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
A. P. Chekhov
자정(子正)이었다.
미챠·쿨다로프는 흥분한 나머지 머리를 온통 헝클고 양친이 살고 있는 집에 뛰어와 이방 저방을 성급히 왔다 갔다 하였다. 양친은 이미 잠자리에 들어있었다. 여동생은 잠자리에 드러누워 소설의 마지막 장면을 읽는 중이고, 중학교에 다니는 동생들은 깊이 잠들어 있었다.
"아니 너 어디서 오는 거냐?"
하고 양친은 깜짝 놀라 물었다.
"대체 어떻게 된거냐?"
"잠자코 계셔요. 전혀 예기치 않았던 일입니다. 아니, 생각조차 못 했어요! 정말, 정말이지……믿어지지 않아요."
미챠는 너털웃음을 웃고는 안락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너무나 행복하여 그대로 서 있을 기력조차 없었던 것이다.
"정말 믿어지지 않아요! 아무도 상상조차 못 할 거예요. 자, 무슨 일인지 맞춰 보세요!"
여동생은 이불을 젖히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오빠 곁으로 바싹 다가왔다. 중학생들도 눈을 부비며 잠에서 깨어났다.
"대관절 무슨 일이냐? 네 얼굴 좀 들여다보아라!"
"하도 기뻐서 그럽니다. 어머니 지금쯤은 저를 온 러시아가 다 알 거예요! 온 러시아 말씀에요. 여태까지는 십사등관(十四等官)인 드미트리·쿨다로프가 이 세상에 살아 있다는 것을 여러분들밖에는 몰랐으나, 이제는 온 러시아가 다 알게 된 거예요. 어머니, 아, 주여!"
미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방바닥 모조리 한 바퀴 뛰어다니고 와서, 다시 제자리에 털썩 앉았다.
"어서 차근차근 이야기나 좀 해 봐! 대관절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우리 식구들은 마치 짐승 같은 생활을 하고 있군요. 신문도 읽지 않고,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아랑곳하지 않으니 말예요. 신문 좀 보세요. 조사한 기자들이 얼마나 많아요! 일이 일어나기가 무섭게 당장 보도되거든요. 그러니 숨길래야 숨길 수 없지요. 아, 나는 정말 행복해! 오, 주여! 글쎄 내가 신문에 났단 말예요! 유명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어찌 신문에 날 수 있겠어요!"
"뭐 네가? 어느 신문이냐?"
아버지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였다. 어머니는 성상(聖像)을 바라보며 성호를 그었다. 그리고 중학생들은 침대에서 뛰어내려 잠옷 바람으로 형한테 달려왔다.
"그러면요. 나에 대하여 썼단 말예요! 인젠 전 온 러시아 사람들이 다 알 거예요! 자 어머니 이 신문을 기념으로 드릴 테니 잘 간수했다가 때때로 꺼내 읽도록 하세요. 자 보세요!"
미챠는 호주머니에서 신문 한 장을 꺼내어 아버지에게 드리며, 파란 연필로 표시한 데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어서 읽어 보시죠!"
아버지는 돋보기를 코에 걸었다.
"어서 읽으세요!"
어머니는 다시 성상을 향해 성호를 그었다. 아버지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 나서 신문을 내려 읽기 시작하였다.
<12월 29일 밤 열한 시, 십사등관 드미트리·쿨다로프는……>
"자, 분명히 보셨죠? 그럼 다음을 읽어 보세요."
<……십사등관 드미트리·쿨다로프는 말리야·브론아야가(街) 코시킨 주점을 나오던 중 술에 몹시 취해 있었으므로……>
"그때 저는 새묘·페트로비치하고 함께 있었어요……아주 자세히도 썼더군요! 다음을 읽어 보세요! 어서요! 잘 들어보세요……"
<술에 몹시 취해 있었으므로, 비틀거리며 옆에 서 있던 유흐노프스키군(郡) 두르이끼나 촌(村)에 사는 농부 이반·드로토프의 말(馬) 밑에 쓰러졌다. 그러자 놀란 말은 쿨다로프를 마구 짓밟으며, 모스크바의 이등 상인(二等商人) 수체판·루코프를 태운 마차를 끌고 내빼는 바람에 쿨다로프는 크게 부상을 당하고, 질주하던 말은 후에 머슴들에 의해 붙잡혔다. 까무라쳐서 정신을 잃은 쿨다로프는 곧 경찰서로 이송되어 의사의 진찰을 받았다. 그가 머리 뒤통수에 받은 타격은……>
"아버지, 그건 마차의 채에 부딪힌 걸 쓴 거예요. 어서 다음을! 다음을 읽으세요!"
<그가 뒤통수에 받은 타격은 가벼웠으나, 사건에 대한 조서를 작성하고 피해자에게는 응급치료를 하였다.……>
"그때 모두들 뒤통수에 찬물을 끼얹어라고 하더군요. 자 읽으셨지요? 어때요? 바로 이쯤 되었단 말예요. 아마 지금쯤은 러시아 방방곡곡에 내 소문이 퍼졌을 테지요. 이리 주세요!"
미샤는 신문을 접어서 호주머니 속에 넣었다.
"마카로브네 집에 가서 보여줘야겠어요.……그리고 아바느츠키와 나탈라야·이바노브나와 또 아니심·바실리이치에게도 보여줘야겠어요.……그럼 다녀오겠어요. 그럼 안녕!"
미챠는 모표가 달린 제모(制帽)를 쓰고, 의기양양하여 어깨를 으시대며 거리로 뛰쳐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