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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줌의 스페인 정복자들

한 줌의 스페인 정복자들

 

아스텍 제국 정복

 

에르난 코르테스

 

2000년을 앞두고 《라이프(Life)》 지는 지난 천 년을 만든 100명 중 에디슨에 이어서 콜럼버스를 두 번째 위치에 앉혔다. 그리고 에르난 코르테스는 제42위에 선정되었다.

 

아스텍 제국을 정복했던 코르테스는 스페인의 에스트레마두라 지역의 메데인에서 태어난 가난한 시골 귀족이었다. 그는 살라망카 대학에서 수학한 후 19세 때인 1504년, 에스파뇰라 섬(지금의 도미니카 공화국)으로 건너갔다. 그는 1511년, 쿠바 총독인 디에고 벨라스케스와 함께 쿠바를 정복함으로써 명성을 떨쳤다. 벨라스케스는 유카탄반도에 식민지를 세우려는 그리할바를 돕기 위해서 코르테스를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뛰어난 능력을 가진 코르테스의 독립을 두려워한 벨라스케스는 탐험대장을 다른 사람으로 바꾸려 했다. 이러한 총독의 미심쩍은 태도에 반발한 코르테스는 선수를 쳤다. 그는 1519년 독자적으로 11척의 배에 500여 명의 병사들, 16마리의 말 그리고 14문의 포, 13정의 머스킷 소총으로 탐험대를 조직하여 쿠바를 떠나 유카탄반도에 상륙했다. 코르테스는 카를로스 1세의 이름으로 베라크루스라는 도시를 건설했다. 그 후 상륙한 지방의 부족들과 전투를 벌였다. 한 부족의 장은 "그들은 천둥벼락의 무기로 무장했고 그것들은 불길을 토해냈다"라는 보고를 듣고는 코르테스 일행의 환심을 사기 위해 황금과 여자 노예 20여 명을 바치기까지 했다.

 

2명의 통역관, 아길라르와 말린체

 

코르테스는 유카탄반도의 코수멜 섬을 탐사하다가 이 지역에서 9년을 보낸 스페인 난파 선원 헤로니모 데 아길라르를 만났다. 아길라르는 마야어에 능통했다. 이어 도착한 타바스코에서 그곳의 부족장이 준 20여 명의 인디언 여성 중 '미녀에다 사교적이고 자유분방한' 말린체(스페인어로는 '도냐 마리아')를 만났다. 코르테스는 이 여자를 정부(情婦)로 삼았고 그녀의 '혀'를 활용했다. 그녀는 원래 아스텍 지역에 살았기 때문에 나우아틀어와 마야어를 말할 수 있어 통역자로서 적임자였다. 코르테스는 두 사람의 통역관을 통해 많은 정보를 입수할 수 있었다.

 

코르테스는 말린체로부터 "목테수마라는 위대한 황제가 멕시코 고원의 거대한 도시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 황제의 군대가 한번 도열하면 바다의 물결처럼 대지를 뒤덮는다"는 말을 들었다. 또한 아스텍 동맹국 내부의 정치적 암투와 분열 때문에 아스텍 제국이 붕괴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또 실제로 제국 내에 불만이 팽배해 있다는 귀중한 첩보도 얻었다. 이에 코르테스는 아스텍 제국에 적대적이었던 찰코, 테파넥, 틀락스칼라와 동맹관계를 맺고, 아스텍 제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을 향해서 진군했다. 당시 아스텍 제국의 인구는 약 500만 명에 달했고, 수도 테노치티틀란은 인구가 30만 명이나 사는 대도시였다. 당시 유럽 최대 도시들이었던 파리, 나폴리, 이스탄불의 인구가 각각 15만 명 정도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보면 이 도시의 규모를 가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계속되는 전투로 사상자가 발생하고 양식이 거의 고갈되었다. 미지의 세계에 소수 병력으로 상륙한 코르테스 일행에게 엄청난 공포가 엄습했다. 또한 벨라스케스의 명령을 거역한 터라 쿠바에 있는 스페인 군대로부터 지원을 기대할 수도 없는 처지였다. 다시 쿠바로 돌아가자는 병사들의 간청에 코르테스는 "이제 배는 없다. 내가 모두 침몰시켰다.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이제 되돌아가는 길은 없다. 우리는 테노치티틀란을 향해 전진해서 자칭 위대하다는 목테수마라는 자가 정말로 그런지 이 눈으로 확인해보자"라고 단호히 말했다. 이에 병사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접고 코르테스를 따랐다.

 

케트살코아틀의 도래

 

케트살코아틀(깃털 달린 뱀)은 아스텍인의 수호신이자 평화의 신이었다. 케트살코아틀은 다른 영웅들처럼 추방당한 방랑자였지만, 사라지면서 언젠가 다시 돌아오겠다고 약속했던 신이었다. 목테수마 황제는 금발에 턱수염을 하얗게 기른 신이 나타날 것이라는 예언을 믿었다.

 

어느 날, 전령이 도착해 목테수마 황제에게 보고하기를 "네 다리를 가진 하얀 짐승 위에 남자들이 올라타 있고, 그들을 태운 떠다니는 집이 동쪽에서 다가오는 것을 해안에서 보았다. 그들은 금과 은을 두른 복장을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들은 목테수마 일행이 기다리던 케트살코아틀 신이 아닌, 아스텍 제국을 정복하러 온 정복자들이었다. 그들은 금발에 파란 눈을 가졌고 턱수염이 긴 스페인인이었다. 목테수마 황제는 이 정복자들을 그들의 최고신인 케트살코아틀이라고 확신했다. 그는 그들을 영접하기 위해 도시 입구의 대로까지 나왔다. 그리고는 코르테스에게 "어서 오십시오! 당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여기가 바로 당신의 고향입니다"라고 말했다. 목테수마 황제의 환대를 받고 테노치티틀란에 도착한 코르테스와 그의 병사들은 호수 위에 세워진 도시를 보고는 다음과 같이 감탄했다.

 

"물 위에 세워진 도시와 마을 전체, 대지 위에 건설된 다른 대도시, 그리고 테노치티틀란으로 통하는 평평하고 고른 제방 길을 보았을 때 우리는 깜짝 놀랐다. 물 위에 우뚝 솟은 이 위대한 도시와 사원, 그리고 건물은 모두 석조 건축물이었는데, 아마디스의 전설 이야기에서나 볼 수 있는 환상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정말 병사들 중 몇몇은 이 모든 것이 꿈이 아니냐고 물어보기도 했다."

 

코르테스(오른쪽)와 목테수마 황제의 첫 만남.

코르테스 뒤로 통역이자 정부(情婦)인 말린체가 있다. 목테수마는 코르테스를 자신들의 최고 신인 케트살코아틀이라 여기고 환대했지만, 코르테스는 목테수마를 인질로 잡고 아스텍 제국의 수도 테노치티틀란을 정복했다.

 

코르테스 일행과 목테수마 황제 사이의 의례적인 선물 교환과 환담이 오간 뒤, 코르테스와 그의 병사 400여 명은 도시 한쪽에 여장을 풀었다. 일주일 내내 불안한 마음으로 지내던 코르테스와 그의 부하들은 목테수마의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몰라서 전전긍긍했다. 얼마 되지 않아 코르테스는 목테수마 황제가 기거하던 궁전에는 벽까지 황금으로 만들어진 방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코르테스와 그 부하들은 아스텍인에게 기습 공격을 가해 황제를 인질로 잡았고, 종교의식에 참여했던 귀족들을 포함해서 많은 사람을 죽였다. 또한 도시 곳곳에 있던 우상들을 파괴했으며 그 자리에 교회를 세웠다. 마침내 코르테스의 원정대는 목테수마 황제를 굴복시키고 테노치티틀란을 점령했다.

 

슬픈 밤

 

그러나 이러한 스페인 정복자들의 정복행위에 아스텍인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목테수마의 조카였던 쿠아우테목의 지휘 아래 스페인의 정복자들과 싸워서 1520년에 그들을 테노치티틀란 밖으로 몰아냈다. 이때 많은 스페인 병사가 황금으로 가득 찬 자루를 메고 도망치다가 운하에 빠져서 죽기도 했다. 막대한 피해상황을 보고받은 코르테스는 땅을 치며 울었다고 한다. 후에 이 날은 '슬픈 밤(Noche Triste)'이라고 명명되었다.

 

한 줌의 스페인 정복자들

 

그러나 코르테스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그 유명한 '슬픈 밤'의 퇴각으로 테노치티틀란에서 틀락스칼라로 후퇴했을 때, 그에게 다가온 원군은 천연두였다. 당시 참전했던 도미니크회 수도사 프란시스코 데 아길라르는 "하나님은 가톨릭교도들이 전쟁에서 지쳤을 때, 원주민들에게 천연두를 창궐시키는 것이 온당하다고 보았다. 그러자 도시에는 엄청난 역병이 돌았다"라고 말했다. 이 전염병은 70일 동안이나 지속되었고 이로 인해 많은 원주민이 죽었다.

 

이와 함께 코르테스는 아스텍 제국의 내분을 이용하여 테노치티틀란에 대한 총공격을 준비했다. 이들의 총공세는 수도 전체를 포위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양측의 일진일퇴는 4개월이나 끌었지만, 코르테스는 아름답던 도시의 건물을 하나하나 파괴해나가며 수도를 정복했다. 1521년 8월 21일, 코르테스가 이끄는 스페인의 정복자들이 아스텍 제국의 영웅적인 항전을 지도하던 최후의 황제 쿠아우테목을 체포함으로써 테노치티틀란을 함락시켰다. 아스텍 제국에 예속되어 있던 타라스코인과 사포텍인도 순순히 스페인의 정복자들을 받아들였고 이들에게 계속 공물을 바쳤다. 1522년, 코르테스는 이 지역을 관할하는 최고의 통치자가 되었다.

 

이처럼 아스텍 제국은 600명도 채 안 되는 '한 줌의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서 멸망했다. 이는 스페인 정복자들이 자신들의 월등한 무기와 전술을 사용함과 동시에 아스텍 제국 내부의 분열을 잘 이용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