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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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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성 - 어느 봄날 나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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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나들이 여인

곽종철

 

봄맞이를 가는가 보네.

발걸음이 가볍네.

바람은 시샘을 하는 듯

한겨울 칼바람처럼 쌀쌀하다만

여인들의 치맛자락에 봄은 왔나 봐.

 

임 마중을 가는가 보네.

얼굴은 달덩이처럼 훤하네.

입이 귀에 걸릴 것 같아

듣지 않아도 숨결 소리 짐작이 간다.

임 만날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하나 봐.

 

스치는 바람결에 여인의 향기 맴돈다.

가던 길 멈추고 살포시 안겨 올 것 같아

사랑에 목말은 나, 발걸음을 멈추었네.

임 만나러 가려거든 봄소식은 주고 갔소.

그마저 가져가면 나는 어떡해

 

 

 

봄나들이

권오범

 

이력으로 맥질해 밀폐된 독방에

스프와 내통하지 못하도록 갇혀있다

마지막 유배지 슈퍼에서 만난 허물없는 것

서리서리 굳어버린 몸 풀어주는 날

녹수로 허기 면한 양은냄비와 팬이

돌을 모로 눕혀 깔고 앉은 계곡

초록빛 사연들이

흥청망청 소쿠라지고 있다

다비되는 삭정이 넋이

폭포 타고 가물가물 승천할 즈음

늙은 냄비 열 받아 노발대발

도리깨침 성화에 콧방울이 벌름벌름

한창 물오른 꿈, 순식간에 절단 나

발가벗고 젓가락이 된 싸릿대가

어마지두에 맛보는 쫄깃함이 기막혀 낭창낭창

아카시아꽃 향에 범벅된 환장할 이 봄날

옥구슬처럼 쏟아지지는 종다리 권주가에

삼겹살은 몸 둘 바 몰라 자지러들고

얼큰해진 오월은 보리밭에 누워 너울너울

파도타기 즐기는 오후

 

 

 

어느 봄날 나들이

김덕성

 

겨우내 집에만 거하다

포근하게 감싸주는 따뜻한 들녘

푹신푹신한 봄 길을 걷는다

와아 이렇게 좋을 수가

 

대지의 따스한 햇살

뇌를 짜릿한 느낌을 주며 벌써

발끝을 타고 올라오는

대지의 부드러운 고운 숨결

온몸에 전율을 느끼며

아직 화려하게 꽃은 피지 않아도

점점 짙어지는 신선한 초록빛

황홀하게 봄을 느낀다

 

벌써 속달로

내 마음에 도착한 봄 편지 받으며

놓아주지 않는 봄볕 감싸여

영혼도 맑아지는 나들이 봄 길엔

하늘 은혜가 축복처럼 내리고

 

 

 

봄나들이

김명배

 

돌아왔다는

생각이 든다.

진달래가 얼굴을 붉힌다.

얼굴을 붉혀서 봄인데

이상하게 쓸쓸하다.

거기, 누가 없는가. 옛날에

나를 본 사람

나를 아는 사람

누가 없는가.

지난해의 들녘에 버티고 서서

목을 뽑아 웃는 허수아비,

어디 낯익은

도포자락 보이는가.

상투가 보이는가.

돌아왔다는 생각이 들어도

낯설다.

낯이 설어서 새 세상인데

이상하게 쓸쓸하다

 

 

 

봄나들이

김원규

 

상큼한 바람이

불어 오면

꽃들이 반기는

산과 들로

놀러 갑니다

 

소식을 먼저 알리는

산골짜기 시냇물 따라

곱게 단장하고

나들이합니다

 

하늘도 푸르고

마음도 푸르니

새들과 함께

즐거운 노래를

신나게 부릅니다.

 

 

 

봄나들이

김인숙

 

맑은 강물 고요히

얼은 겨울을 녹여 흐르는

봄은 어떻게 우리에게 왔을까요

 

키 작은 이름 모를 들꽃

오가는 바람결에 스러져도

밝은 미소로 저리도 살랑이는

봄은 어떻게 우리에게 왔을까요

 

손에 손을 꼭 잡고

향긋한 봄 길을 마음에 찰칵

담아봅니다

 

따스한 봄꽃 싱그러운 새싹

흐드러진 버들강아지

마음속 강물에 맑은 봄이 흐릅니다

 

나뭇가지마다 파릇파릇

행복이 짙어가는 봄날의 오후

다정한 그대와 내가 걸어갑니다

 

 

 

봄나들이

김재덕

 

햇빛 따사로운 봄날에

꽁꽁 얼었던 대지를 녹여내고 품어주니

새싹이 움틀거리며 꽃을 피운다

 

살랑이는 봄바람 심신을 일깨우며

스며들듯 살며시 다가와 톡 톡

온몸을 자극하여 근질거릴 즈음에

 

산사에서 불어오는 봄 내음에

어느새 부산하게 외출을 준비한다

 

어디로 가볼까 어디쯤 가면

꽂내음 가득한 봄 향기를 만날 수 있을지

설렘에 가슴은 콩닥거리네

 

산수유 개나리 노오란

어여쁜 꽂을 상상하니 내 마음 나비 되어

꽃이 핀 들판을 한없이 거닐고 싶어라

 

봄나들이 향연을

들꽃향기에 이 한 몸 맡기며 느끼고 싶다

오래도록 이 행복 머물러주기를

 

행복하고 기쁜 마음으로

화창한 봄날에 인생 소풍을 간다

 

 

 

봄나들이 가자

김정윤

 

꽃 피는 봄이 오면

봄나들이 가자

장롱 속에 잠자는 등산복

갈아입고 설레는 가슴으로

봄나들이 가자.

 

빨강 노랑 봄꽃 꺾어

가리마 옆에 꽂고

산길 계곡 따라 흐르는

개울물을

한 손 받아 입에 물고

 

큰 바위 돌아 폭 좁은 산길을

이산 저산 걸어가며

틈새에 피어나는

이름 모를 들꽃 향기

가슴 가득 마시는 봄나들이 가자.

 

뒤돌아갈 수 없는 지나간

아픈 세월 모두 다 잊고

춘삼월 꽃 피면 봄나들이 가자.

 

 

 

봄나들이

김진국

 

이를 우짜몬 좋노

저거낄 주고 받아싸타가

건구덜이 좋아

그마 맴도 노아뿌고

생각 그것도 노아뿌고

지 호분차 살찌기 걸아가뿌재

 

온 매는 꽃들로 마중 나오고

벚꽃은 봄비에 그만 눈치럼 내리다가

허연 잎사구가 천지삐깔이 깔렸다

 

오라카는 임은 안오고

봄비만 쳐내리고 있어이

누가 조아하갯노 안그럿나

내사 모리갰다

아무도 나를 안잡으이

마 홀로 댕길끼다

 

 

 

봄나들이

손병흥

 

연두빛 여린 이파리 어린 새싹들이

따스한 봄 햇살 한 줌 바람 한 자락

부드럽게 촉촉히 내리는 봄비 머금고서

점차 기운 북돋아 쑥쑥 크게 자라나듯

왕성한 생명력 더욱 살아 숨쉬고 있는

싱그러움 맴도는 녹색 물결 향연의 계절

상큼한 초록빛 향 피어나는 화사한 봄날

시원스레 눈앞에 펼쳐진 경이로운 빛깔

가녀린 새순들 돋아나는 녹음 속으로

한없이 이어지는 나뭇잎들의 속삭임

하늘거리며 손짓하는 아지랑이 물결

꽃따라 날아다니는 벌 나비들 처럼

호젓하게 숲길 걸어보는 사색의 시간

봄노래 들려주던 새들의 합창 어우러진

마음껏 향유해보던 초록빛 세상 풍경

상쾌한 마음 희망 솟는 멋진 풍광마저

실컷 음미해보던 푸르른 녹색빛 천지

기분 좋은 아름다움 어느 봄날 오후

 

 

 

봄나들이

윤갑수

 

해맑은 봄날

새하얀 꽃잎 드리운 벚꽃나무

사랑을 속삭이는 다정한 연인들은

갓 핀 꽃처럼 기쁨가득 행복가득

달콤한 사랑을 키운다.

 

저물녘

가로등 불빛에 넋을 잃은 그대

청아한 자태는 달과 별이 반겨주는

벚 꽃길에 하얀 밤을 지새우는

춘 객들 환한 미소가 아름답다.

 

봄바람에 꽃향기 한 아름 듬뿍

보듬은 행복감에 젖은 그대 사랑

흰 꽃잎에 녹아들면, 아름다운

소녀의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꽃잎처럼 피우고 싶다.

 

매년 이맘때 즈음이면

가슴 설레는 그리움이 다가와

슬금슬금 가슴을 비벼 댄다

 

 

 

봄나들이

이원문

 

초봄이 언제였더냐

사월도 중순 넘어

오월이 가깝고

시드는 사월의 꽃

그 향기 잦아든다

 

차창 밖 파란 세상

하늘은 안 그럴까

보이는 들녘 마다

농사 짓는 모습들

나 어제의 저런 모습

 

나는 안 그랬을까

그 비탈밭의 기억

조용히 떠오르고

회상 속 그날의 봄

한두 해씩 스쳐 간다

 

 

봄나들이

이종순

 

임진년 윤 33(423)

7번째(주태회 이종년) 내외분이 고희를 맞아

9남매가 부산에 모였다

맏이는 졸수를 바라보고 막내는 진갑을 넘긴 54

애석하게도 두 분은 유명을 달리하시고

종남매 두 분과 장조카를 초대하여

짙어가는 녹음에 형형색색 만발한 꽃길을 따라

활기 넘치는 센텀 지구

죽전같은 아파트 숲길을 지나

영화의 전당 유서 깊은 동백섬

갈매기가 비상하듯 아름다운 누리마루

.월출에 소원 빌던 달맞이 언덕

물보라 피어나는 송정의 해변가

주상을 망망대해애 기울이니

너울 파도에 도취되어

흥겨운 노랫가락이 분출되고

불꽃으로 밝혀 온 광안대교

유엔 기념공원, 태종대 전망대를 일주하고

밤을 지새며 삶의 이야기들은

세월의 무게로 차곡차곡 쌓인 희로애락들

소중한 추억이자 역사이다

 

 

 

봄 나들이

장유정

 

화사한 속눈썹

깜빡이며 봄을 고하는데

 

홍매화 붉은 연지

빨갛게 꽃물 들어 나르고

 

실바람 타고 피운 향기

흠 흠 흠

 

매 난 국 죽 사군자에

으뜸이라

 

올곧고 곧은 향기

도도 하드라

 

춘설

눈이 오면 어떠 하누

차디찬 눈망울에 얼음꽃

 

설중매

네 아닌가 하노라

 

 

 

봄나들이

장진순

 

낡은 갑옷을 입고

겨울을 버티던 나무들

봄소식에 성급하게 잎 틔운다.

숲으로 번져가는 봄기운

 

꽃잎부터 벙긋 는

색색의 화단에

유모차 앞세운 주부들,

셀로 폰에다

꽃들을 차곡차곡 담는다.

 

건너편 벤치에는

꽃들 하나하나에

점수를 매기는 동리 아줌마들

 

꽃들 마주 보며

너 참 곱다

서로 칭찬한다

 

 

 

봄 나들이

정양

 

지긋지긋한 이 아파트 말고

어느 산기슭 어느 시냇가에

집 하나 이쁘게 짓고 사는 것이

아내는 소원이라고 한다

말 못하는 짐승들도 기르고

오가는 새들 모이도 뿌려주면서

채소랑 곡식이랑 감 대추들 다 가꾸어

고맙고 다정하고 아까운 이들과

골고루 나누고 싶다고 한다

 

그런 소원쯤 언젠가 못 들어주랴 싶고

사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어서

그런 산기슭 그런 시냇가를 틈날 때마다

눈 여기며 나는 늙는다

먼 길 나다니는 차창마다 그런 산천을

먼발치로 탐내는 것이, 부끄럽지만

어느새 버릇이 되어 있다

친해지는 건지 철이 드는 건지

부끄럽기는 마찬가지다

햇빛 바르고 물길도 곱고 바람 맑은 곳

혼자서 점찍어보는 그런 자리가

나다니다 보면 참 많기도 하다

 

점 찍어보는 데가 너무 많은가

간이라도 빼주고 싶은 아내에게

간 빼낼 재주가 나에게는 영 없는가

간도 쓸개도 뱃속에 있기나 한가

 

모처럼 아내와 나선 봄나들이

나이 들수록 속절없이 산천은 곱다

꽃 범벅으로 점찍어보는 그리움들이

먼발치로 자꾸만 외면하면서 지나간다

 

 

 

봄나들이

조순자

 

찬란한 봄 햇살이

따사로이 교태를 부린다

사랑에 약한 내게 봄나들이하라고

 

푸름이 솟구치는 양지쪽

삼각대 흔들의자가 아양을 떤다

어서 와서 잠시라도 쉬어가라고

 

잔솔밭에 비단 목덜미 비둘기가

고개를 실룩거리며 나를 유혹하며

참새 떼들이랑 흐르듯 거닌다, 봄이 왔다고

 

산수유 빈 나뭇가지 끝에 노란 꽃 멍울

봉긋 방긋이 봄화원을 조성해도

봄나들이 사람들 거리 제한에 듬성듬성 앉는다

 

, 마스크 안의 꽃 같은 웃음 보고 싶다

수정 덩이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 보고 싶다

그때처럼 그렇게 순수하게 마음껏 웃어보고 싶다

 

 

 

봄나들이

주응규

 

물오른 나뭇가지에

봄바람 살랑

시나브로 스며들면

 

들뜬 마음

갈피를 종잡지 못하고

서름히 겉놀고 있다.

 

봄 향 새물내 물씬

온몸 휘감아 겹겹 쌓인

허물 벗겨 놓으면

 

내숭스레 슬그머니

유혹하는 봄 품에

몸뚱이 맡겨 탐하곤

 

자아(自我)를 망각한 체

환락의 깊은 늪에서

몽롱이 자맥질하고 있다.

 

 

 

봄나들이

최갑연

 

많이 기다렸어

겨우내 깊은 잠에 빠져

오는 줄도 모르고

향긋한 너에 향기에 눈을 떴어

 

흔들리는 꽃잎에

너에 소식을 듣고 있으면

축 처진 어깨를 펴고

붉은 입술을 내밀곤 하지

 

언제나 풋풋한 모습이

매력쟁이인 너

봐도 또 봐도 그립고

사랑스러운 나에 친구

 

오늘 푸르른 잎새에

너에 호흡소리 들으며

반가움에 환호성

얏호 봄이다 나들이 가자

 

 

 

봄나들이

최원정

 

어느 새, 봄기운이

아파트 베란다 양지녘에 와

앉아 있는걸 오늘에서야 알았지

 

겨우내

춥고 힘들던 고단함이

군자란 꽃으로 피어

녹이고 있는 것을

 

하나...두울...세엣...

밝은 꽃송이 사이사이로

돌아가신 시아버님 웃는 모습

희미하게 보이는거야

 

유난히 꽃을 좋아하신 그 분에게

예쁜 봄꽃 들고 가

자식의 게으름 뉘우치며 한번 절하고

그동안 많이 보고 싶었노라 또 한 번 절하면

환한 웃음으로

내 꽃 받아 주시려나

 

즐기시던 담배 한 대 드리고

따뜻한 커피 한 잔 올리면

생시에 그랬던 것처럼

그간의 얘기, 해 주시고

내 마음도 읽어 주시려나

 

설레는 마음으로

예쁘게 단장하고

그분 뵈러 나들이 가야지

봄을 들고 가야지

 

 

 

봄나들이

하영순

쌀쌀한 바람에 버버리 깃을 세우고

종종 걸음 내닫는데

어디서 소곤소곤 이야기 소리

누굴까 하고 고개를 들어 보니

벚나무 가지위에 입을 맞대고

봄바람에 정분난 아씨들 분홍빛 치마를 들까 말까

소곤대고 있다

내게도 저런 봄이 있었는데

연보라 빛 블라우스 단발머리에

리본을 메고

봄을 즐기던 시절

파란 잔디밭

하얀 냉이 꽃 위에 흰나비 놀고

노란 제비꽃에 노란 나비 놀던

그 틈에 난 봄을 캐며 꿈을 키웠지

추억을 더듬으며 거닐어 보는

봄길

스치는 바람이 어깨를 툭 치며

따라오라고

어서 어서 가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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