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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례식(De Mortuis)

장례식(De Mortuis)

John Henry Noyes Collier

 

닥터 랜킨은 키가 컸지만 비쩍 마른 사람이었다. 새 옷을 맞추어 입어도 옷이 헐거워, 마치 20년 전에나 유행했던 옷처럼 보인다. 그 이유는 그의 몸집이 마치 포장만 전문으로 하는 사람이 만들어 놓은 것처럼 네모 모양으로 넓적했기 때문이다. 그의 얼굴도 통나무로 만든 것인 양 거칠어 보였다. 머리는 가발을 쓴 것 같았고 빗으로 빗으려 해도 제대로 길들여지지 않는 머리카락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손은 볼품없이 크기만 했는데, 그가 살고 있던 마을의 주민들은 아직도 미신을 믿고 있던 터라, 그렇게 못생긴 손이 오히려 편도선 절제수술 같은 수술에는 더 적합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원숭이 같은 손이 오히려 그곳 마을 사람들에게는 쓸모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닥터 랜킨의 경우에는 마을 사람들의 생각이 정확히 들어맞았다. 어느 맑게 갠 날 아침, 그는 지하실 바닥 위에 넓게 시멘트를 바르는 간단한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코 환자의 몸속에 가제를 넣어 두거나 몸에 보기 흉한 칼자국을 남기지 않는 확고한 자세로 그는 볼품없이 크기만 한 손을 아주 능숙하고 솜씨 있게 놀리고 있었다.

닥터 랜킨은 여러 각도에서 자기가 해낸 일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이곳저곳에 시멘트를 덧발라 어느 모로 보거나 직업적인 미장이가 할 수 이는 정도로 매끈하게 시멘트칠을 끝냈다. 마지막으로 시멘트와 흙 부스러기를 손으로 쓸어 난로 속에 집어넣었다. 그러나 쓰고 있던 곡괭이와 삽을 치우기 전에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 그는 아직도 예술가적인 자질이 있는 자신의 손이 더 가야 할 곳이 있음을 발견했다. 그리하여 마침내 주위 바닥과 정확히 수평을 이룬 새로운 마룻바닥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처럼 그가 온 정신을 지하실 바닥에 쏟고 있는 순간 위층의 현관문이 마치 곡사포탄에 부서져 나가는 듯이 요란하게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 닥터 랜킨은 마치 총에 맞은 듯, 놀라움으로 펄쩍 뛰고 말았다.

닥터는 얼굴을 찌푸린 채 귀를 곤두세워 소리를 들으려고 했다. 두 사람의 무거운 발길이 쿵쿵 소리 내며 현관의 마루 위를 걷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현관문이 열리며 불청객이 거실 안으로 걸어오는 듯한 소리도 들렸다. 거실은 바로 조그마한 계단으로 지하실과 연결되어 있었다. 닥터는 곧 벅과 버드가 고함 지르는 소리를 들었다.

이봐 닥, 입질이 아주 좋아!”

닥터는 그날 낚시를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는지, 아니면 자기처럼 몸집이 큰 사람이 갑자기 놀라게 되어 화가 나고 짜증이 났던 것인지, 아니면 손에 잡은 일을 아무 간섭 없이 조용히 끝내고 더 중요한 일을 하고 싶었음인지, 친구들의 고함소리에 즉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아무 말 없이, 의아해진 친구들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낮아져 서로 작은 목소리로 주고받는 말을 듣고 있었다.

어디 밖에 나간 모양인데?”

메모를 남겨두는 게 좋겠어. 우리가 샛강에서 낚시를 하고 있을 테니 뒤따라오라고…….”

아이린에게 말해 두는 게 어떨까?”

하지만 그녀도 여기 없지 않은가. 자넨 그녀가 집안 어디엔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군?”

틀림없을 거야. 집안 분위기를 보라구.”

바로 그 얘기일세. 이쪽 테이블에 쌓인 먼지를 보게나. 자네 이름을 쓸 수도 있을 걸…….”

……. 저것 봐.”

제일 나중에 말한 사람이 지하실로 통하는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보았음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그곳으로 빛이 새어나오는 것도 보았음이 분명했다. 다음 순간, 문을 활짝 열어젖히며 벅과 버드가 내려다보았다.

아니, . 자네 거기 있지 않은가?”

우리가 큰 소리로 부르는 것도 못 들었나?”

닥터는 친구들의 고함소리에 별로 기분이 좋지는 않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들이 계단을 내려오자 어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누군가 얘기를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더군.”

하고 그는 말했다.

목이 터져라 자네를 불렀는데…….”

벅이 입을 열었다.

집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지. 아이린은 어디 갔나?”

밖에 나들이 나갔네.”

닥터는 이렇게 대꾸했다.

누굴 만나러 간 모양이야.”

이봐, 그게 뭔가?”

버드가 물어보았다.

자네 환자 중의 누구를 매장하고 있는 게 아닌가? 아니면 무슨 일이지?”

, 바닥 사이로 물이 스며드는 것을 발견했지.”

닥터는 버드의 말에 답했다.

아마 아래로 흐르는 샘이 터진 모양이야.”

그런 소리 말게.”

하고 버드는 즉시 고상한 윤리관을 지닌 부동산 소개업자처럼 닥터의 말을 막았다.

말도 안 되네. 자네에게 이 땅을 판 사람은 바로 날세. 그래, 내가 자네에게 지하에 샘이 흐르는 부실한 집을 팔았단 말인가?”

물이 스며나온 것은 사실일세.”

닥터가 응수했다.

그렇다고 하세. 그러나 닥, 자네가 키와니스 클럽에서 만든 지질도를 보면 알겠지만, 시내에 이곳보다 더 좋은 하층토를 가진 곳은 없네.”

이 친구가 자네에게 사기친 것 아니야?”

벅이 씩 웃으며 말을 던졌다.

아니야.”

버드는 부인했다.

내 말을 들어봐. 닥터가 처음 이곳으로 이사 왔을 때 저 사람은 속기 쉬운 사람이었지. 자네도 저 친구가 다른 사람의 꾐에 잘 넘어간다는 점을 알고 있지 않은가? 저 친구는 세상 물정에 무척 어두웠다고.”

그래, 테드 웨버의 털털이 고물차를 살 정도였으니까.”

라고 벅은 버드의 말에 맞장구쳤다.

내가 내버려 두었더라면 저 친구는 제솝의 땅을 벌써 사 버렸을 거야.”

버드가 계속 말을 이었다.

하지만 저 친구에게 속임수로 소개를 해주고 싶지는 않았단 말일세.”

피우킵시에서온 그 어설픈 도시의 협잡꾼의 물건을 소개해 주지 않았다는 말이군.”

벅의 말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그 녀석의 말을 믿으려 했지. 아마 그 녀석의 말을 믿었던 사람들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나는 달랐어. 나는 이 땅을 사도록 권했네. 저 친구와 아이린은 결혼하자마자 이 집으로 이사를 하지 않았는가. 나는 닥을 지하에 샘이 흐르는 부실한 집으로 밀어넣으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지.”

, 이제 그만 하게나.”

버드의 양심선언에 당황한 닥터는 이렇게 그의 말을 막았다.

아마 비가 너무 많이 온 탓일 거야.”

이런, 큰일났군.”

곡괭이에 흙이 묻은 것을 본 벅이 갑자기 놀란 듯 말했다.

자네 너무 깊이 판 모양일세. 점토 속까지 파 내려간 것은 아닐까?”

점토는 4피트 아래야.”

버드가 말했다.

아니, 18인치일세.”

닥은 버드의 말을 정정했다.

“4피트일세. 자네에게 지도를 보여주어야 하겠군.”

하고 버드가 고집했다.

, 이제 그만. 논쟁은 그만두게.”

벅은 두 사람의 말을 막으며 말했다.

자네 생각은 어떤가, . 샛강에 나가 한두 시간 정도 낚시나 하지 않겠나? 입질이 아주 좋아.”

지금은 안돼. 환자 한두 사람을 봐주어야 해.”

닥터의 대답이었다.

, 그래. 자네고 살고 남도 살게 해주어야지.”

버드가 말했다.

환자들에게 더 나아질 수 있도록 해주어야지. 자네는 온 시내에 사람 하나 남겨 놓지 않을 생각인가?”

닥터는 이러한 농담이 나올 때마다 늘 하던 버릇대로 눈을 아래로 내려깔고 미소를 지은 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미안하게 됐네. 나도 어쩔 수 없는 노릇이야.”

글쎄.”

버드가 실망한 듯이 닥터의 말을 받았다.

함께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아이린은 잘 지내나?”

아이린?”

닥터는 오히려 묻는 듯 대답했다.

항상 그대로야. 알바니로 누굴 만나러 간다고 나갔네. 11시 기차를 탔을 거야.”

“11시 알바니행 기차 말인가?”

벅이 물어보았다.

내가 알바니라고 그랬던가?”

닥터가 다시 묻는 듯 중얼거렸다.

난 워터타운으로 갔다고 말하려고 했었는데.”

워터타운의 친구를 만나러 갔단 말인가?”

벅이 다시 물어보았다.

슬레이터 부인이라고 하더군. 슬레이터 부부 말일세. 아이린 말로는 어려서 사이카모어 가에 살 때 바로 옆집에 살던 사람들이라더군.”

슬레이터라고?”

버드가 입을 열었다.

아이린의 옆집에 살았다? 그럼 이 마을 사람들이 아니군.”

그래, 맞아.”

닥터가 버드의 말에 동조를 했다.

어젯밤 아이린이 그 사람들에 대한 얘기를 해주었지. 어제는 아이린이 편지를 받았네. 언젠가 아이린의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한 뒤로 죽 아이린을 돌봐 주었던 모양일세.”

그럴 리가 없어.”

버드가 단정적으로 말했다.

이 얘긴 집사람이 내게 해준 말일세.”

닥터가 말했다.

물론 상당히 오래된 일이기는 하지만.”

, 내 말을 들어 보게.”

벅이 말문을 열었다.

버드와 나는 죽 이곳에서 자랐지. 그래서 아이린의 주위 사람들은 모두 잘 알고 있어. 우린 언제나 아이린의 집을 드나들기도 했었네. 그러나 슬레이터라는 이름을 가졌던 이웃은 전혀 없었어.”

어쩌면 그 여자가 재혼해서 현재 슬레이터 부인이 되었을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아마 전에는 다른 이름을 갖고 있었을 테지.”

하고 닥터가 말했다. 그러나 버드는 머리를 흔들었다.

아이린이 정거장으로 나간 시간이 언제였나?”

벅이 물어보았다.

아마 15분쯤 되었을 거야.”

닥터가 대답했다.

자네가 차로 데려다 주었나?”

벅이 다시 물어보았다.

아니, 걸어서 갔는데.”

우린 이곳으로 올 때 메인 스트리트를 지나왔네.”

하고 벅이 말했다.

그러나 아이린의 모습을 보지 못했는데.”

아마 풀밭을 가로질러 간 것이 아닐까?”

닥터는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가방을 들고 걷기에는 아주 힘든데…….”

집사람은 가방 속에 한두 가지밖에 넣어가지 않았어.”

버드는 계속해서 고개를 흔들었다. 벅은 버드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곡괭이를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지하실 바닥의 습기 찬 시멘트로 시선을 돌려다.

세상에…….”

그의 입에서 이 말이 튀어나왔다.

세상에 이럴 수가…… .”

버드가 입을 열었다.

이 천하에 몹쓸……

도대체 자네들 무슨 바보 같은 말을 하려는 거지?”

닥터가 말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샘이라고?”

버드가 입을 열었다.

샘이 전혀 아니라는 사실을 왜 진작 깨닫지 못했을까?”

닥터는 시멘트 바닥을 쳐보았다. 그리고 곡괭이를 바라본 뒤 두 키 큰 친구들의 겁먹은 얼굴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도 창백하게 변했다.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나? 아니면 자네들이 미쳤는가? 자네들 내가 아이린─╴아니 내 아내를, , 어서 여기서 나가 주게. 어서! 그래, 가서 경찰을 불러오지 그러나. 경찰을 불러서 여기를 파보란 말일세. 이 바보 같은 녀석들, 어서 꺼져.”

버드와 벅은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두 사람은 발길을 돌리려다 말고 다시 제자리에 서 버렸다.

어서 말할 것이 있으면 말해 봐.”

닥터가 소리쳤다.

잘 모르겠지만.”

버드가 말했다.

저 친구 화가 난 것 같기는 않은데?”

벅의 말이었다.

하늘이 아는 일이야.”

버드의 말이었다.

하늘이 알고 자네가 알고 내가 알고, 온 마을사람들이 아는 일이지. 하지만 배심원들 앞에서 얘기해야 하겠지.”

벅의 말이었다. 닥터는 머리에 손을 얹었다.

무슨 소린가? 무슨 말이야? 지금 무슨 말들을 하고 있느냐구! 자네들이 뜻하는 것이 도대체 무엇이지?”

만약 이런 일이 용의주도하게 처리되지 않는다면.”

벅이 소리쳤다.

, 자네는 그 일이 얼마나 고달픈 건지 알 걸세. 생각을 조금 해볼 필요가 있어. 우리는 처음부터 아주 가까운 친구였지 않은가? 그거도 너무나 가까운 친구 사이였지.”

그러나 다시 생각해 봐야 해.”

버드가 말을 가로챘다.

이것은 중대한 문제라고! 범죄성의 여부는 둘째 치더라도 이 땅에는 법이 있단 말이야. 우리가 연루자가 될 우려도 있고…….”

자네들 범죄성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나?”

닥터가 물어보았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그런데 우리는 친구 사이란 말이야. 그래서 만약 이 일이 정당한 것으로 간주 될 수만 있다면…….”

어쨌든 우리는 이 일을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하지 않으면 안 돼!”

버드도 한마디 거들었다.

정당한 것이라고?”

닥터가 다시 물어보았다.

어쨌든 자네가 조만간 그 일을 알게 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지.”

벅이 말했다.

자네에게 미리 말을 해줄 수도 있었지만…….”

버드가 한마디 했다.

단지 도대체 그것이 무엇이었느냐가 문제였지.”

그래, 말을 해줄 수 있었지. 그리고 말을 해준 것이나 다를 바 없지. 5년 전에 말이야. 자네가 그녀와 결혼하기 전에…… 자네가 이곳에 온 지 6개월도 채 지내지 않았지만 우리는 웬지 자네에게 호감을 갖고 있었지. 자네에게 암시를 줄까 생각도 해보았고, 이것에 대해 생각도 해보았고, 이것에 대해 얘기한 일이 생각나나, 버드?”

버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스운 일이었지. 내가 그 제솝의 부동산을 들고 사람들 앞에 갓 나섰을 때였으니까. 자네가 그 땅을 사려는 걸 말렸지. , 그러나 자네가 결혼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어. 우린 자네에게 말을 해줄 수도 있었지만…….”

우린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지.”

벅의 말이었다.

내 나이 오십일세.”

닥터가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에도 아이린에게는 꽤 늙은 나이야.”

자네가 21살의 조니 와이즈뮬러였대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네.”

하고 벅이 닥터의 말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녀가 전혀 완전한 한 남자의 아내가 못 된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나는 알고 있네.”

닥터가 말을 계속했다.

그래, 아이린이 완전한 아내가 못 될지도 모르지. 그녀는 아직 젊고 생기에 가득 차 있지.”

그만하게.”

아직 마르지 않은 시멘트 바닥을 내려다보며 벅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닥터의 말을 막았다.

제발 그만하게나, .”

닥터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 뒤 가볍게 문지르며 계속 말을 이었다.

사람마다 원하는 것은 각양각색인 법, 나는 조금 메마른 성격의 소유자임에 틀림이 없네. 내 마음을 쉽게 열려고 하지 않는단 말일세. 아이린─╴자네들은 그녀가 바람기 있는 여자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버크가 닥터의 말에 응수했다.

그래, 그녀는 주부로서는 영점일세. 나도 그 점을 잘 알고 있지. 그러나 남자가 바라는 것이 어디 정숙한 가정주부뿐이겠는가? 그녀는 자신의 인생을 즐겨왔네.”

그래, 자네 말이 맞네. 그녀는 즐길 줄 알았으니까!”

벅의 말이었다.

바로 그 점을 내가 좋아했던 것이지. 왜냐하면 나는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일세. 그녀는 정신적인 깊이는 없었던 여자였지. 그래, 그녀가 어리석은 여자라고 해도 좋네. 나는 그런 평에 별로 개의치 않으니까. 게으를 뿐만 아니라 생활의 규칙도 없는 여자. 대신 내가 생활의 규칙을 지켜왔으니까, 그녀는 나름대로 자신의 인생을 즐겼지. 아름다운 것이기도 하지 않은가? 가식도 없고…… 마치 어린아이들같이 천진하기도 했지.”

그래, 그것이 전부였다면.”

벅이 말을 받았다. 그러자 닥터는 얼굴을 돌려 벅을 똑바로 쳐다보고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자네는 그녀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인가?”

모두가 아는 사실이야.”

벅이 대답했다.

우직하고 점잖은 사내가 이런 곳으로 찾아와 읍내의 바람둥이 여자와 결혼을 했지.”

이번에는 버드가 신랄한 어조로 끼어들었다.

어느 누구도 그 사내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않으려 했지. 단지 지켜보기만 할 뿐이었어.”

그리고 비웃기도 했지.”

벅의 말이었다.

나도 그랬고 버드 자네도 그랬지. 그리고 동네 사람들도 마찬가지였네.”

우리는 그녀에게 행동을 조심하도록 일렀네.”

버드가 계속 말을 이었다.

그녀에게 경고 비슷하게 말일세.”

우리뿐이 아니고 동네 사람들 모두 그녀에게 한마디씩 했지. 하지만 사람들도 지쳐서 계속 타이르지 못하게 되었지. 트럭 운전수와의 관계에 이르면…….”

결코 우리는 아니었네, .”

버드가 진지한 태도로 말했다.

자네가 온 뒤로 우리는 그녀와 아무런 일도 저지르지 않았지.”

마을 사람들도 자네 편에 서게 될 걸세.”

벅이 말했다.

설마 읍내 재판소에 서게 되더라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일세.”

이번에는 버드였다.

!”

갑자기 닥터가 울부짖기 시작ㅎㅆ다.

난 어쩌면 좋지? 난 어쩌면 좋은가?”

버드, 자네 태도에 달렸네.”

벅이 버드에게 말했다.

난 내 손으로 그를 감옥으로 보낼 수 없어.”

침착하게, .”

버드가 입을 열었다.

침착하게나. 이봐 벅, 우리가 이곳으로 올 때 거리에 사람들이 없었지?”

그랬던 것 같아.”

벅이 대답했다.

어쨌든 우리가 지하실로 내려오는 것을 본 사람은 없으니까.”

그리고 지금부터 자네와 난 이 지하실에 내려온 적이 없는 거야.”

버드는 닥터에게 던지는 강력한 말투로 말했다.

우리 말뜻을 알겠나, ? 우리는 위층 거실에 들어와 당신을 찾느라고 큰 소리를 일이 분쯤 지르다가 나간 일밖에는 없는 것이네. 이 지하실에는 전혀 내려와 본 적이 없다는 말이지.”

자네들이 정말로 지하실에 내려오지 않았다면 좋았을걸…….”

이렇게 말하는 닥터의 음성은 침울했다.

자네는 아이린이 산책하러 나갔다가 그 뒤로 돌아오지 않았다고 말하기만 하면 되는 걸세.”

버크의 말이었다.

버드와 나는 그녀가 어느 남자와 함께, 그러니까 뷔크 세단을 타고 마을을 빠져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말할 걸세. 우리 말을 의심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고. 우리 그렇게 하기로 하세. 그러나 그 문제는 나중 일이고 우선 우리가 이곳을 떠나는 것이 좋을 거야.”

우리가 한 말을 잊지 말고 그대로 따라야 해. 우린 이곳에 온 적도 없고, 오늘 자네를 본 적도 없는 거야.”

버드가 말했다.

잘 있게.”

벅과 버드는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나 허둥대는 그들의 모습은 우습게까지 보였다. 벅이 어깨너머로 마지막 한마디를 던졌다.

자네는 그…… 그 일을 완전히 비밀로 해두는 게 좋을 걸세.”

혼자 남게 된 닥터는 빈 상자 위에 걸터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 쥐었다. 그리고 현관문이 다시 쾅 하고 요란스럽게 열렸다가 닫힐 때까지 말없이 앉아 있었다. 닥터는 이번에는 놀라지 않았다. 방문이 열렸다가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곧

여보! 여보! 지금 돌아왔어요. 어디 계세요?”

라는 목소리도 들려왔다.

나 여기 있어!”

지하실 문이 열렸다. 젊은 여자가 계단 위에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글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그녀가 아래를 내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빌어먹을 놈의 기차를 놓치고 말았어요.”

! 그래?”

닥터가 응수했다.

혹시 돌아오면서 풀밭 길로 왔나?”

그래요, 바보처럼…… 지나가는 차를 잡고 역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으면 기차를 탈 수도 있었을 텐데…… 미처 생각해내지 못했지 뭐예요. 당신이 역까지 태워다 주셨더라도 충분히 기차를 탈 수 있었는데…….”

그럴 걸 그랬지?”

닥터가 말했다.

그래, 오다가 누구 만난 사람 없소?”

아무도 보지 못했어요.”

여자의 대답이었다.

그런데, 아직 그 오래된 일을 마치지 못했어요?”

다시 전부 파헤쳐야 할 거 같아.”

닥터가 여자의 말에 이렇게 대답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여보, 이리 내려와 봐. 당신에게 보여 줄 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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