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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강

강만

 

따뜻한 등불 하나 없다

겨울의 복판에 누워버린 강

가슴의 빈 공간에서

한 떼의 청둥오리들이 몰려가

강을 쫀다

으스러지는 적막 위에

강이 쏟아내는

허무의 피

세상이 하얗게 젖는다

이 캄캄한 우주의 한끝에서

만 년이 걸려도 닿지 못할 저 끝으로

꽃잎처럼 떠

나는 걷는다

 

 

 

겨울 강

고영민

 

강은 얼음을 지치던

아이 하나를 통째로 삼킨다

 

꼭 다문 입

얼음은 장벽처럼 두껍다

되새김으로 깊어지는 강

 

강은 아직도 아이를 먹고 있나

다물고 있지만 속으로

달게 우물거린다

 

얼음 밑

아이 얼굴의 잉어

아이 얼굴의 가물치

아이 얼굴의 모래무지

아이 얼굴의 세모래

강물, 강물

 

 

 

겨울 남한강 길에서

고재종

 

강물은 끼룩끼룩 철새 떼를 날려선

시방 저렇게 더 큰 적적함을 부르네

 

구비야 구비야

물길 따라 백릿길

마음조차 비포장으로 유유하다 보면

 

강바람도 쇠리쇠리 먹갈 떼를 일깨워선

어쩌려고 더 큰 쓸쓸함을 쓸어오지

 

구비야 구비야

세월의 몸 된 것을 유수라 하나

제 흘러온 상처를 금은 비늘로 바꾸는

저 물결, 오늘은 세월 밖으로 흐르는데

 

강변의 드문드문한 마을들도

굴뚝으로 느린 탄환을 하얗게 쏘며

서러움일랑 잘 삭여내어 햇살 받는가

 

목계 지나 법천까지

물길 따라 한나절 길엔

 

그리하여 적적타 못해, 쓸쓸타 못해

너 보고 싶은 그리움 하나는 유장하여선

그것이 백릿길을 잇는 동안

 

구비야 구비야

나는 자꾸 울대 치밀어 하염없거나

저 강물의 더 깊푸른 울음을 듣거나

 

 

 

겨울 강 산조(散調)

구상

 

섣달 매운 날씨 이른 아침

마치 매일 예배를 보듯

나는 오늘도 강에 나와 있다.

 

강은 숨을 죽이듯 물살 하나 없고

건너 모래톱도 추위에 질린 얼굴을 하고

배들은 모두 기슭에 움츠리고 있는데

흰 물새 몇 마리 강물을 차며

얼어붙은 하늘을 날고 있다.

 

헌데 계절의 무덤 같은 이 삭막 속에서

신이 같은 축주는 그 어인 일인가?

 

시신 같은 저 강에서, 아니 내 가슴에서

대금의 산조가 울려오며

이 산 저 산봉우리 옹달샘에서

한 방울의 이슬이 땅껍질을 뚫는 소리

바위 숲을 헤쳐 나오는 계곡의 물소리,

 

천 길 벼랑을 내려 구르는 폭포 소리,

이 들판 저 들판에서 흘러나온 여울들이

대하를 이루어 출렁이는 강물 소리,

하늘의 천둥소리, 빗소리, 눈보라 소리,

헤아릴 수 없는 낱낱의 물방울들이

낳고 죽고 맺고 엉키고 합치는 소리,

영절한 그 소리, 소리들을 내더니

이제 그 가락은 내 앞을 흐르는 강처럼

저 멀리 아득히 자취를 감추면서

영산회상으로 변하여 울려오고

나의 과거와 오늘도 미래도

그 신운에 녹아 흐른다.

 

 

 

겨울 강

구재기

 

강물은 겉으로

제 자리에 머물 뿐이다

강물은 또 속으로

제 흐름을 지킬 뿐이다

살아 있는 슬픔아

결코 아픔을 보이지 말라

강물은 제 자리에서 흘러

제 가슴에 고이게 할 뿐이어니

 

 

 

겨울 강

권경업

 

1

너의 얼굴에 눈물이 마르고

가을이 간다.

인연의 마지막 숨들을 거두어

긴 겨울울 준비하는들판.

내밀히 죽음의 싹들을 틔우고

지난여름은

언제나 격렬했다

폭양의 흔적들 희미해지며

무모했음

허나 살았음을 일깨우고

심연으로 심연으로

옷을 벗는 겨울강

왜 불안했던가.

얼굴 시리게 바람은

미열 앓던 기억들만 거느리고

왜 나는

늘 배반을 예감했던가.

사는 일은

꿈을 꾸는 일이라고

너는 왜 말했던가

들판과 발정 난 도시(都市) 사이에서

끝없이 넘어지고 일어서며

겨우 당도한 겨울 강

관절들만 낡아 가고

내륙 깊숙이 안개만 깊어진다.

 

 

2

네가 얼어붙은 것은

머무르고 싶어서가 아니다

흘러가기 싫어서도 아니다

그저, 출렁이고 흔들리는

자신이 싫어서다

때론, 소리 낮춰 울던

여울목의 그 쓰라림을

바닥까지 말갛게

드러내 보이고 싶은 때문이다

강물은 혼자 있을 때만 언다.

 

 

3

얼음장에 묻은 가슴

쓰라린 기억으로 머무르지 마라

삶이란,

흔들리며 출렁이며 흘러가는 것

흘러가며 더러는 아파하는 것

새벽안개 피는 여울목, 때로는

소리 낮춰 울먹이기도 하는

우수(雨水)에 젖은 강이

언 몸을 깨트리며 간다.

 

 

4

조개골

쌓인 눈 위로 오솔길 돋으면

흐르고, 흘러가고 싶다

아직은 시린 그대 품에

풍덩 뛰어들어 함께 가고 싶다

가다가 다리쉼할 어느 강나루

꽃그늘 한가한 주막 평상

곡차 몇 사발 청하고

그대 잔에 복사꽃 띄워, 권커니 자커니

쉬 가는 봄날을 노래하리니

정처 없을 물길

나를 품고 가달라며 졸라대지만

일없다 휘휘 손 저어

붙잡고 부여잡는 산자락 뿌리치고

물굽이 돌아보는 것도 잠시

그대 해맑은 모습으로 떠나겠지만

 

 

 

겨울 강

권순자

 

꽁꽁 얼어붙은 강으로 갔다

나룻배도 얼음에 갇혀

가던 길을 멈추었다

 

어느 뜨거운 사랑이 있어

단단히 몸을 얼려 묶어 버렸나

제 몸으로 나룻배를 부여잡고 있는

참으로 끈질긴 사랑아

 

얼어서라도 멈추고 싶은 정

흐르지 않고 야무지게 얼어서

제 열정을 비추고 싶은 것은

달빛만이 아닐 것이다

 

흐르고 흐른 뒤에 다시 눈발로 날리다가

얼어붙어 외로운 기다림을 접고

끝끝내 제 사랑 안에 갇힌

겨울 강

 

쩡쩡 울리는 소리

가슴 붉게 울리는 소리

겨울 강 소리

 

 

 

겨울 강()

권영민

 

서리 묻은 갈대밭

눈 시린 겨울 아침

 

뽀오얀 안개 속을

저어가는 흰 물결

 

돌뿌리 울리는

긴긴 눈물 자락

 

갈길 바쁘게

그냥 두고 떠나는가.

 

 

 

겨울 강

권오범

 

1

여름내 켜켜이 쟁여둔 시어 솔래솔래 끄집어내

가으내 구들직장 뒹굴며

조물조물 무치고 달달 볶아 먹다

가슴 시린 시원한 언어가 그리워 찾은 강

 

여름을 노래하던 자잘한 음표들

가을이 송두리째 앗아가

칼바람과 겯고틀고 휘청대는 능수버들

산발한 머리칼이 나만큼이나 남루하다

 

둑 밑에 거꾸로 찔러 둔

미완성 수채화 낙목공산 구기며

물오리들이 물 방석 깔고 앉아

망중한 즐기는 한낮

 

철새들이 짓밟은 짜발량이 언어라도 건지려면

잉어인지 누치인지 톰방거려 집중을 이간질하고

하세월 도를 닦아온 뭉우리돌들도

동안거 중이라 입이 천근 같고

 

 

2

최루가스 범벅으로

냉정하리만치 잔인했던 망망대해

자유마저 얼어붙어

너와 나 쇄빙선이 돼 건너온 역사

얼마나 넓고 혹독했던지

고구마 통가리 야금야금 빼먹다 무너져

희망이 가물가물 할 때쯤

신기루처럼 어리던 그 찬란했던 봄

팔만유순 보릿고개 이야기

구닥다리로 치부해

밥 없으면 라면 끓여먹지, 하는

이즘 얘들이 어찌 짐작이나 하랴

저승사자인 신용카드와 동거하다 보니

전화 한번이면 산해진미가 총알처럼 날아와

목을 조를 때까지

김치가 왜 양식인 줄도 모르는 것을

 

 

 

겨울 강가에서

김경미

 

눈과 함께 쏟아지는

저 송곳니들의 말을 잘 들어두거라 딸아

언 강밑을 흐르며

모진 바위 둥글리는 저 물살도

네 가슴 가장 여린 살결에

깊이 옮겨두거라

손발 없는 물고기들이

지느러미 하나로도

어떻게 길을 내는지

딸아 기다림은 이제 행복이 아니니

오지 않는 것은

가서 가져 와야 하고

빼앗긴 것들이 제 발로 돌아오는 법이란 없으니

네가 몸소 가지러 갈 때

이 세상에 닿지 않는 곳이란 없으리

 

 

 

겨울 강

김경숙

 

겨우내 울다, 웃다

마음의 벽을 두껍게 쌓던 강

긴 침묵 깨뜨리고

벽 허물기 시작하더니

채워진 만큼 비우기 위해

마침내,

누군가 힘껏 던졌을 돌멩이마저도

깊숙이 끌어안는다

 

 

 

겨울 강가에서

김귀녀

 

눈발이

눈발이

겨울 강에 뛰어들었다가

밤마다 소리 없이 뒤척인다

내 눈물처럼

형체도 없이

소리소문없이 녹아내린다

나의 슬픔처럼

봐주는 이 없어도

그렇게

겨울 강가에 녹아내린다

 

 

 

겨울 강

김낙필

 

강가의 시간은 아직도 얼지않고 있다

더운 날 풀어논 언약이 아직도 주저리주저리 흔들리고

빈 배는 여전히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허리춤으로 쌩하니 언 바람이 지나고

한때 사랑했던 그들이 강 저편에서 신기루처럼 손을 흔든다

느티나무를 안고 돌자 바람이 연주를 시작한다

"아무르강의 물결"

얼지 못한 물길이 휘어 돌아 나간다

사랑한다던 낙서가 물결에 떠나간다

늘 가슴의 방은 비어 있다

대문 빗장도 걸어놓은 채 강변을 걸었다

한때는 가슴을 풀어 헤친 채 열어놓고

주홍 대문 안에 베롱나무도 심고 제비꽃도 심고 싶었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재우고 싶었다

객고에 피를 토하고 쓸어지던 날 겨울이란걸 알았다

다 잃었다는걸 눈치챘다

노을 떨어지는 강가에서 모두를 떠나보내고

들개처럼 행려자가 됐다

객지를 느린 걸음으로 걸어보면 안다

물이 어느 쪽으로 흘러가는가를

강변 자작나무숲에 앉아 긴 겨울 편지를 쓴다

저문 강은 숨을 죽인 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드디어

강이 서서히 얼어붙기 시작한다

 

 

 

겨울 강

김남조

 

겨울 강은 결빙으로

가슴 닫은 지 오래,

강 면엔 얼음 이불이

이음새 없이 한 자락으로 덮이고

누군가

빙설의 전 중량을

어깨에 둘러멘 분

숨어 계시어

강산 아픈 곳에

진맥의 손을 얹으심을

정녕

누구신가 누구신가

깊이 심장을 감추셔도

그분 인기척 알 듯싶어

밤에도 잠자지 않으시는

초능력의 깊은 사랑

알 듯만 싶어

하여

그 앞에 굴복하여

평생의 어른으로 섬기고 싶은

신비한 그분의

표현 못할 인기척을

나는 역력히

알 듯만 싶어

 

 

 

겨울 강

김덕성

 

흐르는 세월

마음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은

고요를 아름답게 노래하며

추억을 불어오고

고운 가슴 밭에 무성한 숲을 걸어가며

희미하게 떠오르는 그리움이

새록새록 피어난다

 

겨울을 안고 오는 찬바람

그리움을 부르고

칼바람에도 사랑이 흐르는 가슴에

시로 기쁘게 노래하고

함께 흘러가는 겨울 강은

얼어도 뚫고 대해로 흐른다

나는 이래서 산다

오늘도 기쁘게

사랑을 품고

 

 

 

겨울로 가는 강물

김덕성

 

빨간색 노란색으로

야단스럽게 화려하였던 산야

 

어디로 사라지려는지

온 세상이 모두 떠나버린

가난뱅이입니다

 

인생도 잘나고 못나고

가릴 것 없이 비록 순서는 없어도

흔적도 없이 떠나고

자연도 곧 원하던 원지 않던

하얀 계절이 오겠지요

 

피하려고 해도 피할 수 없이

눈보라 치는 겨울로 가고 있는

세상은 겨울로 흘러가는

강물입니다

 

 

 

겨울 강

김민홍

 

1

이젠 떠나야 하리

바람 불 때마다

뼈만 남아 잠시

흔들리는 겨울 강

묵묵히,

묵묵함도 버리고

어둡게 파묻던

네 얼굴도 버리고

내가 껴안은

시간의 고리들도 풀고

드디어 돌아갈 길마저 지우고

고립되어야 하리

 

 

2

너의 얼굴에 눈물이 마르고

가을이 간다

인연의 마지막 숨들을 거두어

긴 겨울을 준비하는 들판

내밀히 죽음의 싹들을 틔우고

지난 여름은

언제나 격렬했다.

폭양의 흔적들 희미해지며

무모했음, 허나

살았음을 일깨우고

심연으로 심연으로

옷을 벗는 겨울 강

왜 불안했던가.

얼굴 시리게 바람은

미열 앓던 기억들만 거느리고

왜 나는

늘 배반을 예감했던가

사는 일은

꿈을 꾸는 일이라고

너는 왜 말했던가

들판과 발정 난 도시(都市) 사이에서

끝없이 넘어지고 일어서며

겨우 당도한 겨울 강

관절들만 낡아가고

내륙 깊숙이 안개만 깊어진다

 

 

 

겨울 강

김선아

 

거두절미의 자세가 저것일까. 세상사 밑바닥 혼자 견디는 겨울 강을, 꽝꽝 얼어 혹독한 빙판에 이마 도장 무릎 도장 새겨넣듯 오직 한 가지 자세로 드문드문 놓아준 억새 방석마저 밀쳐놓고, 천만 개의 손으로 잔등을 엎어주려 다가서는 함박눈마저 거절하고, 삶의 급물살에서 빠져나와 숨소리도 납작 엎드린 겨울 강을, 어서 몸 일으키라고 잡아끄는 북풍의 가슴 깃도 끝끝내 털어내는 저 겨울 강의 시린 어깨를, 본다. 따순 물 한 숟갈 떠 넣어주려 무릎 세우다 어둠 속에 주저앉는 저녁노을의 눈꼬리도 가만가만, 눈물 마를 때까지 본다.

 

 

 

겨울 강에서

김선태

 

1

소리가 죽고 있었다

소리가 죽어

거스름 없는 강물로 흐르고 있었다

꿈도 얼어붙고 있었다

꿈도 얼어붙어

깊이 모를 바닥에 잠들고 있었다

그러나 보기만 해도 눈이 시린 겨울의

어제 그리고 오늘의 한복판을

강물은 엎드려 숨 쉬는 침묵이었다

강물은 길게 누워 뒤척이는 아픔이었다

 

 

2

하류로 흐르는 물 위에 캄캄한 하늘

이름 모를 풀잎들이 떠내려가고 있었다

몸져누운 강의 하류를 다독이며

상류로 거슬러 오르면

따라와 하얗게 부서지던 진실이 있었다

강기슭엔 아직 버릴 수 없는 꿈들이

어깨동무하며 뛰놀고 있었다

일어서면 넘어지는 절망과

넘어지면 다시 겨운 허리를 펴는 어깨 위

무수히 쌓이는 비명이 있었다

 

 

3

어두워가는 저녁 강물 위로 눈이 내리고 있었다

쓰다 버린 말들이 하얗게 빠져 죽고 있었다

낮게 엎드린 강 건너 마을의 불빛들이

제각기 물에 젖은 얼굴을 닦으며

강어귀로 숨죽여 건너오고 있었다

무서운 공허로 출렁이는 갈대밭을 헤치며

쓸쓸한 노래를 부르는 바람 소리

오랜 상처의 세월을 읽어 내리고 있었다

밤 깊어 눈발은 더욱 거칠어지고

어디선가 무거운 침묵을 깨뜨리며 이따금씩

이를 악문 얼음장들이 깨어지는 소릴

강둑에 마른 풀잎들이

일제히 귀 기울여 듣고 있었다

 

 

4

슬픔이 밀려와

또 다른 슬픔과 만나 수런대는 하류의 다리 아래

핏줄이 하나이듯

하나의 슬픔을 이루어 흘러갈 수 없을까

상류와 하류가 만나지 못하는 강

미움이 미움으로 되돌아 강둑에 부서지고

사랑이 사랑으로 얼싸안고 출렁이지 못하는 저

겨울 강의 캄캄한 자유와 사랑

그러나 손을 내밀어 강심을 더듬어 보면

돌연 내성(內省)의 깊이로 눈 떠 있는 강

하여, 나는 볼 것이다

거대한 슬픔의 꼬리를 기일게 늘어뜨린 채

오늘도 숨죽이며 흐르는 저 겨울 강이

봄이 오면 어떤 모습으로 넘쳐흐르는가를

넘쳐흘러 결빙의 대지를 적시는가를

 

 

 

겨울 강

김세영

 

강물은 속으로 흐른다

무성하게 출렁이는

바람의 치마 밑으로

때로는 춤추며

달려가던 날들을 기억하면서

앙상하게 얼어붙은

바람의 고샅 밑으로

때로는 포복하며

웅크리고 걸어가면서

등허리의 긴 상처를

달빛으로 꿰맬 때만

살얼음 덮인 알몸을 보일 뿐

얼음 비늘의 황톳빛 잉어들이

바다의 도마 위에 지친 몸을 누이고

파도의 칼날이 잘게 다져서

바닷물 속으로 녹아들 때까지.

 

 

 

겨울 강

김완수

 

너도 아니고 나도 아닌

우리가

오랜 기억이 묻힌 겨울 강가로 돌아왔을 때

어제 흐르고 남은 시간이 오늘 또 흐르고 있었다

 

스스로 풍장에 든

잡풀들이여

자갈들이여

나뭇조각들이여

끝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여

풍경이여

 

행여 너였다가 혹은 나였다가

그리하여 우리가

용서할 것도 없이 방황하는 겨울 강가에 서서

눈보라를 맞는다

 

흐르고 난 시간은 어디서 퇴적할까

 

긴 세월 동안 우리가 그러했던 것처럼

어둠은 스스로 어둠을 밝히며 깊어지고

겨울 강에 스치는 바람은

허공으로

허공으로

산산이 흩어진 가운데 또 흩어진다

 

 

 

겨울 강가에서

김이진

 

바람이

우는 소리를

들어보았는가

 

휘파람 소리

얼어붙은 강가에서

바람은 앙탈을 부린다

 

달리는 시인

투박한 남자의

가슴팍으로 파고드는 바람

 

가슴이 시리다

아무 말 없이 안아주련다

바람의 숨결을 느끼면서

 

 

 

겨울 강

김인희

 

겨울 강이 흐르던 곳

그곳에 흐르던

차디차고 싸아한 공기

드높고 맑은 곳에서 흘러온

 

푸른 갈기 흩날리며

내 말은 뛰어오른다

 

푸르거나

칼이거나

 

내 말의 푸른 갈기가

비수처럼 번쩍이는

 

겨울 강은 흘러

차다 차고 싸아한 공기

온 세상으로 흘려보낸다

 

 

 

겨울 강

김정미

 

임진강 앞에 돛대 모로 묶여 섰다

겨울에는 운행을 쉽니다!

휴식은 얼마나 넉넉한 시간인가

펄럭이던 돛마저 박쥐날개처럼 얼어버렸다

새 발자국이 몇 걸음을 떼어 중심으로 사라졌다

하얀 눈 위에 점자로 찍어놓은 길

누구를 데려가려고 저 이정표는

흔들리는 물 위에 징검돌을 놓았을까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라고

호기심 많은 바람만이 조서를 흘려쓴다

건너지 못할 강을 왜 밟고 말았는가

빠지지도 못할 강을 왜

집요한 물음이 머리를 적신다

그만 보내라고

그만 잊으라고

쩡쩡 얼어터진 심장을 부여안으며

안으로 안으로만 울고 있다

울고 또 울고 또 우는

,

심장

 

 

 

겨울 강

김주수

 

어느 때 나는 외진 마음 다 풀리어

은어 떼처럼 너에게 갈 수 있을까

어느 때 나는 물결에 뜬 뭉게구름처럼

소리 없이 네 안에서 흐를 수 있을까

열리지 않는 문 앞에 서서 바람인 듯

끝없이 번져가는 시린 말들을 전할 뿐

 

 

 

겨울 강

김중근

 

강물을 죄다 얼려서

햇빛으로 문질러 윤을 내고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겨울 강

 

거울처럼 반들반들,

산 그림자가 슬며시 들여다보지만

어림없지

시끌벅적 얼음지치고 팽이 치러

개구쟁이들이 몰려 올 테니까

 

강 언저리 털보아저씨의

뚝딱뚝딱 썰매 고치는 소리도

겨우내 한 번쯤은 듣고 싶은데

 

얼음이 녹을까 봐 더더욱 꽁꽁 얼려서

반지르르 광을 내고는, 오늘도

기다림이 있어 외롭지 않은 겨울 강

 

 

 

겨울 강

김지헌

 

눈앞이 흐려지고

병든 아버지의 육신이

묘지 뒤로 사라진다

말없이 다가와

침묵으로 사라진

아버지의 옷자락

겨울 강은

여위어 반쪽이 된

그분 모습

내 유년의 기억 속에

절절한 그리움

 

 

 

겨울 강가에서

김진학

 

마른 억새풀을 보며

생명이란 스스로 죽는 것인가 보다

이 사람아

내가 갈 수 없는 그곳은 편안하신지

내 가슴이야 메이듯 말 듯

그대는 편안하신지

흘러가는 강물이면 좋으련만

흐르지 못하는 아픔 때문에

볼을 타고 내리는

슬픈 그리움

저만큼 강둑에서

한 마리 철새 날아오르면

나도 새 따라

훨훨

날아가 버렸으면

 

 

 

겨울 강

김찬일

 

찬비 맞으며

아련한 들길 걸으시다

젖은 한숨으로 떨어지는 동백꽃 타고

어머니 겨울 강으로 떠나셨네

젖무덤 마르면 안개가 되는 거야.

여자는 잠시 보이다가 사라지는 안개가 되는 거지

어머니 보고 싶어요.

그럼 너희는 겨울 강으로 나가 안개 만져보렴

그 말 들길에 흘러 놓고 어머니는

겨울 강으로 나가 안개가 되셨다

사랑하는 일은

생명을 기르는 일과 하나로 이어지지

그게 여자의 길이기도 하거든

겨울 강 깊은 곳에 가라앉아

강의 젖무덤 되신 어머니는

생명을 기르는 안개로 피어나셨다

 

 

 

겨울 강의 나

김찬일

 

겨울로 가는 그 강가 걸어갔을 때

물새 울음에 섞인 내 생애 지난날

겨울 강으로 흘러가는 것이

눈에 보였네

목말랐던 사랑도 갈꽃처럼 하얗게

흔들리던 꿈도

강 안개였음을 그 날 알았네

십리 갈밭에 서서 보면

멀리 저 멀리 걸어 온 길들이

노을에 물들어 지워지고

한번 흘러가면 돌아오지 않는

강물 소리에 젖어 겨울 강으로

흘러가는 나를 보았네

 

 

 

겨울 강

김태중

 

사나흘 뜬 눈으로

겨울 강에서 지새고 싶다

 

얼어붙는 강물을

조각조각 떼어내

그 사이로 흐르는 물을 보고 싶다

 

얼면

또 부수고

쩌억 갈라지는 순간까지

 

혹독한 겨울의 강에서

외로운 밤을

지새우고 싶다

 

동상에 걸린 몸뚱아리

송곳으로 찔러

잘게 부숴내듯

 

두껍고 단단히 굳은

강물의 표피를 부숴야만 한다

철갑옷은 영웅의 상징이 아니다

 

우리 모두 깨어나

겨울 강에서 사나흘쯤

뜬눈으로 강물이 숨 쉬도록 하자

 

한 번쯤

혹독한 추위에서 피는

겨울 안개를 가슴에 담자

 

 

 

겨울 강

김희경

 

쉽게 무너질 수는 없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허물어져도 좋았을 친구여

칼바람에 빛나던 자존

그건 성역이었다

너의 비명은 내 뼈마디를 흔들고

너의 눈물은 내 살을 적신다

언제까지나 꿈쩍 않으리라던

예감은 빗나갔다

어쩌면 예고된 불청객의 방문을

그처럼 쉽사리 맞아들일 줄 알았다면

애초에 널 사랑하지도 않았으리

너의 얼굴을 기억하지도 않았으리

그러나 이제

헐거워진 몸 추스리며

이 땅에서 살아야 하는 까닭을

너는 밝혀야 하리 분명히

 

 

 

겨울 강 두물머리

나상국

 

한 무리의 행락객 철새 떼처럼

우르르 몰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발자국마저도 휑한 두물머리

사백 년의 나이에도

거칠게 불타오른 느티나무의 열정

한 잎 나뭇잎으로 힘없이 떨어지고

모로 두러 누운 색바랜 풀들이

너을 너을 춤추던 쓸쓸한 강둑

강한 비바람이 몰려왔다가

스스로 몸을 낮추어

한 바퀴 돌아보고

에둘러 떠나간 두물머리

노만 덩그러니 남겨진 배 한 척

사공 잃은 황포돛배

새벽 안개에 갇혀

쨍쨍 강울음 소리에

머리채를 낚아채인듯

무릎 끓는다

금강산 골 깊은 계곡에서 흘러내린 북한강

태백산 검룡소를 힘차게 박차고 발원한 남한강

처녀 총각 만나듯

양수리 두물머리에서

깊은 포옹으로 한몸이 되어 흐른다.

 

 

 

몸 풀고 있는 겨울의 강 끝엔 봄이

나상국

 

폭설과 허공에 날린 입김마저 얼어

날아오르지 못하는 매서운 강추위

자궁 속 번데기처럼 쪼그라들어

잔뜩 움츠려 있는 기죽은 사내 같은

언 강들아! 겨울아

발가벗고 까치발로 서 있는 겨울나무

무릎 아래 드러누워

음흉한 마음으로

희롱하는 빛의 현란한 손놀림을 보아라

흥분된 오르가슴으로 주체할 수 없어

발끝부터 머리털까지

파르르 떨고 있는 버들강아지

배배 꼬며 흔들리는 저 신음 소리

가만히 귀 기울여 들어 보아라

몸 풀고 있는 겨울의 강 끝엔

산통 끝에 돋아난 꽃 피는 봄이

나비의 춤사위로 노래를 부르겠지

 

 

 

겨울강

남대희

 

가던 걸음 멈춰 섰다

따르던 낭미초도 고개를 꺾었다

시린 발 하얗게 동여매고 쩡쩡 운다

걸어도 걸어도 꿈꾸는 바다는

멀기만 하다

 

돌아보면

능수버들 긴 소매 춤사위에

흥겨워도 했었고

모랭이길 큰 바위 심술에

허옇게 부서지기도 했었고

덤벙덤벙 가슴팍 질러오던 징검돌에

남실남실 젖기도 했었다

 

물새마저 떠나고

바람도 미끄러지는,

석양빛 산자락 길게 베고 누운

동천(冬川)

 

꽁꽁 언 빙판 위로

노을빛 하늘이 말갛게

들어와 앉는다

 

 

 

겨울 강에서

노홍균

 

여름 한 철 풀벌레처럼

뜨겁게 살다 간 여름 사랑아!

네게 가을은 없었다.

겨울도 온 적 없었다.

몸은 비록 겨울 강가 억새되어 서 있다 마는

여름 한 철 풀벌레 처럼

뜨거운 노래만이 전부였노라

 

 

 

겨울 강

도종환

 

얼어붙은 강을 따라 하류로 내려간다

얼음 속에 갇힌 빈 배 같은 그대를 남겨 두고

나는 아직 살아 있어서 굽이굽이 강길을 걷는다

그대와 함께 걷던 이 길이 언제 끝날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이 길을 걸어

새벽의 바다에 이르렀음을 끝까지 믿기로 한다

내가 이 길에서 끝내 쓰러진 뒤에라도

얼음이 풀리면 그대 빈 배만으로도 내게 와다오

햇살 같은 넋 하나 남겼다 그대 뱃전을 붙들고 가거나

언 눈물 몇 올 강가에 두었다 그대 물살과 함께 가리라

 

 

 

겨울 금강

도종환

 

오늘도 걸어서 강언덕까지 갔다 왔다

들에 이미 와 기다리고 있던 바람에 금세 귀가 얼었고

산을 끼고 도는 길마다 빙판이었다

어느새 십년 세월이 흘렀다 이 길에 나선 지

몇은 죽고 떠난 사람도 여럿 되었다

많은 이들과 헤어졌고 더 많은 이들을 새로 만났다

그래도 늘 같은 소리로 우리 가는 길옆에 있어주던 강물이

오늘도 작은 시냇물까지 다 데리고 나와 동행해주었고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낮은 목소리로

억새들이 모여주었다

한때는 내 입에서 쏟아지고 있는 말들이

내일이라도 금방 현실이 되어 우뚝 설 것 같았고

넘치는 열정으로 해도 달도 다 내 가슴에

품을 것 같았다 어쩌면 다시 못 만날지 모르는

그런 뜨거움으로 밤을 새우는 이들 많아서

별이 빛났다 크나큰 몇 번의 실패로

많은 이들이 떠나고 이제는 옆에 섰던 이들마저

먼발치로 물러나 비아냥거리는 소리도 들으면서

내 손을 놓고 쏜살같이 앞질러 가며

우리가 세상을 얼마나 모르고 있었는지

보란 듯이 몸바꾸는 이들도 보면서

그래도 나는 이 길을 걷는다

이루지 못했으나 잘못 살지는 않았다

어쩌면 갈라진 이 땅 더러운 시대에 태어난 내가

갈 수밖에 없는 가지 않고는 달리 길이 아니던

나는 그런 길을 걸어온 것뿐이었다

그 더운 가슴이 식고 박수 소리 또한 작아져

몇은 풀이 죽었지만 애당초 박수 소리 때문에

몸 던진 길이 아니었다

떠나던 이가 던진 말처럼

유연해져야 한다고 나도 그 충고를 받아들이지만

떠날 수는 없다

눈물이 떠난다는 생각을 얼핏 떠올렸을 때

얼마나 눈물이 쏟아지던지

애착이나 억울함 그런 것 때문이 아니라

부정하고 부정해도 끝내 부정할 수 없는

우리의 마음 하나 아주 여리고

아주 작던 그래서 많이도 고통스러웠던

지금까지 나를 끌고 온 그런 것 하나를

역시 버릴 수 없어서 아팠다

오늘도 걸어서 강언덕까지 갔다 왔다

어린 금강 줄기 백 년도 한순간이던 강물

처음 이 길에 나설 때 우리의 언약을 알아듣던 그 강물

유장해야 한다고 오래오래 깊이깊이

가야 한다고 내가 흔들릴 때마다

내 몸의 잘디잔 실핏줄 하나에까지 흘러와

그물처럼 나를 휘감던 강물

그곳에 다시 눈발이 치고 눈보라가 마른 다리를 때렸다

아직 아무것도 이룬 것은 없으나

어떤 하찮은 것도 쉬이 이루어지진 않으리니

나는 멈추지 않으리라

고통도 좌절도 허기도 수천수백 눈물방울도

반짝이는 아침 햇살로 바꿔 안고 흐르는 강물의

저 무량한 깊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함께 가는 강물의 저 빛나는 발걸음

어떤 것도 쉬이 이루어지지는 않았으니 나는

멈추지 않으리라

 

 

 

겨울에 우는 강

도지현

 

어쩜 내 마음과 저리 같을까

용광로를 들이대도

절대로 녹지 않을

내 가슴과 꼭 닮아 애달프다

 

얼음 아래서 쩡쩡하고 울리는

강이 통곡하는 소리

저세상 가신 울 엄마

하관할 때 내가 저리 울었지

 

얼음에 얼비치는 잿빛 하늘

흐린 내 눈빛과 같아

차마 돌아서지 못하고

저문 강가에서 서성인다

 

서성이던 발길 멈춘 곳에

누군가가 매어놓은 조각배 한 척

그대로 얼어붙어 있어

오갈 데 없이 외로운 나와 같은데

 

 

 

겨울 강()

류철

 

그리움 흘러 흘러

강이 된다면

그 강 배 저어 다가가련만

 

흘러도 흘러도

가 닿을 수 없는 그리움이기에

 

얼어붙은 제 몸에, 쩡쩡

칼금 그으며 저리도 운다

 

울음을 목구멍으로 자꾸만 삼키다

내 가슴에 큰 강이 생겼다

 

 

 

겨울 강가

목필균

 

스무 살 청춘은 어디로 갔나

공지천 둑길을 산책했던 그 날들

먼 길 돌아와 보니

마음 갈피에 부는 휘파람 소리

 

북한강, 소양강이 뒤섞여 흐르다가

다시 한강으로 흘러갔지만

그 물길 따라 연어처럼 거슬러 와 본다

 

콩닥거리던 가슴은 어디로 가고

자욱한 물안개로 햇살에 스며든 강물에

청둥오리 자맥질하는 풍경이 한가롭다

 

보이지만 잡을 수 없고

생각나지만 갈 수 없는 아득한 날들

 

잊혀 지면 잊혀진 대로

기억하면 기억된 대로

내리막길 깊은 정이 그리워서

혼자가 아닌 우리를 찾아본다

 

 

 

겨울 강가에서

목필균

 

눈이 내린다

어지럽게 내려오는 눈발이

부옇게 아침을 몰고 온다

 

하얗게 덧칠된 풍경

강은 말없이 눈을 삼킨다

 

툭툭 떠오르는 기억들이

생각의 갈래를 하나로 묶는다

 

먹어야 할 끼니를 마련하듯

하루치 슬픔이 내 앞에 엎드린다

 

쉽게 잊혀질 줄 알았던

내 쓰린 사랑이

살얼음으로 얼려진 강

 

 

 

겨울 양수리

목필균

 

텅 빈 강가

찬 바람만 가득하다

저마다 끌어안고 사는 사람의 마음을

헹구어 내던 양수리에

겨울이 길을 내고 있다

 

강 건너편에 묶여 있는 조각배도

이 길 따라 흘러가며

가슴 태운 사랑도 있었을 텐데

 

지금은 하얗게 서리 내린 갈대만이

세월을 뜯어내는 찬바람 따라

제 몸 비벼대며 울고 있다

 

살면서

어디 다 꽃으로 피어날 일만 있었으랴

평생 떨치지 못할 그리움이

조각조각 어름장으로 떠돌고

 

밤이 오면

벌거벗은 몸들이 어둠의 채찍을 맞으며

별빛만 쌓고 있는걸

 

마음 저편까지 가보지 못한

못난 인생살이가 길 따라 간다

겨울이 양수리에 길을 내고

나도 함께 흐르고 있다

 

 

 

겨울 강

문인수

 

바람은 이제 엷은 살얼음으로 깔리면서

뻘밭 위에다가 덜렁 거룻배 한 척 올려놓고는

또 거기서 나와 처마 끝으로 어둑어둑 번져 가더니

이번에는 굴뚝 끝에서 오래 머리 풀고

몸 조심하거라...자주 편지하고...

 

이르며 사람들은, 낳은 자식들의 날개를 깊이 품노라

사람들은, 저마다의 땅끝에 이르러

집을 짓고 낳은 자식들의 날개를 깊이 품노라 사람들은

저 갈대숲으로 드는 바람 소리를 들으며 모로 누우며

 

 

 

겨울 강변에서

문인수

 

먼 수풀은 따뜻하고 부드러워요

새들은 왜 건너건너 날아가고 있나요

강 건너로 가서 살고 싶어요 어머니

얘야, 내 귓속을 들여다보아라

찬바람 드나드는 갈대숲 말아냐 추운 저

새소리 말이냐 얘야

 

 

 

물안개 피는 겨울 강가

박경남

 

물새 한 쌍의 힘찬 날갯짓에

새벽안개 자욱한 북한강이

부스스 깨어나고

물안개 피어오른 강기슭에

밤새 상고대를 그려놓았네

 

강 건너 하얀 지붕은

안개와 숨바꼭질을 하고

새들은

안갯속 자맥질에 신이 났다

 

바람이 붓이 되어

변화무쌍한 새벽 강을 그린다

다채롭게 그리는 산수화는

누구의 솜씨인지

 

아름답기 그지없는

안개 속 미로에서

내 좋은 사람과 영원히 깨지 않는

몽환 속에서 죽도록 못다 한

사랑하며 살고 싶어라

 

 

 

병을 앓는 겨울강

박광호

 

메마름 속

우울 가득한 갈대숲엔

얼어붙은 잔설사이 찬바람만 인다

 

노을 업은 강벽의 긴 그림자는

물결 위에 젖어들고

후미진 고인 물에 쌓인 낙엽은

얼음 얼어 미라가 되었다

속절없는 삶이 서럽던가

한줄 바람에도 애절한 갈대의 몸짓

 

겨울 강이 이렇게 삭막한데도

얕은 여울의 갯버들은

튀는 물방울에 얼음 옷을 입고도

남모를 봄의 꿈을 꾼다

 

반길 이 없이도

철마다 강변 숲을 이룸은

나름대로 사랑이 머물기 때문인데

이젠 세월이 얄궂어

흐르는 물도 예와 같지 않으니

갈대도 갯버들도 모두 함께

병을 앓고 있음이다

 

 

 

겨울 강()

박금숙

 

엄동으로 돌아앉은

산을 보고

강은 말이 없다

침묵을 넘어선

고혹적인 적막이다

 

언제부터였을까

급류하던 물살

체한 듯 뒤틀린 것은

 

휘돌아 굽이칠 수 없어

속으로 속으로만 울기까지

끝내 얼지 않으려고

갈래갈래 수많은

생각의 길을 냈으련만

 

쪽빛 희망마저

저문 그림자 드리워져

삭풍에 억장 무너진 강심

위안처럼

하얀 달빛을 품어 안는다.

 

 

 

겨울 강

박남철

 

겨울 강에 나아가

허옇게 얼어붙은 강물 위에

돌 하나를 던져 본다

쩡 쩡 쩡 쩡 쩡

강물은

, , ,

돌을 튕기며, ,

지가 무슨 바닥이나 된다는 듯이

, , , , ,

강물은, ,

언젠가는 녹아 흐를 것들이, ,

봄이 오면 녹아 흐를 것들이, ,

아예 되기도 전에 다 녹아 흘러 버릴 것들이

, , , , ,

겨울 강가에 나가

허옇게 얼어붙은 강물 위에

얼어붙은 눈물을 핥으며

수도 없이 돌들을 던져 본다

이 추운 계절 다 지나서야 비로소 제

바닥에 닿을 돌들을.

쩡 쩡 쩡 쩡 쩡 쩡 쩡

 

 

 

겨울 강변에서

박덕중

 

군병처럼 몰고 오는 칼바람 다스리며

죽어서도 시들지 않는

죽어서도 떨어지지 않는

갈대꽃을 본다

 

회색빛 한 송이 구름 같은 꽃

죽어서도 기어코 죽지 않는

고래 심줄 같은 너의 의지

 

시린 물에 발을 담그고

하늘도 멍든 한파 속

가는 꽃대 하나로 바람의 날을 부러뜨린다

 

저 죽움의 집회

한결같이 서로 한 어깨되어

결코 승복하지 않겠다는 아우성 소리

 

내 발부리에서

2(二世)의 푸른 눈을 보지 않고는

나는 꺾이지 않으리라

나는 눈을 감지 않으리라

 

빙판 위에 서서

죽음의 꽃을 피켓처럼 들고

겨울바람과 투쟁하는

겨울 강변의 끈덕진 갈대꽃을 본다

 

 

 

겨울 강

박분필

 

새하얀 거짓말인 것 같았다

강함과 부드러움이 어울림과 흩어짐이

구름 속 어느 충동적인 몸짓이 칠해 놓은

장밋빛 하늘이

 

밤의 마을에 뿌려진 온갖 별과

저 하얀 빙판이 서로 대결중이라는 것이

 

섬진강을 꽉 틀어막고 있던 빙판이 단 한 번의

진동에 쩍 금이 갔다

마음이 찢어지는 굉음 후에 벌어진, 저 틈

 

강철보다 단단하게 묶었던

사랑 하나가 헐거워진 탓일까

얼어버린 날개 하나가 하얗게 날아오른다

 

임종조차 지키지 못한 이 슬픈 짐승을 키우기 위해

희생하신 어머니의 가슴팍에 난 흉터 같은

깊고 푸른 칼금 위로 햇살이

참새 떼처럼 내려앉는다

 

저 그림에 뭔가 강력한 힘이

잠들어버린 수면을 흔들어 깨우는 듯

울컥 그리운 냄새가 피어오른다

 

멀리서 보면 아름답고 가까이서 보면

상처 많은 어머니의 숨결 같은

 

 

 

겨울 강

박순옥

 

겨울이 오면 강은

아무도 모르게 운다

가장 춥고 매운 날

가장 시리고 아픈

짐승의 울음을 운다

물 안 깊이깊이 삼킨

슬픔이 솟구치며

강이 우는 소리

겨울 강가에 서서

인적을 떠나 얼어붙는

너의 울음소리 듣는다

 

 

 

겨울 강가에서

박신지

 

1

겨울 내내 강가에 갔습니다

추운 얼굴과 따뜻한 손바닥 포개어

슬픔으로 반짝이는 얼음 강을 보았습니다

 

오지 않는 당신인 줄 알지만

눈부시게 달려가는 시간의 강물에

손목시계 태엽을 감아 봅니다

 

겨울 사막처럼 가슴속을 횡단하는

바람의 칼날이여

 

겨울 강가에 헝클어진 연줄 자아올려

바람의 서신을 띄워 봅니다

 

 

2

계절이 손 흔들며 떠나가는 것이 보입니다

마른 풀잎이 덜미를 잡힙니다

 

새벽 강 갈라지는 틈새로

찢긴 살 드러냄

성급히 몸을 열고

 

그리움은 내 생애 끝자락을

주춤거리며 아득한 곳으로부터 올

바람의 전화를 기다립니다

 

이젠 알듯도 합니다

숨을 곳 없는 것들의 겨울잠을

흔드는 숨바꼭질의 술래

 

막막한 어둠에 내 홀로 서 있음을

 

 

 

겨울 강가에서

박정재

 

멀리서 들려오는 나룻배 소리

공중을 맴도는 눈송이에 젖어

옛 추억 아련히 가슴 적시네

 

갈색 억새만이 반기는 강변에

바람에 나부끼는 눈송이 보며

지난 세월의 흔적 밟아보네

 

고요한 강변의 풀숲에서

친구 찾아 나선 새 한 마리

푸드덕 날면서 나를 위로하네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을 맞으며

억새 사잇길 홀로 걷는 길손

또다시 온다는 생각을 하지 않네

 

 

 

겨울 강은

박종국

 

오래된 침묵 같은 겨울 강은

제 몸을 조이느라 쩌렁쩌렁 울고 있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닌 것들을 에워싸고 물결치는

물결까지 얼어 붙이고 있다

 

그 숨결

서늘한 빈말, 웅얼거림이

또 다른 물결로 물결칠 때마다

살갗을 에는 듯 차가운 것들이 목덜미에 와 닿는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전신을 싸고도는 것들이

가고 오는 것들이

얼어붙은 강바닥에 튀기는 햇살들이

밤하늘 별 같이 반짝거린다

 

이곳을 이어가는 반짝임 같이

나를 단련시키는 서늘함 같이

아무것도 말할 수 없는

또다른 여기를 반짝이며 울고 있다

 

홀딱 벗고

너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겨울 강가에서

반기룡

 

철새들 한 무더기

우르르 몰려왔다

스르르 밀려가네

 

버드나무 가지마다

하얀 털로 친친 감은 몸매에서

되바라지 않은 속살이

금세 툭, 하고 터져 나올 듯하네

 

아직 봄은 깊은 동면에 취해있고

송사리 참붕어 버들치는

얼음의 두터운 옷을 덕석처럼 껴 입은 채

가벼워질 날을 기다리고 있는 듯

강태공이 천공해 놓은 얼음장 밑에서

아가미만 실룩거리며 떨어지는 깻묵에

더욱 눈이 휘둥그레지네

 

저 멀리 빙어 잡는 동네 아저씨는

힘껏 겨울 강을 견인하며

낚시 삼매경에 움푹 빠져있네

 

 

 

겨울, 동강

서원동

 

문산 나루 질퍽한 삼들

어라연 휘돌아 돌며 숨차 헐떡거리다

얼음짱 되어 문득 발걸음 멈춰 선 곳

겨울 동강은

지친 몸 기대 술 곳초차 없이

삭막하다

산짐승들 뛰놀던 협곡 사이로

자갈 톱 스쳐온 찬바람만

길게 한숨 소리 내뿜고 있다

아무도 없다

앙상하고 고즈넉하다

응고된 피딱지인 듯

여기저기 나뒹구는 녹슨 깡통들

넝마 되어 펄럭대는 폐비닐 조각들

우리 모두의 마음속

숨겨진 상처 마냥 한없이 삐걱거릴 뿐

겨울 동강은

이빨 빠진 늙은이가 뜯어먹다 남긴

풀빵처럼 곳곳에서 찐득거린다

 

 

 

그 겨울의 강

손학수

 

강가에 서면

산 그림자처럼

소리 없이 다가오는

그대 향한 그리움

 

지그시 눈을 감으면

시간은 옷을 갈아입고

머 언 하늘을 향해

달려가는데

 

정은 얼음 아래로

흐르다가

불쑥 마음에 들어와

모닥불을 지피네

 

세월은 식어

눈보라로 날려도

그 겨울 강가에 서면

가슴엔 뜨거운 강이 흐르고

 

아련한 추억 속으로

덩그러니 떨어져

해 저문 줄 모르고

바보가 되어 앉아 있었네

 

 

 

겨울 강

송종찬

 

꽁꽁 얼어붙은 북한강이

온몸을 받아낸다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더니

강심(江心)까지 얼어붙었다

 

돌을 던져도

소리치지 않는 저

단단한 내공

 

상처의 두께 더하다 보면

나도 세상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을 것인가

 

맺힘과 풀림을 반복하는

강 끝에서 들려오는

뿌리들의 먼 추임새 소리

 

 

 

겨울 강가에서

안도현

 

어린 눈발들이, 다른 데도 아니고

강물 속으로 뛰어내리는 것이

그리하여 형체도 없이 녹아 사라지는 것이

강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래서 눈발이 물 위에 닿기 전에

몸을 바꿔 흐르려고

이리저리 자꾸 뒤척였는데

그때마다 세찬 강물 소리가 났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계속 철없이 철없이 눈은 내려,

강은,

어젯밤부터

눈을 제 몸으로 받으려고

강의 가장자리부터 살얼음을 깔기 시작한 것이었다.

 

 

 

겨울 강이 전하는 말

안재식

 

한파가 몰려오고

얼음이

두껍게 덮여

 

냉전

일 때도 있지, 살다 보면

 

그래도

얼음장 밑 강물은

여전히 숨어 흐르잖아

 

별이 잠든 겨울 강가에

꽃바람 오면

온통 꽃물 들 거야, 때가 되면

 

 

 

겨울 강변

양해선

 

이제는 기다리지 않겠노라고

차라리 까맣게 잊겠노라고

돌팔매질하고 나면

홀로 서성이는 강변엔

알 수 없는 바람에 흐느끼는

갈대 울음소리 뿐,

그 어느 곳에도

나는 없었다

아무 것도 없었다

 

멀리도 미끄러져간 반지라운 돌

다시 집어 들고

뒤돌아보니

포근한 눈발 아래 바람은 잠들고

하얗게 일어서는 갈대 꽃밭,

그 속에서 네가

웃고 있었다

 

언 강줄기 따라 춤을 추는

새하얀 꽃송이들

그래도 미련 많은 계절을 위하여

작은 돌마다 소복소복 내려앉고 있었다

 

 

 

겨울, 북한강에서 일박

여림

 

흐르는 강물에도 세월의 흔적이 있다는 것을

겨울, 북한강에 와서 나는 깨닫는다

강기슭에서 등을 말리는 오래된 폐선과

담장이 허물어져 내린 민박집들 사이로

하모니카 같은 기차가 젊은 날의 유적들처럼

비음 섞인 기적을 울리며 지나는 새벽

나는 한 떼의 눈발을 이끌고 강가로 나가

깊은 강심으로 소주 몇 잔을 떨구었다

조금씩 흔들리는 섬세한 강의 뿌리

이 세상 뿌리 없는 것들은 잠시 머물렀다

어디론가 쉼 없이 흘러가기만 한다는 것을

나는 강물 위를 떠가는 폐비닐 몇 장으로 보았다

따뜻하게 안겨 오는 강의 온기 속으로

수척한 물결은 저를 깨우며 또 흐르고

손바닥을 적시고 가는 투명한 강의 수화,

너도......살고 싶은 게로구나

깃털에 쌓인 눈발을 털어내며 물결 위로 초승달

보다 더 얇게 물수제비 뜨며 달려나가는 철새들

어둠 속에서 알처럼 둥근 해를 부화시키고 있었다

 

 

 

겨울 강()처럼

오철수

 

내가 한 사람을 사랑하는가 보다

한 사람, 넘치지 않게

싯푸르게 감추고서

흐르는가 보다, 키 큰 미루나무 꼭대기 텅 빈 하늘 품고

아닌 듯 숨죽여 흐르나 보다

그대에게 가면서도 그대에게 다다르지 못했던

스무 살 때 신열, 은비늘 고기 떼처럼 빛내며

가나보다 사랑하나 보다

다치지 말아야지 하며 굽어 선 자리마다

차마 하지 못했던 말들

눈 시린 모래 둔덕으로 남겨 두고

한 사람, 전 생애로 그리워하나 보다

저 겨울 강처럼

굳지 않는 푸른 흉터처럼

 

 

 

겨울 강

오탁번

 

겨울 강 얼음 풀리며 토해내는 울음 가까이

잊혀진 기억 떠오르듯 갈댓잎 바람에 쏠리고

얼음 밑에 허리 숨긴 하양 나룻배 한 척이

꿈꾸는 겨울 홍천강 노을빛 아래 호젓하네

 

쥐불 연기 마주 보며 강촌에서 한 참 달려와

겨울과 봄 사이 꿈길 마냥 자욱져 있는

얼음장 깨지는 소리 들으며 강을 건너면

겨울나무 지피는 눈망울이 눈에 밟히네

 

갈댓잎 흔드는 바람 사람 사이로 봄기운 잃고

오대산 산그리매 산매미 날갯빛으로 흘러와

겨우내 얼은 속에 가는 눈썹 숨기고 잠든

아련한 추억이 버들개아지 따라 실눈을 뜨네

 

슬픔은 슬픔끼리 풀려 반짝이는 여울을 이루고

기쁨은 기쁨끼리 만나 출렁이는 물결이 되어

이제야 닻 올리며 추운 몸뚱아리 꿈틀대는

겨울강 해빙의 울음소리가 강마을을 흔드네

 

 

 

용혜원

 

강추위에

꽁꽁 얼어붙었던 대지도

따스한 봄 햇살의

입맞춤에

스르르 녹아내리는지

겨울 강도

봄이 오는 길목으로

흐르고 있다

 

 

 

겨울 강가에서

우미자

 

이제는 마음 비우는 일

하나로 살아간다

강물은 흐를수록 깊어지고

돌은 깎일수록 고와진다

청천(靑天)의 유월

고란사 뒷그늘의 푸르던 사랑

홀로 남은 나룻배 위에 앉아 있는데

높고 낮은 가락을 고르며

뜨거운 노래로

흘러가는 강물

거스르지 않고 순()하게 흘러

바다에 닿는다

강안(江岸)을 돌아가

모든 이별이 손을 잡는

생명(生命)의 합장(合掌)

겨울 강을 보며

한 포기 지란(芝蘭)

기르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겨울 강가

원영애

 

겨울 강가에서

그 이름 부르면

어딘가에서

달려 올 것 같은

 

갈대는 그곳 향해 귀 세우고

강물은 은비늘 뿌려

제 혼자 속살이다

지쳐 가나니

 

해넘이 혼 살은

산그늘

혼자 거닐다 돌아가는

저문 강기슭

갈대는 왜 그리 고개 느리고 있나

 

 

 

겨울 강

유승도

 

얼음판이 내려앉으며 내지르는 소리에

강은 조바심치며 잠에 들지 못한다

 

날이 추울 땐 살갗이 얼어붙는 고통에 떨며 울고

날이 풀릴 땐 얼은 몸이 풀어지는 아픔에 싸여 운다

 

겨울이 깊어갈수록 상처가 깊어가는

강은 푸르다

 

 

 

임진강의 겨울 풍경

이기호

 

임진강의 겨울 풍경

하얀 옷차림의 그 모습 아름다웠다

얼음장이 단단하구나 모닥불 피워도

녹을지 모르는 임진강

 

물오리 기러기 이름 모를 새들

보고 싶어 가 보았지만 새들은 죽고 없구나

예전에 스케이트 타고 썰매도 탔지

그러다가 눈사람도 만들고 눈싸움했다

 

임진강의 겨울 긴장을 못 이긴 채

철조망은 녹슬고 반세기 동안 버티고 있다

 

강 건너 개 짖는 소리 오늘은 들을 수 없구나

통일이여 어서 오라 임진강의 겨울 풍경

어디에서 다시 아름다움을 찾을 수 있으랴

 

 

 

겨울 강가에서

이길

 

땀을 다 쏟았으나

벽은 뚫지 못했다.

가문 땅에 날리는 성긴 눈발

한 사내의 겨울도 길어진다.

무거운 날개를 접고

겨울 강가를 배회하는 한 마리 새

거듭 부는 바람에 몸을 웅크린다.

무딘 부리 하나로

꿈을 지키며

여러 도시를 다녀왔다.

긴 여정에서도

함께 이루어내자고

구름 속, 잠든 눈물 곁을 지나

별을 물고 날던 때가 언제였던가

오래전 익사한 시간들이

쓸려가지 않고

얼음장 밑에 떠 있다.

 

 

 

겨울 강

이상홍

 

내 눈은 그 후로도 한참동안 녹지 않고 있었다.

강가에는 낯설고 차갑던 햇살들이

종일 날카로운 비명을 지르며 돌 틈에서 떨고,

알 빼먹은 조개처럼 세상은 버려져 있었다.

엷은 강물과 휑한 가난 틈에서

피라미들은 쥐잠을 잤고, 하느님은 가끔씩

교회에만 다녀가셨다. 그리고,

내 손바닥에 드물게 노을이 내려와 붉게 물들기도

했지만. 호호 부는 거만큼 따스하지는 못했다.

엄마 가슴처럼 겁나게 좋지는 못했다. 그 후로도

오랫동안 손바닥에는 눈도 오지 않는데

녹지 않는 것들이 켜켜이 쌓여 가끔씩 지들끼리

나를 녹이고 있었다.

 

 

 

겨울 강 얼음꽃

이양우

 

꽁꽁 얼은 강물이

꽃잎을 물었습니다

지난 가을

어쩌다가 물위에 뜬

꽃잎

강물은 꽃의 웃음을 다물고 있습니다

 

지금은 해동이 오지 않아도 좋습니다.

겨울잠은 잠시 쉬어 가는 길처이니까요

 

곧 은빛 물결에 몸을 씻는 날

봄의 향연에 춤을 추던 나비

그처럼 고운 환상들이

삶의 피톨을 돌려

회귀하는 날

기억을 잃어버린 슬픔도

환희로 되살려 다가올 테니까요

 

 

 

겨울 강

이원문

 

1

찬 바람 거스르는

차가운 겨울 강

누가 이 강을 다녀갔다 할까

 

강 언덕 찬 바람

멎지 않는 강

눕지 못한 억새꽃 석양에 춥다

 

 

2

추우나 더우나

세월은 안 흐르겠나

인생도 그런데

저 앞산 구름도 그렇고

 

흔적 없이 그렇게

어디로 흘러가는지

그 흔적의 사람도

때 잃고 간다만은

 

무엇 찾아 어디로

알면서나 가는지

나룻터의 뱃 사공

또 하루가 저문다

 

 

 

겨울 강

이인숙

 

겨울 강은 흐르지 않는다

새끼오리의 자맥질 파문으로 생존을 알리고

모감주나무 밑 발자국 소리로 하루를 더하며

다리 밑 얼음 강이 닿아있는 검은 울음으로

지는 해를 배웅할 뿐이다

얼음 밑 돌멩이가 녹으면서

검은 울음이 노래로 몸 바꾼다는 것을

강둑을 거슬러 돌아올 때서야 알았다

버들가지는 초록을 물로

가지 끝이 길어지고 환해질 때까지

까치들의 수상한 움직임도 반갑고

강가 녹지 않은 눈 한 자락에

가슴속 푸른 그리움의 집 짓고서

한동안은 그 겨울 끄트머리를 서성거릴 것이다

 

 

 

겨울에 우는 강

이종인

 

모진 세월 끌어안고

겨울 강이 운다

얼음장 밑으로 보내야 하는 사랑아

나는 위에서 흐르고

너는 아래로 흘러가

꽉 쥐었던 손을 놓아버린 우리 삶을 보아라

흐르지 않는 모든 것은 거짓이란다

아무리 사랑하고

아무리 붙잡아도

너와 나 흐르고 또 흘러야

너 살고 나 사는 길인데

강 건너 사는 들새들은

너무 쉽게 만나

너무 쉽게 이별하는구나

 

 

 

겨울 강

이종화

 

이 밤도 하얗게

돌아누운 달빛

얼어붙은 발등에

떠나지 못한 갈대들의

마른 한숨 소리,

지나가던 바람은

제가 뭔데,

모든 것을 차갑게

질책하는지

지나가는 기러기 떼

흉을 보나,

빙판 위에 미끄러지네,

하얀 울음소리만

 

 

 

겨울 강

이채

 

시간이 물처럼 흐르고 흘러

이제 차가운 겨울강이 되었다

온몸이 파르르 떨리는

추위는 몸으로 나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나는 것이라고

겨울강은 제 가슴도 보이지 않고

저 강물 소리없이 깊어가듯

당신과 나도 그렇게 꿈을 꾸며

하루 하루 깊어가는 것이라고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한송이 만나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그렇게 시린 시간이 흐르고 흘러

강바람 따뜻한 날

한마리 새가 분명 날아 올 것이라고

뜨거운 눈물과

차가운 눈물을 모두 제 가슴에 가두고

겨울 강은 유달리 말이 없다

 

 

 

겨울 강

임정현

 

밤새 살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이 새벽 그는 목숨을 버렸다

쩡 쩡 쩡

 

차디 찬 가슴

외로움은

다시 살이 되고 붙고

두터워지는 살

한 겹 또 외로움이 된다

목숨 버린 허허

 

쩡쩡거리는 득음

 

 

 

겨울 강

장수남

 

사랑하는 이여

겨울비에 홀로 젖은 그리움은

지울 수 없는 당신의 눈물입니다

 

창가에 몰래 서성이며

흐느끼는 작은 별 아름다운 추억

하나 만나보고 싶습니다.

 

오늘 밤 당신 이름

부를 때마다 겹겹이 쏟아져 내린

눈물은 마를 길 없어

묵묵히 쌓여 넘쳐흐릅니다.

 

사랑하는 이여

돌아오지 않는 강물

기다리는 아픔보다 오늘 밤

쓰는 편지가 마음의 위안이 되고

미움으로 가득 찬 흔적들은

그리움으로 다시

흘러간 사랑은 더 깊어만 갑니다.

 

 

 

겨울 깊은 강

장수남

 

내가 당신을

기억할 수 있었다면

그 사랑 너무 깊어 볼 수가 없었지

 

세 살 재롱 동이

젖꼭지 입에 물고 눈웃음치던 날

이별의 뜨거운 언약

 

혼자 흐르는 겨울 강

어머니의 눈물바다 석양은 뜨겁게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겹겹이 고인 눈물

먼 기억 속에 그 사랑은 알 수 없어

나 겨울 강물 따라 함께 흐를 거야

 

 

 

겨울 뜨거운 강

장수남

 

겨울

뜨거운 강

찬비 내려 나는 몰랐어

강물은 멀고 깊은 줄 만 알았지

 

내가 버린 강

겨울은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이별은

어설픈 장난이야

누가 너를 미워하겠어

봄비 내리면 겨울 강 멈추겠지

 

엽서 한 잎 띄울 거야

단비 맞으며 너를 기다린다고

겨울 철새 봇짐 싸는 날

뜨거운 겨울비 강바람 타고 나는

너를 기다릴 거야

 

 

 

겨울 강

장유정

 

1

여명을 뚫고 피어나는 불꽃

태양이여 솟아라 붉게 물들이고

 

번쩍이는 물빛을 보라

마음 한가득 가슴 열린다

 

뜨거운 심장이 열리고

바라보는 찬란한 빛 빛이여

 

물 위에 떨 때면

용솟음쳐 오른다

 

두 팔 뻗은 나목의 가지마다

겨울을 맞는다

 

아침의 나래 빛이여

찬란하여라

 

동녘이여 넓은 대지여

어머니 품속이여

만물을 포용하네

 

 

2

넓은 낙동강 바람이 분다

해져 물 녘 바람 귓불이 얼얼 얼

 

파도를 타는 듯이 강물은 출렁이고

넓은 바다 보는 듯 가슴 열린다

 

빛바랜 갈대의 춤사위는

서걱대며 울고

 

가느라 오느라 또 하루가

꼴깍 서녘을 넘네

출렁이는 겨울 강바람이 차다

 

갈대의 흐느낌 누구의 눈물인가

바람새 운다

 

 

 

겨울 강

장희한

 

겨울은 동여매는 것이 아니고 덮고 있는 사랑입니다

수런대는 살 비빔도 접고

고요의 잠 속으로 빠져드는 꿈속입니다

 

하얗게 덮어지는 눈 사락사락 자장가로 들려요

깊이 파인 땅속이나 움 속에서 작은 꽃씨들과

벌레들이 한데 모여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웁니다

 

또다시 하자는 약속이어요

그래요

봄이 오면 더한 사랑으로 방긋이 웃을 거에요

 

 

 

겨울 강가에서

전병조

 

1

겨울 강가에 서면

빛이 가난하여

먹고 살기 힘든 사람들

썰매를 탄다

은어의 날개 위에 반짝이는

불임(不姙)의 삶,

프리즘을 통하여 복제된

시작과 중간과 끝이 보이지 않는

안달 난 일상들이

자꾸만 미끄러지며 썰매를 탄다

어젯밤 꿈이 현실적 전망으로 바뀌고저

오늘로 이월시킨 이 손때 묻은 하루

허리가 휘어지고 거품이 굳도록애 휘저어도

내일이 없는 이 천막 같은 하루

라면을 끓이다가

문득 불어오는 찬 바람에

두 손을 데어버린

먹다 남은 일상들이

뱃머리를 중심으로

팽그르르 맴을 돈다

 

 

2

이별이란

그리 슬프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은

바람 속에 흩어지는 먼지의 일상일 뿐

너 멀리 보내고 항시 가슴 아파했던 것은

그리움이 아니라

한 조각 굳어진 체념의 눈물이었다

날마다 침몰하며 침묵하는 강물 속으로

조용히 떠오르는 하늘

한줌 그물에 여과된 채 망각의 바다로 흐르지만

만남도 헤어짐도

한낱 눈발되어 흩어지는 저

잿빛의 하늘 아래

노을보다도 짙게

바다보다도 낮게 출렁이며 가라앉은

겨울 강가

한 토막 흑싸리며

한 조각 댓닢같은 일상들이

모닥불을 피워 올린다

허연 동천(冬天)

너 녹아 어서 빨리 내 몸을 띄우라고

물먹은 모닥불을 피워 올린다

 

 

3

달 밝은 밤에

미류나무 사잇길을 돌아

불어오던 바람이

강바닥을 미끄럼질하고

싸리비로 빗질을 하듯

할퀴고 간 강물의 자리에

우리네 일상이 굳는다

불빛을 중심으로

파랗게 달무리 진

뻥 뚫린 가난

지나간 봄날의 함성들이 산 채로 매장되어

못다 한 젊음의 원혼들이 통째로 화장되어

떠나버린 구천(九天)

허이연 뼛가루로 날리다가,

기어이 울어버린 통천(痛天)

시퍼런 달무리로 날리다가

마침내 얼어붙은

마흔다섯의 희미한 각오들이

단단한 참나무를 타고 앉아

조각난 일상들을 낚시질 한다

구멍 난 양심들을 낚시질 한다

 

 

4

하얀 불빛 속으로

어둠 더욱 빛나고

노을빛 짙게 술 취한 사람들

성에 낀 일상 위로

낚싯줄을 드리운다

돈셈의 명예와

권력의 수레바퀴에 상처받은

힘이 있어도 힘이 없는 사람들

겨울강가에 모여앉아

강물을 마름질한다

물경(勿驚),

한 치 표밭을 노리는 소주병들이

군데군데 강가를 어지럽히고

칼라풀한 팜플릿에 찍혀진 얼굴들이

기호 1, 기호 2번으로 모닥불 속에 타들어간다

인터넷, 인터넷처럼 얽혀진 도시의 구조와

정치적 권력의 모순들로부터 상처 입은

힘이 있어도 힘이 없는 사람들

강 건너 어둠에 떨고 있는 하얀 불빛 속으로

길고 긴 낚싯줄을 던져 올린다

 

 

5

물안개처럼

오늘도 날은 저물었다

어린날 그리도 힘들게 쓰여지던 일기장처럼

오늘도 또박또박 연필로 쓰여진 하루

기약 없는 일상 속에서

날마다 부딧히는

끊고 자르고 맺고 다시 또 풀어야만 하는

이 색 바랜 일기장의 하루

잔잔한 강물 위에

노을이 지면

메마른 가지 위에

바람이 불면

하나로 둘로

혹은 셋으로

불빛을 찾아 모여드는

영혼이 가난한 사람들

겨울 강가에 천막을 두르고

술잔을 기울인다

어른이 되어서도

결코 어린 시절에 대하여 작별을 고하지 않는

초라한 도시의 꿈 많은 사람들

 

 

6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초저녁 어설픈 햇살을 받아

더욱 차갑게 들판을 물들이고

그동안 앓았던 응달쪽

두터운 불신의 부스럼 딱정이들도

녹는 듯 다시금 날카로운 바람 되어 되살아나는데

장독에 어른대는 저녁의 노을처럼

새악시 옷깃에 묻어나는

아찔한 분홍처럼

항시 현실의 문턱에 넘어지는

삶에의 일상적 몽매에 발목을 잡혀버려

넘어지며 일어서고

일어서며 또다시 쓰러지는 갈대의 하루

오늘도 바람에 밀리는 물살에 흔들리며

먼빛 물결로 다가오는 섬들의 모습을 그리다가

쓸쓸한 거품의 꿈만을 간직한 채

조용히 잠이 드는 갈대의 하루

어스럼 어둠이 찾아드는 겨울강가에

물소리 바람 소리

집을 찾는 철새의 날갯짓 소리

파도처럼 바스라지는 갈대숲 속

부스스 댓닢 부딪히는 소리 들려온다

 

 

7

석양에 노을이 질 때

나무는 무얼 생각할까

감원 열풍에 밀려나

마침내 한 폭의 풍경화로 굳어버린

저기 일상의 강물들을 바라보며

말없이 고개 숙인 한 그루 겨울나무는

지금 무얼 생각할까

알 수 없는 계절의 느낌 속으로

눈물이 흐르고 인생도 흐르고

초라한 이성의 잔해 속에서

조용히 고개를 드는 하늘

숨이 막힐 듯

대기마저 쨍하고 얼어버린 이 겨울의 한 가운데 서서

나무는 지금 무얼 생각할까

계절의 느낌을

사람보다 먼저 알고

사람보다도 먼저 옷을 벗는

겨울나무를 바라다보면서

우리는 모두

철없는 늦깍이 로맨티스트들이다

석양에 노을이 비낄 때

나무는 무슨 생각을 할까

일탈한 일상의 부조리로부터 살아남기 위하여

어둠 속 빛나는 거품경제의 얼음을 깨트리고

물고기와 한판 서바이벌 게임을 벌이는

앙상한 사람의 겨울나무들

 

 

8

눈물이 맺힌다 목이 메어

사슴이 뛰어놀던 자리

그들에게 목마른 추억들은 없다

슬픔의 시곗줄에 앙금진 시간들

피곤한 날갯짓 고이 접어

먼 들녘의 황금빛 이슬로 아롱질 때

태양은 오늘 하루 얼마나 눈부시게 빛났는가

그대

슬픔의 이슬을 받아먹고

아픔의 비늘들로 온몸을 부풀리며

불어라,

고통의 즐거움을 바람과 함께하는

저 적막의 강가에서

그러나 오래 흐르는 강물을 따라

자꾸만 굵어지며 넘쳐나는 이 방랑의 자연스러움

고양이가 자신의 꼬리를 잡으려고 빙글빙글 맴을 돌듯

하나의 원 안에서 자꾸만 미끌어지는 오늘의 일기예보

미로같이 얽혀진 시간의 길목에서

강물은

죽은 생선의 눈을 한채 미래에의 길을 묻고 있다

오늘도 별들은 여전히 어둠에 빛날거고

사람들은 별을 보며 저마다의 행복을 꿈꾸겠지

하지만 갈 곳도 없고 매일 곳도 없는 나는

오늘도 어디서 긴 날밤을 지새야 하나

햇살이 없어도 저절로 빛을 내는 어둠 속 이슬처럼

어떤 아름다운 상처 하나 남몰래 간직 한채

조용히 꿈을 꾸는 저 여명의 겨울강가에서

 

 

9

들리느냐 지금

내가 저만큼의 거리를 두고

돌을 던지면

풍덩, 나의 영혼이 너에게로 잠수해 들어가는 소리가

들리느냐 지금

네 꽁꽁 언 추억의 일기장 속으로

하나씩 파문을 이루며 파고드는

내 사랑의 돌팔매 소리가

들리느냐 지금

조금씩 조금씩 똬리를 틀어가며

너에게로 가까이 좀더 가까이

낮은 포복으로만 낮은 포복으로만 다가가는

내 사랑의 숨죽인 탱크소리가

네 심장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쿵쾅거리며 날뛰고 있는 소리를 듣고 있느냐 지금

나는 지금

네 강심의 가장 깊은 곳까지 와 있다

타다 남은 장작은 숯불로 사그라든다

사그라들면서 더욱 뜨거운 열기로 나는 너에게 남는다

작은 숨소리마저 꽁꽁 얼어버린 이

차가운 겨울의 한복판에서

나는 무엇인가

나는 너에게 도대체 어떠한 의미로

사랑을 불태우는가

네 영혼의 귀퉁이에

한줌 잿더미로 사라져야 할

내 무량한 기다림의 의미는 무엇을 뜻하는가

봄이 오면

하나로 흐를 것들

하나로 흘러서

결국은 연초록 강물이 되어 흩어질 것들

무엇을 못잊어 나는 지금 이 겨울 강가에 서 있는가

무엇이 그리워 나는 밤마다 너에게 모닥불을 지피는가

네 심장의 깊은 곳,

철새도 가고 없는 이 적막한

겨울 강가에서

 

 

 

겨울 강

정군수

 

검푸른 가슴을 열어놓고

겨울밤을 기다리는 강물은

차가움이 아니다

파도가 사나울수록 깊어지는 강물

검은 밤이 물어뜯는 시간에도

갈대숲의 얼음을 밀치고

겨울 철새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겨울 강물은 사나움이 아니다

강둑을 몰아치는 바람

차가울수록 철새의 발가락

피 더욱 맑아져

더워지는 가슴이

철새들이 뿌려놓은 겨울 이야기들을

모으고 있을 뿐이다

오늘도 숨죽이며 흐르는 저 겨울 강이

봄이 오면 어떤 모습으로 넘쳐흐르는가를

넘쳐흘러 결빙의 대지를 적시는가를

 

 

 

겨울 강가에서 겨울바람을 잡으며

정세일

 

겨울이 만든 강 얼음 위에 네모나게

얼음을 잘라 그 위에 사다리를 놓습니다

차거운 물속에다 그물을 쳐놓고

삼촌이 대나무 삼지창으로

강바닥에 엎드려있는 겨울 강을 잡고 있습니다

큰 나무로 돌을 살짝 옆으로 비키면

고기들이 물 위로 떠올라 옵니다

대나무에 동그랗게 철사를 말아 만든

뜰채로 고기를 잡아 노란 양동이에 넣습니다

잡혀지는 고기는 노란 양동이 속에 퍼뜩거립니다

양동이 속이 너무 좁아 고기들이 업어주기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동그랗게 모여서서 겨울 강을 잡는 구경을 합니다

겨울 강을 잡는 것은 기나긴 겨울바람을 잡는 것입니다

 

 

 

겨울 동강-사랑

정일근

 

동강은 겨울이 오면 청동거울이 된다

하늘이 비취의 물을 얼려

자신의 근엄을 비추어 보려 만들어 놓은 지상의 거울이

하늘이 잠든 밤 어린 별 하나 깨어 제 모습 보려다

거울 뒤에서 손짓하는 연애 각시와의 사랑에 빠졌다

아침이면 제 성좌로 돌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고

푸른 첫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겨울 강 너머

정진혁

 

한 밤이면 언 강은 상처를 내며 울었다

강 건너 불빛이 따스하다

어쩌다 당신이 그리워졌다

강물은 얼기 시작한 지 오래다

살다 보면

강보다 먼저 얼음이 깔리는 가슴에

저 건너 조그만 체온을 들여다보며 살고 싶다

자주 먼 곳을 그리던 눈길이

스무여드레 캄캄한 달을 밀고 나간다

긴장을 못 이긴 강심 갈라지는 소리

도처에 숨구멍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다

미끄러지는 발길에 눈발이 시야를 가렸다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커다란 귀가 거친 숨을 쉬었다

강이 풀리고 나면 다 흘러갈 뿐

서 있지 못 할 몸

강물 속 수초처럼 누워도 괜찮다고 괜찮다고 했다

시커먼 아가리는 언제나 내 몸과 함께 살았다

나의 숨구멍을 위해

어쩌다 당신이 그리워졌다

처음 만난 것처럼

어둠이 떨고 있었다

 

 

 

겨울 강

정철웅

 

겨울은 벌써 강으로 내려와 깊어졌다

저녁이 창백한 달 한 장

자작나무 숲에 걸어놓고 내려오면

나는 서둘러 강가로 나간다

영하의 기온이 시퍼런 칼날을 세워

통째로 귓바퀴를 오려내고

정신의 노둔함 속으로 저를 밀어 넣는다

내 안에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것들이

소스라치며 칼날을 피하고

나는 잠시 묵은 현기증을 꺼내어

서서히 달빛이 맑게 걸리는 나무에 기대어 둔다

강 건너 이제 막 눈을 뜬 불빛들이

저녁 강의 어스름을 밟고 와

눈을 맞추며 따스함을 건네 온다

저곳에 사람들이 살고 있다

발걸음이 고단한 곳마다 등불을 밝히면

이 지독한 혹한 속에서도 살아가는 일은 아름다운 것

낮은 불빛 아래 이마를 맞댈 생각이

빨랫줄처럼 그대의 창으로 날아가 매이고

나는 눈물뿐인 그리움을 꺼내 하얗게 널어둔다

저 혹한의 중심을 딛고 나는 건너가리니

고단한 삶의 누추를 단단히 얼리어 벽을 세우고

혹한의 맑음을 재단하여 창을 달아내면

그대의 이마에 징표처럼 돋아나는 분홍빛이여

내 삶의 남루들이 제각기 옷깃을 세우고 걸어가는

밤 깊은 겨울 강의 단단한 얼음장 위,

한 무리 푸른 별빛이 쏟아지고 있다

 

 

 

겨울 강

정태중

 

사나흘 뜬 눈으로

겨울 강에서 지새고 싶다

 

얼어붙는 강물을

조각조각 떼어내

그 사이로 흐르는 물을 보고 싶다

 

얼면

또 부수고

쩌억 갈라지는 순간까지

 

혹독한 겨울의 강에서

외로운 밤을

지새우고 싶다

 

동상에 걸린 몸뚱아리

송곳으로 찔러

잘게 부숴내듯

 

두껍고 단단히 굳은

강물의 표피를 부숴야만 한다

철갑옷은 영웅의 상징이 아니다

 

우리 모두 깨어나

겨울 강에서 사나흘쯤

뜬눈으로 강물이 숨 쉬도록 하자

 

한 번쯤

혹독한 추위에서 피는

겨울 안개를 가슴에 담자

 

 

 

겨울 강

정호승

 

꽝꽝 언 겨울 강이

왜 밤마다 쩡쩡 울음소리를 내는지

너희는 아느냐

 

별들도 잠들지 못하고

왜 끝내는 겨울 강을 따라 울고야 마는지

너희는 아느냐

 

산 채로 인간의 초고추장에 듬뿍 찍혀 먹힌

어린 빙어들이 너무 불쌍해

겨울 강이 참다 참다 끝내는

터뜨린 울음인 줄을

 

 

 

겨울 강에서

정호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겨울 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다소곳한 귀일 뿐

 

 

 

겨울 강

조경희

 

강 건너 멀리 할아버지 묏등

어둠에 밀려 갈앉는다

섬과 섬 사이를 흐르는 강

부푸는 강심을 바라만 보다가

아버지 마른 갈대처럼

뿌리째 흔들리는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아는 듯 모르는 듯

쉼 없이 흐르기만 하는 강은

문득 그 흐름을 늦춰 겨울바람을 부른다

결결이 부드런 강물의 살결에 별빛처럼 스미는 바람

바람의 촉수는 천천히 물의 표피를 경직시킨다

층층이 살 에이는 아픔을 속으로 굳히면서

스스로 제 몸을 여는 강

바람을 끌어안는다

몸속 깊이 바람을 받아들일수록

아픔은 맑고 투명해져

수정처럼 빛난다

고통의 끝 강 이쪽으로부터 저쪽 끝으로

은빛 카펫을 깔며 날아가는 새들의 날개 뒤

정오의 태양이 환한 조명을 뿌리면

울 아버지 아쿠아 엉덩방아 찧는 어린 딸을 일으켜 세우고

꽝꽝 언 얼음을 지치며 지치며

기인 겨울 강을 건넌다

 

 

 

겨울 강가

지철승

 

습작의 고통 속에 탈색되던 긴긴밤

서러움도 때론 단내가 난다

너로 인해 신 새벽이 밝아온다

신록의 산천 글 속에 담고

가을 햇살마저 온전히 품에 들인다

살에는 듯한 겨울바람마저도 따뜻하다

생동하는 것이 어찌 봄뿐이랴

봄 내음 짙어 오기 전

한발 앞서 내비치는

한 편의 시가 있어

얼어붙은 겨울 강가에도

잔물결 인다

 

 

 

젊은 날의 겨울 강

최동호

 

겨울 강은 모든 것을 튕겨 버린다고

서운케 일기장에 썼던 것은 잘못이다

 

겨울 강이 추울수록 두껍게 얼어붙은 것은

제 품 속에 품고 있는 피라미 새끼와 물풀과 작은

돌맹이들을 세찬 바람으로부터 감싸기 위해서였다

 

수많은 겨울이 지나는 동안 나는 몰랐다

강가에서 튕겨져 나오는 돌만 바라보았던 젊은 날에는

 

꽝꽝 얼어붙은 겨울 강의 살 속을 흐르는

따뜻한 사랑의 숨소리 나 정말 알지 못했다

 

 

 

겨울 강

최영희

 

흐르는 물결로만

그 아픔의 깊이를 알 수 있을까

핏기 마른 억새풀

쉰 소리로 우는 날

물안개 설움인 듯

소복으로 내려앉고

외로운 검은 강은

은빛 슬픈 별을 삼킨다

오늘따라

물고기의 푸른 눈은

더욱 어리고

철없는

천둥오리

가슴속을 파고든다.

 

 

 

겨울 강

최원정

 

쪽빛 하늘이 얼비치는

저 차운 곳에

헤일 수 없는 마음 토해 놓으면

몽그락몽그락

피어오르는 물안개 사이로

알싸한 그리움만 더해가는

가슴 시린 강

 

 

 

겨울 강가에서

최유주

 

찬바람 머무는 강가에서

그리운 노래 찾아 흥얼거려 본다

강 건너 숲속으로 그리운 시간들은

박제되어 낮은 메아리만 들려오고

오리 떼 떠 나니는

강가 노을은

쓸쓸한 노랫소리 젖어 들고

흔적 없을 그림자 남겨두고

돌아서는 뒤 그림자가 서글프다

 

 

 

겨울 강

하영순

 

매서운 한파에 강이 꽁꽁 얼었다

강은 얼어도 물은 흐른다

이것이 우리의 삶이다

물가도 인심도

찬바람이 분다

세상은 얼어도 마음만은

얼지 자

세파에 취한 마음

감기가 뭔지 아직은 모르고 살았는데

몸도 마음도 신열을 앓고 있다

눈 속에서 꼼지락거리는

봄의 여신은 언제 오려는지

내일은 내일이면 하면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허기진 가슴

겨울 강에

배를 띄우기 위해 얼음을 깰 것이다

얼음아

얼어라.

그래도 물은 흐른다.

 

 

 

겨울 강

하재봉

 

해가 진 뒤 그대는

바람의 손을 잡고 안개 속으로 말달려가고

나무 그늘 아래 빈 몸으로 앉아 있는 내 귓가에선

무수히 작은 눈물로 부서지는 강물 소리

겨울 강물 소리

저물녘엔 강안의 갈대숲마저 깊숙이 가라앉히는

바라보면 즈믄 달이 알알이 맺혀 있는 것을

강이 처음 시작한다는 설산의 상류에서

내 천상의 도끼날로 모질게 마음 가다듬고

붉은 열매 맺지 않는 나무마다 찍어

물어 던지우니

허리에 구름 두르고 삼림 속으로

걸어들어가 석달열흘 가부좌틀고 기다려도

도무지 잠들지 않던 그대의 산에서

그대의 강으로 채 피다만 눈꽃 같은

내 사랑이 흘러간다

맑은 살결 부비며 아프게

산 밑둥이를 적시기도 하는, 지난 가을

그대 손끝에서 영글던 즈믄 달도 데불고

세상의 눈물 위를 지나 보이지 않는 꿈 곁도 지나

어디서 다다를지 흐르는 어둠 위에

나는 또 무엇을 버려야 하나

오늘도 그대는 안개 덮인 강 저편에 나가 있고

나는 발목에 피먹은 이슬 적시며

갈대숲 걸어걸어 이렇게

눈먼 강물 앞에 다시 섰다

 

 

 

겨울 강

한상숙

 

어머니의 치맛자락 붙들고

철부지는 굶주렸던 욕심을 채우려

떼를 쓰고 있었다

마음처럼 해줄 수 없었던

부모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얼음처럼 단단한 응어리 안고 자랐다

깊이 숨어있던 그리움 피어오르고

옷 속으로 찬바람 스며들어

소름이 돋는 겨울

단단하게 감추어진 사랑 속으로

어머니의 강이 흐르고

아버지의 강이 흐르는 것을 알았다

얼음장 밑으로 강이 흐르는 것을

확인으로 알수 있었던 시간이었지만

어른이 된 후로 느낌으로 알 수가 있었다

 

 

 

겨울 강

한이나

 

저 강의 쪼개짐이 정선 길 같다

, , , 큰 울음이

얼음 한복판에 꾸불길을 낸다

느린 세 마치 장단을 늘였다 줄였다,

정선 아라리 길 길게 풀려 나간다

얼음장 밑으로 밑으로 물소리

삶의 막장 긴장하여 애 터지는 소리

겨울 강이 울며 정선 길 간다

 

 

 

저물녘 겨울 강가에서 - 아들을 그리며

허명

 

바람이 기인 한숨을 안고

멀리 보내고 가슴 아파했던

가을의 잔영들이

마른 잎 서걱이는 세월을 따라

겨울 강 깊은 곳으로 흐른다

 

오랜 여정의 별들 강물에 모여

빛으로 효시하며 은하를 열고

소리 없이 강물 따라 흘러가듯

홀로 찬바람에 흔들리며

그 오랜 세월 지켜온

깊고 푸른 상처 달빛 따라 나선다

강을 거슬러 삶의 화두를 거두며

그리움 깊이 흐르는 강턱에서

한 점 사랑으로 영글던

손톱 끝에 돋은 달 거느리고

눈꽃 같은 추억 강물에 부서지는데

역류처럼 머릿속으로 흐르는

가슴에 묻힌 아들 생각

강길 따라 나란히 벗어놓고

아픔 딛고 일어서는 겨울 강

눈물 같은 별빛이 거기 있었다

 

 

 

겨울 강가에서

허정인

 

투명한 얼음

안에서 흐른다

세상 소리 잊었노라

 

사랑도 우정도

혼탁해져

그 손 놓았노라

 

홀로 서성이는

깊은 내 상처가

서러운 날

 

겨울새야

네가 날고 있는

강가

 

꽁꽁 언

투명한 얼음 위에서

네 통증을 식힐 때

 

연약한

내 자아도

던져 주렴

 

차라리 얼어버린

차가움이

더 맑고 맑아라

 

 

 

겨울 강변

홍윤표

 

산 숲 우거진 겨울 강을 내려본다

허기진 욕심을 묻고 인적 없는

빈 마음으로 강변을 걷는다

지난날에 추억을 회상하는 나는 병신

나이 들수록 죽어 가리라는

생각은 한 점 없는데,

가을처럼 퇴색되는 얼굴빛은 지난날의 추억뿐이다

안녕이란 말을 쉽사리 하지 말자

안녕은 다시 돌아올 기약을 약속할 수 없는

만남을 위안이 아닐까

나이 들어 욕심을 내면 무얼 하나

죽어가면서 가지고 갈 기운도 양기도 없는데

찬찬하게 챙기던 사람도 형체 없이

다 녹아내린 강변에서 나를 찾는다고 버둥거려도

기죽을 수 없는 삶의 정체를 엎고

가던 길 잃어 창창(蒼蒼)하게 나부끼는

겨울 강가를 걸으며 단전된 열기를 올리며

가을 낙엽 쌓인 강변에 앉아

인간사 지위 속에 높고 낮음이 없는

행복감을 떠올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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