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봄바람 - 1

강민경 봄바람

강선옥 봄바람

강송숙 봄바람 타고

강인호 봄바람은

경규민 봄바람이여

곽종철 봄바람이 부는 뜻은

권경희 봄바람이 쓰는 편지

권오범 봄바람

권천학 - 봄바람은 믿을 수 없어 벚꽃

권천학 봄바람은 칼을 품었어

김경철 봄바람

김경철 봄바람에

김경철 봄을 부르는 봄바람은

김국현 봄바람

김기덕 봄바람

김기월 봄바람

김기월 안녕,

김기홍 봄바람

김남기 봄바람

김남기 - 봄바람 그대

김대식 봄바람

김동주 봄바람

김동호 수리산 봄바람

김말란 봄바람

김명배 봄바람

김명배 - 춘풍

김명시 봄바람

김민지 봄바람

김수복 봄바람

김수용 춘풍(春風)

김숙경 춘풍 화심이 도져

김시윤 분다, 그 겨울 속 봄바람이

김영길 봄바람

김영길 봄바람이 타전을 친다

김옥순 봄바람

김용택 울어라 봄바람아

김원규 봄바람 부는데

김유선 봄바람

김은재 꽃바람 봄바람

김인숙 그녀 이름은 봄바람

김인숙 봄바람

김인숙 - 봄바람에 실어 보내요

김재덕 봄바람

김정석 봄바람

김정호 봄바람

김정희 봄바람

김종덕 봄바람은 벚꽃 사이로 흐르고

김철현 봄바람

김춘자 봄바람

김현도 봄바람 소리

김현주 춘풍(春風)

나상국 봄바람 소리

남원자 봄바람

노정혜 봄바람

노주천 봄바람

도지현 - 남촌(南村)에서 부는 바람

도지현 봄바람은 어디서 올까

문장우 봄바람

문재학 봄바람

박고은 봄바람아 불어라

박명숙 , 바람이 분다

박신지 봄바람에

박인걸 봄바람

박종영 - 봄바람 꽃바람

박흥락 얄미운 봄바람

박희홍 봄바람의 희롱

배인안 봄바람

배창호 봄바람아

백설부 봄바람

백원기 봄바람

변학규 봄바람

사방천 꽃피운 봄바람

서복길 봄바람

송달호 봄바람

송정숙 봄바람

신광덕 봄바람의 유혹

신광진 그대는 봄바람

신성호 봄바람

신성호 불어라 봄바람아

신주연 봄바람

신진기 봄바람 나그네

신현수 봄바람이 달려와 내 눈물을 말려 주니

심상운 봄바람

심억수 봄바람

심종은 봄바람

심지향 봄바람

안수동 봄바람

안영준 춘풍에 돛달고

안행덕 봄바람

양영희 살랑이는 봄바람

양재건 나는 봄바람이다

양채영 봄바람

 

 

 

봄바람

강민경

 

좌충우돌 봄바람에

겨울잠에 취해있던 내가

정신이 번쩍 듭니다.

 

천방지축으로

나대는 여린 바람 저게

무얼 할 수 있을까기대도 안 했는데

뒤란 그늘에 잔설 치우고

나목에 싹 틔우네요

 

나도 창문 열어

봄바람 불러들입니다

단추 서넛 풀었더니 새 몸이 되네요

마음도 새로와져

이리 들썩 저리 들썩 맺힌 마음 풀어주고

요리 저리 갸웃갸웃 약삭빠르게

약아지네요

 

실구리에 명주실 감기듯

늙은 몸 감고 도는 봄바람은

봄 풍경 흔드는 내 마음이

바람난 바람입니다

 

 

 

봄바람

강선옥

 

산언덕에 올라서

멀리 보이는 짙푸른 색들의 향연 속을 거닌다

가물가물 아지랑이는 하늘로 오르고

지나는 길손은 하염없는 먼 하늘만 본다

 

손에 스칠 듯 지나치는 바람결에도

봄의 향기는 볼을 어르고

머리카락 날리는 실바람은

총총히 앞서가며 길을 연다

 

연분홍 옷고름 입에 물고

노란 저고리에 초록의 치마를 두르고

임을 기다리는 봄 색시처럼 수줍기만 한데

오는 임은 바람이 되어 스친다

 

스치는 바람결에 나리는 아쉬움이

꽃잎이 되어 내리고

두 손 가득 받아든 꽃잎에는

가슴을 우려내는 붉은 선혈이

스쳐 가는 바람의 무심함에

넋을 놓는다

 

 

 

봄바람 타고

강송숙

 

우리는 수업을 시작하고 그들은 휴식이 끝났다

수타사 생태숲 벤치에 앉아 시는 무엇인가 자못 진지한

숙제를 놓고 고민하는 동안 그들은 제초작업을 시작했다

한사람 두 사람 급기야 세 사람이 동시에 제초기에 시동을 걸었다

 

내게 시란 무엇인가

풀이 흩어진다

꽃이 공중으로 튀어오른다

내게 시는 무엇인가

웃자란 잔디거나

성질 급한 꽃송이거나

소란 속에 울컥 터져 나오려던

내 속엣말이거나

그 모든 잘린 것들이

윙윙거리며 날아오른다

봄바람 타고 날아오른다

 

 

 

봄바람은

강인호

 

들녘은 연두로 물들여놓고

풀꽃은 지천으로 피워놓고

논물 찰랑찰랑 일렁여놓고

나뭇가지 저리 흔들어 놓고

어디로 갔는가 봄바람은

 

 

 

봄바람이여

경규민

 

언제부터인가

웃음도 말수도 적어졌고

발걸음도 뜸하던 옆집 아주머니

 

시집간 딸이며 손주 이야기를 하면

입을 삐쭉거리며 토라져 슬그머니 자리를 뜨곤 했는데

어느 하루는

큰 날개 저으며 성큼성큼 다가와

집사람 옆에 바짝 다가앉더니, 안달을 못 이기고는

자기 딸도 시집가려는 눈치라고

자랑스레 말한다.

 

자주 보이더니만,

따스한 봄바람이 얼어붙은 덕이 가슴을

사르르 녹여 바람이 났는지

 

봄바람이여

희망과 사랑의 불씨를 품고 온

봄바람이여

 

이 봄이 다 가기 전에

호기(豪氣)롭던 아주머니 웃음을 되찾아주고

과년한 처녀와 총각 가슴에 설렘으로 스며들어

뜨거운 사랑의 불을 지펴주오

머나먼 길 마다치 않고 찾아온

고마운 봄바람이여

 

 

 

봄바람이 부는 뜻은

곽종철

 

실바람이 부는구나

대지(大地)의 앙가슴을 헤치고

파고들어 작심하고 토해낸다

 

겨우내 언 땅속에

깊이 잠든 개구리를 깨워

올챙이의 어미가 되란다

알몸이 된 나무는

새순을 돋게 할 욕심에

봄바람 장단에 춤을 춘다

춘삼월에 꽃피려면

봄 햇살도 끌어안으란다

잠이 덜 깬 뿌리에는

게으름을 피우지 말고

물 기르기에 열중하란다

여성들의 치맛자락에

봄을 몰고 오나 싶더니

마음에 조약돌까지 던진다

 

온 천지를 흔들고 흔들어

늦잠 자는 자식 깨우는

엄마 같네

 

 

 

봄바람이 쓰는 편지

권경희

 

봄비가 촉촉히 내린 아침

화창한 햇살을 안은 봄바람은

높고 낮은 산새를 넘나들다

 

모퉁이 돌아 살짝 언 비탈길에

말간 햇살을 풀어놓자

움트는 소리로 숲이 일렁인다

 

두견새 지저귀는 언덕배기에

봉긋이 가슴을 부풀리는 두견화

야심 찬 기운이 넘치고

 

살랑이는 봄바람을 물어다

금가루를 뿌려놓을 산수유 가지에

아기 새 재잘재잘 콧노래를 부른다

 

 

 

봄바람

권오범

 

1

폭포의 자유를 구속해

뼈가 드러나도록

칼바람 시켜 처참하게 고문하던

악랄한 동장군이 뽕 빠졌다

아직 떠날 때가 아니라고

조석으로 집적거릴 테지만

경칩 앞세우고 능글맞게 다가오는

봄의 끄나풀을 어찌 당해내랴

봄은 내가 봄이다, 하고

떠들며 오는 법이 없고

언제까지 머물겠다고

쓸데없이 약속도 않더라

겔러터지게 어정버정하는 것 같지만

스치기만 해도 삼라만상이 춘정 발동해

벌써부터 꼬리치는 버들강아지

목련도 몽우리 불끈불끈, 감 잡았다

 

 

2

어디서 태어나 어디로 오는지

볼 수도 없고

기별조차 없어

나는 알지 못 하네

 

치근대던 동백꽃 떨어져 놀라

댓바람에 질러올지

낙동강 들러 섬진강 언덕 매화 깨워놓고

오솔길로 아장아장 걸어올지

 

을숙도 갈대들은 알리라

은근한 물 귀띔에 발가락 근질거릴 테니

섬진강 거북들도 알리라

잠방잠방 내딛는 햇볕의 파문으로

 

준령 마루 잔설 글썽대게 쏘삭거려놓고

세월없이 에돌아올 애매모호한 경칩

개구리들조차 쏟아지는 하품 달래며

속대중이 맞을까, 멀뚱거릴 테지

 

 

3

어정쩡한 3월 초입

겨우내 사경을 헤매던 매화나무가

끓는 속, 참을 수 없었는지

팝콘 여남은 튀겨놓았다

 

산수유나무도 가장이마다

열꽃이 돋아나는 것이

금방이라도 울화통이

노랗게 터질 것 같은 뒤란

 

세세연년 봄의 왕진을

둘이서 어떻게 귀신같이 알고

서둘러 고통을 하소연할까,

동장군 시샘은 어쩌려고

 

천성적으로 느긋한 대추나무는

눈 딱 감고

귀는 틀어막았는지

삭정이같이 한밤중인 것을

 

 

 

봄바람은 믿을 수 없어 - 벚꽃

권천학

 

부스럼 번지듯

꽃 무더기로 피어올라 신명 올리는

봄 한나절

 

이름 붙일 것 없는 설레임이나

한 소쿠리 쏟아붓고 떠나는

봄바람은 믿을 수 없어

벚꽃 그늘 아래선 더욱

봄바람을 믿을 수 없어

 

그래도 한 번쯤은

젖어보고 싶은

나른한 봄 꿈 한 자락.

 

못 믿을 봄바람일지언정 한 번쯤은

넉넉한 마음으로 흐드러져

봄비에 젖어 볼 일

 

어쨌거나

한 번쯤은

꽃비에 젖어 볼 일

 

 

 

봄바람은 칼을 품었어

권천학

 

바람 집에 칼 품은 봄날 언저리

신열에 겨워

해토머리 젖은 땅에 누우면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염병 같은

 

물집으로 매달리는

봄 앓이

 

아지랑이 찜질에 터져버린

언 살갗 아래

속 썩이는 붉은 햇살 한 무리

 

날 벼린 칼바람에 잘려 나가는

묵은 가지 끝

 

군살 걷어내는 자리마다

현기증 채워 넣으며

욱신거리는 관절끼리 모여

꽃불 지핀다

 

 

 

봄바람

김경철

 

1

싱숭생숭한 아침

서늘한 봄바람에

이 마음 흔들리고

 

사랑을 갈구하는지

구구 가가

아침마다 들리는

새소리에

콧노래가 나온다

 

얼었던 대지에서

새순이

빼꼼히 머리를 보일 때

봄비가

촉촉하게 적셔주면

 

이슬을 머금고

피어난 꽃에서

꽃내음이 올라오고

전파를 타듯

멀리멀리 퍼져 나간다

 

봄바람과 함께 온

나비가

훨훨 날아서

꽃과 꽃 사이를 오가며

사랑 이야기를

스리슬쩍 전해주고 간다

 

 

2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에

나무들

너울너울 춤을 추고

 

한낮의 따사로움에

두꺼웠던

행인들의 옷차림은

봄의 기운으로

점점 얇아진다

 

거리마다

노란 개나리

하나둘 피어나고

떠나지 않던

겨울도

떠날 준비를 한다

 

따스해진 봄바람에

노란 개나리

활짝 피어나듯

닫았던 문을 열고

새로운 사랑도

살며시 꿈꾸어 본다

 

 

 

봄바람에

김경철

 

1

꽁꽁 언 대지

긴 잠에서

하나둘 깨고 일어나

꿈틀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찬 바람에

꽁꽁 언 개울에서

멈춤을 모르는

물이 졸졸 흐른다

 

잎새 하나만을 남겨둔 채

앙상해진 나뭇가지에서

파릇파릇한 새싹이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한가롭게 노닐던

겨울 철새들

불어오는 봄바람에

떠날 준비를 한다

 

 

2

황톳빛 세상이

봄바람에

초록빛 세상으로 바뀌고

 

바람에 실려서

세상 속으로

스며든 향긋한 향기

 

환하게 웃으며

빈 가지에서

피운 벚꽃

 

돌고 돌아온

봄바람에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

 

 

 

봄을 부르는 봄바람은

김경철

 

봄을 부르는 봄바람은

한낮에 살랑살랑 불어오고

 

길을 잃어버린 떠돌이는

먼 길을 돌고 돈다

 

흰 꽃을 피운 채 다시 돌아온

그 자리는 변함이 없건만

 

따뜻하게 변한 세상의 아름다움을

먼산바라기 한다

 

 

 

봄바람

김국현

 

찬 바람 떠나고

순풍 불어오더니

4월 초하루 한낮에

우체부 아저씨 봄소식 가지고 달려온다

 

한 해 농사 풍년 기원하는

까마귀 떼 떠난 논에는

거름 주고 비료 뿌리고

경운기 탕탕거리며 논갈이 바쁘다

 

봄바람 치맛바람

감당 못 할 바람은

마음속에서 부는 바람

이걸

어쩌면 좋소?

 

 

 

봄바람

김기덕

 

1

바람이 나무의 멱살을 쥐고

씩씩거리는 기분이다

너를 이만큼 키웠는데

이렇게 높은 데까지 공부시켰는데

해마다 새 옷 알락달락 입히고

뼈마디 굵어지게 사랑했는데

 

날이 새니 또 찾아와 호통이다

내 말을 듣는 거야

듣고도 모르는척하는 거야

머리카락을 움켜잡고

가자! 이래서는 안 되겠다

가자! 나 따라가자!”

 

어느샌가

가지마다 파란 두 손을 내밀고

싹싹 빌며

제발 한 번만 눈감아 주란다

 

 

2

맨발로 달려왔다

작년에 잃어버린 기억을

두 손에 거머쥐고

빚 받으러 온 경질(更迭)같이

깜짝 놀란 꽃씨들이

왜 이래! 잔뜩 붉어졌다

 

또 떼 질이다

아기처럼 두 발 뻗고 동동거리며

이 나무 저 나무

이 산 저 산 툭툭 건드리며

숨 가쁜 계곡에 가서

혼자 입을 막고 키득거린다

 

웃지 마

뭐가 그리 우스워

시집가고 싶어 죽겠는데

 

 

 

봄바람

김기월

 

목 길게 빼고 바라다보는 남녘 소식엔 찬 바람이 불고

주소 없이 찾아 나선 거리엔 어둠만이 반겨

망각의 세월 저편 너머 아프게 입술을 깨무는 건

후련해지지 않는 아쉬움 탓이겠지

칠하고 덧칠해도 미련한 내 심장은

아쉬운 이별에 추억을 토해내고

 

일렁일렁 봄바람이 일면

바람 부는 데로 따라가다 보면

고운 봄이 오려는지 그건 모르잖아

살아보지 않은 세상이니까

또 봄처럼 그대 내게 오려는지

 

 

 

안녕,

김기월

 

안녕

너를 보았어

햇살로 내리던 그곳에서

눈물로 얼룩진 겨울이 밀고 간 마음에

바람처럼 찾아들어 그리움이 장승처럼 서 있고

봄 같은 햇살이 발밑으로 부서져 내리는

아무도 없는 의자에 앉아 바람을 맞다가

이렇게 햇살이 좋아 눈물이 나네

바람은 가슴으로 몰고 들어오고

햇살과 바람이 친구가 되어주는 정류장 위로

그만 햇살로 온 너를 보았어

이 모든 것을 더하면 그리움이 되지만

인제야 너는 왔지만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걸. 알아

 

 

 

봄바람

김기홍

 

1

산야에 하얀 눈 녹였으나

바싹거리며 추위에 웅크리는 봄바람

매화나무가 그리움 낳으니

외로워서 우는 이는 사람뿐

 

꽃 피울 수 없어

그의 해 맑은 미소에 화답할 수 없어

어찌하면 좋을지 몰라라 하는 사람의 마음

봄이 녹이는 그 바람의 그리움에

그리워서 우네

 

살랑살랑 바람에 실린 봄바람

산에 들에 웃음 낳으나

무정한 인생살이 덧없어

그리움은 한순간이요

외로움은 영원하기만 하려 하네

 

 

2

기온이 아늑하여

입가에 머무르는 미소

 

지난 가을날

기억에 맴도는 희미한 잎새

떠난 추억을 더듬으며

 

가녀린 가지의 끝 만나

살랑살랑 어루만지며

부드러운 촉감으로 가슴에 안긴다

 

스쳐 가는 한 줄기 바람이지만

땅속에서 잠자는 영혼은 깨어나

몸통으로 스며나니

 

굳었던 생각은

가지마다 풀어 놓아

아늑함으로 삶은 속삭이며

 

맘껏 활짝 웃는 그에 웃음이

봄바람같이

나목에 닿으니

 

넌 꽃이야

넌 푸른 잎이야

살며시 속삭여 본다

 

 

 

봄바람

김남기

 

바람이 분다.

초록의 짙은 향을 머금고

어디선가 봄바람이 분다

 

향긋한 봄 내음에 사무치게

여름이 그리운 날도

하늘마루에 바람이 분다

 

바람 속에서 자리 지키는

작은 나무 하나

빗속에서 외로이 서 있다

 

 

 

봄바람 그대

김남기

 

봄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면

차가운 얼음장 밑으로

봄볕을 타고 그대가 온다

 

꽃바람이 불어 꽃망울이

바람에 날리자

희망이 그대를 데리고 온다

 

사랑은 봄바람을 타고

쌀쌀한 찬바람에

기쁨을 품에 안고 온다

 

방긋 웃는 웃음 너머로

화사하게 핀 벚꽃 사이로

사랑스런 그대가 왔다

 

때로는 그늘진 모습에

마음이 아리지만

꽃바람 속에 그대가 있다

 

언제나 꽃길만 걷고 싶지만

흙길 속에서도 봄바람이

그대를 데리고 왔다

 

그대와 함께 하는 곳이면

어디서나 봄볕이 찾아들고

향긋한 꽃향기가 가슴에 스며든다

 

봄바람이 귓가를 간지럽히면

그대가 봄바람을 타고

내 마음에 온다

 

 

 

봄바람

김대식

 

땅속에 숨어 지낸 것에도

희망하나 주자꾸나.

뼈대만 남은 앙상한 가지에도

희망하나 달자꾸나.

차고 냉기만 흐르는 골짜기에도

훈훈한 바람 불게 하고

서릿발 서렸던 보리밭에도

새 힘을 불어넣자.

붉게 피맺힌 동백이

피 토해 울부짖을 때

남쪽의 훈훈한 남풍을

그늘진 북에도 불게 하자.

기다림으로 목 메인 동토의 땅에도

희망의 새싹이 돋을 수 있게

 

 

 

봄바람

김동주

 

그가 오고 있다

캄캄한 밤, 움크린 마음 쥐고

숨어 있던 한기 털어낸다

저벅저벅

봄 한 자루 가득 메고 터벅거리다가

개나리, 진달래, 목련 꽃봉오리에 입김을 불어 넣다가

나뭇가지 흔들어 꽃 소문 물씬 품어낸다

그늘진

땅바닥에 귀를 붙이면

나의 봄, 어서 달라는 풀 비린 아우성

아지랑이 피어오르니

이 얼마나 눈부신 몸짓인가

 

 

 

수리산 봄바람

김동호

 

묘향 아파트에서 상연사로 가는 길은

차도도 있고 오솔길도 있고

새로 닦은 산책로도 있지만 구태여

길 아닌 길로 가는 것은 봄바람이다

 

공연히 심란해

마른 풀포기 툭툭 건들며

부서진 낙엽 탁탁 차며

어슬렁 거슬렁 오르다가

부풀어 오른 흙-둔덕 갈라진 틈을 보면

발길 멈추고 오래 바라본다

녀석들도 일어날 때가 되었는데중얼대며

 

잠시 후 낡은 갈잎 방석 위에 앉아

쉬고 있노라면 조금 전에 보았던

흙 둔덕이 자꾸 눈에 어른거린다

한가운데 약간 벌어진 틈 사이로

무엇이 보였던 것도 같다

 

갑자기 밑이 편치 않다

지금 내가 앉아있는 이 흙 방석 밑엔

나를 올려다보는 자 있는지도 모른다

혀를 날름대며 눈을 껌벅이며

 

호기 찬 눈으로 나의 그곳을

올려다보는 자 있는지도 모른다

그 호기심 아직은 이빨도 없고 독도 없고

그저 봄바람 봄바람 같은 것이겠지만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앉았던 자리를 힘껏 걷어찬다

아무것도 없다. - 허공이 웃는다

 

 

 

봄바람

김말란

 

얇은 옷깃 스치며 불어오는 바람

어제의 그 바람이 아닌

설렘에 흔들리는 미풍이다

 

나목들이 부딪쳐 사랑을 속삭이면

푸른 잎새 사이로 꽃잎들이

미소 머금고 피어난다

 

긴 기다림 안고 피어난 꽃망울

고이 간직했던 향기 뿌리고

 

긴 겨울 이기고 예쁘게 피어난 너

아지랑이 가물거리는

봄의 무대에서 춤추는 인형 되어

관중을 현혹한다

 

 

 

봄바람

김명배

 

봄바람은 아기 강아지,

내 졸음 한 자락을 물어다가

마당에 놓고

희롱한다.

 

겨울 깊은

바윗속을 불어 나와

양달에 누워서 잠을 즐기는

어미바람

 

봄엔

아기를 낳아 가지고 돌아와서

풀어 놓고 기른다.

봄바람은 아기 강아지

 

귀신도 이 풍경은

어쩌지 못한다

 

 

 

춘풍

김명배

 

연지 곤지를 살짝 찍은

수줍게 피어나는 사랑스런 매화꽃

춘풍에 겨우내 잠들었던 들과 산에 간지러움을 태운다

꿈꾸는 새봄은 어여쁘고 싸뿐사뿐 걸어온다

춘삼월 슬슬 마실 갔다가

졸음은 달아나고 솜사탕 몽실몽실 매화꽃이 벗이 된다

봄 마중 가세

소박한 어린 날의 기장소로 그때의 나를

만나러 간다

어린 왕자의 그림이 예쁘고 아름다워라

 

 

 

봄바람

김명시

 

꽃 피는 봄 동산

거닐며 오르다가

 

개나리도 한 모금

철쭉꽃도 한 아름

진달래랑 달래 보고

 

임의 얼굴

살짝이 훔쳐볼 때면

 

화사한 꽃 무리 속

가슴은 살랑이고

 

옹달샘 물보라 흩날리며

무지개 꽃 피어나네

 

 

 

봄바람

김민지

 

1

추운 겨울 견뎌내고

따사로운

봄 햇살 즐기려는데

 

불현듯 봄바람이

나타나더니

노동을 자처(自處)한다

 

여기저기 흩어져 놓인

쓰레기들을

구석진 곳으로 쓸어 모으고

 

갓 피어난 목련꽃

잎사귀를

떼내는 심술을 부리는가 하면

 

앞뜰에 비스듬히 기운

소나무까지도

흔들어 서러운 몸짓이다

 

아기 소나무는 뿌리가

얕아서 바람에

흔들릴 기운조차 없어

 

제 몸을 봄바람에 맡긴다

 

집 앞에 남은 먼지까지도

모조리 쓸어

가버려 앞 마당이 휑하다

 

겨울의 횡포인가

긴 겨울의 여운인가

 

 

2

봄바람이 살근살근 꽃가지를 흔들더니

꽃잎이 나풀나풀 나비가 되었다

 

봄바람과 동반한 봄 햇살은

가지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앉았다

 

애타게 기다리던 봄의 전령은

햇살만 한 닢 베어 물고 달아나 버렸다

 

나에게 다가온 봄바람은

백옥같이 하얀 목련에 스치어 간다

 

 

 

봄바람

김수복

 

새들은 다 어디로 갔나

낙동강 청천강으로

백두산 한라산으로

훨훨 날아갔겠지

가서 잘 살겠지

식구들 늘어나면

봄바람에 소식 전해주겠지

새끼들 자랑하러 얼싸안고 오겠지

새들아, 훨훨 날아가라

 

 

 

춘풍(春風)

김수용

 

저 멀리

푸른 산야를 휘돌아

불어오는 춘풍

 

실개천이 흐르는 물가에

개나리 꽃망울이

춘풍에 몸이 달았네

 

새벽이슬에

촉촉이 젖은 가녀린 몸

흔들흔들

누구를 유혹하려는지

 

춘풍의 뜨거운 애무에

화들짝 놀란 가슴

속살마저 노랗게 물이 들더니

 

활짝 핀 입술 한가득

봄을 노래하네

 

 

 

춘풍 화심이 도져

김숙경

 

귀 열어 심상의 소리 듣자 했더니

먼 곳도 가까이 묻어서 오더라

미풍 화심 애살이 나긋나긋

때는 꽃 미풍에

꽃물 색색이니 천지가 봄 봄하고

전이된 지병이 될지언정

내 전심의 넋을 보태어

화들짝 화답으로 반기려 하였는데

사무치는 슬픔은 왜?

갈피조차 어질어질 잡기가 어려워라

몽환의 시어들을 내 어찌할지

어느새 심상의 정수리에 그리움 파고드니

언로의 빗장 인연의 고릴랑은

마저 다 풀어 젖히라 하더라

촌객에 낭인에 남녀가 노소 불식하고

나그네 무연한 발길 하마 잦더라

문우지정에 지란지교에 촌음이 해도 소중타 말고

차마 세월은 앞서가는 법 없으니

자리 또한 털지는 못 하리

변명도 꼬리를 덧붙이는바

다정에 유정도 병인 양 하여

춘몽 해독도 천하 자유자재여서

또 다른 무릉도원

여기 한복판

여기 가슴 정수리 깊이도 있음이라

 

 

 

분다, 그 겨울 속 봄바람이

김시윤

 

차디찬 한 겨울 속에

따뜻한 봄바람이 분다

어느 님의 바람인지

 

온갖 걱정의 표현으로

차디찬 그 겨울을

따스함으로 돌려놓았네

 

추운 겨울날

따뜻한 한 조각의 봄볕으로

오는 님

 

이제,

그 바람 속에서 쉬려 한다네

끝없는 사랑을 꿈꾸며

 

 

 

봄바람

김영길

 

혹독한 냉기가

물러가고 새봄이

찾아왔다

 

나뭇가지 눈마다

봉우리가 맺혀있다

 

눈을 뜨지 못하는

잎사귀 눈에

 

화살같이 침() 바람이

몰아쳐 눈마다 침을

찌르고 떠나면

 

잎사귀는 눈이 찢어져

샛노란 잎사귀를

내밀며 인사를 한다

 

새봄에 부는 바람은

침으로 찌르는 가슴속 깊이

스며드는 귀한 자연의 섭리다

 

 

 

봄바람이 타전을 친다

김영길

 

조물주는 자연은 자연으로 다스리고

천지간 만물지중을 기후가 조절하며

기체가 조정하고 땅속 깊은 따뜻한

지기를 올리시어 온 만물이 소생할 수

있도록 조절 조정해 주신다

 

봄에 부는 바람은 할 일이 많아졌다.

온 식물들의 새싹의 눈과 나뭇잎의 잎사귀에

바람으로 타전을 쳐서 눈을 틔워 주고

그래도 못 나오는 새싹은 침 바람으로

 

콕콕 찔러 눈을 터주어 소생시켜 주는

바람으로 다스린다. 봄바람은 사람들의

가슴속까지 파고드는 느낌을 느낄 수가 있다

 

이렇게 자연의 바람의 섭리로

천지간 만물지중을 다스리시는

그 조물주의 보살핌 속에

인간이 존재함을 느껴야 할 것이다

 

 

 

봄바람

김옥순

 

시샘하는 꽃샘추위

찬 서리 바람도 개의치 않고

봄바람 불어옵니다

 

불어오는 봄바람

내 하나의 소망 담아 오기를

억지 고집 세우고 기다립니다

 

토실토실한 목련 꽃봉오리

아지랑이 앞세워

봄 마중 나오라 합니다

 

내 삶의 허전한 여백 속

화사한 봄 향기 가득 채워

억지 고집 세우고 기다립니다

 

 

 

울어라 봄바람아

김용택

 

강변을 너무 오래 걸어서

내 발등에는

풀잎이 아닌

이슬이 아닌

꽃잎이 떨어진다.

산을 너무 오래 바라보았는가.

산을 기대고 선 내 슬픈 등을

산은 멀리 밀어낸다.

봄이 와서

꽃들이 천지간에 만발하고

나는 길을 잃었다

너는 어디에서 꽃 피느냐

인생은 바람 같은 것이어서

흩날리는 꽃잎을 뚫고 강 길을 걸어온 것 같구나.

그래도 나는 꽃 핀 데로 갈란다.

막히고 허물어지고 사라진

길을 걸어온

 

슬픈 내 발등을 들여다보며

슬픈 발등을 자꾸 쓰다듬으며

울던 날들,

강변을 너무 오래 걸어서

강변을 너무나 오래 걸어서

내 발등에는

이슬이 아닌

서러운 꽃잎들이

날아와 박힌다

불어라 봄바람아

울어라 봄바람아

 

 

 

봄바람 부는데

김원규

 

들녘 고갯마루에서

침묵할 수 없어

봄은 꽃다운

당신의 강가에

가만히 내려앉아요

 

봄을 맞으며

당신을 끌어안고

야위어진 손을 맞잡고

북한산을 올랐던

다정한 그 날이 좋았어요

 

활짝 피어나는 들꽃도

당신과의 약속을 지키라며

고운 향기를 주었던 그 날

눈물로 뒤범벅되었던

그 기억을 이대로 간직할게요

 

양지쪽에서 당신이 나에게

그곳으로 오라 손짓하면

나는 어떡하라고

나날이 허물어져 가는

죄 없는 손님인 것을

 

 

 

봄바람

김유선

 

철없는 니 춤바람 신바람이

외진 산등성이 무덤 잔디

새순을 키워도

가슴 구렁 그 언저리만

건드리고 건드릴 뿐

목마른 나뭇가지 축이지 못하고

시든 풀머리에

꽃 비녀 얹어주지 못하누나.

바람아, 실성한 듯

밖으로만 내도는 바람아

 

 

 

꽃바람 봄바람

김은재

 

개나리 진달래 목련화 민들레

꽃이라면 모두 좋아

찝쩍이며 애무하는 꽃 바람은 봄바람 이여라

나비가 찾아와도 벌이 앉아도

거부할 줄 모르고 꿀단지 내주며

너도 좋다 나도 좋다 끌어안고 연애질하는구나

발아하지 못한 쭉정이 인생

쩔뚝이는 초췌한 발걸음으로

세월 따라 꽃잎 따라 꽃길을 지나간다

 

 

 

그녀 이름은 봄바람

김인숙

 

오도 가도 못하고

꼼짝없이 갇혀버린 봄날

 

창문 빼꼼 열어보니 봄바람이

시원하게 찾아오네

 

사람들은

숨어 보이지도 않는데

봄바람은 친절하게도 다가오네

 

기침 콜록콜록해도

콧물 줄줄 흘려도

오히려 괜찮다고

답답한 마음에 생기를 불어 주며

볼을 쓰다듬어 주고 가네

 

봄바람은

치료와 위로의 따스한 천사

오늘도 나는 그녀를 기다린다

 

그녀가 오면

달콤하고 맛있는 커피를 나누며

한참 수다를 떨 생각이다

생각만 해도 참 좋다

 

 

 

봄바람

김인숙

 

봄바람은 새침데기

따스한 듯 차가워

종잡을 수 없는 변덕쟁이

 

그래도

기다려지고

설레는 건 왜일까

 

너에게서

향긋한 봄나물이 자라고

고향 들녘 따끈따끈

피어오르는 흙냄새

싱싱한 꽃내음이 나는 것 같아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아

꺄르르 봄 햇살 바구니 들고

너와 함께 들로 강으로

산들산들 날아가고 싶어

 

 

 

봄바람에 실어 보내요

김인숙

 

우리의 봄은 이렇게 지나가네요

 

보고 싶음은 가녀린 봄바람에

실어 보낼 수도 없이 너무 무거워요

 

그래도 보내요

이 못난 보고 싶음을요

 

한 올 한 올 엮어

예쁜 포장지에 담아

 

이제 오지 않을 애틋한

마지막 봄바람에 실어 보내요

 

우리 언젠가 만나게 되는 날

그날 이 그리움을 풀어봐 주셔요

 

 

 

봄바람

김재덕

 

봄바람

햇살 타고

가슴에

붙어온다

 

여인네

치맛자락이

설레게

나풀거려

 

살짝궁

간지럼을 탄

애간장이

녹는다

 

 

 

봄바람

김정석

 

불어오는 바람이 차거워도

거기에 따뜻한

봄바람이 있다

 

가지마다

봄기운이 오르고

봉오리 맺은

꽃나무 위에

봄이 앉아

속삭이고 있다

 

 

 

봄바람

김정호

 

봄바람을 타고 꽃비가 내리면

그리움의 눈물 함께 내려

오랫동안 내 가슴에 머물며

설레는 마음으로 사랑을 키웠다

봄바람은 만남이었고

봄바람은 사랑이었다

봄바람은 방황이었고

봄바람이 멈춘 곳에

우리는 입맞춤을 했다

바람이 풀어놓고 간 자리에

들꽃으로 만든 길이 열리고

그 길을 걸을 때

쇠박새 한 마리

지금쯤 바람은 어디만큼 갔을까

강물을 따라서 바다로 갔을까

내 가슴속에 따스한 봄바람이

아직도 불어오는데

불어오는데

 

 

 

봄바람 부는 날

김정희

 

산과 들, 나무

파르스레 변하고

빠르기만 한 시간

이 사람 저 사람

서둘러 가는데

바람이 지나다가

글씨 없는 편지를

던지고 간다.

좁은 골목 돌아

창이 큰 찻집

카푸치노 거품에

얼룩거리는 낯선 모습

살며시 내 안에 들며

외로움을 느끼게 하고

 

읽을 수 없는 편지

그리움은 아리게

다가오는데

 

 

 

봄바람은 벚꽃 사이로 흐르고

김종덕

 

간지러움을 이기지 못한 벚꽃

속으로 웃음 감추며

지나가는 봄바람 흘기고 있다

 

정에 익은 손길인지

벗어나고 싶지는 않은가 보다

 

흘기는 모습이 정답다

그렇게 정이 깊어 갔나 보다

 

우수수 꽃잎 흐트러질 때

봄바람은 꽃잎 태워

포근한 곳으로 여행 가려나 보다

 

 

 

봄바람

김철현

 

분주한 들락거림에

벗은 옷 쟁여두고

보일락 말락 살갗 들추며

사치스러운 외출을 한다.

 

먼발치 기웃거리다가

목줄을 타고 휘감아

가슴으로 스멀거리는

어느새 간지러움이다.

 

-

긴 그리움아

애써 기다리지 않았어도

언제나 너였던

꽃이여

 

 

 

봄바람

김춘자

 

언덕배기 밭에서 냉이 캐다가

구석진 나무 밑에서 소피를 본다

 

엉덩이 까고 앉으니

아랫녘 감나무밭 지나 복숭나무밭 거쳐 불어오는

 

가랑이 사이 지나는 순한 바람

 

- - -

 

울 동네 아지매들 농사철 오기 전 꽃구경 간다고

알록달록 옷 사러 장터로 몰려가겠다

 

 

 

봄바람 소리

김현도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고

잡히지도 잡을 수도 없네

앙상한 나뭇가지에서

들리고

때론 여기저기에서도

소리는 들려 오는데

봄 처녀

치맛자락에 깃들고

한여름 노송의 얼굴에서

본 듯도 하고

가을날 낙엽 굴릴 때 드리우고

한겨울 문풍지에서

너는 울었지 춥다고

지금은 저만큼

봄과 함께 온다고 하네

 

 

 

춘풍(春風)

김현주

 

산과 들 마른풀 위에

상큼한 바람이 불어온다

 

차갑다가도 따스하게

다가오는 바람결에

머리 살짝 걷어올리고

눈부신 햇살을 맞이한다

 

강가 서성이다

어깨를 툭 치면서 말을 건넨다

 

괜찮아 힘내라고

어두운 터널 지나면

한 줄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을

봄날이 있기에

 

 

 

봄바람 소리

나상국

 

까치가 파먹다 만

겨울의 속살 여기저기

봄바람이 어루만진다

하루의 해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봄바람 살강살강

처녀의 짧은 치마 펄렁펄렁 들어 올리면

쫓아오는 눈웃음의 움큼을 향해

넙죽 엉디 춤을 춘다

 

산 넘이 하던 노을빛

무뎌진 발걸음

잠시 멈추어 고개를 갸웃갸웃

숲속의 꿈틀이는 작은 웅성거림

엿듣다 간다

 

 

 

봄바람

남원자

 

창밖은 어두운 안개 속

뿌연 연기 자욱하게 깔리고

하루의 시작은

안개와 함께 출발합니다

 

안개가 걷히고 해님이 반짝

새롭게 피어난 햇살 아래

목련꽃 환하게 웃으며

반갑게 인사를 합니다

 

살랑살랑 불어오는 봄바람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고

 

까치둥지를 찾아 이리저리

날아서 이동합니다

 

봄바람에 실려 오는

기쁜 소식 전하려 까치가

아침부터 깍깍 노래 불러줍니다

 

 

 

봄바람

노정혜

 

1

봄바람이 분다

봄향이 짙다

봄바람이 지나간 자리마다

새싹 돋는다

 

봄꽃들의 합창 소리

바람 타고 들려온다

 

봄은 왔는데

봄을 기다렸는데

봄바람이 닿지 않는다

 

그늘진 곳에도

봄바람 불어다오

 

봄맞이 가고 싶다

꽃구경 가고 싶다

 

따스한 봄날은 왔는데

그냥 지나갈까 두렵다

 

봄바람 불어다오

건강한 모습으로

봄맞이하고 싶다

 

 

2

봄바람 분다

물동이 머리에 이고

물 길러 왔네

동네 아낙들

귀 대봐

속닥 속닥

너만 알아

아무에게 이야기하지 마

옆집 돌이

이웃 동네 순이와 바람났데

보리밭에서 난리 났데

너만 알아

너만 알아

바람이 전하는 말

돌이와 순이가 바람났데

 

올가을에 잔치국수가

춤을 춘다

 

 

 

봄바람

노주천

 

풍치 짙은 시냇물

떨리는 마음으로

사랑하는 나비들을

쉼없이 부른다.

 

하고 싶은 말 한마디

봄빛 가득 머금고

추억 젖은 고향을 묻는다.

 

날 좀 보소

호젓한 물가 물철쭉

굽이 굽이 감돌며 우는 시냇물

발 길 잡지 못해

사랑하는 나비들을 부르네

 

다가오는 계절

옷깃 스친 동쪽의 내 사랑

만향의 그리움 붉게 흩뿌린다.

선한 울림의 심장 뛰는 날갯짓으로

 

 

 

남촌(南村)에서 부는 바람

도지현

 

볼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에서

연둣빛 향기가 난다

 

앞섶을 파고들어

가슴을 관통해가는 바람

지나가며 떨어트린 씨앗이

꿈틀거리며 싹을 틔우는데

 

마파람이 불며

붓으로 여기저기 칠을 하면

알록달록 아름다운 수채화가 되어

마음마저 심쿵해지는 건

이 계절만이 가지는 특권이지

 

잔물결로 파문 지는 호수에

흰 구름 잠시 놀러와

봄바람은 어디서 오느냐

귓속말로 물어보는데

정녕 봄바람은 어디서 올까?

 

 

 

봄바람은 어디서 올까?

도지현

 

바람이 오는 곳은 어디이며

또 가는 곳은 어디일까

구름이 오는 곳은 어디서부터이며

또 가는 곳은 어디로 가는지

모든 것은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곳도 있더라

 

계절은 가면서 변화하며

또 순환하는 것이 있어

우린 다시 그 계절을 만난다

 

해마다 만나는 그 계절은

해가 지나면 또 다른 계절이 오고

그러다 한 바퀴 돌면 또 보낸 계절은 맞이하지

 

그러면 봄바람은 어디서 오는 걸까

봄바람은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 무섭던 동토를 녹여주고

계곡의 얼음도 녹여주는데

신비한 자연의 현상은 정말 위대하기만 하다

 

 

 

봄바람

문장우

 

팔공산 바라보니

하얀 잔설이 앉아 웃고

산허리 감아 오르는

신선 같은 봄의 아지랑이

 

가로수 물오른 모습에

가슴이 뛰고 있고

여린 몸매 뜨는 실눈에

입맞춤하고 싶은 날

 

따스한 햇볕에 애잔한 눈빛

사랑으로 당겨놓고

아침 창 깨워내는

싹 틔우는 저 소리는

 

어두운 귀 후벼내는

봄바람 아닌가

 

답답한 가슴

속 울음 시키며

간절한 그리움

하늘 온통 쌓이다가

 

꽃비처럼 쏟아지는

금빛 햇살 어깨 메고

힘겹게 언 입 열렸고 하는

하얀 일상의 뜨락에

 

봄바람 살포시 안고

매운 눈길 조인 가슴

따스하게 녹아드니

 

봄바람에 살고 싶다

실랑이는 3월의

봄바람으로

 

 

 

 

봄바람

문재학

 

1

남풍(南風) 실은 봄바람

산을 넘고 령()을 넘어

여울져오면

 

솔바람 강바람도

따라나선다.

 

마른 풀잎에도

앙상한 가지마다

연초록 새싹의 꿈

꽃바람 심어놓네

 

대지를 녹이며 흐르면서

마음에

봄 향기 피우면

 

가벼운 흥분도

촉촉이 젖어오는데

 

오늘도

가늠할 수 없는

산천이 그리운

봄바람이 분다

 

 

2

그렇게도 괴롭히던

동토의 칼바람이

할퀴고 간 천지에

 

시간의 배를 타고 찾아온

따사로운 햇살을 품은

소리 없는 봄바람이

대지를 적시고 있다.

 

살랑살랑

마른가지. 마른 잎을 흔들어

부드럽게 일깨우는

아득한 생명의 소리 따라

 

오늘도

소생의 꿈을 실은

향기로운 봄바람이 분다.

 

화창한 봄날에

가슴 흠뻑 젖는 간지러운 봄바람이

 

 

3

설렘의 봄바람이 분다

꽃샘추위 걷어내며

코끝을 간질이는 봄바람이

온 누리를 적신다

 

잠자는 만물(萬物 )을 흔들어

파릇파릇

새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고

 

꽃봉오리마다

감미(甘味)롭게 어루만지며

봄의 향기를 일깨운다

 

봄바람으로 부푼 춘심(春心)

꿈에 젖는 가슴에는

환희의 꽃바람이 분다

 

화사(華奢)한 봄바람 따라

펼쳐지는 봄의 향연(饗宴)

찬란한 희망이 샘솟는 계절

생명의 합창이 눈부시기만 하다

 

 

 

봄바람아 불어라

박고은

 

살랑 봄바람이 불어

마른 가지마다 잎눈 뜨게 하고

잔설 덮인 산자락 매화도 피웠네

 

시냇가 버들가지 타며 술래 도는

봄바람 웃음 속에 꽃구름 일고

살가운 사랑을 배어

연인 얼굴에 분홍빛 꽃 피우는데

떠난 벗도 돌아오는 아홉 굽이 사랑길

 

불어라 봄바람아 신나게 불어라

뜨겁게 불어서 정열의 꽃 피우고

모질고 무딘 마음 흔들어

푸른 꿈을 빚어야지

 

봄바람 난 시(詩人)의 가슴도

훗훗한 감성 뜨락 쓸어내고

누리 곳곳 훈김이 돌아

고운 노래 여울져 흘러야지

 

 

 

, 바람이 분다

박명숙

 

두 눈을 감고

바람을 느껴봐

바람이 들려주는

처마 끝 풍경 소리

내 마음 두드리는 소리

 

그윽하고 맑은소리가

은은하게 번지면

노란 산수유 배시시 일어나

아침 햇살에 세수한다

 

두 눈을 감고

바람을 느껴봐

앞마당 바지랑대에

젖은 마음 흔들면

 

어느샌가 내 마음에

따사로운 햇살이 스며들고

연분홍빛 얼굴에

복사꽃 화사하게 웃는다

 

봄이런가

우리 곁에 웃고 있을

다시 돌아온 봄

, 바람이 분다

 

 

 

봄바람에

박신지

 

넋이 반은 나가 있다

 

그 슬픔은 무엇일까

부부싸움 하고 진종일

돌아오지 않는 친구

 

전화벨이 삭풍처럼 울부짖고

예감은, 꽃샘바람에

신열을 앓다

 

목젖 내려앉는 봄 나절

가슴 조이며

가슴 조이며, 그 뒷소식

나직한 현()의 소리로 흘러나온다

 

봄바람이여

"우울한 세레나데"

 

 

 

봄바람

박인걸

 

포근한 바람이 귓불을 보듬네

산 새 들새들 봄을 노래하네

나뭇가지 끝에 앉아

그때 듣던 그 노래를 읊조리네

 

고향 앞산은 진달래가 붉게 물들이고

비탈밭 풀 섶에는 진한 살구꽃이 필 거고

샛노란 생강나무꽃은

질매재 무리 지어 곱게 피겠지

 

노란 꽃 따지 풀 파도 칠 거고

연두색 수양버들 실실이 풀어지며

얼음장에 갇혔던 송사리 떼춤을 추고

돌아온 제비들 눈부시게 날겠지

 

그해 봄 앞집 분()이 손을 잡고

민들레 꽃길을 함께 걷으며

풍선처럼 부푼 가슴으로

꽃향기를 마음껏 들여 마셨지

 

봄바람이 향수를 불러일으키네

달래 냉이 향기를 물고 오네

고향 솔밭 향기 가득 물고

내 가슴 밭을 허락도 없이 짓밟네

 

 

 

봄바람 꽃바람

박종영

 

신비한 기운으로

4월의 꽃들이 가벼운 잿빛 구름을 벗긴다

초록빛그늘이 달빛 수를 놓아

바람난 산새를 불러들인다

 

그리움이 꽃으로 피어나

겨우내 무딘 나무마다 꽃등을 켜는 4,

고요가 더욱 간절한 꽃의 침묵이

진한 향기 뿌리며 아양이다

 

봄바람이 꽃바람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강산,

사래 긴 밭고랑 청보리가 너울지고

기억되는 시간마다 자리 펴고 누워

봄볕 품어보는 살가움으로 나른하다

 

오늘은,

내가 세상을 읽지 못하던

아득한 내 유년의 세월,

봄꽃 가득한 오늘에 있었던 그리움에 대하여

소중한 편지를 쓴다

 

 

 

얄미운 봄바람

박흥락

 

봄바람아

담 넘어 벚꽃 향기 묻은

그리움만 던져놓고 그냥 가면

 

! 어쩌라고

쌓인 그리움도 버리지 못했는데

빈자리 어디 있다고 비집고 들어오느냐

 

터질 것 같은 허한 가슴에

쓰다듬어 주진 못할망정

상처입혀 놓고 너만 떠나느냐

 

그리운

그대 향기나 던져주지

얄미운 봄바람아

 

 

 

봄바람의 희롱

박희홍

 

명지바람의 따사로운 기운이

산수유 향기를 몰고 오더니

흔들바람에 나뭇가지 요동치고

 

개구쟁이 같은 녀석들이

서로가 오지랖이 넓다며

잘났다 티격태격 싸우니

 

노란 눈꽃이 어지럽게 내려앉아

들판에 머문 눈을 덮어버려

눈앞에 춤사위 아른거린다

 

대학 나무 꽃구경 왔다가

미친 벼락바람이 불어와

만국기가 되어 휘날리는

노란 크레파스 얼룩 눈꽃만

보았으니 눈요기 가자는

헛바람에 헛물만 켰으니

이 또한 바람의 죄련가

 

 

 

봄바람

배인안

 

봄바람 불어와 동면 든

나뭇가지를 흔들어 잠 깨워

봄소식 전해도 응달쪽은

겨울의 자취가 뙤리 틀고

남아 있어라

 

양지바른 매화나무 겨울

눈보라의 괴로움으로

시달이고 움추렸다

봄 햇빛 받아 한 송이 두 송이

시샘해 피여

 

이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황홀했던 기억을

더듬어 설렘과 괴로움을

참고 이 한 겨울 지냈을까

활짝 피어 너의 꿈 이루어라

매화꽃이여

 

 

 

봄바람아

배창호

 

볼을 간질이는 버들강아지를 보고 있노라니

돌 개천 물소리마저

두런두런 징검다리 건너듯

물꼬 터진 망울이

봄 살을 탄 소곡의 선율이 되었다

 

 

 

겨우내 배양했든 환생이

보란 듯이 화색을 늘어놓아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동색이기를 바랬어도

어쩌랴, 피다 만 꽃도 있다지만

택일의 순간까지 기다리는 설렘은 참 좋았다

 

아지랑이가 아물거릴 때이면

종다리 우짖는 소리조차

두근거리게 한 박동 소리에 귀 기울이며

아직도 긴가민가했는데 저만치

풀물 무등 타고 온 네,

 

무색하기만 한 마중물이

하마하마 시새움에

눈에 밟히기만 한 고배의 봄바람아

 

 

 

봄바람

백설부

 

봄바람이 나를 흔들듯

나도 봄바람을

흔들 수 있으리라

믿고 싶었다.

 

노을빛에 물드는

거리에서 이유 없이

부끄러운 생각들이

나를 슬프게 한다.

 

복사꽃 정겨운 향기를

정수리에 가득 묻혀서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가면 집안에도

봄 향기로 그득하려나

 

 

 

봄바람

백원기

 

겨우내 기다리던 봄

꿈 있고 희망 있어

속웃음 웃으며 보낸 세월

하지만 내 뜻대로 아니었네

 

꽃 피고 새 우는 아름다운 계절

벌써 고개 넘어 내리막인데

감흥 없이 지나간 봄은

하염없이 돌아가는

물레방아처럼

돌고 도는 계절일 뿐

 

올해 봄바람은

마스크 바람에 답답하고

싹 쓸 바람에 재미없네

 

 

 

봄바람

변학규

 

방안에 갇힌 숨결

가지마다 눈을 뜨고

 

종종걸음 홀가분히

소담한 차림새여

 

내 마음 무딘 돌담 틈에도

마중 나온 새 얼굴

 

 

 

꽃피운 봄바람

사방천

 

동절이 산천의

흰 이불 깔아놓고

봄을 잉태하기 위하여

그리도 냉정하게

강풍을 몰아 왔나 보다

 

봄을 해산한

잔설 그늘에 누어

하늘을 바라보니 해님은

앙상한 나뭇가지 꽃피우고

잎 피우니 잔설은 눈물 흘려

땅속 잠자는 식물 잠 깨운다

 

봄바람에 아지랑이 춤추고

만산의 진달래꽃 울긋불긋

산새들 노랫소리 길 잃고

누어 잇던 가랑잎 봄바람의

안절부절못하고 몸부림친다

 

 

 

봄바람

서복길

 

바람이 들어온다

마음에 구멍이 뚫렸나 보다

어느새 밀려들어 와

자리 차지하고 웃고 있다

 

내게 온 손님

내쫓지 못해 그냥 내버려 둘까?

지나가다 잠시 들린 걸 거야

때가 되면 돌아가려나

말도 못 하고 아는 체도 안 하고

그러다가 보니 어느새 보이는 빈자리

 

바람아, 소용돌이치는 가슴아

조용히 잠자거라

, 이 나이에 어쩌라고 그러느냐

밤새

혼자 끓탕을 앓았다

 

 

 

봄바람

서봉석

 

봄바람은 아주 크게 바람 난 겨울바람이네

산골 큰 애기 가슴에 기별 오고부터 생살 간질이며

산 깊게 물 깊게 옴 옮기는 버들피리 소리부터 생 몸살이고

 

새그러운 진분홍 혼 떨림이네.

봄바람은 나비 찾는다는 입춘 방 내 건 초록 새잎에

 

미쳐버린 겨울이 산 넘고 물 건너 무작정 가출한 그리움

그 밑천마저 털리게 되는 투전판, 꽃바람이네

 

 

 

봄바람

송달호

 

눈물보다 그리운 사랑도 만남이 있어서

한번은 열고 싶은 몸이고 싶지만

오고, 가는 이별보다 기다림에 눈멀어서

아직도 보이지 않는 당신이었소

실핏줄 같은 투명함과 몸서리치는 흥분의 순간도

당신만의 손길이 스치고 지난 후이라야

차가운 세월의 슬픔이 사라지고

빛이 되고 초록이 되고 아른아른 따스한 입김이 되어

어깨 위로 떨어지는 봄비는 깊은 곳으로 흘러

한잎 두잎 연두의 속삭임으로 피어나

몸을 열고 달려갈 꽃이 되겠소

이제 허락하고 싶은 밤

살며시 창문을 열어 기다리겠소

아직도 못다 한 얘기가 있거든

노란 꽃 한 송이 가져와 내 입에 물려주오

창문을 닫아 주오 어서

눈물이 봄바람에 휘날리고 있지 않소

 

 

 

봄바람

송정숙

 

1

가슴 풀어 헤치고 콧날 세운 버선발로

잔설 사이 사이 오는 그대

 

멀고 먼 고향길 찾아와서

싸리문 열어달라 보채는 그대

 

호롱불 밝히고 돌아누우니

등허리 파고드는 그대

 

 

2

봄에

이리 바람이 부는 이유는

늦잠자는 꽃들을 깨우기 위해

어서 가라 보낸 이의 눈물을

보았기 때문

모퉁이 돌아서는 뒷모습을

보았기 때문

산그늘 아래 작은 집

소곤거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

봄바람은 이리도 불어오나 보다

 

 

3

뉘신대 이리 소란합니까

깊은 바다, 깊은 산골 지네다

봄꽃 시샘 하러 왔는지요

아니면 꽃들의 재잘거림에

달달한 꿈에서 깨어 화가 났는지요

심하게 부는 바람 옷차림을 살피고

꽃잎이 지쳐 떨어지네요

사월 하순으로 들어선 오늘도

거부할 수 없으므로

나뭇잎은 푸르러지고

꽃잎은 떨어지며

이렇게 모두 받아들여 가면서

계절을 함께 걷고 있네요

 

 

 

봄바람의 유혹

신광덕

 

살고 지고 하는 삶

갈피 잡지 못할 도깨비 바람의 황당함도

보다 나은 삶의 막연함도

진달래꽃 나풀대듯 춤추어

얼고 닯은 마음 다 녹는다

싱그러운 바람

따스한 어는 봄날

파르르 떠는 보리밭 위로

종달새 높이

홀레기 바람* 보아 날고

목련꽃이 활짝 피었다고

마음 들뜨고 안달이 나니

새초롬한 벚꽃 눈매 아래를

걷고픈 봄

내가 당신을 좋아하는 것도

그 당신은 바로

뻐꾸기가 나를 부르는 봄

 

* 홀레기 바람 : 불규칙한 풍향과 풍속의 바람 일명 도깨비 바람

 

 

 

그대는 봄바람

신광진

 

그대는 봄바람

내 곁에 바람으로 다가와

마음을 살랑살랑 설레게 하네

아지랑이 곁에 다가오면

그대 꽃내음 옷깃을 스치고

내 마음의 봄이 피어나면

황홀해서 눈물이 납니다

그대를 기다리는 계절의 아픔

봄비 타고 내 곁에 오시면

내 마음은 기뻐서 진달래꽃

철쭉꽃 벚꽃 되어 피어나요

그대는 설렘 가득 싣고

꽃향기 뿌려주는 봄바람

아지랑이 피어나는

그대 품속에서 살고 싶어

 

 

 

봄바람

신성호

 

오네

오네

봄바람이 불어오네

 

종달이도 높이 날아

봄바람을 노래하네

 

어디 갔다 이제 오나

벌 나비도 신이 났네

 

오네

오네

봄바람이 불어오네

 

기왕에 꽃바람도 같이 오면

우리 님도 서둘러 뒤따라올 텐데

 

 

 

불어라 봄바람아

신성호

 

엄동설한 북풍한설

그 무엇이 무서우랴

 

엊그제가 입춘인데

봄이 어찌 오지 않으랴

 

몇날이면 봄바람 불고

수목에 물오르고 저마다 꽃망울 맺어

 

앞다투어 꽃이 피고

벌나비 신이나서 산천이 즐거워라

 

어화둥둥 좋을씨고

불어라 봄바람아

 

너도 좋고 나도 좋아

우리네 살림살이 없어도 좋을씨고

 

따뜻한 봄바람이 어절씨구

저절씨구 살기좋은 세상일세

 

벗님네들 나와보소

봄바람이 찾아왔소

 

여기도 따뜻하고

저기도 좋기도 좋아

 

올해도 입춘대길

모두가 행복하소

 

돌아보면 무엇하나

오늘이 좋은 날 내일은 더 좋은 날

 

기왕이면 웃으면서

반가운 봄바람을 어서 빨리 마중하세

 

 

 

봄바람

신주연

 

봄바람이 '딩동' 아침 창문을 두드린다

 

황량한 가로수 길을 지나

나에게로 달려와서

 

벌거벗은 나무와 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왔다

우리 집 뜨락의 개나리 진달래 라일락 잎새가

살며시 어루만지며 방긋이 인사한다

 

새벽노을 붉게 물든 부드러운 들판을 지나

웃음 짓는 봄 아가씨의 따스한 입술을

살짝 훔쳐 더듬고 살며시 지나가고 있구나

 

봄바람의 입김은 미끄러지듯

창백한 환상의 그림자를 뒤따른다

 

잠들어 있는 강가에

우뚝 서 있는 미루나무들

 

조용한 깊은 숲속의 초록 나무들

산들산들 봄바람에 즐거워하고

 

춤추며 노래하는 찬란한 꽃들의

향연도 얼마 남지 않았겠지

 

곧 오리라.

 

봄바람이여! 어서 불어라

 

천리만리 떨어진 머나먼 곳까지

이 세상 행복이 깃드는

 

풍요로운 그곳까지

힘차게 불어 다오

 

 

 

봄바람 나그네

신진기

 

하늘에 보이는

이슬 방울 송글한

까맣게 가물은 밤

 

까치 두 발 종종 뛰듯

두 볼에 바알가니

부끄럼 타은 아이

 

손톱 끝에 뭉툭해진

달무리도 우습고나

 

어느덧

바람 부는 나그네도

별은 두드린다

 

 

 

봄바람이 달려와 내 눈물을 말려 주니

신현수

 

점심시간에

밥 빨리 먹으라고 성화를 부린 후

아이들 몇 명을 데리고 학교 앞 야산에 오른다

핑계는 등산하면서 상담하기지만

실은 내가 더 가고 싶었다.

아이들은 계단 몇 개밖에 안 올랐으면서

힘들다고, 너무 가파르다고, 목마르다고

지랄발광을 하지만

말만 그렇게 하고는

나를 떼어놓고

지들끼리만

저만치 앞서서 뛰어 올라간다.

등산로 옆 개나리는 아이들과 함께 떠들고

솔숲 사이 진달래는

뭐가 부끄러운지

몰래 숨어 있다

산꼭대기 전봇대 밑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가위바위보를 해서

진 사람이 노래를 하기로 했다.

가위바위보에서 진 놈이 뜬금없이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멋지게 부른다, 4월인데

뜬금없이 눈물이 찔끔 흐른다

아이들에게 그런 노래를 가르쳐 준 중학교 음악선생이 고맙다.

봄바람이 달려와 내 눈물을 말려 주니

조금, 행복하다

 

 

 

봄바람 소리

심상운

 

봄날 아침

한 무리 새 떼가 앉았다 날아간

나뭇가지 사이에서 웅웅거리는 바람 소리

 

그 바람 소리 속에는

7000년 전

알타이 초원 말 울음소리도 섞여 있는 듯

 

바람이 몸에 부딪힐 때마다

푸르르 푸르르 떨면서 살아 움직이는

아파트 유리창

 

가슴에 푸른 종이를 붙여보세요

 

흰 모자를 쓴 30대의 여자가

종이 두루마리를 안고

차도를 건너가고 있다

 

 

 

봄바람

심억수

 

그대

떨어지는 꽃잎을

기억하지 마라

꽃 진 자리마다

열매 영글어 갈지니

그리움은

저 꽃잎 같은 것

시린 밤하늘

보름달 떠오르면

아스름 잦아드는 너

그리움 없이 피는 꽃

어디 있으며

흔들림 없이 이룬 사랑

누가 있으랴

그대

멈추지 마라

그리운 만큼

생각 깊어 가고

흔들린 만큼

마음 넓어진다

 

 

 

봄바람

심종은

 

봄이면

그가 날 찾아와 묻고 있네

강남으로 살길 찾으려고

길 떠난 제비

봄 빛살에 실리어

꽃 소식 전해왔느냐고

 

버들가지 내음에 취해서는

빗가락 두들기며 장단 맞추네

싱그러운 미소 띄우다가

날렵한 춤사위에 옛 향기 되살리면

오래오래 가슴 여울을 적시려고

 

 

 

봄바람

심지향

 

밤새 긴 기다림으로

영롱하게 빚어낸

이슬 한 방울

톡 떨어뜨리고

 

연분홍 벚꽃

봄나들이 가자고

살며시 불러 모아

연못에 퐁당 빠뜨리고

설레는 가슴 안고

꽃 마중 나온 봄 처녀

살금살금 다가가

두 볼에 살짝 입 맞추고

 

 

 

봄바람

안수동

 

날 좀 잡아 주세요

온기가 있는 그 손이 그리웠어요

가슴으로 그 사람 만날 수만 있다면

천지사방이 산수유

노랑 물감 풀린 계절 같겠지요

오랜 기다림에 접혀

굳어버린 관절에

물 차 오르는 소식 들리고

냉이랑 달래랑

봄나물의 수다로 뭉친 그리움 풀어서

봄볕같이 가벼워진

헤픈 웃음

흩날리는 민들래 홀씨

! 아무도 못 말릴

바람난

환장할 이 봄날을

어떻게 하지요

 

 

 

춘풍에 돛달고

안영준

 

밤그림자를 보고 실없이 짖어대는

복순이 벌 먹은 소리에

화들짝 놀란 닭은 횃대를 버럭 찬다

 

되새김질한 검은 장막을 토해내고

한 폭의 산수화를 매만지며 오르는

붉은 여명을 맞이한다

 

관객의 웅성거림에 거리마다

마당놀이가 시작되고

인생 톱니바퀴는 숨찬 호흡을 한다

 

유령처럼 서 있는 고목을

아침 바람이 흔들어 깨우고

겨우내 얼었던 줄기에 혈을 돌린다

 

볕이 앉았던 자리에 머물던 꽃은

헤벌쭉 입을 벌리며 고개 수그린다

 

 

 

봄바람

안행덕

 

1

슬쩍슬쩍 꽃망울 터트리며

화신인 양 뽐내고 건들거리네

 

앙상한 가지 어루만지면

윤기 없던 우듬지 푸른 빛 돌고

 

바람둥이 봄바람 지나가는 골목마다

붉어진 꽃봉오리 수줍은 미소

 

 

2

비단이 감기는 듯 바람이 분다

그대의 체온처럼 향기로운 바람

감미로운 손끝처럼 스친다

봄바람에 향기를 실어 보낸 이

당신인가요

 

그리운 이 안부가 궁금해서

손님처럼 말없이 지나가다가

버들가지 흔들며 살짝 숨어버린 이

당신인가요

 

부드러운 바람이 분다

못 잊어 봄이 오면 바람이 되어

휘늘어진 내 버들잎 사이로 안겨 오는 이

당신인가요

 

 

 

살랑이는 봄바람

양영희

 

살랑이는 봄바람에

흙내음 들이쉬며 쑥 냉이 캐고

매화 한 줌을 따와 사랑하는 내 님에게

봄에 여신을 안기어 주었지요

 

향기가 물씬 풍기는 봄 여신 앞에

찡그린 얼굴 황홀한 설렘으로

다가왔나 봅니다

바라보는 이내 마음

덩달아 행복해집니다

 

오늘 하루는

따뜻한 눈으로 사랑을하며

내 님과 봄을 맛있게 비벼

봄맞이 수미감자도 심고

완두콩 한 두둑 심어놓아

나른한 오후가 되면

웅덩이 물가에 도롱뇽 투명한 알집

나들이도 가 볼 것입니다

 

새 생명 꿈틀대는 자연 앞에

겸손함도 깨우치며

바람결에 매화 꽃잎 안기운 향기에 젖어

콧노래 부르고 호호 웃으며

마주 잡은 손

아름다운 사랑을 엮어갈 것입니다

 

 

 

나는 봄바람이다

양재건

 

나는 봄바람이다

 

누구나,

오매불망 기다렸던 그 봄바람이

바로 나다

 

너의 창가에 다가가 널 불러도

넌 미동도 하지 않으니, 내가 너의 닫힌 창을 열까

 

살랑대는 내 걸음 소리마저도 넌 들리지 않니

내가 너의 마음마저 열어 볼까 두려우냐

 

너의 닫힌 창을 열면

부끄러워 얼굴마저 돌릴 테냐

 

겨우내 네가 띄워 보낸

그리움들이 드디어 아지랑이 되어

임 소식 전해 올는지도 모르지 않니

 

그러니

닫힌 창을 열어 나를 맞도록 하여라

 

거룩한 폐허가 새순을 열고 환골탈태를 시도하고

눈짓 몸짓으로 고요를 덮고 어느새 새 옷을 입었네

 

나는 저 먼 동토의 계곡을 참을성 하나로 견뎌왔네

 

머리부터 발끝까지 우아하고 그윽한*

그 위대한 봄바람이, 바로 나다

 

* 전순영의 '보라의 방식' 변용

 

 

 

봄바람

양채영

 

1

너는

매화꽃 가지에

은은히 숨어 있다

목련꽃에서는 더 환하다

 

절벽 난간 붉은 진달래꽃

신라적 노인의 헌화가의

간절한 숨소리로

너는 하늘거린다

 

새소리에도 봄 물살에도

허리를 뒤틀며

재잘대고 깔깔댄다

 

눈을 감아도 너는

내 볼을 부비며

내 가슴을 파고든다

 

 

2

봄바람 속에 숨은 불길은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누군가 부르는 듯 황급히 달려가는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

꽃이 되고 잎이 되고

하얀 목련 꽃덩이 속에

흘레를 붙고 있는 개

내가 가진 수첩도 길도

속수무책으로

황홀한 불길에 휩싸여

 

 

3

철쭉꽃밭 속으로

두 마리 사슴이 달려간다

앵초 꽃밭 너머로

노오란 아지랑이가

봄 몸살을 앓는지

먼 산이 흔들린다



목차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