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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달러(The Whirligig of Life)

5달러(The Whirligig of Life)

O Henry

 

랜시와 애릴러

치안판사 비나이저 위덥은 말오줌나무 파이프를 물고 사무실 문간에 앉아 있었다. 컴벌런드 고원의 이어진 산들이 하늘을 절반쯤 가리고 오후의 안개 속에 연한 보랏빛으로 치솟아 있었다. 얼룩진 암탉 한 마리가 싱거운 울음소리를 내면서 마을 한가운데의 큰길을 으스대며 걸어갔다.

마을의 거리 저편에서 덜커덩거리는 바퀴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어서 흙먼지가 천천히 솟아오르고, 랜시 빌브로와 그의 아내 애릴러를 태운 소달구지가 나타났다. 달구지는 치안판사 사무실 앞에서 멈춰 섰다. 그리고 두 사람이 내렸다.

랜시는 구릿빛 피부에 빛바랜 머리를 하고 키가 6피트쯤 되는 여윈 사나이로, 산의 둔중한 분위기가 갑옷처럼 그를 감싸고 있었다. 그의 아내는 면직물 옷을 입고, 좀 마른 몸집에 황갈색 피부를 가진 여자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수심의 빛이 감돌고 있었으며, 더 이상 잃어버릴 것도 없이 속아 넘어간 청춘에 대한 가냘픈 항의(抗議)가 어렴풋 엿보였다. 치안판사는 위엄을 갖추기 위해 얼른 구두를 신고 일어나 그들을 맞이했다.

우리 두 사람은요.”

아내가 소나무 사이로 부는 바람 소리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헤어지려고 왔어요.”

그녀는 이 용건을 말하는데 있어서 무언가 결함이나, 모호한 말투나, 거짓말이나, 독단이나, 오해 같은 것은 없는지, 또 남편이 정신을 차리고 듣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힐끗 그를 돌아보았다.

맞아요, 헤어지려고 왔어요.”

남편 랜시는 묵직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아내가 한 말을 되풀이했다.

이제 우리 두 사람은 같이 살 수가 없어요. 산속에 사는 게 쓸쓸하긴 했지만, 서로 좋아할 때는 그런대로 참을 수 있었는데·····, 여편네가 오두막 안에서 살쾡이처럼 으르렁거리고 올빼미처럼 토라져서야 누구든 그런 여편네를 데리고 살 수는 없을 겁니다.”

남편이란 게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데다가.”

아내는 별로 흥분하지 않고 말했다.

허구한 날 불한당이나 밀주꾼들하고 붙어 다니기나 하면서 귀리나 옥수수 위스키를 들고 들어오질 않나, 툭하면 굶주린 들개 같은 인간들을 끌고 들어와서 밥이나 달라고 들볶지를 않나·····.”

여편네가 걸핏하면 냄비 뚜껑을 집어던지기나 하구.”

이번에는 랜시의 차례였다.

그래도 컴벌런드 고원에선 제일 억센 너구리로 알려진 나한테 펄펄 끓는 물을 끼얹질 않나. 남편이 먹을 음식은 만들 생각도 않고 밤새도록 하는 일에 잔소리를 늘어놓으면서 잠을 못 자게 하질 않나·····.”

산간 지방에서 불한당으로 소문난 사내가.”

이번엔 아내의 차례였다.

툭하면 세무서 사람들과 싸움질이나 하면서 언제 어떻게 잠을 잘 수 있겠어요?”

 

자유를 주기 위해 쓴 문서

치안판사는 천천히 일에 착수했다. 소송인들을 위해서 한 개밖에 없는 의자와 책상을 나란히 내놓았다. 그는 책상 위에 법령집을 펼쳐놓고 색인을 자세히 훑어보았다. 그리고는 곧 안경을 닦아 쓰고 잉크병 뚜껑을 열었다.

법률도 법령도 이 법정의 재판권에 관한 이혼 문제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단 말씀이야. 그렇지만 형평법과 미국 헌법과 황금률에 의하면 당사자 쌍방이 이행할 수 없는 판결은 아무 소용이 없겠고·····또 만일 치안판사가 한 쌍의 남녀를 혼인시킬 수 있다면 분명히 이혼도 시킬 수 있단 말씀이지····· 좋아, 본 법정은 두 사람에게 이혼 판결을 내리도록 하겠소. 틀림없이 주 법원에서도 이 판결을 유효로 인정할 테니까.”

남편 랜시 빌브로는 바지 주머니에서 조그만 담배쌈지를 끄집어냈다. 그리고 그 쌈지를 흔들어 책상 위에 5달러짜리 지폐 한 장을 떨어뜨렸다.

곰 가죽 한 장하고 여우 모피 두 장을 판 돈입니다.”

하고 그는 설명했다.

가진 돈이라곤 이게 전붑니다.”

본 법정의 이혼 수속 규정 요금은 5달러요.”

하고 치안판사는 말했다.

그리고는 별 관심이 없는 듯 입고 있는 조끼의 주머니에 지폐를 쑤셔 넣었다. 그런 다음 얼마간의 육체적 노고와 정신적 수고를 거듭한 끝에 4절지 절반에 판결문을 적고, 나머지 절반으로는 그 사본을 만들었다.

이어서 랜시 빌브로와 그의 아내는 치안판사가 자기들에게 자유를 주기 위해서 쓴 문서를 낭독하는 것을 조용히 경청했다.

랜시 빌브로와 그의 처 애릴러 빌브로는 금일 본 치안판사 앞에 출두하여, 두 사람은 금후(今後) 어떤 사정이 있더라도 서로 사랑하지 않고, 존경하지 않고, 복종하지 않는다는 것과 각각 심신이 건전하다는 것을 서약하고, 주의 질서와 존엄에 따라 이혼 선고가 수락되었음을 공고한다. 이를 어기지 않는 두 사람에게 신의 은총이 있기를·····. -테네시 주 피드먼트 지방 치안판사 비나이저 위덥-.”

 

이혼 판결

판결문을 다 읽고 난 치안판사가 그 한 통을 랜시에게 주려고 하자. 애릴러가 소리치며 그것을 막았다. 두 사나이는 멈칫하며 그녀를 돌아보았다. 그들의 무딘 남성이 뜻하지 않은 여성의 그 무엇에 직면한 것이다.

판사님, 아직 그 서류를 그 사람한테 주면 안 돼요! 일이 다 마무리된 게 아니잖아요. 제 권리를 찾아야겠어요. 위자료를 받아야죠, 남편이 아내한테 위자료도 한 푼 주지 않는데 이혼을 허락할 여자가 어디 있어요. 저는 호그백 산에 사는 오빠를 찾아갈 거예요. 그러자면 신발 한 켤레하고 코담배를 좀 사야겠고, 또 이것저것 여러 가지 살 게 있어요. 랜시에게 이혼을 허락하려거든 위자료를 지불하게 해 주세요!”

남편 랜시 빌브로는 어안이 벙벙해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애릴러는 지금까지 위자료에 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입 밖에 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여자란 정말 묘한 때에 뜻밖의 조건을 꺼내놓는 법이다.

판사 비나이저 위덥은 법적 판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느꼈다. 그러나 판례집에는 위자료에 관한 언급이 전혀 없고, 남편과 헤어지게 될 여자는 엉망으로 헤진 신발을 신고 있다. 더욱이 호그백 산으로 가는 길은 험한 돌밭길이다.

애릴러 빌브로 부인.”

판사는 격식을 갖춘 어조로 말했다.

부인께서는 본 법정에 제소한 이 사건에 있어서, 위자료를 얼마나 받으면 타당하다고 생각하시오?”

신발도 사야겠고, 다른 것도 사야 하니까. 최소한 5달러는 있어야겠어요. 위자료라고 할 것도 없는 돈이지만 그만하면 오빠를 찾아갈 수는 있을 거예요.”

하고 그녀는 대답했다.

그만한 액수라면.”

하고 판사는 말했다.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겠지·····, 랜시 빌브로, 본 법정은 당신에게 이혼 판결문을 내 주기 전에 아내에게 5달러를 지불할 것을 명령하겠소.”

저는 돈이 한 푼도 없습니다.”

랜시는 깊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조금 전에 판사님께 드린 돈이 전붑니다.”

만일 지불하지 않으면,”

판사는 안경 너머로 랜시를 무섭게 쏘아보았다.

당신은 법정 모욕죄에 걸리게 될 거요.”

그럼 내일까지 기다려 준다면.”

하고 남편은 애원했다.

어떻게든 마련해 보겠어요. 위자료를 지불해야 할 줄은 꿈에도 생각 못했습니다.”

그럼 이 송사는.”

하고 비나이저 위덥 판사는 말했다.

내일 두 분이 법정에 출두해서 명령을 이행할 때까지 연기하겠소. 이혼 판결문은 그 뒤에 교부하겠소.”

판사는 문간에 앉아서 구두끈을 풀기 시작했다.

오늘 밤은 자이어 아저씨네 집에 가서 자자구,”

라고 랜시가 애릴러에게 투박스럽게 말했다.

그는 소달구지 오른편에 타고 애릴러는 왼편에 탔다. 그가 흔드는 고삐의 명령대로 조그만 붉은 황소가 천천히 방향을 바꾸자, 소달구지는 수레바퀴에서 먼지를 일으키며 느릿느릿 사라져 갔다.

그들이 사라져 간 뒤, 치안판사 비나이저 위덥은 말오줌나무 파이프를 뻑뻑 빨았다. 저녁 때가 다 되자 그는 주간 신문을 집어 들고 어두워져서 활자가 잘 보이지 않을 때까지 읽었다. 그리고는 책상 위의 촛불을 켜고 달이 뜰 때까지 계속 신문을 읽었다.

 

월계수 숲길에서

치안판사는 산비탈의 미루나무에 둘러싸인 두 채의 통나무집 중 한 곳에 살고 있었다. 그는 그 집으로 돌아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월계수 숲 그늘의 컴컴하고 좁은 오솔길을 가로질러 걸어갔다.

그가 어두운 오솔길의 중간쯤 왔을 때, 월계수 숲속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튀어나와 그의 가슴에다 권총을 들이댔다. 사나이는 모자를 깊숙이 눌러 쓰고 얼굴의 대부분은 가리고 있었다.

잠자코 가진 돈 내놔!”

치안판사가 움찔하자 사나이는 말을 이었다.

나는 지금 흥분해 있어! 이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기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단 말이야.”

나는 5····· 5달러밖에 없소,”

치안판사는 조끼 주머니에서 지폐를 꺼냈다.

그걸 말아서.”

사나이는 짧게 명령했다.

이 총구멍에다 꽂아!”

치안판사는 벌벌 떨리는 손이었지만, 다행히 지폐가 새것이었으므로 서툰 손가락으로도 그것을 둘둘 말아 총구멍에 끼우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됐어, 이제 뒤를 돌아보지 말고 가봐!”

하고 강도가 말했다.

비나이저 위덥은 자신이 치안판사였지만, 이런 때에 이곳에 어물거리고 있을 만큼 아둔한 사람은 아니었다.

 

테네시 주의 이름으로

이튿날, 조그만 붉은 황소가 달구지를 끌고 치안판사 사무실 앞에 나타났다. 비나이저 위덥 판사는 그들이 다시 찾아올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벌써 구두를 신고 있었다.

랜시 빌브로는 판사 앞에서 아내에게 5달러 지폐를 건네주었다. 판사의 눈은 재빨리 그 지폐를 보고 날카롭게 빛났다. 총구멍에 끼웠었다는 것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둥글게 말린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말린 자국이 있는 지폐는 그것 말고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는 두 사람에게 각각 이혼 판결문을 한 통씩 건네주었다. 부부는 이제 자유를 보장하는 문서를 천천히 챙기면서, 서로 겸연쩍은 듯이 잠자코 서 있었다.

이윽고 아내 애릴러가 매우 어색하고 수줍은 시선을 랜시에게로 돌렸다.

당신은 저 소달구지를 타고 산속 오두막집으로 돌아갈 거지요?”

하고 그녀가 말했다.

빵은 양철통에 넣어서 선반 위에 얹어 놓았어요. 베이컨은 개들이 훔쳐 먹지 못하게 냄비 안에 넣어 뒀구요. 오늘 밤에 시계태엽 감는 거 잊지 말아요.”

임자는 정말 오빠 집으로 가는 거야?”

랜시는 아주 무뚝뚝하게 물었다.

어두워지기 전에 가야겠어요. 오빠네 식구들이 뭐 그리 반가워할 리도 없지만 달리 갈 곳도 없으니까요. 그래도 그렇게 하는 게 제일 났겠죠. 이제 가봐야겠어요. 당신이 원한다면 서로 잘 가라는 인사나 하고 싶어요.”

잘 가라는 인사도 하고 싶지 않은.”

하고 남편 랜시는 순교자 같은 어조로 말했다.

그런 짐승 같은 인간이 있다는 말은 내 여태 들어보지 못했어. 하기야 임자가 내 입으로 잘 가라는 말을 하는 걸 듣고 싶지 않을 만큼 얼른 가버리고 싶다면 모르지만·····.”

애릴러는 잠자코 있었다. 그녀는 5달러짜리 지폐와 판결문을 곱게 접어서 옷섶에 찔러 넣었다. 비나이저 위덥 판사는 그 지폐가 그 모습을 감추는 것을 안경 너머로 슬픈 듯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함으로써 이제 두 사람의 무 자본가와 한 사람의 자본가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했다.

랜시 빌브로, 당신은 오늘 밤 낡은 오두막에서 무척이나 쓸쓸하겠소.”

치안판사의 동정에 랜시는 햇빛 속에 파랗게 드러난 컴벌런드 고원의 산줄기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러나 애릴러는 돌아보지 않았다.

쓸쓸할 테지요.”

하고 랜시가 말을 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이 화가 나서 이혼하려고 들 때는 아무도 말릴 수가 없다구요.”

판사님 우리 말고도 이혼을 원했던 사람들이 있었나요?”

이번엔 애릴러가 의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진짜 이대로 같이 살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한 사람들이 있었나요?”

같이 살기를 원치 않는다고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소!”

비나이저 위덥 판사는 명확하게 대답했다.

그럼, 같이 살고 싶다고 말한 사람은 있었겠네요? 이제 슬슬 오빠네 집으로 가봐야겠어요.”

애릴러가 고개를 떨어뜨리며 말했다.

이젠 낡은 시계태엽 감아줄 사람도 없군.”

랜시가 오른쪽 발끝으로 의자 다리를 툭툭 치면서 말했다.

내가 당신하고 소달구질 타고 가서 감아주면 좋겠어요?”

애릴러가 여전히 고개를 떨어뜨린 채 중얼거렸다.

순간 산 사나이의 표정은 밝게 빛나면서, 그의 큼직한 손은 어느새 애릴러의 가무잡잡하게 거칠어진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러자 그녀의 무감각한 얼굴에서도 반짝이는 영혼이 살짝 밖을 내다보면서 그 표정을 밝게 만들었다.

내 다시는 그 불한당 놈들을 데리구 와서 임자를 괴롭히진 않을 거요.”

그러면서 랜시는 여전히 순교자처럼 말을 이었다.

나는 당신에게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못된 인간이었소. 임자가 시계태엽을 감아줘, 애릴러!”

내 마음은 벌써 오두막에 가 있어요. 랜시.”

그녀의 목소리는 한결 부드러워져 있었다.

이젠 화내지 않을게요. , 어서 가요, 서두르면 저물기 전에 집에 갈 수 있을 거예요.”

치안판사 비나이저 위덥은 두 사람이 자기의 존재를 완전히 잊어버린 채 나가려 하자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나는 테네시 주의 이름으로,”

하고 그는 말했다.

그대들 두 사람이 주의 법령을 무시하는 것을 금하겠소. 본 법정은 두 사람의 애정에 찬 가슴에서, 불화와 오해가 제거되는 것을 보고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하며 축복하는 바이지만, 주의 도덕과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 본 법정에 부여된 의무라고 생각하오. 그대들은 이제 부부가 아니오. 정식 소송 절차를 밟고 이혼이 설립되었기 때문이오. 따라서 혼인 관계에 의한 이익 및 그에 부수되는 특권을 누릴 권리가 없다는 것을 나는 이 자리에서 엄중히 경고하는 바요!”

 

얼룩진 암탉이···

애릴러는 구원을 청하듯 남편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의 팔을 붙잡았다.

이제 두 사람이 곡절 끝에 인생의 교훈을 얻었는데, 정녕 치안판사의 말은 그녀가 남편을 잃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

그러나 본 법정은,”

하고 판사는 말을 이었다.

 

* * * * *

 

이혼 판결로 확정된 자격 상실을 취소할 용의가 있소, 법정은 엄숙한 결혼 의식을 거행할 권한이 있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사태를 수습하고 소송 관계자들이 서로 원하는 고결하고도 명예로운 부부관계를 복원시킬 용의가 있는 것이오, 이 의식을 거행하는데 비용은 5달러요.”

애릴러는 비로소 치안판사의 말속에서 희망의 빛을 포착했다. 그리고 그녀의 손은 재빨리 가슴께로 갔다. 5달러짜리 지폐는 하늘에서 날아내리는 비둘기처럼 사뿐히 판사의 책상 위에 떨어져 내렸다.

애릴러는 랜시의 손을 꼭 잡고, 다시 맺어지는 혼인의 선포에 귀를 기울이며, 그 거칠어진 두 볼을 빨갛게 물들였다.

비나이저 위덥 판사는 성혼선언문을 읽고 나서 말없이 책상 위에 놓인 5달러짜리 지폐를 집어 들었다.

, 비나이저 위덥 판사는 법정의 공금과 개인 돈을 구별할 용의가 있으며, 이 돈을 두 사람의 고결하고도 명예로운 결혼 축하금으로·····.”

이윽고 랜시는 신부 애릴러를 부축하여 소달구지에 태운 다음, 자기도 그 옆에 올라탔다. 조그만 붉은 황소가 다시 방향을 바꾸고 두 사람은 손을 꼭 잡은 채 산속의 오두막을 향해 출발했다.

치안판사 비나이저 위덥은 사무실 문간에 앉아 구두끈을 풀었다. 그리고 천천히 말오줌나무 파이프를 피워 물었다.

얼룩진 암탉이 랜시와 애릴러의 산속 신혼여행을 축하하듯 싱거운 울음소리를 내면서 마을 한가운데 큰길을 으스대며 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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