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음악회
허은순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천사의 집'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보육원이라 불러요. 나는 엄마, 아빠 이름도, 내 진짜 이름도, 태어난 날짜까지도 아무것도 모릅니다. 이런 경우는 여기 천사의 집에서조차 드문 일입니다. 아이들을 이곳에 맡기고 가더라도 생일은 언제인지, 이름은 무엇인지 정도는 알려 주기 때문이죠. 좀더 친절한 어른들은 언제 데리러 올 테니, 그때까지만 잘 돌봐 달라는 말을 남기기도 해요. 그러나 다시 데리러 오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여기에는 서너 살짜리 아이들부터 고등학교 언니, 오빠들까지 있어요. 천사의 집 아이들은 보통 아이들과 다른 것이 하나도 없어요. 나만 빼구요. 나는 보통 아이들하고 달라요. 휠체어가 없으면 아무 데도 갈 수 없고, 말도 또박또박하지 못해요. 게다가 얼굴은 일그러져 있어요. 그래도 할 수 있는 게 있어요. 삐뚤기는 해도 글씨는 쓸 줄 알아요.
언젠가 원장 어머니가 나를 장애아이들이 있는 보육원으로 보내려 한 적이 있어요. 그때 영철이 오빠가 나를 다른 곳에 보내면 자기도 천사원을 나가 버릴 거라고 하지 않았다면, 나는 여기 있지 못했을 거예요. 내 휠체어를 제일 편하게 밀어 주는 사람이 영철이 오빠예요. 나에게는 영철이 오빠가 꼭 친오빠 같아요.
참! 이렇게 한가하게 이야기하고 있을 때가 아니에요. 이제 다음 달이면 성탄절이잖아요. 지금 언니 오빠들이 연주회 준비하는 거 보러 가던 길이었어요. 우리 천사의 집에 가장 큰 자랑거리가 있다면, 바로 이거예요. '천사의 집 연주단.' 우리 언니 오빠들 실력을 무시하면 안 돼요. 천사의 집 연주 단원이 되려면 얼마나 연습을 많이 해야 하는데요. 나도 꼭 들어가고 싶은데, 몸이 말을 들어줘야 말이죠. 할 수 없죠, 뭐. 그래도 좋아요. 나는 열심히 들어 줄래요. 나같이 열심히 들어 주는 사람도 있어야 우리 언니 오빠들도 더 신이 나서 연주할 거예요.
천사의 집에 연주단이 생긴 것은 내가 여기 오기 전부터라고 해요. 지금은 고등학교 언니 오빠들로 만들어져 있는데, 중학생 때부터 연주 단원이 되려고 준비해요. 연주단이 되면 음악회에 초대되기도 하니까, 그 날은 언니 오빠들이 아주 신나는 날이죠.
작년 성탄절에는 거리로 나가 연주를 했는데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뭔가 싶어 웅성거리더니, 우리 언니 오빠들이 연주하는 걸 몇 곡 듣고 나서는 막 박수를 쳤어요. '앵콜, 앵콜!' 그러면서요.
올해 성탄절에는 여기에서 음악회를 열 거예요. 그동안 우리를 후원해 준 어른들도 많이 초대할 거라고 해요. 언니 오빠들이 열심히 연습하고 있으니까 아주 멋진 음악회가 될 거예요.
자, 다 왔어요. 여기예요. 영철이 오빠가 연주단 단장이에요. 저기 맨 앞쪽에서 바이올린을 켜고 있는 사람요. 아니, 안경 쓴 오빠말고, 그 옆에 있는 오빠요. 내 손가락 끝을 잘 보세요. 그리고 저기 있는 언니요. 빨대 같은 거를 불고 있는 언니, 저 언니는 미선이 언니예요. 미선이 언니가 불고 있는 거는 내가 아주 좋아하는 악기예요. 오보에래요. 빨대같이 생긴 걸 부는데, 어떻게 저런 소리가 나는지 모르겠어요. 나는 저 소리가 너무 좋아요. 나는 언니 오빠들이 저렇게 연주하는 걸 들을 때마다 내가 살고 있는 이 곳이 정말 천사의 집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원장 어머니가 언제나 그러셨거든요. 마음이 바르지 않은 사람에게서는 아름다운 소리가 나지 않는다구요. 저렇게 멋진 소리를 내는 우리 언니, 오빠들이야말로 천사가 아니면 누구겠어요.
어느 날, 연주단 언니 오빠들이 우르르 몰려와 텔레비전을 켰어요.
"이번엔 꼭 봐야 돼."
어찌나 소란스럽게 떠드는지 나도 궁금했어요.
"아직 시간 안 됐니?"
"저 선전 끝나면 나올 거야. 다른 데 틀지 말고 거기 놔 둬. 우리 은주도 잘 봐 둬라."
영철이 오빠가 텔레비전 앞으로 휠체어를 밀어주었어요.
언니 오빠들이 기다리던 건 연주회였어요. 미국에서 우리나라 바이올리니스트가 연주하는 걸 방송해 주는 거였어요. 아주 화려한 옷을 입은 바이올린 연주자가 천천히 걸어 나오니까 사람들이 크게 박수를 쳐요.
"나왔다, 나왔어. 백경미다!"
바이올린 연주하는 저 사람은 굉장히 유명한 사람이래요. 우리 언니들보다 나이도 별로 많지 않아 보이는데, 어떻게 저런 멋진 연주를 할 수 있는지 놀랍기만 해요. 활을 빠르게 움직이기도 하고, 천천히, 살살 움직이기도 하고, 때로는 손가락으로 바이올린 줄을 퉁기기도 했죠. 언니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넋을 놓고 쳐다봐요. 소리가 끊어질 듯 끊어질 듯 가늘게 이어지면,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하기만 해요. 그러다 활을 빠르게 움직이면, 언니들은 신이 나서 자기들이 바이올린 연주하는 것처럼 같이 따라하는 거예요.
텔레비전에서 연주가 모두 끝나자 바이올린 켜던 그 언니는 우리를 향해 활짝 웃었어요. 그 때 누군가 한숨을 쉬며 이렇게 말했어요.
"나도 저런 사람이랑 같이 연주해 봤으면……."
영철이 오빠였어요. 영철이 오빠는 눈을 꼭 감고 있었죠. 마치 꿈을 꾸는 것 같은 얼굴이었어요.
그때, 미선이 언니가 영철이 오빠 머리를 콕 쥐어박았어요.
"꿈 깨라, 꿈 깨. 응?"
모두 한바탕 웃었죠.
성탄절을 일주일 앞두고 지배인 아저씨가 왔어요. 이 아저씨는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에 꼽힐 만큼 큰 호텔 지배인이에요. 우리 천사의 집에 성탄절마다 찾아오는 손님이죠. 올해는 우리에게 조금 특별한 선물을 주고 싶다고 했어요.
"아저씨가 올해는 호텔 안에 아주아주 큰 크리스마스트리를 만들었어. 아저씨가 이 카드를 한 장씩 줄 테니까, 거기에 너희들이 받고 싶은 선물을 이 카드에 적어 줘. 그러면 아저씨가 너희들이 쓴 거를 전부 모아서 크리스마스트리에 달아 둘 거거든. 그리고 아저씨도 호텔에 묵고 있는 손님들 모두에게 카드를 보낼 거란다. 거기에다가 너희들 이야기를 하고, 천사의 집 친구들이 가지고 싶은 선물을 손수 준비해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놓아 달라고 할 거야. 어떠니, 아저씨 생각이?"
에이, 아저씨. 그런 건 우리에게 물어보고 말고 할 것도 없어요. 찬성, 대 찬성이에요!
아저씨는 카드를 한 장씩 나눠 주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금방 적어 냈는데, 나는 아주 오래 걸렸어요. 손이 내 맘대로 잘 움직이지 않거든요.
언니 오빠들은 조잘조잘 막 떠들면서 아주 신나 했어요. 아저씨가 어떤 거라도 좋다고 해서 나는 아주 특별한 선물을 생각해 냈어요.
그런데 어쩌면 안 될지도 몰라요. 내가 생각해도 이건 좀…… 어려울 것 같아요. 그래도 정말 내가 원하는 건 이거밖에 없는걸요.
아저씨가 천사의 집 아이들이 쓴 카드를 몇 개 읽어 주었어요.
"저는 김윤영이에요. 열다섯 살이에요. 저는 모자랑 장갑이 세트로 되어 있는 걸 갖고 싶어요. 될 수 있으면 빨간색이 들어가면 더 좋겠어요."
"나는 홍정미예요. 여덟 살이고요. 나만큼 큰 곰인형 받고 싶어요."
"나는 변신 로봇이 좋아요. 이름은 정윤수. 일곱 살이에요."
아저씨가 카드를 하나씩 읽어 주자, 아이들은 마치 진짜 선물을 받기라도 한 것처럼 신나서 난리예요.
다른 아이들이 다 쓸 때까지도 내가 끙끙대며 쓰고 있으니까, 언니 오빠들이 대신 써 준다고 해요. 나는 싫다고 했어요. 나도 비밀이 있다구요.
아저씨는 천사의 집 아이들의 소원이 담긴 카드를 가지고 호텔로 갔어요.
이제는 크리스마스 트리에 하나씩 모두 달아 놓겠지요?
그리고 크리스마스 트리에 달려 있던 카드는 점점 줄어들고, 대신 선물들이 트리 밑에 점점 쌓여지겠지요.
그런데 말예요. 내 카드는 누가 집어들까요? 하긴 그거 고른 사람은 어쩌면 다른 카드를 집을 걸 잘못했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만약, 만약에 말예요. 아무도 내 소원을 들어주지 않는다 해도 실망하지 않을 거예요. 내가 생각해도 그건 좀 어려워요.
드디어 성탄절 저녁이 되었어요. 천사의 집에서는 그 동안 우리를 후원해 주신 분들을 초대했어요. 아줌마, 아저씨가 많이 와서 기분이 너무 좋아요.
호텔 지배인 아저씨도 왔어요. 선물을 엄청나게 많이 가지고요. 아저씨가 한 사람씩 이름을 불렀어요. 천사의 집 아이들은 자기 이름이 불릴 때마다 소리를 지르고, 박수를 치면서 좋아해요. 편지를 써 넣은 사람도 있네요. 다섯 살짜리 용남이는 선물을 받아 들고는 팔짝팔짝 뛰었어요. 모두 자기가 카드에 적은 그대로 선물을 받았으니 이렇게 신나는 일이 또 어디 있겠어요. 아이들은 모두 선물을 받아 들고서 서로 자랑하느라고 정신이 없어요. 아이들 이름을 모두 다 불렀어요.
그런데요, 내 이름은 부르지 않아요. 어쩌면 이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정말 내가 적은 건 아무래도 너무 어려운 것이었나 봐요.
"어? 이상하다. 왜 우리 은주 건 없지?"
지배인 아저씨가 두리번두리번 선물 보따리를 다시 뒤져 보았지만, 남은 선물은 없었어요. 신이 나서 막 웃고 떠들던 언니 오빠들이 갑자기 조용해요. 모두 자기들 선물을 손에 들고 괜히 미안한 표정을 지어요. 나는 괜찮다고 하는데도 내 말을 제대로 못 알아듣는지 자꾸 쳐다봐요. 이럴 때는 말이라도 제대로 할 줄 알면 좋을 텐데.
미선이 언니는 자기가 받은 선물을 내 무릎에 놓아 주면서 이렇게 말해요.
"은주야, 이거 지금은 너한테 조금 클지 모르지만, 금방 맞게 될 거야. 어쩌면 네 카드가 중간에서 없어졌는지도 모르니까, 실망하지 마. 응?"
미선이 언니도 참, 나한테는 신발이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잘 알면서 괜히…….
영철이 오빠도 오빠가 받은 가방을 내게 내밀었어요.
"이제 보니 이 가방 은주한테 더 잘 어울리네."
나는 영철이 오빠 말이 거짓말이란 걸 알아요. 그 가방은 남자 거거든요.
"은주야, 이거 미안해서 어쩌지? 아저씨가 호텔에 가서 다시 한번 찾아볼게. 아저씨가 빠뜨렸나 보다."
아이 참, 이러지들 말아요. 나 때문에 연주회가 늦게 생겼어요. 나는 괜찮다구요. 언니 오빠들, 얼른 연주회 준비나 해요. 사람들이 기다리잖아요.
이렇게 말을 하고 있는데도, 입이 자꾸 돌아가서 말이 빨리 안 나와요. 아이구, 답답해.
드디어 천사의 집 연주단 차례가 되었어요. 지휘자 선생님 손짓에 따라 언니, 오빠들이 하나둘씩 올라갔죠.
'이제 곧 연주가 시작되는데…….'
언니 오빠들이 무대 위로 올라가는 걸 가만히 보았어요. 어쩐지 마음 한구석이 허전한 게 이상했어요.
사람들은 조용히 연주가 시작되기를 기다렸어요.
지휘자 선생님이 두 손을 들어 시작하려고 하는데, 바로 그 때!
"잠깐만요. 늦어서 죄송합니다만 제가 같이 연주를 해도 될까요?"
사람들은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어요.
그 여자는 얼마나 급하게 뛰어왔는지 숨을 몰아쉬고 있었어요. 반짝반짝 빛나는 빨간 드레스를 입고, 바이올린을 들고서요. 그 사람은 전에 우리가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그 언니였어요. 백경미. 바이올린 연주를 하던 그 언니요.
사람들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어요. '어라,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 하는 것 같았어요. 지휘자 선생님도 무척 놀라는 표정이었지만, 곧 백경미 언니를 무대 위로 올라오라고 손짓했어요.
백경미 언니는 지난번에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것처럼 천천히 멋있게 무대 위로 올라갔어요.
지휘자 선생님이 백경미 언니에게 귓속말로 뭐라뭐라 이야기를 해 주었어요. 이건 내 짐작인데요, 천사의 집 연주단이 어떤 곡을 준비했는지 이야기해 주는 것 같아요. 지휘자 선생님이 귓속말을 마치자 백경미 언니가 고개를 끄덕끄덕했거든요.
백경미 언니가 연주할 준비를 마친 듯 사람들에게 크게 고개 숙여 인사를 했어요. 사람들은 어떻게 된 일인지 몰랐지만, 박수를 크게 쳤지요. 나도 너무나 기뻐서 박수를 막 쳤어요. 마음으로만요. 헤헤.
천사의 집 연주단은 첫 곡으로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어요. 비록 텔레비전에서 본 것 같은 넓고 좋은 무대는 아니었지만, 바이올리니스트 백경미 언니와 같이 한무대에서 연주하게 될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요.
천사의 집 연주단 언니 오빠들은 어찌나 얼굴이 환한지 몰라요. 안 그래도 우리 언니, 오빠들 솜씨 기가 막힌데, 오늘은 정말 더 멋있어요. 영철이 오빠요? 영철이 오빠는 얼굴이 빨개져서 연주하는 동안 자꾸 백경미 언니를 쳐다보던 걸요. 헤, 오빠 좋겠다.
성탄절 찬송가를 연주할 순서가 되었을 때였어요. 백경미 언니가 다시 지휘자 선생님에게 다가가 귓속말로 무언가를 이야기했어요. 그러자 이번에는 지휘자 선생님이 고개를 끄덕였어요. 백경미 언니가 마이크 앞으로 나와 말했어요.
"여러분, 저는 바이올리니스트 백경미입니다. 오늘 저를 이렇게 멋진 무대에 초대해 주어 너무나 고맙습니다. 저는 미국에서 공연을 마치고, 성탄절 기념 연주하러 지난주에 서울에 왔어요. 제가 묶고 있는 호텔에는 큰 크리스마스트리가 있었는데, 특이한 장식이 달려 있었습니다. 방울이나 종 같은 것이 아니라, 카드가 잔뜩 달려 있더군요. 나중에 지배인 아저씨로부터 카드를 받고서 거기 달려있는 카드가 어떤 것인지 알게 되었어요. 천사의 집 친구들이 성탄절 선물로 갖고 싶은 걸 거기에 적어 놓았다죠? 저도 크리스마스트리에 달려 있던 카드를 하나 골랐어요. 제가 고른 것에는 이렇게 써 있었습니다.
'우리 천사의 집에서 성탄절 저녁에 음악회를 해요. 영철이 오빠는 진짜 연주자랑 같이 연주하고 싶대요. 우리랑 같이 연주할 사람을 보내 주세요. 조금 어려운 줄은 저도 알아요. 그래도 만약 들어줄 수 있다면 저도 예수님을 위해 노래를 부를 수 있게 해 주세요. 그날은 예수님이 태어난 날인데, 나도 뭔가를 드리고 싶어요. 6시예요.'
"제가 오늘 3시 공연이 있어서 끝나고 바로 왔는데도, 조금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이 카드를 쓴 친구, 은주, 양은주 어디 있죠? 이번에는 은주가 노래를 불러 줄 차례예요."
사람들은 웅성거렸어요.
여기요. 여기! 나, 양은주 여기 있어요!
선생님이 휠체어를 밀어 나를 무대 위로 올려 주었어요. 지휘자 선생님은 마이크를 내 앞으로 놓아 주었어요.
백경미 언니도, 지휘자 선생님도 모두 귀를 내게 가까이 대었어요. 이번엔 내가 뭐라뭐라 이야기하니까 두 사람이 같이 고개를 끄덕끄덕했어요.
백경미 언니는 내게 눈을 찡긋 하더니,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했어요. 나는 노래를 불렀어요.
"그 어이시 애쑤, 누 자이 어써 그 기아시 모이 구우 이네."(그 어리신 예수 눌 자리 없어 그 귀하신 몸이 구유에 있네."
나는 천천히 불렀어요.
백경미 언니도 내게 맞추어 천천히 연주했지요. 나는 2절도 잘 불러냈어요.
내가 이렇게 노래를 부르자, 사람들은 조금씩 조금씩 작은 목소리로 따라 불렀어요.
"귀하신 예수를 나 사랑하니 새 날이 밝도록 함께 하소서."
그런데요, 점점 사람들 목소리가 작아지더니,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요. 지휘자 선생님도요.
나는 이렇게 기뻤던 적이 없어요. 내가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예수님을 위해 노래를 부를 수 있다니! 그것도 저렇게 유명한 백경미 언니가 내 노래에 맞춰 바이올린으로 반주까지 해 주고.
내 노래가 다 끝나자 사람들이 어찌나 크게 박수를 치는지 귀가 떨어질 지경이었어요.
아유, 너무 그러지 마세요. 쑥스럽게…….
우리들의 음악회는 대성공이었어요. 사람들은 우리 음악회를 보고 '천사들의 음악회'라고 그랬어요. 그러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도 잊지 않았어요.
"이야, 우리 은주가 그렇게 노래 잘 하는 줄 정말 몰랐는걸?"
올해는 처음 불러 본 거니까 그 정도였구요. 내년에는 더 잘 할 수 있을 거예요. 자신 있다구요. 내년에 열릴 우리들의 음악회에는 누구를 초대할까?
음, 만약에 내년 성탄절에요, 좀 서툰 글씨로 적힌 카드를 보게 되거든, 나, 양은주가 보낸 거 아닌가 이름을 잘 봐 주세요. 내년에는 우리 천사의 집 연주단이 연습도 더 많이 해 둘 거니까요. 그 때 내 초대장을 받는 사람은 꼭 와 주세요. 꼭이에요. 자, 약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