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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

살인자

사딩

 

비루먹은 개처럼, 다리 잘린 상이군인은 왕의 사당 안에서 자신의 마지막 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사당은 목가 계곡이 흘러 들어가는 고갯마루에 세워진 것으로, 주지 스님의 처소 두 체가 이 건물의 전부였는데, 흰 벽에 검은 기와를 이어 놓아 마치 보루처럼 보였다. 고개는 오륙 리를 이어져 있고, 사금이 산출되었을 적에는 인류의 번영도 한 차례 누린 적이 있었다. 이 사당도 바로 그 당시에 지어진 것이다. 이젠 사당 입구에서 바라다봐도 아래와 뾰족한 광주리나 호미로 땅을 파는 소리가 더 이상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남은 것이라곤 오로지 한 조각 죽음과도 같은 적막과 수없이 파헤쳐진 광갱뿐이었다.

전장에서 돌아오자마자 상이군인은 곧바로 아버지에게서 쫓겨났다. 왜냐하면 이 노인은 둘째 아들이 죽었다는 소식을 진작부터 들어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치 그가 동생을 죽인 살인자인 양 이제 자식의 말은 믿지 않겠노라며 아주 포악하게 욕을 퍼부어 댔을 뿐 아니라, 아직까지 끔찍하게 남아 있는 상처를 보고도 전혀 불쌍히 여기지 않았다. 그때 이 불쌍한 사람을 동정한 사람은 그의 어머니밖에 없었다. 그녀는 수시로 그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었고, 한편으로는 자신의 '영감탱이'를 설득하느라 애쓰고 있었다. 그런데 음식 내가는 걸 계속하면서도 그녀는 늘 못내 한숨을 내쉬었고, 그의 가슴을 찢어 놓는 말을 몇 마디씩 중얼거렸다. 그러던 어느 날 오후, 상이군인은 갑자기 음식을 씹다 말고 그대로 담벼락에 기댄 채 울면서 말했다.

"말해 보세요! 내가 그를 죽였을 거라고!"

그러고 나서는 큰 소리로 울부짖더니 다시는 그 쓰디쓴 음식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 뒤부터 그의 구걸 생활이 시작되었다.

상이군인은 이미 그의 가족들에게서 잊혀져 버렸다. 그러나 몇 년 전만 해도 그는 집에서 아주 중요한 인물이었다. 비록 지위는 동생보다 낮았지만 말이다. 이 동생은 스물 서넛 정도 된 젊은이로, 몇 년 동안 사관에서 공부를 했다. 그러다가 결혼을 하고 나서는 호미 자루 잡는 일이 더욱 드물어졌고,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의 장인에게서 의학을 배우는 데 보냈다. 이 장래의 의사에 대한 부친의 희망은 남달랐다. 그 이유는, 부친은 몇 차례 목재업이 잇달아 실패하고 나자 자신감이 다 사라져 버렸고, 게다가 농사를 지어서는 신세를 바꿀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매일 술을 마시고 나서 자신의 운수를 놓고 투덜거렸다. 이 목재상에게는 아들이 둘이나 더 있었지만 둘 다 몸집이 왜소했다. 이래 저래 농사에 관한 일은 완전히 상이군인의 두 어깨 위에 놓여 있었다. 그는 일을 아주 잘했고, 게다가 일하는 것만이 그의 흥미를 끌 수 있는 것 같았다. 한가한 틈이 생기면 낮잠을 자려고 뛰어가는 것이 아니라, 늘 한 쪽 구석에 앉아서 한 마디 소리도 없이, 그렇다고 웃지도 않고 그냥 가만히 있었다. 이런 선량한 성품 때문에 이 골짜기에 살고 있는 남말하기 좋아하는 패들은 그를 '커다란 바보'라고 불렀다. 하지만 어쨌든 그는 성실했으므로 바로 대놓고 이렇게 부르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그것은 1925년 어느 봄날의 일이었다. 어느 날 밤, 상이군인의 아내는 난산 끝에 죽고 말았다. 그들이 결혼한 지 몇 년 만에 가진 첫번째 아기였다. 그의 부친은 더 이상 절대로 그들에게 돈을 주지 않을 거라고 말하며 욕을 퍼부어댔다. 그러나 다음날이 되자 그의 부친은 그에게 돈을 주면서 아내의 장례를 치르라고 분부하였다. 그는 여태껏 자신의 총명함을 믿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의 동생인 젊은 의사를 불러 성으로 함께 갔다. 이 두 형제는 아주 빨리 몇 건의 중요한 사무를 야무지게 처리했다. 그들은 누추한 영방 한 칸을 빌리고 도사 두명을 불렀다. 그들에게 남은 것은 이제 술과 기름 같은 것을 사는 자질구레한 일뿐이었다. 이 일은 상이군인 혼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그의 동생이 만나자고 한 지점인 도사의 집 앞에서 방향을 바꾸어 관아로 뛰어가 입구에 붙은 공고문을 바라보다가, 사람들의 등에 떼밀려 소란스러운 시장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런데 네거리의 고루 아래서 징발하는 군인 몇 사람이 그를 에워쌌다.

"선생, 우리 집에 사람이 죽어 있어요!"

그는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움직이지 마!"

"정말이에요. 죽은 사람이 아직 집에 놓여 있다니까요. 한번 물어 보세요."

그러나 그 잿빛 친구들은 전혀 그의 진실을 증명해 보려는 마음이 없어 보였다. 그들은 그를 다른 시골 사람과 하나로 묶어 부역장으로 끌고 갔다. 그곳은 붉은 기둥이 있는 사당으로, 그 뜰 안에는 벌써 이삼십 명의 농부들이 앉아 있었다. 그의 동생도 그곳에 있었다. 동생은 두 손으로 허벅지를 감싸고 앉아 있었는데, 그의 얼굴은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상이군인은 그를 알아보자마자 겁을 집어먹지 않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그는 줄곧 그의 죽은 아내와 부친의 성미를 걱정하고 있던 터였기 때문이다.

그는 잠시 멍하니 있다가 침을 삼키며 물었다.

"너도 잡혀 왔냐?"

그의 동생도 바로 그를 알아보았지만 아주 매섭게 그를 한 번 흘겨보고는 고개를 돌려 버렸다.

그들은 두 달 동안 구류되었다가 주둔군을 따라 이동하였다. 그들은 함께 중대장 수하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그들의 가마 위에 올라 앉은 사람은 바싹 마른 시녀였기 때문에 일은 상당히 수월했다. 길에서 이 두형제는 서로를 잘 보살폈다. 그들은 구류 당시의 기분을 잊어버린 지 이미 오래였다. 오로지 어떻게 하면 고향으로 돌아갈까 하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목적지에 도착해서 그들은 다시 감금당했는데, 부대에서는 그들에게 임금을 지불하겠다고 하였다. 이것은 사천의 징발사에서는 하나의 기적이었다. 그리하여 그 시골 사람들은 반신반의하면서 곧바로 저마다 추측을 해대기 시작했다.

하루는 저녁 식사 시간에 모두들 평소처럼 그릇을 받쳐들고서 이 뜻밖의 이익에 대해 그것이 진실일지 아닐지 의심하기도 하고, 받아낼 임금이 너무 적다는 등 얘기꽃을 피우고 있었다. 상이군인의 동생은 처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나중에는 젓가락을 소리 나게 두드리면서 다른 사람의 말을 무질렀다.

"봉급? 나는 하루라도 빨리 풀어 주기만 하면 좋겠어."

그러자 상이군인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그는 아주 우울하게 말했다.

"다시 군인으로 잡아가려 하지나 않을까 걱정이야!"

"어디서 들었는데? 헛소리 하지마!"

동생은 공연히 화를 냈다.

"금방 그 취사원이 나에게 말하던데..."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의 동생은 바로 젓가락을 팽개치며 부르짖었다.

"그럴 바엔 총살당하고 말겠어!"

그러고는 벽돌바닥 위에서 뒹굴기 시작했다.

그러자 상이군인은 일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눈을 크게 뜨고 입을 반쯤 벌린 모양이, 그는 마치 이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했다. 사실 그가 한 말은 동생의 비위를 맞추느라 한 말이었다. 그는 다시 그 취사원에게 알아보았으나 확실한 대답은 얻어 내지 못했다. 이렇게 해서 그는 동생의 안색을 살피고 화를 받아 주면서, 한편으로는 그 소식이 유언비어에 불과하길 바랐다. 그러나 어느 날 식사 후, 많은 수의 잡역부들이 무장 병사에 의해 운동장으로 호송되었다.

군관이 그 놀라운 명령을 선포했을 때, 그의 동생은 사정사정하다가 결국 곧바로 처벌을 받게 되었다. 그는 십여 일을 멜대로 대체된 군장으로 얻어맞고 몇 사람과 함께 감금되는 신세가 되었다. 그러나 상이군인은 얼굴빛이 새파랗게 질린 채 다리를 벌벌 떨면서 자기 차례가 되자 입대 수속을 밟았다.

그는 지원서에 인장을 찍고 난 뒤에 절대로 탈영하지 않겠다고 맹세를 했다. 그들은 마지막에는 그의 팔뚝에 푸른 문신까지 새겨 넣었다. 그는 제복까지 한 벌 얻고 정식 군인이 된 것이다. 그는 그날부터 바로 군인생활을 시작하였다. 그러나 고통도 더불어 시작되었다. 점호 시간에는 두 번이나 숫자를 부르지 않다가 세 번째에 또 틀리게 부르는 바람에 뺨을 맞았다. 그들은 특별한 방법으로 그의 보법을 훈련시켰는데, 두 다리를 끈으로 묶고 한 노병이 앞에서 끄는 것이었다. 그는 언제나 벌로 구보를 해야 했다. 그는 여태껏 살면서 피곤이란 걸 몰랐지만 지금은 침상에 엎어지면 바로 잠이 들었다.

그의 동생은 두 달 동안 감금되었다. 그는 일요일이면 석방될 것이다. 이것은 상이군인이 날마다 손가락을 꼽으며 계산해 낸 날짜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휴일을 희생해 가며 일찍부터 아주 불안하게 동생과의 재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해질 무렵, 그는 동생이 혼자 연대장실에서 나와 풀이 죽은 모습으로 고개를 푹 수그리고, 팔에는 제복 한 벌을 끼고 머리에는 잿빛 군모를 쓴 채 곧장 사당 모퉁이로 걸어가는 것을 보았다. 그는 동생을 부르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다만 뒤통수만 긁적거리며 한숨을 내쉬고 묵묵히 그를 따라 걸어갔다.

그들 둘은 함께 뜰의 계단에 나란히 앉았다. 거기서는 작은 정원을 바라볼 수 있었는데, 잡초와 이름 모를 나무들이 무성히 우거져 있고 푸르른 작은 못엔 무시로 개구리 소리가 들려 왔다. 상이군인은 오랫동안 잠겨 있던 고요 속에서 빠져나와 자신의 짚신 가닥을 만지작거리며 동생을 몰래 훔쳐보았다.

", 나왔구나?"

그는 겁에 질려 물었다.

동생은 대답도 없이 이마를 팔뚝에 올려 놓을 뿐이었다. 그래서 그는 잠시 틈을 두었다가 탄식을 하며 다시 혼자말처럼 중얼거렸다.

"무슨 수가 있겠니? 이리 가든 저리 가든 이놈의 더러운 팔자인걸..."

"나는 나가고 말 거야!"

동생은 사납게 고개를 저었다.

"제발 그런 생각일랑 하지 말아라!"

상이군인은 아무도 없는 뜰을 둘러보았다.

"가다니? 말은 쉽지. 지난 한 달 동안 십여 명이 튀었지만 완전히 도망간 사람은 겨우 두세 명뿐이야. 넌 그 사람들이 어떤 벌을 받았는지 아직 못 봤지? 소도둑놈한테 하는 것보다 더 끔찍하게 팼더라."

그는 동생의 얼굴 앞으로 바싹 다가가 애원하듯 말했다.

"그런 생각을 해선 안 된다. 참아 보도록 해!"

"참아 보라고? 형은 참을 수 있겠지만, 난 달라. 형은 아들도 없고, 딸도 없어. 게다가 형수까지 죽었지."

", 그렇게 말하는 게 아니다! 설마 나라고 집이 그립지 않겠니? 하루하루 보내는 게 너보다 더 힘들어. 넌 아직 내가 받는 수모를 본 적이 없어. 정말 거지가 되는 게 더 낫겠다!"

"형은 나더러 죽으라고 권하는 거야?"

"내가 너한테 죽으라고 권한다고?...그래 맞다! 좋아, 네 마음대로 해라. 난 상관하지 않을 테니까!"

동생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이젠 당연히 상관하지 않겠지!"

그는 한탄스럽게 말했다.

"그럼 넌 내가 어떡했으면 좋겠니?"

가슴 속의 멍울로 그는 질식할 것만 같았다.

"내가 너랑 함께 갈까?... 말해 봐! 이게 모두 나 때문이라는 건 알아!"

서로 아무 말 없이 한참을 있다가 상이군인이 잠긴 목소리로 거듭 말했다.

"좋아, 너랑 함께 가지!"

상이군인은 죄인처럼 눈길을 떨군 채 더 이상 말이 없었다.

이날부터 상이군인은 1초도 안정할 수 없었다. 보름 동안 그의 동생은 기회를 틈타 두 차례에 걸쳐 그를 찾아와서는 밀담을 건네며 그에게 도망갈 방법을 상의해 왔다. 그는 자신의 결심이 흔들릴까 두려워서 감히 동생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동생이 가까이 다가오면 공포의 전율이 그의 온몸을 타고 내렸다. 그는 장교들이 벌써 자신의 비밀을 알고 수시로 그를 염탐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어느 날 오후, 운동장에서 그의 동생이 곧장 그를 향해 걸어갔다.

"재신전에서 잠시만 기다려."

"좋아."

"마구간 쪽에서 꺾어져서..."

"연대장이 지금 우릴 보고 있어!"

상이군인의 눈빛은 떨리고 있었다. 그는 한참을 주저하고 나서야 동생과 약속한 장소로 갔다. 동생이 자신의 생각을 얘기하고 있을 때, 상이군인은 그의 말을 들으면서도 자신의 심장이 뛰는 소리와 희미한 어둠 속의 모든 두려운 움직임에 귀기울이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길을 땅에 떨구고 한 손으로 단추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장교 앞에서 훈시를 듣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면서 그는 동생이 갈팡질팡하는 그의 마음을 것을 알아챌 때까지 줄곧 습관처럼 응응거리기만 하고 있었다.

그러자 동생이 노려보며 물었다.

"! 어째 한 마디도 하지 않는 거야? 무서운 거지?"

상이군인은 머리를 더 수그릴 뿐이었다.

"무서워, 안 무서워? 말을 해, 말을! 누가 형을 잡아먹는대?"

"난 무서워!"

상이군인은 갑자기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잡히고 말 거야. 차라리 참자! 나 때문에 너까지 이렇게 됐다는 건 알아!"

동생은 드디어 화가 치밀어 올라 한 마디 내뱉고 말았다.

"그러길래 모두들 형보고 발전이 없다고 그러지!"

그러고는 증오에 찬 눈길로 그를 한 번 쳐다보더니 뛰쳐나가 버렸다.

상이군인은 혼자서 어둠 속에 남아 있었다. 그는 잠시 멍청히 서 있다가 한숨을 토해 내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는 자신의 운명에 상심했으며, 더욱이 동생 걱정에 미칠 지경이었다. 그는 이미 도망갈 용기가 사라져 버렸다. 하지만 감히 전처럼 동생에게 접근하지도 못했다. 왜냐하면 그날 밤 이후로 동생은 그에게 더욱 쌀쌀하게 대했던 것이다. 게다가 그 스스로도 너무나 부끄러운 나머지 어쩌다가 그와 부딪치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새에 시선을 떨구고 말았다. 마음먹은 것은 기필코 하고야 마는 동생의 성격을 생각할 때마다 그는 언제나 몸이 떨려 왔다. 그러나 한 달이 지나고 나자, 그의 동생은 매일마다 모래 둔덕에서 훈련을 하며 그저 장교들의 매질과 욕설을 겁내고 있을 뿐이었다.

어느 금요일이었다. 햇살이 너무나 좋았다. 아침을 먹고 난 후에 병사들은 모두 강으로 가서 빨래를 했다. 화창한 날씨는 너무 드물었고, 장교들도 진작부터 그들의 몸에서 악취가 난다고 욕을 퍼부어 댔기 때문이다. 상이군인은 자신의 옷을 다 빨아서 모래 위에 펴 널어 돌덩이로 눌러 놓고는, 두 팔로 어깨를 감싸 쥔 채 모래톱의 수풀 속으로 숨었다. 그가 막 돌덩이 하나를 옮겨 와서 앉으려니까 동생도 알몸으로 따라왔다. 한 달 만에 처음으로 자진해서 그에게 접근한 것이다. 동생은 한숨을 토해내며 그의 옆에 앉았다.

그들은 잠시 말이 없었다. 상이군인은 갑자기 자신의 짚신 코를 바라보다가 겁에 질려 일부러 헛기침을 했다.

"여기서는 안심해도 돼!"

동생의 말에 그는 고개를 비스듬히 들어 동생을 한 번 쳐다보고는 말했다.

"듣자 하니 나중에 잡혀서 돌아온 탈영병은 필사적이었나 보더라."

"여기서는 거지랑 똑같은 거 아냐? 굶어 죽지 않으면 대포에 맞아 죽겠지."

상이군인은 놀라 자빠질 뻔했다. 입은 크게 벌어졌으나 말은 한마디도 안 나왔다. 동생은 손에 자갈을 한 움큼 쥐고 일어나며 덧붙여 말했다.

"난 가기로 결심했어."

"네가 어떻게?"

"어떻게냐구? 내가 뭣 땜에 여기서 벌을 받아야 돼? 죽어도 제문 한 줄 안 써줄 텐데."

상이군인은 이제 필사적이었다. 그는 빌면서 말했다.

"제발 내 말 좀 들어!"

그때, 군관 하나가 갑자기 숲에서 뛰쳐나오는 바람에 그들의 대화는 여기에서 끊겨 버렸다.

상이군인은 마음이 너무나 심란했지만 계속 동생을 설득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매우 주의했지만 가는 곳마다 염탐의 눈빛과 부딪쳐야 했다. 그래서 계속 기회를 잡을 수가 없었다. 밤에는 잠도 이루지 못했다. 그 무서운 환상들이 그가 편안히 잠들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고향과 부친이 떠올랐다. 그의 아내는 침상 위에 반듯이 누워 있는데 그가 성에 있을 때의 모습 그대로였다. 동생이 진짜로 벌써 도망갔다가 잡혀온 것처럼, 거꾸로 매달려 있는 모습이 보였다. 평소 탈영병을 매달아 놓고 때리는 곳에서 장교들이 밝게 타오르는 향불을 들고 있었다. 그는 또한 사형장의 모래 위에 이미 죽어서 뻗어 있는 시체와 그 머리맡에 비쩍 마른 개 한 마리가 서 있는 것도 보았다. 그는 다 자신이 죽인 거라고 생각하며 울기 시작했다.

그날 아침, 점호하러 뛰어갔더니 병사들은 모두 어김없이 대오를 정비하고 있었다. 그는 메마른 눈으로 주위를 살피며 욕을 먹을까 봐 겁먹은 채 살금살금 대오 안으로 들어갔다. 공기는 썰렁했고 그는 아무 고함 소리도 듣지 못했다. 그는 대담해져서 앞을 바라보았다. 그때 군관들은 엄숙한 표정으로 소리를 낮춰 얘기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 중의 하나가 턱으로 그를 가리키자 연대장이 그를 불러 행렬 밖으로 나오게 했다. 연대장은 그의 동생이 어젯밤에 다른 두 사람과 함께 도망갔는데, 그는 형이니까 틀림없이 내막을 알고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는 처음에는 너무 두려워서 한 마디도 못하다가 잠시 후에야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 저는 몰라요."

"거짓말쟁이! 모른다고? 어제 빨래하고 나서 네놈들이 숲에서 얘기도 나눴어."

"제 동생은 저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 저는 잘 몰라요."

"밥 먹을 줄은 아나?"

그들은 그를 발로 몇 대 차고 나서 감금실에 가두었다. 그는 닷새 동안 갇혀 있다가 탈영병 두 사람이 잡혀 와서야 풀려났다. 그가 그 어두운 감금실에서 나와 몇 걸음 걷다 보니 철책 가에 있는 동생의 모습이 보였다. 동생은 목덜미에 피가 엉긴 모습으로 문에 기대고 서서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그는 한순간 얼이 빠져서 머리가 가죽공처럼 텅 빈 것 같았다. 그는 옷깃을 만지작거리며 어쩔 줄을 몰라 하다가, 범인을 호송하는 군일들의 고함 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끙끙대며 침실로 돌아왔다.

그와 같은 방을 쓰는 동료 두셋은 벌써 점심을 먹고 난 뒤였는데, 그의 아연실색한 얼굴을 보고는 모두들 하던 얘기를 멈추고 눈으로 그를 맞았다. 그들은 그에게 동생은 만나 봤는지, 무슨 방법이 없는지 따위를 물어왔다. 하지만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신의 자리에 앉아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고는 울먹이기 시작했다.

"어린애도 아니면서! 방법을 생각해 봐야지!"

그의 동료가 옆에서 그를 위로했다.

"그들은 틀림없이 동생을 죽이고 말 거야!"

상이군인은 혼자말처럼 고통스럽게 말했다.

"자네가 한번 청원해 보는 게 어때?"

"우리 아버지는 날 죽여 버릴 거야!"

그들은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고는 입을 다물어 버렸다. 상이군인은 갑자기 몸을 추스리더니 눈을 비벼 눈물을 닦았다.

"연대장을 찾아가야겠어! 차라리 내가 죽는 게 낫지!"

그는 울먹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갔다. 그리고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한 마디 보고도 없이 곧장 연대장실로 들어갔다. 그곳에서는 군관들이 탈영병을 효과적으로 처치할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들은 그를 발견하자마자 화를 냈다. 그가 벙어리처럼 그들 바로 앞에 서서 부들부들 떨며 한 손으로 자신의 바지를 잡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마침내 붉은 띠를 차고 있던 주번 사관이 탁자를 치며 고함을 빽 질렀다.

"뭐야? 여기가 부엌인 줄 아는 거야?"

", , 제발 좋은 일 좀 해주시라구요."

"니기미 좋은 일은, 썩 꺼져 버려!"

그들은 그를 쫓아내 버렸다. 그러나 바로 그날 오후에 그들은 다시 그를 불러들여서는 직접 그의 손으로 동생을 쏘아 죽이라고 명령했다. 그는 얼마 동안 욕과 매질을 당하고 나서 어쩔 수 없이 복종을 해야 했다. 그러나 조준까지 하고 났을 때, 총이 갑자기 어깨 위에서 흘러내렸다. 그와 동시에 그는 목을 놓아 울기 시작했다.

"그는 내 동생이야!"

그는 몇 차례나 연거푸 조준에 실패했다. 그러자 마지막에는 두 군관이 뛰어오더니 그의 팔을 잡고는 방아쇠를 당겨 버렸다.

(19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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