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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사람은 찾기 힘들어요(A Good Man Is Hard to Find)

착한 사람은 찾기 힘들어요(A Good Man Is Hard to Find)

Flannery O’Connor

 

 할머니는 플로리다로 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녀는 대신 동부 테네시에 살고 있는 몇몇 친척들을 찾아보고 싶어 했고, 온갖 수단을 다 써가며 베일리의 마음을 바꾸려고 애쓰고 있었다. 베일리는 그녀가 함께 살고 있는, 그녀의 외아들이다. 그는 테이블 옆의 의자 끄트머리에 앉아 '저널Journal'지의 오렌지색 스포츠란 위에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자 여기 좀 보아라, 베일리.”

 그녀가 아들에게 말했다.

 “여길 보란 말이야. 이것을 읽어 보라구.”

 그녀는 한 손을 야윈 둔부에다 받치고 서서 다른 손으로는 아들의 벗겨진 머리에다 신문을 흔들어댔다.

 “자기 스스로 실패작이라고 부르는 여기 이 작자가 연방교도소를 탈출하여 플로리다 쪽으로 도망쳤다는구나. 그가 여기 이 사람들에게 저지른 일에 대한 기사 좀 읽어 봐. 한번 읽어 보기나 하렴. 나는 내 자식을 그런 범죄자가 도망친 곳이라면 절대로 데리고 가지 않겠다. 만일 내가 그런다면 내 양심에 대고 할 말이 없어질 게다.”

 베일리는 신문에서 고개를 들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는 몸을 돌려 아이들 엄마에게 얼굴을 향했다. 아이들 엄마는 슬랙스를 입고 있었다. 젊은 여자였다. 그녀의 얼굴은 양배추같이 넓고 순박하게 보였고, 토끼 귀처럼 위에 두 개의 뾰족한 끝이 달린 녹색 머릿수건을 쓰고 있었다. 그녀는 소파에 앉아 단지에서 살구를 꺼내 젖먹이에게 먹이고 있는 중이었다.

 “애들은 전에도 플로리다에 가본 적이 있다.”

 노부인이 입을 열었다.

 “너희는 변화를 위해서라도 애들을 어딘가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가, 세상의 다른 곳을 보고 견문을 넓히도록 해주어야 할 게다. 애들은 동부 테네시에 가본 적이 없구나.”

 아이들 엄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대신 안경을 쓴 땅딸막한 여덟 살짜리 사내아이 존 웨슬리가 말문을 열었다.

 “할머니가 플로리다에 가고 싶지 않으면 집에 남아 있으면 되잖아요?”

 존과 어린 계집아이 준 스타는 마룻바닥에서 만화신문을 보고 있었다.

 “할머니는 하루라도 여왕 노릇을 하고 싶어서 집에 남아 있지 않을 거야.”

 준 스타가 노랑머리를 쳐들지도 않고 말했다.

 “아니다. 그건 그렇고 만약 이 실패작이라는 작자가 널 붙잡아 가면 어쩔래?”

 할머니는 손자에게 물어보았다.

 “그자의 얼굴을 한대 갈겨 주지요.”

 존 웨슬리가 대꾸했다.

 “할머니는 백만 불을 줘도 집에 남아 있지 않을 거야.”

 준 스타가 다시 한 마디 거들었다.

 “좀이 쑤실 게 뻔하니까. 할머니는 우리가 가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야 해.”

 “알겠다, 이 아가씨야.”

 할머니는 계속해서,

 “그러나 다음번에 네가 이 할머니에게 곱슬머리를 만들어 달라고 조르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나 말거라.”

 그러나 준 스타는 제 머리가 본래부터 곱슬이었다고 말했다.

 다음 날 아침, 할머니는 제일 먼저 떠나 채비를 하고 차에 올랐다. 그녀는 하마의 머리같이 생긴 크고 검은 여행 가방을 한구석에 밀어두고, 그 밑에는 고양이 피티 싱이 들어 있는 바구니를 숨겨 두었다. 그녀는 고양이를 사흘이나 홀로 집에 남겨두고 싶지 않았다. 그놈은 그녀를 몹시 그리워할 테고, 혹시 가스버너 중 하나를 잘못 건드려 질식사하는 사고를 당할지도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아들 베일리는 고양이를 데리고 모텔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녀는 뒷좌석 가운데에 앉고, 준 스타와 존 웨슬리를 양쪽에 앉혔다. 베일리와 아이들 엄마, 그리고 젖먹이는 앞좌석에 올랐다. 그들은 8시 45분 애틀랜타를 떠났다. 차 주행기록 계기는 55890의 숫자를 보여주고 있었다. 할머니는 그 주행기록을 따로 적어두었다. 여행에서 돌아와 그동안 얼마나 멀리 갔다 왔는가를 알아보는 것도 재미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들이 도시의 외곽에 도착하기까지는 20분이 걸렸다.

 노부인은 편안하게 자리를 잡은 뒤 흰 면장갑을 벗어 지갑과 함께 뒤 유리창 앞 시렁에 올려놓았다. 아이들 엄마는 아직도 슬랙스를 입고, 머리는 녹색 머릿수건으로 묶어놓고 있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테 위에 한 묶음 흰색 제비꽃을 꽂은 짙은 감색의 밀집 세일러 모자를 쓰고, 작게 흰 점들이 찍힌 짙은 감색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그녀의 탈라와 소맷부리는 레이스를 단 얇은 모슬린으로 만들어진 것이었고, 네크라인에는 향낭이 들어 있는 천으로 만든 제비꽃이 달린 자줏빛 가지 장식이 핀으로 꽂혀 있었다. 만일 사고가 일어나 고속도로 상에서 죽게 되더라도 누가 보아도 그녀가 여자임을 얼른 알아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녀는 날씨가 덥지도 춥지도 않은 것이 운전하기에는 좋은 날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베일리에게 제한속도는 시속 55마일이고, 기동순찰대들은 광고판이나 작은 나무숲 뒤에 숨어 있다가 속도를 줄일 겨를도 주지 않고 갑자기 튀어나와 뒤쫓아 오는 법이라고 주의를 주었다. 그녀는 그리고 스토운 산, 고속도로 양쪽에 솟아 있는 푸른 화강암, 자줏빛으로 희미하게 줄무늬를 이루고 있는 장려한 강기슭의 붉은 흙더미, 땅 위에 녹색 뜨개질 작품의 골모양을 이루고 있는 여러 가지 농작물 등 눈에 띄는 주위의 경관에 대해 자세하게 말했다. 나뭇가지에는 은백색의 일광이 넘치고 있었다. 아이들은 만화잡지를 읽고 있었고 아이들 엄마는 다시 잠들어 있었다.

 “우리 빨리 조지아를 벗어나요. 조지아는 이제 실컷 보았어요.”

 존 웨슬리가 말문을 열었다.

 할머니가 존 웨슬리를 쳐다보며 말했다.

 “내가 만일 어린 소년이라면, 내가 태어난 고장에 관해서 그런 식으로 말하지는 않을 게다. 테네시에는 산이 있고, 조지아에는 언덕이 있잖니?”

 “테네시는 촌사람이 사는 쓰레기장 같은 곳일 뿐이에요.”

 존 웨슬리가 대꾸했다.

 “그리고 조지아 주도 지겨운 곳이구요.”

 “맞았어.” 하고 준 스타가 맞장구쳤다.

 “내가 어렸을 때에는” 하고 할머니는 가늘고 핏줄이 튀어나온 손가락들을 접으며 말했다.

 “아이들이 자기가 태어난 고장과 자기 부모, 그리고 그 밖의 모든 것에 대해 훨씬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단다. 그때는 사람들이 자기 것을 올바르게 평가할 줄 알았지. 오 저기 귀여운 검둥이 꼬마 좀 봐라!”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판잣집 문가에 서 있는 흙인 아이를 가리켰다.

 “자 저 모습이 그림 같지 않니?”

 아이들은 할머니가 가리키는 대로 고개를 돌려 뒤창문 밖으로 보이는 흑인 꼬마를 바라보았다. 흑인 꼬마는 손을 흔들어 주었다.

 “바지도 안 입었잖아.”

 준 스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아마 바지가 없을 게다.”

 할머니는 손녀에게 설명해 주었다.

 “시골에 사는 흑인 꼬마들은 우리가 쓰는 물건들을 모르고 산단다. 내가 그림만 잘 그린다면 저 꼬마 녀석의 모습을 그릴 텐데 말이다.”

 아이들은 서로 만화책을 바꾸어 읽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아이들 엄마에게 젖먹이를 안아주겠다고 말했다. 아이들 엄마는 말없이 젖먹이를 의자 너머로 건네주었다. 할머니는 아기를 무릎 위에 놓고 좌우로 흔들어 주면서 창밖으로 지나가는 경치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오므리면서 가죽만 남은 얼굴을 아기의 부드럽고 따뜻한 얼굴에 비벼대기도 했다. 일행은 목화밭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런데 그 목화밭 한가운데에는 대여섯 개의 무덤이 울타리를 친 채 놓여 있었다. 그것은 마치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처럼 보였다.

 “저 무덤들 좀 봐라.”

 할머니는 손가락으로 무덤을 가리키며 아이들에게 말해 주었다.

 “저 무덤들은 옛날 사람들이 묻힌 곳이지. 바로 대농장에 딸렸던 것이란다.”

 “대농장은 어디 있어요?”

 존 웨슬리가 그녀에게 물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져 버렸지.”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고는 “하, 하” 하며 소리 내어 웃었다.

 아이들은 만화책을 다 읽자, 도시락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땅콩버터 샌드위치와 올리브 열매를 먹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상자와 종이 냅킨을 창밖으로 버리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다. 아이들은 더 이상 할 일이 없어 심심해지자, 하늘에 떠 있는 구름 하나를 골라서 그것이 무엇처럼 생겼는지 알아맞히는 게임을 시작했다. 웨슬리가 소 모양의 구름을 하나 가리켰다. 준 스타가 소처럼 생겼다고 말하자 존 웨슬리는 그게 아니고 자동차같이 생겼다고 우겼다. 준 스타는 엉터리라고 따졌다. 그래서 아이들은 할머니를 가운데 두고 서로 툭탁거리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얌전하게 있겠다고 약속하면 이야기를 하나 해주겠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해주면서 눈을 동그랗게 뜨기도 하고 고개를 흔들어대면서 이야기가 그럴듯하게 보이려고 애를 썼다. 할머니는 처녀 시절 언젠가 조지아의 자스퍼에서 온 에드가 애트킨스 티가든이라는 사람으로부터 구혼을 받은 적이 있다고 말해 주었다. 그녀는 그 남자가 매우 잘생겼고 신사답게 행동했으며, 토요일 오후마다 E.A.T. 라는 자신의 이니셜을 새긴 수박을 들고 찾아 왔다. 그런데 어느 토요일 티가든 씨가 수박을 들고 찾아왔다가 아무도 없자 현관문에 놓고 사륜마차를 몰아 자스퍼로 되돌아갔다. 그러나 그녀는 그 수박을 구경도 하지 못했다. 왜냐하면 한 흑인 꼬마가 E.A.T. 라는 이니셜을 보고 수박을 그만 먹어치워 버렸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듣고 존 웨슬리는 얼른 반응을 보여 킥킥거리고 배꼽을 잡았지만 준 스타는 그 이야기가 조금도 재미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준 스타는 토요일마다 수박이나 가져다주는 사람과는 결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할머니는 티가든 씨가 돈이 있는 신사여서 코카콜라 주식이 처음 나왔을 때 그 주식들을 샀으니까, 그와 결혼을 했어도 무방했으리라는 것과 얼마 전 그 사람은 대단한 부자로 죽었다고 말해 주었다.

 일행은 바비큐 샌드위치를 사 먹기 위해 〈더 타워〉라는 곳에 차를 세웠다. 〈더 타워〉는 티모시의 외곽에 자리 잡고 있는, 정류장과 댄스홀을 겸한, 벽토와 목재를 섞어 지은 건물이었다. 레드 새미 버츠라는 이름의 사나이가 경영하는 〈더 타워〉 주변 여기저기에, 그리고 고속도로 위아래로 수 마일에 걸쳐 다음과 같은 간판들이 서 있었다.

 레드 새미의 유명한 바비큐. 유명한 레드 새미 바비큐와 견줄 것은 없습니다. 행복한 웃음을 선사하는 뚱뚱한 친구 레드 새미. 베테랑 레드 새미가 여러분을 모십니다.

 레드 새미는 〈더 타워〉 바깥마당에 누워 머리를 트럭 밑으로 집어넣고 손을 보고 있었다. 주위에서는 키가 약 1피트 쯤 되어 보이는 잿빛 원숭이가 사슬로 작은 멀구슬나무에 묶여 캑캑거리고 있었다. 원숭이는 아이들이 차에서 내려 자기 쪽으로 뛰어오자 바로 뒤 나무로 뛰어올라 단숨에 가장 높은 곳까지 기어 올라갔다.

 〈더 타워〉의 안쪽에는 카운터가 한쪽으로 붙어 있고, 테이블은 반대쪽에 붙어 있었으며, 길고 어두운 실내의 한가운데에는 춤을 추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었다. 일행은 모두 니컬로우디언1) 옆의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피부가 검고 몸집이 커 보이는 레드 새미의 아내가 다가와 주문을 받았다. 그녀의 머리카락과 눈은 그녀의 피부보다는 밝은 색을 띠고 있었다. 아이들 엄마가 니컬로우디언에 다임 한 개를 집어넣고 〈테네시 왈츠〉를 틀었다. 할머니는 그 곡을 들을 때마다 춤추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말했다. 할머니는 베일리에게 같이 춤을 추지 않겠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나 베일리는 대답도 하지 않고 그녀를 물끄러미 쳐다볼 뿐이었다. 그는 선천적으로 그녀와 같이 활달한 성격을 타고나지 못했고, 여행을 하느라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그리고 머리를 좌우로 흔들며 의자에 앉아 춤추는 시늉을 했다. 준 스타는 탭 댄스를 출 수 있는 곡을 틀어달라고 했다. 아이들 엄마는 다시 다임 한 개를 넣고 빠른 곡을 틀어주었다. 준 스타는 댄스 플로어로 나아가 자기가 유일하게 할 줄 아는 탭 댄스를 추었다.

 “아이가 참 귀엽군요!”

 레드 새미의 아내가 카운터 위로 몸을 구부리며 말했다.

 “너 여기 와서 나하고 같이 살지 않을래?”

 “아니요, 난 싫어요.”

 준 스타가 대꾸했다.

 “나는 백만 불을 준다고 해도 이렇게 흉측한 집에서 살지는 않을 거예요.”

 그리고 준 스타는 얼른 테이블로 되돌아왔다.

 “정말 애가 귀엽군요.”

 새미의 아내는 다시 이렇게 말하며 은근히 입을 크게 벌렸다.

 “아이에게 씨도 먹히지 않을 얘기예요.”

 할머니가 이렇게 대꾸하여 샘의 아내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다.

 레드 새미가 들어왔다. 그는 아내에게 카운터에서 꾸물거리지 말고 얼른 주문받은 것을 내오라고 성화를 부렸다. 그가 입은 카키색 바지는 겨우 엉덩이나 가릴 정도였고, 셔츠 밑에는 불룩해진 배가 마치 밥주머니를 하나 달아놓은 것처럼 보였다. 그는 일행께로 다가와 근처 테이블에 앉더니 한숨을 내쉬며 말을 꺼냈다.

 “도대체 당해 낼 수가 없어요.”

 그는 회색 손수건으로 땀이 흐르는 붉은 얼굴을 닦으며 말했다.

 “당해 낼 재주가 없다구요.”

 “요즈음 누구를 믿어야 할지… 그렇지 않습니까?”

 “확실히 사람들이 전처럼 착하지는 않지요.”

 할머니는 그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지난 주 벌채꾼 두 명이 찾아왔습니다.”

 레드 새미는 할머니의 말이 끝나기를 기다려 다시 입을 열었다.

 “클라이슬러를 몰고 왔더군요. 상당히 낡기는 했지만 꽤 쓸 만한 차였지요. 그 친구들도 괜찮은 사람으로 보였구요. 그들 얘기로 제재소에서 일한다고 하더군요. 해서 나는 그 친구들에게 휘발유를 공짜로 주었습니다. 내가 왜 그랬겠습니까?”

 “그야 댁이 착한 사람이니까 그랬겠죠.”

하고 할머니가 얼른 대답해 주었다.

 “예, 부인. 그랬겠지요.”

 레드 새미는 마치 그 대답에 한 대 얻어맞은 듯 말했다.

 그의 아내가 주문한 식사를 날라 왔다. 그녀는 다섯 개의 접시를 쟁반도 없이 모두 한꺼번에 날라 왔다. 그녀는 양손에 접시 두 개씩을 잡고, 나머지 하나는 팔뚝에 걸쳐 나른 것이다.

 “이 푸른 하나님의 세계에서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는 아무도 없어요.”

 그녀도 한 마디 거들었다.

 “내가 보기에는 누구도 마찬가지예요. 누구나 마찬가지라구요.”

 그녀는 레드 새미를 쳐다보며 다시 강조하듯 말했다.

 “혹시 탈주범 〈실패작〉이라는 범죄인에 대한 기사는 읽어보셨나요?”

 할머니가 레드 새미를 향해 물어보았다.

 “나는 그가 바로 우리 집에 들이닥친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거예요.”

 새미의 아내가 대신 입을 열었다.

 “바로 그가 여기에 앉아 자신에 관한 얘기를 태연하게 듣는다고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거예요. 금전등록기에 2센트 밖에 없다는 얘기를 듣고도 그것을 턴다면 그래도 나는…”

 “그만하면 됐어.”

 레드 새미가 그의 아내의 입을 막았다.

 “가서 이분들이 주문한 코카콜라나 가져와요.”

 그의 아내는 그 말대로 나머지 주문을 가지러 물러갔다.

 “착한 사람은 찾기 힘들어요.”

 레드 새미가 말했다.

 “모든 것이 험악하게 변해 가고 있어요. 집을 비우며 스크린도어를 잠그지 않아도 되던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그렇지가 못해요.”

 그와 할머니는 그 좋았던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할머니는 자기 생각에는 유럽 때문에 지금처럼 모든 것이 변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유럽 사람들이 행동하는 것을 보면 우리가 돈으로 만들어진 사람들처럼 취급당하는 느낌이 든다고 덧붙였다. 레드 새미는 할머니의 이야기가 두말할 것도 없이 지당하다고 말해 주었다. 아이들은 밖으로 뛰어나가 밝은 햇빛 속에서 멀구슬나무에 묶인 원숭이를 쳐다보았다. 원숭이는 제 몸속의 벼룩을 잡아 마치 맛있는 것을 먹기라도 하듯 한 마리씩 이빨 사이에 넣어 물어 죽이느라 정신이 없었다.

 일행은 다시 차를 몰아 뜨거운 오후의 여행길에 올랐다. 할머니는 선잠이 들었다가는 자신의 코고는 소리에 놀라 수분 간격으로 깨곤 하였다. 툼부스보로에 이르러 할머니는 잠에서 깨었다. 그리고 언젠가 처녀 시절에 이 근처에서 찾아가 본 적이 있던 오래된 대농장을 회상해 내었다. 할머니는 그 대농장의 저택에는 정면을 가로질러 여섯 개의 흰 기둥이 지붕을 받치고 있고 집으로 향하는 길가에는 참나무 가로수가 늘어서 있었다고 말해 주었다. 그리고 문밖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산책을 마친 뒤 잠시 걸터앉아 쉴 수 있는 두 개의 격자 모양의 정자가 양쪽에 하나씩 놓여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그 대농장으로 들어가는 작은 길을 기억하고 있었다. 할머니는 베일리가 낡아 쓰러져가는 집 구경을 하려고 시간을 낭비하고 싶어 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할머니는 그 대농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더욱 더 그 농장에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강렬해졌다. 그리고 그 두 개의 정자가 아직도 남아 있는지 몹시 궁금했다.

 “그 집에는 비밀창고가 있었다고 하더라.”

 할머니는 꾀를 내어 말했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 말이 모두 진실이기를 바랐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 집 주인 셔먼이 성공하자 온 집안의 은을 모두 그곳에 감추어 두었다고 들었다. 그 후로 결코 발견되지…”

 “그래.”

 갑자기 웨슬리가 소리를 질렀다.

 “그 비밀창고를 찾으러 가요. 우리가 찾아내요. 나무로 만든 벽을 모두 부수면 찾을 수 있을 거야. 거기에는 누가 살고 있지요? 아빠, 거기 잠깐 들르면 안 되나요?”

 “비밀창고가 있는 집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준 스타도 한 마디 거들었다.

 “비밀창고가 숨겨진 집으로 가요. 아빠, 비밀창고를 찾아내러 가요.”

 “여기서 별로 멀지도 않은데. 나는 그 농장으로 들어가는 길을 알고 있다.”

 할머니가 말했다.

 “20분도 걸리지 않을 텐데…”

 베일리는 앞만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턱은 말의 편자처럼 굳어 있었다.

 “안 돼.”

 그는 짤막하게 한 마디만 꺼냈다.

 아이들은 숨겨진 비밀창고가 있는 집에 가보고 싶다고 소리치고 비명까지 지르기 시작했다. 존 웨슬리는 앞좌석 등받이를 걷어찼다. 준 스타는 엄마의 어깨에 매달려, 귀에다 입을 대고 방학한 뒤로 아무 재미도 없었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은 하나도 못 했다고 필사적으로 칭얼거렸다. 젖먹이도 울기 시작하고, 존 웨슬리는 아빠가 앉아 있는 앞좌석 등받이를 다시 한번 힘껏 걷어찼다. 그는 심장이 쿵쿵 울리는 것을 느꼈다.

 “좋아.”

 그는 이렇게 소리치고 길가에 차를 세웠다.

 “너희들 모두 입 다물지 않을래? 잠깐만이라도 입을 다물란 말이야. 만약 입을 다물지 않으면 아무데도 가지 않을 거야.”

 “애들 교육에도 좋을 텐데.” 하며 할머니는 중얼거렸다.

 “좋아.” 베일리가 입을 열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히 해둘 것이 있다. 이런 이로 잠시 멈추는 것은 이번뿐이야. 이번이 마지막이라구.”

 “그 농장으로 들어가는 비포장도로는 바로 1마일 뒤에 있다.”

 할머니는 베일리에게 방향을 일러주었다. “우리가 지나올 때 그 길을 봐 두었지.”

 “비포장 도로라구요?”

 베일리는 끙끙 앓는 소리로 물었다.

 일행이 방향을 바꾸어 그 비포장도로를 향하여 출발한 뒤 할머니는 그 집에 대한 다른 중요한 것들⎯⎯현관 출입구 위의 아름다운 유리와 홀 안에 있던 촛대⎯⎯을 상기해 냈다. 존 웨슬리는 그 비밀창고가 아마 벽난로 안에 숨겨져 있을 거라고 말했다.

 “집 안에 들어가면 안 돼. 거기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잖아.”

 베일리는 존 웨슬리에게 주의를 주었다.

 “현관에서 집주인과 인사하는 동안 집 뒤로 돌아가 창문을 열고 들어가면 되잖아요.”

 “안 돼. 모두 차 안에서 나가면 안 돼.”

 아이들 엄마의 주의였다.

 비포장도로로 접어들어, 일행이 탄 차는 심한 먼지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마구 앞으로 치달았다. 할머니는 포장도로도 없었고 하루 종일 걸어야 30마일도 못 가던 옛날을 생각했다. 비포장도로는 기복이 심하고, 갑작스럽게 나타나는 도랑과 위험스러운 제방 위 커브 길이 일행의 차를 멈칫멈칫하게 만들었다. 일행은 갑자기 언덕 위로 올라와 주위 수 마일에 걸친 나무들의 머리숲을 보다가는 다음 순간 붉은 빛의 구렁으로 들어가 먼지를 뒤집어쓰고 일행을 내려다보는 나무들을 올려다보기도 했다.

 “얼른 그곳이 나타나야 할 텐데…” 하고 베일리가 중얼거렸다.

 “아니면 여기서 되돌아 나갈까요?”

 비포장도로는 수개월간 아무도 지나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할머니는 베일리를 타일렀다. 바로 그 순간 그녀에게 끔찍한 생각이 떠올랐다. 그 생각에 너무 놀란 나머지 그녀는 얼굴을 붉히고 눈알이 팽창되며, 그녀의 다리가 번쩍 들리고 말았다. 그 바람에 구석에 처박혀 있던 그녀의 여행 가방이 열리고 말았다. 여행 가방이 움직이는 순간, 그 밑의 바구니 위에 그녀가 덮개로 씌워 놓았던 신문지가 짐승의 울음소리와 함께 펄럭거리면서 고양이 피티 싱이 베일리의 어깨 위로 뛰어올랐다.

 다음 순간, 아이들은 바닥에 엎어지고 젖먹이를 안고 있던 아이들 엄마는 문 밖으로 튕겨 나가 땅바닥 위에 던져졌다. 노부인은 앞좌석 밑으로 쑤셔 박히고 말았다. 차는 한 바퀴 굴러 길옆의 협곡 속에 오른쪽을 하늘로 향한 채 빠져버렸다. 베일리는 운전석에 그대로 있었다. 그의 목에는 넓고 하얀 얼굴과 오렌지빛 코, 잿빛 줄무니가 그려진 고양이가 풀쐐기처럼 매달려 있었다.

 아이들은 팔다리를 움직일 수 있음을 알자 곧 “사고야” 하고 소리 지르며 다투어 차에서 기어 나왔다. 할머니는 계기판 밑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그녀는 베일리의 화난 얼굴을 피할 수 있게 어딘가 몸이 다쳤기를 바랐다. 사고가 일어나기 바로 직전 그녀를 엄습했던 것은 그녀가 그토록 생생하게 기억해 낸 집이 조지아가 아니고 테네시에 있다는 사실이었던 것이다. 베일리는 두 손으로 고양이를 목에서 떼어낸 뒤 창밖 소나무를 향해 내팽개쳤다. 그리고 차에서 나와 아이들의 엄마를 찾았다. 그녀는 앙앙거리는 젖먹이를 안고 벌겋게 속을 드러내 놓고 있는 도랑벽에 기대어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한 군데가 갈라져 있었고, 한쪽 어깨는 부러져 있었다. “사고야” 아이들은 격양된 기쁨을 담은 목소리로 외쳐댔다.

 “하지만 아무도 죽지 않았잖아.”

 준 스타는 할머니가 절뚝거리며 차 밖으로 나오는 것을 보고 실망한 듯 말했다. 할머니의 머리에는 여전히 모자가 씌워져 있었다. 부서진 앞 차양은 보기 좋게 위로 구부러져 있었고, 제비꽃 가지는 옆으로 매달려 있었다. 아이들을 제외하고 그들은 모두 도랑에 기대어 앉은 채 충격에서 깨어나기 위해 애를 썼다. 모두 몸을 떨고 있었다.

 “지나가는 차가 있겠지요.”

 아이들 엄마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속을 조금 다친 것 같구나.”

 할머니는 옆구리를 누르면서 말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베일리의 이빨이 덜덜거리며 서로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밝은 청색 앵무새 도안이 새겨진 노란색 스포츠 셔츠를 입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셔츠 색깔처럼 노랗게 변해 있었다. 할머니는 마음속으로 그 집이 테네시에 있다는 사실을 얘기하지 않기로 작정했다.

 일행은 비포장도로에서 10피트 정도 밑으로 굴렀던 것이다. 일행이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아도 보이는 것은 다른 건너편에 서 있는 나무 꼭대기뿐이었다. 일행의 등 뒤로는 키 큰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어둡고 침침한 숲이 있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일행은 저쯤 떨어진 언덕 위에서 자동차가 한 대 천천히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차에 탄 사람들이 그들을 쳐다보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벌떡 일어서서 그들의 주의를 끌려고 양손을 힘껏 흔들어 보였다. 자동차는 계속 천천히 다가왔다. 커브 길에 이르러 잠시 사라지는가 했다가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크고 여기저기 찌그러진 영구차 같은 검은색 승용차였다. 안에는 세 명의 사나이가 타고 있었다.

 차는 바로 그들의 머리 위에 멈추어 섰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사나이는 표정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얼굴로 수분 동안 일행을 내려다보기만 했다. 아무 말도 없었다. 그런 다음 그는 고개를 돌려 나머지 두 사람에게 무엇인가 이야기를 나누더니 그 두 사람이 차에서 내렸다. 한 사나이는 검은 바지와 앞에 은빛 종마를 그려 넣은 붉은 색 스웨터를 입고 있었다. 뚱뚱한 몸집이었다. 그는 일행의 오른쪽으로 걸음을 옮긴 뒤 제 자리에 서서 일행을 내려다보았다. 입에는 헤픈 웃음이 그려져 있었다. 또 다른 사나이는 카키색 바지와 푸른 줄무늬가 새겨진 외투를 걸치고 있었고 잿빛 모자를 깊게 눌러 써서 얼굴을 거의 감추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일행의 왼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두 사나이들은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운전석에 앉아 있던 사나이도 차에서 내려 비스듬히 기대어 서서 일행을 내려다보았다. 그는 다른 두 사나이들보다 더 나이가 들어 보였다. 머리카락은 막 희어지기 시작했다. 은테안경을 쓴 것이 그를 마치 학자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얼굴에는 길게 주름살이 그려져 있었고 상의에는 셔츠나 내복도 걸치지 않았다. 그가 입고 있는 청바지는 꼭 끼는 것 같아 보였다. 그리고 손에는 검은 모자와 총을 들고 있었다. 다른 두 사나이도 역시 총을 들고 있었다.

 “사고가 났어요.”

 아이들이 그들에게 소리를 질렀다.

 할머니는 안경을 쓴 사나이가 누군가 잘 아는 사람이라는 묘한 느낌이 들었다. 그의 얼굴이 평생 알고 지내던 사람처럼 무척 낯이 익었지만, 그러나 그가 누구였는지 기억해 낼 수 없었다. 그는 차에서 몸을 움직여 미끄러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발을 옮기며 일행 쪽으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는 황갈색과 흰색이 섞인 구두를 신고 있었다. 양말을 신지 않은 발목은 붉은 색으로 가늘어 보였다.

 “안녕하시오. 보아하니 가엾게도 한 바퀴 구르신 모양이군요.”

 그는 일행에게 인사했다.

 “두 번이나 굴렀어요.”

 할머니가 그의 인사를 받았다.

 “한 번이요.”

 그가 할머니의 말을 정정해 주었다.

 “우리는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보고 있었소. 히람, 이 사람들 차가 다시 움직일 수 있나 한번 살펴보게.”

 그는 잿빛 모자를 쓴 사나이에게 조용히 말했다.

 “총은 왜 갖고 있지요?”

 존 웨슬리가 물어보았다.

 “그 총으로 뭐하실 거예요?”

 “부인.”

 그는 아이들 엄마를 쳐다보며 불렀다.

 “아이들을 불러 부인 곁에 앉아 있도록 해주시겠소? 아이들이 내 신경을 건드리는군요. 당신들 모두 부인이 앉아 있는 자리에 함께 앉아 있으면 좋겠소.”

 “무슨 이유로 그렇게 말하는 거죠?”

 이번에는 준 스타가 물었다.

 “이리 와, 어서.”

 아이들 엄마가 준 스타에게 말했다.

 “저, 이것 보시오.”

 베일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우린 사고를 당해 곤경에 빠져 있소. 우린…”

 그때 할머니가 벌떡 일어나며 비명을 질렀다.

 “당신이 그 실패작이군요. 난 즉시 당신을 알아보았어요.”

 “그렇소, 부인.”

 사나이는 마치 자기를 알아 준 것이 기쁘기라도 한 듯 대답했다.

 “하지만 당신이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면 더 좋았을 것을…”

 베일리가 고개를 돌려 할머니에게 날카로운 목소리로 무엇인가 말했다. 아이들도 아빠가 하는 말에 깜짝 놀랐다. 할머니는 울음을 터뜨렸다. 실패작의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부인, 당황해하지 말아요.”

 그는 할머니를 달래듯 말했다.

 “남자란 때때로 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기도 하지요. 저 친구가 부인에게 그런 식으로 얘기할 뜻은 없었을 겁니다.”

 “당신은 여자들은 쏘지 않겠지요?”

 할머니는 이렇게 말하며 소맷부리에서 깨끗한 손수건을 꺼내 그녀의 눈가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실패작은 구두 끝을 세워 땅을 파서는 작은 구덩이를 만들더니 다시 그것을 흙으로 묻어버렸다.

 “그러기는 싫소.”

 그는 짤막하게 대답해 주었다.

 “내 얘기를 들어봐요.”

 할머니는 거의 비명을 지르듯 말했다.

 “나는 당신이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요. 당신은 조금도 평범한 사람의 피를 이은 것 같지 않아요. 난 당신이 명문가 출신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해요.”

 “그렇소, 부인.”하고 그는 말했다.

 “세계 최고의 명문가지요.”

 그가 미소를 짓자 단단하고 하얀 치열이 드러났다.

 “하나님께선 나의 어머니보다 더 훌륭한 여자를 만든 적이 없을 거요. 내 아버지의 마음은 순금이나 다름이 없었지요.”

 붉은 스웨터를 입은 사나이는 일행의 뒤로 돌아 다가선 뒤 허리에 총을 찬 채 서 있었다. 실패작은 쭈그리고 앉았다.

 “저애들을 잘 지키게, 바비 리, 자네도 알다시피 애들은 늘 내 신경을 건드린단 말이야.”

 그는 자기 앞에 앉아 있는 여섯 명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마치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는 눈치였다.

 “하늘엔 구름도 한 점 없군.”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중얼거렸다.

 “태양은 보이지 않고, 구름도 없고.”

 “그래요. 아주 좋은 날이지요.”

 할머니가 입을 열었다.

 “내 얘기를 들어줘요. 당신은 스스로를 실패작이라고 불러서는 안돼요. 내가 알기로 당신은 본래 착한 사람이니까요. 당신을 보면, 그것을 알 수 있지요.”

 “조용.”

 베일리가 소리를 질렀다.

 “모두들 잠자코 있어요, 이 일은 내게 맡기고…”

 그는 앞으로 내달릴 준비를 하고 있는 달리기 선수의 자세로 웅크리고 있었지만 움직이지는 않았다.

 “저 친구 얘기는 앞서도 했지요, 부인.”

 실패작은 이렇게 말하고는 총 개머리판으로 땅에다 작은 원을 그렸다.

 “이 차를 고치려면 한 시간 반은 걸리겠는걸.”

 히람이 위로 젖혀 올린 엔진 뚜껑 너머로 소리쳤다.

 “그러면, 자네와 바비 리가 저 친구와 꼬마 녀석을 저쪽으로 데리고 가게.” 하고 실패작은 베일리와 존 웨슬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말했다.

 “이 친구들이 당신에게 뭐 좀 물어볼 게 있다는 구료.” 그는 베일리에게 그렇게 말했다.

 “저 친구들과 함께 저 뒤쪽 숲 속으로 좀 가 주시겠소?”

 “이봐요.” 하고 베일리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지금 곤경에 처해 있어요. 정말 어려운 사정이요.”

 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셔츠 위에 그려진 앵무새만큼이나 푸르고 강렬했다. 그는 꼼짝도 하지 않았다.

 할머니는 베일리와 함께 숲으로 갈 생각인 듯, 손을 뻗어 모자 차양을 매만져 보려고 했지만, 차양은 할머니 손에 떨어져 버렸다. 그녀는 모자 차양을 잠시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땅바닥에 던져버렸다. 히람이 노인을 부축하듯 베일리의 팔을 들어올렸다. 존 웨슬리는 제 아빠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바비 리가 그 뒤를 따랐다. 그들은 숲 속으로 걸어갔다. 그들이 막 어두운 숲가에 이르렀을 때 베일리는 잿빛으로 벗겨진 소나무 기둥에 기대어 서서 소리를 질렀다.

 “바로 돌아오겠어요. 어머니, 조금 기다리고 계세요.”

 “빨리 돌아오너라.”

 할머니도 소리를 질렀다. 그들은 모두 숲 속으로 사라졌다.

 “베일리.”

 할머니는 비탄에 잠긴 목소리로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그리고 그녀는 실패작이 바로 자기 앞에서 웅크리고 앉아 자신을 응시하고 있음을 보았다.

 “난 당신이 착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요. 당신은 조금도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구요.”

 “아닙니다, 부인,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리고 실패작은 할머니의 말을 곰곰 생각해 보기라도 한 것처럼 잠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세상에서 제일 나쁜 놈은 아니지요. 아버지 얘기로는 나는 내 형제와 자매들과는 다른 품종이라고 하더군요. 아버지가 그러더군요. ‘평생을 살면서도 그 삶에 대해 의문을 던져보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 삶의 존재이유를 꼭 알아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 녀석은 후자에 속한단 말이야. 녀석은 뭐든지 깊이를 캘 거야.’ 라고……”

 이렇게 말한 뒤 실패작은 모자를 쓰고 갑자기 고개를 쳐들더니, 다시 당황해하기라도 하듯 멀리 숲 속 깊숙한 곳으로 눈길을 보냈다.

 “이거 부인들 앞에서 셔츠도 걸치지 않은 알몸이라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그는 어깨를 살짝 들어 올려 보이며 말했다.

 “탈옥할 때 입었던 옷들은 땅에 묻어버렸지요. 그리고 우리는 지금 사태가 호전되기를 기다리며 임시변통으로 살고 있는 중이지요. 지금 입고 있는 것도 도중에 만난 사람들로부터 빌린 것이랍니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아요.”

 할머니가 말했다.

 “베일리가 여행가방에 여분의 셔츠를 넣어두었을 거예요.”

 “내가 직접 찾아보지요.”

 실패작이 말했다.

 “저 사람들이 그이를 어디로 데리고 가는 거죠?”

 아이들 엄마가 비명에 가까운 소리로 물었다.

 “아버지라는 친구, 대단하더군요.”

 실패작은 아이들 엄마를 쳐다보고 말했다.

 “당신도 노력만 하면 정직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할머니가 말했다.

 “생각해 봐요, 자리도 잡고, 편안하게 살면서 언제나 당신의 뒤를 쫓는 사람들에 대해 생각할 필요도 없이 홀가분하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요.”

 실패작은 할머니의 말을 음미하기라도 하듯 연신 개머리판으로 땅바닥을 긁어대고 있었다.

 “네, 부인, 누군가가 날 항상 뒤쫓고 있지요.” 하고 그는 중얼거렸다.

 할머니는 그를 내려다보면서 서 있던 터라 그의 모자 바로 뒤 어깨뼈가 참으로 가냘프게 여위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기도해 본 적이 있어요?”

 할머니가 실패작에게 물어보았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할머니의 눈에 들어오는 것이라고는 그의 어깨뼈에서 검은 모자가 꿈틀거리는 모습뿐이었다.

 “아니오, 없습니다.”

 숲 속에서 총소리가 들리더니, 곧 또 한 발의 총성이 뒤를 이었다. 그리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할머니는 머리가 휘도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바람이 길고 만족스러운 들숨처럼 나무 끝을 스치며 지나가는 소리를 들었다.

 “베일리!”

 그녀는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난 한때 성가 가수였지요.” 하고 실패작이 말했다.

 “나는 안 해 본 것이 없어요. 국내외에서 육군과 해군으로 복무도 해 보았고, 결혼도 두 번씩이나 했고, 장의사, 철도원, 밭을 가는 일, 폭풍우를 누비는 일, 그리고 산채로 사람이 불에 타 죽는 것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창백해진 얼굴에다 멍한 눈빛으로 함께 붙어 앉아 있는 아이들 엄마와 여자 아이를 쳐다보았다.

 “매질을 당하는 여자도 본 적이 있구요.”

 “제발, 제발…”

 할머니는 애원하기 시작했다.

 “제발, 제발…”

 “내 기억으로 나는 나쁜 아이가 아니었어요.”

 실패작은 꿈꾸는 목소리로 계속 말을 이었다.

 “그러나 살다보니 어디에선가 나쁜 짓을 저지르고 교도소로 보내지고 말았어요. 난 산채로 매장된 것이나 다름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고개를 쳐들어 할머니를 응시했다.

 “그때 당신은 기도를 시작했어야 하는데. 당신이 처음 교도소로 보내졌을 때 무슨 혐의 때문이었지요?”

 “오른쪽으로 돌아보아도 벽.”

 실패작은 다시 구름 없는 하늘을 올려다보면서 말을 계속했다.

 “왼쪽으로 돌아보아도 벽, 올려다보면 천장, 내려다보면 바닥이더군요. 내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잊어버렸어요. 부인, 난 거기에 갇힌 채 도대체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생각해 보고 또 생각해 보았지만, 오늘까지 도대체 기억해 낼 수가 없어요. 이따금 난 앞으로 기억해 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 보긴 하지만, 아직 기억에 떠오르지 않아요.”

 “어쩌면 그들이 실수로 당신을 교도소로 보낸 것이 아닐까요?”

 할머니는 희미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오, 부인.”하고 그는 할머니의 말을 부인했다.

 “그것은 실수가 아니었어요. 내게 관한 기록도 있었으니까요.”

 “틀림없이 무엇인가 훔쳤던 게로군.”

 할머니는 이렇게 말했다.

 실패작은 가볍게 코웃음을 쳤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을 가진 사람은 아무도 없었지요. 교도소에서 만난 의사는 내가 아버지를 죽였다고 말했지만 나는 그의 얘기가 거짓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어요. 아버지는 1919년 유행성 독감에 걸려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나는 아버지를 죽였을 리가 없다오. 아버지는 마운트 호프웰 침례교회 묘지에 묻혔으니까, 그곳에 가보면 잘 알 수가 있습니다.”

 “기도를 하면 예수가 당신을 도와줄 거예요.”

 할머니가 실패작에게 말했다.

 “맞아요.” 하고 실패작이 대답했다.

 “그러면 당신은 왜 기도하지 앉는 거죠?”

 할머니는 기쁨으로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난 도움을 원치 않아요. 난 혼자서도 충분히 살아가고 있소.”

 바비 리와 히람이 숲으로부터 천천히 걸어 나왔다. 바비 리는 밝은 청색 앵무새 그림이 들어 있는 노란 셔츠를 들고 있었다.

 “그 셔츠를 던져, 바비 리.”

 셔츠가 공중을 날아와 그의 어깨에 떨어졌다. 실패작은 그 셔츠를 입었다. 할머니는 그 셔츠가 상기시켜 주는 사람의 이름을 생각해 낼 수 없었다.

 “부인.”

 실패작은 할머니를 쳐다보며 말했다.

 “난 범죄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지요. 우리는 이런 일을 할 수도 있고 저런 일을 할 수도 있는 거지요. 사람을 죽일 수도 있고, 아니면 어떤 사람 차에서 타이어 하나를 빼낼 수도 있는 거지요. 왜냐하면 우리는 곧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게 될 거고, 그 저지른 일에 대해 처벌을 받게 될 뿐이지요.”

 아이들 엄마는 숨쉬기 곤란한 듯 가슴을 들먹이며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부인.”

 실패작이 아이들 엄마에게 말을 건넸다.

 “꼬마아가씨를 데리고 바비 리와 히람을 따라 저쪽으로 건너가 남편과 함께 계셔 주시겠습니까?”

 “고맙군요.”

 아이들 엄마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힘없이 대답했다. 그녀의 왼팔은 힘없이 어깨에 매달린 채 축 늘어져 있었다. 다른 팔로는 잠이 든 젖먹이를 안고 있었다.

 “그 여자 좀 부축해 주게, 히람.”

 실패작은 그녀가 도랑 밖으로 기어오르려고 애쓰는 것을 보고 말했다.

 “그리고 바비 리, 자네는 저 꼬마아가씨 손을 좀 잡아주고.”

 “난 저 사람 손을 잡기 싫어요. 돼지같이 생겨 가지고…” 하고 준 스타가 말했다.

 뚱뚱한 사나이는 얼굴을 붉히며 씨익 웃더니 준 스타의 팔을 잡고 히람과 아이들 엄마의 뒤를 따라 숲속으로 끌고 들어갔다. 실패작과 함께 홀로 남겨진 할머니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음을 느꼈다. 하늘에는 구름도, 태양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의 주위에는 숲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실패작에게 기도를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그녀는 무엇인가 말을 하기 위해서 몇 번 입을 열었다가 닫았지만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마침내 그녀는 “예수님, 예수님” 하고 말하는 자신을 발견하였지만, 그 울리는 소리는 마치 그녀가 실패작에게 욕설을 퍼붓는 것같이 들렸다.

 “네, 부인.”

 실패작은 그녀의 말을 수긍하는 태도로 다시 입을 열었다.

 “예수는 모든 사물의 균형을 깨뜨려 버렸습니다. 그의 경우와 나의 경우는 다를 것이 없죠. 다른 것이 있다면 그는 아무 범죄도 저지르지 않았다는 것이겠지요. 내가 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을 사람들은 증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그들은 나에 관한 기록을 갖고 있으니까요. 물론 그들은 내게 그 기록을 보여준 적이 없었어요. 그것이 내가 지금 스스로 사인하는 이유지요. 난 오래전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사인을 하나 고안해서 네가 하는 모든 일에 사인을 하고 그 사본을 보관해 두어라. 그러면 너는 네가 저지른 일을 알게 될 것이고, 처벌을 받을 때 범죄 사실을 명확히 제시하여 서로 맞아떨어지는지 살펴볼 수 있어, 네가 올바르게 대우받지 못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근거를 갖게 될 것이라고 말이죠. 나는 그래서 내 자신을 실패작이라고 부릅니다.”

 잠시 숨을 멈춘 그는 계속 말을 이었다.

 “왜냐하면 내가 저질렀다는 모든 나쁜 일을 내가 벌을 받느라 겪었던 모든 수모와 대조하여 일치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지요.”

 귀를 찢는 듯한 비명소리가 숲속에서 들리는가 싶더니, 곧이어 총소리가 그 뒤를 따랐다.

 “한 사람은 무더기로 처벌을 받고, 다른 사람은 전혀 처벌을 받지 않는 것이 과연 공평한 짓인가요, 부인?”

 “예수여!”

 할머니는 마침내 소리를 질렀다.

 “당신은 훌륭한 집안의 피를 타고났어요. 난 당신이 여자를 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아요. 난 당신이 명문가 출신임을 잘 알고 있어요. 제발! 예수님! 여자를 쏘면 안돼요. 내가 가진 돈을 모두 드리겠어요.”

 “부인.”

 실패작은 그녀 너머로 숲을 쳐다보며 말했다.

 “장의사에게 팁을 주는 시체는 본 적이 없군요.”

 두 발의 총성이 또 들렸다. 할머니는 목이 바짝 말라 물을 찾으며 울어대는 늙은 칠면조처럼 머리를 치켜들고 가슴이 터져버리기라도 하듯 “베일리, 베일리!”하고 아들의 이름을 불렀다.

 “예수는 죽은 자를 살렸던 유일한 존재라고 들었죠.”

 실패작은 예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말아야 했어요. 균형을 깨뜨려 버렸기 때문이지요. 만일 그가 한 말을 그대로 실행한다면 우리는 오로지 모든 것을 팽개치고 그의 뒤를 따라야 하겠지요. 만일 그가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우리가 할 일은 그저 우리에게 남겨진 여생을 최선의 방법으로 즐기는 일만 남게 될 테죠. 누군가를 죽이고, 그의 집을 불태워 버리고, 그에게 기타 비열한 짓을 함으로써 말이오. 비열함이 없는 기쁨은 있을 수 없다는 말이오.”

 그는 거의 으르렁거리는 듯한 음성으로 말하고 있었다.

 “어쩌면 예수는 죽은 자를 살리지 않았는지도 몰라요.”

 할머니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그녀는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 다리를 꼬며 도랑 속에 주저앉아 버렸다.

 “내가 그곳에 없었으니 그가 죽은 자를 살리지 않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죠.” 하고 실패작이 말했다.

 “내가 거기 있었다면 좋았을걸.”

 그는 주먹으로 땅바닥을 내리치면서 말했다.

 “내가 그곳에 없었던 게 안타깝소. 만일 내가 그곳에 있었다면 똑똑히 알 수 있었을 텐데. 듣고 있소, 부인?”

 그의 언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었다.

 “만일 내가 그곳에 있었더라면, 나도 똑똑히 알 수 있었을 테고, 그러면 지금의 모습과 같은 내가 되지 않았을 테니 말이오.”

 그의 목소리가 거의 쉰 것처럼 들리기 시작했다. 할머니는 순간적으로 머리가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사내가 막 울기라도 하듯 얼굴이 찡그러지는 것을 보았다.

 “그래, 당신도 내 애들 중 하나야. 내 자식들 중 하나라고.”

 그녀는 손을 뻗어 그의 어깨를 감싸려고 했다. 실패작은 마치 뱀에게 물리기라도 한 듯 펄쩍 뒤로 물러서서 그녀의 가슴을 향해 세 발의 총을 쏘았다. 그런 다음 그는 총을 땅 위에 떨구고, 안경을 벗어 닦기 시작했다.

 히람과 바비 리는 숲속에서 걸어 나와 도랑 위에 서서 할머니를 내려다보았다. 그녀는 피로 뒤범벅이 된 채, 반쯤 앉고 반쯤 누운 자세로 구름 없는 하늘을 향해 어린아이처럼 미소를 띠고 있었다.

 안경을 벗은 실패작의 눈 주위가 테 모양으로 붉게 물들어 있었다. 창백하고 긴장을 푼 얼굴이었다.

 “저 여자를 끌어다가 다른 사람들을 던져버린 곳에 던져버려.”

 그는 다리에 몸을 비비고 있던 고양이를 집어 들면서 두 사나이에게 말했다.

 “저 할머니 지독한 수다쟁이더군, 안 그래?”

 바비 리가 요들을 부르며 도랑 밑으로 미끄러져 내려와서 말했다.

 “수천 번 쏘아 죽여도 저 할머니는 재미있었을 여자지.” 실패작이 대꾸했다.

 “조금은 재미있었지.” 하고 바비 리가 말했다.

 “닥쳐, 바비 리.” 하고 실패작이 소리쳤다. “그건 세상살이의 진짜 기쁨이 아니야.”


1) 동전을 넣고 원하는 곡을 들을 수 있는 자동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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