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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클베리 핀의 모험 2

17장 그랜저포드 가의 한 식구가 되다

1분가량이 지나자 누군가가 창밖으로 머리를 내놓지 않은 채 소리를 질렀다. "이놈들. 그만 짖어. 거기 있는 건 누구지." 나는 대답했다. "나예요." "나라니, 누구야." "조지 잭슨이에요." "무슨 일이냐." "아무 일도 없습니다. 앞을 지나고 싶은데 개들이 지나가게 하지 않아요." "이런 밤중에 뭣 점에 이 근처를 배회하고 있는 거냐, ." "배회하고 있는 게 아니고 기선에서 떨어졌어요." ". 그러냐. 누가 불 좀 켜라. 이름은 뭐랬지." "조지 잭슨이에요. 아직 애예요." "이봐, 정말이라면 무서워할 것 없다. 아무도 너에게 해를 끼치진 않아. 하지만 움직여선 안 돼. 가만히 거기 점잖게 서 있어. 누가 봅이나 톰을 좀 일으켜서 총을 가지고 오너라. 조지 잭슨. 너 누구 동행이 있느냐." "아뇨, 아무도 없어요." 이때쯤 해서 집 안에선 사람들이 이리저리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고 불빛이 보였다. 사나이는 소리를 질렀다. "그 불을 저쪽으로 비켜, 이 벳시의 바보놈아. 그만한 머리도 없어, 그걸 현관문 마루에다. 놓으란 말이다. , 너와 톰이 준비가 다. 되었거든 너희들 자리로 가라." "준비 완료." ". 그럼 조지 잭슨, 넌 세퍼드슨 집을 알고 있느냐." "아뇨.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 그럴지도 모르지,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고. . 준비는 다. 됐다. 조지 잭슨, 앞으로 나와 봐라. 이봐라. 서두르는 게 아냐. 아주 슬슬 오란 말이다. 만일 동행이 있다면 그놈은 뒤에다. 남겨 두고 와. 그놈이 나오면 쏴 죽인다. , 나오너라. 슬슬 와. 문은 네가 열어. 몸을 모로 해서 몸 하나 들어올 정도로 여는 거다. 알겠는가." 나는 서둘지 않았다. 서둘자고 생각해도 서둘 수가 없었다. 한 번에 한 걸음씩 천천히 걸어 발소리도 내지 않았다. 다만 내 가슴의 고동 소리만이 들리는 것 같았다. 개들도 사람들처럼 죽은 듯이 가만히 있었지만 내 조금 뒤에서 따라왔다. 통나무 세 개로 만든 계단 있는 데까지갔을 때에 자물쇠를 열고 빗장을 뽑고 열쇠를 푸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문에다. 손을 걸치고 조금씩 여는데 어디선가, "자 그걸로 됐어. 머리를 안으로 넣어 봐." 나는 하라는 대로 했지만, 머리가 잘려 버리는 게 아닌가 하고 겁이 났다.

마루 위에 촛불이 놓여 있고, 거기 전원이 모여 나를 흘낏흘낏 쳐다보고 있었다. 나도 그들을 흘낏흘낏 쳐다본 것은 약 15초가량이었다. 키가 큰 세 사나이가 나에게 총부리를 대고 있어 나는 그만 질겁을 하고 말았다. 제일 연상은 백발로 60세가량이었다. 나머지 두 사람은 30세 남짓한 사나이 들인데, 세 사람 모두 호남이었다. 그밖에 더할 나위 없이 상냥해 보이는 백발의 노부인, 그 뒤로 잘 보이진 않았지만 젊은 여자 둘이 있었다. 노신사는 입을 열었다. ", 괜찮을 것 같다. 들어오너라 "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곧 노신사는 문에 자물쇠를 채우고 빗장을 찌르고 걸쇠를 걸고는 젊은 사나이들에게 총을 가지고 따라 들어오라고 한다. 그들은 전원이 마루에 융단을 깐 커다란 객실로 들어가, 집 정면 쪽에 붙어 있는 창 반대쪽 한구석에 서 있었다. 옆으론 창이 없었다. 그들은 촛불을 쳐들어 얼굴을 잘 들여다보더니, "아니, 이 앤 세퍼드슨 집사람은 아냐 전혀 세퍼드슨을 닮은 점이 없어" 했다. 그다음 노인은 무기를 가졌나 찾아볼 테니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악의가 있어서 하는 짓이 아니라 그저 확인하기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노인은 주머니 속에까지 손을 넣지는 않고 그저 겉에서 한번 슬쩍 훑어보는 정도로 하더니 노인은 나에게 마음을 턱 놓으라고 하고서, 사정 이야기를 전부 털어놓으라고 했다. 그러나 노부인이 끼어들었다. "아니, 여보, 저 애 꼴 좀 보오. 참 불쌍도 해라 온통 젖어 있는 게 아뇨. 저걸 좀 봐요. 그리고 배도 고플 거라고 당신은 생각하지 않우." "당신 말이 옳아, 난 깜박 잊고 있었군." "벳시 (이것은 흑인 여자였다),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이 애에게 먹을것을 준비해 줘, 거 참 가엾구나. 그리고 너희들 중 하나가 가서 벅을 깨워서 이렇게 일러라. 옳지, 바로 벅이 저기 왔구나, 벅 너 말이다. 이 꼬마 손님을 데리고 가서 젖은 옷을 벗기고, 마른 네 옷을 아무거나 하나 입히도록 해라."

덕이라는 애는 내 또래의 소년이었다. 열셋이나 열넷 정도였지만 나보다는 좀 몸집이 컸다. 입고 있는 것이라곤 셔츠 한 장으로 머리칼은 밤송이처럼 까실까실한 머리였다. 하품을 하고 눈을 주먹으로 비비면서, 또 한쪽 손으로는 총을 끌고 들어오면서 "세퍼드슨 집 놈들이 온 게 아냐." 하고 물었다. 거기 있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잘못된 일이라고 했다. "응 그래. 만일 있기만 했다면, 난 한 놈쯤은 죽였을 텐데" 그 말에 전원은 깔깔 웃었다. 봅이 입을 열어, "이봐 벅, 하마터면 우리 모두의 머리 껍질을 벗겨 갔을지도 모를 뻔했구나, 네가 이렇게 늦게 왔으니" 하고 놀려댄다. "하지만 아무도 날 불러 주는 사람이 없잖았어. 모두 나빠. 언제나 난 낙제야. 솜씨를 보여 줄 기회가 전혀 없어." "걱정할 거 없다." 노인이 끼어들었다. "앞으로는 기회가 얼마든지 올 테니까 서둘 필요는 없다. 자아, 어서 가서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해라."

이층 벅의 방으로 올라갔더니, 벅은 자기 셔츠와 짧은 저고리와 바지를 내주었으므로 나는 그것들을 입었다. 입고 있는 동안 벅은 나에게 이름이 뭐냐고 묻고는 내 대답을 기다릴 것도 없이, 그저께 숲속에서 잡은 여치와 토끼 새끼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촛불이 꺼졌을 때 모세가 어디 있었는지 아느냐고 물었다. 나는 모른다고 대답했다. 아직 그런 얘길 들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 맞춰 봐."

벅이 종주먹을 댔다. "한 번도 그런 얘길 들은 적이 없는데 어떻게 맞춰 본단 말이야." "그래도 맞춰 보면 되잖아. 아주 간단한 거야 " "어느 초인데." "어느 초냐고. 아무 초이면 어때 " "모세가 어디 있었는지 알게 뭐야. 어딨었어." "뭘 그래, 아주 컴컴한 속이지. 그 속에 모세가 있었어." "그럼 어딨었는지 그렇게 잘 알고 있으면서 뭣 땜에 나한테 물은 거냐." "이런 바보, 이게 수수께끼라는 거야, 몰라, . 이봐 넌 언제까지 여기 있을 작정이냐. 언제까지 있잖으면 안 돼. 모두 다 재미있는 것뿐이야 아직 학교는 없고. 너 개 있니. 난 한 마리 있어. 이놈은 말이야, 나무 부스러기를 강에다. 던지면 막 가서 물고 온다. 넌 공휴일 날에 빗으로 머리를 잘 가리는 등 그런 바보 수작을 이러쿵저러쿵하는 게 좋으냐. 난 아주 싫어 죽겠어. 하지만 엄마가 그렇게 시켜 이 헌 바지 새끼 말이야, 꼭 죽겠어. 입는 게 좋으리라곤 생각하지만 입기 싫어 참 죽겠어, 더워 준비됐니. 그럼 됐어. , 가자, 이 친구야." 차가운 옥수수 방과 차가운 콘비프와 버터와 탈지유 - 이러한 것들이 아랫방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 후 오늘날까지 이보다. 더 맛있는 것을 먹어 본 기억이 없다. 벅도, 벅의 어머니도, 다른 식구들도 모두 다 옥수수 파이프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이라곤 어디로 가버린 검둥이 하녀와 젊은 두 딸뿐이었다. 모든 사람들은 담배를 피우며 얘기를 했고, 나는 먹으면서 얘기를 했다. 젊은 여자들은 누비이불을 몸에 두르고, 머리카락을 등 아래로 흘려 떨어뜨리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나에게 여러 가지 것을 묻길래, 나는 아빠와 나와 모든 집안 식구들이 아칸소의 남단에 있는 조그마한 농장에서 살고 있었는데, 누나 메리 앤이 집을 도망쳐 나가 결혼한 이래로 소식이 없으므로 빌이 이 누나 부부를 찾아서 나간 것인데 이 빌도 소식이 끊어지고 말았다. 그리고 톰과 모트는 세상을 떠나고 말았으므로 나와 아빠 둘만 남게 된 것인데, 아빠는 너무도 고생을 많이 해서 꼴이 말이 아니었으며, 결국 아빠마저 세상을 떠나고 말자, 본래 이 농장은 우리들의 것이 아니었으므로 남은 것을 챙겨서 3등으로 강을 올라오게 된 것인데, 그만 강에 떨어지고 말아 결국 여기 이렇게 오게 된 운명이 되고 말았다고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집안 식구들은 내가 있고 싶을 때까지 얼마든지 있어도 좋다고 했다. 이럭저럭 하는 동안에 거의 새 벽이 되어 모두 잠자리에 들었고, 나는 벅과 함께 잤다.

아침이 되어 눈을 떠보니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이냐, 나는 자기 이름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만 것이 아닌가. 그래서 한 시간쯤 드러누운 채 이리저리 생각해 내려고 하고 있는데, 그때 벅이 눈을 떴으므로 나는 이렇게 물었다. ", 너 철자법을 아니." "알구말구." "내 이름자는 쓰지 못할 거야." "할지 못 할지 어디 내기할래." "좋아, 어디 해봐." "G - e - o - r - g - e J - a - x - o - n , 어때." 자못 의기양양하다. "옳지, 참 용쿠나 못할 줄만 알았더니, 그저 아무렇게나 댈 수 있는 이름자는 아니니까 공부하지 않고서는" 나는 몰래 그것을 적어 두었다. 누가 다음에 대보라고 할지도 모를 일이고, 그때에는 내가 이 이름에 익숙해 있는 듯이 술술 대고 싶었기 때문이다. 가족들도 매우 좋은 사람들이었고 집도 또한 훌륭했다. 나는 아직까지 시골에서 이만큼 훌륭하고, 이만큼 품위가 있는 집을 본 적이 없었다. 현관문에는 쇠걸쇠도 사슴 가죽끈이 달린 나무로 만든 걸쇠도 없이, 도회지의 집에서 보는 것과 같이 놋쇠 손잡이를 돌리게 되어있었다. 시골의 사랑방에는 침대라곤 하나도 없고, 침대를 놔둔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도회지의 집 사랑방에는 침대를 파둔 방이 얼마든지 있다. 커다란 난로는 그 바닥이 벽돌로 깔려 있고, 그 벽돌은 물을 부어 다른 벽돌로 문질러 늘 깨끗하고 새빨갛게 해놓고 있었다. 때로는 도회지에서 하는 것처럼, 스페인 갈색이라고 불려지는 빨간 물감으로 씻어낼 때도 있었다. 커다란 놋쇠 장작통은 제재용 통나무까지도 넣을 수 있을 정도였다. 난로 한복판에는 시계가 놓여 있었고, 유리로 된 정면 하부 절반에는 어느 도회지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그 한복판의 둥근 곳은 태양으로 되어있고, 그 뒤에는 추가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이 시계의 똑딱똑딱하는 소리는 참 아름다웠다. 가끔 행상인 하나가 와서 시계를 깨끗이 청소하고 조절해 놓으면 태엽이 모두 풀릴 때까지 뗑뗑 하고 150번이나 계속해서 치는 수가 있었다. 집안 식구들은 아무리 값을 많이 주어도 이 시계를 팔아 버리려고 하지 않았다. 시계 양쪽에는 커다란 외국풍의 앵무새가 놓여 있었다. 백묵 같은 것으로 되어있고, 화려한 색으로 그려져 있었다. 앵무새 한 마리 옆에는 도자기로 만든 고양이가 있고, 또 한쪽 앵무새 옆에는 도자기 개가 놓여 있었다. 이 고양이와 개를 꾹 누르면 찍찍하고 소리를 내는 것이었는데, 입을 여는 것도 아니고, 표정을 바꾸는 것도 아니고, 재미있어하는 기색도 보이지 않았다. 그 찍찍하는 소리는 아래쪽에서 났다. 이러한 물건 뒤에는 야생 칠면조 깃털로 만든 커다란 부채가 한 쌍 펼쳐져 있었다. 방 한가운데에 있는 테이블 위에는 능금과 글과 복숭아와 포도를 수북이 담은 멋진 도자기로 만든 바구니 같은 것이 놓여 있는데, 그것들은 진짜보다는 훨씬 빨갛고, 훨씬 노랗고, 훨씬 아름다웠지만 진짜는 아니었다. 그 증거는 색이 벗겨진 아래에서 석고니 그것 비슷한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이 테이블에는 아름다운 커버가 덮여 있었다. 적색과 청색 날개를 편 독수리가 그려져 있고 가장자리에도 빙 둘러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이것은 멀리 필라델피아에서 왔다는 것이었다. 테이블 양 끝에는 책이 몇 권 아주 단정하게 포개 놓여 있었다. 한 권은 그림이 많이 들어 있는 대형 가정용 성서였다. 다른 한 권은 '천로역정'이라는 책으로 집을 나간 사나이의 이야기지만, 무슨 이유로 집을 나갔는지는 쓰여 있지 않다. 이 책을 나는 가끔 읽은 일이 있다. 이야기 줄거리는 재미있었지만 어려웠다. 또 한 권은 '우정의 선물'이라는 책으로, 아름다운 문구와 시가 잔뜩 들어 있었지만 난 시는 읽지 않았다. 또 한 권은 헨리 클레이(미국의 웅변가)의 연설집이고, 또 한 권은 건 박사의 '가정의학 사전'으로, 이 책에는 누가 병이 나거나 죽거나 했을 때 어떻게 하면 된다는 이야기가 잔뜩 쓰여 있는 책이었다. 찬송가도 한 권 있었고, 그 밖의 책도 많았다. 튼튼한 고급·등의자가 몇 개 놓여 있었다. 한가운데가 헌 광주리처럼 움푹 들어가 갈라진 물건은 아니었다. 벽에는 그림들이 몇 장 걸려 있었다. 주로 워싱톤과 라파이에트(독립군에 몸을 던져 미국을 원조한 프랑스의 혼혈아. 1757~1834)의 그림, 전쟁 그림, 하이랜드 메리(스코틀랜드의 시인. 번즈의 정인. 매리 캠펠과 매리 모리슨에게 주어진 칭호)의 그림 등으로, 그중에 하나 '독립선언서 서명'이라는 표제의 그림도 있었다. 크레용화도 몇 장 있었지만, 그것은 이 집의 죽은 딸이 열다섯 살 때 손수 그린 것이었다. 이 그림은 내가 아직까지 보아 온 어떤 그림과도 달랐다. 대체로 보통 그림보다는 색이 검었다. 한 장은 날씬한 검은 옷을 입은 여자의 그림으로. 겨드랑 아래를 혁대로 졸라매서 잘름 가늘게 한 매끈한 까만 드레스, 소매 한 가운데가 양배추 모양으로 부풀어 올라 있고, 삼 비슷한 모양의 커다란 밀짚모자에 검은 베일, 까만 테이프를 옆으로 감은 희고도 날씬한 발목, 끌처럼 아주 작은 까만 구두를 신고 있는 몸차림으로 수양버들 아래에 서서 근심에 잠겨 바른쪽 팔꿈치를 묘석 위에다. 괴고, 이만큼 옆으로 떨어져 있는 다른 쪽 손에는 횐 손수건과 손가방이 쥐어져 있었다. 그 그림 밑에는 '슬프도다. 재회의 날은 또다시 없는가'라고 쓰여 있었다. 또 한 장은 머리칼을 머리 꼭대기로 말끔히 치켜 올려가지고는 의자 등처럼 생긴 빗 앞에서 땋고 있는 젊은 귀부인의 그림으로, 그 여자는 손수건을 얼굴에다. 대고 울고 있는 것인데, 한쪽 손에는 죽은 새가 발을 위로 치켜든 채 나자빠져 있었다. 그 그림 아래에는 '슬프도다. 그대의 구슬 같은 노랫소리를 다시는 들을 수 없는가'라고 쓰여 있었다. 창가에서 달을 쳐다보고 있는 젊은 여자의 그림도 있었다. 눈물이 뺨을 흘러내리고 있었고, 손에는 한쪽 끝에 까만 봉랍이 붙은 밀봉을 뜯은 편지를 들고 있고, 그리고 쇠줄 한쪽이 달린 로켓을 입에다. 누르고 있었다. 그 그림 밑에는 '슬프도다. 그대는 가버렸는가, 그렇다. 그대는 가버렸도다'라고 쓰여 있었다.

이 그림들은 모두 잘 된 그림이라곤 생각하지만 웬일인지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 좀 기분이 나쁠 때에 이러한 그림을 보면 마음이 어수선해지기 때문이다. 이 소녀는 이러한 그림을 아직도 얼마든지 그릴 작정으로 있었기 때문에 누구나 이 소녀의 죽음을 슬퍼했지만, 그녀가 그린 그림만 보더라도 얼마나 중요한 인물을 이 가족이 잃었는가를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질의 사람으로서는 차라리 무덤 속에 들어가 있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을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발병했을 때에는 집안 식구들이 이거야말로 이 소녀의 최대 걸작이라고 부른 그림에 착수한 것이어서, 소녀는 밤낮으로 이 그림을 끝마칠 때까지 자기 목숨을 살려 주었으면 하고 기원했지만, 끝내 그 소원은 성취되지 못했다.

그것은 횐 장의를 몸에 감은 젊은 여자가 이제라도 당장 물속에 뛰어들려는 자세로 다리 난간에 서 있는 그림으로, 머리칼은 온통 잔등으로 흘러 떨어져 있고, 눈물이 흐르는 얼굴로 달을 쳐다보고 있었다. 두 팔은 가슴 위에 십자로 팔짱을 끼고 있었고, 또 두 팔은 앞으로 쑥 뻗쳐 있고, 나머지 두 개는 달을 향해 뻗쳐 있었다. - 이렇게 팔이 많은 것은 어느 팔이 제일 근사하게 보이는가를 연구하여 그 나머지 불필요한 팔은 모두 지워 버릴 작정이었지만, 아까도 얘기한 것처럼 결심이 붙기 전에 죽어 버리고 말았으므로 이 그림은 이 소녀의 방 침 대머리에 걸려 있었고, 해마다. 소녀의 생일이 오면 집안 식구들이 그 앞에다가 헌화한다. 그 이외에는 늘 조그마한 커튼으로 가려져 있었다. 이 그림의 젊은 여자는 귀엽고 상냥한 얼굴을 하고 있었는데, 너무도 팔이 많아서 나에게는 마치 거미처럼 보였다. 이 소녀는 생전에 스크랩 북을 만들고 있어 '장로교회신문'에서 사망 기사, 사고 기사, 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사람들의 기사 등을 오려내어 붙여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맨 끝에다. 손수 생각해 낸 시를 써넣어 두었다. 여간 잘된 시가 아니었다. 이것은 스티븐 다올링 봇스라고 하는, 우물에 빠져서 죽은 소년에 관해서 쓴 시였다. 스티븐 다올링 봇스에게 바치는 송시

스티븐은 병에 걸려 ,

젊은 스티븐은 세상을 떠났는가.

슬픈 마음은 괴로워했던가

상중의 사람들은 울었던가.

그렇지는 않았도다.

젊은 스티븐 다올링 봇스의 운명은.

슬픈 마음은 괴로웠지만

그것은 병 때문은 아니었나니.

백일해가 그 몸을 괴롭힐 것도 아니고,

또 홍역의 종기가 그 몸을 망치고 만 것도 아니었나니,

이러한 것들이 스티븐 다올링 봇스의 슬기로운 이름을

더럽힐 것은 아니었나니,

곱슬진 머리를 친 것은

헛된 사랑 때문도 아니었고,

저 젊은 스티븐을 쓰러뜨린 것은

위병도 아니었나니

눈에다. 눈물을 머금고 들을지어다.

그의 운명을.

우물에 빠져서 이 차디찬 세상을 떠났나니

그의 영혼은

우물에서 건져내어 물을 토하게 했지만

슬프도다. 때는 이미 늦었나니.

그의 영혼은

전지전능한 천국으로 드높이

사라졌나니

채 열네 살도 못된 소녀의 몸으로 이러한 시를 쓸 수 있었던 에메라인 그랜저포드가 만일 아직도 살아 있다면 그 장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 아무도 예측할 사람은 없으리라. 에메라인은 시 같은 건 문제없이 술술 지어낼 수 있었다고 벅이 말했다. 도중에서 손을 쉬고 생각할 것도 없었다는 것이다. 단숨에 한 줄을 쓰고, 그것에 운이 맞는 시구가 머리에 떠오르지 않는다면 지워 버리고 다른 또 한 줄을 단숨에 고쳐 쓴다. 이렇게 시를 짓는다고 벅이 말했다. 에메라인은 소재에 관해서 별로 까다로울 것도 없이, 슬프기만 하면 아무거나 시로 지어낼 수 있었다. 남자건 여자건 애건 할것없이, 죽기만 하면 반드시 에메라인은 시체가 식기도 전에 '공양사'를 지어가지고 그 집으로 가는 것이었다. 에메라인은 그러한 시를 '공양사'라고 불렀다. 마을 사람들의 입에서는 제일 먼저 의사, 둘째가 에메라인, 셋째가 장의사의 순서라는 말이 나오게 되었다. 장의사는 에메라인보다. 먼저 간 일이 절대로 없었는데, 꼭 한 번 먼저 가게 된 일이 있었다. 그때는 죽은 사람의 위슬러라고 하는 이름에 맞는 운이 얼른 머리에 떠오르지 않아 그것을 찾아내느라고 쩔쩔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후부터는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변해 버렸고, 결코 불평을 말하는 법은 없었지만 자꾸만 마르는 것이 그후 얼마 살지 못했다. 불쌍한 에메라인 그녀의 그림에 화가 나 그녀 일로 약간 기분이 나빠질 땐 나는 곧잘 에메라인의 방으로 올라가 그 스크랩북을 꺼내어 읽곤 했다. 나는 죽은 사람까지 넣어서 집안 식구가 모두 마음에 들었고, 그래서 언제까지나 정을 붙이며 살아가고 싶었다. 불쌍한 에메라인은 생존시에는 죽은 사람들에게 시를 지어 주었지만 그녀가 세상을 떠나고 만 이제 아무도 에메라인에게 시를 지어 주지 않는 것은 불쌍하다고 생각되어 나는 손수 한두 절을 지어 보려고 큰 노력을 해보았지만, 웬일인지 잘 해낼 것 같지가 않았다. 집안 식구들은 에메라인의 방을 깨끗하고도 단정히 치워 놓고는 무엇이나 다. 에메라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대로 해놓고는 아무도 그 방을 사용하지 않았다. 검둥이 하인이 몇 사람 있는데도 노부인은 손수 이 방을 치웠으며, 여기서 바느질을 하기도 하고 또 성서를 읽기도 했다. 이제까지 얘기한 사랑방 창에는 아름다운 커튼이 걸려 있었다. 흰 바탕에 벽이 온통 덩굴로 덮인 성과 물을 마시러 오는 가축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오래된 조그마한 피아노도 있고, 그 안에 함석 냄비가 몇 있는 것같이 생각되었는데, 젊은 부인들이 '최후의 고리는 끊어지고 말았네'를 노래 부르거나, 피아노로 '프라그의 전투'를 치는 것을 듣고 있으면 이보다도 더 아름다운 것은 없을 것만 같았다. 어느 방의 벽도 석고로 하얗게 발라져 있고, 방마다. 마루에는 융단이 깔려 있고, 집 전체의 외부가 하얗게 칠해져 있었다. 이 집은 두 채로 되어있는데, 두 채 사이의 넓은 공지에는 마루를 깔고, 지붕을 올리고 있어 때때로 여기다. 식탁을 준비했는데, 시원하고 기분이 좋은 장소였다. 이보다. 더 좋은 장소가 어디 있으랴. 음식도 좋고, 또 분량도 넉넉했다.

 

18장 왜 하니는 모자를 가지러 가는데 말을 몰았는가

그랜저포드 대령은 신사였다. 철두철미한 신사였다. 집안 식구들도 그러했다. 대령은 소위 세상에서 말하는 대로 양가 출신이었고, 그것은 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사람에 있어서도 매우 중대한 일이라고 더글라스 과부댁이 말하고 있었다. 그리고 과부댁이 우리 마을에서 제일급 가는 귀족이라는 것을 누구 하나 부정한 사람은 없다. 하기야 우리 아빠 같은 건 신분으로 해서 말하자면 메기만도 못한 위인이었지만, 이 아빠까지도 늘 그런 말을 하고 있었다. 그랜저포드 대령은 아주 키가 컸으며 체격이 날씬했다. 얼굴색은 혈기라곤 조금도 찾을 길이 없이 푸르죽죽했다. 아침마다. 그 마른 얼굴을 깨끗이 면도질을 했다. 입술은 더할 나위 없이 얇고, 콧구멍은 가늘고 코는 높고, 눈썹은 진하고, 까만 눈은 너무나 깊이 움푹 들어가 있는 까닭으로 말하자면 동굴 안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는 격이었다. 이마는 높고, 머리칼은 백발이 희끗희끗 섞였으며, 똑바로 어깨까지 흘러 떨어져 있었다. 손은 길고도 가늘었고, 일생을 통해서 매일같이 깨끗한 셔츠를 입고 있었고, 격식대로 단정히 의관을 갖춘 한 벌의 모시옷은 눈이 부실 정도로 순백색이었다. 일요일에는 놋쇠 단추가 달린 푸른색의 연미복을 입었다. 마호가니 스틱에는 은 손잡이가 달려 있었다. 어디를 보나 경박한 데라곤 눈곱만큼도 없었으며, 얘기를 할 때에도 절대로 큰 소리를 내는 법이 없었다. 친절한 것은 더할 나위 없었다. 분명히 그것이 보였다. 그래서 신뢰감이 생겨나는 것이었다. 때로 생글 웃는 수가 있었고. 그것은 옆에서 보기에도 기분이 좋았다. 그러나 대령이 국기 게양목처럼 몸을 꼿꼿이 하고 눈썹 아래에서 번갯불을 번쩍번쩍하기 시작하면, 그 이유를 아는 것은 나중 일로 미루고 우선 나무에라도 오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대령은 절대로 남에게 행실을 잘하라고 주의할 필요가 없었다. 누구나 대령이 있는 데에서는 행실을 좋게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모두가 대령 옆에 있고 싶어 했다. 대개 대령은 일광과도 같은 존재였다. - 대령만 있으면 날씨가 좋은 것만 같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령의 얼굴이 흐리기 시작하면 한 30초 동안은 무섭게 어두워지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그후부터 일주일 동안은 만사가 태평으로 돌아가니까. 아침에 대령과 노부인이 이층에서 내려오면 집안 식구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두 사람에게 아침 인사를 했다. 그리고는 두 사람이 자리에 앉을 때까지 그대로 서 있었다. 그다음 톰과 봅이 술병이 들어 있는 찬장으로 가서 맛이 독한 맥주를 한 잔 섞어서 그걸 대령에게 주었다. 대령은 유리잔을 손에 든 채 톰과 봅의 몫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톰과 봅은 머리를 숙이고는, "아버님 어머님에게 자식으로서의 의무를 다하겠습니다." 하면 대령 부부는 약간 머리를 숙이고는 "고맙다" 하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셋이서 그것을 마셔 버렸다. 봅과 톰은 컵 속에 넣은 설탕에다. 한 스푼 가득히 물을 붓고, 소량의 위스키가 아니면 애플 브랜디를 따라서 나와 벅에게 주었다. 그러면 우리들도 노부부의 건강을 위하여 건배를 올렸다. 봅이 제일 맏이고 그다음이 톰 - 키가 후리후리한 미남들로 아주 넓은 어깨와 검게 그을은 얼굴, 기다란 머리와 까만 눈의 소유자들이었다. 노대령과 마찬가지로 의관은 단정하게 횐 모시옷을 입고 있고, 차양이 넓은 파나마모를 쓰고 있었다. 미스 샬롯트는 스물다섯 살로 키가 크고 기품이 있어 보이고, 위엄이 있었다. 그러나 화를 내고 있지 않을 때는 더할 수 없이 호인이었다. 하지만 일단 화를 낼 때에는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사람을 소스라치게 하는 무서운 얼굴을 했다. 미인이었다. 그 동생 미스 소피아도 미인이었지만 조금은 종류가 다른 미인이었다. 비둘기처럼 상냥하고 귀여웠다. 이제 나이 겨우 스무 살이었다. 집안 식구 하나하나가 모두 자기 전용의 검둥이를 가지고 있었으며 벅도 예외는 아니었다. 내 검둥이는 자못 편했다. 나는 별로 남에게 일을 시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벅의 검둥이는 쉴 새라곤 조금도 없었다.

현재로선 이게 가족 전원이지만 전에는 더 있었다. 아들 셋이 있었는데 피살되었고, 그리고 에메라인은 죽었다. 노대령은 많은 농장과 백 명 이상이나 되는 검둥이를 소유하고 있었다. 가끔 10마일인가 15마일 떨어진 곳에서 많은 사람들이 말을 타고 와서 5, 6일씩 묶고 갔다. 그때 그들은 근처 강가에서 호탕하게 놀았으며, 낮에는 숲속에서 댄스와 피크닉, 밤에는 집에서 무도회를 열었다. 대부분이 친척들로, 남자들은 총을 가지고 왔다. 모두가 신분이 높은 사람들뿐이었다. 이 근처에 5, 6세대로 되어 있는 또 하나의 특권 계급의 일문이 있었으며, 이름은 세퍼드슨이라고 했다. 이 집안도 그랜저포드 집안 못지않게 품위 있고, 명문이며, 부자이고, 격식이 단정했다.

세퍼드슨 가와 그랜저포드 가는 우리 집에서 두 마일쯤 상류에 있는 똑같은 나루터를 사용하고 있었으므로, 때로 집안 식구들과 함께 거기를 가면 세퍼드슨 가의 사람들이 훌륭한 말을 타고 거기 와 있는 것을 볼 때가 있었다. 어느 날 벅과 내가 숲속 깊숙이에서 사냥을 하고 있을 때 말굽소리가 들려왔다. 때마침 우리는 길을 횡단하려던 참이었다. 벅이 허겁지겁 서둘러 댔다. "어서 빨리. 숲속으로 숨어." 우리는 숲속으로 도망쳐 들어가 나뭇잎 사이로 저쪽을 내다보았다. 얼마 후에 훌륭한 몸차림의 청년이 말을 몰고 길 이쪽으로 달려왔다. 유유히 말 잔등 위에 올라앉아 있는 폼이 군인 같았다. 총은 안장머리 에 걸고 있었다. 나는 전에 한번 이 청년을 본 적이 있다. 그것은 하니 세퍼드슨 청년이었다. 벅의 총이 내 귀 바로 옆에서 땅 하고 터졌고, 하니의 모자가 머리에서 굴러떨어졌다. 하니는 총을 움켜쥐자 우리들이 숨어 있는 장소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 들어왔다. 그러나 우리는 우물거리지 않았다. 숲을 빠져나가려고 했다. 숲은 우거져 있지 않았으므로 나는 어깨너머로 뒤를 돌아보며 총알을 피했다. 그리고 하니가 두 번 벅에게 총을 겨누는 것을 본 것인데, 얼마 후에 하니는 오던 길을 다시 올 때와 마찬가지로 말을 몰고는 되돌아가 버렸다. 모자를 가지러 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볼 수는 없었다. 우리는 집에 도착할 때까지 쭉 뛰었다. 노대령의 눈은 잠시 번쩍거렸다. 기뻐서 그랬으리라고 나는 생각했다. 다음 얼굴을 얼마간 평상시대로 하더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덤불 뒤에서 쏘는 건 좋지 못해, 왜 한길로 나가지 않았지 벅." "세퍼드슨 놈들은 그렇게 안 해요 아버지 그놈들은 늘 짬을 노려요." 벅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동안 미스 샬롯트는 여왕처럼 머리를 쳐들고 콧구멍을 벌름거리며 눈을 반짝거리고 있었다. 청년들은 못마땅한 얼굴이었으나 아무 말이 없었다. 미스 소피아는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지만 하니가 부상을 입지 않았다는 것을 알자 제 혈색으로 돌아왔다. 나는 나무 아래의 옥수수 저장고 옆으로 벅을 끌고 가 둘만이 있게 되자마자 이렇게 물었다. "넌 그 사람을 죽일 작정이었니? ." "그럼." "그 사람이 너에게 뭘 했길래." 그 사람. 아무것도 없지." "그럼 왜 죽이려고 했느냐 말이야." "이유는 그저 숙원이 있기 때문이야." "숙원이란 뭐냐." "뭣이, 넌 어디서 자랐단 말이냐. 숙원이 원지도 몰라." "들은 적이 없으니까 그렇잖아. 얘기해 봐." "그래, 숙원이란 이런 거야. 어떤 사람이 다른 사람과 싸우고 그 사람을 죽여 버린단 말이야. 그러면 그 피살된 사람의 형제가 처음 사람을 죽일 게 아냐. 그러자 그 양쪽 형제들이 서로 맞붙어서 죽인단 말이야. 이번엔 사촌들이 끼어들 게 아냐. 이렇게 해서 점점 모두 죽고 말게 되면 결국엔 숙원은 없어지고 마는 법이야. 하지만 빨리 끝나는 게 아니라 오랜 세월이 걸려." "이 숙원도 오래 걸렸다구, ." ", 그랬나봐. 30년인가 그전에도 일어났나 봐 무슨 일로 해서 귀찮은 일이 일어나 재판이 되고 만 거야. 그 재판에서 한쪽이 지고 말았으므로 진 쪽이 재판에 이긴 쪽을 총으로 쏴 죽인 거야. 물론 그 사람으로서는 당연한 처사지. 누구나 그렇게 했을 거야" "그 귀찮은 일이란 원인이 뭔데, . 토진가." "그럴지도 모르지만‥‥ 난 잘 몰라." "그럼 쏜 편은 누구야. 그랜저포드집 사람인가, 세퍼드슨집 사람인가." "그런 걸 내가 어떻게 아니. 아주 오래된 옛날 얘긴데." "누구 아는 사람은 없어." "그야 있지. 아빤 알고 있을 거야. 그리고 다른 노인들도 몇 사람은. 그렇지만 제일 먼저 뭣 때문에 싸우게 되었는지 그걸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어" "많이들 죽었나, ." ", 장례식이 얼마든지 있었어. 그러나 늘 죽이는 건 아냐. 아빠도 사슴 총알을 두서너 발 몸에 맞았지만 본래 몸이 가벼운 사람이니까 그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계셔. 봅은 칼로 몇 군데 찔렸고, 톰도 한두 번은 다쳤어."

"금년 들어서 죽은 사람은 없나." ", 우리가 하나 죽였고, 놈들이 또 하나 죽였어. 석 달쯤 전에 내 사촌으로 열네 살 되는 버드가 강 저쪽의 숲속을 말을 타고 가고 있었는데 아, 글쎄 총을 가지고 있지 않았단 말이야 바보지 뭐야 쓸쓸한 곳에 왔을 때 뒤에서 말소리가 들리길래 돌아다보니 볼디 세퍼드슨 노인이 바람에 백발을 날리면서 손에 총을 들고 쫓아오는 게 아냐. 버드는 말에서 뛰어내려 덤불 속으로 도망쳐 들어가지 않고서, 그 대신 노인을 떼어버릴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는 그냥 말을 몬 거야. 그래서 둘은 5마일 이상 떨어지지도 않고 따르지도 않고 같은 간격을 둔 채 달렸지. 결국 노인 쪽이 따라붙어 버드는 이젠 틀렸다. 하고 말을 세우자 홱 방향을 바꿨단 말이야. 총알을 앞에서 받기 위해서였지. 그래서 노인은 거기까지 와서 버드를 쏴 죽인 거야. 하지만 노인은 자기의 행운을 기뻐할 사이가 길지도 못했어. 왜냐하면 그 후 채 일주일도 못 되어 우리집 사람들이 그 늙은일 죽이고 말았으니까." "그 늙은인 비겁한 사람이군." "천만에, 비겁자가 아냐. 세퍼드슨 집에 그런 사람은 하나도 없어. 한 사람도 없어. 그랜저포드 집에도 없구. 이봐, 그 늙은인 말이야, 어느 날 그랜저포드 집 식구 세 사람을 상대로 하여 30분 동안이나 버티어 나간 끝에 마침내는 이기고 말았으니까. 그 늙은인 말에서 뛰어내리자 조그만 장작더미 뒤로 들어가 말을 앞에다. 놓고 총알을 피한 거야. 그런데 그랜저포드집 사람들은 말은 탄 채 노인 주위를 뛰어다니며 쏘았단 말이야. 노인도 세 사람을 향해 쏘았지 노인과 말은 지쳐 다리를 절며 집으로 돌아갔지만 우리 쪽 사람은 업혀서 올 정도였어. 하나는 그 자리에서 죽고 말았고, 하나는 다음날 죽었어. 그렇지. 겁쟁일 찾고 싶어도 세퍼드슨 집을 찾아선 소용없어 그 집엔 겁쟁일 하나도 낳지 않았으니까." 다음날 일요일에 집안 식구 모두 말을 타고 3마일쯤 떨어진 교회에 갔다. 사나이들은 각자 총을 한 자루씩 가지고 갔고, 벅도 가지고 갔다. 그들은 총을 무릎 사이에다. 꽂기도 하고 가까운 벽에다. 기대놓기도 했다. 세퍼드슨 집 사람들도 똑같이 그렇게 했다. 설교는 왜 지루했다. 동포애니 뭐니 뭐니 하는 지루한 소리만 늘어놓는 것인데, 그러나 모두들 참 좋은 설교였다고 칭찬하며, 돌아오면서도 그것에 관해서 연방 찧고 까불었고, 신앙이니 선행이니 관대한 은총이니 전세의 인연이니 하고 떠드는 소리가 산처럼 많았으므로 나에겐 그때까지 이렇게 힘든 일요일이라곤 처음이라고 생각되었다. 점심이 끝난 후 약 한 시간이 지나서 집안 식구들은 모두 낮잠을 잤다. 어떤 사람은 의자에 앉은 채, 또 어떤 사람은 자기 방에서 자고 있는 까닭으로 왜 지루했다. 벅과 개는 해가 내리쪼이는 풀밭에서 네 활개를 펴고 세상 모르게 자고 있었다. 나는 벅과 같이 쓰고 있는 방으로 올라가 나도 한잠 자볼까 하고 생각했다. 우리들 방 바로 옆방이 소피아의 방이었는데, 그 방문 앞에 상냥한 미스 소피아가 서 있었다. 그녀는 나를 자기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 문을 가만히 닫고 나서, 너는 나를 좋아하느냐고 물었다. 내가 좋아한다고 하자 그녀는 자기를 위해서 무슨 일을 좀 해줄 수가 없겠느냐고, 그 얘길 아무에게도 하지 않겠느냐고 따지길래, 그러마고 대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자기는 성경책을 잊어버리고 왔노라고, 교회의 자기 자리에다. 다른 책 두 권 사이에 꽃아 놓고 왔으니 몰래 집을 나가 그걸 좀 가져다. 달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다짐을 두었다. 나는 그대로 하겠노라고 대답을 하고 몰래 집을 빠져나가 교회에 갔다. 사람은 아무도 없고, 있는 건 돼지가 한두 마리 있을 뿐이었다. 문에는 자물쇠가 채워져 있지 않고, 돼지는 여름에는 바닥이 찬 판자 마루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니 대체로 사람들은 가야 할 때에만 교회에 가지만 돼지는 그렇지 않다. 나는 생각해 보았다. 필경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났구나. 처녀가 성경책으로 해서 저렇게까지 안달을 하는 것은 심상한 일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성경책을 흔들어 보았다. 그러자 '두 시 반'이라고 연필로 쓴 조그만 종잇조각 한 장이 떨어졌다. 나는 성경책을 구석구석 찾아보았지만 그 외에는 아무것도 찾을 수가 없었다. 나는 무슨 영문인지 통 알 수 없었으므로 종잇조각을 도로 성경책 속에다. 꽂았다. 집으로 돌아와 이층으로 올라갔을 때 미스 소피아가 자기 방문 앞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를 방안으로 끌어넣더니 문을 잠그고, 성경책을 한 장 한 장 뒤지는 동안에 그 종이조각을 찾아내고 말았다. 그녀는 그것을 읽고 곧 희색이 만면해지며 아니 이건 어찌된 셈이야 하고 생각할 사이도 없이 나를 꼭 껴안고서 너는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애니까 누구에게도 이 얘길 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다짐했다. 다음 순간 미스 소피아는 얼굴색이 새빨개지고 눈은 활활 타고 여간 아름답게 보이지 않았다. 나는 적이 놀랐지만 호흡이 정상대로 되돌아오자 그 종이에 무엇이 적혀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다시 미스 소피아가 이 종이를 읽었느냐고 묻길래 난 읽지 않았다고 대답해 주었다. 그러자 다시 글을 읽을 줄 아느냐고 묻길래 쉽게 쓴 거라면 읽을 수 있다고 대답했더니 미스 소피아는 그 종이는 읽은 장소를 잊어버리지 않도록 책 사이에다. 꽃아두는 서표에 지나지 않으니, , 이젠 나가서 놀라고 했다.

나는 이런 일을 생각하면서 강 쪽으로 걸어갔다. 얼마 후에 내 검둥이가 뒤를 쫓아오는 것을 깨달았다. 집이 보이지 않는 곳에까지 오자 이 애는 잠시 뒤와 주위를 살피고 나더니 나에게로 바싹 뛰어와 이런 말을 한다. '조지 나으리, 늪으로 가면 물뱀이 득실거리는 걸 보여 드릴 테유." 이건 참 이상한 일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이 애는 어저께도 이런 소릴 한 것이다. 일부러 찾아서 갈 만큼 물뱀을 좋아할 사람은 없으리라고 하는 것쯤은 알 일이 아닌가. 어쨌든 이 애는 어쩌자는 셈일까. "좋아, 그럼 앞서라." 반 마일쯤 따라갔더니 늪지가 나왔다. 늪지로 들어가 또 반 마일쯤 발목까지 물에 적시며 건너갔다. 잠시 후에 조그만 평지가 나왔다. 그곳은 땅이 습하지가 않고 나무와 덤불과 덩굴이 우거져 있었다. "조지 나으리, 이제 두서너 걸음만 더 가보세요. 거기 있으니까. 난 전에도 봤으니까 이젠 또 보고 싶지 않아요." 이 말을 하더니 그는 물속을 철벅철벅 저쪽으로 걸어가서 금세 나무 사이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나는 좀 더 걸어 온통 사방이 덩굴로 덮여 있는 침실만한 넓이의, 나무가 자라나 있지 않은 곳으로 나왔다. 그러자 웬 사나이 하나가 누워있는 게 아닌가. 아니 이건, 그건 다름 아닌 짐이 아닌가.

나는 짐을 깨웠다. 그리고 나와 또다시 만나게 되어 얼마나 짐이 깜짝 놀랄 것인가 하고 생각했지만 웬 일인지 짐은 놀라지 않았다. 기쁜 나머지 눈물이 글썽글썽했지만 놀라지는 않았다. 그날 밤 짐은 내 뒤에서 헤엄을 치고 있었으므로 내가 소리를 지를 때마다. 그 소리를 듣긴 들었지만 붙잡히게 되어 다시 노예가 되면 큰일이라고 생각하여 대답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난 좀 다쳐서 빨리 헤엄칠 수가 있었어야지. 그래서 나중엔 임자에게서 왜 떨어지고 말았지. 임자가 둑에 올라섰을 때에 난 임자에게 소릴 지르지 않아도 오른 뒤에 능히 따를 줄 알았어. 하지만 저 집을 보고 나서부터 난 슬슬 걸었지 뭐야. 너무 떨어져 있어서 사람들이 임자에게 무슨 소릴 하는지 통 들리지 않더군. 난 개가 무서워. 하지만 사방이 고요해 졌으므로 임자가 그 집으로 들어간 것을 알았어. 그래서 난 숲속으로 들어가서 밤이 새기를 기다리기로 했지. 아침 일찍 들일을 나가는 검둥이가 몇 지나다가 날 여기다. 안내해 준 거야, 여기라면 물이 있으니까 개가 따라올 까닭도 없고 그래서 밤마다. 그 친구들이 먹을 것을 날라다주고 는 임자 소식을 전해 준 거야." "왜 좀 더 빨리 날 여기 데려오도록 내 잭크에서 말하지 않았지, ." "우리가 윌 할 수 있을 때까진 임잘 방해해도 소용없을 게 아냐, 허클. 하지만 이젠 우리들 걱정 없어 난 짬이 있을 때마다. 솥과 먹을 것을 샀고, 밤에는 뗏목 수리를 하고...... "뗏목이라니." "우리의 그 뗏목말이야 " "그럼 우리의 뗏목이 산산조각나지 않았다는 거야." "그럼 안 깨지구말구. 다만 우리의 물건은 거의 다. 없어졌지만. 우리가 그렇게까지 깊이 물 속에 잠기지 않고. 그리고 또 그렇게까지 그날 밤이 어둡지 않고, 그렇게까지 벌벌 떨고만 있지 않고, 그렇게까지 바보만 아니었더라면 틀림없이 뗏목을 보았을 거야. 허나 보였건 안보였건 마찬가지야 차라리 안 보인 편이 더 나았어. 이젠 새것이나 다름없는 새 뗏목이 되었고. 잃어 버린 물건 대신 새 물건이 얼마든지 손안에 들어왔으니까" "대관절 어떻게 해서 짐은 그 뗏목을 또다시 손안에 넣은 거야. 붙잡은 건가, 짐이." "무슨 수로 숲속에 있는 내가 뗏목을 붙잡을 수 있단 말이야. 천만에, 검둥이 몇이 강의 그 만곡부에 가라앉아 있는 나무에 걸려 있는 뗏목을 발견해 가지고 버드나무 속의 개울에다. 감춰 둔 거야 그래서 그 뗏목이 누구의 것이냐고 서로들 떠들썩하게 야단을 치는 바람에 그 소리가 나 있는 데까지 들려왔단 말이야. 그래서 내가 이 뗏목은 너희들 누구의 것도 아니고, 나와 임자의 거라고 말하고는 싸움을 가라앉혔지 뭐야. 그러고 나서 너희들은 백인 신사의 물건을 훔쳐가지고 능지처참을 당하고 싶으냐고 해주었지. 여기서 내가 놈들 각자에게 10센트씩 주었더니, 놈들 모두 반색을 하며 좀 더 뗏목이 떠내려와서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 주었으면 하고 좋아하더군. 그 검둥이들은 내겐 아주 잘 해 주어 무슨 일이구 한번 부탁하기만 하면 돼. 두 번 다시 부탁할 것도 없어. 그 잭크라는 애는 참 좋은 검둥이야. 게다가 아주 영리한 것이." "정말 그래. 짐이 여기 있는 얘긴 절대로 하지 않고, 나더러 오라고, 그러면 물뱀을 얼마든지 보여 주마고 그러는 게 아냐. 만일 무슨 일이 생겨도 발뺌이 된단 말이야. 우리가 같이 있는 걸 보지 못했다고 할 수 있을 게 아냐. 또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 그다음 날 일은 그다지 쓰고 싶진 않다. 그저 간단히 적어볼 생각이다. 새벽녘에 잠을 깬 나는 이쪽으로 돌아누워서 한참 다시 자보려고 생각한 것인데, 그때 사방이 텅 비어 있는 것처럼 고요해진 것을 깨달았다. 아무도 일어나 있는 것 같지가 않았다. 늘 이런 일은 없다. 이번이 처음이다. 다음에 벅이 없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나는 이상한 일이라고 생각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무도 없다. 모든 것이 생쥐처럼 잠잠하기만 하다. 집 바깥도 마찬가지였다. 이건 어찌된 일일까 하고 나는 생각했다. 장작더미 있는 곳에서 나는 잭크를 만났다. "대관절 어떻게 된 거야?" 하고 내가 물었다.

"아직 모르시는 건가유, 조지 나으리." ", 몰라." "실은 말야유, 소피아 아씨가 집을 나가버렸어유. 정말이야유. 밤새 몇 신진 모르지만 도망쳤어유. 몇 신지 아무도 몰라유. , 그 하니 세퍼드슨 도련님과 같이 살려고 도망친 거래나유. 그렇지 않을까 하는것이 모두의 생각이 야유. 집안 식구들은 30분 전에야 겨우 - 좀 더 전일지 모르죠 - 그걸 알았지 뭐야유. 모두 1초라도 우물거릴 순 없었죠. 총이니 말이니 하고 그렇게 서둔 적은 한 번도 없었어유. 여자들은 친척을 부르러 달려갔고, 소올 나으리와 도련님들은 총을 집어 들기가 무섭게 말을 집어 타고는 강둑길을 쏜살같이 올라갔어유 그 젊은이가 소피아 아씨를 데리고 강을 건너기 전에 붙잡아 해치워 버리려구 말이 야유. 필경 큰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되는군요." "벅은 날 깨우지 않고 가버렸구나." ", 그럼요. 도련님까지 성가신 일에 끌어들이고 싶지가 않았으니까 그렇죠, 집안 식구들은. 벅 도련님은 총에다. 장진을 하고는 꼭 세퍼드슨의 개새끼를 하나 잡아온다고 큰소릴 하던뎁쇼. 세퍼드슨 집 놈들 우루루 떼로 몰려올 테니 재수만 좋으면 필경 하나쯤은 붙잡아 올 거 야유."

나는 강둑길을 빠른 속력으로 달려 올라갔다. 그런데 얼마 후에 멀리서 총소리가 들려왔다. 기선이 닿는 장소의 재목 창고와 장작더미가 보이는 곳까지 왔을 때, 나는 나무와 덤불 아래를 기어 적당한 장소에 나와 총알이 미치지 못할 미루나무 가지 위로 기어올라가 앞을 내다보았다. 이 나무 바로 전방에 높이 4피트가량의 재목더미가 있었으므로 처음에는 그 뒤에 숨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안 한 것이 천만다행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 4, 5명의 사나이가 말을 타고 재목더미 앞 공지에서 욕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있었다. 그리고는 기선이 닿는 장소 그 앞에 있는 재목더미 뒤에 숨어 있는 소년 둘을 공격하려 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접근할 수가 없었다. 그중 하나가 재목더미의 강 쪽으로 나가려고 하면 반드시 총에 얻어맞았다. 두 소년은 재목더미 뒤에서 서로 등을 맞대고 웅크리고 있었기 때문에 양쪽을 다. 볼 수 있었다. 얼마 후에 청년들은 껑충껑충 뛰어다니며 고함소리를 지르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는 재목더미 쪽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그러자 소년 하나가 일어나 재목더미 위에서부터 잘 겨누어서 말에 탄 사람 하나를 쏘아 떨어뜨렸다. 사나이들은 그 바람에 모두 말에서 뛰어내려 총에 맞은 사나이를 부축하여 재목더미 쪽으로 운반해 가려고 했다. 그 순간 두 소년은 도망치기 시작했다. 두 소년이 내가 숨어 있는 나무 쪽으로 절반쯤 달려왔을 때, 그때서야 비로소 사나이들은 그것을 깨닫고는 말에 올라타 소년들을 뒤쫓았다. 사나이들은 두 소년에게 가까이 다가가긴 했지만 그러나 완전히 따라 설 수는 없었다. 소년들의 출발이 너무도 빨랐었기 때문에, 결국 추격도 아무 소용에 닿지 않았다. 두 소년은 내가 올라가 있는 나무 앞의 재목더미에 이르자 그걸 순식간에 넘더니 그 뒤로 재빨리 미끄러져 숨어 버렸다. 그래서 또다시 소년들은 사나이들에 대해서 유리한 지점을 점령하게 되었다. 소년의 하나는 벅이고, 또 하나는 열아홉 살 정도된 몸집이 호리호리한 청년이었다. 사나이들은 잠시 동안 미친 듯이 뛰어 돌아다니더니 얼마 후에 그곳을 떠나고 말았다. 사나이들이 보이지 않게 되자 나는 벅에게 큰 소리로 이젠 가버렸다고 알렸다. 처음에 먹은 나무에서 들려온 내 목소리에 무슨 영문인지 전혀 알지를 못해 몹시 놀랐다. 벅은 나에게 잘 감시를 해서 놈들이 또다시 오면 알려 달라고, 그놈들은 무슨 간교를 부리러 간 것이니까 곧 다시 돌아올 거라고 했다. 나는 그 나무에서 내려가고 싶었지만 그러나 내려가지 않았다. 벅은 울며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고, 자기와 사촌형 조(이게 또 하나의 청년이었다)는 이제부터 오늘의 앙갚음을 단단히 할 판이라고 대단한 기세였다. 아버지와 형 둘이 죽었고, 상대도 두서넛 죽었다는 것이다. 세퍼드슨의 개새끼들은 아버지들을 잠복하고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와 형들은 친척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 세퍼드슨의 개새끼들은 세 사람에겐 지나친 강적이었다고 했다. 나는 하니 청년과 미스 소피아는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두 사람은 무사히 강을 건넜다는 말을 듣고 나는 기뻤다. 그러나 하니를 쏘던 그 날 놈을 쏘아죽이지 못한 것이 큰 한이라고 벅이 원통해하는 꼴은 내가 지금까지 듣고 보던 중 가장 심한 것이었다

이때 갑자기 땅. . . 하고 계속해서 서너너덧 번 총소리가 울려왔다. 사나이들은 말은 타지 않고 도보로 몰래 숲속을 돌아 배후에서 나타난 것이다. 소년들은 강속으로 뛰어들었다. 둘 다. 부상을 입고 있었다. 그리고 흐름을 타고 하류 쪽으로 헤엄쳐 내려가는 것을 사나이들은 둑을 따라 쫓아가면서 "저놈 죽여라, 죽여." 하고 외치며 총을 쏘았다. 이 소리를 듣고 나는 기분이 나빠서 하마터면 나무에서 떨어질 뻔했다. 자초지종을 전부 여기다. 적을 의사는 전혀 없다. 그런 짓을 하다간 또다시 기분이 나빠지니까. 이러한 광경을 볼 결과가 되고 말 것이었다면 차라리 그날 밤 둑에 올라오지 않았더라면 참 좋았을 것을 하고 후회했다. 이때의 경험은 일생을 두고 잊혀지지 않았다. 몇 번이고 꿈에 되살아나온다. 나는 내리는 것이 무서워 컴컴해질 때까지 그냥 그대로 나무 위에 있었다. 가끔 숲 저쪽에서 총소리가 들려왔고, 총을 든 한 무리가 말을 타고 재목더미 옆을 쏜살같이 빠져나가는 것이 두 번 보였다. 이것으로 싸움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자못 기분이 무거워져 두 번 다시는 그 집 근처로 가지 않을 것을 결심했다. 나에게도 얼마간 책임이 있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 종이쪽지는 미스 소피아가 두 시 반에 어디서 하니 청년과 만나서 도망치자는 것을 의미한 것이라고 나는 판단했다. 나는 그 종이쪽지와 미스 소피아가 안절부절못하던 그 이상야릇한 태도를 그녀 부친에게 얘기해야만 했을 것이었다. 그렇게 하면 그녀의 부친은 미스 소피아를 방에다. 가둬 놓고 밖에서 자물쇠를 채워 버렸을 테니까, 이런 무서운 소동은 일어나지는 않았으리라.

나는 나무에서 내려와 강둑을 잠시 발소리를 죽여가며 살금살금 하류 쪽으로 걸어가, 물가에 시체가 두 구 누워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육지로 끌어올려서 얼굴에다. 보자기를 덮어 준 후에 되도록 빨리 그곳을 떠났다. 벅의 얼굴에다. 보자기를 덮을 때 나는 좀 울었다. 나에게 너무도 친절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이제 해는 완전히 지고 말았다. 나는 집 근처에는 접근하지도 않고, 곧장 숲을 빠져 늪지로 나왔다. 짐은 그의 섬에 없었으므로 나는 발걸음을 재촉하여 크리크 쪽으로 달려가 어서 뗏목을 타고 이 무서운 땅을 벗어나고 싶은 생각에서 버드나무를 헤치며 걸어갔다. 뗏목은 간 곳이 없었다. 아아, 얼마나 가슴이 덜컹했던 것이냐. 거의 1분 동안은 숨도 쉴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 후에야 비로소 소리를 질러보았다. 그러자 25피트도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구, 임자였던가, 도련님. 소릴 지르는 게 아냐." 그것은 짐의 목소리였다. 이렇게 반가운 목소리를 듣기란 난생처음이었다. 나는 둑을 약간 달려 뗏목으로 뛰어올랐다. 짐은 나를 만나서 반가운 나머지 나를 껴안았다. "아이구, 고마워라, 도련님 난 임자가 또 죽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던 참이라우. 잭크가 여기 와서, 집에 돌아오지 않는 걸 보니 총에 맞았음에 틀림없을 거라고 하길래 난 곧 뗏목을 크리크 어귀에다. 밀어다. 놓고, 잭크가 다시 와서 임자가 확실히 죽었다고 하면 곧 떠나려고 준빌 하고 있던 참이라우 임자가 돌아와서 난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어, 정말." "옳지, 모든 게 잘 됐군. 집사람들은 날 찾아낼 순 없을 거야. 내가 총에 맞아 물에 떠내려갔다고 생각할 테지 그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게 하는 데 꼭 알맞은 물건이 거기 있단 말이야, 그러니까 여기서 우물거리지 말고 어서 뗏목을 큰 강으로 내몰란 말야. 어서 되도록 빨리."

뗏목이 거기서부터 2마일 하류로 내려와 미시시피강 한가운데로 나올 때까지 나는 계속 불안했다. 거기서 우리들이 신호등을 켜자 다시 한번 자유로운 안전한 몸이 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어제 이래로 아무것도 먹은 것이 없었으므로 짐은 나에게 옥수수 비스킷과 탈지유와 돼지고기, 양배추, 야채 등을 꺼내주었다. 적당하게 요리만 되어있다면 세상에서 이보다. 더 맛있는 요리도 없을 것이다. 나는 저녁을 먹으면서 짐과 얘기를 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나는 그 숙원에서 빠져 나을 수 있어서 무한히 기뻤으며, 짐은 짐대로 또 늪지에서 도망쳐 나온 것을 무한히 기뻐했다. 결국 뗏목 이상으로 살기 좋은 집은 세상에 없다고 우리는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다른 곳이라면 아주 갑갑한 것이 숨이 막힐 것만 같은데 뗏목만은 그렇지 않다. 뗏목 위라면 모든 게 자유롭고, 마음이 놓이며, 편하기 짝이 없다.

 

19장 공작과 황태자의 출현

두서너 낱, 두서너 밤이 흘러갔다. 나로선 헤엄쳐 흘러가듯 지나갔다고 하는 편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조용히, 평온하게, 즐겁게 흘러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시간을 보낸 것이다. 이 근처는 강폭이 지독히 넓었으며 때로는 한 마일 반이나 되는 수도 있었다. 우리는 밤에는 활동하고, 낮에는 누워서 쉬었다. 밤이 끝나고 먼동이 틀 무렵이 되면 우리는 강을 내리는 것을 그만두고 둑에다. 뗏목을 매는 것인데, 대개 모래톱 아래의 물이 고여 있는 곳에다. 세워놓고, 미루나무와 버드나무의 유목을 잘라서 그 위에다. 덮어 뗏목을 감추었다. 그리고는 흘림낚싯줄을 흘린다. 다음에 우리는 원기를 돋우고 몸을 시원하게 하기 위해서 강 속으로 들어가 헤엄을 치고 그것이 끝나면 이번에는 물이 무릎까지 올라오는 사주 바닥에 앉아서 먼동이 트는 것을 바라보았다. 사방은 죽은 듯 고요하고 아무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고요함, 그것만이 감돌고 있었다. 마치 세상의 모든 것이 잠을 자고 있는 것만 같다. 다만 가끔 먹 개구리가 큰 소리로 울어대는 것이 고작이었다.

물 위를 저 끝까지 내다보고 있으면 우선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희미한 선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저쪽 둑의 숲이다. 그밖엔 아무것도 알 길이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하늘에 한 군데만 뿌우연 데가 나타나며, 그것이 점점 확대되어 갔다. 다음 강이 저 멀리서 뿌옇게 밝아왔다. 그리고 이젠 검은색은 찾을 길도 없이 회색으로 변해 갔다. 저 멀리 꺼뭇꺼뭇 흑점이 떠있는 것은 장삿배나 그런 등속의 배였다. 그리고 긴 검은 줄은 뗏목이다. 때로는 큰 노가 찍찍하는 소리와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뒤섞여 들려오는 수도 있었다. 그만큼 사방은 고요했다. 소리가 멀리서도 들렸다. 그러는 사이에 물 위에 무늬가 나타나 보였다. 그 무늬의 모양으로 해서 그곳에는 빠른 흐름 밑에 물 속에 잠긴 나무들이 있고, 물이 그곳에 부딪혀 갈라져서 저런 무늬가 생긴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얼마 후에 안개가 수면으로 떠오르며 동쪽 하늘이 훤해지고, 그것에 따라 강물도 훤해지며 여기서 훨씬 먼 저쪽 둑 위의 숲 가장자리에 통나무 오두막집 한 채가 있는 것이 어슴푸레하게 보였다. 재목장인 것만 같았다. 그 쌓아 올린 폼이 엉터리의 손으로 해서 된 것인지 온통 엉성해서 얼마든지 개가 빠져나갈 수 있는 틈이 있었다. 그때 또 산들바람이 일어나 숲과 꽃을 스쳐 불어오는데, 시원하고 신선하며 향기가 코를 찔렀다. 그러나 때로는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여기저기 사람들이 버린 죽은 가오리 또는 그와 비슷한 죽은 생선 위를 불어오는 까닭으로 아주 코를 찌를 정도로 그 냄새가 고약할 때도 있었다. 그럭저럭 하는 사이에 밤은 완전히 새어 가고, 세상 만물이 아침 햇빛 속에서 미소를 짓고 있다. 이 시각이 되면 웬만한 연기쯤은 눈에 띄지 않는 까닭으로 우리는 낚싯줄에서 고기를 떼어 따뜻한 조반을 만들었다.

그후 우리는 쓸쓸한 강을 내다 보고, 할 일도 없이 무료하게 있으면 어느새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꾸벅꾸벅 잠이 온다. 얼마 후에 잠을 깨어 무엇 때문에 잠이 깼나 하고 사방을 둘러보면 그것은 빵 빵 빵 소리를 내며 강을 올라가는 기선이었다. 너무도 멀리 떨어진 저쪽 둑을 따라 올라가는 까닭으로 외륜차가 고물에 달려 있는지 현측에 달려 있는지를 겨우 분간할 수 있을 정도이고, 그 밖의 것은 아무것도 분간이 가지 않았다. 그 후 한 시간쯤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야말로 완전한 고독뿐이었다. 다음 먼 쪽에 뗏목 하나가 떠내려갔다. 그리고 얼빠진 놈 같은 사나이 하나가 그 위에서 장작을 패고 있었다. 뗏목 위에선 거의 언제든지 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이것을 하는 것인데, 이제도 도끼가 번쩍하고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보이지만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이 도끼가 다시 한번 위로 올라가 사나이의 머리 위까지 왔을 때 그때서야 딱. 하는 소리가 들렸다. - 물 위를 전해 오는데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렸다. 이런 식으로 우리는 무료하게 고요에 귀를 기울이면서 하루를 보냈다. 일단 짙은 안개가 내리게 되면 지나가는 뗏목 및 그 밖의 것들은 기선과의 충돌을 피해서 양은냄비를 두들겼다. 거룻배나 뗏목 같은 것은 우리들의 바로 옆을 지나가는 까닭으로 사람들이 지껄이는 소리, 욕소리, 웃음소리 등이 들렸다. - 이러한 것들이 똑똑히 들리는 것이지만 사람 모양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유령이 공중에서 그렇게 장난을 치고 있는 것만 같아 기분이 나빠졌다. 짐은 유령이라고 믿었지만, 그러나 나는 믿지 않았다. "그렇지 않아, '이 빌어먹을 놈의 안개 같으니라구' 하는 유령이 어딨담."

밤이 되기가 무섭게 우리는 출발하여 강의 한가운데 근처에까지 오면 뗏목을 떠내려가는 대로 내맡기고는 파이프에 불을 붙여 물고, 발을 물속에 담그고는 온갖 얘기를 주고받았다. 우리는 주야를 가릴 것 없이 모기가 심하지 않을 때엔 늘 나체로 있었다. 벅의 집안 식구들이 나에게 지어 준 새 옷은 너무도 좋아서 입기에 불편했고, 게다가 나는 본래 옷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성질이었다. 때로는 광막한 강 위에 오랫동안 우리들만 있을 때도 있었다. 강 저쪽은 둑과 섬 어쩌다가 번쩍하고 비치는 것이 있었지만, 이것은 오두막집 창가의 촛불 광선이고, 때로 물 위에 하나둘 번쩍하는 것은 뗏목이 아니면 거룻배였다. 그러한 뗏목의 하나에서 바이올린 소리나 노랫소리가 들려올 때도 있었다. 뗏목 생활이란 여간 멋진 것이 아니다. 머리 위에는 온통 별을 박은 하늘이 있다. 우리는 벌렁 드러누워 하늘을 우러러보면서, 별은 만들어진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저절로 생긴 것일까 토론한다. 짐은 만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고, 나는 저절로 된 것이라고, 저렇게 많이 만들자면 여간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을 테니까 그럴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짐은 달이 낳은 것이라고 화제를 돌렸다. 그것은 일리가 있는 것처럼 생각되었으므로 나는 이 말에 반대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개구리가 그에 못지않게 많은 알을 낳는 것을 본 일이 있으므로 물론 달인들 그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또 유성도 가끔 보았으며, 그게 길게 꼬리를 끌고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짐은 저것이 썩어서 하늘에서 버림을 받은 것이라고 했다

한 번인가 두 번 밤중에 기선이 어둠 속을 미끄러지듯 달려가는 것을 본 것인데, 가끔 연통에서 불꽃을 무수히 내뱉어 놓아, 그것은 마치 비처럼 강 속으로 떨어져 절경을 이루었다. 얼마 후에 기선은 모퉁이를 돌아 그 바람에 불빛은 삽시에 꺼지고 말고, 소란한 소리도 뚝 그치고 말아 강은 또다시 침묵 속에 잠기고 말았다. 그러는 사이에 기선이 일으킨 파도는 그 배가 사라진 지 한참 만에 우리의 뗏목에까지 미쳐 그 바람에 뗏목이 약간 흔들렸다. 그 후로는 언제까지 정숙만이 계속될 뿐 들려오는 소리라곤 개구리나 그런 등속의 소리 정도의 것들이었다

자정이 지나면 둑에 있는 사람들은 잠자리에 들고, 그 후 두서너 시간 동안 양쪽 둑은 다같이 암흑 속에 잠기고 만다. 오두막집 창가에는 이젠 불빛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이 불빛이 우리들의 시계 구실을 한다. 또다시 보인 최초의 등불은 아침이 왔다는 것을 의미하고, 그러면 우리는 뗏목을 감추고는 즉시 매어 둘 장소를 찾는 것이다. 어느 날 아침 먼동이 틀 무렵에 나는 카누를 한 척 발견하고 급류 - 불과 200야드밖엔 되지 않았다. - 를 횡단하여 본류의 둑에 이르러 딸기를 딸 수 있을까 하고 한 마일쯤 사이프러스 숲 사이의 개울을 올라갔다. 마침 소들이 밟아서 생긴 길 같은 것이 개울을 건너지르는 곳에까지 왔을 때, 두 사나이가 그 길을 허둥지둥 다급하게 이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누가 누구를 추격하고 있을 때 언제나 몰리고 있는 편이 내가 아니면 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나는 이젠 모든 게 다 글렀구나 하고 단념했다. 나는 급히 도망쳐 버리려고 했는데, 그때에는 벌써 사나이들은 꽤 가까이까지 접근해 있었으며, 큰 소리로 사람 좀 살려 달라고 나에게 애원하고 - 자기들은 아무 나쁜 일도 한 것이 없는데 몰리고 있다고 - 이제 뒤에서 사람들과 개들이 쫓아오고 있다고 애원했다. 두 사람은 그대로 개울 속으로 뛰어들려고 할 때 내가 말했다. "그런 짓을 해선 안 돼요. 개 소리도 말굽 소리도 아직 들리지 않는데 뭘 그래요. 덤불 속을 헤치고, 개울을 좀 올라갈 만한 시간은 있어요. 그다음에 물속으로 들어가 여기까지 걸어와서 타면 되잖아요. 그렇게 하면 개를 골릴 수 있어요, 냄새를 딴 데다. 뿌리는 것이 되어." 두 사람은 나 하라는 대로 했고, 그들이 카누에 올라타자 나는 뗏목을 매어 놓은 사주를 향해 젖기 시작했다. 그후 5분인가 10분인가가 지나자 멀리서 개와 사람 소리가 들렸다. 그들이 개울 쪽으로 초는 것은 그 소리로 알 수 있었지만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사람들은 걸음을 멈추고는 잠시 머뭇머뭇하는 모양이었으나, 우리들이 자꾸만 멀어져 가고 있어 목소리마저 전혀 들리지 않게 되었다. 숲을 한 마일쯤 떨어져 강으로 나왔을 때는 모든 것이 다. 고요해졌다. 우리는 사주로 건너와 미루나무 밑으로 안전하고 무사하게 숨어 버릴 수 있었다. 두 사람 중 하나는 70인가 그 이상으로 대머리에다. 순백색에 가까운 구레나룻 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 낡은 엉망진창인 소프트모에다. 기름때가 찌든 푸른색의 털셔츠. 장화 속에 틀어넣은 다. 해진 능직면포 바지 차림인데. 그 바지는 집에서 만든 멜빵이 한쪽만 매달려 있었다. 팔에는 매끈매끈한 놋쇠 단추가 달린 다. 낡은 능직면포의 연미복 비슷한 저고리를 걸치고 있고, 두 사람 다. 커다란 배가 부른 쥐에게 뜯긴 듯한 융단으로 만든 여행가방을 들고 있었다. 또 한쪽 사나이는 30세 가량으로. 이것도 노인 못지않은 초라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아침 식사가 끝난 후 우리는 모두 쉬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우선 안 것은 이 두 사람이 서로 전혀 모르는 사이라는 것이었다. "노형은 어쩌다. 이런 일에 걸려들었단 말이오" 민대머 리가 젊은 사나이에게 물었다. "뭘요, 난 치석을 벗기는 약을 팔고 있었죠, 그 약은 사실 치석도 벗기지만 대체로 법랑질마저 함께 벗겨 버린단 말이에요. 한데 나는 하룻밤쯤 한 고장에서 너무 오래 있다가 이젠 삼십육계를 불러야겠다고 생각한 바로 그때 그 마을 이쪽 길에서 임잘 만난 거죠. 그랬더니 임자 하는 말이, 놈들이 날 쫓아오고 있으니 좀 도와 달라고 하는 게 아니겠어요. 바로 나도 마찬가지로 귀찮은 일에 걸릴 것만 같아, 임자와 같이 삼십육계를 부르자고 했을 뿐이오. 내 얘긴 이것뿐이외다. , 그럼 임자 얘긴" "글쎄, 내 얘기란 건 거기서 한 주일 남짓하게 대단치도 않은 금주부활운동을 해서 술꾼들을 단단히 먹여댄 탓으로 적은 것 큰 것 할 것 없이 여편네들에게 크게 인기가 있었어 보란 말이야, 하룻밤에 수입이 5달러 내지 6달러나 올랐단 말이야 - 입장료가 한 사람당 10센트, 애와 검둥이는 무료로 해서 - 그래서 일은 점점 번창해져 가는 판이었는데 어떻게 된 셈인지 어젯밤에 내가 사람 눈을 피해서 한 잔 들이킨다는 소문이 퍼졌단 말이야. 오늘 아침 검둥이가 하나 와서 날 깨워 일으켜 마을 사람들이 개를 데리고 말을 타고 이제 몰려오는 중이라고 하는 게 아냐, 머지않아 나에게로 와서 날 먼저 떠나게 하고 반 시간쯤 지난 후에 날 추격하여 붙잡을 수 있으면 붙잡아 가지고 필경 나에게 타르를 칠하고 깃털을 달아 철봉에 태워 이리저리 끌고 다니겠다고 하더라고 가르쳐 주었단 말이야. 난 조반을 기다릴 판이 아니었지. 배가 고픈 게 다. 뭐야" "그럼, 영감" 하고 젊은이가 끼어들었다."우리 공동으로 장사를 해볼까요......어떨까요." "나쁠 건 없지 노형 장사는 뭐지, 주로." "직업은 장돌뱅이 인쇄공이죠. 매약에도 약간 손을 대고 있고, 배우 노릇도 하고. 물론 비극 쪽이지만 기회가 있으면 최면술과 골상학에도 손을 대고, 좀 장소가 달라지면 노래나 지리 따위도 가르치고, 때로는 연설도 해치우는 때도 있죠. 그야 못하는 것만 빼놓고는 죄다하죠. 닥치는 대로 힘드는 일만 아니라면 자, 그럼 노인 직업은 뭡니까."

"난 한참 젊었을 땐 의사 노릇을 왜 잘했단 말이야. 손바닥 요법이 내 특기로서, 암이니 중풍이니 그러한 등속을 고치는 거야. 그리고 누구든지 사실을 얘기해 주는 사람이 있기만 하면 운수점도 곧잘 치지,설교도 그렇지만 야외 설교니 전도 방면도 내 특기란 말이야. "잠시 동안은 아무도 입을 여는 사람이 없었으나 얼마 후에 젊은이가, "아아" 하고 한숨을 지었다. "아아라니. 거 무슨 소리요." 민대머리가 따지고들었다. "내가 이런 생활을 하게 되고 말았고, 이런 작자들과 짝패가 될 만큼 타락하고 말았다는 것을 생각하니...... 그리고 젊은이는 다. 헤진 헝겊으로 눈 가장자리를 훔치기 시작했다. "에이, 이 천벌을 받을 놈 같으니라구. 네 짝이 못 될 게 어디 있단 말이냐, 이 내가" 민대머리는 꽤 거만하게 버티며 내뱉았다. "그야 그렇지, 내겐 지나칠 정도죠. 그 가치가 있구말구요 그만한 높은 지위에서 이러한 천한 몸으로 날 떨어뜨린 것은 누구죠. 이 나예요. 여러분, 난 여러분을 비난하고 있는 건 아니올시다. 천만에. 비난할 턱이 있나요. 당연한 응보죠. 차디찬 세상이 그 최악을 다하라죠. 난 하나만은 알고 있어요. 날 위한 무덤이 어디 있다는 말이에요 이 세상은 여전히 다를 것 없이 행동하며, 나에게서 뭐나 다. 빼앗아가겠죠. 사랑하는 사람들 재산. 모든 것을 하지만 무덤만은 빼앗아갈 수 없어요. 언젠가 나는 그 무덤 속에 누워 모든 걸 잊어 버리고 내 불쌍한 깨진 가슴은 안식을 구할 것입니다" 이러면서 계속 울기만 했다. "불쌍한 깨진 내 가슴이라니 배꼽이 하품을 할 일이군." 민대머리도 지지 않았다. "뭣 땜에 네 놈의 불쌍한 깨진 가슴을 우리에게 갖다붙이는 거야. 아무 죄도 없는 우리에게." "그렇구말구요, 없구말구요 난 뭐 임자들을 책하는 건 아니올시다. 여러분. 난 나 스스로 타락했으니 까요. 그렇죠, 나 스스로 타락하구말구요 괴로워하는 건 당연하죠. 정말 당연합니다. 한탄하는 게 다. 뭐예요." "어디서 타락했다는 거야. 어디서 타락한 거야." "아아, 임자들은 믿지 않을 테죠. 세상사람은 누구 하나 믿어 주지 않아요. 내버려두세요. 아무것도 아니니까. 내 신분의 비밀은 ...... "신분의 비밀이라구. 설마 ...... "여러분." 하고 젊은이는 엄숙한 어조로 돌아가, "여러분에게는 터놓기로 하겠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하니까요. 사실 나는 공작이올시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짐의 두 눈은 튀어나왔다. 내 눈도 마찬가지였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러자 민대머리가 다시 말했다. "설마 그럴 리가 있을라구" "정말입니다. 브릿지워터 공작의 장남인 내 증조부는 맑은 자유의 공기를 호흡하기 위해서 전세기 말경 이 나라로 도망쳐 온 것입니다. 그리고 이 땅에서 결혼하고, 자식을 하나 남겨 놓고는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바로 이와 동시에 그의 부친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돌아간 공작의 차남이 작위며 재산을 횡령하고 말아 어린애인 정당한 공작은 무시되고 말았죠. 나는 그 어린애의 직계 자손입니다. 나는 정당한 브릿지워터 공작입니다. 그런 내가 이처럼 혼자 쓸쓸히 높은 지위에서 끌어내려져, 고독으로, 사람에게 몰리고, 차디찬 세상으로부터 는 멸시를 당하고, . 헤진 옷을 입고, 피로할 대로 피로해졌고, 상심에 젖어 버렸고, 그리고는 뗏목의 악당들과 한 무리가 될 만큼 타락해 버렸습니다"

이 말에 짐은 여간 동정하지 않았고, 나도 동정했다. 우리는 그를 위로하려고 했지만 그는 그런 짓을 해도 소용없다. 그다지 위로는 되지않는다. 자기 신분을 인정해 줄 마음만 있다면 그게 무엇보다도 기쁜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것을 인정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면 그렇게 하겠다고 했더니 그는 자기에게 얘기를 걸 때에는 머리를 숙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리고 '각하'''이니 하고 부르지 않으면 안 되며, 또는 다만 그저 '브릿지워터'라고 불러도 상관없다. 그것은 이렇든 저렇든 칭호이고 이름이 아니니까. 그리고 또 누군가 하나 식사시에는 자기 시중을 들며, 하라고 하는 일은 제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무엇이고 간에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러한 일은 모두 아주 쉬운 일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그대로 했다

짐은 식사시에는 식사가 끝날 때까지 거기 서서 시중을 들었고, "각하,이걸 좀 잡수시렵니까. 이건 어떻습니까." 하고 물었고, 공작에게는 이게 무척 기분이 좋은 일이라고 하는 것은 누가 보아도 뻔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노인 쪽이 입을 봉하고는 말이 없었다. 별로 입을 여는 일도 없이 공작이 시중을 받고 있는 것을 보고 그다지 기분이 좋지는 않은 모양으로 무언지 가슴속에 생각이 있다는 눈치였다. 오후가

되어서 비로소 입을 열었다. "어이, 브릿지워터, 난 사실 임자를 불쌍하다고 는 생각하지만, 그렇게 고생을 한 건 임자 하나만은 아니란 말이야." "나 혼잔 아니라구." "임자는 하나만은 아니지. 높은 신분에서 억울하게 떨어진 건 임자 하나만은 아니 란 말이야." ", 안됬군" "그렇구말구, 신분의 비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임자 하나만은 아냐," 이러더니, 어럽쇼. 노인은 울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왜 이러슈. 어떻게 됐다는 거예요." "브릿지워터 , 임자 신용해도 좋을까" 흐느껴 울기까지 했다. "죽어도 입밖에 내놓지 않겠소이다." 공작은 노인의 손을 잡고 몹시 힘을 주었다. "임자의 비밀 말해 보라구요" "브릿지워터, 난 그전 프랑스의 황태자외다" 이 말에 짐과 나 두 사람이 눈을 크게 뜬 것은 물론이다. 그러자 공작이 "임자 뭐라구요" 하고 물었다. "그렇소이다. 친구여 이건 너무도 뻔한 사실이외다. 임자의 눈은 지금 이 순간 루이 16세와 마리 앙트와네트의 아들인 그 불쌍한 행방불명된 황태자 루이 17세를 보고 있는 거외다. " "당신이오 그 나이로 천만에 샤를마뉴 대제라면 어때요. 암만 젊 게 쳐도 6,7백 살은 돼 있을 테죠, 틀림없이 당신 나이는." "고생을 한 탓이죠 브릿지워터 고생을 한 탓이외다. 고생이 머리칼을 이렇게 백발로 만들어 버렸고, 이렇게 빨리 대머릴 만든 거죠. 그렇소이다. 신사 여러분, 능직면포의 의복을 입고, 초라한 꼴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며, 나라에서 내쫓기고, 밟힐 대로 밟혀 한참 고생을 하고 있는 정당한 프랑스의 국왕은 이렇게 여러분의 눈앞에 서 있는 거외다"

그는 어찌나 몹시 울어댔던지 나와 짐은 어떻게 해야 좋을지를 몰랐다. 우리는 매우 측은하게 생각했다. 또한 그와 같은 사람과 함께 있게된 것이 기쁘게도 그리고 자랑거리로도 생각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공작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 노인도 위로해 주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그러한 짓을 해도 소용없다. 죽어서 이 모든 고생으로부터 모면되는 것만이 상팔자다. 하기야 사람들이 자기에게 그 신분에 상당한 대우를 해주고 자기에게 얘기를 걸 때에는 한쪽 무릎을 꿇고 반드시 '폐하'라고 부르며, 식사시에는 우선 남보다. 먼저 자기에게 시중을 들고, 자기 앞에선 앉으라고 할 때까지 있어 주면, 그래도 얼마 동안만은 마음이 가벼워지고, 기분이 명랑해지는 수가 가끔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짐과 나는 그를 폐하 대우를 하기 시작했고, 이일 저일 그의 일을 보살펴 주었고, 그가 앉아도 좋다고 할 때까지 서 있었다. 그 효과가 대번에 나타나 그는 만면에 희색이 가득 차 기분이 좋은 것 같았다. 그런데 공작은 왕에 대해서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는, 이 결과에 대해서 자못 불만스러운 얼굴이었다. 그러나 왕은 공작에 대해 아주 친하게 대했다. 그리고 공작의 증조부도 브릿지워터 공작 일족 전부도 내 선제께 선 친하게 대해 주셨으며 궁중 출입을 허락했노라고 했다. 그러나 공작이 언제까지나 못마땅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므로 마침내 왕은 이런 말을 했다. "이젠 별수없이 우리는 싫증이 날 정도로 함께 이 뗏목에서 살지 않으면 안 되게 되었단 말이야. 그러니 그렇게 임자가 우거지상을 해도 소용없지 않나. 다만 마음만 서먹서먹할 뿐이란 말이야. 내가 공작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은 그건 내 탓이 아니고, 임자가 왕으로 태어나지 않은 것도 그건 임자의 탓이 아냐, 그러나 마음을 썩질 건 없어. 만사를 운명에 맡기고 하는 데까지 해본다는 것이 내 목표야. 우리가 여기오게 된 것도 그리 나쁘진 않단 말이야. 먹을 것에 부족은 없고, 퍽 맘이 놓여지고 말이야. , 공작이여, 악수하자구, 그리고 우리 모두 친하게 해나갑시다." 공작이 악수를 하는 것을 보고 짐도 나도 여간 기쁘지 않았다. 이것으로 꺼림칙하던 마음이 모두 가시게 되어 우리는 어쨌든 마음이 놓였다. 어떠한 불화도 뗏목 위에 있고 보면 여간 비참한 일이 아닐 테니까. 뗏목을 타고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전원이 만족하고, 서로서로 올바르고도 친절한 마음을 갖는다는 것이다. 이 거짓말쟁이들이 왕도 공작도 아니고, 그저 천한 사기꾼이며 엉터리라고 하는 것을 알기에 나는 그다지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러나 나는 그 일을 한 마디도 입밖에 내놓지 않았으며 얼굴에도 내색을 하지 않고 그저 자기 혼자의 가슴속에만 넣어두고 있었다. 그게 제일 좋은 방법이다. 그렇게 해두면 자연 싸움도 일어나지 않고, 귀찮은 일도 생기지 않으니까 말이다. 놈들이 자기들을 왕이니 공작이니 하고 우리들에게 그 호칭을 원한다면 그것이 가족의 평화를 유지하는 한 나는 반대하지는 않았다. 또 짐에게 얘기해도 아무 소용도 없는 일이고 해서 짐에게도 잠자코 있었다. 나는 아빠에게서 무엇 하나 배운 것이 없다고는 하더라도 이런 종류 의 인간들과 함께 살아나가는데 제일 좋은 방법은 놈들 마음대로 내버려둔다고 하는 이 일 하나만은 배운 것이었다.

 

20장 두 놈의 악당

두 놈은 우리들에게 왜 여러 가지 일을 물으며, 왜 뗏목을 그렇게 나뭇가지로 덮어 두느냐고, 어찌해서 낮에 강을 내리지 않고 쉬고 있느냐고, 짐은 도망중인 검둥이냐고, 이러한 일들을 알고 싶어했다. 나는 대답했다. "천만에요. 도망중인 검둥이가 남쪽으로 가요." 그렇지, 남쪽으로 도망치는 법은 없지, 하고 놈들도 맞장구를 쳤다. 나는 사태를 뭐라고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으므로 이렇게 말했다. "우리집 식구들은 미주리 주 파이크 군에서 살고 있었어요. 난 거기서 태어났지요. 그리고 나와 아빠와 동생 아이크 외엔 모두 죽어 버렸어요. 아빠는 집을 정리하여 자기는 오린즈 하류 44마일 지점에서 조그만 농장을 가지고 있는 벤 숙부네 집으로 가서 살겠다고 했어요. 아빠는 아주 가난한데다가 빛도 얼마간 있었으므로 그걸 모두 청산해 보니까 남은 거라곤 돈 16달러와 검둥이 짐뿐이었어요. 이걸로선 3등이건 그 밖의 어떤 식으로든 1400마일의 여행을 하기엔 부족했단 말이야요. 그런데 강의 물이 불었을 때 어느날 아빠는 하나의 행운에 걸려 이 뗏목을 붙잡은 거예요. 그래서 이걸로 오린즈까지 내려오게 된 거지 뭐예요. 한데 아빠의 행운은 그리 오래 계속되지는 못하고, 어느날 밤, 기선이 뗏목의 앞쪽 한 귀퉁이를 그만 들이받고 말아, 그 바람에 우리는 모두 강에 빠지고 말아 타를 아래로 파고들어 갔어요 짐과 나는 무사히 물 위로 떠올랐지만 아빠는 취해 있었고 아이크는 네 살이었으므로 결국 이 둘은 떠오르지 못했어요. 그후 하루 이틀 동안 우린 아주 혼이 났어요, 왜냐하면 사람들이 늘 스키프로 와서는 짐이 도망친 검둥이임에 틀림없다고 하면서 내게서 빼앗아가려 고 했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젠 이 이상 낮엔 강을 내리지 않기로 했어요. 밤이라면 아무도 성가시게 구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공작이 이 말을 받았다. "원한다면 낮에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낼 테니 내게 맡기면 어때. 잘 궁리해 볼 테니까 말이다. 잘 궁리를 해서 잘 될 수 있는 계획을 하나 세우지. 하지만 오늘은 그만두기로 하자. 저 건너 마을의 옆을 대낮에 지나는 것은 좋지 못해. 안전하지 않단 말이야." 저녁이 되면서 하늘이 컴컴해지고 비가 내릴 것만 같았다. 멀리 지평선에 가까운 얕은 하늘에서는 번갯불이 여기서 번쩍 저기서 번쩍 하며, 나뭇잎이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왜 험상궂은 날씨가 될 것이라는 것은 그것만 보아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공작과 왕은 잠자리를 보러 들어갔다. 내 침대는 짚으로 된 것으로 짐의 것보다는 나았다. 짐의 침대는 옥수수 껍질로 된 것이며, 옥수수 껍질 침대에는 반드시 옥수수 속이 여기저기 섞여 있어 몸에 찔려 아팠고, 또 구르면 마른 쩝질이 쌓아올린 가랑잎 위를 구르는 것 같은 소리가 나 잠이 깨고 만다. 그래서 공작은 내 침대를 자기의 것으로 하겠다고 한 것인데, 왕이 그대로 내버려두려고 하지 않았다. "옥수수 껍질 침대는 내가 잘 곳이 못 된다고 하는 것을 신분의 차이가 당연히 그대에게 가르쳐 주었으리라고 생각하는데, 각하는 옥수수 껍질 침대를 택하도록 하라구" 다음 순간 짐과 나는 또다시 두 사람 사이에 무슨 귀찮은 일이 생기지나 않을까 하고 몹시 마음을 조렸다. 그런 만큼 공작이, "압제의 쇠 발뒤꿈치에 짓밟혀 늘 진창 속에 처박혀 있는 것이 내 운명이었다오, 불운은 한때는 고만하였던 내 영혼을 파멸시켜 놓았다구요. 복종하죠 굴복하죠. 그것이 내 운명이니까요. 이 세상에서 나는 외톨박이올시다. 괴롭혀 주십쇼, 그걸 난 참을 수 있습니다" 했을 때는 참으로 기뻤다.

우리는 완전히 사방이 어두워지자 곧 출발했다. 왕은 강의 한가운데로 나가 그 마을의 훨씬 하류에까지 나을 때까진 불을 켜선 안 된다고 명령했다. 얼마 후에 조그마한 불빛 덩어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그 마을이었다. 반 마일쯤 떨어진 지점을 무사히 통과했다. 4분지 3마일쯤 내린 후에 신호등을 켜달았다. 열 시쯤 되었을 때 비가 몹시 퍼붓기 시작했고, 바람이 불기 시작하고, 천둥소리가 요란하고, 번갯불이 번쩍번쩍 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왕은 우리 둘에게 날씨가 가라앉을 때까지 망을 보고 있으라고 하고는, 자기와 공작은 침대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열두 시까지는 나는 비번이었지만 비록 침대가 있었다하더라도 침대 속으로 들어 가지는 않았으리라. 이러한 폭풍우는 그저 매일 있는 것은 아니니까. 아아, 얼마나 지독하게 휘몰아치는 바람이냐. 1초인가 2초마다. 번갯불이 번쩍 하고 반 마일 사방의 횐 파도를 비춘다. 섬들은 비 속에 잠겨 꾸벅꾸벅 졸고 있다. 바람에 불려 몸부림치고 있는 나무들이 보였는가 하면, 거기 또 우지끈 뚝딱. 하는 천등소리 - 땅 땅 땅땅땅땅. 땅땅땅 - 천둥소리는 우르릉하고 중얼거리면서 멀리 사라진다. 그러자 번갯불이 하나 번갯불이 큰놈이 온다. 나는 몇 번씩이나 하마터면 파도 속에 횝쓸리고 말 뻔한 경우를 여러 번 겪었지만 옷을 입고 있지 않았으므로 조금도 무섭지가 않았다. 물속에 가라앉아 있는 나무도 걱정되지 않았다. 번갯불이 끊임없이 사방을 비춰주었고, 도처에서 번쩍 번쩍 하였으므로 뗏목 머리를 이러저리 돌리며 물속에 가라앉아 있는 나무를 피할 만한 시간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밤 0시부터 새벽까지 망을 보게 되어 있었는데, 열두 시경이 되자 졸려 견딜 수가 없었다. 그래서 짐이 두 시까지 대신 해주겠노라고 했다. 참으로 짐은 늘 이처럼 나에게 친절하게 해주었다. 내가 자러 기어들어가자 왕과 공작이 다리를 뻗칠 대로 뻗치고 누워 있어 누울 자리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밖에서 잤다. 날씨가 따뜻했으므로 비 같은건 문제도 되지 않았고, 파도는 이제는 그렇게 높지는 않았다. 그러던

것이 두 시경에 또다시 높아졌으므로 짐은 나를 깨우려고 했지만 생각을 고쳐먹고 깨우지는 않았다. 아직 파도는 위험할 정도까지 높지는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었다. 얼마 후에 굉장히 큰 파도가 밀려와 나를 물속으로 휩쓸어 갔기 때문이다.

짐이 죽겠다고 깔깔 웃어대었다. 어쨌든 저렇게 쉽게 웃어대는 검둥이는 둘도 없었다. 이번엔 내가 망을 보고 짐이 누웠는데, 금세 잠이 들어 쿨쿨 코를 골았다. 얼마 후 폭풍우는 완전히 가라앉았고, 나는 짐을 깨워 최초에 보 인 강둑 위 오두막집의 불빛으로 뗏목을 그날의 은닉장소로 몰아넣었다. 아침 식사가 끝나자 왕은 더러운 트럼프를 한 틀 꺼내더니 공작과 둘이서 한 번에 5센트씩 걸고는 잠시 세븐 업을 했다. 얼마 후 싫증이 나자 둘은 소위 '유세계획 수립'이라는 걸 하자는 데 합의를 보았다. 공작은 여행가방을 뒤져서 인쇄한 조그마한 광고지를 여러 장 꺼내어 큰 소리로 읽어 나갔다. 그 중 한 장에 '유명한 파리의 아르망 드몽딸방 박사'는 어떤 장소에서 아무 날에 입장료 10센트로 '골상학의 강연'을 한다. 그리고 '골상도는 한 장에 25센트로 공급한다'는 사연이 쓰여 있었다. 공작은 이게 바로 자기라고 했다. 또 한 장에서는 공작은 '세계적 명성을 떨친 세익스피어 극의 희극배우, 런던, 두루리좌 전속 2대째의 개릭으로 되어 있었다. 다른 광고지에서는 여러 가지 변명을 가지고 여러 가지 조화를 부렸다. '점치는 지팡이'로 땅 속의 물과 금을 찾는다거나, 마녀의 주문을 쫓는다거나, 안 하는 일이 없었다. 얼마 후에 공작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연극이 되고 보면 난 통 맥을 쓸 수 없단 말이야. 근데 폐하, 임자는 이제까지 무대에 서 본 일이 계슈." "없는데." 왕의 대답이다. "그럼 사흘이 되기 전에 무대를 밟게 해드리지, 몰락한 폐하. 제일 먼저 들어서게 될 큰 마을에서 공회당을 빌려가지고 (리처드 3)의 검극 장면과 (로미오와 줄리엣)의 발코니 장면을 하기로 합시다. 그래 어떻겠소, 임자 생각은." "돈이 되는 일이라면 뭐든 가릴 것 없이 그야 전력을 다해서 하지. 헌데 말이오, 노형, 난 연극일은 아주 캄캄 소경이고, 또 그다지 본 일도 없구려. 선친께서 궁전에서 연극을 시키실 때엔 난 아주 꼬마였으니까. 나에게 가르쳐 줄 수 있다는 건가, 임자 생각은." "드러누워 떡먹기지." ", 그럼 됐어. 어쨌든 난 뭐든 좀 색다른 것이 하고 싶어 주먹이 근질근질하던 참인데......iN ┤τ└σ┐i ??▒Γ?? ???├┤┘. "그래서 공작은 로미오는 어떠한 인물이고 줄리엣은 어떠한 인물이라고 하는 것을 낱낱이 왕에게 설명하고는 자기는 늘 로미오의 역을 맡아 했었으니까 왕은 줄리엣 역을 맡으면 좋겠다고 했다. "하지만, 여보 공작 줄리엣이라는 게 그렇게 젊은 처녀라면 이 내 대머리와 횐 구레나룻 수염은 여간 이상하게 보일 게 아니겠느냐 말이오." "뭘요 별 걱정 다하슈 이런 시골 촌놈들이 그런 걸 알아보면 제법이게요. 게다가 의상을 쓴다니까 그럼 아주 딴 사람으로 뵈죠. 줄리엣은 발코니에 나와 자기 전에 달빛을 즐긴단 말이야. 횐 잠옷에다. 술이 달린 침모를 쓰고. 여러 가지 역에 쓰는 의상이 여기 있어요." 공작은 커튼용 갱 사천으로 만든 의상을 두서너 벌 꺼내어, 리처드 3세와 그 상대역의 중세풍 갑옷이라고 설명한다. 그다음에 긴 무명천으로 만든 잠옷과 그에 알맞은 술이 달린 침모도 꺼내들었다. 이걸 보고 왕은 만족했다. 그래서 공작은 책을 내놓고 어떠한 식으로 하는지 그걸 보이기 위해서 손을 휘두르며 이리저리 껑충껑충 뛰어다녔고, 동시에 실제 연기까지 하면서 아주 뻐겨대는 득의 만만한 태도로 대사를 읽어나갔다. 그다음에 왕에게 그 책을 주며 자기 대사를 외우라고 했다.

강의 만곡부의 하류 3마일 지점에 초라한 조그마한 마을 하나가 있었다. 공작은 점심을 끝마친 후 낮에 강을 내려가도 짐에게 위험한 일이 일어날 염려가 없는 방법을 생각해 냈다고 하면서 마을로 가서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결정해 보겠노라고 했다. 왕도 무슨 좋은 일이 얻어걸릴 게 있나 가보고 오겠다고 했다. 마침 커피가 떨어졌으므로 짐은 나에게 같이 가서 커피를 사가지고 오라고 했다. 마을에 당도하고 보니 인기척이라곤 전혀 없고, 한길도 텅 비어 있는 것이 마치 공휴일처럼 고요하며 활기가 없었다. 뒷마당에서 일광욕을 하고 있는 검둥이 환자 하나를 만났다. 그의 말에 의하면 아주 어린애들과 중병인과 노인들 외에는 모두 여기서 3마일쯤 떨어진 숲속의 야외 집회에 나가 있다고 했다. 왕은 그 방향을 물어, 그 집회에 가서 한바탕 돈벌일 해볼까 하며 너도 같이 가도 괜찮으니 따라오라고 했다. 공작은 자기가 찾고 있는 것은 인쇄소라고 했다. 하나를 찾아냈다. 조그마한 가게로 목공소 이층에 있었다. 목수도 인쇄공도 모두가 야외집회소에 나가 있었지만 어느 가게에도 자물쇠는 채워져 있지 않았다. 난잡하게 물건이 사방으로 흩어져 있는 곳으로, 잉크 자국이 여기저기 묻어 있었고, 벽 일면에 온통 말과 도망친 검둥이의 그림이 든 광고가 붙어 있었다. 공작은 저고리를 벗고는 이젠 됐다고 했다. 그래서 나와 왕은 야외 집회 장소를 향해 걸음을 재촉했다. 반시간쯤 걸려서 우리는 땀을 흘리면서 그곳에 당도했다. 지독히 더운 날이었다. 그곳에는 20마일 사방에서 약 천명 가량의 사람이 모여 있었고, 숲은 짐마차와 그것을 끄는 말로 가득 차 있었다. 사방에 말이 매어 있었고, 짐마차에 단 여물통에서 여물을 먹기도 하고, 발을 구르며 파리를 쫓기도 하고 있었다. 가는 통나무로 기둥을 세우고, 나뭇가지로 지붕을 간 오두막집이 몇 채 있었고, 거기서 라무네와 생강빵을 팔고 있었다. 또 수박과 푸른 옥수수와 그밖에 그런 등속의 것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설교는 이와 비슷한 오두막집에서 진행 중이었는데 다만 이쪽 집이 좀 더 규모가 크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을 뿐이었다. 벤치는 통나무의 바깥쪽 두꺼운 판자로 만들어져 있었고, 둥근 쪽에다. 구멍을 뚫어 나무토막을 박아서 다리로 하고 있었다. 기대는 장소는 없었다. 그 집한쪽 구석에 높은 단이 있었고, 설교사들은 그 위에 서 있었다. 여자들은 밀짚모자를 쓰고 있었다. 면모 합직의 저고리를 입은 여자, 줄무의 옷을 입은 여자, 젊은 여자 중에는 갱사옷을 입고 있는 여자도 몇 있었다. 젊은 남자 중에는 맨발로 있는 사람도 있었고, 아이들 중에는 아무것도 입은 것이 없이 다만 굵은 베 셔츠 한 장만을 걸치고 있는 아이도 있었다. 늙은 여자 중에는 뜨개질을 하고 있는 노파도 있었고, 젊은 축 중에는 몰래 서로 재미를 보고 있는 남녀들도 있었다. 우리가 제일 먼저 들어선 집에선 설교사가 찬송가를 띄엄띄엄 읽고 있었다. 설교사가 두 줄을 읽으면 사람들이 뒤를 이어 합창을 했다. 사람들이 많은데다. 모두들 힘을 들여 하는 까닭으로 어쨌든 여간 장엄하지 않았다. 그다음 설교사가 또 두 줄을 읽고 사람들이 그 뒤를 이어 합창했다이렇게 해서 자꾸만 계속되었다. 사랑들은 점점 흥분하여 노랫소리가 점점 높아갔고 나중에는 신음하는 자 큰 소리로 소리를 지르는 자까지 나타났다. 여기서 설교사는 설교를 시작했다. 우선 단 한쪽 구석으로 바싹 걸어가더니 다음에는 돌아서 저쪽 구석으로 바싹 걸어갔다. 이번에는 대에 엎드리듯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고는 연방 팔과 몸을 움직이며 있는 대로 목소리를 짜냈다. 가끔 성경책을 쳐들어 한 군데를 편 채 그걸 이리저리 뒤흔드는 것처럼 하며 이렇게 소리를 지른다.

"이것이 광야의 뱀이니라. 이것을 보고 살지어다." 그러면 사랑들이 이에 화답하여, "신에게 영광 있으리. 아멘." 하고 크게 외친다. 이와 같이 해서 설교사는 설교를 계속하고, 사람들은 신음하고, 외치고, 아멘을 부른다. "아아, 죄를 회개하는 자의 자리로 오라. 오라, 죄에 더럽혀진 자여.(아멘.) 오라, 병든 자, 다친 자. (아멘.) 오라 , 병신된 자, 다리를 저는 자, 눈이 먼 자. (아멘.) 오라, 가난하고 삶에 고달픈 자, 부끄러움속에 가라앉아 있는 자. (아멘.) 오라, 피폐하고 더럽혀지고 고뇌하는자 모두. 깨어진 혼을 가지고 오라. 회개의 마음을 가지고 오라. 누더기와 죄와 더러운 것을 입은 채 오라. 마음을 씻는 물은 값이 없나니, 천국의 문은 넓게 열려 있느니라. 아아, 안으로 들어와 쉴지어다. (아멘. 신에게 영광 있으라, 신에게 영광 있으라, 할렐루야.)" 이러한 상태였다. 벌써 이제는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소리와 비명 때문에 설교사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군중이 모여 있는 도처에서 사람들이 일어나 만면에 눈물을 흘리면서 온갖 힘을 다하여 사람들을 떠다밀고는 회개자들이 앉아 있는 벤치로 몰려나갔다. 그리고는 회개자들이 전부 군중의 맨 앞자리에 모이자 마치 미친 사람들처럼 그들은 마구 노래를 부르는 등, 짚단 위에 몸을 던지는 등 그야말로 야단들이었다. 이때 비로소 나는 왕이 무엇을 하고 있는가를 알았다. 왕의 목소리는 다른 누구의 것보다도 컸다. 다음 왕은 단상으로 뛰어올라갔다. 그러자 설교사는 이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좀 해달라고 왕에게 부탁하였고, 왕은 그대로 했다. 그는 자기는 해적이라고, 인도양에서 30년 동안이나 해적 노릇을 했노라고, 부하들은 이번 봄의 싸움에서 꽤 많은 살상을 입었으므로 이제 자기는 신병을 모집하러 왔노라고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런데 고맙게도 어젯밤 도둑을 만나 돈 한 푼 없이 강제 상륙을 당하고 말았다. 자기는 이 일을 기쁘게 생각한다. 이런 고마운 일은 난생처음이다. 그 까닭은 자기는 이제 딴 사람이 되어 있고, 난생처음 행복하게 되었으니까. 자기는 가난하기는 하지만 이제 곧 출발하여 어떻게 해서든지 인도양으로 돌아가 여생을 해적들을 참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서 바칠 생각이다. 인도양의 해적들을 모두 알고 있는 까닭으로 그 일에는 자기가 최적임자다. 한 푼도 없이 인도양까지 가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어떻게 해서든지 꼭 자기는 돌아갈 작정이다. 그리고는 해적 하나를 설득할 때마다. 그 사나이에게 이야기 할 작정이다. '나에게 감사할 게 아냐. 내 덕택이라고 생각해선 안 돼. 모두 그 포 크빌의 야외 집회의 그리운 분들의 덕택이야. 그분들은 나면서부터 형제이며, 인류의 은인들이야. 또 그 설교사님의 덕택이기도 해. 그분은 해적에겐 둘도 없는 친우란 말이야.'라고. 이렇게 말을 하고 나서 그는 와. 하고 울음보를 터뜨렸고, 다른 사람들도 모두 따라 울었다. 그러자 그 중 누가 버럭 소리를 높여, "이 사람을 위해서 모금합시다. 모금합시다" 하여 이에 5,6인이 곧 그 일에 착수하려고 하였지만, 또 누가, "그 사람에게 자기가 모자를 가지고 돌라고 하면 어때." 하고 외쳤다. 그 바람에 모두들 그게 좋겠다고 했고, 설교사도 맞장구를 쳤다. 그래서 왕은 모자를 들고 군중 사이를 낱낱이 돌아다녔다. 눈물을 닦으면서 사람들을 축복하고, 칭찬하고, 그렇게 먼 곳에 있는 불쌍한 해적에게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해주시다니 이럴 수 있겠느냐고 코가 땅에 닿을 정도로 꾸벅거렸다. 그리고 차례차례로 아주 아름다운 처녀들이 눈물까지 흘리면서, 당신을 잘 기억해 두기 위해서 키스하고 싶은데 그렇게 해 주겠느냐고 물었다. 그러면 그는 그것을 반드시 허락하고는 그 중 몇은 꼭 껴안기까지 하며 5,6회씩 키스를 했다. 그러는 중에 그는 한 일주일 동안 자기 집에서 쉬어 갈 수 없겠느냐고 하는 초대까지 받았다. 모두들 자기 집에 묵게 하고 싶어했고, 그러면 참 명예로운 일일 거라고 했다. 그러나 그는 오늘이 야외 집회의 마지막날이고, 자기로선 아무 소용에도 닿지 않으며, 더군다나 곧 인도양으로 어서 돌아가 해적들에게 전도를 해야 하니 정말 미안하게 되었다고 딱 잡아떼었다. 뗏목으로 돌아와 계산해 보았더니 87달러 75센트나 되었다. 게다가 또 숲 사이를 빠져서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짐마차 아래에서 발견한 3갤런들이 위스키병까지도 그는 어느새 들고 와 있었다. 전체적으로 봐서 오늘의 벌이는 전도 사업에서 소비한 어느 날보다도 많았다고 왕은 자못 만족해했다. 야외 집회의 무리들을 속이는 데에 이교도를 쓰는 수법은 해적담에 비교하면 어림도 없는 수작이라고 왕은 기 염을 토했다. 공작은 왕이 돌아올 때까진 그래도 자기는 왜 한몫 단단히 보았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왕의 얘기를 들은 후엔 자기가 한 일을 그다지 성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그는 그 인쇄소에서 활자를 짜서 농부들을 위해 조그마한 일을 둘 해주었다말 광고였다. - 그리고는 그 대금으로 4달러를 벌었다. 그리고 신문에 낼 광고 주문도 받았다. 그것은 10달러 드는 것을 선불하면 4달러로 실어 주겠다고 하고는 그것을 따먹었다는 것이다. 그 신문 대금은 1년에 2달러인데 선불 조건으로 일부에 대해 반 달러의 예약을 세 건 받았다. 사람들은 언제나와 다름없이 장작과 양파로 대금을 지불하겠다고 했다. 공작은 이제 바로 이 가게를 산 참이어서 손을 보지 않을 정도로 싸게 하여 이제부터는 현금 지불로 해나갈 작정이라고 했다. 그는 손수 지은 시 한 편을 인쇄에 붙였다. 3절로 된 약간 달콤하고도 슬픈 시였다. 제목은 '그렇다. 냉혹한 세상이여, 이 상처입은 가슴을 깨뜨려 달라'는 것이었다. 그는 이것을 이제라도 곧 인쇄에 붙일 수 있도록 조판해 놓고 그 대가는 한푼도 청구하지 않았다. 말하자면 이러한 식으로 9달러 반을 벌게 되었는데, 하루의 일치고는 왜 좋은 성적이라고 좋아했다. 그다음 공작은 인쇄는 했지만 요금을 청구하지 않은 또 하나의 조그마한 일을 우리에게 보여 주었다. 그것은 우리를 위해 인쇄한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것에는 도망친 검둥이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어깨에다. 메고 있는 작대기에 보따리를 걸치고 그 아래에다. '상금 200달러'라고 쓰여 있다. 기록되어 있는 것은 모두가 짐에 관한 것으로 자세하게 짐의 인상이 그려져 있었다. 그것에는 짐이 작년 겨울 뉴 올린즈로부터 40마일 하류의 센트 잭크슨 농원으로부터 도망을 쳐 북쪽으로 간 것 같다는 사연과, 누구든 짐을 체포하여 송환해 준 사람에게는 상금과 그 비용을 지불하겠노라고 쓰여 있었다. "그래서 말이야" 하고 공작은 입을 열었다."오늘밤만 지나면 이제 우리는 생각만 있으면 대낮에라도 달릴 수 있단 말이야. 누가 오는 것이 보이면 얼른 짐의 수족을 결박하여 방 한구석에다. 처넣고 이 광고를 보이며, 우리들이 상류에서 이놈을 붙잡았지 만 가난해서 기선으로 여행할 수가 없어, 친지에게서 이 조그마한 뗏목을 외상으로 사가지고 이제 상금을 타러 가는 도중이라고 하면 된단 말이야. 수갑과 쇠사슬을 채우면 한층 더 짐에게 어울리겠지만 그러면 우리들이 아주 가난하다는 얘기와는 어긋나게 될 게 아냐. 그런 물건은 너무 과해. 밧줄이면 그만이야 무대에서 말하는 조화를 유지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야." 우리는 모두 이구동성으로 공작은 참 머리가 좋다고, 이젠 대낮에 달려도 문제없겠다고 좋아했다. 그 조그마한 마을의 인쇄소에서 저지른 공작의 장난은 큰 소동을 야기할 것이 뻔했으므로 그 소동으로부터 멀리 피하기 위해서 오늘밤 안으로 우리는 도망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후로 우리는 생각만 있다면 정정당당히 뗏목을 달릴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가만히 숨어 있다가 밤 열 시경에 출발하여 마을에서 왜 떨어진 지점을 몰래 통과하여 마을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등불을 켜지 않았다. 짐이 새벽 네 시에 당직 교대로 나를 깨우러 왔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허클, 임잔 이 여행에서 좀 더 왕들을 만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그래, 그럼 됐어. 왕도 하나들이라면 괜찮지만 그 이상이라면 골치야 골치. 이 왕은 대단한 주정뱅이고 공작도 조금도 나을 것이 없어." 나는 짐이 왕에게 프랑스말이란 대관절 어떠한 건지 듣고 싶으니까 얘기해 보라고 졸라대고 있는 것을 들었다. 그러나 왕은 자기는 이 나라에 와서 너무도 오래 되었고, 너무도 고생을 많이 해서 모두 잊어 버렸다고 했다.

 

21장 아칸소의 사건

벌써 해가 뜬 후였지만 우리는 뗏목을 매려고도 하지 않고 자꾸만 강을 내려갔다. 얼마 후에 왕과 공작은 꽤 시뻘건 얼굴로 나타나, 강으로 뛰어들어 한바탕 헤엄을 치고 나니 제 기분으로 돌아간 것 같았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왕은 뗏목 한끝에 걸터앉아 장화를 벗고 바짓가랑이를 걷어올리고는 기분을 전환하려고 다리를 물속에다. 담그고는 대롱대롱 흔들고 있었다. 그리고 파이프에다. 불을 붙여 물고, (로미오와 줄리엣)의 대사 암기를 시작했다. 꽤 암기한 후에 그와 공작은 둘이서 같이 연습을 시작했다. 공작은 대사 하나하나를 어떻게 하는지 몇 번이고 반복해서 그것을 왕에게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또 왕에게 한숨을 쉬라는 등, 가슴에 손을 얹으라는 등 잔소리를 하더니, 잠시 후에는 꽤 잘한다고 칭찬을 했다. "그냥, 로미오. 하고 마치 황소가 우는 것처럼 해선 안 돼. 부드럽게 상심하는 듯 괴로워하고 있는 듯한 목소리로 로오미오. 이렇게 하란 말이야, 알았지, 줄리엣은 귀엽고 상냥한 아직 어린 처녀니까 수나귀 같은 소릴 내지 않아." , 이번에는 두 사람은 공작이 떡갈나무대로 만든 긴 두 개의 칼을 집어들고서 검극 연습을 시작했다. 공작은 자기를 리처드 3세라고 불렀다. 둘이 서로 겨누면서 뗏목 위를 뛰어다니는 꼴은 장관이었다. 그러나 그러는 사이에 왕이 발을 헛디뎌 그만 강으로 떨어지고 말았으므로 두 사람은 잠시 쉬어 그때까지 미시시피 강을 오르내리며 그들이 해온 가지가지 모험담의 꽃을 피웠다.

점심이 끝났을 때 공작이 먼저 입을 열었다. "이봐, 카페(프랑스의 왕. 카페 왕조의 시조. 938. - 996) 이놈을 최상급의 신파로 만들고 싶단 말이야. 그러려면 뭐 좀 더 덧붙여야 할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어쨌든 앙콜에 대답할 것이 좀 필요하단 말이야." "앙콜이란 뭐야, 브릿지워터." 공작은 그것을 설명하고 나서 말했다. "앙꼴로 난 스코틀랜드의 탈춤이나 사공춤을 출 테니 임잔......가만 있자, ............옳지 됐어 햄릿의 독백을 하면 돼 " "햄릿의 뭐라고." "햄릿의 독백 말야. 세익스피어 극 중 제일 유명한 거야. 아아, 숭고하고말고. 숭고하고말고. 늘 극장 안을 녹이고 말지, 내가 지금 가지고 있는 대본에는 들어 있지 않아. 이거 한 권밖엔 가진 게 없어 지금은 하지만 기억에서 건져낼 순 있을 거야, 능히. 어디 잠간 여길 왔다갔다. 하면서 기억의 동굴 속에서 불러낼 수 있을는지 한번 해볼까." 그는 잔뜩 생각에 젖은 얼굴로 왔다갔다하기 시작했다. 가끔 무섭게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고 눈썹을 치켜올렸는가 하면 손을 이마에다. 대고 뒤로 비틀거리며 신음소리를 내기도 했다. 그다음 한숨을 푹 내리쉬고, 눈물을 흘리는 시늉을 했다. 아름다운 구경거리였다. 마침내 그는 햄릿의 독백을 기억해 냈다. 우리들에게 이젠 모두 조심들을 하고 있으라고 했다. 다음 그는 한쪽 발을 앞으로 쓱 내밀고, 두 팔을 높이 쳐들고, 머리를 뒤로 젖혀 하늘을 우러러보며 아주 품위있는 포즈를 취했다. 그러고 나서 이번에는 미쳐 날뛰며 이를 북북 갈더니 다음 대사를 외우는 동안 큰 소리를 지르고, 두 팔을 넓게 펼쳐 가슴을 앞으로 내밀고는 내가 아직까지 보아 온 어떤 연기도 능가할 정도로 멋지게 해냈다. 이제 그 대사로, 그가 왕에게 가르치고 있는 동안에 나는 손쉽게 외울 수 있었다.

살아야 하나, 죽어야 하나, 한 자루의 단도면 깨끗이 청산할 수 있을 것을, 글쎄 이 저주가 있기에 인생은 일평생 불행하게 마련이지. 그 누가 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지루한 인생에 신음하며 진땀을 뺄쏘냐, 버남의 숲이 던시네인까지 다가올 때까지 사후의 공포가 대자연의 제2의 요리라고 할 수 있는 천진난만한 잠을 죽이고, 부지의 운명의 나라로 날아가기보다는 가혹한 시탄을 우리들로 하여금 던지게 하는 일만 없다면. 이를 생각하니 망설여질 수밖에. 문을 두드려 던컨의 잠을 깨워라. 그대에게 그것이 할수 있다면 오죽이나 좋으리. 세상의 능욕과 조소를, 폭군의 비도를, 오만한 자의 무례를, 재판의 지루함을, 언제나와 다름없이 엄숙한 후의를 몸에 감은 무덤이 입을 벌리고서 기다리는 무서운 한밤중의 민사를 누가 참을 쏘냐. 한 번 가버린 나그네가 두 번 다시는 돌아오지 못하는 미지의 나라가 이 세상으로 악풍을 보내고, 생생한 혈색을 가진 우리의 결심은 격언에 있는 고양이 모양으로 우려로 창백해지고,

지붕 위 얕게 드리워진 구름도 이 때문에 길을 빗가고. 마침내 실행력을 잃게 되는 일이 없다면, 죽음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는 대소원의 극치. 그러나 기다리자 아리따운 오펠리아여, 그대의 무거운 대리석 턱을 열지 말고, 수녀원으로 가라 - 어서 어서 어서.

이 대사는 왕의 마음에 들었고, 단번에 그는 곧잘 그 대사를 해치우게 되었다. 마치 그는 이 대사 때문에 세상에 태어났다고 생각될 정도였으며, 익숙해져 날뛰어 떠들어대면서 우뚝 장승처럼 서 있는 꼴은 정말 볼 만했다. 운 좋게 얻어걸린 최초의 기회에 공작은 신파 광고를 인쇄했다. 그후 2,3일 동안 떠내려가는 우리들의 뗏목은 그야말로 대단한 활기를 띠었다. 왜냐하면 - 공작의 말을 빌리면 - 검극과 대사 연습만이 이루어졌었기 때문이다. 아칸소 주에 왜 접근했을 무렵의 어느 날 아침, 커다란 만곡부에 조그마한 마을 하나가 나타났으므로 거기서부터 약 4분지 3마일 정도의 상류 지점에 사이프러스나무가 터널처럼 우거져 있는 개울 입구에다. 뗏목을 맸다. 그리고는 짐 이외의 세 사람은 모두 카누로 강을 내려, 그 마을에서 우리들의 신파를 할 수 있을는지 그것을 보러갔다.

우리는 참 운이 좋은 때 온 셈이었다. 마침 그날 오후 이 마을에서 서커스가 개최될 예정으로 있었으며, 벌써부터 시골 사람들이 모든 종류의 다. 낡은 덜컹거리는 마차와 말을 타고서 모여들기 시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서커스는 날이 어두워지기 전에 떠날 것이니, 그러고 보면 우리들의 신파는 아주 좋은 기회에 얻어걸린 셈이다. 공작은 큰 저택을 하나 빌렸고, 우리는 광고를 붙이며 돌아다녔다. 광고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기록되어 있었다. 세익스퍼어극 재상연. 미증유의 인기거리. 당야한. 세계적으로 유명 한 비극배우, 런던 드루리 레언 극장 전속, 2대 데이비드 개릭크 및 런던 피카디리, 푸딩 레인 화이트 채플 왕립 헤이마 아케이드극장 및 왕립 대륙극장 전속. 초대 에드먼드 키인 이 양인이 출연할 숭고한 세익스피어 극중의 흥행물은 로미오와 줄리엣 중의 발코니의 장면...... 로미오......개릭크 씨 줄리엣......키인씨 극단원 총출연. 의상, 배경, 제도구 신조. 이 밖에 또 리처드 3세 중의 혈용육약의 아기자기한 산도싸움...... 리처드 3...... 개릭크씨 리치몬드......키인 씨 이밖에 또(특청에 의하여) 햄릿 불멸의 독백...... 유명 한 키 인의 출연. 파리에서의 300회 연속 흥행. 구주 흥행의 기일 박두로 인해. 당야 한. 입장료 25센트, 소인, 하인 10센트 그것이 끝나자 우리는 거리를 싸질러 다녔다. 가게와 집은 거의가 다. 낡은 것이 삐걱거리는 바싹 마른 목조 건물로, 페인트라곤 바른 적이 없고 지면으로부터 3,4피트 다리를 달아서 높게 한 것은 홍수 때물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한 것이었다. 집 주위에는 조그마한 정원이 있었으나 거의 아무 것도 심은 것이라곤 없었고, 나팔꽃과 해바라기뿐이었다. 그밖에 잿더미가 있었다. . 낡은 쭈그러진 장화와 단화, 병 깨진 것, 넝마, 쓰지 못하게 된 양철 제품 등이 있었다. 울타리는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판자를 각기 다른 때에 닥치는 대로 박아서 만든 것으로, 이리저리 제멋대로 기울고 있었다. 문에는 대체로 돌쩌귀라곤 하나밖에 없었고, 그것도 가죽 돌쩌귀였다. 어떤 울타리는 어느 때 발랐는지 희게 바른 것도 있기는 했는데, 공작은 아마 그것은 콜럼버스 시대에 바른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했다. 그럴지도 모를 일이었다. 대체로 마당에는 돼지들이 들어가 있었고, 사람들이 그걸 몰아내고 있었다. 가게들은 모두 하나밖에 없는 한길에 늘어서 있었다. 가게 앞에는 집에서 직접 짠 횐 광목 차일이 쳐져 있었고, 시골사람들은 말을 그 차일 기둥에다가 매어놓고들 있었다. 차일 아래에는 빈 포목상자가 놓여 있었고 부랑자들이 하루종일 거기 붙어 앉아서 대형 나이프로 상자를 썰기도 하고, 담배를 씹기도 하고, 하품을 하기도 하고, 기지개를 켜기도 하고 있었다. - 모두 지독히 천한 녀석들이었다. 놈들의 대부분은 거의 우산 만한 누런 밀짚모자를 쓰고 있었는데, 그러나 저고리도 조끼도 입고 있지 않았다. 서로들 빌이니 벅이니 조니 앤디니 하고 부르고 있었고 만사가 귀찮다는 듯이 느릿느릿 말을 하고 있었고, 서로 욕들을 하고 있었다. 차일 기둥 하나에 건달 하나씩 기둥에 기대앉아 거의 두손을 호주머니 속에 꽃고 있었고 남에게 씹는 담배를 한 대 꾸어 준다거나 어디를 긁는다거나 할 때 외엔, 절대로 손을 밖으로 내놓지 않았다. 놈들 사이에서 늘 오고가는 말이 있었다. "어이, 행크, 담배 한 대만 줘." "안돼 한 대밖에 없어. 빌에게 달래." 빌은 한 대 줄지도 모르고, 혹은 거짓말을 시키고는 하나도 없다고 할지도 모른다. 이런 건달들 중에는 돈이라곤 한 닢도 없고, 또 자기 담배라곤 한 대도 가지고 있지 않은 작자도 있다. 이런 작자들은 담배는 늘 빌려서 피우는 것으로 정해져 있다. 친구에게 이렇게 말을 건넨다.

"임마, 한 대만 빌려줘, 잭크. 지금 막 벤 톰프슨에게 마지막 한 개를 줘버렸어 " 그런 수작은 대개 거짓말인 것이 뻔하다. 타지방 사람이 아니면 속진 않는다. 그러나 잭크는 타지방 사람이 아니라 이렇게 대답했다. "네놈이 그놈에게 한 대 주었다고. 거 대단한 일을 했군. 지금까지 내게서 꾼 걸 내놔. 레이프 벅너. 그러면 한 들이건 두 들이건 얼마든지 빌려 줄게, 그리고 이자 같은 건 내라고 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내 언제 좀 갚지 않았나." "그럼, 갚구말구. 여섯 대쯤 같았지. 네놈은 가게서 파는 담배를 꾸고서 니거 헤드(품질이 좋지 않은 까만 씹는 담배)로 갚았겠다." 가게에서 파는 담배란 납작하고 색이 까만 누런 담배지만 이러한 건달들은 거의 다. 생 이파리를 비튼 것을 씹고 있었다. 한 대 꿀 때엔 대개 나이프로 자르지 않고 입에다. 물고는 이빨로 물어뜯어 잘라질 때까지 손으로 잡아당겼다. 그러면 가끔 담배 주인은 자기 몫이 된 부분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며 이렇게 비꼬아 말할 때가 있다. "어이, 그 문 쪽을 이리내, 이걸 줄 테니." 큰길이고 작은길이고 간에 모두가 진창 투성이였다. 진창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콜타르 모양으로 시꺼멓고, 곳에 따라선 깊이가 한 피트 되는 것도 있었고, 어디를 가도 2,3인치 정도의 깊이는 보통이었다. 어디를 가나 돼지 투성이로 꿀꿀대며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녔다. 한길을 진창 투성이의 암퇘지와 한 배의 새끼돼지들이 어슬렁어슬렁 걸어왔다. 그리고 어미돼지는 길 한복판에 벌렁 나자빠져 있다. 그러면 사람들은 그것을 피해서 통과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암퇘지는 새끼돼지들에게 젖을 물리고 있는 동안 몸을 쭉 뻗고 눈을 지그시 감고, 귀를 설레설레 흔들면서 마치 월급이라도 타고 있는 것 같은 행복감에 젖어있다.

얼마 후에 건달 하나가, "쉭 쉭. 저놈을 물어라, 티지." 하고 큰 소리를 지르자 암퇘지는 비명을 지르며, 귀를 물고 늘어진 개를 한두 마 리 질질 끌면서 도망을 쳤다. 그 뒤를 4,50마리나 되는 개가 모여들었다. 건달들은 모두 일어나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것을 바라보며 낄낄 웃으며 이 대소동을 고마워하는 눈치들이었다. 다음 놈팡이들은 개싸움이 있을 때까지 다시 한번 제자리로 돌아가 서성거리고 있다. 개싸움만큼 이 놈팡이들의 정신을 바짝 내게 하고 즐거움을 주는 행사는 없다. 하기야 똥개에다. 테레빈 기름을 끼얹어 불을 지르는 것과, 똥개 꼬리에다. 양철 냄비를 매달아 죽을 때까지 뛰어 돌아다니다가 죽고 마는 것을 구경하는 경우는 예외였지만 강둑에 있는 몇 채의 집은 머리를 숙이고 한쪽으로 기울어 있고, 이제라도 당장 강으로 굴러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런 집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다른 데로 벌써 이사들을 하고 있었다. 몇 채의 집은 한쪽 구석의 토대 밑으로 강둑이 무너져서 없어져 버렸고, 그 구석이 강 위로 공중에 떠있었다. 그러한 집에는 아직 사람들이 살고 있었지만 어쩌다가 한꺼번에 집 폭의 긴 땅이 무너지기 시작해, 한여름 걸려서 무너지고 또 무너져 그 전부가 강으로 떨어지고 마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마을은 강이 자꾸만 둑을 침식하고 마는 까닭으로 결국 후퇴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날, 정오가 가까워짐에 따라 거리의 짐마차와 말은 그 수가 자꾸만 뒤에서 밀려왔다. 시골서 온 가족들은 도시락을 가지고 와 그것을 짐마차 안에서 먹고 있었다. 위스키를 마시고 주정을 하는 사람도 몇 있었고, 나는 싸움하는 것을 세 번이나 보았다. 그러는 동안에 누가 큰 소리로 외쳤다. "저기 복스 영감이 온다. 달에 한 번씩 취하러 오는 그대로 이번에도 또 시골서 왔구나. 저봐, 모두들." 놈팡이들은 모두 기쁜 얼굴이었다. 복스 영감으로 해서 늘 이 패들이 재미를 보는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 중 하나가 그 말을 받았다. "저 영감, 이번엔 누굴 죽일 작정일까. 이날 이때까지 20년 동안이나 해치워 버린다고 벼르던 사람들을 전부 깨끗이 해치워 버렸다면 그 영감도 이젠 왜 유명해졌을 게 아냐." 다른 사나이가 그다음 말을 이었다. "복스 영감이 날 죽인다고 하면 참 좋겠는데. 그러면 난 천년 동안은 죽지 않게 될 테니 말이야." 복스는 마치 인디언처럼 와아와아 하고 큰 소리를 질렀다. "어이, 비켜. 난 이제부터 전쟁에 나가는 길이야. 관 값이 오를 판이 야." 복스는 취해 있었고, 안장 위에서 몸을 가누지 못했다. 쉰을 좀 지난 나이로, 얼굴색이 여간 빨갛지 않다. 모두 다. 복스를 향해서 와와 떠들고, 조소를 던지며 욕을 하고, 복스 영감도 조금도 지지 않고 말대답을 하면서 '네놈들도 차례차례로 꼬박꼬박 죽여 버려야 하겠지만 오늘은 셔번 대령 영감쟁이를 죽이러 온 것이니까 지금은 꾸물거리고 있을 순 없어, 내 모토는 '고기가 제일 과자는 다음'이니까 네놈들은 다음 차례로 밀밖에 없다'며 자못 의기양양해했다. 복스 영감은 나를 보자 내 앞으로 바싹 말을 몰고 와 "임마. 어디서 굴러온 놈이냐. 죽을 각온 다. 됐나." 이 한 마디를 던지고는 획 저쪽으로 가버린다. 나는 겁이 났지만 옆의 사나이가 말했다. "괜찮다. 저 작잔 술이 취하면 으레 저 모양이야. 아칸소에서도 제일 마음씨가 착한 바보 영감쟁이란다. 취해 있든 취해 있지 않든 남에게 해를 끼친 적은 아직 한 번도 없어." 복스 영감은 마을에서 제일 큰 가게 앞에다. 말을 바싹 갖다대고, 목 을 숙여 차일 안을 들여다보더니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리 나와, 이놈. 셔번. 어서 나와 네놈이 속여 먹은 사람과 맞서지 못해. 네놈은 나에게 몰리고 있는 똥개야. 이놈 혼내줄 테니." 이러한 식으로 복스는 오만가지 욕설을 셔번에게 퍼부었고, 길거리는 그것을 듣고 웃어대고 떠들어대는 건달들로 가득 차고 말았다. 얼마 후에 쉰다섯쯤 되어 보이는 거만하게 생긴 사람 하나가 - 그러나 마을에서도 훌륭한 옷을 입고 있었다. - 가게에서 나왔다. 사람들은 그 사람을 보내려고 좌우로 길을 비켰다. 그 사람은 아주 침착한 목소리로 천천히 복스에게, "이젠 이런 장난에 진절머리가 났지만 그러나 한 시까지 참아주지. 한 시까지야. 알았어. 그 이상은 안돼. 한 시 이후에 한 번이라도 나에게 입을 열어 봐, 암만 멀리 도망가도 꼭 붙잡고야 말 테니." 이렇게 한 마디를 하고 그 사람은 획 돌아서 가게 안으로 다시 들어

가 버렸다. 건달들은 모두 엄숙한 얼굴로 돌아갔고, 꼼짝도 안 할 뿐더러, 웃는 놈조차 하나도 없었다. 복스는 목소리를 끝까지 돋구어서 셔번에게 욕설을 퍼부우며 한길 저쪽으로 가버렸다. 얼마 후에 다시 돌아오더니 가게 앞에 서서 또다시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몇 사람이 복스 주위에 모여 입을 막으려고 했지만 그는 막무가내였다. 사람들은 복스에게 앞으로 15분만 지나면 한 시가 된다고 일러주고는, 어서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고, 당장 여기를 떠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타일렀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복스는 있는 힘을 다하여 욕설을 퍼부을 뿐이었다. 그리고 모자를 진창 속에다. 던지고는 그 위를 말발굽으로 짓밟고 이내 백발을 바람에 흩날리며 미친 사람처럼 한길 저쪽으로 말을 몰았다. 힘이 자라는 사람은 하나도 빠지지 않고 전력을 다하여 복스를 말에서 내려 취기가 깰 때까지 감금해 두고 했지만 헛수고였고, 또다시 한길을 이쪽으로 달려와 셔번에게 독설을 퍼부었다. 그때 누가 소리를 질렀다. "딸을 불러와. 빨리 딸을 불러와. 딸의 말이라면 혹간 들을 때가 있으니까 복스를 타이를 수 있는 사람은 딸밖엔 없어" 그래서 누가 부르러 뛰어갔다. 나는 거리를 좀 더 걸어 내려가서 걸음을 멈췄다. 5분인가 10분인가 후에 또다시 복스가 왔지만 이번에는 말을 타고 있진 않았다. 내 쪽으로 모자도 쓰지 않은 채 비틀거리며 걸어왔다. 친구 둘이 양쪽에서 팔 하나씩을 붙잡고 복스를 재촉하고 있었다. 본인도 말이 없이 불안한 눈치였다. 조금도 위축되는 일이 없이 자기도 서둘고 있었다. 그때 누가 버럭, "복스." 하고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셔번 대령이었다. 한길 한가운데 에 몸 하나 까딱도 하지 않고 서있었다. 바른손에는 권총을 들고 있었다. 겨누진 않고, 총신을 하늘 쪽으로 향하고 있다. 이와 동시에 젊은 처녀 하나가 총총걸음으로 두 사나이와 함께 이쪽으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복스와 양쪽 사나이는 누가 불렀나 하고 되돌아보았다. 권총을 보자 두 사나이는 얼른 옆으로 비켰다. 권총의 총신은 천천히 흔들리지 않고 수평의 위치에까지 내려왔다. 격철이 양쪽 다. 서 있었다. 복스는 삽시에 두 손을 쳐들고 말했다.

"어이구. 제발 살려줘." . 하고 처음 한방이 터지자 복스는 허공을 쥐면서 뒤로 비틀거렸다. , 하고 두번째가 터지자 복스는 팔을 편 채 꽈당 하고 뒤로 쓰러지고 말았다. 젊은 처녀는 비명과 함께 달려들어 부친에게 몸을 던지고는 왁. 하고 울어댔다. "아아, 저 사람이 아버질 죽였어, 저 사람이 아버질 죽였어." 사람들은 두 사람 주위로 몰려들어 이 광경을 보려고 목을 길게 뽑고는 서로 밀치락 달치락 야단이었고,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들대로 그것을 밀어내려고, "물러 서. 물러 서. 바람을 통하게 해 바람을 통하게 해." 하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셔번 대령은 권총을 땅바닥에다. 내던지고는 획 돌아서 저쪽으로 가버렸다. 사람들은 복스를 조그마한 약방으로 끌어들였다. 건달들은 아까처럼 그 주위를 밀치락달치락하며 따라갔고, 그 뒤에서 마을 사람전체가 따라갔다. 나는 달려가 창가의 좋은 장소 하나를 점령하고는 복스 바로 옆에서 안을 잘 들여다볼 수가 있었다. 사람들은 복스를 마루 위에다. 뉘고는 머리 아래에다. 한 권의 큰 성경책을 놓고, 또 한 귄의 성경책을 그의 가슴 위에다. 펼쳐 놓았다. 그러나 사람들은 그 전에 복스의 셔츠를 찢어 벗겼으므로 나는 탄알의 하나가 어디로 들어갔는지 알 수 있었다. 복스는 열 몇 번이나 한참씩 헐떡거렸다. 숨을 들이 마실 때에는 성경책이 들먹하고 들렸고, 숨을 내쉬면 또다시 성경책은 내려왔다. 그후 복스는 움직이지 않았다. 죽은 것이다. 사람들은 통곡을 하고 있는 딸을 그에게서 떼어 어디론지 데리고 갔다. 처녀는 나이가 열여섯 살쯤 된 귀엽고 상냥하게 생긴 모습이었지만. 얼굴색이 창백한 채 벌벌 떨고만 있었다.

그런데 얼마 후에 마을 안의 모든 사람들이 모여들어 창가로 가려고 밀치락달치락 야단들이었다. 먼저 있던 사람들은 비키려고 하지 않고 또 나중에 온 사람들은, "이봐. 당신들은 실컷 보지 않았소. 언제까지 비키지 않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좀 보여 주지 않는 건 심하지 않아. 다른 사람들도 당신들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권리가 있잖나" 하고 불평이 대단했다.

말대답을 하는 측도 대단했으므로 나는 큰 소동이 일어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는 그곳을 슬쩍 빠져나왔다. 한길은 사람으로 가득 차 있었다. 모두들 흥분하고 있었다. 사살 현장을 본 사람은 어떻게 피살되었는가를 얘기하고 있었고, 그 주위에는 목을 길게 뽑고서 듣고 있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머리를 길게 기르고, 큰 횐 모피 실크햇을 삐딱하게 쓰고 손잡이가 굽은 지팡이를 들고 있는 키가 큰 날씬한 사나이가 복스가 있던 장소와 셔번이 있던 장소에다. 표를 했다. 사람들은 그의 꽁무니를 줄줄 따라다니며 그 사나이의 거동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지켜보면서 알았다는 증거로 연방 머리를 끄덕끄덕하였고, 지팡이로 땅에다. 표를 하는 것을 보기 위해서 약간 앞으로 몸을 숙이고는 두 손을 넓적다리에다. 고이고, 그 사나이가 지팡이로 땅 위에 그 장소의 표를 하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다음 셔번이 서 있던 장소에 똑바로 뻣뻣이 일어서 얼굴을 찡그리고 모자 테두리를 깊숙이 내리고는 이렇게 외쳤다. "복스." 그다음 지팡이를 천천히 수평으로 내리며, '.'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뒤로 비틀거리며 또 '.'하고 소리를 지르고는 덜컥 뒤로 나자빠졌다. 복스가 쓰러지는 것을 보고 있던 사람들은 틀림없이 그랬었다고 이구동성으로 맞장구를 치고는, 약 열 명 가량의 사람들이 위 스키병을 꺼내서 그 사나이에게 마시라고 했다. 이러는 사이에 누군가 셔번을 사형에 처해 버려야 한다고 외쳤다. 1분 후에는 모두 이구동성으로 동감이라고 맞장구를 치고는 미친 사람처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교수용으로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빨랫줄을 잡아채어 가지고는 달려갔다.

 

 

22장 사형의 실패

사람들은 마치 인디언처럼 떠들어대면서 셔번의 집을 향해 몰려갔다. 무어나 다. 길을 비키지 않으면 안 되었다. 비키지 않았다간 짓밟혀 터지고 말판이었다. 참으로 무서운 광경이었다. 아이들은 비명을 지르면서 옆으로 비키려고 군중들 앞을 달려갔고 길가의 창이라고 하는 창은 여자들 얼굴로 가득 찼으며, 나무라고 하는 나무에는 검둥이 사 내들이 올라가 있었고, 울타리라고 하는 울타리로부터는 검둥이 남녀 하인들이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군중이 가까이 다가오자 그들은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손이 미치지 않는 안전한 곳으로 피해 버리는 것이었다. 많은 수의 여인과 처녀들이 죽은 듯이 겁을 먹고는 큰 소리로 마구 울어댔다. 사람들은 셔번의 집 말뚝 앞으로 빽빽이 몰려들어 어찌나 서로 떠들어대고 있는지 자기가 하는 소리가 자기에게 들리지 않을 정도였다. 집 앞은 20피트 정도의 조그마한 정원이었다. 그 중 누가, "담을 헐어 버려 담을 헐어 버려" 하고 외쳤다. 그러자 찢어발기는 등. 빼어 버리는 등 때려부수는 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대소동이 일어나 울타리는 와르르 무너지고, 군중의 최전선은 파도처럼 와 하고 안으로 밀려들어가기 시작했다. 마침 그때 셔번이 조그만 현관 지붕 위로 나타났다. 손에는 그 연발 장총을 들고, 말 한 마디 없이 침착한 태도로 유유히 서 있었다. 소동은 갑자기 그치고, 인파는 후퇴하기 시작했다. 셔번은 아무 말도 없이 그저 거기 선 채로 아래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고요함은 소름이 끼칠 정도로 기분이 나쁜 것이 불유쾌하기 짝이 없었다. 셔번은 천천히 군중들을 한 번 훑어보았다. 그 시선과 마주친 사람들은 되쏘아 붙이려고 했지만 눈을 내리깔고는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이내 셔번의 입가에는 웃음이 날렸으나 그것은 유쾌한 웃음이 아니라 모래가 든 빵을 씹었을 때에 나오는 그러한 웃음이었다. 그다음 셔번은 천천히 , 사람을 비웃는 듯한 어조로 말했다. "너희들이 누구를 린치 한다고 재미난 생각이야 너희들에게 사나이를 린치 할 만한 배짱이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마을로 온 불쌍한 의지할 곳 없는 버림을 받은 여자들에게 콜타르를 바른 후에 깃털을 붙일 만한 용기가 있다고 해서, 그래서 사나이에게도 손을 댈 만한 배짱이 있다고 생각했는가 흥, 너희들 같은 인간 1만 명이 있어도 그 사나이는 꿈쩍도 안 할 거다. 대낮이고, 배후에서 얻어걸릴 염려만 없다면. 내가 너희들을 알고 있느냐고 잘 알고 있구말구. 나는 남부에서 나서 자랐고, 북부에서 산 일도 있다. 그래서 모든 평범한 인간을 잘 알고 있단 말이야. 평범한 인간은 겁쟁이라는 거야.

북부에선 짓밟으려 고 생각하는 자에게는 누구나 다. 자기를 짓밟게 하고, 그후 집으로 돌아가서는 그것을 참아 낼만큼의 겸허한 마음을 주시옵소서. 하고 기도를 올린단 말이다. 남부에선 한 사나이가 자기 혼자서 대낮에 사람들이 가득 탄 역마차를 세워 놓고는, 승객들로부터 돈을 빼앗는단 말이다. 너희들의 신문은 너희들을 용감한 사람이라고 허풍을 떨며 부르고 있으니까 너희들은 자기들이야말로 다른 누구보다도 용감하다고 생각하고 있단 말이다. 그러나 너희들의 용감은 다른 사람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 그러한 것으로, 월등히 뛰어나다고 할 것도 없어. 왜 너희들의 배심원은 사람을 죽인 그 하수인을 교살하지 않는 거지 그것은 그 하수인의 친구 놈들이 어둠을 타고 뒤에서 자기를 쏘아 죽이지나 않을까 그것이 무섭기 때문이지. 그 친구 놈들은 틀림없이 그 짓을 해내고야 말 테니까 그래서 배심원들은 늘 무죄 방면이라고 하는 방법을 쓴단 말이다. 그러면 한몫 값의 사나이가 복면을 한 겁쟁이 100명을 거느리고 밤에 가서 그 악당을 린치 한단 말이다. 너희들의 잘못은 너희들이 그 한몫 값의 사나이를 데리고 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것이 그 첫째의 잘못이고, 또 하나는 어둠을 타고 오지 않았다는 것, 게다가 복면도 가지고 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너희들이 데리고 온 것은 절반 짜리 사나이란 말이다. 저기 있는 저 벅크 하크네스가 바로 그거야. 그리고 벅크의 사주만 없었다면 너희들은 그저 와와 하고 공포만 쏘았을 거야 너희들은 오고 싶지는 않았을 거다. 평범한 인간은 귀찮은 일과 위험을 싫어하는 법이거든.

너희들도 그런 것을 싫어하지만 저기 있는 저 벅크 하크네스와 같은 절반 짜리 인간이 '놈을 린치 하라' '놈을 린치 하라' 하고 외치면 너희들은 뒤로 물러서기가 무서워지거든-너희들의 본성이 겁쟁이라고 하는 것이 세상에 드러날까 봐 그게 무서워 큰 소리를 지르고, 그 절반 짜리 사나이 저고리 꼬리에 잔뜩 매달려서 장한 일을 해낸다고 큰소릴 탕탕 하고는 대단한 기세로 몰려왔단 말이지. 세상에서도 제일 불쌍한 건 폭도야. 군대 역시 그렇단 말이다. 폭도야 자기 몸에서 배어 나온 용기로 싸우는 게 아냐. 그 집단에서. 그 상관에서 빌려 온 용기로 싸운단 말이다. 하지만 그 선두에 사나이다운 사나이를 가지고 있지 않은 폭도는 불쌍이고 나발이고 없단 말이다. , 너희들이 할 일은 꽁무닐 돌려 어서 집으로 돌아가 구멍으로 기어 들어가는 일이다. 진짜 린치를 할 작정이라면 남부 식으로 어둠을 타고 하는 거야. 그리고 올 때엔 복면을 가지고 올 것, 한몫 값의 사나이를 데리고 올 것, 이 두 가지다. , 모두 돌아가 너희들 그 반쪽 짜리 작자도 같이 데리고 가는 거다." 셔번은 총을 왼팔 위에다. 겨누고는 격철을 찰싹하고 올렸다. 군중은 갑자기 뒤로 물러서기가 무섭게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져 버렸고, 벅크 하크네스도 그다지 아름답지 않은 꼴로 슬금슬금 그 뒤를 따랐다. 나는 그대로 있을 생각만 있다면 그대로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러나 영 그 생각이 없었다.

나는 서커스로 가서 뒤꼍을 서성거리며 감시인이 지나가는 것을 기다렸다가 텐트 아래로 해서 슬쩍 안으로 기어 들어갔다. 20달러 짜리 금화 외에도 얼마간 돈이 있었지만 이렇게 집과 멀리 떨어진 타향에 나와 있으면 언제 어느 때 돈이 필요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냥 모아 두기로 했다. 조심하는 것밖에는 없다. 그밖에 딴 도리가 없을 때엔 언제나 돈을 내고 서커스 구경을 하는 것에 나는 반대하지 않지만 그러나 서커스 같은 것에 헛되이 돈을 써 버릴 필요는 없다. 그것은 정말로 굉장한 서커스였다. 단원 전부가 나란히 서서 말을 타고 입장하는 광경은 정말로 아름다웠다. 남매가 둘씩 서서 들어왔다. 남자는 속바지와 셔츠만으로 신도신지 않고 등자도 없이 경쾌한 모습으로 손을 넓적다리 위에다. 올려놓고 있다. 20명쯤은 되었으리라. 여자들은 아리따운 안색으로 정말 아름다웠으며, 진짜 여왕들의 한 떼와 조금도 다름이 없는 모습으로 몇백만 달러씩이나 하는 금강석을 아낌없이 박은 번드레한 옷을 입고 있었다. 그야말로 대단한 광경이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은 난생처음이었다. 다음에 그들은 하나씩 말 잔등 위에 일어서 아주 천천히 파도치는 물결인 양 넘실거리면서 우아 하게 링 주위를 빙빙 돌아다녔다. 남자들은 키가 크고, 경쾌한 몸가짐으로 똑바로 몸을 펴고는 높다란 텐트의 지붕 아래를 부딪칠 듯 말 듯 지나가며, 그때마다. 머리를 남실남실 숙였다. 여자들의 장미 꽃잎 같은 옷은 찰싹찰싹 허리 둘레에서 부드럽고도 가볍게 펄럭거리며 다시없이 아름다운 양산처럼 보인다. 얼마 후 그들은 한층 더 속력을 놓아 달리기 시작했다. 모두가 춤을 추고 있었다. 한쪽 다리를 높이 공중으로 쳐들더니 이내 또 한쪽 다리를 쳐들었다. 말은 한층 더 몸을 앞으로 숙였다. 단장은 링의 한가운데 기둥 주위를 빙빙 돌면서 '하이 하이' 하고 장단을 맞췄다. 단장 뒤에서는 광대가 농으로 양념을 치고 있었다. 그러는 동안에 전원은 말고삐를 손에서 놓고, 여자들은 모두 주먹을 허리에다. 짚었고, 남자들은 팔짱을 끼었다. 그때 말들은 앞으로 바짝 몸을 숙이고는 허리를 둥글게 하는 것이 아닌가 이와 같이 해서 전원은 차례 차례로 링안으로 뛰어들어가더니 멋들어지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저쪽으로 사라져 버렸다. 구경꾼들은 미친 것처럼 날뛰며 박수갈채를 보냈다. 서커스는 처음서부터 끝까지 구경꾼들을 놀라 자빠지게 하는 것들뿐이었다.

게다가 광대가 시종 양념을 치고 있는 판이어서 구경꾼들은 깔깔대고만 있었다. 단장이 무어라고 한 마디 하면 그 뒤를 받아 이내 광대가 사람들을 죽여 놓는다. 무슨 수로 그렇게 많은 것을 그렇게 빨리 척척 앞뒤가 들어맞게 생각이 튀어나오는지 나로서는 전혀 종잡을 수가 없었다. 나 같으면 1년이 걸려도 그런 생각은 나을 것 같진 않았다. . 그러는 중에 주정꾼 하나가 링 안으로 뛰어들려고 하였다-난 말을 타고 싶다. 말 타는 덴 둘째가라면 슬퍼할 자기라고 하며 펄펄 날뛰었다. 서커스 사람들은 주정꾼을 링 밖으로 내몰려고 했지만 주정꾼은 막무가내로 안으로 들어가겠다고 고집을 부렸고, 그 바람에 서커스 가 중단되고 말았다. 구경꾼들은 주정꾼을 향해 야유하기 시작했으므로 주정꾼은 더욱 미친놈처럼 펄펄 뛰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구경꾼들 사이에선 큰 소동이 일어났고, 대부분 자리에서 일어서 링을 향해 우르르 몰려들었다. "저놈을 때려부숴 저놈을 내던져 버려" 여자들이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단장은 간단한 연설을 하고는, "여러분, 제발 떠들지 말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이분이 더 이상 소동을 일으키지 않겠다고 약속을 하고 또 능히 말을 타고 있을 생각한다면 태워 드려도 좋으리라고 생각하는데, 손님들 생각은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구경꾼들은 모두 와아 하고 웃으면서 동의했다. 그래서 그 사나이는 말에 올라탔다. 올라타기가 무섭게 말은 펄펄 뛰며 껑충껑충 링 안을 뛰어 돌아다녔다. 계원 둘이 말고삐에 매달려 말을 제지하려고 하였다. 주정꾼은 말 목을 잔뜩 끌어안고 앉아 있었고, 말이 뛰어오를 때마다. 발꿈치가 높이 공중에 뛰어올랐다. 구경꾼 전체가 총기립 상태가 되어 깔깔대며 눈물이 쏟아질 정도로 웃어대었다. 그러나 마침내는 계원들의 온갖 노력에도 불구하고 말은 말고삐를 자르고는 달리기 시작했고, 주정꾼은 말 잔등에 엎드려 목에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한쪽 발이 말 잔등 한쪽으로 거의 땅에 닿을 정도로 흘러내렸고, 또 다음 순간에는 다른 한쪽 발이 다른 쪽 땅에 닿을 정도로 흘러내렸다. 구경꾼들은 완전히 미쳐 버렸다. 그러나 내게는 재미고 뭐고 조금도 없었다. 이 주정꾼의 위태로운 꼴에 몸이 저절로 부들부들 떨렸다. 그러나 얼마 후에 이 주정꾼은 겨우 기어 일어나서 말 잔등에 올라타 이쪽으로 저쪽으로 건들건들하면서 말고삐를 움켜쥐었다. 다음 순간 말 잔등 위에 뛰어오르더니 고삐를 놓고는 우뚝 일어서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말은 불이 붙은 집 모양으로 맹렬히 달리고 있었다. 그 사나이는 나서부터 한 번도 술에 취한 일이 없다는 듯이 그저 말 잔등 위에 꼿꼿이 서서 보기에도 기분 좋게 경쾌한 솜씨로 말을 몰고 있었다. 그러면서 입고 있는 옷을 벗어서는 한 가지씩 내던지기 시작하였다. 연거푸 내던지는 바람에 공중은 온통 옷사태가 난 것처럼 보였다. 전부 17장이나 벗었다. 옷을 모두 벗어버린 사나이의 체격은 미끈한 것이 미남이었고, 아무도 아직까지 본 일이 없을 만큼 화려하고도 아름다운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는 채찍으로 말을 몰아대어 휙휙 달리게 했다. 그리고 마침내 말에서 뛰어내려 손님들에게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발걸음도 가볍게 화장실로 뛰어갔다. 구경꾼들은 즐거움과 놀람으로 그저 떠들고 있을 뿐이었다. 이때서야 겨우 단장은 자기가 얼마나 속고 있었나를 알았다. 단장의 그 어쩔 줄 몰라 하는 얼빠진 얼굴이란 왜 그런고 하니 주정꾼은 단원의 하나였던 것이다. 그는 이 익살을 몰래 자기 혼자서 생각해 내어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나도 그렇게 감쪽같이 속고 보니 무척 얼간이처럼 생각되었다. 그러나 비록 1천 달러를 준다고 하더라도 그 단장의 지위에 있고 싶지는 않다. 이 서커스보다도 몇 갑절 근사한 것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아직 그러한 것에 얻어걸린 적이 없다. 어쨌든 이 서커스는 나에게는 둘도 없는 근사한 서커스였다. 그건 그렇구, 그날 밤 우리들의 흥행에는 입장객이라고는 겨우 12명밖엔 되지 않았다. 겨우 경비가 나왔을 정도였다. 더구나 그 구경꾼들이 껄껄 웃고만 있는 판이어서 공작이 화를 내는 폼은 대단했다. 어쨌든 잠이 든 사내애 하나를 빼놓고 전원이 신파가 끝나기도 전에 나가 버렸으니까 말이다. 그래서 공작은 이런 아칸소의 바보들은 격이 높은 셰익스피어를 알 까닭이 없다. 이놈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어쩌면 저급한 희극보다도 얼마간 격이 떨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펄쩍 뛰며 화를 내었다. 나에게는 이농들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고 말하고는 다음날 몇 장의 커다란 포장지와 검은 페인트를 구해 가지고 광고를 써 마을 도처에다. 붙였다. 광고의 문구는 다음과 같았다. 저택에서 사흘 밤 동안에 한함 세계적으로 유명 한 희극배우 2대 데이비드 개릭크 및 초대 에드먼드 키인 런던 및 구주 대륙 제 극장 전속, 혈용육약의 비국왕의 기린 입장료 50센트 그리고 맨 아래에다가는 제일 큰 글씨로 이렇게 한 줄 써넣었다. 부인과 애들의 입장을 금함 ", 이거란 말이야, 이 한 줄을 써넣어도 오지 않는다면 난 아칸소를 잘못 본 셈이지 ‥‥‥ 공작은 자못 우쭐거렸다.

 

23장 인품이 고약한 왕들

공작과 왕은 하루 종일 무대 장치, 커튼 준비, 각광용 초의 진열 등으로 몹시 바빴다. 그날 밤 극장 안은 입추의 여지도 없을 만큼 구경꾼들로 초만원을 이루었다. 더 이상 사람들이 들어올 수 없게 되었을 때, 공작은 출입구의 문지기 노릇을 그만두고는 슬쩍 뒤로 돌아 무대 앞에 나타나 일장 연설을 하고는, 이 비극을 칭찬하며 이 비극이야말로 고금 미증유의 혈용육약의 걸작이라고 허포를 땅땅 쏘았고, 이 비극의 주인 공역을 맡은 초대 에드먼드 키인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이와 같이 해서 구경꾼들의 기대가 고조에 달했을 때 커튼을 올렸다. 다음 순간 왕이 벌거벗은 채 네 발로 엉금엉금 기어 무대로 뛰어나왔다. 온몸에 가지각색으로 바퀴 모양의 줄무늬와 선 무늬가 마치 무지개 모 양으로 화려하게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러나 그 외의 몸차림은 아무래도 좋았다. 단정한 맛이라곤 전혀 없었지만 우스운 점만은 여간 우습지 않았다. 구경꾼들은 죽겠다고 깔깔 웃어대었다. 그리고 왕이 이리저리 뛰어 돌아다니는 것을 그만두고 배경 뒤로 뛰어들어갔을 때에는 구경꾼들은 모두 울부짖고, 박수를 치고, 대소동을 하며 웃어댔다. 할 수 없이 왕은 다시 그 짓을 했고, 그후에 또 한번 다시 그 짓을 되풀이했다. 정말 그 바보가 뛰어 돌아다니는 꼴을 보면 소라도 웃었을 것이리라. 그다음 공작은 막을 내리고는 구경꾼들에게 머리를 숙여 런던에서 의 계약 날이 절박해 있으므로 이 위대한 비극은 이후 이틀밖에는 상연 할 수 없으며, 이 극을 공연키로 한 드루리 레인 극장의 좌석은 벌써 매진되어 버렸다고 얼토당토않은 거짓말을 늘어놓았다. 여기서 다시 한번 머리를 숙여 인사를 하고는, 만일 이것이 여러분들 마음에 들고 도움이 되었다면 제발 이 비극을 친구 분들에게 널리 선전을 하여 보시러 오게 권고를 해주신다면 참 고맙게 생각하는 바이라고 덧붙였다.

20명쯤 되는 사람들이 고함을 질렀다. "뭐라고, 벌써 끝난 거야 이것이 전부야" 공작이 그렇다고 하자 대소동이 일어났고, 다들 "속았다"하고 소리를 지르고는 미친 사람들처럼 뛰어올라, 무대와 두 사람의 비극 배우를 향해 돌진해 오려는 기세였다. 그러나 그때 체격이 큰 훌륭한 풍채의 사나이가 벤치 위에 뛰어올라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잠깐 기다리시오, 여러분 한 마디 할 말이 있소." 그 말에 사람들은 주춤 걸음을 멈추고는 귀를 기울였다. "우리는 과연 속았소. 하지만 우리는 이 마을 내의 웃음거리가 되고 싶진 않소. 또 무슨 일이 있어도 이대로 그만 가만히 있을 수도 없단 말이오. 성이 가라앉지 않는단 말이오. 아니죠, 우리들이 하고 싶은 것 은, 여기를 아무 말 없이 가만히 나가서 연극을 칭찬하며 다른 마을 사람들도 이 지경에 빠뜨리는 거예요 그러면 모두 오월동주격이 될 테니까. 그것이 영리한 방법이 아닐까요" "그 말이 옳아 판사님 말대로다"하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그럼 좋소, 우리가 속았다는 걸 한 마디도 입밖에 내놓지 맙시다. , 어서 들 집으로 돌아가서 누구나 다. 이 비극을 보러 오라고 권고합시다. " 다음날은 마을 안에 이 연극이 굉장하다는 얘기 외에는 다른 얘기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날 밤도 극장은 초만원이었고 우리는 이 구경꾼들도 똑같은 식으로 속여 냈다. 나와 왕과 공작은 뗏목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었고, 얼마 후 한밤중에 왕과 공작은 짐과 나에게 뗏목을 저어 강 중류로 끌어내어 마을로부터 2마일쯤 하류 지점에다. 뗏목을 대게 한 후 감추게 했다.

사흘째 되는 날 밤도 극장은 초만원이었고, 이번은 처음 오는 구경꾼들이 아니라 전날 밤에 온 사람들이었다. 공작과 함께 출입구에 서 있던 나는 들어가는 사람들이 모두 주머니에다. 무엇을 불룩하게 넣고 있거나 저고리 아래에다. 감추고 있는 것을 알아챘지만 그것은 결코 향료 등속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통으로 셀 만큼 많은 양의 썩은 달걀과 썩은 양배추와 그런 등속의 냄새가 물씬 코를 찔렀다. 또 죽은 고양이가 그 근처에 있을 때의 징후를 알고 있다고 하면 나로서는 확 실히 그것을 알 수 있는 것인데, 64마리 분이 안으로 들어갔다. 나는 잠간 동안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너무도 많은 냄새들이 코를 찌르는 통 에 뭐가 무슨 냄새인지 전혀 분간할 수 없었다. 도저히 참아 낼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 이상 더 사람들이 들어갈 수 없게 초만원이 되어 버렸을 때 공작은 한 사나이를 붙잡고 그에게 25센트 은화 하나를 주면서 잠시 문지기를 부탁한다고 하고는 자기는 뒤쪽 무대 문 있는 데로 돌아갔다. 나도 그 뒤를 따랐다. 그러나 두 사람이 모퉁이를 돌아 어둠 속으로 들어가기가 무섭게 공작이 입을 열었다. "집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어서 빨리 걸어. 그다음에 악마에게 물리기라도 한 것처럼 빠른 속력으로 뗏목 있는 데로 내달리는 거다" 나는 그대로 했다. 공작도 그대로 했다. 우리는 동시에 뗏목에 이르렀고, 2초도 되기 전에 컴컴한 어둠 속을 고요히, 아무도 말을 않고 비스듬히 강 중류를 향해 떠내려가고 있었다. 나는 불쌍하게도 왕이 구경꾼들로부터 혼이 나고 있으려니 하고 혼자 생각하고 있던 것인데, 천만에 얼마 후에 왕은 윅왬 아래에서 기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이번엔 어땠지 재미가 공작" 그는 애당초 마을에는 전혀 얼씬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는 마을로부터 10마일 가량 하류에 내려올 때까지 전혀 등불을 내놓지 않았다. 거기까지 와서 비로소 등을 켜고 저녁을 먹었다. 왕과 공작은 고소하게 마을 사람들을 곯려 주었다고 허파가 터진 것이 아닌 가하고 생각될 만큼 몹시 웃어댔다. 공작은 말했다. "병신 놈들, 바보 놈들 첫날 구경꾼들이 가만히들 있어 가지고 마을의 나머지 놈들을 불러 넣으리라고 하는 걸 난 뻔히 알고 있었어. 그리고 사흘째 밤에는 잔뜩 대기를 하고 있다가 이번엔 네놈들 차례라고 벼르고 있던 것도 난 뻔히 알고 있었어. 그렇지, 이번은 우리들의 차례구먼 구 대관절 놈들이 얼마만한 효과를 올렸는지, 난 무슨 짓을 해서라고 그걸 알고 싶단 말이야. 놈들이 찬스를 어떻게 썼는지 그게 알고 싶단 말이야. 생각만 있으면 놈들은 피크닉을 할 수도 있었을 테지, 처먹을 걸 듬뿍 가지고 들어왔으니까 " 이 사흘 밤으로 악당들은 465달러를 벌었다. 나는 아직까지 이렇게 산처럼 쏟아져 들어오는 돈을 본 적은 없었다. 얼마 후에 놈들이 잠이 들어 쿨쿨 코를 골기 시작하자마자 짐이 물었다. "이 왕들의 하는 일에 임잔 놀라지 않았어 허클" "아니, 놀라긴 왜." "웬일이야, 놀라지 않았다니" "왜는 왜야, 놀랄 게 어딨어. 신분이 신분이니까 말이지. 왕이란 모 두가 그런 거 야." "그렇지만 허클, 우리의 왕들은 정말 악당들이 군. 놈들은 정말 그래. 뼛속까지 밴 악당들이란 말이야." "그라, 내 얘기도 바로 그거야. 내가 알고 있는 한 왕이란 거의가 다. 악당 놈들인데 뭐 . " "그래 " "한번 읽어보면 안단 말이야. 헨리 8세를 보란 말이야. 헨리 8세에 비하면 이따위 것은 주일학교 선생 감이야. 그리고 찰스 2세를 보란 말이야. 그리고 루이 14세를, 그리고 제임스 2세를, 그리고 에드워드 2세를, 그리고 리처드 3세를, 그밖에 이런 게 40명이나 돼. 그리고 또 그 옛날에 천지를 뒤흔들고 돌아다니던 그 색슨족의 7왕국 시대의 왕녀석 전부를 생각해 보란 말이야. 그러니까 지독이니 나발이니 다. 없어, 참말이지 한창때의 헨리 8세 영감을 만나 보았더랬으면 참 좋았을 걸 그랬군. 정말 화려했지. 매일 새 아내와 결혼해 가지고는 다음날 아침에는 아내의 모가질 쌍등 잘라 버린단 말이야. 마치 달걀을 주문하듯 손쉽게 해치웠다니까. '넬 권을 데리고 오너라' 한단 말이야. 그러면 신하들이 데리고 올밖에. 다음날 아침 '이년 목을 잘라서' 이런다. 말이 야. 그러면 이번에는 신하들이 쌍등 목을 자른단 말이야. '제인 쇼를 데려다. 바쳐라' 하면 제인이 온단 말이야 다음날 아침 또 '목을 잘라 라' 그러면 신하들이 쌍등 잘라 버린단 말이야, '페아 로자먼을 불러 라' 그러면 페아 로자먼이 초인종에 불리워 나타날밖에. 다음날 아침 엔 역시 '목을 잘라라' 이러는 거지 그리고 이 왕은 아내들에게 매일 밤 얘기 하나씩을 시켜 가지고는 그걸 베껴 두었다가 그렇게 해서 1,001의 얘기가 모이면 그것을 한 권의 책에다. '최후 심판일의 대 장'이라는 이름을 붙였단 말이야.

이 이름은 참 잘된 이름으로, 일목요 연하게 그 사정을 설명하고 있지. 짐은 왕이라고 하는 걸 잘 모르지만 난 잘 알고 있어. 우리 뗏목에 있는 영감님들은 내가 역사책에서 만난 중에선 제일 얌전한 색시들이야. 그런데 말이야, 그 헨리라는 작자는 이 나라와 한판 겨누려고 무슨 궁리를 한 거야. 그래서 어떠한 식으로 했는지 알아 미리 예고를 했나, 그렇지 않으면 이 나라에게 충분한 기 횔 주었나 천만에, 그런 짓을 하긴 뭘 해 이봐, 갑자기 보스들 항구 에서 차를 모두 바닷속으로 던져 버렸단 말이야. 그리고 독립선언 설 선포하고는 덤빌 테면 덤벼 보라는 투지. 이게 놈이 하는 식이야. 절대로 남에게 기횔 주지 않아. 자기 아버지 웰링톤 공작에게 그전부터 의혹을 품고 있었지. 그래서 어떻게 한 줄 알아 출두하라고 명령한 줄 알아 천만에, 그럴 리가 있나. 고양이에게나 하듯이 포도주 통에 넣어서 물속에 덤벙 던져 버렸단 말이야, 글쎄. 사람이 그 작자 옆에 다. 돈을 놓고 잊어 버리고 가면 그 작잔 어떻게 한 줄 알아 자기 마음 대로 써버리는 거야. 가령 놈이 무슨 계약을 한다고 해서 임자가 놈에 게 선금을 지불하고, 거기 앉아서 그놈이 하는 짓을 감시하고 있지 않는다면 놈은 무슨 일을 한지 알아 늘 정반대 짓을 한단 말이야. 입을 열면 그땐 무슨 말을 하구 금세 그 입을 봉해 버리지 않으면 열 때마 다. 거짓말이 툭툭 튀어나온단 말이야. 헨리란 이런 녀석이야. 그러니 까 이제 여기 있는 왕들 대신으로 헨리를 태우고 있다면 이 왕들보다. 도 몇 갑절 지독하게 마을 사람들을 곯렸을 게 아냐 나도 이 왕들이 양처럼 온순한 사람들이라곤 안해, 냉정하게 사실을 바라본다면 사실 그렇진 않으니까. 그러나 어쨌든 이 작자들은 저 헨리 8세에게 비교해 보면 어림도 없어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왕은 역시 왕이니까 사정 을 봐주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야 전체로 봐서 왕이라는 건 지독하게 인품이 고약한 축들이야, 워낙 그렇게 자랐으니까 " "그래두, 이제 타고 있는 왕은 정말 지독한 놈이던데, 허클." "뭘 그놈이 다. 그놈이지. 제아무리 지독한 놈이라 할지라도 우리로선 어쩔 수 없어. 역사책에도 어떻게 하면 좋다곤 써 있지 않아." "공작은 그래도 얼마간 좋은 데가 있는 작자던데 ." "그래, 공작은 달라. 하지만 그리 다를 것도 없지 이 공작은 공작 중에서도 꽤 지독한 축이야. 취했을 땐 근시에겐 왕과 영 구별이 안될걸"

"그럴까, 어쨌든 이런 놈들은 딱 질색이야, 허클이 두 놈만으로 난 그만 손들었어" "나도 그렇게 생각해, . 하지만 우리들이 저놈들을 뗏목으로 데려 왔으니 저놈들이 어떠한 인간이라는 걸 잊어버리지 말고 사정을 봐주지 않으면 안 돼. 때론 왕이 없는 나라 얘길 좀 들었으면 할 때가 있어 , 나도." 이놈들이 왕도 공작도 아니라는 얘길 짐에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아무 소용도 없을 뿐더러, 아까 내가 얘기한 대로 이놈들과 진짜 왕을 구별한다는 건 어림도 없는 소리이다. 나는 잠이 들어 버렸고, 내 당직 시간이 와도 짐은 나를 깨우지 않았다. 짐은 가끔 이런 일을 해주었다. 마침 새벽녘에 눈을 떠보니 짐은 거기 그대로 앉아서 머리를 무릎 사이에다. 박고는 혼자서 신음을 하며 흐느껴 울고 있었다.

나는 거기 관심을 두지도 않았고, 또 그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 보지 않아도 나는 그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짐은 멀리 떨어져 있는 처자 생각을 하고 그것으로 상심하여 향수병에 걸려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한 번도 집을 떠나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기 가 족을 생각하는 심정은 백인의 경우와 다를 것이 없다고 나는 믿고 있다. 이것은 당연한 일이라곤 생각되지 않지만 그러나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밤에 내가자고 있는 줄 생각하고 짐은 가끔 슬피 신음하면 서, "불쌍한 어린 엘리자베스 불쌍한 어린 조니 정말 쓰라린 일이고 나 너희들을 두 번 다시 만날 수는 없겠구나. 두 번 다시는" 하는 것이었다. 짐은 정말로 좋은 검둥이였다. 그러나 이때만은 어떻게 된 셈인지 짐에게 그의 마누라와 아이들 이 야기를 시켜 주었다. 잠시 후에 짐은 이런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지금 내가 이렇게 슬픈 생각을 하고 있는 건 방금 바로 저쪽 둑에서 철썩하고 무엇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왔는데 그것으로 해서 그 어린 엘리자베스에게 몹시 굴던 때의 생각이 났기 때문이야. 아직 채 4살도 못 되어서 성홍열에 걸려 하마터면 세상을 하직할 판이었는데. 겨우 그것이 나아 어느 날 그 애가 내 옆에 서있길래 엘리자베스에게 이렇게 말했단 말이야. ', 문을 닫아라.' 그런데 그 앤 문을 닫으려고도 하지 않고 그냥 뻣뻣이 선 채 싱글싱글하며 날 쳐다보고 있는 게 아냐. 어찌나 화가 나는지 견딜 수가 있어야지. 그래 큰 소릴 버럭 질러. '내 말이 안 들리냐 문을 닫으란 말이야' 하고 쏘아붙였단 말이야. 그런 데 그 앤 역시 그대로 우뚝 선 채 그냥 싱글벙글 이라, 그만 오장육부가 틀리는 게 아냐 그래서, '어디 내 뭐랬는지 알려 주마' 하면서 엘리자베스의 뺨따귈 힘껏 한 대 후려갈겼더니, 아니 그 앤 그만 쓰러지는 게 아냐. 그래서 난 다른 방으로 가서 한 10분 동안 있다가 다시 돌아 와 보니까, 문은 아직 그때까지 열린 채로 있는데 그 앤 문 한 중간쯤 되는 지점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슬프게 눈물을 짜고 있는 게이냐. 난 화니 나발이니 없었어 난 그만 그 애에게로 달려들려고 한 것 인데, 바로 마침 그때 바람이 획 불어와 문을-그 문은 안쪽으로 열 리는 문이었는데 - 닫아 버렸단 말이야.

그 애 뒤에서 꽈당 하구 ......그런데 말이야, 그 앤 꿈쩍도 하지 않았어, 난 그만 숨이 막혀 버릴 것만 같았어. 도저히 ...도저히... 그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어서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 난 부들부들 떨면서 가만히 기다시 피하여 나와 문을 가만가만 열고는 그 애 뒤로 살짝 머리를 내밀고는 갑자기 큰 소리로 왁 하고 소리를 질했단 말이야. 그러나 여전히 꼼짝 도안하는 게 아냐 그 앤 아아, 허클 나는 그만 와아 하고 울음보를 터뜨리고는 두팔로 그 앨 꽉 껴안고는 이렇게 울부짖었어. '아이고. 불쌍한 이 어린것아 전지전능하신 하늘에 계신 하느님, 이 불쌍한 늙은 짐을 용서해 주소서 저는 제 목숨이 계속되는 한 제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 테니까요' 아아, 허클, 그 앤 아주 아무것도 못 듣는 귀머거리였고, 벙어리였었어...... 아주 아주 아무것도 못 듣고 말도 못 하는. 그런데 그걸 그렇게 야단을 쳤으니."

 

24장 목사로 바뀐 왕

다음날 날이 어슬어슬 저물 무렵 우리는 강 중류에 있는 버드나무 가지라 있는 조그만 사주 아래에 뗏목을 매고는, 공작과 왕은 양쪽 둑에 있는 그 두 마을에서 한몫 볼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짐은 공작에게 되도록이면 두서너 시간 내에 끝나는 일로 해달라고, 하루종일 밧줄로 결박을 당한 채 윅왬 속에서 뒹굴고 있다는 것은 도저히 견딜 수 없고, 진력이 나 죽을 지경이라고 애원했다. 우리는 짐을 혼자 남겨 두고 뗏목을 떠날 때는 그를 결박해 놓지 않으면 안 되었다. 짐이 결박 도 당하지 않은 채 혼자 있는 것을 남에게 들키면 도망친 검둥이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작은 하루종일 결박을 당한 채 있는 것은 참 힘들게라고, 그렇다면 그렇게 안해도 좋을 무슨 방법을 하나 생각 해 주마고 했다. 공작은 비범한 두뇌의 소유자인지라 곧 그 방법을 생각해 냈다. 공작은 짐에게 리어왕의 복장을 시킨 것이었다. -커튼용의 갱 사천으로 만 든 긴 옷과 백마털의 가발과 구레나룻 수염이었다. 그러고 나서 공작 은 신파용 페인트로 짐의 뺨과 손과 귀와 목 전체를 온통 마치 9일간이나 익사체로 있던 사나이처럼 육중하고도 칙칙한 푸른색으로 칠했다. 정말 짐의 이와 같은 무서운 꼴을 본 적은 없었다.

다음 공작은 판자 쪽에다. 다음과 같은 문구를 썼다. 아라비아인 환자 -단 미쳐 있지 않을 때엔 해 없음 공작은 이 판자쪽을 가는 나무쪽에다. 못으로 박고는 그것을 윅왬 앞에다. 세웠다. 짐은 자못 만족한 투로 매일 몇 시간 동안이나 밧줄로 결박을 당한 채, 요만한 소리 하나가 버스럭 날 때마다. 부들부들 떨고 있기보다는 차라리 이쪽이 얼마나 나은지 모를 일이라고 좋아했다. 공작 은 짐에게 마음을 턱 놓고 편히 있으라고, 그리고 만일 누가 붙잡으러 오는 일이 있다면 윅왬에서 튀어나와 잠시 날뛰면서 야수 모양으로 한 두 번 짖어 대면 그 사람은 그냥 내버려두고 가 버릴 테니 그렇게 하라 고 가르쳐 주었다. 이것은 자못 그럴 듯한 판단이긴 했지만 그러나 보통 사람이라면 짐이 짖어 댈 때까지 기다릴 것도 없으리라. 짐은 죽은 송장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 이상으로 무시무시한 꼴로 보였으니까 말이다. 이 악당들은 다시 한번 '걸작'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큰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쯤은 그 소식이 이 근처에까지 퍼져 있을 지도 모르기 때문에, 안전하지 못하다고 생각했다. 히트가 될 만한 계획을 생각해 낼 수가 없었으므로 궁여지책으로 공작은 잠시 쉬어 가지 고 한두 시간 궁리를 한 다음 아칸소 마을에서 상연할 수 있는 것은 없을까 하고 궁리해 보자고 주장했고, 왕은 아무 계획도 미리 세울 것 없이 그저 무턱대고 그 마을로 건너가서 히트될 만한 일은 신의 섭리에 맡기자고 주장했다.

결국 그것은 악마의 꼬임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우리는 그 전에 상륙했던 장소에서 기성복을 사들 것이 있었다. 그것 을 이제 왕은 입고는 나에게도 내 것을 입으라고 했다. 물론 나는 하라는 대로했다. 왕의 옷은 완전 흑의로, 그것을 입고 나니 정말로 의관 이 단정한 것이 여간 품위가 있어 보이는 것이 아니었다. 옷이 날개라 고, 이렇게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것인지는 지금까지 알지 못했다. 여태까지는 둘도 없는 악질적인 늙은이로 보였는데 이제 횐 실크 모자를 벗고 생글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하는 것을 보면 참으로 훌흉하고 선량해 보이고, 경건하게 보이는 까닭으로. 이제 방금 노아의 편주 에서 걸어내려 온 것이 아닌가 하고, 그리고 어쩌면 노아 그자신이 아닌가 하고 생각될 지경이었다. 짐은 카누를 깨끗이 청소했고, 나는 노를 저을 준비를 했다. 마을에서 3마일쯤 상류의 갑 아래쪽 둑에 커다란 기선 한 채가 서 있었다. 짐을 싣기 위해서 2시간 전서부터 그 곳에 정박하고 있는 것이었다. 왕이 말했다. "나는 이렇게 훌륭한 몸차림을 하고 있으니까 센트루이스나 신시내 티나 그렇잖으면 그 밖의 대도회지에서 강을 내려온 것으로 하면 좋을 테지. 저 기선에다. 갖다대라, 허즐베리야 그놈을 타고 저 마을로 들어 가기로 하자. " 나는 기선을 타러 가자고 두번 다시 그 말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마을로부터 반 마일 상류의 둑에다. 갖다댄 후 깎아내린 듯한 절벽을 따 라 흐름이 느린 물을 저어갔다. 얼마 후에 우리는 악의가 없어 보이는 시골 청년을 만났다. 젊은이는 통나무에 걸터앉아 얼굴의 땀을 씻고 있었다. 그날은 날이 퍽 더웠기 때문이다. 그 옆에는 커다란 여행 가방 이 2개 놓여 있었다. "둑에다. 대라." 왕의 명령이었다. 나는 하라는 대로 했다. "어딜 가시는 길이지, 젊은이" "기선을 타러요. 올린즈에 가는 길이에요." "그럼, 타시지" 하고 왕이 한 마디 "가만 있자, 잠간 내 머슴에게 그 가방을 도와 안으로 넣게 하지 둑에 올라가서 저 양반을 좀 도와 드려, 어돌푸스." 이건 내 이름일 테지 하고 생각했다. 그는 그대로 했다. 그러고 나서 우리 셋은 또다시 강을 오르기 시작 했다. 이 젊은이는 아주 고마워하며 이런 날에 가방을 들고 다니는 것 은 큰 두통거리라고 하고는 왕에게 어디로 가는 길이냐고 물었다. 왕은 오늘 아침 강을 내려와 저기 저 마을에 상륙한 것인데, 이제는 2,3마일 상류의 농장에서 살고 있는 옛 친지를 만나러 가는 길이라고 대 답했다. 그러자 젊은이가 말했다. '처음 내가 노인을 보았을 때 난 나 혼자 이렇게 생각했습죠, '저건틀림없이 월크스님이야. 정말 그래. 한 걸음만 빨리 왔더라면 됐을걸, 에이' 했지요. 허나 이렇게도 생각했죠, '천만에 월크스님일 까닭이 없어 그 양반이라면 강을 저어 올라가진 않을 거야'라고. 노인은 월크 스님은 아니실 테죠" "아니, 내 이름은 블로젯트라고 하오. 알렉산더 블로젯트. 알렉산더 블로젯트 존사라는 것이 내 정말 이름이라고 할까, 주의 가난한 머슴의 하나니까. 허나 그건 그렇구, 월크스님이 시간에 대서 오시지 못한 것은 거 안됐구려.

그걸루 해서 무슨 손해라도 보는 일이 계시우.그런 일이 없으면 좋겠지만 " "뭘요, 재산의 손해는 없어요 그건 틀림없이 들어올 테니까요. 하지 만 그분 동생 피터님의 임종에 참석하지 못한 거죠. 그걸 매우 섭섭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그건 아무도 알 길이 없죠만, 피터님으로서는 이 세상의 어떠한 것과 바꾸는 일이 있더라도 죽기 전에 한번 월크스님을 보기가 소원이었습죠. 3주일 동안이라고 하는 것은 다른 얘기라곤 통 없었으니까요, 두 분이 어릴 때 이후 쭉 오늘날까지 서로 만난 적이 없었다는군요, 글쎄. 게다가 동생 월리엄님은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월리엄이라는 건 벙어리 소경 동생이에요-나이는 아직 서른인 가 서른다섯도 채 못 됐죠. 미국으로 이주해 온 것은 피터님과 조지님 들뿐으로, 조지란 결혼한 동생 말이에요. 조지님과 마나님은 작년에 세상을 떠나고 말아 이제 남아 있는 건 하베이와 월리엄, 이렇게 둘뿐 이에요. 그런데 아까도 얘기한 것처럼, 이 사람들은 임 종시에도 서로 만나질 못했습죠. " "누가 소식을 알렸던가" ". 그럼요. 알리구말구요. 한두 달 전에 피터님이 병석에 눕게 될때 알렸죠, 그야. 이번엔 어째 나을 것 같지 않아 하고 본인이 그랬으 니까요. 나이가 나이였으니까요. 여간 연만하지 않았어요. 게다가 조 지님의 딸들은 그 빨강머리인 매리 제인 외에는 모두 아직 너무 어려 서 그다지 의논 상대도 되지 않고 해서 피터님은 조지님과 마나님이 세상을 떠난 후에는 웬일인지 아주 쓸쓸하게 보였어요 그리고 그리 살고 싶지도 않은 모양이었구요. 하베이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만나 보고 싶다고 결사적으로 애걸애걸이었지만-이 일이라면 월리엄님도 만나고 싶어했죠, 그야-그분은 유언장을 쓸 생각이라곤 통 염두에 두는 분이 아니었으니까요. 그래서 하베이님에게 보내는 편지를 한 장 써 그편지에다. 어디다. 돈을 감춰 두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 제발 조지님의 딸들도 돈 걱정하지 않도록 재산을 나누어 주도록 하라는 분부를 단단히 했단 말이에요. 조지님은 돈이라곤 한 푼도 남겨놓지 않았으니까요. 이 편지도 거기 있는 사람들이 가까스로 사정사정해서 쓰게 한 거죠. " "왜 하베이님은 오시지 않은 거지 어디서 살고 계시길래" "아아, 영국에 살고 있죠, 세필드에. 거기서 목사 노릇을 하고 있습죠. 이 나라엔 한 번도 온 적이 없습니다. 틈이 있어야죠 뭐. 게다가 어쩌면 그 편질 전혀 받아보지 못했을지도 모릅니다. " "거 참 안됐군, 거 참 딱하게 됐군, 형제들을 만나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다니 거 참 가엾군. 자낸 올린즈에 가는 길이라고 했겠다" ". 그렇지만 그건 일부분밖엔 안돼요 난 배를 타고 내주 수요일에 는 백부가 계신 리오 자네이로까지 간답니다. " "왜 긴 여행이군 하지만 즐겁겠군 나두 그런 여행 한번 해봤으면 좋겠다. 매리 제인이 제일 손윈가 다른 딸애들은 몇 살이구" "매리 제인이 열아홉, 스잔이 열다섯, 조안나가 열넷쯤 됐을까요. 이조안나라는 애가 자선사업에 열중인데 언청이지요." "불쌍한 애들이군 이런 차디찬 세상에 그런 꼴로 남게 되었다니." "뭘요, 그래도 괜찮은 편이죠. 피터 노인에게 친구가 여럿 있어서 그분들이 딸애들에게 나쁘겐 굴지 않아서요. 침례교파의 목사 홉슨이니 교회 집사 노릇을 하고 있는 로트 하베이니, 그리고 벤 럭커니, 앱너 새클포드니, 변호사인 레비 벨이니, 의사인 로빈슨이니. 그리고 이상 여러분들의 아내되는 양반들과 과부댁인 바틀리, 그리고‥‥‥가만있자 그밖에도 많죠. 그러나 이 사람들이 피터님과 가장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로 영감님이 영국으로 편지낼 때엔 가끔 편지 속에 그 이름들이 나오던 양반들로 하베이님도 여기 오면 누가 친구인지 알게 될 것입니 다. " 왕은 연방 미주알고주알 이 젊은이에게서 캐어물어 그가 알고 싶어하는 정보를 거의 다. 캐내고 말았다. 물론 그 마을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에 관한 일.

모든 일도 낱낱이 캐어물었다. 월크스 집 얘기도 전부 들었고. 피터의 직업도 물었다. 그는 무두질장이였다. 그다음은 조지 의 직업도 물었다. 목수였다. 그다음 하베이의 직업도 물었다. 영국 국교 반대파의 목사였다. 그밖에도 여러 가지 것을 물었다. "왜 그럼 자낸 그 기선 있는 데까지 걸어서 가려고 한 거지" "왜라니요, 그 배는 올린즈행의 대형 선이어서 마을에선 서지 않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죠. 짐이 많을 때엔 불러도 서지 않 거든요. 신시내티에서 오는 배는 서지만 이 배는 센트 루이스에서 오 는 배거든요. " "피터 월크스님은 살림이 넉넉했던가" "그럼요, 꽤 넉넉한 편이었죠. 집과 땅이 있었고, 게다가 현금으로 3,4천 달러를 어디다. 감춰둔 모양이에요." "세상을 떠나신 건 언제라고 그랬지" "그런 말 한 기억은 없지만 어젯밤이죠." "그럼 장례식은 필경 내일이겠구먼" ", 정오경 이에요. " "정말 딱한 일이 되었군. 하지만 우리들 인간은 모두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지. 그러니까 그 각오만큼은 해두지 않 으면 안 된단 말이야. 그러면 걱정할 게 없지." "그럼요, 그게 제일이죠. 어머니도 늘 그런 말씀이었어요." 기선에 이르고 보니 짐 싣는 일도 거의 끝나 얼마 후에 출범했다. 왕은 같이 타자는 말을 한 마디도 안했으므로 나는 결국 기선에 탈 기회를 놓치고 만 셈이었다. 기선이 떠나고 말자 왕은 나에게 1마일쯤 상류의 쓸쓸한 지점까지 저어 가게 한 다음 둑에 오르며 말했다. "자 대지 급으로 가서 공작을 데리고 와. 그리고 새 여행가방을 가지고 오는 거다. 공작이 저쪽 둑에 가 있다면 거기까지 가서 데리고 와.그리고 돈 걱정은 말고 몸치장을 단단히 하고 오라고 해 자, 그럼 어 서 저어라 " 나는 왕의 배짱을 알 수 있었지만 물론 아무 말도 안했다. 공작과 함께 돌아오자 우리는 카누를 감추었다. 그다음 둘이서는 통나무에 걸 터앉아, 왕은 그 젊은이가 한 말을 그대로 공작에게 전부 옮겼다. 한 마디도 빼놓지 않았다. 그리고 얘기를 하고 있는 도중 왕은 영국 사람 처럼 하려고 노력을 하며, 이러한 악당치고는 왜 능숙하게 해치웠다. 나에게는 그러한 흉내는 도저히 불가능하다. 그러니까 그런 흉내를 아 예 내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왕은 그 흉내가 참으로 근사했 다. 얼마 후에 왕은, "임잔 벙어리와 귀머거리 흉내는 낼 수 있을까. 브 릿지워터" 하고 물었다. 공작은 그런 것은 자기에게 맡기라고, 귀머거리와 벙어리 역이라면 무대에서 한 일이 있다고 대답하고는 두 사람은 기선이 오기를 기다리 고 있었다. 오후도 절반이 지날 무렵에 조그마한 기선이 2척 내려왔지만 그것은 상류 쪽에서 온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드디어 큰 놈이 왔으므로 두 사 람은 어이 하고 소리를 질러 그 배를 세웠다. 기선이 보트를 보내 주었 으므로 우리는 그것을 탔다. 그 배는 신시내티에서 온 배로, 우리들이 불과 4,5마일밖엔 가지 않는다고 하는 것을 알자 선원들은 지독히 화를 내어 우리들을 욕하며 상륙시켜 주지 않겠다고 야단이다. 그러나 왕은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손님들이 각자 1마일당 한 사람 몫으로 1달러씩 지불하고 보트에 태워서 내려달라고 한다면 기선이라도 그분들을 실어 줄 수 있을 텐데, 어떻겠소" 이 말을 듣자 선원들은 노기가 풀어지며 좋다고들 했다. 그리고 마을 에 이르자 보트로 우리를 둑에까지 실어다. 주었다. 보트가 가까이 오 는 것을 보고 20여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왕이 "여러분들 중에 어느 분이 피터 월크스님이 살고 계시는 데를 좀 가르쳐 주지 않으시렵니까" 하고 묻자 사람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 쳐다보며, "어때, 내 말이 옳지" 하는 듯이 서로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고 나서 그 중 하나가 친절하고 상냥한 어조로 말했다. "참 딱한 일이 옵니다만, 우리로서는 월크스 노인이 어젯밤까지 살고계시던 장소만을 가르쳐 드릴 수 있을 따름이올시다. " 그러자 정말 갑자기 그 야비한 왕녀석은 완전히 도를 잃고는 그 사나이에게 쓰러지며 턱을 그 사나이의 어깨에다. 고이고 등에 대고 울면 서, "아이구, 아이구, 가엾어라 우리 동생. 그만 세상을 떠나고 말았구 나. 한 번 서로 만나보지도 못하구‥‥‥아아, 너무도 너무도 심하구 나" 하고 흐느껴 울면서 공작 쪽을 바라보며 두 손으로 바보짓을 해보였다.

그러자 물론 공작은 여행 가방을 떨어뜨리고는 울음보를 터뜨렸 다. 정말 이 두 놈처럼 지독한 사기꾼놈들은 난생처음이었다. 사람들 은 주위에 모여들어 두 사람에게 동정하고, 여러 가지 친절한 말을 던 지면서 그 여행가방을 언덕 위에까지 날라다. 주었다. 그리고 자기들에 게 기대어 달라붙어 우는 대로 내맡기고는 왕에게 그 동생의 임종의 이야기를 낱낱이 들려 주었다. 그러나 왕은 또 왕대로 그것을 다시 한 번 공작에게 손짓으로 이야기해 주며, 두 사람은 마치 12사도를 잃기라도 한 것처럼 다같이 세상을 떠난 그 무두질장이의 신세를 슬퍼 했다. 전에도 이러한 꼴을 구경한 적이 있다면 나는 백인이 아니라 검 둥이였다. 정말 인류라는 것이 부끄러워질 정도였다.

 

25장 눈물에 젖은 가짜 백부들

이 뉴스는 2분내로 온통 마을 내로 퍼져 사방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그 중에는 뛰면서 저고리 소매에 손을 끼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삽시에 우리는 군중에게 포위되고 말았고, 그 몰려오는 군중들의 발소 리의 소란함은 마치 군대 행진 같았다. 모든 창과 뜰은 사람들로 인산 인해를 이루었다. 울타리 쪽에서는 그칠 사이 없이 누가 이렇게 묻는 소리가 들렸다. "저 양반들이야" 그러자 군중과 함께 타달타달 뛰어오던 누가 이렇게 대답했다. "그래요. " 그 집에 이르고 보니 집 앞 거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로 문간에는 딸셋이 서 있었다. 과연 매리 제인은 빨강머리였지만 그러나 그러한 것 은 문제도 아니었다. 그 미모는 놀랄 만한 정도였으며 얼굴이며 눈이 후광처럼 빛나고 있었다. 백부들이 온 것을 그만큼 반가워 했었다. 왕 은 두 팔을 괼쳤다. 매리 제인은 그 팔 속으로 뛰어들었고, 언청이는 공작에게 뛰어들어 서로 꼭 껴안았다. 이와 같이 사람들이 서로 만나 고, 이처럼 반가워하는 꼴을 보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적어도 여자들 은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얼마 후에 왕은, 나에게는 보였지만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띄지 않을정도로 공작을 팔꿈치로 꾹 찔렀다. 그러고 나서 주위를 둘러보고. 한 쪽 구석에 있는 의자 2개 위에 놓여져 있는 관을 보자, 왕과 공작은 서로의 어깨에다. 한 팔을 걸치고, 다른 한쪽 손을 눈에다. 갖다대고서 엄 숙하게 천천히 그쪽으로 걸어갔다. 사람들은 모두 길을 내기 위해서 비켰고, 얘기소리며 떠드는 소리며가 뚝 그치고는 사람들은 '' 하고 이구동성으로 외쳤다. 남자들은 모자를 벗고 머리를 숙였다. 그 고요 한 것은 마치 바늘 하나가 떨어져도 그 소리가 들릴 정도였다. 두 사람 은 관 있는 데까지 걸어가서 몸을 굽혀 들여다보고는. 올린즈까지 들 릴 만한 큰 소리로 엉엉 통곡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두 손을 서로 목 에다. 감고, 턱을 서로의 어깨에다. 고이고는 3분인지 4분인지 모르겠지 만, 나는 사나이 둘이 이렇게도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게 다가, 내 말 좀 들어봐. 누구나가 다. 이와 같은 짓을 해서 방안이 온통 내가 일찍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축축하게 되고 말았다. 다음 하나는 관 이쪽 구석에 또 하나는 저쪽 구석에 무릎을 꿇고는 이마를 관에다. 얹고 기도를 올리는 시능을 했다. 그러나 이렇게 되자 그것은 대단한 효과를 불러일으켜 사람들이 하나도 빼놓지 않고 울음 보를 터뜨리고 큰 소리로 흑흑 흐느껴 울었다. 불쌍한 딸들도 마찬가 지였다. 그리고 거의 전부의 여자들이 한 마디 말도 없이 소녀들 앞으 로 가서 엄숙하게 이마에다. 키스를 하고, 다음 소녀들 머리에다. 손을 얹고 눈물이 글썽글썽한 얼굴로 하늘을 우러러보며 통곡을 하고는 혹 흑 흐느껴 울면서 눈물을 닦으며 그 앞을 떠나 다음 여자에게 기회를 양보했다. 이렇게 가슴속이 메스꺼워지는 광경을 난 본 적이 없다. 얼마 후 왕은 일어나 약간 앞으로 걸어나와 점점 감정이 고조된 듯한모습을 지으며 일장 연설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것은 눈물과 엉터리 가 반반 섞인 연설이었다. 나와 내 불쌍한 동생에게 있어, 고인을 잃은 것, 더군다나 4천 마일이라고 하는 먼 나그네 길을 온 것인데, 이처럼 살아 있는 고인을 만나보지 못한 것은 참으로 쓰라린 시련이지만, 그 쓰라린 시련도 여러분들의 고마우신 동정과 그 신성한 눈물로 해서 우 리들에게는 유쾌하고 신성한 것이 되었고, 그것에 대해서 우리 형제는 마음에서 감사를 드린다. 말로는 너무나도 약하고 냉정하므로 감사를 드릴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기분이 나빠질 정도로 터무니없는 엉터리 수작을 늘어놓은 위에, 왕은 흐느껴 울면서 자못 신앙이 깊고 경건하게 아멘까지 부르고, 그러고 나서 열으로 물러서 가슴이 터지지나 않 을까 할 정도로 울어댔다. 왕의 입에서 이러한 연설이 끝나자 군중 속에서 누군가 영광의 송가 를 부르기 시작했고, 일동은 있는 목소리를 다. 짜내어 합창하자 마음이 으쓱해지며 마치 예배가 끝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가슴속이 후 련해졌다. 정말 음악이라는 것은 좋은 것이다. 저렇게 터무니없는 왕 의 연설과 엉터리 수작을 들은 후에 이만큼 음악이 사람의 마음을 상 쾌하게 하고, 성실한 아름다운 음률을 전해 주리라곤 상상도 못했다.

그러는 중에 왕은 또다시 그 엉터리 수작을 꺼내기 시작했다. "이 가족의 절친한 친지 몇 분이 오늘밤 여기서 우리들과 식사를 같 이 하고, 고인의 유해 옆에서 함께 철야를 해주시면 나와 조카들은 얼 마나 고맙게 생각할지 모를 일이며, 저기 누워 있는 불쌍한 동생이 이 야기를 할 수 있다면 누구누구를 불러댈지 나는 잘 압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나에게는 대단히 그리운 이름들이며 동생으로부터의 편지 속 에 가끔 나온 이름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 그분들의 이 름을 대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목사 홉슨 씨, 집사 로트 하베이 씨 벤 럭커니 씨. 앱너 새클포드 씨, 레비 벨 씨, 의사 로빈슨 씨, 그 리고 그분들의 부인들 및 바틀리 과부댁들이올시다. " 라고 말했다. 홉슨 목사와 로빈슨 의사는 둘이서 마을 동구 밖으로 사냥을 나간 중이었다. 바꿔 말하자면 의사는 환자를 저세상으로 보내 버리기 위해 서, 목사는 그것에 올바른 방향을 알리기 위해서 나갔다고나 할까 변 호사인 벨 씨는 일이 있어 루이스빌에 출장중이었다. 그러나 그 밖의 사람들은 모두 거기 있었으므로 모두 왕에게로 몰려나와 왕과 악수를 나누고 사례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고 나서 그들은 공작과도 악수를 했지만, 말이라곤 한 마디도 없이 바보들처럼 그저 싱글벙글 할 뿐 연방 머리만 끄덕여 보이고 있었다. 한편 공작은 여러 가지로 손짓을 하면서 마치 입이 떨어지지 않는 젖먹이 모양으로 연방 "으 으 으......으 으 으" 할 뿐이었다. 이와 같이 왕은 엉터리 수작을 계속 지껄였고, 마을 안 모든 사람과 개까지 일일이 그 이름을 대며 이제 어떠냐고 안부를 묻기도 하고, 이 마을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종류의 자질구레한 사건과 조지와 피터의 가족에게 일어난 사건 등을 지껄였다. 왕은 그게 모두 피터로부터의 편지에 기록되어 있던 것처럼 지껄였지만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 다. 한 마디도 빼놓지 않고, 우리들이 카누로 기선까지 데려다. 준 그 젊은 바보에게서 들은 것이었다. 얼마 후 매리 제인은 부친이 남겨놓은 편지를 가지고 왔다. 왕은 그 것을 큰 소리로 읽고 나서 또 울었다. 편지에는 집과 금화 3천 달러를 딸들에게 주고, 한참 성업중인 제혁소와 그 밖의 집 몇 채와 토 지(7천 달러의 가치가 있는)와 금화 3천 달러를 하베이와 월리엄에게전하라고 써 있고, 예의 그 6천 달러의 현금이 지하실 어느 곳에 감추 어져 있다고도 쓰여 있었다. 그래서 이 두 사기꾼은 지하실로 가서 그 6천 달러를 가지고 와 모든 것을 공명정대하게 하자고 하고는 나에게 초를 가지고 따라오라고 했다. 우리는 지하실로 들어가자 문을 꼭 닫 고 주머니를 찾아내서 안에 든 것을 마룻바닥에 쏟아놓았다. 모두 금 화였는데, 여간 아름답지 않았다. 왕의 두 눈이 반짝이는 꼴이란 왕은 공작의 어깨를 찰싹 때리며 말했다. "이봐, 어때 근사하지 아니 천만에 근사니 나발이니 하고 있을 때 가 아냐 어때, 브릿지워터, '걸작' 같은 건 이것에 비하면 문제도 안 되지, 어때 " 공작도 그 말이 옳다고 맞장구를 쳤다. 두 사람은 금화를 긁어모아 손가락 사이에서 마루 위로 짤랑짤랑 흘려 떨어뜨렸다. 왕은 말을 이 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다. 소용없어. 부자인 고인의 형제이며, 뒤에 남은 재외 재산상속인의 대표라는 것이 말이야, 브릿지워터, 임자와 내 가 맡은 역할이란 말이야. 이게 모두 신의 섭리를 믿은 데서 생긴 일이 야. 결국 뭐니뭐니 해도 이게 제일이야. 난 여러 가지 일을 해보았지만 이게 역시 제일이더군." 보통사람이라면 이 금화더미를 보고서만도 만족하고는 계산 같은 건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 두 작자는 그렇지 않았다. 계산 해 보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고는 결국 415달러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았 다. 왕이 단번에 불평을 했다. "젠장 대관절 이 415달러를 어떻게 했을까" 잠시 두 사람은 조바심을 치며 그 근처를 찾아보았으나 한참만에 공작이 입을 열었다. "어쨌든 왜 중병이었으니까 잘못 생각했는지도 몰라. 아마 그럴 거 야. 제일 좋은 방법은 이대로 내버려두고 가만히 입을 꾹 봉하고 있는 거야. 이만한 액수라면 없어도 되니까." ", 그도 그래. 없어도 되긴 하지. 그까짓 거 난 아무렇게도 생각 안해. 여기서 우린 아주 무섭도록 정정당당하고 정직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야. 이 돈을 위로 가지고 가서 여러 사람들 앞에서 계산해 보고 싶다는 거야. 그렇게 하면 의혹도 모두 풀릴 게 아냐. 그 렇지만 고인이 6천 달러 있다고 했으니까 우리들로서는 ...... "가만 있자...... 공작의 말이었다. "우리들 돈으로 부족한 부분을 메꾸면 어떨까" 이러면서 그는 자기 주머니에서 금화를 꺼내기 시작한다. "그것 참 귀신이 놀라 자빠질 좋은 생각이군. 여보, 공작. 정말 노형 은 훌륭한 머리의 소유자구려 예의 그 '걸작'이 또 우릴 돕는다. 그말 이지." 왕도 금화를 꺼내서 쌓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파산 직전까지 갔지만 6천 달러의 귀를 깎듯이 맞추었다. "이봐" 하고 공작이 다시 말을 이어, "또 하나 생각난 게 있어. 위로 올라가서 이 돈을 계산해서 그걸 딸들에게 준단 말이야, 어때 " "옳지, 좋은 생각이야, 임잘 껴안게 해달라구 어쩌면 그렇게도 좋은 생각이 척척 나올까, 난생처음인데. 확실히 임잔 아직 내가 보지 못한 깜짝 놀랄 머릴 갖구 있구먼. 아아, 참 좋은 생각이군. 틀림없어. 우릴 의심하라면 얼마든지 하라지. 이걸로 의심은 깨끗이 풀릴 테니까." 우리들이 위로 을라갔을 때에는 모두 테이블 주위로 모여들었다. 왕 은 금화를 세워 테이블 위에다. 300달러씩 한 덩어리로 하여 보기좋게 20개의 덩어리로 쌓아올렸다. 모두들 부러운 눈초리로 쳐다보며 군침 을 흘린다. 얼마 후에 두 사람은 금화를 또다시 주머니 속에다. 긁어넣 고는 왕은 또 한바탕 연설을 하려고 가슴을 넓게 폈다. "여러분, 저기 누워 계신 나의 불쌍한 동생은 슬픔의 골짜기에 남겨 진 자들에게 아낌없이 선심을 베푸셨습니다. 동생은 그가 귀여워하고 보호해 온 이 불쌍한 어린 양들에게, 그 아비와 어미를 잃은 이 고아들 에게 아낌없이 선심을 베푸셨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만 일 동생이 그가 사랑하는 월리엄과 내 기분을 상하게 할 것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면, 이 딸애들에게 좀 더 아낌없이 선심을 베푸셨음에 틀림 없을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 그렇지 않습니까 그것에 대해서 내 마음속엔 아무것도 의심할 거라곤 없습니다. 그렇다면 말입니다. 차제 에 동생의 소원을 방해하는 형제란 도대체 어떠한 형제이겠습니까 또 차제에 동생이 그렇게까지 애지중지하던 이 불쌍한 귀여운 어린 양에 게서 돈을 빼앗는 - 그렇습니다. 돈을 빼앗는 것입니다. - 백부란 도 대체 어떠한 인간들이겠습니까 월리엄만 상관없다면 괜찮으리라고 생 각합니다만 - 월리 엄도 - 어디 잠간 물어보겠습니다. " 왕은 공작 쪽을 돌아다보고는 계속 손짓을 시작했다. 공작은 잠시 멍청한 얼굴로 왕을 쳐다보고 있다가, 갑자기 그 뜻을 알아챘는지 기쁜 나머지 왕에게로 달려들어, 15번이나 껴안고 나서 그만두었다. 그래서 왕은 다시 말을 이었다. "내가 생각하던 바로 그대로입니다. 이걸로 월리엄이 이 일을 어떻게생각하고 있는지 이제 한 짓을 보시면 의심할 여지도 없겠지요. , 매 리 제인, 스잔, 조안나, 이 돈을 받으라구.

고스란히 받으라구 이것은 저기 누워 계신 차디차게 식어 있지만 기뻐하시고 계신 저분으로부터 의 선물이외다. " 매리 제인은 왕에게로 달려들고, 스잔과 언청이는 공작에게로 달려 들어 아직까지 내가 본 일이 없을 정도로 포옹도 하고 키스도 하였다.그리고 모두 눈에다. 눈물을 싣고서 달려와 이 사기꾼들의 손이 부서져 라고 힘껏 악수를 하면서 쉴새없이 지껄였다. "아이구 얼마나 착한 분들일까 얼마나 기특한 분들일까 어쩌면 그렇게도" 그러고 나서 사람들은 모두 또다시 고인의 얘기를 시작했고, 참 착한분이었다는 등, 그분이 세상을 떠난 것은 얼마나 큰 손실인지 모르겠 다는 등, 그러한 얘기를 여러 가지로 늘어놓았다. 얼마 후에 쇠 같은 턱을 하고 있는 몸집이 큰 사나이가 밖으로부터 사람을 헤치며 안으로 들어와 말 한 마디도 없이 장승처럼 우뚝 서서 귀를 기울이며 주위를 휘휘 둘러보았다. 이 사나이에게 이야기를 건네는 사람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그것은 왕의 얘기에 모든 사람이 넋을 잃고 귀를 기울이고 있 었기 때문이었다. 왕은 무슨 얘기를 꺼내려 하다가 이런 말을 하고 있 었다. "이분들은 고인의 특별한 친지였으니까 그래서 오늘밤 여기다. 초대 한 것이올시다. 그러나 내일은 여러분 전부가 와주시면 좋겠습니다. 한 분도 빠짐없이. 왜냐하면 고인은 여러분 전부를 존경하였고, 좋아 하셨으니까요. 그러니까 고인의 장례 오오지스(잔치)에는 여러분이 와 주시는 것이 당연합니다. " 이와 같이 왕은 자기 스스로 자기 이야기에 도취되어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엉터리 소리를 늘어놓으며, 연방 장례 '오오지스' 이야기에 꽃 을 피우고 있었지만 마침내 공작은 참다못해 조그만 종이쪽지에다. '옵시퀴즈(장례식), 이 병신아' 하고 써서 그것을 접어. 중얼거리면 서 사람들 머리 위로 손을 뻗쳐 왕에게 주었다. 왕은 그것을 보더니 주 머리 속에다. 처넣고는 이렇게 화제를 돌렸다. "불쌍하게도 월리엄은 저런 고통을 받고 있으면서도 항시 올바른 마 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누구나 다. 하나도 빼놓지 말고 장례식에 초 대해 달라고, 누구나 하나도 빼놓지 말고 모두 환영해 달라고 나에게 단단히 부탁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할 필요도 없는 데......나는 이제 방금 그 얘길 하고 있던 참이었으니까." 그리고 또 왕은 여전히 침착한 어조로 이야기를 계속해, 전과 조금도 다름없이 가끔 예의 오오지스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세 번 이 문구를 쓴 후에 왕은 이렇게 설명했다. "내가 오오지스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보통 쓰는 말이기 때문이 아니라, 사실 그렇게 쓰이진 않지요. 옵시퀴즈라고 하는 것이 흔히 쓰는 말 이지요. 그러나 오오지스라고 하는 편이 올바른 말투이기 때문이올시 다. 현재 영국에선 옵시퀴즈란 말은 쓰지 않습니다. 폐어가 되어 버렸 지요. 이제 영국에선 오오지스라고 합니다. 그것이 좋지요. 왜냐하면 그 편이 우리의 의사표시를 정확히 표현해 준단 말이에요, 이것은 그 리스어의 '오르고' 즉 외부. 공개 해외라고 하는 말과 헤브라이어의 '지이숨', 즉 심는다. 덮는다. 배상한다라고 하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아시겠지만 장례의 오오지스란 실외의 혹은 공개 장례식이라는 뜻이을시다. " 이것은 최악의 큰 실수였다. 여기서 그 쇠턱 사나이는 정면으로 ",, " 하고 웃어댔다. 모두 아찔해하는 눈치였다. 그리고는 이구동성 으로, "어찌된 일이오, 로빈슨 선생" 했다. 앱너 새클포드가 그 뒤를 받아 "아니, 로빈슨 아직 모르고 있구먼 이분이 바로 하베이 월크스 씨 라네"라고 했다. 왕은 열심히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한쪽 손을 앞으로 쑥 내밀었다. "선생이 바로 우리 불쌍한 동생의 친한 친구인 의사선생이시던가요저 나‥‥‥ "손을 떼지 못해" 의사가 쏘아붙였다. "네놈은 바로 영국 사람처럼 지껄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겠지 하지만 그런 서투른 흥내는 난생처음이다. 네놈이 피터 월크스의 형이라고 너는 사기꾼이야. 그게 네 놈의 진짜 모습이야" 모든 사람이 흥분한 꼴이란 모두들 의사 주위에 몰려들어 그를 달래려고 야단이었다. 하베이가 얼마나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기가 하베이 라고 하는 것을 보여 주었고, 동네 사람들 이름을 일일이 알고 있고,개 이름까지 알고 있더라는 것을 설명했고, 하베이와 이 불쌍한 소녀 들의 기분을 상하지 않게 하도록 주의해 달라고 거듭 애원했다. 그러 나 헛수고였다. 의사는 더욱 펄펄 뛰며 영국 사투리를 이렇게 서투르 게밖에 쓸 줄 모르는 사람은 사기꾼이 아니면 거짓말쟁이가 아니고 원 이겠느냐고 호통했다. 불쌍한 처녀들은 왕에게 매어달려 울고불고 야 단이었고, 그러나 이번에는 의사가 갑자기 처녀들 쪽으로 홱 돌아섰 다. "난 너희들의 부친의 친구이며, 너희들의 친구이기도 하단 말이다.난 친구로서, 더구나 너희들을 해악으로부터 지키고 싶다고 원하는 성 실한 친구로서 경고하는데 이 악한과 손을 당장 떼도록 하란 말이다.그리고 그리스어니 헤브리어니 하고 터무니없는 소릴 떠들어대는 이 무식한 사기꾼과 제발 손을 떼란 말이다. 이런 속이 뻔히 들여다보이 는 사기꾼놈은 다시는 없어 어디서 귀담아 들은 너희들의 이름과 사 실들을 주워 가지고 여기까지 온 것인데, 그걸 너희들은 증거라고 딱 믿고는, 게다가 좀 더 좋은 분별을 가지고 있어야만 할 이 바보 친지들 의 조력으로 점점 바보짓만 하고 있단 말이다. 매리 제인 월크스, 너는 내가 네 친구이며, 더구나 사심이 없는 친구라고 하는 걸 알고 있을 테지. 자 내 말을 잘 듣고 이 불쌍한 악당을 쫓아내라구 이게 내 소원이다. 알겠나" 매리 제인은 자기 몸을 꼿꼿이 편 것인데, 아아, 그 아름다운 모습 "이게 내 대답이에요 " 매리 제인은 금화가 든 주머니를 쳐들어 왕의두 손에다. 쥐어 주었다. "6천 달러를 받으시고 나와 동생들을 위해 서 아무쪼록 좋도록 투자해 주세요. 우린 영수증 같은 건 소용없으니 까요. " 매리 제인은 한쪽에서 왕을 껴안고, 스잔과 언청이는 또 한쪽에서 껴안았다. 거기 있는 사람들은 전원이 마치 폭풍우가 부는 것처럼 박수 를 치며 마루를 발로 쿵쿵 굴렀다. 일면 왕은 머리를 곧추 쳐들고는 자 못 만족한 듯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의사는 말을 이었다. "좋아, 난 이 일에서 손을 뗄 테야. 그러나 너희들에게 미리 경고하 는 바이지만, 너희들은 오늘의 이 일을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터질 것 같이 쓰라릴 때가 꼭 오고야 말 게다. " 이러고 나서 의사는 성큼성큼 방을 나가 버렸다. "알았습니다, 선생님." 얼마간 비웃는 듯한 어조였다. "쓰라려지거든선생님을 모시도록 하지요." 이 말을 듣고 모두 껄껄 웃어댔고, 참 말 한번 잘했다고 칭찬을 했다.

 

26장 왕의 약탈품을 훔치다

사람들이 모두 가버리자 왕은 손님용 침실은 어떻게 되어 있느냐고 매리 제인에게 물었다. 매리 제인은 손님용 침실은 하나밖에 없지만 그것은 월리엄 아저씨에게, 그리고 그보다. 더 큰 자기 방은 하베이 백 부에게 양보하고, 자기는 동생들의 방에 가서 조그만 침대에서 잘 작 정이며, 그리고 다락에는 짚이불이 있는 조그만 방이 하나 있다고 했 다. 왕은 이 다락방을 자기 머슴의 방으로 하자고 했다. 이것은 나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 매리 제인은 우리를 이층으로 데리고 가 각자의 방으로 안내 해 주었다. 소박하고 기분이 좋은 아늑한 방들이었다. 매리 제인은 하 베이 백부님의 방해가 된다면 옷가지와 여러 가지 잡품을 방에서 내오 겠다고 했지만, 왕은 그게 무슨 소리냐고 조금도 방해가 될 것이 없다. 고 딱 잡아떼어 말했다. 옷가지는 벽에 쭉 걸려 있었고, 마루까지 끌리 는 갱사 커튼이 그 앞을 덮고 있었다. 한쪽 구석에는 헌 모피 트렁크가 놓여 있었고, 다른 쪽 구석에는 기타의 상자, 그리고 여자애가 방안을 장식하는 데 사용하는 가지가지의 조그만 장난감과 번드레한 물건들이 놓여 있었다. 왕은 이러한 것이 있는 편이 도리어 가정적이고 기분이 좋으니 그대로 놔두도록 했다. 공작의 방은 아주 협소했지만 그러나 왜 훌릉했고, 나의 방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밤 성대한 만찬회가 베풀어졌고 낮에 왔던 남녀 전원이 참석했 으며, 나는 왕과 공작 의자 뒤에 서서 시중을 들었고, 검둥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시중을 들었다. 매리 제인은 테이블 상좌에 스잔을 옆에다. 앉히고 앉아서, 이 비스킷은 모양이 왜 이러냐는 등, 이 설탕절임은 맛 이 왜 이러냐는 등, 이 프라이치킨은 왜 이렇게 맛이 없고 단단하냐는 등, 이러쿵저러쿵 보통 여자가 칭찬을 듣고 싶을 때 입에다. 담는 가지 가지의 터무니없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손님들도 모든 음식이 뛰어나 게 맛있다고 하는 것을 알고 있으므로 이렇게 받았다. "어떻게 해서 이 비스킷을 이렇게 고운 갈색으로 구을 수가 있었을 까" "아니 도대체 어디서 이런 슬슬 녹는 설탕졸임을 구했을까" 하고 여 러 종류의 손님들이 만찬회 석상에서 지껄이는 으레 나오는 그 아첨의 말을 늘어놓았다. 만찬회가 끝나자 나와 언청이는 부엌에서 먹다남은 것을 저넉밥으로 먹었고, 다른 사람들은 검둥이들이'설거지하는 것을 도왔다. 언청이가 가끔 영국 이야기를 묻는 바람에 살얼음을 밟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너 임금님을 본 적이 있어" "누굴 월리엄 4세 말이야 그럼 있구말구. 우리의 교회에 오니까." 나는 월리엄 4세가 훨씬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시치미를 딱 떼고 있었다. 그래서 월리엄 4세가 우리의 교회에 온다고 했더니 언청이 가 물었다. "뭐라고 늘 오나" "그럼. 늘 오지. 왕의 자리는 마침 우리 자리 바로 건너편에 있었는데 , 설교단 저쪽에 ." "난 임금님은 런던에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럼, 그렇구말구. 도대체 그밖에 어디서 살고 있을 줄 알아" "한데 넌 세필드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나는 말문이 딱 막히고 말았다. 그래서 닭의 뼈가 목에 걸린 시늉을하고는 위기를 면할 시간의 여유를 얻어 이 고비를 넘길 계획을 세웠 다. 잠시 후 나는 대꾸했다. "내 말 뜻은 말이야, 왕이 세필드에 오실 때엔 늘 우리의 교회에 오신다는 말이야. 그것은 여름뿐으로, 왕은 해수욕을 하러 오시는 거야."

"아니 무슨 말을 그렇게 해. 세필드는 해변가가 아냐." "그래 , 누가 해변가라고 그랬나" "어머나 자기가 그러구서 ." "내가 언제" "그랬어" "안 그랬어 " "그랬어" "그런 말은 한 적이 없어." "그럼 뭐라고 했지" "왕이 해수욕을 하러 오신다고 그랬지 그뿐이야," "그럼 해변가도 아닌데 어떻게 무슨 수로 해수욕을 해" "이봐, '컨그레스 광천'을 본 일이 있느냐 말이야" "그래 있어." "그렇다면 광천을 얻고 싶은 사람은 꼭 컨그레스(국회)에 가야만 하나" "그야 그렇지 않지 ." "그럼, 월리암 4세도 해수욕을 하러 바다까지 갈 필요는 없단 말이 야." "그럼 어떻게 해수욕을 해" "이 지방 사람이 컨그레스 광천을 얻는 것과 똑같은 방법으로 통에다실어온단 말이야. 계필드의 궁전에는 솥이 몇 개씩이나 있어서 왕은 바닷물을 끓이게 한단 말이야. 그만한 양의 물을 바닷속에선 도저히 끓일 수 없으니까, 그 설비가 없기 때문이지." "이제 겨우 알겠군, 애당초부터 그렇게 말하면 시간이 절약됐을 걸 가지고. " 언청이가 이렇게 말했으므로 나는 또다시 밝은 세상으로 나온 것만 같는 생각이 들어 가슴이 후련해졌다. 다음 언청이는 이렇게 물었다. "너도 교회에 가니" "가구말구. 늘 가지 ." "어디 앉아" "물론, 우리 가족석에 앉지." "누구의 가족석" "물론 우리들 자리지. 네 하베이 백부님 자리지." "백부님 자리라고 왜 백부님에게 자리가 필요하담" "앉는데 자리가 필요하지 무엇 때문에 자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백부님은 설교단에 계실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렇지." 아이쿠, 나는 그가 목사라는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나는 또다시 말문이 딱 막히고 말았다. 그래서 한번 더 닭뼈가 목구멍에 박힌 시능 을 하고는 그 동안에 지혜를 짜냈다. "제기랄, 한 교회에 목사가 하나밖에 없는 줄 알아" "어머나, 그럼 뭣하러 몇 씩이나 있어" "뭐라고 왕 앞에서 설교하는데 말이야 너 같은 사람을 본 일은 없 어. 열일곱 명이나 있어." "열일곱 명이나 어머나 나라면 비록 천국에 못 들어간다. 하더라도 그렇게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무슨 수로 듣는담. 한주일 동안이나 걸 릴 게 아냐." "천만에, 같은 날 모두 설교하는 게 아냐, 그 중 하나만이 하는 거 야." "그럼 다른 사람들은 뭘 하고 있어" "뭐 대단할 게 없지. 서성거리거나 헌금 접시를 돌리거나 그저 그럭 저럭 그런 거야. 대체로 하는 건 없어,"

"그럼 뭣 땜에 있어" "뭣 땜이냐구 격식을 갖추기 위해서지 넌 아무것도 몰라" "그래, 난 그런 엉터리 수작은 하나도 알고 싶진 않아. 영국선 머슴 대접이 어때 우리들이 검등일 대우하는 것보다는 나은가" "천만에 저쪽에선 머슴 같은 건 전혀 사람이 아니지. 개만도 못해,그 대접이" "우리들처럼 휴가를 안 주나 크리스마스, 정월의 한주일이니, 74일의 독립제니" "아서, 아서, 그것만 들어도 네가 영국에 가본 일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어 저, 말이야, 언청‥‥‥ 아니 저 조안나, 1년 중 휴가라는 건 없어, 있을 게 뭐야. 서커스에도 안 가고, 신파에도 안 가고, 검둥이 신파에도 아무 데도 안 가." "교회에도" ", 교회에도." "하지만 넌 언제나 교회에 나가지 않아" 아이쿠, 또 큰일났다. 말문이 또 꽉 막히고 말았다. 내가 저 늙은이 의 머슴이라고 하는 것을 깜빡 잊고 있었다. 그러나 곧 피할 길 하나가 머리에 떠올라, 시종은 보통 머슴과는 달라 싫어도 할수없이 교회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앉아 있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법률이 있다고 하 는 설명을 했다. 그러나 그다지 근사하게 되지 않아, 얘기를 한 후에도 언청이가 만족해하지 않는 것을 알았다. ", 정말을 얘기해 줘, 넌 나에게 거짓말을 하는 게 아냐" "정 말이야." "하나도 거짓말이 아냐" "하나도 거짓말이 아니구말구 거짓말이라곤 하나도 없어." "이 책에다. 손을 얹고서 그렇게 말해 봐." 보니 그것은 사전에 지나지 않았으므로 나는 손을 얹고서 그렇게 말 했다. 그래서 언청이는 겨우 납득이 간 모양으로 이렇게 말했다. "그렇다면 조금은 신용이 가 하지만 넌 모두가 믿어지진 않아." "뭣이 믿어지지 않는다는 거냐, " 하고 그때 마침 매리 제인이 스잔을 거느리고 부엌으로 들어와서 우리 두 사람 사이로 끼어들었다. "이 애에게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좋은 일도 친절한 일도 아니다. 특히 타국민으로 집과 사람으로부터 이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게 아냐 네 가 저런 대우를 좀 받아 봐. 그 기분이 어떤지 " "또 시작이군 언니는 누가 아직 경치기도 전에 언제나 꼭 나타나서 그 사람을 돕는단 말야 난 얘에게 아무것도 한 게 없어.

얘기 말이야,어째 나에게 거짓말을 시귀고 있는 것만 같애, 그걸 전부 곧이 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했을 뿐이야. 내가 한 말은 그뿐이야. 그런 조그 만 것쯤 참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해 ." "작건 크건 그건 아무래도 좋아. 이 앤 우리집에 온 손님이니까 그런말을 하는 건 좋지 못해 만일 네가 이 애의 입장에 있다면 넌 부끄러 운 생각이 안 들겠어 그러니까 남에게 부끄러운 생각을 불러일으킬 말을 해선 안 돼 . " "하지만 언니, 이 애가 그러는데 ‥‥‥ "뭐라고 하든 상관없어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중요한 건 네가 이 앨 친절하게 해주고, 그 애가 고향과 가족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는 것을 생각나게 하는 말을 해선 안 돼." 나는 혼자 가슴속으로 생각했다. '나는 이 처녀의 돈을 저 늙은 뱀이훔치는 것을 잠자코 보고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스잔이 끼어들어 놀 랍게도 이것 또한 언청이를 몹시 나무라는 것이었다. 여기서 나는 또 생각했다. '그놈이 돈을 훔치고 있는 것을 내가 잠자 코 보고 있는 피해자의 처녀가 또 하나 있구나' 하고

얼마 후에 매리 제인이 또 한번 공격을 시작하며 부드럽게 순순히 타 일렀다. 그것이 그녀의 방식이었다. 그러나 말이 끝나자 불쌍한 언청 이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는 와아 하고 울음보를 터뜨렸다. "그럼 됐어, 이 애에게 잘못했다고 해." 언니들의 말대로 언청이는 사과했다. 그 사과하는 폼이 참 근사했다.어찌나 아름다운지 듣기에 기분이 좋았다. 그래서 나는 다시 한번 이 애에게 사과시킬 수 있다면 거짓말을 천 번 시켜도 좋겠다고 생각했 다. 나는 혼자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여기 또 하나 있는 이 처녀의 돈을저놈들이 훔치는 것을 보고도 나는 모르는 체하고 있구나' 하고. 그래 서 언청이가 나에게 사과를 하자 이번에는 세 사람이 다같이 열심히 내 마음이 풀어져 친한 사람들 사이에 끼어 있다는 생각이 들도록 하 려고 노력을 했다. 나는 나 자신이 견딜 수 없이 천하고도 비열하게 생 각되었으므로 마음속으로 혼자 생각했다. 결심은 되었다. 이 처녀들을 위해서 무슨 짓을 해서라도 그 돈을 감춰 둬야겠다고. 그래서 나는 급히 부엌을 나왔다. 자겠다고 말은 했지만, 이 말은 언젠가는 자겠다는 뜻으로, 나는 혼자가 되자 깊이 이 일을 궁리해 보았다. 그 의사에게로 몰래 가서 이 사기꾼놈들을 밀고할까 아니, 그래선 안 된다. 의사는 밀고한 사람의 얘기를 남에게 할지도 모르며 그렇게 되면 왕과 공작으로부터 나는 경을 치는 결과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몰래 매리 제인에게 가서 얘기할까 아니, 그것도 안 될 소리다. 매리 제인은 그것을 안색에 나타낼 것이 뻔하니까. 그러면 두 녀석이 대뜸 그것을 알아채고는 돈을 가지고 있으니까 곧 그것을 가지고 몰래 자취를 감출 것이 뻔하다. 만일 매리 제인이 응원을 구한다면 필경 나도 도중에 그 속에 횝쓸려들게 될 것이다. 그러면 안될 노릇이니까 좋은 방 법이라곤 하나밖에 없다. 어떻게 해서든지 그 돈을 훔쳐내는 것이다.내가 했다고 그놈들에게서 의심을 받지 않을 방법으로 감쪽같이 훔쳐 내지 않으면 안 되겠다. 놈들은 이 동네에서 좋은 봉을 잡았으니 필시 이 가족과 이 마을에서 긁어모을 수 있을 때까진 여기를 떠날리가 만 무하며, 나로서는 충분히 기회를 가질 여유가 있으리라 나는 돈을 훔 쳐내어 감춰 두었다가 얼마 후 강 훨씬 하류에 갔을 때 편지를 내어 매리 제인에게 어디다. 돈을 감추써 두었는지를 알리기로 하자. 그러나 되도록이면 오늘밤 훔쳐내는 것이 좋다. 그 의사는 그렇게 말을 하기 는 했지만 정말 손을 멜 생각은 없고, 두 녀석을 여기서 위협해서 쫓아내 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놈들의 방으로 가서 찾아보리라 생각했다. 이층 복도는 기암절벽이었지만 공작의 방을 찾아내어 손더듬으로 뒤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왕이 그 돈을 자기 이외의 사람에게 맡겨 둘 리는 만무하리라 고 생각하게 되었으므로 이번에는 왕의 방으로 가서 그곳을 찾아보았 다. 그러나 촛불이 없이는 어떻게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해서 물론 촛 불을 켤 수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또 하나의 수단을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결심했다. 매복해 있다가 두 녀석의 말을 엿듣자는 것이다.마침 그때 이층으로 올라오는 두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으므로 나는 침 대 밑으로 도망쳐 들어가려고 그쪽을 손으로 더듬어 보았으나 침대는 내가 있으리라고 생각한 곳에 없고, 손에 부딪친 것이라곤 매리 제인의 옷가지를 감추는 커튼이었다. 나는 그 뒤로 얼른 몸을 피해 옷들 사 이로 바싹 몸을 감추고는 가만히 서 있었다. 두 사람은 방안으로 들어오자 문을 닫았다. 그리고 공작이 제일 먼저 한 일은 무릎을 꿇고 침대 아래를 보는 것이었다. 나는 아까 찾았을 때 침대가 눈에 띄지 않았던 것을 천만다행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사람들 이 무슨 일을 몰래 하려고 할 때 으레 침대 밑에 숨는 것이 당연한 일 이 아닐까그다음 두 사람은 앉아서 왕이 먼저 말을 꺼냈다

"한데, 대관절 뭐야 어서 얘기를 꺼내봐. 여기서 놈들에게 우리들의 얘기를 할 기회를 주기보다는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슬픈 소릴 지르고 있는 편이 차라리 나을 테니까 말이야." "이봐, 이렇단 말이야, 대장, 난 불안해 죽겠어. 암만해도 그 의사가 마음에 걸려 죽겠어. 그래서 임자의 계획을 듣고 싶었단 말이야. 나에 게 안 하나가 있는데, 그건 좋은 안이라고 생각해." "어떤 안인데, 공작" "다른 게 아냐, 새벽 3시에 여길 탈출하여 이미 우리 수중에 들어온 것만을 가지고 강을 빨리 내려가는 편이 좋겠다는 거야.

더욱이 이렇 게 손쉽게 그것을 손안에 넣은 것을 생각해 보면...... 그렇잖아, 마땅히훔쳐서 되찾아야겠다고 생각한 돈을 돌려주어, 말하자면 우리들의 머 리에 내던져진 격이니 난 일이고 뭐고 다. 집어치우고 어서 삼십육계를 부르는 게 좋겠단 말이야. 암만해도," 나는 이 말을 듣고 꽤 실망했다. 한두 시간 전이라면 그렇지도 않았 겠지만 그러나 지금의 나는 당황하고, 아주 낙망하고 말았다. 왕은 열 심히 반대하여, "뭐라고 나머지 재산을 팔아 버리지 않는단 말인가바보탈을 쓰고서 8,9천 달러의 가치가 있는 재산을 내던지고 내뺄 작정 이란 말이지 전부 버젓한 날개가 돋아 있듯이 잘 팔릴 물건을" 공작은 투덜투덜 불평을 늘어놓으며, 이 금확 주머니만으로 충분하 다. 자기는 이 이상 더 깊이 들어가기는 싫다. 고아들로부터 낱낱이 그 재산 전부를 빼앗아 버리기는 싫다고 주장했다.

이 말을 듣자 왕은 이 렇게 말했다. "이봐, 거 무슨 소릴 그렇게 해. 우리가 그 계집애들로부터 빼앗는 건 이 돈뿐으로, 그밖엔 아무것도 없어 이 재산을 사는 놈이 손해를 볼 뿐이야. 왜냐하면 소유자가 우리들이 아니라고 하는 것이 드러나기 가 무섭게, 그것도 우리들이 삼십육계를 부른 후 곧 그것이 탄로날 것 이지만, 매도는 무효가 되어 모두 원주인에게로 되돌아가게 된단 말이야. 이 집 고아들은 집이 되돌아온 것만으로 충분해 아직 젊고 건 강하니까 편히 살아갈 수 있지. 고생하리라는 염려는 조금도 없어 근 데 좀 생각해 보란 말이야. 이 애만도 못한 살림을 하고 있는 작자들이몇 천명 몇만 명 있잖아. 정말 저 애들은 무슨 불평 하나 늘어놓을 자 격이 못 돼." 왕이 이리저리 공작을 설복하는 바람에 그만 공작이 지고 말았다. 그럼 그렇게 하도록 하지, 그렇다면 그 의사녀석이 줄줄 따라다니고 있 는데 언제까지 꾸물거리고 있는 것은 여간 어리석은 짓이 아니라고 했 다. 그러나 왕은 조금도 지지 않으며, "의사놈이 다. 뭐야 그까짓 놈이 다. 뭐 말라죽은 놈이야 마을 내의바보놈들이 우리 편을 들고 있잖아 그리고 어떠한 마을이든 바보놈들 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게 아냐" 두 녀석은 또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가려고 했다. 그때 공작이 말했다. "저 말이야, 그 돈 감춰 둔 데 있잖아 그게 암만해도 시원찮은 것만같애 내 생각엔." 이 말을 듣고 나는 기운이 났다. 단서가 될 만한 힌트가 전혀 없구나하고 실망하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어째서 " "어째서냐고 하면, 매리 제인은 이제부터 상복을 입게 될 테니까 무엇보다도 우선 이 방 청소를 하는 검둥이가 이 옷가지들을 상자에다. 넣어서 정리하라는 명령을 받을 것이 뻔할 게 아냐. 그러면 검둥이의 일인지라 돈 낌새를 맡기가 무섭게 그 얼마를 훔쳐내지 않을 놈이 어 디 있을 거냐 말이야." "임자 머리가 다시 분별을 갖게 됐군 공작." 그러자 왕은 나에게서 2,3피트 떨어진 커튼 아래를 찾기 시작했다.

나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벽에 딱 달라붙어 서서 숨을 죽이고 있었다.그리고는 만일 놈들에게 들키게 되는 날엔 뭐라고 말대답을 해야 할 것이며, 실제로 붙잡혔을 때에 어떻게 하면 좋을까를 생각해 보려고 했다. 그러나 내가 절반도 생각해 내기 전에 왕은 주머니를 찾아내어,내가 거기 있다고는 꿈에도 의심치 않았다. 두 놈은 깃털 이불 아래의 짚이불 틈으로 해서 주머니를 짚 속으로 1,2피트 밀어넣고는, , 이 젠 안심이다. 검등인 깃털이불만을 정리하고 짚이불은 1년에 2번밖엔 뒤집지 않으니까 이렇게 해두면 도난당할 걱정은 없다고 했다. 하지만 내편이 윗수였다. 놈들이 계단을 절반도 내리기 전에 금화 주머니를 거기서 꺼내고 만 것이었다. 나는 내 방 쪽으로 길을 더듬으면 서 올라가 좀 더 좋은 기회가 올 때까지 거기다. 감춰 두기로 했다. 감춰두기엔 집 바깥 어디가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놈들이 주머니가 없어진 것을 알아채면 집안을 샅샅이 뒤질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나에 게는 그것이 분명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그다음 옷을 입은 채 침대 속 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어서 이 일의 결말을 내고 싶다고 조바심을 친 나머지 그리 쉽게 잠은 오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왕과 공작이 다시 을 라오는 소리가 들렸으므로 나는 짚이불에서 굴러나와 턱을 사다리 꼭 대기에다. 괴고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나는 밤늦게까지 일어나 있는 사람들의 소리가 전부 가라앉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의 소리가 아직 시작되기 전까지 그대로 꾹 참고 있었다. 그다음에 몰래 사다리를 미 끄러져 내려갔다.

 

27장 죽은 픽터가 돈주머니를 갖고

나는 두 사람이 들어 있는 방문 간으로 몰래 가서 귀를 기울였다. 두사람 모두 코를 골고 있었다. 그래서 나는 발끝으로 걸어 무사하게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아무 데고 소리 하나 없이 고요했다. 식당문 깨진 데로 해서 안을 들여다보자 밤을 새우고 있는 사나이들이 전부 의자에 서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문은 사랑방 쪽으로 열려져 있고. 사랑방에 시체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양쪽 방에 촛불이 하나씩 켜져 있었다.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사랑방의 문은 열려 있었지만 거기에는 고인의 시체 이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는 자꾸만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러나 정면 문이 잠겨 있는데 열쇠가 눈에 띄지 않았다. 마침 그때 누가 내 뒤에서 계단을 내려오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사랑방으로 뛰어들어가 급히 주위를 둘러보았지만 금화 주머니를 감출 장소라곤 관 속 외엔 없었다. 뚜껑은 그 속에 들어 있는 젖은 보를 씌운, 수의를 몸에 감은 고인의 얼굴이 보이도록 1피트쯤 밀려 있었다. 나는 금화 주머니를 뚜껑 아래 시체의 두 손이 서로 팔짱을 끼고 있는 바로 그 아래에다. 틀어넣었다. 그렇게 했을 때 어찌나 그 손이 차던지 난 오싹하고 전신에 소름이 끼쳤다. 그러고 나서 방을 다시 뛰어나와 문 뒤에 몸을 감추었다. 내려온 사람은 매리 제인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관 있는 데로 가서 무릎을 꿇고는 안을 들여다보았다. 그다음 손수건을 꺼내 울기 시작하는 것이 보였다. 하기야 잔등이 이쪽으로 향해 있었으므로 그 소리 는 들리지 않았지만 나는 살며시 빠져 나왔다. 식당을 빠져 나을 때 밤을 새우는 사람들이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려고 틈새로 안을 들여다보았다. 모두가 잘 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나는 살며시 이층으로 올라가 침대 속으로 들어갔지만, 그렇게까지 수고를 했고 그렇게까지 모험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결과가 되 고 말았으므로 자못 마음이 무거웠다. 그 금화 주머니가 지금의 장소 에 그대로 있으면 얼마나 좋으랴. 우리들이 100마일이나 200마일쯤 강을 내려간 후에 매리 제인에게 그 사실을 편지로 알려, 그러면 그녀가 고인의 무덤을 다시 파헤쳐 금화 주머니를 손안에 넣을 수가 있겠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될 것 같지가 않았다. 될 법한 일은 뚜껑을 나사못으로 박을 때 그 주머니가 발견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또 다시 왕의 손안으로 돌아오게 될 것이며,

왕은 다시는 남에게 그 돈을 훔칠 기회를 주지는 않으리라. 물론 나는 몰래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관 속에서 그 주머니를 꺼내가지고 오고 싶었지만 그런 용기가 없었 다. 이제는 벌써 시시각각으로 새벽이 다가오고 있었으므로 머지않아 밤을 새우는 사람 중의 누가 눈을 뜰지도 모를 일이니까 나는 붙잡히 게 될지도 모른다. 누구로부터 맡아 달라고 부탁을 받은 것도 아닌 6천달러를 손에 든 채. 그러한 판국에 빠지고 싶지 않다고 나는 생각했다. 아침이 되어 아래층으로 내려갔을 때 밤을 새운 사람들은 다. 가버렸고, 사랑방에는 집안 식구들과 바틀리 과부댁과 우리 일당 외엔 아무 도 없었다. 나는 무슨 일이 일어났나 하고 놈들의 얼굴을 지켜보았지 만 잘 알 수 없었다. 그날 정오경에 장의사가 조수를 데리고 와 관을 방 한가운데에 있는두 개의 의자 위에다. 얹고, 집안 내의 의자를 낱낱이 동원하여 한 줄로쭉 늘어놓은 후에, 그밖에 또 근처에서도 더 의자를 빌려 왔으므로 복 도도 사랑방도 식당도 의자로 꽉 차고 말았다. 판 뚜껑은 아까와 조금 도 다를 것이 없었지만, 사람들이 주위에 잔뜩 모여 있는 까닭으로 나 는 감히 뚜껑 아래를 들여다보러 갈 수가 없었다. 얼마 후에 사람들은 방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고, 사기꾼들과 처녀 들은 관머리에 해당하는 맨 앞줄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 반 시간 동안 이나 사람들은 천천히 한 줄로 빙 돌며 잠간씩 고인의 얼굴을 들여다. 보았다.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있었지만 모두들 고요한 것이 엄숙했 다. 다만 처녀들과 사기꾼들만이 눈에다. 손수건을 갖다대고는 머리를 숙이고 잠시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들리는 소리라고는 발로 마루를 긁는 발소리와 코를 푸는 소리뿐이었다. 사람들은 교회를 제외한 다른 어느 곳보다도 장례식 때에 더 코를 풀었다. 방이 사람들로 가득 차자 검은 장갑을 긴 장의사는 찬찬하고도 사람을 달래는 듯한 태도로 가만가만 걸어다니면서 최후의 손짓을 하여 사 람들과 여러 물건을 정연하고도 아늑하게 했다. 게다가 고양이처럼 소 리 하나 내지 않았다. 말이라고는 전혀 없고, 머리를 끄덕이는 것과 손 짓으로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고, 늦게 온 사람들을 줄에다. 밀어넣고 통로를 내었다. 그것이 끝나자 이번에는 저쪽 벽 앞에 자리를 잡고 앉 았다. 이 사나이처럼 조용히 미끄러지듯 무엇이나 남의 눈에 띄지 않 게 해치우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햄덩어리 모양 그에게는 전 혀 웃음이라는 것이 없었다. 사람들은 소형 오르간을 빌려 왔다. 깨진 것이었다. 모든 것의 준비가 완료되자 젊은 여자가 앉아서 치기 시작했다. 풍금은 몹시 끽끽 하 는 소리를 내어 마치 복통이라도 일으킨 듯한 소리를 내었다. 사람들 은 전원이 그것에 소리를 맞추어 노래를 불렀다. 내 생각으로는 덕을 보고 있는 것은 죽은 피터 하나뿐이었다. 다음에 홉슨 목사가 천천히 엄숙하게 입을 열어 이야기를 꺼냈다.

그러자 그것과 동시에 아직까지 아무도 들은 일이 없을 만한 무서운 소동이 지하실에서 돌발했다. 그 것은 다만 한 마리의 개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 소동이란 대단하였고 언제까지 킹킹대며 야단이었다. 그래서 목사는 관 옆에 그대로 선 채 기다리지 않으면 안 되었다. 우리는 자기 생각조차도 알아들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참으로 난처한 느낌으로 누구나 모두 어떻게 해야 좋 을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하지만 곧 사람들은 그 다리가 긴 장의사 가 목사에게 마치, '걱정 마시오. 나에게 맡겨 두시오' 하는 듯이 신호를 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고 나서 장의사는 몸을 굽혀 다만 어깨만을 사람들 머리 위로 내밀고는 벽을 따라 미끄러지듯 걷기 시작했다. 그 동안에도 소동은 점점 더 커져만 갈 뿐이었다. 마침내 장의사는 방 양 쪽을 빙 돌아 지하실로 모습을 감춰 버렸다. 그후 2초가 지나자 찰싹 하고 때리는 소리가 들렸고, 개는 펄펄 뛰는 비명을 한두 번 지르더니 그후로는 그만 뚝 그치고 모든 것이 죽음처럼 고요히 가라앉고 말았 다. 이때 목사는 중지했던 곳으로부터 다시 엄숙한 그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1,2분이 지나자 이 장의사의 잔등과 어깨가 또다시 벽을 따 라 미끄러지듯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이처럼 방 삼면을 빙 돈 후 일어 나 입에다. 손을 대고 사람들 어깨 너머로 목사 쪽으로 목을 길게 뽑고 는 쉰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쥐를 봤어요" 그는 또다시 몸을 숙여 벽을 따라 미끄러지듯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 사람들은 의당 무엇이 일어났는지 알고 싶어했으므로 이것으로 자못 만족했다. 이와 같은 사소한 일은 그다지 수고도 될 것이 없고, 사람이 존경을 받고 호감을 사게 되는 것은 사소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된다.마을에는 이 장의사만큼 인기가 있는 사나이는 없었다. 장례식의 설교는 매우 훌릉했지만, 지나치게 긴 것이 지루했다. 그다음에 왕이 뛰어나와 예의 종잡을 수 없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그것 이 끝나자 장의사가 나사 돌리개를 들고 관 위로 기어올라가기 시작했 다. 나는 안절부절못하면서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나 장의사는 전혀 딴 짓은 하지 않고, 마치 옥수수죽처럼 가볍게 뚜껑을 미끄러뜨려 닫고는 나사돌리개로 조여 버렸다. 이건 큰일났다돈이 그대로 거기 있는지 없는지 나로서는 전혀 알 수 없었다. 만일 누 가 몰래 그 주머니를 홈쳐갔다면 어떻게 하지 매리 제인에게 편지를 써야 좋을지, 쓰지 않는 편이 좋을지 어느 쪽으로 해야 좋을까 만약 매리 제인이 관을 파내서 그 속에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다면 나를 어 떻게 생각할 것인가 제기랄 나는 수색을 당하여 결국 감옥 신세가 될 지도 모른다. 차라리 모르는 체하고 편지를 쓰지 않는 편이 낫지 않을 까. 정말 이제야말로 사건은 복잡하게 되고 말았다. 잘한다고 한 짓이 나는 도리어 사태를 백 배나 악화시키고 말았다. 그대로 내버려두었으 면 좋았을 걸 하고 나는 곰곰이 생각했다. 이런 제기랄 매장을 끝마친 후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나는 또다시 놈들의 낯빛 을 살피기 시작했다. 살피지 않을 수가 없었으며 불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아무것도 분간할 수 없었다. 얼굴은 나에게 아무것도 말해 주지 않았다. 그날 저녁, 왕은 사람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일일이 찾아다니며 그들에게 아첨을 하고 자못 친절하게 대했다. 그리고 영국의 신도들이 자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을 테니까 아주 급히 재산을 처분하고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서둘게 된 것 을 정말 미안해했다. 마을 사람들도 마찬가지였고, 좀 더 오래 있어 주 었으면 좋겠는데 그게 무리한 일이라는 것은 자기들도 잘 안다고 했다. 왕이 자기와 월리엄은 물론 조카딸들을 함께 영국으로 데리고 갈 작정이라고 하자, 사람들은 그 말을 듣고 그렇게 되면 처녀들이 친척 들 사이에서 자유로운 생활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정말 잘됐다고 하며 좋아했다. 이 말을 듣고 처녀들도 반색을 했다. 너무도 반색을 한 나머 지 처녀들은 세상 고생이고 뭐고 모두 잊어 버리고는, 무슨 수를 써서 라도 어서 빨리 재산을 팔아 주세요, 자기들은 언제든지 떠날 준비를 할 테니까, 하고 무척 좋아했다. 이 불쌍한 처녀들이 기뻐하는 행복스 러운 모습을 보고 나는 이렇게까지 조롱을 당하고 기만을 당하고 있는 가 하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팠다. 그렇다고 해서 그 사이로 끼어들어 가 모든 사태를 바꿔 버릴 만한 안전한 방법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왕은 집과 검둥이들과 그 밖의 모든 재산을 경매에 붙인다고 광고를 내고 말았다. 장례식이 끝난 이틀 후가 경매날이었는 데, 그러나 누구든지 사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그 안에도 비밀리에 살 수 있었다. 장례식이 끝난 다음날 정오경 처녀들의 기쁨은 그 최초의 타격을 받았다. 두 명의 검둥이 상인이 와서, 왕은 소위 3일 후 지불 어음으로 검둥이들을 상당한 가격으로 팔아 버렸으므로 아들 둘은 상류 멤피스 로, 그 어미는 하류 올린즈로 팔려갔다. 나는 불쌍한 처녀들과 검둥이 들이 슬퍼하는 나머지 가슴이 터지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서 로를 꼭 껴안고 엉엉 울어대는 꼴을 보고 나는 견딜 수가 없었다. 처녀들은 가족이 뿔뿔이 사방으로 헤어지거나, 마을 이외의 곳으로 팔려가 는 것을 보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다고 했다. 비탄에 젖은 불쌍한 처녀들과 검둥이들이 서로의 목에 매달려 울고 있는 광경을 나는 언제까 지 잊어 버릴 수가 없다. 만일 이 매매가 무효로, 검둥이들이 한두 주 일만 지나면 다시 돌아오리라고 하는 것을 몰랐다면 나는 그 이상 더 참을 수가 없어 이 악한들을 밀고했음에 틀림없으리라 이 사건은 마을에서도 큰 소동거리가 되고 말아, 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와 어미와 자식들을 그렇게 떼어 버리는 것은 괘씸한 일이라고 강 경히 따지고 들었다. 이 항의에는 사기꾼들도 다소 움찔했지만, 그 늙은이 바보놈은 공작이 이리저리 타일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경히 버티고 나갔으므로 공작은 정말로 몹시 불안해했다. 다음날이 경매일이었다. 완전히 밝아졌을 무렵 왕과 공작이 다락방 으로 올라와서 나를 깨웠다. 두 놈의 얼굴 표정으로 봐서 나는 무슨 일 이 있었구나 하는 것을 알았다. 왕이 다짜고짜로, "이놈, 너 엊그제 밤 에 내 방에 들어왔었지" 하고 물었다. "아뇨, 폐하." 우리들 외에 아무도 없을 때에는 나는 늘 놈을 이렇게 불렀다. "어제나 어젯밤은 어때" "아뇨, 폐하 " "맹세하지 거짓말은 아니지" "맹세합니다. 폐하. 정말로 얘기하는 거예요, 매리 제인이 폐하와 공작을 안내하여 그 방을 구경시킨 후론 그 방 옆엔 얼씬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 공작이 끼어들었다. "누가 그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는가" "아는, 각하, 기억이 없는데요," "잘 생각해 봐. " 나는 잠시 생각해 보고는 이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다. "그렇군요, 검둥이들이 그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몇 번 보았는데요." 놈들은 잠시 띨어오르며 뜻밖의 일이라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다. 음 순간 납득이 간다는 표정을 지었다. 공작이 물었다. "뭐라고, 검둥이들이 전부 말이냐" "아뇨, 적어도 한 번에 전분 아닙니다. 말하자면, 다만 한 번 외엔 놈들이 함께 몰려나오는 걸 본 것 같진 않은데요." "뭣이 그게 언제 일이야" "장례식날 아침이에요, 바로. 그다지 일찍은 아니었어요, 나는 늦잠 을 잤으니까요. 멍하니 사다리 아래를 보고 있자니까 검둥이들이 보이 던데요." "그래서. 어서 얘기해 봐 놈들이 무슨 짓을 했단 말이야 어떻게 하더란 말이야. " "아무 짓도 안 하던데요. 또 내가 보기에 놈들은 별로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진 않았어요. 발끝으로 살금살금 나가 버리더군요. 그래서 난 단번에 짐작이 간 것인데, 폐하가 잠을 깨고 있는 줄만 알고 방청소를 하거나 뭘 하려는 생각으로 들어온 것인데 들어와 보니 폐하는 아직 주무시고 있었으므로 일부러 깨워서까지 이쪽에서 사서 귀찮은 일을 당하기보다는 나가 버리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 것 같았어요." "이거 큰일났군" 왕이 소리쳤다. 둘 다. 오만상으로 낯을 찌푸리고는 어안이벙벙한 듯 한 낯으로 잠간 동안 머리를 긁적긁적하면서 생각에 젖어 장승처럼 서 있더니, 잠시 후 공작이 귀에 거슬릴 정도로 킬킬 웃으며 말했다. "이놈들 봐라, 검둥이놈들한테 단단히 얻어걸렸구나. 놈들이 이 지방을 떠나기를 슬퍼하는 듯한 연극을 단단히 한바탕 하더니만 나두 놈 들이 슬퍼하는구나 하고 믿었고, 이건 임자도 마찬가지였을 게구,

다른 사람들도 누구나 마찬가지였겠다. 검둥이들에게 무슨 연극의 재능이냐고, 아예 다음부턴 그런 소릴 제발 말아줘. 천만에. 그 수에 넘어 가지 않을 놈은 아무 데도 없겠는데. 내 생각 같아서는 놈들 그걸로 큰 돈을 번 셈이야 나에게 자본과 극장만 있다면 이 연극보다. 더 수지맞 근 사업은 없겠군. 한데 보란 말이야, 우리는 놈들을 똥값으로 팔아 버렸으니. 게다가 그 똥값마저 손안에 넣을 성싶지 않으니 대관절 그 돈 뜬 어디 있는 거야, 그 어음은" "현금으로 바꾸기 위해서 은행에 있지, 어디 있긴 어디 있어 그밖에 딴 데 있을 줄 아나" "그런가, 그럼 됐군, 그것만으로도 천만다행이군." 나는 겁먹은 소리로 물었다. "아니, 뭐 잘못된 일이라도 생겼나요" 이 말에 왕이 홱 내 쪽으로 돌아서며 호통을 쳤다. "네놈이 참견할 일이 아냐 네놈 같은 건 입을 꾹 다물고 남의 참견말고 네 일이나 해. 저 할 일이 있다면 말이지만. 이 마을에 있는 한 이걸 잊어선 안 돼, 알겠나" 그러고 나서 공작을 향했다. "이 일만은 우리들끼리 잠자코 참고서 아무 말도 해선 안 돼 잠자코 있는 게 제일 이야. " 두 사람이 사다리를 내려가려고 할 때 공작은 또다시 킬킬거렸다. "통째 삼키려다. 걸린 셈인가 잘 됐군, 정말," 왕은 공작에게 달려들었다. "난 잘 되라고 하고서 얼른 팔아 버린 거야. 비록 이익이 허사가 되고, 큰 손을 보아 맨손으로 돌아가게 된다. 하더라도 그건 순전히 내 탓만은 아냐." "그런가, 만일 내 충고를 받아들여 주었더라면 검둥이들은 아직 이 집에 있고 우리는 이젠 없을 게 아냐." 왕은 자기에게 안전할 정도로 공작을 몰아대 고는 이번에는 내 쪽을향해 또다시 화살을 던졌다. 내가 검둥이들이 왕의 방에서 살금살금 걸어나가는 것을 보고도 왜 알리러 오지 않았느냐며 펄펄 뛰었다.

아 무리 바보라도 그걸 보고서는 무슨 일이 있었으리라고 하는 것쯤은 알 았을 게 아니냐고 야단이었다. 그러고 나서 잠시 자기 자신을 저주하 였고, 이게 모두 자기가 밤 늦게까지 일어나 앉아 있었기 때문에 아침 잠을 잤으면 좋았을 것을 그렇게 하지 않은 데서 일어난 일이며, 이런 짓은 두번 다시는 할 일이 아니라고 사뭇 투덜거렸다. 이렇게 두 사람 은 서로 말다툼을 하면서 나가 버렸다. 나는 모든 것을 검둥이들 탓으 로 돌려 버렸고, 더욱이 그렇게 함으로써 검둥이들에게는 아무 손해도 끼쳐 준 일이 없음을 자못 기쁘게 생각했다.

 

28장 과욕은 실패의 원인

얼마 후에 일어날 시간이 되었다. 나는 사다리를 내려 아래층으로 가려고 했다. 그러나 처녀들의 방 옆을 지날 때 방문이 열려 있고. 매리 제인이 혼자 헌 가죽 가방 옆에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가방 뚜껑은 열려 있고, 매리 제인이 짐을 싸고 있는 중이었다. 영국으로 갈 준비였다. 그러나 이제는 개켜 놓은 옷을 무릎 위에다. 올려 놓은 채 손을 쉬 고 두 손 사이에다. 얼굴을 파묻고는 울고 있었다. 그 꼴을 보고 나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가엾게 생각되었다. 물론 누구나 그 꼴을 보았더라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나는 안으로 들어갔다. "미스 매리 제인, 당신은 남이 괴로워하는 걸 보면 견딜 수 없죠 나도 그래요, 대체로는‥‥‥내게 터놓고 얘기해 봐요." 매리 제인은 얘기해 주었다. 그것은 검둥이들에 관한 것이었다. 내가 예상하던 대로였다. 매리 제인은 영국으로의 즐거운 여행도 허사라고 했고. 어머니와 애들이 다시는 만날 수 없는 것을 알고 어떻게 영국에 서 행복하게 살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보다도 한층 더 몹시 울며 두 손을 흔들었다. "아아, 어떻게 하면 좋지, 어떻게 하면 좋아, 그 사람들이 다시는 서로 못 만날 것을 생각하니 " "하지만 만날 수 있어요. 2주일 이내에‥‥‥난 잘 알고 있어요" 아니, 이건 어쩌다. 이런 말이 나오고 말았을까 그러자 눈 깜빡할 사이에 매리 제인은 내 목을 껴안고는 "다시 한 번만 말해 봐, 다시 한 번만 말해 봐, 다시 한 번만 말해 봐" 하고 야단이었다1 나는 안할 소 릴 괜히 했구나 하고 후회의 마음이 앞섰다. 나는 좀 생각할 사이를 달 라고 매리 제인에게 부탁했다.

이 말을 듣자 그녀는 아주 지루하다는 듯이 흥분을 하며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는 앉아 있었지만, 그 꼴은 마 치 이를 빼버린 사람처럼 시 원해하는 것같이도 보였고, 또 마음이 놓 였다는 모양으로도 보였다. 그래서 나는 깊이 궁리를 해보았다. 막다. 른 골목에 몰려 사실을 고백하는 것은 여간 위험한 일이 아니다. 하기 야 나에게는 경험이 없으니까 확실한 건 모르지만. 그러나 어쨌든 나 에게는 그렇게 생각되었다. 그런데 사실을 고백하는 편이 거짓말을 하 는 것보다. 훨씬 좋을 때가 있는 법인데,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나에게 는 생각되었다. 이 일을 마음속에다. 새겨두고 언젠가 잘 생각해 보지 않으면 안 되겠다. 너무도 이상야릇하고 파격적인 일이니까. 이러한 일은 난생처음이었다. 옳지, 하고 나는 드디어 결심을 했다. 좌우간 어떻게 되든 해보자. 이번만큼은 정말을 말해 보자. 마치 화약통 위에 앉아 자기가 어디로 날려가 버릴지 그걸 알기 위해서 화약에다. 불을 당기는 격이었지만. 잠시 후에 나는 입을 열었다. "미스 매리 제인 마을에서 좀 떨어진 곳에 한 3,4일 동안 있을 만한곳이 없어요" "있구말구. 로드로프 아저씨 댁에 갈 수 있지. 한데 그건 왜" "왜고 뭐고 없어요. 만일 검둥이들이 서로-2주일 이내에 -이 집에서 또다시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어떻게 내가 알고 있느냐는 것을 이야기하고, 어떻게 해서 그것을 알고 있는가를 증명한다면, 아씬 로 드로프 아저씨 댁에 가서 나흘 동안 묵을 수 있어요" "나흘 동안이라고 1년 동안이라도 좋지" "그럼 좋아요, 아씨의 일이니까 그 말만으로 충분해요. 다른 사람이성경책에다. 입을 대고 맹세를 하기보다도 나에게는 아씨의 말이 더 좋아요. " 이 말에 매리 제인은 생글 미소를 짓고는 귀엽게 얼굴이 빨개졌다.나는 다시 말을 이었다. "상관없다면 문을 닫고서 빗장을 지르겠어요." 그렇게 하고 나서 나는 다시 돌아와서 걸터앉았다. "큰 소릴 질러선 안 돼요. 가만히 앉아서 용기를 내어 들어줘요. 나 는 사실을 얘기하지 않으면 안 되고, 아씬 정말 용기를 내지 않으면 안돼요. 아씨, 이것은 지독한 얘기로 듣기 힘들 거죠. 그러나 딴 방법이 없습니다. 아씨의 백부들은 아무것도 아니죠. 한쌍의 사기꾼놈들이에 요. 진짜 사기꾼이에요. 자 이걸로 제일 언짢은 것을 얘기해 버렸으니 까 그 담 얘긴 비교적 쉽게 참을 수 있겠지요 " 물론 이 말을 듣고 매리 제인은 큰 타격을 받았다. 그러나 나는 이젠 급소를 통과하고 있었으므로 아무 거리낌 없이 자꾸만 이야기를 진전 시켰다. 그동안 그녀의 눈은 자꾸만 충혈되어 갔다. 나는 모든 것을 숨김없이 낱낱이 털어놓았다. 나는 맨 처음 우리들이 기선 있는 데로 가 던 도중에 그 바보 청년을 만난 이야기부터, 매리 제인이 현관문에서 왕의 가슴에다. 몸을 던지고는 놈이 16번인가 17번 키스를 한 이야기까지 하나도 빼놓지 않고 낱낱이 얘기했다. 그러자 그녀는 마치 석양의 하늘처럼 얼굴에 홍조를 띠고는 뛰어올랐다. "짐승놈들 자, 1분이라도 1초라도 가만히 있을 순 없어. 그놈들에게콜타르를 칠해 깃털을 발라 강에다. 던져 버려야 해" 내가 끼어들었다. "옳은 말이야, 하지만 그 전에 아씬 로드로프 아저씨 댁에 갈 작정이아니었던가요, 그렇잖으면‥‥‥‥ "아니, 난 뭘 생각하고 있었을까 글쎄" 하면서 매리 제인은 또다시 털썩 주저앉았다. "내가 한 말을 마음에 두지 않지 -제발 부탁이니까 그렇지 이봐, 그렇지" 이러고서는 그녀는 비단과 같이 매끈한 손을 내 손에다. 놓았다. 이렇 게까지 하는 것을 보니 나는 마음에 두느니보다는 차라리 죽어 버리는 편이 낫다고 말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까지 흥분하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어. 난 그만 울컥하고 올 라와서. , 어서 앞을 얘기해 봐. 다시 그런 소릴 안할 테니까.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걸 가르쳐 줘, 네가 하라는 건 원이나 몽땅 할 테니까. " "그럼요, 저 두 사기꾼들은 지독한 놈들이에요. 하지만 나는 좋건 싫 건 간에 좀 더 그놈들과 여행을 하지 않으면 안 될 판국에 빠져 있어요.그 이유는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만일 아씨가 저놈들을 밀고 하면 이 마을은 나를 저놈들 손톱으로부터 자유의 몸으로 해주어 나는 그걸로 팔자를 고치게 됩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되면 당신이 모르는 또 하나의 사나이가 있어 그 사나이가 경을 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린 그 사나이를 구해 내야만 하는 거예요, 물론. 그래서 놈들을 밀고할 수 가 없는 거 예요. "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는 동안에 묘안 하나가 머리에 떠올랐다.

어쩌면 나와 짐이 그 사기꾼들과 손을 떼게 되고 놈들을 이 마을의 감옥에 다. 쓸어넣고 우리들만 이 마을을 떠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 았다. 그러나 대낮에 나 이외 질문에 대답할 사람이라고는 타고 있지 않는 뗏목을 타고 간다는 것은 마음이 내키지 않았으므로 밤이 왜 늦 을 때까진 계획에 착수하지 않기를 원했다. "제인 아씨,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걸 얘기해 보죠. 그렇게 하면 아 씨도 로드로프 아저씨 댁에 그리 오래 있지 않아도 돼요. 거긴 여기서 얼마나 떨어져 있죠" "4마일도 못 돼. 여기서부터 쑥 들어간 시골이야." "아아. 그럼 잘 됐군. 그리로 가요. 그리고 오늘밤 아홉 시나 아홉 시 반까지 숨어 있다가 그 집 사람더러 여기까지 데려다. 달라고 그래 요. 뭐 생각난 일이 있다고 그러고는. 만일 여기 열한시전에 도착하면 이 창에다. 촛불을 내놔요. 만일 내가 나타나지 않거든 열한 시까지 기다려 줘요. 그래도 내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도망을 쳐서 안전하다는 것이 됩니다. 그렇게 되면 이 사건을 동네 안에 소문을 퍼뜨려 이 사기 꾼놈들을 감옥에다. 처 넣으세요, "

"좋아, 그렇게 하지." "또 만일 내가 도망을 칠 수가 없어 놈들과 함께 붙잡히게 되는 경 우, 아씬 내가 미리 모든 걸 당신에게 고백했다고 하고는 되도록 내 편 을 들어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 "네 편을 들어준다고 무슨 소릴 해. 머리칼 하나라도 다치게 할 줄 알고 " 이렇게 말할 때의 매리 제인의 콧구멍은 벌름거렸고, 두 눈은 반짝 거렸다. "만일 도망을 쳤다면 여기 있으면서 이 악한들이 아씨의 백부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겠지요. 비록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렇게는 할 수 없을 거예요. 놈들이 사기꾼들로 밥버러지들이라고 하는 걸 단언할 수 있을 뿐으로, 말하자면 그것만으로도 조금 도움은 될테지만.그런데 나보다도 더 잘 그것을 증명해 낼 사람들이 있어요. 나처럼 곧 의심을 받을 염려가 없는 사람들이지요. 그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찾 아낼지 가르쳐 드리죠, 연필과 종일 좀 줘요. , '브릭스빌 왕실 의 걸작' , 이걸 잊어 버리지 않도록 잘 간직해 둬요. 재판소가 이 두 놈에 관해서 조사를 하고 싶을 때에는 브릭스빌로 사람을 보내 '왕 실의 걸작'을 연출한 놈을 붙잡았는데, 누가 증인이 돼 줄 사람이 없겠 느냐고 한 마디만 하면 돼요. 그렇게만 하면 눈 깜빡할 사이에 마을 전 체가 통틀어 이리 몰려옵니다. 게다가 잔뜩 화가 나서들 말이죠." 나는 이걸로 모든 준비는 다. 되었다고 생각했으므로 이렇게 덧붙여 말했다. "경매는 걱정 말고 맘대로 내버려두세요. 공시기간이 짧았기 때문에 산 물건의 대가는 경매 후 만 하루가 지나기까지는 지불하지 않아도 돼요 그리고 놈들도 그 돈을 손안에 넣기 전에는 이 지방에서 떠나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우리들의 계획에 의하면 경매는 무효가 될 테니 까 돈은 한 푼도 놈들 수중에 들어갈 리가 만무해요. 검둥이들의 경우 도 마찬가지예요.

매각행위가 없었으니까 곧 돌아옵니다. 놈들은 아직 검둥이를 판 돈을 긁어모으지도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요 놈들은 정 말로 난처한 함정에 빠져 있는 거예요, 아씨." "그럼 난 어서 아래층으로 내려가서 아침 식사를 하고는 곧장 로드로프 아저씨 댁으로 떠나기로 하겠어 " "천만에요, 그건 안 돼요, 아씨. 절대로 안 돼요. 조반 전에 어서 떠나요. " "" "아씨, 내가 아씨에게 어서 가달라는 건 대관절 뭣 때문이라고 생각 하죠" "그건 생각해 보진 않았지만‥‥‥생각해 봐도 난 몰라 그건 왜지" "왜냐구요 그건 아씨의 얼굴은 가죽 껍질 같은 무표정한 사람과는 다르니까요. 아씨의 얼굴만 보면 곧 알아요. 사람들은 그 앞에 앉아 커 다란 활자로 인쇄한 인쇄물처럼 똑똑히 그걸 읽어 낼 수 있을 테니까,그렇잖아요. 아씬 절루 가서 백부님들이 아씨에게 아침 키스를 하러 왔을 때 그걸 ‥‥‥ ", 그만, 그만, 알았어 그래 아침 식사 전에 갈 테야. 날개돋힌 것처럼 가구말구. 그럼 동생 애들은 그놈들에게 남겨놓고" "그럼요. 동생들 일로 머리를 썩이지 않아도 괜찮아요. 그분들은 이 제 잠깐 참고 있으면 돼요. 만일 아씨들이 전부 간다면 놈들은 이거 수상한데 하고 의심할 게 아냐요. 놈들도 동생들도 이 마을의 누구와도 만나지 않는 게 좋아요 동네 사람들이 백부님들 안녕하시냐 하고 물 을 때, 아씨 얼굴에는 반드시 뭣이 나타날 테니까요. 그래요, 어서 가 요, 아씨. 다른 사람들 걱정은 내게 맡기고 어서 곧 떠나세요. 스잔 아씨에게 부탁해서 아씨가 안부를 전하더라고 백부님들에게 전해 달라고

하겠어요. 그리고 아씨가 잠깐 휴양을 취하여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서 라거나, 또는 친지를 방문하기 위해서 잠시 집을 비우지만 오늘 밤이 나 내일 아침에는 돌아온다더라고 전해 두죠." "친지를 방문한다고 하는 것은 좋지만 그 사람들에게 안부를 전한다는 말은 난 싫어 . " "옳지. 그럼 그만두기로 하죠." 아무 해도 없는 일이니까 매리 제인에게 그렇게 해둬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아무 성가신 일도 없이 해낼 수 있는 사소한 일이며, 또 이 지상에서 사람이 가는 길을 가장 평탄히 하는 것은 이와 같은 사소한 일 인 것이다. 그렇게 한 마디 해두면 매리 제인은 안심할 것이며, 게다가돈이 한 푼도 걸린 것이 없다. 다음에 나는 또 한 마디 했다. "또 하나 얘기할 게 있어요. 그 돈이 든 주머니 말예요." "아아, 그건 그 사람들이 가지고 있지. 그게 바로 그놈들 손안에 들어간 경로를 생각하니 참 난 얼마나 바보짓을 했는지 모르겠어." "아녜요, 그건 아씨 생각이 잘못이에요. 그놈들이 가지고 있지 않아요." "아니, 그럼 누가 가지고 있어" "내가 그걸 알면 얼마나 좋아요, 그러나 난 모릅니다. 한번은 내가 가진 적도 있었어요. 놈들에게서 훔쳐 냈으니까요. 아씨에게 주려고 훔쳐냈어요. 그리고 내가 손수 그걸 감춘 장소도 알고 있지만 거긴 이젠 벌써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난 참 안됐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안됐다고 생각하긴 난생처음이에요. 하지만 난 될 수 있는 데까진 했어요. 정말이에요. 하마터면 붙잡힐 뻔했으므로 어쨌든 제일 가까운 손 잡히는 곳에다. 주머닐 밀어넣고는 도망을 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거예요 그건 감추기에 좋은 장소는 아니었어요." "어머나, 자길 책하는 건 그만둬. 그런 말을 들으면 견딜 수가 없어,나로서도 그런 건 용서할 수 없어. 그렇게 할 수밖에 딴 도리는 없었을 테고 그건 네 탓은 아닐 게 아냐. 어디다. 감춰 뒀길래" 나는 그녀에게 다시 한번 그 귀찮은 일을 회상케 하고 싶지는 않았으 며 그 시체가 배 위에 돈주머니를 올려놓은 채 관속에 누워 있을 것 을 그녀의 눈앞에 역력히 그려놓게 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도저히 내 입이 말을 들어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잠시 입을 다물고 있다가 말했다. "제인 아씨, 말 안해도 괜찮다는 걸 아씨가 허락해 준다면. 난 그걸 어디다. 감췄다는 걸 얘기하긴 싫어요. 하지만 종이에다. 써줄 테니 원 이라면 로드로프 아저씨 댁에 가는 길에 읽으면 좋을 거예요.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그럼 괜찮구말구 " 그래서 나는 종이 위에다. 이렇게 썼다. 나는 그것을 관 속에다. 넣었습니다. 밤 늦게 아씨가 거기서 울고 있었을 때 주머니는 거기 들어 있었어요. 나는 문 뒤에 서서, 아씨가 불쌍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제인 아씨, 매리 제인이 단신으로 그 방에서 울고 있는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고,그 악마와도 같은 놈들이 하고 많은 곳에서 하필 그녀 자신의 지붕 밑 에서 자고 있으며, 그녀를 모욕하고 그녀의 돈을 빼앗아 갔다고 하는 것을 생각하니 내 눈에 눈물이 펑 돌았다. 그리고 종이를 접어서 매리 제인에게 주었을 때, 역시 그녀의 눈에도 눈물이 핑 고여 있는 것을 보 았다. 그녀는 내 손을 꽉 잡고는. "잘 가 난 모든 걸 네가 하라는 대 로 꼭 그대로 할 테야. 그리고 비를 다시는 서로 만날 일이 없을지라도 네 일은 언제까지 잊어 버리지 않을 것이며, 네 생각을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되풀이할 것이고, 또 널 위해서 기도를 올릴 테야" 이러고서 그녀는 나가 버렸다.

나를 위해서 기도를 올려 만일 그녀가 나라고 하는 인간을 알고 있 다면 그녀는 좀 더 그녀의 인격에 알맞는 행동을 취했을 것이 틀림없 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녀는 나를 위해서 틀림없이 기도를 을 려주었을 것이다. 그녀는 그런 사람이다. 그녀에겐 후퇴라고 하는 것 이 없는 여자라고 나는 생각한다. 남이 뭐라고 할지라도 내 의견으로 는 내가 아직까지 보아 온 어느 소녀보다도 매리 제인은 용기를 가지 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 아첨 같지만 절대로 아첨이 아니다. 또 아름답다고 하는 점에 관해서는, 그리고 마음씨가 고운 점에 관해서도 그녀 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 그녀가 그 문에서 나가는 것을 본 이래로 나는 다시는 그녀를 본 일이 없다. 그러나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몇 번 씩 그녀 생각을 했고, 그녀가 나를 위해서 기도를 올려주겠다고 한 것 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만일 내가 그녀를 위해서 기도를 올리는 것 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어떠한 일이 있다. 하더라도 기 도를 올렸음에 틀림없다. 그런데 매리 제인은 뒷문으로 빠져 나갔는지 그녀가 나가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스잔과 언청이를 만나 이렇게 물었다. "너희들이 가끔 만나러 가는 강 저쪽에 사는 사람들은 이름을 뭐라고하지 " 둘은 대답했다. "몇 집 있어. 그렇지만 주로 프록터즈 아저씨 댁이야." "옳지 그렇군. 하마터면 잊어 버릴 판이었군 실은 그 집 어느 분이 갑자기 중병이 나서 급하게 떠나는 길이니 너희들 둘에게 그렇게 좀 전해 달라는 부탁을 매리 제인한테서 받았어 " "누가" "난 몰라. 그만 잊어 버렸어. 그러나 확실히‥‥‥‥ "설마 핸너는 아닐 테지" "안됐지만 그게 바로 핸너였어." "아니 뭐, 그 앤 요전 주일까지만 해도 그렇게 튼튼했었는데1 몹시 아프대" "아픈 정도가 아냐. 집안 식구 전부가 밤새도록 한잠도 못 자고 그 옆에 붙어 앉아 간병을 했다고 매리 제인이 그러던데. 그리 오래 견디 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던데 식구들이. " "아니, 웬일이야1 대관절 어떻게 된 셈이야" 곧 그럴 듯한 생각이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으므로 나는 이렇게 대답 했다. "유행성 이하선염이래 . " "유행성 이하선염이라구 그 병에 걸린 사람을 밤새도록 간병하는 사 람은 없어 . " "그야 그렇지 하지만 이 병은 그런 게 아니래, 이 병은 종류가 다르 대. 신종이라고 제인 아씨가 그러던데 " "어떤 신종이래" "다른 여러 가지가 섞여 있대." "다른 여러 가지라니" "‥‥‥홍역, 백일해, 단독 폐렴 황달, 뇌막염, 그 나머진 잘 모르겠어 ." "어머나, 그걸 유행성 이하선염이라고 해" "제인 아씨가 그랬다니까. " "그럼, 대관절 뭣 점에 그걸 유행성 이하선염이라고 부를까" ", 유행성 이하선염이니까 그렇지 시작이 그러니까 그래." "어머나, 그런 이론이 어딨어 발가락을 돌에 부딪혀 독을 마시고, 우물에 빠져 목이 부러져 머리가 깨진 사람이 있는데 누가 와서 이 사 람은 왜 죽었느냐고 물으니까 어느 바보가, '발가락을 돌에 부딪혔으니까요'라고 했다고 해봐 그런 이론이 어딨지 없어요, 절대로. 이제 네 얘기도 그것처럼 이론이 안 서, 그 병은 전염되나7" ·전염 되냐고 무슨 소릴 그렇게 해. 써레는 걸리나-어둠 속에서 말이야 한 개의 이빨에 걸리진 않는다. 하더라고 다른 이빨엔 걸릴 게 아냐 그렇지 않아 그래서 써레 전체를 끌고 오지 않는다면 그 이빨을 뺄 수가 없을 게 아니냐 말이야 그 유행성 이하선염도 말하자면 써레 와 같은 거야. 게다가 그냥 보통 써레는 아냐. 한번 걸리면 영원히 빠 지지 않는 그런 써레라니까 " "아이, 무서워라." 언청이가 끼어들었다. "난 하베이 아저씨한테 갈 테야, 그리고‥‥‥‥ "아아, 그게 좋구말구. 물론 나라면 그렇게 하구말구. 꾸물거리진 않 아" "아니, 그럼 왜 안해" "잠간 생각해 봐, 그럼 알 게 아냐.

너희네 백부님들은 될 수 있는 한 빨리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안 되지 않아 그리고 백부님들이 너희들만을 남겨놓고 그 긴 여행을 너희들끼리만 시킬 그런 나쁜 사람 들이라고 생각하나 기다려 줄 건 뻔한 일이지 뭐야. 거기까진 그걸로 좋아. 너희 하베이 백부는 목사지 그렇다면 말이야. 목사라는 건기선 승무원을 속이진 않을 테지. 백부님은 기선 승무원을 속일까 매리 제 인 아씨를 배에 태우게 하기 위해서 말이야 자 그런 짓을 하시지 않을 것은 너희들도 잘 알 테지. 그러면 어떻게 한다이렇게 말할 테지. '참 안된 일이지만 우리 교회 일은 되는대로 내맡길 수밖에 없어 내 조카딸 애가 무서운 유행성 이하선염에 걸려 있으니까. 그 애가 감염 이 됐는지 안 됐는지 판명되기까지 석 달 동안은 여기서 기다리는 게 내 의무야' 하고. 그러나 상관없어. 하베이 백부님에게 얘기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면‥‥‥‥ "무슨 소릴 그렇게 해, 우리들이 모두 영국에서 잔뜩 재밀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언니가 병에 걸렸는지 안 걸렸는지 그걸 알려고 기다리며 여기서 꾸물거리고 있어야 한다니 그런 바보 같은 소린 제발 그만해." "응 그래. 그렇더라도 어쨌든 동네 누구에게 얘기해 두는 것이 좋을 지 몰라 " "이봐, 좀 들어봐. 너같은 바보는 둘도 없을 거야, 글쎄. 그 얘길 해 봐 그러면 동네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그 얘길 퍼뜨릴 게 아냐. 아무에 게도 아무 얘기도 안 하는 것 외에 방법은 없어." "그렇겠군, 그게 좋을지도 모르겠군‥‥‥그렇군, 정말 그 말이 옳아." "하지만 하베이 백부님이 언니 일을 걱정하면 안될 테니까. 하여간 잠깐 다녀오겠다고 했다는 얘길 아저씨에게 얘기해 두지 않으면 안 되 겠다고 생각하지만 " "그래, 매리 제인 아씨도 그렇게 해주었으면 하고 그걸 바란 거야. '동생들에게 하베이 백부와 월리엄 아저씨에게 안부를 잘 전하고 아침 키스를 드리도록 해줘, 난 강을 건너 저.. 가만있자, 저 피터 아저씨가 늘 아주 친하게 지내던 부잣집 이름이 뭐했지. 저 말이야, 내가 말하는 건 저.. "저 앱도프 댁이 아닐지 몰라" "옳지, 그래 앱도프 댁이야. 그런 이름은 아주 딱 질색이야. 웬일인 지 그런 이름은 절반밖엔 외워지지 않더라. 옳지, 옳지, 매리 제인 아 씨가 하는 말은, 앱도프 댁에 가서 우리집을 사줘요, 피터 아저씨는 다. 른 누구보다도 아저씨가 와서 사주기를 바란다고 말하겠다고 전해 달 라고도 했어. 그리고 앱도프 아저씨들이 오겠다고 할 때까지 졸라보겠 다는 것이며, 그래서 너무 몸이 녹초가 되어 있지 않다면 집으로 돌아 올 것이며, 녹초가 되어 있다. 하더라도 어쨌든 내일 아침까진 돌아오겠으니 그렇게 전해 달라는 거였어. 프록터 아저씨 얘긴 아무 말도 말 고 앱도프 아저씨 얘기만 해달라고 그랬어 그건 정말이야, 매리 제인 아씨는 사실 이 집을 사달라고 그걸 부탁하러 가는 참이니까 왜 내가 그걸 알고 있느냐 하면 매리 제인 아씨가 제 입으로 그렇게 얘기했으 니까 그렇잖아. " "그럼 됐어" 하고 소녀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고는 백부들이 오는 것을 기다렸다가 안부를 전하고 키스를 하고 언니의 전갈을 전하려고 밖으로 나갔다. 이것으로 모든 게 잘 되었다. 처녀들은 영국으로 가고 싶은 나머지 아무 말도 지껄이지 않을 것이며, 왕과 공작도 매리 제인이 로빈슨 의 사의 손이 미치는 곳에 있기보다는 경매일로 분주히 어디로 나갔다는 편이 훨씬 좋을 것이다. 나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왜 근사하게 일을 꾸몄다는 생각이 들었다톰 소여라 할지라도 이 이상 더 근사하게 일을 꾸며낼 수는 없으리라고 생각했다. 물론 톰의 일이니까 여러 가지 양념을 쳤겠지만. 그러나 나는 자란 품이 톰과는 다르니까 그렇게 까지 멋지게 일을 꾸며낼 수는 없었다. 이야기가 바뀌어, 경매는 오후에도 늦게까지 마을의 광장에서 계속 되었고, 사는 사람들은 자꾸만 뒤에서 몰려왔다. 왕은 잔뜩 독살스러 운 얼굴로 경매인과 나란히 그곳에 서 있었고, 가끔 짧은 성경 구절을 한 마디씩 섞기도 하고, 또 간단히 무슨 선인다운 말을 한 마디씩 하기 도 했다. 공작은 어떤가 하면 사람들의 동정을 사기 위해서 열심히 으 으를 되풀이하면서 사람들에게 자기 꼴을 보이며 돌아다녔다. 그러나 그럭저럭 경매도 끝이 났으며, 모든 것이 거의 팔리고 말았다. 남은 것이라곤 묘지에 있는 조그마한 쓸모 없는 땅뿐이다. 그래서 놈들은 그것마저 경매에 붙이기로 했다. 나는 이 왕녀 석처럼, 뭐든지 빨아 삼키려고 하는 이러한 기린과 같은 녀석을 본 일이 없다. 그런데 그것을 경매에 붙이고 있을 때기선 한 척이 와 닿았다. 그리고 2분이여 쯤 지나자 한 떼의 사람들이 떠들며, 웃으며, 소동을 일으키며 우르르 몰려와서 버럭 고함을 질렀다. ", , 경매 적수가 나타났소이다. 피터 월크스 노인의 상속인이 두 패로 나뉘어졌소이다. 여러분 돈을 내고 마음에 드는 것을 골라잡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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