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기의 커밍아웃(THE COMING-OUT OF MAGGIE)
O Henry
매주 토요일 밤이면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은 “이스트 사이드” 동네 쪽에 있는 “기브 앤 테이크 체육 협회 회관”이라는 홀에서 댄스 파티를 열곤 한다.
보기엔 이래도 이 사교 모임에 참석하긴 위해선 우선 “기브 앤 테이크”의 멤버여야 했다.
이 멤버가 아닌데도 꼭 참석해서 두 사람이 추는 3박자 왈츠춤이라도 상대 남성과 추어보고 싶은 여자분들이라면 일단 무조건 인근 공장인 “라인골드 종이 박스 공장”에서 근무하는 여성이어야만 했다.
사실,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클럽”은 구성원들인 남성들에게 외부에서 여자 파트너 한 명씩을 데려올 수 있는 특권을 주었더랬다.
그렇지만 대다수 “기브 앤 테이크” 남자 멤버들은 그냥 “라인골드 종이 박스 공장” 여직공들을 자신의 파트너로 데려오는 게 하나의 규칙이었다.
그러니 이 댄스파티가 그동안 꾸준히 열려왔지만 이 무대에서 한 스텝 밟아 봤다고 떠벌리는 다른 구역의 일반 여자 구성원들은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매기 툴은 타고날 때부터 지닌 아둔한 눈빛과 널찍한 입 그리고 투스텝을 밟을 때의 서툰 발놀림 덕분에 늘 애나 매카티와 그녀의 “남자 친구”와 이 댄스파티에 춤을 추러 왔다.
애나와 매기는 공장에서도 서로 나란히 일하는 사이로, 환상의 짝패(단짝)였다.
그래서 댄스파티가 열릴 때면 애나는 항상 지미 번스 보고 매기의 집에 매주 토요일 밤마다 들르게 해 자신의 단짝인 매기를 에스코트해 데려오게 했다.
“기브 앤 테이크 체육 협회”는 말 그대로 자신의 소임을 다하고 있었다. 그 이름에 부응하는 곳이라고 말하는 게 더 맞겠다.
오차드 거리 쪽에 있는 이 협회 회관의 홀은 각종 운동 기구들을 갖추고 있어 몸을 가꾸기에 제격이었다.
이렇게 빌드업을 한, 다들 한 성격하는 근육덩이들은 이따금씩 사교클럽이라는 본래의 성격을 넘어, 경찰이나 라이벌 사교 단체나 타 지역 운동 연합회 회원들과 신나는 거리 한 판 명승부를 펼치곤 했다.
몹시 위험한 이런 일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토요일 밤의 댄스파티는 종이 박스 공장 여직공들에겐 활동사진인 영화만큼이나 즐거움을 주는 요소로 자리매김했다.
이따금 까치발을 한 무리들 틈에 낄 수 있는 제법 운수 좋은 날이면, 어두운 뒷골목 좁은 길가 틈 사이에서 어느 권투의 링 밧줄들 사이에서 펼쳐지는 그 어떤 한 판 명승부보다 더 진귀한 라이트 웰터급 강펀치가 오고 가는 화끈한 길거리 주먹 파티를 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매주 토요일이면 “라인골드 종이 박스 공장”은 오후 3시에 모든 일과를 마친다.
바로 그 오후 어느 날 애나와 매기는 함께 걸어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매기의 집에 도착했을 때 애나가 평소 하던 방식대로 말했다.
“7시, 정각에 갈게, (귀여운 말투로) 매기. 지미와 내가 마중 나가면 되지.”
하지만 이게 무슨 일인가?
평소 그렇게만 말해도 엄청 저자세로 고개까지 낮추며 거듭 감사해하던 이 초라한 겸손의 처자가, 난데없이 널찍한 입가 한쪽 구석에 거만한 보조개 하나를 내보이며 그 아둔한 갈색 눈망울에 거의 불꽃까지 튀겨가며 밝히는 게 아닌가.
“고맙지만, 애나,”라며 매기가 말했다. “그렇지만 지미와 네가 굳이 오늘 밤까지 와주지 않아도 될 거 같아. 오늘 저녁 댄스파티에 나를 에스코트해주실 신사분 한 분을 구할 수 있었거든.”
이 소리에, 참한 여자였던 애나가 친구인 매기에게 달려들어 그녀를 흔들어제끼고 “캭!캭!” 기괴한 소리를 지르고 “악악!” 깨무느라 여념이 없었다.
매기 툴이 대체 어떻게 그런 괜찮은 남자를 물은 걸까!
간단하게 말해 성실하고 충직하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지극히 평범한 얼굴을 한 매기, 뭐 물론 공장의 단짝으로는 둘도 없이 착한 애였지만, 그렇지만 그게 말이 좋아 그렇지 댄스 파티에서 투스탭도 제대로 밟을 줄을 모르고 달빛 내리는 여름 밤에 공원 벤치에서 상대방과 어떻게 무드를 잡아야할 줄도 모르는 이 평범한 얼굴의 매기가 남자를 잡다니.
대체 어떻게?
남자를 물었단 거지?
“대체 그게 누구니?”
“오늘 밤 보게 될 거야,”라고 말하는 매기의 얼굴은 이미 큐피드의 포도밭에서 따온 첫 번째 포도들로 만든 와인 잔을 거나하게 들이켰는지 이미 얼굴이 홍조로 화끈 달아오른 상태였다. “덩치도 이만하고. 키도 지미보다 5센티미터(cm)는 더 커. 옷도 잘 입는단다. 꼭 소개시켜 줄게, 애나야, 무도회장에 도착하는 대로 곧장 너부터 그 사람을 인사시켜줄게.”
그날 저녁 일찍 애나와 지미는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 모임에 첫 번째로 도착한 무리들 틈에 껴 있었다.
친구가 물고 올 “그 횡재의 물건”을 한눈에 담기 위해 애나의 시선은 줄곧 무도회장 홀 입구에만 고정되어 있었던 건 말할 필요도 없겠다.
정각 8시 30분에 툴 양(이름이 ‘매기’ 성 씨가 ‘툴’. 양은 미스 또는 아가씨를 말함)이 거나한 에스코트를 받으며 기어이 그 홀로 일련의 사람들 무리와 함께 밀리며 들어왔다.
그 즉시 애나는 자신의 충직한 남친인 지미의 팔과 겨드랑이 사이로, 사랑에 도취되고 그 놈에 취해 눈망울이 환히 빛나고 있는 짝궁 매기를 발견하게 된다.
“오, 어렵쇼!”라며 애나가 소리쳤다. “매기가 정말 히트 치는 건 아니겠지... 오, 아니야! 저 덩치 좀 봐봐? 어렵쇼, 이거 장난이 아닌데! 보쇼, 스타일은 또 어떻고? 이거 완전 멋쟁이 물건 하나를 물어왔는데.”
“보고 싶음 가서 보고 오든가,”라며 사포로 목 끍는 꺼칠한 소리를 내며 아니꼬운 지미가 말했다. “그렇게 마음에 들면 납○(강제로 데리고 옮)해 네 새 남친으로 삼던가. 왜? 그럼 새 술은 새 부대 아냐? 내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녀석이 다 먹을 것도 아닐 거잖아. 휴, 안 그래!“
“그 나불대는 입 좀 다물어, 지미. 넌 어떻게 그렇게도 내 말을 곡해해서 말하는 거니. 난 매기를 반긴다는 소리였어. 오늘은 그 애가 여기에 남자를 데려온 첫 번째 날이라고. 좀 알기나 하고 비꽈. 오 그만 말해 지미, 저들이 이리로 온다.”
정말로 홀의 바닥을 미끄러지듯 가로지르며, 한껏 요염함을 추켜세운 슬렌더한 요트 하나가, 말과는 전혀 다른 정중한 떡발(근육질 남성) 크루저 선 하나를 대동하고서 그들에게로 다가오고 있었다.
진실로 그 덩치를 가까이서 봐도 애나의 처음 찬사들이 하나도 틀린 구석이 없는 상대였다.
여타 운동빨로 키가 큰 다른 “기브 앤 테이크 체육 협회”의 건장한 체격들보다도 그는 5센티미터(5cm)는 더 컸으며, 짙은 머릿결은 우아하게 돌돌 말아 올려진 곱슬이었고, 종종 그가 웃으며 미소 지어 보일 때마다 그 사이로 보이는 새하얀 이와 눈에선 섬광이 튀고 있었다.
사실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의 젊은이들은 주먹 대 주먹으로 끝장낸 결투나 성취 그리고 지속적인 골칫거리인 우리 사회의 법적 안전장치들인 선량한 경찰관님들로부터의 안전을 강구하는 그들만의 비뚤어진 용맹함만 숭상하지, 기껏 남자가 여자처럼 예쁘장하다거나 근육질로 다져진 몸의 선이 우아하기까지 한 이런 건 그다지 기꺼하지 않는다.
종이 박스 여직공들을, 자신의 폼 나는 구속물품들이나 자동차를 꾸며주는 주요 엑세서리 중 하나로 여기고 또 그걸 자신과 묶어두고 싶어 하던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 조직원들은 이런 예쁘장하게 생겨 먹은 기생오라비 같은데 덩치까지 있는 한 마디로 새 시대 새 외모에 걸맞는 멋쟁이 남성이 풍기는 아니꼽다 못해 지속적으로 기꼬운 분위기엔 보자마자 이부터 간다.
그런 자들과의 결투는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 회원들에겐 고결한 한 낮의 음료수 한 모금 같은 주먹다짐의 가벼움 정도로도 쳐주지도 않는다.
부푼 이두박근, 가슴팍에 잠군 단추들이 다 터져나갈 것 같이 팽창한 외투 속 가슴 근육, 태초 우주가 만들어질 때부터 남성이 상대방 이성보다 확고한 우월적 힘의 위치에 있었다는 신념과 자각 속에서만 우러나올 법한 저 모멸감의 표정, 심지어 큐피드가 쏜 사랑의 토너먼트 경기에서 반독립적인 존재를 제압하고 그녀의 마음을 매혹하기 위한 자세의 하나로 은근히 O자 다리를 내보이는 듯한 우월적 행동... 이런 것들만이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 용사들이 승낙하고 공격이나 방어 수단으로 삼아주는 유일한 무기였던 것이다.
일이 그러했기에, 오늘 새로 등장한 매기의 이 기생오라비 같고 당장에라도 누구를 유혹하려는 거 같이 자세를 취하는 남자친구를,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에서 힘깨나 하는 친구들은 죄다, 턱을 삐딱하니 한 껏 치켜세우고서 아니꼽다 못해 떨떠름한 눈빛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내 친구, 테리 오설리번 씨시야.”라는 이것이 오늘 매기가 정한 공식적인 남친의 소개말이었다.
분위기야 어찌 되었던지 말았던지 간에, 매기는 이 기생오라비 같은 덩치를 데리고 룸 곳곳을 일일이 다 돌며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에 막 도착한 회원들 저마다에게 그를 소개시켜주기 바빴다.
근데 모를 일이 발생한 것이다.
매기가 이제 다른 남성들 눈에 예뻐진 것이다.
특유의 광채가 눈에서 새어 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광채 광채 무슨 광채라니?
처음으로 자신에게 청혼을 한 남친을 가족에게 소개시켜 줄 때나, 야옹이가 생전 처음으로 생쥐를 잡았을 때 발산되는 그 특유의 독특한 분위기 말이다.
“매기 툴이 결국 하날 물었군.”라는 소식이 종이 박스 공장 여직공들 사이에 삽시간에 퍼져나갔다.
“별 꺽다리 같은 녀석 하날 물어왔던데.”... “기브 앤 테이크” 남자 멤버들은 그걸 또 이렇게 평가절하하며 별 시원찮은 경멸과 함께 깎아내리느라 여념이 없었다.
무도회가 열리는 매주 토요일 밤이면 대개 매기는 이 댄스 파티장의 벽들 중 어느 하나를 등받이로 하고 기대고선 그 벽의 온 군데가 다 따뜻해질 때까지 죽치고 가만히 있느라 여념이 없는 처지였다.
남들 다 춤추고 놀 때도 말이다.
그런 그녀를 보고 자기애적 희생정신이 무척 강한 헌신적인 남자 파트너 한 명이 새로이 나타나 춤을 신청해오기라도 하면, 그녀가 너무도 고마움을 표하며 지속적으로 기절초풍할 저자세로 일관하려는 통에, 춤을 신청한 상대방 남자 파트너가 그만 이 여인에 대한 신선함의 산통이 다 깨져 처음의 스산함일랑은 온데간데없이 되고 마는 거다.
이게 매주 토요일이면 찾아와주던 그녀의 일반적인 밤의 풍경이었다.
심지어 매기 그녀는 점차, 자신의 단짝 친구인 애나가, 애나 자신이 데려고 온 원래 남친인 지미 보고, 지미가 분명 꺼려하는 표정을 보이는데도, 자꾸 지미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톡톡 치며, “자기야 내 단짝보고 투스텝 좀 같이 밟아보자고 자기가 먼저 춤 신청 먼저 해 줄 순 없어?”라며 꾸억꾸억 권유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일에도 이제 익숙해져 갈 때쯤이 요근래의 일이었다.
하지만 이날 밤만은 호박이 넝쿨 채 굴러와 신데렐라의 황금마차와 여섯 필의 건장한 말로 변신한 상황이었다.
테리 오설리번은 승리를 거머쥔 순전히 매력적인 왕자님이었고, 그의 파트너인 매기 툴 양은 오늘 생애 첫 날갯짓을 하며 비행에 성공한 신데렐라 나비 공주 그 자체였다.
인류 탄생 이래 지금껏 글로 적힌 모든 요정 나라의 미사 전례문 속에 장식적으로든 실제적으로든 등장하는 온갖 아름다운 말과 표현을 나비에 빗댄 방금 내 깜찍함이 짬뽕을 시켜먹는 것과 비견된다 해도, 매기 양의 오늘 밤 이 완벽한 장미 왕관을 주제로 한 노래 한 가락의 한 소절만치에도 비견될 수 없었노라 내 감히 말하고 싶다.
종이 박스 여직공 아가씨들은 저마다 매기에게서 “이 짠내 나는 녀석”을 소개받으러 그녀를 둘러싸고 있었다.
또한 여직공들이 그러면 그럴수록,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의 건장한 근육질 남성들은 남성들대로, 근 2년 만에 처음 미스 매기 양의 매력을 목도하고 받아들이게 되었다.
그래서 그들은 자기 딴에는 매기 양 앞에서 감탄이 절로 나오는 자신들만의 상체 근육을 까짓것 풀어헤치고서, “매기, 나랑도 춤 한 판 댕겨야지?” 또는 “매기 양, 저랑도 춤 한 번 출까”라며 서로 다음 차례 춤 예약을 신청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리하여 오늘 점수는 매기가 다 따고 가져가게 되었다.
그렇지만 이날 밤, 실제로 타인의 모든 영광을 한 방에 때려눕히고 그 가치를 한 손에 거머쥔 건 바로 그녀가 데리고 온 남친 테리 오설리반이었다.
댄스가 시작되자마자, 그가 곱슬머리를 한껏 흩날리며 미소까지 머금은 채로, 춤 배울 때 사람들이 매일 10분씩 자기 방 거울 앞에서나 연습해보고 좌절해봤을 법한, 우아하고 세련된 일련의 춤 동작 그 첫 번째 난이도 단계부터 일곱 번째 가장 고난이도의 단계까지 아주 그냥 한 방에 사람들 앞에 간단히 시연해 보였던 것이다.
그는 정말이지 로마신화에 나오는, 염소의 귀와 뿔과 뒷다리를 한 목축의 신인 ‘파우나’(그리스 신화에서, 술의 신인 ‘바커스’를 따르는 숲의 신인 ‘사티로스’에 해당하는 신임) 같이 이날 “깡총깡총!” “덩실덩실!” “우싸우싸!” 잘 구비된 온 근육을 다 활용해 춤을 춰댔다.
그는 이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의 온갖 근육덩어리들 앞에 이전과는 전혀 새로운 관례와 스타일과 분위기를 압도적으로 소개시켜주고 있었다.
더구나 여느 덩치들과는 다르게 그의 세 치 입에선 말빨이 유려하리만치 세련되고 경쾌하게 새어 나와 사람을 설레게 했다.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한 대목인데... 그는 오늘 밤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의 자칭 부두목 ‘뎀프시 도노반 오설리반’이 데리고 온 뉴욕을 1시간에 다 끝장낼만치 섹시하게 이쁜 종이 박스 공장 여직공 아가씨와 그것도 연속으로 두 번씩이나, 두 사람이 추는 3박자 춤인 왈츠를 추었던 것이다.(춤은 한 사람과 한 번씩만 춤. 그런 다음엔 다른 사람과 춤. 그렇게 하고 나서야 다시 또 다른 사람과 추거나 이전에 한 번 같이 춤춘 사람과 같이 출 수 있음)
그것도 정말이지 두 번씩이나!
그게 왜 문제냐고?
바로 이 뎀프시 도너반 오설리반이 “클로버 리프 소셜 클럽”의 부 통솔자, 부 리더, 부두목으로, 즉 이 조직의 서열 두 번째 보스인 작은 형님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양복 차림으로도 그것도 한 손만으로도 철봉에 매달려 턱걸이를 두 번씩이나 할 수 있는 체력 으뜸인 자였다.
더구나 그가 바로 “큰형님 마이크” 오설리반 심복들 중 한 명이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그가 문제를 일어켜도 단 한 번도 처벌을 받는다 거나 곤란에 처하는 꼴을 본 적이 없는 불멸의 사내였다.
각종 사교 클럽들의 모임이 처음의 춤추는 의도와는 다르게 점차 숫자를 늘려가며 중앙당의 지역조직으로 들어가게 되고 곧 하나의 힘깬나 써는 파벌로 변해가서는 그러다 이내 한 지역 차지하고서 감내할 수 없는 보스 조직으로 으뜸나 각종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는 게 너무도 당연시되던 이 당시의 뉴욕에서, 뉴욕에서 근무하는 멀쩡한 정신 상태의 경찰관이라면, 어느 누구도 감히 그를 검거할 생각을 꿈도 꾸지 못하게 하는 사람이 바로 지금 말하는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의 부두목인 ‘뎀프시 도너반 오설리반’이었던 것이다.
그가 손수레꾼의 머리를 박살 내도, 그리고 “하인리히 B. 스위니 나들이 산책 및 문학 협회”의 점잔 빼는 멀쩡한 회원 한 명의 무릎에 총을 한 방 갈겨도, 그저 다음날 경찰관이 몸소 그를 찾아와 이렇게 넌지시 한 마디 전하는 것이 그의 처벌의 다였던 게다.
“어이 뎀프시, 우리 서장님께서 좀 뵙제, 시간 날 때 한 번 들려줬으면 해.”
그럼 막상 뎀프시 도너반 오설리반이 오라는 경찰서에 당도해보면 상황은 금새 돌변해 있어 멀쩡히 사복 차림을 한 고위직 경찰 윗선들 몇몇이서 서로 큼직한 금 시곗줄을 늘어뜨리고서 더 검은 시가를 뎀프시에게 건넨 후 잠시 나눠 피는 게 다였고, 그럼 또 누군가가 실없는 소리나 해가며 잠시 분위기가 물어 익다 마는 선에서 오늘의 이야기를 끝맺음 내는 게 보통의 뎀프시 도너반 오설리반의 경찰서 출석의 시작이자 끝이었던 게다.
그러고 나서 뎀프시는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으로 멀쩡히 잘도 돌아와 이후 30분 동안 3킬로그램(kg) 아령 두 개를 손에 쥐고서 다시 평상시처럼 열심히 자신만의 운동에 매진하는 것이다.
이 뉴욕 동네 돌아가는 판국이 대충 이러하니, 부두목 뎀프시 도나반 오설리반의 “종이 박스 공장”의 최고로 섹시한 여직공 아가씨를 그것도 두 번씩이나 차지하며 왈츠 춤곡을 추었다는 건 거의 실성한 마지막 단계의 사람이나 저지를 법한 일로, 그냥 일반인이 그럴 바에야, 차라리 지금 당장 조용히 나이아가라강으로 가 그 강에다가 단단한 줄 하나 걸쳐 놓고서 팽팽히 앞뒤로 끌어당긴 다음 그 위에서 작대기 하나 손에 들고 나이아가라강 이쪽 끝에서부터 건너편인 저쪽 끝까지 줄타기를 해보이겠다고 우기는 편이 자신의 목숨이나 정신적인 안정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백번 천번은 더 안전했던 것이다.
여튼 이날 토요일 밤 10시에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의 분위기가 한 층 물어 익어갈 무렵 진정한 큰형님이자 이 정치화 되기 시작하려는 무리의 최고 보스인 “큰형님 마이크” 오설리반이 5분간 문가에 그 모습을 드러낸다.
그는 대개 딱 5분 정도만 나타나선, 그 자리에 있던 수많은 젊은 아가씨들 한 명씩들에게 미소 한 방씩 날려주고, 한껏 기분에 들떠 있는 청년들에겐 그들이 즐겨 피우는 가짜 담뱃잎이 아닌 진짜 담뱃잎을 통째로 돌돌 말아서 만든 “시○”(돌돌 말아서 피우는 ○배)를 일일이 하나씩 나눠주고 가곤 했던 것이다.
그동안 거만하게 있던 부두목 뎀프시 도너반 오설리반도 재빨리 이 큰형님의 한쪽 팔꿈치 옆에 바짝 달라붙어선 기민하게 “혹시 저기 춤추는 오늘 새로 온 저놈을 아십니까 형님? 자기도 오설리반 가문 출신이라던데요. 오늘 이러저러한 일이 있었거든요.”라며 얘기를 건넨다.
그러자 “큰형님 마이크”는 잠시 고개를 돌려 무대에서 춤 추던 사람들 사이에서 부두목 뎀프시 도너반 오설리반이 지목해준 자를 세심히 살펴보기 시작하다, 곧 “피식!”하고 한 번 비웃어주더니 이내 고개를 가로저어보이며 토요일 밤에 열린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 회원들의 “기브 앤 테이크 체육 협회 회관”의 홀에서의 댄스 파티장을 유유히 떠났다.
순간 음악이 멈췄다.
음악이 종료되자 춤을 추던 사람들도 벽을 따라 쭉 늘어선 의자들로 하나씩 흩어진다.
테리 오설리번도 이 독특한 방식의 종료 분위기에 수긍한다는지 매혹적인 인사와 함께 지금까지 같이 춤을 추고 있던 아름다운 아가씨 한 분의 손을 놓아주고선 그녀의 남자 파트너한테로 돌려보내 주고 다시 돌아서서 무대를 건너오며 오늘 같이 온 자신의 진짜 여친인 매기를 찾아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그는 무대를 반도 다 건너지 못했을 때 어느 건장한 체격의 우락부락한 덩치의 소유자인 부두목인 뎀프시 오설리반이 무대 한 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서서 그를 제지하는 걸 지켜보게 된다.
그 즉시 로마 제국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유구한 역사를 지니고 내려온 만고불변의 진리 한 여인을 두고 펼쳐지는 두 남성의 진정한 본능적 결투에 저기 모인 모든 이들의 시선이 단박에 고정된다.
고대 로마의 검투사 두 명이 모래를 깔아 놓은 이 무대라는 원형 투기장 한복판에서 마주친 거 같은 미묘한 분위기가 삽시간에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 회원들이 모인 “기브 앤 테이크 체육 협회 회관”의 홀 전체를 휘감아 버렸다.
“잠깐만, 미스터 오설리번 씨,“라며 부두목 뎀프시 오설리반이 말했다. “흥미로운 게 하나 있던데. 너 그동안 어디 살았지?”
이 두 검투사는 서로 외적으로 우락부락한 등빨이 비슷해 상대에게 서로 좋은 적수가 될 거 같았다.
우선 부두목 뎀프시 오설리반은 테리 오설리번보다 5킬로그램(kg)은 체중이 더 나갔다.
반면 새롭게 등장한 신성 오설리번은 어깨가 딱 벌어진 게 전체적으로 몸의 선이 재법 더 민첩해 보였다.
또한 우승자 뎀프시 오설리반은, 빙하기 시대의 얼음을 연상시키는 매서운 눈초리를 하곤 딱 다문 묵직한 입술과 무엇으로도 부서뜨릴 수 없는 턱조가리와 이 무대의 챔피언다운 냉혹함과 희꺼먼 백인 특유의 냉혈한의 흰색 안색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오늘 새로운 도전자로 도전 중인 테리 오설리번은 치욕에는 참을 수 없다는 듯 경멸의 불을 상대방보다 더 뿜고 있었고 냉소와 조소 비웃음을 얼굴 한 가득 드러내는 것으로 이 시합이 우승자의 애초 생각처럼 그렇게 쉽게 끝짱나지 않을 것임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었던 것이다.
정말 그 둘은 상대에게 더 없는 호적수였다.
둘 다 덩치가 끝장났고, 힘이 장사인데다가, 어느 하나 쉬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근육질이었다.
그렇지만 로마 시대부터 이어져 온 오랜 전통에 따라 둘 중 하나만 살아남아야 한다.
그것이 이 세계의 규율이다.
“큰 동네 그랜드에 살지,”라며 테리 오설리번이 거만하게 말했다. “거기서 날 모르는 사람은 없어. 그런 네 놈은 어디 사는데?”
도전자의 그 질문은 우승자의 건승을 위해 간단히 무시되었다.
“네 이름이 오설리반이라고,”라며 뎀프시 오설리반이 이어서 말했다. “글쎄, 방금 오셨다 간 우리 ‘큰형님 마이크’ 오설리반 두목님께서도 네 놈은 생전 처음 본다던데.”
“그런 놈이 못본 게 어디 한 둘이었겠어.”라며 운명의 총아, 춤꾼의 총아, 행운아의 총아가지지 않고 말한다.
“률에 따라,”라며 부두목 뎀프시 오설리반이 허스키한 목소리로 수려하게 말을 더 이어간다. “이 지역 오설리반 가문은 서로가 서로에 대해 다들 잘들 알고 지내지. 네 놈이 우리 여자 멤버(매기 툴) 한 명을 대동해 여길 제 발로 왔으니, 우리도 좀 네 놈이 누군지 정도는 알아야겠어. 그래 네 놈이 유서 깊은 오설리반 가문 본 가지에서 뻗어 나온 잔가지라면 더더욱 말이야. 네 놈도 족보라는 게 있었을 거 아냐. 아님 우리가 네 놈 본 뿌리까지 다 파헤쳐줄까?”
그런 협박 정도엔 이젠 이골이 나는 삶을 살아왔다는 듯 테리 오설리번(‘매기 툴’의 남자친구)도지지 않고 무뚝뚝하게 말했다. “네 놈 일이나 신경 써. 이게 무슨 참견질이야.”
순간 부두목 뎀프시 오설리반의 눈에 불꽃이 튀었다.
그는 금세 번뜩이는 생각 하나가 떠오른 듯 자신의 집게손가락 하나를 고무적으로 위로 치켜들었다.
“이놈 이제야 알겠다,”라며 그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착각도 유분수지. 넌 절대 오설리반 가문 출신이 아니야. 넌 그저 ‘호랑이 등에 탄 생쥐’(원문=‘알락꼬리 여우원숭이’=‘호랑이꼬리 여우원숭이.’ ‘이상하고 싫게 생긴 원숭이’) 같은 놈일 뿐이야. 아니라면 어디 한 번 증명해봐. 이거 정말 미안한데, 첫눈에 네 놈 같이 덜떨어진 놈도 못 알아봐준 데 대해 말이야.”
이번엔 오늘 여길 처음 온 테리 오설리번의 눈에서 “번쩍!”하며 섬광이 튀었다. 그가 즉각 움직이려 하자, 그 즉시 준비하고 있었다는 듯 ‘앤디 조건’(부두목 ‘뎀프시 오설리반’의 부하)이 그의 팔을 단박에 붙들며 잡아버렸다.
부두목 뎀프시 오설리반은 고개를 끄떡이며 자신의 부하지만 대외적으론 이 클럽의 간사로 통하는 앤디 조건과 윌리엄 맥마흔에게 신호를 더 보냈다.
사실 이 사교 클럽, 아니 정치조직 비슷하게 확장되어 나가고 있던 이 운동회 조직원들 사이에선 설립 이래 이례적으로 잘 지켜지고 있던 하나의 비밀 규율 같은 게 있던 찰나였다.
“결투는 맨주먹! 그것도 단 둘만이서! 비밀의 방에서!”에서가 그것이었다.
부두목 뎀프시 오설리반이 홀 뒤쪽 문쪽으로 빠르게 걸어나가 사라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기브 앤 테이크 체육 협회 회관”의 다른 두 건장한 체격들도 이 작은 무리에 재빠르게 끼어들며 익숙한 듯 같이 이동을 시작한다.
테리 오설리번은 이제 영락없이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의 규율 위원회 심판원들의 손아귀에 든 생쥐 신세가 되고 만 것이다.
테리 오설리번을 둘러싼 이들이 나지막히 “어이 동행해”라며 입으론 좋게 말했지만 실상은 끌고 가다시피 하며 그를 부두목이 들어간 뒷문으로 이끌고 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 회원들의 처지에는 다소간 오해를 살 수 있는 여지가 있기에 여기서 해명을 하나 할까 한다.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의 “기브 앤 테이크 체육 협회 회관”의 홀의 뒤쪽 공간엔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에서 직접 월세를 내며 매달 빌리고 있는 별도의 작은 방이 하나 마련되어 있었다.
그리고 이 방은 주로, “기브 앤 테이크 체육 협회 회관”의 홀에서 열리는 토요일 밤마다의 무도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개인들 간의 사사로운 모든 다툼들이 해결되어 나가던 곳으로 사용되곤 했다.
그 해결 방법은 바로 앞서 밝힌 대로, 남자 대 남자, 자연이 준 본연 그대로의 무기인 맨주먹 대 맨주먹의 다짐이었으며, 바로 그 결투가 지금 테리 오설리번을 둘러싼 4명의 건장한 어깨들인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의 규율 위원회 심판원들의 철저한 감시 감독 하에 이루어지려던 참이다.
그러니 뻔질나게 수년을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의 댄스 파티에 투스텝을 밟은 아가씨들일지라도 실제 이 작은 비밀의 뒷방에서 펼쳐지는 주먹 다짐을 목격했다는 처자는 여지껏(여태껏)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이다.
적어도 이걸 외부 사람인 여자들에게만큼은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는 점을, 각종 어깨들인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의 제군들 저마다 보증하고도 남을 거다.
이렇게 물 흐른 듯 자연스럽게 부두목 뎀프시 오설리반과 그 부하들이자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의 규율 위원회 심판원들인 4명의 각종 어깨들이 사전 조율된 대로 테리 오설리번을 비밀의 뒷방으로 끌고가 버렸기 때문에, 홀에 아직도 남아 있던 수많은 사람들 누구도, 오늘의 춤꾼의 승자이자 사교계의 승자로 등극한 테리 오설리번의 이 오늘밤의 매혹이 이토록 철저하게 묵사발이 나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사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전혀 낌새도 채지 못한 이 수많은 무리들 중엔 테리 오설리번의 여친 매기 툴도 포함되어 있었다.
그녀는 갑작스런 음악 소리 꺼짐과 함께 댄스파티도 끝이 나자 자신을 집까지 에스코트 해줄 남친을 다시 찾아 홀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딴 나라 갔었니! 무슨 소리야!”라며 로즈 캐시디가 말했다. “너 거기 없었어? ‘뎀프시(이름) 도노번(가운데 이름) 오설리반(성 씨)’이 네 ‘레즈비언’(같은 성이 같은 성을 좋아하는 거) 남자친구를 핀셋(규율위원회 심판원들인 어깨 4명)으로 꼭 집어가지고 저 도살장(주먹 대결이 벌어지는 결투장인 뒷방)으로 끌고 갔는데. 지금쯤 아마 한 판 거나하게 뜨고 있을 걸. 근데 이런 식으로 올리니까, 오늘 내 머리 모양 좀 어떠니, 매기야?”
이 말 같지도 않은 날벼락 소식에 기업을 한 매기가 저도 모르게 한 손으로, 입고 있던 올이 성기고 투박한 무명천 옷의, ‘가슴께 옷자락’ 부분을 “확!” 부둥켜 잡으며 저도 모르게 “아!”하며 탄식하고 만다.
“뎀프시가 데려갔다고! 그것도 결투를 하려고!”라며 숨 넘어갈 듯 그녀가 소리쳤다. “당장 멈추게 해야해. 세상에 뎀프시 도노번 오설리반이 내 레즈비언 남자 친구와 결투라니. 어디 이게 말이 되는 소리야... 이건 그이를 죽이려는 소리인 거야, 그는 죽고 말 거라고!”
“어, 이건 또 무슨 뚱단지 같은 소리야?”라며 로즈 캐시디가 말했다.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 안 싸워본 사람들이 어디 있다고?”
그렇지만 벌써 매기는 그 자리를 떨치고 일어선 후였다.
매기는 댄스파티가 마쳤음에도 끝까지 무대에 남아 빙글빙글 도는 춤 동작을 추려 하고 있던 나머지 춤꾼들 사이를 지그재그 모양으로 헤치며 홀을 가로질러 나간다.
곧 그녀가 뒷문을 “홱!” 열고 거묵거묵한 홀의 복도로 들어선다.
그렇게 내달리고서도 그 둘만의 결투가 이루어지고 있을 장소인 비밀의 작은 방 문이 그녀를 가로막자 이번엔 다짜고짜 어깨부터 내던지며 “쾅!” 쳐냈다.
문은 전혀 닫혀 있질 않았기에 자연스럽게 열렸다.
작은 방으로 들어선 그녀의 눈에 휘황찬란한 눈물겨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의 규율 위원회 심판원들인 4명의 각종 어깨들이 떡하니 동서남북 사방에 서서 눈을 부라리며 지켜보는 가운데, 셔츠 소매를 까짓것(한껏) 걷어 올린 차림의 부두목 ‘뎀프시(이름) 도노번(가운데 이름) 오설리반(성 씨)’이 적수를 타격 거리내에 두기 위해 요즘 말로 하면 현대의 권투 선수 같이 신중하고도 우아하며 가벼운 권투식 스텝을 지금 막 밟아대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영락없이 끌려온 상대방인 오늘의 초자, 테리 오설리번(매기의 레즈비언 남자 친구. 등빨이 우락우락하고 매우 근육질임)은 이 모든 게 못마땅한 듯 팔짱만 끼고 서서는 그의 침울한 눈에 살기만을 동봉하고 있었다.
한치의 꾸물거림도 없이 작은 방 문을 돌파하고 들어온 그 속도 그대로 그녀가 외마디 비명을 내지르며 앞으로 더 내달려 나아가 몸을 던졌다.
다행히 그녀는 테리 오설리번(매기의 레즈비언 남자친구)이 순간 까짓것(한껏) 치켜든 팔을 제때 붙잡고 자신의 온 몸뚱아리를 이용해 늘어질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그가 가슴패기 속에서 뽑아든 기다랗고 예리한 양날 단검 하나가 “번쩍!”하고 그 운명의 짧은 생명력의 빛을 다하며 잽싸게 날아갔다.
나이프(작은 칼) 하나가 바닥에 떨어지며 “땡그랑!” 소리와 함께 테리 오설리번의 처지마냥 주저앉은 것이다.
이럴 수가!
“기브 앤 테이크 체육 협회”의 신성한 주먹 대결장에 난데없는 칼이란 도구가 반입되었다니!
순간 차가운 냉기운이 방 전체를 덮쳤다.
이런 일은 전엔 한 번도 없던 사태였다.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 모두들 잠시 꿈쩍도 않고 서 있기만 했을 정도다.
그나마 ‘앤디 조건’(부두목 ‘뎀프시 오설리반’의 부하이자 “클로버 리프 소셜 클럽”의 규율 위원회 심판원들인 4명 1명)이 한 치의 호기심도 없이 단박에 자신의 구두 끝으로 그 단검을 멀리 차버린 게 그나마 호수비였다.
그렇지만 그도 이런 도구의 사용법은 한 번도 배운 적이 없다는 듯, 이 심대한 고대 무기의 재등장에, 희귀한 고물 수집상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의구심 비슷산 호기심을 슬쩍 표정에 내보이는 걸 감출 순 없었다.
한쪽 팔이 애인에게 붙들리고 칼까지 떨군 ‘테리 오설리번’(매기의 레즈비언 남자친구)이 이빨 사이로 뭔가 알아 들을 수도 없는 전혀 이해 못할 외계어인 “우우 시시!”라는 중얼거림을 내뱉은 건 바로 그때였다.
그 즉시 부두목 ‘뎀프시 도나반 오설리반’과 네 명의 “클로버 리프 소셜 사교 클럽”의 규율 위원회 심판원들이 저마다 눈빛을 교환했다.
테리 오설리번이 입회가 금지된 외국인인 이탈리안이란 걸 알아챈 것이다.
부두목 ‘뎀프시 도나반 오설리반’이 기도 안 찬다는 듯 분노도 내보이지 않고서 ‘테리 오설리번’을 마치 거리의 주인 잃은 잡동사니 개 쳐다보듯 한 번 흝어보더니 이내 문쪽 방향으로 고개를 “끄떡!”해 보이며 가리켰다.
“뒷계단으로 나가! 이 잘난 이탈리안 ‘주세피(진정한 ‘영웅’이란 뜻임. 비꼬는 말임)’ 놈아!”라며 그가 짧게 말했다. “네 놈 모자는 나중에라도 누군가가 갔다줄 거야.”
매기가 걸어서 부두목 ‘뎀프시 도나반 오설리반’에게로 다가간다.
그녀의 두 뺨은 이미 시뻘겋게 상기되어 느린 눈물이 어느새 주렁주렁 바다를 이루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아직 두 눈에 그를 담을 용기는 좀 남아 있던 찰나였다.
“난 다 알고 있었어, 뎀프시,”라며 그녀가 더 흘러내린 눈물들에 기어이 시선까지 가려지며 말했다. “그가 이탈리안인 ‘기니’(이탈리안 사람들을 안 좋게 표현하는 말)이라는 것을. 그의 진짜 이름은 ‘토니 스피넬리’야. 사람들이 당신이 그를 데려갔고 두들겨 패서 하늘나라로 보내 버릴 거란 소리에 이렇게 허겁지겁 달려온 거야. 오해는 말아죠. 이들 이탈리안 기니들은 항상 몸에 단검(칼)을 휴대하고 다녀. 그렇지만 당신도 모르는 게 있어, 뎀프시. 내 인생에 남친은 오늘이 처음이었어. 나도 이제 애나와 애나의 남친인 지미만 따라 매주 토요일 밤 여길 오는데도 질렸다고. 그래서 그보고 ‘당신 이름은 이제 오설리번이야, 그렇게 말하고 다녀야 돼’라고 단단히 일러준 후 이렇게라도 데려올 수가 있었던 거야. 더구나 외국인, 그것도 이탈리안이라고 하면, 세상에 미국인 어느 누가 여길 들여보내 주겠어. 그렇지만 이제 일이 이 지경에까지 이르게 되었으니 나도 책임을 질게. 내가 클럽을 탈퇴할게. 적어도 내가 클럽을 탈퇴할 수밖엔 없겠단 생각밖엔 안 들거든.”
부두목 뎀프시 오설리반이 부하이자 규율 위원회 4명 중 한 명인 심복 앤디 조건을 돌아보았다.
“치즈 자르는 칼일랑은 창밖으로 내던져버려,”라며 뎀프시 오설리반이 말했다. “밖에 있는 클럽 회원들한테는 오늘 밤 온 테리 오설리번 씨가 상급 기관의 긴급 전화 메시지를 받고 급히 뉴욕 민주당의 정치 조직인 ‘태머니 홀’로 건너갔더라고 전해줘.”
그런 다음 그는 다시 매기를 돌아보았다.
“말해봐, (애정을 가지고 부르는 말→) 매기,”라며 그가 말했다. “집까진 내가 바래다줄게. 그리고 다음 주 토요일 밤은 어때? 대략 그때쯤 내가 부르러 가면 댄스 파티장에 같이 와줄래?”
이 생뚱맞은 사랑 고백에 눈물로 앞이 다 가렸던 매기의 두 눈이 순식간에 휘둥그레 밝아지며 다갈색 눈동자가 다 보였다.
“당신과, 뎀프시?” 그녀가 더듬더듬 감격에 겨워 말했다. “살다 살다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를 한 이런 날도 다 있는 거야... 그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