滴              나뭇잎에 이슬 떨어지는 소리

星河看欲流              은하수는 막 흘러내리려는 듯하다.

明朝還北去              내일 아침 북으로 떠나야 하니

數起問更籌              몇 번이고 일어나 시간을 묻는다.

 

 

楊子江

 

龍飛一日樹神功          용이 날아 하루 만에 신령한 공을 이루니

直使乾坤繞漢宮          곧바로 천하를 한나라 궁실을 섬기게 하였다.

但把長江限南北          다만 장강을 남북으로 갈라 놓았으니

曹公誰道是英雄          누가 조조를 영웅이라 말하는가?

 

 

楊子江船上                 양자강 배 위에서

 

身隨海舶賀王正          배를 따라 황실의 새해 축하하려

路入江南眼忽明          길이 강남에 드니 문득 밝아진다.

地闢天開新建極          천지가 개벽하여 새로 황극이 서니

龍盤虎踞舊聞名          용반호거는 고금이 듣던 이름대로다.

 

 

旅寓                        일본에 사신 가 객관에서 지은 시

 

生平南與北              한 평생 남북으로 떠돌아 보았지만

心事轉蹉跎              세상사 뜻대로만 되지 않았다.

故國海西岸              고국은 바다 건너 서안에 있는데

孤舟天一涯              외로이 배 타고 한 점 하늘가에 이르렀다.

梅牎春色旱              매화 핀 창가엔 봄이 이른데

板屋雨聲多              판자 지붕엔 빗소리가 요란하다.

獨坐消長日              긴 날을 혼자 앉아 보내니

那堪苦憶家              애 끊이는 고향 생각 어이 견디리.

 

 

詠松

 

虯蟠才尺許              몸을 틀고서 겨우 한 자 남짓하건만

意勝拂雲長              뜻은 빼어나 하늘 찌르듯 높도다.

封植雖今日              옮겨 심은 건 비록 오늘이지만

摩挲閱幾霜              어루만지며 몇 성상을 지냈는가.

屈渠中谷態              굽고서 그 골짜기로 뻗은 자태

伴我北窓凉              나를 짝하니 북창이 서늘하다

固識非凡物              본디 비범한 물건인 줄 알고서

相參凡案傍              책상 곁에다 두고 있다.

 

 

永州故友                 영주 옛 친구

 

霧冷驚秋夕              안개가 차가워 추석날에 놀라는데

雲飛戀故丘              하늘에 구름 날아가니 고향 그리워라.

魚肥香稻熱              물고기 살찌고 향기로운 벼 익어가고

鳥宿翠林稠              푸른 숲은 빽빽한데 새가 깃드는구나.

 

 

嗚呼島

 

三傑徒勞作漢臣          세 호걸 헛된 수고 한의 신하 되었으되

一時功業竟成塵          한 시절의 공업도 필경 티끌이로다.

只今留得嗚呼島          다만 지금은 오호도가 남아

長使行人淚滿巾          오래도록 나그네의 눈물 수건을 적신다.

 

 

偶題                        우연히 짓다

 

今日知何日              오늘이 무슨 날인고 하니

春風動客衣              봄바람이 나그네 옷깃 날리는구나.

人遊千里遠              사람들과 어우러짐 천 리나 멀어지고

雁過故山飛              기러기는 고국의 산천으로 날아간다.

許國寸心苦              나라에 바친 한 조각 마음 괴롭건만

感時雙淚揮              시절을 느끼니 두 줄기 눈물이 흐른다.

登樓莫回首              누각에 올라 머리를 돌리지 않아도

芳草正菲菲              꽃다운 풀이 한창이로구나.

 

 

吟詩

 

終朝高詠又微吟          아침이 다 하도록 읊고 또 음미해 보노라.

若似披沙欲練金          모래 속 파헤쳐 금싸라기 찾으려는 것 같다오.

莫怪作詩成太瘦          시 짓느라 수척해졌다고 괴이타 말게

只緣佳句每難尋          다만 좋은 시구란 어렵게 찾아지는 것이라오.

 

 

熊嶽古城

 

瘦馬荒城路              황폐한 성 길에서 여윈 말 타고

低回行色微              오락가락하는 행색이 변변치 않고나.

旋風帶沙起              회오리바람은 모래 띠를 일구며

片雨逐雲飛              소나기는 구름 따라 날라가네.

日落狐狸走              해가 지니 여우와 너구리가 달아나고

叢深鳥雀歸              수풀 깊이 새들이 돌아가는데.

哀哉北征卒              애처롭다 군사들이 북정 하다가

車下宿相依              수레 밑에 기대여 서로 잠을 잤으니.

 

 

飮酒

 

客路春風發興狂          나그네 길 봄바람에 흥이 미친 듯 일어

每逢佳處卽傾觴          매양 절경을 만나면 술 잔을 기울이노라.

還家莫愧黃金盡          집에 돌아와 황금 다 썼다 부끄러워 말라

剩得新詩滿錦囊          새로운 시 지어 비단 주머니에 가득하도다.

 

 

再遊是寺                     다시 이 절에 와 놀다

 

溪流繞石綠徘徊          개울물 바위 휘감아 푸른빛 감돌고

策杖沿溪入洞來          지팡이 짚고 개울 따라 고을에 든다.

古寺閉門僧不見          옛 절은 닫혀 있어 스님은 보이지 않고

落花如雪覆池臺          지는 꽃만 눈인 양 연못의 누대를 덮는구나.

 

 

征婦怨                        전쟁에 나간 병사의 아내의 원망

 

1

一別年多消息稀          이별 한 뒤 여러 해 되었건만 소식조차 없으니

塞垣存沒有誰知          변방에서 죽었는지 살았는지를 그 누가 아는지요.

今朝始寄寒衣去          오늘 아침 비로소 겨울옷을 부치러 가는 아이는

泣送歸時在腹兒          울며 보내고 돌아올 때 뱃속에 있던 아이랍니다.

 

2

織罷回文錦字新          비단 짠 뒤 편지글 쓰니 비단 위 글씨 새로운데

題封寄遠恨無因          겉 봉투 적어 봉하여 멀리 부치려 해도 전할 길 없어 한스럽네.

衆中恐有遼東客          뭇사람 가운데 요동 길손 있을까 염려되어

每向津頭問路人          날마다 나루 어귀에서 길손에게 물어보네.

 

 

定州重九韓相命賦      정주에서 중양절에 한상이 지으라 하여

 

定州重九登高處          정주에서 중양절에 높은 곳에 올라보니

依舊黃花照眼明          국화꽃은 예와 같이 훤하게 눈에 비쳐 밝아라.

浦溆南連宣德鎭          갯벌은 남쪽으로 선덕진에 이어지고

峯巒北倚女眞城          산봉우리는 북으로 여진의 성에 기대어있다.

百年戰國興亡事          백 년간 전쟁에 흥하고 망한 일들

萬里征夫慷慨情          만 리 밖에 나그네에겐 북받치는 懷抱로다.

酒罷元戎扶上馬          술 끝나자 원융대장 부축받아 말에 오르니

淺山斜日照紅旌          얕은 산, 비낀 해가 붉은 기를 비추고 있어라.

 

 

題驪興樓                     여흥루에 제하다

 

煙雨空濛滿一江          안개비 쓸쓸히 강에 가득하니

樓中宿客夜開窓          누대 안의 나그네는 밤에 창을 연다.

明朝上馬衝泥去          내일 아침 말에 올라 진흙 뚫고 가려니

回首滄波白鳥雙          푸른 물결에 머리 돌리니 백조 한 쌍 나는구나.

 

 

題益陽新亭              익양의 새 정자에 제하다

 

山近暮雲合              해거름 산 근처에 구름이 모여들고

草長秋雨深              풀은 늘어지고 매서운 가을비 온다.

一燈孤客夢              등불 하나 외로운 나그네의 꿈

千里故人心              천 리나 먼 임의 마음일세

 

 

舟中夜興                     배 안 밤 흥취

 

湖水澄澄鏡面平          호수는 맑고 맑아 거울같이 잔잔한데

舟中宿客不勝淸          배 안에 자는 나그네 청정함을 못 봐주고

悄然半夜微風起          근심스레 한밤에 미풍이 일더니만

十里菰蒲作雨聲          십 리 줄풀과 부들에 빗소리 들려 온다.

 

 

舟次白鷺洲                 배에서 백로주를 차운하다

 

白鷺洲邊浪接天          백로주 주변의 물결은 하늘에 닿고

鳳凰臺下草如煙          봉황대 아래는 풀이 연기와 같도다.

三山二水渾夜舊          삼산과 이수(二水)는 모두 예와 같거니

不見當年李謫仙          그 당시의 이적선은 보지 못했다.

 

 

中秋 

 

中秋昔作咸州客          중추절에 함주의 나그네 되었는데

屈指今經二十年          손꼽아 헤아려보니 금년이 이십 년이네.

白首重來對明月          흰 머리로 다시 와 밝은 달을 보니

餘生看得幾回圓          남은 인생에 둥근 모습 몇 번이나 볼 수 있을가.

 

 

中秋有懷

 

今夜中秋去年月          오늘 밤 추석에도 작년의 달은 떴지만

去年客子猶未歸          작년의 나그네는 아직도 돌아가지 못했네.

明年何處逢明月          내년은 어디에서 밝은 달 만나려나.

獨坐南窓自詠詩          홀로 남창가에 앉아서 시를 읊는다.

 

 

贈尙州金先致相國      상주의 김선치 상국에게

 

雨中留我酒杯深          빗속에 머물다 술이 취하여

半日高談直百金          반나절 고담준론 백 금이로다.

只爲朝天促歸驥          천자 보기 위해 가는 말 재촉하니

夕陽芳草懊人心          석양의 방초에 사람 마음 아프구나.

 

 

贈僧

 

松風江月接沖虛          솔바람 강에 비친 달이 허공에 닿으면

正是山僧入定初          이 때가 곧 산승이 선경에 들 때로다.

可吲紛紛學道者          가소롭도다, 어지러이 도를 배우는 자야

聲色之外覓眞如          성색의 밖에서 진여를 찾는구나.

 

 

贈禮部主事胡璉         예부 주사 호련에게

 

男子平生愛遠遊          사나이 평생을 멀리 떠다니기 좋아하지

異鄕胡乃歎淹留          어찌 낯선 땅에서 머무는 것 탄식하리오.

無人更掃陳蕃榻          진번의 의자 쓸어줄 사람 아무도 없고

有客獨登王粲樓          왕찬의 누대에 올라갈 사람만 있구나.

萬戶砧聲明月夜          달 밝은 밤 집집마다 들리는 다듬질 소리

一竿帆影白鷗洲          흰 갈매기 나는 모래섬에는 흰 돛단배 그림자

時來飮酒城南市          성남에서 때때로 술을 마시나니

豪氣猶能塞九州          호탕한 기운 여전히 구주를 채울 수 있도다.

 

 

贈日本洪長老

 

白雲何事出靑山          백운이 무슨 일로 청산을 나왔을까

只爲蒼生久旱乾          오랜 가뭄에 시달린 백성을 위해서이다.

一杖往來應有意          홍 장로가 산에서 나온 까닭이 정히 이러하니

傍人莫作等閑看          길에서 등한하게 보아서는 안 될 것이다.

 

 

瞻星臺

 

瞻星臺兀月城中          첨성대는 반월성에 우뚝 솟아있고

玉笛聲含萬古風          옥피리 소리는 만고의 고상한 멋을 머금었도다.

文物隨時羅代異          문물은 시대에 따라 신라와 다르나

嗚呼山水古今同          아! 산과 물만은 옛날과 지금이 한가지로다.

 

 

春興 

 

春雨細不滴              봄비 가늘어 방울지지 않더니

夜中微有聲              밤 깊어 희미하게 빗소리 들린다.

雪盡南溪漲              눈 다 녹아 남쪽 개울에 물 불어날 것이니

多少草芽生              풀싹은 얼마나 돋아났을까.

 

 

湯浴                         목욕

 

雨行泥汚遍              비 내려 모두가 진흙탕 세상

熱走汗霑頻              열나게 다니다 땀에 자주 젖는다.

沂浴思春暮              기수에 목욕하니 저문 봄 그리워져

湯銘誦日新              탕왕 비명의 “날로 새롭다‘를 읊조린다.

氤氳喜有水              하늘 땅 기운 서린 물이 있어 좋으니

淸淨洗無塵              청정히 씻어내니 먼지가 없구나.

頓覺精神爽              문득 깨달으니 정신이 상쾌하고

臨風更網巾              바람을 맞으며 망건을 다시 쓴다.

 

 

漂母墳                        표모의 무덤

 

漂母高風我所歆          표모의 높은 풍모 내가 공경하는지라

道經遺塚爲傷心          남겨진 무덤을 지나가니 내 마음 상하는구나.

莫言不受王孫報          왕손의 은혜 안 받았다고 말하지 말라

千古芳名直幾金          천고에 아름다운 이름은 그 값은 얼마이리오.

 

 

浩然卷子

 

皇天降生民              하늘이 사람을 낳게 했으니

厥氣大且剛              그 기운이 크고도 굳세거니와

夫人自不察              사람이 스스로 살피지 않고

乃寓於尋常              심상하게 여기어 버려두더라.

養之固有道              기르는데 참으로 도가 있으면

浩然誰敢當              호연한 것을 누가 감히 당하랴.

恭承孟氏訓              맹자의 가르침을 공경히 따라

勿助與勿忘              조장하지도 말며 잊지도 않으면

千古同此心              천고의 이 마음을 같이 하여서

鳶魚妙洋洋              솔개와 물고기의 묘한 이치 양양 할 텐데

斯言知者少              이 말을 아는 사람 드물거니와

爲子著此章              그대 뜻을 이 글에 밝히는 도다.

 

 

湖中觀魚

 

潛在深淵或躍如          깊은 연못에 잠겨 있다가 혹은 뛰어오르기도 한다

子思何取著于書          자사는 무엇을 취해 이 책을 저술했을까?

但將眼孔分明見          다만 장차 눈동자로 분명히 보아야 할 것은

物物眞成潑潑魚          만물이 진정으로 생동하는 물고기가 됨에 있을 것이다.

 

魚應非我我非魚          물고기는 응당 내가 아니요 나는 물고기가 아닐진대

物理參差本不齊          사물의 이치는 각각이어서 본래 같지가 않다.

一卷莊生濠上論          장자의 호수 위의 논변한 한 권의 책으로

至今千載使人迷          지금껏 천 년 동안 사람들을 미혹케 하누나.

 

 

洪武丁巳奉使日本作   홍무 정사년 일본으로 사신 가 짓다

 

1

僑居寂寞閱年華          타향살이 적막한 채로 한 해를 사는데

苒苒窓櫳日影過          천천히 창밖의 해는 지나가는구나.

每向春風爲客遠          매향 봄바람 불면 머언 나그네 되어

始知豪氣誤人多          호기가 사람 일 그르치는 시발점임을 알겠노라.

桃紅李白愁中艶          복사꽃 붉고 오얏 하얗거니 수심 중에 요염하고

地下天高醉裏歌          땅은 낮고 하늘은 높은데 취해 노래 부른다.

報國無功身已病          보국할 공도 없이 몸은 이미 병들었으니

不如歸去老烟波          차라리 돌아가 자연 속에서 늙어감만 못하리라.

 

2

水國春光動              섬나라에 봄기운 감도는데

天涯客未行              하늘 끝 나그네 아직 돌아가지 못하네.

草連千里綠              풀은 천 리에 연이어 푸르고

月共兩鄕明              달은 두 고을 모두 밝히네.

遊說黃金盡              사행길에 비용도 다 하고

思歸白髮生              고국 갈 생각에 흰머리만 늘어간다.

男兒四方志              세상을 다스리려는 나의 큰 뜻이

不獨爲功名              다만 공명만을 위함만은 아니라오.

 

 

懷金海舊遊

 

燕子樓前燕子廻          연자루 앞으로는 제비가 돌아오는데

郎君一去不重來          낭군은 한 번 간 뒤 다시 오지 않는구나.

當時手種梅花樹          당시에 손수 심은 매화나무에는

爲問東風幾度開          봄바람에 몇 번이나 피었더냐 물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