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봉환 – 봄 길 따라
곽재구 – 봄 길
권정순 – 음- 봄 길
김경숙 – 봄 길에서
김귀녀 – 봄 길
김덕성 – 봄 길에는
김덕성 – 봄 길에서
김덕성 – 사랑의 봄 길엔
김덕성 – 햇살 내리는 봄 길
김명인 – 봄 길
김옥자 – 봄이 오는 길에
김인숙 – 봄 길을 걷노라니
김정희 – 봄 길
김홍성 – 봄 길에서
나희덕 – 봄 길
류시호 – 추억 속의 봄 길
박미경 – 봄 길에서
박태강 – 봄 길
백원기 – 봄 길
손병흥 – 봄 길
송정숙 – 봄 길
안태봉 – 봄 길
오순남 – 봄 길을 거닐며
온기은 – 봄 길
용혜원 – 봄 길을 걸어갑시다
우미자 – 봄 길 가던 날
윤갑수 – 봄이 오는 길
이기철 – 봄 길과 동행하다
이남일 – 봄 길을 간다
이만섭 – 봄 길
이시영 – 봄 길
이원문 – 봄 길
이혜진 – 봄이 오는 길
임남규 – 봄 길 가잔다
정민기 – 봄 길에서
조한직 – 봄 길
주선옥 – 너에게로 가는 봄 길
주응규 – 봄 길
최남선 – 봄 길
최영복 – 봄 길 따라오신 당신
최영호 – 봄 길
최영희 – 봄 길
최원정 – 봄 길
홍수희 – 봄 길에서
홍희표 – 봄 길
봄 길 따라
강봉환
휠 리릭 휠 리릭 흥겨웁게
동구 밖에 노는 아이들
봄볕에 어깨춤 들썩이며
제멋대로 부는 버들피리
두렁 따라 캐오던 봄나물
바구니 가득 담는 아낙네
콧노래 절로 흥얼거려
농사 준비 바쁜 남정네들
때 이른 봄볕에 나른하다
흙먼지 휘날리는 시골 버스
메마른 대지 뒤엉키고
지나던 아낙들 치마폭도
뿌옇게 뒤범벅이 되어도
길 따라 포플러나무 사이
아롱아롱 피는 아지랑이
봄 내음 나물 품앗이로
샛길 따라 장터로 향하여
오늘도 흥겹게 지나간다
봄 길
곽재구
매화꽃이 피면
다사강 강물 위에
시를 쓰고
수선화꽃 피면
강변 마을의 저녁 불빛 같은
시를 생각하네
사랑스러워라
걷고 또 걸어도
휘영청 더 걸어야 할
봄 길 남아 있음이여
음- 봄 길
권정순
봄볕이 좋아 나들이 삼고
꽃길 갈까? 숲길 갈까?
고개 들어 두리번두리번
마음 따라 발길 따라
옮겨가다 머무르리
쑥 내음 좋아 바구니 끼고
논길 갈까 밭길 깔까
고개 돌려 두리번두리번
몇 걸음 못간 발길 따라
미나리 향, 냉이 내음 취해 가리
말뚝처럼 서 있는 자리
쌍둥이 다둥이 새싹들 눈 뜨는 들판
방석 삼아 앉은 자리
봄나물 축제 마당
멍석 삼아 누운 자리
자우정 너울너울 춤추는 벌판
음- 봄 길
봄 길에서
김경숙
이런 복병 쯤이야
거뜬히 이겨낼 수 있다고
여린 입술 달싹이지만
마알간 눈자위에 이슬 맺혀
잠시 제자리를 잃고 흔들리던 눈빛
개울물 소리에 얼어붙은 가슴 녹인다
오랫도록 품었던 화두,
긴 터널 뚫고서
무서운 속도로 달려간다
앞다투어 한 생을 노래할 꽃잎들
휘모리장단에 맞춰
여민 옷깃 펄럭이며
봄길에 스러져 눕는다
그래, 이 빛이야
봄빛에 마비된 이성
과속방지턱 앞에서
급브레이크를 잡는다
봄 길
김귀녀
느린 걸음으로
강변길을 걸었네
스스로 어쩌지 못해 속 달래려 나선 길
아주 느리게 걸었네
갓 피어난 냉이
개울가에 그냥 톡 튀어 오르는
피라미 한 마리
온몸으로 봄을 알려주네
내가 아파보니, 이제야
남의 아픔도 알겠네
봄 길에는
김덕성
그리워하는 연정(戀情)이
사무치게 기다리던 봄이 온 길에
지금도 고여 있다
누구를 기다리다가
인연이 되어 만났다는 이야기처럼
가슴이 벅차게 뜨거워지며
설렘이 대단하다
햇살이 싫어
찌푸리던 고드름 눈물이 말랐는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자리에는
살며시 봄이 내려와 앉는다
님을 만나로 가는
봄 길에는
따스한 햇살이 내리고
매화의 고운 향기를 싣고 오는
님이 오는 아름다운 길엔
그리움이 서려 있고
봄 길에서
김덕성
1
화창한 봄날
거리를 거니는데 문득
눈앞에 스치며 지나는 그대
숨결을 듣는다.
살랑살랑 봄바람에 실려
사랑으로 살며시 다가오는 그리움
가슴에 묻혀 있다 떠오르는
사랑의 설렘
갓 피어난 꽃들
꽃마다 달콤한 향기를 날리며
살짝 입술에 입맞춤은
사랑의 증표
봄 길에선 나
꽃 같은 그대 아름다움이
봄 속에 바람으로 내 가슴에 서성이며
사랑 꽃을 피운다
2
봄비가 내린 자리에는
새록새록 봄기운이 되살아나며
푸르름으로 촉촉이 젓인다
깊숙이 스며드는 그리움이
짙은 봄 향내가 휘어 감으며
코를 간지럼 피며 가슴을 싱숭생숭
봄이 활짝 미소로 피어나고
설레게 하는 꽃봉오리가
개화하려고 준비하기에 바쁘고
영롱한 모습이 그려지는데
꽃샘추위인가 기습한다
밤새 겨울비 내리더니
급히 들이닥치는 추위의 심보는
제 버릇 남 못 준다는데
그래도 나뭇가지
긴 겨울잠에서 기지개 켠다
사랑의 봄 길엔
김덕성
꽃 피는 춘삼월
사랑의 연심을 촉촉이 적신 봄비
그리워하는 사랑의 마음은
봄 길에 머물고
님을 기다리다 만나면
따스한 가슴에 사랑 꽃이 피어난
벅찬 사랑의 설렘은
아름다운 그리움이 아닐까
서리꽃은 제빛을 잃고
햇살에 애원하던 고드름도 사라져
꿈속처럼 변하는 화려한 누리
봄을 꾸미는 미의 전령들
님을 만나러 가는 길엔
매화 향기 매혹되어 가슴 설레는데
기다리는 님은
질병으로 오지 못하나
햇살 내리는 봄 길
김덕성
순한 아기의 빛나는 고운 얼굴
헤아릴 수 없이 세월을
오직 날마다 한결같은
뜨거운 사랑으로 베풀기만 하는
고운 햇살
한 겨울의 꼬리가
저만치 머무른 추위가
아직 매서운데
슬며시 햇살을 살짝 드리었더니
졸졸 냇물 소리 들리고
나뭇가지 바스락 눈 틔우며
봄을 화려하게 꾸민다
따스한 입김이 내리는 대지
사랑을 안고 가는 길에
찬란히 빛나는 봄 햇살이
축복처럼 내린다
봄 길
김명인
꽃이 피면 마음 간격들 한층 촘촘해져
김제 봄들 건너는데 몸 건너기가 너무 힘겹다
피기도 전에 봉오리째 져 내리는
그 꽃잎 부리러
이 배는 신포 어디쯤에 닿아 헤맨다
저 망해(望海) 다 쓸고 온 시샘 바람 거기 부는 듯
몸속에 곤두서는 봄 밖의 봄바람!
눈앞 해발이 양쪽 날개 펼친 구름
사이로 스미려다
골짜기 비집고 빠져나오는 염소떼와 문득 마주친다
염소도 제 한 몸 한 척 배로 따로 띄우는지
만경(萬頃) 저쪽이 포구라는 듯
새끼 염소 한 마리,
지평도 부우면 황삿길 타박거리며 간다
마음은 곁가지로 펄럭이며 덜 핀 꽃나무
사이에서 멈칫거리자 하지만
남몰래 출렁거리는 상심은 아지랑이 너머
끝내 닿을 수 없는 항구 몇 개는 더 지워야 한다고
닻이 끊긴 배 한 척
봄이 오는 길에
김옥자
그대
봄 길로 오소서
봄바람 머리에 이고
잔잔한 노래는
겨울 껍질을 벗고
하얀 속살 위로
봄의 실루엣으로
날갯짓 하니
시간은 머무르지
않고 있음에
봄 한 번 더 만나려니
두 눈에 눈물 고여
개나리꽃으로 핍니다
기다려 주세요
봄 길을 걷노라니
김인숙
개나리 벚꽃
양쪽 길가에 모두 나와
손 흔들며 반가운 눈길
아낌없이 보내줍니다
살랑이며 가녀린 허리 굽혀
인사까지 보내니
황송함과 으쓱함이
공주인 듯 왕비인 듯
봄 길을 누빕니다
아- 봄
그대는 왜 이렇게
바보 같은 모습조차
좋아하고
하염없이 사랑스러운
눈길을 보내주는지요
초라한 눈물마저
해맑은 꽃잎이라 속삭여준
나의 그대 봄이여
봄 길
김정희
푸른 바람 소리
아직 덜 꾸며진 산마을
말간 하늘로 의젓이 흐르는 흰 구름 조각들.
꿈꾸는듯한 세계는
끝도 없이 핀 꽃 꽃!
그 향기 속에서 나는
채용(籠)에 잠든
행복한 아기가 되고
저절로 나직이
이상한 사람처럼
또 한 번의 노래를
봄 길에서
김홍성
봄 길에서
이름 모를 풀꽃 위로
별이 뜬다
꽃잎 위로 바람이 스치고
구름이 흘러 가고
살며시 봄비 내려 적시면
햇살이 어루만져 준다
들녁에 피어나는
이름 모를 풀 꽃들 모두가
행복해서 웃는다
봄이 오면
제일 먼저 발 벗고
들녘을 푸르도록 채우는 것도
이름 모를 풀 꽃들이 지만
잠들지 않는 기다림이었고
봄은 설레임이었다
봄 길에서
나희덕
꽃은 다시 피어나지 않았다
단 한 송이도
입술을 열어 용서라고 발음해주지 않았다
꽃이 난만했던 그 자리쯤
마른 꽃씨들
멀건 눈으로 흩어져 있을 뿐
벌도 날아들지 않는 봄길,
그 누가 안간힘으로
꽃들의 밤을 틀어막고 있는 것일까
불임의 봄, 어떤 울음도
터져나오지 못하고 어떤 눈부심도
허락되지 않은 그 길을 따라
누군가 마음 터뜨려
괜찮다 괜찮다 대답해주기 전에는
한 걸음도 물러설 수 없었다
추억 속의 봄 길
류시호
어느 해 봄 날
지금 걷고 있는 이 길을
아지랑이 따라서
자전거 타고
혼자 간 적이 있다
먼 - 먼 기억 속이지만
저 길 모롱이에서 만난
들꽃 꺾어 든 소녀
눈빛이 왜 그리 따사로운지
말이라도 건네고 싶었는데
옛 기억이 봄빛 속에
향기 되어 날리는데
행여 만날까
길 모롱이에 다 달았지만
그리움만 내게 남는구나
봄 길에서
박미경
꽃길 따라 걷다 보면 꽃향기에 취하다 보면
그리워 그리워서 내놓은 한 줌 쪼매난 마음들
옹기종기 탄식하는 소리 들린다
너였구나 너도 왔구나
어이 자네 왔능가
그리워 그리워서 예까지 따라왔구나
잊지 못하고 분홍빛 그리움 한 자락 저며 냈구나
사랑도 잊을 만큼만 하지
잊을 만큼만 사랑하지
수없이 다짐한 기억들
꽃비처럼 무너지고
바닷가 진달래 꽃그늘에 앉아
봄바다 보면서
흘러내리는
흘러내리는
옛 맹세
봄 길
박태강
높은 산머리엔 흰 모자 눌러쓰고
산중 호수에는 엷은 얼음막
흐르는 계곡 물
햇살을 휘롱 하는데
양지바른 비탈
물오르는 소리
수양버들 가지가지
잎멍울에 푸르럼이
죽어있던 잎 사이로
노오란 싹이
뽀족히 고개 들어
하늘을 들어 올린다
봄 길
백원기
아침저녁 쌀쌀한 겨울 끝자락
나무마다 파랗게 움돋고
흙은 물기 촉촉하다
세상모르고 철없는 봄
뛰어오다 넘어져
아픈 무릎 쓰다듬고
일어서 달려오다
난데없는 코로나에
부딪혀 넘어졌구나
강남 갔던 제비
돌아오고
꽃 피고 새우는
춘삼월인데
꿈에도 그리던 봄 길은
멀고도 험한가 보다
봄 길
손병흥
화창한 봄날 꽃길 걸으며
피어나는 봄꽃들의 향연에
따스한 봄빛 사랑 물들인 날
새 생명 움트고 훈풍에 돋아나던
한 떨기 꽃잎의 음성마저 들려오는
다시금 아련한 추억을 들추는 바람
만개한 벚꽃 꽃비 되어 흩날리는 길목 따라
종달새 되어 높이 날아오르는 꽃구경나들이
꽃들 사이로 호젓하게 걸어보는 오솔길 산책
언덕에 올라 이어지는 산자락 숲속 길 걸으며
상큼 발랄한 봄의 정취 만끽해보는 햇살 좋은 날
마침 불어오는 봄바람에 흥얼거려본 봄노래 소리
봄 길
송정숙
1
어제저녁도
벌써였는데
향기로 오는 이 봄도
봄 길이 열리니
산새 울음 가벼웁고
산길 물걸음 바쁘다
발길 머물으니
봄 내음 가득한 곳
이곳에서 봄이 익네
2
봄 길 걷는다
앞선 사람 누군가
꽃들이 핀다
큰 잔치 열자
꽃들 아우성으로
애인은 필수
매화 부른다
새벽 기차 타고서
섬진강 가자
밤 기차 타자
통기타 노래하자
젊음은 좋다
여왕 오신다
온 나라 꽃 잔치다
덩달아 꽃되
차 한 잔 행복
꽃들이랑 더 좋다
마음만 간다
봄 길
안태봉
헌 옷을 갈아입듯이
물오른 나무가지 마다
새움 내민
숲속을 마냥 바라보자
아마 내 서의 한나절
저와 같을 것이라 여겨
그냥 가만히 서 있었다
이십대
사십대 한창 때
열병처럼 번졌던 화염병같이
내 한 몸
던졌을 것인데
아무도 보는 사람 없었으니
피에 젖은 봄
그대로 두었을 것이네
때로눈 꽃샘바람에 밀린
청옥같은 하늘도 눕고
사람 찾아나선 황량한 뜰락
복수초
할미꽃
개나리
산수유
백목련
진달래
찬매화까지 노방에서 피었으니
햇볕 아까운 떠돌이로 남았나
이제 날 저문 봄길에서
다시 봄날을 맞이 하였고
가슴에 남았던 불씨도 재로 삭았네
봄 길을 거닐며
오순남
나른한 들길을
걷노라니
간밤에 떨어진 별들이
꽃이 되어 피어났을까
작은 보랏빛 들꽃들이
봄 햇살에 반짝거린다
살랑거리는 봄바람은
푸석해진 갈대 머릿결을
가지런히 빗어 내려주고
버들강아지 뽀송 뽀송
버드나무 아래 수줍다
눈웃음치는
아지랑이 불러 세우며
봄 향기에 취한
봄바람이
들판에 누워 한숨 자려나 보다
봄 길
온기은
봄 아가씨여
저 산등선 너머로
꽃바람 타고서 오실 건가요
저 들녘에
노란 민들레 벌판 수놓아
봄의 향연으로 초대하면 오실 건가요
파란 금잔디 아가씨
노란 개나리 진달래 불러모아
아지랑이 너울거리며 춤추는 봄 길에
임 마중 나와 기다린 다오
봄 아가씨여
나비처럼 사뿐히 날아서 오세요
너울너울 춤추며 훈풍으로 오세요
봄 길을 걸어갑시다
용혜원
들판에 초록을 가득 풀어헤치는
봄 햇살 가득한
봄 길을 걸어갑시다
햇살 가득한 봄날에
막 피어난 생생한
봄꽃들을 만나러 갑시다
향긋한 봄꽃 향기를 코끝에 느끼며
시냇가에 풀잎을 띄워
봄소식도 전해봅시다
민들레가 지천으로 피어 봄을 노래하고
나물 캐는 아낙네의 손끝에
쑥 향기가 폴폴 납니다
봄바람이 마음을 흔들어놓는데
푸른 언덕에 올라
봄이 만들어내는 빛깔을 바라보며
꿈과 사랑을 노래합시다
숲이 호수를 끌어안은 들판에서
새싹 하나 풀 한 포기도
정겹게 보이는 봄 길을 손잡고 걸어갑시다
봄 길 가던 날
우미자
어머니 은비녀 꽂아
낭자머리 곱고
봄 햇살 해맑아
텃밭에 장다리꽃 노랗던 날
어머니 손 잡고
나비, 나비 찾아서
끝없이 봄 길 가던 날
팔랑팔랑 날아가던
나비 두 마리
노랑 꽃잎, 흰 꽃잎 되어
시냇물 속에 흘러가 버리고
어린 봄날 따라가다
눈 떠 보니
어느새 꽃잎처럼
사월은 지고
봄이 오는 길
윤갑수
봄 오는
길목에서 설레임
다독이다
햇살에
절인 봄날 새싹이
돋아난다
두견화
꽃엽 열리니 님을 향해
피어난다
봄 길과 동행하다
이기철
움 돋는 풀잎 외에도
오늘 저 들판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꽃 피는 일 외에도
오늘 저 산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종일 풀잎들은 초록의 생각에 빠져있다
그때는 우리도 한 번쯤
그리움을 그리워해 볼 일이다
마을 밖으로 달려 나온 어린 길 위에
네 이름도 한번 쓸 일이다
길을 데리고 그리움을 마중하다 보면
세상이 한 번은 저물고 한 번은 밝아오는
이유를 안다
이런 나절엔 바람의 발길에 끝없이
짓밟혀라도 보았으면
꽃들이 함께 피어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로
편지를 보내는 것이다
그 꽃의 언어로 편지를 쓰고
나도 너를 찾아
봄 길과 동행하고 싶다
봄 속에서 길 잃고
봄 속에서 깨어나고 싶다
봄 길을 간다
이남일
봄밤의 그리움이 얼마나 깊은지
해지는 노을 강에
초저녁 별들이 밤길을 간다
참았던 눈물이 더 뜨거운 것인지
붉게 날선 꽃망울이
두견새 울음 쫓는 밤길을 간다
긴 겨울을 지새우던 봄밤의 환상이
얼마나 간절한지
달그림자 휘적휘적 봄 길을 간다
봄 길
이만섭
카센터 폐타이어 더미 틈새에
노랗게 피어난 민들레꽃
어둑한 실내에 알전구를 켜놓은 듯 환하다
누가 저곳에 꽃피울 줄 알았겠나,
누가 저곳으로 봄 길 내올지 알았겠나,
이 봄의 첫 색깔을 노랑으로 지어 입었다
목련이 흰색으로 거들고
진달래가 분홍색으로 거들어도
공중의 흙바람 주저앉혀
둥글게 피워낸 우주의 숨결이여
지상의 생명 있는 것들
너도나도 봄 길을 내고 있느니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버려진 폐타이어
검은색 위에도 민들레 노랑꽃
혼자서도 봄 길을 들여놓았다
봄 길
이시영
대성사 보살 할머니 두 분이 산길을 오르시는데
벚꽃 난분분한 가운데 까르르 웃는 모습들이며
무엇보다 염주를 든 손목들이 소녀처럼 뽀얗다
봄 길
이원문
1
문밖 그 봄바람
옛 생각에 나서면
나 사는 곳 앞 냇가
버드나무 춤추고
멀리 보이는 하얀 벚꽃
가까이 개나리꽃
걷는 길마다 민들레
제비꽃이 반긴다
그때 보던 노란 들꽃
하얀 꽃은 냉이일까
크고 작은 이 들꽃
이름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꽃 이름
모여 피어 예쁘고
갖춰진 꽃잎 수술
큰 꽃처럼 예쁘다
2
개울 길 멀리
흰 구름 떠가고
바른 양지 돋은 새싹
봄볕에 잠든다
징검다리 건너온
아직은 이른 봄
움 틔우는 봄바람
버드나무 물올리나
먼 겨울 찾아온 봄
물살에 내려앉고
어리는 동그라미
버들강아지 비춰준다
3
그렇게 춥더니
눈 덮인 길이었고
바람도 칼바람
살갖 찢는 것 같았는데
구름은 안 그런가
보는 것만으로도
손 시려워 발 시려워
얼마나 움추렸나
보름 지나 흐지부지
봄바람에 밀린 겨울
이제 아주 밀려나
어디로 가버렸는지
떠난 겨울 미워라
돋은 달래 냉이 씀바귀
어느 바구니에 담아야 하나
꽃은 어느 꽃이 이 눈에 먼저 들어오고
봄이 오는 길
이혜진
꽃 감성
봄 햇살, 파란하늘
모두가 빛이고 사랑이네
물 오른 가지 위에
꽃잎은 접어 숨을 고르고
따뜻한 숨결 , 힐링 속에
자유를 그린다
눈부신 햇살 너머로
피어나는 사랑
다소곳이 꼭 다문 입술 어느 순간
향기가 흐르고
연보랏빛
그리움에 찬 아가씨
계절의 꿈을 꾼다
봄 길 가잔다
임남규
들길에 돋은 새싹
햇살 따라 너울너울
예쁜 꽃길
향기도 바람에 살랑
앞서간 나비와 꿀벌 따라
꽃 속을 들여다보는데
순결한 하얀 구름이
나물 뜯으러 가자 한다
봄 길에서
정민기
봄이 피었다가 봄이 지는
이 길
새로 피는 것은 없고 지는 것만
땅바닥을 애처로이 핥는다
날마다 바람은 궁금한 것도 많아
미행을 일삼고
그의 입김은 안개처럼 서늘하다
하늘에 접어 띄운 구름 배 한 척 떠가고
타다 만 별이 뜨기 전에
이 길에서 꽃봉오리처럼 마음 문 열까?
고백한 꽃씨가
환한 사랑으로 피어날 때
봄비는 주절주절 되새김질하고
한 줄기로 일어선 천 길 벼랑 끝 촛불처럼
환하게 앉아 미소 짓고 있다
꽃과 꽃의 사이가 향기로 철썩거리니
구름 배 띄워 뱃놀이나 해볼까!
꽃잎에 나비 문패가 새로 붙여진다
봄 길
조한직
햇살 따사로운데
바람은 등을 밀고
연분홍 미스김 라일락의
아늑한 향기는 눈을 유혹한다
방긋방긋
살랑살랑
빈 가슴 흔드는
여인의 손짓이다
아-
그리운 임아
꽃물결 여울지고
이 봄은 또 흘러가노니
흘러 흘러서
강물처럼 흘러서
명년에도 봄만, 올까 하노라
너에게로 가는 봄 길
주선옥
오래 기다린 시간
콧끝에 땀방울 맺고
썩어질 씨앗하나 품었다
초록으로 열린 새 세상
그 싱그러운 바람따라
양 귓불 붉어지는 설렘으로
어디 진달래 꽃바람 불거든
감당할 수 없으니 버들가지로
휘휘 휘둘러 쫓아버리고
어둑하던 산등성이 구름을 걷고
일곱 빛 무지개다리를 올라
화사한 빛으로 은근하게
겨울을 건너오느라 부르트고
찢어진 엄지발가락을
그 품에 깊이 묻어 쉬고 싶다
봄 길
주응규
먼 산 뻐꾹새 슬피 울며
잠든 그리움 깨워 놓으면
아련한 추억 불러와
이내 마음도 따라 웁니다
연초록 빛살 넘실거리는
은은한 물결 타고 고운 님
오실 것 같아 님 마중 갑니다
재깔이는 초목의 속삭임 귀담아
멀거니 먼발치 바라보며
님 오시길 기다릴 적
청아한 햇살이 나를
감미롭게 품어 안으며
봄 속으로 데려다 놓습니다
봄은 활짝 마음을 열었습니다
하지만 님의 모습은 간데없고
향기에 흩어지는 그리움은
가슴에 피어납니다
못내 아쉬워 아쉬워서
님께서 남겨두고 간
순결한 추억을 하나 둘 꺼내어
적신 눈시울 닦으며
뻐꾹새 울음 따라
이내 마음도 우는 까닭입니다
봄 길
최남선
버들잎에 구는 구슬 알알이 짙은 봄빛,
찬비라 할지라도 임의 사랑담아 옴을
적시어 뼈에 스민다 마달 수가 있으랴
볼 부은 저 개구리 그 무엇에 쫓겼관대
조르르 젖은 몸이 논귀에서 헐떡이나
떼봄이 쳐들어와요, 더위 함께 옵데다
저 강상 작은 돌에 더북할쏜 푸른 풀을
다 살라 욱대길 제 그누구가 봄을 외리
줌만한 저 흙일망정 놓쳐 아니 주도다
봄 길 따라오신 당신
최영복
밤하늘 별처럼
반짝이는 눈망울이 아름다워서
환한 입술에 미소를 담은
얼굴이 하도 고아서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마냥 즐거워서 내 가슴은 이런 것이
행복이라 말하고 있었어
처음 만남부터 우리에게
약속이란 믿음이 생겼고
그 순간 당신과 함께라는 시간이
내 인생에 아주 특별한
행운이라 생각했지
어쩜 우리 인연이
먼 길을 돌아오면서
서로에게 절실했던 사랑을
간절히 원해왔기에
그런 마음들이 하나 되어
오래도록 아끼며 살아가라는
뜻이 아닐까
봄 길
최영호
장미 향기가 바람이 났다
온 동네가 흥분에 도가니
넝쿨이 너의 집 담을 넘는다
붉은빛으로 물든 마음
하루가 촉촉하게 젖는다
아랫마을이 흥건하다
너에게 가는 돌담길을 따라
사랑의 향기가 난다
가시 박힌 상처도 잊고서
강물 위로 물결 따라
바람처럼 너는 오신다
고운 임 오시는 봄 길엔
장미가 피어나 미소 지으며
방긋방긋 웃으며 악수하고
가슴 따사로운 꽃길로 오신다
산 넘어 춤추는 오솔길
즐거워 노래 부르고
비구름이 몽실몽실 모여서
봄비처럼 촉촉하게 오신다
봄 길
최영희
얼마나 돌아온 길인가
메마른 숲길을 지나
서글픈 바람 속에서
발밑에 떨어져 쓸려간
낙엽을 기억한다
고뇌의 긴 그림자
땅을 비집고 파고드는
삶의 고뇌 속에
아팠던 시간 누이고
봄이 오는 길을 걷는다
남녘에서 오는 꽃향기에
철없는 민들레 풀섶마다 내려앉고
논두렁, 밭두렁엔
국수댕이, 냉이, 봄쑥이 지절대는
참으로
오랜만에 걸어보는
이 봄 길
나비야 춤추어라
나의 사랑한 기억
봄의 왈츠를 타고 있다
봄 길
최원정
봄은
들어가는 길만 있을 뿐
나오는 길이 없다
능선마다, 생강나무꽃과
진달래가 피기 시작하면
저물어가는 삼월조차
아쉬워할 명분이 없어지고
수시로
그대가 생각나는 것처럼
저절로
그, 봄 길로
자박자박 들어설 수밖에
봄 길에서
홍수희
사슴농장을 지나
개나리꽃 만발한
언덕에 오르다
오던 길,
진달래 흐드러지고
목련꽃잎마저 맨 가슴을
뎅그렁뎅그렁 내려치더니
저만치 아랫동네에 두고 온
가파르고 꼬불한 길이 아직도
힘겹게 나를 쫓아오고 있다
아, 이 봄 어디에도 숨을 곳 없네
봄 길
홍희표
는개비 살구꽃처럼 내리면
라일락 또다시 피어나고
앞산에 방울새 포르르
아아, 사랑도 죄인가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