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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고양이의 부활

도둑고양이의 부활

Aziz Nesin

 

쿵수는 남중국해에 있는 작고 아름다운 바닷가 마을이다. 이곳 주민들은 대부분 고기잡이를 해서 먹고살았다.

언제부터인가 마을 유지 풍치양이 경영하는 찻집에 근본을 알 수 없는 새끼 고양이 한 마리가 어슬렁거리기 시작했다. 풍치양은 큼지막한 손으로 줄무늬 새끼 고양이를 감싸 안았다. 그러고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양이의 푸른 눈을 오래도록 들여다보았다.

"신께서 너를 내게 보내셨구나."

풍치양은 심부름하는 소년을 불러 따로 일러두었다.

"이 새끼 고양이의 이름은 충반이다. 잘 돌보거라."

얼마 지나지 않아 충반은 몰라볼 정도로 훌쩍 자랐다.

풍치양은 말할 것도 없고, 마을 사람들 모두가 충반을 몹시 귀여워했다. 그런데 충반에게는 고약한 버릇이 하나 있었다.그것은 다름 아닌 도둑질이었다. 사실 고양이들은 원래 도둑질을 잘한다. 하지만 충반처럼 혀를 내두를 만큼 지독한 얌생이꾼은 일찍이 없었다.

충반은 매일 아침 동이 트기 전에 일터로 나갔다. 마치 공무원이 되기라도 한 듯 한 번도 거르는 법이 없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점심 전까지는 마을을 한 바퀴 이상 돌고 나서 집으로 들어왔다.

충반은 집집의 부엌과 찬장을 죄다 들쑤시고 다녔다. 화로 위에서 펄펄 끓고 있는 냄비 뚜껑을 열어 뜨끈뜨끈한 생선을 훔쳐 먹는 것은 예사였다. 이렇게 말썽을 피운 탓에 집집마다 큰 피해를 주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변함없이 충반을 아끼고 예뻐했다. 얼마나 감쪽같이 도둑질을 잘하는지, 충반의 솜씨에 감탄하기 바빠서 그의 행실을 심각하게 문제 삼을 겨를이 없었다.

어느 날, 풍치양의 찻집에 손님 한 명이 들렀다. 그는 싱싱한 생선이 가득 든 봉투를 선반 위에 올려놓은 채 정신없이 카드놀이에 빠져들었다. 그러다 한참 뒤에야 자리에서 일어나 무심코 선반으로 손을 뻗었다. 순간 그는 깜짝 놀라 입이 딱 벌어지고 말았다. 봉투는 분명 그대로 있었는데, 그 안의 물고기는 온데간데 없었다. 봉투에는 공기만 가득했다. 미묘하게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 밑에 조그만 구멍이 하나 나 있다는 것!

충반의 짓이었다. 어느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그 많은 생선을 몽땅 꺼내 간 그의 솜씨에 사람들 모두 넋을 잃을 지경이었다.

쿵수 마을 사람들이 충반의 도둑질에 마냥 관대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쿵수에서는, 도둑질을 하지 못하는 사람의 미래는 그야말로 암담하다고 믿었다. 이곳에서는 훔치는 것이 부끄러운 일은 아니었다. 정작 수치스러운 일은 훔치다가 들키는 것이었다. 도둑질을 하다 들킨 사람들은, 어설프게 굴다가 일을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마을에서 크게 비웃음을 샀다. 심지어 이 마을에서는 도둑질을 못하는 남자는 아내를 건사할 능력이 없다고 해서 딸을 주지도 않았다.

이런 이유로 충반은 쿵수 마을에서 영웅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다름 아닌 감쪽같은 도둑질 솜씨로.

세월이 흐르자 쿵수 마을의 영웅 충반도 나이가 들어 늙어 갔다. 열네 살이 되면서는 백내장을 앓기 시작했다. 도둑질의 명수 충반은 침침한 눈으로도 한결같이 본업에 충실했다.

매일 아침, 부엌문의 빗장을 잽싸게 풀고는 화로 앞에 있던 여자가 뒤를 돌아보는 순간, 굽고 있던 생선을 홱 잡아채 달아났다. 이런 일은 빈번히 일어났다. 그러자 가족에게 저녁 밥을 제때 지어 주지 못한 수다쟁이 부인들은 도둑고양이 충반한테 핑계를 돌리기 바빴다.

"어쩔 수가 없잖아요? 화로에 있는 생선을 충반이 훔쳐 가 버렸는데!"

어느 날 아침, 마을 사람들은 어느 커다란 담벼락 밑에서 꼼짝 않고 누워있는 충반을 발견했다. 도둑질을 하다가 목숨을 잃은 것 같았다. 마을 사람들은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며 조의를 표했다. 그들은 충반을 위해 장례식을 아주 성대하게 이렀다. 장례식 날에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마을 사람들 모두가 충반의 무덤 앞에 모였다.

충반이 죽은 후 마을은 정적에 휩싸였다. 하지만 두 달 후, 기적이 일어났다. 충반의 무덤 위에 위풍당당한 건물 한 채가 우뚝 솟았기 때문이다.

..!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 국세청 건물을 가리키며 한마디씩 했다.

"충반의 혼이 부활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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