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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테고리 없음

5월

강민경 - 5, 마음의 문을 열다

강보철 오월 바람

강선옥 - 5월의 하루

강지희 - 오월의 햇빛

강효수 - 5월의 슬픔

고은영 오월 스케치

고은영 - 오월 애()

고은영 5월의 노래

고은영 - 5월의 비

고은영 - 오월이여 너도 가느냐

고재종 - 5월 보리밭에서

고재종 - 오월의 숲속에선 저절로 일렁이네

곽문환 - 5월의 나무

곽상희 5

곽종철 - 싱그러운 오월

구분옥 - 오월은

권경업 5

권경희 오월의 신부

권도중 오월

권미영 - 오월은

권오범 5월 산행

권오범 - 5월의 백수건달

권오범 - 5월이 가기 전에

김경희 - 5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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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선 5월의 기도

김광선 - 오월 햇살이 너무 밝다

김귀녀 오월 숲에서

김귀녀 - 오월의 향기

김금용 - 오월의 숲에 들면

김낙필 - 오월 그리고 시월

김대식 - 오월

김덕성 - 5월 예찬

김덕성 - 5월의 순결

김덕성 - 5월의 숨결

김덕성 5월의 입김

김덕성 오월의 기도

김덕성 오월 길목에서

김덕성 - 오월 띄운 연서

김덕성 - 오월의 봄

김덕성 오월의 축복

김동리 오월(五月)

김상현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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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잔 - 5월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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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랑 오월

김영랑 오월 아침

김영랑 - 오월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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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 신록의 오월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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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승 - 5월의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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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천명 - 푸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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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종환 - 5월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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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지현 5월의 숲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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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위식 - 5월의 설레임

명위식 - 5월 풍경

목필균 - 5월의 어느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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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병란 5월 산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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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대 - 5월의 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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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재 5월의 첫날

박정재 - 오월의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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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영 푸른 오월에

박주현 - 오월, 비 내리다

박태강 - 오월의 소월길

박현희 - 오월의 햇살 푸른 날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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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자 오월의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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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 - 논물 드는 5월에

안성란 - 오월의 기도

안재동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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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창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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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광수 - 우리 5월에는 웃자

오보영 - 5월 봄비

오보영 5월 비

오보영 - 5월 아카시아 향

오보영 오월 사랑

오세영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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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순화 오월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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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애숙 - 5월에 피는 꽃

오애숙 - 5월의 길섶에서

오애숙 5월의 노래

오애숙 - 5월의 봄비 속에

오애숙 - 5월의 희망 날개

오애숙 오월이 익어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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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혜원 - 오월

용혜원 - 오월의 사랑

용혜원 - 오월, 이토록 푸른 하늘 아래서

원영래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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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응교 - 5월은

유재영 - 5월의 편지

윤갑수 5월은

윤무중 - 오월의 시()

윤보영 - 5월에는 사랑을

윤보영 5월은

윤보영 - 5월은 아름답습니다

윤보영 - 향기 나는 5

윤용기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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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철 - 오월 ~ 내 고향

윤준경 5

윤준경 - 5월의 아침

이길원 5월에

이대흠 - 오월

이명희 - 오월이 오면

이문희 - 5월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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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지 - 오월 오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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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문 - 오월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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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 - 5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이채 - 중년의 가슴에 5월이 오면

이태종 - 5월을 노래한다

이풍호 - 장미꽃 피는 5월에

이해인 5

이해인 - 5월의 시

이해인 - 5월의 편지

이해인 - 어머니, 당신의 오월이 오면

임명자 5

임백령 - 오월(五月)

임보 오월

임석순 - 5월의 초록 이야기

임영준 5

임영준 - 5월의 그대여

임영준 - 5월의 시

임영준 - 5월의 초대

임재화 - 오월의 풍경

임정일 - 오월의 봄

장수남 - 5월 바다 하얀 섬

장수남 5월의 님

장수남 - 5월의 향 짙어지면

장유정 - 오월이 가고 있네

장인성 - 오월이 오면

장종섭 - 오월의 마음이 하는 말

장종섭 - 오월의 연분

장진순 생동하는 5

전병조 - 바라만 보아도 배가 부른 오월

전성규 - 5월의 노래

정세일 - 당신의 5월의 마음은 어디쯤 걸어오고 있나요

정숙자 - 오월의 음영

정연복 - 5월의 노래

정연복 - 5월의 다짐

정영숙 - 그대, 5월이여

정영자 5

정영자 - 55

정예실 오월의 힘

정윤목 - 5월의 기도

정윤철 - 오월

정은희 - 오월의 여왕

정종명 - 오월의 사랑

정종명 - 오월의 새벽

정지용 - 5월 소식

조민희 오월의 섬

조병화 5

조서연 - 여름 오기 전 오월은 멍든 풀잎들도 활짝 웃는다

조서연 - 오월 푸름의 비애

조순자 - 영광스러운 오월

조용우 - 5, 내 외롭고 그리운

조재완 오월

조재완 오월이 오면

조정덕 오월의 여왕

조한직 - 오월이 가네

주명옥 오월의 웃음

주응규 - 5월의 노래

주응규 신록의 오월

지동근 - 오월의 사랑

진수미 - 그해 오월의 짧은 그림자

천상병 - 오월의 신록

최금녀 5

최영신 - 오월의 성주풀이

최해준 - 오월의 노래

최홍윤 - 5월 아침에

탁충렬 - 5월의 아침

피천득 오월

피천득 - 창밖은 오월인데

하영순 - 오월의 사랑

하종오 - 오월에 대하여

하청호 오월

한기봉 오월의 시

한영택 - 오월의 공원

한인수 - 5월이 오면

허광빈 - 5월 비 내리는 밤에

허광빈 - 오월 엽서

홍경임 5

홍경임 - 5월 아침

홍경임 - 5어느 날

홍관희 - 젊은 오월

홍금자 - 5월의 소리

홍수희 5

홍해리 - 5월은 가는데

홍해리 - 5월은 오고

홍해리 - 5월이 오거든

황금찬 - 5월의 노래

황금찬 - 5월이 오면

황금찬 - 5월의 창

황인술 - 5월의 노래

황지우 - 5월 그 하루 무덥던 날

 

 

 

5, 마음의 문을 열다

강민경

 

소식 끊겨 우울한 맘

00의 권유로

하와이 대학 식물원 답사길

마지못해 따라나서는데

소나기 한줄기가 마음 문을 연다

 

확 끼어드는 신록 냄새

입구의 광활한 초록 벌판

길 따라 마중 나온 듯 반기는 형형색색의

크고 작은 신기한 꽃들 모두

찰칵찰칵 고를 게 없고

제 벗인 양

유혹하는 새소리 따라 하늘 높이 오르다 보면

기암절벽에는 구름 끼고

거목 우듬지 산안개는

유년시절 눈에 익은

밥 짓는 저녁연기 비디오다

 

고향에도 가보고

어머니 산소에서 성묘도 하고

파도치는 청보리밭 둑길 걸으면서

종달새 울음소리에 마음 실어

하와이 대학 식물원에 옮겨 놓으면 어떨까

그럼, 산동네 내 고향 5월이

해외여행 왔다고 좋아하실까?

 

 

 

오월 바람

강보철

 

감미로운 바람결

목덜미를 핥고

발목쟁이를 훑으면

 

밤새 시끌시끌거리던 논

지쳐 잠들었는지

햇살 투정 부리고

 

윤슬

명주바람에 소곤소곤

오월을 나눈다.

 

때죽나무

하얀 종 매달고

다글다글 수다스럽고

 

청보리밭 건너온 바람

한들한들 시절을 기억하며

논두렁에 앉아 어리광 떤다.

 

 

 

5월의 하루

강선옥

 

해반천을 따라서 손에 손을 잡고 걷는 길

맑은 냇가의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물에 비친 맑은 하늘에 노니는 물고기들

거울처럼 바라보는 그곳에도

5월의 향기로움이 가득하다.

 

이름 모를 풀꽃들 사이로

그곳에 내가 있다.

풋풋한 풀내음에 두 눈 감아 버린

싱그러운 풀잎의 속삭임에 귀를 열어

들리는 작은 소리가 음악이 되어 흐른다.

 

이팝나무의 하얀 꽃잎 속에 숨은 보고픈 얼굴

몽글몽글 떡고물처럼 달라붙은

그 사랑스러움에 푹 빠져버린

그 속에서

그 시절의 얼굴들이 하나씩 하나씩

 

 

 

오월의 햇빛

강지희

 

늘어진 커튼 살짝 열어주니

그가 조금은 낯설다는 듯

슬그머니 발 들이민다

손 마주 잡으니

눈부셔 바라볼 수 없다

 

꽃대 잠시 세워두고

살며시 그의 등에 기대어 본다

아침 숲속 오솔길 걸어 나온

꽃망울 터지는 소리

와락, 혈관을 타고

 

내 안의 따끔거리는

기억들, 조금씩 따뜻해지고

늦었지만 남은 계절을 움켜쥐고

두 동강 나 버려진 하루를 흔들리지 않게

두런두런 꽃 피워야겠다고 생각한다

 

가장 싱싱한 빛 길어 올려

성긴 잎과 흰 꽃대 쓰다듬어주었으므로

어린 나비처럼

그의 입술과 가슴을 그리며

허공을 잠시 단풍잎처럼 펄럭이며

 

 

 

5월의 슴픔

강효수

 

하늘 같은 임이시여

그립다는 말도 아프고

미안하다는 말도 아픕니다

바보가 좋다며 바보들의 세상을 꿈꾸며 하회탈처럼 웃으시던

바보를 그리워하는 진짜 바보를

어찌 용서하시렵니까

임의 사랑을 모르고 미워하며

지켜 드리지 못한 바보는 지금

피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바보 같은 임이시여

바보에게 바보는 너무 과분한 사치였습니다

너무 과분한 행복이었습니다

바보였기에 진짜 바보였기에

사치를 멀리하고 행복을 차버렸습니다

행복은 행복할 때 지켜야 하건만

이제야 이제서야

불행을 껴안고 행복을 그리워하는

바보를 보고만 계시렵니까

 

하늘 되신 임이시여

바보의 5월은 4월보다 잔인합니다

평생의 눈물을 5월에 흘리며

오색 채운 피어나던 임 떠나시던 날을 기억해야만 하는

남아 있는 바보는 어쩌란 말입니까

바보처럼 눈물 흘려야만 하는

남아 있는 5월을 어찌하시렵니까

그렇게 바보처럼 웃고만 계시렵니까

임이시여

나보다 더 나를 사랑했던 임이시여

막걸리 한 사발에

클라우드 나인이나 실컷 사르렵니다

 

 

 

오월 애()

고은영

 

, 그대 왔는가

불투명한 미래의 일기 속에

나는 또 어떤 모습으로 오월을 뒹굴 것인가

늙어지는 육신의 이면에 명쾌한 영혼으로

오월의 잎새처럼 마냥 푸를 것인가

 

창가엔 햇살이 환하다

나의 슬픔도 더러는 수수꽃다리 향 가득

엷은 노래로 희석되는가

찰랑대는 행복과 사랑의 이중주

초록으로 여울지는 음영들이 빛살에 살랑거린다

 

바람 부는가

오월 바람 일면 온통 푸른 향기들

견딜 수 없는 저 찬연한 푸르름

모로 누운 내 암울한 귓가에

숨죽여 달려드는 오월의 웃음소리

 

 

 

5월의 노래

고은영

 

종일 물빛 강가에

달빛 젖은 수수꽃다리 향기로와라

새들이 잠든 그늘에

찰박찰박 첫 소절

살 오르는 오월은 마냥 푸르고

 

 

 

5월의 비

고은영

 

순결을 지향하는 지상에

싱그러운 물방울들이

비누 방울처럼 톡톡 터지면

음절과 음절 사이

물빛 음표들의 행렬

빗물 머금은 초록의 수다에

촉촉하게 젖어드는 5월과

청승맞은 영혼의 조우조차 말갛다

 

 

 

오월 스케치

고은영

 

비로소 전라가 되었을 때

우리는 우리의 이중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것이다

 

바람을 잡으려고 겨울로 떠났었다

텅 빈 세상에서 익숙해진 고독은

이제 외롭지 않다

 

다시 돌아온 오월은

슬퍼도 행복이다

눈물마저도 기쁨이다

일렁이는 오월 언덕에

온 산야가 셉그린 물결로

내 눈물의 아픔보다

더 아름답게 돌아와 주었다

 

그러기에

우리는 서로 느껴야 하는

그것에 대하여

언제나 같은 곳을 바라봄에

따스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월이여 너도 가느냐

고은영

 

물빛 잎맥으로 피어나

연두색 그린을 대지마다 심고 웃자라더니

그대, 오월이여 너도 가느냐

푸름의 초장에

바람도 머물러 흐느적거리고

끝없이 펼쳐진 제주의 평원에

순백의 백로 노닐고

조랑말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바다, 갈매기, 이름 모를 풀꽃들

오름마다 초록이 쏟는 너울의 향기들

야생화 곱게 핀 오월의 마지막 동산에

정절을 부르는 무더운 여름이 물오르는 소리

바다의 표면마다 오후가 나 뒹굴고

눈부신 나신으로 하늘은

금빛 몸뚱이 바다에 멱을 감는데

푸른 물 든 바람꽃 지천에 뭉클뭉클 웃는다

행복하다는 것에 전율을 느낄 때

가슴에 담을 수 있는 건

초록이요 희망의 설렘이다

청춘이 갔다고 인생이 고개를 숙인다더냐

다만, 성숙한 아픔으로 영혼의 진피마다

무력한 내 사랑도 커가느니

혈중에 농익은 내 사랑도 커가느니

 

 

 

4, 5월 보리밭에서

고재종

 

보리이삭들 가시로 솟았네

찬 겨울 견디는 새

갈갈이 찢겨 견디는 속,

가시로 솟아 찌르는 거

무심했던 하늘 찌르는 거

 

찌르는 건 하늘만 아니다

그 겨울 모진 바람에

주눅 들려 게게 풀린

내 눈 찔러, 시리게 찔러

천지간에 피사태났다

질펀한 피사태 났다

푸른 피 뚝뚝 듣는 4, 5

그 함성

그 가시로 솟은 함성에

하늘도 울고 나도 울어

푸르른 세상 이루었다

 

왜 알잖겠느냐 푸른 세상은

인동(忍冬)의 보리들 가시 이삭으로

솟아야 찔러야 오는 내력을,

끝내는 모두 다 피 흘려야 온다는

눈물겨운 내력을

 

 

 

오월의 숲속에선 저절로 일렁이네

고재종

 

비 오고 활짝 개인 날인데도

오늘은 우체부조차 오지 않는

이 쓸쓸한 자리보전

 

떨치고 뒷산 숲속에 드니

일렁이는 게 생생한 바람인지

제 금보석을 마구 뿌리는 햇살인지

온갖 젖은 초록과 상관하는 것인데

 

은사시, 자작나무는 차르르 차르르

게느삼, 수수꽃다리는 흐느적 흐느적

왕머루, 청미래덩굴은 치렁치렁

일렁이는 것이 당연할 뿐,

여기서 제 모자란 것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사랑이여, 나 저절로 일렁이네

오월 숲속에선 뻐꾸기 한나절 호곡도

가슴 깊숙이 녹아내릴 뿐

세상은 너무 억울하지도 않네

 

그렇다네,

세월이 잠깐 비껴난 숲에서

일렁이는 것들이 진저리치다

산꿩의 썽썽한 목청을 틔울 때

사랑이여,

난 이 지상의 외로움

조팝꽃 그 쌀알 수만큼은 녹이겠네

 

아니아니

또르르륵 또르르륵 굴리는

방울새는 은방울꽃을 흔들고

핑핑핑 크루루 하고 쏘는

흰눈썹황금새는 산괴불주머니를 터뜨린다면

 

다만 이것들의 신기한 재주에 놀라

흐린 눈 동그랗게만 떠보아도

마음의 환한 자리 하나 어찌 못 얻으랴

 

그 누구라서 농축된 외로움 없으랴만

저 잎새 하나하나로 좀 녹여본다면

계곡의 물소리로 흘러본다면

 

어느 시인은 저 찌르레기 소리를

쌀 씻어 안치는 소리라 했지

 

오늘은 이팝나무꽃에다 쏟아붓는군

또 금 주고 사고 싶은 저 금붓꽃의

이파리엔 정녕 어찌하지 못할 뿐

 

이 오월 숲의 초록 절정,

이 생생한 일렁임과

아득히 젖어오는 그 무슨 은총과

목숨의 벅찬 숨결 한 자락이

쟁명한 하늘까지 뻗쳐오르는 순간을

무척은 사랑하지 않고 배길 수 없을 때

 

사랑이여,

나는 내 생의 죄업을

저만치 밀어둘 참이네

 

그렇다네,

서러울 것 하나 없이

서러움도 가득 일렁이는 오월 숲에서

비껴난 세월을 다시 깨우치는 물소리에

서러움도 그만그만하게 여겨질 때까지

 

사랑이여,

나 오월 숲에서

천지를 우러러 사랑의 길을 묻네

 

사랑이라서 무슨 거룩한 게 아닐 테지만

저 일렁이는 것들이 하루 몽땅 저물어

머루빛 속 은하수로 일렁인다면

나 그만큼은 드높아야 하네

 

드높아서는 세상의 길 잃은

사랑의 길을 한껏 비추며

그대로 한 번쯤 지워져도 좋을 일이라면

 

이 설레는 숲에서 저절로 일렁여도

그 무슨 산통 깨는 일은 아닐테지

저봐,

이젠 어스름 속의 잎새들이

서로의 숨결을 뽑아내 서로를 속삭여주듯

내 아픈 몸의 우선한 것으론

저 무덤 앞의 제비꽃이라도 일별하겠네

 

 

 

5월의 나무

곽문환

 

흥얼거리며

땅에 뿌리 박고 수평적이고 싶다

 

솟아오르고 있지만

과묵한 푸른 혓바닥

고집 센 삶

준엄한 부동성

 

쉼 없는 움직임

생명을 일으키는 강처럼

한마디 말로 표현할 수 없으리라

 

이제 순한 언어로

이슬 속에 솟아오르는 물방울

푸른 나무 이파리

사람들이여 한번쯤 그 속에 기댈 수 있는 시간을 가져라

 

 

 

5

곽상희

 

꽃 내만 맡고 엎드려 더듬더듬

꽃밭을 헤매다가, 눈먼 사람

그만 지팡이 하나 품에 안고

멀리 치달리고만 싶었으리라

 

그렇게 혼줄 다해 믿었던 것들이

그토록 익숙하던 소금끼 저린 소리들이

그리운 눈동자에 사무쳐서

밤 깊은 여정으로 떠날 때

너를 따라가면

심장이 꿈꾸는 눈 먼 는개비의 향기를 만날 까

 

너여, 우리는 언제 주어진 운명으로

자유로우랴

 

오래 견뎌온 이름이 되어서야

그 이름 살아온 내력의 속뜻 알 수 있듯

어제 심은 풀씨앗 텃밭에서는

장애의 세상을 돌보는 고와서 낮은

꿈의 산들이 조심조심 웅성거리고

 

시인의 상상 안에서

해풍으로 단련된 파도가

비단실로 찢어지며 꿈꾸는데

 

5월이여, 5월이여!

 

 

 

싱그러운 오월

곽종철

 

초목의 새잎이 푸른빛으로 갈아입고

소쩍새 소리마저 평화롭게

신록의 계절을 알리네.

 

힘찬 기운 받아 만물이 소생하고

가지마다 살이 오르는

희망의 계절이기도 하네.

 

화사하고 정열적인 장미로

사랑과 젊음이 다가오는

불타는 청춘의 계절이라오.

 

라일락 꽃향기는 그대 향한

부푼 마음 더욱 설레게 해

계절의 여왕으로 머물고 싶소만

내 또한 지나가는 과객(過客)이라오.

 

 

 

오월은

구분옥

 

벽장 속에 갇힌 새처럼

제대로 한 번 날지도 못하고

푸른 날이 가고 있다

 

아름다운 넝쿨 장미꽃 향기도

탐닉할 수 없는 아픈 사연만 남긴 채

무정한 세월은 울타리 담장을 넘고 있다

 

구름도 쉬어 가고

바람도 자고 가거 늘

야속한 시간은 오로지 직진이다

 

칭칭 감고 있던 빛도

어디론가 사라지고

안갯속을 헤매는 슬픈 신세다

 

하지만 며칠이란

여유가 있고

내가 꿈꿀 의무와 권리가 있지 않는가

 

무심코 가던 길 뒤돌아 보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디선가 희망이 간절하게 부르고 있다

 

떨리는 목소리로

오월이 부르고 있다

잠에서 깨어나라고

 

 

 

5

권경업

 

물오른 보릿대궁

하늘대는 밭고랑 끝에

산자락은

버선발을 살며시 올려놓고

짙푸른 짧은 치마

수줍다고 얼굴 가리네

 

재넘어 영마루에

뭉게구름 피어오르고

머리 위로 쏟아지는 햇빛 속에

칡 캐는 아이들의 마음은

짓궂은 바람 따라

이리저리 물결치며

푸르른 오리나무 숲으로 가네.

 

 

 

오월의 신부

권경희

 

파란 하늘을 이고

잎새를 다 가릴 듯

꽃잎에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

이팝나무에 하얗게 걸어놓았네

 

순백의 드레스에

꽃술 부케 고이 안고

청초한 순결과

단아함이 눈부시다

 

연초록 잎새가

살포시 안은

오월의 신부에게

눈이 부셔 다가서지 못하는

 

먼발치 님의 수줍은 고백에

하얀 이 드러내는

순백의 미소가

오월의 어느 꽃보다 화사하다

 

 

 

오월

권도중

 

꽃 핀 사연마다 꿈속 같은 길을 갔다

바람 따라갔고 싫다고 밑에 내려앉고

봄비에 지난밤이 젖어

꽃비, 꽃비, ,

졌다

 

새순 파랗게 경쟁하는 가지마다에

꽃 진 자리에 일상으로 빠르게 와서

아픔도

더 이상 없다고

결심 속이 푸르다

 

 

 

오월은

권미영

 

오월은

젖먹이 울 아가처럼

뽀득뽀득 살이 쪄가는 달

 

뽀얗게 살 오른 쑥 잎이

이마를 부비는 봄볕에

풀잎 뒤에 숨어 낯가림하는,

 

자애로운 바람이

등에 업고 어를 때마다

깔깔 웃음 짓는 어린 꽃송이

 

햇빛도 바람도 모두가

사랑으로 키우는 오월의 풀숲은

 

갓 젖 뗀 울 아기

떨어지기 싫은 엄마의 품속 같아

자꾸만 안기고 싶네

 

 

 

5월 산행

권오범

 

안날 진종일 지짐거린 하늘 심기 살피며

산발치 들어서자

비거스렁이 득달같이 달려들어

목덜미 끌어안는다

목욕으로 촉촉해진 자드락길 따라

싱그럽게 허비되는

아카시아꽃 보라 환영 속

만화방초 미소에 한눈팔기 딱 좋은 새끼낮

나보다 먼저 멧부리에 걸터앉아 쉬고 있던

허깨비구름 밟고 보니

멀리 섬들만 띄엄띄엄 떠다닐 뿐

운해가 꿈에 본 저승처럼 고요하다

아메리칸 밀가루가 희망이었던 사방공사

유년으로 시공 초월해 묘목망태 메고 싸돌아다니는 사이

햇볕에 쫓기는 구름들이 골짜기로 폭포처럼 내리달아

신록과 희끗희끗 어우러져 가관인 산수화

그러잖아도 난기류에 휩싸인 생화로

마음 강이 간헐천 되어 툭 하면 울컥대는 것을

붙박이로 들앉아 조라떠는 지독한 그리움들아 나를 비워다오

저 일렁이는 푸른 파도 마음껏 담을 수 있게

 

 

 

5월이 가기 전에

권오범

 

생때같은 미나리와 함께

초장에게 조물조물 당해

서로 끌어안고 정신 나간

우여회가 굴뚝같다

만약 바람의 순서를 바꾸라면

한평생 수군덕수군덕 따라다녀

어차피 이골이 난 메아리 앞 토막

밴댕이회도 괜찮고

그것마저 희박하다면

, 나는 또 언제까지 어떻게

유년에 갈무리해 둬 곰삭은

이 담백한 그리움들을 달래야 한단 말인가

하루가 다르게 생화 헤집는 난기류 때문에

얽힌 실타래처럼 배끗배끗

뜬구름 잡는 마지노선

아까시꽃이나 뭉터기로 씹고 있는데

 

 

 

5월의 백수건달

권오범

 

한바탕 들썽했던 초목들이

때맞춘 못비에 갈증 달래고

본격적으로 건너야 할 성하의 강을 위하여

싱그럽게 매무새 추스르는 소만

 

모과나무가 조롱조롱 낳아놓은 제 분신들에게

시고 댕돌같은 생각을 주입하는 중이고

아기단풍 뒤에 숨어

남몰래 성숙해진 앵두 군침 돈다

 

세월은 계절을 때가 되면 영락없이

빈대떡 뒤집듯 잘도 바꿔 놓아

벌써 여름 들머리건만

아직도 내 마음은 해동이 요원한 빙하지대

 

겨우내 붉은벽돌 붙잡고 절박 흥정하느라

다 죽어가던 담쟁이마저

여봐란듯이 되살아나

희망을 주체할 수 없게 내 걸고 나부대는 것을

 

 

 

5월에

김경희

 

하얀 수줍음 소심쟁이

이맘때면 송이송이

새초롬 분꽃을 피우곤 하지

 

보드레한 살결이

얼마나 곱던지

달빛에 단연 하얀 별이

눈에 띄지

 

볼을 갖다 대면 숨소리네

분꽃 향기

아 보고 싶어라

그리워

 

처녀 가슴 살짝 들키어

콩닥콩닥 물레질

눈 뜬 노란 꽃술

화들짝 터질 듯이 하네

 

 

 

5월의 저녁

김광규

 

신록의 바람 타고

우울한 소식

어느 집에선가 들려오는

서투른 피아노 소리

바크하우스느 벌써 죽었고

루빈슈타인도 이미 늙었는데

어른들의 절말 아랑곳없이

바이에르 상권을 시작하는 아이들

 

신문지에 싸서 버릴 수 없는

희망 때문에

평온한 거리마다

부끄럽게 나리는 어둠

 

 

 

5월의 기도

김광선

 

주여! 오월에는 푸른 하늘과 녹색의 나무들

더 자주 바라보게 하시고, 난시(亂視)

흐려진 세상, 깨어진 그 꿈의 조각들까지도

오월의 녹색 조리개에 초점(焦點) 맺게 하소서!

주여! 푸른 내 영혼에 약수처럼 솟는 기쁨,

오월에는 내 기도에 가득 배어나게 하시고

열병처럼 번지는 영혼의 시어(詩語),

오월에는 누렇게 익어 가는 보리처럼

골똘한 사랑으로 열매 맺게 하소서!

주여! 절물 약수 한 모금에도 내 가슴 속

영롱한 시어들로 가득 채워지게 하시고

삼나무 숲 그늘에 이르면 기도하게 하소서!

주여! 오월에는 흐려지는 내 눈 밝게 하시고

녹색의 은총 내리 사, 낡아 가는 내 시력,

오월에는 저 햇살처럼 밝아지게 하소서!

까마귀의 결절 된 성대처럼 거친 내

영혼에 신의 은총 내리 사 주여!

오월에는 내 마음 더욱 더 간절하게 하소서!

 

 

 

오월 햇살이 너무 밝다

김광선

 

아무리 먹어도 태()도 안 나는 저 햇빛을 하얀 설탕에

꼭꼭 찍어 가래떡 먹는다 쫄깃한 입맛이 좋은 오후

한 시의 느긋함, 내가 예배당 커튼 젖히고 내려다보는

저 오월의 푸른 가로수 포도 위에 햇살이 한결 밝다.

손수레에 생필품 바리바리 챙겨 들고 빗속을 지날 때

연식이 오래된 내 낡은 그레이스까지 비가 내렸다.

한껏 부풀어 오른 아내의 어깨 위에 사랑처럼

내 손을 얹고 우리는 새로 생긴 대형마트에서

몇 달 만에 최소한의 삶을 꿈꾸며 생의 퍼즐 많이도 샀다.

내 어깨를 쉽게 적시며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웃자란 세월처럼 키 큰 나무 위에도 내렸다.

경품 추첨함에 쌓여가는 삶의 요행들

아내의 지친 손길마저 기대감으로 부풀게 했다.

씹을수록 담백한 세상이 추첨함 속으로 던져졌다

오랜만에 먹어 보는 쇠고기가 꿀 엿에 절어 달콤하다

노란 참외 하나 깎아 먹고 우유한잔 마시고 하얀

가래떡 한 입 베어먹고 모로 누워 잠든 아내의 잔등이

베이지색 잠의 물결 출렁이며 선명하게 그려지는 오후

둘이서 지켜 가는 삶의 둥지에 오월 햇살이 너무 밝다.

 

 

 

오월 숲에서

김귀녀

 

꽃향기 가득한 오월엔

연둣빛 어우러진 숲으로 가자

우리 모두

푸른 빛 소리 들리는 숲으로 가자

 

봄여름 가을 겨울 무언의 몸짓으로

삶을 이야기 하는

오월 숲에서

우리 모두 화해하자

 

살랑 바람에도 수줍어 미끄럼 타는

나뭇잎들의 몸짓을 보며

우리의 마음도 푸르러지게

 

풀빛 가득한 오월 숲에서

꿈을 노래하고

웃음을 쏟아내자

침묵하며 그리움 사르는 오월 숲에서

 

 

 

오월의 향기

김귀녀

 

정갈한 들꽃소리

숨 쉬며 사는 산비탈, 거기에서

산비둘기 울 때 콩 심는다고

콩밭갈이를 한다

땅을 뒤엎는 트랙터 소리

흙속에 숨어버린 돌멩이 골라내어

힘껏 던지는 소리

까만 비닐 오월 훈풍에

낙하산처럼 날아가고

세월을 갉아먹는 시간 속에서

밭고랑을 고르며 삽질하는 투박한 손

개울 건너 저편

냇가에 어리는 구름 한 점

바다로 흘러가고

오동나무 보랏빛 향기

하늬바람 타고, 아카시아 단내가

마을로 내려가는 정겨운 곳

함박꽃 같은 웃음소리

온 들녘 물들일 때

산비둘기 한 쌍

꽃그늘 아래서

사랑 나눈다

 

 

 

오월의 숲에 들면

김금용

 

어지러워라

자유로워라

신기가 넘쳐 눈과 귀가 시끄러운

오월의 숲에 들어서면

 

까치발로 뛰어다니는 딱따구리 아기 새들

까르르 뒤로 넘어지는 여린 버드나무 잎새들

얕은 바람결에도 어지러운 듯

어깨로 목덜미로 쓰러지는 산딸나무 꽃잎들

 

수다스러워라

짓궂어라

한데 어울려 사는 법을

막 터득한 오월의 숲에 들어서면

 

물기 떨어지는 햇살의 발장단에 맞춰

막 씻은 하얀 발뒤꿈치로 자박자박 내려가는 냇물

산사람들이 알아챌까 봐

시침 떼고 도넛처럼 꽈리를 튼 도롱뇽 알더미들

도롱뇽 알더미를 덮어주려 합세하여 누운

하얀 아카시 찔레 조팝과 이팝꽃 무더기들

홀로 무너져 내리는 무덤들조차

오랑캐꽃과 아기똥풀 꽃더미에 쌓여

푸르게 제 그림자 키워가는 오월의 숲

 

몽롱하여라

여울져라

구름밭을 뒹굴다

둥근 얼굴이 되는

오월의 숲에 들어서면

 

 

 

오월 그리고 시월

김낙필

 

지난 오월은 꿈이였다.

가슴 곳곳 꽃이 터지고 향기 날던 날

그 향기에 숨이 막혀

죽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가슴 터질 듯 차오르는 희열

충만함으로 마치 절명할 것 같았다.

 

시월에는

무장(武裝)해도 춥다.

마음 구석 얼음이 언다.

속으로 성긴 성에가 칼끝을 세우고

살가죽으로 스며 얼어붙기 시작했다.

 

손톱에 서리 끼고

입술에 하얀눈 내리고

가슴이 얼음벌판이 되고

눈동자마저 얼어붙어 나는 죽는다.

 

오월에 피어나서

시월에 동사(凍死)하고

그렇게 피고 죽기를

나는 나무의 둥그런 나이테로 그려간다.

 

오월 꿈이였듯

내 시월은 어두운 죽음의 그림자 드리우고

해빙의 날..

나이테만 한 몸집으로 다시 태어나겠지.

 

지난 오월은 벅찬 꿈이여서

시월 지금은

추운 겨울 한복판으로 걸어가고 있다...

 

 

 

오월

김대식

 

오월이 왔다.

겨울부터 준비하던 이른 꽃들은

잎이 나기 전 사월에 모두 피우고 갔다.

이제 피는 꽃들은

늦은 것을 아는지

잎과 함께 핀다.

때아닌 겨울이

한 이틀 찾아와 심술을 부렸다.

가끔은 성급한 여름이 찾아와

자리다툼을 하는 것을

그 흐름조차 감지할 수 없는 무딘 내가

내의와 선풍기를 번갈아 찾는다.

유월의 소나기가 찾아와

빨리 꽃피우라고 꽃들에게

천둥과 번개로 한나절 소동을 피우고 갔다.

늘 하찮게 사는 나에게도 꽃바람이 찾아와

이제는 꽃 하나 피워보라고 한다.

작은 꽃이라도 하나 정도 피워보라고 한다.

하찮은 꽃 피우나 마나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는 것을

그래도 이제서야

작은 꽃 한 송이를 준비해 본다.

 

 

 

5월 예찬

김덕성

 

아카시아 향기 가득하고

붉은 장밋빛

화려함을 자랑하며

마음껏 정열을 들어내는 5

벌 나비도 한 몫

꽃들과 사랑을 나누는 계절

벌써 하나 둘

예쁜 꽃들 자취를 감추고

초록색의 대자연

한 폭의 수채화이리라

희망의 봄을

성숙시켜 놓은 오월

그대의 공은

내 가슴에 오래 남을

계절의 여왕 오월이어라

 

 

 

5월의 순결

김덕성

 

밤새 내린 봄비로

더 맑게 빛나는 세상

환희로 열리는 오월의 아침

 

황사와 미세먼지로 쌓여 있는

나무 잎들

봄비로 말끔히 씻어내어

산뜻한 파란 웃음으로

너무 좋아 불어오는 바람에

한들한들 춤을 춘다

 

쉼 없이 내리는 봄비

더러운 영혼까지 말끔히 씻어 준

청명한 아침

5월의 빛나는 순결이어라

 

 

 

5월의 숨결

김덕성

 

밤새 정겹게 내린 봄비

촉촉이 적신 산하

싱그러움을 더해주는 오월

 

온몸을 촉촉하게 적시는

초록 잎사귀의 반란

초록웃음 지우며

마음껏 내 품는 초록빛의 향연

 

산야를 덮은 신록

먼지 말끔히 씻어내니

위대한 신의 솜씨

신비스러움을 들어내며 드려오는

초록의 숨결

 

오월의 단비로

활기를 되찾은 나뭇잎같이

희망을 되찾은 나

하늘을 날아가듯 힘찬 5월이여

 

 

 

5월의 입김

김덕성

 

여인의 미소처럼

녹이듯이 반기며 다가와

내 빈 가슴에 가득하게 채워져

 

아름다움과 신선한 초록으로

고루고루 사랑으로 나누어 주는

그 솜씨는 정말 아름답다.

 

화내고 투정부림 없는데

항시 짜증내고 불평뿐인 나

부끄러움이 밀려오고

 

그대의 생명의 온기로

영혼의 고독은 살아진 오늘

사랑의 입김으로

생기가 넘쳐나는 5월의 봄이어라

 

여인의 미소처럼

녹이듯이 반기며 다가와

내 빈 가슴에 가득하게 채워져

 

아름다움과 신선한 초록으로

고루고루 사랑으로 나누어 주는

그 솜씨는 정말 아름답다.

 

화내고 투정부림 없는데

항시 짜증내고 불평뿐인 나

부끄러움이 밀려오고

 

그대의 생명의 온기로

영혼의 고독은 살아진 오늘

사랑의 입김으로

생기가 넘쳐나는 5월의 봄이어라

 

 

 

오월 길목에서

김덕성

 

오월에 들어서면

봄을 더 무르익고 알찬 봄이 되어

맛있게 익어가는 봄이 되리라

 

겨울 떠난 자리 아픔만 남겼을 뿐

봄은 울긋불긋 꽃향기 날리고

희망을 품은 초록빛 꿈꾸는

유난이 빛나는 생명의 약동이리라

 

자기 몸처럼 가족을 사랑하며

가족과 즐거움을 나누는 가정의 달

꽃같이 아름다워지는 사랑의 계절

하나 된 오월의 해복이요 사랑이라

 

오월은 모란이 피는 계절

사랑하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우며

얼마나 행복하고 큰 축복인가

사랑으로 뼈 속 깊이 감사하며

날마다 새로워지는 오월이었으면

 

 

 

오월 띄운 연서

김덕성

 

삶의 언저리를

맨 돌며 치솟아 오르는 듯

불꽃처럼 타오르는 사랑

그런 그리움인가

 

저물러 가는 길목

나뭇잎 흔들이는 소리에

님의 음성인 듯 설레는 가슴

봄비 구슬프게 내린다

 

밤새 내 사랑

내 모습 그대로 담아

봄비에 띄워 님께 보내려니

그리움만 더 피어나고

 

마음속 깊이까지

적시며 스며드는 사랑 비에

애타게 부르짖는

한없이 그리운 내 님아

 

 

 

오월의 기도

김덕성

 

오월에는 싱그러운 초록의 꿈

사랑으로 씽씽하게 이루게 하시고

거리두기로 흩어졌던 마음 마음이

하나 되어 희망으로 살게 하소서

 

코로나 바이러스 완전 퇴치되어

생명을 바쳐 수고한 분들에게

영예로운 면류관을 씌워 주시고

나약해진 삶이 활기차게 하소서

 

신록의 계절 눈부시게 하셔서

마음이 하늘만큼 푸르게 하시고

시인들 시향(詩香)이 가득 풍겨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게 하소서

 

사랑으로 감사하는 가정의 달

행복한 웃음이 떠나지 않는

어버이를 정성껏 섬기는 오월

신의 은총이 가득 내려 주소서

 

 

 

오월의 봄

김덕성

 

겨우내 웅크리고 떨던 겨울 가고

기다리던 봄이 오고

 

만상이 기지개를 켜

심술궂은 꽃샘마저 살아지니

오월은 꽃 세상이 되었다

 

화려한 봄을 꾸민 오월

떠나려 하는 봄

가는 세월 어쩔 수 없는 것

 

순리로 살아가는 인생

5월의 봄으로

언제나 계절의 여왕으로

살고 싶다

 

 

 

오월의 축복

김덕성

 

사랑이 내린다

사랑의 비가 내려

산야가 사랑으로 촉촉이 젖는다

 

오랜 기다림

갈급했던 나날들

촉촉하게 적시는 담비

사랑의 투명한 눈물인가 보다

 

사랑을 쏟아 낸 비로

생명이 살아나

깨끗이 변화되어 가니 참 좋다

 

사랑의 꽃을 피우고

사랑으로 눈뜨게 하는 고마운 비

만상이 생기를 얻는 오월

하늘에서 축복으로

비가 내린다.

 

 

 

五月

김동리

 

5월의 나무들 날 보고

멀리서부터 우쭐대며 다가온다

 

언덕 위 키 큰 소나무 몇 그루

흰 구름 한두 오락씩 목에 걸은 채

신나게 신나게 달려온다

 

학들은 하늘 높이 구름 위를 날고

햇살은 강물 위에 금가루를 뿌리고

 

땅 위에 가득 찬 5월은 내 것

부귀도 선향(仙鄕)도 부럽지 않으리.

 

 

 

 

5

김상현

 

나와 봐

어서 나와 봐

찔레꽃에 볼 부벼대는 햇살 좀 봐

햇볕 속에는

맑은 목청으로 노래하려고

멧새들도 부리를 씻어

들어 봐

청보리밭에서 노는 어린 바람 소리

한번 들어 봐

우리를 부르는 것만 같애

자꾸만 부르는 것만 같애

 

 

 

지리산 5

김선태

 

색깔로 말하면 분명 불순한

지리산 5월은 왼 통 철쭉꽃물결

약속은 없었어도 산과 산이 어깨동무를 하고

저희들끼리 그냥 하나가 되는구나

하나가 되어 뜨겁게 노래 부르는구나

그러나 아름다움은 잠시뿐

그것들 열아홉에 죽은 누이처럼 혹은

성급한 젊음처럼 자취 없이 사라질 때

못다 이룬 꿈,

못다 부른 노래만 남는구나

봄의 폐결핵 같은 안타까움 속으로

무덥고 처연한 여름은 또 오는구나

 

 

 

5월의 향기

김수잔

 

초록으로 옷을 입는 오월의 나무들

산과 들은 나날이 초록으로 짙어가고

그 녹색을 보는 눈은 상쾌하고 즐겁다

 

뜰에 잔디가 눈부시게 파랗다

맨발로 촉촉한 잔디를 밟으면서

발가락 사이로 초록 물이 나오도록

온종일 초록에 잠기고 싶다

 

살랑살랑 바람도 초록을 안아서

지나는 바람결이

초록 향으로 싱그럽다

그 향에 취하고 싶다

 

아카시아, 라일락꽃 향이

사방으로 흩날리는 오월에는

그 향기에 푹 빠져들어 보자

눈과 코를 통해 가슴에 앉아서

지친 영혼에 쉼을 주는

5월의 향기

 

 

 

5월 연가

김숙경

 

젖은 풀잎 일으켜 세우며

연둣빛 5월의 여명 화려하게 왔습니다

 

묵음으로도 넉넉히 전달되는 연모의 눈빛

새벽을 전송하면서 이미 눈썹 젖는 감격인데

 

지상은 하루가 다르게 연두에 채색되어

황홀경에 취한 나그네 비틀거리고 싶습니다

 

5월에는 이유 따윈 묻지 않겠습니다

길게 변명하기도 전에 사랑이 앞서 말합니다

 

연약한 잎새 윤기를 드러내어

새로워지자고 바람 앞에 애살을 떠는 터에

 

얽힘의 연은 무슨, 가슴 벅찬 5월인데

연두의 미소 앞에 용서의 이유란 없습니다

 

 

 

오월

김영랑

 

들길은 마을에 들자 붉어지고

마을 골목은 들로 내려서자

푸르러진다

바람은 넘실 천()이랑 만()이랑

이랑이랑 햇빛이 갈라지고

보리도 허리통이 부끄럽게 드러났다.

꾀꼬리는 여태 혼자 날아볼 줄 모르나니

암컷이라 쫓길 뿐

수놈이라 쫓을 뿐

황금 빛난 길이 어지럴 뿐

얇은 단장하고 아양 가득 차 있는

산봉우리야 오늘 밤 너 어디로 가버리련?

 

 

 

오월 아침

김영랑

 

비 개인 5월 아침

혼란스런 꾀꼬리 소리

찬엄(燦嚴)한 햇살 퍼져 오릅내다

 

이슬비 새벽을 적시울 즈음

두견의 가슴 찢는 소리 피어린 흐느낌

한 그릇 옛날 향훈(香薰)이 어찌

이 맘 홍근 안 젖었으리오마는

이 아침 새 빛에 하늘대는 어린 속잎들

저리 부드러웁고

발목은 포실거리어

접힌 마음 구긴 생각 이제 다 어루만져졌나 보오

 

꾀꼬리는 다시 창공을 흔드오

자랑찬 새 하늘을 사치스레 만드오

사향(麝香) 냄새도 잊어버렸대서야

불혹이 자랑이 아니 되오

아침 꾀꼬리에 안 불리는 혼이야

새벽 두견이 못 잡는 마음이야

한낮이 정밀하단들 또 무얼하오

 

저 꾀꼬리 무던히 소년인가 보오

새벽 두견이야 오-랜 중년이고

내사 불혹을 자랑턴 사람.

 

 

 

오월의 시

김영랑

 

나는 풀로, 너는 꽃으로

사랑의 마음으로 피어나는 오월

당신이 잘 보이는 곳에 앉아

하늘이 언어를 쓰게 하십시오

나무처럼 우리 가슴도

초록의 싱싱한 순수 담게 하십시오

탐스런 목련이 되게 하십시오

 

꽃씨로 심어진 씨알들의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는 오월

소리 없이 떠다니는 구름의 모습으로

당신과의 조화가 이루어지게 하십시오

 

삶의 숨결로 생명에 용기 더하는 오월

이기와 욕심으로 감겨진 눈을 뜨게 하십시오

눈떠서 햇살 보게 하십시오

구석구석 어둠을 털어내는

빛의 자녀답게 하십시오

 

 

 

, 오월

김영무

 

파란불이 켜졌다

꽃무늬 실크 미니스커트에 선글라스 끼고

횡단보도 흑백 건반 탕탕 퉁기며

오월이 종종걸음으로 건너오면

, 천지사방 출렁이는

금빛 노래 초록 물결

누에들 뽕잎 먹는 소낙비 소리

또 다른 고향 강변에 잉어가 뛴다

 

 

 

신록의 오월은

김영수

 

오월은 희망이 꿈을 꾼다

사랑의 초록색 물감을 준비하고

모두가 잠이 든 고요한 시간

 

산과 들에 요술봉을 흔들어

샤르르 샤르르르 색칠을 하고

날마다 조금씩 키를 키워 간다

 

어제는 연초록색 칠을 하고

오늘은 좀 더 짙은 초록으로

신록의 가슴을 넓혀 가고 있다

 

청춘이야 항상 푸르러 좋다지만

신록은 비로소 숲이 무성해지고서야

모든 이의 마음을 품을 수 있나 보다

 

무성한 신록을 바라보고 있으면

샘물이 솟아나듯 가슴이 벅차오르고

마음엔 평화가 강물처럼 흘러간다

 

 

 

5월의 아침이슬

김영철

 

꽃 아래

꽃 진자리

날 선 칼에

손 벤 자리

 

푸른 잎

무성하여

아픈 상처

숨겼어도

 

꽃 아래

꽃 진 그늘

저문 꽃이

설워 설워

 

초록 잎

그렁그렁

동터 오는

서러운 눈.

 

 

 

5

김용택

 

연보라색 오동꽃 핀

저 화사한 산 하나를 들어다가

이 산 너 다 가져하고

네 가슴에 안겨주고 싶다

 

 

 

오월 청산

김용택

 

저 들

저 보리밭에 보리 패면

오월 들녘 사람들은

캄캄한 깜부기로 패어

캄캄한 세상,

온 세상을 눈 찾아 헤매네.

 

아이들아

아이들아

해맑은 남녘땅

아이들아

나를 뽑아

늴리리야 늴리리

보리피리를 불어다오

이 산 저 산

오월이 청산이 다 개이도록

흘러가는 저 강물에

 

늴리리야 늴리리

보리피리를 불어다오

 

 

 

5월이 오면

김용호

 

무언가 속을 흐르는 게 있다

가느다란 여울이 되어

흐르는 것

 

이윽고 그것은 흐름을 멈추고 모인다

이내 호수가 된다

아담하고 정답고 부드러운 호수가 된다

푸르름의 그늘이 진다

잔 무늬가 물살에 아롱거린다

 

드디어 너, 아리따운

모습이 그 속에 비친다

오월이 오면

호수가 되는 가슴

 

그 속에 언제나 너는

한 송이 꽃이 되어 방긋 피어난다

 

 

 

오월의 아침

김용화

 

간밤에 비 내리고 도랑 물소리

또랑또랑 들려온다

연초록 잎새에 고운 햇살 빛난다

새들이 제 목소리로 노래 부르고

맑게 씻긴 잎잎 사이로

해 그림자도 몇 장 떨어져 있다

세상은 아무 일 없고

유월이 오면 녹음은 짙어질 것이다

아이들도 키가 더 자랄 것이다

 

 

 

오월의 편지

김윤진

 

오며 가며 유독 우편함에

눈이 가는 날입니다

언젠가 어느 때였던가

길게 접어 쓴 편지에는

온 마음 담겨있었는데

그리워라 찬란했던 시절

다시 찾아온 오월입니다

 

생각하면 아름답기만 했던

여린 내 임의 사랑이여

멀리 어느 곳에서

이슬을, 꽃을, 하늘을 바라보며

옛 추억에 잠겨있을까

동화 같은 내 사랑

잠시라도 느끼고 싶어

오월 하늘에 편지를 씁니다

 

 

 

5월의 꿈

김인경

 

편안함은 모두 사라지고

서로를 찌르고 있는 가시만이 남았다.

붉은 망각으로 흐르는 추억의 그림자

 

멀어지며 뿌려 댈

미세한 피의 함성들은

가시를 끌어 들인다

서로 그냥 지나갈 수 만 있다면

그런 꿈 같은 일이 생겨 날 수 있다면

 

나는 꿈을 꾸었지

5월의 정원에서 울고 있는 너를 보았지

너의 흐느낌은 내게로 와

슬픔을 심장 밖으로 꺼내 놓았어

 

묻고 싶었지만

꿈은 자막만 나올 뿐

소리는

꿈 밖의 나만 볼 수 있었지

 

 

 

오월의 끝자락을

김일선

 

비 개인 오후

이슬비 머금은 수백 송이 넝쿨장미

 

활짝 벌려 한껏 품어낸 향기가

송이송이 엉켜 부풀어 올라

속살을 드러내 보인 채

회색빛 도시의 하늘 미풍 따라

서재 창가에 스미어든다

 

오월의 끝자락에 감긴 향기는

사무친 그리움에 저미는 가슴

돌아보는 세월만큼 긴 터널 속

어두운 추억에 한 줄기 빛이 되는구나

 

내 영혼을 부르던 그대 강렬한 눈빛

이제는 마주칠 수 없지만

소리 없이 날리는 꽃비 속에

밀어인 양 귓가에 듣고 싶다

 

노을 없이 어두워진 골목 하늘

가로등 아래 검붉은색의 변조는

또 한 폭의 끝자락을 감추려 하는가?

 

! 오월의 끝자락을-----

 

 

 

오월의 초원

김일선

 

오월의 초원은 초록빛 융단

쑥 민들레 자운영 기타 잡초들

초록빛에 눈이 부시고 현기증이 도는 것은

자운영의 보랏빛 꽃 환상 속에 그려지는

아리땁고 애절한 그녀의 모습

핑 도는 눈물

 

회색빛 하늘은 오월과는 어울리지 않아

사흘째 계속 내리는 비는

다투어 핀 온갖 꽃들을 상하게 하고

어룡도 등대섬도 달마산도 모두 지어버려

오월의 초원은 적막과 싸늘함과 그윽함에

숙연하게 한다.

 

짓궂게 내린 비가 그치고

눅눅한 해무가 육지에 퍼져오면

달큼한 빗물을 받아 마신 대지는

온갖 화초들에 생기를 주고

계속 이어 피게 한다

 

다시 피는 꽃들이 생기가 돋아나면

오월의 초원은 초록빛이 한결 살아나

환상 속에 그리운 얼굴이 문득 나타난다

 

 

 

슬픈 5

김정래

 

5월엔 당신 꼭 만나려 했는데

당신도 못 만나고

무심한 시간은 이렇게 가 버리니

5월은 나에게 슬픔의 달이네요

 

보고 싶을 때

볼 수 없는 안타까움이

지금 내 가슴에 멍이 되어 있으니

당신 만나면 멍이 사그러 질려는지요

 

정말로 당신 만나는 것이

왜 이다지도 어렵고 힘드는지

물안개처럼 몽실몽실 피어오르는 그리움 때문에

오늘도 새벽잠을 설치고 있답니다

 

그리운 내 당신

5월이 가고 유월이 오면

우리 만나 사랑할 수 있겠는지요

당신 보고 싶어 눈물 날 것 같은데……

 

 

 

5월은

김정순

 

파란 하늘에

하얀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가고

봄도 멀어져 가네

높새바람에 살랑거리는

초록빛 푸름에 마음 걸어두고

쉼 없이 흐르는

맑은 개여울 따라 걸어보네

내 키보다 훌쩍 큰 나무

발아래 미소 짓는 여린 풀꽃

5월은

언제 보아도 겉과 속이

한결같은 해맑은 얼굴

그대가 내 벗이라

외롭지 않네.

 

 

 

오월

김정윤

 

떨어진 꽃잎을 땅에 묻고

홀연히 떠나간

빈자리에 돌아온 오월

 

아직 산달이 멀었는데

불쑥 커진

만삭이 다된 가로수

 

바람이 불 때마다

돌출된 뿌리를 삐걱거리며

푸르름을

과시(誇示)하고 있다

 

봄 꽃향기에 취해 비틀거리는

오월에 등을 기대고

이제는

기억 속에 사라져가는

어릴 적 아픈 추억 허기진

보릿고개를 그려본다.

 

 

 

그해 오월은

김정호

 

하얀 꽃 한 송이

시들어간 오월

질긴 목숨 하나

불꽃이 되어 타오른다

세월은 흘렀어도

수천의 한 맺힌 통곡 소리

아직 귓가에 맴돌고 있다

초록 향기마저 잊어진 그 해 오월

꽃보다 고운 소녀의 싸늘한 주검도

태양을 뱃속에 넣고 두 눈을 감지 못한

임산부의 한 많은 얼굴도

날카로운 단검에

힘없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지만

그날 그 함성은

지금도 원혼으로 물결쳐와

시들어간 무덤 위에 무너져

우리들 가슴속에

오월의 장미처럼

붉게 타오르고 있다

 

 

 

5월의 사랑

김종해

 

그대는 내 남쪽 바다의

작은 섬으로 떠 있누나

섬으로 떠서

그대는 노오란 유채꽃으로 웃고 있누나

맑은 바람 있는 대로 풀어놓고

내 남쪽 바다의 물결을 다스리누나

다도해의 봄밤은 깊어가는데

잠 못 드는 젊은 짐승

내 베갯머리에

물결로 와 찰싹이누나

초파일 꽃등 행렬 위로

물인 듯 바람인 듯

그대는 내 남쪽 바다의

작은 섬으로 떠 있누나

그대, 5월의 사랑아

 

 

 

찔레꽃 오월의 며칠은

김종해

 

오월의 며칠은 늦잠을 잘 수 없다

밤새도록 하늘에서 별들이 내려와

찔레 덤불 위에

하얗게 앉아 있다

알몸으로 웃고 재잘거리는

애기 별똥별

주먹이 눈부시다

오오, 귀여운 것

개중에는 내 손주도 몇 앉아 있다

 

 

 

향기 자욱한 오월

김태백

 

하늘과 땅 풍성한 아침

웅장하게 열리니

울타리 붉은 장미 예쁘게 피어

소녀의 마음

스마일 미소 짓게 하네

 

청보리 들녘을 지나

한라산 자락

연분홍 철쭉

아름다운 향기 토하니

 

개울 하천 자작나무꽃

사랑 가득 품고

소녀의 마음

빙그레 미소 짓게 하네

 

 

 

5

김태인

 

, 귀여운 햇살 보세요

애교 떠는 강아지처럼

나뭇잎 핥고 있네요

 

, 엉뚱한 햇살 보세요

신명 난 개구쟁이처럼

강물에서 미끄럼 타고 있네요

 

, 능청스러운 햇살 보세요

토닥이며 잠재우는 엄마처럼

아이에게 자장가 불러주네요

 

, 사랑스러운 햇살 보세요

속살거리는 내 친구처럼

내 가슴에 불 지르네요

 

 

 

오월

김해원

 

천리만리 밖에서도

오라 손짓한 적 없는데

봄꽃도 찾아와

꽃이파리 흐트려 놓고

거리엔 온통 오색등이 춤추고

사람들 마음엔

오만가지 소망이 반짝이는

뭇 생명이 성장하는 계절

 

그들에게 득이 될지 모르지만

머언 길 떠나는 나그네 발걸음만큼이나

연두빛 잎새는 빠르게 달린다

무슨 짓을 해서든지 붙잡으려 해도

무성한 녹색의 여름을 향해

또다시 올 그대를 위해

어려운 시대는 가고

 

 

 

5월의 그늘

김현승

 

그늘,

밝음을 너는 이렇게도 말하는구나

나도 기쁠 때는 눈물에 젖는다.

 

그늘,

밝음에 너는 옷을 입혔구나

우리도 일일이 형상을 들어

때로는 진리를 이야기한다.

 

이 밝음, 이 빛은

채울 대로 가득히 채우고도 오히려

남음이 있구나

그늘 - 너에게서……

 

내 아버지의 집

풍성한 대지의 원탁마다

그늘,

오월의 새 술들 가득 부어라!

 

이팝나무네 이름 아래

나의 고단한 꿈을 한때나마 쉬어 가리니……

 

 

 

오월의 환희(五月歡喜)

김현승

 

그늘,

밝음을 너는 이렇게도 말하는구나,

나도 기쁠 때는 눈물에 젖는다.

 

그늘,

밝음에 너는 옷을 입혔구나,

우리도 일일이 형상을 들어

때로는 진리(眞理)를 이야기한다.

 

이 밝음, 이 빛은,

채울 대로 가득히 채우고도 오히려 남음이 있구나,

그늘-- 너에게서......

 

내 아버지의 집

풍성한 대지(大地)의 원탁(圓卓)마다,

그늘.

오월(五月)의 새 술들 가득 부어라!

 

이깔나무- 네 이름 아래

나의 고단한 꿈을 한때나마 쉬어 가리니...... .

 

 

 

오월에 살으리

김형태

 

아시나요?

지금쯤이면

연둣빛 이파리에서 반짝이는 청춘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나무 등걸을 파내는 딱따구리의 함성은 또 얼마나 대단한지...

 

산마루를 타고 내려온 아침이

사립문 안으로 들어와 뜰에 머무릅니다

 

봄비에 깨어난 아카시아 향으로

저문 하루를 적시어 보지만

어머니의 젖가슴처럼 넉넉하지는 못 하군요

 

물빛 하늘을 건너던 흰 돛단배가

편백나무 끝에 닻을 내리고

빛바랜 날들을 실어 올립니다

 

멍들어 퍼레진 날들을 보내려 합니다

 

송홧가루에

실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이제 그를 보내려니

나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내가 그를 붙잡고 있나 봅니다.

 

 

 

오월의 편지

김형태

 

긴 침묵의 강을 건너와

고향 어귀에 머문 오월에

아카시 향이 자욱합니다

 

초록에 함뿍 젖어

빈 가슴을 타고 내리는 봄비는

누구를 그리는 눈물입니까

기러기 따라간 어머니가

모시 적삼을 열고

가슴을 내어 줄 것만 같습니다

 

오월이 가기 전에

몇 년째 소식 끊긴 친구에게

화해의 편지를 써야겠습니다

 

아무래도

 

내 잘못이었다고.

 

 

 

너무 고운 오월의 밤에

김희경

 

바람이 고운 오월의 밤입니다

이 밤 울컥 되어짐은 아마도

너무 고운 것은 슬픔인가 봅니다

 

아침녁엔

하늘이 짓무르게 푸르러

가슴 한켠 켜켜이 머문 무언가

울먹울먹 눈시울을 적시게 하더니

 

오후 나절에는

햇살에 반짝이는 이파리 눈부셔

마음 둘 곳 없는 쓸쓸함을 데려와

눈언저리 붉어지도록 시리게 하더니

 

이 밤엔 저 바람결 사그락소리

어둠에도 지치지 않는 그리움 데려와

울먹이게 합니다

 

너무 고운 것은

시간의 강에 던져둔 것이 많은 사람에겐

건져올리는 되뇌임처럼

슬픈 일인가 봅니다

 

너무 고운 것은

던져둔 그 기억들에게도

머물러주길 바라는 마음탓에

토닥임 하듯 슬픈 일인가 봅니다

 

생각해 보니

너무 고운 것은

이 모든 행복의 겨움이

위로라는 치유의 손짓임을

너무 잘 아는 이유로

슬픔을 빙자한 기쁨이었습니다

 

너무 고운 것은

고와서 슬픈 것이 아니라

선물처럼 다가오는 잔잔한 파동을

마음으로 볼 수 있는 눈이 있음에

슬픔으로 다가오는 감동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너무 고운 것은

너무 기쁜 감동이 됩니다

 

 

 

오월의 향기

김희선

 

완행열차는

해묵은 추억을 토해내고

 

양귀비의 붉은 입맞춤에

그대 품속 같은 보드라운 햇살은

길섶에 똬리를 틀고

 

돌담 사이로 흐르는

피아노 선율은 환청인 듯

연분홍빛 장미의 춤사위

실바람도 취해

오월을 휘감아 돈다

 

아카시아 푸른 향기는

말간 그리움을

수줍게 실어 나르고

 

오월의 향기에

그대의 향기에

가슴으로 취하는 날

 

엄마표 쑥떡은

내 속에서

그리움을 잉태하고 있었다

 

 

 

5월이여 안녕

나명욱

 

그대 내 가슴의 문을 함부로 열고

태양으로 빛나길 희망하는 이여 안녕

 

다시는 그 충만 바라보고 싶지 않았으나

때가 되면 한 계절로 창을 열고 들어오는 이여

 

나 어둠 속이라도 마음껏 자유를 누리도록

제발 그 화려한 입술을 살며시 닫아다오

 

그대 문 안에서만 밝게 머무는 이여

많은 사람들을 그대 문에 가두려고 하는 이여

 

세상 꽃피고 지는 일 젊고 늙는 일 순간

나 그때 가서 내 사랑 노래의 가락 느껴볼 것이니

 

그대 내 인생 속으로도 다른 이의 인생 속으로도

부르지 않거들랑 그 영혼의 문을 애써 열려고 하지 마오

 

아름다운 향기요 5월이여 안녕

오만이여 위선이요 모순이여 반짝임이여 안녕

 

 

 

5

나태주

 

아름다운 너

네가 살고 있어

그곳이 아름답다

 

아름다운 너

네가 웃고 있어

그곳이 웃고 있다

 

아름다운 너

네가 지구에 살아

지구가 푸르다

 

 

 

5월의 아침

나태주

 

가지마다 돋아난

나뭇잎을 바라보고 있으려면

눈썹이 파랗게 물들 것만 같네요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고 있으려면

금세 나의 가슴도

바다같이 호수같이

열릴 것만 같네요

돌덤불 사이 흐르는

시냇물 소리를 듣고 있으려면

내 마음도 병아리 떼같이

종알종알 노래할 것 같네요

봄비 맞고 새로 나온 나뭇잎을 만져보면

손끝에라도 금시

예쁜 나뭇잎이 하나

새파랗게 돋아날 것만 같네요

 

 

 

5월의 향기

남성대

 

5월의 창문 너머 변주곡이 들리고

변이 된 바이러스처럼 날씨마저 스산한데......,

 

먹구름으로 뒤덮인 서쪽 하늘엔 포성이 멈추지 않고

궂은비만 하염없이 내리는구려

 

계절의 여왕 5월이 왔다지만,

미얀마의 봄은 얼어붙은 듯

시련은 그칠 줄 모르고

탄식 소리 안개처럼 자욱하구나

 

한겨울 추위가 꽃잎을 더욱 곱게 채색하듯

때가 되면 5월의 향기로 짙게 피어나리

 

유유상종(類類相從)이 어찌 인생뿐이랴만

벌 나비 모두 자연의 섭리에 따른

결실을 위한 매개체인데......

 

유달리 별난 인생들이여!

진정코 우리는 자유로워지는 길을 찾아

5월의 향기처럼 피어나야만 하리

 

흩어져 숨기운 보물지도 같은 형제자매여!

우리 모두 이기적인 생각을 버리고

서로 협력한다면

정녕 평화로운 세상에서 풍요로운 삶을 누리게 되리

 

 

 

5

남정림

 

5월이 찬란한 것은

봄의 문턱을 넘어서는

옹알이 때문이지

 

햇살을 유혹한

대지 위에는

옹골찬 풀꽃의

잔망스러운 옹알이가 수런거리고

 

각진 시간을 견딘

은사시나무 위에는

솜털 열매 익어가는

싱그러운 옹알이가 살랑거리고

 

아기 구름 서성거리는

하늘 위에는

땅의 봄이 궁금해진

종알대는 옹알이가 술렁거리지

 

5월이 찬란한 것은

살아서 꿈틀대는

살아보려 옹알거리는

두툼한 생명의 향기가

넘실거리기 때문이지

 

 

 

떠나는 5월 마음

노정혜

 

창공에는 새들이

바람에 나르고

5월 하늘 맑고 좋아라

 

땅에는 신록이 푸르게푸르게

봄볕에 농심의 모습

행복하다

 

과일도 채소도 제철이라

뽐내는 모습도 좋아

 

싱그러운자연이

아주 좋아

 

5월이 떠나는 모습

미소가 보인다

 

 

 

푸른 5

노천명

 

청잣빛 하늘이

육모정 탑 위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 앞에

여인네 맵시 위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 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5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고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데 하늘을 본다.

 

긴 담을 끼고 외딴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 냄새가 물컹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친다.

 

청머루 순이 뻗어 나오던 길섶

어디에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호남 나물, 젓가락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림자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 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5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오월 민들레

도종환

 

내가 이름 없는 땅에 이렇게 피어 있는 것은

이곳이 나의 땅인 까닭입니다

내가 이렇게 홀로 피어 있어도 외롭지 않은 것은

이 세상 모든 꽃들은 제 홀로는 다 그렇게 있는 까닭입니다

풀과 꽃들이 모두 그렇게 있을 곳에 있듯이

당신도 그렇게 피었다 말없이 당신의 길을 간 때문입니다

 

 

 

5월 편지

도종환

 

붓꽃이 핀 교정에서 편지를 씁니다

당신이 떠나고 없는 하루 이틀은 한 달 두 달처럼 긴데

당신으로 인해 비어있는 자리마다 깊디깊은 침묵이 앉습니다

낮에도 뻐꾸기 울고 찔레가 피는 오월입니다

당신 있는 그곳에도 봄이면 꽃이 핍니까

꽃이 지고 필 때마다 당신을 생각합니다

어둠 속에서 하얗게 반짝이며 찔레가 피는 철이면

더욱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사람은 다 그러하겠지만

오월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가 많은 이 땅에선

찔레 하나가 피는 일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이 세상 많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을 사랑하며

오래도록 서로 깊이 사랑하는 일은 아름다운 일입니다

그 생각을 하며 하늘을 보면 꼭 가슴이 멥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서로 영원히 사랑하지 못하고

너무도 아프게 헤어져 울며 평생을 사는지 아는 까닭에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고 오늘처럼 꽃잎에 편지를 씁니다

소리 없이 흔들리는 붓꽃 잎처럼 마음도 늘 그렇게 흔들려

오는 이 가는 이 눈치에 채이지 않게 또 하루를 보내고

돌아서는 저녁이면 저미는 가슴 빈자리로 바람이 가득가득 몰려옵니다

뜨거우면서도 그렇게 여린 데가 많던 당신의 마음도

이런 저녁이면 바람을 몰고 가끔씩이 땅을 다녀갑니까

저무는 하늘 낮달처럼 내게 와 머물다 소리 없이 돌아가는

사랑하는 사람이여

 

 

 

5월을 기다리며

도지현

 

무엇을 기다린다, 함은

어떤 기대도 있고 희망도 있다

 

죄도 없는데 수인이 되어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살며

창 너머의 세상을 동경하며

시린 하늘만 올려 보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에

이 형기는 언제나 끝날까

대답 없는 물음만 하고 있는데

 

그래도 기대해 본다

잔인하고 힘겨웠던 4월이 가고

계절의 여왕이라 칭하는 5월이 되면

무언가가 달라질 것 같은 예감

그래서 희망을 가져 본다

찬란한 계절 5월이 오면

기가 막힌 수인 생활도 끝날 것이라고

 

 

 

5월의 숲에는

도지현

 

그곳에 가면 행복에 젖는다

절로 미소가 피어난다

꽃들의 미소 지음이

삭막한 내 가슴에 윤기를 준다

 

은방울 요정의 향기로움

꿀풀도 피고 쥐오줌풀도

윤판나물, 골무꽃,

머리 푼 할미꽃, 큰 꽃 으아리

괴불주머니, 미나리냉이,

가지가지 꽃들이 있어

행복하지 아니할 수 없다.

 

푸름이 가득한 5월의 숲은

싱그럽고, 희망에 차

그 벅찬 기쁨을 나눌 수 있어

5월은 어디를 가나 환희로움이다.

 

 

 

오월의 선물

도현영

 

녹음이 짙어가는 오월

장미의 계절이자 가정의 달을

맞이한 마음은 왜 이리 분주한가요

 

카네이션 꽃에 은 초롱 구슬

대롱대롱 매달아

예쁜 바구니에 아름드리 담아

당신께 감사의 선물을 드릴게요

 

이 정성 가로막을 햇살이 심술부리면

꽃 물결 환하게 비출 생명수를 뿌려

그 사랑 독차지하게끔 해줄게요

 

태양이 시샘하지 못하게

젖 먹던 힘까지 끌어내어

운무로 덮던지 흰 종이 젖을지언정

싱그럽고 화사한 꽃을 드릴게요

 

 

 

5월의 설레임

명위식

 

한 번쯤

어디로든지 달아나고 싶다

연두 빛으로 어우러진

진풍경 눈요기하며

산과 들에서 풍겨 나는

초록 향기 마셔가면서

 

사랑하는 이여

우리를 손짓하는

저 넓은 초원을 손잡고

한없이 달려보자꾸나

 

돌담 넘어 흩날리는

라일락 향기에 숨죽이고

아카시아 꽃내음

천지에 진동하는 계절에

 

사랑하는 이여

그대 있음에 행복하다고

그대를 그리워함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고

고조에 이른 초록의 방사

그대를 괴롭힐 방책을 강구 중이다.

 

 

 

5월 풍경

명위식

 

녹음방초 동산

들과 산 넘쳐나는 활력이여

둑비탈에 흐드러지게 피어

향기 흩날리는 아카시아 꽃

애기 똥 풀 노랗게 꽃밭 이루어

살랑살랑 고갤 흔드네

소나기 퍼붓고 나니

농부는

외진 논다랑이에 물꼬를 틀어

물 대고 써레질하여 흙을 고르고

으스름 녘에서야 고달픈 일손을 접네

숨어 있던 맹꽁이들 합창소리 정겨웁고

산 숲 소쩍새 울음 구슬픈 음률

소낙비 쏟아지듯

개구리 울음소리 구성지게 메아리치네

 

 

 

오월 어느 날

목필균

 

산다는 것이

어디 맘만 같으랴

 

바람에 흩어졌던 그리움

산딸나무꽃처럼

하얗게 내려앉았는데

 

오월 익어가는 어디 쯤

너와 함께 했던 날들

책갈피에 접혀져 있겠지

 

만나도 할 말이야 없겠지만

바라만 보아도 좋을 것 같은

네 이름 석 자

햇살처럼 눈부신 날이다

 

 

 

5월의 편지

목필균

 

가끔은 스무 살 젊음이고 싶다.

안개 배인 공지천을 산책하던 우리의 노래는

하얗게 웃어대던 아카시아 향기로 가득했지.

미숙한 사랑을 지켜온 백치 같았던 순결, 그 시절, 네 그림자

허리를 잡고 안부를 묻고 싶다.

 

잎새 반짝이던 은백양 나무에 걸려있던

우리의 시들은 오월의 축제를 사열하고,

교정의 기인 *외수아저씨는 순수를 위해 몸을

닦지 않는다는 모순된 말로 자신의 남루를 덮고 있었지. 잔디밭

에서 물구나무서기를 하며 시선을 끌던 작은 키의 동기생은 한

학기를 떠돌다 사라지기도 하고.

시내에서 변두리까지 꼬박 걸어도 1시간 거리도 안되었던

연인들의 이야기는 아쉬움 속에 깊어가기도 했어.

 

별빛은 5월을 더욱 향기롭게 하는지,

시절의 노래가 생생하게 살아있으리라 믿으면서

아카시아 흐드러지는 이맘때가 되면

스무 살 그 젊음이고 싶다.

외수 아저씨 - 소설가 이외수님을 우리는 외수아저씨라고 불렀다.

 

 

 

5월 산조

문병란

 

길게 뻗친 하얀 도로 가에

키 높이 자란 가로수들이

비취빛 양산을 펴들고

우리를 손짓해 부른다.

 

하늘은 쾌청

신록은 물 머금은 에메랄드빛 비단을 두르고

바람은 겨드랑이에 파고들어

살랑살랑 바람을 넣는다

 

청산 가는 길목

사이사이 꽃들은 루즈 짙게 바르고

날개 고운 바람둥이 나빌 부른다.

 

발정 난 암 고양이 야웅

담 넘어간 다음

고양이 꼬리 끝에 묻은 꽃가루

솔솔 진한 암내 풍기고

 

두 날개 떡 벌려 홰치며

장닭은 꼬끼요

길게 목을 뽑아 돌격 자세

아뿔싸, 수탉은 저만치 암탉을 쫓는다

 

앞산의 꾀꼴새

꾀꼴꾀꼴 꾀꼬르

신방 앞 새색시 옥색 고무신은

나란히 나란히 놓였는데

 

옥을 굴리는 앞산의 꾀꼬리 소리

암놈 꼬드기는 별난 울음소리 현란하다

들판에선 여물든 보리 고개 툭툭 살 벌어진다.

 

야장미 엉클어져

먼드럼히 날선 조선 낫 끝에

눈부신 햇살 가닥가닥 갈라지고

꽃뱀도 스르르 또아리를 푼다.

 

재 너머 보리밭에

미칠 듯 바람이 일렁이고

사향 박하 뒤안길에

그녀는 더욱 꼬리가 길어졌더라

 

지난밤 비단풀 언덕에

연인들 고운 엉덩이가 뭉개다 간

미나리 아제비도 넉넉히 허리띠 풀고

제 흥에 겨워 저절로 향기에 흐드러졌다.

 

아 오월은 살아 있는 것들

서로 제 자리 찾아

사랑을 조르는 타는 입술들.....

벅벅 칠하고만 싶은 진한 빛깔들....

 

 

 

5월 우중 산책

문익호

 

자작자작 빗소리

자박자박 발소리에 맞추어

알록달록한 우산 행렬이

남산 성곽 오솔길로 들어선다.

 

서울 한복판에 숨어 있던

멋드러진 숲길에 놀라며

칙칙한 도시 가슴에서

촉촉한 숲속 가슴으로 들어간다.

 

촉촉하게 봄비 오는 숲길을

조잘조잘하며 걸었을 뿐인데

봄비에 촉촉해진 내 마음을 본다.

함께 걷는 친구들 모두 윤기가 난다.

 

조잘조잘 정다운 길

우리 함께 윤기 나게 걸어보자.

 

 

 

5월의 숲

문익호

 

5월의 숲 싱그럽다.

연초록 햇살 반짝이는 소리

아카시아 향에 봄바람 설레는 소리

사랑의 세레나데 행복한 새소리

경쾌한 계곡 물소리

 

숲속 벤치에서

잠시 팔베개하고 망중한을 즐긴다.

편안한 숲 소리에 설핏 잠이 들고

오랜만에

어우러지는 소리 가득한

사람 세상 꿈을 꾼다.

 

행복한 미소 지으며

설핏 잠을 깨니

반짝이는 초록 햇살

나를 간지럽힌다.

 

바쁠 것 없이

흐뭇한 꿈 꼬리 물고

한 마리 새가 되어 날아간다.

 

 

 

오월은

문장우

 

오월은 푸르다

마음의 심연에서

오월을 맞이하니

사랑의 빛깔이다

 

푸른 오월아

나와 함께 가자

 

정녕 너는

나의 가슴에

파란색으로

붉게 물들이고 있다

 

나는 너에게

응석 부리고 싶고

너의 심장에

나를 깊이 적셔다오

 

오월의 향기는

내 생의 최고 절정이며

연옥빛 잎새보다

싱그러운 바람 빛

너의 눈빛이 나의 심장 안에

자리 잡고 있다

 

 

 

5

문추자

 

오월은 붓털이 그리는

액자 속의 터치와 흡사하다

 

아아!~~ 저 건너 점점이

하늘아래 번지는

붓살의 촉감

 

도시의 체온을 툭툭 쳐

어루만지며

풋풋한 선을 그으며

촉촉한 초록색 음영을 찍어댄다

 

테두리 안에서

오월은 목말라 울부짖으며....

 

 

 

5월의 신부

문추자

 

나는 기다렸다

오월의

타오르는 기쁨을...

 

바이올렛 꽃의 수줍은 기다림

이제는 끝내고

고요한 옷고름 풀어야지

 

사랑과 사랑을 짙푸르게 태우는

속가슴 동공속에서

푸르른 열정이 방문여는

신부의

은밀한 사랑 이야기

 

전설의 꽃처럼

일렁입니다.

 

 

 

5월의 산하

민경대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내리고

마월동 산에서는 518의 그날의 정녕들이

울음보다 진한 송진 같은 눈물을 흘린다

 

 

 

5월이 내게

민경대

 

오월이 지금 내게 와

고양이 같은 음성으로 나의 귀를 간지럽힌다.

푸른 오월의 화려한 몸짓이 나를 부른다.

그래도 나는 아직 너를 만질 수도 가질 수도 없으니

정작 나의 신부는 긴 겨울잠 안에 있나 보다.

 

 

 

5월 속으로

박경남

 

푸른 물이 뚝뚝

꽃물이 뚝뚝

흐를 것 같은

싱그러운 5

춥지도 덥지도 않는

딱 좋은 계절

 

부드러운 바람에

실려 오는 꽃향기

반짝이는 연둣빛 여린 잎

눈이 부시도록 좋은 날

5월을 붙잡고

산과 들로 붐비는 나들이 인파들

 

~

뭇사람들

평범한 일상

저 대열에 함께 할 수 없는

간절한 사람들도 있다는 걸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감사하다

책 속에서 더 예쁜 길을 걷고

시상 속 푸른 들판을

자유롭게 걸을 수 있어서

푸른 5월 속으로

 

점점 빠져들어 간다.는 새소리

멀리 보이는 항구 불빛에

별들이 반기를 들며 떠들어대는

그런 곳에 집을 지어

 

넘나드는 바람결로 청소하고

햇볕으로 따뜻한 밥을 지어

모두를 초대하여 즐겁고 싶다

 

 

 

오월을 보내며

박광섭

 

상쾌한 산들바람에

초록빛 잎새 출렁이고

꽃향기 가득했던 오월

아쉬움을 뒤로하고

처연히 떠나간다

 

봄비에 흩날리던 꽃비

대지에 살포시 내려앉아

예쁜 양탄자처럼 수를 놓아

가슴속 깊이 파고들고

 

소담스레 피어난 야생화

풀잎 속에 걸터앉아

햇볕과 대화를 나누며

떠나가는 오월이 아쉬워

애증의 손짓을 보낸다

 

향기로운 봄 향기에

산새들 합창이 울려 퍼진

오월의 끝자락

푸르름 몰고 오는 유월의 청명함에

조용히 떠나가는 오월의 봄이여.

 

 

 

오월

박광현

 

언제 왔지?

아직 철쭉꽃이 함께하기에

사월인 줄 알았는데

오월이 와 있는걸

바보같이 나만 모르고 있었네

 

아카시아꽃 향기가

코끝을 간지럽할 때

꿀벌들 날갯짓 소리가 들릴 때

알았어야 했는데

오월 너 많이 섭섭했겠구나

 

 

 

오월의 표정

박광현

 

꽃 잔치가 끝나니

꽃가루가 봄바람 타고

긴 여행을 떠나려 한다

 

4월의 마지막 날까지 불어오던

포근한 바람은 멀어지고

덥고 후덥지근한 바람이 온다

이른 봄 힘없어 보이던 연두색 잎들은

어느새 짙게 물들어져

짙은 초록으로 가지를 장식하고

 

장미 가지 끝에는 꽃망울을

터뜨리려는 듯 무거운

꽃봉우리가 가지를 구부리게 한다

 

 

 

5월이 가네

박귀훈

 

아뿔싸

비탈길만 굴러내리는

바퀴처럼

구르기만 하는

기막힌 세월에

하나님의 어버이 마음이

금싸라기 땅인 양 주신

천혜의 빤짝 5

하늘엔

흰 구름이 흐르고

바람은

() 자 풀이를

진종일 하는데

밀쳐도 밀쳐도 다가서는

심연 같은 초록빛

풍덕천(豊德川) 둑길에 도열한

가시나무장미의

새빨간 긴 넝쿨이

기어이 기어이

잔인한 그 세월에

길을 트고 말았네

5월이 가네

기약도 없이

5월이 가네

다시는 못 올

사람처럼

길을 떠나네

 

내달려 왔단다

지쳐있는 네 몸을 좀

쉬게 해 주려고

네게로 왔단다

 

 

 

오월의 논에는

박근철

 

거친 이랑에 서래질 되어 물이 차면

아버지 이마주름 같던

오월의 논에는

 

하늘이 내려와

가슴속을 풀어헤치고

 

잊지 못할

몇몇 그리움들이

뭉게구름 따라 흐르면

 

애야 ~ 막걸리 한 병 사오너라

검게 그을린 목소리

 

지금

오월의 논에는 없지만

물에 비친 하늘에서 그날을 찾는다.

 

 

 

오월의 꽃

박노해

 

봄부터 숨 가빴다

피고 지고 피고 지고

연달아 피어나던 꽃들

 

문득 5월이 고요하다

 

진달래도 목련도 벚꽃도

뚝뚝 무너져 내리고

새 꽃은 피어날 기미도 없는

오월의 침묵, 오월의 단절

저기 오신다

 

아찔한 몸 향기 바람에 날리며

오월의 초록 대지에

붉은 가슴으로 걸어오시는 이

 

장미꽃이 피어난다

 

그대 꽃불로 피어나려고

숨 가쁘게 피던 꽃들은 문득 숨을 죽이고

대지는 초록으로 기립하며 침묵했나 보다

피와 눈물과 푸른 가시로

오월, 붉은 장미꽃이 걸어오신다

 

 

 

5월에 지는 꽃

박동수

 

금방

천국을 실어 온 듯

펼쳐놓은 화사함들이

5월의 날개를 퍼덕이는 날

저리도 허망하게

지고 마는가

 

지는 꽃들은 봄같이 왔지만

돌아감은

흙으로 바람으로 가고

그리움으로

이름 모를 산새는

목이 아프게 우네

 

시절 좋아

화사함과 정직으로 왔더니

부정부패로 어지러워지는 세상

가슴 아팠을까

웃음 하나 떨어놓고

미련 없이 가버리는

허망함은

 

그 많던 화려한 꽃 대궐이

이제 또

어제와 그제처럼 쓸ㅆ르해

산새는 슬프게 우네

가네

가네

5월에 지는 꽃

 

 

 

무르익은 5

박동수

 

산은 온통 푸른 핏줄을 세우고

혈관을 늘리는 소리

귀가 멍멍하게 울려온다

 

일렁이는 푸른 너울 속에는

무르익는 오월의 굉음

녹색의 불길이 치솟아 오르고

발자국을 겨우 옮기던

어린 새들의 첫 비행하는 안간힘

녹색 잎 위에 땀방울이 맺히고

 

쏟아져 내리는

5월의 눈부신 햇빛에

줄기마다 뽑아 올리는 파란 수혈

터질 듯한 봉우리의 젖가슴

소리 지르는 냇물은

비늘을 세워 노 저으며

바다를 향해 달리는

무르익은 오월은 풍요하리

 

 

 

5월에

박두진

 

푸른 한 점 구름도 없이 개인 하늘이 호수에 잠겼습니다.

호수는, 푸른 하늘을 잠근 호수는, 푸른 머언 당신의 마음

볕 포근히 쏘이고, 푸른 나뭇잎 하늘대고,

하나 대는 잎 사이, 여기저기 붉게 피는 꽃 무더기.

오월은, 재재대는, 적은 새의 떼와 더불어,

푸른 호수 가로, 호수 가로, 어울리는데,

당신은, 오월, , 부드러운 바람에도 안 설렙니까.

소란한 저자에서 나무와 꽃 잎 사이,

비록 아기자기 대수롭지도 않은 풍경이긴 하나,

내 조용히 묻고, 조용히 또 대답할 말 있어,

기인 한나절을, 나 어린 소년처럼 혼자 와 거닐어도,

당신은, 하늘처럼, 마음 푸른 당신은 안 오십니다.

이제는, 머언 언제 새로운 날 다시 있어,

, 어느, 바다가 바라뵈는 언덕에 와 앉아,

오오래, 당신을 기다리기, 하늘로 맺혀 오른 고운 피의 얼이,

다시, , 푸른 하늘에서, 이슬처럼 내려 맺어

나의 앞에, 붉은 한 떨기 장미꽃이 피기까지,

나는, , 혼자, 오오래 소년처럼 기다릴까 봅니다.

 

 

 

5

박얼서

 

높푸른 하늘 품에 청렴한 네 모습

여린 청풍 한 점도

길손 반가움에

그냥 보내지 못하는 몸짓

세월 오랜 만남에도

수줍어라

거짓 없어라.

 

 

 

5월의 장미

박영숙

 

혼자서 짝사랑하다

피맺힌 가슴 안고 죽어간

어느 순결한 처녀의 혼백이

저승길 가면서 뿌려 놓은

눈물이

장미꽃으로 피어났을까

 

시집간 첫날부터

소박맞은 어느 여인이

수많은 밤을 별을 세며 지새우던

가슴앓이 한이 되고

속속들이 숨긴 눈물 가시 되어

저리도

붉은

심장만이 살아서 장미꽃 되었을까

 

핏물이 뚝뚝 떨어질 것 같은

장미꽃 서러움이

내 가슴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촉촉한 그리움이 하늘로 일어서는데

허공에서 빛나는 저 미소는

아직도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장미꽃 가시가 목에 걸리어

목젖을 돋우는구나

 

 

 

5월에는

박옥화

 

푸르고

푸른 오월

꿈과

희망이 샘솟는

가정의 달

 

아카시아 향기

한 아름 안고

붉은 장미꽃처럼

 

5월에는

더 사랑하고

더 행복하고

 

꿈과

희망이 넘치는

행복한 오월이 되시길 바랍니다

 

 

 

5월의 끝자락에서

박인걸

 

쏟아지는 금빛 햇살은

창조주의 찬란한 손길이며

살랑이며 스치는 바람은

그의 맑은 호흡입니다.

 

떠도는 뭉게구름에서

주님의 숙련된 기예를 느끼고

병풍처럼 두른 산들은

든든한 주님 품으로 다가옵니다.

 

넝쿨 장미 눈부신 꽃잎에

십자가 보혈이 가득 고였고

초록빛 나뭇잎들마다

루하흐의 생명이 넘칩니다.

 

가슴속으로 밀려드는

하늘 평화의 쓰나미가

영혼에 웅크린 두려움들을

말끔히 걷어내고 있습니다

 

 

 

오월의 숲에서

박인걸

 

연두 빛 그리움이

언덕길을 오르내리는

오월 초엽의 숲에

영원히 머물고 싶다.

 

때 묻지 않은 생명들이

맑은 호흡을 하며

싱그럽다 못해

찬란하기까지 하다.

 

앙증맞은 새순과

순수하다 못해 자유로운

원시적 풀빛에서

생명의 경외심을 갖는다.

 

듬성듬성 피는 들꽃

우짖는 산새들

때맞추어 지나는 바람

모순이 전혀 없는 공간이다.

 

햇살이 쏟아져

숲 속을 가득 채울 때면

인간이 만들 수 없는 평화가

호수처럼 가득하다.

 

 

 

오월(五月)의 축복

박인걸

 

일제히 푸르른 신록(新祿)

잠재관념도 춤을 추며

원초적(原初的) 본능의 자아(自我)

숲길로 힘차게 견인(牽引)한다.

 

수목(樹木)마다 뒤덮인 잎사귀들과

입을 열어 찬미(讚美)하는 저 새 순들

불꽃처럼 타오르는 형형(炯炯)의 꽃들이

조물주의 기묘(奇妙)를 드러낸다.

 

분수(噴水)처럼 내뿜는 향기에

들뜬 가슴은 두근거리고

풀밭에 앉아 잎 새를 쓰다듬으면

전해지는 느낌에 나도 자연이 된다.

 

최초의 세상은 오월(五月)이었으리

창조(創造)주의 작품(作品)은 완전하여

흠잡을 데 하나도 없으니

비교(比較) 대상이 이 땅에는 없다.

 

네 계절(季節)의 가운데 토막을

아낌없는 마음으로 선사(善事)해 주신

다섯째 달의 버거운 축복(祝福)

합장(合掌)하고 사례하나이다.

 

 

 

5월의 추억

박인걸

 

철쭉이 만개한 길 위에서

옛 추억을 되새기며

가물거리는 그대 모습을

꽃잎을 헤저으며 찾는다.

 

목련이 진 자리에

그 시절이 잠들어 있고

방금 지나간 새의 노래는

잠든 의식을 깨운다.

 

농익은 송홧가루가

온 마을에 분칠을 하고

찔레꽃 그윽한 향이

해마다 강처럼 흘렀다.

 

벌 나비가 즐겨 찾는

흰색 장다리가 피고

호수 없는 강위로

언제나 물새가 날았다.

 

보석처럼 귀한 추억이

아토피처럼 숨어 있다

해마다 이맘때면

교감신경을 흥분시킨다.

 

 

 

5월의 첫날

박정재

 

오월이 찾아왔습니다.

푸르름이 터질듯한 풍성한 차림으로

오월이 찾아왔습니다.

 

백발이 바람에 날리고

파인 주름이 그림자 남기는 우리

우리 마음에도 오월이 찾아왔습니다

 

친구들의 입에서 나오는

푸르름으로 포장된 웃음소리로

온 산을 뒤흔들 오월이 될 것입니다

 

친구들의 가슴에

건강한 우정의 푸른 나뭇잎이

무성하게 자라는 오월을 기도합니다.

 

알찬 행복만 가득한 5월이여라.

 

 

 

오월의 아침

박정재

 

금빛 햇살이 진록의 풀숲 위에

아침을 여는 화창한 오월의 아침은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짧은

사람에게 부러움과 희망을 주는구나

 

부풀어 오르는 풍성한 성장이

대지의 궁색함을 감추어 주고

눈으로 배부름을 느끼기에 하는

자연의 풍성한 선물 바로 그것이구나

 

토해놓은 오월의 아침 열기는

시들어가는 심신을 어쩌지 못하고

고독과 지나간 추억으로 달래는

그런 슬픔을 잊게 하기에 충분하구나

 

화창한 오월의 아침

창밖을 내다보며 친구를 찾아간다

 

 

 

오월의 풍경화

박종영

 

싱싱한 웃음 넘치는 푸른 바람이다

저거 한 줌 마음에 가두면

복사꽃 설레는 가슴이 움틀 것이고,

흥겨운 시간은 낯익은 길로 돌아와

욱신욱신 등 두들겨 실오라기

빗살처럼 벗겨지는 오월의 길 위에

봄 물결 터지는 소리 정겹게 들리고,

누구의 먼 길을 위해 꽃들은

저리 붉게 타오를까?

산들바람에 비질하는 여린 속잎

그사이 우수수 흩어지는 봄꽃의 먼지들,

오월은 샛노란 빛의 길을 따라

피곤한 하루가 풋사랑의 꿈결로 잠기는데,

새벽 기운으로 살아 아장아장 돋아나는

키 작은 들꽃,

하늘가 아득하게 한 장 그림으로 치장하는

오월의 풍경화처럼,

그 옛날 고향 냇가에서

참방대던 알몸들이 하냥 그립다.

 

 

 

푸른 오월에

박종영

 

고향 언덕배기

척박한 땅 자리하고 피는 들 찔레

그 하얀 가슴에 첫사랑이 보이는 오월입니다

 

청보리가 낮달을 품어 배를 불리고

청명한 바람이 강산에 고루 퍼지면

꽃 진액 달고 끈끈하게 피는 늦깎이 철쭉

 

입하 지나 해는 길어지고

먼 산 뻐꾸기 울음이

애잔한 마음에 물결을 씌우는 한나절

 

어느 누구에게도 다가가지 못하는 외로운 시간

잔인한 사월의 아픔을 밀어내고

풋풋한 웃음을 피워내는 오월,

 

그 풋풋한 웃음을 섞어 차지게

먹이고 먹어야 하는 환희의 오월입니다.

 

 

 

오월, 비 내리다

박주현

 

오월을 흔드는 느닷없는 뇌성

바람 한 점 허공에 안겨

숨 크게 내려놓으며

메마른 손으로

기어이 비를 불러낸다

 

콰르릉거리는 허공의 분노

번쩍이는 성난 눈빛

쏟아지는 빗줄기는

아직 잠들지 못하는

오월의 아픔이다

 

오월 광주의 아카시아꽃은

빗줄기에 휘청이며

코끝 찌르는 알싸함으로

아직도 악몽을 꾼다

초록이 빗물 속으로 스며든다

 

 

 

오월의 소월길

박태강

 

 

 

오월의 첫 자락

소월길은 붉고 희고 분홍빛 꽃길

눈을 들면 연두 손을 흔들며

늘어선 사이로

 

손잡고 걷는 연인

수채화처럼 어울려

세월 묻혀 무딘 내게

오월은 나를 사로잡느니.

 

맑은 하늘

확 트인 북산의 시야

부드러운 바람

나를 뜨게 하고

 

보임의 아름인가

생각의 나름인가

날으는 마음

오월은 정말 황홀하구나!

 

 

 

오월의 햇살 푸른 날엔

박현희

 

따사로이

내리쬐는 봄 햇살에

한껏 부풀어 오른 연둣빛 꽃망울로

 

싱그러움이 넘쳐나는

오월의 햇살 푸른 날엔

문득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이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믿음과 신뢰로

견고한 사람의 성을 쌓아

몸은 비록 멀리 있어도 마음으로 가까운 사람

 

눈을 감아도 그려지는

화사한 봄의 향기 같은 사람이

왠지 더욱 보고 싶습니다.

 

빨간 장미 꽃길 깔아놓아

우리만을 위한 사랑의 낙원으로

손잡고 함께 가자는 사람

 

오늘도 그 사람의 깔아놓은

사랑의 꽃길을 따라

마음이 먼저 앞장섭니다.

 

내 안에 꿈 같은 사랑의 집을 짓고

늘 그리움으로 가슴 설레게 하여

나의 시가 되고 노래가 되는

 

아름다운 그 사람이 오늘따라

무척이나 그립고 보고 싶습니다.

 

 

 

오월 예찬

박희자

 

찔레꽃

연분홍 향기 솔솔

잿빛 울타리 넘나들고

 

산목련

하얀 꽃잎 수줍은 얼굴

초록 잎새 사이로 나풀거리며

그네 춤춘다

 

아기 노루

키 크는 소리

숲속을 달리고

휘파람 소리

가득 술렁거린다

 

산딸기 익어가는 그곳

 

당신의 푸른 미소

걸어가는 숲길 따라

빨간 여름이

성큼성큼 손끝에 닿는다

 

 

 

오월의 꽃

박희자

 

빨간 장미꽃

어느 원예사의

손끝을 지나 담장에 앉았다

 

인적 드문

허기진 언덕에

수줍다 연분홍 찔레꽃

 

산골짜기마다

몽실몽실 주렁주렁

향기 그윽하다 아카시아꽃

 

밤새워 꽃향기 품었다

아침 햇살 산들바람에 터트리는

오월의 꽃

 

 

 

5월에는

반기룡

 

5월에는

우리 저 창공을 힘차게 날아보자

비상하는 새처럼 하늘을 쭉쭉 미끄러지며

희망의 나래 활짝 펴고 맘껏 날아보자

가슴에 웅크리고 있던

고달픈 찌꺼기 휘익 휘익 던져버리고

삐리리 삐리리 노래 불러보자

사노라면 먹장구름 뭉게구름

떴다 사라지고 흩어졌다 모이는

변화의 연속이지만

버들피리 은은하게 허공에 날리고

찌든 생각 애드벌룬처럼 마구 띄우며

담뱃재처럼 툭툭 털어내며 소리쳐보자

5월에는

우리 저 창공을 기쁘게 날아보자

나뭇잎 우거져 푸르게 푸르게 다가오고

맑은 햇살 스리슬쩍 끌어당겨

시린 가슴과 마음을 살짝 뎁혀보자

강심에 홀로 서 있는

마른 나무 가지 끝에서 우짖는 새소리 들으며

조용히 흐르는 시냇물 소리 가슴에 포개며

명상과 반성의 옹골찬 시간을 가져보자

우리의 미래가 동백처럼 푸르고

우리의 내일이 햇살처럼 반짝이며

5월은 신록의 생살을 푸르게 푸르게 토악질하리라

 

 

 

5월 바다

배준석

 

하늘을 쓸어도 5월의 색깔은 변하지 않는다. 푸르뎅뎅한 의미도 구름도 찢어지거나 내려앉지 않는다. 어느 귀퉁이로 한바탕 소나기라도 나뒹굴지 않을까. 않을까 하는 무심한 공간에 바람을 한 켜 깎아 넣는다. 예리한 칼끝. 파도는 늘 성급했다. 발버둥 치며 나뒹구는 여인. 하얀 속옷 자락. 끝에서 끝으로 가느다란 해안선을 끊고 깃 터는 고깃배. 어부 한 사람이 성큼성큼 5월을 부려놓고 몸부림치는 여인의 속살로 사라졌다.

 

 

 

오월아!

배창호

 

물안개 머물다 간 날은

눈부신 빛살이 미어지도록 터져서

이파리마다 청빈한 수혈로 넘쳐난다

시시로 변하는 건

거스를 수 없는 봄날의 기적을 품은

무등 탄 찔레 꽃향기가

풀물 바람에 얹힌 오월!

 

하루 볕이 어디냐고 유난 떨어도

손 한번 담가

얼굴 한번 훔쳤을 뿐인데도

돌 개천 쳐다만 봐도 통한다

네 닮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청보리 문양까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니

밉상스럽게도

두근거리게 하는 네, 참 곱다

 

 

 

5

백운호

 

하루가 시작할 무렵

커튼 자락 사이로 보이는

오월, 당신은 아름다운

초록의 반란입니다

 

1,000킬로그램이 넘는 자동차

25층까지 오르내리는 아파트 승강기

첨단 정보를 보여주는 컴퓨터도

내마음 대로 조작하지만

 

일그램에도 못 미치는 꽃잎이

피었다 시나브로 지는 건 제 영역

밖의 일, 어쩔 수 없습니다

 

강물이 전해주는

5월의 비밀은 약속한 일 없어도

가슴에 숨어들어 조용한 호숫가

산새 날아가는 언덕

어느 숲 아래 반란군의 성공을 알리는

호각 소리에 세상은 푸른 노래를 부릅니다

 

지난겨울 골방에 구겨 던진

원고지 칸마다 이름 모를 새가 날고

꽃들이 바이러스를 이기며 피어날 겁니다

 

 

 

5월의 느티나무

복효근

 

어느 비밀한 세상의 소식을 누설하는 중인가

더듬더듬 이 세상 첫 소감을 발음하는

연초록 저 연초록 입술들

아마도 지상의 빛깔은 아니어서

저 빛깔을 사랑이라 부르지 않는다면

초록의 그늘 아래

그 빛깔에 취해선 순한 짐승처럼 설레는 것을

어떻게 다 설명한다냐

바람은 살랑 일어서

햇살에 부신 푸른 발음기호들을

그리움으로 읽지 않는다면

내 아득히 스물로 돌아가

옆에 앉은 여자의 손을 은근히 쥐어보고 싶은

이 푸르른 두근거림을 무엇이라고 한다냐

정녕 이승의 빛깔은 아니게 피어나는

5월의 느티나무 초록에 젖어

어느 먼 시절의 가갸거겨를 다시 배우느니

어느새

중년의 아내도 새로 새로워져서

오늘은 첫날이겠네 첫날밤이겠네

 

 

 

5월을 맞으며

서정윤

 

소리가

키 작은 소리가 밀리어가다가

어둠이 불어오는

보릿단 위에 엉기어 있다.

비가 내린다

습기 찬

내 생활의 구석 자리에

눈물의 홀씨들이 모여

저들끼리의 사랑과

고통의 거미줄을 짜고

무엇으로든 비가 내린다.

어느새 우리는

우리들의 있던 곳으로부터

너무 멀리 떨어져 왔다.

그 먼 길을

소리로서 되돌아가는

푸른색의 정물화단에

목의 힘으로 하늘을 들어야 하는

키 작은 보리들의 낙서.

내 손에 들려 있는

무거운 하늘이 흔들리고

바람은 또 이렇게 불어오는데

 

 

 

장밋빛 오월

석옥자

 

오월에는 산이 부르면 산으로 가고

들녘이 부르면 들판이면 어때요.

 

풀벌레 매미의 감미로운 노랫소리

새들이 지저귀는 산이 아름답지요.

 

서쪽으로 가는 어둠 있으면 어때요.

내일이면 다시 해가 뜨는 것을요.

 

함께한 오월의 장미 한 송이

가슴에 물들면 우리 삶은 보람이지요.

 

오월은 가정의 달 내 울타리 다녀간 뒤

오색 무지개가 뜨면 오월은 곱디 고와요.

 

 

 

오월의 그리움

석은수

 

아득하게 먼 곳

산 넘어 저쪽

언제부터 생긴

그리움 하나 있습니다

 

다정하게 부드러운

푸른색 바람이 머무는 창가

그대 선연한 모습

바람결에 묻어옵니다.

 

싱그러운 계절

그윽한 향기로 상큼하여

향긋한 느낌

펄펄 날려

 

 

 

오월의 감각

석화(石華)

 

푸름이 한결 무성해가는

오월의 기슭에 서서

한창 사라져가는 봄에게

손을 흔들어 보이면서도

지금 나의 마음을 모른다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필경은 하나의 계절의 소실(消失)이지만

봄에는 여름에는

이슬이 미끄러져 내리듯 자취조차 없다

 

하나의 계절로 태어나서

인사도 없이 사라지는 봄을 두고

할 말을 잃어버린 나는

하늘에 가지 뻗은 한 그루 백양처럼

그저 손만 저으면 될까

 

너무나도 많은 의미를

피어나는 잎사귀처럼 가득 날리며

봄과 여름의 그 사이에 서 있는 나

성자의 감격 속에 소실의 아픔을 물어야 할까

소실의 아픔 속에서 성장의 기쁨을 찾아야 할까

 

걷잡지 못한 감각의 부대낌 속에서

해는 또 저만치 기울어져 간다

 

흘러가는 시간에는 여유가 없어

봄의 향기와 어여쁨은

꿈으로 접어 기억 속에 남겨두고

저기 파랗게 열린

끝없는 하늘 속으로

나는 지금 그저

한껏 푸르러야만 하는 것인가

 

오월이여

아픔 속에 감사하는 오월이여

 

 

 

오월의 메타포

손한옥

 

잠이 오지 않는 오월 밤

아카시아 피지 않았는데

꽃냄새 진동한다 향기 따라가 보니

 

비녀 꽂은 어머니

내 동생 욱이 안고 찐 감자 껍질 벗기고 있는 일기장 부근이다

미끌한 돌멩이 들면 청푸른 고둥이 입을 오므리는 수통미 부근이다

살색 긴 양말로 내복을 둘둘 말아 넣은 남루한 치마 입은 봄은 왜 그리도 산란한지

보리밭은 왜 그리도 일렁이던지 종횡무진 달리던 오월 부근이다

 

뚤뚤이 감나무 아래 오줌추 무리를 향해 머슴아처럼 오줌 누던 가시내의 생가 부근이다

앉으나 서나 웃거나 울거나 살아서 가장 많이 함께 살아, 죽어서도 함께 살아 쓸쓸하지

않을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언니 부근이다

장기기증으로 보관된 두견새 오빠처럼

고기 잡던 통발이 아직도 걸려있는 오빠의 침침한 헛간 부근이다

 

꿈길에도 푸른 미리벌 동녘

단장면 미촌리 사촌구미 부근 씨 뿌리듯

열 평짜리 박달산 부근 땅 따 먹는다

바람 부는 오월 밤 연두에서 초록으로 건너가는 부근에

거친 열 손가락 마디마디 지질게 일어나고

새앙쥐 한 마리 발가락을 건드린다.

 

 

 

5월의 사랑

송수권

 

누이야 너는 그렇게는 생각되지 않는가

오월의 저 밝은 산색이 청자를 만들고 백자를 만들고

저 나직한 능선들이 그 항아리의 부드러운 선들을

만들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가

그렇다면 누이야 너 또한 사랑하지 않을 것인가

네 사는 마을 저 떠도는 흰 구름들과 앞산을 깨우는

산록들의 연한 빛과 밝은 빛 하나로 넘쳐흐르는 강물을

너 또한 사랑하지 않을 것인가

푸른 새매 한 마리가 하늘 속을 곤두박질하며 지우는

이 소리 없는 선들을, 환한 대낮의 정적 속에

물밀듯 터져오는 이 화녕끼 같은 사랑을

그러한 날 누이야, 수틀 속에 헛발을 디뎌

치맛말을 풀어 흘린 춘향이의 열두 시름 간장이

우리네 산에 들에 언덕에 있음 직한 그 풀꽃 같은 사랑

이야기가 절로는 신들린 가락으로 넘쳐흐르지 않겠는가

저 월매의 기와집 네 추녀 끝이 허공에나 뜨는 날.

 

 

 

오월의 집

송정숙

 

오월이 오면

등대가 보이는 바닷가에

하얀 구름으로 집을 하나 지어볼까

 

끊임없이 들리는 파도 소리와

침묵은 가라 울어 대5월 푸른 강물에 기대어 /(宵火)고은영

 

5월에는

메마른 도심에도 푸르러 시린 거리

첫사랑 같은 풋풋한 설렘이 줄창 피어나기에

인생의 아픔이나 시간에 저당잡힌 사유의 고통은

한 달 동안만 잊자

 

흔들리는 고독이 내 삶을 좀먹고

괴롬의 찌끼를 토한다 해도

뼈아픈 현실에서 선한 양심을 놓지 않는 것은

5월과 조우하는 강물은

변명이나 이해를 구하지 않고

늘 푸르게, 푸르게 흐르기 때문이다

 

 

 

5월은 엘뤼아르에게

신대철

 

명새가 운다, 티 없이 햇빛에 취해

제 향기를 날리고 싶은 생각들이

불쑥 흰 진달래꽃을 틔운다.

 

마을 짐승들을 향해

산속을 열어놓고

 

스스로 매질해 키운

생각 한 잎 날리고

 

그리고?

 

 

 

오월이 돌아오면

신석정

 

오월이 돌아오면

내게서는 제법 식물 내음새가 난다

 

그대로 흙에다 내버리면

푸른 싹이 사지에서 금시 돋을 법도 하구나

 

오월이 돌아오면

제발 식물성으로 변질을 하여라

 

아무리 그늘이 음산하여도

모가지서부터 푸른 싹은 밝은 방향으로 햇볕을 찾으리라

 

오월이 돌아오면

혈맥은 그대로 푸른 엽맥(葉脈)이 되어라

 

심장에는 흥건한 엽록소(葉綠素)를 지니고

하늘을 우러러 한 그루 푸른 나무로 하고 살자

 

 

 

오월의 노래

신진호

 

창을 타고 흐르는

오월에 내리는 비는

슬픈 가슴 물들이는

선연한 철쭉 빛 비

 

속눈썹에 재잘대는

오월의 햇살은

슬픈 가슴 두드리는

환한

보랏빛 햇살

 

 

 

오월의 꽃

심선애

 

마당 가에 도넛 무늬로 둘러선 텃밭

푸르름이 물씬거리는 푸성귀들 사이에

한 장의 갈잎으로 앉아 소복이 물을 주신다

 

낮은 산이 다정하게 자리한 시골집

대자연의 그늘과 노모의 바지런한 손길로

늘 호연지기가 풍성하다

 

오월의 장미가 햇살 아래 눈부셔도

흙 묻은 얼굴에서 잔잔히 피어오르는

미소보다 곱고 아름다울 수 있을까

 

봄볕 아래 빼꼼히 웃던 꽃들이

물오른 미모를 뽐내는 계절에

귓가에 미풍이 부드럽게 스치는 날

 

바람처럼 왔다가는 자식을 위해

지은 밥 홀로 드시며 허전함 달래실 어머니

그 맘 알면서도..

 

가신 뒤,

눈물 뿌린들 무슨 소용 있으랴.

 

 

 

오월의 편지

안계종

 

스치는 바람이

당신인 줄 알았습니다

얼마나 향기로운지

신혼의 봄 같았습니다

 

꽃잎에 물들인 사랑은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오월의 향기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꽃길을 걷다가

잠시 누웠는데 꿈을 꾸었지요

꽃잎에 묻혀버린 귀공자는

숨을 쉴 수가 없었습니다

 

매년 꽃 잔치가 기쁨이었으나

그리움으로 바뀌는 것을

꽃이 지며 알았습니다

 

혼자 갈 수 없어 불러도

때가 되야 만날 수 있다고

꽃으로 봉분만 쌓아놓고

모두가 향기로만 남았습니다

 

봄날엔 임이 온 줄 알았지만

장미꽃 언저리에 떨어진 꽃잎이

애처로이 가시에 매달려

물과 피를 다 내리더이다

 

사랑하는 임! 그대는

내 마음에 향기로 남은

오월의 붉은 장미입니다

 

이제는 가는 길 끝에서

천국의 아침을 맞으려 하오

불러도 대답 없는 그리운 장미꽃 당신

그날에는 가시 없는 장미가 되어주구려!

 

 

 

5월의 단풍나무

안도현

 

우리 아이들이 제 또래 친구들을 하나하나 사귀어 가듯이

그래서 고만큼의 새 세상을 찾아가듯이

우리가 가르쳐 주기도 전에

5, 단풍나무는

중학교 1학년 아이들 손바닥 같은

이파리들을 한 잎씩 불러 모은다

어린 가지에 어디선가 붉은 어여쁨들이 날아와 붙는다

 

단풍나무야

단풍나무야

 

부끄럽게 가을로 물들며 가는구나

손바닥과 손바닥을 합쳐

큰 주먹을 이루려는구나

디디어 눈부신 세상이 오는구나

 

 

 

논물 드는 5월에

안도현

 

그 어디서 얼마만큼 참았다가 이제서야 저리 콸콸 오는가

마른 목에 칠성사이다 붓듯 오는가

 

저기 물길 좀 봐라

논으로 물이 들어가네

물의 새끼, 물의 손자들을 올망졸망 거느리고

해방군같이 거침없이

총칼도 깃발도 없이 저 논을 다 점령하네

논은 엎드려 물을 받네

 

물을 받는, 저 논의 기쁨은 애써 영광의 기색을 드러내지 않는 것

출렁이며 까불지 않는 것

태연히 엎드려 제 등허리를 쓰다듬어주는 물의 손길을 서늘히 느끼는 것

 

부안 가는 직행버스 안에서 나도 좋아라

金萬傾 너른 들에 물이 든다고

누구한테 말해주어야 하나, 논이 물을 먹었다고

논물은 하늘한테도 구름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논둑한테도 경운기한테도 물을 먹여주네

방금 경운기 시동을 끄고 내린 그림자한테도,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누구한테 연락을 해야 하나

저것 좀 보라고, 나는 몰라라

 

논물 드는 5월에

내 몸이 저 물 위에 뜨니, 나 또한 물방개 아닌가

소금쟁이 아닌가

 

 

 

오월의 기도

안성란

 

꽃 피는 들판에 희망을 뿌려 주시고

연둣빛 여린 마음에 해맑은 미소 주시고

창가에 비추는

햇살 반겨서 평온한 마음 주소서

 

두 어깨 무거운 짐 잠시 쉬어 가게 하시고

새날의 변화에 감복하게 하시고

늘 주위를 둘러보게 하소서

 

가족의 건강 주시고

곁에 있는 기쁨으로

늘 행복한 웃음이 떠나지 않게 하소서

 

꽃을 보면 아름다운 느낌을 주시고

세월 흐름에 한탄하게 마시고

새소리 경쾌함으로 발걸음 가벼워

조금은 비워두는 넉넉한 마음 주소서

 

사랑하는 사람들

아픔 없이 한 곳을 바라보게 하시고

서로 아끼고 감싸며 상처받은 마음 다독여

사랑으로 골 깊은 흉터 치유되게 하소서

 

 

 

5

안재동

 

5월엔, 왠지 집 대문 열리듯

뭔가가 확 열리는 듯한 느낌이 든다

그곳으로

희망이랄까 생명의 기운이랄까

아무튼 느낌 좋은 그 뭔가가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기분이 든다

 

5월엔, 하늘도 왕창 열려

겨울 함박눈처럼

만복이 쏟아져 내리는 느낌이 든다

어느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5월엔, 아기 손처럼 귀엽고 보드라운,

막 자라나는 메타세쿼이아의 잎을

가만히 바라보거나 만져보노라면

오랫동안 마음속에 응결되어 있던

피멍 하나 터져

그곳에서 새순이라도 쑤욱 돋아나는

느낌이 든다

 

5월엔, 세월이 아무리 흘렀어도

여전히 그때의 그 싱그러운

당신의 얼굴 같은 그런 느낌이 있다

언제나

 

5월엔, 천지를 가득 채우는

따사로운 햇살에

오랫동안 잠겨있던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집 먼지 진드기 같은 잡념을 태워보자

어디에선가 꼭꼭 숨어

유서라도 준비할 것만 같은

그런 사람아

 

 

 

오월 숲에서

안행덕

 

파랗게 짙어가는 잎새마다 오월을 말한다

나뭇가지마다 매달린 푸른 엽서들

눈 가는 곳마다 하늘에 찍어 놓은 활자처럼

나를 읽어주세요. 유혹한다

거대한 이파리 도서관에 마음 빼앗긴 나

한잎 두잎 책장을 넘겨보듯 자세히 본다

 

가지마다 매달린 푸른 연서들

엽서마다 필체도 다르고 향내도 다르다

때죽나무에 핀 별꽃을 읽어 내려가다 보니

산벚나무 오리나무 참나무 소나무까지

한참을 읽어도 끝이 없는 설렘

잠시 한숨 돌리려 긴 숨 들이마시고,

, 아래로 돌리니

키 작은 철쭉 각시붓꽃 민들레 소루쟁이

나도요 나도요 손 흔든다

낯익은 꽃편지 펼쳐 보이며 생글생글 웃는다

 

깊은 수맥 찾아 뿌리 내린 물푸레나무처럼

나 여기 뿌리내리면 저 오월 같은 푸른 물들까

 

 

 

 

5월의 말씀

양광모

 

부모에게 더 바라지 말 것

낳아준 것만으로도

그 은혜 갚을 길 없으니

 

자식에게 더 바라지 말 것

태어나 준 것만으로도

그 기쁨 돌려줄 길 없으니

 

남편과 아내에게 더 바라지 말 것

인생의 동행이 되어준 것만으로도

그 사랑 보답할 길 없으니

 

해마다 5월이면

신록 사이로 들려오는 말씀

새잎처럼 살아라 새잎처럼 푸르게 살아라

 

자신에게 더 바랄 것

지금까지 받은 것만으로도

삶에 감사하며 살겠노라고

 

 

 

5월제(五月祭)

양성우

 

부활하라

마른 땅 겹겹이 스민 피,

여기저기 아직도 허공에 떠도는

젊은 넋들

모조리 부활하라

이제는 어둠의 손 아래 무단히 죽어가는 것이 아니라

끝날까지 빛의 이름으로 정정당당하게 살기 위하여

그대들

하늘에서 땅에서 물결처럼 어울려 북을 치며

한순간에 부활하라

드디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발을 구르며,

살아생전 매 맞고 굶주린 이들

눈을 뜨고 모조리 부활하라

부활하라

피여 넋이여

 

 

 

5

양수창

 

5월의 숲은

그리움보다 깊고

무성하다.

그 중심을 뚫고

흐르는 강.

 

노을 속으로

기우는 시간이

끝자락이 나부끼고,

안개 자욱하게 피어오르는

개구리 울음소리.

 

강물도 줄기줄기

고요 속으로 빠져든다.

5월은

퉁퉁 부어오른

아내의 산후 얼굴이다.

 

 

 

오월의 향기

양태문

 

오월은 한없이 푸르러

산과 들녘은 새들의 노래

손수레에 실은 물통, 출렁이는 물소리

휴대용 라디오 음악에 화음을 맞춘다.

 

산에는 아카시아꽃내음이요

산자락 비탈밭은 고사리 향내음이라

한 바구니 꺾은 흐뭇한 콧노래

물 주는 이의 땀방울이 영롱하다

 

내일모레쯤 비가 온다지

그리던 임이 온다는 날짜 기억하듯

물조리 쉴 틈이 없어도

꼭 쥔 여린 순은 단비 속에 자란다.

 

 

 

5월을 드립니다

오광수

 

당신 가슴에

빨간 장미가 만발한

5월을 드립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생길 겁니다

꼭 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느낌이 자꾸 듭니다

 

당신에게 좋은 일들이

많이 많이 생겨나서

예쁘고 고른 하얀 이를 드러내며

얼굴 가득히 맑은 웃음을 짓고 있는

당신 모습을 자주 보고 싶습니다

 

5월엔

당신에게 좋은 소식이 있을 겁니다

뭐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왠지 모르게

좋은 기분이 자꾸 듭니다

 

당신 가슴에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5월을 가득 드립니다

 

 

 

우리 5월에는 웃자

오광수

 

우리

5월에는 웃자

그것도 아주 환하게 웃자

봄 햇살이 우리들 두 볼에서

우리들 두 손등에서

사랑하는 이의 입맞춤이 되어 함께하자는데

어찌 그 마음들을 외면하겠는가

지난날 이런저런 사연으로

쓰리고 아픈 가슴이 생기고

어둡고 무거운 짐을 지고

혼자 가야 할 먼 길이 앞에 있을지라도

5월에는 힘내자

두 볼에 앉은 따뜻한 마음을 기억하고

두 손을 꼭 잡고 있는 함께함을 생각하며

힘내고 사랑하고 따습게 살자

우리

5월에는 웃자

그것도 아주 큰 소리 내며 웃자

 

 

 

5월 봄비

오보영

 

달라져 가는 네 모습

먼발치에서

 

그저 지켜만 보는 것만으론 양이 덜 차서

 

스며들어

너와

 

하나가 되려고

 

진한 초록

함께

 

만들어가려고

 

정성 모아 네게로 흘러내린다

 

 

 

5월 비

오보영

 

당신을 떠올립니다

주룩주룩 내리는 이 비처럼

마냥 쏟아주시던 당신의 사랑을

새겨봅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어떤 바램도 없이

오직

더 푸르게

더 아름답게 피어올라

세상을 환히 비추라며

진정으로

나 잘됨만을 위해

아낌없이 부어주시던

당신 사랑의 손길을

그려봅니다

 

 

 

5월 아카시아 향

오보영

 

네 자유일 뿐이다

 

온 사방 향해 뿜어내는 이 향기

이 진한 내음을

 

들이쉬고 맡고는

온전히

 

네 맘에 달려있단다

 

네게 활기를 주기 위해

온몸 던져 전하는

내 진심을

 

받아들이느냐 마냐는

오직

 

네 재량에 맡길 수밖에 없으며

 

아무리 좋은 걸 주어도

제대로

 

알아보지도 못하고

받아들이지도 못한다면

순전히

 

네 생각과 마음의 수준일 뿐

 

나로서는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는

 

능력 밖의 일이란다

 

 

 

오월 사랑

오보영

 

사슴아

 

넌 그저

내 곁에

 

오래 머물러 있어주기만 하면 된단다

 

네 환한 모습 그대로

네 맑은 마음 그대로

 

너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서

너 주어진 있는 대로

살아가면서

 

그런 널

난 그저

 

지켜만 보고 싶단다

 

너 커나가는 모습 바라보면서

너 채워지는 가슴 여겨보면서

 

너 힘겨울 때 북돋아주고

너 아파할 때 다독여주고

너 시려할 때 보듬어주고

 

그렇게

난 그저

 

너 잘됨 위해 기도하면서

 

있는 듯 없는 듯

네 옆에

 

머물러 있고 싶단다

 

 

 

5

오세영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부신 초록으로 두 눈머는데

진한 향기로 숨 막히는데

 

마약처럼 황홀하게 타오르는

육신을 붙들고

나는 어떻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아아, 살아있는 것도 죄스러운

푸르디푸른 이 봄날,

그리움에 지친 장미는

끝내 가시를 품었습니다.

 

먼 하늘가에 서서 당신은

자꾸만 손짓을 하고

 

 

 

5월의 크리스마스

오순화

 

초록 무지개가

산내들에 내리는 시절

달빛 타고 내려온 천사들

송이송이 이팝에 눈꽃 피웠네.

 

그 옛날 청보리 보며 겨우내 허기진 희망

한 올의 햇살이라도 거두어 알알이 영그리라

하늘 보며 젖먹이 힘을 다해 올리는 기도

천사의 고운 눈물 달빛 고운 길을 따라

소복소복 새하얀 눈꽃 피웠네.

 

이팝에 핀 사랑은

눈으로 볼 수 없고

마음으로 보아야 보인다는 것을

까만 밤 별들은 속삭여 주었네.

 

화려하지 않아도 더 깊은 향기로

욕심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품어

희망이 꽃이 되고

꽃은 꽃으로 가슴에 남아

사랑으로 축복하는 5월의 크리스마스여라

 

 

 

오월 찬가

오순화

 

연둣빛 물감을 타서 찍었더니

한들한들 숲이 춤춘다.

 

아침 안개 햇살 동무하고

산허리에 내려앉으며 하는 말

오월처럼만 싱그러워라

오월처럼만 사랑스러워라

오월처럼만 숭고해져라

 

오월 숲은 푸르른 벨벳 치맛자락

엄마 얼굴 인양 마구마구 부비고 싶다.

 

오월 숲은 움찬 몸짓으로 부르는 사랑의 찬가

너 없으면 안 된다고

너 아니면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라고

네가 있어 내가 산다.

 

오월 숲에 물빛 미소가 내린다.

소곤소곤 속삭이듯

날마다 태어나는 신록의 다정한 몸짓

살아있다는 것은 아직도 사랑할

일이 남아 있다는 것

 

오월처럼만

풋풋한 사랑으로 마주하며 살고 싶다.

 

 

 

5

오애숙

 

찔레꽃

휘파람 부는

오월이구나

 

어린 시절

들판의 청보리로

피리 불던 시절

그립구나

 

푸른 싹들

봄 햇살 반짝이면

멧새들과 노래하며

장단 맞췄지

 

5월이 되면

자꾸만 그 시절로

가고 싶구나

 

 

 

5월에 피는 꽃

오애숙

 

솨랄라 솨랄라이 싱그럼 물결치는

5월창 활짝 열어 새론 꿈 일렁일 때

삶 속에 소망의 향기 휘날리어 피누나

 

5월엔 행복의 꽃 우리들 가슴에서

모두 다 피어나면 바랄 게 없다 싶어

천지를 만든 창조주 바라보며 비는 맘

 

인생사 한바탕의 회오리 휘졌고 간

코로나 바이러스 영원히 사라지길

간절히 학수고대해 행복의 꽃 피우네

 

 

 

5월의 길섶에서

오애숙

 

계절의 여왕 5월 들판에 푸르름 여기저기 앞다툼 하며

사위어 가버린 옛 그림자 뒤로 알록달록 피어나는 향연

 

청아한 하늘 푸름 5월의 들판 속에 싱글벙글 눈웃음치며

몽실몽실 맘에서 풋풋함으로 피어나는 어린 시절의 단상

 

아름답던 시절 꿈의 향연들 세월의 강줄기 속에 저만치

뒤도 안 보고 흘러갔으나 내게 손짓하는 추억의 그림자

 

휘파람 부는 청자빛 해맑음 아쉬움 속에 젊은 날의 뜨거움

불멸의 청춘 맥박 되었는지 심연에 불 지펴 태우고 있다

 

 

 

5월의 노래

오애숙

 

핍진한 자리마다

아롱지는 초록빛 물결

생그럼 웃음 친다

 

계절의 여왕인

5월 앞에서 굴복했는지

모험치 않고서 시샘 바람

줄행랑쳐 갈 때

 

초록빛 눈웃음에

피어나는 그 향그러움

시나부로 해맑게 피어나는

행복의 나래 펴

 

열매마다 해맑게

눈웃음치는 환희 속에

피어나던 초록 물결로

제 세상 만들고

 

 

 

5월의 봄비 속에

오애숙

 

5월의 봄비 대지를

촉촉하게 적셔 주듯이

사랑이 봄비 타고 적셔요

그 옛날의 추억들

아지랑이처럼 맘에서

모락모락 피어올라요

아주 저 멀리 아스라히

사라져간 첫사랑의 물결

5월의 봄비 속에 윙크해요

그리움 동면에서 깨어

첫사랑의 향그럼으로

나래 펴 날개 짓 하네요

아주 멀고 먼 옛 얘길

5월의 봄비가 깨우네요

잠든 날 사랑의 소야곡 되어

 

 

 

5월의 희망 날개

오애숙

 

초록별이 품어 낸

사랑의 함성이런가

 

들판이 온통 싱그런

푸른 물결의 설레임

5월의 향그럼 속에

희망찬 젊음의 정기

 

휘옹돌이 휘모라친들

차오르는 파란 꿈 있어

들숨과 날숨 사이사이

품고서 달려가 보리

 

초록별이 품어 낸

사랑의 함성 가지고

 

 

 

오월이 익어가면

오애숙

 

오월이 무르익어 깊어가면

들판에 나래 편 장미의 함성

 

매혹의 향그러움 휘날리어

벌들과 나비들 불러들이며

달콤한 사랑 나누고 있을 때

 

그대의 사랑도 무르익어가면

얼마나 좋으련만 아직도 그댄

멍석 깔고 겨울잠 자고 있네

 

오월이 무르익어 깊어가면

우리의 사랑도 익어가련만

 

 

 

5월 화단

오일도

 

월의 더딘 해 고요히 내리는 화단.

하루의 정열도

파김치 같이 시들다.

바람아, 네 이파리 하나 흔들 힘 없니!

 

어두운 풀 사이로

월계의 꽃조각이 환각에 가물거리다.

 

 

 

5월의 신록

오정방

 

오늘도 초여름의 햇살이

적당히 쏟아지는 뒤뜰에 나서면

온통 눈에 들어오는 것은

초록 일색이다

발아래 잔디밭과

담장 안팎의 각종 수목들이

5월의 신록을 맘껏 자랑하고 있다

눈을 들어도

눈을 돌려도

눈을 떨구어도

눈을 감아보아도

모두 초록으로 색칠되어 있다

거울에 비쳐 보는 초로의 내 모습도

그사이에 초록으로 말없이 물들어 있다

 

 

 

우리 집 5

오정방

 

1

계절의 여왕이라면

5월을 손꼽는데

 

생월이

5월인 것을

흐뭇하게 생각하네

 

2

아내도 두 외손녀도

5월에 태어났고

 

친손녀,

찬미 동생 '은미'

5월 출생 다가오네

 

3

우리집 앞 뒤 정원은

5월이 절정인데

 

탐스런

저 꽃나무들

춤을 추는 5월이여!

 

 

 

오월의 편지

오태인

 

그러기를 참 많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새 꽃들은 혼자 피었다 지고

꽃 진자리엔 풀들이 돋기도 하면서

스스로 키운 나무들이 숲을 이루기도 했습니다.

숲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하늘을 보며

그대가 참 많이 그립기도 했습니다.

 

이제 그대에게 가는 길은

숲들에 가려 향방조차 알 수 없고

그대 또한 그대가 만든 숲 속에서

내게 오는 길이 보이지 않을 듯합니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렇게

모든 길이 가려 보이지 않을 때일수록

가슴에 풀물 같은 그리움 뚝뚝 젖더라도

 

그냥 이대로 있겠습니다.

그냥 그대로 있으셔도 괜찮습니다

 

 

 

오월의 장미

옥진상

 

당신은

한 송이 꽃으로 태어났습니다.

 

너의 꽃잎처럼 가슴 붉게 태우고

살랑바람과 나비의 입맞춤으로

벌과 나비의 사랑 너의 가슴을 어루만집니다.

 

마음은 황홀하지만 나는 온종일

한 송이 꽃으로 피어있습니다.

 

오월의 뜨거운 햇살아래 뜨거움도 잊은 채

오월의 한낮에 붉게 탄 한 송이 꽃

붉게 정열 사랑하고파 한 송이 꽃

되어 피어납니다.

 

 

 

5

용혜원

 

오월

초록이 좋아서

봄 여행을 떠난다

 

눈으로 보는 즐거움

마음으로 느끼는 행복이

가슴에 가득하다

 

오월

하늘이 좋아서

발길을 따라 걷는다

 

초록 보리 자라는 모습이

희망으로 다가와

들길을 말없이 걸어간다

 

 

 

오월

용혜원

 

오월

장미는 피어도 향기를 잃고

가시에만 찔리는 사람들

하늘 푸르러 눈부신데

달려오는 한 맺힌 얼굴들

울부짖으며 질척질척 다가오는

그들은 누구인가?

아직도 귓청에서만 맴도는

그들의 절규를

누구의 가슴에 전해주어야

꽃 피려나

들꽃은 다시 피는데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

언제 어느 곳에서나

우리 앞에 서서

이 땅을 사랑하였노라 말하리라.

이 얼마나 좁은 땅이냐

뛰어도 뛰어도

맴도는 땅.

넘어도 넘어도

쳇바퀴 도는 땅.

어느 누구냐?

누구의 이름으로

시퍼런 비수로 이 땅을 갈라놓았느냐.

구름도 머물고야 말

너의 푸른 눈동자 속에

피를 불 킨 자는 누구냐?

쏟아지는 빗줄기조차

한 가닥으로 묶어

강을 만들어 쏟아내려도

풀리지 않는 응어리 한을

거리에서 거리로

가슴에서 가슴으로

목숨이 꺾이도록 외치던 오월

가슴이 찢기도록 울부짖던 민주

발목이 부서지도록 달리던 민중

쓰러지면 쓰러지며 붙들렸던

자유의 손가락들을 누가 묶었는냐?

! 푸르름으로 펼쳐지는 이 계절에

숲 사이 하늘 사이로

그대들 음성 살아서 들리나니

이 땅에 오고 있는냐?

그날의 외침의 대답들이.

젊음아 지켜보자, 우리의 내일을 보자.

두 준 부릅뜨고 뜨거운 가슴으로

하늘 부끄럽지 않게 어깨동무하고

행진하자 꽃피워보자.

가거라 가거라 양심 없는 자

조국을 모르는 자 떠나가라 떠나가라.

이 땅은 사랑하는 사람들로 꽉 차 있다.

이 푸른 하늘 아래 모두 다 제자리로 가자.

아이들로부터 우리 모두 자유를 노래하자.

삽을, 책을, 들어도

조국을 위하여 들어라.

오월! 잔인한 오월에서

찬란한 계절로

머리 들어 가슴을 열어

이 땅에 무궁화꽃 자유롭게 피어오르게 하자.

 

 

 

오월의 사랑

용혜원

 

오월의 사랑으로

빨갛게 피어나는 장미꽃

가시의 상처 속에서도

긴장을 풀지 않고 피어나기에 아름답다

 

가슴이 쿵쿵 뛰도록

붉은 장미꽃 사랑 노래가 들려와

생명이 끝나는 날까지 널 사랑하고 싶다

 

사랑의 미열이 마취라도 된 듯

들뜬 마음을 어찌할 수 없어

가장 또렷하고 붉게 피어나는 장미꽃을 보며

아무런 꾸밈없이 하얀 백지처럼 웃고 싶다

 

오월 장미꽃은 붉게 피어나는데

내 눈에 눈물이 도는 것은

내 사랑에 감동되어

내 목숨을 다 매달고 살아도 좋을 듯싶다

 

감출 수 없는 사랑의 흔적들이

장미꽃으로 피어나는 오월

내 몫의 슬픔이라 생각하며 슬퍼만 하던

아픔의 날들도 다 잊어버리고

진한 사랑의 끈적끈적한 그리움이 붙들려

내 마음이 수리 자리를 찾았다

 

 

 

오월, 이토록 푸른 하늘 아래서

용혜원

 

그대가 곁에 있으면

내 한쪽 어깨는 기울어지고

그대에게 물들어버리고 싶습니다

다가오는 모든 아픔과 슬픔들이 비켜 가도록

웃음으로 넘기는 여유가

그대에게는 있습니다

오월, 이토록 푸른 하늘 아래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이 행복합니다

아픔과 슬픔의 골이 자나고 나면

우리들의 마음에서 더 풋풋하고 싱싱하게

커가는 꿈들이 있습니다

그대가 나의 맨가슴에

사랑을 불 질러 놓았기에

나의 뇌세포에서 일어나는 모든 생각이

그대에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핏줄을 타고 불끈불끈 솟아나는 그리움이

그대의 손을 꼭 잡고 싶게 합니다.

오월, 이토록 푸른 하늘 아래서

그리워 그리워서

그대 이름을 소리치며 부릅니다

우리가 잠들고 깨어나는 순간조차

사랑이고만 싶습니다

 

 

 

5

원영래

 

지는 꽃보다

피는 꽃이 많아

오월은 아름답다,

 

짧은 한 생애

피었다 스러지는 꽃은

꽃지는 자리마다

아픈 상흔으로

소담한 잎을 피운다.

 

바람이 불어

꽃이 향기로운 것은

아니라지만

뻐꾹새 울어

여름 오는 것은

아니라지만

살아오고

살아가는 것이

간단치 않아

 

바람 불어

흔들리는 것은

아니더라도

흔들릴 때마다

꽃 진 자국처럼

아픈 상흔이 남는다

 

봄풀 같은 생

어느덧

서리 내리고

홍안 자취는 흔적도 없이

시위처럼 팽팽하던 얼굴

밭이랑 늘어만 가

내 인생의 봄날은 갔지만

 

지는 꽃 보다

피는 꽃이 많아

그래서

오월은 아름답다.

 

 

 

오월의 길 위엔

유승희

 

연둣빛이 파랗게 물들어가는

오월의 길 위엔

언제나 변함없이 당신이 서 계십니다

 

파삭하게 야윈 가슴골 켜켜이

아릿아릿한 아픔으로 콕콕 쑤셔 댔던

나이만 먹은 철없는 늙은 딸년이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어

골목 어귀에 나와 계시던 어머니

돌아가는 길엔 찻길까지 배웅하시며

눈물 바람은 또 얼마나 하셨을런지.

뒤돌아보면 돌부처처럼

그 자리에 서 계시던 어머니

 

목줄기 타고 울컥 치미는

그리움으로 눈물 적시는

오월의 길 위엔

언제나 변함없이 당신이 서 계십니다.

 

 

 

5월은

유응교

 

5월은

5월은 참 좋아요

싹들이 무럭무럭 자라나니까

 

언제나

새싹은 우리의 꿈

그래서 어린이 날 있나 봐요

 

5월은

5월은 참 좋아요

잎들이 파릇파릇 피어나니까

 

푸르른 잎들은

우리의 보금자리

그래서 어버이 날 있나 봐요

 

5월은

5월은 참 좋아요

바람이 산들 산들 불어오니까

 

푸른 바람은

우리의 희망

그래서 스승의 날 있나 봐요

 

 

 

5월의 편지

유재영

 

자벌레처럼

푸른 목을 가누는,

아침 한때

가만가만

분홍빛 품사로

떠 가는 은유여

풀밭을 스쳐 온

어린 바람의

겨드랑이에서 나는

오이풀 냄새와

뜨락 가득

한없이 퍼올리는

햇빛들의 수사학

두려워라

꽃들의 저 눈부신

기약 너머

문득, 초록의 이름으로

다가오는 사람 하나

오늘 내가 쓰는

긴 편지의 첫머리는

비워 두기로 한다

 

 

 

5월은

윤갑수

 

우리들 삶은

푸른 적삼 걸친 찬란한

푸른 세상 이고파

내 마음에 다가오는 건들바람

달콤한 속삭임으로 무럭무럭

자라

 

꿈을 꾸는 아가의 소망처럼

나무 우듬지엔 탐스런 꽃들이

내 눈에 미소 짓고

 

피고 지는 세월은 5월이란

희망의 꿈을 꾸는 고운 꽃들이

맑고 고운 빛깔로 수놓고

 

그대들 가슴엔 햇살 가득한

봄의 새싹들이 파릇이 자라나

고운 꿈을 키운다.

 

 

 

오월의 시()

윤무중

 

바람이 불더니 구름이 흩어지고

추위를 다 하더니

꽃이 피어 어느새 훈풍이 오는 오월,

젊은 시절 지난 시간은 기억일 뿐,

세월의 중턱에서 당신을 만난 곳은

장미가 피는 오월의 언덕이었습니다.

 

당신은

아름다운 길을 인도한 소중한 존재,

정성스런 손길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날, 그 시간들,

한 획, 한 자, 모순을 일깨우고

한 자라도 시()라 함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시는 진실의 그림자' 라 하였지요

 

아직 서툴고 어리석지만

장미가 피는 오월의 언덕은 기쁨이 가득합니다

이 기쁨은 사랑으로 남아

내가 남긴 발자국을 시의 진실로 알고

순수한 시()를 만나고 싶습니다.

 

오월의 시()

내가 주는 마지막 사랑이랍니다.

 

 

 

5월에는 사랑을

윤보영

 

5, 너를 나는

사랑이라 말해야겠다

 

내가 사랑에 미소 지을

그 미소와 함께

 

옷을 주인이 되게

5월을

사랑하며 보내야겠다

 

막 돋아난 떡잎이

팔부터 벌리듯

멋진 우리 5월을 위해

힘차게 사랑을 펄 치련다

 

내 사랑이 나에게 돌아와

행복이 되도록

깊은 감동이 되도록..

 

5월에는

내가 생각해도 가슴 찡한

아름다운 사랑을 해보련다.

 

 

 

5월은

윤보영

 

5월은

그대를 닮았습니다.

 

산과 들, 온 세상에

그대 닮은 꽃이 활짝 피어있고

가지마다 그대 생각처럼

새싹이 가득합니다.

 

​​이 좋은 5

나는 오늘

뭉게구름을 타고

그대 가슴으로 들어가고 싶습니다.

 

​​그대 손을 잡고

뛰고 달리며

하루를 보내고 싶습니다.

 

​​5월은 그대!

그대가 내게 왔고

그 속에 내가 있어 행복합니다

 

 

 

5월은 아름답습니다

윤보영

 

5월은

아름답습니다

 

5월에는 꽃답게 핀 꽃이 아름답고

비 갠 하늘이 아름답고

목청 열린 새소리가 아름답습니다

 

사람들이 아름답고

내 생각이 아름답고

내 행동조차 아름답습니다

 

5월이 아름다운 것은

장미꽃을 피우듯

내 안에 당신이

미소로 와있기 때문입니다

 

5월이

더욱 아름다운 것은

모든 것을 다 아름답게 해주는 당신

 

바로

당신 때문입니다

 

 

 

향기 나는 5

윤보영

 

5월입니다

받는 사랑 보다

주는 사랑으로 더 행복한 5월입니다

행복의 주인공이 되는 5월입니다

 

산은 산대로 높고

강은 강대로 깊은 5

산처럼 강처럼 사랑하겠습니다

5월 내내 조건 없이 사랑하겠습니다

 

5월이다

소리치고 싶은 5월입니다

5월이라 메아리가

사랑으로 담기는 5월입니다

5월에는 담긴 사랑을

나누며 보내겠습니다

 

5월은 힘들 수도 있고

즐거울 수도 있는 달입니다

하지만 나에게는

즐거움만 있는 달로 만들겠습니다

제가 만들겠습니다

 

가슴에 향기가 나게

꽃을 가꾸겠습니다

그 향기를 나눌 수 있는

5월로 가꾸겠습니다

아름답게 가꾸겠습니다

 

 

 

5

윤용기

 

완숙한 초록의 향연

모차르트의 25번 교향곡에

덩실덩실 춤추네.

 

텃새들은 둥지 틀어

신접살림 차리고

강남 갔던 철새들은

또다시 찾아드네.

 

단비에 기뻐하는

농부의 마음은

어느 새 수확의 기쁨

가슴속 뿌듯하네.

 

머언 산

진달래꽃 한 잎 두 잎

떨어지면

아카시아 향기

5월을 노래하네.

 

봄인가 했더니

5월은 없어라.

 

 

 

5월의 텃밭

윤의섭

 

봄배추 새싹이

방긋방긋 웃고

 

먼저 나온 열무는

오빠 행세하네

 

뒷동산의 신록이

온산을 덮을 무렵

 

딱따구리 소리가

귀를 울리면

 

채마 모종 바쁜 손

잠시 쉬는 참에

 

새들의 사랑 소리

고요히 듣네.

 

 

 

오월 ~ 내 고향

윤재철

 

꽃 진자리 또 열매가 피어나고

초록 숲은

꽃피는 시절보다 유정(有情)하다

 

진달래 철쭉 붉은 하소연이

머물다 간 자리에는

 

호리호리한 여인의 허리처럼

순백의 섬세한 이팝꽃이 피어나

들녁마다 절정으로 물결치고

 

우유빛 탐스런 자태

탱글한 아카시아꽃 싱그런 바람에

달콤한 향내음 띄워주며

해맑게 웃고 있는 내 고향

 

바람

초록 숲

하얀 꽃 동무 삼아 그리운 이들 잠든 곳

자취 따라간 조붓한 오솔길

 

솔밭에는

산비둘기 하염없이

가는 봄 아쉬워 구구대고

 

도처마다 내 어머니 삼베적삼처럼

피어난 찔레꽃은

엄니의 젖내 같은 내음으로 반겨준

익숙한 그 길 걷노라면

 

나도 모르게

괜시리 눈시울이 붉어진다

 

운동장보다도 넓었던

젖과 꿀이 흐른 양달 응달 밭

옥토는 황무지로 잡초만 무성한데

 

자상한 부모님 늙기도 전에 가버린

형님 봉분 앞에 늦은 불효로

상념에 잠길 때

 

어디선가 불어온 바람 소리에

고개 들어 바라본 하늘가에는

흰 구름은 유유히 흘러가고

 

앞산 마루 높은 옥녀봉이

관음보살 같은 고운 미소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5

윤준경

 

어머님의 생신이 든 5

친정 가는 길에

고향 들길은

봄의 주단을 펴고

순결보다 하얀

이화 무늬를 놓는다

이승의 연분

어귀에서 기다리렴

가슴 저 켠

부끄러운 얼룩을 지우고

이 한 달만이라도

죄에서 돌아앉아

청자 화병에 새 물을 부으면

마음은 애띤 날

찔레순 덤불을 헤치고

잃었던 삶의 가락을

뜯는다.

 

 

 

5월의 아침

윤준경

 

모두들 가고 있구나

5월 나뭇잎의 오케스트라를 들으며

초록의 터널을 지나

저마다 한 뭉치의 희망

넘치는 꾸러미 한 아름 안고

사과씨 뿌려진 아스팔트 위를

나도 가고 있구나

삶은 이런 것이려니

늘 스치고 지나는 일도

문득 뜨겁게 다가서는 것

어둠의 황량한 거리 초록불 켜지면

저 당당한 어깨 한 치의 오차 없는

발맞춤을 보라

사과씨는 움이 트고 다시 태양은 뜨리니

저려오는 다리 아린 팔뚝도 잊고

5월의 새 아침, 가로수 아래

빛나는 이마

참 아름답구나

 

 

 

5월에

이길원

 

하늘이 푸른 5월 어느 날. 강아지 한 마리가 내 차에 부딪쳤습니다. 램브란트의 그림처럼 미루나무가 아름다운 길에서였습니다. 놀라 차에서 내리는데 달려오던 화물차가 고통에 떠는 강아지를 밀어버리고 지나갔습니다. 바퀴 따라 펄쩍 몸이 날리더니 잠잠해졌습니다. 도로 위에는 피가 엉키고 강아지는 으스러졌습니다. 뒤이어 오던 자동차는 아무것도 모른 채 죽어버린 강아지를 눌러버렸습니다. 오징어처럼 된 강아지를 다른 차가 또 누르고 지나갑니다. 행려병자가 화장터에서 혼자 태워지듯 담배 한 가치 타기 전에 수십대의 차가 강아지 몸을 분해해 버렸습니다. 그날 아침 강아지 한 마리가 죽은 걸 아무도 모르고 있습니다. 내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하느님이 모르듯 아무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새 한 마리가 하늘을 날며 아직 살아 있다 뽐냅니다.

 

하늘은 고요했습니다.

대지는 따뜻했습니다.

 

 

 

오월

이대흠

 

추모합시다 추모합시다

라고 말하면 퉤 퉤 침 뱉듯

진달래 진다

 

정처 없는 노래 부르며 우리는

오월을 말하지만 어떤 외침으로도

어떤 고백으로도

오월에는

뉘우침의 끝에 닿을 수 없다

 

 

 

오월이 오면

이명희

 

초록으로 반짝이는 햇살 아래 핀

찔레꽃 향기 가슴에 물들면

먹먹한 마음

서러워서 어쩔 거나

 

푸르러 푸르러

투명하게 푸른 하늘

눈이 큰 사슴처럼

어찌 보고 서 있을 거나

 

시름도 두려움도 없이

노고지리 설렁설렁 하늘은 나는데

하르르 감겨오는 그리운 얼굴

보고 싶어 어찌 살거나

 

두근두근

방망이질로 다가오는

눈부신 저 푸름의 함성에

가슴 벽 무너지면 어찌할거나

 

 

 

5월의 시

이문희

 

토끼풀 꽃 하얗게 핀

저수지 둑에 앉아

파아란 하늘을 올려다보면

나는 한 덩이 하얀 구름이 되고 싶다.

저수지 물속에 들어가

빛바랜 유년의 기억을 닦고 싶다.

그리고 가끔

나는 바람이 되고 싶다.

저수지 물 위에 드리워진

아카시아 꽃향기를 가져다가

닦아낸 유년의 기억에다

향기를 골고루 묻혀

손수건을 접듯 다시 내 품 안에 넣어두고 싶다.

5월의 나무들과

풀잎들과 물새들이 저수지 물 위로

깝족깝족 제 모습을 자랑할 때

나는 두 눈을 감고

유년의 기억을 한 면씩 펴면서

구름처럼 바람처럼 거닐고 싶다.

하루 종일 저수지 둑길을 맴돌고 싶다.

 

 

 

5월 나무처럼

이수익

 

사춘기

소년소녀들처럼

5월 나무들은 성큼 푸르러

녹음 연대連帶를 이루기 시작하느니.

 

그렇게 뿜는 힘 도도하고

하늘로 솟을 듯 즐겁고

당당해,

세상이 마치 저희들 것처럼

 

그 나무들 바라보며

차츰 엽맥들 무성하게 피어나면

내 눈엔 띄지 않을 그들만의 비밀세계

늘어날 6월 오고, 또한 7월 올 것임을

 

나는 생각하네, 내게도 아름다웠던

지나온 길들을.

 

 

 

오월 사랑이야 너구나

이영지

 

어디야 어디만큼 와았니 사랑이야

꽃덩이 봉울봉울

꾀꼬리 꾀꼴꾀꼴

듣느라

또 보느라고 사랑이야 늦었네

 

그래도 사랑이야

괜찮아 어디만큼

날마다

이산 저산 하루가 다르길래

보고나

또 보느라고 사랑이야 늦었네

 

아아주

한들거림 어디야 어디까지

나와서

기다리는 연하디 연한 잎이

하늘을

두루마리사 사랑이야 너구나

 

 

 

오월 오디

이영지

 

오디요

오디에요

지그음 오디에요

 

오디를

따오란 줄

알고서

한가슴 열

 

왠 오디

오디 먹느라

입언저리 빨갛네

 

 

 

오월의 그 날

이원문

 

푸르고 파란 하늘

누구의 어느 날이 저 하늘에 얹어질까

긴긴 보릿고개에 아카시아꽃 날리던 날

찾아온 뻐꾹새 해 기우는 줄 모르고

모내기의 들녘 하루가 저물어 갔다

 

바람은 없었겠나

누구의 하루가 저녁 바람에 추웠겠나

긴긴 하루의 해 그 해가 얼마나 길었던가

서산의 그 해 그림자 거둬 함께 넘고

논길 따라 오는 들녘 노을에 젖었다

 

 

 

오월 하늘

이원문

 

파란 하늘의

보릿고개 언덕

그 긴 언덕 바라보며

하늘을 원망했고

입 하나에 매달려

지는 해를 원망했다

 

인생을 배우던 날

뒷산 마루의 먼 하늘

그 하늘이 왜 그리 멀기만 했는지

누런 송홧가루는 앞 산을 가렸고

서산의 긴 그림자 보리밭 가릴 무렵

 

소쩍새의 서러움이

저 보리밭 찾았나

뒷산 마루의 그 멀던 하늘

그마저 안 보이고

해 떨어져 바람 부니

노을의 보리밭 어둠이 가렸다

 

 

 

보길도의 5

이은미

 

갠 날이면 멀리 남끝섬이 보인다고들 했다.

거룻배가 삐걱삐걱 들어서는 날이면

수선스레 뭍 풍물이 섞여 들고

어쩌다 하늘이라도 갈앉을라치면

물먹은 자갈밭은

창자 빠지는 소리로 하늘을 불러댔다.

그때가 5이라

동백이 진다고들 했다.

그때가 5이라

유채도 샛노랗게 흐드러지고

그때가 5이라

왼 섬이 가랑비 속에 흐르기도 했다.

그렇게 甫吉島5이 묵어갔다.

 

불쑥 소리 없이 찾아든 사람 닮은 6,

甫吉島5에 그만 가슴을 비우고는

후지근한 열풍만을 안은 채

섬을 돌아 뭍으로 돌아와 앉은 후.

 

甫吉島엔 아직도 5의 순한 사람들이

까치발로 서서 남끝섬을 보고 있으리라.

 

 

 

5월에 꿈꾸는 사랑

이채

 

꽃들은 서로 화내지 않겠지

향기로 말하니까

꽃들은 서로 싸우지 않겠지

예쁘게 말하니까

꽃들은 서로 미워하지 않겠지

사랑만 하니까

 

비가 오면 함께 젖고

바람 불면 함께 흔들리며

어울려 피는 기쁨으로 웃기만 하네

더불어 사는 행복으로 즐겁기만 하네

 

꽃을 보고도 못 보는 사람이여

한철 피었다 지는 꽃들도

그렇게 살아간다네

그렇게 아름답게 살아간다네

 

 

 

5월의 당신에게 띄우는 편지

이채

 

당신이 빨간 장미라면

나는 하얀 안개꽃이 되고 싶어요

나 혼자만으로는 아름다울 수 없고

나 혼자만으로는 행복할 수 없고

당신 없이는 온전한 풍경이 될 수 없는 꽃

 

당신의 향긋한 꽃내음에 취해

하얗게 나를 비워도 좋을 꽃

그 잔잔한 꽃잎마다

방울방울 맺힌 그리움으로

당신만의 고요한 배경이 되고 싶어요

 

가끔 당신의 빛깔이 지칠 때나

가시 돋친 당신의 가슴이 아플 때면

당신을 위해 하얀 노래를 부르겠어요

눈 내리는 어느 날, 한 마리 겨울새가 불렀던

그 순백의 노래를

 

제발 내 곁을 떠나지 말아 달라고

알알이 꽃망울을 터뜨리며

애원하듯 두 손 모아 기도하는 꽃

당신의 어깨에 기대어

이대로 하얗게 잠들었으면

 

당신 곁에 있으면 작아서 더 예쁜 꽃

여린 꽃 숨결이 멈출 때까지

소망의 은방울 종소리를 울리며

당신과 단둘이

사랑의 꽃병에 영원히 갇히고 싶어요

 

 

 

 

중년의 가슴에 5월이 오면

이채

 

나이가 들수록

홀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고

가슴을 지닌 사람이 그리워지네

 

사람은 많아도

사람이 없는 세상에서

내가 알던 사람들은

지천에 꽃잎으로 흩날리는데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게

쉬이 작별을 하며 살아가는가

 

너와 내가

어느 날에 비에 젖어

채 마르지도 않은 몸이라 할지라도

다시 피는 꽃이 되어

향기를 나누고 싶은 간절함이여!

다시 서는 나무가 되어

지나는 바람 편에 안부라도 전해볼까

 

피고 지는 일만이 인생은 아니거늘

내가 알지 못하는 동안

꽃들은 서글픈 이야기를 하는가

 

꽃만 두고 가는 세월이여

중년의 가슴에 5월이 오면

인생의 오솔길에 꽃잎만 쌓여가네

 

 

 

5월을 노래한다

이태종

 

울긋불긋 수놓던

꽃 잔치 끝나고

사방은 초록 물감

곱게도 퍼지네

5월은 손에 손잡고

지난 얘기 나눈다

 

들길을 나서면

들꽃 웃음 들리고

네다섯 개구쟁이

바람개비 윙윙윙

5월은 어린이 세상

무럭무럭 자란다

 

카네이션 꽃송이

부모 스승 섬기고

식구들 모여서

지난 얘기 정답네

5월은 잔치도 많아

온동네가 즐긴다

 

 

 

장미꽃 피는 5월에

이풍호

 

나무들이 새벽 공기를 마시며

밤잠에서 깨어나고

터헝가(Tujunga) 동산 너머로

먼동이 트는 오월의 아침.

 

이 화사한 5월에

새 인생의 첫걸음을 내딛는 각오로

어제 당신을 집으로 보낸 후

나는 다시 청년이 되어

밤새워 오늘을 기다렸네.

 

오늘의 이 순간을 위하여

당신의 한 점 티 없이 맑은

백옥 같이 빛나는 웨딩드레스

그 순수한 정열을 불태우며

오래오래 함께

좋은 세상을 살아가고 싶다.

 

나는 키잡이

당신은 나침반이 되어

한 몸으로 맺어지는

이 장미꽃 피는 5월에

아쉽게 살아온 나의 半生

당신의 알뜰한 삶을 위하여

가슴속에 아픈 흔적들을 지우면서

인생을 白瓷처럼 순결케 하리라.

 

웃고 있는 신부로다

꽃 저고리, 초록치마에 꽃 너울 쓰고

꽃 등불을 들고 앉아 신랑을 기다리는

계절의 신부로다.

나 그대의 어여쁜 자태와 미소에 마음이 끌리고 흔들려

이산 저산 넘어가며 그대 이름에 입 맞추네.

 

구름도 그대의 아리따운 자태를 날개에 태워

들을 건너가고 있네.

 

 

 

5

이해인

 

보이는 것도 들리는 것도

모두 초록빛 기도로 물이 드는 5,

어머니를 부르는 저희 마음에도

초록의 숲이 열리고 바다가 열립니다

매일 걸어가는 삶의 길에서

마음이 어둡고 시름에 겨울 때

지친 발걸음으로 주저앉고 싶은 때

어서 들어오라고 저희를 초대하시는

지혜의 문이신 어머니

새 천년의 삶을 준비하며

저희는 어머니가 열어주시는

그 문으로 들어가

살아가는 지혜를 다시 배우고 싶습니다

어떤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진리를 선택하고 진리를 따르는

지혜와 용기를 배우고 싶습니다

어둠을 비추는 별이 되라고

오늘도 조용히 저희를 부르시는

바다의 별이신 어머니

벼랑 끝으로 내몰린 위기에도

쉽게 쓰러지지 않고

캄캄한 절망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믿음과 희망을 참을성 있게 키워

마침내는 한 점 별로 뜰 수 있도록

영원의 환한 빛으로 저희를 비추어주소서

어머니가 안 계신 삶은

저희에게 사막과도 같습니다

삶에 지치고 목마른 이들에겐

맑디맑은 물 한 모금 건네주시는

겸손의 샘이신 어머니

울고 싶어도 울 수 없는 메마름을

답답해하는 저희를 가엾이 여기시며

가끔은 저희 대신 눈물 흘리시는 어머니

막아내려 해도 끝없이 솟아오르는

이기심과 욕심, 불안과 불신을

조금씩 덜어내서 순수해진 마음에

물 흐르는 기도를 출렁이며

겸손으로 겸손으로 거듭나게 하소서

사랑은 주님의 이름으로 인사를 건네는 것

사랑은 언제라도 찾아 나서는 기쁨임을

새롭게 가르쳐주시는 천상 어머니

엘리사벳에게 기쁜 걸음으로 달려가시듯

날마다 저희를 돕기 위해 달려오시는

길 위의 어머니

오늘의 세상과 오늘의 사람들을

먼저 찾고, 먼저 만나고, 먼저 돌보며

움직이는 사랑의 길이 될 수 있도록

저희를 재촉하소서

사랑이 낳아준 평화를 만민에게 전하는

평화의 길이 될 수 있도록

저희를 이끌어주소서

고통의 가시에서 향기로운 꽃을 피워낸

신비로운 장미이신 어머니

저희가 지닌 크고 작은 아픔들도

장미로 피워내는 믿음을 어머니께 청하며

오늘도 저희 모두 아름다운 장미를

기도의 꽃으로 바칩니다

하느님과 이웃을 향해

닫혀 있고 냉랭했던 저희 마음에

사랑의 뜨거운 심지를 돋우어

오늘은 당신께 촛불을 바칩니다

어머니를 닮은 사랑의 일생을 살고자

꺼짐 없이 타오르는 촛불을

약속의 기도로 봉헌합니다

가장 다정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며

저희 모두 하나 되는 아름다운 밤

어머니 덕분에 저희 또한

아름다운 사람으로 거듭나는 기쁨을

오늘은 더욱 새롭게

초록빛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5월의 시

이해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색 서정시를 쓰는 5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 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 있는 지고 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5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 되게 하십시오

 

 

 

5월의 편지

이해인

 

해 아래 눈부신 5월의 나무들처럼

오늘도 키가 크고 마음이 크는 푸른 아이들아

이름을 부르는 순간부터

우리 마음밭에 희망의 씨를 뿌리며

환히 웃어 주는 내일의 푸른 시인들아

너희가 기쁠 때엔 우리도 기쁘고

너희가 슬플 때엔 우리도 슬프단다

너희가 꿈을 꿀 땐 우리도 꿈을 꾸고

너희가 방황할 땐 우리도 길을 잃는단다

가끔은 세상이 원망스럽고 어른들이 미울 때라도

너희는 결코 어둠 속으로 자신을 내던지지 말고

밝고, 지혜롭고,꿋꿋하게 일어서 다오

 

어리지만 든든한 우리의 길잡이가 되어 다오

한 번뿐인 삶, 한 번뿐인 젊음을 열심히 뛰자

아직 조금 시간이 있는 동안

우리는 서로의 마음에 하늘빛 창을 달자

너희를 사랑하는 우리 마음에도

더 깊게, 더 푸르게 5월의 풀물이 드는 거

너희는 알고 있니? 정말 사랑해

 

 

 

어머니, 당신의 오월이 오면

이해인

 

어머니 당신의 5월이 오면

먼데까지 날아가는 라일락 향기처럼

신령한 기쁨을 가슴에 꽃 피우며

나자렛 성가정을 찾아가겠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의 놀라운 섭리와

성령의 놀라운 이끄심 안에

구세주 예수를 낳아 주신 우리의 어머니

 

가나의 혼인잔치에서처럼

"그가 시키는 대로 하여라"

오늘도 조용히 말씀하시는 어머니

 

예수가 가르치신 "사랑의 길"에서

믿음과 순종이 부족했던

우리의 지난날을 용서하소서

 

당신이 잃은 아들을 찾아 헤매셨듯이

우리 탓으로 잃어버린 예수의 모습을

우리도 애타게 찾아 얻게 하소서

 

성체 성사의 신비 안에서 그와 다시

결합하는 생명의 기쁨을 누리게 하소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시간은

언제나 거룩한 시간

성체 안의 예수와 하나 되는

시간임을 기억하게 하소서

 

어머니 당신의 5월이 오면

당신을 향한 찬미와 감사의 인사를

챙기기 전에 많은 부탁부터 드리게 되는

무례함을 용서하십시오.

 

몹시 슬프고 답답할 때면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은혜로운 기도입니다.

 

우리를 돌보시는 어머니가 계시기에

근심 중에도 세상은 아름답지만

사랑의 결핍으로 집을 잃어버린 이들이

너무도 많은 이 시대에

우리 모두 뜨거운 신뢰의 벽돌로

사랑과 평화의 집을 짓게 하소서.

 

그 튼튼한 울타리 안에

모든 이를 형제로 불러 모으게 하소서

우리가 서로를 사랑하는 공간은

언제나 거룩한 공간

그것이 곧 교회이며 가정을 이루는

시작임을 기억하게 하소서.

 

그리고 어머니

남북으로 갈라져서

아직도 한가족이 되지 못한

상처투성이의 우리나라도

하루속히 평화 안에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끊임없이 전구하여 주소서

 

살육과 폭력과 전쟁이

다시는 이 땅을 할퀴고 지나가는 일이

없게 하여 주소서

 

어머니 당신의 5월이 오면

먼데까지 날아가는 아카시아 향기처럼

정결한 기쁨을 가슴에 꽃 피우며

우리의 이웃을 만나러 가겠습니다.

 

친척 언니 엘리사벳에게 봉사하러

바쁜 걸음 모으시던 당신을 기억하며

봉사와 겸손의 아름다운 집을 짓겠습니다.

 

 

 

5

임명자

 

흠뻑 취해

비틀대다

저토록 깊은 심해

그 바다에 빠져

초록 물 뒤집어쓴 채

누구의 뿌리 되어

손톱 속까지 아려 오는

아름다운 불륜이나 되어 볼까

 

 

 

오월(五月)

임백령

 

하얀 꽃 속 아그배 동글동글 맺히고

애기똥풀 노란 꽃물 배어날 즈음

 

메아리로 새끼 소리 품는 것인지

뻐꾸기 날아와 되우 울다 달을 토했다.

 

젖무덤 한 번 물리지 못하고

총 맞아 죽은 여자의 사연 불어나

 

희부옇게 퍼졌다 쇠어 가는 삐비꽃

봉분 아래 핏방울이 잦아들곤 하였다.

 

 

 

오월

임보

 

모란이 지자

장미가 피어난다

 

아카시아 향기에 취해

꿀벌들은 종일 윙윙대고

 

알을 낳으려나, 종달새는

보리밭 위에서 애가 탄다

 

찔레꽃이 광목 홑청처럼

볕 바리기를 하는 들녘

 

산마루엔 초록 구름

하늘엔 뭉게구름

 

빨간 자전거

우체부

 

 

 

5월의 초록 이야기

임석순

 

꽃의 만남 오월, 튤립이 춤추고

들꽃이 어우러져 찬란히 노래하는

정원으로 만나는 행운을 얻었네

 

겨우내 울타리 되어 줄기만 보이다가

새봄맞이하고 고샅고샅, 사잇길 삐쭉

담장 너머로 곱게 피어난 장미꽃...

 

화려하고 밝고 멋진 붉은색, 분홍

흰색으로 삼색 홍도화, 겹꽃 복숭아

활짝 웃어주어 가슴이 뻥 뚫리네

 

어릴 적 꿈의 정원이 살아나니

코로나19가 존재할 수 없는 곳

힐링이 가득한 모두의 천국이 되었네

 

오월의 색감, 초록 물결 자연의 선물

새싹의 주인공은 바로 새로운 잎사귀

아무도 모를 신비의 오월, 정원에 서 있다

 

 

 

5

임영준

 

꿈 알알이 영그는

그곳에

그대 있었구나

연지 곤지 찍고

살포시 눈감아도

화사한 매무새 틈틈이

속살 번체이네

어디

웅크린 아이 있는가

후덕한 하늘 아래

시름 널어두어라

 

 

 

5월의 그대여

임영준

 

그대여

눈부신 햇살이 저 들판에

우르르 쏟아지고

계곡마다 초록 선율 넘쳐흐르는데

아직도 그리움에 목말라

웅크리고만 있는가

때는 바야흐로

소박한 아카시아도 불붙는 날들인데

가시를 두른 장미도 별이 되는 날들인데

어이 가만히 바라보고만 있는건가

 

 

 

5월의 시

임영준

 

떠나간 사람들 모두 돌아오라

축제가 한창이다

산등성을 타고 흐르는 우윳빛 햇살이

추억을 아우르기 위해 대기 중이다

생글거리는 꽃다지들은

낙백한 영혼들까지 품고 남겠다

잊혀진 사람들도 모두 깨어나라

초록이 넘쳐 별이 되겠다

다감한 바람을 타고

못다 한 사연을 이어보자

오월이 문을 닫을 때까지

모두 돌아와 더불어

활짝 피어보자

 

 

 

5월의 초대

임영준

 

입석밖에 없지만

자리를 드릴게요

 

지나가던 분홍 바람에

치마가 벌어지고

방싯거리는 햇살에

볼 붉힌답니다

 

성찬까지 차려졌으니

사양 말고 오셔서

실컷 즐기시지요

 

 

 

오월의 풍경

임재화

 

푸른 잎사귀 사이에 꼭꼭 숨어서

싱그런 오월의 바람과 햇살을 맞으며

빨간 장미꽃 한 송이 수줍어하고 있네요.

 

신록이 짙푸른 숲 속에서

새들은 저마다 노래 부르고

밝은 태양은 너무나 눈이 부십니다.

 

저만치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 결에

꽃향기 은은하게 풍겨오는데

새 한 마리 포로 날갯짓하며 날아갑니다.

 

 

 

오월의 봄

임정일

 

아직도 기억의 그늘에선

겨울이 차갑게 못 박혀 걸려있습니다

핏빛 꽃잎 아우성쳐 떨어지던 신작로에는

빌딩 무성히 들어서고

형제여

그대의 찢겨진 운동화에

밤새 소주를 부어 마시고서

끊겨진 필름처럼 깡그리

잊어버리고야 말았습니다

누이가 병명도 없이 열병을 앓고

가슴 녹아내려 문둥병자가 되어 버린

어미를 버리고

카드 바닥 긁어 폭탄주 빚어 마신 한 선배가

음주 운전에 값없이 목숨 지운 날

동승하지 못한 버스를 떠밀어 보내고

밤꽃 하얗게 피어든 거리에서

나는 형제보다 여인을 더 사랑했습니다

그 차갑던 겨울

그해 오월의 한파

형제여

그대 단번에 쏟아낸 심장의 피를

한 방울 한 방울씩 흘리며

저 골고다의 언덕을 향해 가고 있는

십자가의 행렬

가시옷 위에 걸친 황금빛 비로도에도

끝내 봄은 오지 않았습니다

 

 

 

5월 바다 하얀 섬

장수남

 

은빛 구름

하얀 섬 둥실둥실.

설렘일까.

 

흑 빛 하늘

꿈 많은 소녀야. 우린

별이 되었지.

 

창문 열면

별 바라기 작은 손짓들

너와 나 우리들의

그리움일까.

 

남쪽바다 끝자락엔

지친 파도들이 갯바위에

오월 빗방울을.

 

하얗게 불 지피고

여울목 지나면

금빛모래들의 꿈

아기자기하게 불태우고.

우린 돌아가리라.

 

새벽바람은

이슬 발가스레 적시고

계절의 긴 문턱을 넘어

하늘 숲에 눕는다.

 

 

 

5월의 님

장수남

 

피맺힌 오월의 님

빗방울 눈물 씻겨 내린다.

 

나룻 터 사공

새 옷 하얗게 갈아입고

빈 배 가슴 적시면

 

돌아오지 않는 강물

하늘 하늘로 먼 강은 깊이

흐른다.

 

 

 

5월의 향 짙어지면

장수남

 

내 고향 초가집 언덕

별무리 떨어질 때

마지막 큰 별 하나 늦은 새벽

지긋이 눈 비비면

어둠 무너져

분홍빛햇살 소리 없이 내려와

철새바람 등 밀어내고

흰 구름 한 점 앞세운다

먼 산 진달래 뜨거운 눈물은

영혼 불태운 이별

그리움은 추억으로 엮어볼 까

황홀한 아침 입맞춤은

너와 나의 아름다운 이별여행

아카시아 향 손 짓 하면

이슬 한 잎

먼 강 타고 와 남쪽 바다 여인

5월은 메아리친다

 

 

 

오월이 가고 있네

장유정

 

핏빛 향기도 서서히

정열의 속삭임도 다하고

화무의 연가 앞에 흩 나를 때

 

그대 져가도 고웁네

붉은 요정의 탄식

빨갛게 꽃잎 뿌린다

 

바람에 향기 맡기고

님이여 그렇게 붉은 입술 떨군다

장미의 눈물

 

 

 

오월이 오면

장인성

 

오월이 오면

손톱 밑에 가시처럼

건드리면 더 아파질 것 같은

불러 보고 싶은 그리운 이름

생각나는 얼굴이 있습니다.

오월이면 영락없는 보릿고개

비탈진 언덕배기 밭둑에서

밀 청태 구워 주시던

나의 어머니는 보릿고개의 전설

내 삶의 뿌리-

그때 보리밭 절단낸다고

호랑이 아우성치듯 야단치시던

아버지의 목소리는

지금도 내 귓전에 환청이 되어

늘상 잊지 못할 오월이었습니다.

 

 

 

오월의 마음이 하는 말

장종섭

 

널따란 침엽수

그늘에 솟아내는

땀방울은

누군가의 그리움을

온몸에 입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랑을 아는 모든 이는

땀을 흘리며 살아가기에

특별한 것은 아니지만

 

나는 느끼고 있습니다

서녘 하늘 해넘이를

바라보며 타는 노을보다

더 붉은 것이 있다는 것을

 

눈 감았을 한밤

둥글게 떠오를 얼굴 하나

보지 못할까 타는 것은

사랑의 불꽃입니다.

 

 

 

오월의 연분

장종섭

 

굵은 햇살 품에

펼쳐진 오월 속은

게으름 피우다가

지지 못한 봄꽃과

 

일등으로 피어난

여름꽃이 어우러져

함께 사는 정원이랍니다

 

게으르고 부지런한

꽃들의 만남이

이토록 조화로우니

 

궁합이 잘 맞는

부부가 동거하는

가정 같은 오월입니다

 

 

 

생동하는 5

장진순

 

잘 가꾸어놓은 파란 잔디밭을

슬며시 파고들어

영역을 넓혀 가는 클로버 족

 

소리 없이 남의 집 담을

기어오르는 담쟁이

 

짙은 화장에 정열적

자태를 뽐내는 장미

 

빛도 없이

이름도 없이

가냘픈 향기로 주위를 밝히는

벼랑에 핀 이름 없는 꽃

 

모두가 사람 사는 세상과

다를 바 없고나...

 

 

 

바라만 보아도 배가 부른 오월

전병조

 

감자꽃 익는 오월에는

축복의 비가 내린다

감꽃 토실 화우(花雨)가 되어

지상을 물들이고

뭉개구름 하얗게 하늘을 뒤덮는다

 

오월이 오면 오월이 오면

산이 더 커 보인다

언덕이 더 높아 보이고

숲속에 난 길이 더욱 무성해 보인다

 

오월은

밤꽃에 배가 부르고

아카시아 꽃향기에

산이 취한다

 

먹을 게 없어도

가진 게 없어도

우리들의 오월은

바라만 보아도 배가 부르다

 

 

 

5월의 노래

전성규

 

믹서기에서 쏟아져 나오는

한 컵 녹즙처럼

 

··

 

뼛속 깊이 넘쳐흐르는

신록 물결

 

5월 빛 푸른 햇살

가슴 가득 품에 안고

아침이슬 영롱히 머금은

초록의 즐거운 향연

 

귓전을 스치우는

한 줌 바람에도

푸른 녹즙이 케일처럼

떨어진다

 

··

 

5월의 초원

두 손으로 그 풀잎 한 줌

꾹 쥐어짜면

금새라도 버들피리 노랫가락이

푸른 엑기스로 우두두

터질 것만 같은

가슴 벅찬 계절이어라.

 

 

 

당신의 5월의 마음은 어디쯤 걸어오고 있나요

정세일

 

사랑하는 나의 당신이여

 

당신의 5월의 마음은 어디쯤 걸어오고 있나요

아직도 봄 사이에

마음을 다 털어놓지 못해

혼자서 터벅거리며

장난감 병정처럼

당당하게 걸어오는 길

그리움의 그 꽃 한 송이의

마당에서는

마음이 외로움이라도

별들의 딱지치기를

당신은 보고 있나요

어린 마음

아름다움을 나눌 수 있는 마음

그런 날이면 미리 5월을 마음에 넣어

향기로움만을

네모로 접어

5월의 수필에게도 보내주고

그리운 꽃 한 송이

바칠 수 있는

교탁 위에 꽃병 하나에게도 보내주고

내 어린 마음에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

순결함 하나

다시 그리움 하나를 선물해 봅니다.

당신의 아름다운 날에 말에요

봄은 5월의 나의 마음을 얼마나

어루만지고 있을까요

아직도 봄 사이에서 말에요

 

 

 

오월의 음영

정숙자

 

밤새 솟은 더듬이

날개 파닥이는 태양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쥐고

구름이 깊다

자수정 목걸이

매끈하던 두릅순

불꽃처럼

벌어져 버린 오월도 하순

빙 둘러 이 빠진 우표

파발마의 눈썹

들여다보며

김 약국집 셋째 딸

김 약국집 셋째 딸

그러나

태양은 아직 미소년

철썩철썩

궁금증만 주저앉는다

 

 

 

5월의 노래

정연복

 

겨울 찬바람에

온몸 잔뜩 움츠리고서

 

손꼽아 기다렸던

밝고 따스한 계절

 

지금 바로 눈앞에 있어

좋다 참 좋다.

 

한 꽃이 지면

또 한 꽃이 피어나고

 

꽃이 떠나간 자리마다

무성한 초록 이파리

 

싱그러운 바람결에 기뻐

춤추며 날로 짙푸르다.

 

머잖아 새빨간

장미까지 피어나면

 

내 가슴에도

그 불꽃 옮겨붙어

 

누구라도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으리.

 

 

 

5월의 다짐

정연복

 

초록 이파리들의

저 싱그러운 빛

 

이 맘속

가득 채워

 

회색 빛 우울(憂鬱)

말끔히 지우리.

 

살아 있음은

아직 희망이 남아 있다는 것

 

살아 있음은

생명을 꽃피우기 위함이라는 것

 

살아 있는 날 동안에는

삶의 기쁨을 노래해야 한다는 것.

 

초록 이파리들이 전하는

이 희망의 메시지

 

귀담아듣고

가슴 깊이 새기리.

 

 

 

그대, 5월이여

정영숙

 

그대!

가진 것이 너무 많아 웃고 있는 가

나도 그대 곁에 있으니 가진 것 없어도 웃어지네

그대!

베풀 사랑 너무 많아 서서 있는 가

나도 그대 앞에 머무니 줄 것이 없어도 편안하네.

 

5월이여!, 그대는 계절의 신부로다. 웃고 있는 신부로다

꽃 저고리, 초록치마에 꽃 너울 쓰고

꽃 등불을 들고 앉아 신랑을 기다리는

계절의 신부로다.

나 그대의 어여쁜 자태와 미소에 마음이 끌리고 흔들려

이산 저산 넘어가며 그대 이름에 입 맞추네.

 

구름도 그대의 아리따운 자태를 날개에 태워

들을 건너가고 있네.

 

 

 

5

정영자

 

보라빛 줄줄이 하강하던

어느 5월에

사정없이 푸르러 올려본

그 하늘빛 청량함을

기억하여도 좋습니까

살다가 보면

아득한 세월을 타고

등나무 등꽃 아래

그리움으로 꽃피는

이리도 좋아야 하는 5월이 가는 날

부딪히면

언제나

새로운 기류,

처음 보는 웃음꽃

그곳에 피네.

 

 

 

55

정영자

 

사정없이 푸르른 오월입니다.

가다가 말고,

흐르다 도는 구름.

생각을 태우며 흩어지는

황홀한 봄날의 먼 그리움이 남았습니다

살아야 하는 우리들의 일,

모든 것 버리고

떨쳐 일어날 수 없는

슬픈 세월의 사연이 있어

저만치 피고 있는

노란 민들레,

 

풀꽃 생명이

스승으로 꽃피는

55일입니다.

 

 

 

오월의 힘

정예실

 

화왕 목단의 계절

그냥 바람 부는 일에 온몸을 맡긴 채

정원 한구석을 지킬 때

홀로 지나가는 벌 나비

온다간다 말없이 그대로 떠나버렸다

 

이제 꿈 하나에 소망을 담아

산 빛깔 초록으로 물들이게 할 때

재 너머 산허리 타고 도는 구름 한 점

잔가지 위에 앉았다

 

그 해 우운 날을 보내고

예까지 왔으니

왕성한 오월의 힘

한 줄금의 햇살 하나

스스로 풀잎처럼 누웠다

바람이 불지 않으면 이대로가 좋아

 

 

 

5월의 기도

정윤목

 

5월엔

낮은 키 뽐내지 않아 어여쁜

보랏빛 제비꽃 오래도록 사랑하게 하소서

두 눈 주어 사랑할수록 고마운 사랑하게 하소서

 

 

 

오월

정윤철

 

연두색 새싹들이 대지를 수놓고

사월의 풋풋함이 여물어져

푸름이 짙어가는,

 

녹음 속 지저김 커져가고

파란 공허를 채우는 철새의 여정은

이제 볼 수 없는,

 

아직 겨울의 잔상을 간직하고 있는

을숙도의 갈대는 뿌리부터

녹색의 사색에 물들기 시작하는,

 

동백 붉은 꽃 진 자리 옆에는

어느새 덩굴장미 꽃봉오리가

빨강 수줍음에 움츠리고 있는,

 

설레임으로 거리를 나서면

저 앞에서 달려와 줄 것만 같은,

오월의 첫날

 

 

 

 

오월의 여왕

정은희

 

시샘을 하면서 느껴보지 못한 채

갈 채비를 하네

이 바이러스로 인해

 

이 계절을 많이 못 느껴도 보고

질투쟁이로 보여주고 싶었던 오월은

아쉬움만 남는채 그저 보내는구나

 

오월은 사랑하고 더욱 가슴에

묻고 싶은 계절 그리고 여왕

그대를 보고 싶다

 

안타까운 너를 보낸다

너의 자태를 못 느껴지는구나

내 사랑 그대여

 

또다시 나에게 오렴

언제나 기다림으로 기다린다

나의 오월에 여왕

 

 

 

오월의 사랑

정종명

 

싱그러운 아침 햇살이 쑥스러운 듯

눈을 껌뻑거리며 여린 시간을 밀고

연두 드레스 드리운 오월의 신부처럼 해맑은 미소 머금은 새싹 눈부시다

 

아카시아 나무 하얀 꿀단지 가지가지 내걸고 펼치는 잔치에 벌들의 지친 어깨가 애처로운 엄니의 넉넉한 사랑이다

 

어진 바람 지나간 어둡던 골목 울타리 가득 오월의 신부 같은 덩굴장미 아침 이슬 머금고 배시시 눈웃음 띄며 포근한 부모 가슴에 파고든다

 

여린 녹음에 마음을 베이고

어여쁜 장미꽃 가시에 눈이 찔리고

새하얀 아카시아 향기에 코가 막히는

오월은 세상 시름 감싸 안고 사랑으로 다독인다

 

감사와 은혜로움의 눈길 닫는 곳마다 고귀한 사랑의 손길이 함박꽃 같다.

 

 

 

오월의 새벽

정종명

 

고요가 지면을 베고 누워

희뿌연 동살을 끌어 덮는다

 

눈이 시린 들녘

새벽이슬 머금어 보석처럼 빛나고

힘찬 햇살 안개를 밀고 우듬지로 오르면

숲은 눈을 뜨고 하루를 연다

 

부지런한 농부는 어느새

논밭에 묻혀 김을 매고 농작물을 보살피며

풍년을 예약한다

 

일찍 일어나 배를 불린 작은 새들

높은 가지에 앉아 청량한 노래로

녹음을 살찌운다

 

평화롭고 아름다운 계절

사랑과 감사 은혜로 오월은

처연하게 무르익고.

 

 

 

5월 소식

정지용

 

오동나무 꽃으로 불 밝힌 이곳 첫여름이 그립지 아니한가?

어린 나그네 꿈이 시시로 파랑새가 되어오려니

나무 밑으로 가나 책상 턱에 이마를 고일 때나

네가 남기고 간 기억만이 소근 소곤거리는구나

모초롬만에 날러온 소식에 반가운 마음이 울렁거리여

가여운 글자마다 먼 황해가 남설거리나니

...나는 갈매기 같은 종선을 한창 치달리고 있다....

쾌활한 오월 넥타이가 내처 난데없는 순풍이 되어

하늘과 딱닿은 푸른 물 결우에 솟은

외따른 섬 로만틱만을 찾어 갈 가나

일본 말과 아라비아 글씨를 가르치러 간

쬐그만 이 페스탈로치야, 꾀꼬리 같은 선생님이야,

날마다 밤마다 섬 둘레가 근심스런 풍랑에 씹히는가 하노니

은은히 밀려오는 듯 머얼리 우는 오르간 소리 ..

 

 

 

오월의 섬

조민희

 

점령군이 밀려오듯

함성을 지르며

다가오는 검은 파도에

순식간

몸을 빼앗겨버렸다

 

한적한 백사장 옆

아스팔트 길가 뿌연 모래바람 한점

휘돌아 치고 넌 눈을 감는다

 

이름 모를 생선들이 배를 가른 채

뜨거운 햇살에 두 눈을 부릅뜨고

몸을 말리고 있다

 

 

 

5

조병화

 

스물을 갓 넘은 여인의 냄새를

온몸에 풍기며

온갖 꽃송이들이 물 돋은 대지에

나뭇가지 가지에 피어난다.

흰 구름은 뭉게뭉게 라일락의

숫 푸른 향기를 타고

가도 가도 고개가 보이지 않는

푸른 먼 하늘을 길게 넘어간다.

, 오월은 여권도 없이 그저

어머님의 어두운 바다를 건너

뭣도 모르고

내가 이 이승으로 상륙을 한 달

해마다 대지는 꽃들로 진창이지만

까닭 모르는 이 허전함

나는 그 나른한 그리움에 취한다.

, 오월이여

 

 

 

여름 오기 전 오월은 멍든 풀잎들도 활짝 웃는다

조서연

 

짧은 봄꽃 진자리

벌거숭이 가난한 담장에 붉은 장미의 덩굴을

치렁치렁 걸쳐 놓으러 온 측은지심의 정 깊은 오월이

알맞게 자란 푸른 잎들과

새 단장을 하는 새참 먹을 시간

오월의 햇빛을 배불리 먹고 송골송골 이마의 맺힌

바람 한 닢에 노곤노곤한 오수를 벤치에 누이고

이렇게도 살갑게도 노래할 수도 그릴 수도 있다는 여유를 바라본다

오월의 거리는 아무 데고 가던 길 멈추고 풀썩 주저앉아

싱그럽게 불어오는 풀잎들의 합창을 듣고 싶은 날들이기도 하지요

한낮에 오월 햇빛 내리쬐는 강가에 청둥오리 가족들

평화롭게 노니는 풍경 참 아름답고 이쁘지요

나도 한때는 엄마가 있었다는

무릎 베고 엄마의 바람꽃 향기 맡으며

내 머리를 쓰담쓰담 이 세상 다 가진 엄마 사랑

배불리 먹을 때도 있었지요

햇빛 좋고 나른한 날 오면 나는 나는 엄마의 마음을

그 따뜻한 품속을 느낀다네

푸르른 오월

그 속에 풍덩 뛰어들어

풍성해진 풀잎들과 같이 놀고 싶은 날

 

 

 

오월 푸름의 비애

조서연

 

사람이 살면서

가장 슬픈 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이

나 먼저 죽는 일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다시는 이 세상에서

볼 수 없다는 것

 

견딜 수 없는

슬픔과 고통입니다

내 숨이 끊어질 때까지

 

그 사람에 대한

그리움은

살아 있되 헤어짐의

그리움보다

어디엔가 어느 곳에

살아있어 나처럼

낮에는 해를

밤에는 달을 보며

살아갈 거라는 한쪽 안도감의

그리움보다

언젠가는

한 번쯤 볼 수 있을 거라는 희망적인

그리움의 슬픔보다도

 

다시는

이 세상에서 볼 수 없고

다시는 느낄 수 없는

그 그리움의 슬픔은

 

차라리 내가 먼저 죽어

그 사람한테

볼 수 없는 그리움의 슬픔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괴로운 일인지를

알게 하고 싶습니다

 

어느 날 문득

그 사람이

보고 싶어서 그리워질 때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그냥 멍하니

한곳을 영혼 없는 눈빛으로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그러다

하루해가 다 가기도 합니다

 

그리 운이어

보고 싶은 이어

오늘도

나는

다시는 못 볼 당신이

그리워

견딜 수 없는

세상을 걷고 있습니다

 

어머니…….

 

 

 

영광스러운 오월

조순자

 

터널 끝에 밝은 빛 있듯이

시련 끝에는 반드시 희락이 있다.

 

시련은 하나의 훈련 과정이며

고난을 통과하는 지름길일 뿐이다.

 

날마다 행정 안내 문자로

확진자를 알리던 시대는 가고 있다.

 

꽃피고 새들 노래하는 오월에는

코로나19는 완전히 물리칠

백신이 개발되기를 기대하고 소망한다

 

 

 

5, 내 외롭고 그리운

조용우

 

나는 못살겠다 5월이 오면

산은 왜 저토록 푸르르고

나는 왜 이리도 외로워지는가

적막강산에 뻐꾸기 운다

거기 누구 없소

거기 누구 없소

아무도 없는가 보다

그만 가야겠네

 

나는 못살겠다 5월이 오면

꽃은 왜 흐드러지게 피고

나는 왜 갈수록 더 그리워지는가

봄밤 이슥토록 소쩍새 운다

거기 누구 없소

거기 누구 없소

아무도 없는가 보다

그만 가야겠네

 

 

 

오월

조재완

 

고사리손을 펼쳐

봄을 밀치고

 

해맑은 찔레꽃

고개 내민다

 

유난히 짧은 봄

아쉬운 오월

 

덤불 속 산딸기

붉게 익었다.

 

 

 

오월이 오면

조재완

 

신록이 물든 오월이 오면

나의 가슴 속에도 푸른 싹 하나 움트리

굳이 꽃을 피우지 않아도 좋다

아침 햇살에 싱그러운 연둣빛 잎 하나면 족하리

풀 내음 향기로운 정원으로 가꾸어

새들도 부르고 사슴도 청하리라

신념에 찬 믿음으로 생을 즐기며

오뉴월 태양 아래 몸살을 앓다가

가을날 황갈색 단풍으로 물들고 말겠지

물든 잎새 위에는 시를 써야지

그리도 아파했던 일들과

지울 수 없는 추억들을 뭉뚱그려

단아한 문장으로 시를 쓰리라

낙엽이 지면 시어는 바람에 날리어

산과 들에 흩어지겠지

새들이 쪼아 먹고 낭송할 거야.

 

 

 

오월의 여왕

조정덕

 

매혹적인 향기

불타는 치마

그 깊은 블랙홀 속으로

떠도는 영혼들

 

가시에 찔려도

피를 뿌려도

가슴이 아려도

다가설 수밖에 없는 운명

 

그 화려함 앞에

알랙산더 대왕도

징기스칸도

진시황제도

나약하기 그지없는 존재

 

아 아 오월의 여왕이여!

 

 

 

오월이 가네

조한직

 

오월이 가네!

목마름에 애갈 하던

초록 보리 누렇게 익어

오월이 가네

 

앙상하던 가지에

연초록 잎 피워내고

 

이팝나무 가로수

하얀 꽃 곱게 피운

오월이 가네

 

숲속을 걷노라면

아카시아꽃 초롱이

짙은 향기 아쉬운

오월이 저만치 가네.

 

 

 

오월의 웃음

주명옥

 

오월의 향기는

천지에 날리고

바람 또한

잔잔히 날리니

 

천진난만한

들뜬 웃음소리가

맑고 밝은 푸르름에

얹혀집니다

 

내 아이들의

어렴풋한 지난날의

모습들도 어느사이

곁에 앉아 꺄르르르

 

옛 회상은

아련한 미소로

빛바랜 추억에 남아있고

거기엔

 

조잘조잘 한 조각

웃음 한 조각

행복이 접혀있는

지난날 오늘이 있네요

 

 

 

5월의 노래

주응규

 

천지가 진통의 몸부림을

환희로 승화 발산하는 오월

온통 싱그러운 꽃들의 향연

 

짙은 녹색 향 그윽한 오월

내 마음의 전율 서곡을 튕기고

신록 향과 온갖 꽃들의 합창

천상에 하모니 울려 퍼질 때

 

아름다운 여음(餘音)에 동요되어

그들에게 단걸음에 안긴다

 

상큼한 풀내음에 첫사랑 설렘

아카시아꽃향에 아련한 추억

찔레꽃향에 보고픈 어머니

장미꽃향에 내 사랑아....

 

그리운 이름 하나하나를 담아

목놓아 부를 때

종다리도 내 마음인 양

지지배배 오월을 노래한다.

 

 

 

신록의 오월

주응규

 

온갖 향() 흠뻑 머금은

보드라운 햇살은

토담에 걸터앉아 터질 듯한

초롱초롱한 눈망울 서릊다

 

산들에 꼬리를 물며

앞다퉈 피어나는

상큼 새큼한 초록 물결

푸르고도 싱그러워라

 

꽃이 부르고 바람이 부르고

산천이 손짓하는 오월은

쓸려 간 희망을 불러들인다

 

상념 끌어안고 울먹이며

사색 깊어 낙망(落望)하던

남루한 몸뚱이 푸새하여

파릇해진 마음은

닫혔던 빗장을 활짝 열어젖힌다.

 

* 릊다(순수 우리말) : 좋지 못한 것을 쓸어 치우다.

* 낙망(落望) : 희망을 잃음.

* 푸새하다 : 옷 따위에 풀을 먹이다.

 

 

 

오월의 사랑

지동근

 

,오월의 끝자락이다

오월은 가정의 달이며

여왕의 계절이라고들 한다

그리고 사랑하기 좋은

달이기도 하다

사랑이 곱프다

오월의 장미처럼 붉게

타오르는 그런 사랑을

하고 싶다

둘만의 붉는 장미빛

빛깔로....

 

 

 

그해 오월의 짧은 그림자

진수미

 

사랑을 했던가 마음의 때,

그 자국 지우기 못해 거리를 헤맸던가

구두 뒤축이 헐거워질 때까지

낡은 바람을 쏘다녔던가

그래 하기는 했던가

온 내장을 다해 엎어졌던가

날 선 계단 발 헛디뎠던가

하이힐 뒷굽이 비끗했던가

국화분 위 와르르 무너졌던가

 

그래, 국화 닢 닢은 망그러지든가

짓이겨져 착착 무르팍에 엉겨 붙던가

물씬 흙냄새 당기든가

혹 조화는 아니었는가

비칠 몸 일으킬 만한던가

누군가 겨우 고개 돌려주던가

달려오던가

아야야, 손 내밀던가

그래, 그 계간 밑,

아픈 복사뼈, 퉁퉁 붓고, 화끈화끈 그게

사랑이라며

탈골하며 환하게 바람 스미던가 그래

사랑이던가 그 누군가는 혹,

 

 

 

오월의 신록

천상병

 

오월의 신록은 너무 신선하다.

녹색은 눈에도 좋고

상쾌하다.

 

젊은 날이 새롭다

육십 두 살 된 나는

그래도 신록이 좋다.

가슴에 활기를 주기 때문이다.

 

나는 늙었지만

신록은 청춘이다.

청춘의 특권을 마음껏 발휘하라.

 

 

 

5

최금녀

 

여기저기

언덕 기슭

흰 찔레꽃

 

거울 같은 무논에

드리운

산 그림자

 

산빛

들 빛 속에

가라앉고 싶은

5.

 

 

 

오월의 성주풀이

최영신

 

길게 늘인 머릿결

비단을 둘렀는가

유구한 마음 꽃 속에

춤을 추는 성주풀이

 

갈증의 앙금들

가슴에서 풀어낸다

음양의 조화려니

수려한 아름다움

 

물안개 빚어내는

그림 한 폭 곱구나

긴 세월 담내하면서

시정으로 날린다

 

 

 

오월의 노래

최해준

 

꿀벌 파닥이는 날개바람에

마디 설긴 질곡들이

삶을 찾는다.

 

솔가지 끝에 달린

바늘 같은 잎새도

풋풋한 실바람을 만드는 오월.

 

아카시아 향기는

꿀벌의 입맞춤이 머금어 가고

가슴 저민 살뜰한

그리움들은

한 모금 꿀 이되어 목젖에 머문다.

 

빗장 걸린 마음에 실바람 불면

저마다의 생명은

향기가 되고

솟대 위의 나무새도

파닥이면서

오월의 강물 위에 깃을 적신다.

 

 

 

5월 아침에

최홍윤

 

꽃이 진 자리에는

갓 탯줄 끊은 아기 배꼽이 초롱초롱 달렸네

벚꽃 진 자리에는 뻐지가,

아기 복숭아도 제법 큰 배꼽을 달고

자두꽃잎 떨어진 민경 같은 실내천

달빛에 진 배꽃의 배꼽은 더욱 예쁘네

 

신비로운 계절,

5월이 입을 벌리고

내 속을, 나와 같이 알아줄 뻐꾹뻐꾹 뻑뻑 국

뻐꾹새는 고향 소식 전해오네

실핏줄로 토실토실한 과실을 잉태한

눈이 시린 연록의 나뭇가지 위로

새들이 날아 오르면, 강가엔

은초롱 금초롱 햇빛 지는 영롱한 소리

계절의 여왕 5,

4월의 꽃 잔치로 잊었던 추억이

눈물 같은 이슬비로 내 가슴을 적시고

내 마음, 나와 같이 알아줄 흰구름이

고향 하늘 가는길에,높은 산맥에 걸려

허우적거리다 비를 뿌리기는 해도

5월 아침에 바닷가에는 재갈매기 떼

은빛 날개로

5월 하늘의 너비를 재네!

 

 

 

5월의 아침

탁충렬

 

푸른 안개

풀잎 귀에 속삭이던 날

눈빛 한 번 살피다

바람에 눕고 있는 꽃이파리 속

바람은 기다려 주지 않고

제 홀로 떠났다

 

이 세상 내외하는 것은 없고

내리사랑으로

내 가슴 속에 아픈 기억

그 무늬를 짜며

오늘도 먼 산 바라기 했다

 

저 무풍에 떠오르는 아지랑이

가만히 앉아

5월의 아침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오월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어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스물한 살 나이였던 오월.

불현듯 밤차를 타고 피서지에 간 일이 있다.

해변가에 엎어져 있는 보트, 덧문이 닫혀 있는 별장들...

그러나 시월같이 쓸쓸하지는 않았다.

가까이 보이는 섬들이 생생한 색이었다.

 

得了愛情痛苦 득료애정통고 - 얻었도다, 애정의 고통을

失了愛情痛苦 실료애정통고 - 버렸도다, 애정의 고통을

젊어서 죽은 중국 시인의 이 글귀를 모래 위에 써 놓고

나는 죽지 않고 돌아왔다.

 

신록을 바라다보면 내가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오월 속에 있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 가고 있다.

어느덧 짙어지고 말 것이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인 것을.

유월이 되면 '원숙한 여인'같이 녹음이 우거지리라.

그리고 태양은 정열을 퍼붓기 시작할 것이다.

 

밝고 맑고 순결한 오월은 지금 가고 있다.

 

 

 

창밖은 오월인데

피천득

 

창밖은 오월인데

너는 미적분을 풀고 있다

그림을 그리기에도 아까운 순간

라일락 향기 짙어가는데

너는 아직 모르나 보다

잎사귀 모양이 심장인 것을

크리스털 같은 미라 하지만

정열보다 높은 기쁨이라 하지만

수학은 아무래도 수녀원장

가시에도 장미 피어나는데

'컴퓨터'는 미소가 없다

마리도 너도 고행의 딸.

 

 

 

오월의 사랑

하영순

 

그녀가 그립고 보고 싶어서

설레는 가슴 불태우며

겁 없이 월장하는 내가 서러워

태우고 또 태우다

지쳤습니다. 말을 해야 아시나요.

 

잡을 수 없이 타는 이 불길

그대는 아시나요.

 

태우다

태우다

핏빛으로 남겨진 아픈 상처를

무참이 밟지 말아요.

그 속에 순정이 타고 있어요.

 

오월을 태우다 지친 줄 장미

 

 

 

오월에 대하여

하종오

 

한낮에 어둠을 앓은 아들에게

체온을 주어버리고 목소리를 주어버리고

투명한 몸만으로 떠다니는 햇빛이

어린것을 불러 순결을 보여주는 모습을

나는 오월이라 생각했다.

 

이미 자란 꽃나무에 새순 하나 더 싹 틔워

청산이 흙과 물의 힘을 꿈꿀 적

햇보리 익는 들판에 둥실둥실 떠돌며 한 톨

이삭에 영그는 어미아비들 마음을

또다시 오월이라 생각했다. 나는

 

그러면 어느 해 남도에서 내가 만난 오월은

노여운 얼굴을 하고 길가에 쓰러져

이 시절의 눈물대신 붉은 꽃잎 뚝뚝 떨구고 있었다.

 

그 순간부터 더듬이를 잃은 벌레들이

이슬에 갇혀 사람이 그리워 울고

어린것들이 땅바닥에 주저앉아

풀물 씹으며 햇빛에게 팔매질하면

나는 오월이라 믿었다.

 

그 순간부터 들판에 온몸을 바치고도

익은 보리가 되어 살지 못하여

어미아비들이 집으로 돌아가는 노을 녘에

황사바람 일어나 흐려 놓을 때를

언제나 나는 오월이라 믿었다.

 

 

 

오월

하청호

 

장미꽃 봉오리

그 봉오리에

해님은 쉼 없이

햇살을 부어 넣고 있다

 

하루

이틀

햇살의 무게에 못 이겨

장미꽃 활짝 벌어졌다

 

장미꽃 속에서

차르르

차르르

쏟아져 내리는

빛 구슬, 구슬

 

 

 

오월의 시

한기봉

 

뻐꾸기 슬피 우는 오월

푸른 감자잎은 이슬도 오래 머물지 못했고

모란꽃은 선혈의 눈물을 떨구었다.

 

해 질 녘 불어온 바람은 뜨락을 돌아 나갔고

땅거미 슬피 내려앉을 때 당신을 데려갔습니다.

 

!

슬프디슬픈 오월의 어느 날

당신은 가셨어도 가신 게 아닙니다.

차마 떨쳐 보낼 수 없어 가슴에 묻어야 했습니다.

 

연둣빛 아름다운 계절

그러나, 너무도 잔인했던 계절

그리 가신 빈자리 뉘가 채우라 하십니까?

 

5년을 낮과 밤을 돌아왔건만

어제 일 같아서

어머니, 또 불러 봅니다.

 

피땀으로 일구시던 감자밭은

감자꽃이 무성하게 피었지요

 

어머님께서 입으시던 낡은 모시 적삼

흘린 땀방울이 얼마였던가요

 

당신이 머물렀던 흔적은

자식들 가슴에 고이 봉인되어 있습니다.

 

활짝 핀 감자꽃은

그때도 당신의 웃음에 흔들리고 있었지요.

 

너무도 아름다운 계절에 가셨기에

슬퍼도 당신 흔적 보듬어가며

오월을 보내렵니다.

 

오월의 감자밭은 어머님의 따스한 품입니다.

 

 

 

오월의 공원

한영택

 

이팔청춘 소녀의 오월이 달려온다.

긴 머리 찰랑찰랑 상큼한 내음 풍기며

환하게 언덕길 위에 빛난다

 

공원에 핀 꽃들은 순박함을 드러내고

솔잎의 송홧가루는 저 바람에 날리는데

벤치에 기댄 사랑의 연인들은

한 폭의 그림이어라

 

싱그러운 햇살은 푸름을 더하고

짙게 그을린 얼굴은 사랑으로 농익어

한 송이 장미꽃으로 피어나리라

 

연인들의 사랑은 밀알이 영글듯

빼곡히 가슴 한복판에 익어가지만

공원 길가에 한 마리 수컷 새

횡설수설 구애하며 남의 애를 태우니

그 가락만큼은 황홀하여라.

 

 

 

5월이 오면

한인수

 

봄에 피는 꽃들 중에

민들레가 생각이 난다

활짝 펴 오르고

열매를 맺어

훨훨 나래짓 하며

보금자리 만들고

거기가 내 고향

가는 곳 자리 잡고

5월이 오면

풀냄새 날이며

장마철도 대비하고

풀뿌리 실뿌리 묶어 놓고

든든한 환경을 만들면서

가는 세월 오는 세월을

자손들 생각하면서

무성해지는 5월의

풍년을 기원하고

성공의 보금자리로

환희의 노래를 부르자

 

 

 

5월 비 내리는 밤에

허광빈

 

먼 데서

아카시아꽃이 진다는데

라일락꽃 뒤태가 요염하구나

세월이 끌고 온

골 깊은 창가에

비에 젖는 가슴이 흔들린다

때로는

고층 아파트 난간의 스러지는 불빛도

빗물 타고 흐느끼는데

살아온 만큼의 죄업을 알아

가슴 헤집고 올올이 풀어

억만 줄기의 비가 내린다

빌딩숲 사이로

세월이 화살 되어 꽂히고

밤사이

수많은 흔적들은

빗물 따라 어디론가 떠났구나

날이 새도록 빗줄기는 굵어지고

창가 누군가 나를 부르는데

스윽 다가선 나뭇잎은

젖은 속세를 흔든다

싱그런 오월

일터로 가는 길에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티 없이 조잘대며 걸을 때

밤새 울부짖던 눈물을 닦으며

백자처럼 깨끗한 세상을 걸어가야겠다

다시 비가 길을 적시며 흘러가도

 

 

 

오월 엽서

허광빈

 

나의 가슴은 어느덧

자목련 외로움 홍조(紅潮)로 우려내고

연보라 라일락 향이 오월의 코끝을 애무하면

그리움은 넝쿨장미로 흐드러져

파아란 하늘에 눈물로 젖어 있다

울고 싶어도 울지 못하는 것은

영산홍(映山紅) 山河에 붉게 설운데

가지 끝에 매달린 동정 같은

움트는 새순마다

파르르 눈물로 촉촉한 속눈썹엔

그대 긴 기다림의 절규가

오월의 희망 위로 가슴처럼 부푼다

사랑하는 사람아

그대 부재처럼 잃었던 자리에

찬란한 오월의 꽃으로 피어나

그 꽃 옆에서 나의 사연을 쓰고

꽃을 가꾸는 주인 같은 다정함으로

봄풀 같은 삶의 언저리에

아스라한 추억도 정()인 듯 보고 지고 싶다.

 

 

 

5

홍경임

 

5관악산

하얀 아카시아 꽃잎 날리어

들숨 날숨 토해내며

푸른 목소리로 목마른 네 영혼을 적신다

 

5하늘

회색 낮달을 띄우고

푸른 새 날리어

재재거리는 고운 목소리로 널 부른다

 

5한강

하얀 햇살 내리꽂는 맑은 창()을 가진

쾌속정이 물살을 가르니

뜨거운 눈물 가진 천 마리 백조(白潮)가 날라 기를 토하며

황폐한 정신을 가진 사막 같은 널 깨운다

 

5제부도

사랑 떔에 가슴 태운 이들이 피워낸

하얀 소금꽃이 만발하여

향기로 향기로 한 점 바람인 널 부른다

 

5용문산

계곡 물소리로 하얀 이 드러내곤

천년 은행나무로 푸르름 토해내며

잠자는 네 영혼을 부른다.

 

 

 

5월 아침

홍경임

 

창밖에서어제와는 다른

새 바람이 홰를 친다

 

벚꽃 지던 소리가 눈에 얼비치는 이른 아침

잎새들이 저마다 찬란한 손짓으로

새날을 잉태한다

 

전생에 내 핏줄이었을

비둘기 몇 마리 베란다에서

식지 않은 아침 식사를 기다리는 오월 아침

 

내 가슴에도 다시 둥근 해는 떠오르고

어제 다녀간 묵은 바람의 행적을

묻고 싶지 않은 오늘

 

이전 것과는 다른 통증으로 번뇌하는

내일이 오기를 고대해 본다.

 

 

 

5어느 날

홍경임

 

그대가 있어서 한세월 행복하였네라

 

5하늘 밑 꽃들은 색색으로 만발한데

내 가슴 뻥 뚤리고

왠 눈물은 이리 나나

 

연초록 물결들은

5산야 바다에서 수를 놓는데

이 산 저 산에서 산 까치도 마구 지저귀는데

계절의 여왕 5초사흘

Y시 공동묘지 포장마차에서

잔치국수와 소주 몇 잔에 남은 인생을 털어 마시고

시인 내 생을 반추하며 곱씹으니

내 가슴안 숨었던 내 전생들이 눈물되어 곁에 와

자꾸 자꾸 친구하자 졸라되는구나

 

부슬부슬 내리는 5비를 맞으며

시오리를 걸어

카페 감꽃 피는 마을에 앉아

잔잔히 흐르는 샹송을 동무하자 부르니

먼 하늘로 떠난 어린 왕자 생각에

더 많은 눈물이 친구 되어 오는구나.

 

 

 

젊은 오월

홍관희

 

그렇다 젊은 오월들이여

지금껏 달구어 온 피멍 든 우리 가슴

이 땅에서 분명하게 노래할 때다

서럽게 생명에 굶주린 이웃들

우리의 주인으로 껴안을 때다

싸워야 할 적들과 분명한 민족혼으로 맞서며

가난한 이름들을 심장 속으로 받아들일 때다

그렇다 젊은 오월들이여

굶주리고 짓눌려도 어둠 앞에서는 결코 엎드리지 않는

단 한 번 깨끗이 새벽빛으로 살기를 바라는

우리는 척박한 이 땅의 목마른 이름들

살아 숨 쉬는 것들 바람 한 자락조차 우리식으로

이 땅에서 떳떳한 생명으로 일어설 때까지

그렇다 젊은 오월의 이름들이여

이제는 북받치는 가슴으로 분명하게 노래할 때다

허리 잘린 한반도의 소망들을

꼿꼿하게 일으켜 세울 때다

백두와 한라가 알몸으로 껴안고 달아오를 그 날까지

그렇다 젊은 희망의 한반도여

우리에겐 일 년 내내 오로지 오월뿐이다.

 

 

 

5월의 소리

홍금자

 

한가닥 매달린 삶이

매듭을 늘이고

어둠은 내린다

 

산 저 너머로

흩날리는 5월의 소리여

 

계절의

향내가 산을 떠나고

 

분수처럼 퍼올린

이름없는 꽃잎들

 

시리도록 아픈 빛으로

절규하는 타오름이여.

 

 

 

5

홍수희

 

시들 때를 미리 슬퍼한다면

장미는 피지 않았을 거예요

 

질 때를 미리 슬퍼한다면

나무는 초록을 달지 않았을 거구요

 

이별을 미리 슬퍼했다면

나는 당신을 만나지 않았겠지요

 

사랑이란 이렇게,

때로는 멀리서 바라보아야 하는 것

 

5월의 장미처럼 나는 그리운 이여

5월의 신록처럼 나는 그리운 이여

 

당신을 향해 다시 피어나겠어요

당신을 향해 다시 시작하겠어요

 

 

 

5월은 가는데

홍해리

 

만나면 고스톱에 날이 샌다 하더니

만나는 이들마다 돈 꿔달라 하더니

어디서 남자하고 만나는 걸 봤다더니

이디서 나오다가 눈에 띄었다더니

알토란 같은 두 아들놈 어떡하라고

늙은 모친 불러다가 살림시키는

택시기사 남편은 또 어떡하라고

소문은 꼬리 물고 돌고 도는데

달이 가고 해가 가도 소식은 없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 산 저 산을

뻐꾹새만 뻐꾹뻐꾹 울어쌓누나

뻐꾹새만 저 혼자서 울어쌓누나.

 

 

 

5월은 오고

홍해리

 

비 개고

5,

너 온다는 기별

온 세상이 환히 열리는데

내 눈이 감기고

목도 잠기네

하늘 아래

눈부신 슬픔이 기쁨일까

기다림은 풀잎에 걸고

눈물은 하늘에 띄우네

숨이 막혀, 숨이 차

마음만, 마음만 하던

숨탄것들, 푸새, 나무들

봇물 터지듯

귀청 아프게 초록빛 뿜어내니

홀맺은 한

가락가락 풀어내며

5월은 또 그렇게 저물 것인가.

 

 

 

5월이 오거든

홍해리

 

날 선 비수 한 자루 가슴에 품어라

미처 날숨 못 토하는 산 것 있거든

명줄 틔워 일어나 하늘 밝히게

무딘 칼이라도 하나 가슴에 품어라.

 

 

 

5월의 노래

황금찬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 숲내를 풍기며

5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

작년의 그놈일까?

 

저 언덕에 작은 무덤은

누구의 무덤일까?

 

5월은 4월보다

정다운 달

 

병풍에 그려져 있던 난초가

꽃 피는 달

 

미루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달

5월이다.

 

 

 

5월이 오면

황금찬

 

언제부터 창 앞에 새가 와서

노래하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심산 숲내를 풍기며

5월의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저 산의 꽃이 바람에 지고 있는 것을

나는 모르고

꽃잎 진 빈 가지에 사랑이 지는 것도

나는 모르고 있었다.

 

오늘 날고 있는 제비가

작년의 그놈일까?

 

저 언덕에 작은 무덤은

누구의 무덤일까?

 

5월은 4월보다

정다운 달

 

병풍에 그려져 있던 난초가

꽃 피는 달

 

미루나무 잎이 바람에 흔들리듯

그렇게 사람을 사랑하고 싶은 달

5월이다.

 

 

 

5월의 창

황금찬

 

5월은 푸르러 가는 내 창 앞에 와서

한 밤을 말이 없다가

새벽이 되면 정다운 음성으로

나를 부르는 것이다.

 

비가 오는 언덕에는

어느 바레트의 채색처럼

풍경화를 수놓고 있는데

그것을 이 창 안에서 바라보기란

마음의 부담으로 하여

시계가 흐른다.

 

5월은 누가 간 달이냐

다시 누가 올 달이라더냐

아카시아 꽃이 비를 맞으며

서 있는 것은 내 창으로 봐

액자 속의 그림 같다.

 

5월의 창은 언제나

미술전시회장의 입구처럼

기대가 크고,

무도회의 권유를 연주하고 있다.

 

5월의 내 창을 통해 보면

고호의 그림폭이 나열되고

스테파노가 부르는 무정한 사람이 들리고

때로는 가부리엘라 뚜치의 소프라노가 감돌기도 한다.

 

5월의 창은 참 말이 없다.

그리고 그 낮은 음석으로 해서

다정한 풍경화와

조용한 음률을 생각하는

내 하나의 유산이다.

 

 

 

5월의 노래

황인술

 

촘촘한 쇠창살 넘어 찾아온 방문객

잘 닦인 길로 눈물 뿌리며

정처 없이 따라나선 그림자 고단함 내려놓자

허공에 뜬 태양 데워진 대지 위에 이리 눕고 저리 뒹군다

 

골 깊어져 비틀거리는 부끄러움

주름 속에 채워진 파란 열쇠 뒤로하고

서로 다른 꿈 그려보는 날

흔적도 없이 사라진 낯설음

 

붉은 무덤 위에

뻐꾹새 무심히 울어

푸르른 회색 절망

내 안에 새순 돋아 탑을 세웠다

 

 

 

5월 그 하루 무덥던 날

황지우

 

드디어, 야구장 안으로 소주병이 날아 들어오고 난리다.

숫제 웃옷을 벗어 버린 두 청년은 114M 외야석에서 구장으로 뛰어내린다.

라디오 아나운서와 해설자는 혀를 차면서, 중계하고 훈계하고 경고한다.

"여기는 어디까지나 교육의 연장입니다. 학생 야구에 성인들이 저런단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처삽니다. 스포츠 정신이란 게 뭡니까? 룰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 아닙니까? 네네, 그렇습니다. 경기는 일단 중단됐읍니다만, 아 지금 경비원들이 외야 쪽으로 가고 있군요."

주심에게 항의하러, 외야 쪽에서 홈으로 달려들어온 한 휴가병은, 전경 경비대에 그대로 안긴 채 들러 나간다.

관중들은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장내 방송 여자 아나운서가 싸나운 음성으로 계속 꾸짖어 대고 있다.

"파울선에 내려와 있는 분들도 빨리 나가 주세요!"

다시 남자 목소리가 튀어나온다.

'慶北高-光州一高, 숙명의 격돌'이라고, 정말 대문짝만 하게 '미다시'를 뽑은 '日刊스포츠'로 모자를 만들어 선배와 나는 하나씩 머리에 썼다.

선배와 나는 안타 하나에 딱 한 잔씩만 하기로 한 소주를 공평하게 다 마셔 버렸다.

"아마, 제 목숨이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사람들도 다 저런 사람들이었을 거야."

나는 이선배의, 싼뿌라찌를 해박은 송곳니에 햇빛이 반사하는 것을 보았다.

그는 웃고 있다.

나도 웃고 있다.

在京慶北高高等學敎同門應援團 쪽은, "잘 가세요 잘 있어요"를 부르며, 징을 치며, 북을 치며, 그쪽은 그쪽대로 난리다.

선배는 그쪽으로도 박수를 보낸다.

무엇에든 집착하지 않는 그의 천성을 나는 매우 존경한다: 그는 경쾌하고 경솔하다.

그런 그가 어느 해 봄날, 반포, 그의 아파트 앞 상가 켄터키 치킨집에서

"우리 모두 가서 죽어 버리자"라고 울음을 터뜨렸을 때도 나는 그를 불신하진 않았다.

"광주일고는 져야 해! 그게 포에틱 자스티스야."

"POETIC JUSTICE?"

"그래."

이선배는 나의 몰지각과 무식이 재밌다는 듯이 씩 웃는다.

그의 물기 젖은, 싼뿌라찌 가짜 이빨에 햇빛이 반짝거렸다.

나는 3루에서 홈으로 생환(生還)하지 못한, 배번 18번 선수를 생각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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