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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아버지

Guy de Maupassant

 

바티뇰르에 살고 있었을 때, 그는 국민 교육성의 직원이었기 때문에 아침마다 사무실로 가기 위해 합승 마차를 탔다. 그리고 매일 아침 어느 젊은 처녀와 마주 앉아 파리 중심지까지 가곤 했었는데, 그는 그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녀는 날마다 같은 시간에 자기 가게로 가는 것이었다. 그녀는 흑점처럼 보일 만큼 검은 눈을 가진 갈색 머리의 아가씨였는데, 그녀의 얼굴빛은 상아빛으로 빛났다. 그는 그녀가 언제나 똑같은 거리의 모퉁이에서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그녀는 그 묵직한 마치를 따라잡기 위해 달리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녀는 약간 다급한 표정으로, 민첩하고 맵시 있게 뛰어오곤 하였다. 그러고는 말들이 완전히 멈추기 전에 발판 위로 뛰어오르곤 하였다. 그러고 나서는 약간 헐떡이면서 안으로 들어와 자리에 앉고서는 자기 주위를 둘러보는 것이었다.

그녀를 처음 보았을 때 프랑수아는 테시에서 그녀의 얼굴이 아주 자기 마음에 듦을 느꼈다. 사람은 때때로 그가 누구라는 것을 알지도 못하면서, 당장 미칠 듯이 껴안고 싶은 여자들을 만나게 된다. 이 젊은 처녀는 그의 내적인 욕망에, 그의 은밀한 기대에, 또한 사람들이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마음 밑바닥에 지니고 있는 사랑의 이상 같은 것에 부합하는 여자였다. 그는 본의는 아니지만 그녀를 끈덕지게 바라보았다. 이러한 주시에 거북해진 그녀가 얼굴을 붉혔다. 그는 그것을 알아차리고, 눈을 돌리려고 했다. 그러나 다른 곳을 바라보려고 애쓰는데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그녀에게로 도로 눈이 가는 것이었다. 며칠 수에는 말을 주고받지는 않았지만 서로를 알게 되었다. 마차가 만원일 때에는 그는 그녀에게 자기 자리를 양보하고, 유감스럽지만 자기는 지붕 위 좌석으로 올라갔다. 이제는 그녀가 살포시 미소지으면서 그에게 인사를 하게 되었다. 너무 강렬하게 느껴지는 그의 시선에 눈을 내리뜨고는 있지만, 그녀는 이렇게 주시당하는 것이 이제는 불쾌하지 않은 듯했다.

그들은 마침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일종의 빠른 친교가 그들 사이에 이루어졌다. 하루에 30분간의 친교였다. 물론 그것이 그에게는 자기 생활에서 가장 즐거운 30분이었다. 그는 나머지 모든 시간에 그녀를 생각했다. 사무실에서의 긴 집무 시간에도 줄곧 그녀가 떠오르는 것이었다. 사랑하는 여자의 얼굴이 마음속에 남기는, 허공에 뜬 것 같으면서도 끈질긴 모습에 사로잡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정신을 앗아가는 것이었다. 그 귀여운 사람을 완전히 소유한다는 것은 그로서는 미칠 듯한 행복이며, 사람으로서는 거의 실현할 수 없을 것같이 여겨졌다. 이제는 아침마다 그녀는 그와 악수를 했다. 그러면 그는 저녁때까지 그 촉감을, 작은 손가락들이 살며시 누르던 기억을 자기의 살갗 속에 간직하는 것이었다. 그는 자기 피부 위에 그 자국을 보관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그녀와 만나는 시간 이외의 나머지 시간엔 모두 합승 마차에서의 그 짧은 여행을 불안스럽게 기다렸다. 그래서 일요일엔 그의 가슴이 에는 듯했다. 그녀 역시 그를 사랑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어는 봄날의 토요일, 다음날에 메종 라피트로 함께 점심식사 하러 가자는 것을 허락한 것을 보면 말이다.

그녀가 먼저 와서 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깜짝 놀랐다. 그녀가 말했다. "출발하기 전에 드릴 말씀이 있어요. 20분이나 남았으니 충분해요." 그녀는 그의 팔에 기대어, 눈이 내리뜨고 뺨이 창백해져 떨고 있었다. 그녀가 다시 말했다. "저를 오해하시면 안 돼요. 저는 정직한 처녀예요. 제게 약속해 주신다면 당신과 함께 거기에 가겠어요. 아무것도,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고 예의 바른 일이 아닌 것은, 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신다면." 그녀의 얼굴이 갑자기 개양귀비보다 더 붉어졌다.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지만, 행복하면서도 동시에 실망이 되었다. 마음속에서는 어쩌면 그러한 그녀를 더 좋아했겠지만, 그러나, 간밤에 그의 혈관 속에 불을 질렀던 공상들을 달래야 했다. 만일 그가 그녀의 품행이 경솔하다는 것을 알았다면, 확실히 그녀를 덜 사랑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되면, 그로서는 너무도 즐겁고 감미로웠을 것이다. 그리고 사랑에 관한, 남자들의 모든 이기적인 계산이 그의 정신을 선동시켰다.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그녀가 눈가에 눈물을 짓고 감격한 목소리로 다시 말하기 시작하였다. "당신이 나를 정말로 아껴주시겠다고 약속을 해주시지 않는다면, 전 집으로 돌아가겠어요." 그는 그녀의 팔을 다정스럽게 힘주어 잡고 이렇게 대답했다. "약속하겠소.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하지요." 그녀는 마음이 놓이는 듯했고, 미소를 지으면서 물었다. "그게 정말이세요." 그는 그녀의 눈 속을 들여다보았다. "맹세하지요." "차표를 끊어요."하고 그녀가 말했다. 그들은 도중에는 거의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다. 기차가 만원이었기 때문이다.

메종 라피트에 도착하자, 그들은 세느강 쪽으로 갔다. 포근한 공기가 몸과 마음을 부드럽게 해주었다. 강 위로, 나뭇잎 위로 그리고 잔디밭 위로 쏟아지는 태양은 육체와 정신 속에 수 없는 즐거움을 반사하고 있었다. 그들은 손에 손을 잡고, 물속으로 무리를 지어 미끄러져가는 작은 물고기를 쳐다보면서 높다란 둑을 따라 걸어갔다. 그들은 행복에 젖어 걸었는데, 마치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지극히 큰 행복으로 땅에서 몸이 떠 있는 성싶었다. 마침내 그녀가 말했다. "아마 당신은 나를 미친 여자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그가 물었다. "그건 왜죠." 그녀가 다시 말했다. "당신과 함께 이렇게 단둘이서 온다는 것은 미치광이 같은 짓이 아니겠어요." "천만에요. 그건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아니에요. 그렇지 않아요. 그건 자연스러운 일이 아니예요. 나로서는 과오를 범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사람들은 이렇게 해서 과오를 저지르게 되거든요. 그러나 당신이 아신다면 날마다, 한 달의 매일매일을 또한 1년의 매달을 똑같은 일만 한다는 것은 너무도 한심한 일이지요. 나는 엄마하고 단둘이 있어요. 그리고 엄마는 괴로움이 있으기 때문에 명랑하지 못하세요. 내가 힘껏은 해드려요. 마음에 없어도 웃으려고 애쓰지요. 그러나 언제나 잘되는 것은 아녜요. 하여튼 여기에 온 것이 잘못이에요. 적어도 그것만은 내게 원하시지 않겠지요." 대답으로 그는 그녀의 귀에 열렬히 키스를 했다. 그러자 그녀는 갑작스러운 몸짓으로 그에게서 벗어났다. 그러고는 별안간 화를 냈다. ", 프랑수아씨. 내게 맹세를 하고 나서 이러시다니요." 그리고 그들은 메종 라피트 쪽으로 되돌아왔다.

그들은 프티 아브르에서 점심을 먹었다. 그 집은 단층이었는데, 물가에 있는 거대한 네 그루의 포플러나무 밑에 가려져 있었다. 야외, 햇볕, 흰 포도주 약간 그리고 나란히 앉아 있음으로써 느껴지는 불안, 이런 것들이 그들의 얼굴을 붉게 만들었고, 숨쉬기도 힘들어 말없이 있게 하였다. 그러나 커피를 마시고 나서는 갑작스러운 즐거움이 그들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세느강을 가로질러, 그들은 강을 따라 프레트 마을 쪽으로 다시 떠났다. 갑자기 그가 물었다. "이름이 뭐예요." "루이즈." 그는 "루이즈"라는 말을 되풀이하고는, 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집들에 닿았다. 젊은 처녀는 데이지를 따서 시골식으로 커다란 꽃다발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는 방금 풀밭에 놓여진 어린 말처럼 얼근해서 입 가득히 노래를 불렀다. 그들의 왼쪽에는, 포도나무가 심어진 작은 언덕이 강을 끼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프랑수아가 발걸음을 멈추고는 놀라움으로 꼼짝하지 않고 있었다. ", 보세요."하고 그가 말했다. 포도밭은 끝이 났고, 이제는 온 언덕이 라일락으로 뒤덮여 있었다. 그것은 보랏빛 숲이었다. 대지 위에 펼쳐진 일종의 커다란 융단은 거기에서 2, 3킬로미터나 되는 마을에까지 이어져 있었다. 그녀 역시 감동에 사로잡혀 그대로 있었다. 그녀가 중얼거렸다. ", 너무도 예뻐요." 그러고는 들판을 가로질러, 그들은 그 이상한 언덕 쪽으로 달려갔다. 이 언덕은 해마다 파리 한가운데에서, 여자 행상인들의 작은 수레 속에 실려 끌려다니는 라일락꽃을 모두 제공해 주고 있었다.

좁은 오솔길이 소관목 밑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그들은 그 길을 가다가 자그마한 숲속의 빈터를 만나 거기에 앉았다. 많은 꿀벌 떼들이 그들 위에서 윙윙거렸고, 부드럽고 끊임없이 윙윙 울리는 소리를 공중에 던지고 있었다. 그리고 태양은, 바람 한 점 없는 날의 위대한 태양은 꽃이 핀 긴 언덕 위에 내리쬐고 있었고, 이 가장 아름다운 숲에서 강렬한 향기를, 방향의 엄청난 입김을, 꽃의 이 땀 냄새를 풍기게 하고 있었다. 멀리서 교회 종소리가 울렸다. 그러자 아주 부드럽게 그들은 서로 껴안았다. 풀밭에 누워, 키스 이외에는 아무것도 의식하지 못하고 서로 포옹을 하였다. 그녀는 두 눈을 감고, 품에 가득 그를 안고서, 아무 생각 없이, 이성을 잃고, 정열적인 기다림 속에서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마비가 되어 그를 미친 듯이 힘주어 껴안고 있었다. 그녀는 자기가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에게 몸을 내맡기고 있다는 것도 깨닫지 못하면서, 자기의 모든 것을 바쳤다. 그녀는 커다란 불행의 광란 속에서 깨어났다. 그러고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고통으로 신음하면서 울기 시작하였다. 그는 그녀를 달래려고 애썼다. 그러나 그녀는 당장 떠나고 싶어했고, 돌아가고 싶어했으며, 집으로 가고 싶어했다. 그녀는 성큼성큼 걸으면서 줄곧 이 말만 되풀이했다. "어쩌나, 어쩌면 좋지." 그가 그녀에게 말했다. "루이즈, 루이즈, 그대로 있어요, 제발." 지금 그녀의 광대뼈는 불거지고, 눈은 움푹 들어가 있었다. 그들이 파리 역에 닿자, 그녀는 그에게 작별 인사도 없이 헤어졌다.

다음날 합승 마차 속에서 그녀를 만났을 때, 그에게는 그녀가 변한 것처럼 보였고 야윈 듯했다. 그녀가 말했다. "이야기할 것이 있어요. 큰 거리에서 내려요." 보도 위에 그들만 있게 되자, "우린 작별을 해야 해요." 하고 그녀가 말했다. "그 일이 있고 나서 당신을 다시 볼 수가 없어요." 그가 더듬거리며 말했다. "왠가요." "내가 그럴 수가 없기 때문이에요. 죄를 졌거든요. 더 이상 그러지는 않을 거예요." 그러자 그는 욕정에 몹시 괴로워하면서 그녀에게 애원하고 간청했다. 사랑의 밤에 완전히 몸을 맡기고 그녀를 전부 갖고 싶은 욕구에 미칠 것 같았다. 그녀가 고집 세게 대답했다. "아녜요, 그럴 수가 없어요. 아녜요, 그럴 수는 없는 거예요." 그러나 그는 활기를 띠면서, 더욱 흥분하였다. 그는 그녀와 결혼할 것을 약속했다. 그녀는 또다시 말했다. "안 돼요." 그러고는 그에게서 떠나갔다. 일주일 동안, 그는 그녀를 보지 못했다. 만날 수가 없었다. 그녀의 주소를 알지 못했기 때문에, 그는 그녀를 영원히 잃어버린 것으로 생각했다.

9일째 되는 날 저녁에, 누가 그의 집 초인종을 울렸다. 그가 문을 열러 나갔다. 그녀였다. 그녀가 그의 품속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더는 거역하지 않았다. 석 달 동안 그녀는 그의 정부였다. 그가 그녀에 대해 싫증이 나기 시작했을 때, 그녀는 자기가 임신했다는 것을 그에게 알려주었다. 그러자 그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밖에는 없었다.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관계를 끊는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어떻게 말해야 할지를 몰랐고, 자라나는 어린아이에 대한 두려움으로 해서 안절부절못해 미칠 것같이 되자, 그는 최후의 결심을 했다. 어느 날 밤, 그는 이사를 하여 자취를 감추었던 것이다. 충격이 너무도 심해서 그녀는 자기를 그렇게 버린 그 사람을 찾지 않았다. 그녀는 자기 어머니의 무릎에 달려들어 자기의 불행을 고백했다. 그리고 몇 달 후에, 그녀는 사내아이를 분만했다.

몇 년이 흘렀다. 프랑수아 테시에는 그의 생활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남이 없이 나이를 먹어갔다. 그는 희망도 기대도 없이 단조롭고 활기 없는 관리 생활을 하고 있었다. 매일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고, 똑같은 거리를 따라가고, 똑같은 수위 앞에서 똑같은 문을 통해 지나가고, 똑같은 사무실로 들어가, 똑같은 의자에 앉아, 똑같은 일을 수행하였다. 그는 세상에서 혼자였다. 낮에는 냉담한 동료들 사이에서 혼자였고, 밤에는 그의 총각 거처방에서 혼자였다. 그는 노후를 위해서 한 달에 백 프랑을 저축하였다. 일요일마다 그는 우아한 사람들과 일행들 그리고 아름다운 여자들이 지나가는 것을 바라보기 위해 상젤리제를 산책하곤 하였다. 그 이튿날은 고민을 안고 있는 그의 동료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어제 숲에서 돌아올 때에는 너무 훌륭했어." 그런데 어느 일요일, 우연히 다른 길을 따라가다가, 그는 몽소 공원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청명한 여름 아침이었다. 어린애 보는 하녀들과 엄마들이 가로수 길가에 앉아, 자기 앞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프랑수아 테시아의 몸이 떨려왔다. 한 부인이 두 아이의 손을 잡고 지나가고 있었다. 약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와 네 살쯤 난 계집아이였다. 그녀였다.

그는 그러고도 백 보쯤 걸어갔지만, 감동으로 숨이 막혀 의자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녀는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그러자 그는 다시 일어나, 그녀를 한 번 더 보려고 했다. 지금은 그녀가 앉아 있었다. 사내아이는 매우 얌전하게 있는데 반해, 그 곁에 있는 계집아이는 흙장난을 하고 있었다. 그녀였다. 분명 그 여자였다. 그녀는 부인으로서의 단정한 모습과 수수한 옷차림, 자신 있고도 품위 있는 태도를 지니고 있었다. 그는 감히 다가가지는 못하고, 멀찍이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사내아이가 고개를 쳐들었다. 프랑수아 테시에는 몸이 떨려옴을 느꼈다. 그 아이는 틀림없이 자기 아들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 아이를 바라보았다. 그는 예전에 찍은 사진 속의 자기와 똑같은 모습을 보는 듯했다. 그는 나무 뒤에 숨었다. 그녀를 따라가기 위해 그녀가 떠나기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는 그날 밤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도 아이에 대한 생각이 그를 애타게 하였다. 자기의 아들, , 확실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 그러나 그가 어찌하겠는가.

그는 그녀의 집을 보았다. 그래서 알아보았다. 그는 그녀가 이웃 남자와 결혼했다는 것을 알았다. 품행이 신중한 신사로서, 비통해하는 그녀에게 마음이 끌렸던 것이다. 그 과오를 알고 또 그것을 용서한 그 남자는 아이가 그의, 프랑수아 테시에의 아이라는 것조차 알고 있었다. 그는 일요일마다 몽소 공원에 다시 갔다. 일요일마다 그는 그녀를 보았다. 그리고 그럴 적마다 자기 아들을 품에 안고 싶고, 그에게 키스를 퍼붓고 싶고, 그 아이를 데려가고 싶고, 훔쳐가고 싶은 미칠 듯한, 억제할 수 없는 갈망에 사로잡히는 것이었다. 그는 애정도 없는 노총각의 비참한 고독 속에서 무섭게 고통을 느끼고 있었다. 후회, 갈망, 질투 그리고 자연이 인간의 모태에 옮겨 놓은 그 어린아이들을 사랑하고 싶은 욕구에서 생겨난 아버지로서의 애정 때문에 찢어질 듯한 무서운 고통에 괴로워하였다. 마침내 그는 가망이 없는 시도를 해보고자 했다. 그래서 어느 날 그녀가 공원으로 들어오자 그녀에게로 다가가, 길 한가운데에 우뚝 서서, 창백한 낯으로 입술을 떨며 그녀에게 말했다. "저를 알아보시지 못하겠습니까." 그녀는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질겁을 하고 공포에 질려 고함을 지르고는, 두 아이의 손을 잡아 자기 뒤로 끌어당기면서 달아나 버렸다.

그는 집에 돌아와 울었다. 몇 달이 또 흘렀다. 그는 그녀를 더 이상 보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부정에 가슴을 에고 짓찢겨 밤낮으로 괴로워하였다. 자기 아들을 껴안기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었고 살인을 할 수도 있었으며,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모든 대담한 짓도 시도하면서 온갖 일을 했을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편지를 썼다. 그녀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수십 통의 편지를 보낸 후에, 그는 그녀를 조금도 누그러뜨릴 수 없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가망이 없는 결심을 했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면 권총의 탕알을 가슴에 맞을 각오를 했다. 그는 몇 마디를 적은 짤막한 편지를 그녀의 남편에게 보냈다.

선생님. 제 이름은 당신으로서는 증오의 원인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슬픔으로 너무 괴롭고 너무 비참해서, 당신에게밖에는 희망을 가질 수가 없습니다. 단지 십 분간의 대화를 요청하기 위해 가겠습니다. 그럼 이만 총총.

다음날 그는 답장을 받았다.

선생님. 화요일 다섯 시에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계단을 오르면서, 프랑수아 테시에는 한 단 한 단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만큼 심장이 뛰었던 것이다. 그의 가슴속에서는 말이 달릴 때처럼 숨 가쁜 소리, 둔탁하고 격렬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난간을 붙들고, 간신히 숨을 쉬고 있을 뿐이었다. 4층에서 그는 초인종을 울렸다. 하녀가 와서 문을 열었다. 그가 물었다. "플라멜씨 댁인가요." ", 여깁니다. 들어오세요." 그는 중산 계급의 응접실로 들어갔다. 자기 혼자였다. 그는 대이변의 한가운데에 있는 것처럼 안절부절못하고 기다렸다. 문이 열렸다. 한 남자가 나타났다. 검은 프록코트를 입은 그는 키가 크고 침착했으며 약간 뚱뚱했다. 그는 손으로 의자를 가리켰다. 프랑수아 테시에가 앉았다. 그러고는 헐떡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선생님, 제 이름을 알고 계신지 모르겠습니다. 만약에 알고 계시다면." 플라멜씨가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님. 알고 있습니다. 내 아내가 당신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엄격하고자 하는, 점잖은 남자의 품위 있는 어조를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성실한 남자의 부르주아적인 위엄이 있었다. 프랑수아 테시에가 다시 말했다. "그렇다면 선생님, 좋습니다. 저는 괴로움과 후회와 수치심으로 죽을 지경입니다. 한 번만, 오직 한 번만, 껴안고 싶습니다. 그 아이를." 프라멜씨가 일어나, 벽난로로 다가가서 초인종을 울렸다. 하녀가 나타났다. 그가 그녀에게 말했다. "루이를 데려와요." 그녀가 나갔다. 그들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 말없이 마주 앉아 기다렸다.

그런데 갑자기 열 살쯤 되는 사내아이가 응접실로 뛰어들었다. 그러고는 자기 아버지라고 생각하고 있는 그 사람에게 달려갔다. 그러다가 낯선 사람을 보고는 당황하여 멈추어섰다. 프라멜씨는 아이의 이마에 키스를 하고 나서 말했다. "이젠, 이 선생님께 키스해야지, 얘야." 아이는 이 알지 못하는 사람을 쳐다보면서 얌전하게 다가갔다. 프랑수아 테시에가 일어섰다. 넘어질 뻔해서 모자를 떨어뜨렸다. 그는 자기 아들을 찬찬히 들여다보았다. 플라멜씨가 친절하게 시선을 돌렸다. 그러고는 창문으로 거리를 내다보았다. 아이는 깜짝 놀라 어리둥절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아이는 모자를 주워 낯선 사람에게 돌려주었다. 그러자 프랑수아가 두 팔로 어린아이를 껴안고 눈에, 뺨에, 입에, 머리카락에, 아이의 온 얼굴에 미친 듯이 키스를 퍼붓기 시작하였다. 이 우박 같은 키스에 당황한 어린아이는 그것을 피하려고 고개를 돌리고, 그 남자의 탐욕스러운 입술을 그 작은 손으로 밀쳐내려고 애썼다. 그러자 프랑수아 테시에가 갑자기 아이를 땅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이렇게 소리쳤다. "잘 있어. 잘 있어." 그러고 나서 그는 도둑처럼 달아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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