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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비나(Luvina)

엘비나(Luvina)

Juan Perez Rulfo

 

남부 지방의 높은 구릉 지대들 중에서도 루비나는 가장 높고 돌투성이인 곳이다. 그 지방은 석회질로 된 회색 암석으로 가득 찬 곳이지만 루비나에 있는 돌에서는 석회질도 그 어떤 유용한 광물도 뽑아낼 수 없다. 그곳에서는 그 돌을 piedra cruda(황석)이라고 부르고 루비나를 향해 있는 언덕의 이름은 cuesta de la piedra cruda(황석언덕길)이라고 한다. 바람과 태양빛은 그 암석을 바스러뜨리는 주원인이었고 그래서 그곳의 땅은 마치 항상 새벽의 이슬이 내린 것처럼 하얗고 반짝인다: 하지만 이것은 말뿐인 이야기이다. 사실 루비나는 낮에도 밤처럼 춥기 때문에 이슬이 땅에 닿기 전에 하늘에서 얼어버린다.

- 그리고 그 땅은 깎아지른 듯한 곳이지. 사방이 깊은 벼랑으로 에워싸고 있고 벼랑 밑은 너무 깊어 제대로 보이지도 않아. 루비나 사람들은 그런 벼랑 밑에서 꿈이 솟아오른다고 하지. 그러나 내가 그 벼랑에서 올라온 것을 본 것으로는 마치 저 낮은 곳에서 갈대의 좁은 대롱 사이를 휩쓸고 지나는 것처럼 소란스러운 소리를 내던 바람이 유일했지. 그것은 땅에 조금만 뿌리를 내려도 살 수 있고 전신을 뻗쳐 벼랑을 붙잡고 있는 쓸쓸하고 자그마한 식물인 벨라도나조차도 자라게 놔두지 않는 바람이었소. 이따금씩 선인장이 조그마한 그늘이 있는 곳이면 바위들 사이에 숨어서 흰 아마폴라스꽃을 피울 따름이었지. 그러나 그것도 곧 시들어 버리곤 했지. 그리고 사람들은 바람이 가시투성이의 가지를 긁어대면서 마치 숫돌 위에서 칼을 가는 것과 같은 소리를 내는 것을 들을 수 있었소.

- 이제 당신은 루비나에서 부는 그 바람을 볼 수 있을 거요. 황갈색의 바람이지. 사람들은 그것이 화산재를 끌어들이기 때문이라고 합디다만: 하지만 사실은 검은빛의 바람이지. 이제 당신은 그걸 볼 수 있을 거요. 그 검은 바람이 마치 물어뜯기라도 하는 것처럼 루비나에 몰아닥치지. 그리고 여러 날들 동안 마치 밀짚모자를 낚아채 가듯 탁 트인 허물어진 벽과 지붕이 없는 집을 남겨둔 채 바람이 지붕을 날려버리지. 그리고는 마치 손톱이 있는 것처럼 긁어댄다오 : 밤낮으로, 매시간, 끊임없이 벽을 깎아내고 땅 위의 선인장을 뽑고 문 밑으로 그 뾰족한 쟁기를 휘젓는 소리를 들을 수 있지, 마치 우리 뼈의 관절을 없애기라도 하듯이, 심지어 우리 몸 안에서도 바람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지, 이제 곧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거요

말을 하던 그 남자는 밖을 바라보며 잠시 가만히 있었다. Camochines강의 지류에서 늘어난 물이 지나가는 강물 소리가 그들에게까지 들려왔다: 편도 나뭇잎을 부드럽게 흔드는 바람의 산들거림과 상점에서 나오는 빛이 비추는 작은 공간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도.

하루살이들은 석유램프 속으로 들어갔다가 그을린 날개와 함께 땅바닥에 떨어지면서 튕겨나왔다...그리고 밖에는 밤이 깊어 가고 있었다.

- 이봐, Camilo, 여기 맥주 두 잔 더!

그 남자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 또 한 가지 있소, 선생. 절대로 Luvina에서는 파란 하늘을 못 볼 거요. 그곳의 수평선은 흐릿하지 :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 후텁지근한 얼룩으로 항상 구름이 끼어있거든. 헐벗고 나무 한 그루 없고 눈을 쉴만한 푸른색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모든 언덕들 : 이 모든 것이 회색 안개로 휩싸여 있소, 당신도 그걸 볼 거요 : 마치 죽은 것 같은 그 언덕들과 그중 가장 높은 루비나에 그 안개들이 마치 죽음의 왕관과도 같은 흰 왕관으로 꼭대기를 장식하고 있는 것을..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는 가게 안으로까지 미칠 만큼 가까워졌다. 그 남자는 일어나서 문 쪽으로 가더니 아이들에게 말했다.

-멀리 가서 놀아! 방해하지 말고! 노는 건 좋은데 소란은 피우지 말라고.

그리고는 또다시 탁자 쪽으로 향하더니 앉았다. 그리고 말했다.

-그러니까, 내가 말했듯이. 거기는 비가 아주 적게 오지. 6월쯤에 몇 개의 태풍이 찾아와 마을을 온통 때려 부숴서 지붕 위에 굴러다니는 자갈 말고는 아무것도 남기지 않고 산산조각 내버리거든. 이때 마치 방광이 부풀은 사람처럼 이 언덕에서 저 언덕으로 파도처럼 흔들리면서 폭풍이 구름을 끌고 다니는 것은 볼만하지.: 천둥소리를 내며 이리저리 방황하는 모습은 마치 절벽 앞에서 갈 길이 없는 사람과 같지. 하지만 열흘이나 열이틀쯤 지나 폭풍이 지나가면 그다음 해까지도 다시 오지 않고 때로는 몇 년씩 오지 않는 경우도 생기지. ..맞아, 비가 아주 조금 내린다오. 너무 적거나 아니면 거의 오지 않아서 땅은 말라비틀어지고 마치 노인의 살갗처럼 쭈글쭈글한데다 돌멩이로 가득차 있소. 그곳에서는 그런 돌멩이를 물이 지난 흔적이라고 부르는데 그건 날카로운 돌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려 걸을 때 발바닥에 박히는 흙덩이를 말하는 거지. 거기서는 마치 흙조차도 가시가 돋은 것 같아. 정말로 흙에 가시가 돋은 것처럼 말이지.

그는 맥주잔에 찌꺼기 거품만 남을 때까지 맥주를 들이킨 다음 계속 말했다.:

- 사방을 둘러봐도 루비나는 아주 슬픈 곳이지. 당신도 그곳으로 간다면 이해할 거요. 난 선생에게 그곳을 슬픔이 항상 머무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소. 마치 모든 사람들이 얼굴에 나무 판자를 깔은 것마냥 웃는 것하고는 거리가 먼 곳이지. 그리고 당신이, 만약 원한다면 이런 슬픔은 언제든지 볼 수 있소. 그곳에서 부는 바람은 그 슬픔을 감싸고 있지만 다른 곳으로 가져가지는 않지. 그 슬픔은 마치 그곳에서 태어난 것처럼 그대로 있을 뿐이야. 그리고 심지어는 그러한 슬픔을 맛보거나 느낄 수도 있소. 왜냐하면 그것은 한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고 고통을 선사하기 때문이야. 또 따뜻한 마음이 살아있는 육체를 찜질하듯이 아주 기분 나쁘게 만들기 때문이지. 사람들 말이 그들은 그곳에서는 보름달이 뜨면 바람의 검은 그림자가 그 검은 숄을 질질 끌고 다니면서 루비나 거리를 질주하는 것을 본다고 하더군. : 하지만 루비나에 달이 떴을 때 내가 항상 보게 됐던 것은 비탄에 젖은 심상뿐이었지..항상.

-맥주 좀 들어요. 보아하니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군. 마셔요..아마도 이런 미지근한 건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르지. 맛이 안 좋다는 건 알고 있소: 당나귀 오줌 같은 맛이지. 여기 사람들은 익숙해져 있지. 그곳에서는 이런 것조차도 얻을 수 없을 거라는 걸 장담하오. 루비나에 가면 이 맛이 그리울 거요. 그곳에서는 hojase라는 풀로 만든, 한 모금만 마시면 마치 정신없이 춤추는 것처럼 비틀거리게 만드는 선인장 술밖에 맛보지 못할 거야. 마시는 게 좋을 거요. 난 내가 말하는 것이 무슨 말인지 알고 있소.

밖에서는 계속해서 강물이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람의 산들거림도. 아이들의 노는 소리도. 아직은 이른 밤인 것 같았다.

그 남자는 한 번 더 문밖을 내다보러 갔다가 되돌아왔다.

그는 다시 말하기 시작했다.:

- 여기서부터는 그런 것들을 얘기하기가 쉽지, 순전히 기억에 의해서 하는 거지만. 이곳은 그곳에서 일어나는 일들과는 전혀 비슷하지 않아. 하지만 내가 루비나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을 당신에게 계속 말하게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 건 아니오. 난 거기서 살았고 내 인생을 보냈소...난 그곳에 순수한 환상을 품고 갔다가 늙고 쓸모없는 인간으로 돌아왔지. 그리고 지금은 당신이 그곳으로 가는군...좋아. 맨 처음부터 기억을 떠올려 보는 게 좋겠군. 당신 입장이 돼서 생각해 보죠..., 내가 맨 처음 루비나에 도착했을 때는..그런데 그 전에 당신 맥주 좀 마셔도 되겠소? 당신에겐 그게 필요 없는 것 같은데. 나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지. 날 편하게 해주거든. 마치 장뇌유(녹나무 액을 증류해서 만든 액체)로 내 머리를 씻어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좋소, 당신에게 내가 맨 처음 루비나에 도착했을 때에 대해 애기했었지, 우리를 데려갔던 그 마부는 가축들이 쉴 틈도 주지 않을 만큼 그곳에 머물러있기를 싫어했소. 우리가 땅에 주저앉자마자 그는 반은 발걸음을 되돌린 채로

- 난 돌아갑니다.

라고 우리에게 말했소.

- 기다려요, 당신 가축들을 쉬게 하지 않을 건가요? 아주 괴로워하고 있잖아요.

- 이곳에서는 더 귀찮아질 뿐이에요-

그가 말했소

- 돌아가는 게 낫겠어요.

그리고 그는 가버렸지, 마치 저주받은 땅에서 떠나가는 것처럼 말들에 박차를 가하며 Piedra Cruda의 언덕길을 내려갔소. 우리들- 내 아내와 세 아이들- 은 온갖 가재도구들을 팔에 안은 채 광장 한가운데 멈춰 서서 그곳에 남았지. 오직 바람 소리만 들리던 그 곳에...

오로지 텅 빈 광장뿐, 바람을 막을 풀 한 포기 없었소. 그런 곳에 우리는 남게 됐던 거요. 그때 난 아내에게 물었죠.:

- 여기가 무슨 나라지, 아그리피나?

그러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소.

- 좋아, 상관없다면 식사하고 오늘 밤을 보낼 장소나 찾아봐요. 우리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소.

하고 그녀에게 말했소. 그녀는 아이들 중 제일 어린 녀석을 붙잡더니 가버렸소. 하지만 돌아오지 않더군. 해 질 녘에, 태양이 언덕 꼭대기에 걸려 비추고 있을 때 우리는 그녀를 찾으러 갔소. 한 교회에서 기도에 열중하고 있는 그녀를 찾을 때까지 우리는 루비나의 좁은 골목길을 헤맸지. 그녀는 인기척 하나 없는 그 교회 안의 한가운데에 앉아 있었고 아이는 그녀의 다리 사이에서 잠들어 있었소.

- 여기서 뭘 하는 거요, 아그리피나?

- 기도를 하려고 들어왔어요 - 그녀가 말했소.

- 뭘 위해서?

내가 물었지. 그러자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소. 거기에는 그녀가 기도를 드릴만 한 대상이 없었소. 그곳은 문도 없는, 구멍 뚫린 지하도와 다를 바 없는 빈 가건물이었고 지붕은 깨져서 마치 체를 통과하는 것처럼 바람이 스며들고 있었지.

- 음식점은 어디 있소?

- 음식점은 하나도 없어요.

- 여인숙은?

- 여인숙도 없소?

- 누구 못 봤소? 여기 누가 살고 있나? - 그녀에게 물었소.

- , 저기 앞에..여자들 몇 명이..내가 계속 쳐다보고 있었어요..저기 봐요, 저 문의 갈라진 틈 너머에서 우리를 보고 있는 눈이 빛나는 걸 봤어요...우리 쪽을 향해서 들여다보고 있었어요...그녀들을 봐요. 그 사람들의 눈에서 빛나는 눈동자를 봤어요..하지만 우리에게 줄 음식은 갖고 있지 않아요. 그들은 얼굴도 내밀지 않은 채 이 마을엔 먹을 게 없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하나님에게 우리를 위해 기도하려고, 간청하려고 이곳에 들어왔어요.

- 그럼 당신은 왜 거기로 돌아오지 않은 거야? 우리가 기다렸잖소.

- 난 기도를 하려고 들어왔어요. 아직 끝나지도 않았고요.

- 여기는 무슨 나라지, 아그리피나?

그러자 그녀는 모른다는 듯 다시 어깨를 움츠렸소. 그날 밤 우리는 잠을 자기 위해 그 교회 안에 은신처를 마련했는데 벽이 부서진 제단 뒤였지. 바람은 그곳까지 미쳤지만 그래도 세기는 좀 덜했지. 우리는 우리 머리 위로 바람이 긴 울음소리를 내며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소: 또 문짝들의 텅 빈 틈새사이로 바람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며 십자가들을 때리는 소리도 들었소: 교회의 벽에 길게 울리던 아카시아 나무로 된 단단하고 큰 십자가는 철사로 묶여 있었는데 마치 이가 흔들리는 것처럼 바람의 떨림에 따라 삐걱거렸지. 애들은 무서워서 잠을 자지 못하고 울어댔소. 그리고 아내는 두 팔 안으로 애들을 가까이 모으려고 했소. 아이들을 끌어안고 있었지. 그리고 나는 뭘 해야 할지 모른 채로 가만히 있었지. 새벽녘이 되기 전에 바람은 잠잠해졌소. 그리고는 다시 불기 시작했지. 하지만 그 잠잠했던 그 한순간이 그날 새벽, 모든 것이 정적에 휩싸였던 순간이었소, 마치 하늘과 땅이 하나로 합쳐져서 그 무게로 모든 소리들을 눌러버린 것처럼..이제는 지쳐버린 아이들의 숨소리가 들려오더군. 내 옆에서 쌕쌕 잠든 아내의 숨소리도 들리고....

- 뭐죠?

그녀가 내게 말했소.

- 뭐가 말이오?

내가 물었소.

- 저기, 저 소리요.

- 아무 소리도 안 나는데, 어서 자요, 조금이라도 쉬라고, 이제 곧 아침이야.

하지만 곧 나도 그 소리를 들었소. 그 소리는 마치 어둠 속에서 박쥐가 날개를 펄럭이는 소리 같았지, 아주 가까이 들렸소. 거대한 박쥐 날개가 땅을 스치는 소리였지. 난 일어섰고 박쥐들도 놀랐는지 더 심하게 날개짓 하면서 문구멍으로 날아가는 것 같은 소리가 들리더군요. 그래서 난 내 앞에서 나는 어떤 조용한 웅성거림을 느끼면서 소리가 나는 쪽으로 조금 걸어갔소. 난 문 앞에 섰고 그녀들을 발견했지. 루비나의 모든 여자들이 어깨에 항아리를 이고 머리는 숄로 감싸고 있는 것을, 그리고 컴컴한 밤의 장막 위의 그들의 검은 실루엣을...

- 뭘 원하는 겁니까?

내가 물었소.

- 이 시간에 뭘 찾고들 있는 겁니까?

그녀들 중 하나가 대답하더군요.

- 우린 물을 뜨러 가는 거예요.

난 내 앞에 멈춰 서서 날 쳐다보고 있는 그녀들을 보았소. 그리고 마치 그림자처럼 그들은 검은 물동이들을 들고 길을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지.

- , 절대로 내가 루비나에서 보낸 첫날 밤을 잊을 수 없을 거요. 이래도 술을 권하지 않을 거요? 이 술이 내 추억의 쓴맛을 없애버릴 수 있도록 말이오.

- 당신은 나에게 루비나에 몇 년이나 있었냐고 물은 것 같은데, 맞소?

사실은 나도 몰라요. 열병이 걸려 정신이 뒤죽박죽 된 후부터 시간관념을 잃어버렸소.: 하지만 그건 분명히 영원처럼 긴 시간이었던 것 같았소...그곳에서는 시간이 아주 더디게 흘러요. 누구도 시간에 관심이 없을뿐더러 몇 년이 지났는지 아무도 걱정하지 않지. 그냥 하루하루가 시작되고 끝날 뿐이오. 그리고는 밤이 오는 거지. 그들이 죽는 날까지 낮과 밤이 이어지는 것만이 유일한 희망이라오.

- 당신은 내가 똑같은 이야기를 빙빙 돌려서 말한다고 생각할 겁니다. 맞아요 선생..나는 문 앞에 앉아서 해가 뜨고 지는 것에 따라 머리를 들었다 숙였다 하면서 바라보고 있었소. 용수철처럼 해가 뜨고 지는 모습에 지칠 때까지 그러고 있었던 거지. 그러면 모든 것이 영원 속에서 살 것처럼 평온해지지. 그것이 늙은이들이 하는 일이오. 왜냐하면 루비나에는 완전 노인들만이 있고 또 태어나는 사람도 없거든, 누군가가 그럽디다..그리고 여자들은 힘이 하나도 없어요. 거의 말라빠진 흰말 같지. 그곳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그곳을 떠나버린다오. 그들은 여명이 틀 때면 이미 어른이 되는 것이지. 누구 말처럼 제 어미의 품에서 커다란 쟁기를 가는 청년으로 커버리는 거야. 그곳에선 그런 식이라오.

오직 노인들과 혼자 사는 여자들만 살거나 혹은 남편이 있어도 어디 있는지는 신만이 아시는 그런 남편과 사는 여자들뿐이지...그 남편들은 내가 말했던 그 폭풍처럼 이따금씩 들이닥치곤 했소.: 그들이 돌아오면 마을 전체에서 바가지 긁는 소리가 났고 그들이 떠나면 신음소리가 들려왔소...그들은 노인네들을 위해 양식자루를 놓고 갔고 여자들의 뱃속에 또 자식을 남기고는 그다음 해까지, 때로는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소..그게 관습이었지. 그곳에서는 그것을 법이라고 하지만 같은 말이오. 아이들은 그들의 부모가 그 부모에게 그랬던 것처럼, 그들보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그 법칙을 준수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부모를 위해 일을 하면서 인생을 보내지. 그러는 동안 늙은이들은 자식들을, 죽을 날을 기다렸어요, 문가에 앉아서, 팔은 늘어뜨리고, 자식들이 돌아와 팔을 움직여주기만을 기다리면서. 외로이, 루비나의 그 황량함 속에서 말이지..어느 날 나는 그들에게 다른 살기 좋은 곳으로 가는 것이 어떻겠냐고 설득해봤소

- 여길 떠나라고요!

난 그들에게 말했소

- 다른 곳에 정착하는 데는 문제없을 거예요. 정부가 도와줄 겁니다.

그들은 눈도 깜박이지 않고 내 말을 들었고 저 깊은 곳에서 한줄기 빛이 뿜어져 나오는 깊은 눈으로 날 바라보았어요.

-정부가 우릴 도와줄 거라고 했소, 선생? 당신은 정부를 아슈?

난 그렇다고 대답했소.

- 우리들도 그게 뭔지 알고 있소, 그렇게 생겨났을 뿐인 거요. 우리가 알지 못하는 건 정부의 에미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오.

- 난 그것은 조국이라고 답했소..그들은 아니라며 고개를 흔들었지. 그리곤 웃었소. 루비나 사람들이 웃는 걸 본 것은 그때가 유일했소. 들쑥날쑥한 이를 드러내고 아니라고, 정부는 에미가 없다고 말했지요.

- 그들이 옳은 거지, 아시겠소? 그 사람이 정부에 대해 기억하는 것은 자기 자식들이 저 아래에서 나쁜 짓을 했을 때 일어난 일뿐이었어. 그때 정부는 범인을 찾아 루비나까지 사람을 보내 그를 죽였던 거야. 그때부터 더 많은 사람들이 정부가 존재하는지 어떤지 몰랐던 거지.

- 자네는 우리더러 루비나를 떠나라고 말하고 싶은 게지, 왜냐하면, 자네 말에 따르면 난 이미 쓸데없이 배고픔을 참았다는 거니까

그들이 나에게 말했소.

- 하지만 우리가 만일 떠난다면, 누가 우리들의 조상을 데려가지? 그들은 여기에 남을 것이고 우리는 그들을 두고 떠날 수 없네.

그 죽은 영혼들은 아직도 그곳에 살고 있소. 당신이 그곳에서 보면 알 겁니다. 마른 mezquite(식물 종류) 껍질을 씹어서 침을 삼키며 배고픔을 숨기는 것을요. 그들이 거의 바람에 끌려가다시피 집 담벼락에 꼭 붙어 마치 그림자처럼 지나다니는 것을 보게 될 거예요.

- 이 바람 소리가 들리지 않나요?

난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며 말을 마쳤소.

- 이 바람은 당신들을 끝장낼 겁니다.

- 바람은 불어야 할 만큼 불어야겠지. 그게 신의 뜻이야.

그들은 내게 대답했지.

- 바람이 그치면 안 좋아. 그런 상태가 계속되면 태양이 루비나에 너무 가까워져서 우리들 몸에 있는 피와 얼마 안 되는 물을 빨아들이지. 바람은 태양을 저 위에 머무르게 하거든. 그게 가장 좋은 거야.

- 난 그들에게 또다시 해줄 말이 없었소. 난 루비나를 떠났고 다시 돌아오지도 돌아오겠다고 생각하지도 않았지.... 하지만 세상 참 좁군..당신은 이제 조금 있으면 그곳으로 갈 거니까. 아마도 누군가가 내게 똑같은 이야기를 해 준 게 15년 전일 거요 : ‘당신은 San Juan Luvina에 가게 될 겁니다그 당시에 난 힘이 넘쳤지. 많은 생각들로 꽉 차 있었소...당신은 우리들 모두가 망상에 사로잡힌다는 걸 알고 있겠지. 그리고 게다가 누군가는 그 망상의 덩어리를 들고 가 곳곳에서 그것을 실현시키려 하지. 하지만 루비나에선 그걸 성공시키지 못했다오. 내가 실험해봤지만 망치고 말았소.. San Juan luvina. 난 그 이름에서 하늘이라는 말을 떠올렸소. 하지만 그곳은 지옥의 고통이었지요. 그곳은 개들마저 죽어서 이제는 허공에 대고 짖을 그 누구도 없는 빈사 상태인 곳이요. : 그래서 그곳에 부는 강풍에 익숙해진 사람이라면 그 황량함 속에 자리 잡은 적막 말고는 아무것도 들을 수 없는 거지. 그리고 그건 한 인간을 죽이곤 한다오. 나를 봐요. 내 얘기는 끝났소. 그곳에 가면 내가 말했던 것을 곧 이해하게 될 거요...우리 저 친구에게 mezcalito(술의 한 종류)나 만들어달라고 하는 게 어떻겠소? 맥주를 마시면 자꾸 화장실에 가야 하니 이야기하는 데 방해가 되는군. 이봐, Camilo, 이번엔 mezcales를 줘! 그러니까 내가 말하고 있던 것처럼...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안 했다. 그는 하루살이들이 이제는 허물이 벗겨진 구더기처럼 날개도 없이 뒹굴고 있는 식탁 위의 한 곳에 시선을 꽂은 채 바라보고 있었다. 밖에서는 여전히 밤이 깊어 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커다란 나무줄기에 강물이 부딪치는 소리도. 그리고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는 이제 아주 멀리서 들려왔다. 문짝을 통해 보이는 작은 하늘에는 별들이 하나둘 나타났다.

하루살이들을 바라보던 그 남자는 식탁에 기대더니 잠들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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