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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 팽이

황금 팽이

허은순

 

준이는 팽이를 휙 돌렸어. 번쩍 번쩍 황금빛이 나는 팽이야.

"준아, 팽이는 집에서 돌리면 안돼. 방바닥이 찍혀서 엉망이 되잖니. 팽이를 돌리려면 나가서 하거라."

준이는 팽이를 주머니에 넣었어. 황금빛으로 번쩍거리는 팽이, 나무 팽이, 돌리면 무지개색이 되는 팽이, 쇠로 만들어진 팽이,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낡고 찌그러진 팽이야.

"무슨 팽이가 그렇게 많니? 뭐에 쓰려구?"

"이게 얼마나 소중한 건데요. 이 황금 팽이는 내 보물 1호예요."

준이는 팽이를 주머니에 집어넣고 밖으로 나갔어.

준이는 골목으로 나가 주머니에서 팽이를 하나 꺼냈어. 황금빛으로 번쩍거리는 팽이였지. 준이는 줄을 꽁꽁 감아 휙 팽이를 돌렸어. 빙글빙글 돌 때마다 번쩍번쩍 황금빛이 나. 준이는 노래를 불렀지.

"돈다 돌아 내 팽이, 멈추지 말고 돌아라."

그때,

"나도 그 팽이 좀 돌려보자."

하면서 고양이가 왔어.

"이건 안 돼. 이건 내가 제일 아끼는 거야."

"그럼, 다른 거라도 돌리게 해 줘, ?"

준이는 주머니에서 나무 팽이를 꺼내 고양이에게 주었어. 고양이가 팽이를 휭휭 돌리면서 신나게 노래를 불러.

"돈다 돌아 내 팽이. 멈추지 말고 돌아라."

준이는 고양이와 함께 노래를 부르며 팽이를 돌렸어. 그때였지.

"나도 그 팽이 좀 돌려보자."

털복숭이 강아지가 나타났어.

"이건 안 돼. 이건 내가 제일 아끼는 팽이야."

"그럼 다른 거라도 좀 돌려보자."

준이는 강아지에게 무지개 팽이를 주었어. 강아지도 신이 나서 빙글빙글 팽이를 돌렸어. 그러면서 노래를 부르는 거야.

"돈다 돌아 내 팽이. 멈추지 말고 돌아라."

준이는 노래를 부르며 고양이랑 강아지랑 같이 팽이를 돌렸어.

팽이 세 개가 번쩍번쩍, 휭휭, 빙글빙글 돌아가네.

"나도 그 팽이 좀 돌려보자."

하면서 이번에는 송아지가 목에 방울을 딸랑거리면서 나타났어.

"이건 안돼. 이건 내가 제일 아끼는 팽이야."

"그래? 그럼 다른 건 없니?"

준이는 묵직한 쇠 팽이를 송아지에게 주었어. 송아지는 쌩쌩 팽이를 돌리며 이렇게 노래를 불렀지.

"돈다 돌아 내 팽이. 멈추지 말고 돌아라."

준이는 고양이랑 강아지랑 송아지랑 노래를 부르며 팽이를 돌렸어.

해가 조금 기울어가.

그때 다시,

"그 팽이 나 좀 돌려보자."

돼지가 고구마를 먹으면서 나타난 거야.

"이건 안돼. 이건 내가 제일 아끼는 팽이야."

"그럼 다른 거라도 좀 돌려보자, ?"

"이젠 이 찌그러진 팽이 하나밖에 없어."

준이는 낡은 팽이를 꺼내 보이며 말했어.

"그거라도 좋아."

준이는 돼지에게 찌그러진 팽이를 주었지. 돼지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팽이를 돌렸어.

"돈다 돌아 내 팽이. 멈추지 말고 돌아라."

돼지가 돌린 팽이는 찌그러져서 그런지 기우뚱기우뚱 돌아가.

준이는 고양이랑 강아지랑 송아지랑 돼지랑 모두 다함께 팽이를 돌렸어.

번쩍번쩍, 휭휭, 빙글빙글, 쌩쌩, 기우뚱기우뚱 팽이 다섯 개가 돌아가네.

". 이거 봐."

준이는 돌아가는 팽이를 줄로 감더니 높이 띄워 손바닥에 올려놓고 돌리기 시작했어.

그러자, 고양이, 강아지, 송아지, 돼지의 눈이 놀라서 동그래졌어. 모두 준이 손바닥에서 돌고 있는 황금 팽이를 쳐다보았지.

"우와! 멋지다."

고양이가 준이처럼 줄로 팽이를 쳐올려서 손바닥 위에 놓으려고 했어.

그러나 고양이의 나무 팽이는 땅바닥에 퍽 박혀 멈추고 말았지.

이번에는 강아지가 줄로 팽이를 탁 쳐올려 손바닥으로 받으려고 했어.

그러나 강아지의 무지개색 팽이는 강아지의 머리에 떨어졌고. 송아지도 따라 했어.

그런데 송아지의 쇠 팽이는 송아지가 휘두른 꼬리에 맞아 나가떨어지고 말았지.

고구마를 먹으면서 팽이를 돌리던 돼지도 따라 했어.

하지만 돼지의 낡은 팽이는 높이 올라갔다가 내려오더니 돼지 콧구멍에 푹 박히고 만 거야.

돼지는 너무 놀라서 먹고 있던 고구마를 떨어뜨렸어. 준이도 고양이도 강아지도 송아지도 모두 배를 잡고 깔깔대며 웃었지.

준이는 다시 팽이를 돌리며 노래를 불렀어.

"돈다 돌아 내 팽이. 멈추지 말고 돌아라."

고양이도 강아지도 송아지도 돼지도 다시 팽이를 돌렸어. 번쩍번쩍, 휭휭, 빙글빙글, 쌩쌩, 기우뚱기우뚱 팽이 다섯 개가 돌아가네. 모두 다같이 노래를 부르며 팽이를 돌렸어. 저녁 하늘에 노을이 짙어가.

"준아, 저녁 먹을 시간인데 아직도 혼자서 팽이를 돌리고 있니?"

엄마가 골목까지 나오셨어.

"아니에요. 나 혼자 하지 않았어요. 이 나무 팽이는 고양이가 돌린 거고, 이 무지개색 팽이는 강아지가 돌린 거고, 이 쇠 팽이는 송아지가 돌린 거고, 이 낡은 팽이는 돼지가 돌린 거예요, 엄마."

"·····."

엄마는 아무 말 않고 번쩍번쩍, 휭휭, 빙글빙글, 쌩쌩, 기우뚱기우뚱 돌고 있는 팽이를 바라보셨지.

준이가 팽이를 주머니에 넣고 엄마 손을 잡고 집으로 가는데, 준이 뒤에서 동물들의 말소리가 들려.

"얘들아, 내일은 내가 꼭 저 황금팽이를 돌려 볼 거야."

"나도."

"나도."

"나도."

고양이랑 강아지랑 송아지랑 돼지가 서로 이렇게 이야기하는 거야.

준이는 주머니에서 황금팽이를 꺼내어 꼭 쥐며 이렇게 말했지.

"안돼. 이건 내가 제일 아끼는 팽이야. 내 보물 1호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