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왕안석(王安石)

葛溪驛

 

缺月昏昏漏未央           이지러진 달 어둑한데 물시계 소리는 그치지 않고

一燈明滅照秋牀           등불 하나 깜박거리며 가을 침상 비추는구나.

病身最覺風露早           병든 몸이라 바람과 이슬을 가장 먼저 느끼고

歸夢不知山水長           꿈속에 고향 돌아가니 산수가 먼 줄도 모른다.

坐感歲時歌慷慨           가만히 앉아 때를 느껴 강개를 노래하며

起看天地色凄凉           일어나 천지를 보니 물색이 처량하도다.

鳴蟬更亂行人耳           매미는 울어 다시 행인의 귀를 어지럽히고

正抱疏桐葉半黃           성긴 오동나무 껴안으니 잎이 벌써 반이나 떨어졌구나.

 

 

强起                     억지로 일어나

 

寒堂耿不寐               차가운 방, 번쩍이는 불빛에 잠은 오지 않는데

轆轆聞車聲               덜컹덜컹 수레소리 들려온다.

不知誰家兒               어느 집 자식인지 모르지만

先我霜上行               나보다 앞서 서리 내린 새벽길을 가는구나.

歎息夜未央               아직 깊은 밤중임을 탄식하며

呼燈置前楹               사람 불러 기둥 앞에 등불 놓아두라 하였다.

推枕强欲起               베개 밀치고 억지로 일어나려다가

問知星正明               물어보니 별빛 한참 밝은 밤이라 하네.

昧旦聖所勉               어두운 새벽에 일어나려 성인은 힘썼으니

齊詩有鷄聲               시경의 제나라 시 중에 “계성”이라는 시도 있었다.

嗟予以竊食               아, 나는 밥 도둑질이나 하는 벼슬아치 身世이니

更覺負平生               내 평생의 뜻을 저버렸음을 다시 깨닫는구나.

 

 

江上

 

江水漾西風               강물은 서풍에 출렁이고

江花脫晩秋               강꽃은 만추에 흩어진다.

離情被橫笛               이별의 정은 피리소리에 실려

吹過亂山東               어지러이 산동을 지나가누나.

 

 

金陵

 

水際柴門一半開           물가의 사립문은 반쯤 열렸고

小橋分路入蒼苔           작은 다리 길은 푸른 이끼가 침범했구나.

背人照影無窮柳           등 뒤의 그늘은 수많은 버드나무

隔屋吹香倂是梅           담장 너머 부는 향기는 모두가 매화향이로다.

 

 

南浦

 

南浦隨花去           남포에서 꽃 따라 가다가

廻舟路已迷           물살이 배를 돌려 길을 잊었다.

暗香無覓處           그윽한 향기 찾을 곳 없고

日落畵橋西           해는 화교의 서쪽으로 떨어진다.

 

 

桃源行

 

望夷宮中鹿爲馬           진나라의 망이궁 안에서 사슴을 말이라 우기니

秦人半死長城下           진나라 백성은 거의 반이나 장성 아래에서 죽어갔다.

避世不獨商山翁           그 당시 세상 피한 사람은 상산의 늙은이만이 아니고

亦有桃源種桃者           도원에서 복숭아나무 심었던 사람도 있었다네.

一來種桃不記春           한 번 와서 복숭아나무 심고는 가는 봄도 기억하지 못하고

采花食實枝爲薪           꽃 따고 열매 먹으며 가지는 땔 나무로 삼았다네.

兒孫生長與世隔           자손들은 자라서 세상과 멀어져

知有父子無君臣           아비와 자식이 있는 것 알아도 임금과 신하가 있는 것 몰랐다네.

漁郞放舟迷遠近           어부가 배를 놓쳐 어딘지도 몰라

花間忽見驚相問           꽃 사이로 문득 보고 놀라서 서로 묻는구나.

世上空知古有秦           세상 사람들은 옛적에 진나라 있었던 줄 알고 있으나

山中豈料今爲晉           산 속에서는 지금이 진나라 시대임을 어찌 알리오.

聞道長安吹戰塵           장안에 전쟁의 흙먼지 불어 한나라 망한 소식 듣고

東風回首亦沾巾           봄바람에 머리 돌리며 눈물이 수건을 적셨다네.

重華一去寧復得           순임금이 한 번 가버리니 어찌 다시 얻을 건가

天下紛紛經幾秦           천하가 어지러우니 몇 번이나 진나라가 지나갔던가.

 

 

讀史                     역사를 읽으며

 

自古功名亦苦辛           자고로 이름을 얻음엔 어려움이 따르거늘

行藏終欲付何人           펼쳐내고 품는 일 끝내 누구에게 부탁하나.

當時黯黮猶承誤           당시는 알지 못해 오해받기 십상인데

末俗紛紜更亂眞           분분한 속인들은 어지러이 진실을 호도한다.

糟粕所傳非粹美           술 찌꺼기가 전하는 건 참된 것이 아니니

丹靑難寫是精神           그림으로 그려내기 어려운 것이 정신이로다.

區區豈盡高賢意           구구한 서술이 어찌 현자의 뜻을 다 기록하나

獨守千秋紙上塵           나 홀로 종이 위의 천 년의 먼지를 지키련다.

 

 

同學一首別子固           동학이란 시, 한 수로 증공에게 답하다

 

江之南有賢人焉           장강 남쪽에 현인 한 분이 사시는데

字子固                   자가 자고(증공)이다.

非今所謂賢人者           지금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한 현인이 아닌지라

予慕而友之               내가 그를 흠모하여 벗으로 삼았다.

淮之南有賢人焉           회수 남쪽에 현인 한 분이 사시는데

字正之                   자가 정지이다.

非今所謂賢人者           그도 지금 사람들이 말하는 평범한 현인이 아닌지라

予慕而友之               내가 흠모하여 벗으로 삼았다.

二賢人者                 이 두 현인께서는

足未嘗相過也             지금까지 서로 왕래하신 적이 없으시고

口未嘗相語也             서로 대화해본 적도 없으시며

辭幣未嘗相接也           또한 글이나 예물로 서로 가까이 한 적도 없다.

其師若友                 그러니 그 분들의 스승이나 친구가

豈盡同哉                 어찌 같을 리가 있겠는가.

予考其言行               그런데도 그 분들의 언행을 살펴보면

其不相似者               서로 같지 않은 면이 거의 없었다.

何其少也                 왜 그런가

曰學聖人而已矣           답하기를 “성인에게서 배웠을 뿐입니다.”라고 한다

學聖人                   성인에게서 배웠다면

則其師若友               그 스승이나 친구들도

必學聖人者               반드시 성인에게서 배웠을 것이다.

聖人之言行               그런데 성인의 언행이

豈有二哉                 어찌 두 가지일 수 있겠는가

其相似也適然             그들이 서로 비슷한 것은 당연한 것이다.

予在淮南                 내가 회남에 있을 때

爲正之道子固             정지와 함께 자고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正之不予疑也             정지는 내가 한 말을 의심하지 않았으며

還江南                   강남으로 돌아와

爲子固道正之             자고에게 정지에 대한 이야기를 했더니

子固亦以爲然             자고 역시 그렇다고 했다.

予又知所謂賢人者旣相似   이로써 나는 현인들은 모두 비슷하고

又相信不疑也             서로 믿고 의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子固作懷友一首遺予       자고가 회우시 한 편을 지어 나에게 주었는데

其大略欲相扳以至乎中庸而後已          

                         대체적인 내용은 서로 끌어서 중용의 경지에 이르러야 그만둔다는 내용으로

正之蓋亦常云爾           정지도 항상 이러한 말을 했었다.

夫安驅徐行               편안히 달리고 서서히 행하여

躪中庸之庭               중용의 뜰을 밟고

而造於其堂               그 당에 이를 사람이

舍二賢人者而誰哉         두 현인이 아니면 누가 있겠는가.

予昔非敢自必其有至也     나는 전에 감히 이러한 경지에 도달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亦願從事於左右焉爾       이제 옆에서 종사하기를 원하니

輔而進之                 나를 도와 힘쓰게 한다면

其可也                   가능할 것인가.

噫官有守                 아, 그러나 관직에 지켜야 할 것이 있고

私有繫                   개인적으로 매인 데가 있어

會合不可以常也           항상 만날 수도 없구나.

作同學一首               이에 동학이라는 시 한 수를 지어

別子固以相警             자고와 작별하며 서로 경계하고

且相慰云                 위로하고자 한다.

 

 

登寶公塔                 보공탑에 오르며

 

倦童疲馬放松門           지친 동복과 피로한 말을 송문에 놓아두고

自把長筇倚石根           홀로 긴 대지팡이 짚고 올라 돌벽에 기대어 선다.

江月轉空爲白晝           강 위의 달은 공중을 빙 돌아 대낮같이 비추고

嶺雲分暝與黃昏           고개 너머 구름은 어둠을 갈라 황혼빛과 함께 한다.

鼠搖岑寂聲隨起           새앙쥐는 정적을 깨고 쉬지 않고 바스락거리고

鴉矯荒寒影對翻           황량하고 추운 달빛 속을 갈가마귀 짝지어 날아간다.

當此不知誰客主           누가 객이고 주인인지 모를 이때에

道人忘我我忘言           스님은 나를 잊고 나는 할 말을 잊는다.

 

 

登飛來峰

 

飛來峰上千尋塔           비래봉 위에 천심탑 우뚝 솟아

聞說鷄鳴見日升           닭 울면 해돋는 것 본다는데.

不畏浮雲遮望眼           뜬구름이 시야를 가려도 두렵지 않은 것은

只緣身在最高層           내 몸이 맨 꼭대기에 있어서라네.

 

 

萬事

 

萬事黃粱欲熟時           세상일은 기장밥 익으려 할 때와 같아

世間談笑漫追隨           세간에선 웃고 얘기하며 느긋이 따르네.

雞蟲得失何須算           닭이 벌레를 쫓는 득실 따질 것 있으랴

鵬鶡逍遙各自知           붕새와 할단새가 소요 하는 뜻 저마다 아는 것을.

 

 

梅花

 

墻角數枝梅               담장 모퉁이에 핀 몇 가지 매화꽃

凌寒獨自開               추위를 이겨내고 홀로 피었구나.

遙知不是雪               멀리서 보아도 눈이 아님을 알게 함은

爲有暗香來               그윽한 매화향기 있음이어라.

 

 

明妃曲二首

 

1

明妃初出漢宮時           명비가 한나라 궁궐을 처음 떠날 때

淚濕春風鬢腳垂           눈물이 봄바람을 적시고 귀밑머리 늘어졌네.

低徊顧影無顏色           차마 떠나지 못해 제 그림자 돌아보니 안색이 창백하나

尚得君王不自持           여전히 임금이 마음 가눌 수 없게 하였다네.

歸來卻怪丹青手           임금이 돌아와 화상을 그린 화가를 이상히 여겼는데

入眼平生幾曾有           눈에 드는 미인은 평생에 얼마나 있었던가.

意態由來畫不成           마음과 태도는 예부터 그림으로 그릴 수는 없으니

當時枉殺毛延壽           당시에 모연수만 잘못 죽였다네.

一去心知更不歸           한 번 떠나면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것 알고

可憐著盡漢宮衣           가련하게도 한나라의 옷을 끝까지 다 입었다네.

寄聲欲問塞南事           소리 띄워 국경 남쪽 한나라의 일을 물으려도

只有年年鴻雁飛           다만 해마다 기러기만 날아간다네.

家人萬里傳消息           만 리 밖의 식구들 소식을 전해왔으니

好在氈城莫相憶           오랑캐 성안에 잘 있으면서 집안 걱정하지 말라고 하네.

君不見咫尺長門閉阿嬌     그대는 보지 못했는가, 지척의 장문에 갇혀있는 아교의 일을

人生失意無南北           인생에 뜻을 잃음에 동서남북 사는 곳이 따로 없다네.

 

2

明妃初嫁與胡兒           왕소군이 처음 오랑캐 녀석에게 시집갈 때

氈車百輛皆胡姬           오랑캐 마차 백량에는 다 오랑캐 계집들만 있었다.

含情欲語獨無處           마음에 품은 감정 말하려도 홀로 말 할 곳 없어

傳與琵琶心自知           비파로서 전하지 마음속으로만 안다네.

黃金桿撥春風手           봄바람처럼 부드러운 손으로 황금간발 잡고서

彈看飛鴻勸胡酒           비파를 타면서 날아가는 기러기 보며 오랑캐 술을 권한다.

漢宮侍女暗垂淚           한나라 궁녀의 시녀들은 몰래 눈물 흘리고

沙上行人卻回首           모래 위 가는 사람들도 머리 돌려 외면한다.

漢恩自淺胡恩深           한나라 은혜는 얕고 오랑캐 은혜는 깊어질 것이니

人生樂在相知心           인생의 즐거움이란 마음을 서로 알아주는 데 있는 법이라네.

可憐青冢已蕪沒           가련하도다, 왕소군 푸른 무덤은 이미 우거진 풀에 묻혀도

尚有哀弦留至今           여전히 애달픈 비파가락이 있어 지금까지도 남아있네.

 

 

泊船瓜洲                 과주에 배를 대고

 

京口瓜洲一水間           과주에서 경구까진 강 하나 사이

鍾山只隔數重山           몇 겹 산 저 너머엔 내 고향 종산

春風又綠江南岸           춘풍은 또 파릇파릇 강둑을 물들이는데

明月何時照我還           명월은 언제나 돌아오는 나를 비추려나.

 

 

山中

 

隨月出山去               달따라 산속으로 나섰다가

尋雲相伴歸               구름 찾아 서로 친구하여 돌아왔네.

春晨花上露               봄날 아침 꽃에 맺힌 영롱한 이슬

芳氣着人衣               향기로운 기운이 사람의 옷에 스며드네.

 

 

商鞅

 

自古驅民在信誠           예부터 백성을 부림은 신의와 성실에 있고

一言爲重百金輕           한마디 말 무거우니 백 금이 오히려 가볍도다.

今人未可非商鞅           요즘 사람 가히 상앙을 비난할 수 없나니

商鞅能令政必行           상앙은 율령을 펴면 반드시 시행하게 하였도다.

 

 

書湖陰先生壁             호음선생의 집 벽에 적다

 

茅檐長掃靜無苔           띠지붕 처마 밑을 말끔히 쓸어 조용하고 이끼도 없고

花木成畦手自栽           꽃과 나무 심어서 밭두둑 되니 손수 가꾸신 것이어라.

一水護田將綠繞           한 줄기로 흐르는 냇물은 파란 논을 맴돌아 가고

兩山排闥送靑來           양쪽 산은 멀리서 대문 젖히고 푸른 기운 보내온다.

 

 

示長安君                 장안군에게

 

少年離別意非輕           젊어서 이별하니 마음이 가볍지 않았는데

老去相逢亦愴情           늙어서 서로 만나니 또한 마음이 서글퍼진다.

草草杯盤共笑語           조촐한 술상에서 서로 웃고 말하며

昏昏燈火話平生           어두운 등불 아래 지난날을 이야기 한다

自憐湖海三年隔           삼 년 세월 바다 멀리 떨어져 산 것이 서러운데

又作塵沙萬里行           우리 남매, 또 만리 먼 사막길을 떠나야 하다니

欲問後期何日是           훗날을 기약하려 하나, 그날이 언제일 런지

寄書應見雁南征           꼭 소식 전하리라, 기러기 남녘으로 날아갈 그 때에는.

 

 

新花

 

老年少炘豫               노인에게는 기쁨이 적거늘

況復病在狀               하물며 병이 나 침상에 누워있을 적이랴.

汲水置新花               물을 길어다가 세 꽃을 꽂아놓고

取慰此流芳               그 풍기는 향기로 위로를 삼아보네.

流芳祗須臾               풍기는 향기는 다만 잠시 동안이니

我亦豈久長               난들 어찌 오래 갈 수 있으리오.

新花與故吾               새 꽃과 묵은 나는

已矣兩可忘               아아 양편 모두 잊어야지.

 

 

夜直                     밤 근무

 

金爐香盡漏聲殘           금로향로 향불이 다 타고, 물시계 소리 잦아드는데

剪剪輕風陣陣寒           바람은 살랑살랑 불어오고 날씨는 점점 추워지는구나.

春色惱人眠不得           봄빛이 사람의 애간장 태우니 잠은 오지 않고

月移花影上欄干           달이 옮아가니 꽃에 그늘지고 나는 난간을 오른다.

 

 

王荊公勸學文

 

讀書不破費               독서는 비용이 들지 않고

讀書萬倍利               독서는 만 배의 이득이 생기네.

書顯官人才               책은 관리자의 재주를 나타나게 해주고

書添君子智               책은 군자의 지혜를 더해주네.

有卽起書樓               돈이 있으면 서재를 짓고

無卽致書櫃               돈이 없으면 책상자라도 갖추어라.

窓前看古書               창 앞에선 고서를 보고

燈下尋書義               등불 아래선 글 뜻을 찾아보라.

貧者因書富               가난한 자는 책으로 인해 부유해지고

富者因書貴               부유한 자는 책으로 인해 귀해지며

愚者得書賢               어리석은 자는 책을 얻어 현명해지고

賢者因書利               현명한 자는 책으로 인해 이로워지니

只見讀書榮               책 읽어 영화 누리는 것 보았지

不見讀書墜               책 읽어 실패하는건 못 보았다.

賣金賣買讀               금을 팔아 책을 사서 읽어라

讀書買金易               책읽어 금사기는 쉽다네.

好書卒難逢               좋은 책은 끝내 만나기 어렵고

好書眞難致               좋은 책은 진정얻기 어렵네.

奉勸讀書人               책읽는 사람 받들어 권하노니

好書在心記               좋은 책은 마음에 기억해 두어라.

 

 

欲雪                     눈을 기다리며

 

天上雲驕未肯動           하늘 위의 먹구름 움직임조차 없더니

晩來雪意已顚空           해질녘 이미 하늘에 눈이 내리려하네.

欲開新酒邀嘉客           새 술을 빚어 반가운 벗을 맞으려고

更待天花落座中           다시금 앉아서 하늘 꽃 소식 기다리네.

 

 

元日

 

爆竹聲中一歲除           터지는 폭죽 소리에서 한 해가 또 갔음을 듣누나

春風送暖入屠蘇           도소주 한 잔에 훈훈한 것이 봄이 왔음을 느낀다.

千門萬户曈曈日           방금 떠오른 찬란한 햇빛이 온 세상을 두루 비추고

總把新桃换舊符           제구포신(除舊布新)하여 지난 도부(桃符)를 걷고 새 것으로 바꿔 부치누나.

 

 

遊鐘山                   종남산

 

終日看山不厭山           종일토록 산을 봐도 싫지가 않아

買山終待老山間           산을 사서 산에서 늙어나 볼까?

山花落盡山長在           산의 꽃 다 진다해도 산은 그냥 그 모습

山水空流山自閑           산골물 다 흘러가도 산은 마냥 한가롭다네.

 

 

宰嚭                     재상 백비

 

謀臣本自繫安危           자문하는 신하가 본래 나라의 안위에 관계되니

賤妾何能作禍基           천첩이 어찌 재앙의 근본이 될 수 있겠습니까.

但願君王誅宰嚭           다만 원하기는, 군왕께서는 재상 백비를 죽이시고

不愁宮裏有西施           궁중의 서시가 있음은 걱정하시지 마시기를.

 

 

鍾山卽事

 

澗水無聲遶竹流           계곡물은 소리 없이 대나무를 감돌며 흐르고

竹西花草弄春柔           대나무 곁에서는 꽃과 풀들이 봄의 부드러운 기운 희롱하고 있네.

茅簷相對坐終日           초가지붕 처마 밑에서 산을 대하고 종일 앉아 있어도

一鳥不啼山更幽           새 한 마리 울지 않고 산만 더욱 그윽하네.

 

 

竹裏                     대나무숲 속에서

 

竹裏編茅倚石根           대나무밭 바위 밑둥에 기대어 띠 집 지으니

竹莖疎處見前村           대줄기 성근 곳 통해 앞마을이 보이네.

閒眠盡日無人到           한가히 잠을 자도 하루 종일 찾아오는 사람 없고

自有春風爲掃門           봄바람 스스로 일어 문 앞을 쓸어주네.

 

 

卽事

 

河流南苑岸西斜           강은 남원을 흘러 언덕 서쪽으로 기우는데

風有晶光露有華           바람엔 맑은 빛이 있고 이슬에는 꽃이 있네.

門柳故人陶令宅           문 앞의 버들은 도령의 집이요

井棟前日總恃家           우물가 오동은 전날 총시의 집이네.

嘉招欲覆盃中淥           좋은 모임에 잔 속의 술을 비우려 하는데

麗唱仍添錦上花           고운 노래는 비단 위에 꽃을 더하네.

便作武陵樽俎客           문득 무릉의 술과 안주를 즐기는 손이 되어

川源應未少紅霞           내 근원에는 응당 붉은 노을이 적지 않으리.

 

 

初夏即事                 초여름 보이는 대로 적다

 

石梁茅屋有彎碕           돌다리와 초가집은 구불구불한 물가에 있고

流水濺濺度兩陂           흐르는 물 철철 양쪽 둔덕을 지나 흘러간다.

晴日暖風生麥氣           맑은 날에 따뜻한 바람 불어 풋보리 냄새 나고

綠陰幽草勝花時           우거진 숲 짙은 풀은 꽃 피는 봄보다 낫다네.

 

 

春郊

 

靑秧漫漫出初齊           파란 모 막 나와 드넓고 가지런한데

鷄犬遙聞路却迷           닭과 개 울음 멀리 들리지만 길은 되레 희미하기만

但見山花流出水           다만 산꽃만이 물에 떠 흘러나오는데

那知不是武陵溪           어찌 알겠는가 무릉계 아니라는 것을.

 

 

河北民                   하북지방의 백성들

 

河北民                   하북지방의 백성들은

生近二邊長辛苦           두 변방 가까이 살아 오랫동안 고생한다.

家家養子學耕織           집집마다 자식 키워 농사일과 길쌈을 가르쳐

輸與官家事夷狄           관가에 실어가고 또 오랑캐를 섬긴다.

今年大早千里家           금년은 크게 가물어 천 리 간 모든 집들

州縣仍催給河役           주와 현의 관청에서는 황하의 사역에 나오라 재촉한다.

老少相携來就南           노인과 젊은이들 서로 붙들고 南으로 내려오니

南人豊年自無食           남쪽 사람들 풍년이어도 먹을 것이 전혀 없도다.

悲愁白日天地昏           슬픔과 근심으로 대낮에도 천지가 어두워

路傍過者無顔色           길가를 지나는 사람들 무표정하기만 하구나.

汝生不及貞觀中           그대들 정관의 태평시대에 태어나지 못하다니

斗粟數錢無兵戎           그 시절은 쌀 한 말에 몇 푼이요 전쟁도 없었다네.

 

 

杭州望湖樓回馬上作呈玉汝樂道

 

水光山氣碧浮浮           물빛에 산 기운이 파랗게 넘실거리니

落日將歸又少留           해질 무렵 돌아가려다 잠시 멈추고 바라보네.

從此只應長入夢           이제부터는 이 경치 꿈속에서나 만나리

夢中還與故人遊           꿈속에서 옛 친구와 다시 함께 놀 수 있었으면.

 

 

虎圖行                   호랑이 그림을 노래함

 

壯哉非熊亦非貙           굉장하구나, 곰도 아니고 이리도 아닌 것이

目光夾鏡當坐隅           눈빛은 거울을 낀 듯 모퉁이를 차지하고 앉았구나.

橫行妥尾不畏逐           꼬리 늘어뜨리고 제 마음대로 다니며 쫓아도 두려워 않고

顧盻欲去仍躊躇           돌아보며 떠나려 하다가도 주저하며 머물러 있구나.

卒然一見心爲動           갑자기 한 번 바라보니 심장이 뛰고

熟視稍稍摩其鬚           자세히 바라보니 점점 그 수염을 만지게 되는구나.

固知畵者巧爲此           화공이 정성을 다해 그린 그림임을 알았나니

此物安肯來庭除           이 동물이 어찌 마당의 끝에까지 기꺼이 왔을까.

想當盤礡欲畵時           두 다리를 뻗고 앉아서 그림을 그리려 할 때를 생각해보니

脾?衆史如庸奴            다른 여러 화공들을 종처럼 흘겨보았으리라.

神閑意定始一掃           정신 편안해지고 마음을 정한 뒤라야 한 번 붓을 휘두르니

功與造化論錙銖           그 효과는 조물주의 솜씨와 거의 같았으리라.

悲風颯颯吹黃蘆           서글픈 바람 살랑살랑 갈대에 불어들고

上有寒雀驚相呼           위에는 추워 보이는 참새들 놀라서 서로 불러 짹짹거린다.

槎牙死樹鳴老烏           앙상히 죽은 나무에는 늙은 까마귀 울어대고

向之俛噣如哺雛           나무를 향해 고개 숙여 쪼는 모습 새끼벌레 먹이는 것 같도다.

山墻野壁黃昏後           산속 집 담장벽에 황혼이 진 뒤

馮婦遙看亦下車           호랑이 사냥꾼 풍부도 멀리서 보고 수레에서 내려오리라.



목차로 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