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숙 – 결혼반지
강신갑 – 결혼기념일
강형욱 - 사계
김귀녀 - 사랑하는 딸이 결혼하는 날
김남조 – 그대 있음에
김승동 – 꽃밭에 사는
김일출 – 나무들의 결혼식
김후란 – 둘이서 하나가 되어
나태주 – 결혼
나태주 – 결혼 축하
도분순 - 결혼기념일도 늙어가나 봅니다
문정희 – 이상적인 결혼
문정희 – 축복의 노래
박미라 – 아름다운 날에 부치다
서윤덕 – 너를 만난 기적
안도현 - 결혼이란
안도현 - 지금 이 땅에서 결혼이라는 것은
안소연 – 너로부터 시작되는 하루
이문조 – 감사합니다
이생진 - 축결혼이라고 쓴 봉투를 들고 초상집에 갔다
이수동 – 동행
이승복 - 결혼하는 딸에게 띄우는 편지
이해인 – 사랑의 길 위에서
이해인 - 사랑의 사람들이여
이향숙 – 결혼기념일
정연옥 – 결혼하면 뭐가 좋아요
정현주 - 그래도 사랑
정호승 - 결혼에 대하여
한용운 – 사랑
함민복 - 부부
Alphonse Daudet – 그대가 나의 사랑이 되어 준다면
Kahlil Gibran - 결혼에 대하여
Kahlil Gibran – 사랑과 결혼의 시
아파치족 인디언들의 결혼 축사 – 두 사람
결혼반지
강민숙
헝클어진 머리칼을 쓸어올리며
싸늘하게 식어 가는
당신의 이마를 짚어 봅니다
파리한 입술
까칠해진 턱수염에 볼 비벼 대며
당신의 얼굴을 내 눈물로 씻어 내립니다
손을 잡고 매달리고
목을 안고 애원해도
자꾸만 돌아서려는 당신,
당신의 나라는 어디입니까
당신께 드린 결혼 반지를
이제는 내 스스로 뽑아야 할 시간
내일이면 태어날 당신의 자식을 두고
어디로 가시렵니까
지환아
아빠라고 한번 불러 다오
불러 봐 다오
결혼기념일
강신갑
으레
이슥히 귀가한 옷에서는
땀이며
그을음 냄새가 났다.
오늘
조금 늦긴 했지만
장미송이 받아들고
어쩔 줄 모르는 아내 때문인지
꽃내가 풍긴다
한겨울
깔아 놓은 이부자리
베갯잇 새뜻이 입혔구나
촛불 켜고 마주 앉아
기도하는
그대 눈가
하뭇한 진주 열렸네
퍼도 퍼도 마르지 않는
가련한 정
결혼할 때 내렸던 서설이
창가에
소복소복 쌓인다
사계
강형욱
봄의 그대는 벚꽃이었고
여름의 그대는 바람이었으며
가을의 그대는 하늘이었고
겨울의 그대는 하얀 눈이었다
그대는 언제나 행복, 그 자체였다
사랑하는 딸이 결혼하는 날
김귀녀
딸아
이보다 더 행복한 날이 어디 있으랴
오늘 너의 모습은
바람 날개를 달고 구름 수레를 탄
어여쁜 천사 같구나
면사포 너울 속에 수줍게 가려진
너의 볼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곱디고운 석류처럼
윤기가 나는구나
언제인가
유난히도 달빛이 밝은 밤에
무심히 내다본 해송 숲 해변가에서
자유롭게 뛰놀던
한 쌍의 노루처럼
선한 눈빛
사랑을 실천하는 향기로운 입술로
잎을 내고 꽃 피운
달콤한 풀잎 향
집안 가득 채워라
흐르고 흘러도 쉬지 않고 솟구치는
깊은 계곡 샘에서
맑은 물 퍼 올리며
무지갯빛 영롱한 새벽이슬에
마른 목축이고
향기 가득한 풀 언덕에서
사랑 꽃피우며
꿈이 가득한
너희 둘의 눈빛
열정이 가득한 두 가슴 하나 되어
마음에는 평화
얼굴에는 미소로
너와 함께 동행하신다고 약속하신
하나님 품에 포~옥 안겨
일생동안 행복하여라
사랑한다.
나의 사랑하는 딸아
그대 있음에
김남조
그대의 근심 있는 곳에
나를 불러 손잡게 하라
큰 기쁨과 조용한 갈망이
그대 있음에
내 마음에 자라거늘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손잡게 해
그대의 사랑 문을 열 때
내가 있어 그 빛에 살게 해
사는 것의 외롭고 고단함
그대 있음에
삶의 뜻을 배우니
오, 그리움이여
그대 있음에 내가 있네
나를 불러 그 빛에 살게 해
꽃밭에 사는 - 결혼에 부쳐
김승동
나는
당신의 연분홍 꽃잎을
소롯이 받쳐든 꽃받침입니다
하늘에서나 땅에서나
정갈한 숨을 실어 나르는 길목에서
당신의 따뜻한 체온을 지키는
작은 우주입니다
봄밤, 바람이 당신의 입술을 스쳐
달빛에 향기라도 묻으면 그만
가슴이 척 내려앉는
외로움의 보물창고이기도 합니다
당신은
푸른 나의 꽃받침에서 꿈을 꾸는
아름다운 꽃잎입니다
날마다 예쁜 꽃술을 흔들며
나에게만 이야기하는
하나뿐인 나의 별입니다
소낙비가 고운 얼굴을 후려치고
따가운 햇살로 훼방을 놓아도
언제나 나에게만 의지하고 기대서는
그리움의 피난처입니다
보지 않을 것과
듣지 않을 소리를 나눌 줄 알며
침묵과 기다림의 의미를
가슴에 포갤 줄 아는 우리는
세상 사람들의 꽃입니다
봄 여름 가을 가고 하얀 무서리가 내려도
신비로운 꽃잎을 피우는
순결한 사랑입니다
꽃밭에 사는 우리는
나무들의 결혼식
김일출
내 한평생 버리고 싶지 않은 소원이 있다면
나무들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낭랑하게
축시 한번 낭송해보는 일이다
내 한평생 끝끝내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우수가 지난 나무들의 결혼식 날
몰래 보름달로 떠올라
밤새도록 나무들의 첫날밤을 엿보는 일이다
그리하여 내 죽기 전에 다시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은은히 산사의 종소리가 울리는 봄날 새벽
눈이 맑은 큰스님을 모시고
나무들과 결혼 한번 해보는 일이다
둘이서 하나가 되어
김후란
밝은 이 자리에 떨리는 두 가슴
말없이 손잡고 서 있습니다
두 시내 합치어 큰 강물 이루듯
천사가 놓아준 금빛 다리를 건너
두 사람 마주 걸어와 한자리에 섰습니다
언젠가는 오늘이 올 것을 믿었습니다
이렇듯 소중한 시간이 있어 주리란 것을
그때 우리는 이슬 젖은 솔숲을 거닐면서 말했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하나가 되리라고
푸른 밤 고요한 달빛 아래
손가락 마주 걸고 맹세도 했습니다
우리는 영원히 하나가 되리라고
그리고 지금 우리가 순수한 것처럼
우리의 앞날을 순수하게 키워가자고
사람들은 누구나 말합니다
사노라면 기쁨과 즐거움 뒤에
어려움과 아픔이 따르기 마련이며
비에 젖어 쓸쓸한 날도 있다는 걸
모래성을 쌓듯 몇 번이고 헛된 꿈에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걸
그럴수록 우리는
둘이서 둘이 아닌 하나이 되렵니다
둘이서 하나이 되면
둘이서 하나이 되면
찬바람 목둘레에 감겨든단들
마음이야 언제나 따뜻한 불빛
외로울 때는
심장에서 빼어 준 소망의 언어들을 기억할 것입니다
잊을 수 없는 우리만의 밀어
버릴 수 없는 우리만의 꿈
약속의 언어로 쌓아 올린 종탑
높은 정신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하여 가장 꼭대기에 매어 단
사랑과 헌신의 종을 힘껏 치렵니다
아, 이토록 아름다운 하늘 아래
이토록 가슴이 빛나는 날에
둘이서 하나가 되면
둘이서 하나가 되면
지상의 온갖 별들이 머리 위에서 빛나고
불멸의 힘으로 피어나는 날들이
우리들을 끌어갈 것입니다
우리의 손을 잡고
같은 쪽 같은 하늘을 바라보며 가렵니다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결혼
나태주
외로운
별 하나가
역시
외로운 별 하나와
만났다
세상에 빛나는 별
두 개가 생겼다
언제나 춥고
쓸쓸한 여자
사내 옆에 서서
오늘은
따뜻해 보인다
결혼 축하
나태주
인생은 길면서도 짧다
사랑하며 살면 그렇게 된다
인생은 짧으면서도 길다
사랑하며 살면 또 그렇게 된다
천년을 하루같이
한날을 천년같이
결혼기념일도 늙어가나 봅니다
도분순
초침은 오른쪽 원을 그리며
기다림 없이 제 할 일을 다 해
분침에 힘을 보태어 자랑합니다
한걸음에 눈썹 휘날리며
달려올 것 같은 느낌에 등불을 들고
현관문만 뚫어지게 서 있어 봅니다
사랑하는 임의 초인종 소리가 아닌
누런 박스 상자와 카톡이란 낯선 이의
숫자가 카톡, 카톡 악을 씁니다
살다 보니 점점 희미해지는
우리들의 걸어온 역사가 오늘따라
너무 슬퍼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
하트 반쪽은 황홀해 가슴이 설레고
또 다른 하트는 정열이 식었는지
축하객만 보내며 축하한답니다
어제 같은 오늘, 오늘 같은 내일로
행복하던 순간들을 생각하면서
당신 품에서 잠들고 싶습니다
이상적인 결혼
문정희
추억을 많이 갖고 사는 것은
재산을 많이 갖고 사는 것보다
부자라고 한다면
우리의 곳간에는
일생을 펴내고도 남을 보석이 있어요
젊은 날엔
그 중 빛나는 한 개를 꺼내어
반지를 만들어 끼고
멀미 앓는 척
˝아이구 머리에˝
가끔 이마를 짚기도 했지만
오늘은
졸아든 탕약에 맹물을 섞어 마시듯
서늘한 오후를 보내고 있어요
탕약의 맛은 싱겁고
이미 약효도 없는
쓰디쓴 탕약을 마시고 있어요
천천히
조금씩
마지못해
축복의 노래
문정희
사랑의 이름으로 반지 만들고
영혼의 향기로 촛불 밝혔네
저 멀리 반짝이는 아름다운 별 하나
둘이 함께 바라보며 걸어가리라
오늘은 새 길을 떠나는 축복의 날
내딛는 발자국마다 햇살이 내리어
그대의 맑은 눈빛 이슬 맺혔네
둘이서 하나 되어 행복의 문을 열면
비바람인들 어이 눈부시지 않으리
추위인들 어이 따스하지 않으리
아아 오늘은 아름다운 약속의 날
사랑의 이름으로 축복하리라
아름다운 날에 부치다
박미라
생각하면, 우리들의 별은 얼마나 쓸쓸한가
이 쓸쓸한 지구라는 별을 함께 지나가자고
이제 한줄기 빛이 되는 두 사람
멀리 있었으나 서로의 빛을 바라볼 줄 알았고
어두웠으나 서로에게 다가갈 줄 알아
오늘 드디어 두 손을 잡는다
사랑은 소유가 아니라 동행임을 아는 두 사람은
잡은 손을 놓지 않되 함부로 잡아끌지 않을 것이며
서로의 두 눈을 고요히 바라보아
말하지 않아도 같은 쪽으로 걸어가리라
수채화처럼 아련히 번지는 꿈의 조각들이
거짓말처럼 들어맞을 때
두 사람은 비로소 행복에 대해 말하리라
여기, 하늘이 마련하신 그대들의 길이 있다
풀을 베고 돌을 고르고 물을 건너라
서로가 서로의 땀을 닦아주고 그늘을 권하라
풀섶에 핀 꽃을 함께 바라보고 들어낼 수 없는 돌을 만나면
서로의 어깨를 감싸안고 천천히 돌아가라
건너기 힘든 물을 만날 때면
물 위에 비치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다시 일어서라
먼 곳에 준비된 그대들의 낙원에 마침내 이르리니
해 뜨는 쪽으로 큰 창문을 두어
빛나는 햇살로 서로의 이마를 헹구고
바람 서늘한 쪽으로 작은 길을 내어
소낙비처럼 쏟아지는 사랑이 드나들게 하라
그대들의 집은 맑고 밝고 따듯하여
오해와 불신과 절망 따위가 넘보지 못하리라
딸아 아들아
세상 모든 것들의 이름을 신으로 불러 기도하노니
영원보다 더 오래도록 행복하시라
행복하시라
너를 만난 기적
서윤덕
그날 그때 거기서 우리가 만났음이
같은 생각을 나누며 친해질 수 있었음이
힘겨웠지만
그 꿈을 향해 걸으며 때론 뛰며
서로에게 버팀목 되어줄 수 있었음이
자주 오랫동안 좋은곳에 머물렀음이
그리고 지금의 나로 살아가고 있음이
결혼이란
안도현
결혼이란 그렇지요,
쌀 씻는 소리, 찌개 끓는 소리 같이 듣는 거지요
밥 익는 냄새, 생선 굽는 냄새 같이 맡는 거지요
똑같은 숟가락과 똑같은 젓가락을
밥상 위에 마주 노는 거지요
결혼이란 그렇지요,
한솥밥 먹는 거지요
더러는 국물이 싱겁고 더러는 김치가 맵고
더러는 시금치무침이 짜기도 할 테지요
결혼이란 그렇지요,
틀린 입맛을 서로 맞춘다는 뜻이지요
(서로 입을 맞추는 게 결혼이니까요)
결혼이란 그렇지요,
혼자 밥 먹던 날들을 떠나보내고
같이 밥 먹을 날들을 맞아들이는 거지요
(그렇다면 밥을 다 먹은 뒤에는 무얼 할까요?)
혼자 잠들던 날들을 떠나보내는 거지요
같이 잠드는 날들을 맞아들이는 거지요
결혼이란 그렇지요.
둘이서 하나가 되는 일이지요
그리하여 하나가 셋을 만들고 넷을 만들고 다섯을 만드는 거지요
그날을 위해 우리가 할 일은
'외딴방'에서 혹은,
'숲으로 된 성벽'에서 말이지요,
밥도 먹고 떡도 먹고 술도 먹는 일이지요
지금 이 땅에서 결혼이라는 것은
안도현
지금 이 땅에서 결혼이라는 것은
한 사람의 지아비가 되고
한 사람의 지어미가 되는 일이 아닙니다
서로 노예가 되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 이 땅에서 결혼이라는 것은
두 가슴에 불을 붙이는 일입니다
키 큰 저 신랑의 숨결이 자꾸 거칠어지고
이쁜 저 신부의 얼굴이 홍옥처럼 붉어지는 것은
서로 불이 붙기 시작했다는 뜻입니다
쓸쓸하던 분단의 날들을 깨부수고
조국은 하나다, 라고 선언하는 날이
바로 오늘입니다
지금 이 땅에서 기어코 결혼이라는 것은
해방이라는 이름의 기관차를 함께 타는 일입니다
신랑이여 신부여
이제 그대들이 맨 처음으로
세상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첫아기의 눈부신 울음소리를
이 세상에 들려주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통일의 전사로
그 사랑스런 아기를 키우는 일입니다
신랑이여 신부여
그대들은 오늘부터 비로소
조국의 아버지 어머니가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너로부터 시작되는 하루
안소연
이제 불을 끌 시간이다
우리 밤하늘을 잠시 가져오자
밤하늘의 별, 너를 품고
아침 해를 기다린다
해가 떠오르고 밤하늘이 사라지면
우린 다시 서로를 바라볼 수 있다
내 눈에 너를 가득 담은 채로
매일 첫 아침을 너로부터 시작한다
감사합니다
이문조
혼자가 아니라서 다행입니다.
이웃이 있어 친구가 있어
친척이 있어 행복합니다.
함께해서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서로 서로 손 잡아주고 보듬어 주어
삶이 든든합니다.
꽃도 어우러져 필 때 더욱 아름답습니다.
풀도 함께하여야 아름다운 푸른 들판을 이룹니다.
저 혼자서는 비바람을 이기지도 못합니다.
세상의 힘이 되어 주시어 여러분이 있어 기쁩니다.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축 결혼이라고 쓴 봉투를 들고 초상집에 갔다
이생진
아내가 내미는 봉투에 <祝結婚>이라고 썼다
아내는 ´초상집인데´하고 놀랐다
나는 신나게 시를 쓰는 중이어서
결혼인지 초상인지 구별이 가지 않았다
그대로 가지고 가라고 하며 웃었더니
그런 실례가 어디 있느냐고 한다
그도 그렇다
그러나 내 생각으로는<축결혼>이 좋았다
망인은 20년 전에 앞서간 남편 곁으로 가니
얼마나 기쁜가
그래서<축결혼>이라고 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그대로 상가에 내밀어서
머리를 끄덕일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것을 이해해야 시도 이해할 수 있는데
아직 멀었다
아내에게 <부의(賻儀)>라고 어려운 글자로 쓴 봉투를 내주며
당신만이라도 결혼식에 가는 기분으로 갔다 오라고 했다
동행
이수동
꽃 같은 그대
나무 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
그대는 꽃이라서
10년 이내 10번은 변하겠지만
나는 나무 같아서 그 10년,
내 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길 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결혼하는 딸에게 띄우는 편지
이승복
재잘대는 안개꽃
꼭꼭 여며 하나로 묶은
한 아름 행복 안고
외톨로 산 어제가
둘이 살날 앞에 섰구나
오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희 둘의 만남이
열매를 맺는구나
한 가정의 주역으로
제2 생의 열차를 타고
막 출발을 하였구나
원앙 한 쌍이 되어
가지마다 열매 틔워
사랑꽃 수를 놓으려
둥기당당 새 둥지를 틀었는데
너희에게 주고 싶은 말이 있단다
가정은 성(城)과 같이
지켜야 되느니
가정의 관심을 찾아서
대화를 갖거라
하찮은 의견 다툼은
결혼 초부터 접거라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데
금쪽같은 내 새끼야
잊지 말 것은
사랑 속에 믿음이란다
신뢰 속에 행동이란다
(사랑을 하늘 삼아 이고 믿음을 땅 삼아 딛고 온종일
햇빛 받는 풀잎처럼 그렇게 건강하고 밝게 살겠습니다 - 청첩장 글귀)
가슴 깊이
연비를 새겨서
한껏 둘의 사랑과
오직 둘의 믿음과
진정 둘의 소망으로
백년 거울로 마주 보라
사랑의 길 위에서
이해인
당신 생각으로
해 아래 눈이 부셨지요
비 내리면 하루 종일 비에 젖고
눈 내리면 하얗게 쌓여서 녹아내린 그리움
기쁘면 기뻐서
슬프면 슬퍼서
아프면 아파서
당신을 부르는 동안
더 넓어진 하늘
더 높아진 산
더 깊어진 마음
흐르는 세월 속에
눈물도 잘 익혀서
마침내
담백하고 평화로운 사랑이 내게 왔네요
이 사랑으로
세상을 끌어안고 사람을 위해주니
갈수록 더
행복할 뿐 고마울 뿐
사랑의 길 위에서 이제는 내 이름도
새롭게 아름다운 사랑입니다
사랑의 사람들이여
이해인
서로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사랑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는
두 사람이 꽃과 나무처럼 걸어와서
서로의 모든 것이 되기 위해
오랜 기다림 끝에 혼례식을 치르는 날
세상은 더욱 아름다워라
둘이 함께 하나 되어
사랑의 층계를 오르려는 사랑의 사람들이여
하얀 혼례복처럼 아름답고 순결한 기쁨으로
그대들의 새 삶을 채우십시오
어느 날 시련의 어둠이 닥치더라도
함께 참고 함께 애써 더욱 하나 되는
사랑의 승리자가 되어 주십시오
서로가 서로에게 문을 열어
또 한 채의 '사랑의 집'을
이 세상에 지으려는 사랑의 사람들이여
사랑할수록 애틋하게 타오르는
그리움과 목마름으로
마침내는 주님의 이름을
나직이 불러보는 고운 사람들이여
어떠한 슬픔 속에서도
이 세상에 살아 있는 동안은
오직 사랑만이 기도이며
사랑만이 영원하다는 것을
그대들의 삶으로 보여 주십시오
결혼기념일
이향숙
노오란 은행잎들이
꽃가루가 되어 흩날리고
형용색색의 단풍들이
들러리가 되어주고
가을꽃들과 억새풀이
하객이 되어주고
가을 하늘에선 구름이
눈 스프레이가 되어주고
안개꽃이 만발한 예식장은
넓은 들판이어라
12년 전 신부의 모습은
아름다웠는데
거울에 비친
지금의 나는 혈색 없는 얼굴
퇴근길에 남편이 사 온 꽃 한 다발
˝여보 사랑해.˝
그 사랑에
난 눈물을 흘리는구나
결혼하면 뭐가 좋아요
정연옥
결혼하면 뭐가 좋아요
누군가 이렇게 물어와 대답했다
이래도 저래도 외롭겠지만
혼자의 외로움과 쓸쓸함보다는 덜한
조금은 사치스런 외로움을 즐길 수 있고
소유하는 안식
적은 포만감이지만 여유로 수다할 수 있고
가정이라는 울타리 있어 가슴속 풍요가 넉넉하며
아내라는 이름 얻어 귀속의 기쁨 누리고
존재의 즐거움
해야 할 그 무엇 있어 만족을 얻으며
지켜야 할 도리 있어 나를 바로 세우고
그리고 아름다움
여자의 여자로써 물려받은 치유 불가능한 유산
그 어미로 하여금 꿈을 키우는 자녀 있어 기쁨 얻으며
반드시 주어야 할 사랑 있기에 소중한 삶 이어가고
그래서 결혼은
해도 괜찮은 꽤 괜찮은 것이라고
그래도 사랑
정현주
깊어져요, 우리
시간과 함께 낡아지지 말고
우리의 사랑도 그렇게 될 수 있도록
기억하기로 해요
오랜 시간을 함께한다는 것의 가치를. 그 힘을
결혼에 대하여
정호승
만남에 대하여 진정으로 기도해 온 사람과 결혼하라
봄날 들녘에 나가 쑥과 냉이를 캐어 본 추억이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된장을 풀어 쑥국을 끓이고 스스로 기뻐할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일주일 동안 야근을 하느라 미처 채 깎지 못한 손톱을 다정스레 깎아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콧등에 땀을 흘리며 고추장에 보리밥을 맛있게 비벼 먹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어미를 그리워하는 어린 강아지의 똥을 더러워하지 않고 치울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 나무를 껴안고 나무가 되는 사람과 결혼하라
나뭇가지들이 밤마다 별들을 향해 뻗어나간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고단한 별들이 잠시 쉬어가도록 가슴의 단추를 열어주는 사람과 결혼하라
가끔은 전깃불을 끄고 촛불 아래서 한 권의 시집을 읽을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책갈피 속에 노란 은행잎 한 장쯤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오면 땅의 벌레 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밤이 깊으면 가끔은 사랑해서 미안하다고 속삭일 줄 아는 사람과 결혼하라
결혼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것처럼 사랑도 결혼이 필요하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해한다는 것이며
결혼도 때로는 외로운 것이다
사랑
한용운
봄물보다 깊으니라
갈산보다 높으니라
달보다 빛나리라
돌보다 굳으리라
사랑을 묻는 이 있거든
이대로만 말하리
부부
함민복
긴 상이 있다
한 아름에 잡히지 않아 같이 들어야 한다
좁은 문이 나타나면
한 사람은 등을 앞으로 하고 걸어야 한다
뒤로 걷는 사람은 앞으로 걷는 사람을 읽으며
걸음을 옮겨야 한다
잠시 허리를 펴거나 굽힐 때
서로 높이를 조절해야 한다
다 온 것 같다고
먼저 탕 하고 상을 내려놓아서도 안 된다
걸음의 속도도 맞추어야 한다
한 발
또 한 발
그대가 나의 사랑이 되어 준다면
Alphonse Daudet
그대가 나의 사랑이 되어 준다면
내 인생을 모두 걸고서라도
그대와 함께 이 길을 가겠습니다.
외롭고 힘겨운 이 길,
그러나 그대가 내 곁에 있기에
언제나 행복한 길,
그대의 사람이 되어
영원히 저 무덤 속까지 함께 가겠습니다
결혼에 대하여
Kahlil Gibran
1
그대들은 함께 태어났으니, 영원히 함께 하리라
죽음의 흰 날개가 그대들의 삶을 흩어 놓을 때에도 그대들은 함께 하리라
그리고 신(神)의 고요한 기억 속에서도 영원히 함께 하리라
함께 하되 거리를 두라
그리하여 하늘의 바람이 그대들 사이에서 춤추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그 사랑으로 구속하지는 말라
그보다 그대들 영혼의 나라 속에서 출렁이는 바다가 되게 하라
서로의 잔을 채워 주되 한쪽의 잔만으로 마시지 말라
서로의 음식을 주되 한쪽의 음식에 치우치지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되 때로는 홀로 있기도 하라
비록 현악기의 줄들이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줄은 따로 존재하는 것처럼
서로의 마음을 주라
그러나 서로의 마음속에 묶어 두지는 말라
오직 생명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마음을 간직할 수 있으니
함께 서 있으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적당한 거리를 두고 서 있는 것처럼
참나무와 삼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으니
On Marriage
Kahlil Gibran
You were born together, and together you shall be forevermore.
You shall be together when the white wings of death scatter your days.
Ay, you shall be together even in the silent memory of God.
But let there be spaces in your togetherness, and let the winds of the heavens dance between you.
Love one another, but make not a bond of love:
Let it rather be a moving sea between the shores of your souls.
Fill each other's cup but drink not from one cup.
Give one another of your bread but eat not from the same loaf.
Sing and dance together and be joyous, but let each one of your be alone,
Even as the strings of the lute are alone though they quiver with the same music.
Give your hearts, but not into each other's keeping.
For only the hand of Life can contain your hearts.
And stand together yet not too near together:
For the pillars of the temple stand apart,
And the oak tree and the cypress grow not in each other's shadow
사랑과 결혼의 시
Kahlil Gibran
당신 부부 사이에 빈 공간을 두어서,
당신들 사이에서 하늘의 바람이 춤추도록 하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서로 포개어지지는 마라
당신 부부 영혼들의 해변 사이에는
저 움직이는 바다가 있도록 하라
각각의 잔을 채워라
그러나 한 개의 잔으로 마시지는 마라
서로 당신의 빵을 주어라
그러나 같은 덩어리의 빵을 먹지는 마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라
그러나 각각 홀로 있어라
현악기의 줄 같은 음악이 울릴지라도
서로 떨어져 홀로 있듯이
당신 마음을 주어라
그러나 상대방 고유의 세계를 침범하지 마라
생명의 손길만이 당신의 심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함께 서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붙어 서지는 마라
사원의 기둥들은 떨어져 있어야 하며,
떡갈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두 사람
아파치족 인디언들의 결혼 축사
이제 두 사람은 비를 맞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지붕이 되어 줄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춥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따뜻함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더 이상 외롭지 않으리라
서로가 서로에게 동행이 될 테니까
이제 두 사람은 두 개의 몸이지만
두 사람 앞에는 오직
하나의 인생만이 있으리라
이제 그대들의 집으로 들어가라
함께 있는 날들 속으로 들어가라
이 대지 위에서 그대들은
오랫동안 행복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