哭孟浩然 맹호연을 곡하다
故人不可見 친구를 만나 볼 수 가 없는데
漢水日東流 한강의 물은 날마다 동으로 흐른다.
借問襄陽老 양양 땅 노인에게 물어보니
江山空蔡洲 채주에는 강산이 비었다고 하는구나.
哭殷遙
送君返葬石樓山 그대 보내려 돌아와 석루산에 장사지내니
松柏蒼蒼賓馭還 송백은 짙푸른데 손님들 말 타고 돌아간다.
埋骨白雲長已矣 흰 구름에 뼈를 묻으니 영원히 그만인데
空餘流水向人間 쓸쓸히 남은 물만 세상으로 흘러간다.
過感化寺曇興上人山院 감화사 담흥스님의 산원을 찾아
暮持筇竹杖 날 저물어 지팡이 짚고
相待虎溪頭 호계 개울가에서 기다린다.
催客聞山響 산울림 들으며 손님 보내고
歸房逐水流 물길 따라 선방으로 돌아온다.
野花叢發好 들꽃은 떨기지어 좋게도 피고
谷鳥一聲幽 골짝 새는 울음소리 그윽하다.
夜坐空林寂 밤에 홀로 앉은 적막한 빈 숲
松風直似秋 불어오는 솔바람이 가을 같구나.
過李揖宅 이읍의 집을 지나며
閒門秋草色 한가로운 문 앞엔 가을 풀빛
終日無車馬 종일토록 말과 수레 하나도 없다.
客來深巷中 깊숙한 골목으로 손님 오면
犬吠寒林下 차가운 숲 아래 개가 짖는다.
散髮時未簪 때로는 묶지 않은 흩어진 머리칼
道書行尙把 도교의 책을 손에 들고 나다닌다.
與我同心人 나와 마음이 같은 사람들
樂道安貧者 도를 즐기고 가난에도 마음은 편하다.
一罷宜城酌 의성에서 온 술을 한 차례 마시고
還歸洛陽社 다시 또 낙양사로 되돌아간다.
過香積寺
不知香積寺 향적사를 알지 못해
數里入雲峯 구름 낀 봉우리로 몇 리를 들어갔네.
古木無人徑 고목은 우거져 사람 다닐 길도 없는데
深山何處鍾 깊은 산 어디선가 종소리 들리는구나.
泉聲咽危石 샘물 소리는 높은 바위틈에서 울리고
日色冷靑松 햇빛은 푸른 솔에 비쳐 차갑기만 하구나.
薄暮空潭曲 땅거미 지는 빈 못 가에서
安禪制毒龍 좌선으로 독룡(망상)을 억누르네.
觀獵
風勁角弓鳴 바람은 거세고 살은 우는데
將軍獵渭城 장군은 위성에서 사냥을 시작한다.
草枯鷹眼疾 풀이 말라 송골매는 눈초리 빨리 움직이고
雪盡馬蹄輕 눈이 녹아 말굽소리도 가볍다.
忽過新豊市 문득 신풍시를 지나다
還歸細柳營 세류영에 돌아온다.
回看射鵰處 독수리 쏘아 떨어뜨린 곳 돌아보니
千里暮雲平 천리 먼 곳까지 저녁 구름 아득하다.
將軍 - 한 대 명장 周竝
渭城 - 진대는 함양성, 한대에 개명
觀別者 이별의 광경을 보고
靑靑楊柳陌 푸르고 푸른 버드나무 거리
陌上別離人 거리에는 떠나는 사람 있어라.
愛子游燕趙 자식이 연나라와 조나라 땅으로 유랑가고
高堂有老親 집에는 홀로 늙은 부모님만 남았어라.
不行無可養 떠나지 않으려니 부모 봉양 어렵고
行去百憂新 떠나자니 온갖 근심이 새롭구나.
切切委兄弟 절절히 남은 형제에게 부탁하고
依依向四鄰 아쉬워하며 이웃들을 돌아본다.
都門帳飮畢 도성 성문 밖에서 이별의 술자리 끝나니
從此謝親賓 여기서 육친과 이웃들과 떠나야 한다네.
揮淚逐前侶 눈물을 닦으며 앞 사람을 따라가니
含悽動征輪 처연함을 머금고 길 떠나는 수레를 움직인다.
車徒望不見 수레 탄 사람들, 이제 보아도 보이지 않고
時時起行塵 때때로 길 먼지만 일어난다.
余亦辭家久 나도 집 떠나온 지 오래라서
看之淚滿巾 이 광경을 보니 눈물이 수건에 가득하다.
九月九日 憶山東兄弟 중양절 매봉가절
獨在異鄕爲異客 나만 홀로 타향에 외로운 나그네
每逢佳節倍思親 명절되면 부모형제 더욱 그립다.
遙知兄弟登高處 먼 곳의 형제들 높은 곳에 올라
便揷茱萸少一人 한사람 비었음을 이야기 하겠지.
- 중양절에는 산수유 열매를 다들 머리에 꽂는 관습이 있음
口號又示 裴迪
安得捨塵網 어찌해야 티끌세상 그물 벗어나
拂衣辭世喧 옷자락 떨치고 세상소란 버릴까.
悠然策藜杖 유유히 청려장 짚고
歸向桃花源 도화원 향해 돌아가자꾸나.
宮槐陌
仄徑蔭宮槐 비스듬한 길에 홰나무 그늘져 있는데
幽陰多綠苔 그윽하고 어둑한 길에 푸른 이끼 많구나.
應門但迎掃 문지기야, 손님 맞을 길 쓸어두어라
畏有山僧來 행여나 山에 계신 스님 올 것 같구나.
歸輞川作 망천장에 돌아와 짓다
谷口疎鐘動 골짜기 입구에 종소리 성기어 지고
漁樵稍欲稀 나무꾼과 어부도 점차 드물어지려 하네.
悠然遠山暮 유연히 먼 산 빛 저물어 올 때
獨向白雲歸 홀로 흰 구름을 향하여 돌아왔네.
菱蔓弱難定 마름 덩굴은 여리어 흐느적대고
楊花輕易飛 버들개지 가벼워 쉬이 날리네.
東臯春草色 동쪽 언덕의 덧없는 봄빛에
惆悵掩柴扉 서글픈 마음으로 사립門을 닫는다.
輞川 - 섬서성 남전현 종남산 아래에 있다. 송지문이 남전 별장을 지었었는데, 왕유가 만년에 이 별장을 사서 은거하였다
歸嵩山作 숭산에 돌아가며 시를 짓다
淸川帶長薄 맑은 개울 긴 숲 끼고
車馬去閑閑 수레 타고 한가히 간다.
流水如有意 흐르는 물은 무슨 마음 있는 듯 하고
暮禽相與還 나는 저녁 새와 함께 돌아온다.
荒城臨古渡 황폐한 성은 옛 나루에 접해있고
落日滿秋山 지는 햇빛 가을 山에 가득하다.
迢遞嵩高下 멀리 숭산 아래로 찾아들어
歸來且閉關 내 집에 돌아와 문을 닫는다.
斤竹嶺
檀欒映空曲 밋밋한 대숲, 빈 개울 굽이에 비치고
靑翠漾漣漪 산빛은 푸르고 잔물결 출렁거린다.
暗入商山路 어두워져 상산의 길로 접어드니
樵人不可知 나무꾼마저도 알아볼 수 없으리라.
金屑泉
日飮金屑泉 매일 금설천을 마시면
少當千餘歲 젊음으로 천 년 넘게 산다네.
翠鳳翔文螭 비취 봉황수레 타고 미룡(美龍)처럼 날아올라
羽節朝玉帝 깃털 부절잡고서 옥황상제를 조회한다.
淇上卽事 기수가에서 본대로
屛居淇水上 기수 가에 숨어 사노니
東野曠無山 동편 들판은 넓어서 산도 없다.
日隱桑柘外 해는 뽕나무 밖으로 숨고
河明閭井間 강물은 마을 사이로 밝게 비친다.
牧童望邨去 목동은 마을을 바로 보며 떠나고
田犬隨人還 사냥개는 주인을 따라 돌아간다.
靜者始何事 은자가 무슨 일을 시작하랴
荊扉乘晝關 사립문은 낮에도 닫아놓으리.
寄荊州張丞相 형주의 장승상에게
所思竟何在 그리운 분, 당신은 결국 어디 계신지요
悵望深荊門 창망히 깊숙한 형문산을 바라봅니다.
擧世無相識 온 세상에 알아주는 이 하나 없으니
終身思舊恩 종신토록 지난 은혜 생각하고 있습니다.
方將與農圃 이제 농사도 밭농사에 뛰어들어
藝植老邱園 채소를 심으며 전원에서 늙어가렵니다.
目盡南飛鳥 남으로 날아가는 새를 끝까지 바라보며
何由寄一言 어찌해야 한 마디라도 전할 수 있을런지요.
洛陽女兒行 낙양 여인의 노래
洛陽女兒對門居 대문 맞은 편에 낙양의 처녀가 사는데
纔可顔容十五餘 겨우 열다섯 살에 용모도 아름답다.
良人玉勒乘驄馬 낭군은 옥장식 준마 타고
侍女金盤膾鯉魚 시녀는 금쟁반에 잉어회를 바친다.
畫閣朱樓盡相望 화려한 집 붉은 누대에 진종일 마주보며
紅桃綠柳垂簷向 붉은 복숭아 푸른 버들 처마 향해 늘어졌다.
羅帷送上七香車 비단 휘장에 칠향거에 태워져 오르고
寶扇迎歸九華帳 귀한 부채로 맞아들여 구화장 침실로 든다.
狂夫富貴在靑春 호탕한 지아비들 부귀는 어릴 적부터 있었고
意氣驕奢劇季倫 의기는 방탕하고 사치함이 계륜보다 심하도다.
自憐碧玉親敎舞 스스로 미인들을 좋아하여 직접 춤을 가르치고
不惜珊瑚持與人 산호 보석 남에게 주는 것도 아끼지 않았도다.
春窓曙滅九微火 봄날 창가에 날이 밝아야 화려한 구미등불 끄고
九微片片飛花璅 구미 등잔에 불꽃이 편편히 꽃가루처럼 날린다.
戱罷曾無理曲時 놀이가 끝남에 음악 익힐 시간이 없어
妝成祗是薰香坐 화장이나 하고서는 향기만 풍기며 앉아있도다.
城中相識盡繁華 성안에서 알고 지내는 사람들 모두가 부호들이요
日夜經過趙李家 밤낮으로 조비연과 이평 같은 귀부인들이도다.
誰憐越女顔如玉 누가 어여삐 여길까, 여인의 얼굴이 玉 같아도
貧賤江頭自浣紗 가난하고 천해서 강 가에서 빨래나 하는 것을.
欒家瀨
颯颯秋雨中 후두둑 가을비 속에
淺淺石溜瀉 개울물이 콸콸 돌 사이로 흘러내린다.
跳波自相濺 물살이 서로 부딪쳐 방울 튀니
白鷺驚復下 백로는 놀라 날아올랐다 다시 내려앉는다.
藍田山石門精舍 남전산 석문정사에서
落日山水好 해질 때 산수는 더욱 좋아
漾舟信歸風 배는 흔들흔들 바람에 맡겨두네.
玩奇不覺遠 기이한 경치 보며 먼 줄도 모르고
因以緣源窮 물 근원 끝까지 찾아가려네.
遙愛雲木秀 멀리 구름에 닿을 듯 큰 나무들 빼어났고
初疑路不同 처음엔 길이 물줄기와 다른 줄 생각했더니
安知淸流轉 맑은 물 휘돌아 흐르는 곳에서
偶與前山通 뜻밖에 앞 산과 통하네.
捨舟理輕策 배를 버리고 가벼운 지팡이 짚고
果然愜所適 다다른 곳 과연 마음에 흡족하네
老僧四五人 노승 너댓 사람이
逍遙蔭松柏 송백나무 그늘에서 소요하는구나.
朝梵林未曙 새벽 독경하는데 숲은 밝아오니
夜禪山更寂 밤 참선에 산은 더욱 적적하네.
道心及牧童 깨우친 마음은 목동에게도 미치고
世事問樵客 세상일은 나무꾼에게 묻네.
暝宿長林下 저녁 어두워 우거진 숲 속에 묵으며
焚香臥瑤席 향 사르고 정갈한 자리에 눕네.
澗芳襲人衣 시냇가의 꽃향기는 옷에 스미고
山月映石壁 산 위의 달은 석벽을 비춘다.
再尋畏迷誤 다시 찾을 때 길 잃을까 염려하여
明發更登歷 날 밝자 다시 주위를 거니네.
笑謝桃源人 웃으며 도화원 속의 사람들과 이별하며
花紅復來覿 복사꽃 붉게 필 때 다시 만나자 하네.
南垞 남쪽 언덕
輕舟南垞去 가벼운 배로 남쪽 언덕으로 가는데
北垞淼難卽 북쪽 언덕은 아득하여 다가서기 어렵다.
隔浦望人家 포구 너머로 인가를 바라보니
遙遙不相識 아득하여 알아보지 못하겠구나.
納凉
喬木萬餘株 만여 그루 우거진 나무 숲
淸流貫其中 맑은 시냇물 그 사이로 흐르네.
前臨大川口 넓은 시내 앞에 섰노라니
豁達來長風 시원한 바람 불어와 속이 확 트인다.
漣漪涵白沙 잔잔한 물결 백사장으로 젖어들고
素鮪如遊空 흰 다랑어는 허공을 헤엄치는 듯하다.
偃臥盤石上 너럭바위 위에 누우니
翻濤沃微躬 출렁이는 물결이 내 몸을 씻어준다.
摗流復濯足 흐르는 물에 양치질하고 발을 씻나니
前對釣魚翁 앞에 마주한 이는 낚시하는 노인장
貪餌凡幾許 낚싯밥 탐하는 물고기 얼마나 되나
徒思蓮葉東 물고기는 연잎의 동쪽 놀이만 생각하는데.
老將行 늙은 장군의 노래
少年十五二十時 소년 나이 열다섯에서 스무 살 적에는
步行奪得胡馬騎 걸으며 호마를 뺏어 올라탔었다.
射殺山中白額虎 산속의 백액호를 활을 쏘아 죽여
肯數鄴下黃鬚兒 업하의 황수아 조조의 아들 조창이라 했다.
一身轉戰三千里 한 몸으로 싸움터로 삼천 리를 돌아다니며
一劍曾當百萬師 한 칼로 백만 군사를 감당했었지.
漢兵奮迅如霹靂 한나라 군사 빠르기 벽력과 같았고
虜騎崩騰畏蒺藜 오랑캐 기병 무너져 날아나기 한려풀 같이 스러졌다.
衛靑不敗由天幸 위청이 패배하지 않음은 하늘의 행운이요
李廣無功緣數奇 이광이 공을 세우지 못함은 운수 탓이라오.
自從棄置便衰朽 버림받은 후에는 바로 쇠하고 허물어지니
世事蹉跎成白首 세상사 잘못되면 바로 백발이 된다네.
昔時飛箭無全目 옛날에는 쏜 화살에 성한 눈이 없었는데
今日垂楊生左肘 지금은 수양버들이 왼 팔꿈치에 돋아나듯 아무것도 아니다.
路旁時賣故侯瓜 가난하여 길가에서 때때로 동릉의 오이도 팔고
門前學種先生柳 문전에서 오류선생 버들 심는 것도 배웠다.
蒼茫古木連窮巷 창망히 고목은 가난한 마을로 이어지고
寥落寒山對虛牖 요락한 한산은 빈 창문으로 들어온다.
誓令疏勒出飛泉 맹서하노니, 소륵에서 샘물 솟게 하고
不似穎川空使酒 영천에서 헛되이 술주정은 않겠소.
賀蘭山下陣如雲 하란산 아래에서 구름처럼 진치고
羽檄交馳日夕聞 전쟁이 일어나 우격이 오고가는 소리 아침저녁 들려온다.
節使三河募年少 절도사는 삼하에서 소년병을 모집하고
詔書五道出將軍 임금의 조서는 오도에서 장군을 출정시킨다.
試拂鐵衣如雪色 철갑옷 먼지 터니 눈같이 뿌옇고
聊持寶劍動星文 보검을 손에 잡으니 별무늬 움직인다.
愿得燕弓射大將 원하노라, 연궁으로 적의 대장을 쏘아
恥令越甲鳴吾君 월나라 갑병으로 하여 우리 임금 울린 것을 부끄럽게 하고싶어라.
莫嫌舊日雲中守 지난날 설중을 지킨 일 부끄러워 말지니
猶堪一戰取功勛 오히려 한 번 싸워 공훈을 얻겠노라.
鹿柴
空山不見人 산에는 사람은 보이지 않고
但聞人語響 어디서 사람 소리만 들린다.
返照入深林 저녁놀 숲 속에 스며드니
復照靑苔上 다시 푸른 이끼 위에 비치누나.
隴西行 농서로 가다
十里一走馬 십 리를 한 번에 말 달려
五里一揚鞭 오리에 한 번 채찍 날린다.
都護軍書至 도호의 군문서 이르니
匈奴圍酒泉 흉노는 주천을 에워싼다.
關山正飛雪 관산에는 눈보라 날리고
烽火斷無煙 봉화불 끊어지고 연기도 없다.
答張五弟 장오제에게 답함
終南有茅屋 종남의 한 채의 초가집
前對終南山 앞은 종남산
終年無客長閉關 언제나 찾는 이 없어 문은 닫은 채
終日無心長自閑 한가함 속에 하루가 간다.
不坊飮酒復垂釣 그래도 술 마시고 낚시질은 할 만하니
君但能來相往還 그대는 가끔 찾아와 보게나.
待儲光羲不至 오지 않는 저광희를 기다리며
重門朝已啓 겹겹의 문이 아침에 이미 열려
起坐聽車聲 일어나 앉아서 수레소리 듣는다.
要欲聞淸珮 맑은 패옥소리 들려 올 즈음
方將出戶迎 막 문을 나아가 맞으려 하였다.
晩鐘鳴上苑 새벽 종소리 상원(上苑)에서 들려오고
疎雨過春城 성긴 비가 봄날 성을 지나간다.
了自不相顧 결국 그대 찾아와 보지 않는데
臨堂空復情 마루에 나가 공연히 정을 품는다.
桃源行 도원의 노래
漁舟逐水愛山春 고깃배로 물 따라 산속 봄을 즐겨보니
兩岸桃花夾去津 양쪽 언덕 복숭아꽃 지나는 나루터를 끼고 있다.
坐看紅樹不知遠 꽃과 나무 앉아 구경하느라 먼 줄도 모르고
行盡靑溪不見人 푸른 개울까지 걸어가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山口潛行始隈隩 산굴로 몰래 걸어가니 처음엔 후미지고 으슥한데
山開曠望旋平陸 산이 넓은 전망이 열려 곧 평원으로 되었다.
遙看一處攢雲樹 멀리 한 곳을 살펴보니 구름과 산이 모여 있어
近入千家散花竹 가까이 들어가니 집집이 꽃과 대나무가 흩어져있다.
樵客初傳漢姓名 나무꾼이 처음에는 한나라 성명을 전하고
居人未改秦衣服 그곳 사는 사람들은 아직 진나라 시대 옷을 바꾸지 않았다.
居人共住武陵源 주민들은 무릉의 도화원에 함께 살며
還從物外起田園 세상에서 돌아와 전원을 일으켰도다.
月明松下房櫳靜 달은 소나무 아래에 밝아 창문가로 조용하고
日出雲中雞犬喧 해는 구름 속에서 뜨고 닭과 개소리 시끄럽다.
驚聞俗客爭來集 세상 손님 찾아왔다는 소문 듣고 놀라
競引還家問都邑 다투어 집으로 데려가 고향 마을 소식을 묻는다.
平明閭巷掃花開 날이 밝자 마을 골목길을 꽃을 쓸어 열고
薄暮漁樵乘水入 해질 녘에 어부와 나무꾼은 배를 타고 들어온다.
初因避地去人間 처음에는 난리를 피하여 인간세상 떠났으나
更聞成仙遂不還 다시 선경을 이루고는 마침내 돌아가지 않았다.
峽裏誰知有人事 협곡 속에서 인간의 삶이 있을 줄을 누가 알까
世中遙望空雲山 세상에서 아득히 보면 쓸쓸한 구름 덮인 산이로다.
不疑靈境難聞見 신령한 경지를 찾아보기 어려움을 생각도 못하고
塵心未盡思鄕縣 세상 마음 다하지 못하고 고향 고을 그리워한다.
出洞無論隔山水 동굴을 나와서는 산과 물 건너는 것 가리지 않고
辭家終擬長游衍 집 떠나 끝내는 길이 도화원에 놀고 싶어 하였다.
自謂經過舊不迷 스스로 지나가 본 옛 길은 잃지 않으리라 생각했지만
安知峯壑今來變 봉우리와 골짜기가 지금은 변해진 것을 어찌 알았으랴.
當時只記入山深 당시에 단지 기억나는 곳, 산 깊은 곳으로 들어가니
靑溪幾度到雲林 푸른 계곡물을 몇 번이나 건너 구름 낀 숲에 이렀던가.
春來徧是桃花水 봄이 되니 온통 복숭아꽃 떠 흐르는 물이라
不辨仙源何處尋 선경의 도화원을 어느 곳에서 찾을지 분간하지 못하겠다.
渡河到淸河作 황하 근처 청하에 이르러 짓다
汎舟大河裏 큰 강물에 배를 띄우고
積水窮天涯 모여든 물길이 하늘까지 뻗힌다.
天波忽開拆 하늘과 물결이 갑자기 열려
羣邑千萬家 뭇 고을 수 천 집들이 나타난다.
行復見城市 가다가 다시 성시가 보이고
宛然有桑麻 어렴풋이 뽕밭과 삼밭이 나타난다.
廻瞻舊鄕國 고개 돌려 고향 땅 바라보니
淼漫連雲霞 가득한 강물은 구름과 놀에 닿아있다.
冬晩對雪憶胡居士家 겨울 저녁 눈을 보며 호거사의 집을 생각하다
寒更傳曉箭 차가운 북소리 새벽을 알리고
淸鏡覽衰顔 맑은 거울에 초췌한 얼굴 비춰본다.
隔牖風驚竹 창 밖에는 바람 불어 대나무 놀라고
開門雪滿山 문을 여니 눈이 산에 가득하구나.
灑空深巷靜 눈발 공중에 날리니 골목이 조용하고
積素廣庭閒 쌓인 흰 눈에 넓은 뜰이 한가하다.
借問袁安舍 묻노니, 한나라 선비 원안의 집안에
翛然尙閉關 태연자약하게 아직도 문 닫고 있을까.
冬夜書懷 겨울밤에 회포를 적다
冬宵寒且永 차갑고도 긴 겨울밤
夜漏宮中發 궁중에서 밤 시간 알린다.
草白靄繁霜 하얀 들풀 위 무성한 서리
木衰澄淸月 앙상한 나무에 맑은 달빛 깨끗하다.
麗服映頹顔 고운 옷에 늙은 얼굴빛
朱燈照華髮 붉은 등잔 불빛에 백발 머리.
漢家方尙少 한나라 왕실은 젊은이만 중용하니
顧影慚朝謁 그림자 돌아보며 알현하기 쑥스럽다.
冬日游覽 겨울날 유람
步出城東門 성 동문으로 걸어 나가
試騁千里目 천 리 먼 곳까지 달려본다.
靑山橫蒼林 청산은 푸른 숲에 가로 눕고
赤日團平陸 붉은 해는 평원에 둥글다.
渭北走邯鄲 위수 북쪽은 감단으로 달리고
關東出函谷 관동지역은 함곡관을 나와서다.
秦地萬方會 진나라 땅으로 만방이 모이고
來朝九州牧 조회 온 전국의 지방관들이 있다.
雞鳴咸陽中 함양성 안에 닭이 울고
冠蓋相追逐 고관대작은 서로 찾아다닌다.
丞相過列侯 승상은 제후들과 서로 오고가며
羣公餞光祿 여러 공경들은 광록훈을 전송한다.
相如方老病 사마상여는 이제 늙고 병들자
獨歸茂陵宿 홀로 무릉으로 돌아와 머물렀도다.
登辨覺寺 변각사를 오르며
竹逕從初地 처음 좁은 대나무 길 따라 가니
蓮峰出化城 연꽃 같은 봉우리 사이로 절이 나타난다.
窓中三楚盡 창으로 초나라 땅이 다 보이고
林外九江平 숲밖엔 동정호가 고요히 흘러간다.
嫩草承趺坐 봄풀 위에 가부좌 하고 앉으니
長松響梵聲 높은 소나무에서 독경소리 들려온다.
空居法雲外 산의 정상 밖에 혼자 사니
觀世得無生 세상일을 바라봄에 생사도 모르겠다.
晩春嚴少尹與諸公見過 늦은 봄날 엄소윤과 제공들이 들러주다
松菊荒三徑 소나무와 국화 우거진 황폐한 세 갈래 길 있고
圖書共五車 책은 많아 다섯 수레에 가득하도다.
烹葵邀上客 아욱나물 삶아 귀한 손님 맞으니
看竹到貧家 대나무 감상하려 가난한 집에 오셨단다.
雀乳先春草 참새는 봄풀이 돋기 전에 새끼를 까고
鶯啼過落花 꾀꼬리는 꽃 지는 시절이 지났어도 울고 있다.
自憐黃髮暮 누렇게 된 머리, 인생의 말년을 슬퍼하노니
一倍惜年華 갑절로 남은 세월을 아끼며 살아가리라.
輞川閒居 망천에서 한가히 살며
一從歸白社 한 번 백사로 돌아온 뒤로
不復到靑門 다시는 청문에 가지 않았다.
時倚簷前樹 때로 처마 앞 나무에 기대어
遠看原上邨 멀리 언덕 위 마을을 바라본다.
靑菰臨水映 푸른 물풀이 물에 비치고
白鳥向山翻 흰 새는 산을 향해 날갯짓 한다.
寂寞於陵子 적막하게 살고 있는 어릉자
桔槹方灌園 두레박질로 남새밭에 물을 준다.
輞川閑居贈裴秀才迪 망천 에서 한가하게 살면서 수재 배적에게 주다
寒山轉蒼翠 쌀쌀한 산은 더욱 푸르고
秋水日潺湲 가을 시냇물은 종일 맑게 졸졸 흐른다.
倚杖柴門外 지팡이 짚고 사립문 밖에 서서
臨風聽暮蟬 바람을 쏘이며 저녁 매미소리를 듣는다.
渡頭餘落日 나루터엔 지는 햇빛이 남아있고
墟里上孤烟 동네엔 쓸쓸히 연기 오른다.
復値接輿醉 다시 접여와 만나 술에 醉하고
狂歌五柳前 오류선생 집 앞에서 노래 부른다.
孟城坳 맹성 골짜기
新家孟城口 새로 지은 집, 맹성 입구
古木餘垂柳 고목나무 쇠잔한 수양버들
來者復爲誰 다시 오는 사람은 누구일까
空悲昔人有 쓸쓸히 옛사람 존재를 슬퍼한다.
木蘭柴
秋山斂餘照 가을 산에 노을이 걷히어 가니
飛鳥逐前侶 나는 새도 짝을 쫓아 날아가네.
彩翠時分明 푸른빛이 한순간 분명하더니
夕嵐無處所 언뜻 저녁 남기(嵐氣)에 사라져 버렸네.
文杏館
文杏栽爲梁 문행 살구나무 다듬어 大들보 만들고
香茅結爲宇 향기로운 띠풀 엮어서 지붕을 만들었다.
不知棟裏雲 모르겠구나, 마룻대 안에 서린 구름
去作人間雨 떠나가 인간세상의 비 되어 내릴 줄을.
班婕妤 반씨 궁녀
1
玉窗螢影度 옥장식 창에는 반딧불 그림자가 깃들고
金殿人聲絶 금장식 궁전에는 사람소리 끊어졌네.
秋夜守羅帷 가을밤에 비단 휘장을 지키며
孤燈耿不滅 외로운 등불만 꺼지지 않은 채 비치네.
2
宮殿生秋草 궁전에는 가을 풀만 자라고
君王恩幸疎 임금의 사랑은 멀어져만 간다.
那堪聞鳳吹 어찌 견디나, 들리는 풍악소리
門外度金輿 문 밖으로는 金수레가 지나간다.
3
怪來粧閣閉 이상하다, 장각이 닫혀있다
朝下不相迎 조회를 마쳐도 맞이하지를 않는구나.
總向春園裏 모두가 향하느니 봄 동산이라
花間語笑聲 꽃 사이 웃고 떠드는 소리.
白石灘
淸淺白石灘 맑고 얕은 백석 여울물
綠蒲尙堪把 녹색부들 잡힐 것 같다.
家住水東西 집 있는 곳에서 동서로 갈라지고
浣紗明月下 밝은 달빛 아래서 빨래를 한다.
汎前陂
秋空自明逈 가을하늘은 절로 맑고도 아득하니
況復遠人間 하물며 다시 인간세상을 벗어남에야.
暢以沙際鶴 모래 가에 학이있어 상쾌한데
兼之雲外山 구름밖에 산이있어 기분이 더한다.
澄波澹將夕 맑은 물결은 출렁이는데 저녁이 다가오고
淸月皓方閒 청명한 달은 밝아 바야흐로 한가롭구나.
此夜任孤棹 이러한 밤에 나는 외로운 배에 몸을 맡기고
夷猶殊未還 주저하며 특별히 아직 돌아가지 못하네.
別輞川別業 망천의 별장을 떠나며
依遲動車馬 망설이다가 수레와 말 몰아
惆愴出松蘿 슬퍼하며 송라를 빠져나온다.
忍別靑山去 차마 청산을 떠날 수 있을까
其如綠水何 푸른 물결을 어찌하란 말인가.
奉寄韋太守陟 태수 위척에게 삼가 부치다
荒城自蕭索 황폐한 성곽은 절로 쓸쓸하고
萬里山河空 만 리 먼 산하는 공허하기만 하다.
天高秋日逈 하늘 높아 가을 해는 아득하고
嘹唳聞歸鴻 끼룩끼룩 돌아가는 기러기 소리 들린다.
寒塘映衰艸 차가운 연못에는 시든 풀이 비치고
高館落疎桐 높은 별관에는 성긴 오동잎이 떨어진다.
臨此歲方晏 저물어 가는 이곳에 서서
顧景詠悲翁 지는 해 바라보며 사비옹 시를 읊는다.
故人不可見 그리운 친구가 보이지 않아
寂寞平林東 평평한 숲 동쪽에 적막이 깃든다.
扶南曲歌詞五首
1
翠羽流蘇帳 비취새 휘장으로 날아들고
春眠曙不開 봄잠 날 밝아도 깨지를 않네.
羞從面色起 얼굴엔 부끄럼 빛 일고
嬌逐語聲來 아름다움이 말속에 묻어난다.
早向昭陽殿 새벽부터 소양전 향하여
君王中使催 임금님은 시중꾼을 재촉하신다.
2
堂上靑絃動 당 위에는 거문고줄 움직이고
堂前綺席陳 당 앞에는 비단 방석 펴 있도다.
齊歌盧女曲 일제히 부르는 노녀곡
雙舞洛陽人 쌍무를 추는 낙양 사람들의 춤.
傾國徒相看 경국지색의 미녀를 바라보니
寧知心所親 어찌 마음으로 좋아하는 이를 알랴.
3
香氣傳空滿 향기 공기에 퍼져 가득하고
妝華影箔通 꾸민 꽃그늘 발 안에 드네.
歌聞天仗外 하늘 밖 멀리 들리는 노랫소리
舞出御樓中 궁궐 누대에 춤추며 나가네.
日暮歸何處 날이 저물면 어디로 돌아갈런지
花間長樂宮 꽃 사이 장락궁이 보인다.
4
宮女還金屋 궁궐 여인은 궁궐 돌아와
將眠復畏明 잠들려 해도 밝음 두려워라.
入春輕衣好 봄 들어선 가벼운 옷이 좋고
半夜薄妝成 반야엔 엷게 단장한다.
拂曙朝前殿 날 밝은 조전전엔
玉墀多佩聲 패옥소리 섬돌위로 들린다.
5
朝日照綺窓 아침 햇살이 비단 창을 비추고
佳人坐臨鏡 미인은 거울 앞에 앉아있네.
散黛恨猶輕 산만하게 그린 눈썹이 오히려 가볍고
揷釵嫌未正 비녀 꽂음이 바르지 못해 싫다네.
同心勿遽遊 똑같이 경솔하게 놀지 말고
幸待春妝竟 봄 치장을 기다려 주길 바라네.
北垞 북쪽 언덕
北垞湖水北 호수 북쪽에 북의 언덕 있는데
雜樹映朱欄 잡목이 붉은 난간에 비치는구나.
逶迤南川水 구비 구비 흐르는 남천의 강물
明滅靑林端 푸른 숲 끝 쪽으로 명멸하는구나.
使至塞上 어사되어 변방에 이르니
單車欲問邊 홑수레로 가며 변방 물으려니
屬國過居延 속국인 거연을 지난다 하네.
征蓬出漢塞 먼 길 가는 쑥풀 한나라 변방에서 나오고
歸雁入胡天 돌아오는 기러기 토번 땅으로 들어오네.
大漠孤煙直 고비사막 외로운 연기 곧고
長河落日圓 제수에 떨어지는 해 둥그네
蕭關逢候騎 소관에서 척후기병 만나니
都護在燕然 도호는 연연산에 있다하네.
山居卽事 산에 살며 만나는 일
寂寞掩柴扉 적막감에 쌓여서 사립문 닫고
蒼茫對落暉 멀거니 지는 햇볕 마주 바라본다.
鶴巢松樹徧 이곳저곳 소나무엔 학이 둥지를 틀고
人訪蓽門稀 찾아오는 사람은 드물구나.
嫩竹含新粉 대나무 새순에 새 분말 쌓이고
紅蓮落故衣 붉은 연꽃에서 헌 잎이 떨어진다.
渡頭燈火起 나룻머리에는 등불 켜지고
處處採菱歸 이곳저곳에서 마름 따서 돌아온다.
山居秋暝 산골 집의 가을 저녁
空山新雨後 인적 없는 텅 빈 산에 갓 비가 내린 뒤
天氣晩來秋 산골의 저녁 날씨 가을빛이 완연하네.
明月松間照 막 떠오른 밝은 달이 소나무 사이로 비치고
淸泉石上流 샘에서 솟은 맑은 물이 바위 위로 흐르는데
竹喧歸浣女 댓잎은 사각사각 빨래하던 아낙 돌아가고
蓮動下漁舟 연잎은 흔들흔들 고깃배가 내려가네.
隨意春芳歇 봄꽃이야 제 맘대로 져버렸지만
王孫自可留 가을에도 이 산골은 살 만하다네.
山中
荊溪白石出 형계(섬서성) 계곡물 바닥에 흰 돌 드러나고
天寒紅葉稀 날씨가 차가우니 단풍잎도 듬성하다.
山路元無雨 산길에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닌데
空翠溼人衣 쪽빛 파란하늘이 사람의 옷을 적신다.
山中寄諸弟妹 산중에서 여러 동생들에게
山中多法侶 산중에서는 법려가 많아
禪誦自爲羣 참선과 독송하며 무리가 된다.
城郭遙相望 성곽을 아득히 바라보아도
唯應見白雲 오직 흰 구름만 보일 뿐이로다.
書事 보고 겪은 일을 적어보다
輕陰閣小雨 흐릿한 날 누각에 보슬비 멎었다
深院晝熔開 깊숙한 별장 대낮에 문을 열어본다.
坐看蒼苔色 앉은 채 바라보니 짙푸른 이끼 빛
欲上人衣來 사람의 옷으로 올라오려는 듯하여라.
西施詠
艶色天下重 여자의 아름다움은 모든 사람 좋아하니
西施寧久微 미인 서시도 어찌 시골에 오래도록 묻혀있겠는가?
朝爲越溪女 아침에 월나라 개울가 처녀
暮作吳宮妃 저녁에는 궁궐의 왕비가 되었구나.
賤日豈殊衆 그 녀도 미천할 때, 뭇 여자들과 무엇이 달랐던가?
貴來方悟稀 귀해지니 드문 줄 알았네.
邀人傅脂粉 화장도 남을 시켜 하고
不自著羅衣 비단 옷도 자신이 직접 입지 않았네.
君寵益嬌態 임금이 총애하면 교태도 더욱 늘어나고
君憐無是非 임금이 위해주니 잘잘못도 모른다네.
當時浣紗伴 지난 날 빨래하던 동료들
莫得同車歸 누구도 같이 선택되어 같이 가지 못 했네.
持謝鄰家子 이웃 여자에게 사랑받는 법 알려주어도
效顰安可希 찡그려도 총애 받는 일 어찌 바랄 수 있으리.
少年行 소년을 노래함
其一
新豊美酒斗十千 신풍의 좋은 술은 한 말에 만 전이고
咸陽遊俠多少年 함양에는 의협심 넘치는 젊은이도 많다네.
相逢意氣爲君飮 만나면 의기양양하게 서로 권하며 술 마시는데
繫馬高樓垂柳邊 높은 누각 늘어진 버들 가에 말을 매어놓았네.
其二
出身仕漢羽林郞 출세 길에 나아가 한나라 벼슬 금위군관이 되고
初隨驃騎戰漁陽 처음으로 표기장군 따라 어양 전투에 나갔네.
孰知不向邊庭苦 누가 알리오. 전장을 괴로움으로 여기지 않음을
縱死猶聞俠骨香 설령 죽더라도 오히려 장부다운 기골의 향기 남겨지네.
漢 - 여기선 당나라
羽林郞 - 한나라 황실의 시위부대로 우림군이 있었으며 우림랑은 장교직인 금위군관으로 대부분 권문세족 자제였다
漁陽 - 군 이름이자 현 이름으로 군은 유주에 속하며 9개 현을 관할했다. 치소는 어양현인데, 현의 성터는 지금의 북경시 밀운에 있다
其三
一身能擘兩雕弧 한 몸에 꾸민 활에 두 개의 화살을 능히 잡으니
虜騎千重只似無 오랑캐 기병 천 겹도 단지 없는 듯하네.
偏坐金鞍調白羽 황금 안장에 비껴 앉아 백우전(새의 깃을 단 화살)을 매기니
紛紛射殺五單于 잇달아 화살 쏘아 적장들 목숨 거두네.
其四
漢家君臣歡宴終 한나라 군신들 환영연회를 마치고
高議雲臺論戰功 구름 위 높은 회의실에서 전공을 논하네.
天子臨軒賜侯印 천자께서 자리에 임석하시어 제후의 인(印)을 하사하시니
將軍佩出明光宮 장군들이 후인을 차고 명광궁을 나서네.
送邱爲往唐州 당주로 돌아가는 구위를 송별하며
宛洛有風塵 완읍과 낙양에 풍진이 일어
君行多苦辛 그대 행차에 많은 고생 있으리라.
四愁連漢水 사수의 우국정성 한수에 잇다르고
百口寄隨人 집안 식구를 수인들에 맡겼다.
槐色陰淸晝 홰나무 짙푸른 빛이 대낮에 그늘지고
楊花惹暮春 버들가지 늦봄을 끌어낸다.
朝端肯相送 조정의 대신들은 기꺼워 보내주니
天子繡衣臣 천자의 총애 받는 수의신이로다.
送綦母校書棄官還江東 벼슬을 그만두고 강동으로 가는 교서 기모잠을 보내며
明時久不達 오랜 태평성대에도 현달하지 못하고
棄置與君同 버려져 등용되지 못한 일이 그대와 같아라.
天命無怨色 천명에는 원망의 빛도 없으니
人生有素風 인생에는 소박한 기풍이 있도다.
念君拂衣去 그대가 옷 떨치고 떠나가니
四誨將安窮 세상에서 빈궁함에도 편안히 살리라.
秋天萬里淨 가을 하늘은 만 리나 맑고
日暮澄江空 해 저문 맑은 강은 공허하기만 하여라.
淸夜何悠悠 맑은 밤은 어찌나 유유한지
扣舷明月中 밝은 달빛 아래서 뱃전을 두드리네.
和光漁鳥際 물고기와 물새 사이에 밝은 빛 조화롭고
澹爾蒹葭叢 담박하고 한가로운 갈대떨기 속이로다.
無庸客昭世 밝은 세상에서 떠도는 나그네 없으련만
衰鬢日如蓬 흰머리는 날마다 쑥대처럼 날리네.
頑疎暗人事 완고하고 쇠락한 이 몸, 세상살이 어둡고
僻陋遠天聽 사는 곳 외지고 누추하여 임금님 모르시나니.
微物縱可採 미천한 사람도 설사 채용된다 해도
其誰爲至公 그 누가 지극히 공정하게 하겠는가.
余亦從此去 나도 이곳을 떠나가면
歸畊爲老農 전원으로 돌아가 늙은 농부가 되리라.
送綦毋潛落第還鄕 기무잠이 과거에 떨어져 고향으로 가는 것을 전송하다
聖代無隱者 태평한 시대에 은자는 없어
英靈盡來歸 뛰어난 인재들이 모두 조정에 돌아왔다네.
遂令東山客 산동에 귀양살이 하던 나그네도
不得顧采薇 고사리 캐는 생활할 수 없었던가.
旣至金門遠 이미 금마문에 이른지 오래지만
孰云吾道非 누가 우리들의 이상이 그릇되다 하리오.
江淮度寒食 고향 떠나 강회에서 한식을 보내는데
京洛縫春衣 장안가 낙양에서는 봄옷을 만드네.
置酒長安道 장안길에 술자리 마련함은
同心與我違 마음 맞는 옛 친구와 이별의 정이라네.
行當浮桂棹 그대 떠남에 배를 탈 것이니
未几拂荊扉 얼마 되지 않아 그대 집 대문에 닿겠지.
遠樹帶行客 멀리 보이는 나무를 나그네가 안고
孤城當落暉 외로운 성에는 저녁 빛이 깔리겠지.
吾謀適不用 우리들의 생각이 마침 나라에 쓰이지 못하지만
勿謂知音稀 참된 친구 드물다고 생각하지 말게나.
金馬門 - 한대 미앙궁의 문의 하나
送別
下馬飮君酒 말에서 내려 그와 술잔을 나누며
問君何所之 그대는 어디로 가시는가 물었다.
君言不得意 그의 대답이 장부의 큰 뜻 얻지 못하여
歸臥南山陲 남산 기슭에 돌아가 묻혀 살려한단다.
但去莫復問 다만 가노니 이제 그만 물으라며
白雲無盡時 그 곳엔 흰 구름만 겹겹이 쌓여 있다네.
送秘書晁監還日本 일본으로 돌아가는 비서감 조형을 보내며
積水不可極 바다는 끝이 없으니
安知滄海東 어찌 창해의 동쪽에 나라가 있음을 알랴!
九州何處遠 구주는 얼마나 아득한가?
萬里若乘空 만 리 멀리 어떻게 날아서 가리오.
向國唯看日 나라로 향할 때는 해만 보고 가고
歸帆但信風 배로 돌아가니 바람만 의지해 가리.
鰲身映天黑 거대한 자라의 몸은 하늘을 검게 비추고
魚眼射波紅 물고기의 눈은 물결을 붉게 쏘아보리라.
鄕樹扶桑外 고향의 나무는 부상 밖에 있고
主人孤島中 그대는 외로운 섬 가운데서 살아가리.
別離方異域 헤어지면 장차 서로 다른 곳에 있으니
音信若爲通 소식을 어떻게 전해야 할까?
送神曲 신을 보내는 노래
紛進拜兮堂前 섞이어 나아가 당앞에 절하고
目眷眷兮瓊筵 구슬로 꾸민 자리 자꾸 바라본다.
來不語兮意不傳 온다고 말하지 않으니 마음을 전하지 못하고
作暮雨兮愁空山 저녁 비 내리니 빈 산은 서글퍼라.
悲急管思繁絃 슬픈 피리소리 빠르고 마음은 악기줄처럼 엉기고
靈之駕兮儼欲旋 신령의 수레가 엄숙히 돌려고 한다.
雲收兮雨歇 구름 걷히자 비 내리려 하는데
山靑靑兮水潺潺 산은 푸르기만 하고 물은 잔잔히 흘러간다.
送宇文太守赴宣城 선성으로 부임해가는 태수 우문을 보내며
寥落雲外山 구름 넘어 산 쓸쓸한데
迢遙舟中賞 아득히 배 안에서 풍경을 본다.
鐃吹發西江 징과 피리 소리에 그대 서강으로 떠나니
秋空多淸響 가을 하늘에 온통 맑은 소리 가득하다.
地逈古城蕪 땅은 아득하고 옛성에 풀 무성한데
月明寒潮廣 달은 밝고 차가운 물결 한없이 넓어라.
時賽敬亭神 때 맞춰 경정산 산신에게 제사 올리고
復解罟師網 다시 어부의 그물을 풀어 방생을 한다.
何處寄相思 어느 곳에 그리움을 부쳐보려나
南風吹五兩 남풍은 뱃고물에 붙은 오량에 불어온다.
送友人歸山歌 친구를 산으로 보내는 노래
1
山寂寂兮無人 산속은 적막하고 사람은 아무도 없어
又蒼蒼兮多木 게다가 짙푸르게도 나무도 많도다.
羣龍兮滿朝 수많은 유능한 신하들 조정에 가득한데
君何爲兮空谷 그대는 어찌하여 빈 골짝에 남아 있는가.
文寡和兮思深 화답해 적은 글은 사상이 깊고
道難知兮行獨 알기 어려운 진리는 행하기도 외로워라.
悅石上兮流泉 즐거워라, 돌 위를 흐르는 샘물
與松門兮艸屋 소나무 문과 초가집이로다.
入雲中兮養雞 구름 속 깊이 들어 닭을 기르고
上山頭兮抱犢 산머리에 올라 송아지를 기른다.
神與棗兮如瓜 신선이 대추를 주니 참외처럼 크고
虎賣杏兮收穀 호랑이는 살구 팔아 곡식을 사는구나.
愧不才兮妨賢 재능 없이 어진 인재 등용을 방해함이 부끄럽고
嫌旣老兮貪祿 이미 늙어서도 벼슬을 탐함이 싫어진다.
誓解印兮相從 맹서하건데 인끈 풀어 그대를 따를지니
何詹尹兮可卜 어찌 첨윤에게 점쳐봐야 하리오.
2
山中人兮欲歸 산속 사람 돌아가려니
雲冥冥兮雨霏霏 구름은 어둑하고 비는 주룩주룩 내린다.
水驚波兮翠菅靡 내리는 물은 물결을 놀래키고 푸른 솔새풀은 쓰러지고
白鷺忽兮翻飛 백로는 문득 날개 치며 날아오른다.
君不可兮褰衣 그대는 옷 걷고 떠나서는 아니되나니
山萬重兮一雲 산은 천만 겹으로 뻗어있고 구름이 자욱하다.
混天地兮不分 뒤섞인 천지를 분별하지 못하겠고
樹晻曖兮氛氳 나무에는 어둑히 짙은 안개 기운 쌓였구나.
猿不見兮空聞 원숭이는 보이지 않고 허공에서 소리만 들린다.
忽山西兮夕陽 홀연히 서산에 夕陽이 비치는데
見東皐兮遠邨 동편 들 언덕 먼 곳에 마을이 보이는구나.
平蕪綠兮千里眇眇 평원은 무성한 푸른 풀빛에 천 리는 아득한데
惆悵兮思君 마음이 서글퍼져 그대 생각하노라.
送元二使安西 / 渭城曲 원씨의 차남을 안서로 보내며
渭城朝雨浥輕塵 위성의 아침비가 가볍게 먼지를 적시니
客舍靑靑柳色新 객사는 푸르러 버들잎은 더욱 싱그럽네.
勸君更進一盃酒 그대에게 권하노니, 한 잔 술을 다시 비우게나
西出陽關無故人 서쪽으로 양관을 나서면 친구도 없을 것이니.
渭城 - 섬서성 서안시 서북에 있고, 진나라 도성인 함양 남쪽으로 위수가 흐른다고 해서 위성
陽關 - 고대 관문의 명칭. 감숙성 돈황현 서북쪽이다
送劉司直赴安西 안서로 부임하는 유사직을 보내며
絶域陽關道 아주 머나먼 땅 양관가는 길
胡煙與塞塵 오랑캐 땅 연기와 변방의 먼지 인다.
三春時有雁 석 달 봄철에도 기러기가 날고
萬里少行人 아득한 만 리 길에는 행인도 드물다.
苜蓿隨天馬 말먹이 목숙풀도 천마 따라 오고
蒲桃逐漢臣 포도는 한나라 사신 쫓아 들어왔어라.
當令外國懼 마땅히 외국으로 하여금 두려워
不敢覓和親 감히 다시는 화친 구하게 하지 말게나.
送張五歸山 장오가 산으로 돌아감을 송별하다
送君盡惆悵 그대 보내려니 너무나 서러워
復送何人歸 다시 누가 돌아감을 배웅하게 될까.
幾日同攜手 며칠 동안 같이 손잡고 노닐다가
一朝先拂衣 하루아침에 먼저 옷자락 떨치고 가는구나.
東山有茅屋 동산에 한 초가 있어
幸爲掃荊扉 바라기는 날 위해 사립문 쓸어주게나.
當亦謝官去 나도 벼슬 버리고 떠나리니
豈令心事違 어찌 마음에 정한 일 그르치게 하리요.
送張判官赴河西 하서 땅으로 부임하는 장 판관을 전송하며
單車曾出塞 단거(單車)로 변방에 나갔었고
報國敢邀勳 나라에 보답할 뿐 공적을 바랄까.
見逐張征虜 이제 정로 장비를 쫓아
今思霍冠軍 이제 관군 곽거병을 생각한다.
沙平連白雪 사막은 흰 눈이 연이어 있고
蓬卷入黃雲 쑥대는 말려 누런 구름 속에 든다.
慷慨倚長劍 강개하며 긴 칼을 차고
高歌一送君 목청껏 노래 불러 그대를 전송한다.
送梓州李使君 재주로 이 사군을 보내며
萬壑樹參天 골짜기마다 나무들은 하늘을 찌르고
千山響杜鵑 산마다 두견새 울음소리.
山中一夜雨 산중에 내리는 밤비에
樹杪百重泉 나무 끝은 온통 작은 샘이 되었네.
漢女輸橦布 한나라 여자들은 동포(橦布)를 나르는데
巴人訟芋田 파촉의 남자들은 토란밭을 다툰다
文翁翻敎授 문옹은 교육정책을 바꾸었으니
不敢倚先賢 감히 선현에 의지하지는 말게나.
送錢少府還藍田 남전 땅으로 돌아가는 전 소부를 보내며
草色日向好 풀빛은 날마다 좋아지고
桃源人去稀 도원에는 사람들 가버려 드물다.
手持平子賦 손에 평자 장형의 귀전부 들고
目送老萊衣 눈앞에 노래자의 색동옷 입은 사람 보낸다.
每候山櫻發 매번 산앵도 필 시절마다
時同海燕歸 바다로 제비 돌아올 때와 함께 하는구나.
今年寒食酒 올 해 한식날 술 마실 쯤에는
應得返柴扉 반드시 고향 사립문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라.
送崔九興宗游蜀 촉으로 원유하는 최흥종을 송별하며
送君從此去 이곳에서 떠나는 그대 전송하려니
轉覺故人稀 더욱 친구가 드문 것을 깨달았도다.
徒御猶回首 마부와 수레 탄 사람도 돌아보니
田園方掩扉 전원의 오막살이에 사립문 있도다.
出門當旅食 문을 나서면 나그네 처지 되리니
中路授寒衣 가다가 두툼한 솜옷이나 보내리라.
江漢風流地 장강과 한수 사이 풍류 서린 땅에서
游人何處歸 떠도는 나그네 어디쯤에서 돌아오려나.
送春詞
日日人空老 날마다 사람은 부질없이 늙어 가고
年年春更歸 해마다 봄은 다시 돌아오누나.
相歡有樽酒 기쁨 함께 나눌 술 단지도 마련했으니
不用惜花飛 꽃이 진다고 슬퍼하지는 말게나.
送平淡然判官 평담연 판관을 보내며
不識陽關路 양관 길을 알지 못하고서
新從定遠侯 새로 정원후를 따라가는구나.
黃雲斷春色 누런 구름은 봄빛을 끊고
畫角起邊愁 장식 뿔피리 변방 근심 일으킨다.
瀚海經年別 한해로 떠나는 이별의 몇 년간
交河出塞流 교하의 강물은 변방을 나와 흐른다.
須令外國使 모름지기 외국의 사신으로
知飮月支頭 월지국 왕 머리로 술 마심 알게 하라.
酬郭給事 곽급사에게 답하다
洞門高閣靄餘暉 동문과 고각에 석양빛 어리우고
桃李陰陰柳絮飛 복숭아와 자두나무에 그늘지고 버들개지 날린다.
禁裏疎鐘官舍晩 궁중의 드문 종소리 관사는 저무는데
省中啼鳥吏人稀 문하성 안에 지저귀는 새소리 들리고 관리들은 드물다.
晨搖玉佩趨金殿 새벽이 되니 패옥을 흔들며 대궐로 달려가고
夕奉天書拜瑣闈 저녁에 임금님 조서 받들어 궁문에 절하고 나온다.
强欲從君無那老 억지로 임금님 따르려하나 늙은 몸을 어찌할까
將因臥病解朝衣 병으로 인하여 장차 조복을 벗을까 하노라.
茱萸沜
結實紅且綠 맺힌 열매 붉기도 하고 또 푸르기도 한데
復如花更開 다시금 꽃들이 핀 듯하여라.
山中倘留客 산중에 만약 손님을 머물게 한다면
置此茱萸杯 이 수유나무 아래서 한 잔 하리라.
酬張少府 장소부의 시에 화답함
晩年惟好靜 늙어가며 고요한 것만 좋아하고
萬事不關心 세상일에 관여하고 싶지 않다네.
自顧無長策 생각하면 나라 위할 묘책 없으니
空知返舊林 그냥 옛날 살던 숲으로 가고 싶네.
松風吹解帶 솔바람은 풀어 놓은 옷깃 스치고
山月照彈琴 산 위위 달은 거문고 타는 모습 비추지.
君問窮通理 그대가 궁하면 통하는 이치 묻는다면
漁歌入浦深 초사에 어부의 노래 들려주려네.
酬諸公見過 제공의 방문을 받은 것에 보답하여
嗟余扑喪 아, 나는 정다운 사람 잃었으니
哀此孤生 애달프다, 이 외로운 인생이여.
屛居藍田 남전에 숨어 살며
薄地躬耕 척박한 땅 몸소 경작하노라.
歲晏輸梲 한 해가 저물면 세금 바치고
以奉粢盛 곡식 가득 담아 조상께 올리노라.
晨往東皐 새벽에 동쪽들로 나아가니
艸露未晞 풀잎에 이슬이 미처 마르지도 않았다.
暮看煙火 저물면 연기 바라보며
負擔來歸 짐 지고 집으로 돌아온다.
我聞有客 손님 찾아왔다는 소식 듣고
足掃荊扉 사립문 앞 충분히 쓸어둔다.
簞食伊何 소쿠리에 담긴 음식은 무엇인가
副瓜抓棘 쪼개 놓은 수박과 따 놓은 대추로다.
羣厠羣賢 여러 어진 이들과 무리지어 어울려
皤然一老 머리 희어진 한 늙은이가 되었구나.
媿無莞簷 부끄럽게도 돗자리나 대자리도 하나 없어
班荊席藁 싸리나무 나누고 볏자리 깔았도다.
汎泛登陂 물에 배 띄워 연못에 올라
折彼荷花 저 연꽃을 꺾어보노라.
淨觀素鮪 맑은 물에 흰 물고기 구경하니
俯映白沙 굽어보니 흰 모래 바닥에 비친다.
山鳥羣飛 산새는 떼 지어 날고
日隱輕霞 해는 엷은 저녁놀 속으로 숨는다.
登車上馬 수레에 오르고 말에 올라 떠나려니
倏忽雨散 문득 내리는 비가 흩어진다.
雀噪荒邨 참새는 황량한 마을에서 지저귀고
雞鳴空館 닭 우는 소리 빈 집에서 들려온다.
還復幽獨 다시 그윽한 고독으로 돌아오니
重欷累嘆 다시 탄식하고 또 거듭 탄식하노라.
宿鄭州 정주에 묵으며
朝與周人辭 아침에 낙양 사람과 이별하고
暮投鄭人宿 저물어 정주사람에 투숙하였다.
他鄕絶儔侶 타향이라 짝할 사람 전혀 없어
孤客親僮僕 외로운 길손은 어린 하인과 어울린다.
宛洛望不見 아득히 낙양 땅 보아도 보이지 않고
秋霖晦平陸 가을비에 평평한 들판이 어두워진다.
田父草際歸 농부는 풀숲 끝에서 돌아오고
邨童雨中牧 고을 아이는 빗속에서 가축을 친다.
主人東皐上 주인은 동쪽 들녘에 있는데
時稼遶茅屋 제철 곡식이 초가집을 둘러있다.
蟲思機杼鳴 풀벌레 시름겹고 베틀소리 울리는데
雀喧禾黍熟 참새소리 시끄럽고 벼와 기장은 익어간다.
明當渡京水 내일은 경수를 건너야 하는데
昨晩猶金谷 어제 저녁에는 금곡에 있었다.
此去欲何言 이곳 떠나며 무슨 말을 하려는가
窮邊徇微祿 두메 산골로 하찮은 녹을 찾아간다.
辛夷塢
木末芙蓉花 나뭇가지 끝에 부용화
山中發紅萼 산속에서 붉은 꽃봉오리 피웠네.
澗戶寂無人 산골짜기 외딴집 사람도 없는데
紛紛開且落 어지러이 피었다 다시 지는구나.
新晴野望 맑게 갠 들녘을 보며
新晴原野曠 갓 개인 날씨에 들은 더욱 넓고
極目無분垢 끝까지 바라보아도 티끌 한 점 없다
郭門臨渡頭 성곽 문은 나루터와 마주해 있고
村樹連溪口 마을 나무는 계곡 어귀까지 이어졌다.
白水明田外 맑은 물은 밭 너머 저쪽에서 반짝이고
碧峰出山後 푸른 산봉우리는 산 뒤에 솟아있다.
農月無閑人 농사철이라 한가한 사람 없으니
傾家事南畝 온 집안사람들 남쪽 밭에서 일을 한다.
息夫人 식나라 제후 처
莫以今時寵 지금 총애를 받는다 해도
能忘舊日恩 옛날의 은혜를 잊지 말라.
看花滿眼淚 꽃을 보자 눈에 가득한 눈물
不共楚王言 초왕과는 말을 하지 않았다네.
新秦郡松樹歌 신진군 소나무의 노래
靑靑山上松 푸르고 푸른 산 위의 저 소나무
數里不見今更逢 몇 리를 가도 이제 다시 만나보지 못해
不見君心相憶 너를 보지 못하니 마음에 그리움만 쌓인다.
此心向君君應識 너를 향한 이 마음, 너도 응당 알리라.
爲君顔色高且閒 그대의 안색이 고고하고도 한가롭고
亭亭逈出浮雲間 정정하게도 저 뜬 구름 사이로 아득히 솟은 때문이오.
失題
淸風明月苦相思 맑은 바람 불고 밝은 달빛 비치면 애타게 그립고
蕩子從戎十載餘 떠돌이로 군에 입대한지 십여 년이로구나.
征人去日殷勤囑 출정하는 사람 떠나는 날에 은근히 부탁했노라
歸雁來時數寄書 기러기 날아 올 때에 편지 자주 부쳐달라고.
涼州郊外游望 양주 교외에서 유람하며 바라보다
野老才三戶 시골 늙은이 사는 집, 겨우 세 가구
邊邨少四鄰 변방 고을에는 이웃도 적구나.
婆娑依里社 옷자락 너울거리며 마을 신당에 가서
簫鼓賽田神 피리 불고 북 치면서 지신(地神)을 祭祀한다.
灑酒澆芻狗 꼴로 만든 개에 술 붓고 물 뿌리고
焚香拜木人 향불 피우고 나무 우상에 절을 한다.
女巫紛屢舞 여자 무당은 어지러이 온갖 춤을 추니
羅襪自生塵 비단 버선에서는 절로 먼지가 인다.
涼州賽神 양주에서 굿을 보며
涼州城外少行人 양주성 밖에 행인은 드물고
百尺峯頭望虜塵 백 척 산봉우리에서 오랑캐 땅 먼지 바라본다.
健兒擊鼓吹羌笛 건장한 사나이가 북을 치고 피리를 불며
共賽城東越騎神 성 동쪽 월기신(越騎神)에게 제사를 올린다.
與盧員外象過崔處士興宗林亭
노원외상과 더불어 최처사의 흥종림정을 지나면서
綠樹重陰蓋四隣 푸른 나무그늘이 사방을 덮고
靑苔日厚自無塵 푸른 이끼도 날마다 두터워져 흙먼지 보이지 않는다.
科頭箕踞長松下 두건도 쓰지 않고 큰 소나무 아래 다리 뻗고 앉아
白眼看他世上人 세상 사람들을 거만한 듯 바라본다.
蓮花塢
其一
日日採蓮去 날마다 연밥 따러 가는데
洲長多暮歸 섬은 넓고 커 늦어서야 돌아온다.
弄篙莫濺水 상앗대 저으며 물이라도 튀어
畏濕紅蓮衣 연꽃 붉은 물에 옷 적실까 두려워한다네.
其二
春池深且廣 봄 연못은 깊고도 넓은데
會待輕舟廻 때맞추어 가벼운 배 돌아오길 기다린다.
靡靡綠萍合 느릿느릿 푸른 부평초 합쳐지고
垂楊掃後開 늘어진 버들 쓸어가니 물길이 열린다.
迎神曲 신을 맞는 노래
坎坎擊鼓魚山之下 어산 아래서 둥둥 북을 친다
吹洞簫望極浦 퉁소를 불면서 포구의 끝을 바라본다.
女巫進紛屢舞 무녀들 섞이어 나아가며 여러 番 춤을 춘다
陳瑤席湛淸酤 방울을 펼쳐놓고 맑은 계명주를 즐긴다.
風凄凄兮夜雨 비 내리는 밤, 바람은 쓸쓸히 불어온다
神之來兮不來 신을 오라하나 신은 오지 않으니
使我心兮苦復苦 나의 마음은 괴롭고도 괴롭도다.
靈雲池送從弟 영운지에 사촌 아우를 보내며
金杯緩酌淸歌轉 금잔에 느긋하게 술 부으니 맑은 노래 더욱 맑고
畫舸輕移艶舞廻 그림을 장식한 배가 가볍게 움직이니 요염한 춤 돌아간다.
自歎鶺鴒臨水別 스스로 한탄하노니, 할미새 물에 임하여 이별해 떠나니
不同鴻雁向池來 기러기 떼가 연못 향하여 함께 날아오는 것과 같지 않구나.
羽林騎閨人 우림기병의 아내
秋月臨高城 가을 달빛 아래 높은 성에 올라보니
城中管絃思 성 안 음악소리에 그리운 생각 짙어진다.
離人堂上愁 이별한 사람은 방안에서 시름겨운데
稚子階前戱 어린 아이는 계단에서 놀고만 있구나.
出門復映戶 문 밖에 나서니 달빛은 다시 창문을 비추는데
望望靑絲騎 청사고삐 화려한 말을 아득히 찾아본다.
行人過欲盡 행인들의 발길도 다 끊어지는데
狂夫終不至 기다리는 지아비는 끝내 오지 않는다.
左右寂無言 이웃들도 쓸쓸히 말이 없고
相看共垂淚 바라보며 서로가 눈물만 떨어뜨리는구나.
寓言二首
朱紱誰家子 주홍색 예복 입은 자들 누구네 자식들인가
無乃金張孫 아마도 곧 권문세가의 자손들 아니겠는가.
驪駒從白馬 검은 망아지들을 백마에 딸리고
出入銅龍門 궁중의 동용문을 자유로이 출입하는구나.
問爾何功德 그대들에게 묻노니, 무슨 공로와 덕행이 있었나
多承明主恩 임금님은 은혜를 많이 입어서겠지.
鬪雞平樂館 평락관에서 닭싸움 즐기고
射雉上林園 상림원에서 꿩 사냥 하는구나.
曲陌車騎盛 골목과 거리에서 성대히 수레 몰고 다니며
高堂珠翠繁 좋은 집에는 구슬과 비취가 화려하구나.
奈何軒冕貴 어찌하나, 고관님들 너무나 貴하시어
不與布衣言 평민과는 말조차 나누려 하지 않는 것을.
偶然作 우연히 짓다
日夕見太行 아침저녁 태행산 바라보며
沈吟未能去 조용히 읊으며 떠나가지 못한다.
問君何以然 어째서 그러한가 물으니
世網嬰我故 세상 그물이 나를 얽매는 까닭.
小妹日成長 누이동생은 날마다 자라나고
兄弟未有娶 형제들은 아직 장가도 못 들었다.
家貧祿旣薄 집은 가난하고 봉록도 적어
儲蓄非有素 저축한 것 본래 없도다.
愛染日以薄 속세의 애착과 욕심 날마다 엷어지고
禪寂日以固 선적인 고요한 마음 날로 굳어져간다.
忽乎吾將行 훌쩍 나 떠나가리니
寧俟歲云暮 어찌 한 해 다 가도록 기다릴까.
渭川田家 위천 땅의 농가
斜光照墟落 지는 해 가난한 촌락 비추고
窮巷牛羊歸 좁은 마을길로 소와 양떼들 돌아온다.
野老念牧童 촌로는 목동을 걱정하여
倚杖候荊扉 지팡이 짚고 사립문에 나와 기다린다.
雉雊麥苗秀 꿩 울음소리에 보리 이삭 패고
蠶眠桑葉稀 누에잠 에 뽕나무 잎이 줄어든다.
田夫荷鋤立 농부는 괭이 메고 서서
相見語依依 서로 보며 나누는 이야기 아쉬워한다.
卽此羨閑逸 이런 정경에 한가함이 너무 부러워
悵然吟式微 창연히 시경의 식미편을 읊어본다.
柳浪
分行接綺樹 갈림길에 아름다운 나무 닿아있고
倒影入淸漪 뒤집힌 그림자 맑은 물결 속에 든다.
不學御溝上 어구 위쪽의 일들을 배우지 않아
春風傷別離 불어오는 봄바람은 이별에 아파한다.
欹湖
吹簫凌極浦 피리소리는 포구밖으로 멀어져 가고
日暮送夫君 날은 저무는데 당신을 보내나니.
湖上一廻首 그대 호수 위에서 한 번만 돌아보오
靑山卷白雲 청산엔 흰구 름이 피어오르고 있다오.
夷門歌 이문의 노래
七雄雄雌猶未分 전국칠웅의 자웅이 여전히 가려지지 않아
攻城殺將何紛紛 성을 공격하다가 죽인 장수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秦兵益圍邯鄲急 진나라 병사들이 감단성을 더욱 급하게 포위했으나
魏王不救平原君 위안리왕은 평원군을 구원하지 않았다.
公子爲嬴停駟馬 신릉군이 후영을 위해 사마를 멈추고
執轡愈恭意愈下 수레의 고삐를 잡고 더욱 공손했네.
亥爲屠肆鼓刀人 주해는 도살장에서 소를 잡는 사람이었고
嬴乃夷門抱關者 후영은 이문에서 문지기 노릇을 하고 있었네.
非但慷慨獻良謀 비분강개한 마음으로 좋은 계책을 냈을 뿐만 아니라
意氣兼將身命酬 의기는 몸과 목숨으로 보답하려고 했네.
向風刎頸送公子 바람을 타고 목을 찔러 공자를 전송하니
七十老翁何所求 칠십 노인은 무엇을 구하고자 했는가.
李處士山居 이처사 산속 거처
君子盈天階 군자가 온통 조정에 가득하니
小人甘自免 소인은 기꺼이 스스로 물러났었다.
方隨鍊金客 이제는 단약 만드는 도사를 따라
林上家絶巘 숲 속 높고도 험한 곳에 집을 지었다.
背嶺花未開 뒤 언덕에는 아직 꽃이 피지도 않고
入雲樹深淺 구름에 잠긴 나무들 깊은 듯 얕은 듯하다.
淸晝猶自眠 맑은 대낮인데도 절로 잠이 오고
山鳥時一囀 산새들은 가끔씩 한바탕 지저귄다.
臨高臺
相送臨高臺 그대 보내며 높은 대에 오르니
天原杳何極 하늘과 들은 그 끝이 아득하구나.
日暮飛鳥還 날 저물자 새들도 둥지로 돌아오는데
行人去不息 가는 이 쉼 없이 가기만 하네.
臨湖亭
輕舸迎上客 빠른 배로 귀한 손님 맞아
悠悠湖上來 한가로이 호수 위로 돌아온다.
當軒對樽酒 창가에서 한 단지 술 마주하니
四面芙蓉開 사방 연못에 연꽃이 피어난다.
入山寄城中故人 산에 들어 성중의 친구에게 보내다
中歲頗好道 중년에 불교를 좀 좋아하여
晩家南山陬 만년에는 남산 근처에 집을 마련하였네.
興來每獨往 흥이 일 때마다 혼자 가서
勝事空自知 산의 좋은 일은 공연히 스스로 안다네.
行到水窮處 가다가 물 다한 곳에 이르러
坐看雲起時 앉아서 구름 피어나는 곳을 바라보네.
偶然値林叟 우연히 숲 속 노인 만나
談笑無還期 웃으며 이야기하다 돌아갈 줄도 모른다네.
酌酒與裴迪
酌酒與君君自寬 그대에게 술잔을 권하노니 그대 마음편히 드시게
人情飜覆似波瀾 세상인정 번복됨이야 출렁이는 파도 같지.
白首相知猶按劍 흰머리 되도록 사귄 벗도 칼을 겨누며 누르고
朱門先達笑彈冠 먼저 높이 되면 자기를 따르던 자에게도 비웃는다네.
草色全經細雨濕 풀빛은 가랑비라도 내려야 젖게 마련인데
花枝欲動春風寒 꽃가지 움트려니 봄바람이 아직 차갑네.
世事浮雲何足問 세상일 뜬구름 같으니 물어 무엇하랴
不知高臥且加餐 조용히 지내며 맛있는 것 먹느니만 못하다네.
雜詩
1
家在孟津河 집은 맹진 땅의 황하 강변이고
門對孟津口 대문은 맹진나루 어귀를 마주하고 있다.
常有江南船 늘 강남에서 오는 배 있으면
寄書家中否 집에서 부친 편지 있으려나 한다네.
2
已見寒梅發 어느새 겨울 매화 피어있고
復聞啼鳥聲 지저귀는 새소리도 다시 들려온다.
愁心視春草 수심겨운 마음에 봄풀을 바라보니
畏向玉階生 옥돌 섬돌 위로 향해 자랄까 두렵다.
雜詩 / 雜詠
君自故鄕來 그대 고향에서 오셨으니
應知故鄕事 응당 고향소식 아시겠지요.
來日綺窓前 오실 때 우리 집 비단창가에
寒梅著花未 매화 꽃망울이 피었던가요?
積雨輞川莊作 장마에 망천 시골집에서
積雨空林煙火遲 텅 빈 숲 장맛비에, 밥 짓는 연기 느릿한데
蒸藜炊黍餉東菑 명아주 찌고 기장밥 지어 동쪽 묵정밭으로 보낸다.
漠漠水田飛白鷺 넓은 논에는 백로 날아다니고
陰陰夏木囀黃鸝 울창한 여름 나무에선 꾀꼬리 지저귄다.
山中習靜觀朝槿 산속에서 마음 가다듬어 아침 무궁화를 살피고
松下清齋折露葵 소나무 아래서 재계하여 이슬 머금은 아욱을 꺾는다.
野老與人爭席罷 시골 늙은이 남들과 자리다툼 않고 살 건만
海鷗何事更相疑 갈매기는 무슨 일로 다시 의심하는가.
田家
舊穀行將盡 묵은 곡식은 다 떨어지는데
良苗未可希 햇곡식은 아직 멀었구나.
老年方愛粥 늙어서 죽을 좋아하지만
卒歲且無衣 일 년 내내 변변한 옷 하나 없다.
雀乳靑苔井 참새는 파란 이끼 우물에 알을 까고
鷄鳴白板扉 닭은 흰 널판지 문짝에서 운다.
柴車駕羸牸 나무 수레를 파리한 암소가 끌고
草屩牧豪豨 짚신 신고 큰 돼지를 친다.
夕雨紅榴柝 저녁 비에 붉은 석류 터지고
新秋綠芋肥 가을 드니 푸른 토란이 살찐다
餉田桑下憩 밭으로 점심 나르다가 뽕나무 아래서 쉬고
旁舍草中歸 풀을 헤치고 집으로 돌아온다.
住處名愚谷 살고 있는 이곳을 우곡이라 하니
何煩問是非 어찌 번거롭게 옳고 그름을 물으리오.
田園樂 전원의 즐거움
1
採菱渡頭風急 마름을 캐려는데 나루에 바람 거세어
策杖村西日斜 서촌에 지팡이 짚고 서니 해 기우는구나.
杏樹壇邊漁父 살구나무 서 있는 축대가에는 어부들
桃花源裏人家 복사꽃 피는 언덕 안에 인가가 있도다.
2
萋萋芳草秋綠 우거진 풀들 가을에도 푸르고
落落長松夏寒 늘어진 긴 소나무 여름에도 시원하다.
牛羊自歸村巷 소와 양들은 동네 길로 돌아오고
童稚不識衣冠 아이들은 관리들을 알아보지도 못한다.
3
桃紅復含宿雨 복사꽃 밤비를 머금어 더욱더 붉고
柳綠更帶朝煙 버들가지 아침 안개를 띠며 한결 푸르네.
花落家童未掃 꽃잎 져도 아이는 쓸 줄 모르고
鶯啼山客猶眠 꾀꼬리는 울어도 나그네는 아직 꿈속이구나.
鄭果州相過 과주 정태수가 찾아오다
麗日照殘春 해맑은 햇볕 늦봄을 비추고
初晴艸木新 날이 막 개니 초목도 신선하여라.
牀前磨鏡客 평상 앞에는 거울 가는 손님
林裏灌園人 숲 속에는 채소밭에 물대는 사람.
五馬驚窮巷 태수의 오마 행렬에 외진 골목 놀래고
雙童逐老身 사내 아이 들이 늙은 몸을 쫓아온다.
中廚辦麤飯 부엌 안에서 거친 밥을 마련하니
當恕阮家貧 마땅히 완적의 가난한 살림 용서하시라.
濟上四賢詠三首 제수 가의 네 어진 이를 노래하다
1
解印歸田里 버슬 버리고 귀향하다니
賢哉此丈夫 현명하도다, 이 대장부여.
少年曾任俠 젊어서는 호협하였고
晩節更爲儒 늙어서는 다시 선비 되었구나.
遯世東山下 세상 피하여 동산 아래로 와서
因家滄海隅 바다 모퉁이에 집을 지었구나.
已聞能狎鳥 들었노라, 그대 오리를 좋아한다니
余欲共乘桴 나도 그대와 뗏목이나 타고 싶구나.
2
寶劍千金裝 보물과 칼 그리고 천금을 꾸려
登君白玉堂 군왕의 백옥당에도 올랐다.
身爲平原客 처지는 평원군의 식객처럼 되었고
家有邯鄲娼 집안에는 감단 가희들도 두었다.
使氣公卿座 공경이 앉은 자리에서 의기도 부렸고
論心游俠場 유협인들 노는 곳에서 어울리기도 했다.
中年不得志 중년에 뜻을 얻지 못하자
謝病客游梁 병을 핑계로 사직하고 양나라에 떠도는구나.
3
翩翩繁華子 득의만만한 귀공자들
多出金張門 무시로 고관대작의 집을 출입한다네.
幸有先人業 요행히도 선조의 업적이 있어
早蒙明主恩 명군의 은혜를 어려서 입어서 라네.
童年且未學 어려서는 더구나 배우지도 못하고
肉食騖華軒 고기만 먹으면서 화려한 수레만 달린다네.
豈乏中林士 어찌 숨어사는 선비 없을까만
無人獻至尊 황제에게 추천하는 사람 아무도 없었다네.
鄭公老泉石 정공은 샘과 바위 사이에서 늙어가고
霍子安邱樊 곽 선생은 언덕과 동산에서 편히 사신다네.
賣藥不二價 약초를 팔아도 일정한 가격을 부르고
著書盈萬言 책을 지은 것이 만언이 되었다네.
息陰無惡木 결코 나쁜 나무 그늘에 쉬지 않고
飮水必淸源 물은 반드시 맑은 언덕의 샘물만 마신다네.
吾賤不及議 나는 천박하여 사람을 평가할 수 없어
斯人竟誰論 이 분들을 끝내 누가 논평할 수 있을까.
齊州送祖三
相逢於一笑 만날 때는 서로가 큰 소리로 웃고
相送還成泣 서로 헤어져 다시 눈물 흘리네.
祖帳已傷離 끝나버린 술자리엔 슬픔만 남아있고
荒城復愁入 제주성에는 또 다시 시름이 가득 찼네.
天寒遠山淨 날씨 차갑고 먼 산은 저리도 깨끗한데
日暮長河急 해질 무렵 강물은 어찌 저리도 급한지.
解纜君已遙 닻줄을 풀자 그대 멀어져 가고
望君猶佇立 그대 바라봐 우두커니 서 있네.
早入滎陽界 일찍 형양 땅에 들어가며
汎舟入滎澤 배 띄워서 형택으로 드니
茲邑迺雄藩 이 고을은 강성한 번국이도다.
河曲閭閻隘 강물은 굽이 돌고 마을은 좁은데
川中煙火繁 내 안쪽에서는 연기가 자욱하다.
因人見風俗 사람들 모습에서 풍속이 나타나고
入境聞方言 경내로 들어가니 사투리가 들린다.
秋晩田疇盛 가을 저녁 들판은 풍요롭고
朝光市井喧 아침 햇살에 시장이 시끄럽다.
漁商波上客 어부와 상인은 물가에서 흥정하고
雞犬岸旁邨 닭과 개는 언덕 근처 고을에서 운다.
前路白雲外 앞길은 흰 구름 밖으로 나있고
孤帆安可論 외로운 돛단배 길을 어찌 논할 수 있나.
早秋山中作/早秋山居作 초가을 산속에서 짓다
無才不敢累明時 재주가 없으니 감히 평화로운 시대에 누가 되기 싫어
思向東谿守故籬 동계로 돌아가 고향을 지킬 것을 생각했었네.
豈厭尚平婚嫁早 어찌 상평이 자식 혼사를 일찍 치른 것을 미워하랴.
却嫌陶令去官遲 도리어 도연명이 벼슬을 늦게 그만둔 것이 못마땅하다네.
草間蛩響臨秋急 풀 속의 귀뚜라미소리 가을이 되니 급해지고
山裏蟬聲薄暮悲 산속의 매미소리는 저물녘에 구슬피 우네.
寂寞柴門人不到 적막한 사립문에는 사람이 찾아오지 않으리니
空林獨與白雲期 텅 빈 숲속에서 홀로 흰 구름과 함께하길 기약하노라.
尚平 - 尚長. 字 子平. 동한의 가수로 자식을 결혼시킨 후에 집안일을 돌보지 않고 유람을 하며 은거함
從軍行 종군의 노래
吹角動行人 뿔피리 불어 병사들 출동시키니
喧喧行人起 왁자지껄 시끄러이 병사들이 일어난다.
笳悲馬嘶亂 호가는 구슬프고 말울음 어지러운데
爭渡金河水 다투어 금하 강물을 건너간다.
日暮沙漠陲 모래벌판에 해가 저물고
戰聲煙塵裏 연기와 안개 속 싸움소리 들려온다.
盡係名王頸 이름난 오랑캐 왕의 목을 다 묶어 와
歸來獻天子 돌아와 천자에게 바친다.
終南山
太乙近天都 태을산은 왕도에 가까워
連山接海隅 산이 연이어 바닷가에 닿는다
白雲回望合 고개 돌려보니 흰 구름 모여들고
靑靄入看無 푸른 안개 모였다가 사라진다.
分野中峰變 들의 경계는 가운데 봉우리에 따라 변하고
陰晴衆壑殊 흐리고 개임은 골짜기에 따라 달라진다
欲投人處宿 인가에 투숙하고파
隔水問樵夫 물 건너 나무꾼에게 물어본다.
終南別業 종남산 기슭에 별장을 짓고
中歲頗好道 중년에 자못 도를 좋아하다가
晩家南山陲 만년에 종남산 기슭에 집을 지었다.
興來每獨往 흥이 나면 매양 홀로 거닐며
勝事空自知 그 가운데 유쾌한 일, 나만이 안다.
行到水窮處 가다가 강물이 다한 곳에 이르러
坐看雲起時 구름 일어나는 것을 바라본다.
偶然値林叟 우연히 숲속의 산골 노인을 만나면
談笑無還期 얘기하며 웃느라 돌아가기를 잊었다.
左掖梨花 문하성에 핀 배꽃
閒灑堦邊草 배꽃이 섬돌가 풀에 한가롭게 떨어져
輕隨箔外風 밖의 바람에 가벼이 발쪽으로 다가간다.
黃鶯弄不足 노란 꾀꼬리 희롱하다 부족하여
嗛入未央宮 꽃잎을 입에 물고 미앙궁으로 들어간다.
竹里館
獨坐幽篁裏 나 홀로 그윽한 대숲에 앉아
彈琴復長嘯 거문고를 타다가 다시 길게 휘파람을 불어본다.
深林人不知 숲이 깊어 사람들은 알지 못하지만
明月來相照 밝은 달이 찾아와 서로를 비춘다.
贈裴十迪 배적에게
風景日夕佳 해 저무는 저녁 풍경이 아름다운데
與君賦新詩 그대에게 새로 지은 시를 보내주노라.
澹然望遠空 고요히 먼 하늘을 바라보며
如意方支頤 여의로는 바로 내 턱을 받치고 있다.
春風動百草 봄바람 불어 온갖 풀을 흔들고
蘭蕙生我籬 난초와 혜란이 우리 울타리를 흔든다.
曖曖日暖閨 어둑하게 해는 안방을 따뜻하게 하고
田家來致詞 농부가 찾아와 이야기를 나눈다.
欣欣春還皐 물가 언덕으로 봄날이 짙어간다.
澹澹水生陂 출렁이는 물살이 연못에 일고
桃李雖未開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 피지 않았지만
荑萼滿其枝 새순과 꽃봉오리 온 가지에 가득하구나.
請君理還策 청하거니, 그대는 돌아갈 지팡이 준비하게나
敢告將農時 농사철이 다가옴을 감히 알리노라.
贈弟穆十八 목씨가의 십팔번 아우에게 주다
與君靑眼客 그대와 함께하면 반가운 손님
共有白雲心 흰 구름 같은 마음 함께했지.
不向東山去 동산으로 달려가지 못하고
日令春草深 날로 봄풀만 자라고 있구나.
贈祖詠 친구 조영에게
蠨蛸挂虛牖 거미는 빈 창에 걸려 있고
蟋蟀鳴前除 귀뚜라미는 층계 끝에서 운다
歲晏涼風至 한 해가 늦어지고 서늘한 바람 불고
君子復何如 군자는 또한 어떠하신지
高館闃無人 높은 객관은 한적하여 아무도 없는데
離居不可道 떨어져 삶에야 무슨 말을 하리.
閒門寂已閉 한가한 문은 적적하여 이미 닫혀있고
落日照秋艸 지는 해는 가을 풀을 비춘다.
雖有近音信 근래에 소식이 있었다하나
千里阻河關 천 리 멀리 강이 막혔도다.
中復客汝潁 그 사이 그대는 영 땅에 객이 되어
去年歸舊山 작년에 고향으로 돌아왔었지.
結交二十載 친구가 된지 이제 이십 년인데
不得一日展 하루도 만나 회포를 풀지 못했지.
貧病子旣深 가난과 병고가 그대에게 이미 깊어
契闊余不淺 나에게도 삶의 고통은 덜하지 않았다네.
仲秋雖未歸 중추절이 아직 오지 않았지만
暮秋以爲期 저문 가을에 만나기를 약속했으니
良會詎幾日 그 좋은 만남의 날이 몇 일이나 될까.
終日長相思 종일토록 길이 생각에 잠긴다.
靑溪
言入黃花川 황화천으로 들어가
每逐靑溪水 늘 청계의 물을 쫓나니.
隨山將萬轉 산을 따르면 수없이 굽이 돌지만
趣途無百里 바른길로는 백리도 채 아니 되네.
聲喧亂石中 물소리는 어지러이 돌 사이로 울려 퍼지고
色靜深松裡 빛은 깊은 소나무 숲 속에서 고요하네.
漾漾泛菱荇 마름은 찰랑찰랑 물위에 떠있고
澄澄映葭葦 갈대는 맑고 맑은 물속에 비치네.
我心素已閒 내 마음 본래 고요하고 한가한데
淸川澹如此 청계의 물 또한 이와 같이 맑구나.
請留盤石上 바라건대 너럭바위 위에서
垂釣將已矣 낚싯대 드리우고 살 수 있다면.
聽宮鶯
春樹繞宮牆 봄 나무 궁궐 담장을 두르고
春鶯囀曙光 봄날 꾀꼬리 아침 햇빛 속에 지저귄다.
忽驚啼暫斷 갑자기 놀라 지저귐을 잠시 멈추고
移處弄還長 다른 곳으로 옮겨도 끝없이 지저귄다.
隱葉棲承露 잎 사이에 숨어서 승로대에 깃들고
攀花出未央 꽃가지 당기며 미앙궁을 나가 날아간다.
游人未應返 떠도는 사람 아직 돌아가지 못하니
爲此始思鄕 꾀꼬리들 때문에 고향을 그리워한다.
聽百舌鳥 백설조 소리를 듣고
上蘭門外草萋萋 상란문 밖에 풀이 무성한 곳
未央宮中花裏栖 미앙궁 안 꽃 속에 깃들어 산다.
亦有相隨過御苑 임금을 따르면 궁궐을 나다니지만
不知若箇向金隄 어느 것이 제방 둑을 향할지 모른다.
入春解作千般語 봄날이 되니 온갖 말들을 하여
拂曙能先百鳥啼 어둑한 새벽에는 뭇 새들보다 먼저 운다.
萬戶千門應覺曉 만호천문 황궁에서는 응당 새벽을 알겠지만
建章何必聽鳴雞 건장궁에서 어찌 반드시 닭 우는 소리 들어야 하나.
靑雀歌 콩새의 노래
靑雀翅羽短 콩새는 날개가 짧아
未能遠食玉山禾 멀리 옥산의 벼를 먹지 못하지만
猶勝黃雀爭上下 황작이 상하로 다투는 것보다 낫구나
喞喞空倉復若何 지저귀며 빈 창고를 다시 또 어찌하려는가.
椒園
桂尊迎帝子 산초즙 잔에 담아 상수 여신을 맞고
杜若贈佳人 향기로운 두약은 신선에게 바치네.
椒漿奠瑤席 산초즙과 진귀한 음식으로 제사 드리니
欲下雲中君 구름 속 신이라도 내려왔으면 좋겠네.
崔九弟欲往南山 종남산으로 가는 사촌아우 최흥종에게 말 위에서 입으로 부르는 대로 지어 주고 헤어지며
城隅一分手 성 모퉁이에서 악수 한번 나누니
幾日還相見 그 어느 날 다시 서로 만날까.
山中有桂花 산 속 계수나무 꽃 피어 있을 텐데
莫待花如霰 그 꽃 싸락눈 되도록 기다리지 말게나.
崔濮陽兄季重前山興 복양 최계중 형 계신 앞산의 감흥
秋色有佳興 가을빛에 좋은 감흥 일어나니
況君池上閒 하물며 형님 계신 연못의 한가함이야.
悠悠西林下 유유히 서쪽 숲 아래 살면서
自識門前山 문 앞산의 정취를 절로 알았어라.
千里橫黛色 천 리 멀리 검푸른 산빛 가로 뻗히고
數峯出雲間 많은 산봉우리들 구름 사이로 솟아있다.
嵯峨對秦國 높고 험한 산이 진나라 땅과 마주보고
合沓藏荊關 모여든 산맥은 사립문에 가리웠구나.
殘雨斜日照 떨어져 남은 빗방울에 지는 해 빛나고
夕嵐飛鳥還 저녁 산기운 속으로 나는 새 돌아온다.
故人今尙爾 옛 친구는 지금도 이러하건만
歎息此頹顔 이 늙은 내 얼굴에 탄식만 나는구나.
秋夜獨坐
獨坐悲雙鬢 홀로 앉으니 희어진 양 귀밑머리가 슬퍼지는데
空堂欲二更 텅 빈 마루엔 어느덧 밤은 이경에 이르렀네.
雨中山果落 비 내리는 산중엔 산과일 떨어지고
燈下草蟲鳴 등잔 아래로는 가을 풀벌레 소리 들린다.
白髮終難變 백발은 끝내 검게 변하기 어렵고
黃金不可成 단사로는 황금을 만들 수 없네.
欲知除老病 생로병사의 이치를 터득하려면
惟有學無生 오직 불생불멸의 불도를 배우는 길 아니겠는가.
秋夜獨坐懷內弟崔興宗 가을밤에 홀로 앉아 외사촌 동생 최흥종을 생각하다
夜靜羣動息 고요한 밤 온갖 생물은 쉬는데
蟪蛄聲悠悠 매미소리는 길고도 처량하여라.
庭槐北風響 정원 홰나무에 북풍이 울고
日夕方高秋 해는 저무는 늦은 가을이로다.
思子整羽翮 너를 생각하노니, 날개를 갖추어
及時當雲浮 기회가 오면 구름 위로 솟아야 한다.
吾生將白首 나의 인생도 이제 백발이 지는데
歲晏思滄洲 한 해가 저무니 한가한 물가가 그립다.
高足在旦暮 발길 높이 디딜 날 조만간에 있으리니
肯爲南畝儔 어찌 남쪽 들판에 묻혀 사는 무리 되려나.
春桂問答
問春桂 봄 계수나무에 묻노니
桃李正芳華 복숭아꽃, 자두 꽃, 방초향기 한창이고
年光隨處滿 봄빛이 가는 곳마다 가득도 한데
何事獨無花 어찌해 홀로 꽃이 없는고?
春桂答 봄 계수나무가 답하길
春華詎能久 봄꽃이 가면 얼마나 오래 가리오
風霜搖落時 바람과 서리에 꽃이 쉬이 떨어질 때
獨秀君知不 나 홀로 빼어남을 그대는 모르시오?
春過賀遂員外藥園
前年槿籬故 지난 해 무궁화 울타리 낡아
今作藥欄成 금년에는 약초 울타리 만들었구나.
香草爲君子 향초는 진정 군자답고
名花是長卿 이름 난 꽃은 곧 사마상여이어라.
水穿盤石透 물방울은 바위를 뚫어 나오고
藤繫古松生 등나무는 오래된 소나무 감아 자란다.
畫畏開廚走 그림이 상자를 열고 달아날까 두려워
來蒙倒屣迎 찾으니 신 거꾸로 신고 나오는 환대 받았다.
蔗漿菰米飯 나를 위해 사탕수수 즙과 고미 밥을 갖춰
蒟醬露葵羹 그대의 필발을 곁들인 아욱죽도 끓였구나.
頗識灌園意 조금 알겠다, 은자가 농원에 물주는 뜻과
於陵不自輕 오릉자가 스스로를 경시하지 아니하였음을.
春夜竹亭贈錢少府歸藍田 봄날 밤 대숲 정자에서 남전으로 돌아가는 전소부에게 주다
夜靜羣動息 고요한 밤 만물이 휴식하는데
時聞隔林犬 때때로 숲 건너 개 짓는 소리 들린다.
卻憶山中時 문득 산속에 살던 때가 생각나는데
人家澗西遠 인가는 山골 물 서쪽으로 아득히 멀다.
羨君明發去 부럽구나, 그대는 날 밝으면 떠나거니
采蕨輕軒冕 고사리 캐면서 부귀공명을 덧없어 하리라.
春園卽事 봄날의 전원에서
宿雨乘輕屐 지난 밤비에 가벼운 나막신 신고
春寒著敝袍 봄날이 차가워 떨어진 솜옷 입었다.
開畦分白水 논을 터고 맑은 물 나누어 대는데
間柳發紅桃 버드나무 사이로 붉은 복사꽃이 핀다.
草際成碁局 풀섶 끝에서 바둑을 두는데
林端擧桔槹 나무 숲 끝에는 두레박틀을 돌린다.
還持鹿皮几 돌아가 사슴가죽 안석을 가져와서
日暮隱蓬蒿 저무는 저녁 풀밭에 숨어 사노라.
春日上方卽事
好讀高僧傳 고승전 읽기를 좋아하시어
時看辟穀方 때때로 벽곡 술 적은 방문을 보신다.
鳩形將刻杖 비둘기 모양을 지팡이에 새기고
龜殼用支牀 거북껍질을 써서 침상을 괴시었다.
柳色春山映 버드나무 빛은 봄산에 비치고
梨花夕鳥藏 배꽃 사이로 저녁 새가 숨어든다.
北牕桃李下 북쪽 창가 복숭아나무와 자두나무 아래
閒坐但焚香 한가히 앉아 다만 香불만 피우고 있다.
春中田園作 봄날 전원에서
屋上春鳩鳴 지붕 위에 봄 비둘기 울고
邨邊杏花白 마을 주변에 살구꽃이 희다.
持斧伐遠揚 도끼를 들고 높은 가지를 베고
荷鋤覘泉脈 가래를 메고 수맥을 찾아보노라.
歸燕識故巢 돌아온 제비는 옛 둥지 알아보고
舊人看新曆 옛 친구는 새 달력을 보는구나.
臨觴忽不御 술잔을 보고도 갑자기 먹지 못하고
惆悵遠行客 먼 길 떠난 친구 생각에 서글퍼진다.
出塞作
居延城外獵天驕 거연성 밖으로 사냥하는 하늘의 교만한 오랑캐
白草連天野火燒 백초는 하늘에 닿아 들불처럼 타는구나.
暮雲空磧時驅馬 저문 구름 드리운 빈 사막으로 때때로 말 달리고
秋日平原好射鵰 가을날 평평한 들판에 수리 쏘아 잡기에 좋아라.
護羌校尉朝乘障 호강 교위는 아침부터 보루에 오르고
破虜將軍夜渡遼 파로 장군은 밤에 요하를 건너는구나.
玉靶角弓珠勒馬 옥 보검과 짐승 뼈 장식 활과 구슬 단 굴레를 한 말
漢家將賜霍嫖姚 한나라에서는 장차 곽거병 장군에게 내리리라.
歎白髮
宿昔朱顔成暮齒 그 옛날 홍안도 늙어만 가고 이제 이마져도 빠지는데
須臾白髮變垂髫 잠깐사이 더벅머리는 백발로 변했구나.
一生幾許傷心事 일생에 상심한 일 얼마나 되었던가?
佛向空門何處銷 불가에 귀의않고 어디서 해탈할까.
投道一師蘭若宿
一公棲太白 도사 한 분이 태백산에 거하니
高頂出雲烟 높은 산봉우리 구름 밖에 솟았다.
梵流諸壑遍 진리는 여러 골짜기에 두루 퍼지고
花雨一峰偏 꽃비는 산봉우리에 두루 떨어진다.
迹爲無心隱 스님의 종적은 무심적멸에 숨었고
名因立敎傳 이름은 교화로 인해 알려졌도다.
鳥來還語法 돌아와 불법을 설하니 새도 날아오고
客去更安禪 사람들 떠나고 나면 다시 선정에 든다.
晝涉松路盡 낮에 소나무 길을 끝까지 걸어
暮投蘭若邊 저물어 산사에 투숙한다.
洞房隱深竹 통방은 대나무 숲 깊숙이 가려 있고
淸夜聞遙泉 맑은 밤에 아득한 샘물 소리 들린다.
向是雲霞裏 조금 전에는 구름과 놀 속에 있었는데
今成枕席前 지금은 잠자리 앞에 앉았다.
豈惟留暫宿 어찌 다만 잠시 머물러 묵어가랴
服事將窮年 평생토록 불법을 섬기며 살리라.
萍池 부평초 연못
春池深且廣 봄 연못은 넓고도 깊어
會待輕舟廻 가볍고 빠른 배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靡靡綠萍合 흩어진 녹색 부평초 모였다가
垂楊掃復開 늘어진 버들가지가 쓸어주자 다시 흩어진다.
夏日過靑龍寺 謁操禪師 여름날 청룡사를 지나다가 조선사에게
龍鍾一老翁 쇠약한 어느 늙은이
徐步謁禪宮 느린 걸음으로 절을 찾아보았다.
欲問義心義 의심의 이치를 물으려니
遙知空病空 선사는 공병의 공(空)을 깊이 안다.
山河天眼裏 산하는 천안 속에 있고
世界法身中 세계는 법신 가운데 있도다.
莫怪銷炎熱 무더위 없애는 것 이상히 여기지 말라
能生大地風 선사는 대지에 바람도 일으킬 수 있도다.
漢江臨眺 한강에 배를 띄워
楚塞三湘接 초나라 국경은 삼상에 닿아 있고
荊門九派通 형문산엔 구파(九派)의 물이 모여든다.
江流天地外 강물은 하늘 밖으로 흘러가는데
山色有無中 산빛은 강 가운데에 있는 듯 없는 듯하다.
郡邑浮前浦 군읍은 눈앞의 포구에 떠 있고
波瀾動遠空 물결은 먼 공중에서 출렁인다.
襄陽好風日 양양 땅의 좋은 바람과 날씨에
留醉與山翁 머물러 산골 늙은이와 취하여 볼거나.
寒食汜上作 한식날 사강에서 짓다
廣武城邊逢暮春 광무성 가까운 곳에서 늦은 봄을 만나고
汶陽歸客淚沾巾 문양으로 떠나는 손님이 눈물로 손수건을 적신다.
落花寂寂啼山鳥 꽃잎은 쓸쓸히 떨어지고 山에는 불여귀가 운다.
楊柳菁菁渡水人 푸른 버드나무 가지 사이로 손님은 강물을 건너고 있다.
寒食城東卽事 한식날 성동에서 겪은 일
淸溪一道穿桃李 맑은 개울 한 줄기 복숭아, 오얏나무 새로 흐르고
演漾綠蒲涵白芷 출렁이는 물결엔 푸른 부들, 물속에 잠긴 흰 어수리.
溪上人家凡幾家 개울 위 인가는 무릇 몇 집이나 되던가
落花半落東流水 낙화는 절반이 동으로 흐르는 물에 떨어진다.
蹴踘屢過飛鳥上 공을 차다가 몇 번이나 날아가는 새 위로 지나고
鞦韆競出垂楊裏 그네는 수양버들 안에서 다투어 나타나는구나.
少年分日作遫游 소년은 한창시절에는 마음껏 뛰어 놀아야 하나니
不用淸明兼上巳 반드시 청명일이니 상사일임을 따질 필요가 없도다.
獻始興公 시흥공에게 드리다
寧棲野樹林 차라리 들판의 숲에 깃들고
寧飮澗水流 골짜기의 흐르는 물을 마시리라.
不用食粱肉 좋은 밥에 고기반찬 먹으려고
崎嶇見王侯 기구하게 왕과 제후를 찾지 않겠다.
鄙哉匹夫節 투박하고도 평범한 절개로
布褐將白頭 무명옷 삼베옷 입고 백두로 살리라.
任智誠則短 지혜로 살아감은 진정 내 적성은 아니니
守仁固其優 어진 마음 지킴이 그 장점을 확실히 한다.
側聞大君子 대략 듣자니, 위대한 군자님이야
安問黨與讎 어찌 내편 네편을 따지겠는가.
所不賣公器 그래서 국가 공직을 결코 팔지 않고
動爲蒼生謀 행하는 일 모두가 백성을 위한 정책이오.
賤子跪自陳 못난 제가 무릎 끓고 스스로 아뢰오니
可爲帳下不 당신의 될 수 있는지 없는지 궁금합니다.
感激有公議 공정한 논의가 있다면 감격하겠지만
曲私非所求 사사로운 처리는 바라는 것이 아니지요.
紅牡丹
綠艶閒且靜 요염한 초록잎은 한가하고도 고요한데
紅衣淺復深 붉은 꽃송이는 엷다가 다시 짙어진다.
花心愁欲斷 꽃의 마음은 시름에 애간장 끊는데
春色豈知心 봄빛이야 어찌 그 마음까지 알랴.
和使君五郎西樓望遠思歸 사군 오랑의 서루망원사귀 시에 화답하여
高樓望所思 높은 누각에서 그리운 곳 바라보니
目極情未畢 눈에 가득해도 그리운 마음 끝이 없다.
枕上見千里 잠자리에서는 천 리 먼 곳 보았으나
牕中窺萬室 집 창문 안에서는 수많은 집을 엿본다.
悠悠長路人 하염없이 먼 길 가는 사람
曖曖遠郊日 아득하게 먼 들판으로 지는 해.
惆悵極浦外 서글픔은 먼 포구로 나가고
迢遞孤煙出 멀리 외로운 안개 빠져나간다.
能賦屬上才 시에 능함은 상급의 재주에 속하나
思歸同下秩 고향 생각은 하급 관료인 나와 같아라.
故鄕不可見 고향 땅을 바라 볼 수 없으나
雲外空如一 구름 밖 흐릿함은 한결같구나.
華子岡
飛鳥去不窮 날아가는 새는 끝없이 날아 떠나고
連山復秋色 연이은 산들은 또다시 가을빛이로다.
上下華子岡 화자의 언덕을 오르내리노라니
惆悵情何極 서글퍼다, 이 마음 어찌 하겠는가.
皇甫岳雲溪雜題/鳥鳴澗 황보악의 운계에 대한 잡제
1
人閒桂花落 사람 한가하고 계수나무꽃 떨어지고
夜靜春山空 밤은 고요하고 봄山은 비었다.
月出驚山鳥 달 뜨자 산새들이 놀라고
時鳴春澗中 때때로 봄 골짝 안에서 울어대는구나.
2
日日採蓮去 날마다 연꽃 따러가서는
洲長多暮歸 모래톱이 길어 늘 저물어 온다네.
弄篙莫濺水 상앗대 놀려도 물 튀기지 말게나
畏濕紅蓮衣 붉은 연꽃에 옷 적실까 두렵다네.
3
乍向紅蓮沒 잠깐 붉은 연꽃 향했다가 사라지고
復出淸浦颺 다시 맑은 포구 나와서는 날아오른다.
獨立何褵褷 홀로 서니 깃털 어찌나 파르르 터는지
銜魚古査上 고목 뗏목 위에서 물고기를 물고 있다.
4
朝耕上平田 아침에는 상평전 밭을 갈고
暮耕下平田 저녁에는 하평전 밭을 가노라.
借問問津者 나루터 묻는 사람에게 묻노니
寧知沮溺賢 걸익과 장저의 현명함을 알거나.
5
春池深且廣 봄 연못은 깊고도 넓은데
會待輕舟廻 때맞춰 가벼운 배 돌아오기 기다린다.
靡靡綠萍合 느릿느릿 푸른 부평초 합쳐지고
垂楊掃復開 늘어진 버들 쓸어가니 다시 물길 열린다.
曉行巴峽 새벽에 파협에 가며
際曉投巴峽 동틀 녘에 파협에 이르니
餘春憶帝京 늦은 봄이라 서울이 그리워라.
晴江一女浣 맑은 강가에 빨래하는 한 여인
朝日衆雞鳴 아침 해에 닭들이 운다.
水國舟中市 물 많은 지방, 배 안에서 장이 서고
山橋樹杪行 산 속 잔교는 나뭇가지 끝을 걷는 듯하다.
登高萬井出 높이 오르니 수많은 마을들이 나타나고
眺逈二流明 멀리 바라보니 두 강물이 밝게 빛난다.
人作殊方語 사람들은 온통 사투리를 쓰고
鶯爲舊國聲 꾀꼬리는 고향 말을 한다.
賴諳山水趣 풍성한 산수의 정취에 기대어
稍解別離情 조금이나마 이별의 정을 달래본다.
戲題輞川別業
柳條拂地不須折 버들가지 땅을 스쳐도 꺾이지 않아
松樹梢雲從更長 소나무가 구름에 닿아 마음껏 더욱 자란다.
藤花欲暗藏猱子 등나무 꽃은 어둑해져 원숭이를 숨기고
柏葉初齊養麝香 측백 나뭇잎 막 가지런히 돋아나 사향을 기른다.
戱題磐石 반석에 재미로 적다
可憐磐石臨泉水 아쉬워라, 너럭바위 샘물과 붙어있고
復有垂楊拂酒杯 게다가 수양버들 술잔을 스치고 지나간다.
若道春風不解意 만약 봄바람이 마음을 알지 못한다면
何因吹送落花來 무슨 이유로 지는 꽃을 불어서 보냈을까요.
喜祖三至留宿 조삼이 와서 묵음을 반기며
門前洛陽客 문 앞에 반가운 낙양의 손님
下馬拂征衣 말에서 내려와 나들이옷을 튼다.
不枉故人駕 친구가 찾아와 주지 않아
平生多掩扉 평소에 늘 사립문을 닫아 두었소.
行人返深巷 행인들은 깊숙한 골목으로 돌아가고
積雪帶餘暉 쌓인 눈 위에는 석양빛이 물들었소.
早歲同袍者 어린 시절 같이 솜옷 입었던 사람아
高車何處歸 수레 몰고 어디로 그냥 돌아가려 했소.
戲贈張五弟諲三首 동생 장인에게 장난삼아 주다
1
吾弟東山時 내 동생 산동에 있을 때
心尙一何遠 마음은 항상 어찌 그리도 심원한가.
日高猶自臥 해가 높이 솟아도 자리에 누워
鍾動始能飯 종소리 울려서야 식사를 한다.
領上髮未梳 목 위의 머리털은 빗질도 않고
床頭書不卷 침상 머리에는 책을 걷지도 않았도다.
淸川興悠悠 맑은 내에 이는 흥취 여유롭고
空林對偃蹇 빈 숲 마주보며 마음이 便하다.
靑苔石上淨 돌 위의 푸른 이끼 산듯하고
細草松下軟 소나무 아래 가는 풀은 부드럽구나.
窓外鳥聲閒 창밖으로 새우는 소리 들리고
階前虎心善 섬돌 앞의 호랑도 마음이 순하다.
徒然萬像多 부질없이 만상이 많기도 한데
澹爾太虛緬 담담하다, 푸른 하늘 아득하여라.
一知與物平 사람도 만물과 평등한 것을 알면
自顧爲人淺 사람 된 것도 천한 것임을 절로 돌아보리라.
對君忽自得 그대를 보고 문득 절로 깨닫게 되노니
浮念不煩遣 헛된 생각 떨쳐버리는 일 번거로워 하지 않는다.
2
張弟五車書 동생 장인은 책이 많아
讀書仍隱居 책을 읽으며 은거해서 산다.
染翰過草聖 붓을 들면 초성을 능가하고
賦詩輕子虛 시를 지으면 자허를 압도한다.
閉門二室下 숭산 아래서 문 걸어 잠그고
隱居十餘年 은거한지 십 년이 넘었구나.
宛是野人也 완연한 시골 사람 다 되어서
時從漁父魚 때로는 어부 따라 고기 잡는다.
秋風日蕭索 가을바람 불어 날로 쓸쓸해지고
五柳高且疎 다섯 그루 버드나무 높고도 앙상하다.
望此去人世 이를 바라보며 속세를 떨쳐버리고
渡水向吾廬 물 건너 나의 오두막으로 오시게나.
歲晏同攜手 해 저물어 같이 잡은 손
只應君與予 다만 분명히도 그대와 나 뿐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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設罝守毚㕙 그물 치고 약은 토끼 지키고
垂釣伺游鱗 낚싯대 드리우고 헤엄치는 물고기 살핀다.
此是安日腹 이는 편안히 날마다 배 채우는 것이니
非關慕隱倫 은일한 정취를 찾는 무리의 일은 아니어라.
吾生好淸靜 내 삶은 맑고 고요함을 좋아하여
蔬食去情塵 채식 하면서 정욕의 티끌 털어버리노라.
今子方豪蕩 이제 그대는 막 호탕하게 되어서
思爲鼎食人 호화롭게 사는 사람 되기를 생각하는구나.
我家南山下 내 집은 남산 아래에 있나니
動息自遺身 활동하고 쉬는 일상에 스스로 몸을 잊는다.
入鳥不相亂 새들 사이에 끼어 흩어지지 않고
見獸皆相親 짐승이 보아도 모두 서로 친숙해졌다.
雲霞成伴侶 하늘과 구름이 나의 반려가 되고
虛白侍衣巾 맑고 밝은 햇빛은 내 옷과 수건을 비친다.
何事須夫子 무슨 일로 반드시 선생이 필요한가
邀予谷口眞 곡구의 정자진 같은 나를 맞아 보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