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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유(韓愈)

古意

 

太華峰頭玉井蓮          태화산 봉우리 옥 우물에 나는 연꽃

開花十丈藕如船          꽃을 피우면 열 길이요 뿌리는 배와 같다.

冷比雲霜甘比蜜          차기는 눈서리 같고 달기는 꿀 같은데

一片入口沈痾痊          한 조각만 입에 넣어도 고질병도 고친다네.

我欲求之不憚遠          나는 이것을 구하려고 먼 길도 꺼리지 않으니

靑壁無路難夤緣          푸른 절벽엔 길도 하나 없어 기어오르기 어렵도다.

安得長梯上摘實          어찌하면 긴 사다리로 열매를 따와

下種七澤根株連          일곱 우물에 심어 뿌리와 포기가 무성하게 하리오.

 

 

過鴻

 

龍疲虎困割川原          용은 지치고 범은 고달파 넓은 들판 가르니

億萬蒼生性命存          억만창생이 생명을 부지 하였구나.

誰勸君王回馬首          누군가 군왕에게 말머리를 돌리게 하여

眞成一擲賭乾坤          실로 일척건곤을 내걸게 하였던가.

 

 

勸讀書                  아들 昶에게

 

時秋積雨霽              바야흐로 가을! 장마도 개고

新凉入郊墟              텅 빈 들판엔 서늘한 바람 부는데

燈火稍可親              이제 등잔도 가까이할 수 있으니

簡篇可舒卷              책 한 권 펴봄도 좋지 않겠나.

 

 

寄盧同                  盧同 선생에게

 

玉川先生洛城裏          낙양성 안 옥천 선생은

破屋數間而已矣          부서진 집 몇 간이 있을 뿐이다.

一奴長鬚不裹頭          하나 있는 종도 수염이 길고 머리도 싸지 못하고

一婢赤脚老無齒          하나 있는 하녀는 맨발에 늙어서 이가 하나도 없다.

辛勤奉養十餘人          어렵게 노력하여 십여 인을 봉양하여

上有慈親下妻子          위로 자애로운 부모님이 계시고 아래로 처자가 있다.

先生結髮憎俗徒          선생은 머리를 묶어 어른이 되자 속된 자들을 미워하고

閉門不出動一紀          문 닫고 나가지 않은 지가 어느덧 십이 년이 되었다.

至今隣僧乞米送          지금까지 이웃 스님이 쌀을 빌어 보내주었는데

僕忝縣尹能不恥          나는 욕되게도 현윤(縣尹)의 자리만 차지하여 부끄럽기만 하다.

俸錢供給公私餘          봉급을 공사에 쓰고 남겨

時致薄少助祭祀          때때로 조금 보내어 제사를 돕고 있다.

勸參留守謁大尹          유수를 찾고 대윤을 만나보라고 권하니

言語纔及輒掩耳          말을 듣자 바로 귀를 막았다.

水北山人得名聲          낙수 북쪽의 산사람이 명성을 얻고 있었는데

去年去作幕下士          지난해에는 장군 막하의 벼슬아치가 되었고

水南山人又繼往          낙수 남산인도 그를 따라갔다.

鞍馬僕從塞閭里          타고 가는 말과 하인들이 마을길이 막히었고

少室山人索價高          소실산의 山사람은 높은 값을 요구해

兩以諫官徵不起          두 번을 간관으로 불렀으나 응하지 않았다.

彼皆刺口論世事          그들은 모두 풍자하여 세상 일을 논했지만

有力未免遭驅使          능력이 있어 부림을 당함을 면하지 못하였다

先生事業不可量          선생의 하시는 일들은 가히 헤아릴 수 없으니

惟用法律自繩己          오직 법도를 따라 스스로 자신을 다스리신다.

春秋三傳束高閣          춘추 3전은 다 보아서 고각에 묶어두고

獨抱遺經究終始          홀로 경서를 품에 안고 처음부터 끝가지 연구하신다.

往年弄筆嘲同異          왕년에는 붓을 놀려 이름이 같음과 다름으로 조소하고

怪辭驚衆謗不已          괴상한 말로 사람을 놀라게 하여 비방이 그치지 않았다.

近來自說尋坦途          근래에 평탄한 길 찾는다고 스스로 말하나

猶上虛空跨騄耳          녹이(騄耳)를 타고 하늘을 오르는 것과 같다네.

去歲生兒名添丁          지난 해 아들을 낳아 첨정(添丁)이라 이름 지었는데

意令與國充耘耔          그를 나라에 농사꾼으로 주려는 뜻이라네.

國家丁口連四海          나라의 장정들이 사해에 가득하니

豈無農夫親耒耜          어찌 친히 농사지을 농부가 없을 손가.

先生抱才終大用          선생은 재능을 가져 크게 쓰일 것이니

宰相未許終不仕          재상이 주어지지 않으면 끝내 벼슬하지 않으리라.

假如不在陳力列          나라 위해 힘을 다하는 자리에 있지 않지만

立言垂範亦足恃          말을 함에 모범을 보이시어 믿을 수 있도다.

苗裔當蒙十世宥          죄를 진 후손들도 그 용서를 십세 후예까지 받을 것이니

豈謂貽厥無基址          어찌 그들에게 터전을 끼치지 않았다 말하리오.

潔身亂倫安足擬          자기 깨끗이 하기 위해 인륜 어지럽히는 무리와 어찌 견주리오.

昨夜長鬚來下狀          선생께서 어젯밤 수염 긴 하인 시켜 편지 가져왔는데

隔墻惡少惡難似          담 건너 아동의 악행은 흉내 낼 수도 없다고 한다.

每騎屋山下窺瞰          언제나 지붕마루 타고 앉아 아래로 내려다보니

渾舍驚怕走折趾          온 집안이 놀라고 두려워 급히 달리다 발목을 삐게 한다.

憑依婚媾欺官吏          인척관계를 빙자하여 관리들을 속여

不信令行能禁止          법을 집행해서 행동을 막을 수 있으리라 믿지도 않는다.

先生受屈未曾語          선생이 굴욕을 당하면서도 말하지 않다가

忽此來告良有以          갑자기 이렇게 와서 告함은 진실로 까닭이 있으리라.

嗟我身爲赤縣尹          아, 내가 적현윤이 되어서

操權不用欲何俟          관권을 가지고 집행하지 않는다니 무엇을 기다리는가.

立召賊曹呼五百          바로 적조(賊曹)를 부르고 오백(五百)을 불러서

盡取鼠輩尸諸市          쥐새끼 같은 무리들 모두 잡아 저자에 효수했다.

先生又遣長鬚來          선생께서 다시 수염긴 하인을 보내왔는데

如此處置非所喜          이러한 처분은 선생이 바라는 바가 아니라고 하셨다.

況又時當長養節          하물며 또 절후가 만물이 자라나는 봄철이니

都邑未可猛政理          고을을 사나운 행정으로 다스리면 안 된다고 하신다.

先生固是余所畏          선생이 진실로 이러하시나 내가 선생을 두려워하니

度量不敢窮涯涘          선생의 도량은 감히 바다보다 넓도다.

放縱是誰之過與          멋대로 처형한 것이 누구의 책임이란 말인가

效尤戮僕愧前史          잘못을 본받아 그들을 죽였으니 옛날의 사관에 부끄럽다.

買羊沽酒謝不敏          양 사고 술 사서 불민함을 사과하려는데

偶逢明月耀桃李          우연히 밝은 달을 만나니 복숭아와 오얏나무를 비춘다.

先生有意許降臨          선생께서 왕림을 허락하실 뜻이 있으시면

更遣長鬚致雙鯉          다시 긴 수염 하인을 시켜 편지를 보내어 주십시오.

 

 

短檠歌                  짧은 등잔대를 노래하다

 

長檠八尺空自長          여덟 자 길이 긴 등잔대는 공연히 길기만 하지만

短檠二尺便且光          두 자 길이 짧은 등잔대는 편하고도 밝기만 하구나.

黃簾綠幕朱戶閉          노란 발과 붉은 장막 쳐진 붉은 문은 닫혀 있는데

風露氣入秋堂凉          바람과 이슬 기운 들어 방안은 차갑구나

裁衣寄遠淚眼暗          옷 마름질 하여 멀리 보내려니 눈물이 눈을 가리고

搔頭頻挑移近床          머리 긁으며 자주 호롱불 심지 돋우며 가까운 상으로 옮아간다.

太學儒生東魯客          태학의 유생들 동쪽 노나라 나그네

二十辭家來射策          스무 살에 집 떠나 과거보러 왔다네.

夜書細字綴語言          밤이면 작은 글자 쓰면서 글을 짓다가

兩目眵昏頭雪白          두 눈은 눈곱 끼어 어둡고 머리는 백발이 되었다네.

此時提挈當案前          이 시간에도 책들고 책상 앞에 앉아

看書到曉那能眠          책보다가 새벽 되니 어찌 잠 잘 수 있으리오.

一朝富貴還自恣          하루아침에 부귀 누리면 도리어 자만해져

長檠高張照珠翠           높은 등잔대 높이 올려 구슬 장식한 여자를 비춘다네.

吁嗟世事無不然          아아, 세상일 모두 그렇지 않음이 없으니

墻角君看短檠棄          담장 모퉁이에서 그대는 짧은 등잔대가 버려진 것을 보고 있다.

 

 

答張十一                장십일에게 답하다

 

山淨江空水見沙          산은 깨끗하고 강물은 비어 물속 모래가 보이는데

哀猿啼處兩三家          슬프게 원숭이 우는 곳에는 민가 두서너 집

篔簹競長纖纖筍          왕대가 경쟁하듯 길어지는데 죽순은 부드럽고

躑躅閑開豔豔花          머뭇머뭇 한가히 피는 고운 꽃들

未報恩波知死所          천자의 은혜 갚지 못해도 죽을 장소는 아니

莫令炎瘴送生涯          더운 기운 속에 평생을 보내지 않게 해주소

吟君詩罷看雙鬢          그대 시 다 읽고 양 귀밑머리를 보니

鬥覺霜毛一半加          반이나 늘어난 흰머리 다투어 드러나네

 

장십일 - 함께 감찰어사를 했다 함께 지방으로 쫓겨난 장서(張署)를 말함, 장씨집의 11번째 아들이란 뜻

恩波 - 천자의 은혜

炎瘴 - 더운 지방 풍토병의 독한 기운

 

 

桃園圖                  도원 그림

 

神仙有無何渺渺          신선이 있는지 없는지 어찌나 아득하고 먼지

桃園之說誠荒唐          도원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황당하구나.

流水盤回山百轉          흐르는 물 굽어 도니 산은 백 굽이니

生綃數幅垂中堂          마루에 걸어둔 비단에 그린 그림 몇 폭이다.

武陵太守好事者          무릉태수는 호사가라

題封遠寄南宮下          제목을 써서 멀리 남궁 아래로 부쳐왔도다.

南宮先生忻得之          남궁의 선生은 흔쾌히 받고

波濤入筆驅文辭          물결이 붓에 오른 듯 글을 쓴다.

文工畵妙各臻極          글도 좋고 그림도 묘하여 지극한 경지라

畢境恍惚移於斯          딴 세상이 황홀하게 이곳으로 옮겨왔구나.

架巖鑿谷開宮室          바위에 나무 걸치고 골짜기를 파서 궁실을 지어

接屋連墻千萬日          지붕과 담을 잇대고 수만 날을 지내왔다.

贏顚劉蹶了不聞          진나라 영(贏)씨와 漢나라 유(劉)씨가 망한 것 알지 못하고

地坼天分非所恤          땅과 하늘이 갈라지고 나뉘는 전쟁은 걱정거리 아니다.

種桃處處惟開花          곳곳에 복숭아 심어 오직 꽃이 한창이니

川原遠近蒸紅霞          멀고 가까운 내와 언덕이 붉은 노을에 찐듯하다.

初來猶自念邑色          처음 와서는 저절로 고향 생각 했으나

歲久此地還成家          세월이 오래되니 이곳이 도리어 집이 되었다네.

漁舟之子來何所          고깃배의 어부님들 어디서 왔소

物色相猜更問語          쓸 만한 사람인지 의심스러워 다시 물어 말한다.

大蛇中斷喪前王          꿈에 큰 뱀이 끊어져 전 왕조가 망하고

群馬南渡開新主          여러 사마씨가 남쪽으로 건너 새 왕조를 열었다네.

聽終辭絶共悽然          끝까지 듣고 말이 끝나자 모두가 슬퍼하며

自說經今六百年          지금까지 육백 년을 여기서 살았다고 말했다.

當時萬事皆眼見          당시의 모든 일은 다 눈으로 보았으나

不知幾許猶流傳          몇 가지가 지금까지 전해지는 지는 모르겠도다.

爭持牛酒來相饋          다투어 쇠고기와 술을 가져와 대접하는데

禮數不同樽俎異          예법도 같지 않고 술상과 상차림이 같지 않았다.

月明伴宿玉堂空          달은 밝고 그들과 함께 잠을 자니 옥당은 허전하여

骨冷魂淸無夢寐          뼈는 시리고 정신은 맑아 꿈도 잠도 오지 않았다.

夜半金鷄嘲哳鳴          밤 깊어 금빛 닭이 꼬끼오 우니

火輪飛出客心驚          불 바퀴 같은 해가 솟아 나그네는 마음속으로 놀랐다.

人間有累不可住          인간세상에 인연이 있어 그곳에 머무를 수 없어

依然別離難爲情          의연히 떠나려하니 정 때문에 떠나기 어려워라.

船開棹進一回顧          배를 띄워 노 저으며 한 번 뒤돌아보니

萬里蒼茫煙水暮          창망히 만 리 먼 곳은 안개 낀 물속에 저물어간다.

世俗寧知僞與眞          세상에서 사실인지 거짓인지 어찌 알리오

至今傳者武陵人          지금까지 이 일을 전한 자는 무릉 사람뿐이라네.

 

晩春                    늦은 봄

 

草樹知春不久歸          풀과 나무들 봄이 오래 머물지 않는 것 알아

百般紅紫鬪芳菲          온갖 색깔 꽃으로 향기를 다툰다.

楊花楡莢無才思          버드나무 꽃, 느릅나무 열매 생각할 才주 없어

惟解漫天作雪飛          오직 온 하늘 가득 흰 눈송이만 날린다.

 

 

毛穎傳                  나의 붓 모영의 이야기

 

毛穎者中山人也          모영은 중산 사람이며

其先明視                그의 조상은 明視란 토끼였는데

佐禹治東方土            우임금을 도아 동쪽 땅을 다스리고

養萬物有功              만물을 양육하는데 공을 세워

因封於卯地              묘(卯) 땅을 봉해 받았고

死爲十二神              죽어서는 십이신의 하나가 되었다.

嘗曰                    일찍이 말하기를

吾子孫神明之            내 자손들은 신명의 후예이어서

可與物同                다른 동물과 같아서는 안 될 것이니

當吐而生                마땅히 자식을 입으로 토하여 낳을 것이라고 하였다.

已而果然                그 뒤로 과연 그렇게 되었다.

明視八世孫            명시(明視) 팔대 손자가 누(䨲)이다.

世傳當殷時              세상에 전해지는 말로는 은나라 때에

居中山                  중산에 살다가

得神仙之術              신선술을 터득하여

能匿光使物              빛을 숨기고 물건을 부릴 줄 알게 되어,

竊姮娥騎蟾蜍            항아를 훔쳐가지고 두꺼비를 타고

入月                    달로 들어가서,

其後代                  그의 후손들은

遂隱不仕云              끝내 거기에 숨어 살며 벼슬하지 않게 되었다 한다.

居東郭者曰㕙            동곽에 사는 자로 준(㕙)이란 그의 후손이 있었다.

狡而善走                날래고 뜀박질을 잘하여

與韓盧爭能              한로(韓盧)라는 개와 능력을 겨루었는데,

盧不及                  한로가 준(㕙)을 따르지 못하였다.

盧怒                    한로는 화가 나서

與宋鵲                  송작(宋鵲)이란 개와 모의하여

謀而殺之                준을 죽이고

醢其家                  그 집안사람도 모두 죽여 소금에 절였다 한다.

秦始皇時                진시황 때에

蒙將軍恬                몽념(蒙恬) 장군이

南伐楚                  남쪽 초나라를 정벌하다가

次中山                  중산에 묵게 되었는데

將大獵以懼楚            크게 사냥을 함으로써 초나라가 두려워하도록 만들려 하였다.

召左右庶長與軍尉        먼저 좌우의 부대장(副大將)들과 장교들을 불러놓고

以連山筮之              연산이란 점책으로 점을 쳤는데

得天與人文之兆          하늘과 인문을 뜻하는 점괘가 나왔다.

筮者賀曰                점장이가 축하하기를,

今日之獲                오늘 잡으실 짐승은

不角不牙                뿔도 없고 이빨도 없는

衣褐之徒                털 베옷을 입은 물건입니다.

缺口而長鬚              입은 언챙이고 긴 수염이 났으며

八竅而趺居              몸에는 여덟 구멍이 있고 도사리고 앉은 게 보통입니다.

獨取其髦                오직 그 놈 털을 취하여

簡牘是資                그것을 종이와 함께 쓰면

天下其同書              천하의 자체가 통일될 것이니

秦其遂兼諸侯乎          진나라는 마침내 제후들을 합병시키게 될 것이라고 하였다.

遂獵                    마침내 사냥을 하였는데,

圍毛氏之族              털 짐승 무리들을 포위한 다음

拔其豪                  그 중의 긴 털을 골라잡아

載穎而歸                모영도 함께 수레에 싣고 돌아와

獻俘于章臺宮            장대궁에서 임금에게 포로로서 바쳐졌고,

聚其族而加束縛焉        그의 족속들도 모아서 그와 함께 묶었었다.

秦皇帝使恬              진나라 황제는 몽념으로 하여금

賜之湯沐而封諸管城      그에게 목욕을 시키도록 한 다음 관성에 그를 봉하고는

號曰管城子              관성자(管城子)라 부르게 하였는데,

日見親寵任事            날로 황제의 총애가 두터워져 큰일들을 맡아 처리하게 되었다.

穎爲人强記而便敏        모영의 사람됨은 기억력이 좋고 약삭빨라서,

自結繩之代              태고시대로부터

以及秦事                진나라에 이르기까지의 일들을

無不纂錄                모두 글로 적었고,

陰陽卜筮占相醫方族氏山經地 

                        음양과 복서와 점치고 관상보는 것과 의약과 씨족과 산림과 지리와

志字書圖畵九流百家天人之書        

                        자서와 회화와 제자백가와 천인(天人)에 관한 글들로부터

及至浮圖老子外國之說    붓다와 노자와 외국의 학설 등도

皆所詳悉                모두 자세히 기록하였다.

又通於當代之務          또 그 시대의 업무에도 통달하여

官府簿書市井貨錢注記    공문과 장부와 사회의 문서와 돈 거래 기록과 여러 가지 기록들을

惟上所使                오직 황제가 시키는 대로 적으니,

自秦皇帝及太子扶蘇胡    진시황제와 태자인 부소와 호해와

丞相斯中車府令高        승상 이사(李斯)와 중거부련 조고(趙高)로부터

下及國人                아래로는 나라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無不愛重                그를 사랑하고 중히 여기지 않는 이가 없게 되었다.

又善隨人意              또 사람들의 뜻을 잘 따라서,

正直邪曲功拙            바르고 곧고 삐뚤어지고 굽고 교묘하고 졸렬한 것을

一隨其人                모두 그를 부리는 사람대로 따랐다.

雖見廢棄                비록 버려진다 하더라도

終黙不洩                끝내 입을 다물고 아는 일을 누설치 않았고,

惟不喜武士              오직 무인들은 좋아하지 않았으나

然見請                  요청이 있으면

亦時往                  역시 곧 갔다.

累拜中書令              벼슬은 중서령에 올라

與上益狎                황제와 더욱 허물없이 지내게 되었고,

上嘗呼爲中書君          황제가 일찍이 그를 중서군이라 불렀다.

上親決事                황제가 친히 어떤 일을 결정할 때에는

以衡石自程              무게와 양까지도 스스로 헤아려 결정했으므로,

雖宮人                  비록 궁인이라하더라도

不得立左右              황제의 좌우에 서있을 수가 없었으나,

獨穎與執燭者常侍        오직 모영과 촛불을 든 사람만은 언제나 시종하여

上休方罷                황제가 쉴 적에야 그들도 비로소 쉴 수가 있었다.

穎與絳人陳玄            모영은 강주 사람 진현(陳玄)과

弘農陶泓                홍농 사람 도홍(陶泓)과

及會稽楮先生            회계 사람 저선생(楮先生)과

友善                    친하게 벗하며

相推致                  서로 밀어주고 이끌어주고 하며,

其出處必偕              그들이 외출할 적에는 반드시 함께 하였다.

上召穎                  황제가 모영을 부르면

三人者不待詔            이들 세 명은 조명(詔命)을 기다리지 않고

輒俱往                  언제나 함께 갔으나

上未嘗怪焉              황제도 이상하게 여긴 적이 없었다.

後因進見                뒤에 그가 황제를 뵈었을 때,

上將有任使              황제께서 그를 부르실 일이 있어서

拂拭之                  그를 뽑아 쓰려하자,

因免冠謝                관을 벗고 사양을 하였다.

上見其髮禿              황제가 보니 그이 머리가 다 벗겨졌고

又所摹畵                또 그가 그리는 것이

不能稱上意              황제의 뜻에 들어맞지 않았었다.

上嘻笑曰                황제가 웃으면서 말씀하셨다.

中書君                  중서군이

老而禿                  늙어서 머리가 벗겨지니

不任吾用                나의 쓰임을 감당할 수 없게 되었다.

吾嘗謂君中書            나는 일찍이 군은 글쓰기에 합당하다 말했었는데,

君今不中書邪            군은 이제는 글쓰기에 합당치 아니한가 하니

對曰                    그가 대답하기를,

臣所謂盡心者            저는 이른바 마음을 다한 사람입니다.

因不復召                그래서 다시는 불리어지지 않고

歸封邑                  봉읍으로 돌아가

終于管城                관성에서 일생을 마쳤다.

其子孫甚多              그의 자손이 매우 많아져

散處中國夷狄            중국과 오랑캐 땅에 흩어져 살게 되었는데,

皆冒管城                모두 관성 사람이라 내세웠으나

惟居中山者              오직 중산에 사는 사람들만이

能繼父祖業              조상들의 가업을 잘 계승하였다.

太史公曰                태사공(太史公)이 말하기를,

毛氏有兩族              모씨(毛氏)에는 두 족속이 있다.

其一姬姓                그 중 하나는 희성(姬姓)인데

文王之子                문왕의 아들로서

封於毛                  모 땅에 봉해진 사람들로

所謂魯衛毛聃者也        이른바 노나라와 위나라의 모담(毛聃)의 후손들이며,

戰國時                  전국시대에는

有毛公毛遂              모공(毛公)과 모수(毛遂)가 있었다.

獨中山之族              다만 중산에 사는 족속들은

不知其本所出            그 근본이 어디에서 나왔는지 알 수 없으되

子孫最爲蕃昌            자손들이 가장 번창하여 있다.

春秋之成                춘추를 이룸에 있어서

見絶於孔子              공자에 의하여 절필 당하기도 하였으나

而非其罪                그들의 죄는 아니었다.

及蒙將軍                몽념 장군이

拔中山之豪              중산의 빼어난 털을 뽑아

始皇封諸管城            진시황이 그들을 관성에 봉함으로써

世遂有名                세상에는 마침내 그 이름이 알려졌으나,

而姬姓之毛無聞          도리어 희성의 모씨는 보기 힘들게 되었다.

穎始以俘見              모영은 처음에 포로로 잡히어 황제를 뵈었지만

卒見任使                마침내는 벼슬에 임용되어,

秦之滅諸侯              진나라가 다른 제후들을 멸망시키는 데에

穎與有功                모영도 공을 세웠다.

賞不酬勞                그러나 그 공로에 대한 상은 주어지지 않고

以老見疏                늙었다 하여 버림받았었으니,

秦眞少恩哉              진나라는 다만 적은 은총을 베푸는 데 그쳤음을 알겠다.

 

 

聞梨花發贈劉師令        배꽃이 피었다는 말을 듣고 류사령에게

 

桃溪惆愴不能過          도계(桃溪)가 애처로워 건널 수가 없는데

紅艶紛紛落地多          붉은 단풍 어지러이 땅에 떨어져 수북이도 쌓였네.

聞道郭西千樹雪          듣자니, 성 서편에는 千 그루 나무마다 눈꽃이 피었다지

欲將君去醉如何          그대와 가서 취하고 싶은데 그대 생각은 어떠한가.

 

 

奉和庫部盧四兄曹長元日朝廻

                        고부의 노사형조장이 원일에 조회에 돌아온 것을 받들어 화답

 

天仗宵嚴建羽旄          천자의 의장대는 엄숙히 깃발을 세우고

春雲送色曉鷄號          봄 구름 물러나는 기운에 새벽닭이 운다.

金爐香動螭頭暗           화로에 향은 타는데 계단 장식 용머리는 어둑해지고

玉佩聲來雉尾高          패옥 소리 들리자 꿩 깃 부채는 들어 올린다.

戎服上趨承北極          무신은 당에 올라 북쪽에 서고

儒冠列侍映東曹          문신은 줄을 지어 동쪽에 선다.

太平時節身難遇          태평시절은 실제로 만나기 어려운 것이라

郞署何須笑二毛          관서의 관리들은 반백의 늙은이를 어찌 비웃는가.

 

 

符讀書城南              아들 부(符)에게 성남에서의 독서를 권함

 

木之就規矩              나무가 둥글고 모나게 깎임은

在梓匠輪輿              목수에 달려있고

人之能爲人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은

由腹有詩書              뱃속에 들어있는 시와 글들에 달려있다.

詩書勤乃有              시와 글은 부지런하면 곧 갖게 되고

不勤腹空虛              부지런하지 않으면 속이 텅 비게 된다.

欲知學之力              배움의 힘을 알고자 하면

賢愚同一初              어진 이와 어리석은 이 처음엔 똑같았으나

由其不能學              배우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所入遂異閭              들어가는 문이 마침내 달라지는 것이다.

兩家各生子              두 집에서 각기 자식 낳아

提孩巧相如              안아주고 웃을 때엔 재주 서로 비슷하고

少長聚嬉戱              조금 자라 모여 장난할 때엔

不殊同隊魚              같은 무리의 물고기와 다르지 않다.

年至十二三              나이 열두세 살에 이르면

頭角稍相踈              머리 골격이 차츰 서로 달라지고

二十漸乖張              스무 살 되면 점점 더 벌어져

淸溝映汚渠              맑은 냇물이 도랑물에 비치는 듯하며

三十骨骼成              서른 살에는 골격이 이루어져

乃一龍一豬              마침내 하나는 용 하나는 돼지가 된다.

飛黃騰踏去              학문을 이루면 비황(飛黃)처럼 나는 듯 뛰어 달리고

不能顧蟾蜍              학문을 못 이루면 두꺼비처럼 돌아보지 못한다.

一爲馬前卒              하나는 말 앞의 마부 되어

鞭背生蟲蛆              등에 채찍 맞아 구더기 생기고

一爲公與相              하나는 삼공이나 재상이 되어

潭潭府中居              고래등 같은 집에 산다.

問之何因爾              묻노니 무슨 연유인가?

學與不學歟              배우고 배우지 않은 차이란다.

金璧雖重寶              금과 구슬 비록 중한 보배이지만

費用難貯儲              써버리면 저축하기 어려우며

學問藏之身              학문은 몸에 간직하여 몸에만 있으면

身在則有餘              사용하고 남음이 있다.

君子與小人              군자와 소인은

不係繫父母且            부모에게 달려 있지 않으니

不見公與相              보지 못하였는가, 삼공과 정승이

起身自犁鋤              쟁기와 호미로부터 나온 것을.

不見三公後              보지 못하였는가, 삼공의 후손들이

寒饑出無驢              춥고 굶주려 나갈 때 나귀도 없는 것을.

文章豈不貴              문장이 어찌 귀중하지 않겠는가

經訓乃菑畬              경서의 가르침 곧 전답과 같은 것이다.

潢潦無根源              고인 장마 물 근원 없어

朝滿夕已除              아침에 찼다가도 저녁에는 이미 없어진다.

人不通古今              사람이 고금의 일 통달하지 못하면

馬牛而襟裾              마소에다 옷 입혀놓은 격이니

行身陷不義              행동함에 불의에 빠지고도

況望多名譽              하물며 명예가 많기를 바라는가.

時秋積雨霽              철은 가을이라 장맛비 개이고

新凉入郊墟              새로이 시원한 기운 들판에 들어오니

燈火稍可親              등잔불 점점 가까이 할 만 하고

簡編可卷舒              책을 거뒀다 폈다 할 만하다.

豈不旦夕念              어찌 아침저녁으로 생각하지 않겠는가

爲爾惜居諸              너를 위해 세월 아껴야 하리라.

恩義有相奪              은혜와 의리는 서로 빼앗음 있으니

作詩勸躊躇              시 지어 주저하는 너에게 권면하노라.

 

飛黃 - 준마의 이름으로, 천 년을 산다는 신마(神馬)의 이름인데 천자의 거가에 채워지는 말

 

 

山石

 

山石犖确行徑微          산의 바위는 험준하고 가는 길 좁은데

黃昏到寺蝙蝠飛          황혼에 절에 이르니 박쥐들이 날아다니네.

升堂坐階新雨足          법당에 올라 섬돌에 앉으니 방금 내린 비 넉넉하여

芭蕉葉大梔子肥          파초 잎은 커지고 치자(梔子)는 두터워졌네.

僧言古壁佛畵好          스님이 오래된 벽의 불화가 좋다고 말하기에

以火來照所見稀          등불 들고 와 비춰보니 보기 드문 그림이라.

鋪床拂席置羹飯          자리 펴고 상 놓고 국과 밥을 차렸는데

疏糲亦足飽我飢          거친 밥이지만 나의 시장기 채우기 족하다.

夜深靜臥百蟲絶          밤 깊어 조용히 자리에 드니 벌레소리 끊기고

淸月出嶺光入扉          청명한 달은 고개 위로 솟아 사립문에 비춰든다.

天明獨去無道路          날이 밝자 혼자 떠나니 길은 따로 없어

出入高下窮烟霏          높고 낮은 언덕길 오르내리며 구름과 안개 헤쳐 나간다.

出紅澗碧紛爛漫          붉은 산 푸른 시내 현란한 색깔인데

時見松櫪皆十圍          여기저기 보이는 소나무와 상수리나무 열 아름이나 되네.

當流赤足踏澗石          시내를 만나면 맨발로 징검다리 밟고 건너니

水聲激激風吹衣          물소리는 콸콸 나고 바람에 옷자락 날린다.

人生如此自可樂          인생이 이만하면 즐길 만하니

豈必局促爲人鞿          어찌 반드시 구속되어 남에게 얽매일까.

嗟哉吾黨二三子          애닯구나 동행하는 우리 친구들이여

安得至老不更歸          어찌하여 다 늙도록 돌아가지 못하는가.

 

 

上張僕射書              장복사에게 올리는 글

 

力月一日                9월 1일

愈再拜                  유(愈)가 재배 올립니다.

受牒之明日              임명서를 받은 다음날

在使院中                저는 절도사의 관청에 있었습니다.

有小吏                  한 하급 관리가

持院中故事節目十餘事    관청 내에서 내려온 조례 10여 가지를 가지고 와서

來示愈                  제게 보여주었습니다.

其中不可者              그 중 옳지 않은 것이 있었는데

有自九月至明年二月之終  9월부터 이듬해 2월이 끝날 때까지는

皆晨入夜歸              모두 새벽에 출근했다가 밤늦게 퇴근해야 하며

非有疾病事故            질병이나 사고가 생긴 경우가 아니면

輒不許出                나가는 것을 허락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當時以初受命            당시는 처음 임명을 받은 때라서

不敢言                  감히 말씀 드리지 못하였습니다.

古人有言曰              옛 사람의 말에

人各有能有不能          사람에게는 저마다 능한 바와 능하지 않은바가 있다고 하였으니

若此者非愈之所能也      그러한 일은 제가 잘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抑而行之                그런데도 참고 그렇게 행한다면

必發狂疾                틀림없이 미쳐버리고 말 것이며

上無以承事于公          위로는 공에게 일을 받들어 해드릴 수 없게 되어

忘其將所以報德者        장차 갚아야 할 은덕을 잊게 될 것이며

下無以自立              아래로는 저 자신이 홀로 설 수 없게 되어

喪失其所以爲心          마음 써야 할 바를 잃게 될 것입니다.

夫如是則安得而不言      이와 같을진대 어찌 말씀 올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凡執事之擇於愈者        아마도 공께서 저 유를 택하신 것은

非謂其能晨入夜歸也      제가 새벽 출근에 밤 퇴근에 능숙하기 때문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必將有以取之            반드시 어떤 취할만한 점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苟有以取之              만일 취할 점이 있어서 취하셨다면

雖不晨入夜歸            비록 새벽에 출근했다가 밤늦게 돌아가지 않아도

其所取者猶在也          그 취할 점은 여전히 그대로 있을 것입니다.

下之事上 不一其事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섬김엔 그 일이 한결같지는 않고

上之使下 不一其事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부려도 그 일이 한결같지는 않다.

量力而任之              능력을 헤아려 임용하고

度才而處之              재능을 헤아려 자리를 주어야 하며

其所不能                할 수 없는 일을

不强使爲                억지로 시키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是故爲下者不獲罪於上    이런 까닭에 아래에 있는 사람은 윗사람에게 죄를 얻지 않게 되고

爲上者不得怨於下矣      위에 있는 사람은 아랫사람에게 원망을 사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孟子有云                맹자께서 이르시기를

今之諸侯無大相過者      오늘날의 제후들이 크게 남달리 뛰어난 자가 없는 것은

以其皆好臣其所敎        그들이 모두 가르칠 만한 신하들을 좋아하고

而不好臣其所受敎        가르침을 받을 만한 신하들은 싫어하기 때문이다.

今之時與孟子之時        지금에 와서는 맹자의 시대에 비해

又加遠矣                더욱 그런 경향이 심해졌습니다.

皆好其聞命而奔走者      모두들 명령을 듣고 뛰어다니는 사람을 좋아하지

不好其直己而行道者      자신을 곧게 지키고 도를 행하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습니다.

聞命而奔走者好利者也    명령을 듣고 뛰어다니는 사람은 이익을 좋아하는 사람이고

直己而行道者好義者也    몸을 곧게 하여 도를 행하는 사람은 의를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未有好利而愛其君者      이익을 좋아하면서 그 군주를 사랑한 사람은 없었으며

未有好義而忘其君者      의를 좋아하면서 그 군주를 잊은 사람은 없었습니다.

今之王公大人            오늘날 왕족이나 공경대부들 중에

惟執事可以聞此言        오직 공만이 이 말씀을 들어주실 수 있고

惟愈於執事也可以此言進  오직 저만이 일을 함에 공에게 이 말씀을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愈蒙幸於執事其所從舊矣  저 유는 공의 총애를 입고 따르게 된지 오래되었습니다.

若寬假之使不失其性      만일 너그러이 용서해 주시어 저의 천성을 잃지 않도록 해주시고

加待之使足以爲名        특별히 대우하시어 명분을 세우기에 족하도록 해주신다면,

寅而入 盡辰而退         인시(새벽 4시경) 출근, 진시(8시경) 퇴근하고

終酉而退率以爲常        신시(오후 4시경) 출근, 유시(6시경) 퇴근을 상규(常規)로 하더라도

亦不廢事                또한 일에 태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天下之人                세상사람들이

聞執事之於愈如是也      공께서 저를 이와 같이 대해주신다는 것을 들으면

必皆曰執事之好士也如此  틀림없이 모두 말하기를 공께서 선비를 사랑하심이 이와 같고

執事之待士以禮如此      공께서 선비를 예로써 대우하심이 이와 같고

執事之使人              공께서 사람을 부림에 있어

不枉其性而能有容如此    그 천성을 굽히지 않게 하고 너그러이 허용할 수 있음이 이와 같고

執事之欲成人之名如此    공께서 남의 명성을 이루어 주시고자함이 이와 같고

執事之厚於故舊如此      공께서 예부터 알던 이를 후하게 대우함이 이와 같다.

又將曰韓愈之識其所依歸  또 장차말하기를 한유가 몸을 의탁할 사람을 알아봄이 이와 같고

韓愈之                  한유가

不諂屈於富貴之人如此    부귀한 사람에게 아첨하고 굽히지 않음이 이와 같고

韓愈之賢                한유의 현명함은

能使其主待之以禮如此    그의 주인으로 하여금 예로써 대우하게 함이 이와 같다.

則死於執事之門無悔也    이렇게 된다면 공의 문하에서 죽어도 후회함이 없을 것입니다.

若使隨行而入逐隊而趨    만약에 행렬을 따라 출근하게 하고 대오를 쫓아 뛰어다니게 하며

言不敢盡其誠            말함에 있어 감히 성심을 다 펼쳐내지 못하고

道有所屈於己            도를 행함에 있어 스스로 굽히는 바가 있게 된다면

天下之人                세상 사람들은

聞執事之於愈如此        공께서 저를 이와 같이 대한다는 것을 듣고는

皆曰執事之用韓愈        모두 다 말하기를 공이 한유를 쓴 것은

哀其窮收之而已耳        그 궁핍함을 불쌍히 여겨 거두어 준 것일 뿐이다.

韓愈之事                한유가 공을 섬기는 것은

執事不以道利之而已耳    도 때문이 아니라 이익을 위해서였을 뿐이다.

苟如是雖日受千金之賜    만일 이같이 된다면 비록 날마다 천 금의 보수를 받고

一歲九遷其官            일년에 아홉 번 승진하게 된다 해도

感恩則有之矣            은혜에 감격하는 일은 있겠습니다만

將以稱於天下曰          장차 세상에서 일컫기를

知己則未也              공과 지기의 사이는 아니라고 하게 될 것입니다.

伏惟哀其所不足          엎드려 바라옵건대, 저의 부족함을 불쌍히 여기시고

矜其愚不錄其罪          저의 어리석음을 가련히 여기시어 저의 죄를 새겨두지 마시고

察其辭而垂仁採納焉      저의 말을 잘 살펴 어진 자비심을 베풀어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愈恐懼再拜              유(愈)는 두려운 마음으로 재배 올립니다.

 

 

石鼓歌

 

張生手持石鼓文          장생(張生)이 손수 석고문(石鼓文)을 들고와

勸我識作石鼓歌          나에게 권하기를 한 번 석고가를 지어보라고 알리네.

少陵無人謫仙死          소릉에는 사람 없고 적선마저 죽었으니

才薄將奈石鼓何          나의 엷은 재주로 석고문을 어찌 할까.

周綱淩遲四海沸          주나라 법 무너지고 사해가 들끓을 때

宣王憤起揮天戈          선왕이 분기하여 하늘 창을 휘둘렀네

大開明堂受朝賀          크게 명당을 열고 조회를 받으니

諸侯劍佩鳴相磨          제후들 모여들어 찬 칼과 구슬 부딪쳐 소리 났네.

蒐于岐陽騁雄俊          기양(岐陽)에 사냥 나가 씩씩하고 웅장하게 달리니

萬里禽獸皆遮羅          만 리의 새와 짐승들 모두 몰이에 들어 그물에 잡혔네.

鐫功勒成告萬世          공을 새기고 성과를 새겨 만세에 고하려고

鑿石作鼓隳嵯峨          돌을 파내어 북을 만드니 우뚝한 산이 무너지네.

從臣才藝咸第一          따르는 신하 재주와 기술 다 나라 안에 제일이라

揀選撰刻留山阿          가려 뽑아 글 짓고 돌에 새기니 산구석에 남아있구나.

雨淋日炙野火燎          비 맞고 햇빛 받으며 들불에 타도

鬼物守護煩撝呵          귀신이 수호하고 자주 손가락 짓하며 꾸짖었다네.

公從何處得紙本          그대는 어디서 이 탁본을 얻어왔는가

毫髮盡備無差訛          털끝만치 모두 다 갖추고 조금도 어김없구나.

辭嚴義密讀難曉          말은 엄중하고 뜻은 자세하여 읽어도 알기 어려워

字體不類隸與蝌          글자체로서도 예서(隸書)와 과서(蝌書)도 아니도다.

年深豈免有缺畫          년대가 오래되니 어이 결획(缺畫)이 없겠는가마는

快劍砍斷生蛟鼉          날랜 칼로 쪼개고 끊으니 교룡과 타어(鼉魚)가 살아있는 듯

鸞翔鳳翥衆仙下          난새 같고 봉황 나니 여러 신선 내려오고

珊瑚碧樹交枝柯          산호 짙푸른 나무에 가지 서로 엉킨 듯하구나.

金繩鐵索鎖鈕壯          금테와 쇠줄에 억세게 묶이고

古鼎躍水龍騰梭          옛 솥은 물에 뛰어오르고 용은 북에서 나는 듯하구나.

陋儒編詩不收入          비루한 선비들 시경을 엮을 때에 수록하지 않아

二雅褊迫無委蛇          대아와 소아 편협하여 여유가 없구나.

孔子西行不到秦          공자는 서쪽으로도 갔지만 진에 이르지 못하여

掎摭星宿遺羲娥          별은 주웠으나 해와 달은 놓쳤네.

嗟余好古生苦晩          슬프구나, 내 옛글 좋아하나 너무 늦게 태어나

對此涕淚雙滂沱          이것을 대하고 눈물 지으니 두 줄기 눈물 줄줄 흘러내린다.

憶昔初蒙博士徵          생각하노니, 내가 처음 박사로 불려왔을 때

其年始改稱元和          그 해는 처음으로 원화(元和)라고 고쳐 불렀지.

故人從軍在右輔          옛 그분 종군하여 우보에 있을 때에

爲我度量掘臼科          나를 위하여 계획하셨지, 구덩이를 파보기로

濯冠沐浴告祭酒          갓 씻고 목욕하고 제주에게 고하기를

如此至寶存豈多          이와 같이 값진 보물 어이 그리 많으리오.

氈包席裹可立致          담요로 덮고 자리로 싸서 잘 가져오려면

十鼓祇載數駱駝          열 개의 석고(石鼓)를 다만 낙타 몇 마리에 실어야겠지요.

薦諸太廟比郜鼎          고지방(郜地方)의 솥처럼 태묘에 천신(薦新)한다면

光價豈止百倍過          빛나는 값 어이 백배에 그치리오.

聖恩若許留太學          만약 성은으로 허락하시어 태학에 남겨둔다면

諸生講解得切磋          제생들 일고 풀어서 절차탁마할 것이요.

觀經鴻都尙塡咽          석경을 보려고 홍도를 오히려 메웠다는데

坐見擧國來奔波          곧 온 나라 사람 몰려옴을 앉아서 볼 것이요.

剜苔剔蘚露節角          이끼 깎고 이끼 후벼 마디와 모서리 드러내고

安置妥帖平不頗          알맞게 놓아 평평하고 조금도 기울지 않게 하여

大廈深簷與蓋覆          큰 집 깊은 처마로 감싸 놓는다면

經歷久遠期無佗          오래고 멀리가도 탈날 일 없을 것이다.

中朝大官老於事          조정의 대관들은 모든 일에 익숙할 터인데

詎肯感激徒媕婀          어찌 감격만 하고 오로지 머뭇거리기만 하는가.

牧童敲火牛礪角          목동은 불을 치고 소는 뿔을 갈 것이니

誰復著手爲摩挲          누가 다시 손을 얹고서 이 석고를 어루만질까.

日銷月鑠就埋沒          날로 삭고 달로 부서져 허물어져 갈 뿐이로다

六年西顧空吟哦          6년 동안 서쪽을 바라보며 공연히 한숨 지을 뿐

羲之俗書趁姿媚          왕희지의 속된 글씨 모양이 예쁜 것만 추구하여

數紙尙可博白鵝          몇 장으로 오히려 흰 거위를 바꿀 수 있었는데

繼周八代爭戰罷          주나라 뒤 8대 동안의 전쟁이 끝났으나

無人收拾理則那          거두어들이는 사람 아무도 없으니 어찌된 일인가.

方今太平日無事          이제 나라는 태평하고 나날이 무사하니

柄任儒術崇丘軻          정치는 유교에 맡겨 공자와 맹자를 높이는데

安能以此上論列          어찌 이것을 조정에 올려 의논하게 할 수 없는가.

願借辯口如懸河          원하노니, 웅변을 빌어 거꾸로 쏟아지는 강물되게 하라.

石鼓之歌止於此          석고의 노래 여기서 마치려하니

嗚呼吾意其蹉跎          슬프도다, 나의 뜻이 그 얼마나 어긋났는가.

 

 

送區弘南歸              구홍(區弘)의 남쪽 귀가를 전송하다

 

穆昔南征軍不歸          주나라 목왕이 그 옛날 남으로 원정가서 돌아오지 못하고

蟲沙猿鶴伏以飛          벌레, 모래, 원숭이, 학이 되어 숨거나 날아가 버렸네.

洶洶洞庭奔翠微          물결 흉흉한 동정호에는 푸른빛 넘실거리고

九疑鑱天荒是非          구의산은 하늘을 찌르고 목왕의 전설은 시비가 허황하다.

野有象犀水貝璣          들판에는 코끼리와 물소 있고 물에는 조개와 구슬이 있고

分散百寶人士稀          백가지 보물이 흩어져 있어도 인재들은 드물었네.

我遷于南日周圍          내가 남쪽으로 좌천되어 여러 해가 지났는데

來見者衆莫依稀          찾아준 사람은 많았으나 나와 비슷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爰有區子熒熒暉          여기에 구홍이라는 사람 있었는데 지혜가 빛났는데

觀以彝訓或從違          떳떳한 도리를 가르치면 따르기도 하고 어기기도 했었네.

我念前人譬葑菲          생각건대, 앞 사람들은 인재를 순무우와 단무우에 비유하여

落以斧引以纆徽          도끼로 떨어뜨려 노끈으로 묶어 당겼어.

雖有不逮驅騑騑          비록 미치지 못해도 쉬지 않고 달려서

或採于薄漁于磯          풀숲에서 캐기도 하고 돌무더기에서 낚시질하기도 하였지.

服役不辱言不譏          복역함을 부끄럽게 여기지도 않고 말은 나를 비방하지 않고

從我荊州來京畿          나를 따라 형주로 왔다가 서울로 올라왔다네.

離其母妻絶因依          그 어머니와 아내를 이별하고 의지할 곳 없었으니

嗟我道不能自肥          아, 나의 길이여 스스로 살아갈 수 없었구나.

子雖勤苦終何希          그대 비록 부지런히 애써 배우려하나 무엇을 얻으며

王都觀闕雙巍巍          왕도의 대궐문은 짝지어 높고도 높아라.

騰蹋衆駿事鞍鞿          날뛰는 많은 말들 안장을 얹고 재갈을 물리고

佩服上色紫與緋          푸른 띠와 입은 옷의 색은 자색과 비색이었네.

獨子之節可嗟唏          오직 그대의 신세만 한탄스러운데

母附書至妻寄衣          어머니는 편지를 부쳐오고 아내는 옷을 부쳐왔지.

開書拆衣淚痕晞          편지를 열고 옷을 펴니 눈물 자욱 말라있었고

雖不敕還情庶幾          돌아오라 독촉하지 않았지만 마음으로는 바랐으리라.

朝暮盤羞惻庭闈          아침저녁 밥상에서 어머니는 나를 측은히 여기고

幽房無人感伊威          깊숙한 안 방에 사람 없어 며느리만 방에서 그리워하리라.

人生此難餘可祈          인생에서 이러한 어려움 견뎌내기 어려우니

子去矣時若發機          그대 돌아가라, 시간이란 기계처럼 지나가는 듯하여라.

蜃沈海底氣昇霏          조개는 바다 밑에 가라앉아 있으나 기운은 솟아 신기루 되고

彩雉野伏朝扇翬          아름다운 꿩은 들에 숨어있으나 깃털은 조정의 부채로 쓰인다.

處子窈窕王所妃          처녀가 아름답고 정숙하면 왕의 배필이 되고

苟有令德隱不腓          진실로 아름다운 덕이 있다면 숨어 살아도 허물없도다.

況今天子鋪德威          하물며 지금의 천자께서 덕과 위엄를 보이고 계시니

蔽能者誅薦受禨          능력 있는 자를 숨기면 목을 베고 추천한 자는 상을 받는다.

出送撫背我涕揮          나아가 송별하며 등을 어루만지며 나는 눈물을 뿌리는데

行行正直愼脂韋          정직함을 꼭 행하고 기름진 가죽같이 됨을 조심하게나.

業成志樹來頎頎          학업이 이루어지고 굳세어져 다시 오면

我當爲子言天扉          나는 마땅히 그대 위해 천자의 대궐문에 들어 추천하리라.

 

 

送孟東野序

 

大凡物不得其平則鳴      무릇 만물은 평정을 얻지 못하면 소리를 내게 된다.

草木之無聲              초목에는 소리가 없으나

風撓之鳴                바람이 흔들어 소리를 내게 되며

水之無聲                물은 소리가 없으나

風蕩之鳴                바람이 움직여 소리를 내게 된다.

其躍也或激之            물이 솟구치는 것은 어떤 것에 부딪혔기 때문이며

其趨也或梗之            세차게 흐르는 것은 어떤 것이 막았기 때문이며

其沸也或炙之            끓어오르는 것은 어떤 것이 불로 데웠기 때문이다.

金石之無聲              쇠나 돌에는 소리가 없으나

或擊之鳴                어떤 것이 두드리면 소리를 내게 된다.

人之於言也亦然          사람이 말하는 것도 이와 같으니

有不得已者而後言        부득이한 일이 있은 뒤에야 말을 하게 된다.

其歌也有思              노래를 하는 것은 생각이 있기 때문이며

其哭也有懷              우는 것은 회포가 있기 때문이다.

凡出乎口而爲聲者         무릇 입에서 나와서 소리가 되는 것은

其皆有弗平者乎          모두 불편한 것이 있기 때문이리라.

樂也者                  음악이란 것은

鬱於中而泄於外者也      가슴 속에 답답한 것이 있어서 밖으로 새어나온 것이니

擇其善鳴者而假之鳴      그 중 소리 잘 나는 것을 선택하여 그것으로 소리를 내게 하니

金石絲竹匏土革木八者    쇠. 돌. 실. 대. 박. 흙. 가죽. 나무 여덟 가지 종류가

物之善鳴者也            만물 중에 소리를 잘 내는 것들이다.

維天之於時也亦然        자연의 계절도 또한 같아서

擇其善鳴者而假之鳴      소리를 잘 내는 것을 선택하여 그것을 빌려서 소리를 내게 한다.

是故以鳥鳴春            그러므로 새로써 봄의 소리를 내고

以雷鳴夏                우레로 여름의 소리를 내며

以蟲鳴秋                벌레로 가을의 소리를 내며

以風鳴冬                바람으로 겨울의 소리를 내니

四時之相推敓            사계절이 서로 바뀌어 나타나는 현상은

其必有不得其平者乎      반드시 그 평정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리라!

其於人也亦然            그것은 사람에게도 또한 같다.

人聲之精者爲言          사람의 소리 가운데 뛰어난 것이 말이 되고

文辭之於言              문장의 표현이 말이 되며

又其精也                또 뛰어난 것이니

尤擇其善鳴者而假之鳴    소리 잘 내는 것을 선택하여 그것으로 소리를 내게 하는 것이다.

其在唐虞                그러한 것이 당뇨(唐堯)와 우순(虞舜)의 시대에

咎陶                    구도(咎陶)와

禹其善鳴者也            우(禹)가 그 중에서 소리를 잘 내는 사람인지라

而假以鳴                그들을 빌려서 소리를 내게 하였다.

夔弗能以文辭鳴          기(夔)는 문장의 표현으로 소리를 내지 못했으나

又自假於《韶》以鳴        스스로 순임금의 음악인 소(韶)를 빌려 소리를 냈다.

夏之時                  하나라 때에는

五子以其歌鳴            오자(五子)가 그 노래로 소리를 냈다.

伊尹鳴殷                이윤(伊尹)은 은나라에서 소리를 냈고

周公鳴周                주공(周公)은 주나라에서 소리를 냈다.

凡載於 詩 書 六藝       무릇 시경과 서경 등 육경에 실린 것들은

皆鳴之善者也            모두 소리를 잘 낸 것들이다.

周之衰                  주나라가 쇠퇴함에

孔子之徒鳴之            공자의 무리들이 소리를 냈는데

其聲大而遠              그 소리가 크고 멀리 들렸다.

傳 曰                   전(論語)에 이르기를

天將以夫子爲木鐸         하늘이 장차 선생을 목탁으로 삼으려 한다고 하였으니

其弗信矣乎              이를 믿지 못하겠는가!

其末也                  주나라 말기에는

莊周以其荒唐之辭鳴      장주(莊周)가 그 황당한 문사로 초나라에서 소리를 냈다.

楚                      초나라는

大國也                  대국이었는데

其亡也                  망할 때

以屈原鳴                굴원(屈原)이 소리를 냈다.

臧孫辰 孟軻 荀卿        장손진(臧孫辰), 맹가(孟軻), 순경(荀卿)은

以道鳴者也              도(道)로 소리를 낸 자들이다.

楊朱 墨翟 管夷吾 晏嬰   양주(楊朱), 묵적(墨翟), 관이오(管夷吾), 안영(晏嬰),

老聃 申不害 韓非 愼到   노담(老聃), 신불해(申不害), 한비(韓非), 신도(愼到),

田騈 鄒衍 屍佼 孫武     전병(田騈), 추연(鄒衍), 시교(屍佼), 손무(孫武),

張儀 蘇秦之屬           장의(張儀), 소진(蘇秦) 등의 무리는

皆以其術鳴              모두 술법으로 소리를 냈다.

秦之興                  진나라가 흥하자

李斯鳴之                이사(李斯)가 소리를 냈다.

漢之時 司馬遷 相如 揚雄 한나라 때에는 사마천, 사마상여 등이

最其善鳴者也            가장 소리를 잘 낸 자들이었다.

其下魏 晉氏             그 후 위진 시대에는

鳴者不及於古            소리 내는 자들이 옛사람에 미치지 못했으나

然亦未嘗絶也            여전히 끊이지는 않았다.

就其善鳴者              그 가운데 소리를 잘 내는 사람들에 이르면

其聲清以浮              그 소리는 맑으나 경박하고

其節數以急              그 음절은 빠르고 급하며

其詞淫以哀              그 문사는 음란하고 슬프며

其志弛以肆              그 뜻은 느슨하고 방자하며

其爲言也                그 언어적 표현은

亂雜而無章              난잡하고 무질서하였다.

將天醜其德              하늘이 그 덕을 추하게 여기어

莫之顧耶                그들을 돌보지 않은 탓인가?

何爲乎不鳴其善鳴者也    어찌 소리를 잘 내는 자들에게 소리를 내게 하지 않았는가?

唐之有天下 陳子昂       당나라가 천하를 가진 뒤에 진자앙(陳子昂),

蘇源明 元結 李白        소원명(蘇源明), 원결(元結), 이백(李白),

杜甫 李觀 皆以其所能鳴  두보, 이관(李觀) 등이 모두 자기들이 잘하는 것으로 소리를 냈다.

其存而在下者            현재 살아 있으면서 아랫자리에 있는 사람 중

孟郊東野                맹교동야(孟郊東野)는

始以其詩鳴              비로소 시로 소리를 냈으니

其高出魏晉              그 높은 수준이 위나라 진나라 사람들보다 뛰어나며

不懈而及於古            게을리 하지 않으면 옛 사람에게 미칠 수 있겠고

其他浸淫乎漢氏矣        그 밖의 작품은 한나라의 풍습에 차차 젖어 들어갔다.

從吾遊者                나에게서 배운 사람으로는

李翶 張籍其尤也         이고(李翶)와 장적(張籍)이 더욱 뛰어나다.

三子者之鳴信善矣        세 사람의 소리는 정말로 소리를 잘 내는 것이지만

抑不知天將和其聲而使鳴國家之盛耶        

                        그러나 모르겠다, 하늘이 장차 그들의 소리를 온화하게 하여 국가의 성대함을 노래하게 한 것인가?

抑將窮餓其身            아니면 장차 그들을 궁핍하고 굶주리게 하여

思愁其心腸而使自鳴其不幸耶        

                        그들이 마음을 근심스럽게 하여 자身의 불행을 스스로 소리를 내게 한 것인가?

三子者之命              세 사람의 운명은

則懸乎天矣              하늘에 달려있으니

其在上也奚以喜          그들이 윗자리에 있음을 어찌 기뻐하겠으며

其在下也奚以悲          그들이 아랫자리에 있다고 해서 어찌 슬퍼하겠는가?

東野之役於江南也        동야(東野)가 강남으로 직무를 맡아감에

有若不釋然者            마음에 내키지 않는 것 같은 기색이 있어

故吾道其命於天者以解之  그의 운명이 하늘에 달려있음을 말하여 이를 풀어주려고 한다.

 

韓愈가 벼슬에 올라 떠나려는 맹교(孟郊)를 위로하며 쓴 글. 맹동야(孟東野)는 맹교이며 字가 동야

唐虞 - 陶唐氏 堯와 有虞氏 舜을 말하며, 중국 역사에서 이상적인 태평시대로 꼽힌다. 요순시대

咎陶 - 순 임금 때의 명신으로 훌륭한 법관이었다. 皐陶의 별명

禹 - 황하의 막힌 물길을 뚫어 범람을 예방하였으며, 뒤에 순임금으로부터 왕위를 선양받아 夏를 세웠다

夔 - 순 임금 때 음악을 관장하는 악관. 전악을 맡아 악곡을 창작하고 연주하면서 순을 도와 천하를 평안케 했다

韶 - 순임금 시대의 악곡명

五子 - 하나라 3대 군주 태강(太康)의 다섯 동생. ‘五子之歌’를 불렀다

伊尹 - 은나라 재상

周公 - 주 무왕의 동생 姬旦

六藝 - 6경(六經)을 말하며, 詩經, 書經, 禮記, 易經, 樂經, 春秋

莊周 - 莊子. 전국시대 송나라 蒙 출신의 저명한 철학자로 도가의 대표적인 인물이며, 본명은 周이다

屈原 - 전국시대 초나라의 시인이며 정치가. 성은 羋, 씨는 屈, 이름은 平이다. 초나라의 왕족으로 태어나 학식이 높고 정치적 식견도 뛰어난 정치가였으나 모함을 받아 신임을 잃고 끝내 골나강에서 자살하였다

臧孫辰 - 춘추시대 노나라 사람

孟軻 - 孟子. 전국시대 유가의 대표적 인물

荀卿 - 전국시대 사람

楊朱 - 전국시대 사상가.

墨翟 - 전국시대 묵가학파 창시자 <墨子>,

管夷吾 - 춘추시대 정치가 <管子>,

晏嬰 - 춘추시대 제나라의 대부 <晏子春秋>,

老聃 - 춘추시대 도가학파 창시자 <道德經>,

申不害 - 한나라의 명재상 <申子>,

韓非 - 전국시대 법가의 대표적 인물 <韓非子>,

愼到 - 전국시대 철학자,

田騈 - 제나라의 은사 <田子>,

鄒衍 - 전국시대 제나라 사람

屍佼 - 전국시대 晉나라 사람 <屍子>,

孫武 - 춘추시대 저명한 군사가 <孫子>,

張儀와 蘇秦 - 전국시대 종횡가. 외교가

李斯 - 전국시대에서 진나라의 철학자 · 정치가이며, 초나라 사람이지만 진나라에 들어가 시황을 도와서 제후를 파하고 수령을 두며 시서를 불태우고 형법을 준엄하게 하니, 천하가 원망하고 해독으로 여겼다

司馬遷 - 전한의 사가로 130편이나 되는 거작인 사기를 지었다

司馬相如 - 전한의 문학자

揚雄 - 楊子雲. 한나라 유학자

陳子昂 - 당나라의 저명한 문학가

 

 

送諸葛覺往隨州讀書      제갈각이 독서하려 수주(隨州)로 가는 것을 전송하다

 

鄴侯家多書              업후(鄴侯)의 집에는 책이 많아

架揷三萬軸              서가에는 삼만 권의 두루마리가 꼽혀있다.

一一懸牙籤              하나하나에 상아 패 쪽지가 달려있고

新若手未觸              손 하나 대지 않은 새 책 같았다.

爲人强記覽              사람됨이 암기력이 좋고 널리 책을 읽는데

過眼不再讀              한 눈이 지나면 다시 읽지 않는다.

偉哉群聖書              위대하다, 여러 성현들의 글이여

磊落載其腹              가득히 그의 뱃속에 들어 있다오.

行年逾五十              나이 이제 오십이 넘었는데

出守數已六              고을 태수로 나간 지 벌써 6년이 되었다.

京邑有舊廬              서울에도 옛집이 있으나

不容久宿食              오래 살지 못하게 되었다.

臺閣多官員              중앙엔 관리도 많아

無地寄一足              한 발 붙일 여지도 없다.

我雖官在朝              내가 비록 조정에서 벼슬하고 있지만

氣勢日局縮              기세가 나날이 위축되네.

 

 

齷齪

 

齷齪當世士              악착 같은 지금 세상 선비들

所憂在飢寒              배고프고 추운 것만 걱정한다.

但見賤者悲              다만 비천한 사람들의 슬픔만을 보고

不聞貴子歎              부귀한 사람의 탄식은 알지 못한다.

大賢事業異              크게 어진 사람은 하는 일이 달라

遠抱非俗觀              속된 생각을 비난하는 마음을 품고 있다네.

報國心皎潔              나라를 위하니 마음은 밝고 맑으며

念時涕汎瀾              시대를 생각하니 눈물이 흘러넘친다.

妖姬在左右              이름다운 여자들이 좌우에 있으면서

柔指發哀彈              부드러운 손가락으로 슬픈 노래를 부른다.

酒肴雖日陳              술과 안주가 나날이 차려져도

感激寧爲歎              느끼어 격분만 한다면 어찌 즐거울까.

秋陰欺白日              가을 구름 같은 이가 환한 햇빛 같은 이를 속이어

泥潦不少乾              진흙과 빗물이 조금도 마르지 않는구나.

河堤決東郡              황하의 둑이 동쪽 고을로 터지니

老弱隨驚湍              노약자들은 작은 여울에도 따라 놀란다네.

天意固有屬              하늘의 뜻은 본래 목적이 있어

雖能詰其端              누가 그 단서를 꾸짖을 수 있는가.

願欲太守薦              원하건대, 태수님의 추천을 받아

得充諫諍官              황제의 간관이나 되었으면

排雲叫閶闔              구름을 헤치고 대궐문에 나아가 외치고

披腹呈琅玕              배를 갈라 그 속의 옥돌 같은 내 재능을 바치고 싶다.

致君豈無術              황제를 섬기는데 어찌 방법이 없으리

自進誠獨難              스스로 나아감이 정말 홀로 어렵다네.

 

 

謁衡嶽廟遂宿嶽寺題門樓  형산의 사당에 참배하고 산속 절에 묵으며 문루에 적다

 

五嶽祭秩皆三公          오악의 산 제사의 품수는 모두 삼공이라

四方環鎭嵩當中          사방에 둘러 진을 이루었는데 숭산이 가운데 있다.

火維地荒足妖怪          더운 지역 땅은 거칠어 족히 요사스럽고 괴상한데

天假神柄專其雄          하늘은 신비한 권세를 빌려주어 웅장함을 오로지 했다.

噴雲泄霧藏半腹          구름을 뿜어내고 안개를 흘려 배를 절반만 감추었으니

雖有絶頂誰能窮          비록 산꼭대기 있어도 누가 끝까지 오를 수 있으리오.

我來正逢秋雨節          내가 오니 마침 가을비 내리는 계절이라

陰氣晦昧無淸風          음산한 기운 어둑하여 맑은 바람은 전혀 없었다.

潛心黙禱若有應          차분한 마음으로 말없이 기도하니 감응이 있는 듯하니

豈非正直能感通          어찌 정직하면 바로 통하지 않겠는가.

須臾靜掃衆峯出          잠깐 사이에 조용히 쓸어낸 듯이 여러 산봉우리 나타나

仰見突兀撑靑空          쳐다보니 우뚝하게 푸른 하늘을 바치고 있다.

紫蓋連延接天柱          자색 봉우리는 연달아 이어져 천주봉에 붙어있고

石廩騰擲堆祝融          석름봉은 우뚝 솟아 던져져 축융봉에 쌓여있다.

森然魄動下馬拜          삼엄하게 나의 혼백이 움직여 말에서 내려 절하고

松柏一逕趨靈宮          소나무와 잣나무 우거진 길로 영궁으로 달려갔다.

粉牆丹柱動光彩          분칠한 담장과 붉은 기둥은 광채가 돌고

鬼物圖畫塡靑紅          괴상한 물건들과 그림들을 푸르고 붉고 채워놓았다.

升堦傴僂薦脯酒          계단에 올라 몸을 굽히고 전어와 술을 바치고

欲以菲薄明其衷          보잘 것 없는 것으로 나의 충정을 밝히려 하였다.

廟令老人識神意          사당을 지키는 노인이 산신의 뜻을 알아차리고

睢盱偵伺能鞠躬          눈을 크게 뜨고 살펴서 몸을 굽힐 줄 아는구나.

手持盃珓導我擲          손에 자개 산통을 잡고서 나를 이끌어 던지게 하고

云此最吉餘難同          이것이 가장 길하고 다른 것은 이보다 못하다고 한다.

竄逐蠻荒幸不死          오랑캐 땅에 쫓겨 왔으니 죽지 않은 것도 다행이요

衣食纔足甘長終          의복과 식량이 충분해도 길이 죽을 때가지 만족하리라.

侯王將相望久絶          제후나 왕, 장군과 재상이 될 희망이 오래 전에 끊어지니

神縱欲福難爲功          산신령이 나를 복되게 하려해도 공을 이루기 어려우리라.

夜投佛寺上高閣          밤에 불사에 투숙하여 높은 누각에 올라보니

星月揜映雲朣朧          별과 달이 비침을 가려서 구름이 흐릿하다.

猿鳴鐘動不知曙          원숭이 울고 종소리 울리는데 날 새는 줄 모르고

杲杲寒日生於東          환하게 차가운 해가 동쪽에서 떠오른다.

 

衡嶽廟 - 衡嶽은 곧 형산을 말하며 남악이라고도 칭한다. 형악묘는 지금 호남성 형산현 서쪽 30리에 있다

五嶽 - 동악인 태산, 남악인 형산, 서악인 화산, 북악인 항산, 중악인 숭산을 말한다

嵩山 - 하남성 등봉현 북쪽에 있다

靈宮 - 신전으로 여기서는 형악묘

 

 

原毁

 

古之君子                옛날의 군자는

其責己也重以周          자신을 책함은 무겁고 철저하며

其待人也輕以約          남을 대함은 가볍고 간략하였으니,

重以周                  무겁고 철저하기 때문에

故不怠                  태만하지 않고,

輕以約                  가볍고 간략하기 때문에

故人樂爲善              사람들이 선을 행하기를 좋아한 것이다.

聞古之人有舜者          들으니, 옛사람 중에 순임금이라는 분이 계시니,

其爲人也                그 사람됨이

仁義人也                인의의 사람이라 한다.

求其所以爲舜者          그리하여 순임금이 순임금이 되신 이유를 찾아서

責於己曰                자기 몸에 책하여 기르기를

彼人也                  저도 사람이요

予人也                  나도 사람인데,

彼能是                  저는 이를 능히 잘 하셨는데

而我乃不能是            나는 이를 능히 하지 못하는가 하여,

早夜以思                이른 아침부터 밤늦도록 생각하여,

去其不如舜者            순임금과 같지 않은 것을 버리고

就其如舜者              순임금과 같은 데로 나아갔다.

聞古之人有周公者        들으니, 옛 사람 중에 주공이란 분이 계시니,

其爲人也                그의 사람됨이

多才與藝人也            재주와 기예가 많은 분이라 한다.

求其所以爲周公者        그리하여 주공이 주공이 된 이유를 찾아서

責於己曰                자기 몸에 책하여 이르기를

彼人也                  저도 사람이요

予人也                  나도 사람인데,

彼能是                  저는 이를 잘 하셨는데

而我乃不能是            이를 능히 하지 못하는가 하여,

早夜以思                이른 아침부터 밤늦도록 생각하여,

去其不如周公者          주공과 같지 않은 것을 버리고

就其如周公者            주공과 같은 데로 나아간다.

舜大聖人也              순임금은 큰 성인이어서

後世無及焉              후세에 따라갈 만한 사람이 없고,

周公                    주공도

大聖人也                큰 성인이어서

後世無及焉              후세에 따라갈 만한 사람이 없거늘

是人也                  이 사람이

乃曰                    마침내 말하기를

不如舜                  순임금과 같지 못하고

不如周公                주공과 같지 못함이

吾之病也                나의 병이라고 하니,

是不亦責於身者重以周乎  이는 자기 몸에 책함이 무겁고 철저한 것이 아니겠는가.

其於人也                그 남에 대해서는 말하기를

曰彼人也                저 사람은

能有是                  능히 이러한 점이 있으니

是足爲良人矣            이는 충분히 어진 사람이 될 만하고,

能善是                  능히 이것을 잘하니

是足爲藝人矣            이는 충분히 재주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 하여,

取其一                  그 한 가지 좋은 점만을 취하고

不責其二                두 가지를 요구하지 않으며,

卽其新                  그 새롭게 한 점에 나아가고

不究其舊                옛날의 잘못을 따지지 아니하여,

恐恐然                  두려워하고 두려워하여

惟懼其人之不得爲善之利  幸여 그 사람이 선을 행한 이익을 얻지 못할까 두려워하니,

一善易修也              한 가지 선행은 닦기가 쉽고

一藝易能也              한 가지 재주는 능하기가 쉽거늘,

其於人也                남에 대하여는

乃曰                    마침내 말하기를

能有是                  능히 이런 선행이 있으니

是亦足矣                이 또한 충분하고,

曰能善是                능히 이것을 잘하니

是亦足矣                이 또한 충분하다고 하니,

不亦待於人者輕以約乎    이는 남을 대함이 가볍고 간략한 것이 아니겠는가.

今之君子則不然          지금의 군자들은 그렇지 않아서

其責人也詳              남에게 책함은 상세하고

其待己也廉              자기 몸을 대함은 작으니,

詳故人難於爲善          상세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선을 하기가 어렵고,

廉故自取也少            간략하기 때문에 스스로 취함이 적다.

己未有善曰              자기가 아직 잘함이 있지 못한데도 말하기를

我善是                  내 이것을 잘하니

是亦足矣                이 또한 충분하다며,

己未有能曰              자기가 아직 능함이 있지 못한데도 이르기를

我能是                  내 이것을 능히 하니

是亦足矣                이 또한 충분하다 하여,

外以欺於人              밖으로는 남을 속이고

內以欺於心              안으로는 자신의 마음을 속여

未少有得而止矣          조금도 얻음이 있지 못하고 그치니,

不亦待其身者已廉乎      이 또한 자기 몸을 대하는 것이 너무 간략한 것이 아니겠는가

其於人也曰              그 남에 대해서는 말하기를

彼雖能是                저가 비록 이를 능히 하나

其人不足稱也            그 사람을 족히 칭찬할 것이 없고,

彼雖善是                저가 비록 이것을 잘하나

其用不足稱也            그 씀을 족히 칭찬할 것이 없다 하여,

擧其一                  그 한 가지만 들고

不計其十                열 가지를 따지지 않으며,

究其舊                  그 옛날 잘못만 따지고

不圖其新                새롭게 한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여,

恐恐然                  두려워하고 두려워하여

惟懼其人之有聞也        행여 그 사람이 알려짐이 있을까 두려워하니,

是不亦責於人者已詳乎    이는 남에게 책함이 너무 상세한 것이 아니겠는가?

夫是之謂不以衆人待其身  이것을 일러 중인으로써 자신을 대하지 않고

而以聖人望於人          성인으로써 남에게 바란다는 것이니,

吾未見其尊己也          나는 그 자신을 높임을 보지 못하노라.

雖然                    비록 그러나

爲是者                  이렇게 하는 것은

有本有原                근원이 있으니

怠與忌之謂也            태만함과 시기가 그것이다.

怠者不能修              태만한 자는 능히 닦지 못하고,

而忌者畏人修            기(忌)하는 자는 남이 닦는 것을 두려워하니,

吾常試之矣              내가 일찍이 시험하여 보았노라.

常試語於衆曰            내 일찍이 사람들에게 시험하여 말하기를

某良士                  아무개가 훌륭한 선비요

某良士                  아무개가 훌륭한 선비라고 하니,

其應者                  이에 응하는 자는

必其人之與也            반드시 그 사람의 당여(黨與)요,

不然                    그렇지 않으면

則其所疏遠              소원하여

不與同其利者也          더불어 이익을 함께 하지 않는 者이고,

不然                    그렇지 않으면

則其畏也                두려워하는 자이며,

不若是                  이와 같지 않으면

强者必怒於言            강한 자는 반드시 말에 노여움을 표하고

懦者必怒於色矣          나약한 자는 반드시 얼굴빛에 노여운 기색을 나타낸다.

又嘗語於衆曰            내 일찍이 사람들에게 말하기를

某非良士                아무개는 훌륭한 선비가 아니요

某非良士                아무개는 훌륭한 선비가 아니라고 하니,

其不應者                이에 응하지 않는 자는

必其人之與也            반드시 그 사람의 당여요,

不然                    그렇지 않으면

則其所疏遠              소원하여

不與同其利者也          더불어 이익을 함께 하지 않는 자이고,

不然                    그렇지 않으면

則其畏也                두려워하는 자이며,

不若是                  이와 같지 않으면

强者必說於言            강한 자는 반드시 말에 기쁨을 표하고

懦者必說於色矣          나약한 자는 반드시 얼굴빛에 기쁨을 나타낸다.

是故事修而謗興          이 때문에 일이 닦여지면 비방이 일어나고,

德高而毁來              덕이 높아지면 훼방이 오는 것이다.

嗚呼                    슬프구나.

士之處此世              선비가 이 세상에 살면서

而望名譽之光            명예가 빛나고

道德之行                도덕이 행해지기를 바라는 것이

難已                    어렵구나.

將有作於上者            장차 위에서 일어나는 분이

得吾說而存之            내 말을 얻어 잘 기억하여 둔다면

其國家可幾而理歟        국가를 거의 잘 다스릴 수 있을 것인저.

 

 

劉生

 

生名師命其姓劉          이름은 사명(師命)이요 성은 유씨라

自少軒輊非常儔          어려서부터 평범한 무리 아니었다.

棄家如遺來遠遊          물건 잃은 듯 집 떠나 멀리가 놀았고

東走梁宋曁揚州          동쪽으론 양송 지방에 갔다가 양주까지 갔었다.

遂凌大江極東陬         마침내 큰 강을 건너 동쪽 구석까지 가고

洪濤舂天禹穴幽          큰 파도는 하늘까지 찧고 우임금 거처는 그윽했다.

越女一笑三年留          월나라 미녀 한 번 미소에 삼 년을 머물렀고

南逾橫嶺入炎州          남으로는 고개를 가로질러 더운 지방에 들었다.

靑鯨高磨波山浮          푸른 고래는 높이 닿고 물결은 산에 떠있고

怪魅炫曜堆蛟          괴상한 도깨비 어지러이 날고 교룡과 룡이 우글거린다.

讙譟猩猩愁          산 짐승은 소란스레 떠들고 성성이는 구슬피 울어대고

毒氣爍體黃膏流          독기는 몸을 녹이고 누른 고혈을 흘러내린다.

問胡不歸良有由          어찌 돌아오지 않는가 물으니 진실로 이유가 있어

美酒傾水䏑肥牛          맛있는 술 물처럼 기울이고 살진 소고기를 구웠다.

妖歌慢舞爛不收          요가와 느릿한 춤 무르익어 그치지 않고

倒心廻腸爲靑眸          마음이 뒤집히고 창자가 뒤틀림은 푸른 눈동자 때문이어라.

千金邀顧不可酬          천 금으로 주고 돌아보게 하려도 살 수가 없어

乃獨遇之盡綢繆          홀로 그들을 만나 단단히 묶어버렸어라.

瞥然一餉成十秋          눈 깜박할 사이에 밥 한 번 먹을 사이 이미 십 년이 지나고

昔鬚未生今白頭          옛날의 검은 수염 나지도 않고 이제는 백발이 되었구나.

五管偏歷無賢侯          영남의 다섯 고을 두루 돌아다녀도 어진 수령 하나 없어

廻望萬里濁悶羞          만 리 길을 되돌아보니 집에 돌아가기 부끄러워라.

陽山窮邑惟猿猴          양산의 궁벽한 고을에는 오직 원숭이 뿐

手持釣竿遠相投          손에 낚싯대 잡고 멀리 서로 던져보았다.

我爲羅列陳前修          나는 나열하기 위해 앞 사람들에게 펼쳐놓고

芟蒿斬蓬利鋤耰          다북쑥을 베고 어지러운 쑥을 끊어내고 호미 날을 세웠다.

天星廻環數纔周          하늘의 별자리도 되돌아 헤아리건대 겨우 한 주기 되어

文學穰穰囷倉稠          문학은 풍성하게 되고 창고는 빽빽하게 들어차고

車輕御良馬力優          수레는 가볍고 마부는 바르고 말은 힘이 뛰어나다.

咄哉識路行勿休          어이, 길을 바로 알아 나아가고 쉬지 말고

往取將相酬恩讐          돌아가 장군되고 재상도 되어 은혜도 갚고 원수도 갚아라.

 

 

遊城南 

 

喚起窓前曙              일어나라 부르니 창은 벌써 환희 밝았고

催歸日未西              돌아가라 재촉하니 해는 아직 기울지 않았네.

無心花裏鳥              꽃 속의 무심한 새는

更與盡情啼              다시금 제 마음껏 울고 있구나.

 

 

遊靑龍寺贈崔大補闕      청룡사에 놀며 최대보궐에 주다

 

秋灰初吹季月管          가을 잿빛 바람 마지막 달 피리를 부는데

日出卯南暉景短          해는 묘의 남쪽에서 뜨고 햇빛은 짧기만 하다.

友生招我佛寺行          친구가 나를 불러 절로 가고 있는데

正値萬株紅葉滿          바로 만 그루 나무에 붉은 잎이 가득하구나.

光華閃壁見神鬼          화려한 빛이 벽에 번쩍이니 귀신을 보는 듯

赫赫炎官張火傘          밝고 밝은 여름의 신이 불빛 양산을 펴는구나.

然雲燒樹火實騈          구름을 태우고 나무를 태우고 산호도 태우고

金烏下啄赬卵          해에서 금 까마귀 내려와 붉은 교룡의 알을 쪼는구나.

魂翻眼倒忘處所          혼이 뒤집히고 눈이 거꾸로 되어 있는 곳을 잊고 있는데

赤氣沖融無間斷          붉은 기운 무르녹아 조금도 틈이 없구나.

有如流傳上古時          상고시대부터 전하는 이야기 있듯이

九輪照燭乾坤旱          아홉 개의 둥근 것이 비추니 천지가 말라버린다.

二三道士席其間          두세 명 도사님이 그 사이에 자리 잡으니

靈液屢進玻瓈盌          신령한 즙액이 여러 차례 유리 주발로 흘러든다.

忽驚顔色變韶稚          갑자기 놀란 안색이 출렁이는 벼로 변하니

却信靈仙非怪誕          신령한 신선이 있다는 것이 괴탄한 일 아니구나.

桃源迷路竟茫茫          복숭아 언덕에서 길을 잃으니 끝내 망망한데

棗下悲歌徒纂纂          대추나무 아래 슬픈 노래에 무리들 모여 들었구나.

前年嶺隅鄕思發          지난 해, 고개 모퉁이에서 고향 생각나더니

躑躅成山開不算          진달래꽃 산을 이루어 피어 그 수를 헤아리지 못하겠다.

去歲羇帆湘水明          지난 해, 돛단배 타니 상수는 밝았는데

霜楓千里隨歸伴          서리 맞은 단풍나무 천 리를 따라 벗하여 돌아왔구나.

猿呼鼯嘯鷓鴣啼          원숭이는 다람쥐 불러 휘파람 불어대고 자고새 우는데

惻耳酸腸難濯澣          측은한 귀, 아픈 마음 씻어내기 어려운데

思君攜手安能得          그대 생각하노니, 언제 만나서 손이라도 잡아 볼까.

 

 

柳巷                    버드나무 길

 

柳巷還飛絮              버드나무 길에 빙빙 돌며 날리는 버들개지

春餘幾許時              봄날이 얼마나 남았겠나.

吏人休報事              관리들이여 보고들일랑 잠시 쉬게

公作送春詩              난 봄 전송하는 시를 지으려네.

 

 

幽懷                    깊은 속마음

 

幽懷不可瀉              깊은 시름 떨치지 못해

行此春江潯              이 곳 봄 강가를 걷노라.

適與佳節會              마침 좋은 시절이라

男女競光陰              남녀들 다투어 시간을 즐기네.

凝妝耀洲渚              화장한 얼굴은 빛나는 물가에 어리고

繁吹蕩人心              요란한 피리소리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한다.

間關林中鳥              숲 속엔 새들이

知時爲和音              때 맞춰 아름답게 노래한다.

豈無一樽酒              어찌 한 통의 술 없으리오

自酌還自吟              스스로 술 마시며 시를 읊어본다.

但悲時易失              다만 때를 잃기 쉬움을 슬퍼하노니

四序迭相侵              사철은 차례대로 번갈아 들고

我歌君子行              나는 군자행을 부르나니

視古猶視今              옛일이 오히려 지금 일 같아라.

 

 

雜說

 

龍噓氣成雲              용이 기를 내뿜으면 구름을 이루고

雲固弗靈於龍也          구름이 본래 용보다 신령한 것은 아니나

然龍乘是氣              용은 구름을 타고

茫洋窮乎玄間            넓고 넓은 창공에 이르지 않은 곳이 없다.

薄日月                  해와 달에 가까이 다가가

伏光景                  그 빛을 가리기도 하고

感震電                  천둥과 번개에 감응되어

神變化                  신묘한 변화를 일으키기도 하며

水下土                  물이 땅에 떨어져

汩陵谷                  언덕과 골짜기를 잠기게도 하니

雲亦靈怪矣哉            구름 역시 신령하다고 할 수 있다.

雲龍之所能使爲靈也      그러나 용이 구름을 신령하게 만들어 준 것이지

若龍之靈                용을 신령하게 만든 다면

則非雲之所能使爲靈也    용도 구름을 만나지 못하면 용 자신이 그 영묘함을 신비롭게 만들 수는 없다.

然龍弗得雲              그러나 용이 그 의지하는 구름을 잃으면

無以神其靈矣            그 영을 신령스럽게 할 방법이 없다.

失其所憑依              용이 의지하는 구름을 잃는다니

信不可歟                정말 믿을 수 없어라.

異哉                    이상하구나

其所憑依                용이 자신이 의지하는 것을

乃其所自爲也            곧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라니

易曰                    역경에서 이르기를

雲從龍                  구름이 용을 따른다고 했다.

旣曰龍                  이미 용이라고 말하였으니

雲從之矣                구름이 용을 따른 것이다.

 

 

雜詩                    잡시

 

朝蠅不須驅              아침 파리 굳이 내쫓지 말며

暮蚊不可拍              저녁 모기 잡을 필요 없으리

蠅蚊滿八區              파리 모기 온 동네 가득하니

可盡與相格              가히 서로 부딪칠 정도로다

得時能幾時              때를 얻었다고 기회를 엿보며

與汝恣啖咋              너희들 마음대로 씹고 깨물어라

涼風九月到              서늘한 바람 구월이 오면

掃不見蹤跡              쓸려나가 종적도 보이지 않으리니

 

 

題張十一旅舍三詠        장씨네 여사(旅舍)에서 읊은 시

 

1. 榴花                 석류꽃에 대하여

五月榴花照眼明          오월 석류꽃 밝게 눈을 비추고

枝間時見子初成          가지 사이로 때로 익은 열매 비로소 보인다.

可憐此地無車馬          가련하다, 이곳에 지나는 수레 하나 없어

顚倒靑苔落絳英          넘어진 푸른 이끼에 붉은 꽃잎 떨어진다.

 

2. 井                   우물에 대하여

賈誼宅中今始見          가의의 집 안에서 이제 처음 보았으나

葛洪山下昔曾窺          갈홍 노인의 산 아래에서는 예전에 이미 보았었다.

寒泉百尺空看影          찬 우물은 백 자나 깊은데 공연히 그림자만 보나니

正是行人渴死時          이때가 바로 길 가는 사람들 목말라 죽을 때로구나.

 

 

早春呈水部張十八員外二首 

 

1

天街小雨潤如酥          도시의 큰 길 살짝 내린 비 우유처럼 윤기 흐르고

草色遙看近卻無          풀색 멀리서는 보이나 가까이 보면 오히려 없는 듯하네.

最是一年春好處          한 해의 봄 중 가장 좋은 때이니

絶勝煙柳滿皇都          절경의 초록빛 수양버들 장안에 가득하다네.

 

2

莫道官忙身老大          일 바쁘고 늙었다고 말하지 마오

即無年少逐春心          그렇게 말하면 소년이 봄 쫓는 마음 없어진다네.

憑君先到江頭看          그대에게 請하니 강가에 먼저 가 보시게

柳色如今深未深          수양버들 빛깔 지금은 짙어졌는지.

 

 

左遷至藍關示姪孫湘      좌천되어 남관에 이르러 질손 湘에게 시를 보이다

 

一封朝奏九重天          한 봉서를 아침에 조정에 상주하였다가

夕貶潮州路八千          저녁에는 조주로 좌천되니 길은 팔천 리라네.

欲爲聖明除弊事          성스럽고 황제 위해 나쁜 일 없애려했으니

肯將衰朽惜殘年          어찌 늙고 병든 몸으로 남은 목숨 아껴서이냐.

雲橫奏嶺家何在          구름은 주령에 걸쳐있는데 우리 집은 어디에 있나

雪擁藍關馬不前          눈이 남관을 덮어 말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知汝遠來應有意          내가 멀리서 왔으니 반드시 뜻이 있으리니

好收吾骨瘴江邊          내 뼈를 장강 가에 잘 거두어 주게나.

 

 

贈賈島                  가도에게

 

孟郊死葬北邙山          맹교가 죽어서 북망산에 장사지냈으니

從此風雲得暫閒          이에 따라 바람과 구름이 잠시 한가롭도다.

天恐文章渾斷絶          하늘은 문장이 어지러이 끊어질까 두려워

更生賈島作人間          다시 가도를 사람으로 태어나게 했다네.

 

 

贈唐衢                  당구(唐衢)에게 올리다

 

虎有瓜兮牛有角          호랑이에게 발톱이 있다면 소에게는 뿔이 있고

虎可搏兮牛可觸          호랑이는 바로 칠 수 있고 소는 뿔로 찌를 수 있다네.

奈何君獨抱奇才          어찌 그대는 홀로 기이한 재주를 품고서도

手把犁鋤餓空谷          손으로 쟁기와 호미를 잡고 빈 골짜기에서 굶주리는가.

當今天子急賢良          지금의 천자께서는 어진 선비 급히 구하시는데

匭函朝出開明光          상자를 아침에 내어놓아 명광전에서 열어 보인다.

胡不上書自薦達          어찌하여 천자께 글을 올려 스스로 천거하여

坐令四海如虞唐          세상을 호령하여 당우 같은 태평성대로 만들지 않는가.

 

唐衢 - 당나라 중엽의 시인. 성품이 강개했다고 한다. 과거에 급제해 출사하지 못함을 슬퍼하였다

明光 - 한 무제의 궁궐 이름

虞唐 - 당은 요임금의 국호이고 우는 순임금의 국호이므로 곧 태평한 세상을 가리켜 말한 것

 

 

贈鄭兵曹                정병조에게 주다

 

樽酒相逢十載前          동이 술을 마시며 십 년 전에 서로 만나

君爲壯夫我少年          그대는 장년이요 나는 청년이었소.

樽酒相逢十載後          동이 술 마시며 십 년 후에 서로 만나

我爲壯夫君白首          나는 장년 그대는 백발이 되었다오.

我才與世不相當          내 재능은 세상과 맞지 않아

戢鱗委翅無復望          비늘을 움츠리고 날개 늘어져 다시 희망이란 없다네.

當今賢俊皆周行          지금은 어질고 뛰어난 사람들 모두 조정에 있거늘

君何爲乎亦遑遑          그대는 어찌하여 역시 어정대고 있는가.

盃行到君莫停手          잔이 돌아 그대에게 가면 거절하지 말게

破除萬事無過酒          만사를 잊기는 술보다 나은 것이 없나니.

 

 

次潼關先寄張十二閣老使君 동관에서 먼저 노각 장사군에게 부친 것을 차운(次韻)하다

 

荊山已去華山來          형산을 떠나 화산으로 오니

日照潼關四扇開          태양은 동관을 비추고 사방이 열렸구나.

刺史莫辭迎候遠          자사는 멀리서 맞는 일 사양치 말라

相公親破蔡州廻          상공이 친히 채주를 격파하고 돌아오신다.

 

 

此日足可惜              이날은 정말 아깝구나

 

此日足可惜              오늘은 정말 슬퍼라

此酒不足嘗              이 술은 맛 볼 수가 없었다.

捨酒去相語              술을 놔두고 떠나 얘기 하며

共分一日光              하루를 함께 했다.

念昔未知子              지난날을 생각해보느라, 자네는 알지 못했고

孟君自南方              맹군이 남방에서 찾아왔었단다.

自矜有所得              자신이 얻은 것을 자랑하였으니

言子有文章              자네가 문장력이 있다고 말하였단다.

我名屬相府              나의 명단이 승상부에 속해있어

欲往不得行              찾아가고 싶어도 가지 못했다.

思之不可見              그리워도 보지 못해서

百端在中腸              온갖 생각 마음속에 떠올랐다.

維時月魄死              때는 달이 지고

冬日朝在房              겨울 해가 아침에 방안에 머물렀다.

維馳公事退              공사에 쫓기다가 퇴근하니

聞子適及城              자네가 마침 성안에 왔다는 소식 들었다.

命車載之至              수레를 보내어 태워오게 하여

引坐於中堂              마루방 안으로 모시어 앉혔다.

開懷聽其說              회포를 펴고 그 이야기 들어보니

往往副所望              그때마다 내 마음에 쏙 들었다.

孔丘歿已遠              공자님 세상 떠난 지 이미 멀어

仁義路久荒              인과 의의 길은 황폐한지 오래다.

紛紛百家起              제자백가가 일어나 분분하고

詭怪相披猖              기괴하여 서로가 어지러워라.

長老守所聞              늙은이들은 소문을 지키기만 하고

後生習爲常              후생들은 관례대로 도리로 여는구나.

少知誠難得              적은 지식이라도 얻기는 정말 어렵고

純粹古已亡              순수함은 옛날에 이미 없어졌다.

譬彼植園木              자네는 정원에 심은 나무 같아

有根易爲長              뿌리가 나있어 자라기가 쉬우리라.

留之不遣去              자네를 잡아두고 떠나지 못하게 하리니

館置城西旁              관사는 성 서쪽 근처에 있단다.

歲時未云幾              세월 얼마 지나지 않았어도

浩浩觀湖江              그대의 학문 넓고 넓어 강과 호수를 본 듯하다.

衆夫指之笑              사내들은 그대를 지적하여 비웃고

謂我知不明              나의 앎이 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兒童畏雷電              아동들은 우뢰소리 두려워하고

魚鼈驚夜光              물고기와 자라는 밤빛에 놀란다.

州家擧進士              고을에서 진사를 추천하는데

選試繆所當              시험관을 내가 담당하게 되었다.

馳辭對我策              빠른 글로서 나의 대책에 답을 하니

章句何煒煌              문장을 지음은 어찌나 빨랐던가.

相公朝服立              상공은 조복을 입고 서있는데

工席歌鹿鳴              악공들의 자리에서는 녹명곡이 연주된다.

禮終樂亦闋              조회의 예가 끝나고 음악도 그치자

相拜送於庭              서로 인사하고 마당에서 자네를 배웅하였다.

之子去須臾              자네 떠난 얼마 뒤에

赫赫流盛名              혁혁하게도 빛나는 명성 날렸었다.

竊喜復竊歎              가만히 기뻐하고 가만히 탄식하니

諒知有所成              자네가 성취한 것을 알겠다.

人事安可恆              사람의 일이 어찌 늘 같겠는가

奄忽令我傷              갑자기 나를 상심하게 하는구나.

聞子高第日              자네가 높은 자리에 급제한 날

正從相公喪              상공께서 돌아가신 바로 그날이었다.

哀情逢吉語              슬픈 기분에 좋은 소식 만나니

惝怳難爲雙              놀라운 마음 가누기가 어려웠다.

暮宿偃師西              저녁에 언사현의 서쪽에서 묵으니

徒展轉在牀              부질없이 잠자리서 전전반측(輾轉反側)하였다.

夜聞汴州亂              밤새 연주에 난리가 나니

遶壁行徬徨              벽을 돌아다니며 방황하였다.

我時留妻子              당시 나는 처자를 남겨두고

倉卒不及將              창졸간에 데려오지 못했단다.

相見不復期              서로 만나기를 다시 기약 못하고

零落甘所丁              영락하여 떠돌면서 괴로움 당했다.

驕兒本小乳              귀여운 딸아이 젖먹이라

念之不能忘              생각할수록 잊을 수가 없어라.

忽如在我所              홀연 내 있는 곳에 같이 있는 듯 하고

耳若聞啼聲              우는 소리 귀에 쟁쟁히 들려오는 것 같다.

中途安得返              중도에서 어찌 되돌아가겠는가

一日不可更              하루도 내 가는 길을 바꿀 수가 없구나.

俄有東來說              얼마 후 동쪽에서 들리는 이야기에

我家免罹殃              우리 집은 재앙을 면하였단다.

乘船下汴水              식구들은 배를 타고 변수로 내려가

東去趨彭城              동쪽으로 떠나 팽성으로 달려갔단다.

從喪朝至洛              상여를 따라 아침에 낙양에 이르러

還走不及停              다시 달려가기를 조금도 쉬지 않았다.

假道經盟津              지름길 빌려 맹진을 지나

出入行澗岡              들었다 나왔다하며 강언덕을 걸었다.

日西入軍門              서산에 지는 해 군문에 드는데

羸馬顚且僵              피곤해 파리한 말은 넘어지고 쓰러진다.

主人願少留              주인이 조금 더 머물러 가라하며

延入陳壺觴              나를 맞아들여서 술병과 잔을 늘어놓았다.

卑賤不敢辭              비천한 나로서야 사양도 못하여

忽忽心如狂              급한 처지라 마음이 미칠 것 같았다.

飮食豈知味              먹고 마시는 것, 어찌 맛을 알까

絲竹徒轟轟              노랫소리는 다만 소음처럼 울린다.

平明脫身去              날이 밝자 몸을 빼어 떠나니

決若驚鳧翔              결연함이 마치 놀란 오리 날아오르듯 하였다.

黃昏次汜水              날 저물어 사수(汜水)에 이르러

欲過無舟航              물 건너 지나려니 떠날 배가 없구나.

號呼久乃至              고함쳐 부른지 오래 뒤에야 배가 나타나

夜濟十里黃              밤에 십 리를 황구쪽으로 건너갔다.

中流上灘潬              중류 쯤에서 여울과 모래섬 오르는데

沙水不可詳              모래와 물을 자세히 알 수 없었다.

驚波暗合沓              놀란 물결 어둠 속에서 모여 들끓듯 하고

星宿爭翻芒              하늘의 별들은 다투어 끄트머리를 번쩍인다.

轅馬蹢躅鳴              수레 끄는 말은 머뭇거리며 울고

左右泣僕童              좌우에는 사내종들이 눈물을 흘린다.

甲午憩時門              갑오에 시문에서 쉬고 있는데

臨泉窺鬪龍              샘가에 서니 물속 용들이 싸우는 듯하다.

東南出陳許              동남쪽으로 진주와 허주를 나오니

陂澤平茫茫              보와 못이 평평하고 끝없이 넓었다.

道邊草木花              길가의 풀과 나무와 꽃들

紅紫相低昂              붉은빛 자주빛 서로 어울린다

百里不逢人              백 리 먼 길에 사람은 못 만나고

角角雄雉鳴              각각의 암수 꿩들만 울어댄다.

行行二月暮              가고 또 가다 2월이 저물어서야

乃及徐南疆              겨우 서남 땅 경내에 이르렀다.

下馬步隄岸              말에서 내려 제방 언덕을 걸어올라

上船拜吾兄              배에 올라 우리 형님을 뵙게 되었다.

誰云經艱難              누군가 말하기를, 온갖 고난을 겪었으나

百口無夭殤              많은 식구들 죽은 이는 하나도 없다고 한다.

僕射南陽公              복사 남양공께서

宅我睢水陽              나를 휴수 북쪽에 자리 잡게 하였다.

篋中有餘衣              상자 속에 옷이 넉넉하고

盎中有餘糧              동이 안에는 식량이 넉넉하다.

閉門讀書史              문 닫고 서책들과 역사를 읽으니

窓戶忽已凉              창문에는 홀연히 바람이 서늘하다.

日念子來遊              날마다 자네가 와서 놀기를 바랬는데

子豈知我情              자네는 어찌 나의 마음을 알았는가.

別離未爲久              우리 이별한지 오래지 않았지만

辛苦多所經              겪은 고통이야 참으로 많았어라.

對食每不飽              음식을 두고는 항상 배부르지는 않으나

共言無卷聽              함께 이야기함에 듣기에 지루하지 않았다.

連延三十日              30일을 계속하여

晨坐達五更              새벽에 앉으면 오경이 다 되었다.

我友二三子              내 친구 두 세 사람은

宦遊在西京              벼슬 사러 서경에 산다.

東野窺禹穴              동야(東野)는 우임금 사는 곳 보러 가고

李翶觀濤江              이고는 양자강 물살을 보러 갔어라.

蕭條千萬里              쓸쓸하게 천만 리 떨어져 사니

會合安可逢              함께 모일 날이 어느 때나 될라나.

淮之水舒舒              회수는 천천히 흘러가고

楚山直叢叢              초산은 곧고 총총하기만 하다.

子又捨我去              자네 또한 나를 버리고 떠났으니

我懷焉所窮              나의 회포 끝날 곳은 어디일까.

男兒不再壯              사나이 다시 젊어지지 않으니

百歲如風狂              인생 백 년도 미친 듯 바람처럼 지나간다.

高爵尙可求              높은 벼슬자리라도 구해보게나

無爲守一鄕              한 고을만 지키지 말고 말일세.

 

 

薦士                    선비를 천거하며

 

周詩三百篇              주나라의 시 삼백 편

雅麗理訓誥              바르고 아름다워 서경의 교훈과 통합니다.

曾經聖人手              일찍이 성현의 손을 거쳐서

議論安敢到              의논이 감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五言出漢時              오언시는 한나라 시에서 나왔으니

蘇李首更號              소무와 이릉이 먼저 명칭을 바꾸어 불렀습니다.

東都漸瀰漫              동한시대에 점차 더욱 만연하여

派別百川導              유파가 백 줄기 냇물처럼 갈라져 이끌렸습니다.

建安能者七              건안 시기에는 오언시에 능숙한 사람이 일곱이었는데

卓犖變風操              우뚝하여 오언시의 풍조를 바꾸었습니다.

逶迤抵晉宋              복잡한 과정을 거쳐 진나라와 송나라에 이르러

氣象日凋耗              기상이 날마다 시들고 적었습니다.

中間數鮑謝              그 중간에 포조와 사운령을 헤아릴 수 있고

比近最淸奧              가까운 시대에 비교하면 가장 청신하고 깊었습니다.

齊梁及陳隋              제나라와 양나라 그리고 수나라 시대에는

衆作等蟬噪              여러 작품들이 매미 우는 소리 같았습니다.

搜春摘花卉              봄을 찾고 꽃들을 따는 것과 같아서

沿襲傷剽盜              그대로 급습하듯 빼앗고 훔쳐서 마음이 아픕니다.

國朝盛文章              국조인 당나라 시대에는 문장이 왕성하여

子昂始高蹈              진자앙이 비로소 높은 수준을 밟았습니다.

勃興得李杜              문장이 발흥하여 이백과 두보를 얻었는데

萬類困陵暴              수많은 시인들이 그들에게 크게 무시당하였습니다.

後來相繼生              뒤에 잇달아 일어난 시인들은

亦各臻閫奧              또한 모두가 문지방이나 내실의 경지에 머물렀습니다.

有窮者孟郊              궁벽한 사람으로 맹교가 있었는데

受材實雄驁              타고난 재주가 시로 웅비하는 천리마 같았습니다.

冥觀洞古今              고금을 깊이 관찰하고 꿰뚫어서

象外逐幽好              물상 밖에서 유현하고 고상한 것을 추구하였습니다.

橫空盤硬語              허공을 가로질러 딱딱하고 낯선 말을 얽어

妥帖力排奡              평온하고 거침이 없어 힘이 오를 밀어 젖혔습니다.

敷柔肆紆餘              부드러운 정서를 표현함에는 완곡함을 다부리고

奮猛卷海潦              맹렬한 정서를 표현함에는 바다의 물을 걷어 올립니다.

榮華肖天秀              만발한 꽃 같은 화려한 문채는 천연의 뛰어남을 닮고

捷疾逾響報              민첩한 구성은 음향의 되울림을 뛰어넘었습니다.

行身踐規矩              몸가짐은 사람의 법도를 실천하고

甘辱恥媚竈              욕됨 달갑게 받고 권귀에 아첨함을 부끄럽게 여겼습니다.

孟軻分邪正              맹가는 사람의 사악하고 바름을 분간하여

眸子看瞭眊              눈동자에서 사람 마음의 맑음과 흐림을 보았습니다.

杳然粹而淸              인품이 그윽하게 순수하고 맑아서

可以鎭浮躁              부박하고 조급한 것을 진정시킬 수가 있었습니다.

酸寒溧陽尉              고생스럽고 가난한 율양현의 현위에 있을 때

五十幾何耄              이미 오십 몇 살의 늙은이였습니다.

孜孜營甘旨              부지런히 수고하여 좋은 음식 마련하여

辛苦久所冒              온갖 고생함을 오래도록 감내하였습니다.

俗流知者誰              속인들 중에서 그를 알아주는 사람이 누구였으며

指注競嘲慠              손가락질하고 눈 흘기며 다투어 조소하고 무시하였습니다.

聖皇索遺逸              성스러운 황제께서 버려진 인재 찾으니

髦士日登造              준걸스러운 선비들이 날마다 등용되어 나갔습니다.

廟堂有賢相              묘당에는 어진 재상들이 있어

愛遇均覆燾              사랑하고 예우하여 균등하게 사랑을 주었습니다.

況承歸與張              하물며 귀숭경과 장건봉의 보살핌을 받아

二公迭嗟悼              두 대신이 연달아 애석하게 여기고 동정하였음에야.

靑冥送吹噓              푸른 하늘이 바람을 불어주듯 대신이 추어준다면

强箭射魯縞              굳센 화살이 노나라 땅을 쏘아버리는 것과 같습니다.

胡爲久無成              어찌 오랫동안 아무런 성공도 없이

使以歸期告              집으로 돌아갈 시기를 나에게 알리도록 했습니까.

霜風破佳菊              서리와 바람이 가을 국화를 시들게 하고

嘉節迫吹帽              아름다운 절기에 바람이 모자를 불어 벗깁니다.

念將決焉去              그대가 결연히 떠나가려는 것을 생각하니

感物增戀嫪              외물에 느끼어 이별의 아쉬움을 더욱 더합니다.

彼微水中荇              저 미물인 물속의 어리연꽃도

尙煩左右芼              오히려 번거롭게 좌우에서 가려서 땁니다.

魯侯國至小              노나라 제후는 나라가 지극히 적어도

廟鼎猶納郜              묘당의 솥은 오히려 고나라 것을 받아들였습니다.

幸當擇珉玉              마땅히 옥돌과 옥을 분간해야 하거늘

寧有棄珪瑁              어찌 홀과 옥홀 같은 보옥을 버리는 일이 있었습니까.

悠悠我之思              아득하여라, 나의 심사여

擾擾風中纛              바람 속에 나부끼는 깃발처럼 펄럭입니다.

上言愧無路              황제께 진언하려해도 길이 없음이 부끄러워

日夜惟心禱              밤낮으로 오직 마음으로 기도만 하였습니다.

鶴翎不天生              학의 날개는 태어나면서 생긴 것이 아니고

變化在啄菢              변화는 어미 학이 쪼아 부화시켜줌에 있는 것입니다.

通波非難圖              먼 바다로 통함은 도모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고

尺地易可漕              한 자 작은 땅만 옮길 수 있다면 쉬운 것입니다.

善善不汲汲              인재를 잘 대접함과 등용을 서두르지 않으면

後時徒悔懊              지나간 뒤에는 헛되이 후회하고 뉘우치게 되었습니다.

救死具八珍              죽어가는 사람을 구함에 팔진미를 갖춤은

不如一簞犒              한 소쿠리의 음식물보다 못합니다.

微詩公勿誚              하찮은 시이지만 공께서는 책망하지 마실지니

愷悌神所勞              화락하고 친근하심은 신이 수고한 바인 것입니다.

 

 

聽潁師彈琴              영사스님의 거문과 연주를 들으며

 

昵昵兒女語              재잘거리는 아이의 말소리인 듯

恩怨相爾汝              은혜와 원한이 당신을 보는 듯도 합니다.

劃然戀軒昻              획연히 그리움이 치솟고

勇士赴敵場              용사처럼 적진으로 뛰쳐나가는 듯도 합니다.

浮雲柳絮無根蔕          구름처럼 버들 솜처럼 뿌리가 없고

天地闊遠隨飛揚          천지는 넓고 아득하여 따라 날아오릅니다.

喧啾百鳥群              온갖 새들 어울러 지저귀는 듯

忽見孤鳳凰              외로운 봉황새가 갑자기 나타난 듯도 합니다.

躋攀分寸不可上          한 치 한 푼도 오르지 못하고

失勢一落千丈强          힘 잃고 한 번에 천 장이나 떨어지기도 합니다.

嗟余有兩耳              탄식하노니, 나는 귀만 두 개 있을 뿐

未省聽絲篁              거문고 소리, 피리 소리 아직 듣지도 못했습니다.

自聞潁師彈              영사 스님의 거문고 타는 소리 듣고

起坐在一旁              한 구석에 있으면서 저절로 일어서 기도 하고 앉기도 합니다.

推手遽止之              손을 들어 연주를 그치게 하였지만

濕衣淚滂滂              옷을 적시며 눈물이 펑펑 쏟아집니다.

潁乎爾誠能              영사 스님이여, 정말로 스님이 연주하셨습니까

無以氷炭置我腸          제발 내 간장에 얹어 놓은 얼음과 숯불을 없애주십시오.

 

 

靑靑水中蒲              푸른 물속의 창포

 

靑靑水中蒲              푸릇푸릇한 물속의 창포여

下有一雙魚              창포 밑에는 한 쌍의 물고기가 논다.

君今上隴去              임은 이제 농(隴)으로 올라가니

我在與誰居              나 홀로 누구와 같이 살까.

靑靑水中蒲              푸릇푸릇한 물속의 창포여

長在水中去              언제나 물속에 있구나.

奇語浮萍草              부평초에게 말 전하노니

相隨我不如              서로 따라 사는 너희들 보다 내가 못하구나.

靑靑水中蒲              푸릇푸릇한 물속의 창포여

葉短不出水              잎이 짧아 물 밖으로 나오지도 못하는구나.

婦人不下堂              부인은 집안을 벗어나지 못하고

行子在萬里              임은 만 리 먼 곳을 떠돌고 있다오.

 

 

秋懷詩 十一首

 

1

窗前兩好樹              창 앞에 두 그루 아름다운 나무

衆葉光薿薿              많은 잎이 무성하게 빛나누나.

秋風一拂披              가을바람 불어 날려버리니

策策鳴不已              바스락 소리 그치지 않네.

微燈照空床              희미한 등불 빈 침상을 비추고

夜半偏入耳              밤이 깊도록 새삼스레 귓전을 울리네.

愁憂無端來              근심 걱정 까닭 없이 일어

感歎成坐起              감탄하며 일어나 앉았네.

天明視顔色              날이 밝아 얼굴 빛 살펴보니

與故不相似              옛날과 같지 않네.

羲和驅日月              희화가 해와 달 싣고 달리니

疾急不可恃              질주함에 의지할 수 없다네.

浮生雖多塗              덧없는 인생 비록 나아갈 길 많으나

趨死惟一軌              죽는 것은 오로지 한 길이라네.

胡爲浪自苦              어찌하여 분별없이 스스로 괴로워하는가

得酒且歡喜              술잔을 들고 자, 한 번 즐겨보세.

 

羲和 - 중국 신화의 태양의 신. 제왕 帝嚳의 첫 번째 아내이다. 제곡과 결혼해서 제곡의 아들인 해 10개를 낳았다. 전설에 따르면 희화(羲和)는 여섯 마리 용이 끄는 해를 실은 수레를 몰아 하늘을 순행한다고 한다

 

2

白露下百草              흰 이슬 모든 초목에 내리니

蕭蘭共雕悴              대쑥과 난초 모두 쇠하여 시들었네.

青青四牆下              봄이 되면 사방 담장 아래에서

已複生滿地              온 땅에 또 다시 자랄 것이네.

寒蟬暫寂寞              늦가을 매미 소리 잠시 그치니 적막해지고

蟋蟀鳴自恣              귀뚜라미 제멋대로 우네.

運行無窮期              자연의 운행은 때가 끝이 없고

稟受氣苦異              타고난 성품의 기질은 크게 다르네.

適時各得所              때 만나 제각기 처할 바 얻는다면

松柏不必貴              송백만 반드시 귀하게 여길 것 없다네.

 

3

彼時何卒卒              저 시간은 어찌 그리 분주하며

我志何曼曼              나의 뜻은 어찌 아득하기만 한가.

犀首空好飮              공손연은 헛되이 술 마시기 좋아하였고

廉頗尙能飯              염파는 아직도 밥을 잘 먹는다네.

學堂日無事              국자감에는 날마다 일이 없어

驅馬適所願              말을 몰아 원하는 곳에 가려하네.

茫茫出門路              문을 나서면 길은 아득히 멀어

欲去聊自勸              가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억제하네.

歸還閱書史              집에 돌아와 역사책들을 살펴보니

文字浩千萬              책 속의 문자는 많기가 그지없네.

陳跡竟誰尋              묵은 자취 뜻을 누가 다 찾으리

賤嗜非貴獻              내 비천한 기호 헌납할 가치 없네.

丈夫意有在              대장부는 존재감에 뜻을 두지만

女子乃多怨              여자들은 이에 원망이 많다네.

 

犀首空好欽 - 서수는 위나라 음진(陰晉) 사람인데 성은 公孫이고 이름은 衍이다. 초나라 유세가인 陳軫이 서수를 설득하려고 만나 ‘그대는 어째서 술 마시기를 좋아하오?’하자 서수가 ‘할 일이 없기 때문이오.’라 하였다. 司馬遷 史記 張儀列傳

 

4

秋氣日惻惻              가을 기운 날로 차갑고 스산해지고

秋空日凌凌              가을 하늘 날로 맑고 깨끗해지네.

上無枝上蜩              위로는 가지 위에 매미가 없고

下無盤中蠅              아래로는 소반에 파리가 없네.

豈不感時節              어찌 시절을 느끼지 못하리오?

耳目去所憎              귀와 눈에 밉살스러운 것들 사라져버렸네.

清曉卷書坐              맑은 아침 책 덮고 앉으니

南山見高棱              종남산의 높은 능선 보이네.

其下澄湫水              그 아래 못의 물이 맑아

有蛟寒可罾              교룡도 추워하니 그물로 잡을 수 있겠네.

惜哉不得往              애석하다, 갈 수 없지만

豈謂吾無能              내 어찌 잡을 수 없다 하리오?

 

5

離離掛空悲              뿔뿔이 흩어진 걷잡을 수 없는 슬픔 걸어놓고

戚戚抱虛警              두려워하며 까닭 없는 경계심 안고 있네.

露泫秋樹高              이슬은 가을 나무 높은 곳에서 떨어지고

蟲吊寒夜永              벌레들은 추운 밤 길다 슬피 우네.

斂退就新懦              급히 물러나 소심하게 있으려니

趨營悼前猛              예전에 악착스레 날뛰던 일 슬퍼지네.

歸愚識夷塗              어리석게 돌아와 편안한 길 있음을 아니

汲古得修綆              옛 것을 퍼 올리는 오랜 두레박줄 잡고 있었네.

名浮猶有恥              헛된 명성 오히려 부끄럽고

味薄真自幸              세속의 일 덤덤히 여긴 것 정말 스스로 다행스럽네.

庶幾遺悔尤              부끄러움도 허물도 버리길 바란다면

即此是幽屛              이곳이 바로 은자의 집 되리라.

 

6

今晨不成起              오늘 새벽 일어설 수 없어

端坐盡日景              단정히 앉아 하루를 보냈네.

蟲鳴室幽幽              벌레 우니 방안 깊고도 그윽하고

月吐窗冏冏              토해 낸 달빛이 창을 환히 밝히네.

喪懷若迷方              넋 잃으니 방향을 잃은 듯 하고

浮念劇含梗              헛된 잡념은 가시 걸림보다 極甚하네.

塵埃慵伺候              속세를 살피는 일 게을리 하고

文字浪馳騁              문자를 함부로 내리 갈기네.

尙須勉其頑              그래도 결국 무딘 재주 힘씀은

王事有朝請              나랏일 받들어 조정에 나가기 때문이라네.

 

7

秋夜不可晨              가을밤은 새벽되기 어렵고

秋日苦易暗              가을 낮은 쉽게 어두워져 괴롭네.

我無汲汲志              내게 급한 마음 없는데

何以有此憾              어찌하여 이런 서운한 마음 생겨나는가.

寒雞空在棲               추위에 닭도 보금자리 비웠고

缺月煩屢瞰              이지러진 달 번거롭게 여러 번 바라보네.

有琴具徽弦              아름다운 현 갖추어진 거문고 있어

再鼓聽愈淡              다시 연주하니 더욱 담박한 소리 들리네.

古聲久埋滅              옛 소리는 오래전에 파묻히고 사라져

無由見真濫              음의 참됨과 외람됨 분별해 낼 수 없네.

低心逐時趨              뜻 낮추어 시대의 흐름 쫓아보지만

苦勉祗能暫              애써 노력해도 단지 잠시 가능할 뿐이네.

有如乘風船              마치 바람을 타고 가는 배와 같아

一縱不可纜              한 번 놓아주니 닻줄을 달 수 없다네.

不如覰文字              글을 보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어

丹鉛事點勘              붉은 연필로 하나하나 점검해보네.

豈必求嬴餘              어찌 꼭 풍족하기를 바라겠는가

所要石與甔              필요한 것은 쌀독 반쯤 채우는 것뿐이라네.

 

8

卷卷落地葉              빙글 빙글 땅에 떨어진 나뭇잎이

隨風走前軒              바람 따라 처마 앞에 구르네.

鳴聲若有意              내는 소리 마치 뜻 있는듯하고

顚倒相追奔              엎치락뒤치락 서로 뒤쫓네.

空堂黃昏暮              빈 집은 황혼에 들고

我坐默不言              나는 묵묵히 말없이 앉아 있네.

童子自外至              동자가 밖에서 들어와

吹燈當我前              등불 붙여 내 앞에 놓네.

問我我不應              나에게 물으나 나는 대답하지 않고

饋我我不餐              나에게 밥 주어도 나는 먹지 않네.

退坐西壁下              동자가 물러나 서쪽 벽 밑에 앉아

讀詩盡數編              시를 여러 편 다 읽었네.

作者非今士              작가들 지금의 선비 아니니

相去時已千              서로 떨어진 세월 이미 천 년이 넘는다네.

其言有感觸              그 시에 마음에 감동되는 것이 있어

使我複淒酸              나를 더욱 슬프고 쓰라리게 하네.

顧謂汝童子              돌아보고 이른다, "너 동자야!

置書且安眠              책 치우고 이제 편히 자거라."

丈夫屬有念              대장부는 마음에 품은 뜻 있어

事業無窮年              하는 일 끝낼 날이 없다네.

 

9

霜風侵梧桐              서릿발 같은 바람 오동나무에 들이치니

衆葉著樹乾              뭇 잎새 나무에 말라붙었네.

空階一片下              빈 계단에 낙엽 한 잎 떨어지니

琤若摧琅玕              쨍 하는 소리 마치 대나무가 부러지는 듯하네.

謂是夜氣滅              이는 밤의 맑은 기운 끊어져

望舒霣其團              망서(望舒)가 둥근 부채를 떨어뜨린 것일세.

青冥無依倚              푸른 하늘 의지할 데 없고

飛轍危難安              달의 나는 궤도 위험하여 안정하기 어렵네.

驚起出戶視              놀라 깨어 문 나서 보고

倚楹久汍瀾              기둥에 기대어 오래도록 눈물 흘렸네.

憂愁費晷景              근심과 걱정 속에 시간을 흘러 보내니

日月如跳丸              세월이 마치 튀는 공과 같다네.

迷複不計遠              헤매다 돌아옴이 멀지 않으리니

爲君駐塵鞍              그대 위해 말을 멈추려하네.

 

望舒 - 중국 신화에서 달의 신의 수레를 모는 사람

 

10

暮暗來客去              저물어 어두워져 온 손님들 돌아가니

群囂各收聲               온갖 떠드는 소리 모두 그쳤네.

悠悠偃宵寂              한가하게 적막한 밤중에 누우니

亹亹抱秋明              점점 가을의 밝음이 품속에 안겨드네.

世累忽進慮              세상의 어수선함이 갑자기 마음속에 와 닿고

外憂遂侵誠              바깥 근심이 마침내 내 성심을 침범했네.

强懷張不滿              강한 마음을 펼치려 해도 가득차지 않고

弱念缺已盈              약한 생각 없애려하나 이미 가득 찼다네.

詰屈避語阱              구불구불한 언어의 함정을 피하려하니

冥茫觸心兵              아득한 가운데에서 마음의 칼을 건드리네.

敗虞千金棄              실패하면 천금의 재물을 잃을까 두렵고

得比寸草榮              성공하면 얻는 것은 작은 풀 같은 영광뿐이네.

知恥足爲勇              부끄러움을 아는 것은 용감한 일일지니

晏然誰汝令              마음이 편안한데 누가 너에게 명령할까?

 

11

鮮鮮霜中菊              맑고 고운 서리 맞은 국화야

旣晩何用好              철 늦었으니 무슨 좋은 일 있으랴.

揚揚弄芳蝶              팔랑팔랑 꽃 희롱하는 나비야

爾生還不早              너의 삶도 더욱 늦었구나.

運窮兩値遇              시운이 곤궁할 때 우연히 만나

婉孌死相保              서로 사모하여 죽을 때 까지 서로 지키네.

西風蟄龍蛇              가을바람에 용과 뱀도 겨울잠 자고

衆木日凋槁              뭇 나무들 날로 시들고 말라가네.

由來命分爾              본래부터 운명은 너희에게 나눠준 것이니

泯滅豈足道              사라져 간들 어찌 말할 수 있으랴.

 

 

春雪

 

新年都未有芳華          새해 도읍에는 아직 꽃피지 않았는데

二月初驚見草芽          2월초에 놀랍게도 새싹을 보는구나.

白雪却嫌春色晩          백설은 오히려 봄빛 늦음을 싫어하여

故穿庭樹作飛花          정원수를 뚫고 올라와 꽃잎을 날리는구나.

 

 

醉留東野                취하여 東野를 머물게 하다

 

昔年因讀李白杜甫詩      예전에 이백과 두보의 시를 읽고

長恨二人不相從          그 두 사람과 사귀지 못한 것이 오래도록 한스러웠네.

吾與東野生並世          나와 동야는 같은 세상 살면서

如何復躡二子蹤          어찌하여 다시 그들 두 사람의 자취를 말해야 하는가.

東野不得官              동야는 벼슬도 하지 못하고

白首誇龍鍾              백발이 되어 늙었음을 과장한다네.

韓子稍姦黠              한유는 조금 교활하지만

自慙青蒿倚長松          푸른 쑥이 높은 소나무에 기대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럽다네.

低頭拜東野              머리 숙여 동야에게 절을 하며

願得終始如駏蛩          원컨대 시종일관 거허(駏虛)와 공공(蛩蛩)처럼 살았으면 하네.

東野不廻頭              동야가 돌아보지 않으니

有如寸筳撞鉅鐘          마치 작은 대나무 가지로 큰 종을 치는 것 같네.

我願身爲雲              원하노니 내 몸이 구름이 되고

東野變爲龍              동야가 변해서 용이 되기를.

四方上下逐東野          내가 사방천지로 동야를 쫓아다녀

雖有離別無由逢          세상의 이별이 있다 해도 우리는 맛보지 않으리니.

 

東野 - 당나라의 시인인 孟郊(751~814)의 字로 불우하였으나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한유와 서로 교유하였다

駏蛩 - 駏虛와 蛩蛩 두 짐승을 말하며 이들은 항상 궐(蟨)이라는 짐승의 부양을 받고 살아가므로 환난에 서로 의지함을 비유한 것

 

 

雉帶箭                  꿩이 화살 맞았다

 

原頭火燒淨兀兀          들판 언덕에 불붙어 다 타고 언덕만 우뚝한데

野雉畏鷹出復沒          들꿩은 매가 두려워 나왔다가 다시 숨는구나.

將軍欲以巧伏人          장군은 기묘한 솜씨로 사람들을 감복시키고

盤馬彎弓惜不發          말을 돌리고 활을 당겼으니 쏘지 못해 아쉬워하네.

地形漸窄觀子多          지형은 점점 좁아지고 사람은 많아져

雉驚弓滿勁箭加          꿩이 놀라 날아오르니 활을 당기자 화살이 꽂힌다.

衝人決起百餘尺          사람에 부딪혀 백여 척이나 솟더니

紅翎白鏃相傾斜          붉은 깃에 흰 화살촉과 동시에 기울어진다.

將軍仰笑軍吏賀          장군이 쳐다보고 웃고 부하들은 웃으니

五色離披馬前墜          오색 깃털이 흩어지며 말 앞에 떨어지는구나.

 

 

醉贈張秘書              취하여 장비서에게 주다

 

人皆勸我醉              사람들은 모두 나에게 술을 권했지만

我若耳不聞              나는 듣지 못한 척하였다.

今日到君家              오늘 그대 집에 와

呼酒持勸君              술을 청해 그대에게 권한다.

爲此座上客              이 자리의 손님

及余各能文              그리고 내가 글을 지을 수 있기 때문이네.

君詩多態度              그대의 시는 표현에 법도가 있어

藹藹春空雲              봄날의 한가한 구름 같이 어울려 있소.

東野動驚俗              동야 맹교는 세상을 놀라게 하고

天葩吐奇芬              하늘의 꽃이 기이한 향기를 뿜는다.

張籍學古淡              장적은 옛적의 고담한 기풍을 배워

軒鶴避鷄群              높이 나는 학이 닭들을 피하려는 듯하네.

阿買不識字              내 조카는 글도 읽지 못하지만

頗知書八分              팔분체 글씨는 곧잘 쓸 줄 안다네.

詩成使之寫              시가 완성되면 그에게 베끼도록 하여

亦足張吾軍              또한 우리의 군진을 펼치기에 충분하다.

所以欲淂酒              술을 얻으려는 이유는

爲文俟其醺              얼큰하게 취하기를 기다려 문장을 지으려는 것이네.

酒味旣冷冽              술맛은 차고도 시원하여

性情漸浩浩              심정이 점점 호탕해진다.

諧笑方云云              어울려 이야기하고 웃음이 왁자지껄하니

此誠得酒意              이것이 술 마시는 뜻이요

餘外徒繽粉              이외의 다른 것은 공연히 어지러울 뿐이네.

長安衆富兒              서울 장안의 많은 부자들

盤饌羅羶葷              소반엔 고기와 나물로 가득 늘어놓았네.

不解文字飮              글도 모르고 술만 마시고

惟能醉紅裙              오직 붉은 치마 입은 여인들과 취하기만 하네.

雖得一餉樂              비록 잠시의 즐거움은 얻을 수 있겠지만

有如聚飛蚊              모여서 날아다니는 모기와 같다네.

今我及數子              지금 나와 여러 손님들은

故無蕕與薰              본래 유(蕕)풀과 훈(薰)풀 같이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란 없다네.

險語破飛膽              뛰어난 글은 귀신의 간담도 깨뜨리고

高詞媲皇墳              고상한 글은 삼황시대의 글과 견줄 만하다.

至寶不雕琢              지극한 보석은 깎고 다듬을 필요가 없으니

神功謝鋤芸              신묘한 공적은 호미질 하지 않고 김매지 않는다네.

方今向泰平              지금은 태평세월이 되어가고

元凱承華勛              어진 이들이 성군의 화려한 공을 잇고 있네.

吾徒幸無事              우리에겐 다행히 아무 일도 없으니

庶以窮朝曛              이러한 일로 아침부터 저녁까지 노력하기를 바라네.

 

 

八月十五夜贈張功曹      8월 15일 밤에 장공조에게 주다

 

纖雲四捲天無河          가는 구름 사방에 드리워 하늘에 은하수가 안 보이더니

清風吹空月舒波          맑은 바람 빈 하늘에 불어오자 달은 빛을 펴는구나.

沙平水息聲影絶          모래톱 평평하고 물은 잔잔하여 소리와 그림자도 끊어지고

一杯相屬君當歌          한 잔 들어 서로 권하니 그대는 노래를 불러야 하리라.

君歌聲酸辭且苦          그대의 노랫가락 쓰리고 노랫말 또한 괴로워

不能聽終淚如雨          끝까지 듣지 못하고 눈물이 비같이 흘러내린다.

洞庭連天九疑高          동정호 물은 하늘에 닿고 구의산은 높기도 한데

蛟龍出沒猩鼯號          교룡은 출몰하고 성성이와 박쥐는 울부짖는다.

十生九死到官所          구사일생으로 관소에 이르니

幽居默默如藏逃          그윽한 거처는 조용하여 깊숙이 도망쳐 숨은 듯 하구나.

下床畏蛇食畏藥          침상에서 내려가려니 뱀이 겁나 먹은 것에는 독이 있을까 두려웠고

海氣濕蟄熏腥臊          호수 기운 습하고 더운데 비린 냄새 후끈거리는구나.

昨者州前槌大鼓          지난 번에 주청사 앞에서 큰 북 쳐서 알렸는데

嗣皇繼聖登夔皐          새 황제 자리 이으시고 기(夔)와 고(皐)같은 신하들 등용하셨다네.

赦書一日行萬里          특사하는 글 하루에도 천 리나 달려서

罪從大辟皆除死          죄로 사형을 받았던 자들 모두 죽음이 면제되었다네.

遷者追迴流者還          좌천되었던 자들 다시 올라가고 유배되었던 자 돌아 왔다네.

滌瑕蕩垢清朝班          잘못은 벗겨지고 때는 씻겨져 맑은 관리로서 조회에 나갔다네.

州家申名使家抑          고을에서는 나의 이름 올렸으나 관찰사가 억눌렀고

坎軻祇得移荊蠻          불행하게도 얻은 것은 형주 땅 오랑캐 고을로 전근발령이었다네.

判司卑官不堪說          우리들 맡은 일 모두 다 낮은 관직이라 설명하기도 어렵다네.

未免輩楚塵埃間          티끌 속에 매달려서 회초리로 얻어맞는 신세 면하지 못하고

同時輩流多上道          동시에 유배되었던 친구들 많아 조정으로 급히 불리어 갔다네.

天路幽險難追攀          길은 아득하고 험하여서 따라가 잡기가 힘들었네.

君歌且休聽我歌          그대 노래 잠시 그치고 내 노래를 들어 보게나

我歌今與君殊科          내 노래는 지금 그대의 노래와 종류가 다르니

一年明月今宵多          일 년 동안에 밝은 달이 오늘 밤이 가장 밝다네.

人生由命非由他          인생살이 운명에 달렸지 결코 다른 데 달려있지 않으니

有酒不飮奈明何          술이 있는데도 마시지 않는다면 저 밝은 달 무엇하리오.

 

 

葡萄

 

新莖未徧半猶枯          새 줄기 두루 못 펼치고 반은 말라 가는데

高架支離倒復扶          높은 시렁 완전치 못해 무너진 걸 다시 괴었네.

若欲滿盤堆馬乳          쟁반에 가득 마유를 담아서 먹고 싶거든

莫辭添竹引龍鬚          대를 더 붙여 포도덩굴 인도하길 사양치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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