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더위
그녀의 엽서
나 같은 칼날
낡은 그림
낡은 오후
내 손바닥에 흐르는 물소리
누드
늙은 아버지의 전생
늦은 편지
떠나는 자들
마당가의 꽃 하나
막차를 기다리며
물풀 하나
밥물
버린 집
범어사 운(韻)
별똥별
별이 와닿는
보랏빛 팔각형
비 젖은 개울
빈터의 발톱 자국
산방 일기
색감
세상 이야기
소묘집
수리검
신문지로 바른 벽
여우비
유년의 강물
유리창 그림의 예수
이 강물 마시고
장터에서
채송화
청동제기
청춘
폐차장
푸른 삼각형
풀잎 사이
풀잎 소묘
풍경
홍매
11월의 새
가뭄더위
강유정
미리 울어 버린 내일 다음은 꽃 필까
어린 날의 맨 하늘 우레 소리
가뭄더위 게워내는 달맞이꽃 피는 밤
머리카락 세워 달려가는 먼 길
그녀의 엽서
강유정
그녀의 몸짓을 닮은 엽서가 한 장 부쳐왔다
언제나 구름이 이는 땅 저쪽으로 안개가 피어나는
언덕빼기에 엄지만 한 꽃이 피었다 꺾이곤 한다고
엽서의 귀퉁이에 지문을 묻히는 것을 잊지 않는다
창을 열면 빨간 깃발이 꽂힌 출입 금지의 바다가 보이고
납을 녹인 듯한 개울이 마지막 풀잎을 덮고 있다
무슨 답신을 쓸까 잉크가 희미하게 뭉개져 가는 글자
나 같은 칼날
강유정
감동 없이 무너지는 날들
견딜 수 없는 잦은 비 끝으로
종이꽃을 접었다 편다
너무 얇아 그늘이 투명한 빛 같ㅇ른
네 속에 든 나 같은 칼날
감동 없는 날은 그렇게 베이고 싶다
낡은 그림
강유정
어디선가 선이 지워진 꽃이
흔들리며 다시 닳아가는
탁상시계가 멎어 있는 가을 정오
너무 적막하여 귀가 제 스스로 만드는 소리
낡은 오후
강유정
찌르릉 찌르릉
우체부가 그냥 지나는 오후
어디선가 비행기의 선들이 지워진 하늘은 푸르고
창이 없는 건물만 우두커니 섰는 그날
사람의 그림자를 밞고 자라는 풀빛 꽃들
내 손바닥에 흐르는 물소리
강유정
내 손바닥 개울물 소리 흐른다.
내 손톱 반달에 하늘 한쪽이 묻힌다.
공동묘지의 무덤 사이로
낯모를 짐승 황토흙을 뒤집어쓴다.
나는 풀 사이로 기어 다니는 바람이 된다.
누드
강유정
봄에 시드는 꽃
몇 장
엽서 같은 꽃
잘못 발송된 그대나 나나
우리에게 언제나
약간의 비애를
주는 귓바퀴를 붉히며
꽃
잘못 찍힌 쉼표
늙은 아버지의 전생
강유정
햇빛이 무너져내리는 강가에 서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은 어디에도 가득했다
강가로 마름풀이 밀리던 저녁
노을은 찢어지게 하늘을 당기고 있었다
물수제비를 뜨는 늙은 아버지와 함께
빗발이 듣는 강 아래쪽은 햇빛에 가려 있었다
늦은 편지
강유정
양철지붕이 흔들린다.
누이야 빨래를 걷어라.
흰 옥양목 석 자로 두레박줄을 엮어
나는 우물에서 천 그릇의 냉수를 푸고
시는 다시 태어나서 써야 한다.
흐르는 물 위
아이의 고함소리에 연은 귀먹어 떨어진다.
저 항구의 낡은 등대
한 주일이나 늦게 도착한 편지로
회답은 해를 넘겨서 받았다 한다.
아이는 자라서 한 줄의 시를 위해
천 그릇의 냉수를 푸는 흉내를 낼 것이고
빨래는 다 말랐고
낡은 색깔은 몸에 배에 눈부시다.
잠깐동안, 해는 질 것이고
이 생은 옷을 벗듯 벗어진다.
떠나는 자들
강유정
갈보 같은 내 발바닥이 오래 떠돌다
뼈마디 모조리 꺾어 불사르는 강가에 와서
비로소 비 맞은 저녁녘이 된다.
바람난 언덕받이 위로 구름이 모여
삶을 이루고
떠나는 자들만 새 떼가 되어
칼빛 강 위에 털을 벗는다.
마당가의 꽃 하나
강유정
마당에 내린 비가
꽃송이로 피어올라
반만년 전의 갇힌 울음을 울어댄다.
술 취해 쓰러진 꽃장수 늙은이
벼락 맞은 빗줄기 얼굴에 지고,
마당가의 꽃 한 송이
자갈 몇 개와 모래 몇 개로 간지럼타서
비 그친 정오부터
손톱 앓는 햇살이 된다.
막차를 기다리며
강유정
눈을 감아도 막차는 오지 않는다
다만 감탄 없는 물살만 물살물쌀하며 흐를 뿐
불콰한 저녁노을의 술지게미
늙은 마을의 두렁길
훤히 어어 숨넘어가면서
먼 곳이 가까이 보이는 개 짖는 풍경
물풀 하나
강유정
앉아보니 산허리가 내 허리인데
물풀 하나 이마에서 자맥질이고
허리를 지르는 바람
꽃밭으로 흘러내릴 뿐
물빛만 깊어 손을 씻는다.
밥물
강유정
늦었다 가을 저녁 샛강을 건너는
굽 낮은 구두를 적시는 여우비
낡은 버스에 기대 잠든 물별이 두개 나머지 잠은 소리 없이
잠긴 비를 받아내는 샛강 한쪽 개참꽃이 무성했다
옷을 벗으면 저문 쪽으로 사람이 태어나서 끓이는 밥물
버린 집
강유정
피다 아물어버린 지천의 들꽃
들판은 다시 얼어서
갈가마귀 서너 마리 새삼스러웠다
아무도 없는 집 마당에
양지꽃이 환한데
말씀 몇 마디 그늘져 남았는
범어사 운(韻)
강유정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대웅전 컴컴한 정적 속에다
어둠이 낳은 돌멩이를 던져 본다.
등나무숲이 다 스러져
삼천 보살이 된다 해도
아무것도 가진 게 없어
돌멩이 하나도 부끄럽게 던진다
젊은 비구니의 수선거리는 말씀 가에다
돌멩이 하나 던져 본다.
물비린내 자욱히
돌멩이에 물살 져 온다.
별똥별
강유정
발꿈치를 세워 별이 앓아 떨어진다.
죽음을 건너는 울음도
잎이 붉게 타는 바람 같기만 하고,
어둠을 긋는 별빛은
오히려 그믐밤의 가슴팍이다.
별이 와 닿는
강유정
무릎께에 어는 강줄기를 달래며
옷깃을 당겨 물소리에 닿는
별빛 뿐인 별들
무릎을 버리면 별이 와 닿을까
서로의 비애 몇 마디를 꺾어 보이는 것
보라빛 팔각형
강유정
서릿발 사이로 피다 만 꽃이 보라빛
삼눈의 눈가에 산을 남기고
성에에 다친 팔각형
누구나 한번은 다쳐보는
유리창엔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다.
비 젖은 개울
강유정
화강석 축대에 아이가 그린 새가 새겨져
젖은 채 도시에 남아 있다.
한쪽 날개가 반쯤 지워져
기울어진 산허리를 닮아있다.
비닐 우산을 접으면
개울엔 언제나 닳아진 돌들이
새가 되어 날고 있다.
빈터의 발톱 자국
강유정
비 오는 들판 끝으로
아주 낮은 키의 은빛 풀잎들이
쫓기듯 흔들리고
총 맞은 새 떼가
저문 마을을 비껴 지난다.
빈터엔 들새의 발톱자국 몇
발톱자국 속으로 비가 젖고 있다.
붉은 죽지로 젖고 있다.
산방 일기
강유정
1
산방을 나와 새삼 여윈 무릎뼈.
깊은 물이 발을 굴러 개울을 만들고
몇 점 바람맞은 나무 가지만
물 위에 비쳐지고 있었다.
쫓긴 듯 새 몇 마리 산방 위를
지나고 있었다.
뜰엔 못다 핀 꽃이 하얗게 세어가고 있었다.
2
문득 산이 낮아져서
탄피를 주워 든 손가락에
파아란 녹이 슨다.
이마에도 정갱이에도, 발바닥에도
녹이 슨다.
산수유꽃 빗발 사이로
탄흔 같은 어린 중이
빠른 걸음으로 산을 비껴
계곡을 내려간다.
물소리가 되어 낮은 세상으로 간다.
3
한 번의 기침
한 번의 맑은 눈빛으로
내 방은 그늘로 출렁이고
방 밖에는
많은 꽃들이 놀란 듯이 피어
산 그리매 한 자락이
문 앞에 와서 귀를 기울인다.
4
어두울수록 산은 더욱 선명하고
그런 어둠으로 깨인 물이 솟아
귀만 세운 물소리가
산방 한쪽 켠을 떠메고 간다.
흐르는 물에 담을 수 없어
방석 귀를 적시고 지난다.
빈방에 산만 메다 놓고 간다.
5
새벽에 재운 냉수 한 그릇
몇 번인가 돌아눕는 물결을 세어 보다
새가 되어 어둠에 떠난 누이를
새가 되어 돌아올 것 같은 누이를
남은 숯불을 뒤적이다
빈속을 비쳐 보는 불씨 하나.
6
풀 끝에 베여 쓰러지는 바람을 보고 있었다.
장발의 내가 빈손을 깍지 끼고 서 있었다.
바지가랭이가 젖어 있었다.
쭉정이 불빛이 물을 그슬러 흔들리고 있었다.
쓰러지는 바람을 허수아비 혼자 부축이고 있었다.
7
날카롭게 울며 혼자인 새도
돌에 새겨진 꽃밭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물어보면 아직도 정오의 햇살이 남은
숲은 손바닥같이 환한데
귀가 닳여진 채 버려진 주춧돌 곁에
안개에 지워져 가는 꽃들이 모여 있었다.
귓볼이 빨간 꽃이 하나 안개 속에 떠가고 있었다.
8
허릴 다친 강물이 마름풀 위에 떠 있었다.
눈이 부셔 가린 저녁 햇살
햇살 아래 가득한 그늘에
젖은 무릎을 세우고
산이 마르고 있었다.
바람에 떠서 산이 울고 있었다.
9
졸린 눈썹 위로 개울이 먼저 자고 있었다.
물별이 꺾다 만 손 언저리 어디쯤에
담홍색으로 모여 있었다.
저희들끼리 허리를 비워 바람을 재우고 있었다.
물 건너 새가 부리를 묻은 지 오래이고
오랜 길 뒤에 새삼 붉어진 팔뚝의 연비 자국.
10
빈 술잔을 기울다
한 사발 냉수를 밤비에 내놓고 마신다.
문득문득 사발에 눈발이 들어
물빛에 피는 꽃은
밤새운 한 사발 냉수에도 퍼렇게
멍이 든다.
11
그늘에 피는 꽃만 쳐다봐도
잘 요량되는 저승의 일이고 보면
문틈에 아침 햇살이 모여 있다 흩어지듯
몇 획으로 그려 붙인 꽃이
꽃대궁이 꺾여진 채 몸 부빈다.
색감
강유정
허리가 외로운 날은
풀잎으로 쓰러지는 가슴은 없을까
그녀와 술을 섞어 먹으면서
수채화처럼 눈이 잠기는 오후
색은 얼마나 낡을 수 있을까
세상 이야기
강유정
남은 것들이 남아
서로 볼 부비며 얼어가듯
얼음장 같은 세상 이야기만
부리가 되어주는 나날들
지천으로 홍록색 꽃이 핀 개대황
소묘집
강유정
1
눈가가 짓무른 바람이었다 여기저기 벽보가 젖어서 창녀처럼 헤펐다. 싸리꽃을 안은 아름다운 여자 풀잎 끝에 묻은 야광 페인트는 헤드라이트가 비칠 때마다 칼처럼 싸리꽃을 자르고 어둠을 채색하고 그랬다.
2
그녀는 돌아서서 달아났다 치마도 더러운 빛 면도날을 세운 벌판이었다 달아나는 곳으로 건물은 모두 창이 없었다 새가 창밖을 보여주는 참혹한 달빛이었다 잡지를 찢어보면 누드나 여자가 많은 잡지를 찢어보면 알 수 없는 단어도 해독이 되는 그런 날이었다
4
어느 날 모래무지로 변해버린 도시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언제나 익숙하게 붉은 칸나는 녹이 슬어 댕그마니 혼자 있었다 회색으로 실비에 싸여 있었다 그대와 나의 영혼은 식지도 않은 실비에 관통당하고 있었다 관통당하고 있었다
5
골목에서 골목으로 전언을 보내면서 보름달인가 그들은 깨어진 소주병의 날카로운 날 위에다 총구를 맞추곤 했다 오늘은 어떤 부분을 지우게 될까 바람에 젖어 있는 하늘은 이미 반쯤 가뭄으로 노랗게 물들어 있다 찢어주기만 하면 되는 잡지와 오자투성이의 기사를 앞질러 가는 스타워즈의 자동차를 칸나나 팬지 혹은 패랭이꽃도 만들어줄 수 있는 2000년대의 저녁 10대의 젊은 낭만주의자는 무엇을 보낼 수 있을까 그들의 과거와 미래로
수리검
강유정
칼 잘 벼린 물살
부처 따위도 베어 보겠네
흐르는 물살 다스려 괴로움이거니
하룻밤
드는 칼날 무디어지는
그대 화냥년의 뱃질이겄네.
신문지로 바른 벽
강유정
어제는 술로써 일어났다
미안하구나
오랜 신문지로 바른 벽에는 거꾸로 박힌
활자 하나가 우리의 이름처럼 시끄럽고
나는 왜 그곳에 젖어서
바다에 내리는
비일까
여우비
강유정
낮잠의 밖으로
여우비는 얼마나 올까
이 세상 구겨놓은 이력서 몇 장
하루이틀 등짐 진 블록담 아래
마지막 붉은 귀의 채송화 몇 송이
"속임수의 술잠에서 깨어나서"*
지워졌다 새겨졌다 비 오는 거기까지
* 청(淸)의 화가 비단욱(費丹旭)의 야우도(夜雨圖)의 화제(畵題)에서
유년의 강물
강유정
몇 번인가 날이 풀렸다 우리는 터진 강에 나가면 누군가를 만날 것 같아 손끝을 불며 겨울을 났다 밤에 북극성 밑으로 텃새 몇 마리 주검으로 떠내려오고 쩡쩡쩡 갈라지는 별빛 아래 어깨를 다쳐서 날이 다시 얼곤 했다 손가락 열을 펴면 열의 상처가 강물 속으로 깊이 잠기는 것을 황홀하게 쳐다보곤 했다
유리창 그림의 예수
강유정
처음 보는 서쪽 창을 비워
붉은 벽돌의 지붕 위로 금을 그은 예수
그 위로 잘못인 듯 새가 한 마리
색색의 유리창 아래로
풀잎이 몇 풀빛인 채 있다.
이 강물 마시고
강유정
오늘은 이 산(山)을 무너뜨리고
내일은 저 산(山)을 쌓아 올린다.
저 길에서 이 강(江)을 마시고
이 길에서 저 강(江)을 토(吐)한다.
낡은 옷자락 터진 실밥으로
지나온 모든 산의
새의 노래를 꿰어
한 번 불러보고 잊을까
아는 노래는 불러 잊을 일이요.
내일은 다른 노래를 위해
저 기우는 산허리
씻겨진 강가에 나가
수억의 노래로 새로이 발을 다칠 일이다.
장터에서
강유정
몇 번인가 다시 데우는 우거지국.
잊혀진 노래였어
누가 불러도 노래가 아니고
장터엔 언제나 눈멀고 귀 멀어
조금씩 어두운 키로 마주 서서
국밥 한 그릇을 사 먹는다.
채송화
강유정
꽃 피는 소리 훤히 들려
차마 방을 나서지 못하는
햇빛 가득한 하루 낮
죽여보라는 듯 채송화는 돌을 싸고
적의로 가득 차서 타고 있는
청동제기
강유정
언제인가 그 이전엔가 그대와
흠감하던 귀울림
산에도 가득한 은박지 몇 장 넘어지면서
광약으로 닦은 청동제 제기
허리를 쥐어박힌 술잔 하나
청춘
강유정
비 내리는 단풍 끝 무슨 그리움이 남았는가
환하게 낡은 골목길 위로
우리는 젖어서 접었다 펴는 우산 사이
잠시 붉었다 지는 꽃이었다
폐차장
강유정
청바지 지퍼를 올리다 무릎에 받히는 강줄기를 달래며
폐차장 녹슨 버스 창틀 사이로 별들은 가지런히 떠 있었다
거리에는 언제나 풍부한 잊어야 할 과거와
외워야 할 미래들로 다시 풀들이 살아나고 있었다
비가 없어도 꽃은 어느새 피어났고
그것은 잠시만에 도시를 덮고 있었다
강물에 젖은 가 풀들이 누운 자리에
사람이 없어도 이 세기의 유물이 발굴될 미래가 있었다
푸른 삼각형
강유정
강이 만든 푸른 삼각형
그 건너에 무엇이 있어
모서리에 다쳐 뒤척이는 강물
벗어 버린 옷가지 몇 벌
꿈이 길어 짧은 이불을 당겨 덮는
당겨 덮는 세상
풀잎 사이
강유정
별 아래 어느 꽃잎인들 묶지 못하랴
가까운 더 가까운 그대 어깨 낯설게
연필 자국 같은 산이 풀잎에 기대어 있고
황토 언덕이면 슬픔이 빛날까
서성거리는 풀잎 사이로 까맣게 문질러서 묶지 못하는 꽃
풀잎 소묘
강유정
흠집처럼 못이 흐려 기슭에는 풀잎도 기대인 체이고
구개음의 강물 소리 가득한 백지에는
모로 눕기만 하는 연필
가로세로 몇 번 그어서
침 칠한 흑연 자국 같은 연습이었다.
풍경
강유정
황폐한 언덕 위에
버려진 자동차가 있고
그 곁에 들꽃이 피어 바람을 쓸고 있었다.
그 위로 새파란 하늘이
아아 새파란 하늘이 칼잠으로 뒤척이고 있었다.
홍매
강유정
탱자나무 그늘 잊었다
그늘 속에 홍매 몇 송이
가지처럼 빨간 라디오 안테나
조금 열려진 창 너머
잘 말라붙은 안개꽃
머리를 말리던 여자의 하얀 팔목
11월의 새
강유정
기다린 것은 부리 붉은 붉은 빗살 한 점인가
서슬 푸른 겨울비 사이
야윈 다리로 종종거리는 11월.
새로 붙인 창호지 문턱에
비 온 뒤 개울물 소리 소름 끼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