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와 어린 양
Jean de La Fontaine
굶주린 늑대 한 마리가 시냇가에서 물을 마시고 있는 어린 양과 마주쳤다.
바로 잡아먹자니 어쩐지 양심에 걸려,
어린 양을 잡아먹을 수 있는 뭔가 그럴듯한 명분을 꾸며내고자 했다.
생각 끝에 늑대는 어린 녀석이 맑은 시냇물을 진흙탕으로 만들고 있다고 나무랐다.
그렇게 더러운 물을 자기가 어떻게 마실 수 있겠느냐고 말이다.
그러자 어린 양은 멋모르고 발칙하다 싶을 정도로 불손하게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그렇지 않아요. 저는 지금 시냇물이 하류 쪽에 있고요,
물은 늑대 아저씨가 있는 쪽에서 제 쪽으로 흐르고 있어요.
그러니까 아저씨 쪽은 물이 깨끗하잖아요."
"그래? 그럼 그건 그렇다 치고,
넌 인마, 돌아가신 어르신께 너무 무례했어.
작년에 사냥꾼의 활에 맞아서 우리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넌 분명히 우리 아버지를 비웃었어."
걸음아 날 살려라 하고 얼른 도망을 쳐도 모자랄 판에
어린 양은 바보천치처럼 논쟁을 계속했다.
"아저씬 셈도 못 하시나 봐. 전 그때 태어나기도 전이었어요."
늑대의 어리석음에 마치 화가 났다는 듯한 어린 양의 항변이었다.
이젠 진짜로 화가 난 늑대가 소리쳤다.
"너는 다른 양들과 함께 공동 풀밭을 뜯고 있어.
그러니까 우리가 가장 존중해 마지않는 사유재산권 제도를
전복하려는 공산주의자가 아니고 뭐란 말이냐?"
어린 양이 자랑스럽게 쓸데없는 말을 주절거렸다.
"우리 아버지와 어머니는 '반공연맹' 회원이에요. 저도 크면 거기에 가입할 거라고요."
"난 이제 너처럼 자기만 잘났다는 위선자 녀석을 더 이상 용서할 수 없어. 너 같이 잘난 척하는 녀석들만 없어도 이 세상은 훨씬 살기 좋아질 거다, 알아?"
늑대는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어린 양을 깨끗하게 먹어 치웠다.
양심의 가책으로 인한 소화불량 증상도 전혀 없었다.