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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강대환 - 유월의 꽃

강만 - 유월 풀꽃

강민경 - 유월의 향기

강순구 6월의 아침

강진규 - 유월의 숲

고은영 6

고은영 6월의 개똥벌레

고은영 6월의 표정

고은영 - 6, 장미처럼 붉은 그리움

고은영 - 쇼팽의 선율과 6월의 오르가슴

고은영 - 유월의 빗길

고재종 - 6월의 동요

고재종 - 늦은 유월

고혜경 6()의 나무

곽문환 유월의 아침

권복례 - 유월의 들을 바라보며

권복례 - 유월의 하오

권오범 - 유월의 시

권정자 - 유월의 장미

김경렬 - 오월을 보내고 유월을 맞으며

김경숙 - 유월의 기도

김경철 잘 가 6

김근이 6월에는

김낙필 - 유월이 오면

김남복 - 유월의 개꽃

김남복 - 유월의 눈

김남식 - 유월에는

김남조 - 6월의 시

김내식 - 유월의 꿀벌

김노연 6월의 시

김달진 6

김달진 청시(靑柿)

김덕성 - 6월엔

김덕성 떠난 6월에게

김덕성 유월의 기도

김덕성 유월의 노래

김덕성 유월의 서곡

김덕성 - 유월의 예찬

김덕성 - 유월의 찬가

김덕성 유월의 향기

김덕성 유월의 향연

김덕성 유월이 가면

김덕성 유월이 떠나가면

김덕성 유월이 오는데

김덕성 - 유월이 오다

김덕성 - 유월이 오면

김덕성 유월이 익는데

김도리 유월인데

김동기 6월이 슬픈 이유

김사랑 - 유월의 노래

김세실 - 유월의 장미

김세웅 - 유월의 비

김소월 여수(旅愁)

김소해 6월의 아침

김수복 6

김수용 6월이 오면

김숙경 - 유월 장대비 추워라

김순진 - 휴전선의 유월

김연희 유월의 리듬

김영수 - 유월의 언덕

김영제 유월의 연인

김영천 - 유월의 한낮

김영환 6월의 노래

김용택 6

김용화 유월

김윤수 유월의 밤꽃

김은경 - 6, 뜰에서

김이진 - 유월의 아침에

김이진 유월의 왈츠

김재진 - 6월 애상

김재진 - 6월의 향기

김재진 - 나의 6월은

김정숙 - 이 강산 유월은

김정윤 유월이 오면

김정희 6월도 다 가고

김정희 - 유월의 달빛 아래서

김종덕 유월 들판

김종덕 - 유월의 속내

김종원 - 유월에 피는 장미꽃

김종제 - 유월의 이유

김춘수 유월에

김한규 - 청보리 익어가는 유월에

김해정 - 6월의 향기

김현식 - 유월의 살구나무

김희경 유월에는

김희경 - 유월엔

나명욱 6월에는

나명옥 - 유월의 햇살

나태주 - 6월 기집애

나태주 - 6월에

나태주 유월은

남정림 - 6월의 축복

노천명 - 6월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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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현 - 6월에 띄우는 소박한 소망

도지현 6월에 쓰는 편지

도지현 유월 소나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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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필균 - 6, 장미보다 아름다운-느티나무

목필균 - 푸른 유월

박건삼 - 유월은

박건호 - 6

박광현 - 유월 풍경

박기만 - 6월의 꿈

박기숙 - 6월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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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종 유월에 애환

박인걸 6월 아침

박인걸 유월

박인걸 유월 이맘때면

박정재 젊은 유월

박종영 - 꽃창포 피는 유월

박종영 - 유월의 꽃창포

박종영 - 유월의 들꽃

박종영 - 유월이여

박진용 - 6월의 풀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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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기룡 -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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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백군 6

성백군 - 6월 바람

성백군 - 6월의 언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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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숙 - 유월

송해월 - 유월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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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정 - 유월의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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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전형 - 유월

양해선 - 유월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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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원태 6

염규식 유월의 향기

오광수 - 6월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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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보영 - 6월 벚찌

오보영 - 6월 비

오세영 6

오순화 유월 사랑

오애숙 - 6

오애숙 - 6월 길섶

오애숙 - 6월 속에 피어나는 내 사랑아

오애숙 6월에 꿈꾸는 희망

오애숙 - 6월엔

오애숙 6월의 기도

오애숙 - 6월의 어느 날

오애숙 6월의 장미

오애숙 - 6월의 창가에서

오애숙 - 6월의 희망참으로

오애숙 - 6월이 참 좋아요

오애숙 6월 창 열며

오애숙 - 옛 그림자 부메랑 되는 유월

오애숙 유월의 결심

오인숙 유월

오필선 - 유월의 바다

유한나 - 눈물의 유월

윤갑수 - 유월의 노래

윤보영 - 6월 편지

윤영초 - 6월의 현혹(眩惑)

윤용기 - 윤 유월

이대형 유월

이도연 - 유월에는

이도연 유월의 사모곡

이둘임 - 유월

이둘임 유월 맞이

이둘임 - 유월의 현상

이명순 유월의 하늘

이명희 - 6

이문재 유월

이문조 - 우리의 유월

이문희 비에 젖은 유월

이민영 - 유월이 가면

이상국 유월

이상국 유월의 이승

이수경 - 6

이승철 - 6, 그리움

이시영 - 유월

이영균 - 유월엔 보리 바람 슬프다

이영지 - 6월의 숲

이오덕 - 산나리꽃

이외수 6

이원문 외로운 유월

이원문 유월 마음

이원문 - 유월의 꿈

이원문 - 유월의 낭만

이원문 유월의 들녘

이원문 유월의 적막

이원문 유월 장의 노을

이원문 - 텃밭의 유월

이은경 - 유월이여

이정화 6

이준호 - 유월에게

이창호 6

이채 - 6, 그 아침의 햇살

이채 - 6월에 꿈꾸는 사랑

이채 - 6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이채 - 6월의 빛-공원 의자에 앉아

이채 - 중년의 가슴에 6월이 오면

이해인 - 6월엔 내가

이해인 - 6월의 숲에는

이해인 - 6월의 장미

이향아 - 6월을 걸어가며

이향아 - 6월 풀밭을 걷노라면

이훈강 - 가는 유월을 부르며

임성택 - 유월 연가

임승천 - 유월의 노래

임영조 - 6

임영준 - 6월의 꿈

임영준 - 6월의 향기

임인규 - 유월의 담장

임인규 - 유월의 조국

임재화 유월을 맞이하며

임재화 유월의 노래

임재화 유월 풍경

임종봉 유월의 상흔

임종호 유월

장수남 6월의 천사

장진숙 - 유월, 그 예언의 천둥 번개는

전태련 - 6월 들판

정숙 유월

정숙자 - 유월 그리메

정연복 - 6월의 눈동자

정연복 - 유월의 산

정종명 - 유월의 기도

정찬열 - 유월을 여는 새벽

정태중 - 6월의 기도

정혜숙 - 6

제갈일현 - 유월

조연호 6

조창환 유월의 시

조철형 - 유월의 태양이 어둠 속에서 잠들면

진의하 - 6월의 녹음

채림 유월의 깃에서

최강림 - 유월 비 내리는 날

최갑연 6월이 오면

최남균 - 유월의 장미

최승자 - 해마다 유월이면

최영희 유월의 아침

최우서 유월의 믿음 안에서

최홍윤 - 6월에 도지는 상처

최홍윤 6월의 시

하영순 - 유월이다

한천희 - 유월을 울어대는 개구리

허광빈 유월에

허정인 - 유월 장마

허후남 - 6월에 쓰는 편지

홍경임 - 6월 바람 때문

홍경임 - 오늘 같은 유월 어느 날

홍수희 - 갯벌에 몰아치는 유월의 바람

황금찬 6

황다연 - 유월의 의지

 

 

 

유월의 꽃

강대환

 

유월의 하늘은 다채롭다.

그대들이 있어

유월은 오월 보다 더 푸르다

 

그대들의 청춘으로

유월의 산하는 푸르고

그대들이 흘린 피로

강산은 더욱 붉다

 

조국의 이름으로 쓰러져간 꽃이여!

숭고한 우리들의 꽃이여

눈부시게 승하되어 우리들 가슴에

피어나는 꽃이여!

떨어지지 않고 내려오는 태양의 빛이여!

 

석양이 비치는 언덕에서 바라보면

윤희(倫熙)가 흐느껴 운다.

프린트

 

 

 

유월 풀꽃

강만

 

비무장 그 유월의 들녘

총탄으로 숭숭 뚫린 녹슨 철모 속에

작은 여름 풀꽃 피었습니다.

 

잊혀진 병사의 숱 짙은 눈썹은 날아

겨울새로 뜨고

사랑하는 이의 이름을 기억하던

촉루마저 삭아 내린 자리

죽음으로도 못다 한 노래 무엇이기에

오늘은 돌아와 꽃으로 서 있는 것일까요

잔잔한 향기로 풀어내는 노래가

젊은 들새의 은빛 목소리처럼 곱습니다.

 

풀잎에 매달아 흔드는

, 잊혀진 병사의

하얀 스카프.

 

 

 

유월의 향기

강민경

 

바람 불어오는

바다 저편 고향 언덕배기에서

향기 날리는 하얀 밤나무꽃

, 나비 발목 잡아당기는 소리

닫혔던 내 귀를 엽니다

 

담 넘어 목울대 세우는

붉은 장미꽃 연정에 이끌려

멈칫거리는 차들, 산책길 주춤거리는 발소리들,

그녀의 매혹적인 눈 윙크에 끌려

흘러간 반 토막 세월에, 남은 반 토막을

접목합니다

 

아카시아 하얀 꽃 떨군 자리에

하나씩 되살아난 그리움 채우듯

홀로 쑥쑥 피워 올리는 각시 꽃

하늘바라기는,

바다 건너 고향 기웃거리는

나 같이, 쓸쓸하고 애처롭습니다

 

하늘 찌르는 푸른 숲에 나무들

해와 바람에 목울대 세우는

빨간 장미꽃 연정을 빌어

하얀 밤나무꽃 사연을 엮어

각시 꽃의 귀를 열어 놓았습니다

 

 

 

6월의 아침

강순구

 

베란다 무화과 열매 열리고

빠알간 앵두의 영롱한 열매가

구슬처럼 아름답게 웃음 터트린다

 

살구나무에는 새콤달콤

맛 좋은 살구가 침샘을 두드리며

여름 길을 재촉을 한다

 

싱그러운 숲속에는

따사로운 태양 아래 풀 내음이

싱그럽게 코끝을 찌르고

원추리는 오렌지 빛깔로

여름을 덧입힌다

 

삶의 언덕이 아무리 버겁더라도

힘써 올라가면 벌판이 보이고

강물도 흐르듯 웃음의 꽃이

활짝 피어나리라

 

어두움 뒤에 밝은 빛이

아픔 뒤엔 치유의 만져짐이

눈물 속에 토닥대는 위로를.

 

 

 

유월의 숲

강진규

 

흙빛 산마루 위로

무성한 푸른 깃발을 흔든다

골짝마다 메우는

새 생명의 끝없는 함성

 

푸르른 눈부심으로

파도처럼 밀려와

헐벗은 가슴 씻어내는

유월.

 

풀내음 청청한

기억의 옷을 입히고

한없는 짙은 강이 되어 흐른다.

 

산등성 골짜기마다

푸른 파도 일렁이는

찬란한 넋들의 춤

 

 

 

6

고은영

 

네가 푸르면

문득 내가 더 푸르러지고

 

네 가쁜 숨결로

찬연하게 내뿜고 사정하는

애액만으로도

 

이 얼마나 찬란한 행복이냐

이 얼마나 황홀한 전율이냐

 

태초부터 너는 날 위해

만들어진 지극한 사랑

부족한 날 위해 준비된 성찬

 

 

 

6월의 개똥벌레

고은영

 

열일곱 그 여름 염천에 고구마밭 긴 고랑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김을 매던 가난도

이다지 서럽지는 않았다

조 밭에 김을 맬 때도 잡초보다

조를 더 뽑아내던 내 아둔함

바다에 나가 우뭇가사리며 바다 해초들을

내 딴에는 하루 온종일 죽을 힘으로 뜯어 담고

얼추 찬 바구니를 보며

오늘만큼은 할머니 칭찬을 받아 보려고 집으로 달려오면

영악하고 발 빠른 동생은 나보다 더 많은 양의

해초들을 쏟아 놓고 할머닌

동생보다 못한 게으른 년이라 바다에 나가서도

옷까지 죄 적셔 온다고 서슴없는 구박에 파르르 떨 던

그 시절도 나이를 먹은 지금만큼 서럽고 슬프지 는 않았다

어디를 가나 나를 마중하는 것이 있다

. . 움 그리고 만삭 된 고.

헛헛하기만 한 그것들의 고요한 눈빛

, 견딜 수 없이 노출되는 비루하고 추한 내 모습

가엽기만 한 인생과

목숨이 붙어 있는 것들의 고독과 나의 실어증

살다 보니 상처뿐인 가슴을 그만 들켜버리고

나는 새가 되고 싶어라

그러고 보면

생명이 있는 것들은

언제나 고독해 보이고 불쌍해 지더라

사랑은 아무리 불러도 그저 그만하고

그 어디에도 인생의 정답은 존재하지 않더라

고독은 유월의 강가에서 개똥벌레로 부화하여

가상의 어둠 속을 날고 오월에도 춥더니 유월도 나는 춥다

나만 이런가

집에서는 겨울 스웨터를 껴입고 언제부터인가

개똥벌레를 가슴으로 비비면

배설하지 못하는 뭉툭한 슬픔 들이

지독한 발정으로 암 냄새를 풍기고 있다

 

 

 

6월의 표정

고은영

 

늦은 밤 달무리 진 하늘을 본다

의미도 모르는 슬픔이 열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는

도회의 빌딩

인생을 건넌다는 건

의식 안에 배설되지 않은

외로움의 담담한 침묵을

통증 없이 받아들이는

또 다른 통증의 쓸쓸함이다

낮에 하늘을 구르던

무표정한 구름에

 

벌써 유월은 소리 없이 각인되어

슬며시 미소짓고 있었다

시간을 입고 누운 유월은

침대에서 바라본

밤의 얼굴보다 더욱 환하다

 

 

 

6, 장미처럼 붉은 그리움

고은영

 

하염없이 바라보는 창가

유월 한낮 흐드러진 넝쿨장미

그 얼굴이 왜 저리 붉은가

 

청춘을 바친 제단에 사랑과 그리움마저

필요에 의해 꺾였던 비애만큼이나

죽도록 고독했던 몸부림

 

릴케가 장미 가시에 찔려 죽어갔을 슬픔처럼

진실로 사랑과 그리움을 부르다 죽어간

찰나적 모든 사유의 시간

 

그러나 아직도 그리움은

사랑보다 더 아픈 상처로

6월의 장미처럼 붉은 꽃을 피우고

내 가슴에 날마다 외로움의 가시를 돋게 한다

 

 

 

유월의 빗길

고은영

 

가게 문을 활짝 열어젖힌 채

도심의 어둠 속 아스팔트에

격정적 의문으로 꽂히는 빗물을 바라본다

서글픈 자동차 경적이 빗물에 아스라이 묻혀 간다

구멍 난 가슴으로 뭉클 차오르는 그리운 것들의 부재

 

피와 주검을 부르는 광폭한 정사(政事)

원망과 조롱, 희망없는 시대를 부르짖는 울음이

유월의 섬세한 가슴을 핏빛 혼돈으로 물들이고 있다

나는 어디로 가며 그리고 너는 어디로 가는 것이냐

나의 이력이 비루한 가난이라 너의 기쁨이 될 수 없다면

세상이 무슨 소용이냐

 

저 초록의 살랑거리는 실루엣

넓이와 깊이를 헤아려 걷는 사랑의 보폭마다

믿음과 신뢰로 안부 하는 유월의 중심에

푸른 녹음을 어우르는 비가 내린다

초저녁부터 내리는 비는 해갈의 긴 울음처럼

자정을 넘어 새벽까지 치닫고 있다

 

할 수만 있다면 인생을 되돌리고 싶다

저 굽이치는 빗물이 흐르는 소리에

내 영혼을 씻을 수 있다면

지금에 와서 나는 못 견디는 슬픔을 묻지 않으리

좌초된 현실에 삭아 지분거리는 기억들

이미 부식해 간 청춘의 후회스럽더라도

치근대는 눈물을 묻지 않으리

 

 

 

쇼팽의 선율과 6월의 오르가슴

고은영

 

6월의 골을 거쳐 바람은 푸른 잎새 들을 아우른다네

오디오에서 들리는 쇼팽의 황홀한 선율

이름 모를 새들의 지저귐

태양은 내 지붕 위에 그리고 미지의

저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정수리에 작열하고

자연도 무형의 꿈을 꾸는 푸르름만 깊어진 6

세상은 하나같이 초록 물결이라네

 

한적한 오후의 가슴에 가만히 누워 고요를 즐기고

나는 내 방에서도 이름 없는 작은 풀꽃들을 그려 보노라네

스치는 바람결이 차가울수록 밑변 없이 젖어드는 선율

, 비애를 다스리는 음표들이여

견딜 수 없는 사랑들이여

 

최고조의 행복의 밀물 위에 맨발로 섰나니

공명하는 벅찬 감흥의 덩어리여

알몸으로 나를 벗어 던졌나니

올림프스 신전의 웅장함도

세상을 통치하던 제우스의 신전에

재물로 뛰놀던 성욕과 바람도

지금은 외로운 그루터기만 남아 시간을 연명하나니

 

감성으로 불거지는 몽환의 가지마다

나는 한 그루의 나무로 인적 없는 숲의 심장에

물푸레나무로 살랑이나니 엎딘 가슴으로 살랑이나니

뜨거운 입맞춤에 젖어 황홀한 선율 속에

6월의 오르가슴이 시방은 가슴에 가득 피어오른다네

 

 

 

6월의 동요

고재종

 

6월은 모내는 달, 모를 다 내면

개구리 떼가 대지를 장악해 버려

함부로는 들 건너지 못한다네

 

정글도록 땀방울 떨구어서는

청천 하늘에 별 돌밭 일군 사람만

그 빛살로 길 밝혀 건넌다네

 

심어 논 어린 모들의 박수받으며

치자꽃의 향그런 갈채 받으며

사람 귀한 마을로 돌아간다네

 

 

 

늦은 유월

고재종

 

개망초 흰 꽃무리 꽃사래 쳐선

하늘가에 뭉게구름 피워 올리고

 

뭉게구름 저편에 눈을 두고선

찬밥 몇 술 삼키는 박영감 내외

 

발아래 다랑논은 아직도 종종

심어 논 어린 모는 바람에 살랑

 

시절은 미끈 유월 진초록인데

신작로엔 행락 차량 즐비도 한데

 

우두둑대는 영감 내외 허리를 쓸며

온 들녘엔 쓰라린 쑥국새 울음

 

 

 

6의 나무

고혜경

 

거칠게 몰고

가던 장마 속

쉰 고성음 끝나고

회색 빛

침묵 등진 채

온 종일 엷은 비

고스란히 받으며

잘려져 뭉둑한

늙은 나무

축 쳐진 어깨

감싸 안을

햇살 그리운

검은 몸둥이

생의 억샌 바람

고스란히 그려낸

예순 인생의

투박한

수채화를 말리고 싶다

 

 

 

유월의 아침

곽문환

 

햇살이 여울지는 아침

말끔이 닦인 바람은

초야의 수줍음 같은

꿈을 쏟아 놓는다

 

청자빛 하늘

우러러보는

순례자의 눈에서

수많은 언어의 나비 떼가

파닥 파닥 날아 나온다

 

언제부터인가

태양을 안고 싶은

열띤 가슴

 

인고의 아픔을 견디는

나무마다

하나씩 둘씩

꽃의 태아가 잉태된다.

 

 

 

유월의 들을 바라보며

권복례

 

이제, 뿌리내리고 있는 벼들도

모판에서 이식되어 이 넓은 들로

옮겨 심은 후에

몸살을 앓았으려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

 

연하디 연한 줄기들이

초록으로 가면서

하루하루 쑥쑥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면

새로운 환경에 척척 적응하는

벼들에게서 또 다른 삶의 방법을 배운다

 

 

 

유월의 하오

권복례

 

남쪽 운동장 맨 끝으로

그네 위에

온몸 내던지고

그넷줄이 당겨주는 대로

고독의 상념 속으로

실려가는

얘야,

 

바람도 구름과 한통속이 되어

시 한 구절 만들고

나무들도

큰 이파리들이 작은 이파리 다독여 주며

잔 걱정 털어버리고

뻐꾸기 노랫소리와

종달새 지저귀는 소리에 맞추어

근심 걱정 내던져 버린

이 한가한 시간에

 

얘야,

당당하게 일어나 보렴

땅 위에는

높고 푸른 하늘이 있단다

 

 

 

유월의 시

권오범

 

귀가 엷은 쌍것들

붉은 완장 차고 어긴 천륜

피와 목숨으로 바꿔

천신만고 끝에 지킨 반 토막 자유

 

절단 난 상처

조물주도 간섭하지 않아

아픔이 구천에 사무쳐

호국영령들이 아직껏 통곡하련만

 

자유가 먹물 먹고 방종 일삼더니

몽둥이찜질 없는 틈 타 삐딱해진

붉게 물든 미친개들이 넘쳐 나

심장에 똬리를 틀었으니

 

 

 

유월의 장미

권정자

 

저 태양의 분노를 피해

그늘에 서면

도전인 양 다가오는

네 곤혹의 눈빛

 

절절한 설움 빛깔로도

다스릴 수 없는 정염(情炎)

온 땅에 사무쳐

가시로 돋고

 

모순의 불을 밝혀

잿빛 세월을 휘감아온

애틋한 넋이

 

뙤약볕 아래

사위어가는

이유도 모른 체

 

나는 네 꽃잎을 떼어

바람에 날리네

 

벙어리로 자란 진실만

향기로 남아

누군가의 코에 스밀 때

 

그는 기억하리라

너의 순결한 그림자와

잠들지 않는

투혼을.

 

 

 

잘 가 6

김경철

 

갈수록 더워지는

6

더위에 강한 수국이

여러 가지 색깔을 선보이고

 

어느새 나타난

짧은 옷

짧은 바지

강렬해진 햇볕에

흐른 땀방울로

살갗은 새까맣게 탄다

 

목마름에 잡은

물병 하나

숨조차 쉬지 않고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

갈증을

잠시나마 해소하지만

 

더위에 지친 사람들

퇴근길을 그리며

머릿속으로 시원함을 생각하고

어둠이 내리자마자

손에 꼭 잡은 맥주 한 잔

시원하게 벌컥벌컥 마신다

 

저물어가는 6월의 어느 날

원 안에 있는 세 친구

쉼을 모르는지

계속해서 흘러만 가고

소리 없이 함께해준 시간

고마웠고, 수고했다

 

잘 가 6

잘 가 오늘 하루

 

 

 

6월에는

김근이

 

6월에는

5월의 들뜬 기분에서 벗어나

엄숙한 마음으로

호국 영현(英顯)들을 기리는

가벼운 묵념으로

새로운 아침을 맞아보자

 

6월에는

찬란한 아침햇빛이 주는

감격으로

두 팔 힘차게

허공에 펼치고

그들의 의지를 담은

새 희망을 외처보자

 

깊은 계곡

울창한 숲 속에서는

아직도 들릴 것 같은

고뇌에 찬 함성이

울려 퍼질 것 같은

 

6월에는

호국 영현들의 넋을 위해

작은 감동에도

고개 숙여 고마움을

전하는 감사를 해보자

 

6월에는

아침을 내리는 태양빛에

그들의

숭고한 희생이 담겨

소리 없는 함성으로

이 땅에 내리고 있으니

 

6월에는

내가 아닌 우리에게

권력이 아닌 사랑으로

해쳐진 옷자락

겸손하게 여미고

조금은 엄숙한 마음가짐으로

나서 보자

이 황막한 세상에

새롭게 피어날 꽃들을 위해.

 

 

 

유월의 눈

김남복

 

술바람 술술 부는 날

눈 내리네

 

표피 찌르던 바늘바람 대신

산들바람 타고 눈 내리네

 

언덕 넘어

뜀박질

향기 날리네

 

스르르르 내리는 눈

몸속 스며드는 아카시아 향

 

유월의 눈은

향기 가득 추억의 눈

 

 

 

6월의 시

김남조

 

어쩌면 미소 짓는 물여울처럼

부는 바람일까

보리가 익어가는 보리밭 언저리에

고마운 햇빛은 기름인양 하고

 

깊은 화평의 숨 쉬면서

저만치 트인 청정한 하늘이

싱그런 물줄기 되어

마음에 빗발쳐 온다

 

보리가 익어사는 보리밭 또 보리밭은

미움이 서로 없는 사랑의 고을이라

바람도 미소하며 부는 것일까

 

잔 물결 큰 물결의

출렁이는 바단가도 싶고

은 물결 금 물결의

강물인가도 싶어

 

보리가 익어가는 푸른 밭 밭머리에서

유월의 바람과 풋보리의 시를 쓰자

맑고 푸르른 노래를 적자

 

 

 

오월을 보내고 유월을 맞으며

김경렬

 

가시 많은 장미는 요염하게 꺾지 말라네

아카시아 스위트 향에 볼품없다 외면하니

피 끓는 오월에 텅 빈 향연 뒤로 보내네

 

유월에 제비더러 박 씨 물어 오라 할까

포성 속 혼을 태워 지킨 골 정기 받아

유월엔 치국형세를 굽어살펴 주소서

 

 

 

유월의 기도

김경숙

 

신록 머금은 계절

꽃잎들 껴안고

산아래 머무르면

지칠 줄 모르는

초록 노래

 

향기로 이끄시는

나의 모후여!

당신의 숲 속에서

오래오래 머물며

 

사랑의 빛으로

감사의 빛으로

날마다 새롭게

물들고 싶습니다

 

 

 

유월이 오면

김낙필

 

푸른 강으로 흐르는

유월이 오면

깊은잠에서 깨어

하늘 오르는 기지개를 켜고

몸에는 물이 거슬러 오른다.

 

사랑을 하자며 꼬드기는

초록이 유혹을 해대고

솜털같이 훈훈한 바람이

겨드랑이를 간지르며

마른 입술에 입마춤을 한다.

 

발끝으로 다시

충만한 생명이 살아나

유월의 손자락을 잡고

들길로 나서면

생이 미루나무 잎처럼 푸르르다.

 

자갈 바닥이 보이던

혈맥이 다시 살아나 박동을 하고

이쯤엔..

다시 사랑을 시작해도 좋겠다.

 

오지 않을 사람을

찾아 나서도 좋고

떠나간 사람을

소리쳐 불러도 상관없을

은혜로운 유월이여..

 

살아있는 모든 것들

손을 잡고 들판으로 나서자.

 

그리고 푸른 유혹을

모르는 척 기꺼이 맞이하자...

 

 

 

유월의 개꽃

김남복

 

여왕의 햇살 아래

연분홍 손은

언제부터인가

찾는 이 없어서

반기는 이 없어서

몸뚱이는 쪼글쪼글

핏기 없는 산들바람

떠나가는 상여의 소리

 

 

 

유월에는

김남식

 

유월에는

나를 좋아하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맑은 시냇가에서

발 담그고

물장구치며

잠시~

잠시만이라도

세월을 잊고 싶다

 

이름 모를 꽃들이

피여있는 들길을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풀숲에 주저앉아

파란 하늘 바라보며

들꽃향기에

해지는 줄 모르고

 

훈풍에 제멋대로

하늘거리는 나뭇잎처럼

풋풋하고 싱그러운

풀내음 같이

맑고 티 없는

순수한 마음을

담아 내주는

소꿉사랑을 하고 싶다

 

 

 

유월의 꿀벌

김내식

 

여왕을 위하여

국가를 위하여

벌들은 제 몸을 돌보지 않는다

 

정든 고향 멀리 떠나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남쪽에서 북쪽으로 붉은 꽃잎 속으로

피보다 진한 꿀을 따 가득 채운다

 

벌통에 접근하는 적을 향하여

하나밖에 없는 목숨을 건다

어느 날 말벌이 대문에 나타나면

모가지가 댕강댕강 잘리면서도

독침을 쏘고 죽는다

 

벌통의 주인은 모이는 꿀을 털어내다

장마가 찾아오면 설탕물 넣어주나

용감하고 진실한 벌들은

여왕을 위하여

국가를 위하여

제 한 목숨 다 바친다

 

 

 

6월의 시

김노연

 

고사리 같은 아이들이

연초록 잎새마다

붕긋한 꽃으로 피었다.

잘게 쪼개 놓은 빛살 아래로

방끗 방끗 아이들의 모습이

살랑거리는 6.

낭랑한 산새 소리에

온 천지가 들썩이고

푸르른 들판도 물결치며

고개를 넘는데,

목석이 아닌 다음에야

오감을 흔드는 시를

어찌 쓰지 않을 수 있겠는가.

 

 

 

6

김달진

 

고요한 이웃집의

하얗게 빛나는 빈 뜰에 우에

작은 벚나무 그늘 아래

외론 암탉 한 마리 백화와 함께 조을고 있는 것

판자 너머로 가만히 엿보인다

 

빨간 촉규화 낮에 지친 울타리에

빨래 두세 조각 시름없이 널어두고 시름없이 서 있다가

그저 호젓이

도로 들어가는 젊은 시악시 있다

 

깊은 숲속으로 나오니

6월 햇빛이 밝다

열무꽃밭 한 귀에 눈부시며 섰다가

열무꽃과 함께 흔들리우다

 

 

 

청시(靑柿)

김달진

 

유월의 꿈이 빛나는 작은 뜰을

이제 미풍이 지나간 뒤

감나무 가지가 흔들리우고

살찐 암록색 잎새 속으로

보이는 열매는 아직 푸르다.

 

 

 

6월엔

김덕성

 

그리움도 사랑입니다

그 아름다운 추억이 담긴

그리움을 실고

 

강물위에 배를 띠워

파아란 하늘빛을

가슴에 가득히 안고

유유히 흘러가고 싶습니다

 

강풍이 불어와도

어려움을

풀어 헤치면서

 

향기에 실려 오는

청솔바람으로

사랑의 꽃을 피우며

 

파아란 하늘 빛

바다 빛이

서로 맞닿는

꿈의 나라로 흘러가고 싶습니다

6월엔

 

 

 

떠난 6월에게

김덕성

 

떠난 후에야

불타던 사랑도

떠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자리마다

지울 수 없는 진한 혼적만

남겨 놓고 떠났기에

그 흔적의 빈자리가

이렇게 클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다행히 남겨놓은

그리움이란

언어가 있어

내 빈자리를 채워주었습니다

비록 그대는

아쉬움을 주고 떠났지만

내게 남겨 주신

고마운 힘의 흔적이 있어

제자리를 찾아

또 하나의 삶을 엽니다.

 

 

 

유월의 기도

김덕성

 

남은 유월만이라도

사랑의 계절이 되어

몸 바친 영령들을 잊지 않고

이웃과 함께 사랑으로 살게 하소서

 

꽃 중의 여왕이요

정열의 꽃인 넝쿨 장미처럼

서로 품어주어 사랑과 믿음으로

존경 받는 삶이 되게 하소서

 

익어가는 열매들

경건하게 부르는 합창과 함께

추억을 되새기는 시인들에게

불후의 명시를 남기게 하소서

 

뜨거운 가슴엔

초록의 생동감이 일렁이어

이름 석 자가 부끄럽지 않는

해맑은 유월이 되게 하소서

 

 

 

유월의 노래

김덕성

 

시린 유월의 강열한 햇살

푸르도록 푸르게 짙어가는 초록

열기가 대지 위에 이글거려도

숲엔 그 향기 싱그럽다

 

솟구치는 생명의 물결

싱그러운 향기 대지위에 가득한데

초록 잎 바람에 춤추는 소리

감미롭게 들려오고

 

새들 재잘거리는 소리

바람결에 날아와 가슴에 물들이며

기름진 옥토에 내리는 햇살로

열매가 익는 희망의 유월

 

유월 충혼의 꽃

슬픔과 아픈 상처가 서려 있는

숱한 세월의 흐름에도 기억하는가

잊을 수 없는 유월의 그 날을

 

 

 

유월의 서곡

김덕성

 

시리도록 파란 하늘

떠가는 흰 구름을 품에 간직한

따뜻한 아름다운 순간들

세월의 아쉬움

 

유월의 아침

무지갯빛으로 빛나는 하늘에서

포근한 햇살 빛나게 내리며

솟구치는 생명의 물결

 

초록 잎 피는 소리

재잘거리는 감미로운 새소리는

아름다운 사랑의 코러스

들려오는 고운 숨결

 

바람결에 날아온

싱그러운 초록빛 향기에 매혹

찬란하게 열린 희망의 문

행복이 스미는 유월이어라

 

 

 

유월의 예찬

김덕성

 

새벽부터 내린 여름비

그 빗방울로 초록을 되찾은 잎사귀

미소 짓는 유월

 

젖은 잎사귀에서

아직 남은 장미꽃 향기 풍겨

가슴마다 선물하는 듯

촉촉이 적시고

 

씽씽한 초록빛 속에서

붉은 정열로 사랑하는 이에게

희망을 주누나

 

유월은

가슴마다 장미꽃 향기로

채우니 너무 향기롭고

빨갛게 익어가는

멋진 사랑

행복하구나

 

 

 

유월의 찬가

김덕성

 

드리운 초록빛

청명한 날씨를 이루어 놓은 유월

영혼이 맑아지네

참 고운 하늘빛

초록빛 짙어지며

해맑아지며 신선함이 더해가며

의기양양 아름다워지려는

유월의 초록 잎들

햇살을 머금고 웃음꽃 피며

곱게 단장했네

졸졸 냇물 소리

산야 흔드는 산새 소리

솔솔 불어오는 바람 소리

모두

함께 찬양드리네

놀라운 솜씨를

 

 

 

유월의 향기

김덕성

 

유월은

가뭄으로 애태우기도 하지만

초록빛 싱그러운 계절

 

푸른 하늘빛이 내리는 대지 위에는

초록빛의 잎사귀

바람과 햇살이

사랑을 나누고

 

자연의 신기함

어느 하나 혼자 이뤄 진 것은 아닌

서로 사랑하며 나누며 이룩한

멋진 초여름 수채화

 

초록빛 사랑의 향기를

남겨 놓고 떠나려고 하는 유월의 고마움

그 풍기는 초록빛 향기는

임의 향기어라

 

 

 

유월의 향연

김덕성

 

참 곱고 청명한 하늘

짙어지는 신록의 푸름 더해가는

살맛나는 유월

 

시리게 빛나는 하늘빛

신선하게 초록향이 풍겨오는 나뭇잎

의젓하게 빛나는 유월의 꽃들

자태를 마음껏 뽐내네

 

냇물 소리 산새 소리 하모니 되어

사랑의 노래로 들려오고

산들바람 솔솔 불어와 함께 춤추며

희망의 노래 부르네

 

보라 지금 대지 위에선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우렁찬 심포니가 연주되는

유월

사랑의 향연

 

 

 

유월이 가면

김덕성

 

붉은빛으로

온통 사랑으로 화려하게 피우고

떠날 수 있을까

 

향기로운 향내로

정열로 불꽃 튕기며 유혹하던 장미도

유월이 떠난다는 아쉬움에선지

빛을 잃어 간다

 

삶과 사랑

오고 가는 한 많은 세월

아픔과 슬픔의 세상사를 맛보며

사랑으로 피는 장미

 

숙련된 아름다움으로

고귀한 정열을 보여주던 장미여

유월과 함께 떠나면 어쩌나

내 사랑 잃게 되니

 

 

 

유월이 떠나가면

김덕성

 

유월이면 더 보고 싶은

그리움으로 종일 시달린다 해도

그래도 좋은 그리운 님

 

세상서 단 한 번의 이별

다시 만나기로 기약하고 떠났는데

영영 만날 수 없는 이별이 되면

이 얼마나 아픈 이별인가

 

세월아 어찌해 막는가

보고 싶어 견딜 수 없구나

비가 내리는 날 더 보고 싶은데

내가 불쌍하지 않는가

 

얼굴이라도 꼭 한 번

뵈었으면 여한이 없을 내 사랑이여

한 세기가 가까워 오는 이별인데

유월이 가면 다시 긴 한 해를...

울부짖는 고향 잃은 한 나그네

 

 

 

유월이 오는데

김덕성

 

넓은 초록빛 초장에는

맑은 바람 소리 새소리 들려오고

온통 초록빛으로 물들어 놓은

평화로운 유월이었으면

 

봄이 식어가더라도

사랑의 열정으로 아름다움을 뽐내는

계절의 여왕 장미꽃으로

온 땅을 꽃향기로 휘날렸으면

 

경건하게 드높은 파란 하늘

싱그러운 초록빛 사랑을 받으며

믿음과 존경과 사랑의 우리

미소로 화답하며 해맑게 살았으면

 

전염병균이 사라져

거리두기가 사라진 환경에서

입을 맞대고 정을 나누는

행복이 스미는 유월이었으면

 

 

 

유월이 오다

김덕성

 

해가 바뀌어도 해마다 유월 하늘엔

흰 구름은 묵묵히

그 아픔을 숨기고 흘러간다

 

수정처럼 투명한 하늘빛 속에

유월 영혼의 잎들은

찾아 온 유월의 바람에 실려

날개 치는데

 

생명이 솟구치는 초록빛

거센 물결이 일고

싱그러운 꿈을 안은 초록 향기

온 누리에 퍼지는 유월

 

시간의 늪에서

초록 숲속을 거니는

잊지 못해 떠오른 쓰린 가슴에는

애통의 비가 내린다

피 흘린 영혼들의 눈물이 되어

 

 

 

유월이 오면

김덕성

 

유월이 오면

사무치게 그리운 그 얼굴

 

이별은 아픔이요 큰 상처인데

생이별은 더 그렇다

 

그 아픔이 담겨 있는

유월이 오면

꿈에서도 자주 뵈는 그 얼굴

수없이 보고 싶고

부르고 싶은 그 이름

나의 어머니

 

흐느끼는 이 소자

유월의 첫날 정상에 올라

하늘을 향해

마냥 부르고 싶었던 그 이름

고귀한 아름을 외쳐 부른다

어머니...

 

 

 

유월이 익는데

김덕성

 

여전히 무언인 유월

아픔이 숨겨진 채 흘러가는데

검은 구름이 밀려온다

 

뜨거워지는 태양은

뜨거운 열기를 과시하고

푸름 생명의 물결은

거세게 밀려온다

 

싱그러운 초록 향기

온 누리에 씽씽하게 퍼지고

청풍(淸風)에 흔들리는 산야

여름이 익는다

 

그 날이 다가오는데

비가 내린다

유월의 상처로 내리는 듯

누구의 눈물인가

피 흘린 영혼들의 눈물인가

 

 

 

유월인데

김도리

 

유월인데

성하의 계절인데...

 

내 인생의 문턱에 서서

한없는 절망감에 몸부림친다.

 

아도니스!

아도니스 !

 

하나의

안타까운

방언이었네...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사랑하지 아니하고

사랑할 수 없는 사람도

사랑하지 아니하리라.

 

가없는

부질없는

고통인 것을.

 

그리하여

애타는 고통에서

벗어나리라.

 

유월인데!

성하의 계절인데...

 

 

 

6월이 슬픈 이유

김동기

 

5월과 7

산맥처럼 높은

사이에 저문 봄과

드미는 여름어귀에서

새색시 면사포 같던

수양버들 삼단머리에

검은 곡조가 흐릅니다

 

6월이라서

슬픈 것만은 아니지요

어떤 이들은

6월이 되면 강으로 가고 싶다 하고

더러는 6월이 오면 한 편의 시가

그리워진다고 합디다만

그달에 나는

사랑을 잃었습니다

 

사랑을 잃어본 사람 아니고는

그런 사랑 말할 순 없을 테지요

이별이란 처절한

기억의 아픔이거든요

장미꽃 가시넝쿨보다

더한 찔레꽃 등줄기에

돋아서 번지는 상실의 흔적을

차마 어이 하랴

여윈 6월은 슬픕니다

 

이제는

절망으로 무너지는

가슴이 싫습니다

붉은 꽃조차도 싫습니다

가슴에다 검은 리본을 달고

다닌다 해서

무슨 위로가 되겠습니까마는

그래도 한 말씀은 듣고 싶습니다

 

슬픈 6월이여

우리 이별하지 말자

이별 탓하지도 말자

가고 또한 오는 것이

계절의 비옥한 순환인데

다 용서합시다 미워하지 맙시다

내가 그리하면 저도 그리할 것이니

6월의 전쟁도 6월의 항쟁도

남과 북의 만남도 6월의 쓰라린

내 사랑도 한 번쯤은 생각하겠지만

지울 수 없는 상처일지라도

좋은 추억으로 남겨 둡시다

 

 

 

유월의 노래

김사랑

 

유월에는

진정 이 땅 위에 평화를 주십시오

오늘을 사는 사람들에게

축복된 행복만 주십시오

 

방황의 길에서

더 이상 떠돌지 않도록 하시고

진정 참다운 진실로

누군가를 사랑하게 하십시오

 

삶의 갈림길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여질 때

거침없는 바람으로

가고자 하는 길을 가게 하십시오

 

기쁨과 슬픔의 교차점에서

안개에 가려 길이 보이지 않아도

서두르지 않고 여유롭게

유월과 더불어 흐르게 하십시오

 

 

 

유월의 장미

김세실

 

그 붉게 타던 꽃이파리

다 어디로 가는가

그 아름답고 고귀한 꿈

이제 어디로

떠나보내는가

 

그대

짧은 시간 피우기 위해

긴긴날 인고의 불 안고

혼신을 다해 삭혀 왔던 삶

 

이제

너의 열정 고요히 접어

깊고 푸른 심연으로

시간의 여행 띄워 보낸다

 

그러나 그대

슬퍼하지 말아요

또 한 해가 가고

봄빛이 뽀송이 영글면

그대 타는 입술로

생을 노래하며

 

온 담장을

붉은빛 사랑으로

물들일 것을...

 

 

 

유월의 비

김세웅

 

여름의 서두를 적시는 비는 아름답다.

하찮은 질경이풀도 흙 속의 스커트를 들어 올리며

종종걸음으로 즐겁다.

멀리 가는 사람은 멀리 가서 즐겁고

돌아오는 사람은 돌아오면서 흥겹다.

하늘이 좀더 가까워진 세상에서, 빗물을 따라

소원을 실타래로 풀며 가다가다 보면

사랑하는 이의 가슴에 닿는

지름길도 있겠다.

땅속의 온갖 주검들이 빗물로 살을 삼아

흙을 일으키는

마당굿도 있겠다.

내민 손에 새겨지는 빗방울은

편지처럼 곧장 가슴속을 파고드는데

죽지 않을 누가 있어

오늘의 뜻을 영원하게 할 것인가.

종종걸음으로 다가오는

오늘의 뜻은 즐겁다.

 

 

 

여수(旅愁)

김소월

 

1

유월(六月) 어스름 때의 빗줄기는

암황색(暗黃色)의 시골(屍骨)을 묶어 세운 듯,

뜨며 흐르며 잠기는 손의 널쪽은

지향(指向)도 없어라, 단청(丹靑)의 홍문(紅門)!

 

2

저 오늘도 그립은 바다

건너다보자니 눈물겨워라!

조그마한 보드랍은 그 옛적 심정(心情)

분결 같은 그대의 손의

사시나무보다도 더한 아픔이

내 몸을 에워싸고 휘떨며 찔러라,

나서 자란 고향의 해 돋는 바다

 

 

 

6월의 아침

김소해

 

누룩 같은 마음이

소리 없이 숙성되고 있었나 보다

겨레의 맥박위로

오천년의 역사가 솟구처 오르며

새파랗게 갇혔던 역사의 꿈들이

하늘 문을 열었다

조용한 아침 일 수만은 없다

~ 한민국

지구를 불덩이로 만들며

언어의 장벽을 단숨에 격파하는

거대한 파괴력은

하나의 심장에서 흐르는 한 호흡이였다

동시에 뛰는 맥박으로

나라와 나라사이의 동맥이 하나로 이여졌다

지축을 흔들던 함성의 복사열로

땅덩이가 뜨겁게 타오르던 6

한반도의 하늘로 뛰어오르던 430±20g의 공이

하나의 마음으로 지구촌의 시선을 끌어 들였고

이루어진 신화는 꿈이 아니였다

우연은 더욱 아니였다

 

 

 

6

김수복

 

저녁이 되자 모든 길들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추억 속에 환히 불을 밝히고

6월의 저녁 감자꽃 속으로

길들은 몸을 풀었다

산 너머로, 아득한 양털구름이

뜨거워져 있을 무렵

길들은 자꾸자꾸 노래를 불렀다

저물어가는 감자꽃 밭고랑

사이로 해는 몸이 달아올라

넘어지며 달아나고, 식은

노랫가락 속에 길들은

흠뻑 젖어 있었다

 

 

 

6월이 오면

김수용

 

남도 바닷가 마을에

6월이 오면

청포도 익어가는 소리

사가사각 들리고

 

금계국 개망초 활짝 핀

굽이굽이 실개천 따라

빗장 열고 비상하는

풀벌레들의 유영(遊泳)

 

청보리 노랗게 익어가는

푸르른 들녘에는

청아한 뻐꾸기 소리

은은하게 울려 퍼지고

 

엄마의 고운 목소리

살포시 귓전을 맴도는

남도 바닷가 마을

그리운 내 고향

 

 

 

유월 장대비 추워라

김숙경

 

꽃향기 진동하는 유월이 무색하게도

지금은 지구촌 곳곳이 어둡고 추워라

불 밝히려는 이유조차 잠시 숨을 죽인 채

아슴푸레한 그림자로 어룽이는 초여름 한 끼

 

가슴정수리에 허한 동굴이 패인 까닭은 무엇

강대한 여유가 약소의 의미를 강압하는 탓에

의식이 잠들지 못하는 비감 미망에 추워라

 

고였다가 사라져 가는 전설 속의 파도처럼

갈피 못 잡은 수장의 말을 못 찾는 애석함에

왜 또 하늘 쪼개지듯 천둥 뇌성에 장대비까지

 

한계의 벽에 호소코자 추운 손에 창백한 촛불

짐승의 포효와 절규보다 더한 울부짖음으로

유월 장대비에 몸 맡기는 작은 빛들의 행렬

 

장마에 이사를 떠나는 노숙자의 심정이 이럴까

시도 때도 초월한 생존의 엄위를 고하는 의미여

꺼이꺼이 울음일랑 삼키지를 마라 빛의 빛이여

 

다들 하는 회억에다 살가움까지 기억 못 하고

무위한 경계의 선을 그어 단절의 고배를 드는가

추락하는 썩은 동아줄을 그리 쉽게 수락은 왜?

 

병 약의 처방으로 약소국들에 떠안기는 무례를

채집될 수 없음에 억압의 초여름 밤 추워라

누군 잠을 청하고 누군 정중하게 꿈을 부르지만

지금은 온 지구촌의 선량들이 역지사지할 때

 

 

 

휴전선의 유월

김순진

 

송홧가루, 아카시아 꽃잎이

화약연기처럼

날리거니

 

박격포의 폭음이

저 철의 장막 노루 토끼 귀엔

아직도 들리거니

 

그래서

육군 김 상병은

소총을 받들어 섰나니.

 

 

 

유월의 리듬

김연희

 

초여름 문안에서

싱그럽게 두드린다

 

보리밭 청색 물결

바야흐로 익어 절정 이루고

포도송이처럼 매달려 만발하는

아까시꽃 내음

내 발걸음을 따른다

 

달콤 상큼

사랑 숨결 꿈꾸는 마음

구름 위에 사르르 쓰러진다

 

 

 

유월의 언덕

김영수

 

오월의 환호 소리 잦아들 때

인동 넌출이 살며시 담장 너머

금은화 꽃을 피워 오는 유월

 

투명해서 잊혀진 계절 유월은

두 볼이 터질 듯 부풀어 오른

빨간 앵두처럼 조용히 와있다

 

청산의 푸르른 언덕 떨기 속

애달프게 울어 대는 뻐꾸기 소리

청아한 마음이 왠지 서글프다

 

유월은 우리의 가슴에 설움이

꿈틀대고, 슬픈 것들은 모두 다

진혼곡으로 영혼들을 위로할 때

 

그래서 모두가 침묵한 고뇌 속에

소리 없이 내리쬐는 햇살의 애무와

장대비로 무뎌지는 슬픈 언덕이 있다

 

 

 

유월의 연인

김영제

 

비 온다는 소식을

아차하며

알았을 때에

이미 내 발은

소녀를 향한

전철역 플랫폼에

와 있었지

 

오월에 그렇게도

자주 오던 비

첫 만남 오늘은

가랑비만

사알짝 뿌려 주며

시 소년 시 소녀의

만남을 축복해 주었다네

 

그동안 오간 편지들

다시 보면서

만나서 할 말을

연습하며

꿈같은 첫 만남을

열여덟 번째의

생일선물로 맞았지

 

 

 

유월의 한낮

김영천

 

유월 하순의 오후는 새벽보다 하얗고

더 가볍다

공기는 모두 부풀어 하늘까지 오르고

텅 빈 길로는 한것 작아진 그림자들이

도시의 그늘에 제 가벼운 몸을 눕힌다

나비 한 마리가 팔랑팔랑 날아와

햇살처럼 가볍게 앉으면

마침내 노곤한 잠이 내 콧등을 건드리고

나는 어느덧 동그랗게 부푼 한낮의 공기를 따라

한없이 가벼워진다

 

지금쯤 하나님도 점심을 드시고 의자에 기대어

꾸뻑 조실까

난데없은 자동차의 굉음에 깜짝 놀라 일어나면

윙윙 돌아가는 선풍기 소리가

빈말처럼 귓속에서 웅웅거린다

 

 

 

6월의 노래

김영환

 

6월이 열리는 날

어김없이 찾아온 그녀

푸른 치마 붉은 입술 도도한 자태

 

해 년마다 6월이 오면

내 마음 붉게 물들이며

메마른 가슴팍을 기어오른다

 

너는 무엇이냐

너는 왜 내 마음에 찾아와

이리도 아프게 흔들어 놓는 것이냐

 

너는 왜

아직도 물들지도 아물지도 못한

내 아픈 상처를 또다시 헤집고 나와

 

이토록 빛 밝은 6월의 하늘에

그토록 붉게 피우려느냐

 

 

 

6

김용택

 

하루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 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종일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유월

김용화

 

1

산앵두

종일 해바라기 하다가 들켜

낯 붉히며 초록 이파리 뒤 숨는데

아까 입맞춤하려다 따귀 맞은

바람이 가지 후려치고 휙 돌아선다

그 바람에

이미 농익은 이스랏*이 후드득

풀잎이라도 파고든다

점점 달아오르는 유월의 햇살

눈에 보이는 게 없어

어린 모과열매를 마구 찔러댄다. 덩달아

신열에 생몸살 난 바람이 회오리를 일으키다가

뱀딸기 눈알 새빨갛게 핏발 세운다

밤꽃이 산 아래로 소로소로*

비린내를 내려보내면

칡넝쿨들 서로 한몸으로 엉켜

산을 오른다

 

* 아스랏: 앵두의 옛 이름

*소로소로: 살금살금의 옛말

 

 

2

때까치 새끼 치는 참죽나무 아래

늦은 잠에서 막 깨어나는

청개구리

한 마리,

지난밤

얼마나 울었는지

눈두덩이 많이 부어 있다

 

 

 

유월의 밤꽃

김윤수

 

엄동의 긴 긴 밤

울음소리도 구슬픈 청상과부의 아픔이련가

기다림, 갈망 그것은 본능의 몸부림이었다

 

달아오르는 가마솥의 열기가 누룽지를 만들듯

가슴 속에서 생성되는 뜨거운 욕망은 온 몸에 사리를 만들고,

밤의 본능은 진한 그리움, 갈망, 그 파장 속에서 시작된다

 

수컷의 그것에서

진한 향기와 함께 연약한 생명을 잉태하고

부드러운 속살은 그 속에서 인고의 묵언수행을 한다

 

배꼽을 타고 흐르는 계곡이 울부짖으며

산고의 아픔과 짜릿한 희열 속에 붉은 생명 떨굴 때,

()은 밤()의 노래를 들었는가

 

잠 못 드는 새벽 여명의 치마 걷어 올리고

새벽이슬 수줍게 속살 보이며

마음은 주머니가 되고, 바랑이 되어

붉은 선혈의 씨앗을 주워 담는 가을,

 

가을의 그 흐느낌은

유월의 잔잔한 파장으로부터

잠자는 욕망을 깨운다

기다란 수컷의 향기로 유월의 밤꽃이 되어...

 

 

 

6, 뜰에서

김은경

 

돌덤에 후두로잔 쥴정마저

선지피 같은 꽃잎 뚝뚝 떨구는 접시꽃들 보고 섰자면

불에 데인 듯 홧, 온몸이 뜨겁다

숨소리 확자한 6월 볕

시래기마저도 몸을 다 드러내는구나

저렇게 며칠은 달궈져야 국 한 그릇 끼니로구나

문득 햇볕 아래서 보는 모든 삶이 치열해진다

살펴보면 물 없이 피어오르는 목숨도 없지만

열정 없이, 한 톨의 불씨 없이 마침표 찍는 것은 더더욱 없다

 

하다못해 손톱만 한 대추 하나 말랑한 식빵 한 조각도

바다에서 갓 나온 등 푸른 소름도

저를 끓이는 지상의 솥 안에서 바닥부터 데워지지 않고서는

세상의 모든 저녁과 어깨 끼고 앉는

김 나는 밤 한 상 차릴 수 없구나

 

나는 그대에게 화염이었나

그대가 나에게 수심이었나

뜨듯한 국물에 밥 말아 먹고 그대에게 가는 길

어두워지는 집집의 처마마다

목을 맨 나신의 불빛들이 불도장을 찍고 있다

 

 

 

유월의 아침에

김이진

 

초록향기

진하게 내 가슴을 적시던 날

뜨거운 햇살이 행복에 젖던 날

 

유월의

싱그러운 아침

당신의 가슴을 노크합니다

 

첫사랑의 설렘으로

초록빛 향기를 머금고

붉은 꽃 정열을 닮은 당신의 가슴에

수채화 물감을 진하게 뿌려봅니다

 

누군가

그리운 날에

 

누군가

보고픈 날에

 

연초록이

향기바람을

부르는 날에

 

오늘도

수줍은 당신의 가슴에

물감 내음이 물씬 풍기는

상큼한 초록 편지를 씁니다.

 

 

 

유월의 왈츠

김이진

 

오렌지 빛 햇살이

향기바람과 사랑에 빠졌다

 

그대의

품속으로 들어간다

들꽃들의 속삭임 정겨움이다

 

저 멀리

비탈진 조그만 화전

황금색으로 채색된 보리

유월의 포옹 속에 수채화를 그린다

 

가끔은

파란 하늘 쳐다보며

초록빛 눈망울로 다가가지만

 

흰 구름과

사랑얘기 속삭이느라

아무런 말이 없는 너

 

그 옛날 그리움에

여윈 몸 하늘거리며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너

유월의 왈츠 속으로 빠진다

 

 

 

6월 애상

김재진

 

여름 장대비가 쏟아집니다

온종일 난타를 칩니다

그리웠던 울 동생 소식은

먹장구름 춤사위

처마 꼭대기 사다리 타고

후드득후드득 넘쳐납니다

여름 장대비 속으로

그리운 동생이 내려옵니다

출가를 안 했으니

뉜들 반겨주겠습니까

모진 놈이 뒤뜰로 가서 꺼이꺼이 웁니다

늙은 어미가 볼세라

철부지 막둥이가 볼세라

뒤뜰로 가서 꺼이꺼이 웁니다

바람이 유난히 잦았던 어느 해

신발 가지런히 벗어놓고

바람 편에 몇 자 적어놓고

구름 따라 속절없이 훨훨 날아갔습니다

천년을 산다는 소나무 아래에

못다 한 연을 풀어 피눈물을 뿌렸습니다

이듬해 화사한 춘삼월에

야박한 복 바가지 어찌 그리 모질게

허망하게도 허망하게도 민둥산이 되었습니다

늙은 어미가 볼세라

철부지 막둥이가 볼세라

모진 놈이 뒤뜰로 가서 꺼이꺼이 울었습니다

후련해지도록 아리도록 비웠습니다

장독대 옆에 물망초 한 송이 피웠습니다.

 

 

 

6월의 향기

김재진

 

가까이 다가가면 멀어져 가고

이만치 돌아서면 다가와 주던

6월의 그리운 그 사람이

첫사랑의 향기로 매달린다

 

눈을 감아도 거리를 걸어도

이내 뒤따르던 그 사람의 그림자

그 사람 지금은 무얼 하고 지낼까

전화기 넘어 목소리 한번 들을 순 없을까

 

첫눈에 사로잡힌 건 아니지만

스치는 손길에

다가서는 숨결에

이내 종잇장 같은 떨림...

 

그 사람도 지금에 나처럼

가끔은 내 생각을 할까

새초롬한 새벽 별빛만이

허한 가슴을 타고 쏟아져 내린다.

 

 

 

나의 6월은

김재진

 

산다고 살아지고

죽는다고 죽어지나

괜한 성질머리 하구는

억울해서 어찌 사는가

 

느긋하게 살고 지면

더없이 좋으려나

기운마저 바닥이라

초저녁달도 조는가

 

어진 벗들도 하나들 가버리고

점잖게 남짓이 좋겠냐마는

유유자적은 고사하고

술병만 쌓여가

 

급한 마음에 허우적거려 봐야

소용돌이만 심해지는가

나비처럼 사뿐사뿐 날아서

더디 가면 좋으리라.

 

 

 

이 강산 유월은

김정숙

 

고추나무에 받침대를 세운다 비가 와야지 큰아버지

사촌형 없는 큰어머닌 오늘도 일손이 달린다

묘비 없는 뒷산 구덩이를 아카시아 뿌리 휘감아 들 때

못 박아야지 살아남은 죄

손바닥에 아카시아 가시라도 박아야지

고추나무에 받침대를 세우며

혼자 남아 너무 오래 살았어 큰어머니 한숨소리

자잘한 고추꽃 위로 낮게 깔리며 고추나무 흔들 때

 

삼십 년이 지나도 못 감은 눈 몇 개

밭기슭에 누워 우리를 본다

참꽃 지고도 아직 칡꽃 피지 않은 이 강산 유월은

보리고개 넘어 내리막길

보리밥과 풋고추에 뒤가 급한 내리막길

비탈에 기대어 잠든 조카들의 식곤증 속

 

마을마다 대순이 자란다 조카들의 잠을

쿡쿡 쑤시는 오래된 해골의 뼈마디

이마를 타고 내리는 그들의 희석된 피

저 대나무를 못 자라게 하자 자라면 꺾일 뿐

꺾이면 온몸 피 묻힐 뿐 네 피 내 피 없이

더위에 흐르는 네 땀 내 땀 없이 유월 가뭄에

 

쓰러지지 마라고 고추나무에 받침대를 세우면

이 강산 천지 벗어놓은 뱀 허물이 흐느적거린다

삼십 년이 지나도 못 감은 눈들 불을 켜고

대나무처럼 곧게 자라지는 마라 속삭이는 마을마다

아직도 대순이 자라는 이 강산 유월은

 

 

 

유월이 오면

김정윤

 

초여름 군불 지핀 안방엔

다섯 살 (5) 누에가

마지막 뽕잎을 먹는다

 

쏴 아~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처럼

들려오는 소리에

한바탕 뽕잎 따기 전쟁이

일어나는 유월이 오면

 

조각조각 꿰맨 낡은 보자기

허리춤에 동여매고

돈 털러 가자 시든 어머니

 

밭두렁 좁은 길 따라

오랜 세월 서로를 감싸며

거친 해풍을 막아선 방풍 목

뽕나무 아래 보자기를 깔고

 

잡초 우거진 밭두렁에 앉아

앙상하게 뼈만 남은

늙은 뽕나무 종아리 치는

어머니 어깨 위로

손가락 굵기의 까맣게 익은

오디가 떨어지면

 

돈 떨어졌다며

웃으시든 어머니 생각에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6월도 다 가고

김정희

 

쉬지 않고 달리기만 했던

벌판은 뜨거워졌다.

요란한 생각이

복잡하게 뒤얽혀 맴돌고

꽃이 피고, 피고 지면서

또 피어나고

몸부림치는 삶의 幻影

나직이 쳐다보고

애를 태우다가 쓸쓸하게

돌아가는 욕망의 그림자

마음은 혼란스럽고

피곤하기만 한대,

바쁘게 내달린 길

모른 척 지나쳐버린

아름다운 시간에

감사하지 못한 걸음들이

부끄럽기만 한다.

 

해가 지는 들 길에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나뭇잎들은 조용히

일렁거리고 있다.

 

 

 

유월의 달빛 아래서

김정희

 

살랑이는 바람에 꽃향기 고운 밤

구름 한 점 없이 청명하게 푸른 밤하늘 .

 

엊그제 보랏빛 달무리로 눈물 머금던 반달이

며칠 새 잘 익은 살구 빛깔로 활짝 웃는다.

 

꽃향기 싱그러운 유월의 밤바람에 마음 설레어

고운 달빛을 가슴에 안았다.

설레는 내 마음도 잘 익어 터질 듯한 살구 같다.

 

풀 내음 싱그러운 밤길을 마냥 걷고 싶은 날.

마음 고운 친구여!

저 고운 달빛 아래로 나의 길동무가 되어 함께 걸어 주지 않으련?

 

 

 

유월 들판

김종덕

 

써레질 끝난 논엔

하늘을 가득 인

면경이 광채를 뺏어가고

 

보리밭엔 가을에나 볼 수 있는

황금물결 가득하다

 

왜가리 한 쌍 모판 위에

입술을 비비며

사랑을 익혀 가는데

 

내일을 알 수 없는

사람들만이

물길 갇힌 논 길 위에 쪼그리고 앉아

 

바램이 심장을 뚫고 지나가고

하늘에 불이 붙어

불을 끌 땀조차 말려 버릴까

엉거주춤

비친 하늘을

물끄러미 보고 있다.

 

 

 

유월의 속내

김종덕

 

생기가 넘치고

신록을 더하여

무성하게 빛이나

가까이도 갈 수도 없는 유월

 

천지를 뒤덮은

한 번은

누려 볼만 한

천국

 

숲속은

행복에 넘치는

이야기 소리

웃음소리

졸졸

깨끗함을 채워 가는

원초(原初)의 노래

서로를 찾는 정겨운 소리

 

아픈 상처를 안고도

함께 가는 마음

속이 드러나면

상처도 튀어 오를까

눈물 없는 울음으로

다그치고 있다.

 

훗날

무성함이 세월 따라가고 나면

상처들을 드러내고

대성통곡할지라도

지금의 청춘은

놓치고 싶지 않다.

 

 

 

유월에 피는 장미꽃

김종원

 

또 수탉들 세상이 오나 보다

 

병아리 암탉들 밟고 올라

담장 위로 쫑긋 세운 닭벼슬

 

피는 피를 불러 신명나는 닭싸움

닭벼슬 붉게 물든 담 너머

천하의 수컷들 기싸움 눈싸움으로 웅성거리면

천륜은 반백 년을 잦아들고

해마다 엎드려 땅을 치는 동작동

 

피 먹지 않은 산이 어디 있으랴

유월 청산은 피꽃

 

 

 

유월의 이유

김종제

 

비단으로 수놓은 이 땅의

유월에는

종이 위에 문자로 쓰여진

낡은 경전이 필요한 게 아니다

누구의 말씀보다 더 좋은 것이

우리 마을마다 동네마다

아직 서낭당으로 솟대로 서 있다

대문 열고 들어오면

천장에도 부엌에도 장독대에도

그런 말씀보다 좋은 것이 그득하다

이 땅에 있어야 할 것은

무지갯빛으로 찬란한 이념이나

붉은 깃발로 눈 어지럽히는

사상이 아니다

우리의 산하에는

들꽃 무리 지어 핀 다음에

그 고운 향기가 우물까지 빨래터까지

멀리 퍼져 나가야 하고

우리의 들녘에는

과수 무럭무럭 자라난 다음에

튼실한 열매 맺어

다리 밑까지 달 아래까지

배불리 먹여야 한다는 것이다

쇠 녹이는 그 향기로

생 있는 것마다 고루 쉬어야 하고

마음 죽이는 그 열매로

명 있는 것마다 길게 나누어야 하고

이 땅에 유월이 있어서

무기의 계절이 없어야 하고

금을 그어놓은 철책이 없어야 하고

비무장의 눈빛만 있어야 한다

 

 

 

유월에

김춘수

 

빈 꽃병에 꽃을 꽂으면

밝아 오는 실내의 그 가장자리만큼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도 밝아오는가

밝아오는가

벽인지 감옥의 창살인지 혹은 죽음인지 그러한 어둠에 둘러싸인

작약

장미

사계화

금잔화

그들 틈 사이에서 수줍게 웃음 짓는 은발의 소녀 마아가렛

을 빈 꽃병에 꽂으면

밝아오는 실내의 그 가장자리만큼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에

한동안 이는 것은

천의 나뭇잎이 일제히 물결치는

이유 없이 막아서는

어둠보다 딱한 것은 없다

피는 혈관에서 궤도를 잃고

사람들의 눈은 돌이 된다

무엇을 경계하는

사람들의 몸에서는 고슴도치가 바늘이 돋치는데

빈 꽃병에 꽃을 꽂으면

아내여

당신의 눈과 두 볼에는

하늘의 비늘 돋친 구름도 두어 송이

와서는 머무는가

 

 

 

청보리 익어가는 유월에

김한규

 

대지의 유월은

길목마다

성년식을 마친

초록 함성들의 아우성

 

앵두를 깨문 듯

핏빛 장미의 입술은

이슬을 머금어

쑥부쟁이며 애기괭이눈꽃에게는

고혹적이다 못해

위협적인데

 

구름은

제풀에 도취하여

한 뼘도 안 되는 미색으로

하늘을 유혹하겠다고

앞다퉈 덤벼들고

 

바람은 한가로이

호수에 둘러앉아

뱃놀이를 하겠다며

떼를 쓰나니

 

오호라

청보리 익는 유월이여

생명이 있는 만물이면

어이 너에게

미치지 아니하리

 

 

 

6월의 향기

김해정

 

6월에는

길에 늘어진 신록의 푸르름에

희망의 눈을 뜨게 해주세요

바람이 불고 간 자리

노랗게 물든 보리피리는

향기의 노래를 느슨하게 부르고

낮은 담 위로 햇살이 다가와

옹기종기 모여있는 방아는

보랏빛 꽃잎 길고 둥글게 틔우며

마음을 더욱더 향기롭게 만듭니다

피아노 소리가 심장을 두드리는

유월의 설렘, 추억의 흰 건반 위로

붉은 장미의 웃음이 곱게 들리면

생의 선율 따라 여름은 시작됩니다

그래요. 삶은 그렇게

더불어 살아가는 거예요

복잡하게, 정확하게, 독단적 보다

단순하게 가볍게 내려놓고 비워가며

6월은 사람의 향기가 촉촉이 내리는

여름날의 첫 시작이었으면 좋겠어요

 

 

 

유월의 살구나무

김현식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기억나는 일이 뭐,

아무것도 없는가? 유월의 살구나무 아래에서

단발머리의 애인을 기다리며 상상해 보던

피아노 소리 가늘고도 긴 현의 울림이

바람을 찌르는 햇살 같았지 건반처럼 가지런히

파르르 떨던 이파리 뭐 기억나는 일이 없는가?

양산을 거꾸로 걸어놓고 나무를 흔들면

웃음처럼 토드득 살구가 쏟아져 내렸지

! 살구처럼 익어가던 날들이었다는 생각 하면

그리움이 가득 입안에 고인다 피아노 소리는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 밖엔 비가 내린다

살구처럼, 양산의 가늘고도 긴 현을 두드리던

살구처럼, 하얀 천에 떨구져 뛰어다니던 살구처럼,

추억은 마룻바닥을 뛰어다니고 창밖엔 비가 내린다

 

 

 

유월에는

김희경

 

유월에는

더 사랑하겠습니다

지구별이 태양을 뜨겁게 쓰다듬듯

이 마음도 내달려

그대 가장 가까이 두겠습니다

 

유월에는

더 사랑하겠습니다

짙은 녹음의 숲이 새를 춤추며 어르듯

이 마음에 가장 푸른 옷 입혀

그대 위해 맑은 노래 하겠습니다

 

유월에는

더 사랑하겠습니다

바다가 바람이고 애달프게 달려오듯

이 마음에 더 보고픈 마음 입혀

오직 그대 위해 달려가겠습니다

 

유월에는

더 사랑하겠습니다

하늘이 구름에게 그 마음 이기지 못해

오랫동안 눈물 되어 다가와도

그대 젖은 마음 닦는

새하얀 손수건이 되겠습니다

 

그렇게 유월에는

그대 더 사랑하겠습니다

그대에게 더 사랑이고 싶습니다

 

 

 

유월엔

김희경

 

유월엔

모두가 펄럭인다

 

겨우내 어둡고 시려 하는 나무줄기에 내린

별들이 찍어둔 점 마디마디 돋은 잎사귀

긴 귀를 쫑긋 세우려 하는 것도

뙤약볕이 묶어두려 아무리 쏘아붙여도

바람 한점에 뒤집는 것도

 

잉태한 복숭아 향기만 담으려 해도

자꾸 무언가 가려워 긁고 있는 것도

때로는 창백하고 때로는 붉어지는 것도

 

까마귀 앉아 묵묵히 참선에 들려 해도

눈이 아려 오는 것도

자꾸 깃털이 편지를 쓰는 것도

 

파도가 결코 끈을 놓지 않고

물 위를 물이 겨워도 오르고 내리는 것도

백사장이 아무리 쓸려가도

그곳을 넘지 않는 선이 펄럭이는 것도

 

반 토막 서린 철조망 따위

아직도 홀씨에게는

벽이 아니라고 넘나들며 해맑은 꽃피우는 것도

 

유월이면

모두는 더 펄럭인다

 

다만

안다고만 말하는 사람들에게

아픈 문장들이

따옴표로 펄럭이고!

 

 

 

6월에는

나명욱

 

6월에는

평화로워지자

모든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

쉬면서 가자

 

되돌아보아도

늦은 날의

후회 같은 쓰라림이어도

꽃의 부드러움으로

 

사는 일

가슴 상하고

아픈 일 한두 가지겠는가

그래서 더 깊어지고 높아지는 것을

 

이제 절반을 살아온 날

품었던 소망들도

사라진 날들만큼 내려놓고

먼 하늘 우러르며 쉬면서 가자

 

 

 

유월의 햇살

나명옥

 

고개 돌려

잠시 바라보면

창 너머 햇살이 눈부시다

 

일상의 지루함들 훌훌 털어버리고

지금 이곳에서 조금 떨어진

널 지켜볼 수 있는

그 거리만큼의 설레임이 좋다

 

너와 나 사이에서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그 자리에서

서로를 아쉬워하며

그리워할 수 있는

햇살만큼 빛나

차마 똑바로 쳐다볼 수 없는

그 느낌이 좋다

 

 

 

6월 기집애

나태주

 

너는 지금쯤 어느 골목

어느 낯선 지붕 밑에 서서 울고 있느냐

세상은 또다시 6월이 와서

감꽃이 피고 쥐똥나무 흰꽃이 일어

벌을 꼬이는데

감나무 새 잎새에 6월 비단햇빛이 흐르고

길섶의 양달개비

파란 혼불꽃은 무더기 무더기로 피어나는데

너는 지금쯤 어느 하늘

어느 강물을 혼자 건너가며 울고 있느냐

내가 조금만 더 잘해주었던들

너는 그리 쉬이 내 곁을 떠나지 않았을 텐데

내가 가진 것을 조금만 더 나누어주었던들

너는 내 곁에서 더 오래 숨 쉬고 있었을 텐데

온다 간다 말도 없이 떠나간 아이야

울면서 울면서 쑥굴헝의 고개고개를

넘어만 가고 있는 쬐꼬만 이 6월 기집애야

돌아오려무나 돌아오려무나

감꽃이 다 떨어지기 전에

쥐똥나무 흰꽃이 다 지기 전에

돌아오려무나

돌아와 양달개비 파란 혼불꽃 옆에서

우리도 양달개비 파란 꽃 되어

두 손을 마주 잡자꾸나

다시는 나뉘어지지 말자꾸나

 

 

 

6월에

나태주

 

말없이 바라보아 주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합니다.

때때로 옆에 와 서 주시는

것만으로도 나는 따뜻합니다.

산에 들에 하이얀 무찔레꽃

울타리에 넝쿨장미 어우러져

피어나는 6월에

그대 눈길에 스치는 것만으로도

나는 황홀합니다.

그대 생각 가슴속에 안개 되어

피어오름만으로도

나는 이렇게 가득합니다

 

 

 

유월은

나태주

 

유월은

네 눈동자 안에 내리는 빗방울처럼

화사한 네 목소릴 들려주셔요

 

유월은

장미 가시 사이로 내리는 빗방울처럼

화안한 네 웃음 빛깔을 보여 주세요

 

하늘 위엔 흰 구름 가슴속엔 무지개

너무 가까이 오지 마셔요

그만큼 서 계셔도 숨소리가 들리는걸요

 

유월은

네 화려한 레이스 사이로 내다보이는 강변

쓸리는 갈대숲 갈대새 노래 삐릿삐릿....

 

유월은

 

네 받쳐 든 비닐우산 사이로 빙글빙글 돌아가는 하늘빛

비 개인 하늘빛 속살을 보여 주셔요

 

 

 

6월의 축복

남정림

 

6월에는 장미 백 송이의

축복을 당신에게 보내고 싶어요.

세상이 아직 보지 못한

계절의 주인공이 당신임을 믿기에

반쯤 찰랑거리는 시간의 바구니에

백 송이의 축복을 꽂아 드리고 싶어요.

굳이 연인의 인연이 아니더라도

한 아름의 사랑을 건네고 싶어요.

 

 

 

6월의 언덕

노천명

 

아카시아꽃 핀 6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든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 볼 사람은 없어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어가지고 안으로만 들다

 

장미가 말을 배우지 않은 이유를 알겠다

사슴이 말을 안 하는 연유도 알아듣겠다

아카시아꽃 피는 6월의 언덕은

곱기만 한데....

 

 

 

유월이 오면

도종환

 

아무도 오지 않는 산속에 바람과 뻐꾸기만 웁니다

바람과 뻐꾸기 소리로 감자꽃만 피어납니다

이곳에 오면 수만 마디의 말들은 모두 사라지고

사랑한다는 오직 그 한마디만 깃발처럼 나를 흔듭니다

세상에 서로 헤어져 사는 많은 이들이 있지만

정녕 우리를 아프게 하는 것들은 이별이 아니라 그리움입니다

남북산천을 따라 밀이삭 마늘잎새를 말리며

흔들릴 때마다 하나씩 되살아나는 바람의 그리움입니다

당신을 두고 나 혼자 누리는 기쁨과 즐거움은 모두 쓸데없는 일입니다

떠오르는 아침햇살도 혼자 보고 있으면

사위는 저녁노을 그림자에 지나지 않습니다

내 사는 동안 온갖 다 이룩된다 해도 그것은 반조리일 뿐입니다

살아가면 내 가 받는 웃음과 느꺼움도

가슴 반쪽은 늘 비워둔 반평생의 것일 뿐입니다

그 반쪽은 늘 당신의 몫입니다

빗줄기를 보내 감자순을 아름다운 꽃으로 닦아내는

그리운 당신 눈물의 몫입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지 않고는 내 삶은 완성되어지지 않습니다

당신을 다시 만나야 합니다

살아서든 죽어서든 꼭 다시 당신을 만나야만 합니다

 

 

 

6월에 띄우는 소박한 소망

도지현

 

6월에는

신록이 우거진 숲길을 걸으며

지친 심신 내려놓고

산새들의 노랫소리 들으며

같이 노래할 날 많았으면,,

 

6월에는

장미꽃 곱게 핀 담장 넘어

천진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귓속에

가슴속에 파고들어

사랑으로 아로새겼으면 좋겠다.

 

6월에는

태양의 빛줄기 하나하나가

가슴에서 아름답게 피어

오롯이 실에 꿸 수 있는 언어가 되어

윤슬처럼 반짝이면 좋겠다.

 

6월에는

내리는 빗줄기 하나하나가

행복이 되고 사랑이 되어

비록 흔들리는 촛불일지라도

가슴 가슴에 하나씩 간직했으면 좋겠다.

 

 

 

6월에 쓰는 편지

도지현

 

눅눅한 샛바람으로

몸도 마음도

물 먹은 솜이 되었습니다.

 

물기 머금은 하늘은

금방이라도

한 자락 비를 쏟을 것 같은데

 

내려앉는 하늘만큼

무겁게 하는

현실의 무게로 마음이 아픕니다

 

얼마만큼의 세월 가야

아직 잊지 못하는

그때의 상처가 치유될까요

 

잘린 허리에서 흐르는

멈추지 않는 피

언제쯤이면 멈출 수 있을지

 

괜히 잔기침만 해도

섬뜩한 마음

6월이면 더욱 심해집니다.

 

 

 

유월 소나타

도지현

 

혼자가 아니라서 좋다

누군가가 어깨에 얹은 손

돌아보니 초록 잎새가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날아간다

 

바람 부는 쪽으로 걸으면

고운 향기가 스스로 와서

코끝을, 가슴을 헤집어 놓고

저 혼자 어디론가 가버린다

 

적적하지 않아서 좋다

가만히 있어도 들리는

물방울 튕기는 스타카토가

단조로움 속에서 꿈꾸게 한다

 

물소리, 바람 소리, 새소리는

유월의 숲 사이를 통과해서

고적한 사위를 흔들어 주니

혼자가 아니라서 정말 좋다.

 

 

 

6월의 달력

목필균

 

한 해 허리가 접힌다

계절의 반도 접힌다

중년의 반도 접힌다

마음도 굵게 접힌다

 

동행 길에도 접히는 마음이 있는 걸

헤어짐의 길목마다 피어나던 하얀 꽃

따가운 햇살이 등에 꽂힌다

 

 

 

6, 장미보다 아름다운-느티나무

목필균

 

6월이 흐르고 있다

오늘이 스치고 있다

다 지고도 붉은 농염 거두지 못하는

너를 위해 태양은 이마의 땀을 닦는구나.

 

거두거라. 메말라 일그러져 슬픈 네 입술,

이 뜨거운 햇살 아래 지울 수 없는 것은

저 푸른 느티나무의 넓은 그늘이다.

 

안으로 동여맨 세월의 흔적들로

부피를 더해 가는 느티나무에 기대어

하루를 익히는 심장 소리를 들어라.

 

땅과 하늘을 잇는 피돌기로

정직한 길을 열고

무성한 잎새들이 수런대며 살아가지 않느냐.

 

너는 한 시절을 접고서도 날선 가시를 남기지만

느티나무는 늘 그 자리에 묵묵히

한 해의 허리를 밟고 서 있을 뿐이다.

 

 

 

푸른 유월

목필균

 

내게도

저런 시퍼런 젊음이 있었던가

 

풀빛에 물든 세상

떠들썩한 세상이 온통 초록빛이다

 

흥건하게 번져오는 녹음이

산을 넘다가 풍덩 강에 빠진다

 

푸르게 물든 강물

푸르게 물든 강물이

또르르 아카시아 향기 말아 쥐고

끝없이 길을 연다

 

눈으로 코끝으로

혀끝으로푸른 혈맥이 뛰며

펄펄 살아 숨 쉬는 6월 속으로

나도 따라 흐른다

 

 

 

유월은

박건삼

 

라일락 꽃향기 사라지고

아카시아 흰 꽃 늦은 봄바람 불어

푸른 하늘로 날아오르면

계절의 여왕은 당신의 포로

갓난아기 손같은 은행잎이

백일 지난 아기의 웃음으로 퍼지면

연둣빛은 초록으로 달려가고

파도가 꿈꾸는 철 이른 바닷가엔

이중섭의 유화 속으로 개헤엄 치는 아이들이 즐겁다

 

진달래 꽃 필 무렵에 오마던 그 약속이

오월 단오 창포 꽃 하도록 가뭇없는데

설레며 살아온 계절, 탓한들 한번 가버린 님이 올까만

붉은 꽃잎 떨어진 오후

애잔한 열정을 유혹하는 당신은

차라리 장미의 붉은 입술이다

 

첫 소나기 지나간 오후 무지개 걸린 산하

반쯤 먹다 남은 솜사탕 같은 구름 한 점 산허릴 휘감고

찬란한 유혹으로

잃어버린 청춘을 꼬드기는 당신은

오만해도 아름다운 이름

모란꽃이 피면

어디선가 성미 급한 매미가 파도를 부르고

황포돛배가 사라진 무심한 한강 위로 유람선이 흐른다

 

유월이여!

당신은 얼마나 큰 마법의 가슴이길래

계절의 여왕을 포옹하고 구룡포 가는 길

노고지리 치솟는 오월의 푸른 보리밭을

저리 고운 황금빛으로 바꿔

꿈꾸는 푸른 바다마저 춤추게 하느뇨.

 

 

 

6

박건호

 

이 세상 슬픈 것들은 모두

6월의 산하에 갖다 놓아라

여름으로 접어드는 길목

신록은 우리의 아픈 곳을 덮어 주리라

하늘과 바다와 땅이 온통 하나의 색깔로

노래하는 계절

가난하고 약한 자의 설움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비밀이나

가슴 터지 것 같은 그리움도

풀잎 끝에서 부는 바람이나 되어라

이 세상 슬픈 것들은 모두

6월의 산하에 갖다 놓아라

저 마약과 같은 폭염 속을 걸어가기 위해

일간 여기쯤에서 통곡할 자는 통곡하고

노래할 자는 노래하자

 

 

 

유월 풍경

박광현

 

초록의 싱그러움이 더해져

짙게 물든 검푸른 초록으로

잎이 물들어 가는 유월

 

산속의 노란 꾀꼬리는

제 새끼에게 나는 방법 가리켜

주느라 이쪽, 저쪽에서 울어대고

 

뻐꾹뻐꾹 울어대는 저 뻐꾸기의

울음소리는 오늘따라

왜 이리도 슬프게 들려오는지

 

뻐꾸기 울음소리에 깜짝 놀란

작은 박새가 정신없이 제둥지

지키지 못하고 날아가 버리네요

 

 

 

 

6월의 꿈

박기만

 

봄이 왔다고 좋아했는데

벌써 여름이 오고 있다

꽃구경도 가보지 못하고

 

영화 같은 사랑도 꿈이던가

젊은 시절 다 지나가 버렸으니

내 청춘도 꽃과 같구나

 

산다는 게 무엇인지

세월은 바람같이 흘러가니

가는 세월 어찌 막으리

 

늦지도 이르지도 아니한

6월처럼 거기서만 있거라

내 더는 늙지도 젊지도 않게

 

 

 

6월의 향기

박기숙

 

가까이 다가가면 멀어져 가고

이만치 돌아서면 다가와 주던

6월의 그리운 그 사람이

첫사랑의 향기로 매달린다

 

눈을 감아도 거리를 걸어도

이내 뒤따르던 그 사람의 그림자

그 사람 지금은 무얼 하고 지낼까

전화기 너머 목소리 한번 들을 순 없을까

 

첫눈에 사로잡힌 건 아니지만

스치는 손길에

다가서는 숨결에

이내 종잇장 같은 떨림...

 

그 사람도 지금에 나처럼

가끔은 내 생각을 할까

새초롬한 새벽 별빛만이

허한 가슴을 타고 쏟아져 내린다.

 

 

 

유월 소낙비

박성우

 

청개구리가 울음주머니에서

청매실을 왁다글왁다글 쏟아낸다

청개구리 울음주머니에서

닥다글닥다글 굴러 나오는 청매실

소낙비가 왁다글왁다글

닥다글닥다글 왁다글닥다글 자루에 담아간다

 

 

 

유월에 애환

박윤종

 

유월에 장미향은 작열하는 태양에

스멀스멀 꼬리를 감춘다

 

대자연에 합창이 숲속에서 어르렁거리면

생동하는 내 가슴은 외로움에 파르르 떤다

 

산모퉁이 숨어 있던 보릿자락이

땡볕을 퍼날라 구수함 풍기고

 

절구통 속엔 빈곤만 가득 지친아낙

등가죽엔 땀방울 고이네

흘러가는 유월은 배고픔을 남긴다

 

 

 

6월 아침

박인걸

 

조용히 쏟아지는 금빛 햇살은

주님의 섬세한 손길

살랑이며 스치는 연한 바람은

주님의 맑은 호흡입니다.

끝없는 하늘을 우러러

주님의 무한하심을 보며

의미 없이 바라보던 산들이

오늘은 주님 품으로 다가옵니다.

넝쿨 장미 눈부신 꽃잎에

주님 보혈의 사랑이 가득하고

초록 빛 나뭇잎들마다

성령의 생기가 충만합니다.

가슴 속으로 밀려드는

하늘로부터 내려온 평화가

영혼에 맴돌던 두려움을

깨끗이 걷어 내고 있습니다.

 

 

 

유월

박인걸

 

태양은 머리 위에서 이글거리고

구름도 뜨거워 사라졌다.

달아오른 대지의 열기는

아라비아 사막이 된다.

 

풀잎마다 생명의 에너지를

잔디밭 분수처럼 뿜어내고

치밀어 올린 진액으로

핏빛 꽃들을 피워낸다.

 

숲은 검푸른 빛을 드리우고

새들은 둥지를 박차고 날며

들판을 지나는 바람도

사우나 온탕만큼 뜨겁다.

 

유월은 온통 짙푸르며

푸른 제복의 군대들 같다.

연병장에 모여선 젊은이들의

힘찬 함성 소리만큼 싱싱하다

 

 

 

유월 이맘때면

박인걸

 

산촌 마을에는 꾀꼬리만 울고

멀리서 들려오는 산비둘기 소리가

감자밭 매는 어머니를 슬프게 합니다.

걸어 온 길이 너무나 험해

억울하기도 하고 서럽기도 하여

구슬픈 새소리에도 자꾸만 눈물을 흘립니다.

찔레꽃이 피어날 때면

어머니 가슴엔 주체할 수 없는 복받침이

파도처럼 밀려오곤 합니다.

戰場에서 돌아오지 못한 자식이

긴긴 세월 가슴에 돌처럼 매달려

그립다 못해 빈 가슴을 송곳으로 찌릅니다.

소리 없이 양 볼을 타고 흐르던

그 아픈 어머니의 눈물을

철없던 나는 그때 까마득히 몰랐습니다.

저녁노을이 곱게 물들던 어느 날

엉엉 소리 내어 울던 어머니 울음소리가

반세기가 넘은 지금도 뇌리 속에

녹음테이프처럼 되살아 들립니다.

자줏빛 감자 꽃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밀 보리 이삭이 푸르름을 더해가도

큰 구멍 뚫린 어머니 가슴은

숨 쉬는 동안에 메꿔질 길이 없습니다.

긴 세월이 흘러 맺힌 한을 흙으로 덮은

어머니 묘소 옆에서 오늘도 꾀꼬리가 웁니다.

 

 

 

젊은 유월

박정재

 

진록의 유월에는

온갖 생명이 젊음이다.

풀 향기는 대지를 덮고

꽃 향기는 공간을 채운다.

 

싱그러운 유월에는

결실의 희망이 넘친다.

과수에는 과실이 익어 가고

초목은 벌나비 부르기 바쁘다.

 

역동적인 유월에는

우리 노인도 젊음이다.

자연의 왕성한 생활력은

노인의 마음에 힘을 심는다.

 

 

 

꽃창포 피는 유월

박종영

 

노곤한 유월의 오후

바람의 시간을 홀리는 노란 꽃의 유혹,

헤픈 마음에 사랑을 심어준다.

 

꽃꿀처럼 맛을 내기 위해

노란 깃대를 곧추세우며

강산에 푸름을 수놓는 유월,

 

어느 게으른 오후에는

오랜 그리움의 이별이 서서히 다가오고,

 

아주 당당하게 살찐 기다림으로

눈 흘기는 유월의 꽃창포,

 

노란꽃의 탄생의 이유를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지,

저토록 흐뭇하게 번지는 노란 웃음을 어찌해아 하는지.

 

 

 

유월의 꽃창포

박종영

 

낮은 산허리 감고 밋밋하게

떠도는 안개비 사륵사륵

소담한 산수국 등허리 적시고,

 

푸른빛 밟고 넘는 산천마다

풀국새 뭉개진 울음이 쑥 빛으로 물들고

물봉선 연둣빛 웃음에 마음을 빼앗기는 시절,

 

밭둑 가 애기똥풀이

아장아장 걸어 나오면

더운 바람에 길 내어주고 비켜선 노란 민들레

꽃술에 새벽 별이 흐르면

또르르 영롱한 물방울이 그리움으로 속삭이고,

 

구름을 물고 흐르는 샛강

낯익은 징검다리 반질반질한 얼굴마다

유장(悠長)한 세월이 눌러앉아 등 시린 추억을 다독이고

그제야,

애환의 세월 피워 올리는 유월의 꽃창포

 

 

 

유월의 들꽃

박종영

 

낮은 산허리 감고 밋밋하게

떠도는 안개 사슬

푸른빛 밟고 가는 산천마다

풀국새 뭉개진 울음이

쑥 빛으로 물들고

 

밭둑 가 애기동풀이

아장아장 걸어 나오면

더운 바람에 길 내어주고 비켜선

민들레 가벼운 웃음

 

그제야

등 시린 추억 등에 업고

그리움 밀어 올리는 유월의 들꽃

 

 

 

유월이여

박종영

 

붉은 장미가 숨바꼭질하는 유월,

그 적막한 한낮 오후 외로움 달래려

풋물같은 그리움에라도 젖고 싶을 때,

 

녹색의 산과 들은

무위(無爲)의 색깔로 손짓하며

엎드려 풀꽃의 울음을 들어보라 한다

 

이토록 짙게 깔리는 장미향기와

높게 갠 하늘 푸른 그늘에 홀로서면

애잔한 유월은 풀국새 피 울음으로 설움을 보태고,

 

창망했던 젊음의 강을 건너 이제,

세상 바라보는 능숙함이 절정인데

한없이 식어가는 열정을 탓하지 않는다 해도,

 

, 이름 없는 들꽃 향기같이

풋풋한 바람으로나 흘러가고 싶은 것을,

유월이여!

 

 

 

6월의 풀밭

박진용

 

꼭 접어 마음 깊은 곳에 덮어 두고

잊혀진 옛일이라 다짐했는데

어느새 6월의 풀밭에 나를 눕히고

푸른 하늘에 그의 모습 그려준다

 

그리움

이제는 메마른 서러움

허공에 떠도는 민들레씨의 외로운 흔들림

 

그리움

아직도 빈 마음 설레임

바람에 날리는 쌍 나비의 못다 한 사랑 유희

 

잊혀진 옛일이라 다짐 또 다짐하여도

6월의 풀밭에 남겨진 흔적

잊히지 않으려니, 잊지 못하려니

다시 접어 두고, 내내 마음 앓으려니

 

 

 

유월의 사랑

박효찬

 

유월의 첫 만남

아침 햇살 뜨거움으로

하루의 문을 열고

 

푸른 숲 사이

빨갛게 고개 내민

장미 꽃망울에 인사하며

 

뜨거워져가는 아스팔트 길

열기 속에 헐떡거린다

 

만원 버스 속을 헤집던

그 여름날

갓 피어난 장미에

넋 놓아 울던 사랑

흔적은 바래지고

 

습한 공기가 느껴지는

유월의 첫 만남은

왠지

날 슬펴지게 한다.

 

 

 

6

반기룡

 

푸른 제복 입고

저벅저벅 걸어오시네

 

푸른 면류관에

치렁치렁 매달린

연둣빛 이파리가

벙긋 인사를 하고

 

거북등처럼 투박했던

갈참나무 등허리도

함지박만 한 잎사귀

코끼리 귀 나풀거리듯

시종일관 바람에 맞춰

진양조장단으로 춤을 추네

 

푸른 숲을 헤치며

산새는 유성처럼 날아가고

 

 

 

유월

배귀선

 

푸른 신록 미끄러짐질 쳐올 때

바람에 담긴 6월의 냄새

 

노오란 감꽃 진 자리마다 몽당몽당 열매를 달고

따가운 햇살 한 움큼 바람에

청보리 노랗게 익는 한낮

감자꽃 가득한 흰 들녘엔

느린 걸음의 황소가 지난다

 

뒷산 밤나무꽃 흐드러지게 피면

짧은 밤 뒤척인 졸음을 못 이겨

빛깔 짙어지는 그늘을 빌려 잠시 쉬어가도 좋으리

 

멀리 산자락 마을이 액자 속 풍경으로 걸어올 즈음

나는 유월의 시를 쓴다

 

 

 

6월의 낙서

백설부

 

하나

 

6월의 태양이 토해낸

뜨거운 입김으로

뜨거워질 대로 뜨거워진

아파트 담벼락에 거미처럼

아슬아슬하게 붙어서

연둣빛 페인트칠을 하는

아저씨들의 땀으로 얼룩진

축축한 등을 바라보노라니

덥다고 투덜대던 조금 전의 내 모습이

부끄러워 숨고 싶어진다.

 

 

 

터덜터덜 거리를 걷는다.

커다란 찻소리에 마음도 휘청

정신이 번쩍 난다.

측백나무의 가지런함이 좋고

돌 틈 사이에 피어나 노란 미소를 짓는

씀바귀꽃의 신비로움도 좋다.

 

가로수 밑에 삐죽하게 피어나

언제 뽑힐지 모르는 잡초들의 무성함도

빛바래져 가는 철쭉에 날아든 벌 한 마리도

놓치고 싶지 않은 한 컷.

 

 

 

유월 저녁

서정홍

 

논길을 걷는데

개구리 한 마리가 나를 보고 놀라서

내 키보다 대여섯 배나 깊은 골짜기로 떨어졌습니다.

 

얼마나 놀랐을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을 거야

가시덤불에 눈이나 코가 찔린 건 아닐까?

여기저기 피멍이 들었을 꺼야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개굴개굴 개굴개굴

다랑논에서

개구리 울어댑니다.

 

 

 

동작동 다시 6월에 부쳐

성권영

 

그날,

피범벅 치던 불길

잠잠히 가라앉은 한강

 

저기

임립(林立)한 장안이

꿈결처럼 굽어뵈는 이 언덕에

뻐꾹이 운다

뻐꾹이 운다

동작동

 

누가 그대의 무덤

누가 젊음의 고향을 찾거든

어디를 가리키랴 너희는

 

그 끓는 피

삼천리 전신을 적셔

저마다 심장에 고여

여기

국방색 짙은 녹음 속

솟아오른

이 하이얀 푯말

이 하이얀 푯말

 

누가 우리의 조국을 찾거든

누가 조국의 심장을 묻거든

어디를 가리키랴 너희는

 

외롭고 아픈 날이 있어

다시 6월이 오면

우리 죽음으로써 다시 살아날

6월이 오면

 

오라,

여기 조국의 심장

정의와 자유의 함성이

신록처럼 메아리치는

동작동

이 하얀 푯말 앞에!

 

 

 

6

성백군

 

아직 멀었는가?

숨 막히게 뛰며 올라온 6, 이제 겨우

()의 반, 그러나 그게 정상(頂上) 아닌가

나머지 절반은 내리막길,

저절로 밀려갈 일만 남았지

 

알겠네

산이 푸르고 들이 푸르고 자네가 온통 초록인 것은

유년의 연두도 노년의 단풍도 다 잊고

신명 나게 놀아보자는 것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저 아래 세상은

초원의 바다

춤추는 파도일세 한번 뛰어내려 볼 텐가

 

아닐세

아직은, 지금 이 혈기로

감당 못할 세상에 생각 없이 뛰어드는 것은

초록에 누명을 씌우는 일

연일 보도되는 산속 살인사건, 시체유기를

산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조금만 기다려 보세

산들바람에 등을 맡기고, 산마루

초록 그늘에서 반평생 맺힌 땀을 씻다 보면

그동안 조급했던 마음도 느긋해질 것이고

, , 대추, 머루, 달래, 키우노라고

펄펄 뛰어다니는 6월의 성질머리, 초록도

숙성될 날 있을 걸세

 

 

 

6월 바람

성백균

 

바람이 분다

6월 바람

봄과 여름 샛길에서 이는

틈새 바람이 분다

 

봄 꽃향기 대신 여름 풀 내가

내 몸에 풀물을 들인다

이제는 젖내나는 연두 아이가 아니라고

짝을 찾는 신랑 신부처럼 초록이

내 몸을 핥고 지나간다

 

풀들이 일어서고

이파리가 함성을 지르고

나는 그들과 함께 폭포를 거슬러 오르는 연어처럼

바람을 맞으며 심호흡을 한다.

하다, 바라보면

어느 것 하나 주눅 든 것이 없다

작은 것이나 큰 것이나 잘 섞인 신록이다

서로의 공간을 내어주며 배려하는 적당한 거리

마주 보며 이야기할 수 있는 넉넉한 모습이다

6월 바람이 만들어낸 싱싱함이다

 

서로 사랑하고

때로는 미워하지만 그게 사는 모양이라서

막히면 안 된다고,

벌컥벌컥 봄 여름 소통하느라

6월 바람이 분다.

 

 

 

6월의 언덕

성백균

 

발밑

골짜기를 바라봅니다

울퉁불퉁 초록들이

바람에 출렁출렁 너울집니다

 

내 안에

갇혀있던 까닭 모를 그리움들이

이유도 없이 쏟아져 나옵니다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여기가 정상인데

갈 곳도 없는데 어디든 가야겠다니

거기가 어디입니까

 

저 초록 구렁에

몸을 맡기면 소록소록 잠이 올까요

옆구리에서 날개가 돋아나 바람이 일까요

언덕을 침대 삼아 몸을 누이고

초록 꿈을 꾸고 싶습니다

 

싱싱한 여름을 위하여

위하여.

 

 

 

유월에 읽는 시

송연우

 

땅 위에 백합, 수국, 불두화, 장미...

크고 작은 연못 물 위를

당금당금 걷는 수련이

그대 눈 아래에서 그림자를 반깁니다

 

고요를 딛고 뜨거운 햇살을 안고 피는 저

꽃마다 가진 거룩함이 모두라며

피고지고 흰 구름 지나가며

하얀 그늘을 던질 때도 살짝 웃는 얼굴

내 마음 사로잡아 일으켜 세웁니다

 

세상을 향해도 배운것 없고

그리스도 게시를 받아

성심성월聖心聖月 유월 빛나는 녹음 속

피는 꽃마다 황홀한 시입니다

 

골목길 오가는 사람들도

향기며, 빛깔 고운 꽃잎에 눈길을 걸어놓고

하느님이 빚어내 주신 선물 바라봅니다

나무와 꽃 나도 거듭 나

늘 시작하는 아침이 반갑습니다

 

 

 

유월

송정숙

 

장미는 시들어도

또 오는 이 있으리

 

오라는 이 없어도

나는 또 가리다

 

길 아닌 곳도

내 길이여서

 

천년만년 살 곳 아니라

나는 또 떠나리

 

 

 

유월의 밤

송해월

 

개망초꽃이 많은가 별이 많은가

별이 많은가 개구리 울음소리가 많은가

개구리 울음소리가 많은가

개망초꽃이 많은가

별이 많은가

 

내 안엔,

너를 향한 그리움이 많은가 슬픔이 많은가

아름답고도 셀 수 없는 것들 가득한

유월의 밤. 오늘은 조부님 기일(忌日)

 

별이 총총

송이송이 꽃처럼 아롱대며 빛나는 오늘 밤

조부님께선 새 각시처럼 수줍고 고운

내 할머님 손을 잡고

 

개구리 울음소리 어지러운 논둑길을 지나

집 앞까지, 개망초꽃 흐드러진 들녘

부드러운 밤바람에 별이 흔들리는

저 화 안 한 꽃길 사이로

 

자손들 보러 밤마실 오시겠지.

 

 

 

6월의 청보리밭에는

신경희

 

봄의 계절 문밖에는

청보리의 머리카락을 따주는

여름 햇살의 손끝에

초록이 물들고 있다.

 

바람의 길을 따라

청자색 파도가 일렁이는

청보리밭에는

머리를 흔들며 춤을 추는

 

초록 냄새의 청보리

사잇길을 따라

날개를 펴는

아이들의 맑은 웃음소리

 

싱그러움이 뚝뚝 떨어지는

6월의 청보리밭에는

바람이 휘바람을 불고

푸른 꿈이 날갯짓을 한다.

 

 

 

유월의 노래

신석정

 

감았다 다시 떠보는

맑은 눈망울로

저 짙푸른 유월 하늘을 바라보자

 

유월 하늘 아래

줄기 줄기 뻗어나간

청산 푸른 자락도

다시 한번 바라보자

 

청산 푸른 줄기

골 누벼 흘러가는

겨웁도록 잔조로 운 물소릴 들어보자

 

물소리에 묻어오는 하늬바람이랑

하늬바람에 실려오는

저 호반새 소리랑 들어보자

 

유월은 좋더라, 푸르러 좋더라

가슴을 열어주어 좋더라

 

물소리 새소리에 묻혀 살으리

이대로 유월을 한 백 년 더 살으리

 

 

 

유월의 햇살

신석종

 

지금, 밖을 보고 있나요?

햇살이 투명하고 눈부십니다

누군가 내게 준 행복입니다

 

지옥의 문을 들어서는 공간에

당신과, 하늘에는 햇살이 닿아 있고

땅으로는 지열이 닿아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천만다행입니다

 

여느 사람들처럼

손 잡고, 길을 걷지는 못하겠지만

나보다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당신은 내게 그런 존재랍니다

 

삼월에 새싹 돋고

유월에 곧은 햇살 쪽쪽 내리 꽂히는

이 세상은, 그래서 나에게는

화사하고 눈부신 낙원입니다

 

당신이 오로지 내게만, 문 열어 준

그 낙원에서, 나 살고 있습니다

 

 

 

유월의 수타사

심경숙

 

불두화가 꽃을 피운다

꽃잎과 꽃잎이 어울어져 한송이

찐빵 같은 꽃송이를 빚어내고 있었다

법당 옆에도 스님 요사채 울타리에도

파란 잔디 풀 방석 위에

주렁주렁 매단 불두화꽃

유월의 햇살로 빚어낸 아름다운 꽃

곱고 고운 여 스님 닮은 꽃송이

향내 은은하게 풍기는

유월의 햇살로 쪄내어 놓았다

따끈따끈 방금 쪄낸 꽃송이

뜨거울까 호호 불며

꽃 향에 취해 본다

유월의 수타사 꽃길의 하루

꽃처럼 활짝 웃어본다.

 

 

 

유월의 아침

안국훈

 

살랑살랑 바람이 불면

녹음의 내음 진하게 번지고

한낮 달구어진 햇볕 아래

풀꽃들의 미소 피고 지듯 번진다

 

해오름은 짐승 같은 동작으로

무더위 불러들이고

묵직해진 바람은 먼저 간 꽃들에 대하여

삼가 경건한 마음으로 찾아온다

 

혼자 견뎌온 흔적처럼

가슴속 깊이 뿌리내린 인고의 뿌리

소리 내어 책 읽듯 빗소리 듣고

그 옛날부터 달거리하듯 신내림 중이더냐

 

바람 불어 좋은 날

내 마음은 풍차가 되어

좋은 날을 위해

기꺼이 한 움큼의 꽃씨 심는다

 

 

 

금낭화

안도현

 

6, 어머니는 장독대 옆에

틀니 빼놓고

시집을 가고 싶은가 보다

 

장독 항아리 표면에 돋은

주근깨처럼 자잘한 미련도 없이

 

어머니는 차랑차랑 흔들리는

고름으로

신방에 들고 싶은가 보다

 

 

 

유월에 느끼는 바람의 물결

안상인

 

6월을 유월(逾越)로 생각해 본다

유구한 시류(時流)를 추월하며

유유히 흐르는 삶의 물결은 이러했다

 

농업화로 먹거리 물결을 이루더니

산업화로 편리함 물결로 치닫고

정보화로 더 많이 더 빨리 물결,

 

이젠 창조적 다원화의 물결로

오롯한 하나의 원으로 엮는

글로벌 시대, 지구촌 한 가족,

큰 물결이 몰려오고 있다

 

이 시대적 시인의 사명은

창의적 사유(思惟)의 고뇌를

세미한 가슴결로 느껴

유연한 바람결 파문을 일으켜서

보고 듣는 시물결 파동을

삶의 원동력, 진원이 되도록

시 문화를 키울 때임을 자각함이

 

유월에 느끼는 바람의 물결이다.

 

 

 

유월 장미

안영준

 

작열하는 땡볕 아래

숨을 헐떡거리는 그는

정열의 꽃 기어코 피운다

 

간신히 담을 넘어

그늘 쪽으로

엉금엉금 기어 보지만

천 리 먼 길 순탄치 않다

 

조금은 인내함으로

그 앞에는 밤 그늘이 있고

이슬까지 선물 받으니

황홀경이로다

 

풋풋한 바람 스쳐

진하게 물든 홍장미는

유월이 휑하니 갈까

허공을 휘저으며 황망한다

 

 

 

유월의 눈빛

안정순

 

유월의 눈빛은

푸르름이 가득한 희망으로

우리에게 손짓을 보냅니다

 

유월의 눈빛은

빨간 넝쿨장미의 아픔까지도

고귀한 숨결로 승화 되어

우리 곁에 영원을 약속합니다.

 

유월의 눈빛엔

그 한 맺힌 몸부림과 함성이

피 끓는 열정으로 다가 옵니다.

 

유월의 눈빛엔

저 땅 속 깊은 곳에서 부터

울림으로 용솟음 쳐

우리 곁에 살아 숨쉬기 때문입니다.

 

 

 

6월 장미에게 묻는다

양광모

 

다시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

 

붉은 열망과

푸른 상처를

만지작거리며

6월 장미에게 묻는다

누군가를 다시

사랑할 수 있겠니

 

누군가를 다시

그리워할 수 있겠니

 

누군가의 가시에 콕 찔려

다시 소스라치게 놀랄 수 있겠니

 

 

 

조선의 맥박

양주동

 

한밤에 불 꺼진 재와 같이

나의 정열이 두 눈을 감고 잠잠할 때에

나는 조선의 힘없는 맥박을 짚어 보노라

나는 임의 모세관, 그의 맥박이로다

이윽고 새벽이 되어 환한 동녘 하늘 밑에서

나의 희망과 용기가 두 팔을 뽐낼 때면

나는 조선의 소생된 긴 한숨을 듣노라

나는 임의 기관이요 그의 숨결이로다

그러나 보라, 이른 아침 길가에 오가는

튼튼한 젊은이들 어린 학생들 그들의

공 던지는 날랜 손발 책보 낀 여생도의 힘있는 두 팔

그들의 빛나는 얼굴 활기 있는 걸음걸이

아아, 이야말로 참으로 조선의 산 맥박이 아닌가

무럭무럭 자라나는 갓난아이의 귀여운 두 볼

젖 달라 외치는 그들의 우렁찬 울음

작으나마 힘찬 무엇을 잡으려는 그들의 손아귀

해죽해죽 웃는 입술 기쁨에 넘치는 또렷한 눈동자

아아, 조선의 대동맥, 조선의 폐는 아가야 너에게만 있도다

 

 

 

유월

양전형

 

한동안 침묵하던 내 뼈 속에서

사랑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반란이다

그대가 던져버리고 내가 잊었던 뜨거움이

얄궂은 신경통처럼 창궐하기 시작한다

 

내 심장 빨간 수은주가 길어지는 계절

어영마을 해안도로의 노을은 서글프다

지난 한낮이 서럽다고 눈시울 붉은 하루를 보면

다 핀 꽃이면서 질긴 내 청춘 참 서글프다

 

해거름 차차 졸고 초승달 실눈을 뜬다

그대 문득 바다 위로 부표처럼 떠오른다

어디론가 떠나려는 치열한 눈짓 몸짓

그 자리만 맴돌아야 하는 부표는 늘 아프다

 

그토록 짙은 향기를 내던 감귤꽃들은

눈 맑은 열매를 조랑조랑 매달았는데

그토록 짙은 향기를 내던 우리들의 꽃은 없다

 

 

 

유월 아침에

양해선

 

장맛비 멈칫한 유월 아침

지금쯤 공원길을 걷고 있을 것 같아

가던 길 지나쳐 그리로 달려간다

 

오가는 사람들 중에

닮은 모습이 왜 그리도 많은지

멈췄다 다시 가고

또 멈췄다 다시 가다 보면

어느덧 길은 끝나 가고

 

돌아서려는 순간

건너편 차창에 다소곳이 앉아

먼 곳을 바라보는 그 얼굴

숨이 멎는 듯하여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벌써 고갯길 넘어가는데

서산 모퉁이 끝에서

난데없는 무지개가 피어오르고

접시꽃 만발한 길을

유월 아침이 따라간다

 

그친 비는 다시 내리고

헛걸음일 것을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 가슴이 뛰는 걸 보면

그 그리움의 끝은

아직도 멀긴 멀었나 보다

 

 

 

유월, 그 찬란한 숲으로 가자

양해희

 

청포도알 가득 실은 그리움 안고

은근히, 새파란 초생달로 배 만들어

너울거리는 사랑의 바다, 그곳에 네 전부를 띄워

유월, 그 찬란한 숲으로 가자.

 

한 갈피 한 갈피 추억만 닦고 있는 이여

-연 허공만 매만지는 이여

서둘러라 , 어서 가자

물음표 같은 시선 안고, 어르며

꽃 같은 그리움 애써 다 태우려 하지 말자.

 

먼지처럼 머물지라도

지난날, 묻어 두었던 추억의 잔상

침묵의 바위 깨고,

완숙한 그리움으로 훨훨 비상할 날 있겠지.

 

절실함으로 가득 찬 바람빛 그리움

강물처럼 깊어져,

아차. 너를 두고 가기 전에

초록 풍경의 이름으로 엮어낸 간절함으로

유월, 그 찬란한 숲으로 어서 가자

 

 

 

6

엄원태

 

1

이 초록 공단엔 소음과 매연이 없다

삼 교대 작업반이 연이어 투입된다

소리쟁이 밤과 교대한 지칭개 반이 대충 일을 마칠 무렵이면,

어느샌가 뽀리뱅이 작업반이 한창 작업 중, 뭐 그런 식이다

당연히 태업이나 파업 따위도 없다

일단의 두상화들 수정 공정이 끝나면 전심전력,

꽃대 밀어 올리기 작업이 진행된다

 

 

2

촛불집회가 오십 일재 계속되자,

조뱅이 노조원들이 목화 솜털 같은 두건들을 쓰고 침묵시위에 들었다

소리쟁이 작업반장은 끝내 분신을 기도했다

'대토대물' '딱지' 벽보가 덕지덕지 붙은 모퉁이 담벼락 아래,

햇살 속에서 일어난 일이었다

 

 

3

포도밭엔 콘크리트 기둥들만 남았다

망월동 묘역이거나, 국립묘지 같았다

하지만 애도와 추모는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개망초 전경 열 개 중대가 원천봉쇄에 들었기 때문이다

마구 살포해 놓은 소화기 분말 같은 흰 꽃송이들만 자욱했다

연 밭엔 부평초들이 가득했다

시청 앞 광장 같았다

 

 

4

조립주택 별장 마당엔 접시꽃 기지국이 있었다

서술한 브록담 너머 기우뚱, 쓰러질 정도로 부쩍부쩍 키만 키우는 타전이 있다

마당 한 귀퉁이 능소화도 한창이다

접시안테나로는 미진한 듯

트럼펫 같은 전언들로 가득하다

당신이 오래 거기 없었기 때문이다

 

 

 

유월의 향기

염규식

 

지쳐 버린 하루해는 노을을 토해내고

더운 바람 밀어내고 다가오는 먼 산

내 손에 가득 찬 엄마의 분 냄새

 

짧은 시간 너의 사랑 이토록 서러워서

이별의 아픔 가시마다 맺혔으니

고운 살결 마디마다 사연으로 뭉쳐있고

 

세월의 아우성에 꽃 비 뿌려 화답하니

바람결에 들려주는 너의 과거사

남긴 정 아쉬움에 닫힌 가슴 붉어진다.

 

절반 넘긴 한 해는

아직도 들길 헤매는 내가 가여워

주고 간 살가운 향기, 내 가슴을 애무하고

 

내 눈을 멀게 하는 해지는 먼 산과

옅어지는 노을의 남긴 숨결 내 가슴을 적실 때

바람결에 풍기는 황홀한 미소, 시인을 부른다.

 

 

 

6월을 드립니다

오광수

 

당신 가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한

6월을 드립니다

6월엔

당신에게 좋은 일이 생길 겁니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겨서

예쁘고 고른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얼굴 가득히 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당신 모습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6월엔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자꾸 듭니다

 

당신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6월을 가득 드립니다.

 

 

 

6월 단비

오보영

 

멀어져간 모습

목마름에 바싹 타올랐었는데

지워진 이름

허전함에 텅 비워져 있었는데

가슴을 촉촉이 적셔주누나

마음을 한가득 채워주누나

 

 

 

6월 벚찌

오보영

 

이리도 상큼한데

이리도 달콤한데

더할수록 깊은 맛이 나는데

잎새에 가려

눈에 잘 띄지 않는다고

생김새가 별로

보잘것없어 보인다고

외면을 하네

잠시

눈만 현란하게 하다 떨어져 버린

벚꽃

그 화려하던 모양새 앞으로는

다들 몰려들어

법석을 떨더니만

 

 

 

6월 비

오보영

 

땅속 깊이 스며드는

빗줄기만큼이나

 

울려오는 첼로 선율이

유난히도

 

가슴 깊숙이 파고드는 건

분명

 

땅만큼이나

내 마음도

심히 메말라져 있음이라

 

 

 

6

오세영

 

바람은 꽃향기의 길이고

꽃향기는 그리움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밤꽃이 저렇게 무시로 향기를 쏟는 날,

나는 숲속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체취에

그만 정신이 아득해졌기 때문입니다.

강물은 꽃잎의 길이고

꽃잎은 기다림의 길인데

내겐 길이 없습니다.

개구리가 저렇게

푸른 울음 우는 밤,

나는 들녘에서 길을 잃었습니다.

님의 말씀에

그만 정신이 황홀해졌기 때문입니다.

숲은 숲더러 길이라 하고

들은 들더러 길이라는데

눈먼 나는 아아,

어디로 가야 하나요.

녹음도 지치면 타오르는 불길인 것을,

숨 막힐 덧, 숨 막힐 듯 푸른 연기 헤치고

나는 어디로 가야 하나요,

강물은 강물로 흐르는데

바람은 바람으로 흐르는데.

 

 

 

유월 사랑

오순화

 

아카시 꽃이 나무그늘에 누워

유월이 가더라

 

밤꽃향기 달빛에 애달픈 사랑노래

남기고 지더라

 

찔레꽃 별 빛아래 옛사랑

시를 쓰고 떠나더라

 

이산

저 산 푸른 날

 

저 바다에 섬 그림자 해당화 포옹하고

찔레꽃잎 데려가는 강가에

하얀 면사포같이 흩날리던

유월이 가더라

 

 

 

6

오애숙

 

지난 수개월

무거운 거적 덮고

움막에서 살아가듯

후미진 곳만 찾아

숨바꼭질 했는데

 

계절의 여왕인

오월도 맥 못 추고

줄행랑 쳐 꼬리 감춰

코로나19 바이러스에

그 위력 대단하다

 

6월 창 열었는데

움츠려 들게 하고

몸 사리 게 하고 있어

창살이 없는 이 감옥

언제 해방 될 런지

 

창밖 세상에서는

여름 나뭇가지에서

망울망울 희망꽃 피우며

도란도란 얘기하는데

먹구름 몰려온다.

 

허나 쥐구멍에도

볕들 때 있다고 하니

절망 사라지고 희망이

6월의 화창함 속에

미소하고 있네요

 

 

 

6월 길섶

오애숙

 

아까시향 휘날려

상쾌함 주는 6

생글생글 날개 쳐

해말갛게 웃는데

 

난데없는 바람이

태양열에 녹아져

길을 찾지 못하여

널브진 6월 길섶

 

강줄기까지 말라

갈길 잃은 방랑자

그것도 잠깐이리

긍정의 날개 편다

 

 

 

6월 속에 피어나는 내 사랑아

오애숙

 

내 그대여 6월에는

나 그대에게 있어서

메마른 가슴에 피어나는

그대만의 향그러움 속에

피는 그대 꽃이고 파라

 

내 그대여 6월에는

나 그대에게 있어서

삶의 여울목 속에서도

해맑게 피어나는 향기롬

나 그대 품에 슬고 파라

 

내 그대여 6월에는

나 그대에게 있어서

나 그대 맘속 해그림자로

피어나는 수채화이고파라

내 사랑아 나의 사랑아

 

 

 

6월에 꿈꾸는 희망

오애숙

 

고지를 향해 달려가는 길

험하여 지치고 곤하여도

정신 없이 보낸 세월속에

봄이 가는 줄도 몰랐네요

 

인생사 천년만년 봄인줄

착각하고 살아간 세월 속

청춘 지나고 나서 비로서

맘 한구석이 아쉬워져요

 

세월 왜 이리 빨리가는지

달력 보니 올해도 절반이

손사래 쳐 놀라고 있는 맘

정신줄 잡아 꿈꾸는 6

 

그래, 아직도 절반 이상은

날 보고 있어 운전대 어찌

잡느냐에 따라 극과 극이지

야호, 6월의 들판 파랗구나

 

 

 

6월엔

오애숙

 

유월엔 작은 풀잎이 되렵니다

바람불어도 크게 흔들리거나 꺾이지 않는

나만의 뜰에 뿌리박혀 있는 엉겅퀴 뽑아

얼키설키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을

맘에 골고루 푸른 희망 잔디 입히렵니다

 

 

 

6월의 기도

오애숙

 

오 주여!

풀잎의 아침이슬 잠 깨어 쪼로록 싱그런 꽃물결 속에

유월의 해맑음 나래 펴 생명참으로 휘날리고 있는 들판인데

땅속 피 비릿내의 절규! ~울려 퍼져 가슴 치며 통곡하는 유월입니다

! 주여

울 어머니 그 어머니, 울 아버지 그 아버지 억겹의 한

동족상단 비극의 참사!! 부메랑으로 가슴 치는 한의 물결

우리 모두에게 대물림 되어 피 비릿내의 한! 심연 속에 휘날려 파고칩니다

! 주여

이제나 저제나 자유 물결 학수고대로 넘 노는 한겨레 한

훈훈한 바람결로 자유의 물결 언제나 한마음의 한얼 되련지요

풀잎의 이슬 아침창 여는 싱그런 해맑음으로 나래 펴 학수고대 합니다

! 내 주여

황사 이는 북녘의 하늘 밑에 6월의 장미 향그럼으로

자유의 물결 새롭게 피어 스며낸 그 향기로 함께 세계 만방에

태극기 휘날리며 웃음꽃 피울 것 기대로 맘속 희망의 꽃물결 바라보오니

! 내 하나님

그 잔인했던 피비린내 내님의 향그럼으로 새롭게 바꾸사

자유의 물결과 생명찬 희망의 꽃물결로 조국의 아침 창 활짝 열고

파라란히 한얼 속에 푸른 바다물결 속히 이루시길 두 손 모아 기도합니다

 

 

 

6월의 어느 날

오애숙

 

화사한

꽃내음의

훈풍이 열돔밀려

 

들녘이

울상이네

눈인사하고 있어

 

온누리

생그러움의

푸른 바다 이련만

 

 

 

6월의 장미

오애숙

 

봄이 익어갑니다

초여름의 뜰 안에서

한 떨기 홍장미꽃 피어

불타오르는 정열속에

휘날리고 있네요

 

나 그대 바라 볼 때'

용광로 되어버린 마음

이글이글 붉게 타오르더니

천년을 하루처럼 살아도

홍장미 사랑 되고파

 

작열한 태양광으로

그 사랑 박제시키어서

유월의 들녘에 피어나

뜨거웁게 영원한 사랑

가슴에 노래합니다

 

 

 

6월의 창가에서

오애숙

 

이 아침 아파트 뜰 안에서는

눈부신 해맑음 속에 장미의 행진

웃음꽃 피우며 6월을 노래해요

 

지난겨울 때 아닌 장미 피어

애초로 워 움트는 싹 잘라 던 기억

그 덕에 초봄 되어 새순 돋아나

 

자기 세상 보란 듯 만들어

내가 가장 예쁘거든 의시 되며

향기로 꽃과 나빌 부르네요

 

지금 내 맘에서 웃음 짓는 건

장미의 화사한 웃음 속 피어나는

첫사랑의 향기 내 가슴 열기에

 

그 사람 어디서 뭘 하는지

잔잔했던 내 심연의 호수 속에선

파문 일렁여요 아~보고 싶다고

 

 

 

6월의 희망참으로

오애숙

 

반짝이는 고~운 햇살

살짝~쿵 미소할 때면

아기순 올망졸망 앉아

~운 꿈 날개 펼쳐요

황사 이는 들녘에서도

검불 덤이 헤쳐 나와

파아란히 우뚝 일어나

갈맷빛 향 그럼 펼쳐요

웃음 짓는 6월의 길섶

당당하고 호탕함으로

우리 모두 만세 부르며

힘차게 푸른들 달려요

 

 

 

6월이 참 좋아요

오애숙

 

6월엔 푸른 물결

가슴에 차고 넘쳐요

싱그런 들판처럼

 

내 맘 가득 차오르는

갈맷빛 향기롬으로

소망 넘쳐오고 있어

 

날아가는 소망 속에

뭔가 꼭 이룰 수 있는

용기가 생겨납니다

 

아주 덮지도 않고

그렇다고 춥지도 않아

내겐 맞춤복 같아요

 

 

 

6월 창 열며(들장미 길섶에서)

오애숙

 

청춘 지나갔으나

사랑은 6월의 들녘처럼

싱그럼이고 싶어라

 

이팔청춘 때엔

늘 내게 함박웃음으로

푸른 날개 어깨에 달아

속삭이는 환희였지

 

젊음이 좋은 건

사윈 나목 맘으로 품어

사랑꽃 피는 나무 만들어

향기롬 휘날릴 수 있네

 

청춘 다 보내고 서야

귀한 게 사랑이라 여기어

유월의 태양광에 달구워

새롭게 피고 싶어라

 

6월의 갈맷빛 길섶

이슬 머금고 피어나는

빨간 들장미처럼

 

 

 

옛 그림자 부메랑 되는 유월

오애숙

 

금빛 햇살 쏴~아라라라

살랑 이는 유월의 아침에

갈맷빛 휘모라 치는 유월

 

잘 직조 된 날실과 씨실의

하모니에 물과 빛 공기가

만들어 내는 기상 현상 중

 

천상의 아름다운 예술로

부채처럼 활짝 핀 무지개

가슴에 품고 들판 날지만

 

바람 따라 강물 따라 흘러간

세월의 아픈 상처 유월 속에

동족 상단의 한 부메랑 되어

 

겨레의 숨결에 희도는 애환

살아 숨 쉬고 있어 계속되는

그때의 악몽 악의 축 됐는지

 

꼬릴 물고 정치 판 뒤엎으며

술렁 되던 오월의 물결 지나

유월의 우둠지에 넘치는 평강

 

~아라라 싱그럼 살랑이나

유리창에 비치는 유월의 잔상

아 어찌 잊으랴! 세월 흘러도

 

 

 

유월의 결심

오애숙

 

우리네 인생이란

태어나는 동시에

시간 속에서 산다

시간이라는 변수

때가 되지 않거나

물오르지 않아도

때를 기다려보자

마음을 다스리며

유월의 우듬지에

조용히 눈감고서

새해 결심 다독여

다시 발돋움 한다

인생 여정 다하는

그날까지 맘으로

시간 다스리자고

 

 

 

유월

오인숙

 

아침을 깨우는 새소리에

창문을 활짝 열고 유월을

반항 없이 반긴다

 

상큼하고 신선하게 달려오는

너를 두 팔 벌려 반긴다

가는 오월도 다가오는 유월도

내게 모두 소중하다

 

아름다운 풍경과 좋은 사람과

만남의 시간은 짧기만 한 것

세월이 내가 좋아하는 팥빙수를

둘이서 퍽 먹듯이 푹푹 준다

 

아껴 먹고 싶은 팥빙수 같은

세월이여 내가 먹지 않아도

녹아내리어 맛이 없듯이

사용하지 않아도 시간은

잘도 간다

 

유월을 통팥과 과일이

잔뜩 들어간 팥빙수를 먹듯

맛나게 살고 싶다

아껴 먹고 싶은 유월이여

 

 

 

유월의 바다

오필선

 

노을이 떨어지는 저녁

붉게 물드는 수평선을

홀로 바라보는 것은 피해야 한다

그것이 유월의 바다라 할지라도

 

몽돌을 맨발로 밟거나

무너지지 않을 모래성을 쌓거나

맥없이 부서지는 포말을 눈에 담으면

자칫 석양에 데는 것도 모자라

붉은 태양을 용암으로 토할지도 모른다

 

뜨거움을 재우려 잠기는 불덩이를

무심히 뒤돌아본 서쪽 바다로

하마터면 너의 얼굴같이 붉어진 갈증을

울컥 쏟아 낸 적도 있었음을

 

그 치명적인 심연의 시간은 피하는 게 좋다

 

 

 

눈물의 유월

유한나

 

유월의 숲은

돌 보는 이 없이도

푸르게 뻗쳐오르고

나는 꽃그늘 아래서

뻘겋게 뭉개지며

한숨만 구름처럼

얕게 흩고 있습니다

고운 목소리로

그를 찬미하여도

오리의 걸음처럼

유월은 기우뚱거립니다

가파른 계곡의 물처럼

황망스럽게

쫓기우듯

나는 가지만

머물며 행복한 것들은

얄밉게 웃고 있습니다

꽃피고 져도

쓸쓸했던 숲 가득이

연한 잎사귀들 새록새록 넘쳐나도

나는 홀로 눈물의 유월입니다

억센 풀잎처럼 가슴을 베며 스쳐 가는

유월은 핏물 묻어나는 상처입니다.

 

 

 

유월의 노래

윤갑수

 

녹음이 우거진 대지를 향해

햇살은 따갑도록 얼굴을 달궈도

그대 여울진 미소가 향기 가득

구릿빛 건강함이 귀에 걸려있다

 

한낮 더위가 기승을 부려

금새 땀방울이 이마에 맺혀

또르르 구를 것도 같은데

 

울타리 넘어 다붓이 핀 넝쿨장미꽃

고운 얼굴 드리운 여인처럼

반기우니 그대 뜨거운 나신은

망부석이 되어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유월은 정열의 꽃처럼 사랑을

키우는 꿈 많은 젊음의 계절이

우릴 부르고 있다

 

 

 

6월 편지

윤보영

 

6월에는

편지를 적겠습니다.

푸른 들판처럼 싱싱한

내 그리움을 몽땅 꺼내놓고

초록편지를 적겠습니다.

 

미소도 있을 테고

안타까움도 있겠지만

마음 가는 대로 적어지게

그냥 두어야겠습니다.

 

편지를 다 적고 나면

다시 읽지 않겠습니다

적힌 대로 보내겠습니다.

 

편지를 적고 있는 지금

보고 싶어 눈물이 핑도는 이 순간도

편지의 한 부분이 될 수 있으니까요.

 

6월에는

적힌 대로 그대에게 보낼

초록 편지를 적겠습니다.

답장 대신

그대 미소를 생각하며

바람편에 그 편지를 보내겠습니다.

 

 

 

6월의 현혹(眩惑)

윤영초

 

밀려오는 구름 사이로

가슴 떨림 같은 바람이 불고

싱그러운 유월의 지붕들이

한나절 일광욕을 즐기듯

따사로운 햇살에 눕고

초여름의 문이 활짝 열린다

 

다가오는 유혹이

하얀 속살 태우듯

햇살이 익어간다

지나가는 발걸음

그림자로 길게 누워

애틋함으로 물들어

눈부신 유월은

뜨거운 현혹(眩惑)이다

 

살랑이는 미풍으로

녹음의 손을 잡고

근사한 몸짓

왈츠를 춘다

나뭇잎 사이로

파랗게 파랗게 멍들어

푸른 강물로 출렁인다

 

 

 

윤 유월

윤용기

 

윤 유월의 60 갑자

찾을 수 없어도

그때의 매미 소리는

아직도 창창한데

무심한 세월만이 우리를 삼켰구나

질고의 환란

소스라쳐도

변함없는 무궁화의 그 자태

그 아름다움 간직하였네라.

 

영겁의 세월 켜켜이 흘러도

오매불망

민들레 꽃잎 되어

환한 세상의 등불 되었네라.

 

아 아

윤 유월의 60 갑자 찾을 수 없어도........

 

 

 

유월

이대형

 

유월에는

싱그러운 산딸기만큼 붉고

새콤달콤한 매실만큼 푸르며

잘 익은 수박만큼 달콤하여라

 

유월에는

유두절 물맞이만큼 청량하고

활짝 피어난 수국만큼 성숙하며

향기로운 장미만큼 아름다워라

 

나의 유월에는

철없이 들뜬 아이처럼

끓어오르는 태양처럼

높푸른 하늘 세상처럼

하루하루 온통 푸르고 열렬하여라

 

 

 

유월에는

이도연

 

당신은 지금

사랑을 하고 계십니까?

유월에는

사랑의 거리를 좁혀보자

 

화가 나면

소리를 지르게 되고

마음의 거리는

멀어진다

 

사랑을 하면

속삭이며

마음의 거리는

가까워진다

 

소리의 크기는

서로의 관심이자

사랑의

거리이기 때문에

 

작은 속삭임으로

부드럽고 따스한 목소리가

들릴 수 있게

마음의 거리를 좁혀보자

 

 

 

유월의 사모곡

이도연

 

유월의 꽃향기가

자지러지게 진동하는 어느 유월에

가버린 사랑에 부치는 유월의 편지를 씁니다

당신을 그리는 마음이

꽃향기 만큼이나 가슴 깊이 진하게 배어납니다

 

하늘과 땅이 정반대인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단 한 번도 떨어져 본 적이 없답니다

지평선과 수평선은

언제나 하늘과 서로를 포개어 누워 있기 때문이지요

 

당신과 내가 서로 다른 길을 가더라도

늘 그랬던 것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동행을 하고

길 위를 걷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서로는 언제나 그림자 같은 존재여서

발끝에 몸을 드리우고 흔들리거나 비틀거릴 때도

소리 없는 존재감으로 나를 지켜 주었지요

 

당신이 지구 반대편에 있다 하더라도

어느 곳에 있든 중요하지 않습니다

뜨거운 연민의 정을 느끼며

언제나 당신의 기억 속에 머물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존재가 곧 나의 존재이며

당신의 삶의 의미가 곧 내 삶의 의미이기 때문에

분신일 수밖에 없음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그리움 속에 존재하는 당신이지만

언제나 당신을 위하여

두 손을 모아 낮은 목소리로 기도를 합니다.

 

오늘 유난히 유월의 하늘이 시리도록 아름다워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고여

꽃잎처럼 바람에 날려 유월의 슬픈 편지를 적십니다.

 

 

 

유월

이둘임

 

여유 부리던 봄

상승기류에 자외선으로 빨려들어

태양은 빨갛게 익어가고

바람은 붉은 꽃잎처럼 뜨거운 쉼 내쉽니다

 

황금빛 출렁이는 보리밭

어린 벼 춤추며 찰랑거리는 논물

들판은 농부의 땀방울로 채워지는데

 

일 년의 한복판

계절의 한복판

어느새 부쩍 자란 산과 들 검푸른 모습으로

낯선 이방인 되어 우뚝 서 있네요

 

눈이 부시고

살갗 따가운 계절

하얀 새 모시 갑옷 걸치고

유월의 상흔 /임종봉

 

 

 

오월에 화려했던 장미가

 

덧난 생채기로 타들어 간다

 

 

 

가쁜 숨 몰아쉬는

 

바랜 모습의 옅은 향기는

 

햇볕에 타는 갈증으로

 

더욱더 서럽게 매달린다

 

 

 

지켜보던 하늘도 속 타는지

 

빗물 한 움큼 뿌려주는데

 

 

 

젖은 잎새에 상처 감싸며

 

바람결에 동행을 거부하는 몸짓은

 

연신 도리머리 치며

 

검붉은 피눈물로 떨어진다6월 마당으로 가 보렵니다.

 

 

 

유월 맞이

이둘임

 

달빛 사이 나부낀 꽃잎은

청춘과 낭만을 노래하며

연정에 부풀어

 

피고 지고 또 피우며

환희에 찬 웃음으로

희망을 토해내더니

 

퇴근길 아파트 길목에는

꽃잎 잃어버린 나무가

우뚝 서 있었다

 

꽃이 지나간 자리에는

태양을 맞이할 겹겹의 옷을 껴입고

뜨거운 유월을 기다리듯...

 

 

 

유월의 현상

이둘임

 

밀어붙이는 상승기류에

여유 부리던 봄은

자외선으로 빨려 들고

 

뿜어내던 향기와

꽃의 여정이 사라져 가는 계절

들판은 농부의 땀방울로 채워져 갑니다

 

뜨거운 산과 들

사계절의 한복판

눈이 부시고 태양은 점점 익어가며

 

바람은 꽃잎처럼

뜨거운 쉼 내쉬고

여름이 사는 곳 흉내를 냅니다

 

 

 

유월의 하늘

이명순

 

바다가 떠있는 하늘엔

조각조각 흐르는 님의 발자국이

검게 무리 지어 가고 있다

 

그 바다엔

청춘의 넋이 노래하고 춤을 춘다

 

기약없는 내 청춘은 이미 버린지 오래

너를 위한 나의 미래는 저당잡혔다

다시 못 올 황금의 땅을 위한

우리의 외침, 피의 절규

 

그 바다에 묻혔다

그 바다가 물거품으로 거둬갔다

미리내의 바다에 우린 잠겼고

네게 줄 희망별만 쏘았다

 

별이 떨어진 여기 이 땅위에

별꽃이 피어났다

 

 

 

6

이명희

 

통퉁 살이 오른 비상의 꿈을 향해 깃을 세우며

소리 없이 날아가는 새 한 마리

초여름 창을 열어 놓습니다

그대 누구를 힘들게 한 적이 있었다면

편안한 느낌으로 저벅저벅 숲으로 걸어가

악수를 청 하십시오

뜨거운 맥박을 식히며 쥐똥나무 푸른 꿈을 꾸는 듯

초원을 도닥거리는 소리 들리지 않습니까

놓치면 안 되었던 안타까운 순간들이

나무 등걸에 꽂혀 푸른 열매를 키우고 있습니다

푸름으로 치장한 숲 길에 꽃을 피운 찔레꽃 향기

하얗게 번지는 6월에는

바람의 그리움을 따라 걷고 싶습니다

미로처럼 어지러워 몽롱했던 아픔 부풀어 오를 즈음

우렁우렁 서있는 나무그늘에 앉아 쉬고 싶습니다

화평의 숲에서는 지울 수 없는 것도 없고

용서 못할 것도 없을 것 같습니다.

 

 

 

유월

이문재

 

개구리 소리 자욱해지고 얕은 논물

기분 좋게 떨린다 저녁은 모낸 논 위로

교회당 종소리들 띄엄 던지게 한다

굴렁쇠 굴리며 달려 나간 아이는

언덕길 위로 떠오르지 않고

아직 느슨한 어둠이 굴뚝으로

밥 짓는 연기를 빨아 마신다

 

귀에 들어간 물을 뺄

돌을 갖다 댈 때의 따스함처럼

불이 들어오는 풍경

 

 

 

우리의 유월

이문조

 

우리의 유월은

저 담장 위에 붉게 피어난

줄장미처럼 아프다

아니 줄장미 뾰족한 가시처럼 아프다

 

젊디 젊은

청춘들의 뜨거운 붉은 피가

아직 식지 않았는데

아직 마르지 않았는데

 

우린 잊었다

까맣게 잊었다

아주 먼 나라의 일인 양

어느 영화 속의 한 장면인 양

 

아직도

원수의 총부리는

우릴 겨누고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는데

우린 너무 여유롭구나

 

아픈 유월이여!

슬픈 유월이여!

 

우리 다시는

슬픔의 아픔의

유월을 만들지 말자.

 

 

 

비에 젖은 유월

이문희

 

지금 내가 선

목이 마른 녹음방초

시든 자리엔

달디 단 비가 내려요

 

싱그러운 유월

청보리 밀밭 사이로

산꿩의 젖은 울음소리

눈물 같은 비가

 

반짝이는 소금 발

늘 푸른 비린 바닷가

애가 타게 가다리던

짜디 짠 비만 옵니다

 

비 오는 밤앤

임 오시는 발자국 소리

핏멍든 사무친 그리움

아픈 한숨만 녹아내려요

 

 

 

유월이 가면

이민영

 

유월이 가면

님이 자고 간 숲으로 나도 자면서

이 글을 드립니다

 

그것은 유월이 가면

어느덧 푸른 잎사귀 사이

잎들 속에서 잠을 자던 우리들의 날들과

친구가 되신 이파리에 그대 꽃을 피우고

 

뒷동산 싸리밭에는

 

파란 하늘 여름 잔별만큼이나 가득한 사연들이

이슬로 내려오시는 그대를 보려

님 곁을 서성거리면서

이 글을 드립니다.

 

봄이 오던 날부터

봄이 가는 날까지

봄의 연인으로 오신이여

봄을 노래 한 연인이셨는데

이제는 다가가 만질 수 없는 아득한 그리움

나의 사랑 그대입니다

 

그대 그리움은 별이 되고

별들은 봄을 보내 눈물이 되고

눈물은 비가 되어

님을 감고

 

오늘따라 내리는 비는 따뜻한 그대 눈물

진초록으로 맺힌

비가 되신 그대 사랑을

나는 온몸에 적셔 가면서

먼 산 북망 아래 그대 생각으로 넘쳐 어느새

강줄기 깊은 폭포수가 됩니다

그래서 마음결 굴곡처럼 깊어진 그대 강물은

한 아름 가득 세상을 이고 이제는 기억이 되고

생각이 날 때에야 생각하는 것으로 오신 님이 시라

드리는 제 말씀은 기도가 됩니다

 

언제나 님을 기억한 싸리 하얀 풀꽃들은

밤 어두움이 새벽의 하늘을 수놓은 놀무리가 될 때까지

님 이야기로 맴돕니다

 

잊을 수 없는 님이기에 다가가지 못하고 곁에 맴돕니다

같이 할 수 없는 행복은 서러운 아침이 되고

님 사시는 동리에 와 차마 뵈올 수 없어 행복만을 빌다 가는

밤새워 자신만을 태우며 새벽밥을 짓는

하얀 연기가 되어 하늘로 오릅니다.

사랑하며 소중히 하려는 숭고한 자세는

내 내 하늘바람이 되면서 찬 이슬로 내립니다.

그대가 되신 새벽녘 안개로 님의 체취를 느낍니다

 

동서남북으로 흩어진

노래는

자취를 찾아 어두움이 새벽이 될 때까지

 

마른 가지를 떠나지 못합니다

 

마른 가지 위에는

잎도 피우지 못하는 겨울날 생채기인 체로

그대 그리움을 안고 있습니다

 

 

 

유월

이상국

 

내가 아는 유월은

오월과 칠월 사이에 숨어 지내는데

사람들은 잘 모르고 그냥 지나간다.

유월에는 보라색 칡꽃이 손톱만 하게 피고

은어들도 강물에 집을 짓는다.

허공은 하늘로 가득해서 더 올라가

구름은 치자꽃보다 희다.

물소리 종일 심심해서

제 이름을 부르며 산을 내려오고

세상이 새 둥지인 양

오목하고 조용하니깐

나는 또 빈집처럼 살고 싶어서 . . .

 

 

 

유월의 이승

이상국

 

아내의 생일을 잊어버린 죄로

나는 나에게 벌주를 내렸다.

 

동네 식당에 가

고기 몇점 불판에 올려놓고

비장하게

맥주 두 병에

소주 한 병을 반성적으로

그러나 풍류적으로 섞어 마시며

아내를 건너다보았다.

 

그이도 연기와 소음 저 너머에서

희미하게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승에서는 더 이상

데리고 살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6

이수경

 

우리가 학교에 오면

앞산 아까시나무 꽃향기,

쥐똥나무 꽃향기도

함께 학교에 온다.

우리랑 같이

공부하고

우리랑 같이

하이얗게

운동장에서 뛰논다.

찔레꽃 향기도

따라와

우리랑 같이

축구하고

고무줄뛰기 한다.

 

6월이 되면

 

 

 

6, 그리움

이승철

 

장마 소식 앞세우고

싱그러운 바람 한 줌

망초꽃, 꽃대궁 사이를

나비처럼 누빈다

 

한강 둔치

갈대밭 풀숲에는

텃새들의 음모(陰謀)

은밀하게 자라고

 

텅 빈 벤치엔

땡볕에 말라비틀어져 나뒹구는

한 조각, 희미한 추억 속으로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리는 6

 

척박(瘠薄)한 가슴속엔

어느덧 민들레꽃이 지고

해체된 기억의 파편들이

아픈 살점을 도려내어도

 

시퍼렇게 멍든 강물을 가르며

베이스 한 소절로 유람선이 떠난 후

헤어지는 아쉬움으로 멈칫거리다

낮달로 뜨는 6, 그리움.

 

 

 

유월

이시영

 

저녁 무렵 아카시아 숲에 통쾌한 소나기 내리다

천 리 밖 어둠 속에서 어슴푸레 잠긴 눈으로 어미 젖을 빨던 송아지란 놈이

후다닥 뒷문을 차고 나와 마당 가운데 홀로 우뚝 서겠다

 

 

 

유월엔 보리바람 슬프다

이영균

 

노곤한 유월의 긴 햇살

봄꽃을 분주히 다 보내고

밭보리 익어가는 소리 평온하다

 

바람 누런 보리밭 가는 길

논두렁 뚝 찍어 끝나는 곳엔

찔레꽃 소담한 소솔길이 있다

 

뻐꾸기 푸르도록 울음 길고

아카시아 향기 자옥한

길게 쏟아진 햇빛의 비명 깊은 숲

 

찔레가시 찔린 손으로 꽃 쥐어주던

그날 이후 햇살이 긴 유월엔

누렇게 불어오는 보리바람이 슬프다

 

 

 

6월의 숲

이영지

 

6월의 숲은

웃자란 싱싱한 웃음꽃이

땅이 안 보이도록

빼곡히 들어선다

 

웃음 키가 한창 웃자라

파아란 세상을 만들어 놓고

햇빛 꽃을 반짝반짝 피운다

은색 꽃을 우아하게 펼치며

파아란 파도로 쏴아아 숨 쉬는 자랑

 

숨 쉴 때마다

새로 돋는 새순이 앞 장서

지휘할 때마다

새들의 노랫소리가

하늘에 울려 퍼진다

 

 

 

산나리꽃

이오덕

 

빨간 앵두알이 가게 앞에 보이는

유월이면 동무야, 산나리꽃 보고 싶다.

감자알 자꾸 굵어 가는 이런 한낮에

누릇누릇 익어가는 산비탈의 밀 보리,

밀 보리 배릿한 냄새 바람에 실려 오는

밭둑엔 찔레꽃 인동꽃 흐드러지게 피고,

이초강 이초강 이초강 이초강......

온통 귀가 멍하도록 울어대는 보리매미들.

아버지께 갖다 드릴 찐 감자

보퉁이 들고 쳐다보던 그 산,

그 산에는 지금도 칡덩굴이 엉켜 벼랑을 덮고

살구나무 참나무 환한 그늘마다

주황빛 빨간 웃음 짓고 있는가, 산나리꽃.

까만 오디 열매 가게 앞에 보이는

유월이면 동무야, 산나리꽃 보고 싶다.

 

 

 

6

이외수

 

바람 부는 날은 백양나무 숲으로 가면 청명한 날에도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귀를 막아도 들립니다

저무는 서쪽 하늘 걸음마다 주름살이 깊어가는

지천명 내 인생은 아직도 공사 중입니다

보행에 불편을 드리지는 않았는지요

오래전부터 그대에게 엽서를 씁니다

서랍을 열어도 온 천지에 소낙비 쏟아지는 소리

한평생 그리움은 불치병입니다

 

 

 

외로운 유월

이원문

 

뒷산에 소쩍새

앞산마루 뻐꾹새

하루 건너 날마다

그리 울어야 하는지

 

비라도 내리면

그 울음 멈추고

마당 끝 앞 논에

개구리의 울음

 

그 논뱀이 귀퉁이에

맹꽁이는 안 울을까

뽕나무 위 청개구리도

밤새워 울었다

 

 

 

유월 마음

이원문

 

여름의 문턱 초여름

밤꽃 향기 내려앉고

뒷문 밖 옥수수

무럭무럭 자란다

 

뽕나무 찾는 아이들

우물둥치의 빨간 앵두

이 빨간 앵두는 누구의 것이며

뽕밭 차지에 누가 먼저 뛰어갈까

 

뽕밭 가는 다랑이 논

뜸북새 울고

그 밭 기슭 뻐꾹새

아이들 부른다

 

 

 

유월의 꿈

이원문

 

바람 시원히 저무는 오월

뽕밭의 오디 하루가 다르고

퍼렇던 앵두 벚 붉게 물들인다

지는 꽃 피는 꽃 기다림의 유월

유월은 어느 꽃이 어떻게 수놓을까

그렇게 기다렸던 봄이었었는데

 

떠나는 오월 찾아오는 여름 문턱

누가 먼저 두드릴 여름의 문턱일까

먹을 것 많은 달 밤골 밤꽃 수놓으면

그 향기 뽕밭 자락 울타리로 스며들 것이고

모내기의 누렁이 소 어찌 그 향기를 모를까

보리밭 양지 녘 햇살 따갑다

 

웃음 가득 하나 둘 저 아이들 찾는 뽕밭

한 곱이 넘기는 보릿고개의 즐거움인가

꽃동산의 파란 하늘 초여름 꽃 아름답다

아쉬움에 떠나는 봄 구름 위에 얹어지고

저 춤 띄우는 버드나무 바람에 즐거우니

떠나는 봄 오는 여름 노을빛에 젖어든다

 

 

 

유월의 낭만

이원문

 

어느 꽃이 피고 질까

봄의 꽃 보릿고개 넘어

사랑 따라가버리고

언덕배기의 여름꽃

풀숲에 숨어 있다

지는 꽃에 떠난 봄

봄은 언제나 그렇게 떠나야 했나

초여름 밤꽃 향기 내려앉는다

 

이 밤꽃 지고 나면 뜨거운 여름

추녀 끝 제비 새끼 날갯짓에 즐겁고

모내놓은 들녘 논 바닥 덮는다

이제 잃은 봄에 완연한 여름

유월의 초여름 며칠이나 될까

칡꽃 떨어지면 더 뜨겁고

마지막 뜸북새 찾아오는 날

보내는 초여름 봉숭아꽃 기다린다

 

 

 

유월의 들녘

이원문

 

모내기 끝난 들녘

바람 시원하고

벌어지는 벼 포기

논바닥 덮어간다

 

아카시아꽃 날리던 날

꽂아놓은 모인데

그 며칠 뿌리 내려

이 논 바닥 메워 가나

 

조금 더 있으면

뜸북새 우는 들녘

점심나절 뻐꾹새 울음

언제 멎을까

 

오디 따던 아이들

들길 따라 들어오고

울 밑의 빨간 앵두

아이들 발 묶는다

 

 

 

유월의 적막

이원문

 

냇둑 길 접어드는

유월의 파란 들녘

논길 따라 걷는 길

뜸북새 숨어 울고

한 나절 기울도록

뻐꾹새 안 떠난다

 

적막의 이 들녘 길

논 밑 물꼬 물소리

휘젓는 송사리 떼

무엇을 찾으려나

풀숲의 메꽃 송이

접힐 듯 접혀진다

 

 

 

유월 장의 노을

이원문

 

보리 방아 찧어 항아리에 가득 하고

벌어지는 벼 포기 하루가 다르다

바쁜 손의 쉴참 며칠이 될까

텃밭에 풀은 그대로인데

 

돌아오는 그믐장 사람 구경이나 갈까

칠홉 부은 항아리의 쌀 얼마만큼 떠 내야 하나

한 말은 이발소 줘야 하고 서너말은 꾼 것 갚고

그러면 바닥에 얼마 안 남을 것인데

 

반 말을 퍼낼까 한 말을 퍼낼까

살 것 많은 그믐 날 장 무엇을 사야 하나

양잿물에 바느질 실 어머니의 박하 사탕

생선 한 손 집으면 얼마나 남을래나

 

살 것 많은 셈 안의 장 무엇을 얼마나 사나

무거운 마음의 장터길 인 보리쌀 짖누르고

앉아 쉬어 가자 하니 뻐꾹새 울음 멀어진다

오는 이 가는 이 인사 하기 바쁜 길

 

장터 안 들어서니 눈 안의 것 다 사고 싶고

엿장수의 가위질 다른 한곳 각설이타령

약 장수 넋살에 장 안 한 바퀴 둘러보니

기다리는 아이들 눈에 밟힌다

 

무엇을 사고 안 사야 하나

집안 식구 한 마디씩 어떻게 듣나

저물녘 오는 길 산 그림자 길어지고

뜸북새 울음 멎은 듯 노을 져 간다

 

 

 

텃밭의 유월

이원문

 

봄이라 하던 때가

엊그제였었는데

그 봄이 언제 어디로 갔나

샛대문 밖 텃밭 그늘

아침나절 비켜서고

이것저것 심은 채소

잘도 자라는구나

 

상추에 쑥갓 시금치 부추

고추 포기 밑씨 뿌린 열무

엷다란히 하루가 다르고

옥수수에 참외 수박

심은 감자 켔으니

마늘은 안 뽑을까

자라는 오이 손마디에

 

뿌린 팝씨 실파 되니

이 손으로 모종 해야 되겠지

많지는 않아도 모종에 뿌린 씨앗들이니

누구 거둬 먹이려 이 부지런을 떨었나

없는 살림 그 살림에 그렇게 기른 아이들

덥다 하는 그 초 중복 날 이 에미 보러 오려나

할미 찾을 손주 놈들 보고 싶구나

 

 

 

유월이여

이은경

 

갑자기 기억의 깊은 강

저편에서 북소리 들린다.

피비린내 나는 오월이 지나

기억의 숲은 유월의 북소리와 함께 하누나.

나를 부르는구나.

그대여.

유월이여.

저문 강의 일어섬이여!

 

 

 

6

이정화

 

사방이 풋비린내로 젖어 있다

 

가까운 어느 산자락에선가 꿩이 울어

반짝 깨어지는

거울, 한낮

 

초록 덩굴 뒤덮인 돌담 모퉁이로

스르르 미끄러져 가는

독배암

등줄기의 무지개

너의 빳빳한 고독과

독조차

마냥 고웁다

 

이 대명천지 햇볕 아래서는

 

 

 

유월에게

이준호

 

가지 우거진 소나무 숲 한편에

살포시 땅을 고르고 앉아

세상일 다 접어두고

너의 일상이 되고 싶다.

눈을 감으면 멀리

넘실대는 바다가 보이고

코를 실룩댈 때마다

저만치 하늘이 다가와 서는

참으로 고요한 세상에 살아

종일토록 너를 만나고 싶다.

 

입술은 마르지 않고

연실 촉촉한 이슬처럼 빛이 나고

가져가 대는 손아귀마다 가득

햇살로 넘쳐 나서

들이쉬는 숨마다 온통

너의 푸르름이고 싶다.

머릿속에 온통 실타래처럼 얽힌

분주한 세상의 기억들과

이름 없이 떠도는 얼굴들은 모두

너의 언덕에 잠시

내려놓고 싶다.

 

그리고는

다리를 꾀고 앉아

너의 숨결 같은 따스함에 젖어

숨구멍마다 신록을 틀어쥐고

머리끝으로 전율해 오는

너의 하늘 속삭임에 취해

내 살아온 세상은 잠시

너에게 맡기어 놓았다가

너를 보내야 하는 그날, 반쯤만

거두어 가고 싶다.

 

 

 

6

이창호

 

지난 달력 한 장을 찢어 손바닥에 접어 올리니

손바닥 위에서 지난 5월이 너무나 작고 가벼워집니다

유리창에 물방울처럼 톡톡 웃음을 퉁기는 아침

알맞게 물이 오른 6월이 현관문이 열리자

펼쳐준 종이의 여백을 열고 여름 나무들이 들어가 앉습니다.

한 잎 두 잎 그리움의 잎사귀가 늘어갈수록

종이 위에서 사연들이 더욱 푸르르 갑니다

 

당신, 지난 5월에는 달력 한 장 무게만큼

편히 지내셨는지요? 여기 6월의 첫날 아침을

그려 보냅니다

 

색다른 배경으로 깊어지는 창 밖 세상이

숲 속처럼 맑아지는 거리에서 온갖 사물들이

밝은 조명을 단 아침 하늘 아래 주렁주렁

저마다의 녹음을 매달고 걸어 다닙니다.

 

 

 

6, 그 아침의 햇살

이채

 

매일의 아침이라도

오늘은 더욱 맑고 푸른 아침이로다

디오게네스의 햇살을 생각하네

바로 그 햇살이로다

알렉산더도 비켜서야 했던 빛

삶의 소망보다 더 소중한 빛, 그 빛이로다

신은 무슨 재주로 날마다

이 아름다움을 끝없이 만들어 내는 것일까

 

반은 지나고 반은 남은 6, 그 아침의 햇살

모처럼 나의 하늘을 바라보네

세월의 몸에

잎이 무성해질수록 흔들림은 잦고

세월의 무게에

하루는 바쁘고, 점점 땀 흘리는 시간 속에서

한 번이라도 누구에게

6, 그 하루의 아침처럼

그 아침의 햇살처럼

따스함으로 다가간 적이 있던가

기쁨의 빛이 되어준 적이 있던가

 

산 너머 구름 속으로

무리 지어 날으는 새들이 정겹다

 

 

 

6월에 꿈꾸는 사랑

이채

 

사는 일이 너무 바빠

봄이 간 후에야 봄이 온 줄 알았네

청춘도 이와 같아

꽃만 꽃이 아니고

나 또한 꽃이었음을

젊음이 지난 후에야 젊음인 줄 알았네

 

인생이 길다 한들

천년만년 살 것이며

인생이 짧다 한들

가는 세월 어찌 막으리

 

봄은 늦고 여름은 이른

6월 같은 사람들아

피고 지는 이치가

어디 꽃뿐이라 할까

 

 

 

6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이채

 

꿈이 있는 당신은 행복합니다

그 꿈을 가꾸고 보살피는 당신은 아름답습니다

바람이 높아도 낮아도

그 바람을 가다듬으며

한 그루 꿈나무에게 정성을 다할 때

숲을 닮은 마음으로

흙을 닮은 가슴으로

햇살은 축복이요 비는 은혜입니다

 

기쁨이 클수록

눈물이 깊었음을

꽃 지는 아픔 없이는

보람의 열매도 없다는 것을

어느 날의 하루는 지독히 가난했고

어느 날의 하루는 지독히 외로웠어도

슬픔도 괴로움도 견뎌야 했던 것은

꽃 같은 당신의 삶을 사랑했기 때문이리라

 

누군들 방황하지 않으리오

누군들 고독하지 않으리오

방황 속에서도 돌아와 누운 밤

그 밤의 별빛은 그토록 차가웠어도

고독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아침

그 아침의 햇살은 더없이 눈부십니다

 

믿음이라는 가치 앞에

당신의 삶은 겸손하고

사랑이라는 가치 앞에

당신의 삶은 진지합니다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인내의 걸음을 늦추지 않는 당신

그런 당신을 나는 진실로 사랑하고 싶습니다

 

 

 

6월의 빛 공원 의자에 앉아

이채

 

밤새 바람이 머문 자리

관절염 앓은 노부부

허기진 생의 끝머리에 앉아

가랑잎으로 옷깃을 깁는다

초록 이파리 사이로 훔쳐본 하늘

빛은 먼 곳에서 왔다가

햇살로 산화되어

중중모리장단으로 너울거리다

뱀 비늘 같은 나뭇잎

아름아름 불 질러 놓고

휘모리장단 되어 밀려가자

담장을 기어오르는

놀란 넝쿨장미

일제히 횃불 켜든다

 

 

 

중년의 가슴에 6월이 오면

이채

 

사는 일이 힘들어도

아니 살 수 없는 사람이여

저 바람인들 불고 싶어서 불겠는가마는

성숙이 아니라면

하늘 비는 어느 땅을 적셔야 하리

 

세상이 야속하고

사람이 섭섭해도

해님은 마냥 눈부시고

꽃들은 그저 웃기만 하는데

아침의 신부는 다만 공허한 저녁이네

 

나무를 보고 숲을 알지 못하고

숲을 보고 산 말하지 못하니

한평생 부르는 사람의 노래가

한낱 새소리만 못함이던가

 

물을 보고 강을 헤아리지 못하고

강을 보고 세월을 가늠치 못하니

인간사 제아무리 위대하여도

자연만 못함이더라

 

 

 

6월엔 내가

이해인

 

숲속에 나무들이

일제히 낯을 씻고

환호하는 유월

 

6월엔 내가

빨갛게 목 타는

장미가 되고

 

끝없는 산향기에

흠뻑 취하는

뻐꾸기가 된다.

 

생명을 향해

하얗게 쏟아 버린

아카시아 꽃타래

 

6월엔 내가

사랑하는 이를 위해

더욱 살아

 

산기슭에 엎드려

찬비 맞아도 좋은

바위가 된다

 

 

 

6월의 숲에는

이해인

 

초록의 희망을 이고

숲으로 들어가면

 

뻐꾹새

새 모습은 아니 보이고

노래 먼저 들려오네

 

아카시아꽃

꽃 모습은 아니 보이고

향기 먼저 날아오네

 

나의 사랑도 그렇게

모습은 아니 보이고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네

 

눈부신 초록의

노래처럼

행기처럼

나도

새로이 태어나네

 

6월의 숲에 서면

더 멀리 나를 보내기 위해

더 가까이 나를 부르는 당신

 

 

 

6월의 장미

이해인

 

하늘은 고요하고

땅은 향기롭고 마음은 뜨겁다

6월의 장미가 내게 말을 걸어옵니다

 

사소한 일로 우울할 적마다

"밝아져라"

"맑아져라"웃음을 재촉하는 장미

 

삶의 길에서

가장 가까운 이들이

사랑의 이름으로

무심히 찌르는 가시를

다시 가시로 찌르지 말아야

부드러운 꽃잎을 피워 낼 수 있다고

 

누구를 한 번씩 용서할 적마다

싱싱한 잎사귀가 돋아난다고

6월의 넝쿨장미들이

해 아래 나를 따라오며

자꾸만 말을 건네옵니다

 

사랑하는 이여

이 아름다운 장미의 계절에

내가 눈물 속에 피어 낸

기쁨 한 송이 받으시고

내내 행복하십시오.

 

 

 

6월을 걸어가며

이향아

 

6월의 숲은 성년의 아침

그들은 윤무를 추듯 서로의 어깨를 겯고

멀고도 깊은 하늘을 받들어 섰다

얼마나 오랜 묵상으로 저토록 푸르렀을까

수도자처럼 의연한 안색

기도하는 것처럼 결곡한 몸짓

고개를 숙이고 몸을 굽힐 때의 저 숙성함

우러러 사모할 때와 나부낄 때의 저 지극함

유월의 숲길을 걸을 때면 저절로 목소리가 낮아진다

혹시 흉이라도 잡힐까 봐

아침저녁 다른 내 변덕을 들키고

사소한 근심걱정 그칠 날 없는 좁은 소견을 들키고

무질서와 번잡과 소요를 들킬까 봐

숲길을 걸을 때면 나는 옷매무시를 가다듬는다

나무들이 수런수런 잎을 건사하면서

제 몫의 타고난 아량으로 비바람을 막고

뿌리와 내통하며 씨앗을 품는 동안

나는 어디서 무얼 하고 있었는가

유월 숲길을 걸을 때면

움도 싹도 가당치 않아라

허공의 쓸쓸한

이름 하나 마주친다

 

 

 

6월 풀밭을 걷노라면

이향아

 

6월 풀밭을 걷노라면

예서 졔서 휘파람 소리가 난다

휘파람도 이겨 먹을 피리 소리가 난다

, 파파

피피,

, ,

 

6월 풀밭을 걷노라면 향기로운 말들

푸나물, 푸새질, 푸르고 푸른

풋사랑, 풋콩, 풋내 풋풋한

6월 소리들은 퍼런 물줄기

풀피리, 풀각시, 풀망태, 풀섶,

풀무질, 풀무치, 풀싸움까지

 

지난밤 흘린 하나님의 눈물이

천지사방

''''자 말씀에 내려

아직 먼 가을 무명밭까지

모두들 거기 가서 목화꽃이 피려는지

 

6월도 한복판 휘휘 둘러보면

챙챙 부서지는 놋쇠 징소리

너도나도 잠기려고 야단들이다.

숫제 꽹과리가 되려는지 난리들이다

 

 

 

가는 유월을 부르며

이훈강

 

소매를 걷어올리고

어딜 바삐 가시는가

잠에서 깬 모습

푸르다, 푸르다

차라리 비장한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누굴 찾아가시는가

깜깜한 땅속에서

몇 달을 기다리다

생명을 낳아

잎새를 키우더니

자라지 못한

꿈마저 접어둔 채

뜨겁게 타버릴

바다 찾아 가시는가

시원한 나무 그늘

매미 소릴 들어보고

도란도란 정겨운

이야기도 나눠보고

노을을 바라보며

웃음도 지어보고

낮잠을 자다가도

늦지 않을 한해살이

옷고름도 못 채우고

어딜 바삐 가시는가

 

 

 

유월 연가

임성택

 

중천에 걸린 태양

빛살에 곱게 빚어내

나뭇잎에 드리우고

 

푸른 잎 유월 상달

흰 사시나무 가지

초록 이슬 머금었다

 

살랑 이는 하늬바람

커져만 가고 있는

그리움들 그 하얀빛

 

외로움에 떨고 있는

임에 가슴 자리로

어찌 달래서 옮기나

 

 

 

유월의 노래

임승천

 

창 열면 밀려오는 시원한 바람결

푸른 산과 들 유월의 맑은 바다여

창 밖엔 그리움이 바람처럼 밀려오고

내 마음에 들려오는 그대의 사랑 노래

 

창 열면 밀려오는 유월의 바람결

푸른 마음속 유월의 빛난 바다여

창 밖엔 그대 모습 구름 따라 달려오고

내 마음에 돌아오는 그리운 그대 모습

그리운 그대 모습

 

 

 

6

임영조

 

언제쯤 철이 들까

언제쯤 눈에 찰까

하는 짓이 내내 여리고 순한

열댓 살 적 철부지 아들만 같던

계절은 어느새 저렇게 자라

검푸른 어깨를 으스대는가

제법 무성해진 체모를 일렁거리며

더러는 과격한 몸짓으로

지상을 푸르게 제압하는

6월의 들녘에 서면

나는 그저 반갑고 고마울 따름

가슴속 기우를 이제 지운다

뜨거운 생생의 피가 들끓어

목소리도 싱그러운 변성기

저 당당한 6월 하늘 아래 서면

나도 문득 퍼렇게 질려

살아서 숨 쉬는 것조차

자꾸만 면구스런 생각이 든다

죄지은 일도 없이

무조건 용서를 빌고 싶은

6월엔

 

 

 

6월의 꿈

임영준

 

깨물어볼까

퐁당

빠져버릴까

 

초록 주단

넘실대고

싱그러운 추억

깔깔거리는데

 

훨훨

날아보아도 될까

 

 

 

6월의 향기

임영준

 

찬란한 아침이면

족하지 않은가

 

가만히 있어도

응어리진 채 떠난 수많은 이들에겐

짙은 녹음조차 부끄러운 나날인데

남은 자들은 여전히 들끓고 있다

 

게다가 어찌 모두

빨간 장미만 쫓고 있는가

 

그래도 묵묵히

황허한 골짜기를 지키고 있는 건

이름 모를 나무와 한결같은 바람인데

가슴을 저미는 것은 풀잎의 노래인데

 

유월에 들면 잠시라도

영혼의 향기가 느껴지지 않는가

 

 

 

유월의 담장

임인규

 

머리끄덩이 움켜잡는 손

갈퀴 진 날카로운 손톱

잡아채 사정없이 돌려라!

얽어매고 떨쳐 매고

뻗어나가

영역을 확보하라!

 

제일 좋은 자리는

정상에 우뚝 서는

그 자리가 최고무대다

올라라! 사정없이 올라라!

고지는 바로 머리 위에 있다.

 

바보같이 히죽거리며

중간에서 머무는 얼굴

정상은 그리 멀지 않아

억척스럽게 기어올라

첫 무대의 영광을 차지해라!

 

서로 협력해서 담장을 잡고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넝쿨 장미꽃의 물결들

유월의 담장은 장미들의

붉은 전쟁터이다.

 

붉은 물결은 여인의 유혹이다.

붉은 장미는 여인의 본능이다.

보여주려는 사랑받으려는

그들의 이유 있는 항변

유월의 담은 붉은 혁명이다.

 

 

 

유월의 조국

임인규

 

몇 개를 넘어야

산에 산을 만나지 않나!

힘없는 조국

백성들은 슬프다.

 

내가 내 소리를

내지 못하는 메아리처럼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맛 물린 살들이 아프다.

 

삼천리금수강산

피로서 지킨 나라

유월이 오면

목이 매캐해져 온다.

 

이념과 이념이

갈라놓은 반백년 세월

이제는 기억해야 할

전쟁은 더 이상 없다.

 

또다시

자식과 함께 대립하는

또 하나의 조국

태극의 청. 홍이 운다.

 

무궁화 피고 지고

동해물이 마르는데

힘 있는 조국

그 소원이 가슴을 친다.

 

 

 

유월을 맞이하며

임재화

 

지금은 새벽 한 시

유월이 시작되는 첫 주말

하는 일은 매번 같은 것 같아도

 

마음만큼은

예전 같지를 않아서

그냥 무덤덤이다.

 

이제 이순이 멀지 않고

가까이 다가오는 나이의

유월 초하루 첫 주말 새벽

 

다시 한번 마음공부

언제나 게을리하지는 않으리라

스스로 다짐을 해봅니다.

 

 

 

유월의 노래

임재화

 

한 줄기 시원한 바람이

이마를 간질이며 지날 때

나른한 수양버들 여린 가지

혼자서도 말없이 춤을 춥니다.

 

싱그런 바람이 불어오면

솜털같이 하얀 수양버들 꽃잎이

지나가는 길손의 어깨 위로

살포시 내려앉아요.

 

흑장미 한 송이가

따가운 햇볕 앞에서

요염한 모습으로 군림할 때

 

유월도 어느새 시작되어서

초여름의 싱그러움으로

온 세상을 초록빛으로 수놓았습니다.

 

단오 명절이 있어 창포로 머리 감고

그네 뛰는 여인네들과

모래판에서 씨름하는 남정네들의 모습은

 

이제는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은 아니건만

아직도 민속 명절 단옷날이 기다려집니다.

 

한낮의 따가운 햇빛이

반짝이는 개울가에서

성급한 아이들 풍덩 풍덩 때 이른 멱감고

 

강태공 낚싯대의 번쩍이는 낚싯바늘은

푸른 호숫가에서 말없이 춤을 추듯 원을 그리며

유월의 노래를 부른답니다.

 

 

 

유월 풍경

임재화

 

저만치서 산들바람이 불어오면

하얀 개망초 꽃송이 하늘거리고

깊은 계곡 길 구비 돌아가는데

깎아지른 바위 절벽 좁은 틈에서

굳건하게 뿌리내린 작은 소나무

늘 푸른 모습으로 생명 지키고

 

계곡을 가로지르는 구름다리 옆

늙은 밤나무 한 그루 우뚝 서 있어

어느새 밤꽃 송이 피어납니다.

 

 

 

유월의 상흔

임종봉

 

오월에 화려했던 장미가

덧난 생채기로 타들어 간다

 

가쁜 숨 몰아쉬는

바랜 모습의 옅은 향기는

햇볕에 타는 갈증으로

더욱더 서럽게 매달린다

 

지켜보던 하늘도 속 타는지

빗물 한 움큼 뿌려주는데

 

젖은 잎새에 상처 감싸며

바람결에 동행을 거부하는 몸짓은

연신 도리머리 치며

검붉은 피눈물로 떨어진다

 

 

 

유월

임종호

 

갓 백일 된 아이

그 토실한 몸매

물장난 즐기고

살 오른

진초록

산과 들로

큰비 되어 내린다

 

 

 

6월의 천사

장수남

 

그대 떠난 빈자리

흰 빛 장미 한 송이 피워놓고

유월 하늘 촉촉이

젖어있었다.

 

그대는 유월의 천사

아름답고 더 소중한 임의 노래는

사랑의 시가 되어

유월의 하늘아래 단비

내리리라.

 

하늘이여!

그대 고귀한 희생으로

지켜온 조국

역사는 뜨겁게 포옹하리라.

 

하늘이여!

그대 피우지 못한 젊은 날의 꿈은

사계절 오천만개의 가슴속에

영원히 피우리라.

 

 

 

유월, 그 예언의 천둥번개는

장진숙

 

더위가 일찍도 찾아오더라니

열대야 현상에 잠 설치고 일어난 아침

아파트 단지가 설설 끓었다

불에 데인 듯 소란했다

에미들 에그머니나 놀라 동이 난 쌀이며

라면을 찾아 동동거릴 때 수영도

에어로빅도 노래교실도 작파하고 품절된

통조림과 Gas를 찾아 정신없을 때

아이들은 주차장에서 피융피융 신나게

서바이벌 게임을 즐겼다 오후엔

한동안 중단되었던 민방위 사이렌이

서둘러 눈 부비며 달려 나오고 고층 건물 위로

군용 헬기들이 굉음을 몰고 지나갔다

전쟁이 터지면 총 들고 나서겠다며 아비들은

삼삼오오 모여 앉아 늦도록 한숨 섞인 술잔을 기울였다

무료하고 심심한 이방인에겐 재미도 있을 거야

이왕 만들어 놓은 무기 팔아 치부도 하고 싶겠지

2년 전 우리가 불꽃놀이 구경하듯 걸프만 하늘

화사하게 수놓던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을

느긋하게 즐기며 지켜보았듯 그렇게

여유 있게 CNN뉴스 기다리겠지

지도를 펼치면 한점 소흑성 같은

너무도 작아서 슬픈 나라, 찢어져 서로 헐뜯는

우애라곤 씨알도 없는 서러운 나라

그 나라를 둘러싸고 손뼉 치며 싸움 부추기는

이방인, 그대들은 누구인가

부글부글 끓는 울화에 더위마저 기승을 떨던 늦은 오후

어디선가 갑자기 잠자리 잠자리 떼 새까맣게

허공을 메우며 가로 세로 날아올랐다

어리석은 인간들을 비웃듯 용용 죽겠지 약 올리며

강변 쪽으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말잠자리 떼

그들이 남기고 간 구겨진 하늘을

복도 끝에 오래 서서 지켜보았지만

벌떼처럼 소란했던 예언의

천둥 번개는 치지 않았다

 

 

 

6월 들판

전태련

 

숲 향기 층층이 내려앉는 유월

사래질 쳐놓은 무논에

뻐꾸기 울음소리

농부보다 먼저 또박또박 모를 낸다

갯가 물푸레나무 낮게 처진 가지 걸치고

둥지 튼 붉은머리오목눈이 바쁘게 들락거린다

그 둥지엔 난데없는 뻐꾸기 새끼 한 마리

털도 없는 빨간 날갯죽지로

주인이 없는 틈을 타

그의 알들을 밖으로 밀어뜨리고 있다

누가 가르쳐 주었는가 뻐꾸기의 본능적 살의

벌레를 물고 온 오목눈이의 머리가

통째로 들어갈 만큼

찢어지라 벌린 그의 입 속으로

먹이를 넣어 주는 천진한 새보다

뼈뼈에 새겨지고 세포마다 박힌

뻐꾸기의 생존 법칙이 더 슬픈 것을

 

남의 둥지 빌리듯 나도 어쩌면

너의 밥그릇 조금 훔치고

너의 목숨도 잠시 빌려 입는 것인지도

꿈틀거리는 아카시아 뿌리 아래

어린 모 밑둥치 살지는 소리

남의 손에 키운 새끼 부르는

어미 뻐꾸기 울음소리에 무논의 모 빛깔 짙어지고

둥지가 부서져라 자라는

남의 새끼 먹여 살리느라

오목눈이 눈이 한 뼘이나 들어가는

살아가는 일로 푸른 비린내 질펀한

들판,

뻐꾸기 소리 무심하다

 

 

 

유월

정숙

 

산앵두

종일 해바라기 하다 들켜

낯 붉히며 초록 이파리 뒤 숨는데

아까 입맞춤하려다 따귀 맞은

바람이 가지 후려치고 휙 돌아선다

그 바람에 이미 농익은 이스랏이 후드득

풀잎이라도 파고든다

점점 달아오르는 유월의 햇살

눈에 보이는 기 없어

어린 모개 열매를 새리 찔러댄다, 덩달아

뱀딸기 눈알 새빨갛게 핏발 세운다

밤꽃이 소로소로 비린내를 내려보내면

칡넝쿨들 서로 한 몸띠로 엉켜

숨질 사나분 유월의 산을

씩씩거리며 오른다

 

* 이스랏 ; 앵두의 옛 이름

* 소로소로 ; 살금살금의 옛말

 

 

 

유월 그리메

정숙자

 

풀각시

윤기 흐르는

유월 초하루

 

늘상 구겨져

그림자 골 깊은

압구정동의 태양

 

그러나

盤浦川 따라

지렁이도 산책하는 오솔길엔

王羲之의 서체로 벋은

덩굴장미의 방화

 

꼬깃꼬깃 간직한

이름 하나

꺼내지 못하는 여염이건만

 

어느 귀신의 호리병

열렸음일까

정수리 금 가도록 부푸는 하루

 

 

 

6월의 눈동자

정연복

 

198964

햇살 밝고 고왔던 날

 

능동 어린이대공원

호젓한 나무 벤치에 앉아

 

그윽이 나를 바라보던

순한 눈빛에서

 

이 세상 가장 맑디맑은

호수를 보았지

 

지상에 살면서도

순수의 하늘빛 담고 있는

 

착한 영혼의 꽃

티 없이 아름다운 눈동자.

 

고독한 내 청춘에

신께서 보내주신 최고의 선물

 

() 없이 죄 없이

살랑살랑 춤추는

 

유월의 연녹색

이파리들같이 해맑은

 

하늘 호수

당신의 눈동자.

 

 

 

유월의 산

정연복

 

산의 말없이

너른 품에 들어서서

 

유월의 푸른 이파리들이

총총히 엮어 드리운

 

그늘진 오솔길을 따라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면

 

내 몸에도 흠뻑

파란 물이 든다

 

각박한 세상살이에

옹졸해진 마음이

 

풍선처럼 부풀어

어느새 쪽빛 하늘이 되고

 

세상 근심은 솔솔

바람에 실려 아스라이 흩어진다

 

 

 

유월의 기도

정종명

 

유월에는

아침 이슬처럼 맑고 고운

그런 사람이고 싶다

 

유월에는

어두운 밤하늘에 초롱초롱

빛나는 별 같은 사람이고 싶다

 

유월에는

소낙비가 내리는 저편 구름

사이로 드리워진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사람이고 싶다

 

유월에는

어둠을 걷어 내는 붉은 태양같이

밝은 웃음 웃는 사람이고 싶다

 

삶이 힘들고 지쳐 흐느적거릴 때

따뜻하게 손잡아 희망의 메시지를

전할 온기 있는 삶을 살기를 소망한다.

유월에는...

 

 

 

유월을 여는 새벽

정찬열

 

샛별도 길을 잃은

이른 새벽에 운동 길을 나선다.

 

상큼상큼

걷는 산책길이다

한때의 애환도 저버린

도심 속 철마가 달리던 길이

푸른 숲 공원 길로 단장된 산책길

 

이름 모를 새들이

아침 인사로 마중할 때

이슬 먹은 연분홍 나팔꽃

나팔로 활짝 벌려 유혹을 한다.

 

저 멀리

여명에서 깨어난

동쪽 산봉우리에는

구름 속에 잠이 든 햇빛은 기를 쓰며

나오려는 발길은 나와 같구나.

 

봄의 여운을

알리던 나뭇가지에

열매는 영글어 가는데

세월호 참사에 영면의 리본

누군가 걸어둔 노란 긴 줄에

사진과 리본이 너풀거린다.

 

빨간 장미꽃

그 옆에 활짝 피워

나를 대신하며 위로를 한다.

 

잠이 든 탓에

깨어나지 않은 푸른 숲 공원 길옆

철 맞아 분주한 마늘장사 차()들이

시끌벅적 계절을 팔고

 

새벽시장 앞

할 매들이 즐비하게

좌판 길이 분주한 새벽을 연다.

분주한 삶을 두둔하며

만감이 교차하는 유월의 이른 새벽길

 

 

 

6월의 기도

정태중

 

저만치서 푸른 나뭇잎들을 보다가

고개 들어 봅니다

가을 하늘처럼 드넓은 곳에

한 통의 편지를 써서 바람 편에 보낼까 합니다

 

우선 사랑한다고 쓰려는데

자꾸만 눈물이 납니다

아마도 못다 한 아쉬움의 지난날들이

먼저 스쳐 가기 때문일까 합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떨구지만

용기를 내어 기도합니다

푸른 하늘과 푸른 잎들과 푸른 풀들을 보면서

한 사람 눈물 흘리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며 살아가도록

내게 기도를 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조차도

살아가면서 하나씩 채워 가겠노라고

 

오직 당신만을 위해 모든 것 주겠노라고

6월의 푸른 하늘 아래,

푸르게 살아 있는 모든 생명 앞에서 기도합니다

 

 

 

6

정혜숙

 

논물이 그려놓은 진경산수화 한 폭을

왜가리 날개 접어 사뿐히 내려앉더니

잽싸게 낚아채 버린다.

구겨진

고요한 점

 

여름을 들어 올리는 노고지리 높은 음계에

감자밭 화답하듯 이랑마다 흰 꽃이다

들녘은 숨 가쁜 소리

밀보리 익는 소리

 

 

 

유월

제갈일현

 

유월은

슬픈

탁란의 계절인가

 

오늘도

뻐꾸기는

애타게 울고 있다

 

아직도

집 못 찾은

아들을 부르며

 

 

 

6

조연호

 

계집애들이 쪼그려 앉아 맑고 투명한 땀을 쥐며 공기놀이에 열중한다

얼굴을 만져주던 면사 같은 잠이었다

덥고 더럽고 지켜야 할 것 많은 6

물웅덩이가 바람개비처럼 어린 모기들을 훅훅 창가로 날려 보낸다

타인절대금지,라고 써넣은 팻말을 화장실 문에 못질하던 노인의 손이

오늘은 붉은 애호박에게 끈이 달아준다

많은 자식들에게 그는 그렇게 못질을 하고 끈을 고쳐 매 주었을 것이다

애정 없이, 허기진 기억이 내 안으로 들어온다

어리고 어질고 어지럽혀진 6

문밖을 나서면 어미새처럼 둥지 주위를 맴돌다 푸드덕 날아가는 골목길이

자기 울음보다 더 밝아지곤 했다

 

 

 

유월의 시

조창환

 

작은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그들은 앉아 있었다

테라스에는 보라색 페튜니아가 가득 차 있었고

사납지 않은 바람이 깊고 먼 곳에서

쉬고 있었다 흰 창틀에는 부리로 햇빛을 쪼는

새 몇 마리도 앉아 있었다

타히티 섬의 고갱처럼 외딴곳에서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스가 들려오고 있었다

가사 없는 성악곡이라니! 그는

말하지 않으려 하고 다만 누구인가

멀리 걸어가는 사람의 뒷모습만 보고 있었다

신기루 같은 미소를 지으며 시간이 갔다

나무들이 조용히 몸을 흔들 때

새소리가 맑은 유리창 속으로 스며들었다

눈부셔 투명한 유리창이 공기처럼 부풀어졌다

그는 말하지 않으려 하고 다만 누구인가

다가오는 사람의 앞모습만 보고 있었다

덜 구운 항아리에 꽂힌 황토빛 침묵이

침묵이라 말하면 깨어질까 봐

안갯속의 상형문자를 그리고 있었다

작은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그들을 보고 있었다

모래구름 가득한 지평선 저쪽에서

신기루 같은 미소를 지으며 시간이 가는 것을

말하지 않으려 하고 다만 보고 있었다

 

 

 

유월의 태양이 어둠 속에서 잠들면

조철형

 

유월의 고운 햇살이

바람과 함께 들녘을 달려오더니

그리움 한 줌 내려놓습니다

 

바람은 오늘도 잠을 설치며

임이 오시길 기다려요

가끔은 임이 밤새 다녀 가시지 않았나

주변을 살펴봅니다

 

그리운 임은

바람부는 겨울은 추워서 오시기 힘드셨지요

이제 따뜻하고 푸른 여름날이 되었어요

푸른 꿈속에라도 한 번쯤

오롯이 오실때가 되었네요

 

서산 노을을 바라볼때면

바람의 가슴이 점점 아려와요

임과 함께 무지개빛 노을을

한 번도 같이 바라다보지도 못한 세월이 아쉬워

가끔 먼 산 바라보며

임의 다정한 얼굴 떠올리려고 애씁니다

임의 사랑스런 말 한마디

들려올 듯 한 날입니다

 

임께서는 어둠이 내려오는 저녁엔

어디 계시나요

유월의 태양이 어둠속에서 잠들고

그믐달이 천천히 떠오르는 밤이면

바람의 가슴이 임을 향한 그리움에 출렁거립니다

 

임께로 가는 길 아직도 멀고

가슴에 쌓인 아쉬움 사라지기도 전

또 하나의 그리움이 자리합니다

 

낙엽 지는 가을이 이제 또 다가와

바람의 심장에서 흔들거리겠지요

임께서 푸르고 고운 모습으로

바람의 곁에 다가와 주실까

잠 못드는 밤은

바람이 또다시 새벽을 꿈꾸는 시간이지요

 

임의 꿈

바람이 대신 꿀 수 있는

시간이 허락하는 동안

아쉬움과 그리움을

바람의 가슴에 안고

고운 임 오실 날 기다리겠습니다

고운 임께 가는 날 기다리겠습니다.

 

 

 

6월의 녹음

진의하

 

6월의 녹음은

고공을 꿈꾸는

새였다.

 

한사코 파닥이는 날개 짓

제 어둠의 그림자를

새까맣게 털어놓고 있었다.

 

우우

하늘을 우러러

어제보다 한 치씩

웃자란 목을 빼고

싱그러운 물빛 번쩍이며

새롭게 거듭나고 있었다.

 

 

 

유월의 깃에서

채린

 

유월이

속삭인다

한해의 반을 잘 지나왔다고

귓바퀴를 가르며 응원가를 들려준다

 

먹고 일하고 자고

반복된 생활

무엇을 잘했다는 것인가

사람이 빵만으로 살 수 없다는 말

나이가 들면서 귓바퀴의 자람만큼 더 가까이 들려온다

 

억척스레 일하는 동포들

그 앞에서 사치란 말은

피곤하다는 말은

누가 될 뿐이다

그 옛날

아메리카 부를 이룬 하와이의 수수밭 노동자의 모습이

짙어지는 녹음에 오버랩 된다

 

유월의 깃에서

내 마음 어딘가에 있는

꼬깃거리는 단어 하나 끄집어내

싱그런 유월의 빛깔에

툴툴 씻어 본다

 

 

 

6월이 오면

최갑연

 

향기로운 땅 냄새

나풀나풀 몸짓으로

양귀비가 미소 짓고

내게로 오고 있다

 

5월을 보내는 마음

위로도 해주고

따뜻한 마음으로

내 손을 잡아준다

 

레드빛 원피스가

유난히 잘 어울리는

양귀비를 만나러

6월엔 떠나야겠다

 

 

 

유월 비 내리는 날

최강림

 

어찌하여 유월 비는

색깔조차 서러운 것이냐,

바람이 비를 몰고 와

내 입술을 간음하던 날

접시꽃

붉은 꽃잎도

히죽히죽 웃더니.

 

하마 절망도 과분한

이력서를 손에 쥐고

가슴 쓸어내리며

풍장(風葬)으로 울 것인가,

무량의

시계 밖에서

떠도는 지친 육신.

 

나를 잘게 썰어서

술잔 속에 용해하면

촉촉한 눈 헹구면서

발등이라도 적실까,

너 떠난

텅 빈 그 자리

()이 홀로 떨고 있다.

 

 

 

유월의 장미

최남균

 

유월의 장미가 붉은 것은

파란 하늘에 기다림이 지쳐서

게워놓은 그리움 때문이고

 

유월의 장미가 유난히 붉은 것은

초록 그늘 속으로 사라진 뒷모습이

단단한 수피로 얼룩져있기 때문이고

 

유월의 장미가 홍시처럼 붉은 것은

무르익어가는 사랑의 종말이

행여, 씨든 꽃다발처럼 목메이기 때문이라고

 

 

 

해마다 유월이면

최승자

 

해마다 유월이면 당신 그늘 아래

잠시 쉬었다 가겠습니다.

내일 열겠다고, 내일 열릴 것이라고 하면서

닫고, 또 닫고 또 닫으면서 뒷걸음질 치는

이 진행성 퇴화의 삶,

 

그 짬과 짬 사이에

해마다 유월에는 당신 그늘 아래

한번 푸근히 누웠다 가고 싶습니다.

 

언제나 리허설 없는 개막이었던

당신의 삶은 눈치챘었겠지요?

내 삶이 관객을 필요로 하지 않는

오만과 교만의 리허설뿐이라는 것을.

 

오늘도 극장 문은 열리지 않았고

저 혼자 숨어서 하는 리허설뿐이로군요.

그래도 다시 한번 지켜봐 주시겠어요?

(I go, I go 나는 간다.

Ego, Ego, 나는 간다.)

 

 

 

유월의 아침

최영희

 

부서지는 아침 햇살

하늘 내 나는 초록물결

 

그대,

유월의 젊음이여

언제까지나 그대로

푸르러도 좋으리

 

풋풋한 향에 취해 비틀대는

그대로,

그대로도 좋으리

 

숲에 들어

미칠 듯이 울어대는 새들의 발정도

신이 허락한 자유

 

내 미친 듯 거꾸로 선다 해도

유월이여

그대 그대로

푸르러 있어도

내 좋으리.

 

 

 

유월의 믿음 안에서

최우서

 

유월의 초록이

깊은 향기를 담는 동안

 

내 그리움 한 조각 데리고

유월에 들어섭니다

 

언제나처럼

아침에 눈을 뜨면

밤새 자란 그리움이

창가에 가득 묻어나

흐려진 창문을

무심히 닦아 보지만

 

이슬 머금은 그리움은

젖은 눈에 아른거려

 

유월의 초록에 번져 납니다

 

오늘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창가에

밤새 그리움이

무성히도 자랐습니다

 

스러질 듯 자란 그리움은

촉촉이 빗물 머금은 초록에 실어

 

꿈에서 당신이 달아 준 날개를 달고

그대 가슴을 향해 날아듭니다

 

 

 

6월에 도지는 상처

최홍윤

 

할머니는

6월 하늘에 구름 띠 긋고 가는

비행기를 볼 때마다 산에 올라

수평선만 바라보셨다

전쟁 미망이신

며느리는 오랜 화병으로 고생하시다

할머니보다도 일찍 세상을 뜨셨다

할미꽃도

기막혀 봉분에 피어나지 못하고

작열이 내리쬐는

유월 햇살에 한을 토해내고 있다

짙은 풀잎향기 가신 님의 살냄새 같아

상처 도지고, 모질게 살아온 삼 남매

이 유월에 환갑 나이다

바람도 서러워 숲속으로 맴돌고

깊은 계곡 산비탈에서

사랑하고 보고파, 이름 부르다

끊긴 목숨이여!

어린 기억을 앗아간 유월의 하늘이여

신작로에 흩어진 아카시아 꽃잎은

달빛에 뒹굴고

6월의 상처는 해마다 도지다

죽어서야 잊힐 것 같다

 

 

 

6월의 시()

최홍윤

 

뻐꾹새는

하루 종일 산기슭에서 울고

내 그리움도 바람 같이

짙은 나뭇잎 사이로

선선히 불어옵니다

살아갈 날이

얼마인지 알 길이 없지만

고단했던 회색 들녘도 눈부시고

이제는 허리 피고 살아갈

검푸른 유월이 열렸습니다

하지만,

짙은 잎 새에 하얀 달빛 내리고

초저녁부터 소쩍새가 울어대면

내겐 새하얀 밤이 되고 맙니다

해마다

유월이오면 창가에 턱을 괴고

내가 잠 못 이루는 것은

당신 때문에 도진 상처가

때로는 그리움이 되어

내가 죽어야만

잊히기 때문입니다.

 

 

 

유월이다

하영순

 

유월은 무겁다

하늘도 무겁다 소리친다 마른하늘!

 

무거운 마음 달래도 보고

달래려고

님 찾아갑니다 유월이면

 

낙동강을 빨갛게 물들인 님

지금은 편한 걸음

조국이 있고 그대 희생이 있었기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풀을 베고 비석도 닦고

술을 치고 묵념과 예를 올리면서

무거운 마음 내릴 수 없습니다

 

아직도 간간이 빗방울이 붉은 빗방울이

도처에 내립니다

저 구름 거두어 푸른 하늘이게 해 주소서

님이시여!

 

 

 

유월을 울어대는 개구리

한천희

 

유월의 밤을 지새우는 개구리울음은

지나온 세월을 아파하는 후회인가

지울 수 없는 상처들만 기억하는 삶이

서글퍼질 때 뿌려대던 눈물을 멈출 수 없이

흔들어 대던 바람아 가끔은 멈추어다오

돌아보면 남겨진 것에 대한 이별이 아프다

바람이 남기고 간 흔적을

세월로 덮고 또 덮어온 고달픈 과거를 잊으려

눈물 마른 유월을 푸르름이 가리고 또 가려도

개구리는 울음소리뿐 흘러내리는 눈물이 없다

 

 

 

유월에

허광빈

 

초록의 희망을 키우는

유월의 대지처럼

꽃 한 송이 피워 내려고

잠들 수 없는

유월의 바람

 

혼자서 길을 걷다 보면

당신이 있기에

유월이 가고

새날이 오면

더욱 청정한 마음으로

새 옷을 입고

또다시 당신을 맞는 기쁨

 

새로이 샘솟는 그리움으로

 

 

 

유월 장마

허정인

 

초록색 하나로도

풍성하고

겹겹 힘차던 유월이

꽃들 보내고

빗물로 밤새워 운다

 

네 울음은

열매를 위한 기도

초록잎 사이사이

동그란 열매 가득 놓고

유월이 간다 울며 간다.

 

 

 

6월에 쓰는 편지

허후남

 

내 아이의 손바닥만큼 자란

6월의 진초록 감나무 잎사귀에

잎맥처럼 세세한 사연들 낱낱이 적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독하고도 쓸쓸한 이 그리움은

일찍이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잘도 피어나던 분꽃

그 까만 씨앗처럼 박힌

그대의 주소 때문입니다

 

짧은 여름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초저녁별의

이야기와

갈참나무 숲에서 떠도는 바람의 잔기침과

지루한 한낮의 들꽃 이야기들일랑

부디 새벽의 이슬처럼 읽어 주십시오

 

절반의 계절을 담아

밑도 끝도 없는 사연 보내느니

아직도 그대

변함없이 그곳에 계시는지요

 

 

 

유월의 햇살

허후남

 

지금, 밖을 보고 있나요?

햇살이 투명하고 눈부십니다

누군가 내게 준 행복입니다

 

지옥의 문을 들어서는 공간에

당신과, 하늘에는 햇살이 닿아 있고

땅으로는 지열이 닿아 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천만다행입니다

 

여느 사람들처럼

손잡고, 길을 걷지는 못하겠지만

나보다 행복한 사람은 없을 겁니다

당신은 내게 그런 존재랍니다

 

삼월에 새싹 돋고

유월에 곧은 햇살 쪽쪽 내리꽂히는

이 세상은, 그래서 나에게는

화사하고 눈부신 낙원입니다

 

당신이 오로지 내게만, 문 열어 준

그 낙원에서, 나 살고 있습니다

 

 

 

6월 바람 때문

홍경임

 

그대는 물이 들어오고 있는 갯벌로

그리던 숭어를 잡으러 가고

6월 바람과 사운대며

아카시아나무 가는 허리를 굽혀

드리워준 그늘에 않아

난 꽃잎 세례를 받는다

 

6월 바람 때문

간간이 바다도 못 이기는 척 파도를 치고

제부도 동산 아카시아나무 가족들도

서쪽 먼바다로부터 온 바람과 속삭이며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난 그들의 작은 소리까지도 듣고 싶어

내 가슴 문을 활짝 열고 은밀히 귀 기울인다

 

6월 바람 때문

이 시간 바닷물은 자꾸 불어만 가고

바닷길로 가는 어선은 소리가 높은데

낚시 나간 그대는 소식이 묘연하다.

 

 

 

오늘 같은 유월 어느 날

홍경임

 

홍장미꽃이 흐드러지게 만발하여

눈물 나게 눈부신 오늘 같은 유월 어느 날

어느 분이 내 이름을 불러 주신다면

 

심금을 절절히 쪼개놓아

가슴의 통증을 호소하게 하는

그 어느 분의 시 한 편을 대하는 오늘 같은 유월 어느 날

그 어떤 분이 나를 호명하신다면

 

미치도록 초록이 찬연히 흐르는

휘청거리는 6크리스마스 오늘 같은 어느 날

그 어떤 분이 내게 명명하신다면

 

나 그분 곁에 가서

6월 홍장미 꽃으로 호젓이 서고 싶다.

 

 

 

갯벌에 몰아치는 유월의 바람

홍수희

 

다대포에서 시집을 읽는다

바다는 저만치 두고 주차장에 앉아

네가 두고 간 낡은 시집을 꺼내 읽는다

갯벌에 몰아치는 유월의 바람은 웅성거리며

어찌 내게로만 몰려오는가

바람구멍 하나 갖지 못한 나

개펄에 작은 구멍 하나 뚫고

게처럼 옆으로 자꾸 비켜가다가

잊었던 네가 내 이름을 부르면 어느 때

쏘옥 숨어버리고 말까

망설이다 망설이다

뼛속을 파고드는 유월의 바람

! 수상하여 바다는 저만치 두고

책갈피가 붉은 시집을 꺼내 읽는다

 

 

 

6

황금찬

 

6월은

녹색분말을 뿌리며

하늘 날개를 타고 왔느니.

 

맑은 아침

뜰 앞에 날아와 앉은

산새 한 마리,

낭랑한 목청이

신록에 젖었다.

 

허공으로

날개 치듯 뿜어 올리는 분수,

풀잎에 맺힌 물방울에서도

6월의 하늘을 본다.

 

신록은

꽃보다 아름다워라.

마음에 하늘을 담고

푸름의 파도를 걷는다.

 

창을 열면

6월은 액자 속의 그림이 되어

벽 저 만한 위치에

바람 없이 걸려있다.

 

지금은 이 하늘에

6월이 가져온

한 폭의 풍경화를

나는 이만한 거리에서

바라보고 있다

 

 

 

유월의 의지

황다연

 

유월의 싱그러운 풀잎을

장난꾸러기 바람이

이리저리 흔들어봅니다

 

굳센 심지에

유연성까지 갖춘 풀잎이라

어찌 호락호락할까요

 

심오한 각오함이 있으니

잠시 바람에 흔들릴 뿐

꺾일 리 만무입니다

 

애당초 품었던 뜻으로

꽃피워 열매 다는 것

땡초만큼 매운맛쯤 참는 거지요

 

꿋꿋이 견디 다 보면

바람이 대려 박수를 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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