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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식(蘇軾)

佳人薄命

 

雙頰凝乳髮抹漆          엉긴 우유빛 같은 양볼에 칠흑같은 머리를 하고

眼光入簾珠的皪          발에 드리운 눈빛은 주옥처럼 빛난다.

故將白練作仙衣          하얀 비단으로 선녀의 옷 지어 입고

不許紅膏汚天質          입술 연지는 천연의 바탕을 더럽힐까 바르지 않았다.

吳音嬌軟帶兒癡          오나라 사투리의 애교있는 소리는 앳되기만 한데

無限間愁總未知          끝없는 시간속의 근심은 알 수 없구나.

自古佳人多命薄          예부터 가인은 대부분 운명이 기박하니

閉門春盡楊花落          문은 닫히고 봄은 다하니 버들 꽃이 떨어진다.

 

 

江城子

 

十年生死兩茫茫          생과 사로 아득히 멀어진 십년

不思量, 自難忘          생각을 말자해도 진정 잊혀지지 않소.

千里孤墳                멀고 먼 천 리 밖 외로운 무덤

無處語凄凉              처량한 이내 심정 무어라 형용할 수 없소.

縱使相逢應不識          이젠 서로 만난다 해도 알아보지 못할 것이오

塵滿面                  얼굴은 먼지투성이에다

鬢如霜                  귀밑머리도 서리처럼 세었으니.

夜來幽夢忽還鄕          밤 들어 꿈속에서 당신이 홀연히 고향집에 돌아 왔었는데

小軒窓正梳妝            작은 창가에서 그대는 마침 머리를 빗고 있었지.

相顧無言                서로 돌아볼 뿐 말은 못하고서

惟有淚千行              눈물만 하염없이 흘러내렸다오.

料得年年斷腸處          해마다 더해가는 애간장 끊는 설움

明月夜                  달 밝은 이 밤

短松岡                  작은 소나무 언덕에서.

 

사패(詞牌) 중 한 종류. 원제목 - 悼念亡妻詞

 

 

溪陰堂                  시냇물이 휘도는 정자에서

 

白水滿時雙鷺下          맑은 물 가득한 강 백로 한 쌍이 내려오고

綠槐考處一蟬吟          홰나무 높은 곳에서 매미가 울어대네.

酒醒門外三竿日          술에서 깨어 문밖을 보니 해는 벌써 중천인데

臥省溪南十畝陰          누워서 시내 남쪽 잘 가꾼 밭이랑을 바라보네.

 

 

虢國夫人夜遊圖          괵국부인이 밤에 노는 그림

 

佳人自鞚玉花驄          미인이 스스로 옥화마(玉花馬)의 고삐를 잡으니

翩如驚燕踏飛龍          놀란 제비처럼 펄럭이며 나는 용처럼 뛰어 오른다 .

金鞭爭道寶釵落          금채찍으로 길을 다투다 보석 비녀 떨어뜨리니

何人先入明光官          어느 사람이 먼저 명광관(明光官)에 들어갈까.

宮中羯鼓催花柳          갈 나라의 북은 꽃과 버들을 재촉하는데

玉奴絃索花奴手          양귀비는 비파를 타고 양양왕은 손으로 북을 친다

坐中八姨眞貴人          좌중에선 여덟째인 괵국부인이 진정한 귀인이라

走馬來看不動塵          말을 달려와 보아도 먼지조차 일지 않았다.

明眸皓齒誰復見          밝은 눈과 흰 이를 가진 미인을 누가 다시 볼까

只有丹靑餘淚痕          오직 단청 그림에만 눈물 흔적이 남아있구나.

人間俯仰成古今          인간의 일순간의 지금이 옛날이 되니

吳公臺下雷塘路          임금의 무덤도 오공대 아래에서 뇌당의 길가로 옮겨진다.

當時亦笑張麗華          당시 또한 장려화를 보고 미소 지었으니

不知門外韓擒虎          문 앞에 한금호 장군이 와 있는 줄을 알지도 못하고서.‘

 

 

念奴嬌(赤壁懷古)

 

大江東去                장강이 동쪽으로 흘러가며

浪淘盡                  물결이 남김없이 쓸어간 것은

千古風流人物            옛 영웅들의 흔적이라네.

故壘西邊                옛 보루의 서쪽은

人道是                  사람들이 말하기를

三國周郞赤壁            삼국시대 때 주유의 적벽이라 하네.

亂石崩雲                어지러운 바위들은 구름을 무너뜨릴 기세이고

驚濤裂岸                놀란 파도가 언덕을 할퀸 후

捲起千堆雪              천 무더기 눈 같은 물보라를 말아 올리네.

江山如畫                강산은 한 폭의 그림 같은데

一時多少豪傑            한 때는 호걸들이 그 얼마나 되었던가!

遙想公瑾當年            아득히 주유의 그 시절을 생각하니

小喬初嫁了              소교가 갓 시집 와

雄姿英發                웅장한 자태에 재주를 드날렸으리

羽扇綸巾                (제갈량이) 백우선에 비단 두건을 쓰고

談笑間                  담소하는 사이에

檣櫓灰飛煙滅            적국의 배는 재가 되어버렸다네.

故國神遊                고향 땅을 혼백이 떠돌아다니며

多情應笑我              다정한 그대는 나를 보고 웃을지니

早生華髮                나의 일찍 희어진 머리를 보고.

人生如夢                인생은 꿈과 같은 것이니

一尊還酹江月            강에 비친 달에 술 한 잔을 쏟아 붓네.

 

 

東欄梨花

 

梨花淡白柳深靑          배꽃은 희고 버들은 푸르니

柳絮飛時花滿城          버들가지 휘날릴 때 성에 배꽃은 만발한다.

惆愴東欄一株雲          슬프다, 동쪽에 핀 한 그루 흰 배꽃은

人生看得幾淸明          사람이 몇 번이나 그 깨끗한 꽃을 볼것인가.

 

 

登邁驛通潮閣 

 

1

倦客愁聞歸路遙          고달픈 나그네 돌아갈 길 멀다는 말 수심겨워 듣고

眼明飛閣俯長橋          눈앞은 환하고 날 듯한 높은 누각에서 긴 다리 굽어본다.

貪看白鷺橫秋浦          백로가 가을 포구 건너가는 것을 탐스럽게 바라보다

不覺靑林沒晩潮          푸른 숲이 저녁 조수에 가라앉는 것을 깨닫지도 못했다.

 

2

餘生欲老海南村          여생을 해남 고을에서 늙으려 했더니

帝遣巫陽招我魂          하늘이 무양(巫陽)을 보내어 나의 넋을 부르는구나.

杳杳天低鶻沒處          아득한 하늘 아래로 송골매가 출몰하는 곳

靑山一髮是中原          푸른 산 속 한 머릿결 그곳이 중원 땅이로다.

 

 

陌上花

 

1

陌上花開蝴蝶飛          길 위에 꽃피고 나비는 날아다니고

江山猶是昔人非          강과 산은 오히려 옛날 같건만 옛 사람은 아니구나.

遺民幾度垂垂老          남은 백성은 몇 번이나 흰 수염 드리워져 늙어가는 지

遊女長歌緩緩歸          유곽의 여인은 길게 노래 부르며 느릿느릿 돌아가는구나

 

2

陌上山花無數開          길 위의 산 꽃은 무수히 피고

路人爭看翠輧來          길가는 사람은 다투어 보고자 수레 타고 오네.

若爲留得堂堂去          만약에 남을 수 있어 세월과 함께 가 버려

且更從敎緩緩歸          느릿느릿 돌아감을 가르쳐 또 다시 따르리라.

 

3

生前富貴草頭露          살았을 때 부귀는 풀 위의 이슬이요

身後風流陌上花          죽은 뒤 풍류는 길 위의 꽃이라네.

已作遲遲君去魯          이미 느리고 느리게 되어 그대 노(魯)로 가버리니

猶敎緩緩妾還家          오히려 천천히 함을 가르쳐 첩은 집으로 돌아가려네.

 

 

病中大雪數日未嘗起觀虢令趙荐以詩相屬戱用其答之

                        병중에 큰 눈이 수 일간 내려 일어나 보지 못했는데 괵령 조천이

                        시로 서로 연락해 농을 하는데 그 운을 사용해 그에 답함

 

經旬臥齋閣              지난 열흘 집에 누워

終日親劑和              종일 직접 약을 지었네

不知雪已深              눈이 이미 깊게 쌓인 것도 모르고

但覺寒無那              단지 추위에 어찌 할지 몰랐네

飄蕭窗紙鳴              바람이 시끄럽게 창문의 종이를 울리고  

堆壓檐板墮              눈의 무게가 처마의 판자를 떨어뜨린다

風飆助凝冽              거센 바람은 맑은 얼음 얼게 하고  

幃幔困掀簸              휘장과 막은 들려 흔들림에 지친다

惟思近醇醲              오로지 술이 진해지는 것만 생각하고  

未敢窺璨瑳              옥빛 고운 것을 엿볼 생각 못했네

何時反炎赫              언제 도로 뜨거운 태양 빛날까  

卻欲躬臼磨              직접 약절구 갈려다 그만둔다

誰云坐無氈              누가 방석 없이 앉아라고 말하리  

尙有裘充貨              아직 가진 갖옷으로 돈 살 수 있네

西鄰歌吹發              서쪽 옆집에는 노래와 피리소리 나고  

促席寒威挫              자리를 권하니 추위는 세력 꺾이네

崩騰踏成逕              흙더미 무너뜨리며 좁은 길로 가  

繚繞飛入座              덩실 날아 자리 잡네

人歡瓦先融              사람들 기뻐함에 기와의 눈이 먼저 녹고  

飮雋甁屢臥              음식물 준수하고 빈병은 자주 눕네

嗟予獨愁寂              아 나 혼자 근심 속에 적막 했구나  

空室自困坷              빈집에서 스스로 괴로움에 고생 했네

欲爲後日賞              뒷날 보상해 주고 싶은데

恐被遊塵涴              놀다 더러워질까 두려워

寒更報新霽              추위는 다시 날이 개는 것을 알리고  

皎月懸半破              밝은 달빛 반만 남아 걸렸네

有客獨苦吟              객은 홀로 괴로움에 신음하며  

清夜默自課              맑은 밤에 자신의 일은 묵살 한다

詩人例窮蹇              시인은 본래 곤궁한 법이니  

秀句出寒餓              좋은 구절은 추위와 굶주림 속에서 나오네

何當暴雪霜              어찌 눈과 서리 감당하지 않으리 

庶以躡郊賀              모두 들 밟으며 하례하러 가니

 

 

丙辰中秋歡飮達旦大醉作此篇兼懷子由

 

明月幾時有              밝은 달은 그 얼마 동안 있었던가

把酒問青天              술잔을 잡고 푸른 하늘에 물어본다.

不如天上宮闕            모르겠노라 하늘나라 궁궐에서

今夕是何年              오늘 저녁은 어느 해인가.

我欲乘風歸去            나는 바람 타고 돌아가고 싶으나

又恐瓊樓玉宇            보석 월궁위 누대와 백옥 전각이 두렵구나.

高處不勝寒              높은 곳에 있어 추위를 견디지 못하여

起舞弄清影              일어나 춤추며 맑은 그림자 희롱하니

何似在人間              어찌 인간세상에 있는 것 같은가

轉朱閣                  붉은 누각을 돌아

低綺戶                  비단 방 창문 나지막하게

照無眠                  비추니 잠이 오지 않는구나.

不應有恨                원한이 있어서가 아닐 것인데

何事長向別時圓          무슨 일로 그토록 이별할 때만 둥글어지는가.

人有悲歡離合            사람에겐 기쁨과 슬픔 이별과 만남이 있고

月有陰晴圓缺            달에게는 흐림과 갬 둥글어짐과 이즈러짐이 있다.

此事古難全              이러한 일에 두 가지가 완전히 되기는 어려워라.

但願人長久              다만 바라기는 사람이 오래 살아

千里共嬋娟              천 리 먼 곳에서 아름다운 모습을 같이 했으면 하노라.

 

 

司馬溫公獨樂園          사마온공의 독락원기

 

靑山在屋上              푸른 산이 지붕 위에 있고

流水在屋下              흐르는 물은 지붕 아래에 있다.

中有五畝園              가운데는 다섯 이랑의 정원이 있어

花竹秀而野              꽃나무와 대나무 우거져 들판 같다.

花香襲杖屨              꽃향기 지팡이와 신에 젖어들고

竹色侵盞斝              대나무 빛 술잔 속에 들어왔다.

樽酒樂餘香              통술을 마시며 남은 봄 향기 즐기며

碁局消長夏              바둑을 두며 기나긴 여름을 보낸다.

洛陽古多士              낙양은 예부터 선비가 많아

風俗猶爾雅              풍속은 아직도 우아함이 남아있다.

先生臥不出              선생은 세상에 나오지 않아

冠盖傾洛社              관 쓰고 수레 탄 명사들이 낙사로 몰려든다.

雖云與衆惡              비록 여러 사람들과 즐긴다 하나

中有獨樂者              그 속에 홀로 즐기는 것이 있나니.

才全德不形              재주가 완전해도 덕은 나타내지 않아

所貴知我寡              귀한 것은 나를 알아주는 이가 적은 것이라네.

先生獨何事              선생은 홀로 무슨 일을 하시어서

四海望陶冶              모든 사람들이 세상을 다스려 주기를 바라는가.

兒童誦君實              아이들도 선생의 자 “군실(君實)”을 외우고

走卒知司馬              하인들도 선생의 성 “사마(司馬)”를 안다.

持此欲安歸              이런 명성을 지니고서 선생은 어디로 가시려는가

造物不我捨              조물주는 우리를 버리지 않으셨다.

各聲逐我輩              명성이 우리를 좇은 것이니

此病天所赭              이러한 병을 얻은 것은 하늘이 붉은 표식을 한 것이네.

撫掌笑先生              손뼉을 치며 웃어주나니 선생이

年來效暗啞              근래에 벙어리 흉내를 내시고 있는 것을 말이요.

 

 

賞心十六事              16가지를 즐겁게 감상하는 마음

 

淸溪淺水行舟            맑은 시내 얕은 물에서 뱃놀이하기.

凉雨竹窗夜話            시원한 비 오는데 죽창(竹窓) 옆에서 친구들과 한밤에 이야기 나누기.

暑至臨流濯足            여름에 시냇물에 발 씻기.

雨後登樓看山            비 온 뒤 다락에 올라 산 경치 구경하기.

柳陰提畔閒行            버드나무 그늘진 제방 길에서 산보하기.

花塢樽前微笑            꽃밭에서 술항아리 놓고 미소 짓기.

隔岸山寺聞鐘            강 건너에서 들려오는 산사의 종소리 듣는 것.

月下東린吹簫            달빛 아래 이웃에서 부는 피리 소리 듣는 것.

晨興半炷名香            새벽에 일어나 좋은 향을 피우는 일.

午倦一方藤枕            낮에 등나무 베개 베고 낮잠 자기이다.

開甕忽逢陶謝            술항아리 열자 시우(詩友)를 만나는 것.

接客不著衣冠            손님이 왔으나 의관을 갖추지 않아도 될 때.

乞得名花盛開            얻어 심은 명화가 만발하는 것.

飛來佳禽共語            날아온 예쁜 새가 지저귈 때.

客至汲泉煎茶            손님이 와서 샘물 길어다 차 끓이는 것.

撫琴聽者知音           거문고 뜯을 때 옆에서 듣는 사람이 그 음악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순간.

 

 

常潤道中有懷錢塘寄述古  상주와 윤주를 돌아다니는 도중에 전당이 그리워져서 술고에게 부친다

 

1

從來直道不辜身          종래에는 올곧은 도가 몸을 해치지는 않아서

得向西湖兩過春          서호에서 두 번이나 봄을 지내실 수 있군요.

沂上已成曾點服          기수(沂水)로 나갈 증점(曾點)의 봄옷이 이미 마련되었고

泮宮初采魯侯芹          반궁(泮宮)에선 노나라 제후의 미나리를 캐기 시작하네.

休驚歲歲年年貌          해마다 다른 모습에 놀라지는 마시고

且對朝朝暮暮人          아침저녁으로 늘 보는 사람들이나 대하세요.

細雨晴時一百六          가랑비가 활짝 개는 백여섯 번째 되는 날에

畵船鼉鼓莫違民          유람선에서 타어(鼉魚) 북을 울려 민심을 저버리지 마세요.

 

2

草長江南鶯亂飛          강남에 풀 무성하고 꾀꼬리 어지러이 나는데

年來事事與心違          해마다 일들은 내 마음과 어긋나는구나.

花開後院還空落          꽃은 후원에 피어 다시 쓸쓸히 지는데

燕入華堂怪未歸          제비는 대청에 들어와 돌아가지 않음이 이상하구나.

世上功名何日是          세상의 부귀공명 어느 날에나 찾아오나

樽前點檢幾人非          술 앞에 두고 헤아려보니 몇 사람이나 잘못되었던가.

去年柳絮飛時節          지난 해 버들 솜 날릴 때를 생각해보니

記得金籠放雪衣          금빛 새장에서 흰 비둘기 날려주던 생각이 나는구나.

 

 

西江月

 

世事一場大夢            세상살이야 한바탕 커다란 꿈일진데

人生幾度新凉            인생의 변덕이야 말로 그 얼마였던고.

夜來風葉已鳴            밤 들어 바람결엔 이미 낙엽지는 소리 들려오고

看取眉頭髮上            눈썹이며 머리카락도 희어만 간다.

酒賤常愁客少            그 많은 술마저도 나그네 시름 달랠 수 없고

月明多被雲姑            명월도 구름에 가리워져 빛을 잃어가는 구나.

中秋誰與其孤光          한가위 외로운 저 달을 뉘와 같이 볼꺼나

把盞悽然北望            잔 잡고 바라보는 북녘하늘가엔 슬픔이 어린다.

 

 

書李世南所畫秋景        이세남이 그린 가을 경치 그림에 적다

 

野水參差落漲痕          들 물길 들쭉날쭉 물이 불었던 흔적

疎林敧倒出霜根          성긴 숲 얼기설기 서리 맞은 뿌리들.

扁舟一櫂歸何處          작은 배 노저어서 어디로 돌아가나

家在江南黃葉邨          내 집은 강남 땅 황엽촌에 있다오.

 

 

書惠崇春江曉景圖        혜숭의 봄 강 새벽풍경 그림에 쓰다

 

竹外桃花三兩枝          대숲 너머 복숭아꽃 두세 가지

春江水暖鴨先知          봄 강물은 따뜻해 오리가 먼저 안다

蔞蒿滿地蘆芽短          쑥이 땅에 가득차고 갈대 싹 짧게 올라오니

正是河豚欲上時          바로 지금은 복어가 올라오려 하는 때

 

혜숭(965~1017) - 북송의 유명한 시승으로 시와 그림에 능했음

이 시의 배경 - 이 시는 1086년 혜숭의 春江曉景圖를 소장하고 있던 위곤의(韋袞儀)로부터 그림을 구경하고 그 그림 위에 적은 것. 춘강효경도는 전해지지 않고 있다.

 

 

石蒼舒醉墨堂            석창서의 취묵당에서

 

人生識字憂患始          인생은 글자를 알면서 우환이 시작되니

姓名麤記可以休          성명이나 대강 적을 수 있으면 그만둠이 좋도다.

何用草書誇神速          어찌하여 초서를 배워서 빠른 것을 자랑하여

開卷惝怳令人愁          책을 펴면 당혹하게 사람을 근심하게 만드는가.

我嘗好之每自笑          나도 일찍이 좋아는 하나 매번 스스로 웃노니

君有此病何能瘳          그대도 이 병이 있으니 어찌 고치겠는가.

自言其中有至樂          이 속에 지극한 즐거움 있다고 스스로 말하여

適意不異逍遙遊          마음대로 되는 것이 소요의 세계와 같다고 하는구나.

近者作堂名醉墨          요즈음 지은 집을 취묵당이라 이름 지었으니

如飮美酒消百憂          좋은 술 마신 것처럼 온갖 근심 사라진다는 뜻과 같으리라.

乃知柳子語不妄          유자의 말이 허탄하지 않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노라.

病嗜土炭如珍羞          병들면 흙이나 숯이 산해진미보다 좋다는 것을

君於此藝亦云至          그대는 이 예술에 지극하다 말할 수 있나니

堆牆敗筆如山邱          버린 붓 담장에 쌓은 것이 산처럼 많도다.

興來一揮百紙盡          흥이 일어나 한 번 흰 종이에 휘두르면

駿馬倏忽踏九州          준마가 잠깐 사이에 천하를 밟고 지나간 것 같도다.

我書意造本無法          나의 글씨 법도 없이 쓴 글이라

點畫信手煩推假          마음대로 쓴 점과 劃을 번거롭게 추천하고

隻字片紙皆藏收          글씨 하나 종이 한 조각 모두를 거두어 두는가.

不減鍾張君自足          종요(鍾繇)와 장지(張芝)에 못하지 않은 그대는 스스로 충분하지만

下方羅趙我亦優          나도 이제야 아래로 나휘(羅暉)와 조습(趙襲)보다는 나으리니

不須臨池更苦學          못가에 나가 애써 배울 필요는 없도다

完取絹素充衾裯          비단 전부 가져다가 이불이나 만들어 채우리라.

 

 

水調歌頭(明月幾時有)

 

明月幾時有              밝은 달은 언제부터 있었던가?

把酒問青天              술잔 들고 푸른 하늘에 물어본다.

不知天上宮闕            하늘에는 궁궐이 있는지

今夕是何年              오늘 밤은 어느 해인가?

我欲乘風歸去            나는 바람 타고 돌아가고 싶지만

唯恐瓊樓玉宇            오직 옥으로 지은 궁이

高處不勝寒              높아서 추위를 이기지 못할까 두렵구나.

起舞弄清影              달빛 아래 그림자는 춤추며 노니

何似在人間              어찌 인간 세상과 같겠는가?

轉朱閣                  달은 붉은 누각 돌아

低綺戶                  비단 창가에 내려와

照無眠                  비추니 잠을 이룰 수 없네.

不應有恨                달은 나와 한도 없을 터인데

何事長向別時圓          어이하여 이별할 때는 둥근 것인가?

人有悲歡離合            인간에게는 슬픔과 기쁨 만남과 헤어짐이 있고

月有陰晴圓缺            달은 밝고 어둡고 둥글고 이지러짐 있으니

此事古難全              이런 일은 예로부터 완전하기 어려워라.

但願人長久              내 다만 바라는 건 오직 오래도록

千里共嬋娟              천 리 밖에서 달빛을 함께 보고픈 것이라네.

 

水調歌頭 - 사패이름으로 악부(樂府)의 곡명이다

 

 

宿海會寺

 

籃輿三日山中行          가마를 타고 3일을 산속을 가니

山中信美少曠平          산 속은 정말 아름다우나 넓은 땅이 적구나.

下投黃泉上靑冥          아래로는 황천물 떨어지고 위로는 푸른 하늘

線路每與猱猿爭          실처럼 뻗은 길은 언제나 원숭이들과 다투는구나.

重樓束縛遭澗坑          여러 층의 누각이 매어있고 골짜기를 만나니

兩股酸哀飢腸鳴          두 다리는 아파 애처롭고 배는 고파 소리가 나는구나

北渡飛橋踏彭鏗          북으로 높은 다리 건너니 밟는 걸음이 삐걱거리고

繚垣百步如古城          둘러싼 담장은 백 걸음이나 되어 옛 성과 같구나.

大鍾橫撞千指迎          큰 종을 치니 백 사람의 천 손가락이 맞아주고

高堂延客夜不扃          높다란 방에는 손님을 맞아 밤에도 빗장 걸지 않았구나.

杉槽漆斛江河傾          삼목에 옷칠한 욕조에는 강물을 담았서

本來無垢洗更輕          본래도 없던 때 씻으니 다시 더 가벼워진다.

倒牀鼻息四鄰驚          침상에 쓰러지니 코고는 소리에 사방이 놀라는데

紞如五鼓天未明          마치 오경의 북소리 같은데 날이 밝지 않는구나.

木魚呼粥亮且淸          목어는 아침 죽 먹어라 부르니 그 소리 밝고도 맑은데

不聞人聲聞履聲          사람 소리는 들리지 않고 신발 소리만 들리는구나.

 

 

食荔支                  여지를 먹으며

 

羅浮山下四時春          나부산 아래는 사철이 봄이라

盧橘楊梅次第新          금귤과 양매가 번갈아 열린다네.

日啖荔支三百顆          날마다 여지를 삼 백 알이나 먹으니

不辭長作嶺南人          귀양살이 길어도 내 싫어하지 않으리.

 

 

辛丑十一月十九日

 

不飮胡爲醉兀兀          술도 마시지 않았는데 어찌 주정인가

此心已逐歸鞍發          이 마음 벌써 돌아가는 말을 따라 떠나버리네.

歸人猶自念庭闈          돌아가는 사람은 오히려 집 생각만 하는데

今我何以慰寂寞          지금 나는 무슨 수로 이 적막한 마음 위로할까.

登高回首坡壟隔          산에 올라 고개 돌려 멀리 떨어진 언덕을 보니

但見烏帽出復沒          오직 검은 모자만 보였다 말았다 하는구나.

苦寒念爾衣裘薄          심한 추위에 너의 갓옷 얇은 것 생각하며

獨騎瘦馬蹈殘月          혼자서 수척한 말 타고 새벽달을 밟는구나.

路人行歌居人樂          나그네는 걸으며 집안사람 즐거움 노래하니

童僕怪我苦悽惻          종들은 내가 슬퍼함을 이상히 여기는구나.

亦知人生要有別          인생에 이별이 있음도 알고 있지만

但恐歲月去飄忽          세월이 지나감이 너무나 빠르니 두렵기만 하다.

寒燈相對記疇昔          차가운 등잔 불빛 마주보며 옛날을 기억하노니

夜雨何時聽蕭瑟          어느 때라야 밤비 쓸쓸히 내리는 것을 들을까.

君知此意不可忘          그대가 이 마음 잊어서는 아니됨을 안다면

愼勿苦愛高官職          부디 높은 관직에 집착하여 괴로워 마시게.

 

 

十拍子 (暮秋)

 

白酒新開九醞            백주(白酒)를 새로 열어보니 구온주라.

黃花已過重陽            국화꽃은 이미 중양절을 보냈네.

身外儻來都似夢          몸 이외의 뜻밖에 생긴 것은 모두가 꿈과 같은 것

醉裏無何即是鄕          취중에 보는 무하유가 고향이라네.

東坡日月長              동파의 세월은 길기만 하다.

 

玉粉旋烹茶乳            옥가루가(옥수수) 빨리 끓어 차에서 유향이 나고

金齏新搗橙香            금빛 양념 갓 빻아 등자 향이 가득하네.

強染霜髭扶翠袖          흰 콧수염 억지로 염색하고 푸른 옷 미인의 부축을 받으며

莫道狂夫不解狂          미친 사내 미친 짓을 그치지 않는다 말하지 마라.

狂夫老更狂              미친 사내는 늙을수록 더욱 광기가 많아진다네.

 

十拍子 - 당 교방곡명(敎坊曲名)으로 파진자(破陳子)를 말한다. 당나라 초기에 진왕 이세민이 지은 大型武舞曲을 말하며 秦王破陳樂이라 한다

九醞春酒 - 중국 술의 한 종류로서 白酒에 속하며 맛이 좋고 도수가 높은 술

無何即是鄕 - 無何有之鄕. 어떠한 것도 없는 곳. 무하유는 아무것도 없는 곳, 마음이 한가로워 별도로 마음을 쓰는 곳이 없음을 의미

 

 

夜歸臨臯

 

夜飮東坡醒複醉          밤에 동파에서 술 마시고 깨었다가 다시 취하여

歸來仿佛三更            돌아오니 한밤이 된 것 같아라.

家童鼻息已雷鳴          집안 아이들은 이미 우레 소리처럼 코를 골고

敲門都不應              문을 두드려도 아무도 대답이 없다.

倚杖聽江聲              몸을 지팡이에 의지하고 강물소리를 듣노니

長恨此身非我有          이 몸에 진짜 내가 있지 않음을 한탄하노라.

何時忘卻營營            어느 때나 악착스런 삶을 잊을 수 있을까

夜闌風靜穀紋平          밤은 깊어가고 바람은 자고 잔물결은 펴지는데.

小舟從此逝              작은 배로 여기서 떠나가자

江海寄餘生              강과 바다에서 여생을 부쳐보자꾸나.

 

 

楊康功有石狀醉道士爲賦此詩

                        양강공에게 마치 술 취한 도사같은 모양의 돌이 있어 그것을 읊음

 

楚山固多猿              초나라 산에는 본래 원숭이가 많아

靑者黠而壽              파란 것은 약고 오래 산다.

化爲狂道士              그것이 미친 도사로 변하여

出谷恣騰蹂              산골짜기를 멋대로 뛰어다닌다.

誤入華陽洞              화양동으로 잘못 들어가

竊飮茅君酒              주인 모군의 술을 훔쳐 마셨다네.

君命囚巖間              주인은 그것을 암석에 가두어

巖石爲械杻              암석이 바로 형틀이 되었네.

松根絡其足              솔뿌리가 그 발에 얽히고

藤蔓縛其肘              등나무 덩굴은 그의 팔을 얽었네.

蒼苔眯其目              푸른 이끼는 그의 눈을 가리고

叢棘哽其口              가시덤불은 그의 입을 막았다.

三年化爲石              삼년 만에 돌로 변하니

堅瘦敵瓊玖              옥돌과 같이 강파르다

無復號雲聲              다시는 구름 위로 높이 소리치지 못하는데

空餘舞杯手              춤추는 잔 든 손만 남아있구나.

樵夫見之笑              나무꾼은 이것을 보고 웃고

抱賣易升斗              가져다 곡식 몇 되에 팔았다네.

楊公海中仙              양공은 바닷가 신선이라

世俗焉得友              속된 세상에서 어찌 벗을 얻을 수 있겠는가.

海邊逢姑射              바닷가에서 신선을 만났으니

一笑微俛首              웃으며 고개를 약간 굽히네.

胡不載之歸              어찌 싣고 돌아오지 않고

用此頑且醜              완고하고 추하게 행동하랴.

求詩紀其異              시로써 기이함을 적어달라고 하니

本末得細剖              본말을 자세히 파헤쳤다.

吾言豈妄云              내 말이 어찌 망령되리까

得之亡是叟              세상에 없는 노인에게서 들은 것이라네.

 

 

陽關曲 (中秋作)          중추절 밤에

 

暮雲收盡溢清寒          저물녘의 구름 모두 걷혀 맑고 찬 기운 넘치고

銀漢無聲轉玉盤          은하수에 소리 없이 옥쟁반 같은 달이 굴러가네.

此生此夜不長好          우리 일생에 이런 밤의 즐거움 계속되지 않으리니

明月明年何處看          밝은 달 내년에는 어디에서 보게 될까.

 

楊關曲 - 본래의 이름은 渭城曲이며 단조 28자이다. 양관은 고대 관문의 명칭으로, 지금의 감숙성 돈황현 서북쪽이다

 

 

漁父 

 

漁父飮誰家去            어부는 누구 집에 가서 마실 건가

魚蟹一時分付            생선이랑 게랑 모두 내어 놓고 말하기를

酒無多少醉爲期          술 얼마나 내어주어도 좋소. 취하기만 하면 되는 것을

彼此不論錢數            어차피 돈은 문제될게 없으니까.

 

 

於潛僧綠筠軒            어잠 스님의 녹균헌

 

可使食無肉              식사에 고기가 없는 것은 괜찮지만

不可居無竹              거처에 대나무가 없을 수는 없네.

無肉令人瘦              고기가 없으면 사람을 마르게 하지만

無竹令人俗              대나무가 없으면 사람을 속되게 하네

人瘦尙價肥              사람이 마른 것은 살찌게 할 수가 있지만

士俗不價醫              선비가 속된 것은 고칠 수 없는 것이네.

傍人笑此言              사람들은 이 말을 비웃어

似高還似癡              고상한 것 같으면서도 바보 같은 짓이라 하네

若對此君仍大嚼          만약 이 대나무를 대하고서 고기를 마음껏 먹는다면

世間那有楊州鶴          어찌 온갖 영화 누리며 신선 못됨을 한하는 이 있으랴.

 

 

廬山煙雨                여산의 안개비

 

廬山煙雨浙江湖          여산의 안개비와 절강의 물결이여

未到千般恨不消          가보지 못했을 땐 천만 가지 한이었네.

到得還來無別事          하나 그 곳에 가 보자 별다른 것은 없고

廬山煙雨浙江湖          여산의 안개비와 절강의 물결이었네.

 

여산 - 양자강에 인접한 江西省 九江市 남쪽에 있다. 중국 최대 담수호인 파양호의 서북

절강 - 항주시 남쪽을 흐르는 錢塘江

절강조 - 만조시 바닷물이 절강을 역류하며 올라올 때 그 머리에 큰 파도를 이루며 올라오는 조수

 

 

荔枝嘆                  여지에 대한 한탄

 

十里一置飛塵灰          십 리마다 둔 역엔 먼지 일어 날리고

五里一堠兵火催          오 리마다 망대를 세워 기병을 급히 재촉했네.

顚阬仆谷相枕藉          골짝 구덩이엔 죽은 자들 서로 깔고 누워있는데

知是荔枝龍眼來          이것으로 여지(荔枝)와 용안(龍眼)이 오는 것을 알았다네.

飛車跨山鶻橫海          빠른 수레로 산 넘고 바다건너 오니

風枝露葉如新採          갓 따온 것 같이 가지와 잎이 신선했다네.

宮中美人一破顔          궁중에 미인 한 번 크게 웃게 하기 위해

驚塵濺血流千載          말발굽 아래 이는 먼지와 피는 천 년을 두고 흐르네.

永元荔枝來交州          영원 연간엔 여지가 교주에서 왔고

天寶歲貢取之涪          천보 연간엔 부주에서 그것을 바쳤는데

至今欲食林甫肉          지금도 이임보(李林甫)의 살을 뜯어먹으려 하지만

無人擧觴酹伯游          술잔 들어 당강에게 술 붓는 이는 없네.

我願天公憐赤子          하늘에 바라건대 천진한 백성을 긍휼히 여기어

莫生尤物爲瘡痏          특산품으로 인해 백성들이 고통을 받지 않게 하며

雨順風調百穀登          비와 바람 순조로워 백곡이 풍성하게 익어

民不飢寒爲上瑞          저들이 먼저 추위 속에서 굶주리지 않는 것이라네.

君不見                  그대는 보지 않았는가

武夷溪邊粟粒芽          무이계곡에서 나는 그 좁쌀만 한 찻잎 새 싹을

前丁後蔡相籠加          앞엔 정위(丁謂)가 뒤엔 채양(蔡襄)이 서로 따 가 바쳤었는데

爭新買寵各出意          총애를 얻으려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하더니

今年鬪品充官茶          금년엔 그 차로 진상하게 되었다 하네

吾君所乏豈此物          우리 임금에게 부족한 것이 어찌 이 같은 물건일까

致養口體何陋耶          입과 몸만을 위하다니 얼마나 천한일인가!

洛陽相君忠孝家          충효하다는 가문 낙양의 재상도

可憐亦進姚黃花          가련하게도 그 역시 요황이란 목단을 바쳤다네.

 

 

浣溪沙

蔌蔌衣巾落棗花          대추나무 꽃은 분분히 옷깃에 떨어지고

村南村北饗繅車          이 마을 저 마을 아녀자들의 베 짜는 소리.

牛衣古柳賣黃瓜          버드나무 아래 무명 옷 걸친 참외 파는 사람

酒困路長惟欲睡          술이 취해 갈 길은 멀어도 눈 붙이고 싶은데

日高人渴漫思茶          해는 중천에 떠있고 갈증에 차 한 모금 간절하여

敲門試問野人家          인가의 문 두들겨 물 한 사발 마실까 하네.

 

 

月夜與客飮杏花下        달밤에 손님과 더불어 살구꽃 아래에서 술을 마시다

 

杏花飛簾散餘春          살구꽃이 발 사이에 날아와 남은 봄기운 흩어버리는데

明月入戶尋幽人          밝은 달이 문으로 들어와 한가한 사람을 찾아왔네.

褰衣步月踏花影           옷을 걷고 달빛을 거닐며 꽃 그림자를 밟으니

炯如流水涵靑蘋           밝기가 흐르는 물에 푸른 마름을 머금은 듯하네.

花間置酒淸香發          꽃 사이에 술을 두니 맑은 향기가 피어오르는데

爭挽長條落香雪          긴 가지 잡아당기자 향기로운 눈꽃이 떨어지는구나.

山城薄酒不堪飮          산성의 떫은 술은 마시기를 감내하지 못하니

勸君且吸杯中月          그대에게 권하거니 또 잔속의 달이나 마시시라.

洞簫聲斷月明中          피리소리 끝나고 달 밝은 가운데

惟憂月落酒盃空          오직 근심스러운 것은 달이 지고 술잔이 비는 것이네.

明朝卷地春風惡          내일 아침 땅을 말아 올리는 봄바람 사납게 불면

但見綠葉棲殘紅          단지 보게 되리라 푸른 잎이 떨어진 꽃자리에 깃든 것을.

 

 

遊金山寺

 

我家江水初發源          내 고향 강산 처음 발원하여

宦遊直送江入海          돌아 흐르다가 바로 강이 바다로 든다.

聞道潮頭一丈高          들으니, 조수 머리 한 장이나 높고

天寒尙有沙淚在          날은 추워도 모래 벌에 눈물은 남아있다네.

南畔石盤陀          중령 남쪽 암반 절벽에

古來出沒隨濤波          예부터 거센 파도 따라 나타나고 사라진다.

試登絶頂望鄕國          정상에 올라 고을 바라보면

江南江北靑山多          강남 강북에 푸른 산이 많기도 하여라.

羈愁畏晩尋歸楫          나그네 늦어서 돌아갈 배 찾아 걱정인데

山僧苦留看落日          산승이 애써 만유하여 지는 해를 바라본다.

微風萬頃靴文細           가는 바람에 온 물에 잔잔한 물결일고

斷霞半空魚尾赤          하늘에 걸린 단하에 물고기 꼬리가 붉다.

是時江月初生魄          이 시간 강위로 달이 처음 떠오르고

二更月落天深黑          어두운 밤 달은 지니 하늘은 어둡구나.

江心似有炬火明          강 한가운데에는 횃불이 있는 듯 밝고

飛焰照山棲烏驚          나는 듯한 불빛 산을 비추니 산새들이 놀란다.

悵然歸臥心莫識          한탄하고 서글퍼 돌아와 누우니 내 마음 알지 못하나니

非鬼非人意何物          내가 귀신인지 사람인지 무엇인지 모르겠다.

江山如此不歸山          강산이 이와 같아서 돌아가지 아니하니

江神見怪驚我頑          강신은 괴이하여 내 고집에 놀라는구나.

我謝江神豈得已          강신(江神)에 사과하는 일 어찌 그치리오

有田不歸如江水          밭이 있어도 강물처럼 돌아가지 않으리라.

 

 

柳氏二外甥求筆跡        류씨 두 조카가 필적을 요구하였다

 

退筆如山未足珍          버린 붓이 산처럼 쌓여도 그리 대단하지 않아

讀書萬卷始通神          책 읽은 것이 만 권은 되어야 신명이 통한다네

君家自有元和脚          그대 집안에 전해오는 좋은 원화계(元和溪) 필법 있으니

莫厭家雞更問人          그 필법을 싫어하여 다시 남에게 묻지 말아야 하네.

 

 

六月二十七日望湖樓醉書五絶中

                        망호루에서 취해 지은 다섯 절구 중 하나

 

未成小隱聊中隱          소은을 못 이루니 중은이라도 해야지

可得長閑勝暫閑          오래 오래 한가함은 잠시 한가함보다 나으리

我本無家更安往          내 본시 집 없거늘 더 이상 어디로 간단 말이냐

故鄕無此好湖山          고향에는 이렇게 좋은 산과 호수 없다네.

 

中隱 - 백거이의 中隱이란 시에 나오는 말로 그 시에 의하면 세속을 떠나 산림 속에 은거하는 것은 小隱이요, 조정이나 세속의 여러 사람들 속에 그대로 묻혀 있으면서 마음만 세속을 떠나 있는 것이 大隱인데 대은을 하면 너무 시끄럽고 소은을 하면 너무 적적하니 그 중간인 中隱을 하자는 것으로 중은은 한직을 맡고 있으면서 세속적인 일에 얽매이지 않고 산림 속에 은거하는 은자들처럼 거리낌 없이 사는 것을 뜻한다.

 

 

乙卯正月二十日夜記夢

 

十年生死兩茫茫          십 년 동안 산 자와 죽은 자가 모두가 망망하니

不思量                  생각하지 않으려도

自難忘                  저절로 잊을 수가 없구나

千里孤墳                천 리 먼 곳에 외로운 무덤

無處話凄涼              처량함을 이야기 할 곳도 없구나

縱使相逢應不識          설사 만난다 해도 알아보지도 못하리라.

塵滿面                  진흙 먼지 가득한 얼굴

鬢如霜                  서리처럼 흰 귀밑머리

夜來幽夢忽還鄕          지난 밤 꿈속에서 홀연히 고향으로 돌아가니

小軒窗                  작은 방 창가에서

正梳妝                  막 화장하고 있었다.

相顧無言                서로 돌아보며 말없이

惟有淚千行              눈물만 수없이 흘리고 말았다

料得年年腸斷處          해마다 애끊는 곳을 생각해보니

明月夜                  달 밝은 밤

短松岡                  작은 소나무 언덕이었지.

 

 

飮湖上初晴後雨          맑았던 호수에 비 내리는 것을 술 마시며 바라보다

 

1

朝曦迎客豔重岡          아침 햇빛 손님을 맞아 겹친 봉우리에 곱고

晩雨留人入醉鄕          저녁 비 사람을 머물게 하여 술 취하게 하는구나.

此意自佳君不會          스스로 즐거운 이 마음을 그대는 모르리니

一杯當屬水仙王          한 잔 술잔을 마땅히 수선왕에게 권하여 보리라.

 

2

水光瀲豔晴方好          물빛은 넘실대고 날은 개어 좋은데

山色空濛雨亦奇          산색은 쓸쓸한데 보슬비도 절묘하도다.

欲把西湖比西子          서호(西湖)를 가져다가 서시(西施)에 견주려 하니

淡粧濃抹總相宜  ž‹    은 화장 짙은 단장 모두가 서로 어울린다.

 

 

臨江仙夜歸臨皐          밤에 임고로 돌아와

 

夜飮東坡醒復醉          밤에 東坡에서 술 마시다 깨면 또 마셔서 醉해

歸來仿佛三更            돌아오니 거의 三更이 되었네.

家童鼻息已雷鳴          아이는 벌써 우렛소리같이 코를 골며 자고 있네.

敲門都不應              大門을 두드려도 모두 對答이 없어

倚杖聽江聲              지팡이에 기대어 江물 소리 듣는다.

 

長恨此身非我有          이 몸이 내 것 아님을 항상 한탄하였으니

何時忘卻營營            공명을 추구하는 삶 언제나 잊으려나?

夜闌風靜谷紋平          밤 깊어 바람 자니 강의 물결 잔잔하네.

小舟從此逝              작은 배를 잡아타고 이곳을 떠나

江海寄余生              강과 바다에 여생을 맡겨 보려네.

 

臨江仙 - 唐 敎坊曲名으로 후에 사패가 되었다. 송나라 류영(柳永)이 처음 지은 것으로 송사(宋詞)가운데 산사(散詞)에 속한다. 쌍조 62자이며, 본래는 임과의 이별 후의 슬픔을 노래한 내용

臨皐 - 현 호북성 황강현 남쪽 강변. 소동파가 황주에 있을 때 머물렀던 곳

 

 

正月二十日與潘郭二生

 

東風未肯入東門          봄바람 아직 동문으로 들지 않으려 하니

走馬還尋去歲邨          말을 달려 다시 지난 해 들은 고을 찾는다.

人似秋鴻來有信          사람은 가을 기러기처럼 틀림없이 찾아오나

事如春夢了無痕          일이란 봄날의 꿈같아 흔적 없이 사라진다.

江城白酒三杯釅          강성(江城)의 흰 술 석잔의 짙은 맛에

野老蒼顔一笑溫          시골 노인 검붉은 얼굴 한 웃음에 밝아진다.

已約年年爲此會          해마다 약속한 우리의 이 모임이니

故人不用賦招魂          친구여, 다시 불러들일 노래 필요 없도다.

 

 

定惠院海棠

 

江城地瘴蕃草木          강성 땅은 습기가 많아 초목이 번성하는데

只有名花苦幽獨          오직 한 그루 이름난 꽃 있어 그윽한 외로움에 괴로워라.

嫣然一笑竹籬間          대 울타리 사이에서 방긋 한 번 웃는데

桃李漫山總麤俗          산에 가득한 복숭아와 오얏꽃은 모두 속되다.

也知造物有深意          또한 조물주에게도 깊은 뜻이 있어

故遣佳人在空谷          그러므로 미인을 고요한 빈 골짜기로 보낸 것이네.

自然富貴出天姿          자연스런 부귀한 모습 자연스런 자태의 표출이며

不待金盤薦華屋          금화분에 담아 부귀한 집에 보내지는 것을 바라지도 않는다.

朱脣得酒暈生臉          붉은 입술이 술을 마시고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듯

翠袖卷紗紅映肉          푸른 소매 깁이 말려 붉은 살결이 드러나듯 하다.

林深雲暗曉光遲          숲이 깊고 구름이 어두워 새벽빛 들기 더디고

日暖風輕春睡足          빛은 따뜻하고 바람은 가벼워 봄 잠 자기에 좋구나.

雨中有淚亦悽慘          빗속에 눈물 있어 또한 처참하고

月下無人更淸淑          달빛 아래 아무도 없으니 더욱 맑고 깨끗하다.

先生飽食無一事          선생은 배부르게 먹고 할 일도 없어

散步逍遙自捫腹          문을 나서 산보하며 자기 배를 만진다.

不問人家與僧舍          그러나 인가나 절간을 가리지 않고

拄杖鼓門看脩竹          짚었던 지팡이로 문을 두드리고 긴 대나무를 바라본다.

忽逢絶艶照衰朽          갑자기 아름다운 꽃을 대하자 늙고 쇠퇴한 모습 비춰져

歎息無言揩病目          말없이 탄식하며 병든 눈을 닦는다.

陋邦何處得此花          시골 마을 어느 곳에서 이 꽃을 얻었을까

無乃好事移西蜀          호사가가 서촉 땅에서 옮겨온 것이 아닐까

寸根千里不易到          한 치 나무뿌리를 천 리 길 옮겨오기 쉽지 않으니

銜子飛來定鴻鵠          틀림없이 기러기나 고니가 씨를 물고 날아왔을 것이다.

天涯流落俱可念          하늘 멀리 떠나있어 서로 동정 할 수 있느니

爲飮一樽歌此曲          한 잔 술을 마시며 이 노래를 부른다.

明朝酒醒還獨來          내일 아침술이 깨어 또 혼자 오면

雪落紛紛那忍觸          눈처럼 꽃잎이 지리니 어찌 만져볼 수나 있으랴.

 

 

前 赤壁賦

 

壬戌之秋七月旣望        임술년(北宋 元豊 五年. 1082年) 가을 칠월 열엿새 날

蘇子與客                나 소식(蘇軾)은 객과 함께

泛舟遊於赤壁之下        적벽의 아래에 배를 띄우니

淸風徐來                맑은 바람은 서서히 불어오고

水波不興                물결은 일지 않았다.

擧酒屬客                술잔을 들어 객에게 권하며

誦明月之詩              시경 명월편을 읊고

歌窈窕之章              시경 요조(窈窕)의 장을 노래한다.

少焉                    얼마 뒤에

月出於東山之上          달이 동산 위로 떠올라

徘徊於斗牛之間          북두성과 견우성 사이를 배회하였는데

白露橫江                흰 이슬은 강물 위에 비껴 내리고

水光接天                물빛은 하늘에 닿아있었다.

縱一葦之所如            한 조각 작은 배를 가는 대로 내 맡겨

凌萬頃之茫然            망망한 만경창파를 건너가니

浩浩乎如憑              넓고도 넓은 것이여,

虛御風而不知其所止      허공을 타고 바람을 모는 것 같아 그 머물 곳을 알지 못하고

飄飄乎如遺世獨立        가벼이 떠오름이여, 세상에 버려져 홀로 서 있어

羽化而登仙              날개가 돋아 신선이 되었구나.

於是                    이에

飮酒樂甚                술 마시고 매우 즐거워하며

扣舷而歌之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하였다.

歌曰桂棹兮蘭槳          노래하기를, “계수나무 노와 목란 상앗대로

擊空明兮泝流光          훤히 빈 달그림자를 치며 달빛어린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노라.

渺渺兮余懷              넓고도 아득하도다, 내 마음이여

望美人兮天一方          하늘 저 한 곳에 있는 미인을 바라 보노라.

客有吹洞簫者            객 중에 퉁소 부는 자가 있었는데

倚歌而和之              노래에 맞춰 반주하니

其聲鳴鳴然              그 소리 울려 퍼진다.

如怨如慕                원망하는 듯, 사모하는 듯 하고

如泣如訴                흐느끼는 듯, 호소하는 듯 하며

餘音嫋嫋                그 여운이 가냘프고

不絶如縷                실처럼 끊어지지 않으니

舞幽壑之潛蛟            깊은 골짜기 물에 잠긴 용이 춤추는 듯 하고

泣孤舟之嫠婦            외로운 배 속에 탄 과부를 눈물 흘리게 하는지라

蘇子愁然正襟            나 소식은 슬피 옷깃을 여미고

危坐而問客曰何爲其然也  꿇어 앉아 객에게 묻기를, “어째서 그리도 슬픈가”하니

客曰月明星稀            객이 이르기를, 달이 밝으니 별이 드물고

烏鵲南飛                까막까치 남쪽으로 날아간다고 하니

此非曹孟德之詩乎        이는 맹덕 조조의 시가 아닌가?

西望夏口                서쪽으로 하구(지금의 호북성 한구)를 바라보고

東望武昌                동쪽으로 무창(지금의 호북성 무창)을 바라보니

山川相繆                산천은 서로 엉켜

鬱乎蒼蒼                울울하고 창창하도다.

此非孟德之困於周郞者乎  이곳이 바로 조조가 주랑(周喩) 에게 곤욕을 치른 곳이 아닌가.

方其破荊州下江陵        그가 막 형주를 쳐부수고 강릉으로 내려와서

順流而東也              물결 따라 동쪽으로 내려감에

舳艫千里                배는 꼬리를 물고 천 리를 이었고

旌旗蔽空                깃발은 하늘을 가리었는지라

釃酒臨江                강물을 대하여 술을 따르며

橫槊賦詩                긴 창을 비껴들고 시를 지었으니

固一世之雄也            참으로 한 세상의 영웅이었는데

而今安在哉              지금은 어디에 있는가

況吾與子                하물며 나와 그대는

漁樵於江渚之上          강가에서 고기 잡고 나무하며

侶魚鰕而友糜鹿          물고기나 새우와 짝하고 고라니와 사슴들과 벗하며

駕一葉之扁舟            일엽편주 타고서

擧匏樽以相屬            쪽박 술잔 들어 서로 권하며

奇蜉蝣於天地            천지에 하루살이처럼 붙어 사니

渺滄海之一粟            망망한 푸른 바다에 뜬 한 알의 좁쌀이로다.

哀吾生之須臾            우리의 삶이 잠깐임을 슬퍼하고

羨長江之無窮            장강의 물이 무궁함을 부러워하여

挾飛仙以遨遊            하늘 나는 신선을 끼고 즐겁게 놀고

抱明月而長終            밝은 달을 껴안고 오래도록 살다 마치리라.

知不可乎驟得            그러나 그것을 빨리 얻을 수 없음을 알아

託遺響於悲風            여음을 슬픈 바람에 의탁해 남긴 것이노라.

蘇子曰客亦知夫水與月乎  나 소식이 이르기를, 그대도 저 물과 달을 알고 있는가

逝者如斯                가는 것은 이 물과 같으되

而未嘗往也              일찍이 지나가지 아니하였으며

盈虛者如彼              차고 이지러지는 것은 저 달과 같으되

而卒莫消長也            끝내는 자라지도 멸하지도 않느니라

蓋將自其變者而觀之      무릇 그것이 변한다는 것으로 보면

則天地曾不能以一瞬      하늘과 땅도 일찍이 한 순간도 변하지 않을 수 없다오

自其不變者而觀之        그것이 변한다는 것으로 보면

則物與我皆無盡也        만물과 나는 모두 다 무궁하거늘

而又何羨乎              또 무엇을 부러워하겠는가

且夫天地之間            또 게다가 하늘과 땅 사이에

物各有主                사물에는 제각기 임자가 있는지라

苟非吾之所有            진실로 나의 것이 아니면

雖一毫而莫取            비록 하나의 털끝이라도 취하지 말라.

惟江上之淸風            그러나 오직 강 위로 불어오는 맑은 바람과

與山間之明月            산 사이로 떠오르는 밝은 달은

耳得之而爲聲            귀로 들으면 소리가 되고

目寓之而成色            눈에 담으면 아름다운 모양이 되어

取之無禁                이것을 취하여도 금하는 않고

用之不竭                이것을 사용해도 다하지 않는지라

是造物者之無盡藏也      이것이 조물주가 주신 무진장이요

而吾與子之所共樂        나와 그대가 함께 즐기는 것이니라 하니

客喜而笑                객이 기뻐하며 웃고

洗盞更酌                잔을 씻어 다시 술을 따르니

肴核旣盡                안주는 이미 다하고

盃盤狼藉                잔과 쟁반은 어지러이 흩어져 있도다.

相與枕藉乎舟中          서로 배개 삼아 배 안에 누우니

不知東方之旣白          동방에 이미 해가 밝은 줄도 알지 못했도다.

 

赤壁 - 적벽대전이 벌어진 장소는 호북성 적벽시 적벽에서 양자강을 건넌 지역인 오림. 그러나 소동파가 적벽이라 생각한 곳은 이곳에서 80km 동쪽의 함녕시 부근. 이곳을 文적벽이라 한다.

요조지장 - 시경 국풍의 關雎 요조숙녀 시

斗牛 - 28수 별자리 중에 북방 첫째 둘째 별자리의 사이

하구 - 현 호북성 武漢市의 漢口 한구와 무창이 합쳐져서 무한시가 됨

무창 - 현 호북성 무한시의 일부. 한수가 양자강으로 들어가는 곳 오나라 손권이 장악했던 이름난 고을

 

 

後 赤壁賦

 

是歲十月之望            그 해 시월 보름에

步自雪堂                설당(雪堂)에서 걸어 나와

將歸於臨皐              임고정으로 돌아가려는데

二客從予                두 손님이 나를 따라 왔다.

過黃泥之坂              황이(黃泥) 고개를 지나는데

霜露旣降                이미 서리와 이슬이 내려

木葉盡脫                나뭇잎은 모두 지고

人影在地                사람의 그림자가 땅에 비치고 있기에

仰見明月                고개를 들어 밝은 달을 쳐다보고

顧而樂之                주위를 돌아보며 즐거워하며

行歌相答                걸어가면서 노래 불러 화답했다.

已而歎曰有客無酒        조금 지나 내가 탄식하기를, 객은 있는데 술이 없고

有酒無肴                술이 있는데 안주가 없으니

月白風淸                달 밝고 바람 맑아도

如此良夜何              이같은 좋은 밤을 어찌 보내야 하나하니

客曰今者薄暮            객이 말하기를, 오늘 해 질 무렵에

擧網得魚                그물로 고기를 잡았으니

巨口細鱗                입이 크고 비늘이 가는 것이

狀似松江之鱸            꼭 송강(松江)의 농어같이 생겼소

顧安所得酒乎            살피건대, 술은 어디서 얻을까하니

歸而謀諸婦              집에 돌아가 아내와 상의했더니

婦曰我有斗酒            아내가 말하기를, 제게 술 한 말이 있는데

藏之久矣                저장해 둔 지 오래 된 것입니다

以待子不時之須          당신이 갑자기 찾을 것에 대비하여 둔 것입니다 라고 했다.

於是                    이에

攜酒與魚                술과 고기를 가지고

復游於赤壁之下          다시 적벽 아래에 가서 놀았으니

江流有聲                흐르는 강물은 소리 내고

斷岸千尺                깎아지른 언덕은 천 척이나 되었다.

山高月小                산이 높아 달은 작은데

水落石出                강물이 줄어서 돌들이 드러나 있었다.

曾日月之幾何            일찍이 세월이 얼마나 지나서

而江山不可復識矣        강산을 다시 알아 볼 수 없단 말인가.

予乃攝衣而上            나는 옷을 걷고 올라가서

履巉巖披蒙茸            깎아지를 듯 높이 솟은 바위를 밟으며 무성히 자란 풀숲을 헤치고

踞虎豹登虯龍            호랑이 같은 괴암을 걸터타고 규룡 같은 나무를 잡고 올라서

攀栖鶻之危巢            매가 사는 높이 솟은 둥지를 잡아보고

俯馮夷之幽宮            풍이(馮夷)의 궁전이 있는 깊은 물속도 내려다보았다.

蓋二客不能從焉          그러나 두 객은 나를 따르지 못하였다.

劃然長嘯                문득 길게 휘파람소리 나더니

草木震動                초목이 진동하고

山鳴谷應                산이 울고 골짜기가 메아리치며

風起水涌                바람이 일고 강물은 솟구쳤다

予亦悄然而悲            나도 또한 쓸쓸하여 슬퍼지고

肅然而恐                숙연하여 두려워지며

凜乎其不可留也          몸이 오싹하여 더 머무를 수 없었다.

反而登舟                돌아와 배에 올라

放乎中流                강 가운데에서 물 흐르는 대로 내맡겨

聽其所止而休焉          배가 멈추는 곳을 알아 멈추게 하였다.

時夜將半                때는 거의 한밤이 되었다.

四顧寂寥                사방을 둘러보니 적막한데

適有孤鶴                마침 외로운 학 한 마리가

橫江東來                강을 가로질러 동쪽에서 날아오는데

翅如車輪                날개는 수레바퀴처럼 크고

玄裳縞衣                검정 치마 흰 저고리 입은 듯한데

戞然長鳴                끼룩끼룩 길게 소리 내어 울며

掠予舟而西也            우리 배를 스쳐서 서쪽으로 날아갔다.

須臾客去                잠시 후에 객은 돌아가고

予亦就睡                나도 잠이 들었다.

夢一道士                꿈에 한 도사가

羽衣翩僊                새털로 만든 옷을 펄럭이며

過臨皐之下              날아서 이 임고정 아래를 지나와

揖予而言曰赤壁之遊樂乎  내게 읍하여 말하기를, 적벽의 노래가 즐거웠다고 했다

問其姓名                내가 그의 성명을 물으니

俛而不答                머리를 숙인 채 대답하지 않았다.

嗚呼噫嘻                오호라!

我知之矣                나는 알겠도다.

疇昔之夜                지난밤에

飛鳴而過我者            울면서 나를 스쳐 날아간 것이

非子也耶                바로 그대가 아니오

道士顧笑                도사는 고개를 돌리며 웃었다.

予亦驚悟                나도 또한 놀라 잠에서 깨어나

開戶視之                문을 열고 내다보았으나

不見其處                그가 있는 곳을 찾아볼 수 없었다.

 

是歲 - 북송 원풍 5년 <1082년>, 소식의 나이 47세 때

雪堂 - 현재 호북성 황강현 동쪽의 소동파의 독서당, 소식이 1080년 黃州團練副使로 부임하면서 지은 초당. 네 벽에 눈온 경치를 그려 설당이라 부름

臨皐亭 - 현 호북성 황강현 남쪽 강변. 소동파가 황주에 있을 때 머물렀던 정자

松江 - 오송강의 옛 이름

馮夷 - 강의 신 하백(河伯)을 달리 이르는 말, 송나라 때 황하에 빠져죽은 사람이름

 

 

題西林壁

 

橫看成嶺側成峰          옆에서 보면 고개요 곁에서 보면 산봉우리라

遠近高低各不同          멀고 가깝고 높고 낮음에 따라 모습은 제 각각이다.

不識廬山眞面目          여산의 참 모습을 알지 못함은

只緣身在此山中          지금 이 몸이 산속에 있기 때문이리라.

 

 

足柳公權聯句

 

人皆苦炎熱              사람들 모두 더위를 괴롭다하나

我愛夏日長              난 여름날이 긴 것이 좋다네.

薰風自南來              훈풍아 남쪽에서 불어오니

殿閣生微凉              전각엔 잔잔하고 시원한 바람이 인다.

一爲居所移              한 번 사는 곳을 옮기게 되면

苦樂永想忘              백성들의 고락을 영영 잊어버리네.

願言均此施              원컨대 이러한 혜택을 고루 나누어

淸陰分四方              맑은 그늘을 온 세상에 고루 나누었으면.

 

 

縱筆

 

寂寂東坡一病翁          동파는 적적한 한 병든 늙은이

白鬚蕭散滿霜楓          서리 맞은 단풍 같이 흰 수염 쓸쓸히 흩어진다.

小兒誤喜朱顔在          어린 아이 젊은 사람 있는 줄로 잘못알고 반기나

一笑那知是酒紅          우스워라, 술 취해 붉은 줄을 어찌 알까.

 

 

中秋月

 

暮雲收盡溢清寒          저녁 무렵 구름이 모두 거치니 서늘한 바람이 불고

銀漢無聲轉玉盤          銀河水엔 소리 없고 달이 玉盤처럼 굴러오네.

此生此夜不長好          이 즐거운 人生 즐거운 밤 永遠하지는 않을터

明月明年何處看          이 밝은 달을 來年에는 어디서 볼거나.

 

 

薦福偈

 

佛以大圓覺              크게 원만히 깨달으신 부처님께서는

充滿河沙界              십방세계 어디에나 충만해 계시건만

我以顚倒想              전도된 망상 속에 빠져 있는 이 몸은

出沒生死中              생사의 바다에서 끊임없이 출몰하네.

雲何以一念              어찌하여 한 생각으로

得往生淨土              정토에 태어남을 얻는다고 하는가.

我造無始業              시작 없는 옛적부터 지은 나의 업

本從一念生              본래가 한 생각을 좇아 생(生)한 것이요

旣從一念生              한 생각을 좇아 생(生)한 것이라면

還從一念滅              도리어 한 생각을 좇아 멸(滅)할 수 있으리라.

生滅滅盡處              생(生)하고 멸(滅)함이 모두 없어지게 되면

則我與佛同              부처님과 같아지게 되나니

如投水海中              마치 물방울을 바다에 던진 것과 같고

如風中鼓槖              바람 속에서 풀무질을 하는 것과 같다네.

雖有大聖智              비록 크고 성스러운 지혜가 있다지만

亦不能分別              또한 능히 분별하기 쉽지 않나니

願我先父母              원컨대 나의 돌아가신 부모님과

與一切衆生              저 일체의 모든 중생들과 더불어

在處爲西方              우리가 있는 곳이 바로 서쪽이 되고

所遇皆極樂              만나는 바가 극락세계가 되어

人人無量壽              사람마다 아미타 부처님 아님이 없다면

無往亦無來              갈 곳도 없고 또한 올 곳도 없으리라.

 

 

春夜

 

春宵一刻値千金          봄의 밤은 한 시각이 천금이라

花有淸香月有陰          꽃은 맑은 향기를 품고 달은 그림자가 곱다.

歌管樓臺聲寂寂          누대엔 노래와 거문고 소리 고요하고

추韆院落夜沈沈          그네 뛰던 후원에는 밤이 깊어만 간다.

 

 

彭城夜宿燕子樓夢盼盼因作此詞

                        팽성의 밤 연자루에 묵으며 반반꿈을 꾸고 이 사를 짓다

 

明月如霜                밝은 달은 서리 같고

好風如水                좋은 바람은 물 같구나.

清景無限                맑은 경치 끝없는데

曲港跳魚                굽은 항만에 물고기 뛰어 논다.

圓荷瀉露                둥근 연꽃에 이슬 쏟아져도

寂寞無人見              적막하여 보는 사람 아무도 없도다.

紞如三鼓                북치는 소리 삼경인 듯

鏗然一葉                떨어지는 나뭇잎 소리

黯黯夢雲驚斷            어두운 꿈속 구름에 놀라 깬다.

夜茫茫                  밤은 망망하여

重尋無處                다시 찾을 곳이 없구나.

覺來小園行遍            깨어나 작은 동산을 두루 걷는다

天涯倦客                하늘 끝 지친 나그네

山中歸路                돌아가는 산 속 길

望斷故園心眼            떨어진 고향을 바라보는 마음의 눈이여

燕子樓空                연자루는 비어있는데

佳人何在                가인(佳人)은 어디에 있는가

空鎖樓中燕              공연히 누각에 제비만 갇혔구나.

古今如夢                고금은 꿈같은 것

何曾夢覺                언제는 어찌 꿈에서 깨었던가.

但有舊歡新怨            지나간 즐거움과 새로운 원망이 있을 뿐

異時對                  누가 딴 시대에 마주본다면

黃樓夜景                누른 누각과 밤경치를

爲余浩嘆                나를 위해 호탕하게 탄식해다오.

 

 

海棠 

 

東風渺渺泛崇光          봄바람 솔솔 불어 불빛 환히 비추이고

香霧空濛月轉廊          향기로운 안개 자욱한 속에 달빛은 복도로 들고

止恐夜深花睡去          밤 깊으면 꽃 잠들어 떨어질까 걱정되어

高燒銀燭照紅妝          일부러 긴 촛불 밝혀 붉은 얼굴 비추이네.

 

 

和陶淵明擬古            도연명의 옛날 작품을 모방해서 지은 시의 각 운자에 맞추어

 

有客扣我門              어떤 나그네가 우리 집 문을 두드리고

繫馬門前柳              문 앞 버드나무에 말을 맨다.

庭空鳥雀噪              빈 뜰에는 새와 참새들 지저귀고

門閉客立久              문은 닫혀있어도 나그네는 오랫동안 서있네.

主人枕書臥              주인은 책을 베고 누워

夢我平生友              평생의 벗을 꿈꾼다.

忽聞剝啄聲              갑자기 벗기고 두들기는 소리가 들려

驚散一杯酒              한 잔 술에 놀라 달아나버린다.

倒裳起謝客              바지를 거꾸로 입고 일어나 사과하며

夢覺兩愧負              꿈에서 깨니 우정을 저버린 것 부끄러웠다.

坐談雜古今              앉아서 고금의 여러 이야기를 나누니

不答顔愈厚              답하지 못하니 얼굴 더욱 무안하다.

問我何處來              어느 곳에서 왔느냐고 나에게 묻기에

我來無何有              나는 무하유(無何有) 꿈나라에서 왔노라 했다네.

 

 

和韋蘇州詩寄鄧道士      위소주의 시운에 따라 지어 등도사(鄧道士)에게 붙임

 

一杯羅浮春              한 잔의 나부춘(羅浮春) 술을

遠餉採薇客              멀리 산 속의 숨어사는 도사에게 보내노라.

遙知獨酌罷              아마 혼자 술 다 마시고

醉臥松下石              취하여 소나무 아래 바위에 누워있으리.

幽人不可見              숨어사는 도사는 만날 수 없으나

淸嘯聞月夕              맑은 휘파람 소리는 달밤에 들려온다.

聊戱庵中人              암자에 앉은 그대에게 장난삼아 묻노니

空飛本無迹              공중을 날아다녀 본래 자취가 없겠지.

 

 

和子由澠池懷舊          민지사(澠池寺)에 머물렀던 추억을 회고하며 지은 시

 

人生到處知何似          인생은 도처에 무엇과 같을 손가

雁似飛鴻踏雪泥          눈과 진흙에 기러기 발자국 같구나.

泥上偶然留指爪          우연히 진흙에 발자국 남기더라도

鴻飛那復計東西          기러기 날아가면 어찌 다시 동서를 알리오

老僧已死成新塔          노승은 이미 죽어 사리탑 새로 생기고

壞壁無由見舊題          벽은 허물어져 옛날 시는 간 곳 없네.

往日岐嶇還記否          기구한 지난 일들 어찌 모두 기억하리

路長人困蹇驢嘶          길은 멀고 피곤한데 다리 저는 나귀도 우는구나.

 

동생인 소철(蘇轍)의 字가 자유이다. 동생에게 주는 화답시.

 

 

黃州定慧院寓居作

 

缺月挂疏桐              이지러진 달은 성긴 오동나무에 걸려있고

盡人初靜                물시계 소리 고요하고 정적이 끊어졌구나.

誰見幽人獨來往          누가 보겠는가 은자가 혼자 오고가는 것

縹緲孤鴻影              짝 잃은 기러기 그림자만 아득하구나.

驚起卻回頭              놀라 일어나 고개 돌려봐도

有恨無人省              나의 처지를 살펴줄 사람 아무도 없음이 한스럽구나.

揀盡寒枝不言棲          차가운 가지 고르더니 깃들지 않아

寂寞沙洲泠              적막한 모래톱은 싸늘하기만 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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