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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들

노인들

Alphonse Daudet

 

"편진가요, 아장 아저씨?"

", 파리에서 왔어요."

사람 좋은 아장 아저씨는 편지가 파리에서 왔다는 것만으로 퍽 기분이 좋은 모양이었다네. 하지만 난 그렇지 않았네. 아침 일찍부터 뜻밖에 내 책상에 덜어진 이 쟝 쟈크가에서 온 파리 소식은 나의 하루를 완전히 앗아가지나 않을까 두려웠다네.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 틀림없을 걸세. 어쨌든 편지를 뜯어보았네.

여보게, 나를 좀 도와주어야겠네. 하루쯤 자네 풍찻간을 닫아 걸고 곧 에이기에르로 가주지 않겠나? 에이기에르란 자네 있는 데서 한 삼사십 리 떨어진 커다란 시골 도시라네. 고작해야 소풍길이지.

도착하거든 수도 고아원을 찾게. 그 수도원의 바로 다음 집은 회색 덧문의 지붕이 야트막하고 뒤꼍에 작은 뜰이 있는 집이라네. 문을 노크할 필요도 없이 들어가게. 언제나 문은 열려 있으니깐. 들어가거들랑 큰소리로 '안녕하세요 모두들! 저는 모리스의 친구예요!'하고 인사하게. 그러면 키가 작은 두 노인이, 아니 노인이라기보다, 아주 늙은 노인이 안락의자 속에서 양손을 내밀 거야. 자네는 내 대신 자네 할아버지나 할머니에게 하듯이 진심으로 그들을 안아 주게. 그리고는 이야기를 하는 거야. 그들은 나에 대한 이야기를, 아니 내 이야기만을 할 거야. 천 번이고 만 번이고 같은 말을 되풀이하더라도 웃지 말고 들어 주게. 웃으면 안돼!

그들은 나의 조부모야. 내가 있음으로 살아 계시는 분들이지. 게다가 십 년 동안이나 나를 못 만났다네. 십 년이란 긴 세월이야. 그렇지만 어쩔 수가 없어. 파리가 나를 놓아 주지 않는 걸. 게다가 그 분들은 고령이시지. 너무나 늙으셔서 나를 만나러 오기라도 한다면 도중에서 산산이 부서져 버릴 거란 말야. 다행히 자네가 거기 있으니 말이지.

이 방앗간 주인 양반, 불쌍한 노인들이 자네를 품에 안으면 조금은 나를 안은 것 같은 기분이 들 걸세. 나는 그들에게 벌써 몇 번이나 이야기를 했다네. 우리들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들의 그 따뜻한 우정에 대해서.

별 놈의 우정도 다 있네! 마침 그 날 아침은 놀랄 만큼 좋은 날씨였지만 길을 걸어다니기에는 적합하지 않았네. 미스트랄이 심하게 부는 데다, 햇빛이 몹시 강한 프로방스의 독특한 날씨였거든. 그 망할 놈의 편지가 도착했을 때, 나는 벌써 커다란 바위 틈에 나의 피난처를 보아 두었다네. 하루 종일 도마뱀처럼 뙤약볕을 쬐며 씽씽대는 소나무의 노래소리를 들으면서 지내려고 마음먹고 있었거든. 그렇지만 이젠 어쩔 수가 없었다네. 나는 투덜거리면서 풍찻간을 닫아 걸고 열쇠를 고양이 구멍 속에 넣었지. 지팡이를 들고, 파이프를 입에 물고 나는 길을 떠났네.

두 시경에야 에이기에르에 도착했지. 모두들 들에 나간 모양으로 마을은 텅 비어 있었네. 먼지로 뽀얀 큰 길가의 느름나무 속에서 크로(론느 강 어구의 잔돌이 많은 들판) 평야의 한가운데라도 온 것처럼 매미들이 울어댔다네. 읍사무소의 광장에는 당나귀 한 필이 햇빛 속에 서 있고 교회당 우물 위엔 비둘기가 날고 있었지만 내게 고아원을 가리켜 줄 사람이라곤 한 사람도 보이지 않았네. 운좋게 한 늙은 선녀가 갑자기 눈앞에 나타나, 대문 한 모퉁이에 웅크리고 앉아 실을 잣고 있었지. 내가 길을 묻자 그 선녀는 꽤 마력이 있었던 모양인지 쥐고 있던 고치 꾸리를 들었을 뿐인데도, 이상하게 고아원이 곧 내 눈앞에 우뚝 솟아 나타났네. 검고 우울한 큰 건물이었지. 아치형의 대문 위에는 라틴어를 두어 자 새긴 붉은 사암으로 만든 낡은 십자가가 뽐내듯 붙어 있었다네. 그 건물 곁에 초라한 작은 집 한채가 눈에 띄었네. 회색의 덧문과 뒤뜰. 나는 곧 이 집이란 걸 알았지. 난 문을 두들기지 않고 안으로 들어갔다네.

장미빛 벽의 시원하고 고요한 긴 복도와 안쪽 깊숙이 있는 밝은 색의 발을 통해 보이던 가늘게 떨고 있는 정원, 어느 판자 벽에나 그려져 있는 퇴색한 꽃과 바이올린 무늬를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라네. 스덴느(프랑스의 작가, 1719-1797)시대의 어떤 늙은 대법관 집에라도 온 것 같았다네. 복도 끝의 왼쪽에 빠끔히 열려 있는 문으로 커다란 벽시계의 똑딱똑딱하는 소리와 음절음절을 또박또박 끊어 읽는 어린이의 음성 들려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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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살금살금 그 문으로 다가가 안을 들여다보았다네.

작은 방안의 고요한 어스름 속에, 장밋빛으로 물든 광대뼈를 지니고 손가락 끝까지 주름진 호인형의 한 노인이 안락 의자속에 깊숙이 앉아 있었지. 그는 입을 벌리고 두 손을 무릎 위에 곱게 얹은 채 잠들어 있었다네. 그 발밑에서 파란 옷을 입은, -커다란 외투에 작은 모자를 쓴, 고아원의 복장을 한 - 한 소녀가 자기 몸보다도 더 큰 책을 들고 성자 이레네전을 읽고 있었네. 이 기적적인 독서에 집 전체가 감응하고 있었지.

노인은 안락 의자 속에서, 파리들은 천정에서, 카나리아는 저 창문 위의 새장 속에서 잠들고 있었다네. 커다란 벽시계는 똑딱똑딱 코를 골고. 방안에 오직 눈을 뜨고 있는 것이라곤 닫혀 있는 덧문 틈바구니로 곧게 떨어지는 하얀 광선의 넓은 줄, 그 속에서 살아 반짝이는 불꽃과 춤을 추는 무수한 빛의 비말뿐. 모든 것이 졸고 있는 이 한가운데서 소녀는 무거운 어조로 독서를 계속하고 있었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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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들어간 것은 바로 그때였네. 성자 이레네의 사자들이 방안으로 뛰어들었다 하더라도 나보다 더 놀라지는 않았을 걸세. 정말 엄청나게 급변하는 무대였지. 소녀가 소리를 지르고, 커다란 책이 떨어지고, 카나리아와 파리들이 잠을 깨고, 시계가 소리치고, 노인이 놀라 벌떡 일어났다네. 나는 또 나대로 당황해서 문턱에 멈춰 서서 힘껏 고함을 질렀지.

"안녕하세요, 모두들! 저는 모리스의 친구예요."

, 그때, 자네가 이 가련한 노인을 보았더라면.... 두 팔을 벌리고 앞으로 다가와 나를 얼싸안으며 내 손을 잡고는 방안을 미친 듯이 뛰면서 '오오!'하고 감탄사를 연발하는 이 가련한 노인을 정말 당신들이 보았다면.....

얼굴의 모든 주름살이 웃고 있었고 그의 뺨엔 붉은 빛이 돌고 있었다네. 그는 더듬더듬 말했지.

", 자네가... , 자네가..."

그리고는 갑자기 안으로 들어가며 소리쳤네.

"마멧드!"

문이 열리고 복도에서 가벼운 발자국 소리가 났네. 마멧드였다네.장식이 달린 작은 모자를 쓰고, 연한 가색 옷을 입고, 내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기운 구식 손수건을 손에 들고 있는 이 작은 노파는 누구와 비교 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지. 더욱 눈시울을 뜨겁게 한 것은 이 두 노인의 서로 닮은 점이었네. 머리를 묶고 노란 기본만 단다면 할아버지 역시 훌륭한 마멧드가 됐을 걸세. 단지 진짜 마멧드는 여태까지 퍽이나 많은 눈물을 흘렸던 탓인지 할아버지보다 주름살이 훨씬 더 많을 뿐이었지. 할머니도 할아버지처럼 고아원 소녀를 곁에 두고 있었다네. 절대로 곁을 떠나지 않는 파아란 제복의 호위병이었지. 두 고아의 보호를 받고 있는 이 노인들, 이보다 더 눈물겨운 광경을 상상할 수 있겠는가.

방으로 들어오자 마멧드 할머니는 내게 매우 정중한 인사를 하려 했네. 그러나 할아버지의 한마디 말이 그 인사를 중간에 멈추게 했지.

"모리스의 친구 분이야."

그러자 그녀는 부들부들 떨고, 눈물을 흘리면서, 그만 손수건을 땅에 떨어뜨렸다네. 얼굴이 할아버지보다 더 빨개졌지. 가련한 노인들! 그들의 혈관 속에 남은 피라고는 단 한방울밖에 없는데도 조금만 감격하면 모두 얼굴로 올라가는 것이라네.

"어서 빨리 의자를..."

할머니가 곁에 있는 소녀에게 말했네.

"덧문을 열려므나."

할아버지도 역시 소녀에게 말했네.

그리고는 양쪽에서 내 손을 하나씩 잡고, 창문가로 아장아장 나를 끌고 가 나를 더욱 똑똑히 보기 위해 창문을 활짝 열었네. 안락 의자를 당기고 나는 두 사람 사이에 접는 의자를 놓고 앉았지. 파아란 제복의 소녀들은 우리의 뒤에 서 있었네. 그리고 심문이 시작되었네.

"그 앤 잘 있나요? 무얼 하고 있나요? 왜 안 온대요? 만족하게 지내나요?"

이쪽에서 물으면 또 저쪽에서 묻고, 이렇게 몇 시간이 흘러갔다네. 나는 최선을 다해 그들의 모든 질문에 대답했네. 친구에 관해 내가 알고 있는 자질구레한 일들을 세세하게 이야기했지. 내가 알지 못하는 것은 대담하게 꾸며서 말했다네. 이를테면 창문이 잘 닫기는지, 방의 벽지가 무슨 빛깔인지 같은 질문에는 한 번도 유심히 본 일이 없었다고 솔직히 고백하지 않도록 특히 조심했다네.

"방의 벽지 말씀인가요? 푸른 빛깔이었어요, 할머니. 그것도 꽃무늬가 있는 연한 푸른 빛이었어요."

"정말인가요?"

할머니는 눈물이 글썽글썽하여 남편을 돌아다보면서 덧붙였네.

"참 착한 애야!"

"암 그렇고 말고. 참 착한 애지."

할아버지는 힘주어 말했네.

이렇게 내가 이야기하는 동안 두 노인은 가늘고 귀여운 미소를 지은 채 눈을 깜박였다네. 그리고 다 알아들었다는 듯 줄곧 머리를 끄덕였지. 또 어떤 때는 할아버지가 내게 바싹 몸을 붙이고 이렇게 말했네.

"좀더 크게 말해 주어야겠네. 집사람이 귀가 약간 멀어서 말야."

그러면 할머니는 또 할머니대로 말했지.

"제발 좀더 크게 말해 주시구려. 영감이 잘 못 알아듣는다우."

내가 목소리를 높이면 두 노인은 고마운 듯 방긋 미소를 지었다네. 그들은 내 눈속에서 그들의 귀여운 모리스를 찾아보려고 내게 몸을 기울였네. 나는 나대로 그들의 깊은 미소 속에서 친구의 모습이 구름처럼 어렴풋하게 잡히지 않는 걸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지었다네. 마치 안개 속, 먼 곳에서 미소 짓고 있는 친구를 보는 것 같았지.

갑자기 할아버지가 안락의자에서 일어났네.

"아참, 깜박 잊었어. 마멧드, 이 분 아마 점심 전일 텐데."

마멧드 할머니는 깜짝 놀라 팔을 쳐들며 말했네.

"아직 점심을...!"

나는 이것도 모리스에 대한 질문인줄 알고 '착한 모리스는 점심식사를 열두 시에서 늦추는 법이 없습니다' 하고 대답하려고 했다네. 그런데 그 이야기의 주인공은 바로 나였다네. 내가 아직 점심을 안 먹었다고 했을 때의 대소동은 정말 볼 만했다네.

"얘들아, 점심상을 차려야지. 식탁은 방 한가운데에 놓고, 일요일에 쓰는 냅킨과 꽃무늬가 있는 접시를. 제발 그렇게 웃고만 서 있지 말고. , 어서!"

소녀들은 분명히 서둘렀던 모양일세. 접시 넉 장을 채 못 깰 짧은 시간에 점심이 완전히 준비되었거든.

"차린 것은 없지만 맛있게 드시오."

나를 식탁으로 안내하면서 마멧드 할머니는 말했네.

"혼자 드시게 해서, 우리들이야 벌써 아침에 먹었다오."

가련한 노인들. 어느 때 찾아가도 그들은 언제나 아침에 먹었다고 말할 걸세

마멧드 할머니의 맛있는 점심이란 약간의 우유와 대추야자 몇알, 그리고 구운 과자와 비슷한 빵이었다네. 이것만 있으면 할머니와 그의 카나리아는 적어도 일주일은 먹을 수 있었을 걸세. 그런데 나 혼자서 이 양식을 다 먹어치워 버렸네. 그러니 식탁 주변에서 얼마나 분개했겠느냔 말이야. 서로 팔굽을 쿡쿡 찌르면서 푸른 소녀들이 소근대는가 하면, 저편 새장 안에서는 카나리아들이 저 어른이 빵을 다 먹었어.’ 하고 말하는 것 같았다네.

사실 난 그걸 남김없이 다 먹었네. 골동품 냄새와 낡은 분위기가 풍기고 있는 밝고 조용한 방에서 자신의 배고픈 사정을 두리번거리느라 정신이 팔려 그런 것도 몰랐던 걸세. 그런데 도저히 눈길을 돌릴 수 없는 두개의 침대가 있었네. 흡사 두 개의 요람을 나란히 둔 것 같은 이 침대를 보고 나는 아침 일찍 술 장식이 딸린 커다란 커튼 그늘에서 아직도 이불 속에 웅크리고 있을 그들을 상상해 보았다네.

낡은 시계가 세 시를 알리면 두 노인은 잠이 깰 걸세.

마멧드, 아직 자오?”

아뇨, 여보.”

모리스는 정말 착한 애야, 그렇지?”

그럼요, 착한 애고 말고요.”

가지런히 놓인 두 개의 침대를 보면서 이렇게 일련의 얘기가 머릿속에 떠올랐다네.

이런 가운데 무시무시한 연극이 이 방 한편 구석, 찬장 앞에서 일어나고 있었네. 찬장 제일 윗칸에 넣어둔, 브랜디와 앵두가 담긴 병을 내리려 하고 있었지. 십 년 전부터 모리스가 오기를 고대하고 있던 걸 내게 개시하겠다는 거였어. 마멧드 할머니가 빌다시피 하면서 말리는데도 할아버지는 자기 손으로 앵두주를 내리겠다고 우겨댔네. 결국 할머니의 두려움 속에 할아버지는 의자 위에 올라섰네. 그 높은 곳에 손이 닿지 않아 무척 애를 썼지. 이 광경을 한번 떠올려 보게나. 벌벌 떨면서 몸을 추켜 올리는 할아버지와 그 의자에 찰싹 달라붙어 서 있는 푸른 옷의 소녀들, 뒤에서 두 팔을 내뻗은 채, 숨도 쉬지 않고 서 있는 마멧드 할머니. 그리고 이 모든 것 위에 떠 도는 열린 찬장과 산더미처럼 쌓인 갈색의 린네르에서 흘러나오는 베르가못드의 가벼운 향내. 정말 아름다운 정경이지 않은가.

드디어 많은 노력 끝에 모리스가 어렸을 때 사용했다는 우그러질대로 우그러진 낡은 은제 잔과 함께 유서 깊은 병을 찬장에서 끌어내렸네. 그리고 앵두가 나를 위해 그릇에 넘칠 만큼 가득 담겨졌지.

모리스는 이 앵두를 무척 좋아했다오.”

내게 권하면서 할아버지는 먹고 싶은 듯한 표정으로 속삭였다네.

자네는 퍽 행복하이. 이것을 먹을 수 있으니 말일세. 이건 우리 집사람이 손수 만든 거라네. 퍽 맛이 있을 게야.”

아뿔싸! 할머니께서 손수 만든 건 고맙지만 설탕 넣는 걸 잊으셨더군. 하는 수 없었지. 나이가 들면 정신도 흐려지는 법이니까. 마멧드 아주머니, 아주머니의 앵두 맛은 지독했답니다. 그러나 나는 끝까지 눈썹 한번 찌푸리지 않고 먹어치웠다네.

식사가 끝나고 두 어른께 작별 인사를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났네. 그들은 착한 손자 이야기를 좀더 하고 싶어 나를 붙들어 두고 싶었을 걸세. 하지만 벌써 해는 서산으로 기울었고 게다가 풍찻간은 먼 거리여서 떠나야만 했다네.

할아버지도 나와 함께 일어서더군.

마멧드, 옷 좀 내 줘. 광장까지 배웅해 드리고 싶으니.”

물론 마멧드 할머니는 나를 광장까지 배웅하기에는 바깥 날씨가 벌써 어지간히 추워졌다고 생각했을 걸세. 그러나 조금도 그런 눈치를 보이지 않았지. 단지 그가 옷소매에 팔을 끼우는 걸 도우면서- 스페인 담배 색깔이었는데 진주 단추가 달린 좋은 옷이었네.- 할머니는 부드럽게 이야기했네.

너무 늦게 돌아오셔서는 안돼요.”

할아버지는 짐짓 심술궂게,

글쎄, 모르겠는걸. 어쩌면.”

그리고는 둘이 마주 보고 웃었네. 그들이 웃는 걸 보고 푸른 옷의 소녀들도 따라 웃었지. 새장 구석에서 카나리아도 웃고 있는 것 같더군. 우리끼리 얘기지만 사실은 앵두의 향기로 모두들 약간 취해 있었던 것 같았네.

할아버지와 난 밖으로 나왔다네. 날이 벌써 저물었더군. 푸른 옷의 소녀가 할아버지를 모시고 돌아가기 위해 멀리서 우리를 따라오고 있었지. 그러나 할아버지에겐 그 소녀가 보이지 않았을 걸세. 할아버지는 내 팔을 붙들고 젊은 사람처럼 이보란 듯 뽐내며 걸어갔네. 마멧드 할머니는 밝은 얼굴로 문간에 서서 그걸 바라보고 있었지. 그리고 우리들을 바라보면서 기쁜 듯이 가볍게 머리를 끄덕이고 있었네. 마치 이렇게 말하는 것 같더군.

역시, 저인 아직도 잘 걸을 수가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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