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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퀴 위의 사랑

바퀴 위의 사랑

Alberto Fuguet

 

매주 주말, 심지어는 해프닝이나 축구 경기가 끝난 일요일에도 산드라와 마르가라는 하늘색 셀리카 (토요타의 스포츠카 - 옮긴이)를 타고 사랑을 나눌 수 있는 남자들을 - 그녀들은 그들을 귀공자라고 부르곤 했다 - 찾기 위해 아포킨도(칠레의 산티아고에서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유흥가 - 옮긴이) 거리를 쏘다니곤 했다. 그녀들에게 그건 거의 스포츠이자 진정한 취미활동이었다. 그녀들은 그것이 그곳에서 흔히 말하듯 타락한 짓이 아니라, 할 만하고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처럼 화요일에 외출하기 시작했을 때, 오히려 자신들조차 너무나 사랑의 열락만을 찾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나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어쨌거나 파트너도 없이 죽을 정도의 좌절감에 사로잡혀 혼자 영화를 보며 시간을 죽이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운전을 하던 사람은 셀리카의 주인인 마르가라였다. 그러나 그녀는 운명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런 일에, 즉 남자를 정복할 순간에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거기에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첫째는 자동차를 제대로 모는데 정신을 집중해야 했으며 (자동차 사고는 마치 느린 춤을 추다가 넘어지는 것처럼, 아마도 창피하기 짝이 없고, 완전히 분위기를 망치는 행동일 것이다), 둘째는 그녀의 친구이자 부조종사인 산드라와는 달리 남자를 꼬시는 일에는 별로 소질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산드라는 두 사람의 브레인이었고, 매우 매력적이었으며 이국적이었다. 최신 유행을 따라 금발의 브리지를 넣은 그녀의 긴 검은머리는 한쪽 눈을 덮고 있었다. 반면에 마르가라는 산드라보다 키도 작고 더 통통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이 함께 자동차를 타고 남자들을 꼬시는 데 최고이며, 아포킨도의 카그니와 라시(미국 텔레비전 연속극의 주인공들로, 뉴욕의 단짝 경찰관들이다 - 옮긴이)라고 자신 있게 말하곤 했다. 그러나 물론 이것은 그녀들의 생각이었다. 사실 자동차를 타고 다니며 자동차를 탄 남자들을 꼬시는데 그녀들보다 훨씬 일가견 있는 여자들이 많았다.

산드라와 마르가라는 진짜로 맘에 드는 남자가 나타나면 서로 차지하려고 달려가곤 했지만, 어쨌건 사이 좋은 친구들이었다. 각자 달리기를 해서 이기는 쪽이 차지하는 것이었다. 두 사람은 학교 친구이자 벤치의 동료였으며 - 이 두 단어의 모든 의미대로 -, 오랫동안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그녀들과 함께 어울려 간식을 먹거나 서로를 비웃던 옛 학교친구들은 길거리에서 남자를 찾는 것은 타락하고 슬픈 짓이며 심지어는 매우 위험하다고 말했었다. 그러면 그녀들은 이미 의견의 일치를 보이고 있던 대답을 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떻게 남자들을 사귀겠어?” 그리고 그 말은 어떤 면에서는 일리가 있었다. 학교에는 그녀들이 원한다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남자애들이 부지기수로 널려 있었다. 그리고 누가 누구인지도 잘 알고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그 누구도 그녀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학교 친구들은 단지 친구였을 뿐이었다. 그게 전부였다. 물론 그들과 함께 과외활동을 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남자들과 무슨 활동을 할 것인가? 에어로빅? 그런 걸 하는 놈들은 계집애 같은 놈들이었다. 철학 수업이나 명상, 혹은 문학 창작? 그런 놈들은 대부분 미친놈들이고 앞뒤가 꽉꽉 막힌 얼간이들이었다. 그녀들은 그런 종류가 아니었다.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래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었으며, 그녀들이 선택할 수 있는 길도 많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오늘 하고 있는 것처럼 거리로 남자를 만나러 나가야 하는 것이 필요 이상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던 것이다. 왜냐하면 그녀들이 그토록 갈망하던 왕자님이 도착하기를 기다린다면, 이 말이 멋지다는 것 이외에는 아무 일도 생기지 않을 것이며, 틀림없이 기차가 그녀들을 태우지 않고 떠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마음의 위안이 되는 것도 하나 있었다. 오로지 그녀들만이 그런 것에 몸을 바치는 것이 아니었고, 정말 그런 축에는 끼지도 못한다는 것이었다. 오늘밤처럼 이상한 밤에 거리를 쏘다니러 나갈 때마다, 그녀들과 같은 것을 찾는 상당수의 여자들 - 놀랄 정도로 많은 -과 거리에서 마주치곤 했다. 아니 그녀들보다 더 심한 것을 찾는 경우도 있었다. 몇몇 여자들은 섹스에 굶주린 듯이 성급하게 남자들을 찾았지만, 산드라와 마르가라는 비교적 침착하게 찾는 축에 속했다. 그녀들은 우선 남자애들과 말을 해 보고 많은 남자들 중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가장 마음에 드는 남자를 선택하고자 했다. 경쟁은 인정사정 없이 치열했다. 굶주린 년들과 젊은 고기를 찾는 늙은 년들, 생글거리며 아양떠는 년들, 그년들 모두가 그녀들에게는 위협적인 대상이었다.

남자를 찾아 외출하는 젊은 두 여자가 - 30대 남자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 목적을 이루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는 믿기 어렵다. 그러나 그녀들은 키스도 함부로 허락하지 않았다. 그것은 그녀들이 그런 것을 원치 않아서가 아니라, 단지 소문이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산티아고는 사실상 조그만 마을에 불과했고, 마르가라가 항상 되뇌어 말했듯이, 이 침대 저 침대로 옮겨다니는 여자는 후에 그 값을 치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들의 생각은 차를 타고 있는 남자들을 꼬시고, 그녀들을 술자리에 초대하면 승낙하고 술을 마시면서 잠시 함께 있다가 전화 번호를 교환하는 것이 전부였다. 기껏해야 전망대에 함께 가는 것이었지, 그 이상의 접촉을 하는 법은 거의 없었다.

그녀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그래서 조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고, 아주 먼 곳으로 데이트하러 가자는 제의를 절대로 받아들이는 법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밤은 그렇지 않았다) 일종의 철칙처럼, 그녀들은 리온 가()와 프로비덴시아 가가 만나는 곳 아래로는 내려가지 않았고, 타베이 델 라스 콘데스 이상으로 올라가는 법도 없었다. 또 다른 법칙은 항상 자신들의 차에 타고 있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남자애들이 답답해서 몸을 비비꼬았다. 그러나 그것으로 일은 끝이었다. 일반적으로 그녀들이 알게 되는 귀공자들은 옷을 근사하게 차려입고 있었고 (그렇지 않으면 차창으로 인사를 건네지도 않았으니까), 돈도 꽤 많아 보였으며, 어느 정도 수준이 되는 차를 가지고 있었다. 그들이 음악을 좋아하고, 차 안이 울리도록 음악을 틀어놓아야 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그들이 어느 방송을 트느냐에 따라, 산드라와 마르가라는 누군지 모르던 그들이 어느 부류에 속하며, 최소한 그녀들이 요구하는 것을 갖추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과학 예술 전문대학이나 국립 직업훈련소 학생인 경우가 대부분이었고, 명문인 가톨릭 대학의 학생일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그것은 순전히 재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가톨릭 대학교 학생들이 대부분 따분하고 좀생이 같다는 것은 그녀들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영리할수록 행복에 있어서는 바보와 같다는 사실은 익히 증명되었고, 따라서 정말로 똑똑하다는 것은 여자들을 찾으러 나갈 필요가 있는 또 다른 이유가 된다고 그녀들은 생각하고 있었다.

두 여자는 지금 제대로 된 파트너를 만나려면 어느 정도의 행운이 있어야 하는가를 생각하고 있다. 아마도 오늘 밤, 10월의 날씨라기에는 너무나 따뜻한 오늘밤에는 다른 일이 일어나기를 기대하고 있다. 심지어 무언가를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다. 오늘밤은 평소와 다르다. 아주 이상한 밤이다.

알토지역에서 가장 교통량이 많은 왕복 6차선 도로인 아포킨도는 화요일 밤이지만 마치 토요일처럼 교통량이 많다. 이것을 보자 그녀들은 기분이 좋아져서 기운을 내기로 한다. 그러면서 산티아고의 알토 지역을 배회한다. 산드라는 미친 여자처럼 목청껏 노래를 부르며 (영어는 눈곱만치도 모른다. 아는 것이라고는 단지 데이빗 보위가 최고의 가수라는 것뿐이다), 라디오의 리듬에 맞추어 자기가 젊고 돈도 많은 여자라는 것을 몹시 자랑스럽게 생각하면서 뜨거운 몸을 마음껏 흔들고 있다.

작정한 것처럼, 산드라는 노브래지어에 라는 붉은 글씨가 새겨진 면 셔츠위로 오뚝 솟은 젖꼭지를 보여주면서 쫙 달라붙는 치마를 입고 있다. 사실상 운명적인 여인의 면모는 전혀 없는 마르가라는 옆트임 치마를 입었는데, 그녀는 그 치마를 입으면 채 1분도 안 되어 그 어떤 남자도 사로잡을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리고 끝내 주게 반짝이는 검은 가슴받이를 헐겁고 걸치고 있다. 게다가 헤어스타일은 미친 듯한 사랑을 막 끝낸 여자와 같다. 아이섀도로는 계피 빛을 칠해서 마치 황금빛 불똥이 튀는 것 같다. 두 여자의 복장은 화요일의 복장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싸우러 나가는 여전사의 복장 같다.

910분이다. 비교적 이른 시간이다. 그러나 새벽 2시가 통금시간임을 생각한다면 그리 이른 것도 아니다. 두 여자는 다이너스 월드잡지에 실린 식당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보스케 노르테를 거쳐, 성스러운 거리인 아포킨다로 간다. 그녀들은 엘파로 쪽으로 방향을 돌린다. 그곳은 바로 최신 유행만을 따르는 귀공자들이 모여드는 곳이다. 두 여자는 마치 승리를 준비하는 것처럼 초조한 마음으로 가면서 쓸데없는 말들을 한다. 아마도 그래서 반시간 전부터 가깝게, 범퍼를 스칠 정도로 아주 가깝게 그녀들을 쫓아오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너무 열심히 수다를 떨고, 너무 자주 옆을 바라본 까닭에 정작 자기들 뒤에는 무언가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바로 헤드라이트를 환하게 비추고 있는, 번쩍거리는 검은색 고급 승용차다. 보트처럼 납작한 그 차는 천천히, 그리고 아스팔트를 거의 닿지 않을 듯 사뿐히 앞으로 나아가면서, 모든 조건을 갖춘 완벽한 남자를 찾아 거리를 헤매는 두 여자들을 몰래 살펴본다.

산드라는 담배에 불을 붙인다. 깊이 들이마시고는 우아하게 담배 연기를 뿜어낸다. 하지만 마르가라는 실망한 표정이다. 산드라는 그녀를 쳐다본다. 짙게 화장한 마르가라의 눈은 죽어있는 듯하다. 뒤쪽이 아닌 앞쪽에 있는 차들만 뚫어지게 바라본다. 산드라는 계속해서 담배를 피우고, 라디오에서는 마돈나가 “feels so good inside"를 부른다. 두 여자는 흥얼거리며 그 노래를 따라 부른다. 그렇게 하지만 그리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지는 못한다.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재미없게 보내는 법이니까. 아마도 집으로 되돌아가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마르가라의 눈이 빛난다. 그녀의 얼굴에서 눈가리개가 빛을 발한다. 그런데 그 빛은 백미러에서 나오고 있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반사등이 거울에 설치된 것 같다. 산드라는 급히 뒤를 돌아보고, 자기 얼굴을 향해 달려드는 표범처럼 자기 얼굴을 비추고 있는 두 개의 둥근 불빛을 본다. 흑옥(黑玉)색 자동차가 속도를 줄이더니 그녀들의 차 뒤를 따라오기 시작한다. 그러나 그건 잠시뿐이다. 깜빡이등이 켜진다. 그리고는 앞으로 쭉 나아가는 듯 싶더니, 다른 차선을 잡고 약간 가속을 한다. 이제 그녀들의 차와 나란히 달린다. 셀리카의 푸른색은 우아한 검은색 속에 반사된다. 두 여자는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차창 역시 검고 번쩍거린다. 그 차 안에 누가 있는지 아무도 볼 수 없다. 그들은 아주 가까이 있다. 불과 몇 센티미터만 떨어져 있을 뿐이다. 두 차는 동일한 속도로 달린다. 빨간 불이 켜진다. 두 차가 동시에 멈춘다.

이제 두 차는 서로 나란히 있다. 이미 창문을 내린 산드라는 차창 밖으로 팔을 괴고 검은 창문을 흘끗 바라본다. 그 안에 누가 있는지 보고 싶어 안달하는 표정이다. 그러자 그녀의 욕망이 이루어진다. 창문들 - 모든 창문들-이 자동으로 스르르 내려간다. 창문이 내려지면서, 가슴의 맥박 소리와 흡사한 리듬의 록 음악이 갈수록 크게 들린다. 차 안에는 실내등이 켜져 있고, 두 차의 간격 사이로 횡단보도의 이상한 초록색 빛이 흘러든다. 그 안에는 네 명의 남자가 앉아 있다. 스무 살이나 스물 다섯 살 정도 되는 남자들이다. 넷은 모두 남성 패션 잡지에서 나오는 사람들 같다. 완벽하고 정말로 멋지다. 땅콩색의 피부는 진하고 매력적인 냄새를 차에서 차로 발산한다. 네 사람 모두 다르고 헤어스타일도 틀리지만, 옷과 시계와 겉모습은 흡사하다. 눈은 아주 똑같다. 아니 아주 흡사하다. 강인하고 매력적이며 뚫어지게 바라보는 시선들이다. 틀에 박힌 얼굴이 그들을 이렇게 숨쉬고 땀흘리며 몰래 정탐하는 살아있는 마네킹처럼 보이게 만든 것이다.

초록색 불이 켜진다. 두 차는 출발한다. 마르가라는 아무런 이유도 없이 라디오 방송을 바꾸더니 검은 차가 틀고 있던 방송에 주파수를 맞춘다. 그 어떤 차도 앞서려고 하지 않는다. 평행을 유지한다. 남자들은 그녀들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녀들은 입을 벌리고 군침을 삼키며 자기들이 꿈꾸던 네 명의 남자들을 바라보고만 있다. 아포킨도는 그 어느 때보다도 느리게 움직이고, 텅 비어있는 것 같다. 다시 빨간 불이 켜진다.

산드라는 분홍색 껌으로 풍선을 분다. 흥분과 초조로 폭발하기 일보직전이다. 네 남자는 아직도 옆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들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다. 팔만 조금 뻗어도 강인하고 굳은 턱을 어루만지고, 스팅 식으로 젤을 흠뻑 바른 짧은 밤색의 머리를 헝클어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운전하는 남자는 리듬에 맞추어 손가락으로 운전대를 툭툭 두드리면서 아무 말 없이 앞만 바라보고 있을 뿐이다. 다른 세 사람은 인조가죽 외투를 입고 부르고스의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해진 스타킹을 신은 창녀들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마르가라는 질투에 찬 눈으로 그들을 쳐다본다. 검은 차를 탄 귀공자들의 눈이 재수 없는 그런 년들만 바라볼 뿐, 가슴을 두근거리면서 모든 일을 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있고, 근사하고 죽여주는 사랑을 할 수 있는 네 명의 남자들에게 줄 뜨거운 엉덩이를 가지고 있는 자기들은 왜 바라보지 않는지 궁금하다는 표정이다. 초록색 불. 출발.

마르가라는 끝까지 가속 페달을 밟는다. 엔진 소리가 시끄럽게 난다. 그러나 차는 출발하지 않는다. 검은 차는 태연스럽게 계속 그곳에 있다. 다시 한번 가속페달을 밟자, 차가 연기를 내뿜지만, 다시 멈춘다. 남자들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 마르가라는 가속 페달을 밟았다가 떼고, 다시 밟았다가 떼면서 기어를 넣는다. 1단을 넣자, 갑자기 덜컹거리면서 차가 나아가고, 2단을 넣자 차가 날아가듯이 빨리 달린다. 다시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는 기어를 변속한다. 그리고 경적을 마구 울려대며 70킬로미터, 90킬로미터로 달린다. 그러자 검은 차도 마치 감전된 검은 재규어처럼 빛을 발하면서, 붉은색으로 씌어진 패션잡지 사람이나 볼링과 같은 간판과 그들의 세상을 순식간에 지나친다. 귀공자들이 모여드는 그 지역을 뒤에 남겨두면서 그 차는 그녀들을 따라잡고 다시 옆에서 나란히 달린다. 시원하면서도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차안의 모든 물건은 휘날리고 그들의 머리도 엉망이 된다. 거의 차창 밖으로 몸을 내밀다시피 한 산드라는 그들에게 도취되어 정신을 빼앗긴 채, 두 손으로 자신의 젖을 움켜잡고 젖꼭지가 티셔츠를 찢고 나올 정도로 눌러댄다. 그러면서 있는 힘을 다해 , 짜식들아! 사랑하고 싶어?”라고 소리친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키스를 퍼붓는 제스처를 하면서 입을 벌리고, 혓바닥으로 립스틱을 핥기 시작한다. 마르가라는 계속해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이제 거의 120킬로미터로 달리고 있고 차를 멈출 수도 없다. 라디오는 이제 “there'll be swinging, swaying, music playing, dancing in the streets” (밴 헤일런의 ”Dancing in the strret" - 옮긴이)라는 노래를 시끄럽게 내뱉고 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남자들은 미소를 짓기 시작하고, 인간적으로 변하면서 그녀들에게 키스를 되돌려준다. 그리고 소리를 지르며 윙크를 한다. 마르가라, 가까이 가, 그래 이번에는 제대로 걸린 것 같아. 난 앞자리에 있는 남자들을 맡을게. 어쨌거나 평생에 한번 있을 일인데, 어때. 이 바보야, 우린 왕자님들을 절대로 만나지 못해. 훌륭한 섹스는 그 누구에게도 해가 되는 게 아냐. 남자애들은 부드럽고 천천히 미끄러지듯이 그녀들 곁으로 다가온다. 이리 와, 더 가까이 와. 그래, 그래야 제대로 느낄 수 있으니까. , 너무 좋아! 정말 끝내주는 애들이야. 네 엄마가 안다면...... 아 너무 좋아. , 어서 와, 아 빨아주고 싶어, 핥아주고 싶어...... 제기랄! 뭔가가 바뀐다. 갑자기 검은 자동차가 화가 난 듯이 속도를 내기 시작하더니, 그녀들을 소용돌이치게 하고는 그녀들이 가고자 하는 길을 막아버린다. 그러자 그녀들은 남자들에게 감금되고, 이내 전쟁과 혼돈이 시작된다. 검은 자동차는 셀리카를 향해 덤벼들면서 들이받으려고 한다. 문을 부수어 버릴 기세다. 고속으로 달리면서 전쟁은 계속된다. 근처에는 아무 차도 없고, 단지 셀리카와 검은 차만이 있을 뿐이다. 아포킨다는 전쟁터가 되고, 마르가라는 가능한 한 속력을 낸다. 그동안 검은 차의 남자들은 그녀들에게 알아들을 수 없는 소리와 욕을 하면서 침을 뱉는다. 카우보이들은 차에서 내려 셀리카 위에 오줌을 싸고는 잠시 물러나 자신들의 노획물을 희롱하고 그녀들에게 자신들의 것을 보여준다. 양쪽의 라디오는 마치 연결이라도 된 것처럼, 그리고 마치 검은 차가 이미 그녀들을 지배한 것처럼, 죽음의 심포니처럼 낮고 무거운 음과 악마의 괴성과 맥빠진 듯한 기타소리를 내뱉는다. 헤비메탈 록이자 사탄의 록이다. 그러자 10월에는 보기 드문 안개가, 푸르스름한 사나운 안개가 거리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건물의 옥상까지 가득 채우면서, 거리를 모두 뒤덮고, 시각과 감각을 모두 막아버리고, 반사신경조차 마비시킨다. 검은 자동차는 안개의 매트리스 위로 전진하더니, 셀리카를 에워싸고는 끈적끈적한 자줏빛 폭풍 속에서 가둔다. 멀리서 들리는 웃음과 하수구에서 새어나오는 금속성의 혼돈 소리 사이로, 검은 차는 나무 속에는 진동을, 산들바람 속에는 폭발음의 흔적을 남기면서, 가로지르는 거리로 급히 사라진다.

마르가라와 산드라는 멈춘 차와 함께 아포킨도 한가운데 앉아 있다. 거리는 텅 비어 있고, 행인도 없고, 버스도 없고, 아무것도 없다. 안개는 계속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 짙어져 간다. 두 여자는 깊은 숨을 내 쉬고, 방금 전의 경험을 잊으려고 노력한다. 라디오는 이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죽어 있다.

그녀들은 차에 올라 시동을 건다. 드라이브를 하면서 아무 말 없이 집으로 되돌아가기 시작한다. 시끄러운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돌아가는 길은 영원한 길 같다. 마치 도로가 역방향으로 나 있는 것 같다. 거리의 고독과 그곳을 지배하는 침묵은 아직도 공모의 향내를 잃지 않는다. 마르가라는 거울을 보고, 멀리서 급히 다가오는 두 개의 불빛을 본다. 그러자 전에 없이 속도를 낸다.

한쪽 길모퉁이에서 검은 차가 급히 거리를 가로질러 오더니 그녀들 앞에 멈추면서 길을 막는다. 아무 것도 없었는데 갑자기 다른 두 검은 차가 각각 그녀들 옆에 멈춘다. 마르가라는 백미러를 다시 바라본다. 또 다른 검은 차는 그녀 차의 꽁무니에 붙어있다. 그러자 라디오는 창문을 흔들릴 정도로 다시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엔진이 꺼진다. 네 대의 차가 멈춘다. 그러자 문 하나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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