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경 – 봄 꽃바람 속에
고두현 – 봄꽃 편지
공재룡 – 봄꽃이 글쎄 간다고 하네요
김덕성 – 봄꽃 예찬
김덕성 – 봄꽃의 언어
김수우 – 봄꽃 천 원
김숙희 – 봄꽃
김시천 – 봄꽃을 보니
김영래 – 봄꽃 볶음밥
김진국 – 봄꽃
김희경 – 봄꽃이 눈뜨기 전에
노정혜 – 봄꽃 소망
노정혜 – 봄꽃 이야기
노정혜 – 봄꽃 향이 짙다
노정혜 – 봄꽃 희망
문성해 – 봄꽃들
문장우 – 봄꽃이 잊으라 하네
박광호 – 봄꽃을 피우리라
박얼서 – 봄꽃여행
박일만 – 봄꽃
박종영 – 봄꽃 노래
반칠환 – 봄꽃의 주소
백원기 – 봄꽃이 피면
성백군 – 봄꽃 진다고
손병흥 – 봄꽃
손병흥 – 봄꽃 나들이
손병흥 – 봄꽃의 향연
손병흥 – 봄꽃 축제
송정운 – 봄꽃
심재휘 – 봄꽃나무 한 그루
안경애 – 봄꽃 피는 날
안국훈 – 봄꽃 닮은 연인
안영준 – 봄꽃
안영준 – 봄꽃의 시련
양재건 – 봄꽃
양현주 – 봄꽃
용혜원 – 봄꽃 피는 날
용혜원 – 봄꽃 피던 날
유용주 – 봄꽃
윤갑수 – 산중의 봄꽃
윤무중 – 봄꽃 향연
윤희상 – 봄꽃
이수찬 – 봄꽃
이승복 – 봄꽃
이원문 – 봄꽃
이원문 – 봄꽃의 일기
이재환 – 봄꽃
이정은 – 봄꽃 사랑
이채 – 봄꽃이고 싶다
이채 – 봄꽃 참 예쁜 날에
이채 – 한 송이 봄꽃을 그대에게
이해인 – 봄꽃들의 축제
임석순 – 봄꽃의 소고
임석순 – 봄날, 꽃들의 아우성
전숙영 – 봄꽃
정병옥 – 봄꽃들
정이산 - 누구를 위하여 봄꽃은 피는가?
정재영 – 봄꽃
정태중 – 봄꽃
조충생 – 봄꽃 사연
주응규 – 봄꽃
주응규 – 봄꽃을 재촉하는 까닭
진하 – 봄꽃이 봄에 꿈꾸랴
홍수희 – 봄꽃이 필 때
봄 꽃바람 속에
강민경
봄, 꽃바람 속에
새싹 돋아 일어서는 비린 새순들
어느새 봄의 향연입니다
누가 가르친 일, 부른 일, 없이도
계절에 길든 생기(生氣)
봄볕 끌어안으며 희망을 띄웁니다
뒤돌아보는 얼음판도 오늘을 위한
나의 귀중한 삶이었네요
그 감격, 새로운 오늘입니다
거칠어진 피부를 다듬어 곱게 단장하고
나를 들여다보게 하는 봄 새싹들, 꽃들
거기, 내 삶의 향기가 발돋움합니다
봄꽃 편지
고두현
날마다 네 안에서
해가 뜨고 달이 지듯
그렇게 봄 산이
부풀었다 가라앉듯
오늘도 네 속에서
먼저 피고 먼저 지는
꽃 소식 듣는다
봄꽃이 글쎄 간다고 하네요
공재룡
어느 봄날에 갑자기 찾아와 예쁜 미소로 내 마음 빼앗고
한 잎 두 잎 발등에 떨어져 시리게 하는 네가 정말 밉다
언제 너 보고 떠나라 했니 그윽한 꽃향기와 고운 몸짓
아직도 내 가슴을 맴도는데 봄꽃이 글쎄 간다고 하네요
벽을 보고 펑펑 우는 마음 떠나가는 너는 모르겠지만
두 볼 타고 흐르는 눈물은 너를 향한 자존심 때문이다
이왕 서둘러 떠나려 한다면 요정나라 내가 곤히 잠들어
꿈에 궁전 한없이 걸을 때 찬 이슬 내리기 전 떠나가렴
봄꽃 예찬
김덕성
꽃은 사랑으로 곱게 피어
사랑을 값없이 나누며 베푸는
사랑의 본을 보여준다
사람도 꽃을 좋아하고
꽃도 사람을 좋아하며 상통한다
꽃은 종일 힘이 들어도
흐트러짐 없이
고운 미소로 반기는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 준다
꽃은 속마음까지 내 보이며
사랑의 꽃으로
내 가슴에도 곱게 피어
행복을 심어 주는
사랑의 본 4월의 꽃이어라
봄꽃의 언어
김덕성
들리지 않아도 봄꽃은
아름다운 삶의 진실을 나눌 수 있는
사랑의 고운 언어가 있다
햇살이 내리며 부서지는
봄을 담고 흘러내리는 계곡에는
살랑살랑 봄바람에
춤추듯이 서로 좋아하는 봄꽃
고운 언어로
사랑 나누기에 바쁘다
대지에는
새 삶으로 희망을 안기는
지금 천연의 빛으로
꿈의 동산이 펼쳐지는 봄
내 가슴에도 살짝 싹을 틔우는
봄날 꽃들의
사랑 나눔으로 더 아름답다
봄꽃 천 원
김수우
주먹만 한 봄 화분 안에
시장통 골목이 흔들리고 있네
신발들 하늘 딛고 휘청이네
봄꽃 천 원, 쪽지를 달고
살랑살랑 살가운 얼굴 속에
팔락이는 여섯 살 내 치맛자락
홀로 팽팽하던 꼬리연 아직 눈부시고
아버지의 짐 자전거 저만치 달려오네
노오랗게 묻어나는 사람들
천 원어치 꽃가루를 따라
황사 하늘 어디든 갈 수 있으리
목덜미에 돋는 떡잎 한 장
봄꽃
김숙희
고운 햇살
부드러운 입맞춤에
환한 미소로 인사한다
코끝을 간지럽히는
낯설지 않은 향기에
뒤돌아보니
하얀 피부에 작은 소녀
길손에게 수줍은 듯
반가움을 표현 하지만
누구 하나 바라보지 않고
관심조차 없다
외로움과 고달픔
겨우내 움츠린 벅찬 삶
긴 시간을 버티고
자신 있게 찾아온 봄 꽃
참 자랑스럽구나
봄꽃을 보니
김시천
봄꽃을 보니
그리운 사람 더욱 그립습니다
이 봄엔 나도
내 마음 무거운 빗장을 풀고
봄꽃처럼 그리운 가슴 맑게 씻어서
사랑하는 사람 앞에 서고 싶습니다
조금은 수줍은 듯 어색한 미소도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평생을 피었다 지고 싶습니다
봄꽃 볶음밥
김영래
자잘한 꽃망울들이
봄기운에 목을 축이고 골짜기를 바삐바삐 내려와
논두렁을 지나고
밭두렁을 지나고
샛강을 건너고
들판을 가로지른다
언덕마다 맛깔나게 빛나는 꽃빛을
한 그릇 고봉으로 채우면
진달래 옷고름은 바람결에 풀려나가고
풀잎 같은 온 동네 소문을 비벼 넣고
개 짖는 소리로 간을 맞추고
우체부가 부르는 이름으로 양념을 버무려
한입 가득 떠먹는 봄날
나풀나풀 청청한 하늘 날아가는 나비들
들길로 산길로 소풍 가는 민들레 부부
옹기종기 돌담에 모여 내기 장기를 두는 오랑캐꽃들
애기똥풀, 코딱지꽃 줄줄이 모여 앉아
살랑살랑 넉살도 좋은 봄꽃 식탁의
푸짐한 날이여
신명 난 굿판처럼
못난 얼굴들 쭈그렁 웃음들 서로 정다운데
저 한 입에는 진달래 화전을
저 한 입에는 구름 같은 빵을
저 한 입에는 청보리 개떡을
저 한 입의 뻐꾸기 울음에다가 쑥빛 편지를 보내면
한 소식이 되어
새들과 신록과 단풍과 하얀 눈송이 날리는
둥글고 눈부신 한 그릇의 세상이여
한 철의 봄꽃 볶음밥으로 빛나는
오늘이여
봄꽃
김진국
사람다운 사람을 만나고 싶어서
산길을 에돌아 나올 때
칼바람 맞으며
얼음물 깨치고 돋아난
진보라 복수초여
한 사랑 그늘을 보여주기 위함인가
아니 아련한 추억
그것 되새기려
네 한을 풀었구나
저리 더디오는 햇살 한 조금이라도 받아
산수유
진달래
목련꽃 피울 때
내 모든 것을 주어도 좋을 봄꽃이여
봄꽃이 눈뜨기 전에
김희경
산수유 노란 망울이
2월의 바람결에 따라왔습니다
노란 바람이어서
이렇게 따뜻해졌나 봅니다
도대체 눈이 몇 개인지
놀란 가슴이 되어 멈칫합니다
해맑은 눈빛에 눈은 부셔오는데
나는 어떤 모습으로 마주 보고 있는지
순수한 웃음을 언제 웃었는지
맑은 눈물을 언제 흘려보았는지
내 귀는 무얼 감싸주었고
내 걸음은 어딜 향하고 있는지
내 손은 어딘가에는 고왔을지
거리의 수많은 봄꽃이 눈뜨기 전에
준비할 것이 많아졌습니다
세상의 저 올망졸망한 눈들이
활짝 웃으며 춤출 때
나도 뭉클히 눈 맞추며
봄이 되어 덩실거릴 수 있도록 말입니다
조심히 땅을 밟습니다
봄 망울이 놀란 눈으로 울며 깨어나면
어떻게 달래야 좋을 가슴인지
아직은 너무나 모자라기 때문입니다
봄꽃 소망
노정혜
그냥 가야 하나
사랑 주고받고 싶은데
달디 단 꿀 가득 담아 왔는데
벌 나비
보이지 않아
곱게 곱게 분단장하고
꽃향기 풍기며 왔는데
벌 나비
사랑받고 싶은데
어쩌나
사랑받고 싶은데
예쁜 아이도 낳고 싶은데
그냥 갈 수 없잖아
시간은 가는데
어쩌나
오늘 밤
더 예쁜 모습으로
더 진한 향으로
벌 나비 유혹할까
그냥 갈 수 없잖아
아카시아꽃이 피면
벌 나비
꽃 찾아오려나
봄꽃 이야기
노정혜
1
사랑해서 왔노라
좋아해서 왔노라
그리워서 왔노라
아픈 모습은 싫어
예쁜 모습이 좋아
사랑받고 싶었다
행복 주고 싶었다
가야 하나
떠나야 하나
못 다 준 사랑
못 다 받은 사랑
아쉬워 아쉬워
가야 하나 가야 하나
봄꽃이 낳은 내 아기
바람에게 잘 부탁하고
바람 타고 봄꽃은 간다
뒷모습도 아름답고 싶다
2
가을이 오기까지
힘들었지?
하늘땅 바람
아파도 꽃은 핀다
흔들리며 핀 꽃이
향이 짙고 아름답다
떠남도 아름답게
아가 가슴에 희망을
예쁜 아가 열매야
아픔도 고통도
견뎌랴
어미 닮은 자식
태풍도 통과해라
시원한 바람이 불면
욕심도 비워라
잘 익은 알곡
모두 내려놓아라
비운 자리에
자유와 평화가 주인
농심이 행복하다
찬 서리 내리면
아름다웠던 생을
모두 내려놓아라
봄꽃 향이 짙다
노정혜
봄이 오네
매년오는 봄
봄꽃 향이 짙다
봄에 핀 꽃
봄꽃향이 짙다
겨울 추위에 얼고 얼었다
봄꽃은 화려하다
봄에 피는 꽃
예쁜 모습에 취하고
꽃향기에 취한다
꽃을 좋아하는 우리
꽃을 닮고 싶은 우리
꽃 피는 3월을 기다린다
봄꽃 희망
노정혜
현실이 어두워도
희망을 향해 가자
꽃님이 오시는 길
꽃샘추위에
힘들어도
희망이 있다
그리워 그리워
꽃 걸음이 빠르다
봄이 오면
봄이 오면
하늘은 맑고
봄꽃은 예쁘게 핀다
봄꽃들
문성해
진달래나 홍매화나 박태기 같은 꽃들
마술사가 피워낸 조화인 양 자꾸 손이 가게 된다
분명 가지는 어제 보던 회초리로 쓰기에도 뭣한 가지인데
탱탱해진 젖꼭지나
잔뜩 충혈된 목젖 같은 꽃들이
잎사귀도 하나 없이 직설법으로 매달려 있다
삼십 년 전 내가 살던 동네에도 꼭 그런 꽃들이 있었으니
그 꽃들만 떴다 하면
엄마들은 자식들 건사하느라 바빴으니
학교도 중퇴하고
몇 명씩 우글우글 몰려다니는 되바라진 것들이
그 애들 들락거리던 만화 가게나 분식점은 화사한 욕설로 넘쳐났으니
눈 깜짝할 새
구겨진 치마도 매만지지 않고 골목에서 사라지던
말만 한 그 꽃들처럼
나도 한때는
침을 찍 뱉으며 내가 좋아하던 이층집 그 아이에게
불쑥 꽃을 피우고픈 나이가 있었으니
봄꽃이 잊으라 하네
문장우
6월 초 32도란 더위가 오고 보니
고운 향기도 마음껏 취하지 못하고
인사도 나누지 못했는데
서둘려 떠나려
봄꽃들이 연분홍 파도를 일으킨다
시작도 알 수 없고
끝도 알 수 없는 생의 길이란 걸
알고 있으나
지천에 온갖 봄꽃들이 이제는
떠나야 한다고 손을 흔든다
못내 황홀했던 아쉬움으로
뒤돌아보고자 하는데
봄꽃들은
잊어도 된다고
마구 손을 흔든다
싱그런 봄바람도
이제는 새로운 날이라고
속삭이듯
잊어야 한다고
손을 흔든다
가슴은 흥건한데
봄꽃들은
마구 잊으라 하고
뜨거운 바람이 빚어지고
따가운 햇살을 바라보니
시원한 파도의 소리를 듣고 싶다
봄꽃을 피우리라
박광호
얼음 녹아 거울이듯
맑은 호수에 별이 들고
동한에 여윈 가지
달빛 보듬어 푸른 꿈 틔우니
하늘은 입김으로
동토를 살폿 품어 안아
인고의 긴 겨울
설움을 달래네
여명은 희망을 열어
봄햇살 언 땅에 불러들이고
한 맺힌 잡초의 씨앗 부풀려
새내기 들꽃의 꿈을 펼치란다
세상 무정코 춥다하나
봄은 늘 엄마의 사랑
세월 비껴
세운 무궁한 창공엔
구름꽃 유유히 흘러간다
나도 그 하늘에
시름을 헹구고
봄꽃 한 번 피우리라
봄꽃여행
박얼서
친구야
이처럼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을 텐가
어떻게 건너온 엄동인데
어떻게 맞이한 봄날인데
두근두근한 유채꽃 노란 물결
눈부신 회춘(回春)을
그저 이렇게
앉아서 방관만 하고 있을 텐가
떠나자 친구야
그때 그날들 우리들의 시간 속으로
완행열차 간이역
그때 그 아련함 속으로
봄꽃
박일만
만나자마자 몸부터 섞자는 꽃이 있었다
계절도 풀리지 않아 좀 이른 것 아니냐는
성급한 것 아니냐는
나의 항거에도 무차별 향기로 파고드는
바야흐로
여몄던 옷 단추 풀리고 물 차오르는 때
여기저기 새들을 호명하며 피는 꽃들이
대지를 녹이고, 사지를 한껏 벌려
한번 앉아 보라고
누워서 가슴에 귀를 대보라고 재촉하는
봄꽃이었다
나는 좀 망설였으나 이내 익숙해졌다
서로에게 전염돼가는 계절은 속사포 같아서
몸에 깃들 겨를 없이 꽃 지고 잎 돋고 하였다
세상 모든 사람의 애인인 꽃
지상의 젖꼭지를 살짝 깨물며 터지는
꽃은 늘 첫 마음으로 핀다
몸피 말랑말랑한 봄꽃
봄꽃 노래
박종영
맨 처음 봄을 알리는 꽃은
아무래도 알싸한 매화꽃이 으뜸이어서
그거 가녀린 꽃대에 어울러
폴폴 향기 앞세우고 오는 초봄이
어두운 마음 안에 정갈한 향기를 안긴다
덩달아 변산바람꽃, 노루귀, 복수초가
그리움으로 서 있어
봄의 기척은 언제나 우리들의 눈에 잡힌다
푸름으로 출렁대는 묵정밭,
다문다문 눌러앉아 하늘빛 꽃술 다듬는
별꽃이 한 축 끼어 으스대는데
천지사방 꽃의 웃음으로 질펀한 강산,
분주한 눈빛으로 담아내는
꽃들의 이름 그리움으로 새기니
두툼하게 살찌는 마음이 행운이거늘,
어찌 찬란한 봄을 즐겁게 마중하지 않으랴
봄꽃의 주소
반칠환
숨어 핀 외진 산골 얼레지 꽃대궁 하나
양지꽃 하나
냉이꽃 하나에도
나비가 찾아드는 건
봄꽃 앉은 바로 그 자리에도
번지수가 있기 때문
때로
현호색이 보낸 꽃가루를
제비꽃이 받는 배달 사고도 있지만
금년 온 천지 붉고
내년 또 노오랄 것은
봄꽃 앉은 바로 그 자리에도
번지수가 있기 때문
가방도 아니 멘 나비 떼가 너울너울
모자도 아니 쓴 꿀벌 떼가 닝닝닝
자전거도 아니 탄 봄바람이 돌돌돌
금년 온 천지 붉고
내년 또 노오랄 것은
바로 저 우체부들 때문
봄꽃이 피면
백원기
동서남북 세상이 고요하고
거리마다 긴장감이 팽팽하다
하늘은 푸르고 맑아도
마시는 공기는 답답하니
쓰고 있는 마스크 언제 벗나
비무장지대 철통같이 지켜도
파고들던 무장 간첩
보이지 않고 소리 없어
잡히지 않는 코로나바이러스
머지않아 다투어 피는 꽃
산수유 진달래 개나리 목련
화려한 봄꽃의 행진 나팔 소리
들리는 날에 물러가리라
봄꽃 진다고
성백군
봄은 오는 봄만 보아야 하는데
봄보다 오래 살다 보니
가는 봄도 보인다
허공에 흩날리는 낙화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귀 기울여
부지런한 새소리 들어보고
눈 열어 짙어지는 신록을 바라보아라
마음은 절로 제 자리를 찾아가느니
봄꽃 진다고 서러워 마라
꽃은 봄에만 있는 게 아니다
가을에도 있다
봄꽃
손병흥
푸름이 넘쳐나는 생동감 가득해지도록
어김없이 찾아와 물씬 꽃향기 풍겨주던
봄바람 따라 마구 서둘러 화들짝 피어난
따스해진 날씨처럼 다투어 만발하던 꽃들이
하늘아래 이리저리 꽃비 되어 흩날리는 계절
온통 화사하고 따스한 곳 마다 곱게 새겨진
자꾸만 발길 멈추게 하는 완연한 봄꽃의 향연
흐드러지게 피어나 흔들리는 모습으로 눈길 끄는
다양한 화초 수목들이 펼쳐 보이던 아름다운 세상
들판이나 산자락 온천지에 고운 자태 뽐내가며
꽃구름 속 연분홍치마 하얀 저고리 웃음 머금은
변화무쌍한 향기 색깔로 봄나들이하는 멋진 풍경
가슴 가득해질 때까지 쉬엄쉬엄 활기 불어넣고서
더욱 멋진 자태 보여주는 대자연의 화려함에 취해
못내 생명력 다한 채 서서히 지어버릴 씁쓸한 여운
봄꽃 나들이
손병흥
온통 쓸쓸함 황량함 쌀쌀한 찬바람만 가득했던
유난히 춥고도 길었던 겨울의 뒤안길 물린 채로
동백꽃 매화 개나리 벚꽃 유채꽃 진달래꽃이 피는
자연을 찾아 떠나고 싶은 만물이 소생하는 이 계절
튤립 팬지 데이지 과꽃 물망초 분꽃 천일홍 자태
꽃망울 터뜨리는 화사한 봄기운 맞으러 길 떠나는
기지개 켜는 따사로운 햇살 분주한 행락 철 발걸음
완연한 봄기운 느껴보는 공원 산책로 숲길 걸으며
겨우내 웅크렸던 몸과 마음 다시금 생기 돋는 시절
봄맞이 인파 가득한 벚나무 꽃 터널 천천히 걸어보는
꽃향기 그윽한 수목원 생태공원 약초원 허브공원 풍광
강변 따라 연푸른 잎을 흔들어대는 버드나무의 춤사위
커다란 느낌표 하나 가슴 깊이 새겨 느껴보는 봄나들이
봄꽃의 향연
손병흥
새움이 돋아나면서 이내 꽃을 피워내는
봄철 꾸는 꿈처럼 피는 꽃 여러해살이풀
산과 들이나 뜨락마다 무척 화려한 색깔로
작은 꽃들의 미소가 너무나 아름다운 꽃동산
지난가을에 알뿌리나 씨앗 미리 심은 화초
포기를 나누어 심었던 정성으로 가득 핀 꽃들
개나리 매화 목련 모란 철쭉 영산홍 진달래꽃
수선화 튤립 히아신스 은방울꽃 아이리스 해당화
민들레 제비꽃 할미꽃 자운영 엉겅퀴 씀바귀꽃
유채꽃 금난초 냉이꽃 장다리꽃들이 가득 피어난
따스한 봄 햇살 가득 받아 장관을 이루는 산책길
저마다 앞다투어 화려하게시리 만발하는 개화 시기
봄꽃 축제
손병흥
화창한 햇살이 비추이는 개화 시기 맞아
다채로운 꽃들로 향기 가득한 나들이길
전국 방방곡곡에서 열리는 꽃 잔치 향연
봄비가 내린 뒤 더욱 푸른빛 도는 하늘가
흐드러지게 활짝 피어나는 꽃길을 걸으며
화려하게 새봄 맞이해보는 꽃 터널 산책길
화사하게 단장한 봄 처녀처럼 몸단장한 채
취향대로 이내 아름다운 봄 풍경 즐겨보는
소담한 풍치 만끽하는 여유로운 봄꽃 여행
구례 의성과 이천 백사에서 열리는 산수유꽃축제
제주도의 유채꽃큰잔치 부산 낙동강 유채꽃 축제
널리 알려진 전남 광양매화축제 양산 원동매화축제
한림공원 에버랜드 신안 태안이 개최지인 튤립축제
진해 여의도 경주 보문단지 석촌호수 부천 벚꽃축제
합천 황매산 여수 영취산 대구와 강화 고려산 철쭉제
봄꽃
송정운
봄 햇살에 누워
기다리면 꽃이 될까
봄바람에
눈물 닦으면
그리운 사연 남아 있을까
양팔 벌린 산천에
아지랑이 떼 흩어지면
어떤 꽃들이 가지에 머물지
아직은 낮설은 봄길에
피어나는 꽃봉오리 터트리며
봄꽃들이 서로의 손을 잡는다
봄꽃나무 한 그루
심재휘
봄꽃나무는 어쩔 수 없이
나뭇가지 하나로 봄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꽃이 한 나무에 내리기 위해 준비한 그 오랜 시간도
바람 부는 아침의 어느 가지 위에 놓이고 나면
결국 꽃 한 송이의 무게로 흔들릴 뿐
꽃핀 가지는 또 새 가지를 내어
조금씩 가늘어지는 운명의 날들을 선택한다
그래서 해마다 봄에 관한 나의 고백은
꽃을 입에 문 작은 새처럼
꽃가지에 빈 가지로 옮겨 앉고 싶을 때가
많았다는 것인데
삶이 시시해진 어느 봄날
만개한 봄꽃나무 밑을 지나다가
나는 꽃들을 거느린 가지들의 그늘에 잠시 누워
활짝 핀 꽃나무의 풍경 하나를 보고 싶어진 것이다
조금씩 다른 표정으로 피는 꽃들이
가지마다 저대로 살아가는 한 나무를
봄꽃나무에 대한 그대의 기억이
단지 그대가 손 내밀어 잡았던 바로
그 가지의 꽃향기로 언제나 술렁거리는 것인데 혹시
그대가 가지 못한 어느 길에 대해 궁굼해한다면
나처럼 만개한 봄꽃나무 아래 잠시 누워보라
그대가 기억하지 못하는 저 수많은 가지의 꽃들도
모두 하나의 꽃 이름으로 지금 불타고 있다는 사실
봄꽃 피는 날
안경애
사분사분
봄비에 연둣빛 짙어져
양지뜸 담장 아래
갓 맑은 풀꽃 꽃무늬
때깔도 고와라
포근한 햇살 받으며
찰랑찰랑 바람에 날리는
모습까지 사랑스러워
감탄사 절로 나오는
눈웃음 어여쁘게
꽃잎 속 향기도 춤추나니
봉긋봉긋 물오른
자목련 키에서 시작한 눈길은
발그레한 풋사랑처럼
마당 가득
톡 톡 터트린 풀꽃에 안겨
올해도 찾아온 벗들과 재회에
은발의 그녀 웃고 있네
봄꽃 닮은 연인
안국훈
타오르듯 봄꽃 피어나니
봄물 물들어 눈부시도록 찬란한 하늘
난분분한 봄바람 불어
벌 나비는 꽃잎 찾아 연애 중이다
미소 번진 자리에 꽃향기 번지고
함께 있던 자리엔 추억 쌓이고
그리움으로 머나먼 길 마다하지 않고
찾아오니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아가의 반짝이는 눈망울처럼
처녀의 수줍은 보조개처럼
중년 아주머니의 불그레 웃는 얼굴에서도
봄꽃 닮은 가슴 싱그럽게 활짝 열린다
희망의 씨앗 심어
새싹이 파릇파릇 솟아나듯
우리가 잠든 사이에도
꽃 피듯 별 반짝이며 사랑 익어간다
순서
안도현
맨 처음 마당가에
매화가
혼자 꽃을 피우더니
마을회관 앞에서
산수유나무가
노란 기침을 해댄다
그다음에는
밭둑의
조팝나무가
튀밥처럼 하얀
꽃을 피우고
그다음에는
뒷집 우물가
앵두나무가
도란도란 이야기하듯
피어나고
그다음에는
재 너머 사과밭
사과나무가
따복따복 꽃을
피우는가 싶더니
사과밭 울타리
탱자꽃이
나도 질세라, 핀다
한 번도
꽃 피는 순서
어긴 적 없이
펑펑,
팡팡,
봄꽃은 핀다
봄꽃
안영준
춘풍은 성큼 다가와
꽁꽁 언 겨울을 밀치고
담장을 기웃거린다
앙다문 몽우리는
함박웃음 지으려
양지쪽에서 기다린다
부푼 입술 활짝 터트려
밀어를 나누고
온화한 햇살 마주하며
덩실덩실 춤춘다
봄꽃의 시련
안영준
눈 부시도록 빛 나고
화려한 날들을
절망으로 몰아넣어
실눈 뜬 그들은 목맨다
시꺼먼 안개가
뫼를 더듬고 내려와
그들을 경직하게 하고
매무시하는 동안
뜻하지 않은
시련이 몰아닥쳐
쓰라림의 늪에 빠진다
파렴치한 농간으로
학수고대하던 봄날은
먼발치에서 주춤거리고
그들의 사지를 떨게 한다
봄꽃
양재건
봄꽃인가 하여
들여다보니
그대 마음속이더군
오솔길 따라
또르르 샘물 흐르고
발길 아랜
아늑한 봄의 궁전 되더군
꽃잎 하나 주워
입에 물었더니
저 멀리 하늘빛
곱게 내려와 눈가에 머물고
아하! 어느새 그댄
봄꽃 되어 미소 짓고 있더군
봄꽃
양현주
온 천지
꽃들이 달려와 안기네
벙글거리며
솟아오른 저 가슴
부풀어 불꽃으로 터질 것 같아
어쩌지
저 꽃 좀 보아
벌건 대낮에 꽃망울 터트리네
지금
하얀 꽃 속살 비치는데
어쩌지, 어쩐다지
저 여인
탱탱한 가슴살 좀 봐
저 범람하는
꽃들의 유혹을 어찌 견뎌야 하지?
아흐
아흐흐흐흐
봄꽃 피는 날
용혜원
봄꽃 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내 마음에
사랑나무 한 그루 서 있다는 걸
봄꽃 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내 마음에도
꽃이 활짝 피어나는걸
봄꽃 피는 날
난 알았습니다
그대가 나를 보고
활짝 웃는 이유를
봄꽃 피던 날
용혜원
겨우 내내 무엇을 속삭였기에
온 세상에 웃음꽃이 가득할까
이 봄에 여인네들이
나물을 캐듯이
우리들의 사랑도 캘 수 있을까
이 봄에
누군가가 까닭 없이 그리워지는 듯해도
사랑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 만나면
온 세상이 떠나가도록 웃어나 볼까나
이 봄엔 누구에게나 자랑하고픈
사랑을 했으면 좋겠다.
그대가 만약 끝내 사랑한다 말하지 않으면
그대 가슴에 꽃이라도 되어 피어나고 싶다
봄꽃
유용주
산은 낮아지고
물은 높이 올라간다
산은 깎여 내려앉고
물은 살이 쪄 차오른다
산중의 봄꽃
윤갑수
산중의 돌배꽃 하얀 가슴에
망울지니 눈망울이 큰 황소
어슬렁어슬렁 봄을 쫓아간다
따스한 햇살에 달궈진 바위에
주저앉아 눈을 감은 청설모
한 마리
춘곤증에 취해 부동의 자세로
해 바라기 중이다
골짜기 버들개지 흐드러지게
피어나니
송사리 떼를 지어 물길 따라
추억을 거슬러 톡톡 튀어 올라
계룡산의 높이를 가늠 중이다
들꽃 내음이 진동하는 봄
향연이 바람 타고 흩어지니
향기에 취한 노루가
귀 기울이며 염탐질하니 봄이
살그머니 왔다 줄행랑치듯
달아난 산중의 봄
봄꽃 향연
윤무중
꽃향기 은은하고
산등선 따라 촘촘히 눈꽃 가득하다
산기슭에 뻗은 굽은 산길은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듯
봄볕에 가려 한가롭다
파란 하늘 뭉게구름 피어오니
움찟 움찟 바람결에
왜 이리도 호들갑인가
봄꽃 향연에 초대되어
울긋붉긋, 하얀 눈꽃에 가득하다
꽃들도 다투어 시샘하는데
강 건너 머문 님을
이제나저제나 오기만 기다린다
초대된 봄꽃 향연에서
황홀경에 빠진 자는 누구일까
봄꽃
윤희상
전쟁은 먼 나라에서 시작되는 줄 알았더니,
겨울 동안 버리다시피, 밀어두었던 화분에서
아이고, 민망하여라 꽃이 피었다
활짝 핀 꽃이 나를 향한 대공포란 말이냐
봄이다
봄꽃
이승복
흰 벚꽃 고운 꽃잎
님의 속살처럼
하얗다 하얗다
밤에 더 곱더라
진달래 분홍 꽃잎
님의 입술처럼
붉다 붉다
정열로 안기더라
개나리 노란 꽃잎
님의 마음처럼
노랗다 노랗다
그 속을 알 수 없어라
봄꽃
이원문
1
누가 그 꽃을
눈 안의 그 봄꽃
아련히 피어난다
냇둑 길 밭둑으로
집 울 뒤 뜨락으로
산자락의 그 진달래
누가 찾을 꽃인가
낙화의 먼 옛날
그 봄날 그 꽃들
가슴에 담은 그 꽃
보릿고개에서 찾는다
2
이 많은 우리의 꽃
안 예쁜 꽃이 어디에 있을까
보았던 꽃 못 보았던 꽃
기억에 가물가물 본 적이 있었던 꽃
고향 꽃에 붙여진 이름
우리의 꽃 이름만큼이나 예쁠까
더러는 천디 천한 우리의 꽃 이름
나름대로 그 이름에 뜻이 있었고
시절의 이름으로
그렇게 살았기에 붙여진 이름
누가 알고 모르는 그 이름일까
고향의 길가에 그렇게 피었던 꽃
그때에는 그저 피었나 보다
지나치며 관심이나 있었을까
보릿고개 넘으며 보았던 꽃들
이제야 추억의 꽃으로 눈 안에 들어온다
3
때 되면 피는 것을
둘러보면 안 필 꽃이 어디에 있겠나
나름대로 예쁘게 그리 피는 꽃들인데
그 며칠 낙화의 시간
그 시간 찾아오면 시들지 않을 꽃이 있을까
한낮에 이어 어두운 밤도 그렇고
그렇게 피었다 지우고 가는 것을
다음이 없는 꽃이라면 어느 꽃이 그 꽃일까
그래도 기다림에 다음을 얹어 놓고
바라보는 꽃에 눈 떼지 못 하니
올려 보는 하늘에 어느 구름이 지나던가
들어와 먼저 가고 뒤따르는 것이 구름인 것을
봄꽃의 일기
이원문
보릿고개의 먼 옛날
고향의 그 꽃을 어찌 잊을까
장독대에 흰 매화 할머니의 꽃
바라보는 할머니 그 세월 묻었고
그 담 밑 파란 난꽃 피우기까지
어머니 오가며 그 눈길 못 떼었다
울 밑 개나리 앞산 자락 진달래
소꿉놀이 우리들 가슴에 담은 꽃
들녘 일에 바라보는 복숭아 살구꽃은
우리 동네 꽃동네 누렁이 소의 기억이었다
미나리 뜯으러 가는 길 노란 민들레
언니의 바구니에 달래 냉이만 들었겠나
꽃 없어도 닿은 개울 파란 미나리의 둑
그 돋아난 미나리 찔레꽃에 숨었다
봄꽃
이재환
가만히
생각해 보니
당신이 봄이군요
새봄에
꽃을 피우듯
당신도 꽃이 폈네요
봄에 피운 예쁜 꽃
당신 얼굴에 핀 꽃
향기가 똑같네
봄꽃 사랑
이정은
몽글몽글 탱탱
톡 하고 건들면
터질 것만 같고
방글방글 화사하게
고운 빛으로
활짝 웃음 짓고
생글생글 웃음 짓는
너의 얼굴은
활짝 웃음꽃 피웠네
나의 마음에
너의 얼굴에
가지게 하듯이
가랑가랑 실바람 춤추며
봄을 드리워라
봄꽃이고 싶다
이채
나도 봄꽃처럼
알록달록 피었으면 좋겠다
그 잎 잔잔하여
아지랑이 맨 끝
조롱조롱 매달린 그리움이
부스스 깨어나
봄바람에 진동하고
아스라한 향기에
작은 가슴 흔들리니
눈부시게
눈부시게 다가오는 그대
그대가
벌이라도 좋고
나비라도 좋아
나폴나폴 그대 날아들면
꽃잎 열고 웃음 짓는
알록달록
한 잎
봄꽃이고 싶다
봄꽃 참 예쁜 날에
이채
1
나누며 느끼며
사랑하며 살고 싶다고
오늘도 푸른 소망을 기도하지만
습관처럼 젖어버린 이기심에
꽃을 보고도 깨닫지 못하는 서글픔이여!
별을 안고 꿈을 안고
예쁘게 단장한 마음의 향기로
꽃잎 편지를 쓰고 싶은 날
기쁨의 붓으로
한 줄 한 줄 써 내려가는
내가 나에게 띄우는 꽃 마음 편지
봄꽃 참 예쁜 날에
나도 꽃으로 피고 싶어
2
꽃피는 봄이 오면
보고 싶은 친구야
새들의 노랫소리에
너의 안부가 궁금하지
솔바람에 너의 모습 떠올리며
들꽃 향기에 키 작은 미소 실어 보낸다
네 웃음은 진달래를 닮았고
네 표정은 개나리를 닮았지
봄꽃 같은 모습으로
너는 언제나 내 가슴에 살고 있단다
너와 나 사이 꽃가지 흐드러진
한결같은 우정의 향기가 참 고와
바람도 초록빛으로 불어오는
봄꽃 참 예쁜 날에
3
신은 우리에게 지구를 선물했지
예쁘게 가꾸라고
꽃도 주고 새도 주고
건강하게 살라고
물도 주고 공기도 주었지
사이좋게 지내라고 사랑도 주었어
참 아름다운 세상이야
행복과 불행은 우리들의 몫인걸
4
아지랑이 일렁이는 봄 물결 사이로
하이얀 햇살이 다가와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건넵니다
어디 갈 때 없느냐고
살랑살랑 산들바람이 찾아와
살짝 눈을 흘기며 또 말을 건넵니다
정말 어디 갈 때 없느냐고
봄꽃 참 예쁜 날에
빨간 꽃으로 내가 피면
노랑나비 그대가 날아서 올까
오늘 문득, 나는 여자였습니다
5
하늘은 하늘이라서 높고
바다는 바다라서 깊고
물은 물이라서 맑고
산은 산이라서 푸르네
꽃은 꽃이라서 향기롭고
사람은 사람이라서
. . . . . . . . . . . . . . . . .
어떡하지
그다음 시어는 생각나질 않아
봄꽃 참 예쁜 날에
한 송이 봄꽃을 그대에게
이채
새들이 지저귀는 노랫소리에
화달짝 놀라
꽃잎마다 함박웃음이에요
빨간 꽃은 빨갛게 웃고
노란 꽃은 노랗게 웃는데
나는 그대에게 어떤 웃음 지을까요
햇살도 봄꽃으로 물들어
알록달록 아지랑이로 피는데
나는 그대에게 어떤 꽃으로 필까요
저기 저 꽃 좀 보세요
한 송이 그리움이 예쁘게도 피었는데
어디선가 나비가 날아와요
그대도 내 꽃의 향기로 날아오세요
가슴까지 물들일
한 송이 봄꽃을 그대에게 드릴게요
봄꽃들의 축제
이해인
누워서도 하늘과 숲을 바라볼 수 있는
나의 작은 수방(修房)을 사랑한다
새들의 노랫소리와 나무들의 기침 소리가
거침없이 들어와 나를 흔들어 깨우는 새벽
나의 가슴엔 풀물이 든다
송진 내음 가득한 솔숲으로
뻗어가는 나의 일상
너무 고요하고 평화스러워
늘상 송구한 마음으로 시작되는
나의 첫 기도
사방엔 온통 봄꽃들의 축제인데
내 마음엔 왜 이리 봄이 더딘가
마음의 메마름은 슬픔이다
작은 일에 기뻐하고 감동할 수 없는
무딤과 무관심은 수도 생활에도
지장을 준다
비 온 뒤의 정원은 더욱 아름답다
수선화, 모란, 자목련, 은방울꽃 조팝나무꽃
영산홍, 산딸나무꽃, 사과꽃들이
향기를 토해 내는 안 정원에
오랜만에 가보았다
단조로운 일상에서
다양한 모습의 꽃들을 볼 수 있음은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
한바탕 꽃을 피우고 나서
조용히 떠나가는 그 모습 또한
얼마나 의연한가
'수녀원에 생각보다 꽃이 많네요!'
하도 반가워서 가슴이 뛰었다
오늘 아침 성당에서 만난
부활초 옆의 패랭이꽃이
하도 반가워서 가슴이 뛰었다
내가 열다섯 살의 생일을 맞던 6월에
나의 우상이었던 여고생 세레나 언니가
가파른 언덕길 위의 우리 집까지 찾아와
한 다발 안겨 주던 추억의 패랭이꽃
이제는 패랭이꽃처럼 어여쁜
그 언니의 막내딸 아린이가
먼 나라에서 내게
편지를 보내오고 있으니
나도 그 애에게 톱니 모양의
앙증스런 꽃잎을 닮은
고운 추억을 심어 주어야겠다
바깥에 머물던 세월보다
수도원 안에 머문 세월이 더 많아서일까
잠시 수도원을 떠나있어도
내 귀엔 문득 귀에 익은 종소리가 들리고
수녀들이 함께 외우는 기도 소리가 들리고
풀밭에서 함께 웃는 웃음소리가 들린다
어디엘 가나 계속되는이 환청幻聽을
나는 아름다운 것으로 받아들인다
서원 반지를 20년이나 끼고 있던
손가락이 어느 날부터 조금씩 부풀더니
매우 아프기 시작했다
반지를 빼고 나서도
오래 아프고 말을 안 듣는다
늘 끼고 있으면서도 잊고 살았던
내 동그란 반지처럼
너무 가깝기에 잊고 산듯한
나의 하느님
약속의 하느님을 오늘은
죄송하고 절박한 마음으로 그리워했다
나는 그분 앞에 늘 염치없는 사람이다
섣부른 충고, 경솔한 판단, 자기 사랑
가벼운 지껄임- 하루의 모든 말들이
내가 주워 온 침묵의 돌들 앞에서
부끄러워진다
며칠 전 안동에 갔다가
700년 되었다는 용계 은행나무 아래서
기념으로 몇 개 주워 온 침묵의 돌들이
밤마다 깊고 고요한 눈길로 나를 길들인다
침묵으로 노래하라
침묵으로 기도하라
침묵으로 사랑하라고
단순히 재미로 숨은 그림을 찾는 데도
노력이 필요하듯
삶에 숨겨진 의미를 찾는 데는
더욱 꾸준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겨울에 숨어 있는 봄
여름에 숨어 있는 가을
슬픔 속에 숨어 있는 기쁨
농담 속에 숨어 있는 진담
그리고 또
숨은 것을 볼 줄 알면
삶이 지루하지 않다
사랑하는 이가
내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서운하게 할 때는
말을 접어 두고 하늘의 별을 보라
별들도 가끔은 서로 어긋나겠지
서운하다고 즉시 화를 내는 것은
어리석은 일임을 별들도 안다
배추잎 속에 숨은 배추벌레처럼
우린 저마다 보호색을 만들기에
능한지도 몰라
이웃을 위해 만들어 가는
사랑의 보호색은
아름답고 따뜻해 보이지만
자신의 유익만을 위한
이기적인 보호색은
차디차고 섬칫하다
가끔 그럴듯한 모습으로
교묘하게 보호색을 만들어가는
나를 발견할 때마다
나는 내가 보기 싫고
흉해서 얼굴을 돌린다
이른 아침에 몹시 힘이 들고
몸이 무거울 때마다
창밖에서 나를 깨우는
새들의 가벼움이 부럽다
우리가 다른 이의 무게를 덜어주기엔
서로 너무 바쁘고 피곤해서
힘이 없는 것 같다
우선은 자기가 밝고 건강해야
남에게도 기쁨과 위로를
줄 수 있는 게 아닐까?
봄꽃의 소고
임석순
봄이 왔다
꽃이 피어난다
서로 앞다퉈 피어난다
붉은 꽃, 노란 꽃, 하얀 꽃, 예쁘게
서로를 사모하고 공경하며 피어났다
제멋에 겨워 햇볕이 따뜻하게
찾으면 춤을 추고 화려하게 뽐내며
잘난 멋에 득의양양해지고 싶다
봄이 간다
꽃이 떠나간다
서로 앞다퉈 떠나간다
붉은 꽃, 노란 꽃, 하얀 꽃, 차례로
서로를 애틋하게 기약하며 떠나간다
제멋에 겨워 구름이 다가오고
비바람이 시샘하여 화려하게 뽐냄은
사라져 다소곳하게 의기소침해진다
봄날, 꽃들의 아우성
임석순
휘몰아치는 겨울바람 따라
눈 속에서 홍매화 비집고 나와 피었네
동네 친구 매화도 덩달아서 만발하고
산수유 노란 꽃향기가 향기로운 모습으로 가득하다
자목련, 백목련, 목련꽃 눈물 뚝뚝 흘리며
슬피 울며 떠나가니 서글퍼라 아쉬워라
하얗게 벚꽃 화려하게 피었는데
비바람에 지쳐서 피식 떨어져 가니
대충대충 살다 갈려고 그런 것도 아닌데
허무한 시간을 돌이킬 수 없는 운명이다
황금 옷을 입혀 놓은 개나리 노랗게 줄줄이
노란 햇병아리 나란히 나란히 노랗게
밝은 햇살에 주름살 편다
건성건성 하면서 어디에도 없는
진달래 눈부시게 붉다
세상이 호락호락 쉽진 않으니
어디에나 존재하는 두려움으로
만남과 헤어짐의 이별의 연속이었다
봄꽃
전숙영
붉은 볕 싸리비로 쭉 훑은 날
톡 불거진 망울 염치없는지 씨방의 훈김만 내보이다
잔가지 눈칫밥에 어험 속 기침을 하더니
발그레한 속살 참 넉살도 좋다.
겨우내 졸 틈 없이 파발 보내던 땅 끝에선
올봄에도 여전히 자식들 족두리 씌워 단장시키고
옆구리 붙여 살 때보다 한 놈씩 분 발라 연지 찍어 경대에 세워보니
저리 고운 꽃이 어디 있을까.
모진 임 만나 속절없다 한 들 족두리를 벗진 마라
어진 임 더불어 풍류에 노닐지라도 족두리를 흔들진 마라
그저 그런 임 건성인 듯 무심해도 족두리로 꼬드기진 마라
세상 살과 시집가는 가마 끝이 이래저래 셈이 잦다.
걸음 쫓는 헤픔은 눈물로 지고
향다는 야울야울 굽은 길도 감는 법
붓 끝에 피는 꽃이 어디 네 모습만 하랴
시나브로 살을 깁는 봄꽃의 유정함에
봄볕도 느릿느릿 뒷짐을 진다
봄꽃들
정병옥
담장 너머 봄이 오는 발자국 소리에
가만히 귀 기울이고 고개 들어보니
따스한 햇살 한 자락 폐 속으로 호흡하고
봄볕이 오는 길목에 할미꽃이 수줍은 듯 고개를 든다
개울물 소리에 청개구리 놀라 뛰쳐나오고
솜털 같은 버들강아지 눈웃음치니
속살거리듯 지나는 바람결이 마치 상사화처럼
꿈결 같은 그리움 한 자락 가슴에 피어난다
말랐던 가지에 꽃물이 채워져
웃음 진 꽃망울마다 연분홍 치마를 입고
배시시 웃는 환한 미소에 배꽃 저고리 입으니
누이는 봄에게 시집을 가는 모양이다
올망졸망 피어 있는 싸리꽃의 향연처럼
하늘거리는 구름자락이 햇살에 취해
강 언덕에 사뿐히 내려앉아 있는 들꽃에게
무지갯빛 너머로 너울거리며 손짓을 한다
봄은 그렇게 살며시 오는 모양이다
누구를 위하여 봄꽃은 피는가?
정이산
오늘은 청명(淸明)이다.
'하늘이 맑아진다.'라는 날인데
봄샘 강풍이 꽃비를 날리고
온종일 희뿌연 미세먼지뿐
따뜻한 봄날이 그립다.
길가에 활짝 핀 벚꽃들
하얀 팝콘처럼 뭉쳐 있어서
'봄을 맛보라!'라고 말하듯이
흰 꽃잎들을 흔들거리며
오가는 사람에게 손짓한다.
봄은 볼 것이 많다고 해서
'봄'이라고 불린다고 하는데
냉이, 쑥부쟁이, 씀바귀, 민들레
고들빼기들 새순이 돋으면
봄나물 잔치가 시작되고
매화, 산수유꽃이 피면
진달래, 개나리도 꽃을 피우고
또 목련과 벚꽃도 활짝 피고
이어서 복숭아, 배꽃도 피어서
온 동네는 꽃대궐이다.
봄은 생명을 느끼고
만물이 소생하는 계절이며
봄에 새순과 꽃이 없다면
우리의 자연은 죽어가나니
봄은 하늘이 주신 축복이다.
나라도 잘 살고 번영하려면
'人口의 봄'도 찾아와야 하는데
잃어버린 봄은 언제 오는가!
봄꽃
정재영
눈빛보다
속살로
체온으로 떠내는
땀내로 유혹하는
가려움증으로 긁어대는
욕정의 발작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이길 수 있다는 무위의 섭리로 맞서 보는
질투 아닌
꽃들의 싸움
화투(花鬪)
봄꽃
정태중
조그만 봄꽃 하나
노랗게 피었습니다
마른 가지에
봄비 촉촉이 내려앉아
갈라진 가지 끝에 스며들고
힘겨운 겨울나기,
봄기운에 무디어진 바람이
가지를 깨우면
조그마한 봄꽃 하나가
노랗게 피어납니다
갈라진 내 마음 틈에서도ᆞ
봄꽃
주응규
빛 고운 햇살을
한 줌 두 줌 모아
바지런히
봄이 피는 날
볼그레
속살속살 속삭이는
봄날의
사랑 밀어가
봄바람에
산 들불 번지듯
꽃물결 이루네
봄꽃을 재촉하는 까닭
주응규
그대를 사모하는 따사로운 마음이
엄습한 한파를 녹여
봄을 독촉하고 있습니다
봄꽃이 필 때면 오시는 그대
새싹이 움터 기도 전에
그대 그리워 그대 보고파
꽃길을 깔아놓습니다
기다림의 앙상한 꽃가지에
햇살을 가지런히 늘고
바람을 부지런히 날라
그대 그리워서 그대 보고파서
봄꽃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봄꽃이 봄에 꿈꾸랴
진하
겨울 꽃가지에는 꽃눈이 달려 있다
사람이 겨울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꽃눈이 예닐곱 벌 옷을 입고 있다
그 속에 꽃잎, 암술, 수술, 씨방이 미리 다 있다
봄꽃은 봄을 맞아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그 앞에 여름과 가을에 이미 꽃을 만들어 놓고
다만 겨울을 날 뿐이다
겨울이 없으면 꽃도 없다
봄꽃이 필 때
홍수희
너무 기뻐하지도
너무 슬퍼하지도
말 일입니다
자연도
삶도 순환하는 것
이 봄,
마른 가지에
새순이 돋아나듯이
돌아다보면
내 눈물에 이미
봄꽃은 피어나고
있었던 것을
어이 그리
투정만 부렸는지요
시샘만 부렸는지요
네가 오면 오는 그대로
네가 가면 가는 그대로
웃고 말 걸 그랬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